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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 시아파사원서 폭탄 테러

    |바그다드 연합|이라크에서 반미 저항운동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2기 취임에 맞춰 이라크 시아파를 ‘배신자’라고 비난하고 ‘잔인한’ 대미 성전을 선언하고 나선 후 바그다드의 시아파 사원을 겨냥한 자살차량폭탄 공격이 발생했다. 21일 바그다드 남서부의 알 타프 모스크 밖에서 차량폭탄이 터져 최소한 13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다쳤다고 현지 관리들이 전했다. 폭발 당시 모스크 안에서는 시아파 신도들이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를 축하하던 중이었다. 바그다드의 시아파 모스크가 공격을 받은 것은 이번주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다. 이에 앞서 알 자르카위는 20일 시아파가 수니파 근거지인 팔루자에 대한 미군측 공격에 가담했다고 주장하며 시아파 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알 시스타니를 배신자라고 맹비난했다.
  • 金의원 ‘합당 고리’ 부담감

    21일 정치권은 느닷없는 ‘민주당 김효석 의원의 교육부총리 입각설’이 퍼지면서 크게 술렁였다. 김 의원은 여당이 아니라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을 노린 노무현 대통령의 ‘절묘한 카드’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즉각적으로 일었다. 결국 김 의원이 노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거절의 뜻을 밝힘으로써 일단 상황은 종료됐지만 여진은 간단히 사그라질 것 같지 않다. 부총리란 직위는 쉽게 사양하기 어려울 정도로 탐나는 자리임이 분명하다. 정치인이라면 더더욱 욕심이 나는 자리다. 그럼에도 김 의원이 고사한 것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작업이 그만큼 어려운 과제임을 반영한다. 동시에 합당문제가 앞으로도 계속될 미완의 화두라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김 의원 스스로도 만찬 후 기자에게 이런 정황을 내비쳤다. 김 의원은 “교육부총리직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고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거절했다.”면서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의 상황도 반영하긴 했다. 이런 결정이 민주당에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당내 기류가 김 의원의 입각에 부정적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만하다. 실제 이날 오전 민주당측의 공식 반응은 격앙이었다. 유종필 대변인은 “김효석 내정설이 사실이라면 이는 민주당 파괴공작에 나선 것으로 강력히 규탄해야 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김 의원에 대해서도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탐나 가실 분은 아니라고 본다.”며 극단적인 비유로 입각 차단을 시도했다. 유 대변인은 나아가 “2월3일 전당대회에서 합당반대 결의문을 채택하기로 했다.”고 배수진을 쳤다. 유 대변인이 아니더라도 당내 ‘최대 주주’인 한화갑 전 대표부터가 가장 완강한 통합 반대론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 의원이 입각을 결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당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입각을 강행할 경우 자칫하면 ‘배신자’란 소리를 들으면서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노 대통령의 파격 제의로 김 의원은 물론 민주당도 적잖이 흔들린 것은 사실이다. 장전형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화해의 절차가 아니겠느냐.”면서 “마치 초등학생이 고차방정식을 받아둔 상황인 것 같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김 의원 자신도 노 대통령을 직접 찾아 정중히 사양하는 모양새로 예의를 갖췄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민주당에 입각 제의를 함으로써 호남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에 한번 더 구애의 ‘적금’을 든 셈이 됐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야당에 입각을 제의하는 파격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심기가 적잖이 흔들렸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김 의원과의 만찬에서 노 대통령은 “내가 전에 ‘교육은 산업이다. 외부 경영자가 들어와서 경영 마인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바로 김 의원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고 했다고 김 의원이 전했다. 김상연 김준석기자 carlos@seoul.co.kr
  • [이진의 섹스&시티]상상하지마

    얼마 전, 컴퓨터 파일을 정리하던 중 자신의 여자친구와 한 남자가 키스하고 있는 사진을 발견한 민수. 놀란 그는 당장 여자 친구에게 그 사진이 어떻게 찍힌 것인지 자초지종을 듣고 싶었지만 기회를 봐서 조용히 이야기를 꺼내기로 마음을 먹었죠. 그리고는 며칠 전 어학 연수에서 돌아온 자신의 여자친구가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정리한다며 그의 컴퓨터를 사용한 사실을 기억해냈고요. 결국 그는 여자친구를 불러 사진의 정체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그녀는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미안하다면서 미국에서 친구들과 신년 파티를 하다가 분위기에 취한 나머지 한 남자와 키스를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1초 동안 즉흥적으로 키스를 한 것이었고 절대 그 이상은 아니라고 해명을 했죠. 별 의미없는 사진이었지만 그가 보고 자신을 오해할까봐 먼저 지우려고 했다고 덧붙이면서요. 처음 그 사진을 봤을 때는 여자친구가 어학연수때 미국에서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나?’,‘키스를 할 정도면 섹스도 가능하지 않았을까?’하고 온갖 상상을 다 해 봤죠. 마음은 상처받을대로 받고 배신감에 치를 떨면서요. 하지만 신중한 성격의 민수는 일단 그녀를 믿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단순히 키스 사진 하나로 그녀가 바람을 피웠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아니까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는 현장에 없었으니 정확히 상황을 판단할 수도 없는 일이죠. 그래서 아예 판단을 유보하고 그녀의 말을 믿기로 했습니다. 민수처럼 한장의 사진으로 오해를 한 사진이 최근 인터넷상에서도 벌어졌습니다. 몇장의 파티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사진 속 주인공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안겨주고 있죠. 한국여성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았던 한 외국인 영어강사 구직 사이트가 주최한 파티에서 찍힌 사진들인데 몇 명의 여자들과 외국인 남성들이 어울려서 찍은 사진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요. 이 정도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한 여성이 젖은 셔츠를 입고 춤을 추는 사진이 문제가 되어 ‘한국여성들이 외국 남자들과 집단 난교파티를 했다.’고 확대 보도가 되었죠. 처음에는 일부 외국인 강사들이 지탄을 받고 비난의 대상이 되었지만 파티 사진이 공개된 후에는 오히려 한국 여성들이 공격을 당하고 있습니다. 사진속에 찍힌 여성들은 자신의 사진이 인터넷에 떠다니는 것을 보면서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있죠. 심지어는 신상이 외부에 알려지기까지 했으니까요. 사진의 주인공들은 외국인과 같이 춤을 췄다는 이유로 몇천명의 네티즌에게 인신공격을 당하고 죄인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그것이 보통의 파티 이상은 아니라는거죠. 한 여성이 젖은 티셔츠에 가슴이 보이는 사진도 물론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나왔지만 찍는 각도에 따라 보는 사람의 의중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하게 마련이잖아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자기가 아는 것만 보인다.’라는 말이 자꾸 떠오릅니다.
  • [안귀옥 가족클리닉 행복만들기] 이혼소송에 허위진단서…올케의 ‘적반하장’

