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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ECIAL] 정거장

    [SPECIAL] 정거장

    가방을 이끌고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 누군가를 기다리 듯 자주 시계를 들여다보는 사람들…. 역 광장은 떠남과 당도, 만남의 공간이다. 하지만 모든 역 광장이 그런 것은 아니다. 옛 서울역(이하 서울역)은 1905년에 남대문역으로 문을 열었다가 1925년 붉은 벽돌로 지어진 지금의 역사(경성역)로 단장했으며, 1947년 서울역으로 불리면서 명실공이 서울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2003년 경부 고속철인 KTX에 대비해 새로운 현대식 서울역사가 준공되면서 한쪽 구석에 이물스럽게 방치된 폐가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다시는 올 수 없는 시간을 마중 가는 길이다. 만남의 눈짓, 떠남의 손짓이 사라진 자리에 남겨진 사람들 서울역에는 더 이상 떠날 열차도 달려올 열차도 없다. 꿈을 안고 떠나거나 당도하는 사람들, 손수건을 흔들며 마중하거나 배웅하는 사람들이 사라지며 서울역은 그 자리에 허리를 접어 새우잠을 자는 노숙자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역 광장은 세상과 소통하는 트인 공간이지만, 굳게 빗장을 걸어둔 서울역 광장은 세상과 절연을 강요당한 노숙자들이 밤낮 하릴없이 서성이며 머무는 소외의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에 누워 종이 박스와 신문지 따위에 의지한 채 움직임도 소리도 없다. 남루한 옷가지와 헝클어진 머리카락, 검게 굳은살이 배인 발바닥만이 그들의 지난한 일상을 짐작케 할 뿐이다. 세상과의 절연을 강요당한 사람들에게 서울역 광장은 그저 뜨거운 햇볕을 피해 잠시 한뎃잠이라도 잘 수 있는 그들만의 랜드마크다. 오후 네 시, 전시회를 보기 위해 기다랗게 줄을 선 사람들 사이에서 한 남자를 발견한다. 카메라의 배율을 올려 차가운 바닥에 누워 새우잠을 자는 남자를 끌어당긴다. 찰칵! 지리고 시큼한 홍어회 냄새가 빨려 들어온다. 카메라 소리에 놀란 남자는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그는 전시회를 보기 위해 기다랗게 줄을 선 사람들을 피해 외진 곳을 찾는다. 그곳에는 이미 다리를 잃고 휠체어에 의지한 채 껌을 팔며 연명하는 사람과, 역 광장 벤치에 앉아 어딘가로 팔려 나가길 기다리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기다림에도 이력이 붙는 걸까? 남자는 호주머니 속 깊숙이 감춰둔 담배꽁초를 꺼내 문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기에 더욱 길게 내품는 담배연기, 휴식이라기에는 담배꽁초의 길이가 너무 짧아 보인다. 다시 서울역을 찾는 사람들 이 소외의 빈터에 작은 변화의 움직임이 일었다. 바로 젊은 신예 미술작가들과 일반 시민이 작품을 통해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들의 미술축제 아시아프(ASYAAF, 이하 아시아프)’가 그것. ‘아시아프’는 전 세계 11개국 105개 대학에서 엄선된 작가 777명이 2,300점의 작품을 1·2부로 나누어 열흘간 전시·판매하는 미술축제로 아시아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경험하고 작가와 시민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장(場)이다. 서울시는 이번 전시를 통해 10여 년 가까이 걸어두었던 빗장을 열고 서울역을 일반에 공개했다. 플랫폼에 들어서자 ‘ㅁ’자 모형의 널찍한 전시 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둠 모형의 지붕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빛이 옛 모습 그대로인 역사를 확인시킨다. 플랫폼은 신예 작가들의 참신한 작품들과 관람객들로 빼곡하다. 건물의 특징을 그대로 살린 전시관은 기둥과 유리창을 통해 그림을 엿볼 수 있어 자칫 지루하기 쉬운 그림의 재미를 더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만화적 이미지, 장난감, 쓰레기, 인형, 기계부품 등 생활 속의 잡다한 물건들도 등장한다. 그림에 포착된 이미지가 우리네 삶의 모습을 그대로 끌어들여서인지 목이 잘린 개의 그로테스크한 모습까지 친근감을 준다. ‘아시아프’ 전시가 진행되는 열흘 동안 서울역은 옛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아시아의 신예 작가들의 작품을 보기 위해 찾은 5만 6,926명의 관람객들의 발길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행사 마지막 날에는 개장을 기다리는 인파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울역에서 광장을 가로질러 KTX 승강장 앞까지 수백m에 걸친 인간 띠를 형성했다. 출품작 2,300점 중 1,500여 점이 판매될 만큼 호응도 높았다. 한국 미술 사상 전례 없는 일이었다. 이는 신예 작가들의 가능성과 생활 속에서 현대미술을 즐기려는 대중의 욕구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다. 관람을 마치고 역사를 빠져나오자 뉘엿뉘엿 해가 저문다. 역 광장 주변으로는 전시장을 빠져나가는 사람들과, 길거리의 노숙자들이 뒤엉킨다. 서울역은 ‘아시아프’를 통해 새로운 공간 활용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는 앞으로 계획된 다양한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길거리 노숙자들의 삶은 플랫폼의 멈춘 시계처럼 그 자리에 멈춘 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왠지 씁쓸한 풍경이다. 글·사진 임종관 《삶과꿈》 기자       월간 <삶과꿈> 2008년 10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부인·아들 살해혐의 前대학교수 8년만에 일본서 잡혀 국내 송환

    서울 노원경찰서는 24일 지난 1999년 자신의 부인과 아들을 독극물로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일본으로 도피했다 붙잡힌 전직 대학교수 배모(44)씨와 그의 대학 후배인 박모(38·여)씨의 신병을 넘겨받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서울시립대 교수였던 배씨는 1999년 12월 말 서울 중계동 자택에서 부인 박모(당시 32세)씨와 아들(당시 6세)을 독극물로 살해하고, 범행을 숨기기 위해 이들을 안방에 눕혀둔 뒤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Zoom in 서울] 송파구에 축구장 3개 크기 ‘하늘정원’

    [Zoom in 서울] 송파구에 축구장 3개 크기 ‘하늘정원’

    축구장 3배 크기의 ‘하늘 정원’이 들어섰다.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16일 송파구 문정동 동남권유통단지 내에 옥상 정원 ‘포시즌 파크’를 조성했다고 밝혔다. 정원 면적은 무려 2만 5000㎡ 규모로 축구장(7140㎡) 3개를 합친 것보다 더 크다. 사업비 100억원이 투입됐다.10∼11층 높이의 빌딩 4개동을 연결한 옥상 정원은 앞으로 동남권유통단지의 명물로 떠오를 전망이다. 내년 4월부터 무료 개방된다. 옥상 정원은 ▲에코 ▲웰빙 ▲시네마▲페스티벌 등 4가지 테마 공원으로 이뤄졌다. 에코 가든은 야생화 정원으로 꾸며져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웰빙 가든은 맨손 체조장과 지압 마당 등의 시설이 들어서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다. 시네마 가든은 영화 이벤트와 소품 전시관으로 활용된다. 페스티벌 가든은 500명 이상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잔디 마당을 갖춰 음악회와 같은 문화공간으로 이용된다. 포시즌 파크는 기계설비를 옥상에 배치하고, 여유 공간에 정원을 조성한 기존의 옥상 공원과 달리 모든 기계시설이 건물 안에 있다. 옥상 전체가 녹지로 이뤄진 것이다. 빗물을 재활용해 식물에 직접 물을 공급하는 ‘중수관수 시스템’도 도입됐다. 최령 SH공사 사장은 “기존의 옥상 정원은 여유 공간에 녹지를 만든 수준이지만 포시즌 파크는 시민들이 4계절 내내 전시와 공연,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유통 단지는 청계천 상인들이 새롭게 둥지를 트는 전문상가와 물류단지, 활성화단지 등으로 구성된다. 총 면적이 코엑스몰의 6배인 82만 300㎡에 이른다. 교통환경도 크게 바뀐다. 서울시와 SH공사는 동남권유통단지 일대의 교통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5393억원을 들여 밤고갯길에서 유통단지간 도로(1.02㎞)와 탄천 서측 도로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또 탄천변 좌·우 도로 접속부와 세곡동 사거리 구간(1.18㎞) 도로를 확장할 계획이다. 게다가 1조 7700억원을 투입해 동남권유통단지와 서초구 헌릉로를 연결하는 제2 양재대로(5.2㎞)가 신설된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1936년 울산 농촌마을 달리 주민센서스 펼쳐보니

