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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oul Law] ‘배심제 재판’ 말 잘하는 변호사 뜬다

    [Seoul Law] ‘배심제 재판’ 말 잘하는 변호사 뜬다

    내년부터 국민이 형사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제가 시범 운영되면 법정 문화가 확 바뀐다. 변호사들은 판사만 설득하면 됐으나 앞으로는 판사와 함께 배심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된다. 판사에게 제출하던 변론문도 잘 써야 하지만 배심원들의 눈높이에 맞춰 배심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말도 잘해야 한다. 배심제 도입에 따라 변호사들은 대비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판사와 배심원 둘다 설득해야 변호사들은 의뢰인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배심원을 제외하는 무이유기피권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법심리학을 전공해 사법개혁추진위에서 활동했던 박광배 충북대 교수는 8일 “배심제에서는 편파배심의 가능성이 있는 배심원을 제외하는 방법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대형 로펌 시들리 오스틴의 앨런 김 변호사는 이날 본지와의 국제전화 인터뷰에서 “재판에서 이기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고지 가운데 하나가 배심원 선정”이라면서 “설득 가능한 사람인지를 빨리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배심제 재판에서 소송을 대리한 경험이 있는 법무법인 세종의 김범수 파트너 변호사는 “배심제 도입으로 말 잘하는 변호사가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활동중인 팀 오브라이언 미국 변호사는 “세련되고 어려운 법률용어가 아니라 서민적이고 평범한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미국 대형로펌 심슨 대처 앤드 바틀릿(Simpson Thacher&Bartlett LLP)의 조지 엠 뉴콤 파트너 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건 일지도 시간순으로 나열하는 것보다 항목별로 가려진 종이를 벗겨내면 더욱 흥미를 유발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컴퓨터 등의 첨단기법을 통해 배심원들에게 강한 인상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배심원들에게 신뢰성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 변수다. 뉴콤 변호사는 “사건에서 불리한 사실이 있다면 변호사가 먼저 배심원한테 말하면 변호사가 숨기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서 “만일 상대방이 먼저 불리한 사실을 말한다면 변호사는 배심원들로부터 믿음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속한 재판위해 순발력 필요 2∼3주 간격으로 이뤄지던 공판은 배심원들을 언제까지 격리할 수 없기 때문에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리하던 재판이 법정에서 불리하게 급반전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변호사들의 순발력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연세대 법학과 한상훈 교수는 “다섯 번의 공판이 있을 때 기존에 2∼3주 뒤에 열리던 공판이 배심제가 도입되면 2∼3일 만에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광배 교수는 “법정에서 상대방이 법이 허용하지 않는 질문을 하면 바로 제지해야 한다.”면서 “순발력 있게 대응하지 못하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박균택 형사법제과장은 배심제를 시범운영한 뒤 2012년에 대법원장 직속의 사범참여위원회가 확대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배심제는 배심원 선임 등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법무법인 태평양 성찬우 변호사는 “서울에는 네 곳의 법원이 있는데 배심원을 어디서 뽑을지 등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미국은 다민족 국가이고, 우리나라의 경우 지연·학연 등으로 연결돼 있고 특히 지방에서는 집성촌이 형성돼 있는데 과연 배심원을 공정하게 선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용어 클릭 ●배심제 배심원단이 법관과 별도로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한다. 법관은 판결만 한다. 비용이 많이 들고, 미국의 미식축구 스타인 OJ 심슨 사례처럼 여론재판 가능성이 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캐나다·호주·러시아·스페인·홍콩·스리랑카 등이 배심제를 채택한다. ●참심제 시민이 법관 1∼3명과 함께 앉아 유·무죄 및 양형을 판결한다. 우리의 경우 판사와 일반군인으로 구성된 군사재판이 해당된다. 비용이 적게 들고, 전문가를 활용해 재판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이탈리아·스웨덴·덴마크·핀란드 등이 채택한다. ●혼합형 우리나라가 시범적으로 도입한 방식은 혼합형이다. 배심원들이 유·무죄 의견을 내는 것은 미국식이고, 양형 의견도 제시하는 것은 독일식에 해당한다. 배심원 의견은 법적 구속력은 없으며, 권고적 의미만 갖는다. ●무이유기피권 법조인·정치인·70세 이상 고령자 등은 법적으로 배심원에서 제외된다. 배심원 후보 가운데 원고·피고측은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를 배심원에서 빼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한도는 각각 5명이다. 예를 들어 배심원 후보와 상대방이 학교 동문관계거나, 성추행범의 경우 여성을 배심원 후보에서 기피할 수 있는 권리다. ■미국의 배심제는 지난 1992년 미국의 한 할머니가 국제적인 패스트푸드점에서 커피를 산 뒤 운전하다 커피가 쏟아져 다리와 엉덩이에 화상을 입었다. 할머니는 패스트푸드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패스트푸드점이 쉽게 승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배심원단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미국 로펌 관계자는 8일 “재판 과정에서 패스트푸드점인 거대 기업이 원고인 할머니를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태도를 보이자 배심원단이 패스트푸드점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고 소개했다. ●비전문 분야 설득에 어려움 배심원의 감정 상태나 비전문성 등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미국 로펌 ‘심슨 대처 앤드 바틀릿’의 송무 분야 파트너 변호사인 조지 엠 뉴콤은 8년 전 맡았던 의료사고 소송에서 배심원단의 선입견을 깨기 위해 애썼던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원고측은 뇌손상을 입은 어린이와 홀어머니였고, 뉴콤 변호사가 대리한 피고측은 거대 제약회사였다. 원고측은 제약회사의 잘못으로 아이가 뇌 손상을 입었다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3개월 남짓 진행된 소송에서 뉴콤 변호사는 아이의 뇌 손상이 선천적인 것임을 MRI 사진을 통해 입증하려 했다. 문제는 MRI 사진을 봐도 비전문가인 배심원단이 해석하기 어렵다는 것. 뉴콤 변호사는 독극물 중독이나 충격 등 후천적 요인으로 인해 손상을 입은 뇌 MRI 사진 수십장을 먼저 배심원단에 보여줬다. 그리고 배심원단이 후천적 뇌 손상 MRI 사진의 패턴에 익숙해졌을 때 이와는 확연히 다른 원고측 어린이의 MRI 사진을 보여 줬다.“여러분만이 이 홀어머니를 한 푼도 없이 집에 돌려보낼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 제약회사의 잘못이라면 당연히 배상해야 한다. 여러분도 피고 잘못이라고 생각하는가?” 배심원들은 제약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송무 분야만 30년 넘게 맡고 있는 그는 “전문적인 분야의 증거물을 배심원들에게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었고, 그것이 변호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로펌 ‘시들리 오스틴’ 홍콩 사무소에 근무중인 앨런 김 변호사 역시 로스앤젤레스의 한 빈민촌에서 성매매를 알선한 중국인을 처벌하기 위해 애썼던 경험을 갖고 있다. 피고는 빈민촌에서 마사지 가게 12곳을 열고 불법 체류중인 중국 여성을 고용해 성매매를 알선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하지만 빈민촌 거주자들은 성매매에 대한 죄의식이 약하고, 같은 약자 편에 서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경찰 편에 서 줄지는 미지수였다. ●배심원 선정절차 ‘부아르 디르´ 활용 당시 검사로 경찰측을 대리한 김 변호사가 적극 활용한 것이 바로 배심원 선정 절차, 즉 ‘부아르 디르(voir dire·보고 말한다는 뜻의 프랑스어)’다. 일단 예비 배심원 후보를 선정한 뒤 변호사와 판사·검사가 직접 이들에게 질문을 던져 공정성을 심리한 뒤 배심원단에서 배제할 수 있는 제도다. 김 변호사는 ‘부아르 디르’를 통해 성매매에 반대하는 보수적인 여성을 최대한 많이 배심원단에 포함시켰다. 이런 전략은 적중해 승소할 수 있었다. 김 변호사는 “유신 시대에 반정부 시위 혐의자 배심제 재판이 이뤄졌다면 정부는 항상 패소했을 것”이라면서 “배심제에서는 지역 주민의 성향과 계급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배심원 학력·재산까지 알아내 미국에서는 배심원 선정 등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주어리 컨설턴트(배심상담원)’를 고용하기도 한다. 이들의 역할은 첫째로 재판의 예행연습이다. 가상의 배심원을 상대로 재판을 진행하게 한 뒤 증인의 증언이나 변호인의 변론 등에 대한 배심원단의 반응을 파악해 변호인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두번째 역할은 배심원들에 대한 정보 파악이다. 주어리 컨설턴트들은 기본적으로 공개되는 배심원들의 정보를 토대로 학력, 재산, 가족관계, 이웃의 성향을 알아낸다. 뉴콤 변호사는 “배심제의 관건은 배심원들을 얼마나 잘 이해시키느냐다. 가끔 변호사들이 사건에 너무 몰두하다 보면 간과하는 것들이 있다.”면서 “예행연습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며, 가상 배심원의 반응에 따라 실제로 증인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유지혜 박지윤기자 wisepen@seoul.co.kr
  • [주말탐방] 서울지방경찰청 CSI

