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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아름다운 약속/이기권 전 고용노동부 차관

    [열린세상] 아름다운 약속/이기권 전 고용노동부 차관

    톨스토이가 여행길에서 한 소녀를 만났다. 아이는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엄마의 귀에다 소곤거렸고 이내 떼를 쓰다 울음을 터뜨렸다. 알고 보니 그가 둘러멘, 백합꽃 수가 놓인 가방을 갖고 싶다는 거였다. “얘야, 내일이면 이 가방은 소용없어질 것 같구나. 내일 이 가방을 선물하마….” 사실 톨스토이에게 그 가방은 친지의 소중한 유품이었다. 다음 날 저녁, 톨스토이는 소녀의 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어젯밤 이름 모를 병으로 갑자기 죽었다는 게 아닌가. 그는 소녀의 묘지를 찾아가 자신의 가방을 무덤 앞에 바쳤다. 소녀의 어머니는 “아이가 없으니 가방은 필요없어요. 고맙지만 가지고 가세요.”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뇨, 따님은 죽었지만 제 약속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약속을 하면서 산다. 자신, 가족, 회사 그리고 국민과의 약속…. 2010년, 정부는 ‘2020국가고용전략’을 통해 세대 전체에 해당하는 큰 약속을 했다. 64%(15~64세 기준)를 밑도는 고용률을 202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수준인 70%로 끌어올려 보겠다는 약속이었다. 다행히 근로자,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이 힘을 모은 덕분에 작년부터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성장이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는 고용탄성치가 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과거에 1% 성장했을 때 일자리가 6만여개 늘었다면 2011년 및 올 상반기에는 11만여개가 늘어난 것이다. 또, 청년들이 가고 싶어하는 소위 대기업의 일자리도 작년에 처음으로 중소기업보다 더 늘어났다. 그러나 이런 성과들이 우리 청년들에게는 선뜻 와 닿지 않는 듯하다. 왜일까? 수급 상황을 들여다보면 금세 알 수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1997년에는 청년들이 가고 싶어하는 소위 괜찮은 일자리(공공부문, 대기업, 중소기업 중 업종 평균 임금 이상 등)가 530만여개였다. 물론 전문대졸 이상의 수치와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대학진학률이 높아져 2009년 말 기준 전문대졸 이상이 965만명이 되었지만, 괜찮은 일자리는 581만여개에 그친다. 이런 격차 때문에 청년들의 일자리 찾기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2020 국가 고용전략’의 소중한 약속이 다음 세대까지 지켜지려면 신성장동력산업을 육성하는 등의 성장 정책이 꾸준히 추진되어야 한다. 또 고교 졸업자의 선취업, 후진학과 대학 구조조정이 병행되는 등 수요 정책들이 일관되게 펼쳐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다음 몇 가지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첫째, 대기업들이 하도급화를 자제하고 기간제라도 직접 채용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하도급 비율이 2008년 21.8%에서 2010년에는 24.6%로 증가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회사를 목표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는 중매가 들어와도 그 회사의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청년에게는 중매가 잘 안 들어 온다는 가슴 아픈 소리가 나올 정도다. 둘째, 대·중소기업의 상생은 2, 3차 협력업체 소기업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그 목표를 둬야 한다. 원청이 1차 하도급에 납품대금을 인상해 주면 그 혜택이 2, 3차 협력업체로 전달되고 임금 인상의 재원이 돼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2, 3차 협력업체의 근로조건 개선 노력이 상생협력의 중요한 잣대가 되도록 지수화시켜야 한다. 셋째, 근로자나 노동조합은 기업들이 직접 인력을 채용하는 데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과학적 평가를 거쳐 다른 동료들에 비해 현저히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직급이나 임금을 하향조정하는 변경계약제도나 노사가 협력해 다른 업체로 전직할 수 있게 해주는 경로를 갖고 있다. 연공서열식 단일호봉제의 임금 체계도 직무-성과 체계로 과감히 바꿔 가야 한다. 그래야 60세 정년도 가능해진다. 약속은 믿음에서 출발하며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나의 양보가 담겨 있다. 약속이 지켜지면 다수가 행복해진다. 세세한 부분을 입법만으로 규율한다면 빠져나갈 궁리를 먼저 하게 된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각자가 신뢰할 수 있는 약속을 해야 하며 또 최선을 다해 실천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 과녁이 수박만큼 크게 보이나 봐요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싹쓸이’을 노리는 양궁대표팀이 본진보다 먼저 20일 결전지에 도착했다. 말끔하게 단복을 차려입은 선수들은 “선배들이 워낙 잘해서 부담이 있다. 하지만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즐기겠다.”고 여유를 부렸다. 태극궁사들의 런던대회 목표는 전 종목 석권. 치열한 관문을 뚫고 올림픽대표로 뽑힌 남녀 각각 3명의 선수들은 금메달 4개를 따겠다는 일념으로 혹독한 훈련을 견뎌왔다. 런던의 궂은 날씨에도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바람 불고 비 내리는 곳에서 묵묵히 시위를 당겼다. 표적을 2초마다 옮기며 순간 집중력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제는 고전(?)이 된 해병대 훈련, 공동묘지 야간 순회, 야구장·군부대에서의 소음훈련, 영하 날씨에 한강 걷기 등을 통해 ‘마인드 컨트롤’을 마쳤고, 최상급 아이패드를 활용해 경기장인 로즈 크리켓 가든을 가상 체험하는 이미지 트레이닝도 거듭했다. 덕분에 컨디션은 절정이다. 특히 남자부 오진혁·임동현·김법민은 출국 전날인 18일 세계기록을 두 차례나 갈아치우는 등 물이 올랐다. 24발 단체전 연습경기(만점 240점)를 세 차례 했는데 235점을 두 번 쐈다. 선수 셋이 한 발의 실수도 없이 10점을 19번, 9점을 5번 맞혀야 나올 수 있는 점수. 공인 세계기록이 임동현·오진혁·김우진이 지난해 런던프레올림픽 8강전에서 기록한 233점인 걸 감안하면 이번 대표선수들의 신들린 감각을 짐작할 만하다. 남자팀 주장 오진혁은 “손끝이 절정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좋은 컨디션을 어떻게 지킬지가 성패의 관건”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성진·기보배·최현주가 나서는 여자팀도 안정적으로 고득점대를 지켰다. 다른 나라의 추격이 거세지만 단체전 7연패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뜨겁다. 기보배는 “요즘 점수가 계속 높게 나오고 있다. 컨디션을 조절하고 환경에 적응하겠다.”고 여유를 부렸다. 성적만큼이나 지원도 차원이 다르다. 런던까지 날아가는 동안 비즈니스석을 제공받았고, 런던에 도착해서도 로즈 크리켓 가든이 내려다보이는 5성급 호텔의 패밀리 스위트룸에 짐을 풀었다. 숙식은 선수촌에서 해결하지만, 경기나 훈련 중 이곳에 머물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게 된다. 회장사인 현대기아차 현지법인에서도 살뜰한 배려를 다짐하고 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지금&여기] ‘박지성’이라는 헌신/강동삼 체육부 차장급

    [지금&여기] ‘박지성’이라는 헌신/강동삼 체육부 차장급

    유럽축구에 ‘물장수’(Water Carrier)란 은어가 있다. 스타를 빛나게 만드는 헌신적인 선수라고 옮길 수 있겠다. 지난 10일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떠나 퀸스파크레인저스(QPR)에 입단한다는 소식을 처음 전하면서 머리에 퍼뜩 떠오른 단어였다. 국내에서의 파장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은퇴도 얼마 안 남았는데 맨유맨으로 남지.”, “무슨 소리야, 주전에서 밀려났는데 진작 떠났어야 했어.” 등의 의견이 분분했다. 사실, 벌집을 쑤셔놓은 듯 시끄러울 만했다. 유럽 최고의 클럽에서 뛰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등의 정상에 서서 아시아 최고의 선수란 족적을 남긴 박지성이 아니던가. 더욱이 평소에도 “맨유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는 맨유 멤버라는 ‘특권’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2010년)란 자신의 책 제목처럼 박지성은 서른하나 늦은 나이에 ‘더 큰 나를 위해’ 모험을 감행했다. QPR의 매력적인 비전에 넘어갔다고 하지만 어쩌면 선수 인생의 후반 20분을 뛰고 있는 그가 1분의 희열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기 위한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호날두, 루니 등 몸값이 훨씬 더 나가는 스타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가 할 수 있었던 건 뛰고, 뛰고, 또 뛰는 것밖에 없었다. 동료들에게 쉴 시간을 배려하고 빈 공간을 찾아다니며 공·수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역할만 무려 8년. 이탈리아 국가대표 젠나로 가투소는 “헌신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어쩌면 맨유가 떨궈 내거나 잃은 건 박지성이 아니라 그라운드 안팎을 꽉 채운 그의 ‘헌신’(獻身)일지 모른다. QPR은 아시아의 빅스타를 영입한 게 아니라 그의 ‘헌신’을 영입했다. 간신히 프리미어리그에 살아남은 QPR은 지금 박지성 같은 헌신적인 선수를 목말라하고 있다. 승리란 게 뒤집어 보면 헌신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다시 얼마나 QPR에서 뛰고 또 뛸까. 파란 줄무늬 유니폼의 새 시즌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우리 모두가 그의 ‘1분 더’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kangtong@seoul.co.kr
  • [길섶에서] 사로잡힌 청중/김종면 논설위원

