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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인서적 기습 회생 신청 인터파크가 출판계 배신”

    출판계가 업계 2위 서적 도매상 인터파크송인서적의 기업회생절차 과정에서 모기업인 인터파크가 의지를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인터파크송인서적 채권단은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파크 본사 앞에서 피해 업체 관계자 1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인터파크 규탄 출판인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채권단은 윤철호 사회평론 대표, 도진호 지노출판 대표 등 공동대표를 비롯한 피해 출판사들이다. 집회에는 이들과 함께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전자출판협회, 1인출판협동조합 등 18개 출판 단체가 참여했다. 출판인들은 “출판계가 인터파크를 믿고 2017년 송인서적 인수 때 채무의 대부분을 탕감해 주는 대승적인 결단을 내렸지만, 인터파크는 코로나19 사태로 출판계가 힘든 시기를 감내하고 있는 지금 기습적으로 인터파크송인서적의 기업회생을 신청해 출판계를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6일 인터파크송인서적의 기업회생 개시를 결정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문 정부 부동산 정책 비판한 조기숙에 “탐관오리 후손”

    문 정부 부동산 정책 비판한 조기숙에 “탐관오리 후손”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던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28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결국 삭제했다. 조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와 부동산에 대해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문 대통령이 “일본처럼 우리도 집값이 곧 폭락할테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말을 듣고 “대통령이 참모로부터 과거 잘못된 신화를 학습하셨구나, 큰일 나겠다”고 싶었다며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 원인이 전문성 부족에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의 이같은 주장이 알려지자 과거 청와대 핵심참모가 배신의 길에 들어섰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특히 조 교수는 2017년 문 대통령의 방중 당시 한국 사진기자가 중국측 경호 인력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자 “한국 기자가 경호라인을 넘었던 것으로 진상이 밝혀진다면 한국언론은 대통령 경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중국)경호원을 칭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 네티즌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은 맞아도 싸다며 권력의 편에 아첨하던 그녀는 결국 증조부가 조선말기 조선백성의 피고름을 짜던 탐관오리 조병갑”이라고 지적했다. 또 조 교수가 “일본처럼 우리도 곧 집값이 폭락한다던 진보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다 뻥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1990년대 일본 거품 경제 붕괴를 모른다는 반박이 제기됐다. 1985년 미국과의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은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풀었으며 당시 조 교수의 주장과 달리 도쿄 등 중심부의 부동산이 가장 많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일본 도쿄 중심부 집값은 별로 떨어진 적도 없다며 일본 신도시의 몰락을 수도권 집중이 높은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과거 페이스북에서 지난 총선 당시 고민정 의원과 경쟁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한 기사 댓글을 보고 “노무현, 문재인을 프로필에 내걸고 벌어지는 관심법과 천박한 말의 성찬에 절망감이 몰려왔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한국으로 코인 쏘는 성착취 사이트… ‘제2의 손정우’가 숨어 있다

    한국으로 코인 쏘는 성착취 사이트… ‘제2의 손정우’가 숨어 있다

    2018년 8월 해외 아동 성착취물(CP) 사이트에서 국내 한 대형거래소의 개인 지갑으로 0.01198BTC(비트코인 단위·약 13만원)가 유입된 사례가 포착됐다. 개인이 해외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로 암호화폐를 보낸 게 아니라 반대로 송금받은 정황으로 볼 때 국내 아동 성착취물 제공자가 대가로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블록체인 보안업체 S2W랩이 다크웹 범죄와 연관된 전자지갑 주소에서 국내 거래소로 흘러들어 온 암호화폐 자금 흐름을 추적하던 중 이 같은 사례가 발견됐다. 이 지갑에는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외에도 400여건의 다른 주소에서 2.88BTC(약 3157만원)가 송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규모로 볼 때 다크웹에서 활동하는 거물급일 가능성도 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에서 국내의 개인 지갑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미뤄 단순 서비스 이용자보다는 (음란물) 제공자로 봐야 한다”며 “400곳에서 한 계좌로 모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됐을 가능성이 크고, 거래소 지갑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현금화한 주체가 국내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와 같은 CP 제공자일 가능성이 큰 만큼 경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와 S2W랩의 다크웹 범죄자금 분석 결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처음 개설된 2013년 이후 현재까지 다크웹 범죄와 연관된 전자지갑 주소에서 국내 거래소로 흘러들어 온 암호화폐 규모는 2918BTC로 335억원(이날 기준)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범죄와 연계된 800만개의 블랙리스트 지갑 주소 가운데 현재 거래가 활발하게 발생한 30만개 주소의 자금 이동을 전수 분석한 결과다. 대부분 아동 성착취물 등 불법 촬영물 유통, 마약 거래, 카드 복제 등 범죄에 암호화폐를 악용한 경우였다.이번 분석을 위해 사용된 범죄 연관 지갑 블랙리스트는 한국과 미국 정부기관이 공유하고 있는 주소와 S2W랩의 자체 사이버 위협 분석 엔진인 ‘아이즈’로 수집한 주소들을 합친 것이다. 범죄자금 이동 경로도 다크웹 범죄자금 집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비트코인에 한해 3단계 거래까지만 분석했다. 이지원 S2W랩 상무는 “100단계 이상의 거래를 거쳐 국내 거래소로 유입된 사례도 봤다”면서 “범죄자금들은 수십회에 걸쳐 이동하고 비트코인 외 다양한 암호화폐를 거래에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범죄자금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범죄자금으로 쓰인 암호화폐가 국내 거래소로 들어왔다는 건 범죄자가 국내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 다만 이들이 다크웹 범죄수익을 국내 거래소에서 실제 현금화했는지, 해외 거래소로 이동해 자금세탁을 위한 경로로 활용했는지는 파악이 어렵다. 이 상무는 “현재 거래자에 대한 정보는 거래소별로 단절돼 거래소와 거래소로 암호화폐가 이동하면 추적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떠오른 조치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트래블룰’ 제도화다. 트래블룰은 자금세탁방지(AML) 방안의 일환으로, 쉽게 말해 여행을 하면서 돈을 어디서 얼마나 썼는지 기록하는 것처럼 특정 암호화폐가 어디를 거쳐 어떻게 들어왔는지를 기록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업계 관계자들은 범죄·테러자금의 이동 차단과 암호화폐 시장의 정화 작업을 위해서는 트래블룰이 제도화돼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국내외 거래소를 수시로 오가는 암호화폐의 특성을 반영한 거래 내역과 정보가 유기적으로 공유될 수 있다. 이승현 S2W랩 수석연구원은 “내년에 시행될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을 계기로 거래소와 수사기관 등의 기술적 공조 체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며 “고도화된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거래의 투명성을 강화할 방안도 정부가 고민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자금세탁방지 강화에도 여전히 사각지대는 남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백남정 한국블록체인산업협회 기술 자문위원은 “다크웹에서 불법적으로 쓰이는 암호화폐는 추적을 피하고자 개인 간 거래나 브로커를 통한 장외거래(OTC) 등 우회로를 이용하기도 한다”면서 “거래소 규제를 강화해도 현금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은 “국내 거래소가 고객확인의무(KYC)를 엄격하게 이행하고 거래소끼리 정보를 공유하더라도 해외 거래소나 중앙 관리 주체가 없는 작은 거래소까지는 공조가 어려울 수 있다”며 “물리적 제약이 없고 익명성이 강한 암호화폐에 대한 관리·감독에는 더 많은 노력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 유학비용, 코인으로 송금… 보이스피싱의 ‘자금 세탁’

    유학비용, 코인으로 송금… 보이스피싱의 ‘자금 세탁’

    출처 불명의 현금으로 암호화폐를 송금하는 이른바 ‘구매대행’이 국내에서 전형적인 자금세탁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과거의 대포통장을 활용한 돈세탁보다 더 광범위해진 것이다. 신용카드 영업을 하는 최민주(47·여·가명)씨는 이더리움으로 해외 유학자금을 송금하는 부업을 했다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됐다. 최씨는 28일 “단순히 유학자금을 송금하는 심부름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해 4월 네이버 밴드에서 ‘암호화폐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구매대행에 지원했다. 업체가 제시한 일은 단순했다. 최씨의 계좌로 송금된 현금을 이더리움으로 바꿔 업체가 알려 준 전자지갑 주소로 전송하는 것이었다. 최씨는 전체 송금액의 3%를 수수료로 받기로 했다. 최씨는 일을 시작한 첫날에만 다섯 차례에 걸쳐 통장에 입금된 1억원을 이더리움으로 환전했다. 하지만 은행은 하루 동안 최씨의 계좌에서 거액이 반복적으로 입출금되자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며 계좌를 정지시켰다. 최씨의 아르바이트는 수수료 300만원을 받고 단 하루 만에 끝났다. 최씨는 열흘 뒤 서울 서부경찰서에서 보이스피싱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다. 최씨는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블록체인 보안업체를 찾아 자신이 송금했던 전자지갑 주소의 자금 추적을 의뢰했다. 그 결과 이더리움 전액이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 후오비로 이동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주범들을 잡아 결백을 증명하고 싶다고 경찰에 호소한 최씨는 “1억원에 달하는 피해 금액과 5명의 피해자가 있는 상황에서 해외 거래소로 이동해 더이상 범인을 잡기 어렵다고 하는 건 수사당국이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씨는 지난 1월 전과가 없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
  • 흔적 없이 현금화… 코인 중고장터엔 세탁 브로커도 필요없었다

