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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테쓰 레일패스-미에三重에서는 코끝이 차갑다, 찡하다

    긴테쓰 레일패스-미에三重에서는 코끝이 차갑다, 찡하다

    TRAIN PASS 긴테쓰 레일패스 미에三重에서는 코끝이 차갑다, 찡하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제맛이라 생각했지만 영하로 뚝뚝 떨어지는 서울의 겨울이 밉살스러워질 무렵, 미에에 발을 내디뎠다. 겨울에도 좀처럼 영하로 내려가는 일은 없다지만 미에의 겨울도 두툼한 옷매무새를 매만지게 할 만큼 차갑긴 하더라. 그것도 잠시. 밤하늘에 꽃핀 나바나노사토의 일루미네이션과 일본인들이 일생에 꼭 한 번 걸음해 태양신의 기운을 받는다는 이세신궁 그리고 수많은 눈의 보살핌으로 별이 되어 뭍으로 돌아온다는 해녀들의 이야기 등 미에의 겨울은 마음을 먼저 스르르, 이내 몸도 사르르 녹아들게 했다. 나는 어깨가 맞닿은 낯선 사람들과 함께 두 손을 모으고 읊조리기 시작했다. ‘나를 기꺼이 보살펴 주세요.’ 마음을 토닥여 주는 미에의 겨울에 안겨 본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일본 정부 국토교통성 긴키 운수국 하늘의 별이 부럽지 않은 나바나노사토의 일루미네이션 터널. 반짝이는 불빛 아래서 나지막이 소원을 빌어 본다 #1 반짝반짝, 고운 빛깔 머금은 미에의 품에 안기다 겨울철 일루미네이션만큼 좋은 볼거리가 또 있을까마는 내심 이 인공의 불빛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화려하게 빛을 발할수록 그 사이를 흐르는 전류가 떠올라 머리카락이 더욱 쭈뼛 서고, 낮 동안에 그대로 드러나는 가느다란 전선들 또한 곱게 보이지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입이 딱 벌어졌다. 찬란했다. 낮에는 해를 머금은 미에의 산과 들, 그 안에 소복이 들어앉은 꽃과 나뭇잎이, 밤에는 그 위에서 반짝이는 색색의 전구들이 또 다른 빛깔을 자아냈다. 나가라가와 강변의 아름다운 정원 ‘나바나노사토’의 하루는 그렇게 물들어 있었다. 이른 봄, 매화와 벚꽃을 시작으로 수국, 창포, 코스모스가 피고 지는 마을 나바나노사토는 화려함 그 자체다. 1년 내내 1만2,000포기의 베고니아로 가득한 온실은 짐짓 떠름하게 지었던 표정마저 활짝 피게 했다. 땅은 물론 온실 천장에도 주렁주렁 맺힌 꽃송이가 신기했는지 입을 헤벌린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이 허공을 찌른다. 어째 하늘에 꽃이 피었는지 신기한가 보다. 이 순간을 추억하려는 카메라 셔터 소리도 끊이질 않는다. 뒤로 핀 꽃처럼 함박웃음 띈 자연스러운 모습이면 좋을 텐데, 어쩐지 기념사진을 찍는 모양새들이 약속이나 한 듯 부동자세. 그렇게 한 번 더 웃는다. 나바나노사토는 아름다운 꽃 가까이에서 여유롭게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공원으로 곳곳에 레스토랑과 카페, 먹을거리 노점이 있어 노니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요기를 해볼까 하고 가게 마루에 걸터앉았다. 먹기 좋게 구운 찹쌀떡 한 입 그리고 따끈한 차 한 모금. 채플 뒤쪽에 있는 노천족탕에 발을 담그고 산책의 노곤함을 달래는 것은 또 어떤가. 차가운 공기에 부르르 떨리던 몸이 스르르 풀리고 만다. 그러는 동안 짧은 겨울 해가 조금씩 사그라지고 꽃송이 뒤로 새치름한 불빛이 새어나온다. 낮 동안 해님을 머금고 있다 날이 어두워지자 한꺼번에 터뜨리는 것은 아닐까. 엉뚱한 상상. 나바나노사토의 일루미네이션은 11월 초부터 3월 중순까지 580만개의 불빛으로 연출하는데, 특히 200m 가량의 일루미네이션 터널을 지나 꽃 광장에 펼쳐지는 일루미네이션 쇼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올해는 일본의 사계를 주제로 쇼를 선보였다. 새순이 돋고 꽃잎이 흩날리는 봄과 여름을 지나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지는 가을과 겨울까지 계절의 흐름을 알알이 맺힌 불빛으로 표현한 것. 탄성을 내뱉는 것도 멈추고 그저 한참을 바라다봤다. 하늘의 별빛마저 흐릿하게 만든 미에의 마법에 걸려들고 말았다. 스즈카산맥의 주봉인 1,212m의 고자이쇼다케로 오르는 길도 덜하지 않았다. 유노야마온센역에서 로프웨이로 연결된 이곳은 최고봉까지 케이블카가 오간다. 1,300년 역사의 온천마을 유노야마온센 뒤로 병풍 두른 스즈카산맥, 그 가운데를 지나는 고자이쇼다케의 빨간색 케이블카. 해발 400m에서 출발해 1,200m고지를 향하는데 마치 산의 품안으로 파고드는 것만 같다. 산기슭을 뛰어다니는 야생 동물과 고산 식물의 속살이 이따금씩 드러날 때마다 공중산책의 묘미는 더해 간다. 고자이쇼다케의 수려함에 반한 산악인들은 등산로를 이용해 산의 정기를 담뿍 받기도 한다. 산 정상에는 작은 불상과 사당이 있는데 이는 산사람들을 보살펴 주는 신을 모신 곳이라 했다. 마침내 오른 정상에서 맨 먼저 신에게 인사하는 산사람들. 정상뿐 아니라 산 곳곳에 이처럼 작은 사당이 있다. 모두 고자이쇼다케를 찾는 산사람들의 흔적이다. 멀리 이세만의 바다가, 화창한 날엔 후지산까지 내다보이는 곳.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더 길게 내뱉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 속 깊은 곳에 맺혔던 응어리들이 도르르 굴러 나온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어둑해지자 새치름한 불빛을 내비추는 나바나노사토. 이 순간을 기억하고픈 이들의 카메라 셔터가 더욱 바빠지기 시작한다 2 꽃잎이 흩날리고 낙엽이 지고 눈이 나리는 모습이 알알이 맺힌 불빛으로 연출되는 나바나노사토의 일루미네이션 쇼 3 정원 산책의 노곤함을 풀어줄 노천족탕에 두 발을 담가 본다. 발끝이 따뜻해지니 코끝을 스치는 겨울 바람도 반갑다 4 편안할 안安 길 영永 떡 병餠. 길어서 먹기 좋은 떡이 “안녕”하고 부르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다 5 나바나노사토의 베고니아 온실에서는 시선이 어디를 향하든 베고니아가 반겨준다 6 스즈카산맥의 주봉 고자이쇼다케로 이어지는 로프웨이에 빨간 케이블카가 오간다 7 고자이쇼다케 정상에서 마주한 작은 돌상. 산사람들의 흔적이다 나바나노사토 찾아가기 긴테쓰 나고야역 또는 구와나역에서 미에교통 ‘나가시마온센’행 버스로 환승 이용시간 오전 9시~오후 9시(겨울 밤 10시) 이용요금 1,000~2,000엔(시즌별로 다름) 문의 83-594-41-0787 고자이쇼 로프웨이 찾아가기 긴테쓰 유노야마온센역에서 버스로 산코유노야마온센에서 하차 후 걸어서 10분 거리 이용시간 오전 9시~오후 5시(10~3월은 오후 6시까지) 이용요금 2,100엔 (편도 1,200엔) 문의 83-59-392-2261 #2 일생에 꼭 한 번, 태양신을 만나러 가는 길 헛헛해진 마음을 이세신궁으로 옮긴다. 흔히 이세신궁이라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신궁神宮’. 하나의 신사가 아니라 내궁과 외궁, 별궁으로 구성된 125개의 신사를 모두 아우른다. 일본 신사의 중심이자 절정이다. 예부터 많은 일본사람들이 생애 꼭 한 번은 이곳 신궁에 오길 소망한단다. 신궁에 발걸음 하는 것만으로도 신의 혜택을 받는 것이라 믿는다고. 평일 이른 아침임에도 안내원이 높이 든 깃발 뒤로 순례자들의 줄이 끊이지 않는다. 참배하기 전에는 반드시 오초즈를 행해야 한다. 오초즈는 참배 전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의식으로 우물가에 엎어놓은 물푸개 ‘히샤쿠’에 물을 퍼 왼손 한 번, 오른손 한 번을 깨끗한 물에 씻는다. 그런 다음 왼손에 물을 받아 입을 가시고 입에 댄 왼손을 다시 물로 씻어낸다. 마지막으로 히샤쿠를 세워 남아 있는 물로 손잡이 부분을 씻는다. 요즘은 이렇게 5번으로 나누어 간소한 예를 갖추지만 옛날엔 신궁 곁으로 흐르는 강에 들어가 심신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우물쭈물하는 이방인과 달리 일본사람들의 몸가짐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 일본 인구가 반으로 줄어들었을 정도의 큰 자연재난이 닥쳤다. 일본인들은 이 대재앙을 계기로 자신들을 따뜻하게 보살펴 주는 태양신이자 황실의 조상신 아마테라스오미카미를 모셔 왔다. 내궁의 정궁에 모신 이 신은 오직 천황만이 마주할 수 있다. 수상이나 황실 사람들도 문 앞까지만 갈 수 있다고 한다. 이세신궁은 20년을 주기로 원형을 그대로 살려 개축하는 전통이 있다. 현재 정궁 옆에 똑같은 크기의 부지를 두고 새 정궁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개축을 하는 동안에도 참배는 지속되어야 하기에 바로 옆에다 새로 짓는 것이다. 개축이 될 때마다 정궁의 위치가 바뀌는 이유다. 이 전통은 약 1,300년 전부터 이어져 왔는데 신에 대한 정성과 함께 문화유산으로도 가치가 높은 신궁의 건축술을 후대에 전하기 위한 노력이 더해진 성스런 의식이다. 이는 단순한 건축 기술의 전수를 넘어 전통문화가 시공을 초월해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다. 이세신궁 참배 길에 빠지지 않는 곳이 있으니 ‘오하라이마치 오카게요코초’이다. 풀이하면 ‘오하라이 읍내에 있는 오카게 골목’인데 내궁이 위치한 마을 이름이 오하라이, 오카게는 일본어로 ‘신의 보살핌 덕분’이라는 뜻이다. 신궁과 가까운 이스즈가와 강변을 따라 형성된 약 800m의 골목길로 지붕과 담장을 맞대고 나란히 들어선 상점들은 모두 2층집의 구조이나 우리의 한옥과 같이 기와를 사용한 맞배지붕과 합작지붕의 형태이다. 에도시대부터 메이지 시대에 이르기까지 전통가옥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일본 근세문화의 거리. 가옥의 1층은 대부분이 음식점과 기념품가게로 우리의 인사동길이 떠오른다. 이세신궁 순례자들이 오카게요코초에서 꼭 먹고 간다는 아카후쿠는 오늘날의 오카게 골목이 형성된 이유이기도 하다. 아카후쿠는 ‘붉은 행복’을 의미하는 찹쌀떡이다. 먹으면 복이 들어온다는 뜻이 아닐까. 특이한 것은 보통의 찹쌀떡과 달리 팥앙금이 떡의 표면을 감싸고 있는 것인데 원래는 일반 찹쌀떡과 같은 모양새였지만 이세신궁을 찾는 참배객들이 너무 많아 팥앙금을 찹쌀떡 속에 넣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고 한다. 바쁜 탓에 속성으로 떡 표면에 앙금을 발라 준 것. 300년 역사의 아카후쿠 떡집은 날로 번창했고 이 모든 것이 태양신의 보살핌이라 여긴 떡집 주인이 자본을 내 이 오카게 골목이 조성되었다. 이래저래 복덩어리 아카후쿠가 명물이 되자 요즘엔 이스즈가와 아래의 조약돌 모양을 본뜬 것으로 속은 맑게 흐르는 강물이라는 새로운 이야기도 덧입혀졌다. 아카후쿠 한 입을 베어 물었다. 태양신의 온기가 아카후쿠에도 스며든 것일까. 빈속에 달콤함이 퍼진다. 떡집 마루에 앉아 이세신궁과 오카게 골목 사이로 잔잔하게 흐르는 이스즈가와를 내다본다. 이보다 더 평온할 수 없다. 떡 한 입에도 그저 행복해할 줄 아는 마음, 그 속에 신의 보살핌이 있다. 결국 내 안에 있는 믿음을 만나는 것.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맞배지붕과 합작지붕 등 전통가옥의 모습이 남아있는 근세문화의 거리 오카게요코초 2 이세신궁 입구. 이제 이스즈가와가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태양신을 모신 사당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 3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오초즈를 해야 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4 오카게요코초는 신궁 순례자들이 잠시 쉬어 가던 작은 마을의 작은 골목. 이젠 이곳을 부러 찾는 이들이 생겨날 만큼 명소가 되었다 5 오카게요코초를 거니는 순례자. 기모노를 곱게 차려 입은 모습이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했다 6 강과 바다가 가까워서인지 오카게 골목에서는 즉석에서 어류를 조리해 주는 가게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생선구이 달인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7 먹으면 복이 들어와요. 붉은 행복을 뜻하는 찹쌀떡 아카후쿠는 오카게요코초에서 꼭 맛보아야 할 주전부리다 이세신궁 찾아가기 긴테쓰 우지야마다역, 이스즈가와역, 이세시역에서 버스·택시 이용 홈페이지 www.isejingu.or.jp/shosai/korean 오카게요코초 문의 83-596-23-8838 (토산품가게 종합안내소) 홈페이지 www.okageyokocho.co.jp/ #3 그녀, 수많은 눈의 보살핌으로 별이 되어 돌아오다 그녀들을 만난 후 나를 위해 신의 보살핌을 바라는 일이 어쩌면 사치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세의 해녀. 뭍으로 나와 바닷물을 짜내는 그녀들에게 안쓰러움이 배어 나온다. 차가운 물에 살이 에이지만 오늘도 묵묵히 물질하는 여인네들. 이세만에 접한 이세지역에는 지금도 1,300여 명의 해녀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세의 해녀는 생업으로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와 관광객들을 위해 해녀의 작업을 재연하는 관광해녀로 구분되는데 이세에서도 오사쓰는 해녀를 생업으로 삼은 여인들이 많아 ‘해녀의 고장’이라 불리는 마을이다. 오사쓰의 아마고야 ‘오사츠가마도’에 들어서자 하얀 해녀 복식으로 단장한 해녀 두 분이 다소곳이 앉아 숯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마고야는 해녀들이 운영하는 작은 오두막으로 원래 해녀들이 물질하다 추워지면 잠시 뭍으로 나와 쉬던 공간인데 요즘에는 갓 잡은 신선한 해산물을 해녀들이 직접 숯불에 구워 주는 관광명소로 개발되어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색색이 고운 조개와 전복, 소라, 이세새우 등의 해산물이 숯불 위에서 익어 간다. 쫄깃하면서도 특유의 짭조름한 맛이 식욕을 북돋운다. 여기에 미소 된장국과 성게로 요리한 밥까지 한 그릇씩 비우고 오두막 너머 바다를 바라볼 때의 기분이란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프랑스의 한 기자가 고무재질의 검은 잠수복을 입은 제주 해녀를 보고 무장공비로 착각했다는 일화가 있는데, 일본의 해녀는 전통적으로 흰색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물에 들어간다. 상어 등 다소 큰 바다생물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검은색보다 흰색 옷을 입었을 때 몸의 부피가 상대적으로 크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해녀들과 얼굴을 마주하는데 흰색 복식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두건에 수놓인 2개의 표식, 별과 격자무늬. 별은 한 꼭짓점에서 시작해 반드시 그 꼭짓점으로 돌아오는 도형이고 격자무늬의 네모 칸은 ‘눈’을 상징하는데 여기에 깊은 뜻이 담겨 있다. 12개나 되는 많은 눈이 나를 지켜봐 주고 있어 바다에 나갔다가도 다시 안전하게 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오사쓰가마도에서 나와 해안을 따라 마을 깊숙이 걸어 들어가면 오사쓰 해녀의 역사와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는 해녀문화자료관이 있고 그 옆으로 난 골목을 따라 3분여를 더 걸으면 해녀들을 굽어살피는 신메이신사에 다다른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해녀 일. 해녀들은 신메이신사에 모신 ‘이시가미상(돌신)’에게 안녕을 빌어 왔다. 최근에는 이 이시가미상이 특별히 여성의 소원을, 그것도 딱 한 가지만 들어준다고 해 일본 전역에서 부러 찾아오는 여인들이 많다. 이곳을 찾은 여인들은 하나의 소원을 종이에 적어 신사 앞에 놓인 함에 넣고 정성을 들인다. 세계 최초로 진주 양식에 성공한 미키모토 진주섬에서 재연하는 해녀쇼는 해녀의 일상을 조금 더 직접적으로 느껴 볼 수 있게 한다. 작은 어선의 갑판에 맨발로 디디고 서서 바다를 향해 동그란 나무통을 던지고 이내 자신도 따라 들어간다. 다리를 굴러 바다 속에 들어가기를 몇 차례. 거친 숨을 고르며 물속에서 잡은 무언가를 있는 힘껏 들어 보인다. 그녀의 발끝이 물속으로 사라지고 다시 머리가 보일 때까지 마음속으로 별을 그려 본다. 쇼지만 쇼만은 아닌. 얼마간의 뭉클함이 올라온다. 미에의 겨울은 엄마 품처럼 포근하게 나를 감쌌다. 코끝을 스치는 공기는 차지만 고운 빛깔 뽐내는 미에의 자연, 예를 갖추어 전통을 이어가는 미에의 일상, 스스로를 지켜내는 미에의 사람들은 추위에 언 몸과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자연이든, 신념이든, 사람이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소중히 여기는 미에. 미에의 겨울이 투명하게 빛나는 이유다. 1 이세의 해녀를 만나러 가는 길. 오사쓰 마을 해녀들의 작은 오두막은 오사쓰마을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2 오사쓰 마을의 해녀문화자료관 입구. 바다 속 해녀의 모습을 표현한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3 해녀쇼를 위해 배를 타고 등장하는 미키모토 진주섬의 해녀들 4 디딤판 없이 물속에서 발을 구른다. 이내 사라지는 발끝으로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별을 그려 본다 5 해녀오두막 너머로 보이는 이세만의 바다 6 해녀오두막에서는 해녀들이 직접 싱싱한 해산물을 숯불에 구워 준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오사쓰가마도 찾아가기 긴테쓰 도바역에서 버스로 약 40분. 오사쓰 정류소에 내리면 도보로 오사쓰가마도, 오사쓰 해녀문화자료관까지 각 5분, 신메이신사까지는 10분 거리. 이용시간 오전 9시~ 오후 5시 이용요금 무료. 티타임 | 하루 2회 오전 10시와 오후 3시, 4명 이상 예약 가능. 1인당 2,000엔. 조개, 떡, 차 제공. 브런치 | 낮 12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4명 이상 예약 가능. 1인당 3,500엔부터 문의 81-599-33-7453(2일 전 오후 5시까지 예약 가능) 미키모토 진주섬(해녀쇼) 찾아가기 긴테쓰 도바역에서 걸어서 5분 이용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5시(12월 두 번째 화요일부터 3일간 휴관) 입장요금 성인 1,500엔, 어린이(7~15세) 750엔 해녀쇼 1시간 간격으로 약 10분간 양식 진주를 캐내는 작업을 실연한다(한국어 해설 제공) 문의 81-599-25-2028 Travel to JAPAN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특별한 혜택 긴테쓰 레일패스 와이드 KINTETSU RAIL PASS WIDE 간사이지방 여행자들을 위한 철도 패스. 승차개시일로부터 5일간 간사이지방의 철도와 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5,700엔. 철도와 버스 이용 외에도 관광시설 우대권 등 외국인 개인여행자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참고로, 일본 내국인은 구매할 수 없다. 국내 취급처(여행사)에서 구입한 후 긴테쓰 노선의 역에서 실물 패스로 교환하여 사용하면 된다. 일본에서는 간사이국제공항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혜택 1) 긴테쓰전철, 이가철도 자유 이용(좌석이 배정되는 긴테쓰 특급 교환권 3장 포함) 혜택 2) 미에교통버스, 도바시 가모메(갈매기)버스 자유 이용 혜택 3) 공항에서 긴테쓰전철을 이용할 수 있는 역까지 무료 이용 - 중부국제공항을 이용할 때는 메이테쓰전철 - 간사이국제공항을 이용할 때는 난카이전철 혜택 4) 오사카, 나라, 교토, 미에, 나고야 지역 관광시설 우대권 10매 1 긴테쓰 레일패스 와이드를 이용하면 5일간 간사이지방의 철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2 중부국제공항 센트레아Centrair의 테라스식 전망대 ‘스카이 덱sky deck’ 3 간사이국제공항의 SST Satellite AIRPORTSTORE. 간사이국제공항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팬시류를 전시, 판매하고 있다 4 5종의 사케를 시음해 볼 수 있는 나라의 하루시카 양조장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일본 - 간사이關西지방 - 미에현三重縣 일본 열도의 중앙부. 오사카부를 중심으로 교토시, 나라현, 미에현 등이 속하며 메이지유신때 도쿄로 천도하기까지 일본의 중심이었던 곳. 일본에서는 이 지역을 간사이關西 또는 긴키近畿지방이라 한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 위에 유수한 역사와 문화유산을 수놓은 지역이다. 한국에서는 간사이국제공항과 중부국제공항으로 직항이 운항되고 있으며 오사카-교토-나라-미에-나고야로 이어지는 도시간 이동은 철도를 이용할 경우 소요시간이 1시간 이내며 5일간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는 긴테쓰 레일패스 와이드를 이용하면 더욱 발걸음 가벼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 여행의 시작과 끝을 위한 효과적인 공항 이용법 중부국제공항 센트레아 Centrair 2005년 2월 문을 연 중부국제공항은 공항 입구Access Plaza에서 탑승구까지 계단이나 오르막이 없다. 모든 승객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여 설계한 것. 내부 인테리어에 있어서도 이벤트 플라자를 중심으로 한 쪽은 일본의 전통미를 살린 아케이드, 반대편은 서구적인 디자인의 아케이드로 조성해 보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공항 활주로 방향으로 조성한 테라스식 전망대 스카이 덱sky deck과 이벤트 플라자 내에 위치한 공중목욕탕은 여행의 피로를 덜어 주는 중부국제공항만의 명소. 긴테쓰 레일패스 와이드를 제시하면 메이테쓰전철을 이용해 나고야까지 이동할 수 있다. 메이테쓰 나고야역까지 약 30분. 간사이국제공항 KIX 오사카만의 바다를 매립한 인공섬에 만든 해상공항. 오사카 도심은 물론 버스, 철도, 페리 등의 교통편을 이용해 교토, 나라, 고베 등 인근 도시로 이동이 용이하다. 공항의 다양한 편의시설도 눈에 띈다. SST 세틀라이트 에어포트스토어 SSTSatellite AIRPORTSTORE는 간사이국제공항을 모티브로 각종 팬시류를 전시·판매하는 상점으로 간사이국제공항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24시간 이용이 가능한 라운지KIX AIRPORT LOUNGE에서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인터넷, 음료, 만화책과 잡지, 영화, 마사지 체어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여럿이 함께 쉴 수 있는 리빙룸, 씨어터 룸, 다다미룸과 비즈니스 지원이 가능한 미팅룸은 물론 흡연실과 샤워부스, 파우더룸까지 갖추고 있어 환승 또는 탑승대기 시간이 다소 긴 이용객들에게 더욱 반가운 공간이다. + 패스로 간사이를 한번에! 중부국제공항을 이용한다면 미에현으로 가는 길에 나고야를, 간사이국제공항을 이용한다면 오사카를 기점으로 교토와 나라를 두루 여행할 수 있다. 일본의 철도요금이 비싸다는 선입견은 금물. 긴테쓰 레일패스 와이드를 이용하면 합리적인 비용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 간사이 대표 음식, 대표 명물 나고야 스카이 프롬나드SKY PROMENADE 메이테쓰 나고야역에서 횡단보도만 건너면 나고야의 새로운 랜드마크 ‘스카이 프롬나드Sky Promenade’가 있다. 미들랜드스퀘어Midland Square 1층에서 전망엘리베이터를 이용해 42층 티켓로비에서 발권하면 44~46층에 조성한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360도 전면 유리창에 천장이 없는 옥외 데크deck의 형태로 건물 가장자리를 걸으며 나고야 시내를 감상할 수 있다. 나고야 최고의 야경 포인트. 이용시간 오전 11시~ 밤 10시(오후 9시30분까지 입장) 이용요금 중학생 이상 700엔, 65세 이상 500엔, 어린이 300엔 교토 게이샤의 기모노를 입고 그 옛날 게이샤의 기모노가 새 주인을 찾았다. 교토의 오랜 목조 타운하우스에 위치한 ‘쿠노치쿠 텐쇼칸’은 기모노를 재활용하여 끼메꼬미 인형을 전시·판매하고 있는 공예상점. 오래되었지만 일본의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지닌 기모노를 재활용하고 또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한 다양한 액세서리로 개발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제대로 기모노를 갖추어 입고 고즈넉한 교토의 거리를 거닐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단장을 하고 교토에서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기모노 대여 비용은 1일 약 5,000엔. 대여방법 긴테쓰 교토역에서 지하철로 한두 정거장 거리의 고조, 시조역 인근 대여점에서 대여가 가능하다. 오사카 오감이 즐거운 오사카의 밤 오사카의 밤은 유난히 화려하다. 난바 거리에 서서 색색의 불빛을 발하는 거대한 네온사인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기분이 드는데 더욱 강렬한 일본을 원한다면 우에혼마치역에 위치한 유후라를 추천한다. 유후라 6~8층, 2010년 9월 개관한 ‘오사카 신가부키자’에서 가부키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요금은 3,000엔부터 1만5,000엔까지. 가부키는 현대 일본인들도 상당히 어려워해 관람을 망설이기 쉬운데 이곳에서는 외국인들을 위해 특별한 해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니 과감하게 도전해 보자. 오감이 즐거운 오사카의 밤이 깊어만 간다. 나라 부드러운 사케 한 모금 그리고 나라마치 산책 일본의 고도 나라는 흔히 사케라 불리는 일본 술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봄사슴이란 뜻의 양조장 ‘하루시카’에서는 이곳에서 생산하는 사케를 사슴 무늬를 바닥에 넣은 잔으로 시음할 수 있다. 5종의 사케를 한 잔씩 시음하는데 비용은 400엔. 시음 후 잔은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다. 사케 시음 후엔 골목길을 따라 ‘나라마치’ 산책을 나서 보자. 나라마치는 행정지명상엔 없지만 19세기 민가가 나란히 들어선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이다. 차분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일본 특유의 마을 분위기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찾아가기 긴테쓰 나라역에서 하차 도보로 10여 분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지금&여기] 버려진 그들의 상처를 감쌀 수 있을까/오상도 산업부 기자

