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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 문화메카 용인·파주는 전시회 중

    경기 문화메카 용인·파주는 전시회 중

    용인과 파주가 경기도 미술문화의 남북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용인의 백남준아트센터는 최근 주목받는 기획전으로 관람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특히 바로 이웃에 경기도박물관이 있고, 경기 어린이박물관도 최근 기공식을 가져 새로운 ‘박물관·미술관 클러스터’로 주목받고 있다. 헤이리예술마을이 있는 파주출판단지에는 대학교재 전문 출판사 박영사가 지난 1월 ‘갤러리박영’의 문을 열면서 경기 북부의 문화축으로 기능이 더욱 강화됐다. 백남준아트센터의 독일인 토비아스 버거 학예실장은 백남준아트센터가 서울에서 멀지 않음을 강조한다. 한남동에서 30분이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처럼 백남준아트센터는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려지면서 경기지역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속도와 극단 등 백남준의 예술세계 반영 버거 실장은 지난해 10월 개관전 ‘나우 점프’를 성공리에 마친 뒤 작품을 재구성해 최근 ‘백남준 상설전’을 1층에서 진행하면서, 2층 전시실에서 기획전시 ‘수퍼 하이웨이 첫 휴게소’전을 마련했다. 그는 “이 전시의 제목은 백남준의 세기적인 아이디어 ‘초고속 정보 통신망’에서 차용한 것으로,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을 잇는 축으로서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앞으로 백남준 아트센터가 가야 하는 길이 아주 길기 때문에 제목에 ‘첫 휴게소’를 넣었다.”고 말했다. 백남준이 예술세계에 반영된 ‘속도’와 어떤 제도, 금기에도 얽매이지 않고 무한하게 실험하려는 ‘극단(Extream)’을 조망할 수 있는 여러 나라 작가의 작품이 모여 있다. 특히 라 몬테 영의 악보 등 1960년대 백남준을 비롯한 플럭서스 멤버가 함께 만들었던 ‘플럭스 필름’과 조지 브레히트의 오브제 등도 함께 전시된다. 그러니까 제목처럼 1960년대와 2000년대의 시간이 연결되는 것이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시징 멘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게임’. 백남준의 ‘레이크 플레시드 80’을 연상시키는 깊이 있는 풍자가 들어 있다는 설명이다. 금·은·동 메달은 노랑·빨강·초록색 파프리카다. 병뚜껑으로 만들어진 역기를 힘겹게 들어올리는 가운뎃손가락에 대한 영상 등등. 로런스 바이너의 ‘점’은 바닥에 흰색 스프레이를 뿌려놓은 것인데 유리창의 그림자가 액자 프레임처럼 자리잡고 있다. 백남준의 ‘Stop ane Go’를 연상시킬 수 있다고. 전시를 봐도 좋고,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맑은 공기로 주말을 즐겨도 좋을 듯하다. 5월16일까지. (031)201-8546. ●하종현·김구림·이강소 등 신작 기획전 갤러리 박영의 ‘맥-한국현대회화8인’전에선 1960~1970년대 미술계 원로의 신작이 공개된다. 한국 현대미술의 기틀을 다지는 데 앞장선 하종현(74), 김구림(73), 이강소(68), 곽훈(68), 서승원(68), 정보원(62), 안정숙(61), 김태호(61) 등 8명의 신작으로 꾸민 기획전이다. 하종현은 20 06년 서울시립미술관장의 임기가 끝난 뒤 작품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듯 특유의 조형감각을 살려 작품화한 ‘접합’ 시리즈를 선보였다. 김구림도 대중소비사회의 이미지를 프린트한 화폭을 물감으로 칠해 지우는 특유의 ‘음양’ 시리즈를 냈다.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LG아트센터 등 곳곳에 공공 미술 조각이 설치돼 있는 조각가 정보원은 이번에 평면 작품을 처음 선보였다. 4월19일까지. (031)955-4071.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메트로 플러스] 용인시 상갈동에 문화의 거리

    경기 용인시는 기흥구 상갈동에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한다고 2일 밝혔다. 문화의 거리를 단순한 ‘문화 블록’으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 이 일대의 관광자원을 연계한 문화관광벨트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국악당·경기도박물관·백남준아트센터·한국민속촌 등 상갈동의 문화관광자원을 관광체험과 문화예술 분야라는 두 개의 축으로 연결시켜 관광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높인다. 한국민속촌~경기도 국악당~통산공원(조성중)~어린이박물관(건립중)~경기도 박물관이 관광체험벨트로 이어지며 백남준 아트센터~지앤아트갤러리~문화예술타운~기흥호수공원은 문화예술벨트로 묶인다. 동선을 연결하기 위해 모노레일·시티투어버스·자전거 대여 등 이동수단도 구축한다.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한국 최대 어린이 박물관의 꿈 ‘쑥쑥’

    한국 최대 어린이 박물관의 꿈 ‘쑥쑥’

    코뚜레 꿰인 소처럼 숙제 때문에 가는 박물관이 아니다. 유리전시장 사이로 느릿느릿 걸으며 초등학생답지 않게 지레 엄숙한 눈빛으로 뭔가를 적는 척할 필요도 없다. 박물관이 놀이터고, 놀이가 공부다. 그저 아래위로 뛰어다니며 낄낄대고 장난감 쌓듯 조립식 재료로 건물도 만들다 보면 어느새 철학, 역사, 세계, 환경, 예술, 과학, 문화 등이 어린 몸과 마음 안에 차곡차곡 쌓인다. ●호기심·환경·건강·세계 등 4개 주제로 경기문화재단이 경기 용인시에 짓고 있는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의 모습이다. 독립 건물을 가진 어린이 전문 박물관은 국내에서 처음이다.그동안에도 삼성어린이박물관이 있었고,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에 어린이박물관이 있긴 하지만 규모가 작거나 대형 박물관의 부속 시설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전시실에 수장고와 자료실을 갖춘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만 661㎡ 규모로 내년 상반기 문을 연다. 국비 57억원 포함, 280억원이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다. 특히 경기도어린이박물관과 경기도박물관, 백남준아트센터는 걸어서 2~3분 거리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어린이박물관까지 문을 열면 용인시 상갈동 일대는 수도권 남부의 대표적인 박물관 문화단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경부고속도로 수원인터체인지 바로 곁에 있고, 민속촌도 지척이다. 어린이박물관의 전시 주제는 크게 4개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는 5세 미만을 위한 체험 전시 공간이다. 물, 불, 바람, 흙, 빛, 소리로 신체감각을 발달시킬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어린이’는 야외 체험 학습 공간으로 자연, 생태 환경에 대한 체험 전시는 물론, 재활용품을 활용해 만든 다양한 공공조형물을 타고 놀 수 있도록 했다. ‘튼튼한 어린이’는 1~2층에 걸쳐 스포츠와 놀이를 직접 체험하며 과학적 이론을 이해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갖추는 정보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세계 속의 어린이’에서는 전 세계 다양한 문화권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의 생활과 문화를 접할 수 있다. 이밖에 지역의 문화와 역사, 이웃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영상물 자료 등이 전시되는 ‘내가 만드는 우리 동네’, 대형 구조물로 만들어진 우리 몸을 보며 몸의 구조를 이해하고 건강에 대한 학습적 효과를 제공하는 ‘인체 대탐험’, 전문 예술가와 교사의 도움을 받아 창의력과 표현력을 높일 수 있는 창작 공간으로서 ‘예술가의 아틀리에’ 등 다양한 주제로 자연스러운 참여를 만들어낸다. ●“감성과 이성 조화로운 발달 기회 제공” 경기문화재단 김지욱 어린이박물관학예팀장은 “미래 주역인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들만의 박물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2003년부터 건립을 준비했다.”면서 “인간과 과학, 예술, 문화를 각각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 주제를 잡고, 완성도 높고 다양한 구체적 콘텐츠를 갖춰 어린이들의 감성과 이성의 조화로운 발달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찰나의 순간, 거장들이 살아 숨쉰다

