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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국제결혼, 업체보다 먼저 나를 점검하라”… 정승재 신간,『일본결혼』전자책 출간

    “일본국제결혼, 업체보다 먼저 나를 점검하라”… 정승재 신간,『일본결혼』전자책 출간

    일본인 배우자와의 결혼 과정을 직접 경험한 저자가 일본국제결혼의 준비부터 결혼, 비자 발급까지 실무적인 과정을 담은 전자책을 출간했다. 정승재 저자의 『일본결혼 — 해본 사람의 이야기』(도서출판 Ai)는 교보문고, YES24 eBook을 통해 공개됐다. 저자는 일본에 거주하지 않고 일본어가 능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의 결혼상담 네트워크를 이용해 오미아이(お見合い), 가교제, 성혼, 혼인신고, 배우자 비자 발급까지 직접 경험했다. 이 책은 일본 국제결혼을 시작할 때 업체를 무작정 고르기보다, 자신의 조건과 준비 상태를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프로필 심사 위주로 진행되는 일본 결혼상담의 특성상, 철저한 준비 없이 섣불리 가입했다가는 소중한 비용만 낭비한 채 실제 만남조차 갖지 못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를 위해 국제결혼 준비도 진단 도구인 MRMS를 수록했다. 자기 인식, 기본 경쟁력, 시스템 이해, 프로필 역량, 실행력, 관계 태도 등 6개 영역 30개 항목으로 구성했으며, 항목별 해설과 개선 방향을 함께 제시했다. 이 가운데 핵심 10개 항목은 별도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진단할 수 있다. 업체를 고를 때는 무엇보다 신뢰성과 안전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국내 정식 등록 여부와 보증보험 가입은 물론, 계약서와 환불 규정, 현금영수증 발행이 가능한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실제 사무실이 있는지, 운영자가 일본결혼네트워크를 통해 직접 결혼한 경험이 있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이와 함께 가입비와 성혼비의 구조, 연간 선납과 월 구독 방식의 차이, 그리고 중도 해지 시 환불 조건까지 계약 전에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이 현명하다. 연출된 상황 등 SNS와 유튜브 영상 광고들과 프리미엄·VIP 마케팅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일본 결혼상담 네트워크가 공통 회원 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고액 비용을 지불한다고 네트워크 내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회원 풀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만큼, 실제 제공 서비스와 비용의 관계를 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책 후반부에서는 프로필 사진과 자기소개 작성, 온라인 미팅, 가교제와 진지한 교제, 프러포즈와 성혼, 혼인신고 및 비자 신청까지 실제 진행 과정에서 필요한 내용을 다뤘다. 한국의 결혼이민비자(F-6-1)와 일본의 일본인 배우자 비자는 별도로 신청해야 하며, 혼인신고만으로 비자가 자동 발급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설명했다. 부록에서는 첫 만남과 라인(LINE) 메시지, 카페와 식당, 관광지, 공항 배웅 등 일본인 배우자와의 교류 과정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상황별 일본어 표현을 담았다. 끝으로 저자는 책을 통해 일본국제결혼을 업체 선택의 문제로만 접근하기보다 자신의 조건과 준비 상태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계약과 비용 구조를 확인한 뒤 실제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단독] 강북 빌라촌 45.5℃ vs 강남 아파트단지 32.9℃… 더위, 더 낮은 곳에 가혹했다[불평등한 폭염]

    [단독] 강북 빌라촌 45.5℃ vs 강남 아파트단지 32.9℃… 더위, 더 낮은 곳에 가혹했다[불평등한 폭염]

    체감온도 가르는 주거 환경다세대 밀집지역 바람길 없어 ‘후끈’수변·녹지 풍부한 아파트 단지 ‘선선’가난부터 삼킨 살인적 폭염노후 주택, 냉방 에너지 효율 낮아저렴한 임대료에 취약층 비율 높아목숨을 위협하는 극단적 무더위가 일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폭염은 모두에게 똑같이 내리쬐진 않는다. 누군가는 시원한 곳에서 더위를 피하지만, 누군가는 열기를 품은 집과 그늘 없는 일터에서 하루를 버틴다. 기후위기가 심화할수록 폭염은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곳부터 파고든다. 4회에 걸쳐 기후재난이 드러낸 ‘불평등한 더위’의 현장을 짚고 모두를 위한 폭염 대응 해법을 모색해 본다. 합정동 59일, 개포3동 4일. 지난해 여름철(6~8월) 서울에서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을 기록한 폭염일수의 차이다. 2일 서울신문이 서울 주거지역에 설치된 서울시 도시데이터 센서(S·DoT) 데이터로 365개 행정동의 체감온도를 분석한 결과 같은 서울 안에서도 주거 환경에 따라 폭염일수가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폭염일수가 높은 지역들은 대체로 노후·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고 고령자와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높았다. 지난해 여름철 평균 체감온도 상위 10개 동에서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날은 평균 53.3일로 집계됐다. 반면 체감온도 하위 10개 동은 평균 12.0일로, 상위 지역과 4.4배 차이 났다. 체감온도는 같은 기온이라도 습도가 10% 증가할 때 약 1도 오른다. 체감온도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기상청은 폭염 경보를 발효한다. 폭염일수 격차는 올해 들어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6~7월 평균 체감온도 35도 이상인 날은 상위 10개 동이 평균 8.4일, 하위 10개 동은 0.8일로 집계됐다. 8월을 포함하더라도 폭염 격차가 지난해보다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에 따라 같은 날 체감온도가 최고 13도 가까이 차이 나기도 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오른 지난해 7월 27일 송천동의 체감온도는 45.5도까지 치솟은 반면, 사당5동은 32.9도를 기록했다. 체감온도 상위 10개 동에는 도심 지역 6개동(혜화동·삼청동·무악동·창신2동·숭인2동·가회동)이 포함됐다. 천호2동 등 노후·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지역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체감온도 하위 지역(한강로동·수유3동·신대방2동·사당5동·개포3동)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거나 녹지 비율이 높은 동네가 주로 포함됐다. 실제로 이날 오후 1시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꼽히는 홍제동 개미마을의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온도계를 들고 직접 재보니 45.7도까지 치솟았다. 가파른 언덕 사이로 오래된 저층 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서 그늘을 찾기 어려웠다. 에어컨 없이 선풍기 한 대로 생활하는 이영록(78)씨의 집 안은 온도계를 놓은 지 20분 만에 37.8도까지 올랐다. 반면 850여 가구가 모여 사는 강남의 고급 아파트 단지는 나무와 분수가 설치된 휴게공간이 곳곳에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단지 밖에서 35.5도를 가리키던 온도계는 안으로 들어선 지 20여분 만에 33.3도까지 내려갔다. 여름철 평균기온은 비슷해도 주변 환경에 따라 체감온도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송정동과 북가좌2동은 지난해 여름 평균기온은 29.4도로 같지만, 평균 체감온도는 각각 34.5도와 33.5도로 송정동이 1.0도 더 높았다. 가장 더운 시간대의 기온인 일최고기온(평균) 역시 각각 35.2도와 33.5도로 1.7도 차이 났다. 송정동은 중랑천 제방과 맞닿은 지역으로, 노후 저층주택이 바둑판 형태의 골목을 따라 따닥따닥 몰려 있다. 2021~2025년 도시재생사업으로 주민 쉼터 등 생활 환경이 개선됐고 2023년 서울시의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됐지만, 아직 사업이 진행 중이다. 반면 북가좌2동은 불광천을 끼고 어린이공원 등 수변·녹지 공간이 비교적 풍부하다. 지역의 체감온도를 결정하는 가장 주된 요인은 노후·다세대주택 밀집 여부다. 서울에서 체감온도가 네 번째로 높았던 창신2동의 경우 평균기온은 29.0도였지만 평균 체감온도는 35.2도로 6.2도나 차이 났다. 창신2동의 노후주택 비율은 42.8%에 달한다. 장위2동은 지난해 여름 체감온도 35도 이상인 날이 51일이었고, 평균 체감온도는 34.3도로 서울 평균인 33.5도보다 0.8도 높았다. 이곳은 전체 주택의 약 90%가 단독주택(42%)과 연립·다세대주택(47%)으로 구성됐다. 노후주택 비율도 43.9%였다. 서울 동북권 지역의 다세대주택에 사는 이영순(80세)씨는 하루 중 가장 더운 오후면 큰길 건너 아파트 단지 옆 공원을 찾는다. 이씨는 “집 앞뒤와 옆이 모두 다른 빌라에 둘러싸여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다. 한낮에 집 안에 있으면 숨쉬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서도 주택 유형에 따라 체감온도가 크게 달라지기도 했다. 면목3·8동과 맞닿은 면목7동의 평균 체감온도는 32.9도로, 면목3·8동보다 1.9도 낮았다. 빌라촌과 비교해 건물 사이 간격이 넓고 나무 그늘이 이어져 있어 바람도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통했다. 이 외에도 홍제3동(35.0도)과 연희동(32.1도), 사당4동(34.5도)과 신대방2동(31.7도)도 각각 2.9도, 2.8도 차이가 났다. 서울연구원은 “건축된 지 오래되고 에너지 효율이 낮은 다세대·단독·연립주택과 영업용 건물 내 주택 등이 폭염 때 열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오래된 집이 많은 지역은 임대료 등 주거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이에 고령층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모이기 마련이다. 서울 서남권 한 행정동의 지난해 여름철 평균 체감온도는 34.7도. 서울 평균(33.5도)보다 1.2도 높은 이 지역은 주택 2채 중 1채가 노후주택(48.3%)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1.1%,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6.2%다. 강남구에 비해 고령인구 비율(16.4%)도, 수급자 비율(3.0%)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서울시는 이곳을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했다. 장위2동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5.9%,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9.2%였다. 건물 밀도와 녹지 규모도 동네별 폭염 위험을 가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건축공간연구원의 지난해 폭염 취약성 분석 연구를 보면 단독주택의 평균 열취약도는 공동주택의 약 1.4배 수준이었다. 단독주택은 골목길과 소형 필지가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덮여 있어 땅이 숨을 쉬지 못하는 ‘불투수 면적’이 넓다. 반면 공용녹지가 어느 정도 확보된 공동주택은 열취약도가 비교적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열섬현상이 심한 도심권은 열대야가 자주 발생해 밤에도 폭염 피해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폭염의 수위와 횟수가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대응 역시 복합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바람길 등 공공부지 녹지 확충과 무더위쉼터 접근성 개선,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 및 냉방시설 지원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배웅규 중앙대 도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소규모 녹지를 조성해 열기가 빠져나갈 길을 트고 중장기적으로는 노후주택을 수리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며 “리모델링으로 한계가 있으면 재건축 사업으로 속도감 있게 주거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네 전체 환경을 바꾸는 재개발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쪽방촌처럼 단순 개량만으로는 부족한 곳들은 재개발을 통해 근본적인 주거 환경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단독]같은 서울인데 폭염일수 14배…노후 빌라촌이 더 뜨거웠다[불평등한 폭염]

