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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옴부즈맨 칼럼] 日총리 담화 공론장 역할 아쉬워/이종혁 경희대 언론정보학 교수

    [옴부즈맨 칼럼] 日총리 담화 공론장 역할 아쉬워/이종혁 경희대 언론정보학 교수

    “한일병합 100년을 맞아 간 나오토 일본 정부가 낸 총리담화는 한마디로 혼란스럽다.” 서울신문(사설, 11일자)의 진단대로 일본의 사죄 담화를 평가하기는 매우 어렵다. 한일병합의 강제성은 인정했는데, 불법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문화재 인도라는 가시적 조치가 계획됐지만, 일본군위안부나 강제징용 등에 대한 배상은 제외됐다. 15년 전 무라야마 담화보다 진전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한다. 서울신문이 이번 담화를 1면(11일자) 톱기사로 전하며 “성의, 한계, 미래”라는 다면적이고 모호한 제목을 뽑은 것도 평가의 어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날 신문을 접한 독자들의 혼란은 더 컸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일단 간 나오토 담화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한 반면, 시민단체들은 이념 성향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서울신문을 포함한 대부분 언론의 결론은 “반걸음 진전은 있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많은 사설이 담화 내용에 대한 명확한 평가보다 사후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들은 이번 담화를 반겨야 할지 비판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었을 것이다. 심지어 스스로 평가해 보고자 담화 전문을 꼼꼼히 읽은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평가에 대한 혼란 탓인지 인터넷에 이와 관련된 의견들은 많이 눈에 띄지 않는다. 과거 일본 각료의 망언이나 독도 분쟁의 경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물론 사과 행위와 적대적 행위에 대해 반응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명확한 평가의 어려움이 의견 제시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는 광범위한 의견 교류를 어렵게 했을 것이란 짐작도 그럴 듯하다. 간 나오토 담화는 한·일 과거사에 대한 국제적 평가와 향후 양국 관계의 방향 설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우리가 혼란 속에 조용히 있기에는 너무 중대한 이슈이다. 담화에 대한 광범위한 국민적 토론이 있어야 한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비교해 가며 우리의 공통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일본 정부의 후속 실천을 주시함과 동시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 국민적 토론과 합의를 가능하게 하는 데에 언론은 필수적이다. 중요 의제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 과제를 던져 가급적 많은 독자들이 자유롭고 합리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 의제 설정(agenda-setting)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론장(公論場, public sphere)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서울신문의 역할을 짚어보자. 지난 11일 간 나오토 담화가 처음 보도됐다. 이날 4개 지면과 사설을 통해 이를 주요 의제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날 이후 단발성 기사들만 몇 개 있었을 뿐, 독자들의 토론을 유발할 만한 관련 기사는 눈에 띄지 않았다. 독자들에게 이 사건은 보도 첫날만 주요 의제로 인식됐을 뿐, 이후 국민적 평가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관심에서 잊힌 셈이다.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제가 공론장에 들어오지도 못한 것이다. 언론의 책임이 크다. 만약 서울신문이 간 나오토 담화에 대해 각계 전문가 인터뷰, 지면 토론 중계, 인터넷 토론방 개설, 독자 의견 게재 등으로 토론을 활성화하고자 했다면 어땠을까? 명확한 평가가 나오지 않더라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만으로 서울신문의 공론장 역할은 주목 받았을 것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일본인으로 이토 히로부미가 꼽혔다. 우리 국민의 일본에 관한 의식이 거의 100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가깝고도 먼 일본이라고 하지만 우리 공론장에서 다뤄지는 일본 관련 이슈는 너무 적다. 일본 각료의 망언 사건처럼 일회성으로 달아올랐다 쉽게 꺼지는 비정상적 공론도 개선돼야 한다. 이번 간 나오토 담화 보도는 서울신문의 공론장 역할에 대해 재점검할 기회가 될 것이다.
  • [이것이 相生이다] (5·끝) 전문가 3인 지상 대담

