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배추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 도약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729
  • 추석물가 폭등…과일·채소류 3배

    추석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추석을 앞두고 몰아닥친 태풍이 벼·과일·채소류 등 추수를 앞둔농작물을 덮쳐 큰 피해가 발생한데다 국제유가가 걸프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이에따라 정부가 내세운 올해 물가 억제목표인 2.5%가크게 위협받고 있다.태풍 프라피룬이 서남부와 중부지역의 곡창지대를 휩쓸고 지나간 31일 사과·배·채소 등의 낙과 및 침수로 엄청난피해가 발생했다.특히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과 남대문·경동·상계동 등의 재래시장에는 이날 태풍의 영향으로 산지로부터 과일·채소류의 반입이 끊겨 사과·배·곳감 등과 배추·무 등의 값이 최고예년의 3배이상으로 뛰었다.특히 이번 주말과 다음주에는 각종 제수용품 등 추석성수품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공급은 크게달려 가격이 더욱 폭등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농림부 관계자는 “태풍으로 사과·배 등이 낙과한데다 출하도 줄어 가격 상승이 걱정”이라고 말했다.작년에 태풍과 수해로 물가는 1%포인트 상승했다. 또 국제유가는 현물시장에서 중동 두바이산이 배럴당 29.07달러(8월30일)로 치솟아 지난 90년 걸프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대한석유공사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심상치 않다”며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국제수지 붕괴,물가 상승,산업생산 감소,실업 증가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정현기자 jhpark@
  • [대한시론] 가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

    잘 아는 재일교포 한분이 며칠전 고향을 찾아왔다.한 살 때 부모를따라 일본에 건너가 고생이란 고생은 몽땅 겪으면서 자랐다고 한다. 배는 고프고 먹을 것은 없고 일을 나간 부모님은 돌아오지 않았다.그래서 일본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통을 뒤지고 근처 밭에 나가 배추,시래기를 주어와 국을 끓여 먹으며 자라서 이제는 일본 사회에 당당하게 자리잡은 분이다. 너무 힘들고 가난하게 살아서 그 어머니는 평생토록 고향에 대해 등을 돌리고 살았다고 한다.온가족을 남부여대해 남의 땅으로 내몬 고향을 뭣 때문에 그리워하느냐고.그러나 늙고 편찮으셔 돌아가실 나이가 되자 그토록 완강하던 어머니가 고향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셨다.한번만 가보고 싶다고,아들 낳았다고 너울너울 춤추던 고향집 마루를한번 밟아 보고 싶다고.먹을 것이 없어 주저앉아 펑펑 울던 그 고향집 초라한 부엌에 쌀 가마니 몇 개만 들여 놓는 걸 보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아들은 병 들어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고향을 찾았다.이제는 옛 모습이라고는찾을 길 없어진 고향에가니 잘 걷지도 못하던 어머니가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언덕 위에서 있는 느티나무를 향해 훠이훠이 올라가시더라고 했다.이제 그 어머니는 백골이 되어 소원대로 고향땅에 묻혀 계시고 그 아들이 예순이 훌쩍 넘어 병든 몸으로 고향을 찾아 온 것이다. 그런데 불가사의한 것은 자기는 한 살 때 고향을 떠나 고향에 대한추억도 전무하고 일본에서도 성공해 잘 살고 있는데 왜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렇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지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것이다.이번 남북 이산가족 상봉장면을 지켜보면서 사흘 동안 어찌나울었던지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서. 전에는 추석 귀향길 뉴스를 읽고도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다고도 했다.도대체 두어 시간이면 후딱갈 고향을 열 몇 시간씩 정체를 만들면서 다녀오는 이유가 뭔지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았다는 것이다.그것도 갔다가하룻밤 자면 또 그 고생을 하며 돌아올 것을. 그러나 이번에 그 상봉장면을 내내 지켜보면서 그 분은 모든 의문이풀렸다고 했다. 우리 민족이가지고 있는 한(恨),서러움,그리고 효(孝)에 대해 이해를 하고 나니 갑자기 어린애처럼 어머니가 누워 계시는 고향에 가고 싶어 잠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200명의 이산가족들이 가지고 있던 저마다의 한과 설움,그리움이 200가지 모양으로 보여지면서 남과 북의 모든 사람들을 울게 만들었다. 눈물의 화합,눈물의 카타르시스라고나 할까.나도 종일을 훌쩍거리면서 거기에 내 설움까지 겹쳐져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가게 되는경험을 했다.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고 여름내내 전화한통 넣지 않았던 아버지가 그리워지고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딸들이 못견디게 보고 싶어 부랴부랴 떨리는 손으로 전화번호를 눌렀다. 그렇다.이번 남북 이산가족 상봉장면은 전 국민을 울렸을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가족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가족이 헤어지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커다란 축복인가.이것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이산가족들에게 고개를 들수 없도록 미안할 수밖에 없다.가족은 무조건 함께 살아야한다.함께살 수 없으면 보고 싶을 때 만나게라도 해줘야 한다. 이제 얼마 안남은 추석,우리는 모두 고향으로 가기 위해 전국의 길을 꽉 메울 것이다.그러면서 이 고생을 하면서라도 구애받지 않고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고 그곳에 가면 우리를 기다리는 부모님을 뵐 수 있다는 사실을 각별히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1,000만 이산가족이라고 한다.그분들이 함께 모여 살지는 못하더라도 보고 싶을 때 만날 수 있는 장소라도 하루빨리 만들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손숙 연극배우·전 환경부장관
  • 집중취재/ 중국산 수입 농수산물 검역 ‘구멍’

    *실태·문제점. 중국이 어느새 우리의 먹거리 농장이 돼버렸다.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우리의 농수산물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다.하지만 중국산 먹거리는 수입되기까지 유통기간이 길다보니 안전성 문제가 끊임없이제기돼 왔다.중량을 늘리기 위해 꽃게에 납을 주입한 사건은 중국산식품에 상상 이상의 비상식이 진행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수입 중국 농수산물의 안전성을 집중 점검해본다. 지난 13일 서울의 한 수산물 수입업체는 5,390달러를 들여 중국에서 냉동복어 780㎏을 수입했으나 전량 폐기처분되고 말았다.검역 과정에서 선도가 문제됐기 때문이다.또 한 업체는 지난달 냉동꽃게 31t을수입했으나 색깔 및 외관불량으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올들어 지난 7월 말까지 국립수산물검사소 인천지소에 의해 불합격처분된 중국산 수산물은 모두 45건에 217t.불합격 사유는 선도불량(14건) 폐사(5건) 수입금지 품목(3건) 등 대개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것들이다. 꽃게 납 주입이 문제가 되기 전부터 중국의 어민 또는 수집상들이무게를 늘리기위해 어류 뱃속에 쇠·돌덩이·개흙 등을 넣고 있다는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러나 검역 과정에서 적발된 적은 거의 없다.반입 수산물 가운데 29%에 대해서만 정밀검사와 표본검사가 이뤄질뿐 나머지는 서류검사또는 육안검사로 대체하고 있다.정밀검사는 최초로 수입한 경우에 한해 실시하고 그뒤는 2개월마다 한번씩 한다.표본검사도 샘플 추출이100∼150박스당 1개 박스꼴이어서 정확성을 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같은 규정만 제대로 지켰어도 납 꽃게는 검역 과정에서 적발됐을 것이라는 지적이다.인천지검에 검거된 중국 현지 수집상 양원세(梁元世)씨는 모든 꽃게 박스에 1∼2마리꼴로 납꽃게를 담았다.따라서 표본검사만 제대로 했어도 납꽃게 파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뒤늦게 금속탐지기를 도입해 모든 수산물에 대해 중금속 함유 여부를 검사하겠다는 것은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전형적인 ‘사후약방문’이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 농산물에 대한 검역 실태는 이보다 더하다.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 올들어 인천항을 통해 수입된중국산 농산물을 검사한 결과 부적합 판정이 내려진 것은 잔류농약 허용기준을 위반한 1건(10t)뿐이다.농산물의 장기보존을 위해 중국 현지에서 약품처리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 비해서는 미미한 실적이다.이같은 현상은 농산물 검사 또한 85%가 서류검사라는 데에서 비롯된다.잔류농약외에도 곰팡이균이 생성하는 독소인 아프라톡신 검사가 있지만 전국적으로 적발 사례가 없고,이산화항 검사도 검사가 실시된 이래 10여건 정도만적발됐을 뿐이다. 이같은 검사 부실은 중국산 식품 안전성에 대한 무감각이 주원인이지만 검사기관의 인원과 장비 부족,수입절차의 간소화 추세 등도 한몫을 하고 있다.국립수산물검사소 인천지소 관계자는 “정밀검사를할 수 있는 직원은 3명에 불과한데도 하루 검역 물량은 30여건에 달하고 있어 내실을 기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hjkim@. *수산물 무방비상태. 중국산 수입 냉동꽃게에 담겨 시중에 유통된 납(Pb)은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이다.납은 일단 몸에 흡수되면 빠져나가지 않은채 콩팥등 장기 속에 축적돼 서서히 신경계통을 마비시키고 성장을 저해하며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인체유해 성분으로 분류된다.특히 임산부가 납 성분을 흡수할 경우 쉽게 발견되지도 않을 뿐더러 그대로 태아에게 전해져 기형출산이나 선천성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납 중독증을 ‘발견하기 어려운 질병’이라는 의미의 스텔스병(stealth disease)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맹독성 납을 채워넣은 냉동꽃게가 시중에 버젓이 유통될 수있었던 것은 사람의 생명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돈을 버는데만 혈안이 된 빗나간 상혼 때문이다.그러나 악덕 수입업자들을 탓하기에앞서 허술하기 짝이 없는 현행 검역체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수입 수산물 검역을 총괄하는 국립수산물검사소는 그동안 금속탐지기 하나없이 육안 샘플검사로만 일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문제가 된 꽃게의 경우도 적합성 검사를 하면서 외관의 손상이나 변형 유무,신선도 등 외형에 대한 형식적인 관찰만 하고 신고필증을내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올들어 인천항을 통해 수입된 중국산 꽃게 964t 가운데 32t만이 신선도가 떨어지거나 표피색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을 뿐 유해성분 함유량이 높아 불합격된 사례는 단 1건도없었다.한마디로 겉만 멀쩡하면 독약을 넣어도 무사통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결국 허술한 검역체계가 수입업자의 부도덕한 행위를 불렀고,이로인해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김재순기자 fidelis@. *반입 실태. 인천항을 통한 중국산 수산물 수입은 98년 4,090만7,000달러어치에서 지난해 8,121만9,000달러어치로 98% 급증했다.올들어서도 급증 추세가 계속돼 지난 7월까지 7,780만1,000달러어치가 수입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늘어났다. 품목도 다양해져 꽃게·소라·조개류가 주종을 이루던 것이 장어·민어·복어·잉어·아귀 등 수십종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들어 꽃게·장어 등의 국내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든데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수산물 가격차가 커 수익성이 보장되기때문이다. 세관측은 국내 어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수산물에 대해 고율의관세를 부과하고 있다.이에 따라 농어는 평균 관세율 8%에 비해 8배가 넘는 70%,미꾸라지 60%,민어 80%,꽁치 50%의 높은 관세율을 매기고 있지만 수산물 수입 증가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중국산은 칭따오·위하이·단둥·다롄항 등을 통해 인천·부산·목포항 등으로들어오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산 농산물 수입은 지난해부터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98년 19억9,468만달러어치였던 것이 지난해 14억720만달러어치로 29% 줄어들었으며 올들어서도 지난 7월까지 6억5,295만달러어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됐다. 이는 한동안 쏟아져 들어오던 참깨·고추·콩류의 수입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대신 최근에는 양파·마늘·배추 등의 수입이 늘고있다.인천세관 관계자는 “중국산 수입 품목과 반입량은 국내 작황과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수시로 변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유통과정. 중국산 농수산물은 ‘송화주’로 불리는 현지 수집상들에 의해 수집,선적돼 국내 수입업자에게 보내진다.송화주는 상당한 자금력 및 현지민들과의 유대를 갖고 있는 한국인이나 조선족인 경우가 많다.그러나 이번에 꽃게에 납을 넣은 것으로 밝혀진 양원세(梁元世)씨처럼 갑자기 수집업에 뛰어든,브로커성 경향이 강한 수집상들도 중국 단둥을중심으로 다수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검찰의 분석이다. 수산물은 포구 등지에서 수집해 비교적 기일이 많이 걸리지 않지만농산물은 먼 지역까지 가서 수집을 해야 하기 때문에 10일 이상씩 걸리기도 한다.물건을 선적하는 과정에서 1∼2일이 걸리고 인천항까지운송에는 3일 정도가 소요된다.통관 절차가 전에 비해 많이 간소화되었지만 입항을 위해 대기하고 검역하는데 시간이 상당이 걸려 인천항에서도 1∼2일이 소요된다. 검역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검역이 세밀하게 진행되어서가 아니라 대부분 검역소 직원을 기다리는 시간이다.검역소측은 사람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러 건이 접수되어야만 현장에 나타나기 때문에 반나절 이상 기다리게 하기 일쑤다. 그러나 일단통관이 된 이후는 신선도를 생명으로 하는 농수산물은급속도로 전국으로 퍼져 나간다.유통과정도 농수산물시장과 중간상,도·소매상이 혼합된 형태여서 일정한 패턴이 없다.검찰이 꽃게 납주입 사건 이후 긴급히 해당 수입업체가 유통시킨 물품 수거에 나섰지만 30t 가운데 200㎏밖에 거둬들이지 못한 것은 이같은 사정 때문이다. 인천 김학준기자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10) 낯선 땅에서

