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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배임죄 역사

    [씨줄날줄] 배임죄 역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관련 재판에서 자주 등장하는 죄목 중 하나가 ‘배임’이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이재용 회장에게 싸게 넘겨 에버랜드에 97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2009년 대법원은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이 선대회장은 1999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사건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배임 혐의에 대해 올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2심이 진행되고 있다. 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형법 제355조)로 손해를 끼치는 것을 말한다. 임원 등이면 상법상 특별배임이, 금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 각각 적용돼 가중처벌된다. 경영상 판단으로 발생한 회사의 재산상 손해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처벌하려 든다는 비난을 자주 받는다. 검찰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4일 “삼라만상을 모두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고 했다. 배임죄는 정권 교체 이후에도 종종 등장한다. 이석채 전 KT 회장은 다른 회사 주식을 비싸게 샀다고 기소됐으나 무죄가 확정됐다.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도 자원개발업체 인수 과정에서 배임으로 기소됐으나 역시 무죄가 확정됐다. 배임죄를 ‘전가의 보도’처럼 쓰는 건 문제지만,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오너 일가는 분명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시네마가 직영하던 영화관 매점 사업권을 신격호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에게 몰아줘 롯데쇼핑에 손해를 입힌 배임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부동산회사를 취득하면서 계열사에 연대보증을 시켜 배임 판결을 받았다. 이사가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 이익에도 충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두고 재계 반발이 심하다.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되고 배임죄 소송이 남발될 거라 주장한다. 법에 안 담겨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에 따라 이사는 주주 이익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활자화되면 더 그래야 하는 모양이다.
  • 마크롱 ‘조기총선’ 자충수 될까… 27년 만에 동거정부 구성 전망

    마크롱 ‘조기총선’ 자충수 될까… 27년 만에 동거정부 구성 전망

    2024 유럽의회 선거에서 참패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승부수로 던지면서 프랑스 정계가 격랑에 휩싸였다.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이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르네상스보다 지지율을 두 배 이상 얻으면서 집권 여당에 위기감이 엄습하자 국민의 선택을 묻겠다는 판단이었는데 정치권의 합종연횡을 촉발하면서 혼동에 빠진 모양새다. 이달 30일과 다음달 7일 열리는 조기 총선에서 르네상스가 승리하면 마크롱 대통령은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지만 RN이 승리하게 되면 동거정부에 들어갈 수밖에 없어 조기 총선은 ‘도박’으로도 평가된다. RN이 다수당이 되면 전 당수였던 마린 르펜이나 현 대표인 조르당 바르델라가 총리를 맡게 된다. 제5공화국 출범 이래 프랑스에서 좌우동거정부는 세 차례 있었지만 대통령과 총리가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해 정면 반대하는 동거정부를 꾸리는 건 사상 처음이다. 만약 RN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프랑수아 미테랑 집권 1·2기(1986~1988년·1993~1995년)와 자크 시라크 집권 1기(1997~2002년) 이후 27년 만에 네 번째 동거정부가 출범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11일(현지시간) 여론조사업체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프랑스 성인 274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34%가 1차 투표에서 RN을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RN이 받은 유럽의회 선거 지지율(31.5%)보다 높다. 반면 르네상스는 19%에 그쳤고,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공산당, 사회당, 녹색당 등 4개 좌파연합 지지율은 22%였다. 이날 중도우파 공화당 에리크 시오티 대표가 RN과의 선거 연대를 선언하며 마크롱 대통령은 더 불리해졌다. 시오티 대표는 “좌파와 중도 연합의 국가 위협을 막기 위해 RN과 동맹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에서 RN과의 연정은 ‘레드라인’이었지만 이번 유럽의회에서 약진한 RN의 도움은 더 절실해졌다. 베테랑 상원의원이자 친마크롱 의원인 프랑수아 파트리아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1969년 통치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대통령직을 사임한 샤를 드골과 마크롱 대통령을 비교하며 “위험한 도박이 아닌 프랑스 제도를 존중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파트리아 의원은 마크롱의 중도연합(250석)이 2022년 국민전선(RN)에 패해 프랑스 하원 과반(289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총선 이후 마크롱 내각은 의회 표결 없이 총리가 법안을 의결하는 헌법 제49조제3항을 최다 발동한 정부로 꼽힌다. 149석인 좌파연합은 여러 정당으로 분산돼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 게다가 급증하는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약 250억 유로(약 37조원) 규모의 지출 삭감안이 포함된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놓고 야당은 올가을 내각 불신임투표로 총리를 탄핵시키겠다고 위협해 왔다. 또 다른 정치공학적 설명은 르펜을 견제하기 위한 대선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치평론가 클로에 모린은 “수년간 프랑스 유권자들은 ‘RN 말고는 다 해 봤다’고 말하며 르펜의 운동에 동조해 왔다”면서 “마크롱은 유권자들에게 RN 집권 시 프랑스가 어떻게 되는지 직접 느껴 보라고 판을 깔아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일반 바이러스의 ‘125배’…거대 바이러스 발견이 희소식인 이유 [핵잼 사이언스]

    일반 바이러스의 ‘125배’…거대 바이러스 발견이 희소식인 이유 [핵잼 사이언스]

    북극 그린란드에서 ‘거대한’ 바이러스가 새로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덴마크 오르후스대 환경과학과의 로라 페리니 박사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그린란드 빙상에서 일반 바이러스보다 크기가 125배에 달하는 거대한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빙상은 광대한 지역을 덮고 있는 둥근 지붕 모양의 빙체로서, 대륙 빙하라고도 한다. 그린란드 빙상을 포함해 아이슬란드의 바트나 빙상, 남극 빙상 등이 유명하다. 빙산에 비해 유동성이 적고 매우 오래 전의 눈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환경을 알아보는 데도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연구진이 그린란드의 빙상에서 발견한 해당 바이러스는 뉴클레오사이토비리코타(Nucleocytoviricota) 문(門)애 속하는 것으로, 정확한 명칭은 ‘핵세포질 대형 데옥시리보핵산 바이러스’(이하 NCLDV)다. 1981년 처음으로 존재가 확인된 NCLDV의 크기는 2.5㎛(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로, 일반적인 바이러스가 2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인 점을 고려하면 125배나 큰 셈이다. NCLDV가 극지방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연구진에 따르면, 거대한 이 바이러스는 빙하에 치명적인 조류(藻類)를 없애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식물성 플랑크톤인 조류는 물에서 엽록소로 광합성을 하며, 여름에 조류가 번성하면 빙하의 표면 색깔이 짙어지고, 이는 빙하의 햇빛 반사율을 급격하게 떨어뜨려 더 빨리 녹게 한다. 이 때문에 조류는 빙하의 천적으로 불리기도 하며,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최근에는 북극뿐만 아니라 남극과 알프스 산맥, 히말라야 산맥에서도 조류가 발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류가 많이 발견되는 만큼 빙하 손실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이번에 그린란드에서 발견된 거대 바이러스는 이러한 조류의 습격에서 빙하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바이러스가 조류를 없애고 번성을 막아서 빙하가의 햇빛 반사율을 높이고 더 나아가 녹는 속도를 늦추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페리니 박사는 “해당 바이러스가 (빙하의 녹는 속도를 늦추는데) 얼마나 효율적인지 구체적으로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 “다만 새로 발견된 이 거대 바이러스는 조류의 성장을 억제해 얼음이 녹는 것을 늦출 수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미세조류가 번성하는 얼음과 눈 표면에서 거대 바이러스(NCLDV)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두가 이 지역(북극 또는 그린란드)을 황량하고 생명이 전혀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거대 바이러스를 포함해 여러 미생물이 이곳에 서식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또 “이곳에는 조류를 둘러싼 생태계가 있다. 박테리아, 사상균, 효모 외에도 조류를 먹는 원생 생물과 이에 기생하는 다양한 종의 곰팡이, 그리고 이번에 발견한 거대 바이러스가 조류를 감염시킨다”면서 “다만 거대한 바이러스가 조류 등을 감염시키는 경로는 아직 정확하지 않다. 이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영국의 남극연구소는 지구의 기온 상승을 파리협정에서 정한 목표인 1.5도 이내로 억제한다고 해도 이번 세기에 일어날 해수면 상승에 북극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 빙하가 다른 어떤 요인보다 더 많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그린란드 얼음이 녹으면 해수면이 7m 올라가지만 남극 얼음이 모두 녹으면 58m가 올라갈 것이라고 경고한다.
  • “물·소금만 먹어요”…‘뼈말라’ 되고픈 10대들, 물단식 SNS 유행