    오빠와 올케는 10년동안 결혼생활을 했습니다. 사치와 낭비로 자주 가정불화를 일으키던 올케가 오빠에게 이혼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올케는 이혼소송 중에 오빠에게 맞은 증거라면서 허위진단서까지 발급받아 제출했습니다. 오빠나 저희 가족들은 허위 자료까지 제출하면서 위자료를 청구하는 올케의 모습을 보면서 분노와 환멸을 느낍니다. 오빠는 이제 이혼사건에서 꼼짝없이 위자료를 물어주어야 하나요. 무슨 대책이 없을까요. - 김정임(가명) - 정임씨, 이혼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혼인파탄의 원인을 입증하기 위해서 혹은 배우자에게 재산을 덜 나눠 주기 위해서 허위서류를 작성해 제출하는 경우를 간혹 봅니다. 이렇게 허위자료라도 제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부부관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됩니다. 부부간의 욕설이나 폭력 등은 대개가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은밀한 장소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밀실에서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증거를 확보할 방법이 없고 오로지 이혼소송에서 이겨야 한다는 편집증적인 생각에서 허위 자료라도 만들어서 폭행의 근거를 남겨야 한다는 위험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혼생활을 하는 중에는 헤어질 결심을 한 사람이 아니라면 설령 배우자로부터 폭행을 당해서 상해를 입었다고 해도 의사에게 조차 이야기하기가 부끄럽습니다. 눈가에 시퍼런 멍도 벽에 부딪혀서 생겼다고 하든가 손톱에 긁힌 자국도 넘어지면서 긁혔다고 하면서 치료를 받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더욱이 상해원인을 남편이나 아내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라고 적어 상해진단서를 받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남편이 생활비를 제대로 벌어다 주지 않아도 친정이나 친구들에게는 자존심이 상해 이런 내용을 푸념조차 하기 어려워 하는 것이 우리 아내들입니다. 아내는 남편의 자존심이요. 남편은 아내의 버팀목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혼인생활 중에는 서로 감춰주고 부끄러워 하던 사람이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왜 부끄러움보다는 금전적인 배상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허위로라도 상대방의 치부를 드러내 놓아 공개를 하려는 것일까요. 아마도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에게 입은 배신감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자기 마음대로 대해도 된다고 쉽게 생각하고 함부로 대했던 사람이 어느 날 이혼소송을 제기한 것을 보고 겁이 나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특히 남남이 만나 가족을 이룬 부부는 행복해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행복해야 할 부부에는 헤어지는 부부도 포함됩니다. 서로 사랑하던 부부가 결국 헤어지게 된다면 그 헤어짐에서도 얻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과거의 혼인관계에서 얻는 것 없이 헤어진다면 새로운 만남도 행복해 질 수가 없습니다. 헤어지는 것이 서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행복하다고 판단될 때 사람은 헤어짐을 선택합니다. 행복하기 위해서 헤어지는 부부가 과거의 혼인 관계에서 이렇게 하니까 불행해지더라는 경험을, 이렇게 했으면 행복했을 것이라는 것을 얻지 못하고 헤어진다면 재혼한다고 해서 행복해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재혼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혼인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과거의 배우자에게 감사하고 행복을 빌어줘야 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봅니다. 과거의 배우자가 이혼 후에 불행하면 재혼생활도 행복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헤어짐에도 예의를 지켜야 서로 행복해 질 것입니다. 허위 진단서까지 발급받아 제출하는 사람은 이미 상대방에게 약점을 보이고 있는 것이고 심리적으로 지고 있다는 불안감을 보이는 것입니다. 정임씨,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서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진실되게 대응하면 그에 따른 결과를 얻을 것입니다.
  • 확 바뀐 ‘이소영표’ 오페라

    확 바뀐 ‘이소영표’ 오페라

    “‘가면무도회’는 베르디가 가장 사랑했던 오페라였어요. 또 드물게 테너가 무대의 꽃인 오페라고요. 리카르도를 향한 짝사랑에서 어떻게 벗어날지 벌써부터 걱정이에요.”지난 2001년 예술의전당 기획 ‘가면무도회’의 연출자 이소영(42)이 4년만에 다시 같은 무대의 연출을 맡았다. 그는 웅장한 오페라 무대를 자유자재로 주무르기로 정평난 ‘여걸’ 연출가.“이번엔 좀더 담담한 시각으로 리카르도의 시각에서 극을 끌어갈 작정”이라고 말했다.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무도회’가 25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다.29일까지. 치밀하고 세련된 연출력을 인정받는 ‘이소영 표’란 점에서 또 한번 뜨거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레나토 역의 강형규씨만 빼면 캐스팅이 전부 다 바뀌었어요.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됐죠. 무대 컨셉트도 많이 달라졌고요. 꼼꼼한 관객들은 달라진 맛을 금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단역 한 사람 한 사람까지도 호흡이 기막히게 들어맞는 환상의 팀”이라고 입에 침이 마른다. 프랑스 바스티유극장, 독일 쾰른 국립극장, 이탈리아 베르디극장 등에서 활약한 유럽의 차세대 지휘자 오타비오 마리노, 리카르도 역에 더블캐스팅된 체자레 카타니와 정의근, 레나토 역의 바리톤 강형규, 아멜리아 역에 더블캐스팅된 가브리엘라 모리지와 조경화 등이 2005년 버전의 ‘가면무도회’ 팀원들. 이탈리아와 한국의 젊은 기대주들이 손잡은 셈이다. ‘가면무도회’는 1792년 스웨덴국왕 구스타프 3세 암살사건을 모태로 한 베르디의 오페라. 정치적 암투를 드라마의 모태로 삼아 우정, 사랑, 배신 등 극적 소재가 웅장한 무대에 버무려져 긴장과 감동을 엮는다. 이씨는 이번 무대의 포인트를 3막1장에 두었다고 귀띔했다.“3막1장의 무대를 온통 흰색으로 꾸몄어요. 믿었던 친구 리카르도가 아내에게 접근할 때 그를 바라보는 레나토의 분노를 정당화시켜주고 싶었죠. 마지막엔 흰 무대가 온통 붉은색으로 변하는데, 레나토의 폭발하는 분노를 상징하는 장치인 거죠.” 상징적 구조물과 그로테스크한 의상도 새 무대에서 달라지는 대목이다. 노래가 삶이었던 어머니(소프라노 황영금) 덕분에 그에게 음악은 운명처럼 스며들었다. 자연스럽게 성악(연세대 성악과)을 공부했고, 졸업 후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라 7년 동안 연기와 연출을 익혔다.1998년 귀국 이후 연출한 작품은 ‘라보엠’ ‘마농레스코’ 등 30여편이나 된다. “입장권 값이 20%쯤 할인된 것도 이번 무대의 특징”이라는 그는 “비용절감을 위해 공연의 질을 떨어뜨린 게 아니라 예술의전당이 좀더 적자를 보기로 한 것”이라며 웃었다. 지난해 말 입장료 20% 인하를 선언한 예술의전당은 ‘가면무도회’에 처음 이를 적용했다.VIP석 9만원,C석은 2만원까지 티켓값을 낮췄다. 배우는 일부 수입했지만 무대는 100% 우리식으로 꾸민 것도 그가 내세우는 자랑거리.“요즘 고민은 딱 하나”라면서 “어떻게 하면 TV를 끄고 오페라 무대로 관심을 돌리게 할지 그것만 생각한다.”고 했다.5월쯤 푸치니의 오페라 ‘빌리’를 국내에 처음 선보일 계획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버스타고 ‘신의 걸작품’ 금강산 겨울여행