    [이것이 相生이다] (5·끝) 전문가 3인 지상 대담

    정부가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 문제를 강조하고 대기업들도 잇따라 자체적인 상생 방안을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이런 노력에 대해 기대하면서도 실질적인 ‘상생협력’이 이뤄질지 미심쩍어한다. 대기업계는 최근 분위기에 대한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며 마지못해 대책을 마련하는 분위기다. 서울신문은 지난 9일자부터 5회에 걸쳐 대기업과 중기업이 더불어 잘살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했다.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장과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의 지상(紙上) 대담을 통해 바람직한 상생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송재희 부회장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눈부신 성과를 이뤄낸 대기업의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 신의와 성실을 바탕으로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을 시스템화해 한국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영용 원장 대기업의 성과는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의 협조를 통해 가능한 것이었다. 대·중소기업 간 공존은 산업의 효율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최근 상생 논란이 적정한가 유종일 교수 솔직히 최근 상생 논란을 보면 답답하다. 사회적 책임에 둔감한 기업도 문제지만 정책이나 제도가 대기업의 횡포를 용인하도록 되어 있는데 말로만 상생하라면 되겠나. 제도적 접근과 더불어 공정거래법 등 기존 법 제도를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송 부회장 중소기업들도 대기업 못지않게 경제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많은 중소기업이 경기회복의 온기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행위와 대기업의 무분별한 중소기업 사업영역 침범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이 특혜를 달라는 것은 아니다. 기여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고, 공정한 경쟁여건이 조성되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를 대·중소기업 간 갈등이나 포퓰리즘으로 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나설 정도로 대·중소기업 간 상생 문제가 국가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김 원장 논란이 대기업은 높은 수익을 내는 데 반해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한 데 원인을 두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는 근본적으로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 때문이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혁신과 구조조정이 지연돼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아져 격차가 커졌다. →불공정거래 중에 가장 큰 문제는 송 부회장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와 유통 대기업들의 부당한 횡포 등이 문제다. 대기업의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는 협력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신규투자가 감소해 기업 경쟁력이 약화된다. 납품단가 인하의 경우 구두발주 뒤 경미한 과오를 이유로 납품단가를 깎거나 현금결제 등을 조건으로 하도급대금의 일정비율을 감액하기도 한다. 또 원가계산서를 수시로 요구해 최소한의 이익만 보장하고 삭감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들은 수수료를 부당 인상하거나 인테리어·행사비용 등을 입점업체에 전가하기도 한다. 또 세일 등 특판 참여를 강요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김 원장 중소기업계에서는 그런 이유로 납품가 연동제를 요구하지만 이 역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비용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비용을 결정한다는 경제원론에 어긋난다. 또 자동적인 가격 보장시스템은 기업의 기술혁신 및 경영혁신 유인을 약화시킨다. 또 소비자와 원사업자의 부담을 국가가 강제하게 되면서 결국 해외 아웃소싱 확대로 국내 산업이 공동화될 우려도 있다. →납품단가 갈등의 해결책은 김 원장 납품단가 계약은 대·중소기업 간의 사적 계약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이나 미국 등은 납품단가에 대해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이는 결국 시장경쟁을 통한 비용절감과 품질제고 등을 제약한다. 따라서 대·중소기업이 긴밀하게 협력해 부품의 모듈화와 부품 개수를 줄여 부품생산 단계부터 비용절감에 나서야 한다. 또 디자인과 공정, 자재, 기술 등과 관련된 중소기업의 제안을 대기업이 폭넓게 수용하는 것도 방안이다. 송 부회장 납품단가 계약은 시장 경제원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원자재를 대기업에서 구입해 다시 대기업에 납품하는 ‘샌드위치 신세’다. 납품단가 현실화를 위해 대기업이 하도급대금의 부당 감액에 대해 직접 입증하고,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유 교수 대·중소기업 간 협상력 차이가 납품단가 갈등의 근본 원인이다. 업종별 조합 등에 협상권을 줘서 협상력의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 특허기술이나 인력 유출 문제는 송 부회장 힘들게 기술을 개발한 중소기업이 사실상 특허를 빼앗기는 사례가 많다. 상품화를 위해 대기업에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가 대기업이 유사한 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특허등록 무효소송을 제기하는 식이다. 유 교수 기술유출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엄격히 단속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그러나 인력 유출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딱히 막을 방법이 없다. 다만 중소기업이 적정한 납품가격을 보장받아 기술인력에 대해 제대로 대우를 해 줘야 한다. 김 원장 부정적인 현상만 많이 부각됐지만 대·중소기업 간 공동기술개발과 대기업 특허 활용, 중소기업의 기술역량 강화 지원 등의 협력 사례도 많다. 대기업의 기술을 협력업체에 지원하거나 대기업이 재원을 조성해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을 돕기도 한다. 대신 부당한 기술자료 요구를 방지하기 위해 ‘기술자료임치제도’가 도입돼 있다. 정부가 대기업의 부당한 기술자료 요구 행위를 방지하는 기존 제도를 제대로 집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소프트웨어 산업은 특성상 이직률이 높다. 또 인력 이동은 대·중소기업보다 중소기업 간에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1차와 2~4차 협력업체 갈등의 해법은 유 교수 핵심은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 간 공정거래 문화의 정착이다. 여기서 올바른 관행이 확립되면 2~4차 협력업체까지 공정거래 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 송 부회장 대기업이 2~4차 협력업체의 거래 현황을 상호 파악할 수 있도록 거래 단계별 협력기업이 전부 참여하는 의사소통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또 1차 협력업체의 2~4차 협력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는 대기업 상생협력 이행 실적을 평가할 때 2~4차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 실적과 2~4차 업체의 만족도 등을 반영, 1차 협력업체의 지원을 적극 유도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유인책도 마련돼야 한다. 김 원장 국내기업 간 하도급 구조에서 문제가 되는 거래는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보다 1차 협력업체와 2~4차 업체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다. 2차 이하에서 발생하는 납품단가 인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연구개발 인정 범위나 현금 결제 확대 등의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 →정부가 가장 서둘러야 할 일은 유 교수 정부 출범 이후 취해온 감세, 규제완화, 친기업정책이 결과적으로는 ‘대기업 프렌들리’ 정책이고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공정한 시장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과 이에 따른 제도 개혁과 정책 선회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송 부회장 정부는 공정거래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실질적인 상생협력이 이루어지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법을 위반한 기업을 대외에 공표하고 국책사업 참여를 배제하는 등 엄중한 제재조치가 필요하다. 또 미국처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보상하는 손해배상제도와 상생협력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의 제도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이두걸·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60년 지나도 여전한 ‘끝이 없는 전쟁’

    60년 지나도 여전한 ‘끝이 없는 전쟁’