    찰나의 순간, 거장들이 살아 숨쉰다

    “쉬! 지금 내가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이 안 보이는가?” 미국 보스턴미술관에서 세계적인 인물 사진 작가 유섭 카시(Yousuf Karsh·1908~2002)가 찍은 세계적인 첼리스트인 파블로 카잘스의 사진을 전시할 때의 일화다. 카잘스가 첼로를 켜는 뒷모습을 찍은 사진을 한 노신사가 매일 매일 오래오래 지켜 보고 있었다. 결국 호기심에 가득 찬 큐레이터가 어느날 참지 못하고 “선생님, 왜 이 사진 앞에 매일 서 계시는 건가요?”라고 묻었다. 노신사의 대답이 이처럼 걸작이었다. 카시는 카잘스를 만나 그의 바흐 연주에 감동해 사진 찍는 일도 잊었다고 하니, 아마도 보스턴 미술관에서 흐르던 연주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이 아니었을까 상상해 본다. 캐나다 출신의 사진작가 유섭 카시의 전시회가 다음달 4일부터 5월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카시란 이름은 들어 보지 못했어도 윈스턴 처칠이 지팡이를 집은 채 왼손을 허리춤에 얹어 놓고 살짝 찌푸린 채 노려 보는 위엄있는 모습, 스웨터 차림의 덥수룩한 턱수염의 소박한 헤밍웨이 등의 흑백 사진을 떠올릴 수 있다면 이미 카시의 사진을 만나본 것이다. 조금 과장하면,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유명인사들의 흑백사진은 대부분 카시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카시가 1930년부터 1990년까지 찍은 4000여장의 사진에서 70점을 엄선한 것으로, 오드리 헵번, 윈스턴 처칠, 헬렌 켈러, 파블로 피카소, 마더 데레사 등 20세기 역사적인 인물의 다양한 초상 사진이 준비됐다. 1950년대 산업화하는 캐나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공개된다. 이 전시는 카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008년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서의 시작한 순회전이다. 특히 공개되는 사진은 디지털 프린팅이 아닌 오리지널 빈티지 필름이다. 카시가 인물 작가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1941년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를 찍은 사진이 사진전문지인 ‘라이프’에 발표되면서부터다. 제목은 ‘으르렁거리는 사자’였다고. 카시는 당시 후원자였던 매킨지 킹의 주선으로 캐나다를 방문한 처칠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그러나 조명을 다 준비해 놓은 국회의 대기실에서 처칠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시가를 내려 놓지 않은 것이다. 카시는 처칠의 입에서 시가를 뽑아냈다. 처질의 살짝 찌푸린 얼굴 표정에도 불구하고 셔터는 눌려졌다. 그 후 1943년 캐나다 정부의 요청으로 영국으로 건너가 조지 6세를 비롯해 정치가, 과학자, 군인, 예술가, 성직자 등 42명의 초상을 찍었고, 1945년부터는 ‘라이프’지의 요청으로 세계 명사들의 초상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카시는 2002년 작고할 때까지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카시는 당시의 유행이었던 스튜디오가 아닌 그 인물이 존재하는 공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사진을 감상할 때 인물의 표정 자체만 감상할 것이 아니라, 인물이 입은 의상이나 사진 찍힌 장소, 몸짓과 손짓, 조명이 비춰진 상태 등도 고려해야 한다. 카시는 한 사람의 내면이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치켜 뜬 눈썹이나 놀란 표정과 같은 무의식적 행동에서 드러난다고 믿었고, 사진에 고스란히 반영했기 때문이다. 카시는 또한 인물의 머리 뒤에서 비추는 태양광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백라이트 조명을 사용했다. 후광효과로 인물이 더욱 도드라지게 보인다. 한국 인물 사진작가 임응식, 육명심, 박상훈, 임영균, 김동욱의 작품 20여점도 함께 볼 수 있다. 안익태, 장욱진, 서정주, 안성기, 김희애, 전도연, 코넬 카파, 백남준, 피천득 등의 초상이다. 특히 임영균이 찍은 유섭 카시의 초상이 흥미롭다. 성인 8000원, 청소년 7000원, 초등학생 6000원. (02)1544-1681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책꽂이]

    ●천재들의 실패(로저 로웬스타인 지음, 이승욱 옮김, 한국경제신문 기획출판팀 펴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천재적 수학자들이 참여한 ‘월가의 투자 드림팀’ 론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가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어떻게 성공하고 몰락했는지를 담았다. 설립후 4년만에 400%의 놀라운 수익을 올렸으나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부채 지불 유예)을 선언하면서 몰락했다. 월가의 생리가 속속들이 파헤쳐져 있다. 1만 5000원. ●스마트 파워(국제전략문제연구소 스마트파워위원회 펴냄, 홍순식 옮김, 삼인 펴냄) 미국 정부가 동원 가능한 모든 외교정책 도구를 활용한다는 의미의 ‘스마트 파워’를 지칭하는 것으로, 힐러리 클린턴이 2009년 1월 미 상원 인사청문회에서도 ‘스마트 파워’의 활용을 밝혔다. 하드파워(무기), 소프트 파워(설득)를 영리하게 연결시킨 전략이 스마트파워다. ‘팍스아메리카’을 위한 미국의 외교정책 전반이 들어 있다. 1만 2000원. ●로버트 단턴의 문화사 읽기(로버트 단턴 지음, 김지혜 옮김, 길 펴냄) 학술논문을 작성하는 제자들에게 보내는 저자의 충고. 이렇다. ‘학제적이 되라, 분야를 혼합하라, 대담해져라, 수정주의자가 되라, 저속해져라, 제목을 잘 골라라.’ 프린스턴 대학출판부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책을 써야 편집자나 편집위원의 눈에 들고 선택될 수 있는지 노골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2만원. ●가격차별의 경제학(사라 맥스웰 지음, 황선영 옮김, 밀리언하우스 펴냄) 구매를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가격의 비밀에 대해 서술했다. 국민소득은 세계 30위이지만, 물가순위 세계 최고수준에 있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격전쟁을 이해할 수 있는 코드를 제공한다. 원유가격은 내리는데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왜 안 내릴까 등등. 1만 2800원. ●역사(헤로도토스 지음, 천병희 옮김, 숲 펴냄) 고대 희랍어와 라틴어 원전 번역에 주력해 온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가 원전을 토대로 펴낸 국내 첫 완역본. 인류 최초의 역사서인 이 책은 여행가이자 지리학자였던 헤로도토스가 남긴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 전쟁에 대한 방대한 기록이다. 3만 9000원. ●오동 천년, 탄금 60년(황병기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대표적인 국악인인 가야금 명인 황병기가 쓴 삶의 이야기. 한 일간지에 연재한 글을 다듬고 최근의 이야기를 더했다. 그에게 지혜를 준 외당숙 이야기, 처음 가야금을 접한 순간, 백남준·윤이상 등 예술가들과 교류와 평양 방문기, 명인이 갖는 우리 음악에 대한 고민 등이 펼쳐진다. 서문은 그와 46년의 나이 차를 뛰어넘어 친구가 된 첼리스트 장한나가 썼다. 1만 5000원.
  • [이주헌의 캔버스 세상] 강익중 ‘삼라만상’

    [이주헌의 캔버스 세상] 강익중 ‘삼라만상’