    버스타고 ‘신의 걸작품’ 금강산 겨울여행

    ‘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 산/그리운 만이천봉 말은 없어도/…/수수 만년 아름다운 산 못가본지 그 몇 해/오늘에야 찾을 날 왔나/금강산은 부른다.’ 고귀함이 묻어나는 금강산(金剛山), 녹음이 깔리는 봉래산(蓬萊産), 단풍으로 물든 풍악산(楓嶽山), 깎아지른 듯한 바위가 앙상한 뼈와 같은 개골산(皆骨山), 눈 덮인 설봉산(雪峰山)…. 때마다 철마다 모습과 이름을 바꿔가며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금강산. 특히 겨울이 아름답다는 이곳을 살짝 맛보고 왔습니다. 오색찬란한 화려함은 없지만 봉우리의 자태가 빼어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웅장함에 넋이 나가 돌아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새해 첫 여행으로 겨울에 더욱 아름다운 금강산이 어떨까요. 지금 바로 비무장지대를 거쳐 출발합니다. ●보이지 않는 남북의 선을 넘어 오후 4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있는 남측출입국관리소(CIQ)에서 간단한 출국 수속을 마쳤다.(한 나라의 땅인데도 ‘출국’이라니, 왠지 서글프다.) 비무장지대를 건너, 북녘을 향한다. 비무장지대의 임시도로로 33인승 미니 버스가 신나게 달렸다. 금강통문과 남방한계선을 지나 출발한 지 15분만에 군사분계선을 넘는다. 이제부터 북한이다. 함께한 ‘관광조장(관광가이드)’에게는 2003년 9월에 육로관광이 시작된 후 오늘까지 452번째로 넘는 군사분계선이란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우리민족을 갈라놓은 선은 없다. 그저 도로 구석에 철책도 아닌 녹슬어버린 표지 하나가 군사분계선을 나타내며 민족을 갈라놓고 있을 뿐이다. 북방한계선을 지나 구서통문에 차가 멈췄다. 겨울 찬바람에 빨갛게 언 볼과 오래된 듯한 군복의 북한군인 두 명이 버스에 올라 “모두 몇 명입네까.” 짧게 한마디 묻고는 내려버린다. 통관 절차다. 도로 옆 연두색 철책은 관광지역과 북측 마을의 경계다. 철책 너머로 북측 마을에 북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가는 모습이 보이지만 갈 수는 없다. 개발되지 않은 모습이 오히려 정겹다. 고성 통일전망대를 떠난 지 45분만에 금강산에 도착했다. 정말 가까워졌다. 배로 무려 4시간이 걸린 길을 이렇게 단숨에 달려오다니. 벅찬 감흥을 가슴에 담고 북녘에서의 첫날은 지나간다. ●신의 걸작, 계절의 명산 개골산 둘째날 아침 8시30분에 금강산의 구룡연으로 출발했다. 금강산에서만 볼 수 있다는 미인송. 옆으로 늘어진 소나무가 아니라 하늘로 쭉쭉 뻗은 자태가 미인처럼 아름다워 미인송이라 이름 붙였다. 미인송 숲을 빠져나와 10여분만에 도착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한다. 북한 해설원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린다.“한반도의 3대 폭포중 하나인 구룡폭포와 선녀들이 목욕을 했다는 상팔담을 볼 수 있으며 산행시간은 왕복 4시간입네다.” 맑은 공기가 가득한 계곡을 따라 걷는다. 고개를 들어 산을 바라보니 겨울 금강산을 개골산(皆骨山)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겠다. 흙이라고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산. 그래서 인간의 뼈처럼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바위산. 그것이 개골산이다. 커다란 바위를 깎고 다듬어 만들어 놓은 신의 걸작품이라고밖에 표현할 말이 없다. 그 바위에 자라고 있는 ‘배지하늘솔’. 땅을 배신하고 하늘을 향하는 소나무란 뜻으로 바위를 뚫고 자라고 있다. 신기하다 신기해. 어찌 저렇게 단단한 바위덩어리에 생명이 자라고 있을까. ●아름다운 금강산을 눈에 가득 담으시라요 30분 정도 걸어가 도착한 양지대에서 여자 해설원이 말한다. “저 앞에는 거북선 모양의 거북선바위, 뒤에는 개구리 바위예요. 선생, 거기가 아니고 저기라요. 이쪽 보시라요.” 말투는 약간 퉁명스럽지만 정감이 느껴져 “원래 북측 여성동무들은 다 예쁩네까.”하고 묻자 “심한 농하면 안됩네다.”하고 정색이다.“죄송합니다.” 꼬리를 확 내리고 다시 걷는다. 삼록수는 추운 날씨에 얼어버렸다. 산삼과 녹용이 흘러내린다는데…. 마시지 못해 아쉽다. 땀으로 젖은 머리는 금세 얼어버린다. 진한 에메랄드빛부터 연한 옥빛까지 다양한 초록이 어우러진 유명한 옥류동계곡도 얼음으로 변해있어 물빛의 아름다움은 감상할 수 없다. 대신 굽이굽이 계곡을 돌아설 때마다 펼쳐지는 금강산의 비경을 눈에 담는다. 이래서 금강산을 느끼려면 사계절을 와야 한다는 건가. 1시간을 걷자 나타난 웅장한 비룡폭포. 얼어버린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던진 번개가 그대로 굳어버린 것 같다. 중간중간 비석에 김일성교시를 적어 놓은 ‘표식비’와 봉우리마다 전설이 얽혀있는 바위들이 즐비하다.15분을 더 걸어 관폭정에 도착했다. 구룡폭포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정자다. 북측안내원들이 “수고하셨습네다. 여기가 조선의 3대 폭포중 하나인 구룡폭포입네다.”라며 설명한다. 이곳에서 파는 차 한잔에 1달러. 따뜻한 차를 마시며 얼어버린 웅장한 폭포를 감상하는데 ‘쩌억!쩍!’ 소리가 들린다. 계곡에서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다. 깊고 깊은 금강산, 이곳 아니면 또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 언 몸을 잠시 녹이고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을 가진 상팔담으로 향했다. 가파른 절벽을 향하는 길에 ‘아휴, 다리야. 그냥 갈걸.’하는 후회가 간절하다. 도대체 뭐가 있기에 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오르려 했나.30분을 올라 도착한 구룡대. 아까의 후회는 사라진다. 커다란 바위로 발아래 계곡에 비록 얼어있지만 멋진 소와 담이 한눈에 들어온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고 내려오는 길에 점심을 먹으러 목란관에 들렀다. 아침에 10달러를 내고 산 표(식권)를 건네며 주문을 하는데 북한여성이 “여기는 무조건 냉면이라요.”라며 돌아간다. 추어탕, 비빔밥을 먹을 수 있다고 하더니만. 10분,20분이 지나도 음식이 나오지 않는다. 인내의 한계를 느껴 냉면 언제 나오냐며 불평하자 “참고 기다리시라요.” 한마디하고 돌아간다.30분만에 나온 물냉면, 육수는 심심하고 면발은 그럭저럭이다. 양념이 적은 북한음식은 입맛에 잘 안 맞는다. 저녁에는 물이 좋다는 금강산 온천에 몸을 담근다. 반짝이는 별을 보며 향긋한 미인송의 냄새를 맡으며 금강산의 정기를 맨몸으로 느끼는 노천온천이야말로 최고다. 피로가 가시며 여유가 생긴다. 금강산에는 음기가 강해 한달에 한번씩 남탕과 여탕을 바꾸는데 오늘이 그날이란다. 내가 몸을 담그고 있는 곳이 어제는 여탕이었다! ●만물상을 품에 안고 셋째날은 만물상코스다. 미니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미인송이 가득한 길을 간다. 마치 옛날 대관령을 오르는 것 같다. 내금강과 외금강을 연결하는 온정고개는 모두 106굽이, 이중 만물상까지가 모두 77굽이다. 온정각에서 떠난지 30분만에 주차장에 도착한다. 왕복 2시간 코스. 구룡연과 다르게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깎아지른 절벽과 솟구쳐 오른 봉우리, 그 위에 아슬아슬 올라선 바위들. 토끼 호랑이 거북이는 기본이고 독수리 곰 허수아비 등 저마다 이름을 가진 바위들이 펼쳐져 ‘만물상’답다. 삼선암 귀면암 절부암을 지나 30분을 오르니 안심대.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발아래는 수길 낭떠러지이고 그만큼 또 위로 봉우리들이 솟았다. 울퉁불퉁 근육질 남자의 벗은 몸처럼 아릅답고, 힘이 느껴진다. 금강산을 보지 않고 산세를 논하는 것은 허무하다고 했던가. 역시 민족의 명산이란 칭송이 아깝지 않은 산이다. 철사다리를 의지하며 천선대에 오르자 눈 앞에 펼쳐지는 만물상에 또 한번 놀란다. 나도 모르게 조물주에게 경의를 표하게 된다. 만물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망향대까지 오르고 싶지만 일정이 여의치 않다. 그림같은 만물상을 가슴에 담은 채 발길을 돌렸다. 주차장에서 북한해설원들이 따뜻한 두부와 막걸리를 판다.5달러. 산행 뒤에 마시면 더욱 시원한 막걸리 한잔과 함께 금강산 일정이 끝났다. 몇 해전, 여름 금강산에서 “반드시 겨울에 오리라!”던 꿈을 이뤘더니, 또다른 욕심이 생긴다. 금강산은 바로 그런 민족의 산이다.‘언젠가 내 다시 너를 품으러 오마. 좀 더 자유롭게….’ ● 이렇게 가세요 금강산 관광 선택의 폭이 좀 넓어졌다.2박3일,1박2일, 당일 등 세가지의 형태로 진행중이다. 당일은 2월말까지 토요일만 출발하며 1인당 12만원.1박2일은 매주 토, 일요일 출발 1인당 20만원,2박3일은 매일 출발한다.29만원. 단 교예공연(25달러), 온천욕(12달러)과 식사(중·석식, 보통 10달러)비용은 별도 부담. 또한 통일부에 방북승인신청 등을 해야 하므로 출발일 기준 10일 전에 현대아산 영업부나 금강산관광에 예약해야 한다.(02)3669-3000,www.mtkumgang.com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儒林(263)-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儒林(263)-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이처럼 공자 스스로 정하였던 공문십철의 십대제자 중 민자건과 자하(子夏) 두 사람만 빼놓고는 모두 학문을 버리고 정계로 나아가거나 질병으로 중도하차하는 운명을 맞게 된다. 이는 예수의 경우와는 정반대현상인 것이다. 예수도 산에 들어가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한 후 12명의 제자를 뽑는다. 이들 중 예수를 단돈 은전 서른잎에 팔아넘긴 배신자 가롯 유다를 빼놓으면 모든 제자들은 스승이었던 예수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 순교하였는데, 이에 비하면 공자의 제자들은 대부분 학문의 길을 버리고 벼슬을 하였던 것이다. 석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석가의 제자들도 스승이 열반하자 제1대 수법제자인 마하가섭(摩詞迦葉)의 사회로 왕사성 밖에 있는 필발라굴에서 500여 성승(聖僧)이 모여 경전을 결집하는 작업에 정진하였던 일과도 대비되는 일인 것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예수와 석가는 인간을 구원하고, 인간의 미망을 깨우치기 위해 사바세계로 뛰어든 천지창조 이전부터 준비된 영원의 빛이라면 공자는 철저하게 인간 그 자체였던 위대한 인격의 완성자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자는 기독교와 불교를 창시한 교주인 예수와 석가와는 달리 철학자이자 사상가였으며, 성인이라기보다는 철인이었던 것이다. 바로 이 점이 공자가 예수와 석가와 더불어 세계 3대 성인으로 추앙받으면서도 공자가 창시한 유교가 종교나 신앙으로 발전되지 못하고 후대의 양명학이나 성리학 같은 인간학의 학문으로 발전된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공자가 스스로 제정한 10대제자 중 말년에 공자가 편저한 경전과 고대문화 연구의 성과를 다시 해석하고 또 후세에 전하여 공자의 학문을 계승하는데 공헌하였던 사람은 복상(卜商)이라고 불리었던 제자가 유일하다. 그의 자는 자하로 위나라 사람이었다. 자하는 공자보다 마흔네 살이나 아래였으니, 마흔다섯 살이나 아래였던 자유와 더불어 공자의 제자 중에서 가장 막내였다. 다른 제자들이 모두 정계로 나아가 벼슬을 하였던 것에 비해 자하는 주유열국을 끝내고 노나라로 돌아와 73세에 죽을 때까지 6년간 학문에 정진하였던 스승의 곁에서 경전의 편저를 도왔을 뿐 아니라 중국의 옛 문헌 및 고대문화에 대해서 깊은 연구를 하였던 수제자였다. 불교의 경전이 25년간 시자로 있었고, 석가의 사촌아우로 뛰어난 미모와 빼어난 총기로 항상 석가의 곁에서 총애를 받았던 10대 제자 중의 한사람이었던 아난다가 마침내 법상위에 올라 “비구의 여러 권속들이/부처님을 떠나서는/넓고 넓은 허공에 퍼진 별들이 /달(月)을 여윈 것처럼 광범치 못하노라.”하고 노래 부른 후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오서 아무 곳에 계시면서 아무 것을 말씀하셨고 이 말씀을 인간과 하늘이 받들어 행하였다.”라고 말함으로써 경전을 기록하는 제1성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초기 경전의 시작은 아난다가 기억하는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如是我聞)”라는 문장으로 시작되고 있음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자의 말씀을 기록한 논어의 편찬도 자하의 작품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전해오고 있다. 전해오는 전설에 의하면 중요한 유가의 경전들은 모두 그 전승에 있어 자하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들은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자하가 시, 서, 악, 춘추와 같은 경전에 누구보다 깊이 연구하고 박학하였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인 것이다.
  • [데스크시각] “한국이 싫다”는 이유/손성진 사회부 차장