    “물·소금만 먹어요”…‘뼈말라’ 되고픈 10대들, 물단식 SNS 유행

    지난해 몸무게가 61㎏였다는 18살 권모양은 최근 이른바 ‘물단식’을 닷새째 이어가고 있다. 키 163㎝인 권양의 목표 몸무게는 40㎏이다. 과거 12일간 물단식을 이어간 적이 있다는 권양은 이번 다이어트에서 ‘12일’이라는 기록을 깨고 싶다고 했다. ‘물단식’이란 물과 소금만 섭취하며 다른 음식은 일절 먹지 않는 것이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름철을 앞두고 극단적 다이어트가 10대 사이에 유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찬성을 뜻하는 ‘프로’(Pro)와 ‘거식증’(Anorexia)에서 딴 ‘Ana’(아나)를 합성한 ‘프로아나’라는 신조어가 유행한 지도 오래됐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뼈말라’(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몸)로, ‘키에서 몸무게를 뺀 수치’가 125 이상이 되는 것이다. ‘뼈말라’는 10대들 사이에서 비하가 아니라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다. 물단식은 극단적 다이어트 방법 중 하나다.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과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물단식을 통해 짧은 기간에 체중을 감량했다는 글이 화제가 되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MBC ‘나혼자산다’에서는 배우 이장우가 3일간 단식하며 물과 소금만 섭취해 4㎏를 감량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단식하는 동안 영양분 보충을 위해 일반 물 대신 미네랄워터를 마시거나 영양제를 함께 먹기도 한다. SNS에는 몸무게를 경쟁적으로 인증하는 글이나 영상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인스타그램에는 ‘물단식’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글이 1000개 넘게 올라와 있다. 엑스(X·옛 트위터)에도 “물단식을 하는데 배고픔보다 어지러움을 참기 힘들다”, “병원에서 림프샘에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물단식을 멈출 수 없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짧게는 사흘, 길게는 열흘 넘게까지도 물단식을 인증하는 글을 볼 수 있다.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극단적 다이어트가 유행하면서 2018년 8517명이던 국내 섭식장애 환자는 2022년 1만 2714명으로 불과 4년 만에 50%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섭식장애 진료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간 섭식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모두 5만 1253명이다. 이 중 여성(4만 1577명) 비율이 81.1%로 압도적이다. 특히 10대 이하 여성 거식증 환자가 2018년 275명에서 2022년 1874명으로 7배 가까이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보건복지부가 소아 2893명과 청소년 3382명 등 소아·청소년 6275명을 대상으로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실시한 ‘2022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아(6~11세)의 1.0%, 청소년(12~17세)의 2.3%가 섭식장애를 앓고 있다. 섭식장애를 앓는 여성 청소년 비율이 3.0%로 가장 높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의 극단적 다이어트는 무월경증과 골다공증, 섭식장애 등의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육체·정신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건강이 아니라 외모를 이유로 하는 청소년의 다이어트는 권장하지 않고 있다”며 “대표적 다이어트법으로 꼽히는 ‘간헐적 단식’도 16시간 이상은 지양하는데 청소년들이 이를 넘겨 굶을 경우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우리 몸은 단백질과 지방 등 여러 영양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네랄 워터와 영양제만으로 영양 결핍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 발톱으로 암벽을 타고 오르는 생체 모방 로봇 개발 [고든 정의 TECH+]

    발톱으로 암벽을 타고 오르는 생체 모방 로봇 개발 [고든 정의 TECH+]

    공학자들은 오랜 세월 동물의 형태를 모방한 기계를 만들어왔습니다. 새의 모습을 닮은 비행기나 고래 같은 유선형 선체를 지닌 배가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동물처럼 네 개의 다리를 이용해 민첩하게 움직이는 로봇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곤충이나 도마뱀처럼 벽을 타고 수직으로 이동하는 로봇은 현재 기술로도 개발이 어렵습니다. 카네기 멜론 대학 연구팀은 도마뱀이나 곤충, 원숭이처럼 울퉁불퉁한 벽을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생체 모방 로봇에 도전했습니다. 로리스(LORIS, Lightweight Observation Robot for Irregular Slopes)는 네 개의 다리와 여러 개의 날카로운 발톱을 이용해 불규칙한 표면을 단단히 붙잡고 기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사실 과거에도 이렇게 벽면을 타고 올라가는 로봇은 여러 차례 개발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로 빨판을 이용해 벽에 붙거나 자석을 이용해 금속 표면에 붙는 방식이었습니다. 이것도 나름 유용한 방법이지만, 울퉁불퉁한 암석 표면을 잡고 올라갈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연구팀은 발가락과 날카로운 발톱으로 벽을 타고 올라가는 동물을 모방하면서도 기계적으로 더 단순한 방식을 고안했습니다. 여러 개의 관절을 지닌 발가락은 구조가 복잡하고 고장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의 대안은 ‘ㄴ’자 모양으로 엇갈리게 배치한 여러 개의 갈고리 형태의 발톱입니다. (사진)연구팀은 로리스의 붉은 갈고리 발톱이 상대적으로 요철이 적은 벽돌이나 울퉁불퉁한 암석 모두에서 효과적으로 표면을 붙잡고 기어오르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로리스는 거리와 깊이를 측정할 수 있는 카메라와 센서가 있어 표면의 요철을 확인한 후 적당한 거리와 각도로 다리를 뻗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때 암벽을 타는 동물처럼 다리를 대각선 방향으로 움직여 몸을 단단하게 지탱합니다. 물론 이런 기술이 과연 유용하냐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동 속도가 그렇게 빠른 것도 아닌 데다, 지구에서라면 인간이 지닌 다른 도구를 이용해서 암벽을 더 빨리 오르거나 조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소가 우주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연구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으며,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도 연구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벽을 타고 올라가는 로리스의 등반 능력이 미래 행성 및 소행성 탐사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화성의 경우 로버로는 접근이 어려운 크레이터 안쪽의 가파른 경사나 오래전 화성 표면에 강이 흘렀던 시기에 형성된 퇴적층이 노출된 절벽을 탐사할 때 로리스 같은 벽 타기 로봇이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달의 절벽이나 동굴 탐사도 가능한 목표입니다. 지구보다 중력이 낮은 천체에서는 암석을 세게 잡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매달릴 수 있다는 사실도 장점입니다. 지구 생물을 모방한 로봇이 태양계 여기저기에서 지층을 조사하고 자원 존재나 과거 생명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을지 미래가 주목됩니다.
  • ‘텍스트힙’을 아시나요…Z세대, 다시 텍스트에 열광[취중생]

    ‘텍스트힙’을 아시나요…Z세대, 다시 텍스트에 열광[취중생]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태어난 이른바 ‘Z세대’는 짧은 영상(쇼츠), 소셜미디어(SNS) 등 스마트폰 중심의 영상 문화가 익숙합니다. 그런 Z세대 사이에서 최근 ‘텍스트힙’이라는 단어가 부쩍 자주 언급됩니다. ‘텍스트힙’은 ‘텍스트’와 ‘힙하다(멋지다, 개성있다는 뜻의 신조어)’의 합성어로, SNS에서 유독 자주 볼 수 있습니다. Z세대 사이에선 비주류 문화가 돼버린 독서와 기록이지만, 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멋지다고 생각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SNS에 주로 자신의 독서 경험과 기록을 사진과 글로 공유합니다. SNS에서 유행하다 보니 실제로 책을 읽기보다는 책 표지를 찍어 올리거나 책을 쌓아둔 이미지를 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른바 ‘SNS 과시용’으로 모형책이나 책 모양의 인테리어 소품도 잘 팔린다고 합니다. 고즈넉한 헌책방에는 책을 사려는 사람보다는 SNS용 인증샷을 찍으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처럼 독서나 책이 ‘힙’ 해진 건 그만큼 쇼츠나 유튜브 등 영상이 범람해서입니다. 실제로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한국인 전체 스마트폰 사용 시간 중 33.6%는 유튜브가 차지했습니다. 총 사용시간은 1021억분으로, 2019년 1월(519억분)과 비교해 2배가 됐습니다.반면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종이책 독서량이 1.7권에 불과합니다. 종합독서율은 50대를 뺀 모든 연령대에서 2021년 대비 낮아졌습니다. 책 읽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입니다. 한 대형 출판사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이모(30)씨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면 자극적이고 원초적인 콘텐츠가 많다. 지적 욕구를 충족하는 독서가 이런 콘텐츠들과 대비되어 더 힙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이돌그룹 멤버가 방송에서 책을 읽는 모습 등이 노출되는 것도 ‘텍스트힙’ 열풍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국어 강사인 임상은(30)씨는 “학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추천한 책을 샀다고 하더라”면서 “취미로 책을 읽는 아이돌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SNS 과시용이라 할지라도 그동안 줄곧 외면받았던 독서가 주목받는 건 크게 환영할 일입니다. 글을 읽고 쓰는 데 흥미를 느낀 Z세대들이 책을 구입하기 시작하고, 독서가 하나의 취미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봅니다.
  • 뉴턴 만유인력 법칙으로 ‘이것’까지 설명한다 [달콤한 사이언스]

    뉴턴 만유인력 법칙으로 ‘이것’까지 설명한다 [달콤한 사이언스]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면서 착안했다는 만유인력 법칙, 중력원리는 질량을 가진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설명한다. 만유인력 법칙은 천체의 움직임과 로켓, 위성 등 우주기술 개발에 많이 활용된다. 그런데, 새의 날갯짓과 물고기의 지느러미 움직임까지도 만유인력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로스킬데대학 과학·환경학과 연구팀은 새와 곤충, 박쥐, 고래, 물고기의 날개와 지느러미 움직임을 뉴턴 중력 방정식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 6월 6일 자에 실렸다. 비행이나 수영 능력은 다양한 동물 집단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특히 비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물학자들은 동물이 날개를 펄럭이는 주파수가 날개의 자연 공명 주파수에 의해 결정된다고 봤다. 그러나, 날갯짓에 대한 보편적 수학적 설명을 찾지 못했다. 연구팀은 차원 분석을 사용해 날아다니는 새, 곤충, 박쥐의 날갯짓 주파수와 펭귄, 고래를 포함해 수영하는 동물의 지느러미 움직임을 설명하는 방정식을 찾았다. 그 결과, 날거나 잠수하는 동물은 날개나 지느러미를 날개 면적의 제곱근으로 나눈 값에 비례하는 빈도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벌, 나방, 잠자리, 딱정벌레, 모기, 박쥐, 벌새 등 몸집이 작은 동물부터 백조를 비롯해 몸집이 큰 조류에 대한 날개 움직임에 대한 공개 데이터와 비교해 방정식의 정확도를 확인했다. 또 펭귄, 혹등고래, 북방긴수염고래 등 여러 종의 해양 동물 지느러미 스트로크 빈도에 대한 기존 데이터와 방정식의 정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체질량, 날개 면적, 날갯짓 횟수 사이 관계는 동물의 몸 크기, 날개 모양, 진화의 역사에 차이가 있음에도 거의 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멸종한 가장 큰 비행 익룡인 케찰코아틀루스 노스트로피도 0.7㎐ 주파수로 10m 날개를 펄럭였던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를 이끈 티나 헤크셔 로스킬데대 교수(수리물리학)는 “이번 연구는 만유인력 법칙이 날개 및 지느러미 움직임과 심장 박동이 1만 배 이상 차이 나는 대왕고래부터 모기까지 414종 동물들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수학적 설명”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비행 로봇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반구천의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위한 현장 실사 완료