    [단독]같은 서울인데 폭염일수 14배…노후 빌라촌이 더 뜨거웠다[불평등한 폭염]

    상위 10개 동 35도 이상일 53.3일하위 10개 동은 12일…4.4배 격차노후주택 밀집지에 고령·저소득층 겹쳐녹지·바람길 확충하고 집수리 병행해야 목숨을 위협하는 극단적 무더위가 일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폭염은 모두에게 똑같이 내리쬐진 않는다. 누군가는 시원한 곳에서 더위를 피하지만, 누군가는 열기를 품은 집과 그늘 없는 일터에서 하루를 버틴다. 기후위기가 심화할수록 폭염과 폭우는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곳부터 파고든다. 4회에 걸쳐 기후재난이 드러낸 ‘불평등한 더위’의 현장을 짚고 모두를 위한 폭염 대응 해법을 모색해 본다. 합정동 59일, 개포3동 4일. 지난해 여름철(6~8월) 서울에서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을 기록한 폭염일수의 차이다. 2일 서울신문이 서울 주거지역에 설치된 서울시 도시데이터 센서(S·DoT) 데이터로 365개 행정동의 체감온도를 분석한 결과 같은 서울 안에서도 주거 환경에 따라 폭염일수가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폭염일수가 높은 지역들은 대체로 노후·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고 고령자와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높았다. 지난해 여름철 평균 체감온도 상위 10개 동에서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날은 평균 53.3일로 집계됐다. 반면 체감온도 하위 10개 동은 평균 12.0일로, 상위 지역과 4.4배 차이 났다. 체감온도는 같은 기온이라도 습도가 10% 증가할 때 약 1도 오른다. 체감온도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기상청은 폭염 경보를 발효한다. 폭염일수 격차는 올해 들어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7월 한 달간 평균 체감온도 35도 이상인 날은 상위 10개 동이 평균 8.4일, 하위 10개 동은 0.8일로 집계됐다. 8월을 포함하더라도 폭염 격차가 지난해보다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에 따라 같은 날 체감온도가 최고 13도 가까이 차이 나기도 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오른 지난해 7월 27일 송천동의 체감온도는 45.5도까지 치솟은 반면 사당5동은 32.9도를 기록했다. 체감온도 상위 10개 동에는 도심 지역 6개동(혜화동·삼청동·무악동·창신2동·숭인2동·가회동)이 포함됐다. 천호2동 등 노후·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지역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체감온도 하위 지역(한강로동·수유3동·신대방2동·사당5동·개포3동)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거나 녹지 비율이 높은 동네가 주로 포함됐다. 같은 기온도 다른 체감…열기 가두는 노후 골목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꼽히는 홍제동 개미마을. 가파른 언덕 사이로 오래된 저층 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서 그늘을 찾기 어려웠다. 에어컨 없이 선풍기 한 대로 생활하는 이영록(78)씨의 집 안은 온도계를 놓은 지 20분 만에 37.8도까지 올랐다. 반면 같은 날 850여 가구가 모여 사는 강남의 고급 아파트 단지는 나무와 분수가 설치된 휴게공간이 곳곳에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단지 밖에서 35.5도를 가리키던 온도계는 안으로 들어선 지 20여분 만에 33.3도까지 내려갔다. 단지 내 북카페에 있던 주민 김모(72)씨는 “밖보다 단지 안에서 책도 보고 음료수도 마시는 게 훨씬 쾌적하다”고 말했다. 여름철 평균기온은 비슷해도 주변 환경에 따라 체감온도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송정동과 북가좌2동은 지난해 여름 평균기온은 29.4도로 같지만, 평균 체감온도는 각각 34.5도와 33.5도로 송정동이 1.0도 더 높았다. 가장 더운 시간대의 기온인 일최고기온(평균) 역시 각각 35.2도와 33.5도로 1.7도 차이 났다. 송정동은 중랑천 제방과 맞닿은 지역으로, 노후 저층주택이 바둑판 형태의 골목을 따라 따닥따닥 몰려 있다. 2021~2025년 도시재생사업으로 주민 쉼터 등 생활 환경이 개선됐고 2023년 서울시의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됐지만, 아직 사업이 진행 중이다. 반면 북가좌2동은 불광천을 끼고 어린이공원 등 수변·녹지 공간이 비교적 풍부하다. 폭염 취약 주거지에 고령층·저소득층 몰려 지역의 체감온도를 결정하는 가장 주된 요인은 노후·다세대주택 밀집 여부다. 서울에서 체감온도가 네 번째로 높았던 창신2동의 경우 평균기온은 29.0도였지만 평균 체감온도는 35.2도로 6.2도나 차이 났다. 창신2동의 노후주택 비율은 42.8%에 달한다. 장위2동은 지난해 여름 체감온도 35도 이상인 날이 51일이었고, 평균 체감온도는 34.3도로 서울 평균인 33.5도보다 0.8도 높았다. 이곳은 전체 주택의 약 90%가 단독주택(42%)과 연립·다세대주택(47%)으로 구성됐다. 노후주택 비율도 43.9%였다. 서울 동북권 지역의 다세대주택에 사는 이영순(80세)씨는 하루 중 가장 더운 오후면 큰길 건너 아파트 단지 옆 공원을 찾는다. 이씨는 “집 앞뒤와 옆이 모두 다른 빌라에 둘러싸여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다. 한낮에 집 안에 있으면 숨쉬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연구원은 “건축된 지 오래되고 에너지 효율이 낮은 다세대·단독·연립주택과 영업용 건물 내 주택 등이 폭염 때 열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오래된 집이 많은 지역은 임대료 등 주거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이에 고령층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모이기 마련이다. 서울 서남권 한 행정동의 지난해 여름철 평균 체감온도는 34.7도. 서울 평균(33.5도)보다 1.2도 높은 이 지역은 주택 2채 중 1채가 노후주택(48.3%)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1.1%,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6.2%다. 강남구에 비해 고령인구 비율(16.4%)도, 수급자 비율(3.0%)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서울시는 이곳을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했다. 장위2동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5.9%,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9.2%였다. 전문가들은 고령층과 아동의 경우 신체적으로 고온에 취약하고, 저소득 가구는 냉방시설과 주택의 에너지 효율이 떨어져 폭염 대응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경제적 취약성과 열악한 주거 환경이 겹치면 폭염 피해를 키우는 요인이 된다. 같은 지역에서도 주택 유형에 따라 체감온도가 크게 달라지기도 했다. 면목3·8동과 맞닿은 면목7동의 평균 체감온도는 32.9도로, 면목3·8동보다 1.9도 낮았다. 빌라촌과 비교해 건물 사이 간격이 넓고 나무 그늘이 이어져 있어 바람도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통했다. 이 외에도 홍제3동(35.0도)과 연희동(32.1도), 사당4동(34.5도)과 신대방2동(31.7도)도 각각 2.9도, 2.8도 차이가 났다. 빽빽한 빌라촌 vs 녹지 품은 아파트 단지 건물 밀도와 녹지 규모도 동네별 폭염 위험을 가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건축공간연구원의 지난해 폭염 취약성 분석 연구를 보면 단독주택의 평균 열취약도는 공동주택의 약 1.4배 수준이었다. 단독주택은 골목길과 소형 필지가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덮여 있어 땅이 숨을 쉬지 못하는 ‘불투수 면적’이 넓다. 반면 공용녹지가 어느 정도 확보된 공동주택은 열취약도가 비교적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열섬현상이 심한 도심권은 열대야가 자주 발생해 낮뿐 아니라 밤에도 폭염 피해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폭염의 수위와 횟수가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대응 역시 복합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에 바람길 등 공공부지 녹지 확충과 무더위쉼터 접근성 개선,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 및 냉방시설 지원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배웅규 중앙대 도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소규모 녹지를 조성해 열기가 빠져나갈 길을 트고 중장기적으로는 노후주택을 수리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며 “리모델링으로 한계가 있으면 재건축 사업으로 속도감 있게 주거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네 전체 환경을 바꾸는 재개발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노후 지역일수록 지금보다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사업 성공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것도 필요하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쪽방촌처럼 단순 개량만으로는 부족한 곳들은 재개발을 통해 근본적인 주거 환경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낱낱의 공간, 겹겹의 시간… 그 여름 묵호는 잔잔했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낱낱의 공간, 겹겹의 시간… 그 여름 묵호는 잔잔했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첫날 태풍을 만나지 않았다면, 감사함이 이리 컸을까. 잔잔한 묵호항과 두둥실 그림처럼 떠 있는 구름이 마음에 평화를 안겨줬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잠시 멈췄다가 내쉬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순간이 영원이 되었다. ‘여행이란 결국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말처럼, 잊고 있던 내가 거기에 있었다. 