    *짜고..맵고..투박하고..'경상도 맛'은 원색적. 공양 법회에 참례하지 않고 부엌에 달린 찬방에서 보살님들과 밥을 먹으면더욱 격식없이 이것 저것 해먹을 수가 있어서 좋았다.두부를 만들 때에도 삶은 콩을 맷돌에 가는 일을 도우면 따로 순두부 찌개를 해먹었고 독상을 받는 큰스님들 밥상을 준비할 제 갖가지 특식을 얻어 먹곤 했다. 내가 특히 맛있다고 기억하는 건 여러 가지 푸성귀로 싸먹는 쌈밥들이다.상추 쌈이야 늘 먹던 것이니까 아예 말할 것도 없고 너푼너푼하게 잘 자란 곰취 잎에 된장 쌈을 해서 먹는 맛은 그 싱그러움이며 쌉쌀한 뒷맛이 그만이다.나중에 백두산 갔다가 양념장을 쳐서 싸먹던 야생 곰취의 맛은 잊을 수가없다.아예 밥을 참기름과 깨소금에 잘 버무려서 한입만큼의 주먹밥을 만들어,살짝 데친 취 잎으로 싸서 김밥처럼 한덩이씩 먹는 맛도 좋다.도토리나무잎을 데쳐서 싸먹기도 하고 깻잎을 쑥갓과 어울려서 고추장 넣어 싸먹기도한다.생 다시마를 데쳐서 향그런 쑥갓과 더불어 싸먹는다.뒤란의 호박잎을따다가 껍질을 대충 벗기고 찜통에 살짝 쪄서 풀기만 죽여서,마늘을 얇게 썰어 곁들여서 막된장을 넣어 싸먹는다.배추나 양배추 쌈은 여름날 집에서도흔히 해먹던 것이고,특이한 것은 고구마잎도 쌈밥을 해먹을 수 있다.이것은잎을 끓는 물에 아주 삶아낸다. 조금 쓴 맛이지만 머위 잎도 먹을만 하다.잎을 데쳐 내는데 쌈장과 함께 풋고추 쑹덩쑹덩 썰어낸 것과 곁들여 싸먹으면 쌉쌀하고 매운 맛이 어우러진다.근대는 적당히 자란 것은 나물이나 국을 끓여 먹지만 웃자란 잎들은 역시끓는 물에 슬쩍 데쳐서 싸먹어도 좋다.아욱도 마찬가지다. 하루는 큰스님의 심부름으로 오래간만에 부산 시내에 나갔다.신부님이나 스님이 대개 어슷비슷한데 아마 군인들도 마찬가지일테지만 외출 나와서 세상과 만나는 방법에 두 가지가 있다.하나는 영화 구경을 하는 일이고 자장면을 사먹는 일이 그 두 번째다.호주머니가 가벼운 탓도 있겠지만 아무도 동행한 사람이 없이 혼자라 그 두 가지 일 외에는 별로 할 일도 없는 셈이다. 내 기억으로는 ‘오케스트라의 소녀’라는 흑백 영화였는데,늙어서 일자리를 잃은 노인 악사들로 교향악단을 꾸린 소녀가 실제 인물로 출연하는 스토콥스키를 찾아가 지휘를 부탁하고 드디어 화려하게 데뷔한다는 내용이었다.영화를 보고 눈부신 극장 앞 광장으로 몰려 나오는데 인파 속에서 내 얼굴을아는 이를 만났다.큰 자형의 가까운 친구되는 이였다.그는 내 승복 차림을보고 놀라서 손을 잡으며 물었다.너 어느 절에 있느냐,느이 어머니가 지금눈물로 세월을 보내신다,집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느냐,한꺼번에 묻는 것이었다.나는 부산 근방에 있다고 겨우 둘러대고는 달아나듯이 그이와 헤어졌다. 그런 일이 있은 뒤 한 보름 되었을까.그날도 아침을 먹고나서 법당에 걸레질을 하고 있는데 한 스님이 나를 불렀다.누가 나를 찾아왔다는 것이다.산문을 나서고 오솔길을 지나 절집 어구에 상가가 늘어선 곳까지 나가 보았다.바로 앞쪽에 기념품 상가가 있었는데 그 앞에서 이쪽을 향하고 서있는 여자가 보였다. 멀리서도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가까이 다가가는데 자세히 보니 모친이었다.어머니는 대뜸 내 손을 잡고 눈물바람이었다. 그렇게 되어서 산문을 나선 그 길로 어머니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부산 국제시장 들러서 사복과 모자 하나를 사서 승복 벗어버리고 옷을 갈아입었다.부산역 앞에서 기차를 기다리다 거의 일 년만에 불고기 백반을 먹었는데 맛이 있다기 보다는 누린내 같은 고기 냄새가 역했던 것 같다.아마도그동안 풀과 푸성귀로 오감이 바뀌었던 모양이었다. 나중에 들었지만 어머니는 자형 친구로부터 승려가 된 나를 부산에서 보았다는 말을 듣고,부산에 당장 내려와 어느 곳에 무슨 절이 있는지 수소문하여한군데씩 찾아 다녔다고 한다.드디어 범어사에서 광덕 스님을 만나게 된 어머니가 아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사정했는데 그이는 냉정하게 거절하더라는것이다. 이미 출가한 사람이라 아무리 모친이라 하여도 만날 수 없습니다. 저는 홀어미이고 아들이라고는 그것만 믿고 살아왔습니다.비록 제가 기독교인이지만 예수님이나 부처님이나 가엾은 일에 대하여는 다 같겠지요.제 아들을 돌려주십시오. 어머니가 그렇게 울며불며 사정을 하니 광덕 스님은 한참이나 묵묵히 앉았다가 제안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면 한번 만나는 보세요.아들이 어머니를 따라가면 어머니 자식이 될 것이오 만약에 절로 돌아오면 부처님 자식이니 다시는 찾지 마십시오. 그랬는데 나는 어머니를 보자마자 두 말할 것 없이 손 잡고 따라서 집으로돌아왔으니 속세의 아들로 되돌아온 셈이다.이제는 모친이나 광덕 스님이나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데 나는 시방 누구의 자식인고. 나와 경상도 땅의 인연은 어려서 전쟁 시절에 대구로 피난 가서 소학교 다니던 데서부터 시작하여 나중에 군대생활까지 보내게 되었다. 경상도의 음식을 들라면 우선 짜고 맵고 투박하며 원색적이란 느낌이 든다. 그래도 다른 지방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들이 더러 있다. 부산에 갔을 적에 이른 아침에 아낙네들이 ‘재칫국 사이소!’를 외치며 창밖을 지나는 소리에 잠이 깼다.재첩 조개를 넣고 소금으로 간하여 끓여낸 국은 개운하고 속풀이에 좋았다.요즈음 점심참에 먹기 좋지만 우뭇가사리 묵을 채썰어서 콩가루와 갖은 양념을 치고 식초 섞은 냉국을 부어서 먹는 우무냉국도 속이 씨원해진다.대구의 따로국밥은 예전에는 대구탕이라고 불러서 생선 대구탕과 혼동이 될 정도로 유명했다.연변에서 수십년만에 귀국했던 소설가 김학철 노인도 친지에게 옛날식으로 대구탕이 먹고싶다고 했다가 생선 대구탕 집으로 안내하는 바람에 낭패를 보았다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부산의 고래고기 회나 포항 지방의 과메기는 술꾼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과메기는예전에는 청어를 썼지만 요새는 청어가 드물어져서 꽁치로 대신한다.꽁치를바닷바람에 꾸득꾸득하게 말려서 그대로 찢어 먹는데 길게 찢어 돌돌 말아서 초장에 찍어 먹는다.전에는 그물에 걸리면 재수 없다고 그대로 바다에 버리던 생선이었는데 요즘에 와서 맛을 내게된 것 두 가지가 있으니 쥐치와 아구가 그것이다.그중에서도 아구는 아구찜이라는 독특한 마산 요리가 개발되어값 비싼 생선이 되어 버렸다.아구찜은 콩나물과 미더덕이라는 멍게 비슷한갯벌 생물과 만나야만 완성이 된다.매운 양념에 톡톡 씹히면서 터지는 미더덕과 뼈다귀채로 씹는 아구 맛이 입맛을 확 돌게한다.경상도의 막장은 찌개로 좋고 집장은 가지 무 오이 장아찌를 함께 담그기에 좋다.골짠지는 다른고장의 무말랭이 장아찌 비슷한데 무말랭이와 고춧잎을 검은 깨와 강엿과 갖은 양념에 매콤 달콤하게 무쳐서 항아리에 담가 두고 겨우내 땅 속에 묻어두었다가 늦봄에 꺼내 먹는다. 황석영.
  • ‘통일나비’ 새달20일 훨훨난다

    북한과 남한지역의 호랑나비 암수를 교접시킨 ‘통일 호랑나비’가 나비의고장인 전남 함평에서 곧 탄생한다. 21일 함평군에 따르면 지난달 북한과 인접한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민통선지역에서 호랑나비와 암끝검은표범나비,배추흰나비 등을 10마리씩 채집해 같은 종류의 함평산 수컷나비와 교접,각각 1,000∼1,500개의 알을 채란한 뒤부화에 성공했다. 함평군 곤충연구소 유리온실에서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는 이들 나비 애벌레는 다음달 20일쯤 번데기 등의 변태과정을 거쳐 ‘통일 나비’로 화려한 날갯짓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군은 이들 나비를 대량 증식해 실향민들이 통일을 기원하는 각종 행사나,판문점 등지에서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북한을 향해 날리도록 할 계획이다. 군은 또 남북정상회담 답방이 이뤄지면 그 행사장에서도 통일 염원을 담은나비날리기 행사를 갖고 휴전선 비무장지대에도 방생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함평군 곤충연구소와 북한의 김일성대학 생물학과 간에 민간차원의 환경생태분야 교류협력을 추진하고,정부가 주관하는 비무장지대 생태관광자원화 및 생태보전을 위한 공동연구에도 적극 참여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산 호랑나비 유충이나 성충 채집이 현실적으로 어려워민통선지역 나비를 활용할 수밖에 없어 아쉬움이 크다”며 “나비를 통해 겨레의 염원인 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이번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
  • ‘단축 진료’ 헛걸음 환자들 ‘고통’ 호소

    ‘단축 진료’ 이틀째인 19일 상당수의 동네의원들이 오전에만 진료해 오후에 의원을 찾은 환자들은 발길을 되돌리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시내 동네의원 곳곳에서는 ‘22일까지 오전에만 진료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으며 낮 12시까지 접수된 환자만을 받았다.이에 따라 오전에는 서둘러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K내과에는 이날 오전 10시 평소보다 4배 정도 많은 30여명의 환자들이 대기실에서 길게 줄을 섰다.이 병원을 찾은 회사원 김형섭씨(34)는 “평소 위장이 안좋아 오전에 짬을 내 병원을 찾았으나 환자가너무 많아 진료를 받지 못할 것 같다”며 회사로 발길을 돌렸다. 7살된 아들이 갑자기 고열을 일으켜 아침 일찍 마포구 도화동의 D내과를 찾은 임경숙씨(36·여)는 길게 늘어선 대기환자의 줄을 보고 서둘러 정상 진료를 하는 종합병원으로 향했다.임씨는 “자신들의 주장을 펴는 것도 좋지만꼭 환자에게 불편을 주어야만 문제가 해결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오후 들어 문을 닫은 동네의원에 전화를 걸어 진료 여부를 물으면 “오후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자동응답을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용산구 동부이촌동 S안과를 찾은 김모씨(47)는 굳게 잠긴 유리문을 몇차례두드리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씨는 “병원을 찾아 다니느라 오늘 장사를 완전히 망쳤다”면서 “배추 한포기도 신뢰로 파는 데 의사들이 이런 행동을 보여서야 국민들이 어디 믿을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고정수씨(33·서울 강서구 방화동)는 “이제 곧 계도 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인 의약분업이 시작될텐데 싸움만 하고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국민의 입장에서 분업을 준비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창구기자
  • “기력을 듬뿍” 더위이기는 보양식 ‘빅3’

