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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일본사람을 말한다 /임상빈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

    [열린세상] 일본사람을 말한다 /임상빈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

    3월 11일 지진과 쓰나미의 참혹한 현장을 보면서 몇년 전 일본을 방문했을 때 본 뉴스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일본 기상청이 벚꽃 개화시기 예측이 틀렸다고 대국민 사과를 하는 내용의 뉴스였다. 필자는 ‘일본에 17년 동안 살았지만 일본사람들은 알 수 없는 사람들이다. 집중호우나 태풍이 아닌 벚꽃 예보가 틀렸다고 대국민 사과를 하다니.’라며 무심하게 지났던 장면이 되살아난 것이다. 쓰나미에 휩쓸려 묻혀 버린 수많은 주검을 보고서야 대국민 사과의 의미가 보다 또렷해지는 듯했다. 벚꽃의 개화시기 예보는 단지 상춘객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 머무는 우리와는 다른 것이다. 벚꽃의 개화시기 예보조차도 단순히 봄의 도래를 알리는 ‘관측’이 아니다. 섬나라 사람인 일본인에게는 우리와 다른 염원이 담겨 있는 것이다. 정확한 기상예보, 즉 천재지변에 대한 대비의 염원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일본인들에게는 원초적인 공포가 있다. 지진, 해일 그리고 원폭이다. 지진을 동반한 쓰나미와 원자력발전소의 연쇄 폭발은 일본인을 공황상태에 빠뜨렸다. 어쩌면 불안과 공포는 더 큰 해일이 되어 일본인들을 괴롭히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침착했다. 그들이 보여준 질서의식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일본인들을 통해 인류가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외신보도에 동감할 수밖에 없다. 사실 그처럼 참혹한 상황에서도 TV 화면을 통해 통곡하는 일본인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구출되어 대피소로 안내된 80대 노인이 “신세를 졌습니다(오세와니 나리마시타).”라고 인사를 했다. 물론 사재기나 약탈행위조차 찾아볼 수 없다. 불과 10여ℓ의 휘발유를 사기 위해 3~4시간을 기다릴 줄 알았다. 일본인들의 행동양식을 규정하는 말 중에 ‘메이와쿠 가케루나’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일본인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인간을 히진(非人)이라고 한다. 최저의 인간이라는 의미다. 일본 전통사회에서 최저의 인간에 대한 사회교육은 ‘무라하치부’(村八分)라는 ‘규약’을 통해 이뤄진다. 과거 전통농경사회에서 공동규칙을 어겨서 남에게 피해를 끼쳤을 경우 피해를 끼친 사람에게는 최소한의 배려와 지원만을 했다. 오직 집에 불이 날 때 함께 불을 꺼준다든지 아니면 장례 때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게 고작이었다. 농사일을 돕는다든지 하는 일은 일절 하지 않았다. 공동체 사회에서 철저하게 따돌림한 것이다. 일본인의 이 같은 행동 양식은 철저한 교육과 전통의 산물인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완벽한 설명은 되지 않는다. 어쩌면 수많은 재난을 겪으면서 체험적으로 습득한 집단적 자각일지도 모른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한 속임수를 쓸 때 자신에게 더 많은 피해가 닥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익혔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차원이라면 대재앙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숙연하게 만든 일본인의 질서의식 역시 위기에 대한 국민적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상청장의 대국민 사과도 어쩌면 늘 깨어 있기를 바라는 일본 사람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어떻든 쓰나미와 원전 폭발로 인해 일본은 총체적 위기를 노출시켰다. 위기관리 부재를 드러낸 정치리더십, 매뉴얼 사회의 맹점(구호물자의 지체된 배급에서 보듯 매뉴얼화되어 있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 현저히 떨어지는 대처 능력을 말함), 재건사업에 부담이 되는 누적된 재정적자, 심지어 인명피해의 상당수가 노약자였다는 점에서 노령화 사회의 문제점까지 드러냈다. 이번 지진은 일본 사회가 가진 전반적인 취약성을 세계만방에 낱낱이 알리는 꼴이 됐다. 공교롭게도 지난해부터 일본 방송은 벚꽃 개화시기 예고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같은 수많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하더라도 일본 국민 개개인의 자각이 곧 국가 재건의 에너지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아울러 우리의 재난대처능력에 대해서도 다시 꼼꼼히 따져봐야 할 때이다. 거기에는 국민의 질서의식도 빠뜨릴 수 없는 대목이다.
  • [김형준 정치비평] 문제는 정치 리더십이다

    [김형준 정치비평] 문제는 정치 리더십이다

    동 일본 대지진 참사는 귀중한 교훈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국가 위기 시 국민을 하나로 결집해서 위기를 극복하는 정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했다. 최근에는 외부로부터의 군사적 침략뿐만 아니라 질병, 기아, 실업, 범죄, 테러, 사회 갈등, 정치척 박해, 유해한 자연 환경 등 일반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존재하는 각종 위협을 안보의 대상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대 국가에서 위기관리는 곧 국가 경영을 의미한다. 위기관리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대응하는 절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전반적인 취약점을 분석하여 정책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위기 시 국민의 안녕을 보호하기 위해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의 운명과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정치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국가 위기 대처 능력이다. 상상할 수 없는 충격과 공포의 엄청난 자연 재해 앞에서 일본 국민들이 보여준 침착함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배려심은 찬사를 넘어 경이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간 나오토 정부가 보여준 아마추어 리더십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정치 리더십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일반적으로 리더십은 권력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리더십은 개인이 갖고 있는 속성이 아니라 관계이다. 리더가 결단력, 추진력, 책임감, 도덕성, 예리한 역사의식 등의 좋은 자질을 갖고 있어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하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리더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종자들을 지시하고 통제하는 일방적 소통이 아니라 리더가 추종자들과 공통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쌍방향 소통을 해야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다. 한국 정치 지도자들은 ‘나를 따르라.’는 식의 일방적 소통에는 익숙하지만 ‘함께 하자.’는 쌍방향 소통이 부족하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확고한 비전을 갖고 국민을 설득해서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국가와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변혁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그때그때 일어나는 상황에만 대처하면서 위기를 모면하려는 ‘거래적 리더십’에만 익숙하다. 둘째, 권력은 리더십이 발휘되기 위한 필요조건이 아니다. 권력이 없어도 리더십은 발휘될 수 있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대통령을 포함해서 권력에만 의존하는 ‘하드파워 리더십’에 집착한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있어도 리더십은 없다. 역대 대통령들을 포함해 이명박 대통령도 주어진 권력만 행사했지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국민통합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셋 째, 리더십은 혹독한 훈련과 학습만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 몇년 전 미국의 전직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쓴 ‘아웃라이어’라는 책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아웃라이어란 모차르트, 빌 게이츠 등과 같이 평범한 사람들의 범주를 뛰어넘는 비상한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런 아웃라이어는 천부적인 소질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 무서운 집중력과 수없는 반복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최소한 1만 시간 이상 자신의 영역에서 연습을 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떤 돌발적인 상황이 도래하면 리더십이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평소에 끊임없는 도전과 시행착오의 담금질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할 정치 지도자들이 이런 리더십 학습을 의도적으로 멀리하고 있다.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정치 현안들에 대해 당당히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보다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수동적 리더십의 모습을 종종 보이고 있다. 때론 선거에서의 표만을 의식해 포퓰리즘에 의존하는 선동적 리더십에 쉽게 빠지고 있다. 일본 열도를 강타한 대지진과 천안함 폭침 1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관계, 설득, 소통, 학습이 리더십의 요체임을 깊이 깨달아 언제 닥칠지 모를 국가 위기에 국민을 희망의 길로 이끄는 역동적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 “드라마 ‘싸인’으로 관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희선 원장에게 듣는다