    [지금&여기] 버려진 그들의 상처를 감쌀 수 있을까/오상도 산업부 기자

    회사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할 때면 어김없이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 역사를 지난다. 살을 에는 추위가 한창일 때도 넓게 트인 지하공간에 훈기가 돈다. 중앙 통로를 향해 내뿜는 근처 빵집의 조리기구 열기 덕분이다. 갈 곳 없는 노숙자들에게 이곳은 잠시 몸을 녹이는 쉼터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썰렁해졌다. 중앙 통로에는 카페와 휴게소가 딸린 직사각형 모양의 밀폐공간이 들어섰다. 자정쯤이면 어김없이 셔터가 내려온다. 야박한 서울 인심을 반영하는가 싶었는데, 어느 날 해진 침낭 밖으로 한 노숙자가 얼굴과 손을 빼꼼히 내밀고 잠이 들었다. 빛바랜 사진 한 장이 손에 쥐어져 있었다. 스쳐가며 얼핏 보니 분명 가족사진이다. 한때 어엿한 한 가정의 가장이었음을 말해 주는 증명서나 다름없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우리 삶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시장의 도덕적 한계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했다. 신자유주의와 시장지상주의 풍조가 일상생활과 사고방식마저 바꿔 버렸다는 지적이다. 우리네 현실은 어떠한가. 대기업은 동네상권까지 영역을 넓혀 가며 배를 불리고, 자영업자는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 실제 서민생활은 더 팍팍해졌다. 취업난과 살인적인 등록금 문제는 청년들의 절망감만 키우고 있다. 과도한 경쟁은 아이들의 도덕관념마저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우리 사회에 정의와 공정의 바람이 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해법은 없을까. 경제성장의 과실을 일부 계층만 누리는 불평등을 방치하면 사회적 유대는 깨지고 공동체는 해체된다. 그렇다고 무조건적 평등과 과도한 복지도 답이 될 순 없다. 번영과 과실을 나누는 인식의 전환은 어떨까. 돈을 푸는 방식이 아니라 소외계층 역시 지역사회의 일원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식이어야 한다. 지난해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사회 깊숙이 박힌 사회병폐를 엿본 것이라고 말했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의 말처럼 지금의 경제위기는 세계화의 위기다. 시공을 초월한 병리현상이 한국 사회라고 예외일 수 없다. ‘88만원세대’와 다문화가구가 늘고 있는 한국도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sdoh@seoul.co.kr
  • [씨줄날줄] 재외국민 투표 명암/구본영 논설위원

    미국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된 것은 ‘보스턴 차(茶) 사건’이다. 영국의 가혹한 세금 징수에 반발한 식민지인들이 1773년 보스턴 항에 정박한 배에 실려 있던 홍차 상자들을 바다에 내던졌다. ‘대표 없는 곳에 과세 없다’는 구호와 함께. 투표권도 없는데 왜 영국정부에 세금을 내야 하느냐 하는 원초적 항변이었다. 40년 만에 재개되는 재외국민 투표를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재외국민 투표는 국외에 거주·체류하는 국민의 참정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2007년 결정에 따라 부활했다. 국민의 참정권 확대와 평등권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해외에서 선거관리의 어려움에 따른 부정 선거나 교민사회의 분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4·11총선을 앞두고 재외국민 투표 열기가 뜻밖에 시들한 것 같다. 선거등록 마감을 5일 남겨둔 그제까지 등록자가 8만여명에 그쳤다고 한다. 전체 재외국민 선거인 223만여명의 3.6%에 불과하다. 외교통상부와 중앙선관위는 158개 재외공관에 재외선관위를 설치하고 213억원의 선거관리 예산을 배정했다. 하지만, 정작 생업에 바쁜 동포들은 무덤덤한 모양이다. 여권에서 우려했던,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의 ‘국적 세탁’과 ‘종북(從北) 투표’ 징후도 아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당초 걱정했던 시나리오가 가시화되지 않았다고 안도하긴 아직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재외국민은 비례대표 선거만 하고 지역구 투표를 할 수 없어 투표 열기가 뜨겁지 않지만, 대선은 다를 것이란 얘기다. 정치권의 과열경쟁으로 결국 갖가지 부작용이 드러날 것이란 우려다.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여야 대권주자들이 미국·일본·중국 등의 해외 한인단체들과 손잡고 표밭갈이에 나서면서다. 재외동포 몫으로 비례대표 몇 석을 준다는 부추김 탓일까. 회원은 없고 회장단만 있는 단체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대표 없는 곳에 과세 없다’는 구호를 뒤집어 보자. 납세하지 않는 이들에게 투표권을 줘야 하느냐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미국이 해외의 미 국적자들에게 세무신고를 해야만 투표권을 주는 이유다. 어찌 보면 우리가 미국보다 더 전향적으로 해외 영주권자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셈이다. 원칙론으로 봐도 해외 교민들은 체류국의 주류 사회에 뿌리를 잘 내리는 게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그들이 고국의 정치권 풍향에만 촉각을 세우도록 부추겨 동포 사회를 분열시키는 일은 온당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톰 크루즈 첨단 장갑 도마뱀 발바닥 본떠 만든 거라고요?

    톰 크루즈 첨단 장갑 도마뱀 발바닥 본떠 만든 거라고요?

    인간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낸다. 문명의 발전을 이끄는 과학기술 역시 탐구와 발명의 토대 위에서 존재한다.하지만 인간에게 가장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영감을 주는 것은 결국 자연이다. 지구에 단세포로 처음 등장한 이후 수십억년에 걸쳐 진화해 온 동물과 식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해 ‘신비’와 ‘경외’라는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기상현상이나 먹이사슬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또 생존을 위해 변신을 거듭해 온 현재의 모습 자체가 훌륭한 발명품이다. 동식물을 비롯한 자연의 모습을 연구해 최대한 가깝게 흉내내는 분야는 이미 ‘자연모사’ 또는 ‘생체모방’이라는 이름으로 과학의 주류가 된 지 오래다. ●거미·연꽃·도마뱀… 위대한 스승들 거미는 어떻게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가느다란 실에 몸을 맡길 수 있을까. 수많은 식물 중 유독 장미 가시는 왜 날카롭고, 파리를 비롯한 곤충들은 천장에 발을 붙이고 매달려 있어도 떨어지지 않는 것일까. 자연모사는 이 같은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주위에서 자연을 흉내낸 기술이나 제품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생체모방을 말할 때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것은 ‘벨크로’다. 벨크로 테이프는 1948년 프랑스의 조르주 드 메스트랄이 발명했다. 산길을 걸을 때 바지 자락에 엉키는 엉겅퀴, 도깨비풀 등의 갈고리를 흉내낸 것이다. 진화학에서는 식물이 갈고리를 갖게 된 것은 좀 더 넓은 지역으로 퍼져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식물의 생존본능이 인간의 손을 거쳐 신발과 의류를 고정시키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할리우드 영화 ‘미션 임파서블3’ 속에서 주인공 이단 헌트(톰 크루즈 분)는 장갑을 끼고 거대한 유리빌딩을 거침없이 오른다. 현실에서 개발되고 있는 이 장갑의 기본원리는 벽과 천장을 자유자재로 기어다니는 게코도마뱀에서 비롯됐다.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에는 길이 50~100㎛(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1m)에 불과한 공간에 지름 5~10㎛의 강모가 수백만개 이상 덮여 있다. 각각의 강모는 다시 주걱 모양의 섬모 수백개로 구성돼 있다. 개별 섬모들의 힘이 모여 결국 강력한 부착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같은 원리가 현실화되면 별도의 접착제 없이 막대한 무게를 지탱할 수 있고, 세척 등의 절차 없이 무한정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2000년 게코도마뱀 발바닥의 원리를 처음으로 밝혀낸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유리벽을 기어오를 수 있는 로봇 ‘스티키봇’을 선보였지만 수차례 사용하고 나면 섬모를 흉내낸 발바닥 전체를 갈아야 했다. 나노미터 단위의 섬모를 정교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키봇은 타임이 선정한 2006년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혔다. 섬유나 소재 분야에서 가장 매력적인 모방 대상은 거미다. 거미가 강철보다 10배가량 강한 거미줄을 뽑아내듯 대량생산할 수만 있다면 이는 산업혁명에 비견될 만한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생체 재질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면 인공섬유가 지배하고 있는 의료 분야에서도 수많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인공 거미줄은 그래핀이나 탄소나노튜브 등 신소재의 등장에 힘입어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거미줄을 타고 빌딩 숲속을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이 미래에는 마냥 허황된 얘기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물을 튕겨 내는 연꽃잎의 돌기는 이미 많은 분야에서 상용화돼 있다. 섬유의 올 하나하나에 돌기를 만들어 비에 젖지 않는 옷이 탄생했고, 스스로 먼지나 오염을 튕겨내는 페인트도 연꽃의 원리와 같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은 연꽃 효과를 내는 차량용 코팅제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물과 오염을 차단할 수 있는 코팅제가 개발되면 세차 자체가 필요 없어진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 밖에 해저동물의 청각기관에서 비롯된 잠수함 추적 센서 등도 자연 그 자체를 연구한 대표적인 연구 성과로 평가된다. ●딱정벌레에서 얻은 잠금장치 생체모방 분야의 권위자인 서갑양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딱정벌레에 주목했다. 서 교수는 6일 “딱정벌레의 날개가 서로 맞물리도록 돼 있는 구조를 연구해 신개념 나노구조 잠금장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 최신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딱정벌레의 날개는 몸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만 섬세하다. 서 교수는 이 날개가 어떻게 몸체와의 쓸림(마찰)을 방지하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지 살폈다. 그 결과 딱정벌레 날개 곳곳에 미세한 섬모가 있어 몸체와의 결합력을 극대화시키며, 섬모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결합력이 더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딱정벌레의 섬모와 유사한 크기의 섬모를 다양한 길이 비율과 재료를 이용해 제작, 접착력을 상호 비교·분석하고 섬모 간의 결합력과 형태를 직접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서 교수는 “이번에 제작한 미세섬모 제조기술은 결합력이 뛰어난 반면 소음이 없어 우주 항공이나 스마트기기, 의료장비 등에 폭넓게 사용될 수 있다.”면서 “피부에 부착해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하는 센서 등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관타나모수용소 10년 수감시설 캠프5·6 가다 (4·끝)] 수용소 건물은 ‘철옹성’

    [관타나모수용소 10년 수감시설 캠프5·6 가다 (4·끝)] 수용소 건물은 ‘철옹성’

    19일 오전 6시(현지시간) 관타나모 수용소로 향하는 기자의 머릿속은 흥분과 긴장으로 터질 듯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테러리스트들을 가둔, 세계에서 가장 고립적인 감옥이 지척에 있었다. 숙소에서 차로 20분 거리의 수용소 건물은 과연 성(城)처럼 웅장했다. 삼중, 사중 철책 위에 철조망을 얹은 수용소 담장은 어른 키 2배 높이였고, 중간중간 감시용 망루가 솟아 있었다. 불과 20여m 간격으로 최신식 가로등이 세 겹으로 촘촘히 늘어서 있고, 곳곳에서 감시 카메라가 눈을 번득이고 있었다. 담장에서 50여m 앞은 바다였고 해안을 따라 철책이 쳐져 있었다. 겉모습만으로도 영화에서와 같은 탈옥은 아예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를 수호하는 명예로운 경계’라는 푯말 옆 철책형 출입구에서는 강도 높은 검색이 이뤄지고 있었다. 사람이 드나들 때마다 경비병은 “문 열어”(open)라고 큰 소리로 외친 뒤 열쇠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다시 “문 닫아”(close)라고 외치면서 자물쇠를 채웠다. 기자가 찾은 수용소는 전체 171명의 수감자 중 85%가 모여 있는 캠프 5, 6이었다. 캠프5는 경비병을 폭행하거나 집기를 파손하는 등 수용소 규칙을 위반한 수감자를 가두는 ‘징계형 감옥’으로 관타나모에서 가장 혹독한 곳이다. 100개의 독방을 갖춘 캠프5 건물에 들어서자 중앙 모니터실을 기준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퍼진 실내가 나타났다. 실내 기온은 연중 섭씨 24도를 일관되게 유지한다고 한다. 캠프5의 독방은 8㎡ 넓이로 좁았다. 가로 10㎝, 세로 1m의 가냘픈 창문 밑으로 계단식 시멘트 침상과 매트리스가 있었는데 폭이 1m 남짓으로 잠자다 잘못 뒤척이면 떨어질 것처럼 좁아 보였다. 그리고 바로 시멘트 바닥이었고, 파손할 수 없도록 쇠로 만든 변기와 세면대, 스테인리스 재질의 특수 거울이 ‘가구’의 전부였다. 캠프5 수감자들은 주황색 옷차림으로, 흰옷을 입는 다른 캠프 수감자와 구별되며, 밥도 독방에서 혼자 먹는다. 식사는 미닫이형 철제문에 작게 뚫은 구멍을 통해 제공된다. 수용소 측에 따르면 수감자는 식성과 기호에 따라 채식과 육식 등 다양한 음식 유형을 택할 수 있다. 수감자들에게는 고급 생수와 취침용 귀마개, 겨드랑이 냄새 제거제 등도 제공된다. 경비병들은 하루 24시간 잠시도 쉬지 않고 1~3분 간격으로 복도를 오가며 창문을 통해 수감자들을 감시한다. 캠프5 수감자는 1주일에 4시간 ‘TV방’에서 혼자만의 여가 시간을 갖는다. 사전 검열된 22개 TV 채널과 15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미국 신문과 아랍어 잡지 등도 비치돼 있다. 다만 소파에 앉아 족쇄를 차고 있어야 한다. 최대 1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캠프6은 캠프5보다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기자가 찾은 시간이 아침 8시였는데 벌써 수감자 서너 명이 교실에서 민간인 교사로부터 미술 수업을 받고 있었다. 발에 채워진 족쇄와 미군들이 오가며 감시하는 것만 아니면 지극히 평화로워 보였다. 많이 먹고 적게 움직여서 그런지 하나같이 살찐 모습이었다. 한 장교는 “캠프6은 교실에서만 족쇄를 채운다.”면서 “미술 수업이 가장 인기 있고 영어, 컴퓨터 강좌도 있다.”고 했다. 수감자가 장소를 이동할 때는 수갑을 차고 군인 3명의 호송을 받지만, 식당이나 휴게실 안에서는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 유리창 밖에서 수감자의 동선을 감시하는 병사들과 폐쇄회로 TV가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운동장에는 축구 골대와 러닝머신 등이 있다. 경비병력 900명을 통솔하는 관타나모 수용소 부소장은 “수감자들은 언제든 변호인을 만날 수 있고 아랍어 통역도 24시간 대기하고 있으며, 미군과 똑같은 의료시설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인권침해 논란을 잠재우려는 듯 미국은 관타나모 수감자들에게 죄인치고는 양질의 수감 환경을 제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감자들을 직접 보니 아무 연고도 없는 지구 반대편에 가두는 게 과연 합당한 일인가 하는 근본적 질문이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었다. 글 사진 관타나모(쿠바)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소니오픈] 퍼터야? 삽이야?