    잘못된 수사로 성매매범 누명을 써 체포되고, 손해배상 청구마저 기각당했다면 심정이 어떠하랴. 검찰과 법원이 왜 존재하느냐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을 피해자를 대신해서 따지고 싶다. 보도된 내용이지만, 장성한 아들을 둔 40대 후반의 가장인 김모씨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일을 당한 것은 2001년 7월이었다.15세 H양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것이다. 사건은 아들의 휴대전화를 자기 이름으로 해 둔 데서 비롯됐다. 아들이 여자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그 여자친구도 친구인 H양(성매매범)의 전화기를 빌려 써 결국 김씨가 H양과 통화했다는 오해를 샀다. 검찰은 오해에 그치지 않고 윽박지르고 회유하면서 김씨를 파렴치한으로 몰아갔다. 애초부터 김씨의 전화기는 명의만 자기 것이었지 아들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전후사정을 제대로 조사했어도 김씨의 명예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군사정권식’ 고문과 가혹행위는 사라졌다지만 피의자를 으르고, 꾀고, 속이는 구태의연한 수사 관행은 여전하다.H양도 검찰 조사관이 새벽 5시까지 붙잡아 두고 머리를 때리고 욕을 해 김씨와 성매매를 했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 검찰도 개혁을 한다는데 이런 그릇된 수사 행태는 왜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가. 개혁이 핵심을 짚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압적인 수사를 추방하지 않는 한 검찰 개혁은 도로아미타불이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해결해 줄 곳이 없다는 게 힘없는 시민으로서는 더 답답한 노릇이다. 법원도 답답함을 풀어주기에는 노력이 미흡했다.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김씨는 혐의를 벗긴 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에 대한 물적인 보상은 허락하지 않았다.‘욕하고 때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검사가 위법한 수사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고‘이런 법적인 논리를 앞세운 판결의 취지는 당최 납득하기 어렵다. 어째서 욕하고 때린 것이 위법한 수사가 아닌지. 수사를 하다 보면 어쩌다 때리거나 욕을 할 수도 있고 새벽까지 잠을 재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인지. 검찰을 감싸기에 급급했지 시민의 찢어진 명예는 못본 체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개혁은 왜 하며 사법부와 검찰은 왜 있는지 묻고 싶다.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의 귀착점은 국민이다. 국민의 존재를 망각한 채 개혁을 위한 개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수뇌부는 개혁을 외치고 있는데도 일선 판·검사들은 절실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저 잠시 앓고 지나가는 열병 정도로 흘려버려서는 곤란하다. 검찰은 수사기관이고 법원은 재판기관이다. 수사와 재판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개혁은 썩은 육체에 화장하는 짓이다. 허울좋은 전시행정으로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제도개혁보다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인적개혁이다. 사람은 그대로인데 제도만 바꾼다면 갓 쓰고 자전거 타는 격이다. 사람부터 바꾸어야 한다. 변화하지 못한다면 도태시키고 청산해서 장애물을 없애야 할 것이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한국이 싫다는 말만큼 듣기 싫은 말도 없다. 국가가 배상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받은 후 김씨는 이 나라가 싫어졌다고 했다. 한국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얼토당토않은 혐의를 뒤집어 씌우고 보호막 구실을 해줄 아무런 장치도 없는 한국. 그런저런 이유로 우리는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이 싫지 않도록 할 책임은 위정자들에게 있다. 법관과 검사들에게도 있다. 자기가 태어난 나라에 배신당했다는 생각에서 잠시라도 나라를 버리려고 마음먹는 사람이 새해에는 정말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성진 사회부 차장 sonsj@seoul.co.kr
  • 儒林(262)-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儒林(262)-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일찍이 공자는 민자건의 효행을 칭찬하여 다음과 같이 말을 남기고 있었다. “효성스럽다, 민자건이여. 그의 부모형제들이 칭찬하는 말에 다른 사람들도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실제로 당대 최고의 서예가로 아버지가 반역자로 처형된 데다가 어릴 때부터 키가 작고 못생겨서 남의 업신여김을 받았던 구양순(歐陽詢·557∼641)은 당고조의 칙령을 받들어 ‘예문유취(藝文類聚)’ 백 권을 편찬하였다. 이 책의 설원(說苑)편에서 민자건의 효행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민자건은 두 형제였는데, 그의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는 다른 여인을 들여 재취하였다. 그리하여 또 두 아들을 낳았다. 어느 날 민자건의 아버지가 관가에 가려고 외출을 하는데 마침 마부가 없었다. 그래서 아들 민자건을 불러 수레를 끌도록 하였다. 그날은 몹시 추운 한겨울이었는데 추위에 떨고 있던 민자건이 수레를 끌자 수레도 저절로 떨렸다. 이상히 여긴 아버지가 민자건에게 물었다. ‘네가 어디 아픈 거냐. 아니면 추워서 떨고 있는 거냐.’ 그러자 민자건이 손을 내저으며 말하였다. ‘아닙니다. 춥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말고삐를 놓치는 것이 아닌가. 그때 아버지가 그의 팔을 잡아주다가 문득 그의 옷이 매우 얇다는 것을 알았다.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와서 그의 계모가 낳은 아이들을 불러 팔을 만져보았는데 그들의 옷은 매우 두툼하였다. 그러자 아버지는 계모를 불러 꾸짖었다. ‘내가 당신에게 장가를 든 것은 무엇보다 어미를 잃은 두 자식 때문이었소. 그런데 당신은 나를 속이고 있으니 당장 집을 나가시오.’ 이로써 후처는 집을 쫓겨나가게 되었는데, 민자건이 이를 막아 세우고 난 뒤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어머니가 계시면 한 아들만 옷이 얇지만 어머니가 떠나가시면 네 아들이 모두 헐벗게 됩니다.’” 민자건의 말을 들은 아버지는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계모를 불러들이는 한편 계모도 더 이상 차별을 하지 못하여 화평하였다는 얘기인데, 후세에 민간에는 민자건의 계모가 자기자식에게는 솜을 두어 입히고 민자건에게는 갈대꽃(蘆花)을 두어 입히다가 아버지에게 발각되었다는 것으로 얘기가 바뀌어 진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덕행과 효행이 뛰어난 민자건을 세도가들이 그대로 둘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 무렵 계강자는 자신의 채읍인 비를 다스릴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비는 대대로 계손씨의 도성이었는데 이미 전유로부터 배신을 당해 정벌까지 하였던 계강자는 충성스럽고 덕행이 뛰어난 후임자를 고르고 있었던 것이다. 계강자는 민자건의 소문을 듣자 아버지에게 효성이 깊은 민자건이야말로 자신의 도성을 다스릴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보내어 민자건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는 그대를 비땅의 읍재로 삼으려 한다. 그러니 이를 사양하지 말고 받아들여 주기를 바란다.” 효행이 뛰어난 의인이었을 뿐 아니라 권세에도 굴하지 않는 의기를 지녔던 민자건은 단숨에 이렇게 거절하였다고 논어는 기록하고 있다. “제발 저를 위해 사절하여 주십시오. 만약 다시 저를 부르신다면 저는 반드시 문수(汶水)가에 나아가 숨을 것입니다.”
  • [사설] 외교활동비 전용관행 고쳐야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이 외교활동비로 써야 할 예산을 한국인 접대나 직원회식비 등으로 전용한 사실이 드러나 감사원의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진상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감사원이 지난해 두차례나 모스크바 현지 대사관을 방문해 조사를 벌였고, 영수증 등을 토대로 확인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하니 사실무근은 아닌 게 분명하다. 또 외교통상부측도 민원제기가 있어서 자체조사를 했다고 하니 감사원의 조사가 끝나면 진실은 드러날 것이다. 그동안 해외공관이 대사 중심의 가부장적 운영과 과다한 접대비 지출 등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외교당국은 지난해부터 회계투명성 제고지침을 수립했고, 불법이나 부당지출 관련자는 엄중문책한다는 규정도 결의한 바 있다. 그런 지침과 다짐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또 해외공관에서 불미스러운 지출이 있었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이런 일로 국익과 교민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외교관이 욕을 먹고,‘밥값 도둑’처럼 치부되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단 한사람이라도 외교관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국민의 신뢰를 배신한다면 엄중히 문책해야 이 시대 정신에 맞다. 과거에는 더러 해외공관에서 외교활동비를 회식비로 전용하는 관례가 있었다. 중앙부처나 공기업 등에서도 정책추진비 같은 예산을 회식비로 전용한 사례는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관례로 이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이런 나쁜 관례를 고치는 것이 개혁이다. 감사원은 한점 의혹없이 진상을 밝히고, 외교당국은 책임소재를 분명히 함과 동시에 이런 그릇된 관행이 더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개선에 힘을 쏟아야 한다.
  • 국보법 폐지 무산등 규탄

