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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마초를 유비에게 투항케 한 양송의 모함… 법적 처벌 가능할까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마초를 유비에게 투항케 한 양송의 모함… 법적 처벌 가능할까

    유비는 장로와 벌일 전투를 위해 유장에게 3만명의 병력과 군량 10만석을 요청한다. 하지만 유장은 늙은 군사 4000명과 식량 1만석만 보낸다. 화가 난 유비는 성도로 말머리를 돌려 부성, 파성, 낙성, 면죽관을 파죽지세로 점령한다. 벼랑 끝에 선 유장은 장로에게 원군을 요청한다. 장로도 촉을 탐내 마초를 대장으로 삼아 원군을 보낸다. 유비는 장비와 호각지세(互角之勢)로 맞서는 마초가 탐난다. 그래서 마초가 장로에게 충성하는 대신 촉을 빼앗아 왕이 되려고 한다는 소문을 낸다. 마초가 장로에게 돌아갈 수 없게 하려는 것이다. 결국 장로에게 의심받아 진퇴양난에 빠진 마초는 유비의 부하가 되기로 결심한다. ※ 원저:요코야마 미쓰테루 ※참고: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유비는 장로의 심복인 양송이 뇌물에 약하다는 점을 이용한다. 뇌물을 받은 양송이 장로에게 ‘마초가 모반을 꾀하고 있다’고 모함한 것이다. 장로는 양송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마초를 의심하게 된다. 장로의 믿음을 잃은 마초는 오갈 곳 없는 처지가 되어 결국 유비의 품에 안긴다. 마초가 유비에게 투항한 것은 양송의 모함이 결정적이다. 진실이 아닌 거짓된 말로 마초를 모함한 것이다. 양송의 모함은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까. ●나라를 망하게 한 양송의 거짓말 마초는 조조와의 싸움에서 진 후 장로의 식객으로 지냈다. 마초가 출정한 것은 촉을 점령해 장로에게 바침으로써 은혜에 보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장로를 배신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그런데 양송의 모함으로 모든 게 틀어지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장로도 멸망하고 말았다. 그것은 양송도 의도하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양송의 거짓말 한마디가 실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상급자나 국가에 대한 거짓된 신고는 경우에 따라 이처럼 엄청난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우리 형법도 양송과 같이 거짓으로 신고한 경우를 무고죄로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나 공무원에게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경우에 성립한다(형법 제156조). 일반적으로 무고죄라고 하면 거짓으로 형사 고소를 한 경우만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반드시 형사 고소만으로 한정되진 않는다. 마초의 경우를 살펴보자. 양송이 장로에게 한 건의는 마초를 형사적으로 처벌해 달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딴마음을 먹고 있으니 징계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 공무원에게 징계란 사실상 공무원으로서의 꿈과 희망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 징계를 받게 되면 승진이나 평가에서 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으로서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할 의욕이 꺾이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실제로 마초도 촉을 점령해 장로에게 바치려는 의지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 결과 장로의 나라는 더이상 지도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알 수 없다. 실제로 마초에게 촉을 점령한 다음 이를 발판 삼아 재기하려는 욕망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옛 부하들과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양송이 모함한다는 생각으로 ‘마초가 모반하려고 한다’고 했다면 어떻게 될까. 즉 양송은 모함한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모함이 아닌 경우다. 이 경우에도 무고죄가 성립할까. 그렇지 않다. 양송의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무고죄에서 허위의 사실이란 신고한 내용이 객관적인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고죄가 무고당한 개인의 억울함을 풀어 주려는 목적으로 규정된 죄가 아니라는 점과 관련 있다. 무고죄는 거짓된 신고로 인해 국가의 공권력이 낭비되거나 잘못 작용하는 것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양송이 결과적이지만 진실된 내용으로 신고를 했으므로 공권력이 낭비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장난전화, 장난 아닌 심각한 범죄 장비와의 싸움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마초가 스스로 ‘나한테 모반할 마음이 있다’고 신고한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장비의 장팔사모에 죽는 것보다는 차라리 장송에게 추궁당하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그리 했다면, 이 경우에는 무고죄가 성립할까.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경우에만 성립한다. 즉 자기 자신을 거짓으로 신고한 경우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거짓 신고의 유형 중에는 장난 전화와 같은 것도 있다. ‘장난’이란 사전적으로는 ‘심심풀이로 하는 짓궂은 일’ 정도로 해석된다. 그런데 장난 전화라고 해서 정말로 장난으로 여겨질까. 거짓 신고 전화는 대표적으로 범죄 신고 전화인 112나 화재, 응급 신고 전화인 119에 집중된다. 112와 119를 합하면 허위 신고 건수가 매년 5000건을 훌쩍 뛰어넘는다. 허위로 신고된 사건을 처리하다 정작 도움이 필요한 곳에 공권력의 도움을 줄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때문에 허위 신고는 장난이 아닌 범죄가 되어 처벌의 심판대에 올라갈 수 있다. 허위 신고는 경중에 따라 다르게 처벌된다. 단순하고 1회성인 경우에는 경범죄처벌법에 의해 6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처벌된다. 반복적인 경우에는 정식으로 입건되어 형법상 ‘위계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된다. 최근 5년간 반복된 허위 신고로 구속된 사람만도 100여명에 달한다. 장난 전화는 장난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심각한 범죄다. ●무고와 위증 사이… 사실대로의 두 얼굴 양송의 말을 사실로 믿은 장로가 마초를 소환해 반역죄로 재판을 열었다고 치자. 재판에는 양송이 증인으로 나왔다. 양송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선서했다. 그런데 양송이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르게 ‘마초가 반역을 꾀했다’고 증언했다면 어떻게 될까. 위증죄가 성립하는 것이 당연하다. 만일 마초에게 반역할 마음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처럼 위증죄가 성립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이 경우에는 양송에게 위증죄가 성립한다. 위증죄에서 ‘사실대로’ 증언한다는 것은 무고죄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위증죄에서 사실대로란 ‘스스로가 알고 있는 사실대로’ 증언하는 것을 말한다. 양송은 마초에게 반역할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다만 유비의 뇌물에 마음이 흔들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르게 증언했다. 즉 양송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르게 증언한 대가로 위증죄로 처벌된다. 승리가 지상 목표인 전쟁터에서 무고는 최고 전략일지도 모른다. 유비는 마초를 무고한 덕분에 서량에서 제일가는 마초를 우군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유장의 항복까지 얻어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무고와 허위 신고는 국가의 기능을 심각하게 마비시킬 수 있는 범죄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국가로부터 올바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인 것이다. 박하영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코믹드라마의 슬픔, 시즌 1, 2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코믹드라마의 슬픔, 시즌 1, 2

