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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삼성그룹 ③-삼성전자를 이끄는 CEO들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삼성그룹 ③-삼성전자를 이끄는 CEO들

    삼성전자의 지난 2004년 연간 매출은 57조 6324억원, 영업이익 12조 169억원, 순이익은 10조 7867억원으로(103억달러)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순수 제조업체로는 도요타에 이어 두번째다. 일본의 요미우리(讀賣)신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은 삼성전자의 실적을 경제면 머리기사와 사설 등으로 취급하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전자의 지난해 이익은 마쓰시타(松下)전기, 히타치(日立),NEC, 도시바(東芝), 후지쓰(富士通), 미쓰비시(三菱), 오키(沖)전기 등 일본 10대 메이커의 지난해 순이익 합계 5370억엔(약 5조 3700억원)의 2배에 달하는 것이었다. ●이병철 회장,37년전 “전자사업하겠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고속 성장은 69년 전자업계의 후발주자로 출발할 당시 ‘중복투자’ 등의 비난에 휘말렸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고 이병철 회장은 68년 사돈인 고 구인회 LG회장(이 회장의 차녀 숙희씨가 구 회장의 삼남 자학씨의 부인)과 안양골프장에서 라운딩 도중 전자사업 진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68년 12월30일 창립 발기인은 조우동 동방생명 사장, 손영기(이병철 회장 장남 맹희씨의 장인)안국화재 사장, 이병철 회장, 정상희(이병철 회장 5녀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시아버지)씨, 이맹희(당시 삼성물산 부사장)씨, 김재명(삼성 창업공신으로 이후 동서식품을 설립, 당시 제일제당 사장)씨, 정수창(당시 삼성물산 사장)씨였다. ●윤종용 부회장,“초밥이든 휴대전화든 속도가 생명” 삼성전자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삼성전자의 주요 경영진들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 96년말부터 9년째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윤종용(61) 부회장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그동안 숱한 상을 받았던 윤 부회장은 올 초에도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최고경영자상을 받았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2004년에 이어 두번째 선정(Repeat Perfomer)으로 조 후지 도요타 사장, 스티브 잡스 애플컴퓨터 사장, 카를로스 곤 니산 회장 등이 윤 부회장과 함께 연속 선정됐다. 경북 영천 출신으로 경북사대부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66년 삼성에 입사했다. 윤 부회장은 상무시절인 80년대 중반 잠시 네덜란드 필립스 본사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지만 이건희 회장의 부름을 받고 88년 삼성으로 돌아왔다.VCR와 DVD를 더해 빅 히트를 친 ‘콤보’제품을 탄생시킨 주역이다. 윤 부회장은 오늘날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반도체나, 휴대전화 등을 한번도 맡아본 적 없고 가전부문에서 잔뼈가 굵었다. 스스로도 “나는 비전문가요 ‘사이비’”라고 털어놓은 적도 있다. 하지만 98년 7월 한달에만 무려 1700억원의 적자를 냈던 삼성전자를 오늘날 10조원대 이익을 내는 회사로 만든 데 윤 부회장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윤 부회장은 컬러TV의 재고를 줄이기 위해 수없이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던 삼성전자의 고질적인 문제를 과감히 혁파했다.97년말 8조 7000억원에 달하던 재고와 채권을 99년말 5조 2000억원으로 40%나 줄인 것이다.97년 국내 5만 8000명, 해외 2만 5000명이었던 인력은 각각 30%(1만 7400명),40%(1만명)나 회사를 떠나야 했다.120개가 넘는 사업과 제품을 매각하거나, 철수, 분사, 합작했다. 그래서 ‘진정한 혁신가’,‘기술 마법사’ 등 그에게 따라다니는 수많은 별명 가운데서도 ‘구조조정의 달인’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주총회때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참여연대 관계자들에게 “당신 주식 몇 주나 가졌어? 나도 주주야.”라며 호통을 칠 정도로 솔직하고 거침없는 화법으로 유명하다. 강한 경상도 사투리 억양까지 겹쳐 투박하게 들리지만 간결하다. 윤 부회장을 대표하는 경영 키워드는 ‘스피드’인데 그는 “초밥이든 휴대전화든 모든 부패하기 쉬운 것은 속도가 생명이다.”는 말로 핵심을 잘 설명한다. 스피드에 대한 윤 부회장의 애착은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도 남이 건너간 뒤에야 건넌다.”던 이병철 회장과 달리 “돌다리가 아니라 흙다리라도 있으면 건넌다.”는 지론에서 잘 드러난다. 윤 부회장은 “우리는 지금 초일류로 가느냐, 추락하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직원들을 다그치는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위기’를 강조한다.1993년 3월 이건희 회장의 제2창업 5주년 기념식사인 “21세기를 앞두고 남은 7년은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살아남느냐 주저앉고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결단의 순간이 될 것이다.”란 말에서 모티브를 빌려 왔다. 이 회장의 ‘선문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는 윤 부회장다운 벤치마킹이다. 아들 태영(31)씨는 탤런트로 활동 중이다. ●황창규 사장, ‘황의 법칙’은 계속된다 경북 월성 출생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마친 이윤우(59) 부회장은 기흥공장장으로 일하던 80년대 중반 일본업체의 덤핑공세와 반도체 경기침체기에도 과감하게 256KD램과 1메가D램 양산 체제를 갖춰 삼성반도체의 신화를 이뤄냈다.68년 삼성전관(삼성SDI)으로 입사했다가 76년 삼성반도체 생산과장으로 반도체와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황창규 사장에게 반도체총괄사장 자리를 물려주고 신설된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올해 인사에서는 삼성전자 기술총괄(CTO)을 맡았다. 삼성 기술의 총아인 삼성종합기술원도 관장한다. 최형인(56) 한양대 연극영화과 교수가 부인이다. 황창규(52) 반도체총괄 사장은 아직 50대 초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삼성전자 대표 사장으로 거론된다. 황 사장이 총괄사장을 맡은 지난해 삼성반도체는 매출 18조 2200억원, 영업이익 7조 4800억원으로 41%라는 기록적인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삼성전자 전체 이익의 62%가 반도체의 몫이었다. 16메가D램 개발팀장을 맡았고 세계최초로 256메가D램 개발에 성공하는 등 탁월한 연구개발 능력에 언변까지 화려하다. 엔지니어 출신 사장들이 커뮤니케이션에 약한 것과 대조된다. 딱딱한 주제인 반도체로 강연을 하면서도 5분 간격으로 수강생들의 웃음보를 터뜨릴 정도로 센스가 좋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마찬가지로 핵심을 정리하는 브리핑 능력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2001년 당시 난드플래시의 강자였던 도시바가 전략적 제휴를 제의해 온 것에 대해 그룹의 의견이 반반으로 갈리자 이건희 회장에게 반대 논리를 펼쳐 결국 제휴를 무마시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난드플래시 세계 점유율 65%로 독보적인 1위를 달렸다. 부산 출생으로 부산고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반도체의 집적도는 1년반 만에 2배로 증가한다.”는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의 법칙을 깬 ‘황의 법칙’(반도체의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증가한다)으로도 유명하다. ●이기태 사장, 승부욕이 휴대전화 성공신화로 이기태(57)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세계에서 가장 감각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삼성 휴대전화를 책임지는 사령관답지 않게 ‘불도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휴대전화를 벽에 집어 던져 삼성 제품의 튼튼함을 확인시키는 것으로 해외 바이어와의 협상을 시작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95년 3월 구미사업장에서 벌어진 무선전화, 팩시밀리 등 15만대의 ‘불량제품 화형식’을 지켜보면서 다져진 오기 덕분이다. 대전 출생으로 보문고와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73년 삼성전자 라디오과에 입사한 뒤 줄곧 제조쪽에서 일하다가 90년 화상무선기기사업부로 옮기면서 휴대전화와 인연을 맺었다. 승부욕 강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며 사표도 두어차례 냈지만 이건희 회장의 돈독한 신임을 받고 있다. 선비 같은 용모의 최지성(54)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은 강원도 삼척 태생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거쳐 77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85∼91년 반도체 구주법인장을 지냈는데 당시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던 삼성반도체를 ‘007가방’에 가득 싣고 험한 알프스 산맥을 자가 운전으로 넘어 다니며 애걸하다시피 영업을 했다고 한다. 삼성전자 사장단 가운데 유일하게 비서실에서 2차례(81∼85년,93∼94년) 근무해 시야가 넓은 편이다. 이상완(55) LCD총괄 사장은 서울고와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마치고 76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반도체분야에서 생산기술·마케팅 등을 담당하다가 93년 걸음마를 뗀 LCD사업을 맡았다. 초창기 아직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던 삼성 LCD를 팔기 위해 도시바, 소니, 미쓰비시 등 일본업체들을 일일이 직접 만나는 등 개발부터 판매, 품질까지 책임진 ‘톱 세일즈’로 유명하다. 천안공장, 세계 최대 LCD단지인 충남 아산 탕정공장 준공 등으로 LCD사업을 삼성전자의 ‘수종사업’으로 키워 놓았다. 경쟁사 대표의 ‘배신자’라는 비난에 유난히 속상해 하는 등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상운(53) ㈜효성 사장이 친동생이다. 지난해 윤종용 부회장이 직접 맡았던 생활가전총괄 사장으로 최근 부임한 이현봉(56) 사장은 경남 함안출생으로 진주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마치고 76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상현 전 삼성전자 중국본사 사장, 제진훈 제일모직 사장, 박양규 삼성네트웍스 사장의 진주고 1년 후배다. 인사부장, 인사팀장 등 주로 인사부문에서 일한 때문인지 중앙인사위원회 자문위원, 중앙노동위원회 사용자 위원 등 외부활동이 많았다.2001년부터 2년간 국내영업사업부장을 맡으며 까다롭기로 유명한 내수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왔다. ●최도석 사장, ‘안방살림’ 꼼꼼히 챙겨 인사, 재무, 기획, 홍보 등 스태프 기능을 총괄하는 최도석(56) 경영총괄 사장(CFO)은 마산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마치고 75년 삼성 재무인력의 양성소인 제일모직 경리과로 입사했다. 이학수 부회장이 당시 관리본부장이었다.80년 삼성전자로 옮긴 뒤에도 줄곧 경리·관리·재경·경영지원 등 ‘안방살림’을 도맡아 왔다. 삼성 사장단 가운데 가장 술이 셀 정도로 화통한 스타일이지만 연 매출 70조원(연결기준)이 넘는 회사의 재무를 총괄하고 있는 만큼 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꼼꼼한 편이다. 삼성은 전자-SDI-전기-코닝-코닝정밀유리-테크윈으로 이어지는 ‘전자소그룹’을 유지하고 있다. 전자소그룹의 지난해 본사 매출(코닝·코닝정밀유리는 2003년)은 무려 69조 8897억원, 순이익은 11조 9618억원원에 달했다. 전자를 제외하고 가장 중량감 있는 CEO는 삼성SDI 김순택(56) 사장이다. 72년 그룹 공채로 입사해 제일합섬 소속으로 회장 비서실에서 주로 일했다.92∼94년 삼성전관 기획관리본부장을 지낸 인연으로 96년말 비서실을 떠나 삼성전관에 둥지를 틀었다.2000년부터 5년째 삼성SDI 대표이사를 맡으며 사업구조를 브라운관에서 PDP,OLED,2차전지, 모바일LCD 등으로 바꿔놓았다. ●김순택 사장, 작년 해외출장 거리만 27만㎞ 무슨일이 있어도 신입사원 교육에는 빠지지 않는 데다 신입사원이 부서에 배치된 후에는 직접 이메일을 보내 안부를 묻는다.“기업의 가장 위대한 자산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매년 110일 이상을 현장에서 보낸다. 중국, 말레이시아, 독일, 헝가리, 멕시코, 브라질의 10개 공장을 방문한 지난해 해외 출장거리가 27만㎞에 달했다. 삼성전기 강호문(55) 사장은 경기 부천 출생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이석재(57) 삼성코닝정밀유리 사장이 전기공학과 68학번 동기다. 황창규 사장은 72학번, 권오현 사장(시스템LSI사업부장)은 71학번이다. 첫 사회생활은 금성전선에서 출발했지만 곧바로 삼성전자로 옮겨와 반도체, 컴퓨터, 네트워크 등을 담당했다.2002년부터 삼성전기 사장을 맡으며 삼성전기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큰 키(180㎝)에 미소가 인상적이다. 성균관대 예술학부장인 임학선(55) 교수가 부인이다. 브라운관 유리를 생산하는 삼성코닝은 충북 보은 출생으로 용산고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송용로(60)사장이, 세계 최대 LCD유리기판 업체인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이석재 사장이 맡고 있다. 디지털카메라와 항공기 엔진 등을 담당하는 삼성테크윈은 삼성물산·영상사업단·삼성생명 대표를 역임한 이중구(59) 사장이 책임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IT축’인 삼성SDS 김인(56) 사장은 경남 창녕, 대구고와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그룹 비서실 인사팀장, 호텔신라 총지배인 등을 역임했다. 네트워크, 인터넷전화·국제전화 등을 영위하는 삼성네트워크 박양규(57) 사장은 삼성SDS, 삼성자동차의 설립 작업에 관여했다. ukelvin@seoul.co.kr ■ 삼성반도체 ‘30년 비화’ 삼성은 지난해 12월6일 반도체사업 30주년 기념식을 갖고 2010년까지 25조원을 투자해 누적매출 200조원, 신규 일자리 1만개를 창출키로 했다.12월6일은 이건희 회장이 1974년 사비를 들여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인수한 날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한국경제를 먹여 살린다는 평을 받는 반도체지만 출발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본지가 입수한 1992년 삼성그룹 비서실의 보고서 ‘삼성의 반도체 사업’에 따르면 사업 초기 삼성은 기술확보에 애를 먹다 해외업체에 지분을 양보하고서라도 기술을 도입하려 했었다. 이 보고서는 91년 4월 반도체 사업의 어제와 오늘, 문제점 등을 파악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의해 작성됐다. 삼성반도체의 시련은 고 이병철 회장이 일본 NEC의 고바야시 사장을 초빙, 기술지원을 요청했지만 76년 방한한 NEC 엔지니어들이 기술이전을 기피하면서 시작됐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 등으로 반도체가 적자를 면치 못하자 이번에는 이건희(당시 부회장)회장이 미 페어차일드 본사를 수차례 직접 방문, 기술이전을 요청했고 마침내 승낙을 받아냈다. 페어차일드의 요구조건은 삼성반도체 지분의 30%를 내놓으라는 것. 이 회장은 지분을 양보하더라도 기술 이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협상을 위해 미국에 파견된 이모 상무 등 실무진은 “삼성의 기술수준으로는 신기술(당시 페어차일드는 64KD램 개발에 성공)에 도전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 기술도입이 좌절됐다.79년 더 이상 반도체사업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병철 회장은 당시 가전·TV생산담당이었던 김광호(이후 삼성전자 회장을 역임)이사를 반도체로 보내 사업정상화 특명을 내렸다. 당시 강진구 반도체사장은 직원들에게 김 이사를 소개하면서 “만약 김 이사로도 삼성반도체를 살리지 못한다면 더 이상 반도체사업을 계속할 수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강진구 회장은 삼성전자 사장(73∼82년), 삼성전자 회장(88∼92년,93∼98년)은 물론 한국반도체 사장(75∼79년), 삼성반도체통신 사장(81∼88년), 삼성GTE통신 사장(77∼80년) 등을 역임하며 오늘날 삼성전자가 있기까지 많은 공헌을 했다. 김 이사는 대방동과 부천으로 나눠졌던 공장을 부천으로 통합하고 80년말 삼성반도체를 삼성전자에 인수합병시키는 한편 홍콩 시계칩 시장을 집중공략, 전세계 시계칩 시장의 50%를 차지하던 홍콩 시장 점유율을 60%로 끌어 올리며 흑자회사로 변신시켰다. 82년 2월8일 유명한 ‘도쿄선언’으로 반도체 사업 본격화를 선언한 이병철 회장은 부천공장을 대체할 대규모 반도체공장 부지를 물색했는데 후보지로 수원, 신갈저수지 부근, 관악골프장 부근, 판교 부근, 기흥이 선정됐다. 국내외 지질·수질 전문가들과 이 회장이 직접 헬기를 타고 조사한 끝에 12월18일 기흥지역이 최종 낙점됐다. 하지만 당시 기흥은 절대농지에다 산림보존지역으로 공장 설립이 불가능했다. 이에 이 회장과 내무부장관을 역임했던 최치환 반도체부문 사장 등이 정부를 끈질기게 설득,1차로 10만평에 대한 허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수도권 공장 억제 정책과 땅값 문제 등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고민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金의원 ‘합당 고리’ 부담감