    지난해 12월31일 열린 국회에서 국가보안법안과 과거사정리기본법안의 처리가 미뤄지고,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과 공무원노조특별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는 2일 “국보법 폐지를 가로막는 한나라당은 해체하고 이들과 야합하는 여당도 투쟁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는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안의 연내 통과에 합의하고도 이를 무산시킨 한나라당의 반인권·반역사적인 꼼수 정치와 법안처리를 2월로 넘기는 데 동의한 열린우리당의 무능, 무원칙, 야합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라크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은 “처리 시한 마지막날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파병 연장을 반대해 온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이며 폭거”라고 강력 비판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공무원노조특별법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공무원노조 탄압법에 찬성한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감시하고 차기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우나기(MBC 밤 12시30분) ‘나라야마 부시코’ 등의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1997년작.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평범한 회사원 야마시타는 어느날 익명의 편지를 받고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다. 배신감과 질투심에 사로잡힌 그는 아내를 살해하고 곧장 자수한다.8년 뒤, 모범수로 가석방된 야마시타는 작은 이발소를 차리고 새 삶을 시작하지만, 우연히 기르게 된 뱀장어(우나기)만을 말벗으로 삼고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은둔자처럼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야마시타는 근처 연못가에서 자살하려던 여자 게이코를 구해 주고 이발소에서 일하게 해준다.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지만, 예전 감방 동료가 나타나 야마시타의 과거를 폭로하는가 하면, 게이코의 애인이었던 도지마가 이발소로 찾아오는 등 크고 작은 소동들이 연달아 일어난다. 급기야는 도지마가 불량배들을 이끌고 이발소로 들이닥치는데….117분.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에블린(KBS1 오후 11시50분)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의 브루스 베레스포드 감독 2002년작. 피어스 브로스넌, 소피 바바소 출연. 1950년대 아일랜드에서 불합리한 가족법 때문에 딸과 생이별한 아버지의 실제 투쟁을 영화화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살고 있는 도일은 올해 일곱 살 난 딸 에블린과 아들 둘, 아내와 함께 조촐히 살고 있다. 그러나 어느날, 도일이 실직자 신세가 되고 아내까지 집을 나가버리자 아이들은 가족법에 따라 강제적으로 수녀원으로 보내진다.92분.
  • ‘4인회담’ 반응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간 4인 회담 결과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분노하고 있다.‘합의처리 원칙’을 합의함에 따라 국가보안법 폐지안의 연내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짐은 물론 통과 자체가 불투명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는 22일 서울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국보법 완전폐지 결의대회’에 참석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회담 결과는 1000여명의 단식농성단과 많은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라면서 “이는 국민에 대한 도전이며 개혁 의지가 없음을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배곤 부대변인 역시 “국보법이 생존 그 자체인 한나라당과 합의해 처리하겠다는 것은 수구세력을 껴안으며 국민을 배신하는 폭거”라며 “밀실 야합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데 앞장선 열린우리당에 돌아올 것은 국민의 심판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비교섭단체가 합의과정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된 데 대해서도 민주당과 함께 불만을 쏟아냈다. 국회 공식기구가 아닌 여야 대표 4자회담에서 자신들을 소외시킨 채 국보법 개폐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의 반영이다. 천영세 의원단 대표는 “국가의 미래에 있어서 중요한 법안의 존폐문제를 대표성도 없는 졸속회담에서 결정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장전형 대변인은 국회 정상화 자체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그동안 국회 파행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4대 법안 등 주요 법안 처리 논의는 민주노동당·민주당도 참여하는 6자 회담 형식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김영희 이혼클리닉] 싸워도… 애원해도… 날 싫어하는 남편