    16일 끝난 미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에서 정작 화제가 된 것은 성적보다 맷 에브리(28·미국)의 괴상망측한 퍼터였다. 헤드의 생김새를 양분하는 일자 퍼터(블레이드형)와 반달 퍼터(말렛형) 가운데 후자인 것처럼 언뜻 보인다. 넓적한 말렛형의 장점은 안정성과 정확성이다. 하지만 에브리의 퍼터는 네모난 삽을 연상시킨다. 색깔까지 검다. 퍼터는 14개의 클럽 가운데 가장 유별나게 생긴 클럽이다. 가장 긴 채인 드라이버부터 짧은 웨지까지 비슷한 모양이지만 퍼터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하긴 드라이버로 300야드를 날리는 것도 1타지만 단 1피트 떨어진 공을 홀에 집어넣는 것도 1타다. ‘드라이버는 쇼(Show)지만 퍼트는 돈’이란 말도 그래서일까. 지난해 PGA 투어는 이른바 ‘밸리퍼터’(그립을 배에 대고 퍼팅하는 긴 퍼터)로 시끄러웠다. PGA 영구시드를 받은 비제이 싱(피지)이 지금도 즐겨 쓴다. 헤드만이 아니다. 최경주는 몇 년 전부터 ‘홍두깨 그립’이라 불리는, 굵기가 무척이나 두꺼운 그립을 끼워 쓰고 있다. 경기력에 대한 평가는 별개. 골프만큼 취향이 가지각색인 스포츠도 드물기 때문이다. 에브리의 퍼터 브랜드는 ‘블랙 호크’다. 고향인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의 장비 디자이너 데이비드 카르게타가 만들었다. 그런데 일반인을 겨냥해 대량 제작한 제품은 아니다. 가격도 250달러(약 29만원)로 평범한 수준이다. 카르게타는 지난해 2월 미국골프협회(USGA)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머리 부분이 왜 그리도 큰 걸까. “헤드 크기를 키워 ‘스위트 스팟’(정타 구역)을 극대화해 직진성을 향상시켰다.”는 설명이다. 에브리는 4라운드 최종합계 10언더파 270타로 공동 6위를 차지했다. 퍼트 수는 첫날 27개, 2라운드 25개, 3라운드 30개에 이어 4라운드 31개였다. 존슨 와그너(32·미국)가 13언더파 267타로 우승한 가운데 배상문(26·캘러웨이)은 3타를 까먹어 5언더파 275타, 공동 29위로 무난하게 대회를 마쳤다. 최경주(SK텔레콤)는 4언더파 276타로 공동 38위였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당초 목적과 딴판’ 5대 발명품

    ‘당초 목적과 딴판’ 5대 발명품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과학 격언으로 꼽을 만하다. 그러나 만들어진 결과물이 꼭 당초 목적과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발기부전 치료제인 화이자의 비아그라는 원래 심혈관 치료제로 개발됐고, 세계 최초의 먹는 탈모 치료제인 MSD의 프로페시아는 전립선 비대증을 타깃으로 한 약물이었다. 반면 발명품이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알루미늄 포일은 음식 포장재로 쓰기 위해 1903년 프랑스에서 개발했지만 사람들이 혐오감을 느껴 상용화되기까지 20년이 넘게 걸렸다. 크렉드닷컴의 칼럼니스트 대니얼 크로는 최근 ‘당초 목적이 기괴했던 5가지 유명 제품’이라는 글을 통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들의 과거를 소개했다. 첫 번째 제품으로는 ‘만능 윤활유’로 명성이 높은 ‘WD-40’이 꼽혔다. 스프레이 형태로 흔히 판매되는 WD-40은 녹 제거와 기계의 부품 손질 등에 흔히 쓰이는데, 1953년 미국 샌디에이고의 방위산업체에서 개발했다. 제품명의 숫자 40은 개발자들이 39번의 실패 끝에 40번째로 개발에 성공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된 핵무기를 보호하기 위한 방수 처리를 고민하던 개발자들은 녹이 슬지 않는 보호제를 개발했다. 극비로 분류돼 창고에서 보관되던 WD-40은 일부 연구자들이 집에 가져가 자전거나 자동차 손질에 쓰기 시작하면서 주변으로 확산됐고 대중 제품으로 출시됐다. 두 번째로 선정된 코르크 마개를 뽑는 코르크스크루는 와인 열풍으로 한국의 가정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제품이다. 그러나 17세기 코르크스크루가 처음 개발됐을 때 가장 널리 쓰인 곳은 군대였다. 당시의 총기는 화약과 총기 재질 문제로 몇 번만 쏘고 나면 총구가 막히곤 했다. 군인들은 총열에 눌어붙은 화약 찌꺼기를 코르크스크루를 이용해 긁어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와인의 코르크는 따기 힘들다는 이유로 완벽한 밀봉이 되지 않아 코르크스크루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찰흙이나 지점토처럼 마음껏 모양을 만들 수 있는 ‘플레이도’는 아이들의 상상력 개발에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점토를 1950년대에 처음 개발한 회사는 벽지 청소 전문 업체였다. 당시의 벽지는 대부분 흰색이었고, 한번 더럽혀지면 약간의 물과 비누를 사용하는 것 외에 세척 방법도 달리 없었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은 벽지를 망가뜨리기 일쑤였고, ‘레인보우 크래프트’라는 회사가 점착력이 있는 찰흙을 사용해 벽지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깨끗하게 청소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이후 다양한 색깔이 추가되면서 ‘플레이도’는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각광받게 됐다. 에어백, 에어캡 등으로도 불리는 버블랩은 전자기기 등 손상되기 쉬운 제품을 포장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버블랩을 처음 개발한 앨프리드 필딩과 마르크 샤반은 제품의 명칭을 ‘버블 벽지’로 결정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제품을 만들었지만 정작 그 쓰임새를 정확하게 결정하지 못한 탓이었다. 궁여지책이었지만 버블 벽지는 상류사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인테리어’로 극찬받으며 유행이 됐다. 버블랩이 오늘날의 목적으로 사용된 것은 IBM이 1960년대 기업용 컴퓨터인 ‘1401’을 출시한 때부터다. IBM은 고가의 컴퓨터 운반을 위해 안전한 포장재가 필요했고, 버블랩에 눈길을 돌렸다. 크로는 소독·세척제의 원조로 꼽히는 ‘리졸’을 마지막으로 꼽았다. 크로는 “리졸은 페놀보다 4배나 독성이 강한 크레졸을 이용한 약품이지만 당초 여성용 청결제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됐다.”면서 “현재 리졸에는 ‘피부에 닿게 하지 마라’는 문구까지 적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황당했던 목적”이라고 전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세 번째 사랑’ -유쾌한 악한의 쓰라린 참회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세 번째 사랑’ -유쾌한 악한의 쓰라린 참회