    장마가 싱겁게 끝났다.푹푹 찌는 삼복더위에 기력도 없고 입맛도 영 예전같지 않다.비오듯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곧 몸의 에너지가 빠져 나오는 것.여름철엔 이열치열의 보양식으로 체내에 영양분을 부지런히 보충해주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지름길이다.경희대 한방병원 보양클리닉 이장훈교수는 “땀을많이 흘리면 속이 냉해지기 때문에 인삼이 든 삼계탕, 보신탕 등 더운 성질의 음식을 먹는게 좋다”고 강조한다.고단백질의 삼계탕,보신탕,장어구이는여름철 보양식으로 빼놓을 수 없는 메뉴.개고기는 특히 불포화지방산을 많이함유해 소화가 잘되고 몸을 따뜻하게 보하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평상시 몸에 열이 많고 혈압이 높은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냉면은 찬 음식이지만더운 성질의 겨자가 이를 보완해 주기 때문에 너무 많이만 먹지 않으면 큰탈은 없다. 오미자는 깨끗이 씻어 찬물에 하룻밤 담가 우려낸 뒤 꿀, 흑설탕을 넣어 마신다. 생맥산은 맥문동,오미자,인삼을 2대 1대 1의 비율로 넣어 달여 먹으면 된다.여름철 보양식 요리법을 신라호텔, 하얏트호텔 주방장들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영계 오븐구이. 영계속에 들어간 수삼과 황기는 전통적으로 여름철에 가장 많이 쓰이는 한약재로 쇠약해진 기운을 되살려준다.삼계탕 대신 오븐에 구워 먹도록 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재료 영계 1마리,찹쌀 ⅔컵,깎은 밤 4개,대추2알,수삼·황기 각 15g씩,소금·후추 1큰술,식용유3큰술◆만들기 ①찹쌀은 씻어 불린 후 같은 양의 물을 붓고 소금을 넣어 밥을 짓는다 ②닭 내장의 자투리와 핏기가 없도록 속까지 긁어내듯이 말끔하게 씻어헹군 후 마른 수건으로 물기없이 닦는다 ③소금과 후추, 식용유를 섞어 영계의 몸체에 손으로 문질러가며 고루 바른다 ④미리 지어둔 찹쌀밥과 수삼, 황기,밤,대추를 고루 섞는다 ⑤닭의 몸통안에 ④의 재료를 넣는다 ⑥닭다리가 대각선으로 교차되도록 고정시킨 뒤 오븐팬에 물을 ½컵 넣고 180도 예열한 오븐에 넣어 1시간30분정도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불도장. 중국 광동지역의 최고급요리 중 하나로 ‘부처님이 절 담장을 넘을 정도로맛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탕과 찜의 중간 형태다. 단백질,칼슘이 풍부하고 소화도 잘된다. ◆재료 오골계(보통닭도 무관),말린 해삼,전복,삭스핀,중국배추,노루힘줄(도가니도 무관),송이,구기자,인삼,대추,생강,육수,오이스터소스◆만들기①대추,구기자,인삼,사슴힘줄,삭스핀은 물에 불린다 ②전복과 오골계는 내장을 빼고 잘 손질한다 ③중국배추는 약간 데친다 ④육수에 다진 생강,소금을 넣고 2∼3시간 끓인다. 다진 생강은 씹히지 않도록 체로 걸러낸다 ⑤끓인 육수에 중국배추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고 2∼3시간 약한 불로 찐다 ⑥다 찌고 난 후에 중국배추를 넣는다 ⑦먹을 만큼 덜어 오이스터 소스와 함께 먹는다. ◈장어구이. 비타민A와 지방이 풍부한 고단백 스태미너 식품. ◆재료 민물장어 20g,무순20g,생강1쪽,생강간장(장어육수,간장·설탕 각 1컵,청주 ½컵,생강즙 3큰술)◆만들기 ①민물장어를 잘 손질해 등쪽에 칼집을 넣어 포를 뜬 다음 머리와뼈는 추려낸다 ②머리와 뼈를 물에 씻어 핏물을 뺀 다음 마늘,생강을 저며넣고 푹 고아 장어육수를 만든다 ③장어는 등에 잔 칼집을 넣어 6∼7cm길이로썰어놓는다 ④장어육수에 간장,설탕,청주,생강 등을 혼합해 냄비에 넣고 중간불에서 절반가량 줄도록 끓이면 생강간장이 된다 ⑤장어에 차게 식힌 생강간장을 골고루 발라 재운 뒤 팬이나 석쇠에서 굽는다 ⑥생강은 가늘게 채썰어 냉수에 담갔다가 건지고 무순은 씻어놓는다 ⑦접시에 생강구이를 담고 생강 무순을 얹어낸다. 허윤주기자 rara@
  • [녹지를 가꾸자] 옥상녹화 사업

    ‘옥상을 녹지로 활용하자’ 급격한 도시화로 어디를 보나 푸른색을 보기가 어렵다.서울시만 보더라도 607㎢에 이르는 전체 면적 가운데 49%(295㎢)가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덮여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주택,빌딩,상업지구 등이 서울 전체 면적의 58%를 차지해 녹지공간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심에 녹색공간을 확보하려는 여러가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이중 옥상을 녹지로 가꾸자는 아이디어가 눈길을 끈다.특히 옥상녹화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장점이 많다. 도심을 푸르게 할 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기존 옥상 표면보다 20℃정도 낮아열섬현상을 줄인다. 겨울에는 보온효과로 냉난방비를 줄이는 1석2조의 효과도 거두고 있다.건축물 옥상을 완전 녹화하면 건물 냉난방에너지를 연간 16. 6% 정도 절감할 수 있다. 이밖에 빗물을 정화시키는 한편 저장해 도시 홍수를 예방한다.강력한 햇빛을 가려 건물수명도 늘리고 공기를 깨끗하게 한다. 결국 도시 비대화와 개발에 따른 자연녹지 훼손 피해를 보충하고,생태계 복원에도크게 이바지한다. 옥상녹화 사업은 80년대초부터 에너지 절약과 도시 경관을 꾸미기 위해 추진됐지만 그동안 지지부진했다가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면서 힘을얻고 있다. 정부도 옥상녹화를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발표했다. 건설교통부는 지난해 옥상에 조경시설을 설치할 경우에도 혜택을 주기로 했다.옥상조경면적의 3분의2를 대지내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조경시설면적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면적만큼 지상 조경시설을 줄이고 주차장 등 다른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옥상조경시설에 필요한 흙 깊이도 1m에서 50cm로 낮아져 화초나 높이 2∼3m 이하 관목도 심을 수 있게 됐다. 전국에서 가장 더운 지역 가운데 하나인 대구시는 이를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로 옥상녹화를 권하고 있다.이를 위해 신천하수처리장 인근 2만평에 잔디포지를 만들어 올 가을 잔디를 심어 키운 다음 내년부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무상공급하로 했다.시유지와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유휴지에도 새로운 포지를 만들어 일반 주민들에게도 나눠줄 계획이다. 부산시는 녹지율이 1.3%로 전국 7대 도시 가운데 최하위인 불명예를 벗어버리고 녹색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지난해부터 옥상녹화를 추진하고 있다.시는내사랑부산운동추진협의회와 부산녹색연합 등과 공동운영위원회를 구성,시민운동으로까지 발전시킬 계획이다. 성남시도 도심지역 공공청사,백화점,병원,업무용 빌딩 등의 옥상 92곳에 조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삭막한 도심 옥상이 점차 바뀌고 있다. 콘크리트 바닥에 울창한숲이 들어서고,텃밭이 마련돼 배추 상추 고추가 자란다.민물고기와 개구리가서식하고 잠자리 나비 벌 등이 날아드는 자연생태공원까지 선보였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경동보일러 사옥 12층 옥상에는 지난 4월 자연생태공원 ‘하늘동산 21’이 문을 열었다.160여평 규모에 연못,습지,야생화초지,관목덤불숲이 자연상태 그대로 꾸며졌다.담쟁이 범부채 은방울꽃 석창포 등 근처 불곡산의 식물 80여종도 옮겨 심었다.인공습지에는 피라미 붕어등이 노닐고 개구리 3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대구 시민들은 대백프라자 옥상에서더위를 식힌다.소나무 아래 앉아 잠시자연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세상백화점도 7층 옥상에 나무와 꽃을 심고 벤치를 설치해 놓았다.경기 구리 LG백화점도 9층 옥상에 400여평 규모로 천연잔디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잔디 위엔 조각작품을전시하고 비치파라솔 등이 설치돼 있어 인근 주민들의 쉼터 역할도 하고 있다.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도 옥상에 산책길을 만들었다. 경기 부천시 원미동사무소 3층 옥상도 아담한 공원으로 만들어졌다.인근 상일동사무소 옥상은 아예 텃밭으로 꾸며 배추를 심고 있다. 고양시 일산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3층 옥상은 연구원건물답게 다용도로 활용하고 있다.250여평 규모에 화초,관목 등을 심었고,생활하수를 끌어 올려정화하는데 이용하고 있다. 이밖에 서울 은평구 구파발역 인공폭포 관리사무소와 송파구 성내동 중앙병원,서초구 양재동 농협종합유통센터,경기 수원시 영통 황골우체국이 모범적으로 옥상녹화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안근영연구원은 “옥상녹화는 녹지가 부족한 도시생태계를개선하는 한편 쓸모없이 버려져 있는 옥상을 개발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중기자 jeunesse@. *외국의 사례. 옥상녹화는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 법제화를 서두르는 등 활발하다.외국에서는 옥상녹화 전문업체도 많아 가정에서 쉽게 옥상을 녹지로 가꿀 수 있다. 독일은 정부 차원에서 옥상녹화를 적극 지원해 주고 있다.일년동안 700만㎡ 이상의 삭막한 옥상을 파릇파릇하게 만들고 있다.이에 관한 기술을 깊이 있게 개발,다른 나라에 수출까지 한다.베를린에서는 시가 녹화비용의 50%를 부담하고 나머지 50%도 융자를 해준다. 일본도 환경보전과 도시녹화의 한 방법으로 옥상녹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까지는 공공건물이나 환경공생형 집합주택 등에서 이뤄졌던 옥상녹화가일반주택에까지 널리 퍼지고 있다.옥상을 정원이나 텃밭으로 이용하는 주택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는 것이다. 도쿄 북구의 ‘도시건축물 녹화추진 사업조성금 교부제도’처럼 일본에서도옥상녹화를 위해 보조금을 주는 지자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50여개 기업으로 구성된 ‘옥상개발연구회’가 구성되는 등 민간부문에서도 활발한 활동이 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옥상녹화 기술이 최근 수년간 빠르게 발전했다.빗물을 이용한 자동살수시스템이나 관리가 필요없는 방법 등 다양한 기술이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 북유럽을 비롯한 대부분 선진국가들도 옥상녹화를 주요 정책사업의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김영중기자. *걸림돌은 무엇인가. 옥상녹화는 장점이 많이 있지만 걸림돌도 많다. 우선 옥상녹화는 심어논 나무와 꽃이 햇빛과 바람에 그대로 노출돼 관리가어렵고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서울 종로구 제일은행본점 빌딩 6층 옥상에 160여평 규모로 ‘공중정원’이조성돼 있다. 직원 한명이 상주하며 계속 관리해줘야 하는데다 관리비용도연간 500만원 이상이나 들어간다. 시설비용도 1㎡당 방수시설을 포함해 15만원 정도 지출해야 한다. 건물 옥상은 지상보다 상당히 강한 바람이 분다.강한 바람은 땅의 수분을빼앗아 식물이 말라 죽기 쉽다. 옥상녹화를 시공하기 전에 필수인 구조안전진단과 누수문제를 해결하는데도상당한 비용이 든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옥상녹화사업 대중화 방안을 찾고 있다.시는 ‘조경시설 관리조례’를 조만간 개정해 옥상녹화에 필요한 구조안전진단 비용과 옥상녹화시설 마련 비용 등의 일부를 지원해줄 예정이다. 시는 이와 함께 올해 안에 설치비와 관리비용이 적게 드는 ‘보급형 옥상녹화모델’을 만들기 위해 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연구중에 있다.또 구조안전진단도 쉽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의뢰해 놓고 있다. 한편 상당수 빌딩들이 옥상에 식물을 심고 있지만 조경 중심이라 생태적 효과는 거의 없고 건물 안정성만 해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건축주들은 건물의 옥상에 임시 조경시설이나 녹지공간을 확보한뒤 준공검사가 끝나면 그대로 방치하거나 용도를 변경하는 사례가 많아 사후관리를 위한 철저한 지도감독이 요구되고 있다. 김영중기자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6)잃어버린 먹거리