    #1936년 울산 농촌마을 달리 주민센서스 펼쳐보니

    “8월6일 오전 7시. 서당 동쪽에 있는 용수로의 다리곁에는 이미 20명 정도의 농민들이 모여있다. 흰 천에 붉은 테를 두르고 ‘달리 농기´라고 검은 먹으로 쓴 농기도 나와 있고, 긴 조선 나발이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두 세 사람씩 마을 사람들이 모여든다. 논 안에서 남자들이 일렬횡대가 되어 논매기 지휘자가 배후에 선다. 작업중에는 논매는 소리를 소리 높여 부른다.” ●닭둥우리 등 124건 수집해 가 일본의 아틱뮤지엄 연구원 오가와 도오루가 1936년 여름 경상도 울산의 농촌 마을 달리(達里·현재 울산 남구 달동)에서 목격한 ‘공동 논매기´ 풍경이다. 오가와 도오루는 당시 동료 2명과 함께 7월 하순에서 8월 상순까지 2주간 이곳에 머물며 달리 농민들의 생활상을 조사하고, 닭둥우리·도리깨 등 생활용구 124건을 수집해 일본으로 가져갔다. 현재 오사카 국립민족학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이 유물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도록이 나왔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신광섭)이 최근 발간한 ‘향수-1936년 울산 달리´는 70년전 손때 묻은 생활 유물들을 통해 당시 울산 주민들의 소박한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생업, 식생활, 의생활, 주생활의 4개 분야로 나누어 분류하고, 조사 당시 촬영된 사진들을 함께 수록해 이해를 도왔다. 1940년 발간된 ‘조선의 농촌위생´이 그 결과물이다. 민속박물관은 이번에 이 단행본도 한국어로 번역해 출간했다. ●남성평균키 164㎝… 日人보다 6.4㎝ 커 보고서에는 그 시대 농민들의 생활상이 손에 잡힐 듯 세밀하게 담겨있다. 조사 당시 달리는 127가구로 구성된 농촌이었고, 가구수의 73.3%가 소작을 했다. 여성의 초혼 평균 연령은 17.02세, 배우자는 23.67세였다. 계층별로는 상층이 18세,19세가 많고, 중층에서는 17세, 하층에서는 16세와 14세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망률은 32.71%로 일본의 평균 사망률 24.36%보다 높았다. 성인(20~50세)남성의 평균 키는 164㎝로 같은 연령대 일본 농부들(157.6㎝)보다 6.4㎝나 컸다. 몸무게도 56.81㎏으로 일본 남성의 53~54㎏보다 3㎏이상 더 나갔다. 이 연구는 당시 일본 재계 실력자이자 일본 민족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부사와 게이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부사와는 조사 비용(2500원) 일체를 제공한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 설립한 아틱뮤지엄의 연구원 3명을 현지에 파견해 생활문화 자료를 수집토록 했다. 그가 울산에 특히 관심을 보인 이유는 울산 태생으로 도쿄제국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강정택(1907~?)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초대 농림부 차관으로 6·25때 납북된 강정택은 최응석과 더불어 시부사와의 든든한 후원을 얻었다. 최응석이 조사회를 꾸린 것도 도쿄 제일고 3년 선배인 강정택이 달리에서 ‘농촌사회경제조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일련의 역사적 배경은 울산이 고향인 이문웅 서울대 명예교수의 끈질긴 추적으로 밝혀졌다. 이 교수는 지난 6월 강정택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논문집 ‘식민지 조선의 농촌사회와 농업경제´를 펴내기도 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엄정화, ‘故 최진실 슬픔’ 걷고 활동 재개

    엄정화, ‘故 최진실 슬픔’ 걷고 활동 재개

    절친한 동료였던 故 최진실을 잃은 슬픔에 잠겨있던 가수 엄정화가 힙합듀오 YMGA(마스터 우, DM)의 피쳐링 무대를 시작으로 활동을 재개한다. 엄정화는 17일 방송되는 KBS ‘뮤직뱅크’를 시작으로 18일 MBC ‘쇼!음악중심’, 19일 SBS ‘인기가요’까지 3일 연속 YMGA의 ‘텔 잇 투 마이 하트(Tell it to my heart)’ 무대에 함께 오를 예정이다. YMGA의 타이틀 곡 ‘Tell it to my heart’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엄정화는 아직 마음을 추스리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으나 후배인 YMGA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뮤직비디오 촬영을 감행하는 등 의리파 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당초 엄정화는 지난 12일 YMGA의 첫 방송 무대부터 지원사격할 예정이었지만 심적 안정을 취하지 못해 취소됐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엄정화는 미안한 마음을 표하며 이번 주 내 YMGA 음악방송 무대를 모두 함께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편 YMGA의 데뷔 앨범 ‘Made in R.O.K’는 6년만에 선보이는 YG패밀리의 힙합 단체곡 ‘왓(What)’이 수록돼 화제를 모르고 있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여자프로농구] “어~ 못 보던 애들인데 잘하네”

    [여자프로농구] “어~ 못 보던 애들인데 잘하네”

    더딘 세대교체로 고민하는 건 남·여농구계가 마찬가지. 하지만 고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프로에 뛰어드는 여자프로농구가 더 더딘 것이 현실이다.08~09시즌 득점랭킹 톱 10 가운데 2000년 이후 데뷔한 선수는 김은혜(26·우리은행)와 김정은(21·신세계), 리바운드 톱 10 중에는 강영숙(27·신한은행)과 김은혜, 나에스더(27·국민은행)뿐이다. 데뷔와 동시에 주전을 꿰찬 김정은 같은 거물은 예외지만, 베스트5의 진입장벽이 어떤 종목보다 높은 여자농구판에서 올시즌 새 얼굴들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스무살 동갑내기‘ 홍보람(삼성생명)과 고아라(우리은행).‘늦깎이’ 이연화(25·신한은행)가 주인공. 지난 두시즌 동안 평균 5분 남짓 뛰면서 1점대 득점에 머물렀던 홍보람은 올시즌 물을 만났다. 국민은행으로 떠난 변연하의 빈자리를 김세롱과 나눠쓰는 홍보람은 평균 21분여를 뛰면서 8.5점을 올렸다.2년선배 김세롱이 평균 4.3점에 그친 것과 비교되는 대목.13일 신한은행전에서 결정적인 자유투를 놓친 뒤 펑펑 울 만큼 아직 덜 여물었지만, 이런 페이스라면 삼성생명의 대들보로 성장할 전망. 고아라의 성장도 눈부시다. 청소년대표 출신인 고아라는 프로데뷔 이후 연습에선 놀라운 실력을 보였지만 정작 점프볼이 된 뒤에는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코칭스태프를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올시즌 평균 26분여를 뛰면서 10.3점에 5.3리바운드로 잠재력을 드러냈다. 숭의여고 선배인 김계령(29)·김은혜와 함께 약체 우리은행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홍보람과 고아라가 약체팀에서 빨리 기회를 잡았다면,7년차 이연화는 좀 다른 경우다.2002년 우리은행에서 데뷔한 이연화는 2004년 신한은행으로 옮긴 뒤에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전·현 소속팀 모두 강팀이었던 탓. 지난 시즌부터 비로소 식스맨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다 올시즌엔 주전으로 거듭났다. 평균 34분여를 뛰면서 11.0점에 4.8리바운드. 가드 최윤아와 포워드 선수민이 부상에서 복귀하면 입지가 불안해지겠지만, 지금같은 활약이라면 그 역시 주전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여자프로농구] 김은혜·고아라 37점 합작 우리銀, 국민銀 꺾고 첫승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개막과 함께 나란히 2연패를 당했다. 계약 마지막 해인 박건연 우리은행 감독과 올시즌 데뷔한 조성원 국민은행 감독 모두 첫승에 대한 간절함은 비슷할 터. 1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만난 두 팀의 희비는 자유투와 턴오버에서 엇갈렸다. 국민은행은 75-74로 앞선 경기 종료 21초전 자유투 2개를 얻었다. 하지만 김지현의 자유투는 모두 림을 외면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곧이은 반격에서 김은혜가 2개의 자유투를 모두 성공,76-75로 전세를 뒤집었다. 국민은행에도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종료 2.2초전 골밑을 노리던 장선형이 더블팀에 걸려 트래블링을 범해 고개를 떨궈야 했다. 우리은행이 08∼09여자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숭의여고 6년 선후배인 김은혜(19점 6리바운드)와 고아라(18점 7리바운드)가 37점을 합작한 데 힘입어 78-75로 승리,2연패 끝에 시즌 첫 승을 올렸다. 특히 2년차 포워드 고아라는 프로데뷔 후 최다득점은 물론,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와 감각적인 패스, 거침없는 레이업슛으로 눈길을 끌었다. 반면 올시즌 대대적인 전력보강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민은행은 에이스 변연하가 32점 7어시스트로 분전했지만, 개막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박건연 감독은 “연패를 끊어서 다행이다. 이제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금호생명에 2점 차로 패한 뒤 구단주가 라커룸으로 와서 ‘40경기 중 1경기에 졌을 뿐’이라고 격려해 주신 게 부담을 떨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브아걸 4人’ 이름에 감춰진 ‘4가지 비밀’

