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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소영 “흉악 범죄자 사형 신중히 봐야”

    김소영 “흉악 범죄자 사형 신중히 봐야”

    29일 국회에서 열린 김소영(47)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인사청문회에서 여야는 사형제·소수자 배려에 대한 후보자 입장 등을 놓고 검증을 벌였다. 김 후보자는 사형제에 대해 “흉폭한 범죄자라고 해서 모두 사형을 시키는 것은 쉽게 말할 게 아니며 생명권 박탈 측면에서 신중히 봐야 한다.”고 유보적 견해를 밝혀 청문위원들의 집중질문을 받았다.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이 “법원이 ‘희대의 살인범’ 오원춘을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한 것은 양형기준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자 김 후보자는 “양형에 있어 장기 자유형, 무기형, 사형 등은 단순히 범죄결과만 갖고 양형을 하는 게 아니라 피고인의 전 인생을 평가해 양형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후보자는 “범행내용이 흉포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국민여론이 높은 것도 알고 있다.”면서도 “너무 한 면만 보고 법관을 심하게 비난하는 것은 조금 자제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주호영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이 “자신의 판결 중 오판이라고 생각한 판결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변한 것은 경솔한 태도 아니냐.”고 캐묻자 김 후보자는 “서울법대 신입생 예비소집 때 들은 첫 마디가 ‘남학생 한 명을 떨어뜨리고 뭐하러 왔느냐’였다.”면서 “여성으로 승승장구했지만 항상 사회적 약자 편에서 생각해왔다.”는 답변으로 대신했다.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임명 동의안이 처리되면 김 후보자는 여성으로서 사상 네 번째로 대법관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프로야구] SK “좋아, 가는거야”

    [프로야구] SK “좋아, 가는거야”

    ‘가을 DNA’는 사라지지 않았다. 프로야구 SK가 2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4차전에서 삼성을 4-1로 꺾으면서 2연패 뒤 2연승을 기록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난타전이었던 3차전과 달리 4차전은 투수전이었다. 이만수 SK 감독의 배려로 6일을 쉬고 등판한 김광현이나 지난달 25일 이후 한 달 만에 출격한 탈보트(삼성) 모두 컨디션이 좋았다. 탈보트는 3회까지 삼진 5개를 잡으며 9타자를 범타 처리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김광현 역시 3회까지 배영섭에게만 안타 2개를 허용했지만 실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분위기가 묘하게 바뀐 것은 4회 초. 무사 1·2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의 타구가 우익수 뜬공으로 연결됐지만 2루에 있던 이승엽은 이를 안타로 판단해 3루로 내달렸다. 뒤늦게 귀루를 시도했지만 아웃. 베테랑 이승엽답지 않은 경솔한 플레이였다. 흔들릴 수 있었던 김광현의 어깨는 한결 가벼워졌다. 기회를 놓치니 곧바로 위기를 맞았다. 4회 말 1사에서 타석에 들어선 박재상이 탈보트의 6구째 144㎞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우중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이번 KS에서 11타수 1안타(.091)에 그친 극도의 타격 부진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홈런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다음 타석에 들어선 최정도 2구째 136㎞짜리 슬라이더를 당겨 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작렬했다. KS 통산 일곱 번째 백투백 홈런. 이후 2사 2루에서 나온 김강민의 1타점 적시타로 SK는 순식간에 3-0으로 달아났다. 삼성이 반격의 기회를 맞은 것은 6회 초였다. 선두타자 박한이가 날카로운 좌전안타로 출루한 뒤 이승엽의 우전안타가 나오면서 무사 1·2루 기회를 다시 맞았다. 박석민의 타석에서 김광현에게 마운드를 이어받은 송은범의 폭투로 무사 2·3루가 됐다. 박석민이 삼진으로 돌아선 뒤 최형우의 좌익수 희생플라이에 힘입어 3루 주자 박한이가 홈을 밟으면서 1점을 따라붙었다. 흔들린 송은범은 대타 정형식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지만 후속 타자 조동찬을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추가 실점은 막았다. 한번 흐름을 탄 SK의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7회 말 2사 1·3루 상황에서 대타 조인성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전의를 상실한 삼성은 번번이 범타로 물러나며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다. SK 선발 김광현은 5이닝 동안 6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지난 22일 플레이오프(PO) 5차전에서의 부진을 말끔히 씻는 기쁨도 누렸다. 뒤이어 마운드를 책임진 송은범과 필승계투조 박희수, 정우람 역시 무실점으로 이닝을 틀어 막으며 힘을 보탰다. 두 팀은 서울 잠실구장으로 옮겨 31일 오후 6시 5차전을 치른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글로벌 시대] 글로벌 시대와 중앙아시아/이혜주 현대건설 해외영업본부 상무

    [글로벌 시대] 글로벌 시대와 중앙아시아/이혜주 현대건설 해외영업본부 상무

    글로벌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요즘 유행하는 글로벌이라는 말에는 힘센 국가가 자국 내의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 지배력을 확장하려 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보면, 글로벌이라는 말은 자유롭게 자기식대로 살아가는 국가와는 어울리지 않는 개념일 수 있다. 다른 한편, 이즈음 세계는 ‘지구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국가 간 거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이제 어떤 나라도 이웃나라와 교류·소통하지 않고는 존립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돼 가고 있다. 진정한 만남은 상호간 눈을 떠가는 것이라고 한다. 국가 사이에 좋은 친교 관계를 유지하려면 스스로 좋은 친구감이 돼야 한다. 친교는 상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 없이는 한때의 마주침으로 끝날 수 있다. 중앙아시아는 지리적으로 서남아시아와 동남북아시아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 과거 실크로드의 중심지였으며, 현재는 정유관인 블랙 로드가 지나고, 철로인 스틸 로드가 촘촘히 이어지는 곳이다. 중앙아시아 5개국 중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우리와 인연이 깊다. 1937년 겨울, 스탈린은 시베리아의 외국인을 일본인과 격리한다는 명분으로 이들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벌판으로 이주시켰다. 우리 한국인들은 현지인의 도움과 배려로 황량한 벌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듬해 봄부터는 벌판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고, 이후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현지인들은 지금도 한국인들이 보여준 생존 능력과 기술력, 그리고 근면함을 존경해 오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동북쪽에 있는 알타이산맥 부근은 우리 조상들이 한반도로 이동하기 전에 거주했던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어, 몽골어 등을 포함하는 ‘알타이어족’이라는 명칭에서도 우리 조상들이 알타이산맥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몸속 유전자는 북방 유목민족과 연결돼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국내에선 능력 한 번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던 이들도 일단 해외로 나가면 광활한 대지를 거침없이 달리듯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지 않는가.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와 사마르칸트는 과거 실크로드의 교착지로, 서남아시아와 중국 장안(長安)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실크로드는 우리와도 무관치 않다. 그 옛날 실크로드가 한반도 신라까지 이어졌음을 최근 학자들은 밝히고 있다. 이는 한반도가 오랜 옛날부터 세계와 교류해 왔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고구려 유민 출신의 고선지(高仙芝) 장군이 당나라 군대를 이끌고 감행한 서역(西域) 원정은 세계 전쟁사에 남을 만큼 유명하다. 중앙아시아 5개국의 수도는 지금 계획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지 21년이 된 이곳 사람들은 실질적인 경제자립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거의 100년 동안 러시아의 키릴문자를 표기문자(공용어)로 사용했지만 이제는 자국어를 활용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조만간 언어 독립도 이뤄질 것 같다. 우리는 20세기 초에 식민지 생활을 겪어야만 했고, 해방 이후 일제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으며, 지금은 남북으로 분단된 채 살아오고 있다. 중국은 고구려사를 없애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우리의 과거사마저 뺏으려 하고 있고, 일본은 독도를 자기 땅이라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 모든 역사는 현재사(現在史)다. 오늘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가치 있는 내일이란 없다. 우리와 인연이 깊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들과 진실한 마음으로 만나자. 우리와 다름을 인정하는 이해와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중앙아시아는 역사적, 사회적 그리고 언어적으로 다양한 교류와 소통의 장이었던 만큼 머지않은 장래에 이들만의 의미 있는 삶의 양식을 전 인류에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대에 대한 이해는 교류와 소통의 지름길이다. 강국으로 비상하고 있는 이웃 중국(한족)에 대한 우리의 미래 대처 전략으로 중앙아시아와의 교류 강화를 고려해 볼 때다.
  • 安 “투표시간 연장해야”… 국민청원 돌입

