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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 탄 풍경 “리더 인봉이 형 병문안 가서 다시 뭉쳤죠”

    자전거 탄 풍경 “리더 인봉이 형 병문안 가서 다시 뭉쳤죠”

    2003년 영화 ‘클래식’으로 뜬 건 배우 조승우와 손예진, 조인성만은 아니다. 사운드트랙에 삽입된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은 3인조 포크그룹 ‘자전거 탄 풍경’(이하 ‘자탄풍’)을 세상에 알렸다. 2001년 1집 앨범 수록곡이지만 까맣게 묻혔던 노래가 2년 만에 ‘대박’이 난 것. 1주일에 라디오 프로그램 고정 출연만 20개 남짓이었으니 요즘 아이돌 부럽지 않았다. 멤버들의 내공을 보면 성공이 늦은 편이었다. 리더 강인봉(45)은 ‘작은별 가족’의 막내로 일찌감치 가요계에 뛰어들었고, 가수 김원준을 키워낸 프로듀서 출신이기도 하다. 김형섭(43)은 ‘여행스케치’ 1기였고, 송봉주(44)는 듀엣 ‘해바라기’와 ‘따로 또 같이’로 활동했다. 하지만 화려한 날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4년 ‘나무자전거’(강인봉·김형섭)와 ‘풍경’(송봉주)으로 갈라섰다. 그리고 7년. 지난달 ‘자탄풍’이 한 무대(MBC ‘아름다운 콘서트’)에 선다는 소식이 들렸다. 오는 28~31일에는 그룹 동물원과 함께 ‘자전거 타고 동물원 가자’라는 제목으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공연도 한다. 먼 길을 돌아 다시 만난 ‘자탄풍’을 지난 1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긋난 사연이 우선 궁금했다. 2001년 록음악 성향이 강한 ‘세발자전거’(강인봉·김형섭)와 어쿠스틱한 느낌의 ‘풍경’(송봉주)이 뭉친 게 ‘자탄풍’이었다. 한참 잘나가던 2004년, 송봉주가 ‘풍경’ 활동 재개를 선언하면서 균열이 생겼다. 유닛 활동(그룹 멤버의 개별 활동)을 권하는 요즘과 달리 개별 행동은 ‘배신’으로 간주되던 게 당시 정서였다. 정작 강인봉과 김형섭은 무덤덤했는데 주위에서 ‘말’들이 많았다. ‘자탄풍’과 ‘풍경’의 일정이 겹치는 일이 늘면서 서로에게 섭섭한 마음이 쌓였다. 강인봉은 “우스갯소리로 우리를 ‘싱어송 매니저’(매니저 없이 활동하는 ‘싱어송 라이터’에 빗댄 말)라고 불렀다. 매니저 없이 뛰는 가수를 ‘독립군’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빨치산’ 수준이었다.”고 말을 꺼냈다. 김형섭은 “스케줄 잡는 일부터 모든 걸 우리끼리 알아서 했는데, 정작 갈등이 벌어졌을 때 중간에 풀어줄 브리지(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응어리가 커졌다.”고 거들었다. 그렇게 헤어졌지만 팬들은 물론, 그들도 서로의 빈자리를 절감했다. 하지만 선뜻 말하지 못했다. 계기는 엉뚱한 데서 비롯됐다. 지난 4월 강인봉이 방송 리허설 중 무대에서 추락했다. “고관절이 엉덩이 속으로 치고 들어와 몸이 웨하스 과자처럼 으스러졌다.”는 김형섭의 표현처럼 중상이었다. 다시 걷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있었다(강인봉은 지금도 목발을 짚고 다닌다). 송봉주가 문병을 오면서 자연스럽게 해후했다. 강인봉은 “내가 몸을 던져 재결합을 제안한 것”이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어 “부부나 연인의 다툼과 비슷하다. 아무렇지 않은 일로 싸웠고, 누가 손을 내미느냐가 관건이었는데, 막상 얼굴을 대하니 먼저랄 것도 없이 ‘부상이 완쾌되면 같이 공연하자’고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송봉주는 “다치기 전에도 소중한 사람이란 걸 알았다. 언젠가 다시 뭉칠 거라고 생각했는데 계기가 없었다. 병문안을 가서 보니 (7년 전에) 왜 그랬을까란 후회가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베테랑이지만, 7년 만에 호흡을 맞췄더니 아찔했다. 강인봉은 “처음엔 짜증 났다. 우리가 이것밖에 안 되나 싶었다. 연습 의욕이 끓었다.”고 했다. 김형섭은 “익숙했던 공간인데 왠지 낯설고 어색했다. 그런데 그 불편함이 외려 좋았다.”고 말했다. 걸쭉한 입담의 강인봉은 “이혼한 부인과의 만남이 가장 짜릿하다고 하지 않나.”라고 거들었다. 누군가 솔로 활동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지 물었다. 강인봉은 “예전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었지만 지금은 다 로맨스”라며 웃었다. 김형섭도 “각자 활동은 존중한다. 지금도 프로젝트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작 빌미(?)를 제공했던 송봉주는 “원래 내성적이었는데, 솔로 활동을 하면서 가요계에 질렸다. 인봉이 형과 형섭이가 세상에서 나를 보호하는 벽이 돼 준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비 온 뒤 땅은 더 단단해진다. 팬들은 더 이상 그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추가탈당 고민하는 한나라 수도권 의원들

    한나라당 정태근, 김성식 의원이 잇따라 탈당을 결심하면서 ‘탈당 도미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탈당을 고민하는 수도권 의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미 탈당계를 써 놓거나 무소속행을 고민하는 쇄신파 수도권 의원 5~6명의 실명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들의 탈당 고민은 재창당을 포함한 쇄신의 수준과 당 소통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바탕에 깔고 있다. 한나라당의 근본적인 쇄신은 물론, 구원 투수로 나선 박근혜 전 대표가 밀실 소통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결국 영남 소수 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란 위기 의식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고민은 쇄신파 다수가 수도권 의원들이란 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성식 의원은 14일 당에 탈당계를 제출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시대착오적인 낡은 보수뿐 아니라 낡은 진보가 극단적으로 대립하면서 국익과 민생을 챙기지 못하는 낡은 정치판 자체를 바꾸기 위해 온몸을 던질 수밖에 없다.”며 ‘정치 의병’을 자처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이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실패한 이명박 정부와 행보를 같이하고 있는데, 박 전 대표의 등판만으로 당의 총체적 위기를 해소하고 국민적 신뢰를 되찾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 김 의원을 비롯해 탈당을 고심하는 쇄신파 의원들의 주장이다. 탈당이 임박한 것으로 소문이 돌았던 한 쇄신파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해도 이렇게 꽉 막힌 의사소통 구조로는 보수세력의 존망이 위태롭다. 결국 영남 소수 정당으로 전락하는 수순만 남은 것 아닌가.”라면서 “그런 위기에 대한 고민이 역설적으로 탈당으로 표출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역시 탈당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 수도권 소장파 의원은 “동료들의 탈당은 ‘한나라당의 정치가 이런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는 가장 절박한 심정을 몸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배지를 달고 나서 탈당하면 지역구 당원이나 지지자들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탈당하겠다는 의지는 박 전 대표가 지금까지 보여준 쇄신 의지만으론 영남권은 몰라도 수도권은 어림없다는 위기 의식의 발로”라고 덧붙였다. 한 쇄신파 의원은 “이런 고민들을 탈당이라는 최후의 충격요법을 통해 전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른 쇄신파 의원은 “일부 수도권 의원들이 당내 소통은 아예 포기한 채 지역구 활동에 올인하는 상황도 같은 맥락 아니냐.”고 전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소통 없는 정치 부끄럽다”… 민주 정장선 불출마

    “소통 없는 정치 부끄럽다”… 민주 정장선 불출마

    손학규: “왜 그런 생각을 한 거냐.” 정장선: “좀 쉬어야겠다. 쉬고 싶다.” 손학규: “얼마나 쉰다고.” 정장선: “(침묵) 알리면 만류할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 ‘날치기·폭력·파행 국회’ ‘난투극 전당대회’ 등으로 얼룩진 18대 국회에 환멸을 느낀 한 의원이 또다시 국회를 등졌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신임했던 당내 중진 정장선(53) 민주당 사무총장이 돌연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그는 경기 평택에서 16~18대 내리 3선을 할 만큼 유권자들에게 인정을 받았고,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을 지내면서도 합리적 의사진행으로 동료 의원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중도 온건파로 국회 선진화 모임의 일원인 정 사무총장의 불출마가 한나라당 이상득·홍정욱 의원에 이어 야당발 불출마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정 사무총장은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4대강 사업 예산으로 국회가 난장판이 됐을 때, 국회가 몸싸움으로 국민에게 실망을 주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 등 최선을 다해 보고 그래도 이런 일이 생기면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합의 처리를 위해 끝까지 뛰어다녔지만 결국 단독 처리되고 최루탄까지 터졌다.”면서 “3선이나 했는데 아무런 역할과 기여를 하지 못해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 사무총장은 올 초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등 여야 온건파 의원들과 함께 국회 폭력 방지를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허용 등에 대한 제도 개선 법안을 제출했으나 법안 처리는 여야 대치 속에 진척이 없는 상태다. 당내 한·미 FTA 합의처리를 위해 노력한 의원들은 ‘배신자’로 낙인찍혔고 그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대화·타협·소통과는 거리가 먼 정치권에서 정치인으로 사는 게 부끄럽다.”면서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현 상황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자성했다. 전날 임시전당대회 때문에 불출마 선언을 늦췄다는 그는 “이왕 통합된 거 민주당이 좋은 정당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당내 기득권을 쥐고 있거나 야권 통합 시 공천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한 의원들의 전대 폭력사태 방치에 대한 경고로도 해석된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기술위는 외압에 휘둘리지 말고 신념 가져라”