    ‘브아걸 4人’ 이름에 감춰진 ‘4가지 비밀’

    브라운 아이드 걸스(Brown Eyed Girls, 이하 ‘브아걸’)의 새 타이틀 곡 ‘어쩌다’의 돌풍이 무섭다. 원더걸스와 함께 하반기 가요계를 온통 레트로(복고) 걸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은 ‘바로 제아(리더), 나르샤(보컬), 미료(래퍼), 가인(보컬). 브아걸은 지난 2008년 상반기 가요 차트 1위를 차지했던 ‘L.O.V.E’의 기세를 몰아 하반기 타이틀 곡 ‘어쩌다’로 각 방송사 음악 종합 차트 상위권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실력파 보컬 그룹을 표명하고 있는 탓에 멤버 개개인에 대한 보다 조명보다 노래의 유명세가 더욱 밝다. 최근 서울신문NTN과 만난 브아걸은 “사실 본명인 가인을 제외한 모든 멤버들의 이름에는 사연이 있다.”며 각 멤버들의 활동명에 얽힌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 리더 ‘제아’ - 제일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아이 브아걸에서 가장 파워풀하고 깔끔한 고음 처리를 자랑하는 리더 ‘제아’는 보컬적 특성이 이름으로 이어진 경우였다. 본명이 김효진인 제아는 ‘제일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아이’라는 순 우리말에서 머리 글자를 따서 활동명을 지었다. ”학창시절 가요계 대선배인 김혜림 씨가 창단한 락 그룹에서 활동했어요. 한때 락밴드에서 목청을 높이는 락커의 꿈을 키우던 때도 있었죠. ‘제일 아름다운 목소리’는 과찬이고요, 고음을 칭찬해 주시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 보컬 ‘나르샤’ - 펄펄 날아라 나르샤 나르샤는 세련된 외래어 이름이 나지만 알고 보니 세종대왕이 창제한 용비어 천가에 등장했던 순 우리말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나르샤(나리샤)’는 중세 국어 중 ‘날다(fly)’의 존칭어로 알려져 있으며 용비어천가 1장인 ‘海東六龍飛 莫非天所扶 古聖同符 (해동 육룡이 나라샤 일마다 천복이시니. 고성이 동부하시니.’ 구절에 명시된 바 있다. ”외래어가 아닌 순 우리말이에요. 용비어천가의 구절에 나왔던 옛말로 ‘날다’라는 뜻을 가졌죠. 가요계에서 펄펄 비상하는 가수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르샤라는 이름을 갖게 됐어요.” ◆ 랩퍼 ‘미료’ - 브아걸 노래에 맛을 더하는 조미료 ”조미혜라는 본명 때문에 어렸을 때 친구들이 ‘조미료’라는 별명을 붙여줬어요. 성을 떼고 “미료야”하고 불렸는데 가수 활동 후에도 예명으로 사용하게 됐죠.” 브아걸에 톡톡 튀는 랩으로 노래의 감칠 맛을 더하는 랩퍼 ‘미료’는 학창 시절 별명을 그대로 사용한 예다. 공교롭게도 미료의 랩퍼의 역할이 브아걸 노래에 ‘조미료’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는 상통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 보컬 ‘가인’ - 아름다운 사람 아닌 노래하는 가인(歌人)으로 귀여운 눈웃음이 트레이드 마크인 브아걸의 막내 가인의 본명은 손가인으로 멤버 중 유일하게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다. ”아름다울 가(佳)에 사람 인(人) 즉, 본래 이름은 아름다운 사람이 되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가수의 꿈을 이뤄 노래하는 사람 ‘가인(歌人)’이 된 셈이죠.” 어렸을 적 부터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 어머니로부터 “넌 정말 ‘가인’이란 이름이 맞구나.”라는 말을 들었다던 가인은 “브아걸에서 노래하고 사랑받는 요즘 나날들이 너무 행복하다.”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 한편 브아걸의 ‘어쩌다’는 10월 첫째 주 각 지상파 방송사 음악 차트에서 원더걸스의 ‘노바디’와 1위를 겨루고 있다. 브아걸은 “예상 되의 반응에 쉴 틈 없는 활동에도 더욱 힘이 나고 있다.”며 “이번 타이틀 곡의 경우, 보컬 위주던 음악색에 댄스가 보강됐다. 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면서 브아걸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무대에 서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kr / 사진 한윤종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10여國 ‘줄부도’ 위기

    10여國 ‘줄부도’ 위기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이 전 세계로 파급되면서 자본주의의 가장 약한 고리로 지목되는 신흥시장과 동유럽, 경제 체력이 약한 10여개국을 중심으로 외환위기 가능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외신들은 미국 금융위기의 첫번째 희생국으로 아이슬란드를 지목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아이슬란드가 국가부도 상황에서 서방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으나 여의치 않자 러시아에 40억 유로(미화 54억달러가량)를 지원할 것을 제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월스트리저널(WSJ)과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8일 파키스탄의 국가부도 가능성을 제기했다. 파키스탄의 현재 외환보유액은 1년 전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81억 4000만달러다. 외신들은 주식시장 폭락이 연일 발생하고 있는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자원부국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러시아가 세계 3위, 인도가 4위, 브라질이 7위지만, 금융시스템 등이 선진국보다 취약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이외에도 외환보유액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고, 외국인투자들이 급격히 증가한 나라들도 외환위기 가능성이 제기된다. 루마니아·헝가리·불가리아·크로아티아·베트남과 발트 3국인 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와 비교해 11년 전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나라가 다시 국가부도 사태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 당시의 12배인 2397억달러에 이르고, 외환위기 당시 단기외채비율은 무려 718.8%였지만 지금은 66%대로 떨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지난해 연말보다 32.9%나 하락한 환율의 폭락이 멈추지 않는 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주식매도가 진정될 수 없고 달러 기근이 지속될 것이라고 일각에서는 걱정하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여자프로농구] 새내기 두 감독 데뷔전 ‘합격점’

    08∼09여자프로농구가 초반부터 이변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강 신한은행의 아성은 여전히 공고하지만, 나머지 팀들의 전투력은 당초 예상과는 조금 달랐던 것. 그 중심에는 삼성생명과 국민은행이 있고 두 팀은 공교롭게도 올시즌 새로운 감독을 모셔왔다. 삼성생명의 내공은 무서웠다. 지난 5일 신한은행에 이어 ‘넘버 2’로 꼽히는 금호생명과 맞붙어 62-54로 완승을 거둔 것.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집요한 수비였다. 찰거머리 수비와 빠른 트랜지션을 중시하는 이호근(43) 감독이 부임한 뒤 흘린 땀을 짐작할 만했다. 데뷔전에서 치밀한 전술과 안정된 벤치 운영으로 첫 승을 일군 이호근 감독은 ‘여탕(여자농구를 가리키는 농구인들의 속어)’이 처음은 아니다.1998년 신세계 창단때 코치로 부임해 5년 동안 경험한 것. 이 감독은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세대교체가 더딘 편이라 각팀의 에이스들은 그대로라고 봐도 된다.”며 여자농구 감독 첫 시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이 감독은 “감독으로 한 시즌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 장기레이스가 부담스럽긴 하다. 이미선 등 주축선수들이 부상 경력이 많은 것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조성원(37) 감독도 데뷔전에서 새내기답지 않은 전술 대응으로 합격점을 받았다.3일 개막전에서 ‘레알 신한’을 침몰 직전까지 몰아붙인 것. 한두 차례 미숙한 심판 판정에 대한 어필을 하지 못하고 넘어간 것과 4쿼터 고비에서 적절한 대응을 못한 것은 ‘옥에 티’였지만 상대가 신한은행이었음을 감안하면 선전한 셈. 조 감독도 초짜는 아니다.2006년 은퇴뒤 국민은행 코치로 부임해 최병식 감독을 보좌했고, 여자 국가대표팀 코치까지 지냈다.실업농구 현대전자 선후배인 두 감독은 8일(오후 4시) 첫 벤치대결을 벌인다.10년 가까이 삼성생명의 기둥 역할을 하다가 국민은행으로 옮긴 변연하까지 겹쳐 더 관심이 간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20&30]“간판 무시할 순 없지만 그래도 실력”