    현대의 몬트리올. 바니는 바에서 오랜 악연인 오헌 형사와 마주친다. 오헌은 막 출간된 저서를 건네며 아직 바니를 범인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야기는 1974년의 로마로 넘어간다. 보헤미안의 삶을 즐기면서도 바니는 유대인답게 올리브를 수출해 돈을 버는 수완을 발휘했다. 임신했다는 여자의 말을 믿고 그는 덜컥 결혼하는데, 친구가 아이의 생부임이 밝혀지면서 싱겁게 끝난다. 1975년, 캐나다로 거처를 옮겨 싸구려 TV쇼를 제작해 돈을 벌던 그는 부유한 가문의 딸과 두 번째 결혼을 서두른다. 운명은 야속한 것. 결혼식 하객으로 온 클라라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서툰 고백을 들은 그녀는 당연히 거절한다. 그러나 바니는 사랑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친구의 실종 사건이 일어난다. 배우들이 낯익어서 할리우드영화로 보이지만 ‘세 번째 사랑’은 뼛속들이 캐나다 영화다. 원작을 쓴 모르더키 리클러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캐나다 작가. ‘세 번째 사랑’은 1997년에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소설이다. 제작을 맡은 로버트 란토스는 캐나다 작가영화를 상징하는 존재다. 캐나다 영화산업을 선도하는 얼라이언스사(社)를 설립하고 대표를 지낸 그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아톰 에고이안, 드니 아르캉의 영화를 제작하며 캐나다 영화를 알리는 데 힘써 왔다. 그의 영향력 덕에 크로넨버그, 에고이안, 아르캉 같은 거장들이 이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세 번째 사랑’이 할리우드의 러브스토리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캐나다 영화임을 먼저 기억할 일이다. 설정만 보면 ‘세 번째 사랑’은 ‘악한 소설’처럼 진행되어야 한다. 여러 여자를 거치는 동안 자연스레 사고를 치며 돌아다니는 바니는 20세기의 ‘톰 존스’ 역할에 썩 어울리는 인물이다. ‘세 번째 사랑’이 회고록이라는 점도 유쾌한 악한에게 유리하다. 탕아에 불과한 카사노바가 자기 손으로 전기를 써 역사에 남는 연인으로 화했듯이, 바니 또한 유머와 풍자를 무기로 1970년대식 사랑이야기를 써나가면 그만이었다. 원작을 읽지 못한 상태에서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지만, 악한의 연대기는 영화로 옮겨와 대폭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바니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살인 혐의, 소프 오페라 제작, (리클러의 주요 이슈인) 유대인 문화, 알츠하이머병의 고통은 맛을 보는 선에서 그친다. 개중 재미없는 부분인 낭만적 사랑과 실패에 집중하는 까닭, 그것이 어쩌면 영화의 진짜 주제인지도 모른다. 프리섹스 열풍이 몰아치던 1976년, 페데리코 펠리니는 카사노바를 영화의 장으로 불러냈다. 같은 시간을 출발점으로 잡은 ‘세 번째 사랑’은 ‘카사노바’의 성 판타지를 제거하는 대신 현실적인 사랑이야기를 부여안는다. 영화는 바니를, 신체의 자유를 탐하다 참사랑을 잃은 악한으로 그린다. 그는 악한으로서 우쭐대기보다 잘못을 고백하려 한다. 예스러운 화면으로 1970~80년대를 재현한 ‘세 번째 사랑’은 프리섹스의 쓸쓸한 여파와 악한의 쓰라린 참회를 기록하고자 한 작품이다. 감독은 그것이야말로 1970년대를 해석하는 ‘바니의 버전(영화의 원제는 Barney’s Version)’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런 점에서 번역 제목은 바보 같다. 원제목의 뜻을 살리지 못했거니와 내용과도 상관없다. 12일 개봉 영화평론가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녀석이 톱밥 속으로 숨어들었다. 녀석은 밀크셰이크처럼 어감이 달콤한 밀크스네이크 종이다. 먹이 줄 것과 따뜻하게 해 줄 것, 간단한 러시아 단어로 적어 놓은 메모지를 들여다보았다. 이반이 출항하기 전 남긴 글이다. 이반은 녀석의 등을 쓰다듬고 마지막 선물처럼 케이지를 앞에 내려놓았다. 한국 사람과 러시아 사람은 닮은 구석이 많아, 이반은 러시아 사람들도 개나 고양이, 새 같은 애완동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뱀이라니, 나는 검정 바탕에 노랑, 빨강 줄무늬가 있는 이국의 낯선 뱀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러시아에서 뱀은 집을 지키는 수호신과 같다고 생각해. 녀석을 보고 놀란 나에게 위로라도 하려는지 이반은 한국에도 그런 얘기가 있다는 걸 어디선가 들었다고 했다. 명자, 이반은 내 이름을 부르고 입으로 휘이휘이 휘파람 부는 흉내를 냈다. 그러면 집안이 텅 비게 돼, 녀석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종종 휘파람을 불던 내게 이반은 러시아 속담을 빗대 말했다. 나는 멀찍이 녀석을 내려다보며 이반의 익살에 웃음을 내보였었다. 이반을 만난 것은 클럽 로즈에서였다. 로즈는 P시에서 속칭 텍사스촌으로 불리는 외국인 거리에 있었다. 예전에는 주로 미군들이 드나들었는데 미군이 철수하고 러시아 선원과 상인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날도 나는 로즈에서 맥주를 마시며 립스틱이 번지지 않았는지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젊은 러시아 청년 하나가 보드카를 들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마담 장 앞에서 한국 얘기를 듣던 선원 중 하나였다. 술을 마실 때 거울을 보면 안 돼요, 아름다움까지 먹어버리거든요, 귓불에 입술을 갖다 대며 그가 속삭였다. 흔한 작업멘트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그의 나긋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반이라고 했다. 그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처음 출발하는 곳이 고향이라고 말했다. 나는 시베리아 열차가 끝없이 달리는 드넓은 숲과 초원을 떠올렸다. 그에게 러브 오브 시베리아란 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양손을 허공에 올려 내 얼굴을 길게 그려보였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왼쪽 손목에 새겨진 푸른색 돛이 펄럭였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내가 여주인공과 닮았다고 했다. 나는 그가 그린 얼굴이 허공에 그대로 떠 있는 것처럼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러시아 사람과 첫 대면을 할 때 영화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면 사람들은 영화 속 여주인공을 만난 것처럼 이국의 여자들에게 마음을 열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대개 영화 속 지명이나 주인공의 이름을 들먹이는 선에서 끝이 났다. 러시아말로도, 한국말로도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순간에 이르면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가 턱을 괴고 조용히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여행지처럼 나를 설레게 했다. 음악이 흘렀고, 클럽 로즈는 마치 떠나는 사람과 돌아오는 사람을 품고 있는 대합실 같았다. 그의 손목에 새겨진 푸른 돛 때문이었을까, 나는 문득 그라면 함께 여행을 떠나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같이 여행을 떠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월요일만 아니라면 언제라도 좋아요, 월요일 여행은 불행하거든요, 러시아 속담이에요. 느닷없는 제안이었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나는 벽면에 붙은 러시아 달력을 바라보았다. 그날은 금요일이었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는 마치 오래 전에 만난 사람처럼 손을 잡고 아무 손님도 잡지 못한 나타샤를 지나쳐 거리로 나왔다. 밤하늘에는 만국기가 꽃잎처럼 나풀거렸고 만국기의 행렬이 끝나는 곳에서 우리는 입을 맞추었다. 두 블록 떨어진 내 숙소로 걸어올 때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지금도 이반이 러시아 속담을 말하며 내 입술에 입을 맞출 것만 같다. 시계가 밤 아홉시를 넘겼다. 녀석은 원색의 몸을 감춘 채 아직 기척이 없다. 나는 열선을 펴서 케이지 크기만큼 접었다. 그 위에 타월을 깔고 케이지를 얹었다. 사람 옷 입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판매원이 열선 까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겨울철, 스스로 온도 조절을 하지 못하는 녀석에게 열선은 생명줄과 다름없다고 했다. 녀석에게 25도의 체온으로 이국의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불행일 수 있었다. 나는 콘센트에 코드를 꽂고 케이지에서 멀찍이 물러섰다. 거실의 불을 낮추고 이반이 남긴 메모지를 냉장고에 붙였다. 주방 창가로 가서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북향으로 나 있는 주방에서 밖을 보면 아래층에 있는 중국집 ‘홍루’의 뒤꼍이 훤히 보였다. 홍루 뒤꼍에 가로등 빛이 희미하게 새들었다. 쥐라도 쫓는지 고양이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담자락을 타고 지나간다. 지난봄, 가게의 주인이 바뀌면서 홍루(紅樓)라는 간판이 내걸렸다. 홍루는 붉은 다락방이라는 뜻이지만 이곳에 사는 화교들은 늙은 기생의 방이라는 별칭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변두리 사거리의 허름한 중국집 이름 홍루를 몇 번이고 되뇌었다. 거리는 스산할 정도로 빛이 꺼져 가고 휑하니 바람만 몰아 불었다. 멀리 텍사스 거리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등 뒤로 손을 넘겨 자주색 민소매 드레스의 지퍼를 올렸다. 목선이 등 뒤로 깊게 파인 드레스였다. 이반을 만났을 때 이 드레스를 입었다. 이반이 긴 허리를 굽히고 마른 등에 입술을 댈 때면 나는 수줍은 소녀처럼 간지러움을 참아내곤 했다. 나는 거울을 보며 빨강 립스틱을 덧바르고 귓불 뒤에 향수를 뿌렸다. 구제를 구입해 수선한 밍크를 꺼내 걸치고 자투리로 만든 밍크 모자를 머리에 비스듬히 얹었다. 진주 귀걸이를 하고 장갑을 꼈다. 은색 스팽글이 촘촘하게 박힌 카우치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몹시 차가웠다. 텍사스촌에 접어들자 겨울 내내 공중에 걸려 있던 해진 만국기가 바람에 나풀댔다. 그 아래, 술에 취한 러시아 선원 두 명이 러시아 혁명가 스텐카 라진을 부르며 지나갔다. 나는 시애틀 노래주점을 지나고 캄차카 노래방을 지나 클럽 로즈로 걸음을 옮겼다. 로즈에는 러시아 민요인 백만 송이 장미가 흐르고 있었다. 낮고 고혹적인 중년 여가수의 목소리가 담배 연기와 흐린 불빛에 섞여 들었다. 손님이라고는 한국 선원 두 명과 러시아 선원 두 명이 전부였다. 마담 장이 표정 없이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반을 만났던 자리에 앉아 장갑을 벗어 테이블 위에 얹었다. 한국 선원과 함께 있던 나타샤가 다가와 서툰 한국어로 언니, 마셔? 라고 물었다. 나는 보드카와 러시아 닭 꼬치인 샤실릭을 시켰다. 담배를 피워 물고 천천히 로즈 안을 둘러보았다. 마담 장이 무료하게 하품을 해댔다. 필리핀에서 온 구잘은 러시아 선원과 섞여 백만 송이 장미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음악이 끝날 무렵 나타샤가 보드카와 샤실릭을 내왔다. 나는 담배를 끄고 보드카를 한 잔 따랐다. 보드카를 한 모금 마시자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목까지 치닿았다. 이반은 보드카를 마시는 순간이면 고향을 떠났다는 것도, 추운 바다 위를 떠돈다는 것도 모두 잊는다고 했다. 나는 열기가 되뿜어져 나오는 목을 진정시키기 위해 샤실릭 꼬치에서 닭 가슴살 한 점을 빼 마요네즈에 찍어 입에 넣었다. 내가 보드카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미군이 철수하고 나서였다. 러시아 선원들이 골목을 차지하고 거리의 젊은 여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짐을 꾸려서 떠났다. 고작 러시아 선원의 비위나 맞추며 살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마담 장도 미군을 따라 미국으로 갔던 여자였다. 나는 미군 대신 러시아 선원을, 맥주 대신 보드카를, 영어 대신 러시아어를 몸에 익혔다. 이 거리에 나타샤와 구잘이 찾아들었다. 나타샤는 러시아에서 발레리나였고 구잘은 필리핀에서 가수였다고 했다. 그렇게 누군가는 꿈을 찾아 이곳을 떠났고 또 누군가는 또 다른 꿈을 좇아 이곳으로 왔다. 하지만 텍사스촌으로 되돌아 온 사람들은 좀체 이 거리를 다시 벗어나지 못했다. 마담 장이 러시아 민요 대신 빠른 행진곡으로 음악을 바꾸었다. 선원들이 경쾌한 해군의 노래에 맞춰 무릎과 팔을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보드카 병이 순식간에 비어 갔다. 시계는 벌써 열한 시를 넘겼다. 한국 선원이 나타샤의 뺨을 비비며 등줄기를 훑었다. 선원 하나가 그녀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는 순간 그녀가 마담 장에게 눈짓을 보냈다. 마담 장이 전화를 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 아가씨가 클럽 안으로 들어왔다.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는 여자였다. 계산을 마친 그들이 클럽 안을 빠져 나갔다. 손님은 이제 러시아 선원만 남았다. 유난히 손님이 없는 밤이었다. 살집이 많은 러시아 선원 하나가 보드카를 마시며 계속 나를 주시했다. 눈이 마주치자 선원은 보드카 병을 쥐고 일행을 벗어나 내 쪽으로 걸어왔다. 구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비틀거리는 선원보다 구잘이 먼저 내 테이블 앞에 와 선다. 러시아 선원이 들으라는 듯 러시아말로 이번에도 손님을 채 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한다. 나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선원이 멈칫거리는 사이 구잘이 밖으로 나갔다. 선원이 내 앞에 앉는다. 그는 잔에 보드카를 따르며 자신의 고향 이야기로 말을 건넸다. 나는 그에게 이반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어깨를 추켜올리며 자신이 이반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주색 드레스가 마음에 든다며 슬쩍 어깨를 감싸 쥐었다. 해군의 노래가 끝나고 러시아 혁명가가 시작되었다. 구잘이 필리핀 친구와 함께 나타났다. 구잘의 친구가 러시아 선원의 팔을 꿰찼다. 멍청이! 저 언니 나이 많아, 주름 많아, 구잘이 선원에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구잘의 말에 선원이 내 앞에 앉은 선원에게 손짓을 보냈다. 동료가 만류하는 손짓을 무시하듯 선원이 지갑을 꺼내 보드카와 샤실릭 값의 두 배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지켜보고 있던 구잘이 거칠게 다가왔다. 언니 년 나빠! 그녀가 내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놀란 선원이 성급히 일어났다. 그리고 테이블의 돈을 챙겨 일행 쪽으로 가버렸다. 망할 년! 어린 년이! 마담 장이 구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언니 년, 나빠! 구잘이 악다구니 끝에 손을 풀었다. 그들이 모두 빠져나갔다. 샤실릭 꼬치가 꾸들꾸들 말라갔다. 러시아 혁명가가 끝나고 경쾌한 아코디언 연주와 함께 새로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유난히 손님이 없는 밤이었다. “이 짓도 이제 지긋지긋해, 러시아 년들을 한국 놈들에게 붙이고 필리핀 년들은 러시아 놈에게 붙이고, 이렇게 갈보 년들 불러대는 것도 신물이 난다구!” 그녀가 보드카를 마시며 넋두리를 해댔다. 쿨럭쿨럭, 천식 때문인지 잔기침이 뒤따랐다. “그래도 옛날에 이 바닥에서 명자, 하면 알아줬는데, 사내들을 홀리는 묘한 매력이 있었지, 그 시절에는 먹물 튄 년이 드문 때였으니…….” 그녀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담배를 피워 물었다. 흐릿한 불빛을 타고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거에 혹해서 사내놈들이 많이 찝쩍댔지…… 그때 한 놈 잡아 떠나지, 무슨 미련이 있다구…….” 그녀의 목소리는 무대 위에 홀로 앉은 재즈가수의 독백처럼 한없이 낮았다. “너나 나나, 진즉에 이 바닥을 떴어야 하는데……, 사나운 팔자는 이래도 저래도 막히니…….” 그녀는 마치 거울을 보듯 나를 보고 있었다. 손님은 더 이상 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코트를 걸쳤다. 카우치 백을 열어 계산을 마치고 조용히 로즈를 나왔다. 홍루의 간판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나는 홍루 앞에서 머리를 손으로 빗어 넘기고 모자를 반듯하게 썼다. 보드카 때문인지 속에서 열이 올랐다. 어두운 계단을 지나 2층 현관문을 열었다. 녀석은 아직도 톱밥 속에 파묻혀 있다. 녀석에게 다가가 케이지 밑에 조심스럽게 손을 갖다 댔다. 따뜻했다. 월요일에 길을 떠나면 여행이 불행하게 된다고 했던 이반은 정작 월요일에 떠났다. 이반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건 단순히 그가 월요일에 떠났기 때문이리라. 나는 욕실로 들어가 화장을 지우고 드레스를 벗었다. 거울에 깡마른 몸이 드러났다. 이반이 명자, 라고 이름을 부른 뒤 커다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그려 보이면 나는 러시아 회화 책을 뒤지듯 그가 허공에 그려낸 그림을 꼼꼼히 살폈다. 이반은 종종 그렇게 자신이 탈 배가 지나갈 곳을 손으로 그려 보여주었다. 그럴 때마다 이반의 손목에 새긴 푸른 돛이 허공에서 움직였다. 이반은 지금 어느 바다를 지나고 있을까, 나는 깡마른 몸에 샤워기의 물을 뿌렸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깬 것은 녀석 때문이었다. 문득 녀석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반이 떠나고 녀석을 제대로 본 적도 없다. 나는 가운을 걸치고 거실로 나갔다. 케이지에서 멀찍이 떨어져 톱밥 위를 보았다.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반이 떠나고 녀석은 줄곧 톱밥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일까, 나는 케이지 안을 살폈다. 톱밥의 곡선이 흐트러짐 없이 처음 그대로였다. 나는 냉동실 문을 열고 이반이 사 놓은 먹이를 하나 꺼냈다. 먹이는 알루미늄 포장지에 싸여 있었다. 개수대에 따뜻한 물을 받아 포장된 먹이를 그대로 담갔다. 재스민 차를 우려내 창가로 간다. 눈이 흩날렸다. 홍루 지붕에는 엘피 가스통 4개와 물탱크,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작업복과 면장갑, 깨진 그릇이 나뒹굴었다. 그 낡은 지붕 아래 자장면과 짬뽕 옆으로 적힌, 익숙하나 한 번도 맛을 본 적 없는 횡서 끝자락의 낯선 메뉴를 떠올린다, 어쩌면 남자가 만들어 본 지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감조차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그 메뉴 밑으로 삐뚤삐뚤하게 적힌 러시아 음식들. 흑빵과 함께 홍루의 남자는 육개장과 비슷한 쌀단까나 빈대떡과 비슷한 블린 같은 러시아 음식도 만들었다. 종종 러시아 사람들이 중국 음식 중에 끼어 있는 러시아 음식을 주문하였다. 눈이 내려앉는 홍루 뒤꼍에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가 등을 보이고 양파 껍질을 벗기기 시작한다. 내가 보는 것은 언제나 남자의 등이다. 남자는 마치 그림 속에 들어 있는 사람처럼 묵묵히 앉아 양파를 깠다. 넓은 고무 대야를 가랑이 사이에 끼우고 물에 붇고 있는 양파 껍질을 벗겨 낸다. 인조털이 달린 두툼한 점퍼에 가려진 남자의 양 옆 어깨가 끊임없이 움직인다. 나는 껍질과 뒤섞인 혼탁한 물에 한 쪽 손을 깊숙이 집어넣고 남은 양파 알을 찾는 남자의 기울어진 어깨를 본다. 언뜻언뜻 삐져나오는 남자의 붉고 물에 불은 손. 남자는 허리를 펴고 위를 올려다보는 법이 좀체 없다. 남자의 등 뒤로 살금살금 나타샤가 다가간다. 그녀는 고양이처럼 허리를 익살스럽게 굽히고 남자의 등 뒤에 몰래 다가섰다. 나타샤가 두 손으로 남자의 눈을 가린다. 남자가 양파 껍질이 묻은 젖은 손을 차마 나타샤 손에 포개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나타샤가 손을 풀었다. 나는 뒤돌아보고 멋쩍어하는 남자의 표정을 바라보며 식어가는 찻잔을 볼에 대고 눌렀다. 나타샤가 남자 앞에 턱을 괴고 앉는다. 분홍색 털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은 그녀의 모습이 클럽에서와는 달리 앳돼 보였다. 남자가 양파 껍질을 벗기는 일을 멈추었다. 나타샤가 일어서더니 뒤꿈치를 모으고 양발을 벌려 발레의 폴리에 자세를 취한다. 두 팔을 뻗어 머리 위로 올리고 천천히 발 앞굽을 세워 잔걸음으로 뒤꼍을 옮겨 다녔다. 한눈에 봐도 그녀가 백조의 동작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타샤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총총걸음으로 뒤꼍을 돌아 남자 앞에 섰다.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동그랗게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나는 남자를 향해 웃고 있는 나타샤를 보며 식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개수대에 던져놓은 녀석의 먹이가 녹았다. 먹이를 건져서 접시에 담고 알루미늄 포장지를 벗겨냈다. 손가락 한 마디를 좀 넘긴 연한 핑크색 먹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나는 숨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쥐가 녀석의 먹이라니. 처음 기지촌에 왔을 때처럼, 처음 러시아 선원을 만났을 때처럼 무섭고 낯설었다. 나는 숨을 가다듬었다. 집게로 새끼 쥐를 집어 올려 녀석에게로 갔다. 톱밥 위는 아직도 텅 비어 있었다. 케이지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고 먹이를 내려놓았다. 휘파람을 분다. 녀석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휘파람을 분다. 어릴 적 나는 늘 혼자였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아무도 없는 집 마루에 앉아 허공을 향해 휘파람을 불어대곤 했다. 설령 어른들의 말처럼 뱀이 나온다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휘파람을 불면 곁에 누가 있는 것처럼 무서움이 가셨다. 이반의 말대로 휘파람을 불어서 집이 비었는지 집이 비어서 휘파람을 불었는지 지금도 알 수는 없었다. 나는 케이지에서 시선을 거두고 소파에 앉아 여행자를 위한 러시아 회화 책을 폈다. 90쪽 ‘거리’에서부터 120쪽 ‘모자 가게’까지는 이반이 떠나기 전 러시아어로 읽어주었다. 151쪽 기차여행 편을 한글로 따라 읽는다. ‘그제야 마구 쎄스츠 나 보예즈제?’ 어느 기차에 타야 합니까? 홍루 뒤꼍으로 함박눈이 쌓였다. 나는 눈을 밟으며 홍루로 갔다. 홍루에는 나타샤와 한국인 두 명만이 앉아 있었다. 주방 안으로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종업원에게 이반이 즐겨 먹었던 쌀단까와 흑빵을 주문했다. 종업원 대신 나타샤가 내 쪽을 힐금거리며 주방 입구로 갔다. 그리고 주방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주문을 받아 전해준다. 나는 낮은 선반 위에 펼쳐진 러시아 회화 책을 잠시 쳐다보았다. 남자도 틈틈이 회화 책을 뒤지며 러시아 말을 익히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습관처럼 폴리에 자세로 발을 벌리고 서 있는 나타샤의 뒷모습이 왠지 서글퍼서 고개를 돌렸다. 쌀단까와 흑빵이 나왔다. 이반은 홍루의 쌀단까 맛이 고향의 맛과 같다고 했지만 홍루의 쌀단까 맛은 육개장과 별반 다름없는 맛이었다. 천천히 흑빵을 뜯어 입에 넣었다. 흑빵이 입안에서 거칠게 씹혔다. 나는 반쯤 뜯어 먹은 흑빵을 남기고 홍루를 나왔다. 케이지 안에 먹이가 그대로 있었다. 녀석이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나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케이지의 뚜껑을 열고 먼지떨이를 거꾸로 찔러 넣어 천천히 톱밥을 휘저었다.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막대기로 커다랗게 원을 그은 뒤 안으로 조금씩 좁혀가며 톱밥을 감아 올렸다. 녀석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반이 곁에 있었다면 아마도 내가 휘파람을 불어 모든 게 텅 비어버린 거라고 말했을 것이다. 녀석은 어디로 간 것일까. 눈이 녹고 있었다. 녀석이 사라진 지 일주일째, 부두에 배가 들어왔다. 텍사스 거리는 러시아 선원들과 보따리 상인들로 붐볐다. 나는 클럽 문을 열었다. 로즈도 러시아 선원들로 북적였다. 여전히 러시아 음악 백학이 흘러나왔고 조명은 더 흐려 있었다. 나는 이반을 만났던, 거울이 걸린 자리에 앉았다. 장갑을 벗어 테이블 위에 올리고 카우치 백에서 담배를 꺼냈다. 언니 머? 구잘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나는 보드카와 샤실릭을 주문했다. 마담 장이 새로운 선원들을 앞에 두고 예전 텍사스 거리에 몰려들었던 미군들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선원들이 이야기를 채근하듯 마담 장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 시절 마담 장의 사랑을 구하려는 한 미국 병사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털어 백만 송이 장미를 사다가 거리에 뿌렸노라고 말하자 선원들이 속았다는 듯 몸을 털며 허탈한 웃음을 웃었다. 러시아에 전해 내려오는 백만 송이 장미에 얽힌, 가난한 화가의 슬픈 사랑이야기란 것을 이내 알아챈 모양이었다. 마담 장은 배가 들어올 때마다 선원들을 앞에 두고 그렇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곤 했다. 선원들은 이국의 낯선 이야기에 자신들 나라의 이야기가 섞여 든 것을 알아채자 긴장이 풀렸는지 보드카를 연거푸 마셨다. 마담 장이 의자를 돌려 몸을 반쯤 틀고 있는 러시아 선원들을 달래듯 두 손을 들어 허공을 다독였다. 선원들이 다시 마담 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타샤는 한국인 선원들 사이에 섞여 있었고 이미 취해 보였다. 한국인 선원이 길고 곧은 나타샤의 등줄기를 더듬어 내려가다 허리를 감싸 안고 일어섰다. 마담 장이 재빠르게 나타샤와 눈길을 주고받았다. 나타샤와 한국인 선원이 계산을 마치고 클럽 밖으로 나갔다. 홍루의 남자가 클럽에 들어선 것은 내가 두 번째 담배에 막 불을 붙일 때였다. 남자는 이곳이 처음인 듯 두리번거리며 자리를 찾아 앉았다. 다소 들뜬 표정으로 구잘에게 주문을 했다. 그의 테이블에 맥주와 마른안주가 올려졌다. 나는 보드카를 한 모금 마셨다. 마담 장이 음악을 바꿨다.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었다. 러시아 선원들이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한다. 러시아인들의 춤은 마치 목각 인형이 줄에 매달려 움직이는 것처럼 무릎과 팔이 절도 있게 꺾어졌다. 격렬하면서도 율동 사이사이에 강한 매듭이 있는 러시아 춤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정신이 맑아졌다. 춤이 격렬하면 할수록 더 그랬다. 나는 선원들이 원무를 이뤄 추는 가팍을 보며 이반을 떠올렸다. 이반도 어디선가 함성을 지르며 저들처럼 가팍을 추고 있을까, 나는 보드카를 마시고 샤실릭을 한입 베어 물었다. 바에 앉아서 계속 몸을 흔들고 있던 마담 장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육중한 그녀의 몸이 빠른 리듬에 맞춰 민첩하게 움직였다. 선원들의 함성이 추임새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졌다. 음악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들의 춤은 자정까지 계속될 것이다. 구잘이 나타샤가 없는 빈자리를 대신하여 분주히 움직였다. 마담 장은 점점 술에 취하고 흥에 취해갔다. 가끔 이렇게 마담 장이 흥에 취해 선원들과 춤을 추면 그녀가 어김없이 해 오던 일, 러시아 아가씨를 한국 선원에게 붙이고 필리핀 아가씨를 러시아 선원에게 붙이는 일을 잊었다. 더불어 나의 존재도 잊었다. 그녀가 잊는 것은 단지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천식처럼 오래된 이 거리의 모든 것들, 그녀를 되돌아오게 만들었던 익숙한 모든 것들, 그녀의 생 모두를 잊을 것이었다. 이반의 말대로 휘파람을 불면 무언가 텅 비게 되는 것처럼 그녀도 텅 비어가는 것이리라. 원무에 끼어 점점 격렬하게 몸을 흔들 때마다 그녀가 한줌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기라도 할 듯 깡마른 손을 허공에 내밀었다. 홍루의 남자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남자는 무릎 사이에 손을 찔러 넣고 눈은 줄곧 나타샤를 찾았다. 나는 마지막 보드카를 입에 털어 넣었다. 남자가 취했는지 점점 고개를 떨궜다. 녀석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문득 잊고 있던 녀석을 떠올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남자가 고개를 든다. 거짓말처럼 녀석을 찾은 것은 소파 밑에서였다. 환전소에 가기 위해 러시아 동전을 지갑에 넣는 중이었다. 소파 밑으로 굴러들어간 동전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누렇게 바랜 벽지에 노랑 빨강 검정 색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녀석은 소파 안쪽 벽 틈에 일자로 붙어 있었다. 나는 잠시 숨을 멈추고 가만히 녀석을 지켜보았다. 녀석도 움직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갔다. 냉장고에서 먹이를 꺼내 따뜻한 물에 담근 다음 물기를 닦아 소파 입구에 놓았다. 집게를 들고 소파 위에 웅크리고 앉아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녀석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움직이지 않고 숨을 삼켰다. 먹이 앞까지 조심스럽게 다가간 녀석이 고개를 들며 혀를 날름거렸다. 녀석의 여린 혀가 재빠르게 입속을 반복해서 드나들었다. 녀석이 먹이 앞으로 다가가 먹이를 덥석 무는 순간 집게로 녀석을 집어 케이지에 넣었다. 녀석의 입에는 삼키다 만 새끼 쥐의 여린 몸이 반쯤 물려 있었다. 로즈 앞에는 며칠째 클로즈라는 안내판만 달려 있었다. 겨울이면 도지는 마담 장의 천식 때문에 잠시 문을 닫았다고 했다. 나타샤도 가끔씩 목욕탕이나 환전소에서 마주치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았다. 들리는 소문에 한국 선원을 따라 이곳을 떠났다는 말도 있었고 임신을 해서 로즈에서 쫓겨났다는 소문도 있었다. 텍사스 거리는 다 해진 만국기를 걷어내는 상인들로 분주했다. 나는 만국기가 끝나는 곳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이반을 처음 만났던 날, 이반의 달콤한 입술이 나의 입술에 닿던 순간, 나는 내 여행이 이대로 끝이 나길 간절히 바랐었다. 이반은 지금 어느 바다를 지나고 있을까? 나는 만국기가 걷히는 하늘을 바라보며 블라디보스토크 행 비행기표 판매소를 지나 환전소로 갔다. 마지막 남은 먹이를 녀석에게 넣어주었다. 녀석이 조심스럽게 먹이에 다가간다. 잠시 목을 추켜세우더니 슬그머니 방향을 틀었다. 또 먹이를 먹지 않을 모양이었다. 온수에 목욕을 시키면 좀 도움이 될 겁니다. 수의사는 전화로 간단하게 처방을 내렸다. 소화불량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정상적으로 탈피를 하기 힘들어진다고도 했다. 대야에 온수를 받아 케이지 옆에 놓았다. 케이지 뚜껑을 열고 널브러지듯 몸을 길게 풀고 있는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집게를 들다가 내려놓았다. 녀석의 외피에 손을 조심스럽게 갖다 댔다. 녀석의 차가운 체온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천천히 선을 그으며 머리 쪽으로 손가락을 옮겼다. 녀석의 입을 지나 턱쯤에 손가락이 닿았을 때 녀석이 감미로운 몸동작으로 손에 감겨든다. 소름인지 전율인지 무언가 몸속으로 울려들었다. 나는 녀석을 안듯 들어올려 온수에 담갔다. 녀석이 천천히 물속으로 스며든다. 나는 물끄러미 녀석을 보다가 물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미끄러지듯 내 손을 비켜나가는 녀석의 꽁무니를 따라가며 손을 저어 작은 물보라를 일으켰다. 녀석이 점점 생기를 찾은 듯 작은 원을 그리며 빠르게 움직였다. 잠시 뒤 작은 수건으로 민첩하게 손아귀를 벗어나는 녀석을 떠내 마른 수건을 깔아놓은 그릇에 옮겨 담았다. 녀석을 재빨리 수건 위에 굴린 뒤 케이지 안으로 털어 넣었다. 명자, 아주 잘했어, 이반이 보았더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나는 홍루를 지나고 로즈를 지나 도로 건너편에 있는 수족관으로 갔다. 파충류 먹이 있음. 간판 옆에 적힌 글씨를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점원이 햄스터 케이지를 열다가 내 쪽을 본다. “뭘 드릴까요? 손님.” 점원이 케이지 안에서 햄스터를 꺼내며 물었다. “밀크스네이크 종인데……먹이 좀 사려고요.” 나는 나무토막을 기어오르는 비단뱀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한다. “뱀을 키운 지 오래되셨나 봐요. 처음 키우는 사람은 그렇게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거든요.” 점원이 손에 쥔 햄스터를 비단뱀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이렇게 한창 클 때는 녀석도 산 먹이를 찾아요, 그래야 탈피를 제대로 할 수 있거든요.” 나무막대를 기어오르던 녀석이 슬그머니 방향을 틀며 혀를 날름거렸다. 케이지에 던져진 햄스터가 꾸물꾸물했다. 움직임을 감지한 녀석도 먹이를 견준 채 꼼짝 하지 않다가 입을 벌리고 먹이를 물어 삼켰다. 나는 고개를 돌리며 점원에게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온다는 말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런 속담이 있었나요?” 점원은 손에 묻은 햄스터 털을 털어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님, 냉동 쥐로 드릴까요?” 점원이 물었다. 나는 햄스터의 하얀 몸이 비단뱀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점원은 케이지에서 꿈틀거리는 분홍색 새끼 햄스터 한 마리를 꺼냈다. “녀석들이 종종 냉동 먹이를 먹지 않는데…… 그건 아마도 탈피를 하려고 그럴 겁니다. 제대로 크고 있다는 증거죠.” 나는 점원에게서 새끼 햄스터를 받아 골목으로 돌아왔다. 날이 풀리고 있었다. 곧 부두에 배가 들어온다고 했다. 나는 문이 닫힌 로즈를 지나 홍루에 들러 쌀단까와 흑빵을 시켰다. 남자는 여전히 등을 보이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 탁자 위에는 너덜너덜해진 러시아 회화 책과 비닐도 뜯지 않은 발레 슈즈가 올려져 있었다. 나는 흑빵을 뜯어 쌀단까에 적셔 먹었다. 맞은편 거울에 흑빵을 씹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밥을 먹을 때 거울을 보면 안돼요, 아름다움까지 먹어버리거든요, 이반이 내 귓불 뒤에 입술을 갖다 대며 속삭일 것 같았다. 홍루의 간판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 [세종시 시대 열린다] 복합 커뮤니티… 국내 최대 중앙공원… 태양광모듈 자전거도로