    *피란시절 동태탕은 가족 결속시키고... 전쟁 전이나 휴전 뒤에 생활이 다시 안정 되었을 때에 우리가 고기 대신 먹었던 여러 가지 생선들이 생각난다.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지금은 사라져버린 물고기들이 많은 것 같다.또한 있다고 하여도 다른 먹거리가 많아서 찾지않게 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침 저녁 무렵이면 동네 골목마다 장사꾼들이 차례로 등장하기 마련이었는데 호객하는 소리도 독특해서 재미가 있었다.콩나물이나 무 배추 따위의 채소장수들에서부터 새우젓 어리굴젓 장수들 그리고 생선장수들은 모두들 팔려는 물건 뒤에다 ‘사료’나 ‘사우’를 부쳐서 목청을 높였다.두부장수는 자루가 달린 놋쇠 요령을 가지고 다니면서 딸랑 딸랑 하고 흔들었다.나중에 쓰레기차가 오면 청소부들이 그런 손 종을 치곤 했다. 비웃드렁 새,하는 소리는 청어를 사라는 생선장수의 소리였다.전쟁 전에는청어가 서울 인근에서는 가장 좋은 비린 반찬이었고 주점에서도 어른들이 제일로 쳐주는 안주감이었다.청어는 생선도 있고 소금에 절인 것도 있으며 꾸덕꾸덕 말린것도 있었다.숯불 풍로에 철사로 얼기설기 엮은 석쇠에다 굵은천연 소금을 뿌려서 구운 청어는 기름이 자르르 하고 고소하며 살집이 푸짐했다.집집마다 담장을 넘어서 골목길에까지 청어 굽는 냄새가 가득찼다.생선은 찌개도 끓이고 찜도 하고 소금에 절인 것은 조리기도 하며 그냥 숯불에굽기도 하고,꾸덕꾸덕 말린 것은 갖은 양념하여 재어 두었다가 북어나 조기처럼 구었다. 아지라는 생선도 많이 먹었는데 나는 무어니 무어니 하여도 어머니가 뼈를발라 간장과 설탕과 양념을 섞어서 장을 내어서는 아지 생선 위에다 바르면서 천천히 구워낸 아지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이 그 맛이 생선 중의 으뜸이라는 준치도 굽거나 조림이 고작인 셈인데 나는 가시가 많아서인지 별다른 기억이 없다.다만 그 맛이 남도 사람들이 친다는 전어와 비슷하지 않았는지.전어는 소금 뿌려 놓았다가 기름에 지지거나 구어 먹는 것이 제일 좋은데 봄철 나물과 번갈아 먹는 맛이 그럴 듯 하다. 이면수와 가자미는 살이 담백하고 기름지지 않다.이면수는살갗이 꺼칠하고두꺼운 느낌이 들어서 별로 맛들이지 못했고,다만 가자미는 손바닥 두어배되는 큰 놈을 소금 뿌려서 태우지 않고 껍질이 바짝 마를 정도로 숯불에 구워서 통째로 먹는 맛이 기막히다.일본에서 그렇게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전혀 비리지 않고 무슨 바다의 감자를 먹는 느낌이었다.그러나 어려서는 별로맛있는 줄 몰랐다. 소학교 때까지만 하여도 어머니는 해마다 봄철이 되면 인천에서 들어온 조기를 몇판씩 사들여다가 뒷마당에서 이모와 같이 김장 때처럼 법석대며 손질을 했다. 소금에 절이고 자잘한 놈은 젓갈을 담기도 했는데 메주 말리던 넓다란 대나무 채반을 몇 개씩 늘어놓고 소금에 절인 조기를 말렸다.당시에는 집집마다담장에 널어 말리는 조기를 볼 수가 있었다.바싹 마르면 굴비가 되었고 장사꾼들은 굴비의 대가리를 새끼로 줄줄이 꿰어서 팔러 다녔다.요새처럼 ‘영광 굴비’가 특상품이라고 하지는 않고 ‘연평 굴비’라고 외쳤다.연평 굴비는 수백년 동안 서울 사람들의 여름철 반찬이었다.굴비를 두었다가 구어 먹는것이 보통이지만통째로 여러 마리를 고추장에 박아 두었다가 몇 달이 지나서 꺼내어 살을 잘게 찢어서 저장한다.살이 쫄깃하고 암갈색이 되는데 쇠고기 장조림의 열 배는 더 맛이 있었다.무더운 여름날 먼길을 걸어서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배가 고픈데도 당장 점심을 먹기도 지겹고 할 적에 어머니가 구운 굴비를 찢어서 열무김치와 함께 밥상을 차려 준다.찬물에 밥을 말아서 굴비와 열무김치로 먹기 시작하면 그제사 식욕이 왕성해지던 것이다. 조기철에 뒤이어 초여름 무렵부터는 꽃게가 들어왔다.꽃게는 어머니와 누나들이 마당의 수돗가에서 손질을 하려면 사방으로 달아나 어떤 놈은 장독대뒤의 독 사이로 숨고 어떤 놈은 판자 담장 아래로 빠져서 행방불명이 되기도 한다. 게장을 담그는데 시골에서는 오종종하게 작은 밤게를 쓰지만 사실은 물산의왕래가 불편하던 옛날의 일이고 기생충도 많고 다리는 살이 적고 몸통마저도 먹잘 것이 없어서 귀찮기만 할 것이다.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나 바닷가에서는 꽃게를 많이 썼다.또 요즈음 식당에 가면 시뻘겋게 양념을 해서 꽃게장을 담아 즉석에서 먹어 치우기에 간편하지만 최근의 남도 식이지 옛날 식은 아니다. 꽃게를 솔로 박박 문지르며 소금물에다 깨끗이 닦아서 털 같은 아가미와 세모의 등딱지며 모래주머니를 모두 떼어내고 발가락 끝을 잘라내어 손질을 한다. 간장에 생강 마늘 고추 등속을 넣고 끓여서 붓는 것은 얼추 같은데 여기에맛의 비방이 첨가 되어야 한다.기름기 없는 쇠고기 다진 것을 넣고 물 대신에 사이다를 부으면 짜지도 않고 깊은 맛이 생겨난다.팔팔 끓인 양념 장을식혀서 손질하여 채곡채곡 항아리에 담은 게 위에 붓는다.사흘쯤 지나서 다시 장을 따라내고 끓여 붓기를 모두 세 차례쯤 하고 나면 먹을 수 있게 된다.알과 내장이 맛깔스러운 게딱지는 물론이고 살이 푸짐하고 쫄깃한 다리와집게발마저 먹을 것이 많다.그리고 남은 간장 또한 밥에 비벼 먹을만 하다. 남도에서는 밤게를 담을 적에 항아리 밑에다 다진 쇠고기를 두고 게를 깨끗이 씻어 넣어 하룻밤 재운다고 하였다.그러면 게들이 밤 사이에 쇠고기를 모두 먹는다는데 여기에다 간장을 붓는다고 한다.중세 유럽의 서민들을 살린 것은 난류와 한류가 합치던 대서양의 대구와 아메리카에서 들어온 감자였다고 한다.당시만 하여도 고기는 특권층의 먹거리였고 대구는 엄청나게 잡혔다.인구의 팽창과 곡물의 흉작은 전쟁과 굶주림으로 이어졌는데 감자가 주식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거의 신의 은총이라고 여겨졌다고도 한다. 우리에게도 다른 맛있는 생선들이 근해에서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거나 희귀해져서 값비싼 생선이 되어갔지만 가난한 시절부터 지금까지 서민들의 영양을 담보해준 것은 꽁치와 고등어였다.한때 갈치가 많이 잡힐 적에는 그 신세도 많이 졌는데 이전에는 갈치가 탐스럽게 커서 두툼하게 썰어놓은 식빵만했다.역시 소금구이와 조림이 주종이었고 무를 반달형으로 큼직하게 썰어 넣고 풋고추와 고춧가루를 벌겋게 버무려 지진 호남의 갈치 조림은 입맛을 돋군다.나중에 여행지 이야기를 하면서 제주 갈치의 여러 가지 조리법이 소개가되겠지만 지방마다 생선의 조리는 조금씩 다르다. 장에 갔던 가장이 어스름한 달밤에 막걸리 한 잔으로 거나해져서타령 한 소리 읊조리며 영을 넘어올 제 새끼에 꿰어 들고 오던 것이 간고등어 한 손이다.산지가 많은 영남 사람들은 지금도 평야 지방의 그들먹한 한정식 보다도경상도 막장으로 끓인 찌개와 구운 간고등어 한 토막을 더 쳐줄 정도가 아닌가.고등어 역시 생선 조림이나 양념하여 꾸둑꾸둑 말린 것을 무를 넣어 조리거나 굽는다. 꽁치는 또한 그 무렵의 사철 고기반찬이었다.소금 뿌려서 연탄 화덕에 구운것을 질리지도 않고 거의 하루 걸러서 먹었다.나중에 통조림이 쏟아져 나와등산길에서도 군대에서도 콩나물 국에 고기 대신 왕건이가 되어서 다투어 건져 먹곤 했다. 지금은 그러한 신문기사를 찾으려고 눈을 씻고 보아도 없지만 그 시절에는버려진 복어알을 주워다 온 가족이 끓여먹고 죽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않게신문에 오르내렸다.전쟁 때 피란 시절에는 어쩌다 먹는 동태 탕이 식구들을따뜻하게 결속 시켰다.당시에는 저 먼 남의 나라 바다에 나가서 잡아오는 참치 같은 맛들일 수 없는 고급 생선은 존재하지 않았다.이제는 허드레가 되었거나 희귀해져서 최고급이 되어버린 생선 대신에,나는 오늘도 지금까지 내가 맛나게 먹은 고등어의 놀란 눈을 떠올리며 슬며시 웃는다. 황석영.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5)잃어버린 먹거리

    *북서 먹어본 단고기 별미...겨자로 무쳐 새콤달콤 북에서 먹은 음식 가운데 매우 독특한 찌개가 생각난다.언젠가 전주에 갔다가 ‘오모가리’라는 민물고기로 끓인 일종의 고추장 찌개가 별나다고 생각했던 것과도 같았다. 북에서는 여러 초대소를 다녀 보았는데 그중에 오래 있던 곳이 서재골 초대소와 철봉리 초대소였다.서재골은 외국 사절들이 묵는 곳이어서인지 주방의조리 방식이 다분히 중국 요리나 서양식으로 뒤섞여서 나왔다.장기간 머무는이에게는 일종의 연회 음식이 이내 질리기 마련이다. 철봉리에서는 삼십대의 주방장과 연회가 있을 적에는 노인 한 분이 지원차오곤 했다.주방장의 이름은 잊었지만 황해도 안악이 고향이라는데 나중에 그의 집도 방문했다.그의 어린 두 딸이 고사리 손을 조물거리면서 무용을 하고노래를 하던 모양이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정성스럽게 차려주는 연회 음식 먹기가 지겨워서 나중에는 스스로 외환상점에 나가 일제 카레를 사오거나 라면을 사다가 점심을 직접 해먹기도 하였다. 이런 얘기가 밝혀져도 괜찮을까는 모르지만 북쪽 초대소의 남녀 접대원에서요리사와 운전수에 이르기까지가 모두 호위총국 소속의 군인들이었다.나중에그들과 한 식구처럼 친해진 뒤에야 그들의 계급도 알 수가 있었다. 여성 접대원들은 대개는 소위 중위들이고 때로는 사격 훈련도 한다고 하였다.따라서우리 주방장이 소좌라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았다. 선생님,토속으로 자시고 싶다 그거지요?그는 돼지고기 김치 찌개도 만들고 된장 뚝배기도 내왔다.북의 통조림으로나오던 볶은 고추장이 해외동포들에게 인기였는데 나는 아무래도 된장이 더먹고 싶었다.그렇지만 가정식 장독대가 거의 사라져버린 고장에서 맛깔스러운 된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었다.역시 우리가 예전에 진짜 일본의 미소 된장하고는 다르면서도 왜된장이라고 부르던 공장에서 대량으로 속성되어나오는 된장이었다. 북한 문인들 말을 들어보면 전후 복구에 힘을 쏟던 ‘천리마 운동’ 기간에 가정음식들이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구역마다 밥 공장과반찬 공장을 두어 단체로 식사를 하거나 타다가 먹었다고 하는데, 경제복구가 끝나고도 직장이나 기업소마다 단체급식을 하는 생활은 남아있는 셈이었다.즉 손님 접대는 연회 음식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하루는 주방장이 고심을 했던지 김치도 보다 맵게 담그고 간고등어도 굽고저 유명한 서해안 곤쟁이젓도 내왔는데 못보던 음식이 나왔다.구수하고 짭짤한 것이 입맛이 확 살아났다.이게 뭐냐고 했더니 ‘호박짠지 지지개’라고한다.열무와 호박이 섞여 있는데 애호박이 보통 호박찌개처럼 물컹하지 않고설익은 것처럼 설컹거렸다. 그는 평양에서 한 시간 반쯤 거리인 안악의 고향 집에 다녀왔다고 한다.역시북에서도 장이나 밑반찬 같은 먹거리는 고향 부모님들이 보내준다고 하였다. 이제 노인님들이 다 돌아가시면 젊은 아낙들은 음식을 못해서 큰일이라고사내들마다 걱정인 것은 우리와 같다.그가 안악에 가서 가져온 것은 된장과바로 이 ‘호박짠지’였다. 열무나 배추로 짠지를 담글 적에 호박을 쑹덩쑹덩 썰어서 김치 담그듯이 한켜씩 소금을 뿌려가며 항아리에 담는다.소금에 충분히 절인 다음 풀물이나뜨물을 부어 사나흘이 지나면 대충 익게 된다.호박짠지를 꺼내어 물에 헹구고 된장과 까나리 또는 조개를 넣고 찌개를 끓여내는데 파와 마늘과 풋고추를 썰어 넣으면 된다. 내가 이 음식을 기억하게 된 것은 실로 십 년 만의 일이었다.충청도 덕산으로 이사와서 한 마을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한 분이 집안 일을 도와 주러 오게 되었는데,곁에서 며칠 동안 나의 식성을 지켜 보고나서 무슨 음식을 냄비에 담아 왔다. 좋아하실까 모르겄지만 한번 잡숴봐유. 그래서 뭐냐니까 충청도 ‘호박김치’란다.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이랬다. 호박짐치는 원래가 찌개 끓여 먹을라구 당그는기유. 어허,가만 있어 봐.어디선가 먹은 기억이 나는데.그제서야 이북에서 먹었던생각이 났다.충청도 호박김치는 늙은호박을 속을 긁어내고 쓰는데 무청이며배추를 섞어서 김치를 담그듯이 갖은 양념하여 새우젓까지 쓴다.그냥 먹기에는 호박이 입 안에서 뱅뱅 맴도는 것이 어쩐지 김치 맛이 나질 않고 찌개를끓여 먹으면 담백하고 구수하다.얼핏 제주도의 갈치 찌개 생각이 나서 이 호박김치에 잔 갈치를 토막 쳐서 넣고 끓였다.역시 호박김치 찌개의 훌륭한 완성이 아닌가. 같은 서해안에 지형과 풍토가 비슷해서 그런가 충청도와 황해도의 음식은 여러 가지로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 북에서 먹은 음식 가운데 여러 가지 기억이 나지만 그중에서도 ‘단고기’는아주 특별하다. 개장국은 각 지방마다 서로 다르지만 특히 서울식은 사라져버렸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옛날 개장국은 지금 보다는 맑고 오히려 육개장 비슷했던것 같은데 남도식과 섞여 버렸다.들깨나 깻잎을 많이 쓰는 것이 그렇다. 남도 식은 오리탕도 그렇지만 들깨를 거의 죽처럼 갈아서 넣고 고구마순도 함께 넣는다. 북쪽의 개장국도 평안도쪽과 함경도 식이 서로 다른데 평안도 식이 서울의예전 개장국 비슷하다면 함경도 식은 요즈음 서울의 두루치기와 비슷하다. 하여튼 단고기를 먹은 중에서 대단히 맛이 있었던 것은 가장 부드러운 목둘레의 살을 얇게 저며서 해파리 냉채 무치듯 겨자를 넣고 새콤달콤하게 무친것이었다. 백두산 지방을 돌아다녔을 때 삼수에서 먹은 산천어 구이는 특별했다.두만강상류라고 하지만 폭이 오륙미터 밖에 안되는 개천인데 이쪽은 조선이고 저쪽은 중국이라 하였다.개천에 그물을 쳐두고 기다렸다가 건지면 팔뚝만한 산천어가 걸려서 퍼덕였다.산천어는 송어가 강을 따라서 올라왔다가 붙박이 고기가 된 것인데 백두산 천지에 방류하여 양식에 성공하였다고 한다. 안내인은여러번 해왔던지 부근의 반질거리는 반석 아래 장작불을 때어서 달군 다음에참기름을 두르고 소금을 뿌려 살아있는 산천어를 던졌다.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백두산 송이버섯을 얇게 저며 함께 굽는다.꼬리와 머리에 은박지를 감아쥐고 옥수수 먹듯이 산천어를 뜯으며 송이로 입가심을 한다.고기의 살이 솜처럼 부드럽고 향긋한 물비린내가 입맛을 돋구었다. 이런 식의 자연식은 이를테면 해금강에서 먹었던 대합 구이에 비길만 했다. 해금강은 군사분계선 구역이라 무인지경이었는데 주먹만한 자갈이 깔린 바닷속이 온통 대합의 밭이었다.삽시간에 군인들이 두 양동이나 건져 나왔다.해변 자갈 위에 늘어놓고 알콜 한 병을 들이붓고 불을 붙이니 파란 불이 좌악퍼져 나가면서 조개들이차례로 입을 벌렸다.사실은 익히려고 불을 놓는 게아니라 대합의 굳은 입을 벌리기 위해서란다.그대로 초장을 조개 안에 한숫갈 치고는 후루룩,하는데 입안이 가득찬다.그리곤 소주 한 잔 캬아! 하면서넘기고. 황석영
  • [사설] 한·일 대중문화의 경쟁력

