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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S 최고 핫한 ‘구글 라이드’ 타보니…‘할매 로봇’ 입담에 ‘깜놀’

    CES 최고 핫한 ‘구글 라이드’ 타보니…‘할매 로봇’ 입담에 ‘깜놀’

    CES서 최고 인기 전시 ‘구글 어시스턴트 라이드’열차 놀이기구 형식에 할머니 ‘생파 준비’ 스토리할머니 로봇, 셀피 찍자 “사진 어디에 올릴 거야?” 지난해 CES에 처음 참가한 구글은 지난 8일(현지시간) 개막한 올해 전시에선 규모를 3배 이상 확대하고, 외부에 별도 건물을 세워 마련한 전시장 전면 벽 전체엔 커다란 사이니지를 설치해 존재감을 뿜어댔다. 특히 올해 전시에서는 열차 놀이기구 형태의 전시물 ‘구글 어시스턴트 360° 라이드’를 만들어, 관람객 인기를 끌어모았다. 구글 어시스턴트 라이드는 주인공 밥이 바쁜 일상 속에서 할머니의 91세 생일 파티를 준비하는 과정을 디즈니랜드의 ‘뮤지컬 라이드’ 같은 열차 놀이기구 형태로 보여준다. 인공지능(AI) 음성비서 구글 어시스턴트가 주변에 어디든 존재하며 일상을 도와줄 수 있다는 걸 열차에 탄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만들었다. 현장 관람객들이 소셜미디어 등에 ‘이번 CES 최고 전시물’이라고 평가한 걸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9일에도 관람객들은 개장 전부터 구글 전시장 옆에 긴 줄을 섰다.줄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입구에 할머니 모습을 한 로봇이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 라이드를 구성하는 이야기 속에서 생일을 맞는 밥의 할머니다. 로봇은 사실상 구글 어시스턴트 라이드에서 구글의 실제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유일한 전시물인데,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놀라운 자연어 의사소통 능력을 보여준다. ‘눈’이 마주친 기자가 손을 흔들자, 할머니 로봇은 “안녕, 아가야”(Good morning, honey)라고 인사했다. 뒤에 따라오던 외국인 관람객은 할머니 로봇과 함께 셀피를 찍으려고 어깨동무를 하고 스마트폰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할머니 로봇은 카메라를 응시하며 “이 사진 어디에 올릴 거냐”고 물었다. 관람객이 “여기저기에 다 올릴 것”이라고 대답하자, 로봇은 웃으면서 “인터넷에 대량으로 뿌려지겠구나”라고 말했다. 열차에 타기 직전 밥이 잠자고 있는 방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내 제인은 출장 때문에 공항으로 떠나기 전 방문을 열고 “내일 할머니 생일 케이크와 깜짝 파티를 준비해 달라”고 주문한다. 관람객들이 타면 좌석 앞에 있는 영상표시장치에 구글 어시스턴트 화면이 표시되고, 열차가 동화 같은 배경과 움직이는 인형들로 꾸며진 터널 안으로 들어간다. 잠에서 깬 밥은 장난꾸러기 아이들과 씨름하며 할머니 생일 파티를 준비하던 중, “헤이, 구글”하고 구글 어시스턴트를 불러 하루 일정을 확인한다. 어시스턴트는 날씨 등 간략한 정보를 알려준 뒤 “할머니 생일 케이크를 잊지 말라”고 말한다. 밥은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할머니 케이크를 사러 간다. 그는 구글 어시스턴트에게 “빵집에 데려다 달라”고 말한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내비게이션을 시작한다”고 답한다. 빵집에 가는 길에 차가 막히자 밥은 어시스턴트를 불러 제인에게 도착시간을 메시지로 보내달라고 말한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그 뒤 “전방에서 속도를 줄이라”면서 “더 빠른 길을 찾았다”고 알려준다. 열차는 철로를 따라 건물 밖으로 나갔다 들어가고, 그 중간에 롤러코스터를 탈 때처럼 관람객 사진을 찍는 장소를 지난다. 빵집에 도착하니 프랑스인 제빵사가 영어를 못한다. 밥은 구글 어시스턴트에게 “내 불어 통역사가 돼 달라”고 말한다. 구글은 이번 전시 개막일인 지난 8일, 구글 어시스턴트에 언어가 다른 두 사람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통역하는 ‘통역사(interpreter) 모드’를 추가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살짝 먼저 알려 준 것이다. 구글 어시스턴트 덕분에 아내가 준 과제를 무사히 수행한 밥은 할머니 생일파티를 하며 마지막으로 어시스턴트를 불러 스마트폰 카메라를 ‘그룹셀피’ 모드로 전환하라고 말한다. 열차 운행이 끝나고 나가면 탑승 중에 찍은 사진을 이메일로 받을 수 있는 장치가 벽에 붙어 있다. CES 출입용 배지 QR코드를 기기에 대면, 등록할 때 입력한 개인 이메일로 사진이 전송된다.구글은 이번 전시에서 사실상 구글 어시스턴트를 누구에게나 친숙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 전시장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각종 생활기기로 아기자기하게 꾸렸다. 특히 쉽게 눈에 띄도록 하얀 산타 복장을 한 현장 안내 직원을 대규모로 투입해, CES 전역에서 관람객들과 항상 마주칠 수 있게 했다. 이들의 등엔 영어로 구글 어시스턴트라고 쓰여져 있다. ‘구글 소속 보조원’인 이들의 직책과 AI 음성비서 서비스 이름을 중의적으로 나타낸 것이다.구글 전시장 맞은편엔 거대한 사탕뽑기 기계 모양의 시설을 세웠다. 구글 어시스턴트 서비스를 쉽게 전달하는 동시에 관람객에게 경품을 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사람이 너무 몰려 순서를 기다리려면 약 90분이 걸린다. 글·사진 라스베이거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일제 강제징용 상징 군함도, 태풍에 쑥대밭…무너진 곳 잔해더미

    일제 강제징용 상징 군함도, 태풍에 쑥대밭…무너진 곳 잔해더미

    일제 징용노동의 대표적 상징인 일본 ‘군함도’가 지난해 태풍으로 크게 파손돼 사람들의 접근이 금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달쯤 상륙과 관광이 허용될 전망이지만, 이 섬이 일반에 공개된 2009년 이후 가장 장기간의 접근 제한이 지속되고 있다. 군함도는 나가사키현 나가사키항에서 남서쪽으로 18km 떨어진 곳에 있는 하시마섬을 말하는 것으로, 전체 모양이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군함도라는 별칭이 붙었다. 연간 30만명 정도가 이곳을 찾고 있다.9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군함도는 지난해 10월 제25호 태풍 ‘콩레이’로 인한 강풍과 파도에 통로 울타리들이 대거 무너지고 유실됐다. 배가 접안할 때 필요한 완충장치도 12개 중 6개가 유실됐다. 군함도는 이전에도 태풍 등으로 상륙이 금지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4개월 이상 장기화되는 경우는 일반의 접근이 가능하게 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마이니치는 “나가사키시의 5개 업체가 군함도 관광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상륙이 금지된 이후에는 배 위에서 섬 주위를 둘러보는 정도로만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나가사키시와 지역업계가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 관광업체 관계자는 “통상 10, 11월은 대목 시즌이지만 이전에 비해 관광객이 30~40% 감소했다”고 마이니치에 말했다. 군함도 입장료로 어른 300엔(약 3000원), 어린이 150엔을 받아온 나가사키시는 지난 4개월간 약 2500만엔의 수입 감소가 발생했다. 파손된 시설 복구비로도 3110만엔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일본은 ‘메이지시대 산업혁명 유산’이라며 군함도 등 근대산업시설 23곳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 결국 2015년 7월 한국 등의 반대를 뚫고 최종 등재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등재 조건이 됐던 부분을 이행하지 않는 등 말썽을 빚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 당시 일본은 “근대산업시설 23곳 중 일부에서 1940년대 한국인과 기타 국민이 자기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했다”고 인정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는 이를 명확히 알리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일본은 2017년 11월 유네스코에 제출한 ‘유산 관련 보전상황 보고서’에서 ‘강제노역’ 대신 “2차대전 때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전쟁 전과 전쟁 중, 전쟁 후에 일본의 산업을 지원한 많은 수의 한반도 출신자가 있었다”고만 표현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광주시 관광캐릭터 ‘깡두리’ 개발

    광주시 관광캐릭터 ‘깡두리’ 개발

    경기 광주시가 대표 관광지인 남한산성을 소재로 한 캐릭터 ‘깡두리’를 개발해 공개했다. 시는 광주의 친근한 발음을 따라 관광캐릭터 이름으로 ‘깡두리’라는 네이밍을 붙였으며 기본형 캐릭터 이외에도 응용형 캐릭터, 엠블럼, 시그니쳐 등 100여종의 이미지를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깡두리의 기본형 캐릭터는 201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 성곽 모양의 머리와 배에는 성문 모양을 형상화해 아이템 주머니, 블랙스크린 역할 등을 한다. 시는 2019년 캐릭터 홍보사업으로 캐릭터 조형물 설치, 관광기념품 제작 등 홍모매체를 통해 대내외 홍보에 나서며 광주시를 대표하는 관광캐릭터로 자리매김 시킬 예정이다. 또한, 상표·특허 등록을 추진해 광주시 관광캐릭터로서의 독점적 권리를 부여받을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관광캐릭터 개발을 통해 지역관광 활성화를 기대한다”며 “외부 관광객들의 유입을 도모해 타 지역과의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우산그늘/조은희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우산그늘/조은희

