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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상포진’ 더운 여름 환자 급증 이유는…

    ‘대상포진’ 더운 여름 환자 급증 이유는…

    더위로 체력이 떨어지면서 대상포진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1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대상포진 진료비 지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상포진으로 병의원을 찾은 사람은 2008년 41만 7273명에서 지난해 57만 3362명으로 5년만에 37.4% 증가했다. 특히 기온이 높은 여름철 많은 환자가 몰려 지난해 7월에는 월평균 진료인원인 6만 3717명보다 12.5% 많은 7만 1683명이 병원을 찾았고, 같은 해 8월 환자수도 연간 평균환자수보다 15.0% 많은 7만 3322명이었다. 대상포진은 수두에 걸리거나 수두 예방주사를 맞은 사람의 면역력이 떨어질 때 신경을 따라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는 질병. 피부에 띠 모양으로 물집이 생기며 극심한 통증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연령별로는 70대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2601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2463명, 80대 2249명으로 뒤를 이었다. 환자 수는 50대 이후에서 특히 많았다. 40대의 경우 환자수가 인구 10만명 당 174명이지만 50대는 1925명으로 껑충 뛰었다. 성별로는 남성 22만 6323명, 여성 34만 739명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1.5배 많았다. 조남준 일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고령으로 나이가 많아 체력이 떨어지고 더위로 면역이 감소하면 대상포진에 걸리기 쉽다”며 “체력을 보충하고 만성질환에 대한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대상포진은 의학적으로 남녀 차이가 있거나 계절적 요인을 타는 질환은 아니지만 명절이나 김장철에 여성이 과로를 할 때 대상포진에 걸릴 확률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후 변화로 북극곰이 굶어죽고 있다…“45년 뒤 절반 감소”

    기후 변화로 북극곰이 굶어죽고 있다…“45년 뒤 절반 감소”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서 16살 정도로 추정되는 북극곰이 가죽과 뼈만 남은 아사 상태로 발견됐다. 북극의 얼음이 줄어들면서 물개 등의 먹이를 찾지 못해 굶주려 죽은 것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국제자연보호연맹이 해빙(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이 줄면서 북극곰 개체가 3세대 안에 최대 절반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6일 보도했다. 북극에선 지난해 기후 변화로 인해 해빙이 기록적으로 줄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52개국 과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거쳐 북극해의 얼음이 지구 온난화 때문에 33년 만에 절반 이상 녹았다는 내용의 ‘2012년 기후상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 해빙의 지난해 9월 최소 관측치는 132만 제곱마일로 1980년 수치(290만 제곱마일)의 45.5%에 불과했다. 이 기간 동안 줄어든 북극 해빙은 158만 제곱마일(약 409만 2000㎢)로 33년 사이에 한반도의 18배, 미국 면적의 약 42%에 달하는 얼음이 사라졌다. 북극곰 살리기 운동을 펼치는 폴라 베어스 인터내셔널의 이언 스털링 박사는 해빙이 사라지면서 북극곰이 먹이를 찾기 위해 광범위한 지역을 돌아다니다 결국 아사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곰이 굶주려 지쳐 쓰러진 채 죽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방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채 말 그대로 가죽과 뼈만 남은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노르웨이 극지연구소가 4월 이 곰을 스발바르 남쪽에서 발견했을 당시만 해도 곰은 건강해 보였다. 곰은 몇해 전부터 같은 장소에서 붙잡혔기 때문에 지난 7월에 약 250㎞ 떨어진 스발바르 북쪽에서 사체가 발견된 것은 곰의 정상적인 활동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조인다. 먹이를 찾아 북쪽으로 올라오면서 직선거리보다 2~3배 정도 먼 거리를 다녔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극곰은 주로 물개를 먹고 사는데 이들을 잡으려면 물개의 서식처인 해빙이 필요하다. 노르웨이 기상연구소의 프론드 로버트슨은 “올해 해빙이 사라지는 속도가 빠르고 시기도 매우 이르다”면서 “2005년부터 서쪽의 피요르드(빙하 침식으로 생긴 U자형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온 것)로 따뜻한 물이 들어왔는데 이후 이런 흐름이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40년간 북극곰을 관찰해 온 스털링 박사는 “대부분의 피요르드와 스발바르 제도에 있는 섬 사이의 바다도 대체로 지난 겨울 얼지 않았고 북극곰이 물개를 사냥하는 장소들도 이전만큼 먹잇감이 풍부하지 않아 보인다”면서 “곰이 먹이를 찾으러 다른 장소로 이동했지만 그 결과가 성공적이지 못했던 모양”이라고 전했다. 지난 5월 발간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허드슨만에 있는 북극곰이 건강과 번식 성공률, 개체수에서 악영향을 받고 있다. 바다에 얼음이 얼기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곰의 몸무게가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2월 북극곰 전문가패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빙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현재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2만~2만 5000마리의 북극곰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이 먹이를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북극 주변의 19곳의 북극곰 무리에서 자료가 확보된 12곳을 분석했는데 여덟 무리는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이 단체는 얼음이 녹으면서 약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의 북극곰이 다음 3세대에 해당하는 45년 안에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 정부는 지난 3월 예상보다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서 현재 개체 수의 3분의 2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크리미널 마인드 2(FOX 밤 12시) 10대 소녀를 감금한 살인마가 나타나고, 범인은 조각난 단서를 남기며 FBI 범죄 행동 분석반을 조정한다. 기디언은 각자에게 주어진 단서에 초점을 두지 말고, 다른 사건을 수사하듯 피해자 유형부터 프로파일링할 것을 팀원들에게 지시한다. 리드는 이 단서를 바탕으로 살인마가 말한 책이 무엇인지 밝혀내는데…. ■낚시왕 강바다(FTV 채널 밤 9시 15분) 서울 생활에 익숙한 강바다는 미니 자동차 트랙 하나 없는 시골 촌구석으로 이사 가기를 싫어하지만, 아버지와 함께 이사를 하게 된다. 한편 시골의 모든 것이 불만이었던 강바다는 물을 긷기 위해 찾아간 개울물에서 무언가 두려운 존재를 감지하고 두려워하지만, 그곳에서 미라클 짐을 만나 루어낚시를 처음으로 알게 된다. ■후아유(tvN 밤 11시) 은색 가방을 찾으러 온 남자. 가방을 건네주려던 시온은 심한 한기를 느끼고, 그 순간 떨고 있는 여자의 영혼과 마주하게 된다. 황급히 가방을 찾아 도망가듯 사라지는 남자를 보며 수상함을 느낀 건우. 그리고 여자의 영혼을 보며 의문을 품은 시온. 둘은 가방을 들고 사라진 남자를 쫓기 시작하고, 은색 가방을 둘러싼 두 번째 영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상한 쇼(SBS MTV 오후 5시) 디저트가 점점 보편화되는 추세인 요즘, 그 종류도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그렇다면 20대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는 과연 무엇일까. 가로수길에서 20대 여성에게 물었다. 상상만으로도 짜릿해지고 행복해지는 디저트. 폭로와 트집이 난무하는 수상한 식구들과 함께 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아지게 하는 디저트의 세계로 초대한다. ■나치 비밀보고서(내셔널지오그래픽 밤 10시) 히틀러의 엑스레이 사진, 건강검진 결과 등 진료 기록과 함께 발견된 그의 코카인 사용 기록을 찾는다. 1936년부터 그의 주치의였던 테오도르 모렐 박사는 히틀러의 곁에서 수상쩍은 진료를 하며 매일 최대 8가지 약을 처방해 줬는데, 그중에는 독성이 강한 스트리크닌도 포함돼 있었다. 과연 모렐 박사는 히틀러를 독살하려고 했던 것일까. ■포켓몬스터DP 3기(애니맥스 오후 3시) 지우와 친구들은 다음 포켓몬 콘테스트가 열리는 으름 마을로 향하는 배를 탄다. 배 안에서 팽도리와 피카츄가 놀고 있던 중 지우 일행이 잠시 눈을 뗀 사이에 배 안에 숨어 있던 로켓단에게 납치된다. 그런데 갑자기 바다가 거칠어지기 시작하고 로켓단은 피카츄와 팽도리를 놓쳐버린다. 한편 피카츄와 팽도리는 어느 무인도에 도착한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네놈이 십이령길 소금 상단이 내린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주색에 빠져 지금은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라는 것을 염탐하여 알아냈다. 네놈이 상단으로 복귀하려 든다면 필경 엄중한 견책을 당해 장문으로 다스리려 들 것 아닌가. 어디 그뿐인가.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첩지조차 빼앗기고 훼가출송 당할 것은 빤하지 않은가. 네놈도 장차 당할 치욕이 훤히 바라보였기에 이때까지 상단을 따돌리고 색주가로 뛰어들어 몸을 숨긴 것이 아닌가. 그렇게 되면 슬하에 딱 부러진 혈육도 없이 사고무친한 네놈이 마땅히 갈 곳도 없지 않은가. 지금처럼 비알진 산비탈에 발을 붙이고 살기는커녕 필경 유리걸식하며 비렁뱅이 노릇으로 연명하다가 역병에 걸려 길송장으로 숨을 거두겠지. 아니면 산 설고 물 선 먼 타관으로 흘러가 저자의 풍속을 어지럽히는 무뢰배들과 어울리며 하루하루 죽지 못해 연명하다가 그 논다니 계집이 나에게 팔아먹었던 것처럼 무고로 악명 뒤집어쓰고 쫓기는 신세 되기 십상이 아니겠나. 종국에 가서는 기찰하던 고을 군교들에게 걸려들어 결옥이 되어 짐승처럼 섬거적이나 뜯어먹고 살다가 목이 메어 뒈지고 말겠지. 고을의 군교들이 죄수가 죽으면 어떻게 처리하는지 아둔한 네놈도 익숙하게 보아온 터로 모를 턱이 있겠나. 내 말에 그름이 있느냐?” 채근해서 들었으나 듣고 보니 가슴속으로 찬바람이 불어갔다. 어렴풋이 가슴에 담아두긴 하였으나 이젠 말래 도방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신세가 되어버렸다는 말이 위인의 입에서 떨어지는 순간, 호비칼로 폐부를 후벼내듯이 아렸다. 잠시였지만 십이령길을 함께하였던 상단의 동무들과 샛재 숫막의 구월이 얼굴이 뇌리에 스쳐 저절로 눈물이 고였다. “나를 끌고 시방 어디로 갈 것입니까. 그 말대로라면 나는 댁에게도 아무 쓸모없는 무지렁이가 아닙니까.” “이놈 봐라. 속내가 해망쩍은 놈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닐세. 내가 네놈을 그 논다니에게 적지 않은 용채를 건네고 넘겨받은 까닭을 적실하게 꿰고 있구만. 바로 그것이다. 네놈이 이제 소금 상단과 평생 등지고 살아야 할 뿐만 아니라, 도방 대처에 내려앉아도 아무 쓸모없는 놈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네게는 오히려 크게 소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도 가도 못하는 네놈을 거두어줄 사람은 이제 이승에서는 나뿐이라는 것을 명심해라. 네놈이 엄장이 장대하여 힘에 겨운 부담롱을 지운다 하여도 오금을 쭉쭉 뻗으며 걸을 것이고, 가근방 지리에도 나처럼 익숙하여 영리한 나귀보다 말을 잘 듣지 않겠느냐. 이번 행보만 무사히 치르고 내 수하에서 고분고분하면 네놈의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한몫을 톡톡히 안길 것이니 내 말을 명심하거라.” “그럼 어디로 갈 작정입니까.” “아직 신지까지 알려줄 만치 네놈과 친숙하지는 않다. 그러나 종국에 가서는 알게 될 것이니, 입을 다물고 있거라.” 그때서야 위인의 정체가 산적의 두령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번쩍 뒤통수를 쳤다. 상단이 적소를 소탕하였으나, 간계에 속아 놓치고 말았다던 그 두령이었다. 그가 내성 저자에 매복하고 은신처를 찾아 헤맸던 바로 그놈이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금방 모골이 송연해지면서 등골에는 금세 식은땀이 배어나왔다. 그러나 호랑이 등에 업혀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길 도모가 있더라고, 이럴수록 내색해선 안 된다고 속으로 다짐하였다. 그런데 그의 속내를 꿰뚫고 있기라도 하듯 위인이 한마디 툭 던졌다. “왜? 말미 봐서 줄행랑이라도 놓고 싶으냐?” “도망 가도 갈 곳이 없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물색 모르고 냅뜨지 마라, 내 눈앞에서 몇 발짝 못 가서 네놈의 잔등에 비수가 박힐 것이야. 도망도 못 가고 괜한 목숨만 공중 날리게 되겠지. 그러지 않고 내게 붙임성 있게 군다면, 네놈은 살길이 트일 것이야.” 위인이 괴나리봇짐을 풀었다. 그 속에서 꽁꽁 묶어 두었던 도포 두 벌이 나왔다. 변복을 하자는 것이었다. 오가는 길목에서 길세만의 면목을 알아보는 길손들이나 원상들과 마주칠 것을 염려한 까닭이었다. 위인은 처음 계획했던 것을 단념한 눈치였다. 처음엔 낮에는 산속에 숨었다가 인적 없는 밤에만 걷기로 하였는데, 무슨 꿍심이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처음 작정을 바꾸어 낮에도 걷기로 한 모양이었다. 다급하게 처분해야 할 일이 생긴 것 같았다. 위인은 그제야 길세만의 결박을 풀고, 도포까지 입혀주었다. 난생처음 입어보는 도포였기에 거북하기 짝이 없었으나, 안면이 발각되지 않으려면 변복이 대순가 싶었다. 정한조가 이끄는 상단에 끌려 다니며 놀림가마리가 되고 갖은 고초 겪어가며 빈대 벼룩에 물어뜯기며 보잘것없는 이문을 좇아 동분서주하기보다는 위인을 주인으로 모신다면 뼈가 부러지는 듯한 등짐을 지지 않고 편안하게 살길 도모가 생길지도 몰랐다. 위인이 봇짐 속에서 무거리 떡 한 주먹을 꺼내어 내밀었다. 그리고 갈밭에서 나와 길바닥으로 내려섰다. 어엿한 행색의 두 도포짜리가 아침나절의 시원한 바람을 소매로 떨쳐가며 현동 저잣거리가 바로 코앞인 맷재를 넘어 곧은재로 들어섰다. 천만다행으로 그때까지 길손들이나 행상꾼들과는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일테면 적막강산이었다. 그 적막강산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일행과 더불어 곧은재를 넘고 있다는 자각이 들 때마다 길세만은 깜짝깜짝 놀라곤 하였다. 독자골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분천에 당도하였을 때는 해거름 녘이었으니, 두 사람의 행보는 축지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빨랐다. 나루터가 빤히 바라보이는 산기슭에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한숨 돌리고 있었다.
  • [커버스토리-팝업스토어 전성시대] 가로수길에서 단 한 달… ‘아이스크림 맥주’ 3만 잔 팔린 사연