    한국전쟁의 그림자는 여전히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중국과 일본도 수시로 한국전쟁의 여파에 휩싸이며, 미국과 유엔 동맹국들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을 침공한 지 60년이 지났지만 한국전쟁은 관련국들에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남아 있다. 한국에서 전쟁은 1948년 제주와 여수·순천반란에서부터 시작됐다. 반란의 뿌리는 1919년 3월 일본 식민통치에 저항하는 대규모 만세운동에 있다. 3·1만세운동이 실패하면서 일부는 중국으로 피해 국민당과 공산당의 보호 아래 들어갔다. 다른 이들은 한국 내에서 은신처를 찾아 숨었고, 일군의 무리는 1930년대 만주에서 항일운동에 가담했다. 또 다른 이들은 소련에 의탁했다. 독립된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갈망했던 이들은 1945년 광복을 맞자 중국과 일본, 미국에서 물밀듯 조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한국인들에게는 희생의 경험이 주를 이룬다. 1945~1948년 미국과 소련 군정의 유일한 목적은 한국에서 일본과 이들의 잔재를 몰아내는 데 있었다. 미국과 소련의 대한(對韓) 정책의 지향점은 같았지만 달성하고자 하는 바는 너무도 달랐다. 소련은 1904~1905년 러·일전쟁 참패에 대한 인적·물적 배상을 북한에 물어 2차대전의 피해를 충당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반면 미국은 일본 제국주의 잔존 인물들이 일본으로 돌아가 경제·사회적 개혁을 순탄하게 진행시키길 바랐다. 이처럼 한반도에 들어서는 과도정부는 다양한 목적에 부합돼야 했고, 결국 서로 다른 후원국들에 의해 남북한에 들어선 정부가 서로의 적이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북한의 김일성과 남한의 이승만 정부는 모두 흡수통일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미국과 소련간의 차이점은 미국은(물론 나름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을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었지만, 소련은 직접 관여하기보다 북한과 중국을 앞세워 싸웠다. 한국전쟁이 국제적인 분쟁으로 확대된 1950~1953년은 남북한 상호간에 뿌리깊은 증오를 낳았고, 이같은 적개심을 오늘날 한국의 젊은 세대들과 세계는 이해하지 못한다. 남북한간 증오는 전선을 넘어 광범위하게 자행된 잔혹성에 근거한다. 한국전쟁은 유럽의 30년전쟁(1618~1648) 당시 공포를 연상시킨다. 한국의 민간인 사망자는 한국군 전사자수를 능가했다. 기근과 질병, 유엔군의 무자비한 폭격, 남북한군에 의한 인질과 포로 학살로 최소 1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쟁에 패배한 북한은 수많은 양민을 ‘국가의 적’으로 규정해 학살했다. 수천명이 집단농장으로 끌려가 행방불명됐다. 전쟁의 정당성과 김일성의 ‘신성’에 도전하는 사람은 감옥에 갇히거나 처형됐다. 남한의 사정도 전혀 다를 바 없었다. 비무장지대에서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공산주의 게릴라들과의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공산당 잔당에 대한 토벌작전으로 남한의 인구는 급격히 줄었다. 1950년대 한국의 상황은 잔혹했던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김일성은 1953년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승만과 마찬가지로 휴전할 생각이 없었다. 소련과 중국이 북한의 경제적 재건과 군사적 안보의 열쇠를 쥐고 있었기에 결국 김일성은 이들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승만은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았고, 휴전협정에 서명하길 거부했다. 이후 이승만은 미국과의 상호안보조약체결과 10억달러 원조, 한국군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한국·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이 한국을 방위한다는 약속을 얻어낸 뒤에야 휴전을 받아들였다. 한반도 통일이라는 전쟁 목적을 양보하는 대신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지불했고, 현재도 지불하고 있다. 3년간의 전쟁으로 남북한을 통틀어 민간인과 군인 2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군이 2차대전에서 입은 인명피해와 맞먹는다. 이 밖에 교전국 인명피해는 50만명에 이르며, 이중 90%가 중국인이다. 휴전협정은 순식간에 한국인들로 하여금 정복이 아닌 전복을 위한 전쟁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 미국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핵전쟁이나 재래식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억지한다는 데 암묵적 합의를 도출해 냈다. 그렇다면 남북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우선 남북한은 계속해서 주변국들과 미국의 우려의 대상이 될 것이다. 한국이 태평양의 주요 국가로 발전해 나가지 않는 한, 역사와 지정학적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의 미래는 다른 여타 포스트모던 시장 민주주의 국가들처럼 밝다. 반면 북한은 이미 실패한 국가이지만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 역사적으로 독재체제는 3대를 넘기지 못한다. 다음에 닥쳐올 ‘제국’의 몰락을 국제사회는 준비 없이 맞아서는 안 된다. 이번에는 한국인들이 그렇게 열망하는 새로운 통일된 국가를 전쟁 없이 세울 수 있도록 도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 [판결 3題] “태아상태 의사에 미보고 조산사도 의료사고 책임”

    조산사가 태아의 상태를 의사에게 제때 보고하지 않고 응급처치도 제대로 하지 않아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면 의사의 지시를 받는 입장이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A씨 부부 등이 “양수의 태변착색을 발견하고도 의료진에게 보고하지 않은 조산사로 인해 갓 출산한 아이가 뇌성마비 상태가 됐다.”며 모 산부인과 병원 운영자 B씨와 조산사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 판결을 파기,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조산사는 분만과정에서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계속적으로 관찰하고 전문의 등이 응급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상태를 제때 보고해야 하며, 응급상황에서 자신이 취할 수 있는 범위 내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A씨 부부는 1999년 4월 병원에서 갓 출산한 아이가 뇌성마비 진단을 받자 조산사인 C씨가 양수의 태변착색을 발견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1, 2심 재판부는 “조산사로서 할 수 있는 응급조치를 모두 이행했다.”며 A씨 부부의 청구를 기각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전교조, 명단공개 손배소 제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교사 5864명으로 구성된 소송인단이 28일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과 동아일보를 상대로 각각 5억 8640만원(1인당 10만원)씩 총 11억 728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인단은 오후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한 뒤 “조 의원은 법원의 명단공개금지와 간접강제 판결에도 명단을 삭제하고 있지 않다.”며 “이에 대한 조 의원은 물론 언론 자유를 가장해 명단을 재공개한 동아일보에도 책임을 묻는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지난달 말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전교조 명단을 제출받아 개인 홈페이지에 공개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전교조는 이를 금지해 달라며 서울 남부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조 의원은 19일 명단 공개를 강행했고, 동아일보도 홈페이지에 명단을 링크했다가 삭제했다. 당시 법원은 “공개 대상과 범위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채 명단이 공개되면 조합원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될 수 있다.”며 전교조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앞서 27일 “가처분 결정을 어긴 조 의원은 하루 3000만원씩 전교조 측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금융특집] 삼성화재 ‘무배당 애니비즈 슈퍼 퇴직연금보험’

    [금융특집] 삼성화재 ‘무배당 애니비즈 슈퍼 퇴직연금보험’

    퇴직연금과 화재·배상 책임손해보험, 단체 상해보험을 하나로 묶은 통합 상품이다. 삼성화재의 퇴직연금 상품에 가입한 기업이 현장의 위험 보장과 근로자의 복리 증진 관련 보험에 추가로 들면 따로따로 가입하는 것보다 저렴한 보험료를 적용받게 된다. 퇴직연금 가입 뒤에 추가로 가입해도 할인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뿐 아니라 기업의 리스크까지 원스톱으로 통합 관리받는 셈이다. 상품 종류는 확정급여형 퇴직연금과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두 가지로 나뉜다. 가입 형태는 퇴직연금 단독가입 외에 ▲퇴직연금+화재·배상 책임 ▲퇴직연금+단체상해 ▲퇴직연금+화재·배상책임+단체상해 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법률 개정에 따라 대물 배상책임도 가입이 가능해졌다. 자기 사업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옆 사업장에 피해를 입혔을 때와 같은 경우도 보장받을 수 있다. 단체상해보험에 가입하면 직원들의 상해 사망, 사고 후유장해, 질병 사망, 실손의료비, 골절치료비 등의 위험을 보장받는다. 부부·가족 한정 특약을 선택하면 근로자의 배우자, 자녀, 부모 등 가입 대상을 원하는 범위까지 지정해 보장받을 수 있다.
  • ‘타임오프’ 심의 근로면제위 발족

