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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요영화]

    [일요영화]

    ●말타의 매(EBS 오후2시20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간의 욕망과 그것의 허무함을 다루는 필름 누아르의 걸작. 필름 누아르의 ABC가 담겼다. 신사 숙녀들은 이제 더 이상 점잖치 않은, 욕망의 노예이자 남들을 등쳐 먹는 요부다. 모두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부딪쳐 허둥대고 배신과 속임수에 능숙하다. 그 와중에 주인공의 쓸쓸한 뒷모습이 클로즈업되지만 그렇다고 주인공이 착한 것만도 아니다. 이렇게 펄펄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을 음울하고도 비관적인, 그야말로 누아르적 연출로 뒷받침한 20세기 대표영화를 꼽으라면 절대 빠지지 않는 영화가 됐다. 이 영화 덕분에 감독 존 휴스턴과 배우 험프리 보가트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새뮤엘 해밋의 유명한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스토리는 탄탄하다. 탐정 샘은 어떤 여자로부터 남자에게 빠져 사라져버린 여동생을 찾아달라는 사건을 의뢰받는다. 동료를 보내 해결하려 하지만 외려 동료는 물론, 여동생을 꼬여냈다는 남자마저 살해당한다. 자초지종을 알고자 의뢰인 브리짓을 찾아간 샘은 의뢰 자체가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다 수상한 남자로부터 ‘말타의 매’ 조각상을 찾아달라는 새로운 의뢰가 들어온다. 고대 말타 섬의 기사단이 스페인 국왕에게 바쳤다는 이 매 조각상은 그 안에다 엄청난 보물을 품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샘은 이 의뢰를 처리하면서 ‘말타의 매’에 얽힌 놀라운 비밀을 하나씩 풀어간다. 그리고 뭔가 위험한 낌새를 알아차리면서도 브리짓에게 점차 빠져들기도 한다. 마침내 밝혀진 진실은? 알고 보니 모두가 한 사람의 손에 놀아나고 있었다.1941년작,100분. ●프리즈 프레임(KBS1 밤12시30분) 괴기스럽다고 할 정도로 실험성이 돋보이는 스릴러물. 살인범으로 몰렸다가 겨우 풀려난 숀은 그 뒤 자신의 모든 것을 비디오 카메라로 기록해둔다. 그 어떤 사태가 닥쳐도 비디오테이프를 무죄 증거로 내놓겠다는 생각에서다.10년 동안 찍은 비디오 테이프는 산처럼 쌓이지만, 한순간 도로아미타불이 된다.5년 전 살인사건을 쫓던 경찰이 숀을 의심하는데 그 때 찍은 비디오테이프만 사라져버린다. 코미디언 리 에번스가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프리즈 프레임(Freeze Frame)이란 잠깐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들여다보는, 정지화면을 뜻한다.2004년작,99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한류 통신] 중국인을 사로잡는건 스케일 아닌 인간냄새

    [한류 통신] 중국인을 사로잡는건 스케일 아닌 인간냄새

    두 달 가까이 한국의 한 학술재단 초청으로 고려대 외국인 교수 숙소에서 ‘신선 생활’을 하다 귀국해 보니 여름이 다 끝나 있었다. 상하이로 돌아와 대학에서 가깝게 지내는 교수들과 함께 ‘귀국보고회’ 겸 저녁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동북공정’에 대한 한국의 격렬한 반응과 최근 TV 등 공중파를 타고 있는 한국의 역사극들을 화제에 올리게 됐다. 동북공정에 대해 관련 전공자들이나 지식계층에선 어느 정도 알지만 중국의 일반인들은 전혀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의 TV나 신문 등 언론매체에선 전혀 이 문제를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사회주의 언론’의 특성도 작용했을 것이고 사실 관계자를 제외하곤 별다른 관심이 없기도 하다. 왜냐하면 중국은 주변국들과 수없는 영토분쟁을 겪었고 또 지금도 이곳저곳에서 진행형이며 중국의 일반 국민들이 상당히 탈정치적인 까닭도 있다. 그런데 이날 자리를 같이한 교수들은 연속극에 대해 많은 관심들을 보였다.‘대장금’을 비롯해 한국의 영화·연속극들에 빠진 재미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이야기의 전개와 극의 반전, 등장 배우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고 극과 관련된 역사적 배경 등에 관심을 보였다.‘주몽’ ‘연개소문’ 등등. 역사극으로 말하자면 외람되지만 중국도 간단치 않다. 그 방대한 규모와 광활한 시간적·공간적 배경. 다양한 문화적 색채와 수많은 민족들이 뒤섞여 만들어나가는 ‘중화민족’의 역사…. 한국에서 대학물을 먹은 친한적인 ‘한국유학파’ 입장에서 보더라도 한국의 역사극은 정말 죽었다 깨어나도 중국 역사극의 스케일과 방대함에는 따라갈 수 없다. 한류가 중국인의 눈과 귀, 생각과 관심을 휘어잡고 있는 것은 그 스케일과 방대함에 있지 않다. 한류 연속극들의 힘은 그 중심에 인간이 서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인 한 개인의 구체적인 삶과 고뇌, 좌절과 극복. 그 개개인을 둘러싼 인간들간의 기대와 실망, 연민과 고독, 배신과 복수…. 한국의 연속극에는 인간 냄새가 가득하다. 중국인들은 그러한 구체적인 인간들의 삶의 여정과 인간적 체취를 사랑한다. 최근 한국의 역사극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서울 체류 동안 그 역사극들을 보면서 한국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국가, 역사, 명분 등등. 거대함 속에서 우뚝서 있는 인간. 도도한 역사의 물결 속 주인공인 인간. 한국과 한국적인 것의 인간적임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쑨커즈 (중국 푸단대학 교수) ●한류통신은 이번 게재분을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 [새영화] 거룩한 계보

    [새영화] 거룩한 계보

    장진 감독의 영화들에는 그만의 아우라가 분명하다. 웬만한 영화적 감식안만 있다면 사전정보 없이도 이내 그의 작품을 짚어낼 수 있도록 곳곳에 ‘장진 스타일’을 매복시켜 놓는 일관된 재주를 부려왔다. 19일 선보이는 ‘거룩한 계보’(제작 KnJ엔터테인먼트)는 사뭇 다르다. 언어유희에 가깝게 대사 자체를 코믹하게 비트는 장기나 익살은 한눈에도 많이 자제된 느낌이다. 액션 누아르 장르를 표방한 새 영화에 우정을 주제어로 심어놓은 감독은,‘최소한’의 유머로 균형을 살려 그로서는 ‘최대한’ 진중하게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영화 ‘친구’가 부산사투리로 우정의 점성을 결정적으로 더했다면 이 영화에서는 질펀한 호남사투리가 등장인물들의 유대관계를 상징하는 직설적 은유장치가 됐다. 이렇다할 반전장치 없이 단선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구도 역시 이전의 장진 방식과는 차이가 좀 있다. 어릴적 단짝친구였다가 나란히 같은 폭력조직에 몸담게 된 세 친구가 조직의 배신과 음모를 뚫고 우정을 확인해 나가는 줄거리. 보스의 적을 찌르고 수감된 동치성(정재영)은 교도소에서 단짝친구 순탄(류승룡)을 만나고, 자신들을 제거하려는 보스의 음모를 알아챈 뒤 탈옥해 복수를 벼른다. 보스의 새 오른팔이 된 친구 주중(정준호)과의 대결이 불가피하고 영화는 이 과정에서 의리와 우정이라는 누아르의 고전적 메시지를 집중 부각시킨다. 감독의 특장이 엿보이는 대목은 치성과 순탄 일행이 무너진 담벼락을 넘어 탈옥하기까지의 코미디 라인에 있다. 감방지하의 터널을 뚫어 탈옥을 시도하다가 여의치 않자 온몸으로 부딪쳐 담벼락을 금가게 하는(추락하는 비행기 잔해에 어이없이 벽이 무너진다.) 등의 상황은 넉살이 빛나는 조폭코미디의 시퀀스가 됐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최대장점은, 단순한 조폭코미디처럼 출발했다가 갱스터+액션+누아르로 장르를 포섭해 나가는 ‘장르 백화점’의 오지랖에 있다. 그러나 뒤집어 말하면 ‘친구’(후반부의 어릴적 회상장면들은 심하게 오버랩된다.)를 비롯한 조폭액션물들의 익숙한 재미를 요령껏 답습한 듯 진부한 맛의 한계가 분명하다. 감독 장진에 대한 신뢰만으로 영화를 선택하는 팬이라면, 다음 작품에서는 감독이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주길 기다리게 될지도 모르겠다.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열린세상] 광주·부산 비엔날레 또 다른 모방 경쟁인가/이성낙 가천의과학대 총장