    “기술위는 외압에 휘둘리지 말고 신념 가져라”

    축구대표팀 조광래 전 감독의 아쉬움은 단 하나였다. ‘선진축구’를 향해 달리는 귀중한 걸음 단계에서 갑자기 중도하차한 것. 조 전 감독은 “좋은 기술위원들과 함께 토의하고 싶었다.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질타도 받고, 날카로운 지적도 받으며 실컷 토론해 보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내 축구인생에 후회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조광래 축구’를 마무리할 기회조차 빼앗겨 버린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났다. 조 전 감독은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노보텔앰버서더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갑작스러운 경질 통보에 황망하다고 했고, 대표팀을 맡았던 동안 실망시켜 죄송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본질은 역시 ‘축구’였다. 절차도, 순서도 없이 하루아침에 ‘야인’이 된 분노나 아쉬움이 아니었다. 조 전 감독은 황보관 기술위원장에게 쓴소리를 남겼다. 조 전 감독은 “기술위원회는 감독 선임과 해임에만 관여하는 자리가 아니라 한국축구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곳이다. 대한축구협회 고위층이나 외부 영향력 있는 집단의 입김과 별개로 자율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축구선진화를 이끌어야 할 기술위원회가 대표팀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현실도 꼬집었다. 조 전 감독은 “기술위원회에 세밀한 분석을 요청했고 기대했다. 하지만 기술위원회에서 나오는 분석은 실망스러웠다.”고 일갈했다. A매치나 국제대회를 마친 뒤 구체적인 분석을 요청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된 분석을 받아보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조 전 감독은 “한국축구가 강해지려면 기술 파트가 강해져야 한다. 외압이나 2선의 힘 있는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강한 신념을 가져 달라.”고 충고했다. 인간적인 배신감도 내비쳤다. 조 전 감독은 “부족한 점이 있다면 사전에 토의하고 수정할 용감한 정신이 있는데, 축구협회와 미팅을 한 적이 없다. 전술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경질을 귀띔한 적도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차기 감독과는 사전에 서로 얘기하고 보완해 건강한 대표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함께 자리한 박태하 수석코치는 “팀은 과도기가 있다. 그 과정을 인내하지 못하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 어렵지만 잘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정원 코치는 “벤치선수들이 (뛰지 못해) 자존심 상할 수 있다. 그런 부분이 코칭스태프와의 불화로 불거진 것 같다. 불협화음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가마 코치는 “아시안컵 때 한국은 세계 최고수준이었다. 한 싸움에서 진 것뿐이지 전쟁터에서 진 게 아닌데 (경질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 전 감독은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밀알이 되겠다. 앞으로도 용기 내서 ‘단디’하겠다.”고 애써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1년 6개월 동안 고독하게 달려온 조 전 감독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부적절한 합의” vs “예산안 위해 불가피”… 민주 ‘등원 충돌’

    야권 통합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민주당이 9일 국회 등원 문제를 놓고 격한 파열음을 냈다. 지난달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따라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장외 투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김진표 원내대표가 국회 등원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게 이유다. 이로 인해 이날 긴급 소집된 의원총회에서는 막말과 고성이 오갔으며, 궁지에 몰린 김 원내대표는 사퇴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의총에서는 강경파와 온건파 의원이 각각 8명씩 발언대에 올라 팽팽하게 맞섰다. 강경파 의원들은 “한·미 FTA 무효화 투쟁을 집중·확산시켜야 할 시기에 부적절한 합의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온건파 의원들은 “예산안 등 긴급 현안을 다룰 임시국회가 필요하기 때문에 원내·장외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거친 욕설까지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강경파 의원들이 “뒤통수 맞은 느낌”이라면서 원내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온건파 의원들은 “왜 비난받아야 하느냐. 민주당 정당 문화가 잘못됐다.”며 맞받아쳤다. 특히 정동영 최고위원은 실무협상에 나섰던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야 이 ⅩⅩ야.”라며 욕설을 퍼부었고, 안민석 의원은 “이런 막장 드라마가 어디있나. 망나니 집단도 아니고 이게 뭔가.”라며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후 “수양이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당내 논란이 확산되자 김 원내대표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최고위원 간담회, 7일 의총 때 예산안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임시국회 소집이 불가피하다고 밝혔고 5~6명의 의원들이 한·미 FTA 저지 투쟁과 병행하자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시국회 소집은 하고 일정은 전당대회를 마치고 의견을 수렴해서 할 테니 원내대표단에 일임해 달라.”는 내용의 당일 녹취록까지 공개했다. 이에 민주당은 오는 12일 다시 의총을 열어 무기명 투표로 등원 여부를 결정하는 수준에서 사태를 봉합했다. 그러나 당내 반발이 적지 않은 데다, 통합진보당 등 진보 정당들은 내년 총선·대선의 야권 연대 파기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어 험난한 임시국회를 예고하고 있다. 앞서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한·미 FTA 무효화투쟁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 최고위원은 “등원 합의는 원천무효”라면서 “밤마다 한·미 FTA 투쟁에 나가는 의원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절차적 정당성도 없고 역사적 인식 결핍”이라며 백지화를 주장했다. 조배숙 최고위원도 “깊은 논의 없는 등원 결정은 민주당의 한·미 FTA 반대 투쟁에 대한 진정성이 오해받을 수 있게 한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 [저자와 차 한 잔] ‘기로에 선 북한… ’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위원

    [저자와 차 한 잔] ‘기로에 선 북한… ’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위원

    “김정은 체제는 확고하며 안정됐다. 나이와 경험만을 갖고 그의 권력 장악력을 낮게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9일 “김정은은 2009년부터 당·군·정 엘리트들에 대한 통제권을 갖게 됐으며 최고위 엘리트를 제외하고는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광범위한 권력을 쥐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나온 ‘기로에 선 북한, 김정일의 선택’(한울 펴냄)은 “김정은 체제의 구축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반성 속에서 정 위원 등 현대북한연구회 회원 8명이 함께 펴냈다. 8명의 전문가가 북한 경제 변화 등 7가지 주제로 북한의 오늘과 내일을 보려 했다. 정 위원은 ‘김정은 후계 체계의 공식화와 북한 권력 변동’을 첫 장에서 소개했다. →김정은의 권력 승계는 어느 정도까지 이뤄졌고 얼마나 유지될까. -김정은은 최고위 핵심 엘리트인 정치국 위원과 후보 위원 30명을 제외하고는 독자적인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2009년 국가안전보위부장을 맡음으로써 북한 엘리트들에 대한 감시 통제권도 갖게 됐다. 김정일은 2009년 1월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세운 뒤 군대 지도권을 넘기기 시작했고, 북한군은 ‘김정일과 김정은의 군대’로 바뀌기 시작했다. 2010년 제3차 당 대표자 회의를 계기로 그를 도와 북한을 이끌어 갈 파워 엘리트 그룹을 새로 충원해 북한 체제는 안정적인 체계를 갖췄다. 김정일이 당장 사망하더라도 10여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후계 체제의 특징은. -더 군사주의적이고 모험주의적인 경향을 보이면서도 경제를 중시하는 상반된 태도를 보인다. 실리를 위해서는 급격한 정책 변화도 수용하고 있다. 군사 공격 우려도 커졌다. 남북관계 및 대미 정책이 지그재그식으로 급변할 수 있고 초강경과 실용적인 유화정책 사이에서 오락가락할 수도 있다. 김정일의 선군정치는 경제를 희생시켜 군수공업·국방을 강화하는 ‘선군·후경(先軍後經) 정책’으로 나타났다. 김정은은 군대와 경제를 동시에 중시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한다.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김정은의 권위가 미치나. -2009년 말 화폐개혁으로 북한 국민들 사이에 ‘애써 모은 돈을 국가가 빼앗아 갔다.’는 피해의식이 퍼져 있다. 당과 국가에 대한 배신감이 강하다. 이는 새 지도체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후계 체제는 북한에 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전례 없이 나타나고 있다. CNC(컴퓨터 수치제어)라는 영어 이니셜이 2009년부터 노동신문에 등장하더니 2010년 신년 공동사설에도 나왔다. 첨단기술과 실용주의 강조를 비롯해 경제적 자본주의가 진행되고 있다. 경제난 속에 사회주의 평등교육이 무너지고 특권층 자제들이 다니는 특수·영재학교가 번성하고 있다. 영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 교육도 강화되고 있다. 스위스에서 4년 반 동안 중·고교 생활을 한 김정은은 ‘자본주의는 악’이란 이분법적 사고를 갖고 있지 않고 자본주의의 장점을 알고 있어 장기적인 체제 생존을 위해 개방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권력 기관에서 30~40대 엘리트들이 핵심 간부로 부상하고 있고, 젊은 세대가 수혜 계층이 됐다. 김정일이 후계자로 결정되면서 3대혁명소조 운동이 전개된 것과 유사하다. →대중 의존도 심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자주 외교에서 대중 편승 외교로 바뀌고 있다. 중국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중국의 대북 전략도 바뀌었다.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에 북한을 바꾸기 위해 개방이 필수적이라고 보면서 경제적 측면에서뿐 아니라 전략적인 관점에서 황금평 개발 등에 관여하고 있다. 이석우 편집위원 jun88@seoul.co.kr
  • 신림동 ‘먹튀’ 고시식당 그 후…

