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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여행 | 제주-세상에서 가장 이른 여행

    국내여행 | 제주-세상에서 가장 이른 여행

    빨래를 걷으려고 손을 위로 뻗는 순간, 찌릿! 배가 뭉치는 모양이다. 임신 8개월. 이제 하루하루 몸은 더 무거워질 텐데 그 전에 가야겠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반갑지 않은 태풍을 만났지만 제주는 제법 괜찮은 힐링을 선사했다. 태교여행, 괜찮을까? 파란 물감을 타 놓은 바다색. 그 유혹적인 색을 따라 이끌리듯 한참을 걸어 들어갔는데도 허벅지 깊이를 넘지 않는다. 아이가 태어나면 같이 놀기 딱 좋은 곳이다. ‘언제 낳아 키워 같이 물놀이하지?’ 남편이 묻는다. 금방이야. 8개월도 순식간이더라고. 아기를 품고 200여 일. 임신 8개월 정도가 되면 어떤 옷을 입어도 배를 가릴 수 없을 만큼 임산부 티가 나는데, 경미한 우울증이 오는 때도 딱 이 시기이다. 임신 전의 나란 사람은 여름에는 래프팅을, 겨울에는 스키를, 봄과 가을로는 낚시와 등산을 즐기고 걷기를 좋아하는 액티브한 타입이었다. 하지만 아기가 생기고 절대 몸을 조심히 해야 하는 초기 12주, 입덧이 지속됐던 16주가 지나자 근육은 조금씩 탄력을 잃기 시작하고 지긋지긋하던 입덧이 끝나자 먹지 못했던 음식에 대한 욕심이 생겼으며 자연스레 몸무게도 늘어갔다. ‘그래도 나는 괜찮아! 사람 하나를 만들어내는 위대한 몸이니까.’ 아무리 긍정적인 나라도 부쩍 눈에 띄는 기미와 칙칙한 피부, 이제는 종아리에서부터 불편한 스키니진에 혼자서 버둥거리며 일어나야 하는 힘든 아침에 급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임신으로 인해 변해 버린 생활이나 몸매, 아기에 대한 궁금증과 불안 등으로 임산부는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그럴 때면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 좋다. 가벼운 여행은 정서안정에 효과적이라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기분전환에도 도움이 된다. 요즘에는 ‘태교여행’으로 힐링, 테라피, 휴양을 중심으로 한 임산부들의 여행이 트렌드가 되었다. 4시간이 넘지 않는 비행시간을 고려하여 많은 임산부들이 동남아를 선호하고 있는 편이다. 나 역시도 유아용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는 동남아를 생각하다가 뱃속의 ‘바다(태명)’를 생각해서 만약의 사태에 의료진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국내를 고려하게 됐다. 국내지만 비행기도 타고 이국적인 느낌까지 받을 수 있는 제주도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게다가 올해는 청마의 해이니, 말들이 뛰어노는 제주도는 그야말로 완벽한 장소였다. 남들이 스튜디오에서 찍는 만삭사진도 제주도의 자연에서 셀프로 해결할 계획이었다. 고작 한 시간 남짓의 비행임에도 심장을 간질이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여행의 시작을 알린다. 한창 애교가 늘어가는 조카를 만나러 가는 느낌이랄까. 너의 본질은 그대로지만 만날 때마다 너는 조금씩 변해 있고 나날이 깊이를 더해 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아이를 품은 여인의 시선이란 작은 것에도 색을 입혀 더 아름다워 보이고 조그마한 디테일에도 쉽게 감동을 받아 버리는 스위치가 작동하기 때문에 낯선 여행지보다는 친숙한 곳에서의 새로운 발견이 더욱 기대된다.  생명기원의 장소 산방산 아침이 되자 비는 그치고 바람이 거셌다. 태풍의 영향인지 세제를 풀어놓은 듯한 풍성한 바다거품이 해안을 덮었다. 화순항에는 궂은 날씨에도 낚시꾼들이 꽤 모여 있는데,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돌돔새끼들이 약 올리듯 돌아다닌다. 손가락만한 녀석들을 잡아 올리는데 먹을 수나 있는 크기인지는 모르겠다. 파도가 높아 용머리해안은 진입이 통제됐고 겨우 산방산을 오를 수 있었다. 제주올레 10코스에 자리 잡은 산방산은 한라산 백록담에 있던 봉우리를 뽑아 던진 것이라는 전설의 산으로 80만년 전 점성이 높은 조면암질 용암이 화구로부터 서서히 흘러나와 멀리 흘러가지 못한 채 굳어 돔 형태를 갖추고 있다. 산방산의 전설이란 이렇다. 아주 먼 옛날에 사냥꾼이 한라산에 올라가 사슴 한 마리를 발견하고 화살을 쏘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화살이 안타깝게도 사슴 대신 옥황상제의 엉덩이를 향하고 말았다. 깜짝 놀라 화가 난 옥황상제가 한라산 봉우리를 뽑아 던졌고, 그게 산방산이 됐다는 얘기다. 신기한 건 백록담을 두르고 있는 동능 둘레와 산방산 밑둥 둘레길이가 비슷하다는 점. 그래서 제주 사람들이 산방산을 ‘한라산의 뚜껑’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산 중턱에는 예부터 불상을 모셔 놓은 산방굴사가 있는데, 산방산의 여신 ‘산방덕’이 인간세상의 시달림을 받고 바위가 되어 흘리는 눈물이라 전해지는 석간수가 적은 양이지만 쉬지 않고 떨어진다. 빗물이 바위를 통과하여 떨어져서 그런지 약간은 비릿한 냄새가 난다. 인간이 된 산방덕의 미모를 탐한 이가 그녀를 괴롭히고 흘리게 만든 눈물이라 하니 슬픔의 맛일까? 또한 이곳은 산방덕이 인간으로 환생하여 자식을 얻기 위해 매일 기도를 올리던 노부부를 만난 곳으로, 자식을 바라는 부부들이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생명기원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미 뱃속에 품고 있지만 경제적 여유만 된다면 자녀는 많을수록 좋다고 항상 생각해 왔기 때문에 조심스레 첫째의 건강과 함께 마음고생 하지 않고 둘째가 생기길 바라 본다. 첫째가 딸이니 둘째는 아들이었으면. 자식욕심이 많다 할까 봐 석간수와 함께 혼자서 삼켰다. 사려니숲길에서의 만삭촬영 삼림욕이 좋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사려니숲길은 전형적인 온대산림이라 숲 특유의 서늘함이 없고, 천연림과 인공림이 잘 어우러져 에코 힐링을 체험할 수 있는 ‘치유의 숲’이다. 적당히 습기를 머금은 숲은 태풍 속에서도 차분했다. 하지만 곧 비가 다시 쏟아질 것 같다. 결국 초입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만삭촬영은 대개 32주 전후에 많이 한다. 아기배가 적당히 예쁘게 나오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 웨딩 리허설 촬영을 하듯 임산부들은 아기와의 시간을 기념하며 만삭촬영을 한다. 병원에서 연계된 스튜디오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만의 사진을 원한다면 부부가 공유하는 추억이 있는 곳에서의 촬영도 추천한다. 앞으로 아이가 걸어갈 인생의 길이 이 숲이 주는 편안함과 같기를 기원하며 우리는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준비한 아기양말. 길을 지나다가 그 앙증맞음에 반해 사두었던 것이다. 실제로 양말을 본 친정어머니는 이런 양말은 잘 안 신게 된다며 뭣 하러 샀냐고 타박하셨지만 촬영을 위한 훌륭한 소품이 되었다.  태풍이 선물한 엉또폭포 힐링을 위해 제주까지 왔건만 일정 내내 비가 내린다. 안개가 자욱한 도로에 강한 비바람까지. 우리를 숙소에 가둬 놓을 셈인가 보다. 볼록 나온 배 위에 리모컨을 얹어 두고 있으니 뱃속 ‘바다’가 ‘엄마, 괜찮아요. 나랑 같이 놀아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리 꿈틀, 저리 꿈틀 평소보다 태동이 강하다. 그러다 문득 비가 와야만 볼 수 있다는 ‘엉또폭포’가 떠올랐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초입부터 많은 인파가 바글거렸다. 글쎄, 세계 4대 폭포라는 무인카페 엉또산장의 안내판에는 동의하기 힘들었지만 이날 엉또폭포는 실로 엄청난 수량을 자랑했다. 남편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고 있으니 피식 웃음이 난다. 틈틈이 제주 여행을 위해 세운 계획이 다 무산되었어도, 전혀 계획에 없던 엉또폭포 앞에 서 있는 이 순간이 ‘바다’가 우리에게 오던 그날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왔고 우리는 언제나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이 비에 급하게 우비까지 구해 제주에 왔으니 비가 온대도 뭐 하나라도 더 보겠다는 이 의지처럼 말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날, 야속하게도 드디어 해가 난다. 공항 근처 용두암에 들렀다. 행운을 상징하는 흑룡에게 소원을 빌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나도 그 틈에 살짝 끼어 소원을 빌어 본다. 첫 번째는 11월에 태어날 아이의 건강. 두 번째는 우리 가족의 행복. 세 번째는 다음에 제주를 찾을 땐 화창한 날이길.  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사진 트래비스트 윤희진 ▶travel info산방식당 밀면으로 유명한 집인데, 내게는 밀면보다는 수육이 입에 착착 감겼다. 야들야들하면서도 임산부의 예민한 후각에도 잡내가 전혀 나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하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음 하모리 864-3 064-794-2165 레이지박스 용머리해안 조망의 카페다. 제주당근주스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임신 중기 철분 섭취로 인한 변비로 고생하는 내게는 최고의 간식이었다. 당근 케이크도 달지 않아서 좋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177-5 064-792-1254 산방산 탄산온천 임산부는 양수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뜨거운 목욕이나 온천은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산방산 탄산온천은 탕의 온도가 차다고 느껴질 정도여서 임산부도 즐길 수 있다. 다만 탄산원탕은 ‘약물’이므로 너무 오래 앉아 있지 않도록 한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981 064-792-8300 항공사별 임산부 탑승 규정 임신 기간 및 임신 형태(단태아 또는 쌍둥이)에 따라 항공여행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 특히 쌍둥이의 경우 국제항공운송협회의 임산부 탑승 가이드라인에 의거하여 탑승 기준이 구별되기도 한다. 임신성 고혈압, 임신성 당뇨 등의 임신 합병증이 있는 고위험 산모의 경우는 별도의 기준이 적용된다. 대부분의 항공사에서는 32주 미만의 산모는 일반인과 동일하게 제한사항이 없으며, 32~36주의 임산부(쌍둥이 32주)는 진단서를 요구한다. 임신 초 3개월과 37주 이상(쌍둥이 33주)의 산모는 탑승이 제한되거나 주의를 요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는 36주 이상의 임산부는 탑승일 기준 3일 내에 작성된 진단서나 소견서를 제출, 사전 승인을 얻으면 탑승이 가능하나 국제선의 경우는 입국할 때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태풍 ‘나크리’가 채운 백록담