    21일 정치권은 느닷없는 ‘민주당 김효석 의원의 교육부총리 입각설’이 퍼지면서 크게 술렁였다. 김 의원은 여당이 아니라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을 노린 노무현 대통령의 ‘절묘한 카드’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즉각적으로 일었다. 결국 김 의원이 노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거절의 뜻을 밝힘으로써 일단 상황은 종료됐지만 여진은 간단히 사그라질 것 같지 않다. 부총리란 직위는 쉽게 사양하기 어려울 정도로 탐나는 자리임이 분명하다. 정치인이라면 더더욱 욕심이 나는 자리다. 그럼에도 김 의원이 고사한 것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작업이 그만큼 어려운 과제임을 반영한다. 동시에 합당문제가 앞으로도 계속될 미완의 화두라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김 의원 스스로도 만찬 후 기자에게 이런 정황을 내비쳤다. 김 의원은 “교육부총리직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고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거절했다.”면서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의 상황도 반영하긴 했다. 이런 결정이 민주당에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당내 기류가 김 의원의 입각에 부정적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만하다. 실제 이날 오전 민주당측의 공식 반응은 격앙이었다. 유종필 대변인은 “김효석 내정설이 사실이라면 이는 민주당 파괴공작에 나선 것으로 강력히 규탄해야 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김 의원에 대해서도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탐나 가실 분은 아니라고 본다.”며 극단적인 비유로 입각 차단을 시도했다. 유 대변인은 나아가 “2월3일 전당대회에서 합당반대 결의문을 채택하기로 했다.”고 배수진을 쳤다. 유 대변인이 아니더라도 당내 ‘최대 주주’인 한화갑 전 대표부터가 가장 완강한 통합 반대론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 의원이 입각을 결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당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입각을 강행할 경우 자칫하면 ‘배신자’란 소리를 들으면서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노 대통령의 파격 제의로 김 의원은 물론 민주당도 적잖이 흔들린 것은 사실이다. 장전형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화해의 절차가 아니겠느냐.”면서 “마치 초등학생이 고차방정식을 받아둔 상황인 것 같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김 의원 자신도 노 대통령을 직접 찾아 정중히 사양하는 모양새로 예의를 갖췄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민주당에 입각 제의를 함으로써 호남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에 한번 더 구애의 ‘적금’을 든 셈이 됐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야당에 입각을 제의하는 파격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심기가 적잖이 흔들렸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김 의원과의 만찬에서 노 대통령은 “내가 전에 ‘교육은 산업이다. 외부 경영자가 들어와서 경영 마인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바로 김 의원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고 했다고 김 의원이 전했다. 김상연 김준석기자 carlos@seoul.co.kr
  • 제2자유로 노선확정 제자리걸음

    제2자유로 노선확정 제자리걸음

    ‘제2자유로’는 어디로 가나. 오는 2008년 이후 50만명이 입주할 예정인 파주 운정·교하신도시와 고양 한국국제전시장(KINTEX), 일산신도시 등 경기 서북부의 급증하는 교통수요를 충당할 제2자유로 노선을 둘러싼 시비가 점입가경이다. 교통대란을 피하기 위해 주어진 노선확정 데드라인이 불과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주민들은 주택공사가 마련한 설계노선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고 환경단체는 아예 ‘백지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로선 제2자유로 운정연결도로를 기존 자유로에 붙여 병행건설하자는 주민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도로개설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권 등 ‘칼자루’를 쥔 고양시가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공이 제시한 설계노선도 국토연구원·교통개발연구원 등 4개 전문 국책연구기관의 검토를 거친 것이어서 결코 만만치 않다. ●운정연결도로가 문제 노선갈등을 빚고 있는 구간은 제2자유로 본선(서울 상암동∼고양 대화IC간 18㎞,6차로)에 연결되는 ‘제2자유로 운정 연결도로’. 주공은 당초 이 연결도로를 대화IC∼대화·송포동∼운정지구를 남북으로 잇는 4.9㎞(6차로)의 자동차전용 도로로 계획했다. 주공은 운정지구와 서울을 일산신도시를 피해 최단거리로 직접 연결, 기존 자유로를 보완하는 또 하나의 광역교통축을 세운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지난해 8월6일에 열린 노선확정을 위한 공청회는 주민들이 주공 안을 거부, 단상을 점거하는 등 반발해 무산됐다. 주민들은 대책위원회(위원장 김인)를 결성, 현장을 답사하고 나름대로 교통 및 환경전문가 등의 자문을 거쳐 노선 변경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주공 노선이 현재 자연부락 200여가구가 거주하는 법곶마을은 물론 아파트 4200여가구가 입주한 대화마을과 800여가구가 이미 입주했고 내년 연말까지 5500여가구가 추가로 입주할 가좌지구를 인접해 지나가고, 특히 대화마을 LG·한라아파트에선 불과 200m 이내로 근접해 소음·분진·매연 등 직접적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가좌와 법곶마을을 대화지구와 분리시켜 한국국제전시장과 연계해 이뤄질 지역발전을 가로막고, 절대농지의 방대한 훼손 등 환경피해를 유발한다는 주장이다. ●고양시는 주민안을 지지 주민들은 대신 제2자유로 대화IC부터 자유로를 확장, 계획중인 김포∼관산간 도로에 연결하는 안을 제시했다. 기존 자유로 여유 노반을 활용하면 10차선 도로 개설이 가능해 예산이 절감되고 주민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토지이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양시의회는 지난해 10월22일 주민 제시안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고양시도 이 노선을 주공에 조만간 공식요구키로 입장을 정하고 마지막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밟고 있다. 고양시는 이 노선을 개설하는 한편 당초 주공 노선을 일부 변경해 대화·법곶마을에서 1㎞ 이상 떨어져 운정지구에 이르는 4차선 시가화도로의 개설도 함께 주공에 요구할 방침이다. 기존 자유로와 병행하는 제2자유로만으로는 일산신도시 등 시가지를 다양하게 잇는 연결로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자칫 파주 주민들을 위해 땅만 내주고 실익은 없는 결과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주공 및 환경단체의 반박논리 주공은 현재 고양시나 주민이 주장하는 노선은 광역교통 체계로 계획된 제2자유로의 기능과 효율성을 원천적으로 부정한다는 주장이다. 또 기존 자유로에 붙일 경우 연장이 5㎞ 늘어나고, 대화·송포배수펌프장, 이산포하수처리장 등 이설이 불가능한 기존 자유로변 시설 때문에 2.5㎞를 고가로 시설해야 하며 이 경우 기술적 난점과 함께 막대한 공사비를 추가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설계노선에 소음·매연 등의 피해가 있다면 주거지역엔 방음벽 등 피해최소화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주민안이나 고양시가 추가로 요구한 시가화 도로 대신 자신들의 당초안이나 그에 근접한 대안만을 상정하고 있는 입장이다. 주공 파주신도시사업단 정일화 차장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고 해서 도로의 기본적 성격이나 기능이 무시되고 왜곡되면 안될 것”이라며 2년여 동안 진행한 사업만 지연되고 결국 지하화를 관철하지 못한 경의선 일산구간 전철이나, 원래 노선으로 돌아간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제2자유로와 운정 연결도로의 전체 사업비는 1조 5000억원. 그중 제2자유로 본선의 사업비는 1조 2000억원으로 알려져 연결도로 사업비의 대략적 규모는 3000억원선으로 추정된다. 주민안이 채택돼 고가도로를 건설할 경우 한강에 놓이는 전장 2㎞ 규모 교량공사가 2000억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추가 공사비는 2500억원대로 당초의 배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제2자유로 연결도로의 수혜자인 파주시는 주공안이든 주민안이든 조속한 결정을 희망한다. 단 자동차전용 고속화도로가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양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10월7일 제2자유로 건설을 백지화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성명서는 제2자유로가 이산화탄소를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하는 교통정책에 배치되고, 자유로변 한강하구의 철새도래지 등 자연생태와 환경을 파괴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서울쪽의 도로가 과포화 상태여서 교통체증을 크게 해소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경전철 같은 대안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노선조정위서 확정을” 주공은 경기도와 고양·파주시, 경기도의회, 환경·도로교통 관련 전문가와 주택공사 등 관계자로 구성된 ‘노선조정위원회’에서 노선을 조속히 확정해 주민 공청회를 다시 열어줄 것을 바라고 있다. 경기도 제2청도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조정위원회의 결정에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고양시와 주민들은 주공이 주민과 고양시의 대안 노선을 수용하고, 이를 노선조정위를 거쳐 주민 공청회에 내놓으라는 입장이다.‘갈길이 바쁜’ 와중에서 노선조정위원회의 위상과 관련한 기싸움도 막후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 제2자유로는? ‘자유로’는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북단∼파주시 문산읍 자유의 다리(임진각)를 잇는 길이 46.6㎞,8차로의 자동차전용 고속화 도로다. 일산신도시 조성과 맞물려 행주대교∼통일전망대간 1단계 29㎞가 지난 92년 8월 완공됐고,2단계 통일전망대∼임진각 구간 17.5㎞는 94년 9월 완공됐다. 일산신도시 등 고양·파주와 서울을 연결하는 경기서북부 주간선도로로 자리잡았으나 급증하는 교통량을 따라잡지 못했고, 파주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제2자유로’의 건설 필요성이 제기됐다. 남북한 교류확대와 교통량 증가 추이에 따라 추가 확장이 가능하도록 노반은 10차선으로 축조됐다. 제2자유로는 지난해 제2차 수도권광역교통 5개년계획 간선도로망에 포함됐고 오는 2008년까지 준공될 예정이다.1공구인 강매IC∼대화IC간 12.5㎞ 구간은 파주 운정지구사업시행자인 주공이 50%, 교하지구사업자인 토지공사가 27%, 한국국제전시장이 23%의 사업비를 분담해 건설한다.2공구인 강매IC∼상암동, 운정지구 연결도로는 주공이 모두 부담한다. 완공후엔 고양·파주 시경계를 기준으로 각각 시도(市道)가 돼 유지·관리비는 두 자치단체서 부담한다. 고양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안동환기자의 현장+] 서울 성동전력소 지하전력구를 가다

    [안동환기자의 현장+] 서울 성동전력소 지하전력구를 가다

    긴장감에 어느새 몸이 굳어진다. 알지 못하는 장소에 대한 두려움이 팽팽하게 목덜미를 잡아끄는 순간 “산소농도 20.8% 안전합니다.”라는 다부진 목소리가 들려 온다.“자, 가자.” 20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한국전력 성동전력소의 송전용 지하터널 입구.‘허가자 외 출입금지’라고 쓴 푯말이 걸려 있는 철문을 열고 가파른 철제 계단을 조심스레 40m쯤 내려갔다. 지중(地中)전기원 장지원(35)씨와 김동국(38)씨가 산소 농도를 측정한다.18% 이하면 작업은 불가능하다. 마장동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미금까지 16.7㎞에 걸쳐 뻗어 있는 지하 전력구. 지상세계의 어지러운 소음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의 심연 속에 잠긴 듯하다.‘성동∼미금’구간은 단일 전력구로는 서울에서 가장 길다. 일반인들에게는 존재 자체가 알려지지 않은 서울의 또 다른 지하세계이다. 대한(大寒)인 이날 지상세계는 영하 7.8도, 체감기온 영하 12.5도로 동장군이 활개를 치고 있지만 터널 안은 23도로 초여름이다. 스웨터를 입은 등에서는 어느새 땀이 배어 나왔다. 직경 3.5m의 원형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지하 회랑. 천장에는 1.5m 간격으로 형광등이 달려 있고 산소며 이산화탄소 센서와 화재 센서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양쪽 벽면에는 34만 5000V짜리를 비롯해 초고압 송전케이블 20여개가 자리잡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의 4분의1이 마비될 수도 있다. 지상세계의 찬란한 빛도 실상은 캄캄한 지하세계가 있어 존속하는 것이다. 입사동기라는 장씨와 김씨는 11년째 지하터널에서 일해온 베테랑 콤비. 이들의 임무는 고압 송전선로와 각종 구조물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 작업의 위험성 때문에 반드시 2인1조로 현장에 투입된다. 배낭 안에 든 장비는 이들의 생명줄. 소화기와 유독가스 속에서도 30분 동안 쓸 수 있는 5000㎖ 휴대용 산소통 2개, 산소탐지기와 전류측정기, 각종 공구와 표면온도계가 가득 들었다.660V의 전류를 막아주는 절연 장갑과 절연화도 필수품이다. 기자도 안전모와 절연 장비를 착용한 채 산소통을 들고 따라 나섰다. 34년째 터널 일을 해왔다는 소방석(55) 정비실장은 “터널에서 불이 나면 방화문이 자동으로 닫힌다.”고 설명했다.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처럼 터널 속을 전력질주해 방화문이 닫히기 전에 탈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터널은 지하철 노선과 비슷하다. 출발점인 성동부터 신답∼동대문여중∼전농로터리 등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걸려 있다. 장씨와 김씨는 40리가 넘는 지하터널의 환기구와 각종 시설, 노선을 머릿속에 완벽하게 꿰고 있다. 지하터널의 지리를 모르면 만일의 사고가 났을 때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터널의 바닥은 80㎝에 불과하다.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날 수 있다. 작업을 하며 이동하기 때문에 1㎞를 나아가는 데 1시간쯤 걸린다. 평균 작업거리는 1주일에 25㎞. 탁한 공기 속에서 마스크를 쓴 채 하루 4시간씩 일하는 이들에게 터널은 두려운 일터다. 터널 안에서 초고압 송전선의 절연이 파괴되면 폭발하고 만다.500m 밖 맨홀이 들썩일 정도의 위력이다. 이 때문에 여러 갈래의 송전선이 합쳐짐에 따라 저항이 커지는 합류 지점은 표면온도계로 꼼꼼히 발열을 확인한다.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하자 장씨는 “그런 상황은 생각하기도 끔찍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표지판이 ‘성동 기점 600m’를 가리키자 장씨는 활기찬 목소리로 “우리 머리 위로 청계천이 흐르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개 전력구는 지하철보다 10m 이상 아래에 만들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전동차 소리도 들린다. 300m를 더 전진하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터널 안 배수홈으로 맑은 지하수가 흐르는 것이다. 김씨가 전등을 비추며 수위를 확인한다. 벽면에 누수가 생기거나 지하수의 수위가 높아지면 초고압의 전류가 물줄기를 타고 지상으로 솟구칠 수도 있다. 지중전기원은 5분 대기조.24시간 가동되는 주제어시스템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한밤중에도 출동한다. 장시간 터널에서 작업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밥상’은 삼겹살.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하지 않으면 목이 개운찮은 기분이란다. 그래도 장씨는 “남들이 못하는 일을 우리가 하고, 남이 안 하니까 내가 한다는 자부심이 크다.”며 웃었다. 성동에서 1140m 떨어진 ‘동대문여중’.1시간30분 만에 다시 지상으로 오른다.10층 높이의 계단을 오르다 신선한 공기가 느껴지는 순간 햇살이 보이기 시작한다. 환기구를 열어 머리만 빠끔히 내미니 주위로 행인들이 지나고 도로에선 자동차가 달린다. 김씨의 바람은 조금 엉뚱하다.“제발 취객들이 환기구에 토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자기 집 대문에 묻은 오물이 기분 좋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성동전력소에는 9명의 지중 전기원들이 모두 40㎞에 이르는 터널과 도로 2∼3m 아래 묻힌 38㎞의 지상 관로를 책임지고 있다. 지도상에도 존재하지 않는 서울의 거대한 지하터널은 그들에게 어떤 존재일까.‘너를 지켜 오직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김현승 시인의 ‘플라타너스’)처럼 지중전기원으로 사는 인생의 또 다른 길이 아닐까. ■ 도움주신 곳 한국전력·서울전력구건설처·성동전력소 sunstory@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seoul.co.kr ■ 지하 전력구란 한국전력이 관리하는 ‘지하 전력구’는 ‘지하 공동구’와는 다르다. 지하 공동구가 통신·가스·수도·난방의 종합 운반로라면 전력구는 각 지역 변전소로 전력을 공급하는 단일 통로이다.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765∼154㎸의 초고압 전력이 간다. 송전철탑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보면 된다. 국내에서는 1974년 성동변전소가 처음 만들었다. 송전선로의 지중화에 따라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자연재해에 노출된 송전철탑도 사라지고 있다. 현재 지하 전력구는 총연장이 337.8㎞에 이른다. 서울에만 134.2㎞의 지하터널이 있다. 부산·인천·대전·제주 등에도 지하 전력구가 달린다. 전국의 지중전기원은 74명이다. 우리나라의 지중화율은 8.3%로 100%인 싱가포르나 11.9%인 일본보다는 낮지만 1.1%의 미국이나 3.0%의 프랑스보다는 높다. sunstory@seoul.co.kr
  • [행정법원 조정권고안 의미·향후절차] 권고안 관계없이 공사 계속될듯