    무대 어두운 파란빛 조명. 조명은 무대 후면만 들어오며 그 빛은 관객석으로 뻗어나간다. 관객들은 소품과, 인물들의 그림자 속에서 무대를 관람한다. 무대 중앙을 제외한 후면의 극 상하수는 조명의 빛이 흐릿하다. 빛이 흐린 어둠 속에서 인물들은 대기를 할 수 있다. 프롤로그, 새미의 학원 앞 / 저녁 빗소리. 그 소리는 폭우같이 거세지만, 바람은 불지 않는다. 조명은 옅고 어두운 파란빛. 무대의 전면 상수에는 연성이 우산을 들고 있다. 무대 전면 하수에는 문준이 우산을 들고 있다. 새미, 등장. 입으로 학생이 할 법한 욕을 중얼거리며, 메고 있던 가방을 머리 위를 가리듯, 든다. 새미는 무대 전면 중앙으로 뛰어온다. 연성과 문준. 동시에 돌아본다. 새미가 중앙에 선다. 웅덩이를 밟은 듯, 첨벙 소리가 난다. 문준과 연성은 동시에 고개를 객석으로 향한다.문준 우새미! 아빠 왔다! 새미, 교복 바지가 젖은 듯. 욕을 하며 발을 들어 확인한다. 문준 아빠 왔다고! 바지 다 버렸네. 아침에 빨래했는데, 또 세탁기 돌려야 해? 연성 새미? 혹시 너가, 우새미 맞지? 새미 예? 맞는데요? 이렇게 비 오는 날. 절 왜요? 연성 나야. 김연성. 새미 누구냐니까요. 연성 네가 처음으로 손가락을 쥔 사람. 새미는 연성을 돌아본다. 새미를 제외한 모두 앞을 보고 있다. 문준의 우산이 눈에 띄게 처지듯, 내려간다. 문준의 얼굴이 우산에 가려진다. 1장, 새미의 집 / 저녁 무대 후면. 옅은 하늘빛 조명과 노란 조명이 무대를 밝힌다. 무대 전면에 소형 테이블과 큐빅 2개가 있다. 문준은 무대 후면에 있다. 문준은 젖은 우산을 펼친 채 조명 앞에 둔다. 우산 모양의 그림자가 바닥에 그려진다. 동시에 무대 상수에 있던 새미가 연성을 어둠 속에 뿌리쳐 놓고, 비교적 밝은 전면으로 들어온다. 문이 닫히는 소리. 연성은 문을 두드리는 손짓을 한다. 연성 (문 두드리며) 새미야! 문 열어! 새미 들어오지 마요! 이런 행동, 불법인 거 아시잖아요? 문준이 손을 소매에 닦으며 무대 전면으로 이동한다. 새미 아빠, 우산 또 저렇게 해놨어? 저러면 바닥에 물 떨어진다니까. 바닥이 원목이라 물 몇 방울이라도 나무가 이리저리 운다고 말했잖아. 문준 잘 기억하네? 내가 그랬었지. 나무라 이리저리 뒤틀린다고. 근데 물이야 닦으면 되는 거고. 우산은 접어서 보관하면 녹슬어. 새미 어차피 내일도 비 오거든요. 추적추적. 약해지겠지만요. 문준 갈색 얼룩보다는 낫지, 녹슬면 흉해지고, 가지고 다니기 싫어지니까. 쾅쾅쾅! 연성 (문 두드리며) 새미야. 김새미. 인터폰 통해서라도. 얘기만 하자. 아니면 얼굴이라도. 문준 이제는 성까지 바꿔버리네. 새미 여기는 우문준, 우새미. 우씨 집안이에요! 잘못 찾아오셨어요! 잠시 잠잠하다. 새미 아빠 밥은? 문준 아까 낮에 햇볕 아래에 누워 있었는데, 배가 금방 찬 것 같더라니. 다시 출출해졌어. 새미 요즘 따라 먹구름이 자주 껴서 그래. 문준 그렇지? 아빠가 이상한 거 아니지? 새미 물을 걸 물어 아빠. 18년간 한 번도 그런 적 없잖아. 문준 한 번은 아니고…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는 아니겠지? 새미 아빠도 수명은 있을 거 아냐. 나 학원에서 꼬부랑 글씨를 너무 봐서 그런가. 배가. 쾅쾅쾅! 연성 새미야! 너가 나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게. 나 기다린다! 문준 (무시하려는 듯) 배고프지. 우리 야식 먹을까? 새미 오랜만에 배달 시켜 먹자! 나 조금만 더 시켜 먹으면 배달 앱에서 아이디 등급 올려준대. 어때 아빠? 피자? 문준 아냐. 내가 해 줄게. 금방이야. 군만두가 냉동실에 한가득이야. 자리 비좁아. 새미 아빠 힘들잖아요. 나도 이제 그것쯤은 알아. 뭐 시켜 먹을까? 그 전에 나 옷 갈아입고 올게. 문준 아빠가 이렇게 해 줄 수 있을 때 먹어. 나 늙으면 해 달라 해도 안 해 준다. 그땐 새미 네가 나한테 해 줘야지. 새미 말을 꼭 할아버지처럼 하네. 아빠 아직 한참 멀었어. 수명 240세 시대야. 120세 하프 세대도 훌쩍 넘은 지 오래구만. 문준 그건 너한테 해당되는 얘기고. 여튼 군만두 개수는 내가 알아서 한다? 다 먹어야 해? 새미 알겠어. 문준 무대 중앙 하수로 간다. 문준은 어둠 속에 있다. 문준은 무대 중앙을 등지고 있다. 문준은 앞치마를 맨다. 문준은 요리하는 시늉을 한다. 지글지글 소리가 난다. 새미는 교복 와이셔츠 단추를 푼다. 단추를 풀자, 반팔티가 나온다. 새미가 교복 바지를 벗는다. 바지를 벗자 체육복이 나온다. 문준 교복 아무데나 벗어두지 말고! 방에 갖다 놔. 새미 개고 있어! 아빠는 맨날 보지도 않고 단정 지어! 새미는 큐빅 위에 교복을 아무렇게나 올려둔다. 새미는 무대 전면 상수로 이동한다. 새미 김이 많이 서렸네. 이러면 아빠가 계속 배고플 텐데. 새미는 호 입김을 분다. 와이셔츠 소매로 창문을 닦는 시늉을 한다. 그 행동은 느리게 진행된다. 그때, 쾅쾅쾅. 이번엔 아무 소리도 없다. 새미는 문준이 있는 무대 하수를 본다. 새미는 연신 눈치를 보며 연성이 있는 문으로 다가간다. 끼이익. 문 열리는 소리. 연성 새미…! 새미 쉿, 아빠 요리하러 갔어요. 여기까지 따라오면 어떡해요. 이 집에 지금 못 들어오는 이유, 제가 보낸 봉투에 다 담겨 있을 텐데요. 연성 사정이 있었어. 네가 모를 사정. 새미 그래요. 그쪽의 유전자를 인공 난자에 넣을 때도 제가 이해해야 될 사정이 있었나요? 몰랐어요. 아직 고등학생이라. 연성 난 연구원이었어. 첫 연구가 성공할 줄 누가 알았겠어. 성공해서…기뻤지만. 그게 널 데려가기 전에는. 새미 말 조심해요. 문 닫기 전에. 연성 지금 말씨름하자고 만난 거 아니야. 난 알고 찾아갔어. 너의 아빠가 널 데리러 온다는 것을 알고. 적어도 내가 엄마라는 건 안 밝혔잖아. 얼굴도 제대로 못 봤을 거야. 우산을 모자마냥 푹 눌러쓰고 있던데. 새미 엄…이란 단어는 내 앞에서 쓰지 마세요. 밝혀주지 않은 덕분에 난 아빠한테 그 쪽이 게임 유저라고 밝힐 거예요. 제가 판 희귀 아이템을 돈 주고 사러 온 게임 유저요. 그러니까, 조용히 가 주세요. 나머지는 서류로 이야기하죠. 새미는 문을 쾅 닫는다. 문준이 프라이팬을 들고 등장한다. 문준 받침대 없어? 받침대. 새미는 받침대를 까는 시늉을 한다. 새미 아빠 잔치 열어? 무슨 만두가 북한산처럼. 문준 그 사람은 갔어? 새미 어? 새미, 군만두를 입에 넣는 시늉. 새미 (후하후하 대며) 아 뜨거! 음 그 사람? 내가 모바일 게임에 현질을 좀 해서, 아이템이 남더라고 그래서 판다고 했는데. 오죽 급했는지 우리 집 현관까지 온 거야. 그래서 돌려보냈어. 요즘 사람들은 왜 이렇게 급한지. 문준 갓 튀긴 만두, 허겁지겁 혀 데면서 먹은 놈이 할 말은 아니네요. 정말 간 거 맞아? 새미 갔어. 뒷모습도 봤는걸. 문준 일부러 그 사람 것도 구웠는데. 그래서 많아졌어. 다 먹을 수 있지? 아들? 둘의 젓가락이 왔다 갔다 하나, 힘이 없다. 새미는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문준 야 우새미. 너 설마 벌써 다 먹은 거야? 새미 …입맛이 없어. 문준 말도 안 돼. 이거 다 어떡해? 아까는 다 해치울 듯이 굴더니. 새미 내일 아침 반찬으로 하면 좋겠다. 그래서 일부러 남기는 거야. 문준 그래 그럼, 아빠가 다 먹는다. 숟가락 줄면 나야 환영이지. 새미 나 먼저 씻을게. 새미 무대 상수로 퇴장. 문준은 젓가락질을 하려다가 내려놓는다. 아까 새미가 서 있던 창문 뒤에 선다. 창문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난다. 문준 날이 흐리네. 문준은 새미의 교복을 갠다. 조명이 어두워진다. 2장, 새미의 학원 앞 / 낮 잔잔한 보슬비 소리. 연성이 우비를 입고 있다. 무대 상수에서 문준이 우산을 들고 등장. 연성 어? 문준 (혼잣말로) (웅덩이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쳐다보듯) 다 큰 어른이 부끄럽지도 않나. 연성 네? 문준 고등학생이랑 거래하는 거 말이에요. 연성 그게 워낙 희귀한 아이템이라. 제 시간, 돈, 다 쏟아붓는 겁니다. 문준 난 그 애의 아빠예요. 계속 이러시면. 연성 새미 말을 진짜 믿네요? 문준 계속 이러시면 신고할 겁니다. 접근금지 신청도 내릴 거고. 연성 내가 걔 본명을 어떻게 알 것 같아요? 문준 보나마나 은행 계좌겠죠. 입금을 하라고 새미가 본명을 알려 줬을 거니까. 연성 난 당신 본명도 알아요. 새미가 이름 하나는 잘 짓네요. 문준 현실 세계로 돌아오세요. 맨날 게임만 하니까 현실과 가상을 분간 못 하잖아요. 문준은 연성의 반대 방향으로 돌아선다. 연성은 문준 쪽으로 돌아선다. 문준 제가 새미 대신 아이템값 배로 환불해 드릴 테니까. 거래 파기하세요. 연성 걔가 먼저 연락했어요. 저한테. 문준 그러니까 배로 쳐드린다구요. 없었던 일로 합시다. 연성 우산부터 위로 올리고, 절 보면서 말하세요. 문준 그쪽 얼굴 보고 싶지 않아요. 연성 새미도 궁금할 겁니다. 항상 비 오는 날만 데리러 오는 당신을요. 아무리 길이 물기로 미끄럽다고 해도요. 문준 내 아들이 유치원생도 아니고, 그냥 산책 겸 데리러 온 거죠. 우산도 따로따로 쓰는 마당에 무슨 소리예요. 연성 우산 그늘 아래 숨어서 아빠 노릇하는 거 지겹지 않아요? 우산이 올려져 완전히 얼굴이 드러난 문준. 연성 쪽으로 돌아선다. 연성 당신은 기호랄 것도 없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새미한테 맞춰서 제작되었으니까. 근데 요즘 좀 지겨울 겁니다. 연성이 문준을 향해 한 발자국 다가간다. 우산끼리 부딪힌다. 연성 내가 당신 버전을 한 칸 올렸거든. 문준 이건 불법이야. 연성 원래 회수 절차예요. 알아요? 문준 새미 몸이 성장이 거의 됐다고 해도 완전한 성인이 아니에요. 회수는 2년도 더 남았다구요. 저는 새미가 대학 가는 거까지만 지켜볼 거예요. 연성 온몸이 뜨거워지지 않나요? 문준 네? 연성 햇빛 쬘 때, 햇빛보다 몸이 더 뜨거워지지 않냐구요. 그러니까 방금 한 따끈따끈한 밥보다 밥을 먹는 인간의 몸이 더 뜨거운 것처럼요. 연성은 문준의 표정을 살핀다. 연성 전혀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이네. 다른 비유를 들어야 하나… 죄송하지만 당신 지능 지수가 몇 점이죠? 문준 예의를 지키세요. 연성 순수하게 묻는 거예요. 이런 질문,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잖아요. 당신 같은 존재를 위한 헌법이 나온 지 겨우 5년도 안 됐어요. 아직 개정 중이고요. 문준 새미가 더 잘 알 거예요. 당신 말대로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새미의 아빠니까. 지금 어떤 위치에서 당신이 일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를 함부로 대할 자격 없습니다. 새미한테도 마찬가지예요. 연성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서, 당신도 인간처럼, 건조해진 거예요. 이유는 당신이 알 테죠. 지금은 몰라도 나중엔 오히려 나한테 고마워할지도 모릅니다. 문준 인간처럼? (사이) 저는 아버지예요. 우린 잘 살고 있었어요. 아무 탈 없이요. 저는 그렇다 칩시다. 새미는요. 적어도 새미의 의사는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연성은 말이 없다. 문준 알면 돌아가세요. 새미가 어제에 이어 또 당신의 얼굴을 보기 전에요. 연성 정말 입을 떼기가 어렵군요. 문준 그래요. 신고가 두려우시겠죠. 이제야 말이 통하네요. 그때, 무대 하수에 새미가 서 있다. 새미는 어둠 속에 있다. 연성 한 달 전, 새미가 절 찾아왔어요. 새미는 서류 봉투를 들고 있다. 문준 속임수 안 통해요. 연성 거짓말은 벌써 전부터 끝났어요. 새미의 팔이, 연성에게 서류 봉투를 건넨다. 연성, 봉투를 조심스럽게 받는다. 연성 연구실 직원이 조용히 저에게 건네더군요. 새미가 보낸 서류였어요. 저는 그것을 찬찬히 읽고 또 읽었어요. 마치 좋아하는 소설의 구절을 반복해서 읽듯이요. 새미 ‘父 우문준의 소유권을 가진 子 우새미는 출생원의 절차에 따라, 父 우문준을 회수함에 동의한다.’ 연성 회수 담당이 내가 된 거예요. 그 아이가 손을 뻗어 감쌌던 손가락의 주인공인 내가. 엄마인 내가. 드디어 제자리를 찾을 기회가 온 거예요. 새미 엄마, 이제 돌아올 때가 됐어요. 연성 라고 말하는 것 같았죠. 문준 그걸 저보고 믿으라는 거예요? 새미는 어제도 내가 배고픈지 걱정했던 애예요. 그래서 아무데나 막 서명한 겁니다. 출생원에서 혹시 제 배터리를 갈아주지 않을까 해서요. 연성 도망가지 마세요. 문준 당신이 새미에 대해 무얼 말할 수 있죠? 손가락 하나 쥐어 주었다고 해서. 당신보다 두 마디 더 길어진 새미의 손이 그때와 같을 것 같나요? 빗소리가 거세진다. 문준은 연성에게 달려들 듯이 다가선다. 연성 아빠 노릇해서 얻은 데이터베이스, 하루면 다 읽을 수 있죠. 문준 그 데이터베이스는 하루아침에 쌓인 게 아니에요. 문준은 우산을 바닥에 떨어뜨리듯 내린다. 문준 난 새미가 자라는 모습을 메모리에 18년 동안 차곡차곡 쌓았어요. 결코 무시 못할 세월이에요. 그래서 엄마인 당신도 수없이 망설 였을 겁니다. 그러다 서류를 받자 용기가 났고 여기까지 왔겠죠. 근데 당신이 잊은 것이 있어요. 내 데이터베이스는 읽어도 새미가 쌓은 기억들은 읽을 수 없음을 말이에요. 문준은 우산을 접는다. 문준은 상수로 퇴장한다. 새미, 무대를 돌아 후면 하수에서 전면 중 앙으로 이동한다. 새미는 후드 모자를 쓰고 있다. 새미는 후드 주머니에 손을 꽂고 있다. 연성 새미야. 왜 비를 맞고 다녀. 감기 걸리게. 새미 얼굴이 다 젖은 건 제가 아닌 걸요. 