    [20&30]“간판 무시할 순 없지만 그래도 실력”

    서울대 졸업, 토익 900점 이상, 학점 3.5점 이상, 어학연수 및 인턴 경험…. 이른바 최상의 ‘스펙’이다.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스펙을 분석해 주는 업체까지 생길 정도로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스펙에 목을 맨다. 하지만 스펙이 전부가 아니다. 공평하지 않은 출발 때문에, 혹은 젊은 날의 방황 때문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스펙’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내일을 향해 오늘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2030들의 좌절과 도전기를 들어 보자. ●무시할 수 없는 스펙의 위력 올해 2월 이른바 국내 최고의 대학을 졸업한 박모(26·회사원)씨는 졸업과 동시에 ‘취업투쟁’을 벌이며 학벌이 가진 힘과 그 힘의 한계를 동시에 느꼈다. 놀기 좋아하고 공부보다는 다른 활동을 중점적으로 해왔던 박씨는 본격적인 취업 시즌이 다가오자 걱정이 앞섰다. 학점도 영어실력도 형편없었던 박씨는 학벌 외에는 믿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반기 입사원서를 넣은 박씨는 학벌의 힘을 절실히 느꼈다. 토익 점수가 만점에 가까운 지원자들이 숱하게 서류전형의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박씨는 원서를 넣은 10개 기업에서 모두 서류평가를 통과했다. 하지만 학벌의 힘은 거기까지였다. 서류전형은 통과했지만 필기시험은 준비가 부족한 박씨에게 넘기 힘든 벽이었다. 어쩌다 필기를 통과하면 면접에서 막혔다.“결국 한 기업에 입사는 했죠. 명문대를 나왔다고 하니 모두 엄청난 기대를 걸었지만 제 실력이 못 따라주니 저도 답답해요. 동료나 선배들은 저한테 기대를 건 게 아니라 제 학벌에 기대를 걸었던 것 같아요.” 직장인 임모(25·여)씨는 요즘 자신이 속해 있는 부서의 상사를 보며 ‘한국 사회에서 학벌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임씨도 이른바 ‘SKY’ 출신이지만 ‘S’가 아니라는 이유로 상사에게 찬밥 취급을 당해 왔다. 처음 입사를 하고 나서 부서 환영회부터 상사는 같이 입사한 동기 중 S대 출신만을 유독 챙겼다. 기분이 나빴던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임씨는 회사생활을 위해 그의 편애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S대 라인’만 챙기는 상사였지만, 그 상사는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는 엘리트였고 임씨가 보기에도 뛰어난 리더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 임씨는 회사 선배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S대 출신이라고만 믿었던 상사가 사실은 그냥 ‘인 서울(서울 소재)’ 대학 출신이었기 때문이다.“그 사실을 알았을 땐 참 혼란스러웠죠. 대체 학벌이 뭐기에 그 상사는 그렇게까지 S대 출신들을 챙긴 걸까?정작 자신은 SKY가 아니면서도 그렇게 인정을 받고 있는데 말이죠. 요즘도 그 상사를 보면 한국사회에서 대체 학벌이 뭘까 하는 고민에 머리가 복잡해요.” 대학졸업과 함께 은행에 입사한 나모(24·여)씨는 빈틈없는 ‘스펙’의 소유자다. 만점에 가까운 학점과 토익점수,10개 남짓 보유한 자격증은 물론이고, 영어·중국어에도 능통한 ‘팔방미인’이다. 다만 딱 한 가지 모자란 스펙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학벌’. 그러나 이 또한 문제될 건 없었다. 지방대를 졸업한 나씨였지만,‘간판보다 실력으로 승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경쟁력을 키운 덕에 서울의 유명대학을 나온 사람들보다 나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은행 입사연수에서 나씨의 활약은 대단했다. 자기소개를 통해 동기들에게 리더십을 드러낸 나씨는 기수 대표를 뽑는 투표에서 1등을 차지했다. 당선의 기쁨에 들떠 있던 나씨. 그런데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갔다. 연수 강사로 왔던 선배들이 한 곳에 모여 수군대더니 얼마 뒤 겸연쩍은 표정으로 “여러 가지를 고려해 봤을 때 기수 대표는 나양보다 투표에서 2등을 한 이군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나씨를 더욱 불편하게 만든 건 동기들끼리 뒤에서 주고받는 말이었다.“명문 Y대 선배들이 학교 후배인 김씨를 밀어줬다.”는 것이었다. 나씨는 한동안 씁쓸한 마음을 털어내지 못했다.“어쩌겠어요. 더 열심히 해서 월등한 실력을 보여 주는 것 외엔 방법이 없겠죠.” ●스펙, 뛰어넘을 수 있다 지방대 출신으로 당당히 수도권 대학의 교수가 된 김모(35)씨. 이학계에서는 그를 두고 ‘개천에서 용났다.’고 한다. 명문대 출신이 아니면 지방대 교수직 구하기도 쉽지 않은 이 바닥에서 김씨는 보기 드문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김씨의 비결은 끈기와 성실함이다. 김씨는 서울의 모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치는 7년 동안 논문을 10편 넘게 썼고, 그중 4개는 세계적인 학술지에 게재됐다. 남들이 자는 시간에 공부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끈질기게 연구했기 때문이다. 김씨의 연구 열정은 후배들에겐 이미 ‘전설’이 되고 있다. 포스텍(포항공대) 연구실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분석기계에서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연구과제가 있었는데, 사용 예약이 2개월이나 밀려 있었다. 김씨는 어느날 오후 실험을 마치고, 저녁 7시 비행기를 타고 포항에 내려갔다. 사용 예약이 비어 있는 새벽 1∼5시에 기계를 쓰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다음날 오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서울의 연구실에 들어섰다. 동료들은 그의 열정에 혀를 내둘렀다.“노력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아요. 스펙도 노력의 결과지만 본질은 아니죠.” 영상 잡지사 기자인 김모(28·여)씨는 요즘 해외 출장을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주로 일본과 미국을 오가는데 두 나라의 언어가 가능한 사람은 회사에서 김씨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김씨는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자신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학생 때조차 멀리 했던 도서관에서 붙박이 생활을 시작했다. 학교도 명문대와는 거리가 멀었고 웬만한 기업에서는 기본적으로 요구한다는 토익 성적표도 없었다. 다만 그녀는 대학생활 내내 일본드라마와 미국드라마에 빠져 살았다. 매일 드라마를 즐기며 외국어를 접할 수 있었고 결국 연수 경험 한 번 없는 김씨가 일어와 영어를 어려움 없이 구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씨는 아직도 영어 문법에는 문외한이다. 하지만 토익 900점 이상의 동료들도 못 가는 미국 출장을 밥 먹듯 다녀오는 김씨에게 토익성적은 무의미하다.“진정한 실력은 실전이죠. 실전에서 써먹지 못하는 스펙 때문에 열등감을 느낄 필요가 없어요.” 광고회사에 다니는 이모(27·여)씨는 자기보다 두 기수 위인 윤모(30) 선배를 보면 한없이 부럽다. 이씨는 입사할 때 스스로를 토익점수, 해외연수, 자격증, 봉사활동, 인턴경험 등 이른바 ‘취업 5종세트’를 모두 갖춘 인재 중의 인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5종세트는커녕 외모마저 별로인 윤 선배를 보면 세상엔 스펙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윤 선배는 굴지의 광고회사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 열 번 참가해 그중 두 번은 금상과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광고뿐만 아니라 네이밍 공모전, 각종 마케팅 전략 공모전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선배가 ‘공모전의 달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분석력 덕분이다. 선배는 주제 하나를 잡으면 끝까지 파고들어 진실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낸다. 그렇게 종일 생각을 하다가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사무실에서 꼼짝하지 않고 구상만 한다. 그런 진통 끝에 한 줄의 카피, 한 컷의 이미지를 창조해 내는 선배는 곧바로 이씨의 롤모델이 되고 말았다.“취업에 스펙이란 거 필요하긴 하죠.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잘하는 게 있느냐가 아닐까요. 윤 선배를 통해 취업 5종세트 중 하나만 제대로 어필할 줄 알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스펙보단 실전능력을 IT업체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서모(30)씨는 요즘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입사 동기들에 비해 자신만 유독 승진이 느리기 때문이다. 서씨는 자신이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승진은 대학 인맥 순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팀 프로젝트가 떨어지면 일의 70% 이상을 맡아 고생은 혼자 다하지만 결과물은 동기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서씨는 지방대 출신이라 회사에서 자신을 끌어 줄 선배가 없는 게 한계라고 생각한다. 승진한 동기들은 서울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학교 출신이다. 같은 학교 선배들이 그들을 끌어줘 자신은 항상 능력 밖의 영역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생각에 괴롭다.“IT업계라는 곳이 그 어느 곳보다 실력 위주로 경쟁이 돼야 하는데 이런 회사에서는 비전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제 능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곳을 찾고 싶은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네요.” 화장품회사 무역팀 사원 최모(28·여)씨는 서울에 있는 명문대 무역학과 출신으로 교수 추천을 통해 입사했다. 겉으로 보기에 최씨는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 교수인 아버지, 중학교 교사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성격도 사근사근해서 상사들에게 평가가 좋다. 하지만 동료들 사이에서는 180도 돌변한다. 전문대 출신 직원들을 면전에서 박대하고, 동료의 아이디어를 자기 것처럼 포장해서 상사에 보고하는 데 타고난 능력을 발휘한다. 며칠 전 끝난 국제피부과학회에서 신제품을 홍보할 때 후배 구모(26·여)씨가 만든 홍보 라벨이 마음에 들었던 최씨는 후배에게 라벨 파일을 받아 표시가 나지 않을 정도 수정했다. 그리고 그 라벨을 생수병에 붙여서 자신이 만든 척했다. 가장 큰 문제는 최씨의 형편없는 영어실력이다. 영어 이메일 작성은 말할 것도 없고, 외국에서 바이어가 와도 말 한마디 제대로 걸지 못한다. 영어 구사능력이 필수인 무역팀에서 최씨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복사작업과 간단한 전화응대 정도다. 그런데도 최씨는 동문인 사장과의 막강한 친분을 바탕으로 동료에 비해 1.5배나 많은 성과급을 꼬박꼬박 받아 챙기고 있다. 이런 최씨의 행태를 보다 못한 구씨 등 회사 동료들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요. 실력도 성격도 형편없는 사람이 학벌 좋고 줄만 잘 서면 성공할 수 있는 현실이 너무 야속하군요.” 장형우 김정은 황비웅기자 zangzak@seoul.co.kr ●용어클릭 스펙 ‘상세한 명세서’를 뜻하는 영어 ‘Specification’의 줄임말로 취업준비생들의 출신대학·전공·학력·연수경력·자격증·학점·토익점수 등 개인평가 항목을 모두 합친 신조어. 개인 이력, 기록 명세란 뜻이다.
  • 소득1위 울산 3862만원… 평균수명1위 서울 80.39세