채지형 ‘언제라도 동해’ 중에서 ‘여행이란 결국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란 말은 익숙하다. 그런데 이 말은 잊고 있던 나를 발견하는 순간 마음에 콕하고 별처럼 박힌다. 잊고 있던 나는 꿈꾸는 나일 수도, 어느 한철의 뜨거운 생일 수도 있어서, 우리는 그 사실을 두 번 잊지 않으려 낱장의 마음 모서리를 표시 나게 접어두곤 한다. 겹과 겹의 시간이 쌓인 묵호에는 그런 표식이 많아서 걸음을 멈추고 거리의 풍경을 읽는 시간이 길었다. ●차곡차곡 쌓인 묵호의 시간 기차를 탔다. 묵호 가는 길이다. 막 정동진역을 지났다. 차창 밖으로 바다가 흐른다. ‘바다다!’ 하며 별일 아닌 척하지만 들뜬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이미 ‘와~’하며 기차 밖으로 뛰쳐나갈 기세다. 바다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움튼다. 채지형 작가는 2020년 3월 동해시립발한도서관 강의를 위해 묵호를 찾았다. 처음 방문한 건 아니었는데 동해의 속삭임이 유독 크게 들렸다. 9월에는 묵호 논골담길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한 달의 첫날, 작가를 맞이한 건 ‘덜컹거리는 문, 방파제를 넘나드는 파도 소리, 그리고 바람의 울음소리’였다. 푸른 바다가 아닌 태풍의 ‘소리에 점령당한 밤’이었다. 다음 날, 아침은 거짓말처럼 맑고 고요했다. 결국 한 달 살기를 두 번 더 연장해 석 달을 살았다. 다음 해에는 ‘한 달’을 뗀 살기를 시작했다. 사진작가인 남편 브루스와 집을 구하고 ‘잔잔하게’라는 이름의 책방도 열었다. 어느새 5년째다. 그날, 작가가 논골담길 바람의언덕에서 만난 ‘잊고 있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묵호는 2020년만 해도 인기 있는 여행지는 아니었다. KTX가 개통되며 막 여행자들이 찾기 시작하던 시기다. 불과 6년이 지났을 뿐인데 묵호의 여행 열기는 뜨거워도 너무 뜨겁다. 그럴 만도 하다. 묵호역에서 바다가 보이는 도째비골스카이밸리까지 고작 1.5㎞다. 바다가 이처럼 가까운 KTX역은 많지 않다. 더구나 번화하던 묵호의 옛 도심에 새로 자리 잡은 카페와 소품 가게가 역과 바다를 잇는다. 시간이 혼재한 거리는 이채롭기 그지없다. 두 사람은 여전히 묵호에 산다. ‘언제라도 동해(푸른향기)’는 여행기라기보다 그 여정의 기록에 가깝다. ●한의원 옆 소품 가게 동해시는 1980년 강릉시 묵호읍과 삼척시 북평읍이 합쳐 탄생했다. 그래서 묵호와 북평을 중심으로 큰 시가를 이룬다. 묵호는 동해시가 생기기 이전부터 이미 동해를 대표하는 항구였다. 일제강점기이던 1930~40년대에는 태백과 삼척의 무연탄이 기차로 옮겨진 후 묵호항에서 일본으로 빠져나갔다. 1963년에는 묵호등대가 불을 밝혔고 다음 해 묵호항은 국제항으로 승격했다. 명태와 오징어가 풍요를 더했다. 개들이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고 발한삼거리 땅값이 ‘강원도에서 으뜸’이었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90년대 이후로는 과거의 영화만이 낡은 네온사인처럼 길 위에 머물렀는데, 벽화마을을 지나 바다까지 걸어가다 보면 동해의 20세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같은 풍경이 오히려 젊은 세대에게는 과거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었나 보다. 묵호역에서 발한삼거리를 잇는 거리부터 독특하다. 실상 4차선 도로가 지나니 걷기 좋은 길이라기에는 폭이 넓다.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이나 전북 군산시 근대역사문화거리는 좀 더 촘촘하고 호젓한 편이다. 대신 묵호역에서 묵호항까지 신호등이 없다. 사람들은 좌우를 살핀 후 횡단보도로 넘나들고 차들은 그에 맞춰 속도를 줄인다. 또한 여행과 삶, 옛것과 새것이 어울린 전경을 빼놓을 수 없다. 굳이 횡단보도를 건너게 하는 건 할머니와 손주처럼 나란한 상점들 때문이다. 묵호의 생활이 뒤섞인 낡은 상가에 카페와 소품 가게가 숨은그림처럼 존재한다. 묘한동해는 한의원 옆에 있고 작은 클래식 공연장 페르마타 2층에는 ‘노래빠’가 있다. 111호 프로젝트와 끼룩 등은 뉴월드상가 1층에 오밀조밀하다. 등대 모형이 있는 발한삼거리는 그 정점이다. 회전교차로 북쪽 건물은 ‘발리 관광룸클럽’이라는 큰 글자가 두드러진다. 지난 시절의 유흥을 상징하는 간판은 당당히 삼거리의 랜드마크다. 반면 건너편 서쪽 2층 타로 카페 이름은 ‘김수영을 위하여’다. 투명한 천장 위로 물결이 일렁이는 티룸 도야하우스의 옆인데, 1층 계단 입구에는 ‘정오가 조금 못되어 우리는 폐허를 지나 바닷가의 작은 카페로 돌아온다’라는 알베르 카뮈의 글이 적혔다. 동쪽 모퉁이에는 라운드어바웃 동해가 여행자의 핫플로 부상했다. 창밖으로 ‘발리 관광룸클럽’이 보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옛날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읽힌다. 김수영이라는 이름조차 그러할 것이다. 1960~70년대를 살아온 이들에게는 위대한 시인이고 저항의 아이콘일 테지만, 21세기를 사는 누군가에게는 그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카페의 이름일 따름이다. 서로 다른 세대가 같은 거리에서, 서로의 시간을 읽어가며 이렇듯 어울리고 있다. 조금 떨어져 있기는 해도(그래봐야 발한삼거리에서 2.8㎞다) 어달삼거리 역시 마찬가지다. 채 작가가 책을 쓸 때는 무심히 지나는 바다 곁의 길이었다. ‘이렇게 좋은데 왜 모를까’ 했던 동네의 명소는 이제 동해 여행의 성지다. 길 끝에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마치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장면 같다. ●괘종시계로 이어진 공간 채지형 작가와 브루스의 여행책방 ‘잔잔하게’도 묵호의 일상에 밀착한다. 발한삼거리 못미처 은행365코너와 헤어숍의 사이의 책방은 안쪽으로 길쭉해 밖에서 보는 입면이 앙증맞다. 책 속의 지혜는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두는 법이라는 은유일까. 잔잔하게 앞서 들른 만능열쇠기공이라는 가게 역시 그러했다. 묵호사거리 지하도의 출구 모퉁이에 자리해 지나치기 쉽다. 그럼에도 기어이 문을 연 건 쇼윈도에 적힌 ‘72년 기능올림픽 은메달(강원지방대회)’이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한 까닭이다. 묵호에 아파트가 줄줄이 지어지던 1977년 문을 연 열쇠 가게에서는 열쇠만이 아니라 다양한 기기의 작은 부속품이 박상희 씨의 손에서 고쳐지고 만들어졌다. 피서철에는 자동차 열쇠를 잃어버린 여행객의 주문이 폭주해 덩달아 성수기였다고. 가게 벽면에는 이빨을 새기지 않은 원물의 열쇠가 종과 열을 맞춰 늘어서 있다. 그 가운데 옛날 자동차 열쇠가 여럿 보인다. 괘종시계와 악기도 시선을 끈다. 시계와 악기의 부품을 수리하는 것 역시 그의 일이었다. 정시가 되자 괘종시계는 시간을 맞춰 울렸다. 이제는 들을 수 없는 시간의 소리를, 시침처럼 멈춰 서서 여운이 사라지기까지 귀 기울인다. 만능열쇠기공을 나올 때는 복둥이(개)와 별이(고양이)가 무뚝뚝하게 배웅했다. 같은 해에 태어난 개와 고양이는 11년째 부부처럼 산다. 건너편 묘한 동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 건 열쇠 가게의 별이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묘한 동해는 여행을 기억할 수 있는 다채로운 기념품과 소품을 판매한다. 대부분 고양이를 주제로 한 것들이다. 사람이 빚은 세상 모든 고양이의 형상을 한곳에 모은 듯하다. 묘한의 ‘묘(猫)’는 고양이를 이르는 말일 텐데 이 거리에서 동해는 한층 묘한 도시가 된다. 묘한 동해를 나와서는 이웃한 농산물 유통업체의 ‘먹을 복 福‘이라는 글자 앞에 멈춰서 웃고 말았다. 두 가게가 영락없이 복둥이와 별이인 셈이다. ●오늘도 여행의 날들 여행책방 잔잔하게는 묘한 동해에서 멀지 않은 길 건너편이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좌우를 살핀다. 묵호 사람에게는 익숙한 일상일 테지만 여행자에게는 무단횡단만큼이나 낯설다. 책방에서 역시 책보다 괘종시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제 막 익숙해진 시간의 소리, 괘종의 여운 탓이다. 여행책방 ‘잔잔하게’를 이루는 건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여행책이다. 책방의 슬로건은 ‘책과 함께 당신의 동해 여행이 시작되는 곳’. 채 작가와 브루스는 책방을 방문한 여행자들이 해변에 앉아 책장을 넘기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때 어울리는 책들을 책장에 큐레이션한다. 하지만 여행은 각자가 다르므로 여행자의 시선이 다시 큐레이션 주제로 돌아오기도 한다. 또 하나는 시간과 사연이 깃든 물건이다. 괘종시계는 채 작가 엄마의 약국에서 이미 한 생을 살았다. 괘종시계 옆에 놓인 카세트 플레이어는 그녀의 아버지가 쓰시던 것이다. 앞선 세대에게 카세트 플레이어는 여행의 필수품이었다지. 맨 안쪽 작은 방에는 채 작가가 여행에서 수집한 인형이 가득하다. 인형은 그 나라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그러니 이곳은 여행책방이지만 ‘여행+책방’이기도 하다. 거기에 묵호의 바다가 일상으로 스민 셈이다. 이를 표현한 말이 ‘잔잔하게’다. 채 작가는 “꽃이 참 잔잔해서 예쁘다”던 엄마의 말을 떠올려 책방 이름을 지었다. 잔잔한 파도, 잔잔한 음악 돌이켜보니 잔잔한 일들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잔잔하게를 나와서는 동쪽바다중앙시장 북문을 지나 바다정원길을 오른다. 묵호의 벽화마을은 논골담길이 유명하지만 동쪽바다중앙시장부터 이미 벽화의 골목은 시작한다. 별빛마을전망대를 지나 묵꼬양치유카페까지, 묵호항과 바다를 오른편에 끼고 기슭을 오르내린다. 누군가의 생활 터를 지날 때는 발소리를 죽인다. 묵꼬양치유카페에서는 동쪽으로 논골담길 전경이 선물처럼 펼쳐진다. 묵호등대와 채 작가가 ‘태풍의 다음 날’을 맞은 바람의언덕이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이룬다. 그 너머에 도째비골스카이밸리와 도째비골해랑전망대 또 어달삼거리가 있을 것이다. 그리 이어진 풍경 안에서 마을과 바다는 다정한 이웃이자 삶의 동지다. 채 작가는 해가 지고 논골담길에 하나둘 불이 켜지는 순간을 무척 좋아한다 했다. 기슭에 촘촘한 집들 위로 별들이 고요히 내려앉은 듯한 시간, 저마다 다른 생김과 다른 사연을 간직한 반짝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풍경은 삶의 터전이 된 묵호에서 변함없는 여행의 날들을 선물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테지. 그러고 보면 여행은 풍경의 발견이 아닌 생활의 발견, 태도의 변화일 수 있겠다. 날 선 감각은 지우고 낯선 감각을 불러내며, 드러나지 않게 시간과 공간의 사연을 잇대는 여정, 순간이 영원이 될 수는 없지만 현재를 누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테다. 그래서 여행은 다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된다. 잊고 있던 어제의 내가 오늘은 거기에 있을지 모를 일이다.
  • 광화문 현판 ‘한글 표기’ 어떻게? ‘모두의 토론회’로 결정