    신림동 ‘먹튀’ 고시식당 그 후…

    ‘몇달간 힘들게 알바해서 수험자료 모으고, 고시식당도 발품 팔아 최대한 싼 곳으로 찾은 건데….’ 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S고시식당. 지하 1층에 있는 이 식당의 닫힌 문에는 ‘죄송하다.’는 주인의 사과문이 붙었다. 사과문 여백에는 식권을 미리 사둬 돈을 떼일 위험에 처한 고시생들이 환불을 요구하며 적어둔 글귀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2주년 할인 이벤트를 하며 고시생을 꾀던 식당이라 고시생들의 배신감이 더 컸다. 고시생들은 “이벤트 하는 고시식당은 문을 닫을 위험이 크니 이용하면 안 된다.”, “앞으로 식권을 살 땐 10장 미만으로 사야 할 것 같다.”는 등 불신감을 드러냈다. ●붙잡힌 주인 “영업 잘해 보려던 시도”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이 식당 주인 이모(37)씨는 올 10월 17~21일, 지난달 17~21일 두 차례에 걸쳐 원래 100장에 29만원 하는 식권을 110장에 27만원으로 할인판매하는 ‘2주년 이벤트’를 열었고, 이벤트가 종료된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 ‘폐업한다.’는 공지와 함께 가게 문을 닫았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결국 지난달 30일 이 고시식당 식권을 소지한 고시생 등 32명이 1000여만원의 피해를 봤다며 이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은 이씨를 사기죄로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영업을 잘해 보려고 했으나 물가 상승과 이용객 감소 등으로 가게 영업이 어려워졌다.”면서 “가게 세를 못 내 사채를 쓰게 됐고 이를 못 갚아 폐업하게 됐다. 할인이벤트를 했던 것은 영업을 잘해 보려는 시도였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피해자들의 주장과 달리 자신이 환불해야 할 금액이 100만원이 조금 넘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고서점 등 통해 식권가격 더 싸져 문제는 고소 사건은 처음이지만, 이런 고시식당의 폐업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근 상인들에 의하면 최근 2년간 신림9동에서 이미 3곳의 고시식당이 문을 닫았다. 1990년대 후반 사법시험 선발인원이 1000명까지 늘어나면서 최고 호황을 누리던 신림동 고시촌이 최근 사법시험 폐지 결정으로 급속히 위축된 결과다. 합격해서 이곳을 빠져나가는 사람은 있지만 신규 고시생이 유입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고시학원 관계자도 “인터넷 동영상을 중심으로 수험준비 패턴이 바뀌면서 더 이상 주거중심의 고시‘촌’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한산한 거리 사정만으로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빈 거리에는 고시생들 대신 일수(日收) 업체 직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활개치며 일수 광고 명함을 뿌리고 있었다. 인근 상인들은 “직장인들 대상으로 업종을 바꿔야겠다.”, “7·9급 공무원시험이나 경찰시험학원을 유치해야 한다.”는 등 저마다의 대책을 내놓았다. 인근의 한 고시서점 사장은 “15년 전 처음 서점을 열었을 때보다 학생이 30~40%는 줄어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S고시식당 주인이 가게 문을 닫기 전에 이벤트를 한 것도 꼭 먹고 도망가려고 했던 게 아니라 끝까지 잘해 보려고 발버둥을 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고시식당 주인도 “아마 한두 곳을 빼고는 고시식당 대부분이 문 닫기 일보 직전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식권을 장당 3000원 미만에 파는 식당은 대체로 본전도 못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안 그래도 값싼 고시식당 식권이 중고서점 등 중간 판매상을 거치면서 가격이 더 싸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또 다른 고시식당 주인은 “식권 한 장에 3000원을 다 받아도 남길 게 없는데 중간에서 100~200원을 남기니까 손님이 더 와도 손해를 안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카드결제 의무화 등 대책 마련촉구 고시식당 고소사건이 신림동 고시촌 전반의 문제로 이 같은 일이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수험생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4년째 수험생활 중인 고시생 김모(35)씨는 “작년에 J고시식당이 문을 닫고서는 10장 이상씩 식권을 사두지 않는다.”면서 “집에 손 벌리기 너무 죄송한 고시생들이라 100~200원 아끼려고 더 싼 식당을 찾아다닌다. 식권을 이렇게 떼이면 어쩔 수 없이 굶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에는 다른 식당에 위탁하거나 식권을 돈으로 정산해 줬는데, 이번에는 이벤트 종료 다음 날 바로 잠적해 악질인 것 같다.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고시생은 “정부에서 고시식당에서도 카드결제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든지, 식권을 살 때는 기록이 남는 계좌이체방식을 하도록 해야 고시생들의 피해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9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 ‘TV 쏙 서울신문’ 에 방송예정
  • [2011 좋았으나 뜨지못한 Best3] (2) 문학

    [2011 좋았으나 뜨지못한 Best3] (2) 문학

    2011년 한국 문학은 스스로 서지 못했다. 주요 인터넷 서점이 집계한 올 한해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를 살펴보면 20위권 안에 든 문학 작품은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창비 펴냄),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창비),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북로드),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행나무)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작품이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흥행하면서 책도 덩달아 팔린 형국으로 스크린셀러(스크린+베스트셀러)가 베스트셀러를 싹쓸이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게다가 올해는 중견 작가들의 화제작 부족으로 베스트셀러에서 국내와 해외를 따지지 않고 문학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 주요 서점 기획자들이 올해 나온 문학 작품 가운데 작품성은 뛰어났지만 주목받지 못해 아쉬웠던 작품을 3편씩 골랐다. 먼저 인터넷서점 예스24의 김미선 문학담당 기획자는 배명훈 작가의 ‘신의 궤도’(문학동네), 최제훈 작가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자음과모음), 정용준 작가의 ‘가나’(문학과지성사)를 ‘불운한 소설(집)’로 들었다. 김씨는 “‘신의 궤도’는 주목받는 공학소설이 드문 국내 문학계에서 스케일은 거대하지만 문학적 재미를 놓치지 않고 있다.”며 “저평가되었다고 표현하기는 문제가 있지만, 작품의 영향력이 오래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 작가는 지난해 ‘퀴르발 남작의 성’으로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넘치는 재치나 상상력과 비교하면 대중적으로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쉬운 작가로 꼽혔다. 9편의 단편소설을 모은 정 작가의 ‘가나’는 죽음과 인간 내면의 어둠을 슬프지만 아름답게 그려냈으나 신인 작가의 작품이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김효선 기획자는 김경욱 작가의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창비), 윤영수 작가의 ‘귀가도’(문학동네), 백가흠 작가의 ‘힌트는 도련님’(문학과지성사)을 들었다. ‘글 잘 쓰는 작가’ 김경욱의 소설집에 대해 김씨는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이야기의 향연”이라고 평했다. 이어 “‘귀가도’는 선하고 향기롭고 가여운 우리 이웃의 불편한 이야기를 불편하지 않게 하는 저력이 있다.”고 말했다. 백 작가를 ‘21세기판 소설가’로 명명한 그는 “‘힌트는 도련님’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폭력적인, 남루한 모습에 대한 응시가 돋보인다.”고 분석했다. 세 작가 모두 문학계에서는 인정받고 있지만 대중적인 반응은 작품성에 못 미쳐 놓치기 아까운 작품으로 꼽혔다. 교보문고의 황원경 북마스터는 구효서 작가의 장편소설 ‘동주’(자음과모음), 미국 작가 애덤 로스의 ‘미스터 피넛’(현대문학), 얀 마텔의 ‘베아트리스와 버질’(작가정신)을 작품성에 비해 대중의 호응이 적어 아쉬운 소설로 선정했다. ‘동주’는 시인 윤동주의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구성해낸 작품이다. 해외 문학은 한국 문학보다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이해받기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올해 베스트셀러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더 돋보이는 이유다. ‘미스터 피넛’은 사랑의 달콤함과 결혼의 어두운 측면을 풍자한 작품이다. ‘베아트리스와 버질’은 우리에게 ‘파이 이야기’로 익숙한 얀 마텔의 소설이다. 시인 김남조(84)씨는 한 문학상 시상식에서 “책이 안 팔리고 문자가 잊혀 가고 종이가 문제 되지 않는 시대에 문인들은 눈감고 종이의 살결을 만지며 종이 속에 마음을 몰입시켰다.”고 이야기했다. 올해 책 ‘스티브 잡스’를 기폭제로 6배 넘게 성장한 전자책 시장은 내년에는 그 성장 속도에 더욱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늙은 시인은 종이의 살결을 어루만졌지만 오늘날의 독자는 스마트폰의 액정 화면을 빠르게 문지르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3) 억울한 소녀의 죽음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3) 억울한 소녀의 죽음