    “드라마 ‘싸인’으로 관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희선 원장에게 듣는다

    2006년 겨울 서울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실. 한 법의학자가 능숙하게 40대 남성 시신의 두피를 벗겨냈다.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비릿한 냄새가 풍겼다. 뇌에 흐르는 피. 자위를 하다 그대로 굳어버린 시신의 사인(死因)은 뇌출혈이었다. 부검대 아래쪽에는 허름한 싱크대와 각종 부검 도구, 장기의 무게를 재는 저울이 놓여 있었다. 유리벽 경계조차 없는 협소한 공간 속에서 유가족은 시신 머리맡에서 부검을 지켜봤다. 최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한 드라마 ‘싸인’에서 본 넓고 때깔 좋은 부검실은 5년 전 수습기자 당시 머릿속에 새겨진 기억과는 너무 달랐다. 드라마가 옳은지, 기자의 기억이 옳은지를 확인하고 싶어 지난 21일 국과수 법의학동 부검실을 다시 찾았다. 외양은 약간 달랐지만 더 이상 칙칙하고, 어둡고, 썩은 내장 냄새 때문에 속이 메스꺼웠던 열악한 공간이 아니었다. 검시관들의 건강을 위한 환기시설은 물론 참관실, 유족대기실, 면접실 등이 깔끔하게 분리돼 있었고, 폐쇄회로(CC)TV를 통해 외부에서 부검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에이즈 환자 등 부패와 전염 우려가 높은 시신 부검을 위해 완전 격리된 특수부검실도 갖췄다.  국과수를 전면 리모델링한 정희선(56) 원장을 만났다. 국과수 최초의 여성 소장이다. 지난해 10월 국과수가 ‘원’(院)으로 승격하면서 초대 원장이 됐다. 임기(3년) 만료를 4개월여 앞둔 그는 사회를 뜨겁게 달군 장자연 필체 진위 논란, 만삭 의사 부인 살해 의혹 등을 감정한 국과수 사령탑으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 원장은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자연 필체와 관련, “명백히 장자연씨의 필체가 아니다.”라고 확신했다. 그는 감정 결과에 대한 외압, 국과수 내부의 권력 암투 및 증거 조작에 대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증거 조작은 시스템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과수는 25일 개원 56돌을 맞는다.   ●장자연 필체 가짜 판명 순간 “재검토하라”  SBS가 장자연씨의 ‘친필’ 확인 감정서를 공개한 뒤 필적 감정 의뢰가 들어왔는데, 어땠나.  -필체가 맞다고 했지만 증거물이 오면 처음부터 다시 실험을 시작하는 게 원칙이다. 편견이나 선입관을 가져선 안 된다. 앞선 감정 내용들에 대해선 개의치 않는다. 증거물 양도 많고 주변에서 관심도 많아 고생했다.  지금 생각해도 명백히 가짜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있는 그대로 본다. 특징점들이 달랐고, 이는 아주 정확하다.  가짜로 판명 난 순간 기분은.  -‘친필이 아니다.’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 그래도 다시 한번 검토하라고 했다. 난 우리 직원들을 100% 신뢰한다. 능력 있는 직원들이 반복해서 얻은 결과로 나왔다면 틀림없다고 믿는다. 가짜라고는 안 했다. 내가 봤을 때 특징점들이 달랐다. 직원들이 한 것에 공감하지만 또 검토하라고 그랬다.  SBS가 받은 필체 감정서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이유는.  -그게(SBS 기자가 가져간 편지) 사본이었다. 사본을 가지고 감정하면 무리가 있기에 사본 감정은 안 한다. 원본은 눌러쓴 표시가 있지만 사본은 없다. 사본은 글씨 특징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원본을 갖고 실험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이번 사건의 포인트는 ‘사본’이었다. 경험도 매우 중요하다. 베테랑 직원 4~5명이 같이 실험하면서 동료들 간 의견을 거쳐 나왔다.  사건과 연관된 언론사, 정부 등의 입장이 부담되지 않았나.  -전혀 상관없다. 우리는 증거물이 들어오면 과학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기관이다. 누가 관여됐는지 상관 없다. 나도 직원들한테 전혀 얘기 안 한다. 오래 근무했지만 그런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듣지도 않을 것이다. 감정서에 내 이름을 쓰고 법정에 가서 증언을 한다. 다른 사람이 (결과를 바꿔달라고) 말한다해서 바꾸겠나. 자기가 증언하고 자기가 책임지는데 그런 일은 생길 수가 없다. 밖에서 누가 뭐라해도 상관 없는 체제로 돼 있다.  ‘왕첸첸(전모 씨)’의 필체인지에 대해 발표하지 않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요한 건 정자로 쓴 것과 필기로 쓴 것에 대해 맞춤법적으로 틀린 요인들이 몇 개가 나왔다. 그건 매우 중요하다. 발표 전까지 충분히 논의하고 자체 리뷰를 여러 번 한 것이기에 확신이 있다.  국과수 결과로 경찰은 재수사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한 여성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이대로 묻히게 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인 여성 입장에서 묻는다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원장으로서는 그런 것보다 감정이 정확해야 한다. 다음 일은 수사하는 분이 해야 할 일이다. 업무가 다르며 나눠지는 게 원칙이다.  재수사는 필요 없다고 보나.  -국과수는 증거물이 들어왔을 때 과학의 힘으로 진실을 밝혀서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최선이다. 재수사 여부는 수사하는 분들이 할 얘기다.   ●최면 걸어 진범 잡아  만삭의 의사 부인 죽음이 타살이라고 확신한 근거는.  -그냥 뒤로 넘어질 때와 누군가에 의해 목 졸려 질식사했을 때 부검 결과는 확연히 다르다.  용의자인 남편이 범행을 부인하는데 부검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나.  -어렵다. 증거를 법정에 제출하면 그 다음부터는 판사가 결정한다. 우리는 요청에 의해 감정을 하지 먼저 하지 않는다.  범죄 심리를 이용하기도 하나.  -상당히 중요하다. 그 남편도 여기서 거짓말 탐지기로 조사했다. 정말 거짓말을 했을 것 같은 부분을 물어봐야 하기에 질문 요령,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국과수는 프로파일러, 거짓말 탐지기, 법 최면도 활용한다. 법 최면은 심리학의 한 분야다. 2003년 오토바이를 친 뺑소니 차량의 끝 번호 하나를 어렴풋이 기억하는 목격자를 데려다가 최면을 걸었는데 번호를 다 기억해내 진범을 잡았다. 사람들은 대개 차종은 기억하지만 번호판은 잘 기억하지 못 한다. 개인 차이가 있지만 최면에 걸리는 사람은 무의식중에 봤던 걸 다 기억해낸다.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다.   ●해적의 멜빵, 석 선장 쏜 용의자를 찾다  지난 2월 오만에서 해적에 납치된 삼호 주얼리호의 석해균 선장 몸에서 나온 탄환 한발이 해군 것이어서 당혹스러웠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 해군의 총탄이란 사실에 부담이 있었다. 다행히도 총알 한쪽이 편평하게 눌린 자국이 있었다. 이는 직접 쏜 게 아니라 어디 부딪쳤다가 유탄으로 들어갔다는 증거다.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다.  해적의 거짓말을 밝혀낸 결정적 증거는.  -지난 설 때 여기는 비상이었다. 전날 의뢰를 받은 직원은 쉬지도 못하고 오만으로 갔다. 가장 범인이 유력했던 해적은 ‘나는 총을 한번도 안 쐈다.’고 말했다. 탄환이 발사된 총기를 조사하던 직원은 배 안에서 총기를 어깨에 멜 때 쓰는 멜빵을 발견, 유전자 검사를 했다. 땀이나 손의 지문이 충분히 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그 해적과 동일한 유전자가 나왔다.  드라마 ‘싸인’, 국과수에서도 인기가 많았나.  -처음부터 대여섯편 정도 봤다. 직원들도, 나도 많이 불편했다. 특히 권력에 의해 움직이는 모습은 과학하는 사람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우리와 같지 않은 모습을 극화하니까. 다만 전체적으로 연구원의 인지도를 높이고 국민들에게 국과수를 알리는 기회가 돼 긍정적이었고 고맙게 생각한다.  (일부 대사를 읽어준 뒤) 기억에 남는 명대사가 있나.  -‘과학적인 진실만을 추구한다.’는 대사도 좋지만 그보다도 ‘우리가 마지막이다. 이 사람이 왜 죽었는지 알아낼 수 있는 마지막.’이란 구절이다. 이곳은 그분들이 이 생에서 마지막으로 오는 곳이다. 그분들이 뭔가 마지막까지 몸으로 얘기하려는 걸 들어줘야 한다. 만약 안 들어주면 그분들은 그냥 이 세상을 (억울하게) 떠나게 되는거다. 우리에게는 그게 제일 중요하다. 부검은 숭고하다. 극중 원장으로 나오는 전광렬씨가 자신의 친구가 열악한 근무 조건 때문에 숨지자 다시는 그런 조건을 만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는 부분도 있다. 내가 직원들에게 그렇게 하고 있는지 정말 반성하게 됐다. 극중에서 원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문제였지만 순수하게 국과수와 직원을 사랑하는 마음은 감동이었다.  드라마처럼 자살, 타살에 대한 판단이 즉각 서나.  -질식사도 판단이 어려울 때가 많고, 추락사처럼 자신이 뛰어내린 것과 밀어서 뛰어내린 것들은 금방 판단이 안 된다.  드라마와 현실의 국과수 모습 중 닮은 점은.  -집념이다. 끝까지 진실을 찾아내려는 마음은 우리 직원들과 똑같다. 감정하는 과정은 별 차이가 없었다.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점은.  -아주 큰 차이점은 증거물을 싹 바꾸는 것. 극중 고다경(김아중)이 증거물을 가지고 나간다. 그러나 현실에서 경찰로부터 넘겨진 증거물은 바코드가 다 붙고 어디로 가는지 표시가 난다. 증거물을 빼낸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증거물 중 일부가 사라지면 실험을 할 수 없다. CCTV가 다 깔려 있다. 증거 조작은 시스템으로 막아야 한다.  법의학자들끼리 부검 결과가 다를 땐 어떻게 하나.  -완전히 다른 경우는 거의 없다. 팩트는 하나다. 사실을 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 계속 전체 토의를 해 팩트에 가장 가까운 답을 내린다.  외압으로 유전자 검사나 부검 시 방해가 될 때가 있나.  -그런 건 받지도 않고, 없다. 외부에 있는 분들이 전혀 감정 얘기를 안 한다.  내부 권력 암투는 존재하나.  -나보고 암투를 거쳐 원장이 됐냐고 누가 묻던데 전혀 아니다. 연구원에 오래 있던 분들 중에 지원해서 뽑는다.  원장과 직원과의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나.  -수평 관계다. 한달 이상 고민하고, 위험한 화재 현장에 뛰어가는 건 자기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거다. 그런 직원들을 참 존경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일주일에 한번씩 편지를 써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현실 속 국과수는 어떤 곳인가.  -굉장히 고립돼 있다. 바깥 세상과 연결되는 게 아니라 한 케이스를 갖고 씨름하는 곳이다. 그래서 다른 분들보다 융통성이 없다고들 한다. 가족적이긴 하지만 사교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매우 우수한 직원들이 있다. 국과수의 힘은 인재다. 항상 음지에서 수사를 지원하면서 죄가 있는 사람, 죄가 없는 사람을 판정해주는 기관이다.  직원이 가장 갖춰야할 덕목은.  -자기 일에 대한 열정과 주변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자기가 맡은 케이스에 정말 정성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거기에는 항상 피해자가 있고 다른 사람들이 연결돼있다. 하나뿐인 과학의 진실은 밝히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경험과 지식, 열정을 갖고 해야 한다. 삼풍백화점, 대구지하철사건 등 대형재해가 났을 때 유가족을 대할 때 배려의 마음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어떤 성격의 소유자가 국과수에 적합한가.  -이 일은 꼼꼼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모기 눈물만큼 적은 양의 유전자를 분석하려면 꼼꼼해야 한다. 일이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  드라마 주인공 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처럼 일하는 직원도 있나.  -많다. 그분보다 더 낫다. 일에 대한 열정, 집념은 질 사람이 한명도 없다.  임기가 몇 개월 남지 않았다. 2008년 부임이래 2년 9개월간 목표는 이룬 것 같나.  -원으로 승격한 건 큰 자부심이다. 올해는 5월 아시아국과수학회를 우리나라에서 유치해 아시아를 선도하려 한다. 9월에는 세계학회(2014년 예정)를 유치하고자 한다. 세계 속의 국과수로 가자는 목표로 기초를 만들고 있다.  최근 다른 나라와 연대해 일한 적 있나.  -있다. 뉴질랜드 지진 참사 때 법의학, 법치의학자들이 가서 한·중·일 시신들에 대해 유전자 구분을 하고 왔다. 불에 타도 이는 남는데 이 치료 방법이 국가마다 다르다.  3년간 수장을 맡으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제일 어렵고 안 되는 게 예산 작업이다. 과학수사는 장비와의 싸움이다. 얼마나 좋은 장비를 가지고 실험하느냐에 따라 시간도 줄이고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예산 대부분이 장비비용인데 지금 장비는 옛날 것들이 많아 첨단 장비로 바꿔야 한다. 여기 이사온 지 25~30년이다. 건물도 옛날식으로 지어 환기도 안 된다. 에이즈·결핵 환자 시신 등에 대한 부검은 사실 위험 부담율이 매우 크다. 일주일에 2000건씩 들어오는 증거물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50명의 인력이 감당하는 것도 무리다.  국과수에서는 무슨 일을 하나.  -분야가 넓고 다양하다. 현재 국과수에는 극중 탤런트 박신양씨가 맡았던 부검하는 법의학자 23명. 유전자 분석팀 50명. 범죄심리·거짓말탐지 분야 10명. 문서감정과 CCTV 등의 흐려진 영상을 잘 보이게 해 범인을 잡는 영상분석팀이 있다. 이곳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범인을 찾아내는 프로그램 등을 자체 개발해 특화도 많이 했다. 약독물 부검, 마약·화학·화재·교통사고·목소리 분석가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낸다.   ●“내 딸도 이곳에서 일했으면”  남은 과제는.  -연구원의 감정결과를 전부 객관화하는 작업이다. 우리의 결과가 세계 어느 나라에 가서도 인정받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국내 법의학 수준을 평가한다면.  -굉장히 높다. 인도네시아 지진 해일 때 숨진 자국민(18명)을 모두 찾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뉴질랜드 등에 강연도 간다.  부검에 대한 유가족의 인식을 바꾸려면.  -유교사상 때문에 아직도 싫어하는 분들이 많다. 미래에 영상 부검, 컴퓨터 단층 촬영(CT) 같은 걸 활용하면 도움을 줄 수 있다.  정 원장에게 국과수란 어떤 존재인가.  -국과수와 나는 아주 가깝다. 연구원이 1955년 설립됐는데 내가 1955년생이다. 대학 때 연구원에서 나온 강의를 듣고 여기로 오게 됐다. 하루 일의 90%가 이곳 일이다. 남편(유영찬 전 국과수 소장)도 여기서 만났고, 내 딸(고2·유학중)도 여기서 일했으면 좋겠다. 너무 매력적이고 지금도 일이 참 재미있다.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이곳은 매력적인 직장이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정희선 원장은 ▲출생 1955년 6월 6일 충북 충주 ▲가족 남편 유영찬 전 국과수 소장, 딸 1 ▲학력 충주여고-숙명여대 약학과 및 동대학원 석·박사, 영국 런던대 킹스칼리지 박사 ▲입사 1978년 국과수 이화학과 근무 ▲이력 국과수 초대 원장(2010년 10월), 국과수 최초 여성 소장(2008년 7월), 국과수 법과학부 부장, 국과수 마약분석과 과장, 국과수 약독물 과장 ▲수상 비추미여성대상 별리상, 몽골정부 전문가 훈장, 옛 과학기술부 선정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 서울신문 선정 마약퇴치 대상 등 국과수에 들어가려면] “탐구정신 중요… 올부터 학력제한 폐지” 드라마 ‘싸인’의 영향으로 인기가 급상승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희선 국과수 원장은 지난 21일 국과수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탐구정신”이라면서 “그냥 보지 않고 왜 이럴까, 아까 것과 어떤 게 달라졌을까 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끈기와 집념이 있어야 한다.”면서 “한 케이스를 맡으면 끝까지 찾아낸다는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국과수에는 극중 탤런트 박신양씨가 맡았던 법의학자 외에도 유전자 분석, 범죄심리·거짓말탐지 분야, 문서감정팀과 CCTV 등의 흐려진 영상을 잘 보이게 해 범인을 잡는 영상분석팀이 있다. 영상분석팀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범인을 찾아내는 프로그램 등을 자체 개발해 특화도 많이 시켰다고 정 원장은 전했다. 약·독물 부검, 마약·화학·화재·교통사고·목소리 분석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국과수 채용은 행정안전부에서 일괄 배치하는 공채(5·7·9급)를 제외하면 모두 특별채용이다. 인터넷 홈페이지(www.nisi.go.kr) 등을 통해 수시로 뽑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특채에는 석사 이상만 지원할 수 있었으나 행안부 방침에 따라 학력제한이 폐지되면서 올해는 지원 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소요정원은 26명이다. 자연과학 기술분야(이과)에 근무하면서 관련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유리하다. 부검을 담당하는 법의학자는 10년차급 의사들을 뽑으며 행안부에서 공무원 4~5급(의무사무관)을 일괄 채용한다. 약·독극물·마약을 분석하는 보건연구사, 화학 분석을 담당하는 공업연구사, 유전자 DNA를 분석하는 공중보건연구사 등도 있다. 연구사는 통상 석사 이상, 연구관은 박사 이상이 지원했다. 연구사와 연구관은 공무원 6~7급에 해당한다. 특채는 필기시험 없이 1차 서류심사, 2차 면접으로 이뤄진다. 국과수 인사채용 관계자는 “5월 초 공무원 채용박람회를 하는데 행안부 인사방침이 확정되면 곧바로 채용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면서 “화학 분야는 올해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과수는 업무강도 대비 처우가 열악하다는 이유로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려왔다. 현재 부검을 담당하는 법의학자의 경우 정원 23명 중 4명이 결원 상태다. 하지만 정 원장은 방송 이후 올라간 국과수의 위상을 실감하며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한 고등학생이 정식으로 국과수에 민원을 보내 어떻게 해야 국과수에 들어갈 수 있는지 물었다.”면서 “어린 학생들이 미래의 직업으로 이곳을 생각하며 열심히 공부하려고 한다는 건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법의학자 자리도 지원자가 생겨 조만간 채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의학자의 연봉은 6000만~7000만원 정도다. 33년간 국과수를 지켜온 정 원장은 “미지의 물질을 찾는 기쁨이 사건의 해결로 이어지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것만으로 국과수는 선택된 자부심을 느낄 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미국, 리비아 공습 2선 후퇴 왜?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21일(현지시간) 대(對)리비아 군사작전에서 미군이 곧 2선으로 빠져 연합군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최종 확인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참여한 전쟁에서 미군이 ‘조연’을 자처하기는 처음이다. 초유의 일인 만큼 미국 언론들도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리비아 전투 현황보다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주연 반납’ 결정은 전쟁 주도로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많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1991년 걸프전 이래 2001년 아프가니스탄전, 2003년 이라크전 등 대형 전쟁을 잇달아 치르면서 미국은 돈을 너무 많이 썼고 아랍권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필요 이상 많은 적을 만들었다. 미국이 체력을 소모하는 사이 중국을 비롯해 인도, 브라질 등 신흥대국들은 부쩍 덩치를 키웠다. 가까이는 대영제국, 아주 멀리는 로마제국까지 거슬러 올라가 볼 때 제국의 쇠퇴가 결국은 잦은 전쟁에서 비롯됐다는 역사적 경험도 있다. 더욱이 아직 아프간전과 이라크전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리비아에서까지 주연을 맡는다면 미군은 3개 전장에 ‘겹치기 출연’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아무리 미군이지만 이것은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다. 게이츠 장관 등 군사전문가들이 리비아 사태 초기부터 군사개입에 회의적 태도를 보인 것은, 반미 정서 촉발 우려와 함께 이런 현실적 한계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듯하다. 미국 내 정치적으로도 적극 참전은 내년 대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에게 별로 득될 게 없다. 경기 회복은 여전히 더딘 상황에서 의회에서는 예산 삭감 여부를 놓고 전쟁 아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다시 새로운 전쟁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것은 민심 이반을 자초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번에 미국은 영국, 프랑스 등에 주연 자리를 양보함으로써 짐을 나눠 지운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의 양보가 역설적으로 제국으로서 미국의 쇠퇴를 반영한다는 시각도 가능하다. 미국이 옛날처럼 힘이 아주 셌다면 이런 어정쩡한 배역은 고려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미 언론은 지금 ‘오바마의 지나친 동맹 배려인가, 아니면 외교력이 약해진 것인가.’를 주제로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교력’이라는 말을 ‘국력’이라는 단어로 대체해서 볼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행동과 결과물로 민영화 보여줄 것”