    나는 지난겨울부터 텔레비전 드라마를 시청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 속의 드라마가 더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멜로드라마를 보면 자주 눈물을 흘리곤 한다. 속을 메스껍게 하는 공포영화는 좋아하지 않지만,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배설 위험이 있는 스릴러는 가끔 본다. 가장 좋아하는 건 웃기다 울리고 긴장 속에 떨게도 하는 코믹 스릴러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 지지자들의 사차원적 사고와 행동거지는 시쳇말로 ‘대박’이었다. 멜로와 스릴러와 코미디 모두를 합친 새로운 장르가 출현한 것 아닌가 싶다. 지난 1년간 장기 공연 중인 드라마 제목은 ‘정치보복은 내게서 멈추기를.’ 감독 최순실, 주연 박근혜. 조연은 너무 많아서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후보 경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연배우가 펼친 이 드라마의 스토리 라인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인기 미드보다 더 예측을 불허한다. 오직 나라 사랑밖에는 모르는 지도자인데, 오랜 절친을 무한 신뢰한 치명적 결함으로 인해 비극의 주인공이 된 대통령. 그분을 도와 나라의 문화융성을 도모하고자 했을 뿐인데, 굶주린 늑대같이 달려드는 불순세력들의 마녀사냥과 그 희생양이 된 대통령의 절친(감독이 연기도 해서 재미가 더해졌다). 드라마가 흥미진진하려면 간교한 계략과 권모술수에 능한 악역들이 빠질 수 없다. 그들은 오랜 세월 여러 정권에서 권력을 향유한 왕 실장, 그에 버금가는 권력 장악의 달인인 정무수석. 이들의 자세와 표정,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탁월한 악역 연기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신이 창조한 당당한 위선자의 전형이 아닐 수 없고 진정 악인 연기가 드라마를 빛낸다. 여기에 비극적 주군에 대한 무한 충성을 보이고, 주군과 추락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충정 어린 신하도, 상 위의 부스러기를 얻기 위해 온갖 악행의 도구 노릇을 하는 어리석은 신하들도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다. 여기까지인 줄 알았다. 기억의 정치라는 성채 안에서 저주에 처한 공주의 비극적 운명으로 시즌 1의 대단원의 막이 내릴 줄 알았는데, 웬걸 드라마는 첫 시즌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 2를 시작한단다. 첫 시즌이 멜로에 가깝다면 시즌 2는 범죄 스릴러라 할 수 있다. 국회, 검찰, 국가정보원, 국방부, 국군사이버사령부 등 무시무시한 권력기구와 기업들까지 등장하며 감청, 정치보복, 선거개입, 언론장악, 경제범죄, 정경유착 등이 모두 등장한다. 국민소통수석이라는 정겨운 직위를 가진 사람이 만든 화이트리스트는 세상을 밝게 만들기 위해 능력과 열정을 갖춘 사람들을 선발했단다. 웬만큼 할리우드의 범죄 스릴러에 익숙한 사람도 그 음침하고 복잡한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 만만치 않다. 시즌 1이 독일과 승마를 재미 장치로 끌어들이더니 이번에는 국정원, 기무사, 청와대 삼각 고리에 중국 베이징 자동차 납품업체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조폭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바지’ 사장과 실소유자라는 역할 분담까지 정말 정경유착과 기업 라마의 면모까지 갖추었다. 정말 “다스는 누구 건가요?” 신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악마를 만들어 인간들 옆에 두었다고 한다. 이들을 우리의 삶으로 내려보낸 신께 감사할 일이다. 내가 웬만한 악행을 저질러도 이들을 따라갈 수 없다는 안도감을 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지만 우리 보통 람들이 이들의 눈에는 미욱하고 미천한 존재, 버러지 정도로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돼 울화가 치밀게 한다. 지난 거의 1년간 시즌 1과 2를 보면서 드라마의 겹겹이 복잡한 플롯과 다층적이고 다양한 캐릭터들, 끝없는 반전과 반전에 경탄하면서도 염증과 분노, 배신감과 서글픔으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게 지난 1년간 우리 사회를 안개처럼 덮고 있는 슬픔이 아닌가 싶다. 이제는 악몽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연극은 끝내고, 내가 평소에 즐기던 텔레비전 드라마를 즐기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 [특파원 칼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독인가 약인가/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독인가 약인가/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3일(현지시간)부터 한·중·일 등 아시아 5개국 순방에 나선다. 한반도의 북핵 위기뿐 아니라 중국 시진핑 2.0 시대 개막,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1강 체제 구축 등 급변하는 동북아 지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7~8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은 우리에게 독(毒)일까, 약(藥)일까. 그 답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전 해외 순방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는 지난 5월과 7월 유럽과 중동 순방에서 동맹도, 영원한 우방도 안중에 없어 보였다. 오직 철저하게 ‘미국 우선주의’,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업가’의 외침만 있었다. 전통 우방인 영국과 독일, 프랑스를 향해 돈, 즉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방위비를 더 내라고 으름장을 놨다. 또 국제사회의 비난과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용 대비 효과가 없다며 파리기후협정 탈퇴도 시사했다. 중동에서는 철저한 무기 장사와 천문학적 투자 등 엄청난 ‘선물 꾸러미’를 챙겼다. 우리도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 양국 정상 간 논의나 합의가 없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이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등장한 것이다. “한·미 FTA는 거친 협정이었다. 그건 아주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그의 돌출 발언은 백악관에서 공개한 한·미 정상 공동선언문에는 없었다. 그야말로 ‘배신’ 외교의 전형이었다. 첫 방한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북핵을 빌미로 한·미 FTA와 첨단무기 판매 등에 서슴지 않고 공세적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주한 미군 방위비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부담도 원칙을 벗어나 우리에게 떠넘기는 억지를 부릴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불편해하는, 북핵을 위기 탈출의 발판으로 삼은 아베 총리를 만난 직후 우리나라를 찾는다. 그가 아베 총리와의 골프 회동, 비공식 만찬 등에서 얻은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을 향해 ‘폭탄 발언’을 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우리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독과 약은 서로 통하기도 한다. 미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면 평소 가졌던 인식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거대한 빌딩 숲과 자동차 등 발전한 우리나라를 직접 보면 아주 작은 나라지만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비무장지대(DMZ)나 판문점의 엄중한 군사 대치 상황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폭탄 발언을 자제하며 북핵의 평화적 해결 단초를 마련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백악관과의 일정 조율에 세심함을 기울여야 한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남북 분단 상징인 DMZ나 판문점 방문은 어쩌면 선택이 아닌 필수일 것이다. 또 골프는 아니지만 한·미 양국 정상 간 사적인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절실하다. 성격과 취미 등 스타일이 전혀 다른 한·미 정상이 개인적으로 하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독을 약으로 만들어야 한다. 최근 소설가 한강의 뉴욕타임스 기고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이 ‘미국이 전쟁을 이야기할 때, 몸서리치는’ 우리의 마음을 알고 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hihi@seoul.co.kr
  • 수사·재판 1년여 사과는커녕… 재판 보이콧한 박근혜, 잘못 없다는 최순실

    수사·재판 1년여 사과는커녕… 재판 보이콧한 박근혜, 잘못 없다는 최순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국정 농단을 일으킨 장본인인 최순실씨가 모습을 드러낸 지 어느덧 1년이 됐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가장 어려웠을 때 곁을 지키며 의지한 ‘40년 지기’에서 헌정 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게 한 국정 농단의 ‘주범’으로 전락했다. 이제는 1년 동안 수사와 재판을 통해 드러난 국정 농단 전말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운명을 맡긴 처지가 됐다. 최씨는 지난해 10월 30일 독일에서 귀국해 다음날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긴급체포됐다. “국민 여러분,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죽을죄를 졌습니다”라며 오열하던 모습은 최씨의 처음이자 마지막 대국민 사과 메시지였다.최씨는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거쳐 대기업들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에 지원금을 출연하도록 한 혐의를 비롯해 삼성으로부터 정유라씨 승마 지원 등의 뇌물을 받은 혐의, 정씨를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시키고 학사관리에 특혜를 받도록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가운데 ‘이화여대 학사비리’ 사건이 지난 6월 가장 먼저 결론 났다. 최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자 불복했고, 다음달 14일 항소심 선고 결과가 나온다.지난 5월부터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의 심리로 1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을 받아왔다. ‘삼성 뇌물’ 사건과 ‘재단 출연 직권남용’ 사건에서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은 ‘공범 관계’로 지목됐다. 법정에서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을 재판정에 나오게 한 제가 죄인”이라며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이따금 드러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최씨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관계로 변질됐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이 재발부되자 법정에서 처음 심경을 밝히며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배신으로 되돌아왔다”며 원망을 표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재판은 주 4회씩 강행군을 이어 왔지만 워낙 심리할 내용이 많아 아직 마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재판 보이콧’ 상태여서 언제 결론을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따라서 재판부는 최씨에 대한 선고를 박 전 대통령이 아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같이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 25일 안 전 수석의 공판에서 “공소사실이 최씨와 완전히 일치한 만큼 하나의 결론으로 선고하는 게 타당하다”면서 “최씨에 대한 심리에 더 속도를 내 조속히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최씨의 2차 구속 기간이 다음달 19일 24시에 끝나는 점도 고려할 것으로 보여 이르면 다음달 최씨에 대한 선고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최씨와 엮인 국정 농단 공범들에 대한 선고도 다음달 중 이어질 예정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안철수 “촛불혁명 1년, 촛불정신 독점 세력” 정부 비판