    2009년 가을 어느 날.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화단 앞 보도에 10대 소녀가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 최초 발견자는 아파트 경비원이었다. “비명 소리가 나더니 바로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급히 밖으로 나왔는데 여자아이가 이렇게 쓰러져 있었어요.” 언뜻 중학생이나 됐음 직한 앳된 얼굴의 소녀. 옆에는 꺾인 나뭇가지들이 잘게 흩어져 있었다. 추락하는 과정에서 나무 가장자리에 부딪힌 듯했다. 경찰은 아파트 건물 주변을 수색했지만 특이점은 찾아내지 못했다. 신원을 알려줄 만한 소지품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소녀는 차가운 부검대에 올라야 했다. 사망 원인은 추락에 의한 다발성 손상. 추락사는 자살이나 사고사일 때가 많지만, 타살인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의 한 병원 통계에 따르면 추락으로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 중 20%는 범죄와 관련돼 있다. 혹시 모를 타살의 흔적을 찾아봐야 하는 이유다. 시신은 떨어질 때의 충격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었다. 추락 과정에서 소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오른쪽으로 튼 듯했다. 상처 부위가 모두 오른쪽에 집중됐다. 오른쪽 팔과 옆구리, 허벅지 등에 멍든 자국이 또렷했다. 온몸 곳곳에서 골절도 나타났다. 치명적인 상처는 머리뼈 바닥에 가해진 충격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법의학적 용어로는 두개저 골절이라 부르는데 높은 곳에서 추락하거나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심하게 넘어져 머리를 부딪혔을 때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오른쪽 갈비뼈와 양쪽 어깨뼈, 오른쪽 엉덩뼈까지 성한 데가 없었다. 충격을 받은 뇌와 기도, 폐 등에는 피가 고여 있었다. ●소녀의 몸에 난 두 줄의 상처 소녀는 어디에서 떨어진 걸까. 사고가 난 주상복합 아파트는 상가 위에 다시 아파트가 세워져 각각 옥상이 있는 구조였다. 상가는 2층 건물로, 옥상에는 높은 콘크리트 담으로 둘러싸인 어린이 놀이터가 있었다. 상가 위 비교적 낮은 옥상은 10여m 높이지만, 아파트 옥상은 수십 미터에 달했다. 건물 중간 높이에서 창을 열고 뛰어내렸을 가능성도 있었다. 부검팀은 시신의 손상 정도에 따라 추락의 높이를 계산해 보기로 했다. 1998년 싱가포르의 과학자 라우 등이 고안한 방법으로, 추락해 숨진 시신의 손상 정도를 지수화(ISS·injury severity scale)해 비교하면 떨어진 높이를 역으로 계산할 수 있다. 지수화 과정에서 변사자의 나이와 뇌, 심장, 골반, 척추, 비장, 흉부 대동맥 등 각 기관에 남은 손상 정도를 꼼꼼히 기록한다. 부검의가 추산한 높이는 10~20m. 계산대로라면 소녀는 아파트 옥상이 아닌 상가 옥상에서 추락했을 가능성이 컸다. 실제 3층에서 경찰은 주방용 비닐장갑과 빗자루 등을 발견했다. 소녀의 몸속 상처를 유심히 살펴보던 부검의는 허리와 엉덩이에 남은 멍 자국에 주목했다. 중선출혈(重線出血)이었다. 우리 몸은 회초리, 지팡이, 혁대, 알루미늄 파이프같이 폭이 좁고 가벼운 물체로 맞으면 해당 부위의 가장자리에 두 줄의 출혈 자국이 생긴다. 영어로는 두 줄 출혈(Double line hemorrhage)이라고 부른다. 물론 추락 도중 엉덩이나 허리 부분이 나무에 걸렸다면 멍 자국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나무에 걸려 생긴 상처로 보기엔 멍이 발생한 부위가 광범위했다. 몸 안쪽의 흔적은 더욱 선명했다. 둔탁한 힘으로 피부는 파열되지 않았지만, 모세혈관과 정맥 등은 파열돼 출혈이 나타났다. 추가 조사에서 성적으로 학대당한 흔적도 드러났다. 소녀가 죽기 직전 누군가로부터 구타를 당한 것이다. 일단 타살로 수사의 초점이 모아졌다. 여기서 잠깐. 추락사한 시신이 스스로 떨어졌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 의해 밀려 떨어졌는지를 과학적으로 밝히는 실험은 1970년대 초 미국 볼티모어에서 최초로 실시됐다. 남편이 10만 달러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부인 아이리스 시거를 61m 높이에서 밀어 버린 이른바 ‘아이리스 시거’ 사건이다. 사건 초기부터 경찰은 남편을 의심했지만 증거가 없었다. 당시 부인의 시신이 발견된 위치는 건물 외벽에서 5m 정도 떨어진 바닥이었다. 법의학자들은 아내의 몸무게와 똑같은 인형을 제작해 반복 실험을 했다. 실험은 발을 헛디뎠을 때와 스스로 몸을 던졌을 때, 뒤에서 밀었을 때의 세 가지로 나눠 진행됐다. 인형은 발을 헛디뎠을 때는 3.2m, 뛰어내렸을 때는 4.3m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남편으로부터 “술에 취해 난간 밖으로 밀었다.”는 자백을 받아 냈다. ●10대라기엔 너무 대담했던 소녀들 수사가 진행되면서 죽은 소녀의 신원이 밝혀졌다. 가출 신고가 된 14세 A양이었다. 이상한 것은 A양이 숨지기 이틀 전 경찰서를 찾은 적이 있다는 점이었다. A양은 경찰에서 “동네에서 친구와 오토바이를 타다가 아이를 치고 그냥 달아났다.”면서 “오토바이를 몬 친구 등이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어린아이가 다친 걸 생각하니 양심의 가책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경찰은 곧바로 사라진 B(15)양과 C(13)양을 수소문했다. 탐문 과정에서 경찰은 이 소녀들이 친구들에게 “배신자(A양)를 붙잡아 흠씬 두들겨 팬 후 옥상에서 밀어 버렸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A양을 성적으로 학대한 것도 그들이었다. B양과 C양은 특수절도죄로 몇달 전 한 보호관찰소 위탁감호시설에 입교하고 알게 된 사이였다. 이들은 A양을 건물 아래로 밀어 떨어뜨린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죽은 소녀가 자신들을 배신한 데 대해서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seoul.co.kr
  • 15일 개봉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 UP & DOWN

    15일 개봉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 UP & DOWN

    영화 ‘미션 임파서블’은 미국 파라마운트사는 물론 제작과 주연을 맡은 톰 크루즈에게도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1편 ‘미션 임파서블’(1996)로 전 세계에서 4억 5769만 달러를 벌어들인 데 이어 2편(2000)으로 5억 4638만 달러를 벌었다. 하지만 시리즈 사상 가장 많은 1억 5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3편(2006)은 3억 9785만 달러에 그쳤다. 때문에 오는 15일 개봉하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이하 MI 4)에 일찍부터 관심이 쏠렸다. 4편 성적에 따라 시리즈의 수명이 정해질 터. 1~3편이 이단 헌트(톰 크루즈)의 위기를 다뤘다면, 4편은 소속기관 IMF(Impossible Mission Force)의 운명을 건 ‘미션’이 얼개를 이룬다. 헌트는 제인 카터(폴라 패튼), 벤지 던(사이먼 페그),브랜트(제레미 러너)와 팀을 이뤄 핵무기를 손에 넣으려는 ‘코발트’를 쫓는다. 이들은 정보를 얻고자 크렘린 궁에 잠입하는데, 폭파사고가 나면서 외려 테러조직으로 몰린다. 러시아와의 분쟁을 우려한 정부는 IMF의 모든 것을 삭제하는 명령인 ‘고스트 프로토콜’을 발동한다. IMF의 운명은 물론, 핵전쟁에서 인류를 구하기 위한 헌트와 동료들의 불가능한 모험이 시작된다. ‘MI 4’의 장단점을 분석해 봤다. ■ 이래서 볼만해요 - 무대역 액션신 ‘압권’ 명불허전(名不虛傳). 톰 크루즈(49)는 죽지 않았다. 5년 만에 돌아온 ‘MI 4’는 통상 시리즈물이 빠지기 쉬운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늘 새로움을 요구하는 관객들의 ‘미션’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화면을 압도하는 스케일, 긴장감 넘치는 액션, 탄탄한 스토리 3박자가 고루 맞아 떨어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형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하마터면 ‘첩보물의 고전’으로 잊혀질 뻔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우선 훨씬 정교해진 특수장비와 발달된 기술로 초반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이맥스 카메라로 러시아 모스크바, 인도 뭄바이,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 등 세계 곳곳에서 촬영된 숨막히는 첩보전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이러한 미션 수행의 한 가운데에 톰 크루즈가 있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그는 쉰을 바라보는 나이를 무색케하는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며 직접 액션신을 소화했다. 특히 대역이나 컴퓨터그래픽(CG)을 쓰지 않고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의 버즈 칼리파 외벽에서 아찔한 고공 액션을 펼쳐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전편까지 헌트의 단독 미션 수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팀플레이가 강조된 것도 이번 시리즈의 차별점이다. 섹시하면서도 강인한 여성 요원으로 자신의 매력을 한껏 과시한 ‘미션 걸’ 폴라 패튼, 긴장을 이완시키는 웃음과 위트를 담당하는 사이몬 페그는 각자 제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한다. 냉철한 모습 이면에 진짜 정체를 숨기고 있는 IMF의 전략 분석가 브란트 역의 제레미 레너도 연기 내공을 발휘한다. 이야기를 복잡하거나 어렵게 꼬지 않고 관객보다 반발짝 앞서 가는 구성과 시의 적절하게 흘러나오는 웅장한 음악도 매력적이다. 이처럼 132분이라는 상영시간이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가는 것은 아케데미 2회 수상에 빛나는 브래드 버드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 덕택이다.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등을 연출했던 감독의 첫 번째 실사 영화로 주목 받은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에서 선보인 재기 발랄한 순발력이 그대로 살아난다. 여기에 예정에도 없던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다섯 차례나 방한한 ‘친절한 톰아저씨’의 각별한 한국 사랑에 국내 관객들이 어느 정도로 화답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이래서 아쉬워요 - ‘2% 부족’ 악당캐릭터 ‘MI 4’는 오락영화로선 거의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뽐낸다. 하지만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1999)나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2001~2003),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2002),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2008) 같은 블록버스터 걸작에 비하면 2% 부족한 게 사실이다. 결정적인 요인을 꼽자면 허술한 악역 캐릭터에 기인한다. 헌트의 원맨쇼가 빛을 발하려면 그만큼 악당도 강해야 한다. 그래서 시리즈의 전작에는 묵직한 악역들이 배치됐다. 1편의 악당은 헌트의 IMF 직속상관이었지만, 사리사욕을 위해 조직과 조국을 배신한 짐 펠프스(존 보이트). 헌트를 감쪽같이 속여 넘긴 것은 물론, 아내(엠마누엘 베아르)마저 필요에 따라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등 악역 전문 대배우다운 면모를 뽐냈다. 3편에서 악명 높은 무기 암거래상 오웬 데이비언으로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 나온다. 할리우드가 가장 아끼는 조연배우이던 호프먼은 2005년 ‘카포티’로 아카데미와 전미비평가협회 등 웬만한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휩쓸면서 주연급으로 부상했다. 헌트의 아내를 인질로 잡고, 헌트를 죽음 직전까지 내모는 호프먼의 카리스마는 시리즈의 악당 중 단연 최고였다. 하지만 ‘MI 4’의 악당인 암호명 코발트(미카엘 니크비스트)의 캐릭터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러시아의 핵무기와 발사코드, 전술위성을 입수한 뒤 미국으로 핵폭탄을 발사해 미·러 두 나라의 핵전쟁을 불러오는 게 코발트의 지상과제. 목적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 따윈 안중에도 없다. 그런데 그만큼 절실한지 납득이 안 된다. 스웨덴 특수부대 출신의 천재 대학교수라는 게 그에 대한 설명의 전부. 조직(부하 한 명이 전부다)도 자금력도 없는 그가 어떻게 최고 정보기관인 IMF를 우롱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코발트 역을 맡은 니크비스트가 스웨덴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란 점을 생각하면 더욱 아쉽다. 요절한 스웨덴의 저널리스트 겸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베스트셀러 ‘밀레니엄’ 3부작의 6부작 드라마 버전에서 주인공 마이클 블롬크비스트 역을 맡은 배우가 바로 그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3) 추락한 소녀, 몸을 통해 타살을 증명하다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3) 추락한 소녀, 몸을 통해 타살을 증명하다