    광화문 현판 ‘한글 표기’ 어떻게? ‘모두의 토론회’로 결정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가 ‘광화문 한글 현판 병기’를 주제로 오는 26일 첫 번째 ‘모두의 토론회’를 연다고 23일 밝혔다. 모두의 토론회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에서 마련한 범부처 정책 소통 토론회다. 2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열리는 토론회는 광화문을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 공간으로 볼 것인지, 원형을 지켜야 하는 문화유산으로 볼 것인지, 또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함께 다는 것이 바람직한지, 한글의 가치와 현판 설치는 구분해 볼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발제와 토론에는 문화유산, 역사, 한글, 도시경관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한다. 이상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실장이 그간 공론화 경과와 의견 수렴 결과를 종합해 발표하고, 박현모 세종국가경영연구원장, 정재환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 김현경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배웅규 중앙대 교수가 발제와 토론을 이어간다. 토론회에는 사전 모집을 통해 선정한 국민 200명도 참석할 예정이다. 전문가 발제,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소그룹 토론과 전체 토론 등을 통해 참가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최종 입장을 함께 정리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현장은 케이티브이(KTV)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한다. 참가자들은 모바일 현장 투표로 실시간 의견을 낼 수 있다. 정부는 이달 초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적용 확대’를 주제로 첫 ‘모두의 토론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반대 여론을 의식해 행사를 취소해 이번 토론회가 첫 토론회가 됐다. 문체부는 “‘모두의 토론회’를 국민이 정책 형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대표적인 숙의 플랫폼으로 꾸준히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 [길섶에서] 드라마 재발견

    [길섶에서] 드라마 재발견

    나만 보는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유튜브에서 ‘전원일기’를 챙겨 보는 지인들이 꽤 많다. 다들 한결같이 이 오래된 드라마를 다시 보며 새롭게 눈뜬 게 있다고 말한다. 따뜻하고 평화로운 시골인 줄만 알았던 양촌리가 당대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거대한 사회의 축소판이었다는 사실이다. 그 속엔 ‘곳간 열쇠’를 사이에 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밀당부터, 외국산 소 수입 개방으로 떨어진 소값에 통곡하던 동네 청년들의 현실이 생생히 살아 있었다. 빚을 내 지은 비닐하우스가 냉해로 망가져 절망하거나, 일자리를 찾아 서울 공장으로 떠나는 젊은이를 씁쓸하게 배웅하는 장면도 있다. 서울 간 친구들 앞에서 주눅 드는 시골 청년들의 박탈감, “왜 평생 농사만 지어야 하냐”며 대드는 자식 앞에서 김 회장이 짓던 깊은 한숨 등 시대의 민낯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토록 삶의 온갖 소란을 정면으로 다루었기에 ‘국민 드라마’라 불릴 만했다. 시대가 달라져도 인간의 삶과 갈등을 직시하는 이야기의 힘은 결코 바래지 않는다.
  • [서울광장] 가짜 어른, 진짜 어른