    ‘반구천의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위한 현장 실사 완료

    지난 1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된 ‘반구천의 암각화’에 대한 현장실사가 마무리됐다.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지명한 벤자민 스미스 서호주대 교수가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5일 간 현장을 방문해 유산의 진정성과 완전성, 보존관리 및 활용 현황 등을 점검하고 관계 기관의 의견을 들었다고 3일 밝혔다. 현장실사는 서류심사, 패널회의 등 여러 전문가의 참여로 진행되는 세계유산 심사과정의 한 단계다. 이코모스는 현장 실사 결과와 세계유산 등재신청서 심사 등을 바탕으로 ‘등재 권고’,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등 4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선택해 유네스코에 보고한다. 최종 결과는 2025년 7월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의 등재 심사에서 나올 예정이다.‘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로 지정된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와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포함하는 유산이다. 1970년대 초 발견된 천전리 각석은 신라 법흥왕(재위 514~540년) 시기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글자가 남아있어 6세기 무렵 사회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대곡리 암각화는 ‘ㄱ’자 모양으로 꺾인 절벽 암반에 다양한 동물과 사냥 장면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바위그림이다.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 등 고래와 고래잡이 과정의 주요 단계를 창의적으로 묘사해 주목받았다. 6000년 동안 지속된 다양한 시대의 그림과 문자는 당대의 암각 제작 전통을 확인할 수 있는 독보적인 증거로 꼽힌다.
  • [사설] 정부보다 앞서는 서울시 ‘中 직구 유해물’ 대책

    [사설] 정부보다 앞서는 서울시 ‘中 직구 유해물’ 대책

    서울시가 지난달부터 알리·테무·쉬인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리는 93개 어린이용 제품을 분석했더니 40개 제품에서 최대 428배의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고 그제 밝혔다. 가장 많이 검출된 프탈레이트계 첨가제는 딱딱한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지만 어린이 성장을 방해하는 환경호르몬이다. 어린이가 손으로 만지는 슬라임에서는 사용 금지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됐다. 슬라임은 말랑말랑해서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장난감으로 ‘액체괴물’이라 불린다. 싼 가격에 중국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유해 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소비자들 스스로 안전성을 따져 보고 싶어도 정부의 선제적 대응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어린이용품 등 80개 품목에 대해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으면 직구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소비자 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에 사흘 만에 철회했다. 서울시의 신속한 대응에 그래서 눈길이 쏠린다.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등 3개 시험기관과 협업해 직구 제품의 유해물을 검사하고 있다. 판매량이 많은 제품을 직접 구매해 검사를 맡긴 뒤 결과를 소비자들에게 알렸고 해당 플랫폼엔 판매 중지를 요청했다. 문제는 유해 제품이 상표만 바꾸는 식으로 다시 등장한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지방자치단체의 민첩한 정책에 정부가 뒷짐 지고 있을 까닭이 없다. 소비자단체 등과 유기적으로 협업하면 정책의 실효는 배가될 수 있다. 소비자가 접근하기 쉽도록 피해 상담과 적합한 구제 방안에 대한 안내와 지원도 절실하다. 지자체도 하고 있는데 정부는 뭐하고 있느냐는 말이 들려서는 안 된다.
  • “제2의 결혼식” 돌잔치 유행…가족도, 손님도 ‘부담백배’

    “제2의 결혼식” 돌잔치 유행…가족도, 손님도 ‘부담백배’

    “본인 아기 돌잡이에 쓸 돈은 부모들이 미리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축하해주러 가는 손님 입장에서 너무 불편하네요.” 최근 지인의 자녀 돌잔치에 다녀왔다는 A씨는 ‘돌잔치 좀 불편하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나는 아직 아기가 없는데 아기를 낳는다 해도 돌잔치는 직계가족끼리 밥 먹는 정도로 할 생각이다. 하지만 돌잔치를 한다는 사람들도 존중한다. 자기 마음이니까”라고 운을 뗐다. 이어 “얼마 전 지인 아기 돌잔치를 한다고 했는데 친분이 좀 있는 지인이라 축하해주러 갔다. 가서 인사하면서 축하금 내고 밥 먹고 있으니 돌잔치가 시작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돌잡이 순서에서 사회자가 돌잡이 용품 소개하더니 제일 중요한 ‘돈’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며 아기엄마, 아빠에게 능청스레 물었다. 그랬더니 아기 아빠가 손님들에게 달라는 제스처를 취하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기 아빠가 돌잡이 쟁반을 들고 앞으로 나왔다. 사람들은 ‘이미 들어올 때 축하금을 냈는데 또 내야하나?’하는 분위기였고 아기 부모들도 자기들끼리 뻘쭘한 눈빛을 교환하더라”라고 덧붙였다. A씨는 “결국 사람들이 안 나오니 아기 할머니, 할아버지가 냈다. 그런데 본인 아기 돌잡이에 쓸 돈은 부모들이 미리 준비하면 좋겠다. 축하해주러 가는 손님 입장에서 너무 불편하다. 다른 분들도 이런 경험 있냐”며 의견을 물었다. 네티즌들은 “보통 가족들이 내지 않나. 남에게 이중으로 돈 뜯는 건 아니라고 본다” “사회자 관례라고 들었다. 보통 조부모가 내더라” “돈 쟁반 들고 다니는 거 진짜 보기 싫다” 등의 댓글을 달며 공감했다.다시 뜨는 돌잔치에 돌반지·참석 부담 코로나19 이후 가족 행사로 전환됐던 돌잔치는 다시금 지인들을 초대하는 문화로 바뀌는 추세다. 젊은 부부들은 아이의 첫 생일파티를 성대하게 열기 위해 인기 호텔과 돌잔치 업체 정보를 교환하고 있는데 이들 사이에서는 ‘제2의 결혼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금값 상승에 돌반지 부담도 커졌다. 한국금거래소 기준으로 순금 돌반지(한돈·3.75g)는 47만 4000원, 순금 골드바(반돈·1.875g)는 25만 4000원이다. 용, 별, 하트, 왕관, 곰돌이 등 다양한 모양의 돌반지는 한돈에 50만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금반지보다 현금이나 육아용품 선물로 대체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네티즌들은 “돌잔치는 가족끼리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SNS에 올리기 위한 허례허식은 과감하게 없어질 필요가 있다” “밀려드는 행사에 금전적·시간적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돌잔치 정도는 직계가족끼리 조용히 치렀으면 좋겠다”라며 입을 모았다.
  • 광진, 장미향에 취한다... ‘광진장미정원’에 3만 송이 활짝

    광진, 장미향에 취한다... ‘광진장미정원’에 3만 송이 활짝

    서울 광진구에 장미 3만 주가 만개했다. 광진구는 중곡동 중랑천의 ‘광진장미정원’을 장미로 새롭게 꾸몄다고 29일 밝혔다. 3만 주의 꽃으로 새롭게 조성했다. 이 공원에 장미는 30여 종이다. 정원형, 덩굴형, 스탠다드형 등 3만 631송이 장미를 심고 주변에는 화양목과 황금사철나무, 삼색조팝나무를 심었다. 산책로는 한강의 물길을 형상화한 곡선 모양으로 만들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걸으며 수만 송이 장미를 만끽할 수 있다. 중간에는 광진구의 상징인 배 조형물을 배치해 지역 특색을 나타냈다.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조녿 있다. 둥근 지붕 모양의 타원형 구조물과 장미 모형을 설치해 시선을 끈다. 또 방문객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그늘에 쉼터 의자를 놓았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수만 송이 꽃으로 채운 광진장미정원에서 기억에 남을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구민에게 재미와 기쁨을 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어쩌면… 모든 날 중 완전히 잃어버린 날은 한 번도 웃지 않은 날이다[강동삼의 벅차오름]

    어쩌면… 모든 날 중 완전히 잃어버린 날은 한 번도 웃지 않은 날이다[강동삼의 벅차오름]

