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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보 점검·현충원 참배·외교사절 접견… 숨가쁜 일정 소화

    안보 점검·현충원 참배·외교사절 접견… 숨가쁜 일정 소화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0시를 기해 통수권을 인수받자마자 대북 감시·경계 태세 등 안보 상황을 점검하는 것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설치된 핫라인(군비상통신망)을 통해 정승조 합동참모본부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군이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역대 대통령들도 임기 첫날 0시 합동참모본부의 보고를 받아 왔지만 보고자는 대부분 대령급인 합참 지휘통제실장이었다. 박 대통령이 정 합참의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은 것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엄중한 안보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사저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 박 대통령은 23년간 살아온 삼성동을 떠나며 배웅 나온 주민들에게 “좋은 대통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오전 10시 55분쯤 국회 취임식장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취임 선서와 취임사 등으로 대내외에 취임을 알린 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으로 향했다. 광화문광장에서는 한복으로 갈아입고 국민 희망 메시지를 전달 받는 ‘희망이 열리는 나무’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장에는 국민들의 민원 메시지가 담긴 ‘희망 복주머니 나무’가 설치됐다. 박 대통령은 이 가운데 주머니 3개를 따서 안에 담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희망을’, ‘장애인 불편을 해소해 달라’는 등의 메시지를 직접 읽었다. 그리고 “소망이 모두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저와 새 정부의 할 일”이라며 “최선의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뒤이어 박 대통령은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들의 환영을 받고 오후 1시 30분쯤 청와대 본관에 들어섰다. 1979년 11월 청와대를 나선 지 33년 3개월 만의 귀환이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도착해서도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우선 국회에 제출할 정홍원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 동의안에 전자결재하는 것으로 청와대에서의 공식 업무를 시작했고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를 잇따라 접견한 뒤 오후 4시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취임 경축 연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의 꿈과 희망을 되살리고 다시 한번 뛸 수 있는 용기를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 행복을 꼭 현실로 만들어 취임 때보다 퇴임 때 국민 마음에 오래 남는 대통령이 되도록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과 함께 동반자의 길을 걷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신뢰 기반 위에 하나로 통합되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상생과 동반성장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여러분도 정부에 힘을 보태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로 돌아와서도 외빈 만찬에 참석하고 외교사절들을 각각 단독 접견하는 등 ‘취임식 외교’에 집중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특파원 칼럼] 떠날 때 박수쳐라/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떠날 때 박수쳐라/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무려 5분간 홀로 칭찬 세례를 받는 사람의 심경은 어떨까. 더욱이 칭찬을 해주는 사람이 대통령이라면…. 지난달 10일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표정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잭 루 비서실장을 차기 재무장관으로 지명하는 자리에서였다. 가이트너와 루의 가족, 그리고 소속 부처 직원 등 200여명이 자리에 앉아 단상의 세 주인공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가이트너와 루를 양옆에 세운 오바마는 먼저 이임하는 가이트너에게 ‘낯간지러운’ 칭찬 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오바마가 “나는 가이트너가 역대 미 재무장관 가운데 가장 탁월한 인물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한 대목에 이르자 마침내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 순간 가이트너는 시선을 바닥으로 내린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한국 같으면 허리를 숙여 화답하는 방법이 있을 텐데 그런 인사법이 없는 미국이니 어떻게 겸양을 표현할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오바마는 루에게도 가이트너에게 했던 만큼 극찬을 쏟아부었다. 이어 오바마의 ‘안내’로 가이트너가 마이크 앞에 서자 영원히 끝나지 않을 듯한 긴 박수가 이어졌다. 오바마도 가이트너 바로 옆에 서서 열렬히 손뼉을 치고 있었다. 이윽고 입을 뗀 가이트너는 감격에 겨운 듯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오바마를 쳐다보면서 “대통령과 함께 일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마치 비서처럼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선 채 흐뭇한 표정으로 가이트너를 응시했다. 미국의 인사(人事) 문화에서 한국과 뚜렷이 다른 풍경 중 하나는 인사대상자의 들고 남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취임하는 각료의 인선 배경은 물론 떠나는 장관의 공적을 설명한다. 심지어 불미스러운 일로 옷을 벗는 인사에게도 일정 부분 예를 표한다. 지난해 11월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혼외정사 추문으로 쫓기듯 퇴임할 때도 오바마는 성명을 발표해 “퍼트레이어스 국장은 수십년간 미국을 위해 훌륭하게 봉사했다”고 치하했다. 한국도 이제 임명권자가 국민에게 각료를 직접 소개하는 문화까지는 얼추 온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대통령이 떠나는 각료에게 예우를 갖춰 배웅하는 모습은 본 기억이 없다. 떠나는 사람에게 박수 쳐주는 문화가 없으니 각료들은 잘했든 못했든 경질되는 것 자체를 불명예스러워한다. 우리는 그동안 ‘박수 칠 때 떠나라’고 외치면서 정작 떠날 때 박수 치는 데는 인색했던 게 아닐까. 국민은 떠나는 각료와 들어오는 각료의 바통을 대통령이 직접 이어주는 장면을 보면서 국정이 꽉 짜여 돌아간다는 안정감과 함께 나라의 품격을 느낄 것이다. 사실 책임장관제는 무슨 거창한 제도보다는 이 정도 품격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더 확실한 길일지 모른다. 대통령이 들고 나는 각료를 깍듯이 예우한다는 것은 그만큼 평소에 장관의 의사를 존중하고 재량권을 부여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0일 백악관 행사가 끝난 후 커튼 뒤로 퇴장하면서 오바마는 가이트너의 등을 격려하듯 토닥거렸다. 가이트너도 앞에 걷던 루의 등을 따뜻하게 토닥거렸다. 떠나는 자와 보내는 자의 뒷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운 것을 본 적이 없다. carlos@seoul.co.kr
  • 납관사의 일을 통해 본 삶과 죽음

    납관사의 일을 통해 본 삶과 죽음

    첼리스트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는 갑작스러운 오케스트라의 해체로 백수 신세가 된다. 우연히 ‘연령 무관! 고수익 보장!’이라는 파격 조건의 여행 가이드 구인광고를 발견한다. 면접은 1분도 안 돼 초스피드로 진행된다. 그런데 여행사인 줄만 알았던 회사는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배웅하는 납관 일을 하는 곳. 첼리스트에서 하루아침에 납관 도우미가 된 다이고는 모든 것이 낯설고 거북하다. 베테랑 납관사 이쿠에이가 정성스럽게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모습에 감동한 다이고는 점점 마음을 열어간다. 하지만, 아내 미카(히로스에 료코)와 친구들은 당장 그만두라며 반대한다. EBS에서 25일 자정에 방송되는 ‘굿’ 바이’는 2008년 몬트리올 영화제 그랑프리를 필두로 같은 해 일본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10개 부문을 휩쓸었다. 2009년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미국)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굿’ 바이’는 죽은 사람의 장례를 준비하는 납관사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납관사는 시신을 치장하는 것을 넘어 떠나가는 자와 남은 자의 앙금을 해소 시키고 화해시키는 역할을 한다. 영화의 중간 중간 독특한 사연을 지닌 고인들이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로 살아가기를 선택한 고인은 결국 가족이 여성의 장례 절차를 따르며 화해한다. 평생 고생만 한 아내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떠나는 것을 본 남편은 위안을 받는다. 재산 문제로 다투기만 했던 어머니와 아들은 헤어지는 순간 그동안 풀지 못했던 고리를 풀며 화해를 시도한다. 영화 제목처럼 좋은 이별을 한다. 좋은 이별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준다. 죽음을 겪으며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인생의 의미를 되찾는다. ‘하루하루를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것 같다’는 다이고의 독백처럼, 하는 일에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삶은 의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살기 위해 죽은 생명을 맛있게 먹어야 하듯이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화해하며 좋은 이별을 만들고 결국 좋은 인생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을 건다. 다이고 역을 맡은 모토키 마사히로의 노력은 주목할 만하다. 첼리스트와 납관사를 재현하려고 첼로 교습을 받고 시도 때도 없이 매니저와 스태프들을 상대로 염습 절차를 연습했다고 한다. 다키타 요지로 감독은 ‘비밀’(1999) ‘음양사’(2001) ‘바람의 검, 신선조’(2003) ‘음양사2’(2003)등 화제작을 발표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청와대 특별사면, 說이길…비 근신 처분, 제대로 받길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청와대 특별사면, 說이길…비 근신 처분, 제대로 받길