    [행정법원 조정권고안 의미·향후절차] 권고안 관계없이 공사 계속될듯

    17일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사업에 대해 ‘일단 중지’를 권고함에 따라 85%(사업비 기준)가 진척된 방조제 공사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새만금 방조제는 전체구간 33㎞ 중 30.3㎞가 완공된 상태다. 나머지 2.7㎞는 올 연말 배수(排水)갑문 등 시설을 모두 지은 뒤 마지막으로 물막이를 하기 위해 남겨져 있다. 농림부는 이번 법원 조정권고안 수용여부와 관계없이 공사가 바로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정권고안 수용할 경우 농림부 관계자는 “남은 방조제 건설구간을 새만금사업의 용도측정 등을 실시할 민관위원회 구성 때까지 막지 말라고 법원이 주문했지만 이는 마지막 2.7㎞ 구간에만 해당하는 것”이라며 “신시배수갑문 건설, 기존 구조물 보강 등 당초 올 연말까지 진행키로 했던 공사는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사를 중단할 경우, 기존 구조물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등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정권고안 거부할 경우 법원판결로 가서 불리한 결과가 나온다 해도 공사 진행에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게 농림부 주장이다. 환경운동연합이 제기한 이번 행정소송의 내용이 ▲정부 조치계획 취소 ▲매립면허 무효확인 등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당장 공사계속 여부의 결정과는 무관하는 얘기다. 농림부 관계자는 “법률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대법원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공사를 진행하는 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농림부에 불리한 판결이 나올 경우, 환경단체 등의 여론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음달 4일 이번 조정권고안과 비슷한 내용의 1심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법원이 직권으로 공사 집행정지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새만금 사업이란 1991년 시작된 새만금사업은 전북 군산∼부안 앞바다에 33㎞의 거대한 방조제를 쌓아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이르는 1억 2000만평 규모의 농지와 담수호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목적은 ▲대규모 우량농지 및 수자원 확보 ▲배후농지(1만 2000㏊) 침수 방지 ▲관광 활성화 등이다. 지금까지 총 공사비 2조 514억원 가운데 1조 7483억원이 투입돼 2개 구간 2.7㎞를 뺀 모든 구간의 공사가 마무리된 상태다. 정부는 연내 기존 구조물에 대한 보강공사와 신시배수갑문 공사를 마치고 내년 초 나머지 2.7㎞ 구간의 물막이에 나서 연말까지 공사를 끝낼 계획이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새만금 용도 다시 정해 환경평가후 진행을”

    “새만금 용도 다시 정해 환경평가후 진행을”

    사업추진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던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 위원회를 구성해서 간척지의 용도와 개발범위를 다시 정하고 환경평가를 거친 뒤 사업을 진행하라는 조정권고안이 내려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강영호)는 17일 환경단체와 주민 등 3539명이 국무총리와 농림부장관을 상대로 낸 새만금 사업계획취소 청구소송에서 이같은 권고안을 냈다. 재판부는 또 위원회는 환경단체와 정부, 전라북도가 추천한 위원들로 국회나 대통령 산하에 구성하되 이 위원회가 논의를 끝낼 때까지 남은 방조제 2.7㎞를 막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농림부는 협의를 통해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힌 반면 환경단체 등은 법원의 조정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환영했다. 다음달 2일까지 정부와 환경단체가 이 권고안을 받아들이면 이 안은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원·피고 중 한쪽이라도 거부하면 다음달 4일 선고가 내려진다. 재판부는 “농림부는 간척지를 농업용지로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1991년 공사가 시작된 뒤 복합산업단지, 관광단지, 항구 등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해왔다.”면서 “용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운 새만금호 수질개선 계획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또 정부 계획은 해양 생태계 피해방지 대책이 미흡한 데다 갯벌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평가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쌓은 방조제를 허무는 것은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도 어렵고 기술·비용 측면에서도 합리적이지 않다며 다양한 수질개선 방안을 마련하거나 해수를 유통시켜 간척지를 줄이더라도 갯벌이 보전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논란을 막기 위해서는 ▲간척지 활용 용도 ▲수질관리 특별 규정 ▲예산확보 규정 ▲새만금 사업 모니터링 기구 신설 ▲정책결정 책임 조항 등을 담을 ‘새만금 사업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농림부 서병훈 농촌정책국장은 “이의신청 기일인 다음달 2일까지 관계기관의 심도있는 검토를 거쳐 정부의 최종 입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농림부가 권고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농림부 관계자는 “이번 권고안은 새만금사업을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면서 “특히 민관위원회 구성, 용도측정, 환경평가 등에 나설 경우,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고 반발했다. 또 “신시배수갑문 건설, 기존 구조물 보강 등 올해 예정돼 있던 공사도 일단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 정은주기자 windsea@seoul.co.kr
  • 토성 위성 ‘타이탄’ 메탄안개층에 싸여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토성의 최대 위성 타이탄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타이탄에 착륙한 유럽우주국(ESA)의 탐사선 호이겐스가 전송한 350여장의 사진과 대기 분석 자료를 연구한 ESA의 과학자들은 15일(현지시간) “타이탄의 표면에서 18∼20㎞ 위에는 메탄가스가 풍부한 짙은 안개층이 있으며 옅은 오렌지색을 띠고 있다.”고 밝혔다. 타이탄 표면 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존 자르네키 박사는 “표면은 어느 정도 균일한 밀도의 껍질 같은 것으로 뒤덮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젖은 모래 또는 진흙의 상태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표면을 구성하는 주성분은 탄화수소로 추정된다. 주먹만한 크기의 얼음 덩어리들이 표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고, 표면의 기온은 섭씨 영하 180도 정도다. 또 타이탄의 표면에서는 메탄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바다와 안개로 덮인 해안이 관찰됐다. 내륙지역에는 나무뿌리 모양의 개울들이 있는데 미국 애리조나대학의 마틴 토머스코 교수는 배수로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메탄·질소 등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타이탄 대기는 원시지구와 비슷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지구에서의 생명 탄생 과정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타이탄의 비밀을 완전히 푸는 데에는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토머스코 교수는 “우리는 아직 많은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호이겐스가 보내온 자료를 완전히 분석하는 데에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환경·생명] 멸종위기 고래 “SOS”

    [환경·생명] 멸종위기 고래 “SOS”

    아득히 먼 옛날, 고래의 모습을 더듬으려면 신화의 골짜기로 내려가야 한다.2500만년 전 물고기 형태로 출현한 사실은 화석연구로 밝혀져 있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엔 네발로 걷던 쥐나 개 정도 크기의 뭍짐승이었다고 한다. 사는 곳이 바다라는 점 말고는 자궁이 태아를 품고 새끼가 어미 젖을 빠는 등 인간을 비롯한 포유동물과 모든 점에서 같은, 유일한 바다 생명체가 바로 고래다. 그 신비롭고 특이한 존재, 고래가 올해 긴박한 SOS 신호를 보내오고 있다. ●밍크고래등 68종 절멸위기 적색목록에 오는 5월말부터 한달여 동안 울산에서는 제57차 국제포경위원회(IWC) 연례회의가 열린다.1986년부터 금지해 온 상업적 목적의 포경(捕鯨·고래잡이)을 부분적으로 허용할지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여 이를 둘러싼 논란도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이탈리아 소렌토에서 열린 총회에서 “상업포경을 재개하되 첫 5년간은 각국 200해리 수역 내로 한정한다.”는 의장 동의안이 상정됐지만 논란 끝에 부결됐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일본을 위시한 포경국가들이 “IWC 탈퇴도 불사하겠다.”며 배수진을 치면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고래의 종류는 84종 이상으로 추정될만큼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이 멸종위기에 처한 상태다. 귀신고래·브라이드고래·밍크고래 등 68종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절멸위기종 적색 목록에 올라있다. 야생동식물의 국제무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에서 모든 종류의 고래에 대한 거래를 제한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지난 19년 동안 IWC 스스로 결정한 상업포경 금지는 이런 국제사회의 압력과 고래자원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에서 비롯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노르웨이, 러시아 등 포경국들은 과학적 조사 목적을 내세워 해마다 남극해 등지에서 수백∼수천마리씩 잡아 공공연히 유통시켜 왔으며, 이젠 ‘상업포경 허용’까지 관철시키겠다는 데까지 이르게 됐다. 국내외 환경단체들의 움직임도 부산해졌다. 환경운동연합은 국제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손잡고 불법 포경 및 상업포경 재개 반대를 위한 국제적 캠페인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번 울산 총회가 고래 종(種)의 멸종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18일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제종길·이미경 의원 등과 공동으로 ‘고래보호위원회’ 발족 및 심포지엄 개최를 시작으로 3월엔 그린피스의 선박 한 척이 국내로 들어와 한반도 해안에서 시위를 벌인다. 환경연합 부설 시민환경연구소 최예용 기획실장은 “그린피스 선박의 국내 시위 및 캠페인은 1984년 우리 해역에서 반핵 투어를 벌인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라면서 “그만큼 이번 울산 총회를 주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 빼닮은 ‘우산종’… 반드시 보전을 고래의 활동과 생존 여부가 주목받아야 할 까닭은 여럿이다. 최예용 실장은 “지구역사 45억년 동안 나타난 가장 큰 동물로 장구한 세월을 생존해 온 고래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목”이라고 말한다. 인간 다음으로 높은 지능에다 임신 기간이 1년 안팎이고, 수명도 돌고래(25년)를 빼면 60년(향고래)∼100년(수염고래류)에 이른다. 여러 모로 인류와 빼닮았다는 점에서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 호소력이 없을 리 없다. 생태계 보전 차원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울산대학교 신만균 교수(생명과학부)는 “생물보전학적으로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이른바 우산종(umbrella species)이 보호되면 그 아래 종을 비롯한 생태계 전체가 건강해진다.”면서 “고래의 생존 여부는 해양생태계의 건강성을 가리키는 척도이기 때문에 보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상업포경의 재개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고래의 회유 경로나 서식 실태 등 개체수 회복과 위기에 몰린 고래종의 복원을 위한 과학적 제반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래를 해양개척 길잡이로 삼아야 물론 반대논리도 있다.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상업포경을 재개해야 바다 생태계가 살아난다고 주장해 왔는데,“밍크고래가 남극 생태계에서 크릴 새우를 먹는 최대의 소비자로 떠오르면서 대왕고래에게 돌아갈 먹이를 가로채고 있다.”는 것이다. 밍크고래를 잡아야 남극 생태계가 제대로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인데, 학계에서는 대체로 고개를 가로젓는 분위기다. 신 교수는 “종이나 아종(亞種), 개체군 등 남극 고래의 자원 수에 대한 추정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인데다, 먹이에 대한 문제도 일본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질만큼 확인된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고래는 어떻게 보면 위대한 모험가이자 불굴의 개척자다. 수천만년전 뭍을 떠나 바다로 향한 뒤 숱한 진화를 거치며 해양생태계의 꼭지점에 다다른 것이 그렇고, 빙하기 등 혹독한 기후변화를 이겨내며 면면히 생을 이어온 점이 이를 웅변하고도 남는다. 고래를 적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해양개척의 길잡이로 삼아야 할 이유가 아니겠는가.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수원에 시각장애인 축구장

    경기도 수원시에 시각장애인 전용축구장이 건립된다. 시는 14일 장애인들의 여가 및 체육활동 지원을 위해 3억 8000만원을 들여 영통구 원천동 나촌배수지 400평에 시각장애인 전용축구장을 건립키로 했다. 시각장애인 전용축구장은 서울 송파구에 이어 두번째다. 오는 11월 완공예정인 축구장은 가로 38m, 세로 18m의 국제규격으로 골대(길이 3m, 높이 2m)에는 선수들이 다치지 않도록 보호대가 설치되며, 경기장에는 300여석의 관람석이 조성된다. 또 필드 양쪽에는 높이 1m에 10도정도의 경사로 보호펜스가 설치된다. 시각 장애인 축구는 팀당 5명의 선수들이 경기를 벌인다. 선수들은 눈가리개를 하고 튀는 공이 아닌 굴러가는 공(무게 510∼540g)에 방울(소리추)을 넣어 소리를 듣고 공을 차는 방식이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클릭 세상속으로] ‘5년 모은 성금’ 모교 살렸다