    안철수 “촛불혁명 1년, 촛불정신 독점 세력” 정부 비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끈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소회를 밝히면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안 대표는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촛불혁명으로부터 1년, 국민을 배신한 대통령을 탄핵했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지만 사회변혁의 열망은 여전하다”며 “촛불의 정신을 독점하려 하고 독선으로 내달리는 세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변화의 방향과 속도에 공감이 부족하다”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이는 정부·여당이 주도 중인 개혁 드라이브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대표는 “나라의 안보는 불안하고, 사회는 갈등하고 있다”면서 “촛불은 변혁이면서 화합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촛불은) 누구도 독점할 수 없는 국민의 마음이자 민주주의, 사회변혁의 동력”이라면서 “촛불시위 초반에 가장 먼저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고 헌신했던 것이 국민의당이다. 그때의 마음으로 촛불혁명을 완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린제이 로한, 한국인 ‘팔씨름왕’ 하제용과 열애? 과거 데이트 폭력 당해..

    린제이 로한, 한국인 ‘팔씨름왕’ 하제용과 열애? 과거 데이트 폭력 당해..

    할리우드 스타 린제이 로한이 한국인 남성과 열애설에 휩싸인 가운데 데이트 폭력에 시달렸던 과거가 재관심 받고 있다. 지난해 영국의 한 매체는 린제이 로한이 약혼남 이고르 타라바소프와 다툰 후 폭행을 당했다고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린제이 로한은 서른 살 생일을 맞아 약혼남과 그리스의 한 섬으로 여행을 떠났다. 해변에 차를 주차한 후 린제이 로한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이고르는 갑자기 핸드폰을 집어 던진 뒤 차에서 뛰쳐나가는 린제이 로한을 붙잡기 위해 달려 나갔다. 이어 이고르는 도망치는 여친의 팔을 뒤에서 꺾는 폭행을 저질렀다. 린제이 로한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그의 폭행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상적인 폭행이다”라며 타라바소프의 폭행을 인정했다. 이어 그는 “내가 진정으로 사랑에 빠진 그는 나의 신뢰를 배신하고 나는 위협을 느꼈다”고 고백한 바 있다.한편 린제이 로한의 남자로 관심 받고 있는 하제용은 SBS ‘스타킹’과 ‘동상이몽’에 출연하며 유명해진 한국인 팔씨름 챔피언이다. 최근 하제용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린제이 로한과 데이트를 즐기는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해 열애설을 불러일으켰다. 공개된 사진 속 린제이 로한과 하제용은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즐기는가 하면 함께 그리스, 두바이로 여행을 떠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양측은 열애설에 대해 인정도 부인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린제이 로한이 아픔을 딛고 새로운 사랑 중인지에 대해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현대미술을 품은 천년 고찰 전등사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현대미술을 품은 천년 고찰 전등사

    강화도 전등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에 불교가 전래된 시기인 서기 381년 (고구려 소수림왕 11년) 아도화상이 진종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 1282년 고려 충렬왕의 비인 정화공주가 송나라에서 펴낸 대장경을 펴내 봉안하도록 하면서 옥등을 시주한 것을 기념해 ‘불법의 등불을 전하는 사찰’이라는 뜻을 지닌 전등사로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른다. 전등사는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장소로 꼽힌다. 사찰을 에워싸고 있는 삼랑성은 단군의 세 아들인 부여, 부우, 부소가 쌓았다고 전해지는 성이다. 산의 지형을 이용해 능선을 따라 축조한 성의 길이는 2300m나 된다. 고려시대에 전등사는 대몽항쟁의 근본 도량으로 팔만대장경을 판각했으며 조선시대엔 가람 뒤편의 정족산 사고에서 250년간 조선왕조실록과 왕실문서를 보관했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엔 프랑스군을 물리친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국가사적 삼랑성과 조선 중기의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대웅보전, 약사전, 범종, 명부전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각종 탱화 등 소중한 문화유적과 문화재가 가득한 전등사는 국내 유일의 현대미술 사찰로 새롭게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1600년을 이어온 유서깊은 사찰에서 현대미술을 만난다는 것은 파격 그 자체다. 전등사에서는 2008년부터 매년 10월 삼랑성역사문화축제가 열리는 시기에 맞춰 정족산 사고에서 매년 현대 미술특별전시를 열고 있다. ‘현대 중견작가전’이라는 타이틀로 소개된 현대미술 작가들이 지금까지 수십 명에 이른다. 그동안 수집한 현대미술 작품은 300여점에 이른다. 2012년 “21세기 시대정신이 담긴 불사(佛事)”를 자랑하며 241㎡ 규모로 신축한 무설전(無說殿)에서는 ‘국내 유일의 현대미술 사찰’ 전등사의 파격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말없이 설파한다는 뜻을 지닌 불국사 ‘무설전’에서 착안해 이름을 지은 이곳은 조성 당시부터 국내 대가들의 작품으로 법당을 꾸며 화제가 됐다.무설전의 석가모니불과 보현·문수보살 등 불상은 광화문 세종대왕상으로 유명한 조각가 김영원 홍익대 교수가 제작했다. 불상은 청동으로 불상을 만든 후 금박을 입히는 대신 자동차 도색에 쓰이는 흰색 우레탄 도료를 입혀 현대적인 아름다움이 풍긴다. 본존불의 얼굴은 석굴암 본존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지만 보살상의 얼굴은 요즘 세대에게 친숙한 인상을 찾아 이미지를 부여했다. 본존불 뒤편의 후불화는 오원배 작가가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린 것이다. 오 작가는 석굴암처럼 둥근 공간에 부처님을 중심으로 가섭과 아난존자 등 십대제자를 배치한 후불화를 프랑스 유학시절 배운 정통 프레스코 기법으로 완성했다. 서양의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려진 부드러운 색감과 불제자들의 친근한 표정은 보는 이를 다가서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다. 법당 내부의 전체 공간구성은 이정교 홍익대 공간디자인과 교수가 맡았다. 천장에 단청을 칠하지 않고 일반적인 법당에서 흔히 보는 연등 대신에 분홍색의 꼬마 연등 999개를 설치작품처럼 배치해 불교의 정적인 분위기와 현대적인 아름다움이 더욱 빛을 발한다. 서운스님을 기리며 ‘서운 갤러리’라고 이름 붙인 무설전 내의 상설전시공간에서는 종교와 무관하게 전등사가 소장한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번갈아 소개하고 있다. 민정기, 서용선, 곽훈, 노상균, 김태호, 문범, 한만영, 강애란, 조덕현, 문경원 등 쟁쟁한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가람의 뒤편 산길을 따라 5분 남짓 올라가다 보면 커다란 은행나무가 한 켠에 서있는 정족산사고가 있다. 조선 태조에서 철종까지 25대 472년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곳이다. 1181책에 이르는 정족산사고본은 실록 중에서 유일하게 전책으로 남아 현대 서울대 규장각에 보관돼 있다. 조선시대 역사기록을 보관했던 역사적인 장소에서 열리는 ‘중견 작가전’이 올해로 10회째를 맞아 성황리에 열렸다. 꺾어지는 해인 만큼 많은 공을 들인 올해 전시의 주제는 ‘성찰(省察)’이다.첫회 째부터 전시기획을 맡아온 윤범모 동국대 석좌교수는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 역사발전의 견인역할을 한다”면서 “역사적 장소인 전등사 경내에 조선시대 역사기록을 보관한 사고에서 현대미술 특별전시를 연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교수는 “첫 회를 시작할 때만해도 이렇게 오래 지속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열 번째를 맞게 됐다”면서 “전등사와 인연이 깊은 중견작가들을 초대해 전등사 대웅보전과 성찰이라는 두가지 주제로 신작을 발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는 10년간 빠짐없이 참여한 오원배 동국대교수를 비롯해 강경구, 공성훈, 권여현, 김기라, 김용철, 김진관, 이종구, 이주원, 정복수 등 10명의 중견 작가들이 동참했다. 전등사의 대웅전은 아담하지만 내용은 그 어느 사찰의 대웅전 보다 충실하다. 조선시대 중기 건축으로 보물 제 178호로 지정된 대웅전의 기둥은 배흘림 기법을 보이고 있고 목조석가여래삼존불(보물 제 1785호)의 수미단과 닻집의 조형성이 탁월하다. 도편수와 마을 주모의 사랑과 배신이야기를 담은 처마밑의 특이한 조각상도 유명하다. 작가들은 대웅전의 구석구석을 답사하며 예술적 영감을 얻고 작품을 제작했다. 오 교수는 대웅전 불상의 뒷모습과 인간의 시선, 강화도의 옛 지도를 바탕으로 한 자연의 모습이 이어진 3편의 연작을 선보였다. ‘관자재’와 ‘운석’을 출품한 강경구 작가는 “수백년 간 건물의 일부로 안과 밖의 세상을 연결해 준 대웅전의 문과 우주 속의 운석처럼 막막한 세계를 떠도는 인간의 삶을 생각해 봤다”고 설명했다. 공성훈 작가는 불상 앞의 촛불 그림과 함께 무심하게 흘러가는 하늘의 구름과 시간을 품은 아침바다, 권여현 작가는 일상 속의 성찰을 표현한 ‘병목생화’와 ‘인타라망’을 출품했다. 김기라 작가는 두 개의 원형 LED로 만든 ‘광배-두개의 둥근 원’과 설치작품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을 선보였다.강화에서 태어나 전등사와 인연이 깊은 김용철 작가는 대웅보전 내부에 있는 이미지를 이용해 큰 사랑을 표현한 작품을 완성했다. 김진관 작가는 대웅보전 지붕의 네 귀퉁이를 받치고 있는 유명한 나부상을 한지에 채색으로 그렸고 이주원 작가는 여의주를 한지에 그리고 LED조명을 비추는 작품을 선보였다. 푸른 밤하늘에 떠있는 달과 전등사 대웅보전을 그린 이종구 작가의 ‘대웅보전-전등사’는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진다. 정복수 작가는 자신의 독특한 기법으로 불상을 재해석한 ‘불성의 초상’을 선보였다. 전통 고찰에 현대미술을 끌어들인 주인공은 전등사 회주 장윤 스님이다. 장윤 스님은 “전통적으로 불교 사찰을 조성할 때 당대 최고 장인들을 모셔다 조각과 회화 작업을 하게 했다”면서 “문화재 사찰이라고 해서 고려시대 조선시대 양식의 불상과 불화를 찍어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작품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당대 최고 작가들의 작품으로 무설전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교가 전통만을 고집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신라와 고려의 승려들이 멀리 유학을 가서 앞선 문화를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전통을 지니고 있다”면서 “전등사도 전통사찰이지만 현대미술을 비롯해 음악회, 연극, 마당놀이 등 현대인이 좋아하는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화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문근영 “교복은 더이상 못 입어요…이젠 국민이모·누나겠죠”