    소득1위 울산 3862만원… 평균수명1위 서울 80.39세

    전국 16개 광역 시·도 가운데 소득 1위는 단연 울산이다.2006년 기준으로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3862만원으로 2위 충남(2649만원)과 3위 전남(2242만원)을 압도했다. 대구는 1124만원으로 울산의 29.1%, 전국 평균의 61.4%에 머물며 최하위를 했다. 제주는 1인당 GRDP는 1392만원으로 전체 12위, 재정자주도는 63.7%로 최하위이지만 경제활동참가율(69.2%)과 고용률(67.8%)은 1위였다. 통계청은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와 230개 기초자치단체의 주요 통계들을 지역별로 평가 및 비교할 수 있는 ‘e-지방지표(RI)’를 개발, 공표한다고 5일 밝혔다.e-지방지표에서는 인구, 기반시설, 소득, 고용, 산업, 물가 및 주택가격, 재정 및 행정서비스 등 15개 부문 41개 지표가 제공된다.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비중은 전남(17.23%)이 가장 높았고 울산(6.02%)은 최저였다. 평균수명 1위는 서울로 80.39세, 최하위는 경남(77.50세)이었다.10만명당 자살률은 충남이 33.4명으로 전국 최고였고 울산은 16.8명으로 가장 낮았다. 1000명당 이혼율은 인천(3.1)과 광주·경북(각 2.1건)이 각각 최고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국 평균 2.47%)은 울산이 2.92%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제주는 2.16%로 가장 낮았다. 주택가격이 가장 많이 뛴 곳은 인천으로 전국 평균(1.33%)의 9배인 11.81%가 상승했다. 실업률은 인천·대전(4.1%)이 가장 높고 전남이 1.7%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4일 TV 하이라이트]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오전 10시) 인도 연방에서 8번째로 큰 카르나타카는 여행자를 즐겁게 해주는 보물 창고와도 같은 곳이다.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세계 여행지 50곳’의 하나로 선정된 케랄라는 인도의 남서쪽 끝, 인도양에 접한 44개의 강과 호수로 이루어진 매력적인 땅이다. 천의 얼굴, 만의 낙원 인도 카르나타카, 케랄라로 떠나본다. ●과학카페(KBS1 오후 7시10분) 우리의 음식문화가 서구화되어가고 있는 요즘. 오히려 패스트푸드 문화의 중심지인 미국에서는 쌀을 중심으로 하는 식습관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미국가정에서 밥통을 들여놓고 매일 저녁마다 쌀밥을 주식으로 한 식사를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인이 다시 쌀밥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를 알아본다. ●대왕 세종(KBS2 오후 9시5분) 세자는 모두 폐기한 줄 알았던 총통등록을 갖고 세종을 찾는다. 그리고 신무기 기술을 명국에 넘기고 평화의 길을 모색할 것을 주장한다. 그러나 세종은 이를 무시한 채 오히려 세자를 움직여 국가기밀 취급 규정을 어긴 최만리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고, 진양과 안평 두 왕자에게 현실 정치를 가르친다. ●내 인생의 황금기(MBC 오후 7시50분) 태일은 태국 불륜사진을 황의 가슴팍에 내던지며 분노를 참지 못한다. 황은 이같은 사실이 밝혀진 것에 대해 화들짝 놀라고, 어쩌다 저지른 외도라고 변명을 한다. 태일은 분을 삭이지 못한 채 말문을 닫고 냉랭해진다. 한편, 결혼을 앞둔 경우는 어머니를 모시고 상견례를 하러간다. ●잘먹고 잘사는 법(SBS 오전 9시50분) 뇌경색을 이겨내고 결혼에 골인한 늦깎이 새신랑 개그맨 이태식.2005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그를 2년 동안 정성으로 간호한 뮤지컬 배우 강지연씨와 알콩달콩 살고 있는 신혼 보금자리를 공개한다. 전직 아나운서 출신 오영실이 아나운서 후배인 김환과 함께 강원도 횡성의 숲 체험장을 소개한다. ●그것이 알고싶다(SBS 오후 11시20분) 탐정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찬반 논쟁이 뜨겁다. 미국, 일본 등의 해외 탐정제도를 취재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아직은 낯선 탐정문화에 대해 알아본다. 또한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탐정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살펴보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알아본다. ●하나뿐인 지구(EBS 오후 6시) 통일 환경 변화와 지자체의 발달로 보존지역 해제와 개발요구가 뜨거운 가운데 민통선 내 희귀종 서식지 및 개발현장을 찾아가 본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된 이후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물거미와 환경지표종으로 인식되는 양서류 중 멸종위기동물로 지정된 금개구리, 물두꺼비 등의 생태를 살펴본다. ●토마토(YTN 오전 8시25분) 치매 환자수는 암 환자와 비슷하지만 일반인들의 치매에 대한 조기진단 인식은 그리 높지 않다. 병원에서 진단받는 환자는 치매환자의 3분의1에 불과하다. 조기 진단을 통해 진행을 늦춰주면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치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 [미국發 금융위기] 금융당국·시중銀 키코 피해 中企 지원 어떻게

    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이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최근 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애로 해결에 나섰다. 다만 키코 거래 목적과 규모, 회생 여부 등에 따라 선별적인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26일 오후 금융감독 당국과 주요 시중은행 관계자 등 10여명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긴급회의를 가졌다. 앞서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 등 시중 5개 은행 여신담당자들도 협의회를 열었다. ●일률적 지원땐 모럴 해저드 유발 참석자들은 키코 거래로 손실을 본 기업들에 대한 지원 방안과 시기 등을 논의했다. 또 은행권은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전체 은행이 참여하는 회의도 열기로 했다. 지원 방식은 키코 손실액만큼 추가 대출을 해 주거나 경영난을 겪는 기업에 은행 출자나 대출금 만기를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일률적인 지원 방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 회사에 대해 대출을 해줘서 부실을 키우느니 시장에 의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투기 목적이 아닌 환헤지를 위해 키코 거래를 한 기업에 대해 회생가능 여부를 판단, 선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보증기금 진병화 이사장도 “(키코 계약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았다고 해서 다 지원하면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고통 커지는 키코 거래 기업들 키코 가입 기업들의 고통은 여전히 커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중견기업인 A사는 환율이 910원 내외로 형성됐던 지난해 11월 900∼1020원의 약정 구간과 930원의 계약환율(기업이 은행에 달러를 파는 기준가격)로 월 100만달러씩 키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현재 환율은 1150원대로 키코 계약 구간을 훌쩍 벗어났다. 때문에 이 기업은 계약금액의 현 환율과 계약환율의 차이인 1억 8500만원의 두 배인 3억 7000만원을 매월 손해보고 있다. 연 44억원 규모다.A사 관계자는 “불경기에 지탱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라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동성 공급·중도해지 절실 키코 가입 업체들은 유동성 공급과 더불어 중도해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환헤지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정석현 위원장은 “기업이 도산하지 않도록 신용보증기금이나 수출보험공사 등을 통해, 혹은 은행과 기업 간의 협의를 통해 유동성이 기업에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위 김상인(수산중공업 사장) 대표도 “기업들에 일단 유동성을 공급해서 2∼3년이라도 수출에 주력, 키코 손실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등단 50년 맞아 산문집 ‘삶의 향기… ’ 낸 황동규