    스포츠 스타의 엇갈린 운명이 눈에 띄었다. 1위는 ‘조성민 발인’이다. 유력한 투수였던 데다 슈퍼 스타 최진실과의 결혼으로 많은 화제를 낳았던 조성민이 최진실·진영 남매에 이어 자살로 삶을 마무리했고 서울 안암동 고려대병원에서 장례식이 치러졌다. 환희, 준희 남매와 고인의 누나, 어머니 등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10위는 ‘장미란 은퇴’다. 한국 역도의 영웅이었던 장미란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선수 생활에 더 욕심이 났지만 몸과 마음이 버텨내지 못해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는 얘기를 눈물과 함께 전했다. 자신의 재단을 통한 비인기 종목 선수 지원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도전에 매진하겠다는 꿈도 선보였다. 대선이 끝난 뒤 가는 자와 오는 자에 대한 조명도 관심거리다. 3위는 ‘인수위 공식 출범’이다. 6일 현판식을 하고 공식 인수인계 절차에 착수한 것. 김용준 인수위원장 등 26명의 인수위원이 드러났다. 4위는 ‘청와대 특별사면 검토’다. 2월 10일쯤 특별사면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특히 관심을 모으는 이들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3인의 거취 문제다. 목 놓아 법치를 부르짖어 왔던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응은 무엇일지 관심을 모은다. 온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는 성폭행 사건도 빠지지 않았다. 5위는 ‘나주 성폭행범 사형 구형’이다. 10일 광주지검은 나주 성폭행범 고종석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잔인한 성폭행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다. 고종석은 지난해 집 안에서 자고 있던 7살짜리 소녀를 이불에 싸 납치, 성폭행한 뒤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7위는 ‘엘리베이터 중학생 성폭행’이다. 집에 가던 14살 여학생을 뒤따라가 성폭행한 10대에게 서울남부지법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2위는 ‘비 근신 처분’이다. 공무 출장 중 배우 김태희와 연애한 가수 비에게 국방부가 7일간 근신 처분 결정을 내렸다. 6위는 ‘다케시마 후원 기업’이다. 독도를 다케시마라 부르는 캠페인을 후원하는 일본 기업 명단이 인터넷에 나돌았다. 8위는 ‘강심장 폐지’다. 연예인들의 강하고 자극적인 고백으로 인기를 이어 왔던 프로그램이 사라진다. 9위는 ‘명문대 알바생 사기’다. 아르바이트 시간 확인을 위해 스마트폰이 필요하다고 속인 뒤 스마트폰 판매 보조금을 챙겨 달아난 사건이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중곡동 주부살해 사건 100일 악마 서진환이 바꿔놓은 제도

    중곡동 주부살해 사건 100일 악마 서진환이 바꿔놓은 제도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서진환 사건’이 일어난 지 27일로 100일이 지났다. 서진환은 유치원생 자녀를 배웅하는 모정을 이용해 집으로 숨어들어 살인을 저질렀다. 성폭행범들의 유전자(DNA) 정보 공유를 놓고 검찰과 경찰이 기 싸움을 벌이는 동안 범인은 두 번째 강간을 목적으로 동네를 배회했다. 전자발찌는 상습 성폭행범의 족쇄가 되지 못했다. 시민들의 분노가 서씨를 넘어 공권력에 쏟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사건 후 무엇이 달라졌고 남은 숙제는 무엇일까. 지난 22일 서진환이 무기징역을 받으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 사건은 검·경 DNA 정보 공유, 전자발찌 관련법 개정, 화학적 거세 확대 등으로 이어졌다. 서진환이 중곡동 살인 13일 전에도 면목동의 또 다른 주부를 성폭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검·경이 범죄자 DNA를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은 수형자 DNA, 경찰은 구속 피의자와 범죄 현장의 DNA를 담당하는 이원화된 체계가 두 번째 살인을 방조했다는 비판 때문이다. 사건 이후 검·경의 DNA 공조는 과거에 비해 활발해진 편이다. 덕분에 미제 사건을 해결하기도 했지만 큰 틀에서는 바뀐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경이 각각 구축하고 있는 ‘DNA 정보 자동 검색 시스템’은 자료 통합이나 실시간 검색이 아니라 현재의 등록, 검색 속도를 개선하는 수준이다. 공문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대조 작업을 거쳐 결과를 통보하는 방식은 같다. 법 개정이 없는 한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럴 움직임은 없다. 전자발찌의 실효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자발찌는 훼손하거나 야간 외출 금지 위반, 특정인에 대한 접근 금지 등의 준수 사항을 위반하지 않으면 경보가 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부착자 관리는 법무부가 맡는데 경찰이 용의자 등의 행적을 추적하려면 인권보호를 이유로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법무부 보호관찰소에 제시해야 한다.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돼 긴급상황 시 신상·위치 정보를 파악한 뒤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 시행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화학적 거세 대상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었다. 결국 지난 22일 국회는 ‘16세 미만에게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만 제한적으로 실시한다.’는 문구를 ‘재발 가능성 여부에 따라 피해자 나이에 관계없이 할 수 있다.’로 수정했다. 강간, 강제 추행의 법정형도 기존 ‘5년 이상 징역형’에서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으로 대폭 강화됐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충북 제천 금수산

