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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번째 쪼개고 합치고… 이번이 마지막이길”

    “4번째 쪼개고 합치고… 이번이 마지막이길”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되자 여기저기서 승자와 패자를 가르더군요. 제가 속한 수산청이야 만년 패자지요. 해양수산부 소속일 때도 조직의 30%밖에 되지 않는 소수였으니까요. 하지만 새 정부도 그렇고, 국회도 그렇고,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조직을) 떼고 붙일 때마다 이게 최선이냐고들 따지는데 그 과정에서 잃는 것들은 왜 따지지 않습니까. 공무원들은 새로운 모범답안이 나올 때마다 거기에 적응해야 합니다. 부처가 쪼개지면 동료들과 헤어져야 하고 청사가 옮겨가면 가족들과도 생이별해야 합니다. 이사할 때마다 알게 모르게 분실하는 자료들과 (전임자들의) 노하우도 상당합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게 쌓여 (관료 사회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겁니다. 그런데 정작 이런 부분은 누구 한 사람 진지하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네요.” 1980년대 후반 농림수산부 수산청 7급 공무원으로 공직사회에 발을 디딘 A 사무관은 22일 긴 말을 쏟아내고는 “이번이 정부 조직 개편 마지막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느덧 50줄에 접어든 그는 1996년 해양수산부로 ‘적’(籍)이 바뀌었다가 2008년 다시 농림수산식품부로 배지를 바꿔달았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해수부로 다시 돌아갈 처지다. 짐도 여러 번 쌌다. 첫 근무는 서울역 앞 대우빌딩(수산청)에서 했지만 5년 만인 1996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진솔빌딩(해수부)으로 이사했다. 해수부 청사가 자주 옮겨다닌 탓에 2000년에는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으로, 2004년에는 종로구 계동 현대그룹 사옥으로 들어갔다. 2008년 해수부가 사라지면서 과천정부청사로 옮겼지만 4년 만에 또 짐을 싸 지난해 12월 세종청사로 내려갔다. “이사라면 신물이 난다”는 A 사무관은 “그래도 선배들보다는 낫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옛 수산청 출신들은 1966년 개청 이후 11번 둥지를 옮겨 다녔다. 그 중 9번은 ‘셋방살이’였다. A 사무관은 세종청사 인근인 대전 반석동에 원룸을 얻어 혼자 살고 있다. 아예 집을 옮겨 가족과 함께 살고 싶었지만 아버지 때문에 이미 두 번이나 전학을 경험한 중학교 3학년생 아들이 “절대 못 간다”고 반발하는 바람에 포기해야 했다. 그는 “공무원이니까 나라에서 결정한 일은 웬만하면 기꺼이 따르고 싶지만 가족이나 동료와의 이별을 아무렇지 않게 강요하는 국가를 보면 때로 서운하기도 하고 때론 화가 치밀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요즘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스스로를 유랑객이라고 부릅니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오전 10시까지는 멍하기 일쑤예요. 그러고는 오후 5시가 되면 (서울) 갈 준비를 합니다.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공무원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설득하는 것, 그런 게 바로 선진행정 아닙니까.”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WBC 국가대표 기살리기…KBO, 역대 최대 지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선수 기 살리기에 나섰다. KBO는 22일 제3회 WBC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들에게 역대 최고의 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로 스타들이 국가를 대표해 나서는 만큼 자부심을 느끼도록 훈련 지원은 물론 숙소·복장 등까지 세심하게 배려하겠다는 뜻이다. 우선 KBO는 다음 달 12일부터 2주일 동안 타이완 자이현 도류구장에서의 전지훈련에 선수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기로 했다. 2009년 2회 대회 당시 전훈지로 사용한 미국 하와이 센트럴오아후 볼파크에 선수 휴식 시설이 없었다는 불만을 접수한 KBO는 인천 문학구장과 비슷한 천연 잔디와 최신시설을 갖춘 도류구장을 잡았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의 요청을 받아들여 도류구장 야외에서 투수들이 어깨를 풀 수 있도록 불펜 2개도 새로 지었다. 선수 숙소에는 무선 인터넷이 잘 터지도록 호텔과 협의해 미리 와이파이망을 새로 깔았다. 여기에 트레이너를 5명으로 늘렸다. 지난 1·2회 대회 때 트레이너를 3명씩 데리고 갔으나 선수들의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에 부족했다는 지적을 들은 데 따른 것이다. 박동일(상무), 김현규(삼성), 오세훈(LG), 이상섭(전 넥센) 트레이너가 선수들의 체력을 관리하고 LG 투수 출신으로 은퇴 뒤 재활전문 트레이닝 센터를 연 차명주가 가세한다. KBO는 선수들이 후원업체인 나이키사가 제작한 야구용품 말고도 자신이 원하는 방망이와 글러브를 쓸 수 있도록 각자의 주문도 받아 놓은 상태. 뿐만 아니라 선수들 품격을 높이기 위해 제일모직이 만든 최고급 정장도 마련했다. 앞선 대회 때와는 달리 양말과 구두, 벨트 등 ‘세트’로 맞춰 몇백만원이 된다. 지난해 말 골든글러브 시상식과 최근 대표팀 출정식 때 선수들의 정장 제작을 마친 KBO는 대표팀이 전지훈련을 떠날 때 나눠줄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하루 한 끼 이상 한식을 준비하는 등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뚱뚱하면 교통사고시 사망확률 더 높아진다”