    흔적 없이 현금화… 코인 중고장터엔 세탁 브로커도 필요없었다

    “형들 흔적 안 남기고 비트코인 거래하려면 어떻게 해? 뉴비(신입)라 잘 모르는데 도움 좀.”지난달 국내 최대 다크웹 커뮤니티 ‘코챈’에 암호화폐 자금 세탁 방법을 묻는 글이 올라오자 10여개 댓글들이 연달아 달렸다. 세탁 대행을 제안하는 댓글부터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미성년자라 거래소 가입이 어려운데 어떻게 모네로(다크 코인)를 구입할 수 있냐”고 질문했다. 다크웹에서 ‘코인 세탁’, ‘환전’ 등의 키워드만 검색해도 불법적인 방법들이 공유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3월 암호화폐로 성착취물을 거래했던 ‘n번방’ 주모자들이 경찰에 검거되는 동안 다크웹 게시글에는 “잡힌 놈들이 멍청한 것”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다크웹의 범죄자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믿고 있는 셈이다. 다크웹 범죄자들의 우군 같은 존재가 ‘세탁 브로커’들이다. 탐사기획부는 최근 ‘코인 세탁을 대행해 주겠다´며 코챈에 올라온 한 게시글에 적힌 텔레그램 아이디로 접촉을 시도했다. 그에게 1억원 규모인 10비트코인(BTC)을 거래소 경유 없이 ‘국내에서 현금화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익명의 브로커는 “그 정도 액수면 법인까지 설립할 필요도 없이 2주일이면 할 수 있다”며 “전문 믹싱 업체를 통해 서너 군데 돌리면 깔끔하게 세탁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그가 요구한 세탁 수수료는 원금의 11%였다. 흥정을 핑계로 이어진 대화에서 그는 “개인 명의의 대포통장 출금책으로 안전하게 선생님 통장까지 입금해 드린다”며 “이 과정이 (브로커를 거치지 않으면) 스스로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진행 과정을 묻자 “자세한 과정은 노하우라 세세하게 말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접촉을 제안하는 기자와의 대화가 수상하다고 여겼는지 돌연 대화를 끊고 텔레그램 내용도 모두 삭제했다. 세탁 브로커뿐 아니라 해외 간편결제 플랫폼도 암호화폐의 세탁에 활용된다. 다크웹 암시장 거래상들은 “개인간거래(P2P)를 지원하는 해외 거래소에서 간편결제 서비스로 비트코인을 매매한 뒤 결제 금액을 해당 플랫폼에 등록된 은행계좌를 통해 인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이 결제 대금을 선납하고 거래 내역에는 결제처가 아닌 플랫폼의 이름만 나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실제 비트코인의 P2P 거래를 지원하는 해외 사이트 중에서는 간편결제 서비스로 결제가 가능한 곳이 적지 않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서로 호가를 불러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일종의 코인 중고장터인 셈이다. 이들 사이트 대부분은 가입 시에는 인증을 거치지만, 개인간거래에서 별도의 사용자 인증을 요구하지 않아 거래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다. 이승현 S2W랩 연구원은 28일 “암호화폐 거래의 추적이 끊기는 지점은 거래소처럼 암호화폐가 원화로 환전되는 구간”이라며 “거래소 측이 갖고 있는 계좌이체 내역 등 이용자 정보가 확인되지 않으면 자금이 누구에게 흘러들어 갔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크웹 이용자들은 비트코인을 원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모네로’ 같은 다크코인을 거쳐 세탁하는 방식도 활용한다. 다크코인은 강화된 익명성 탓에 거래 내역상 송금액이나 송신자, 수신자가 드러나지 않는다. 세탁 과정에서 모네로(XMR), 대시(DASH), 지캐시(ZEC) 등으로 바꿔 범죄에 활용한다. 모네로는 국내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1일 빗썸에서 거래가 종료되면서 현재 국내 거래소에서는 거래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해외에서는 거래가 가능해 결국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등을 통해 다크 코인의 유통을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크웹에서는 암호화폐 자금 세탁을 대행하는 업체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부분 ‘믹싱 앤드 텀블러’(코인을 여러 지갑으로 쪼갰다가 합치는 과정을 반복해 자금을 섞는 것) 수법으로 자금의 출처를 추적하기 어렵게 만들어 주는 곳들이다. 해외 믹싱 사이트 대부분은 원금의 1~3%를 수수료로 받고 자금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자금 세탁이 의심되는 국내 원화 거래도 급증하고 있다. 탐사기획부가 금융정보분석원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2018년 불법재산·자금세탁 의심 원화 거래 보고 건수는 90만 3000건으로, 전년 48만 3000건에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금융정보분석원은 암호화폐 연관 거래는 별도로 집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자금 세탁을 하려는 범죄자들의 수요가 있는 한 사실상 이런 믹싱 사이트나 세탁 수법들은 사라지지 않고 창과 방패의 싸움이 지속될 것”이라며 “기술적 해법뿐 아니라 법적 처벌 강화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 탐사기획부안동환 부장, 박재홍·송수연·고혜지·이태권 기자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 [단독]北해커조직은 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로 코인을 보냈나

    [단독]北해커조직은 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로 코인을 보냈나

    美 재무부의 감시 대상 국내로 총 세 차례 송금 코인 총액은 3454만원…마약 거래 주소도 이용 북한 해커 조직인 라자루스(Lazarus)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로 상당한 규모의 비트코인을 송금한 내역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국내 송금에 사용된 라자루스의 전자지갑 주소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제재 대상으로 적시한 20개 지갑주소 중 하나로 중국 국적자 명의로 개설된 것이었다. 28일 블록체인 보안업체 S2W랩에 따르면 라자루스의 국내 송금 이력은 총 세 차례 포착됐다. 북한 정찰총국 산하의 해커 조직으로 알려진 라자루스는 미 재무부가 지난해 9월 특별 제재 대상으로 발표한 북한의 3개 해킹 그룹 중 하나다. 라자루스의 국내 거래소 송금 시점은 2018년 7월에 발생했다. 첫 송금은 그달 13일 라자루스가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인 후오비에서 개설한 전자지갑(1AX*****)으로부터 국내 C거래소의 한 주소로 2.4BTC(당일 기준 1692만원)가 전송됐다. 두 번째 송금은 같은 달 29일로 액수는 적었다. 동일한 지갑 주소에서 C거래소의 동일 지갑으로 0.025BTC(약 22만 9000원)가 전송됐다. 이 두 차례 송금의 가장 큰 특징은 라자루스가 국내 거래소 지갑에 직통으로 보냈다는 점이다. 세 번째 전송된 비트코인은 중국 마약 거래 사이트를 거쳐 국내 거래소로 유입됐다. 같은 달 23일 동일한 지갑으로부터 0.033BTC(약 27만 5000원)가 중국 마약 조직이 쓰던 두 개의 비트코인 주소로 전송됐다. 같은 달 30일 그중 한 주소에서 0.19BTC(약 1740만원)가 국내 거래소의 한 지갑으로 송금됐다. 이 지갑 주소가 다크웹의 마약 거래와 연관된 블랙리스트 주소라는 점에서 라자루스가 관여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국내로의 비트코인 송금 총액은 2.615BTC(약 3454만원)다. 서상덕 S2W랩 대표는 “북한 해커 조직이 국내 거래소를 자금세탁 경로로 활용한 것으로 추정하지만 특정 용도의 자금을 국내의 누군가에게 보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송금 시점이 미 법무부가 같은 해 9월 북한 국적의 해커 박진혁(36)을 사이버 공격 혐의로 기소하기 직전이었다는 점에서 연관성이 주목된다. 박진혁은 현재까지 유일하게 신원이 공개된 라자루스 소속 해커로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과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공격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 블록체인 보안업체인 체이널리시스는 최근 공개한 ‘2020 암호화폐 범죄보고서’에서 “라자루스가 지난해 3월 싱가포르 암호화폐 거래소 ‘드래건엑스’를 해킹해 700만 달러를 빼돌렸다”고 밝혔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하태경 “인국공 비정규직 최소 2358명 ‘특혜·부정 채용’”

    하태경 “인국공 비정규직 최소 2358명 ‘특혜·부정 채용’”

    대통령의 ‘정규직 전환’ 지시 후 감사자료 인용“전환대상자 최소 65%, 채용 관련 서류 없어”“93명은 임직원 친인척… 명백한 특혜 채용”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이 감사원 감사 결과를 근거로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정규직 전환대상자 중 최소 2358명(약 65%)이 과거 신규채용 과정에서 불공정 채용됐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9월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니 문재인 대통령 때문에 인국공이 불공정 채용의 소굴이 됐다”며 “로또 취업까지 밀어붙이면 불공정 대표기업 불명예를 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 의원은 “감사원은 인국공 정규직 전환 결정 이후 협력사 신규채용자 3604명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환대상자 대부분(중복 감안해 최소 2358명·65% 이상)의 채용에서 세 가지 불공정 채용 유형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하 의원이 제시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신규채용자 중 813명은 채용공고가 제대로 없는 비공개 채용이 이뤄졌다. 2358명은 관련 서류가 존재하지 않아 채용 과정이 공정했는지 판단할 수 없는 ‘깜깜이 채용’으로 나타났다. 인국공 및 협력사 임직원 친인척인 93명은 모두 비공개 채용이나 내부 직원 면접만 거쳤다. 하 의원은 이에 대해 “불공정을 넘어 명백한 특혜·부정 채용”이라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이어 “인국공 외에도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한 5개 기관 모두에서 비슷한 불공정 채용이 이뤄졌다”며 “이는 청와대가 공정성조차 확보하지 않고 대통령의 지시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의 분노는 이러한 룰이 지켜지지 않고 공공기관 채용에서 불공정과 반칙이 자행됐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과정의 공정, 결과의 평등’에 대한 배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유세미의 인생수업] 혼자여서 좋은 날