    [클릭 세상속으로] ‘5년 모은 성금’ 모교 살렸다

    동문과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아 폐교를 되살려냈다. 지난 99년 9월1일자로 문 닫은 전남 장흥군 장동면 삼계리 옛 장동서초등학교(용곡분교)가 14일 동문과 지역민들이 학교를 다시 사들이면서 주민들의 쉼터로 태어난다.1939년 세워진 60년 전통의 학교다. 동문과 주민들은 지난 5년 동안 모은 1억 6007만원을 이날 장흥교육청에 완납하고 이전등기에 들어갔다. 총동문회장인 임영도(57·11회·장흥군 장평면 예비군중대장)씨는 “너무나 기뻐서 밤새 한 잠을 못잤다.”며 “그동안 여름이면 빈 운동장에 들러 잡초를 뽑고 배수로를 정비하면서 마음속으로 많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이 학교 동문들의 학교 사랑은 유별나다.1500여 주민들의 생활 중심지이고, 유일한 공공시설이자 안식처였기 때문이다. ●학교사들이기 모금운동 들불처럼 1회 졸업생인 임영득(70·전 재경동문회장)씨는 “학교를 만들 때 지역 주민들이 논과 밭을 희사했고, 직접 구슬땀을 흘렸다. 그래서 학교는 지역민들의 애환과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동문들은 5년전 폐교가 확정된 뒤 “폐교를 개인에게 팔아서는 안 된다.”는 탄원서를 교육인적자원부 등에 냈다. 이때부터 “지역 구심점을 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들불처럼 번졌고 ‘학교 사들이기 모금’이 시작됐다. 동문은 물론 소식을 듣고 학교 주변 주민들이 내 일처럼 도왔다. 이렇게 ‘학교구입 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모금에는 이 학교 1∼45회까지 서울과 장흥지역 등 전국에 사는 동문 2000여명이 참여했다. 또 지역에서는 마을 이장단과 부인회, 노인회, 장학회 등이 팔을 걷고 나섰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보탰다. 임 동문회장은 “1계좌에 5만원씩으로 했더니 2계좌 이상을 보내왔고 20계좌(100만원)를 낸 동문도 있었다. 이렇게 해서 모두 6000여만원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장흥군수도 5000여만원을 지역발전기금으로 지원해 학교 사들이기에 뜻을 같이했다. 동문들은 부족한 돈 5000여만원을 대출로 충당했다. ●골프연습장·게이트볼장으로 활용도 이번에 사들인 학교는 쉼터로 고쳐진다. 본건물 8칸과 화장실, 관사를 뜯어내고 사무실과 사랑방, 회의실 등으로 단장된다. 또 교정(2900평)과 주변 논밭(1500평) 등에는 잔디를 더 깔아 게이트볼장과 골프연습장으로 만든다. 마침 인근에서 철도공사를 하려던 대기업체가 폐교를 현장 사무실로 쓰게 해달라고 매달려 공짜 재건축을 조건으로 빌려주기로 했다.1년 임대료로 880만원씩 6∼7년 동안 받기로 해 대출금도 말끔하게 해결됐다. 이에 앞서 이 학교 동문들은 지금까지 27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추석 때마다 모교에서 친목 체육대회를 열고 있다. 동문 기수별 주관 아래 음식을 장만해 매년 250∼300여명이 모이는 지역 한마당 잔치로 자리잡았다. 장흥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길동 일자산에 대규모 자연공원

    서울 강동구 길동 산52 일대 일자산에 대규모 자연공원이 들어선다. 강동구는 10일 일자산 21만 5000여평에 초화류원과 실내체육관, 약수터, 생태관찰 코스 등 시민 휴게시설을 갖춰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사유지 3만 7000여평에 대한 보상절차를 거쳐 늦어도 내년 초 공사에 들어가 오는 2007년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사업비는 290억여원에 이른다. 일자산은 해발 150m로 높낮이가 없이 둔촌동과 하남시 서부동 사이를 남북으로 일자 모양으로 뻗어 있는 야산이다. 1971년 공원으로 지정됐으나 상단부 17만 7000여평이 하단부의 사유지로 둘러싸여 성곽 형태를 이루고 있다. 강동구는 하단부에는 자연경관을 최대한 살린 공원을 조성하고 상단부는 참나무류 등으로 수종을 바꿀 예정이다. 접근성이 좋고 경사도가 낮은 1만 5400여평의 방아다리 쪽에는 무분별하게 설치된 배드민턴장 8개를 철거하는 대신 실내 배드민턴경기장과 농구장, 테니스장을 포함한 운동·휴게시설과 유실수원, 잔디광장 등을 설치한다. 강동구는 또 하루 평균 5700여명이 이용하는 약수터 쪽 4620여평에 게이트볼장을, 건천(乾川)인 계곡에는 자생 식물들을 옮겨 심기로 했다. 5764평인 배수지구엔 쑥부쟁이, 산부추, 구절초 등 자생식물을 심어 자연학습장 역할을 하도록 할 방침이다. 신동우 구청장은 “맨발로 잔디와 모래·자갈을 밟는 맨발공원과 중앙광장에 인접한 곳에 경사지형을 이용한 인공폭포 등 특화된 경관과 아울러 시민들의 안식처로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이 인라인스케이트, 스케이트보드, 자전거 등을 탈 수있는 300여평규모의 X게임장 2곳도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씨줄날줄]L S T/이목희 논설위원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들자(From a sword,to a plow).” 뉴욕 유엔본부 건물 앞에는 무기를 버리고, 생산에 몰두하자는 취지의 조형물이 서 있다. 유엔 탄생 60년이 지났지만 인류의 궁극적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지구를 몇 번이나 파괴할 무기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칼을 없애기 힘들다면, 칼로 땅을 파서 곡식을 심으면 된다. 남아시아 지진해일 피해복구를 위한 군사력 동원은 무력이 평화롭게 쓰이는 모범이 될 수 있다. 이번 재앙에 미국이 항공모함 등 대규모 군대를 파견한 것을 필두로 영국 독일 프랑스 중국 호주 러시아 뉴질랜드 인도 일본 등이 앞다퉈 군함 및 수송기를 보내고 있다. 한국은 공군 C-130 수송기를 긴급 파견한 데 이어 오는 14일 4300t급 해군상륙함(LST) 향로봉함에 구호물품을 실어 보낼 예정이다. 향로봉함은 1998년 국내에서 건조됐다. 한번 급유로 1만 5000㎞를 항해하며 360명의 병력과 수륙양용전차, 트럭 등의 중장비를 수송할 수 있다. LST(Landing Ship Tank)는 2차대전 중이던 1941년 영국이 처음 개발했다. 하지만 대량으로 실용화한 것은 미국이다. 전차를 해변으로 실어나르는 것이 주목적이었으나 각종 차량, 인원, 물자를 먼거리로 수송하는 역할을 했다. 노르망디 및 인천상륙작전에서 진가를 발휘하면서 현대전의 주력 무기체계가 됐다. 영국은 배수량 2만t 이상의 오션급 상륙함을 근래 실전에 배치했다. 치누크급 대형헬기를 포함,20여대의 헬기를 탑재하고 해리어 수직이착륙기도 운용한다. 코만도(특수부대) 830명 등 탑승 정원이 1300여명에 이르러 사실상 경항공모함인 셈이다. 우리도 해병대 병력 700명, 헬기 10대, 고속상륙정 2척, 전차 및 상륙돌격용 장갑차를 실을 수 있는 대형상륙함(LPX·1만 3000t급)을 건조 중이다.2010년까지 2척이 취항하면 이지스함과 함께 ‘대양해군’ 시대를 열게 된다. 이라크에서처럼 무력을 사용하면 일시적 점령은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지인의 마음까지 움직이지는 못한다. 인도적 구호야말로 평화로운 영향력 확대의 지름길이다.LST 대원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정부는 수송기 및 병력의 추가파견을 검토해 보도록 하라.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이기준 교육부총리 사퇴] 靑 인사시스템 제대로 작동하나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임명 3일만에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이기준 교육부총리 소유의 수원 땅에 아들 동주씨 명의의 건물이 있다는 사실(1월7일자 11면 보도)을 청와대가 까마득히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측은 1·4 개각 과정에서 3일 동안 30명을 검증하면서 본인·배우자와 관련된 부분을 확인하는 데도 벅찼다고 한다. 박정규 청와대 민정수석은 7일 이기준 부총리 아들 명의의 부동산에 대해 “우리가 검증할 때는 본인과 배우자만 한다.”면서 “아들 부동산은 체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검증할 때는 (아들 부동산이)안 나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국가정보원장, 감사원장, 검찰총장 등의 국회 인사청문 대상의 후보는 직계가족과 출가한 가족까지 포함해 검증작업을 벌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본인 및 본인 생활영역과 직접 관련있는 사람에 국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4단계의 청와대 인사추천 시스템 청와대의 인사추천 시스템은 크게 추천과 검증으로 나뉜다. 과거 정권에서는 추천과 검증작업이 민정수석실에서 함께 이뤄졌지만 인사수석실이 신설된 참여정부 들어서는 추천은 인사수석실, 검증은 민정수석실에서 나눠 맡는다. 청와대는 지난해 참여정부 1주년을 맞아 보도자료를 통해 “추천과 검증을 분리하는 시스템 인사로 적임자·선발, 절차의 공정성과 정당성이 확보됐다.”면서 새로운 인사시스템이 정착돼 있다고 평가했다. 인사수석실은 1200여명의 정무직 인사 데이터베이스에서 자리에 맞는 후보자 리스트를 만든 뒤 3∼5배수로 압축해 인사추천위원회에 올린다. 김우식 비서실장이 위원장인 인사추천위원회에서는 토론을 벌여 후보를 2∼3배수로 압축한 뒤 민정수석실에서 검증작업을 거친다. 이어 비서실장은 노 대통령에게 2∼3배수의 후보자를 올려 대통령의 낙점을 받는 형식이다. 하지만 ‘이기준 파문’으로 참여정부 인사시스템의 실효성에 의문이 강하게 제기된다.‘이 부총리는 집 한 채밖에 없는 청빈한 분’이라던 청와대의 설명은 이 부총리가 서울에 아파트 두 채, 수원과 아산에 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무색해졌다. 아들 명의의 부동산은커녕 서울대 총장 시절에 등록했던 재산 관련 기초자료가 인사추천위에서 제대로 다뤄졌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민정수석실의 특수관계 노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의 대선자금 사건 변론을 맡았던 전해철 변호사가 지난해 5월부터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가운데 김진국 변호사가 법무비서관으로 내정됐다. 민정·법무·공직기강 등 민정수석실의 세 비서관 가운데 핵심 비서관 두 자리를 특정인의 변호인 출신이 맡게 된 것도 인사시스템의 문제를 노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종민 대변인은 “(그런 관계로 업무의)장애가 생기면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관계만으로 문제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서울시 인사 ‘숨통’

    서울시 인사에 곧 숨통이 트인다. 서울시는 6일 서기관(4급) 승진 예정자 62명에 대한 다면평가를 진행, 인사위원회를 거쳐 부이사관(3급·국장급) 승진자 12명을 가려낼 예정이라고 밝혔다.3급 승진자는 12명으로 행정직 7명, 기술직 5명이다. 인사위원회와 시장단 심사를 거쳐 이르면 다음주 안에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승진인사와 아울러 현재 공석이거나 공석예정인 환경국장, 청계천본부 복원사업단장 등의 전보 인사도 함께 이뤄진다. 대상자 평가에서는 하급자 심사위원회와 동급자 심사위원회, 상급자 심사위원회를 차례로 거치면서 합산한 점수를 감안해 승진자의 일정 배수를 인사위원회에 추천한다. 3급 승진인사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4급 승진인사가 이어진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그로테스크 멜랑콜리, 상실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식(천운영의 소설세계)/차미령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그로테스크 멜랑콜리, 상실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식(천운영의 소설세계)/차미령