꽤 오래 서 계셨나 봐요. 연성 우비가 그렇지 뭐. 만들 때, 머리는 안중에도 없었나 봐. 새미 이렇게 서 있으면 아빠가 절 데리러 왔다가도 발걸음을 돌리겠어요. 연성 네 아빠가 그렇게 쉽게 돌아서겠니. 새미 혹시 모르죠. 우리 아빠도 제가 이렇게 돌아설 줄은 몰랐겠죠. 그러니까 아빠도, 저도 서로 모르는 거예요. 연성 생각이 많아졌어. 혼란스러워. 새미 아빠가 나가면, 본인이 빈자리를 채울 거라고 기대하시지 않았나요? 연성 오래된 일기도 망설임 없이 찢는 사람들이 있지. 우리 엄마도 그랬어. 새미 너는? 나라고 다를까? 새미 버려진 건 당신이 아니에요. 나라구요. 내가 태어나서 당신이 엄마가 되었잖아요. 근데 당신이 엄마라서 날 태어나게 한 것처럼, 괴로워하지 말란 말이에요. 연성 괴로워할 자격 없는 거 알아. 그땐 엄마라는 생각보다, 실험이 성공한 기쁨, 연구원으로서의 성취감이 날 지배했어. 지금에서야 두려울 뿐이야. 너도 혹시 날… 갈아 끼우듯 버리는 것이 아닌가. 새미 잠시 말이 없다. 새미 비가 점점 그치고 있어요. 빗방울 떨어지는 간격이, 뜸하네요. 연성 지금쯤이면, 네 아빠가 집에 도착했겠지. 새미 데리러 왔었군요. 연성 그래. 너도 알고 있는 것 같았어. 새미 맞아요. 아빠는 왜 비오는 날이면 날 데리러 왔을까요? 전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어요. 비 오는 날에는 우산 아래, 지나가는 사람들이 제 눈에 안 보이거든요. 절 괴롭히던 중학교 동창을 만나도 우산을 앞으로 조금만 더 내리면 대통령도 부러워할 벙커가 돼요. 숨은 거라 해도 좋아요. 근데, 아빠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진 않았어요. 연성 이제 가자. 집으로. 새미 제 선에서 마무리하죠. 연성 너가 부추기겠다고? 새미 네. 아빠는 항상 구름이 없는 날을 좋아했어요. 그런 날에 집에 오면, 아빠는 창가에 서 있었죠. 연성 정말 너가 할 수 있겠어? 새미 내일 봬요. 새미, 후드 모자를 벗고 무대 후면 상수로 간다. 새미는 어둠에 잠긴다. 연성, 무대 하수로 가서 퇴장한다. 조명이 어두워진다. 3장, 아빠의 방 / 밤 드라이어기 소리. 무대가 환해지면, 새미가 문준의 머리를 말려 주고 있다. 새미는 반팔 티셔츠 차림이다. 문준은 비에 젖은 생쥐 꼴이다. 새미는 드라이어기를 내려놓는다. 새미는 수건으로 아빠의 머리카락 나머지를 닦는다. 문준 이러니까 졸리다. 네가 어릴 때 조는 이유가 있었구나. 드라이어기 소리가 시끄러운 데도 휘청휘청. 새미 자, 다 끝났어. 문준 이제 자리 바꾸자. 문준은 드라이어기를 손에 든다. 새미 내가 애야? 문준 다 큰 애다. 다 큰 애. 앉아. 새미 됐어. 나 수학 공부 좀더 하다 자려고. 그리고 나 머리도 안 젖었잖아. 문준 그럼 부엌 불은 네가 꺼라. 아빠 먼저 잔다. 새미 오늘은 안 붙잡네? 맨날 아빠 방에서 자라더니. 문준 너도 이제 다 컸잖아. 새미 일찍도 알아보셨네. 새미 무대 후면 상수로 이동. 스위치 소리. 새미, 베개를 들고 무대 전면 하수로 온다. 새미, 베개를 바닥에 놓고 눕는다. 새미는 관객석과 평행으로, 옆으로 누워 있다. 새미 부엌에 불 껐어. 문준 새미 네가 웬일이야. 달력에다 표시해야 하나. 파란펜으로 동그라미 치고, 아니, 동그라미 두 개. 새미 근데 아빠. 문준 응? 새미 우산은 말려 뒀어? 문준 그러엄. 새미 내일은 비 안 온대. 문준 …. 새미 우산 어디다 놔 뒀어? 거실에 없던데. 문준 저기, 신발장 안쪽에 넣어뒀어. 먼지 쌓이지 말라고. 새미 우산 안 젖은 거 알아. 문준은 말이 없다. 새미 아빠 비 맞는 거 싫어하잖아. 문준 비가 그친 줄 알았는데 계속 온 거뿐이야. 조금씩 맞는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어. 새미 우산이 아빠보다 귀해? 우산은 커버까지 씌워서 가져와 놓고, 아빠는 비 쫄딱 맞으면 무슨 소용이야. 문준 그러고 보니 그렇네. 우산을 신주 단지 모시는 거 마냥… 그렇게 품 안에 감싸고 집까지 걸어왔어. 새미 아빠도 아빠 생각 좀 해. 문준 (용기 내어) 이제 우산들 그만 펼쳐 놓고, 접어서 보관할 때가 온 것 같아. 새미, 무대 후면 쪽으로 돌아 눕는다. 새미 비 오는 날이 싫다는 말이야? 문준 그건 아니야. 여전히 좋아. 새미 그럼 내일 만날까. 아빠? 문준 자자, 새미야. 늦었다. 새미 나 아직 잘 생각 없어. 아빠는 항상 내가 잠드는 거 보고 잤잖아. 문준 내일은 맑아? 구름 한 점 없이? 새미 응, 쨍쨍해서 더울 수도 있대. 그래도 목도리는 챙기래. 이게 무슨 말이야? 문준 겉옷도 챙겨. 벗었다가 입을 수도 있는 거. 새미 걷기만 해도 배부를걸. 아빠 오랜만에 포식하겠네. 문준 새미야. 늦었다. 자자. 내일 학교 안 가니? 새미 이런 날 두 번 없어. 밤새도록 얘기하다 잘 줄 알았는데. 내가 다 큰 게 아니라 아빠가 늙은 거 같아. 내가 다시 이 방에서 자나 봐봐. 새미는 일어나서 불을 끈다. 스위치 소리. 조명이 어두워진다. 문준, 새미 머리맡에 간다. 문준은 새미의 베개를 뺀다. 새미 아 씨, 아빠 베개 있잖아! 내 거 돌려줘. 문준 오늘은 아빠 자는 거 봐줘. 먼저 잘게. 문준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서, 새미와 데칼코마니처럼 눕는다. 새미 갈 거야, 말 거야. 문준 너 나 때문에 억지로 가는 거 아니지. 새미 갈 거야 말 거야. 문준은 몸을 일으킨다. 문준 그럼, 돗자리를 준비해 줘. 새미 좋아. 집에 있어. 문준 연두색으로. 새미 아빠가 언제부터 색깔을 신경 썼다고 그래. 우리 집 돗자리는 하얀색이야. 문준 연두색이 산뜻하니까. 그리고, 내가 좋아할 것 같은 색이야. 새미 그럼 내일 나 학교 마치면 3시쯤…. 문준 1시 30분. 나날 공원. 새미 나 그때 수업 중인데. 아는 사람이 왜 그래. 문준 조퇴해. 담당 선생님한테 현장 체험 학습이라고 하든가. 아빠가 허락했다고. 새미는 말이 없다. 새미 아빠, 이런 적 처음인 것 같아. 문준 나도 익숙하지 않아. 새미 아빠 말고, 나 학교 조퇴하는 거 처음이라고. 문준 하긴 이때까지 개근상을 훈장처럼 모아 왔었지. 새미 (졸린 목소리로) 아빠는 뭘 모았어. 문준 유치원 졸업장이랑, 중학교 졸업장이랑 이제 고등학교…. 새미 (거의 자는 목소리로) 그건 우새미. 내 거고. 아빠 거 말이야. 문준 내 거? 난 내 서랍장도 없어. 문준은 자리에 앉는다. 문준 우새미. 자? 아들? 새미는 몸을 뒤척인다. 문준 내일 생기겠네. 연두색 돗자리. 그 위에 나는 누워야지. 포만감이 느껴질 정도로. 하늘이 어두워지는 걸 보고. 어두워져서 별이 뜨면, 그제서야 집에 돌아올 거야. 비 오던 날만 외출했던 우리를, 나를 잊고 싶어. 조명이 어두워진다. 연성, 무대 상수 어둠 속 서 있다. 그때,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문준과 새미는 듣지 못한다. 연성은 새미가 주었던 서류 봉투를 안고 있다. 연성은 무대 후면 상수로, 다시 전면의 하수로 왔다 갔다 한다.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연성은 문을 두드리려다가 만다. 그러다 결심했는지, 문 밑으로 서류를 밀어 넣는다. 4장, 새미의 집 / 낮 조명이 밝아지자, 서류 봉투는 사라지고 없다. 문준은 무대 전면에 있다. 문준은 분무기를 허공에 뿌리며, 곱게 접힌 수건으로 창문을 닦는 시늉을 한다. 창문이 잘 닦이지 않는지 인상을 쓴다. 문준 도대체 창문 청소는 언제쯤 하는 거야. 관리비는 누구 콧구멍에 들어갔는지. 원. 새미, 집에 들어온다. 문준 왔어? 새미, 대답 없다. 새미는 가방을 벗는다. 새미는 가방 정리를 한다. 문준 점심은. 새미 공원에서 기다렸어. 문준 아빠는 점심 먹었는데. 새미 아빠랑 점심 먹을 줄 알았어. 그래서 밥 먹기 전에 조퇴했다. 왜. 문준 오늘 날씨 좋은데 공원은 좀 돌아보고 왔어? 새미 응, 덕분에. 문준, 분무기를 뿌린다. 새미 시간 헷갈린 거 아니지? 문준 지금이 몇 신데? 새미 오후 3시. 문준 1시 30분에 만나자며. 새미 나 1시 30분부터 3시까지 공원 정문에서 기다렸어. 그러다가 아빠가 길 잃은 게 아닌가 싶어서 그 넓은 공원을 1시간 반 동안 돌아다녔고. 다리가 아프길래 공원 벤치에서 쉬고 있었는데 공원 시계 보고 알았어. 아, 아빠는 집에 있겠구나. 문준 길을 잃을 리가 없지. 몇 번이나 갔었는데. 새미 아주 오래전이잖아. 문준 오래전은 무슨, 3년도 안 됐어. 새미 미안. 문준, 새미를 돌아본다. 문준은 새미에게 간다. 문준 그거 때문이 아냐. 미안해할 필요 없어. 새미 힘들었어? 문준은 다시 무대 전면으로 와서, 수건으로 창문을 닦는다. 새미 뭐 때문인데? 문준 몰라, 내가 두려웠는지도 모르지. 새미 …사람들이. 문준 응,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 중에 네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말이야. 새미 알아 듣게 설명해 줘. 창문을 닦는 문준의 행동이 멈춘다. 문준 나만 동의하면 돌아갈 수 있다는 거지? 새미가 문준에게 다가간다. 새미 아빠, 난. 문준 돌아가면 난 무엇을 할까 생각 중이야. 새미 회수, 맞아. 돌아가는 건 맞아. 근데 이건 달라. 문준 네가 직접 서류에 서명을 해 놓고, 지금 와서 가지 말라는 거야? 문준은 분무기를 든다. 격하게 분무기를 뿌리다가 수건과 분무기를 힘 없이 늘어뜨린다. 새미 아빠가 달라지게 될 거랬어. 평범하게. 문준 오늘 새벽, 네 손에서 떠났던 서류가 내 손으로 돌아왔어. 나와 반대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날 도우려고 한 거야. 새미 그 사람은 내 엄마가 아니야. 유전자만 같지. 문준 인정하긴 싫지만 이걸 돌려주는 순간은 엄마였어. 넌 그걸 알아야 해. 아들. 새미 나는 엄마가 없어! 문준 그 말이 내 가슴도 뚫는다는 걸 아니? 새미 아빠는 구름 없는 날씨를 좋아했지. 나는 그걸 알면서도, 비 오는 날만 아빠가 나갔으면 했어. 아니, 아빠를 숨기고 싶었어! 엄마가 있는 친구들한테서 아빠를 비밀로 하고 싶었어. 문준 내 가슴이 건조해졌다고 그랬는데. 축축하다. 문준이 무대 하수로 가려고 한다. 새미는 아빠를 붙잡는다. 문준 널 뿌리치게 하지 마. 새미 아빠가 창문을 닦을 때조차, 나는 아빠가 맑은 하늘을 보는 게 싫었어. 혹시 나가고 싶은 거 아닐까? 안 돼, 모른 척하자. 난 못 본 거야. 아빠는 그냥 창 밖을 보는 거야. 바깥에 뛰어노는 애들 소리가 시끄러워서 보는 거야. 문준 나는 눈물 날 정도로 햇빛을 쳐다봤어. 새미 떠날까 봐 무서웠어. 문준 떠날까 봐 무서울 정도였으면 날 떠나 보내는 게 아니라 붙잡았어야지. 새미 …. 문준 새미 네 손으로 직접 서명했어. 내가 아빠가 아니게 해 달라고. 새미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붙잡을 수가 없었어. 새미는 문준을 놓는다. 새미의 고개가 내려 간다. 문준 나 집 청소 하는 것 좀 도와줄래? 새미 바닥에 먼지 한 톨 없어. 문준 내 물건, 정리하려고 했는데 정리할 게 없더라고. 새미 도와줄게. 새미, 무대 하수의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새미는 무대 바닥에 앉아, 밝은 전면에 샴푸, 치약, 폼클린징을 옮긴다. 새미 뭐 필요해? 샴푸, 치약, 폼클린징? 문준 이거 다 네 거잖아. 새미 아빠랑 같이 쓰던 거야. 문준 새로 사면 돼. 출생원 앞에도 편의점은 있겠지. 새미 피부에 안 맞으면 어떡하려고 그래? 아빠 피부 민감하면서. 문준 그럼 너 뭐 쓸 건데, 만들기라도 할 거야? 새미 그렇네…. 벌써 화장실이 텅 비었다. 안 그럼, 요리 도구는 어때. 프라이팬 전자레 인지. 새미 이번에는 무대 후면 하수로 사라진다. 곧이어 우당탕탕 소리. 문준은 그쪽으로 가려다가 만다. 새미 무대로 돌아온다. 새미 다 가져가 아빠. 문준 주방이 텅 빌 거야. 새미 어차피 난 요리 못 해. 그럼 내 방은? 뭐 가져갈 게 없을까. 종이? 문준 집 텅 비고 싶어? 그만해. 청소하는 법 알려줄 테니까. 새미 이거 봐. 이런데 뭐가 챙길 게 없다는 거야? 아빠가 나한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굴지 마. 이렇게나 많으니까. 새미 이번에는 무대 상수로 향한다. 우산을 들고 나오는 새미. 문준 어릴 적 썼던 우산이네. 새미 이걸 아직도 가지고 있었어? 녹이 하나도 안 슬었네. 문준 작지. 그때도 잘 말려서 넣었거든. 새미는 우산을 펼쳐 본다. 새미는 문준에게 씌워 본다. 문준이 새미의 우산을 그러쥔다. 새미 하나도 안 가려져. 비에 다 젖겠어. 새미는 문준의 우산을 가져온다. 새미 그럼 이게 아빠 거지? 밝은 색의 우산. 새미가 우산을 펼친다. 새미 아빠 우산…. 문준 크지? 새미 녹이 다 슬어 있었네. 문준 …. 새미 내 것만 말렸었어? 문준 너 건 예쁘게 잘 말렸지. 맑을 때도 넌 우산을 썼으니까. 아들이 매일매일 쓰는 건데. 바싹 말려야 하잖아. 새미 아빠가 가면. (사이) 내 우산도 저렇게 될 거야. 더이상 쓰지 않을 거니까. 아빠가 아닌, 문준으로 돌아오면 그 우산을 보여줄게. 문준 녹슬면, 보기 흉해. 가지고 다니고 싶지 않을 만큼. 새미 갈 거지? 문준 아니. 새미 …. 문준 내가 어딜 가. 여기 전부 있는데. 새미 우산을 손에서 놓아버린다. 전면에서 후면순으로 조명이 밝아진다. 무대가 완전히 환해진다. 문준, 새미 서로 포옹하려다가, 새미가 어깨동무를 한다. 새미 안지 마. 나 다 컸어. 문준 이때 아니면 언제 안아 보냐. 문준은 새미를 포옹한다. 새미도 포옹한다. 암전.
  • [아하! 우주] 미지의 세계로 간 뉴호라이즌스…1월 1일 소행성 근접비행

