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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섀도뱅킹에는 어떤 위험이 숨어 있나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섀도뱅킹에는 어떤 위험이 숨어 있나

    섀도뱅킹(shadow banking)은 은행과 비슷하게 신용을 중개하면서도 은행 수준의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 및 금융 상품을 말한다. 즉 증권사, 여신전문 금융회사(카드사, 할부금융사 등), 신용보증기관 등 비(非)은행 금융기관과 머니마켓펀드(MMF)를 비롯한 각종 펀드, 신탁 계정, 자산유동화·환매조건부매매(RP) 등 금융 상품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섀도뱅킹이 금융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 부문에 잠재돼 있는 위험 요인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섀도뱅킹이란 용어는 2007년 미국의 대형 자산 운용사인 핌코의 폴 매컬리 이사가 미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한 한 심포지엄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섀도뱅킹이 위기 확산의 주요 경로로 주목되면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섀도뱅킹은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이 신용을 중개한다는 점과 보유 위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받고 있어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부정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은행을 통한 전통적인 신용 중개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단기 예금을 장기로 빌려주고 수익을 얻는 비교적 단순한 과정이다. 반면 섀도뱅킹은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채권형 펀드에 가입한 경우 이 자금은 ‘자금 투자-펀드 판매-채권 매매 등의 펀드 운용-채권 매매 중개-펀드자금 최종 수요’로 이어지는 총 5단계의 과정을 거쳐 최종 자금 수요자에게 공급된다. 아울러 자산 운용사는 펀드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회사채 이외에 자산유동화증권, 파생금융 상품 등 대체 상품에 투자하는 한편 RP 및 증권 대여 등도 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거래가 이뤄지고 여러 기관이 더 참여한다. 이와 같이 은행 시스템 밖에서 이뤄지는 신용 중개를 통칭하는 섀도뱅킹은 포괄 범위가 매우 넓다. 자본시장 고도화, 금융기법 발달 등으로 수시로 새 상품 및 거래 방식이 등장해 변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섀도뱅킹은 은행이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통해 자금을 중개하고 위험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금융의 활용도를 높여 왔다. 또 금융산업 내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고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금융 산업 발전에도 기여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섀도뱅킹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와 베어스턴스가 파산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채널로 작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섀도뱅킹에는 어떤 위험 요인이 잠재돼 있을까? 우선 섀도뱅킹은 상품 구성과 금융 중개 방식이 갈수록 복잡해져 상품 및 거래의 투명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둘째 고객으로부터 직접 자금을 조달(예금)하는 은행과 달리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수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금융시장 또는 자본시장 상황에 따라 신용 중개 규모가 크게 변한다. 즉 섀도뱅킹의 신용 증가율은 경기 회복 및 상승기에는 은행을 상회하나 경기 둔화 및 하강기에는 은행을 밑도는 등 큰 폭의 경기 순응성을 보일 수 있다. 그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지면 경기 변동을 증폭시키고 금융 불안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 셋째 금융기관의 수익 추구 성향, 시장성 수신을 통한 자금 조달의 용이함 등으로 섀도뱅킹 기관의 레버리지(총자산/자기자본)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부실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파생 상품 활용, 자산유동화·증권 대여 등을 통해 레버리지가 지나치게 확대되면 충격이 발생했을 때 전체 금융 시스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례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리먼브러더스의 레버리지가 30배를 넘었고 유럽계 은행들은 이보다도 높았다. 넷째 자금 조달에서 운용까지의 경로가 길고 다양해 섀도뱅킹 증가는 금융기관 간 또는 금융시장 간 상호 연계성을 높여 특정 부문의 작은 위기가 전체 금융 시스템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경로로 작용할 가능성도 커졌다. 또한 예금자 보호,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 등의 법적 보호나 공적 지원 체계가 미흡해 일부 금융기관 또는 펀드의 부실이 발생할 경우 해당 업권 전체의 대규모 자금 인출 사태로 이어져 시스템적 리스크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런 잠재 리스크들을 감안해 금융안정위원회(FSB)는 2010년 11월부터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섀도뱅킹 중 규제가 미흡하다고 평가되는 부문들을 선정하고 글로벌 규제 강화 방안을 논의해 왔다. 은행보다 느슨한 규제를 이용해 금융기관들이 규제 차익을 추구할 수 없도록 섀도뱅킹 업무를 하거나 여기에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에 대해 금융회사 간 연결 기준 강화 등의 간접 규제를 도입했다. 또 증권사, 여신전문사 등의 섀도뱅킹 기관과 자산유동화·증권 대여 등의 섀도뱅킹 활동에 대해 유동성, 레버리지, 자본적정성 등과 관련한 규제 강화 방안을 모색해 왔다. FSB는 2013년 8월 그간의 논의를 토대로 섀도뱅킹에 대한 규제 권고안을 발표하고 공개 의견 수렴, 최종 규제안 확정 등의 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올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글로벌 비은행금융기관을 선정해 관련 규제를 우선 적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섀도뱅킹의 신용 공급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2011년부터 매년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국가 간 비교 가능한 자금순환통계를 활용해 섀도뱅킹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2012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섀도뱅킹 규모는 1조 3000억 달러(1411조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108.4%다. 미국(26조 달러·165.9%), 유로 지역(22조 4000억 달러·183.7%), 영국(8조 9000억 달러·354.4%) 등의 주요국에 비해 규모 및 경제적 비중이 아직까지 크지 않다. 이는 은행 중심의 금융산업 구조, 자본시장법·자산유동화법 등 섀도뱅킹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있어서다. 섀도뱅킹의 대표적인 기관인 증권사와 여신전문사의 유동성 및 자본적정성은 대체로 양호해 레버리지 비율(각각 11.4배, 6.7배)도 은행(14.2배)보다 낮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은 섀도뱅킹이 정체 또는 감소했지만 우리나라는 연평균 10% 넘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섀도뱅킹이 발달했던 주요 선진국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관련 리스크가 크게 부각되면서 섀도뱅킹이 위축됐다. 반면 국내에서는 수익 창출 기반 악화 등으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위험 추구 유인이 커지면서 증권사, 여신전문사 등이 더 활발히 활동하고 자산유동화, RP 등의 상품시장도 커지는 등 섀도뱅킹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도 고수익 금융자산 수요가 늘고 금융권 간 수익률 경쟁이 심화되고 자본시장이 선진화되면서 국내 섀도뱅킹 규모와 관련 리스크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섀도뱅킹 기관의 낮은 투명성, 높은 경기 순응성, 레버리지 확대, 상호 연계성 증가 등 주요 위험 요인들을 중심으로 전체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글로벌 규제 논의에 맞춰 국내 섀도뱅킹에 대한 규제를 정비해 나가되 국내 금융시장 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내용 문의 lark3@seoul.co.kr
  • 광진구의 도심 ‘녹색혁명’