    뚱뚱한 사람들에게 불행한 소식이 하나 더 전해졌다. 뚱뚱한 사람이 보통의 체중을 가진 사람보다 교통사고시 사망 확률이 최고 80%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뚱뚱한 여성의 경우 더 사망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미국 UC버클리 대학 토마스 라이스 연구팀은 지난 1996년에서 2008년 사이에 일어난 미국 내 교통사고 4만 1,283건을 조사해 체중과 사망의 연관 관계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일반 승용차, 트럭, 미니밴 등 비슷한 차량의 총 6,806명 사고 운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체질량지수(이하 BMI·키와 몸무게를 이용하여 지방의 양을 추정하는 비만 측정법)를 바탕으로 사고 사례를 분석했다. BMI 지수에 따르면 18.5~24.9는 정상, 25.0~29.9는 과체중, 30.0이상은 비만이다. 조사결과 BMI 지수가 30~34.9면 사망확률이 21%, 35-39.9면 51%, 40이상의 초고도 비만이면 무려 80%로 건강한 체중의 사람과 비교해 사망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뚱뚱하면 뚱뚱할 수록 교통사고시 사망확률도 높아지는 셈. 특히 여성의 경우 BMI 지수가 35-39.9면 정상 체중의 여성과 비교해 2배나 사망 확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논문 저자인 라이스 박사는 “비만인이 충돌 사고시 죽는 확률이 높은 것은 뱃살이 안전벨트가 단단히 고정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튕겨나가 사망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자동차들의 안전 장치가 정상 체중인 사람들에게는 적절히 작동하지만 뚱뚱한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 면서 “아직까지 비만인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관련 학회지(the Emergency Medicine Journal) 최신호에 게재됐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김무성 특사 “韓·中 새로운 신뢰 구축”

    김무성 특사 “韓·中 새로운 신뢰 구축”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중국 특사 단장인 김무성 전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21일 중국 정부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협력을 구했다. 이날 베이징에 도착한 특사단은 양제츠(楊潔?) 외교부장(장관급)을 면담했으며 이 자리에서 북핵을 용납할 수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화를 통한 북한과의 신뢰 회복이 관계 개선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새 정부 대북 정책의 큰 틀을 설명했다. 특사단 일원인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은 “특사단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면서 신뢰를 통해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열겠다고 (중국에) 얘기했다”면서 “동시에 국민 감정을 배려한 ‘어떤 절차’를 통해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도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어떤 절차’와 관련해 “천안함 폭침 사건 등에 대한 북의 사과를 전제로 대화한다는 게 현 정부의 태도라면 당선인의 입장은 우선 대화를 하고 거기서 해결 방법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양 부장은 박 당선인이 남북 대화의 길이 열려 있다고 언급한 것을 높게 평가했으며 중국은 북한의 핵 능력 제고 및 로켓 발사 실험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점과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통해 한반도 긴장 완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양 부장은 박 당선인의 취임식에 자국의 ‘지도자급 인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도자급 인사는 당 중앙 정치국위원 혹은 국무위원급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특사단은 23일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를 만나 박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한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내가 모은 동전으로 아픈 친구 도울래요