    진실이 나를 절망으로 밀어 넣으려 한다면 나는 단호히 거부할 것이다. ―천운영,‘포옹’ 천운영 소설에 대한 보다 정확히 말해,‘바늘’이 출간되고 난 후 이 작가의 첫 소설집을 중심으로 한 지금까지의 논의는 ‘엽기성’,‘동물성’,‘야생성’,‘야수성’,‘육식성’,‘파괴성’,‘공격성’,‘관능성’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천운영 소설에 이르러 우리 문학은 “가부장적 질서를 난도질하는 육체적 질감을 지닌 현장(김양선,‘기이하고 낯선 가족과 여성이야기’)”을 갖게 되었다는 식의, 지난 연대의 여성 소설과 천운영 소설을 구획짓고자 하는 시도가 여러 평문에서 발견되는 것은 그러므로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불감증, 거식증, 불임, 도벽 등과 같은 히스테리적 징후로서만 즉, 부정으로서만 여성 소설의 위반성을 거론할 수 있었던 지난 연대와는 달리,“맹수의 이미지를 띤 여성인물들(황종연,‘탈승화의 리얼리즘’)”은 유례없이 “전복적이고 파괴적인(황도경,‘환상 속으로 탈주하라’)”힘을 독자들에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 작가의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신선한 살과 피를 원하는 이 짐승의 다음 먹잇감은 무엇이 될 것인가(남진우,‘늑대의 후예’)”쯤으로 표현되는 것이 지금은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육체적 질감”,“신선한 살과 피” 등의 앞서 인용한 비평적 수사에서 은연 중 드러나듯, 천운영 소설이 보여 주는 이러한 특징은 무엇보다 그 생생한 현장감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이제는 잘 알려진 ‘발로 쓰는’ 이 작가의 스타일이나 그로 인한 생동감 넘치는 디테일의 창출에도 불구하고, 천운영이 정작 공들여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 것은 그가 취재한 세계, 바로 그 곳으로부터 도출되지는 않는다. 아무리 직접 회를 뜨고, 야나기상의 문신을 보고, 소머리 가르는 접칼을 쥐어도, 작가의 시선은, 장어를 다루는 횟집 주방장의 손놀림에서 텅 빈 수족관 앞에 망연히 앉아 있는 그의 ‘아내’에게로, 남자의 육체에 수놓아진 화려한 거미 문신에서 문신사의 자살한 ‘어머니’에게로, 뼈와 살이 갈려진 소머리에서 우시장 노동자의 ‘할머니’와 ‘연인’에게로 이동한다. 한 세밀한 묘사가 담고 있는 내용이 작품의 전체적인 의미를 좌우하는 데까지 미치지는 못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 앞에서, 우리의 포커스 또한 이동할 때가 된 듯하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질문들;천운영 소설의 세밀한 묘사와 이에 기반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에 가려 미처 드러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저토록 야수적이고 공격적이며 파괴적인 인물들 내면에는 과연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가? 작가의 두 번째 창작집 ‘명랑’이 출간된 지금, 우리가 시도해야 할 작업은 엽기성과 파괴성의 이면 혹은, 공격성과 야수성의 연원을 추적해 들어가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그 그로테스크함으로 인해 앞서 언급한 비평적 키워드들의 시발점의 하나가 되었던 천운영 소설 인물들의 ‘몸’으로부터 출발해 보자.“감각적이고 물질적인 신체를 보여(심진경,‘아름다움과 추함을 가로지르는 섹슈얼리티의 모험과 위반’)”주면서 “몸의 해부학적 묘사라 할 만큼 유난히 신체에 대한 묘사에 집착(황도경, 앞의글)”한다고 평가받는 이 작가의 소설에서, 몸, 그것으로부터 다시 시작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주목하는 몸의 일부는 얼굴이 아니다. 바로 ‘등’이다. 우리 중 누군가 자신의 ‘등’의 진짜 모습을 본 사람이 있을까. 등은 인간의 육체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사람들은 대개 죽을 때까지 자신의 등의 실제 모습을 모르고 산다. 심지어 거울 앞에서도. 그 실재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것은 무의식의 세계를 은유하고 있으며, 나조차 알지 못하는 이면을 타자는 볼 수 있다는 인식은 불안과 공포의 근원으로 자리한다. 만약 자신의 등이 “굽은 등”이고, 자신이 “곱사등이”이라면, 그 불안과 공포는 피할 수 없는 것이 된다.‘포옹’의 ‘나(인경)’는 “평면만을 보여주는 거울의 기만성(1:213, 이하 괄호안의 표기는 수록소설집:페이지수)”을 충분히 알고 있다.“그렇게 화장을 하고 차려 입으니 너무 예쁘구나(1:213)”라는 거울 속 어머니의 말은 그러므로 거짓이라는 것도. 일찍이 멜라니 클라인이 말한 대로 거울의 드라마가 막을 내릴 때 더 이상 엄마의 일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아이의 고통은 원초적인 것에 육박하지만, 거울이 제공하는 이 기만적인 나르시시즘은 자기정체성을 구성해 내고, 거울을 통과한 후에야 아이는 자신을 3인칭으로 말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굽은 등을 보기를 두려워하는 인경은 여전히 엄마의 일부일 때에만 완전하다고 느낀다.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진실이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니, 그것이 진실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엄마 품에 안겨 거울 속 나를 바라보(1:213)”며, 자신의 뒷모습이 “백지”로 남기를 바란다. 진실이 절망을 가져다준다면 그 진실을 단호히 거부하는 것, 그것은 자신이 불완전하다고 믿는 그녀가 불우한 삶을 견뎌 내는 일종의 방법론이다. ‘포옹’에서 인경의 등은, 어머니를 제외한 그 누구도 손대기를 꺼려한다는 점에서는 나조차 어찌할 수조차 없는 내 안의 괴물―‘바늘’에서 곱추를 연상시키는 ‘나’의 등이나,‘숨’에서 육식동물을 연상시키는 할머니의 단단한 등뼈를 보라―이지만, 거꾸로 누군가의 손길을 간절히 요구한다는 점에서 소통을 불러오는 몸의 유일한 창구가 된다.“어느 누구도 자신의 등을 쓰다듬을 수는 없는 법이며, 타인만이 그 등을 쓰다듬고 보듬어 줄 수 있”(‘등뼈’)다는 소설 속의 한 전언은 천운영 소설에서 타인과의 소통이란 것은 곧 위무의 다른 말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자신은 볼 수조차 없지만 타자는 볼 수 있으며, 자신은 안아주고 보듬어 줄 수 없지만 타자는 안아주고 보듬어 줄 수 있기 때문에,“아내의 굽은 등”“할멈의 굽은 등”(‘행복 고물상’)에서 번져 나오는 고독감은 남편과 이웃에게 연민을 불러일으키고, 지친 이를 위로하는 가장 좋은 방편은 “등을 쓰다듬어 주는” 것(‘멍게 뒷맛’)이며, 위로받는 가장 좋은 방법 또한 “등을 내맡기는”(‘아버지의 엉덩이’) 것이다. 천운영 소설에서는 환상 속에 잠깐 이루어진 만남 또한 “등을 만졌던 것 만 같다”(‘월경’)라고 표현된다. 이런 식이라면 타인에 대한 분노나 타인으로부터의 외면은 등을 돌리거나, 등을 치는 것으로 그려질 성싶다. 마치 아버지를 경멸하는 아들이 제 아버지의 “등을 쏘아 보”고, 그 아버지의 “등짝을 후려”치고 싶어 하는 것(‘아버지의 엉덩이’)처럼, 친구들이 대항할 힘도 없는 ‘나’를 “등을 밀쳐 땅바닥에 넘어뜨리”던 것(‘세번째 유방’)처럼, 살인 장면의 마지막 기억이 “남자가 정말 당신 등을 밀었다”(‘멍게 뒷맛’)로 남게 되는 것처럼. 그러나 무엇보다 천운영 소설에서 등은 대부분 대상­타자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작중인물의 불안을 담고 있다. 등을 돌린 사람 혹은, 돌아선 사람의 등에 대한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사례들;“등을 돌리고 누워”있는 남편 뒤에서 그의 아내는 “침묵하는 당신(남편)의 등”을 바라보며 그 “등이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왜소한 그 등을 보이고 당신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다”(‘당신의 바다’)며 견딜 수 없어 한다. 연인들의 연애의 끝은 또 어떠한가. 꿈 속에서 골목을 헤매던 여자는 길 모퉁이에서 “남자가 등을 보이고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가가지만 모퉁이를 돌면 새로운 모퉁이만 계속해서 나타날 뿐이고(‘모퉁이’), 연인에게 입 맞추던 여인은 “등을 보이고 돌아”선 후 그로부터 “점점 멀어진”다(‘세번째 유방’). 이렇듯 도저한 상실감이 등의 이미지를 빌려 가장 성공적으로 형상화된 소설은 그 표제가 아예 ‘등뼈’이다. “여자가 떠났다”라는 간결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등뼈’는 자신에게 맹목적으로 집착하던 여성이 떠난 이후 전개되는 남성의 황폐한 내면풍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아무런 징후나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1:138)”라는 구절에서 강조되고 있듯이, 여자의 실종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것이어서 남자에게 그것은 “떠난 것이 아니라 증발한 것(1:143)”에 가까우며, 남자는 당연히 여자의 그러한 증발에 대비할 수 있는 아무런 준비도 해 놓지 못한 채이다. 그러나 “그때 왜 여자의 등을 쓰다듬어주지 못했을까(1:148)”라는 소설 속의 한 구절을 제외한다면 남자가 여자의 사라짐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은 쉽사리 발견되지 않는다. 대신 남자는 특이하게도 “여자가 떠난 뒤 살 속에 숨은 뼈에 집착하기 시작(1:150)”한다. 주위 사물들에서 뼈를 연상해 내고(1), 원인을 알 수 없는 요추디스크로 고통받다가(2), 급기야 뼈를 찍은 엑스레이 필름을 닥치는 대로 모으며(3), 결국 아무런 식욕조차 느끼지 못하게 되어 그의 몸엔 뼈만 두드러지게 된다(4). 여자가 떠난 후 이 남자가 보여주는 모든 증상((1)∼(4))은 그러니까 ‘뼈’에 대한 집착으로 수렴된다. 그런데 왜 하필 ‘뼈’일까? 등에 통증이 느껴졌다. 손을 돌려 등을 만졌다. 손끝에 등뼈 마디마디가 분명히 잡혔다. 남자는 욕조에서 기어 나와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 서린 김을 걷어내자 남자의 퀭한 얼굴이 보였다. 광대뼈가 툭 튀어 나오고 눈이 쑥 들어간 낯선 사람이 거울 속에 들어 있었다. 남자는 가까스로 몸을 움직여 거울에 등을 비추어보았다. 등골이 패고 뼈가 튀어나온 등이 어렴풋이 보였다. 여자가 그 등뼈에 숨어 남자의 등을 하염없이 쓰다듬고 있었다.(1:158) ‘뼈’에 대한 남자의 집착은 그의 일상을 와해시키고 결국 그 자신을 말 그대로 뼈만 남게 만들어 버리는데, 사라진 여자가 등뼈는 말할 것도 없고 광대뼈, 턱뼈, 어깨뼈, 복사뼈까지 유난히 뼈가 도드라졌으며 식성도 특이해서 생선뼈, 닭갈비뼈, 조개껍데기와 같이 뼈에 붙은 살들만을 골라 먹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이러한 남자의 집착은 그녀에 대한 남자의 무의식적 동일시 즉, 사라진 대상을 불완전하게나마 보유하고자 하는 멜랑콜리적 동일시가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대상이 사라지면 누구나 그 대상에 대한 집착을 어느 정도 유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현실적인 요구와 함께 대상에 투자되었던 리비도는 다시 회수된다(프로이트,‘애도와 우울’). 이것이 상실된 대상에 대한 상식적인 ‘애도’의 과정이다. 그러나 상실된 대상에 대한 리비도가 너무나 강해서 현실에서 상실된 대상을 대체할 만한 다른 대상을 찾지 못할 때, 주체는 상실된 대상을 내면화(internalization) 혹은 합체(내적 동일화,incorporation)함으로써 계속 보유하고자 한다(J 버틀러,‘멜랑콜리적 젠더/거부된 동일시’). 결코 재현될 수 없는 상실된 대상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살아 있는 현재로 끊임없이 소환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남자가 가까스로 거울에 비춰본 자신의 등에서 “여자가 그 등뼈에 숨어 남자의 등을 하염없이 쓰다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환상으로 처리되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이러한 맥락에서 음미해 볼 만하다.“뼈가 튀어나온 등”은 현재의 환상 속에서 과거의 상실된 대상과 남자가 조우하는 장소로 공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천운영 소설의 인물들은 이처럼 상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그 저항이 지극히 위장된 형태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멜랑콜리적 주체의 성격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 상실로 인한 슬픔이 애도로 승화되지 못한 원인은 무엇보다 이들이 도저한 상실감의 원인이 된 대상에 대해 ‘의식적으로는’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리하여 환상 속에서조차 대상과의 만남이 허락되지 않을 때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난폭한 짐승(2:119)”이 출몰하게 된다. 이 “난폭한 짐승” 혹은,“광포한 짐승” 혹은,“제 속에 든 짐승”은 인물들 특히, 여성인물들을 숨이 차도록 달리게 만들기도 하고, 그녀들에게 무서운 식욕을 부추기기도 한다. 다음을 보라:애도할 만한 죽음이 나타나면 여자 속에 숨은 짐승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슬픈 일이 일어나기를, 짐승을 다스릴 만한 제물이 나타나기를 여자는 빌었다(‘모퉁이’, 강조 인용자).“애도할 만한 죽음”이 여자 속 숨은 짐승을 사라지게 하고,“무언가 슬픈 일”이 그 짐승을 다스릴 것이라는 저 여자의 내면이 가리키는 것은, 자신의 상실감의 원인이 되는 대상이 앞에 있다면 그 상실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막한 기대이다. 통제 불가능한 내면은 분명 무언가의 상실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실된 대상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된 대상이 눈 앞에 있어 이를 애도할 수 있다면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내면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기억-내용은 이미 소실되었으되 기억-감정이 남아 있어 유사한 심리적 기제가 주어지면 어김없이 리비도가 투자된다. 그러나 그 대상이 상실된 바로 그 대상은 아니기에 상실의 흔적은 그녀들에게 애도해야 할 무언가를 끊임없이 요구한다. 애초에 존재하지조차 않았던 남자의 유골을 뿌리러 제주도로 향하는 여자(‘포옹’)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또한 바로 그것이다. 천운영의 소설들에서 누군가의 죽음 혹은 (갑작스러운) 사라짐은 서사를 이끌어 가는 가장 기본적인 모티프이다. 이 작가의 어느 작품을 들춰 보아도 이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명랑’‘아버지의 엉덩이’‘세번째 유방’에서는 할머니가,‘바늘’‘명랑’‘월경’‘당신의 바다’에서는 아버지가,‘바늘’‘멍게 뒷맛’‘월경’‘아버지의 엉덩이’에서는 어머니가,‘숨’‘그림자 상자’에서는 양친부모 모두가,‘등뼈’‘멍게 뒷맛’에서는 여자가,‘모퉁이’에서는 연인이,‘당신의 바다’에서는 남편이 죽거나, 실종되거나, 아무런 예고 없이 주인공 곁을 떠난다. 이러한 상실이 대개 가장 기본적인 삶의 단위인 가족 관계에서부터 발생한다는 것은 이렇게 열거한 목록에서도 금방 포착되는데,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할머니)의 빈자리이다. 천운영 소설이 가족관계 안에서의 갈등을 그 기본 축으로 하면서도 ‘모퉁이’‘그림자 상자’‘세번째 유방’을 제외하면 형제나 자매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소설들에서마저도 언니, 오빠, 동생은 화자를, 부모 특히 어머니 곁에 가까이 할 수 없게 만드는 경쟁자로서만 그 의미를 지닌다. 천운영 소설 속 주인공들의 어머니에 대한 집착 혹은 애증은 그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강렬하다. 최근 한 평론에서는 천운영 소설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로 ‘부재하는 아버지’가 거론되었거니와(남진우, 앞의 글), 이 논자의 지적대로 무능하고 비루한 아버지의 초상은 이 시대 거세된 남성성의 표상이라 할 만하다. 물론 아버지가 부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로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부재하는 아버지’는 실로 오랫동안 우리 소설의 한 테마였고,‘아비-부재’,‘아비-찾기’,‘아비-되기’,‘아비-부정’의 기나긴 순환 속에서 우리 소설의 주인공들은 그 정체성의 근거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존재론적 불안과 함께 지금껏 성장해 왔다고 해도 그리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운영 소설에서 아버지의 죽음, 그 부재의 효과는 말 그대로 그저 ‘없음’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특징적이다. 아버지의 위치가 지극히 주변화되어 있음에도, 이 작가의 소설에 등장하는 아들들에게서는 그에 대한 어떠한 연민도, 이를 복권하려는 의지도, 스스로 가부장으로 전신하고자 하는 충동도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천운영 소설에서 강력한 입법자로서의 아버지란 ‘세번째 유방’의 아버지를 빼고는 찾아보기 힘들며, 심지어 ‘아버지―법’은 “어머니를 닮은 부라보콘”에게까지 자리를 내준다(‘눈보라콘’);“오직 부라보콘만이 내 운명에 관여할 수 있는 존재(1:90)”다.‘∼하지 말라’가 사라진 자리에서, 가위를 든 “이발사” 아버지가 사라진 바로 그 자리에서,‘나’는 어머니를 마음껏 향유하고자 한다.‘눈보라콘’에서 부재하는 아버지는 그러므로 이후 도래할 어머니의 빈자리를 보다 선명하게 부각시키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그치게 된다. 또 다른 남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아버지의 엉덩이’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버지는 느낄 수 없을 만큼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텔레비전을 본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상을 내려놓고 아버지의 등을 쏘아 본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쇼핑호스트가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소개하고 있다. 앞치마를 두른 쇼핑 호스트는 크기가 각기 다른 밀폐용기를 쌓아놓고 얼마나 저렴한지에 대해 과장되게 말하며 전화주문을 유도한다.(……) 아버지는 냉장고에 뭐가 들었는지 관심도 없으면서 조금씩 내려가는 숫자판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2:172) 위 장면의 등장인물의 성(性)을 여성으로 치환시켜 놓으면 즉, 아버지와 아들의 식사장면이 아니라 어머니와 딸의 그것으로 바꾸어 놓으면, 우리 눈 앞에 매우 익숙한 광경이 펼쳐진다. 늙은 어머니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딸이 “상”을 차려 들어간다, 어머니의 모습에 “신경질”이 난 딸은 그녀를 “쏘아 본다”, 텔레비전에서는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선전하는 “홈쇼핑” 프로그램이 한창이다, 어머니는 숫자판에 넋을 놓고 있다. 그러나 이 장면의 주인공은 분명 아버지와 아들이다. 홈쇼핑 중독자인 아버지의 “게걸스런 주문과 반품”이 “외출”로 이어지는 이 소설은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히스테리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 혹은 홈드라마의 역전된 판본이라 할 만한다. 그러나 이 장면을 언급한 것은 이 시대의 ‘아버지 부재’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존재한다. 아버지의 ‘엉덩이’라는 발칙한 상상력이 말해 주듯이 다만,‘어머니 부재’로 세계의 중심을 잃어버린 한 “엄마”의 아들로서만, 아버지는 그렇게 존재할 뿐이다. 이 소설의 아버지와 아들, 두 남성 주인공을 움직이는 숨은 작인은 아버지가 아니라 부재하는 어머니이다. 자신의 어머니 묘소 앞에서 “이제 막 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온 갓난아이처럼 우는(2:166)” 아버지는 물론이고, 태어나자마자 잃어버린 “따뜻한 자궁(2:167)”을 그리워하는 아들 역시 포도나무 가지에서조차 “침묵하며 나를 바라보는 할머니(2:182)”를 발견한다. 이들 부자(父子)에게 ‘부재하는 어머니(할머니)’는 모성적 초자아(maternal superego)의 형상으로 그녀의 아들들을 조종한다. 남성인물을 움직이는 모성적 초자아의 형상은 ‘숨’에서는 ‘차가운 자궁’의 이미지를 빌려 섬뜩하게 변주된다. 할머니를 설득하는 마지막 방편인 송치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 ‘나’가 불법적인 물먹이기를 감행하다가 경찰에 발각되어 도망치는 대목에서, 단속반의 추격을 피해 숨어든 장소가 높이 2미터, 영하 20도의 “거대한 냉장창고”라는 점을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된다. 그 추격의 장면이 마치 사냥의 한 대목처럼 그려지고 있다는 점―할머니가 “육식동물”이라는 점을 상기하자―, 이 발각으로 인해 할머니의 의사를 거스른 미연과의 결혼이 틀어질 위기에 처한다는 점, 그 안에서 ‘나’는 입을 틀어막은 채 “숨을 죽여(1:55)”야 한다는 점 등은 이 냉동고가 ‘나’에게는 공포 그 자체일 수밖에 없는 ‘얼어붙은 자궁’이 물질화된 것임을 암시한다.‘숨’에서 아들을 숨죽이게 만드는 냉동고가 이처럼 은유적 차원에서 자궁의 부정적 이면을 함축하고 있다면,‘행복고물상’에서 그것은 “유산된지도 모르고 보름 동안이나 자궁 속에 죽은 아이를 넣고 다녔던(1:162)” 아내를 빌려 실체화되고 있기도 하다. 자궁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나 자궁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는 천운영의 소설들에서는 빈번하게 출물하면서 작품의 기저음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당신을 둘러싼 바다 밑바닥 같은 어둠”(‘당신의 바다’)과 같은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천운영 소설에서 어둠, 바다는 의미론적인 층위에서 긴밀한 연관관계 속에 놓이는 경우가 흔하며,“깊은 어둠(1:195)”,“어두운 바닷 속으로 깊숙이(1:139)”,“바다 깊숙한 곳(1:156)”,“물 속 깊숙이(1:158)”,“깊은 바다로 침잠(1:136)” 에서와 같이 곧잘 하강 혹은 침잠의 이미지와 함께 나타나는데, 이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가리키는 최종지점에 어머니―모체―자궁이 자리한다.“탄생 이전의 따뜻한 양수 속으로 돌아가고 있는” 할머니(‘명랑’)나,“태아처럼 몸을 구부리”고 “어머니의 자궁처럼 포근해진 어둠”을 즐기는 아이(‘유령의 집’)는 천운영 소설의 주인공들에서 발견되는 모체―자궁으로의 회귀욕을 보다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천운영 소설에 등장하는 위와 같은 사례들에서 다음과 같은 해석들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무력한 아버지를 대체하는 어머니에게서 아버지-법에 내포된 헤게모니의 일시적인 전복을 읽어낼 수도 있고, 성적 관계의 절대적 방해자로 나타나는 할머니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손자의 서사를 아버지―질서의 외부를 꿈꾸는 딸의 서사의 역전된 판본으로 체감할 수도 있으며, 빈번히 등장하는 자궁 회귀욕으로부터 주체―대상의 이분법에 이전하는 원초적 충동으로서의 모체 회귀욕을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 소설들에서는 그것이 의존성이건, 억압이건, 회귀이건 간에 어머니의 부재가 스토리―시간 내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며,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죽음(‘아버지의 엉덩이’)이나 재혼(‘눈보라콘’)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자체로 버려짐이나 내쳐짐의 쓰라린 감각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대상―타자의 상실을 ‘버려짐’으로써 격렬하게 경험하는 인물들은 무엇보다 ‘바늘’‘멍게 뒷맛’‘월경’‘모퉁이’에 등장하는 여성인물들이다. 울음보가 터졌다. 엄마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다락 계단을 기어오르면서부터 나는 이미 울고 있었다. 코피가 나올 것처럼 콧잔등이 매큼해지고 입술은 움찔움찔 울음을 품었다. 엄마는 내 울음소리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엄마는 뒤도 안 돌아보고 걸었다. 내 울음이 엄마를 돌려세울 수 없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울음을 그칠 수는 없었다.(2:100) ‘모퉁이’는 주인공 ‘나’가 ‘엄마’와 헤어지는 인상적인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장면에서 엄마를 잃어 비통한 한 소녀의 심사는,14줄에 걸쳐 집요하게 서술된다. 마치 그것을 영원한 이별이라 예감하는 듯이 소녀는 줄기차게 울어댄다. 그러나 소녀가 그토록 떠날까봐 전전긍긍하는 엄마는 단지 아빠의 공장에 밥을 가져다주러 나선 길일 뿐이다. 매일 반복되었을 이 일상적인 엄마의 떠남 앞에서 소녀는 한참동안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심지어 엄마를 자신으로부터 떼어놓는다고 생각되는 존재는 “뱃속의 아이”라도 저주하는 소녀,“엄마가 없으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악을 쓰고 울었(2:112)”던 그 소녀,“우는 것만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2:105)”이었던 바로 그 소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남자”에게는 여전히 “울음소리”로 존재한다.‘멍게 뒷맛’,‘바늘’에서 역시, 어머니와의 이별은 언제나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것이며, 성장한 그녀들이 겪는 모든 상실의 밑그림이 된다. 엄마들은 결국 떠난다. 엄마가 떠난 길목을 바라보며 꼼짝도 못하고 있던 그날을 기억하는 ‘나’(‘바늘’)나, 좋은 옷을 차려 입고 기차에 올랐을 때부터 이미 엄마에게 “버려질 것”을 짐작하고 있었던 ‘당신’(‘멍게 뒷맛’)은, 그런 점에서는 모두 닮은 존재들이다. 이 세 작품에 비해 어머니의 비중이 미미하게 그려진 ‘월경’에서조차, 주인공 ‘나’는 어머니의 화사한 보석함에, 손톱 자른 것, 빠진 머리카락, 상처에서 떼어낸 딱정이와 같이 제 몸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을 모아둠으로써, 뿌리깊은 분리 불안을 드러낸다. 이 소설들에 등장하는 여성 주인공들은 어린시절, 주로 어머니로 대표되는 대상-타자에게 강렬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으되, 필연적으로 그 애착이 거부(혹은 금지)됨을 경험한다. 가령,‘모퉁이’에서 그것은 금지의 양상(“엄마의 가슴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엄마는 젖무덤을 헤치는 내 손을 단호하게 뿌리쳤다. 나는 엄마의 매정한 손이 야속했다. 엄마는 내게 동생이 생길 거라고 했다. 동생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나는 되우 맞은 사람처럼 휘청거렸다(2:109)”)으로,‘바늘’에서 그것은 거부의 양상(“엄마가 내민 보자기에는 꽤 많은 돈뭉치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엄마는 스님의 옷을 들고 집을 나섰다.‘나는 그곳으로 가야겠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내게 남긴 말이었다.(1:24)”)으로 전면화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금지/거부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욕망은 부인된 형태로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할머니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은 뒤 그녀의 뼛가루를 생전의 할머니가 명랑가루 먹듯 맛보는 손녀가 “내 내부에는 언제나 나를 바라보며 침묵하는 그녀가 있다(2:37)”고 고백하는 것(‘명랑’)처럼, 상실이 일어났을 때 상실을 부인하고 상실된 대상의 속성을 취하여 이를 내면화하는 것이 천운영 소설에 등장하는 멜랑콜리적 주체의 생존전략이라고 한다면,‘바늘’과 ‘월경’의 ‘나’는 바로 그 길을 간다. ‘바늘’과 ‘월경’은 각각 그로테스크한 인물 묘사와 도착적인 섹슈얼리티로 인해 발표된 직후부터 유독 많은 평자들의 주목을 받아 온 작품들이다. 이 글의 관점에서 역시, 두 작품은 매우 흥미롭게 읽힌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점에서 두 소설을 집중적으로 되짚어 보고자 하는 이유는 다음의 몇 가지 단서들로부터 비롯한 것이다. 먼저 두 소설 모두 여성 화자들이 이미 유년기를 통과한 이후임에도 여전히 아동인 것처럼 그려지고 있으며 또한 공히 인물이 비성적인 단계―통상적인 의미로―에서 성적인 단계로 이행하는 순간을 문제 삼고 있다는 점, 인물들은 각각 어머니(‘바늘’) 혹은 아버지(‘월경’)와의 이별을 하나의 트라우마로 간직하고 있으며 이와는 대조적으로 반대성(性)의 부모는 거의 무시되고 있다는 점 등이 그 단서들로, 이로부터 우리는 천운영 소설에 나타나는 도저한 공격성(/도착성)의, 이면(/연원)을 다시금 집약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왜냐하면 ‘바늘’과 ‘월경’에서는 여성 주인공들이 어린 시절 겪어야 했던 한 쪽 부모의 상실이 그녀들의 자아정체성의 형성에 결정적인 기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바늘’에서는 그로테스크한 삽화가 여러 번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다음의 세 장면은 특히 문제적이다;(1)먼저, 죽어가는 새끼고양이. 간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절에서 살던 시절 ‘나’는 “어미고양이의 날카로운 울부짖음(1:20)”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새끼고양이를 변기통에 버리고는 그 변기통 속으로 고양이가 자취를 감추는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2)다음으로, 전쟁기념관에서의 상상. 전쟁기념관에서 ‘나’는 전시된 무기들을 하나씩 꺼내 스님을 공격하는 불온한 상상을 해보지만 스님의 심장이 관통당하고 내장이 갈가리 찢기고 발에서 피가 솟구쳐도, 그녀는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좀더 강인하면서 잔인한”“엄마가 할 수 있는 그런 방법(1:21)”이 아니었기 때문에.(3)마지막으로, 어머니의 자살 소식 직후 행해지는 육식. 형사로부터 어머니의 자살 소식을 전해 들은 ‘나’는 의연히 수화기를 내려놓고 고기 한 점을 집어 먹으며, 바위에 찢긴 엄마의 모습을 떠올려 보지만 ‘나’의 머릿속엔 “여자의 하얀 알몸만 떠오를(1:31)” 뿐이다;상식적인 수준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행위들이 무대화되고 있는 이 세 장면을 이해하기 위하여, 그러니까 ‘나’의 공격적인 행위의 메커니즘을 해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자. 첫 번째 장면에 대한 질문 하나. 어미고양이에게서 떨어져 나와 변기통 속으로 빠져 들어간 새끼고양이는 마찬가지로 버려진 ‘새끼’인 ‘나’의 분신과 다름 없을 터. 그렇다면 이 장면은 ‘나’에게 지극한 고통을 유발했을 것임에도 왜 ‘나’는 이를 스스로 자행하며 게다가 “오랫동안” 지켜 볼 수 있었던 것일까? 마조히스틱한 쾌감 때문에?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상실이 곧 결핍을 부른다는 오래된 통념은, 천운영 소설의 인물들 앞에서 수정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자아가 포기된 대상의 심리적 저장고이며 상실된 대상은 구성적 동일시의 하나로 자아 안에 거주하면서 자아와 함께 출몰한다는 사실은 일찍이 프로이트가 ‘자아와 이드’에서 기술한 바 있으며, 버틀러는 그러하기에 사랑하는 대상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대상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위상을 외부적인 것에서 내부적인 것으로 전이하는 것이라 지적한 바 있다(J 버틀러, 앞의 글). 즉, 상실에 대처하는 멜랑콜리적 전략은 역설적이게도 상실 자체를 무화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나’가 새끼고양이를 변기통 속에 버릴 수 있었던 까닭으로 이미 그녀의 자아 안에, 거부된 애정의 대상으로서의 어머니가, 멜랑콜리적 동일시를 통해 그 자아의 일부로서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할 수 있을 듯하다. 어머니는 내 안에서 나와 함께, 숨쉰다! ‘나’의 행위에서 ‘나’의 위치와 어머니의 위치가 이중적으로 얽혀있는 것은 이러한 내면화의 결정적인 증거다. 버려짐과 버림을 동시에 구현하는 새끼고양이의 에피소드는 물론이고, 스님을 잔인하게 공격하는 상상이나, 자살 소식 직후의 육식 또한 마찬가지의 메커니즘 아래에서 작동한다. 스님을 공격하는 것은 자신으로부터 어머니를 빼앗아간 존재에 대한 응징이라는 점에서 그 일차적 의미가 있지만, 그 방식은 어머니가 자신을 버렸던 방법 혹은 어머니가 스님을 살해했던 바로 그 방법에는 미치지 못하기에 ‘나’는 그 잔인함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수가 없다.‘나’가 공격으로부터 성취하고자 하는 것은 그녀의 내부에서 그녀와 함께 공존하는 어머니의 시선 바로 그것을 체현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고기 한 점을 씹어 삼키면서 찢겨진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는 그녀로부터 우리는, 어머니가 여전히 ‘나’에게는 알몸의 여자로 현현하는 에로틱한 대상이라는 사실을 유추함과 동시에,“상실하기보다는 차라리 조각내고 분해하고 자르고 삼키고 소화하고”자 하는 곧, 대상을 먹음으로써 그 대상을 제 안에서 부활시키고자 하는 멜랑콜리적 식인 행위의 환상(J 크리스테바,‘검은 태양’)의 한 풍경과 마주하기에 이른다. 정신이 아득해져온다. 가슴 한쪽에서 뜨거운 덩어리가 솟구쳐 올라온다. 나는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그리고 그가 했던 것처럼 팔을 마구 휘두르기 시작한다. 누구를 향해 팔을 휘둘렀는지 모른다. 푸른 모자가 튀어오른 것 같기도 하고 계집의 찢어지는 목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1:83) ‘바늘’에서와 같이 유년기를 통과한 이후에도 여전히 아동으로 남겨진 듯한 여성 주인공은 ‘월경’의 ‘나’로 재등장한다.‘월경’의 ‘나’는 스무살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어른과 아이의 경계를 월경(越境)하지 못한 채 바로 그 경계 위에 서 있다.‘나’의 말을 빌리자면 ‘나’의 “몸은 작정이라도 한 듯 자라기를 멈추었다(1:62).” 이 소설의 주된 관심사가 바로 그 경계를 넘어서는 한 순간에 있다는 것은 제목에서부터 암시되는 바다. 그런데 ‘바늘’과 마찬가지로 한쪽 부모의 상실을 초점화하고 있는 이 소설을 전작 옆에 나란히 놓고 따져볼 때 새롭게 부각되는 측면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그 상실이 ‘나’의 젠더 정체성 형성에 개입됨으로써 ‘나’의 젠더 정체성을 매우 불안정하게 구조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월경’에서는, 천운영 소설에서는 이례적으로, 어머니의 떠남이 아니라 아버지의 떠남이 ‘나’에게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나’가 떠나버린 아버지를 하나의 이성으로 욕망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목 또한 수차례 등장한다. 그녀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칭하지 않고 ‘그’라고 지칭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인상을 강화하는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소설은 일렉트라 콤플렉스의 천운영식 판본으로 받아들여지기 쉬울 듯하다. 그러나 프로이트에게 이성부모에 대한 근친상간적 욕망과 그 욕망의 금지가 여아에게 여성성을 최종적으로 선사하는 것과는 달리 이 소설에서 ‘나’의 젠더 정체성은 오히려 남성의 그것에 가깝게 드러나고 있어 차별적이다. 즉,“가슴도 가슴이지만 계집의 엉덩이는 정말 탐스럽다. 표주박 두 개를 나란히 놓은 듯 완만한 곡선을 이루다가 툭 불거지는 모습이 여간 아니다(1:70)”라는 구절을 비롯한 소설의 여러 대목에서 나타나듯이 ‘나’는 “은하수 계집”을 성인 남성의 시선으로 욕망하고 있으며, 바로 이 점이 여러 평자들로 하여금 ‘월경’을 도착적 섹슈얼리티가 전경화된 소설로 주목하게 한 주요한 요인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함께 트럭 짐칸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면 온 우주가 우리를 중심으로 돌았고, 별들은 작은 이슬방울이 되어 우리의 배 위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1:63)”에서와 같이 지극히 감상적으로 또 지극히 여성적인 시선으로, 떠나버린 아버지를 기억하고 또 애타게 그리는 ‘나’가 어떻게 동시에 “은하수 계집”을, 그것도 저러한 시선으로 욕망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이러한 불균형은 작가가 도발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데 몰두한 나머지 그 일관성은 신중히 검토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함에 불과한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상실한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내면화하고자 했던, 그럼으로써 상실로 인한 상처를 무의식적으로 무화하고자 했던 ‘바늘’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월경’의 ‘나’ 역시 상실한 아버지를 그러한 방식으로 제 속에 부활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 즉, 그녀의 자아 안에, 상실된 애정의 대상으로서의 아버지가, 그 자아의 일부로서 공존하고 있다고 말이다.“은하수 계집”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이에 대한 한 근거가 됨은 물론이거니와,‘나‘가 “은하수 계집”을 여러모로 ‘그녀(어머니)’와 견주어 보면서 ‘그녀(어머니)’의 분신처럼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가정을 뒷받침해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설의 클라이맥스에 위치하는 사건 곧,“은하수 계집”과 “푸른 모자를 쓴 사내”의 정사장면을 ‘나’가 목격하고 그들을 공격하는 그 사건에서,‘나’가 ‘그(아버지)’의 위치를 그대로 반복함으로써, 과거의 ‘그(아버지)’―‘그녀(어머니)’―“낯선 남자”의 구도를, 현재의 ‘나’―“은하수 계집”―“푸른 모자를 쓴 사내”의 구도로 전이시키고 있다는 점은 그 결정적인 증거로 제출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요컨대 ‘월경’에서 ‘나’는 아버지를 욕망하는 데서, 아버지의 욕망을 그리고 아버지가 욕망할 것이라 추정되는 대상을 욕망하게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바로 이 점이 ‘나’의 젠더 정체성의 혼란을 초래한 근본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메커니즘의 시발점에 현실에서의 상실을 절대로 수락할 수 없는 멜랑콜리적 주체의 내면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읽는 이를 순식간에 포박하는 천운영 특유의 자질 뒤편에 도사리고 있는 상실과 박탈의 어두운 그림자……, 누군가는 사라지고 그 사라짐이 가족 내의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저토록 결정적인 흔적을 남긴다. 그리하여 이 작가에게 가족은 천운영식으로 표현하자면 “거대한 괴물의 아가리 같은 유령의 집(‘유령의 집’)” 즉,‘아가리(구강기)’적 욕구에 충실한 “괴물”스러운 인물들이 집 안을 떠도는 “유령”의 “어두운” 그림자와 씨름하는 전쟁터나 다름없다.“핏줄”과 얽혀진 인간 욕망의 가장 원초적인 그래서, 들여다보고 싶으면서도 그러기에는 두려운 “하수도” 속 같은 “어둠”이야말로 이 작가의 해부 대상인 것이다. 이어지는 ‘유령의 집’의 다음과 같은 대목을 보라;“보이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고 들리는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그 이면에 삶은 존재하니까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으려고 해보세요. 그건 때때로 흥미진진한 일이 될 겁니다.” 천운영이 꾸며놓은 유령의 집을 방문한 독자에게 이 보다 더 친절한 안내가 또 있을까. 천운영은 이렇게 근본적인 상실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그것도 가족 내부에서 끈질기게 문제화한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 문단에서는 매우 독특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 배수아, 백민석 같은 바로 앞선 연배의 작가는 물론이고, 비슷한 연배이며 비슷한 시기에 등단한 정이현이나 김윤영에 견주어 보아도 이는 이 작가 특유의 자질이다. 앞서 살펴본 작품들에서처럼 특히나 천운영은 가족 안에서의 상실을 한 인간을 배태해내는 결정적인 그 무엇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제 전환을 맞을 때가 온 것은 아닐까.‘늑대가 왔다’나 ‘그림자 상자’와 같은 비교적 근작들에서는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파괴적 욕구가 분출되고 있는 장면이 등장한다. 물론 가족이 부여한 운명으로부터의 탈출은 아직 환상 속에서만 가능하고 결국에는 처참한 결말을 맞지만 말이다. 앞으로 이 작가에게 “배꼽을 버리고자 하는(‘그림자 상자’)” 욕구가 앞설 것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운명론에 더 깊숙이 천착할 것인지, 우리는 이 작가를 계속 눈여겨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당선 소감 하루 평균 서른 통 정도의 전화를 받고 또 그만큼의 전화를 하며 두 해를 보냈다. 맞춤법을 묻는 전화부터 부고를 알리는 전화까지. 아무리 사소하게 보이는 일도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소중하며 또 누군가의 수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비로소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문학을 한다는 것 역시 그리 다르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누군가의 호소에 응답하는, 그러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마음껏 공부할 수 없어 애태우던 나날들이었지만 헛되지 않았다고 믿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부족함을 스스로 잘 알기에 당선은 여전히 실감나지 않는다. 응모한 글에 미덕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공이 아니라 주위 여러분들의 은덕이다. 국문과 은사님들과 조남현 지도 교수님,202호와 326호에서 동고동락했던 선후배 동료들, 이 분들께 더 좋은 글로 보답하고 싶다. 결점이 많은 글을 너그러이 감싸주신 김윤식 선생님과 정과리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한결같이 믿어 주시는 부모님과 언니, 동생, 오랜 벗들에게는 쑥스럽지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고백하건대,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나는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 이제는 다른 길을, 그것도 멀리 와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론 쓸쓸하다. 그러나 약속한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세상을 향한 내 새로운 수화기를 함부로 놓지 않겠노라고. 그것이 지금 주어진 이 지면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길인 것 같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 ●약력 ▲1976년 대구 출생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 심사평 이번에도 평론의 기초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대 이론에 대한 지식을 과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설익은 개념들이 횡행하면서 작품을 파괴하거나, 작품과 겉도는 독무를 추는 글이 적지 않았다. 이론이 문학의 이해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니 배울수록 좋다. 그러나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니 작품 분석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경합한 작품은 네 편이다. 김수영의 시를 다룬 정경은의 ‘생활의 뒤란, 시’는 엉뚱한 상상력으로 김수영의 시를 장식해가면서 시의 변주를 다룬 재미있는 글이다. 그러나 그 상상력이 김수영 시의 이해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장욱과 김행숙의 시를 다룬 송승환의 ‘청동 방패를 바라보는 두 가지 방식’은 동일성의 부정이라는 기본적인 전제 하에 새로운 시의 존재 가능성을 탐색한 글이다. 꼼꼼한 분석이 돋보이고 설득력도 있었다. 오랫동안 시를 써본 사람이라는 짐작이 간다. 다만 구도가 지나치게 단순한 게 흠이었다. 최윤의 세 장편을 분석한 허병식의 ‘진정성의 서사와 주체의 귀환’은 ‘기원의 부재’라는 현대 이론의 신화에 깊이 침윤된 글이다. 그래서 마치 소설이 그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씌어진 것처럼 읽었다. 그것이 약점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주체의 귀환이라는 명제를 끌어낸 것은 글쓴이만의 독창적 사유의 결과이다. 전체적으로는 대상 작품에 들어맞았지만 세목들에서는 무리한 적용이 많았다. 천운영의 소설 세계를 해부한 차미령의 ‘그로테스크 멜랑콜리, 상실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식’은 ‘등뼈’ 이미지를 천운영 소설의 핵심 징조로 보고 그것으로부터 소설의 무의식의 ‘작업’과 변주를 정신분석학적으로 파고든 글이다. 분석과 해석이 요령을 얻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기존의 상식적인 해석을 뛰어넘으려는 패기가 돋보였다. 마무리를 서둘러 처리했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글 전체가 보여준 가능성은 그런 약점을 무시해도 좋게 하였다. 당선을 축하한다. 김윤식·정과리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2)영흥도 ‘바람의 숲’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2)영흥도 ‘바람의 숲’