    [커버스토리-팝업스토어 전성시대] 가로수길에서 단 한 달… ‘아이스크림 맥주’ 3만 잔 팔린 사연

    하이트진로가 일본에서 들여온 ‘기린 프로즌 나마’는 올 상반기 주류업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아이템이다. 얼린 맥주를 곱게 갈아 생맥주 위에 얹은 특허공법으로 ‘아이스크림 맥주’라는 애칭이 붙으면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팝업스토어인 ‘기린 이치방 가든’을 열고 한달여간 아이스크림 맥주를 판매했다. ‘지금 여기가 아니면 맛볼 수 없다’는 한정판 성격이 더해지면서 주중 한낮에도 평균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애초 이달 2일까지만 팝업 매장을 운영하려던 하이트진로는 행사를 1주일 연장했다.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다녀갔고 한달 동안 모두 3만 1잔이 팔렸다. 이는 1290만㎖로 맥주병 3만 9090병에 해당하는 양이다. 기린 팝업스토어는 사전 조사와 준비에만 1년 이상이 걸린 프로젝트다. 하이트진로 마케팅팀은 2년 전 기린 맥주 마케팅을 위해 일본 도쿄에 출장을 갔다. 기린이 도쿄, 오사카 등 일본 주요 도시 6곳에서 운영하는 팝업스토어를 답사하기 위해서였다. 김경훈 하이트진로 마케팅팀 과장은 “전국의 사업가들이 모여든다는 긴자 거리에서 팝업스토어가 열렸는데 맥주 한 잔을 마시려고 길게 줄을 선 것을 보고 한국에서도 ‘되겠다’는 감이 왔다”고 말했다. 보통의 맥주 신제품은 호프집에서 팔고 TV 광고를 통해 널리 알린다. 이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프로즌 나마라는 제품의 특성을 부각할 수 없다는 게 마케팅팀의 판단이었다. 이들은 일본의 팝업스토어를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다만 한국 실정에 맞게 바꾸는 것이 숙제였다. 장소부터 물색했다. 단순히 사람이 많은 곳은 배제했다. 처음부터 인터넷에 퍼지는 입소문인 바이럴 마케팅을 염두에 뒀다. 김 과장은 “프로즌 나마는 모양이 예뻐서 젊은 여성들이 좋아한다”면서 “이들이 블로그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찍어 올리면 홍보 효과가 클 거라고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주요 상권에 대한 분석 결과 강남역은 유동인구는 많지만 중고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혼재돼 있어 타깃 마케팅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한남동의 이태원은 주로 주말에만 젊은 인구가 유입되고 외국인 위주여서 배제됐다. 홍대는 유동인구 연령대가 30대 미만으로 분석됐다. 결국 낙점한 곳이 유행에 민감한 20~30대 여성들이 많이 찾는 가로수길이었다. 팝업스토어의 콘셉트를 ‘맥주를 재미있게 마시는 장소’로 정한 하이트진로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안주 개발을 궁리했다. 맥주와 잘 어울리도록 꿀과 시소(일본 깻잎)를 넣은 감자튀김을 와사비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 메뉴와 식감을 살리기 위해 닭고기 대신 새우를 넣은 케사디야 등의 가격을 5000원으로 정했다. 김 과장은 “다른 수입 맥주도 명동이나 강남역 등에서 임시 홍보 부스를 세우고 맥주를 무료로 나눠준다”면서 “하지만 고객들에게 가치 있는 경험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맥주 1잔(430㏄)을 실제 가격의 3분의2 수준인 8000원에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폭발적이었다. 기린 팝업스토어는 SNS를 타고 소문이 나면서 목표치의 3배인 3만명이 방문했다. 기린 맥주는 장소를 부산으로 옮겨 26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해운대 노보텔 1층 테라스 카페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하이트진로는 앞으로 기린 맥주의 TV 광고 대신 매년 장소를 바꿔 가며 팝업 마케팅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재규 홍익대 공간디자인학과 교수의 ‘체험 마케팅이 적용된 팝업스토어의 공간적 특성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팝업스토어는 해외에서 이미 정착된 마케팅이다. 2002년 미국의 대형 할인점 타겟이 신규 매장 부지를 찾지 못해 단기 임대한 임시 매장을 연 것이 인기를 끌자 기업들이 이를 벤치마킹하면서 생겨났다. 정해진 기간에만 문을 열고 이후에는 매장이 없어지거나 이동하기 때문에 템퍼러리 스토어(임시매장), 게릴라 스토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선을 끌기 위해 독특한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매장을 꾸미고 한정판이나 신상품을 전시, 판매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국내에서는 2009년 2월 홍대에 문을 연 ‘나이키’와 같은 해 10월 오픈한 제일모직 ‘구호’의 팝업스토어를 처음으로 본다. 팝업스토어는 정식 매장보다 기업이나 브랜드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판매를 촉진하는 효과가 크다고 평가된다. 특히 경제 불황과 맞물리면서 적은 비용으로 새 제품을 집중적으로 알리는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을 즉각 알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팝업 마케팅이 가장 활발한 곳은 화장품업계다. 백화점 안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들은 미샤, 더페이스샵 등 저렴한 로드숍 브랜드의 인기와 소비 위축이 맞물려 매출이 추락하고 있다. A백화점의 올해 상반기 화장품 매출을 보면 랑콤, SK-II, 에스티로더, 키엘 등 해외 브랜드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하락했다. 국내 브랜드들이 5.7%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위기’ 수준이다. 가만히 앉아서 손님을 기다릴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부터 해외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화장품 업체들은 잇따라 가로수길에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찾아가는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SK-II는 지난 2월 가로수길 ‘만남의 장소’인 커피스미스 카페에 팝업스토어를 냈다. 3주 만에 8000명이 방문하고 7주 동안 1만 5000만명이 찾아와 제품을 써 보고 구입했다. 지난 4월 같은 장소에서 또 한번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SK-II는 고객 반응이 좋자 이달 19일부터는 팝업 매장을 삼청동과 도산공원에 추가로 열었다. 특히 삼청점에는 지하 1층에 양조장을 재현해 화장품 원료인 피테라 추출물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도산공원점은 결혼을 콘셉트로 공간을 꾸며 예비 신부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색조 화장 브랜드 맥(MAC)은 지난 5월 가로수길 카페 ‘머그 포 래빗’을 빌려 첫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봄여름 시즌의 오렌지 색상을 주제로 메이크업 서비스와 손톱 관리 등을 해 주고 한정판 신제품도 판매했다. 색조 브랜드인 바비브라운도 다음 달 3일 가로수길에 팝업스토어를 연다. 단 하루 동안 신제품 파운데이션을 소개하고 샘플 등을 나눠 준다. 지난해 4월에는 샤넬 메이크업이 가로수길에서 한달 동안 팝업 매장을 운영하면서 한정판 신제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가로수길이 ‘팝업의 메카’로 떠오르면서 임시 대여 매장을 전문으로 알아봐 주는 부동산이 생겨날 정도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최근에는 비상업적인 목적의 팝업스토어도 생겨나고 있다. 에너지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8일부터 서울 종로구 서린동 본사 앞에서 사회적 기업을 위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이달 5일까지 장애인 예술가가 디자인한 손수건, 카드지갑, 명함첩, 공정무역 커피 등 5개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판매했다. SK이노베이션은 운영이 끝난 팝업스토어를 강남장애인복지관에 기부해 장애인 예술품 기업인 액티브 아트 컴퍼니의 판매 공간으로 활용하게 했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팝업스토어는 브랜드 론칭을 알리는 기법에서 SNS의 바이럴 효과와 맞물리면서 체험 마케팅으로 진화했다”면서 “앞으로도 기업이나 브랜드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나비도 피한다는 악취 ‘시체꽃’ 냄새 맡아 보니…

    [World 특파원 블로그] 나비도 피한다는 악취 ‘시체꽃’ 냄새 맡아 보니…

    “냄새가 나나요?” “글쎄요.” 23일 오후 2시쯤(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연방식물원’ 온실. 어른 키 두 배만 한 특이한 모양의 식물에 수십명의 관람객이 몰려 코를 가까이 들이대고 냄새를 맡고 있었다. 향기는커녕 시체 썩는 냄새를 풍긴다고 해서 ‘시체꽃’이라고 불리는 ‘타이탄 아룸’이었다. 가지에서 열리지 않는 꽃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꽃인 시체꽃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고유종으로 전 세계에 100여 송이만 있는 희귀종이다. 매년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길게는 수십년 만에 꽃을 피우며, 지독한 냄새 때문에 나비가 아닌 송장벌레나 쇠똥구리가 수분(受粉)을 한다고 한다. 미국 언론은 이 식물원의 시체꽃이 씨를 뿌린 지 6년 만인 지난 21일 저녁 꽃을 피워 악취가 진동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식물원 큐레이터 빌 맥로린은 “구역질이 나서 21일 밤 11시까지 저녁식사를 할 수 없었다”면서 “냄새를 형언하기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가 구토를 각오하고 직접 코를 들이대 봤는데, 웬걸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았다. 옆에서 함께 킁킁거리던 관람객들의 반응은 “냄새가 안 나 아쉽다”와 “냄새가 안 나 다행이다”로 갈렸다. 시체꽃은 개화 후 24~48시간 만에 급속히 시들고 냄새도 잦아든다고는 하지만, 그토록 지독하다는 냄새가 그렇게 말끔히 사라졌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얼핏 식물원 측의 과장된 ‘홍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실제 식물원 측은 입구에서 관람객에게 이번에 꽃을 피운 시체꽃을 상세히 소개하는 팸플릿을 그새 만들어 무료로 나눠 주고 있었다. 또 식물원 홈페이지는 시체꽃의 모습을 동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식물원의 문 닫는 시간도 평소보다 3시간 연장했다. 입장료가 무료이긴 하지만 한 명이라도 많은 손님을 끌어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공공기관의 노력 내지 서비스 정신으로 볼 수 있을까. 글 사진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프랑스 순례마을 보행기-순례는 안단테