    문근영 “교복은 더이상 못 입어요…이젠 국민이모·누나겠죠”

    순수·광기 넘나드는 연기 두각 이제 30대… “새 기회 생기겠죠 “서른이라 떠나가는 캐릭터가 있지 않냐고요? 제 스스로는 양심 있으면 교복은 못 입겠지, 하고 생각해요. 나이 들며 할 수 없게 되는 역할도 있지만, 그 나이대에 새로 할 수 있는 것 또한 생기겠죠. 아쉽지는 않아요.”문근영(30)이 영화배우로 복귀한다. 25일 개봉하는 미스터리 판타지 ‘유리정원’을 통해서다. ‘사도’(2015)에서 혜경궁 홍씨를 연기한 적이 있지만, 조연이었다. 영화 주연작으로 따지면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명왕성’(2013), ‘마돈나’(2015)를 통해 독특한 연출 스타일을 선보이며 국내는 물론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신수원 감독과 작업했다. 문근영은 한쪽 발이 불편한 과학도 재연을 연기한다.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 ‘녹혈구’를 배양하는 생명공학 프로젝트에 파묻혀 사는 캐릭터다. 그러나 마음에 품었던 교수(서태화)와 후배의 배신으로 상처받고 어려서 살던 숲으로 돌아간다. 세상과 단절된 채 숲과 나무를 벗 삼아 홀로 연구를 이어 가던 그녀의 삶은 창작의 목마름에 우연히 그녀의 이야기를 쫓게 된 무명 소설가 지훈(김태훈) 때문에 흔들리게 된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소설을 읽은 느낌이었어요. 장면, 장면에 대한 이미지와 연상되는 느낌이 독특하고 매력적이었죠. 상처받으면서도 순수함을 지키려는 욕망을 갖고 있는 캐릭터에 마음이 많이 갔죠. 완성된 작품을 봤을 때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아름답고 예쁘게 다가와서 마음이 울컥했죠.” 문근영은 한없이 순수하지만, 후반부 들어서는 집착 또는 조금은 광기로 느껴질 수 있는 감정을 넘나든다. “동전의 양면처럼 순수와 광기는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고 봐요. 훅훅 빠르게 변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했죠.” 1999년 아역으로 데뷔했으니 내년이면 연기를 시작한 지 20년째다. 이따금 돌아보긴 하는데 남는 게 없는 것 같다고 웃으면서도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로 영화 ‘장화, 홍련’(2003)의 수연이, TV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2010)의 은조를 꼽았다. 모두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장화, 홍련’은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알렸다면 ‘신데렐라 언니’는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벗어나게 해 준 작품이다. 그러고 보니 한창 국민 여동생으로 사랑받았던 게 엊그제 같다. “이젠 국민 막내 이모, 국민 누나가 아닐까요? 최근 보면 군인분들이 동생이나 조카뻘이에요. 국민 여동생이라는, 대중이 만들어 준 타이틀이 나만의 것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않아 조금 섭섭하기는 하지만 마냥 좋았던 것도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유리정원’은 문근영의 20대 마지막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지난해 초여름 촬영이 이뤄졌다. 올해 초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연극 무대에 섰다가 몸에 이상이 생겨 서울 공연만 마무리한 바 있다. ‘유리정원’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영화제 일정으로 공식 활동을 재개한 문근영은 이제는 건강을 완전히 회복했다며 활짝 웃었다. 30대의 연기를 빨리 만나보고 싶지만 서둘러 연기를 재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여행을 좀 다니고, ‘불의 여인 정이’ 때 배웠다가 뜸해진 도자기나 그동안 주저주저했던 스킨스쿠버를 배워 보려 해요. 좋은 작품을 만난다면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어떤 것이든 좀더 배워 저를 채우고 싶어요.”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류여해, 친박집회 참가자가 휘두른 태극기에 맞고 울먹