    [아하! 우주] 미지의 세계로 간 뉴호라이즌스…1월 1일 소행성 근접비행

    새해 1월 1일이면 인류의 우주 탐사에 있어서 또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진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현지시간으로 새해 1월 1일 자정 뉴호라이즌스가 ‘카이퍼 벨트’(Kuiper Belt·태양계 끝자락에 수많은 천체가 도넛 모양으로 밀집해 있는 지역) 내 천체인 ‘울티마 툴레’를 근접비행한다고 밝혔다. 직경 30㎞ 내외의 얼음 덩어리인 울티마 툴레는 ‘알려진 세계를 넘어서’라는 의미의 중세시대 용어로 공식 이름은 ‘2014 MU69’다. 뉴호라이즌스의 끝없는 모험3년 전만 해도 뉴호라이즌스는 세계 모든 언론의 1면을 장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그간 얼굴조차 제대로 몰랐던 명왕성을 지나가면서 진짜 '민낯'을 지구로 보내왔기 때문이다. 총 7억 달러가 투입된 뉴호라이즌스는 지난 2006년 1월 장도에 올랐으며, 9년을 날아간 끝에 2015년 7월 역사적인 명왕성 근접비행에 성공했다. 이렇게 뉴호라이즌스는 목표인 명왕성 탐사에 성공했으나 곧바로 울티마 툴레를 탐사하라는 추가 임무가 떨어졌다. 태양계 끝자락인 명왕성에서도 16억㎞나 떨어진 울티마 툴레는 용어 그대로 미지의 세계다. 예정대로 뉴호라이즌스가 울티마 툴레의 근접비행에 성공하면, 뉴호라이즌스는 역대 인류의 피조물 중 가장 먼 곳의 천체를 근접비행하는 신기록을 세운다. 목적지 통과 25시간 전 기준 뉴호라이즌스는 초속 14㎞ 속도로 지구와 무려 65억㎞ 떨어진 곳을 날고있다. 울티마 툴레와의 거리는 불과 130만㎞로, 집을 떠난 지 총 4728일 째다. 뉴호라이즌스는 1월 1일 울티마 툴레와 불과 3500㎞ 거리까지 접근해 지나쳐 간다. 이는 지난 2015년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을 근접비행한 거리보다 3배는 더 가깝다. 미지의 천체 울티마 툴레울티마 툴레는 길쭉한 암석이 두개로 나눠져 하나처럼 움직이는 마치 아령처럼 생긴 소행성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인류는 망원경을 통해 그 존재를 확인했을 뿐 당연히 실제 근접 관측을 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우리는 뉴호라이즌스를 통해 울티마 툴레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곧 인류의 우주에 대한 인식이 카이퍼 벨트로까지 확장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류의 피조물이 이렇게 먼 거리까지 가서 탐사하는 이유는 카이퍼 벨트의 천체가 원시 태양계의 물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곧 46억 년 전 상태 그대로 보존된 태양계의 유물인 셈이다. NASA 수석 연구원 알란 스턴 박사는 "그곳은 탐사한 적도 알려진 것도 없는 곳"이라면서 "뉴호라이즌스가 울티마 툴레를 근접 비행할 때 우리는 태양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발 크기가 3배… ‘코끼리 피부병’ 걸린 여성의 사연

    발 크기가 3배… ‘코끼리 피부병’ 걸린 여성의 사연

    ‘코끼리병’에 걸린 한 여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데일리메일은 28일(현지시간) 발 크기가 평균의 3배로 부풀어버린 타웨에다 얀의 사연을 보도했다. 인도 카슈미르에 사는 얀(21)은 거대한 발 크기 때문에 단 한 번도 신발을 신어본 적이 없다. 태어날 때부터 발 모양이 이상했다는 얀은 “내 발은 처음부터 코끼리처럼 부풀어 있었다. 예쁜 구두를 좋아하지만 신어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래도 처음에는 견딜 만 한 상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다리는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얀은 왼쪽 다리에 심한 코끼리병을 앓고 있으며 오른쪽 다리마저 부풀어 올라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수준이다. 수술적 치료도 시도해봤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그녀는 “수술로 발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발가락 8개를 잘라냈다. 하지만 내 왼발은 여전히 무거운 짐”이라고 털어놨다. 가족들은 그녀를 치료해줄 의사를 찾아 카슈미르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아무도 병을 고치지 못했다며 가슴 아파했다. 얀은 이 병 때문에 학교도 그만두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 13살까지 마을에 있는 학교에 다녔지만, 이후로는 학업을 중단했다. 걷기도 어려웠고 ‘코끼리’라고 놀리는 친구들을 견디기도 힘들었다. 그녀가 앓고 있는 림프사상충증은 상피병 또는 ‘코끼리피부병’으로 불린다. 반크롭트사상충이 사람 몸에 기생해 생기는 병으로, 중앙아메리카나 인도 등 열대지방에서 광범위하게 관찰된다. 지역마다 매개곤충은 다르나 일반적으로 모기에 의한 감염률이 높다. 반크롭트사상충은 사람이 유일한 종숙주다. 사람 몸에서 기생하는 반크롭트사상충은 림프절에서 머무르며 림프액의 순환을 막는다. 림프 순환 장애는 결국 주위 조직의 섬유화를 진행시켜 피부가 점점 코끼리처럼 두껍고 단단해진다. 얀은 “겨울만 되면 발이 얼어붙어 쩍쩍 갈라진다. 맨발로 걸어야 하니 많이 아프다”고 고통스러워했다. 또 “집 밖을 나갈 수도, 친구를 만날 수도, 일을 할 수도 없다”며 속상해했다. 그러나 그녀는 “나를 치료해줄 사람이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언젠가 고통 없이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며 희망을 놓지 않았다. 전 세계 52개국 약 8억8600만 명이 얀과 같은 코끼리피부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2000년에는 1억2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염됐는데 그 중 약 4천만 명이 정상 생활이 어려워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미각 만족 행운 가득 ‘돼지투어’

    미각 만족 행운 가득 ‘돼지투어’

    기해년 황금돼지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희망찬 새해 기운과 더불어 돼지가 상징하는 복을 한껏 받으러 ‘돼지투어’를 떠나보면 어떨까. 예로부터 친숙한 가축이자 지금도 우리 먹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돼지와 관련한 여행지가 전국 곳곳에 많다. 한국관광공사가 밝아오는 새해를 맞아 돼지투어를 주제로 1월에 가볼 만한 여행지를 추천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당신이 몰랐던 돼지의 진실 돼지는 더럽고 탐욕스럽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면 ‘돼지보러오면돼지’에 가보자. 돼지의 수명이 10~15년 이상이고 잠자리와 화장실을 구분하며 지능지수는 70~85로 개보다 높다는 사실 등을 알게 된다. 돼지인공수정센터를 운영하던 이종영 촌장이 돼지와 함께 행복해지는 법을 고민한 끝에 2011년 돼지박물관, 문화·홍보관, 공연장, 치유정원 등을 갖춘 교육공간을 세웠다. 공연장에서는 이곳에서 나고 자란 미니돼지 중 똑똑한 녀석들 5~6마리가 장애물넘기, 공굴리기 등 재주를 하루 4차례 선보인다. 공연과 연계된 소시지 만들기 체험에서는 돼지고기와 육가공식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근처 독일식 온천 테르메덴과 한국 만화 역사를 담은 청강만화역사박물관 등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매달 첫째 토요일 ‘삼소데이’ 두툼한 생삼겹살에 간장소스, 지글지글 불판에 고기 익는 소리. 청주 삼겹살거리의 풍경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삼겹살 특화거리가 들어선 서문시장은 청주시민들에겐 추억의 장소다. 버스터미널이 이전한 뒤 쇠락의 길을 걷던 시장은 2012년 삼겹살거리가 조성되며 활기를 찾았다. 먹자골목에는 삼겹살 전문점 15곳이 모여 있다. 두툼한 돼지고기를 간장소스에 담갔다가 굽는 청주식 삼겹살이 유명하다. 고기는 물론 국산이다. 곁들이는 파절이 역시 청주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졌는데 여기에 묵은지까지 더해 ‘삼겹살 삼합’이 완성된다. 매달 첫째 토요일에는 삼겹살과 소주를 엮은 ‘삼소데이’ 이벤트가 열린다. 청주식 삼겹살로 배를 채운 뒤엔 대청호 변 전통가옥과 미술관이 어우러진 문화재단지, 겨울 성벽길이 운치 있는 상당산성으로 찾아가 보자.삼겹살 뺨치는 흑돼지 다리맛 남원 하면 춘향전과 추어탕 정도만 떠오른다면 흑돼지도 있다는 것을 알고 가자. 지리산 자락의 남원 운봉 지역은 예부터 흑돼지로 유명했다. 흑돼지는 백돼지에 비해 육질이 부드럽다. 앞다리와 뒷다리도 쫄깃하다. 다른 돼지의 경우 질기고 푸석푸석해 찌개용으로 팔리는 부위지만 흑돼지 다리는 구이용으로 팔린다. 포도당과 유리아미노산이 다른 돼지고기보다 풍부한데 완전히 익히면 감칠맛이 사라지기 때문에 적당히 붉은빛이 돌 때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한다. 육질이 부드러워 수육을 만들 때는 조금 덜 삶는 것이 요령이다. 광주~대구 고속도로 지리산IC로 빠져나오면 길 양쪽에서 흑돼지고기 가게를 여럿 찾을 수 있다. 운봉읍 화수리에는 흑돼지로 하몽과 살라미를 만드는 곳도 있다. 광한루원과 춘향테마파크, 실상사를 함께 보면 남원 여행이 완성된다.만지면 복 되는 복돼지 2007년 불국사 극락전 현판 뒤에서 돼지 조각이 우연히 발견됐다. 임진왜란 때 불타고 다시 지어진 1750년부터 따져도 250년 넘는 극락전에서 돼지 조각이 발견된 일은 큰 화제가 됐다. 불국사에서는 ‘극락전 복돼지’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짓고 100일 법회를 성대하게 열었다. 누구나 쉽게 보고 만질 수 있게 극락전 앞에 자그마한 복돼지상도 만들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불국사를 찾는 여행객은 누구나 복돼지상을 만지면서 행운을 빈다. 기념촬영을 하고 현판 뒤의 돼지 조각까지 봤다면 극락전에 들어가 아미타불 앞에서 스스로 모든 것에 만족하는 것이 가장 큰 복이라는 가르침을 새기면 어떨까. 금동아미타여래좌상, 다보탑, 석가탑 등 불국사가 품은 보물들을 돌아보자. 대릉원, 첨성대, 월지는 밤이면 조명이 아름답다.가락국 후궁은 황금돼지 창원에는 돼지와 관련된 여행지 두 곳이 있다. 돝섬과 저도가 그곳이다. 마산항에서 배를 타고 10여분 들어가면 만나는 돝섬에는 황금돼지 전설이 내려온다. 가락국 왕의 총애를 받던 후궁 미희가 어느 날 작은 섬으로 숨어들었는데 신하들이 환궁을 요청하자 황금돼지로 변해 백성들을 괴롭혔다고 한다. 병사들이 활을 쏘자 한 줄기 빛이 내려오더니 섬이 돼지가 누운 모양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다. 돝섬 입구 황금돼지상이 여행자를 반갑게 맞는다. 출렁다리를 건너고 조각 작품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산책하기 좋다. 저도 역시 섬이 돼지 모양이라 붙은 이름이다. 다리로 육지와 이어져 접근하기 편하다. ‘콰이강의다리 스카이워크’는 섬의 명소다. 입구에 귀여운 돼지 조형물과 사랑의 자물쇠, 느린 우체통 등이 있어 데이트 코스로 그만이다.신나게 미끄럼 타는 아기돼지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은 ‘제주 속 작은 제주’라고 불릴 만큼 제주다운 것들을 한데 모아 놓은 향토공원이다. 다양한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미끄럼 타는 아기돼지들을 볼 수 있는 ‘흑돼지야 놀자’다. 흑돼지 20여 마리가 미끄럼틀에 아장아장 올라가 신나게 내려오는 모습을 보다보면 엄마 미소가 저절로 나온다. 다음 출연자는 거위다. 하얀 거위 떼가 뒤뚱뒤뚱 올라가 날개를 퍼덕이며 미끄럼을 탄다. 일정 금액을 내면 시간 제한 없이 감귤을 따고 맛보고 가져갈 수 있는 감귤 체험도 인기다. 공원은 요즘 동백꽃으로 붉게 물들었다. 한겨울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다. 육질이 쫀득하고 풍미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제주 흑돼지는 고기국수, 돔베고기, 몸국 등 향토음식 재료로 쓰인다. 공원에서 가까운 표선면 가시리에 가면 제주 전통 순댓국을 맛볼 수 있다.
  • [씨줄날줄] 상업포경 회귀하는 일본/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상업포경 회귀하는 일본/이순녀 논설위원