    경기도 북부에 ‘이동막걸리’와 함께 ‘이동갈빗집’으로도 이름난 곳이 있다 하여 찾아간 적이 있다. 그런데 수도 없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갈빗집 간판들을 보고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원조갈빗집’,‘원조의 원조갈빗집’ 등등 무슨 무슨 ‘원조집’이라고 주장하는 간판들이 손님을 호객하는 작태를 보노라면 씁쓸한 기분에 그 먼 곳까지 찾아간 것을 후회하게 된다. 또한 수도권 남쪽 외곽에 위치한 곤지암에서는 소머리국밥을 가지고 집집마다 ‘원조’ 논쟁을 벌이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서로 자신이 원조라고 주장하는 이상한 모습은 참으로 꼴불견스럽다. 이웃끼리 장사를 하면서 상호 간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상도덕조차 그렇게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집단 배반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아 더없이 우울해진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한 집이 갈비든 소머리국밥이든 별난 맛으로 유명해지면 그 옆자리에 비슷한 ‘종목’을 가진 음식점이 줄줄이 개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인집에서 노하우를 습득한 사람이 자신이 일하던 ‘본가’ 인근에 음식점을 차리면서 상호나 영업 간판도 ‘본가’와 유사하게 내걸고 ‘본가’의 단골손님까지 넘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러니 밝은 대낮에 볼썽사나운 ‘배신자들의 집단’을 대해야 하는 손님들은 얼마나 역겨울까. 유럽에서 생활할 때 필자는 동료들이 대학병원에서 소정의 과정을 마친 후 독립하여 개원하는 경우를 많이 지켜봤다. 하지만 누구도 자기가 몸담았던 곳에서 반경 5㎞ 내에다 병원을 개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떤가.10년,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몸담았던 곳을 나와서는 바로 길 건너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 앞에 둥지를 마련하는 것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부산과 광주의 ‘문화 행사’ 하면 이제 국제적으로 확고한 위상과 그에 걸맞은 명성을 얻은 부산영화제와 광주현대미술비엔날레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런데 요즈음은 광주현대미술비엔날레와 부산미술비엔날레가 동시에 개최되고 있다. 더군다나 미술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건만 두 도시가 표방하는 주제 또한 같은 현대 추상미술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광주비엔날레는 6회에 걸쳐 개최된 지난 12년 동안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 왔고, 지금은 동양권에서 내로라하는 현대 추상미술 분야의 ‘국제 잔치’로 그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부산 미술계가 불쑥 끼어든 셈이니 마치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갈빗집과 소머리국밥집이 절로 연상된다. 더욱이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라면 적어도 서로 다른 해에 개최하는 게 최소한의 상식이며 도리건만 그 시기마저도 같은 계절에,10일간의 시차를 두고 열리니 그 속내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실로 ‘미천한 자들의 자본주의(poor people´s capitalism)의 표본이 아닌가 싶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300㎞ 거리 안에서 동일한 테마로 국제 규모의 문화 행사가 동시에 열리는 예는 볼 수 없다. 국내의 이러한 작태를 두고 해외 미술 문화계는 틀림없이 비신사적, 비문화적 발상의 산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예술의 본질은 단순히 보고 듣는 데 있지 않다. 작가 개개인의 생각을 존중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며, 그런 가운데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기쁨을 찾는 것이다. 예술의 본질이 이러하건대 부산미술비엔날레 행사를 기획한 사람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따라 하기’를 부산 문화계가 앞장서서 답습하고 있으니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심도 깊은 논의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성낙 가천의과학대 총장
  • [04일 TV 하이라이트]

    ●클로즈 업(YTN 오후 1시20분) 이른바 동북공정으로 불리는 중국의 역사왜곡 움직임이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간단히 말해 중국의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에 편입하려는 이런 시도는 우리의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단국대학 복기대 박사와 함께 동북공정의 현황과 우리의 대응방안 등에 대해 알아본다. ●살림의 여왕(EBS 오전 11시) 돈 걱정 없는 가정 만들기의 첫 번째 방법은 꼼꼼한 가계 설계. 그러기 위해서는 내 집 마련하기 전략과 장기 투자계획을 세우고, 자녀 교육, 노후 등을 책임지기 위하여 2∼3년 적립 펀드를 하고 통장 쪼개기가 필수이다. 철저한 재무관리로 새로운 인생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재테크 특강을 백정선 강사에게 들어본다. ●김미화의 U(SBS 오후 1시40분) 연해주 현지봉사 청소년 174명이 여행경비를 십시일반 마련해 러시아에서 우리나라로 입양된 한 소녀 모녀상봉을 만들어낸 사연, 자신을 보살펴 준 이웃 할머니에게 거액의 수술비를 쾌척한 강하사, 효행상에 빛나는 지연이와 두리의 아름다운 효심까지, 추석을 맞아 진정한 효의 의미를 되돌아본다. ●얼마나 좋길래(MBC 오후 8시20분) 동수는 선주의 이별통보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마지막 확인을 하기 위해 선주를 찾아간다. 그리고 애써 담담한 척하는 선주는 동수가 준 반지까지 동수 앞에서 던져버린다. 분노와 배신감에 가득 찬 동수는 선주에게 가라고 소리치고, 선주는 동수가 돌아서기 무섭게 반지를 찾아내 눈물을 흘리는데…. ●추석 특집, 무한지대 큐!(KBS2 오후 6시40분) 각 지역과 집안의 내림 음식을 통해 고향의 맛을 소개하고,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각 분야의 명인들을 통해 ‘전통의 솜씨’를 소개한다. 더불어 명절 대목을 맞아 특수를 누리고 있는 ‘한가위 거상들’과 ‘반짝 틈새 상인들’을 통해 명절 분위기에 한껏 젖어 있는 팔도의 모습도 소개한다. ●수요기획(KBS1 오후 11시40분) 남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기후가 덥다보니 저장음식이 발달하게 됐다. 유난히 발효음식들이 많고, 젓갈을 담가도 수십 가지, 김치를 담가도 종류별로, 상이 넘칠 만큼 찬이 많아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도 음식의 기본이라 불리는 저장 발효음식들, 그 삭힘과 절임의 미학으로 안내한다.
  • 콕 찍은 영화 9편 “안보곤 못배길걸”

    콕 찍은 영화 9편 “안보곤 못배길걸”

    마음만 먹으면 9일간의 긴 휴식에 빠질 수도 있는, 올 추석은 말 그대로 ‘황금’연휴. 영화계가 일찌감치 이 황금시장에 눈독을 들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추석 연휴에 각축하는 한국영화만도 무려 6편. 융단 폭소탄을 내장한 코미디에서부터 대규모 스케일의 액션, 눈물을 훔치게 만드는 감동드라마까지. 골라보는 즐거움에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감독/배우/장르/관람등급) 황수정 최여경기자 sjh@seoul.co.kr (1) 타짜 최동훈/조승우·김혜수·백윤식·유해진/드라마/18세 이상 허영만의 인기만화가 음모와 배신이 녹아든 드라마로 스크린에 옮겨졌다. 도박판에 인생의 전부를 걸어버린 젊은 타짜(속임수를 잘 쓰는 전문도박꾼)의 이야기. 조승우의 밀도있는 연기, 여유있는 카리스마의 진맛을 보여주는 백윤식, 화투판을 떡주무르듯 하는 ‘악녀’ 김혜수 등 이보다 더 완벽한 캐스팅은 없다. 방대한 원작을 최대한 쓸어담은 드라마가 지루할 때도 있으나,‘범죄의 재구성’의 그 치밀함을 다시 확인시키는 최동훈 감독! (2) 라디오 스타 이준익/안성기·박중훈·최정윤·정규수/드라마/12세 이상 배우 안성기와 박중훈의 건재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웃음과 감동이 반반씩 사이좋게 손잡은 휴먼드라마.‘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의 물흐르는 듯한 연출력이 돋보이고, 국민배우 안성기의 연륜이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편안해 보인다. 지방도시의 라디오 DJ로 전전하는 왕년의 사고뭉치 가수왕과, 그를 변함없이 응원하고 보듬어주는 속깊은 매니저 이야기. (3)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Ⅲ 정용기/김수미·신현준·김원희·탁재훈·공형진·신이/코미디/15세 이상 조폭가문 백호파, 업계 1위 김치회사 ‘엄니손김치’로 거듭나다! 그들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가는 전직검사와 한판 승부. 세련된 현재의 모습과 ‘유치찬란’한 과거 행적을 번갈아 더듬으며 드라마의 강약을 조절해 간다. 전편의 캐릭터에 배우의 개인기를 제대로 버무렸다. 특히 구수하고 맛깔나는 전라도 사투리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김수미의 홈쇼핑 출연 장면이 압권. 한바탕 웃기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4) 잘 살아보세 안진우/이범수·김정은·전미선·변희봉/코미디/12세 이상 1970년대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을 둘러싸고 시골마을에서 빚어지는 코믹 해프닝. 김정은·이범수가 엮는 환상의 복식 코미디에 전미선 변희봉 등 연기력 탄탄한 조연들 가세. 산아제한이라는 참신한 시대적 소재를 완성도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흐지부지 주저앉은 후반부가 아쉽다. (5) 구미호 가족 이형곤/주현·박준규·박시연·하정우·고주연/뮤지컬 코미디/15세 이상 가족을 깊이 사랑하는 아버지, 남자 밝힘증이 있는 섹시한 첫째딸, 단순무식한 아들, 귀엽지만 엽기적인 막내딸. 단란한(?) 구미호 가족과 죄질 나쁜 한 남자의 좌충우돌 인간 되기. 서커스장을 배경으로 한 구미호 가족의 ‘생쇼’, 배우들의 캐릭터, 간간히 삽입한 뮤지컬 장면이 적절하게 녹아있다. 배우의 재발견이 가장 눈에 띄는 영화. 박장대소 없이 잔웃음으로만 이끌어가는 것이 살짝 아쉽네∼. (6) 무도리 이형선/서영희·박인환·최주봉·서희승/코미디/15세 이상 자살명당으로 소문난 강원도 산골짜기, 무도리. 세 노인과 방송작가, 자살동호회 회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동이 자잘하게 이어지다가 막판에 살짝 감동을 주는 소박한 이야기. 폭소보다는 독특한 소재에서 나오는 낯설고 다소 당황스러운 냉소가 튀어나오는 코미디 영화라고나 할까. 끈질기게 들이대는 철지난 유머는 난감하다. 노장의 힘으로 극복하려나. (7) 야연 펑 샤오강/장쯔이·대니얼 우·저우쉰/무협액션/15세 이상 10세기 중국을 배경으로 황실의 로맨스와 음모, 권력을 향한 욕망 등이 얽히고 설킨 서사무협. 화려하되 고즈넉한 색감, 잔인하되 부드러운 액션 등 대비와 강약을 거듭하는 화면의 균형미가 훌륭하다. 화려하게 스케일 큰 액션 화면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장쯔이의 매혹적인 카리스마가 빛을 발한다. (8) 앤트 불리 존 A. 데이비스/줄리아 로버츠·니컬러스 케이지·메릴 스트립(목소리)/애니메이션/전체 ‘왕따’ 꼬마가 개미를 괴롭히다 마법사의 주술에 걸려 개미만큼 작아진 뒤 겪는 모험과 화해의 과정.‘폴라 익스프레스’로 3D 아이맥스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톰 행크스가 자신의 아들에게 원작 그림책을 읽어주다 제작을 결심하게 된 작품이라고. 폭력의 부당함, 약자에 대한 배려 등 교훈적 메시지가 뚜렷하다. (9) BB프로젝트 진목승/성룡·고천관/액션/12세 이상 눈이 즐거운 ‘성룡표’ 액션물. 개운하고 유쾌하며 코믹한 천연 액션 퍼레이드를 별 생각없이 즐기면 되는 팝콘무비. 두 명의 절도범이 어쩌다가 납치한 아기가 ‘빌리언달러 베이비’일 줄이야. 천진한 아기를 다시 엄마에게 돌려주기 위한 고군분투가 아찔하면서도 신명난다.6개월된 아기 매튜의 귀여운 ‘연기’가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 영화에 진출하는 TV 연출가