    류여해, 친박집회 참가자가 휘두른 태극기에 맞고 울먹

    자유한국당 류여해 최고위원이 최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친박 집회를 찾았다가 참가자가 휘두른 태극기에 맞고 울음을 터트렸다.류여해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집회 현장을 생중계했다. 그 중 한 참가자는 “가세요”, “배신자들”이라고 반감을 나타냈다. 류 최고위원은 “저를 보고 여기 왜 왔냐고 몸을 세게 밀어 살짝 몸싸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류 최고위원은 “질문을 나에게 해보라”며 대화를 시도하다 누군가가 휘두른 태극기 깃봉에 목덜미를 맞았다. 그는 “때리는 것은 아니지 않냐”면서 “제가 할 테니까 뭘 하면 될지 얘기해달라”고 울먹거리면서 계속해 셀카모드로 상황을 중계했다. 이어 집회 다음날인 22일 자신이 태극기에 맞은 상황을 묘사해 적었다. 그는 “홍(준표) 대표랑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탈당시킨 네가 여기 왜 왔냐고 했다. 저는 묵묵히 걸었다. 그 순간 군중으로 저를 포위했다. 그때는 이미 늦었다. 저를 반기는 분과 욕하시는 분이 뒤섞였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는 태극기 집회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현장에 갔는데 어떤 분이 태극기를 휘둘러 때렸다. 같은 태극기 동지가 동지에게 총을 쏘니 아팠다. 어떤 경우라도 폭력은 안 된다. 전장에서도 적의 사절은 건드리지 않는다. 그 용기로 정부와 싸워달라”고 당부했다.이에 대한애국당 변희재 정책위의장은 류 최고위원의 라이브영상을 공유한 뒤 “워낙 많은 인파로 몸이 부딪히고 깃봉과 충돌할 수도 있는데 스스로 왜 때리냐고 떠들어댄다”며 반박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지난 20일 오후 당 중앙윤리위원회를 소집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자진탈당 권고를 의결했다.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서도 같은 처분을 했다. 확정되면 박 전 대통령은 소속 정당으로부터 출당 징계 조치를 당한 첫 대통령이 된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채용비리에 청년들 좌절·배신감”… 반칙·특권의 고리 끊는다

    “채용비리에 청년들 좌절·배신감”… 반칙·특권의 고리 끊는다

    ‘기회는 평등하게’ 국정철학 실천 유력인사 인사청탁도 ‘적폐’ 규정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최근 공공기관 채용 비리를 ‘완전히 끊어 내야 할 반칙과 특권의 고리’로 규정하고, 진상 규명과 근절 방안을 지시한 배경에는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는 출발선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반사회적 행위이자 대표적 불공정 행위”라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동시에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공공기관 채용 비리가 국민적 불신과 갈등을 초래한다는 점과 채용 비리를 저질러도 처벌은 미약하지만 얻는 부당 이익이 크다”고 배경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부 공공기관 채용 비리가 일탈행위로 이해될 수 없는 일상화된 문제로밖에 볼 수 없고, 국민 불신을 넘어 취업절벽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굉장히 큰 좌절과 상실감을 줄 것을 감안해 척결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의에서는 법령 개선 방안으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부정취업자 당연퇴직 규정 마련 ▲채용 공고에 부정행위자 합격취소 규정 포함 ▲채용 비리 연루 임원의 업무 배제 근거 신설 등이 논의됐다. 감독체제 정비 방안으로는 ▲공공기관 임원 제재 사유에 ‘부정 채용 지시’ 추가 ▲기관비리 발생 시 기관장과 감사의 연대책임 근거 마련 ▲채용 비리 연루 임직원에 지급된 성과급 환수 근거 신설 등이 보고됐다. 채용 비리가 불거지면 뒤늦게 특별감사를 하기보다 채용절차 완료 후 1∼2개월 내 감사토록 하는 등 상시감사를 강화하도록 했다. 주무 부처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공공기관평가제를 개선,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노력을 평가에 반영하도록 했다. 문 대통령이 ‘공공기관 전수조사’와 ‘청탁자와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한 엄중한 민형사 책임’, ‘재발 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 등 강도 높은 표현을 언급하면서 채용 비리를 연결고리로 사정 드라이브를 걸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불거진 비리의 대부분은 박근혜 정부의 일로 당시 여당이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인사 청탁자로 거론되는 터라 반발도 예상된다. 2012∼2013년 신입사원 518명 가운데 95%가 청탁을 통해 입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강원랜드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권성동·김기선·김한표·염동열·한선교 의원 등을 ‘배경’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채용 비리는 국민 감정선을 건드리는 사안이라 야권에서 드러내 놓고 반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수조사란 어감이 사정의 회오리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미 몇 개 기관에서 밝혀진 것만 봐도 너무 엄청난 일”이라며 “사정과는 관계없고,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원칙으로 봐 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른 관계자는 “채용 비리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확인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엄중하게 물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공공기관 전수조사, 채용비리 캔다

    “청탁·비리 임직원 민·형사 책임…당사자 채용 무효화 방안도 검토”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최근 불거진 공공기관 채용 비리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공공기관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진상을 규명하도록 지시했다. 또 청탁자와 비리를 저지른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한 민형사 책임은 물론 부정하게 채용된 당사자의 채용 무효화 방안도 검토하도록 주문했다. ‘친박(친박근혜) 실세’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인턴 채용 청탁 의혹과 관련한 재판이 진행 중인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이어 강원랜드와 금융감독원, 우리은행 등에서 채용 비리가 잇따라 터지자 ‘공정성 회복’과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근절 방안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일부 공공기관에서 드러난 채용 비리를 보면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가 어쩌다가 발생하는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일상화된 비리가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라며 이렇게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사회 유력인사들의 청탁에 의해 비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채용 비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의 상징으로 보인다”면서 “가장 공정해야 할 공공기관들이 오히려 공정성을 무너뜨려 온 셈으로, 국민들에게 아주 큰 실망감을 주고 청년들에게 깊은 좌절과 배신감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채용 비리 등 반칙과 특권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 내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임해 주길 바란다”며 전수조사 필요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또 “청탁자와 채용 비리를 저지른 공공기관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형사 책임과 민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당사자에 대해서도 채용을 무효화하거나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채용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하고 감독 체계도 강화하기 바란다”면서 “만약 이번과 같은 총체적 채용 비리가 재발한다면 해당 공공기관과 함께 주무 부처도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조원진 단식 14일째 중단 선언…변희재와 병원 이동

    조원진 단식 14일째 중단 선언…변희재와 병원 이동

    대한애국당 조원진 공동대표가 23일 단식을 중단하고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에서 병원으로 이동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연장 반대와 무죄 석방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던 조원진 공동대표는 단식 14일째인 23일 단식중단을 선언했다. 조원진 공동대표는 전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 중단과 손석희 JTBC 사장에 대한 특별검사의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과 인신 감금을 중단하라. JTBC가 최순실 씨 소유라고 보도한 태블릿PC의 진짜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인사가 나타났다. JTBC가 해당 태블릿PC 입수한 경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손석희 사장을 구속하고 이 사건에 대한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시한부 정당’에 그 자신도 ‘시한부 정치’를 하고 있고, 바른정당의 유승민`김무성 의원은 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좌파정권에 정권을 넘겨준 배신 역적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文대통령 “채용비리 필요시 공공기관 전수조사…임직원 민형사 책임 물을 것”

    文대통령 “채용비리 필요시 공공기관 전수조사…임직원 민형사 책임 물을 것”

    文대통령 “채용비리 필요시 공공기관 전수조사…임직원 민형사 책임 물을 것”文대통령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당사자, 무효화·취소 검토”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채용비리와 관련해 필요하면 전체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해서 철저하게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부정하게 채용된 당사자들에 대한 채용 무효화도 검토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청탁자와 채용비리를 저지른 공공기관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형사 책임과 민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당사자에 대해서도 채용을 무효로 하거나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강원랜드의 대규모 채용비리 등과 관련해 “이번과 같은 총체적 채용비리가 또다시 재발한다면 해당 공공기관과 함께 주무부처도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일부 공공기관에서 드러난 채용비리를 보면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어쩌다 발생하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화된 비리가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어 “사회 유력인사들의 청탁으로 비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의 만연한 반칙과 특권의 상징으로 보인다”며 “가장 공정해야 할 공공기관들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무너뜨려 온 셈”이라고 질타했다. 문 대통령은 채용비리에 대해 “국민에게 아주 큰 실망감을 주고 또 청년들에게 깊은 좌절과 배신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며 “이번 기회에 채용비리 등 반칙과 특권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채용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개선하고 감독체계도 강화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페북제국 황제, 저커버그의 ‘두 얼굴’