    [주말탐방] 서울지방경찰청 CSI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한국판 CSI(과학수사대·Crime Scene Investigation)’로 화제를 모으며 지난달 1일 문을 연 서울지방경찰청 ‘다기능 현장증거분석실’이 과학 수사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개소한 지 한 달 남짓된 ‘다기능 현장증거 분석실’에 들어서자 분석 요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4900여만개의 지문이 입력된 지문 자동검색시스템과 수사 종합검색시스템, 족(足)윤적시스템, 컴퓨터 몽타주작성 시스템 등 22종류의 첨단장비들이 보는 이를 압도했다. 이곳에는 3개의 현장팀으로 나뉘어져 22명이 근무하고 있다. ●과학수사로 검거율 100%에 도전한다 8일 오전 3층에 있는 증거분석실에 들어서자 신재관(48·현장 1팀)경사가 광학현미경을 보며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미세 증거 분석에 몰두하고 있었다. 증거물은 며칠 전 은평구의 한 빌라에서 떨어져 숨진 20대 여인의 손톱에서 채취한 것. 신 경사는 “만약 죽기 전에 범인과 싸우거나 해서 신체 접촉이 있었다면 손톱에 상대의 피부나 입었던 옷의 섬유다발이 미세하나마 끼어있다. 이럴 경우 타살 가능성을 의심해 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성우(36·현장 1팀)경장은 국내·외에서 만들어진 신발 바닥 문양 1만 5000개가 입력돼 있는 족윤적시스템으로 종로구 다세대주택 도난사건 용의자의 족적을 찾느라 분주했다. 대낮에 창살을 절단기로 자르고 들어가 100만원어치를 훔친 범인이 남긴 유일한 단서는 신발 발자국뿐. 박 경장은 특수스티커로 채취한 발자국을 스캔해 컴퓨터에 입력한 뒤 비슷한 모양을 가진 운동화를 일일이 대조해 ‘N’사 브랜드의 조깅화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세상에 그 브랜드 운동화를 신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발자국으로 범인을 잡느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채취한 자료를 DB에 축적해놓으면 또다시 절도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운동화를 통해 두 사건의 연관성을 좀 더 쉽게 찾아낼 수 있죠.” 지문 감식만 24년을 해온 베테랑 김희숙(45·현장 2팀)경사도 지문 자동검색시스템의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김 경사는 “용의자로 추정되는 지문에 대한 상세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한 뒤 경찰청에 지문조회를 의뢰하면 전국민의 지문과 대조해 빠르면 10여분만에 용의자의 신원이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지문이 없는 경우는 DNA 정보를 찾는다. 지난해 10월 서울 상계동에서 발생한 술집 여주인 살인 사건에서는 범행 현장에 아무런 증거가 없어 현장 감식에 애를 먹었다. 다행히 범인이 먹고 버린 포도 껍질과 신발 자국을 찾아냈다. 포도 껍질은 증거물 건조기로 말려 DNA가 손상되지 않게 처리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하고, 발자국은 족윤적시스템으로 운동화를 확인해 범인을 찾아내는 데 단단히 한 몫을 했다. 김 경사는 “전에는 현장에서 혈액인지 페인트인지 여부를 알지 못했고,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했는지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없어 애를 먹었지만 이제는 현장키트를 통해 이를 즉시 확인한 뒤 국과수에 DNA분석 의뢰를 하게 됐다.”며 자랑했다. 폐쇄회로 TV(CCTV) 분석을 맡고 있는 김진수(37·현장 3팀)경사는 최근 강남지역에서 일어난 절도사건 용의자가 담긴 화면을 반복해서 돌려보고 있었다. 용의자가 승용차를 타고 범행지역을 빠져나가는 장면이 불법주차 단속 CCTV에 담겨 이를 토대로 차량번호를 확인하고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확보하려던 것. 하지만 CCTV와 차량의 거리가 멀어 차량 번호 파악이 쉽지는 않은 듯 그래픽 작업을 통해 번호를 복원해내려 애썼다. ●분석실의 자랑 ‘브레인스토밍’ 분석실을 열면서 과학수사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 첨단 혈액측정도구로 현장에서 혈흔을 채취한 뒤 30초면 ABO식 혈액형을 감식할 수 있다. 범죄수사 드라마에서나 보았던 자외선단파장 카메라로 어두운 곳의 지문과 발자국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증거물 건조기는 DNA 손상을 막아 범죄 은닉을 막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분석실의 또 다른 자랑은 ‘브레인스토밍’으로 불리는 수사통합자료시스템. 1964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수사기록 정보를 검색할 수 있어 발생 일시와 장소, 범죄유형, 수사결과 등 다양한 DB를 활용할 수 있다. 그동안 수십년 경력의 베테랑 형사들의 ‘감(感)’에만 의존해야 했던 갖가지 범행 패턴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 여러 관할에 걸친 사건들을 온라인을 통해 서울 전 형사들이 함께 자료를 공유하고 ‘댓글’로 의견을 주고받아 수사방향 설정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분석실 한 쪽에서 꼼꼼하게 수사기록 DB를 작성하고 있던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가)’ 김윤희(30)경장은 범죄심리학 전공자로 지난해 과학수사대에 특채됐다. 김 경장은 “미제사건의 DB를 철저하게 분석해 데이터를 축적하다보면 나중에라도 유사 사건이 발생할 경우 동일범 소행 여부 등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죠. 이런 식으로 프로파일링 작업이 이어지면 수사가 미궁에 빠지는 일이 크게 줄어들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과학수사실장인 박동주(40)경감은 “모든 범죄는 반드시 흔적을 남기게 돼 있다.”면서 “과학수사를 통해 검거율 100%에 도전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교래(30)현장1팀장은 “과학수사 인력의 전문화를 위해 이공계 전공자에 대한 특채도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까지 미개척 분야인 만큼 도전 정신을 가진 젊은이들의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경찰이 본 미국 드라마 CSI 미국의 범죄수사 드라마 ‘CSI:과학수사대’ 시리즈는 전세계 과학수사대원들을 스타로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과학수사대원이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2위를 다투고 있고, 대원들이 ‘CSI’ 로고가 새겨진 작업복을 입고 현장에 나타나면 여학생들의 환호성이 이어진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원들은 자신들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미드’(미국드라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답변은 예상과 달리 부정적이었다. 지나치게 과장한 것도 문제지만 증거감식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해 범죄은닉 요령까지 일러주는 역효과를 내기 때문이란다. ●CSI는 만병통치약? 이 드라마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대중에게 ‘어떤 미제사건도 CSI의 손만 거치면 한 권의 완벽한 범죄시나리오로 재구성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 주었다는 것. 정교래 경위는 “실제로 미국에서는 배심원들이 ‘드라마에서 머리카락 하나만 있어도 범인을 찾던데 너희는 이렇게 단서가 많은데도 왜 범인을 못 잡느냐.’며 법정에서 과학수사대원에게 호통치는 경우가 다반사”라면서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인데 과학수사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커져버렸다.”고 꼬집었다.CCTV 분석을 담당하는 김진수 경사도 “각 경찰서에서 CCTV 차량 분석을 의뢰하면서 ‘드라마에서처럼 화면상의 극히 작은 일부분을 무한히 확대해 달라.’는 어이없는(?) 요구를 한다.”면서 “현재의 기술로는 CCTV에서 불과 10여m만 떨어져도 번호판 식별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범죄지능화에도 한 몫? 각종 현장증거 분석방법들을 상세히 설명해 일반인이 몰라도 되는 증거은닉 분야도 자연히 알게 된다는 점 또한 안타까워했다. 지문감식을 담당하는 김희숙 경사는 “계획적인 범죄의 경우 예전에는 지문만 지우고 달아났지만 최근에는 드라마 탓인지 현장에 조금이라도 단서가 될 만한 증거들은 모두 치우고 떠나는 예도 많다.”고 설명했다. 발자국 감식을 담당하는 박성우 경장도 “과학수사 요령 등을 설명하면 되레 이를 역이용해 수사를 방해하려는 이들이 생겨날까봐 걱정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과학수사의 중요성 알린 점은 인정 그렇지만 대중에게 현장 보존과 과학수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 정 경위는 “드라마 덕분에 ‘현장의 먼지 하나, 흔적 하나도 범인을 잡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는 만큼 현장에 손대선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범행 현장 주변 사람들이 ‘재수없다.’며 경찰이 오기 전 현장을 청소하는 일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주민들에 의한 현장 훼손도 줄었다는 것이 정 경위의 설명이다. 글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원고외 흡연피해, 담배회사 책임없다”

    흡연 피해자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거액의 ‘징벌적 배상’ 요구에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이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 당사자 이외의 일반 흡연자들의 피해에 대해서까지 담배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은 향후 제약회사나 자동차회사 등 다른 제조사의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USA가 흡연으로 숨진 사망자의 미망인에게 손해배상금 이외에 징벌적 배상금으로 7950만달러(약 746억원)를 지급하라는 오리건주 대법원의 판결을 5대4로 파기, 환송했다. 징벌적 배상금(punitive damages)은 제조사가 고의적으로 위법 행위를 했을 때 일반 손해배상금 외의 추가 배상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토록 하는 제도다. 다수의견을 낸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은 이날 판결문에서 “소송 당사자가 아닌 일반 흡연자의 피해에 대해서까지 처벌하는 것은 징벌적 배상에 대한 기준을 더욱 모호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오리건주 주민 마욜라 윌리엄스는 45년간 하루 두갑씩 말보로 담배를 피운 남편이 지난 97년 사망하자 필립모리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80만달러의 배상판결을 받았다. 오리건주의 법 제한에 따라 52만달러를 지급받은 원고는 이어 99년 징벌적 배상금으로 흡연피해 소송 사상 최대 액수인 1억 3000만달러를 청구했고, 이에 대해 오리건주 대법원은 지난해 6월 795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필립모리스측은 이번 결정이 배심원들에게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소송을 제기한 원고에게 발생한 피해만 처벌토록 해야 한다는 것을 보증한 것이라며,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정하게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방대법원은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필립모리스가 제기한 징벌적 배상금의 과다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필립모리스는 징벌적 배상금이 일반 보상금의 4배를 초과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마욜라 윌리엄스가 제기한 징벌적 배상금은 일반 보상금의 97배에 달한다. 한편 연방대법원은 이날 미네소타주 정부가 담배 1갑당 75센트의 건강기금을 부과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연방대법원은 필립모리스와 RJ레이놀즈 등 담배업계가 2005년 담뱃값 건강기금을 부과한 미네소타주 정부를 상대로 낸 위헌 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그女子를 섹스에 미치게한 교통사고