     2009년 가을 어느 날.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화단 앞 보도에 10대 소녀가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 최초 발견자는 아파트 경비원이었다.  “비명 소리가 나더니 바로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급히 밖으로 나왔는데 여자아이가 이렇게 쓰러져 있었어요.”  언뜻 중학생이나 됐음 직한 앳된 얼굴의 소녀. 옆에는 꺾인 나뭇가지들이 잘게 흩어져 있었다. 추락하는 과정에서 나무 가장자리에 부딪힌 듯했다. 경찰은 아파트 건물 주변을 수색했지만 특이점은 찾아내지 못했다. 신원을 알려줄 만한 소지품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소녀는 차가운 부검대에 올라야 했다.  ●소녀의 몸에 난 두 줄의 상처  사망 원인은 추락에 의한 다발성 손상. 추락사는 자살이나 사고사일 때가 많지만, 타살인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의 한 병원 통계에 따르면 추락으로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 중 20%는 범죄와 관련돼 있다. 혹시 모를 타살의 흔적을 찾아봐야 하는 이유다.  시신은 떨어질 때의 충격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었다. 추락 과정에서 소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오른쪽으로 튼 듯했다. 상처 부위가 모두 오른쪽에 집중됐다. 오른쪽 팔과 옆구리, 허벅지 등에 멍든 자국이 또렷했다. 온몸 곳곳에서 골절도 나타났다. 치명적인 상처는 머리뼈 바닥에 가해진 충격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법의학적 용어로는 두개저 골절이라 부르는데 높은 곳에서 추락하거나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심하게 넘어져 머리를 부딪혔을 때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오른쪽 갈비뼈와 양쪽 어깨뼈, 오른쪽 엉덩뼈까지 성한 데가 없었다. 충격을 받은 뇌와 기도, 폐 등에는 피가 고여 있었다.  소녀는 어디에서 떨어진 걸까. 사고가 난 주상복합 아파트는 상가 위에 다시 아파트가 세워져 각각 옥상이 있는 구조였다. 상가는 2층 건물로, 옥상에는 높은 콘크리트 담으로 둘러싸인 어린이 놀이터가 있었다. 상가 위 비교적 낮은 옥상은 10여m 높이지만, 아파트 옥상은 수십 미터에 달했다. 건물 중간 높이에서 창을 열고 뛰어내렸을 가능성도 있었다.  부검팀은 시신의 손상 정도에 따라 추락의 높이를 계산해 보기로 했다. 1998년 싱가포르의 과학자 라우 등이 고안한 방법으로, 추락해 숨진 시신의 손상 정도를 지수화(ISS·injury severity scale)해 비교하면 떨어진 높이를 역으로 계산할 수 있다. 지수화 과정에서 변사자의 나이와 뇌, 심장, 골반, 척추, 비장, 흉부 대동맥 등 각 기관에 남은 손상 정도를 꼼꼼히 기록한다. 부검의가 추산한 높이는 10~20m. 계산대로라면 소녀는 아파트 옥상이 아닌 상가 옥상에서 추락했을 가능성이 컸다. 실제 3층에서 경찰은 주방용 비닐장갑과 빗자루 등을 발견했다.  소녀의 몸속 상처를 유심히 살펴보던 부검의는 허리와 엉덩이에 남은 멍 자국에 주목했다. 중선출혈(重線出血)이었다. 우리 몸은 회초리, 지팡이, 혁대, 알루미늄 파이프같이 폭이 좁고 가벼운 물체로 맞으면 해당 부위의 가장자리에 두 줄의 출혈 자국이 생긴다. 영어로는 두 줄 출혈(Double line hemorrhage)이라고 부른다. 물론 추락 도중 엉덩이나 허리 부분이 나무에 걸렸다면 멍 자국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나무에 걸려 생긴 상처로 보기엔 멍이 발생한 부위가 광범위했다. 몸 안쪽의 흔적은 더욱 선명했다. 둔탁한 힘으로 피부는 파열되지 않았지만, 모세혈관과 정맥 등은 파열돼 출혈이 나타났다. 추가 조사에서 성적으로 학대당한 흔적도 드러났다. 소녀가 죽기 직전 누군가로부터 구타를 당한 것이다. 일단 타살로 수사의 초점이 모아졌다.  ●10대라기엔 너무 대담했던 소녀들  여기서 잠깐. 추락사한 시신이 스스로 떨어졌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 의해 밀려 떨어졌는지를 과학적으로 밝히는 실험은 1970년대 초 미국 볼티모어에서 최초로 실시됐다. 남편이 10만 달러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부인 아이리스 시거를 61m 높이에서 밀어 버린 이른바 ‘아이리스 시거’ 사건이다. 사건 초기부터 경찰은 남편을 의심했지만 증거가 없었다. 당시 부인의 시신이 발견된 위치는 건물 외벽에서 5m 정도 떨어진 바닥이었다. 법의학자들은 아내의 몸무게와 똑같은 인형을 제작해 반복 실험을 했다. 실험은 발을 헛디뎠을 때와 스스로 몸을 던졌을 때, 뒤에서 밀었을 때의 세 가지로 나눠 진행됐다. 인형은 발을 헛디뎠을 때는 3.2m, 뛰어내렸을 때는 4.3m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남편으로부터 “술에 취해 난간 밖으로 밀었다.”는 자백을 받아 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죽은 소녀의 신원이 밝혀졌다. 가출 신고가 된 14세 A양이었다. 이상한 것은 A양이 숨지기 이틀 전 경찰서를 찾은 적이 있다는 점이었다. A양은 경찰에서 “동네에서 친구와 오토바이를 타다가 아이를 치고 그냥 달아났다.”면서 “오토바이를 몬 친구 등이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어린아이가 다친 걸 생각하니 양심의 가책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경찰은 곧바로 사라진 B(15)양과 C(13)양을 수소문했다. 탐문 과정에서 경찰은 이 소녀들이 친구들에게 “배신자(A양)를 붙잡아 흠씬 두들겨 팬 후 옥상에서 밀어 버렸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A양을 성적으로 학대한 것도 그들이었다.  B양과 C양은 특수절도죄로 몇달 전 한 보호관찰소 위탁감호시설에 입교하고 알게 된 사이였다. 이들은 A양을 건물 아래로 밀어 떨어뜨린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죽은 소녀가 자신들을 배신한 데 대해서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무한도전(MBC 토요일 오후 6시 30분) 어린 시절 향수를 일으키는 성장 드라마 ‘명수는 12살’ 편에서는 친구와 추억이 없는 명수를 위해 무한도전 친구들이 나선 이야기를 다룬다. 30년 만의 추억 만들기에 나선 것인데…. 과연 ‘무한도전’은 지우개 따먹기, 생일케이크 촛불 끄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등으로 명수를 기쁘게 할 수 있을까. ●특별기획 스포츠는 권리다 제1편(KBS1 토요일 밤 10시 30분) 다솔이는 집중이수제 시행으로 한 학기 내내 운동은커녕 체육 수업 한 번 받지 못한다. 교실 창 밖 맘껏 뛰어노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대한민국 평범한 고교생 다솔이. 그녀의 소박한 바람은 그저 체육수업 시간만이라도 마음껏 운동장을 누벼 보는 것뿐인데…. ●주말연속극 오작교 형제들(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태희의 고백에 자은은 가슴이 벅차오르고 설렌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겨우 한마디를 내뱉은 자은. 태희는 자은의 대답을 해석하기 위해 밤새 고민하다가 결국 태필을 찾아가 연애상담을 한다. 한편 수영은 혜령이 태범에게 아직 미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출발 드림팀 2(KBS2 일요일 오전 10시 35분) 리키 김을 향한 심권호의 복수극이 시작된다. 한국체육대학교 레슬링팀 후배들과 나타난 심권호의 설욕전. 철인 5종 경기 번개 레이스로 시작해서 회전 바람개비 점프, 3봉 회전 원통, 고공 격파 점프, 슬라이딩 샌드백 점프 등 경기가 이어진다. 과연 심권호는 지난날의 패배를 잊고 승리할 수 있을지 함께 따라가 본다. ●주말연속극 천 번의 입맞춤(MBC 일요일 밤 8시 40분) 공사 대금이 급한 태경은 불임 클리닉 등록을 약속하고 준희에게 2000만원을 빌린다. 수아의 블라우스를 다리던 주미는 옷감을 상하게 하고, 수아가 주미에게 화를 내자 지선은 난처해하며 수아를 달랜다. 한편 장 회장은 우연히 지선의 지갑에서 주영과 주미의 어린시절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SBS 일요일 오후 6시 40분)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SM엔터테인먼트 가수 보아 등이 심사위원으로 나온다. 색다른 목소리를 찾는다는 양현석,계약하고 싶은 출연자를 찾지 못했다는 박진영, 인성까지 본다는 보아. 이들 앞에 천재 소녀 3총사가 등장하는데…. ●고교토론-판(OBS 토요일 오후 6시 45분) 한 에너지 기업이 회사의 회계장부 조작을 폭로한 직원의 내부고발로 인해 파산에 이르렀다. 이 사태로 인해 약 5000명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연금마저 받지 못하게 되었다. 조직 비리를 공개한 내부 고발자는 비난받아야 마땅할까. 아홉 번째 주제 ‘내부 고발자는 배신자다’를 놓고 10대들의 각양각색 주장이 펼쳐진다.
  • [영화프리뷰] ‘로프트’