    #삶은 참 잔인하거나 지독할 수도, 풍성할 수도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결국 우리는 육신의 껍데기를 벗고 거대한 흐름 속에서 사라져 티끌로 돌아갈 것이다. 원래부터 우리는 잠시 스치는 존재, 우리를 초월하는 전체의 한 파편이었다. 그동안 잘 버텨왔고 아직도 세상에 호의를 느낄 수 있음을 기뼈하자. 행복한 인생이었든 고통스러운 인생이었든, 어느덧 땅거미가 내려 앉으니 우리에게 주어진 행운의 크기가 가늠된다. 우리는 상처 받았지만 충만함을 얻었다. 이루어지지 않은 기도가 참 많다. 그러나 우리가 올리지 않았던 기도가 백배로 성취되기도 했다. 우리는 악몽을 관통했고 보물을 받았다. 삶은 참 잔인하거나 지독할 수도 있고 풍성할 수도 있었다. 당연히 받았어야 했던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 터무니 없는 은총이 감사하다.”(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중에서) # 사람들이 떠나고 남은 곳은 숲이 됐다… 치유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권같은 것 ‘늙는다는 것은 서서히 보이지 않게 물러나는 것’. 삶이 삭막해져 간다. 점점 더 삶이 황폐해져 간다. 의지할 곳이 없을 만큼, 기댈 곳이 없어질 만큼, 고단한 삶이다. 몸도 무겁도 마음도 무겁다. 누군가가 손으로 쿡 찌르면 마치 물 먹은 스펀지마냥 물기가 배어나오듯,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다. 사람에 부대껴 살며 참고 산 인생들이 지친 삶을 위로 받기 위해 ‘사람’이 아닌 ‘숲’으로 치유받으러 떠난다. ‘치유’의 사전적 의미를 되새겨본다. 치료하여 병을 낫게 함이란다. 영어로는 healing. 인간의 정신적·신체적 상태가 회복되는 것으로서 치유(治癒)라고 한다고 정의가 내려져 있다. 그래서 치유란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필요한 여권은 아닐까. 치유라는 이름의 숲이 서귀포에 있다. 한국관광의 별 본상을 수상하고 제주도 주관 최우수 공영관광지로 선정됐으며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된 ‘서귀포 치유의 숲’이다. 제주공항에서 평화로를 타고 서귀포로 향하다가 산록도로를 탄다. 메밀국수로 유명한 한라산 첫 마을 광평리를 지나고 핀크스골프장을 거쳐 중문을 지나 호근동쯤에 이르면 조그만 로터리가 나오면 한바퀴 돌고 북쪽으로 접어들면 된다. 공항에서 약 50분 정도 소요되지만, 한적한 산록도로에서 만나는 평범한 풍광들이 시시한 여행을 구한다. 사전에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하면 좋지만, 당일 아침 예약이 거의 가능하다. 시간대별로 예약이 이뤄지지만 좀 일찍 도착해도 좀 늦게 도착해도 받아준다. 팍팍하게 시간을 엄수하지 않아도 되니 무계획적인 발걸음을 또 구한다. 음식물은 최대한 가방 속에 넣어야 한다. 입장료는 1000원. 서귀포시민은 무료다. 난, 무료로 입장한다. 서귀포시민이 제주시 절물휴양림에 가면 입장료를 내야 하고 제주시민이 서귀포 자연휴양림에 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이해하기 힘든 제도지만, 제주사람들은 그냥 쿨하게 받아들인다. 입장하기 전에 해설사가 아주 간단히 입장할 때 주의점과 숲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해설사는 이곳은 100년 전만 해도 숲이 아닌, 호근동 마을처럼 사람들이 살던 곳이었단다. 삼나무숲 조림사업이 이뤄지면서 집들이 사라졌단다. 그래도 흔적은 남아 있다고 한다. 산책로 곳곳에 돌담들이 있는데 바로 동네 올레길이었단다. 물론 마을목장의 울타리 역할도 했다고 전한다. 해설사의 한 마디때문인지 산책하는 내내 돌담들만 보인다. # 쉬엄쉬엄 산책하다 지치면 숲멍… ‘가베또롱’ 쉼표가 되는 곳치유의 숲엔 산책로가 너무 많다. 노고록 무장애나눔길(1㎞), 가멍오멍 숲길(1.9㎞), 가베또롱 치유숲길(1.2㎞), 벤조롱 치유숲길(0.9㎞), 숨비소리 치유숲길(0.7㎞), 오고생이 치유숲길(0.8㎞), 쉬멍 치유숲길(1.0㎞), 엄부랑 치유숲길(0.7㎞), 산도록 치유숲길(0.6㎞), 놀멍 치유숲길(2.1㎞), 하늘바라기 치유숲길(1.1㎞) 등이다. 어디로 접어들어도 ‘가멍오멍 숲길’ 큰 길로 통한다. 입구에서 오른쪽 나무데크인 노고록무장애나눔길은 호젓해서 좋다. 노고록은 ‘여유있는’ 이라는 제주어다. 보행약자도 길을 따라 심림욕을 즐기며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게 조성된 경사가 완만한 숲길이다. 마치 곶자왈 같은 밀림 숲으로 들어선 느낌이다. 벤치들도 군데군데 있고 누워서 피톤치드를 마시며 삼림욕할 수 있는 1인용 나무베드가 있어 사람들이 조용이 멍 때리고 있는 모습을 자주 만난다. 워싱턴포스트지에도 소개된 이곳 ‘멍때리기 대회’는 유명하다. 그만큼 상념을 잊고 오롯이 내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마주할 수 있다. 쉬엄쉬엄 산책하다가 지치면 잠시 벤치에 누워 편백나무 숲 끝자락의 푸른 하늘을 만나면 말 그대로 ‘쉼표’가 된다. 5분만 쉬었다가 다시 걸어도 한결 몸도 마음도 충전되는 느낌이다. 왜 치유의숲인지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홀로 산책하다가 우연히 만난 해설사를 동반한 탐방객과 어울린다. 해설사가 ‘가베또롱 치유숲길’ 앞에서 서어나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가베또롱은 ‘가뿐한’, ‘가벼운’이라는 제주어다. 서어나무는 참나무가 많지 않은 제주에서 참나무 같은 역할을 한단다. 버섯 재배할 때도 쓴단다. 나무가 근육질이다. 늙어갈수록 사람들의 신체와 달리 근육질 나무로 변한단다. 그 옆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촬영한 조록나무숲도 만난다. 조록나무는 제주인들이 초가집을 지을때 기둥으로 많이 썼던 목재였단다. 못을 박아도 안 박힐 정도로 단단하단다. 연북정과 제주향교의 기둥 일부로 쓰이기도 했다. 해설사를 잠깐 만나 숲 이야기에 빠지니 탐방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다. 23일 숲해설사들을 교육했던 한상봉 한라산 인문학연구가는 “이곳 엄부랑숲에서 만나는 키 큰 나무들 중 두갈래로 쭉쭉 뻗어오른 나무들은 일제강점기에 심은 나무들”이라며 “4·3때 피해를 입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당시에는 못생기고 쓸모없는 나무들이었기 때문”이라고 사석에서 전했다. 일평균 최대 600명까지만 입장을 통제하는 이 치유의 숲은 한해 20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지만, 홀로 탐방할 땐 조심해야 한다. 경고문구도 써 있다. 야생동물 멧돼지와 들개가 출몰할 수 있어 주의하라는 안내판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아름다운 생명상’ 대상을 받은 엄부랑숲에서 들개를 만나다오전 일찍 방문해서인지 2017년 산림청이 주관한 제1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아름다운 생명상(대상)을 받은 엄부랑숲이 시작되는 곳에서 정말 들개를 만난다. 등산용 스틱이 하나 있어 안심됐지만, 은근히 경계심을 늦출 수 없었다. 갑자기 몰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었다. 털이 너저분하게 자라고 군데군데 빠지기 까지한 검은 개(안타깝게도 누군가가 버려 들개가 됐을 것이다)가 나를 보더니만 큰길에서 숲길로 빠지는 모습이다. 근데 웬걸. 숲에 앉아 멀뚱히 내가 지나가는 모습을 응시한다. 나도 응시한다. 인근엔 데크 보강공사를 하느라 인부들이 기계음 소리를 내고 있다. 들개는 내가 지나가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나는 지나친다. 경고문에는 혹시라도 들개를 만날땐 먹이를 주러 다가가지 말라고 한다. 시각적·청각적으로 들개를 자극하지도 말고 최대한 움직이면 안된다. 시선을 주지 않고 천천히 그자리를 벗어나야 한다고 쓰여있다. #안개가 피어오른 시오름… 분화구 없는 수컷오름에서 無를 만나다힐링센터에 도착하니 스멀스멀 안개가 밀려오며 숲에 자욱하게 깔리고 있었다. 시야가 흐려지니 들개출몰할까 시오름까지 갈때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시오름으로 향하는 탐방객들 일행들과 만나 함께 보폭을 맞췄다. 탐방객들이 서서히 불어나기 시작하니 들개 걱정이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힐링센터 옆엔 치유샘 물소리를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올라오면서 비운 삼다수 물병에 지하 암반수 물을 가득 받아 시오름으로 향한다. 오르막 계단을 약 15분쯤 오르니 시오름 정상이다. 시오름에는 분화구가 없다. 시오름의 한자명은 웅악(雄岳)으로 수컷오름 또는 숫오름(수오름)이라고 부르던 것이 시오름으로 와전됐다. 산정이나 산허리에 움푹 팬 화구가 없어 여물고 도드라진 생김새를 수컷으로 상징한 이름었다. 그래서인지 정상 전망대 역시 협소했다. 안타까운 건 우거진 나무사이로 펼쳐져야 할 한라산은 안개에 묻혀 산 능선, 그 윤곽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라진 한라산의 모습이 더 궁금해졌다. 무엇을 만나길 기대해 올라온걸까. 이처럼 없음을, 무(無)를 원한 것일까. 아니면 ‘시시한 일상이 우리를 구할’ 거라 생각했을까. 텅빈 마음. 비움. 숲멍하는 시간의 숲이 나의 무료함을 구했다. #잠깐, 여기서 쉬었다 갈래…포도뮤지엄 ‘어쩌면 아름다운 날’ ‘모든 날 중 완전히 잃어버린 날은 한 번도 웃지 않은 날이다.’(니콜라스 세바스티안 드 샹포르) 제주 포도뮤지엄이 개관 3주년을 맞아 지난 4월말 전시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을 무료로 개방했다. 평소 한번 방문하고 싶었던 이곳은 핀크스골프장 인근 한 호텔 옆에 있다. 아포리즘으로 유명한 16세기 프랑스 작가 니콜라스 세바스티안 드 샹포르가 남긴 말이 쉐릴 세인트 온지(2018-2020) 작가가 치매를 앓는 어머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흑백 작품과 함께 강렬한 문구로 다가온다. 노인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하는 온지의 어머니는 2015년 혈관성 치매를 진단받았다. 나른한 햇살이 창에 스며드는 어느 오후에 문득 작가는 어머니를 바라보게 되고 어머니의 삶 속에서 가볍고도 명랑한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이 전시회를 둘러보는 것도 의미가 깊을 듯 하다. 노화와 인지저하를 주제로 한 전시다. 루이스 부르주아, 로버트 테리엔, 시오타 치하루, 정연두, 민예은 등 국내외 작가 10인의 작품을 통해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오늘날, 노년의 삶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에 온기를 더하고 세대간의 공감을 모색한다. 늙어간다는 것. 그것은 우리의 정체성과 기억의 연속성을 해체하고 사물과 감각의 지층을 서서히 허물어뜨리는 과정으로 마침내 우리를 완전히 고립시켜 내면의 무한한 공간 앞에 홀로 서게 한다. 캐나다 태생의 알란 벨처는 사진과 조각의 촉각적 접목을 시도해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창조하는 미술가. 수년간 방치되었던 노트북을 다시 켠 것처럼 깨진 이미지 파일들이 벽면에 즐비하다. JPEG(.jpg) 파일의 디지털 아이콘들은 클릭할 수 없게 단단히 굳어버린 듯. 이 전시의 백미는 20세기 최고의 페미니즘 작가인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의 ‘밀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불륜으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기도 한 그는 60년 가까이 무명 시절을 보내고 뒤늦게 1982년 70세의 나이에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회고전을 열며 큰 명성을 얻었고, 1999년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40억원선에 거래된다.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문짝들이 벽처럼 둘러서 있고 문틈 사이로 보이는 앙상한 철제 침대, 어지럽게 놓인 유리병과 의료도구들은 누군가의 고립된 세월과 심리적 경계를 유추하게 한다. 낡은 매트리스처럼 놓인 우편 자루에는 ‘나에겐 기억이 필요해. 그것은 나의 기록들이다(I need my memories, they are my documents)’ 등이 의미심장한 글귀들이 붉은 실로 수놓아져 있다. 유년시절 장기간 병상에 누워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다루고 있는 ‘밀실1’은 1991년작으로 불행과 슬픔을 극복하고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이 작품은 무려 470억원에 달한다고 큐레이터가 얘기해 깜짝 놀란다. 전시회 끝에선 100년을 살다가 생을 마감한 6m의 거대한 배롱나무로 조성한 몰입형 설치미술 ‘Forget Me Not’ 포도뮤지엄과 수무의 공동작업을 마지막으로 만난다. 전시장 안에서 다시 태어난 배롱나무의 이야기를 앉아 듣고 있노라면 각자의 어린시절을 회상하게 되는 듯 하다. 내년 3월까지 진행되는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의 전시는 ‘기억이 소멸해도, 사랑은 더 근원적인 형태로 남아 우리와 함께한다’는 메시지는 큰 울림을 전해준다. (프롤로그에 발췌한 글은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 전시회 벽에 나붙은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문장으로 시작했음을 밝혀둔다.)
  • “수시로 주물럭대” 돌연 피 토했다…성인도 난리났던 물건, 中 발칵