    태풍 ‘나크리’가 채운 백록담

    제12호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한라산에 지난 2일 10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5일 백록담에 오랜만에 물이 가득 차 보기 드문 절경을 연출하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제공
  • 기록적 폭우로 가득찬 백록담 ‘장관’

    기록적 폭우로 가득찬 백록담 ‘장관’

    제12호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지난 2일 하루 한라산 윗세오름 강수량이 1천㎜를 넘는 등 한라산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가운데 백록담에 오랜만에 물이 가득 차 보기드문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레드페이스, 한라산 트레킹 원정대 성료

    레드페이스, 한라산 트레킹 원정대 성료

    ■ 지난 4월 24일~26일, 고객 28명과 한라산 등정하며 레드페이스 아웃도어 기술력 체험 ■ 고객 성원에 보답하고, 브랜드 친밀도 높이고자 기획•••앞으로도 고객과 더 소통하는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한 마케팅 활동 펼칠 예정 ■ 정통 아웃도어에 대한 레드페이스의 끊임없는 도전정신 지속적으로 알리고 브랜드 가치도 함께 높여 나갈 계획 국내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 레드페이스(대표 유영선)가 지난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있었던 한라산 트레킹 원정대를 성공리에 마쳤다고 밝혔다. 레드페이스는 고객 성원에 보답하고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했으며, 앞으로도 고객 접점 이벤트를 자주 마련해 고객들과 소통하는 친근한 브랜드로 다가갈 계획이다. 레드페이스는 지난 3월 레드페이스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원정대를 모집하고 추첨을 통해 총 30명의 고객을 선발해, 사흘 간의 한라산 등정에 함께 했다. 한라산 성판악 탐방안내소를 출발해 백록담 정상까지 왕복 8시간 코스를 등반하며, 고객들이 레드페이스의 클라임 윈드 맥시멈 재킷과 메가 와이어 등산화 등 레드페이스의 아웃도어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품평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외에도 2박 3일 동안 마케팅 담당자를 비롯한 본사 임직원들이 함께 행사에 참여하고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 의미를 더했다. 레드페이스의 콘트라 메가 와이어 등산화는 바느질 선이 없는 무봉제 기법을 사용해 등산화는 무겁다라는 공식을 깬 레드페이스의 대표 등산화이다. 중•단거리 산행 및 트레킹에 적합한 초경량 로우컷 등산화로 방수, 방풍 기능은 물론 땀을 배출시키는 투습성이 뛰어난 콘트라텍스 엑스투오 프로 소재를 사용했다. 충격흡수를 최소화 시켜주는 고탄력 파일론 미드솔을 적용했으며, 롤킨 시스템으로 등산화 끈을 쉽게 조이고 풀 수 있게 했다. 이번 원정대에 참가한 한성훈씨는 “배우 정우성이 나오는 레드페이스의 광고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이렇게 레드페이스의 아웃도어에 대한 열정과 도전을 직접 체험하고 나니 레드페이스 제품에 더욱 신뢰를 갖게 되었다”며 “레드페이스와 소통하고, 함께 걷고, 땀 흘리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한편, 레드페이스는 고객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국내 토종 기업으로서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알리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14년 S/S 시즌을 맞아 배우 정우성과 함께 ‘가장 뜨거운 지금, 레스페이스’ 광고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레드페이스’는 공간이 아닌 ‘가장 위험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도전의 순간’이란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도전의 순간을 고객들과 공감하고자 하고 있다. 고어텍스를 대체할 콘트라텍스 소재를 자체 개발하는 등 47년간 아웃도어 클래식이란 브랜드 정체성을 지켜내면서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레드페이스의 뜨거운 도전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어 고객들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눈덮인 한라산 백록담 등산객 북적

    눈덮인 한라산 백록담 등산객 북적

    다음 달 6일이 경칩이지만 한라산 정상 백록담은 아직 눈에 뒤덮여 있다. 마지막 겨울 절경을 즐기려고 휴일마다 1만명을 웃도는 등산객이 한라산을 찾고 있다. 사진은 지난 23일 헬기를 타고 바라본 백록담.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제공
  • 조계종, 온 국민 참여 3·1정신 계승… 우리사회의 갈등·반목 해소 나선다

    조계종, 온 국민 참여 3·1정신 계승… 우리사회의 갈등·반목 해소 나선다

    ‘화쟁과 회통의 정신으로 한국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자.’ 불교계가 주축이 된 100일간의 국토순례 대장정이 다음 달 2일부터 6월 10일까지 펼쳐진다. 이른바 ‘화쟁 코리아 100일 순례’ 조계종 결사추진본부와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 추진위원회는 순례에 앞서 20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화쟁 코리아’ 선언식을 갖고 화쟁 순례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화쟁 코리아’의 바탕은 3·1정신. 지역, 이념, 계층, 남북 등 다양한 갈등으로 분열된 사회를 화해의 길로 이끌기 위해 종교인들과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3·1정신을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전한다는 것이다. 각계 인사 100여명이 참여한 이날 선언식에서 발표된 선언문은 그 방향을 명확히 정했다. “좌우, 친북·반북, 친미·반미를 넘어 한민족 한 형제로 함께 진실과 화해의 길을 열어가며, 남남평화와 남북평화를 위한 기반을 만들어가자.” 순례는 오는 3월 2일 제주 한라산 백록담 천고제를 시작으로 전국 14개 광역도시를 거쳐 6월 10일 서울 광화문공원에서 마무리되는 대장정이다. 순례지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갈등·대립의 상흔이 남았거나 지금도 그 상처로 고통받는 곳, 혹은 소통과 공감으로 화쟁의 사례를 빚은 곳들. 조계종 결사추진본부장 도법 스님을 비롯한 종교계 인사들과 대안학교 학생, 불교단체 활동가 등 10여명이 상설순례단으로 참여한다. 숙소는 각 지역의 사찰과 교회, 성당, 주민회관 등을 이용할 예정이다. 순례단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5일 동안 하루 10∼15㎞씩 도보로 이동하면서 순례지에 도착한 뒤 탑돌이식 순행, 기원문 낭독, 명상 등을 실시한다. 대중공사며 야단법석도 열어 지역의 현안을 모색하기도 한다. 각 순례지에서 모아진 지역현안과 토론 내용들은 오는 6월 10일 서울 광화문공원에서 열리는 종료식을 통해 선언문 형식으로 공표될 예정이다. 주말에는 지역 주민들과 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생명평화행진 및 국민통합 문화제’도 연다. 누구나 순례에 참여할 수 있고, 가정에서 순례단 플래카드를 걸고 기원문을 봉독하거나 100일간 하루 1000원씩 모금하는 방식으로 동참할 수 있다. 이번 ‘화쟁 코리아’는 100일간의 국토순례로 끝나지 않는다. 화쟁 순례가 끝난 뒤에도 온 국민이 마음을 열고 갈등 해소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야단법석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자주독립의 기치를 내걸어 헌신적으로 함께했던 3·1정신을 지금 이 시대에 되살려내기 위한 다양한 방편을 찾아나간다는 게 ‘화쟁 코리아’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이와 관련해 ‘화쟁 코리아’ 상임 공동추진위원장 도법 스님은 “이번 순례는 불교인이 불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사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품고 치유하는 일에 직접 나서고, 불교도 변화해가자는 구상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도법 스님은 특히 “100일 동안 모든 것을 풀어낼 수는 없겠지만 어느 한편을 들지 않고 첨예한 사안들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고 균형 있게 정리함으로써 합리적 민심과 공론을 이끌어내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순례 일정은 다음과 같다. ▲3월 2일 천고제(한라산 백록담)▲3월 3∼9일 제주▲3월 10∼23일 부산·울산 경남▲3월 24∼30일 대구 경북▲3월 31일∼4월 13일 광주 전남▲4월 14∼20일 전북▲4월 21∼27일 충북▲4월 28일∼5월4일 대전 충남▲5월 5∼11일 강원▲5월 12∼18일 경기 남부▲5월 19∼25일 인천▲5월 26일∼6월 1일 경기 북부▲6월 2∼10일 서울▲6월 10일 종료식(서울 광화문공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국내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화폭에 담는 ‘산꾼 화가’ 곽원주씨