    프랑스 순례마을 보행기-순례는 안단테

    Pilgrimage 길 위를 걷는 자에게 서두름은 독이 될 뿐이다. 순례자임을 표시하는 가리비 하나 달고 마음을 의지할 지팡이 하나 짚고 걸음을 내딛는다. 느릿하게 울리는 프랑스 순례마을 보행기步行記. 순례가 범람하는 시대에 길을 나서다 분명한 건 ‘철학’도 유행을 탄다는 점이다. 많이 생산하고 빨리 소비하는 게 절대적 선으로 여겨졌던 세상에 반기를 드는 가치들이 출현하고 있다. 버리고 줄이고 좁히고 늦추겠노라고 선언한 사람들은 웰빙을 부르짖고 로하스, 다운시프트 같은 삶의 방식을 발 빠르게 차용했다. 그에 따라 여행 철학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정복한 나라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성공한 해외여행이라고 자부했던 때도 있다. 밤낮없이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하는 여행에서 이제는 되도록 천천히, 느리게 여행하자 한다. 때마침 ‘걷기 여행’은 강력한 트렌드가 되었고 ‘산티아고 순례길’은 맞춤형 소비재가 되어 빠르게 소모돼 갔다. ‘그럴듯한 새로움’을 갈구하는 콘텐츠 시장에서 순례는 구미 당기는 소재였으리. 서점에 넘쳐나는 순례 에세이들, 열흘짜리 순례길 맛보기 여행상품까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민첩한 유행 앞에 순례의 본래 의미나 목적은 사장된 듯했다. 그래서였나. 내 딴에 순례란 단지 시대의 산물에 불과할 뿐이고 유행이 식으면 그 다음 주자에게 자리를 넘겨주어야 할 위태로운 ‘전염’이라 취급했으니. 이제야 심성이 삐딱한 여행자였노라고 인정해야 할 듯하다. 한 해 몇천명의 순례자들이 거쳐 가는 프랑스 남부 미디피레네Midi-Pyrenees 순례길에서 길의 매력에 전염되다 못해 여행 후 강력한 후유증까지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이번 여행기는 기도문이 될 것 같다. 나처럼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에만 있는 줄 알았던 여행자가 있다면 그 오만으로부터 얼른 구원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가리. 말뿐인 순례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나는 ‘순례’를 알지 못했다. 그 길 위를 걷기 전까지 말이다. ▶미디피레네 Midi-Pyrenees 프랑스, 안도라공국, 스페인에 걸쳐 있는 피레네산맥 일부 지역에 위치한 프랑스 남서부 주. 주도인 툴루즈Toulouse는 파리에서 남쪽으로 680km 떨어져 있다. 프랑스에서 만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사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수만 갈래다.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른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고보St.James. 그가 묻힌 스페인의 갈리시아 지방 수도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대성당에 이르는 모든 길은 순례길이다. 야고보를 찾아가는 길에는 축복과 기쁨보다는 성자를 향한 연민과 참회가 가득하다. 성자를 지키지 못한 신도들의 원죄가 깊고도 깊기 때문이리라. 야고보는 예수 사후 이스라엘에서 참수를 당했는데 신도들은 성자의 억울한 죽음을 맞고도 그의 시체조차 찾지 못했다. 유해를 싣고 스페인으로 향하던 배가 난파된 것. 9세기 들어서야 발견된 그의 시체는 그간의 험난한 여정을 증명하듯 노오란색 가리비가 다닥다닥 붙은 채였다고 한다. 뒤늦게 야고보의 묘지 위에 성당을 짓고 증축을 거듭해 산티아고를 조성했다. 그들이 성지를 세우는 것만으로 미안한 감정을 달랬다면 오늘날의 순례길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다. 성직자와 신자들은 단지 그의 묘를 참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가리비를 머리에 달고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성 야고보처럼 길을 나섰다. 아무리 구불구불한들, 제 아무리 험준하다 한들 당신이 걸음을 내딛으면 나만의 참회와 구원이 담긴 길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알고 보면 ‘산티아고 순례길’이 일반인에게까지 유명세를 떨친 건 최근의 일. 파울로 코엘료가 <순례자>를 집필하면서 전세계적인 열풍을 낳은 산티아고 순례길은 제주 올레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올레가 ‘휴식’이라는 이미지와 맞물린다면 산티아고 순례길은 ‘고난’으로 수렴된다. 현재 유럽에는 12갈래의 대표적인 순례길이 있는데 순례자 10명 중 8명은 일부러 프랑스 남부서부터 일정을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는 험준한 길을 택한다. 놀멍쉬멍 걷든 지팡이를 짚고 걷든 ‘걷는다’는 행위는 동양과 서양 어디서든 구도의 길과 이어지나 보다. 고단한 순례자의 안식처 콩크Conques 모든 순례길은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로 통칭되는데 프랑스 남부도시 생장 피드 포르에서 출발해 스페인 북부를 횡단하는 루트가 가장 유서 깊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걸은 길은 프랑스 남부 도시 르 퓌Le Puy에서 출발해 미디피레네주의 유명 순례도시를 관통하는 구간의 일부였다. 나를 포함해 미국, 라트비아, 중국, 크로아티아, 캐나다 등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을 이끌 가이드는 러시아계 프랑스인인 엘리나. 말 그대로 다국적 ‘순례단’인 우리는 미팅 포인트였던 툴루즈Toulouse에서 그녀를 보자마자 속사포같이 질문을 쏟아낸다. ‘예순이 넘은 내가 걸을 수 있는 길이냐, 하루에 몇 시간을 걷는 거냐, 너무 힘들면 도중에 포기해도 되냐’라는 질문에 엘리나는 빙긋 웃으면서 답했다. “마음을 먹은 성직자들은 이 길을 무릎으로 기어 올라간답니다.” 차분한 한마디였지만 ‘엄살떨지 마시오’라는 엄포가 분명했다. 동행인이 있어도 또 가이드가 붙는다 해도 긴장되는 초행길이었다. 사람들의 경직된 표정을 읽었는지 엘리나는 이 길을 가는 데 있어 꼭 경건한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일러준다. 단지 마주치게 될 프랑스의 대자연, 봄과 여름 사이를 가르는 바람, 작은 마을들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즐기라 했다. ‘순례’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에 짓눌렸는데 어느덧 경직된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린 건 헤픈 성격보다는 ‘끝내줬던’ 날씨에 책임이 있으리. 미디피레네를 횡단하는 갸론Garon강에서 첫 번째 목적지 콩크Conques까지 3시간 가량 차로 이동하는 동안 첩첩산중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건 바로 건축자재였다. 주변에 암석으로 된 산이 없는 탓에 갸론강에서 길어 올린 붉은 모래를 이용해 벽돌을 구워 건물을 올리고 길을 닦은 툴루즈와는 달리 암회색 집들이 눈에 띈다. 언덕 위 석회석을 이용해 튼튼히 쌓아올린 건물이 모여 있는 작은 마을 앞에 일행을 태운 차가 멈췄다. 콩크는 불어로 조개를 뜻하는데 마을 전체가 조개껍데기를 엎어놓은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 겨우내 잠잠했던 콩크는 4월 부활절과 함께 모여드는 순례자들로 다시금 활기를 찾는다. 중세 순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산티아고를 찾아가는 길목길목에는 순례자를 위한 마을이 조성됐고 콩크도 그 마을 중 하나다. 각 순례 도시는 종교적인 기능과 생활적인 기능 모두를 담당했다. 전망이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교회나 수도원이 들어서 있다. 매일 평균 8시간 동안 길을 걷는 순례자가 안락한 밤을 지새울 수 있도록 숙박업소가 등장했고 그들을 치료하기 위한 병원이 갖춰졌다. 90가구가 전부인 이 작은 마을에 한 해 3만명의 순례자들이 모여든다. 기사들도 말 위에서 내려와 걸어야 했을 만큼 좁은 골목길, 손으로 일일이 쪼개 얹은 기왓장은 천년 동안 고단한 순례자를 반겨 왔다. 느린 걸음으로 한 시간이면 돌아보는 마을이지만 세계 각국에서 출발한 순례자에게 콩크는 없는 것 빼고 다 갖춘 마을일 거다. 작디작은 마을에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켜켜이 앉은 시간이 스쳐갔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 12사도 중 한 사람인 성 야고보의 순교지라는 게 정설. 산티아고는 야고보의 스페인식 발음이며 콤포스텔라는 ‘별의 들판’이라는 뜻의 라틴어campus stellae에서 유래했다. 예루살렘·로마에 이은 유럽 3대 순례지의 하나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을 비롯해 성당·교회·대학 등 중세의 건물이 남아있어 번영했던 때를 보여준다. 척박한 땅에서 드리는 기도 로카마도르 Rocamadour 순백의 도시가 언덕 끄트머리에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계령 뺨을 칠 정도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거슬러 올라가고 나니 로카마도르Rocamadour가 드라마틱하게 등장했다. 촉박한 일정이었지만 잠깐 머뭄의 시간을 갖는 데 일행 모두가 동의했다. 마을 입구를 2km 앞두고 멀찌감치 떨어져 하염없이 마을을 바라본다. 오체투지로 순례길에 나선 성직자들은 물론이고 순례로서 죗값을 치르던 이들까지 바로 이 자리에 서서 마을을 굽어보고 한시름 놓았을 게 틀림없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덕에 자꾸 발걸음이 늦춰진다. 이 마을은 석회질이 다량 포함된 토질 덕분인지 유난히 흰 빛을 뽐낸다. 석회바위산 꼭대기에 이 같은 마을을 만들려면 평지보다 몇 배 노동력이 투입됐을 텐데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입지였다. 듣자하니 이 ‘석회’가 바로 순례마을의 비밀을 푸는 열쇠였다. 6만년 전 이 일대가 바다 밑에서 융기하며 바다생물이 퇴적된 땅이 드러났다. 토양의 주성분은 석회석과 같은 탄산칼슘. 하지만 물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토질 탓에 나무를 심어도 과실이 나지 않고 곡식을 심어도 추수할 수 없는 척박한 땅이 돼 버렸다. 성직자들은 아무도 살지 않는 땅, 조용히 명상할 수 있는 이곳에 주목했다. 12세기부터 도시를 일궈 한때는 8,000명 가까이 머무는 ‘기도하는 마을’을 만든 것이다. 지금은 800명 규모로 축소됐지만 한 해 방문객만 100만명에 이르는 관광지다. 가장 유명한 순례마을 중 하나였던 로카마도르는 악명 높은 곳이기도 했다. 삶이 고단한 자들은 유복한 내세를 보장받기 위해, 범죄자들은 죄를 용서받기 위해, 어떤 이들은 기적을 간구하기 위해 마을의 맨 꼭대기 성당을 찾았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찾는 구원을 얻고자 필시 223개의 계단을 오르는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어떤 성직자는 구불구불한 14개의 고갯길을 택해 무릎으로 오르기도 했다. 모든 고통을 감내할 수 있었던 건 성당 내 위치한 ‘검은 성모상’을 알현하기 위함이었다. 106년 기적을 행했다는 검은 성모상은 시간이 흐르며 자연적으로 검게 변했다고 하는데 프랑스 내 많은 검은 성모가 있지만 로카마도르 것을 제외하고는 일부러 페인트를 칠한 것도 많다 한다. 가끔 아무도 치지 않는 종이 울리는 건 이 성모의 힘이라고 로카마도르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 두런두런 얽힌 로카마도르 이야기를 들으며 223개의 계단을 올랐다. 로카마도르 터가 머언 옛날 바다 아래 잠겼던 땅임을 증명하듯 계단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화석이 박혀 있다. 아름다운 길이지만 시간이 흘렀어도 악명은 여전했다. 최영미 시인은 아침마다 내뱉는 마른 기침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하는데 나 역시 고통으로 생이 자각되긴 마찬가지였으니. 건조한 모래바람이 호흡기를 훅 틀어막고 심장은 튀어나올 듯 펌프질을 해댔다. 온몸의 기관들이 벌떡 잠에서 깼을 무렵에야 검은 성모의 성당 앞에 겨우 발을 디뎠다. 언덕 꼭대기에는 대성당 외에도 자연 동굴을 활용해 만든 예배당이 있었는데 건조한 기후 탓인지 외벽에는 13세기에 그려진 벽화가 그대로 남아있다. 럭비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미디피레네 사람들을 위한 럭비의 신 예배당도 갖추고 있다. 엄숙하게만 보인 순례 마을의 귀여운 재치라고나 할까. 다시 떠나는 길 오슈Auch 마지막 행선지 오슈Auch에 도착하기 전 프랑스에서 가장 작은 마을이라 알려진 라르상글Larressingle에 들렀다. 목적은 라르상글에 있는 교회에서 순례자들에게 찍어 주는 도장을 받기 위해서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 각 순례 마을은 이들 여권에 방문자임을 증명해 주는 도장을 찍어 준다. 그러나 한때 주교가 거주할 정도로 큰 마을이었던 라르상글에는 을씨년스런 바람이 불었다. 교회 역시 군데군데 파손된 흔적이 역력했고 벽에는 커다란 엑스 표시가 낙인처럼 찍혀 있었다. 엑스 표시는 ‘팔렸음’을 뜻하는 표식이란다. 20세기 병적으로 ‘프랑스’적인 것에 탐닉한 미국인들은 오벨리스크를 유럽으로 옮긴 로마인처럼 프랑스의 와인이나 예술품뿐만 아니라 건물을 통째로 뜯어 부지런히 신대륙으로 날랐다. 혁명정부 이후 나폴레옹 제정이 들어서면서 교회는 더 이상 경배의 대상이 아니었다. 군자금을 충당하려는 약탈자들이 전국의 교회로 몰려들면서 온전히 제 모습을 보존하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 당시 프랑스인에게 교회를 뜯어 파는 일은 아무런 죄책감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왠지 교회 내부에 바깥보다 더 추운 공기가 도는 것 같다. 별 기대 없이 여권을 대고 한 켠에 마련된 도장을 꾸욱 눌러 보는데 선명한 글씨가 찍혀 나온다. 한동안 이용하지 않았다면 잉크가 말랐을 게 분명하지만 도장은 아직 촉촉했다. 분명 바로 얼마 전 순례자가 이곳을 지나갔다는 뜻이기도 했다. 반가운 마음에 길을 재촉했다. 순례자의 행선지가 우리와 같다면 길 위에 마주칠 것이다. 한걸음에 달려 오솔길 위를 걷고 있는 두 명의 사내를 발견했다. 우리는 같은 길을 걷는 길 위의 동지였으므로 안면몰수하고 둘을 잡아 세웠다. 순례에 나선 지 한 달이 넘었다는 미국인 칼과 브라이언트는 40년지기 친구사이. 군에서 제대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먼저 걸었던 칼이 브라이언트를 끈질기게 설득해 성사된 여행이라고 한다. “부인과 자녀 모두 미쳤다고 했지만 친구 녀석 믿고 한번 와보기로 했지.” 결국 브라이언트는 ‘해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보스에게 장기 휴가를 얻는 데 성공해 길에 나섰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가장 오래된 도장을 찍었다는 그는 여정이 빼곡히 담긴 여권을 자랑한다. 남이 보지 않을 땐 꼭 붙어 걷던 두 사람에게 어깨동무를 요청하니 쑥스럽다며 발을 뺀다. 나머지 여정도 건강하게 마무리짓길 바라며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우리대로 오슈에 다달았다. 오슈라는 도시명은 아우구스투스에서 유래했는데 이곳은 중세 유명한 종교도시였다. 도시 어디에서나 고딕양식의 오슈대성당Auch Cathedral이 시선에 걸린다. 성당 내부는 26m 높이로 프랑스에서 가장 큰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다. 해마다 5월이면 오르간축제가 펼쳐지고 6월부터 8월까지 매주 일요일에는 무료 콘서트가 열린다. 가장 좋은 것, 귀한 것을 집약해 천국에서의 행복한 나날을 암시하고자 했던 의도대로 교회 내부는 화려했다. 믿음을 확인한 순례자는 교회를 빙 한 바퀴 돌아보고 다시 길을 나서야 하는 동력을 얻는다. 오늘날 프랑스의 순례 마을과 관련 건물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 많은데 단지 시간이 오래 되어서라거나 보존이 잘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차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믿음의 힘만으로 수천명의 사람들이 같은 길을 걸었던 장면은 그 당시에도 장관이었을 테니. 반면 기독교가 쇠락하고 신보다 인간이 앞서던 시대가 도래하고 또 부르주아 혁명이 일어나면서 순례길이 쇠퇴해 갔다는 점도 유럽인의 역사가 이 길 위에 오롯이 반영되는 것 같다. 다시 성찰의 기회를 물색하던 현대인에게 조용히 길을 내준 사람들 덕분에 순례마을은 박제된 박물관이 아닌 삶과 역사의 교차점에 서 있다. 그리고 내 삶의 좌표는 그 어디쯤엔가 찍혀 있다. 글·사진 양보라 기자 취재협조 프랑스관광청 kr.rendezvousenfrance.com 02-776-9142 ▶travie info 어디서 출발하면 좋을까 출발점을 선택하는 건 순례자의 몫이다. 프랑스길Camino Frances을 걷는다면 파리, 르퓌Le Puy, 아를Arle, 생장St. Jean Pied de Port이 관문지다. 특히 생장에서 산티아고까지 800km에 이르는 코스에 70%의 순례자가 모인다고 한다. 미디피레네 코스를 걷고 싶다면 주도 툴루즈Toulous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무엇을 준비할까 가리비와 나무 지팡이를 든 순례자의 초라한 행색도 시간이 흐르며 변모됐다. 기본적인 아웃도어 트레킹 물품을 준비하자. 편한 신발, 스틱, 수통 등을 챙기자. 빗물로 인해 무릎 아래 부분이나 등산화가 젖는 것을 방지하는 스패츠도 유용하다. 유럽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하려면 우비는 필수다. 어디서 먹고 씻고 잘까 일단 먹는 것은 알아서. 순례자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에서 조리도 가능하다. 알베르게는 도미토리 형식의 유스호스텔이라 보면 되는데 순례길 전역에 분포해 있다. 위생상태는 천차만별. 때로는 침대 진드기에 역습을 당할 수도 있다. 다음 순례자를 위해 한 곳에 오래 머물 수 없다. 다만 몸이 아픈 경우는 예외다.
  • 부산① 해운대 어데까지 가봤노?

    부산① 해운대 어데까지 가봤노?

    ‘해운대’라는 이름에 오버랩되는 백사장과 파라솔의 향연 말고, 즐비한 횟집과 술집, 으리으리한 호텔들로 병풍을 둘러친 거리 말고, 해운대 어디까지 가봤나요? “이것 한번 잡숴봐” 해운대시장 해운대 앞 대로로 5분 정도만 걸어 나오면 왼편의 한 골목을 자치하고 있는 재래시장이 나온다. 규모는 작지만 ‘부산스러운’ 시장의 느낌만은 오롯한 곳. 골목 끝에 자리한 손바닥만한 공간의 수선집이나, 우뭇가사리 묵을 콩국에 말아 후루룩 먹고 떠나는 시장 상인의 모습에 정감이 넘친다. 배덕광 해운대구청장이 극찬했던 선술집 ‘봉자네’는 지역 토박이들도 손에 꼽는 애주가들의 방앗간. 값도 싸지만 인심도 푸근해서 자주 찾는 곳이다. 주소 부산 해운대구 중1동 1394-193 문의 051-746-3001 한여름 해운대 해수욕장을 가득 채우는 파라솔이 아니더라도 화려한 축제가 끊이지 않는 해운대는 밤이건 낮이건, 여름이건 겨울이건 언제나 생생한 기운으로 와 닿는 곳이었다. 으리으리한 건물들과 잘 짜여진 도시의 면모는 몇년 전 해운대 방문 때보다 더 화려해졌다. 호주의 유명 건축가가 디자인했다는 영화의 전당, 번쩍번쩍 눈이 부신 센텀시티의 건물들, 해운대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났던 모습이었다. 사람과 건물이 넘쳐나는 도시. 그러나 센텀시티의 높은 건물들을 쿨하게 지나친 차는 해운대해수욕장도 송정해수욕장도 아닌 복작복작한 시장, 혹은 호젓한 소나무 숲길, 작은 포구 마을에 멈춰섰다. 방금 전까지 건물이 빽빽한 도심 속을 달려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게 무언가. 정말 해운대의 모습이 맞단 말인가. 내 편견을 깨 버린 해운대가 거기 있었다. 해운대포구여행 부조화 속의 조화, 삼포 소가 누워 있는 모양이라는 와우산 자락에 위치한 삼포. 그중 청사포다. 등 뒤로 도시의 번잡함을 외면한 마을에는 멀리 등대 두 개, 횟집과 조개구이집 그리고 이국적인 카페가 한풍경을 이루고 있다. “여기가 내가 처음 부산에 와서 제일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곳이에요.” 동행한 해운대구청 박영희 주무관의 말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포구의 조용하고 한적한 풍경에 빨갛고 하얀 등대 두 개가 화룡점정이다. 옛날에는 횟집밖에 없었다는 이 작은 어촌마을은 그래서인지 요즘 카페들이 속속 들어서는 중이라고. 횟집 사이에서 별스러움을 뽐내는 카페는 한편으론 이상하지만, 한편으론 재미있다. 부산에 왔다면 청사포 조개구이를 먹어 봐야 한다. 사실은 이곳에는 횟집이 더 많았었지만 언젠가부터 조개구이집이 유행처럼 늘어났다. 청사포 왼편으로 늘어선 조개구이집들은 밤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다. 자글자글 조개 굽는 재미에도 그렇겠지만 달빛 은은한 어촌 마을 밤 풍경이 발길을 유혹하지 않았을까! 또 다른 포구인 구덕포는 송정해수욕장의 오른편에 자리한 어촌마을. 듬성듬성 앉은 나지막한 집들과 홀로 생뚱맞게 자리를 잡고 있는 높은 건물…. 레저를 즐기는 사람도 많고 자동차들도 많은 송정해변과 더욱더 비교되는 풍경이다. 하지만 가만히 서서 바라보니 구덕포는 송정해변과 해변 끝에 있는 죽도 공원까지 한눈에 보일 만큼 뛰어난 조망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레저 관광을 테마로 구덕포 한 쪽에 해양레저콘트롤하우스를 짓는 중이라고. 사람이 많이 찾는 포구를 찾는다면 단연 미포다. 미포 가는 길은 울산과 부산을 연결하는 동해남부선이 지나가는 철로를 끼고 있어 기차 건널목 특유의 표식들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곧 신시가지로 철로가 옮겨가지만 아직까지는 철커덩철커덩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기차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마음이…> 등 여러 영화의 촬영지로 이용되었고 덩달아 관광객들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미포로 접어들어 포구 가까이 다가가면 건물들과 배가 한눈 가득 들어온다. 오륙도로 떠나는 유람선과 고기잡이배, 노점을 펼쳐놓은 할머니, 복잡하지만 활기찬 어촌의 풍경이 고스란히 눈 안에 맺혔다. 달맞이고개 탐방 밤에도, 낮에도, 언제라도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송정해수욕장을 향해 만을 따라가는 달맞이길에는 여기저기 멋진 장소와 풍경이 자리했다. 오래 전부터 부촌이었던 이곳엔 갤러리들, 스튜디오와 레스토랑 등이 길 안쪽에 빼곡하다. 언덕 초입에 있는 갤러리 몽마르트르의 박덕남 부관장의 말에 따르면 갤러리 방문객이 한 달 평균 200~300명에 달한다고. 맥화랑의 장영호 대표 또한 사람들이 운동복을 입고도 갤러리를 찾아온다며 갤러리가 친숙해지는 것 같아 기쁘단다. 그래서 더 다양한 전시와 강좌를 준비하며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이런 변화는 갤러리 자체의 노력도 있겠지만 해운대구가 달맞이길에 10년에 걸쳐 나무데크 인도를 설치한 것도 그 영향이 크다. 올해 3월 완공한 이 길 덕분에 산책 삼아, 운동 삼아 걸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달맞이길 아래로 총 2.2km의 산책로를 만들어 달빛을 받으며 걷는 ‘문탠로드’를 개발한 것도 하나의 이유다. 이름에 걸맞게 밤 11시까지 불을 밝혀 숲길임에도 늦은 밤 산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달맞이길에서는 해운대구 앞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조망 포인트들도 많다. 그중 해월정은 달맞이 고개 언덕 위에 있는 팔각정으로 공원, 카페 등이 모여 있는 길목에 위치해 찾아오는 사람도 아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2005년 APEC 개최 기념으로 세운 해마루도 있다. 언덕 꼭대기에 자리해 탁 트인 바다를 원 없이 감상할 수 있다. 달맞이 고개를 넘어 송정해수욕장의 끝 죽도공원에 있는 송일정까지 길따라 차례로 만나게 되는 이 세 곳의 팔각정에서는 오륙도는 물론, 날이 맑으면 대마도까지 관찰할 수 있다. 좀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달맞이고개 곳곳에 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찾는 것도 좋다. 유리외벽으로 전망이 좋아 친구나 연인끼리 많이 찾는 메르씨엘 레스토랑뿐 아니라 길을 따라 대형 커피전문점들이 들어서 있어 다양한 맛의 커피도 즐길 수 있다. 글 차민경 기자 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해운대구청 www.haeundae.go.kr ▶travie info 부산 웨스틴조선호텔 서머 패키지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은 7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Summer Fun+패키지’를 운영한다. 숙박객들은 아이리얼 파크, 신세계 센텀시티 스파랜드, 부산시티투어버스 중 하나를 즐길 수 있다. 2박 이상일 경우 케이크 만들기, 샌드위치 만들기 등의 실내 프로그램과 야경코스를 돌아보는 ‘달을 향해 하이킥’, 이기대-오륙도를 트레킹하는 ‘오륙도 상륙작전’, 태종대를 둘러보는 ‘왕의 정원을 찾아라’ 등 야외 프로그램 중 한 가지를 이용할 수 있다. 야외 프로그램은 체험 프로그램 전담팀 FaCeFun, Activity, Cool, Entertainer가 동행해 체험을 돕는다. 가격 객실 22만~51만원(세금, 봉사료 별도). 해운대 해변을 이용할 때 파라솔과 선베드, 즉석카메라를 선착순으로 대여해 준다. 문의 051-749-7001 www.echosunhotel.com 반짝반짝 빛나는 티파니21 육지에서 바다를 보는 것과 바다 위에서 육지를 보는 것은 사뭇 다르다. 특히 저녁시간, 불빛이 반짝이는 광안대교를 먼 바다에서 즐기는 것은 압권이다. 높이 솟은 센텀시티는 낮보다는 밤에 더 아름다워 보인다. 티파니21은 하루 네 번 운항한다. 투어는 시간대에 따라 런치·쿠키·디너·나이트로 나뉘며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항로는 비슷하지만 런치·쿠키 투어에는 오륙도 투어가 포함되어 있다. 요금 런치(낮 12~2시) 6만6,000원, 쿠키(오후 3시30분~5시) 4만4,000원, 디너(오후 7~9시) 9만9,000원, 나이트(밤 10시~자정) 7만7,000원. 문의 1577-7721 www.coveacruise.com ●mini interview┃송정 윈드서핑 서핑학교 서미희 대표 바람을 부르는 바다 “송정이 얼마나 좋은 서핑포인트인데요.” 송정 최초의 서핑학교인 ‘송정 윈드서핑 서핑학교’의 서미희 대표는 말했다. 파도가 아주 높은 곳은 아니지만 중급자나 초급자에게 이만한 바다도 없다고. 보통 서핑 하면 외국만 떠올리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단다. 송정은 동해와 남해의 중간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여름에도, 겨울에도 바람이 계속 불어 1년 365일 서핑을 즐길 수 있다고. 실제로 아직 해수욕장이 개장하지 않았는데도 송정 바다에서는 서핑, 카이트 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미희 대표는 우연히 송정바다에 들렀다가 서핑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을 보고 송정의 가치를 발견한 뒤 17년째 송정에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는 서핑이 자주 방송에 노출되면서 찾아오는 사람이 늘었다고. 서미희 대표가 운영하는 송정 윈드서핑 서핑학교에서는 서핑강습뿐만 아니라 장비 일체를 대여해 준다. 송정 윈드서핑 서핑학교┃주소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송정동 711-9 문의 051-704-0664 surfschool.co.kr
  • 혹시 염소성 여드름?