    오는 7월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에 앞서 구성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가 닻을 올렸다. 26일 출범한 근면위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추천한 위원 각 5명과 정부측 공익위원 5명 등 모두 15명으로 구성됐다. 오는 4월까지 근로면제(타임오프) 한도와 범위를 확정한다. 정부 추천 공익위원으로는 김동원 고려대 교수, 김태기 단국대 교수, 박준성 성신여대 교수,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이종훈 명지대 교수가 위촉됐다. 경영계 추천으로는 이동응 한국경총 전무, 배상근 전경련 상무, 박종남 대한상의 상무,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조영길 아이앤에스 법률사무소 대표가 선임됐다. 노동계에서는 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 김주영 한국노총 부위원장, 손종흥 한국노총 사무처장, 이경우 법무법인 한울 대표, 김인재 인하대 교수가 참여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존엄사 논쟁에서 임종까지

    존엄사 논쟁에서 임종까지

    김 할머니 ‘존엄사’ 논쟁의 발단은 2008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할머니는 폐암이 의심돼 서울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기관지 내시경을 이용한 조직 검사를 받다가 폐출혈과 심호흡 정지를 겪고 식물인간이 됐다. 김 할머니 가족은 처음에는 의료진의 과실여부를 따지기 위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신청했다. 그러나 김 할머니가 뇌손상을 입어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국내 첫 존엄사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김 할머니 가족은 “할머니가 입원하기 전 ‘병원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겨 소생하기 힘들 경우 인공호흡기를 절대 끼우지말 것’을 당부했다.”며 병원측에 호흡기 제거를 위한 병원윤리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그러나 병원측은 인공호흡기 부착과 치료 등을 계속하면 1∼2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며 거부했다. 이에 김 할머니 가족들은 2008년 5월 서울서부지법에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본안 소송을 냈다. 또 가족들은 헌법소원도 냈다. 정부가 존엄사에 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그해 7월 서부지법은 “치료가 의학적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인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의 결정만으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반면 11월 본심 1심 재판부는 김 할머니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연명치료 중지를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도 지난해 2월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2심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법원의 판단을 묻는 비약상고를 결정했다. 하지만 김 할머니 가족과 변호사측이 비약상고 제안을 거부함에 따라 병원측은 2심 법원에 항소장을 냈다. 지난해 2월10일 나온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도 1심의 판결을 뒤집지 못했다. 병원측은 2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 상고를 최종 결정했다. 그러나 대법원도 지난해 5월 21일 2심과 마찬가지의 결정을 내리면서 ‘존엄사’ 논쟁에 불이 붙었다. 헌법소원은 기각됐지만 의료계는 불치 환자들이 관행적으로 연명 치료를 거부해왔다며 존엄사에 대한 자체 지침을 마련했다. 반면 종교계 등은 생명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남용돼 환자들이 무분별하게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반발했다. 결국 지난해 6월23일 오전 10시21분 연명치료 중지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가 제거됐다. 그러나 짧게는 30분에서 길어야 3일 정도 살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김 할머니가 자발호흡을 되찾았고, 건강도 차츰 호전됐다. 때문에 ‘인공호흡기=인위적 연명치료 수단’이란 등식이 깨지면서 ‘연명치료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규정할 것인가’란 새로운 논란이 제기됐다. 김 할머니가 지난해 10월부터 사망 직전까지 무호흡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제공받았던 산소호흡줄과 항생제, 유동식 등이 연명치료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확대됐다. 이후 김 할머니는 인공호흡기를 떼고도 200일 넘도록 삶을 이어갔으나 이날 오후 1시쯤부터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오후 2시57분 숨을 거뒀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민노총 ‘경찰차 파손’ 전액 배상해야”

    대법원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10일 집회 도중 경찰버스를 파손한 책임을 물어 정부가 민노총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손해액 전액을 배상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재판부는 “집회 주최자에게 질서유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 때문에 손해배상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이상 손해배상책임 범위는 해당 과실과 인과관계가 있는 전부에 미치기 때문에 제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2007년 6월 민노총이 서울 여의도에서 주최한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일부 참가자가 차도를 점거한 뒤 경찰버스 11대를 파손하고 경찰 물품을 탈취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소송을 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한국서 가입률 낮은 화재보험, 美선 왜 인기?

    │뉴욕·로스앤젤레스 장세훈특파원│우리나라에서는 가입률이 저조한 화재보험에 해당하는 주택종합보험에 미국인들은 열광한다. 화재 등 가정 내 사고에 대비한다는 취지는 유사하지만, 운영 방식과 주민 의식에서 차이가 있다. 10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아파트의 화재보험 가입률은 92%다. 하지만 아파트 외 주택들의 가입률은 단독주택 30%, 연립·다세대주택 10% 등으로 저조하다. 반면 미국 전체 주택의 주택종합보험 가입률은 96%에 이른다. 사실상 필수다. 가입률에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보장 범위에 있다. 우리나라 화재보험 대부분은 화재가 나면 철골 구조나 인명 피해에 한해 보험금을 준다. 재물 피해는 보상받지 못한다. 가입자들이 보험료 부담을 줄이려다 보니 보장 범위와 한도를 좁히는 것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미국 주택종합보험의 경우 화재는 물론 폭풍과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 누수·파손·도난 등의 사고까지 책임진다. 실제로 미국 뉴욕의 산드라 마가야네스(36·여)는 지난해 집안에서 수도 파이프가 터지자, 보험을 통해 수리 비용과 피해 보상까지 무려 1만 3000달러(약 1500만원)를 받았다. 한·미 간 문화의 차이도 한몫한다. 미국에서는 주택 구입 시 은행에서 대출 조건으로 주택종합보험 가입을 요구한다. 10년 이상 장기 대출이 많아 은행 입장에서는 주택 파손에 따른 위험 대비 차원이다. 권욱진 뉴욕 세인트존스대학 교수는 “어느 나라나 주택보험 수요는 낮지만, 미국은 장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이 활성화돼 이 보험이 일반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보험사가 사후보상은 물론 사전예방까지 책임진다는 게 주택종합보험의 강점이다. 미국 주택보험업체 CHUBB사의 경우 보험 가입에 앞서 적외선 카메라로 전기·수도 문제를 진단하고, 산불 등에 대비해 방화물질을 뿌려주기도 한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우리나라도 가벼운 과실이라도 불을 낸 사람이 배상을 하도록 관련 법이 개정됐고, 보장 범위가 다양한 화재상품이 출시되고 있는 만큼 수요도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hjang@seoul.co.kr
  • [판사들과 함께 하는 법률상담 Q&A] 교통사고 합의금 분쟁 막으려면?