    “언젠가 백남준 선생님을 모시고 미국 월가(街)의 금융인들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선생님이 월가에서 벌어지는 세세한 변화들에 대해 깊이 있게 말씀하시자 모두들 신기해했다. 그러던 중 ‘30세기에는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라는 질문을 던지셨다. 모인 사람들이 모두 번쩍 깨어났다. 그때 아이와 같이 씩 웃으시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낮에도 별을 보는 분이구나.’라고 혼자 생각했다.” 화가 강익중이 백남준을 기리며 한 말이다. 1000년 앞을 내다보는 사람. 그런 혜안을 한 핏줄의 선배로 두고 뉴욕에서 창작활동을 한다는 게 강익중에게는 꽤나 큰 힘과 자극이 됐다. 그런 까닭에 1994년 뉴욕 휘트니 미술관이 ‘멀티플 다이얼로그’라는 이름으로 백남준, 강익중 2인 전을 열어 주었을 때 강익중은 뛸 듯이 기뻤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예술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전시를 하게 되니 그 어찌 감격스럽지 않았을까. 그때 이후 강익중 또한 1000년 앞을 내다보는 자세로, 우주를 조망하는 마음으로 창조의 길을 걸었다.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 40돌을 맞아 열고 있는 ‘멀티플 다이얼로그 ∞’전(내년 2월7일까지)은 이 두 예술가의 재회가 자아내는 멋진 조화를 보여 주는 자리다. 그야말로 거인들의 기(氣)와 운(韻)이 생동하는 장려한 파노라마다. 전시의 기본 성격은 본질적으로 강익중이 작고한 백남준에게 바치는 오마주다.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자리한 미술관의 램프코어 벽면을 크고 작은 작품 6만여점으로 울타리 치듯 뒤덮은 데서 그 성격이 잘 드러난다. 나선형으로 도는 램프코어의 길이는 약 200m에 이르는데, 그 길이의 벽면을 손으로 그린 그림으로 다 채웠으니 보는 사람은 작품의 주제나 내용을 떠나 일단 그 양에 압도되고 만다. 수작업의 양이 이처럼 많아지면 그 자체로 질이 된다. 사람이 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듯한 느낌에 양을 질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우리 전래의 삼층석탑에 그 조형적 토대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 엄청나게 많은 그림들은 그런 점에서 이 탑 주위를 도는 신실한 탑돌이처럼 보인다. 세상 어떤 탑돌이도 이만큼 수고롭지는 않을 그런 탑돌이다. 백남준에 대한 그의 존경의 깊이가 이와 같다. 물론 이 탑돌이는 다른 시각에서 보면 산꼭대기까지 오르는 등정이다. 백남준이라는 거대한 산을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밟아 올라간 등정이다. 스승과 선배에 대한 진정한 존경은 그를 극복하는 것이다. ‘청출어람’하는 것이다. 선배 백남준에게 오마주를 표하는 후배 강익중의 모습에서 또 하나의 거인을 보게 되는 것은 우리 미술계의 큰 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 한번 더 함께 전시를 하자.”던 백남준의 말이 의례적으로 던진 게 아니라 진짜 원하던 바였음을 생생히 확인시켜 주는 전시다. <미술 평론가>
  • “日에 한국의 혼 ·情의 문화 보여줄 것”

    “日에 한국의 혼 ·情의 문화 보여줄 것”

    │도쿄 문소영특파원│“작가들이 ‘장돌뱅이’도 아니고 솔드 아웃(sold out·매진) 여부로 작가를 평가하면 안 된다. 나는 이번에 일본에 한국의 혼을 남기고 가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지난 13일 일본 도쿄 모리아트센터 갤러리에서 단독 개인전을 연 전광영(65) 작가는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각오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 작가는 1984년 일본 긴자거리의 화랑에서 페인팅으로 개인전을 연 뒤로 일본 중심가에서 전시회를 열어 보리라고 25년간을 벼려 왔다. 2년 전 모리아트센터의 집행위원인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게이오대 교수로부터 개인전을 갖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한국의 역사, 보자기 문화, 정의 문화를 보여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3월까지 일본 롯폰기 힐스 모리타워 52층 전관에서 70년대 초기 회화를 비롯해 한지로 싼 스치로폼을 쌓아 회화식으로 구성한 ‘집합’ 작업 30여점을 선보이게 됐다. 평면작업뿐만 아니라 입체 작업과 설치 작품까지 내놓았다. 1946년생인 전 작가는 일본의 심장부에서 한국의 문화를 선보이게 된 것에 자못 감격했다.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는 동안 얼굴은 붉어지고 목소리는 격양됐다. “평소 일본을 오갈 때와 다르게 이번에 현해탄을 건너면서 마음이 싸했다.”면서 “십자가를 지고 일본에 온 기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개막식 날 일본 언론이 보여준 예민한 관심에도 촉각이 곤두선 분위기가 역력했다. 전 작가는 삼각형의 스치로폼을 고서가 적혀 있는 한지로 싸서 끈으로 동여맨 뒤 이것을 빈 틀에 눌러 담아놓은 형태의 작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페인팅에서 이런 작업으로 돌아선 것은 1994년이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30년 전에 그린 그림들이 독창적이지 않아서 불만이 많았다. 남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작품을 만들다니 하고 자괴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미국 유학에서 그는 “아무리 서양 그림과 닮게 그리고 비슷하게 그려 봤자 남의 이야기에 불과하고, 내 이야기를 해야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초등학교 시절 고향인 강원도 홍천에서 한약방을 하는 큰집 시렁에 줄줄이 매달려 있던 약봉지들이 떠올랐다. 한지 오브제가 탄생한 순간이다. 서양이 박스 문화로 규격 외에는 여분이 없지만, 한국은 보자기 문화로, 규격도 없고 필요하면 추가로 더 우겨넣을 수 있는 여유와 정이 있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보이는 설치작업에선 ‘고뇌하는 두상’과 ‘상처받은 너와 나의 심장’이 눈에 띈다. 고뇌하는 두상은 설악산의 울산바위 같은 느낌으로 불뚝 서 있다. 마주 보는 상처받은 심장은 일제강점기와 격변의 현대사를 거치면서 숯검정이 된 우리 어머니들(한국)의 영혼을 대변한다. 전광영 작가의 전속 화랑인 더 컬럼스의 장동조 대표는 “세계적으로 이우환은 일본 작가로, 백남준은 미국 작가로 알려져 있어 진정한 한국의 토종작가는 전광영 작가가 시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로버트밀러 갤러리와 코네티컷 얼드리치 현대미술관에서 가진 개인전으로 국제적 지명도를 높인 상황에서 새 디딤돌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올 6월 캐나다 몬트리올, 8월 싱가포르, 9월 모스크바, 12월 미국 와이오밍, 내년 베이징국립미술관의 개인전 등이 기획돼 있다. symun@seoul.co.kr
  • 국립현대미술관 강익중 특별전

    국립현대미술관은 백남준 작고 3주기(1월29일)를 맞아 강익중 특별전 ‘멀티플 다이얼로그 무한대’를 오는 6일부터 1년 동안 전시한다. 강 작가는 백남준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경의)로 백남준의 ‘다다익선’ 주변을 3인치 작품 6만여점으로 감싸게 된다. 1994년 백남준 생전에 휘트니미술관에서 2인전 형식으로 열렸던 ‘멀티플/다이얼로그’의 후속 전시의 의미가 짙다. 강 작가는 개막식이 있는 5일 오후 3시 직접 비빔밥을 만들어 관람객에게 나눠주는 퍼포먼스도 한다. (02)2188-6044.
  • 기대 못 미친 백남준 아트센터