    우리나라의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이 최근 미국의 고엽제 제조회사를 상대로 피해를 배상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염소성 여드름’ 피해자 39명만명에 대해 고엽제와의 인과성을 인정하면서 염소성 여드름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문제가 된 염소성 여드름은 인체가 고엽제에 함유된 다이옥신에 노출될 경우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전쟁 당시에 살포된 고엽제인 ‘에이전트 오렌지’의 다이옥신 성분이 유발하는 일종의 피부 발진으로, 화학물질이나 환경오염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염소성 여드름은 크기가 다양한 면포와 낭종이 얼굴의 볼이나 귓바퀴에 잘 생기는데, 낭포가 커지면서 2차적으로 염증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 얼굴 외에 경부나 둔부·음낭·성기 등에 생기기도 한다. 이런 염소성 여드름이 일반 여드름과 다른 점은 사춘기 여드름이 10대 전후에, 성인 여드름은 25세 이후에 나타나는 데 비해 염소성 여드름은 전 연령대에 걸쳐 발생한다는 점이다. 또 원인물질에 노출되면 2~4주 후에 증상이 나타났다가 4~6개월 동안 서서히 사라지지만 심한 경우에는 30년 이상 증상이 지속되기도 한다. 또 사춘기 여드름은 주로 피지선이 많은 양 볼이나 이마·콧등에, 성인 여드름은 턱선과 목 주위에 잘 생기는 데 비해 염소성 여드름은 눈 주변과 귓불, 음경과 음낭, 겨드랑이, 가슴과 배, 엉덩이 등에 잘 생기는 특성을 보인다. 강남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이상준 원장은 “여드름은 원인이 무척 다양하며, 모양은 비슷하지만 여드름이 아니라 다른 질환인 경우도 있다”면서 “특히 염소성 여드름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원인물질과의 접촉이 입증되어야 하며,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으므로 증상이 의심되면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여의도의 재구성