    페북제국 황제, 저커버그의 ‘두 얼굴’

    카오스 멍키/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지음/문수민 옮김/비즈페이퍼/656쪽/2만 5000원 시대의 요구와 기적처럼 맞아떨어진 아이디어가 ‘혁신’과 ‘성공’이 되고, 이를 주도한 창업자는 ‘천재’나 ‘선지자’로 추앙받는 곳. 인류를 신세계로 이끄는 패러다임과 기술을 잉태하는 실리콘밸리다.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테슬라, 트위터 등 거대 기업의 초고속 성공 스토리로 모두가 부러워하는 ‘환상의 땅’이다.하지만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동력으로 굴러가는 실리콘밸리의 생태계는 한 꺼풀 벗기면 비정하고 치졸한 ‘약육강식의 정글’이다. 도전 정신으로 빛나 보이는 창업은 실은 “다양한 종류의 똥더미를 먹는” 고난의 연속이고, 언론에 극적으로 보도되는 기업 인수 뒤에는 온갖 협잡과 배신, 이중 플레이가 판을 친다. 그 천태만상을 밑바닥 창업부터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을 거친 ‘내부자’가 신랄한 독설과 정곡을 찌르는 유머로 발가벗긴다.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골드만삭스 퀀트전략가로 일하던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자본주의의 심장 월가에서 빠져나온다. 당시 그에겐 IT 업계만큼은 캘리포니아의 티 없는 햇살만큼이나 최후까지 살아남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는 신생기업 ‘애드그로크’를 창업한 뒤 이를 트위터에 팔고 자신은 페이스북으로 옮겨 탄다. 페이스북에서 새 광고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지만 내부 경쟁으로 밀려난 그는 경쟁 관계인 트위터 고문으로 다시 명함을 바꿨다.때문에 책은 스타트업 창업의 갖가지 난관, 전쟁과 다를 바 없는 기업 간의 패권 다툼, 마크 저커버그라는 황제 중심으로 돌아가는 페이스북의 전체주의적 속성과 오판, 대기업의 야비한 스타트업 인수와 채용 과정 등을 날것 그대로 까발린다. 지인들이 “이 책을 쓰는 건 커리어 면에서 자살행위”라고 말렸을 정도다. 이를테면 이런 대목. “소시오패스가 돈을 버는 데 있어 최고의 방법은 스타트업 창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운영체제를 만들어 달라는 IBM의 의뢰에 동료 프로그래머 게리 킬달의 아이디어를 도용했고,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워즈니악에게 무리한 일정의 프로젝트를 맡긴 뒤 중간에서 보너스를 가로챘으며,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라는 아이디어를 만든 윙클보스 쌍둥이를 등쳐먹은 인물들이라는 것. 읽다 보면 이렇게 거리낌 없이 남을 속이고 착취하는 게 실리콘밸리의 성공 법칙이라도 되는 것일까 싶을 정도다.저커버그를 나폴레옹 황제, 페이스북의 운영을 궁정정치에 비유하는 대목도 흥미를 자아낸다. 저커버그와 얼마나 가까우냐가 조직 내 위치와 의사결정에 대한 영향력을 결정한다는 것. 저커버그의 총애를 받는 ‘왕자’들은 설사 실패를 한다 해도 왕실의 축복에 힘입어 끄떡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페이스북 광고 담당 고위직이 광고의 패러다임 변화나 수익화에 대해 놀랄 정도로 무지하다는 데 경악하기도 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작은 스타트업 먹어 치우기에 혈안이 된 이유도 설명한다. IT 인재를 발굴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인수기업의 DNA와 스타트업 창업자의 대담무쌍한 유전자를 합치기 위함이라는 것. 유럽산 순종을 호주의 야생 들개와 교배해 똑똑하고 잘 달리는 호주 특유의 목축견을 만들어 냈던 것과 같은 이치라는 설명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성공도 생명도 영원히 지속될 순 없다. 열 가지 도전 가운데 일곱 가지는 참패하고 한 가지만 극적으로 성공한다면 언론은 여기에 그럴듯한 서사로 ‘도박’을 ‘혁신’으로, 창업자를 ‘선구자’로 포장한다. 그러나 언제나 성공이 보장될 제품이나 전략을 낼 수 있는 천재성, 위기에서 빠져나올 탈출구가 보장된 건 아니다. 패배와 멸망은 날고 기는 기업에도 닥칠 수 있다. 저자는 페이스북 역시 인스타그램 인수(10억 달러), 왓츠앱 인수(190억 달러) 등 돈으로 난관을 모면해 왔을 뿐 필연적으로 다음 주자에게 왕관을 넘길 날이 올 것이라 예견한다. 우버가 택시, 에어비앤비가 호텔, 넷플릭스가 텔레비전 등 기존의 산업을 교란시켰듯, 다음에 등장할 ‘카오스 멍키’(서버의 견고함을 실험하기 위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프로세스와 서버를 다운시키는 소프트웨어로, 상징적으로 IT 업계의 창업자를 일컫는 말)는 우리를 어떤 미래로 데려다줄까.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홍준표 “박근혜 환상서 벗어나야” 친박 “정치 패륜” 강력 반발

    홍, 친박에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내년 지방선거 겨냥 보수통합 ‘포석’ 최경환 “홍준표 행위 용서할 수 없어” 의원 3분의2 동의 필요… 제명 힘들 듯 통합논의 바른정당 “결단” “요란” 갈려 자유한국당이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층과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도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자진 탈당’ 징계를 결단한 것은 당이 ‘박근혜’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면 당의 지지율 회복도 어렵고 내년 지방선거도 제대로 치를 수 없다는 절박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윤리위의 결정이 발표된 직후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제 우리는 박근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박정희 대통령을 보고 자란 딸이라서 박정희 대통령의 반(半)만큼은 하지 않겠나 하던 보수우파의 기대와 환상도 버려야 할 때”라면서 “동정심만으로는 보수우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없다. 그러기에는 현실은 너무 냉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체제와 단절하고 신보수주의로 무장하자. 기득권을 내려놓고 현상유지 정책을 버리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탐욕으로부터 해방되는 새로운 신보수주의로 시작하자”고 요청했다. 탄핵 이후 줄곧 당의 발목을 잡아 온 ‘박근혜’라는 이름을 완전히 끊어 내겠다는 의지를 다시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미 정갑윤·김진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대출·이장우 의원은 성명을 통해 각각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징계를 중단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탈당 권유’ 징계 대상이 된 최경환 의원도 이날 윤리위 결정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 출당 요구는 유죄를 인정하라는 정치적 패륜 행위이고 배신 행위”라고 반발했다. 최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고 보수의 분열을 몰고 온 인물들을 영웅시하며 입당시키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요구하고 나선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행위를 용서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에 홍 대표는 연거푸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응했다. “1993년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개혁할 때 저항하는 수구세력들을 향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일갈했다”면서 “망하는 길로 가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혁신에 반기를 들어서는 안 된다. 정치인의 말은 천금과도 같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썼다. 최 의원과 서청원 의원은 지난 1월 ‘당원권 3년 정지’ 징계를 받았다 복권이 결정됐다. 이 때문에 이번 징계가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홍 대표는 즉각 페이스북에 “징계 사유가 다르면 얼마든지 다시 징계할 수 있다. 지난번 징계와 이번 징계는 사유가 다르다”고 썼다. 지난 1월 징계는 구체적 행위에 대한 징계였고 이번에 내린 징계는 정치적 책임을 물은 것이란 얘기다. 두 의원은 현역이기 때문에 의원총회에서 재적 의원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제명할 수 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당적 정리와 친박계 청산을 보수 통합의 조건으로 제시했던 바른정당 통합파는 한국당의 이날 결정을 크게 반겼다. 보수 대통합 추진위원회 대변인을 맡은 황영철 의원은 “보수 대통합을 위한 새로운 발걸음에 힘이 되는 큰 결단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요란하지만, 애초부터 소문난 잔치였기에 새로운 것이 없다”면서 “넘을 고개가 너무 높아 현재로서는 가시적으로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고 평가절하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최경환 “당 못 떠나…박근혜 출당 요구는 정치적 패륜”