    일본 대중문화의 3차 개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한·일간의 역사적 특수성 때문에 유독 일본문화에 대해서만 기피정책을 펴왔으나 모든 분야의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시대에 선별적 개방정책을 유지하기에는 사실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 함은 문화가 곧 국력이요 경제는 물론 문화 또한무한경쟁이라는 말과 통한다.이런 때에 문화쇄국은 가능하지도 않고 더구나문화의 근친교배는 자생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행히 문화관광부가 일본 대중문화의 1·2차 개방결과를 분석한 결과 국내 시장에 끼친 영향이 예상보다 미미하다고 한다.일본영화의 서울시내 극장점유율은 3%에 그쳤고 대중가요 공연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분석이다.그런 점에서 3차 개방 이후에도 갑자기 일본문화 붐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는 당국의 판단이다. 문화관광부는 이번 3차 개방으로 일본 대중문화의 국내시장 잠식률이 영화2%,비디오 4%,음반 3%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이 정도 잠식이라면 우리 시장의 10배 가까이 되는 일본시장에 대한 우리 대중문화의 본격적인 진출 가능성을 감안해 볼때 별로 손해볼 게 없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하지만 문화산업 측면에서 ‘밑질 게 없다’는 당국의 자신감은 배추장사계산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지난 2년동안 일본영화의 서울의 극장점유률은 미미하다고 하지만 개별 작품의 실적을 보면 14편중 20만명 이상을 동원한 작품이 5편이나 된다.특히 ‘러브 레터’ 같은 영화는 120만명을 동원했다.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애니메이션 시장은 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제작비를 아끼지 않은 일본 방송의 다큐멘터리도 채울 내용이 없어 고민인국내 유선TV 업계를 대거 점유할 우려가 있다.여기에다 우리 유통업자들의과당경쟁도 걱정되는 부분이다.이미 국내업자들이 일본의 유명작품 사재기에 들어갔다는 소식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문제는 우리 대중문화의 경쟁력이다. 문화관광부는 문화산업진흥 5개년계획을 세우고 세제 지원 및 규제 개선,투자활성화,시설지원,인력양성 등 다양한 안을 마련해놓고 있다.2003년까지 5,000억의 기금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그러나 대중문화는 지원이나 시혜만으로 육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단기적인 지원정책과 함께 다음세대까지 내다보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육성책이 병행돼야 한다.초등학교에서부터 창의력 계발에 역점을 두는교육,다양성이 수용되는 문화적 토양이 그것이다.이런 환경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4)잃어버린 먹거리

    6·25전쟁 전에도 쌀이 늘 모자라서 수제비나 국수를 많이 먹었지만 밥을 지어 먹을 때에도 반찬은 한 두어 가지가 고작이었다.동그란 밥상 가운데에 찌개 냄비 올려놓고 김치 한 보시기에 밥 한 그릇씩이 고작이었다. 그러니 밥에다 뭔가 넣어서 해먹으면 양식도 절약이 되고 반찬도 따로 장만할 필요가 없게 된다.나는 요즈음 경양식 집에서 김치와 베이컨과 햄이며 당근 등속을 넣고 버터에 볶은 김치볶음밥은 어딘가 맛이 분명치 않아서 딱 질색이다. 김치가 시어지면 속을 좀 털어내고 송송 썰어서 김치밥을 해먹었고 햇감자가나오면 감자밥을, 고구마가 나오면 고구마밥을,그리고 가을에 김장하고나서남은 무를 넣고 무밥도 해먹었는데,콩나물은 값싸고 가장 흔한 채소라 어느철에도 가끔씩 해먹었다. 영등포의 그 작은 집 뒷뜰에는 화단도 있었고 수돗간과 광도 있었고 광 위에장독대가 있었다. 여름이면 화단에다 일년초의 씨를 뿌렸는데 봉숭아 채송화분꽃 그리고 나팔꽃이 누나들이 매어준 실을 타고 판자 울타리 끝에까지 기어 올랐다.익으면 발간 주황색이되는 유자도 열렸고 수세미 넝쿨도 광의 지붕으로 뻗어 올라갔다.초겨울이 되면 아버지가 광의 뒷편 그늘진 곳에다 땅을 파고 김장독을 묻곤 했다. 어머니가 뚜껑과 짚으로 둥글게 짠 덮개를 열고 웅크리고 한 손을 집어넣어통배추 김치나 절인 무를 꺼내는 모습이 지금도 눈 앞에 삼삼하다. 김치밥은 돼지고기를 써야 더욱 맛이 좋다.돼지 살코기를 다져서 갖은 양념하여 살짝 볶아 놓고 쌀을 앉힐 때 김치와 돼지고기와 쌀을 켜켜로 두어 물을 잡는다.보통 때보다 물을 약간 덜 잡아서 밥을 하면 되지만 약간 질척한듯 짓는 것이 더욱 맛있는 것같다.양념장을 준비했다가 조금씩 밥 위에 두고비벼서 먹는다. 멸치로 다시를 낸 맑은 미역국과 함께 먹으면 다른 찬이 필요가 없다. 콩나물 밥도 짓는 법은 비슷하여 양념이 된 고기를 볶아서 콩나물과 같이 쌀에 앉히는데,더욱 구수한 맛을 내려면 다시마 우린 물이나 멸치 맛국물로 밥물을 잡는다.역시 양념장을 넣고 비벼서 먹는다.국은 재첩이나 조개로 된장국을 끓여서 낸다. 무밥이나 감자밥 고구마밥도 모두 양식이 모자라던 시절의 밥짓기지만,얼마전에 여행길에서 산간에 들어갔다가 감자밥과 막장으로 끓인 호박찌개를 먹고 투박하고 구수한 옛맛이 살아나서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던 적이 있었다.도무지 이런 맛이란 시중의 음식점 어디를 가보아도 없다.요즈음 대중식당의 차림표와 음식은 서울에서 저 남도 끝이며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어슷비슷한 맛이다. 의 평준화가 이루어진 셈이랄까.대충 벽에 붙은 차림표대로 주문을 하고나면어디선가 먹은 그 음식이 같은 모양새로 나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밥은 또 어떤가.밤중에 공부를 하다가 아니면 책을 읽다가 귀찮기는 하지만 속이 출출해서 슬슬 부엌에 나가서 뭔가 먹을 것을 찾는다.형제들이 많은 집이면 서로 가위 바위 보를 하기도 하고 제일 굴풋하고 시장한사람이 부엌으로 나가게 된다. 밥이 솥 안에 조금 남아있고 찬장에는 먹던 김치가 있고 고추장 뿐이다.허름한 양은 냄비에다 참기름을 두르고 밥과 고추장과 김치를 넣어 비비면서 볶는다.그대로 숫가락 여러 개를 꽂아서 냄비채로 들고 방으로 돌아오면형제들이 저마다 달려들어 퍼먹는데 밤참의 그 맛이란 세 끼 중에 가장 특별한맛이다. 뭔가 나물이나 김치나 하여튼 먹고 남은 찬을 넣고 비벼 먹는 음식은 어느지방에나 있는데 사람들 추측에 의하면 대개 명절이 지난 뒤라든가 제사를지낸 며칠 후에 ‘먹어 치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전주 지방의 비빔밥이 유명하지만 안동에서는 원래의 의미대로 헛제사밥이라고 부른다. 어렸을 적에 평양이 고향이던 어머니는 ‘온반’을 제대로 한 적은 없었다. 부모님들은 아마도 수십년 동안을 남쪽에 정착해 살면서도 이곳은 임시 거처려니 여기고 살아온 게 분명할 것이다.더구나 어머니는 농촌 가정 출신이 아니라 개화된 지식인 집안이었고 커서 배운 요리도 거의가 일본식의 개화 음식이었다.아니,그렇다고는 해도 무엇보다도 어머니는 뿌리를 뽑힌 ‘피난살이’의 살림을 의식적으로 벗어날 수가 없었을 게다.내가 중학교에 들어가서몇 대를 서울에서 살아온 토박이 아이들의 도시락 반찬을 보고 깊은 인상을받았던 기억이 난다. 특히 그들이 찬통에 싸온 여러 종류의 장아찌는 기가막힌 맛이었다. 머니는 나중에 아버지와 사별하고부터는 혼자서 벅찬 생업을 감당하노라고더욱 부엌일과 멀어졌고 우리집 식단은 그야말로 가게에서 그날 그날 사다가후딱 조리해서 먹어치우는 식이 되었다. 어머니는 노티를 외우던 것처럼 고향의 온반이 먹고 싶다고 여러번 말했고 비슷하게 만들어 먹기도 했다.그저콩나물 시금치 무나물 등속에다 두어 국물을 부어 만든 것이었는데 우리가보기에는 국밥도 아니고 비빔밥도 아닌 이상야릇한 음식인 듯했다.이렇듯 야릇한 음식으로는 중국집의 울면이 있다.우동이나 짬뽕처럼 시원한 국물도 아니고 짜장면처럼 비비는 것도 아닌 걸죽한 소오스가 아닌가.마치 비벼 먹다가 마음이 변해서 국을 들이부운 것만 같다. 내가 몇 차레 김일성 주석과 나눈 점심에 온반을 먹게 되었다.어느 기록에도보니까 해방후 초기 집권 시절에 부인이 집에서 직접 콩나물 기르는 얘기가나오고 장군(김 주석)이 콩나물 국밥을 즐겨했다고 한다. 이거이 주로 먼길 떠나는 사람들이 먹었디.손님이 많고 일손은 바쁘고 할적에 온반 한 그릇씩 주면 얼마나 편리했겠소.속두 풀리구 든든하디. 온반 역시 설이나 제사 뒤의 비빔밥의 유래와 같은 계통의 음식이었을 것이다. 다만 추운 지방에서는 남은 음식을 차게 먹을 수 없으니 더운 국물을 부어서먹었을 게 분명하다. 이것을 끓인 것으로 온반죽이 있으니 더욱 그럴 듯 하다. 표고버섯과 고기를 볶고 찢어 놓은 고사리며 갖은 양념하여 무친 숙주나물을두고 달걀 지단을 썰어 밥 위에 얹고 녹두전을 부쳐서 밥 위에 얹고나서, 그위에 푹 곤 양지머리 국물이나 닭 가슴 살을 곤 맑은 육수를 부어서 먹는다. 대개는 국물을 자박자박하게 잡지만 나는 뜨거운 국물을 밥과 건더기가 푹잠기도록 부어야 직성이 풀린다.벌겋고 시원하게 담근 깍두기나 고추를 갈아젓과 버무린 배추 겉절이 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이마에서 땀이 나고 속이후련해진다.과음한 이튿날 속풀이로도 그만이고 별로 입맛이 없는 요즈음의여름 날 점심 때에 땀을 흘리며 먹고나면 이열치열도 될 것이다. 초대소에서도 점심으로 몇번 더 먹은 기억이 난다.요새는 북에서 무슨 국을끓여도 대개는 닭을 고아서 쓰는 모양이었다.내가 된장국의 맛을 내려고 멸치를 찾았더니 주방장은 멸치를 어떻게 국물로 쓰느냐고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내가 자꾸만 된장국이나 야채국에는 멸치를 넣어야 제맛이 난다고 했더니 답답했던지 그가 멸치를 가지고 나와서 내게 보여 주었다.아뿔싸,이북에서는 동해안 멸치가 있긴 있는데 크기가 거의 작은 꽁치만이나 했다.이건비려서 못쓰겠지.이것 보다 작은 게 있어야 한다고 했더니 그건 멸치가 아니라 까나리라고 하는 것이었다. 역시 지방마다 맛과 조리법이 다른 이유는 기후와 풍토,그리고 자연조건에따른 것이다.그러한즉 땅은 작지만 팔도마다 서로 조금씩 다른 말과 음식은얼마나 아기자기한가.
  • 차범석의 방북 인상기(하)손님 접대 극진 가슴을 연 ‘한민족’