    영화에 진출하는 TV 연출가

    『10년안으로 「베니스」, 「칸느」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 연출가 이남섭씨(李南燮·36)가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면서 펼치는 포부. 직접 TV「드라머」를 쓰고 연출하던 솜씨로 영화에서도 각본·감독 겸업의 양수겹장이다. TV연출가가 영화감독으로 진출한 예는 『미워도 다시한번』의 정소영(鄭素影)감독에 이어 두번째다. 공교롭게도 이남섭·정소영 두사람은 KBS-TV에서 4년 가까이 함께 일한 동료PD, 연출과 집필을 겸했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갖고있다. 이남섭씨의 처녀작품이 될 영화는 구정 「프로」로 개봉될 『의리(義理)의 사나이 돌쇠』다. KBS-TV의 인기연속극으로 역시 李씨자신이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던 『녹슬은 단검(短劍)』이 원작이다. 1월25일 TV방영(放映)이 끝나기가 바쁘게 영화촬영도 끝냈으니까 TV극의 영화화(映畵化)에도 초 「스피드」의 기록을 세운 셈이다. 촬영기간이 불과 8일이었다는 점도 李씨의 일솜씨를 자랑하는게 된다. 그의 TV이력은 KBS-TV의 개국(61년 12월)과 함께 시작됐으니까 이미 10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그가 꼽는 대표작품은 『배신자(背信者)』 『사직골 구(具)서방』 『잡았네요』 『녹슬은 단검(短劍)』. 이 4편중 3편이 영화가 됐지만 연속극으로서도 모두 성공한 작품이다. 특히 『잡았네요』이후의 『녹슬은-』같은 「코미디」극은 새로운 유행어를 탄생시키면서 TV가(街)에 선풍을 일으킨 작품들이다. 『이른바 예술 작품으로 「데뷔」못하는게 좀 서운합니다. 그러나 문제작을 들고 나간다는 결의보다는 우선 흥행부터 성공시켜놓고 볼 생각이죠. 영화계 안에서의 기반부터 닦아놓고 그 다음에 하고싶은 영화를 만들 참입니다』 『의리(義理)의 사나이 돌쇠』는 「코믹·터치」의 사극(史劇)이지만 TV 「드라머」에서 불가능했던 분야를 개혁, 완전히 새로운 영상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처음으로 「메거폰」을 잡아본 뒤의 소감은 『영화가 TV보다 수월하다』는 것. 『TV는 녹화하는 순간 「카메라」 조명, 편집등 기술적인 문제까지 동시에 해야하는 까다로움과 시간에 쫓기는 피로감이 있지만 영화는 기술적 여건의 제한이 적어 훨씬 여유를 느꼈다』한다. 서울大 불문과(佛文科)를 나온 李씨가 영화감독에 뜻을 둔 건 대학 2학년 때부터. TV 연출을 맡으면서 차차 자신이 생겼고 63연도에 도불(渡佛)하여 1년가량 본격적인 영화공부를 했다. 『그곳에서 이른바 세계적인 감독의 영화를 매일 한두편씩 보았죠. 「칸느」「베니스」등 권위있는 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들, 정말로 멋이 있읍니다. 영화야말로 모든 예술중에서 가장 다양한 표현수단이 될 수 있어요』 『한국영화는 소재도 문제지만 「테크닉」이 너무 떨어져요. 소설을 그림으로 읽어주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감정, 분위기 묘사가 천편일률이고 대사가 맞지 않요. 대체로 말이 너무 많고』 신중하면서도 날카로운 비판을 털어놓는 李감독은 국산영화가 관객을 잃고있는 이유가 『작품의 질이 낮기때문』이라고 못박았다. 그가 만들고 싶은 영화는 『춘향전(春香傳)』같은 한국고유의 소재를 가지고 현대적인 「테크닉」을 구사한 작품. 고유문화의 전승(傳承)을 주제로 현대적인 영화를 만들고싶단다. 뜻대로 된다면 내년쯤 「유럽」에 가서 그곳 영화를 좀더 보고올 예정. TV「탤런트」 김난영씨(金蘭榮·28)가 부인이고 두 동생 창홍(昌弘·30), 만홍(萬弘·27)씨가 DBS, KBS-TV의 「프로듀서」인 방송가족. TV극 『녹슬은 단검』에 출연했던 김난영씨는 남편의 「데뷔」영화에서 남정임(南貞任), 박노식(朴魯植) 등과 공연(共演)한다. [선데이서울 70년 2월 1일호 제3권 5호 통권 제 70호]
  • 굴속의 곰 노인 부부

    굴속의 곰 노인 부부

    멧돼지와 호랑이만 지나다니는 산중턱에 6순의 두 노인이 살고있다. 20년 가까이 생식을 하며 살아온 6순의 이 부부는 구천동(九千洞) 의 「로빈슨·크루소」. 그러나 길을 잃고 헤매는 사냥꾼들 30여명을 구하기도 했다. 해발 1천5백m의 덕유산 중턱에 자리잡은 통나무 굴집-이 집이 「구천동(九千洞) 곰노인 부부」라 불리는 길관수(吉寬洙)씨(65)와 이대길(李大吉)노파(63)의 보금자리다. 吉노인의 고향은 평안북도, 공산당이 싫어서 해방되던해 단신 남하한 吉씨는 강원도 경기도로 떠돌아 다녔다. 6·25동란 다음해인 51년 吉씨는 벌채 인부들 틈에 끼어 처음으로 무주구천동(茂朱九千洞) 에 발을 디뎠다. 벌채가 끝나고 동료 인부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떴다. 그러나 웬일인지 吉씨는 구천동(九千洞) 을 떠나고 싶지가 않았다.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 병풍속의 한폭 그림같은 대자연, 바람과 산새 소리뿐인 고요, 이런 것들이 길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의 모략, 배신, 속임수 들이 없는 이런 곳에서 한평생을 보내기로 吉씨는 굳게 마음먹었다. 길씨는 양지바른 바위 틈에 움막을 치고 그해 여름을 났다. 한길이 넘는 산풀을 깎아 말려 이불과 요를 만들고 동료들이 주고 간 식량과 부식으로 배를 채웠다. 낮에는 펀펀한 산 비탈을 파고 갈아 오는 봄의 파종에 대비했고 밤이면 관솔불 아래서 말린 풀을 엮어 겨우살이 준비를 했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됐다. 길씨는 우선 이웃 동굴속으로 집을 옮기고 생식을 시작했다. 처음 한달 동안은 소화가 안되고 이가 시리는등 부작용이 있었으나 곧 괜찮아졌다. 눈이 쌓였다. 동굴앞과 뒤로 수많은 짐승의 발자국이 지나갔다. 길씨는 짐승의 왕래가 잦은 곳에 땅을 파서 함정을 만들고 칡덩굴을 끊어 덫을 만들었다. 첫 수확이 좋았다. 1백 20근짜리 멧돼지가 걸려들었다. 약 6km 떨어진 마을로 끌고 내려가 5천원에 팔았다. 한 겨울동안 토끼와 노루 너구리 여우 멧돼지등 수많은 산짐승을 잡았다. 일부는 팔고 일부는 털을 베어 옷과 이불로 대용했다. 새봄이 왔다. 마을에 내려가 옥수수와 조 그리고 수수씨등을 구해 파종을 했다. 그리고는 낮이면 약초와 고사리 도라지 등을 채집하고, 밤이면 동굴속에서 관솔불을 밝힌채 날을 보냈다. 이듬해 여름 산골짜기를 지나가다 꿀벌집을 발견, 산대나무로 엮은 둥우리속에 담아와 동굴앞에 놓았다. 늦가을까지 꿀 세 사발을 떠 한 그릇에 3천원씩 사냥 나왔던 포수에게 팔았다. 또 겨울이 오고 그 해 눈이 무척 많이도 내린 겨울밤 吉씨가 파놓은 함정 근처에서 으르렁거리는 호랑이 소리에 몸을 떨었다. 밤을 지내고 아침에 가보니 멧돼지를 잡으려고 쳐놓은 덫에 호랑이가 죽어있었다. 소식을 듣고 한달만에 찾아온 무주(茂朱)군 설천면 李모씨에게 2만원에 팔았다. 구천동(九千洞)의 「로빈슨·크루소」吉씨의 생활은 이렇게 해가 바뀌어 갔다. 63년 덕유산 꼭대기에서 약초를 캐던 吉씨는 인기척에 까무러치도록 놀랐다. 웬 여인이 산나물을 캐고 있었다. 덕유산 너머 경상북도 어느 마을에서 산나물을 캐러 온 여인이었다. 두사람은 이렇게 해서 쉽사리 만났고(그때 나물 캐던 여인이 현재의 吉씨 부인 李노파이다) 곧 이어 신세가 비슷한 둘은 동거생활로 들어갔다. 그런데 한가지 난점이 생겼다. 吉씨는 생식을 하는데 李여인은 생식을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吉씨는 생식을 중단키로 했다. 집도 동굴에서 나와 양지바른 산비탈에 통나무를 엮고 흙을 발라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동안 모아놨던 돈으로 옷가지와 이불도 장만하고 마을에서 암탉 1마리와 수탉 1마리를 사 길렀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무주(茂朱)군 당국에서도 이들을 돕기로 하고 매월 약간의 밀가루와 보리쌀을 보내줬다. 이제 이들 부부는 더 부러울 것이 없는 행복한 새 살림을 꾸려 나간다. 밭도 더 넓히고 씨도 뿌리고 가을이면 호박과 박도 거두었다. 비록 옥수수와 고구마 그리고 조밥을 먹을 망정 떳떳한 자급자족 생활이었다. 더우기 마음이 편해 더 바랄게 없었다. 이 늙은 신혼부부(?)는 낮이면 밭은 갈고 밤이면 옛날 애기로 꽃을 피웠다. 지난 65년부터는 경찰에서도 자주 吉노인의 통나무 굴집을 찾아 모든 걱정을 해주는가 하면 이 두노인을 상대로 반공 교육과 계몽을 실시, 지리산으로 통하는 덕유산 일대에 나타나는 낮선 사람을 신고토록 하고 조난자를 구하는 역할을 도맡게 했다. 오늘까지 이들은 길 잃은 포수와 등산객의 유일한 구세주가 됐고 무려 30여명의 인명을 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가지 큰일이 생겼다. 어두운 곳에서만 지내다 보니 눈이 이상하게 변했다. 좀 나쁜 표현으로 짐승의 눈과 같아져 갔다. 광채가 나고 고양이의 눈을 닮아갔다. 그밖에 건강은 말할 수 없이 좋았다. 비록 고기는 못 먹고 호의호식은 못할망정 마음이 편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데다 산채와 약초를 먹고 여름철이면 뱀까지 먹으니 건강이야 좋을 수밖에 없다. 아름드리 통나무를 젊은 사람들 보다 더 많이 짊어지고 산에서 내려오던 吉노인은 빙그레 웃으면서 『앞으로 30년은 더 살테니 자주 만납시다. 허허…』 [선데이서울 70년 2월 1일호 제3권 5호 통권 제 70호]
  • 추석연휴 ‘타짜’ 끝발 날릴까?