    [김영희 이혼클리닉] 싸워도… 애원해도… 날 싫어하는 남편

    세살된 딸을 둔 결혼 4년차 여성입니다. 대학원에서 남편을 만났는데 첫눈에 반해, 결혼에 성공했습니다. 남편은 무덤덤했지만 제가 적극적이었고, 살면서 잘 하면 남편도 변할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러나 신혼초부터 남편은 잠자리를 멀리했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나아지려나 했지만, 제자리 걸음입니다. 남편이 반대하는데도 악착같이 공부해 대학원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했습니다. 아이는 시댁에 맡겼지요. 이제 싸워도, 싸워도 변하지 않는 남편이 싫어졌습니다. 이혼하고 당당했던 옛 모습을 찾고 싶은데 도와주세요. -김민정- 이혼이 넘치는 세상이다 보니 어떻게 살아야 위기를 겪지 않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우리들의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랑해서 결혼을 했지만 막상 살고 보니 연애시절에 미처 보지 못했던 단점과 허물이 나타나면서 실망하고 분노하고 배신감을 느끼게 돼 결혼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됩니다. 발을 구르고 가슴을 치면서 결혼한 것을 후회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차츰 서로에게 동화되어 가정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속에서 비바람을 막아 줄 상대가 있다는 뿌듯함에 행복해 지지요. 오늘은 죽을 만큼 미웠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좋아지고,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것이 결혼생활이 아닌가 싶습니다. 민정씨, 결혼한 지 4년이 지났는데도 남편이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요. 신혼초 남편에게 왜 “나하고 결혼했느냐.”고 물었더니 “부모님이 좋아해서 결혼했다.”고 말했다는데 자신은 죽도록 싫었는데 부모님 때문에 결혼을 했는지 알고 싶네요. 남편이 지금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살면서 잘 해주면 언젠가 사랑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결혼했다고 했는데, 여자는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보다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와 결혼을 해야 행복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남편은 신혼 때도 잠자리를 거부하고 술을 먹으면 집에 들어오기조차 싫어해서 속이 많이 상했다고 했는데 당신을 그토록 싫어하는 이유가 뭔지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처음엔 싫다가도 살아가면서 죽자 살자 좋아지는 부부도 많거든요. 남편 마음을 붙잡기 위해 애를 낳으면 달라질까 싶어 의논하지 않고 임신을 했더니 뒤늦게 남편은 화를 냈고, 임신 7개월 만에 다른 여자와 외박을 하고 들어와 심한 부부싸움 끝에 아이를 유산할 뻔했고, 그 일로 일주일 동안이나 병원에 입원까지 했었던 일이 있었다지요. 마음 아픈 일입니다. 딸을 낳고 중단했던 대학원을 졸업하고 싶다고 남편에게 말했더니 반대를 했지만 악착같은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아이를 들춰 업고 연구실에 나가 난롯불 곁에 아이를 놓아두고 논문을 써내어 결국 졸업을 했고 졸업 후엔 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직장에 나가고 있다는데,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전정신이 대단한 여성인 것 같습니다. 민정씨, 남편이 술 먹고 늦게 들어오면 당신도 술 먹고 늦게 들어오고, 악에 받쳐 남편 앞에서 약을 먹었더니 이혼 먼저 하고 죽으라고 한 남편이나, 약까지 먹어가며 남편과 싸워야 하는 아내나, 정말 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잘못이 내 탓이 아니라, 네 탓이라며 상대에게 덮어씌우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이며 서로를 비난하며 사는 부부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당신에게 많은 남자들이 접근해 오는데 마음을 다져 먹어도 거절할 수가 없다고 했는데 가정을 가진 유부녀가 할 소리가 아니지요. 사랑에 목마른 당신이지만 그 많은 남자들 중 단 한명도 진실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어느 순간 달콤함을 취하고 나면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 버릴 정말 부질없는 남자들입니다. 남편을 향한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자존심까지 잃지는 마세요. 더 비참해 집니다. 민정씨, 며칠 간 여행을 떠나서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인생을 사는 것인지, 앞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후 남편과 마지막 대화를 해보십시오. 너무나 늦은 감은 있지만 부부 위기에서 진실된 대화만큼 중요한 해결방법은 없습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 [영화속 수능읽기] 라쇼몽

    [영화속 수능읽기] 라쇼몽

    흔히 과학은 객관적이라고 한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언제 어디서든 수소와 산소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수소와 산소가 물을 구성한다는 사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타당한 진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세상에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물이 섭씨 영도 이하에선 얼음이 된다는 사실은 객관적이라고 하자. 그러나 얼음이 언다는 사실은 스케이트장을 운영하는 자에겐 축복이지만 수영장을 운영하는 자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사실이 아니다. 현대물리학자들은 시간마저도 절대적이 아니라고들 한다. 예를 들면 지구중력장의 영향은 고도차 1㎞에 대하여 시간차가 (3×10)-13초에 이른다고 한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한 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말지만 싫어하는 사람과의 한 시간은 열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똑같은 길이를 가진 물리적 시간도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영화 ‘라쇼몽’, 녹음이 우거진 숲 속. 사무라이 다케히로(모리 마사유키)가 말을 타고 자신의 아내 마사코(교 마치코)와 함께 오전의 숲 속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늘 속에서 낮잠을 자던 산적 다조마루(미후네 도시로)는 슬쩍 마사코의 예쁜 얼굴을 보고는 그녀를 차지할 속셈으로 그들 앞에 나타난다. 속임수를 써서 다케히로를 포박하고, 다조마루는 마사코를 겁탈한다. 오후에 그 숲 속에 들어선 나무꾼은 사무라이 다케히로의 가슴에 칼이 꽂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관청에 신고한다. 곧 사건에 연루된 이들이 불려와 관청에서 신문이 벌어진다. 먼저 산적 다조마루는 자신이 속임수를 썼고, 마사코를 겁탈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무라이와는 정당한 결투 끝에 죽인 것이라고 떠벌린다. 하지만 마사코의 진술은 다르다. 자신이 겁탈 당한 후, 남편을 보니 싸늘하기 그지없는 눈초리였다고 한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자신을 경멸하는 눈초리에 제정신이 나간 그녀는 혼란 속에서 남편을 죽였다고 진술한다. 하지만 무당의 힘을 빌려 강신한 죽은 사무라이 다케히로는 또 다른 진술을 털어놓는다. 자신의 아내가 자신을 배신했지만, 오히려 산적 다조마루가 자신을 옹호해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자결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엇갈리는 진술 속에는 각자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담겨 있다. 대체 진실은 무엇인가. 우리의 신념 체계는 나의 생각이 옳고 타인의 생각이 그르다는 자기중심주의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이익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같은 핏줄, 같은 학교, 같은 고향에 끌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우리의 감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객관적인 견해를 지지한다는 것은 먼저 자신의 이해관계를 포기할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 중의 누가 자신의 이익을 깨끗이 포기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쇼몽’의 영상은 객관적 판단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말해준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 미후네 도시로·교 마치코·모리 마사유키 출연,1950년작. 김보일 서울배문고 교사 uri444@empal.com
  • ‘슬픈 영웅’ 설경구라 가능했다