    충북 제천 금수산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충북 제천 어름을 지날 때면 늘 눈을 사로잡던 산이 있었습니다. 특히 북단양 나들목 인근에 이르면 우람한 근육질의 암봉이 실루엣으로 아른거리곤 했지요. ‘비단에 수를 놓은 듯한 경치’를 가졌다는 산, 금수산(錦繡山)입니다. 고운 이름과 달리 산은 여간 험하지 않습니다. 정상을 쉬 내주기 싫어하는 혈기방장한 성품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게지요. 사정이 이러니, 어지간한 내공의 산꾼이라도 오를 때 ‘금수만도 못한 산’이라며 볼멘소리를 늘어놓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러구러 정상을 딛고 서면 산은 곧 ‘금수 같은’ 풍경을 내어줍니다. 혹, 오르는 발걸음이 견딜 수 없이 무거워지거든 나무등걸에 기대 10분만 쉬어 보세요. 땀이 식을 무렵, 자연이 스스럼없이 다가섭니다. 동고비와 직박구리가 먹이를 찾아 나뭇가지를 헤집는 소리, 청설모가 낙엽 뒤져 먹이 찾는 모습이 그제야 귀와 눈에 들어옵니다. 지도로만 보면 제천은 영락없는 산악도시입니다. 사방이 등고선으로 빽빽합니다. 북으로는 차령산맥, 남으로는 소백산맥이 지나고 시 경계를 따라 월악산 등 20여개 산들이 곧추서 있습니다. 높이 솟은 산은 깊은 계곡을 만들고, 계곡은 강으로 이어집니다. 물길이 막힌 자리엔 호수도 생깁니다. 물길(川)을 막아 둑(堤)을 세웠다는 뜻의 도시 이름도 필경 우리나라 최초의 저수지인 의림지에서 비롯된 것일 텐데, 오늘날엔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청풍호(충주호)가 그 지위를 이어받았지요. 금수산은 바로 이 내륙의 바다를 딛고 솟은 산입니다. 인접한 제천은 물론 멀리 단양까지 자락을 펼쳤고, 그 위로 용담폭포 등 많은 경승지들을 매달아 뒀지요. ●선 굵은 암봉 배웅받으며 가는 길 강원도 홍천 어름에서 시작된 노란 낙엽송 군락이 원주 치악산을 지나 제천까지 이어진다. 주변 산자락은 온통 샛노란 융단을 깐 듯하다. 그 빼어난 풍경을 사람이 만든 레드 카펫에 견줄까. 금수산의 원래 이름은 백암산(白岩山)이었다. 산정의 암봉들이 서리 맞은 듯 새하얀 빛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퇴계 이황에 의해 바뀐다. 단양 군수로 부임한 퇴계가 청풍호를 돌아보다 백암산의 수려한 자태에 반해 ‘금수산’이라고 바꿔 부른 것이다. 금수산은 와부(臥婦)의 형상이라고 한다. 어여쁜 미녀가 누워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연스레 스토리텔링도 덧씌워졌다. 금수산의 한 지맥인 금성면 동산(東山·896m) 중턱에 ‘한수 이남에서 가장 잘생겼’다는 남근석이 서 있는데, 동산의 양기와 금수산의 음기가 어우러지며 조화로운 산세를 이루게 됐다는 것이다. 남근석이 ‘잘생긴’ 건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금수산이 여성적이란 것엔 동의하기 어렵다. 기세등등하게 솟아오른 암봉 등, 어느 모로 봐도 혈기방장한 남성의 풍모를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 인근 산 가운데 ‘악(惡)산’으로 소문난 금수산을 오르다 보면, 여성성 운운하는 표현들은 싹 자취를 감추고 만다. 금수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대략 둘로 나뉜다. 적성면 상학주차장에서 오르는 코스와 상천리 코스다. 상학 코스는 등산로가 완만한 대신 산행시간이 길다. 5~6시간 정도 소요된다. 남근석이 있는 동산까지 연계해 산행을 즐기려면 예닐곱 시간은 족히 걸린다. 상천 코스는 산행시간이 4시간 30분 정도로 짧다. 반면 등산로는 험하다. 여기에 용담폭포와 독수리바위 등 빼어난 명소가 많은 망덕봉을 연계하면 산행시간은 5시간 이상으로 늘어난다. 게다가 암릉 산행이라 할 정도로 만만치 않은 구간이 즐비하다. 상천마을 주차장이 상천 코스의 들머리다. 예서 망덕봉까지 2.8㎞, 망덕봉에서 금수산까지 1.9㎞, 금수산 정상에서 상천마을까지 3.5㎞ 등 모두 8.2㎞를 걷는다. 마을 끝자락의 보문정사를 지나면 길은 곧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망덕봉(926m)을 지나 금수산 정상(1016m)을 찍고 내려오는 길, 오른쪽은 그 반대로 돈다. 일반적으로는 왼쪽 코스를 따른다. 망덕봉 구간에 워낙 큰 바위들이 많아 하산 코스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갈림길에서 10분 정도 암릉을 ‘기어오르면’ 용담폭포 전망대다. 갈수기라 폭포수는 가늘다. 폭포의 묘미는 주변의 바위들이다. 선 굵은 암릉이 폭포 좌우를 굳건하게 에워싸고 있다. 폭포 위는 선녀탕이다. 물이 오랜 세월 바위를 파 만든 상·중·하 세 개의 작은 소를 일컫는다. 물줄기는 ‘선녀의 요강’을 닮은 세 개의 소를 돌아 30m 아래 용담폭포로 떨어져 내린다. 그 기세가 장하다. 멀리 금강산 상팔담의 아우뻘 되는 풍경이다. 산이 높으니 골이 깊은 건 당연한 이치. 용담폭포 너머로 톱날 같은 모양의 산과 계곡이 금수산 정상까지 촘촘하다. ●‘내륙의 바다’와 산들을 한눈에 담다 폭포 전망대부터 등산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여기까지는 전주곡 수준이란 얘기다. 오를수록 급경사의 바위능선이 이어지는데, 꼭 산이 벌떡 일어선 듯하다. 로프와 철제 난간에 의지해 올라야 하는 구간도 여러 곳.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은 팽팽하게 당겨지고, 입에선 단내가 풀풀 난다. “산에 올라 뭐하겠노. 아랫마을에서 소고기나 구워 먹지.”라는 한 개그맨의 유행어가 퍼뜩 떠오르는 순간이다. 망덕봉 코스 중턱, 그러니까 폭포전망대에서 30분쯤 오르면 철제 계단 너머로 바위 능선이 멋드러지게 펼쳐진다. 산자락 하나가 죄다 바위들로 이뤄졌다. 암릉을 뚫고 솟은 노송들은 풍경의 덤. 능선의 정상 언저리엔 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솟아 있다. 금수산의 명물 족두리바위와 독수리바위다. 특히 독수리바위의 기상이 늠름하다. 날개 접어 호수를 응시하는 모습이 금방이라도 청풍호로 짓쳐 내려가 잉어 한 마리 채 올 기세다. 이 바위 너머로 ‘내륙의 바다’ 청풍호와 옥순봉, 제비봉 등이 한데 어우러지는 기막힌 풍경이 펼쳐진다는데, 짙은 안개 탓에 절경과 마주치는 행운은 없었다. 몇 번의 급경사를 지나면 망덕봉이다. 평탄한 안부로, 사면이 잡목에 가려 조망은 좋지 않다. 망덕봉부터는 흙길이다. 푹신한 낙엽길 따라 40분쯤 능선을 오르면 암릉 끝자락에서 소나무 한 그루와 만난다. 정상 바로 아래 지점으로,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예서 보는 풍경이 장관이다. 양쪽 암봉 사이로 제천과 단양의 명산들이 마루금을 좁힌 채 달려 온다. 더 멀리로는 소백산이 우뚝하다. 수없이 많은 산들을 양팔 벌려 품은 듯한 모습이다. 금수산 정상은 전형적인 암봉이다. 어른 한두 명이 서기도 벅찰 만큼 비좁다. 하지만, 딛고 서면 더없이 너른 풍경과 마주한다. 360도 돌아가며 중부내륙의 산악들을 펼쳐 보인다. 산은 한번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보여 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감춰 두지도 않는다. 이른 아침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었던 안개는 이제 월악산과 소백산 등 명산의 사이를 휘돌아가며 여행자의 넋을 빼고 있다. ‘선경’(仙境)이란 표현이 상투성의 나락에서 벗어나는 순간이다. 오르는 길이 험한데, 내려가는 길이 쉬우랴. 30~40분 동안은 길이 거칠고 가팔라 애를 먹는다. 나무 뿌리는 사람들의 발길에 반들반들하게 닳았고, 겹쳐 쌓인 낙엽들은 습기를 머금어 빙판처럼 미끄럽다. 하지만 곧추섰던 산은 이후 평탄하다 싶을 정도로 유순해진다. 꼭 여성의 플레어스커트 위를 걸어 내려 오는 듯하다. 하산길에 보는 금수산 정상의 자태가 기막히다. 암봉 하나하나가 백옥같이 흰 살결을 가졌다. 이쯤 되면 퇴계가 금수산이라고 개칭하기 전, 왜 백암산(白岩山)이라 불렸는지 절로 알겠다. ●쉽고 편하게 풍경과 만나는 법 주봉(主峯)인 금수산을 닮아 지맥들도 여간 험하지 않다. 남근석 품은 동산 등을 오르려면 ‘암벽 등반’ 수준의 산행을 감내해야 한다. 좀 더 쉽고 편하게 풍경을 즐길 방법은 없을까. 있다. 금수산 중턱의 정방사와 청풍호 인근의 비봉산을 찾아가면 된다. 두 곳 모두 차로 쉽게 오를 수 있다. 정방사는 금수산 신선봉에서 뻗어 내린 능선 자락에 터를 잡은 절집이다. 거대한 암벽, 의상대에 안긴 절집의 자태도 좋지만 그 아래 펼쳐지는 풍광은 훨씬 빼어나다. 대웅전 앞에 서면 멀리 월악산과 푸른 바람 일렁이는 청풍호 일대가 한눈에 잡힌다. 비봉산은 패러글라이딩 등의 활공장으로 이용되는 산이다. 청풍호와 인접해 있어 굽어보는 풍광도 수려하다. 비봉산의 명물은 관광 모노레일이다. 6인승 승용대차를 타고 정상까지 오른다. 다만 16일부터 새해 3월까지 시설 보강 등을 위해 운행이 중단된다. 동산 아래 무암사도 찾을 만하다. 절집이 남근석 산행의 들머리 노릇을 하는 모양새가 영 부자연스럽지만, 절집 자체의 풍모는 퍽 고색창연하다. 소(牛)의 사리가 담긴 부도와 1200년 된 싸리나무로 만든 대웅전 기둥이 유명하다. 무암사 경내에서도 남근석의 머리 부분이 살짝 보인다. 글 사진 제천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43) ▶가는 길: 제천의 명소들은 대부분 시내 남쪽, 그러니까 청풍호와 인접한 지역에 몰려 있다. 따라서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출발한다면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좋다. 여기서 82번 지방도로 갈아탄 뒤 금성면 소재지를 지나 청풍대교 삼거리에서 왼쪽 20번 지방도로 바꿔 타고 금수산 입구 삼거리까지 간 다음 왼쪽 도로로 접어들면 상천리 금수산 주차장이다. 단양 나들목으로 나올 수도 있다. 이 경우 단성면 소재지→36번 국도 충주 방향→원대삼거리→옥순대교→금수산 입구 삼거리→우회전→주차장 순으로 간다. 어느 길을 택하든 늦가을의 정취 가득한 청풍호를 차창에 매달고 달릴 수 있다. 제천의 대표 아이콘인 의림지를 먼저 보겠다면 제천 나들목으로 나와 의림지와 ‘울고 넘는’ 박달재, 배론성지 등을 묶어 둘러본 뒤 남제천 방향으로 내려가는 게 순서다. ▶맛집:제천 상천리에서 고개 하나만 넘으면 맛집들이 즐비한 단양이다. 쌈밥정식을 내는 돌집식당(422-2842), 마늘정식으로 유명한 장다리식당(423-3960), 더덕주물럭과 더덕정식을 내는 자연식당(422-1806) 등이 알려져 있다. 청풍호 인근에선 예촌(647-3707)이 구수한 된장정식으로 이름났다. ▶잘 곳:박달재 인근에 리솜 포레스트 리조트가 있다. 친환경과 힐링을 표방한 리조트로 빌라형 객실과 호텔형 객실, 아쿠아힐링센터 등으로 구성됐다. 단양 쪽에선 대명 리조트가 첫손 꼽힌다. 단양 한복판에 있어 단양 8경 등 명소에 접근하기 쉽다. 리조트 내에 사우나와 물놀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아쿠아월드도 있어 여독을 풀기 좋다. 단양읍내 리버텔(421-5600)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지정한 ‘굿스테이’ 업소다. 깔끔한 시설도 좋지만 무엇보다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에 편해지는 집이다. 숙박비도 저렴하다. 청풍호 인근의 청풍힐호텔 한방 사우나는 산행 뒤 피로를 풀기 좋다. 제천시에서 조성한 ‘자드락길’ 도보꾼에게는 입욕료를 정상가의 절반인 6000원만 받는다.
  • 30여년 만에 빗장 푼 제주 차귀도