    [김문이 만난사람] 국내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화폭에 담는 ‘산꾼 화가’ 곽원주씨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즉, ‘미쳐야 미친다’라는 뜻이다. 남이 이루지 못할 경지에 도달하려면 그 일에 미치지 않고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조선 후기의 화가 우봉 조희룡(1786~1856)은 한평생 매화에 미쳐 살았고 매화 그림으로 이름을 날렸다. 침실에 매화가 그려진 병풍을 세워놓고 매화로 만든 차를 마셨다고 한다. 또 매화 벼루에 매화 먹을 갈아서 매화 시를 썼을 만큼 광적으로 매화를 좋아했다. 그는 추사 김정희보다 세살 연하였으나 스승으로 깍듯이 예를 갖췄다. 우봉은 추사의 심복으로 지목돼 신안 임자도에서 3년간 유배생활을 했다. 그는 유배지에서 오두막집을 짓고 ‘만구음관’(萬鷗吟館·갈매기 1만 마리 우는 집)이라는 편액을 내걸어 화아일체(畵我一體)의 경지까지 체험하기에 이르렀다. 힘찬 용틀임과 곳곳에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매화가 조화를 이루는 용매도(龍梅圖)라는 그림도 이곳에서 그린 것으로 알려진다. 곽원주(64) 화백은 ‘산꾼 화가’로 통한다. 그저 단순한 산꾼 화가가 아니다. 평생 산에 미쳤고 그림에 미쳐 사는 사람이다. 국내 섬산을 두루 거쳤고 백두대간, 낙동정맥 등 국내 산 1000여곳을 올랐다. 이어 중국과 일본의 명산 100여곳까지 올랐다. 그 다음 히말라야 14좌를 모두 다녀왔으며, 지금은 그 히말라야의 8000m급 14좌의 힘찬 모습을 열심히 화폭에 담고 있다. 올해 9월이면 전시를 할 예정이며 동양화가로는 최초의 일이다. 그가 이렇게 산과 그림에 미친 계기는 섬산을 다닐 때 임자도에서 만난 우봉의 ‘불광불급’ 정신에서 비롯됐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화실에서 곽 화백을 만났다. 붓을 들고 화선지에 그림을 그리다가 잠시 멈추고 “일출을 보기 위해 동대산(오대산 국립공원 내)을 다녀왔다. 일출이 너무 아름다워 올해는 좋은 일이 많을 것 같다”며 자리에 앉는다. 먼저 왜 히말라야인지 물었다. “삶이 무료하고 답답하다고 느낄 때 대부분 여행을 떠나지요. 정보가 부족한 오지로 떠나는 여행은 처음 접하는 신비감 때문에 삶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다가 혼자 상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면 한없는 환희와 걷잡을 수 없는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그림 하나를 보여주면서 다시 설명을 한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를 거쳐 딩보체에서 바라본 마차푸르레입니다. 물고기 꼬리를 닮았지요. 이곳은 신의 영역입니다. 일본 등산객 5명이 주민들 허락 없이 이곳에 갔다가 조난당했습니다. 신성스러운 곳인데 인간이 함부로 발을 디뎌 그랬다고 하더군요.” 히말라야 그림은 바로 그 신들의 파노라마를 그리는 작업이라고 했다. 묵묵히 세상을 바라보면서도 아무 말 없는 히말라야를 우리 인간 세상에 내려놓는 일이라고 했다. 네팔 쪽에 있는 히말라야 7좌 14폭의 병풍그림을 이미 마무리했고 현재는 파키스탄 쪽에 있는 히말라야를 그리고 있다고 했다. 히말라야는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눈(雪)을 뜻하는 히마(hima)와 거처를 뜻하는 알라야(alaya) 2개 낱말이 결합된 복합어라는 설명도 곁들인다. 왜 히말라야인지 다시 물었더니 “불광불급이다. 그 신들과의 만남이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곽 화백은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낭가파르바트, K2, 브로드피크 등 히말라야 14좌의 베이스캠프를 다니며 사진을 찍고 스케치를 했다. 해발 3700m에서 6000m에 이르는 베이스캠프에서 바라본 정상의 아름다운 광경들을 화폭에 담았던 것. 안나푸르나, 다울라기리, 에베레스트, 로체 등의 절경을 고스란히 재현해 내고 있다. 처음에는 히말라야가 동양화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발을 내딛는 순간 흠뻑 매료됐다. 눈앞에 펼쳐진 형형색색의 야생화, 짙은 녹음과 가을, 설경 등 한 시야에 4계절이 펼쳐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망설일 것도 없었다. 동양화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법을 총동원할 수 있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시 말해 ‘히말라야 산수화’인 셈이다. 신들이 잠든 모습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로 표현되는 관념성을 접목시켰다. 중국의 산수화는 먹의 농담(濃淡)으로 산의 형상을 표현하고, 일본의 경우 채색 산수화, 그리고 우리나라 산수화는 실경에 주자학적 관념성을 반영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산꾼으로서 히말라야를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동양화에는 안 맞는다고 생각했지요. 산이 각지고 음영이 심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붓을 저절로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곽 화백의 화풍은 전통 산수화에서 현대적 실경 산수화로 바뀌었다. 히말라야의 바람, 느낌, 풍경, 그리고 오묘한 신들의 메시지를 담아야 했기 때문이다. 히말라야를 혼자 가는 경우도 있지만 등정 원정대와 같이 가는 경우도 있다. 히말라야 10좌를 등정한 한국도로공사 소속 김미곤씨와 동행할 때가 많다. “네팔의 히말라야가 지리산에 비유해 여성적이라면 파키스탄 발토르 빙하에 솟아오른 히말라야 산군은 한겨울 설악산을 빼닮아 강한 남성적 느낌을 갖게 합니다. 그래서 히말라야를 걷다 보면 제가 히말라야를 오르는 것이 아니라 히말라야 산들이 저를 오르게 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합니다.” 처음에는 히말라야에 대해 두려움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막상 가보니 한국의 지리산, 설악산과 비슷한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해발 4000~5000m의 트레킹 코스는 한국의 여러 둘레길처럼 친숙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힘든 경우는 없었을까. “히말라야를 가려면 세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고지대를 걸을 수 있는 체력,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30일 정도 걸리는 시간이 허락돼야 합니다. 그것만 해결된다면 한국의 산을 오르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아마 다른 화가들도 히말라야를 가고 싶어 하겠지만 이런 문제 때문에 주저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가 스케치하던 베이스캠프 인근에서 탈레반의 습격을 받아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고 강력한 거머리를 보고 섬뜩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열악하게 살아가지만 행복하고 만족하는 현지인들의 표정이었다. 그가 히말라야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1년 5월 ‘한·중·일 3국 명산전’, 그러니까 우리나라 백두대간, 낙동정맥, 중국과 일본 명산 50곳을 화폭에 담아 전시할 때였다. 우연히 전시장을 들른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에게서 ‘히말라야를 가봤느냐. 히말라야를 그릴 생각이 없느냐’는 적극적인 권유를 받고 시작됐다. 그가 산꾼이 된 것은 1969년 제주 여행을 갔다가 한라산을 오르면서였다. 산 중턱에 있는 나무 숲과 백록담을 보고 스케치를 하고 그림을 그렸다. 이전부터 그림을 틈틈이 취미로 그렸으나 한라산을 보고 난 뒤 산 그림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어 비금도, 거문도, 욕지도, 임자도 등 남도 섬산을 찾아 화폭에 담았다. 임자도에서의 기억을 잠시 더듬는다. “임자도(荏子島)는 한자 뜻에서 보듯 들깨섬을 말합니다. 이곳에서 우봉 조희룡의 마음을 헤아려본 적이 있습니다. 한양에서 불원천리 임자도까지 온 우봉은 바닷가 밝은 달을 쳐다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외로운 마음을 달래려고 그림에 미친 불광불급을 떠올려 봤지요.” 이런 마음으로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등 국내 산들을 스케치북을 들고 섭렵했다. 이렇게 그의 산꾼 인생은 섬산에서 시작돼 국내를 거쳐 중국과 일본, 그리고 히말라야로 이어진다. 중국의 경우 무이산, 안탕산, 장가계, 숭산, 화산, 태산 등 우리가 흔히 들었던 명산을 다니면서 화폭에 담았다. 그는 전남 고흥 출생이다. 어릴 때부터 스케치북을 들고 등산하는 것을 좋아했다. 임진왜란 당시 성터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호연지기를 키웠다. 대학 다닐 때에는 낙수회라는 문학동호회를 결성해 시화전 등을 주관했다. 또 산과 그림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다. 이 가운데 김찬삼의 여행기를 읽고 감동을 받아 제주도로 무전여행을 떠난 것이 산과의 인연이 됐다. 군복무를 마치고 제약회사에 다니면서 산악회를 조직해 전국의 산을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전업작가가 된 것은 40세 때였다. 그는 지금도 주말이면 ‘산예모’(산과 예술을 사랑하는 모임) 멤버들과 가벼운 산행을 하면서 산과 예술에 대해 공감을 나눈다. 올해는 어떤 계획이 있을까. “오는 9월 히말라야 전시가 끝나면 킬리만자로로 갈 것입니다. 아시아에서 아프리카와 남미까지 말의 해를 맞아 말처럼 달리면서 멋진 고봉들을 화폭에 담아볼 생각입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곽원주 화백은 전남 고흥 출신이다. 순천대학을 졸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중국 시안(西安) 섬서미술관 초대작가이다.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대한민국 신미술대전, 동아 국제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백두대간을 화폭에 담아’가 있다. ‘3국 명산전’ 등 개인전 20회, 한·중문화교류 3인전 등 국내외 단체전 150여회를 가졌다. KBS1 TV ‘학자의 고향’에 그림 연재를 했다. 현재 국민예술협회이사, 한국미술협회 회원, 현대한국화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바닥 드러낸 백록담… 남부, 타는 목마름