    [유세미의 인생수업] 혼자여서 좋은 날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다. 어차피 예견된 실직이었다. 회사는 뜬금없이 젊은피 수혈만이 살길인 양 핑계 댄 지 일 년째였다. 창업주 아들이 전공도 애매한 유학을 마치자마자 임원 자리에 앉더니 나이 많은 직원만 보면 답답증이 일어나는 듯했다. 자기 목숨 부지에 혈안 된 인사팀장과 귀엣말 한번 쑥덕거릴 때마다 동료들이 짐을 싸서 떠났다. 창립 초창기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청춘을 바친 회사. 이곳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웃고 울던 세월이 28년. 김화평 부장의 인생 그 자체인 회사에서 ‘젊게 바꾸고자 가슴 찢어지며 결단한 오너의 뜻’이라는 명분에 어이없이 내쫓긴 꼴이었다. 그동안 왜 퇴직 후를 걱정하지 않았을까만은 늘 일에 쫓겨 그저 띄엄띄엄 걱정했을 뿐이다. ‘다녀 봐야 얼마나 더 다니겠어…. 준비를 해야지….’ 그러나 영업실적에 목을 매고 아파트 대출금에 허덕였다. 커가는 애들에게도 마른 논에 물 들어가듯 돈이 필요한데 그저 딴생각 말고 직장이나 온전히 다니자라고 고개를 흔들었을 뿐이다. 어려운 일은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것이 인생이던가. 퇴직한 후 코가 쑥 빠져 있는 김화평 부장을, 아니 더이상 부장 아닌 중년의 남자를 보며 아내는 자신도 이제 홀로서기를 하고 싶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남편과 두 아들, 김씨네 세 남자 뒷바라지에 바친 인생은 이것으로 충분하다나. 직장도 그만뒀으니 새벽부터 해장국 끓일 일 없고, 다 큰 아이들은 더이상 엄마 손이 필요 없다고 했다. 인생 오십 넘었으나 이제라도 자신의 꿈을 펼쳐 보겠다는 아내는 알고 보니 야심가였다. 아내는 거짓말처럼 미련 없이 짐을 싸더니 친구와 플라워 카페라나 뭐라나 아무튼 동업을 시작한다며 부산으로 떠났다. 바다 위 노을이 가장 애틋하게 보이는 곳에서 커피를 마신다며 그에게 문자를 날리기도 했다. 이혼도 아니고 졸혼은 더더욱 아니며 그저 나이 먹었으니 이젠 쿨하게 따로따로 좀 살아 보자는 이상한 형식의 별거를 일방적으로 당한 셈이다. 철부지 엄마라는 둥, 배신이라는 둥 분개하며 그의 편을 들어줄 거라 기대한 아들들은 엄마가 옆집 마실이라도 간 양 덤덤했다. 큰 녀석은 애써 이직한 회사도 제 마음 같지 않은지 힘들어하고, 둘째는 아직도 취업의 높은 장벽 앞에 절망하고 있었으니 자기 발등 불끄기에 정신없어 보였다. 그는 쌀을 씻으며, 세탁기를 돌리며, 인생이 참 서운하다 생각했다. 부모님에게도 아직 실직 얘기를 못했다. 당신 아들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다 여기는 그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해서이다. 아내가 떠나버렸다는 얘기를 하는 것도 태산처럼 막막하다. 평생 천생연분 그들에게 그저 따로 사노라 실토하는 건 지구가 알고 보니 평평하답니다라는 말과 비슷하게 들리지 싶다. 올해 아흔의 아버지는 지금도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소녀 같다고 미소 짓는다. 체기 있다고 투정부리는 아흔셋 아내의 발을 꼭꼭 주물러 주며 어쩜 발조차 이렇게 귀엽냐고 웃음을 터뜨리는 아버지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폭염이라지만 김화평 부장의 올여름은 서늘하다. 일이 없어 그렇고 아내의 빈자리가 더 그렇다. 쉽지 않겠지만 다시 일을 찾아야 하고 아내의 노을 타령에 답장도 해 줘야 한다. 안간힘을 쓰는 두 아들의 쉽지 않은 도전도 응원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가족 모두 이 풍진세상을 홀로서기 위해 기를 쓰는 중이다. 어차피 인생은 누구나 혼자다. 식물도 분갈이를 하면 한동안 몸살 하듯 우리도 홀로 설 때면 끙끙 앓는 인생 한마디를 겪는다. 그런 때는 혼자여서 그저 좋은 날로 여기면 된다. 그래야 그 한마디가 단단해지도록 오늘 온 마음을 다할 수 있다.
  • 존 볼턴 맹비난하는 회고록 나온다

    존 볼턴 맹비난하는 회고록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민낯을 폭로하는 회고록을 출간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맞서 그를 맹비난하는 내용의 회고록이 출판된다. 22일(현지시간)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로 꼽히는 세라 허커비 샌더스 전 백악관 대변인은 오는 9월 회고록을 출판한다. 이날 트위터에 공개된 일부 회고록 내용에 따르면 그는 “볼턴 전 보좌관이 권력에 도취해 있었고, 자기 뜻대로 안 되자 미국을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샌더스 전 대변인은 책에서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 당시 볼턴 전 보좌관이 다른 백악관 당국자들과 크게 다툰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영국 주재 미국대사관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영국 당국의 의전 규정에 따라 볼턴 전 보좌관에게만 경호차량이 배정됐는데, 그가 다른 참모들의 요청을 무시하고 혼자 출발했다는 내용이다. 교통통제가 가능한 경호차량과 함께 이동하면 정체를 피할 수 있었던 다른 참모들은 결국 교통 정체 속에서 목적지로 이동해야 했다. 대사관저 도착 후 믹 멀베이니 전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볼턴 전 보좌관에게 “솔직히 말해서 당신은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개XX야”라고 욕설을 퍼부었다고 샌더스 전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면서 “볼턴이 스스로 다른 참모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보고 다른 규칙을 따라도 된다고 생각한 게 수개월 간 쌓인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에 볼턴 전 보좌관은 자리에서 나가버리자 일부 참모들은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과 하이파이브를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샌더스 전 대변인은 이 일화를 두고 “볼턴이 스스로 다른 참모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보고 다른 규칙을 따라도 된다고 생각한 게 수개월 간 쌓인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볼턴은 자주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인 것처럼 행동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반대되는 의제를 밀어붙이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2017년 중반부터 2019년 6월 말까지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샌더스 전 대변인은 2022년 아칸소 주지사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어민들 “北보다 꽃게 흉년, 더 걱정…바다에 中어선 보이면 그나마 다행”

    어민들 “北보다 꽃게 흉년, 더 걱정…바다에 中어선 보이면 그나마 다행”

    서해5도 주민들 70년을 외풍에 시달려 “개성공단 폭파 얘기는 먼 얘기 아니겠나” 남북갈등 속 황금어장 中 어선이 싹쓸이 “中어선 한 척서 홍어만 10t 압수하기도” “평화·생계 위해 남북 공동어로구역 필요 中어선 남획 막고 어장 확대 효과도 있어” 인천에서 대청도로 가는 쾌속선을 탄 17일은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다음날이었다. 서해5도 중에서도 북한과 가장 가까이 붙어 있는 남북 긴장의 최전선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정작 대청도와 백령도는 외지인들의 이 같은 호기심을 철저히 ‘배신’했다. 대청도 어민들은 개성연락사무소보다는 꽃게 흉년과 중국어선 걱정이 더 많았다. 백령도에서 방문한 한 치킨집은 밀려드는 주문에 눈코 뜰 새 없었다. 불안에 떠는 건 십중팔구 외지인들이다. 기자와 동행한 이경주 인하대 평화와법센터 소장은 “외신에서 ‘서울이 불안하다’고 보도할 때마다 우리가 느끼는 황당함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얼핏 무심한 듯 둔감한 듯 보이는 건 주민들이 자포자기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들에게는 외지인들은 쉽게 느끼기 힘든 그들만의 위험수준 평가법이 있다. 허선규 인천해양도서연구소장은 “남북 간에 뭔가 큰일이 일어난다 싶을 때는 어김없이 중국어선이 사라진다”면서 “서해5도 주민들은 중국어선에 불만이 많으면서도 막상 중국어선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대청도에서 만난 김형도 옹진군의원은 “주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색은 하지 않는다. 뭔가 오랫동안 접경지역에서 살아온 영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김영호 대청도 어촌계장은 “당장 꽃게잡이가 안 돼 빌어먹게 생겼는데 개성공단 (폭파) 얘기는 먼 얘기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해5도 주민들은 지난 70년간 외풍에 시달렸다. 2007년 남북 간 10·4공동선언에서 서해 평화협력지대 구축에 합의하고, 2018년 4월 남북 정상 간 판문점선언에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우자”고 했지만 훈풍보다는 삭풍이 더 많았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과 2012년 대선 당시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은 외풍에 시달리는 서해5도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연평도 포격은 백령도와 대청도에도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대청도 농여해변은 바위와 자갈만 남아 있었다. 대청도에서 문화해설사로 활동하는 김옥자씨는 “농여해변은 대청도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인데 해변에 군사시설 공사를 한 뒤로 모래가 다 쓸려나갔다”고 안타까워했다. 백령도는 산봉우리보다 높게 솟은 군사시설과 콘크리트로 섬을 둘러친 참호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주민들에게 ‘안보’는 정확히 ‘생계’와 반비례 관계다. 특히 NLL과 중국어선 문제는 ‘평화가 곧 경제’임을 실감하게 한다. 남북이 긴장과 갈등 속에 시간만 보내는 사이 황금어장은 20여년 전부터 중국어선에 거덜 나고 있었다. 특히 4년째 꽃게가 제대로 안 잡히는 대청도 어민들은 “중국어선이 꽃게를 싹쓸이하고 갖가지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니 꽃게가 남아나겠느냐”고 호소했다. 박삼용 인천해경 대청파출소장은 “중국어선들이 한창 몰려올 때는 섬 하나가 바다를 떠다니는 것 같았다”면서 “중국어선 한 척에서 홍어만 10t을 압수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신현일 인천해경 백령파출소장은 “NLL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며 남북의 단속을 모두 피해 다닌다”면서 “중국어선들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하는 어민들로서는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평화와 생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법은 없을까. 일각에서는 남북 간 긴장 완화뿐 아니라 중국어선의 남획을 막을 수 있다는 차원에서 남북 공동어로구역을 고민하고 있다. 동행한 이석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홍해(요르단-이스라엘), 통킹만(베트남-중국) 등 국가 간 합의를 통해 평화수역을 만든 사례가 있다”면서 “지금 같은 때일수록 과감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태헌 백령도 선주협회장은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에 남북 공동어로구역이 생기면 중국어선이 들어오는 길목을 막을 수 있다. 어장이 확대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청도 어민 역시 “(남북 간 긴장 탓에) 야간 조업을 못 하는 바람에 손해를 많이 본다”면서 “남북 간에 사이가 좋아지면 어장 확대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백령도에서 인천으로 돌아가기 전에 방문한 포구 두무진에서 겨우 16㎞ 떨어진 북한 땅 장산곶이 보인다. 70년을 안보에 포획된 이 섬이 평화를 위한 전진기지로 거듭날 수 있을까. 남북 판문점선언 자체가 2년 만에 폐기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흐르는 와중에 해경 관계자로부터 들은 “오늘도 중국어선이 보여서 다행”이라는 역설을 곱씹는다. 글 사진 대청도·백령도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어민들 “꽃게 흉년·中어선 더 걱정”… ‘北 위협’ 불안 속 치킨집 문전성시