    추석연휴 ‘타짜’ 끝발 날릴까?

    올 하반기 충무로의 최대 기대작은 일찍부터 ‘타짜’(제작 싸이더스FNH·영화사 참)였다. 치밀함에 숨이 막히는 데뷔작(범죄의 재구성)을 던졌던 최동훈 감독, 탄탄한 연기력을 밑천으로 맹렬히 뻗어오르는 조승우, 늦깎이 재발견의 진맛을 보여주는 백윤식, 존재감이 곧 작품의 신뢰도로 연결되는 김혜수. 기실, 조합이 이쯤되면 덮어놓고 내용물에 대한 기대치가 끝점을 찍을 만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짜’는 그 기대의 수고로움이 헛되지 않은 완성도를 갖췄다.28일 개봉하는 영화는 규모를 들이대지 않고서도 관객을 압도할 수 있음을 증명한 탄탄한 드라마를 자랑한다. 도박판 줄타기의 긴장을 펼쳐내는 영화는 주인공 고니(조승우)가 타짜(속임수를 잘 쓰는 전문 도박꾼) 인생으로 들어서는 우연한 지점에서 출발점을 찍는다. 가난한 청년이 허름한 일터의 한구석에서 벌어지는 화투판에서 욕망의 느낌표를 찍어버린 이후 이야기는 중반을 넘어서도록 브레이크 없이 속도를 낸다. 누나의 위자료를 몽땅 사기도박단에게 털린 고니는 전설의 타짜 평경장(백윤식)을 쫓아다니며 ‘꽃싸움’(화투)판에 몸을 던진다. 고니와 평경장을 구심점으로 거미줄처럼 얽히는 음모와 배신으로 드라마는 살을 붙여간다. 방대한 원작을 강력한 점성으로 스크린에 압축해낸 감독의 역량은 놀랍다. 화투판을 둘러싸고 줄기차게 명멸하는 등장인물들을 이분법 선악구도에 줄세우지 않고서도 긴장감을 더해가는 요령많은 음모극이 됐다. 이 영화의 최대 무기는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주인공으로 별개의 작품을 찍어도 좋을 만큼 캐릭터들이 입체적으로 해석됐다는 점이다. 원정도박에 나선 고니의 욕망에 기름을 붓는 정 마담 역의 김혜수는 기대 이상의 걸출한 수확이다. 영화는 원작의 이야기 얼개와 인물들을 평경장, 고니, 정 마담, 고니와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며 도박판에서 유일하게 소시민적 면모를 보이는 고광렬(유해진) 등 4인 중심구도로 틀을 짜나간다. 파국을 예견하면서도 승부욕을 잠재우지 못하는 고니, 진심과 가식의 모호한 경계에 선 정 마담과 달리 유해진은 현실감각을 대변하는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로 흠잡을 데 없이 유쾌하다. 캐릭터에 따라 관점을 달리하는 영화의 상영시간은 2시간 20분. 원작 속 캐릭터들의 개성을 최대한 다양하게 분산하려 애쓴 흔적이 길어진 러닝타임에서 엿보인다. 쉼없이 인물 만화경을 펼쳐놓는 반복된 호흡 탓에 드라마의 요철이 주는 쾌감은 떨어진다. 범국민적인 소재가 범대중의 영화로 도약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지점이 바로 이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분히 반사회적인 소재를, 과장없이 휴머니티를 견지한 드라마로 일궈낸 장르적 성취만으로도 이 작품은 ‘잘 빠진’ 한국형 도박영화임에 틀림없다.18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이 한권의 책] 서양문명에 숨겨진 암호의 세계

    댄 브라운의 스릴러 소설 ‘다빈치 코드’가 경이적인 판매기록을 달성한 것이나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가 거둔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뭘까? 이는 무엇보다 종교 미술품 속에 이단적 사고가 암호화되어 삽입되어 있다는 그럴듯한 가설에 독자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책들은 둘 다 픽션이지만 ‘숨겨진 상징’에 관한 진실은 어떤 픽션보다도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아일랜드의 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팀 월레스-머피의 저서 ‘심벌코드의 비밀’(김기협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은 매혹적인 영적 세계에 대한 길고 오래고 고된 탐구 속에서 상징이 견지해온 의미와 역사에 대한 설명을 담은 책이다. 지은이는 심리학 연구활동과 함께 개인적으로 30여년간 문명 속에 숨은 신비로운 사실들을 좇은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로 네 권의 책을 냈는데, 그중 ‘성배의 비밀을 품고 있는 로슬린 예배당’은 ‘다빈치 코드’의 중요한 모태가 되기도 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먼저 기독교 상징체계의 발달에 중점을 둔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이단적 아이디어들이 억압적 교회당국의 엄혹한 눈길로부터 왜 그리고 어떻게 감춰져 왔는지 파고든다. 이를테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암굴의 성모’ 2점 중 두번째로 그린 그림은 그림 의뢰자와 작가가 체결한 계약에 의해 뒷날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되었음을 밝혀낸다. 그림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성모의 손이 보호적인 자세로 걸쳐져 있는 아기가 예수일 것으로 추측하지만, 실은 세례 요한이고, 천사 곁에서 축복을 주고 있는 아기가 예수이다. 여기서 저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그림을 의뢰하고 계약을 체결한 성직자가 ‘세례자 요한의 이단’을 비밀리에 따르던 인물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프랑스 렌 르 샤토 마을에도 기독교와 관련된 신비의 수수께끼가 있다. 매년 수많은 순례자들이 몰려드는데, 그들이 마을에서 처음 만나는 것은 아이를 안고 있는 막달라 마리아 상과 아이를 안고 있는 예수의 상이다. 언뜻 보기에 앞의 것은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로, 뒤의 것은 요셉과 아기예수로 해석이 가능하다. 두 동상은 소니에르라는 가난한 신부가 이 마을로 좌천되어 온 뒤 세운 것인데, 이 신부는 그 후 군주 못지않게 호사스럽게 살았다고 한다. 이 돈의 출처에 대해 저자는 템플기사단이나 막달라 마리아의 전통을 따른 카타리파에서 남긴 보물, 면죄부 판매 등 추측이 난무함을 지적한다. 책은 이밖에도 교회에서 제작을 맡긴 그림이나 건축물 속에 남겨진 비밀 상징들을 하나하나 파헤쳐 나간다. 그리고 이같은 상징을 남기는 과정에서 일어난 음모와 획책, 부패한 권력과 영웅주의, 배신과 기사도 정신이 뒤얽힌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또 이러한 상징을 남긴 이들은 기존의 기독교 역사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는 점도 밝혀낸다. 놀라운 것은 이같은 상징의 역사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 미국 돈 1달러 지폐에 있는 ‘호루스의 눈’은 프리메이슨이 세상을 지배하리라는 상징이고, 프랑스 렌 르 샤토 마을에 모여드는 순례자들은 막달라 마리아를 숭배하는 이단의 무리라는 것이다. 근세 이전의 서양사를 지금까지 묶어온 기독교적 관점에 정면으로 도전, 그 질곡을 꿰뚫어보는 시각이 다소 무모한 듯하면서도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책이다.1만 48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시론] ‘바람보다 먼저 눕는’ 민초들 웃게 하려면/ 이덕일 역사평론가