    기대 못 미친 백남준 아트센터

    경기도가 7년간의 준비 기간과 4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해 10월 문을 연 용인의 ‘백남준아트센터’가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13일 경기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8일 개관한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 백남준아트센터를 찾은 관람객수는 12일 기준 3만 560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루평균 367명이 방문한 꼴로, ‘백남준 페스티벌’이 끝나는 2월5일까지 잡았던 처음 관람객 목표치 30만명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백남준아트센터는 개관 초기에 문전성시를 이뤘다. 개관 후 1주일간 관람객은 3200여명에 이르렀으며 첫 일요일에는 무려 2000명이 다녀갔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관람객의 발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떤 날에는 하루 관람객이 100명에 그칠 때도 있었다. 월별로는 개관 첫 달인 10월에 9459명, 11월 1만 3287명, 12월 8106명이 관람했고 올 들어서는 4753명이 찾았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백남준아트센터가 세계에서 유일한 미디어 아트 전문 전시장인데다 개관과 함께 시작된 백남준페스티벌 등 이벤트 행사가 마련돼 많은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국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반면 인근에 있는 경기도박물관은 지난해 38만 114명, 안산 경기도미술관은 13만 7113명, 경기도자박물관은 13만 9840명의 관람객이 찾아 비교가 되고 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흥행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을 두고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아트센터 관계자는 “관람객의 70%가 대학생 이상 성인이거나 전문가 집단으로 분석됐다.”면서 “사실 보통 사람들이 편하게 관람하기에는 작품이 너무 난해한 점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목표 관람객 30만명에 턱없이 부족 또 “다른 박물관은 무료 입장이거나 저렴한 반면 백남준아트센터는 성인 7000원, 학생 5000원 등 상대적으로 적지 않은 입장료를 받고 있는 데다 대중 교통편 부족으로 방문하는 데 불편을 겪는 것도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물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전시물은 백남준 선생의 유작 67점과 비디오 아카이브 2285점, 기록물 200여점이다. 이와 관련, 최근 열린 경기도의회 상임위원회에서 문화공보위 신재춘 의원은 “전시물 가운데 비디오아카이브, 기록물 등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실제 백남준 작품은 67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예산부족에 교통마저 불편 신 의원은 “이는 인근 한국민속촌에 개인이 운영 중인 미술관이 보유한 백남준 선생의 작품 100여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라면서 “백남준아트센터라는 이름이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작품 수를 더 확보하고 전시물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아트센터 관계자는 “5개년 계획을 세워 백남준 선생의 작품을 구입하고 있으나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일반인이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일부 시설에 대해서는 무료입장을 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씨줄날줄] 이우환과 홍라희/노주석 논설위원

    미술계의 지형도는 갤러리와 작가,컬렉터,큐레이터,평론가 등 각 요소에 의해 움직인다.복잡하게 얽혀 돌아가지만 갤러리와 작가가 중심에 서 있다.한 월간지가 미술계 인사 1만 5573명을 대상으로 ‘한국 미술계의 힘 30’을 설문조사했다.그 결과 최고의 인물에 홍라희(53)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뽑혔다.생존 미술가 중에서는 작가 이우환(72)씨의 인지도가 가장 높았다.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과 태평로 로댕갤러리,용인 호암미술관을 동시에 운영한 ‘삼성가의 안방마님’ 홍 전 관장은 1만 5000점의 각종 미술품을 소장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2005년 이후 리움 미술관장 직에서 물러난 올해까지 4년 연속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누구나 최고의 갤러리 운영자이자 컬렉터인 그녀를 ‘미술 대통령’으로 호칭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박명자 현대갤러리 회장,유희영 서울시립미술관장이 뒤를 이었다. 생존 미술가 중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인지도 1위에 오른 이우환씨는 백남준 사후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예술가의 맨 앞자리에 있다.뉴욕 소더비에서 1978년작 ‘점으로부터’가 18억원에 팔려나가는 등 경매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했다.철판 위에 바윗돌을 얹은 ‘관계항’(60년대),캔버스에 점을 찍거나 선을 긋는 ‘점으로부터’‘선으로부터’(70년대),자유로운 붓질로 선을 그은 ‘바람으로부터’(80년대),캔버스에 점을 하나 둘 찍는 최소한의 행위로 긴장감을 보여주는 ‘조응’(90년대)연작이 대표적이다. 그의 작품은 미술관에만 숨어있지 않다.서울 태평로 서울신문사 빌딩 앞에 초기 대표작 ‘관계항’이,신세계백화점 본점과 청담동 K옥션에 ‘바람으로부터’,프라자호텔 옆 한화빌딩과 여의도 문화방송 부속건물(옛 동서증권)에서 ‘조응’을 각각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서양화가 박서보와 천경자가 2,3위에 올랐다. 삼성이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2010년부터 4000만원 이상 미술품 거래시 양도세 부과 방침 등으로 미술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미술관계자들은 홍 전 관장과 이우환씨의 ‘힘’이 미술계를 되살리길 기대하는 것 같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소박하고 도도한 예술혼을 빚다

    소박하고 도도한 예술혼을 빚다

    ‘예술가는 가난을 무서워하지 말아야 한다.´ 소박하고 투박한 ‘분청사기의 대가’로 불리는 작가 윤광조(62)의 예술 인생과 철학은 이 한마디에 압축된 듯하다.미술대학(홍익대)에 갔다고 집에서 쫓겨난 뒤 작가적 자존심으로 현대 도예 ‘전업작가 1호’의 길을 걸어왔다는 그는 최근 상금 1억원의 제4회 경암학술상 예술분야 수상자로 선정됐다.상금 덕분에 최근 은행 잔고가 ‘마이너스 5000만원’으로 올라왔다고 한다. 백발을 묶어 꽁지머리를 한 윤 작가의 얼굴에서는 세월 무게가 덜 느껴진다.세상사의 초연함에 더하여 1995년 옮겨간 경주 도덕산 산속 바람골에서 13년째 세상의 복잡함과 단절한 채 작업에만 매진하고 있기 때문일까.그곳에서 연간 50점의 작품을 만들고,세상에는 12점만 내놓는다.일년이 52주니까 1주일에 한개꼴로 만들어내는 셈이다.작품이 너무 적다 싶지만,윤 작가는 그보다 더 작업을 하고 작품을 내는 것은 도자기 공장 사장이라는 생각이다. 윤 작가는 새벽에 일어나 오전 7시께 아침을 먹고 작업장에 틀어박히면 해가 질 때까지 나오지 않는다.그의 작품은 여느 도자처럼 물레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코일처럼 길게 뽑은 흙을 쌓아올리는 ‘타래쌓기’나,흙을 밟고 주물러 판을 만들어서 도자를 빚는다.도자는 흙의 속성상 가마에서 굽기 전 건조하는 과정에서 터져서 못쓰게 되기 십상이다.조수를 쓰지 않고 흙을 고르고,도자를 빚고,가마에서 굽기까지 다 혼자만의 작업이다.그는 “예술이란 처음부터 다 작가의 손이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철학은 평생 고수하며 살고 있다.어렵게 만들어진 도자가 가마에서 나오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망치로 깨버리는 일은 거의 없다. 그는 “기술적으로 부족했던 작품이라면 한 2년 정도 작업실에 놓아두고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다가 ‘볼 만큼 봤다.’는 느낌이 들면 정떨어진 애인 얼른 떠나보내듯이 깨서 없앤다.”고 말했다. 예술가로서의 자부심도 대단하다.그는 “백남준씨를 제외하고 세계적인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가장 많이 컬렉션한 한국 작가의 하나일 것”이라고 주장한다.조선 도공의 13대 손인 일본 나카자토 다로우에몽 문하에서 수학하면서 분청자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해낸 것이 먹힌 것이다. 그의 작품은 2003년부터 집중적으로 영국 대영박물관 등 해외 10여곳에 소장됐다.해외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피카소와 비슷해 보이는 작품이 좋은 게 아니다.작품은 작가 특유의 정체성이 있어야 하고,공감을 얻는 보편성과 조형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또한 큰 작품보다 작은 작품이 정신이 더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더 좋다.”고 설명한다. 이렇듯 남의 손에 맡기는 과정이 없고 작품 수도 워낙 적다보니 그는 절대로 작품을 ‘공짜’로 주는 법이 없다.이런 일화도 있다.김대중 대통령 정부의 김종필 총리 시절이다.국무총리실은 윤 작가의 작품을 총리의 해외 방문 선물용으로 구입하겠다고 했단다.당시 작품값이 한 점에 500만원.작품 값을 보내주겠다던 총리실은 그 뒤로 감감무소식이었다.결국 그는 사무관에게 수 십 통의 독촉 전화를 걸어 끝내 받아냈다. 그의 경암학술상 수상을 기념해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11일부터 1월3일까지 초대전 ‘윤광조 도예전’이 열린다.이번 전시에서는 판을 붙여 삼각기둥 형태로 만든 ‘산중일기’와 도자 겉면에 불경을 못으로 새긴 ‘심경(心經)’ 등 35점을 선보인다.(02)734-0458.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옛 그림, 춤바람나다