    서울 광진구가 올해를 도시농업 활성화 원년으로 삼고 다양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구는 다음 달 3일부터 조직 개편을 통해 도시농업 활성화를 전담하는 ‘도시농업팀’을 공원녹지과에 신설하기로 했다. 팀장과 팀원 2명이 도시농업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 육성하며 지원하는 업무를 맡는다. 동호회 수준의 도시농업을 인성과 환경을 고려한 도시재생 차원으로 확대하기 위해 시·구비 등 1억 1200만원을 투입한다. 올 3~12월 3300㎡ 규모의 광장동·중랑천 자연학습장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동 직능단체 및 주민들에게 배분해 운영한다. 상자텃밭은 지난해 700세트에서 올해 2000여세트로 늘려 보급한다. 구청 본관 옥상과 자양4동 제4경로당 옥상에 운영했던 옥상텃밭은 오는 3월부터 주민센터와 복지관 등 지역 모든 공공시설로 확대한다. 또 지역 어린이집과 창업지원센터 등 기존 18곳의 옥상녹화 장소 외에 민간 건물 2곳도 옥상녹화 장소로 활용할 예정이다. 도시농업 면적 확대뿐 아니라 체계적인 교육에도 나선다. 3~10월 지역 주민센터와 복지관 등에서 건국대와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교육은 자투리 텃밭과 아파트 베란다, 옥상 등 도시농업을 실천하는 ‘도시농업반’과 친환경 농산물 소비촉진 등을 교육하는 ‘친환경 유기농반’으로 나눠 운영할 예정이다. 김기동 구청장은 “도시에서 아이들이 흙을 만지며 생활하면 인성도 좋아진다”며 “도심에서 흙을 만지고, 씨를 심고, 수확하는 즐거움을 주는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정부 ‘특별교부세 인센티브’는 그림의 떡? 지자체, 사용처 놓고 딜레마

    정부 ‘특별교부세 인센티브’는 그림의 떡? 지자체, 사용처 놓고 딜레마

    대전광역시와 제주도는 안전행정부가 지난 연말에 시행한 ‘지방3.0 공모 과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덕분에 인센티브로 특별교부세 3억원씩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야근을 밥 먹듯 하면서 공모 사업을 준비했던 해당 부서 직원들의 표정이 어둡다고 한다. 인센티브를 받긴 했는데 안행부가 지방3.0 사업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재해대책사업비로만 특별교부세를 집행하도록 사용처를 못박았기 때문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23일 “원래는 특별교부세로 인센티브를 받으면 그 예산을 재원 삼아 우리가 제출했던 ‘시민 참여형 공공시설물 안전관리 커뮤니티 맵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그는 “공모사업을 힘들게 준비하며 수상과 특별교부세만 기다렸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예산을 준비하지도 않았다”면서 “사업을 시작하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모사업에서 우수상을 받은 서울시 역시 인센티브로 받은 특별교부세 2억원을 ‘시민 알권리 충족을 위한 행정정보 전면공개 추진’이 아니라 제설제를 구매하는 데 쓸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애초에 공모사업에 참여할 계획도 없었지만 중앙정부 정책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제출했던 것인데, 솔직히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특별교부세는 내국세 총액의 19.24%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교부세 가운데 보통교부세(97%)를 뺀 나머지 3%를 안전행정부가 별도 편성·관리하는 항목이다. 원래는 지방자치단체의 개별 여건이나 예상치 못한 현안 수요, 재해대책 등에 사용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국회에 집행계획을 보고하지도 않고 국회 결산도 형식적인데다 안행부 장관이 직권으로 교부액과 시기, 내역까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안행부가 지자체와 국회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 지원금이다. 안행부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특별교부세 상당액을 지자체 인센티브에 지출했고, 지자체는 특별교부세를 자율적으로 집행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감사원이 안행부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재해 대책에 사용하도록 돼 있는 예산을 인센티브 지출에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감사원은 안행부가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조건으로 감사결과보고서에 명시하진 않았고 바뀐 규정은 올해부터 적용이 된다. 문제는 지난해 특별교부세 중에서 지자체에 이미 내려 보낸 인센티브에서 발생했다. 최병관 안행부 교부세 과장은 “지난해는 일종의 과도기라 지자체 입장에서 혼선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과거에도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당 부서에 전부 주는 게 아니라 지자체 예산부서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산을 배분하곤 했다”고 해명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특별교부세 규모 줄이고 투명성 높여야”

    “특별교부세 규모 줄이고 투명성 높여야”