    서울 압구정동에는 각양각색의 성형외과들이 진을 치고 있다. ‘유행의 발상지’ 압구정동이 성형 밸리로 변했다고 구시렁댈 건 없다. 그런데 그곳을 지나는 버스를 타야 하는 이들은 사정이 다르다. 확성기로 팡팡 틀어대는 성형광고를 어찌해야 할까. 화통을 삶아 먹었나. ‘일리아드’의 전령 스텐터만큼이나 큰 목소리로 늘어놓는 ‘육체광고‘는 그야말로 언어 공해다. 특정 부위에 대한 비교우위를 강조하는 곳, 십수년 무사고를 자랑하는 곳, ‘성형의 성형’을 내세우는 곳 등 별의별 광고가 다 있다. 차 안의 ‘캡티브 오디언스’(captive audience)는 한갓 잠재고객일 뿐, 그 이상의 배려는 눈곱만큼도 없으니 사로잡힌 청중만 야속할 따름이다. 나는 오늘도 강요된 소음을 들으며 압구정동을 지난다. ‘붕어빵’ 선남선녀들이 다시 보인다.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미인 불패 신화는 사라지지 않을 터. 아름다움은 영원한 기쁨이라지만 미의 유혹을 좀 견뎌냈으면 좋겠다. 광고 속 ‘모태미인’은 과연 진짜 미인인가. 대한민국은 지금 미인세상이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이배용 역사산책] 서원과 인성교육

    [이배용 역사산책] 서원과 인성교육

    요즈음 학교 폭력이 사회적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가해학생을 엄격하게 처벌하고 여러모로 제도를 정비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할 수 있는 학교교육에 대한 폭넓은 점검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기적 같은 발전을 이룬 원동력에는 교육의 열정이 있다. 특히 전통교육에는 지식의 차원뿐 아니라 심성을 끊임없이 바로잡는 인성교육이 중심에 있었다. 조선시대 사립학교의 효시인 서원 교육에는 인류의 미래지향적 가치인 소통, 화합, 나눔, 배려, 자연, 평화를 추구하는 융합적인 조화의 기능이 있다. 서원에 들어서면 수려한 자연 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수백년을 역사의 증인으로 지켜온 나무들이 울창하고 맑은 계곡이 흐르고 주변 산세와 어울리는 목조 건축의 아름다운 조화는 백 마디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 배움과 깨달음의 시작이다.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경지, 즉 자연과 인간의 이치의 결합은 스스로 사람다움이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자연을 통해 배우는 언어이다. 즉, 자연의 이치라고 할 수 있는 오행(五行)의 목(木), 금(金), 화(火), 수(水), 토(土)의 원리에서 인간심성의 기본인 오성(五性)의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이 상호 합일되는 과정을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삼고 있다. 즉, 나무(木)를 통해서 사람은 인(仁)을 배우고, 쇠(金)를 통해서 의로움(義)과 정의 그리고 의리를 배우고, 불(火)을 통해서 예(禮)의 질서를 배운다. 물(水)을 통해서는 배움, 즉 깨달음(智)을 알게 되는데 물이 낮은 곳으로, 또 넓은 곳으로 바다를 향해 부단히 흐르듯이 겸손과 포용의 자세를 배우게 되고, 흙(土)은 만물이 딛고 생성하는 토양이 되듯이 인간관계에서 기본은 무엇보다도 믿음(信)이라는 데서 참다운 인성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서원에서 선비들이 닮고자 했던 것은 이러한 자연의 법칙이었고 또한 존경하는 선현이었다. 조선의 선비는 스승의 가르침과 서책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고자 하였을 뿐 아니라 자연을 통해서 스스로 사색하면서 깨달음을 얻으려고 노력하였다. 늘 푸른 소나무를 통해서는 변치 않는 한결같은 마음을, 대나무를 통해서는 굽히지 않는 절개를, 할아버지 대(代)에 심으면 손자 대에 가서야 열매가 열린다는 은행나무를 통해서는 인내와 끈기의 향학열을, 연꽃을 통해서는 진흙탕에서도 때 묻지 않고 세속의 유혹에 물들지 않는 맑고 고고함을 터득했다. 이외에도 매화·작약·배롱나무 등 철따라 피고 지고 또 피어나는 각종 꽃들의 모습은 자연의 오묘한 진리를 통해 현실에서는 설 자리, 누울 자리를 가릴 줄 아는 분별력·도덕률이 생겨나는 것이다. 퇴계 선생은 이러한 자연과 인간의 조화, 지혜를 적용하여 도산서당을 설계할 때 왼쪽의 담장을 완전히 막지 않고 끊어 쌓음으로써 공부하는 공간에 자연을 끌어들여 호연지기의 심성을 갖추도록 하였다. 또한 서원마다 공부할 때, 현판 하나하나에 새겨진 문구가 예사롭지 않다. 문을 드나들 때나 누정에서나 강학당·도서관에서 공부할 때, 사당에서 제례할 때마다 유교가 주는 인간이 깨우쳐야 할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 각 지역의 서원끼리도 끊임없이 소통하였다. 서원을 찾은 손님의 명단인 심원록을 보면 유명 유학자들의 이름을 수없이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공동체 기숙 생활을 하면서 상하질서·상부상조하는 협력 체제를 갖추게 하고 바로 오늘날 중요하게 여기는 팀워크가 이루어지고,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창의성을 발휘하는 지혜는 오늘날도 우리가 자긍심을 가지고 이어받아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서원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은 인류가 남긴 공동의 유산으로 보존해야 할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브랜드 위원장·전 이대 총장
  • “대기업 제과점·꽃소매 골목진출 제동”

    “대기업 제과점·꽃소매 골목진출 제동”

    올해 안에 제과점, 식자재유통, 꽃소매 등 업종이 대기업의 진출이 제한되는 서비스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적용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확정되면 해당 대기업과 공기업 등에 대해 확장 자제나 사업 철수 등을 권고하기로 했다. 동반위는 18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제17차 본회의를 열고 ‘서비스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운영 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선정 대상은 소매업과 음식점, 개인서비스업 등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업과 직결된 생활형 서비스 3개 분야다. 세부적으로는 118개 업종이 포함된다. 구체적인 업종은 중소기업의 적합성과 성장 가능성, 외국계 기업 진출 가능성 등 12개 항목을 고려해 결정하기로 했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논란이 됐던 소모성 자재구매대행(MRO)을 포함한 도매업에 대해서는 소매업 지정 이후 추후에 검토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중소기업기본법을 적용하기로 해 중견기업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중소기업에서 꾸준히 성장해 중견기업이 된 경우는 품목별로 최대한 배려하기로 했다. 동반위는 오는 23일부터 3개 분야별로 각 업종을 대표하는 단체로부터 구체적인 업종 신청을 받고, 서류 검토와 실태 조사 등을 거쳐 이르면 올 연말까지 서비스업 적합업종을 지정할 방침이다.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 기존 제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사업철수’, ‘사업축소’, ‘확장자제’, ‘진입자제’ 등을 권고할 계획이다. 서비스업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세부 업종은 소매업의 경우 꽃, 자판기, 인테리어, 계란, 자전거 등이다. ▲제과, 떡, 분식, 한식 등 음식점 ▲자동차 정비, 이미용 등 개인서비스 등도 중소기업 업종으로 채택될 여지가 크다. 제빵업 등 대기업이 가맹점 형태로 시장을 장악한 업종에 대해서는 개별 점포가 아닌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나 사업확장 정도 등을 검토해 판단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제과업계 1위인 파리바게뜨는 확장자제 등을 통해 신규 대리점을 추가하는 게 불가능할 것으로 중소기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 등 유명 프랜차이즈 빵집에 대해 기존 가맹점 반경 500m 이내에 신규 출점을 금지하도록 할 정도로 지금은 대기업과 영세 업주들의 경쟁이 되지 않는 구조”라면서 “대기업이 당장 벌이고 있는 사업에서 아예 철수하는 것은 쉽지 않더라도 시장을 독과점하는 것은 제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기업과 공공단체들이 진출한 생계형 서비스 업종에 대해서도 적합업종 지정이 추진된다. 꽃배달(우체국·코레일·KT·재향군인회), 문구유통업(교원공제회), 상조업(교원공제회·재향군인회) 등이 대상이다. 다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골목 상권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방안에는 적극 협력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협력·입점업체, 소비자 등 다양한 입장이 반영되는 동시에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 등 부작용에 대한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두바퀴 타고 ‘강릉 한바퀴’ 바다·산·호수는 친구되죠