    옛 그림, 춤바람나다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와 신윤복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궁중기록화와 풍속화를 비롯한 조선시대 그림이 춤으로 재현된다.국립국악원은 새달 5일 예악당에서 ‘옛 그림 속 춤과 음악’을 공연한다.정악단,무용단,화동정재예술단,남사당놀이보존회 등 150명이 대거 출동해 처용무,동기포구악,취타 등을 선사한다.교과서나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그림에 숨겨진 다양한 춤과 음악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 ‘옛 그림 속 춤´ 새달 5일 공연  공연은 2부로 나누어 펼쳐진다.궁중기록화를 바탕으로 한 1부에서는 나라의 잔치나 귀빈을 맞이할 때 추었던 처용무,뱃놀이가 바탕이 된 선유락,공 넘기기를 하며 추는 포구락 등 화려한 춤과 음악을 선보인다.특히 포구락에선 화동정재예술단 어린이 단원 10명이 출연해 궁중 연희 중 어린이공연인 동기정재무를 보여준다.  2부는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서당’이 배경이다.서당에서 책 한 권을 떼면 훈장에게 감사하고 친구들과 자축하며 음식을 나눠먹던 ‘책거리’를 창작 무용극으로 그려냈다.서당에서 교재로 쓰던 ‘동몽선습’을 읽는 모습을 재현하며 조선시대의 소박하지만 정감 있는 서당 풍경을 연출한다.  남사당 놀이패가 펼치는 우리나라 전통인형극 꼭두각시놀이,무동놀이,살판(남사당놀이),판굿 등도 펼쳐진다.  ‘광화문 아트 쇼’,‘백남준 특별전’ 등 미디어 퍼포먼스로 잘 알려진 김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가 연출을 맡았다.전통과 현대,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접목한 독특한 무대를 꾸민다. ●다채로운 행사로 관객참여 유도  공연은 물론 책거리 떡 맛보기,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은 그림엽서 보내기 등 관객 참여 행사도 다양하게 마련해 오감(五感)을 만족시키는 시간으로 구성했다.  국립국악원 관계자는 “이번 공연을 통해 옛 그림이 담고 있는 미학과 선조들의 풍습을 좀 더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오후 7시30분 예악당.1만~2만원.(02)580-3300.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명성 못잖게 매력적인 실용성의 도시

    유행의 첨단을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뉴욕은 그 이름만으로도 심박수가 높아지는 ‘로망’이다.‘섹스 앤드 더 시티’‘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의 화제작들이 뿌리를 대고 있는 곳이자 ‘코스모폴리탄’‘GQ’ 등 세계적 유행통신의 산실. 그러나 그쯤으로 거대도시 공간을 단정해서는 곤란하다. 잭슨 폴록, 앤디 워홀, 존 레넌, 백남준···. 뉴욕의 어떤 마력에 이끌려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뉴욕을 활동거점으로 고집했을까. 살인적인 물가와 불꽃 튀는 경쟁에 숨이 막힌다고 투덜대면서도 ‘뉴요커’로 살아가길 고집하는 이유는? “뉴욕만의 고유한 에너지 때문”이라고 귀띔하는 책이 ‘뉴욕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다’(조창연 지음, 갤리온 펴냄)이다. 미시간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현재 뉴욕 심장부에서 건축가로 뛰고 있는 저자에게 뉴욕은 푸른 비늘 팔딱이는 활어 같은 도시공간이다. 국외자의 냉정한 관찰자 시점으로 10년 넘게 바라본 뉴욕은 “솔직하고 원시적인 도시”였다. 경쟁과 도전만이 최고 미덕인 거대도시는 철저히 실용성에 기반한 환경미를 자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쇼핑중심지 5번가에 매장을 낸 애플사. 명품매장 틈바구니에서 뒤늦게 지하매장에 문을 연 애플은 천장에 큰 구멍을 뚫고 유리로 입구를 만들어 손님끌기에 가볍게 성공했다. 이렇듯 환경에 순응하면서 실용성을 챙기는 ‘현실적 아름다움’이 뉴욕의 미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입맛과 눈맛을 배려한 가이드북과는 한참 거리가 먼 도시 탐색기다. 골목골목 누비며 저자가 손수 찍은 200여장의 천연색 사진이 함께 들어 있다.1만 1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문화플러스] KAIST서 ‘찾아가는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의 ‘찾아가는 미술관’이 이번엔 대전 KAIST로 간다.‘과학 정신과 한국현대미술’이라는 제목으로 5일부터 새달 5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백남준, 이상현, 조덕현, 배준성 등 국내 작가 42명이 참여해 과학적 사고가 반영된 작품 78점을 보여 준다.(02)2188-6227.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영원한 테너 안형일 서울대 명예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영원한 테너 안형일 서울대 명예교수