    내가 모은 동전으로 아픈 친구 도울래요

    어린이집 원아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돈이 아픈 친구들을 돕는 데 쓰여진다. 서울 강서구는 22일 오후 4시 30분 구청 지하상황실에서 지역 국공립어린이집과 민간어린이집 185곳의 원아 6000여명이 모은 6000여개의 사랑의 저금통을 전달 받는다고 21일 밝혔다. 이 저금통은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어린이집 원아들이 모은 동전으로 어린이집 원장과 원아, 학부모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봉된다. 또 행사에서는 ‘나눔 사랑’ 발레, 위기탈출 무용 공연과 어려운 친구들에게 전하는 희망메시지 등 부대 행사도 열린다. 저금통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구에 지정 기탁된다. 구는 어린이집 원장들과 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와 저소득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성금을 전달할 계획이다. 노현송 구청장은 “지난해에도 사랑의 저금통 모으기 사업을 통해 조성된 2600만원을 소아당뇨 판정을 받은 아이들과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전달했다”면서 “어린이들에게 저축하는 습관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길러 주는 뜻깊은 행사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공직 파워우먼] (22) 여성가족부

    [공직 파워우먼] (22)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는 여성이 전체 인력의 60%를 차지하기 때문에 장관부터 실장, 국장까지 골고루 여성 인력이 자리 잡고 있다. 여성 과장도 10명이 넘지만 다른 중앙부처에 비해 행정고시 출신은 적은 편이다. 고시 출신이 많지 않다는 점에 대해 “인재가 없다. 네트워크가 약하다”는 단점이 지적되기도 하지만, 2001년 여성부가 출범할 때 자원했던 공무원들은 상대적으로 승진이 타 부처보다 빨랐다.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아 세종시로 이전하지 않는다는 장점까지 더해져 어느 부처보다 주목받는 곳이 바로 여가부다. 내년부터 청계천 셋방살이를 벗어나 정부서울청사로 이전한다. 지난해 배치된 수습사무관 2명은 모두 남성으로, 여성 정책에 관심이 많다며 여가부를 지원하기도 했다. 여성부에 남성 사무관 2명이 지원해 배치된 것은 처음이라 그만큼 여가부의 위상이 확대됐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졌다. 박현숙 청소년정책과장은 여가부 과장 가운데 맏언니다. 적극적인 추진력과 빈틈없는 업무처리 능력을 겸비했다. 1975년 9급 공채로 경기도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군포시 여성회관장 등을 지냈다.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취업 지원기관인 여성새로일하기센터가 정부 업무평가에서 1등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다. 행정고시 38회로 공직에 입문한 최성지 여성정책과장은 부드럽고 겸손한 성품과 배려심으로 조직 화합의 기둥이 되고 있다. 보훈처, 노동부에서 근무하다 2002년부터 여성부에서 일하고 있다. 2004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영유아 보육 업무를 넘겨받았을 때 실질적으로 업무 이관을 총괄했다. 이어 2년 동안 보육시설 안전관리 강화, 평가인증제 도입 등을 통해 어린이집의 질을 대폭 올려놓았다. 인정숙 행정관리담당관은 보육 업무가 복지부와 여성부를 오가면서 개인도 이동이 잦았다. 행시 42회로 공직에 입문하여 보훈처에서 처음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2004년 여성부로 전입했지만, 2008년 보육업무가 4년 만에 다시 복지부로 넘어가면서 복지부로 갔다가 2010년 여가부로 복귀했다. 한부모 가정 지원업무의 기반을 닦았다. 강선혜 다문화가족정책과장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옛 한국여성개발원)에서 일하다 4급 특채로 공직에 입문, 영문학인 전공을 살려 국제협력 분야에서 오래 근무했다. 공직 생활 12년 가운데 9년을 국제협력 분야에서 일하며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를 활성화했다. 2010년에는 성폭력 방지법을 처벌법과 보호법으로 분리, 입법화를 추진했으며 현재는 다문화가족정책과장으로 건전한 국제결혼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이은희 경력단절여성지원과장은 제주 출신으로 제주도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서귀포시 관광지 관리사업소장 등을 지냈다. 이 과장이 맡은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설치 확대가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만큼 앞으로 활약이 기대된다. 김가로 장관 비서관은 중앙 부처 과장 최연소 기록에 도전할 만큼 젊지만, 신중하고 빠른 일 처리로 ‘여가부의 에이스’로 불린다. 지방고시 8회로 공직에 입문에 경남도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며 2006년부터 여가부에서 일했다. 여성인력개발종합계획,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촉진법 수립에 참여해 여성인력개발 업무의 기틀을 닦았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가족친화시설, 창원시·경남도에 가장 많다