    그女子를 섹스에 미치게한 교통사고

    교통사고 때문에 나는 성욕이 이상하게 높아졌어요- 하고 젊은 여성이 호소하는 이상한 사건. 세계에서도 예가 없는 이 사건은 미국「샌프런시스코」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 케이블·카에서 부상 한뒤 1백여 남자와 관계가져 「샌프런시스코」법정에서는 원고 대신 변호사「마빈·루이스」씨가 「샌프런시스코」시 교통국을 상대로 낸 50만「달러」의 손해배상사건의 제소이유(提訴理由)를 읽어내렸다. 『29세의 「그로리아·사이크스」양은 6년전「하이드」거리에서 일어난 시영 「케이블·카」의 폭주사고로 부상을 입은뒤 1백명의 남자와 관계를 가져야만 했읍니다.「케이블·카」에서 내던져져 전주(電柱)에 부딪쳤을 때 신경계통에 받은 충격이 그녀에게 쉴새 없는 성욕을 갖게하는 원인이 된 것입니다』 물론 「샌프런시스코」시 당국은 반론했다. 무려 33명의 증인이 증언대에 섰다. 배심원들은 신중히 생각한 끝에『「샌프런시스코」시는 원고에게 5만「달러」를 지급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판결을 9대3으로 내렸다. 『이겼어? 확실히 소송에도 이겼다고 할수있읍니다. 그렇지만 불쌍한「그로리아」는… 신경과의 치료비만도 1년에 30만「달러」가 듭니다』라고「루이스」변호사는 기자단에게 말했다. 금액에는 불만이었지만「그로리아」는 항소하지 않았다. 또 한번 재판을 해서「샌프런시스코」의 웃음거리가 된다는것에 더이상 참을수없었다. 『남자 1백명은 어머니의 대용품이었읍니다』 약간 뚱뚱하다는 것 외에는 매력적인「그로리아」의 증언은 이틀반이나 계속되었다. 『판사님 도대체 나에게 무엇이 일어났는지 솔직이 말해서 나 자신도 모릅니다. 의사들은 정신신체적결함(精神身體的缺陷)이라고 합니다.「케이블·카」사고만이 결함의 원인이 되는지 여부는 나는 모릅니다.다만 그후에 일어난 여러가지 일들에는 확실히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판은 처음에는 몇사람의 심리학자들의 증언으로 시작되었다. 정신분석학의「A·와트슨」(미시건대학)교수는, 『그녀는 비참한 가정환경속에서 자랐읍니다. 부모의 사랑을 경험못한「그로리아」는 「무엇이든 기술을 배워 돈을 번다면 일생동안 아무도 의지하지 않고 살 수 있다」라고 자신에게 말하고 있읍니다. 돌연한 교통사고는 이 마음의 유지를 갑자기 없애버렸읍니다. 죽음의 공포에 직면하여 지금까지 의식밑에 있던 안식(安息)을 찾는 충동 즉「의존에의 원망(願望)」이 갑자기 표면에 나온 것입니다. 성욕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뿐 아니라「그로리아」는 등의 아픔을 호소하고 신장장애를 공상하기도 했는데 모두 교통사고로 일어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읍니다』라고 말했다. 욕망이 아닌 불안 때문에 심할땐 닷새에 50명 상대 정신병의사인「M·제릭」박사도 사고원인설(事故原因設)을 지지했다. 『「케이블·카」는「그로리아」에 있어「아버지」의「이미지」를, 또 사고후에는 그녀가 관계한 약 1백명의 남자들은「어머니」의 「이미지」의 대용(代用)이었읍니다.「그로리아」의 아버지는 자동차 직공이었는데 술을 마시고는 곧 잘 그녀를 때렸읍니다.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그로리아」는 사고의 순간까지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고 사고로 이것이 폭발했읍니다. 어렸을때 아버지에게 내던져져 벽에 부딪쳤던 기억이 되살아난 것입니다. 울면서 어머니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대신 1백명의 남자를 안았던 것입니다. 그것은 성적인 욕망이 아니고「그로리아」는 단지 품에 안기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그로리아」는 작년 가을에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는데『수술실을 나온 순간 나는 누구든지 처음에 만난 남자에게 안기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읍니다』라고 「제리크」박사에게 고백했다고 한다. 과거 6년동안에 가장 심했던 때는「그로리아」는 5일동안 50명의 남자와 관계를 가져야만했다. 참고자료로 제출된「그로리아」의 일기(1백49페이지)에는 그녀가 경험한 약 1백명의 남자들과 의 정사가 자세히 쓰여져있다. 「캘리포니아」의「A·E·베네트」박사도『사고후 그녀는 자신의 불안을 조절할 수 없게 되었다. 많은 남자와 관계하는 죄의식이 정신장애(精神障碍)를 더욱 심각히 했다』고 말했다. 남자없인 못살지만 사랑 느껴본일 없어 남자 친구들중 6명이 증언대에 섰다. 「에렉트로릭스」기사를 포함한 3명이「그로리아」가 첫번의「데이트」에서「허락했다」고 증언했다. 「루이스」변호사가 소환한 마지막 증인은 원고인「그로리아·사이크스」자신이었다. 『「미시건」대학의 학생일 때 처음으로 남자를 안 것은 22세. 상대는 의학부의 교수였읍니다.「샴페인」의 힘을 빌어…나도 굳이 거절하지 않았읍니다. 또 한사람 외국인의 의과학생과 10회정도 교섭을 가졌읍니다. 그러나 그가 나를「자기것으로 했다」는 것을 교내에 퍼뜨려 싫어졌읍니다』 이틀째의「그로리아」의 증언은 그녀의 일기에 대해 이루어졌다. 『아무리 해도 남자가 필요했었읍니다. 나 자신도 이상하지만 남자 없이는 있을 수 없었읍니다. 다만 한가지 규칙은 지킨 것으로 압니다. 돈때문에 남자와 교섭을 안가진다. 결혼한 사람은 안된다는 두개 사실만은-』 『2년전의 3월의 일기에는 당신은「나는 섹스 광」이라고 쓰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루이스」변호사가 묻자,「그로리아」는 수긍했다. 『그렇습니다「나는 사랑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면 남자는 모두 코웃음치고 상대해 주지 않습니다.「섹스」광이라고 하면 처음으로 흥미를 보입니다. 남자들은 정사만 끝나면 나를 내려다보며 코웃음 치고는 가버립니다. 관계한 남자중 99%를 나는 조금도 사랑을 느끼지 않았읍니다』 변호사가 임신중절하는 날의 일기를 읽자, 그녀는 울면서 주저앉아버렸다. 『원고는 별실에 가도 좋다』라는 재판장의 말로 그녀는 법정에서 나왔다. 15분후 그녀는 증언대에 돌아왔다. 『당신은 살겠다는 의욕이 있읍니까?』 『전연 없읍니다』 『죽고 싶습니까?』 『얘스, 자살을 해서 성공할 자신이 있읍니다』라고 답변. 피고측의 증인은 한명뿐이었다. 정신분석의사 「K·휜레」박사가 2개월전에 그녀를 진단한 결과를 기초로 증언했다. 5만弗 보상판결 받은후 어디로 갔는지 자취감춰 『사고로 인해 어느 정도「밸런스」를 잃었겠지만 심리학적으로 볼 때 특별히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사고로 인해 생긴 것은 성욕이 높아졌다기보다는 불감증인 것 같습니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그녀는 똑같은 성적인 문제를 안고 있지 않았을까. 사고가 성욕의 자극제로 되었다는 것은 내가 취급한 증상에서 예가 없읍니다』 마지막 변론이 시작되었다. 우선 「루이스」변호사는『「그로리아」는「땅에 떨어진 참새」입니다. 그녀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도「사나트륨」에 들어갈 충분한 보상을 해주었으면 좋겠읍니다. 그녀의 이상욕망의 대상이 된 남자들은 모두 그녀가 쾌락을 위해 그들을 찾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언하고 있읍니다』 피고측 변호사의 변론도 끝나자, 배심원들은 무려 8시간동안이나 협의를 한 결과 9대3으로 「5만달러의 보상」의 평결(評決)을 내렸다. 재판이 끝나고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른다.「루이스」변호사의 사무실에 전화로『항소는 하지 않겠다』라고 말한것 뿐 행방을 모른다. [선데이서울 70년 5월 24일호 제3권 21호 통권 제 86호]
  • [신나는 과학이야기] ‘나트륨 살인사건’과 CSI 과학수사대

    과학수사의 새로운 장을 열게 해준 미국 드라마 CSI과학수사대. 미국에서는 실제 재판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쳐 이제는 배심원들도 ‘객관적 증거’를 요구한다고 한다.‘증거가 범인을 말해준다.’는 증거 제일주의를 낳은 과학수사대지만 가끔은 증거가 불충분해서, 또는 증거에 의한 의혹 때문에 다 잡은 범인을 놓치기도 한다. 어느 날 한 고등학교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우등생이며 테니스 선수이고 학교의 여왕이었던 한 여학생이 밤늦게 테니스 연습을 마친 뒤 살해돼 운동장에 묻힌 것이다. 과학수사대는 말론이라는 남학생을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곧 그 남학생의 12살짜리 여동생이 범인임을 자백하면서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과학수사대는 12살짜리 영재소녀와 두뇌게임을 벌이면서 누가 진짜 범인인지 ‘합리적 의혹’만 불거지는 상황에 빠진다. 그런데 여기서 범인이 살인에 이용한 방법이 특이하다. 범인은 금속 나트륨을 실험실에서 훔쳐 샤워기의 노즐에 넣어두었다. 피해자가 샤워를 하려고 물을 튼 순간 나트륨이 물과 반응하면서 폭발이 일어나 금속 파편이 튀고 피해자는 상처를 입는다. 놀란 피해자는 샤워 커튼을 잡아채 몸을 가리고 뛰쳐나가다가 계단에서 굴러 사망한다. 장난처럼 시작한 복수가 살인으로 이어지는 이 사건은 고등학교 화학교과에 나오는 나트륨의 폭발실험을 이용한 것이다. ●알칼리 금속인 나트륨, 물과 폭발적으로 반응 나트륨은 주기율표에서 가장 왼쪽에 위치한 ‘1족 원소’이다. 대부분의 금속이 단단한 것과는 달리 1족에 속한 리튬, 나트륨, 칼륨 등은 칼로 자를 수 있을 만큼 무른 금속들이다. 알칼리 금속이라 한다. 다른 금속의 표면이 광택을 나타내는 것과는 달리 알칼리 금속의 표면은 산화돼 탁한 색을 나타낸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물과의 반응이다. 나트륨을 손톱 크기만큼 잘라 수조에 넣으면 나트륨이 물과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수소기체가 발생한다. 금속이지만 물보다 밀도가 작아 물 위에 뜬 채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반응을 하면서 금속의 모양이 공 모양을 이루는 것도 특이하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반응시키면 발생하는 열과 기체에 의해 커다란 소리를 내며 폭발하고 금속 파편이 노란색 불꽃을 내며 튄다. 폭발이 끝나고 남은 물은 수산화나트륨 수용액으로 변해 페놀프탈레인 용액을 붉게 변화시킨다. 드라마에서 과학수사대는 샤워기 아래 고인 물의 ph농도를 측정해 수산화나트륨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 나트륨에 의한 폭발이 일어났음을 알아낸다. 나트륨은 이처럼 공기와도 쉽게 반응하고 물과는 폭발적으로 반응하므로 보관하는 데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공기나 물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석유나 등유 속에 넣어 보관하며 아이들이 장난을 위해 빼돌리지 못하도록 신경 써야 한다. ●위험한 것이 매력 있다? 나트륨의 폭발 실험은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실험이다. 그래서 오늘도 화학교사들은 다루기 힘든 나트륨을 가지고 씨름을 하며 아이들과 실험을 한다. 교사로서는 안전사고의 위험 때문에 가슴을 졸여야 하지만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하고 실험을 한다면, 아이들에게 평생 남을 학창시절 화학시간의 추억을 선사할 수 있다. 우주의 만물을 이루고 있는 원소들의 오묘한 성질을 알아보는 데 실험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뭐가 있겠는가. 중국 격언에 ‘들은 것은 잊어버리고, 본 것은 기억하고, 직접 한 것은 이해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한문정 숙명여고 교사
  • [이 한권의 책] 세상을 바꾼 법정/마이클 리프·미첼 콜드웰 지음