    “행동과 결과물로 민영화 보여줄 것”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22일 민영화와 관련, “차근차근 행동과 결과물로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영화는 기본적으로 정책 당국이 정할 사안으로 이와 관련해 말하면, 새까만 후배들이 하는 일에 말뚝을 박았다고 비난받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회장은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상견례 형식을 빌려 취임 뒤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났다. ‘눈 내리는 소리까지 듣는다’는 의미의 ‘청설’(聽雪)이라는 호를 가진 강 회장은 “민영화와 관련해 공부하고 있고, 경청하는 자세를 갖겠다.”며 몸을 낮췄다. 그는 “바깥에 있을 때와 직접 들어와 있을 때 생각이 달라지는 것이 정상적”이라면서 “직접 책임을 지는 사람은 이야기를 함부로 하기 어렵다.”며 평소 소신인 산은 민영화나 메가뱅크 관련 질문을 비켜갔다. 이어 “금융당국은 감독이고 나는 배우”라면서 “나는 정부를 떠난 사람이라 민영화 문제는 정부가 대주주로서 결정하면 그에 따라 할 일을 하겠다.”고 후배인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배려했다. 하지만 산업은행법상 민영화의 전제조건인 개인금융 기반 확대와 관련해서는 “어떤 방안이 좋은지 업무보고를 받았지만, 4월 중순쯤 워크숍 겸 확대간부회의에서 논의한 뒤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고 제시했다. 전임 민유성 회장 시절 산은이 동남아 등 해외 상업은행을 인수해 점포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소매금융 기반을 확대하는 방안에서 벗어나 다른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강 회장은 또 “잭 웰치는 반대가 없는 회의는 공부를 하지 않았거나 눈치를 보느라 이야기를 안 하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보고, 반대가 없는 회의에서 의사결정을 하지 않았다.”며 잭 웰치 GE 회장의 자서전을 인용했다. 종합하면 우리·수출입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과의 인수·합병을 통한 자산 500조원 규모 메가뱅크를 설립하는 소신에 대한 반론을 들어본 뒤 방향을 잡겠다는 풀이가 가능한 대목이다. 강 회장은 “외환위기 뒤 야인시절 연구에 매진하며 꾸던 꿈의 80~90%를 이명박 정부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에 이뤘다.”며 우리나라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담 의장국을 맡았던 예를 들었다. 이어 “우리는 유목민의 DNA를 갖고 있어서, 역사적으로 해외 지향적이었을 때 번영했고, 청년 일자리도 해외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며 취임 당시 화두였던 글로벌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최근 연봉 논란 등을 의식한 듯 강 회장은 “근래 모든 일이 제 뜻과 다르게 알려지고 있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자신보다 10년 이상 연배가 어린 은행장급 회의에 참석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22일 주주총회 뒤 정식 선임되면, 전임 행장의 관례와 산은에 이익이 되는지 여부에 따라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의 연봉 인상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일어난 데 대해서는 “저를 공격하면 잘 팔리는 상품이 되어서 이야기가 나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꺼낸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25억 줄께”…80세 외국인, 한국女에 공개 구혼