    [시론] ‘바람보다 먼저 눕는’ 민초들 웃게 하려면/ 이덕일 역사평론가

    우리 사회의 권력형 게이트에는 일정 공식이 있다는 민초(民草)들의 믿음은 확고하고도 광범위하다. 배후에 권력 엘리트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현재의 바다이야기 사건도 권력형 게이트로 번질지는 검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많은 민초들은 권력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전부터 소문이 무성했다.‘누구는 깃털이고, 누가 몸통이고, 올라가면 누구까지 관여되어 있다더라.’는 식의 ‘카더라 통신’이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있었다. 과거 정권과는 다를 것이라 여겼던 참여정부에서도 ‘카더라 통신’이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 이유는 바다이야기의 진행 과정이 상식과 원칙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주부들의 고스톱이 대역죄라도 되는 것처럼 보도되는 나라에서 주택가 한복판에 도박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수 있었던 배후에는 권력 엘리트가 있다고 짐작했던 것이다. 비상식을 상식으로 만들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그런 이상한 바람의 진원지가 권력이라고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 민초들은 지레 짐작했던 것이다. 아직까지는 바다이야기에 실제로 권력 엘리트들이 관여했는지 드러난 것은 없다. 그러나 세간에는 권력 엘리트들이 부유층을 상대로 치부할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만만한 서민들을 도박장으로 몰아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는 조소가 팽배해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이는 현 정권에 대한 마지막 커트라인, 즉 ‘무능하지만 부패하지는 않았다.’는 믿음마저 송두리째 무너지게 만들었다. 더 이상 사람들은 택시 안에서도 분노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마지막 믿음마저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데서 나타나는 체념상태인 것이다. 현 정권에 대한 과거의 믿음이 왜 체념상태로 변했는지를 알아야 그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찾기 위해 첫번째로 물어야 할 질문은 현재의 권력 엘리트들에게 권력은 무슨 의미인가 하는 점이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권력을 잡으려고 그토록 노력했는가? 그들은 권력을 봉건시대의 입신양명(立身揚名) 수단이나 권위주의 시절의 만능키와 같은 것으로 인식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민초들과는 애당초 생각이 달랐던 것이 아닐까? 바다이야기 사건에서 가장 우려되는 현상은 민초들의 노동의 가치가 크게 훼손되었다는 점이다. 일부 귀족노조를 빼고는 노동으로는 내일의 희망을 갖기 힘든 사회가 되었다. 노동자·농민들의 소중한 땀방울의 가치는 치솟는 부동산이나 도박꾼들의 천문학적 거금 앞에 초라하기 그지없어졌다. 지금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카더라 통신’은 민초들의 버림받은 땀방울들이 모여서 분노의 폭포를 이룬 것이다. 이제 권력 엘리트들은 민초들의 절망과 분노 앞에 겸허해야 한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민초들의 삶에 맞추어 자세를 낮추는 것이다. 권력의 시각이 아니라 민초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 비로소 민초들의 고통과 분노가 남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으로 보일 것이며, 그런 고통과 분노를 만든 당사자가 다름아닌 자신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입으로는 민초를 말하면서 행동으로는 다른 삶을 산 자신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그때야 옷깃을 적시는 반성의 눈물이 나올 것이고, 그러면 민초들은 통회의 진정성을 보게 될 것이다. 진정성이 드러나면 불신 문제는 저절로 회복된다. 그때 ‘바람보다 먼저 웃는’ 민초들의 믿음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늦었지만 그 길만이 살길이다.
  • [한류통신] 한국인 여행객 추태 ‘반한류’ 부추긴다

    [한류통신] 한국인 여행객 추태 ‘반한류’ 부추긴다

    올해 초 문화관광부가 동남아시아 국가의 관광 가이드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문화·관광을 직접 체험케 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한국의 가치를 제대로 전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에 뿌듯한 적이 있었다. 같은 시기 외교통상부로부터는 “추한 한국인으로 인해 국가 이미지가 실추되는 사례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해외에서의 불법행위나 추태가 통보되면 여권에 제한을 가해 일정 기간 출국을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는 ‘추한 한국인’ 대책이 마련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정부가 한국문화와 관광 홍보, 국가이미지 제고와 한류의 지속을 위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오죽하면 외교부가 저런 대책을 내 놓았겠나 싶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지난 한해 우리나라 국민의 해외방문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단다. 국민 5명에 1명꼴로 해외에 나간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도 때때로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인 여행객을 현지 교민들은 만난다. 한국 여행객들의 낯부끄러운 행태를 두고 현지인들은 손가락질하면 그만이지만 교민들은 마치 자기의 잘못인 양 얼굴을 들 수가 없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 뷔페에서 챙겨놓은 음식들을 해양공원에 앉아 팩소주와 함께 먹고 마신다거나, 음식물 반입이 안 되는 디즈니랜드에 몰래 가지고 들어가다 망신당하기 일쑤다. 미식천국이라는 홍콩까지 와서 중국음식을 앞에 두고, 하루 종일 들고 다니던 김치와 고추장, 심지어는 쌈된장에 반찬까지 풀어놓고 ‘신토불이’니 ‘우리의 것이 세계의 것’ 더 나아가 ‘우리는 한국음식 문화를 알리는 민간외교관’이라며 큰소리를 치는 여행객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꼴불견이다. 한류열풍이 홍콩에 거세게 분 이후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홍콩인 수는 수천명에 이르고, 홍콩 공영라디오 방송에서는 한국어강좌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어가 매일같이 흘러나온다. 이제 더 이상 얼굴 뜨거워지는 추태를 부려놓고 ‘스미마센’하며 일본인을 흉내내 위기를 모면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어를 배우는 홍콩인들이 한국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곤 하는데, 이들의 입에서는 홍콩인들에 대한 험담과 욕설을 듣고는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는 사람도 있다. 한국 여행객들의 이러한 추태는 홍콩이나 동남아 등의 한류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권윤희 (위클리홍콩 대표)
  • [씨줄날줄] 영수회담/진경호 논설위원

    ‘칠회칠배(七會七背)’. 칠종칠금(七縱七擒)에 빗댄 이 말은 국민의 정부가 끝나갈 무렵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진영에서 나왔다. 김대중(DJ) 대통령과 7차례 영수회담을 가졌으나 모두 뒤통수를 맞았다며 극도의 배신감을 드러낸 말이다.2001년 10월 두 사람의 마지막 영수회담 표정을 한 언론인은 이렇게 전한다.“이 총재는 쌍심지를 켠 채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DJ는 ‘저 친구가 대통령이 되면 내 여생은 없다.’고 결심했다.” DJ로 하여금 여생을 걱정케 한 말이 무엇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비리로 구속된 DJ의 두 아들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겠느냐는 추정만 있을 뿐이다. 아무튼 국민의 정부 시절 영수회담은 이처럼 거칠었다. 막힌 정국을 풀기보다 여야 대치를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반면 권위주의 정권 시절 영수회담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1990년 3당 합당 등 정국의 거대한 물줄기가 이 영수회담에서 결정됐고, 정국에 훈풍이 부는 경우가 잦았다. 모두가 1인 정당, 보스정치 시대의 산물이다.1975년 영수회담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내 신세가 저 (창밖의)새와 같다.’고 한숨 지었고,‘대통령 오래 할 생각 없다.’는 말을 김영삼 신민당 총재는 비밀에 부쳤다.(김영삼 회고록) 2년 뒤 박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가진 이철승 민주당 대표는 훗날 “피차 쓰라린 경험에서 우러나온 각별한 인간관계를 얘기했다.”고 회고했다. 짐짓 인간적 정리와 낭만정치에 대한 향수를 담은 회고담이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영수, 즉 몇몇 우두머리에 의해 우리 정치가 지배돼 왔음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고백이기도 하다. 그 ‘인간적 정리’ 뒤에 담긴 흑막도 알 길이 없다. 참여정부 들어 영수회담이 사라졌다. 지난해 대연정 논란의 와중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단 한차례 열렸을 뿐이다. 영수회담의 쇠락은 정치 발전의 징표다.1인 지배에서 벗어나 시스템에 의한 정치라는 긍정적 요소를 지닌다. 다만 조건이 있다. 영수회담에 버금갈 다각도의 소통이 필요하다. 전시작전권과 관련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제의를 여권이 일축했다.“대통령 면담을 신청하라.”는 여권의 일갈에 정치발전이라는 평가가 머쓱해진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20&30] 이직 “삶 업그레이드 위해 그래~ 옮기는 거야”

    [20&30] 이직 “삶 업그레이드 위해 그래~ 옮기는 거야”