    “수시로 주물럭대” 돌연 피 토했다…성인도 난리났던 물건, 中 발칵

    중국의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을 사용한 일부 사람들이 피를 토하는 등 피해를 입고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홍콩 성도일보는 중국의 일부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에서는 ‘주물럭 장난감’(중국명 녜녜)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장난감은 인형, 음식 등 다양한 모양이 있는데, 귀여운 모습인 데다 한 손에 들고 다니며 주무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한다. 대부분 실리콘 재질이어서 주물럭거려도 금세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는 게 특징이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 해당 장난감을 검색하면 100만개에 가까운 후기가 나올 정도다. 한 사용자는 “지난 3월부터 주물럭 장난감에 빠져들었다”며 “가방에 매달아 놓고 다니며 출근길에 수시로 주물럭거린다”고 전했다. 가격은 개당 10위안(약 1900원)대에서 수백 위안까지 다양한데, 일부는 이들 장난감을 사 모으는데 수천 위안, 심지어 1만 위안(약 188만원)을 넘게 쓰기도 한다. 중고품 시장에서 일부 제품의 거래 가격은 수백 위안에서 수천 위안까지 치솟았다. “장난감 사용한 후 피 토하는 기침 해” 후기도 다만 일각에서는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매체 선전신문망은 지난달 말 “아이가 주물럭 장난감을 인터넷에서 구매했는데, 코를 찌르는 강한 냄새가 났다”는 사용자들의 불만을 전한 바 있다. 매체는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 공기 중 농도를 테스트했더니 1분 만에 80배 가까이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장난감이 인후통과 두통, 피부 가려움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장난감 사용 후) 피를 토하는 기침을 하고, 백혈구 수치가 정상치를 밑돌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현지 전문가들은 많은 주물럭 장난감이 개인 판매자가 만들기 때문에 생산 정보와 품질 인증서 등이 부족한 점을 문제로 지적하며 관련 부서에 감독 강화를 요청했다. 유해성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비슷한 중국산 제품은 쿠팡과 네이버 쇼핑 등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서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주물럭 장난감 사용 후 정기적인 소독과 손 씻기 등을 권장하고 있다.
  •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전시’ [인마이포캣]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전시’ [인마이포캣]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 전시가 한창이다. 우연히 눈에 띄었지만 분명 우리 고양이들이 나에게 사인을 보냈을 거다. “공부하는 집사야, 가 봐야지?”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전’의 규모는 딱 고양이 만큼 아담하고 적당했다. 그동안 궁금했던 오랜 역사적 기록물들이 많아 보물섬에 온 듯했다. 고양이의 세계사는 드문드문 찾아볼 수 있었지만 고양이의 한국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이 전시에 오롯히 모여 있어 전시기획자가 참 고마웠다. 모든 역사에서, 모든 인간에게서 사랑받지는 못했지만 괜찮다. 꿋꿋이 버티며 담대하게 살아남아 우리를 홀려 온 고양이들의 진가는 이제 꽃피우기 시작했으니까.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고양이 이야기 몇 가지만 살짝 소개한다. 무료관람인 이 전시마저 우리를 홀릴 테니 나들이 삼아 가 보길 추천한다.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전’은 지난 3일 개막했으며, 오는 8월 18까지 열린다.이름부터 귀여운 ‘고양이’의 어원 나는 집에 들어오면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기 보다 ‘고양이~ 고양이~’라고 부르는 걸 좋아한다. 발음도 귀엽지만 사진 찍을 때 ‘김치’ 처럼 ‘고양이’라고 부르면 입꼬리가 올라가서 더 반가운 표정이 된다. 이름처럼 귀여운 고양이는 송아지, 강아지 처럼 아기 명칭이 필요없다. 성체가 되어도 아기고양이 못지 않은 귀여움이 넘치니까. 1103년 기록된 ‘계림유사’에는 고려시대 사람들이 고양이를 ‘귀니’라고 부른다는 송나라인의 채록이 담겨있다. 다만 당시 글자의 발음은 ‘괴니’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고려사’에는 고양이의 방언이 ‘고이’ 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괴니’, ‘고이’, ‘괴’ 등으로 불리다가 18~19세기에 접미사 ‘~앙이’가 붙어서 ‘괴앙이’, ‘괴양이’ 등으로 불렸고 20세기 이후 ‘고양이’가 표준어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별명도 참 많았다. 쥐를 잡는 귀한 존재라는 의미인 ‘몽귀’(蒙貴), 작은 살쾡이라는 의미인 ‘소리’(小狸),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집에 있는 살쾡이란 뜻의 ‘가리’(家狸)로 적혀 있고, 정약용의 ‘다산시문집’에는 살쾡이와 닮았다는 의미로 ‘리노’(狸奴), 뛰어노는 모습이 마치 원숭이(납)와 비슷해 ‘나비’라고 불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름도 있었다. 경상도에서는 쌀집에서 고양이를 많이 키워 ‘살찐이’ 라고도 불렸다.동국이상국집과 목은집의 고양이 기록 “감춰 둔 나의 고기를 훔쳐 배를 채우고 천연스레 이불 속에 들어와 잠을 자누나. 쥐들이 날뛰는 게 누구의 책임이냐 밤낮을 불구하고 마구 다니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는 ‘고양이를 나무라다(責猫)’라는 글을 볼 수 있다. 쥐를 잡지 않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감춰둔 고기를 훔쳐 먹는 고양이를 꾸짖는 내용이다.“추위가 두려워 손을 사절해 보내고 화로 곁에서 고양이와 친하노라니 얻고 잃음이 정히 서로 절반이로다. 중화의 원기를 스스로 새롭게 하네” 또 이색의 ‘목은집’에는 ‘추위를 무서워하다(畏寒)’에 고양에 대한 글도 볼 수 있다. 고려후기에서 조선초기 문신이자 학자인 이색이 1381년 지은 시다. 추운 겨울, 손님을 돌려보낸 아쉬움을 고양이와 함께 보내는 즐거움으로 달래기에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색은 애묘가였다. 그가 쓴 여러 편의 고양이 시를 보면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집사능력시험, 당신의 점수는? 사람에게 고유의 지문이 있듯 고양이에게는 비문(鼻紋)이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처음 알았다. 고양이는 코의 무늬가 모두 다르다. 고양이의 후각은 사람보다 6배 더 잘 맡으며 시각 보다 후각을 더 많이 사용한다. 고양이를 처음 만났을 때는 코에 손가락을 살며시 대어 냄새를 맡게 하면 경계심을 낮출 수 있다.18~19개의 뼈로 이루어져 있는 고양이 꼬리는 함부로 잡아당겨서는 안된다. 균형을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꼬리의 높이, 위치, 모양, 움직이는 속도로 의사를 표현한다. 고양이는 적록색맹으로 빨강색과 초록색을 구분하지 못하며 빨간색은 보지 못한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색깔은 노랑, 초록, 분홍이어서 고양이 장난감들의 색으로 주로 사용된다. 다만 빨간색을 보지 못하는 고양이들이 분홍색을 좋아하는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유리알처럼 투명한 고양이 수정체의 시야각도는 200도여서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먹잇감도 잽싸게 낚아챈다. 고양이 귀에는 32개의 근육이 있고 180도로 움직이며 사람이 전혀 느낄 수 없는 소리에도 민감한 뛰어난 청력을 가지고 있다. 고양이의 앞발 발가락은 5개 뒷발 발가락은 4개다. 처음 뒷발 발톱을 깎을 때 나머지 하나를 더 찾으려고 했던 기억이 있다. 공간감각과 방향을 분석하는 고양이의 수염은 입과 눈썹 주변 외 앞발, 정확히는 앞다리 뒤편에도 있었다!대체 이런 이야기는 누가 만들어낸 걸까 옛날에는 초상이 나면 고양이를 잡아 가두었다고 한다. 고양이가 시체를 넘으면 시체가 일어선다거나, 고양이가 시체로 들어가 귀신이 된다는 설인데 이런 이야기는 한국 뿐 아니라 일본, 중국, 유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럼, 시체가 일어나면 어떻게 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왼쪽으로 시신을 넘어뜨리거나, 짚신으로 왼쪽 부분을 세 번 두들겨 패거나, 왼쪽 주먹으로 쳐서 밀치면 넘어진다는 등의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져 온다. 고양이는 마성을 가진 동물이라는 믿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해석이다. 일본에서는 고양이를 죽이면 7대까지 탈이 생긴다하고 서양에서도 고양이는 아홉개의 목숨을 가졌다라는 등 나라를 불문하고 고양이가 부정적인 동물로 인식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영험한 동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제주도에서는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여겨 마을 입구에 고양이 석상을 세우기도 했고, 군부대 안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 고양이가 울면서 병영 안을 돌아다니면 병사들에게 불길한 일이 생긴다는 기록도 있다.조선 백과사전에 등장한 고양이 기록 조선시대에도 길고양이들에게 비단을 입히고 먹이를 주던 ‘묘마마’(猫媽媽)가 있었고, 이 묘마마가 죽었을 때 수백 마리의 고양이가 슬퍼했다고 전해진다. 현재의 캣맘이 조선시대에도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너는 시집에 가 바친다고는 하거니와 어찌 고양이는 품고 있느냐? 행여 감기나 걸렸거든 약이나 하여 먹어라 .’ 애묘인이었던 숙명공주가 혼인을 하였지만 시댁에 정성을 다하기 보다 고양이만 품고 있어 효종이 나무라는 편지. 딸의 건강을 염려하는 아버지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또 하나의 가족 쥐잡는 도둑고양이로 불리던 길고양이들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공존해왔지만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들로 억울한 묘생을 살아온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반박할 수 없는 고양이의 시대다. 2022년 통계청 조사에서 발표한 가구수는 2,238만, 반려묘는 254만 마리로 약 10가구 중 1가구는 고양이와 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다. 고양이 전문 전시회가 열리고, 고양이 전문 서점도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양이와 하룻밤을 지내는 숙소가 큰 인기를 끈다. 마음을 내어주는 척 다시 거둬가는 이 고양이들의 매력에 빠지는 순간 지갑은 텅장이 되고 집안은 털숲이 되어도 하염없이 행복하다.펫밀리(Pet Family), 펫팸족(Pet Fam)을 위한 서비스들은 나날이 증가해 현재 약 384조원인 글로벌 펫산업은 2030년 600조원까지 예측되기도 한다. 경기도에서는 최근 매년 어린이날이 있는 주 토요일을 반려동물의 날로 지정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많이 좋아졌지만 비반려인들이 느끼는 불편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다.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오래 함께 지내기 위해서 내 이웃의 삶을 헤아리며 받은 배려에 보답하는 개인적, 사회적 활동들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랑하는 내 아이가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은 집사들 또한 간절하니까.
  • ‘주물럭’거리다 피 토했다?…중국산 장난감 유해물질 논란, 국내서도 판매중 [핫이슈]