    바닥 드러낸 백록담… 남부, 타는 목마름

    역대 최장기간 이어진 장마가 끝났다. 그러나 남부지방은 장마 기간에도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례적인 긴 가뭄으로 인한 피해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여기에 장마 끝나기를 기다린 듯 폭염이 더욱 기승을 부려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적조에 녹조까지 확대돼 식수공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는 한라산 백록담까지 바닥을 드러냈다. 6일 현재 녹조현상은 낙동강 중·하류 전 구간으로 확산됐다. 울산시민의 식수원인 울주군 사연댐 수면은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녹조가 뒤덮이고 있다. 지난달 22일 발생한 녹조류는 최고 18ppb(기준치 15ppb)까지 오른 뒤 현재 9.6ppb를 기록했다. 4대강 사업으로 조성한 승촌보와 죽산보 일대도 녹조 띠가 일부 발견됐다. 대전시와 충남북 상수원인 대청호에는 지난달 25일 조류주의보가 내려졌다. 대전시 취수탑 주변인 추동지역이 특히 심하다.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수돗물에는 아직 악취 등 영향을 주지 않고 있지만 상류지역인 회남이나 문의까지 확산될 것으로 예상돼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최대 상수원인 용담댐의 경우 클로로필A나 유독남조류가 지난달부터 관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만금유역관리단과 전북도, 수자원공사 등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황토 살포 등 대비책을 마련했다. 유해성 적조의 피해도 심각하다. 전남 여수에서 올여름 처음으로 적조로 추정되는 어패류 집단 폐사가 발생했다. 여수시는 돌산읍 두문포 해안의 박모(48)씨 육상 수조 어류 양식장에서 7~10㎝가량의 참돔 10만 마리등 25만 마리가 지난 4일 밤 폐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남해안을 초토화시킨 적조가 동해안으로도 밀려들고 있다. 지난 3일 구룡포와 장기면 양식장 3곳에서 우럭과 넙치 등 13만 2350마리가 떼죽음당한 데 이어 지금까지 이곳에서만 모두 60여만 마리가 폐사했다. 지역 어민들은 적조가 청정 강원 해역까지 확산될까 노심초사한다. 제주도의 경우 지난달 한 달 동안 강수량이 전년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백록담이 바닥을 드러냈다. 도 관계자는 “장마철에 이런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이날부터 중산간 지역 11개 마을에 대해 격일제 제한급수에 들어갔으며 비상급수가동반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씨줄날줄] 백색 한우/육철수 논설위원

    유전이나 돌연변이처럼 과학적 개념이 전혀 없던 옛날에는 유색 동물에서 흰색 새끼가 태어나면 으레 길조(吉兆)로 여기곤 했다. 워낙 신기하니까 상서로운 징조로 생각하고 신성시한 흔적이 많다. 동양의 불교국가에서는 아직도 흰 코끼리를 숭배하고, 한라산 백록담에 흰 사슴 100마리가 살았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게 그런 사례들이다. 서양에서는 흰색 동물을 종교나 풍습으로 신성시하지는 않았지만 희소성에 따른 상업적 가치는 컸다고 한다. 중국 춘추시대에 공자는 흰 송아지의 출현을 보고 길(吉)을 띄우고 흉(凶)을 숨겼는데, 역시 대학자다운 혜안이었다. 열자(列子) 설부편(說符篇)을 보면 송(宋)나라의 한 농부 집에서 검은 소가 흰 송아지를 낳았다. 농부는 그 까닭이 궁금해 공자를 찾아갔다. 공자는 “길조이니 흰 송아지를 하늘에 바치라”고 했다. 그 후 1년이 지나자 농부의 아버지가 눈이 멀었고, 그 집 검은 소는 흰 송아지를 또 낳았다. 농부가 다시 공자에게 물었더니 “역시 길한 조짐”이라며 흰 송아지로 또 하늘에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 1년 뒤, 이번엔 농부까지 눈이 멀었다. 얼마 후, 초(楚)나라가 송나라를 침공해 송나라 젊은이 절반 이상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농부 부자는 눈이 멀어 징발되지 않았고, 전쟁 뒤에 시력이 회복되었다는 얘기다. 이 고사에서 나온 흑우생백독(黑牛生白犢)은 후세 사람들이 재앙이 복이 되고 복이 재앙이 되기도 한다는 뜻으로 쓰고 있다. 새옹지마나 전화위복과 같은 의미다. 흰색 동물은 개체가 드물어 사람들은 지금도 좋은 징조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동물의 처지에선 나쁜 환경 탓에 스트레스를 받아 유전자가 변형된 돌연변이일 뿐이다. 흰색 동물에겐 길이 아닌 흉이라고나 할까. 차원이 다르고 좀 빗나가긴 했지만 공자가 벌써 2500년 전에 흰색 동물에서 길흉을 동시에 꿰뚫은 통찰력은 놀랍다. 경상대 이준희(동물생명과학과) 교수팀과 농촌진흥청이 공동연구로 백색 한우의 복원에 성공했다. 지난해 폐사한 백색 한우 씨수소의 체세포를 배양해 수컷 송아지를 탄생시킨 것이다. 흰색 소는 우리 고유의 품종이었으나 일제강점기에 칡소·흑우 등과 함께 멸종되다시피 했다. 이번에 복원한 백색 한우는 황색 한우의 변이종. 멜라닌 색소 유전자를 변이시켜 만들었다. 백색 한우의 멸종위기를 넘기고 희귀 유전자 자원을 보유함으로써 부가가치가 크다. 세계가 가축 유전자 자원 확보를 위해 경쟁하는 시대다. 백색 한우의 복원이 학계와 축산농가에 길조가 되길 기원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山神은 단군사상 대표… 한국 자연·문화의 상징”

    “山神은 단군사상 대표… 한국 자연·문화의 상징”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산신은 단군을 대표하는 것이고 한국의 자연과 문화의 상징입니다.” 백두대간 홍보대사로 2011년 1월부터 한국의 산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데이비드 메이슨(55) 동국대 교수는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인터뷰를 하는 내내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말을 반복했다. 한국의 산신을 소개하는 책을 영문판과 한글판으로 2003년에 낸 메이슨 교수는 한국인들이 미신으로 생각하고 있는 산신이나 산신제, 무당 등 샤머니즘을 높이 평가했다. 산신이야말로 한국인의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대표적인 상징이라는 것이다. 메이슨 교수는 “사찰의 삼성각이나 삼신각에는 한국 고유의 문화인 도교, 유교, 불교, 샤머니즘, 기독교까지 5개 종교의 신이 모두 표현돼 있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 한국의 사찰은 종교의 종합 과자세트 같다. 산신은 악마(devil)나 귀신(ghost)이 아니라 ‘산의 신령한 신’(Mountain-spirit-spirit)으로 한국만의 아주 독보적인 존재다. 단군사상을 대표하는 존재이니 산신이야말로 한국의 대표자”라고 말했다. 그는 “산신은 자연을 대표하는 존재로 산신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은 자연, 즉 물과 공기, 산, 나무를 보호하는 것이다. 자연을 보호하면 사람이 건강해지기 때문에 산신이라는 것은 아름다운 상징이자 과학적 존재”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에 새마을운동을 하면서 무당, 산신 등 샤머니즘을 미신으로 치부하고 미신퇴치운동을 벌였다고 설명하자 그는 “산신이야말로 근대적 정신”이라며 “산신을 보호하는 것이 서양의 웰빙”이라고 했다. 그는 “나에게는 더 미신적이고 덜 미신적인 것은 없다. 기독교에서는 악마니 천사니 유령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 점이 훨씬 미신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합리적인 학자이자 과학자인 조선의 선비들도 산신제를 지냈는데 특히 퇴계 이황이 그러했다.”면서 “산신이나 산신제는 공동체의 단합과 단결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으며 미신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했다. ●20년간 산신 사진 1000여장 수집 메이슨 교수는 20여년째 한국 사찰을 빠짐없이 찾아다니며 산신을 그린 탱화를 사진에 담고 있다. 현재 그가 보유한 전국 각지의 산신 사진은 1000장이 넘는다. ‘호랑이를 거느린 산신’이 한국인의 눈에는 평범한 그림에 불과하지만 그에게는 어느 산신도 똑같은 것이 없다. 하나같이 다르게 생겼단다. 산신을 그린 6m 길이의 대형 작품은 물론 작은 소품조차도 정교하고 완벽한 예술이라고 말한다. 산신 탱화는 350년 된 조선 중기의 민화부터 현대의 산신 작품, 심지어 북한의 최신 산신 작품까지 확보했다. 그는 “내가 수집한 산신들은 전체 산신 탱화의 25~30%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원래 산신은 호랑이를 데리고 다니지만 제주도에서는 용을 데리고 다니기도 한다. 또 한라산 백록담 때문인지 흰 사슴이 상징으로 그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랑이나 용, 백록 등은 사람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벌을 주는 역할을 하는 상징물이다. 그는 영지버섯, 인삼, 푸른 소나무, 소년 등 산신 그림에 등장하는 소재에 대해서도 무한한 애정을 표현했다. 메이슨 교수는 종교는 없지만 직접 산신의 현신을 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1997년 6월 산신 탱화 앞에서 기도를 하고 주문을 외우면서 3일이나 기도법회에 참여한 일도 있다고 했다. 메이슨 교수는 언제부터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그는 고등학교 때 중국의 문화와 철학에 푹 빠져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당시 중국과 미국은 미수교 상태여서 타이완에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중국인 친구들이 그때 한국에 가 보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산신 옆 동물은 잘못한 사람 징계 역할 배낭 차림으로 한국 땅을 밟은 그는 “한국 스타일로 처음 만난 게 남대문이다. 중국과는 전혀 다른 나라였다. 그래서 좀 더 지내면서 알아보고 싶어 서울 종로에서 학원 영어 강사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한국 생활이 지난 7월로 30년이 됐다. 산을 좋아해 한국의 사찰을 찾게 됐고 사찰 내부의 칠성각이니 삼신각이니 하는 것들과 만났다. 내처 산신을 주제로 1997년 연세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강원도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지내다 서울 경희대 교수를 거쳐 동국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백두대간 홍보대사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메이슨 교수는 지난 14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주최한 ‘미래 사회와 문화·관광’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목록 중 ‘신령한 산’ 카테고리에 한국의 신령한 산들을 등재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현재 중국은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한 38개 경관 중 10개가 신령한 산이며 2011년에 6개의 신령한 봉우리를 추가했다. 일본도 9개의 신령한 산을 등재했고 북한도 3~4개를 등재해 놓은 상태다. 한국만 유일하게 한곳도 등재하지 않았다. 메이슨 교수는 “중국은 무신론 국가인데도 ‘신령한 산’을 등록했다.”면서 “개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훌륭한 한국의 관광 자원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신령한 산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한국만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산에 얼마나 많은 절이 있는지, 그 절에서 숭배하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등이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성한 산을 갖고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10개 산만 지정해도 된다. 한국 전통 민담과 신화에 나오는 신령한 산 10곳,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신령한 산 10곳, 풍수지리적으로 신령한 산 10곳 또는 현대적인 신령한 산과 전통적인 신령한 산으로 나눌 수도 있다. 한라산이 현대적 관점으로는 신령한 산에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인들은 한국의 삼성, K팝, 강남스타일 노래, 한류를 좋아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한국에 대한 관심은 떨어지는데 그것은 한국인 스스로 전통을 다소 부끄러워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뼈 있는 지적도 했다. 그는 “‘템플스테이’를 내가 제안해서 시작했는데 서양인들이 매우 좋아한다. 한국인은 서양인들이 불편하고 귀찮아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데 1000년이 넘은 아름다운 절에서 발우공양하고 녹차를 마시면서 느리게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특히 한국의 산은 아름다운 데다 영적인 요소가 잘 섞여 있어 그런 점을 외국인들도 쉽게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한라산 백록담, 문화재 된다