    최경환 “당 못 떠나…박근혜 출당 요구는 정치적 패륜”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은 20일 당 윤리위원회가 자신에 대한 ‘탈당 권유’를 결정하자 “정치적 보복”이라며 반발했다.최경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코미디 같은 윤리위 결정은 원천무효이며 취소돼야 마땅하다. 정당의 민주적 절차와 규정을 완전히 무시한 독재적 행태”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윤리위가 이번 결정에 앞서 사전 통지나 소명 기회를 주지 않았고, 지난 1월 ‘당원권 3년 정지’ 징계를 했다가 복권을 결정한 만큼 또다시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최 의원의 주장이다. 최 의원은 특히 “이 같은 부당한 징계 결정에 대해 절대 승복할 수 없고, 더더욱 당을 떠날 수 없다. 정치적 신의를 짓밟고 개인의 권력욕에 사로잡혀 당을 사당화해가는 홍준표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며, 앞으로 이를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윤리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탈당 권유를 결정한 데 대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 출당 요구는 유죄를 인정하라는 정치적 패륜 행위이고 배신행위”라며 “박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그 누구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의 최종 판단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한국당이 해야 할 정치적 도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고 보수의 분열을 몰고 온 인물들을 영웅시하며 입당시키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요구하고 나선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행위를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근혜, 한국당 자진 탈당 요구에 “이해할 수 없다” 배신감 토로

    박근혜, 한국당 자진 탈당 요구에 “이해할 수 없다” 배신감 토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유한국당의 자진 탈당 설득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19일 국민일보는 한국당 핵심 관계자를 인용, 그가 “자진 탈당을 이끌어 내기 위한 한국당과 박 전 대통령 측 간의 물밑 조율은 소득 없이 실패로 끝났다.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유도했던 한국당의 노력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한국당은 20일 윤리위원회를 열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탈당 권유 징계를 내릴 예정이다. 한 친박계 의원 역시 “박 전 대통령이 한국당의 자진 탈당 요구에 ‘이해할 수 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안다”면서 “홍문표 한국당 사무총장이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던 유영하 변호사를 만나려고 시도했는데, 유 변호사가 만남과 전화통화 등 일체의 접촉을 거부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법정 투쟁 대신 정치 투쟁으로 선회한 상황에서 한국당의 자진 탈당 요구에 배신감을 토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윤리위서 ‘탈당 권유’ 징계를 확정하면 박 전 대통령은 열흘 이내에 탈당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동으로 제명된다. 돌발변수가 없다면 한국당은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 제명을 최종 의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형식은 탈당 권유지만 사실상 출당 조치다. 박 전 대통령 탈당으로 한국당이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 측근 의원은 “매정하게 내쫓는다는 비난을 의식해 박 전 대통령 측에 충분한 시간을 줬다”면서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자진 탈당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친박 의원은 “자진 탈당 막바지 설득 작업은 ‘박근혜 출당’을 위한 명분쌓기에 불과했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친박 이장우 의원은 “당 지도부가 옥중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을 강제 출당시키겠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면서 “당 지도부는 분열을 초래할 전직 대통령 출당 조치를 중단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백부부’ 장나라 한보름 조혜정, 90년대 최대로 꾸민 패션은?

    ‘고백부부’ 장나라 한보름 조혜정, 90년대 최대로 꾸민 패션은?

    ‘고백부부’ 장나라와 한보름 그리고 조혜정이 파릇파릇한 스무 살의 밤을 즐기기 위해 나선다. KBS 2TV 새 예능드라마 ‘고백부부’(연출 하병훈/작가 권혜주/제작 고백부부 문전사, (주)콘텐츠 지음, KBSN) 측은 ‘핫미모’ 사학과 삼총사 장나라(마진주 역)-한보름(윤보름 역)-조혜정(천설 역)이 캠퍼스를 화려한 캣워크로 만든 현장스틸을 공개해 관심을 집중시킨다. 지난 ‘고백부부’ 2회 방송에서는 마진주가 남편 최반도(손호준 분)과 동시에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채는 모습이 그려졌다. 뿐만 아니라 진주는 반도가 스무 살로 돌아오자마자 첫사랑 민서영(고보결 분)과 조우하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했다. 이에 반도에 대한 배신감과 아들 서진에 대한 그리움으로 폭풍 오열을 한 바. 이 가운데 진주의 화려한 변신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인 인생체인지가 이뤄질지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공개된 스틸 속 장나라는 세상을 다 가진 미소로 ‘캠퍼스 퀸’의 독보적 미모를 자랑하고 있다. 화려한 핑크색 자켓에 짧은 미니스커트로 한껏 멋을 내 지나가는 남자들의 마음을 심쿵하게 만들고 있는 것. 20살 청춘을 불태우겠다는 의지로 장나라의 눈빛이 반짝이고 있어 이들의 행선지가 과연 어디가 될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더불어 사학과 삼총사 멤버인 한보름은 여유 있는 미소로 머리를 찰랑이고 있다. ‘90년대 걸크러쉬’의 원조답게 자신감 넘치는 눈빛과 당당한 발걸음으로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조혜정은 얼굴을 가리던 뱅뱅이 안경을 벗어 던지고 올블랙 스타일로 귀여움을 뽐내고 있다. 깜찍한 베레모로 사랑스러움을 배가시키며 내성적인 ‘천설’의 파격적 변신에 기대감이 증폭된다. 본 스틸은 경기도 소재 실제 대학 캠퍼스에서 촬영된 것으로 극 중 진주-보름-설의 파격 변신을 담은 것. 이날 세 사람은 대학생 뺨치는 미모를 자랑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쁨을 장착해 시선을 모았다. 공개된 스틸만으로도 청춘의 싱그러운 기운이 느껴지는 세 사람의 캠퍼스 런웨이가 어떻게 그려질지 ‘고백부부’ 3회에 이목이 집중된다. ‘고백부부’는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38살 동갑내기 앙숙 부부의 ‘과거 청산+인생 체인지’ 프로젝트를 그린 KBS의 새 예능 드라마로 매주 금, 토요일 오후 11시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내 안의 또 다른 나 찾기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내 안의 또 다른 나 찾기