    여의도의 재구성

    한강 위에 뜬, 알고 보면 엄연한 섬. 수상 레포츠와 63시티, IFC에서의 몰링까지, 극과 극 피서가 가능한 곳. 땡볕 더위와 열대야를 이겨낼 강력한 처방전으로 여의도를 추천한다. ■River 여의도 한강공원을 즐기는 세 가지 방법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공원, 밤이 오면 뜨거워지는 반전 있는 공원! 여의도 한강공원을 즐기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섬 둘레를 자전거로 돌아보거나 요트나 유람선을 타고 여유를 즐겨 보자. 선선해진 밤이면 잔디밭 위에서 재즈 선율에 빠져 보는 것도 좋다. 자전거 하이킹 즐기기 여의도는 한강에 떠 있는 제일 큰 섬이다. 섬 반쪽 면은 샛강에, 나머지 반쪽 면은 한강 물길에 접해 있고 공원 역시 샛강생태공원과 한강공원으로 양분돼 있어 풍광이 사뭇 다르다. 한강 자전거족들이 여의도를 사랑하는 이유도 이런 다양한 매력 때문. 두 공원을 거쳐 여의도를 한 바퀴 돌아보는 데는 1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자전거는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밑에서 빌릴 수 있다. 여의도역으로 오는 경우 여의도공원에서 대여하고 반납해도 된다. 원효대교에서 시작해 63빌딩을 바라보며 달리면 곧 좁은 샛강이 나온다. 노량진과 여의도를 사이에 두고 흐르는 샛강은 제법 길게 이어지는데, 빌딩숲 사이로 억센 생명력을 자랑하는 무성한 갈대숲이 놀랍다. 또 습지 속으로 들어가 야생초 화원, 버들숲, 여의못 등을 데크 위로 걸어 볼 수 있어 좋다. 샛강 생태공원은 여의도 둘레의 절반인 3~4km에 달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는 것이 좋다. 물길이 모인 방문자센터 앞 여의못을 걸어 본 후 국회의사당 방향으로 달리거나, 여의도 공원을 가로지르면 다시 한강공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마포대교 아래에는 시원한 분수와 물이 흐르는 ‘물빛광장’과 ‘피아노물길’, 한강공원에서 가장 넓은 잔디밭인 ‘너른 광장’, 시원한 음료로 해갈할 수 있는 ‘빛의 까페’와 편의점이 있다. 여의도한강공원┃찾아가기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도보 3분, 지하철 5, 9호선 여의도역에서 도보 10분 여의도한강공원 주차장 마포대교남단, 순복음교회 앞, 샛강 성모병원 앞, 샛강 여의 2교 밑 등 5개 구역 운영시간 오전 9시~밤 11시 주차비 1일 1만5,000원(공휴일 무료) 자전거 대여소 마포대교 남단 1개소, 원효대교 남단 1개소, 여의도공원 5개소 대여비 1인용 3,000원(1시간 기준, 초과 15분당 500원), 2인용 6,000원(1시간 기준, 초과 15분당 1,000원) 문의 02-416-4440 강변의 밤, 낭만 만끽하기 여름이면 여의도 한강공원은 늦은 밤까지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저녁 노을이 번진 잔디밭 위에 앉아 곳곳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듣고 강바람을 맞고 있으면 마음마저 시원해진다. 한강의 노을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은 유람선이다. 매일 저녁 7시30분 ‘라이브유람선’과 ‘디너뷔페크루즈’가 원효대교와 마포대교 사이 선착장에서 출발한다. 선상에서 라이브공연 또는 호텔식 뷔페를 즐기며 밤섬과 선유도, 서울의 야경과 반포대교의 달빛 무지개 분수를 볼 수 있어 운치가 있다. 7월 말부터 8월에는 매주 토요일 저녁 7시30분, 환상적인 불꽃을 쏘아 올리는 ‘불꽃유람선’도 운항한다고. 유람선을 타기 어려운 경우에는 마포대교 위에 있는 무료 해넘이 전망대에 가보자. 서강대교 방면으로 탁 트여 있는 공중 전망대라 스포츠 중계석 못지않은 넓은 시야를 자랑한다. 해질녘이면 사람들은 물빛무대 앞으로 속속 모여든다. 물속에서 떠오르는 물방울을 형상화한 반돔형 무대에선 매주 수, 금요일과 토요일, 실력 있는 밴드들의 라이브 재즈 공연이 펼쳐진다. 금요일에는 재즈공연 후 영화 상영도 이어져 여름밤 시민들의 감성을 채워 줄 예정이라고. 밤이면 여의도에 밀집한 방송국들의 야외 촬영도 심심찮게 진행된다. 물빛무대 공연┃일정 매달 홈페이지 게재 www.floating-stage.com 여의도 한강 유람선┃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40분 이용요금 1만2,000원(일반)~6만5,000(디너뷔페) 문의 02-3271-6900 www.elandcruise.com ▶travie info 여의도에서 ‘물빛’ 프러포즈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무대 위 공개 프러포즈. 일반적으로라면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는 무료로 가능하다. 한강사업본부 홈페이지(hangang.seoul.go.kr)에서 미리 신청하면 매주 목, 금, 일요일 저녁 8시 혹은 9시에 프러포즈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신청자는 추억이 담긴 커플 사진과 프러포즈 영상, 세레나데를 준비하면 되고, 한강사업본부에서는 영상 만들기부터 당일 공원에 사람들을 모아 축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까지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수상 레포츠 도전하기 여유 있게 더위를 피하고 싶다면 너른 강 위로 가 보자. 수상보트와 웨이크보드는 짜릿한 스피드로 보는 사람마저 시원하게 만든다. 운전사와 함께 보트에 탑승하는 수상보트는 주로 여성들이 즐긴다. 시속 40km로 물 위를 바람처럼 달리다가 순식간에 유턴하는 기술은 묘기에 가까울 정도. 웨이크보드는 수상스키의 보드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물속에 빠져가며 온몸으로 한강을 느끼는 조금은 과격한 스포츠지만 균형 감각만 있으면 하루 만에 쉽게 배울 수 있다. 바다에서 주로 보던 요트도 여의도 앞 한강변에는 심심찮게 떠다닌다. 요트를 빌려주고 교육도 시켜 주는 ‘서울마리나 클럽 & 요트’가 국회의사당 앞에 위치해 있기 때문. 한강은 바다처럼 파도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쉽게 입문할 수 있고 비용도 저렴하다. 무동력 1인 요트인 딩기요트부터 8인용 크루저 요트까지 다양하게 배울 수 있으며,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기본기를 익히고 직접 강 위로 나가 실습해 볼 수 있다. 딩기요트의 경우 일정시간 동안 교육을 이수하고 나면 면허가 없어도 대여해서 스스로 운항해 볼 수 있다. 바람의 방향이나 강도에 따라 움직여 윈드서핑처럼 스릴 만점이다. 여러 명이 같이 타는 크루저 요트는 돛을 피고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지만 입출항시 약한 마력의 보조엔진을 사용한다. 크루저 요트의 경우 선장이 운항하는 배 자체를 임대하거나 개인적으로 승선해 볼 수 있다. 요트나 수상보트보다는 얌전하고 유람선보다는 다이내믹한 것으로 수상 콜택시도 있다. 여의도공원 내 3군데에서 탑승할 수 있는데, 미리 예약하면 태워서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말 그대로 물 위의 택시다. 방화대교에서부터 잠실까지 총 18개 선착장 중 원하는 곳에서 타고 내릴 수 있어 편리하다. 1시간 내외로 한강을 유람하는 코스 상품을 이용하거나 한 대를 통째로 빌려 개인 유람선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개인 장비를 이용한 낚시나 카약 등도 가능하다. 단 캠핑을 할 땐 주의가 필요하다. 한강공원에서 천막 이외 텐트로 캠핑하는 것은 사실상 불법이라고. 파라다이스 수상레저┃이용요금 모터보트 3만원부터(1~3인, 10분 내외), 수동 오리배 1만5,000원(2~4인, 40분), 자동 오리배 2만원(2~4인, 40분) 이랜드크루즈 수상스키·웨이크보드┃대여료 2만5,000원(10분) 강습+대여비 6만원(4시간), 수상오토바이(5만원, 10분 *조정 자격증 소지자 본인이거나 동승만 가능) 문의 02-3271-6948 서울마리나 클럽 & 요트┃이용요금 체험프로그램 3만원(1인, 2시간), 크루저 요트 승선 1만5,000원(1인, 1시간), 크루저 요트 렌탈 12만원(8인, 1시간) 문의 02-3780-8400 www.seoul-mariina.com 수상택시┃이용요금 여의도~잠실 기준 9만원(7인, 40분) 탑승장소 여의도119, 여의나루역, 서강대교남단(국회의사당 앞) *탑승 전 예약 필수 문의 1588-3960 www.pleasantseoul.com ■City 여의도 안의 또 다른 도시 63시티 학창시절 한 번쯤은 가봤을 법한 63시티. 아쿠아리움과 전망대를 갖춘 63시티는 바다와 하늘이 가진 가장 낭만적인 요소들을 한데 모아놓은 곳이다. 63스카이아트, 왁스뮤지엄, 씨월드. 이중 하나만 보더라도 일상의 지루함을 날려 버리기 충분하다. 바다의 신비, 63씨월드 63씨월드는 1985년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수족관이다. 당시 여의도 한가운데에서 들여다본 바다 속 세계는 많은 이들에게 경이로움과 충격을 안겼다. 400여 종 2만여 마리에 달하는 해양생물을 볼 수 있어 여전히 서울 구경 일번지로 꼽힌다. 국내 여러 아쿠아리움 중에서도 63씨월드는 관객과 가장 가까운 아쿠아리움이다. 하루 종일 기발한 이야기와 캐릭터로 웃음을 주는 다양한 수중 공연이 펼쳐진다. ‘매직 물범 해리와 로니’(1일 4회)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농구를 하는 물범을, ‘슈퍼 물개 오디션’(1일 3회)은 캘리포니아 물개들이 흥겨운 음악에 맞춰 깜찍한 율동을 선보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국가대표 출신 연기자의 ‘수중 발레’(1일 6회)도 놓쳐선 안 될 공연이다. 이외에도 수조 위가 뚫려 있어 눈앞에서 펭귄을 볼 수 있는 터치풀장, 투명 강화 수조 위를 걸으면 발아래에서 상어와 가오리가 노니는 모습이 고스란히 들여다보이는 ‘스릴워터’도 재미있다. 공중에서 맛보는 힐링, 63스카이아트 63빌딩 최고층인 60층에는 63스카이아트가 있다. 해발 264m에 자리잡은 자타공인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술관’이라고. 63시티 개관 때부터 전망대였던 공간을 2008년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는데, ‘Kitty S’전, ‘13세기 그림으로 떠나는 여행’전 등 팝아트부터 순수 회화 전시까지 매년 3개의 테마를 주제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미술관으로 바뀌었지만 전망대의 기능도 여전하다. 사방이 전면 창으로 되어 있어 여의도와 한강을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시간을 내어 미술관 옆 스카이아트 카페에서 차 한잔을 즐겨 보자. 인천 앞바다까지 이어지는 한강의 아름다운 물길과 서울의 부감을 보고나면 스카이아트가 지닌 가장 진귀한 소장품은 바로 이 풍광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오바마와 어깨동무, 왁스뮤지엄 63왁스뮤지엄은 국내에서 최초로 개관한 밀랍인형 박물관이다. ‘명예의 전당’, ‘최후의 만찬’, ‘화가의 방’, ‘스타 리뷰’, ‘공포체험관’, ‘스포츠 스타’ 등 총 10개의 섹션에 약 70여 점의 밀랍인형이 전시돼 있는데, 순간순간 움찔하게 될 정도로 손가락 마디 위의 털 하나, 눈동자 동공마저 진짜 사람 같다. 이곳은 거의 ‘인증샷’을 위한 박물관이다. 평소 흠모하던 세계적인 지도자들과 슈퍼스타들, 예술가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 가장 흥미로운 곳은 ‘최후의 만찬관’이다. 3년에 걸쳐 제작한 이 작품은 2000년대 초, 베를린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밀랍인형 역사인물전’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렇게 감쪽같은 작품들을 만든 사람은 세계적인 밀랍인형 제작자 ‘마자쓰키 사토루’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그의 손에 자신의 밀랍인형이 제작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길 정도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아티스트로 현재까지 1,00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제작했다. 최근 만든 김수환 추기경의 밀랍인형도 만나 볼 수 있다. 놀라운 임팩트, 63아트홀 63빌딩 지하 1층에 위치한 63아트홀은 공연장 겸 영화관이다. 거대한 아이맥스 스크린이 펼쳐진 극장에서 초대형 뮤지컬과 3D 아이맥스 영화를 상영한다. 현재 비보이 뮤지컬 <마리오네트>가 오픈런으로 공연 중이다. 심장을 가진 인형과 이들을 보살피는 인형사, 그리고 악한 마법사의 이야기인데, 실로 매달아 조작하는 꼭두각시 인형(마리오네트)의 몸짓을 비보잉을 통해 사실적으로 표현해냈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음악, 비보이 그룹 익스프레션 크루Expression Crew의 안무가 인상적이다. ▶travie info 63시티를 방문할 때는 패키지 티켓을 구입하면 훨씬 저렴하다. big3 3만3,000원(씨월드, 스카이아트, 아이맥스, 왁스뮤지엄 중 3가지 선택), big4 3만8,000원(씨월드, 스카이아트, 아이맥스, 왁스뮤지엄), big5 4만8,000원(big4+뮤지컬) ■Mall 여름에는 역시 몰링malling! 여름 더위에 정공법으로 맞서는 야외 스포츠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선호한다면 여의도에서 IFC몰 만한 곳이 없다. 지난해 8월에 오픈해 개장 1년을 앞두고 있는 여의도 IFC몰은 쇼핑, 외식, 영화 관람이 한꺼번에 가능한 복합쇼핑공간. 하루 종일 있어도 지겨울 틈이 없다. 인터내셔널쇼핑몰인 IFC몰에는 국내외 유명 패션 브랜드, 화장품 브랜드 등 110여 개 상점이 입점해 있다. 바나나리퍼블릭, 마시모두띠, 스트라디바리우스, 버쉬카, 풀앤베어 등 백화점에만 입점하는 해외 패션 브랜드도 많다. 특히 패션 피플들의 발길을 끄는 곳은 국내 1호 매장으로 문을 연 홀리스터. 캘리포니아 해변의 바에 와 있는 듯한 독특한 인테리어, 화려한 컬러와 무늬의 여름 옷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쇼핑이 있는 곳에 먹거리 또한 빠질 수 없다. IFC몰 지하 3층에는 맛집들이 즐비하다. 대기 줄이 문 밖까지 이어지는 ‘제일제면소’, 일본식 화로구이 전문점 ‘와세다야’, 아시아 퓨전 레스토랑 ‘어니스트 키친’, 파스타와 피자가 있는 ‘꼬또’는 특히 인기다. 지하 3층에 위치한 엠펍MPUB은 영국펍을 표방하는 세계맥주 전문점이다. 점심에는 런치뷔페를 즐길 수 있고, 저녁에는 다채로운 라이브 공연이 열린다. IFC몰 CGV에는 국내 최초로 시도한 ‘시네마 스트리트’가 있다. 9개 상영관이 마치 가게처럼 늘어서 있고, 펍과 서점, 인터넷존, 영화마니아들을 위한 가게가 있어 영화 관람 외에도 여유롭게 쉬며 문화를 즐길 수 있다. IFC몰 | 주소 여의도동 국제금융로10 찾아가기 지하철 5호선, 9호선 환승역인 여의도역과 무빙워크로 바로 연결 개관시간 오전 10시~밤 10시 문의 02-6137-5000 www.ifcmallseoul.com ■Education 당일치기 여의도 유학 국회의사당과 방송사, 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한국의 맨해튼 여의도. 여의도에는 숨겨진 교육의 장이 많아 아이들과 함께 견학하기 좋다. 미래의 에디슨을 꿈꾼다면? LG사이언스홀은 국내 최고 수준의 민간 과학관이다. 지난 2010년 전시물을 첨단 아이템으로 전면 교체하며 업그레이드를 마쳤고, 과학기술처의 공식 과학관으로도 등록됐다. 아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꿈을 심어 주기 위해 설립한 곳인데 LG의 사업 분야를 토대로 전자, 화학, 통신 등 과학시설을 아이들이 쉽게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사이언스드라마’ 존에서는 마치 교육방송을 보는 것처럼 연극 배우들이 무대에 나와 과학 실험을 보여 주며, ‘바디스토리’ 존에서는 세포만화경, DNA퍼즐, 아들딸 게임 등을 통해 세포와 유전에 대해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관람을 위해서는 방문 2주 전까지 반드시 인터넷 예약을 마쳐야 한다. 평소에는 13인 이상 단체만 관람 가능하며 매월 1, 4주 토요일 전일, 1, 3, 5주 토요일 오후, 방학기간(7월19일~8월16일)에는 개인 관람도 가능하다. 7세부터 13세까지 입장 가능하며 관람 시간은 2시간 내외다. LG사이언스홀 | 주소 여의도동 20 LG트윈타워 서관 3층 이용요금 무료 개관시간 오전 9시~오후 6시(평일), 오전 9시~오후 5시(주말) 문의 02-3773-1053 www.lgscience.co.kr 참고 체험활동지 발급 가능 우리나라 정치의 현장이 궁금하다면? 국회의사당은 여의도를 대표하는 건물 중 하나다. 지하 1층 지상 7층, 석조건물인데 단일 의사당 건물로는 동양에서 제일 커, 남북통일이 되더라도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국회의사당 견학은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 이상에 적합하다. 뉴스에서만 보던 국회의사당을 직접 눈으로 보고,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우리나라의 주요 법과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 국회 활동에 관해 공부할 수 있다. 국회 입구의 헌정기념관을 먼저 방문한 후 국회의사당으로 가면 좀더 이해하기 쉽다. 헌정기념관은 역대 국회, 국회의장의 활동, 세계 여러 나라의 국회 모습을 전시하고 있으며 국회 모습을 배경으로 가상체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20인 이상 단체는 미리 신청하면 직접 국회의원이 되어 법을 만드는 ‘의정활동’을 체험해 볼 수 있다. 헌정기념관은 자유 관람이며 국회의사당 견학을 위해서는 국회 홈페이지에서 방문 3일 전까지 예약을 마쳐야 한다. 개인별로 견학이 가능하며 주말에는 10명 이상이 모일 경우에만 국회의사당 관람이 가능하다. 단,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날은 국회의사당을 관람할 수 없다. 국회의사당 | 주소 여의도동 의사당대로 1 참관시간 오전 9시~오후 6시(평일), 오전 9시~오후 5시(주말) 문의 02-788-3656 memorial.na.go.kr 참고 체험활동지 발급 가능 *무료 셔틀버스 운행 오전 9시~오후 4시20분(12시20분, 12시40분, 공휴일은 운휴), 배차간격 20분, 여의도역 3번 출구 앞→국회의사당 안내실 앞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면? 장래 프로듀서나 아나운서를 꿈꾼다면 KBS 방송체험관(KBS On) 방문은 좋은 동기 부여가 될 것 같다. KBS 본관에 마련된 방송체험관과 방송역사박물관을 직접 둘러보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4층 방송체험관에서는 KBS 주요 프로그램들을 멀티 터치스크린으로 감상하고 가상 스튜디오, 9시 뉴스 앵커코너, 3D 입체영상관 등을 관람하게 된다. 블루스크린이 준비된 가상스튜디오에 들어가면 인기 어린이 프로그램 속에 등장한 듯 합성이 된 사진을 찍어 본 후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어린이들은 후토스, 유후 등 평소 좋아하던 캐릭터와 촬영도 해보고, 구름빵 3D 애니메이션을 보고 직접 더빙도 해볼 수 있다. 9시 뉴스 앵커 코너에서 근사하게 뉴스 원고를 읽어 보는 것도 멋진 추억이 된다. 5층 방송역사박물관은 1927년부터 시작된 한국방송의 역사를 담고 있다. 또한 스튜디오 시창을 통해 라디오와 TV프로그램 제작과정도 직접 관찰할 수 있어 유익하다. 개인의 경우 예약 없이 자유관람이 가능하며, 11인 이상 단체일 경우 인터넷에서 예약한 후 해설원의 인솔을 받아야 한다. KBS 방송체험관 | 주소 여의도동 18 이용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 문의 02-781-2224~5 office.kbs.co.kr/hall 참고 전시관 관람 스태프만 인증 가능 ■Restaurant 여의도 미식 탐험 땅값 높고, 물가 높기로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여의도. 하지만 주머니 사정 따라 알뜰하게 또는 품격 있게 선택이 가능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구름 위 로맨틱한 식사 레스토랑 겸 와인바 ‘워킹온더클라우드’는 63시티의 스카이라운지 역할을 한다. 워킹온더클라우드 최고의 메뉴는 59층에서 보는 서울의 야경. 유러피언 레스토랑인 ‘가든레스토랑’에서는 유럽 정원의 아늑함을, 창가를 향해 좌석을 배치한 ‘와인바’에서는 300여 종이 넘는 세계 와인을 즐길 수 있다. 환상적인 전망뿐 아니라 맛으로도 뒤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미식 가이드지 <자갓 서베이>와 국내 미식 가이드북 <블루리본 서베이>에 우수 레스토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후 5시까지는 바에서 차와 음료도 판매하며 주말과 공휴일에는 밤 12시까지 운영한다. 드라마틱한 프러포즈를 계획 중이라면 패키지를 추천한다. 63빌딩 관람 후 코스요리와 와인을 즐기고, 빔프로젝터로 영상 프러포즈를 할 수 있는 ‘씨크릿 프러포즈’, 코스요리에 꽃다발과 와인, 케이크를 준비해 주는 ‘러브패키지’ 등 미리 예약하면 이용 가능하다. 실제로 <내조의 여왕> 등 드라마 속 프러포즈의 단골 명소라고. 워킹온더클라우드 |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60 63빌딩 59층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밤 10시 가격대 런치코스 6만3,000원부터, 런치파스타세트 3만2,000원부터 문의 02-789-5904 갈비가 만두를 만났을 때 마포만두에서는 특허까지 받았다는 갈비만두를 맛볼 수 있다. 만두소는 양념한 갈비살을 참나무숯으로 직접 구워 만들었다고. 숯불갈비 특유의 향과 육즙, 간장 양념이 잘 배합돼 느끼하지 않다. 김치만두나 잔치국수와 같이 먹으면 좀더 개운할 듯. 또 다른 특별 메뉴는 계란밥이다. 계란에 참기름, 양념간장, 깨소금을 얹은 추억의 음식. 직장인들을 위해 아침메뉴로 팔기 시작한 것이 인기를 얻게 됐다고 한다. 마포만두 | 주소 | 여의도역점 여의도동 26-19 서여의도점 여의도동 17 영업시간 24시간 가격대 갈비만두 3,000원, 계란밥 3,000원 문의 여의도역점 02-783-5159, 서여의도점 02-782-2014 벨기에인이 운영하는 본토 와플 빠뜨릭스Patrick’s 와플은 이미 여의도 일대에는 맛 좋기로 소문이 파다한 집. 간이매점 같은 조그만 가게이지만 벨기에인 형제가 직접 운영한다. 벨기에 와플 기계로 즉석에서 구워내는데, 겉은 바삭하고 달콤하면서도 속의 빵은 결이 살아 있어 매력적이다. 와플은 오리지날 벨지안 와플, 아이스크림 와플, 생크림와플 세 가지를, 음료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핫쵸코를 판매한다. 포장만 가능하다. 빠뜨릭스Patrick’s 와플 | 주소 | 1호점 여의도동 53-11 상아빌딩 1층 2호점 여의도동 37 아일렉스상가 1층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7시(주말 휴무) 가격대 와플 2,100원부터 문의 1호점02-3775-0608, 2호점 070-4111-4548 프랑스의 맛과 분위기에 취하는 수많은 팬들을 거느린 여의도 유명 베이커리 ‘폴Paul’이 여의도 메리어트호텔 1층에 ‘브리오쉬 도레Brioche Doree’로 재탄생했다. 고풍스런 테이블과 의자, 샹들리에, 높은 파티셰 모자를 쓴 직원들을 보면 ‘프렌치’한 분위기에 흠뻑 빠진다. 크로와상 등 기본적인 빵에서부터 산딸기, 사과 등을 넣어 만든 타르트와 길쭉한 모양의 케이크 에끌레흐 등까지 달콤한 디저트로 입맛을 돋우기 좋다. 브리오쉬 도레 | 주소 여의도동 28-3 메리어트호텔 1층 영업시간 오전 7시~밤 10시 가격대 크로와상 2,300원, 사과 타르트 8,500원 문의 02-2070-3000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도선미
  • 응답하라, 노르웨이 2013