    어민들 “꽃게 흉년·中어선 더 걱정”… ‘北 위협’ 불안 속 치킨집 문전성시

    서해5도 주민들 70년을 외풍에 시달려 “개성공단 폭파 얘기는 먼 얘기 아니겠나” 남북갈등 속 황금어장 中 어선이 싹쓸이 “中어선 한 척서 홍어만 10t 압수하기도” “평화·생계 위해 남북 공동어로구역 필요 中어선 남획 막고 어장 확대 효과도 있어”인천에서 대청도로 가는 쾌속선을 탄 17일은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다음날이었다. 서해5도 중에서도 북한과 가장 가까이 붙어 있는 남북 긴장의 최전선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정작 대청도와 백령도는 외지인들의 이 같은 호기심을 철저히 ‘배신’했다. 대청도 어민들은 개성연락사무소보다는 꽃게 흉년과 중국어선 걱정이 더 많았다. 백령도에서 방문한 한 치킨집은 밀려드는 주문에 눈코 뜰 새 없었다. 불안에 떠는 건 십중팔구 외지인들이다. 기자와 동행한 이경주 인하대 평화와법센터 소장은 “외신에서 ‘서울이 불안하다’고 보도할 때마다 우리가 느끼는 황당함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얼핏 무심한 듯 둔감한 듯 보이는 건 주민들이 자포자기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들에게는 외지인들은 쉽게 느끼기 힘든 그들만의 위험수준 평가법이 있다. 허선규 인천해양도서연구소장은 “남북 간에 뭔가 큰일이 일어난다 싶을 때는 어김없이 중국어선이 사라진다”면서 “서해5도 주민들은 중국어선에 불만이 많으면서도 막상 중국어선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대청도에서 만난 김형도 옹진군의원은 “주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색은 하지 않는다. 뭔가 오랫동안 접경지역에서 살아온 영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김영호 대청도 어촌계장은 “당장 꽃게잡이가 안 돼 빌어먹게 생겼는데 개성공단 (폭파) 얘기는 먼 얘기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해5도 주민들은 지난 70년간 외풍에 시달렸다. 2007년 남북 간 10·4공동선언에서 서해 평화협력지대 구축에 합의하고, 2018년 4월 남북 정상 간 판문점선언에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우자”고 했지만 훈풍보다는 삭풍이 더 많았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과 2012년 대선 당시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은 외풍에 시달리는 서해5도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연평도 포격은 백령도와 대청도에도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대청도 농여해변은 바위와 자갈만 남아 있었다. 대청도에서 문화해설사로 활동하는 김옥자씨는 “농여해변은 대청도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인데 해변에 군사시설 공사를 한 뒤로 모래가 다 쓸려나갔다”고 안타까워했다. 백령도는 산봉우리보다 높게 솟은 군사시설과 콘크리트로 섬을 둘러친 참호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주민들에게 ‘안보’는 정확히 ’생계’와 반비례 관계다. 특히 NLL과 중국어선 문제는 ‘평화가 곧 경제’임을 실감하게 한다. 남북이 긴장과 갈등 속에 시간만 보내는 사이 황금어장은 20여년 전부터 중국어선에 거덜 나고 있었다. 특히 4년째 꽃게가 제대로 안 잡히는 대청도 어민들은 “중국어선이 꽃게를 싹쓸이하고 갖가지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니 꽃게가 남아나겠느냐”고 호소했다. 박삼용 인천해경 대청파출소장은 “중국어선들이 한창 몰려올 때는 섬 하나가 바다를 떠다니는 것 같았다”면서 “중국어선 한 척에서 홍어만 10t을 압수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신현일 인천해경 백령파출소장은 “NLL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며 남북의 단속을 모두 피해 다닌다”면서 “중국어선들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하는 어민들로서는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평화와 생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법은 없을까. 일각에서는 남북 간 긴장 완화뿐 아니라 중국어선의 남획을 막을 수 있다는 차원에서 남북 공동어로구역을 고민하고 있다. 동행한 이석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홍해(요르단-이스라엘), 통킹만(베트남-중국) 등 국가 간 합의를 통해 평화수역을 만든 사례가 있다”면서 “지금 같은 때일수록 과감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태헌 백령도 선주협회장은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에 남북 공동어로구역이 생기면 중국어선이 들어오는 길목을 막을 수 있다. 어장이 확대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청도 어민 역시 “(남북 간 긴장 탓에) 야간 조업을 못 하는 바람에 손해를 많이 본다”면서 “남북 간에 사이가 좋아지면 어장 확대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백령도에서 인천으로 돌아가기 전에 방문한 포구 두무진에서 겨우 16㎞ 떨어진 북한 땅 장산곶이 보인다. 70년을 안보에 포획된 이 섬이 평화를 위한 전진기지로 거듭날 수 있을까. 남북 판문점선언 자체가 2년 만에 폐기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흐르는 와중에 해경 관계자로부터 들은 “오늘도 중국어선이 보여서 다행”이라는 역설을 곱씹는다. 글 사진 대청도·백령도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검찰이 ‘박사방’을 범죄단체로 본 근거…규율·분업·수익분배