    푸치니가 토스카니니보다 나이가 아홉살 위였지만 둘은 아주 절친한 친구사이였다. 그만큼 서로 싸우기도 자주했다. 어느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둘은 무척 삐쳐 있었다. 푸치니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빵을 보냈다. 그런데 실수로 토스카니니에게도 빵을 보냈던 것. 이 사실을 뒤늦게 안 푸치니가 토스카니니에게 서둘러 전보를 쳤다.‘크리스마스 빵 잘못 알고 보냈음, 지아코모 푸치니’ 며칠 후 토스카니니한테 전보가 왔다.‘크리스마스 빵 잘못 알고 먹었음,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푸치니가 출세한 것은 어쩌면 토스카니니 덕분이다. 푸치니가 37세때 만든 ‘라보엠’이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1896년 토리노에서 초연되면서 명성을 얻었으니 말이다. 잠시 감상해보자. 어스름한 달빛 2층 가난한 시인 로돌프의 어둡고 침침한 방, 아래층에 사는 아가씨 미미가 들어온다. 미미는 폐결핵 환자. 둘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미미가 나가려는데 열쇠를 떨어뜨려 잃어버린다. 둘은 방바닥을 더듬거린다. 로돌프가 열쇠를 찾지만 재빨리 감춘다. 계속 찾는 척하던 로돌프는 미미의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른다. ‘그대의 찬 손, 내손으로 따뜻하게 덥혀 주리다. 지금은 어두워서 열쇠를 찾기 어렵지요, 다행히 조금 있으면 밝은 달님이 떠오를 거예요.(나가려던 미미를 제지하며)잠깐만 기다려줘요, 아가씨. 그 동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사는지, 내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나는 시인이지요. 가난하지만 글을 쓰는 기쁨으로 산답니다. 당신이 저 문으로 들어오는 순간, 나의 선율 이야기의 보석을 당신의 아름다운 두 눈이 모두 훔쳐가버렸어요.’ ‘라보엠’에 나오는 아리아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이다. 음역이 ‘하이C’까지 올라가는 어려운 노래로 테너의 절정감을 만끽할 수 있다. 푸치니의 천재성과 음악적 특징이 잘 조화를 이루면서 그의 오페라 중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꼽는다. 이 노래에 대한 화답으로 ‘나의 이름은 미미’라는 아리아도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1959년 10월 서울오페라단에 의해 국립극장에서 초연됐다. ●60년동안 1000여회 무대에… ‘라보엠´과 깊은 인연 우리나라 테너계의 대부격인 안형일 서울대명예교수.1926년생이니 올해 83세인 셈. 전설의 테너 라우리 볼피(Giacomo Lauri-Volpi,1892~1979) 이후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쩌렁쩌렁한 혼의 목소리로 무대를 휘어잡는 현역은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 그래서 안 교수를 ‘한국의 볼피’라고 부른다. 안 교수는 ‘라보엠’과 유독 인연이 깊다. 한국에서 초연됐던 1959년에 처음 주역을 맡은 이후 10여차례 ‘라보엠’의 로돌프 역할을 했다. 또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토스카’‘투란도트’ 등에도 단골로 주역을 도맡았다. 이래저래 서울대 재학때부터 지금까지 60년동안 무대에 선 것만 1000여회에 이르러 이 방면에도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가 이 가을을 맞아 아름다운 선율로 또한번 노익장을 과시한다. 내일(28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영원한 테너 안형일 교수와 제자들-골든 보이스, 가곡과 오페라의 밤’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라보엠’의 ‘그대의 찬 손’과 한국가곡 등 모두 다섯 곡을 부를 예정이다. 모스틀릭필하모닉오케스트라 연주로 박상현·김홍식씨가 지휘하며 박성원 나승서 손성래 황건식 등 유명 테너 10여명이 출연한다. 서울 관악구 낙성대 인근의 자택에서 안 교수를 만났다. 피아노 건반을 누르며 목청을 가다듬는 모습이 나이보다는 20살 정도는 젊어 보였다. 그런 까닭을 묻자 “그냥 매일 집에서 노래를 부르고 시간 나면 동네 헬스장에 나가고, 집식구와 둘이 오붓하게 지내고…”라고 하면서 웃는다. ●윗몸일으키기 자주 하며 꾸준히 노래 연습 ▶80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노래를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대학 때부터 (노래를)했으니 세월이 많이 흘렀네요. 성악가는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무대에 서든 안서든 늘 연습을 해야지요. 거의 빠지지 않고 하루에 한번 몇곡씩 부르는 것이 습관이 됐습니다. 앞으로도 몇년은 더 노래할 자신 있습니다. ▶무대에 선 지 어느덧 60년 가까이 됐습니다. -대학 졸업은 1953년이고 대학재학시절부터 노래를 불렀으니 그럭저럭 60년이 됐지요. 오페라에서 처음 주역을 맡은 것은 1957년입니다. 그러니까 31세때 베르디의 ‘리골레토’에 출연했지요. 당시 서울오페라단 단장이기도 했던 음악가 현제명씨가 ‘안형일은 목소리가 좋은데 왜 주역을 안 시키느냐.’고 해 주역을 맡게 됐지요. 이후 ‘춘희’‘춘향전’ 등을 거쳐1959년부터 ‘라보엠’의 주역을 맡았지요.‘라보엠’은 음색도 맞고 해서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합니다. 안 교수는 잠시 그림을 그리듯 회상에 젖는다. 시인 로돌포, 화가 마르첼로, 철학자 코르리네, 음악가 쇼나르 등 보헤미안 기질을 가진 네 사람이 모인 2층 다락방, 그들의 방랑생활과 우정, 비련의 사랑… ●28일 제자들과 ‘골든 보이스´의 밤 ▶이번 무대는 제자들이 마련한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2년 전 제자들이 황금빛 목소리라는 ‘골든 보이스’ 라는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작년에도 같은 제목으로 공연을 가졌지요. 앞으로는 제자뿐만 아니라 우리 성악계가 참여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힐 생각입니다. ▶그 동안 길러낸 제자만 해도 아주 많을 텐데요. -한국의 테너는 대부분 제자라고 보면 맞을 겁니다. 대학교수만 50~60명은 됩니다. 제자 중에 73세도 있고, 또 제자의 제자도 대학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등에서 이름을 떨치는 제자도 많지요. 이번 무대에 같이 오르는 제자들이 그렇습니다. ●음악학교 들어가려 혼자 월남… 가족과 생이별 ▶실향민인 것으로 압니다. -우리 마을에는 예술가들이 많이 태어났습니다. 백남준, 함석헌, 김소월, 이승훈 등이 평북 정주 출신이지요. 중 3때 최용린 음악선생의 권유로 레슨을 받았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부농이셨는데 레슨비용을 돈대신 쌀로 지불했습니다. 그렇게 3년을 공부하고 음악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서울로 혼자 월남했지요. 안 교수는 이 부분에 이르자 가족 생각이 난 듯 “누가 6·25가 터질 줄 알았나. 생이별이 됐지 뭐. 나중에 누이가 살아 있다는 걸 알고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는데 6·25 전에 월남했다는 이유로 북한에서 받아주지 않았다.”면서 눈시울을 적신다. 1946년 본격적인 음악공부를 위해 해주에서 밀선을 타고 서울에 도착한 그는 허름한 판잣집 단칸방에 살면서 남대문 시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다가 미군 대령집 ‘하우스보이’ 생활을 했다. 어느날 몰래 노래 연습을 했는데, 이를 들은 미군 대령이 칭찬을 하며 매주말 미군 장교 정기모임 때 노래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음악공부를 할 수 있도록 잘 도와주겠다고도 했다. 이후 서울대음대 테너 이상준 교수의 문하에서 성악공부에 전념했다.6·25가 발발하자 해군정훈음악대 합창단에 들어가 유엔 참전국 부대를 방문해 위문공연을 다녔다. 전쟁이 끝나면서 제대를 한 그는 정신여고와 숙명여고에서 잠시 교편을 잡았다. 그러다가 현제명씨와 김연준 한양대총장의 권유로 한양대 음대 창설멤버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6년 후에는 김성태 선생의 거듭된 요청에 모교인 서울대교수로 옮겼다. 그가 많은 제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은 인생살이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이겨낸 경험을 바탕으로 언제나 부드럽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편안하게 해주는 성품 덕분이다. 지금도 대학교수 제자들이 자주 찾아와 한수 지도를 받는다. 그의 자녀들은 모두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남 종선씨는 테너, 차남 종덕씨는 작곡가(상명대교수), 맏며느리 임희정씨는 피아니스트, 둘째며느리 박선하씨는 소프라노 등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으며 딸 종숙씨도 연세대 성악과를 졸업했다. 서울 동대문·광장시장 등지에서 40년 넘게 포목상을 하면서 아이들을 교육시킨 부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 성악 수준은 세계적입니다. 국제 콩쿠르를 거의 휩쓸다시피해서 한국사람들을 못나오게 할 정도입니다. 앞으로 10년후면 이탈리아나 독일 사람들이 한국으로 유학오게 될 것입니다. 음악학교도 가장 많고요. 일본의 경우 뉴욕 메트로폴리탄 무대에 선 사람이 아직까지 못나오고 있지요.” 그는 평소 윗몸일으키기 운동을 자주한다. 소리를 잘 내려면 복부 횡격막 근육을 긴장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두차례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앞으로 4~5회정도의 독창회도 자신있다고 강조한다. 노(老)성악가의 아름다움은 끊임없는 노력에서 우러나왔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안형일은 누구 ▲1926년 평북 정주 출생 ▲1945년 정주고등학교 졸업 ▲1953년 서울대 음대 졸업 ▲1960년 한양대 음대 조교수 ▲1966년 서울대 음대 교수 ▲1974년 이탈리아 로마산타체칠리아국립음악원 졸업 ▲1983년 이탈리아 가곡연구회 회장 역임 ▲1983년 국립오페라단장 역임 ▲1992년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 ▲1995년 추계예술학교 대우교수 ▲1996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1997년 국립오페라단 자문위원장 #상훈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서울시문화상, 한국음악대상, 대한민국예술원상, 국민훈장 목련장, 예총예술문화상 등. #주요공연 카르멘, 춘희, 리골레토, 춘향전, 라보엠, 루치아, 토스카, 아이다, 파우스트, 나비부인,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라조콘다, 노르마 등. 이밖에 KBS 교향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 서울아카데미심포니 등 다수 협연. 일본교향악단 협연. 일본, 미국, 태국, 독일, 네팔, 타이완 등 각국 순회공연. 국내외 각종 연주회 1000여 회 출연. #저서 이태리가곡집 전8권, 중·고등학교 음악교과서 등.
  • 유럽의 수도 브뤼셀 ‘부처의 미소’에 빠졌다