    # 사례1 교통사고를 당한 A는 가해 운전자인 B가 형사재판에서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합의를 제의하자 합의금을 받고 합의서를 작성해 주었다. 이후 B의 보험사 C는 B가 준 합의금을 손해배상금에서 공제하려고 한다. C는 B가 준 합의금도 손해배상금에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Q A는 손해배상금에서 합의금을 뺀 금액만 받을 수 있는가? A 합의금이 특히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된 것임이 명시되지 않으면 재산상 손해배상의 일부로 지급된 것으로 보아 손해액에서 공제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다. 위와 같은 합의서를 작성할 때 ‘위로금 조’ 또는 ‘보험금과는 별도’, ‘손해배상액과는 별도’라는 등의 표현을 명시하면 그 합의금을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해서는 안 되고, 위자료 산정에 있어서 참작사유의 하나로 삼을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따라서 합의서를 작성할 때에는 가해자에게 손해배상금(보험금)에서 공제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공제되지 않으려면 ‘손해배상금(보험금)과 별도’라는 문구를 기재하는 것이 유리하다. # 사례2 교통사고로 우측 대퇴골 경부골절상을 입은 A는 수술후유증으로 남은 고관절 운동제한이라는 후유장해를 기초로 보험회사인 B와 합의를 하였다. 그런데 합의 이후에 위 골절상으로 인한 하지단축의 후유장해가 발생했다. Q A는 이에 관한 손해를 B 보험사에 추가로 청구할 수 있을까? A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고 그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진 때에는 그 후 그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여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나 그 합의가 손해배상의 원인인 사고 후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후발 손해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것이고, 만약 당사자가 후발 손해를 예상하였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합의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할 만큼 그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가 이러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그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위 사안에서 하지단축의 장해가 합의 이전에 받은 대퇴부 골절에 대한 수술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면 하지단축으로 인한 손해는 합의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손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해자는 합의를 하기 전에 후유장해가 어느 정도로 남을 것인지, 향후 치료비가 얼마나 될 것인지에 관하여 충분히 검토한 뒤 합의를 하여야 할 것이다. 즉,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는 피해자가 충분한 치료를 받은 후 경과를 지켜본 후 보험사와 합의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이성복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판사
  • [부장판사들과 함께하는 법률상담 Q&A] 성형수술 부작용 손해배상 받으려면?

    # 사례1 평소 몸매에 불만이 많던 K양. 날씬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 성형외과에서 지방흡입술을 받았다. 하지만 마취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호흡부전 증상을 나타내다가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증 등의 장애가 발생했다. Q K양은 어떻게 하면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A 의료소송은 그 내용이 전문적이며 사실관계의 파악이 어렵고, 자료가 의사 측에 편재해 있어 일반 불법행위 소송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 의사의 진료채무는 질병의 치유와 같은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할 결과채무가 아니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현재의 의학수준에 비춰 필요하고도 적절한 진료조치를 해야 할 수단채무이기 때문에 의사에게 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 의사에게는 고도·최선의 주의의무가 부여되지만 무제한의 주의의무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주의의무의 기준은 진료당시 임상의학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수준이고, 현재 임상에서 통용되고 있는 의료수준과 방식에 의거한 치료였다면 결과가 나빠도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의사의 주의의무, 즉 그것을 위반하면 과실이 인정되는 위반의 모습은 광범위하게 많다. 의사가 진단·치료·수술·주사·마취·수혈·투약을 잘못하면 책임이 있을 뿐 아니라, 치료 후에도 요양의 방법과 필요한 사항을 지도해야 하고 입원환자의 자살, 타상을 방지하며 추락사고를 방지해야 할 의무(요양상 지도의무), 의사가 적절한 진료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다른 적당한 의료기관에 전원시켜 진료를 받도록 해야 할 의무(전원의무), 질병의 증상과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충분한 설명을 하여 위험을 감수하고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설명의무) 등이 있다. 의료사고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의료과실과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의료과오 소송에서는 일반의 소송에 비하여 입증책임을 완화해 주고 있다. 의사의 과실을 직접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피해자 측이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의료상의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한다. 또 피해자 측이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우므로, 그러한 경우 그 증상발생에 대해 의료상의 과실 이외에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여러 간접사실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으로 추정하는 방법도 있다. K양은 진료기록감정과 증인 등을 통하여 마취 중에 의사가 경과관찰을 제대로 아니한 과실, 호흡부전에 빠졌을 때 기관삽관 등을 하여 기도를 확보하고 앰부배깅을 통한 보조호흡을 적절히 시행하지 아니한 과실, 응급조치 시설이나 진료 능력이 부족하였다면 즉시 종합병원으로 전원시켜 치료받게 하지 아니한 과실, 마취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아니한 과실들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입증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가 있다. 이병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 “박수근 ‘빨래터’ 진품 추정”

    “박수근 ‘빨래터’ 진품 추정”