    1955년 미국에서 매카시 광풍이 몰아치던 시기 존 헨리 폴크는 라디오 DJ로서 공산주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하지만 방송연예계에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블랙리스트’의 존재에 격분했고, 이에 대항하다가 그 자신도 모든 것을 잃게 된다. 폴크는 변호사를 구해 소송에 나섰고,6년간의 재판 끝에 결국 승소를 이끌어냈다. 재판은 공판중심주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최종 판결은 배심원이 내렸다. 당시 이성이 마비된 사회분위기 속에서 이같은 판결이 내려질 수 있었던 것은 공판중심주의란 틀에서 변호인이 엄청난 세력을 등에 업은 원고측과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논쟁을 벌일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배심원들이 양심과 상식에 의거, 판결을 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꾼 법정’(마이클 리프·미첼 콜드웰 지음, 금태섭 옮김, 궁리 펴냄)은 미국사회에서 공판 중심주의와 배심제 하에서 이루어진 판결이 어떻게 세상을 바꿨는지 잘 보여주는 책이다.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둘러싼 안락사 논쟁, 매카시 광풍속의 언론자유 투쟁, 여성의 투표권 행사를 가져온 사건 등 세상에 변화를 가져온 8가지 판결들을 선별해서 그 최종 변론을 모아놓았다. 역사적 변화를 가져왔지만, 그 시초는 대부분 작고 일상적 사건이었다.1872년 여성운동가 수전 B 앤서니는 선거에서 투표했다는 죄로 경찰에 체포됐다. 여성 참정권이 인정되지 않던 당시, 수전은 여성 참정권을 부여하는 헌법개정안을 위해 싸웠고, 이는 재판으로 이어졌다. 앤서니 변호인은 법정에서 ‘피고인의 투표행위가 위법하다는 유일한 이유는 여성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참정권을 빼앗긴 사람은 노예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며 원고측과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수전은 결국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미국사회에서 여성의 권리와 지위를 완전히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재판 50년 뒤 비로소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졌다. 1975년 벌어진 카렌 앤 퀸란의 안락사 논쟁은 지금도 유사한 상황에서 길잡이로 작용하는 사건이다. 친구 생일파티에 갔다가 쓰러져 식물인간이 된 카렌에 대해 가족은 ‘치료법을 주지 못하고 깨어날 가망성이 없는 사람의 생명을 억지로 연장시키는 것이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산소호흡기 떼기를 거부하는 주치의측과 법정 공방을 벌여 승소했다. 이 판결 이후 안락사를 희망하는 생전 유언과 생명유지장치를 거부하는 사전 지시가 가능해졌으며, 병원과 의료시설에 윤리위원회가 설치됐다. 책은 이밖에도 19세기 스페인 선박에서 선상반란을 일으킨 뒤 미국땅을 밟은 노예들을 둘러싼 재판에서 이들을 위한 변호인으로 나선 존 퀸시 애덤스 전 대통령이 탁월한 변론으로 승소를 이끌어내는 이야기,18세기 초 영국 식민지 시절 뉴욕에서 잡지를 발간해 무능력한 총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선 사람의 변호인으로 나서 무죄판결을 받아낸 해밀턴의 빼어난 변론 등이 소개된다. 현재 우리 법조계도 공판중심주의와 배심제가 화두다. 사법의 민주화로 일컬어지는 이러한 공개된 법정 중심의 재판이 이룩되면 전관예우, 유전무죄·무전유죄 같은 논란도 많이 줄어들지 모른다. 이 책이 보여주는 배심제에서 이루어진 판결과 변론 중심의 생생한 재판과정이 혁신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우리 사법체계에도 중요한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2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집단민원 시민들이 직접 평결

    집단민원 시민들이 직접 평결

    ‘한번에, 보다 빠르고, 공정하게’ 서울시가 20일 집단민원 배심원제 도입과 민원서류 발급기간 단축, 민원창구 단일화 등을 담은 ‘행정서비스 개선안’을 발표했다. ●시민의 입장에서 공정하게 개선안에 따르면 우선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집단 민원을 시민의 입장에서 공정하게 해결하는 ‘집단민원 배심원제도’를 11월부터 도입한다. 집단 민원이 제기되면 민간변호사를 재판관으로 하는 시민행정법정이 구성되고, 여기에 참여하는 시민 배심원들이 민원인과 관련 부서 공무원들의 입장을 청취한 뒤 직접 평결, 처리하는 제도다. 배심원은 법조인,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추천한 사람들로 구성되며, 평결 내용은 관련 부서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따르도록 했다. 또 ‘민원 패트롤’이라는 현장기동반을 만들어 민원 내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 적정한 해결책을 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제기된 고충민원 3300여건 중 116건이 6회 이상 반복된 중복민원이며,100인 이상 관련 민원도 346건이나 제기됐다. ●민원해결은 보다 빠르게 민원처리도 빨라진다. 다음달부터 262종의 민원 처리기간을 5·10·20·30일 미만에서 3·7·14·20일 미만으로 각각 30% 단축한다. 복합민원도 처리단계를 대폭 축소해 건축허가의 경우 5일 이내 건축복합민원 일괄협의체를 개최해 일괄 처리한다. 재개발·재건축 구역지정도 현재 30개 부서 협의에서 필수 부서 협의로 한정하고, 주민공람과 동시에 협의를 병행한다. 이밖에 내년 1월 시청사 서소문별관 1동 1층에 ‘민원플라자’가 설치되며, 민원예약시스템을 도입해 민원인들이 대기하거나 재방문하는 일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휴대전화로 민원접수를 받고 처리하는 ‘모피드 시스템’을 통해 입찰·채용정보, 문화행사 등 각종 시정정보를 시민들에게 보다 빨리 전해준다. ●대표전화 120번으로 통합 운영 23개 기관별로 복잡하게 운영되는 자동응답(ARS)전화, 대표전화, 신문고 전화 등 25개 전화번호가 올해 말까지 국번없이 ‘120번’으로 통합된다. 전화 민원은 하루 4327건으로 전체 민원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장애인과 노인 등에 대한 서비스도 개선된다. 각각 작성했던 장애인등록신청서와 고속도로할인카드, 장애인 자동차표지 발급신청서 등 3개 민원서식을 1개로 통합한다. 발급기간도 30∼40일에서 15일 안팎으로 줄어든다. 서울시내 3개 권역별로 이뤄지던 영구임대주택 배정은 입주민의 희망이 잘 반영되도록 33개 단지별로 세분화한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가슴 속 그림 한 폭] 장 레옹 제롬의 ‘배심원 앞의 프리네’/법의학자 문국진씨

    [가슴 속 그림 한 폭] 장 레옹 제롬의 ‘배심원 앞의 프리네’/법의학자 문국진씨

    “잘 보세요. 누드의 눈부신 아름다움과 천을 벗겨내는 변호인의 결연한 동작, 경악을 금치 못하는 배심원들의 표정…. 인체의 아름다움을 이처럼 극적으로 표현한 작가가 또 있을까요?” 법의학자 문국진(81) 고대 명예교수는 프랑스 화가 장 레옹 제롬(1824∼1904)의 작품인 ‘배심원 앞의 프리네’를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국내에 법의학의 씨를 뿌리고 수많은 재판에 참여했던 그로선 고대 그리스의 한 법정 풍경이 담긴 이 그림이 남다르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그림의 배경은 기원전 4세기 아테네의 한 법정. 아프로디테 신상(神像)의 제작 모델로 설 만큼 아름다웠던 프리네란 여인이 한 권세가의 모함에 의해 신성모독죄로 법정에 선다. 사형선고를 받을 위기의 순간, 그녀의 애인이었던 변호인은 프리네를 알몸인 채 천만 씌워 들어오게 한다. 그리고 마치 동상의 제막식을 하듯, 알몸을 덮고 있던 천을 벗겨버린다. 경악과 감탄의 탄성을 토해내는 배심원들. 변호인은 ‘자 신상에 자신의 형상을 빌려줄 만큼 아름다운 여인을 꼭 죽여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결국 배심원들은 ‘사람이 만들어낸 법은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란 결론을 내리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한다. “수십명에 달하는 인물 각각의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 있어요. 집단초상화 중 최고 작품으로 꼽히는 렘브란트의 ‘야경’보다도 그 가치를 더 높이 사고 싶습니다.” 문 박사는 예술이 자신에게 ‘인생 2모작’이라고 표현한다. 법의학자로서 최선을 다해 일군 삶이 1모작이었다면, 현재는 예술에 푹 빠져 2모작 삶을 살고 있다는 뜻. 그리고 후학들에게 늘 강조한다.‘과학은 보다 인간적이어야하고, 예술은 과학적이어야 한다.’고 . 아픔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과학, 의학이 진정 중요한데, 여기에 바로 예술의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법의학자적 의식 때문인지 문 박사는 죽음과 관련된 예술, 예술가들에 관심이 많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흐의 흔적을 좇아다니며 그의 죽음을 분석한 책 ‘반 고흐, 죽음의 비밀’을 내기도 했다.‘바흐의 두개골을 열다’‘모차르트의 귀’, 명화와 의학의 만남’‘법의학자의 눈으로 본 그림속 나체’‘명화로 보는 사건’ 등 10여권의 예술 관련 책을 냈다. 다음 달에도 ‘미술과 범죄’란 책을 낼 예정. 예술에 눈 돌린 뒤 매일매일 새 삶을 사는 듯한 희열을 느낀다는 문 박사. 과학도는 새로운 사실을 인준받기 위해 몇달, 몇년 동안 고달픈 씨름을 벌여야 하는 반면, 순간적 발상에 의한 예술작품이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단다. 여든을 넘긴 노학자가 탄탄한 새 삶을 일구어가는 모습이 제롬의 작품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여의도 문 박사 자택을 나선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폭력남편 살해사건 당신의 선택은?