    두바퀴 타고 ‘강릉 한바퀴’ 바다·산·호수는 친구되죠

    ‘저탄소 녹색시범도시’로 지정된 강원 강릉에 바다·호수·산과 도심을 잇는 거미줄형의 전국 최고 자전거길이 만들어진다. 강릉시는 17일 관광레포츠와 생활·통학이 가능하도록 도심과 외곽지역을 그물처럼 연결한 자전거길을 연말까지 모두 완공한다고 밝혔다. 기존 해안선을 따라 남북으로 만들어진 자전거길과 경포호수 주변을 연결해 만든 순환형 자전거길, 대관령 옛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산악레포츠형 자전거길에 이어 경포호수변에 만드는 2곳의 습지와 저류지를 가로지르는 생태탐방 자전거길이 새롭게 만들어진다. 또 이들 외곽지역에서 도심으로 이어지는 방사선형 자전거길이 도로를 따라 혹은 소나무 숲길을 따라 만들어져 자전거만으로 어디서든 도시와 외곽지역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도심도 거미줄처럼 연결해 자전거만 타면 생활과 통학, 출퇴근이 가능하게 된다.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187㎞에 이르는 45개의 자전거길을 만든 데 이어 올해에는 51억 5700만원을 들여 12개 노선 13.1㎞가 시가지를 중심으로 새로 연결된다. 새 자전거길 가운데 경포호수 주변의 습지를 따라 만들어지는 명품길이 눈에 띈다. 4㎞의 거리에 나무데크를 깐다. 오죽헌 앞의 저류지에도 생태탐방 자전거길을 놓고 선교장과 경포천을 따라 자연스럽게 경포호수로 연결, 자전거를 이용해 자연경관과 문화유적지를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조성된 자건거길도 인기다. 해안선 도로를 따라 안목~주문진 30㎞에 걸쳐 만들어진 해변자전거길은 동해를 조망하며 백사장과 솔밭 사이를 달릴 수 있는 명품 자전거길로 자리 잡았다. 중간 중간 백사장과 솔밭을 가로질러 나무데크를 깔아 바닷가 풍경을 더 가까이서 느끼도록 배려했다. 해변과 연계해 경포호를 따라 만들어진 호수변 자전거길도 시민들의 인기 자전거도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여기에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길을 따라 이어지는 산악레포츠형 자전거길도 마니아들 사이에 인기다. 이와 함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전거 안전 시범교육을 하고 추가로 자전거 교육장도 조성할 계획이다. 또 자전거 홈페이지를 구축해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어디서든 자전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최명희 강릉시장은 “언제 어디서든지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이 마무리단계에 있다.“면서 “자전거를 이용하여 행복한 녹색도시 강릉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청소년 양극화 갈등·원인] 富의 불균형 탓에… PC방 내몰리는 아이들 ‘절망의 늪’

    [청소년 양극화 갈등·원인] 富의 불균형 탓에… PC방 내몰리는 아이들 ‘절망의 늪’

    부(富)의 양극화는 자본주의나 경제발전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는 생활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쳐 다른 많은 양극화도 양산한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할 수 없다.’고 치더라도 파생되는 문제는 정부와 사회가 해결할 수 있다. 부모를 잘못 만난 ‘미래의 인재’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다면 구성원들이 행복할 수 있는 건전한 사회는 담보하기 어렵다. ●운동에도 돈이 필요해 서울 서초구에 사는 박모(9·초3)군은 일주일에 한 번 잔디구장이 있는 스포츠센터에서 전임교사의 지도 아래 축구를 배운다. 벌써 3년째다. 학교에서 하는 방과 후 학교 축구 프로그램이 있지만 운동장이 맨땅인 탓에 스포츠센터에서 시작하게 됐다. 운동장에서 하면 먼지를 뒤집어쓴다는 어머니의 배려 덕분이었다. 10여명이 1학년 때부터 같은 강사 밑에서 쭉 배우다 보니 서로 호흡이 잘 맞는 것도 마음에 든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홍모(10·초4)양은 가출한 어머니 대신 집안일을 도맡아 한다. 식사는 손쉬운 재료로 준비하다 보니 나트륨과 고칼로리에 노출돼 있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것으로 푼다. 키 148㎝에 몸무게 52㎏의 과체중이지만 시간이 나면 TV 시청에만 매달린다. 운동에는 관심이 없다. 오상우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는 “저소득층 부모의 자녀일수록 비만이 높다.”고 지적했다. 싸고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라면이나 햄 등이 고칼로리인 탓이다. 과일이나 채소 등 균형잡힌 영양소 섭취를 위해 권장되는 품목은 상대적으로 비싸다 보니 먹을 기회가 적다. 오 이사는 “날씬하고 운동을 많이 하는 아동일수록 성적이 더 높다.”며 “요즘에는 운동을 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저소득층 아동일수록 형편이 어려워 운동하기도 쉽지 않고 학원을 다니지 못해 성적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영어 사교육 시장은 3조원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9·초3)군은 이번 방학이 기다려진다. 방학 때마다 어머니와 함께 캐나다로 한달가량 떠나 친척집에 머무르면서 학원을 다녔지만 이번에는 국내 영어캠프에 등록했기 때문이다. 영어수준별 반 편성이 끝나고 보니 같은 반에 학교 친구가 있어 너무 반가웠다. 등록비는 95만원이다. 김군 어머니는 “일주일에 평균 3일을 오전 9시에 가서 오후 4시에 돌아오는데, 점심식사에 셔틀버스까지 제공해줘 (가격대가) 합리적인 편”이라고 평가했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임모(9·초3)군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영어를 처음 접했다. 다른 학생들과의 격차를 염려한 공부방 교사들이 일주일에 두 시간 정도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지만 개념 자체가 낯설어 애를 먹고 있다. 얼굴(face)을 구성하는 영어단어 공부를 했는데 지금도 헷갈려 한다. 임군은 영어캠프라는 게 있는지조차 모른다. 입시분석 보고서인 ‘교육의 정석 1·2’로 유명한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사교육 시장은 초등학교가 9조 461억원 규모로 중학교(6조 235억원), 고등학교(5조 333억원)보다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초등학교 사교육 시장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과목은 영어(34.0%)로 시장 규모는 3조 757억원으로 추정된다. 중학교의 영어 사교육 시장은 2조 1865억원, 고등학교는 1조 4999억원 수준으로 감소한다. 중·고등학교에서 사교육이 많은 과목은 영어가 아닌 수학이다. 그만큼 영어는 초등학교 시절의 사교육이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는 셈이다. ●컴퓨터 사용 방식도 극과극 경기 분당에 사는 최모(11·초5)군은 숙제 대부분을 파워포인트로 작성해서 제출하고 수업 시간 발표도 파워포인트를 이용해서 한다. 지난해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에서 기본 요령을 배운 뒤 친구들끼리 서로 정보를 교환하다 보니 파워포인트 작업이 별로 어렵지 않다. 가끔 막히면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아버지에게 물어보면 일사천리로 해결된다. 이번 방학에는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서 국가공인자격증(ITQ)을 따볼까 생각 중이다. 광주에 사는 박모(11·초5)군은 4학년이던 지난해부터 게임방을 드나들었다. 장기 입원 중인 누나의 간병으로 어머니는 주로 병원에 있고 아버지는 병원비를 벌기 위해 밤늦게까지 일하는 탓에 박군을 돌볼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방에서나 집에서나 밤늦게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느라 학교 수업에서는 늘 눈이 충혈돼 있고 무기력했다. 올 들어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방과 후 아카데미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아직 컴퓨터게임을 끊지는 못했다. 그나마 시간을 줄인 것이 다행이다. 이복실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부모의 관심과 지도가 첫번째”라고 전제한 뒤 “게임업계도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하면 자동 종료되는 게임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게임시간 선택제(선택적 셧다운제)를 스마트폰에도 적용하는 문제를 두고 여가부는 게임업계와 협의 중이다. 이 실장은 “인터넷게임 중독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거쳐 10월 중에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하·이성원기자 lark3@seoul.co.kr
  • “내 드라마 안에 너 있다”

    “내 드라마 안에 너 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김은숙 작가·왼쪽)과 ‘유령’(김은희 작가·오른쪽)의 작가들이 매주 시청자들에게 미션을 제공하고 있어 화제다. 시청자가 풀어야 할 미션은 두 작가가 서로의 드라마에 이름을 빌리며 친분을 드러낸 사실을 찾아내는 것. ‘신사의 품격 안에 유령 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 드라마 작가들끼리 작품에서 서로 실명을 등장시키는 것이 매우 드문 일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시청자들 또한 회를 거듭할수록 작품 속에 숨겨진 두 작가의 친분을 드러내는 표시를 찾아내는 데 열을 올리며 쏠쏠한 재미를 찾고 있다. 먼저, 시청자 미션은 김은숙 작가가 첫선을 보였다. 한국 남성용 섹스앤더시티라는 평가를 받는 자신의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41세 꽃중년 4인방’(장동건, 김민종, 김수로, 이종혁)의 첫사랑의 이름을 드라마 ‘유령’의 작가 이름과 같은 김은희로 설정한 것. 게다가 지난 1일 방송된 12회분에선 김은희에 대해 궁금해하는 서이수(김하늘)에게 임메아리(윤진이)가 “드라마 ‘유령’ 작가요? 아, 소간지(드라마 ‘유령’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소지섭의 별명)~!”라며 김은희 작가의 유령을 간접적으로 홍보했다. 이에 질세라 김은희 작가도 자신의 드라마 ‘유령’에 김은숙 작가를 등장시키며 시청자 미션 대열에 참여했다. 지난달 27일의 ‘유령’에서 의문의 살인을 당한 세광그룹 하청업체 CK전자 남상원 대표의 아내 이름을 김은숙으로 설정한 것. 김은숙은 남 대표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푸는 중요한 역할로 그려졌다. 각 작가의 이름 등장이 화제가 되고서 또 하나의 시청자 미션이 등장했다. 이른바 ‘유령에 신사의 품격 있다.’ 미션. 지난 11일 방송된 유령 13회에선 조현민(엄기준)이 해커 집단에 자신의 해임안을 찬성한 김병석 대표의 약점을 찾으라고 지시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해커 집단은 즉시 김병석 대표의 컴퓨터에 접근해 비자금, 불법 횡령, 불법 부동산 등 그의 비리를 찾는 데 애를 썼다. 이 과정에서 김병섭 대표가 받은 메일을 해킹해 살펴보던 중 ‘드라마 신사의 품격 촬영 지원’이라는 제목의 메일이 시청자들의 눈에 포착됐다. 네티즌들은 이 장면을 캡처해 ‘유령 속 신사의 품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퍼나르며 화제가 됐다. 두 작가의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러한 시청자 미션이 가능한 것은 두터운 친분의 힘이 컸다. 김은숙 작가와 김은희 작가는 지난해 7월 ‘SBS 2011상반기 작품상 시상식’에서 각각 ‘시크릿 가든’과 ‘싸인’으로 드라마부문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수상하며 처음 만났다. 나이도 비슷해 금방 친해졌고, 이후 각별한 친분을 쌓아오다 ‘신사의 품격’과 ‘유령’을 동시에 선보이며 극중 인물로 서로 실명을 쓰게 됐다는 후문이다. 한편, 김은숙 작가는 신사의 품격에서 김은희 작가뿐만 아니라 전작 ‘시크릿 가든’의 현빈을 위한 깨알 같은 배려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극중 서이수(김하늘)가 윤리 교사로 재직 중인 학교의 이름을 ‘주원고등학교’로 설정한 것. 전작 시크릿 가든에서 극 중 현빈의 이름 김주원에서 따왔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사설] 훈련병 운동화 보급 차질 책임소재 가려라