    [서울광장] 가짜 어른, 진짜 어른

    요즘 ‘우주 대스타’가 된 걸그룹 리센느의 원이를 처음 본 곳은 음악방송이 아니라 유튜브 예능 ‘나의 연수아저씨’였다. 운전 연수를 매개로 만난 무명의 여자 아이돌과 삼촌뻘 개그맨 두 명. 영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처음에는 그저 웃음을 노린 채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초보 운전자 원이가 두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거제의 고향집까지 무사히 찾아가는 과정은 뜻밖의 감동을 안겼다. 리센느는 최근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고, 여러 방송과 광고계의 러브콜도 잇따르고 있다. 그 성장의 정점에서 ‘나의 연수아저씨’는 막을 내렸다. 마지막 회에서 두 개그맨은 첫 촬영 때 입었던 옷을 다시 입고 음악방송을 마친 원이에게 응원의 케이크와 손편지를 건넸고, 원이는 눈물을 터뜨렸다. 그 장면이 오래 남은 것은 한 아이돌의 성공보다 젊은이를 대하는 어른의 자세가 보였기 때문이다. 두 개그맨은 이름 없는 원석이었던 청년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대중과의 연결고리가 되어 주었다.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한 젊은이의 성장을 흐뭇하게 지켜본 키다리 아저씨들의 따뜻한 배웅 같았다. 이 훈훈한 성장 서사에 느닷없이 사상 검증의 잣대를 들이민 것은 다름 아닌 정치권이었다. 원이가 영상에서 무심코 내뱉은 “무섭노”라는 거제 사투리 한마디가 청년 세대의 극우화와 혐오 문화를 진단하는 손쉬운 재료로 전락한 것이다. 특히 부산 출신인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른바 ‘일베 감별법’ 이미지까지 올리며 논쟁에 불을 붙였다. 아이돌의 말투가 도마에 오른 시점에 정치적 훈계까지 보태 소모적인 사상 검증을 확산시킨 셈이다. 반발이 거세지자 조 전 대표는 리센느를 겨냥한 적이 없다며 발을 뺐다. 깔끔하게 사과하면 될 것을, 자신의 말이 상처를 주는 “계기로 활용돼 유감”이라며 궤변으로 책임을 비켜 갔다. 판단의 성급함을 인정하기보다 논란을 눙치려 한, 기성 정치인의 오만하고 어른답지 못한 태도였다. 일베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며 특정 어미를 오염시킨 역사와 청소년 사이에 번지는 혐오 표현은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혐오의 의도와 지역 방언을 가리지 않은 채 말끝 하나로 화자의 의식까지 판정하는 것은 또 다른 낙인이다. 정치권의 이중잣대는 여기서 극에 달한다. 청년의 말끝에는 사상 검증의 현미경을 들이대면서, 정작 자신들의 당권 경쟁에서는 “목을 잘라야 한다”, “낙태했어야 한다” 같은 막말을 거리낌 없이 쏟아냈다. 청년에게는 언어의 품격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은 이토록 잔인하고 폭력적인 언사를 정치적 공격의 도구로 휘두른다. 이런 청년 멸시는 제도의 문턱에서 더 노골적이다. 민주당은 2030 표심을 잡겠다며 선출직 청년 최고위원 부활을 추진했지만 최고위원회의에서 부결됐다. 반면 피선거권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예외적으로 출마를 허용하며, 정작 같은 잣대에 막혔던 청년 정치인에게는 단호히 문을 닫았다. 청년에게는 원칙을 내세우고 기성 정치인에게는 예외를 베푸는 정당이 2030의 마음을 얻겠다고 한다. 오늘날 청년들은 고용 한파와 자산 격차, 일자리를 위협하는 인공지능의 파고 속에서 각자도생을 강요받고 있다. 이 가혹한 경기장에 갓 진입한 이들에게 기회와 권력을 독점한 세대가 생각과 말투부터 고치라고 다그친다면, 그것은 조언이 아니라 기득권의 오만한 텃세일 뿐이다. 5·18 조롱 응원으로 물의를 빚은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광주일고를 찾아 사과했을 때, 교장은 “고개를 들고 어깨를 펴라”며 다시 출발할 길을 열어 줬다. 잘못을 꾸짖되 어린 선수의 미래까지 닫지 않는 것, 그것이 진짜 어른의 품격이다. 청년의 미숙함을 비웃지 않고 핸들을 잡는 법을 가르쳐 준 ‘나의 연수아저씨’ 속 두 삼촌처럼, 진짜 어른은 심판관이 아니라 성장의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청년의 말끝과 생각은 추상처럼 심판하면서 자신들의 막말과 특혜에는 봄바람처럼 관대한, 훈계가 입에 밴 어른들에게 영화의 명대사를 돌려주고 싶다. “너나 잘하세요.” 박상숙 논설위원
  • 한국 사랑한 몽골 소년, 5명에 새 삶 주고 떠나

    한국 사랑한 몽골 소년, 5명에 새 삶 주고 떠나

    한국을 고향처럼 여기며 자란 몽골 출신 고등학생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1일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몽골 국적의 이태오(16·오트곤 산지먀타브)군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폐, 간, 양쪽 신장을 기증했다고 16일 밝혔다. 지난달 3일 교통사고를 당한 이군은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평소 다른 이를 돕고 베풀기를 좋아했던 이군을 떠올리며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누나 윤아씨는 “태오가 살아 있었다면 ‘내가 다른 사람을 더 도울 수 있게 해 주지 그랬어’라고 할 것 같아 기증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군은 2010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 때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뒤 유치원과 초·중학교를 다녔고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길었던 이군은 몽골어보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더 익숙했다. 축구 경기가 열리면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고 애국가도 자연스럽게 부를 만큼 한국을 자기 고향처럼 사랑했다. 고등학교 입학 후에는 반장으로 뽑힐 만큼 친구들의 신뢰도 두터웠다. 이군의 장례식장에는 친구와 교사 등 100여명이 찾아와 눈물로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어머니 이순이씨는 “태오를 통해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아 행복했다”며 “몽골에는 하늘로 떠난 영혼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다시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나중에 꼭 우리 가족에게 다시 와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한국을 고향처럼 사랑한 16세 몽골 소년…다섯 생명 살리고 하늘로

    한국을 고향처럼 사랑한 16세 몽골 소년…다섯 생명 살리고 하늘로

    한국을 고향처럼 여기며 자란 몽골 출신 고등학생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1일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몽골 국적의 이태오(오트곤 산지먀타브·16)군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폐, 간, 양쪽 신장을 기증했다고 16일 밝혔다. 태오군은 지난달 3일 밤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수술과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평소 다른 사람을 돕고 베풀기를 좋아했던 태오군의 성품을 떠올리며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누나 윤아씨는 “태오는 자신보다 남을 먼저 돕는 아이였다”며 “살아 있었다면 ‘내가 다른 사람을 더 도울 수 있게 해 주지 그랬어’라고 말했을 것 같아 기증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태오군은 2010년 1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 때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뒤 유치원과 초·중학교를 다녔고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길었던 태오군은 몽골어보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더 익숙했다. 축구 경기가 열리면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고 애국가도 자연스럽게 부를 만큼 한국을 자기 고향처럼 사랑했다. 장래에는 한국에서 자신만의 사업을 일구겠다는 꿈도 품고 있었다. 고등학교 입학 후에는 반장으로 뽑힐 만큼 친구들의 신뢰도 두터웠다. 태오군의 장례식장에는 친구와 교사 등 100여명이 찾아와 눈물로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어머니 이순이씨는 “엄마가 태오에게 사랑을 주기만 한 것이 아니라 태오를 통해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아 행복했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어 “몽골에는 하늘로 떠난 영혼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다시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며 “나중에 꼭 우리 가족에게 다시 와 주면 좋겠다”고 했다.
  • “43세 내 딸과 결혼할 남자 구해요”…의사·교수도 ‘총집합’한다는데 [이런 日이]

    “43세 내 딸과 결혼할 남자 구해요”…의사·교수도 ‘총집합’한다는데 [이런 日이]

    # 일본 도쿄도에 거주하는 여성 A(74)씨는 43세 딸의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해 ‘부모 대리 맞선’ 교류회에 여러 번 참석했다. A씨의 노력으로 딸은 남성들과 만남을 가졌지만,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결혼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마음이 없는 딸은 “미안하다”는 말로 어머니를 배웅할 뿐이다. # 나가노현에 거주하는 여성 B(63)씨도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31세 아들과 함께 교류회장을 찾았다. 아들이 1년간 결혼정보회사를 이용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자 결국 대리 맞선 자리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B씨는 “몇몇 분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대화가 이어지지 않고 추상적인 대화만 오갔다”며 아쉬워했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는 부모가 자녀를 대신해 결혼 상대를 찾는 이른바 ‘대리 혼활(적극적으로 결혼 상대를 찾는 활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자녀의 프로필을 들고 다니며 부모들끼리 정보를 교환하는 교류회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사단법인 ‘좋은 인연 부모의 모임’은 2005년 발족한 이후 지금까지 750회 이상의 대리 혼활 자리를 마련했는데, 첫해에 110명에 불과했던 참가자는 지난해 총 2334명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13일 도쿄에서 열린 교류회에서도 자녀 대신 혼활에 나선 부모들로 북적였다. 이날은 남성 측 42팀, 여성 측 22팀이 참여했다. 25~49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참석했으며, 자녀들의 직업은 의사, 회사 임원, 대학교수 등 다양했다. 이들은 자녀의 사진을 비롯해 직업, 학력, 신장, 자격증 등이 상세히 적힌 ‘자녀 신상정보’를 들고 다니며 서로 공유한다. 양측 부모가 합의하면 최종적으로 자녀들이 만남을 가지게 되는 시스템이다. 참가비는 1회당 1만 6000엔(약 15만원)이다. 닛케이는 이 같은 대리 혼활이 확산하는 배경으로 ‘미혼자의 증가’를 꼽았다. 일본 총무성의 국세조사에 따르면 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평생 미혼율’은 2020년 기준 남성이 28.3%, 여성이 17.8%에 달한다. 2000년과 비교해 남성은 15.7% 포인트, 여성은 12%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메이지가쿠인대학 키토 미에 사회심리학 교수는 “현대에는 사내 규정이 엄격해지고 직장 내 괴롭힘 같은 문제가 민감하다 보니, 직장이나 학교에서 연애하기가 어려워졌다”며 “매칭 애플리케이션 등 만남의 기회가 늘었지만 자신에게 맞는 혼활 방법을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보니 이를 걱정한 부모들이 직접 대리 혼활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분석했다. 부모 대상 교류회를 진행하는 결혼정보회사 무스벨 관계자 역시 “현대에는 만남을 주선해 주는 주변 존재가 드물다”며 “만남의 기회가 없어 첫걸음을 떼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부모의 권유와 조력이 혼활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혼활 서비스 기업 브라이즈시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0세 이상의 미혼 자녀를 둔 부모 중 자녀가 결혼하지 않은 것을 ‘신경 쓰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8.3%를 차지했다. 다만 대리 혼활에는 ‘특유의 어려움’이 있다. 실제 장남의 대리 혼활을 경험한 저널리스트 이시카와 유키는 “‘부모의 저울질’과 ‘자녀의 저울질’이라는 두 가지 장벽이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혼활이라면 당사자 간의 가치관이나 직업, 외모 등이 맞으면 교제로 발전하지만, 부모 대리 혼활에서는 집안 환경, 가족 구성 등도 ‘심사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시카와는 “내 자녀의 훌륭한 인품을 알아주길 바라도 당사자가 없는 대리 혼활 자리에서는 그것이 상대에게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며 “조건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자존심에 얽매이지 않고 자녀를 홍보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고 자녀의 의사를 가장 먼저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허락 없이는 국경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나라 [한ZOOM]