    응답하라, 노르웨이 2013

    대자연 속 일상을 누리는 시간 응답하라,노르웨이 2013 산이 깊다는 역사학자 유홍준의 표현은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다. 노르웨이의 피오르는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산세가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바닷물과 거의 직각을 이루며 굽이굽이 이어졌다. 그리고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산속 작은 마을에는 사찰 대신 작은 교회가 어김없이 서 있었다. 신의 작품 앞에서 신음만 번지는 인간은 몸과 마음으로 자연의 위로를 받아들였다. FIORD 피오르 몸과 마음이 깨어나다 두어 해 연속 어렵게 만든 휴가를 서운하게 마쳤다. 무슨 영문인지 세계적인 도시에서 내도록 하품을 하며 멍하니 서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 멋진 상징물 앞에서도 시큰둥하고 줄이 긴 전시장에선 기다릴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여행에 관한 한 공항부터 조증에 걸린 양 들뜨는 사람에겐 퍽 당황스러운 증상이었다. 뜬금없이 지난 기억을 떠올리는 건 그에 대한 진단을 이곳 노르웨이 피오르에서 내리게 된 탓이다. 출발 전 과로나 장거리 비행, 빡빡한 현지 스케줄 등 조건은 다를 게 없는데 현장을 대하는 마음과 정신이 놀랍도록 명료하다. 그러니까 여행도 인연 못잖게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한 법이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전후 사정은 생각도 않고 무리해 대도시를 찾은 게 화근이었던 듯하다. 노르웨이는 복지와 행복지수, 국민소득 등의 선두주자로 대단히 익숙한 이름이지만 여행지로 따지자면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심리적 거리감이 느껴지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 국민이 아는 노르웨이어가 있다. 지리 시험 주관식 문제의 정답으로 꼭 한번은 등장했던 바로 그 이름 ‘피오르fjord’가 노르웨이 단어다. 그러니까 노르웨이로 향한다는 건 사전적 정의 그대로 ‘빙하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와서 생긴 좁고 기다란 만’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수도 오슬로부터 북단의 트론하임까지 노르웨이에는 수많은 피오르가 존재한다. 그 어디를 택하더라도 후회 없는 여정을 보장하지만 굳이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송네피오르Sognefjord나 하당에르피오르Hardangerfjord를 추천한다. 피오르에 몸을 맡기다 미르달Myrdal역에서 플램Flam행 열차에 탑승했다. 산악 지역 주민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 건설된 이 철로는 무려 20년의 공사 기간이 소요된 것으로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미르달에서 플램까지 거리는 20km에 불과하지만 해발 차가 860m에 달한다. 과장을 보태면 굽이굽이 산세를 거의 수직으로 내려가는 셈이다. 각종 매체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찻길이라 찬사를 보낸 곳답게 열차 밖으로 펼쳐지는 풍광이 가히 환상적이다. 기차는 숱한 터널을 지나며 지그재그로 회전하느라 천천히 달리는 데 비해 객차 안 다국적 승객들은 왼쪽과 오른쪽 창문을 오가느라 분주하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도 카메라를 내려놓지 못하는 승객들을 위해 중간에 5분간 정차 구간이 있다. 해발 699m 청명한 쿄스포센Kjosfossen폭포 앞에서 잠시 내려 선 여행자들은 감탄사를 내려놓고 깊은 숨을 들이쉬며 찰나의 여운을 만끽한다. 해발 2m 플램역에 도착하면 지나온 풍경이 꿈이었나 싶게 몽환적이다. 기차역에서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고풍스런 건물이 프레타임Fretheim호텔로 플램 철도와 더불어 플램의 상징이 되는 곳이다. 인구 500명 남짓의 이 조그만 마을로 유럽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는 까닭은 바로 피오르의 비경을 목도할 수 있는 ‘피오르 사파리’를 경험하기 위해서다. 19세기 말에 지어진 프레타임 호텔은 피오르를 찾아오는 여행자와 함께 성장해 현재는 전통과 모던 객실 중에서 선택해 머물 수 있다. 객실 번호 대신 노르웨이의 대표적 이름이 붙은 전통 객실이든, 비스듬한 삼각 지붕이 매력적인 모던 객실이든 플램 특유의 푸근함만은 다르지 않다. 전통을 중시하는 마을답게 노르웨이 고어古語를 포함한 독특한 책을 소장한 자체 도서관을 운영하며, 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훈제용 스모킹룸이 남아있는 것도 흥미롭다. 이제 드디어 피오르에 몸을 맡길 차례다. 구명조끼를 겸하는 큼직한 방한복을 입고 배에 오르는 마음이 자못 두근거린다. 놀랍도록 잔잔한 물 위로 미끄러지듯 배가 나아가면 좌우로 우뚝 솟은 절벽의 단면이 펼쳐진다. 배가 속도를 높일수록 절벽과 천연 스키 슬로프, 순도 백프로의 폭포와 알록달록한 마을, 뾰족한 첨탑이 있는 교회 등이 다가왔다가 뒤편으로 멀어진다. 머리 위에는 천사의 머리띠마냥 구름이 살포시 걸려 있고 산봉우리 하나를 지나면 또 다른 봉우리들이 배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플램에서 출발한 배가 닿는 이곳은 풍광이 특히 빼어난 네뢰피오르와 아울란피오르로 노르웨이 최대 피오르인 송네피오르의 지류다. 물 위를 날 듯 달리노라면 서울에서 가져온 문젯거리들은 어느새 툭툭 바다 밑으로 털어 버리게 된다. 피오르 여행의 최고 시즌으로 꼽히는 7월과 8월 사이에는 보다 다양한 피오르 사파리 구간과 하이킹 코스가 열리므로 원하는 루트를 선택해 즐기는 호사도 부릴 수 있다. 육지에 발을 딛고 다시 펼쳐 본 노르웨이의 지도는 배를 타기 전과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이처럼 노르웨이의 주인공은 단연 대자연이다. 하지만 이 자연이 위대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건 평생을 살아온 자신의 조국을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애인 보듯 사랑하며 가꾸는 노르웨이 사람들 덕분일 게다. 보기에 따라선 더없이 척박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동시에 즐기고 또 사랑하는 노르웨이 사람들로 인해 노르웨이는 오늘도 반짝반짝 빛난다. 일상이 풍요로운 노르웨이의 도시들 노르웨이의 대자연에서 가슴 속 고민들을 툭툭 털어냈다면 이제 발길은 사람의 흔적을 찾아 도시로 향할 차례다. 불황에 허덕이는 이웃 유로존과 달리 보편적 복지와 호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노르웨이의 도시들 속으로 들어가 보자. OSLO 오슬로 불황을 잊은 노르웨이의 심장 오슬로는 노르웨이 제1의 도시이자 수도지만 숨 막히는 인파나 위압적인 마천루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파리의 에펠탑이나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런던의 빅벤 같은 상징물로 연결되는 장소나 건축물도 없다. 그래서 순위 놀이에 익숙한 관광객들은 오슬로의 지도를 펼치고 잠시 머뭇거린다. 그런 서열을 매기기에 오슬로는 지극히 수평적인 도시다.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은 아닐지 모르겠으나 현지인의 삶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300개가 넘는 호수와 200여 개의 공원이 있는 오슬로에서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찾는 것은 무의미한 일 같다. 그래서 오래도록 오슬로는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시로 유럽 전역에 알려져 왔다. 한데 최근 몇년 사이 오슬로는 이런 자연 위에 예술적 색채를 깊게 덧입고 있다. 오슬로 시정부가 펴낸 2013년 가이드북에서 안내하는 52개의 어트랙션 중 대부분이 ‘뮤지엄’ 등 예술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 것만 봐도 이들이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인구 50만의 작은 도시 규모를 생각해 보면 대단한 비율이다. 게다가 시 전역에 흩어져 있는 이런 예술 공간은 여행자만을 위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공간이다. 매일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일상에 여행자가 슬쩍 발을 들여놓는 셈이라고 할까. 실제로 만만찮은 무게의 예술가들이 이곳 오슬로를 배경으로 삶과 예술을 고민했다. 화가 에드바드 뭉크Edvard Munch와 조각가 구스타프 비겔란드Gustav Vigeland 그리고 극작가 헨리크 입센Henrik Ibsen 등이 대표적이다. 특별히 올해는 뭉크 탄생 150주년으로 오슬로 전역이 떠들썩하다. 이를 기념해 뭉크박물관과 국립박물관은 특별전 준비가 한창이다. 유년시절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 어머니와 형제들의 죽음을 차례로 지켜봐야 했던 뭉크는 불안과 고독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격렬한 색감과 왜곡된 형태로 표현해냈다. 6월2일부터 시작된 뭉크 특별전은 1903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 작품은 국립박물관에서, 이후 작품은 뭉크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특별전은 오는 10월13일까지 계속된다. 오슬로의 햇살을 만끽하기 가장 좋은 곳은 도심의 북서쪽에 위치한 비겔란 조각 공원이다. 로댕의 영향을 받았지만 특유의 섬세함으로 인간의 고뇌를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작품 200여 점이 정문에서 후문까지 길 양옆으로 늘어서 있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주제로 작업한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탑 모양의 ‘모노리스Monolith’. 제작 기간이 13년이나 걸린 것으로 전해지는 이 대작은 121명의 남녀노소가 위로 올라가려 애쓰는 모습이다. 태어나 성장하고 늙어 가는 인생을 표현했다고 해석하기도 하는데 어찌 되었든 조급증에 지친 사람이라면 이 앞에서 잠시 서성이게 될 것이다. 이 공원에서 시선과 마음을 훔치는 것은 비단 비겔란의 작품뿐이 아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이곳에선 오슬로 시민들의 행복한 일상을 쉽게 엿볼 수 있다. 2008년 개장한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는 노르웨이에서 드물게 호들갑스런 화제를 낳았던 곳이다. 설계자 스뇌에타의 유명세나 고가의 대리석과 화강암, 세계 최고 수준의 음향 시설 등 호사스런 부연 설명은 차치하더라도 노르웨이의 상징인 피오르를 형상화한 구조는 이방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비스듬한 경사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지붕 위에 서게 되는 독특한 구조의 오페라하우스는 유리 안으로 들여다보이는 내부 시설만큼 바다를 향한 전망도 아름답다. 여름 기운이 더 완연해지면 오슬로 시민들은 이곳에서 피크닉을 즐기며 발레와 오페라 등을 만끽할 게다. 오페라하우스 인근인 오슬로 중앙역에서 왕궁에 이르는 칼 요한슨 거리가 오슬로 최대 번화가다. 이 번화가를 중심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식이 열리는 시청사와 수상 만찬이 열리는 그랜드 호텔, 그리고 국회의사당과 오슬로 대성당, 국립극장, 입센 뮤지엄 등이 조밀하게 자리하고 있다. 매년 12월이면 이 조용한 도시는 노벨평화상 수상식으로 소란스러워진다. 헛갈리는 이들을 위해 잠시 짚고 넘어가자면 평화상을 제외한 여타의 노벨상 시상식은 모두 스웨덴에서 거행된다. 오직 노벨 평화상만 이곳 오슬로에서 진행된다. 그 까닭을 두고는 설이 분분한데, 이유야 어찌 되었든 매년 세계 평화에 공헌한 이들을 맞이하는 것은 분명 가슴 벅찬 일일 게다. 그래도 명색이 수도인데 조금은 더 왁자한 자극을 원한다면 도심 북동쪽에 위치한 마탈렌Mathallen을 추천한다. 마탈렌은 건축자재 공장과 타이어 공장을 거친 뒤 방치되었던 낡은 건물을 레노베이션해 음식 백화점으로 살려낸 ‘잇플레이스’다. 3층 구조물인데 1층에 30여 개 상점이 오밀조밀 모여 있고 2·3층은 테두리에만 독특한 성격의 업장을 배치했다. 산업시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나 다채로운 음식의 변주를 보고 있노라면 흡사 뉴욕의 첼시 마켓이 떠오른다. 각각의 가게들은 좋은 품질의 식재료와 음식을 판매한다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또 요리강습과 실습, 푸드 페어 등 음식에 관한 다양한 행사도 진행 중이다. 공원에서, 뮤지엄에서, 레스토랑에서 마주친 오슬로 시민들이 빠뜨리지 않고 언급한 몇 개의 단어가 있다. 가족, 자연, 오늘 그리고 행복. 너무 당연해서 자주 잊고 사는 그것들에 콕콕 방점을 찍는 이 현명한 도시. 우리가 오슬로를 여행할 때 놓지 말아야 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BERGEN 베르겐 과거의 영화는 지금도 계속된다 세상 어디나 있는 라이벌 도시는 이곳 노르웨이에도 있다. 오슬로보다 먼저 수도였던 노르웨이 제2의 도시 베르겐. 도시 면적은 비슷하지만 인구로 보면 오슬로의 절반 규모인데도 베르겐 사람들은 오슬로를 마치 철없이 혈기 넘치는 어린 동생 보듯 한다. 상주인구가 25만에 불과한 이 작은 도시는 그러나 연중 문화 행사가 빼곡해 유럽 전역에서 밀려드는 문화 탐욕가들로 넘쳐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매년 5월 말 열리는 ‘국제 페스티벌’로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노르웨이 최대 문화 축제다. 노르웨이 국왕이 참석해 개막 테이프를 자르는 이 축제를 직접 즐기기 위해서는 적어도 반년 전에 호텔을 예약해야 할 정도란다. 실제로 이곳은 14~16세기 런던, 브뤼헤 등과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한자 동맹의 주요 거점이자 북유럽 최대의 물류 무역항이었다. 특히 대구와 소금 거래로 유명세를 떨쳤는데, 당시 이곳에서 거래되는 물량이 북유럽 최고였다니 베르게너의 자부심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선원과 상인으로 넘쳐나는 왁자한 부둣가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브리겐Bryggen, 삼각형의 뾰족한 지붕이 열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사실 본래의 목조 건축들은 수차례의 화재로 소실과 복원을 반복했다. 특히 1702년 대화제로 일대는 완전히 잿더미가 되었는데, 20세기 들어 사료를 바탕으로 세심하게 복원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브리겐은 1979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며 과거 말린 대구를 보관하던 창고 자리는 현재 다양한 예술가들의 공방과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동화 같은 브리겐의 예쁜 정면 얼굴을 볼 수 있는 곳은 항구 건너편 어시장이다. 시장이라고 부르지만 세련된 건물 안에 자리한 쾌적한 공간이다. 바닷가재와 대구, 캐비아까지 다양한 해산물이 요리하기 좋게 손질되어 있다. 해산물뿐 아니라 질 좋은 노르웨이 치즈와 버터, 수공예품도 판매한다. 또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따뜻하고 고소한 생선스프와 짭조름한 생선튀김도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이 도도한 도시는 어느 계절에 방문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기억을 안고 돌아갈 수 있겠다. 연중 270일이나 비가 내리는 이 도시는 하루에도 먹구름이 끼었다가 햇살이 반짝였다가 우박이 내렸다가 다시 청명하게 개는 변덕스런 일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잦은 비 덕분에 베르겐은 청정한 노르웨이에서도 유난히 깨끗한 도시로 명성이 높다. 이 깨끗한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려면 플뢰엔FlØyen 산 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산의 경사면을 따라 놓인 레일 위를 날아오르듯 부드럽게 이동하는 푸니쿨라Funicular에 몸을 실으면 약 7분여 만에 320m 높이 정상에 다다른다. 탁 트인 전망대의 시야는 그야말로 ‘파노라마 뷰’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듯하다. 호수와 항구, 피오르와 도심이 한데 어우러진 베르겐의 모습이 그야말로 거칠 것 없이 펼쳐진다. 오슬로에 에드바드 뭉크가 있다면 베르겐에는 에드바드 그리그Edvard Grieg가 있다. 물론 이런 이분법적인 구분은 바람직하지 않다. 뭉크 역시 이곳 베르겐에서 상당 부분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며, 그리그가 베르겐을 떠나 있었던 시간도 제법 길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르겐에서 그리그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그는 누구보다 노르웨이적 색채가 짙은 음악가로 명성이 높은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페르귄트 모음곡’ 중 ‘솔베이지의 노래’를 들어 보면 당시 식민 상황이던 조국에 대한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리그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원하는 만큼 음악을 공부하고 작업하면서 오페라 가수였던 아내 니나와 평생을 해로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남모를 아픔이 있었으니 어린 딸을 잃고 그 아이를 평생 그리워하며 살았다. 그리그 부부가 30대 중반부터 여름철에 지냈던 생가가 바로 베르겐 외곽에 있는 트롤하우겐이다. 북유럽에서 요정을 가리키는 ‘트롤하우겐’은 노르웨이 사람으로는 눈에 띄게 단신이었던 그리그의 별명이기도 했는데, 그의 집이 지금도 요정의 정원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그리그 부부가 합장된 묘가 있는 이곳에는 그들이 사용했던 스타인웨이 피아노와 악보, 편지, 초상화 등의 흔적이 남아있다. 집에서 바다로 스무 걸음쯤 내려간 곳에 한 사람이 간신히 들어갈 만한 작은 오두막이 하나 있는데 바로 복원한 그리그의 작곡실이다. 그리그는 바다로 향한 창문을 중심으로 피아노와 책상, 오선지와 펜 등 최소한의 물건을 비치해 두고 곡을 썼다. 그리그 사후 이 작곡실을 복원할 때 전해지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아내 니나에게 최종 점검을 받는 중에 니나가 갑자기 집으로 뛰어가더니 두꺼운 악보집을 가져다 피아노 의자에 놓았다고 한다. 이것 없이 그리그의 작곡실은 완성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153cm의 단신이었던 그리그는 피아노를 칠 때 두꺼운 악보집을 깔고 앉아야 편하게 건반을 두드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작곡실과 함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을 갖춘 200석 규모의 콘서트홀이 자리하고 있다. 자연과 예술이 이렇게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곳에서 어떤 음악이 울려 퍼진들 감동적이지 않을까. 글 Travie writer 김정은 사진 Travie writer 김정은, 트래비CB,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노르웨이관광청 www.visitnorway.com ▶travie info 항공 현재 우리나라에서 노르웨이까지 직항 정규 노선은 없다. 핀에어, KLM 등 주요 유럽 항공사가 1회 경유로 오슬로와 베르겐을 당일 연결한다. 언어 공용어는 노르웨이어지만 노르웨이 사람들은 1~2개의 외국어에 익숙하다. 영어가 가능한 여행자라면 노르웨이에서 언어 때문에 불편을 겪을 일은 거의 없다. 전기 220V이며 한국과 플러그 모양도 동일하다. 화폐 노르웨이 크로네Krone를 사용하며 공식적인 표기는 NOK이나 줄여서 kr로 표기한다. 1크로네가 약 200원 정도. 유로존이 아닌 만큼 유로화는 거의 통용되지 않는다. 여행자가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상당히 비싼 편이라 카페에서 마신 커피 한 잔이 약 1만2,000원, 편의점에서 구입한 생수 한 병이 약 6,000원이었다. 날씨 백야가 시작되는 6월부터 10월 초까지는 날씨가 화창하고 청명해 그야말로 노르웨이 여행의 황금시즌이라 할 만하다. 오슬로의 7월 평균 낮 최고기온은 21.5도. 음식 바이킹의 후예답게 생선을 즐겨 먹는데 식탁에 자주 오르는 메뉴가 대구와 청어, 연어 등이다. 이와 더불어 빵과 감자의 소비량이 높다. 농지 비율이 낮기 때문에 야채나 과일의 생산량이 미미한 대신 목축업이 발달해 버터와 치즈 등 유제품의 품질이 좋다.
  • 오키나와에는 상어가 산다