    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특별교부세는 선(善) 기능과 부작용이라는 양면성에 더해 불가피성까지 복합적으로 갖고 있다”면서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순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을 투명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10년 넘게 특별교부세를 연구해온 이 분야 전문가다. 김 교수는 “특별교부세는 엄격한 기준이 없어 배정 기준이 불투명하고 배정에 대한 의사결정이 공개되지 않아 정치적으로 결정되거나 지방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별교부세를 좌지우지하는 집단은 정치권과 안전행정부, 안행부 출신 자치단체장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지대추구 행위를 줄이려면 특별교부세 전체 규모를 줄이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특별교부세 폐지론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안행부가 지방자치단체를 통제 혹은 견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데, 특별교부세 자체를 없애는 건 안행부에게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02년과 2008년 발표한 논문을 통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인 지역구 의원이 있는지 여부가 특별교부세 배분에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유의미한 관계를 나타낸다”는 점을 밝혀낸 바 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열린세상] 주는 것이 얻는 것임을 깨닫는 사회를 위하여/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주는 것이 얻는 것임을 깨닫는 사회를 위하여/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현재처럼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국제적인 위상이 높았던 적도 없었다. 세종과 성종의 시대를 태평성대로 평가하고 있으나 제한적인 신분사회였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우리 국민은 1960년대 1인당 국민소득 87달러의 경제를 반세기 만에 2만 달러로 발전시켰다. 이에 따라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전환했다. 서울의 지하철망과 서비스의 질은 도쿄의 지하철에 뒤지지 않으며 여의도의 거리는 뉴욕 맨해튼의 월스트리트에 비견할 만하다. 서울 강남역의 분위기는 일본 신주쿠역보다 활기가 넘친다. 우리가 이런 것들을 지난 반세기 만에 이룩했다는 데 대해 세계가 놀라고 있고, 많은 개발도상국이 우리를 배우고 있다. 그러나 눈을 가리고 달리는 말처럼 좌면우고하지 않고 앞만 바라보며 달려온 탓일까. 우리는 제2의 도약을 앞두고 적지 않은 장애물들에 둘러싸여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높아지고 있는 지니계수가 대변하듯 계층 간 소득배분의 불균형은 계속 커지고 있다. 중위소득 50% 미만의 비율을 의미하는 상대적 빈곤율의 경우,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은 11.1%인 데 반해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5%로 높다. 지역 간 편차도 작지 않다. 지역 내 총생산(GRDP)을 비교하면 최소인 강원도와 최대인 경기도와의 차이가 무려 8배다. 사회계층과 지역 간에 커지고 있는 경제적 격차는 우리 사회의 반목과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의 여당과 야당이 소통과 대화를 통한 협상보다는 투쟁적 방식에 의존하다 보니 사회의 갈등이 표출되면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의 철도파업도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는 현재 갈등해결에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 탓에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아직도 우리가 제1단계의 자유 민주주의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자유 민주주의의 체제하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복지를 위한 개인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개인의 노력 정도에 따라 개인의 복지가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악화될 경우 개인은 사익을 좇는 데 익숙해지고 공익에 대한 개념조차 갖지 못한다. 서로 이익이 충돌하여 다툼이 발생하면 죽일 듯 서로 싸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족 내에서조차 형이 동생을 돌보지 않는 상황을 연출한다. 과도한 경쟁과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른 승자독식이 지배하게 되어 토머스 홉스의 표현과 같이 자칫 혼돈의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선진국들은 이성과 지혜를 발휘해 사회의 혼돈을 방지하고 사회적 비용을 절약함으로써 새로운 단계의 자유 민주주의로 발전했다. 이러한 사례는 인간과 동물과의 차이를 특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이 자연 상태에 적용되는 적자생존의 원리에 대한 대안으로 얻은 것이 양보와 배려였다. 타인,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양보의 원리는 제1단계 자유 민주주의의 경험을 기초로 제2단계 자유 민주주의를 구축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공익에 대한 체험적 동감은 개인의 자유와 욕망을 자제시키고 훈훈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었다. 이는 화장실을 사용하고 나올 때 다음 고객을 위해 세면대를 청소하는 습관으로 발전했다. 길을 가다 서로 부딪히면 바로 사과하는 예절도 배려와 양보의 소산이다. 그들은 사회적 갈등도 물리적 방식보다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해결한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방식이 생소한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의 향약과 새마을 운동의 정신은 매우 유사하다. 바람직한 일은 서로 권장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은 서로 규제하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와야 한다는 향약의 덕목과, 협력을 강조하는 새마을 운동의 정신은 제2단계 자유 민주주의로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모습으로 실천해야 한다. 승자가 약자를 돌보고 형이 동생을 돌보며 주민이 이웃을 돌보는 아름다운 사회는 양보와 배려 속에 꽃필 것이다. 결국, 주는 것이 얻는 것임을 깨닫는 사회를 위해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 1조 1000억원 대박 누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83)이 오는 3월 열리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챔피언십 토너먼트 67경기의 승리팀을 모두 맞히는 농구팬에게 10억 달러(약 1조 1000억원)의 상금을 걸어 눈길을 끈다. 21일(현지시간) 시카고트리뷴 등에 따르면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금융대출회사 ‘퀵큰’과 함께 NCAA 남자농구 68강이 펼치는 총 67경기의 승리팀을 완벽하게 맞히는 농구팬에게 상금 10억 달러를 준다고 밝혔다. 상금은 2500만 달러씩 40년 동안 지급될 예정이며 일시불을 원할 경우 5억 달러를 받는다. 승자가 2명 이상이면 상금은 똑같이 배분된다. 버핏 회장과 퀵큰 측은 미국의 많은 농구팬들이 매년 3월 NCAA 남자농구 챔피언십 토너먼트를 앞두고 대진표가 결정되면 승리팀을 맞히는 내기에 열을 올린다는 것에 착안했다고 밝혔다. 버핏 회장은 “농구팬들 또는 억만장자에 도전하려는 사람 모두에게 좋은 거래”라며 “해마다 3월이면 수백만명이 어차피 승리팀 맞히기 겨루기를 하는데 10억 달러를 벌 수 있는 기회를 왜 잡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제이 파너 퀵큰 사장은 “승리팀을 많이 맞히면 상금 100만 달러를 주는 대회는 있었는데 승리팀을 모두 맞히면 가치가 더 높다는 생각에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며 선착순 100만명이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쿨러닝의 감동’ 소치서 다시 한번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의 ‘쿨러닝’을 소치에서 다시 한 번 볼 수 있게 됐다. 21일 외신에 따르면 자메이카 올림픽위원회와 소치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윈스턴 와트(47)-마빈 딕슨(29) 등 자메이카 2인승 봅슬레이 대표팀의 올림픽 출전 비용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자메이카 봅슬레이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12년 만에 다시 동계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와트-딕슨 조는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의 출전권 배분 원칙에 따라 소치행 티켓을 따냈지만 8만 달러(약 8500만원)나 되는 출전 경비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서울신문 1월 20일자 28면> 그러나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팬들이 ‘크라우드 펀딩’(소셜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한 모금)을 통해 기부에 나섰고 이날 현재 1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이 모였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열린세상] 정치개혁은 가능한가/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정치개혁은 가능한가/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우리나라 국회에서 진정한 정치개혁은 가능할까. 국민 열 명 중 여덟 명으로부터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국회가 정치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엔 교육감 직선제와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 폐지, 그리고 자치구 의회 폐지가 대립의 이유다. 사실 선거를 앞두고 룰을 바꾸자고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권투에서 선수를 링 위에 올려놓고 규칙을 바꾸자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굳이 바꿔야 한다면 바뀐 규칙은 다음부터 적용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정치개혁특위는 의석수에 따라 위원을 배분하고 대부분의 이슈에 대하여 당론에 의한 선택을 피할 수 없으니 주고받는 것이 엇비슷할 때나 여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경우 외에는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소위 국회선진화법이라 불리는 국회법 개정에 합의한 것은 누가 여당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수당의 입지를 강화하자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치인들이 따라야 할 규칙을 정치전문가나 비정치인들이 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들도 사실상 특정 정당이나 이념에 가까운 경우가 많아 누가 규칙을 만들어도 여야 정치권이 동의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선거규칙을 논할 때 중요한 것은 당면한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무엇이 국민의 뜻을 더 공정하고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느냐이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이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것과 자치구 의회를 폐지하자는 주장에서 우리는 현실정치에서의 자기 혁신의 한계를 실감한다. 지방자치가 도입될 때 기초선거에서는 정당공천제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지역의 토호세력이 지방의회에 집중적으로 진출하여 부패의 온상이 됐다. 급기야 여야는 책임정치 구현을 위한 정당공천제의 도입에 합의했다. 그런데 이제는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중앙정치의 과도한 영향력을 이유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고 한다. 대의민주주의가 보편적인 현실 속에서 정당공천제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이를 아예 없앤다면 과거 겪었던 문제들이 재현될 것이다. 얼마 후에 토호세력의 발호나 소수계층의 이익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또다시 정당공천제를 부활하자고 할 셈인가. 기초의회의 효율성이 낮으니 자치구 의회를 없애자는 것도 문제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 지방의원들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비효율적인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기초의회를 없애자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 자체를 포기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도덕성을 갖추고 존경과 신뢰를 받아야 하는 교육감을 가장 정치적 방법인 직선제로 선출하면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 혹자는 선거제를 실시해서 진보적 교육감이 당선되었기 때문에 교육계의 개혁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교육개혁이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선거제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선출된 교육감이 어떤 교육정책을 취했느냐에 따른 결과다. 임명제 교육감이 바른 교육정책을 추진하지 못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직선제는 진보와 보수의 편을 가르고 교육계 인사들에게 줄 서기를 강요하는가 하면 막대한 선거비용으로 각종 부정선거의 가능성을 현실화시켰다. 선출된 교육감의 이념 정향에 따라 아이들의 이념적 정체성이 다르게 형성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직선제는 고매한 인격과 도덕성을 갖춘 경륜 있는 인사의 교육감직 진출을 억제하는 문제도 있다. 단 한 차례의 선거를 치렀으니 직선제를 개선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직선제를 선택했던 국가들이 대부분 임명제로 돌아선 것은 개선만으로는 교육감 직선제의 근본적 한계를 치유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선거제도를 비롯한 정치개혁은 특정 시점에서의 당파적 이익과 관계없이 바르게 이루어질 때 정치권은 국민으로부터의 믿음을 회복할 수 있다.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국민의 믿음은 선거에서 몇 자리 더 얻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가장 귀중한 자산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안전한 아빠차, 수수한 오빠차