    김수영 시인은 노래했다. 풀은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고.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고도 했다. 풀만 그러한가. 영흥도 숲이 또한 이와 같다. 을유년 아침 바다를 맞으러 서울에서 가까운 바다를 찾다가 문득 영흥도 십리포해수욕장의 겨울숲을 떠올렸다. 겨울바다의 매혹적인 풍광을 좋아하는 이들은 낙엽 떨어진 영흥도 숲을 찾아서 속깊은 울림을 만끽하고 돌아올 일이다. 겨울바다는 여름의 느끼한 느낌이 없어서 좋다. 날씨 맑고 몹씨 추운 날이면 바다는 얼음이 갈라지듯 ‘쨍’하는 느낌으로 온다. 그만큼 겨울바다는 숨김이 없으며 너무도 솔직하고 분명하여 여름바다의 번잡스러움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관해(觀海)의 격을 높게 치는 이들이 여름바다 못지않게 겨울바다를 사랑하는 것이리라. 영흥도 숲은 겨울바다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연륙교를 놓아준 덕분에 뭍이 되었다. 한적한 섬에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어느덧 경기도 섬 중에서 여관이 가장 많은 섬이 되고 말았다. 한 집 건너 러브호텔이란 소문이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다. 그렇듯 급격하게 영흥도는 변하고 있지만 숲만큼은 용케 살아남아 이 섬의 역사를 웅변해 주고 있다. ●130여년 전 조성… 거대한 분재전시장 영흥도 숲은 그야말로 바람이 빚어낸 ‘바람의 숲’이다. 숲이 있는 십리포해수욕장은 정북방이어서 북풍을 정면으로 맞는다. 이곳에 서면 얼굴을 때리는 바람에서 느끼는 체감온도가 ‘장난’이 아니다. 바람은 여민 옷깃 틈새로 사정없이 파고들어 뼈를 아리게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숲 뒤에만 서면 그 모질던 바람이 거짓말처럼 고개를 숙인다. 영흥도 숲은 선주민들이 130여년 전부터 조성하기 시작했다. 나이테로 미루어 120∼130여년 전으로 추측되므로, 시기를 비정하자면 조선 후기쯤 심어진 나무들이다. 수종도 소사나무 단일종이다. 한국과 일본에 서식하는 낙엽활엽수인 소사나무는 주로 해안에 분포한다. 소사나무는 바람의 힘이 아니더라도 뒤틀림이 강하여 아름답기 그지없어 분재용으로 선호된다. 또 염기에 강해 바닷가 방풍림으로는 그만이다. 경기 서해안을 다녀본 경험으로는 핵폐기장 건설문제로 몸살을 앓았던 굴업도의 소사나무숲이 인상적이었다. 선착장으로 걸어가다 보면 웅장한 암벽을 뒤덮은 소사나무들이 바람에 결을 이뤄 이리저리 쏠린 모습이 마치 분재전시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영흥도 숲도 거대한 분재전시장이다. 사정없이 바람이 몰아쳐 나무 방향이 한결같이 육지쪽으로 뒤틀려 있다. 소사나무로서는 자랄대로 다 자란 고목들이 수백여 그루씩 줄지어 있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본디 소사나무숲은 현재 위치보다 더 바닷가로 바짝 붙어 있었다. 그랬던 것이 해안 축대를 쌓으면서 적잖이 베어졌다. 백중사리같이 강한 물발이 밀려들면 바닷물은 숲까지 들이쳤다. 그 독한 소금기에 절어가면서도 숲은 용케 살아남았다. 숲을 망가뜨린 것은 자연이 아니라 인간들이었다. 여름이면 해수욕객들이 나무에 텐트를 잡아매고, 숲에서 삼겹살을 굽고, 심지어는 나무를 베어내 캠프파이어를 하는 몰지각한 이들도 없지 않았다. 몸살을 앓던 숲에 올해들어 보호철망을 둘렀다. 철망이 볼썽사납기는 해도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바닷가 숲은 단순하게 바람만 막아주는 것이 아니다. 해일 같은 큰 파도가 밀려들면 숲이 1차적으로 막아 파고를 죽인다. 서남아시아의 엄청난 해일도 사실 인간들이 자초한 재앙이다. 바닷가 망그로브숲 등을 모두 베어내고 새우양식장이나 관광리조텔 등으로 ‘대머리 해변’을 만들었으니 해일을 막아줄 아무런 장벽이 없었던 것이다. ●물고기 살리려면 숲부터 가꿔야 숲을 좋아하는 것은 새들만이 아니다. 물고기도 숲을 좋아한다. 대개의 물고기들은 그림자를 선호한다. 어딘가 숨을 만한 곳, 햇빛을 적당히 가려주는 곳에서 심리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닷가 숲이 짙으면 물고기들은 그곳을 최적의 서식지로 판단하고 뭍으로 몰려든다. 흡사 강변의 수초가 우거진 곳에 고기들이 모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1998년 2월26일, 숲과 강과 바다를 지키는 환경보전운동을 추구하는 ‘전국어민의 숲 대회’가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일본의 수산 관련 기관과 임업기관, 지방자치단체와 어민단체 등이 연대, 해변에 나무심기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나무심기운동은 오로지 산에서만 하는 것이라거나, 수산과 임업은 전혀 별개의 것으로 알고 있는 우리가 얼마나 후진적인 사고에 빠져 있는지는 일본의 이 사례에서 극명하게 대비된다. 구마모토현(熊本縣)의 ‘진주의 숲’, 야마구치현(山口縣)의 ‘물고기의 숲’ 같은 단체들이 곳곳에 조직되어 전국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홋카이도에는 아에 ‘물고기 보안림’이라고 하여 대규모 숲이 물가에 조성되어 있다. 쇼와 28년에 심었으니 어언 50여년에 이르는 숲이다. 앞서 1937년에는 어부림의 효과에 관한 본격적 연구가 농림성 산림국과 수산국에 제출되기도 했다. 무조건 아무 나무나 심는 것이 아니다. 어떤 물고기가 언제, 어떤 숲그림자를 좋아하는가를 면밀하게 연구하여 수종을 결정한다. 어종과 숲의 관계를 연구하는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어부림은 철저한 통제하에 관리되며 어민들은 물론이고 관광객들도 바닷가 나무를 꺾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해양선진국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박정희 시대에 전국에 나무심기를 강조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바닷가에 나무를 심자는 발상은 아무도 하지 못했다. 고기를 살리려면 숲부터 조성하자는 슬로건은 우리에게 매우 낯설다. 당시 분위기에서 물고기를 위해 해변에 나무를 심자고 했다간 ‘미친 놈’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었을 터. 해양수산부나 산림청, 그 많은 환경단체, 수협 같은 해양단체도 해변에 나무 심는 운동에는 무관심했고, 지금도 그렇다. 고기만 살리기 위해 나무를 심는가. 사람이 살기 위해서라도 해변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 바닷가 숲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경관이다. 바닷가에 드리워진 숲그림자는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싼다. 여름철 뜨거운 해변, 숲그늘이라곤 없는 해수욕장을 상상해 보라.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으로 따져도 경관은 엄청난 재화 가치를 갖는다. 그런데 개개의 바닷가는 콘크리트 축대나 여관촌, 횟집촌 등으로 바뀌고 있다. 숲은 없고 오로지 건물숲만 생겨 물고기들로서는 결코 다가설 수 없는 삭막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보라. 수변공간이란 미명으로 얼마나 많은 전국의 바닷가가 대중없이 망가지고 있는지를. ●군청사 지으려 섬 팔려는 발상 황당 영흥도 숲은 선인들의 뛰어난 생태환경관을 보여준다. 해일과 바람을 막아주고 물고기들이 놀 수 있게 하였으나 우리들 세대에 와서 보호철망으로 근근이 생명을 이어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자본의 힘은 이 바닷가를 서서히 ‘침략’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천시는 영흥도 바로 코앞의 측도 매각공고를 냈다. 옹진군 청사를 짓기 위해 군이 소유하고 있는 측도를 팔겠다는 공고였다. 수백년간 살아온 삶의 터전을 빼앗기게 된 측도와 선재도 사람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일단 인터넷 접수를 연기시켰다. 측도의 운명은 아직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 수백억원이 드는 군청사를 짓기 위해 섬을 팔겠다는 이런 황당한 발상이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민간에게 팔아넘기면 또다시 대규모 횟집이나 여관밖에 더 들어서겠는가. 영흥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소속이라 전화번호가 ‘032’로 시작된다. 그 영흥도를 가자면 반드시 대부도를 거쳐야 하는데, 대부도는 안산시 소속이라 전화번호가 ‘031’로 시작된다. 주민들의 선거에 의하여 영흥도는 인천을, 대부도는 안산을 택한 결과이다. 영흥도 사람들의 생활권은 예나 지금이나 인천이다. 인천과 뱃길로 연결되어 상급학교 진학도 대부분 인천을 택한다. 이곳 사람들의 순진한 선택을 인천시가 모질게 배반한 것이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자신의 피붙이와도 같은 섬을 ‘잉여자산’ 정도로 취급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섬을 통째로 팔아 넘기겠다는 위험한 발상을 쉽게 할 수 있을까. 영흥도 첨사가 주둔하던 문화유적지를 허물고 그 자리에 화력발전소를 지었다. 지난해 12월23일 준공한 발전기에서 배출될 온배수가 이곳 바다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예로부터 경기도에서도 최대 바지락 생산지인 이곳 영흥도와 선재도, 측도의 운명은 이처럼 예측불허다. ●나무는 바람보다 먼저 눕고 일어나… 선조들이 만들어서 우리 시대까지 넘겨준 아름다운 영흥도의 숲을 거닐며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넘겨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콘크리트 건물숲이나 물려줄 것인가. 바다환경은 우리 세대가 모두 쓰고 갈 ‘소비재’나 ‘시한부 물건’이 아니라 유효기간이 무한대인 세대간 자산임을 분명히 깨달아야 할 일이다. 올 식목일엔 삽과 묘목을 들고 산만 찾지 말 일이다. 모두들 바다로 가자. 새해 첫 날, 숲은 새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도 좋아하고, 우리들 사람도 좋아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영흥도의 겨울숲에서 새삼 깨닫는다. 험한 바람은 여전히 소사나무 빈 가지를 모질게 흔들어대고, 나무는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서 아름다운 자태를 가꾸고 있다. 올 겨울, 짬을 내 이곳을 찾아 어떤 모진 바람이 불어와도 바람의 숲처럼 아름답게 살아남는 자연의 지혜를 배우고 돌아올 일이다.
  • ‘탁구황제’의 귀환