    “25억 줄께”…80세 외국인, 한국女에 공개 구혼

    수백억대 자산을 가진 호주의 한 80세 사업가가 한국 여성을 대상으로 공개구혼을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22일 결혼정보회사 유비스클럽은 “해외 및 국내서도 명성이 잘 알려진 수백억대 자산을 가진 외국인 사업가 A씨(80·남)가 공개 구혼을 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A씨에 대해 “부인과는 오래전 사별한 상태로 한국과 사업을 하면서 한국을 매우 사랑하게 됐고 남은 인생을 한국여성과 재혼하여 여행 등을 하며 인생을 보내고 싶어 공개 프러포즈를 한다.”고 밝혔다. A씨는 공개구혼을 통해 결혼하게 되는 여성에게는 현금 10억원과 15억원 상당의 자기 소유 주택을 준다는 약속을 변호사를 통해 공증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A씨가 만나길 원하는 이성상은 나이나 학력의 제한은 없으며 약간의 영어 의사소통이 되고 여성스런 이미지에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있는 여성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22일부터 1개월 동안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배우자가 될 여성후보를 모집해 서류심사를 통해 1차 대상자를 선정한 뒤, A씨와 의논한 끝에 만남 상대를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팀 nownews@seoul.co.kr
  • [열린세상] 쓰나미와 문화/조광 고려대 한국사 명예교수

    [열린세상] 쓰나미와 문화/조광 고려대 한국사 명예교수

    인간이 자신의 철학적 사고를 정리해 나갈 때부터 자연과 문화는 주요한 사색의 대상이었다. 문화에는 수많은 개념이 통한다. 그 가운데 하나로 ‘자연의 도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류의 대응방법’이라는 규정도 있다. 물론 자연은 인간을 향해 도전만을 감행하지 않고, 인류를 위해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그래서 고대사회 이래로 사람들은 자연과 문화를 서로 공존하면서 대립되는 존재로 이해해 왔다. 또한 이 도전을 통해 인간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지진은 리히터 규모 9.0의 진도였다고 한다. 이 지진의 여파로 쓰나미(津波)가 뒤따랐고, 지진을 이긴 원자력 발전소도 쓰나미 앞에 무너져 내렸다. 이 일련의 사건들이 일본의 자연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드러내준 사건이라면, 이에 대응하는 그들의 태도는 일본의 문화적 특성과 그 수준을 가늠케 한 사건이었다. 지진과 쓰나미라는 인류문명에 대한 자연의 공격 가운데에서도 일본인들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자 노력했으며, 힘써 평온과 질서를 유지해 나갔다. 처참하게 파괴된 슈퍼마켓 앞에서도 그들은 어김없이 줄을 서서 물건 값을 치렀다. 그들의 이와 같은 태도는 놀라운 것이었다. 특히 지구 다른 쪽에서 자연재해에 뒤따라 일어났던 혼란과 약탈 등을 경험했던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경이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일본문화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보면서, 그들의 문화수준을 가늠하게 된다. 이 자연의 재난은 정쟁을 멈추게 했고, 국가적 위난을 극복하고자 하는 일치된 노력을 드러내 주었다. 피해를 입은 동포들을 돕고자 노력하는 일본인의 진지한 모습들이 도처에서 속속 드러났다. 이 엄청난 자연의 도전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그들의 태도는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역사적 앙금이나 현실적 분쟁, 경쟁 등을 뒤로한 채 우리나라나 중국 그리고 미국 등 멀고 가까운 나라들이 일본을 앞다투어 지원하고자 했다. 이번 대지진과 지진해일 사건을 계기로 일본보다 더 가난한 나라들까지도 마음을 열고 일본을 돕기 위해 너도나도 일어섰다. 어려움에 처한 이를 돕는다는 일은 빈부의 정도를 떠나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감정의 발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보편적 도움과 격려는 일본의 재난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되어야 마땅하다. 그리하여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좌절하고 있을 이와테의 주민들이, 그 아름다운 고향을 상실한 센다이의 시민들이 하루바삐 다시 일어나 새로운 일본을, 새로운 일본 문화를 가꾸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진실은 하늘에 통하고 진심은 얼어붙은 상대를 움직이게 한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기 위해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는 것은 진실한 인간성을 드높이는 일이다. 이러한 일은 자신을 위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마땅히 이번 지진과 쓰나미의 재난을 입은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도와야 한다. 이는 질서의식과 타인에 대한 우리의 배려심을 키워주어 우리 문화를 성장시키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이번에 일어난 자연의 사건을 통해 일본도 우리와 함께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부 관찰자들은 지금 일본인이 보여주는,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배려와 연대의식은 일본인 내부에 국한된 일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본인 스스로는 자신들 이외에는 친구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함을 지적한다. 여기에서 일본문화가 가지고 있는 양면성이 논의되기도 한다. 일본은 이번 사건을 통해서 많은 친구들을 새롭게 확인하게 되었을 것이다. 미국이 일본을 돕기 위해 전개한 작전명도 다름 아닌 ‘친구들’이었다. 물론 이번 일로 인해서 일본은 많은 것을 잃었다. 그들은 또 이와 함께 새로운 것을 얻었다. 그것은 일본문화에 불행을 통해서 얻은 것이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하는 현명함이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이번의 지진과 쓰나미가 일본 문화의 질을 고양시키고, 폭을 확대할 수 있는 또 다른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런던통신] 홀든의 빈자리, 이청용이 메울까?

    [런던통신] 홀든의 빈자리, 이청용이 메울까?