    등단 50년 맞아 산문집 ‘삶의 향기… ’ 낸 황동규

    “삶의 향기라는 것은 자신의 삶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 무엇이라고 할 수 있죠. 그것은 사람에 따라 민족일 수도 있고, 음악일 수도 있고, 미술일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는 문학과 음악, 미술 등 예술이 바로 삶의 향기라고 할 수 있죠.” 등단 50년을 맞은 황동규(70) 시인. 그가 2001년부터 최근까지 7년간 틈틈이 써온 수필을 한데 묶은 산문집 ‘삶의 향기 몇 점’(휴먼앤북스 펴냄)을 내놓았다.1976년 ‘사랑의 뿌리’를 펴낸 이후 ‘겨울노래’‘젖은 손으로 돌아보라’에 이은 네번째 산문집이다. 표제작과 ‘꽃’‘보헤미안’‘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등 35편의 글이 실렸다. 예술을 통한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를 집요하게 파고든 시인의 지나온 삶의 궤적이 오롯이 담겨 있다. ●문학과 친구, 음악 등 삶의 여러 장르 종횡무진 “시는 노래이고 산문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래에서 출발한 시는 핵심에 치중하다 보니 축약될 수밖에 없는 반면 산문은 모든 것을 포용합니다. 그런 만큼 시는 등을 잘 보이지 않지만, 산문은 뒷모습까지 전모(全貌)를 내보여 주지요.” 시와 산문의 차이를 분명히 하지만 그는 “산문이 시보다 좋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한다. 시인은 이번 산문집에서 문학과 친구, 음악 등을 아우르며 삶과 예술의 여러 장르를 종횡무진 누빈다.“나는 왜 문학을 안 하곤 못 배겼는가? 너도나도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것을 획득하려 정신없이 뛰고 있는 지금 이 세상에서 최대한의 노력으로 최소한의 것을 얻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문학의 바보스러움이 지닌 매력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게 정직할 것이다.”(‘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중에서) 그는 “처음에는 말들의 조합이 황홀을 낳는 것에 끌렸고 그 황홀 속에 녹아나는 삶에 마음을 빼앗겼다.”는 말로 문인이 된 동기를 밝혔다. 세상을 먼저 떠나보낸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배인 글도 있다. 국제법학자 백충현, 시인 오규원, 소설가 홍성원·이청준·박경리 등이 그들이다.“삶과 죽음이 이항대립처럼 항상 서로 반대된 상태가 아니고 이따금씩 서로 자리를 바꾸기도 하는 그런 유동적인 상태라는 생각으로 가게 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미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삶도 있고, 죽음의 상태에서 삶의 새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삶의 향기 몇 점’중에서) 요컨대 죽음을 삶의 반대가 아니라 삶의 한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클래식 애호가답게 음악에 대한 조예도 드러낸다.“내가 음악과 같이 산 세월에는 떠오르는 태양과 지는 태양이 함께 있다. 내 정신의 외양이 주로 책과 여행에서 형성된 모습을 갖고 있다면 아마 속 무늬는 음악이 주로 만들었을 것이다.”(‘불타는 음악’중에서) 고등학교 때 음대 작곡과에 진학하려는 꿈을 품었던 그는 전셋집을 전전하면서도 오디오를 메고 다녔을 정도로 클래식 음악에 매료됐다. ●세상을 먼저 떠나보낸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도 절절 시인은 미당 서정주의 추천으로 1958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데뷔작은 한국인의 애송시로 자리잡은 ‘즐거운 편지’와 ‘시월’ 그리고 ‘동백나무’. 중학생 때부터 시를 썼던 시인의 집안은 잘 알려진 대로 문인 가족이다. 소설가 황순원 선생이 아버지이고 딸 시내씨가 지난해 산문집 ‘황금 물고기’를 내면서 3대에 걸쳐 문인이 된 것. 하지만 황순원 선생도, 시인 자신도 딸이 문인의 길을 걷는 것을 극구 말렸을 정도로 아버지의 지원은 없었다고 한다. “등단 50주년도 주위에서 50주년,50주년 하니까 알았지 생각도 못 하고 있었습니다.” 50년 기념 행사를 치를 계획이 없다는 시인은 60여편의 시를 모아 내년쯤 신작 시집을 낼 계획이다.1만원.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동방신기 “후배 샤이니 너무 예뻐”

    동방신기 “후배 샤이니 너무 예뻐”

    1년 7개월 만에 국내 무대에 컴백한 동방신기가 같은 소속사 후배인 샤이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위치한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 에브리씽에서 취재진과 만난 동방신기는 “1년 7개월의 공백기 동안 많은 그룹들이 나왔다. 그 중 가장 성장 가능성이 있는 그룹은 누구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샤이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H.O.T, S.E.S, 신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보아 등 국내 인기 가수들이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막내에서 어느덧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등을 이끄는 선배가수로 성장한 동방신기는 “현재는 소속사에서 선배가 되었지만, 처음과 달라진 점은 없다.”며 “우리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와 주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문을 이었다. 이어 동방신기는 그룹 샤이니에 대해 “우리가 ‘허그’로 데뷔할 때보다 어린 나이의 친구들인데 노래, 춤, 외모 등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며 “그들은 곧은 성품을 가진 친구로 열정이 뛰어난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얼마전 데뷔 4개월 만에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샤이니를 보며 “그들이 1등 하는 모습을 보고 마치 우리 일처럼 기뻤다.”며 “우리보다 더 열심히 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들로 인해 한국 음반의 앞날이 더욱 밝아질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한편 동방신기는 오는 26일 정규 4집 앨범 ‘MIROTIC’을 발매하고, 28일 방송되는 SBS ‘인기가요’를 통해 국내 무대에 컴백한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서울신문NTN 서미연 기자 miyoun@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내년 종부세 줄고 재산세 오른다

    내년 종부세 줄고 재산세 오른다

    종합부동산세 부담은 대폭 줄이는 대신 재산세 과세표준(세금부과의 기준가액)은 높이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이 추진된다. 정부는 재산세 부담이 급격히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지만 국민들 사이에서는 종부세 감세로 인한 2조원 이상의 세수 감소를 재산세 증세를 통해 벌충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체 상위 2% 부유층이 지던 세 부담을 국민 전체가 나눠 갖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23일 주택 및 사업용 부동산의 종부세 부담을 대폭 낮추고 보유세 과표기준을 ‘공정시장가액’으로 변경하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부동산세제 개편 당정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재정부는 내년부터 재산세·종부세 등 보유세의 과표기준을 공시가격에서 공정시장가액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금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과표 적용률을 해마다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종부세와 재산세 모두 공시가격의 80% 수준인 공정시장가액으로 통일된다.80%를 기준으로 상하 20%씩(60∼100%) 가감해 탄력적으로 운용된다. 재산세의 기본과표 적용률이 80%로 상향조정됨에 따라 실제 세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재산세의 과표 적용률은 공시가격의 55% 수준이지만 공정시장가액 기준치가 그대로 적용될 경우 대번에 과표가 25%포인트나 뛰기 때문이다. 하한선인 60%를 적용하더라도 일단 내년 과표는 올해보다 5%포인트 늘어나게 됐다. 정부는 당장 큰 폭의 재산세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재산세 과표 적용률의 결정권을 갖고 있는 행정안전부는 “공정시장가액의 과표산출은 현행 재산세 부담수준, 재정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되 세 부담이 급격히 늘지는 않도록 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부동산교부세가 2조원 이상 감소하지만 재정부와 협의해 목적세 정비 등 국세 개편의 틀에서 보전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행 공시가격 6억원 이상인 종부세 과세 대상을 내년부터는 9억원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과세 대상이 38만 7000가구에서 16만 1000가구로 60%가량 줄어든다. 세율도 기존 1∼3%에서 0.5∼1%로 낮추고 60세 이상의 1가구1주택 4만가구에 대해서는 세금을 10∼30% 깎아주기로 했다. 사업용 부동산에 대해서는 과세기준 금액을 기존의 두배인 80억원으로 높이고 세율도 0.6∼1.6%에서 0.5∼0.7%로 대폭 내리기로 했다. 이로 인한 종부세수 감소분은 내년 1조 1400억원, 후년 7500억원 등 총 2조 2300억원에 이른다. 윤영선 재정부 세제실장은 “종부세는 담세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세금 부담으로 지속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조세원칙과 일반적인 보유세제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제도완화 배경을 설명했다. 김태균 이영표 장세훈기자 windsea@seoul.co.kr
  • [20 & 30]청춘들이 겪은 아찔한 삼각관계