    안전한 아빠차, 수수한 오빠차

    단단한 호두 껍데기를 깨자 그 속엔 또 한 겹의 호두 껍데기가 숨어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차라는 인식을 심어 준 볼보의 한 이미지 광고다. 볼보의 대표적 패밀리 카인 XC60 D5는 가족의 안전이란 관점에서 접근하면 높은 점수를 주기 아깝지 않다. 이 차가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실시한 전·측면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 안전 등급을 획득했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바 있다. 차 안에 무수히 달린 첨단 안전 장비도 볼보의 자랑이다. 앞차와의 간격이 일정 거리 이상 좁혀졌을 때나 보행자와 자전거를 확인하고 저절로 멈춰 추돌사고를 방지하는 ‘시티 세이프티’ 기능과 사각지대로 진입하는 차를 감지해 경고 메시지를 주는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너 나 할 것 없이 비슷한 기능을 장착하는 추세지만 해당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선도한 브랜드인 만큼 누구보다 안정적인 기능을 선보인다. 운전 상황에 따라 좌우 바퀴의 구동력 배분을 해 주는 ‘코너 트랙션 컨트롤(CTC)’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량의 취약점인 코너링 시 뒤뚱거림도 막아 준다. 뒷자리가 단박에 아이용 좌석으로 변하는 ‘2단 부스터 시트’는 압권이다. 어린이의 앉은키를 높여 줘 안전벨트를 올바르게 착용할 수 있게 돕는데 카시트를 불편해하는 아이에겐 제격이다. 물론 카시트에 앉기를 싫어하는 아이용일 뿐 안전범퍼에 5점식 벨트를 채용하는 카시트보다 부스터 시트가 더 안전하다고 말할 순 없다. 주행 성능도 합격점이다. 3000rpm 이내에서 시속 160㎞는 너끈하다. 8단 변속기가 보편화하는 추세 속에 6단을 달아 놓은 것이 거슬리긴 하지만 최고출력 215마력, 최대토크 44.9 kg·m로 강력한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저속이나 고속 모두 힘이 달리는 것은 느끼기 힘들다. 연비도 12.4㎞/ℓ(고속도로 연비 14.8㎞/ℓ)로 우수한 편이다. 볼보 XC60 D5는 벤츠 SCL C199를 디자인한 스티브 마틴의 작품이다. 그는 과거 단단한 상자를 떠올리게 했던 디자인을 진일보시켰다고 할 만큼 볼보차를 세련되게 만들어 놓고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여전히 라디에이터그릴부터 A필러, 스타일라인으로 이어지는 XC60의 앞면과 옆면은 다소 밋밋하고 평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격은 6690만원. 최근 쿠페를 연상시키듯 매끈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끄는 경쟁사의 디자인, 한국에서 볼보라는 브랜드 선호도 등을 볼 때 고민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볼보는 분명 좋은 아빠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차다. 하지만 뒷좌석에서 아이가 내리는 순간 때론 아빠도 오빠이고 싶을 때가 있다. 유부남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소치올림픽 D -19] ‘쿨러닝’ 주인공 자메이카 소치에서도 기적 만들까