    [세종시 시대 열린다] 복합 커뮤니티… 국내 최대 중앙공원… 태양광모듈 자전거도로

    세종시는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건설하는 신도시인 만큼 다른 지역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것들이 많다. 지난달 31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등 14개 정부부처와 관련 기관이 입주하는 중앙행정기관 청사는 17개의 개별 건물이 지상 4층부터 옥상까지 연결돼 길게 늘어진 하나의 건물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런 특성을 활용해 정부청사 옥상이 대규모 ‘하늘정원’으로 꾸며진다. 17개 건물이 이어지면서 생겨난 옥상 면적이 무려 5만 1000㎡, 하늘정원을 둘러볼 수 있는 산책로의 총길이가 3.6㎞에 이른다. 정부는 주민친화 차원에서 하늘정원을 세종시 주민들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복합 커뮤니티’란 시설도 첫선을 보인다. 복합 커뮤니티는 한 건물에 파출소, 소방서, 주민센터, 복지관 등이 입주함으로써 주민들이 효율적으로 민원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곳이다. 22개 동별로 한 곳씩 들어선다. 또 단일 공원으로선 국내 최대 규모인 134만㎡의 중앙공원이 들어서고, 일산 호수공원의 1.1배인 61만㎡의 호수공원도 조성된다. 국내 최초로 도심 한가운데에 65만㎡ 규모의 수목원도 꾸며진다. 그러다 보니 공원 녹지율이 국내 다른 신도시의 두 배인 52.4%(전국 최고)나 된다. 도로 중앙에 설치된 폭 3.9m의 자전거도로 4㎞ 구간에 태양광 모듈이 설치되는 것도 세계 최초다. 태양광 모듈은 도로의 지붕 역할도 함으로써 주민들이 비를 맞지 않고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서 생산된 태양광 전기는 한국전력 자회사인 서부발전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활용된다. 세종시에서는 다른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봇대, 쓰레기장, 담장 등을 찾아볼 수 없다. 도심 간선도로 전체에 공동구를 설치해 전선, 통신, 난방, 쓰레기관 등 6종의 설비를 지하화했기 때문이다. 2009년에 일찌감치 세종시 북서쪽 일원에 36만㎡ 규모의 화장장과 장례식장을 준공한 것도 눈길을 끈다. 사람들이 거주하기 시작하면 ‘님비 현상’ 때문에 화장시설 건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지은 것이다. 행복청 배준석 사무관은 “세종시에 건설되는 90여개의 다리가 모두 다른 모양으로 건립될 뿐만 아니라 행정구역, 마을, 학교, 도로명이 모두 순우리말 이름으로 지어지는 등 세종시는 가장 창조적이고 한국적인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연기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태양 400배 블랙홀의 ‘물체 흡수 장면’ 직접 본다

    우리 은하계 중심에 있는 거대한 블랙홀이 주위 물체를 흡수하는 장면을 직접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져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천체물리학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Extraterrestrial Physics)의 스테판 길레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우리은하 중심에 있는 거대한 블랙홀을 향해 거대한 가스 구름이 모이고 있는 모습이 관측됐다. 만약 이 가스 구름이 지속적으로 블랙홀에 접근한다면 1~2년 내에 블랙홀의 ‘죽음의 나선 영역’(물체가 빨려들어가기 시작하는 영역)에 도달할 것이며, 천체연구 역사상 최초로 주위의 별이나 에너지를 집어 삼키는 블랙홀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금까지 블랙홀이 먼 은하의 별을 삼키는 신호는 포착된 적 있지만,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에너지와 별을 흡수하는 과정을 관찰할 기회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궁수자리 A*‘이라는 이름의 이 블랙홀은 지구에서 2만7000광년 떨어진 곳에 있으며 질량은 태양의 400배에 달한다. 반면 블랙홀로 향하고 있는 가스구름은 질량이 지구 3배 정도이며, 초속 2359㎞로 움직이고 있다. 이 속도라면 2013년 중반 블랙홀의 나선 영역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구팀은 “블랙홀이 가까워질수록 가스구름의 형태는 길쭉한 모양으로 변할 것”이라면서 “가수 구름의 절반은 블랙홀에 흡수되고, 나머지 절반은 블랙홀 바깥쪽에서 떠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천문학자들은 우주 탄생의 실마리를 가진 블랙홀이 실제로 주위 에너지 등을 빨아드리는 과정을 관측함으로서, 블랙홀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과학전문매체인 네이처 최신호에 게재됐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다재다능 시인 둘 새 작품집 선보여

    다재다능 시인 둘 새 작품집 선보여

    이채로운 경력의 두 시인이 각각 새 작품집을 내놓았다. 함성호(48) 시인과 강정(41) 시인이다. 건축평론가 직함을 갖고 있는 함 시인은 사진이 있는 산문집을, 밴드 멤버로도 활동중인 강 시인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네 번째 시집을 들고 나왔다. ■산문집 낸 건축평론가 시인 함성호 시로 지어낸 거유의 뜨락 철학을 품다 지방을 돌다 보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옛집들과 만난다. 한 칸의 초가부터 90여 칸에 이르는 저택까지, 크기와 모양, 위치, 건축 자재 등이 닮은 듯하면서도 제각각이다. 한결같은 것도 있다. 그 집 건물과 뜨락에 간과할 수 없는 철학이 담겨 있다는 것. 문제는 집이 품고 있는 철학을 모르면 누구에게든 그저 ‘낡은 집’에 불과할 뿐이란 거다. 그런 점에서 보면 시인이자 건축가인 함성호씨가 지은 ‘철학으로 읽는 옛집’(열림원 펴냄)은 집 지은이의 마음과 집 안에 깃든 뜻을 읽어내는 데 제격이다. 저자는 조선시대 학자들이 지은 옛집 9곳을 답사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만났다.’가 옳겠다. 그리고 그는 옛집들에서 그 안에 담긴 철학적 메시지를 읽어냈다. 이를테면 회재 이언적의 ‘독락당’(獨堂)은 ‘시로 지어진 집’이었고, 정약용의 ‘다산 초당’은 ‘철학의 정원’이었던 것이다. 조선 중종 때 유학자인 이언적은 조선을 통틀어 가장 독특한 건축가로 꼽힌다. 그가 경북 경주 양동마을에 지은 ‘독락당’에선 역설이 돋보인다. 반대파의 탄핵으로 40세에 벼슬자리에서 밀려난 뒤 낙향해 지은 집이다. ‘독락’의 뜻 그대로 남 들일 생각이 없었는지 폐쇄적인 대문을 세웠다. 솟을삼문은 없앴고, 중문은 두 개를 세웠다. 이 같은 건축특성은 그의 정치·사상적 이해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그저 희한한 공간일 뿐이다. 중앙 정계에서 밀려난 송시열은 충북 괴산 화양리 금사담의 바위에 ‘암서재’(巖棲齋)를 짓고 은거한다. 하지만 그곳은 다시 벼슬길에 오르기를 기다리는 암중모색의 집이었다. 이황은 가장 많은 건축물을 남겼다. 안동에만 다섯 채를 지었다. 집이 많았던 것은 그의 학문적 추이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조선시대 성리학자 9명의 집을 ‘만나서’ 그들의 철학을 ‘읽어낸다.’ 저자는 무엇보다 옛집과 옛집을 둘러싼 ‘이야기’에 마음을 둔다. “그 집과 그 집을 지었던 사람의 생각, 무엇보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이해할 때 집이 가진 맨얼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거유(巨儒)들이 직접 집을 지었다는 것도 생경하지만, 여기에 선인들의 학문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잘 버무려져 역사책을 읽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저자가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 또 하나의 믿음은 “우리 건축은 건물 자체만이 아닌 자연과 함께 계획된다.”는 것이다. 집의 건축 방식보다 집이 지어진 위치에 대해 더 많은 설명을 할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새 시집 낸 밴드 출신 시인 강정 청춘 끝나니 비로소 들린 팽팽한 적막 당기고 있는 순간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도 한 단어로 말해야 한다. 언뜻 생각이 나지 않을 터. 그렇다면 시 한 편을 들여다보자. ‘팽팽하던 힘을 놓아버리면/하나의 점이 수천만 배의 면적을 갖는다/스스로 공간이 되면서 스스로 지워진다’(사물의 원리 중에서) 시인 강정은 ‘활’(문예중앙 펴냄)이라는 시집을 통해 언어라는 화살을 당기고 있는 순간의 팽팽한 적막을 노래한다. 당기고 있는 그때의 긴장, 그때의 몰입, 그때의 적막, 삶의 절정의 순간이 늘 그러하다고 말한다. 그와 같은 절정의 팽팽함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시편들을 마음껏 보여준다. 빈자리의 적막 속에서 태어난 시들은 그 빈 곳을 메우고 있는, 사라지지 않은, 사라짐을 준비하기에 더욱 강렬한 정념을 표출한다 ‘활’은 2008년 ‘키스’를 발표한 후 3년여 만에 선보이는 네 번째 시집이다. 20대 초반인 1992년 ‘현대시세계’ 가을호에 ‘항구’ 외 5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한 시인은 지난 20년 동안 시, 소설, 음악, 문화평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내공을 쌓아왔다. 그래서일까. ‘활’을 통해 비로소 자신만의 한 세계를 이루었음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다른 세계로의 비상을 예비하고 있는 것 또한 시편 곳곳에 담겨 있다. 이 시집의 특징은 ‘고별사’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두개의 내가 있다고 합니다/둘은 하나의 상대어일 뿐/알고 있는 모든 수의 무한 제곱일 수도 있습니다’(고별사 첫부분)에서 보듯 팽팽한 긴장감으로 감아 돌아 고별사가 아닌 시편의 무한한 출발을 알린다. 조강석 문학평론가는 ‘적막을 장전한 키메라’라는 해설제목을 통해 “강정의 새 시집은 시적 언어의 혁신을 모티브로 한 트릴로지의 완결편이자 새로운 자유의 시작이다. 그러니까 이 시집은 두개의 모멘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다시 말해 이 시집의 언어는 한 정념이 완결될 때의 적막과 새로운 자유가 꿈틀댈 때의 카오스적 에너지를 동시에 지닌 키메라에 비견될 수 있다.”고 말한다. 두 번째 시집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이 기미와 예감으로 가득한, 새로운 말을 기다리는 느낌이라면, 그리고 세번째 시집 ‘키스’가 폭발과 파국의 현장에 대한 사후(事後) 술회로서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 때 ‘활’은 앞선 두 시집과 더불어 하나의 트릴로지를 구성하며 대미를 장식하는 느낌을 던져준다. 청년 시인과 성년 시인이 교차하는 정거장이라고나 할까.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독일 프랑크푸르트, 어디까지 가 보셨나요

    독일 프랑크푸르트, 어디까지 가 보셨나요

    고민이다. 유럽 중앙에 자리 잡았다. 덕분에 항공망이 빵빵하다. 큰 국제공항이 자리 잡았다. 교통 이점 때문에 1년에 국제 행사만도 수십개가 열린다. 내년 일정, 그 가운데 큼직한 것만 꼽아 봐도 환상적이다. 파격적인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의 전시, 빛과 도시를 주제로 한 ‘루미날레 12’, 박물관과 미술관이 한데 어울린 박물관 축제, 합창 축제를 거쳐 도서전까지. 여기에다 아이언맨 유럽챔피언십(국제 철인 3종 경기), 마라톤 대회도 있다. 다달이 새로운 행사다. 행사가 겹칠 무렵엔 인근 숙박시설이 동나기 일쑤다. ●아이젠나흐-거리에서 만나는 인간 바흐의 맨 얼굴 그런데 관광객들은 ‘찍고’ 갈 뿐이다. 해서 도시 이름을 대 봤자 ‘어디어디를 가 봤는데 좋더라.’ 하는 얘기는 쉬이 나오지 않는다. 8시간 시차를 끼고 한국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일하다 보니 호텔방 ‘죽돌이 죽순이’가 됐다거나 드넓은 공항에서 노숙자처럼 늘어져 잤다거나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헐레벌떡 뛰어다녔다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얘기다. 그래서 내놓은 아이디어다. 겨울에 프랑크푸르트와 그 주변 도시를 거닐어 보라는 것. 전통의 대학 도시 하이델베르크, 바로크의 거장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와 종교개혁의 아버지 마르틴 루터(1483~1546)의 흔적을 더듬어볼 수 있는 아이젠나흐, ‘그림동화’를 남긴 그림 형제의 이야기가 숨어 있는 하나우 같은 도시들이다. 가장 인상 깊은 도시는 아이젠나흐. 예전에 동독 지역이었다는 선입관 때문일까. 시내에는 독일 특유의 고즈넉한 소도시 분위기가 진하게 배어 있다. 여기엔 바흐의 생가와 박물관이 있다. 알려졌다시피 바흐는 19세기 멘델스존이 복원하기 전까지 잊혀진 인물이었다. 생가와 박물관에서는 ‘음악의 아버지’ ‘바로크의 지존’이 아니라 교회에 적당한 일자리 하나 구하려고 노심초사했던 인간 바흐의 맨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삐걱대는 마룻바닥 소리가 요란한 생가에서는 매시간 옛 악기로 바흐의 음악을 직접 연주해 준다. 초기 피아노는 피아노라기보다 큰 기타 같은 인상을 풍기는데 그 묘한 음색이 바흐 음악을 색다르게 느낄 수 있게 한다. 루터를 만나기 위해서는 아이젠나흐 인근 바르트부르크성으로 가야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성은 11세기에 지어졌다. 중세 고성답게 주변 지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언덕 위에 우뚝 서 있다. 종교개혁을 얘기하다 파문당하고 쫓기게 된 루터가 신약성서 번역을 위해 숨어든 곳이 바로 이 성이다. 좁디좁은 성에서 이뤄진 귀족들의 호사스러운 생활 모습을 엿보는 재미도 있지만 루터의 방만은 못하다. 구불구불 이어진 복도 끝 작은 방인데, 그 공간 자체가 이대로 주저앉지 않겠다는 루터의 결기를 느끼게 해 준다. ●하나우-그림형제의 고향… 폭격으로 흔적 소실돼 하나우는 그림 형제의 고향이다. 그런데 그림 형제의 흔적은 광장의 동상과 문패 하나가 전부다. 제2차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모두 소실돼서다. 전쟁 말기 연합군의 가혹한 폭격으로 모든 게 잿더미로 변했다. 그래서인지 하나우에서 만난 옛 기억을 가진 노인들은 “물론 우리가 잘못하긴 했지만….”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드러내 놓고 불평할 처지가 아니라는 점은 잘 알지만 너무도 참혹하게 당한 기억을 떨쳐 버릴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하나우에서 눈에 띄는 건 오히려 시의회 청사다. 옛 시청 건물을 보존하면서 그 건물을 둘러싸고 건물을 하나 지었는데, 거기다 ‘콩크레스 파크’(Congress Park)란 이름을 붙였다. 왜 그런고 했더니 말 그대로 공원이다. 중극장 규모로 건물을 지어 둔 뒤 주민들 누구나 행사나 모임에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저마다 기념비적인 건물을 짓느라 여념이 없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연스레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하이델베르크-미로같은 골목길·아름다운 고성 하이델베르크는 익히 알려진 대로 대학 도시다. 성은 한번쯤 꼭 올라가 볼 만하다. 아름다운 정원은 물론 세계 최대 규모인 22만ℓ의 와인 술통이 보관돼 있다. 미로 같은 골목길을 걸어도 되고 경사로를 오르는 트램을 타도 된다. 성 주변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행사 준비로 분주했다. 빛 장식으로 장관을 이룰 모습이 절로 연상된다. 프랑크푸르트에도 볼거리는 있다. 시내 중심의 괴테하우스를 빼놓을 수 없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의 생가를 복원해 둔 것인데 한국어 안내도 있으니 불편함은 없다. 또 삐죽빼죽 솟은 마천루들도 눈여겨보길. 모든 노동자가 자연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건물 모두 뾰족한 하이힐 같은 느낌을 준다. 거기다 대부분 유리로 마감했다. 몇 층마다 하나씩 아예 정원을 꾸며 놓은 빌딩도 간간히 눈에 띈다. ‘그린 시티’ 열풍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괴테하우스·하이힐 모양 건물들 프랑크푸르트가 대륙 중앙의 도시다 보니 이들은 모두 철도로 연결되어 있다. 아이젠나흐, 하나우, 하이델베르크 모두 프랑크푸르트에서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다. 또 아이젠나흐는 바이마르, 라이프치히, 에어푸르트, 예나 등 괴테가도로 이어진다. 하나우는 메르헨(민담)가도의 출발점이요, 하이델베르크는 체코 프라하까지 이어지는 고성가도와 독일 남서부를 관통하는 판타지가도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사통팔달,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단, 먹는 재미는 좀 덜하다. 독일의 족발이라는 슈바인학센과 겨울철 크리스마스 특식인 거위나 오리 요리가 있다. 맥주를 곁들이기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짠맛이 강한 편. 그러나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글루바인. 레드와인에 물을 타서 데운 것인데 주로 겨울에 마신다. 들쩍지근한 것이 노곤한 여행객의 단잠에 그만이다. 시장 같은 곳에 들어서면 시큼한 냄새가 나는데 이건 근처에 글루바인이 있다는 신호다. 크리스마스마켓에서 글루바인 한잔 사 들고 마인 강가에 서면 왠지 푸근해진다. 글 사진 프랑크푸르트(독일)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여행 TIP 도시마다 전일권 교통카드, 인근 도시 이동 땐 철도로 독일 대중교통은 편리하다. 시내를 운행하는 S반, 가까운 교외까지 운행하는 U반에다 지상의 트램도 있다. 1~2일에 걸쳐 충분히 둘러볼 생각이라면 ‘프랑크푸르트 카드’ 하는 식으로 도시마다 카드를 사두는 게 좋다. 가격은 도시별로 약간 차이가 있는데 1일권이 8유로 안팎, 2일권이 12유로 안팎이다.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에다 시티투어버스 요금과 박물관·미술관 입장료 할인 혜택이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쇼핑을 즐기려면 근교 ‘바르트하임 빌리지’가 좋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서편에서 왕복 버스가 매일 운행된다. 프랑크푸르트 시내 쇼핑도 괜찮다. 시내 중심가에 주요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 유리를 이용해 빛을 건물 내부로까지 깊숙이 끌어들인 독특한 콘셉트의 갤러리백화점은 건물 그 자체만으로도 탐험해 볼 만하다. 인근 도시를 가는 데는 철도가 편리하다. 복잡한 철도망을 이해해 보겠다고 얽히고설킨 철도 노선표를 앞에 두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기차역에 티켓 자동 발매기가 있는데, 목적지를 입력하면 노선과 개찰구를 일러주는 정보 제공 기능도 함께 있다. 노선 정보만 파악하는 것은 당연히 무료다. 국내에도 지점을 갖춘 ‘레일 유럽’을 통해 미리 기차표를 사 두면 편리하다. 독일 전역, 독일과 가까운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일부 지역에서도 쓸 수 있는 저먼 레일, 독일 등 17개국에서 쓸 수 있는 유레일 패스 등 용도별로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 GERMANY 어느 날, 독일이 말을 걸었다 ②Beer,Vehicle