    국보 제285호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는 고래 그림 48점이 새겨져 있다. 이 중 화살표 모양의 작살이 등에 박힌 고래와 20여명의 사람들이 배보다 큰 고래를 끌고 가는 모습은 7000여년 전 한반도 신석기인들의 고래잡이 풍습을 짐작하게 한다. 지금까지 기록으로 확인된 세계 최초의 고래사냥이다.미국 근대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허먼 멜빌의 ‘모디빅’은 19세기에 번영을 구가한 미국 포경업의 실상을 생생히 보여준다. 에이해브 선장의 포경선 ‘피쿼드’호가 흰 고래 모비딕을 쫓는 처절한 항해를 묘사한 소설은 포경선의 구조와 선실 배치, 포경의 기술과 해체 작업 등 포경에 관한 모든 것을 망라한 백과사전으로도 꼽힌다. 20세기 초까지 고래사냥은 기름 획득이 주목적이었다.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서 기계용 윤활유로 사용하는 고래기름의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고래기름이 더는 필요하지 않게 된 뒤에는 식용을 위한 고래잡이가 일반화됐다. 대규모 포경이 무분별하게 이뤄진 탓에 고래는 멸종 위기에 처했다. 국제포경위원회(IWC)는 고래 개체수를 적절히 보호해 지속 가능한 포경 환경을 유지한다는 목적으로 1946년 설립됐다. 때문에 초기엔 회원국 다수가 포경국가였다. 그러나 고래 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포경 반대 국가의 가입이 증가했고, 양측 간 대립은 격화됐다. 특히 IWC가 1982년에 상업포경을 일시 중지하는 결의안를 투표로 통과시키고, 이어 1986년부터 연구 조사 목적 이외의 고래잡이를 전면 금지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전통적으로 고래고기를 즐겨 온 일본도 IWC 회원국이다. 1951년 가입했다. 상업포경 금지 조치 후 일본은 줄기차게 상업포경 재개를 허용하라고 IWC에 요청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엊그제 일본 정부가 IWC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탈퇴가 확정되면 일본 근해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고래잡이에 나설 방침이라고 한다. 일본은 그동안 남극해에서 연구 목적을 명분으로 고래잡이를 해왔지만, 환경단체로부터 끈질긴 비판을 받아왔다. 2014년엔 국제사법재판소가 일본이 연구 목적의 포경을 악용하지 않을 때까지 일본의 포경을 완전히 금지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IWC 탈퇴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우리나라는 1978년 IWC 회원국이 됐다. 고래잡이는 불법이고, 우연히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만 유통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울산지검 검사가 불법 포획으로 추정되는 고래고기 장물 21t을 포경업자에게 돌려준 사건이 알려지면서 정부가 고래 포획을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래저래 고래의 수난이 안타깝다. coral@seoul.co.kr
  • 71세 佛 탐험가 해류 하나만 좇아 홀로 대서양 횡단 도전 중

    71세 佛 탐험가 해류 하나만 좇아 홀로 대서양 횡단 도전 중

    프랑스의 71세 탐험가 장 자크 사뱅이 3m 길이에 폭 2.1m, 무게 450kg의 커다란 오크통 모양 오렌지색 캡슐에 몸을 싣고 홀로 대서양 횡단에 도전하고 있다. 몇개월 동안 프랑스 남서부 아레스의 조선소에서 손수 캡슐을 지었다. 파도에 흔들리지 않도록 설계하는 데 온 신경을 썼다. 동력은 없다. 그저 대양 해류에 따라 4500㎞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해류 움직임을 연구하는 데 이바지하겠다는 뜻에서 도전에 나선다. 6㎡ 비좁은 공간에 잠자리와 부엌, 보관함 등을 꾸몄다. 파도는 물론 범고래가 배를 파손하지 않도록 정밀하게 설계했다. 26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 있는 엘 이에로를 출항해 적어도 3개월 안에 카리브해에 도달할 계획으로 항해한다. 배 밑바닥에는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도록 구멍도 뚫어놓았다. 사뱅은 AFP통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잘 해내고 있다. 날씨도 좋다. 1m 높이의 파도에 맞서며 시속 2~3㎞의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 30일까지 바람 예보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수부대 출신으로 파크 레인저 및 파일럿으로도 활동했다. 이번 여정의 모든 비용은 6만 유로(약 7658만원)로 책정됐다. 상당수는 크라우드 펀딩 형식으로 충당된다.“아마도 바베이도스(가 종착점)일지 모른다. 프랑스령 마르티니크나 과달루페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서류 작업보다 더 쉬울지 모른다.” 올해 마지막날 그는 푸아그라와 소테르네 백포도주를 즐기고 다음달 14일 72회 생일을 자축하려고 붉은 와인 두 병을 소장하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돌아온 케이크 성수기… 호텔·편의점까지 뛰어든 ‘달콤한 전쟁’

    돌아온 케이크 성수기… 호텔·편의점까지 뛰어든 ‘달콤한 전쟁’

    유통업계가 케이크 최대 성수기인 연말·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시장 공략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12월은 1년 중 케이크 판매량이 가장 높은 시기로, 다른 달에 비해 매출이 2~3배 높다. 특히 과거에는 제빵업체가 주를 이뤘던 케이크 시장에 최근에는 커피전문점, 호텔,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통 채널이 합세하면서 경쟁이 더욱 뜨거워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저마다 독특한 디자인이나 마케팅으로 차별화를 모색하거나 유명 디자이너나 캐릭터, 심지어 경쟁 업체와도 활발히 협업을 진행하는 등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최근 자사의 제빵 브랜드 ‘패션파이브’, ‘파리크라상’ 등을 통해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과 협업한 한정판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내놨다. 사상 최초로 앤디 워홀이 그린 케이크 일러스트를 그대로 구현해 낸 ‘아트 케이크’를 비롯해 모든 협업 제품은 앤디 워홀이 ‘보그’, ‘하퍼스바자’ 등 패션 잡지에 기고했던 1950년대 삽화를 활용했다. 100% 수작업으로 제작돼 사전 예약으로만 주문이 이뤄지며, 패션5에서 선보이는 ‘앤디 워홀의 와일드 올리브’는 100개, 파리크라상에서 선보이는 ‘앤디 워홀이 사랑한 크리스마스’는 전국의 21개 점포당 40개씩 각각 한정 판매된다.뚜레쥬르는 지난 13일 ‘헬로우 미키미니’와 ‘꿀단지 푸’ 등 디즈니 케이크 2종을 선보이고 캐릭터 손난로를 함께 내놨다. ‘헬로우 미키미니’는 초코와 레드벨벳 맛으로 미키·미니마우스를, ‘꿀단지 푸’는 초코볼을 더한 누텔라 초코크림으로 곰돌이 푸가 좋아하는 꿀단지 모양을 각각 표현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더 메나쥬리’도 삐에로의 얼굴 모양으로 만든 케이크 ‘크리스마스 삐에로맨’, 부드러운 티라미수에 미니 브라우니와 서커스 장식을 더한 ‘서커스 티라미수’ 등 7종을 선보였다. 커피전문점들도 앞다투어 케이크 판매를 강화하는 추세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6종을 출시하고 지난 17일까지 예약 주문을 진행했다. 특히 올해는 ‘딸기 쿠키 치즈 케이크’, ‘쿠앤크 카라멜 케이크’, ‘크리스마스 리스 파운드 케이크’, ‘7 레이어 가나슈 케이크’, ‘크리스마스 부쉬 드 노엘’ 등 케이크 5종을 비롯해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가 스타벅스 전용으로 제작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최초로 선보였다.투썸플레이스는 리스(화환 모양의 크리스마스 장식품)를 왕관처럼 표현한 ‘크리스마스 티아라’를 비롯해 ‘화이트 오너먼트’, ‘스노우 블랙벨벳’ 등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선보이고, ‘투썸플레이스가 당신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며 ‘투썸 케이크’가 ‘특별한 선물이 된다는’ 의미를 담은 ‘스페셜 트리트 포 유’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텀블러 3종과 머그 2종 등 크리스마스 시즌 MD 상품도 출시했다. 할리스커피는 케이크 크기를 줄이는 대신 가격을 6900원으로 대폭 낮춘 ‘딜라이트 티라미스 라운드’, ‘메리 베리 치즈 라운드’, ‘스노우 쿠키크림 라운드’ 등 ‘작지만 완벽한 라운드케이크’ 3종을 통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나 품질) 전략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할리스커피에 따르면 틈새시장 공략에 힘입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9일까지 약 2주 동안의 케이크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3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할리스커피 관계자는 “1인가구나 소규모 모임이 늘어나면서 케이크의 디자인과 맛은 유지하면서도 디저트 조각 케이크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소형 케이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는 인기 캐릭터인 ‘오버액션토끼’와 손잡고 케이크 위에 모자처럼 착용할 수 있는 오버액션토끼 뚜껑을 덮은 ‘시크릿 오버액션토끼’ 등 독특한 상품을 선보였다. 하겐다즈는 이달부터 ‘화이트 초콜릿 컬스 케이크’와 ‘초콜릿 컬스 케이크’ 등 크리스마스 케이크 2종을 전국 10개 하겐다즈 점포에서 판매하고 있다. 나뚜루도 LED전구가 달려 있는 ‘라이팅 스위트 홈’, 생크림과 초코 크림으로 땅 위에 눈이 쌓인 듯한 모습을 연출한 ‘화이트 샤이닝스타’ 등 11종의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편의점, SSM 등 유통점을 통해 판매한다. 호텔업계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프리미엄 케이크로 차별화에 나섰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베이커리 조선델리는 ‘시크릿 박스’, ‘머랭 트리’, ‘노엘 드 블랑’ 등 케이크 3종을 한정 출시했다. 양영주 페이스트리 셰프가 개발한 ‘시크릿 박스’는 티라미슈를 화이트 초콜릿으로 만든 상자에 넣어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와 같은 모습을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 또 ‘머랭 트리’는 머랭을 하나하나 올려붙여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을 연출했다.서울신라호텔의 베이커리 ‘패스트리 부티크’도 생크림을 활용해 하얀 설원을 구현해 낸 ‘윈트리 위시스’ 케이크와 방금 흰 눈이 내린 것처럼 슈가 파우더와 생크림을 올리고, 향이 깊고 진한 녹차 가루를 뿌려 풍미와 맛을 더한 ‘화이트 홀리데이 트리’ 케이크 2종을 내놨다. 한정 생산돼 최소 3일 전에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판매가 이뤄진다.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의 부티크 베이커리 숍 ‘델리’는 ‘빨간 맛’ 케이크 3종을 오는 31일까지 선보인다. 하형수 페이스트리 셰프가 직접 기획을 맡은 이번 케이크는 산타클로스의 상징색이자 그랜드하얏트 브랜드를 대표하는 빨간색을 주제로 각각 산타클로스, 크리스마스트리, 오너먼트의 모습을 본떴다. 특히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케이크는 얇은 초콜릿 구 속에 초콜릿 무스가 들어 있어 함께 제공되는 나무망치로 부숴 먹는 독특한 형태로 입소문을 탔다. 호텔업계의 케이크는 평균 가격이 개당 6만~10만원을 웃돌아 통상 5만원 이하에서 가격이 책정되는 커피전문점이나 제빵업체의 케이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최근의 가치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연말 모임에서 케이크가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식탁을 장식하는 인테리어 소품 역할까지 하면서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케이크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런가 하면 편의점업계도 협업을 통해 ‘케이크 대란’에 뛰어들었다. 편의점 GS25는 유명 디저트 전문점과 손잡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크를 판매하고 나섰다. 일본 도쿄의 디저트 카페 거리로 유명한 지유가오카 거리에서 영감을 받은 ‘지유가오카핫초메’의 당근 케이크와 시카고 초코 케이크, 국내 1세대 이탈리안 셰프인 김형규 셰프의 레스토랑 ‘비스테까’의 티라미수, 일본의 디저트 전문점 ‘더바움’의 크레이크 케이크 등이 대표 상품이다. 안재오 GS리테일 일배식품팀 MD는 “발품을 팔아 찾아가서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었던 케이크를 가까운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도 지난 22일부터 프리미엄 수제 케이크 브랜드 ‘루시카토’와 협업한 무민 크리스마스 케이크, 해태제과의 아이스크림 ‘바밤바’와 협업한 ‘바밤바 케이크’ 등 크리스마스 케이크 18종을 판매하고 나섰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설원, 그 속을 달리다…오로라, 그 아래 서다