    安 “투표시간 연장해야”… 국민청원 돌입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1971년 정해진 ‘12시간 투표’가 40년간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 21세기인데 선거시간은 70년대에 멈춰 있다.”며 투표시간 연장을 촉구했다. 앞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민주노총도 투표시간 연장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어 야권이 투표시간 연장을 놓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선 후보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안 후보는 28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에서 열린 ‘투표시간연장 국민행동 출범식’에 참석해 “이제 국민이 투표시간을 바꿔 달라.”면서 “국민은 국민청원법에 따라 정부에 투표시간 연장을 공식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안 후보 측은 투표 시간을 현행 ‘오전 6시~오후 6시’에서 ‘오전 6시~오후 8시’로 2시간 연장하는 내용의 국민입법 청원운동에 들어갔다. 안 후보는 “선거법을 한 줄만 고치면 되는데 국회에서는 몇 년째 이 법안이 잡혀 있다.”면서 “투표시간 연장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유권자, 휴일에도 근무하는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가 합의하면 당장 이번 선거부터 투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며 선거법 개정을 촉구했다. 안 후보는 “박 후보가 100%의 대한민국을 말하는데 그 말이 진심이라면 우선 100% 유권자에게 투표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누구보다 앞장서서 선거법 개정에 동참하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문 후보와 민주노총 등도 비정규직과 자영업자 등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한 투표시간 연장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비용 증가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문 후보도 이날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열린 대전·충남·세종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투표시간 연장 방안이 새누리당의 반대로 이미 한 번 무산됐다. 박 후보는 이에 대한 의견을 분명히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도 자료에서 “중앙선관위는 투표시간 2시간 연장에 100억원이 소요된다고 했지만 국회 예산처는 33억원이면 된다고 한다. 설사 수백억원이 소요된다고 하더라도 210억원이 소요된 재외국민투표와 비교하면 큰 비용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안 후보는 이날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 북 페스티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났다. 박 시장이 “선거과정이 즐겁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힘들고 골치 아픈 일이 많은데 즐겁게 생각하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네자 안 후보는 “시민을 만나고 얘기하다 보면 나도 즐겁고 좋다. 선거 과정이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화답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文 “민주당 호남 기득권 모두 내려놓겠다”

    文 “민주당 호남 기득권 모두 내려놓겠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28일 ‘호남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광주선언’을 했다.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지지율이 밀리는 위기 상황을 정공법으로 헤쳐 나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새로운 민주당을 위한 문재인 구상’을 통해 단일화 경쟁에서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효과 극대화를 위해 발표 장소도 5·18 광주민주화항쟁의 심장부였던 금남로를 택했다. 문 후보는 “호남은 민주당의 뿌리이고, 민주당의 기득권이 가장 강고하게 유지되는 곳”이라면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이 기득권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역정치 공천을 국회의원이 좌지우지하다 보니 ‘리모컨 자치’라는 말까지 나온다.”면서 “호남에서 국회의원 공천권뿐 아니라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공천권까지 돌려드리는 혁신을 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기득권 내려놓기의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새로운 인재 영입을 위해 문호를 개방할 것도 약속했다. 문 후보가 당의 기득권 타파를 앞세운 것은 ‘호남 내 여당’ 노릇을 하며 기득권 세력으로 치부되는 민주당에 대한 근본적 반성을 촉구하는 의미를 갖는다. 강도 높은 처방 없이는 안 후보에게 쏠리는 호남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는 절박감이 묻어 있다. 그러나 문 후보의 구애 전략이 자칫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을 기득권 안주 세력으로 오인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호남의 한 의원은 “지역주의는 3김정치, 또는 3김이 물러났지만 영향력을 미칠 때까지 작용했으며, 2012년 한국 정치는 지역주의가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면서 “광주선언은 노무현의 관점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평가절하했다. 문 후보는 또 의원수 축소와 중앙당 폐지 등을 내세운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을 정당 무력화 또는 정치 축소로 규정하며 공개 토론을 요구했다. 정당을 기반으로 한 정치개혁을 내세워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을 막아 보겠다는 심산이다. 그는 안 후보의 ‘대통령 임명직 10분의1 축소 방안’에 대해서도 “인사권 대상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관료와 상층 엘리트의 기득권만을 강화시켜 기득권 재생산 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 형식과 시기에 대해 “단일화를 압박하면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전제한 뒤 “국민적 기반이 성숙되면 단일화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관가 포커스] ‘공직자 직장예절’ 책 화제

    김깍듯 사무관은 ○○부 최초의 여성국장인 이깐깐 국장과 함께 일하고 있다. 매너 좋기로 소문난 김 사무관이지만 이 국장을 모실 때는 늘 진땀을 흘린다. 이날도 된통 혼쭐이 났다. 김 사무관의 표현 및 행동 중 어떤 것이 잘못됐을까. ① “이 국장님, 장관님실에서 급히 찾으십니다.” ② 엘리베이터 탈 때 이 국장을 내리기 편한 출입문 옆쪽으로 안내했다. ③ 택시 뒷좌석에 함께 타면서 이 국장에 앞서 김 사무관이 먼저 올라탔다. ④ 회식장소인 2층 식당 계단을 오르며 이 국장을 앞장서게 하며 김 사무관은 두세 걸음 뒤따랐다. 행정안전부가 김 사무관과 100만 공무원을 위해 직장 내 예절의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으로 나섰다. 행안부는 28일 ‘공직자가 꼭 알아야 할 직장예절’이라는 작은 책자를 펴냈다. 사무실 안에서 상사, 동료와 함께 일할 때, 회의와 행사 의전을 챙겨야 할 때, 자동차나 승강기 등을 함께 탈 때 등 업무에 필요한 예절은 물론 결혼이나 문병, 조문 등 경조사 때 맞닥뜨릴 수 있는 애매한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해 놓았다. 또 외국 출장이나 외국 손님을 맞이할 때 문화권별로 서로 다른 인사법까지 망라돼 있다. 애초 행안부 선진화담당관실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파일을 행안부 내부 게시판에 올렸는데, 직원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지자 아예 전문가의 자문과 꼼꼼한 토론을 거친 뒤 책자 형태로 제작하게 된 것이다. 정종제 행안부 행정선진화기획관은 “작은 배려와 상호 존중이 넘치는 행복한 공직 문화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공직자로서 상하·동료 관계는 물론 대외관계에서도 원활하고 매끄럽게 소통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직장예절’은 200여개의 행정기관과 연계하는 정부지식행정시스템(GKMC) 정보지식마당에도 올려 전체 공무원들이 함께 공유하게 될 예정이다. 맨처음 문제의 정답은 ①, ②, ④다. 이 국장은 김 사무관의 ③번 행동에서만 희미하게 웃음 지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인상을 찌푸렸다. ①번은 사람이 아닌, 사무실을 존대하는 우스꽝스러운 표현이 됐다. “전화 오셨습니다.”와 마찬가지 잘못이다. ②번 엘리베이터에서는 들어가서 돌아섰을 때 오른쪽 구석이 상석이다. 또 ④번처럼 계단을 오를 때는 남성이 먼저 앞서야 한다. 상사와 부하를 떠나 여성의 뒷모습을 보며 올라가는 남성의 모습은 민망한 상황이다. 내려갈 때는 반대로 여성이 앞서는 것이 맞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시론] ‘중견국가’ 외교전략 적극 개발해야 한다/김흥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중견국가’ 외교전략 적극 개발해야 한다/김흥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통령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선거는 가열되고 있지만, 주 논점은 국내문제에 함몰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선거의 승패는 대내문제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각 진영에는 대외관계에 대한 정책발표는 최소화하여 약점을 안 잡히는 게 유리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대외관계는 국가의 명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내총생산(GDP)의 90%가 대외무역과 연관되어 있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반도는 여전히 냉전적 대치상황에 있으며, 북한은 핵 개발을 지속하면서 역내 갈등과 핵 확산을 부추긴다. 동아시아는 세계 세력 전이의 여파로 대규모 무력충돌의 발화점이 될 개연성이 가장 높다. 급변하는 국제 세력 전이와 불안정한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어느 후보 진영에서도 정작 한국의 명운에 중요한 대외정책에 대한 청사진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나마 제시된 대외·안보정책의 단편들도 남북관계와 한반도에 지나치게 함몰되어 있다. 상상력과 비전이 부족하다. 선거 때마다 각 진영의 대외정책은 마치 우리가 강대국인 양 커다란 이상을 제시한다. 그러나 집권하면 공간적으로 한반도에 매몰되면서 전형적인 약소국 외교나 편승외교로 귀결되었던 전례를 놓고 볼 때, 이번 선거도 더 나은 상황은 아닐 듯싶다. 적어도 2010년대에는 미·중 간에 세력전의 양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전면대결은 어렵지만 미·중 관계는 갈등, 힘겨루기 및 협력의 국면이 복합적으로 엉키면서 전개될 것이다. 역내 중·일 간의 갈등도 더 고조되고 있다. 국제지위의 하강국면에 진입한 일본은 지역의 안정과 협력에 대해 배려할 여유가 없어 보인다. 중국 지도부의 응집력은 불안정하고, 정책결정은 혼란스럽고, 대외문제에 관한 사회부문의 영향력은 국가주의적 양상과 더불어 강화되고 있다. 러시아도 동북아로 돌아오고 있다.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는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 노력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다. 북한은 당분간 핵을 포기하지 않은 채 체제의 공고화를 위해 한국과 갈등을 지속할 것이다. 한·중 및 미·중 간에도 끊임없이 갈등을 야기하려 할 것이다. 향후 5년의 대외문제는 복잡하고, 불안정하며, 위험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중견국가 외교’의 비전과 전략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세계 15위권의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강대국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우리의 지리적 시야를 남북관계와 한반도에만 고정시키지 말고 동아시아 및 세계를 향한 새로운 외교의 축들로 재구성해야 한다. 전략적인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경제·문화·과학적 공간을 적극 확대해 활용하는 유연성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는 궁극적으로 지정학적·외교안보적 사유로써 풀 수 없는 한반도 문제 역시 역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지나치게 과도한 변화, 목표, 이상은 추구하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일방적 편승외교나 중국에 대한 급속한 접근전략은 당사국들도 이제는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외교는 공짜가 없기 때문이다. 편승외교로는 복합성을 전제한 현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가 어렵다. 한국은 세력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대국이 아니기 때문에 균형자 외교를 할 수도 없다. 중견국가로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켜내야 할 최소한의 원칙을 분명히 정립해야 한다. 미·중·일·러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공통분모를 이끌어 내고, 지역안정과 협력의 공간을 창출해 내는 가교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향후 한국의 명운은 이 거칠고 변덕스러운 국제관계라는 망망대해를 잘 다룰 줄 아는 지혜롭고 유능한 선장을 뽑느냐에 크게 좌우될 것 같다. 각 진영에 조속히 외교안보통일 분야에 대한 공식 입장을 천명하고 검증받도록 촉구해야 한다. 이에 조응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운명을 담당해야 할 지도자로서의 책임감과 준비는 결여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 [‘대통령 아들’ 특검 출두] 철제 바리케이드 등장 삼엄경비… 취재진 등 500여명 북새통