    14일 아침 8시.초대소 식당에는 우리를 위한 아침식사가 기다리고 있었다.23명이 모두 한자리에 들어 앉을 수가 없어 1층과 2층 투숙객은 각각 다른 식당을 쓰게 되었다.간밤에 마신 술이 체내에서 독기를 내뿜고 있는지 모두의얼굴에는 아직도 홍조가 가시지 않은 얼굴들이었다. ■진수성찬/ ‘인민문화궁전’에서 베풀어진 만찬의 덕분이리라.‘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 위원장’인 김영남이 초대한 만찬의 상차림은 우리를 놀라게 했다.그 요리의 가짓수도 그렇거니와 맛 또한 일품이었다.참고로 차림표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칠면조 향구이 ②생선수정묵과 냉채 ③삼지연 청취말이쌈 ④쑥송편과 쉬울지짐 ⑤약밥 ⑥통배추김치 ⑦륙륙 날개탕 ⑧젖기름빵 ⑨소고기 굴장즙 ⑩철색송어 은지구이 ⑪잣죽 그리고 후식으로 수박,백두산 들쭉크림(아이스크림),과줄,인삼차.손님 대접에 극진하다는 한민족의 미풍은 이곳도 예외가 아니었다. 게다가 백두산 들쭉술이며 산삼술,구렁이 술등이 줄줄이 이어지니어디서 먹다가 죽은 귀신이 되살아난 것만 같았다. 이와같은 푸짐한 차림표는 만찬회뿐만아니라 아침식사때도 마찬가지니 나처럼 평소에 소식주의자로 길들여진 사람에게는 원통하고 억울하게 사양심을강요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북한 김치/ 음식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솔직한 얘기가 이북음식은 냉면이나 녹두부침 아니면 만두나 아바이 순대로만 알고 있었던 나였다.그리고김치만해도 다양한 젓갈에다 넉넉한 고추가루며 갖은 양념으로 듬뿍 섞어서버물인 전라도 김치라야 제격이라고 자랑했던 나였다.그러나 이곳 김치는 물김치부터 배추김치에 이르기까지 알맞게 사근사근 익혀진게 한마디로 ‘시원한 맛’ 그것이다. 맵고 짜고 감칠맛 난다는 남쪽의 그것과는 달리 상큼하고 달보드랍고 담백한 그 맛은 모르면 몰라도 서방 사람들도 쉽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나는한편으로는 탄복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판정패를 받은 서투른 운동선수의느낌이었다. 여기서 특별한 김치 하나를 소개한다면 단연코 ‘배속김치’일게다.이 김치는 마지막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베푼 환송 오찬회 상차림에서 맛본 희한한 김치이다. 통배의 속을 긁어내고 그 속에다가 배추를 담근 김치로 이를테면 보쌈김치의 변형이다.그러나 껍데기는 통배 그대로이고 알맹이는 배추 한가지 뿐으로 상에 오른 형태는 순대로 썰어놓은 것 같았다. 젓갈을 쓰고 고추가루도 들었지만 그것은 진분홍빛 국물로 희석되어 전혀잡스러운 것이라고는 안 보이는 배속에 담긴 배추김치 그것이다.김치를 이토록 정성들여 담갔는데 맛이 없을 리가 없겠지.그리고 식(食)문화는 단연 남쪽일거라고 거드름을 피웠던 나의 무식이 수박을 쪼개내듯 속을 들어낸 것이다. 문화는 넓고 다양하고 깊은 것이라 속단은 어렵다.다만 그것은 강물처럼 도도히 흘러내리고 유구한 시간을 거쳐나오면서 민중의 생활과 의식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라야 옳다.그래서 한나라의 문화를 한마디로 평가한다는 것은 경솔이요,치졸이다.나는 그런 뜻에서 식생활은 서민과 가장 친근한위치에 있는 문화의 하나이기에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쁨을 손꼽는다. ■곰발바닥 요리/ 그런데 이름나고 희귀한 음식인데도 나를 실망시킨 음식도먹었다.곰발바닥고기다.중국요리에서 제비집 요리와 곰발바닥고기 요리는 값비싸기로도 알려져있어 우리같은 서민에게는 문자 그대로 그림의 떡이요,높은 절벽에 핀 꽃이리라.그런데도 그 음식은 한마디로 실망이었다.기름진 고기라서가 아니다.내 입맛에 안맞기 때문이다.아무리 값지고 멋진 문화의 꽃일지라도 우리 국민정서와 다른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심사와도 통할 것이다.문은 넓게 열려있지만 가려낼 줄 아는 안목과 포용력없이 진정한 문화는 기대 못할 것이다. ■문화·공연시설/ 평양시내에 극장이 몇개나 있는가 궁금해서 김승연 안내인에게 물었다.김여인은 잘은 모르겠지만 하면서 손꼽는데 열개가 넘었다.평양대극장,동평양극장,청년극장,봉화예술극장,만수대예술극장,평양연극극장,4·25문화예술관,윤이상음악당,평양체육관,인민문화궁전… 사회주의 국가가 예술 가운데서도 연극이나 무용 등 공연예술을 적극 장려·지원한다는 얘기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그래서 실력있는 예술가에게는인민배우니 공훈배우니 하는 칭호를 주고 우대한다는 사실도 익히 알고 있다.그렇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사회주의국가 건설에 탁월한 공을세웠다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국민(인민)들에게 친근하고 존경을 받는 예술가를 보다 많이 키워냄으로써 그들에게 정치적 이념을 부식시키며 정체성을 확립시키려하는 의지가 바닥에 깔려있을 것이다. 대중으로부터 존경받고 친근감을 품을수 있는 예술가는 의당 무대를 떠나서는 살 수도 없다.그러므로 되도록 많은 극장을 세웠을 그 의도를 짚을 수가있다.인구 200만의 도시 평양에 이토록 굵직한 극장말고도 수십군데의 중소극장이 있다는 말에 나는 반사적으로 인구 1,100만 서울 무대 예술계의 현실과 비교를 안할수가 없었다. ■천재소년 진혁군/ 인민문화궁전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다목적극장이라는 점에서도 특기할만하다.특히 새세대의 영재들을 엄선하여 음악·자수·서예·무용 등 각 분야에 걸쳐 미래의 예술가를 키워내는 시설은 극장이 하나의 국민교육 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면을 여실히 말하고 있다. 얼마전 서울을 다녀갔던 소년소녀예술단 공연때 서울시민의 절찬을 받았던타악기의 명수 ‘리진혁’학생도 바로 이곳에서 키워낸 천재소년이다.금성제1고등중학교에 재학중인 진혁군의 실력은 노래,북,장구,목금,드럼 등 두루악기를 잘 다루는 천재라고 6월13일자 민주조선 제4면에 크게 기사화된 것만으로도 극장의 기능을 엿볼 수가 있었다. ■북한 예술인/ 내가 한국에서 연극을 하는 사람이라는 자기 소개를 하면서몇가지 궁금한 점을 물었다.무엇보다도 해방직후에 안면이 있었던 예술가들의 소식을 물었다.바이올리니스트인 ‘이계성’,발레무용가 ‘한동인’,연극배우 ‘전두영’ 등 생각나는대로 물었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최근에 세상을 떴다고 했고 유일하게 여배우 ‘유경애’는 생존하고 있다고 했다.하기야 50여년 전 일인데….내가 아직까지 살아있다는게 이상할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그럼 현재 국민들에게서 인기를 얻고 있는 예술가는 누구냐고 물었더니인민배우인 차계룡,곽원우,조청미 그리고 무용가 김해찬을 손꼽았다. 우리가 서울을 떠나올때 품었던 기대 가운데 하나는 그곳의 작가,연극인,무용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막연한 바램이었다.그래서 우리의 일정가운데 6월14일 오후에 짜여진 부문별 회담이 기다려진 것도 사실이다.부문별이란 우리 일행이 경제분야 인사도 많았기 때문에 경제분야와 사회문화분야는 각기 자리를 달리할 수 밖에 없었다. ■55년만의 만남/ 오후 4시30분.장소는 ‘인민문화궁전’이었다.낮에 냉면으로 이름난 ‘옥류관’에서 즐겁게 먹었던 냉면의 맛이 아직도 입안에서 느껴졌다.냉면은 뭐니뭐니해도 육수 맛이라는 말에 따라 육수를 많이 들이켰던탓인지 갈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그러나 그 웅장한 건물과 조금은 엄숙하게 느껴지는 분위기 속에서 냉수를 청할 자신은 없어 참을 수 밖에 없었다.때마침 접대원이 쟁반에 여러개의 음료수를 놓고 가자 나는 호박빛 나는 글라스를 들어 한모금 마셨다.꿀물이었다.나는 집에서도 갈증을 가시게 하는데는 꿀물을 마시는 버릇이 있는 터이라 단숨에 바닥을 냈다.문자 그대로 꿀맛이었다. 부문별 회담장에 나온 북한측 인사는 ‘민족화해위원회(민화위)’회장과위원,평화통일위 조직국장,천도교 대표,체육지도 부위원장등 6명이었다.따라서 나와 고은 시인이 만나고 싶었던 문학예술가의 인사는 얼굴을 보이지 않아섭섭하였지만 그쪽 사정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우리는 각계 분야의 당면문제와 미래의 계획을 자유롭게 얘기했다.그것은 모두가 언젠가는 와야할 남북통일을 하루라도 빨리 성취시키자는 일념이라 더운 열기가 느껴지는 대화였다.나는 문학 및 공연예술계가 기획하고 실지로 진행중에 있는 사안을 소개했다.한국문예진흥원이 작년부터 착수하고 있는 ‘통일문학전집’간행 계획과 진척사항을 설명했다. 그리고 때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북측에서 편집위원 몇분 참가하여명실공히 남북통일을 위한 문학전집을 완성시키는게 바람직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연예술의 남북교류는 어느 분야보다도 시급하나 처음부터 공연을가지기 보다도 작가,연출,배우 등 각 분야의 인적 교류와 세미나,상호면담부터 시작하여 공연교류,그리고 가능하다면 합동공연까지도 기획중이라는 한국연극협회의 계획도 말했다.북층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며 호의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55년만에 처음 만나는 우리의 실정을 감안할 때 첫술부터 배부르기를 바랄 수도 없으며 우선 문학예술이 자주 만나게 되는 분위기 조성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는 누구나 찬동하는 지상과제였다. ■방북후기/ 생각하면 아슬하고도 캄캄한 반세기였다는 생각이 새삼스럽다.그러나 뒤늦게나마 이렇게 평양땅을 밟는 사람 가운데 한 사람으로 뽑힌 나는행복과 긍지를 느끼면서 평양시내에서 20Km떨어진 ‘동명왕릉’으로 가는 잘닦여진 길을 자동차로 달리고 있었다. 15일날 백화원에서 베풀어진 환송오찬회는 2박3일동안의 모든 일이 하나로녹아 마침내 두 정상을 위시하여 통일의 노래를 합창할때는 눈시울이 뜨거웠다.그 순수,그 진심,그 우호가 거짓이 아니라면 얼마나 좋겠는가.아니다.그것을 의심하는 사람이 아직도 우리 곁에 있다면 얼마나 실망스러운 일인가말이다. 나는 그 오찬회때 가까이서 보고 들을 수 있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이 안 잊혀진다.그와의 악수때 내 손바닥에 가해진 두터운 손바닥의 힘과 더운 촉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그의 날카로운 눈매와 미소가 감도는 작은 입모습과 그리고 맑지는 않으나 약간 톤이 높은 목소리는 소박하고 평범한 보통사람이었다는 것을.나는 두 정상사이 오고 갔을 수많은 말들이 지고 피고,지고피는 무궁화처럼 피어나기를 기다릴 것이다. 차범석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극작가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3)잃어버린 먹거리