    설원, 그 속을 달리다…오로라, 그 아래 서다

    한겨울 노르웨이 북부 지역을 여행했다. 북극의 유목민인 사미족의 텐트에서 하룻밤을 청했고 대구잡이 낚시를 했다. 혹등고래의 꼬리를 쫓아 노르웨이해를 항해하기도 했다. 물론 오로라도 만났다.노르웨이 여행의 시작은 허스키 사파리였다. 오슬로에 도착하자마자 국내선을 갈아타고 알타라는 도시로 갔고 시 외곽에 자리한 개썰매 사파리 캠프로 향했다. 캠프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던 50여 마리의 썰매 개들이 여행자를 반기기라도 하는 듯 일제히 짖어대기 시작했다. 개썰매 사파리는 시베리안 허스키 여섯 마리가 끄는 썰매를 타고 설원을 달리는 프로그램으로 참가자가 직접 드라이버로 나서 썰매를 운전해볼 수 있다. ●허스키 썰매로 질주하는 눈부신 설원 사파리를 안내해 줄 리더인 터키 출신의 머셔 밀라가 썰매개 하나하나를 소개시켜 주었다. 썰매개들의 리더인 파슈는 보기에도 듬직했다. 그 뒤로 쫑긋한 귀가 예쁜 어셔, 장난꾸러기 매튜, 검은색 털이 매력적인 브라키, 푸른눈의 디키, 약간은 수줍어하는 리바이 등이 서 있었다. 개들은 생각보다 작았다. 하지만 작은 고추가 매운 법. 밀라는 파슈팀이 노르웨이 개썰매 대회에서 3연속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베테랑 중에서도 베테랑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한 손은 반드시 썰매 위에 얹어 두고 있어야 한다.’ ‘속도를 늦추고 싶을 때는 썰매 바닥에 달린 브레이크를 지그시 누르면 된다.’ ‘정지할 때는 브레이크 위에 두 발을 딛고 체중을 실으면 된다.’ 썰매 운전을 위한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출발. 나무에 묶어 놓은 견인줄을 푼 후 눈 위에 깊숙이 박아 놓은 앵커를 뽑아내자 썰매는 빠른 속도로 튕겨나갔다. 미끄러지듯 설원을 질주하는 썰매. 시속 15~20㎞로 달리지만 체감속도는 제법 빠르다. 눈 덮인 숲속 나무 사이를 달릴 때는 손잡이를 잡은 두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두 사람을 태운 썰매는 무게만 해도 150㎏ 가까이 나가지만 오르막길에도 속도가 전혀 줄지 않는다.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썰매 날과 몸통은 나무 특유의 탄성 덕분에 울퉁불퉁한 노면의 굴곡과 충격을 흡수했다.10여 분 정도가 지나자 썰매 몰기에 익숙해졌다. 앞 썰매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한눈을 팔면 이내 썰매가 기우뚱했다. 밀라는 가끔씩 뒤돌아보며 “어텐션!”이라고 주의를 줬다. 허스키들은 달리는 동안에도 목이 마르면 머리를 숙여 노면의 눈을 입과 혓바닥으로 핥아 먹으며 목을 축였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숲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하자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인 들판이 나타났다.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원, 그 위로 펼쳐지는 푸르고 푸른 하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내달리는 기분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좋았다. ●시르케네스 얼음 구덩이 속에서 킹크랩 잡이 시르케네스는 러시아 국경과 마주한 노르웨이 동북부의 항구도시다. 오슬로에서 약 2414㎞ 떨어져 있다. 러시아와 인접한 스토르스코그 국경은 넘기만 하면 스칸디나비아 반도로 이민이 가능해 난민이 자전거를 타고 심심찮게 넘어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도시의 표지판과 상점 간판도 러시아어와 함께 표기되어 있다. 시르케네스를 찾은 이유는 킹크랩 사파리 때문이다. 얼어붙은 피요르드에 구멍을 내고 킹크랩을 잡아올리는 일종의 얼음낚시다. 킹크랩이 서식하고 있는 곳까지 가는 방법은 배를 타고 가는 것과 스노모빌을 이용해서 가는 방법이 있는데, 영하 20도의 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바다가 얼어붙은 까닭에 배를 타고 나가는 건 불가능하다. 낚시 포인트까지는 30~40분 정도 스노모빌을 타고 나가야 한다. 여행사에 사무실에 도착하면 우선 든든한 방한복과 방한장화, 방한장갑과 털모자로 중무장을 한다. 노르웨이에 도착해서는 가는 곳마다 방한옷을 입으니 어느덧 익숙하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스노모빌의 찬바람을 견디려면 중무장은 반드시 필요하다.사파리라고는 하지만 물속으로 직접 들어가 킹크랩을 잡는 것은 아니다. 얼음 구덩이 속에 가둬놓은 킹크랩 그물을 걷어올려 직접 만져보고 맛보는 체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킹크랩이라고 해서 영덕대게쯤으로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직접 보는 킹크랩은 크기가 엄청나다. 다리 하나가 닭다리보다 더 크다. 조금 과장하면 거의 돼지족발 크기다. 가이드는 얼음을 깨고 킹크랩을 꺼낸 후 킹크랩의 생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주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킹크랩 해체쇼’를 보여준다. 사파리의 하이라이트는 킹크랩 시식. 잡은 킹크랩을 스노모빌에 싣고 먹을 수 있는 산장으로 이동하는데, 약 20분 정도의 짧은 거리이긴 하지만 스노모빌을 타고 북극의 얼어붙은 바다 위를 질주하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것이 아니다. 통나무로 지어진 산장은 얇은 옷만 입고 있어도 충분할 정도로 따뜻하다. 준비된 커피와 차를 마시고 있다 보면 킹크랩이 등장한다. 아이 팔뚝만 한 다리가 접시 위에 수북하게 쌓여 있다. 가위로 껍질을 잘라내면 담백하면서도 짭짤한 맛의 게살이 가득 차 있다. 한국에서는 젓가락으로 조심조심 발라먹던 게살을 이곳에서는 닭다리 뜯듯 베어 먹는다. 한입 크게 베어 물면 달콤한 육즙과 향긋한 향이 가득 찬다.●오로라 도시 트롬쇠… 유목부족 사미족과 함께 트롬쇠는 북유럽의 파리라고 불린다. 노르웨이에서 일곱 번째로 큰 도시이며 북위 66.5도에 위치한 지구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기도 하다. 제2차 세계 대전 때는 노르웨이 정부가 대피해 임시정부를 꾸렸던 곳이다. 트롬쇠는 오로라 도시로도 불리는데, 연중 200일 이상 오로라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맑고 오로라 빛이 강할 경우 시내에서도 볼 수 있다. 트롬쇠에서는 사미족의 생활을 체험했고 대구낚시를 나갔다. 사미족은 북극권 지역에서 살아온 유목부족으로 노르웨이와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에 걸쳐 거주하고 있다. 노르웨이에 거주하는 사미족은 약 6만~10만 명 정도인데, 아직도 순록 사육과 어업 등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고 한다. 영화 ‘겨울왕국’에 등장하는 크리스토프가 사미족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대구낚시는 요트를 타고 해볼 수 있다. 낚싯대를 드리우면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5㎏이 넘는 대구가 올라온다. 그 자리에서 대가리는 잘라 버리고 몸통 만으로 수프를 만들어 먹는다. 트롬쇠는 혹등고래가 많이 서식하는 곳이기도 한데 낚시를 하다 보면 심심찮게 혹등고래를 만날 수도 있다. 대구낚시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미니밴 운전사가 ‘노던 라이트’하며 손가락으로 바다 너머를 가리켰다. 오로라였다. 초록의 희미한 빛이 수평선 위로 길게 펼쳐지고 있었다. 공터에 차를 세우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사진에서 보던 현란하고 화려한 모양으로 너울거리는 오로라는 아니었지만 감탄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오로라는 살아 있는 생물처럼 이리저리 움직였다. 동쪽에서 시작해 서쪽으로 번져갔고 수평선 위에서 나타났다가 어느새 머리 꼭대기 위로 올라가 있곤 했다. 오로라 아래에서 브라질 이과수폭포의 굉음을 떠올렸고, 벌룬을 타고 항해한 터키 카파도키아의 새벽과 모래바람 속에서 신비롭게 서 있었던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생각했다. 자연이 펼쳐보이는 압도적인 풍경 앞에서 나는 숨이 턱 막혔고 소름이 돋곤 했다.●요트에서 낚시… 5분도 안돼 5㎏ 넘는 대구가 올라와 간혹 어떤 이는 저런 풍경 따위가 뭐냐고 묻는다. 10분만 봐도 지루해지는 게 풍경 아니냐고 말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일단 경험해 보라고 말해주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행에서 경험했던 엄청나고 압도적인 공간감이, 내 삶을 뒤바꿀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 마음의 어느 부분을 다소 넓혀주었던 것은 사실이다. 집과 도서관과 홍대 거리, 몇몇 카페와 식당, 마트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내게 여행 중에 만난 ‘비현실적인 현실’은 뭔가 숨 쉴 틈을 마련해주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숨이 막힐 만큼 거대한 ‘자연의 규모’ 앞에 서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 경험은 분명, 좁디좁은 생활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의 내부에 몇 평 무(無)의 공간을 마련해줄 테니까. 어쨌든 오늘은 오로라 아래에 섰고, 세월이 지나도 오늘의 풍경만은 기억 속에 퇴색하지 않고 남아 쓸쓸하고 공허한 생을 위로해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 한쪽이 약간은 편해졌다. 글 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여행수첩 →한국에서 노르웨이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터키 이스탄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핀란드 헬싱키, 덴마크 코펜하겐 등을 경유해야 한다. 도쿄나 베이징에서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을 타면 코펜하겐을 경유해 오슬로로 갈 수 있다. 오슬로에서 트롬쇠까지는 비행기로 약 2시간. 노르웨이 북부는 산악지대가 많아 육상교통보다 항공편이 잘 연결돼 있다. 노르웨이 북부에서는 겨울이면 오후 3시면 깜깜해진다. 오로라를 사진에 담으려면 삼각대는 필수다. 최소 5초 이상 노출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통화 단위는 크로네이고 물가는 비싼 편. 1크로네가 200원가량인데 작은 햄버거 세트도 1만원을 훌쩍 넘는다. 노르웨이 관광청 홈페이지(visitnorway.com) 참조. 오로라 투어는 성인 1인당 20만~60만원. 허스키 사파리는 어른 1시간 코스에 성인 25만원 선.
  • 해묵은 건물 사이, 켜켜이 쌓인 열강의 흔적…오래된 골목 사이, 틈틈이 쌓인 동심