    [‘대통령 아들’ 특검 출두] 철제 바리케이드 등장 삼엄경비… 취재진 등 500여명 북새통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특검 이광범)이 입주한 서울 서초동 헤라피스빌딩 일대는 지난 24일 밤부터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아들에 대한 소환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검은 이시형(34)씨의 안전과 경호상의 이유를 들어 출석 시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청와대 경호처에서 시형씨의 예정된 동선을 따라 철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면서 시형씨의 출석이 임박했음을 실감하게 했다. 경호처는 25일 오전 7시부터 헤라피스빌딩을 중심으로 좌우 50m 구간의 진입로를 전면 차단했다. 취재진은 사전 출입 신청과 현장 신원 확인 뒤 태극 문양의 스티커형 비표를 받아야 출입할 수 있었다. 시형씨에 대한 근접 경호는 경호처가 전담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과 그의 가족, 대통령 당선인과 가족, 퇴임 후 10년 이내의 대통령과 배우자 및 자녀는 경호처의 경호를 받을 수 있다. 경호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철통 경호’를 펼쳤다. 특검 사무실 건물이 주변 건물들과 붙어 있는 데다 높이도 낮은 편이어서 인접한 건물 옥상 곳곳에 경호 인력을 배치했다. 취재진 사이에도 기자로 가장한 여성 경호원을 배치했다. 헤라피스빌딩 출입구는 1.2m 높이의 철제 차단막 20여개를 설치해 완전히 봉쇄하다시피 했다. 다만 특검 사무실 주변에 일반 사무실과 상가 등이 밀집해 있는 점을 배려한 듯 영업을 일시 통제하거나 휴대전화 전파를 차단하는 등의 조치는 하지 않았다. 관할서인 서초경찰서도 경찰 100여명과 사복 경찰 30여명을 배치했고 인접한 법원종합청사 동문 주변에는 경찰버스 6대가 시동을 켠 상태로 대기하며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취재진은 국내 언론은 물론 AP통신 등 외신 기자까지 포함해 380여명이 몰려 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은색 카니발 차량 2대가 포토라인이 설치된 지점 앞까지 진입했고 앞선 차량 뒷좌석에서 시형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정장 차림에 뿔테 안경을 쓴 시형씨는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잠시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호흡을 가다듬은 후 포토라인에 서서 취재진의 질문에 “안에 들어가서 있는 대로 설명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시형씨가 차에서 내려 조사실로 향하는 2분여간 취재진은 그의 말 한마디와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으려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수사 착수 이후 철통 보안을 유지해 온 특검팀도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광범 특검을 비롯한 수사진은 매일 출근길에 사무실 앞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에게 간단한 인사 정도는 건넸지만 이날은 하나같이 굳은 표정으로 급히 지나갔다. 특검팀 대변인인 서형석 변호사는 이날 오후까지는 모든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공지했고, 오후 브리핑 때에도 시형씨를 포함한 수사 내용에 관한 질문에는 입을 다물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대한민국 술박사 1호 정헌배 중앙대 교수