    다섯 남자의 비밀스러운 공간인 로프트.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된 한 여자의 시체. 과연 이들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가. 새달 8일 개봉하는 ‘로프트’는 한 여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용의자 다섯명의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네덜란드 스릴러 영화다. 여성 감독인 앙투와네트 베우머가 연출한 이 작품은 기존의 미국 할리우드 스릴러물과는 다소 다른 색채를 띤다. 유럽 영화 특유의 섬세함과 치밀한 시나리오, 과감한 장면이 이어지며 강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인공은 다섯 명의 절친한 친구들이다. 유능한 건축가인 매티아스는 자신이 지은 건물의 꼭대기에 비밀스러운 공간을 마련하고,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기로 한다. 이들은 이곳에 부인이 아닌 다른 여자들을 데려와 즐길 수 있도록 열쇠를 나눠 갖고, 서로의 비밀을 유지하기로 약속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방에서 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되자 이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진다. 한순간에 용의자로 변해 버린 다섯 명의 친구들은 저마다 여자의 죽음과 관련이 없다며 빠져나가려고 한다. 그러면서 서로를 의심하고 비난하기 시작한다. 작품의 묘미는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 드러난다. 과묵하면서도 동정심 많은 정신과 의사 바트, 코믹하지만 때론 짓궂은 술주정뱅이 친구 빌렘 등 저마다 각기 다른 성격의 인물 캐릭터들이 우선 눈길을 끈다. 또한 이들에게 각자 숨겨진 욕망과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극적 긴장감이 고조된다. 감독은 우정과 사랑, 배신과 질투 등을 오가는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를 잡아내며 보다 입체적인 스릴러물을 완성했다. 작품의 구성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야기의 서술이 시간의 흐름대로 이어지지 않으며 각자 인물에게 발생하는 사건에 따라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된다. 관객들은 추리 소설을 읽듯이 퍼즐 조각을 짜맞추며 긴장감 속에 사건의 실체를 점차 파악하게 된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치밀하게 구성된 시나리오다. 2008년 벨기에 출신 에릭 반 루이 감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내년에 할리우드에서도 리메이크할 예정이다. 베우머 감독은 “극장을 찾은 관객이 모든 구성이 들어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욕구를 갖게 만들고자 했으며, ‘유주얼 서스펙트’를 볼 때 경험했던 그런 느낌을 갖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는 마지막 반전. 갑작스럽지만, 다소 뜬금없는 반전에 허탈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프로축구] 설기현 때문에 전쟁인데

    [프로축구] 설기현 때문에 전쟁인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 ‘토레스 더비’(첼시-리버풀)가 있다면, 한국 K리그엔 ‘설기현 더비’(울산-포항)가 있다. 포항과 울산의 경기는 항상 특별했다. 지역적으로 인접한 데다 모기업(포스코-현대중공업)의 라이벌 관계까지 겹쳐 매번 뜨거운 승부를 연출했다. ‘동해안 더비’, ‘7번 국도 더비’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K리그의 굵직한 드라마를 써 왔다. 1998년 플레이오프(PO)에서는 울산이 골키퍼 김병지(경남)의 헤딩골로 포항을 눌렀고, 2004년 PO에서는 포항이 따바레즈의 결승골을 앞세워 챔프전 티켓을 따냈다. 지난 4월 국제축구연맹(FIFA)이 꼽은 K리그 대표 라이벌에 포항-울산이 선정됐을 정도. 올 들어 신경전은 더 극렬해졌다. ‘스나이퍼’ 설기현(32·울산) 때문이다. 해외리그를 뛰다 지난해 K리그에 입성한 설기현은 ‘아시아 최고팀’과 함께하겠다며 포항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부상으로 시즌 절반을 개점 휴업하며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여름부터 경기에 출전해 정규리그 7골3도움으로 폭풍 활약을 펼치며 ‘먹튀’ 오명에서 벗어났다. 황선홍 감독이 부임한 올 시즌 활약이 더욱 기대됐다. 그러나 전지훈련까지 마치고 시즌 개막을 기다리던 올 2월, 설기현은 갑자기 울산으로 떠났다. “스트라이커로 뛰고 싶다.”는 말을 남긴 채. 포항이 같은 포지션에 슈바, 아사모아 등을 영입하자 위협을 느낀 것으로 풀이됐다. 어쨌든 포항으로선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설기현은 울산 유니폼을 입고 4월 포항스틸야드를 찾았다. ‘가시방석’이었다. 포항팬들은 ‘배신자’가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쏟아부었다. 연봉·전지훈련비·재활비·정신적 피해보상비 등이 포함된 14억원이 넘는 대금청구서가 큼직한 걸개로 내걸리기도 했다. 그만큼 감정의 골이 깊다. 설기현이 6강PO에서 FC서울을 꺾은 뒤 “포항을 만나고 싶다.”고 하면서 ‘동해안 전쟁’에는 불이 붙었다. 울산은 열세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PO까지 올랐다. ‘껄끄러운 친정팀’과 벌이는 26일 경기에서도 활약이 이어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올 시즌 두 번의 대결에서는 1승1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연극·드라마 잇단 발탁 박해수 “5살때 아버지와 가본 ‘카바레’의 강한 이미지가 저를 배우의 길로 이끌었죠”

    연극·드라마 잇단 발탁 박해수 “5살때 아버지와 가본 ‘카바레’의 강한 이미지가 저를 배우의 길로 이끌었죠”

    올해 실력파 연출가들의 작품에 잇따라 주인공으로 등장한 배우가 있다. 서재형 연출의 음악극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에서 오이디푸스 역을 맡은 데 이어 조광화 연출의 연극 ‘됴화만발’에서 무사 K 역을 따냈던 배우 박해수(30)가 그 주인공. 이번엔 그가 고전극 ‘갈매기’에서 연인에게 배신당하는 지순한 청년 뜨레플레프에 도전한다. 조금 있으면 TV에도 얼굴을 비춘다. 내년 2월 방영 예정인 MBC 드라마 ‘무신’에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요즘 너무 행복하다.”는 그를 지난 22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드라마 ‘무신’ 캐스팅… “너무 행복해” 우선 ‘TV 외출’ 사연부터 물었다. 그는 “연극 ‘됴화만발’ 포스터를 보고 PD가 연락을 해 왔다.”며 쑥스러워했다. ‘됴화만발’ 포스터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눈치챘겠지만, 강렬한 이미지의 검객이 박해수였다. 드라마 ‘무신’에서 맡은 역도 검객이다. “대학(단국대 연극영화과) 때 단편 영화를 찍어본 것 외에는 카메라에 담기는 연기를 해 본 적 없다.”는 박해수는 “두렵기도 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런데 후속 연극으로 ‘갈매기’를 선택한 것은 다소 의외다. 왕, 검객 등 무대 위의 대표적인 ‘육식남’이 그 아니었던가. “너무 하고 싶었던 작품이다. 대학 연극반에서 두 번 공연한 적 있지만 프로 무대에선 처음이다. ‘됴화만발’이 통 큰 연기였다면 ‘갈매기’는 섬세한 연기가 관건이다.” 그는 ‘육식남’에서 ‘초식남’으로의 캐릭터 변화가 오히려 즐겁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그는 늘 변화를 시도하는 배우였다. ●섬세한 연기 고전극 ‘갈매기’ 도전 2008년 창작 뮤지컬 ‘사춘기’에서 냉소적인 고교생 역으로 첫 주연을 맡았던 그는 불과 1년 뒤에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코믹 스릴러 영화 ‘39계단’을 연극으로 옮긴 작품에서 얼떨결에 살인 사건에 연루된 서른일곱 살의 독신남을 연기했다. 뮤지컬 ‘영웅’ 초연 때는 50대를 연기했다.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중학생 시절부터 배우 꿈 키워” 중학생 시절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다는 그는 집 바로 앞에 있는 서울 계원예고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인문계 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 진학 때는 부모님도 그의 고집을 꺾진 못했다. “따지고 보면 배우의 길을 걷게 된 데는 아버지 영향이 컸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는데 다섯 살 때 아버지께서 친목회 모임에 저를 데리고 갔다. 서울 암사동에 있는 ‘둥근달카바레’라는 곳이었는데 1층에선 남자들이 검은 중절모에 장갑을 낀 채 여자분들과 춤을 추고 있었다. 저게 뭐냐고 하니까 아버지가 ‘뮤지컬’이라고 하셨다. 사실 뮤지컬이 아닌데 아버지도 당황해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 하지만 그 이미지가 (이후 내 삶에) 너무 강하게 남아 있다. 하하.” >>‘갈매기’ 열세 명의 등장인물이 5개의 삼각관계에 복잡하게 얽히며 사랑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연극.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의 대표작이다. 무대 디자이너 정승호의 파격적인 시도도 관전 포인트. 1층 객석 2줄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대로 바뀐다. 25일~12월 11일 서울 신수동 서강대 메리홀. 3만 5000원~4만 5000원. (02)766-6007.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초등학교 샤워장에 몰카 설치한 교장 ‘징역 30년’

    초등학교 샤워장에 몰카 설치한 교장 ‘징역 30년’