    육군이 5월 22일과 29일, 6월 5일 입대한 훈련병 7400여명에게 운동화를 지급하지 못했다고 한다. 예산부족 때문이다. 이 가운데 2800여명은 지난달 15일 뒤늦게 운동화를 받았지만 4600여명은 운동화 없이 지내다 언론에 보도된 이후인 오늘 지급받았다.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정치권에서 앞다투어 병영 복지를 논하는 시대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군 해명을 들어 보면 운동화 보급 차질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군에 따르면 훈련병 운동화 예산은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을 거치면서 켤레당 1만 1000여원으로 삭감됐으며, 납품업자들이 이 가격에 입찰에 응하지 않자 조달청이 납품가를 1만 6000여원으로 올렸으며 이러다 보니 예산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군은 여기저기 다른 예산을 전용해 메웠으나 운동화 회기 연도가 7월부터 시작되다 보니 부득불 5, 6월에는 손을 쓰기가 어려운 데다, 공교롭게도 260~280㎜의 운동화 수요가 밀려 감당하지 못했다고 한다. 군의 설명에는 이해가 가지만 7400여명의 운동화 예산이 1억원 남짓이란 점에선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30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쓰는 국방부가 1억원을 돌려쓰지 못해 부족함 없이 자란 신세대 장병들에게 운동화를 보급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렇게 융통성이 없어서야 어떻게 온갖 돌발상황이 빈발하는 전쟁에서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물론 운동화는 전투력과 연관성이 적고, 훈련병은 일정기간 운동화 없이 지낼 수도 있다. 그러나 전쟁의 승패는 전투력 외에도 보급이 좌우한다. 물자 보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군 당국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국방부는 내년에는 운동화와 축구화도 지급된다며 파문을 진화하고 있지만 군수물자는 적기, 적소 보급이 생명이다. 기획재정부와 국회도 병사들의 필수품 예산은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 [열린세상]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들/김현석 국가경영연구원장

    [열린세상]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들/김현석 국가경영연구원장

    참 세월이 빠르고 무상함을 새삼 느낀다. 이명박(MB) 정부를 맞이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 5개월이 지나 우리는 다음 정부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747(연 7% 성장·소득 4만 달러·세계 7대 부국) 공약으로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출범한 MB 정권도 종착역이 멀지 않았다. 핵심 공약을 달성하지도 못했지만 세계 경제 불황 속에서도 플러스 성장을 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으며 MB 정부 이후를 생각해 본다. 다음 정부에도 세계 경제의 쓰나미를 극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와 최근 그리스·스페인 등 유럽발 재정위기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본질적인 위기이다. 격변기에 우리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을 장착하는 동시에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경제민주화, 무상복지, 양극화 문제, 부동산 버블, 가계부채 문제, 급격한 노령인구의 증가, 출산율 하락 등 산적한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적 위기의 징후를 판단하고 그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분야별 위기사례를 수집·분석하고 예측 및 대응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위기관리 범주에는 풍수해와 같은 재난에서 촛불사태, 경제위기, 남북통일 등이 포함돼야 한다. 또한 위기 대처를 위한 행정시스템 구축방안도 강구하여 효율적·효과적 대응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남북관계 정상화와 지정학적 여건을 고려한 외교도 차기 정부의 중요한 과제다. 남북관계의 경우, 경제적 관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생필품을 북한에 원가로 공급하여 수요를 창출하는 등 장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이 외에도 금강산관광 재개, 경제협력회담의 정례화, 남북 간 철도연결사업 등 실현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남북 간 연결된 철도가 유럽까지 이어지게 되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천문학적 수준이 될 것이다. 나아가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과 교역량을 더욱 확대해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외교관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 또한 전세계 180개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700만명의 해외동포 문제를 국가의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세계화·정보화 시대에 여러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습득한 해외동포는 우리의 귀중한 자산이다. 해외동포의 역량을 발굴하여 모국과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미래의 국가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다문화가정의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다음으로 부정부패를 멀리하고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잘살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하고 기초질서를 확립하여야 한다. 성폭력, 음주폭력, 청소년폭력, 조직폭력 등 만연하고 있는 사회질서 파괴범에 대한 엄정한 심판을 통해 공권력을 회복하여야 한다. 그래서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평안한 삶을 살 수 있는 반칙 없는 사회, 존경 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돈과 권력이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으며 또한 그렇게 행하고 있는 문화를 바꿔야 국가의 장래가 있다.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하여 부정부패를 척결하여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들이 줄줄이 교도소로 가는 모습을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다음 정부는 국가의 미래 비전을 제대로 수립해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 한다.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하는 정부로서, 국민들에게 바람직한 가치관을 정립시켜 줄 수 있는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부가 되었으면 한다. 동시에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정 현안을 해결함으로써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해 주는 상생의 정치, 화합의 정치를 해주었으면 한다. 임기 중에 모든 것을 내가 다 이루려는 독단을 버리고 씨만 뿌린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키우고 열매를 거두는 것은 그 다음 정부의 몫이라는 생각을 갖고 지속가능한 국가경영을 하길 기대한다.
  • 문재인 슬로건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 슬로건 ‘사람이 먼저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대선 과정에서 사용할 슬로건으로 ‘사람이 먼저다’를 채택했다. 문 고문 측은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슬로건과 심벌 등을 발표한 뒤 “‘사람을 맨 앞에 두겠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슬로건을 채택했다.”고 밝히고 “이 슬로건은 복지, 배려, 민주 등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고 덧붙였다.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이뤄진 회견은 초코파이 ‘정’, ‘고향의 맛’ 다시다 등을 성공시킨 최창희 더일레븐스 대표가 맡았다. ‘사람이 먼저다’의 첫 키워드는 복지로 문 고문이 강조하는 경제민주화, 일자리, 삶의 질 등을 포괄한다. 배려는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먼저 생각하겠다는 뜻을 담았으며 민주는 인권, 재벌 개혁, 검찰 개혁 등 국민 앞에 겸손한 정부가 되겠다는 다짐을 표현한 것이라고 문 고문 측은 설명했다. 이어 최 대표는 “심벌은 담쟁이로 정했다.”고 밝히면서 “담쟁이 잎 하나가 수백, 수천의 담쟁이 잎과 손잡고 결국 벽을 넘는 것처럼 국민과 함께 정권 교체, 정치 교체, 시대 교체의 벽을 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메인 컬러는 올리브 열매의 빛깔인 올리브 그린으로 정했고 경선 기간 사용할 PI(Presidential Identity)로 헌신, 용기, 원칙을 키워드로 한 ‘대한민국 남자’를 내걸었다.”고 밝혔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후 (영상이) 너무 감성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문 고문 측 진선미 대변인은 “외유내강이라는 말처럼 슬로건은 꼭 강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공감”이라고 답했다. 이범수기자 bulse46@seoul.co.kr
  • [독자의 소리] 경청과 배려/안산 상록경찰서 경비계장 최태수

    주민 만족 치안을 실천하려고 ‘경청과 배려’로 주민에게 다가가고 있다. 주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가렵고 힘들고 어려운 부분을 해결해 주민이 진정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범죄예방을 위하여 순찰(巡察)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지만 “순(巡)은 되는데 찰(察)은 잘되지 않는다.”라는 지역주민들의 지적이 많다. 주민들로부터 “밤에 혼자 다니기가 무섭다.” “골목길이 어둡다.” “공원에서 비행 청소년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등의 민원을 자주 듣게 된다. 이제는 지역주민의 필요(needs)와 욕구(wants)를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주민과 대화하고 보살피는 접촉형 순찰도 병행해야 한다. 경찰의 독자적인 활동만으로 다양한 범죄를 예방하고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역주민에게 범죄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주고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밝고, 깨끗한 지역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안산 상록경찰서 경비계장 최태수
  • [열린세상] 나 없이도 직장이 잘 돌아간다면/김다은 소설가·추계예술대 교수