    ’블루 드래곤’ 이청용 시프트가 화제다. 지난 주말 이청용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후반 막판 측면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했다. 팀 동료 스튜어트 홀든이 부상으로 실려 나가며 중원에 마땅한 대체 자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홀든이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지금 이 변화는 계속될까? 경기 당일 심각했던 분위기만큼이나 홀든의 부상은 심각했다. 다행히 뼈에 별다른 이상은 없었지만 무릎 부위에 26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할 정도로 제법 큰 부상을 입었다. 선수 개인은 물론 소속팀 볼턴에게도 충격적인 부상이다. 올 시즌 ‘중앙 MF’ 홀든이 보여준 활약상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더 큰 문제는 홀든의 공백을 메울 마땅한 대체자원이 없다는 점이다. 홀든의 백업 역할을 했던 마크 데이비스는 부상 중이며 그 밖의 타미르 코헨, 션 데이비스 등은 시즌 내내 개점휴업 상태다. 오언 코일 감독이 맨유 원정에서 ‘측면 MF’ 이청용을 중앙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향후 홀든의 빈자리는 이청용이 메우게 될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청용의 다재다능함은 측면 뿐 아니라 중앙에서도 충분히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표팀에서도 한때 ‘이청용 시프트’가 핵심 키워드로 떠오를 정도로 이청용의 포지션 이동은 그리 낯선 변화가 아니다. 하지만 코일 감독이 이청용을 홀든의 대체자로 활용할지는 미지수다. 홀든은 플레이메이커보다는 수비형 미드필더에 더 가까운 선수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내에서 가장 태클을 잘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볼턴 입단 이후 줄곧 측면 미드필더를 소화해온 이청용이 당장 소화하기에는 어려운 포지션이다. 오히려 체격이 왜소한 이청용보다는 힘이 좋은 매튜 테일러가 홀든을 대신할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다. 또한 A매치로 인해 주어진 2주간의 휴식기는 부상 중인 마크 데이비스가 돌아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홀든의 부상이 곧 이청용의 ‘중앙 MF’ 이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 가지 변수는 다니엘 스터리지와 요한 엘만더다. 최근 코일 감독은 이청용의 체력 안배를 이유로 두 선수의 선발 출전을 선호하고 있다. 이것이 정말 이청용을 위한 배려인지는 모르겠지만 코일 감독이 스터리지와 엘만더의 공격력에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인 듯하다. 이는 ‘이청용 시프트’의 가장 변수라 할 수 있다. 과연, 홀든의 빈자리는 누가 메우게 될까? 볼턴과 코일 그리고 이청용의 행보에 축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런던=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
  • 서울 민원행정만족도 4년 연속↑

    서울시의 민원행정 서비스에 대한 시민 체감만족도가 4년 연속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한국갤럽 등 5개 여론조사 기관과 시민평가단이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시민 2만여명을 상대로 ‘2010년 행정 서비스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민원행정 부분이 80.3점으로 최고를 기록했다고 21일 밝혔다. 시는 종합 민원상담 서비스인 다산콜센터를 시·구와 통합 운영하고 인터넷 민원신청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민원 서비스를 개선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기한 내 업무처리 정도와 민원 처리의 신속성을 나타내는 ‘효율성’과 ‘공무원의 친절도’ 부문이 각 84.7점과 84.2점으로 높게 나타났고 중식 시간대 민원처리 편리성과 취약계층 배려 등을 나타내는 ‘이용 용이성’은 76.2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반면 올해 새롭게 조사한 분야인 문화시설은 70.8점으로 종합만족도를 밑돌았으며 특히 공원, 공공도서관 만족도는 각 67.9점과 66.0점에 그쳐 업그레이드된 서비스 제공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원행정 이외 지하철 분야는 80.7점으로 지난해보다 3.2점이나 올라 시민들의 만족도가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평가단장인 최병대 한양대 교수는 “서울시의 행정 서비스 시민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으나 보다 세심한 접근을 통한 서비스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황성기 에디터 도쿄 프리즘] ‘무라’ 버리고 대이동… 폐쇄성도 버릴까

    무라(村)는 일본에서 마을을 뜻하는 말이다. 도쿄도·홋카이도·오사카부 등 광역의 도·도·부·현(都道府縣) 아래 시·정·촌(市町村)이 있는데 무라(지역에 따라 손으로도 발음)는 최하위 행정 단위이기도 하다. 어찌 됐건 무라는 태어나고 자란 소중한 곳이자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울타리다.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의 피해를 본 3개 현 재해지역 대부분이 태평양에 접하고 있는 조그만 시·정·촌이다. 쓰나미에 쓸려 나가고, 불에 타 버리고, 방사능 공포에 노출되자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정든 마을을 떠나고 있다. 21일 집계로는 4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자기 마을이 아닌 낯선 곳에서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쓰나미가 덮친 그날 생사를 알 길 없는 가족을 둔 채 피난소 생활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원전 피해에서 벗어나려고 마을 전체가 사이타마현으로 이동한 후쿠시마현 후타바 같은 곳도 있다. 유사 이래 겪어 보지 못한 ‘재해 이동’을 지금 1억 2500만명의 일본인이 직간접으로 집단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20년간의 경제침체가 이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풍족한 부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일본이다. 그런 일본인들에게 피난지에서 일어나는 식수와 식량, 물자 부족은 상상조차 못한 일이다. 심지어 재해지역의 병원에선 약품이 모자라거나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해 이재민이 다수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그런 일을 3·11 대재앙 이후 날마다 겪고 있다. 물자 부족은 재해지역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도쿄나 수도권의 식료품 품귀 현상이 재해와는 무관했던 간사이(關西) 지방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물류라는 게 사람 몸의 피처럼 순환을 해야 하는데 동북 지방에서 물류가 끊겨 버린 뒤로는 일본 열도 전체가 순환장애에 걸린 듯 곤란을 겪고 있다. 많은 일본인들이 모금을 하고 자원봉사에 나서 피난민을 돕고 있다. 서로 격려하고 배려하는 모습, 참 보기 좋다. 저 멀리 떨어진 오키나와조차도 최악의 원전 사태에 대비해 몇만명의 이재민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니 전 일본이 국난 극복에 팔을 걷어붙인 것 같다. 그러나 분명히 세계 각국이 지진과 쓰나미 구호를 외치고 원조를 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일본 현지에서는 그 실체를 확인하기가 힘들다. 세계인들이 분명 돕겠다고 발 벗고 나섰는데도 말이다. 일본의 국격(國格)과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섬나라 일본은 대륙과는 달리 전통적으로 ‘무라 의식’이 강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폐쇄적이고 집단적 규율이 엄격했다는 뜻이다. 무라의 질서를 깨는 자가 있으면 가차 없이 쫓아냈다. 무라하치부(村八分)라고 해서 공동절교하는 무서운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무라는 고향의 동의어이지만 자급자족이 이뤄지는 조직체란 의미가 더 짙다. 이번 대재앙은 결코 일본이라는 나라의 품격과 관계가 없다. “일본이란 나라가 이렇게 될 줄이야” 하는 시선도 있지만 대부분은 하루빨리 재해를 극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웃 나라든 우방이든 경쟁국이든 세계인들에게 솔직히 도움을 청하는 모습, 그리고 도움을 받아들이는 모습 그것도 하나의 품격이다. 열도 전체가 거대한 무라가 되어 세계인의 손길에 배타적이거나 폐쇄적이지 않은지 여유를 갖고 되돌아볼 시점에 온 것 같다. marry04@seoul.co.kr
  • “국내 원전 일제점검 계기… 매뉴얼 보완을”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일본 지진피해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이 기회에 우리나라도 (원전을) 일제히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원전을) 전면 점검하고 매뉴얼을 다시 점검하고, 더 보완할 게 있는지 (살피는) 이런 자세를 갖고 일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에게 “우리 대사관과 총영사관이 일본에 체류 중인 국민의 안전을 위해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고 본다.”면서 “체류자의 안전에 더욱 세심하게 배려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회의에서 오는 21일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열어 국내 원전 21기를 대상으로 최악의 재난 상황에서도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지 점검하는 작업에 착수, 다음달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특히 20년 이상 가동중인 원전 9기의 안전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한편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일본 지진피해대책특위 2차회의에 참석한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일본의 원전 피해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국내 원전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이성규 원자력 안전본부장은 “이번 일본의 경우 쓰나미에 의해 비상전력이 공급되지 않아 장치가 작동하지 못했는데 우리 원전이었어도 상황이 비슷하게 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과) 똑같은 상황에서 더 안전하다고 함부로 이야기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성수·허백윤기자 sskim@seoul.co.kr
  • [도쿄 리포트] 日정부의 은폐체질·언론의 비판실종이 재앙 키웠다