    술에 취해 자신을 때린 남편을 목졸라 숨지게 한 부인은 용서받을 수 있을까. 검사는 아내가 남편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또 그런 의도를 갖고 남편 목을 졸랐다고 주장한다. 변호인은 견딜 수 없는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던 중 무심코 일어난 행위라고 맞선다. 과연 당신의 선택은? 12일 서울중앙지법 466호 대법정에서 ‘국민의 형사재판참여법’에 따라 국민이 배심원단으로 참여하는 형사모의재판이 열렸다. 법정을 가득 메운 방청객 300여명과 배심원들의 눈과 귀는 유무죄를 다투는 검사와 변호사의 일거수 일투족에 쏠렸다. 배심원석에는 이날 별도로 구성된 영화감독 임권택씨, 시인 김용택씨, 영화배우 장미희씨 등 문화·예술인 9명이 관할 지역내에서 무작위로 뽑힌 일반인 9명과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사건의 관건은 아내의 살해의도를 판단하는 것.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에 법정에서 제시된 증거자료와 피고를 직접 수사한 경찰관, 아들, 이웃주민 등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배심원들은 검사와 변호인이 제출한 증거를 유심히 살펴 보고 증인들의 진술을 받아적으면서 꼼꼼히 살폈다. 재판부와 검사, 변호사는 재판 진행 중 틈틈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때’‘정당방위’의 개념 등을 설명하며 배심원들의 이해를 도왔다. 하지만 ‘주위적·예비적 공소사실’,“목이 졸려 사망하면 입안과 눈동자 등에 핏자국이 생긴다.”는 생리학적 지식 등을 접한 배심원들 중 일부는 용어가 생소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사와 변호인의 신문과 증거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배심원들은 평의에 들어가 다수결 원칙을 따라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는 문화·예술인들과 일반 배심원단 모두 피고가 처음부터 남편을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 폭행치사죄만 인정해 의견이 일치했다. 재판을 지켜본 강모(20·여)씨는 “법대생이라 용어가 낯설지 않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참여재판은 내년부터 5년 간 배심ㆍ참심 혼합형 국민참여 재판제도를 시행한 뒤 미비점을 보완해 2012년부터 완성된 형태의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초조한 백악관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비밀 요원 발레리 플레임의 신분을 언론에 유출한 이른바 ‘리크게이트’ 사건의 수사 결과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백악관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딕 체니 부통령의 측근인 루이스 리비 비서실장의 기소가 유력하며, 조지 부시 대통령의 최측근인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도 기소될 수 있다고 미 언론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검사는 26일(현지시간) 이 사건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짓고 배심원 및 판사와 만났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중요한 형사사건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검사가 아니라 민간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결정한다. 또 검사가 판사를 만나는 경우는 배심원의 활동 기간을 연장하거나, 배심원 교체, 기소 준비, 또는 사건을 종결하기 위한 것이다. 수사팀은 최근들어 워싱턴에 거주하는 플레임의 이웃들을 상대로 그의 신분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도 집중 조사했다. 만일 이웃들이 지난 2003년 6월 보수적인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이 칼럼을 통해 폭로하기 이전에 플레임의 신분을 알았다면 그녀에 대한 비밀을 지켜주는 것이 객관적으로 중요한 공직자의 책무에 속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웃들은 리크게이트가 터지기 전까지는 플레임의 신분을 “전혀 몰랐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제기됐던 체니 부통령의 연루설은 수그러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부시 대통령이 리크게이트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밝혀내는 데 초점을 모아야 한다면서 정치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진보 센터’는 지지자들과 언론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체니 부통령이 플레임의 신분 폭로 이전에 부시 대통령과 플레임에 대해 어떠한 논의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마땅히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최소한 1명이 기소되는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백악관은 리비 실장이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며, 로브 부실장에 대해서는 특별 법률팀을 구성해 법적 재판은 물론 ‘여론 재판’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도 준비 중이라고 AP는 전했다.dawn@seoul.co.kr
  • [씨줄날줄] 사복재판/박홍기 논설위원

    구속되면 구치소로 간다. 그리고 수의(囚衣), 죄수복을 입는다. 재판에 나오는 피고인은 죄가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의 신분이다. 죄를 지은 것으로 의심을 받는 사람이다.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아래 미결수의 죄수복 착용은 적절치 않다. 일제강점시대의 잔재이기도 하다. 현재 미결수들은 재판이나 검사조사 때문에 교정시설 밖으로 나갈 경우, 사복을 입을 수 있다.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다. 미결수의 사복 착용은 지난 1999년 7월 3개월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전국적으로 확대돼 지금에 이르렀다. 벌써 만 7년이 넘었다. 헌법재판소도 1999년 5월27일 미결수에게 죄수복을 강제로 입히는 조치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모욕감·수치심 등 심리적 위축으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우려가 큰 데다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는 게 결정 이유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남은 당연하다. 제도의 시행 초기 누런 수의를 벗고 말쑥한 사복차림으로 재판을 받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더 사라지고 있다. 미결수들은 재판에 나올 때 사복 차림을 아예 꺼린단다. 미결수의 사복 착용률은 시행 이래 10%대에 머문다. 이유인즉 미결수들의 ‘부적’같은 믿음 때문이다. 사복으로 법정에 섰다가 자칫 개전의 정이 없는 것으로 비쳐 형량에 불리하게 작용할까 우려해서란다. 재판관에게 불쌍하게 보여 동정심을 유발해야 하는데 말이다. 잡범뿐 아니라 ‘범털’들도 마찬가지다. 재판날에는 세수도 않은 채 법정에 나서는 미결수도 있을 정도다. 판사나 검사들은 “매일 보다시피 하는 미결수들의 복장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사복 차림의 피고인이 유무죄를 다투는 미국의 법정 광경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여긴다. 분명 피고인은 검찰과 대등한 소송 당사자로 법정에 선다. 그러나 미결수의 죄수복은 죄의 인정으로 비쳐진다. 따라서 사복 착용은 선택의 문제이지만 형사재판에서 지켜져야 할 기본적인 사안임에는 틀림없다. 오는 2007년 배심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미국처럼 배심원들이 피고인의 유무죄를 따진다. 그때에도 죄수복을 입고 법정에 설 피고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자못 궁금해진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유무죄?… 법정공방 7시간 배심원 평결, 재판부 뒤집어

    유무죄?… 법정공방 7시간 배심원 평결, 재판부 뒤집어

    2007년 ‘국민 사법참여재판’ 도입을 앞두고 실제 일어났던 살인사건을 기초로 한 모의재판이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이번 재판에는 일반 시민들이 배심원으로 참여,7시간 동안 검사와 변호사의 법정공방을 진지하게 지켜본 뒤 피고인들의 유·무죄를 판정했다. 이날 이용훈 대법원장 지명자와 한승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장이 방청석에 앉아 20여분간 재판 과정을 살피기도 했다. ●치열한 공방에 배심원들 고심 사건은 여비서와 불륜관계였던 피고인 박정훈(가명)씨가 운전기사이자 5촌 조카인 박근배(가명)씨를 시켜 골프연습장 강사와 맞바람을 피우던 부인 고경숙(가명)씨를 살해했다는 내용이었다. 박근배씨는 박정훈씨로부터 살해 청탁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살인을 사주받았다면 박근배씨의 죄는 경감된다. 검찰은 박정훈씨가 살해를 교사하고 해외출장을 가서도 독려하는 전화를 했다며 통화내역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또 박근배씨로부터 “사장님이 1000만원을 주며 잘 처리해 주면 평생 잘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는 증언을 받아냈다. 고경숙씨의 여동생은 “형부가 운영하는 회사의 지분 60%가 언니 소유이고 언니가 사망하면 소유권을 형부가 갖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측은 박정훈씨가 박근배씨에게 준 1000만원은 고씨의 내연남인 이성택(가명)씨에게 관계 정리 대가로 전달하라고 준 돈이었고 해외에서 전화를 건 이유는 이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고경숙씨와 내연관계였던 박근배씨가 또 다른 내연남에게 질투를 느껴 고씨를 살해한 치정에 의한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엄마도 없는데 아빠까지 없으면 살 수 없어요.”라는 박정훈씨 아들의 탄원서까지 제시하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배심원단 “유죄” 재판부는 “무죄” 배심원 9명은 2시간 가까이 토론한 끝에 8대 1로 박정훈씨의 살해 교사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무죄를 주장한 배심원 1명은 “돈이 많은 사람도 명품을 선물하는 건 크게 마음먹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라는 이유를 든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고씨가 운전기사에게 명품을 선물했다면 내연관계임이 분명하며 치정에 의한 단독범행이라는 나름대로의 논리였다. 개인적인 경험과 상식이 평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드러났지만, 휴정 시간에 상영된 ‘미국의 배심제도’ 비디오에서도 “배심원에게 요구하는 것은 바로 상식”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의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박씨와 고씨가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었고, 박근배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재산관계와 관련해서도 피해자가 회사에 관심이 없었고, 이혼 때 재산분할 청구를 하면 박정훈씨가 회사를 완전히 빼앗길 우려는 거의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실제 판·검·변호사·배심원 참여 실제 사건 내용의 몇 가지 사항을 변경, 재판이 진행됐지만 재판장과 검사·변호사는 실제 인물이었다. 이혜광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홍동기·김경란 판사, 대검연구관인 이완규 검사, 이종오·진간재·최수령 변호사가 나섰다. 배심원들은 서울 서초구 주민들로 무작위로 뽑혔다. 재판 전날 재판부와 검사·변호사 앞에서 면접을 봤다. 배심원으로 참가한 50대 여성은 “처음 법원에서 출석 희망 여부를 물었을 때 쑥스러워 안하려 했었다.”면서 “해외에서도 시행되는 이 제도가 빨리 들어왔으면 좋겠고, 개인적으로 자부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열린세상] 법조계 우먼파워/김화진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