    GERMANY 어느 날, 독일이 말을 걸었다 ②Beer,Vehicle

    GERMANY 어느 날, 독일이 말을 걸었다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독일관광청 www.germany.travel 루프트한자항공 www.lufthansa.com 물보다 흔한 Beer 슈투트가르트 & 뮌헨 독일을 여행한다고 하니 지인들이 똑같이 한마디씩 했다. “맥주 많이 먹고 와.” 그들의 조언대로 나는 ‘하루라도 맥주를 마시지 않으면 입에 가시라도 돋을’ 기세로 독일 맥주를 흡입했다. 맥주를 제대로 즐기려면 독일 맥주 축제의 본고장인 뮌헨과 슈투트가르트로 달려가야 한다. 뮌헨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 독일 맥주의 맛에 흠뻑 젖었으며 슈투트가르트의 민속축제에서 맥주와 함께 춤을 추는 화끈한 밤을 목격했다. [슈투트가르트] 칸슈타터 민속축제 Canstatter Volksfest 아찔한 놀이기구와 짜릿한 맥주 한 잔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아찔하게 만드는 놀이기구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하늘에 닿을 것처럼 높은 회전 그네에 몸을 싣는 사람, 슈투트가르트Stuttgart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관람차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 등 각양각색의 사람을 구경하다 보면 혼이 쏙 빠질 정도다. 그러나 이곳을 슈투트가르트에서 유명한 놀이공원이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독일의 대표 맥주 축제인 옥토버축제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슈투트가르트의 칸슈타터 민속축제 현장이다. 벌써 올해 나이 166살. 오랜만에 청룡열차를 타고 꺅꺅 소리를 질러도 보고 범퍼카로 쿵쿵 운전도 해보다 보니 목이 마르다. 천막 형태의 호프집으로 들어가 맥주를 즐길 차례다. 공연의 막이 오르고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술을 마시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프로스트Prost’를 크게 외치면 끝난다. 맥주가 그득한 잔을 부딪치며 처음 보는 독일인과도 금방 친구가 됐다. 공인된 장소에서 몸을 흔들고 술잔을 기울이고 축제가 주는 일상의 해탈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엉덩이가 들썩들썩 바싹바싹 입이 마르는 순간, 짜릿한 맥주 한 모금. 참으로 좋지 아니한가. 그러나 아쉽게도 2011년 축제는 지난 10월 막을 내렸다. 오늘 하루만 살 것처럼 누구보다 뜨겁게 자신을 태우던 사람들은 축제가 끝난 뒤 삼삼오오 사라졌다. 축제 현장을 불 밝히던 대형 관람차 역시 브레멘으로 간다고 했다. 철수하는 데 필요한 차량만 대형 트럭 기준으로 60대다. 올해 축제는 끝났지만 내년에도 축제는 계속된다. 2012년 9월28일부터 10월14일까지 열리니 달력에 미리 표시해 두시길. 개장시간 월~목요일 밤 11시까지, 금~토요일 자정까지 문의 cannstatter-volksfest.de 1 옥토버축제는 가라. 여기는 바로 칸슈타터 민속축제의 현장! 2 대형 관람차에 오르면 축제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3 달콤한 초콜릿 속에는 딸기, 바나나 그리고 눈물나게 ‘매운 고추’가 들어 있다 4 아찔한 놀이기구를 즐긴 후 마시는 맥주의 맛은 일품이다 5 독일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대형 하트 과자. ‘사랑합니다’, ‘나는 솔로입니다’와 같은 재미난 문구가 눈에 띈다 6 호프브로이하우스는 단순한 호프집이 아니다. 이곳에는 바이에른주 맥주의 자존심과 시민들의 자부심이 흐른다 7 얼굴보다 큰 맥주잔은 맛도 양도 일품이다 8 1589년 빌헬름 5세가 지은 호프브로이하우스는 1830년에 이르러서야 일반인에게 문을 열었다. 벽면에 그려진 그림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뮌헨]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auhaus 한국에서 맛볼수 없는 ‘순수한 맥주’ 독일인에게 맥주란 대체 무엇일까. 아침부터 호프브로이하우스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사람을 보고 놀란 내게 현지 가이드는 “놀라지 말아요. 독일인에게 맥주는 술이 아니다”고 귀띔했다. 물이 쉽게 오염됐던 시절, 독일에서는 물보다 맥주가 오히려 안전한 음료로 통했고 지금까지 독일 맥주는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뮌헨 플라츠 광장의 호프브로이하우스의 맥주를 입에 댄 사람이라면 맥주 광고 속 주인공이라도 된 듯 “캬”를 자연스럽게 연발한다. 맥주는 가슴 속 깊은 곳까지 타고 내려가 정신을 번쩍들게 한다. 이곳은 단순한 호프집이 아니라 왕궁의 맥주를 주조해 온 역사 깊은 맥주 양조장이다. “한국에서 마시던 독일 맥주 맛과 비교가 안 되는데?”라는 의문이 들었다. 역시나 ‘맥주 순수령’이라는 비책이 숨어 있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맥주는 철저한 규정에 따라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맥주 순수령을 어기면 실제 처벌을 받았다고 하니, 맥주의 품위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1589년 세워져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일화도 많다. 히틀러 역시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 연설을 하고, 집회를 열기도 했단다. 또한 호프브로이하우스 1층 뒤편에는 자물쇠가 잠긴 투박한 컵들이 몇 개의 장식장을 채우고 있다. 이 컵은 비록 모습은 보잘 것 없지만 대대로 호프브로이하우스를 애용해 온 가문에서 전해져 오는 ‘뼈대 있는 맥주잔’이다. 공연이 오르는 저녁 7시 무렵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을 정도로 붐비니 서두르는 게 좋다. 개장시간 오전 9시~오후 11시30분 문의 www.hofbraeuhaus.de 독일인의 자부심이 된 Vehicle 뮌헨 & 슈투트가르트 인간은 전쟁을 두려워하지만 또 전쟁을 원한다. 전쟁이라는 비극이 특정 국가의 경제를 부흥시킨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적으로 익히 봐 왔다. 뿐만 아니라 전쟁이 치러지는 격변기에는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승자가 출현한다. 자동차의 명품이 된 BMW와 벤츠도 독일이 패전한 후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하면 독일을 떠올리고 독일은 BMW 박물관과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을 지어 사람들을 자동차의 세계로 초대한다. 1 현대적인 BMW 박물관의 분위기가 BMW 자동차의 세련된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2 항공기 엔진을 제작하던 BMW는 21세기 자동차의 대표명사가 됐다 3 1968년 태어난 2002 모델은 색감이 곱다 4 구슬이 실시간으로 움직이며 자동차의 모습을 재현한다 [뮌헨] BMW 박물관 BMW Museum 소유욕을 자극하는 자동차 뮌헨Munchen의 BMW 박물관은 엔진 모양의 BMW 본사 건물 옆에서 반원형의 귀여운 모양을 뽐낸다. 총 7개 테마 전시관이 있으며 BMW의 엔진 변천사부터 BMW 자동차 시리즈까지 두루두루 구경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무렵인 1917년 설립된 BMW는 처음부터 자동차를 생산하지는 않았다. 항공기 엔진 제작사로 시작해 1923년 모터사이클을 생산했다. 박물관 관람도 당연히 초기 항공기 엔진이었던 BMW의 모습에서 모터사이클, 자동차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앞으로 타고 내리는 미니카 이세타, BMW 최고의 라인으로 불리는 2002 시리즈 등은 모양이 특이하고 노랑, 주황의 색감까지 돋보여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특히 박물관에서 다리를 하나 건너면 도착하는 고객센터에서는 실제 BMW 자동차에 탑승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시판 중인 차량들이 전시돼 있어 이곳에서는 ‘BMW를 내 것으로 삼고 싶은’ 욕구를 감출 길 없다. 잠시나마 자동차에 올라 BMW의 주인인 양 사진을 한 장 남기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BMW의 엠블럼에는 흰색, 청색이 가미돼 있는데 청색은 알프스산, 흰색은 독일 바이에른의 하늘을 상징한다. 또한 항공기·오토바이·자동차·배의 엔진을 상징하는 4개의 칸도 눈에 띈다. 이는 ‘엔진이 달린 것이라면 BMW가 단연 최고’라는 의미라고 한다. 주소 Am Olympiapark 2 80809 Munchen 개장시간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문의 www.bmw-museum.de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슈투트가르트]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Mercedes-Benz Museum 미리 가보는 미래 세계 “미래 세계에 온 것은 아닐까?” 설계가 독특해서인지 몇 번이나 박물관 안을 위아래로 두리번두리번거리게 된다. 가만히 살펴보니 이 건물에는 폐쇄된 공간이 하나도 없이 층과 층이 나선형으로 연결돼 있다. 바닥은 고가도로를 연상하게 하는 짙은 회색이다. 특히 고속철로를 빼닮은 트레일 위로 은빛 엘리베이터가 올라가 신비감을 더한다. 엘리베이터를 탑승하기 전 영어 가이드 서비스가 녹음된 오디오 기기를 빌릴 수 있다. 슈투트가르트Stuttguart는 올해를 ‘자동차의 해’로 선포하고 벤츠 탄생 125주년을 기념하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박물관의 구성도 연대기적이다. 120년이 넘는 벤츠의 역사가 12개 전시관 안에 20C부터 21C까지 시대 순으로 구석구석 펼쳐져 있다. BMW 박물관과 달리 벤츠 박물관에서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벽면을 도배한 사진들이었다. 사진은 비단 벤츠라는 자동차에 국한되지 않는다. 1차 세계대전의 순간을 포착한 전쟁사진도 빼놓을 수 없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불황을 겪으며 하나둘 자동차 회사들이 문을 닫을 때, 칼 벤츠와 고틀립 다임러는 ‘메르세데스 벤츠 주식회사’로 하나가 된다. 칼 벤츠는 세계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카를 만들었던 능력자이며, 고틀립 다임러도 가솔린 엔진을 개발했던 장본인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현대에 이르러 독일의 흥망성쇠와 동고동락한 시대의 산증인이 됐다. 뽀족한 삼각 꼭짓점 3개가 맞닿은 벤츠의 엠블럼은 육지, 바다, 하늘에서 최고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소 Mercedesstr 137/1 D-70327 Stuttgart-Bad Cannstatt 개장시간 화~일요일 오전 9시~오후 5시 문의 www.museum-mercedes-benz.com 5 미래 세계에 온듯한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의 내부 6 박물관의 외부는 ‘탄생 125주년’을 맞은 메르세데스 벤츠를 상징한다 7 육지, 바다, 하늘에서 최고를 지향한다는 벤츠의 당당함이 자동차에 표현돼 있다 8 아이뿐만 아니라 아버지도 벤츠 체험에 푹 빠졌다 Travel to Germany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항공편 노란색 깃발을 기억하세요 루프트한자Lufthansa항공 독일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바로 노란 물결의 루프트한자항공의 깃발입니다. 여기서 잠깐. 루프트한자항공 로고에는 한 마리 새가 힘차게 날고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정답은 루프트한자항공기가 비상하는 모습과 닮은 학鶴이지요. 1918년 당시 이름을 날리던 오토 휘엘레가 상상 속의 새를 염두에 두고 그렸다네요. 동계 스케줄편을 기준으로 루프트한자항공은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로 매일 운항합니다. 부산에서도 인천, 뮌헨 노선을 함께 연결하는 항공편이 마련돼 있어 지방에서도 루프트한자항공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내식이 일품입니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의 박효남 총주방장이 만든 잡채밥, 비빔밥, 닭갈비 등 한식 기내식이 눈길을 끌지요. 컵라면도 준비돼 있습니다. 비행기에서 먹는 라면의 얼큰한 국물 맛이란 참으로 시원했습니다. 루프트한자항공은 아시아나항공 등이 포함된 스타얼라이언스 회원사입니다. 마일리지 적립의 혜택도 놓치지 마세요. 주요 노선 인천-뮌헨 | 주 5회(월·화·목·금·일) 부산-인천-뮌헨 | 주 5회(월·화·목·금·일) 인천-프랑프푸르트 | 주 7회 문의 02-2019-0180, www.lufthansa.com ▶음식 슈바인학센Schweinshaxen 독일에도 돼지 족발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먹는 족발과 약간 다른 맛인데요, 다소 질긴 듯하지만 막상 먹으면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집니다. 양이 푸짐해 덩치 큰 남자들도 먹기에 버거워하더군요. 맥주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이 학센이라는 것도 잊지 마세요. 커리 부어스트Curry Wurst 독일의 어느 도시를 가든 먹을 수 있는 대표 길거리 음식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일종의 ‘떡볶이’와 같은 음식이죠. 소시지를 지글지글 구워서 토막을 낸 후 커리와 케찹을 함께 소스로 담아 주더군요, 달달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죠. ▶추천! 뮌헨 숙소 뮌헨 시청사에서 10여 분 정도 떨어진 마루안.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곳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펜션입니다. 객실은 1인실부터 4인실까지 다양해요. 모든 객실에는 TV, 냉장고가 별도로 비치돼 있고 가족룸에는 전자렌지와 커피포트까지 있습니다. 무엇보다 양재인 펜션지기는 한국인을 위해 일일이 여행 일정을 설계해 주고 현지인만 아는 ‘특급’ 알짜 여행 정보까지 제공해 준답니다. 한가지 더! 아침마다 든든한 한 끼 식사가 기본으로 제공되지요. 주소 Am Moosfeld 55 81829 Munchen, GERMANY 문의 49-89-5682-2319, pensionmaruan.com 요금 30~155유로 ▶추천! 독일 맥주 맥주는 홉, 몰트 등으로 만들어져요. 홉은 덩굴 식물로 독특한 향과 쓴 맛을 내는데 맥주의 향을 돋우고 보존을 용이하게 한다고 합니다. 몰트는 싹이 난 보리에 열을 가해 말린 것으로 맥주, 위스키 제조의 원료가 되고 있지요. 둔켈Dunkel 양조할 때 씁쓸한 검은 맥아를 많이 사용해서 색이 검습니다. 흑맥주인 셈인데 맛은 고소하고 부드러워요. 라들러Radler 독일어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맥주와 레몬에이드를 6:4의 비율로 섞어 만들어서인지 음료수에 가깝습니다. 상큼해서 한 입 마시면 기분이 좋아져요.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겠죠? ▶주의사항 ⓐ 화장실 독일의 화장실은 유료인 곳이 많습니다. 자판기에서 이용권을 구입하면 되는데 이용료는 0.5유로 정도. ⓑ 재활용 플라스틱 병에 든 음료수를 마셨다면 그냥 빈 병을 버리지 마세요. 화살표가 왼쪽으로 돌아가는 판트Pfand를 먼저 찾아야 합니다. 그림을 발견한 후 가게에 가져다 주면 15~25센트 가량 돈을 돌려 받을 수 있습니다. 문화 독일 사람들은 시간관념에 철저합니다. 독일인과 약속을 했다면 시간을 꼭 지키도록 하세요! 시차 한국보다 7시간이 느려요. 전압 220V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Six Senses Resorts in Vietnam-천천히 음미하는 최고의 휴식