    [열린세상] 나 없이도 직장이 잘 돌아간다면/김다은 소설가·추계예술대 교수

    여름휴가를 앞둔 탓인지 한국인들과 프랑스인들의 한 사적 모임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나왔다. 휴가기간 동안 내가 없어도 직장이 잘 돌아간다면, 슬퍼해야 할까 기뻐해야 할까. 의견을 주고받다 보니 프랑스인은 기뻐하는 쪽으로, 한국인은 슬퍼하는 쪽으로 조금 기울어졌다. 슬퍼하는 이유는 직장이 잘 돌아간다면 내가 필요치 않다는 뜻이니 직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한국인과 프랑스인이 휴가를 맞이하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여름휴가 기간은 대략 프랑스는 30일이고, 영국이 28일, 독일이 24일, 미국이 기업별로 14~21일이다. 일본은 10일이고 한국이 1주일 정도로 집계된 것을 보았다. 프랑스 및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여름 휴가기간은 짧다. 그런데도 한국인들은 1주일 중에 진정 휴가를 보내는 기간은 3~4일 정도라고 한다. 1주일 전에 직장에 서둘러 복귀하는 사람도 있고, 복귀하지 않더라도 내내 전화로 확인하는 등 일을 머리에서 떨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인들은 왜 그 짧은 휴가도 제대로 즐기지 못할까. 우선, 직장 내 심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강박적인 성실성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이외에도 직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서방 국가들처럼 기업과 개인의 관계가 대등하지 않아 법정휴가 기간을 온전하게 사용하기 어렵고 그것도 눈치를 보면서 써야 한다. 서양인들처럼 일을 다른 사람과 나눠 맡는 워크 셰어링(work sharing)을 하지 않고, 정해진 한 분야에서만 일하기 때문에 오래 비우면 일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실제 휴가를 가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몰라 서둘러 일터로 돌아오는 일 중독자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도 없는데, 나 없이 회사가 잘 돌아가는 것이 불안하다면 무엇 때문일까. 출판사 한 여직원의 여행 경험담을 소개하면, 외국 여행 중에 한국에 연락해서 급하게 처리해야만 할 일이 생각났다. 전자기기를 피해 보겠다며 떠나온 여행이라 노트북도 휴대전화도 없었다. 어렵게 PC방을 찾고 보니 자판이 모두 현지어로 되어 있었다. 전화카드를 쥐고 사방을 헤맸으나 공중전화 부스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런 나라가 무슨 선진국이냐는 불평이 저절로 터져 나왔고, 일과 관련된 애매한 상대방을 심하게 혼자 탓하고 있었다. 혼이 빠진 듯 공중전화 부스를 찾아 헤맨 뒤, 시차 때문에 연락해도 더 이상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서야 털썩 길가 벤치에 주저앉았다. 한참 후 마음이 진정되자, 돌아가서 처리해도 문제될 것이 없는 사안임을 깨달았다. 그녀는 여행 중에 왜 갑자기 그 일을 떠올렸는지, 원하는 곳에 공중전화 부스가 나타나지 않자 왜 극렬하게 분노했는지 돌이켜 보았다고 했다. 그랬더니 원하는 장소에 공중전화 부스를 강요하듯이, 직장에서도 상사나 동료 심지어 막 들어온 인턴사원이 그녀가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모습으로 있지 않아 매우 속을 끓였다는 생각을 했다. 직장이나 삶속에서 철저하게 자신이 원하는 방식을 관철하려고 노력했고, 여행지에서 그 방식이 작동되지 않는 잔인한 순간을 만났기에 분노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올여름에는 나 없이 직장이 잘 돌아가도 행복해하는 여행을 하면 어떨까. 공중전화부스처럼 그 여행지가 주장하는 색다른 위치 질서와 방식에 순응하고, 마찬가지로 직장에서 나 없이도 다른 사람들이 주도하는 일의 방식에 온전한 믿음을 갖고 떠나면 어떨까. 시인 신현림의 시 속에 ‘네가 나 없이도 행복할 것이 두렵다.’라는 시구가 있다. 여행 가방을 싸면서 미소가 떠오르는 이유는 나 없이도 직장은 잘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뭐 그렇게 두려워할 것 없다. 내가 없어도 직장이 잘 돌아간다는 것은 남은 사람들이 내 일을 분담할 만큼 능력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며 또한 나를 위해 기꺼이 일을 대신해 줄 너그럽고 배려 깊은 사람들이라는 뜻이 아닌가. 때로 자신이 직장에서 무용지물임을 깨닫는 여행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이다.
  • [현장 행정] 송파, 공무원·구민 릴레이 독서 캠페인

    [현장 행정] 송파, 공무원·구민 릴레이 독서 캠페인

    “평범한 것을 영위한다는 게 얼마나 특별한 것인가.” “가슴 아픈 이야기를 이렇게 유쾌하게 승화시켜 표현할 수 있구나.” 13일 송파구 직원들의 책상 위에 놓인 책에는 이와 같은 한줄 서평이 책날개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앞서 그 책을 읽은 다른 직원들이 남긴 짧은 감상이다. 책을 건네받아 읽은 직원은 여기에 또 자신의 멘트를 더해 다른 직원에게 건넨다. 송파구가 지난 5월부터 시행 중인 ‘릴레이 독서’의 진행 방식이다. 직원들 사이에 독서 문화를 확산시키고 소통의 공감대를 마련하기 위해 같은 책을 돌려 읽고 서평을 남기는 것이다. 같은 책을 읽고 서로 생각을 나누면서 구청 직원이라면 누구나 소통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든다는 취지다. 박춘희 구청장의 구정 철학인 ‘소통 행정’과 역점 사업 중 하나인 ‘책 읽는 송파’ 만들기 사업의 결합물인 셈이다. 지난 2개월간 구청 직원들은 ‘배려’(한상복, 위즈덤하우스),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쌤앤파커스),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강상구, 흐름출판) 등 24권의 책을 돌려봤다. 공유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직원 누구나 릴레이 독서를 시작할 수 있어 대상 서적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박희경 일자리지원담당관실 주무관은 “내가 추천한 책을 옆 동료가 읽고 있는 것도 재밌고, 다른 사람의 댓글을 보면서 생각을 넓힐 수도 있어 유익하다.”고 귀띔했다. 구는 구민들을 대상으로도 릴레이 독서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관내 9개 도서관과 26개 주민센터 문고를 통해 500여명 구민들이 사서 회의를 거쳐 선정한 ‘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 창비) 등을 읽고 서평을 남겼다. 구는 릴레이 독서 활성화를 위해 참여 주민들에게 에코백을 제공하고 참여 우수자 표창도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구는 책 읽는 송파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에는 관내 정류장 2곳에 공중전화 부스를 재활용한 ‘두줄 책장’을 만들었다. 지난 8일에는 석촌호수에 미니문고 2곳을 설치해 주민들이 어디서나 책을 접할 수 있게 했다. 또 이달 말부터는 EBS 및 택시회사와 손잡고 ‘책 읽어주는 택시’를 운영한다. 박 구청장은 “삶의 질 향상에 구청이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책이 주는 값진 경험과 지식은 한계가 없다.”며 “구민 모두가 언제 어디서나 책을 즐길 수 있는 도시로 가꾸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하프타임] 박지성, 다시 등번호 ‘7’

    퀸스파크레인저스(QPR)에 입단한 박지성(31)이 등번호 7번을 달고 뛴다고 12일 구단 홈페이지가 전했다. 교토 상가와 PSV 에인트호벤 시절, 한국대표팀에서 달던 7번을 다시 달게 됐다. 박지성은 입단 계약 전부터 7번을 원했으나 이미 모로코 출신의 아델 타랍(23)이 사용하고 있음을 알고 포기했다. 비어 있던 5, 8, 14번 중 8번을 골랐지만 토니 페르난데스 구단주의 배려로 타랍이 3년 연장 계약을 체결하면서 등번호를 10번으로 변경하게 하고 7번을 박지성이 차지했다.
  • [사설] ‘부정입학 통로’ 대입 특별전형 대수술해야

    대입 특별전형 제도가 ‘부정입학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 검찰이 엊그제 재외국민 특별전형 브로커와 짜고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학부모 등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응시자격이 없는 77명의 학생이 브로커가 만들어준 위조 서류로 35개 대학에 부정입학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입 특별전형 비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감사원 감사에서도 대규모 농어촌 특별전형 부정입학 비리가 적발된 바 있다. 교육 약자를 배려하고 공정한 기회를 주기 위한 특례입학 제도가 도입 취지와는 달리 특별한 자녀들의 부정한 입학 통로로 변질된 데에는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교육과학기술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대입 특별전형의 악용 가능성은 제도 도입 이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그런데도 반칙과 부정이 성행하도록 한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농어촌 특별전형도 그렇지만 특히 이번에 적발된 재외국민 특별전형 부정입학은 국내에서 열심히 공부한 일반 학생과 학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다. 그렇지 않아도 해외에 근무하는 상사 주재원 자녀 등에게 주어지는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특권층 자녀를 위한 특혜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 아닌가. 10대1 이상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일반 학생과 달리 재외국민 전형은 정원 외 입학으로, 대학에 들어가기가 훨씬 쉽다. 대학 또한 부정입학을 방조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서류만 가지고 평가를 하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특별전형의 생명은 공정성이다. 투명성과 공정성이 보장될 때 당초 취지대로 교육환경이 좋지 않은 학생들도 이른바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브로커가 판을 치고 부정이 통하는 제도로는 특별한 계층의 먹잇감밖에 될 수 없다. 사회적·교육적 약자의 기회를 빼앗는 특별전형 부정은 공정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로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솜방망이 처벌이 특별전형 비리를 조장한 측면은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부정입학 당사자의 입학 취소는 물론 학부모에게도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와 대학은 이참에 특별전형제도의 근본적인 대수술에 나서 주기 바란다.
  • [맥주이야기③] 맥주연구소 소장이 들려주는 ‘맥주를 음미하라’

    [맥주이야기③] 맥주연구소 소장이 들려주는 ‘맥주를 음미하라’