    해묵은 건물 사이, 켜켜이 쌓인 열강의 흔적…오래된 골목 사이, 틈틈이 쌓인 동심

    건축물은 시간과 공간을 담는 그릇입니다. 건축물을 둘러본다는 것은 그 안에 쌓인 시간과 공간의 역사를 헤아린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인천 개항장 역사문화의 거리의 건물에는 개항 후부터 지금까지 130여년의 시공간이 담겨 있습니다. 모르고 보면 낡은 일본식 목조건물과 서양의 르네상스식 건물에 불과하지만, 알고 보면 1883년 개항 당시 조선을 속국으로 만들려 했던 열강들의 세력 다툼과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이 읽힙니다. 적산가옥이 늘어선 거리를 거닐자 오늘과 당시의 시간이 겹쳐집니다. 세월에 빛바랜 건물에서 과거를 들여다보고, 또 다른 기억이 덧씌워지는 중인 현재를 마주합니다.뚜우우우. 뱃고동이 울린다. 배에서 치파오를 입은 중국 상인이 내린다. 부두에는 쌀가마니를 발밑에 내려놓은 나가사키 상인들이 모여 있다. 1883년 인천 제물포항이 개항하자 한적하던 어촌에 외국의 신문물이 쏟아진다. 외국인 전용 거주지, 바다 건너온 물건을 파는 가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무역회사와 호텔이 들어선다. 일본은 조선 수탈을 위한 방편으로 일본 제1국립은행 인천지점, 일본 제18국립은행 인천지점 등을 세운다. 개항장 역사문화의 거리 일대는 인천의 개항기를 간직한 건축물로 가득하다. 거리 전체가 한국의 근현대사를 훑어 볼 수 있는 역사문화공간인 셈이다. 인천역 부근의 인천아트플랫폼부터 신포국제시장 인근의 답동성당까지 찬찬히 걸으면 반나절도 걸리는 거리지만 핵심 장소는 일본풍 거리를 중심으로 모여 있다. 개항기 역사가 오롯이 담긴 거리의 건물은 오늘날 박물관, 아트플랫폼, 카페로 변모해 사람들을 끌어당긴다.●개항기 인천의 모습을 겹쳐 보다 개항장 역사문화의 거리 여행의 출발점은 인천아트플랫폼이다. 세월이 깃든 건물과 아티스트의 예술적 기운이 만난 공간이다. 인천시는 1888년에 지어진 일본우선주식회사(등록문화재 제248호)를 비롯해 개항기와 1930~40년대 건축물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국내와 일본의 물류 운송을 담당하던 일본우선주식회사 건물은 인천아트플랫폼 사무실, 해방 후에 지어 최근까지 대한통운 창고였던 건물은 공연장, 1940년대 문인과 예술가들의 사랑방이었던 금마차다방은 생활문화센터로 재단장했다. 전시장, 공연장, 창작 스튜디오 등 총 13개 동이라 규모가 상당하니 홈페이지에서 관심 있는 전시를 확인하고 가는 편이 좋다. 인천아트플랫폼 뒤편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과거의 시공간이 펼쳐진다. ‘혼마치도리’라고 불리던 은행 거리다. 길가에 일본 제1국립은행 인천지점, 일본 제18국립은행 인천지점, 일본제58은행 인천지점 등 이국적인 석조 건축물이 나란하다. 초가집이 대부분이었을 개항기에 멀끔한 외국 건축물이 들어섰으니 조선인이 느끼는 웅장함은 지금의 수십 배였으리라. 인천개항박물관은 당시 일본 제1국립은행 부산지점 인천출장소였다. 은행의 설립 목적은 조선 수탈이었다. 은행은 조선에서 나는 금괴와 사금을 사들였고 인천항에 들어오는 무역 상인에게 해관세를 받는 업무도 병행했다. 개항기 인천을 갈무리하는 박물관으로 문을 연 것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인 2010년. 우리나라 최초의 감리교회인 내리교회,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 우편제도 등 개항 후 인천으로 들어온 다양한 근대문물을 전시한다. 건물을 구경하는 재미도 크다. 좌우대칭을 이룬 르네상스식 석조건물 내부는 붉은 벨벳 커튼, 아치형 창문, 샹들리에 조명으로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하다.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은 개항장 일대의 건물 모형을 한데 모았다. 이곳의 전신은 일본제18국립은행 인천지점. 일본이 조선 쌀을 싼값에 사서 되파는 일을 했던 나가사키 상인들을 지원하고자 설립한 금융기관이었다. 일본, 청나라 등 각국의 건축양식으로 지은 조계지 건물부터 지금은 소실된 건물, 개항장 거리에 현존하는 건물까지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계단으로 나뉜 일본 조계지와 차이나타운 은행 거리의 이국적인 분위기는 일본식 목조주택이 늘어선 거리, 일본풍 거리로 이어진다. 인천 중구청 앞은 개항기 일본인이 거주하던 일본 조계지였다. 가옥은 점포가 딸린 2층 목조주택과 나가야식(일본식 다가구주택) 1층 목조주택이 대부분이다. 목재 골조, 반듯한 직사각형 창, 검은 기와의 어울림은 언뜻 봐도 우리의 것이 아니다. 거리에는 조계지 시절에 지어진 건물과 최근에 세워진 근대식 건물이 뒤섞여 130여 년 전의 아픔을 말없이 전해준다. 건물의 역사성은 유지하되 쓰임새는 달리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일도 한창이다. 개항기 하역회사 사무실이던 건물은 2011년, 원형에 가까운 복원을 거쳐 카페 ‘팟알’로 문을 열었다. 목조 골격을 살린 카페 내부는 낮잠이 들 만큼 아늑하다. 팟알 바로 옆의 관동갤러리 역시 목조가옥의 외관을 유지한 채 갤러리가 됐다. ‘1883년 일본이 조계지를 만들자 1년 후 청나라는 반대편에 차이나타운을 형성한다.’ 이 역사적 사실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일본풍 거리와 차이나타운이 맞닿은 지점에 자리한 청·일 조계지 경계 계단이다. 청국과 일본 조계지의 경계가 되는 계단을 중심으로 왼쪽은 중국식 건물, 오른쪽은 일본식 건물이다. 계단 양쪽 석등도 모양이 다르다. 30여개 계단 끝자락에는 중국 칭다오에서 기증한 공자상이 서 있다. 뒤를 돌면 차이나타운의 오색찬란함과 일본풍 거리의 차분함이 한눈에 담기고 저 너머 인천항이 펼쳐진다.●배다리 헌책방 골목 읽혔으나 누군가에게 다시 읽히길 기다리는 책을 우리는 ‘헌책’이라고 부른다. 인천의 배다리 헌책방 골목은 빛바랜 책이 모인 거리다. 헌책방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이, 절판된 책을 찾아 헤매는 이, 오래된 책의 종이 냄새에 파묻히고 싶은 이를 품어 주는 골목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배다리에 헌책방 골목이 들어선 것은 한국전쟁 후. 남루한 마을에 책을 쌓은 리어카가 모이고 책이 주는 지혜에 목마른 이들이 몰려들며 헌책방이 하나둘 생겨났다. 한때 헌책방이 40여곳까지 늘며 서울의 청계천, 부산의 보수동과 함께 전국 3대 헌책방 골목으로 불리기도 했단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아벨서점, 한미서점, 삼성서림 등 다섯 곳만이 남아 배다리를 지킨다. 45년 전 6.6㎡(두 평) 남짓 쪽방에서 시작한 아벨서점은 오늘날 헌책방 골목의 터줏대감이다. 내년이면 일흔을 바라보는 주인은 찾는 책이 없어 헛걸음하는 손님이 없도록 ‘어느 책방이 문을 닫는다더라’ 하는 소식을 들으면 한달음에 달려가 책을 사들였다. 그렇게 모은 것이 4만여권, 창고에는 그의 세 배가 넘는 책이 쌓여 있다. 도서 검색대 대신 책장마다 ‘프랑스 문학’, ‘여행’ 등의 견출지가 붙어 있고 비범한 기억력의 주인이 책을 찾아준다.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시 낭송회는 어느덧 100회를 넘겼다. 최근에는 인천 출신의 이설야 시인이 시를 읊었다. ‘살아 있는 글들이 살아 있는 가슴에.’ 아벨서점 간판 옆에 붙은 글귀다. 손때 묻은 책을 뒤적이며 살아 있는 글과 정신을 호흡하는 곳, 배다리 헌책방 골목이다.●동심 한 조각을 되찾다, 송월동 동화마을 동화 줄거리가 가물가물해진 어른이 됐다. 꿈속에서 피터 팬과 같은 편이 돼 후크 선장을 물리치던 때도 있었는데. 차이나타운의 북쪽 끝과 맞닿은 송월동 동화마을은 고마운 공간이다.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동화 속 주인공들을 되살려 냈으니 말이다. 송월동 동화마을은 세계 명작 동화를 테마로 조성됐다. 입구의 아치형 조형물을 지나면 도로시 길, 빨간 모자 길, 전래동화 길 등 열한 가지 테마의 골목이 발길을 붙잡는다.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이 담벼락에 들어가 있는가 하면 벤치에 피터 팬이 앉아 있고 계단은 색색의 무지개다리다. 사람들은 포토 존에서 사진을 찍으며 동화 속 공주님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개항 후 독일인이 주로 거주하며 부촌이던 송월동은 1970년대 젊은이들이 인천 주변 도시와 서울로 빠져나가며 노인만 남게 됐다. 낙후된 마을은 2013년 중구청의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을 통해 동화마을로 되살아났고 인천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알록달록한 동화 세상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건 주민들의 생활상과 동화 속 장면이 뒤얽힌 면면이다. 가스계량기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 나무꾼의 몸통이고, 전봇대는 ‘잭과 콩나무’의 콩나무다. 가스 사용량을 재는 생활은 현실이고 동화는 비현실이다. 현실과 비현실이 중첩되는 순간은 동화를 잊지 말아야 할 이유를 알려 준다. 전봇대에서 하룻밤 새 하늘까지 자라던 콩나무를 상상할 때 우리의 현실은 그렇게 팍팍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 글 이수린(유니에스 여행작가) 사진 장명확(사진작가) ■여행수첩(지역번호 032) →가는 길:서울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경인고속도로와 인천대로를 지난다. 경인고속도로 신월IC 통과 후 경인고속도로를 따라 17㎞가량 이동한다. 인천항사거리에서 제2외곽고속도로 방면으로 우회전한 후 수인사거리에서 중구청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인중로와 제물량로218번길을 지나 신포로23번길을 따라가면 개항장 역사문화의 거리의 시작점, 인천아트플랫폼이다. →맛집:인천의 맛을 이야기할 때 짜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식 짜장면은 1883년 인천 개항 후 중국인들이 인천 부두 근로자에게 국수에 볶은 춘장을 비벼 먹는 음식을 팔며 시작됐다. 붉은 간판과 홍등이 수놓은 거리, 차이나타운의 만다복(773-3838)은 하얀 짜장으로 유명하다. 취향대로 고기장과 육수를 넣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동인천 삼치거리에는 삼치와 막걸리를 파는 생선구이 집 10여개가 모여 있다. 인천집(764-6401)은 삼치구이와 조림을 반반씩 맛볼 수 있는 ‘반반 삼치’가 대표 메뉴다. 쌀밥에 겨울이 제철인 삼치 한 점 올려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잘 곳:인천중구청 뒷길에 자리한 호텔아띠(772-5233)는 차이나타운, 자유공원, 개항장 역사문화의 거리 등과 가까워 인천의 대표 여행지를 둘러보기 수월하다. 베니키아 월미도 더 블리스 호텔(764-9000)은 월미 문화의 거리에 자리한 호텔이다. 비즈니스센터와 세미나룸이 있어 출장 시 묵기 편리하며 객실에서 인천대교와 영종대교가 한눈에 내다보인다.
  • [우주를 보다] 연장근무 뉴호라이즌스, 미지의 얼음 천체 포착

    [우주를 보다] 연장근무 뉴호라이즌스, 미지의 얼음 천체 포착

    인류가 알고있는 세계를 넘어선 ‘인류의 피조물’이 드디어 목적지를 눈 앞에 두게됐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은 탐사선 뉴호라이즌스가 촬영한 ‘카이퍼 벨트’(Kuiper Belt·태양계 끝자락에 수많은 천체가 도넛 모양으로 밀집해 있는 지역) 내 천체인 ‘울티마 툴레’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 속에서 울티마 툴레는 작은 점(네모 박스 안)으로만 보이며 그 주위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인다. 이 사진은 지난 2일 뉴호라이즌스에 장착된 고해상도 망원카메라인 ‘로리’(LORRI)가 적외선으로 담아낸 것으로 당시 탐사선과의 거리는 3870만㎞, 고향인 지구와는 무려 64억㎞나 떨어져 있다.   뉴호라이즌스 프로젝트 소속 할 위버 박사는 "뉴호라이즌스가 울티마 툴레가 접근하면 할수록 망원경에 잡힌 모습도 점점 더 밝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배경에 있는 별들의 바다에서 더욱 두드러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공식적으로는 ‘2014 MU69’로 불리는 울티마 툴레(Ultima Thule)는 ‘알려진 세계를 넘어서’라는 의미의 중세시대 용어다. 직경 37㎞의 얼음 덩어리로 추정되며 카이퍼 벨트에 위치한 속성상 태양계 탄생 초기 물질로 이루어져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호라이즌스가 이곳에 도착하는 시기는 내년 1월 1일이지만 사실 울티마 툴레 근처를 근접비행해 지나치는 것이다. NASA에 따르면 뉴호라이즌스는 이날 울티마 툴레와 불과 3500㎞ 거리까지 접근해 지나간다. 이는 지난 2015년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을 근접비행한 거리보다 3배는 더 가깝다. 한편 총 7억 달러가 투입된 뉴호라이즌스는 지난 2006년 1월 장도에 올랐으며, 9년을 날아간 끝에 2015년 7월 역사적인 명왕성 근접비행에 성공했다. 지금은 울티마 툴레로 향하는 '연장근무'에 들어간 상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포스코 기술로… 독립유공자 명패 7600개 만든다

    포스코 기술로… 독립유공자 명패 7600개 만든다

    총 7600개 중 7400개 제작 후원도 “더불어 발전하는 기업시민 역할할 것” 내년까지 애국지사·후손들에게 전달내년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서울신문과 광복회는 국가보훈처 후원으로 지난 10월부터 독립유공자 명패 달기 성금 모금을 진행해 왔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독립유공자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자택에 독립유공자 명패를 달아 주며 공로를 기렸다. 많은 명패가 독립유공자에게 전달되며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년까지 애국지사에게 전달되는 7600개의 독립유공자 명패는 국내 기업인 포스코가 제작을 담당하며 고해상도의 프린트 기술이 사용됐다. 그동안 독립유공자의 명패는 지방자치단체별로 각양각색의 명패가 독립유공자 집에 걸렸던 상황이었지만, 지난달부터 전달되는 명패에는 철 소재에 입체적 프린트 기술을 입히며 통일을 이뤘다. 포스코가 제작한 독립유공자 명패는 포스코의 컬러강판 전문 그룹사인 포스코강판의 잉크젯 프린트 강판 기술인 ‘포스아트’로 제작됐다. 포스아트는 기존 프린트 강판보다 최고 4배 이상의 고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으며, 프린트 기술로 입체적인 질감 표현도 가능하다는 게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 제작된 철 소재의 명패는 색이 보다 선명하다. 특히 가운데 부분 태극 모양을 입체적인 질감으로 구현한 게 특징이다. 포스코는 11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독립유공자 명패 기증식’을 갖고 독립유공자 명패를 제작해 전달했다. 기증식에는 피우진 국가보훈처장과 박유철 광복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보훈처가 내년까지 독립유공자에게 전달할 7600개의 명패 가운데 포스코가 7400개를 전량 제작 후원하기로 했으며 나머지 200개의 명패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민 성금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좋은 철을 만들어 국가에 보답한다’는 제철보국의 창립이념으로 탄생한 포스코는 내년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진행하는 본 사업에 참여해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 시민의 역할을 다할 계획이다. 기증식에 참석한 피우진 보훈처장은 “이번 포스코의 독립유공자 명패 후원으로 앞으로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내년에 기업 등 각계각층에서 보훈과 관련된 의미 있는 프로젝트의 동참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포스코가 제작한 명패는 지난달 3일 제89주년 학생독립운동 기념일을 맞아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광주 노동훈 애국지사의 자택을 찾으며 처음으로 전달됐다. 보훈처는 생존 애국지사를 시작으로 내년 3·1절 전까지 모든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직접 명패를 달아 주고, 나아가 명패 대상을 독립유공자뿐만 아니라 전 국가유공자로 확대해 추진할 계획이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일뜨청’ 김유정, 보호 본능 자극하는 여성스러움 ‘남심 저격’

    ‘일뜨청’ 김유정, 보호 본능 자극하는 여성스러움 ‘남심 저격’

    JTBC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에서 김유정의 스타일링이 화제다. 지난 10일 방영된 5회에서 김유정은 그 동안의 캐주얼 룩을 벗고 여성스러움이 물씬 묻어나는 스타일링으로 남심을 저격했다. 이 날 김유정은 어머님 산소가는 장면에서 블랙 레이스 원피스와 하이힐 그리고 숄더백을 착용하여 여성스러운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김유정의 예쁨을 배가 시켜준 숄더백은 제이에스티나 ‘아젤리아 새들백’으로 미니멀한 디자인과 브릭 브라운 컬러가 돋보인다. 특히 이 제품은 반달 모양의 쉐입으로 우아함과 캐주얼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며, 어떤 룩에도 매치할 수 있어서 올 겨울 데일리 백으로 추천한다. 한편 김유정이 출연중인 JTBC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는 매주 월,화요일 밤 9시 30분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양동이 ‘으지직’… ‘근육질 캥거루’ 12세 나이로 세상 떠났다

    양동이 ‘으지직’… ‘근육질 캥거루’ 12세 나이로 세상 떠났다

    울퉁불퉁 근육질 몸을 자랑하며 양동이를 찌그러뜨리는 사진으로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던 호주 캥거루 로저가 1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데일리메일 호주판 등 현지언론은 지난 8일 호주 앨리스 스프링스 캥거루 보호구역에서 노년을 보내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캥거루 로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전했다. 3년 전부터 명성을 얻은 로저는 키 2m, 몸무게 90㎏을 넘는 몸매를 자랑하는 붉은 캥거루로, 보호구역 내 다른 캥거루들은 물론 방문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보호구역에서 알파 우두머리로 군림했으며, 엘라와 아비가일이라는 이름의 두 암컷 캥거루를 아내로 맞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로저는 나이가 워낙 많아 지난 2016년부터 관절염 등 신체 곳곳에 이상 증세를 보였다.붉은 캥거루의 평균 수명이 12세부터 15세까지로 알려졌지만, 보호구역의 관리자들은 아직 로저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이날 이곳의 책임자 크리스 반스는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로저의 죽음을 발표했다. 그는 함께 공개한 영상에서 “아름다운 소년 로저를 잃었기에 이곳은 오늘 매우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조회 수 15만 회 이상을 기록한 이 영상에서 그는 10년 전 로저를 위해 울타리를 직접 만드는 등 오랜 세월 동안 로저와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에게 로저는 아들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12년 전 한 고속도로 옆에서 죽은 어미 캥거루 배주머니 속에서 직접 로저를 거둬 키웠다.그때부터 그는 로저의 성장 과정을 인터넷상에 공유해왔다. 어찌보면 로저가 호주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캥거루가 되는 데 그가 일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팬들은 로저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동안 로저의 소식을 전해준 반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 다른 팬들은 로저에게 큰 사랑을 줘 고맙다고도 말했다. 그리고 어떤 팬은 벌써 로저가 그리워 눈물이 난다는 댓글을 달았다.한편 반스는 이후 며칠 전에 찍은 로저의 생전 마지막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댓글 1400여 개가 달리는 등 여전히 로저를 그리워하는 팬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앨리스 스프링스 캥거루 보호구역/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미니스톱’ 매각가 4000억대로 뛰나