    얼마 전 미국 오리건주 지방법원은 한 시민의 청원을 받아들여 세계에서 처음으로 ‘무성’(無性·Agender)을 법적인 성별로 인정했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로 구분되는 ‘성 정체성’에 하나의 성별을 더함으로써 “조용히 역사가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무성은 남성과 여성의 특징을 유전적으로 동시에 지닌 ‘간성’(inter sex) 또는 ‘양성’(binary sex)이나 생물학적 또는 사회적으로 성인식이 일치하지 않는 트랜스젠더와 구분되는 또 하나의 개념이다. 세상은 이렇듯 개인의 생각과 의지를 존중해 무성을 인정하는 상황까지 왔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보수적인 남성 중심의 사고와 종교적인 이유 그리고 전근대적인 성 인식으로 인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의 벽을 높이 쌓고 있다.사실 현재 성적으로 매우 개방적인 나라에서도 100년 전만 해도 성정체성의 다양화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덴마크 여자란 뜻을 지닌 영화 ‘대니쉬 걸’(2015)을 보면 알 수 있다. 영화는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감행한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에디 레드메인 분)와 아내 게르다 베게너(알리시아 비칸데르 분)의 이야기다. 에이나르는 남성을 버리고 ‘릴리 엘베’라는 여성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1930년 음낭과 고환 제거수술을 받은 데 이어 자궁이식 수술까지 받았지만 심각한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의, 아니 그녀의 죽음은 오늘날 트랜스젠더나 동성애자들의 존재와 권리를 위한 희생으로 여겨진다. 에이나르와 게르다는 코펜하겐의 미술학교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남편은 풍경화, 아내는 인물화를 주로 그렸다. 어느 날 발레리나를 대상으로 작업을 하던 게르다는 모델이 나타나지 않자 남편에게 발만 그릴 수 있도록 모델이 되어 달라고 부탁한다. 아내를 위해 스타킹을 신던 그는 그 보드라운 질감에 빠져들면서 자신의 내면에 살아 있던 또 다른 자아인 ‘릴리’를 느끼기 시작한다. 의식적으로 억누르려던 릴리가 그 존재감을 강하게 부각하는 계기가 생긴다. 성차별이 당연시되는 당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탓에 에이나르는 풍경 화가로 명성을 얻어 가는 반면 여성인 게르다는 화가로서 그닥 대접을 받지 못했다. 에이나르는 자신의 유명세 때문에 늘 뒷전으로 밀려나는 아내를 배려해 장난 삼아 여장을 하고 초대받은 파티에 간다. 릴리가 된 그는 자유분방함을 느끼고 파티에서 동성애자 화가 헨리크를 만나 몰래 만남을 이어 가게 된다. 릴리가 된 남편과 헨리크의 키스를 목격한 게르다는 큰 충격에 빠지지만 남편을 잃더라도 그 안의 또 다른 성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낸다. 영화는 에이나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관점은 철저하게 게르다의 입장에 서 있다. 에이나르는 혼란스러운 성 정체성과 게르다에 대한 배신에 괴로워하면서 방사선 치료를 받는 등 의술에 기대어 보지만 과학도 의학도 그의 마음과 정신을 돌려놓지는 못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게르다가 에이나르의 성 정체성 찾기를 도우면서 남편을 잃었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 화가로서 명성을 얻는다는 점이다. 인물화를 주로 그린 게르다의 기존 작품은 당대 미술계에서 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릴리가 된 남편을 그린 그림으로 단숨에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두 사람에 관한 소문이 퍼지면서 게르다는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 에이나르와 함께 보다 개방적이며 관대한 파리로 이주한다. 그리고 어렵게 알게 된 드레스덴의 산부인과 의사를 만나 그가 성전환 수술을 받도록 용기를 주고 도와준다. 평생의 짝을 잃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에이나르가 여자가 되는 걸 돕는 게르다의 사랑과 헌신은 탄복할 정도다. 다양성이란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던 꽉 막힌 시대에 릴리가 세상 밖에 존재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운 게르다는 후유증으로 에이나르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곁을 지켰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에이나르가 여자가 되고 나서 덴마크 국왕 크리스티안 10세가 이들의 결혼을 무효화할 정도로 사회의 편견과 냉대는 지독했다.영화는 동성애 등 성적 취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성적 지향에 대한 욕망을 표현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에이나르가 자신의 여성성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스타킹이나 드레스 등에 닿을 때 느끼는 감촉과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서다. 립스틱을 짙게 바른 입술과 나풀거리는 발레복을 입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서 그는 완벽한 여성의 몸을 추구하고, 발견하고, 환희에 들뜬다. 즉, 영화는 성적인 것보다 성 그 자체에 대해 다룬다. 사실 남자 입장에서 여성이 되어 가는 과정의 남성을 보는 것이 그렇게 즐겁거나 행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목숨과 명예를 걸고 진짜 나를 찾는 데 매달렸던 이 실화는 이성애와 동성애의 구분을 무화시킨다. 사실 몸이란 삶이 새겨져 실재이다. 또한 몸이란 정신을 담는 그릇이지만 한편으론 여성과 남성의 구분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누가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영화는 오늘날 일반적인 담론으로 자리잡고 현대미술의 중요한 주제로 등장한 몸, 신체 그리고 젠더와 페미니즘 등에 관한 새로운 사고와 행동이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준다. 여기에는 에이나르의 선택과 그 선택을 성원해 준 게르다의 아프고 슬프면서도 시샘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랑이 한몫했다. 에이나르가 여성이 되었다고 나를, 우리에게 해를 끼친 것은 없다. 잠시 어리둥절할 수는 있지만. 그들의 선택은 시간이 지나면서 최소한 우리에게 ‘보편’이라는 관점의 확대를 가져다주었다. 그렇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용기를 내어 가보는 것이 미술이다. 그리고 에이나르와 게르다가 변화와 자유의 선두에 설 수 있었던 것도 보헤미안의 공동체에 몸을 담았던 예술가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미술가들은 언제나 또 다른 나를 찾기 위해 변화와 혁신이라는 고통을 감내한다. 이것이 최소한 쓸모없다고 생각할지 모르는 현대미술과 미술가들의 존재 이유다.
  • 홍준표 “지울 것 지워야”… 朴 출당 굳혔나

    홍준표 “지울 것 지워야”… 朴 출당 굳혔나

    박 前대통령 자진 탈당 안할 땐 탈당 권유 →10일 내 자동 제명 일각선 朴 자진 탈당 관측 제기 자유한국당이 홍준표 대표의 미국 방문일인 오는 23일 전에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박근혜 출당’ 문제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 전까지 박 전 대통령이 자진 탈당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당은 혁신위원회 권고안대로 ‘탈당 권유’를 할 것으로 보인다. 탈당을 권유받고 열흘 안에 탈당 신고서를 내지 않으면 자동으로 제명된다.한국당 관계자는 17일 “홍 대표가 23일 방미하는 만큼 이번 주 내에 윤리위를 열고 박 전 대통령의 출당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면서 “그동안 간접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자진 탈당 의사 여부를) 여러 번 전달했지만 답을 듣지 못해 더는 기다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전날 박 전 대통령이 옥중 메시지를 발표한 직후에도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해 온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자진 탈당’ 의사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친박(박근혜)계의 반발 등 당내 불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이 스스로 탈당 의사를 밝혀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 통합 논의의 중심에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친박(친박근혜) 청산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징계 속도를 마냥 늦출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홍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잘못이 있으면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 지도자의 참모습이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먼 길을 가야 할 입장이다. 지울 것은 지우고 새롭게 나아가야 한다”며 사실상 박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기정사실화했다. 박 전 대통령 출당 절차가 가시화되자 친박계 의원들은 ‘당적 문제는 본인에게 맡겨야 한다’며 반발했다. 박대출 의원은 성명을 내고 “정치적 책임을 물어 당적을 강제로 정리하는 것은 정치·도의적으로, 인간적으로 너무나 가혹하다”면서 “‘밖에선 보복, 안에선 배신’ 이런 저주의 시대로 가서는 안 될 것”이라며 당적 문제는 본인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전날 “모든 책임을 저에게 물어 달라”고 언급한 만큼 스스로 당적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의 박 전 대통령 정리 움직임에 맞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전날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보이콧 선언’을 연이어 비판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이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 결정을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이라고 했다”면서 “이는 사법부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주장으로 대다수 국민 인식과 매우 동떨어졌다”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국정 농단 세력에 대한 정당한 사법 절차를 부인하는 것은 국가의 근간인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고 전 대통령으로서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박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적반하장이자 후안무치한 발언”이라며 “6개월 만의 첫 발언이 사법질서를 부정하는 궤변이라는 점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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