    사람들 마다 좋아하는 맥주가 다르고, 그 맥주를 왜 좋아하는지 그 이유도 다양하다. 부드러워서, 보리 맛이 느껴져서, 목 넘김이 좋아서, 향이 좋아서라는 이유도 있겠고, 남과 다르게 차별화되는 맥주를 마시고 싶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어떤 특정 브랜드가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출 수 없듯이, 사람마다 맥주를 마시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맥주라도 입맛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 오늘은 맥주를 맛있게 음미하는 방법과 맥주에 있는 여러가지 성분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입과 코로 느끼면서 마시자 맥주를 마실 때, 먼저 눈으로 잔에 따른 맥주의 외관을 살펴보게 된다. 시각으로 본 맥주의 색도, 거품, 탄산, 혼탁 유무에 대한 정보가 뇌에 전달되어, 맥주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다음 후각을 이용해 향을 느낀다. 그리고 나서, 코, 혀, 목의 모든 신경을 집중하여 입으로 한 모금 마신다. 맥주의 향은 직접 코로 맡기도 하지만, 맥주가 목을 타고 넘어갈 때 입 속으로 퍼지는 향을 코로 맡기도 한다. 맥주를 마실 때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향은 에스테르향과 호프향이다. 바나나와 사과 향과 같은 에스테르류의 향은 맥주 제조 과정 중 발효 시 생성되는 것으로, 사용하는 효모의 종류에 따라 향의 특성과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맥주에서 느끼는 향긋한 호프 향은 장미와 같은 꽃 향기와 감귤 같은 과일향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호프 향은, 맥주의 쓴 맛을 부여하는 비터호프와 달리, 아로마 호프에 의해 생성되는 것으로 그 품종에 따라 따른 특징을 나타낸다. 세계적으로 호평받는 아로마 호프로는 미국산 Cascade, 체코산 Saaz, 독일산 Hallertau Tradition품종 등이 있다. 맥주에는 좋은 향도 있지만, 맥주 품질을 저하하는 이취가 발생하기도 한다. 맥주의 숙성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발냄새와 유사한 ‘다이어세틸’이라는 이취가 느껴지고, 오래된 맥주의 경우에는 산화과정을 통해 오래된 종이박스 냄새와 유사한 이취가 느껴지게 된다. 또, 맥주 병이 갈색인 이유는 햇빛 특히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함인데, 투명병이나 녹색병의 맥주제품에서는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어 스컹크 향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일광취’가 발생한다. 따라서, 맥주는 가급적 햇빛에 노출되지 않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여 신선한 제품을 마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향을 맡은 후에는 혀에서 느끼는 맛과 함께 목 넘김까지 느껴봐야 한다. 최근에 국내 소비자가 중요시하는 맥주 맛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많은 소비자들이 부드러운 맛과 깨끗하고 상쾌한 맛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 소비자가 선호하는 맥주는 이취, 이미가 없이 과일 향과 호프 향이 적절하게 느껴지면서, 목넘김이 부드럽고 뒷맛이 시원하며, 떫은 맛이나 잡미가 남지 않는 맥주라고 하겠다. 여러분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맥주를 천천히 마시면서 입과 코에서 느껴지는 맛과 향과 함께 오감으로 음미하고 평가해 보자. 하이트진로㈜의 경우, 맥주맛을 평가할 때 이화학적 분석 이외에 여전히 관능 검사를 중요시한다. 최근 과학적 계측장비가 상당히 진보되었으나 물리, 화학적 측정만으로는 종합적인 평가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제품 개발과 최고의 품질관리를 위해 관능에 참여하는 연구원은 전문 관능 훈련을 받고, 정기적으로 평가를 통해 선발된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발된 관능 요원은 관능 검사 2시간 전에는 최고의 후각과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 물 이외에 다른 음식을 먹거나 마시지 않고, 스킨로션, 향수 등도 관능의 방해가 되기 때문에 일절 사용할 수 없다. 그 어떤 기계보다도 최고의 분석장비는 우리의 몸이기 때문이다. 적당히 마시면 몸에도 좋은 술 요즘 건강에 좋은 성분도 많고 맛을 음미하기에는 와인이 좋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맥주는 더운 여름철 갈증을 풀어주는 대표적인 주류이면서, 와인 보다 쉽게 찾아 마실 수도 있고 건강에도 와인 이상으로 유익한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보통 알코올 3~6%(v/v)의 맥주는 주로 알코올에서 유래하는 칼로리와 함께 비타민과 미네랄 비교적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고, 또 미량이기는 하지만 소화되기 쉬운 단백질도 포함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맥주는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영양학적으로도 식품으로서 섭취될 수 있는 훌륭한 음료라 할 수 있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맥주 칼로리의 대부분은 빵이나 쌀 등의 탄수화물 칼로리와는 달리 혈액순환의 촉진이나 체온상승 등에 소비되기 때문에 글리코겐이나 지방으로 전환되어 체내에 축적되는 일은 없다고 알려져 있다. 또 맥주 내에 존재하는 엽산은 혈관 질환을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만성 알코올중독자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와인 보다 맥주를 주로 음용하는 사람의 심장병 발병률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어 있다. 세계에서 맥주 소비량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인 체코의 필센 주민 543명(35-65세)을 대상으로 실시한 혈액검사 결과, 맥주를 가장 많이 마시는 사람이 혈중 엽산이 가장 높은 반면 혈관질환의 위험 인자가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치매에 관하여 연구한 영국 왕립 리버풀 대학의 앤더슨 박사 연구팀은 ‘맥주 속의 실리콘 성분이 치매에 관계된 알루미늄을 제거한다’고 발표해 흥미를 끌고 있다. 그 이외에 맥주는 위액의 분비를 촉진시키며 이뇨작용으로 체내의 노폐물 배설을 촉진하고, 호프의 상쾌한 쓴맛은 소화를 돕는다고 한다. 또한, 포르투칼 포르투대학팀은 맥주에 함유된 다양한 폴리페놀 성분들이 유방암 발병률을 크게 낮추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이스라엘의 한 연구팀은 “하루 한잔의 맥주 음용을 통해 심장마비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렇듯 맥주에 많은 유용한 물질이 상당히 존재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지만, 모든 일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과도한 음주는 반드시 삼가해야 함은 당연지사라 할 것이다. 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온도와 음용 조건 이렇게 다양한 풍미와 향 그리고 영양성분을 가진 맥주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음용조건에 대해서 알아보자. 많은 맥주 애호가들이 살얼음이 생길 정도로 차가운 맥주를 좋아한다. 과연 언 맥주가 혹은 얼 정도로 차가운 맥주가 맛있을까? 지나치게 차가운 맥주는 오히려 혀를 마비시켜 맛을 싱겁게 느끼게 한다. 마시기 가장 좋은 맥주 온도로 여름철은 4~8℃, 겨울철은 6~10℃를 추천한다. 맥주가 이 온도가 되면 탄산가스가 제대로 살아나 거품이 넉넉하게 생길 뿐만 아니라 맥주 특유의 향과 상쾌한 청량감이 가장 좋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 일이라는 것이 항상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겠지만, 늘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서로를 배려한다면 오늘 저녁 친구들과, 동료들과, 가족들과 같이하는 맥주 한잔이 그 무엇보다도 더 맛나고 값진 보약이 되지 않을까? 사진제공 = 하이트진로
  • [교과서 수난시대] 두달 남기고… 교과부, 일방적 수정 요구

    정부가 내년부터 사용될 중학교 국어·사회·도덕교과서에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권고해 출판사들의 불만이 만만찮다. 다음 달 말 최종 검정에 맞춰 교과서를 사실상 완성한 상태에서 수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 없이 무조건 학교폭력 예방 항목을 넣으라고 요구, 부실한 저술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낳고 있다. 10일 출판사들에 따르면 교과부는 지난달 말 중학교 교과서 출판사들에 ‘국어·사회·도덕 교과서에 학교폭력을 막는 인성·언어 교육안을 충실히 넣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교과부가 지난 9일 발표한 교육과정 일부 개정안에 근거해 ▲언어폭력의 문제점 ▲상대방을 배려하는 표현 ▲또래 사이의 갈등 중재 ▲폭력 후유증 해소법 등을 담도록 했다. 교과부가 학교폭력 대처안을 제대로 넣었는지, 충실한지 등을 검정의 주요 기준으로 삼을 방침임을 강조하고 나선 탓에 출판사들은 수정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집필진도 국내에 학교폭력과 관련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일이 촉박하다고 불평하고 있다. 한 도덕교과서 집필자는 “학교폭력의 원인이 간단한 것도 아니고, 인성 교육은 교육 과정 전반에 연계성을 갖고 흐름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면서 “무조건 항목들을 맞춰 넣는 것이 학교폭력 예방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교과서는 매년 개정되지만 내용은 보통 2~3년의 연구를 거쳐 만들어진다.”며 교과부의 일방적인 조치를 비판했다. 교과부는 “학교폭력이 사회적인 문제이며 교과서에 이 부분을 넣는 것은 학생과 학교 모두가 이를 예방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정선이가 제안하는 정선 여행 네 가지-정선이, 정선 가다