    탁구황제가 돌아왔다. 10년 터울의 남복 ‘최강 콤비’ 유승민-이철승(삼성생명) 조가 국내 최강을 가리는 종합탁구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유-이 조는 27일 충북 음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복식 결승에서 이정우-최현진(농심삼다수) 조에 3-2(11-13,9-11,11-8,11-7,11-4)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유승민(22)은 이번 우승으로 부진을 털고 ‘탁구황제’의 위용을 회복했다. 아테네올림픽 이후 각종 행사에 불려다니느라 몸을 만들지 못한 탓에 지난 10월 전국체전 4강 기권, 월드컵 16강 탈락, 중국대표 대 세계대표 대항전 패배 등 슬럼프를 말끔히 씻었다. 최현진은 지난 11월 탁구왕중왕전에서 유승민에게 불의의 일격을 가했던 상대라 더욱 의미있는 승리.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던 유-이 조는 2001년 대회를 포함해 종별선수권 통산 세번째 우승을 일궈냈다. 준결승에서 유창재-김정훈(상무) 조를 3-1로 가볍게 따돌리고 결승에 진출한 유-이 조는 듀스 접전 끝에 1세트를 11-13으로 내준 뒤 2세트마저 9-11로 빼앗겨 세트스코어 0-2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 ‘탁구황제’의 자존심을 자극했을까.3세트에서 배수진을 치고 나선 유-이 조는 베테랑 이철승의 안정적인 리시브가 살아나면서 덩달아 유승민의 호쾌한 파워드라이브가 위력을 되찾았다.3·4세트를 내리 따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유-이 조는 마지막 5세트에서도 이정우-최현진 조를 정신없이 몰아붙여 11-4로 마무리, 극적인 뒤집기에 성공했다. 전날 혼복 8강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김봉철(농심삼다수)-전혜경(대한항공) 조에게 일격을 당해 자존심을 구긴 유승민은 단식 16강에도 진출해 ‘대회 2관왕’으로 명예회복을 노리게 됐다. 여자복식에서는 이향미-전현실(KRA) 조가 이은실-문현정(삼성생명) 조를 세트스코어 3-0으로 일축,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한편 남자 단체전에서는 상무가 대회 8연패에 도전하는 ‘최강’ 삼성생명을 3-1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상무는 포스테이타를 3-0으로 완파한 KT&G와 28일 우승을 다툰다. 여자 단체전에서는 삼성생명이 대한항공을 3-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서울광장 ‘겨울철 새 명소’ 인기 폭발