    얼마 전 미국의 유명한 대학총장이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여성의 활동이 저조한 이유는 성별에 따른 역할을 강제하는 사회화 과정 때문이 아니라 유전적인 차이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잘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곤욕을 치렀다. 우연찮게 이 대학은 여성들의 힘든 역정을 보여주는 역사를 가진 대학이다. 법대의 여성사를 보자. 1871년 당시 미국에는 여성 법률가가 세 사람이었다.1870년에 에이더 케플리는 노스웨스턴법대에 지원해서 입학허가를 받았고 미국에서 법대를 졸업한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1871년에는 헬렌 소여가 하버드법대(HLS)에 지원서를 제출했는데, 학교는 장시간의 논쟁 끝에 그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1872년에는 수전 앤서니가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배심원들은 물론 전원 남성이었다.1873∼4년에 연방대법원은 일리노이주에서 여성이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여성의 대법원 변호사 자격도 인정되지 않았다. 1878년에는 이름이 잊혀진 한 여성이 다시 HLS에 지원했다가 입학을 거부당했다.1880년 당시 미국의 여성 변호사 수는 75명이었다.1899년에는 프란세스 키가 HLS에 지원했다. 이번에는 교수진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대학은 이를 거절했다.1900년 현재 미국의 여성 변호사 수는 1010명이었다.1909년 이네즈 밀홀랜드가 HLS에 지원했다. 그녀는 장문의 편지를 교수진과 학교 앞으로 보내 입학의 타당성을 설득했다. 그러나 거절당했다. 1915년에는 15명의 여성이 ‘여성의 HLS 입학에 관한 탄원서’를 총장 앞으로 제출했다. 총장은 남녀공학이 학교에 ‘해로울’ 것이라는 이유로 그를 배척했다. 당시 15명의 탄원자들 중 한 사람이 HLS 교수의 딸이었는데, 이들은 케임브리지여자법대라는 학교를 설립해버렸다. 그러나 교실 두 개로 설립된 이 학교는 지원자가 별로 없어 설립멤버들이 졸업하자 바로 문을 닫았다. 1920년에는 연방헌법 수정 제19조가 제정되어 여성의 연방 차원 투표권이 인정되었다.1930년에는 하버드를 제외한 대다수의 법대가 여학생을 받아들였다. 당시 2203명의 여학생과 3385명의 여성 변호사가 있었다는 통계가 있다.2차 대전 무렵 미국 법대생의 25%가 여학생이었으나 HLS에서의 여학생 비율은 여전히 제로(0)였다. 그러다가 1950년, 마침내 14명의 여학생이 HLS에 입학했다. 학교에는 부랴부랴 여자 화장실이 설치되었다. 여학생의 학생식당 이용은 허락되었으나 1958년까지 기숙사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21세기 직전인 1999년 현재 HLS 신입생의 43%가 여학생이었으며, 두 사람의 연방대법관과 법무장관을 포함해 미국 법률가의 4분의1이 여성이다.1997년 최초로 여학생이 HLS를 수석졸업했고,2003년에 드디어 여학장이 탄생했다. 물론 이는 스탠퍼드에 비해서는 늦은 것이었다. 예일 법대는 여성 대통령을 배출할 것으로 기대되거나 아니면 벌써 배출했다는 조크도 있다. 의대도 사정은 비슷했다.1847년에 여성이 처음 입학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1945년에야 성사되었다. 경영대학원에도 1963년에 문호가 개방되었고, 하버드대학 여학생 수 제한이 철폐된 것이 1975년이다.1956년에 최초로 여성 정교수가 나왔는데 지금은 전체 교수진의 13% 정도가 여성이다. 긴스버그 대법관이 한 연설문을 보면 긴스버그 대법관이 법대를 졸업하고 뉴욕의 법률사무소에 취직하려고 했을 때 “유대인, 여성, 애기엄마”라는 세 가지 최악의 조건을 갖춘 죄로 실패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지금의 상황과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 대법관, 헌법재판관과 법무장관이 나왔는데 미국에서처럼 기나긴 투쟁의 역사는 없었지만 쉬운 역정은 아니었던 듯하다. 여성의 역할이 사회 각 분야에서 아직 크지 않은 것은 유전적 이유가 아니라 사회화 과정 때문이라는 것이 역사에서 쉽게 보인다. 김화진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
  • [토요영화]

    ●허리케인 카터(KBS2 밤 12시25분) 인종차별로 인해 20여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흑인 권투선수 루빈 카터의 실화를 영화로 옮겼다. 이 이야기는 인종차별 철폐와 인권투쟁의 모티프가 되어 1976년 미국의 음유시인 밥 딜런에 의해 8분이 넘는 노래로 불려지기도 했다. 덴젤 워싱턴은 미들급 권투선수와 죄수 역을 위해 1년 넘게 권투 훈련을 하고, 몸무게도 20㎏이나 줄이기도 했다.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과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을 받았다. 캐나다 출신의 거장 노먼 주이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의 작품은 45차례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고,12번 이 상을 수상했다. 주이슨 감독이 영화감독 데뷔 5년 만에 흑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시드니 포이티에가 열연한 ‘밤의 열기 속으로’(1967)를 통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허리케인’이라는 별명으로 이름을 날리던 복서 루빈 카터(덴젤 워싱턴)는 백인 3명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무죄를 주장하지만 전원 백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은 유죄를 선고한다. 그로부터 22년 뒤, 캐나다에서 환경운동을 하는 흑인 소년 레스라(비셸루스 레온 샤논)는 헌책방에서 카터의 자서전 ‘제16라운드’를 접하게 되고 종신형을 살고 있는 카터를 돕기로 결심하는데….1999년작.139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엘리자베스(EBS 오후 11시40분) 16세기 영국 절대왕정의 황금기를 열었던 엘리자베스 1세의 젊은 시절을 그렸다.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 출신의 세카르 카푸르 감독이 연출을 맡은 점이 이채롭다. 그는 앞서 ‘밴디트 퀸’(1994)으로 명성을 얻었다. 호주 출신 연기파 여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타이틀 롤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블란쳇은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배우다. 제프리 러시, 조셉 파인즈, 리차드 아텐보로, 캐시 버크, 뱅상 카셀 등 쟁쟁한 배우들도 나온다. 블란쳇은 역시 카푸르 감독이 연출하는 ‘골든 에이지’를 통해서 중장년 시절 엘리자베스 1세를 연기할 예정. 1554년 영국은 가톨릭 신봉자 메리 1세(캐시 버크)의 신교도 박해 때문에 시름에 빠져 있다. 메리 1세의 이복 여동생 엘리자베스 공주(케이트 블란쳇)도 신교도라는 이유로 모함에 빠져 사형 위기를 맞지만, 메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오히려 여왕 자리에 오른다. 정략결혼 요구에 시달리고, 전쟁과 암살 위협 속에서 엘리자베스 1세는 자신이 영국과 혼약을 맺은 ‘버진 퀸’임을 선포한다.1998년작.134분.
  • [세상에 이런일이]그 판사는 ‘안졸리나 졸리’냐?

    |오클랜드(뉴질랜드) 연합|걸핏하면 판사석에 앉아 졸던 호주의 한 판사가 해직될 위기에 처했다. 최근 호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판사들의 직무를 감독하고 이들에 대한 불만사건을 심의하는 사법위원회가 이언 도드 시드니 지방법원 판사와 관련해 접수된 일련의 불만 신고들을 품행소위원회에 회부했다. 이에 따라 3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품행소위원회가 청문회를 열어 불만신고에 이유가 있다고 판정, 의회에 해직 권고안을 내면 도드 판사는 뉴사우스웨일스주 의회에 자신이 해직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신임을 이끌어내야 한다. 호주에서 판사들에 대한 해직은 주 의회만이 재적의원 3분의2의 찬성으로 할 수 있다. 도드 판사는 지금까지 많은 재판 도중 판사석에 앉아 졸았으며 지난 2003년 11월 한 강간사건에 대한 재판에서는 졸다가 중대한 실수를 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재판에서 강간 피해자는 6살 때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증거를 제시했으나 용의자가 무죄를 선고받자 판사의 이런 재판 진행 태도가 배심원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며 정식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이 같은 불만신고에 대해 그의 상관인 지방법원장은 도드 판사가 수면곤란으로 고통을 받아왔으나 치료를 받아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일이 없다며 변호하고 있다.
  • [민선 지방자치 10년] ③ 성큼 다가온 지방행정