    30여년 만에 빗장 푼 제주 차귀도

    차귀도를 아십니까. 제주시 한경면 자구내 포구에서 2㎞쯤 떨어진 섬입니다. ‘일출은 성산, 일몰은 차귀’란 말이 전할 만큼 제주의 해넘이 명소로 통하지요. 제주 해안에서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지만 섬엔 30여년간 사람의 온기가 없었습니다. 1970년대 주민 소개령이 내려진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최근 공휴일 100명에 한해 입도가 허용되면서 차귀도에 점점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고 있습니다. 차귀도는 제주 본섬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빼어난 풍경을 감춰두고 있습니다. 제주올레 12코스에 속한 이 구간에서 ‘제주 올레 걷기 축제’도 열린다고 하니, 일정을 그에 맞춘다면 보고 즐길 것 많은 제주 나들이가 될 듯합니다. “서제주의 보석들을 주우며 가는 길”이라고 했다. 제주올레길 12코스에 대한 고광훈 고산 1리 이장의 단상이다. 그는 무릉리 무릉생태학교에서 절부암 전설이 깃든 용수포구까지 가는 동안 수월봉 등 보석 같은 풍경들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보석이 차귀도다. ●“서(西)제주의 보석들을 주으며 가는 길” 차귀도는 면적 0.16㎢로 제주에 딸린 무인도 가운데 가장 크다. 큰섬, 혹은 죽도라고 불리는 차귀도와 매바위(지실이섬), 쌍둥이 바위(썩은 섬) 등 부속섬들이 모여 차귀도를 이룬다. 제주의 서쪽, 고산리 자구내 포구에서 약 2㎞쯤 떨어졌다. 섬은 척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다. 섬의 테두리는 죄다 바다를 향해 솟았고, 중심부는 평지와 얕은 언덕들로 이뤄졌다. 무엇보다 섬 주변의 해안절벽들이 인상적이다. 수차례 일어난 화산 폭발의 흔적들이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였다. 인터넷 검색창에 차귀도를 치면 수많은 자료들이 검색된다. 거개가 일몰, 혹은 낚시 명소로서의 차귀도에 관한 내용들 일색이다. 하지만 이 모두가 밖에서 본 차귀도 이야기들일 뿐, 섬의 내면에 대한 언급은 없다. 거기엔 까닭이 있다. 1970년대 주민 소개령이 내려진 이후 30여년 동안 섬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제한된 일부의 사람들이 섬을 방문한 이후, 비로소 세상에 제 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엄밀히 보자면 차귀도는 제주올레길 구간이 아니다. 대신 ‘차귀도 트레일’이 조성돼 있다. 섬이 작은 만큼 트레일 길이도 1.5㎞로 짧다.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섬이 작다고 담긴 풍경마저 작으랴. 북유럽의 척박한 섬을 연상케하는 이국적인 풍모와 다양한 식생들, 그리고 화산이 남긴 풍경만큼은 여간 옹골차지 않다. 특히 미기록종 동식물이 꾸준히 발견되는 등 학술적 가치도 높다. 2000년에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제422호)로 지정된 것도 그런 까닭이겠다. ●볼레기 언덕에 서면 바람이 보인다 자구내 포구에서 ‘도댓불’(어류의 기름을 태워 불을 밝힌 제주 전통 등대)의 배웅을 받으며 5분여 달리면 차귀도다. 섬에 들면 오른쪽에 커다란 해식동굴이 보인다. 고춘자(60) 문화해설사는 “물질을 마친 해녀들이 신나게 놀았던 곳”이라고 전했다. 20여m 쯤 오르막을 오르면 차귀도는 그제야 제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 볼레기 언덕과 등대가 아련하고, 가까이는 사초 등 키 낮은 잡초들이 바람에 일렁이며 아우성을 처댄다. 언덕 오른쪽엔 누군가 살았음직한 건물이 벽만 남긴 채 스러져 가고 있다. 트레킹은 왼쪽 언덕을 오르며 시작된다. 자구내 포구와 멀리 보이는 한라산이 이곳이 제주에 속한 섬이란 걸 새삼 일깨우고 있다. 언덕 꼭대기에 서면 바다 위로 크고 작은 무인도들이 가득하다. 장군바위와 매바위(독수리 바위), 쌍둥이 바위 등 차귀도를 이루는 작은 섬들은 죄다 이곳에 모여 있다. 조막만한 차귀도지만 전해 오는 얘기들은 예닐곱을 넘는다. 우선 길 들머리의 장군바위다. 주민들은 흔히 ‘500장군 바위’라고 부른다. 제주도를 만든 설문대 할망이 500명의 자식을 두었는데 그 중 ‘막내’가 차귀도 장군바위란다. 나머지 499명은 한라산에 있다는 것. 안내판은 “장군바위는 ‘송이’(Scoria)를 분출한 화산 활동 때 화도에 있던 마그마가 분출되지 않고 굳어져 암석이 된 것”이라고 적고 있다. 언덕 아래는 붉은 황토 빛깔의 송이 지대다. 일종의 돌숯으로, 화산 폭발 때 고열에 탄 화산석을 가리킨다. 주민들이 ‘부끌레기’라고 부르는 제주의 독특한 광물질이다. 제주 외부로의 방출은 금지돼 있지만, 화장품 등의 원료로 알려져 있어 언제까지 온전한 모습을 하고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화산이 만든 해안 풍경을 지나면 볼레기 등대다. 섬 주민들이 ‘볼렉볼렉’(헐떡헐떡) 가쁜 숨을 내쉬며 돌과 흙을 날라 만들었다는 뜻에서 이름 지어졌다. 등대가 서 있는 볼레기 언덕 또한 뜻은 같다. 볼레기 언덕 아래는 대마 난류와 구로시오 난류의 분기점이다. 늘 물살이 거세지만, 그 덕에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다. 볼레기 언덕에 서면 바람이 보인다. 거센 바람이 불 때마다 사초와 억새들이 일렁인다. 차귀도는 바람 많은 제주에서도 드센 바람으로 유명한 곳이다. 고춘자 해설사에 따르면 평균 초속이 제주 여느 지역에 견줘 두 배가 넘는 9.6㎧에 이른다고 한다. 사초와 억새가 점령한 섬 한 편에서 제주조릿대 군락지가 눈에 띈다. 조릿대를 캐러 차귀도에 오다가 조난 당한 용수포구의 어부와 그를 기다리다 숨진 아내가 등장하는 절부암 전설의 연원이 된 곳이다. ●제주가 가장 아름다울 때 열리는 올레걷기축제 ‘2012 한국 방문의 해 기념 특별이벤트’에 선정된 ‘2012 제주올레걷기축제’가 오는 31일~11월 3일 제주올레 10~13코스 구간에서 열린다. 코스 길이는 평균 16㎞다. 참가자들은 매일 1개 코스씩 5~6시간 정도 걸으며 15개 마을에서 준비한 문화공연을 즐기고 각종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소리울 오카리나 연주, 곶자왈 챔버오케스트라 등 음악공연도 준비됐다. 억새풀 넘실대는 바닷가 언덕에서 듣는 첼로와 바이올린의 앙상블은 정말 감동적이다. 창작 뮤지컬 ‘힐링 제주’, 올레꾼 전통혼례, 도자기 아울렛 등 50여개의 다채로운 체험과 볼거리 프로그램도 펼쳐진다. 안전대책도 마련됐다. ‘나홀로’ 여성 탐방객은 공항 등에서 ‘SOS 단말기’ 대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위급상황 발생시 버튼만 누르면 치안센터 등으로 곧바로 연결된다. 경찰 등 약 600명으로 구성된 올레길 순찰대와 약 150명의 민간인이 참여하는 올레길 지킴이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개막행사는 31일 오전 9시 10코스 출발점인 화순 금모래 해변에서, 폐막식은 11월 3일 오후 6시 저지리 녹색체험마을에서 각각 열린다. 폐막식엔 1980년대 최고의 록 밴드로 꼽히는 ‘들국화’가 출연한다. 홈페이지(www.ollewalking.co.kr) 참조. 글 사진 제주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4) -차귀도는 주말과 공휴일 등에 한해 100명씩만 들어갈 수 있다. 배낭과 스틱 등은 지참할 수 없다. 11월말까지만 운영되다 새해 3월부터 다시 입도가 허용될 예정이다. 배삯은 왕복 1만원이다. 차귀도 뉴파워보트 738-5355. 고광훈 이장 773-1943. -하얏트 리젠시 제주(www.jeju.regency.hyatt.kr)는 제주 올레 걷기 축제 기간 동안 호텔 투숙객 중 올레 패스포트 소지자에게 ‘올레 안전 키트’를 무료로 제공한다. 간단한 구급약과 휘슬, 양말, 생수, 올레 코스 지도 등이 들어 있다. 또 모든 올레패스포트 소지자에게는 호텔 정문 앞에 마련된 올레 카페에서 무료로 아메리카노 1잔을 제공하며, 호텔 레스토랑의 메뉴 이용시 10% 할인된다. -제주관광공사가 중문단지 컨벤션센터에서 운영하는 내국인 면세점도 올레 축제 기간 중 축제장에 비치된 할인 쿠폰을 가져온 고객에 한해 10% 추가 할인혜택을 준다.
  • [깔깔깔]