    ‘평생직장’이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이 첫 직장에서 근무하는 평균 기간은 1년 9개월. 첫 번째 일자리를 구하기까지 평균적으로 무려 12개월이나 걸리지만,2년도 안돼 과감히 뿌리치고 나온다. 그들이 이직이라는 모험을 감행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입사 3년이 못돼 직장을 옮긴 2030들의 다양한 속내를 들어봤다. ●“10년 뒤의 내 모습을 떠올려봤지요” 석달 전부터 한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29·여)씨가 전 직장을 버린 이유는 자기계발 때문이었다. 김씨는 10년 뒤를 내다보고 당장의 안정을 과감히 버렸다. 김씨는 2004년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했다. 남부럽지 않은 연봉에 사내 복지 등은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곰곰이 10년 뒤 미래를 생각했을 때 떠오른 영상은 꼭 ‘맑음’이 아니었다. 여전히 여성으로서 대기업 임원이 될 수 있는 기회는 적었고 전문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기에도 경쟁이 만만치 않았다. 연봉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김씨는 지금 직장에서 충분히 자기계발을 해가며 전문 컨설턴트로서 이름을 날릴 미래를 꿈꾸고 있다.“대기업에선 결국 하나의 부속으로 종속될 가능성이 크지만 지금 회사에선 경영 컨설팅 등을 직접 해가며 기업의 미래를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어요.”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채모(28·여)씨도 중견 기업 회장 비서직을 1년만에 훌쩍 내던졌다. 영문학과를 졸업한 채씨에게 비서직은 당초 원하던 직업이 아니었다.3000만원이 넘는 연봉과 불확실한 미래가 발목을 잡았지만 질끈 눈을 감고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2년 동안 호주의 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지금, 채씨는 고객 회사들에 대해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일을 하면서 보람도 얻고 고액의 연봉도 손에 쥐고 있다.“아마 지금까지 비서 일을 해서 3년차가 훌쩍 넘었다면 그만두기 힘들었을거예요. 나이도 있고 2년간 유학으로 자기 계발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같은 직장 구하기도 힘들었을 테니까요.” ●“상사가 지독하게 싫어서….” 직장 상사와의 트러블도 중요한 이직 사유 가운데 하나였다. 외국계 무역회사에서 일하던 이모(29·여)씨는 40대 여자 부장과의 트러블을 참지 못하고 1년 만에 회사문을 박차고 나왔다. 외국 바이어들과 만나 수출입 전반에 대해 논의하는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이씨에게 부장은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았다. 한번은 실수로 단순 계산이 틀린 이씨에게 부장은 “넌 수학도 못하니. 아니 이건 수학이 아니고 산수지 산수.”라며 굴욕을 안겼고 동료와 외모를 비교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취직이 급해 들어간 직장에서 나름대로 보람을 찾고 있었지만 괴팍한 상사와 싸우다 보니 세상사는 게 참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 늦기 전에, 더 나이들기 전에 새로운 길을 찾아야할 것 같아 1년 공부 끝에 좋은 회사에 재입사했죠.” ●“쥐꼬리만한 월급이 지겨워…” 2002년 대학을 졸업하고 의료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에 입사한 오모(27·여)씨. 오씨는 전공인 생물학을 살리기 위해 벤처기업을 선택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하루 12시간 몸바쳐 일해도 돌아오는 월급은 한달에 80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연구개발에서 보람을 찾으려해도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5명밖에 안되는 직원들 때문에 빈자리가 너무 커보여 이직을 망설였지만 6개월 만에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지금은 대학교 사무직으로 직장을 옮겼다.“함께 일하던 직원들과의 정 때문에 회사를 등지기가 쉽진 않았어요. 하지만 그 정도의 월급으론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웠죠.” ●“이직은 ‘삶의 업그레이드’수단” 홍모(25·여)씨는 잡지사에 다니다가 최근 사보 제작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지 1년 반밖에 안됐지만 이번이 세 번째 직장이다. 홍씨가 생각하는 직장상은 주5일제와 초과근무에 대한 적정한 보상, 쾌적한 근무환경 등 세 가지. 첫 직장은 모두 갖춰지지 않았지만 취직을 해야겠다는 급한 마음에 들어가 1년 3개월 동안 일했고, 두 번째 직장은 조건이 얼추 맞았지만 상사와의 충돌을 견딜 수가 없어 한달 반만에 그만뒀다. 이번 직장은 세가지 조건에 거의 맞는데다 꽤 만족스럽지만 그는 3∼5년정도 경력을 쌓은 뒤에 다시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제게 있어서 이직은 삶을 ‘업그레이드’시키는 하나의 방편이기 때문이죠.” ●“유유자적한 삶을 위해서…” 삶의 여유를 생각하는 2030도 많았다. 남부럽지 않은 IT관련 대기업에 다니던 김모(29)씨가 2년 반 만에 회사를 그만 둔 이유는 재충전 시간의 부족 때문이었다. 김씨에게 재충전 시간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지만 잘 나가는 그의 회사는 명목상만 주 5일제일 뿐 사실상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는 회사에 나오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재충전 시간을 놓치는 것을 수당과 분위기 때문에 참고 넘어간다면 언젠가 후회할 것 같아 과감하게 사표를 내던졌죠.”그는 경력을 희생해서라도 근무시간이 명확한 한 은행으로 최근 재입사했다. 2002년 대학을 졸업한 장모(31)씨는 우수한 성적으로 한 증권사 IT담당 애널리스트로 뽑혔다. 하지만 매일 이어지는 야근에 주말조차 바쳐야하는 애널리스트 일을 하면서는 도저히 사람답게 살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국 장씨는 수천만원대 연봉을 뿌리치고 직장을 나와 한 재수학원에서 1년간 공부를 거쳐 지난해 한의대에 입학했다.“정신없이 살다보니 일에 치여 사는 내 삶이 이해되지 않아 좀더 안정된 삶을 찾고 싶었죠. 한의학 공부로 미래를 개척하면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것 같아 안심이 돼요.” 이재훈 서재희기자 nomad@seoul.co.kr ■ “인간적 신망 잃지말고 떠나라” 근속자들의 충고 한 회사에 오랫동안 근무한 ‘근속 직장인’들은 3년도 안돼 직장을 옮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대구의 한 시내버스회사에서 40년 동안 근속한 이상한(63)씨. 그는 요즘 젊은이들의 이직은 새로운 트렌드로 꺼릴 것이 아니하고 생각한다. “60∼70년대에는 다양한 직업군이 형성되지 않아 한 회사에 충성을 다하며 신임을 얻지 않으면 생계수단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자기 적성과 보다 높은 임금을 찾아 이직하는 것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씨는 이직을 하더라도 전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에서 신망을 잃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직장에서 만난 사람과의 인간관계는 언제 어디서 다시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동료들이 ‘배신당했다.’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적절한 이직 이유 등을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중에 개인 사업을 하더라도 결국 자기가 일했던 직종과 관련한 일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하죠.” 올 해로 15년째 한 식품회사 홍보팀에 다니고 있는 조모(40)씨도 “발전적인 이직은 권장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왜 직장을 옮기려 하는가는 중요하다고 본다. 적어도 특정 상사와의 충돌 때문에 회사를 옮기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자기가 정말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다시 시작하는 것은 이를수록 좋고 선배 입장에서도 적극 권장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직 사유중 상사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던데 이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자기와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떤 직장이냐보다 오히려 운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는 “우선 적극적으로 부서를 옮기거나 조직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가는 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20년 동안 한 대기업에 다니다가 90년대 말 외환위기를 맞아 어쩔 수 없이 퇴사한 김형태(가명·58)씨는 너무 잦은 이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회사에 너무 애착을 갖는 것도 문제지만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이 그만두는 젊은이들을 보면 솔직히 이해가 안가요. 특히 몇 개월마다 직장을 옮겨다니며 공백기를 갖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회사에 불만이 있어도 일단 그만두고 보자는 생각보다는 일을 하면서 자립할만한 기반이나 대안을 찾아야 하죠.” 서재희 이재훈기자 s123@seoul.co.kr
  • 동물원에 가보았지 (1)

    올해로 개원 98주년을 맞은 우리나라 최대의 동물원인 서울대공원에는 360종 3400여마리의 동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관람객들이 보기에는 마냥 귀엽고, 무섭게 보이는 동물들이지만 이들의 ‘삶’에도 수 많은 사연이 있답니다. 동물들의 비밀스럽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주 2회(화·금)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지난 6월 서울대공원 남미관은 희귀동물인 큰개미핥기 밍밍이(♀·1999년생)의 출산으로 축제 분위기로 들떴다. 하지만 쓸쓸히 뒤에 숨어 있는 동물이 있었으니 다름아닌 밍밍이의 본남편(?) 몽몽이(♂·1984년생). 조강지처의 배신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모습은 유난히 힘이 없어 보였다. 밍밍이의 남편은 둘이다. 첫 남편은 열다섯살 터울의 몽몽이로 2001년에 합사를 했다. 두번째 남편은 2002년에 새로 온 당당이(♂·2000년생)다. 큰개미핥기의 평균 수명은 10∼15년. 동물원에서는 할아버지격인 몽몽이의 나이를 우려해 당당이를 영입했지만, 그 뒤로도 밍밍이의 임신 소식은 없었다. 세 마리의 불안한 동거가 시작된 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초여름. 사육사들은 우연히 한쌍의 짝짓기 장면을 목격했다. 애정행각을 벌이는 것은 밍밍이와 몽몽이. 밍밍이의 발정 기간이었던 데다 이후로는 더 이상 짝짓기를 하지 않아 사육사들은 임신을 확신했다. 하지만 임신 기간인 190일이 지나 산실을 준비하고 지켜보기를 20여일, 밍밍이의 출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동물병원 진료팀이 진단에 나섰고, 밍밍이는 ‘상상임신’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허탈감도 잠시, 상상임신 소동 직후 밍밍이와 몽몽이의 짝짓기 장면이 다시 목격됐다. 기대와 우려 속에 다시 6개월을 보낸 밍밍이는 이번에는 건강한 새끼를 낳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친자 논란’이 불거졌다. 밍밍이는 상상임신 전력이 있는 데다 몽몽이의 눈을 피해 당당이와 짝짓기를 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설마 하는 마음에 실시한 유전자검사, 새끼의 아버지는 놀랍게도 당당이로 밝혀졌다. 큰개미핥기 가족의 사랑이야기가 남미관의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위기를 기회로 만든 노사] (8)대우건설