    한라산 백록담, 문화재 된다

    한라산 백록담이 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제주도의 자연경관 중 역사·문화적 보존 가치가 크다고 판단한 한라산 백록담과 같은 산에 있는 선작지왓, 방선문(訪仙門) 등 세 곳을 각각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예고했다고 3일 밝혔다. 백록담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정화구호(山頂火口湖)다. 남북 585m, 동서 375m, 둘레 1720m, 깊이 108m다. 산 정상 분화구에 있는 호수로 풍화나 침식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아 ‘방패를 엎어 놓은 듯한 완경사를 이룬’ 순상화산(楯狀火山)의 원지형을 잘 보존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라산 선작지왓은 한라산 고원의 초원지대 중 영실기암 상부에서 윗세오름에 이르는 곳에 있는 평원지대를 지칭한다. 선작지왓은 제주도 방언으로 ‘돌이 서 있는 밭’이란 뜻이다. 이곳의 산철쭉꽃이 빚어내는 풍경은 장관으로 꼽힌다. 방선문은 한천 중류 한가운데 커다란 기암이 마치 문처럼 선 곳으로, 봄이면 진달래꽃과 철쭉꽃이 만발한다. 제주에서는 ‘들렁궤’라고 하는 이곳은 용암류의 판상절리면이 강물의 작용으로 차별침식을 일으켜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부고] 서울올림픽 팡파르 음악 작곡 김정길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부고] 서울올림픽 팡파르 음악 작곡 김정길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작곡가 김정길 서울대 명예교수가 17일 오전 4시 17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79세. 고인은 193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음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수학한 후 서울예고 음악과장, 서울대 음대교수, 한국작곡가협회 이사장을 지냈다. 그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대회, 1993년 대전 엑스포,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의 총괄 음악감독을 맡았고 서울 올림픽대회의 팡파르 음악을 작곡했다. 창작오페라 ‘백록담’, 창작국악 ‘8주자를 위한 추초문’ 등의 작품을 남겼다. 유족은 부인 박창숙씨와 두 딸 미연(서울디지털대 디지털디자인학과장)·주연씨, 사위 박윤표(천보흥업 대표)·김석(청호컴넷 사장)씨가 있다. 한국작곡가협회는 장례위원회(위원장 이만방 숙대 명예교수)를 구성해 고인의 장례를 협회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 19일 오전 7시 30분, 장지는 경기도 파주 동화경모공원이다. (02)2072-2014.
  • [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지구촌에 어필한 제주 명승지는

    [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지구촌에 어필한 제주 명승지는

    제주도는 180만년 전부터 1000년 전까지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섬으로, 화산지형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이번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에 제 몫을 한 한라산, 성산일출봉, 용머리해안, 대포해안 주상절리대, 정방폭포 등 제주의 대표 경관지를 짚어본다. ●한라산국립공원 백록담을 중심으로 전체 면적 153.332㎢다. 이 가운데 91.654㎢가 1966년 10월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82호)으로 지정됐다. 한라산은 수십만 년 전에서 수천 년 전까지의 화산활동으로 생겨났다. 해발 1950m로 남한에서 가장 높고 북한의 백두산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영산으로 꼽힌다. 한라산은 2007년 6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데 이어 2010년 10월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다. 돌출된 정상부 바깥 둘레는 대부분 깎아지른 듯한 암벽으로 이뤄져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정상 부근에는 우리나라 특산종인 구상나무가 넓게 분포돼 있으며 초원지대나 암벽지대에는 시로미, 암매, 구름떡쑥 등 다양한 희귀식물이 자라고 있다. 국립공원에는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화산체인 40여개의 오름이 산재하고, 백록담을 비롯해 물장올, 사라오름, 소백록담, 동수악, 어승생악 등의 산정호수가 있다. 동북사면 성판악 등산로 근처에 있는 사라오름(해발 1324m)의 산정호수는 오름 산정호수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고 경관도 뛰어나다. ●성산일출봉 예부터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 뜨는 광경이 아름다워 ‘영주십경’에서 제1경으로 꼽힌다. 전형적인 수성화산으로 높이는 해발 182m다. 원래는 섬이었지만 제주도 본섬과의 사이에 모래와 자갈이 쌓여 연결됐다. 정상에는 지름 600m, 바닥면의 높이가 해발 90m인 거대한 분화구가 있다. 사면의 급한 경사와 분화구를 둘러싼 커다란 암석 때문에 마치 옛 성처럼 웅장한 경관을 자랑한다. 2000년 천연기념물 제420호로 지정된 데 이어 한라산과 함께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이 됐다. ●대포동 해안 주상절리 서귀포시 대포동에서 중문동 사이 해안 약 2㎞에 걸쳐 있다. 25만∼14만년 전 인근에 있는 ‘녹하지악’이란 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이 해안으로 흘러와 급격히 식으면서 생겼다. 수직기둥 형태의 표면은 4각형에서 7각형까지 다양하나 벌집 모양의 6각형이 대부분이다. 일부러 다듬은 듯한 높이 30∼40m의 검붉은 돌기둥이 병풍처럼 펼쳐져 자연의 위대함과 절묘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천연기념물(제443호)이자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용머리해안 산방산 아래자락에 길이 600여m, 높이 20여m로 펼쳐져 있는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 해안이다. 마치 용이 머리를 쳐들고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형상을 닮았다 해서 ‘용머리’란 이름이 붙여졌다. 산방산과 달리 수성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응회환의 일부다. 여러 개의 화구에서 분출한 화산재가 쌓여 형성된 것이 특징. 3개의 화구에서 분출한 화산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흐른 흔적과 경사를 달리하는 지층을 관찰할 수 있다.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정방폭포 한라산 남쪽 기슭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동양 유일의 해안폭포다. 천지연폭포, 천제연폭포 등과 함께 제주도를 대표하는 3대 폭포다. 높이 23m, 너비 8m이고 해안인 폭포 아래에 있는 깊이 5m의 작은 못이 바다와 이어져 있다. 폭포 양쪽에 수직 암벽이 발달하고 노송이 우거져 예부터 영주십경의 하나로 손꼽을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절벽에서 해안으로 쏟아지는 폭포의 장엄한 광경이 폭포음과 함께 조화를 이뤄 세상의 시름을 잊게 한다. 기원전 중국 진시황의 명을 받고 제주에 불로초를 캐러 왔던 서불이 이 폭포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절벽에 ‘서불과지’(서불이 이곳을 지나갔다는 뜻)란 글귀를 새겼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2008년 명승 제43호로 지정됐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神들이 들려주는 삼다도 탄생의 비밀