    ●스튜어디스 팔순이 넘은 할아버지가 해외여행을 하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 그런데 기상 악화로 비행 중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자, 어여쁜 스튜어디스가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아 드렸다. 비행기가 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하고, 스튜어디스는 할아버지를 부축해 비행기 출구 쪽으로 모시고 가 인사를 했다. 그렇게 스튜어디스는 친절한 미소를 띠며 할아버지를 배웅했다. “할아버지 몸 건강히 안녕히 가세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아가씨, 비행기가 흔들릴 때 무서우면 또 내게로 와요. 내가 언제든 아까처럼 손을 꼭 잡아 줄 테니!” ●난센스 퀴즈 용 두 마리가 죽을 각오로 싸운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용용죽겠지.
  • “아내 죽인 악마…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가족이 무너졌다. 다섯 살 아들은 엄마가 죽은 걸 알지만 평생 못 보는 것에 대한 절망은 모른다. 엄마의 품에서 아침을 맞던 네 살 딸은 우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유치원 교사는 “아이들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운다.”고 했다. 가족은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서울 광진구 중곡동 집에서 간단한 옷가지만 챙겨 도망치듯 할머니 집으로 떠났다. 두 자녀를 유치원 버스까지 배웅하고 돌아온 이모(37)씨가 집에 숨어 있던 서모(42)씨의 흉기에 목숨을 잃은 8월 20일 이후 단란했던 가족은 깨졌다. 추석 연휴도 불행했다. 아무런 일이 없었더라면 송편을 빚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을 그들. 하지만 서로 얼굴을 보는 자체가 아픔이었다. 엄마를 안장한 납골당을 찾았을 때 어린 아들은 사진을 외면했다. 아들은 엄마가 나온 사진을 보면 그냥 고개를 돌린다. 피해자의 남편 박모(39)씨는 4일 서울동부지법을 찾아 아내를 살해한 서씨의 첫 공판을 지켜봤다. 제12형사부(부장 김재호)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방청석 둘째 줄에 앉은 그는 “제대로 얼굴 한번 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두 자녀를 돌보느라 현장 검증에도 나오지 못했던 그는 작고 왜소한 ‘악마’를 처음으로 직접 보았다. “저런 놈한테 아내가 죽은 게 허무하고 답답하다.”고 말하는 그의 눈가가 빨개졌다. “잔인하게 죽이고 싶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까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고도 했다.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온 서씨는 8월 말 현장 검증 때보다 살이 오르고 깔끔해진 모습이었다. 그는 “8월 20일 중곡동 주부 살해와 8월 13일 면목동 주부 강간 등 공소 사실을 인정하느냐.”고 재판장이 묻자 “네, 인정합니다.”라고 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검찰이 피해자의 사망진단서, 압수물 목록과 사진, 현장 검증 사진, 유전자(DNA) 정보 등 37개의 증거 목록을 읽는 동안에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간간이 큰 한숨을 쉴 뿐이었다. 지난달 담당판사에게 제출한 반성문에는 “24시간 전자발찌를 달고 사느니 죽는 게 낫다. 사형시켜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30여분간 진행된 공판에서는 반성의 빛을 보였다. 남편 박씨는 “동정표를 얻어 감형받으려는 것 같다.”면서 “범인이 이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피해자의 시동생(37)도 “사형 안 시키면 우리 형수 편안하게 못 간다.”고 울분을 토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25일 열린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뉴스 WHO] 이건희 삼성회장 日방문

    [뉴스 WHO] 이건희 삼성회장 日방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전 10시쯤 업무차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 회장의 일본 방문은 올 들어 다섯번째다. 최지성 그룹 미래전략실장,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등이 나와 이 회장을 배웅했다. 이 회장은 공항에서 출장 이유를 묻는 기자 질문에 “평상시와 같은 출장”이라고 짧게 답변했다. 이 회장의 이번 출장은 앞서 유럽과 미주 지역 현지 시장을 챙긴 데 이어 아시아 시장 점검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측은 이 회장이 일본 일정이 끝난 후 베트남, 중국 등을 돌며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이건희회장 홍콩행 무슨일로?

    이건희회장 홍콩행 무슨일로?

    이건희(얼굴) 삼성전자 회장이 10일 홍콩으로 출국했다. 이 회장은 오전 10시쯤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첫째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김포공항을 통해 전용기편으로 출국했다. 이날 공항에는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이 나와 이 회장 일행을 배웅했다. 이 회장은 업무차 출국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사업 관계로 홍콩에 출장간 것으로 안다.”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건희 회장은 런던올림픽 참관차 출국했다가 유럽과 일본을 거쳐 약 3주간의 해외출장을 마치고 지난달 15일 귀국했다. 귀국 이후 사장단은 물론 일반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이번 홍콩 출장에서 중국 현지 시장을 살펴보고 주요 인사와 회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칼부림 부상보다 생계 막막”

    “칼부림 부상보다 생계 막막”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칼부림 현장에서 흉기에 찔린 김모(32)씨는 의식을 회복하자마자 누나에게 “병원비는 어떻게 했어.”라고 물었다. 피의자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만큼이나 처자식을 거느린 가장으로서 생계에 대한 책임감이 컸던 탓이다. 사건 발생 나흘이 지난 26일 현재 여의도성모병원 일반병동에 있는 김씨는 낯선 사람에 대한 공포는 물론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퇴원을 서두르고 있다. 김씨의 누나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피해자 지원금제도가 있다는 사실은 들었는데 아직 경찰서나 법무부 등에서 연락받은 건 없다.”고 말했다. 두 자녀를 유치원에 배웅하고 돌아온 뒤 집에서 살해당한 가정주부 이모(37)씨의 유족도 비슷하다. 피해자의 시동생 박모(37)씨는 “중곡동 집에서 당장 이사해야 하고 4살, 5살 조카들의 양육까지 고려하면 우리 형 앞길이 막막하다.”고 흐느꼈다. 강력범죄는 나날이 늘지만 피해자들을 향한 구조 대책은 지지부진하다. 법무부에서 마련한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따른 지원은 예산부족으로 치료비 지원 등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단발성이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 등 사건 피해자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대한 치유 등 정신적 피해구조는 피해자 신청에 의한 상담 등 형식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살인·강도·강간·방화 등 강력범죄 피해자를 위한 지원제도로는 국민건강보험, 긴급지원, 배상명령, 범죄피해자 구조 등이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합의되지 않은 형사사건에 한해 신체적 피해에 대한 치료비를 보험급여로 지원한다. 보건복지부는 시·군·구 사회복지과를 통해 생계비, 의료비, 임시거처 등을 긴급 지원하지만 ‘범죄피해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경우’에 한정된다. 가장 대표적인 범죄피해자 구조는 전국 58곳에 설치된 범죄피해자지원센터(국번없이 1577-1295)가 맡고 있다. 병원 이송이나 보호자 연락 등 순간 대처부터 의료·법률상담, 심리치료 등까지 포괄적으로 지원한다. 강력범죄 피해자는 최대 800만원 한도 내에서 치료비를 지원한다. 강력범죄로 사망한 경우 ‘유족구조금’을 받지만 도시근로자 평균임금의 36개월분 이하 범위에서 유족의 수와 연령, 생계유지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돼 까다롭다. ‘장해 및 중상해 구조금’도 같은 조건을 따진 뒤 평균임금의 30개월분 이하에서 지급된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범인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주민 “그놈 당장 사형시켜라”