    위작 논란에 휩싸였던 박수근(1914~1965) 화백의 유화 ‘빨래터’가 진품으로 추정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표현기법 등이 박 화백의 기존 작품과는 크게 달라 보이는 등 위작으로 볼 소지도 있었기 때문에, 위작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 조원철)는 4일 빨래터의 경매업체인 서울옥션이 위작 의혹을 보도한 미술잡지 ‘아트레이드’ 발행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작품의 원 소장자인 존 릭스는 1954~56년 한국에 근무하며 박 화백에게 그림재료 등을 사다 줬고 박 화백에게서 감사의 표시로 빨래터를 비롯해 그림 5점을 선물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다.”면서 “존 릭스가 박 화백에게 그림을 잘 보고 있다는 내용의 카드를 보낸 점, 존 릭스의 사무실과 집 사진에 함께 선물받은 박 화백의 다른 작품들이 걸려있는 점 등을 볼 때 이 진술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2008년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 감정인단 20명 중 19명이 빨래터가 진품이라는 의견을 내놨다.”면서 “감정인단이 두 차례에 걸쳐 감정위원과 조사방법을 보강하고 박 화백의 화풍 변천에 따라 여러 작품을 폭넓게 비교한 점 등으로 미뤄 진품 판정이 특별히 불합리한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작품의 표현기법이 박 화백의 전형적인 스타일에 비해 생경하게 느껴지는 데다 보존상태가 너무 완벽해 오히려 의심을 불러일으킬 정도인데도 서울옥션은 전문감정인이 아닌 박 화백의 아들 의견만 듣고 진품 소견서를 작성했다.”면서 “따라서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다음 진위 감정의 필요성을 주장한 기사는 정당한 언론활동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피고쪽 손을 들어줬다. 50여년 동안 빨래터를 보관해온 존 릭스에게서 작품을 넘겨받은 서울옥션은 지난 2007년 5월 근현대 미술품 경매에 박 화백의 미공개 작품이라며 이를 출품했고, 작품은 국내 경매사상 최고가인 45억 2000만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아트레이드가 2008년 1월호에서 선의 모양과 색채 표현 방법 등이 박 화백의 기존 작품들과 다르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위작 의혹 및 감정 필요성을 제기하자 서울옥션은 “신용과 명예를 훼손당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2년여를 끌어왔던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 위작 논란이 법정공방을 거쳐 진품으로 결론이 나자 미술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미술계는 2007년 이중섭의 작품이 위작으로 판명돼 거래가 크게 위축되는 등 뼈아픈 경험을 했었다. 미술계는 이번 일을 계기로 위작 시비들이 끊이지 않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다. 공주형 미술평론가는 “작품 거래시 감정서를 꼭 요구하고, 작품의 이동경로를 추적하고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진 홍익대 미술대 교수도 “프랑스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미술품에 대한 공적 검증 시스템을 마련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한편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이번 소송의 목적이 작품의 진위 판정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항소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아트레이드’ 측과 더불어 위작이라고 주장해온 최명윤 명지대 교수는 4일 “과학감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문소영 유지혜기자 symun@seoul.co.kr
  • [아동성폭력과의 전쟁] (3) 피해보상과 재범 방지

    [아동성폭력과의 전쟁] (3) 피해보상과 재범 방지

    2005년 딸들과 함께 성폭력을 주제로 한 TV 시사프로그램을 시청하던 A씨는 딸들이 각각 6살, 5살이던 1998년 여름쯤 세들어 살던 집 주인 B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A씨는 이듬해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성추행 사실을 인정, 원고 승소 판결하면서 피해아동들에게 각각 위자료를 1000만원씩 물어주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성추행은 인정하면서도 “민법상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되는데, A씨가 사건 발생 당시 이미 딸들이 성추행당한 사실을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역시 항소심 판단을 인정, 판결은 확정됐고 피해아동들은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했다. 현재 성폭력 피해에 대해 금전적 보상을 받으려면 가해자를 상대로 손배해상이나 위자료 청구소송을 내야 한다. 형사재판 절차와 별도로 이 과정에서 피해 상황을 낱낱이 다시 입증해야 한다. 또 범인을 안 날로부터 3년 혹은 성폭력이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배상을 받을 수 없다. 배상청구권 소멸 시효가 형사 공소시효보다도 훨씬 짧은 셈이다. 피고인의 형사재판 선고와 동시에 피해자가 민사적인 손해배상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배상명령’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성범죄가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범죄에 포함되지 않는다. 게다가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관련법 개정안에서도 형법에서 규정한 ‘강간과 추행의 죄’만 대상범죄에 새로 포함시켰다. 아동 성범죄에 대해서는 형법보다 형량이 더 높은 성폭력특별법으로 기소하는 것이 원칙인데, 개정안에 성폭력특별법 위반 범죄는 포함되지 않아 피해아동이 실제로 배상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배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그 범위는 물적 피해, 치료비, 위자료에 국한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아동성범죄의 경우 장기간 계속되는 정신적인 후유증이 성인이 된 뒤까지 큰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현행 법제도 틀에서는 눈에 보이는 상해를 기준으로만 피해를 보상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피해아동들이 실질적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을 재정비하는 한편, 법원 역시 정신적 상해 또한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성폭력범죄자의 재범방지 교육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수행한 법무부 용역보고서 ‘아동성폭력 재범방지 및 아동보호대책’은 “우선 성범죄자의 범죄유형을 분석해 처벌, 치료, 교육 중 어느 것이 재범 방지에 필요한지 판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도소 성폭력범죄자 치료프로그램도 2006년부터 시범 실시되고 있지만, 재소자의 교육참여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고 전문 인력 부족 등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외국의 성범죄자 관리 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테네시주법은 아동 성범죄자가 아동 시설 주변에서 거주하지 못하도록 한다. 아동 시설이란 공립·사립 학교와 보육센터, 공원, 놀이터, 공공육상시설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성범죄자의 아동시설 취업을 10년 동안 제한할 뿐이다. 일본에서는 재범 위험이 높은 아동 성범죄자가 출소하면 관할 경찰서가 신상정보를 넘겨받아 관리한다. 출소 뒤 다시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감시하고 범죄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일본 경찰청이 2005년부터 이같은 시스템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정은주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나영이 사건’ 파문] ‘재심통한 중형’ 사실상 불가능