    일본이 지난해 중국에 2위 자리를 내주었다고 하지만 경제규모에서 세계 3위인 강국이다. 여전히 특허나 원천기술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지식기술 강국이다. 동일본 대지진과 방사능 유출 사태 수습에 고전하고 있다지만 강국 일본의 위상을 당장 의심하는 나라는 없다. 지진 초기 남을 먼저 배려하고, 침착하게 정부 지시에 따라 대재앙에 대처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세계인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다. 기록의 민족 일본인은 집요하고, 반드시 과거에서 배운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대지진·방사능 유출 사태 이후를 생각하자는 흐름도 형성되고 있다. 물론 지진 발생 일주일이 흐른 18일 현재 일본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비판의 소리가 나오면서도 일본 사회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선 책임지기를 두려워하는 일본 사회의 은폐 체질을 개선하자는 지적도 많다.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대표는 1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관해 “정부와 도쿄전력이 올바른 정보를 신속히 공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에 만연한 은폐 체질에 대한 반성이다. 실제 일본 정부가 신중을 넘어서 과잉 보안을 하면서 원전사고 관련 정보가 부족하고, 이것이 억측으로 연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원전 정보를 즉각 정확히 알려 달라.”고 하는 등 국제사회도 일본 정부의 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외국에 공개하기 어려운 은밀한 프로젝트가 후쿠시마 원전과 관련돼 있어 이를 은폐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협조 제의에 응하지 않는다는 관측도 나온다. 플루토늄 연구와 연관시키려는 지적이지만 민주당 한 관계자는 “미국 등과 초기에 협력에 응할 수 없는 것은 일본이라는 나라의 국격과 관련된 측면이 있다. 세계최고 원자력 기술을 자랑하는데 외국에 의지하는 게 허락되지 않는다.”면서 “여러 나라 기술진이 다른 해법을 제시하면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갈 우려가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주장했다. 위기관리 능력 향상을 위한 극단적 의견까지도 나오고 있다. 중립적인 지식인들마저 “한국이나 미국 같은 군대가 없기 때문에 위기관리 능력이 약하다.”면서 “자위대 위상의 전면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사회전체의 위기관리 능력이 한 단계 오를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의 재무장으로 연결될 수 있고, 헌법개정이 필요해 아직 소수지만 대지진을 계기로 세력을 얻으려 해 주목된다. 언론의 비판 기능이 부족하다는 점도 새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이 지난 12일 언론사에 헬기를 이용한 피해 현장 촬영 자제 및 보도 협조를 공개 요청하자 언론이 이를 받아들여 비판 기능을 하지 않는 것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문·방송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국민들의 동요를 우려, 사람이 쓰나미(지진해일)에 휩쓸려 가는 장면 등의 보도자제를 원하자 언론들이 알아서 정확한 피해상황을 알리지 않아 상황의 심각성이 은폐됐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일부 언론학자들은 일본 주요 신문들이 모두 민영방송을 갖고 있어 정부의 협조가 절대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언론이 정부에 저자세일 수밖에 없는 제도적인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는 한 일본 언론의 정부 견제와 비판은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물론 일본 언론은 발행부수나 질적인 면에서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시각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찌됐든 대지진은 은폐 체질 개선과 언론의 비판 기능 강화 필요성을 사회적 화두로 부각시켰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이런 지적에 펄쩍 뛰고 있지만 “지진이나 방사능 유출보다 더 심각한 것은 국민들이 정부나 언론을 불신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엄연하다. 향후 사회적 토론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로부터 물밀듯이 밀려오는 응원을 업고 일본이 재기할까. 사상 최대의 거대지진과 동시에 터진 원전 방사능 유출이라는 겹시련에 처한 일본이 저력을 발휘해 상황을 돌파할지 세계의 시선이 열도에 집중되고 있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서울광장] 그들인들 어찌 가슴이 미어지지 않을까/박홍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그들인들 어찌 가슴이 미어지지 않을까/박홍기 논설위원

    일본엔 ‘마음으론 울면서 얼굴로는 웃는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되도록이면 상대방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내가 울면 나보다 더 큰 불행을 당한 이에게 폐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메이와쿠(迷惑·폐) 방지 문화이다. 이와테·미야기·후쿠시마 등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 그리고 원자력발전소 폭발과 방사능 공포 속에서 보여준 일본 국민의 침착성과 차분함은 세계인들에게 진한 울림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죽음의 사신 같은 시꺼먼 파도에 사랑하는 자식을, 부모를, 이웃을, 정든 집을 잃은 그들이다. 언제 닥칠지 모를 대재앙에 항상 신경쓰고 경계하고 대비해 왔건만 상상을 초월하는 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제대로 손을 쓸 틈조차 없었다. 아름답고 평온하던 동북부 해안은 더 이상 아름답지도, 평온하지도 않다. 숲의 도시로 불리던 센다이는 질퍽질퍽한 개흙과 건물 잔해더미에 덮였다. 처참한 광경이다. 대지진이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확인된 희생자만 1만명이 넘고 이재민도 40만명 이상이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재난이다. 리히터 규모 9라는 수치보다 훨씬 큰 시련에 맞닥뜨렸다. 하지만 흔들림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그들인들 가슴이 미어지지 않겠는가. 화가 안 나고, 분노가 일지 않겠는가. 자연 재앙보다 공포스러운 방사능의 위협에 피난을 떠나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삶의 터를 지켜줘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정부, 갈팡질팡하는 총리, 원전 사고를 숨기기에 급급했던 도쿄전력에 부아가 치밀지 않겠는가. 방사능 대량 누출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는 막다른 상황에서 말이다.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원폭’으로 끔찍한 아픔을 겪은 그들이기에 더욱 무섭고 두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매뉴얼대로, 배운 대로 참고 견디며 행동하고 있다. 주먹밥 한개로 세끼를 때우고 종이박스를 깔고 모포 한장을 덮고 자면서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4㎞가량 줄을 서며 두세 시간씩 기다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눈에 띌 만한 새치기도, 사재기도, 소란도, 약탈도 없었다.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찾아 폐허를 헤매는 노부모, 시신 앞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주민들, 남편이 숨져 있을 부서진 집터에서 조용히 합장하는 여인…. 고통과 슬픔에 의연하게, 감정을 절제하는 그들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은 내내 무거웠다. 최후까지 마이크를 붙잡고 “빨리 도망치세요.”라며 대피방송을 하다 쓰나미에 스러져간 25세의 말단 동사무소 직원, 언제 폭발할지 모를 원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퇴직 직전의 원전 직원에 대한 사연도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어 디 이들뿐인가. 일본 방송도, 신문도 유난히 재난에는 흥분하지 않는다. 오히려 냉정하다. 1995년 고베대지진 때도 그랬다. 공영방송이자 재난방송인 NHK의 앵커, 기자와 아나운서들은 초유의 대재앙 앞에서 평소보다 차분한 어조로 피해 상황과 대피 요령, 피난처 정보, 구조활동 등을 상세히 전달했다.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근거로 섣부른 추측을 하지 않고 갈등과 불안을 부채질하거나 자극하지도 않았다. 유족들의 통곡 보도도 자제했다. 불필요한 제2, 제3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절망을 희망으로 함께 바꿔야 하는 재난 극복이 우선인 까닭이다. 문제는 우리다. 그들이 위기 때마다 결집, 연대하는 공동체 및 시민의식에 경탄만 할 게 아니라 ‘우리는 안전한가.’를 다시 묻고 챙겨봐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과 공동체의 화(和·조화)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 재난대응 시스템의 산물임을 직시해야 한다. 거대한 자연의 힘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가 아닌, “할 수 있는 것은 많다.”라는 교훈도 되새겨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 국민의 행동에 대해 ‘인류정신의 진화’라고 평가했지만 그들도 속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울고 있다. hkpark@seoul.co.kr
  • “도쿄 있다 방사능 오염될까봐…” 日人들도 영·유아 데리고 피난길

    17일 오후 7시 55분 하네다 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김포행 대한항공 KE2710 비행기 옆자리에 일본인 모녀가 앉았다. 나란히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은 방사능 유출 위험을 피해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감기에 걸린 딸은 1시간 50분 비행시간 내내 콜록대며 기침을 멈추지 않았다. 도쿄에 사는 미유키(37·여)는 “후쿠시마 원전 때문에 도쿄에서도 방사능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잠시 피해 있으려고 한다.”면서 “시시각각 밀려오는 여진의 공포는 버틸 수 있지만 방사능 물질까지 날아오는 상황에서는 어린 딸아이를 보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방사능 피해는 어릴수록 위험하다고 하니까….”라고 덧붙이며 기내식을 먹고 있는 딸 아이의 어깨를 감쌌다. 이번 주말이 후쿠시마 원전 폭발의 고비라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일본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속속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 중에는 한국 교민과 유학생은 물론 일본인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이날 귀국 행렬 속에는 만 1살 미만의 영아부터 7살 이하 미취학 아동을 동반한 가족 단위의 탑승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내 아이를 방사능 위험에 노출시킬 수 없다.’는 부모들은 서둘러 한국행 비행기에 아이를 태웠다. 5살짜리 딸과 2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김포행 비행기에 탑승한 최승희(34·여)씨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유출된 방사능이 도쿄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해 최근 며칠간은 외출도 자제했다.”면서 “만에 하나를 생각하는 가능성 때문에 일단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주부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체르노빌 피폭당한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확산되면서 방사능 피해에 특히 취약한 어린이들을 걱정하는 부모의 불안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다. 출발시간이 지연된 비행기가 오후 8시 10분쯤 이륙 준비를 시작했다. 어린아이와 동승한 보호자들에게 맨 앞자리 넓은 좌석을 배정해 준 항공사 측의 배려 덕분에 비행기 한쪽에는 자연스레 ‘어린이 구역’이 만들어졌다. 이모(31·여)씨는 자리에 앉기만 하면 울음을 터뜨리는 두살배기 딸 아이 덕분에 하네다를 출발해 김포까지 가는 1시간 50분 내내 복도를 서성여야 했다. 한편 19~20일이 후쿠시마 원전폭발의 고비라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일본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편은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하루 3편의 항공기를 운항하는 대한항공의 하네다~김포노선은 18일부터 20일까지 모든 좌석이 매진됐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18일 오후 도착한 비행기 두편이 290석 중 277명, 274명이 탑승한 것을 비롯해 20일까지 모든 귀국편의 예약이 매진됐다. sam@seoul.co.kr
  • “한국민 온정에 감사… 반드시 보답할 것”