    범인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주민 “그놈 당장 사형시켜라”

    24일 오전 10시, 서울 중곡동 좁은 골목길로 호송차가 들어왔다. 지난 20일 이 동네 주부 이모(37)씨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피의자 서모(42)씨가 타고 있었다. 서씨가 현장검증을 위해 내리자 순식간에 골목길은 아수라장이 됐다. 주민들은 “모자랑 마스크 벗어라.”, “당장 사형시켜라.”고 소리를 질렀다. 침착하겠다던 다짐과 달리 피해자의 시동생 박모(37)씨는 “X새끼야, 너 내 얼굴 똑바로 기억해.”라고 소리쳤다. 언니 이모씨는 닿지 못할 발길질을 하며 울분을 삭였다. 경찰통제선도, 포토라인도 들썩였다. ●범인 차에서 내리자 골목길 ‘아수라장’ 서씨는 이날 범행 전 과정을 재연했다. 범인은 당시 입었던 파란색 반소매 셔츠와 검정색 바지 그대로였지만 이씨는 ‘피해자’라는 A4용지가 붙은 회색 마네킹으로만 존재했다. 서씨는 마네킹을 든 형사가 큰길 쪽으로 걸어가는 사이 집으로 숨어들었다. 경찰 질문에 조용히 답할 뿐 야유와 욕설 속에서도 시선은 바닥에 고정돼 있었다. 유모(52·여)씨는 “(범인이) 키도 작고 왜소해서 더 화난다. 그 상냥한 사람이 저런 놈이 휘두르는 칼에 얼마나 놀랐을까.”라고 혀를 찼다. 최모(65)씨는 “교도소에서 먹는 쌀밥도 아깝다. 가장 잔혹하고 아프게 죽여야 한다.”고 화를 냈다. ●주민들 “왜 40분간 아무도 신고안했나” 쑥덕 집안에서의 범행 장면은 비공개로 이뤄졌다. 현장검증이 40분 가까이 길어지자 지켜보던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점점 커졌다. “이 긴 시간이 하루보다, 1년보다 길었겠다.”, “40분 동안 소리 지르고 저항했다던데 왜 아무도 신고를 안 했느냐.”며 말을 주고받았다. 인근 세탁소 주인 임모(50)씨는 “구김살 없이 웃는 얼굴이었고 항상 애들 손을 잡고 다녔다.”고 회상했다. 슈퍼마켓 주인 한모(43)씨는 “평소 아이들을 배웅한 뒤 우리 가게에서 수다를 떨기도 했다. 비가 안 왔으면 그날도 그랬을 수 있는데….”라고 눈물을 흘렸다. 유족들은 조용히 눈물만 쏟았다. 동생 이모(33)씨는 “내가 새달 1일 결혼을 하는데 일주일 전에 누나랑 통화하면서 결혼준비 문제로 티격태격했다. 마지막 통화인줄도 모르고 너무 서운하게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시동생 박씨는 “범인이 교도소 들어가면 그만이라고 했다더라. 감방에서 웃으며 밥 먹고 TV 보고 하겠지.”라며 분을 참지 못했다. 피해자의 남편 박모(39)씨는 자녀를 돌보느라 현장에 오지 않았고, 울다 지친 피해자 부모는 인근 슈퍼마켓 앞에 앉아 초점 잃은 눈을 하고 있었다. ●울다 지친 피해자 부모 슈퍼 앞에서 넋 나간듯 오전 10시 45분쯤, 현관문이 열렸다가 닫혔다. 문을 열고 도망치려는 피해자를 잡고 서씨가 칼로 목을 찌르는 모습이었다. 튼튼한 철제 현관문이 다시 열리더니 회색 마네킹이 문턱 위로 힘없이 쓰러졌다. 그게 끝이었다. 집 밖으로 나온 서씨는 발끝만 바라본 채 “죄송합니다.”라고 서너 번 속삭였다. 취재진이 “다른 말 좀 해보라.”고 하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종일관 침착함을 보이던 피해자의 언니가 나무 막대기를 들고 서씨를 때리려 했지만 경찰 제지선은 너무나 견고했다.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묵비권을 행사하던 서씨가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모든 행동을 재연했다. 진술내용과 크게 다른 점이 없으며 27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전자발찌 찬 채 성폭행 시도하다 살해

    성폭력 전과로 전자발찌를 찬 40대 남성이 또 성폭행을 시도하다 살인까지 저질렀다. 정부는 전자발찌 기능 강화책을 내놓았으나 성범죄 방지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광진경찰서는 성폭행을 시도하다 저항하는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서모(42·전과 12범)씨에 대해 2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씨는 지난 20일 오전 9시 30분쯤 서울 중곡동의 다세대주택에 들어가 이모(37)씨를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하려다 저항이 거세자 목을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씨는 이날 오전 9시쯤 성폭행을 마음먹고 면목동 집을 나섰다. 새벽에 두 시간가량 야한 사진을 봤고 소주도 한 병 마신 상태였다. 집에 있던 과도와 청색 마스크, 청테이프를 챙겼다. 길거리에서 대상자를 물색하던 중 4살, 5살 자녀를 유치원 차량에 바래다주는 이씨가 눈에 띄었다. 50m 정도의 거리를 배웅하느라 문을 열어놓은 이씨의 집으로 몰래 들어간 서씨는 이씨가 돌아오자 머리, 얼굴, 옆구리 등을 주먹으로 20여 차례 때리며 성폭행을 시도했다. 몸싸움이 이어졌고 결국 서씨는 현관으로 달아나던 이씨의 목을 두 차례 찔렀다. 부부싸움으로 오인한 아래층 이웃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을 땐 이미 일이 벌어진 뒤였다. 이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목 부위 혈관 봉합수술을 받았지만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했다. 서씨는 왼쪽 발목에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지만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발찌를 훼손하거나 보호관찰소의 감응범위에서 이탈하는 등 착용규칙을 어겼을 경우 보호관찰소에 경보가 울리지만 집 근처에서 범행한 서씨의 이동경로에는 특이점이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강간, 강도상해 등 전과 12범인 서씨는 10대 후반 소년원 생활을 시작으로 16년간 교도소 생활을 했다. 2004년 4월에는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11월 10일 만기출소했다. 전자발찌는 그때 찼다.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제도가 도입(2010년)되기 전에 저지른 일이라 ‘성범죄자 알림e’에서는 제외됐다. 서울보호관찰소는 지난해 11월 9일부터 최근까지 약 10개월 동안 출석면담과 방문면담 등 총 52회의 면담을 통해 서씨를 지도했다. 사건 발생 이틀 전인 18일에도 서씨는 여의도동 공사현장에서 보호관찰관과 만났지만 담당자는 별 이상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행동제약은 없었지만 서씨는 경찰 조사에서 “발찌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다. 이렇게 살 바에야 다시 교도소에 들어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아름아, 하늘나라서 편히 쉬렴”

    “아름아, 하늘나라서 편히 쉬렴”