    검찰이 ‘박사방’을 범죄단체로 본 근거…규율·분업·수익분배

    검찰이 미성년자 등의 성 착취물을 제작해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유통시킨 ‘박사방’을 범죄단체로 인정해 기소한 것은 주범 조주빈(25)과 공범 등 38명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일원이 검거되면 신속히 대체요원을 투입하는 등 ‘유기적 결합 관계’라는 특성을 보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총괄팀장 유현정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는 조주빈이 그룹방 관리자인 ‘부따’ 강훈(18)이 검거되자 ‘태평양’ 이모(16)군으로 곧바로 대체하는 등 결원이 생기면 신속히 대체 조직원을 모집·투입해 범행을 지속하는 분업 체계를 확립했다고 파악했다. 특히 검찰은 박사방 일당이 조주빈을 중심으로 ▲피해자 물색·유인 ▲성 착취 ▲성 착취물 유포 ▲성 착취 수익금 인출 등 4개 역할을 나누어 수행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부따’ 검거 뒤 ‘비대위’ 방 개설…‘이기야’ 입대에 ‘환송’ 채널 만들어 특히 조주빈은 강훈이 검거되자 그룹방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를 개설해 조직원들과 수사 대응 방안과 변호사 선임 등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전직 공익근무요원 강모(24)씨는 경찰 단속에 걸리자 조주빈에게 미리 약속한 메시지 ‘1’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조주빈은 대피소를 포함해 총 52개 이상의 그룹방을 순차적으로 운영했다.검찰은 ‘일반방’은 생성과 삭제가 빈번하게 반복됐지만, ‘시민방’은 지속적으로 운영돼 성 착취 조직의 구심적 역할을 했다고 봤다. 특히 조주빈이 성 착취물을 이용해 만든 홍보용 전단을 박사방에 올리고 조직원들이 이를 유포하면, 박사방에 입장할 때 인증을 받도록 해 박사방에 입장하는 이들을 조직원으로 묶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조주빈은 강훈이 검거되자 ‘부따 장례식’ 그룹방을 만들어 그리움을 나타내는 메시지를 적게 했고, 공범인 육군 일병 이원호(19)가 입대할 때에는 ‘청운의 꿈 이기야’ 채널을 만들어 환송 메시지를 작성·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으로서 일체감을 나타낸 정황으로 볼 수 있다. 내부 규율 존재…조주빈, 개인정보 등으로 조직원 통제 검찰은 조주빈이 조직도에서 박사(자신)를 ‘수괴’(우두머리)로 표현했다. 또 조직원들은 자신들의 개인정보를 언제든지 유포할 수 있는 박사를 두려운 존재로 인식한 사실도 확인했다. 내부 규율이 존재한 점도 검찰이 박사방을 범죄단체로 판단한 근거가 됐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박사방 내에서는 눈팅(대화 참여 없이 지켜보기만 하는 것) 및 잠수(활동 중단), 적대적 그룹방 활동, 유료 성 착취물 유포, 박사 비난 등의 행위가 금지됐다. 또 활동 시간을 공개하도록 하는 규율도 존재한 것으로 검찰은 확인했다.특히 조직원들은 완장방 등 박사방과 적대적 관계의 그룹방에는 채팅·홍보글 및 욕설 등을 올리는 ‘도배’ 행위를 하고, 완장방 운영자를 미행하고 개인정보를 알아내 공개하는 ‘박제’ 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 고액방 입장 및 성 착취 기회 제공 등의 상품을 내걸어 박사방을 취재하고 있던 기자의 자녀 사진을 구해 공개하고, ‘박사나라 시민 이상 계층 건드리는 XX’ 등 조직을 보호하는 차원의 경고 메시지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주빈이 조직원들의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강훈 검거 후 배신 등을 이유로 주민등록증 사진과 신체 노출 사진 등 신상을 공개하는 ‘박제’ 방식으로 조직원을 통제했다고 보고 있다. 일반방은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웠지만, 조직원들이 활동한 시민방은 가입 시 신분증 사진 인증이나 일정 홍보 활동량 달성 등이 요구되며 탈퇴할 경우 신상 공개 등 보복 조치가 가해졌다.조주빈 등은 온라인 범행에 가담한 조직원들에게 피해자와의 오프라인 만남 기회를 제공했고, 미공개 성 착취물의 우선적 다운로드 권한을 부여하며 이익을 나눴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박사방의 성 착취물은 특수한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속이 가능한 다크웹 등에서 10만원 이상 고액에 거래되고 있어 다운로드 권한 부여는 조직원들에게 상당한 금전적 유인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르포] 남북관계 악화 속 서해5도, 안보 넘어 평화를 꿈꾼다

    [르포] 남북관계 악화 속 서해5도, 안보 넘어 평화를 꿈꾼다

    인천에서 대청도로 가는 쾌속선을 탄 17일은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다음날이었다. 서해5도 중에서도 북한과 가장 가까이 붙어 있는 남북 긴장의 최전선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정작 대청도와 백령도는 외지인들의 값싼 호기심을 철저히 ‘배신’했다. 주민들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고기를 잡으러 다니고 식당은 정상영업이다. 백령도에서 방문한 한 치킨집은 밀려드는 배달 주문으로 눈코뜰새 없었다. 정작 불안에 떠는건 외지인들이었다. 이경주 인하대 ‘평화와 법 센터’ 소장은 “남북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외신에서 ‘서울이 불안하다’는 뉴스를 내보낼때 우리가 느끼는 황당함과 하나도 다를게 없는 모습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서해5도만의 위험 감지법...중국어선의 역설 당초 인하대 평화와 법 센터와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대청도·백령도를 방문하기로 한 건 한국전쟁 70년을 맞아 서해5도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상상력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였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남북간 긴장이 이렇게 높아질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방문 며칠 전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2010년 연평도 포격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일행 가운데 4명은 출발 하루전에 일정을 취소했다. 대청도와 백령도 어민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긴장 속 서해5도”에서 더 멀어졌다. 대청도 어민들이 계속 강조한건 4년째 꽃게가 제대로 안잡혀 힘들다, 어장확대가 필요하다, 중국어선 불법조업을 막아달라, 그리고 8월 시행을 앞둔 어선안전조업법에 대한 분노였다. 김영호 대청도 어촌계장은 “당장 꽃게잡이가 안되어 빌어먹게 생겼는데 개성공단 얘기는 먼 얘기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백령도 어민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얼핏 무심한듯 둔감한듯 보이는 건 주민들이 자포자기했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갖가지 전쟁위기와 불안 속에서도 묵묵히 버티며 살아온 주민들은 외지인들은 쉽게 느끼기 힘든 그들만의 위험수준 평가법이 있다. 허선규 인천해양도서연구소장은 “남북간에 뭔가 큰 일이 일어난다 싶을때는 어김없이 중국 어선이 사라진다”면서 “서해5도 주민들은 중국어선에 불만이 많으면서도 막상 중국어선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에게 중국어선은 원흉인 동시에 경고등 구실도 하는 역설적인 존재인 셈이다. 대청도에서 만난 김형도 옹진군의원은 “주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색은 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접경지역에서 살아온 영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남편을 따라 대청도로 이사온지 22년차라는 류석자씨는 “서해5도 주민들은 총알받이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면서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뉴스가 나오자 시아버지가 ‘애미야 언제 피난갈지 모르니까 밥 많이 해놔라’ 그러시더라”고 밝혔다. 서해5도 주민들은 지난 70년간 외풍에 시달렸다. 북쪽에서 불어오기도 하지만 서울과 인천시, 때론 옹진군에서 불어오는 일도 다반사다. 2007년 10·4공동선언이 서해 평화협력지대를 합의하고, 2018년 4월 판문점선언에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지만 훈풍보단 삭풍이 더 많았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과 2012년 대선 당시 ‘NLL포기 논란’은 외풍에 시달리는 서해5도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연평도 포격은 백령도와 대청도에도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대청도 농여해변은 바위와 자갈만 남아있었다. 대청도에서 문화해설사로 활동하는 김옥자씨는 “농여해변은 우리 대청도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이었다”면서 “해변에 군사시설 공사를 하고 나서부터 그 많던 모래가 다 쓸려나갔다”고 안타까워했다. 백령도는 산봉우리보다 높게 솟은 군사시설과 콘크리트로 섬을 둘러친 참호가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안보 불안은 곧 생계 걱정  주민들에게 ‘안보’란 정확히 ’생계’와 반비례 관계다. 안보가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면 당장 생업에 제약을 받는다. 특히 NLL과 중국어선 문제만큼 평화가 곧 경제라는 걸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없다. 남과 북이 긴장과 갈등 속에 시간만 보내는 사이 황금어장은 20여년 전부터 중국어선에 거덜 나고 있었다. 특히 4년째 꽃게가 제대로 안잡히는 대청도 어민들은 “중국어선이 꽃게 싹쓸이하고 갖가지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니 꽃게가 남아나겠느냐”고 호소했다.  박삼용 인천해경 대청파출소장은 “중국어선이 한창 몰려올 때는 섬 하나가 바다를 떠다니는 것 같았다”면서 “중국어선 한 척에서 홍어만 10톤을 압수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신현일 인천해경 백령파출소장은 “우리가 출동하면 NLL 북쪽으로, 북측에서 출동하면 NLL 남쪽으로 도망가기 때문에 단속 자체가 쉽지 않다”면서 “중국어선들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하는 어민들로선 불만이 안 생길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평화와 생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법은 없을까. 일각에서는 남북 간 긴장 완화뿐 아니라 중국어선의 남획을 막을 수 있다는 차원에서 남북 공동어로구역을 고민하고 있다. 이석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홍해(요르단-이스라엘), 통킹만(베트남-중국), 북해(아일랜드-영국) 등 국가간 합의를 통해 평화수역을 만든 사례가 여럿 있다”면서 “지금 같은 때일수록 과감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태헌 백령도 선주협회장은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에 남북공동어로구역이 생기면 중국어선이 들어오는 길목을 막을 수다. 현재 백령도 북쪽으로는 해안에서 800m 바깥으론 조업을 못하도록 돼 있는데 어장이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청도 어민 역시 “야간조업을 못하는 바람에 손해를 많이 본다”면서 “남북간에 사이가 좋아지면 어장확대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백령도에서 인천으로 가는 여객선을 타기 전에 짬을 내서 두무진을 방문했다.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이 곳에선 한반도에서 중국과 가장 가깝다는 장산곶이 보인다. 두무진에서 장산곶은 16㎞밖에 안된다. 그에 비해 대청도와 인천은 직선거리로 170㎞나 된다. 육지까지 거리만 놓고 보면 제주도나 울릉도보다도 더 멀다. 얄궂게도 인천시 옹진군에 속한 대청도와 30㎞밖에 안되는 북한땅은 황해남도 옹진군이다. 70년을 안보에 포획된 이 섬이 평화를 위한 전진기지로 거듭날 수 있을까. 판문점선언 자체가 2년만에 폐기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흐르는 와중에 해경 관계자한테서 들었던 “오늘도 중국 어선이 보여서 다행”이라는 역설을 곱씹는다. 대청도·백령도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단독] 투자자 망하든 말든… 부실 코인 거래 터준 ‘상장피’

    [단독] 투자자 망하든 말든… 부실 코인 거래 터준 ‘상장피’