    ‘주물럭’거리다 피 토했다?…중국산 장난감 유해물질 논란, 국내서도 판매중 [핫이슈]

    중국에서 어린이와 성인 모두에게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주의가 당부된다. 중국 지무뉴스 등 현지 매체의 2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일명 ‘네네’(捏捏)로 불리는 주물럭 장난감 판매량이 급증했다. 해당 장난감은 인형이나 음식 모형 등으로 만들어졌으며, 손에 들고 다니면서 주무르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에서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대부분 실리콘 재질이어서 손으로 주물거려도 금세 원래 모양으로 되돌아오고, 인기가 높아지자 단순한 과일이나 인형 모양부터 각종 인기 캐릭터 모양까지 수많은 디자인으로 출시됐다. 현지에서는 일종의 팬덤까지 형성되면서 수천 위안을 지불해 해당 장난감을 구매하는 수요층까지 생겨났다. 10위안(약 1900원)대의 저렴한 ‘네네’를 가방 등에 매달고 다니거나 디자인별로 모으는 어린 아이들도 단시간에 급증했다. 해당 장난감 대부분은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데, 문제는 현재 판매 중인 상품 상당수가 안전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사용자 중 일부는 “30분 이상 가지고 논 뒤 두통 증상이 생겼다”고 토로했고, 지무뉴스는 “이러한 사용자들의 후기는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다”라고 전했다.현지 매체인 선전신문망에 따르면, 지난달 한 아이가 인터넷에서 구매한 해당 장난감에서는 코를 찌르는 강한 냄새가 났다. 불안함을 느낀 부모가 휴대용 측정기로 폼알데하이드(포름알데하이드) 테스트를 한 결과, 1분 만에 80배 가까이 치솟았다. 폼알데하이드는 특유의 자극적인 냄새가 있는 대표적인 발암물질이자 유해 물질로 분류된다. 현지에서는 문제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피를 토하는 기침을 하거나, 백혈구 수치가 정상치를 밑도는 증상을 겪었다고 주장했으나, 뒷받침하는 증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다수의 블로거와 구매자들은 해당 장난감이 인후통과 두통, 피부 가려움증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수작업으로 제작되다 보니 생산 정보나 품질 인증이 미흡하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이에 전문가들은 관련 부서에 감독 강화를 요청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장난감을 만진 뒤 반드시 소독하거나 손 씻기 등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권장한다.지무뉴스는 “‘네네’ 장난감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나오자 일부 판매자는 ‘안전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모든 제품에서 냄새가 있을 수 있으며 이 부분에 대한 AS나 환불은 불가능하다’ 등의 조항을 걸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제품에 대한 안전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판매자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다”면서 “인터넷 판매 플랫폼이 관리를 강화하고 장난감 판매에 대한 검토 기준을 높여야 한다”면서 “과도한 폼알데하이드가 함유돼 건강에 유해한 제품이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관련 부서가 적시에 해당 제품의 안전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당 제품의 안전성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비슷한 중국산 제품이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주물럭 장난감’, ‘스퀴시’ ‘스트레스볼’ 등으로 검색하면 일부 상품은 KC인증을 받았다고 표기돼 있지만, 해외 직구로 판매되는 유사 제품들도 수도 없이 검색된다. 해당 제품들은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도 직접 구매가 가능해 소비자들의 주의가 당부된다.
  • 눈앞 아른아른 날파리… 통증 없다고 방치하면 시력 잃어요