    “한국민 온정에 감사… 반드시 보답할 것”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가 17일 오후 본사를 찾아 동일본 대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일본 국민들에게 한국인이 보낸 배려와 온정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무토 대사는 이동화 서울신문 사장을 만나 “상상하지도 못했던 어려운 일을 당했는데 한국 국민들이 자신의 일처럼 챙겨주고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언제든 말하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해 주셨다.”며 “이런 한국인의 온정과 배려에 감사 드리려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일본을 한국인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나선 것은 신문과 방송이 일본 사태를 적극적으로 보도한 것이 따뜻한 감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일본인은 어려운 때 받은 다른 이의 도움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늘 간직하고 있다.”며 일본 국민들이 한국인의 도움에 반드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토 대사는 특히 본지 14일 자 1면에 일본어 제목을 붙여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라는 글을 실어준 데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이동화 사장은 이에 대해 “큰 슬픔을 겪은 일본인들이 보여 준 희생과 질서 의식, 애국심,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은 한국인에게도 큰 감명을 줬다. 한국인도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과거 문제 등으로 뒤틀려 있던 한·일 관계가 더욱 좋아지고 일본이 하루빨리 재난을 극복해 경제 대국 지위를 회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서울대 입학사정관제 강화

    서울대가 현재 고등학교 3학년생이 치르는 2012학년도 수시모집에서 면접과 구술의 비율을 확대하는 등 입학사정관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인문계열 수시모집에서 논술고사가 폐지되고 농어촌특별 전형 등 정원외 특별전형을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으로 통합한다. 서울대는 17일 이 같은 내용의 ‘2012학년도 대학 신입생 입학전형’을 발표했다. 서울대는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형을 간소화하고 특성화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기회균형선발전형의 지원자격을 다양화해 소수 계층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입학전형에 따르면 인문계열 수시전형에서 논술고사가 없어지는 대신 면접·구술의 비중이 확대된다. 1단계 서류평가에서 선발인원의 1.5~3배수의 인원을 뽑고, 2단계에선 1단계 서류평가 성적과 면접·구술고사의 성적을 똑같이 100점씩 반영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지난해 인문계열 수시 2단계 배점은 서류 100점, 논술 40점, 면접·구술이 60점이었다. 서울대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논술고사를 폐지했다.”고 입시안 변경 이유를 밝혔다. 지역균형선발은 이미 발표된 것처럼 단계별 전형을 1단계로 통합, 전환해 전면적인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한다. 서울대는 농업계열 고교 특별전형과 지역인재육성 특별전형 등으로 각각 9명의 학생을 선발하는 등 기회균형특별전형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농업계열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중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은 이 전형을 통해 농업생명과학대에 지원할 수 있다. 백순근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꼭 농업고등학교가 아니라도 농업계열을 전공한 학생이면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범대의 지역인재육성 특별전형은 군 단위 지역에서 고등학교 3학년 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지역자치단체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 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은 졸업후 일정기간 해당 지역에서 교사로 근무해야 한다. 기회균형특별전형의 합격자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해야 입학이 가능하다. 정시 일반전형은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반영비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2012학년도부터 학생부 40%, 수능 30%, 논술 30%로 수능 반영 비율을 10% 포인트 높였다. 수능점수만으로 2배수를 뽑는 1단계 전형은 유지하기로 했다. 또 서울대는 2013년학년도부터 미술대학 모집정원 102명 전원을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으로 선발하기로 결정했다. 디자인학부 디자인 전공에서는 6명을 실기평가 없이 서류평가(1단계)와 면접(2단계)만으로 합격자를 선발한다. 2012학년도 전체 모집정원은 지역균형선발 710명, 특기자전형 1173명, 정시 1213명으로 총 선발인원은 지난해와 동일한 3096명이다. 한편 서울대는 학부모들의 바뀐 입시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수도권, 중부권, 호남권, 영남권, 제주도 등 5개 권역에서 입학전형에 대한 설명회를 계획할 예정이다. 수도권 설명회는 오는 26일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씨줄날줄] 슈퍼 문(Super Moon)/이춘규 논설위원

    큰 재난을 당하면 대부분의 인간들은 초기에는 어느 정도 냉정을 유지한다. 남을 우선 배려하는 등 훈훈한 미담도 많이 들려온다. 하지만 재난이 길어지면 상황은 급변한다. 인간의 이기심이 이성을 마침내 압도하기 시작한다. 지난 11일 일본에서 리히터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한 뒤에도 마찬가지다. 사재기·매점매석·새치기도 없었고, 남을 먼저 배려해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지진 발생 나흘을 넘기며 상황이 변하고 있다. 산케이신문 인터넷판 기사는 재난 현장의 스산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신문은 14일 피해가 큰 이와테현의 한 대피소 모습을 전하며 “식량부족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50대 여성은 ‘먹을 것을 손에 넣으면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몰래 조리하는 등 분위기가 나빠지고 있다’고 말한다. 식량부족을 이유로 뒤늦게 들어온 피난민을 내쫓자고 선동하는 피난민도 나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사재기와 매점매석 역시 확산되고 있다. 도쿄에서는 공포에 질린 주민들이 여진 등에 대비해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상인들이 물건을 내놓지 않아 텅 빈 상품진열대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주유소에서는 휘발유를 가득 채워 달라고 보채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서 사재기·매점매석이 확산되자 정부가 나섰다고 한다. 소비자청은 과도한 사재기·매점매석에 대한 조사와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공포 확산 악순환을 막기 위한 비상 조치다. 지진현장을 무대로 설치는 절도나 사기범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쿄 하치오지시에 사는 70세 노인에게 아들이라고 속인 남자가 ‘급한 일이 있으니 계좌로 돈을 넣어달라.’는 후리코메(계좌이체) 사기를 시도하려다 탄로나자 전화를 끊었다. 경찰은 노인의 신고를 받고 “앞으로 비슷한 수법의 범죄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상하면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최근 노인 상대 후리코메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 유언비어도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슈퍼 문’(Super Moon) 괴담. 오는 19일 달과 지구의 거리가 19년 만에 가장 가까워져 보름달 중에서도 가장 큰 슈퍼 문이 뜨는데 보다 더 강력한 대지진을 불러온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지진과 슈퍼 문과의 상관관계를 강력히 부인하지만 민심은 뒤숭숭하기만 하다. 미증유의 재난을 당하고도 미담을 쏟아내던 일본인들. 일본인들의 냉정을 끝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아니면 사재기·매점매석 등 혼란은 일시적인 것으로 끝날까.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사설] 최악의 재난 속에서 빛 발한 日국민 성숙함

    최악의 대지진 참사 속에서 일본 국민의 성숙한 질서의식이 빛을 발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인류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일본이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시민의식은 인류정신이 진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사태를 극복할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바로 일본” “그들의 인내·용기는 대단하고 경이롭다.”고 경탄하고 있다. 지진 나흘째인데도 여진·쓰나미·방사능 누출 등 3중의 재난이 숨 돌릴 틈도 없이 밀어닥치고 있다. 생활필수품이 떨어졌다. 물·전기도 부족하다. 그러나 사재기나 새치기, 약탈은 없다. 통곡·울부짖음도 없어 “소름끼칠 정도로 냉정하고 차분하다.”는 평을 듣는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일본이 세계 3위의 경제규모를 유지하는 내재 동력일 것이다. 지진이나 화산 폭발, 태풍 등 일상적인 재해를 극복해야 하는 자연환경 때문에 몸에 익었다고는 하지만 재해 때 노약자들을 먼저 배려하는 일본의 문화가 국가적 재앙을 맞아 한층 빛을 내고 있다. 본심이야 어찌됐든 질서 있는 위기 대처 모습은 세계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 사과하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것이 겉치레일지는 몰라도 커다란 위기 때마다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신문이나 방송은 국민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표현은 자제하고, 사망자·실종자 통계는 최소 수치로 보도한다. 정부는 원전사고 등에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도 받지만 차분하게 재난 극복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이라는 거대한 조직체가 기계처럼 일사불란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나라의 국민성과 국격이 드러난다. 지금 일본 국민은 국격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평소 수많은 훈련이 계속돼 나올 수 있는 행동들이다. 정부에 대한 믿음이 작용했을 것이다. 당국의 안내에 따라 흔들림 없이 질서있게 대피를 한다. 정부의 지시에 따르면 정부가 자신을 위해 뭔가 반드시 해 줄 것이라는 믿음과 경험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원전 추가폭발 등 2차·3차 재난도, 수도권 교통대란과 제한 송전 등도 참아내고 기다린다. 최악의 재난 앞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일본 국민의 성숙함에 찬사와 함께 응원을 보낸다. ‘간바레 닛폰(힘내라 일본), 다치아가레 닛폰(일어서라 일본).’
  • 日 70여년째 국제사회 지원… 88개국 앞다퉈 “日 돕겠다”