    슈퍼갑 거래소암호화폐 거래소의 ‘상장피’(Listing fee)는 마케팅 비용일까, 뒷돈일까. 국내 일부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가 코인 발행업체로부터 거액의 상장피를 챙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 상장 컨설팅 관계자는 2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거래소들은 주로 브로커를 통해 암호화폐 상장 의뢰를 받고 있다”며 “거래소들이 대외적으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천명하지만 업체로부터 5억~8억원 규모의 상장피를 마케팅 명목으로 챙긴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에도 한 대형 거래소가 상장피뿐 아니라 예치비 명목으로 5억원, 에어드롭(무료지급 코인) 이벤트 명목으로 2억원어치의 코인을 발행업체에 요구했다. 예치비는 상장 매매차익을 ‘먹튀’하는 업체를 막기 위한 일종의 보증금이다. 일정 기간 코인 거래량과 가격이 유지되면 업체에 돌려준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 코인을 상장하려면 총 15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정작 상장 기준이나 과정 자체는 불투명하다”며 “거래소가 생사여탈권(상장 여부)을 갖는 슈퍼 갑인데 누가 문제 삼겠느냐”고 했다. 코인을 발행하는 블록체인 업체는 거래소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이득이 있다. 특히 암호화폐가 대형 거래소에 상장되면 투자자들에게 ‘유망코인’으로 인지도가 높아져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코인 업체들이 대형 거래소에 상장하려는 이유인 동시에 거래소들이 거액의 상장피를 요구하는 뒷배경이다. 암호화폐 마케팅 업체들도 이 같은 상장피 구조를 거래소의 횡포로 본다. 상장 희망 업체와 브로커를 연결하는 일을 해 온 업계 대표는 “국내 상장 가격이 정찰제가 아니다”라면서 “브로커와 거래소들이 상장을 원하는 회사의 사이즈 등을 고려해 임의로 금액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브로커들이 발행 업체가 돈이 많거나 코인으로 한탕하려는 업체로 판단되면 상장피를 더 뜯어낸다”면서 “사기 업체라고 판단하면 상장을 안 시켜주는 게 아니라 더 많은 돈을 요구해 상장하는 구조”라고 폭로했다. 한 대형 거래소의 전직 직원은 “코인 발행 업체가 부실할수록 더 많은 상장피를 요구받으며, 비선을 통해 상장을 진행할 경우 통상적인 비용보다 많은 가욋돈을 내야 한다”며 “돈만 주면 아무 코인이나 상장시키는 행태가 투자자들의 피해를 낳는다”고 말했다.현재 마케팅 비용 등의 명목으로 받는 대형 거래소들의 ‘상장피’ 규모도 과도하다. 기업이 발행한 주권을 코스피나 코스닥에 상장하는 한국거래소는 투명하게 수수료를 공개한다.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 따르면 상장 규모 500억원 이하의 수수료는 100만원, 500억원 초과 1000억원 이하 상장 시 ‘500만원+500억원 초과금액의 10억원당 7만 5000원’, 1000억원 초과 2000억원 이하 상장 시 ‘875만원+1000억원 초과금액의 10억원당 6만원’ 등으로 최대 수수료 한도는 2억 5000만원으로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상장 심사수수료는 500만~2000만원 선이다. 한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에 거액을 주고 상장했다는 코인 업체 관계자는 “높은 상장피를 받으면서 마케팅이라도 도움이 돼야 하는 데 전혀 그런 활동이 없다”며 “상장 조건으로 돈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피뿐 아니라 상장 절차의 공정성도 불투명하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상장 심사와 폐지 기준을 공개하고, 법률, 기술, 핀테크 등 다양한 외부 전문가들로 상장 심사위를 구성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거래소마다 상장 기준이 제각각인 데다 상장 심사위원들이나 책임 있는 주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거나 독립적으로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뒷돈처럼 쉬쉬하며 거액이 오가는 ‘상장피’와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깜깜이 상장’은 국내 거래소의 부실화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는 우려를 낳는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고액의 상장피로 인해 오히려 부실화되는 암호화폐 업체들이 적지 않다”면서 “신생 업체가 투자를 받으면 이는 사업을 위해 써야 하는데 코인 상장을 위해 몇십억원을 쓰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 결국 투자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장기적으로는 증권거래소처럼 암호화폐 거래소도 자본시장법에 들어가거나 이와 유사한 법률 적용이 필요하다”면서도 “법령이 정해지려면 앞으로도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일단은 거래소 간 상장과 관련한 자율규제안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 [단독] 투자자 망하든 말든… 부실 코인 거래 터준 ‘상장피’

    [단독] 투자자 망하든 말든… 부실 코인 거래 터준 ‘상장피’

    슈퍼갑 거래소암호화폐 거래소의 ‘상장피’(Listing fee)는 마케팅 비용일까, 뒷돈일까. 국내 일부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가 코인 발행업체로부터 거액의 상장피’를 챙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 상장 컨설팅 관계자는 2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거래소들은 주로 브로커를 통해 암호화폐 상장 의뢰를 받고 있다”며 “거래소들이 대외적으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천명하지만 업체로부터 5억~8억원 규모의 상장피를 마케팅 명목으로 챙긴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에도 한 대형 거래소가 상장피뿐 아니라 예치비 명목으로 5억원, 에어드롭(무료지급 코인) 이벤트 명목으로 2억원어치의 코인을 발행업체에 요구했다. 예치비는 상장 매매차익을 ‘먹튀’하는 업체를 막기 위한 일종의 보증금이다. 일정 기간 코인 거래량과 가격이 유지되면 업체에 돌려준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 코인을 상장하려면 총 15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정작 상장 기준이나 과정 자체는 불투명하다”며 “거래소가 생사여탈권(상장 여부)을 갖는 슈퍼 갑인데 누가 문제 삼겠느냐”고 했다. 코인을 발행하는 블록체인 업체는 거래소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이득이 있다. 특히 암호화폐가 대형 거래소에 상장되면 투자자들에게 ‘유망코인’으로 인지도가 높아져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코인 업체들이 대형 거래소에 상장하려는 이유인 동시에 거래소들이 거액의 상장피를 요구하는 뒷배경이다.암호화폐 마케팅 업체들도 이 같은 상장피 구조를 거래소의 횡포로 본다. 상장 희망 업체와 브로커를 연결하는 일을 해 온 업계 대표는 “국내 상장 가격이 정찰제가 아니다”라면서 “브로커와 거래소들이 상장을 원하는 회사의 사이즈 등을 고려해 임의로 금액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브로커들이 발행 업체가 돈이 많거나 코인으로 한탕하려는 업체로 판단되면 상장피를 더 뜯어낸다”면서 “사기 업체라고 판단하면 상장을 안 시켜주는 게 아니라 더 많은 돈을 한 대형 거래소의 전직 직원은 “코인 발행 업체가 부실할수록 더 많은 상장피를 요구받으며, 비선을 통해 상장을 진행할 경우 통상적인 비용보다 많은 가욋돈을 내야 한다”며 “돈만 주면 아무 코인이나 상장시키는 행태가 투자자들의 피해를 낳는다”고 말했다. 현재 마케팅 비용 등의 명목으로 받는 대형 거래소들의 ‘상장피’ 규모도 과도하다. 기업이 발행한 주권을 코스피나 코스닥에 상장하는 한국거래소는 투명하게 수수료를 공개한다.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 따르면 상장 규모 500억원 이하의 수수료는 100만원, 500억원 초과 1000억원 이하 상장 시 ‘500만원+500억원 초과금액의 10억원당 7만 5000원’, 1000억원 초과 2000억원 이하 상장 시 ‘875만원+1000억원 초과금액의 10억원당 6만원’ 등으로 최대 수수료 한도는 2억 5000만원으로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상장 심사수수료는 500만~2000만원 선이다. 한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에 거액을 주고 상장했다는 코인 업체 관계자는 “높은 상장피를 받으면서 마케팅이라도 도움이 돼야 하는 데 전혀 그런 활동이 없다”며 “상장 조건으로 돈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피뿐 아니라 상장 절차의 공정성도 불투명하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상장 심사와 폐지 기준을 공개하고, 법률, 기술, 핀테크 등 다양한 외부 전문가들로 상장 심사위를 구성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거래소마다 상장 기준이 제각각인 데다 상장 심사위원들이나 책임 있는 주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거나 독립적으로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 점에서 거래소 상장 절차와 공정성을 담보할 법적 제도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도 적지 않다. 뒷돈처럼 쉬쉬하며 거액이 오가는 ‘상장피’와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깜깜이 상장’은 국내 거래소의 부실화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는 우려를 낳는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고액의 상장피로 인해 오히려 부실화되는 암호화폐 업체들이 적지 않다”면서 “신생 업체가 투자를 받으면 이는 사업을 위해 써야 하는데 코인 상장을 위해 몇십억원을 쓰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 결국 투자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장기적으로는 증권거래소처럼 암호화폐 거래소도 자본시장법에 들어가거나 이와 유사한 법률 적용이 필요하다”면서도 “법령이 정해지려면 앞으로도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일단은 거래소 간 상장과 관련한 자율규제안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 일 터질 때마다… 거미줄 지배구조에 숨은 ‘빗썸 주인’

    일 터질 때마다… 거미줄 지배구조에 숨은 ‘빗썸 주인’