    초등학교 샤워장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교장이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법원은 아이오와주 세이지빌 초등학교 전 교장인 로버트 버크(43)에게 학생들의 샤워하는 장면을 몰래 촬영해 이를 보관한 혐의로 징역 30년형과 벌금 2만 5000달러(약 2800만원)를 선고했다. 앞서 버크 교장은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학교 샤워장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최소 59명의 학생들을 촬영한 혐의로 지난 6월 FBI(미연방수사국)에 체포됐다. 수사결과는 더 충격적이었다. 6개월 동안 촬영된 사진이 무려 3만 2000장, 영상은 1만 2000편에 달했으며 촬영된 학생은 5세에서 11세 사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사실을 자백한 버크 전 교장은 그러나 “남자 아이들만 대상으로 촬영했다. 아이들에게 성적인 어떤 접촉도 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린다 리드 판사는 “버크 전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배신을 안겼다.” 며 “이 사건은 내가 이제까지 본 사건 중 가장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뒷맛 씁쓸한 춘천시청의 빙속팀 해체

    스케이트장에 칼바람이 불었다.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스피드스케이팅팀을 운영해 온 춘천시청이 내년 3월 해체될 예정이다. 춘천시체육회는 열악한 훈련 여건과 운동부 재정비를 해체 이유로 내걸었다. 그러나 체육계에서는 시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빙상장이 강릉에 건설되는 것에 불만을 품고 팀을 없애기로 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춘천은 빙상의 메카였다. ‘대표팀 맏형’ 이규혁(33·서울시청), 백은비(32·은퇴) 등 수많은 빙상스타들이 춘천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현재는 제갈성렬 감독과 2007동계아시안게임 5000m 은메달리스트 여상엽(27)과 최진용(25)이 명맥을 잇고 있다. 선수가 없어 팀추월(3명) 종목에 출전하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고향팀에서 뛰겠다는 열의로 구슬땀을 흘려 왔다. 2002년부터 팀을 맡아온 제갈 감독은 “지난주 화요일(8일) 정태섭 시체육회장을 만났는데 ‘그동안 수고했고 다음 달로 해체될 테니 그렇게 알아’라고 말하더라. 인간적인 배신감이 크다. 나만 믿고 있는 선수들은 불쌍해서 어쩌나.”라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실업자’가 될 위기에 놓인 감독과 선수들 부모가 거세게 항의하자 올 시즌(내년 3월)까지 운영하기로 선심 쓰듯 배려해줬다. 선수들은 충격에 빠졌다. 훈련을 하고는 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분위기는 최악이다. 여상엽은 지난 14일 시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에 “전 국가대표 선수로 소임을 다했다. 다른 팀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고장의 명예를 높이려 최선을 다해 왔다. 지금 제 꿈은 산산조각 났고 자살하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최진용도 같은 날 “15년 동안 스케이트만 타왔고 할 줄 아는 게 없다. 갑작스러운 해체 소식에 힘들고 답답하다. 팀이 정상적으로 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글을 남겼다. 시체육회 이강균 사무국장은 “돈 문제 때문이 아니다. 3~4년 전부터 운동부를 다른 종목으로 교체하자는 요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시는 빙속팀을 정리하는 대신 탁구부를 창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시청은 지난해 카누 종목에 이어 내년 초 빙속팀의 해체를 발표했다. 제대로 된 이유도 없이 하루아침에 쫓아내는 직장이라면 과연 어느 누가 ‘혼’을 바쳐 일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돈 문제’도 아니다. 선수들에 대한 배려와 의리가 아쉽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파리지앵 열광한 그 뮤지컬을 극장서

    파리지앵 열광한 그 뮤지컬을 극장서

    뮤지컬 ‘십계’(Le Dix) ‘태양왕’(Le Roi Soliel)으로 명성을 쌓은 제작자 알베르 코엔과 도브 아티는 문득 “모차르트는 당대 최고의 록스타였다.”는 엉뚱한 발상을 떠올렸다. 클래식과 팝,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20곡을 만드는 등 기초작업에만 2년이 걸렸다. 기존 뮤지컬과 다른 문법을 원했기에 에디트 피아프(1915~63)의 삶을 그린 영화 ‘라비앙 로즈’(2007)의 올리비에 다한에 연출을 맡겼다. 다한은 학창시절 미술을 전공한 덕에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미장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2009년 9월 프랑스 파리의 팔래 데 스포르 드 파리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은 150만명의 관중을 모았다. 프랑스 뮤지컬 최고 흥행기록을 고쳐 쓴 ‘모차르트 락 오페라’다. 원정관람도 서슴지 않는 열혈 뮤지컬 팬 사이에 일찍부터 관심은 높았지만, 대부분에겐 그림의 떡. 지난해 현지 공연이 막을 내린 터라 아쉬움은 더 했다. 지난해 12월 20일 팔래 데 스포르 드 파리 극장. 한국과 미국, 영국에서 3차원(3D) 영상 전문가들이 속속 모였다. 화면의 입체감과 깊이를 조율하는 총 지휘자 격인 스테레오그래퍼는 ‘다크나이트’ ‘인셉션’에 참여했던 마크 와인가트너가, 공연실황 연출은 ‘라이브 인 3D 휘성’ 등을 연출했던 정성복 감독이 맡았다. 제작진은 총 4500석 가운데 앞좌석 13줄을 들어내고 크레인을 장착한 특수 촬영장비를 설치했다. 허락된 시간은 단 하루, 2회 공연뿐. 공연실황 DVD로 100여차례 도상훈련을 통해 카메라 동선을 짜놓은 덕에 극장에서 보는 세계 첫 뮤지컬 3D 콘텐츠가 완성됐다. 그리고, 오는 17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모차르트 락 오페라’는 모차르트(미켈란젤로 로콩테)가 유럽 왕실 순회공연을 마치고 금의환향한 시점에서 막을 올린다. 음악적 영감을 얻으려고 떠난 독일 만하임에서 모차르트는 운명적으로 알로이지아(멜리사 마르스)를 만난다. 하지만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드는 못마땅해 한다. 하층민 알로이지아와 사귀는 게 인생의 걸림돌이 될 걸로 생각하고, 갈라놓는다. 실의에 빠진 모차르트는 뮤즈였던 알로이지아에게 배신당하고, 경쟁자 살리에르의 시기와 질투에 시달린다. 귀족사회를 비꼰 ‘피가로의 결혼’으로 귀족과 왕실의 탄압까지 받는다. 누구보다 파도가 많았던 모차르트의 삶, 귀에 쏙쏙 달라붙는 20곡의 음악, 화려한 의상과 춤의 향연에 133분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극장에서 보는 공연예술 콘텐츠의 장점은 수십만원을 주고 가장 비싼 좌석에 앉더라도 놓치기 쉬운 배우의 표정과 땀방울 하나까지 보여준다는 것. 3D 영상은 컨버팅(2D를 3D로 전환한 영화)보다 낫고, 뮤지컬 공연장에 비하면 사운드도 월등하다. 단, 제작진이 제시하는 프레임이 아닌 자신만의 눈으로 무대를 보기 원하는 마니아라면 못마땅할 게다. 또 본격적인 반전이 이뤄지는 2막에 비해 1막은 좀 지루한 편이다. 관람료는 일반 3D 영화(1만 3000원)보단 비싸고 메트오페라 공연실황(2만 5000원)보단 싼 2만원으로 책정됐다. 유명 뮤지컬 오리지널팀 내한공연 최고등급 좌석 가격의 10% 수준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3) 윌리엄 셰익스피어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3) 윌리엄 셰익스피어