    Six Senses Resorts in Vietnam-천천히 음미하는 최고의 휴식

    Six Senses Resorts in Vietnam 식스센스 닌반베이,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 Six Senses Ninh Van Bay & Evason Ana Mandara Nha Trang 천천히 음미하는 최고의 휴식 천천히 음미하는 최고의 휴식그녀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비행기 안까지 끌어안고 탑승한다. 소곤소곤 전화 몇 통으로 정리를 해보지만 계획한 대로 처리하지 못한 일들에 잔걱정들이 밀려든다. 심호흡, 습관적인 마인드 컨트롤. 안전띠를 매고 마침내 핸드폰을 끈다. 이제 비행기는 이륙할 것이고 이름도 감각적인 ‘식스센스 리조트’를 향해 베트남으로 출발할 것이다. 떠나온 일상의 잔상과 새로운 목적지의 정보가 뒤섞여 겹쳐지며 혼선을 빚지만 모든 걸 접어두고 잠깐 눈을 붙이기로 한다. 운이 좋다면 달콤한 숙면 뒤에 새로운 세상이 찾아올 것이다. 글·사진 한윤경 기자 취재협조 에이투어스 02-572-2622 www.atours.co.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Six Senses Ninh Van Bay 식스센스 닌반베이 내 안에 잠든 식스센스를 깨우다 야트막한 산을 길게 배경으로 두르고 자리한 해변 위로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별이 내려앉은 듯 불 밝힌 선착장에 배가 가뿐하게 자리를 잡는다. 한눈에 들어오는 나지막한 숲과 그 안에 파묻힌 식스센스 닌반베이의 빌라들은 너무도 다소곳해 한 덩어리인 듯 하늘 아래 편안하다. 푸근한 환대를 받으며 흙길을 지나 빌라로 향하는 순간은 본능적으로 모든 것을 떨치고 자연으로 스며들 준비를 하는 시간이다. 숲길을 지나 당도한 곳에 파도 소리 들리는 비치 빌라가 자리했다. 천장 없이 나무 아래 덩그라니 자리한 샤워시설과 나무결이 그대로 드러나는 개방형 욕실에, 문 없는 화장실까지. 내 몸과 마음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인테리어다. 하지만 잠깐의 당혹스러운 순간이 지나면 곧 신나고 발랄한 자유로움이 마음속을 간질인다. 몸을 둘러싼 딱딱한 껍질들을 하나씩 훌훌 던져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한다. 객실 문을 열고 나서면 나만의 수영장, 한 발짝 더 나아가면 꿈결 같은 나만의 해변이 조용히 펼쳐져 있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하늘을 올려다본다. 침 흘리게 예쁜, 티끌 하나 없이 파란, 흰 구름이 뭉개뭉개 떠 있는, 빽빽한 나무 사이로 따사로운 햇살을 내보이는, 물 위에 뚝 떨어진 하늘, 하늘이다. 그리고 저 멀리 펼쳐진 보석 같은 바다, 산의 풍경이 홀리듯 눈길을 사로잡는다. 눈은 저절로 넓고 멀리 시선을 던지며 그 너머의 것을 읽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오가닉 가든이 자리한 야트막한 담장 너머를 기웃거린다. 별 모양의 노란 스타 프루트가 연한 녹색 이파리들 사이에 반짝반짝 매달려 있다. 과일이란 모름지기 이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어떤 사람’의 딱딱한 머리가 신선한 발견에 말랑말랑 유쾌해지는 순간이다. 뱀처럼 긴 모양새의 호박에, 우리에게도 익숙한 고수나 레몬그라스, 모닝글로리 등 허브와 과일이 지천이다. 식스센스 닌반베이의 오가닉 가든은 리조트의 친환경적 취지를 단박에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커다란 삽이 있다면 한 삽에 떠 넣어 챙겨 오고픈 아름다운 텃밭이다. 그 텃밭 한가운데 투박한 나무 식탁에 앉아 정성스럽게 키운 재료로 맛을 낸 건강한 음식을 탐하는 시간이란 너무도 향기로워 두말이 필요 없다. 파랗던 하늘을 뒤덮으며 먹구름이 몰려오고 후두둑 소나기가 쏟아져 내린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지만 이 또한 즐거운 일. 잠시 소나기가 지나간 길은 흙 냄새와 녹음의 향기가 더욱 진하다. 깊은 숨으로 비 묻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다. 빌라 옆에 세워둔 자전거의 안장 위에도 빗물이 앉았다. 빗방울을 툭툭 털어내고 올라앉아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그림처럼 어우러진 주변 풍경들이 느린 속도로 온몸을 스쳐지나간다. 식스센스 닌반베이는 ‘지속가능한-Sustainable, 토속적이며-Local, 오가닉하고-Organic, 건전하며-Wholesome, 동시에 계몽적이고-Learning, 영감을 주는-Inspiring, 즐거운-Fun 체험-Experience’을 표방하는 ‘느리게 사는 삶-SLOW LIFE’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리조트 건물이나 인테리어, 소품에 있어서도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인공적 덧칠을 자제했다. 객실에 제공되는 물 또한 모두 현지에서 정화해 자체 조달한 생수로, 플라스틱이나 인공 포장재 등의 반입을 줄이고자 신경썼다. 그런 식으로 자연과 환경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자연 보호를 뚝심 있게 실천하고 있다. 생수 판매 대금은 물 부족 국가 기금으로 기부하는 등 지역 보호와 발전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이러한 시도들과 더불어 투숙객들로 하여금 어떻게 자연 속에서 새로운 개념의 휴식과 체험이 가능한지 생각하게 해준다. 식스센스 닌반베이에 머물다 보면 주변의 모든 것들이 가만히 말을 걸어 온다. 구석구석에 자리한 아름다운 공간들은, 쉽지 않은 결단들을 도와주는 영적인 장치들을 준비하고 있다. 툭툭 던져 받는 메시지들을 하나하나 주워 모으며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재구성하게 된다. 살면서 엉킨 머릿속을 말끔하게 리셋하고 싶을 때 자동적으로, 간절히 생각날 법한 그곳이다. 선착장에서 배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던 그들을 포함해서, 그 깨끗하고 조용한 위로가 그리운 순간이 불쑥 찾아올 것만 같다. 1 식스센스 닌반베이는 객실 인테리어나 생수까지 자연 보호와 지역 공동체 기여에 중점을 두고 있다 2 바다를 향해 활짝 열려 있는 식스센스 닌반베이의 록커리 워터빌라 객실 3 자연 속으로 스며든 듯 자리한 빌라는 자연의 일부분 같다 4 닌반베이의 파란 바다와 하늘, 야트막한 산언덕과 해변의 하얀 모래는 빛나는 휴식의 순간을 보장한다 5 싱그러운 공기와 함께 즐기는 오가닉 가든에서의 점심식사 6 별처럼 빛나는 스타 프루트 7 닌반베이의 아름다운 저녁놀을 배경으로 선셋 크루즈를 즐길 수 있다 Resort info. Six Senses Ninh Van Bay 식스센스 닌반베이 식스센스 닌반베이 리조트는 나트랑에서 배를 타고야 비로소 접근할 수 있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닌반베이에 자리하고 있다. 하늘과 바위, 산과 해변, 우거진 수풀만이 리조트를 감싸고 있다. 나트랑 공항에서 리조트 선착장까지 1시간 정도, 선착장에서 보트로 20분 정도 이동하면 리조트에 닿는다. 식스센스 닌반베이 리조트에는 비치 풀빌라, 힐탑 빌라, 록커리 워터 빌라, 록 빌라, 스파 스위트 빌라, 프레지덴셜 빌라 등 모두 58개의 빌라가 숲속과 바닷가를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각 빌라마다 널찍이 자리잡아 투숙객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고 있고 그렇게 보장받은 은밀함은 단지 자연을 향해서만 활짝 열려 있다. 레스토랑은 조식 뷔페를 제공하는 다이닝 바이 더 베이 레스토랑, 점심을 제공하는 다이닝 바이 더 풀, 저녁 7시부터 밤 10시30분까지 닌반베이의 아름다운 바다를 눈과 귀로 만나며 와인과 코스 메뉴를 맛볼 수 있는 다이닝 바이 더 락이 운영된다. 그 밖에도 드링크 바이 더 베이에서의 술 한잔, 와인 동굴에서 즐기는 특별한 디너, 오가닉 가든에서 맛보는 웰빙 점심식사 등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다. 또한 식스센스 닌반베이 리조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스센스 스파와 요가 클래스, 닌반베이의 바다를 온전히 체험하는 각종 액티비티와 선셋 크루즈 등은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주소 Ninh Van Bay, Ninh Hoa, Khanh Hoa, Vietnam 문의 +84 58 352 4268 www.sixsenses.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Evason Ana Mandara Nha Trang 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 품격 있고 럭셔리하게 머물다 빌라는 푸른 정원에 폭 안겨 있다. 그 정원을 따라 산책하듯 거닐면 아기자기한 길목과 텃밭, 연꽃 가득한 연못과 레스토랑, 풀장과, 그리고 마침내 탁 트인 해변을 만나게 되는 구조다. 아름답고 색깔 고운 정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눈부신 햇살이 스며들고 소박한 자연의 빛깔이 더욱 돋보이는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장식들을 만날 수 있다. 객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화려하지는 않지만 질감도 정겨운 나무와 돌과, 투박하지만 따스한 천연의 재료들로 꾸민 인테리어와 소품들이 편안하고 격조 있는 품위를 드러내며 여행자를 반긴다. 해변으로 이어진 객실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수목 가득한 안쪽 뜰과 달리 비치 빌라가 자리한 앞쪽은 곱고 하얀 모래사장을 따라 파란 바다가 펼쳐져 있다. 열대수목으로 조성된 정원을 지나 곱고 흰 모래 해변이 펼쳐지고 저 너머에 파란 바다가 넘실댄다. 그 해변에 그림처럼 놓여 있는 그늘집과 선탠 베드를 배경으로 웨딩 촬영이 진행 중이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 가장 행복한 순간을 담기에 부족함 없이 완벽하고도 평화로운 배경이다. 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의 공간은 자연스럽게 로비에서 정원으로, 정원에서 객실로, 객실에서 테라스로, 테라스에서 해변과 바다로 나만의 공간이 무한 확장되는 것 같은 평화로운 착각을 준다. 그 모든 것은 리조트 입구를 들어서서 나트랑 도심의 들썩임이 순식간에 잦아드는 순간 이루어지는 신비 체험이기도 하다. 나트랑 도심과 가까운데다 전용해변까지 갖춘 이 공간은 유독 도시여행의 즐거움과 휴양, 모두를 놓치고 싶지 않은 여행자들에게 안성마춤일 듯싶다. 1 나트랑 도심에 자리한 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은 아름다운 전용 해변을 갖춘 고품격 리조트로 도시여행과 휴양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안성마춤이다 2 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의 객실 인테리어는 천연 소재로 단순하지만 품격 높은 격조를 보여 준다 3 리조트는 열대 수목으로 우거진 정원 안에 편안하게 자리했다. 앞으로 눈부신 해변이 펼쳐지고 정원 곳곳에 쉴수 있는 오두막과 연못, 요가 데크가 자리해 있다 4 리조트 안에 자리한 2개의 수영장은 바다와 하늘의 푸른 빛과는 또 다른 유쾌한 블루를 선보인다.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의 테라스 풀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Resort info. Evason Ana Mandara Nha Trang 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 ‘손님을 위한 아름다운 집’이라는 뜻의 아나만다라. 아름다운 외양 못지않게 따뜻하게 방문객을 환영한다. 1만6,000m2 규모에 가든뷰 빌라, 수페리어 씨뷰 빌라, 디럭스 씨뷰 빌라, 디럭스 비치프론트 빌라, 아나만다라 스위트 등 74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 두 채의 객실을 연결해서 쓸 수도 있어 자녀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레스토랑은 24시간 조식 뷔페부터 다양한 점심 저녁 메뉴를 준비하고 있는 아나 파빌리온 레스토랑부터 저녁이면 베트남 전통 공연과 길거리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비치 레스토랑, 로비 바, 풀 바까지 기분에 따라 다채로운 맛과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의 식스센스 스파는 동서양의 각종 트리트먼트 테크닉을 이용해, 진정한 웰빙 스파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 밖에도 2곳의 수영장과 짐, 비즈니스 센터, 기프트숍 등이 있어 투숙객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공항에서 차로 40분 정도. 나트랑 도심에서 1km 정도 거리로 나트랑 시티투어 등 리조트 밖에서 즐기기에도 좋다. 주소 Beachside Tran Phu Blvd, Nha Trang, Vietnam 문의 +84 58 3522 222 www. evasonresorts.com T clip.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나트랑은 베트남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나짱이라고 불린다. ‘하얀 집’이라는 뜻의 나트랑 이미지처럼 유난히 하얀 해변의 모래와 파란 바다는 많은 유럽 사람들을 매혹시켜 왔다. 호치민에서 비행기로 약 50분 거리로 2003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의 미항으로도 뽑힌 바 있다. 나트랑의 대표 볼거리로는 24m에 달하는 좌불상으로 유명한 롱선사Chua Long Son 불교사원, 고딕 양식의 가톨릭 성당인 나트랑 대성당Nha Tho Nui, 참파왕국의 사원으로 나트랑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힌두사원 포나가르 참탑Thop Cham Ponagar, 나트랑 최대 규모의 야외 시장인 담 시장Cho Dam 등이 있다. 나트랑 가는 길 인천에서 호치민까지 베트남항공이 매일 운항 중이다. 호치민에서 나트랑까지는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 이동한다. 인천에서 호치민까지 비행시간은 약 5시간30분 정도. 호치민에서 나트랑까지는 약 50분가량 걸린다. 날씨 일반적으로 고온다습한 5~10월까지의 우기와 비교적 여행하기 좋은 11~4월까지의 건기로 나뉜다. 환율 2011년 11월 기준, 1만동은 약 530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공군 최고의 에어쇼팀 ‘블랙이글스’

    공군 최고의 에어쇼팀 ‘블랙이글스’

    19일 오후 11시 20분 방영되는 EBS ‘직업의 세계-일인자’는 블랙이글스를 찾아간다. 블랙이글스는 공군 내 특수비행팀으로 에어쇼에 출격, 공군이 그간 갈고닦은 기량을 만천하에 선보이는 팀이다. 그 기량이라는 것이 보는 사람에게는 아찔하니 재미있는 것이지만, 하는 사람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법. 당연히 공군 내에서도 조종과 지휘능력이 탁월한 이가 발탁되는데 그 사람이 바로 블랙이글스를 이끄는 전욱천 소령이다. 전 소령은 10여년이 넘는 전투기 조종사 경력을 자랑한다. 비행시간은 2600시간에 이르고 최우수조종사표창 수상은 물론, 최고의 조종사들이 나와서 겨루는 톱건상까지 움켜쥔 경력을 가지고 있다. 블랙이글스의 1번기 자리는 그에게 예약된 셈. 블랙이글스는 들어가기도, 버텨내기도 쉽지 않은 팀이다. 최저 2000피트 상공에서 8대의 전투기를 모두 지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서 비행시간 800시간 이상, 비행교육과정 성적이 상위 30% 내, 전투기 4대를 지휘할 수 있는 편대장 자격을 기본 요건으로 한다. 머나먼 창공에서 고난도 기술을 펼쳐야 하다 보니 특히 지휘하는 이에게는 비행교육 성적이 상위 5% 이내일 것이 요구된다. 전 소령은 이 모든 관문을 통과했다. 제작진은 블랙이글스의 사전점검 과정부터 따라가봤다. 비행 두 시간 전. 비행계획을 전하는 브리핑에서는 33가지에 걸친 항목을 최종 확인한다. 그리고 G슈트라는 특수장비를 착용한다. 높은 하늘에서 초고속으로 날아다녀야 하다보니 체중의 8배에까지 이르는 중력을 견뎌내야 한다. 그런 중력이 가해지면 머릿속 피가 빠져나가면서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한 장비가 G슈트다. 30분간의 비행이지만, 이 짧은 시간 안에 선보여야 할 기동은 모두 22가지에 이른다. 편대비행 가운데 가장 고난도라는 T자모양 탱고대형을 비롯, 비행기 4대의 교차기동, 스모그를 이용한 화려한 기동까지. 단 1초의 방심, 실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 긴장의 연속이다. 특히 전 소령은 무전을 통해 이 모든 과정을 통제해야 한다. 그러니 연습에 연습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실전에 가까울 정도로 하루 두 번 비행연습을 치른다. 연습일정도 빡빡하다. 워낙 고도의 특수비행인지라 한번이라도 더 날아보는 것이 유리해서다. 지난 10월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2011 서울 에어쇼’에 블랙이글스팀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 방위산업제품을 위한 큰 견본시지만, 이 행사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역시 에어쇼다. 비행기 기체에다 노란 독수리를 그려넣은 블랙이글스팀이 마침내 그간 갈고닦은 기량을 뽐낸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귀염둥이 김자옥(金慈玉)의 핑크빛 소문

    귀염둥이 김자옥(金慈玉)의 핑크빛 소문

    「데뷔」1년만에 일약「KBS의 얼굴」로 자란 인기「탤런트」김자옥(金慈玉·22)이 연애를 한다는「핑크」빛 소문이 방송가에 나돌고 있다. 앳되고 청순한「마스크」의 귀염둥이 김자옥(金慈玉)도 이제 한 여성으로서 성장해 가는 것일까? 인기가 오르면서 자연히 소문도 늘어가는 것이 연예가의 통례다. 김자옥(金慈玉)도 예외가 아닌듯.  71년 11월 매일극『심청전』의「히로인」으로 발탁되어 좋은 연기로 기반을 잡자 방송가에는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김자옥(金慈玉)이 가수 이상렬(李相烈)과 뜨거운 사이라는 소문이 번지기 시작했다.  다음『한중록』에서 혜경궁 홍(洪)씨 역을 맡아 폭 넓은 연기로「팬」을 확보해 가자 이번엔 같은 방송국의「탤런트」이(李)모군과 가까운 사이라는 소문이 났다.  그리고 그후『신부들』의 주역을 맡은 다음에는 또 그녀가 30대의 남자와 (서울 중구) 소공동 밤거리를 거닐더라는 소문이 번졌다.  결국 김자옥(金慈玉)이 일일극의 주연을 맡을 때마다 연문(戀聞)이 하나씩 늘어간 셈일까?  동료「탤런트」들은 이러한 소문을 두고 김자옥(金慈玉)이 예상보다 감쪽같이「데이트」를 잘하는 모양이라고 수군대기 시작했다.  『다 큰 계집애가 연애하는 것은 하나도 어색할 게 없잖아요? 그렇지만 하나 같이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화가 날뿐이죠』  소문의 진원을 묻는 기자에게 김자옥(金慈玉)은 이렇게 입을 열었다.  『그렇잖아도 아빠가「탤런트」생활 하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시지 않는데 이런 소문이라도 아신다면 당장 그만두라고 하실 거예요』  「아빠」의 얘기를 할 만큼 김자옥(金慈玉)은 아직도 어리고 순진한 편이긴 한데···.  『말이 많은 곳엔 그런 것이 다 화제가 되겠지만 너무 심해요. 그런 소릴 들을 때마다 집어치우고 싶은 생각밖엔···.』  억울해 죽겠다는 듯 예쁜 두눈에 눈물이 글썽해진다.  『해명을 하면 변명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또 있겠지만 저로서야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어요』 믿지 않아도 할 수 없다면서 김자옥(金慈玉)이 밝힌 해명은 다음과 같다.  『이상렬(李相烈)씨는 제 친한 친구 이상숙의 오빠예요. 상숙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아주 가까운 친구였고. 그러니까 가끔 만났죠.「탤런트」가 되기 전부터「오빠」라고 따르던 사인데 무슨 연예예요. 그런 감정은 추호도 느껴본 적이 없고 그분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집에서는 다 알아요』  요즈음은 서로 바빠서 얼굴을 본 지도 아주 까마득하다고 말한다.  다음 동료「탤런트」이(李)모군은 언니의 서라벌예대(지금의 중앙대) 동창생이란다. 김자옥(金慈玉)이「탤런트」가 되기 전부터 가끔 집에 놀러 왔기 때문에 스스럼 없는 사이가 되었고 방송국에 들어오자 아는 사람이 없어 자연히 이(李)군과 방송국 근처의 다방에서「코피」를 들고 얘기를 나눈 정도로 만났을 뿐이라는 것.  이에 대해서는 이(李)군도 같은 얘기다.  『방송국에서 선배로 또 오빠로서 대했을 뿐인데 연애라니 어림도 없는 얘기지요』  결국 두 사람은 다 남매처럼 대했다는 것으로 해명이 끝난 셈.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데이트」로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만하다.  다음 소공동을 같이 거닐던 사람은 누구일까? 이에 대해 김자옥(金慈玉)은 형부의 친구라고 말한다.  『재일교포인데 형부와 아주 절친한 친구예요. 형부를 통해 알게 되어 같이「볼링」을 하러 가 본 적이 있지만 그런 사이는 아니에요』  김자옥(金慈玉)의 말을 빌면 그건「데이트」가 아니고 그저 한번 만난 것뿐 그 사람이 일본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그 뒤에는 다시 못만났다고.  혹시 맞선을 본 것이 아니냐고 묻자 자신이나 집에서나 아직 시집을 보낼 생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림도 없는 얘기라고 펄쩍 뛴다.  『25살 넘어서 결혼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지금은「데이트」는 해도 결혼 상대를 찾고 있지는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제야 연기가 무언인지 알아가는 햇병아리예요. 도와 주지는 못할 망정 헛소문을 진실처럼 험구하진 말아 줬으면 좋겠어요』  이러다간 아빠와 외출을 해도「핸섬」한 중년 신사와「데이트」하더라고 소문이 나겠다며 웃는다.  연예계 신입생인 그녀가 뒷공론 때문에 신경을 쓰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자기의 인기생활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리라고는 결코 생각지 않는 눈치.  『「탤런트」생활을 생업으로 삼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저도 여자니까 때가 되면 시집을 가서 가정을 꾸미는 것이 자연스런 일 아니겠어요. 꼭 맘에 드는 작품 하나만 흡족하게 하고 미련없이 떠날 생각이에요』  꼭 맘에 든 작품의 배역이 언제 주어질 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주어지면 심혈을 기울여 조용히 연기자 생활을 마무리 짓겠단다.  『연기자는 건강해아 하는데 전 몸이 좀 약해요. 부모님이 반대하시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어요』  지난 여름『한중록』을 마치고 집에서 빈혈로 쓰러진 것을 봐도 연기자로서 치러야 할 중노동을 이겨내기에는 몸이 약한 것 같단다.  단시간내에 인기의 정상에 오른 김자옥(金慈玉)은 시인이자 무용 평론가인 김(金)모씨의 2남5녀 중 세째 딸. 국민학교 4학년 때부터 아동극을 시작했으니 연기 경험은 퍽 많은 셈이다.  배화여중 1년 때부터 배화여고 2년 때까지 TBC-TV에 아역 배우로 출연,『우리집 5남매』등 많은「프로」에 나갔다.  성인으로「탤런트」가 된 것은 여고 졸업 후, 70년 2월 MBC-TV 「탤런트」2기생으로 들어가면서···. 그러나 MBC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다가 그만두고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브라운」관을 떠났었다. 그러다가 1년 뒤인 71년 11월 KBS-TV의『심청전』에「스카우트」되면서 본격적인「탤런트」로「데뷔」, 1년만에 정상급에 오르게 된 것이다.  붙임성이 있고 상냥해서 동료「탤런트」들간에 귀염둥이로 통하고 있는 김자옥(金慈玉). 이제 그녀도 사랑할 나이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오(五)> [선데이서울 73년 2월11일 제6권 5호 통권 제226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기사 내용과 광고 카피 등 당시의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한권에 얼마냐고요? 50원이었습니다.  
  • CHINA HUNAN-펑황고성鳳凰古城에서의 밤과 낮 짧거나 긴 머무름