    지난해 국내 1위 매출을 기록한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은 21일 글로벌 거래량 기준으론 14위(코인마켓캡 기준)로 한국을 대표한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암호화폐 거래량이 상당하지만 빗썸의 복잡하고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매년 발생하고 있는 대형 해킹 사고나 내부 비리 등에 대한 책임 주체를 따지기 어려운 방임을 낳고 있다. 빗썸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실소유주로 알려진 이정훈(44) 빗썸코리아·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이 있다. 그가 정확히 얼마나 빗썸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지, 회사 경영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는지조차 베일에 감춰져 있다. 현재 기업 감사보고서상 빗썸코리아 최대주주는 빗썸홀딩스(74.1%)와 방송장비 제조업체인 비덴트(10.3%)다. 빗썸홀딩스의 지분은 이 의장이 기타지분 형태로 25%를 소유하고 있고, 싱가포르법인인 DAA가 30.0%, BTHMB가 10.7%를 갖고 있다. 하지만 두 싱가포르법인의 대주주는 이 의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의장은 올 초 언론 인터뷰에서 “절반 가까이 (빗썸) 의결권을 갖고 있다”며 처음으로 빗썸의 실소유주임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 4월 빗썸코리아와 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기 전까지는 대외적으론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이 같은 은둔 경영은 거래소 이용자나 투자자 관련 피해가 발생해도 실소유주인 그가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 낸다. 대표적인 사례가 빗썸 인수에 나섰던 김병건 (57)BK그룹 회장과 이 의장이 함께 사기혐의로 피소된 암호화폐 BXA 발행이다. BK성형외과를 설립한 의사 출신으로 주식 투자에 성공해 큰 돈을 번 김 회장은 2018년 10월 빗썸(빗썸홀딩스)의 지분 50%+1주를 약 4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BXA토큰은 김 회장이 빗썸 인수계획과 함께 공개한 새로운 암호화폐다.빗썸의 인수자인 김 회장이 직접 암호화폐 개발 계획을 밝히자 BXA는 ‘빗썸코인’으로 불리며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했다. 200억개가 발행된 BXA토큰은 1개당 150~300원으로 300억원어치 판매됐지만 현재 시세는 발행가의 100분의1인 3원 수준이다. BXA는 비트맥스 등 해외거래소와 캐셔레스트 등 국내 거래소에는 상장됐지만 정작 빗썸에는 상장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이 의장 측은 정부가 상장을 반대했다는 내용을 김 회장 측에 흘렸고 상호 갈등도 증폭됐다. 빗썸 관계자는 “BXA는 김 회장이 주도적으로 발행한 코인이기 때문에 빗썸과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김 회장 측은 BXA 발행 과정에서 이 의장 측과 “BXA코인이 발행되면 빗썸거래소 상장을 최우선으로 진행한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체결했다고 주장한다. 이 의장은 BXA 발행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내용도 알지 못한다는 것 외에 별다른 공식 입장이나 피해 회복 관련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BXA 투자자 41명이 고소한 이 의장과 김 회장의 사기 관련 수사에서 확인된 피해액은 현재 58억원이다. 피해자들은 “국내 1위 거래소라는 빗썸의 행태는 피라미드 사기를 저질러 온 소형 거래소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빗썸 매각 과정에서도 이 의장은 책임 주체에서 비켜 있다. 김 회장 측 대리인 이지호 정률 변호사는 “주식 거래 계약 당시 이 의장은 주주 11명 가운데 한 명일 뿐이었지만 그가 매각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빗썸코리아 측은 대주주의 주식 매매 협상 내용은 회사가 알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매각 거래의 서류상으론 등장하지 않는 이 의장으로선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셈이다. 그는 현재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주로 해외에서 머물며 사업 활동을 하고 있다. 빗썸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추후에도 경영권 분쟁의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실소유주라고 하지만 다수의 지분이 차명화한 것으로 보이는 이 의장에게는 스스로 만든 약점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빗썸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인 비덴트(34.24%)와 이 의장 간에 벌어진 분쟁이 되풀이될 수 있다. 암호화폐 관련 전문 변호사는 “빗썸의 복잡한 지배구조는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고객들의 돈을 다루는 사실상 금융중계 기관인 암호화폐 거래소의 지배구조가 투명하게 공개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해킹이나 배임·횡령 등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법적인 규제와 제도적인 정비 과정에서 불투명한 지배구조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 남북관계 파탄 책임 돌리는 북한…“찍소리 말고 박혀있으라”

    남북관계 파탄 책임 돌리는 북한…“찍소리 말고 박혀있으라”

    북한이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며 언론 매체를 통한 대남 비방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파렴치한 책임회피 수법은 통할 수 없다’라는 제목의 정세론해설을 통해 “누구보다 자기의 책임을 무겁게 통감해야 할 당사자가 바로 남조선당국”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남측 정부가 내놓은 반응들을 열거하며 “남조선당국은 누구를 걸고 들기 전에 저들이 무슨 짓을 저질러놓았는가 하는 것을 뼈아프게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신문은 “남조선당국의 배신행위로 북남합의는 사실상 파기된 지 오래며 사태가 지금과 같은 험악한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면서 “말로만 합의이행에 대해 떠들고 실지 행동에서는 이쪽저쪽 눈치만 살피면서 제 할 바를 전혀 하지 않는 남조선당국의 고질적인 사대 근성과 무책임한 태도가 초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호상 존중과 신뢰가 무너져내리고 북남 사이에 마주 앉아야 할 일도 없는 현 상태에서 우리가 주저할 것이 무엇이겠는가”라며 “남조선당국은 더이상 현 사태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너절한 놀음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 ‘우리의 징벌’이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지금 각급 대학의 청년학생들이 해당한 절차에 따라 북남접경지대 개방과 진출이 승인되면 대규모의 삐라살포투쟁을 전개할 만단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남조선당국자들이 저들은 할 짓, 못 할 짓 다하면서도 우리의 보복 행동들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아부 재기를 치고 있는데 우리 인민을 모독하고 우롱하려들 때 그에 따른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되리라는 것을 이미 생각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대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남측의 육해공군 합동 해상사격훈련 등을 거론하며 “남조선군부는 공연히 화를 자청하지 말고 북남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간 죄과에 대해 통감하면서 찍소리 말고 제 소굴에 박혀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금처럼 예민한 시기에 함부로 나서서 졸망스럽게 놀아대다가는 큰 경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메아리’도 ‘통일부는 확실한 문제거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통일부의 ‘2020년도 북인권증진집행계획’을 언급하며 “북남 사이의 관계개선이 아니라 그와 정반대로 미국의 비위나 맞추며 공화국을 헐뜯는 일에만 앞장서 왔으니 북남관계가 왜 파국으로 치닫지 않겠는가”라고 비난했다. 한편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통전부)는 21일 통일부의 대남전단 살포 중단 촉구와 관련, 남북합의는 이미 휴지장이 됐다며 계획을 수정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통전부는 이날 대변인 담화에서 “삐라(전단) 살포가 북남합의에 대한 위반이라는 것을 몰라서도 아닐뿐더러 이미 다 깨어져 나간 북남관계를 놓고 우리의 계획을 고려하거나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펜스 교체설’도 나온 볼턴의 회고록 폭탄…폼페이오 “배신자”

    ‘펜스 교체설’도 나온 볼턴의 회고록 폭탄…폼페이오 “배신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폭로와 비방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 대신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손잡고 재선에 나서려 했으며 베네수엘라를 침략하면 “멋지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폭로가 또 나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 ‘어른들의 축’으로 불리던 관료들이 실상은 자신들의 이익만 챙겼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처럼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발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회의록 내용이 사실이 아니며, 볼턴 전 보좌관은 “배신자”라며 트럼프 대통령 비호에 나섰다. 18일(현지시간) 폭스뉴스는 오는 23일 출간을 앞둔 볼턴 전 보좌관의 592쪽짜리 회고록을 사전 입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이라크행 비행기 안에서 볼턴 전 보좌관에게 2020년 대선 때 펜스 부통령을 내치고 니키 헤일리 당시 유엔 대사를 러닝메이트로 지정하려 한다는 항간의 소문을 언급하며 볼턴 전 보좌관의 의중을 떠본 일이 있다고 보도했다. 볼턴은 책에서 “루머가 범람하는 백악관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부통령 교체를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통설이었다”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계획엔 헤일리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만을 품은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볼턴 전 보좌관은 “(펜스같이) 충성적인 사람을 버리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베네수엘라 침략하면 멋지겠다” 발언도 볼턴 전 보좌관은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의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침략하면 멋지겠다는 말을 해 전장에서 아들을 잃은 켈리 전 비서실장에게 상처를 줬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번은 켈리 전 비서실장에게 “당신은 최악의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폄하한 점을 감안하면 그는 켈리의 아들이 불필요하게 목숨을 잃었다는 암시를 했다”는 것이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이다. 켈리 전 비서실장의 아들은 2010년 미 해병대 복무 중 아프가니스탄에서 목숨을 잃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켈리 전 비서실장이 그날 자신에게 아들 사진을 꺼내 보여주고 “트럼프는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경도 안 쓴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침략하면 멋있을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는 “사실 미국의 일부”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덧붙였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초반 보좌진이 ‘어른들의 축’을 이뤄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지시들을 저지했다는 소문을 일축하기도 했다. 그는 외려 소위 ‘어른들의 축’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는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익만 챙겨 전체적으론 해만 끼쳤다고 비판했다. 이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변인들을 더욱 의심하기 시작했고, 결국 이후 취임한 사람들은 그와 정책에 관해 정당하게 논의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로 인해 “대통령이 대체로 ‘본능’과 다른 세계 지도자들과의 관계에 의존하기 시작했다”면서 그 결과 정권 초기를 “되돌릴 수 없이 망쳤다”고 지적했다.계속되는 볼턴의 회고록 폭탄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볼턴을 “배신자”라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아직 회고록을 읽진 않았지만 보도된 발췌록을 봤을 때 볼턴은 반쪽 진실과 완전히 틀린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볼턴 전 보좌관을 지목해 “국민과의 신성한 신의를 저버려 미국에 피해를 준 배신자”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전 세계의 선을 위하는 세력”이라고 주장했다.“트럼프 ‘DMZ 회동’ 제안, 트윗으로 알고 경악” 한편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비무장지대(DMZ) ‘깜짝 회동’이 핵심 참모들과 논의 없이 이뤄졌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볼턴 보좌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통해 그가 김 위원장을 DMZ로 초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미국 CBS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멀베이니도 나처럼 당혹스러워 보였다. 나는 그 트윗이 그냥 툭 던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도 트위터를 통해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가운데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주요 내용을 요약해 게시했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볼턴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다룬 ‘싱가포르 슬링’ 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훌륭한 극적 효과’와 ‘언론의 주목’을 위해 구체적인 준비나, 형식적 의제 없이 ‘알맹이 없는 성명’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지적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몰수·추징 없는 코인 사기, 피해 컸지만 형량 낮았다