    [김문이 만난사람] 대한민국 술박사 1호 정헌배 중앙대 교수

    폴 발레리는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그대가 생각한 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대는 곧 그대가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얼핏 들어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 아닐까 싶다. 생각을 프랑스 ‘코냑’으로 옮겨본다. 프랑스의 코냐크 지방의 주민은 불과 1만 9000여 명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작은 읍 규모이다. 그런데 여기에 코냑 회사가 3000여 개가 있고 세계 200여개국에 수출한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잘사는 고장으로 소문나 있다. 그럴 것이, 국제공항이 있고 매년 영화제도 열릴 만큼 문화적으로도 풍요롭다. 왜? 단지 ‘코냑’이라는 술이 세계인들의 가슴에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술꾼이든 아니든 코냐크 지방은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지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코냐크 지방의 사람들은 ‘코냑’을 안 마신다. 대신 주변 지역에서 생산하는 값이 싼 포도주를 마신다. ‘코냑’이 세계적인 명품주가 됐기 때문이다. 좀 더 외국인들에게 많이 마시도록 하는 수출전략과 배려의 차원이기도 하다. 코냐크 지방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 대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도 코냑을 몇 년, 몇십 년씩 오랜 세월 숙성시켜 세계인들에게 그 ‘가치’를 선물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코냑이나, 스카치 위스키, 포도주처럼 오랜 세월 숙성된 ‘빈티지’를 가진 우리의 전통술이 있을까. 결론은 ‘없다’라는 게 대체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없다’를 ‘있다’로 바꾸는 사람이 있다. 국내 유일이자 대한민국 술박사 1호로 알려진 정헌배(57) 중앙대 교수가 그 일에 매진하고 있다. 때마침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를 맞아 정 교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이 축제에서 자문역할을 하며 우리술을 세계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가을비가 쏟아지는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안성에 있는 ‘정헌배 전통주 연구소’에서 정 교수를 만났다. 연구소 안에는 누룩이 익어 술이 발효되는 냄새로 가득했다. ●“名酒는 그 나라의 사회·문화적 자부심” “여기는 술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술을 만들어내는 방앗간입니다. 술을 숙성시키는 것을 연구하고 분석해내는 곳이지요. 술을 좋아하고 또 특정한 날을 기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만큼의 빈티지가 있는 스토리와 가치를 만들어내는 곳이지요. 술은 살아 숨 쉬는 옹기나 오크(참나무)통 속에서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며 맛과 색상, 향기와 성분 등도 변합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숙성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알코올을 ‘천사의 몫’이라고 찬양을 합니다. 까닭에 숙성은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의 술도 이제는 ‘빈티지’로 가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술 가운데 예를 들어 막걸리는 대개 10여 일 안팎의 숙성과정을 거쳐 시중에 나오지만 코냑이나 위스키는 17년, 21년, 30년 그리고 심지어는 100년 등 오랫동안의 숙성을 거치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 그만큼 ‘명품주’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정 교수는 설명한다. “술은 오래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저장성도 뛰어나 금방 팔리지 않아도 큰 걱정이 없다.”라면서 “농산물을 주원료로 하기 때문에 지역특성을 반영하기에도 좋은 제품이다.”라고 강조한다. 특히 고부가가치의 상품성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확실히 검증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젠 우리의 전통술도 숙성연한을 길게 해 세계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명품주로 만들어야 할 때가 됐다고 역설한다. 아울러 그런 명품주 생산과 함께 아름다운 음주문화를 갖자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명주(名酒)라는 것은 전통적 가치를 대물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대표적인 명주를 갖고 있고 후손들에게 물려줍니다. 프랑스의 코냑이 좋은 예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내로라할 만한 주종이 없어요. 이제는 우리도 100년 묵은 술과 아름다운 술 문화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이런 생각에 4년 전부터 우리의 전통 특산물인 인삼과 안성 지방의 쌀을 원료로 술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문을 듣고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부부가 결혼식 30주년을 4~5년 앞두고 미리 주문하는 술, 자식이 부모 회갑 기념식 때 선물로 준비하는 술, 결혼 후 첫 자식을 낳은 부부가 나중에 자녀의 결혼식 때 줄 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에 맞춰 ‘노사모’에서 주문한 술, 대학입학을 기념하기 위한 술 등 제각기 사연이 많다. 얼마 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60주년 때 사용하고자 위스키 60병을 미리 만들어놓는 일도 이와 같은 것이다. 주문한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인삼주 술도가에서 직접 술을 담그는 행사를 하는 때도 있다. 담근 술은 지하 숙성고에서 최소 3년 이상 숙성과정을 거쳐야 찾아갈 수 있다. 요즘 들어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외국 관광객들도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담근 ‘빈티지 인삼주’(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는 인삼주는 소주에다 인삼을 담는 것이지만 이곳 인삼주는 인삼을 쪄서 홍삼화한 다음 누룩과 함께 위스키나 코냑처럼 오랜 시간 숙성시킨다.) 술독은 모두 2000여 통. 지하숙성고에 내려가 봤더니 이 술독들은 대금과 가야금 등 우리의 전통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숙성되고 있었다. 술독마다 각 사연을 담은 내용과 술 주인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방송인 주병진씨 등 알 만한 인사들의 이름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대학교수인 그가 어떻게 이 일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어릴 적 그의 꿈은 음악가가 되는 것이었다. 대구 경상중학교와 고교 시절만 해도 트럼펫을 불며 그 꿈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집안 형편상 음악가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영남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에서는 장차 멋진 군인의 길을 걷고자 학군단(ROTC)에서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한 달만에 시력미달로 중도에 하차했고 바로 민방위에 편입됐다. 이 무렵 그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장학금을 받게 됐다. 국가의 고마움을 느끼게 된 그는 수출 보국에 도움되는 일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중 술 전문가가 되기로 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것이 수출이며 농산물 가공품은 시간이 갈수록 좋아진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때 명주는 그 나라의 사회, 문화적 자부심이며 술은 전통적 가치와 사랑의 대물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술문화는 국적과 민족성이 뚜렷해 나라마다 특색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대학 3,4학년 때 프랑스어 공부를 했으며 졸업 후 1년 동안 직장 다니며 유학자금을 마련한 뒤 ‘생각했던 대로’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남부 프랑스 몽펠리에 있는 폴 발레리 대학에서 6개월간 프랑스어 공부를 할 때 폴 발레리의 명언을 접하면서 감동을 받았다. 이후 파리 9대학 박사과정(술 마케팅)에 들어갔다. 그는 이때 ‘프랑스 포도주 시장 제도 및 유통연구서’ ‘맥주의 중장기 소비예측’ 등 발효주 중심의 연구에서 세계적인 소비량을 자랑하는 럼, 보드카, 위스키, 코냑 등 증류 숙성주 연구로 점차 확대시켜나갔다. 아울러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 지역을 다니면서 논문 자료를 수집했다. 결국 ‘세계 주류시장의 국제 마케팅 전략과 전망’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조상이 빚은 名酒는 후손들과 뜨겁게 이어주죠” “프랑스에 있을 때였습니다. 하루는 알고 지내던 친구가 저를 집으로 초대하더군요. 식사를 마치더니 친구가 ‘파라다이스에 갈래?’라고 제의하더군요. 처음에는 무슨 룸살롱 같은 술집인가 했어요. 그런데 지하의 술 저장고에 데려갔습니다. 술통이 많이 있더군요. 친구는 한 통을 가리키면서 ‘우리 아버지가 내가 태어난 것을 기념해서 담그신거야.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어 마시라고 하셨지’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으며 술을 한 모금 마셨더니 그 친구의 조상과 잠시 연결되는 느낌이 오더라구요.” 정 교수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우리가 제사를 지낼 때 음복하는 이유도 조상과 만나는 일이며 특히 조상이 빚은 명주는 후손들과 또 한 번 뜨겁게 연결되는 일이 아니냐.”고 말한다. 그의 꿈은 ‘우리 술의 세계화’이며 ‘아름다운 음주문화를 우리 후손에게 물려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인삼주 숙성 등과 관련해 특허 4개를 갖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또 대학에서 아름다운 음주문화와 술은 인류가 아닌 동물이 먼저 마셨다, 소주는 아랍의 향수 제조법에서 유래했다는 등의 술과 관련된 오해와 진실 등도 강의한다. 또 ‘술나라 헌법’과 ‘술나라의 십불출(十不出)’ 등의 흥미로운 내용도 가끔 설파한다. 술 안 마시고 안주만 먹는 사람, 남의 술로 제 생색을 내는 사람, 술잔 잡고 잔소리하는 사람, 술 먹다가 딴 곳에 가는 사람, 술 먹고 따를 줄 모르는 사람, 남의 술만 먹고 제 술을 안 내는 사람, 술자리에서 축사를 오래한 사람 등이 십불출에 포함된다며 웃는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정헌배 교수는… 1955년 구미에서 태어났다. 경상중과 경북사대부고를 나온 뒤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1979년 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폴 발레리 대학에서 어학공부를 마치고 파리9대학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1984년 이 대학에서 ‘술 마케팅’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3월부터 현재까지 중앙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재무부 세제발전심의위원, 농림부 전통주심사위원 등을 거쳐 공정거래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청소년보호위원 자문교수로 활약하면서 우리나라 주류산업 정책변화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왔다. 이를 통해 새롭고 다양한 술이 제조, 판매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많은 역할을 해왔다. 청소년 대학생의 음주문화 개선을 위해 중앙대에 교양과목으로 ‘명주와 주도’라는 과목을 개설해 직접 강의하면서 음주문화시민연대를 운영하기도 했다. 우리술 세계화를 위해 2003년 ‘정헌배 인삼주가’를 설립,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아울러 경기도 안성에 ‘세계명주마을’을 포함한 우리 술 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류제조 특허4개와 옹기독 실용신안 등 다수의 지적 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술나라 이야기’(2011) 등이 있다.
  • 文 “정치검찰 청산” 끌고 安 “의원수 줄여야” 밀고… 쇄신 공조