    서울광장 ‘겨울철 새 명소’ 인기 폭발

    지난 24일 개장한 서울시청 앞 야외 스케이트장을 성탄절을 포함한 주말동안 1만명 이상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개장 때부터 비상근무를 해 온 최정수 서울시 체육청소년과 팀장은 “개장 첫날에는 3000여명,25일 3400여명,26일 3600여명 등 1만여명의 시민들이 이용했다.”면서 “번호표를 받고서도 너무 오래 기다리다 지쳐 돌아가는 시민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개장 첫 날 오후부터 붐벼 첫날 오전은 100여명의 시민들이 매우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스케이트장을 이용했다. 오전 10시에 개장해 입장한 시민들은 이용객이 적어 오후 2∼3시까지 대여섯 시간동안 스케이트를 타기도 했다. 아들 유예찬(10·이대부속초3)군과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찾은 주부 김수옥(36)씨는 “집과 가깝기 때문에 걸어서 왔다.”면서 “이용객이 별로 없는 오전시간에 오면 아이와 함께 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 3시가 지나자 상황은 달라졌다. 학교수업이 끝난 인근 배화여중, 이화여중·고, 창덕여중 학생들과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기려는 연인들이 서울광장으로 모여들면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윤정(14·서울 배화여중 2년)양은 “도로와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심 한 가운데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는 게 좋다.”면서 “하지만 타려는 사람이 많고 스케이트장이 너무 작아 오래 기다렸다.”고 투정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후 4시부터는 500여명 이상이 한꺼번에 몰려 300m정도 줄을 서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 시간단위로 300명씩 이용 첫날 몰려든 시민들로 곤욕을 치렀던 스케이트장 관리자들은 다음날부터는 300명 단위로 이용객들이 스케이트를 한시간씩만 타도록 방침을 조정했다. 번호표를 미리 배부해 오전 10∼10시50분은 1∼300번까지, 오전 11∼11시50분은 301∼600번의 번호표를 가진 사람만 타도록 했다. ●인근 패스트푸드점 싱글벙글 주말을 맞아 서울광장 나들이를 나온 이상인(64·여·마포구 서교동)씨는 “어렸을 적 논에서 스케이트를 타곤 했었는데 이제 젊은이들이 이렇게 타는 것을 보니 마음이 절로 흥겨워진다.”고 감회를 말했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설치와 운영을 맡은 ‘SCC코리아’의 육기승 사장은 “예상보다 너무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질서유지가 어렵다.”면서 “통제가 어렵다보니 스케이트 100켤레당 2∼3켤레씩 분실되기도 한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스케이트장 개장으로 덕을 본 것은 인근 패스트푸드점이다. 서울시가 서울광장에 노점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철저히 단속하고 있기 때문에 스케이트장 이용객들은 덕수궁 쪽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던킨도너츠 시청점장 이하나(23)씨는 “늦은 밤까지도 부모와 함께 나온 아이들이 많이 이용한다.”면서 “크리스마스와 스케이트장 개장 특수로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 밤낮없는 ‘스케이트장 3인방’ “개장 전까지만해도 시민들이 찾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습니다.”(서울시 체육청소년과 최정수 팀장)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설치부터 관리·운영 등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 체육청소년과 직원들은 개장 첫날부터 전원이 비상근무 중이다. 스케이트장 이용객이 예상외로 몰리면서 사설업체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6일 일요일에도 사설업체 직원 20여명과 서울시체육회 직원 6명, 서울시 체육청소년과 직원 14명이 나와 스케이트장 질서유지 및 안내 활동을 벌였다. 특히 시 체육청소년과 최정수 팀장, 강신권·문봉훈 주임은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3인방’이라 불릴 정도로 개장 첫날부터 스케이트장을 떠나지 않고 내리 근무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처음엔 너무 놀라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못잡았는데 조금씩 요령이 생기고 있습니다.” 최 팀장은 초반에 혼란스러웠던 점을 시인하면서 “앞으로 폐장 때까지 더 이상 혼란을 일어나지 않도록 잘 운영하겠다.”고 다짐했다.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두 아들을 둔 강신권(42)주임은 “집에서 쫓겨날 뻔했다.”고 푸념을 늘어 놓았다. 비상근무 때문에 크리스마스 때조차 아이들 얼굴도 제대로 못봤던 것. 강 주임은 “오늘 저녁 아내와 아이들이 스케이트장에 오기로 했다.”면서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이들도 아빠를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과 딸을 둔 문봉훈(41)주임도 마찬가지. 문 주임은 “지난 11월 말부터 새벽 2시에 집에 들어가는 일이 허다했다.”면서 “스케이트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조금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질서를 지키면서 이용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어른들은 오후 5시 이후에 이용 가능 24일 공식개장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의 궁금한 점을 문답식으로 알아본다. 스케이트장 건립비용은 시 예산에서 지출됐나. -아니다. 우리은행에서 서울시 체육회를 통해 공사비 2억원을 ‘협찬’형식으로 지불했다. 며칠 만에 스케이트장이 지어졌나. -7일부터 공사를 시작, 철야작업을 강행해 17일 만에 개장식을 열었다. 개장식 후 일반에 공개한 지 1시간여만에 폐장한 것은 짧은 공사기간으로 얼음이 충분한 두께로 얼려지지 않아 냉각관이 파열돼 생긴 해프닝이었다. 얼음의 두께는 얼마나 되나. -현재는 스케이트를 즐기기에 적당한 8㎝로 유지되고 있다. 스케이트장이 잔디밭보다 높게 설치된 이유는. -육안으로는 잘 식별하기 어렵지만 잔디밭은 자연배수를 위해 중앙부가 높고 주변부가 낮게 돼 있다. 때문에 높이를 맞춰주기 위해 20∼60㎝ 높이의 나무와 합판을 이용, 평상처럼 만든 뒤 그 위에 스케이트장을 만든 것이다. 얼음을 얼리는 원리는. -쉽게 생각해 큰 냉동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얼음 아래에는 지름 9㎜의 스테인리스 재질의 냉각관이 있다. 이 냉각관 속으로 영하 7∼8도의 물과 부동액이 흐르면서 얼음이 유지된다. 얼음을 얼리는 동력은. -전기를 바로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할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어 경유를 이용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설비는 스케이트장 바깥 오른쪽에 있다. 경유는 하루 500ℓ정도 사용된다. 하루 40만∼50만원가량 드는 셈이다. 이용 방법은. -먼저 번호표를 받아야 한다. 번호표 순서대로 입장해 50분간 탈 수 있다.10분간은 얼음을 고르게 정리하는 정빙작업이 이뤄진다. 스케이트를 빌리는 시간을 고려해 번호표에 정해진 시간보다 한 시간정도 먼저 오는 것이 좋다. 이용정원은. -안전을 고려해 300명까지만 입장시킬 방침이다. 스케이트화를 가져와도 되나. -피겨스케이트화라면 그래도 된다. 현장에서도 1000원에 스케이트화를 빌려준다.180∼300㎜의 스케이트화 617켤레가 마련돼 있다. 어른도 이용할 수 있나. -오후 5시 이후에 가능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만 15세이하 유·청소년만 이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스케이트에 서툰 아이들을 위해 보호자도 이 시간에 입장할 수 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고라니·멧돼지 뛰노는 서울로”

    오는 2006년까지 남산과 여의도공원 등 도심 12곳 3만 6000여평에 소규모 생물서식공간이 조성된다. 이 곳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다. 서울시 공원녹지관리사업소는 21일 최근 남산, 보라매공원, 월드컵공원, 길동자연생태공원 등 4곳을 소규모 생물서식공간으로 조성한 데 이어 2006년까지 용산가족공원과 여의도공원 등 8곳에 야생 동식물 보호공간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발에 밀려난 동식물을 도심공원으로 불러들여 시민과 동물이 공존하는 ‘생태 서울’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소규모 생물서식공간은 일종의 도심 속 환경보전지역이다. 서울을 일부나마 원래 주인인 동식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다. 올초부터 서울의 여러 공원에서 발견된 꾀꼬리, 흰배지빠귀, 물총새, 고슴도치, 족제비,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동물과 다양한 희귀 식물들을 보호·육성해 생태계를 복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생물서식공간은 단순히 사람의 손길이 닿지 못하게 하는 환경보전지역이나 비오톱에 비해 훨씬 인위적이다. 철망으로 통제한 소규모 생물서식공간 안에 생태연못과 습지를 조성하고, 새와 작은 동물들이 기거하며 먹이를 얻을 수 있는 나무와 식물을 심었다. 또 생태계를 파괴하는 들고양이 등 외부종을 소규모 생물서식공간 밖으로 내몰았다. 내년 2월부터 실시되는 야생동식물보호법이 설치 근거다. 내년부터 본격 운영되는 소규모 생물서식공간의 규모는 1만 7000여평이다. 용산구 한남동 산 9의2에 2300여평 규모로 들어선 남산소규모생물서식공간은 이번 사업의 바로미터다. 고욤나무, 감나무 등 28종 1만 3000여그루를 심고 생태연못과 배수로 등을 조성, 원시 자연 환경을 복원했다.1만 2000여평의 넓은 생물서식공간이 들어서는 보라매공원에는 마가목 등 33종 7000여주의 나무와 늪지식물 등을 심었다. 월드컵공원에는 맹꽁이를 유인하는 연못이, 길동자연생태공원에는 새를 위한 먹이대 등이 설치되는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인공생태계가 마련됐다. 소규모 생물서식공간은 내년부터는 더욱 활발하게 진행된다. 사업소는 내년에는 남산 수복천약수터 부근과 용산가족공원 등 3곳에, 내후년에는 양재동 시민의숲과 여의도공원 등 5곳에 서식공간이 마련된다. 예상 면적도 올해보다 늘어난 1만 9000평 정도. 예산 확보가 끝난 내년 사업은 설계 용역에 들어간 상태다. 소규모 생물서식공간은 생태계가 안정되는 2,3년 정도는 일반인의 출입이 원천 봉쇄된다. 사업소는 운영 이후 1년 정도 생태계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 뒤, 학술·연구와 생태교육 프로그램 등에 한정해 부분적으로 개방할 계획이다. 사업소 녹화상담실 최병언 팀장은 “소규모 생물서식공간은 동식물에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영역을 제공한다는 취지”라면서 “서울이 사람뿐 아니라 자연 생태계가 살아 숨쉬는 ‘푸른 도시’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인천 굴포천 방수로 이달말 착공

    인천 북부지역을 동서로 관통하는 굴포천 방수로 공사가 본격 추진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일 인천 북부와 김포지역의 만성적인 홍수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이달 말 5539억원을 들여 인천시 서구 시천동∼계양구 귤현동 사이 길이 12.4㎞, 너비 80m 깊이 7m의 굴포천 방수로 본공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2008년 12월 완공될 방수로에는 기존 도로를 연결할 교량 5개를 비롯해 수로 양측에 폭 5m의 산책로, 수로 남쪽에 길이 13.4㎞, 왕복 4차선의 제방도로가 건설된다. 또 방수로 북측 4곳에 4개의 공원이 조성되고,▲물의 공원 ▲바람개비공원 ▲습지원 ▲기념공원 ▲생태관찰원 등 주제별 테마공원 5개도 만들어진다. 방수로는 평소 4.85㎞ 떨어진 한강에서 지름 1.2m의 송수관을 통해 초당 2t의 물을 공급받아 수심 50∼60㎝의 수심을 유지한다. 홍수 때는 물 공급이 중단되고 인천 북부지역 빗물을 배수문 4개를 통해 서해 앞바다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내년 8월까지 진행될 경인운하 타당성용역에서 운하사업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방수로 사업은 운하사업으로 전환된다. 수로 폭 확장 및 갑문 설치, 선박통행이 가능한 교량설치 등이 추가로 추진된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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