    몰수·추징 없는 코인 사기, 피해 컸지만 형량 낮았다

    암호화폐 범죄에 대한 처벌 근거가 미비해 수사기관들이 암호화폐 관련 범죄 규모를 축소해 온 것으로 서울신문 취재 결과 드러났다. 사기 등 형법상 범죄에 의한 암호화폐 범죄수익금에 대한 몰수 규정도 불분명해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민사경)은 지난 3월 초 암호화폐 투자자들로부터 60억여원을 챙겨 해외로 도주한 유모씨를 태국에서 검거했다. 민사경은 당시 유씨가 500여명으로부터 코인 투자금 60여억원을 편취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민사경이 실제 검찰에 넘긴 피해금액은 10억원에 불과했다. 민사경 관계자는 18일 “유씨의 자백과 투자자들의 진술로 전체 피해액은 60억여원으로 확인됐지만 검찰에 넘기면서 최종 피해액은 10억원으로 산정했다”고 밝혔다. 유씨는 투자자들로부터 현금 10억원을, 이더리움(ETH)으로 50억원을 챙겼다. 현행법상 이더리움은 화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구속 기소되면서 범죄 피해액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유씨를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피해 금액은 10억원으로 확정했다. 이수원 법률사무소 ‘위’ 변호사는 “피해금액이 줄었다는 것은 피해자 수도 줄여서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양형도 피해금액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일반 사기의 경우 피해금액이 5억원 이상~50억원 미만인 경우 징역 3~6년이고, 50억~300억원 미만은 징역 5~8년을 선고받는다. 유씨처럼 병합사건일 경우 가중처벌될 수 있다. 현재 방판법은 무등록 다단계 업체가 ‘재화’나 ‘용역’을 팔 경우 처벌하지만 코인은 법적으로 재화도, 용역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국내 암호화폐 범죄들이 법의 미비로 처벌하지 못하는 ‘그레이존’(gray zone·불분명한 영역)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뿐 아니라 암호화폐의 범죄수익 몰수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법원은 2018년 5월 음란물제작·배포 등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아청법)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모씨에게 압수한 216비트코인(BTC) 중 191비트코인(당시 시세 기준 16억여원)을 몰수하는 원심을 확정했다. 이 판결은 암호화폐도 범죄수익에 해당돼 몰수할 수 있다고 인정한 첫 판결이어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의 몰수 판결은 해당 범죄가 아청법이었기 때문에 특수하게 가능했다는 게 법조계의 시선이다. 아청법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정한 중대범죄에 해당한다. 성착취물 유통이나 거래로 벌어들인 범죄 수익금은 몰수가 가능하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8조 역시 몰수 대상의 범위를 ‘물건’으로 한정하지 않고 ‘재산’으로 확장해 범죄수익의 개념을 현금 및 이익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재산까지 포함하고 있다. 반면 형법 제48조는 몰수 대상을 ‘물건’으로 한정한다. 암호화폐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사기와 같은 형법을 적용하는 범죄수익금은 몰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셈이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암호화폐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으로 몰수의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지만, 여전히 형법상 몰수는 ‘물건’만 한정해 몰수, 추징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로 인해 매우 제한적인 범죄에서만 암호화폐 몰수나 추징이 가능한 현실이 됐다”고 설명했다. 법적 해석을 둘러싼 반론도 나온다. 이지은 법무법인 리버티 변호사는 “몰수의 목적은 범죄로 취득한 대가를 남기지 않게 하겠다는 데 있다”면서 “암호화폐를 자산적 가치가 있는 물건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탐사기획부가 대검찰청에 제기한 암호화폐 몰수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등의 결과에서도 앞서 대법원 판결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은 현재 몰수한 BTC를 대검 명의의 계정으로 만든 전자지갑에 보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시세로는 20억 8000만원 상당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검이 전자지갑에 몰수한 암호화폐를 보관하고 있다는 건 국고로 환수했다고 볼 수 없고 다만 임시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라며 “대검이 몰수한 암호화폐를 2년 넘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암호화폐를 공매로 처분할 경우 정부가 이를 재화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탐사기획부안동환 부장, 박재홍·송수연 고혜지·이태권 기자
  • “벤츠 살 수 있다던데요” 열일곱, 채굴꾼이 됐다

    “벤츠 살 수 있다던데요” 열일곱, 채굴꾼이 됐다

    “한국에선 지금 거래가 안 되지만 중국에선 제가 모은 코인으로 벤츠랑 아이폰을 산 사람도 많다던데요.” 서울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최모(18)양은 매일 밤 스마트폰에 설치한 암호화폐 채굴 프로그램을 작동한 후 잠자리에 든다. “제2의 비트코인이 될 대박 코인”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최양이 지난 4월 말부터 채굴로 모은 P코인은 18일 기준 총 173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어 하루 한 번 버튼을 눌러야 24시간 연속 채굴되기 때문에 최양은 알람까지 맞춰 놓고 프로그램을 실행한다.서울신문 탐사기획부 취재 결과 스마트폰이나 학교 컴퓨터실 PC 등에 코인 채굴 프로그램을 설치해 친구나 선후배들에게 “추천인으로 입력해 달라”고 요구하는 중고교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충북 청주에 사는 정모(17)군은 “채굴 속도를 높이려면 추천인을 등록하도록 프로그램돼 있다”며 “한 명씩 등록할 때마다 채굴 속도가 20%씩 빨라지고 5명이면 100%로 두 배가 된다. 친구들에게 무자본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적극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양 역시 “처음에는 용돈이 부족해 채굴을 시작했지만 코인 모으는 재미로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인 등록을 요구한다”고 했다. 아직 상장한 국가는 없지만 P코인을 채굴하는 학생들은 큰돈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최양은 “지금은 P코인 1개의 가치가 1달러 정도이지만 상장되면 비트코인 못지않을 것”이라고 했다. 충남 당진에 사는 김모(17)양은 “매일 꾸준히 모아 성인이 된 후 현금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을 코인의 세계로 끌어들인 건 다름아닌 코인 발행사들이다. 업체들은 ‘학생들의 용돈 벌이가 된다. 누구나 코인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자극적인 홍보 문구를 앞세워 미성년자들을 채굴 앱의 회원으로 모집해 왔다. 대표적인 코인이 지난해 중고생들을 채굴 경쟁에 내몰았던 ‘B코인’이다. 이 코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만 연동하면 스마트폰이나 PC만으로 초기비용 없이 채굴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학생들은 집, 학교 등 주변 사람들의 스마트폰과 PC로 채굴량 높이기에 열중했다. 뿐만 아니라 피라미드 구조로 지급되는 추천 수당도 학생들을 현혹하기에 충분했다. B코인 홍보 자료에 따르면 가입자 한 명당 가중치는 0.5점, 한 단계를 건너뛴 간접 추천에도 0.25점을 준다. 업체는 점수에 따라 채굴 효용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보안전문업체 ‘S2W랩’ 김승회 연구원은 “다단계 구조 등 비즈니스 모델 자체부터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B코인은 지난해 3월 중소 거래소 3곳에 상장했다가 2개월 만에 자진 상장 폐지했다. B코인은 신규 코인으로 교환이 불가능해진 후 업계 은어로 이른바 ‘데이터 쪼가리’로 전락했다. B코인 관계자는 “1년 전부터 채굴 서비스가 종료됐고 가중치도 없어진 지 오래”라면서 “다른 사업을 개발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성행하고 있는 채굴 프로그램 방식의 P코인도 B코인과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 같은 코인들은 학생들 간의 ‘상납 구조’를 만든다. ‘물건이나 돈을 뺏는 게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동급생이나 후배들에게 코인을 강압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신분이어서 공식적으로 코인 거래가 불가능하지만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P2P(개인 간 개인) 장외 거래로 주고받는다. 포털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진들이 추천인 코드를 입력하라고 귀찮게 한다”는 호소글이 최근까지 게시됐다. 한 암호화폐 홍보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코인을 빼앗거나 상납받아 술과 담배를 사는 데 쓴다는 얘기도 많다”고 전했다. 미성년자들의 코인 거래는 위험도가 높다. 채굴의 과몰입뿐 아니라 학교폭력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일선 학교나 교육당국은 이 같은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주석 서울시교육청 민주생활시민과 장학사는 “코인 갈취나 상납 등과 관련된 신고 내용은 없다”며 “이 같은 상황들이 적발된다면 학교폭력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고교생들은 암호화폐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희망도 나타냈다. 김양은 “어른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멋모르고 뛰어들어 코인에 중독되는 것보다 차라리 코인이 어떤 것인지, 유의할 게 무엇인지 학교에서 가르쳐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 탐사기획부안동환 부장, 박재홍·송수연 고혜지·이태권 기자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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