    정선이가 제안하는 정선 여행 네 가지-정선이, 정선 가다

    정선이가 제안하는 정선 여행 네 가지 정선이, 정선 가다 짙은 초록으로 탈바꿈 중인 나무 이파리가 눈을 깨우고, 주렁주렁 하얗게 매달린 아카시아 꽃 향기가 달콤하게 코를 간질인다. 정선의 시간과 계절의 향기는 일상의 감성을 자극해 정선을 찾는 이들에게 봄꽃처럼 환하고 봄나물처럼 푸근한 미소를 짓게 한다. ‘정선’이라는 이름의 코레일 승무원 이정선씨에게는 미소와 함께하는 정선 여행 길이 더욱 친근하고 특별하다. 웃고 있는 정선씨, 말해 줘요. 정선에서는 무얼 해야 하나요? 에디터 트래비 글 Travie writer 이진경 사진 Photographer 우경선 1 환한 미소가 아름다운 코레일 승무원 이정선씨와 함게한 정선여행 2 정선 여행의 상징 중 하나인 레일바이크. 성수기에는 예약을 하고 가는 편이 안전하다 3 정선의 새로운 명소인 스카이워크 4 스카이워크에 서면 한반도 지형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01 신나게~ 아찔하게 즐겨요 페달을 밟아 철길을 달리다 레일바이크 아우라지를 거쳐 구절리까지 달리던 열차는 2004년부터 구절리를 찾지 않았다. 2002년 태풍 루사의 피해를 받고 복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다. 열차를 타는 이도, 내리는 이도 없는 역사驛舍와 버려진 철길. 열차와 함께했던 기억이 옛 일로 추억되던 2005년, 아우라지에서 구절리를 잇는 7.2km의 철로에는 이름마저 생소했던 레일바이크가 열차를 대신해 달리기 시작했다. 레일바이크. 이름 그대로 철로Rail를 달리는 자전거Bike다. 동력으로 철로를 달리는 열차와는 달리 레일바이크는 순전히 사람의 힘으로 철로를 달린다. 2인용, 4인용으로 이뤄진 정선 레일바이크에는 두 사람이 밟을 수 있는 페달이 각각 마련돼 있다. 순전히 다리 힘으로만 7.2km 구간을 달려야 하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구절리에서 아우라지까지는 적당한 내리막이 이어져 힘쓸 일이 거의 없다. 오히려 시속 15~20km의 질주에 쾌감이 든다. 구절리 역에서 출발한 레일바이크는 고즈넉한 농촌 마을과 기암절벽이 늘어선 송천의 물줄기를 따라 아우라지까지 달린다. 어두운 터널을 달리는 짜릿한 기분은 덤으로 얻는 재미다. 바람을 맞으며 레일바이크를 타는 기분에 취해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해도 괜찮다. 아우라지에서 구절리로 향하는 풍경열차는 놓친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라 배려한다. 풍경열차는 레일바이크를 탄 이라면 누구든 공짜로 탈 수 있다. 그 밖에 구절리 여치의 꿈, 아우라지 어름치 유혹은 쉬어갈 만한 카페다. 못 쓰게 된 기차를 개조해 만든 구절리 기차 펜션과 캡슐 하우스에서는 특별한 하룻밤을 보내기에 좋다. 찾아가기 정선읍에서 임계·동해 방면 42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구절리로 가는 410번 지방도로 좌회전. 진부IC에서는 59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42번 국도와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된다. 운행시간 오전 8시40분, 오전 10시30분, 오후 1시, 오후 2시50분, 오후 4시30분 이용요금 2인승 2만2,000원, 4인승 3만2,000원 전화 033-563-8787 홈페이지 www.railbike.co.kr 정선 하늘 길을 걷다 스카이워크 멀쩡한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오금이 저리다. 병방산의 천길 낭떠러지를 유리 바닥 아래에 두니 평생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고소공포증이 실감된다. 발 아래로 준 단 한 번의 눈길에 턱 하니 숨이 막혀 저 너머로 굽이치는 절경은 눈에 담기가 어렵다. 귤암리 사람들이 정선읍으로 가기 위해 넘어 다녔다는 병방산. 정선읍으로 향하는 길은 고개를 넘고 넘는 고된 길이었다. 삶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넘어야 했던 길 위, 병방산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지형의 절경은 그들에게는 걸어온 길에 대한 보상과 같았다.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고되게 넘어야 했던 삶의 길은 길이 닦이며 전망대로 탈바꿈했다. 지금처럼 편하지는 않았지만 조양강이 휘감아 도는 한반도 지형을 보기 위해 병방산을 찾는 이들이 꽤 됐다. 이런 병방산에 스카이워크가 생겼다. 하늘을 걷는 듯, 전망대는 바닥은 물론 사방을 유리로 둘렀다. 유리로 만들어진 전망대인 스카이워크가 들어선 곳은 깎아지른 절벽 위다. 그것도 병사 하나만 지켜도 천군만마가 접근하기 힘들다는 절벽 중의 절벽, 병방치兵防峙의 절벽이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이라면 애초에 접근하지 말 것이며, 심약한 이라면 저 너머 풍경에 시선을 두는 게 현명하다. 발 아래 절벽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순간,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스카이워크에서도 담담하게 걸을 자신이 있다면 짚와이어에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북실리 병방산 스카이워크에서 광하리 생태체험학습장까지 길이 1.1km의 짚와이어가 마련돼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120km. 시속 70~120km로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 찾아가기 정선읍에서 42번 국도를 타고 정선군선거관리위원회가 있는 미소빌, 현대아파트 삼거리로 간다. 정선예비군훈련장 방면으로 좌회전하면 병방치 전망대 표지판이 있다. 시내에서 10분 가량 걸린다. 02 추억 여행을 떠나요 옛 집에서의 하룻밤 아라리촌 아리랑의 고장으로 알려진 정선. 정선 아리랑의 발상지 가운데 하나인 아우라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한 아라리촌은 강원도 산간지방의 생활문화를 눈으로 보고 직접 경험해 보는 공간이다. 아라리촌에는 옛 양반이 살았던 기와집과 참나무 굴피로 지붕을 덮은 굴피집, 소나무를 쪼갠 널판으로 지붕을 이은 너와집, 대마의 껍질을 벗겨낸 줄기로 이엉을 엮은 저릅집, 얇은 판석으로 지은 돌집, 나무로 지은 귀틀집이 자리했다. 한 공간에 옹기종기 옛 집들이 모여 있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당시의 삶을 보는 듯하다. 하루, 단 하룻밤의 시간을 내어 줄 수 있는 이에게 아라리촌은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펼쳐 놓기에 한 시간 남짓 아라리촌에 들러 지나친다면 아쉽고 안타깝다. ‘숙박 중’이라는 팻말을 방패로 온전히 나의 옛 집을 얻는 하루에는 평상에서 바라보는 밤하늘, 툇마루에서 맞는 햇살과 바람이 포함된다. 밤에는 완벽한 고요를 즐기며 잠자리를 청하고, 아침에는 담 너머로 들려오는 아이들의 조잘거림을 들으며 게으름을 부리는 일도 아라리촌의 하룻밤이 주는 행복이다. 찾아가기 정선읍에서 정선제2교를 넘어 화암동굴 방면으로 우회전해 1km 가면 우측에 아라리촌이 자리했다. 이용요금 와가 30만원, 너와집 20만원, 돌집 15만원, 굴피집, 저릅집, 귀틀집 10만원 전화 033-560-2059 홈페이지 www.jsimc.or.kr 1 강원도 산간 지방의 생활문화를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아라리촌 2 폐광촌 폐교를 활용한 추억의 박물관에서는 20~30년 전으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3, 4, 5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배경이 되기도 한 타임캡슐공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어린 시절 추억을 찾아 아리랑학교 추억의 박물관 폐광촌 폐교의 교실과 복도에 작다면 작게 자리한 추억의 박물관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열광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아이와 함께 박물관을 찾은 엄마 아빠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며 추억하며 아이들과 교감한다. 추억의 박물관은 입구에서부터 남다르다. 네모반듯한 규격의 입장권을 딱지 조각 하나가 대신한다. 참 잘해야 받을 수 있었던 ‘참 잘했어요’ 스탬프도 딱지 뒤에 찍을 수 있다. 딱지를 받아 박물관으로 들어서면 추억 여행은 본격 궤도에 진입한다. 각종 삐라에 딱지, 신문, 잡지, 성냥갑, 담뱃갑은 물론 반공 포스터에서 쥐를 잡자던 선전 포스터까지 소소한 옛 물건들이 가득하다. 같은 양은 도시락을 보고도 중년의 아들과 노년의 할머니가 다른 추억을 얘기하는 추억의 박물관은 서로의 추억을 꺼내어 현재를 말하는 다리가 되기도 한다. 찾아가기 정선읍에서 남면 방면 59번 국도 이용. 남면에서 자미원 방면으로 직진해 함백로를 따라 고갯길로 15분을 가면 된다. 이정표 참고. 산길 운전에 자신이 없다면 38번 국도와 421번 지방도를 타는 게 좋다. 개관시간 토, 일 오전 10시30분~오후 5시 입장료 1,500원 전화 033-378-7856 홈페이지 www.ararian.com 내일, 오늘을 추억하다 타임캡슐공원 정선군 신동읍 조동리의 새비재에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차태현과 전지현이 타임캡슐을 묻은 소나무가 자리했다. 내일의 만남을 약속하고 오늘 타임캡슐을 묻은 그들처럼 타임캡슐공원에는 어제가 될 오늘을 기념하고, 내일을 약속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1~12월을 상징해 12개로 나뉘어진 공간에는 각 400여 개의 타임캡슐 공간이 마련돼 있다. 4,000여 개가 넘는 타임캡슐 공간은 각기 다른 4,000여 약속과 추억을 담고 짧게는 100일, 길게는 4년 후 개봉될 날을 기다린다. 