    ‘쿨러닝의 기적’을 소치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눈이 없는 나라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대표팀이 12년 만에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FIBT) 연맹이 소치동계올림픽 출전국 최종 발표를 하루 앞둔 19일 AP통신은 자메이카가 2인승 출전권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파일럿 윈스턴 와트(47)와 브레이크맨 마빈 딕슨(29)으로 구성된 자메이카 대표팀은 이날 현재 475점의 포인트를 확보해 세계랭킹 39위에 올라 있다. FIBT는 국가별로 포인트 순위에 따라 1~3위 국가들에는 3장씩, 4~9위에는 2장씩, 10~14위까지는 1장씩 등을 배분하고, 나머지 4장은 대륙별 안배 원칙에 따라 골고루 나눠 주는데, 자메이카도 와트-딕슨 조의 선전으로 소치행 자격을 얻었다. 자메이카 봅슬레이가 올림픽 출전권을 딴 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눈이 내리지 않는 열대 기후인 자메이카는 동계스포츠 불모지이지만, 1988년 캘거리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봅슬레이 대표팀이 출전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1994년 영화 ‘쿨러닝’으로 제작돼 소개됐고, 자메이카는 이후 2002년까지 다섯 차례 연속 올림픽 무대에 섰다. 2006년 토리노와 2010년 밴쿠버대회 등 두 차례 빠졌지만 이번에 다시 기적을 일궈 냈다. 올 시즌 8차례의 아메리카컵에 출전한 와트-딕슨 조는 1, 2차 대회에서는 각각 20위와 12위로 부진했다. 그러나 3차 대회에서 7위로 선전한 데 이어 지난 4일과 8~9일 열린 5~8차 대회에서 8위와 7위, 5위를 차지해 포인트를 쓸어 담았다. 기적의 중심에는 나이 쉰을 바라보는 와트가 있었다.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부터 대표팀에서 뛴 와트는 2002년을 끝으로 은퇴했지만, 10년이 넘는 공백을 딛고 다시 조종간을 잡았다. 와트는 당초 4인승 출전권 확보를 목표로 했으나 비용 문제 때문에 2인승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와트-딕슨 조가 소치에 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장비 구매 비용까지 8만 달러(약 8500만원)가 필요한데, 자메이카 정부는 지원을 끊은 상태다. 소치로 향하는 비행기표도 구하지 못했다. 와트는 “현재 우리에겐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모든 힘을 쏟아붓는다면 반드시 누군가 우리를 도와줄 것이고 쿨러닝의 신화도 재현될 것”이라고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썰매 종목 불모지였던 한국은 최근 남자 2인승과 4인승, 여자 2인승 등 전 종목 출전권을 처음으로 확보해 자메이카 못지않은 기적을 일궈 냈다. ‘기적의 원조’ 격인 자메이카가 한국과 나란히 소치 트랙을 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사설] 변호사 ‘서울 쏠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로스쿨 출신이 본격 배출되면서 변호사 수가 크게 늘었지만, 서울 집중은 오히려 심해졌다고 한다. 출범 당시 로스쿨을 전국 대학에 고루 배분해 법조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지역이 없도록 하겠다던 취지는 간데없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개업 변호사는 지난해 1만 474명으로 전년도 9124명보다 15% 가까이 늘었다. 2012년 배출된 로스쿨 1기생이 지방을 외면하고 서울에 대거 몰린 결과다. 앞서 서울 개업 변호사는 2000년 2663명에서 2006년 5219명으로 늘었으니 그 증가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서울 지역의 법무법인 또한 2000년 103곳에서 지난해에는 474곳으로 4.6배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서울 이외의 전국 법무법인은 184곳에서 731곳으로 4.0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변호사의 서울 쏠림 현상은 필연적으로 과열경쟁과 법조 서비스 양극화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최근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 정보를 이용해 개인회생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가 검찰에 기소된 사건은 수임경쟁 격화에 따른 대표적인 일탈행위라고 할 수 있다. 변호사가 각종 이익집단의 집단행동에 편승해 승소 가능성이 낮은 이른바 기획소송을 부추기는 일도 잦아졌다. 더 큰 문제는 상주 변호사가 없어 법률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지역이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 없는 ‘무변촌’(無辯村)은 전국 219개 시·군·구의 32.9%인 72곳에 이른다고 한다. 법무부가 법률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마을 변호사’ 제도를 도입해 전화나 인터넷으로 상담에 응하도록 하고 있지만 궁여지책일 뿐이다. 변호사가 없는 기초자치단체 66곳의 의회 의원들은 얼마 전 소액 사건의 소송대리권은 법무사에게도 허용하라는 건의안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얘기다. 변호사 단체들은 어이없다는 반응만 보일 게 아니라 이제라도 무변촌에 대한 법률 서비스를 어떻게 확보해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도 기존의 변호사 양성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내년부터는 지역 로스쿨의 지역 인재 할당제가 도입된다. 지역 인재의 경우 장학금 혜택을 주면서 일정 기간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토록 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시론] 우리 경제에 디플레이션은 올 것인가/김병화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前 한은 부총재보

    [시론] 우리 경제에 디플레이션은 올 것인가/김병화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前 한은 부총재보

    얼마 전 통계청은 작년 한 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3%로 발표했다. 이러한 물가 상승률은 1997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물가 상승률이 0.8%에 그친 1999년을 제외하고는 역사상 가장 낮은 것이다. 우리나라가 과거 반세기 넘게 인플레이션과 힘겨운 싸움을 벌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처럼 낮은 물가 상승률을 우리 경제가 성숙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징표로 해석하면서 뿌듯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처럼 낮은 물가 상승률이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전조가 아닐까 우려하면서 이에 대비해 보다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할 것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디플레이션은 소득과 부의 분배구조를 왜곡시킬 뿐 아니라 수요 위축과 물가하락이 되풀이되는 악순환 과정을 통해 경제를 피폐하게 한다. 그럼 가까운 장래에 우리나라가 디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이 있을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디플레이션의 원인이다. 현대의 금융시스템이 자리 잡은 20세기 이후 디플레이션은 대부분 금융위기에 기인한 총수요의 급격한 위축 결과이며 금융위기는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의 폭락, 대규모 대출 부실화 등으로 인해 대형 금융기관이 파산하는 경우에 일어났다. 이처럼 금융시스템이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면 자본의 효율적 배분이 이루어지지 못해 극도의 투자 부진을 시작으로 경제가 급격히 위축돼 성장률 급락, 실업률 폭등을 겪게 된다. 둘째는 우리가 걱정하는 디플레이션이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다면 어떤 양태로 나타날 것인가이다. 선진국의 경우 자산가격 거품 붕괴에 따른 금융위기에 의해 초래되는 디플레이션은 총수요의 급격한 위축과 물가수준의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 금융위기의 결과가 초단기적으로는 총수요의 급격한 위축과 함께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나며 물가 하락은 어느 정도의 시차가 지나서야 나타날 것이다. 왜냐하면 원화는 달러, 엔화와는 달리 국제금융시장에서 통용되는 국제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의 금융위기는 단기적으로는 외국자본의 유출과 환율 급등을 가져와 수입물가 폭등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7년에 시작된 우리나라의 금융위기는 1998년에는 마이너스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 1999년에는 제로 수준의 물가상승률로 나타났다. 이 두 가지가 의미하는 바는 금융안정이 최선의 디플레이션 방지책이며 물가지표의 움직임은 디플레이션의 예측은 물론 적시 인식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에서 디플레이션을 촉발할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인 위험요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가계부채와 기업부실 문제이다. 우리나라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미국, 일본에 비해 현저히 높을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지금도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소 회복세를 나타내던 기업의 수익성도 2011년 이후 다시 악화되기 시작해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계속 하락하는 등 기업 간 양극화도 나날이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하여 가계부채나 기업부실 문제가 악화될 경우 완충 역할을 해야 할 금융기관의 경영건전성이 2011년 이후 악화되고 있어 금융시스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을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가지표의 움직임에 예민하기보다는 가계부채 누증, 기업 수익성 악화 및 양극화 심화, 금융기관의 건전성 약화 등 우리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취약점을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난 1997년 금융위기가 한보사태로부터 촉발된 금융시스템의 마비를 통하여 우리 경제의 위기로 이어졌듯이 디플레이션의 얼굴을 한 대불황이 만약 일어난다면 그것은 물가하락이 아닌 금융위기라는 길을 통해 우리 경제에 다가설 것이기 때문이다.
  • EM 발효액으로 음식 쓰레기 악취 싹~