    [민선 지방자치 10년] ③ 성큼 다가온 지방행정

    민선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행정은 주민들 곁으로 성큼 다가섰다. 지난 10년간 일부 단체장들은 표를 의식해 전시행정과 선심행정, 제 사람 챙기기 등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으나 집무실 출입문이나 벽을 투명유리로 바꾸고, 권위를 벗어던진 채 생활행정·주민행정을 몸소 실천, 주민들의 칭송을 받는 단체장들도 적지 않다. ●시스템 바꿔 주민 속으로 종전에는 소관사항이 아니면 해당 부서로 이첩했으나 지금은 직접 해결점을 찾아 소관부서에 건의한다. 경남도의 경우 민원처리 결과를 회신할 때는 반드시 도지사 비서실을 거쳐야 한다. 처리과정의 적절성 여부를 도지사가 챙기자 담당 직원의 자세가 바뀌었다. 지난해 8월 밀양시 상동면 주민들이 KTX 운행 이후 완행열차 운행횟수 감소로 인한 불편을 도에 호소했다. 종전 같으면 ‘소관사항이 아니므로 철도공사로 이첩했으니 양지하시기 바람’이라고 회신했을 일이지만 담당 직원이 현지로 나가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상동역을 출발하는 완행열차가 종전 상행 3회, 하행 10회였으나 KTX가 운행되면서 상행 4회, 하행 5회로 줄었으며, 운행시간도 새벽이나 심야시간대로 바뀌어 주민들의 부산나들이가 불편함을 확인, 철도공사에 운행횟수 증회를 건의해 성사시켰다. 대구시 수성구는 지난 2002년 ‘민원배심원제’를 도입했다. 법률가와 건축사 등 전문가들이 배심원으로 참여,▲적법한 행정처분이 다수 주민에 피해를 줄 경우와 ▲장기 미해결 고질 또는 집단민원 ▲주민간 이해대립 ▲2회 이상 반려되거나 불가처리된 민원 등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처리한다. 그동안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인근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오는 다가구주택, 골프연습장, 오피스텔 신축, 가스충전소 등 각종 인·허가 150여건을 처리했다. 울산시 북구도 주민들의 반대로 3년 이상 끌어오던 음식물쓰레기 공공자원화사업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배심원제로 깨끗이 처리했다. 이상범 구청장이 지난해 말 중산동 주민들과 협의, 사회단체·종교계 인사 등이 참여하는 배심원들의 결정에 따르기로 합의했던 것. 강원도도 감사시스템을 직접 현장을 뛰며 주민들과 기업의 애로점을 듣고 해결해주는 사전 업무환경개선으로 전환, 도시계획에 묶여 공장부지 확장 및 도로개설이 어려운 기업을 찾아내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주민에게 감동주는 행정 대구시가 시민운동으로 추진한 ‘담장허물기 운동’은 고교 검인정 교과서에도 실렸다.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지난 1999년 5월부터 전개해 가정집을 비롯, 교회, 상가, 공공기관 등의 담장을 허물어 녹지공간 확보는 물론 이웃간 서로 터놓고 지내는 열린 도시로 변모했다. 광주시 북구의 ‘아름다운 마을가꾸기 사업’도 호평이다. 마을별로 담장 허물기, 빈 터에 꽃과 나무 심기, 꽃길 조성, 담장에 벽화 그리기 등으로 공동체의식을 갖게 한다. 소요 예산은 주민이 10∼20% 부담하고 나머지는 구에서 보조해준다. 전북 전주시는 개발제한으로 슬럼화된 교동과 풍남동 일대 한옥촌을 전통문화지구로 개발,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들었다. 전통 주류박물관과 명품관, 전통문화센터 등을 건립하자 전통 한옥촌에 걸맞은 한정식집과 전통찻집, 민속공예품판매점 등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군포시는 시민들에게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대여 자전거는 모두 100대로 가구당 1대씩 3개월·6개월·1년 단위로 빌려주며 연장도 가능하다. 시 관계자는 “교통·환경문제를 해결하고,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자전거 무료대여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는 주민행정시찰제를 실시하고 있다. 매월 2차례씩 주민 40명을 한 팀으로 구성, 수도사업소나 광역매립장, 도산서원, 하회마을, 산림과학박물관 등 주요기관을 방문, 행정의 신뢰도를 높였다. 인근 영주시도 ‘수돗물 수질평가위원회’를 구성, 시민들이 만족하는 상하수도 행정을 펼치고 있다. 이 위원회에는 대학교수와 시민 등이 참여해 앞으로 2년간 수질검사와 수질향상을 위한 활동을 하며, 정수장을 개방해 시민들이 언제든지 정수장을 견학하고 수돗물 생산과정을 눈으로 확인토록 했다. 광주시 남구의 ‘효(孝)사랑 운동’도 눈에 띈다. 허술한 사회안전망을 보완하기 위해 대촌농협 등 관내 14개 금융·유통업체들과 협정을 맺고 수익금의 0.5∼1%를 기금으로 적립, 독거노인 등에게 주·부식비와 병원 치료비, 연료비 등을 지급하고 있다. ●지역의 얼굴 알리는 축제 특색있는 축제로 대박을 터뜨린 지자체도 적지 않다. 전남 함평군의 ‘나비축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냈다. 지난 99년 직원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나비축제는 올해로 7회째. 해마다 전국에서 100만명 이상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축제장 주변에 심은 자운영을 브랜드로 판매되는 ‘자운영쌀’은 친환경 이미지를 굳혔다. 경남 고성군의 ‘공룡나라 축제’도 시골마을의 얼굴을 내외에 알렸다. 국내 최대 공룡 발자국 화석지임을 내세워 공룡을 브랜드화하는 데 성공한 것. 내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공룡 세계엑스포’가 열린다. 이학렬 고성군수는 “내년에 열리는 공룡 세계엑스포를 계기로 고성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이 얼굴을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북 김제의 ‘지평선축제’도 지역의 이미지를 알리는 축제로 자리매김됐다. 드넓은 호남평야에서 생산되는 쌀과 지평선이 보이는 평야를 주제로 짧은 기간에 성공을 거다는 평가다. 민선자치 10년간 행정이 변화한 데는 시민단체의 역할도 컸다. 민원의 현장에서 잘못된 행정을 지적하면서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경남 마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시가 마산 출신 작곡가 조두남 선생과 이은상 시인의 업적을 기려 건립한 ‘조두남 기념관’과 ‘노산문학관’의 명칭을 변경시켰다. 시민단체들은 이들의 친일행적을 문제삼아 부당함을 지적했다. 시가 개관을 강행하자 거칠게 항의하다 대표가 구속되기도 했으며, 중국 현지를 방문해 행적을 조사하기도 했다. 결국 시는 지난해 7월 관련 조례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 마산음악관과 마산문학관으로 각각 명칭을 변경했다. 정리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교부금·부가가치세 일부 자치재원으로 돌려줘야” 권문용 자치단체협의회장 “5천년의 역사 속에 ‘지방자치’는 10년에 불과합니다. 어렵게 시작한 지방자치를 너무 편협적인 시각에서 보지 말고 2만달러 수준의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격려와 용기를 주십시오.” 234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의 모임인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권문용(서울 강남구청장) 회장은 지방자치 출범 10돌을 맞이한 우리의 지방자치를 “결코 부끄럽지 않은 개척의 역사”로 평가했다. 그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자치’를 10년이란 단시간에 우리의 것으로 맞춰가고 있다.”면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치의 싹을 키워온 주민과 일선 공무원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그는 민원서비스, 공무원의 친절, 업무처리 능력, 투명성 등 관선 때와 민선 이후의 차이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행정정보 주민위주로 공개” 무엇보다 민선 자치 이후 주민들의 행정참여가 늘어가고 행정 정보가 주민 위주로 공개되는 등 진정한 의미의 풀뿌리·참여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실시된 경실련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0% 이상이 이를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전국의 모든 자치단체는 인터넷 행정서비스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주민 누구나 정책입안에서 집행까지 직접 참여하고 있는 예를 소개했다. 특히 자신이 행정을 맡고 있는 서울 강남구의 경우 “구정 홈페이지에 30만여명의 e메일 리스트를 확보하고 있고 이를 활용해 연간 430여건에 달하는 주요정책이나 사업결정 과정에 주민의견을 묻고 있다.”며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행정 효율성 더 높여야” 그는 “간간이 거론되는 단체장의 전횡이나 인사잡음, 선심성 행정 등 자치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없지는 않다.”고 인정했다. 이어 “자치단체들이 직원 인사의 공정성을 높이고 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좀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과거 관선 때보다는 훨씬 개선된 데다 자치단체별로 문제점 해결을 위한 갖가지 묘안들을 찾아내고 있다.”며 자치제도의 우수성을 강변했다. 하지만 현재의 문제점보다는 미래에 더욱 촉각을 곧추세웠다. 그는 “지난 10년보다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지방자치의 개선과제들에 관심을 보였다. ●“감사원 ‘정치성 감사’ 철회를” 최근 그는 협의회 회장의 입장에서 사사건건 중앙정부와 충돌, 갈등을 빚고 있다. 감사원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일제감사의 뜻을 밝히자 “정치성 감사”라며 반발하고 있고 ‘정당공천제 반대’,‘3선연임 제한 철폐’ 등 중앙정부나 정치권의 심기를 자극하는 민감한 문제들을 자주 거론하고 있다.“모두가 진정한 지방자치를 앞당기기 위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제도”라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하루빨리 자주재원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자치의 기본은 재정 자립”이라면서 “현재 중앙정부가 보유세 등 부동산세금까지 가져가고 있는 것은 지방자치의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재 자치단체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교부금을 자치재원으로 넘겨주고 일본처럼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일부(10%정도)를 자치재원으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분권을 바라고 진정한 자치를 정착시키려면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간섭을 하루빨리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배심·참심제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배심·참심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지난 7일 제1회 ‘국민의 사법참여 연구회’를 개최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배심제도와 참심제도에 대한 의견 수렴과 연구 활동에 들어갔다. 배심제와 참심제는 한마디로 국민이 재판에 참여해서 유·무죄를 결정하거나 법관과 함께 판결을 내리는 제도다. 사법개혁위원회는 2007년부터 국민 5∼9명이 법관 3명과 함께 재판에 참여하는 사법참여제를 도입한 뒤 5년간 성과를 바탕으로 2012년 완성된 형태의 한국형 사법참여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었다. 7일 회의에서 논의된 핵심 쟁점은 ▲참여시민의 적극적인 재판 참가 방안 ▲참여시민의 수와 참여사건의 범위 ▲참여시민들의 결론 도출방법이었다. 또 “전문성이 아닌 합리성을 기준으로 참여시민을 평가해야 사법참여제의 정신을 살릴 수 있으며 이를 위해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극대화하고 합리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지지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 국민의 재판참여 의미와 장단점 ●배심제, 참심제란 배심제란 법률전문가가 아닌 국민 중에서 선출된 일정 수의 배심원으로 구성된 배심이 법관으로부터 독립해 기소하거나 심판하는 제도를 말한다. 사실문제를 인정하고 심판을 하는 것을 소배심(심리배심·공판배심)이라 하고, 기소를 하는 것을 대배심(기소배심)이라 한다. 배심재판이 처음 시행된 것은 13세기 영국에서였다. 당시에는 국왕의 권리를 둘러싼 분쟁에서 배심은 증인의 역할만을 하다가 15세기 말 심판자의 기능까지 하게 됐고, 1670년의 부셸 사건에 이르러 독자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게 됐다. 미국도 이를 이어받아 연방헌법과 주헌법에 배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배심제는 모든 재판에서 이용되는 것은 아니고 극히 일부의 중요한 형사사건에서만 활용되고 있다. 배심원은 사건의 사실에 대한 판단만 하고 소송의 지휘, 증거조사, 법률의 해석 및 적용은 법관이 한다. 배심원은 가령 살인 사건의 경우 누구를 죽였다, 그래서 유죄다는 식의 판단만 내린다. 미국의 배심원은 12명이며 전원일치가 원칙이다. 기소배심제(대배심)는 1933년에 영국에서도 폐지되었지만 미국에서는 헌법상 중죄에 관한 기소배심제를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1923년에 도입해 1943년 폐지했으며 대신 참심제 도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방 유권자의 명단에서 배심원을 선발하고, 영국은 지방 당국이 비치해둔 명단에서 뽑는다. 독일식 참심제는 국민 중에서 선거나 추첨에 의해 선출된 참심원이 직업적인 법관과 합의체를 구성하여 재판하는 제도로 배심제와 구별된다. 참심제는 사실문제나 법률문제도 참심원과 법관이 합의하여 다수결로 재판한다. 참심은 배심에 비하여 인원이 적어도 되는 점에서 경제적이기는 하나, 그만큼 법관의 의견에 끌려가기 쉬워 국민 참여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도입하려는 이유 국민의 사법 참여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다. 법관의 판결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뢰도를 높이고 재판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검토됐다. 전관예우나 학연·지연에 의한 불공정 재판 시비를 차단하고 재판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배심제가 도입되면 검사와 변호인이 법정에서 증인과 증거를 내세우고 공방을 벌이는 공판중심주의가 자연스럽게 정착된다. 우리가 도입키로 한 제도는 배심제와 참심제의 혼합 형태다. 국민 5∼9명이 가칭 ‘사법참여인단’으로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판단 및 형량 결정에 참여하되 결정의 구속력은 인정하지 않는다. ●배심제의 장단점 배심제는 직업이 다른 10여명 내외의 국민들이 합의해서 유·무죄를 따지므로 단독 판사나 합의 재판부가 판단하는 것보다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일반인이 참여하므로 법률 규정보다는 국민 감정이나 도덕적 감정에 따라 판단을 내리게 돼 법률에 얽매인 불합리한 판결을 피할 수 있다. 다수가 합의해서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판사 개인이 피의자의 유죄를 선고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배심제는 또한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 검사가, 판사가 아니라 일반 국민인 배심원들을 상대해서 인신 구속을 결정하거나 공소를 유지하려면 높은 수준의 증거나 자료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단점으로는 법률에 따르면 위법 사항인데도 범죄 요건이 다소 모호해서 유죄인 피의자가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점을 우선 꼽을 수 있다. 배심제는 법관에 의한 재판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고 법률적 전문성이 떨어지는 시민들이 재판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여론재판이 될 우려가 있다. 또 법정공방과 결론을 내리기까지 배심원들의 협의 과정이 복잡하다. 보석이 보편화된다는 점도 단점으로 들 수 있다. ●우리 현실에 맞나&위헌 논란 배심·참심제는 현재 시행 중인 국가에서도 논란이 많다. 영국에서는 대배심을 폐지했다. 따라서 우리 실정에 맞는, 문제점이 적은 제도를 어떻게 고안하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다. 미국에서도 배심제는 OJ 심슨 사건처럼 유능한 변호인을 선임하는 사람에게 유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배심·참심원이 지연과 혈연을 재판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다. 일반 국민의 전문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현실에서 쉽게 정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편 헌법 2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어 국민이 재판에 관여하는 제도가 위헌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즉, 재판은 ‘직업 법관’만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은 헌법에서 규정한 법관은 반드시 직업 법관으로 해석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합헌이라고 주장한다. 손성진 기자 sonsj@seoul.co.kr
  • 마이클 잭슨 “휴~”