    文 “정치검찰 청산” 끌고 安 “의원수 줄여야” 밀고… 쇄신 공조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정치 쇄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 후보는 검경 개혁안을 발표했고 안 후보는 정치쇄신안을 구체화했다. 특히 단일화 논의가 수면 위로 오른 뒤, 두 후보는 경쟁적으로 비례대표 확대와 지역구 축소 등의 정치 개혁 방안을 내놓고 있다. 안 후보도 검찰 개혁을 비롯해 권력기구의 개편을 강조하는 등 두 후보 사이에 단일화 고리로서의 정책 공조화 움직임이 감지된다. 문 후보는 2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권력기관 바로세우기’ 정책발표 및 간담회를 통해 “정치검찰을 청산하겠다. 정치검찰의 중심으로 비판받아 온 대검 중앙수사부의 직접수사 기능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검사의 청와대 파견 제도를 폐지하는 등 청와대와 검찰의 관계를 공식적인 관계로 환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검 중수부의 기능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로 옮겨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사건을 눈치 보지 않고 수사하는 동시에 검사의 비리에 대해서도 수사와 기소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경찰에 민생범죄와 경미한 범죄 등에 대한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도 공약으로 내놓았다. 안 후보는 이날 인천 인하대 초청강연에서 정치 쇄신안으로 국회의원 및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 중앙당 폐지 또는 축소 등을 제시했다. 안 후보가 지난 17일 세종대 강연에서 밝힌 협력의 정치, 직접 민주주의 강화, 특권포기 등 3대 정치쇄신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안 후보는 “국회가 민생법률을 못 만든 게 숫자가 적어서 그런 거냐.”고 비판했다. 문·안 두 후보의 정책 내용도 비슷해지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의원 수는 줄이지만 사회의 다양한 요구와 소외계층의 권리를 보호하도록 비례대표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도 전날 지역구 의원을 20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안 후보는 “대통령과 의회가 특권을 먼저 내려놓으면 재벌이나 검찰 등 기득권 세력에도 특권을 내려놓으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며 검찰개혁을 예고했다. 문 후보는 일선 경찰서의 정보조직을 폐지하고 그 인력을 민생치안 분야로 전환하는 경찰개혁안을 내놨다. 안 후보도 치안대책을 묻는 질문에 “경찰력이 충분한지 따져 봐야 한다. 민생보다 다른 곳에 근무하는 경찰력도 많다. 제 뒷조사도 하고 그러던데 경찰이 무슨 죄가 있나. 시킨 분이 나쁜 분”이라며 “부족한 경찰력이나마 민생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특히 “새누리당의 정치적 확장뿐 아니라 정권 연장을 분명히 반대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집권 여당에 반대하니 정권을 달라고 하는 것은 또 다른 오류”라며 민주당을 겨냥한 발언도 내놨다. 한편 이택순 전 경찰청장 등 전직 간부급 경찰관 120명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도약하는 대학] 차별화로 승부하는 대진대

    [도약하는 대학] 차별화로 승부하는 대진대

    경기 포천에 있는 대진대는 올해 개교 20주년 성년이 됐다. 정규 골프장 2개 면적을 넘는 넓은 부지 위에 조성돼 쾌적한 교육환경과 우수한 교수진을 자랑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큰 자랑거리는 특성화된 국제화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전문 인재를 육성하는 대학.’ 대진대가 추구하는 교육 방향이다. 국내 대학 최초로 중국에 2개의 캠퍼스를 만들어 대진대 학생이면 누구나 조건 없이 한 학기는 중국 캠퍼스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름하여 ‘DUCC(Daejin University China Campus) 프로그램’으로, 중국 전문인재 양성을 위한 배려다. 유학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DUCC는 현재 중국 취업 관문으로까지 영역이 확장됐다. 대진대 학생이라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며, 기본과정의 경우 신입생은 성적에 관계없이 모두 참여할 수 있다. 교육과정은 기본과정(1학기), 심화과정(1학기), 복수학위과정(4학기 총 2년)으로 나눠져 있다. 복수학위 과정까지 이수하게 되면 한국에서 2년, 중국에서 2년을 공부하게 돼 4년 안에 2개의 학위 취득은 물론 졸업과 유학을 동시에 마칠 수 있다. 일반 유학과 비교해 경제적 측면에서 학생들에게 훨씬 유리하다. 지금까지 3400여명이 중국 유학을 다녀왔다. 취업에도 다각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방학 기간을 이용해 중국 칭다오, 쑤저우, 톈진, 다롄, 광저우 등 현지 한국기업이나 중국 기업에서 인턴십을 실시하고 있다. 학기 중과 방학 기간에 중국을 체험한 학생들은 중국 현지 한국기업이나 중국기업에 취업을 할 수 있다. 중국 전문가가 필요한 국내 기업에도 다양하게 진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웹포털 시스템으로 이뤄진 학생경력개발시스템을 실시하고 있다. 이제는 웹포털에서 시간 공간 등의 제약없이 편하게 상담이 이뤄진다. 2004년부터는 각 학과의 전공교육과정에서 자격 관련 교과목을 일정 기준 이상 이수한 학생들에게 총장 명의로 공인전문능력과정 자격증을 주고 있다. 직업선택과 사회 진출에 유리한 점이 많아 학생들의 호응이 크다.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풍부한 장학 프로그램이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학부 장학금 수혜자 비율이 학기당 평균 40%를 넘는다. 대학원의 경우는 재학생의 98% 이상이 장학금을 받고 있다. 또 효행자장학금, 우애장학금, 특기장학금 등 종류가 40여종에 이른다. 이러한 차별화가 학생이 좋아하는 대학,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와 사회적 책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대학, 글로벌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전문 인재를 육성하는 대학, 통일과 통일 이후를 준비하는 대학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대진대는 올해 정원외를 포함해 총 2147명을 학과별로 모집한다. 수시모집에서 전체 정원의 48%를 선발하고 정시에서 52%를 선발한다. 수시모집은 현재 면접고사와 실기고사를 진행 중이다. 수능 이후 다음 달 13일부터 16일까지 수시 2차 원서접수를 한다. 정시모집에서는 전년도에 비해 학생부 반영 비율을 축소하고 수능고사 반영 비율을 대폭 확대했다. 수험생들이 수능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安 공부법·朴 동화·文 현대사… 아동 서적에 부는 ‘대선 바람’

    安 공부법·朴 동화·文 현대사… 아동 서적에 부는 ‘대선 바람’

    대선을 앞두고 어린이책 시장에까지 선거 바람이 불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야권의 유력 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소재로 한 아동책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19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현재 매장에서 팔리는 대선 후보와 관련된 아동서적은 모두 17권이다. 문 후보가 직접 쓴 한국사전 ‘천추태후’(세모의 꿈 펴냄)와 18명의 위인 중 안 후보가 포함된 ‘성공한 사람들의 10살 습관’(참돌어린이 펴냄)을 제외한 15권은 후보들을 직접 다룬다. 이 중 안 후보에 대한 책이 12권(80%)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문 후보를 다룬 책은 2권, 박 후보에 대해 쓴 책은 1권이다. 안 후보 관련 책들은 ‘안철수 아저씨는 초등학교 때 어떻게 공부했나요?’(스코프 펴냄), ‘호기심 박사 안철수 이야기’(미르에듀 펴냄) 등의 학습법 소개서나 정통 위인전의 성격을 띤 서적이 많다. ‘안철수…어떻게 공부했나요’는 “초등학교 시절 60명 중 30등을 왔다 갔다 하던 평범한 아이 안철수를 생각하면 현재 대통령 후보이며 서울대 교수, 성공한 벤처회사를 경영했던 경영인, 의사였던 안철수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라고 서술한다. 이어 안철수만의 공부법이라며 ‘기초 탄탄 거북이 공부법’을 소개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 책들 곳곳에 정치와 떼어놓을 수 없는 대목이 등장한다. ‘안철수 아저씨’는 초등학교 때 배려와 봉사를 배웠고 늘 긍정적이며 성실한 아이였다고 강조하는 부분이 그렇다. 또 그를 ‘존경받는 대통령 후보’라고 부른다. 아동문학가 김옥림씨가 쓴 ‘안철수처럼 생각하고 안철수처럼 실천하라’(문이당 펴냄)는 ‘청소년들이여 안철수처럼 실천하라’, ‘원칙이 있는 삶은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처럼 다소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표현들을 담고 있다. ‘박근혜, 부드러운 힘으로 세상의 변화를 꿈꾸다’(스코프 펴냄)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의 얘기라며 ‘동화로 풀어낸 정치인 이야기’를 표방한다. 인간 박근혜는 조용하지만 용기 있는 인물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이야기가 또 다른 교훈을 준다고 강조한다. 목차에는 ‘아버지에게 정치수업을 받다’, ‘어려운 사람들을 돌봐야겠어요’, ‘최고의 여성 대표가 되다’, ‘괴한의 공격으로 다시 강해지다’ 등 정치적 색채가 강한 표현이 즐비하다. 문 후보의 ‘내가 커서 뭐가 될지 아무도 모르잖아’(가교출판 펴냄)는 지난해 베스트셀러였던 ‘문재인의 운명’을 어린이판으로 개작한 것이다. 책은 문 후보의 삶을 통해 우리의 아픈 현대사를 되짚어 볼 수 있다면서 역사적 사건들을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선 후보 관련 책들의 판매는 미미한 수준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올해 관련 책의 판매 부수는 모두 4200여부에 그쳤다.”고 전했다. 출판업계의 시선도 곱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교육적 효과를 어느 정도 감안하더라도 특정 정치인과 노선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줄기세포가 너희를 불멸케 하리라 ‘과학괴담’