    송파구는 14일 일반주택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는 악취를 제거하기 위한 EM(유용미생물군) 발효액을 무료로 보급한다고 밝혔다. EM 발효액은 악취제거, 부패방지, 해충퇴치에 효능이 있다고 널리 알려진 물질이다. 구가 EM 발효액 무료 공급에 나선 것은 음식물 쓰레기 배출용기 사용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장지동 자원순환공원에 발효기 2대를 설치했다. 발효 기간을 감안하면 월 18t의 발효액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여기서 만든 EM 발효액은 각 동주민센터로 운반돼 주민들에게 배분된다. 주민들은 빈 페트병을 가져가면 EM 발효액을 받아갈 수 있는데 2ℓ 1병이면 한 달 정도 쓸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에다 분사기를 써서 3~4번 뿌려 주면 된다. 구는 사용법이 담긴 안내문도 같이 나눠 준다. 자원순환공원 안에 홍보관도 만들어 이곳을 찾는 아이들에게 환경교육도 병행하기로 했다. 박춘희 구청장은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정착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불편함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면서 “EM 발효액 사용 추이나 주민들의 의견들을 좀 더 들어 보고 긍정적인 대답이 나올 경우 발효기를 더 많이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작년 정치자금 기탁 107억 ‘역대 최고’

    중앙선관위는 지난 한 해 국민이 기탁한 정치자금이 총 107억 100만원으로 1997년 제도 시행 이래 최고액을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2012년 92억 1000만원에 비해 14억 9100만원(16.1%) 늘어난 규모로, 모금액이 100억원을 넘기는 처음이다. 지난해 선관위에 정치자금을 기탁한 사람은 총 11만 9044명이며 1인당 평균 기탁금은 약 9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기부자의 99.9%가 10만원 이하의 소액 기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 관계자는 “소액 다수의 건전한 정치자금 후원문화가 정착돼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선관위는 이날 이를 새누리당 48억원, 민주당 44억원, 통합진보당 7억 6000만원, 정의당 5억 6000만원 등으로 배분했다. 기탁금은 국회의원 등 개별 정치인 후원회에 기부하는 후원금과 달리 선관위에 기탁하는 것으로 공무원을 포함해 국민 누구나 낼 수 있다. 선관위는 정당의 교섭단체 구성 여부, 국회 의석수, 직전 총선 득표율 등을 따져 매분기 정당에 이를 배분한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커버스토리] 베일 벗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앤 파크’ 가보니