    ①한발 앞선 ‘공공외교’ 비록 지난해 중국에 추월당해 ‘넘버3’로 내려앉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초경제대국이다. 초유의 국가적 재난을 당했지만, 경제력만으로 따지면 어느 나라보다 강한 복원력을 지닌 나라인 것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 88개 국가가 일본을 돕겠다며 앞을 다투고 있다. 적어도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86개국은 일본보다 경제력이 뒤진다. 그중에는 아프가니스탄처럼 오랜 전쟁을 겪고 있는 나라들도 적지 않다. 이들이 지원 대열에 줄을 선 것은 바로 일본이 지닌 국제적 위상, 그리고 소프트파워의 힘이다. 일본이 수십년 동안 펼쳐온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가 이번 지진·쓰나미 위기 속에 도움의 손길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로 일본 ‘공공외교’의 힘이다. 그동안 센카쿠 열도를 놓고 일본과 영유권 갈등을 빚어온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선 “쓰촨 대지진 때 보여준 그들의 행동이 고마워 일본을 미워하지 않는다.”며 신속히 일본을 지원하라고 촉구하는 글이 인터넷에 올랐다. 중국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일본은 중국과 긴장 관계 속에서도 쓰촨 대지진 구호뿐 아니라 1979년부터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중국에 도움을 줬다. 1979년부터 2009년까지 유상자금협력이 3조 3160억엔, 무상자금협력 1544억엔, 기술협력이 1704억엔 등에 이른다. 지난해만 해도 인재육성 장학계획이란 이름으로 4억 9200만엔을 지원했다. 기존 외교가 전문외교관 대 전문외교관 중심이라면 공공외교는 장기적인 국가이익을 목표로, 정부를 포함한 상대국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 수행 주체도 외교관이 아니라 정부, 개인, 비정부기구 등을 포괄한다. 공공외교에는 국제사회 대중의 요구를 이해하고, 자국의 관점을 제시하고, 자국과 국민에 대한 오해를 교정하고, 국제사회의 공통된 대의에 참여하고, 리더십을 키우는 일과 같은 광범위한 영역이 포함돼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출범에 즈음해 미국의 ‘소프트파워위원회’가 제시한 5대 전략목표 가운데 세 번째가 바로 공공외교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소프트파워위원회에 따르면 공공외교의 목적은 “한 나라의 ‘정부’가 아닌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공공외교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다양한 노하우를 자랑한다. 일본의 공공외교는 1934년 국제교류진흥회를 세우고 해외 문화단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일본을 소개하는 등의 활동을 시작한 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40년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체코 프라하에 일본 정보문화원을 개설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일본의 공공외교는 1970년대에 골격이 형성됐다. 개발도상국의 문화와 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정부 원조가 본격화된 것도 이때부터다. 1978년 아세안(ASEAN) 문화기금을 설립하고 대규모 지원을 시작했고, 1980년에는 아세안 국가의 차세대 젊은이들을 후원하는 청년장학금제도도 마련했다. 1980년대부터는 일본국제교류기금을 중심으로 일본어 보급 사업도 본격화했다. 1990년대부터는 NHK 월드 등을 통한 미디어 공공외교로 확장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②‘메이와쿠’는 없다 사재기·새치기·울부짖는 사람 거의 없어 지진이나 태풍, 화재 등 국가 재난이 발생하면 흔히 범죄와 약탈, 무질서와 폭동이 횡행한다. 사재기도 판을 친다. 하지만 도호쿠 대지진이 일어난 지난 11일 이후 일본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길게 늘어선 줄에서 차례를 기다리다 자신에게 순서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새치기를 하거나 다른 이를 밀치는 사람도 없다. 실제로 지진 이후 신오쿠보에서 목격된 장면은 일본인의 질서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코리아타운 내 슈퍼마켓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24·여)은 “11일 지진이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이 놀라서 모두 밖으로 몰려 나가는데, 계산대에 있던 일본 사람들은 끝까지 기다리다 계산을 마치는 모습이 특이했다.”면서 “우리 같으면 계산이고 뭐고 일단 바구니 던지고 뛰쳐나갈 텐데 참 대단했다.”고 말했다. 사재기가 없는 것도 ‘이방인’의 눈에는 특이했다. 대지진 첫날에는 주택가나 사무실 주변 슈퍼마켓 등에서 라면과 빵 등 비상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간혹 눈에 띄었지만, 4일째인 14일에는 그런 모습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 주택가 슈퍼마켓에는 다시 라면과 빵, 음료수가 쌓이고 있다. 일본 사람들의 질서의식은 어릴 때부터 몸에 밴 ‘메이와쿠(迷惑) 회피 정신’에서 나오는 것이다. 메이와쿠는 ‘남에게 끼치는 폐’를 뜻한다. 일본의 가정과 학교에서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수시로 교육한다. 이런 뜻인 ‘메이와쿠 가케루나’를 아예 가훈으로 삼는 집도 적지 않다. 또 일본 학교에는 ‘인내하는 힘’(耐える力)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붙어 있는 곳이 많다. 단체생활을 위해 개인은 참고 순응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일본인들은 꾸준하고 일관된 재해 대처 교육을 유치원 때부터 받는다. 책상 옆에는 늘 재해에 대비한 방재 두건이 걸려 있다. 이러한 철저한 재해 예방 교육은 메이와쿠 정신과 함께 대형 재해에 침착하게 대응하게 하는 비결이 된다. 재해를 당한 일본인들이 크게 흐느끼거나 울부짖는 일도 거의 없다. “내가 그런 행동을 하면 나보다 더 큰 피해를 당한 이들에게 폐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이 제한 송전에 나선 14일 예상치보다 전력 수요가 많지 않아 오전 6시 20분부터 오전 10시까지 송전을 제한하려던 제1그룹에 대해 송전 제한 계획을 취소한 것에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전기를 아껴 쓰겠다는 일본인의 고통분담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의 방사능 유출로 인해 일본이 초토화되고 있지만 일본인들이 무서울 정도로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려 정신의 발로인 셈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③세계 최고 지진경보 체제 세계 1000개 관측소 연계 “전국민에 지진 1분 전 경보” 지난 11일 일본을 강타한 지진은 인간의 힘으로 막기엔 너무나 무시무시한 재앙이었다. 그럼에도 일본이 입은 피해는 재앙의 크기에 비해서는 약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철저한 사전 대비를 제도화한 시스템의 힘으로 열악한 자연환경을 극복한 셈이다. 차분한 준비와 침착한 대처에 세계 외신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AP통신은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의 대비를 한 덕분에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와 지난해 아이티 지진 때보다 피해가 훨씬 적었다.”고 보도했다. 규모 7.0이었던 아이티 대지진 사망자는 30만명이 넘었고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망자는 약 23만명이었다. 일본의 지진 경보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지진은 이마저도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했다는 점에서 불가항력이었던 점도 있었다. 일본 기상청이 동북부 해안에 쓰나미 경보를 내린 것은 11일 오후 2시 49분. 높이 10m의 쓰나미가 해안을 덮친 건 오후 3시 정각 무렵이었다. 해안가 주민들은 대피할 겨를도 없었다. 그러나 기상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재난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번 지진경보가 늦었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외신에서도 일본의 사전 경보 시스템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AFP통신은 “일본 국민 수천만명이 지진경보 시스템을 통해 진동이 발생하기 약 1분 전에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이는 전 세계 1000여곳의 지진관측소와 연계된 일본의 정교한 재해경보 시스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철저한 준비 덕분에 최악의 사태를 면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지진이 잦았던 도쿄 남서부를 중심으로 지진 대비책을 준비하고 별다른 지진이 없었던 도호쿠 지역에 대한 대비는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다는 지적은 뼈아픈 대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평소 쓰나미에 대한 경계심과 대피 훈련 덕분에 피해자를 줄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이제 다시 일어설 때” 日 복구 사투 시작됐다

    ‘이제는 다시 일어설 때다.’ 강진과 쓰나미, 원전 폭발로 대재앙에 직면한 일본이 생존과 복구를 위한 사투(死鬪)를 시작했다. 동일본 대지진 나흘째인 14일 일본은 실종자 수색과 구조작업을 본격화하고, 전력 비축을 위해 제한송전을 실시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일본인들은 큰 혼란이나 동요 없이 고통 분담과 배려의 정신으로 정부의 재난 극복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간 나오토 총리는 전날 밤 기자회견에서 “전후(戰後) 65년에 걸쳐 가장 어려운 위기”라면서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해외 각국에서도 지원의 손길이 이어져 88개 국가와 국제기구에서 온 구호팀이 일본 현지에서 재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공군 C130 수송기 3대를 이용, 구조지원 및 피해복구 활동을 벌일 긴급구조대 102명을 미야기현 센다이 등 피해 지역에 보내 본격적인 구조활동에 나섰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도 이날 일본 동북부 해안에 도착, 구조활동에 착수했다. 레이건함은 당초 이달 중 한·미연합 야외 기동훈련에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지진 구호활동에 긴급 투입됐다. 레이건함이 실어온 헬기 두대는 일본 자위대 소속 헬기 한대와 함께 3만명분의 긴급 식량을 운반하기 시작했다. 국제구호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잇따라 긴급모금 운동에 나섰다.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은 일본에 초기 긴급구호 자금 5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40만 달러를 목표로 모금 운동을 시작한다고 이날 밝혔다. 월드비전은 이재민에게 담요 등 긴급구호 물품을 지급하고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아동들의 쉼터를 설치하는 한편 일본 월드비전에서 지원을 요청하면 인력을 지원할 방침이다. 하지만 규모 9.0 강진의 여파는 이날도 계속 이어져 일본의 재활 노력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현지에 파견된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관계자는 “강력한 여진과 쓰나미 경보, 화재 등으로 인해 구조활동이 지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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