    허락 없이는 국경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나라 [한ZOOM]

    그때는 공항에 가는 것 자체가 ‘설레는 여행’이었다. 비행기를 타는 사람을 배웅하러 가는 이에게도, 공항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하러 가는 이에게도 공항은 동경의 공간이었다. ‘공항에 다녀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랑거리가 될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당시 여권을 들고 있던 사람은 영웅과 다름없었다. 다만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자유총연맹’이 주관하는 반공 소양 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험난한 여정을 마친 이에게는 ‘나는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제목의 소책자가 마치 전리품처럼 쥐어졌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 심지어 민주화 운동과 같은 반정부 활동 이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여권 발급 자체가 거부되기도 했다. 그때 그 시절, 여권은 사회적 엘리트 계층에 속해 있음을 보여주는 증명서와 다름없었다. 약 40년이 흐른 오늘날, 그때의 이야기는 마치 전설처럼 들린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누구나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여권은 더 이상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신분증과 같은 평범한 일상이 됐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누구나 가질 수 있게 된 이 작은 신분증이 전 세계 대부분 국가의 국경을 넘어설 수 있는 강력한 ‘열쇠’가 됐다. 한 세대 전에는 ‘국가의 통제’를 의미하던 문서가, 이제는 세계가 탐내는 ‘자유의 증거’가 된 것이다. ●범죄조직이 군침을 흘리는 여권 영국의 ‘헨리앤드파트너스’(Henley & Partners)가 발표한 ‘헨리 여권 지수’(The Henley Passport Index)에 따르면, 대한민국 여권은 무비자 입국 가능 국가 수 188개국으로 일본과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 여권이 192개국으로 1위이며, 미국 여권은 179개국으로 10위인 것을 고려하면 대한민국 여권의 위상이 가히 독보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대한민국 여권의 위상이 올라갈수록, 이를 가지고자 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 여권은 범죄 조직의 주요 표적이 됐고, 도난당한 여권은 암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신세가 됐다. 특히 과거의 사진 부착식 여권은 위조하기가 쉬워 암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되고 있으며, 보안기술이 강화된 전자여권은 위조 난이도가 높아 오히려 저렴하게 거래된다고 한다. 대한민국 여권이 범죄조직의 표적이 된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대한민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국경이 없던 세상 사람들이 처음부터 여권을 들고 다닌 것은 아니었다. 고대 로마에는 ‘디플로마’(Diploma), 중세시대에는 ‘통행보장서’(Safe Conduct Document)와 같이 여권의 기능을 하는 문서가 있었다. 이와 같이 국가가 이동을 통제하려는 제도는 문명의 탄생과 함께 존재했다. 과거 사회에서 사람은 곧 노동의 공급자이자 조세와 징집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이동은 곧 그 사회로부터의 이탈을 의미했다. 사회는 그 이탈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고, 통행을 허용하는 공식 문서인 여권은 ‘보호’라기보다 ‘통제’의 수단이었다. 그런데 19세기에 이르러 흥미로운 역전이 일어났다. 철도 인프라가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국가 간 여행 인구가 폭증하자, 현실적으로 여권법을 집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결국 각국 정부는 여권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했고, 19세기 후반부터 제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유럽 안에서의 이동에는 여권이 거의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자유이동 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자유이동 시대의 종지부 서서히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유럽 전역에 새로운 동맹 구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각국 정부는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이 터졌다. 전쟁은 자유이동 시대의 종지부를 찍었다. 엄격한 국경 통제가 강화됐고, 여권의 목적은 단순한 통행 허가에서 국가 신분 확인과 통제의 수단으로 바뀌었다. 인류가 스스로 만든 철도가 자유를 확장했고, 스스로 시작한 전쟁이 그 자유를 다시 닫아버린 것이다. ●모젤강의 유람선 위에서 룩셈부르크 남쪽 끝, 독일과 프랑스 국경이 맞닿은 인구 2000명 남짓의 작은 마을 ‘솅겐(Schengen)’. 그리고 이 마을을 끼고 흐르는 모젤강. 1985년 6월 14일 모젤강 위 유람선 ‘프린세스 마리 아스트리드호’에 서독,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의 대표들이 올라탔다. 1980년대 유럽경제공동체(EEC) 10개국 중 유럽 통합을 위해 모든 회원국이 국경을 개방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을 때, 가장 호의적이었던 5개국이 먼저 나선 것이다. 이들은 국경 철폐와 검문 폐지를 통해 주민들이 자유롭게 국경을 통과하고 관세 통제를 없애자는 내용의 ‘솅겐협정’에 서명했다. 유람선 위에서 서명이 이루어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솅겐은 룩셈부르크, 독일, 프랑스 세 나라의 국경이 합류하는 지점이다. 강 위에 배를 띄우면 어느 한 나라의 영토도 아닌 공간이 된다. 다섯 나라의 대표들이 어느 나라 땅도 아닌 물 위에서 만나 ‘이제 우리 사이의 경계를 지우자’고 합의한 것이다. 이보다 더 상징적인 서명 장소는 없었을 것이다. 1990년 제2차 협정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 후 협정은 1995년 정식 발효됐다. 그리고 2026년 현재 솅겐협정 가입국은 처음 5개국에서 29개국으로 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국경을 탄생시킨 공포였다면, 솅겐협정은 유럽이 그 공포를 스스로 걷어낸 용기였다. ●1985년,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 솅겐협정이 체결된 그해, 대한민국에서 여행 목적으로 여권을 발급받으려면 만 50세 이상이어야 했고, 200만원을 1년 동안 은행에 예치해야 했다. 나이와 재산이 모두 갖춰진 사람만이 해외에 나갈 수 있었다. 1980년대까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고도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도,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들의 해외 관광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았다. 이는 경제적·사회적 여건의 문제가 아니었다. 외화 유출을 방지해 경제개발 자금을 확보하고, 권위주의 체제의 국민 통제와 안보 논리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전환점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 1987년부터 여권 발급을 위한 연령 제한이 계속해서 낮아졌고,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자신감과 국제화의 물결 속에서 1989년 마침내 누구나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전면 자유화의 시대가 열렸다.
  • 시진핑 “김정은과 신시대 북중관계 중요한 공감대”…방북 마무리

    시진핑 “김정은과 신시대 북중관계 중요한 공감대”…방북 마무리

    7년 만에 북한을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오찬을 끝으로 1박 2일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마쳤다. 양국 정상은 ‘혈맹’을 상징하는 장소를 잇달아 방문하며 전략적 협력 강화를 과시했지만, 공식 발표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 위원장과 소규모 오찬을 하고 “김정은 총비서와 신시대 중조(중국과 북한) 관계 발전에 대한 중요한 공감대를 이뤘고, 지역과 세계의 평화·안정 수호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조 양측은 상호 이해를 더욱 깊고 전면적으로 하게 됐으며 미래 발전 방향도 명확히 했다”며 “김 총비서와 함께 중조 관계의 더 큰 발전을 이끌고 양국 사회주의 사업에 새롭고 강력한 동력을 불어넣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시진핑 총서기의 이번 방문은 원만한 성공을 거뒀으며 조중 우호 협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했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문은 양국 관계와 지역의 미래 발전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방문 기간 이뤄진 중요한 공감대를 충실히 이행해 양국 협력이 새로운 성과를 거두도록 하고 조중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오찬 이후 시 주석은 귀국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는 전날 평양 도착 때와 마찬가지로 공항에서 환송식을 열고 시 주석 부부를 배웅했다. 신화통신은 평양 시내 도로와 공항 주변에 나온 시민과 학생들이 중국 오성홍기와 북한 인공기를 흔들며 시 주석 일행을 환송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북한 고위 인사들과 악수한 뒤 김 위원장 부부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평양을 떠났다. 앞서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평양 모란봉 기슭의 우의탑을 참배했다. 김 위원장 부부도 동행했다. 우의탑은 6·25전쟁 당시 북한에 파병됐다가 전사한 중국인민지원군(중공군)을 기리는 시설이다. 시 주석은 ‘중국인민지원군 열사 영원 불멸’이라고 적힌 화환 앞에서 묵념한 뒤 기념관에서 전사자 명부와 관련 자료를 살펴봤다. 신화통신은 두 정상이 한국전쟁 당시 함께 싸운 역사가 양국 관계의 중요한 기반이라는 데 뜻을 같이하고 지원군 기념시설 관리와 청소년 대상 교육을 통해 북중 우호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간부학교도 방문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북한 노동당 간부 양성 기관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북중 관계 관련 수업을 참관한 뒤 김 위원장과 함께 교정에 전나무를 심었다. 표지석에는 중국어와 조선어로 ‘중조우의 만고장청’(中朝友誼 萬古長靑·북중 우의는 영원히 푸르다)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신화통신은 이날 오후 “시 주석이 북한 국빈 방문을 마치고 베이징에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방북은 2019년 이후 7년 만이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과 공동성명을 통해 전략적 소통 강화와 경제·무역, 농업, 건설, 과학기술, 교육·문화·체육 등 분야의 협력 확대 방침을 밝혔다. 다만 공식 발표문에는 북한 비핵화나 한반도 평화 관련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이를 두고 북중이 핵 문제보다는 미국 등 서방에 맞선 전략적 공조와 사회주의 진영 결속에 방점을 찍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 한화에어로 폭발 희생자들 눈물의 발인