    [위기를 기회로 만든 노사] (8)대우건설

    대우건설이 창립 33년 만인 올해에 시공능력평가 1위에 오른 것을 놓고 재계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우선 일감을 안정적으로 밀어주는 든든한 그룹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 모두가 놀란다. 재계 1,2위를 다투던 대우그룹 시절에도 이루지 못했던 것을 단일 회사가 일궈냈기 때문이다. 또 지옥 문앞까지 떨어졌던 회사가 기사회생한 것도 장한데 불과 몇년 만에 국내 최고 건설사로 태어난 것에 의미를 둔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1등 건설사로 성장할 수 있는 저력이 ‘위기를 기회로 만든’ 노사관계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나면 다시 한번 놀란다. ●위기때 노조 설립… 회사 업계1위로 대우건설 노조는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초 태어났다. 공룡 그룹이 쓰러지면서 대우건설 또한 공중분해될 위기였다. 이때 기획·인사·감사팀 과장급 직원들이 회사를 살리기 위한 돌파구를 찾아나섰다. 하지만 방법은 역(逆)발상적이었다. 노조를 설립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노동계로부터는 어용노조라는 의심을 받았고, 회사로부터는 배신자 소리를 들어야 했다. 업계는 회사를 말아먹는 행동이라며 손가락질을 했다. 회사는 침몰하는 배를 구하기 위해 구조조정 카드를 내놨다. 식구 700여명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노조는 설립과 동시에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임금 삭감이나 근로조건 악화 등이 아닌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문제여서 노조의 반발이 심할 법도 했다. 하지만 노사는 머리를 맞대고 협상을 거듭한 끝에 직원들이 동의하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그만두는 직원들도 투쟁이나 법적 대응보다는 후배들에게 회사갱생을 신신당부할 정도였다. 회사도 정상화되면 그들을 다시 불러들일 것을 약속했다. 관할 근로감독관을 감동시킬 정도로 모범적인 구조조정을 이끌어냈다. 뼈를 깎는 아픔은 계속됐다.3년간 임금동결, 상여금 400% 삭감, 복리후생비지원 중지에도 직원들을 꿈쩍하지 않았다.1등 건설사 등극은 그만둔 직원의 희생, 남아 있는 직원들의 고통분담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경영실적 공개… 명퇴 300명 재고용 재계는 대우건설의 1등 기업 성장 배경에 궁금해한다. 정창두 노조위원장은 “일류 건설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인적 자원”이라고 분석한다. 신체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작은 세포 하나하나가 건강해야 하듯, 대우건설은 조직원 모두가 우수한 집단이다. 노사 신뢰감 또한 남다르다. 노조는 2003년 워크아웃 졸업 전 회사가 어려울 때뿐만 아니라 회사가 잘 나갈 때에도 임금인상을 회사에 맡겼다. 지난해에는 4000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노조는 회사측에 임금인상을 일임했다. 경영진도 이에 보답했다. 회사 실적을 공개하고, 회사가 정상화되면서 떠났던 직원 300여명을 수혈하는 등 약속을 지켰다. 박세흠 사장은 “노조도 회사의 한 축이며, 노조를 품고 같은 틀에서 움직이는 조직으로 대했다.”며 믿음을 줬다. ●거리로 나간 노조활동 한번도 없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제도도 완벽하다. 매달 1회 노사가 함께하는 경영실적 설명회를 연다. 중요 사항이 생기면 언제든지 머리를 맞댄다. 매달 두세 차례 비공식적 회의를 갖는다. 최근 열린 회의에서는 박 사장과 정 위원장 모두 대화 테이블에서 사전 노사 요구사항이 담긴 서류없이 회의를 가질 정도로 믿음이 깊다. 번지르르한 노사관계는 사절한다. 명분을 내세운 노조행동은 없다. 정 위원장은 “그동안 거리로 뛰쳐나오는 노조활동은 한번도 없었다.”며 “회사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동은 앞으로도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주는 노사관계 우수상도 구조조정 때 희생한 선배들 생각에 거절했다. 최고 회사에 걸맞은 최고 수준의 노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노사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되는 것과 관련,“다시는 부실화되지 않고, 세계 1등 건설사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열린세상] 공직자의 숙명적 윤리와 철학/이종철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

    조선조 양반사회에서 가난은 선비의 떳떳한 도리라 하였지만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은 죄악이고 사회적 부채일 수도 있다. 불평등이 절대악이라는 공산주의와 필요선이라는 민주주의의 이념 논쟁 속에서 우리는 불평등이 공정한 경기규칙 속에서 이루어진 결과인가 아니면 불공정한 게임룰에서 비롯되었는가를 문제삼는다. 옛 속담에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말이 있다. 이웃이 논을 사도 배가 아프다는데, 갑종 근로소득세나 세금 한 푼 안 내고 재산만 불린 일부 정치인과 소수의 엘리트층이 손에 옹이가 박이도록 일한 보통사람보다 재산소득이 엄청 많을 때 결과의 불평등을 필요선이라고 공감할 사람이 있겠는가. 변호사, 의사, 회계사, 고위공직자와 국민을 대표하는 선량이 되는 길이 얼마나 어려운가. 그들은 모두 벌거벗은 국민의 혈세와 사랑 속에 피어난 아름다운 꽃들이다. 이제 현대의 귀족층인 그분들이 화사한 꽃들의 자태를 한껏 뽐내며 국민에게 마음의 보답을 해야 한다. 이것이 꽃의 아름다운 소명이다. 최고의 전문성을 가지고 국민의 생활향상, 복지실현, 지역경제와 기업의 활성화, 교육 문화 육성에 앞장서는 것은 우리들의 소망이다. 더불어 남모르는 자선과 이웃 사랑 또한 그들의 도리이다. 지금껏 자신을 키워준 가족과 사회, 국민을 위하여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나눠 베푸는 것은 이 시대의 아름다운 책무이다. 조상을 잘 둔 탓에 또는 천운이 좋아서 남부럽지 않은 재력을 가지는 것은 보통의 행운이 아니다. 하지만 창조적 엘리트들은 돈이 인생 행복의 목표가 아니라 하나의 작은 수단이라는 것을 각심해야 한다. 건강공단의 2005년 통계에 의하면,1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고소득자가 9만 6500명에 달하지만 월급 100만원 미만의 직장인은 무려 180만 8000명이라 한다. 부디 2007년 공직자 재산신고 때부터는 1급 이상 공직자, 국회의원, 판·검사 등 1000여명 중 재산 신고액이 20억원이 넘는 사람들은 사회기부금이나 자선란을 만들어 작게는 1년에 1000만원에서 크게는 4000만원 정도는 불우이웃, 중증장애어린이집, 노인요양시설, 장학재단에 쾌척하는 선행이 있기를 빈다. 사회지도층이 되어 현직에 오르려는 선택된 계층은 검증에 앞서 스스로 기부하는 정신을 발휘하는 사회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남을 도와보지 못하고 겸손과 정직, 신념과 목표가 없는 명사는 참된 지도자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의 독버섯일 뿐이다. 1993년 공직자 재산등록제가 실시된 이후 현직에 있는 고위직들의 재산이 공개될 때마다 천진한 국민들은 허탈감과 무력감, 때로는 배신감까지 느껴왔다. 최고위 공직자나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자리는 돈과 부동산을 굴려서 재산을 증식하는 자리가 아니다. 업무상 우월적 직위를 남용한 부당한 부의 축적과 부정부패와 소득의 누락을 멀리하며 국민과 국가에 멸사봉공하여 헌신하는 자리이다. 국민에게 꿈과 희망, 용기를 심어줄 참 공직자의 언행일치와 솔선수범이 이루어질 때 갑작스러운 수마에 허탈하여 망연자실한 국민의 이반된 민심을 달랠 수 있다. 대한민국은 20세기 후반 급속한 산업화의 발전 과정에서 30년 동안 수많은 공직자들이 건강까지 버리며 밤낮없이 일해왔다. 가족과의 정담과 자녀와의 사랑을 나눌 겨를도 없이 명예를 지키며 헌신한 창조적 엘리트 집단이 공직자이다. 국민은 공직자에게 전문성, 공정성, 정직, 성실, 멸사봉공, 애국애족과 함께 선비적인 청빈과 청백리를 기대한다. 이것이 곧 공직자가 품어야 할 숙명적 윤리이며 철학이다. 공직자가 국민으로부터 정서적으로 존경받는 풍토여야만 나라가 살고 정부에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민심은 천심이라 하지 않았던가. 국민은 법적 논리에 앞서 정서적 공감을 기대한다. 이종철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
  • [儒林속 한자이야기] (134) 反骨(반골)