    오키나와에는 상어가 산다

    island okinawa 수족관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바닷속을 유영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8m 길이의 고래상어와 가오리가 헤엄치는 대형 수조는 단일 수조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4층 건물 높이다. 고래상어도 물론 최대급이다 가족의 복수를 위해 사랑하는 여인에게조차 칼끝을 겨누는 남자와 치명적 사랑 앞에 흔들리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김남길과 손예진, 하석진, 이하늬 등이 주연을 맡았다 오키나와에는 상어가 산다 드라마 <상어>에 등장하는 이국적인 바다풍경과 리조트. 그 배경은 청정한 해양환경과 독특한 문화로 유명한 오키나와다. 찍으면 그림이 되는 그곳 5월 말부터 방영되고 있는 김남길, 손예진 주연의 KBS2 드라마 <상어>는 오키나와 현지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극 중에서 주인공 김남길(한이수 역)과 하석진(오준영 역), 손예진(조해우 역)의 집안은 호텔과 리조트 사업을 하는 설정. 제작사는 이에 알맞은 장소를 물색하다가 일본에서 리조트와 관광산업으로 가장 발달한 곳이 오키나와라는 점에 착안하여 오키나와 현지 로케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촬영은 지난 5월11일에서 16일까지 5박6일간 오키나와 현지에서 진행됐으며 4회분부터 8m 길이의 대형 고래상어가 살고 있는 추라우미수족관, 슈리성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이하늬(장영희 역)가 김남길을 만나게 되는 장면, 요미탄 아리비라 호텔 수영장 장면 등이 방영됐다. 하반기에도 오키나와의 풍경을 담은 또 한 편의 영화가 기다리고 있다. 7월 이후 개봉 예정인 한국영화 <프라이빗 섬>도 지난 4월 오키나와의 이시가키섬 등에서 현지 촬영을 진행했다. 배우 손은서, 신소율이 주연을 맡았으며 20대 여성들의 비밀스런 여행기를 수려한 영상미로 그려냈다는 평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영화를 맡은 한상희 감독은 2007년 이준기와 미야자키 아오이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한일 합작영화 <첫눈>으로 데뷔했으며 2011년에도 이시가키섬을 배경으로 영화를 촬영했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일본이 아닌 일본의 섬 일본 최남단에 자리한 오키나와현은 일본 사람들도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휴양지다. 40여 개의 유인도와 수많은 무인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규모가 제일 큰 것이 오키나와 본섬으로, 현청 소재지인 나하시도 이 섬에 자리한다. 도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키나와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여. 서울에서 가는 시간(2시간 30분)보다 길다. 오키나와는 나하시 기준, 연평균 기온이 섭씨 22.3도에 달하는 ‘남국’이다. 청정한 자연환경 때문에 최근에는 일본내 이주민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에서는 신혼여행지의 이미지가 강했던 오키나와는 최근 들어 가족여행지, 휴양지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2012년 오키나와를 찾은 한국인 방문객 수는 역대 최고인 4만5,000명이었다. 숨은 공신은 역시 항공편의 증가다. 21년 동안 가교 역할을 해온 아시아나항공과 더불어 진에어가 나하로 신규 취항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를 여행할 수 있는 길이 하나에서 두 개로 확장된 셈이다. 항공료나 여행상품의 가격도 당연히 저렴해졌다. 부속섬을 사랑하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올해 3월7일에는 부속섬인 이시가키섬에 신공항이 문을 열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나란히 임시로 비행기를 띄우기도 했다. 이시가키섬에는 클럽메드 카비라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인 여행자들이 늘어나면서 현지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 이시가키섬 나카야마 요시타카Nakayama Yoshitaka 시장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이 한국인을 환대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으며 한국어 가이드북도 자체 제작했다. 작은 섬들의 합창 오키나와 여행은 이시가키섬을 기점으로 이리오모테섬, 다케도미섬 등 점점이 박힌 보석 같은 섬을 두루 즐겨야 완성된다. 이리오모테섬은 이시가키섬에서 뱃길(타이완 방향)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다. 이리오모테섬의 중요한 방문지는 광활한 맹그로브 숲과 커다란 물소가 있는 유부섬인데, 특히 이곳의 맹그로브는 지구상 가장 서쪽에 있는 맹그로브숲 중 하나여서 생물학, 지리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다. 유부섬은 이리오모테섬에 달린 작은 육계도로 섬 사이는 1km도 안 되는 거리인데, 그 사이를 검은 물소가 끄는 커다란 달구지가 오간다. 발걸음이 느려 둔해 보이지만 힘이 좋고 성실해 이 지역 사람들에게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 이 물소들이다. 이시가키섬에서 배로 20분 거리에 있는 다케도미섬에서는 낮에도 별을 볼 수 있다. 별모래 해변이라고 불리는 섬 북쪽의 백사장에는 별 모양의 산호가 산재해 있다. 얼핏 보면 좁쌀 크기의 모래 같지만 자세히 보면 반짝이는 별 모양을 하고 있다. 슈리성은 류큐왕국 최초로 통일 왕조를 수립한 쇼하시가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로 삼았던 곳. 1429년에 등장한 통일 왕국인 류큐왕국은 작고 약했지만 일본도 중국도 아닌 하나의 독립된 나라였다. 1879년에 오키나와현이 될 때까지는 그랬다. 독립왕국인 류큐왕국은 무역을 통해 일본, 중국, 우리나라의 영향을 받게 된다. 해서 슈리성을 보면 독특하게 이국적이다. 중국의 색채가 강렬하면서도 일본이 오묘하게 꿈틀거린다. 성 안에는 국왕의 집무실인 슈리성 정전, 성의 정문인 슈레이문, 안전을 기원하며 제를 지낸 소노햐안우타키 석문 등 볼거리가 많다. 오키나와 전쟁 당시 소실된 슈리성은 1992년에 복원됐으며, 지난 2000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시가키섬은 오키나와의 부속섬으로 본섬인 나하보다 한적한 편이다. 클럽메드 카비라가 이곳에 있다. 리조트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시가키섬을 추천한다. 올해 3월7일에는 이시가키 신공항이 문을 열기도 했다 글 트래비 사진제공 에넥스텔레콤 annextele.com
  • [사설] 은행 수익성 나빠지니 고객 주머니부터 터나

    금융감독원이 은행 수수료 재책정 작업에 착수했다. 송금·타행 인출·수표 발행 등 서비스별로 원가를 분석해 은행권 공동 또는 은행별 수수료 모범규준을 만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원가산정 방식 등도 모범규준에 담아 외부 회계법인과 소비자단체의 검증을 거치도록 할 모양이다. 언뜻 보면 합리적 행정지도로 비쳐진다. 하지만 전후 맥락을 놓고 보면 본말이 전도됐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수수료 문제가 불거진 것은 얼마 전 최수현 금감원장이 “은행들의 수익이 나빠져 어렵다. 수수료를 현실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다. 최 원장은 수수료 등 비(非)이자 수익 비중이 30~40%인 선진국 은행에 비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12%에 불과하다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1년 새 거의 반 토막 난(3조 3000억원→1조 8000억원) 은행권의 순익이 비단 수수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지난해 국내 시중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7560만원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도시근로자 평균 연봉(3600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국내 10대 그룹 대표기업 평균 연봉(6600만원)보다도 많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봉은 20억~3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은행원 1인당 생산성은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그런데도 고액 연봉 구조는 그대로 놔둔 채 손쉬운 수수료부터 올리겠다는 것은 만만한 고객들의 주머니를 털어 급한 불을 끄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행태를 관리감독해야 할 금감원이 오히려 앞장서 멍석을 펴주고 있는 것에 우리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자신의 통장에 돈을 넣어도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준다는 명목으로 계좌 유지 수수료 등을 받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수수료 인심이 비교적 후한 것은 사실이다. 원가에 비해 과도하게 비싼 것도 있어 보이는 만큼 수수료 체계를 손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은행 임직원의 성과보수 체계부터 점검해야 한다. 인구 수에 비해 너무 많은 지점망과 대출 리스크 분석기법 선진화, 잦은 금융사고 예방대책 등에 대한 근본적 고민도 요구된다. 고객들이 공감할 만한 자구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 한 결코 고통 분담에 선선히 나서지 않을 것임을 은행들과 감독당국은 명심하기 바란다.
  • [사설] 관광산업 ‘가시’ 뽑되 부작용 면밀히 추적하길

    정부가 어제 관광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우리는 신성장 동력 확보나 고용 창출 측면에서 서비스업 육성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를 환영한다. 다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큰 방향을 제대로 잡고도 작은 허점을 간과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중국인과 동남아 관광객에 대한 복수비자 발급 확대만 하더라도 자칫 불법체류자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복수비자 기간을 30일로 제한했기 때문에 그럴 위험은 크지 않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게을리해선 안 될 것이다. 호텔 부가세 환급도 업체들의 얌체 요금 인상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교한 접근이 요구되는 대목은 선상 카지노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국적 크루즈선에 대해서는 공고 방식을 통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설치를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 발표다. 찬반 논란이 뜨거웠던 사안의 중요성과 민감성에 비춰봤을 때 정부의 밑그림은 너무 어설프고 두리뭉실하다. 현재 국적 크루즈선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지난해 2월 최초의 국적 크루즈선인 하모니호가 취항했지만 영업 악화로 올 1월 운항을 중단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향후 공고를 통해 구체적 ‘요건’을 밝힐 계획이지만 외국 크루즈선의 대형화 추세 등을 감안해 ‘5만t 이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배 가운데는 이런 대형 선박이 없어 특정 기업을 의식했다는 시비는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속내가 엿보인다. 하지만 이는 결국 자금력을 갖춘 몇몇 대기업에 사실상 기회를 주는 것인 만큼 특혜 시비가 일 소지는 다분하다. 내국인 출입 통제 대책 구비도 ‘공고’ 기준에 넣어 심사할 모양인데 이를 업체에만 맡겨서는 사행심 조장 등을 앞세운 반대 진영을 설득하기 어렵다. 세계 크루즈시장은 연평균 10%씩 성장하는 블루오션이다. 하모니호 사례에서 보듯 ‘카지노 없는 크루즈’는 모객(募客)에 한계가 있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인정해 카지노를 사실상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설프게 접근했다가는 신성장동력 확보는커녕 사회적 논란과 균열만 부추기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 SK건설, 세계 최대 터널굴착장비 제작

    SK건설, 세계 최대 터널굴착장비 제작

    SK건설이 세계 최대 규모의 터널굴착장비(TBM)를 제작,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터키 이스탄불 해저터널(유라시아 터널) 현장에 적용한다고 15일 밝혔다. TBM공법은 추진체로부터 동력을 얻은 커터헤드가 암반을 압쇄·절삭해 전진하면서 동시에 터널의 곡면을 만드는 활 모양의 철재 토막(세그먼트)을 곧바로 터널 내벽에 끼워 넣어 원형터널을 만드는 공법이다. SK가 제작한 TBM 본체는 단면 지름 13.5m, 길이 120m, 무게 3300t에 이른다. 후방설비는 TBM의 운전·모니터링을 위한 설비시설, 세그먼트를 운반하는 크레인, 폐석과 혼합된 특수용액을 지상으로 배출하는 파이프 및 펌프 등으로 구성됐다. SK건설은 이 기계로 대기압의 11배에 이르는 높은 압력에서도 3.34㎞의 TBM 구간을 하루 평균 6.6m씩 17개월 동안 굴착할 예정이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열린세상]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에 길을 물어라/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에 길을 물어라/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보라매라는 새가 있다고 한다. 보라매는 “어미를 떠난 지 얼마 안 된 새끼를 길들여 사냥에 사용하는 매”라고 한다. 꿩을 잡기 위해 보라매 사냥이 옛날에는 성행했다고 한다. 오늘날 보라매는 희귀한 새가 되었다. 이렇게 귀한 사냥용 매인 보라매의 이름을 사용하는 국책사업이 있다.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하기 위한 사업, 일명 ‘보라매 사업’이다. 100% 수입 전투기를 사용하는 우리나라도 우리의 기술로 중간급 국산 전투기를 만들어 보자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KF-X) 사업이다. 결국, 한국의 안보를 수호하는 국산 전투기를 고유의 사냥용 매인 보라매로 명명한 것은 그만큼 사업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보라매 사업이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년간 타당성 검토가 올해로 여섯번째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이 사업 자체가 좌초 위기에 놓여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또한 찬반 논리가 국책기관들과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성능이 더 좋은 외국 전투기 완제품을 들여오면 되지 않겠느냐, 불확실한 개발사업에 6조원이라는 혈세를 어떻게 투입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우리 기술력으로 개발이 가능하겠는가’라는 회의론이 팽배한 상황이다. 그러나 보라매 사업은 단순히 국산전투기를 개발하고자 하는 사업이 아니다. 낙후된 대한민국의 항공우주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발판이 보라매 사업이다. 더욱이 항공산업의 육성과 성장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사를 돌이켜볼 때, 최고지도자의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철강대국이 된 대한민국,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인구 2만도 되지 않았던 포항에 제철소를 짓기 위하여 미국에 박태준을 보낸 박정희 대통령의 창의적 결단이 없었더라면, “방글라데시보다 더 찢어지게 가난한 한국이 어떻게 제철소를 건설하겠냐”는 미국의 회의론적 시각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50년이 지난 2013년 철강대국 한국이 가능했을까 말이다. 조선사업도 마찬가지다. 정주영 회장을 청와대로 부른 1970년 초 박정희 대통령은 어떤 대한민국을 상상했을까.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과 후원이 없었다면, 어떻게 1인당 국민소득 200달러도 안 되는 후진국의 일개 기업 회장 정주영이 감히 선박왕 오나시스의 처남인 리바노스에게 “당신이 배를 사준다면 내가 영국에서 돈을 빌려 이 미포 백사장에 조선소를 짓고 배를 만들겠다”고 공약할 수 있었을까. 중요한 사실은 40여년 전 무모하게만 보였던 조선, 철강, 자동차,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개발이 한국경제의 고도성장과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경제적 풍요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이다. 정치적 정통성이 부족했던 박정희 정부가 ‘후대를 위해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고심한 결실을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항공우주산업의 육성은 우리가 30년 후 후대를 위해 물려줄 수 있는 고심의 산물이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30년 후에 살아갈 세계에 경쟁력을 부과할 수 있는 산업이 바로 항공우주라고 할 수 있다. 세계최고 수준의 전자기술과 금속기술 그리고 섬유와 화학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제까지 일본과 중국의 항공기술을 부러워할 것이며, 원가도 모르는 가격의 수입 전투기로 우리 하늘을 지킬 것인가 말이다. ‘창조경제’와 ‘행복시대’라는 정체성을 간판으로 내건 박근혜 정부는 항공우주산업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과감히 물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이종산업 간의 융합 그리고 첨단과학기술 발전이라는 후대를 위한 종합선물세트가 바로 항공우주산업이다. 항공우주산업이 바로 미래창조산업이다. 그렇다면 정치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는 최고지도자의 손끝이 하늘을 향할 때 재정과 기술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국민의 용기와 창의력이 발동할 수 있다. 자주국방력의 실현과 후손을 위한 미래창조의 아이콘이 하늘에 있다는 비전을 오늘날의 정치지도자가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⑤광화문광장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⑤광화문광장