새비재 꼭대기에 자리한 타임캡슐공원에서는 주변 풍광이 한눈에 조망된다. 공원 산책로에는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더불어 벤치가 마련돼 있어 내달리는 산줄기를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산을 깎아 만든 일대 밭은 8월경이면 잘 익은 배추로 푸르게 덮여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찾아가기 아리랑학교 추억의 박물관과 가깝다. 타임캡슐공원은 산길을 따라 10분 정도 차를 타고 올라야 한다. 개장시간 하절기 오전 9시~오후 6시, 동절기 오전 9시~오후 5시 이용요금 타임캡슐구입 100일 4만원, 1년 5만원, 2년 6만원, 3년 7만원, 타임캡슐대여 1년 1만원, 2년 2만원, 3년 3만원, 4년 4만원 전화 033-375-0121 홈페이지 time.jsimc.or.kr 03 자연을 품고 달려요 정선이 품은 금강산 화암8경 드라이브 금강산에 버금가는 절경을 자랑하는 정선의 소금강 일대. 발길 닿는 곳곳마다 수려한 경치가 펼쳐져 한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소금강 일대 8개 명승지인 화암약수, 거북바위, 용마소, 화암동굴, 화표주, 소금강, 몰운대, 광대곡은 화암8경으로 지정돼 있다. 이들 중 화암약수와 화암동굴, 몰운대는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화암8경 드라이브의 출발점은 몰운대나 용마소로 정한다. 몰운대에서 출발하면 용마소에서, 용마소에서 출발하면 몰운대에서 드라이브를 마감하게 된다. 제천IC로 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소금강으로 향하면 가장 먼저 몰운대와 만난다. 주차장에서 울창한 솔숲을 헤치고 200m 가량 들어가면 평평한 바위가 나오고, 바위 아래에는 아찔한 절벽이 펼쳐진다. 절벽 끝에는 벼락을 맞았다는 소나무가 맑디맑은 동대천의 풍광을 지켜보며 서 있다. 하늘을 향한 소나무가 검은 실루엣으로 모양을 달리하는 석양 무렵이라면 감동은 배가 된다. 몰운沒雲. 구름마저 모습을 감출 정도니 이들의 조화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몰운대를 지나자마자 오른편으로 길을 이으면 광대곡이다. 광대곡은 하늘과 구름과 땅이 맞붙은 신비한 계곡으로 용소폭과 선녀폭포, 바가지소, 골뱅이소 등 12개의 용소를 품었다. 이러한 광대곡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할 터. 드라이브로 화암8경을 둘러본다면 광대곡은 깊이 들어가지 않는 게 현명하다. 강을 따라 길을 이으면 한치계곡과 소금강이 나타난다. 한치계곡은 소금강의 큰 줄기에서 조금 벗어나 찾는 이가 적지만 층이 진 기암절벽과 바위 사이로 힘차게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이룬 경치 하나만은 오히려 소금강보다 낫다. 화표주를 지나 동면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거대한 병풍바위를 지나면 화암약수다. 철분이 유난히 많은 화암약수는 위장병에 탁월한 효험이 있다고 한다. 화암약수에서 나와 이정표를 따라 화암동굴로 향한다. 화암동굴은 1922년부터 1945년까지 금을 캤던 천포광산으로, 당시 국내 5위를 차지했던 금광이다. 지금의 동굴은 금광 굴진 중 발견된 천연 종유굴과 금광 갱도를 개발한 것. 그래서인지 자연미와 인공미의 조화가 돋보인다. 역사의 장, 금맥따라 365, 동화의 나라, 금의 세계, 대자연의 신비로 이뤄진 동굴 전체를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30분 가량. 모노레일을 타고 동굴 입구까지 오르면 체력 안배에 도움이 된다. 찾아가기 정선읍에서 출발한다면 59번 국도를 이용한다. 화암동굴 이정표가 잘 돼 있다. 정선의 첫 번째 목적지로 화암8경을 정했다면 중앙고속도로 제천IC를 이용하는 게 낫다. 제천IC에서 영월, 태백으로 이어지는 38번 국도가 고속도로만큼 잘 닦여 있다. 개장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이용요금 화암동굴┃입장료 어른 5,000원, 청소년 3,500원, 어린이 2,000원, 화암동굴 모노레일┃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전화 033-562-7062 홈페이지 www.jsimc.or.kr 내일, 오늘을 추억하다 타임캡슐공원 정선군 신동읍 조동리의 새비재에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차태현과 전지현이 타임캡슐을 묻은 소나무가 자리했다. 내일의 만남을 약속하고 오늘 타임캡슐을 묻은 그들처럼 타임캡슐공원에는 어제가 될 오늘을 기념하고, 내일을 약속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1~12월을 상징해 12개로 나뉘어진 공간에는 각 400여 개의 타임캡슐 공간이 마련돼 있다. 4,000여 개가 넘는 타임캡슐 공간은 각기 다른 4,000여 약속과 추억을 담고 짧게는 100일, 길게는 4년 후 개봉될 날을 기다린다. 새비재 꼭대기에 자리한 타임캡슐공원에서는 주변 풍광이 한눈에 조망된다. 공원 산책로에는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더불어 벤치가 마련돼 있어 내달리는 산줄기를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산을 깎아 만든 일대 밭은 8월경이면 잘 익은 배추로 푸르게 덮여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찾아가기 아리랑학교 추억의 박물관과 가깝다. 타임캡슐공원은 산길을 따라 10분 정도 차를 타고 올라야 한다. 개장시간 하절기 오전 9시~오후 6시, 동절기 오전 9시~오후 5시 이용요금 타임캡슐구입 100일 4만원, 1년 5만원, 2년 6만원, 3년 7만원, 타임캡슐대여 1년 1만원, 2년 2만원, 3년 3만원, 4년 4만원 전화 033-375-0121 홈페이지 time.jsimc.or.kr 1 벼락 맞은 소나무가 인상적인 몰운대 2 화암 8경 중 하나인 ‘화암동굴’ 3 철분이 많아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는 화암약수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04 정과 인심을 나눠요 5일마다 열리는 잔치 정선5일장 달력 끝자리에 2와 7일 들어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열리는 정선 5일장은 1966년부터 이어온 오랜 역사와 전통의 시골 장이다. 정선 하면 떠오르는 곤드레나물, 황기 등 특산물에 더해 취나물, 곰취, 두릅 등 제철을 맞은 산나물이 싱싱한 초록빛을 뽐내며 장을 향기롭게 채운다. 봄이 아니어도 좋다. 오래 두고 식탁에 올릴 수 있도록 정성스레 말려 파는 산나물이 많다. 도시와 비교해 절반에 가까운 착한 가격에 알뜰한 주부들도 기분 좋게 지갑을 연다. 수수부꾸미, 메밀전, 메밀전병, 감자떡, 수리취떡 등. 장에는 정선다운 주전부리가 가득해 천원짜리 한 장으로도 입이 즐겁다. 곤드레밥, 콧등치기, 올챙이 국수, 메밀국죽, 황기 막국수 등 정선 특유의 먹거리는 먹자 골목의 식당에서 5,000원 정도에 즐길 수 있다. 5,000원짜리 된장찌개 백반도 찾아보기 힘든 도심과는 사뭇 다른 넉넉함이다. 멀리서 일부러 찾는 손님들이 많은 정선5일장은 인심이 남다르다. ‘안 살 거면 가슈’ 하며 배짱을 튕기는 상인은 없다. 나물을 파는 상인은 사지도 않을 거면서 꼬치꼬치 캐묻는 도시 처녀에게 산나물 보관법이며 요리법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먹자 골목 아주머니는 단 한 번 찾은 손님의 얼굴을 기억하고 다음날에도 인사를 건네며 장터의 정과 인심을 나눈다. 살거리, 먹거리에 더해 풍성한 볼거리도 매력적이다. 화암동굴과 화암약수로 향하는 연계버스가 5일장에 맞춰 운행되며, 문화예술회관에서 정선아리랑 창극이 무료로 공연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알차게 이용하고 싶은 이라면 청량리 역에서 기차를 타고 출발하는 정선5일장 당일 여행 상품을 이용하면 좋다. 정선 장날이 있는 2, 7일에 청량리 역에서 출발하는 상품으로 코레일 관광개발(1544-7755, www.korailtravel.com)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찾아가기 진부IC에서 59번 국도를 따라 오다가 삼거리가 나오면 우회전한다. 42·59번 국도를 타고 9km 가량 지나면 정선제2교가 보인다. 건너지 말고 우회전하면 정선5일장이 열리는 읍내다. 1 2, 7이 들어가는 날마다 어김없이 열리는 정선 5일장 2 1천원짜리 한 장으로도 입이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정선에서 정선이를 찾습니다 트래비의 이번 정선여행에 동행한 1990년에 태어난 꽃다운 나이의 이정선씨는 이 땅의 수많은 정선이 중 한 명이다. 학창시절, 어쩌면 흔한 이름이었던 정선. 70년대 후반에 태어난 지인의 말에 따르면 당시 한 학급에 무려 두 명의 정선이가 있었을 정도로 정선이라는 이름이 유행했다 한다. 세기가 바뀌며 작명의 유형도 바뀌었지만 오늘 혹은 내일 새로운 정선이가 태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강원도 정선군에서는 김정선, 박정선, 이정선 등 이 땅의 정선이를 찾고 있다. 끼와 재능을 두루 갖춘 정선이라면 주저 없이 이벤트에 응모할 것. 정선군은 물론 본인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응모 방법은 간단하다. 정선군 홈페이지 ‘정선여행(www.ariaritour.com)’에 접속, 배너로 달린 ‘보고싶다 정선아’를 클릭하면 끝. 간단한 이력과 사진을 입력하는 것만으로 정선군의 정선이로 활약할 수 있다. 정선이로 선정되면 정선군청에서 소정의 기념품도 제공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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