    등굣길에 이웃 마을 성폭력 전과자에게 살해된 경남 통영시 모 초등학생 한아름(10)양의 장례식이 25일 오전 11시 통영시 서호동 통영적십자병원 장례식장 ‘숭례관’에서 열렸다. ●김금래 여가부 장관 참석·위로 장례식에는 유가족과 학교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채 피지 못하고 무참히 꺾인 한양의 영정을 바라보며 장례식 내내 흐느꼈다.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도 한양이 다닌 초등학교에서 운구행렬을 맞으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한양의 아버지(58)는 발인을 마치고 딸의 운구 행렬이 집과 학교로 출발하려 하자 딸의 영정과 관을 어루만지며 “딸이 외롭게 자랐는데, 이제는 좋은 곳에 가서 마음대로 걱정없이 다녀라. 나중에 아빠가 하늘나라에 가 볼게. 잘 있어.”라면서 눈물을 쏟았다. 산양읍 신전리 한양의 집에 도착한 운구 행렬은 영정을 든 한양의 오빠(20)를 따라 집을 한 바퀴 돌고 한양의 방과 안방을 돈 뒤 학교로 향했다. 한양의 담임을 비롯해 교사와 학생 20여명은 방학 중임에도 학교에 나와 운동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운구 행렬이 운동장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양의 운구 행렬을 맞은 김 장관은 “미국은 성범죄자들에게 몇백년을 선고하는데 우리나라도 그렇게 하도록 관계장관회의 때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한양의 아버지는 “이런 일을 겪으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찰, 오늘 현장 검증키로 한양의 영정을 든 아들과 함께 4학년 교실로 들어선 한양의 아버지는 딸의 책상을 어루만지며 “여기에 앉아 있어야 했는데….”라면서 통곡했다. 집과 학교를 돌며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고 정량동 추모공원 화장장에 도착한 한양의 시신은 화장돼 한줌의 재가 됐다. 유가족들은 한양의 유골을 경북 포항의 한 사찰에 봉안할 계획이다. 경찰은 한양을 살해한 혐의로 지난 24일 구속한 피의자 김모(44)씨의 집과 주변, 암매장 현장 등을 중심으로 26일 현장검증을 할 예정이다. 통영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갤럭시S3’ 판매 불티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3’의 글로벌 판매량이 50여일 만에 1000만대를 돌파, 역대 삼성전자 휴대전화 중 최단기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22일 런던올림픽 참석 차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배웅하는 자리에서 갤럭시S3의 글로벌 판매량에 대해 “잘 팔리고 있다. 1000만대를 넘은 것 같다.”고 답했다. 갤럭시S3는 지난 5월 29일 출시된 뒤 두 달도 채 되기 전에 ‘텐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하루 평균 19만대 가까이 팔린 셈이다. 5개월 만에 판매량 1000만대를 돌파한 ‘갤럭시S2’ 기록을 뛰어넘었다. 또한 강력한 경쟁 상대인 아이폰 신제품 출시가 9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별다른 경쟁 제품이 눈에 띄지 않는 3분기 판매량은 더욱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미국 내 출시가 6월 말부터 시작해 한달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판매 목표가 더 상향될 가능성도 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커버스토리] 공항서 선수들 배웅한 이에리사

    [커버스토리] 공항서 선수들 배웅한 이에리사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서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구기종목 최초의 세계 제패였다. 첫 여성 태릉선수촌장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나선 선수들을 지원했다. 그리고 제30회 런던올림픽 개막을 일주일 앞둔 20일, 국회의원 신분으로 인천공항에서 대표선수들을 떠나보냈다.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비례대표)은 여자 선수들을 떠나보내는 마음이 “특히나 찡하다.”고 했다. 이 의원의 기억엔 자신이 세계적인 스타로 활약했던 1970년대나 지금이나 국내 여자선수들의 위상은 남자선수들을 능가했다. “한국 스포츠사를 보면 여자 선수들이 따낸 메달이 남자 선수들보다 훨씬 많다.”고 운을 뗀 그는 “배구의 ‘나는 작은 새’ 조혜정부터 탁구의 저(웃음), 피겨 김연아까지…제 현역 시절에도 경쟁하는 외국선수 사이에 우리 여자선수들은 독하기로 소문 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번 대회는 여자복싱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26개 전 종목에서 남녀 차별을 없앤 첫 올림픽이 된다. 이 의원은 “여자 레슬링이 아테네올림픽 때 처녀 출전한 이후 8년 만인 이번에도 본선 무대에 오른다.”면서 “특히 핸드볼, 탁구, 하키 등에서 여자 선수들이 선전해 줬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국내 여성 스포츠 인프라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 의원은 “출전 장벽은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여성들이 스포츠를 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극히 일부 종목을 제외하곤 여자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와 시스템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대학입시 위주 교육으로 인해 체육 수업이 밀려나는 데다 예전과 달리 힘든 것은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도 크다.”고 지적했다. 여성 메달리스트를 포함해 체육 행정가로의 변신을 꿈꾸는 선수들은 많지만 경력이 사장되는 이들도 많다. 이 의원이 여의도에 입성한 이유도 이런 분야의 지원을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장미란 같은 소중한 선수들이 은퇴 이후 국가에서 받은 혜택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도자 양성 과정 등 일자리를 창출, 체육인 복지에 기여하고 싶다.”며 “특히 여성 스포츠 행정가·외교관을 길러내는 법률적 제도적 지원 방안을 꼭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지옥훈련 4년… 결실 보러 갑니다

    휴가철을 맞은 인천공항의 공기는 가볍기 그지 없었다. 공항 특유의 들뜬 분위기는 런던으로 떠나는 선수단의 얼굴에 환한 웃음을 불러왔다. 배웅하러 온 가족과 친구들, 몰려든 취재진으로 가득 찬 공항에서 어떤 선수들은 당황하기도 했다. 긴장과 설렘이 교차되는 와중에도 선수들에게 묵직하게 다가온 건 가슴에 달고 있는 태극기의 무게였다.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이 ‘10-10’(금메달 10개·종합 10위)을 되뇌며 20일 출국했다. 이기흥 선수단장, 박찬숙 선수단 훈련캠프단장을 포함한 본부임원 15명, 펜싱 20명, 하키 38명, 태권도 8명, 복싱 4명, 역도 8명, 육상 8명 등 101명의 본진은 이날 오후 출국에 앞서 간단한 출정행사를 가졌다. 앞서 본부임원 10명, 사격 20명, 레슬링 2명 등은 따로 출국했다. 이 단장은 “10-10은 이뤄진다.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모두 마음 편하게 잘해주리라 믿는다.”고 다독였다. 박종길 태릉선수촌장은 “부담은 전혀 없다. 빈틈이 전혀 없도록 준비를 마쳤다.”면서 “준비로만 따지면 금메달 10개가 아니라 13, 15개라도 모자란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과 조양호 부회장 등도 공항을 찾아 선수들 손을 맞잡았고, 새누리당의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태릉선수촌장을 지낸 이에리사 의원도 공항을 찾았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역시 시종 가벼운 미소를 띠며 인터뷰에 응했다. 4년 전 통한의 은메달을 뒤로 하고 29일 오전 여자 펜싱 플뢰레 개인전에서 금메달에 도전하는 남현희(31·성남시청)는 “준비기간은 충분했다. 연습을 많이 한 만큼 실력을 발휘해서 금메달을 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회 막판 금밭을 일굴 태권도의 황경선(26·고양시청)도 “떠날 때가 되니 긴장되고 감회가 새롭다.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온몸을 불사르겠다.”고 했다. ‘깜짝 이변’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각오 역시 단단했다. 남자 복싱에서 24년 만에 금메달을 안길 유망주로 꼽히는 라이트플라이급 신종훈(23·인천시청)은 “기대와 응원을 받는 것이 부담될 수도 있지만 그걸 즐기겠다. 일생에 한 번만 찾아오는 기회를 꼭 붙잡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메달권에서 먼 것으로 평가받는 육상 대표팀도 전의를 다졌다. 남자 경보 50㎞에서 10위권 진입을 노리는 박칠성(30·삼성전자)은 “바로 며칠 전까지 지옥 훈련을 견뎌냈다.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목표를 이루고 결승선을 통과할 것”이라고 했다. 선수들은 런던에 도착한 뒤 올림픽 선수촌으로 이동해 여장을 푼다. 경기 일정을 감안해 배드민턴은 21일, 유도는 22일, 레슬링 선수들은 27일 결전지로 떠난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2인조 밴드 ‘페퍼톤스’ 감성충만·행복충전