    눈앞 아른아른 날파리… 통증 없다고 방치하면 시력 잃어요

    최근 라식 수술을 받기 위해 상담차 병원에 들른 A(28)씨는 뜻밖의 진단을 받았다. ‘망막박리’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것이다. 요즘 눈앞에 날파리 같은 검은 물체가 떠다녔지만 별다른 통증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A씨는 이날 급히 수술받았다. “조금만 늦게 발견했으면 실명까지 이어질 뻔했다”는 의사의 말에 A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망막박리란 안구의 가장 안쪽 벽에 붙어 있는 망막이 제 위치에서 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눈의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이 안구 벽에서 떨어지면 영양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시각세포의 기능이 떨어진다. 이 상태가 이어지면 영구적인 시력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 망막박리는 해마다 1만 명에 한 명꼴로 발생하는 흔한 질환이지만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그러면서 망막박리 환자 수는 2010년 5만 3148명에서 2021년 10만 6855명으로 약 두 배 증가했다. 과거엔 주로 노화로 인한 망막박리 환자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A씨처럼 젊은 나이에 망막박리를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20일 “최근 연구를 보면 고도 근시로 20~30대에서도 망막박리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근시 환자 수는 2020년을 제외하곤 최근 5년간 120만명 수준을 유지할 정도로 발병률이 높다. 망막이 떨어지는 가장 흔한 원인은 ‘열공(구멍) 망막박리’다. 망막이 찢어지거나 구멍이 났다는 의미다. 눈에는 젤리 같은 ‘유리체’가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 노화나 고도 근시로 유리체가 액화하면 빈 곳이 생기거나 망막을 끌어당겨 찢어지게 된다. 이외에 견인막이 수축하면서 망막이 떨어지는 ‘견인 망막박리’와 망막이나 맥락막의 염증 때문에 생긴 삼출물이 고여 망막을 박리시키는 ‘삼출 망막박리’ 등이 있다. 윤제문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열공 망막박리는 나이가 많거나 근시가 심한 사람, 가족력을 가진 사람이나 눈 속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에게서 흔히 발생한다”면서 “견인 망막박리는 당뇨 환자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근시가 있다면 더 조심해야 한다. 신용운 한양대구리병원 안과 교수는 “단순히 멀리 있는 사람이나 물체가 보이지 않는 질환으로 생각하는 근시는 사실 다수의 망막 질환을 동반하는 질환”이라면서 “망막박리 환자는 고도 근시 비율이 일반인과 비교하면 8배에 이른다”고 했다. 문제는 망막박리 증세가 있더라도 통증이 없어 초기 발견이 어렵다는 점이다. 흔히 ‘눈앞에 날파리가 떠다닌다’고 표현하는 비문증(날파리증)이 망막박리의 대표 증상이다. 비문증은 눈 속 유리체에 부유물질이 생기는 것으로 그 형태는 곤충 모양, 점 모양, 실오라기 같은 줄 모양 등으로 수시로 변할 수 있다. 또 다른 증상으로는 눈을 좌우로 움직일 때 번쩍이는 불빛이 보이는 광시증이 있다. 이외에도 갑작스럽게 시력이 감퇴했다고 느껴지면 주저하지 말고 안과 전문의를 찾아가는 편이 좋다. 망막박리는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 교수는 “망막박리가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부를 침범하기 전에 수술해 망막을 붙이면 정상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도 “대부분의 환자가 증상을 느낄 때면 이미 황반부까지 망막박리가 진행된 경우가 많아 의심이 들면 바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통계에 따르면 반대편 눈에도 망막박리가 발생하는 비율이 10% 내외로 아예 없지 않아 양쪽 눈 모두 세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망막박리는 정도에 따라 치료법이 다양하다. 우 교수는 “망막의 박리가 국소적이며 황반부를 침범하지 않았을 땐 레이저 치료만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서 “망막박리가 광범위해 이미 황반부를 침범한 경우에는 공막돌륭술(안구 대부분을 싸고 있는 공막에 실리콘 스펀지나 밴드를 대서 구멍을 막고 눈을 눌러줌으로써 안구 내벽으로부터 분리된 망막을 재유착시키는 수술)이나 유리체절제술을 해야 실명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지용 강남세브란스 안과 교수는 “일차 수술로 망막이 성공적으로 붙는 경우는 80~90% 정도이고 추가 수술로 성공하는 경우는 95% 이상”이라면서 “망막 수술 후 재발이나 안내염, 유리체 출혈, 녹내장, 백내장과 같은 합병증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 시력이 회복될 수 있을까. 곽 교수는 “시력 회복은 수술 전 망막 상태, 망막박리 정도, 망막이 떨어져 있던 기간 등과 관련있다”면서 “원래 망막이 건강하지 못하다면 수술로 다시 붙여도 시력이 많이 좋아지지는 않기에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문제가 없으면 수술 후 1~2개월 지난 시점부터 시력이 회복된다”면서 “당뇨병이나 포도막염 등의 질환이 같이 있는 경우라면 회복이 더 힘든 경우가 많다”고 했다. 망막박리 예방법은 간단하다. 평소 생활 습관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 근시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눈을 다칠 위험이 있는 운동을 할 땐 보안경을 사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 눈을 장시간 압박하거나 자주 비비는 행동은 망막열공을 유발할 수 있다. 머리나 눈 쪽에 가해지는 반복적인 충격은 망막박리 위험성을 높이기에 권투나 축구, 다이빙 같은 운동은 피하는 편이 좋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주기적으로 안과를 방문해 검진을 받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망막박리로 시력을 회복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도 수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윤 교수는 “시력을 잃은 상태에서 망막박리를 그대로 둔다면 안구위축이 발생할 확률이 늘어난다”며 “안구위축이 발생하면 미용상 보기 좋지 않을 뿐 아니라 통증을 유발해 결국 눈을 제거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커피값 1년 새 47% 급등… 수입물가에 기름 붓는 ‘기후 인플레’

    커피값 1년 새 47% 급등… 수입물가에 기름 붓는 ‘기후 인플레’

    강달러와 고유가 여파로 지난달 수입물가가 4% 가까이 급등했다. 올해 들어 넉 달 연속 오름세다. 특히 커피 수입 가격이 한 달 새 두 자릿수 이상 급등하는 등 급격한 기후변화로 농작물 생산이 줄어들어 수입 가격을 끌어올리는 ‘기후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4월 수입물가지수는 143.68(원화 기준·2020년=100)로 전달보다 3.9% 올랐다. 수입물가는 올해 1월부터 2.5%→1.0%→0.5%로 석 달 연속 오름폭이 둔화하다가 지난달 다시 급등했다. 지난해 8월(4.1%)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유성욱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광산품(광산에서 채굴해 생산하는 물품) 중심으로 수입물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89.17달러로 전달보다 5.9% 뛰었고, 원달러 환율도 1367.83달러로 한 달간 2.8% 올라 수입물가를 끌어올렸다. 품목별로 광산품 등 원재료가 5.5%로 가장 많이 올랐고, 1차 금속제품 등 중간재가 3.7%, 자본재와 소비재는 각각 1.9%씩 상승했다. 원재료 중에서도 커피(14.6%)의 상승률이 눈에 띄게 높았다. 커피 수입물가지수는 1년 만에 46.7% 올라 같은 기간 원유 상승률(10.7%)의 네 배를 넘었다. 커피 가격 급등은 인스턴트용으로 쓰이는 로부스타 원두 생산국 1위인 베트남이 심각한 가뭄을 겪고, 커피 전문점에서 주로 쓰는 아라비카도 최대 산지인 브라질이 이상기후로 수확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에서 거래된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t당 457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3년 평균 가격(2492달러)보다 80% 이상 높다. 최근 서유럽 기후 위기로 올리브유 가격이 두 배 이상 급등하면서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가격이 들썩이고,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가격 폭등으로 국내 과자류 가격이 크게 뛰기도 했다. 커피를 포함한 세 작물은 100% 수입에 의존하는 상품이다. 농림수산물이 전체 수입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로 작지만 장바구니 물가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만큼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수입식품발 인플레이션이 고물가를 고착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 “이제 드러낼게요” 12년 숨긴 사실…사람들 입술만 봤다는 英배우

    “이제 드러낼게요” 12년 숨긴 사실…사람들 입술만 봤다는 英배우

    영국의 모델 겸 배우 조지아 미첨(30)이 그동안 청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활동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8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미첨은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비밀로 했던 청각장애 사실을 털어놓았다. 영화 ‘원더우먼 1984’에서 원더우먼의 상대역으로 출연했던 미첨은 “장애를 숨기는 것은 내가 지금까지 했던 일 중 가장 지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미첨은 생후 17개월부터 양쪽 귀에 보청기를 착용했다. 그는 “학창 시절에는 매일 반짝이는 분홍색 보청기를 끼고 학교에 갔다”며 “그때는 장애를 숨겨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일 때는 자신감이 넘쳤다”며 “청각장애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괴롭힘을 당한 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늘 당당했던 미첨은 대학에 들어가면서 장애를 숨겼다. 귀를 머리카락으로 가리거나, 장애와 관련한 대화 주제는 피했다. 그는 “내 청각장애를 언급하는 게 싫었다”며 “새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고 했다. 18세에 모델로 데뷔하면서 보청기 착용도 중단했다. 보청기를 숨겨야 더 성공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첨은 경력이 쌓이면서 보청기 없이 생활하는 것에 적응했다. 그는 “촬영할 때 재빨리 보청기를 꺼내 가방에 넣었다”고 전했다. 배우로도 활동 중인 미첨은 감독이나 작가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 ‘입 모양을 읽는 연습’을 했다. 그러나 내내 다른 사람의 입 모양을 읽는 건 정신적으로 매우 지치는 일이었다. 미첨은 활동을 이어온 지 12년 만에 자신의 장애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고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은 키 큰 금발 모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장애가 특정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미첨은 앞으로 장애가 있는 연예인들을 위해 나설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치료를 시작했으며, 이달부터 수어 수업도 들을 예정이다. 그는 “내 위치를 활용해 목소리를 높이기로 결심했다”며 “보청기를 착용한 모델로 저 자신을 다시 소개하게 되어 매우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미첨은 영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분노의 질주: 홉스&쇼’ ‘원더우먼 1984′, 넷플릭스 시리즈 ‘그리셀다′ 등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 세계 최대 광학 망원경, 시공간을 왜곡하는 은하단 관측 [우주를 보다]

    세계 최대 광학 망원경, 시공간을 왜곡하는 은하단 관측 [우주를 보다]