    줄기세포가 너희를 불멸케 하리라 ‘과학괴담’

    한 번은 비극, 한 번은 희극이라더니 희극도 또 한 번 반복되면 웃기기는커녕 짜증스럽다. 한국에서 황우석 사태가 벌어지더니 일본에서도 줄기세포 사기극이 벌어졌다. 장밋빛 미래를 그려 보이는, 그래서 거액의 연구지원금을 받아 내는 도전적 과학 분야는 많다. 그런데 줄기세포 분야에서만 왜 그런 사기극이 벌어지고, 어렵다는 이유로 과학 기사를 내팽개치던 언론들조차 왜 줄기세포 얘기는 그토록 줄기차게 다룰까. 아마도 질병과 죽음의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겠다는 약속, 그리고 비정상적 인간을 정상적 인간으로 탈바꿈시켜 주겠다는 약속 때문일 게다. 그 배후에는 아마도 남의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 울어 줄 수 있다는 고결한 휴머니즘도 있을 게다. 그런데 장애와 질병, 노화와 죽음 같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사태를 ‘비정상’으로 규정한 뒤 과학의 힘으로 정상화시키겠다는 플랜, 그러니까 일종의 ‘불사판매주식회사’를 만들겠다는 이 계획이 진정한 휴머니즘인가. 그래서 ‘불멸화위원회’(존 그레이 지음, 김승진 옮김, 이후 펴냄) 서문에 나오는 이 구절을 읽으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랜 통념에 따르면 과학은 미신을 거부하는 데서 시작됐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과학적 탐구는 합리론에 대한 거부에서 시작됐다. 고대와 중세의 사상가들은 ‘기본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관찰과 실험을 우선시하고 거기서 나온 결과는 설사 그것이 이상하게 보일지라도 받아들이면서 근대 과학이 시작됐다.” TV 프로그램에 빗대자면 근대란 ‘스펀지’ 같은 것이다. “와~아~ 진짜?”라는 되물음에 “TV에서 실험하는 걸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깐.”이라고 대꾸하도록 하는 이 프로그램은 시각을 최우선에 놓는 경험론적 근대 과학의 세계관을 드러낸다. 그럴 법하면서도 아닐 것도 같은 얘기들을 다루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가 “옛날 옛적에 누가 누가 그랬다던데.”라는 식으로 속닥이는 청각적 기법을 쓴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더 확실히 대비될 것이다. 아마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입장에서 ‘스펀지’는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주는 우수한 프로그램이고,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괴담이나 퍼뜨리는 해괴망측한 프로그램이겠지만, 두 프로그램 사이에 본질적 차이는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정상적 삶의 영원불멸성을 떠들어 대는 휴머니즘 과학이란 실은 괴담이라는 뜻이다. 이런 비유 섞인 잡설을 길게 늘어놓는 이유는 저자의 서술이 혼란스럽게 비춰질 수 있어서다. 어렵다기보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맥락이 아니라서다. 1장은 빅토리아시대 영국의 ‘심령연구회’ 얘기를 다룬다. 이들은 죽은 이가 내세에서 현세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믿었고, 이 교차통신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한다. 웅대한 계획도 세운다. 내세에 간 이가 보다 완벽한 인간형에 대한 정보를 현세로 보내 주면 현세에서 보다 완벽한 아이를 낳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게 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그런데 이 연구회의 중심 멤버들을 보면 더 기가 막힌다. 당대의 내로라하는 정치인, 지식인, 문학가들과 그의 부인, 친척들이 망라돼 있다. 그들의 사연은 직접 확인해 보길. 정신분석학을 만든 프로이트와 융의 일화도 등장한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나 버지니아 울프 같은 인물에 관심 있었다면 그들이 속한 ‘블룸스베리 그룹’을 기억할 것이다. 정신병, 동성애, 신비주의로 얼룩진 이 그룹에 대한 평가는 대개 ‘세기말적 퇴폐’ 정도다. 위대한 사람들이 꼭 완벽하지만은 않다는 뉘앙스로 곁가지처럼 다루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저자의 서술은 이 블룸스베리 그룹의 뿌리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2장은 훨씬 쉽다. 러시아혁명 초기 건신(建神)주의자들 얘기인데, 이 역시 과학적 사회주의임을 강조하는 소련의 공식 역사에서는 지워진 부분이다. 그러나 반공 교육을 충실하게 받은 우리에겐 비교적 익숙한 레닌과 스탈린의 잔혹한 행위들이 상세히 나와 있다. 그 배경에 공식 역사에서는 지워진 건신주의가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가 1·2장에 영국과 러시아 사례를 써 둔 것은 귀족적 우파, 혁명적 좌파 모두 “인간을 변형시켜 사실상 새로운 종을 창조”해 이들에게 영원불멸함을 선사하려는 휴머니즘 과학에서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밝혀 두기 위함이다. “과학은 여전히 마술의 통로다. 지식을 통해 더 강력해진 인간의 의지로는 못할 일이 없다는 믿음의 통로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과학과 마술을 혼동하는 것은 고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언제나 허망하다. 우연과 필멸은 인간을 배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종교처럼 과학도 초월하려는 노력”일 뿐이고 그 노력은 이 세계가 이해 불가의 영역에 있다는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끝난다. 저자가 보기에 “신앙이 그랬듯이 이성도 결국 복종할 것이요, 과학의 최종 종착지는 불합리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1·2장을 통해 좌우익의 미래 기획을 일별한 저자가 결론을 제시하는 3장의 제목은 ‘달콤한 필멸’이다. “불멸을 추구하는 자들은 혼돈에서 탈출할 길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그들 자체가 혼돈의 일부다. 불멸은 빈 스크린에 흐릿한 영혼이 투사된 것일 뿐이다. 그것보다는 낙엽이 떨어지는 쪽에 더 많은 행복이 있다.” 불멸의 욕망을 위해 주문생산된 복제인간 얘기를 다룬 영화 ‘아일랜드’ 마지막에는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의 섹스신이 나온다. 잘생기고 예쁜 남녀배우 한 번 벗겨 주는 관객 서비스용이 아니다. 침과 정액 같은 분비물이 오가는 직접적인 사랑 행위를 위생적인 이유로 금지하는 것이 소위 말하는 과학적 세계라면, 찰나의 쾌락이라도 온전히 누리는 것, 그러니까 필멸을 달콤하게 받아들이는 게 인간이다. 마침내 갖가지 생명들이 저물어 가기 시작하는 요즘 산책길에 한 번 참고해볼 법하다. 1만 65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점자안내·음성유도… 배려의 서울시 신청사