    2인조 밴드 ‘페퍼톤스’ 감성충만·행복충전

    맑고 화창한 봄날, 이유없이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고 우울하다면 이들의 음악을 들어 볼 것을 권한다. 청량제처럼 명랑한 음악으로 위로를 건네는 2인조 밴드 ‘페퍼톤스’(신재평·기타, 이장원·베이스)다.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 2인조 밴드’라고 소개할 만큼 밝고 경쾌한 음악을 표방하는 이들은 최근 정규 4집 앨범을 내고 대중과 만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신문사를 찾은 ‘페퍼톤스’와 음악 이야기를 나눠봤다. →‘비기너스 럭’(초심자의 행운)이라는 새 앨범 제목부터 독특하다. 어떤 의미인가. -신재평(31·이하 신) :‘비기너스 럭’은 게임에서 초심자에게 행운이 따르는 것을 말한다. 내겐 볼링이 그랬다. 학교에서 사회로 나오거나 결혼이나 육아 등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동시대의 2030 또래들에게 행운을 빌어 준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전 앨범들과 비교해 어떤 차별점이 있나. -이장원(31·이하 이) :화장기가 없어지고 군살이 빠졌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이전에는 대책 없이 광대한 편곡을 즐겨 썼다면 이번에는 그런 음악적 치장을 다 없앴다. 원래 일렉트로니카나 하우스처럼 화려한 음악을 좋아했는데, 이번에는 중학교 때 들었던 밴드 음악처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악기 편성도 단출하게 하고 노래도 객원 보컬도 쓰지 않고 직접 불렀다. -신:그동안 다양한 세대와 장르에 걸쳐 매력적인 요소를 뽑아내 버무리는 음악을 하면서 우리의 음악적 알맹이는 어디에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 그래서 이번에 밴드 음악을 통해 정체성을 찾고 싶었다. 음악은 심플하고 명료하게, 가사와 정서는 무게감 있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고 했다. →타이틀곡 ‘행운을 빌어요’는 가사 내용은 슬픈데, 음악은 상당히 신나는 곡으로 전형적인 페퍼톤스표 음악인 것 같다. -신:이번 앨범은 주로 실제로 있었던 일들을 중심으로 가사를 썼다. ‘행운을 빌어요’는 작별에 관한 곡으로 배웅의 순간을 노래했다. 라디오 DJ를 떠나면서 청취자들과의 이별, 해외로 장기간 떠나는 친구와의 이별 등 일상의 이별을 겪으면서 너무 신파가 아닌 작별인사를 고른 것이다. →이번에 객원 보컬을 쓰지 않고 노래를 직접 부르니까 어떤 점이 달랐나. -이:밴드 음악을 하면서 보컬도 우리가 소화하자는 차원에서 노래를 불렀다. 과거에는 공연을 할 때 객원가수들을 섭외하느라 전화비가 많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신:가창력으로 승부를 내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과욕을 부리지 않고 정확한 멜로디를 표현하려고 했다. 저 역시 화려한 기교의 보컬리스트를 좋아하지만, 사람의 타고난 재능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덤덤하고 진솔하게 싱어송 라이터로서 접근했고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밝고 명랑한 음악 스타일을 고집하는 이유는. -이:다른 사람들은 다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한번 규칙을 정하면 따르는 편이다. 둘 다 신나는 음악을 좋아했고 밴드를 만들 때 ‘화려한, 정신없는, 빠른, 경쾌한’ 등의 키워드를 나열하고 그것이 ‘페퍼톤스’라는 규칙을 정했다. 가끔 서정적인 이야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의 음악적 태도는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로 인해서 힘을 받는다는 반응이 오면서 고맙기도 하고 일종의 사명감까지 생겼다. -신:처음 캠퍼스에서 만났을 때 수업을 빼먹고 낮술도 마시고 한량 흉내도 내보면서 신나게 놀았다. 그런 낙천적인 태도로 만들어 낸 음악이 어둡고 암담할 수는 없었다. 염세적인 이야기나 비난하고 저주하는 음악은 어울리지 않았다. 이번 앨범의 ‘검은 산’처럼 밤의 음악들이 생겨났지만,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비관적이거나 염세적으로 이야기하지는 말자는 철학엔 변함이 없다. 앞으로도 흔들리는 순간들은 따로 모아두고 남에게 들려 주고픈 이야기만 모아서 작품을 만들고 싶다. →다음 달 21일부터 시작되는 소극장 공연이 매진 조짐을 보이고 있다던데. -이:데뷔한 이후 최장기 공연인데 8회를 한다. 음반보다 공연이 더 좋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앨범에 참여한 객원 연주자를 합쳐 5인조 밴드가 앨범 구성 그대로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신:5인조 밴드가 앨범의 전 곡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소극장 무대로 관객과 가까이서 호흡하기 때문에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조명과 영상을 통해서 생동감을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많은 분들이 노래에서 떠오르는 심상과 우리가 만든 비주얼을 맞춰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카이스트 전산학과 동기로 이장원씨는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공학도가 음악을 하게 된 이유는. -이:현재 카이스트에서 음악기술에 관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밴드를 하는데도 관련이 있어서 열심히 하고 있다. 대부분의 음악하는 사람들은 음악을 안하면 죽게 생겨서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신:저는 정말 재미있어서 음악을 하는데 고민도 안 했다. 내가 음악을 선택했다기보다 선택된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늘 20대 후반에 음악을 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안정된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셨지만 그것은 제 변덕을 검증하는 단계였다고 생각한다. →홍대 인디 밴드에서 출발해 2009년부터 유희열, 루시드폴, 정재형 등이 소속된 안테나 뮤직으로 옮겼는데 달라진 점은. -신:(유)희열이 형은 음악과 방송으로도 바쁜데, 후배들의 음악에 관심을 갖고 잘 챙겨줬다. 자신이 직접 우리 앨범 타이틀곡을 정하는 회의를 소집해 투표용지를 만들고 무기명 투표를 하기도 했다. 그 결과대로 정해지지는 않았다(웃음). 청바지 등 패션부터 이번 음반이 갖는 의미와 프로모션 방향까지 세심하게 조언해줬다. 루시드폴은 시대의 지성인 것 같다. 하는 이야기나 태도 등에서 배울 점이 많다. 후추처럼 톡 쏘는 음색으로 양념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 ‘페퍼톤스’. 이들은 살면서 얻어지는 것들을 토대로 진하게 여운이 남고 노래도 자주 꺼내 들을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그들의 이야기에 한번쯤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숨은 5%에 희망”…피말린 생환작전

    “숨은 5%에 희망”…피말린 생환작전

    4·11총선 당일 투표함을 열기 전에는 결과를 알 수 없는 초접전 지역 후보들의 피말리는 생환 노력이 종결점을 향해 가고 있다. 그 동안 이뤄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특히 1~3%의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다퉜던 후보들은 마지막 진검 승부를 남겨놓고 10일 밤 12시까지 사력을 다해 지역구를 샅샅이 훑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지난 5일부터 오로지 밑바닥 민심을 통해 표심을 더듬어왔던 후보들은 저마다 ‘숨은 표 5%’가 자신에게 승기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도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며 막판까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출마한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와 민주당 정세균 후보는 무려 15건의 여론조사에서 각각 여섯 번, 아홉 번 1위를 했었다. 2~3일 차이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1위와 2위가 엇갈릴 만큼 박빙 중 초박빙 지역이었다. 홍사덕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시간대별로 동선을 짜 움직이는 일정을 택하지 않고 후보 본인 판단에 따라 그날그날 지역구 전역을 샅샅이 누비는 유세 방식을 택했다. 특히 이날 자유선진당 김성은 후보가 ‘보수 후보 단일화’에 합의, 사퇴하며 홍 후보를 지지선언해 한결 탄력을 받은 분위기다. 홍 후보 측은 “워낙 종로구 지리를 잘 알기 때문에 지난 주말부터는 단독주택가가 밀집한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녔다.”고 전했다. 오후에는 가회동과 명륜동, 삼청동 일대를 훑었다. 정세균 후보 역시 아침 7시 경복궁역 출근길 인사를 시작으로 오후 6시 30분까지 유세 차량을 타고 교남동, 명륜동, 혜화동, 이화동을 누볐다. 시간과 장소를 정해놓고 벌이는 유세보다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며 유권자들과 직접 마주하는 ‘저인망 유세’를 택했다. 보이지 않는 지지층 5%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다. 그는 숭인동에서 한 차례 집중 유세를 벌인 뒤 밤 12시까지 거리를 도는 일정을 잡아놨다. 민주당 신경민 후보가 막판 무서운 기세로 추격해 두 차례 역전에도 성공했던 서울 영등포을도 긴장이 흘렀다. 이 지역 새누리당 후보 권영세 의원은 아침도 굶은 채 단체 벚꽃 구경에 나서는 동네 주민들을 배웅한 뒤 낮에는 여의도 일대 아파트와 상가를 수행원 2명과 함께 도보행진하며 유권자 한 명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권 후보 측은 “점심은 분식집에서 급하게 때웠다.”면서 “오차범위 내 치열한 접전을 극복하기 위해 후보가 하도 걸어다녀 무릎관절에 이상이 와 압박붕대를 하고 다녔을 정도”라고 말했다. 신경민 후보는 대림역에서 출근 인사를 한 뒤 오전 10시부터 영등포을 전 지역을 도보로 순회했다. ‘멘토단’인 강금실 전 장관, 한명숙 대표가 유세를 지원하는 등 이날 하루 당의 화력이 집중됐다. 선거기간 중앙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실시한 97곳의 판세를 분류한 결과, 여야 초접전 지역은 종로·중구·강서갑·광진갑·동대문을·서대문갑·성동갑·양천갑·영등포을 등 33곳에 이른다. 경합 열세를 보이는 지역이더라도 부동층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막판 뒤집기가 가능한 상황이다. 승패가 여전히 안갯속인 가운데 많게는 72시간 ‘무(無) 수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초접전 지역 후보 앞에 11일 밤 ‘판도라의 투표함’이 열린다. 이현정·이재연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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