    과연 소문대로 설경구는 대단했다.“내가 재연배우냐.”며 역도산의 생전 포즈를 흉내내는 것조차 꺼려했다는 일화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스크린에는 설경구가 ‘재연’한 역도산이 아니라 혼신을 다해 ‘창조’한 역도산이 펄떡이며 살아숨쉬었다. 하지만 이건 배우 개인에겐 최고의 찬사일지 몰라도 작품 자체의 재미와 완결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1000만 관객시대를 연 ‘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올 하반기 최대 화제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영화 ‘역도산’은 안타깝게도 이 함정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실미도’ ‘태극기‘ 이어 올 하반기 최대 화제작 역도산(김신락·1924∼1963)은 레슬링 하나로 전후 공황상태에 빠진 일본 국민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신화적 존재다. 동시에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죽을 때까지 숨기고, 성공을 위해 모략과 배신을 일삼은 비열한 인간으로도 묘사된다.39세에 요절한 그의 드라마틱한 삶만큼이나 극단을 오가는 이러한 역사적 평가는, 영화 ‘역도산’이 태생적으로 끌어안아야 하는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감독은 명확하게 방향성을 제시한다. 영웅도 모략꾼도 아닌,‘매순간 너 아니면 내가 죽는다.’는 일념으로 치열하게 시대를 살아낸 한 남자의 고달픈 인생 역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나침반에 의지해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선박처럼 영화는 주변의 유혹에 곁눈질하지 않고 이 원칙 하나에 기대 우직하게 제 갈길을 간다. 그러다보니 영화는 지나치게 건조해졌다. 하이라이트인 레슬링 장면조차 화려하다기보다는 처절하고, 슬프다. 영웅을 다룬 영화에서 흔히 보여지는 미화나 인위적인 감동의 상투성은 피했지만 더불어 블록버스터로서의 극적인 재미까지 상당 부분 희생시켰다. ●상투성 피했지만 레슬링 장면조차 너무 건조 영화에 쉽게 젖어들지 못하는 또다른 요인은 역도산이란 인물에 대해 한국인이 공유하는 추억(향수)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스모 후원자인 간노(후지 다쓰야)회장의 눈에 들기 위해 역도산이 ‘황군가’를 부르는 장면이나 프로레슬링 첫 경기에서 역도산이 집채만 한 미국 선수를 제압하자 “일본이 미국을 무너뜨렸다.”며 열광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어쩔수 없이 이질적이다. 무엇보다 애초 감독이 의도했던,‘평생 진검승부로 버텨온 한 남자의 진심’에 이르기 위해선 영화 속 역도산의 모습이 좀더 입체적이어야 했다. 역도산의 사생활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고, 이로 인해 다양한 추측들이 엇갈리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영화는 선택된 에피소드들을 나열하는 데서 그친 인상이다. 때문에 역도산이 평생의 은인 간노 회장과 부인 아야(나카타니 미키)의 간청까지 저버리면서 그토록 성공에 매달려야 했던 절박함이 스크린을 넘어서까지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일본인 모습 이질적… 절박함도 설득력 떨어져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과 싸이더스(대표 차승재)가 3년의 준비 기간과 110억원을 들여 제작한 ‘역도산’은 이미 일본 소니 재팬에 250만달러에 사전판매됐고, 내년 6월 개봉예정이다. 한국인이지만 일본인의 영웅이었던 역도산의 운명처럼, 영화 ‘역도산’도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화려한 조명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12세 관람가.15일 개봉. ●역도산은 누구 함경남도 출신으로 1940년 열일곱살의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스모 선수가 됐다.10년 뒤 스모 등급 경기에서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순위에서 제외되자 은퇴하고, 도미해 프로레슬러로 변신했다.3년 뒤 일본 프로레슬링협회를 창립한 그는, 미국 레슬러들에게 가라테촙을 날리는 모습으로 국민적 영웅이 됐다.1963년 12월 도쿄 번화가 나이트클럽에서 야쿠자 칼에 맞아 부상한 며칠 뒤 복막염으로 사망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자전 에세이 ‘철부지모녀의 세상나기’ 펴낸 김청

    자전 에세이 ‘철부지모녀의 세상나기’ 펴낸 김청

    “미혼모의 자녀로 태어난 모든 분들께 많은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인기탤런트 김청(사진 왼쪽·42). 지난 5일 홍서범·조갑경 부부가 운영하는 경기도 일산의 ‘불놀이야’카페에서 특별한 행사를 가졌다.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 ‘철부지 모녀의 세상나기’ 출간 기념식. 유니세프(UNICEF) 기금마련을 위한 팬사인회도 곁들였다. 특히 이날 김씨는 오늘날까지 키워준 어머니 김도이(사진 오른쪽·59)씨에게 효도선물로 작은 ‘회사’ 하나를 설립했다는 깜짝 발표로 눈길을 끌었다. 이뿐만 아니다. 김씨 모녀가 살아온 질곡의 인생을 한꺼풀씩 공개하면서 참석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18살 미혼모의 자식으로 태어나 거액의 빚(30억원)을 천신만고 끝에 갚은 얘기, 결혼 3일 만에 파경한 사연, 또 강원도의 한 암자에 들어가 6개월 동안 술을 마시며 보낸 일 등을 솔직히 쏟아냈다. 7일 오전 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기도 분당의 자택. 첫마디가 “미혼모들을 위해, 이 시대의 아픔을 가슴속에 파묻고 사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용기를 냈다.”고 했다. 이어 “출판사 사장에게 ‘판매 수익금 전체를, 이들을 위해 쓰겠다.’는 다짐을 확인하고서야 출간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고 2년생인 엄마와 12살 많은 육군 장교가 만나 (자신을) 낳았다.”면서 “그러나 양가의 반대로 결혼도 못하고 또 아버지가 곧 돌아가시는 바람에 결국 미혼모의 손에 자라게 됐다.”고 어려운 고백을 했다. 어머니는 경주 김씨로 밀양의 한 은행지점장 딸이었고, 아버지는 대쪽같은 순흥 안씨 집안이었단다. 어머니가 진 빚을 어떻게 갚았느냐고 하자 “그건 내 젊음이었다. 엄마는 그때 전신마비로 병원에 누워 있었다.”고 대답했다. 또 “솔직히 모든 걸 빨리 잊고 살고 싶다.”며 울먹였다. “10년에 걸쳐 빚을 다 갚았을 때, 어느날 갑자기 우울해지더군요. 아무런 추억도 없이 사라진 젊은 날…. 자살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결혼 3일 만에 파경을 맞고는, 배신감과 상처를 견디지 못해 강원도 암자로 훌쩍 떠나버린 적도 있었다. 매일 술을 마시며 괴로운 나날을 보내다 문득 ‘깨달음’을 얻어 6개월 만에 산을 내려왔다. 그리곤 어머니와 길고도 긴 포옹을 하면서 한없이 울었고, 새로운 희망을 되찾았다. 밀양에서 태어난 그는 81년 경희대 무용과 1년때 미스 MBC로 뽑혀 연예계에 발을 내디뎠다.‘사랑과 야망’‘당신은 누구시길래’ 등 수십편에 출연하며 인기를 누렸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오늘의 눈] 그들만의 국회/김준석 정치부 기자