    점포 대규모 확대 마지막 기회로 여겨 1대주주 등 몸값 인상 등 추가조건 검토 최근 편의점 업계가 자율규약안을 발표하면서 18년 만에 출점 거리 제한이 부활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미니스톱 인수전’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500여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미니스톱을 인수하는 것이 대규모 점포 확대의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면서 몸값이 빠르게 뛰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니스톱의 최대 주주인 일본 이온그룹과 매각 주관사인 노무라증권은 가격 인상 등의 조건을 포함한 인수 후보자들의 추가 제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달 안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장기화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당초 3000억원 초중반으로 예상되던 미니스톱 매각 가격이 4000억원 이상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인수전에는 유통 대기업인 롯데와 신세계, 사모펀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참여했다.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지난 10월 말 기준 CU가 1만 3109개로 가장 많았고, GS25는 1만 3018개로 집계됐다. 롯데가 운영하는 세븐일레븐이 9548개, 신세계가 운영하는 이마트24가 3564개, 미니스톱이 2533개를 각각 기록했다. 만약 롯데가 미니스톱을 인수하면 1만 2000개를 넘게 돼 CU와 GS25를 바짝 추격할 수 있게 된다. 또 이마트가 인수할 경우에는 한 번에 점포를 두 배 가까이 늘리는 셈이다. 특히 신규 출점이 사실상 어려워진 현시점에서는 더욱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다. 두 기업이 미니스톱 인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인수 후에 기존 미니스톱 점주들의 이탈 방지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율규약안 내용에 따라 가맹점주의 폐점 부담이 완화될 수 있는 까닭이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줄 끊어져 수십마리 악어 우글대는 물속에 빠진 남성

    줄 끊어져 수십마리 악어 우글대는 물속에 빠진 남성

    가족보다 악어를 사랑한다고 늘 말해왔던 한 남성이 악어가 득실거리는 웅덩이에 빠져 목숨을 잃을 뻔 한 충격적인 순간을 지난 3일 외신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영상 속,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출신인 마이클 우머(Michael Womer)란 남성이 수 십 마리의 악어가 우글거리는 웅덩이 근처로 나무로 만든 사다리를 타고 내려간다. 남성이 계단에서 내려오는 도중 악어들에게 먹이를 던져주자 물 속에서 쏜살같이 튀어나와 덥썩 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상당히 배가 고픈 모양이다. 계단에서 내려온 남성이 주변을 서성거리자 먹이를 줄 것으로 생각한 악어들이 떼 지어 몰려든다. 하지만 남성은 물 위로 한쪽 다리를 들어 흔들며 약만 올린다. 남성은 자신의 머리 위에 있던 줄은 잡고 그네처럼 흔들다가 1미터 지점 앞에 있는 물속 바위 위로 넘어가려 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만다. 갑자기 줄이 끊어지게 된 것이다. 결국 균형을 크게 잃은 남성은 등쪽 부위가 물속으로 빠진다. 영상은 여기까지만 공개됐다. 하지만 물속에 빠진 이 남성을 먹이로 생각했을 악어들의 공격이 이어졌을 것은 자명해 보인다. 너무나 아찔하고 끔찍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이 남성이 어떤 부상을 입었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되고 있지 않다.사진 영상=뉴스WTF/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문화로 거듭난 공간] 소각로는 꺼졌지만 예술은 불타오른다

    [문화로 거듭난 공간] 소각로는 꺼졌지만 예술은 불타오른다

    1995년부터 15년간 가동하던 39m의 쓰레기 벙커2014년 문화재생사업 통해 탈바꿈주요 시설 그대로 살려 스토리텔링 가미영문자를 파낸 검은색 철골구조 입구가 예사롭지 않다. 입구에 들어서자 트럭 한 대가 지나갈 수 있는 사각 아치 모양 기둥이 나온다. ‘#계측장소’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소각 프로세스의 첫 시작. 이곳은 쓰레기 트럭이 들어와 쓰레기양의 무게를 재던 곳’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대형 천막으로 둘러싼 옛 관리동 건물을 지나 쓰레기 반입실에 들어선다. 1층 입구 왼편의 검은색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번엔 철조망에 ‘#쓰레기 저장소(벙커)’라는 안내판이 있다. ‘높이 39m의 쓰레기를 저장하던 벙커’라고 쓰여 있다. 철조망 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놓고 쳐다본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덩이에 순간 정신이 아찔하다. ‘39m’는 대략 건물 15층 정도의 높이다. 숫자가 주는 깊이감, 높이감이 상당하다. 벙커 위쪽 왼편에 커다란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과거 저 철문이 열리면 쓰레기가 쏟아져 39m 구덩이를 가득 메웠을 것이다. 도대체 어떤 광경이었을까 상상하며 다시 훑어 보니 이동식 레일에 크레인이 달렸다. 아마도 쓰레기를 이동시키는 것 아니었을까. 아니나 다를까, 오른편에 또 커다란 철문이 보인다.벙커 옆 복도 쪽에는 ‘대강포스터제’가 한창이었다. ‘대강’은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 머리글자를 합친 말이다. 1977년 제1회 MBC 대학가요제 대상 곡인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 1978년 대상곡 노사연의 ‘돌고 돌아가는 길’을 비롯해 2012년 제36회 대학가요제 대상곡 신문수의 ‘넥타이’ 등 모두 44곡을 주제로 한 대형 포스터 전시회다. 20, 30대 그래픽디자이너가 노래를 주제로 만든 포스터 44점이 곳곳에 붙었다. 독특한 느낌의 포스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컨대 ‘나 어떡해’는 검은 바탕에 흰색 글씨로 울먹이는 표정을 그려놨다. 이상은의 ‘담다디’는 파란 바탕에 ‘dam’, ‘da’, ‘di’ 글자를 마치 팝콘처럼 터지듯 묘사했다. 철근 구조물과 파란색 교통통제용 고깔을 곳곳에 두었는데, 쓰레기 소각장 시설에 묘하게 어울린다.경기 부천시 삼정동에 있는 ‘부천아트벙커 B39’는 폐기된 쓰레기 소각장의 기능을 가급적 살리고, 빈 곳에 문화예술을 녹인 공간이다. 수도권 신도시 건설 붐이 일 무렵, 환경부가 신도시마다 소각장을 설치하도록 지침을 만들면서 대지 면적 1만 2663㎡(약 3800평)의 이곳에 전체 면적 8335㎡, 5층짜리 대형 소각장이 들어섰다. 쓰레기 소각장은 1995년 5월 가동을 시작해 하루에 무려 200t의 쓰레기를 태웠다. 그러나 1997년 기준치 20배인 ㎡당 23.12㎎의 다이옥신을 배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을 불렀다. 여기에다 신도시 계획에 따라 2000년 9월 인근 대장동에 소각장이 완공되며 제 역할마저 잃었다. 시에 쓰레기 소각장이 2개나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에 따라 삼정동 소각장은 2010년 5월 가동을 완전히 멈췄다.흉물이었던 쓰레기 소각장은 문화체육관광부의 ‘2014년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되면서 문화예술 시설로 거듭난다. 일부 시설을 고치고 2015년 판타스티카, 2016년 스펙트럼 신디캣 공연 등 파일럿 프로그램을 거쳐 올해 6월 1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부천 아트벙커 B39’라는 새 이름도 얻었다. 설계·운영을 맡은 사회적기업 노리단 측은 “부천의 B, 벙커의 B, ‘경계 없는(Borderless)’의 B에서 앞 글자를 따왔다. 39는 벙커의 깊이이자, 소각장이 39번 국도에 위치한다는 것에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요 시설을 그대로 살린 덕분에 쓰레기 소각의 이동 경로를 알 수 있다. 여기에 문화예술을 적절히 배치해 독특한 느낌을 준다. 가장 먼저 마주치는 39m의 벙커는 과거 소각로였던 ‘에어갤러리’로 연결된다. 소각로 시설을 일부 떼어내고 유리를 설치해 유리 온실 느낌이 나는 중정으로 바꿨다. 중정에서는 설치 미술 등의 전시를 연다. 이곳을 지나면 ‘#재벙커’라는 안내판을 볼 수 있다. ‘연소된 쓰레기들의 재가 모이던 벙커’라는 설명이 붙었다. 바깥에서 볼 수 있고 안에서도 볼 수 있게 설계한 점이 독특하다. 안쪽은 유리로 막아 놨는데, 가까이 들여다봐야 재벙커의 속살을 볼 수 있다. 벙커와 마찬가지로 깊은 콘크리트벽이 아찔하다.재벙커를 지나면 ‘#유인송풍실’에 이른다. 소각로에서 타고 발생한 유해가스를 재처리해 굴뚝으로 배출하기 위한 대기오염방지 설비다. 커다란 송풍 기계들이 잘 손질된 채 예전의 위용을 뽐낸다. 송풍 기계를 따라 외부로 나가면 빨간색과 흰색 줄무늬 대형 굴뚝이 기다린다. 쓰레기를 모두 태운 뒤 마지막 연기를 내보내던 곳이다. 계단을 따라 원형 계단이 이어지며, 옆쪽에 대형 장비 시설이 마치 로켓을 연상케 한다. 부천 시민 김현희(39)씨는 “예전에 쓰레기 소각장임을 알고 왔다. 쓰레기 이동 경로를 따라가면서 구경할 수 있어 아주 재밌다”고 말했다. 건물 2층에는 ‘중앙제어실’이 있다. 무수한 버튼을 비롯해 오래된 TV 모니터가 과거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던 우주선 내부를 연상케 한다. 쓰레기 처리 과정에 관한 설명이 붙어 있는데, 버튼을 누르면 쓰레기의 소각 경로를 볼 수 있다. 같은 층에는 4개의 스튜디오가 있다. 각종 교육프로그램이 열리는 곳이다. 알록달록한 유리벽으로 돼 있다. 유리문을 통과한 알록달록한 빛은 유인송풍실 기계장치에 입혀지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혐오시설이었던 쓰레기 소각장은 문화의 옷을 입고 이렇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 글 사진 부천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1100년 만에 흩어진 고려 모인 날 스승은 북쪽의 왕건을 기다렸다

    1100년 만에 흩어진 고려 모인 날 스승은 북쪽의 왕건을 기다렸다

    희랑대사상 옆에 제자 조형물 자리 비워 전시 도중 北서 온다면 사제 간 첫 만남 美·英 등 국내외 고려 유물 450점 공개 ‘아미타여래’ 최태원 후원으로 한국행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올해 최대 특별전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이하 대고려전)이 4일 화려한 막을 연다. 광복 이후 고려 미술을 총체적으로 고찰하는 대규모 전시로 국내외 흩어진 주요 고려 유물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이번 전시는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 4개국 11개 기관과 국내 34개 기관이 소장한 고려 문화재 450여점을 공개한다. 기대를 모았던 북한 왕건상 전시는 불발됐다. 박물관 측은 이례적으로 왕건상 자리를 비워둔 채 전시를 연다.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3일 열린 언론 공개회에서 “대고려전은 다른 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고려 시대의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로, 고려가 지닌 민족사적 의미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의 그 어떤 전시보다 힘을 기울였다”면서 “태조 왕건이 분열된 후삼국을 통일한 정신이나 국제화된 넓은 시각으로 다양한 문화를 섭렵, 융합한 태도 등에서 고려 고유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전시 취지를 설명했다. 태조 왕건이 918년에 세워 1392년까지 존속한 고려는 외국인을 재상으로 등용할 만큼 개방적이었고 주변국과 활발한 물적·인적 교류를 이뤘다. 중국 본토에 세워진 송이나 거란족의 요, 여진족의 금, 몽골이 세운 원과 두루 교류하며 꽃피운 문화는 어느 시대보다 찬란했다. 눈에 띄는 유물은 왕건의 스승이자 화엄종의 고승인 희랑 대사를 조각한 건칠희랑대사좌상(보물 제999호)이다. 930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높이 82㎝의 목조 조각상으로, 국내 유일한 승려 초상 조각이다. 경남 합천 해인사 성보박물관에 보관 중인 보물로 평소 보기 힘든 유물이다. 건칠희랑대사좌상 왼쪽은 왕건상이 놓일 자리다. 현재는 연꽃 모양의 조형물만 설치돼 있다. 전시 도중에라도 왕건상이 북한에서 온다면 사제 간 역사적인 만남이 처음으로 성사된다. 배 관장은 “왕건상 자리를 비워둔 것은 남북 간 활발한 교류와 문화적 동질성 확인을 바라는 염원의 표현”이라며 “전시가 끝날 때까지 왕건상이 오지 않아도 공간 자체가 전하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의 소장품인 아미타여래도 눈에 띈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장인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후원으로 한국 나들이를 하게 됐다. 중국 불화로 인식됐으나 2012년 국립중앙박물관 조사를 통해 14세기 전반의 고려 작품으로 밝혀졌다. 전 세계에 전하는 160여점의 고려 불화 가운데 10점이 채 안 되는 독존(獨尊) 형식의 희귀한 도상이다. 이 밖에 팔만대장경보다 이른 시기인 1098년에 새긴 합천 해인사 목판, 대나무의 형태를 다양하게 변주한 은제 주자(注子·미국 보스턴박물관 소장품)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정명희 학예연구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찬란한 물질 문화를 생산해낸 고려의 저력과 격동기에 500여년을 지탱하게 한 힘이 어디서 나왔을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계속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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