    |브뤼셀 이종수특파원|유럽연합(EU) 중심에 한국 문화의 고갱이가 상륙했다. 한국 문화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한국문화페스티벌 ‘메이드 인 코리아’가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9일(현지시간) 오후 7시 공식 개막됐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의 한국 문화를 내년 2월까지 5개월 가까이 선보인다. 개막식을 장식한 한국불교미술 특별전시회 ‘부처의 미소’를 비롯해 19가지 공연·전시회 등이 잇따라 열리면서 아시아 문화라면 중국이나 일본 정도만 알고 있는 유럽인들의 문화 감성을 자극하게 된다. ●공연·전시·문학의 밤 등 다채롭게 축제는 불교미술전에 이어 오는 18일 봉산탈춤 등 중요무형문화재를 망라한 ‘한국의 날’ 공연을 비롯, 다양한 장르의 한국 문화가 릴레이식으로 열기를 이어간다. 새달 1일에는 지난 3월 프랑스에서 첫선을 보여 호평을 받은 ‘불교 오페라’격인 태고종 영산재와 김금화의 진혼굿으로 한국종교예술의 진수를 보여준다.5일에는 황석영·박완서 등의 작품을 소개하는 ‘한국 전후문학의 밤’,24일에는 국립국악원의 종묘제례악 공연 등이 펼쳐진다. 12월에는 이창동과 김기덕 감독 등의 영화가 상영되고 내년 1∼2월에도 소설가 김영하 등이 참가하는 ‘한국 현대문학의 밤’,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밤의 꿈’ 공연 등이 이어진다. 대단원은 무용가 안은미의 ‘바리’와 비보이 공연이 장식한다. 이번 축제는 정우성 전 벨기에 대사가 1년6개월 동안 공을 들인 행사다. 유럽연합 본부와 나토 등 120개 국제기구가 몰려 있는 유럽의 심장부에 한국 문화를 총체적으로 알린다는 계획은 지난해 5월 양국 정상의 합의에 따라 속도를 냈다. 한국 정부가 21억원, 벨기에 정부가 32억원을 지원한 이번 축제의 의의는 한국 최고수준의 문화예술을 장기간에 걸쳐 종합적으로 소개한다는 데 있다. ●관람객들 불상·불화 보며 감탄 연발 개막식에는 1200명 남짓한 관람객이 ‘부처의 미소’전이 열리는 보자르 예술센터를 찾았다. 호기심을 잔뜩 안고 찾아온 유럽인들을 가장 먼저 맞은 것은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백팔번뇌’와 중앙에 마련된 실물 크기의 석굴암 부처이다. 한국의 첨단 아트와 전통의 은은한 미소에 젖은 관람객들은 한국 불교의 전파 과정을 살펴본 뒤 국보·보물급 불상과 불화를 보며 감탄사를 잇달아 터뜨렸다. 특히 국보 제83호 금동반가사유상 앞에서는 한동안 발길을 멈췄다. 브뤼셀에서 화랑을 운영하는 잔 바스티앵은 “부드러운 곡선 등이 너무 인상적”이라면서 “전반적으로 전시 컨셉트가 뛰어나다.”고 호평했다. 폴 뒤자르댕 왕립예술관장은 “중국과 일본 문화의 교차점인 한국의 불교는 1400여년 동안 고유의 정체성을 지니면서 독창성을 간직해 왔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한국문화페스티벌의 시작을 불교미술로 장식한 것은 상징적”이라고 설명했다.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은 개막식에서 “관람객들은 이 페스티벌에서 지난 60년 동안 급속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한국의 저력이 그 고유한 문화에서 나왔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vielee@seoul.co.kr
  • ‘백남준 아트센터’ 개관

    ‘백남준 아트센터’ 개관

    경기도가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을 전시하고 연구하기 위해 건립한 ‘백남준 아트센터´가 8일 문을 연다. 아트센터는 개관을 기념해 내년 2월5일까지 ‘NOW JUMP’라는 주제로 백남준의 작품 전시와 퍼포먼스 등으로 꾸며지는 ‘백남준페스티벌’을 개최한다. 페스티벌은 백남준아트센터와 지앤 아트스페이스, 신갈고등학교 체육관 등 3곳에서 열리며 19개국 113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에 위치한 백남준아트센터는 지하 2층, 지상 3층, 연면적 5605㎡ 규모로 상설 및 기획전시실, 자료실, 창작공간, 교육실, 수장고, 연구실 등을 갖추고 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2003년 국제 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선정된 독일 건축가 키르스텐 셰멜의 ‘매트릭스(The Matrix)’라는 작품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고 백남준이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고 직접 이름을 붙인 백남준아트센터는 지난 2001년 고인과 경기도간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건립됐으며,‘백남준’이라는 명칭을 가진 세계 최초의 미술관이다. 아트센터는 앞으로 백남준이 40여년간 작품활동을 통해 남긴 2000여점을 주제별로 나눠 전시하게 된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10시까지이며 매달 마지막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일반 7000원, 중고생 5000원, 초등학생 3000원이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평생 외길 ‘장갑작가’ 예술혼과 땀의 진수