    여덟살 여자 아이를 잔인하게 성폭행해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장애를 남긴 50대의 범죄행각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범인이 더 무거운 형을 받을 수 있게 다시 재판에 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행 법체계 상 범인을 두 번 단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네티즌 “재심해서 중형선고를” 1일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토론방인 아고라 청원게시판에는 ‘나영이 사건’과 관련해 140여개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 12년형은 납득할 수 없으며, 보다 중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법정최고형 선고와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청원에는 39만여명이나 서명을 했다. 범인이 나영이의 목을 졸라 기절시키고 심한 부상을 입은 나영이를 방치한 채 도주한 것은 강간치상죄가 아니라 살인미수죄에 해당한다는 목소리도 비등하다. 한 네티즌은 “나영이 사건은 성폭행이 아니라 살인미수”라면서 “그에 맞게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범인이 저지른 짓은 단순한 성폭행 상해의 범위를 뛰어넘는다.”면서 “나영이 사건을 살인미수와 고문죄로 새로 재판을 청구해달라.”고 청원을 올렸다. 추석 연휴 동안 촛불집회를 하자는 청원도 적지 않다. 한 네티즌은 “촛불집회에서 나영이 사건의 재심, 아동성폭행 및 유괴 등에 대한 특별법 제정을 비롯해서 중대 사건에 필수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하자고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같은 사건 두 번 단죄 못해 하지만 일사부재리의 원칙상 범인을 다시 법정에 세울 수는 없다. 어떤 사건에 대해 일단 판결이 확정되면 같은 사건을 다시 소송으로 심리·재판하지 않는다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공판 과정에서 공소장을 변경했다면 모르겠지만 확정판결이 나온 뒤 검찰이 같은 사안에 대해 법률적 평가를 달리해서 다시 기소하는 것 역시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네티즌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살인미수죄로 다시 재판을 구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특별소송절차로 마련된 ‘재심’ 절차가 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재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상 원판결의 증거물이나 증언 등이 허위라는 사실이 확정 판결로 드러난 경우, 원판결에 관여한 법관이나 검사가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된 경우 등에만 재심이 가능하다. 김영진 대전대 법경찰학부장은 “검찰이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할 사건을 잘못 기소한 것이라면 그 위법성을 따져 재심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은 하겠지만, 절차 등을 생각해봤을 때 어려운 일”이라면서 “다만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 법원이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해 보다 엄중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주의를 환기시키자는 취지에서 가능성을 제기할 필요는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정책진단] 환경보건법 시행 6개월 짚어 보니

    [정책진단] 환경보건법 시행 6개월 짚어 보니

    정부는 환경성 질환(석면에 의한 폐질환, 아토피, 천식, 소아암, 선천성 기형, 소아발달장애 등)의 심각성을 인식, ‘환경보건법’을 제정하고 올해 3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환경보건정책관(局)을 신설하고 산업화 후유증에 따른 대비와 각종 환경성 질환에 대한 예방책도 세웠다. 환경성 질환은 환경오염과 유해화학물질 등 유해인자와 상관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질환이다. 정책시행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환경보건정책의 가장 큰 이슈와 현안을 짚어보고 발전방향을 진단해 본다. 환경보건법 주요골자는 유해물질 위해성평가, 환경성 질환 조사, 피해 보상·기금 확보 근거 마련, 어린이 활동 공간·이용품에 대한 관리기준 강화 등이다. ‘환경 관련 건강피해의 예방·관리’도 신설하여 3년마다 전국민 환경보건 기초조사를 하고, 국민의 건강피해에 대해 건강영향조사 청원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특히 사업활동 등에서 생긴 환경성질환에 대해서는 원인 제공자가 배상책임을 지도록 명시했다. ●환경성 질환 인식제고 토대 마련 법 시행과 함께 환경 유해인자의 위해성 관리, 유해물질 규제, 실내공기질 관리강화 등의 시책을 추진 중이다. 또한 전국 11곳의 환경보건센터를 환경성 질환 전문기관으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각종 질환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 정부가 문제해결에 나섰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 법 제정으로 어린이와 노인 등 민감계층에 대한 보호막이 생겼다는 점은 큰 의의가 있다. 하지만 환경보건법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타부처와 보다 활발한 유기적 협조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환경 오염원의 원인은 다양하고 이에 따른 환경보건 문제는 타부처 정책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처럼 민감계층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고려가 미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성 질환 판단기준과 피해구제를 위한 재원마련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정책의 기본 방향은 환경성 질환의 원인규명과 예방적인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수요자들은 보상 쪽에 관심이 더 높아 어려움이 있다.”면서 “보상을 위한 후속조치와 재원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2032년 악성중피종 환자 최고조 예상 환경성 질환은 수질·실내외 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및 알레르기(아토피) 질환, 석면으로 인한 폐질환, 환경오염 사고로 인한 건강장해, 유해화학물질 중독증 등 영역이 광범위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질병과 환경 연관성을 규명하기란 쉽지 않다. 환경부는 환경보건법 시행 후 지난 6월 충남 홍성·보령의 석면광산 주변 5개 마을 주민 215명을 대상으로 한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조사대상의 절반이 넘는 110명이 폐질환을 앓고 있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20~30년 전에 채광작업이 끝난 광산이라는 점과 무엇보다 광산에서 일한 적이 없는 주민들에게 폐질환이 발견됐다는 것은 사회적 충격을 줬다. 석면으로 인한 질환은 광산뿐만 아니라 공장지대, 재개발 현장, 지하철 등 생활과 밀접한 공간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 준다. 석면으로 인한 ‘악성중피종’ 사망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도 국내 석면피해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증거다. 악성중피종이란 피부에 생기는 악성종양으로 원인은 석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악성중피종 환자 발생은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성균관대 성동일 산업의학교실 교수는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와 슬레이트 수입이 최고조에 달했던 1992년을 정점으로 추정해 보면 2032년쯤 국내 악성중피종 환자는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환경부도 “국내 석면 총사용량을 200만t으로 계산했을 때 향후 30년 동안 악성중피종 환자는 매년 400여명씩 발생, 총 11만 7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가·지자체·기업 함께 책임져야 석면은 악성중피종이나 폐암, 석면폐처럼 인체에 치명적인 질환을 일으키는 1급발암 물질이다. 하지만 10~40년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기 때문에 피해에 대한 책임 규명과 보상에 어려움이 있다. 환경성 질환으로 판정되더라도 어느 시기에 어떤 경로를 통해 걸렸는지, 또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비록 안다고 하더라도 소송을 거쳐야 하고 보상 소멸시효도 짧아 사실상 피해구제가 불가능하다. 민법 제766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손해나 가해자를 밝혀낸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선진국은 정부가 나서서 피해에 대한 보상을 해주고 있다. 환경부 오종극 환경보건정책관은 “환경과 건강 상관관계 규명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석면질환을 비롯한 환경성 질환자 피해구제를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 기업이 함께 책임지는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전문가 “유족들 국가·北상대 손배소 가능”