    儒林(658)에는 ‘反骨’(뒤집을 반/뼈 골)이 나오는데,‘어떤 권력이나 권위에 따르지 않고 저항하는 氣骨(기골)을 가진 사람’을 가리킨다. ‘反’은 ‘오르다’가 본뜻이었으나 ‘반대로’‘거꾸로’ 같은 의미로 쓰이는 예가 많아지자, 본래의 뜻은 ‘攀’(반)자로 대신하였다.用例(용례)에는 ‘反對(반대:두 사물이 모양, 위치, 방향, 순서 따위에서 등지거나 서로 맞섬),如反掌(여반장:손바닥을 뒤집는 것 같다는 뜻으로, 일이 매우 쉬움을 이르는 말)’ 등이 있다. ‘骨’은 점칠 때 쓰이던 ‘소의 어깨뼈’를 본 뜬 글자인데, 원래 ‘月’(=肉)이 없었다.‘鷄卵有骨(계란유골:운수가 나쁜 사람은 모처럼 좋은 기회를 만나도 역시 일이 잘 안됨을 이르는 말),骨肉相爭(골육상쟁:가까운 혈족끼리 서로 싸움)’ 등에 쓰인다. 蜀(촉)나라의 위연(魏然)은 용감하고 智略(지략)이 뛰어났으나 자신을 過信(과신)하고 남을 깔보는 短點(단점)이 있었다. 유비(劉備)는 그를 장수로서의 능력을 인정하여 한중(漢中)의 太守(태수)로 임명하였다. 제갈량(諸葛亮)은 그의 목덜미에 거꾸로 솟아 있는 뼈를 보고 장차 謀叛(모반)을 꾀할 위험인물로 여겨 警戒(경계)하였다. 어느 날 위연은 머리에 뿔 2개가 거꾸로 솟아 있는 꿈을 꾸었다. 그는 이 꿈이 吉夢(길몽)이라는 조직(趙直)의 말을 근거로 모반을 꾀했으나 제갈량에 의해 鎭壓(진압)되고 말았다. 오늘날 ‘反骨’이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강인한 근성’이라는 긍정적 의미로 쓰이는 것은 진수(陳壽)가 위연을 촉을 배신할 의사가 전혀 없었던 인물로 평가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 광무제 때 낙양(洛陽) 縣令(현령) 동선(董宣)은 성품이 剛直(강직)하였다. 광무제의 누이인 호양공주의 종이 대낮에 사람을 죽이고 공주의 집에 숨었으나 逮捕(체포)할 수 없었다. 공주는 외출할 때면 그 종을 수레에 태우고 다녔다. 동선은 하문정을 지나던 공주의 수레를 멈추게 하였다. 조목조목 공주의 過誤(과오)를 열거하고 종을 꾸짖어 수레에서 끌어내어 현장에서 打殺(타살)하였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광무제는 震怒(진노)하여 동선을 잡아들여 채찍으로 쳐서 죽이려 하였다. 잡혀온 동선은 자신의 과오를 認定(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광무제의 穩當(온당)치 못한 處事(처사)를 꼬집었다. 그는 自殺(자살)을 허락해 달라며 강하게 머리를 기둥에 부딪쳤다. 광무제는 다시 공주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謝罪(사죄)토록 하였으나 끝내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 공주는 더욱 화를 내며 즉각 處斷(처단)을 요구했다. 광무제는 오히려 그의 氣槪(기개)를 칭찬하며 30만전을 下賜(하사)하고 釋放(석방)하였다. 월남(月南) 이상재(李商在) 선생이 일본시찰단원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의 逸話(일화)이다. 시장 주최 晩餐(만찬)에서 시찰 所感(소감)을 묻자,“오늘 東洋(동양)에서 제일 큰 도쿄 병기창을 보니 과연 일본이 동양의 강국임을 확인하였소. 그런데 聖經(성경)말씀에 ‘칼로 일어선 자는 칼로 망한다.’고 하였으니, 그것이 걱정이외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同席(동석)했던 일본인들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버렸다. 김석제 경기도군포의왕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11일 TV 하이라이트]

    ●시네마 천국(EBS 오후 11시55분) ‘광대를 위하여’ 코너에서는 스크린 위에 순수와 광기를 동시에 뿜어내고 있는 배우, 신하균을 만나본다. 계속해서 ‘김생민의 Cine File-이 한 편의 영화’코너에서는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사진사와 주차 단속원 아가씨의 순수하고 안타까운 사랑을 그려낸 수작,‘8월의 크리스마스’를 소개한다.   ●HD역사 스페셜(KBS1 오후 10시) 일제시대 때 일본으로 반출된 지 93년 만에 돌아온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 47책. 임진왜란부터 시작된 실록의 파란만장한 수난사, 그 마지막 반환과정을 조명한다. 조선왕조실록은 왜 세계적인 기록물로 평가받는가. 중국·일본의 실록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방대한 양과 기록의 밀도, 그 실체를 확인한다.   ●내사랑 못난이(SBS 오후 8시55분) 아버지 뜻을 거역하지 못해 승혜와 결혼한 동주는 조건만을 따져 결혼한 것이라 생각, 친구였던 형규를 배신한 승혜를 경멸하며 형식적인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영화 로케 현장 방문차 사이판을 찾은 동주와 승혜. 영화배우 서유경과의 관계를 알고 있는 승혜는 그 정도로 이혼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데….   ●레인보우 로망스(MBC 오후 6시50분) 은아는 지후를 돕다가 우연하게 기범을 만난다. 기범은 은아가 지후를 돕기 위해 그러는 줄도 모른 채, 은아와의 우연을 인연으로 생각한다. 한편 은비는 붐의 카메라를 깨뜨려 갑자기 돈이 필요하게 되는데, 때마침 아유미가 고무보트 타는 사람과 헤어져 자신의 보트를 팔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사이언스+(YTN 오후 1시20분) 요즘 최고의 주가를 자랑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아이스크림이다. 아이스크림의 독특한 풍미를 결정하는 고형성분, 아이스크림이 쉽게 녹는 것을 막아 주는 안정제, 아이스크림을 부드럽게 하는 1등 공신인 공기 등 더위를 달래주는 아이스크림에 어떤 과학의 원리들이 숨어 있는지 알아본다.   ●놀라운 아시아(KBS2 오후 7시10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털로 덮여 있는 중국인 위쩐환. 킹콩가수, 위쩐환의 털털한 생활을 들여다본다. 목이 길어야 미인, 일명 ‘기린 여인’이라 불리는 태국의 카렌족 여인들.5∼17㎝의 황동 목걸이를 평생 목에 걸고 생활을 하는, 예뻐지고 싶은 카렌족 여인들의 특이한 풍습을 소개한다.
  • 잉꼬 커플 ‘연기대박’ 터졌네

    잉꼬 커플 ‘연기대박’ 터졌네

    ‘잉꼬부부’로 소문 난 연예인 커플들이 최근 드라마와 영화를 누비고 있다. 한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반가운 얼굴들도 꽤 있는 데다가, 비슷한 시기에 남편 또는 아내와 연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한 TV 연예프로그램에 함께 출연, 닭살 커플의 면모를 과시한 최수종·하희라 커플은 드라마에서 맹활약 중이다. 최수종은 9월16일부터 KBS 1TV에서 방송되는 100부작 대하드라마 ‘대조영’의 주인공 대조영 역을 맡아 한창 촬영 중이다. 최근 KBS 수원 드라마센터에서 만난 그는 10㎏이 넘는 갑옷을 입고 칼을 휘두르며 대조영으로 변신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태조 왕건’‘해신’‘태양인 이제마’ 등 그동안 출연한 사극이 모두 성공해 ‘사극 전문’배우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그가 “사극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뒤 1년만에 다시 사극을 하게 된 데는 아내 하희라의 권유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최수종이 사극 촬영에 몰입하고 있다면 하희라는 지난달 14일 MBC 아침드라마 ‘있을때 잘해’에서 주인공 오순애 역을 맡아 억척스러운 연기를 보이고 있다. 오순애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덜컥 이혼한 뒤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 홀로서기를 보여준다. 실제 잉꼬부부인 그가 극중에서는 남편의 배신으로 이혼하는, 정반대 상황을 겪는 것. 하희라는 “남편이 첫 야외촬영 때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사왔고, 늦게까지 촬영할 때는 집에서 밤새 기다려주기도 했다.”면서 “너무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초등학생 아이와 남편의 지방 촬영 등을 고려, 출연을 고사했으나 작가와의 인연으로 출연하게 됐다고. 지난해 9월 끝난 SBS 금요드라마 ‘사랑한다 웬수야’ 이후 10개월만이다. 지난해 12월 딸 예은이를 입양해 눈길을 끌었던 차인표·신애라 부부는 나란히 영화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차인표는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에서 국정원 서기관 이상현 역을 맡아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여러 편의 영화를 찍었지만 블록버스터급 영화에서의 주연급은 처음이다. 신애라는 오는 24일 개봉하는 가족 영화 ‘아이스케키’에서 미혼모 영래 엄마 역을 맡아 처음으로 스크린에 도전한다. 연기자로 데뷔한 지 17년째인 그가, 평소 도회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억척스럽게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를 맡은 것은 이례적이다. 신애라는 “평소 이미지와 다른 역할이라 욕심이 났고,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가족 영화라는 점에서 끌렸다.”고 말했다. 첫 영화인 만큼, 가족들의 반응도 남달랐고.“남편도 기뻐했어요.‘비록 나는 아직 영화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너는 성공해라.’며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너희 친구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있다.’고 하니까 좋아해요.” 한편 이재룡·유호정 커플도 각각 영화와 드라마에서 모습을 볼 수 있다. 유호정은 지난달 29일 시작한 MBC 주말드라마 ‘발칙한 여자들’에서 바람난 남편에게 이혼당한 뒤 복수극을 펼치는 송미주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그동안 맡았던 전형적인 주부 캐릭터에서 벗어나 미국에서 치과의사가 돼 돌아온 뒤 복수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며 망가지는 새 모습을 보여준다. 이재룡은 신애라가 주연한 영화 ‘아이스케키’에서 신애라의 남편이자 아역배우 박지빈의 아버지 역할을 맡아 데뷔 20년만에 영화에 깜짝 출연한다. 이재룡과 신애라는 1992년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부부로 출연한 지 14년만에 다시 부부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재룡의 영화 출연은 중앙대 연극영화과 선후배이자 부부 동반으로 자주 만날 정도로 절친한 신애라와의 친분으로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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