    CHINA HUNAN-펑황고성鳳凰古城에서의 밤과 낮 짧거나 긴 머무름

    펑황고성鳳凰古城에서의 밤과 낮 짧거나 긴 머무름 펑황고성 출신의 대표적인 작가 심종문(SHEN CONGWEN). 그는 펑황고성을 떠올리게 하는 전원 소설 <변경>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바 있으며, 중국 역사유물학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저서들 방대한 영토 안에 한 국가로 부대끼며 살고 있는 다양한 소수민족들. 그들이 보여주는 문화가 지방마다 다르기에 중국은 여행을 거듭해도 언제나 처음처럼 신선한 느낌이다. 전통가옥과 풍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고성古城’ 혹은 ‘고진古鎭’이 처음은 아니지만 후난성의 고성을 방문했을 때, 그 시간들은 여전히 이색적이었다. 그 고즈넉한 여행을 소개한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지혜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02-773-0393 자연이 만들고 지킨 고성마을 고성은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가진 곳이므로 배경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펑황고성은 행정구역상으로 상서토가족묘족자치주湘西土家族苗族自治州의 펑황현에 속한다. 1957년에 지정된 상서토가족묘족자치주는, 자치주 청사소재지인 지소우시吉首市와 루시현瀘溪, 구장현古丈, 후아위엔현花垣, 바오징현保靖, 용순현永順, 롱산현龍山 등으로 이뤄져 있다. 앞에 상서가 붙은 이유는 상강湘江이 흐르는 후난을 한자로 ‘상湘’으로 표시하기 때문이다. 상서 지역은 후난성 서부에 위치한다. 외국인이 소수민족의 문화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으나, 다른 지역의 소수민족은 묘족, 강족, 장족 등이 주류를 이루는 데 반해, 이곳은 토가족 문화가 강하다. 2006년 기준으로 276만명이 거주하는데, 이 가운데 약 71%가 토가족과 묘족이다. 펑황현이라는 지금의 이름은 청나라 때부터 부르던 것. 현존하는 성곽 터 등은 대부분 원명 시대에 기초를 형성했고, 청나라 때 보수하고 개축했다. 산이 겹겹이 둘러싸인 지형 때문에 파괴되지 않고 특유의 문화를 간직할 수 있었다. 펑황고성은 타강?江을 끼고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강을 따라 수상가옥이 쭉 이어지는데, 목조로 된 가옥을 떠받치기 위해 세워놓은 얇고 길쭉한 나무들이 인상적으로 보였다. 강을 넘어 침범해 오는 적을 방어하고 홍수를 막기 위해 성곽은 강을 따라 세워졌다. 평지가 많은 중국 강남에는 성곽이 드문 편인데 펑황고성은 이런 지형적 조건 때문에 독특한 형태의 고성 마을을 형성하게 되었다. 아직 옛 건물의 겉모양은 그대로지만 내부는 호텔, 상점, 카페, 바BAR 등으로 개조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신시가지에 위치한 일반 호텔에 묵을 수도 있지만, 다소 불편함이 있어도 타강을 따라 형성된 옛 거리에 묵으면 오래된 도시의 매력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다. 펑황고성에는 타강을 따라 수상가옥이 늘어서 있다. 수심이 낮고 해초가 많아 동력배는 이용할 수 없고, 여전히 나룻배와 돛단배가 교통수단으로 유용하다. 이런 유유자적한 모습이야말로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를 떠나온 이방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부분이다 도시인을 사로잡는 거리 산책 이제 본격적으로 펑황고성 산책을 시작해 보자. 타강을 따라 성 밖으로는 수상가옥이 늘어서 있고, 그 반대편인 성 안쪽에는 주거지가 형성돼 있다. 북문인 벽휘문에는 수심이 낮을 때에도 효과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나룻배와 돛단배 여러 척이 자리하고 있다. 보기보다 민첩한 배들은 관광객을 태우고 일주를 하기도 하고, 주민들의 이동수단이 되기도 한다. 홍교는 청나라 강희제 때 보수한 후 지금까지 당시의 형태를 잘 보존하고 있다. 홍교에는 내부에 전망대가 있고, 부근으로 바와 카페들이 즐비하다. 반면, 홍교 건너편에 위치한 승항문쪽에는 소소한 전통 공예품과 먹거리를 파는 상점들이 이어지고 있다. 펑황고성은 특별히 사진 촬영을 위한 여행지로도 유명하다. 거리에서 고가의 카메라와 삼각대를 짊어진 이들을 만나기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풍경 자체가 멋져서 (똑딱이라고 하는) 소형 카메라만으로도 괜찮은 여행사진을 담아낼 수 있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촬영의 적시는 해질 무렵이다. 혹은 해 뜨기 직전의 물안개 낀 모습도 특별하다. 펑황고성의 밤과 낮 풍경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낮의 펑황고성이 손님들로 분주한 상가와 여행객들의 상기된 표정으로 들썩인다면, 밤은 차분한 가운데 화려한 불빛이 타강 전체를 타고 흐른다.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전광판을 내걸지는 않았다. 어두운 강이 반사판이 되어 불빛이 저 홀로 2배, 3배로 환하게 반짝일 뿐이다. 기념품이야 어느 곳에나 있는 것이지만, 토가족과 묘족은 전통 수공예품을 만드는 기술이 유난히 빼어나다. 베틀로 직접 짠 천과 그것을 다시 한 땀 한 땀 꿰매 만든 망토와 숄이 예쁘게 걸려 있다. 몇 대에 걸쳐 염색 기술을 전승해 온 공방도 있다. 묘족은 결혼 예물로도 은장식을 준비할 정도로 은 세공품 제작기술이 뛰어나다. 길가에 앉아 바느질을 하거나 액세서리 제작에 열중하고 있는 아낙들의 정성 때문에라도 기념품들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된다.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만든다고 촌스러울 거라고 생각은 틀렸다. 자연에서 배운 그들의 예술 감각은 도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펑황의 골목을 산책하다 보면 간식거리도 다양하다. 중국의 음식은 향이 강하고 또 기름져서 샹차이(고수풀)가 들어가지 않는 경우에도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펑황에서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 잎사귀에 싸서 찐 찰밥, 쌀로 만들었다는 두부와 짭쪼롬하고 매운 소스를 뿌린 각종 먹을 것들이 보는 즐거움뿐 아니라 먹는 재미까지 더해 준다. 후난성 펑황현 사람 심종문 ‘심종문, 22세, 학생, 후난성 펑황현 사람.’ 글은 심종문이 문인생활을 위해 베이징으로 갔을 때 처음으로 머물었던 여인숙의 숙박부에 기록했던 자신의 인적 사항이다. 심종문은 1902년에 펑황현에서 태어났다. 펑황고성 여행에 있어 심종문 생가는 주요한 방문지 가운데 하나다. 국내에도 번역서가 출간돼 있는 <변성邊城>은 심종문의 대표작이다. 소설에서는 펑황이라는 지명이 언급되지 않지만 소설에 묘사된 장소들을 그려 보면 쉽게 작가의 고향을 떠올릴 수 있다. ”쓰촨에서 후난으로 가는 길에 관가에서 닦은 도로 하나가 동쪽으로 나 있다. 이 길을 따라 가노라면 후난 서쪽 경계 부근에 차동茶洞이라 불리는 작은 산성이 나타난다. 거기에 작은 강이 하나 흘러 지나가는데 강가에는 작은 흰 탑이 세워져 있고 그 탑 밑으로 외딴 인가가 한 채 보인다. 이 집에 한 노인과 여자애 그리고 누렁개 한 마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 정재서 역/ 황소자리 노인은 단오절에 성 안에서 열리는 용주 시합에 취취를 데려가고, 부두를 관리하는 순순順의 두 아들 천보天保와 나송儺送이 동시에 취취를 좋아하게 된다. 취취도 둘째인 나송에게 끌리지만 정작 중매쟁이를 내세워 청혼한 것은 첫째 천보였다. 뱃사공은 뱃사공대로 외손녀의 사랑이 결실을 맺도록 도와주려 애쓰고, 천보 또한 두 번에 걸쳐 청혼하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그후 천보는 사고로 죽고, 충격을 받은 나송 또한 마을을 떠난다. 얼마 안가 뱃사공 노인이 죽고 취취는 할아버지에 이어 처녀 뱃사공이 된다. 취취는 “어쩌면 그 사람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어쩌면 바로 ‘내일’ 돌아올지도 모른다”며 나송을 기다린다. <변성>을 읽고 있으면 펑황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소설 속에는 다음과 같은 묘사도 있다. ” 누런 흙벽이며 검은 기와며 알맞게 자리잡은 집터며, 모든 것이 주변 경치와 한데 어우러져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했다. 시를 좀 읊을 줄 알고 그림 좀 그릴 줄 아는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이 강에 작은 배 하나를 띄우고 그 위에서 한 달여를 노닌다 해도 싫증나지 않을 풍경이었다. 눈에 들어오는 것마다 신기하고 아름다우니 자연의 거대하고 정교한 모습 하나하나가 보는 이를 황홀경에 빠지게 했다. “ - 정재서 역/ 황소자리 고성 한 켠에서 묘족이 전통 혼례를 선보이고 있다. 묘족 아가씨가 혼례에 참가한 하객들에게 전통 미주米酒를 권한다. 미주는 쌀로 만든 술로 우리 막걸리보다 달콤하고 도수가 약해 음료수처럼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소설보다 극적인 작가의 삶 심종문은 삶 자체가 마치 소설 같은 사람이다. 심종문 생가에는 이러한 그의 일대기와 작품,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심종문의 집안은 할아버지가 구이저우 총독을 지낼 정도로 권력과 재산을 동시에 지녔었다. 그러나 심종문의 어머니는 묘족 여자였고, 또 아버지는 신해혁명 등에 가담해 점차 가세가 기울게 된다. 심종문은 소학교마저 마치지 못했지만, 상서군벌 진거진의 비서로 지내는 동안 송명대의 그림과 고서, 고전문학을 접할 수 있었다. 학력 때문에 대학에 갈 수 없었지만 베이징대에서 수업을 청강하며 호적, 서지마, 호야빈과 같은 문인사상가들과 교류했다. 그 중 호적이 교장으로 있는 오송중국공학에 교사로 재직하게 되었고 학교 학생이었던 장조화에게 반해 끊임없는 구애와 무수한 러브레터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좌익사상은 물론이고 문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반대한 심종문은 중국 공산당 정부 수립 후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후에 중국역사박물관에 배속돼 활발한 문화유물학자로 성과를 남겼다. 심종문은 <변성> 외에도 여러 작품에서 펑황과 상서, 그리고 후난 지역의 풍경과 사람을 묘사했다. 아내 장조화에게 보냈던 러브레터와 <상서산행湘西散行>, <상서湘西> 등이 대표적이다. 심종문뿐 아니라 펑황의 아름다움에 주목한 예술가로 황영옥黃永玉이 유명하다. 실제로 후난성의 장자지에를 방문해 보면, 동양의 수묵화가 눈앞에 펼쳐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데, 그 펑황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 전세계적으로 알린 화가가 황영옥이다. 타강 강변에 자리잡은 그의 화실 ‘탈취루’ 역시 펑황의 명물인데, 심종문과 그는 친척관계다. 이 밖에 중화민국 초대 내각총리를 지낸 인물인 웅희령熊希齡은 어려서부터 ‘후난성의 신동’으로 그 천재성을 널리 알렸었다. Travel to Hunan ▶펑황고성 찾아가기 펑황고성은 후난성 서부에 위치한다. 장자지에와 이웃해 있어 차량으로 2~3시간여 거리다. 후난성의 성도인 창사長沙와 인천 사이에 직항편이 운항되고 있으며 비행시간은 약 3시30분여 정도 소요된다. 창사국제공항은 최근 신축을 통해 수용 규모가 크게 확대됐으며, 내부 시설 등이 업그레이드 됐다. 후난성은 아직 곳곳에 교통 인프라 개선이 진행 중으로, 고속도로가 개통된 창사-장자지에는 4시간이면 이동 가능하며, 창사에서 펑황고성까지는 총 5~6시간이 소요된다. 차량 이동 시간은 향후 더욱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바타> 촬영지 장자지에와 펑황고성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여행지 장자지에가 속한 곳이 바로 후난성이다. 통상 ‘장가계’로 불리며, 장자지에 국가삼림공원, 삭계욕, 천자산, 양자지지에 등이 함께 ‘무릉원武陵源’으로 묶여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천자산과 원자지에, 보봉호, 황룡동굴 등도 함께 관람하려면 이곳에서 최소 2박 이상 머무르는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케이블카와 친환경 차량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장거리를 걷지 않고 등산코스도 험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에 좋다. 또 영화 <아바타>에서도 그 모습을 빌려갈 정도로 독특한 기암괴석의 풍경이 함께 어우러져 중국의 산 가운데서도 가장 대중적인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장자지에와 펑황고성은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로 함께 여행해도 좋겠지만 두 곳을 함께 관광할 경우 5~6일의 일정을 잡아야 한다. 그런 이유로 현재 판매 중인 패키지여행 상품에서는 두 곳을 동시에 방문하는 일정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자유여행을 계획한다면 고려해 볼 만한 일정이다. ▶또 하나의 후난성 고성 베이징 후통을 닮은 간저우고성乾州古城 상서토가족묘족자치주의 청사소재지인 지서우시에도 주목할 만한 고성이 있다. 바로 간저우고성이다. 펑황고성과 달리 시내에 위치해서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입구인 북성문은 새로 지은 세트장 같은 인상을 줘서 첫인상에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안으로 걸으면 금세 베이징의 후통과 비슷한 고즈넉한 옛 건물과 정겨운 골목이 기다리고 있다. 간저우고성은 만용강萬溶江과 천성하天星河, 두 개의 물줄기가 흐르는 곳에 위치한다. 간저우라는 이름이 뜻하는 바로 그것이다. 북성문을 빠르게 지나쳐 오른쪽으로 조금만 거닐면 호가당이 나온다. 한 채의 집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연못 주위로 10여 가구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여름이면 호가당이 끼고 있는 넓은 연못에 연꽂이 가득 찬다. 펑황고성이 들썩이고 활기에 찬 모습이라면, 호가당은 도시에 위치하면서도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처럼 한가롭다. 연못가에 잠시 앉아 연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이 든다. 청나라 옹정제 때 지어진 간저우 건주문묘는 호남 지역에서 보존이 가장 잘 돼 있는 문묘(공자를 모시는 사당) 가운데 하나다. 가이드의 설명을 통해 알게 된 것인데, 건주문묘는 중국 문화대혁명 때 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모택동 사상이 적힌 현판을 건물 외벽 곳곳에 덧붙여놨었다고 한다. ‘낡은 사상’을 몰아내자고 불교와 유교 유적들을 대거 훼손했던 문화대혁명의 폭풍을 그렇게 피해갈 수 있었다. 창사에서 펑황으로 가는 길은 지서우를 거쳐야 한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지서우를 거쳐야 펑황으로 가는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서우에 방문하게 된다면 간저우 고성을 함께 방문해도 좋을 것이다. 1 전통가옥을 보존하고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후난성 지서우시에 위치한 간저우 고성 2 관광객들에 아랑곳없이 마을 구석구석은 어린이들의 놀이터다 3 후난 지역에서 가장 잘 보존돼 있다는 간저우 문묘, 오래된 멋이 느껴져 좋다
  •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32) 똥을 대하는 동물 태도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32) 똥을 대하는 동물 태도

    사람들은 누구나 똥을 더럽다고 생각한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똥과 마주치면, 특히 같은 인간의 그것이라면 마치 괴물을 본 듯 놀라 코를 움켜잡고 피하기 마련이다. 더러워서 피한다기보다는 무서워서 피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다. 그것은 아마 길거리에서 뱀이라도 보았을 때 취하는 행동과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똥은 식물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영양가의 보고이며 수억 미생물들의 진정한 거주지다. 그럼 인간과 같은 동물계에 속하는 다른 동물들의 똥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첫째, 동물들도 사람처럼 똥을 더럽다고 여긴다. 그렇게 보는 동물들은 대부분 육식동물이다. 그들의 냄새는 초식동물보다 훨씬 역겹다. 강아지 네 마리를 옥상에서 한동안 키운 적이 있는데 그 넓은 옥상에서 강아지들은 자기들 거주지와 가장 먼 반경에다 똥을 싸놓곤 했다. 고양이에게 모래 상자를 만들어 주면 반드시 그곳에 가서 싸고 감쪽같이 묻기까지 한다. 독수리 역시 엉덩이를 한껏 치켜들어 될 수 있으면 먼 곳으로 자기 물똥을 날려 보낸다. 둘째, 똥을 인식표로 취급한다. 똥은 종을 떠나 모든 동물들에게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만국어다. 최근에 멧돼지 퇴치용으로 호랑이 똥이 직효라고 소문 나서 한동안 호랑이 똥을 구하려고 예약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국 그것은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예전처럼 진짜 호랑이가 살았다면 분명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당연히 멧돼지는 천적인 호랑이가 있음을 똥 냄새로 인식하고 멀리 피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선행 학습이란 게 전혀 없기에 호랑이 똥의 경고는 위협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말이나 당나귀, 심지어 소까지 암컷의 오줌과 똥 냄새를 통해 생리 주기까지 알아내는 귀신 같은 후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최첨단 의료장비를 동원해도 아직 그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손이 없는 동물들은 촉각보다는 후각에 주로 의존한다. 아무리 더러운 똥이라도 일단은 코로 확인하고 보는 이유다. 셋째, 똥을 먹이로 생각한다. 호랑이, 토끼, 개, 원숭이 등 거의 모든 동물은 유아 단계의 새끼 똥을 거리낌 없이 먹어 치운다. 말, 당나귀, 사슴은 오후에 배가 출출하다 싶으면 바닥에 널린 똥을 주워 먹기도 한다. 어린 새끼들에게도 장내 미생물을 빨리 정착시킬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 된다. 성격 급한 말과 토끼는 음식을 빨리 먹고 빨리 배설하는 관계로 영양소가 상당 부분 그대로 똥에 남아 있다. 그래서 마치 소의 되새김질처럼 똥을 다시 회수해 먹는 게 그들에겐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사람과 동물 사이에 똥에 대한 견해는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많은 동물이 똥을 더럽다기보다는 유용하게 생각하므로 다수결 원칙에 따르면 사람들이 무턱대고 똥을 두려워하는 것은 자연의 원칙에 위배된다. 하지만 인간이 천성적으로 똥 모양 또는 그와 비슷한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태어나는 걸 어쩌란 말인가.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 lovnat@hanmail.net
  • 새끼 똥 맛 보는 유별난 엄마, 이유 알고보니...

    새끼 똥 맛 보는 유별난 엄마, 이유 알고보니...

     사람들은 누구나 똥을 더럽다고 생각한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똥과 마주치면, 특히 같은 인간의 그것이라면 마치 괴물을 본 듯 놀라 코를 움켜잡고 피하기 마련이다. 더러워서 피한다기보다는 무서워서 피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다. 그것은 아마 길거리에서 뱀이라도 보았을 때 취하는 행동과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똥은 식물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영양가의 보고이며 수억 미생물들의 진정한 거주지다. 그럼 인간과 같은 동물계에 속하는 다른 동물들의 똥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첫째, 동물들도 사람처럼 똥을 더럽다고 여긴다. 그렇게 보는 동물들은 대부분 육식동물이다. 그들의 냄새는 초식동물보다 훨씬 역겹다. 강아지 네 마리를 옥상에서 한동안 키운 적이 있는데 그 넓은 옥상에서 강아지들은 자기들 거주지와 가장 먼 반경에다 똥을 싸놓곤 했다. 고양이에게 모래 상자를 만들어 주면 반드시 그곳에 가서 싸고 감쪽같이 묻기까지 한다. 독수리 역시 엉덩이를 한껏 치켜들어 될 수 있으면 먼 곳으로 자기 물똥을 날려 보낸다.  둘째, 똥을 인식표로 취급한다. 똥은 종을 떠나 모든 동물들에게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만국어다. 최근에 멧돼지 퇴치용으로 호랑이 똥이 직효라고 소문 나서 한동안 호랑이 똥을 구하려고 예약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국 그것은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예전처럼 진짜 호랑이가 살았다면 분명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당연히 멧돼지는 천적인 호랑이가 있음을 똥 냄새로 인식하고 멀리 피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선행 학습이란 게 전혀 없기에 호랑이 똥의 경고는 위협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말이나 당나귀, 심지어 소까지 암컷의 오줌과 똥 냄새를 통해 생리 주기까지 알아내는 귀신 같은 후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최첨단 의료장비를 동원해도 아직 그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손이 없는 동물들은 촉각보다는 후각에 주로 의존한다. 아무리 더러운 똥이라도 일단은 코로 확인하고 보는 이유다.  셋째, 똥을 먹이로 생각한다. 호랑이, 낙타, 토끼, 개, 원숭이 등 거의 모든 동물은 유아 단계의 새끼 똥을 거리낌 없이 먹어 치운다. 말, 당나귀, 사슴은 오후에 배가 출출하다 싶으면 바닥에 널린 똥을 주워 먹기도 한다. 어린 새끼들에게도 장내 미생물을 빨리 정착시킬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 된다. 성격 급한 말과 토끼는 음식을 빨리 먹고 빨리 배설하는 관계로 영양소가 상당 부분 그대로 똥에 남아 있다. 그래서 마치 소의 되새김질처럼 똥을 다시 회수해 먹는 게 그들에겐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사람과 동물 사이에 똥에 대한 견해는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많은 동물이 똥을 더럽다기보다는 유용하게 생각하므로 다수결 원칙에 따르면 사람들이 무턱대고 똥을 두려워하는 것은 자연의 원칙에 위배된다. 하지만 인간이 천성적으로 똥 모양 또는 그와 비슷한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태어나는 걸 어쩌란 말인가.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 lovnat@hanmail.net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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