    神들이 들려주는 삼다도 탄생의 비밀

    흔히 삼다도, 탐라로 불리는 우리나라 최대의 섬 제주도에는 무려 1만 8000여 신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 많은 신의 이야기는 문헌이나 전승의 구담을 통해 다양한 신화로 전해진다. 실제로 제주 곳곳에 즐비한 그 신화의 연원 흔적과 표상들은 제주 주민들의 존재 근거이자 삶의 방식을 가름짓는 큰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제주의 신과 그에 얽힌 신화를 다룬 일반의 문학적 노력과 결실이 드문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신문 편집위원 김문씨가 세상에 내놓은 장편소설 ‘판타지 제주신화’(지식의숲 펴냄)는 그런 측면에서 의미 있는 도전이자 성과로 눈길을 끈다. 언론계에서 ‘독특한 인물 전문기자’로 소문난 저자는 제주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 제주도 사람. 그 태생의 이력 그대로 소설에는 제주를 다시 보게 만드는 묘한 장치들이 생생하게 녹아 있다. 큰 얼개는 궤네기또라는 자폐증 소년이 만장굴에서 실종됐다가 다시 발견되는 현실의 팩트에, 신들의 존재와 의미를 얹은 모험담의 형식을 갖췄다. 궤네기또가 동굴에서 만난 꽃새 칼라빈카와 동행하며 만나는 신과 신의 세상은 제주의 탄생 과정을 은밀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함축한다. 하늘과 땅을 분리해 천상에서 쫓겨난 설문대할망이 들려주는 한라산과 백록담의 시원, 천의동자의 이마와 뒤통수에 박힌 눈들을 빼내 만들었다는 태양과 달, 천지왕의 아들로 저승과 이승을 주재하는 대별왕·소별왕, 그리고 고을나·양을나·부을나 삼형제의 탄생과 치세…. 문헌의 기록과 전승의 구담으로 남아 있는 신화의 씨줄에 저자 특유의 작가적 기질과 상상력이라는 날줄을 엮어 풀어낸 판타지의 트루기에서 기성 문인 못지않은 내공이 읽힌다. 소설은 비록 판타지의 양식을 띤 채 본격 소설과는 멀지만 제주 신화의 존재와 지금의 제주를 알기 쉽게 포개는 스토리텔링의 묘미가 큰 장점이다. 어린이는 물론 성인들까지 판타지의 여행으로 끌어들이는 재미에 더해 관심 있는 이들이 천지혼합과 천지개벽의 특성을 띤 제주 탄생의 연원을 다시 들춰보게 만드는 관심 촉발의 의도가 은연 중 읽힌다. 구좌읍 김녕리에서 전승되는 굿 ‘궤네기당 본풀이’의 ‘궤네기’에 제주 신의 이름에 붙이는 ‘또’를 더한 궤네기또라는 주인공 이름의 설정부터 그런 장치의 출발로 보인다. 여기에 신들의 이야기에 부분부분 끼워 넣는 인도 신화의 칼라빈카(가릉빈가)며 불교의 도솔천 이야기, 맛깔나는 민담의 서비스도 판타지의 묘미를 더하는 추임새들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소설의 위상은 ‘신화야 놀자’이다. 가벼운 터치의 판타지 위상을 넓혀 본격 소설로서의 연작 ‘제주 신화’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1만 20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물 가득 찬 백록담 언제 본적 있나요?

    물 가득 찬 백록담 언제 본적 있나요?

    “물이 가득 찬 백록담의 비경을 보셨나요.?” 장마전선이 한반도를 다시 뒤덮은 8일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는 전화가 빗발쳤다. 백록담에 물이 가득 찼는지를 물어보는 전화다. 한라산 등산로 입구 가운데 하나인 관음사 야영장은 백록담 만수위의 ‘장관’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등산객과 사진작가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백록담에 물이 가득 찬 풍경은 한라산 비경 중의 비경이다. 1년에 물이 가득 찬 신비스러운 풍경을 드러내는 건 고작 5~6일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직접 눈으로 보는 건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잦은 비와 안개 등 정상의 변화무쌍한 기상 때문에 화구호(화산의 분출구가 막혀 물이 괸 호수)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화산지질의 백록담은 물을 오래 가두지 못해 평소 물이 가득 찬 만수위의 장관을 구경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장맛비가 줄기차게 퍼부은 이날도 이른 새벽부터 어김없이 산행객들이 줄을 이었다. 부산에서 왔다는 아마추어 사진가 김모(56)씨는 “백두산 천지에 물이 가득 찬 것을 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백록담의 만수위”라며 “그동안 여름 장마철에만 10여 차례 한라산에 올랐지만 안개 등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물 가득한 백록담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다시 한라산을 찾았다.”고 말했다. 물이 가득 찰 경우 여름 장마철 백록담의 깊이는 4m 정도. 분화구 둘레가 1720m, 깊이는 108m다. 동서 길이는 600m, 남북 길이는 400m로 면적은 21만 230㎡에 이른다. 담수면적은 평균 1만 1460㎡로, 최대 만수시 2만 912㎡에 달해 구름이 끼면 낀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그야말로 장관이다. 사실, 백록담의 물 깊이는 옛 문헌에 잘 나타나 있다. 1601년 안무어사로 제주에 온 김상헌은 ‘남사록’에서 ‘얕은 곳은 종아리가 빠지고 깊은 곳은 무릎까지 빠진다.’고 적었다. 8년뒤 김치 판관이 부임해 ‘깊이가 한길(2m)남짓’이라는 기록을 남겼고, 1841년 제주목사로 부임한 이원조는 ‘탐라록’에서 ‘백록담의 깊이를 헤아리면 한 장(장은 10척의 길이로 약 3m)’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또 1873년 제주에 귀양왔던 면암 최익현은 ‘유한라산기’에서 ‘얕은 곳은 무릎까지, 깊은 곳은 허리까지 찼다.’고 적었다. 요즘 백록담은 장마와 태풍 메아리가 뿌린 600㎜의 폭우로 3m 정도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700㎜ 이상의 비가 한라산 정상부에 2~3일 계속되면 백록담은 만수위에 이를 것으로 관리사무소 측은 내다보고 있다. 2005년 제주대와 부산대 난대림연구소 공동연구팀은 ‘한라산 백록담 담수 보전 및 암벽붕괴 방지 방안’이란 연구를 통해 백록담 담수 면적과 수위 높이가 줄어들고, 바닥을 드러내는 원인으로 투수 속도가 빠른 화산암반 퇴적층(토사층)을 첫 손에 꼽았다. 그러나 더 심각한 건 몰려드는 등산객들이다.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강성보 소장은 “1960년대 이후 등반객이 크게 늘면서 답압에 의한 사면의 붕괴가 가속화되면서 백록담 물그릇에 토사가 많이 쌓이는 탓에 담수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처럼 연간 100만명 정도의 등산객은 별 무리가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사전 예약제와 등산객 총량제 등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지자체 가공식품 개발 붐

    지자체 가공식품 개발 붐

    ‘복숭아찐빵, 모시김치, 딸기냉면, 감귤막걸리….’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한 가공제품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농어촌 경제와 농업이 갈수록 황폐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자치단체가 주민이나 업체와 손잡고 이색 가공제품 개발로 활로를 뚫는가 하면 수출로까지 이어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 ●지역홍보·경제활성화 효과 27일 충남 당진군에 따르면 대마 원료인 삼씨에서 추출한 오일을 활용해 샴푸와 보디로션 등 기능성 미용용품 4종세트를 개발, 시판하고 있다. ‘청삼 샴푸세트’로 이름 붙여 세트당 최고 8만원에 팔고 있다. 당진은 고대면을 중심으로 한 충남 최대 삼재배지다. 군 농업기술센터는 “수의 등을 만드는 삼베 수요가 중국산 수입 등으로 크게 줄어 활로를 고민하다 미용용품 개발에 나섰다.”면서 “저마약성 품종을 개발해 미용용품 오일을 추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산군농업기술센터는 인삼을 넣어 발효시킨 ‘홍삼쌈장’을 개발했다. 홍삼쌈장은 인삼과 콩을 섞어 증기로 찐 뒤 발효시켜 건조한 제품. 인삼이 홍삼으로 전환돼 홍삼 효과가 큰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홍삼조청정과는 설탕 등을 졸여 만든 다른 제품과 달리 조청만을 사용, 인삼 고유의 쌉쌀한 맛이 나 인기를 끌고 있다. 금산군은 또 하나의 지역특산물인 ‘금산깻잎’ 가공식품 개발을 한국식품연구원에 의뢰, 이달 말 완제품이 나온다. 연기군은 복숭아를 원료로 세안제와 샴푸 등 세정제세트를 개발, 출시한 데 이어 ‘복숭아찐빵’을 개발했다. 지역 2개 업체가 시판하고 있다. 공주시는 공주대와 함께 지역특산물인 알밤을 이용, ‘알밤고추장’ ‘알밤국수’ 등 14가지 음식을 개발해 음식점과 기업체에 제조법을 전수 중이다. ‘한산모시’로 명성이 자자한 서천군은 모시잎가루로 차, 떡, 젓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서천군 관계자는 “모시젓갈은 박람회 등에 전시 판매하면 동이 날 정도로 인기가 좋다.”며 “2012년 한산모시잎 건강기능성 식품 산업화 사업이 착수되면 가공제품 개발이 더욱 왕성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천에서 김치공장을 운영하는 푸른식품은 모시 분말로 ‘한산모시김치’를 개발, 판매에 들어갔다. ●감귤 아이스크림 미국 수출 제주하이테크산업진흥원은 올해 초 백록담㈜과 손잡고 감귤 막걸리를 만들었다. 감귤로 초콜릿·젤리·와인 등에 이어 막걸리도 만들어냈다. 감귤 아이스크림은 미국으로 수출된다. 제주시 영농조합법인 ‘후레쉬제주’는 올해부터 5년간 아이스크림 1200t을 미국으로 수출한다. ‘산천어 축제’로 유명한 강원 화천군도 최근 중국 가남원일국제무역유한공사와 100만 달러(약 12억원)어치의 산천어 가공식품을 수출하기로 했다. 수출되는 산천어 가공식품은 농산물과 산천어를 접목해 개발한 ‘산천어 밀크 칼슘’ ‘산천어 콜라겐비타’ ‘산천어 쌀감자 누룽지’ ‘산천어 토마토 쌀국수’ 등 4개 품목이다. 서용제 충남도 농림수산국장은 “논산의 한 음식점 주인이 딸기를 넣은 ‘딸기냉면’을 만들어 파는 등 지역 농특산물을 이용한 가공제품 개발 붐이 일고 있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수출로까지 이어지면서 지역을 해외에 알리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3) 개천대제 앞둔 마니산 참성단 소사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3) 개천대제 앞둔 마니산 참성단 소사나무