    “부득이하게 사회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2일 자정을 넘긴 직후 김원기 국회의장의 말이다.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는 연기를 거듭하다 자정을 넘겨 끝내 열리지 못했다. 야구로 따지면 예정되었던 주중경기도 못하고 야간경기도 못했다. 우천이나 그밖의 경기장 상황으로 부득이하게 열리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일부 퇴장하고 감독들끼리 싸움만 하다가 심판도 경기 속개를 포기해 결국 시간제한을 넘겨 경기가 무산된 꼴이다. 스포츠의 경우 이런 상황에서는 대개 관중들의 항의가 있고 환불소동이 벌어지며 다음날 각 소속구단은 사과 성명을 내게 된다. 하지만 국회는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았고 책임 전가에 전력을 다했다. 여야 모두 합의정신을 위반했다고 ‘배신’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서로 비난하기 바빴다. 관중인 국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국회의장인 심판에게 경기를 진행시키지 않는다고 항의하는 열린우리당이나, 국회를 빠져나가 본회의란 경기 자체가 열리지 못하도록 한나라당이나,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민주노동당도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기자들은 본회의가 열릴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 시시각각 지도부들의 합의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경기가 진행되고 경기 결과를 독자들에게 전해주기 위한 사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새벽 씁쓸하게 집으로 향했다. 점점 국회는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그들만의 리그로 다시 퇴행하고 있다.16대 국회와는 다른 국회를 만들겠다고 자부했던 17대 국회가 그들만의 정당성을 내세우며 국회를 파행 공전으로 이끈다면 또 다시 역사에 명예롭지 못한 국회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김준석 정치부 기자 hermes@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중년탤런트 스크린 점령

    중견 탤런트들의 농익은 연기에 맛을 들인 영화계가 아예 이들을 복수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지만 TV 드라마에서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중후한 영화’로 지레 짐작했다간 오산.‘여태 저런 끼를 어떻게 감추고 살았을까.’싶게 몸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는 난다긴다하는 젊은 배우들도 울고 갈 정도다. 3일 개봉하는 영화 ‘까불지마’(제작 JU프로덕션)가 대표적. 최불암, 오지명, 노주현 등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연기파 중견 배우 세명이 주인공으로 뭉쳤다. 동료의 배신으로 옥살이를 한 벽돌(최불암), 개떡(오지명), 삼복(노주현)이 감옥에 갇힌 배신자의 딸을 위해 팔자에 없는 보디가드를 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줄거리.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단연 세 배우의 코믹 연기다. 대한민국 대표 아버지상으로 각인돼온 최불암이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 차림의 보디가드로 변신한 것 자체만으로도 웃음이 터진다. 시트콤에서 이미 코믹 연기의 진수를 선보인 오지명은 일명 ‘호나우두 머리’라는 우스꽝스러운 헤어스타일까지 서슴지 않았고,‘잔머리의 대가’로 등장하는 노주현도 원없이 망가졌다. 그중에서도 세 배우가 댄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은 압권이다. ‘까불지마’가 중견 남성배우들의 개인기에 방점을 찍었다면 지난주 촬영을 마치고, 내년 1월말 개봉 예정인 ‘마파도’(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는 한껏 물오른 다섯 여배우의 앙상블에 힘을 실은 작품이다. 마파도라는 수상한 섬에 살고 있는 다섯명의 ‘할매’와 어느날 이 섬에 찾아온 두명의 젊은 남자가 벌이는 기상천외한 사건이 작품을 끌고 가는 기본 축. 여운계, 김을동, 김수미, 김형자, 길해연 등 개성 강한 여배우들이 펼치는 엽기적인 캐릭터 연기가 관람 포인트다. 스크린에서 조연에 머물렀던 중견 탤런트들의 당당한 주연 차지는 꽃미남, 꽃미녀 주인공 일색의 천편일률적인 영화판에서 그 자체로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이노기획의 김은 팀장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영화계 속성과 대중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중견 배우들의 영역 파괴 욕구가 맞아떨어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스크린에 자주 나들이를 하고 있는 노주현은 “우리같은 배우들이 나와야 나이 든 관객들도 극장에 오는 걸 덜 어색해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중견 탤런트들의 스크린 공략이 관객층을 넓히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단적인 예가 지난 3월 개봉한 ‘고독이 몸부림칠 때’. 주현, 송재호, 양택조, 김무생, 선우용녀, 박영규, 진희경 등 중견 배우 7명이 단체 주인공으로 출연한 이 영화는 노년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는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는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뒀다. 영화의 흥망은 여전히 20∼30대 관객의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아무리 중견 배우들이 주인공이더라도 주요 마케팅 대상은 여전히 젊은 층이다.‘까불지마’는 그룹 UN의 김정훈을 비롯해 임유진, 이진성 등 신세대 스타들을 출연시켜 그들의 또래 문화를 보여주는 데 공을 들였다.‘마파도’에서도 젊은 관객들에게 인기있는 이정진, 이문식 등 두 남자배우를 투톱으로 가세시켰다. 중견 배우들의 주연 등장이 한때의 유행으로 스쳐지나갈지 한국영화 시장의 다양성을 넓히는데 한몫을 할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교내시험도 커닝”에 충격

    재학생 3명이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외국어고등학교는 1일 당혹감 속에 대책을 마련하기에 분주했다. 아침 일찍 긴급 대책회의를 연 뒤 반별로 자체 확인에 나선 데 이어, 교장 등 주요 관계자들은 하루 종일 학교 밖에서 보고를 받으며 추이를 주시했다. 학생들은 다소 충격을 받은 듯 삼삼오오 모여 웅성거리는 등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정말 우리 학교 맞아요?” 당혹 경찰은 이날 “모 외국어고 같은 반 학생 3명이 수리와 외국어 과목 답안을 교환한 사실을 시인했다.”면서 “이들 사이에 금전관계는 없었고 학생들은 평소 중간·기말고사에서도 부정행위를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학생들은 “정말이냐, 믿을 수 없다.”며 당혹스러워했다.3학년 김모군은 “조회시간에 선생님께서 ‘불미스러운 일에 우리 학교 학생들도 연관된 것 같다.’고 하셔서 놀랐다.”면서 “여기저기서 수능 부정 사건이 터져나올 때 다른 세상 얘기인 줄 알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3학년 이모양은 “문제 풀기도 빠듯한 시간인데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영어과 3학년 A군은 “착잡하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양심을 판 그들이 잘못한 것”이라면서 “사실이라면 죄값을 받아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같은 과 B양도 “차라리 그 친구들에게는 이번에 걸린 것이 잘된 것”이라고 가세했다. 그는 “커닝을 해서라도 좋은 점수를 받고 싶은 유혹은 누구나 느끼지만 나쁜 일이니까 안 하는 것”이라면서 “이번에 성공했다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유혹에 흔들려 더 큰 범죄를 저질렀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소문 들었다”“내신도 부정?” 몇몇 학생은 수능 시험을 전후해 부정행위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한 중국어과 3학년 학생은 “수능 시험 직후 다른 반 학생이 누군가에게 문자메시지로 답을 보내 줬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선생님이 인터뷰하지 말라고 했는데….”라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3학년 C군은 “중간·기말 때도 커닝을 했다면 내신에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면서 “비슷비슷한 실력에 학생 수도 적은데 내신까지 부정을 했다면 정말 배신감을 느낀다.”고 분개했다.D양은 “솔직히 하위권이면 몰라도 외고는 서로 라이벌 관계라 까딱하면 내가 피해를 볼 수도 있는데 정말 우정으로 답을 가르쳐 준 것인지 의심스럽다.”면서 “제발 돈 받고 한 것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2학년 학생들의 충격도 컸다.2학년 이모(17)양은 “생각하면 할수록 괘씸하다.”면서 “우리 학교는 특목고라서 온갖 질타를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박모(17)군은 “정말 잘못하기는 했지만 너무 몰아붙이는 것 같아 불쌍하다.”고 동정하기도 했다. ●“아직 구체적 상황 파악 못해” 학교측은 “오후까지 경찰이나 교육청으로부터 학생 인적사항 등 아무런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 3학년 담임교사는 “소식을 듣고 아침에 1대1 면담으로 확인에 나섰는데 우리반 학생은 아니었다.”면서 “교사들도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과학담당 교사는 “당국이 차라리 부정을 저지른 학생을 알려주면 학교로서는 학칙에 따라 처벌하고 사과문을 게재할 일”이라면서 “교육부가 수능 시험의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으면 이처럼 불편한 일도 안 생겼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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