    [커버스토리] 베일 벗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앤 파크’ 가보니

    우리나라 공공건축물로는 역대 최대의 예산(총 4840억원)이 투입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앤 파크(DDP)가 논란 속에 베일을 벗었다. DDP의 운영 주체인 서울디자인재단은 공식 개관을 70여일 앞둔 10일 내부 기물을 들이기 전의 온전한 공간을 언론에 공개하고 향후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3월 21일 개관 예정인 DDP는 세계 건축계의 핫 아이콘으로 꼽히는 이라크 출신의 영국 여류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했다. 대지 면적 6만 2692㎡, 연면적 8만 6574㎡로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축물이다. 각기 다른 모양의 알루미늄 외장 패널 4만 5133장이 사용된 건물 외관의 면적만 따지면 일반 축구장의 3.1배나 된다. 백종원 재단이사장은 “DDP는 ‘시민이 함께 만들고 누리는 디자인’을 최고 가치로 삼아 디자인과 창조산업이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DDP가 역사성을 무시한 채 들어선 건축물이라는 비난을 무마할 만큼 공공건축물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 재단 측의 구상대로 운영면에서 100% 자립화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선 기이한 외관만큼이나 내부 공간의 생경함이 문제로 지적된다. 건물이 지하 3층, 지상 4층이라고는 하지만 비정형 건축물의 특성상 층간 구분이 뚜렷하지 않고 거대한 공간의 동선이 끝없이 연결되다 보니 입구가 24개로 분산돼 있다. 재단 측은 훈민정음 해례본 등 국보급 문화재를 포함한 간송미술관 소장품전을 기획하고 디자인스포츠전 등 개관 초기 일반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할 기획전을 마련했다. 그러나 연간 300억원에 이르는 운영비를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경민 교수는 “DDP를 짓는 데 500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이 들었다지만 실제 땅값까지 계산한다면 1조원을 넘을 것”이라며 “운영비도 만만치 않게 들어갈 초대형 건물을 지으면서 역사성과 경제산업적 중요성을 무시하고 구체적 건물 활용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어마어마한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도록 공간 배분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세금 먹는 하마가 될 것이 자명하다”는 우려와 함께 “이제 와서 부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지금이라도 주변 지역의 역사성을 살리고, 패션지구의 산업적 맥락을 짚어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는 자산활용 계획과 공간 운용 방안을 세심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자체사업 가용재원 반토막…경기 주민참여예산 뒷걸음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경기도를 비롯한 일부 자치단체들이 주민참여예산을 줄여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주민이 예산편성 과정에 직접 참여해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재정배분의 공정성을 높이는 제도다. 8일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주민참여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235억원(36.1%) 감소한 416억원이 편성됐다. 도는 간담회와 공모,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등을 통해 제안한 사업 96건 가운데 26건만 반영 했다. 반영된 사업은 ▲평택 고덕산업단지 공업용수도 건설 지원 50억원 ▲전국 기능경기대회 출전 지원 50억원 ▲경기도립의료원 안성병원 신축예정지 토지보상금 45억원 ▲노숙인 등 지원 39억원 ▲양로시설 운영비 지원 29억원 ▲위기가정 통합사례관리사 지원 27억원 등이다. 또 ▲자원봉사 활성화 20억원 ▲북한이탈주민 지역적응센터 운영 지원 13억원 ▲노인자살예방센터 운영 1억8000만원 ▲주택가 쓰레기 분리수거 계도 7700만원 등도 포함됐다. 주민참여예산이 감소한 것은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지방세 수입이 급감하면서 자체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가용재원(4363억원)이 지난해 8137억원(46.4%)보다 3774억원 감소했기 때문이다. 도는 2012년 예산편성 때부터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하고 75억원을 반영한 데 이어, 지난해엔 그 규모를 651억원으로 8배 이상 늘렸으나 올해는 재정난으로 예산을 줄이게 된 것이다. 안전행정부 주관의 ‘2013년도 지방자치단체 예산효율화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효율성 있는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으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수원시도 지난해에는 279억원의 주민참여예산을 반영했으나 올해는 11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였다. 도 관계자는 “경기도뿐 아니라 일선 시·군에서도 재정난으로 주민 제안을 모두 반영하기가 어려웠다”며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선택과 집중 방식을 통해 내실 있게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편의점 CU, 가맹점주 몫 최대 80% 배분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가맹점주의 수익성을 높인 새로운 계약 형태를 도입한다고 6일 밝혔다. 가맹점과의 상생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기존 점주는 많아 봤자 전체 이익의 65%를 가져갔지만 새로운 가맹 계약으로 최대 80%까지 배분받을 수 있게 된다. 단 본사가 전기료와 간편식품 폐기를 지원하기 위해 지급하던 장려금 제도는 폐지된다. 운영시간은 기존 24시간에서 18시간과 24시간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24시간 운영을 원하는 가맹점은 추가로 가맹수수료를 깎아주기로 했다. 사회적 이슈가 됐던 위약금 제도도 개선했다. 수익성이 낮은 최저 보장 대상 지점이 1년 내 문을 닫으면 철거 보수비를 지원한다. 점주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해도 계약기간에 따라 위약금 부담 비율을 차등 적용해 폐점에 따른 부담을 낮출 계획이다. 시설 및 인테리어의 잔존가도 본사가 25%를 분담해 점주 피해를 줄일 방침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이익배분율과 계약조건을 현실적으로 개선해 가맹점의 수익성을 강화함으로써 본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씨줄날줄] 법정상속 비율의 사회학/문소영 논설위원

    흥부전에서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로 대박을 맞은 흥부는 차남이다. 아버지가 죽자 유산을 장남인 놀부가 독차지하고, 흥부는 알거지가 된 채 식솔을 이끌고 분가해야 했다. 욕심 많은 놀부가 밉기는 하지만, 비난받을 일은 아니었다. 조선 후기의 관습법에 따르면 장남이 유산을 고스란히 받게 돼 있었기 때문이다. 1960년 1월 1일 발효된 민법에서 비로소 호주가 사망한 후의 법적 상속분의 비율을 제시했는데, 호주를 상속한 장남 1.5, 차남 1, 미혼 딸 0.5, 출가한 딸은 0.25이었다. 호주의 처는 0.5로 차남의 절반이고 미혼 딸과 같은 비율로 상속했다. 장남은 어머니를 부양한다는 전제로 유산을 좀 더 많이 차지한 것이다. 민법의 법정상속 조항은 이후 두 번 개정됐다. 1979년 1월부터는 호주의 처가 상속하는 재산 비율이 1.5로 올랐다. 장남과 처의 비율이 같아졌다. 미혼 딸도 1로 올라갔다. 그러나 차남과 딸들의 불만이 계속돼 1991년 1월 개정법이 발효됐다. 이번엔 호주의 처는 1.5를 갖도록 하고 장남과 차남, 아들과 딸을 구별하지 않고 같은 비율(1)로 상속하게 했다. 평등하게 보이지만 이번엔 장남과 맏며느리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상속분이 모두 똑같아진 마당에 관행대로 장남이 부모를 모시고 제사를 받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조선 후기 출가한 딸에 대한 상속분을 줄이고 장남의 지분을 늘린 이유는 딸을 포함해 자식들이 돌아가며 제사를 지내던 고려시대의 풍습이 사라져 부모 부양과 제사 봉양에서 장남의 부담이 늘어난 것을 반영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런데 1991년 개정된 민법은 장남에게 부담은 그대로 두고 혜택은 줄였으니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자녀가 많으면 생존한 배우자는 상속분이 적어 문제가 됐다. 20여년이 지나 민법의 상속 조항 개정이 재차 논의되고 있다. 생존한 배우자의 상속분을 대폭 늘리는 방향이다. 상속 재산의 50%를 생존 배우자에게 먼저 배분하고 남은 재산을 현행대로 1.5대 1대1로 나누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유족이 아내(남편)와 두 자녀가 되면 재산은 아내가 71.4%를, 자녀가 14.3%씩 나누게 된다. 현행은 배우자 43%, 두 자녀는 28.5%씩이다. 이런 변화는 평균수명이 80세를 훌쩍 넘어가는 고령화 시대에 홀로 남은 배우자가 자녀가 부양하지 않더라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자식이 부양하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혹자는 상속 재산을 많이 받은 노인들을 노리는 범죄가 늘 것이라는 농담 섞인 말을 하지만 세태의 변화를 반영한 당연한 법 개정이라고 하겠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사설] 국민통합 디딤돌 삼아 미래를 열자