    하늘이 처음 열리고 단군이 나라를 처음 세운 날을 기념하기 위해 가장 먼저 나선 건 하늘이었다. 단군이 참성단이라는 이름의 제단을 쌓고 하늘에 제를 올린 강화도 마니산 정상에 하늘은 비를 머금은 검은 구름을 흘려 보냈다. 평소 보전을 위해 철책으로 막아둔 이곳 참성단에 쌓인 티끌 먼지를 말끔히 씻어내기 위해 하늘은 오전 내내 비를 뿌렸다. 제단 청소를 위해 소방호스를 댈 수도, 물 항아리를 이고 오를 수도 없는 곳, 굵은 빗줄기는 제단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하늘은 그렇게 ‘단군기원 4343년 천제(天祭)’를 준비했다. 한나절 동안 직수굿하게 내린 비로 마니산 정상의 참성단이 깨끗이 세수를 마치자 구름도 서서히 걷혔다. 환하게 미소 띤 햇살 한 줌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 즈음 나무꾼들이 올라왔다. 여름내 따가운 햇살을 받고 웃자란 풀 베기로 개천대제(開天大祭)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철 울타리로 어수선해 보였던 참성단 주위가 어느새 환해졌다. 이어서 하늘에서는 곱게 단장한 일곱 선녀가 내려왔다. 마치 나라가 열리던 그날 그랬던 것처럼 마니산 참성단에는 선녀와 나무꾼이 하늘에 올릴 제사를 준비하기 위해 제가끔 부산했다. ●돌 틈에서 150년 모진 풍파 이긴 나무 인천시 강화군에서는 이번 주말 단군기원 4343년을 맞이하여 개천대축제를 연다. 이틀 동안 열릴 축제의 핵심은 참성단에서 단군의 천제를 재현하는 제례 의식이다. 개천절을 기념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행사인 이 제례를 위해 강화군에서는 참성단 주위를 정비하고, 일곱 선녀의 강림을 재현하는 공연 준비로 부산했다. 그렇게 하늘과 사람이 어우러져 지어내는 법석을 느긋이 즐기는 한 그루의 나무가 있었다. 우리의 토종 나무인 소사나무다. 소사나무는 강화도 지역에서 자생하는 나무여서 마니산 주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가운데 하나이지만, 마니산 정상인 참성단 돌 축대 위에 서 있는 한 그루의 소사나무는 더없이 장관이다. 참성단 소사나무는 흙 한 줌이 고작인 참성단 돌 틈에서 150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온 장한 나무다. 누가 이 자리에 이 나무를 심었는지, 혹은 지나는 새들이 씨앗을 물어와 이곳에 던져 놓았는지는 기록이 없어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절묘하다. 제단 오르는 가장자리. 차곡차곡 정성껏 쌓은 돌 틈, 그것도 마치 천제(天祭)의 풍경을 더 아름답게 하기 위한 자리에 뿌리를 내렸다. 뿌리 부근의 둘레가 3m쯤 되는 참성단 소사나무는 키가 4.8m쯤 되는 아담한 크기의 나무다. 소사나무가 크게 자라는 나무는 아니라는 걸 감안하면, 무척 큰 편이라 할 만하다. 바람막이 하나 없는 산 꼭대기는 그가 살아오는 동안 하릴없이 겪어야 했을 숱한 비바람, 눈보라를 이겨내기에는 힘겨운 자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참성단을 지켜내려는 안간힘으로 세월의 풍파를 버텨온 참성단 소사나무는 여전히 건강하다. 대개의 소사나무가 그렇듯이 사방으로 고르게 펼친 가지퍼짐은 모난 데 없이 곱기만 하다. 동서 방향으로 7m, 남북 방향으로 6m를 펼친 그의 품은 별스럽지도 않다. 소사나무로서 평범하다고 해도 될 법한 생김새다. 나무는 참성단의 돌 축대와 어울린 탓인지, 제관의 위엄까지 갖추었다. 크지 않아도 가히 융융한 나무다. 그러나 천제를 올리기 위해 제단에 모여드는 사람들을 압도할 만큼 지나치지는 않고 산 정상에서 올리는 천제의 풍경에 알맞춤한 크기다. 소사나무는 우리나라의 중부 이남 지방에서 자라는 우리 나무다. 서어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인데, 서어나무만큼 크게 자라지는 않는 낮은 키의 나무다. 한자로 서목(西木)이라고 부르는 서어나무와 같은 종류이지만 규모가 작아서 소서목(小西木)이라고 부른다. 참성단 소사나무처럼 줄기 아랫부분이 여럿으로 나누어지면서 적당히 비틀리며 솟아오르는 줄기와 가지의 모습이 지어내는 아름다움은 모든 소사나무의 특징이다. 때문에 정원의 운치를 돋우기 위한 조경수로 심어 키우기에 좋은 나무다. 정원이 아니라 해도 옛 선비들은 소사나무의 멋을 즐기기 위해 분재로 많이 키우기도 했다. 짧은 시간에 오랜 세월을 살아온 듯한 고목(古木)의 분위기를 갖추는 나무인 까닭에 요즘까지도 분재로 사랑받고 있다. ●참성단을 더 풍요롭게 지켜온 나무 마니산 참성단은 이 소사나무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사진이나 그림도 소사나무 없이는 참성단을 표현하지 못한다. 바위 산 정상에 마련된 제단에 홀로 서 있는 한 그루의 소사나무는 그렇게 오래도록 참성단의 상징처럼, 혹은 참성단 지킴이처럼 살아왔다. 어쩌면 참성단이 하늘에 제사를 올린 신성한 곳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소사나무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됐다. 소사나무가 없는 마니산 정상 참성단의 풍경은 아마 바라보기 아쉬울 만큼 황량하거나 보잘것없어 보일 것이다. 꼭 알맞춤한 자리에서 긴 세월을 자라온 한 그루의 나무로 주변의 분위기가 이처럼 풍성해진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참성단 소사나무는 지난해 9월 천연기념물 제502호로 지정됐다. 참성단이라는 의미 있는 곳에 서 있는 절묘함을 높이 산 것일 뿐 아니라, 나무의 규모와 생김새도 나라 안에서 자라는 여느 소사나무 못지않다는 게 천연기념물 지정 사유였다. 우리나라에서 잘 자라고 많은 사람들이 아껴 심어온 나무이기는 하지만, 참성단 소사나무 이전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소사나무가 없었다. 인천 옹진군의 육지와 연결된 섬 가운데 하나인 작은 섬 영흥도 안의 소사나무 숲이 산림 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된 것이 전부였다. 오래도록 자연 상태로든 분재 상태로든 아껴온 나무임을 생각하면 뒤늦은 지정이라 하겠다.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의 정중앙인 민족의 영산, 마니산. 돌아보면 해발 469m밖에 안 되는 낮은 산이지만, 그 정상을 오르는 게 그리 쉽지 않다. 1004개로 이루어진 돌계단을 통해 오르는 길은 물론이거니와 바위 능선을 통해 오르는 길도 만만하지 않다. 대개의 산들이 중턱에서부터 등산을 시작하는 것과 달리 바다를 접하고 있는 산이어서 해발 0m 부근에서부터 가파르게 올라야 하는 까닭이다. 힘들게 올라야만 하는 마니산 정상에서 만나는 한 그루의 소사나무, 아무래도 이번 개천절에는 꼭 다시 경배해야 할 참 아름답고 멋진 우리의 나무다. 글 사진 강화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찾아가는 길 경기 김포시에서 지방도로 356호선을 타고 양촌면과 대곶면을 지나서 초지대교를 이용하는 게 마니산으로 가는 편리한 길이다. 초지대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 초지진을 지나서 1.6㎞ 가면 초지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에서 전등사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3㎞ 가면 전등사 입구교차로가 나온다. 여기서 직진, 온수리 사거리에서 다시 좌회전해 6㎞ 남짓 가면 마니산 주차장이 나온다. 길은 복잡하지만, 교차로마다 마니산 방면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어서 찾기는 어렵지 않다.
  • [25일 TV 하이라이트]

    ●다큐멘터리 3일(KBS2 오후 10시35분) ‘은하수를 끌어당길 수 있을 만큼 높은 산’이라 해서 붙여진 한라산은 유네스코가 2007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산자락이 바다까지 이어진 것 같기도 하고 바닷속에서 우뚝 솟은 것 같기도 한 한라산. 백록담부터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360개의 오름이 드넓게 펼쳐진 세상. 그 모든 것을 넉넉하게 품고 있는 곳, 한라산을 만난다.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고인쇄에서 근대인쇄로의 전환을 갖게 한 ‘신식연활자 주조기’를 통해 우리의 인쇄문화와 기술의 맥을 되짚어 본다. 의금부의 계모임을 기록한 계회도는 지금의 기념사진과 같은 것으로, 모임에 참여한 사람의 수만큼 그려서 나눠 가졌던 그림과 참가자의 명단이 담겨 있다. 당시 의금부 계모임의 생생한 모습을 유추해 본다. ●출발 드림팀 시즌2(KBS2 오전 10시40분) 드림팀 멤버들의 친형제들과 친형제 못지않은 우애를 나누고 있는 가장 절친한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팀을 이뤄 열띤 대결을 펼친다. 데니안은 모델 겸 벤처 사업가 친구를, 은혁과 준호는 고등학교 동창을, 상추와 천명훈은 친형을, 정석원은 액션 스쿨에서 만나 동고동락했던 친구를 각각 초대한다. ●즐겨찾기 영화일주(OBS 오전 10시50분) 이른바 ‘엄마 열풍’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 ‘친정엄마’의 모든 것이 공개된다. 영화는 전국 5만명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에서 호평을 얻어 외국영화 ‘타이탄’의 독주를 막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엄마 역의 배우 김해숙과 암 선고를 받은 딸 역의 박진희 연기가 심장을 울리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45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탈리나 외딴 섬 바닷가에서 발생한 한 여인의 익사사건 비밀을 파헤친다. 2001년 9월11일 3000명 이상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9·11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공포에 휩싸인다. 그리고 9월 말, 미국은 또 다른 테러의 공포에 시달려야만 했다. 초정밀 테러 무기, 그 정체는 무엇일까. ●이웃집 웬수(SBS 오후 8시50분) 집을 나가라는 선옥의 말을 들은 하영은 가방을 싸들고 기훈의 집으로 찾아간다. 황당한 영실은 하영의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은 자신도 찬성할 수 없다며 당장 돌아가라고 말한다. 성재를 찾아간 인수는 기훈의 사람됨을 묻는다. 인수는 기훈이 보증수표 같은 사람이라는 성재의 말을 듣고는 안심한다. ●공부의 왕도(EBS 오후 5시50분) 정신없이 새 학기를 지내다 보니 어느새 훌쩍 다가온 중간고사. 한두 과목이 아닌 내신 시험공부, 벼락치기만으로는 성적을 유지할 수 없었다. 자신만의 내신관리 비법으로 3년 내내 내신 1등급을 놓치지 않았던 서울대 경영학부 1학년 임효섭군. 내신 1등급을 만드는 공식, 임군만의 그 특별한 공식을 증명해 본다.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한라산 돈내코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한라산 돈내코