    고한 김일성 주석과 공개석상에서 또는 비공식으로 수십여 차례 만났던 얘기는 책 한권을 엮을만큼 많은 사연이 있지만,그동안 가장 미묘한 부분이기 때문에 한번도 제대로 써서 발표한 적은 없었다.몇 년 뒤의 회갑 때에 가서나회고록 안에서 정리를 해볼 작정이다. 맨 처음에 만났을 때에는 다 알려진 바와 같이 문익환 목사 일행과 동석한자리였다.접견 장소로 들어가는데 그가 집무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서있었다.체격이 크고 쇳소리가 나는 음성이었다.김 주석은 그의 젊은 시절의 사진들에서 보는 바와 마찬가지로 호남자의 인상이었다.완전한 백발은 아니고 회색의 반백 머리를 올백으로 넘겼는데 특히 인상적인 것은 눈썹이 짙고 길게 드리워져 있는 점이었다. 원형의 식탁에 모두 둘러 앉았는데 주석을 중심으로 오른편에 문목사가 왼편에 내가 앉고 수행원들도 함께 앉았다.그는 당시에는 살아 계시던 문목사 노모의 안부도 물었고 용정이나 북간도 시절의 추억도 말했다.문목사는 만주용정에 살 때 집에 독립운동가들이 수많이 묵기도 하고 드나들기도 했는데안중근 의사도 모친이 대접해드린 일이 있다고 말했다. 김주석도 만주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중국 항일군들과 연대할 때에 중국인부락을 지나다가 군량을 보급 받거나 숙박하고 나서 돈이 없으면 간단한 차용증을 써주고 ‘조선인민혁명군 김사령’이라는 글을 남기곤 하였는데,중국혁명 이후에 옛날 지주들을 척결하면서 김사령의 차용증을 지닌 지주들은 거의 다 사면했다는 말이 있더라고 중국정부의 간부들 가운데서 자신과 가장가까웠던 주은래가 전하더라면서 웃었다.그는 특히 옛날 중국의 시 속에서나 꺼우리 라는 만주 지역 사람들의 성씨에도 나타나듯이 만주는 고구려의 옛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의 서안을 비롯한 예전 고구려 땅에서 남에서는 ‘식혜’라고 하는 감주를 담가 먹는다는데 등소평이가 감주를 썩 좋아한다면서,그 너르고 기름진 땅을 우리 조상들이 국토로서 보존해내지 못했다고 아쉬워 하였다.그렇지만 함경북도 일대에는 한때 여진족이 살았다고 하면서 아오지 탄광의 아오지는 ‘불타는 돌’이란 여진 말이며,주을 온천의 주을은‘뜨거운 물’이라는 여진 말이라면서 인민들 중에도 예전 여진의 성을 가진 사람이 간혹 있어서 모두우리 식으로 고쳐 주었다고 했다. 일행 중의 누군가가 느닷없이 주석님 어머님이 전도부인이 아니셨느냐고 묻자 그는 잘 못들었다는 시늉으로 귓가에 손을 갖다 대며 되묻고나서 측근이모친께서 교회에 나가시지 않았느냐 하는 말씀이라고 설명해주자 웃으면서대답했다. 우리 오마니는 살기 힘드시니까 교회에 가서 주로 주무셨디…. 사실 주석의 외조부는 장로교의 목사였고 외삼촌은 장로였으며 부친도 장로교단 소속인 숭실학교를 다녔으며 모친도 ‘강반석’이란 성명인데 그 뜻은‘베델’이란 세례명에서 왔다고 한다. 이같이 나도 일찍이 개화한 집안 분위기를 나도 아는 터이고 당시 이북의 개화 지식인이라면 반드시 기독교와 관련이 있는 게 흔한 일이었다.김주석의부친 김형직은 교회 식의 야학을 운영하면서 청년들을 모으고 민족주의적 독립운동을 하다가 나중에 러시아 혁명과 신문물에 접하면서 무산자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독립운동에 눈 뜨게 되는데 그때가 아마도 어린 김성주와 가족을 평양에 남겨두고 만주로 떠날 때가 아닌가 생각 되었다.북선지방의 근대주의자는 마르크시스트와 크리스천의 두 얼굴에서 비롯된다는 것은참으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나는 그 뒤에도 이미 작고했지만 당시에는 중국에 망명 중이던 캄보디아의 시아누크공 부처와 만찬을 함께했던 적도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점심을 함께한 적이 몇번 있었다. 공식적인 만찬 자리에서 그는 언제나 활달하게 좌중에 음식을 권하고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한식과 중식이 서로 적당히 어우러진 듯한 정식이 코스로 나오곤 했는데 약주도 즐겨 들었다.만찬 술은 인삼주이거나 백두산 들쭉술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15도 짜리 들쭉술을 좋아했다.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내외도 들쭉술을 좋아해서 열 두 상자나 비행기편에 실어 보냈다고 했다.들쭉은제주도의 멀구슬처럼 새까맣고 동그란 일종의 들딸기라고 하는데 고원지대에서만 자란다고 한다.요즘에는 남에서도 북한산 들쭉술을 먹을 수 있지만 한정된 야생의 열매로 그 많은 물량을 감당할 수는없을테니 혼합주로 맛을 낸 것이 분명하다.진품 들쭉술은 약간 쌉싸름하고 조금 떫은 것이 진한 적포도주 비슷하면서도 매우 향기롭다.전에는 담배를 하루에 두 갑씩 피웠지만 주위에서 하도 말려서 겨우 끊었다고 한다.그는 점심 뒤에 한 시간씩 집무실옆의 방에서 오침을 한다고 말했다. 가 깊은 인상을 받은 어느 점심은 매우 소박했다.작은 메추리 다리를 몇 개먹고나서 국수가 나왔다.주석은 자신이 국수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사람들은 두 끼만 국수를 먹어도 곧 질린다고 하지만,자기는 한 열흘은 먹을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국수를 담은 유리 대접을 내려다보니 면이 그야말로새까만 색이었다.콩물국수인 셈인데 하얀 콩물에 검은 국수가 잠겨있는 모양이 이색적이었다.주석이 다른 날처럼 음식 설명을 내게 해주었다. 이거이 언 감자 국수라고 하는 거요.일전에 독일의 작가 루이제 린저 여사가 왔을 때 독일에 감자 음식이 많은줄 아는데 이렇게 조리하는 방법은 아느냐고 했더니,얼린 감자로 요리하는 건 세계에서 조선밖에 없다고 하더군. 검정색‘언 감자 국수’의 면발은 찰지고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다.언 감자를 우려내어 녹말을 낸 다음에 끓는 물에다 국수를 뽑는다는데 차디찬 콩물에 말아 먹는다.위에는 검은 깨를 뿌리고 함경도식 갓김치를 얹어서 먹는다. 그가 음식의 유래를 내게 말해 주었다. 우리가 두만강 연안에서 항일 투쟁할 때에 인민들이 많이 도와 주었소.화전하는 인민들도 저이 먹을 것이 없는데 우리가 지나는 산길에다 표를 해두고감자를 묻어놓군 합네다.눈이 한 길이나 쌓이고 땅은 꽁꽁 얼어 붙어 있디. 감자를 파내면 시꺼멓게 얼어서 돌덩이야.근거지루 질머지구 가두,언 감자를 구워도 못먹고 삶아도 못먹어요.그때 왜놈들 청야작전이 철저해서 보급선을 멀리서 차단하고 있대서.얼어 죽거나 굶어 죽고 남은 빨치산들을 토벌하겠다는 소리요. 인민들이 준 것을 버려서는 안된다구 그때 함경도 출신 동무가 우려내서 국수 만드는 법을 생각해냈소.가난한 인민들은 다 살아갈 궁리를 하는 지혜가있소. 맹물에다 소금만 넣고 끓인 국수가 어찌나 맛이 있던지. 나중에 뉴욕에서 나는우연히 개마고원이라는 냉면 집에서 이 국수의 조리법을 듣게 된다.아는 사람에게 듣기로는 그 집의 물김치가 기가 막히게 시원하고 맛있다는 것이었다.그래서 찾아가 보니 북청에서 피난 나왔다가 미국으로 이민했다는 사람네 집이었다.과연 물김치가 일품이었다.무는 보통 물김치처럼 나박썰기가 아니라 길쭉 길쭉하고 얇게 썰었고 배추 잎도 그만한 크기로썰었는데 오이쪽이 간간이 떠 있다.얇게 채 썬 밤,대추,사과,배,쪽파,등속의 건더기가 알맞게 섞였고 역시 김치 국물이 한 대접이다.고춧가루를 채에 걸러서 탔는지 붉은 물이 들었지만,나중에 뉴욕에 왔던 한시해 부부장에게서들으니 진짜 개마고원 김치는 고춧가루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집의 할머니가 팔십이 다 된 분인데 ‘언 감자 국수’를 알고 있었다.함북지방의 화전민들이 곧잘 해먹는다는 것이다. 언 감자를 강판에 갈아 채에다 녹말을 내리는 것은 감자국수 해먹는 거나 다를 바가 없다.반죽을 하여 국수틀에 넣고 끓는 물에 국수를 뺀다.국수를 찬물에 우릴 적에 손가락으로 세심하게 끈기를 씻어내어야 찰기가 더 좋다고한다. 콩물 내는 것은,물에 담갔다가 위로 뜨는 콩을 버리고 골라내어 비린 맛이가실 때 쯤까지 끓이다가 설컹할 적에 건진다.그래야만 콩의 고소한 맛이 살아 있다고 한다.믹서에 갈 적에는 물을 조금 붓거나 편리한 대로 두유를 함께 넣어도 맛있다.콩국의 맛을 내려면 땅콩이나 잣을 갈아서 넣어도 좋고 들깨나 참깨도 좋다.검은 참깨를 뿌리고 위에다 함경도식 갓김치를 얹어 먹는다.함경도 산야의 들갓은 길이가 짧막하고 줄기도 여리다.여기 갓김치는 전라도 식으로 젓갈을 전혀 쓰지 않아서 깊은 맛은 없는 대신에 쌉쌀하고 향긋한 갓의 냄새가 싱싱한 것이 특징이다.
  • 남북 정상회담/ 북한 접대음식 요리법

    요리솜씨는 남에선 전라도요,북에선 평안도를 최고로 친다.북한음식은 양념을 많이 안써 담박한 맛이 특징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 첫날인 13일.영빈관내 숙소에서 김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가 함께 한 점심식사에는 깨즙을 친 닭고기와 생선전,남새튀김,청포종합냉채,설기떡,풋배추김치,평양온반,맑은국,쏘가리깨튀기,옥돌불고기,새우남새볶음,밤정과,인삼차 등이 나왔다.박준영 대변인은 김대통령이 식사후 “북측이 준비한 음식이 정성들여 만들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면서 “특히 닭국물에 밥을 말아서 만든 평양온반이 담백하고 맛있었다”고 말했다고전했다. 이날 오후7시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만찬은 칠면조 향구이,생선수정묵과 냉채,삼지연 청취말이쌈,쑥송편,약밥,쇠고기굴장즙,칠색송어구이,잣죽,백두산들쭉크림,인삼차 등 모두 15가지 메뉴로 이뤄졌다.이중 메추리완자탕인 ‘륙륙날개탕’은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이 당초예정된 6월12일 남북정상회담을기념하기 위해(6+6=12) 직접 이름을 지은 요리로 알려졌다. 북한의 귀빈음식으로는 이밖에도 우족과 소꼬리,소힘줄 등을 삶아 만든 ‘소발통묵’과 평양 대동강에서 많이 잡히는 숭어에 후추를 넣어 끓인 영양만점의 ‘대동강 숭어국’등이 유명하다.북한의 조선요리협회가 펴낸 ‘이름난평양음식’에서 평양온반과 청포종합냉채를 소개한다. ◆평양온반흰쌀밥에 녹두지짐과 닭뼈,버섯 등의 꾸미를 놓고 따끈한 국물을 부어먹는영양가 높고 입맛이 산뜻한 음식으로 잔치때나 명절에 별식으로 먹는다. ◆재료 쌀 600g,녹두 150g,닭뼈 250g,닭고기 200g,마른버섯 150g,파 50g,마늘 30g,소금 5g,간장 30g,참기름 20g,참깨 2g,돼지기름 10g,달걀지단 실고추약간,양념장 30g◆만들기 ①쌀은 깨끗이 씻어 되직하게 밥을 지어 놓는다 ②냄비에 닭뼈를넣고 1시간정도 끓이다가 닭고기를 넣어 30분정도 더 끓인다.고기는 건져서보기좋게 찢어 양념장에 무쳐 놓으며 국물은 받아서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맞춘다 ③마른버섯은 물에 불려 잘게 찢어서 물을 꼭 짠 다음 참기름에 볶다가 엇썬 파와 다진 마늘,간장으로 버무린다 ④녹두는 타개 3∼4시간 물에 불궜다가 껍질을 벗기고 보드랍게 갈아 소금과 다진 파를 넣고 돼지기름을 두른 후라이팬에 5∼6cm크기로 노르스름하고 얄팍하게 지진다 ⑤그릇에 따끈한밥을 담고 그 위에 닭고기와 버섯,녹두지짐을 놓은 다음 지단,실파, 실고추를 얹으며 국물을 꾸미가 잠기지 않을 정도로 붓고 참깨를 뿌려낸다◆청포종합냉채청포묵을 쇠고기,미나리,오이와 함께 초간장 양념으로 상큼하게 무친 찬음식이다.비만,고혈압을 막는 건강장수 음식이며 더위를 막는데 특효가 있다. ◆재료 청포묵 400g,쇠고기 100g,오이 100g,녹두나물 100g,미나리 100g,김 3g,간장 10g,참깨 3g,참기름 5g,파 10g,마늘 5g,설탕 5g,식초 10g,붉은고추 40g◆만들기 ①쇠고기는 가늘게 썰어 여러가지 양념으로 밑맛을 들인뒤 기름을두른 후라이팬에 센불로 볶다가 자분자분하게 물을 붓고 간이 들 때까지 한소끔 끓인다 ②청포묵은 납작하게 썰어 초간장에 무치며 오이는 가늘게 썬뒤소금을 뿌렸다가 물기를 짜 살짝 볶는다.붉은고추는 굵게 채썬다 ③녹두나물과 미나리는 5cm길이로 잘라서 데친다음 소금,식초,설탕,참기름,참깨로 무치며 김은 적당한 크기로 썰어 참기름에 살짝 볶는다 ④접시에 준비해놓은청포묵과 나물,붉은고추,쇠고기를 보기좋게 놓은 다음 김과 참깨를 뿌려낸다허윤주기자 rara@
  • 5월 소비자물가 내렸다

    실물경제의 과열기미가 진정된 가운데 물가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31일 발표한 5월 중 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전달에비해 0.1% 하락하고 지난해 말보다는 0.3%,지난해 같은달보다는 1.1% 각각상승하는 데 그쳤다.지난해말보다 0.3% 오른 것은 65년 물가통계 작성 이후가장 낮은 수치다. 5월 중 물가가 떨어진 것은 개인 서비스요금,집세 등이 소폭 상승했으나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6월에는 유가상승 영향으로 일부 석유류 제품 가격이 오르겠지만 농축산물 가격 안정으로 소비자물가는 소폭 상승에 그쳐 올 상반기중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 정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부문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은 참외,배추,돼지고기 등이 올랐으나 열무,파,호박 등이 하락해 지난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공업제품은 의류가격이 상승한 반면 휘발유 등 석유류와 금반지 가격이 떨어져 전달보다 0.1% 하락했다. 공공요금은 이동전화료가 12.6% 떨어졌으나 일반 시내버스 요금 인상등으로 0.1% 상승했다. 집세의 경우 전세 0.1%,월세 0.2%가 올랐으며 개인 서비스요금도 입시종합학원비 0.2%,외국어학원비 0.5% 상승 등의 영향으로 0.1% 올랐다.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과 같았으며 월 1회 이상 구입하는 품목을 대상으로 한 구입빈도별지수는 0.3% 상승했고 계절적 변동이큰 생선·채소·과실류를 대상으로 한 신선식품지수는 1.3% 하락했다. 생산자물가는 석유·화학제품을 중심으로 공업제품 가격이 하락해 전달보다0.3% 하락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1.2% 상승했다. 손성진기자 sonsj@
  • 오늘 ‘세계 금연의 날’, 담배가 인류건강 가장 위협

    [제네바 연합] 매년 5월31일을 ‘세계 금연의 날’로 정한 세계보건기구(WHO)가 인류의 건강을 해치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하고 있는 담배와의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다. WHO는 현재 매년 400여만명이 담배가 야기하는 각종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대책이 강구되지 않는다면 오는 2020년대 말이나 2030년대 초에는 담배로 인한 사망자가 1,000여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사망자 8명 중 1명이 담배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셈이며,이럴 경우 담배는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로 자리잡게 될 것이란 게 WHO의 우려다. WHO는 이에 따라 98년 7월 흡연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발표한 ‘담배추방구상’(TFI)에 따라 범세계적 차원에서 담배추방을 위한 국제공조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담배추방구상’은 ▲증거에 입각한 담배통제정책 수립과 집행에 대한 범세계적차원의 지원 활성화 ▲새롭고 강력한 정책집행 공조체제 구축 ▲흡연피해와 포괄적인 공조체제 구축 필요성 제기 ▲국가별,지역별,국제공조 전략입안과 이행,평가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우리 지자체 최고](11)강원 태백시