    점자안내·음성유도… 배려의 서울시 신청사

    최근 개청식을 가진 서울시 신청사가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로 주목받고 있다. 19일 저녁 8시 케이블채널 서울신문STV에서 방영되는 ‘TV쏙 서울신문’은 서울시 신청사 구석구석에 설치된 다양한 장애인 편의시설을 돌아봤다. 설계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예비인증 최우수등급을 받은 공공건물답게 1층 입구에는 시각장애인들이 신청사 구조를 알 수 있도록 ‘반구형 점자안내판’이 설치됐다. 출입문은 중증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터치식으로 만들었다. 화장실 입구 벽면에는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 점자표지판과 안내판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설치됐다. 또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6개의 음성 유도기도 갖춰져 있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심의위원인 하반신 장애인 우창윤 건축가는 “화장실 입구에 안내표시판이 설치돼 있고, 시각장애인용 안내표시판도 잘 갖춰져 있어 장애인들이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8층 다목적 홀에는 휠체어 전용 좌석과 활동보조인이 같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마련됐고, 9층 하늘공원으로 가는 계단에는 저시력장애인들을 위한 미끄럼방지 테이프가 부착됐다. 하지만 기둥이 많아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하고, 주 출입문이 회전문으로 돼 있어 휠체어 장애인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등 지적도 적지 않다. 각종 범죄 예방에 디자인을 접목한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주택가도 소개한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서울 한서초등학교에서 설명회를 갖고 범죄 심리학자·경찰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와 함께 디자인을 통한 본격적인 범죄예방 활동에 들어갔다. 경찰청이 지정한 161개 서민보호치안강화구역 중 대책마련이 시급한 염리동을 ‘범죄 예방 디자인 프로젝트’ 시범 사업지로 선정했다. 골목길 이름을 옛 마포나루의 소금창고를 연상하게 하는 ‘소금길’로 정하고 주변 경관을 아름답게 꾸몄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자율 방범도 운영한다. 또한 서울 도서관으로 다시 태어난 서울시청 옛 건물도 카메라에 담았다. 1926년에 준공된 이 건물은 서울시 신청사와 함께 4년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오는 26일 개관할 예정이다. 지상 4층, 지하 3층에 연면적 1만 8711㎡로 20만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3층에 마련된 서울 기록문화관에는 서울의 행정 기록문서 원문과 서울시의 각종 기록이 보관돼 있다. ‘VISIT SEOUL’에서는 궁궐이 아니면서도 궁이라는 이름이 붙은 운현궁을 찾아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본다. 성민수PD globalsms@seoul.co.kr
  • [대선후보 정부조직 개편안] 朴·文·安, 일자리·복지에 방점…누가 돼도 ‘큰 정부’로 간다

    [대선후보 정부조직 개편안] 朴·文·安, 일자리·복지에 방점…누가 돼도 ‘큰 정부’로 간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현재까지 유력 후보 3명의 공약 내용을 보면 ‘차기 권력’의 정부 조직 개편 흐름은 ‘큰 정부’ 방향으로 가는 듯하다. 각 후보는 차기 정부의 정책 목표를 일자리 창출과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 정치 쇄신에 방점을 두고 이에 맞는 정부 조직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우선 이명박 정부의 ‘대(大)부처주의’가 정책 추진에 큰 시너지 효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옛 부처의 복원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가 통폐합되면서 ‘미래 먹거리’와 정보기술(IT)에 대한 컨트롤 타워가 없어졌다는 세간의 비판도 반영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미래창조과학부’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미래기획부’는 고용 창출과 미래 관련 의제를 다루는 부서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의 조직 체계는 이명박 정부의 ‘15부 2처 17청’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18일 “후보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강조하다 보니 차기 정권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고용 창출과 정부 조직을 연계시키고 있어 이명박 정부와 달리 큰 정부가 탄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옥동석 새누리당 정부개혁추진단장은 “현 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에 따른 여러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정부 조직의 변화를 가장 많이 얘기하고 있다. 문 후보는 과학기술부를 비롯한 옛 부처의 부활을 사실상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으며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시킬 계획이다. 국민권익위원회로 통폐합된 국가청렴위원회를 복원하고 그 산하에 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한다. 또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국가분권균형위원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 질서를 감독할 사회적 경제위원회 설치도 약속했다.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대통령실에 ‘국가전략산업지원관실’을 마련하고 대검중앙수사부는 검찰 개혁 차원에서 폐지시킬 계획이다. 박 후보 측은 인사 편중을 막고 소수자를 배려하기 위해 ‘기회균등위원회’ 신설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다만 박 후보 측은 여당 후보로서 정부 조직 개편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창조산업추진단장인 민병주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관련, “지금은 기본 개념만 논의한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안 후보는 대통령 직속 재벌개혁위원회와 교육개혁위원회, 중앙인사위원회,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공약으로 확정했다. 중소기업청도 확대 개편해 창업과 사회적 기업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된 지금의 금융감독시스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 후보가 또 경제민주화와 정치 개혁에 무게를 두면서 총리실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직 확대 개편도 예상된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공공의 벗, 공익근무요원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공공의 벗, 공익근무요원

    대통령 선거가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언론은 연일 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중계하고 있다. 대통령을 선택하는 잣대인 이른바 ‘검증 보도’가 쏟아져 나온다. 역대 선거 때마다 판세를 좌우하는 키워드가 있었다. 바로 ‘병역’이다. 과거 대선 정국에서 유력한 한 후보는 아들의 병역 의혹으로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그만큼 병역은 국민적 관심이 높고 민감한 사안이다. 당시 현역은 ‘어둠의 자식’, 방위는 ‘장군의 아들’, 면제는 ‘신의 아들’이란 유행어가 생겼다. 병역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적인 정서를 반영한 말이다. 이 땅의 모든 젊은이들은 현역 또는 보충역으로 법이 정한 병역의 의무를 마쳐야 한다. 한때 보충역의 대표 격이던 ‘방위병’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신의 아들보다 ‘한 끗발’ 떨어지지만 복무 기간이 짧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공익근무요원’제도로 바뀌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복무 기간과 업무 강도가 현역병에 결코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병무청의 곽유석 사무관은 공익근무요원제도를 “신체검사 4급 판정을 받고 국가기관이나 공공단체, 복지시설 등 에서 병역을 이행하도록 하는 대체복무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익근무요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다. 병역 기피자라는 오해를 받거나 근무 태만이 만연한 집단으로 비치기도 한다. 최근 일부 연예인과 특권층의 공익근무 병역 비리 의혹은 성실하게 의무를 다하고 있는 공익요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서울메트로 3호선 오금역 종점에서 취객을 깨우던 정성룡(21)씨는 “현역 복무를 마친 남자들이 반말과 욕설을 예사로 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현역에 비해 낮을 것이란 생각에 처음부터 무시하는 것 같다.”며 “사회에 나가면 공익으로 복무한 사실을 숨기고 싶다.”고 말했다. 사회적 편견보다 스스로 느끼는 열등의식에 따른 고민이 더 컸다. 그러나 이들을 관리하는 지방병무청의 복무 지도 인력은 전체 77명뿐이다. 1인당 100여개 이상의 복무기관과 700여명의 공익근무요원을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복무지도관의 증원이 필요한 이유다. 복지 현장 일선에서 공익들이 하는 일은 상상 외로 어렵다. 외로운 노인들의 말벗이 되거나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돼 주는 일이다. 서울 송파구 청암노인요양원. 입소 노인의 목욕을 시켜주던 2년차 공익 이성민(22)씨는 “현역병에 뒤지지 않는 값지고 힘든 경험을 하고 싶어 지원했다.”며 밝게 웃는다. 현역에 비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운 ‘사회적 약자’이지만 스스로 나눔을 실천하며 보람을 찾고 있는 공익들도 있었다. ‘재능 기부’를 하는 공익들이다. 청주시 청북지역아동센터에서 복무하고 있는 박도현(22)씨는 초중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그는 박봉을 쪼개 매달 아동센터 후원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박씨는 “더 많은 분야에서 공익요원들이 봉사활동을 한다면 사회의 시선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병무청은 지난 6월 공익근무요원의 명칭을 ‘사회복무요원’으로 바꾸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공익근무요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목적이다. 군대가 아닌 사회에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다는 이름 같아서 반갑다. 실제로 사회복무제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현실을 반영한 병역 제도 개선 방안이다. 공익근무요원은 공정하고 투명한 입대 과정을 통해 선발된 ‘공공의 벗’들이다.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우리의 자식들이며 이웃이고 국가적으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소중한 인적 자원이다. 이들이 공정하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글 사진 jongwon@seoul.co.kr
  • 주일미군, 日여성 또 성폭행… 열도 ‘발칵’

    주일미군, 日여성 또 성폭행… 열도 ‘발칵’