    [20 & 30]청춘들이 겪은 아찔한 삼각관계

    인간의 눈에 가장 안정적인 구도는 삼각구도라는 말이 있다. 세 꼭짓점을 잇는 세 변이 이루는 각이 흔들림 없이 무게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위태로운 삼각구도도 있다. 바로 ‘사랑의 트라이앵글’이다. 절친한 동성 친구가 동시에 한 이성에게 ‘필’이 꽂히는가 하면, 우연히 만난 이성 친구의 친구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삼각관계는 상처 끝에 맞게 될 파국을 예감하듯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2030 청춘 남녀들이 겪은 아찔한 삼각관계의 기억을 들어봤다. ●잘못된 만남에 사랑도 우정도 모두 잃어 은행원 조모(34·여)씨는 7년째 변변한 연애 한번 못 해본 ‘노처녀’다. 참한 성격에 배려심도 깊어 주변에서 곧잘 맞선을 주선한다. 하지만 조씨는 남자들에게 쉽게 마음을 주지 못한 채 혼자 생활하고 있다.‘싱글생활’이 길어지고 있는 데는 20대에 겪은 ‘삼각관계의 악몽’ 탓이 크다. 대학 새내기 시절 만난 같은 과 동기 오모(34)씨와 7년간 열애한 조씨는 학교에서 ‘열녀’로 이름났었다. 남자친구 집안 대소사가 있을 때면 달려가 ‘며느리’처럼 일을 도왔고, 장교로 군복무한 남자친구 오씨를 2년 넘게 기다리기도 했다. 남자친구와 결혼까지 생각하던 조씨는 어느 날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박모(34·여)씨를 남자친구 오씨에게 소개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어느 겨울날. 조씨는 남자친구에게 아찔한 고백을 들었다. 친구 박씨와 첫 만남을 가진 뒤 서로 좋은 감정을 품어 몰래 만나 왔다는 것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친구인 박씨가 임신까지 했다는 것.“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져요. 새로운 남자를 만나 좋은 감정을 느끼다가도 ‘이 남자도 나를 배신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 쉽게 마음을 주지 못하고 있죠.” 대학생 김모(22·여)씨와 곽모(20)씨는 같은 과 선후배 사이로 만났다. 곽씨는 같은 학회 활동을 하는 김씨의 당찬 성격과 리더십에 왠지 끌렸다. 결국 곽씨는 어느 겨울밤 김씨의 자취방에 찾아가 마음을 고백했다.“누나를 위해 직접 준비했다.”며 손수 구운 쿠키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 전달했고 김씨는 이런 곽씨의 노력에 감동해 교제를 시작했다. 그렇게 6개월 정도 데이트를 즐기던 어느 날, 학회 뒤풀이 자리에서 곽씨의 이중생활이 탄로나고 말았다. 김씨는 동기 이모(22·여)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서로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얘기를 하다 보니 뭔가 이상했다. 알고 보니 둘의 남자 친구는 바로 곽씨 한 사람이었던 것. 곽씨는 김씨와 교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씨에게도 “누나를 위해 직접 준비했다.”는 말과 함께 쿠키를 건넸다.“설마설마 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죠? 결국은 절친했던 동기와도 멀어져 버렸어요.” ●“연인 사이에 끼어든 불청객”으로 전락 직장인 이모(27·여)씨는 졸지에 연인 사이에 끼어든 ‘나쁜 여자’가 된 경험이 있다.2년 전 입사한 회사에서 선배 김모(29)씨는 밤늦게까지 회사에 적응 못해 힘들어하는 이씨의 고민을 들어주며 다독거렸다. 이씨는 이런 다정한 선배의 모습에 반해 버렸다. 셔츠에 머리카락이라도 붙으면 살포시 떼어 주기도 하며 끊임없이 선배에게 관심을 보였던 것. 선배도 이런 이씨의 마음을 어느 정도 짐작했던 터라 둘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주말이면 데이트를 즐겼고, 야근이 있는 날이면 선배는 이씨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식 자리에서 이씨는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평소 젠틀하기로 소문난 김씨가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던 3년차 여자 선배에게 유독 까칠하게 대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회식 자리가 끝나고 이 둘은 같은 방향이라며 함께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 다음 날 택시를 함께 타고 갔던 여선배가 나타났다. 둘은 1년 전부터 사귀고 있었다고 했다. 여선배는 “우리 둘 사이가 요즘 소원해진 틈을 타 네가 끼어든 것이니 이제 그만 정리해 달라.”고 했다. 문제는 회사 안에 도는 소문들이었다.‘신입이 선배를 꼬셨다.’,‘원래 그렇고 그런 애였다.’ 순식간에 회사에 퍼진 소문들이 억울하긴 했지만 이씨는 달리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결국 이씨는 회사를 그만두었다.“‘힘들 때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됐어요.” 정부부처 사무관 박모(29)씨는 고시공부하던 시절의 허탈했던 연애 경험을 아직 잊지 못한다. 고시공부를 하며 외로움을 많이 느끼던 박씨는 겨울 계절학기 수업을 듣던 중 같은 대학 2년 선배인 이모(31·여)씨에게 한눈에 반했다. 박씨는 학교 도서관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그녀와 같이 밥을 먹으며 함께 공부를 하는 일이 잦아졌고 둘은 자연스럽게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하지만 박씨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이씨에게는 대학 새내기 시절부터 같은 동아리 내에서 사귀어 오던 남자친구 권모(32)씨가 있었고 헤어진 뒤에도 간간이 만남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어차피 헤어진 관계인데 별일 없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행정고시 1차 시험에 합격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로부터 갑자기 헤어지자는 통보를 듣게 된다. 급히 그녀에게 매달리게 된 박씨는 그녀가 전 남자친구를 잊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수많은 소개팅 기회가 있었으나 여전히 그녀를 잊지 못하던 어느 날 박씨는 우연히 이씨의 개인 홈페이지를 발견했다. 박씨는 그녀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다가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 옆에 권씨가 서 있었다.“나는 헤어진 옛 남자친구를 잊기 위한 ‘대체재’였던 것 같아요.” ●삼각관계 극복하고 더 깊은 사랑으로 삼각관계가 반드시 ‘잘못된 만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 장모(24·여)씨는 동갑내기 남자친구 김모(24)씨와 고등학교 때부터 7년간 만나고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 ‘닭살커플’로 유명한 둘은 삼각관계에 빠져 헤어질 뻔한 위기를 극복한 케이스.2년 전 남자친구가 군대에 간 사이 장씨는 잠시 다른 남자와 만남을 가졌다.“3대3 미팅인데 한 명이 부족하거든. 너밖에 나갈 사람이 없어.” 친구의 부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간 미팅 자리에서 한 남학생이 장씨를 마음에 들어 했고, 장씨도 상대방의 세련된 매너에 반해 교제했던 것. 넉 달간 밀회를 즐기던 둘은 공식적으로 사귈 것을 약속하고 말았다. 며칠 후 장씨는 강원도 양구에서 복무하던 남자친구 김씨를 찾아가 “유학을 가게 돼 더 이상 교제하기 어렵다.”는 거짓 이유를 둘러대며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했다. 그 순간 끝날 것 같던 두 사람의 인연은 커피값을 내는 과정에서 극적으로 다시 이어졌다. 서로 “내가 계산하겠다.”며 티격태격하던 중 장씨가 지갑을 떨어뜨렸고, 이를 주워 주려던 김씨가 펼쳐진 지갑 안에서 장씨와 다른 남자가 어깨를 겯고 다정히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몇 초간 말을 잇지 못하던 김씨는 마음을 추스르곤 “잘생겼네. 행복하길 빌게.”라며 장씨의 어깨를 토닥였다. 순간 ‘이렇게 멋진 남자를 놓치면 안 되겠다.’고 느낀 장씨는 김씨에게 그동안 일을 고백하며 용서를 구했다.“그때 남자친구를 떠나보냈으면 어쩔 뻔했어요. 우연히 떨어뜨린 지갑 덕분에 (김씨와) 아직도 사귀며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고 있죠.” 직장인 박모(36)씨는 삼각관계를 극복하고 결혼에 성공했다. 박씨는 대학시절 단짝친구였던 김모(36)씨와 동시에 같은 동아리의 한 여자를 좋아했다. 소심한 박씨는 좋아하는 내색을 못 했고, 활달한 김씨는 대놓고 그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박씨는 김씨와 ‘마음속의 여인’이 다정하게 걷는 모습을 대학 내내 가슴 아프게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그 여인은 졸업 후 취직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인생을 쉽게 살려는 김씨에게서 서서히 멀어졌다. 여인의 마음은 우직하게 자신의 인생을 사는 박씨에게 쏠리고 있었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던 박씨는 결국 사랑을 택했고, 친구 김씨 몰래 데이트를 시작했다. 박씨는 용기를 내 김씨에게 결혼 예정 사실을 알렸다. 김씨는 긴 침묵 끝에 “나보다는 네가 더 행복하게 해줄 거야.”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그 친구도 좋은 사람 만나서 잘살고 있어요. 우리의 우정도 회복됐고요. 친구에게 미안하지만 그때 내가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행복한 상황이 연출됐겠어요?” ●비밀연애 생기는 애매한 삼각관계(?) 대학원생 조모(31)씨는 요즘 같은 과 선배 유모(33)씨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다. 유씨가 자꾸 눈치없이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작업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조씨는 현재의 여자친구와 사귄 지 반년이 조금 넘었다. 알고 지낸 지는 꽤 됐는데 같은 공부를 하고 같은 연구실에서 밤을 새우는 일도 잦다 보니 서로 자연스레 끌려 사귀기로 한 것이다. 물론 과 내에 소문이 퍼지는 게 두려워 둘 사이의 연애 사실은 비밀에 부치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선배 유씨가 여자친구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선배는 비밀연애를 하고 있는 둘 사이의 관계를 알 리가 없었다. 조씨는 유씨의 태도가 못마땅해도 비밀연애가 폭로되는 게 싫어 그냥 참고 있다. 며칠 전에는 대학원 회식 모임에서 유씨가 조씨의 여자친구를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언젠가 말을 해야지 했는데, 이제는 너무 늦어서 말하기도 민망해요. 왜 그리 눈치가 없는지….” 김정은 장형우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HAPPY KOREA] 유기농 쌀로 명품식초 만든다