    천문학자들이 은하계를 관찰할 때 일종의 우주 고고학이라 할 만한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한 은하계가 가장 가까운 은하계 이웃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조사함으로써 해당 은하계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천문학자들이 그러한 작업에 사용할 수 있는 도구 중 하나는 세계 최대의 가시광선 망원경인 VLT(Very Large Telescope) 측량 망원경(VST)이다. 최근 VST는 은하계 과거를 밝히는 데 필요한 먼 은하계 중 일부를 묘사한 3부작 이미지를 공개했다. 첫번째 이미지는 남쪽물고기자리에서 1억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힉슨 밀집은하군 90’으로 알려진 은하군의 네 구성원을 묘사한다. 은하 중 3개(NGC 7173, NGC 7176, 나선형 NGC 7174)가 중심 근처에 있다. 그들은 별과 가스를 교환하면서 서로 얽혀 있는 빛나는 후광을 만들어내고 있다. 네 번째 은하인 NGC 7172는 이미지 상단에 홀로 앉아 있다.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은 어두운 먼지 아래에 가려져 있다.두번째 이미지는 바다뱀자리 방향으로 1억 5000만 광년 떨어진 은하인 ‘ESO 510-G13’을 묘사한다. 은하수의 별을 나타내는 빛의 점을 통해 ESO 510-G13의 중앙 후광과 S자 모양의 원반이 중앙 왼쪽에서 명확하게 식별된다. 원반의 형태는 독특하며, 천문학자들은 이것이 이 은하계가 다른 은하계와 겪었던 고대 충돌의 여파로 인한 것일 수 있다고 본다. 이미지의 오른쪽 하단에 더 멀리 떨어진 한 쌍의 은하가 보인다. 이것들은 우리로부터 2억 5000만 광년 정도 떨어져 있다.세 번째 이미지는 다른 두 은하단보다 10배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단을 묘사한다. ‘아벨 1689’는 처녀자리 방향으로 23억 광년 이상 떨어져 있다. 아벨 1689에는 실제로 200개 이상의 은하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의 거대한 질량은 주변의 시공간을 뒤틀어 뒤에 있는 은하계의 빛을 왜곡시키는 중력 렌즈를 생성한다. 칠레 유럽 남방천문대의 파라날 천문대에 위치한 VST는 2011년부터 하늘을 관찰해 왔다. 망원경 운영자는 앞으로 몇 달 안에 더 많은 이미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유럽 남방천문대는 4개의 8m급 천체망원경과 4대의 1.8m 천체망원경으로 구성된 VLT(초거대 망원경)이 포함된다. 관측 시설은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 본부는 독일 뮌헨 부근에 있다.​
  • 고양이를 위한,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의 도시들 [인마이포캣]

    고양이를 위한,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의 도시들 [인마이포캣]

    지난해 9월 경남 통영시 용호도에 소중한 학교 한 곳이 생겼다. 국내 최초의 ‘고양이학교’로 불리는 이곳은 통영시 공공형 고양이보호분양센터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구조되는 유기묘들을 치료 및 보호, 관리하고 유기묘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주는 이 곳은 통영시가 2012년 폐교된 한 초등학교를 활용해 만들었다. 동물생명권을 보호하고 인간과 공존하기를 바라는 마을주민들의 따뜻한 생각이 이루어 낸 너무도 아름다운 행동에 가슴이 뭉클했다. 이 곳은 최대 120마리가 지낼 수 있는 넓은 공간을 갖추었고 현재는 약 20여마리가 지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2마리가 좋은 집사를 만났다고 한다. 아프고 버려진 길고양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선뜻 손내밀기가 어렵다. 그런 이들을 돌보는 캣맘, 캣대디들을 볼 때면 존경스럽다. 경제적인 부담도 크지만 주변 이웃의 반대나 미움을 무릎 쓰는 점 또한 그렇다. 통영시의 고양이학교 같은 공간이 전국 곳곳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런데 이런 친고양이 정책이 특정 공간에서 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에 반영된 나라들이 있다. 참 부러운 곳들이다. 집사들의 여름휴가는 아마 이중 한 곳이 되지 않을까.세계 최초 고양이박물관이 있는 말레이시아 쿠칭 말레이시아 사라왁주에 있는 쿠칭(Kuching)이라는 작은 도시는 고양이 도시로 불린다. 실제 고양이가 많기도 하고 쿠칭이 말레이어로 ‘고양이’ 라는 뜻이라고 하니 더 흥미롭다. 이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사람이 주는 사료를 먹고 애교를 부리고 길에서도 배를 드러내며 잠을 잘만큼 행복하다. 쿠칭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한다. 시내의 도로 곳곳에 거대한 고양이 동상의 포토존이 이색적이다. 쿠칭 사람들은 학교졸업 같은 어떤 기념일이 되면 이 동상까지 와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이들이 고양이를 이렇게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말레이인들은 약 61%가 이슬람교다. 고대 시대부터 이슬람교에서는 고양이 신화를 만들만큼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특별하다. 무슬림의 경전 코란에는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람은 지옥에 떨어져 엄청난 고문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 있다. 무슬림의 선지자들이 고양이를 매우 사랑했고 귀하게 여겨온 풍습이 그대로 전해 내려오는 것이다. 무슬림은 개 보다 고양이를 더 선호한다. 2021년 기준 말레이시아 내 반려묘는 약 100만 마리, 반려견은 약 40만마리로 우리나라와 다르게 고양이의 수가 개의 2.5배에 달한다.또한 고양이의 도시 답게 이 곳 쿠칭에는 세계 최초의 고양이 박물관(The Cat Museum)이 있다. 1993년에 설립된 이 박물관에는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일본, 중국, 이집트 등 여러 국가 및 지역에서 전해지는 고양이 설화와 민담부터 고양이를 소재로 한 그림, 영화, 뮤지컬 등 약 4000여점의 전시물이 있다. 이집트의 고양이 장식품부터 세계의 고양이 캐릭터들도 모여 있다. 입장료는 한화로 약 900원. 3세~12세 이하는 약 600원이다. 박물관에는 한국의 자료가 단 3점인데 조선 후기 화가 변상벽이 그린 ‘묘작도’(猫鵲圖)의 복제본, 오대산 상원사의 고양이 석상 사진, 그리고 지금은 없어진 여자프로농구단 부천 신세계 ‘쿨캣’의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실제 유니폼이 전시되어 있다. 한국인들의 고양이 사랑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향후 쿠칭 고양이박물관에도 우리 고양이문화의 작품들이 더 많아질 것을 기대한다.고양이 덕에 활기를 되찾은 폐광 도시 대만 허우통 마을 허우통마을(Houtong Cat Village)은 대만 신베이시 루이팡구에 위치한 광산도시였다. 1990년대 광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었고 인적이 드물어지며 돌봄이 부족해진 길고양이들이 늘어났다. 광산마을이 고양이마을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이 길고양이들을 찍은 한 사진가의 작품이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마을주민들은 버려진 길고양이를 애정으로 돌보기 시작했고 덕분에 폐광으로 어려워졌던 마을은 다시 고양이 관광산업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허우통마을은 2013년 CNN이 선정한 세계 6대 고양이 마을이다. 이 마을 곳곳에는 실제 고양이들 뿐만 아니라 고양이 모습을 한 다리, 의자, 장식 등도 많아 이 곳이 고양이마을임을 느끼게 한다. 타이베이역에서 허우통역까지는 약 1시간 정도다. 고양이 마을 답게 허우통역사 안과 밖 어디서나 쉬고 있는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고 역사 2층 대합실과 연결된 고양이 모습의 구름다리를 건너면 고양이 마을에 다다른다. 특이한 건 마을 입구에는 ‘개 출입금지’ 라는 팻말이 있다. 준비해 온 고양이 사료 외에 사람음식은 고양이에게 주지 말라는 안내문과 함께다. 마을 곳곳 길가에는 고양이를 위한 집과 급식소도 많다. 집고양이 뿐 아니라 길고양이들을 위해 온 마을이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고양이 사당이 있는 일본 센다이 타시로지마 고양이의 나라 일본에는 유명한 고양이 섬이 많다. 한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아오시마와 아이노시마 외에도 나고야나 도쿄 등 도시에도 작은 고양이마을이 있다. 이보다 조금 덜 알려진 미야기현 센다이의 작은 섬 타시로지마(田代島)는 아예 개의 출입이 금지될 만큼 마을주민들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많다. 이 섬은 원래 누에 생산의 중심지였다. 어느 날부터 들끓는 쥐로 인해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고, 어업을 나가기 전 고양이로부터 날씨를 예측하는 등 고양이는 이 섬마을 사람들의 귀한 가족이 되었다. 타시로지마에는 고양이 신사가 있다. 수백 년 전, 어부들이 낚시준비를 하던 중 낙석에 맞아 무지개다리를 건넌 고양이를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사당을 지은 후 어업이 풍년을 이어가자 이 섬의 주민들은 고양이를 신으로 모시며 복을 불러온다고 믿고 있다. 매년 3월 15일은 공물을 바치고 참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을 반대편에 있는 망가섬에는 만화가가 디자인 한 고양이 모양의 숙소가 있다. 망가(만화)아일랜드라는 공공캠프장으로 이시노마키시에서 운영하고 있다. 사전예약은 필수인데 숙소예약이 어려울 경우 텐트와 캠프장비를 대여해 캠프장을 이용할 수도 있다. 손님들이 오면, 인근 길냥이들이 이 곳 망가아일랜드를 찾아와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 보내기도 한다. 1960년~70년대 통영 욕지도는 1000마리가 넘는 고양이 전성시대였다. 하지만 현재와 다르게 당시에는 고양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던 암울한 시기였다. 물론 지금은 다르다. 개체수가 많이 줄어 지금은 100여마리의 고양이들이 마음 좋은 마을 주민들과 인근 지역 애묘인들로부터 돌봄을 받고 있지만 사료와 깨끗한 물은 늘 부족해 안타까움을 더한다. 고양이와의 동거, 욕지도의 그 시작은 불편했지만 용호도에 고양이 학교까지 만든 통영시는 내 마음 속 최고의 고양이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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