    쓸모없는 불량 감자를 가공해 가난한 도시 재정을 충당하고 나선 자치단체가 있다.강원도 태백시가 최근 감자식초를 개발해 자립재정 의지를 키우고나선 것이다. 태백산과 함백산 중턱 국내 최대 고원지대(평균해발 650m)에 위치한 태백시는 재정자립도가 25.8%에 그치고 있는 영세한 소도시. 하지만 감자식초 사업은 석탄산업의 쇠락으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태백시에 새로운 희망의 씨앗으로 등장했다.도시를 다시 살려보겠다는 공무원들의 열정이 성공적인 대체산업을 일궈낸 원동력이 된 셈이다.이 사업은올해 대한매일과 능률협회에 의해 우수 경영행정 사례로 뽑혔다. 태백시가 감자식초 개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때는 지난 97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경상북도 칠곡의 경북과학대 전통식품 연구소(당시 소장 鄭容震교수)와 인연이 닿으면서 부터다. 이후 지난 98년부터 연구개발에 들어가 1년만인 지난해에 상품성을 갖춘 감자식초 개발을 끝내고 9월 마침내 첫제품을 만들어 홍보에 들어갔다. 감자식초의 원료인 감자는 태백 등 강원도 고령지(高嶺地)에서 주로 생산되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어 더없이 좋았다. 더구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불량감자들을 모아 만들기 때문에 원료비가 거의들지 않는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알칼리성 건강식품으로 꼽히는 감자를 가공해 만드는 감자식초는 항암·항돌연변이·노화방지·면역강화 등의 건강기능성 식초로 분류되면서 장래성도밝다. 국내 시장규모도 연간 2,000억원대에 이르고 있어 성공 가능성은 무한하다. 첫 제품이 나온 뒤 지난 한해 동안 강원엑스포장 등을 통한 홍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이후 태백시 인근의 삼척과 동해·정선지역에서 이미 판매에들어갔다. 올해안에 대형유통업체와 연계,전국망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전국규모의 유통망만 확보되면 한달에 25t씩 대량 생산해 내겠다는 청사진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물론 15억∼20억원이 소요될 예정인 공장건립 자금은농림부로부터 지역특화사업 명목으로 보조금을 받아 추진될 예정이다. 시 공영사업으로 추진되는 만큼 감자식초만으로 벌어들이는 월 15억원의 이익은시재정으로 고스란히 흡수된다. 태백시는 감자식초 외에도 감자를 이용한 감자음료수와 감자죽,감자엿,감자고추장,감자소주 그리고 꿀을 섞어 새콤달콤한 맛을 내는 감자바몬드 세트등의 개발에도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홍순일(洪淳佾)태백시장은 “감자의 고장인 강원도에서 상품으로는 쓸모없는 감자를 모아 만든 새로운 건강식초가 어려운 지역경제에 커다란 효자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태백 조한종기자 bell21@. *태백시, 고원·관광도시로 변신 몸부림. 태백시가 지역 회생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고원·관광도시 육성 프로젝트가눈길을 끈다. 외부인들에게는 검은색의 탄광도시로만 알려져 있지만 해발 1,567m인 태백산 중턱에 자리잡은 청정도시라 그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태백은 특히 한여름에도 모기를 볼 수 없을 만큼 서늘한 기후조건을 갖추고있어 피서객들과 체육인들의 전지훈련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같은 장점을 살려 올해부터 2002년까지 문곡소도동 연화산 일대에 국비등 300억원을 들여 14만평의 종합스포츠타운을 건설하고 있다.이곳에는 각종 경기팀의 전지훈련은 물론 4계절 대회유치를 위해 전천후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계곡과 산림자원,석탄을 소재로 형성된 박물관 등을 통한 관광자원도 함께육성하고 있다. 고원·관광도시의 이미지에 맞게 고원문화타운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 종합예술회관∼황지연못∼명동거리를 잇는 2.5㎞구간에는 30억원을 들여 오는 2002년까지 야외조각공원,청소년 푸른쉼터 등 독특한 이미지를 창출,문화가 숨쉬는 공간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또 한여름 야외영화가 상영되는 쿨시네마축제와 한강대제,철쭉제 등 테마가있는 문화체험 행사도 알차게 육성하고 있다. 태백 조한종기자. *홍순일 태백시장 “태백시 살림살이 확 바꾸겠다”. “감자 가공식품으로 태백시의 살림살이를 확 바꿔 놓겠습니다” 홍순일(洪淳佾)태백시장이 감자를 이용한 가공식품개발에 쏟는 열정은 남다르다.석탄산업 합리화 조치 이후 워낙 어려워진 시재정을 꾸려나갈 최적의대체산업으로 보기 때문이다. ■감자를 이용한 식품개발에 나서게된 동기는. 태백시는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고원지대로 한때 인구가 12만명을 훨씬 넘는 번성하는 도시였지만 10년도 채 안돼 절반으로 줄었다.일자리를 잃은 시민들이 타 시·도로 일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정부에서 지역회생을 위해 각종 지원을 한다지만 결국 자치단체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감자가공식품을 개발하게 됐다. ■태백 고령지 주요 작물은 감자보다 배추가 우선인데 감자 대량생산은 가능한가. 지금까지 배추를 주요작물로 재배해 왔으나 갈수록 무사마귀병 등 병충해가늘어 예전같지 못하다. 이같은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위해 감자와 배추를 섞어 심었다.오히려 많은 소득이 예상된다.더구나 감자식초는 불량감자를원료로 하기 때문에 일석삼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제품 판매를 위한 유통망은 어떻게 확보할 예정인가. 시장실을 찾는 손님들에게 감자식초 한병씩을 나눠주는 것이 일상업무의 연장처럼 됐다.그만큼 홍보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제품의 질도 다른 식초보다 뛰어나 자신감도 있다.전국 유통망을 갖춘농심과 오뚜기 등 굴지의 식품업체와 유통망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올해안에 전국 유통망이 확보되면내년 후반기까지 농공단지내에 공장을 짓고 본격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태백 조한종기자. [기고] 감자식초는 건강식품. 감자는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훌륭한 식품으로 꼽히고 있다.이같은 이유로세계의 많은 인구가 주식으로 애용하고 있는 작물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에 들어온 이후 보릿고개를 해결해 주던 주요 구황작물로 널리 애용되기도 했다.최근에는 감자를 이용한 다양한 식품이 개발돼그 가치가 더해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서늘한 기후조건을 갖춘 산간 고원지대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감자는맛과 품질이 뛰어나 어느 지역 감자보다 인기를 얻고 있다.그래서 감자가 강원도의 특산품으로 자리잡은 지도 오래다. 감자에는 전분질외에 인, 마그네슘등의 성분이 풍부할 뿐 아니라 단백질의아미노산 구성도 우수해 건강식에 좋은 재료로 이용된다.그래서 죽·밥·떡·빵·술 등의 식품원료로는 물론 알코올원료,고급풀,약용,2차가공식품 등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감자의 탄수화물은 소화가 잘되고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고 열량이낮아 현대인의 다이어트 식이요법으로도 적합하다. 특히 혈관벽을 강하게 해주고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억제해주는 성분을 갖고있다.당뇨병 예방,감기 등의 질병에 면역성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는 기능성 식품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더구나 최근 강원도 태백시와 경북과학대가 공동개발한 감자식초는 또 다른‘감자 혁명’에 견줄만하다. 식초는 예부터 백약(百藥)의 장(長)으로 불리거나 보약보다 낫다는 평가를받으면서 조미용뿐 아니라 건강용으로 다양하게 이용되어 왔다.식초와 관련된 노벨상 수상자가 3명이나 탄생한 것만 봐도 값진 식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신맛 때문에 일반인들은 보통 산성식품으로 잘못 생각하기 쉽지만 인체에흡수되어 분해되면 알칼리 작용을 하기에 완전한 알칼리 식품으로 꼽히고 있다.따라서 음식을 조리할 때 식초를 많이 섞어 매일 섭취하는 것은 체액을약알칼리로 유지시켜 건강을 높여주는 방법으로 애용되기도한다. 심한 근육운동후 피로회복에는 목욕물에 식초를 적당량 첨가하면 근육이 잘풀리고 피부와 머리카락이 윤기가 돌고 피로가 풀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신체조직에 축적돼 피로감과 근육통을 유발하는 젓산을 빠르게 분해시켜 체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태백시에서 내놓은 감자식초는 일체의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아건강식품으로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감자식초에는 초산 외에 사과산,구연산,호박산이 함유되어 음식 조리 때 산뜻한 맛을 낸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다른 식초에 비해 호박산과 구연산의 함량이 많아 가정에서 조리용은 물론 건강음료 대용으로 냉수에 섞어꾸준히 마시면 식중독예방에도 좋다. 특히 육류섭취량이 많은 사람의 체질 산성화를 예방할 수 있는 건강식품으로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흑초와 성분이 거의 같아 앞으로 크게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효과가 뛰어난 감자식초가 뒤늦게마나 개발에 성공한 것은 다행이다. 태백시가 개발에 성공한 감자식초는 어려운 태백시의 살림살이에도 상당한혜택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대량생산으로 이어지면 강원도 고령지에서 많이 생산되는 지역농산물의 대량소비와 감자식초 공장의 고용효과 등 지역산업에도 상당한 활력이 기대된다. 다만 앞으로 어떤 유통망으로 판로를 확보하느냐가 관심으로 떠오를 것이다.감자를 이용한 식초개발에 이어 각종 음료수 등 가공식품들이 속속 개발되면 감자 하나만으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갈수록 현대인들이 건강식품을 선호하고 있는 추세속에 감자식품은 무한한 시장성을지닌만큼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태백시가 야심있게 추진하는 감자 가공식품들이 침체된 이 도시의 대체산업으로,큰 활력소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용진 계명대교수 식품공학.
  • 농림부 올 업무보고

    농림부의 주요 업무계획을 간추린다. *농가소득안전망 구축 쌀 수매를 통한 소득보전에는 한계가 있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인정하는 직접지불제를 내년에 도입한다.미국은 농업예산의 20%,유럽연합은 69%를 직접 지원하고 있다.농약·비료 등을 덜 써 소득이 준쌀농가에 대해 가구당 연간 25만원을 직접 정부가 줄 계획이다.채소류의 가격안정을 위해 기존 최저가격보장 예시품목인 무 배추 마늘 양파에 고추를추가한다.송아지 가격안정에 힘쓰고 고급육 출하농가에 포상금 10만∼15만원을 지원한다.연내 농작물재해보험법을 마련,사과·배 재배농가에 대해 보험료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한다.기존 가축공제 대상에 돼지·말을 추가해 전국적으로 실시한다. 농업부문의 조세감면을 내년 이후에도 유지토록 한다.비료·농약·농기계 등에 대한 부가세 영세율과 유류 등에 대한 교통세 면제,조합예탁금 소득세 면제,저축에 대한 이자소득세 면제 등 1조7,000억원 규모의 혜택을 준다. *농촌 정보화/ 농촌 정보화 인력 15만명 양성시기를 당초 2004년에서 2002년으로앞당긴다.4월7일부터 전국에서 교육용 버스를 운행한다.‘농업정보 119’사업을 채택,전국 12개 대학생들이 농촌의 컴퓨터 교육을 지도한다.배추·양파 등 5개 채소류의 출하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공영도매시장의 전자경매시설을 44개로 확충한다.농산물통합쇼핑몰에 통합결제 기능까지 보강한다. *농업선진화/ 40세 미만의 젊은 농업후계인을 집중 양성한다.여성농업인 육성 5개년계획을 세운다.농업기술투자를 2004년까지 농림업 GDP의 2%로 확대한다.농약·비료사용량을 올해 10%,2004년까지 30% 줄인다.친환경농산물 소비를 현재 1%에서 2003년 3%로 높인다.숲 가꾸기 사업을 본격화한다.개방시대에 통상협력을 강화,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비교역적 기능,수입국의 이익반영에 최선을 다한다.남북한 연구소가 협력해 기술개발을 꾀하고 계약재배,제3국 농업자원의 공동개발을 추진한다. *개혁 가속화/ 전산망 통합 등 농·축협 통합을 차질없이 진행한다.농산물유통개혁을 지속하고 음식점에서도 육류 원산지표시제를 실시한다. 박선화기자
  • 공직사회 치부·희망 묘사

    고위 지방공무원이 공직사회의 치부와 희망을 담담하게 서술한 책을 펴냈다. 최민호(崔旼鎬·44·지방서기관) 충남도 정책관리관은 최근 ‘공무원,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이 책에는 수습사무관에게 인간관계가 원만하고 술을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선배,이른바 ‘빽’이 통하는 조직,힘있는 자에게 줄대기 등 공직사회의 치부가 그려져 있다. 최 서기관은 국민들이 ‘혈세나 축내고 무능하고 구조조정 대상 1위인 부패한 집단’으로 공직사회를 보고 있다고 자성하며 윤리교사(?)와 같은 목소리로 바람직한 공무원의 자세와 방향을 제시,공직사회에 대한 안쓰러운 애정을담았다. 이런 애정은 젊은 외교관이 대만 총통 만찬장에서 음식에 들어 있던 배추벌레를 양국의 화해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씹어먹은 일 등 공직사회에 떠도는 영웅담을 그린 데서도 드러난다. 또 국회에서 동력자원부 사무관이 석유개발공사 사장의 따귀를 때리고 건설부 직원 400여명이 장관 훈시중 집단 퇴장한 상상을 초월하는 예전 공직사회의 에피소드,일본의 공직사회,중국에 당당했던 조선시대 ‘표해록’의 저자최부의 행적 등 다양한 얘깃거리를 담고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