    지난 1일 발생한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이 영면에 들었다. 7일 대전 유성구 유성선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이번 폭발 참사로 숨진 희생자 5명 중 3명의 발인식이 잇따라 엄수됐다. 장례식에서 굳은 얼굴로 고개조차 들지 못했던 유족들은 운구차로 옮겨지는 고인의 영정을 보고 눈물을 터트렸다. 한 유가족은 출발 준비를 마친 운구차를 계속해서 두드리며 “이렇게 가면 어떻게 하느냐”, “또다시 언제 보나”라며 오열했다. 여승주 한화 부회장을 비롯해 손재일 대표이사 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직원들은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인의 동료들은 운구차가 이동하는 마지막 순간에 다다르자 끝내 참아왔던 눈물을 훔치며 북받치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고인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세척공실에서 함께 일했던 근로자들이다. 전날에는 희생자 5명 중 1명의 발인이 진행됐고, 나머지 사망자 1명은 8일 다른 지역에서 발인을 한다. 앞서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지난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경찰과 노동 당국은 지난 4일 서울 본사와 대전사업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손 대표와 가재웅 대전사업장장 등 6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진행 중이다. 서류 및 전자정보 5400여점 등도 압수했다. 경찰과 노동 당국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정확한 폭발 원인과 작업 당시 안전 조치가 충분했는지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
  • 한화 폭발 사고 희생자 ‘영면’…폭발 세척 공정 관리 ‘사각지대’

    한화 폭발 사고 희생자 ‘영면’…폭발 세척 공정 관리 ‘사각지대’

    지난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 희생자들이 영면에 들었다. 7일 대전 유성구 유성선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이번 폭발 참사로 숨진 희생자 5명 중 3명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전날 A씨의 발인식이 있었고, 연고지인 다른 지역으로 운구된 B씨는 8일 발인 예정으로 전해졌다. 이날 발인식에서 유가족들은 관에 손을 떼지 못한 채 힘겨운 이별에 나섰다. 여승주 한화 부회장을 비롯해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등 임직원들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지난 1일 대전사업장 세척 공실에서 로켓 추진제(화약) 세척 작업 중 폭발 사고로 5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폭발 원인 규명을 위한 경찰과 노동 당국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세척 공정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지대지 미사일 제작에 필요한 추진제(화약) 제조 과정은 세척 작업을 거치는데 방위사업청이 제작 공정으로 분류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용 총포·도검·화약류 제조사의 저장 시설과 제조 시설은 방사청이 허가권과 관리·감독 의무를 갖는다. 그러나 제조 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두 차례 반복된 참사로 강화된 재발 방지책과 안전 강화 조치가 적용되지 않았다. 방사청이 지난해와 올해 각각 한 차례씩 진행한 ‘군용화약류 제조·저장 시설 화재 안전 조사’에서도 제외됐다. 지난 5일 빈소를 찾은 이용철 방사청장은 “허가되지 않은 시설에서도 사고가 발생해 입법상 미비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세척 공정이 왜 (제조 공정에) 빠졌는지에 대해 조사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과 노동 당국은 4일 서울 본사와 대전사업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손 대표와 가재웅 대전사업장장, 56동 안전 관리 책임 간부 등 6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진행 중이다. 이어 서류 및 전자 정보 5400여 점 등을 압수했다.
  • ‘앱이 뭐여?’ 땡볕에 택시 기다린 할머니…대신 잡아준 여성 “우리 모두 늙는다”

    ‘앱이 뭐여?’ 땡볕에 택시 기다린 할머니…대신 잡아준 여성 “우리 모두 늙는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어떻게 택시를 타야 하나요.” 휴대전화 앱(애플리케이션)으로 택시 예약하는 방법을 몰라 무더위 속에 무작정 택시를 기다리던 할머니를 도운 여성의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달 30일 40대 여성 A씨는 길을 걷던 중 땡볕 아래 지쳐 보이는 어르신 한 분을 목격했다. 모른 척 지나칠 수 없었던 A씨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뭐 기다리세요? 택시?”라고 물었고, 할머니는 “택시 기다려”라고 답했다. A씨에 따르면 할머니는 93세로, 인근 복지회관으로 가야 했지만 30분 넘게 택시를 잡지 못한 상태였다. 목적지는 도보로 10분 남짓한 거리였으나 거동이 불편해 걸어서 이동하기 어려웠다. A씨는 “요즘에는 휴대전화로 예약해야 해서 잘 안 잡히는데”라고 걱정하다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택시를 불렀다. A씨의 호출에 택시는 금방 도착했다. A씨는 택시기사에게 “목적지까지 잘 부탁드린다”고 말한 뒤 할머니를 배웅했다. 그러나 A씨는 집에 오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고 전했다. 그는 “연신 고맙다고 하시는 어르신을 보며 마음이 좋지 않았다. 30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나갔겠나. 다른 분들도 같은 상황에 처한 어르신을 보면 도와주시길 바란다”며 해당 상황을 영상으로 촬영해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했다. A씨는 “지금 우리는 택시를 잡는 것조차 스마트폰 앱을 사용할 수 있어야 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스마트폰이 어렵고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어르신들에게는 이동 자체가 장벽이 되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어떻게 택시를 타야 하느냐. 외국인 관광객들은 어떻게 이동해야 하느냐”면서 “앱 하나 사용하지 못하면 기본적인 이동권조차 보장받기 어려운 이 현실은 누가 해결해 줄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두 늙는다. 언젠가 우리도 새로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날이 올 것”이라며 “그래서 이 문제는 일부 어르신들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A씨는 “길에서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을 한 번만 더 살펴봐 달라. 작은 관심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면서 “정책을 만드는 분들도 제발 이런 사각지대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거창한 미래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 땡볕 아래 30분째 택시를 기다리는 93세 어르신도 잊지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 사연을 본 네티즌들은 “디지털 소외 너무 심각하다. 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제가 더 너무 감사하다”, “저희 할머니 도와드린 것 마냥 감사하다”, “감동이다”, “젊은 친구들이 어르신들을 잘 대접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A씨의 선행을 칭찬했다.
  • 늦잠도 지각도 좀 해 본, 신입 MZ 스님 따라 힙한 깨달음을 만나다

    늦잠도 지각도 좀 해 본, 신입 MZ 스님 따라 힙한 깨달음을 만나다

    현밀 스님 ‘성불 한번 해볼까’ 출간수행 과정·불경 등 재미있게 꾸며능행 스님, 죽음 다룬 ‘생의 모닥불’ 호스피스 선구자의 깨달음 전해티베트 불교 만날 수 있는 법문집도 몇 주 전부터 도심 사찰에 울긋불긋 연등이 내걸렸다.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24일)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불교는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장 핫한 종교로 인식되고 있지만 경전 대부분이 한자로 돼 있어 깊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고통의 원인은 집착이며 집착을 내려놓는 순간 누구든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쉽게 알려주는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 교보문고를 비롯해 국내 온라인 서점에서는 헤르만 헤세의 종교적 성장소설이자 걸작으로 꼽히는 ‘싯다르타’가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 내에 재진입하기도 했다. ‘성불 한번 해볼까’(휴머니스트)는 대학 졸업 후 절을 첫 직장으로 선택한 비구니 스님 현밀의 출가부터 정식 승려가 되기까지 10년 동안의 수행 과정과 함께 부처님 말씀을 재미있게 꾸몄다. 조계종 불교 크리에이터이자 불교 관련 신문에 ‘뭉밀이 佛스타툰’을 연재했던 현밀 스님은 현재 경북 청도군 운문사에서 포교 팀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늦잠을 자서 새벽 예불에 지각하고 밥물을 잘못 안쳐 죽밥과 된밥으로 공양을 올리는가 하면 도량에서 뛰다 걸려 선배 스님에게 혼나고 혼자 남은 방에서는 외롭고 서러워 엉엉 울었다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신입 사원의 일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안쓰럽기도 하면서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뭉게구름에서 착안했다는 캐릭터 ‘뭉밀이’로 불교 기초 교리와 일상 속 행복 메시지를 들려주며 ‘자기 자신이야말로 자신의 의지처이자 안내자’라는 불교의 자기 돌봄 메시지를 깨닫고 마음의 고요를 얻게 해준다. ‘생의 모닥불’(김영사)은 30년 넘게 죽음 명상을 교육하고 불교 호스피스의 선구자로 살아온 능행 스님의 생각을 모아놓은 책이다. 수많은 죽음을 배웅했던 능행 스님은 “죽음은 어두운 그림자가 아니라 계절이 바뀌듯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임을 강조한다. 시와 같은 짧은 산문에 두께도 시집처럼 얇지만 읽다보면 불교의 가르침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지금 내 뜻으로 살 수 있을 때 깨어 있어야 한다. 선택할 수 있을 때 선택하고,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고, 놓을 수 있을 때 놓아야 한다”는 구절은 불교의 ‘공즉시색’이라는 가르침과 함께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이나 고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카르페 디엠’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가 하면 ‘의상 스님 법성계’(해냄)는 정형외과 전문의인 저자가 많은 환자를 만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불경의 가르침을 알기 쉽게 풀어썼다. 법성계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체계화한 불교 대표 경전이자 동양 철학의 근간인 ‘화엄경’ 중 핵심 가르침을 신라 대표 고승이자 화엄종의 시조인 의상 대사가 7언 30구 210자로 담아낸 게송(운문 형식의 노래)이다. ‘꺕도쎔께 샥빠’(그린비)는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티베트 불교를 만날 수 있게 하는 법문집이다. 법문집에서는 악업의 과보, 참회의 순서와 명칭, 8세기 인도의 여섯 가지 수행법 등을 통해 악업을 정화할 수 있는 수행법을 알려준다.
  • “‘이혼장려캠프’로 바꿔라”…진태현, ‘하차 잡음’에 “모든 게 내 탓”