    평생 외길 ‘장갑작가’ 예술혼과 땀의 진수

    30년.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뀔 동안 단 한 번도 한눈 팔지 않고 붙들어온 일이 있다면, 그건 숙명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중견작가 정경연(53·홍대 섬유예술학과 교수)에게 장갑작업이 그렇다. 지난 30년 동안 하얀 면장갑을 손에서 내려본 적이 없었다.‘장갑작가’란 별명이 이름보다 더 익숙해진 지 오래다. 그가 서초동 세오갤러리에서 미술인생 30주년을 기념한 전시를 열고 있다. “거창하게 몇 주년이라는 데 의미를 둘 생각은 없어요. 그저 초발심으로 다시 돌아가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거지요.” 처음 미술학도로 발을 디뎠던 그날의 초심을 되찾는 것,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것이 전시의 취지라고 작가는 말했다. 이번 전시는 그의 30년 작품세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대표작들로 채워졌다. 섬유, 회화, 조각, 비디오 설치 등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어온 그의 고집이 한자리에서 읽힌다. 그런데, 하고많은 오브제 중에서도 왜 하필이면 면장갑이었을까.“대학교 2학년 때 유학을 떠났었는데, 그때 이역만리의 딸이 작업하다 손 다칠까봐 걱정이 되신 어머니가 면장갑 한다발을 소포로 보내셨어요. 아까워서 쓰지도 못하고 그걸 어머니 선물로 만들 작품재료로 썼죠. 나중에 지도교수가 신선하다며 전시회 출품을 권유한 거였어요.” 작가가 면장갑 오브제를 빌려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는 ‘평등’이다.“힘겹게 새벽을 밝히는 청소부였든, 노숙자였든, 교황이었든 장갑을 낀 손은 밖에서 보면 다 똑같지 않냐?”고 반문한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 후 장갑 작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인 건 1981년. 응용미술쯤으로 치부돼온 섬유작업을 순수미술의 영역으로 확장했다는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한 작품에 들어가는 장갑재료의 수는 적게는 수십 수백장, 많게는 1t 트럭 2대 분량이 들어갔다. 경기 의왕의 300여평 되는 작업실 가득히 재료를 쌓아놓고 “돈 안되는 미술작업을 하고 있다.”고 작가는 활짝 웃었다. 기실 섬유예술은 미술에 있어선 3D업종이나 마찬가지.1년에 한두 작품밖에 못할 때도 있을 만큼 시간이 많이 걸린다. 뿐만 아니다. 미세 섬유가루, 진드기, 화학약품 등 유해한 작업환경도 견뎌내야 한다. 작가는 장갑을 소재로 삼아 꾸준히 여러 작업방식을 시도해왔다. 예컨대 장갑을 평면 가득 붙여놓은 듯한 1994년 ‘무제’는 본을 떠 종이로 만든 작품. 백남준을 기려 만든 설치작품 ‘하모니’ 시리즈에는 비디오아트를 접목시켰다. 이번 전시회에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은 ‘블랙홀’ 시리즈다. 수레바퀴 모양의 작품은 “아무리 문명이 발달해도 인간존재는 원초적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았다.30년의 세월을 거치며 한 작가의 의식이 ‘입체’와 ‘평면’을 어떻게 재구성해 왔는지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해볼 수 있는 전시다.30일까지.(02)583-5612.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기술과 예술 경계 허문다

    기술과 예술 경계 허문다

    순순하게 노트북 컴퓨터만으로 이뤄진 미국의 오케스트라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의 전통음악 연주자들과 천상의 소리를 만들어낸다. 또 ‘통섭(統攝)의 최고수’로 꼽히는 미국 MIT미디어렙 교수들이 한국 학생들과 화상회의를 통해 상상력의 근원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갖는다.8일부터 11일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서 열리는 ‘제2회 예술과 과학기술의 통섭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 isAT2008(International Symposium for Arts and Technology)은 기술에서 벗어나 예술적 상상력과 창의적 발상을 지향하기 위한 본격적인 통섭 실험이다. ‘세번째 공간으로의 이동’이란 주제로 열리는 심포지엄에서는 물리적인 ‘제1의 공간’과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제2의 공간’의 연결에 의해 구현되는 제3의 공간인 ‘유비쿼터스’에 대한 활발한 토론과 공연이 이뤄진다. 이번 행사에서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인공두뇌학)의 선구자인 로이애스콧과 백남준보다 먼저 비디오아트로 이름을 떨친 세계적 미디어아트 작가 제프리 쇼(호주 시드니 인터렉티브 시네마 연구소 교수)가 기조연설을 맡는다. 코넬대의 린허쉬만 교수는 전세계 1300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사용하고 있는 온라인 3차원 가상세계를 활용한 강의를 선보인다. 가상세계의 아바타로 등장해 직접 본인의 전시작과 영화, 퍼포먼스 영상 등을 시연하고 설명하는 방식으로 강연을 진행한다. 한국의 참여자들과 쌍방향 토론도 시도한다. 사람이 전혀 등장하지 않고 노트북 컴퓨만으로 구성된 ‘랩탑 오케스트라’도 국내 첫 선을 보인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컴퓨터 음악·음향 연구소 CCRMA에서 제작한 ‘스탠퍼드 랩탑 오케스트라’는 오케스트라 단원을 모두 각각의 랩탑으로 대체해 천상의 소리를 들려준다. 특히 공연에서는 미국에서 연주되는 랩탑 오케스트라의 오디오와 비디오를 한국에서 실시간으로 전송받아 한국에서 실제로 공연하는 전통음악 연주자들과 협연을 시도할 예정이다. 한예종 관계자는 “네트워크로 생기는 지연의 개념까지 음악적으로 이용하면서 시공간을 초월한 미래 지향적 퍼포먼스를 만들어낼 계획”이라며 “기술의 진보로 만들어내는 전자음악과 혼이 살아있는 한국 전통음악의 협연이 완벽한 통섭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의 백미는 한예종 미래교육단이 주관한 ‘수(數)의 날씨’다. 연극원 윤정섭 교수가 연출을, 무용원 김삼진 교수가 안무를 맡고 황지우 총장이 시나리오를 써 연극과 무용, 문학의 통섭을 시도했다. ‘수’의 담담한 언어를 통해 인류가 처한 상황을 그려내며 숫자가 갖고 있는 데이터로서의 객관적 사실 외에 이면에 놓인 진실과 의미를 역동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책꽂이]

    ●정권별 재벌정책과 그에 대한 평가(문인철 등 지음, 한국학술정보 펴냄) 역대 정권별로 재벌정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공정거래법 개정사를 중심으로 짚었다. 대규모기업집단 제도, 업종전문화 제도, 지주회사 제도 등 9가지 주요 재벌정책을 집중적으로 살폈다.1만 8000원.●근대유럽의 인쇄미디어 혁명(엘리자베스 아이젠슈타인 지음, 전영표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르네상스, 종교개혁, 근대과학의 부흥에 인쇄혁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과정과 결과를 추적했다.2만 9000원.●우리들의 소풍(김홍성 지음, 효형출판 펴냄) 히말라야, 티베트, 라다크 등지를 떠돌며 여행기를 썼던 저자가 네팔 카트만두에 정착해 2002년부터 밥집을 운영하며 겪은 훈훈한 사연들.1만원.●리더를 위한 미술 창의력 발전소(이주헌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피카소에서 백남준까지 미술사를 풍미한 작가들의 작품 탄생 배경에는 어떤 창조정신이 숨겨져 있는지 살폈다. 창의력의 본질을 파악하고, 창의력을 고향시키는 방법도 귀띔.1만 5000원.●으능나무와의 대화(민병산 등 지음, 선 펴냄) 1988년 타계한 문필가 민병산의 20주기 추모 문집. 고인의 유작 수필을 비롯해 신경림, 구중서 등 생전에 그와 교분이 깊었던 이들이 추모글을 모았다.1만원.●논, 밥 한 그릇의 시원(始原)(최수연 지음, 마고북스 펴냄) 삶의 근원을 ‘논’이라고 정의한 저자가 논의 서정과 문화적 의미를 두루 담았다. 담담한 시선으로 논의 사계를 카메라로 포착했다.1만 5000원.●한국사 여걸열전(황원갑 지음, 바움 펴냄) 국조 단군왕검의 어머니인 웅녀부터 고구려의 국모 유화부인, 최초의 여장군 연수영, 원나라 기황후, 조선의 여성 성리학자 임윤지당 등 역사 속 여걸 27명의 이야기.2만 3000원.●죽음의 탄생(실비아 쇼프 지음, 임영은 옮김, 말글빛냄 펴냄) 유럽을 비롯해 중국, 토고, 이라크, 뉴질랜드, 칠레 등 지구촌 곳곳의 죽음과 관련한 설화와 신화 57편을 엮었다.1만 2000원.●기적의 자연치유(티모시 브랜틀리 지음, 박경민 옮김, 전나무숲 펴냄) 저자는 미국의 자연의학자.20여년 동안 수천명의 환자를 치료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질병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1만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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