    지난해 12월에 열린 한라산 돈내코 코스가 첫봄을 맞았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자 한라산은 기지개를 켜며 겨우내 쌓인 눈 이불을 털어냈다. 그러자 진초록색 구상나무들과 흰색 좀고채목들이 뒤섞인 황홀한 원시림이 드러나고, 그 뒤로 악마의 성 같은 백록담 남벽이 우뚝하다. 15년 만에 얼굴 드러낸 한라산 남쪽 자락은 봄 치장으로 분주하다. 예로부터 돈내코는 서귀포 주민들의 물놀이 장소였다. 한라산이 화산 지형인 탓에 계곡이 발달하지 못했지만, 돈내코는 사철 맑은 물이 콸콸 흘러넘친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백중날 물맞이 장소로 돈내코 계곡이 가장 붐빈다. 돈내코는 돗(돼지)과 내(하천)·코(입구)가 합쳐진 말이다. 예전엔 야생 멧돼지가 물을 마시러 내려오는 계곡이었다고 한다. ●멧돼지떼 물 먹으러 내려오던 계곡 돈내코 코스가 묶인 것이 1994년. 백록담 오르는 서북벽 코스가 훼손되면서 그 대안으로 1986년 남벽 코스를 열었지만, 그곳마저 무너지면서 부랴부랴 길을 통제하게 되었다. 화구벽은 한번 훼손되면 복구가 힘들다는 것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15년 만에 열린 돈내코 코스 중 남벽 분기점에서 백록담까지 오르는 약 700m 거리는 여전히 출입금지다. 하지만 백록담 화구벽을 바라보면서 윗세오름까지 이어진 길은 한라산의 절경 중 절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행 코스는 돈내코에서 남벽 분기점을 거쳐 윗세오름대피소까지 이어지고, 하산은 어리목이나 영실로 내려갈 수 있다. 돈내코 코스의 들머리는 돈내코 유원지에서 좀 올라가면 나오는 충혼묘지(시온동산)다. 무덤들이 편안하게 서귀포시와 바다를 바라보는 자리다. 인간 세상이 궁금한지 머리를 살짝 내민 백록담을 바라보며 산행을 시작한다. 탐방안내소를 지나 언덕에 올라서면 서귀포 시내와 문섬, 범섬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진초록 구상나무·자작나무 숲 진풍경 열대우림 분위기가 나는 밀림을 지나면 작은 늪지대인 썩은물통에 닿는다. 멧돼지들이 진흙 목욕하기 좋은 곳이다. 이어지는 길에는 서어나무와 굴거리나무가 번갈아 가면서 길섶을 가득 메운다. 살채기도 팻말을 지나니 이번에는 적송들이 미끈하게 쭉쭉 뻗었다. 그동안 사람 발길이 뜸했던 만큼 숲은 풍성해졌다. 평궤대피소에 이르면 험한 길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시야가 넓게 트이며 광활한 고원지대가 펼쳐진다. 빽빽한 제주조릿대 뒤로 나타난 거대한 백록담 남벽을 향해 걷다 보면 어느새 남벽 분기점. 여기서 고개를 쳐들고 바라보는 약 200m 높이의 시커멓고 날카로운 남벽의 모습은 영락없이 파키스탄 카라코람 산맥의 무시무시한 거벽이다. 남벽 분기점부터 윗세오름대피소까지 이어진 길이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남벽 분기점에서 나무 데크를 타고 방애오름에 오르면 진초록색 구상나무와 자작나뭇과의 흰 좀고채목이 어울린 몽환적 풍경이 펼쳐진다. 한국 특산종인 두 나무는 보는 각도에 따라 백록담 남벽, 멀리 서귀포 바다와 어울려 절경을 선사한다. 방애오름샘에서 달고 시원한 물을 들이켜고 다시 출발하면 이번에는 백록담 남서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울창한 구상나무 숲 뒤로 펼쳐진 웅장한 남서벽 표면에는 마치 동종(銅鐘)의 유두(乳頭)처럼 날카로운 바위들이 박혀 있다. 눈과 어우러진 검은 남서벽의 범접할 수 없는 위용은 한라산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경이로움이다. ●볼레오름·이스렁오름 숨막히게 펼쳐져 하산은 영실 코스로 잡았다. 어리목 코스보다 좀 험하지만 풍광이 좋기 때문이다. 윗세오름을 오른쪽으로 끼고 돌면 노루샘. 충분히 목을 축이고 나무 데크를 따라 내려오면 드넓은 고산초원 선작지왓이 펼쳐진다. ‘돌들이 널린 들판’이란 뜻인 선작지왓이 웅장한 백록담과 어울린 모습은 한라산을 대표하는 풍경 중 하나다. 선작지왓에서 내려서는 계단길에는 시야가 넓게 터지며 볼레오름, 이스렁오름, 노로오름 등 한라산 서쪽의 오름 군락이 숨 막히게 펼쳐진다. 이 길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제주 삼면의 바다가 전부 보인다는 점이다. 날이 좋으면 왼쪽 병풍바위 뒤로 나오는 범섬부터 시계방향으로 송악산~차귀도~비양도~한림까지 제주의 절반쯤이 한눈에 들어온다. 계단을 내려와 울창한 활엽수림을 통과하면 그윽한 적송 숲을 지나 영실휴게소에 닿는다. 돈내코에서 영실까지 무엇 하나 절경 아닌 것이 없는 완벽한 산길이다. 글 사진 여행전문작가 mtswamp@naver.com ■ 산길 가이드 돈내코 코스는 서귀포 쪽에서 한라산을 오르는 유일한 길이다. 남벽 분기점까지 7㎞ 3시간30분쯤 걸리는 먼 길이다. 그래서 돈내코 탐방안내소(500m)에서는 오전 10시30분까지 입장을 허락하고 있다. 남벽 분기점(1600m)에서 윗세오름대피소(1700m)까지는 2.3㎞ 1시간쯤 걸린다.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영실까지는 약 3.7㎞ 1시간30분쯤 걸린다. 돈내코 탐방안내소 064-710-6920. ■ 가는 길&맛집 돈내코 등산로 입구인 충혼묘지(시온동산)까지는 서귀포시 중앙로터리 정류소에서 3번 버스가 다닌다. 문의 서귀포시 건설교통과 064-760-3114. 제주시에서 올 경우는 종합시외버스터미널(064-753-1153)에서 12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5·16도로 경유 서귀포행 직행버스를 타고, 돈내코유원지 입구인 법호촌에 내려 3번 버스나 콜택시를 이용한다. 택시요금 약 5000원선. OK콜택시 064-732-0082. 영실에서 제주시로 가는 버스는 오후 1시56분, 3시16분, 4시56분, 5시36분에 있다. 제주공항과 가까운 노형동의 제주늘봄(064-744-9001)은 남원읍 한라산 자락에서 자란 육질 좋은 재래 흑돼지를 내놓는 맛집이다.
  • 백록담 깊이 아시나요

    최근 한라산 백록담이 계속되는 비로 봄철에는 보기 드물게 만수위를 이뤄 탐방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백록담의 깊이는 얼마나 될까? 백록담은 분화구 둘레가 1720m, 깊이는 108m이다. 분화구의 동서 길이는 약 600m, 남북 약 400m로 면적은 21만 230㎡에 이른다. 백록담의 담수면적은 평균 1만 1460㎡로, 최대 만수시에는 2만 912㎡에 이르러 장관을 이루게 된다. 여름 장마철 백록담의 최고 만수위는 4m 정도며 요즘 백록담은 계속되는 봄비로 만수위에 가까운 3m 정도의 수위를 보이고 있다. 백록담의 깊이는 예로부터 한라산 정상을 찾는 등반객들의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1601년 안무어사로 제주에 온 김상헌은 ‘남사록’에서 “한라산 정상은 함몰되어 솥과 같고 얕은 곳은 종아리가 빠지고 깊은 곳은 무릎까지 빠진다.”고 했다. 제주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 관계자는 “예전의 기록으로 볼 때 백록담의 담수량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1960년대 이후 등반객이 크게 늘면서 답압에 의한 사면의 붕괴가 가속화되면서 백록담 물그릇에 토사가 많아 담겨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록담 수위는 2003년 한라산연구소가 처음으로 담수 조사를 실시, 백록담의 최대 만수위는 4.05m라는 기준점을 확보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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