    “‘이혼장려캠프’로 바꿔라”…진태현, ‘하차 잡음’에 “모든 게 내 탓”

    배우 진태현이 JTBC ‘이혼숙려캠프’ 하차와 관련해 잡음이 이어지는 데 대해 “개인적으로 섭섭하거나 속상한 부분은 전혀 없다”며 직접 진화에 나섰다. 진태현은 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지난주 며칠 저의 프로그램 하차 기사가 나오고 여러 포털과 커뮤니티, 유튜브에서 응원이 이어졌다. 저에게는 큰 위로와 감사가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25년 전 방송국 공채 배우로 입사해 단역부터 주·조연까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찍으며 여기까지 온 것이라 이런저런 하차를 많이 겪어봤다”며 “이제는 지난 일이지만, 제 이름의 명찰이 있던 프로그램이고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 아직 남아 계셔서 종영 때까지 좋은 예능 프로그램이 되길 응원한다”고 전했다. 이어 “마지막 녹화를 끝내고 마무리했지만, 방송 분량을 두 달 넘게 남긴 상황에서 공식 기사로 인해 이미 하차한 사람이 방송에 계속 나오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매주 시청하는 저의 팬들, 딸들, 가족과 지인들에게 뭐라 설명해야 할지 지난 5일 동안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진태현은 자신의 하차를 둘러싸고 제작진을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모든 게 제 능력 부족이고 제 탓”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사람에 대한 미움, 비난, 노여움과 분노는 우리 모두에게 안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며 “1년 10개월, 그래도 제가 장점이 있었던 진행자였고 여러분도 인정해 주셨으니 멋지게 보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성실했다, 고생했다’ 딱 거기까지만 해주시고 웃으며 배웅해달라”며 “우리 모두 겉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그런 삶을 살지 말자. 그 결과가 어떨지 모르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무도 모르지 않냐. 감사하며 배려하고 사랑하고 애쓰며 살자”고 덧붙였다. ‘이혼숙려캠프’는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들이 합숙을 통해 관계를 점검하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담는 프로그램이다. 진태현은 2024년 ‘이혼숙려캠프’ 파일럿 방송부터 함께했으며 약 2년간 남편 측 가사조사관이자 부부 심리극 조교로 활약했다. 그런데 최근 JTBC 측은 프로그램 재정비를 이유로 진태현의 하차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MC 서장훈과 박하선은 그대로 남는 상황에서 진태현만 하차하고 그 자리를 배우 이동건이 채운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출연진 구성의 적절성을 두고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진태현이 제작진의 하차 결정을 자신의 매니저를 통해 전달받았다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진태현은 지난달 28일 SNS에 “매니저를 통해 제작진의 하차 관련 설명과 결정을 전달받았고 4월 초 마지막 녹화를 끝으로 프로그램을 떠나게 됐다”며 “그래도 25년 연예인 생활 중 그 어떤 촬영보다 열심히 했고 진정성 있게 임했다”고 했다. 시청자들은 “진태현보다 (프로그램에) 잘 맞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잘 보고 있었는데 굳이 왜 바꾸는지 이해가 안 간다”, “진태현이 있어야 이혼 말리는 게 되는 거 아니냐. ‘이혼장려캠프’로 이름 바꿔라”, “제작자들 안목이 이 정도였냐. 진태현 덕분에 사이다 마시는 기분이었는데”, “몇 년의 시간을 함께한 게 있는데 이런 통보식의 하차는 아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진태현의 후임으로 합류한 이동건의 ‘이혼숙려캠프’ 출연분은 오는 7월부터 방송될 예정이다.
  • 양상국 ‘대세’ 되더니 유재석에 “혼냅니다”…‘무례’ 논란에 결국

    양상국 ‘대세’ 되더니 유재석에 “혼냅니다”…‘무례’ 논란에 결국

    코미디언 양상국이 최근 유튜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유재석에게 한 말에 ‘무례하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사과했다. 양상국은 3일 자신의 발언을 다룬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 “불편하게 해드려 너무 죄송하다” “더 조심하겠다”고 밝혔다. 양상국은 지난 2일 유튜브 예능 ‘핑계고’에 출연해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다주는 것에 유재석과 남창희, 한상진과 함께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다주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남창희가 “출근하는 아내를 위해 아침을 차려주고 배웅한다”고 말하자 양상국은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진짜 위험하다. 연애도 비슷하다. 난 평생 해줄 거 아니면 안 해 준다”고 선을 그었다. 유재석이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다주는 건 좋지 않냐”며 “사랑하니까 더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이에 양상국은 “저는 웬만하면 유재석 선배님 말을 듣는데 그건 아니라고 본다”며 “이번에 만나는 여자친구는 집을 데려다주고 오고 이런 개념이 없다. 애들 연애할 나이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유재석이 계속해서 자신의 의견을 펴자 양상국은 “유재석씨 한 번만 더 이야기하면 혼냅니다”라며 정색했다. 이에 한상진은 “고정(출연)은 쉽지 않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영상이 공개되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양상국이 유재석에게 무례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대세가 됐더니 막말을 한다”, “비호감되는 건 한 순간”이라고 꼬집었다.
  • 함평나비축제 추억공작소, ‘60∼70년대 감성 자극’ 인기

    함평나비축제 추억공작소, ‘60∼70년대 감성 자극’ 인기

    전남 함평군에서 열리는 나비대축제의 추억공작소가 60∼70년대 감성을 자극하는 전시 연출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축제장인 함평엑스포공원 내 자리한 추억공작소는 1960∼70년대 생활상을 생생하게 재현한 조형물로 구성됐다. 전시 공간 인근의 협궤열차에는 승객 2명이 탑승한 모습을 연출했고, 외부에는 이들을 배웅하는 모녀상을 배치해 당시의 정겨운 이별 장면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추억공작소 내부 전시실에는 옛 함평국민학교 교실을 재현해 교사와 학생들이 수업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대합실에는 남녀 고등학생이 의자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는 장면을 구성해 과거 일상의 한 장면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공간 곳곳에 배치된 인물 조형물은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머무르며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추억공작소는 옛 추억을 되새기는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사진 촬영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추억공작소를 방문한 한 관람객은 “어릴 적 기억이 떠올라 반갑다”며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라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밝혔다. 함평군 관계자는 “추억공작소는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어린이와 젊은 세대에게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자 기획된 공간”이라며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형 전시로 축제의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평나비대축제는 지난 24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함평군 엑스포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 트럼프 장남이 잠실에? “정용진 회장 부인 콘서트 관람”…포옹하며 친분 과시

    트럼프 장남이 잠실에? “정용진 회장 부인 콘서트 관람”…포옹하며 친분 과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29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부인 한지희씨의 콘서트에 참석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오후 7시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한지희 도이치 그라모폰 앨범 발매 콘서트’를 관람했다. 해당 공연은 전석 초대로 관객을 채웠다. 정 회장은 이날 밀려오는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중 오후 6시 40분쯤 트럼프 주니어를 마중하기 위해 롯데콘서트홀 엘리베이터 앞으로 향했다. 약 3분이 지난 후 트럼프 주니어와 그의 연인 베니타 앤더슨이 손을 잡은 채 도착했다. 정 회장은 두 사람과 차례로 악수한 뒤 웃는 얼굴로 포옹했다. 이날 오후 9시 10분쯤 공연이 모두 끝나자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 일행을 배웅했다. 정 회장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비롯해 장동건·고소영 부부, 배우 이민정 등도 이날 콘서트장에서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 등 재계 인사와 배우 마동석, SSG 랜더스 출신의 추신수 선수, 손종원 셰프 등도 참석했다. 한편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와 각별한 사이로 사업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초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부인 한씨와 함께 참석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인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초대받기도 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정 회장은 복음주의 보수 기독교 기반의 트럼프 일가와 같은 ‘종교적 철학 지향점’ 아래 한미 양국에서 깊은 우정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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