    >>광화문의 어제:육조거리의 부활을 기다리며 조선시대 국가의례·행사 열린 정치·행정·문화의 중심광장 세종로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심장에 해당하는 국가 중심도로다. 시대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조선시대 사료에는 육조대로, 주작대로라는 이름이 기록돼 있다. 주요 행정관청인 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 등 6개 관청이 있는 거리라는 뜻에서 육조(六曹)거리라고 불린 듯하다. 흔히 어가(御街)라고 지칭됐으며 일반인들은 육조거리, 육조 앞, 해태 앞이라는 지명을 주로 썼다. 관청가인 육조대로가 세종로의 본디 이름인 셈이다.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을 중심으로 의정부와 삼군부, 육조, 한성부, 사헌부 등 주요 관청이 좌우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육조거리에는 광장의 개념까지 포함됐다. 국가의례나 문화행사가 열리는 정치·행정·문화의 중심 광장이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보기 어려운 폭 58m, 길이 200m의 큰길이었다. 노면이 고르고 배수가 잘 됐으며 바람이 불어도 먼지가 날리지 않는 멋진 길이었다. 중국, 일본의 사신이나 개항 이후 방문한 백인 외교관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조선팔도고금총람도, 수선전도, 조선경성도 등을 보면 육조거리의 관아는 위계에 따라 배치됐다. 의정부가 광화문 왼쪽 맨 앞자리인 현재의 광화문 열린 광장 자리에 있었고 이조, 한성부, 호조가 뒤를 이었다. 반대쪽 정부서울청사 쪽에는 삼군부, 예조, 사헌부, 병조, 형조, 공조가 차례로 터를 잡았다. 서울역사문화연구소 이상협 소장의 논문 ‘조선시대 육조거리에 대한 고찰’을 보면 의정부와 예조 등 모든 관아가 육조거리에 직각 방향으로 있으며 육조거리의 공간 구성과 관아 배치는 경복궁에서 임금과 신하가 한자리에 있는 공간 구성의 틀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건물 조성 당시의 배치 구조와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건물이 한 채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이 아쉽다. 다만 1900년대 전후에 촬영한 사진과 관아 그림 등으로 유추해 볼 때 양쪽의 긴 담장이 도로를 따라 이어져 있었다. 긴 행랑 때문에 육조를 흔히 육조장랑(六曹長廊)이라고도 지칭할 정도였다. 일제는 조선의 행정관청인 육조라는 명칭을 소멸시킬 목적으로 거리 이름을 광화문통으로 바꿨다. 육조장랑은 뜯겨 나갔고 그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됐다. 1926년 경복궁 근정전 앞에 총독부 신청사를 짓자마자 앞을 가리는 광화문을 해체해 건춘문 옆으로 옮겨 버리고 나서는 총독부 광장이라고 호칭했다. 어용 군중집회가 주로 이곳에서 열렸다. 미 군정기에는 군정청이 입주하면서 군정청 광장이라고 불렸다. 정부 수립 기념식이 개최됐다. 해방을 맞았지만, 육조거리로 복권되지 못하고 세종로라는 이름이 붙여져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리는 이 거리를 광화문이나 광화문광장이라고 즐겨 부른다. 세종로라는 작위적 지명보다 현존 구조물인 광화문이 더 친숙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세 번이나 옮겨지고, 두 번이나 불탄 광화문 수난사가 마음속에 새겨진 탓인지도 모른다. 이름 하나가 역사적 사고를 지배하기도 한다. 1946년 해방 직후 구성된 지명위원회는 국가 중심가로의 역사성을 간과했다. 일제가 붙인 광화문통을 세종로로 바꾸는 데 급급했다. 육조대로라는 지명을 원상회복할 기회를 놓쳤다. 세종로가 100m의 도로폭을 갖게 된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맥아더의 호언장담처럼 종전 후 서울도 이상적인 도시계획의 기회를 잡았다. 1945년부터 1956년까지 11년 동안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을 맡은 한국인 1호 도시계획가 장훈씨가 1952년 고시된 최초의 서울 도시계획에서 광화문사거리~중앙청까지 500m 길이 도로의 폭을 기존 53m에서 100m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폭 12m에 길이 2750m이던 청계천을 폭 50m의 도로 부지로 확장해 오늘의 청계천을 있게 했다. 광화문광장, 시청 앞 광장, 숭례문광장 등 주요 광장 부지도 확보했다. 대담한 도시계획에 맞춰 건물과 토지를 매수하고 수용해야 했지만 서울시의 재정 형편은 말이 아니었다. 내버려둘 수도 없고 매수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민원이 빗발치자 가건축 허가를 내줘 가건물을 짓도록 했다. 도로 확장은 1966~1979년 계획대로 실행했지만, 광장 부지는 확보하지 못했다. 손정목 전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세종로사거리를 기점으로 반지름 150m의 광장이 계획대로 실현됐다면 현재의 동아일보 사옥과 광화문 우체국, 교보빌딩과 KT빌딩은 들어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62년 건설부고시에 따라 광화문광장계획선은 반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세종로와 태평로를 연결하는 광장계획선 안에 일부 건물이 건재하다. >>광화문의 오늘:주요 건물의 부침사 정부서울청사 옛 삼군부·예조 자리에… 개인건물은 4채뿐 광화문을 중심으로 왼쪽에 광화문시민열린마당·대한민국역사박물관·주한미국대사관·KT빌딩·교보빌딩·비각이 차례로 서 있다. 오른쪽으로는 정부서울청사와 별관·세종로공원·세종문화회관·삼보빌딩·현대해상화재·세광빌딩 등이 자리 잡았다. 폭 100m, 길이 500m의 광장구조 거리에 공공건물 5채와 대기업 건물 3채, 개인건물 4채, 문화재 1개, 공원 2곳뿐인 쾌적한 구조다. 해방 이후 육조거리를 복원하지 않은 탓에 건물들의 격렬한 부침(浮沈)이 이곳에서 벌어졌다. 세종로를 폭 100m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건물이 헐렸다. 먼저 1967년 의정부 자리를 꿰차고 있던 경기도청과 국제전신전화국 일부가 철거됐다. ‘서울 한복판에 웬 경기도청’이냐고 하겠지만, 옛 경기도청은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경성부(서울)를 경기도의 일개 지방도시화한 일제가 의정부를 헐어 내고 지은 건물이었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기억에서 지우기 위한 식민통치의 음모였다. 한 때 치안본부 등으로 쓰였다. 정부는 이 자리에 정부 제2종합청사를 지으려고 계획을 세웠지만 1995년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에 고무된 이원종 당시 서울시장이 ‘국가 중심가로 구상안’을 김영삼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백지화됐다. 서울시는 이 부지를 정부로부터 매입해 광화문 시민열린 마당을 조성했다. 부지를 지킨 것은 잘한 일이지만 명칭을 의정부 광장이나 육조마당, 육조광장으로 붙이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질책받을 일이다. 서울의 면모를 일신한다는 방침에 따라 대대적인 도시 개조 사업이 벌어졌다. 이른바 ‘서울재건’이라는 이름 아래 정부가 외국 원조 자본을 끌어들이거나 민간 자본이 속속 건물을 지었다. 1961년 10월 완공된 현재의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주한 미국대사관은 쌍둥이 건물이다. 역사박물관은 이조, 미국대사관은 한성부 터다. 이 건물은 미국대외경제원조처(USOM)가 500만 달러의 원조자금을 대고 필리핀에 건축을 의뢰해 지어졌다. 정부청사용 건물을 짓고도 280만 달러가 남자 건물을 한 채 더 지었는데 여기에 대사관이 입주한 것이다. 역사박물관 건물은 5·16 이후 국가재건최고위원회 건물로 사용됐다.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청사로 쓰이다가 문화공보부, 문화체육부, 문화체육관광부를 거쳐 지난해 448억원의 예산을 들여 역사박물관으로 리모델링했다. 전시 내용과 건물의 구조 등이 박물관으로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KT 광화문 빌딩은 1981년 국제전신전화국 자리에 세워졌고 체신부와 함께 입주했다. 이후 잦은 정부 조직 개편으로 소관 부처가 체신부,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로 바뀔 때마다 간판을 변경했다. 1998년 한국전기통신공사가 체신청으로부터 분리, 공사가 된 이후 2002년 민영화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개관 당시 체신부가 갖고 있던 이 건물의 12~14층까지 3개 층의 소유권도 방통위에서 기획재정부로 넘어갔다. 교보빌딩은 호불호가 엇갈리는 대표적인 건물이다. 건축가 등 전문가 그룹은 ‘짝퉁’ 건물이라고 깎아내리고, 일반인들은 건물 외관의 대형 걸개 글판과 시내 한복판 책방인 교보문고의 존재를 달가워한다. 왜 그렇까? 이 건물의 정체성 때문이다. 일본 도쿄 주일미국대사관 건물의 디자인을 빼닮았다는 이유다. 미국 건축가 시저 펠리에게 같은 건물을 지어 달라고 부탁했고 이 디자인을 교보의 전국 지사 건물로 복제했다. 최근 한 건축 잡지는 해방 이후 최악의 건물 리스트에 올렸다. 층수와 용도를 둘러싸고 뒤탈도 많았다. 설계 당시 40층을 계획했지만 23층에 그쳤다. 완공 단계에서 정부청사보다 낮은 17층 이하로 지으라고 행정 당국이 종용하자 당시 신용호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에게 “완공 단계의 건물을 자르라면…. 내가 광화문 복판에서 배를 자르겠다”는 격한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또 용도를 호텔로 변경하라고 권하자 “정부청사 앞에 술과 밥을 파는 숙박업소를 짓는다는 것은 나라 체면을 먹칠하는 것”이라고 거절한 사연도 자서전에 남아 있다. 교보빌딩은 2009년부터 2년 동안 건물의 뼈대만 남겨 두고 건물 옆면 일본식 다다미 모양을 유리로 교체하는 등 리모델링했다. 짝퉁 논란에서 벗어날지 두고 볼 일이다. 정부서울청사는 1970년 옛 삼군부와 예조 자리에 들어섰고, 별관인 외교부청사는 2002년 옛 교통방송국 터에 자리 잡았다. 1966년에 정부서울청사 자리에 있던 서울전신저금보험관리국, 경찰기동대 순찰반이 헐렸고, 지금의 세종문화회관인 시민회관 자리에 있던 종로보건소와 광화문전화국이 철거됐다. 시민회관은 이승만 대통령의 아호를 따 우남회관으로 지어졌지만 4·19혁명 이후 시민회관으로 이름을 바꿔 1961년 개관했다. 1972년 불타 버리는 바람에 1978년 현재의 모습으로 신축했다. 세종문화회관 옆 17층짜리 현대해상화재빌딩은 현대그룹의 성장사를 상징하는 건물이다. 1976년 현대건설 본사로 지어져 1983년 현대건설이 계동으로 옮겨 가기 전까지 현대그룹 본사 건물이었다. 고 정주영 회장은 중동특수를 누린 이 건물에 애착이 강했다. 1992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국민당 당사로 썼다. 현대해상은 그룹 계열에서 분리되기 직전인 1999년 이 건물을 현대건설로부터 인수했고, 2004년 대대적으로 개보수했다. 대한민국 심장부에 빌딩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KT와 교보, 현대해상화재뿐이다. 그보다 엄청난 격랑을 헤치고 최고의 요지에 끝까지 살아남은 개인 빌딩 4채의 존재감이 더 빛난다. joo@seoul.co.kr
  • [사설] 국민연금 손대려면 연금제도 근본개혁해야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그제 회의를 열어 보험료 인상안을 다수 의견으로 채택했다. 위원회는 인상 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14%로 올려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던 모양이다. 기왕 국민연금에 손대기로 했다면 오는 10월 국회에 제출할 제도개선안에는 요율 인상뿐만 아니라 연금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혁 방안을 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제도는 기금을 쌓아가는 ‘적립식’이다. 전 세계에서 적립식을 택한 나라는 미국, 일본, 스웨덴, 캐나다 등 다섯 나라뿐이다. 5년에 한번씩 국민연금 재정상태를 진단하는 최근 추계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4년 적자로 돌아서 2060년이면 고갈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그해 걷어서 그해 지급하는 ‘부과식’으로 방식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어찌됐든 국민연금은 소득없는 노후를 대비할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고, 곳간에 돈은 채워 넣어야 하니 말이다. 보험료율이 3%에서 9%로 올랐다고는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5%)과 비교하면 아직은 부담이 덜한 편이다. 문제는 그 돈이 가입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데 있다. 돈 낼 사람이 동의하고 공감하지 않는다면 아직은 미미한 ‘국민연금 폐지운동’이 국민적 저항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지금도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우리만 봉’이라고 성토하고 있지 않은가. 내는 돈은 3배 늘어났는데 받을 돈은 지금 버는 소득의 70%(소득대체율)에서 40%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만성적자인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소득대체율은 62.7%다.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지난해까지 들어간 세금만 10조 2283억원이다. 군인연금도 해마다 1조원씩 적자다. 이런 마당에 국민연금 가입자에게만 돈을 더 내라고 하면 거세게 반발할 게 자명하다. 표를 의식하는 국회의원들이 동의해줄 리도 만무하다. 따라서 최소한 형평성 시비를 줄이거나 연금 제도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 우선 특수직역연금(공무원·군인·사학연금)과 국민연금 통합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특수연금에는 사기업의 퇴직금이 포함돼 있다는 반박 논리는 해당 연금에서 퇴직수당을 떼어낸 뒤 남은 노령연금 부분만 합치는 방법으로 설득할 수도 있다. 연금 제도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곱씹어 공무원·교사·군인 사회도 덮어놓고 반발해선 안 될 것이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합치자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더 지난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5년마다 ‘고갈’ 운운하면서 땜질 처방만 할 게 아니라 근본적 수술로 국민의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 국회가 머뭇거리고 있는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는 국민연금 불신을 덜기 위해 해야 할 최소한의 처방이다.
  • 보아뱀, 리버풀 시내 탈출…‘긴급사태’

    보아뱀, 리버풀 시내 탈출…‘긴급사태’

    길이 1.5m의 보아뱀이 탈출해 행방불명 상태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4일(현지시간) 영국 머지사이드주(州) 리버풀 지역에서 보호하고 있던 보아뱀이 사라져 현재 행방불명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아뱀은 페찌라는 이름의 4년 된 암컷으로, 몸통 길이가 1.5m에 달한다. 검은색과 초록색의 위장 모양으로 덮여있으며 배 부분은 노란색이라고 알려졌다. 머지사이드주(州) 경찰은 “보아뱀은 독이 있거나 사나운 종류는 아니지만, 자신이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면 사납게 변한다”며 이 뱀을 발견한다면 절대 접근하지 말고 즉시 경찰에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보아뱀은 주로 남아메리카에 많이 분포하며 몸통으로 먹이를 감싸 질식시켜 죽인다. 다 큰 보아뱀은 쥐나 토끼, 닭, 작은 개 정도는 쉽게 잡을 수 있을 만큼 힘이 세다. 전문가들은 “다 큰 보아뱀은 엄청난 힘을 가진 파충류다. 반드시 두 명 이상의 사람이 제압해야 한다”면서 섣불리 나서지 말 것을 부탁했다. 사진=유튜브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배우, 너는 내 운명…연극, 너는 내 인생

    배우, 너는 내 운명…연극, 너는 내 인생

    “작품 속에 이런 대사가 있어요. 배우(俳優)는 인간도 아니다. 사람 인(人) 변에 아닐 비(非). 그게 배우의 배(俳)자다. 그런데 그 인간도 아닌 것이 인간을 걱정한다…얼마나 멋진 대사예요? 고대 그리스에서 신과 소통하는 제사장이랄까? 건방지게 본다면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올해로 연기 인생 50년을 맞은 연극배우 손숙(69)에게 배우의 삶은 운명 그 자체다. 5일 개막하는 연극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를 위해 하루 10시간 가까이 연습에 매진할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그를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는 그가 배우 인생 50년을 돌아보며 준비한 자전적 연극이다. 작품 속 주인공은 데뷔 50주년을 맞은 연극배우 김정숙(본명 임순녀). 손숙 그 자신이자 평생을 연극에 매진한 여배우의 상징이다. 김정숙은 연출가 오민영(김원해)의 제안으로 데뷔 50주년 기념 연극을 준비하지만 오민영이 창작 대본을 완성하지 못해 대신 김정숙이 30년 전 출연했던 ‘굿나잇, 마더’로 대체한다. 이를 못마땅해하는 김정숙과 오민영 사이의 갈등이 커질 때쯤 함께 무대에 오르는 배우 유안나(서은경)는 오민영이 50주년 기념 연극으로 쓰던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라는 대본을 발견한다. 작품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배우 김정숙의 화려한 삶과 무대 뒤에서의 인간 임순녀의 삶을 극중극(劇中劇) 형식을 오가며 펼쳐진다. 이를 통해 누군가의 딸이자 남편이자 어머니인 인간 임순녀의 모습이 드러나고, 김정숙 또는 임순녀는 자신의 삶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작품 속 주인공의 삶은 연극적 허구다. 하지만 실제 손숙 자신의 인생과 오버랩되는 지점이 많아 작품은 그 자신에게도, 관객에게도 한결 더 진실되게 와 닿는다. 그 하나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는 대학 1학년 때 연극을 시작했고 어머니는 그의 공연을 거의 보지 않았다. “어머니는 제가 현모양처가 되길 원하셨어요. 저는 어머니가 시키는 일은 하나도 한 게 없는 나쁜 딸이었죠. 15년 전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땐 정말 후회가 많이 됐어요.” 치열하게 무대를 개척해야 하는 배우가 자녀들에게 충실하기엔 역부족이었던 숙명도 연극과 닮은꼴이다. 세 딸의 엄마였지만 지금도 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거둘 수가 없다. “딸들에게 다정한 엄마 노릇을 거의 못 해줬어요. 학교 갔다 오면 반갑게 맞아 간식을 해주거나 하는 소소한 일상, 그런 거 말예요. 하지만 다행히도 누구 하나 비뚤어지지 않고 잘 커줘서 고맙죠.” 그는 지금껏 맡아 온 역할들만큼이나 굴곡진 삶을 살아 왔다. 연극판에서의 생활은 늘 배고팠고, 남편의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오르기도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한 라디오 DJ는 그에게 재기의 계기가 됐다. 1999년에는 환경부 장관에 오르기도 했으나 32일 만에 낙마하는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 역시 긴 인생에 있어 무의미한 일만은 아니었다. ‘연극인 손숙’으로서의 좌표를 재확인해 심기일전하게 만든 ‘성장통’이 됐다. 배우 손숙의 삶과 인간 손숙의 삶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사느냐고 물어봤다. “아니요”, 금세 짧은 답이 돌아왔다. “둘 다 제 삶입니다. 고민은 안 해 봤어요. 배우의 길을 걸으면서 평범한 사람들보다 조금 더 힘들게 살기는 했지만 그것도 제 인생의 한 부분이니까요.” 연극 인생 50년을 돌아 선 그에게 연극은 “알몸으로 부딪치는 고독의 예술”이다. 무대에 불이 켜지고 그 위에 올라서면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그는 철저히 혼자일 뿐이다. 그럼에도 또 무대에 오를 것이다. “연극을 계속하다 보면 고통도 낙이 됩니다. 신기하지요? 제게는 그게 유일한 낙이에요. 다시 태어나도 배우로 살고 싶습니다.”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전석 5만원. 1544-1555.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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