    경기 연천 임진강에서 북측의 댐 방류로 사망한 희생자 유족들이 국가와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을까. 정부 측은 배상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행정안전부 관계자는 9일 “국가 배상이 가능하려면 자연재해에 의한 사고로, 피해가 일정 규모 이상이 돼야 한다. 이번 사고는 이같은 재난 유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가족 측은 ▲실종사고 직전 수위가 급격히 늘어난 점 ▲무인자동경보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점 ▲비가 오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댐 방류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들어 손해배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유가족 측 김정현 변호사는 “이번 사고는 행정소송법상 ‘영조물 책임’을 따르게 된다. 영조물 책임이란 국가나 지자체의 관리물에 의한 피해 시 과실 책임을 국가 혹은 지자체가 지도록 돼 있는 조항이다. 피해보상액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국민적인 관심사인 만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피해보상액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변호사는 “경보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고 군부대는 수위가 급격히 불어난 것을 알면서도 알리지 않는 등 국가가 국민보호 의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국가배상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또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 남북관계법 전문가인 이효원 서울대 법대 교수는 “‘교류협력’의 범위에서 북한을 국가적 실체로 인정하기에 우리 법원이든 북한 법원에서든 소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판례상 북한은 ‘반국가 단체’와 ‘평화통일을 이뤄야 할 당사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정은주 오달란기자 ejung@seoul.co.kr
  • 키코 효력정지 가처분 항소심 첫 기각 판결

    서울고법 민사40부(수석부장 이성보)는 수출기업인 K사가 신한·씨티·제일은행을 상대로 낸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 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키코와 관련된 가처분 신청이 고등법원으로 올라온 이후 처음 나온 판단이어서 현재 고법에 계류 중인 20여건의 가처분 신청 결정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지 주목된다.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환율이 지정된 상한선을 넘으면 계약 금액의 2∼3배를 시장가격보다 낮은 환율로 팔아야 하는 통화옵션 상품이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키코로 큰 손실을 본 중소기업 100여곳은 계약의 불공정성 등을 주장하며 무더기로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계약 자체가 불공정하고 ▲계약 체결 과정에서 사기 또는 착오가 있었으며 ▲사정변경 등에 따라 계약 해지권이 인정돼야 하고 ▲은행이 고객보호 의무를 위반했으며 ▲은행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K사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태안·옹진 모래싸움’ 옹진군 이겼다

    육지뿐 아니라 해역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한이 미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헌재 전원재판부는 30일 인천시 옹진군이 서해안 광구에 대한 자치권을 침해당했다며 충남 태안군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에서 해당 공유수면의 관할권한이 옹진군에 있다고 결정했다. 이는 해역에 대한 관할권을 인정한 헌재의 첫번째 결정이다. 태안군은 2004년 5월과 2004년 12월 인천~충남 사이의 해상 광구에서 모래를 채취할 수 있도록 허가처분을 내렸고, 채취업자에게 점용료 및 사용료 109억 70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옹진군은 해당 해역이 옹진군 관할 해역이라면서 사용료 징수행위 등을 정지하라고 요구했지만 태안군이 이를 거부하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재판부는 “자치권이 미치는 관할구역의 범위에는 육지는 물론 바다도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옹진군은 현재 태안군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 중이라 헌재의 이번 결정이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부장판사들과 함께 하는 법률상담 Q&A] 꽃배달 동업자가 홈페이지 사진 도용

    # 사례 꽃배달 서비스 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상품 소개를 위해 200여종의 화분을 촬영해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런데 A씨와 마찬가지로 꽃배달 서비스 업체를 운영하는 B씨가 A씨의 승낙도 없이 사진을 복사해 자신의 업체 홈페이지에 올려 버렸다. A씨가 항의하자 B씨는 도용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A씨가 이 사진들의 저작자라는 증거는 없지 않으냐.”며 버텼다. 또 “설령 A씨가 저작자라고 해도 이 화분들은 통상적 판매를 위한 기성품에 불과하기 때문에 화분을 찍은 사진들은 창작성이 없어 저작권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Q B씨가 당장 사진 도용을 그만두는 것은 물론 앞으로도 함부로 사진을 복사해 쓸 수 없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 사진 도용으로 인한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까. A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할 때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특별한 절차나 형식의 이행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저작권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저작자가 생존하는 동안과 사망 뒤 50년 동안 보호를 받는다.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란 문학,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 요건으로 창작성을 갖춰야 한다. 사진 저작물의 경우에는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 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돼야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로 볼 수 있다. A씨가 찍은 사진들의 창작성이 인정될 경우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저작권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본안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사진이 저작물로 인정될 경우 저작권 침해의 금지, 예방, 폐기 등 청구, 손해배상청구 및 명예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청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침해자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사례의 경우처럼 전문 사진작가도 아니고 상당한 사진촬영 기술을 갖고 있지도 않은 A씨가 찍은 사진은 저작권법에서 규정하는 창작성을 취득하기 힘들기 때문에 저작물로서 보호받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A씨가 온라인에 사진들을 게시했기 때문에 사진들의 제작 및 표시 연월일, 제작자의 성명, 이용조건 등을 온라인 콘텐츠에 표시했다면 5년 동안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 발전법의 보호를 받아 금지 등 청구 및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설령 A씨가 이런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했더라도 이 사진들은 A씨가 많은 노동력과 비용을 들여 촬영한 법적 보호의 가치가 있는 이익이고, 상대방이 무단으로 도용해서 사용한 것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원리에 위배된다는 점 등을 입증하면 민법의 일반 불법행위 규정에 따라 위자료 등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단 B씨가 사례와 달리 영리의 목적이 아니라 가정 등 한정된 범위 안에서만 복제사진을 이용한 경우 등에는 저작물의 자유로운 이용이 허용되기 때문에 A씨가 저작자로 인정되더라도 앞서 언급한 청구들을 할 수 없다. 박희승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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