    [HAPPY KOREA] 유기농 쌀로 명품식초 만든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산세가 수려한 일본 교토 단고지방에는 계단식 논을 따라 심어진 무농약 벼가 장관을 이룬다. 생산된 유기농 쌀은 무려 115년째 지역사회와 상생관계를 유지해온 지역기업 때문에 더 큰 빛을 발하고 있다. 이곳에서 4대째 이어온 명품 식초 생산업체인 ‘이오양조’ 본사에 들어서자 식초 냄새가 코를 찌른다. 창고에는 8000ℓ짜리 거대한 드럼통에 담긴 식초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서 무농약 쌀 재배 기술 지원 이오 쓰요시(60) 사장은 “식초는 오래 전부터 지역주민들과 함께 만들어온 선물”이라고 소개했다. 회사가 농가와 손을 잡은 건 45년 전인 1964년. 당시 독성이 많은 농약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는 문제의 농약 사용을 전면 중단시켰다. 이에 회사는 농가들에게 무농약 방식으로 쌀을 재배할 수 있는 기술 개발 등을 지원하는 동시에, 식초의 원료인 쌀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이오양조는 다른 유수 식품회사들보다 주민들이 생산한 쌀을 훨씬 비싼 가격에 구매한다. 이오양조는 농협 구매가격의 2.5배인 60㎏당 2만 8000엔을 지불하고 있는 것. 원료 비용이 많이 들어 제품 가격도 다른 제품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싸지만, 뛰어난 품질을 유지하기 때문에 국내외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이오양조표 식초는 일본은 물론 타이완·미국·프랑스 등지의 고급음식점에서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다. ●상부상조 농가·기업 매출 ‘쑥쑥´ 이처럼 이오양조는 농가와의 협력을 통해 연 매출액만 3억엔(33억원)을 올린다. 이곳 주민들 역시 평균 연령은 70세에 달하지만, 안정적으로 쌀을 구매하는 이오양조 덕분에 3000만엔(3억여만원) 이상의 수익을 낸다. 질 좋은 무농약 쌀에 고부가가치 식초를 담그는 노하우가 겹치면서 지역 전체의 브랜드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이오양조 직원들은 모내기와 벼베기 등에도 적극 동참한다. 직원 모두가 회사에서 25∼40분 거리에 있는 지역 주민이기도 하다. 사업을 다른 지역으로도 확장할 계획이 없느냐고 묻자, 이오 사장은 “충분하지만 안하겠다.”면서 “주변 농가에서 재배되는 쌀로 오랫동안 전해져오는 전통적인 방법을 계승하는데 중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잘라말했다. 교토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요동치는 세계금융-한국시장의 앞날] (상) 꺾이는 투자은행 대세론

    올 2월까지 미국에는 세계적 투자은행(IB) 5개가 있었다. 부동의 1위 골드만삭스를 필두로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 등이었다.IB는 세계 금융을 선도했고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추종했다. 투자를 해서 손쉽게 이익을 얻는 IB는 여수신을 통해 이윤을 남기는 전통적 금융기관인 상업은행(CB)을 앞서간 미래적 금융기관의 모델로 여겨졌다. 그러나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은 이런 IB들에 굴욕을 안겨 주었다. 지난 3월 5위인 베어스턴스는 상업은행인 JP모건에 인수됐고,6개월 뒤 4위 리먼브러더스는 파산했다.3위 메릴린치는 같은 날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합병됐다.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남은 ‘빅2’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역시 와코비아나 HSBC 등 상업은행과의 짝짓기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형 IB’의 모델로 삼고자 했던 IB들이 모두 몰락한 것이다. 미국의 금융산업이 상업은행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금융산업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바뀌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따라서 한국형 IB 육성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내년에 시행을 앞두고 있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에 따른 각종 규제완화 및 헤지펀드·사모펀드·정크펀드 육성화는 준비되지 않은 국내 금융산업을 위기에 몰아 넣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형 IB의 탄생이라는 산업은행 민영화 및 한국개발펀드(KDF)에 대한 우려도 높다. 국회 및 정치권에서도 “산업은행 민영화를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9일 “이번 대형 IB의 몰락이 한국 금융시장에 주는 교훈은 IB가 허상이라는 것”이라면서 “마침 자통법이 시행되기 전에 미국 IB가 상업은행들에 인수·합병되면서 금융시장이 ‘유럽식 은행 모델’로 돌아가는 모습을 잘 지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도달 가능한 IB 모델’로 점찍어온 호주의 매쿼리 그룹의 주가가 연초와 비교해 60% 이상 하락하며 금융 위기에 노출되고 있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자통법 시행으로 IB가 중심이 돼 금융시장이 재편되고,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가 풀릴 경우 현재 수준의 감독 능력으로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환위험회피 파생상품인 ‘키코(KIKO)’ 거래로 중소기업들이 흑자도산의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대표적인 부실화된 감독으로 지적된다. JP모건의 임지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수축기에는 IB들이 몰락하고, 경기 확장기에는 IB들이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역사가 80년대 이래 지속돼 왔다.”면서 “금융산업을 안정적으로 꾸려 가기 위해서는 IB의 공격성을 제어하고, 높은 레버리지(신용창출)를 완충할 수 있는 상업은행과의 결합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경제가 10년 호황을 뒤로하고 수축기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IB의 퇴출과 상업은행의 부상은 너무 당연하다는 것이다. 권혁세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이에 대해 “자통법에서는 미국식 순수 IB를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미국 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상업은행+IB의 결합한 금융기관을 육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용창출 규모도 리먼이나 메릴린치처럼 자기자본의 30∼40배가 아닌 3∼4배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어 위험이 적다.”고 설명했다. 자통법 내에 건전성 강화는 물론 투자자 보호, 신용파생상품에 대한 사후감독 강화 등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자통법 자체의 문제보다는 규제를 풀게 되면 금융기관들이 ‘뛰어가기’ 시작할 텐데 금융감독 당국이 과연 사후적으로 그들의 움직임을 관리감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용창출 규모가 3∼4배로 적다고 해도 빚이 결국 자기자본의 3∼4배인데 미국 IB보다 10분의 1이니까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신용파생상품의 성격이 규제와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감독이 뒤쫓아가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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