    주일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오키나와에서 미 해군 병사 2명이 20대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오키나와현 경찰은 지난 16일 새벽 귀가 중이던 여성을 차례로 성폭행한 혐의(집단강간치상혐의)로 오키나와 주둔 미 해군 병사 2명을 긴급 체포했다. 이들은 술에 취해 귀가하던 여성을 습격해 성폭행했으며, 여성의 목을 조른 흔적도 드러났다. 일본 정부와 오키나와현은 미국에 강력하게 항의하며 철저한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17일 기자단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나카이마 히로카즈 오키나와현 지사는 이날 주일 미 대사관을 방문해 존 루스 대사에게 “오키나와 현민은 미군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며 항의했다. 루스 대사는 “미국 정부가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수사에 전면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1995년 이후 일본에서 발생한 미군의 여성 성폭행 또는 강도, 살인 등 강력 사건은 11건이며 이 가운데 이번 사건을 포함해 6건이 오키나와에서 일어났다. 1995년 미 해병대원 3명이 12세 소녀를 집단 성폭행해 일본 사회를 경악하게 했다. 미군이 범인의 신병 인도를 거부해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대규모 반미 시위가 잇따랐다. 양국 관계가 악화되자 당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일본 국민들에게 직접 사죄했다. 미·일 양국 간에 미군 재편 문제가 거론되면서 오키나와 주둔 미군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하는 계기가 됐다. 미·일 양국은 1996년 주일 미군이 저지른 ‘살인 및 강간 등 흉악 범죄’에 대해 일본 쪽의 요청이 있으면 미군이 기소 전 신병 인도에 호의적으로 배려하기로 합의했다. 2003년에는 오키나와현 긴초에서 미 해병대 병사가 한 음식점에 있던 여성을 바깥으로 끌고 가 주먹으로 얼굴을 때린 뒤 성폭행했다. 2006년엔 오키나와현 나하지법이 가데나 기지 소속 미군에 대해 성폭행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이 병사는 1998년과 2004년 민가에 침입해 자고 있던 여성들을 성폭행했다. 잇따른 미군의 성폭행 사건으로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 이전 요구가 본격화된 셈이다. 특히 올해는 사고가 빈발하는 신형 수직이착륙기인 오스프리의 오키나와 배치 강행으로 현지 여론이 악화된 상황이어서 오키나와 주민의 분노를 가라앉히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주민들은 “하늘에는 오스프리가 날고, 땅에는 걸어 다니는 흉기(미군 병사)가 있다.”면서 “오키나와 주민은 어디로 걸어 다녀야 하느냐.”며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5m 벽면서가·책 20만권… 열림·배려의 ‘사랑방’

    5m 벽면서가·책 20만권… 열림·배려의 ‘사랑방’

    “옛 서울시청사가 오는 26일 서울의 대표도서관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16일 오후 2시. 개관을 앞두고 언론에 공개된 서울도서관은 막바지 도서 정리 작업으로 분주했다. 안내를 맡은 이용훈 대표도서관건립추진반장은 “서울도서관은 서울광장은 물론 신청사와 함께 시민이 즐겨 찾고 사랑하는 독서문화·휴식공간으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20만권의 장서를 소장한 서울도서관은 전체 면적이 1만 8711㎡에 달한다. 지상 1∼4층, 지하 3∼4층에는 책을 대출할 수 있는 일반자료실, 장애인자료실, 서울자료실, 세계자료실, 디지털자료실, 기회전시실, 정기간행물실과 지하 보존서고를 갖추고 있다. 열람석 규모는 390석이다. 먼저 서울광장과 접해 있는 1층 정문에 들어서면 일반자료실 1과 장애인자료실, 기획전시실이 자리 잡고 있다. 일반자료실 1에는 최근 발행된 철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분야의 도서 2만여권이 비치돼 있다. 어린이 도서 6200여권, 정기간행물 170여종도 만날 수 있다. 장애인자료실에는 점자도서, 촉각도서 등 1110종의 자료와 함께 독서확대기, 점자 키보드 등의 보조기기가 마련돼 있다. 신청사와 연결된 2층에 올라서자 일반자료실 2와 디지털자료실, 북카페 ‘책사이’가 있다. 일반자료실 2에는 예술·언어·문화·역사분야 도서 2만 1000여권이 비치돼 있다. 1층 일반자료실 1과 내부 계단을 통해 오고 갈 수 있다. 무엇보다 1층부터 2층까지 이어지는 계단에는 5m 높이의 ‘벽면서가’가 배치돼 눈길을 끌었다. 3층 서울자료실에 가면 서울의 행정 및 정책에 관한 3만여권의 희귀 자료 등 일반 자료부터 전문자료까지 구할 수 있다. 4층에 있는 세계자료실에는 세계 각국의 주한 외국대사관과 문화원에서 기증받은 자료와 외국어 자료 등이 갖춰져 있다. 이 추진반장은 “도서관은 휴관일(매주 월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평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면서 “도서관 2층에서 회원증을 발급받으면 일반 자료는 1인당 최대 3권까지 14일 동안 빌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전국 공공도서관 최초로 ‘서울 도서관’이라는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26일 공개한다. 서울 도서관 홈페이지(lib.soeul.or.kr)도 개관과 함께 개설한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새의자] 강웅원 양천구의회의장

    [새의자] 강웅원 양천구의회의장

    “주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의회가 되겠습니다.” 제6대 후반기 서울 양천구의회를 맡은 강웅원(52) 의장은 “소외된 주민이 없도록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역 발전과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재선 의원인 강 의장은 무엇보다 주민들에게 구의회의 활동을 알리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 7월 강 의장이 취임한 이래 지역 상공회의소 관계자와 통장협의회, 녹색어머니회 등 주민 500명 이상이 구의회를 찾았다. 앞으로 지역 내 초·중·고교생들이 의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의정체험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구의회는 집행부와 함께 지역 발전을 위한 한 축으로 지역의 살림을 꾸려 가고 있지만 많은 주민들이 구의회 역할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면서 “임기 내에 4000~5000명의 주민들이 의회를 방문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현장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 의장은 발로 뛰는 의정을 중시한다. 지난 7월 뱀이 출몰해 논란이 됐던 신월6동을 방문해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법을 토론했다. 지난달에는 지역 상공회의소 상공인들과 청년 고용창출과 창업 등 지역 경제활성화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그는 “구의원은 각 당의 당원이기에 앞서 주민을 위해 먼저 존재하는 것”이라면서 “발로 뛰며 지역의 현안들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균형발전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강 의장은 “목동 중심축과 신월동 지역의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김포공항이 인접해 있어 항공기 소음과 고도제한으로 고통받고 있는 지역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장기적으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구 청사를 낙후된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의장은 재건축·재개발 문제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에서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곳은 재정적 뒷받침을 통해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강 의장은 “구의회는 50만명의 주민과 집행부의 중간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면서 “주민들에게 봉사하고, 구의원 개개인이 충실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뒷바침하는 서비스맨이 되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안착하는 지방인재 채용목표제

    안착하는 지방인재 채용목표제

    지방대학 출신들도 공직에 적극 진출할 수 있는 지방인재 채용목표제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16일 “올해 5급 공무원 공채 2차시험 합격자 313명 중 지방인재 채용목표제에 따라 일반행정에서 6명, 재경직에서 2명 등 8명의 지방인재가 추가로 합격했다.”면서 “2차 시험에는 총 2086명이 응시해 8.1대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다음달 16~17일 면접시험을 거쳐 259명의 최종 합격자를 가려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날 오후 사이버 국가고시센터(http://gosi.kr)에 합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지방인재 채용목표제는 균형인사지침에 따라 2007년 5급 공무원 공채시험에서 처음 실시됐다. 합격자의 20%까지 지방소재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는 제도다. 무조건 합격자의 20%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합격점수선에서 -1점 이내 범위에서만 가능하다. 첫해인 2007년에는 2명(2차 합격 기준)이 나오는 데 그쳤고, 2008년 4명, 2009년 3명 등 합격자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6명, 올해에는 8명까지 늘어났다. 새로운 제도로 인해 지방대학 출신 수혜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까지 5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지만, 청년 일자리 대책 차원에서 적용 기간을 5년 더 연장했다. 그나마 최종 합격자를 보면 지난 5년 동안 5명이 면접에서 탈락했다. 면접심사위원들이 어떻게 안배하느냐에 따라 지역 출신을 배려하겠다는 제도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수도 있음을 뜻한다. 올해 역시 몇 명이 최종 합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면 서울지역 대학 출신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볼멘소리 또한 여전하다. 행안부에서는 인천, 경기권 대학까지도 지방소재 대학으로 분류하고 있어 서울지역 대학 출신들이 받는 소외감은 크다. 특히 지난해부터 국회가 사무처 8급 공무원을 선발하면서 비수도권 대학 출신들을 최대 30%까지 선발하는 내용의 지방인재 채용목표제를 도입하면서 수험생들의 불만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추가 합격자 수가 그리 많지 않은 데다 점수 차이도 별로 크지 않긴 하지만 제도를 도입한 초기에 실효성을 강화하려다 보니 ‘서울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나왔고, 추가 합격의 범위가 그리 넓지 않으니 ‘지방 배려 취지 무색’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곤혹스러워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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