    세상에 그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지만, 그의 정체는 미스터리다. ‘추정상’ 37편의 희곡과 154편의 소네트(소곡·小曲)를 남겼지만 어떤 계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우정과 연애, 사제지간은 어떠했는지 알 길이 없다. 후대에 길이길이 인용될 명문들을 남겨 놓았지만, 사료가 될 만한 개인적인 기록은 단 한 쪽도 남아 있지 않다. 그 때문인지 그의 연구자들은 어느새 편집증, 망상증 환자로 돌변하기 십상이다. 그는 실은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었어! 아냐, 그는 그저 평범한 상인이었어! 다 틀렸어, 여러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작품을 쓴 뒤 하나의 이름으로 발표했던 거야! 연구자들은 이 위대한 작가의 문학적 비전, 사생활, 콤플렉스 등등을 알 수만 있다면 자기 영혼이라도 팔았으리라. ●16세기 영국을 해면처럼 빨아들이다 영국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예술가. 연극을 위한 희곡을 쓰고, 배우로서 연극에 출연하고, 연극 전용극장의 경영을 맡았던 연극인.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이라는 말을 수많은 남자배우들로 하여금 읊조리게 한 작가. 그의 이름은 일단,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다. 정확한 출생일은 알 수 없지만, 세례를 받은 날은 1564년 4월 26일로 기록되어 있다. 1564년 영국 출생이라는 사실, 이것만으로도 소중한 정보다. 해외 식민지 개척, 엘리자베스 여왕과 메리 간의 정치적 갈등, 신교와 구교의 충돌, 상업의 발달 등으로 당시 영국은 눈이 어질할 정도로 변화해 갔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자기 발밑이 시도 때도 없이 쿨렁거린다고 느꼈을 테다. 셰익스피어는 16세기 영국의 다층적이고도 역동적인 현실을 해면처럼 빨아들여 희곡으로 둔갑시켰다. 예컨대 ‘리어 왕’에서는, 중앙집권적 절대왕정의 은폐된 근간인 폭력성을 스스로 폭로해 버린 리어, 근대적 합리주의로 무장한 채 자본주의 시대를 예고하는 서자 에드먼드, 이 모든 것을 안다는 듯 시종 지껄여대는 광대를 같은 평면에 둠으로써 당대의 정치적 상황과 민중 내의 분위기, 자본주의적 움직임 등등을 치밀하게 그려 보였다. 그의 작품을 일종의 ‘사회사’로 읽으려는 일각의 시도는 여기에 기인한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한 시대는 연극의 황금기였다. 오랜 내란이 종식되고 식민지 개척이 진행되면서 문화적 자부심이 넘쳐났고, 이에 따라 ‘영국적인 것’을 확립하려는 의지가 작동했는데, 이런 분위기를 타고 연극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극장은 치외법권 지대였으며, 또 다른 삶들이 펼쳐지는 세계였다. 독서와 거리가 먼 문맹의 서민들에게 무대 위 사랑과 배신만큼 즐거운 향유거리는 없었을 터, 16세기 런던의 노동자들이야말로 셰익스피어의 진정한 후원자라 불릴 만하다. 그래서일까. 왕위 찬탈을 다룰 때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민중의 호흡이 짙게 배어 있다. 그가 창조한 왕은 노동계급이 할 법한 상소리를 찍찍 내뱉고, 숙녀들은 저속한 농담을 거침없이 주고받는다. 가장 고상하고 전통적인 주제가 가장 비속하고 현대적인 언어와 공존하는 세계, 비극 속에 희극이, 희극 속에 비극이 교차·중첩되는 세계. 셰익스피어의 세계는 16세기 르네상스 그 자체였다. ●우리는 햄릿이고, 샤일록이고, 로미오다 “Who’s there?” 쨍 소리가 날 법한 춥고 까만 밤을 가르는 병사의 외침으로 ‘햄릿’은 시작된다. 거기 누구인가? 아직 이 작품의 결말을 모르는 1600년의 관객들은 침을 삼키며 무대를 응시했다. 곧 이어 유령이 된 선왕(先王)이 등장했다 사라지고, 부친의 죽음과 모친의 배반으로 침울해진 왕자 햄릿이 걸어 나온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은 시종일관 이런 식의 태도로 무대 위를 오간다. 선왕의 유령과 대면하고서도 그 존재를 의심하고, 현왕이 살인자가 확실한지 알기 전까지 복수를 미루고, 그를 죽이면 그가 죄를 씻고 천국에 갈까봐 또 미루고, 모친에 대한 태도에 있어 갈팡질팡하고, 그러면서도 우유부단한 자신을 책망하느라 시간을 보낸다. 이쯤 되면 복수는 이미 잊히고 만다. 셰익스피어는 기실 서스펜스의 대가다. 그는 햄릿의 복수를 한정 없이 미루면서 작품 전체를 서서히 광기로 물들여 간다. 햄릿의 말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조직되고,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선택들로 채워진다. 이면의 진실을 봐 버린 이상 모든 게 의문투성이고, 햄릿은 그런 의문들에 시달리며 실제로 미쳐가는 듯하다. 이렇게 하여 ‘햄릿’은 훗날 예술작품들의 영원한 주제가 되었다. 회의하고 번민하는 인간의 탄생. 햄릿은 끊임없이 되묻는다. 거기, 누구냐? 그러나 한편으로 셰익스피어의 연극은 지극히 통속적이고 생동감 넘쳤다. 기독교도들에게 개 취급을 받고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샤일록을 보라. 달아난 딸보다도 사라진 다이아몬드 때문에 애통해하는 수전노의 면모라든지,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받아내려다 실패하는 과정은 더할 나위 없이 생생하다. 그러나 이야기는 수전노가 벌을 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는 샤일록을 무시하는 안토니오를 통해, 유대인을 향한 당시 기독교도들의 증오심을 함께 그려냈다. 셰익스피어가 치밀하게 깔아놓은 이런 장치들 덕에 ‘베니스의 상인’은 박해받는 유대인 샤일록 세계의 비극이자, 선악이 분명치 않은 이 세계에 대한 증언이 되었다. 가엾은 악인 샤일록, 맴도는 인간 햄릿, 눈 먼 사랑 로미오와 줄리엣. 그가 만든 인물들은 16세기 영국의 생생한 인간들인 동시에, 모든 세기를 가로질러 재해석되고 새롭게 변주되는 ‘보편형’으로 남아 있다. 셰익스피어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우리 안에 꿈틀거리는 햄릿을, 로미오와 줄리엣을, 리어와 샤일록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표절과 신조어에 능했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순수 창작이 거의 없다는 게 정설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로메우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이야기’라는 시에서, 이성의 붕괴로 지옥을 맛보는 맥베스의 이야기는 ‘맥베스의 전기’에서, 눈 먼 왕 리어의 비극적 말로를 그린 ‘리어왕’은 ‘리어왕과 그의 세 딸들의 실록’에서 가져왔다. 지금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렵지만, 창작물과 비창작물의 구분이 엄격하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빈번한 일이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필요에 따라 자기 ‘검색엔진’을 사용해 파편을 모으고 그것을 제 것으로 흡수한 뒤 이를 ‘보편적 이야기’로 업그레이드시키는 셰익스피어의 능력이다. 인간과 시대에 대한 통찰력 없이 파편들을 직조하기란 불가능하다. 셰익스피어는 햄릿 식의 고뇌와 절망, 오셀로 식의 애욕과 질투, 맥베스 식의 야망과 불안을 꿰뚫는 직관력을 지녔다. 그리고 이 직관을 생생한 인물과 사건들로 풀어냈다. 그가 어떻게 이런 직관력을 연마했는지, 글쓰기 테크닉을 누구에게서 사사(師事)했는지, 우리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그는, 비평가 존 드라이든의 말처럼 “지식을 타고난” 천재였을 수도 있고, 어쩌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신적인” 호기심과 관찰력을 지닌 초인(超人)이었을지도 모른다. 셰익스피어는 남의 이름으로 발표된 글도 죄책감 없이 가져오고, 필요하다면 스토리의 내적 논리도 무시했다. 그런가 하면 리듬을 통한 긴장감을 위해 말장난을 일삼고, 심지어 전에 없던 말들까지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예컨대, 단어들 앞에 ‘un’이라는 접두사를 붙여 순식간에 발랄한 느낌의 단어들로 조립하는가 하면, countless나 lonely 같은 귀여운 조어들도 거침없이 만들어냈다. 라틴어에 밀려 천대당하던 영어가 저만의 생기와 뉘앙스를 부여받게 된 건 순전히 셰익스피어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록에 의하면, 셰익스피어는 2305개의 영어 단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흡사 오늘날 네티즌들이 웹사이트를 오가며 빠르게 신조어를 탄생시키듯이, 그는 역사서와 민간동화 사이를 기민하게 오가며 수많은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낯선 언어, 무수한 빛의 뉘앙스로 반짝이는 언어,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계를 미세하게 포착하는 언어. 그가 보고 들은 모든 것이 작품 속의 인물로 되살아났고, 그가 수집하고 조립한 모든 언어가 그 인물들을 통해 발화되었다. 셰익스피어를 통해 언어는 그렇게 또 하나의 새로운 용법을 지니게 되었다. 세상에는 머리말 말고는 볼 게 없는 소설책과 시집을 내는 작가들도 많지만, 작품 이외에는 어떤 말도 남기지 않았으나 그 작품으로 모든 것을 말한 작가도 있다. 셰익스피어는 후자다. 셰익스피어, 이는 16세기 영국을 수놓는 모든 삶의 이름이고, 시공을 가로질러 여기에 와 닿은 모든 눈물과 웃음의 이름이다. 과거의 문학, 현재의 문학, 미래의 문학, 그 모든 문학들의 이름이다. 수경 남산강학원 연구원
  • “딴 나라로 꺼져라” “한나라 2중대”… ISD절충 민주의원에 뭇매

    ‘검은 머리 외국인에게 빌붙는 앞잡이는 당장 딴 나라로 꺼져라’. ‘그만 민주당 탈당하시고 한나라당 가셔야죠, 이제 그만 하산하시죠.’(민주당 김성곤 의원 트위터 댓글) ‘이게 누구십니까? 배신 진표 아니십니까? FTA 강경 반대는 쇼? 민주당 탈퇴하시고 미국 이민 가시지요, 퉤.’(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 트위터) ‘민주당 기회주의자, 한나라당 2중대이십니까?’(민주당 신낙균 의원 홈페이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한 절충안에 동조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한 사이버 돌팔매질이 인터넷상에서 연일 펼쳐지고 있다. 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뤄지는 이들에 대한 비방은 민주당 절충안을 주도한 김성곤 의원을 비롯해 10일 ‘비준안의 물리적 저지 반대’를 선언한 같은 당 박상천·강봉균·신낙균 의원 등이 표적이 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트위터에 악성 댓글을 올리는 것은 물론 신변 위협도 서슴지 않아 사이버 테러로 치닫고 있다.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정치권에 염증을 내며 새 정치를 부르짖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실종된 의회정치를 복원하려는 노력들을 향해 돌을 던지는, 이율배반의 두 얼굴이 SNS상에서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김성곤 의원은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사면초가의 처지가 됐다고 한다. 김 의원 측은 11일 “지역구인 전남 여수 사무실로 ‘미국·한나라당의 앞잡이냐’고 비난하는 항의 전화가 쇄도한다.”면서 “농민단체들의 반FTA 집회 신고가 접수되고 항의 방문도 잇달아 경찰이 자체적으로 경비 인력을 사무실에 배치시킨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협상파인 김 원내대표의 트위터에도 “정치 생명 끝이다.”, “이건 배신이 아니라 매국.” 등의 공격성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김 의원은 “네티즌들이 언론을 통해서만 전해들을 뿐 정확한 저의 의중은 모르셔서 답답하다.”면서 “민주당이 물리적 저지도 불사한다지만 어떤 폭력도 국회에서 허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2011년 예산안이 몸싸움 끝에 강행 처리됐을 때 사죄의 뜻으로 본청 로텐더홀에서 3000배를 하기도 했다. 한 의원의 비서관은 “도를 넘어선 SNS 댓글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고 싶지만 꾹 참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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