    ‘팝의 제왕’ 마이클 잭슨(46)이 한숨을 돌렸다. 잭슨이 침실에서 잠자고 있던 형을 더듬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법정증언한 14세 소년이 8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 지방법원에서 열린 반대심문에서 전날 진술을 상당 부분 번복하고 다른 민사소송에서 위증한 사실을 시인했기 때문이다. 7일 이 소년은 잭슨이 2003년 3월 자신의 대저택인 네버랜드 목장의 침실에서 자신과 당시 13세였던 형에게 포르노잡지를 보여주고 포도주를 건넸으며 자신들과 한 침대에서 잤다고 진술했다. 또 잭슨이 형을 두차례 성추행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이 소년은 잭슨 성추행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다. 그는 “우리 둘이 영화를 보는 동안 마이클은 벌거벗은 채로 걸어다녔다.”며 “우리는 불쾌했지만, 그는 침대에 앉아서 ‘이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 소년은 이날 “잭슨이 우리에게 보여준 포르노잡지는 검사가 증거로 제시한 잡지가 아니다.”고 진술한 데 이어 “잭슨이 형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포르노잡지 관련 진술 번복은 검찰이 증거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배심원들에게 각인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美 성폭행신부 12~15년형

    성직자로서 어린 소년을 성폭행, 미국 사회와 가톨릭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폴 샌리(74) 전 신부가 15일(현지시간) 아동강간 혐의로 12∼1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보스턴 교외 케임브리지 법원의 스티븐 닐 판사는 이날 “믿음과 권리를 이보다 더 오용한 사례는 상상할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피해자와 다른 희생자 가족들은 수갑을 차고 법정을 빠져나가는 샌리의 등에다 욕설과 야유를 퍼부었다. 한때 불우한 어린이들과 동성애자들을 극진히 보살펴 ‘거리의 신부’로도 불렸던 샌리는 1983년 당시 6살이던 피해자를 사제관이나 고해성사실 등으로 불러 6년간이나 성폭행했다. 올해 27살인 피해자는 검사가 대신 읽은 성명에서 “나는 그가 감옥에서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검사측은 종신형을 구형했으나 변호인측은 그의 나이 등을 감안하면 사형에 가까운 형량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보호관찰 10년도 포함시켜 가석방은 8년이 지난 뒤에나 가능하다. 그러나 다른 성폭행 성직자가 교도소에서 목졸려 죽은 것을 감안하면 샌리 역시 교도소에서 다른 죄수에 의해 살해될 가능성이 크다. 샌리는 2건의 아동강간 등으로 지난주 배심원들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았다. 그에게 성추행을 당한 아동은 20여명에 이른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영화속 수능잡기] 런어웨이

    [영화속 수능잡기] 런어웨이

    의견이 엇갈릴 때, 우리는 흔히 ‘다수결’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다수결은 손쉬운 해결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만큼 위험성도 따른다. 한 사람의 병을 진단한다고 하자. 어떤 사람은 위염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장염이라고 할 때, 어떤 쪽의 견해가 더 많은 지지를 받는가에 따라서 병을 판가름한다면 얼마나 우습겠는가. 그러나 이런 우스운 일이 일상에서 종종 벌어지곤 한다. 음식을 주문할 때는 다수결로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한 나라의 국운이 달린 문제를 대중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은 위험한 발상임에 틀림없다. 중요한 것은 냉정한 판단력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곧잘 감정에 동요되게 마련이다. 정치인들은 흔히 미디어를 이용해 자신의 이미지를 조작하기도 한다. 여론조사 결과 자신의 이미지가 냉정하다고 판단되면 미디어를 통해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품어주고, 노인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모습이 TV를 통해 연속적으로 방영한다면 유권자들의 견해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얼마든지 이미지 조작이 가능한 현실에서 대중은 합리적 이성에 따라 사태를 결정하기보다 조작된 이미지에 휘둘리기 쉽다. 합리적 판단은 충분한 정보가 주어질 때 가능하다. 때문에 정보가 일부에게 독점된다면 군중에게 합리적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다수의 생각이 제일이라는 견해를 지지한다. 유권자로부터 많은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들은 더욱 다수의 견해에 동조한다. 이를 흔히 ‘대중주의’라고 한다. 대중의 견해를 정책 결정에 반영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그러나 대중의 견해가 만능은 아니다. 어느 날 한 사나이가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은 무기회사를 상대로 소송으로 제기한다, 그러나 이는 무모한 싸움이다. 무기회사는 랜킨 피츠(진 핵크만)를 위시한 법률전문가들에게 천문학적 금액을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랜킨 피츠는 재판의 승부를 조작한다. 배심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들을 매수하는 작전에 나선다는 것이 영화 ‘런어웨이’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한 지방자치단체는 ‘음식물 자원화 시설’ 건립 여부를 배심원제를 통해 결정하기로 주민들과 합의했다고 한다. 주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은 자신의 이익을 강화하는 쪽으로 판단할 것이 분명하다.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정 정책은 독단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의견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데에 문제의 복잡성과 심각성이 있다. 법률에 대한 지식이 전문가에 비해 떨어지는 일반인들이 감정에 의거해 즉흥적인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 배심원 제도의 문제점이다. 반면 판사 한 명의 독단과 편견을 저지할 수 있다는 것이 배심원 제도의 장점이기도 하다. 배심원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려나갈 수는 없을까.‘런어웨이’를 보며 고민해볼 일이다. 게리 플레더 감독, 존 쿠삭·진 해크만·더스틴 호프만 주연,2003년작. 김보일 서울 배문고 교사 uri444@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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