    2014년 새 아침이다. 새해는 밝았지만 나라 안팎의 정세는 거친 파도를 만나 험난하다. 구한말인 120년 전 갑오(甲午)년 그해처럼 주변 강대국들의 각축이 한반도로 밀려들고 있다. 안으로는 성장동력은 약화된 반면 복지수요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증대되면서 사회 구성원들 간 갈등은 확산일로다. 게다가 우리는 시한폭탄 같은 북한 김정은 세습정권까지 머리에 이고 있다. 대한민국 호(號)에 탄 우리 모두가 손을 굳게 맞잡고 격랑의 바다를 함께 헤쳐나가야 할 때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 한 해를 과거에 발목이 잡혀 허송했다. 여야는 국가정보원 댓글 선거개입 논란과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을 놓고 1년 넘게 삿대질을 주고받았다. 그러는 사이 종교계와 여타 사회 집단들까지 진영 싸움에 가세해 이전투구를 벌였다. 얼마 전에도 정의사회구현사제단 소속 신부가 박 대통령 사퇴 주장을 펼치자 천주교 일부 평신도를 포함한 보수단체 인사들이 종북(從北)세력 척결로 맞불을 놓지 않았던가. 이 바람에 경제회복과 민생 돌보기, 나아가 복지 확대 등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구현하는 실질적 접근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논란과 이에 따른 대선 불복 조짐 등 진영 간 무한 대치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다짐은 공수표가 됐다. 올 한 해마저 내부 분열로 소진한다면 그 후유증은 다음 세대로까지 짙은 그늘을 드리우게 될 것이다. 서울신문이 국민통합을 연중 캠페인의 화두로 삼으려는 이유다. 집권 2년차 대탕평 인사를 박근혜 정부는 국민 대통합 행보를 과감히 펼쳐야 한다. 지난해 국정 기반을 닦느라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은 미뤄뒀던 것이라고 치자. 집권 2년차인 올해 대탕평 인사로 새바람을 일으킬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불통 대통령’이라는 낙인을 지우려면 비판 세력에 다가가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소통의 채널을 넓혀 정파와 지역, 세대를 넘어서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민주당 등 야권도 국민통합이 시대정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정세는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뉘어 서로 손가락질을 해대도 좋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일본에 이어 중국까지 일방적으로 우리 이어도 해역 위로 방공식별구역을 그으면서 동북아에서 미·중·일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지 않았는가. 더구나 고모부인 장성택까지 잔혹하게 처형한 김정은 체제의 불가측성도 문제다. 김정은은 “전쟁은 광고 없이 일어난다”고 위협했다. 안보 문제에는 여야가 초당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무엇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우려된다. 선거에서 이기려고 싸우는 정당들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펄밭에서 드잡이하면서 함께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야당이 국가기관의 댓글 사건을 선거패배의 주원인인 양 오독하며 1년 내내 ‘노숙투쟁’과 국회 태업을 벌였지만 그 결과가 뭔가. 민주당 지지율은 여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에조차 한참 뒤지고 있다. 여야는 무한 정쟁이라는 낡은 정치 대신 합리적 토론과 대안 제시로 국민의 지지를 선점하는 경쟁을 벌여야 한다. 여야, 생산적 경쟁해야 정부는 올해 3.9% 성장률과 45만명 고용증대라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근년의 고용 없는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도 즐비하다. 이를 넘어서려면 막연한 구호뿐인 창조경제의 콘텐츠를 제대로 채워야 한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우리의 제일 수출시장인 중국의 성장세 둔화 등 대외 변수는 그렇다 치자. 우리 스스로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는가. 지난해처럼 여야가 복지와 경제민주화의 방향을 놓고 이념적 대치만 벌이면서 민생 및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를 미뤄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어서는 안 된다. 통상임금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 이후 임금체계 개편도 발등의 불이다. 업계와 노동계가 한 발짝씩 양보해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난해 우리는 밀양 송전탑 사태와 철도노조 파업으로 우리 사회의 극심한 균열상을 목도했다. 아울러 범사회적 갈등을 관리해 나갈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도 절실히 느꼈다. 올 한 해에는 국민대통합위원회나 노사정위원회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여야 정치권과 각계 전문가, 그리고 이해집단 대표를 망라하는 사안별 ‘사회적 협의기구’를 만들어 운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본다. 물론 한정된 자원과 경제적 과실의 공정한 배분은 국민통합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닐 것이다. 지역·계층·세대별로 갈라진 국민 정서를 화해시키는 데는 소프트 파워가 큰 구실을 할 수도 있다. 올 5월의 ‘아리랑 대축제’나 6월의 브라질 월드컵, 그리고 9∼10월의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다시 한 번 온 국민의 신명을 지펴야겠다. 헐벗은 신생국이었던 대한민국은 이제 민주화·산업화를 함께 일군 나라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보수든 진보든, 우리 사회 어느 진영이든 피 튀기는 레드오션에서의 소모적 싸움은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올해는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청마(靑馬)의 해가 아닌가. 설혹 다투더라도 저만치 보이는 블루오션으로 먼저 힘차게 달려가는 생산적 경쟁을 벌여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간절한 소망대로 선진복지국가로 우뚝 서는 길이다.
  • 北, 장성택계 줄소환… 이번엔 유네스코 부대표

    北, 장성택계 줄소환… 이번엔 유네스코 부대표

    북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이후 장성택의 측근으로 알려진 외교관들이 속속 소환되면서 ‘장성택 라인’에 대한 숙청이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중국 베이징의 한 대북 소식통은 30일 “홍영 유네스코 주재 북한부대표 부부가 30일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을 통해 평양으로 소환됐다”고 밝혔다. 올해 여름 유네스코 주재 북한 대표부의 부대표로 파견된 홍 부대표가 반년 만에 소환된 것은 북한이 장성택 처형을 전후로 그의 측근에 대한 소환 작업을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7일에 장성택의 해외라인으로 분류되는 박광철 주스웨덴 대사를 강제 소환했으며, 이달 초에는 장성택의 매형인 전영진 쿠바 주재 북한 대사와 조카인 장용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도 소환한 바 있다. 장성택 인맥으로 분류돼 본국 소환이 점쳐졌던 지재룡 주중국 북한 대사는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 소식통은 “임기가 3년이 되는 내년 초 류훙차이(劉洪才) 주북한 중국 대사가 바뀔 수 있으며 이때를 기점으로 지 대사도 자연스럽게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베이징의 다른 외교 소식통은 이날 “장성택 처형 이후 중국 내 북한 공관 직원들이 외출을 삼가면서 큰 무리를 지어 단체로 움직이고 있으며 음식 재료도 한 번에 일괄 구매해 배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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