    전국에서 아동·노인 돌봄 시설을 비롯한 가족친화시설이 가장 많이 설치된 곳은 경남 창원시와 경남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목적 공원, 도서관, 키즈카페 등 가족단위 편의를 배려한 시설을 가리킨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5~12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230곳을 대상으로 가족친화 사회환경 조성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조사 결과 2011년 12월 기준으로 경남 창원시에는 총 1만 709곳의 가족친화시설이 있었고, 경남도에는 시·군·구당 평균 1221.8곳이 설치됐다. 지역주민 인구 대비 시설은 전남 곡성군과 전북도가 가장 많았다. 시설별로 시·군·구당 평균을 냈을 때 아동시설은 231곳, 청소년시설 3.2곳, 노인시설 307곳, 장애인시설 11곳, 문화예술공간을 비롯한 지역주민시설 133곳 등이었다.이와 함께 전국 3170명을 대상으로 거주환경에 대한 만족도(5점 만점)를 조사한 결과 노인생활(3.44점)과 체육·야외활동(3.20점), 자녀양육(3.19점) 환경 만족도는 높은 반면, 여가·문화생활(2.83점), 여성생활(3.06점) 환경 만족도는 다소 낮았다. 만족도는 지역별로 차이를 보여 자녀 양육 환경은 경기 화성시, 노인 생활환경은 경북 상주시, 장애인 생활환경은 대구 남구, 체육·야외활동 환경은 광주 동구가 각각 가장 높게 나타났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朴 조용한 대외행보…조각에 집중?

    대통령 당선인으로서의 ‘박근혜 행보’가 한 달이 됐다. 지금까지 박 당선인은 과거 당선인들과 달리 비교적 조용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 당선인은 그동안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중심으로 이른바 ‘삼성동 정치’를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첫날 현판식과 다음 날 전체회의 등 두 차례만 방문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당선인이 두문불출하면서 조각(組閣)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대선 기간 동안 직접 소통창구 역할을 했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박 당선인을 찾기는 어렵다. 트위터에는 지난해 말 마지막 글이 올라왔고 페이스북에는 신년사를 제외하고 두 차례만 글을 남겼다. 5년 전 이명박 당선인이 매일 새벽부터 인수위에 출근해 업무를 직접 챙겼던 것이나, 10년 전 노무현 당선인이 매주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분과별 토론회를 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18일 “취임식 전까지 이명박 대통령이나 대선에서 패배한 야당과 그 지지자를 배려하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 박 당선인은 대외행보를 통해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중소기업 대통령’을 자처하며 중소기업중앙회를 먼저 찾았다. 대한노인회와 ‘글로벌 취업 창업 대전’ 행사장을 찾아 각각 노령층이나 20대와 소통을 시도하기도 했다. 또 국방과 안보를 강조하려고 특수전교육단을 찾았고 과학과 결합한 창조경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과학기술인 신년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반면 당선인 신분으로 고려대 동문 행사에 참석했던 이 대통령과 달리 올 초 서강대 동문 신년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인수위 운영에서는 주로 실무형을 강조하고 있다. 5년 전 이명박 당선인 때와 비교하면, 인수위 발(發)로 설익은 정책이 흘러나와 사회적 논란을 빚는 일은 줄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인수위원들에게 비밀엄수 등 함구령을 내리면서 소통이라는 측면에서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정치 전문가는 “조용하고 낮은 것을 표방하려는 시도는 좋지만 국민과 소통하는 당선인과 인수위가 돼야 한다”면서 “최우선은 국민의 알권리이며 인사나 복지, 정부조직개편 등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것이 아닌 만큼 국민의 알권리가 먼저”라고 지적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산림은 누구나 혜택받는 ‘즐거운 복지’ 건강·일자리 등 국민통합에 기여할 것

    산림은 누구나 혜택받는 ‘즐거운 복지’ 건강·일자리 등 국민통합에 기여할 것

    “산림복지는 숲이 사람에게 혜택을 되돌려주는 ‘즐거운 복지’입니다. 누구나, 언제든 숲에 와서 편안하게 즐기면 됩니다.” 이돈구 산림청장은 15일 산림복지를 ‘사람을 위한 숲’이라고 소개했다. 숲에서 교육과 문화·휴양·치유 등을 영위하면서 삶의 마지막 단계에 흙으로 돌아가는 한국형 산림복지 모델이다. 풍부하고 잘 가꿔진 인프라를 활용하기에 공공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고, 후손에 물려줄 자산인 숲이 주는 혜택을 공유하면서, 보존할 수 있는 방법도 포함된다. 서울대 산림학부 교수로 30여년간 재직한 임학자로서 연구와 경험을 통해 체득한 철학이 녹아들어 있다. 숲의 다재다능함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패키지화하고, 산림의 무궁무진한 미래영역을 개척해 국민 건강 증진과 일자리 창출, 국민 대통합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이 청장은 “산림을 활용한 힐링과 치유, 산림교육 등은 선진국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역동적인 국민성을 보여주듯 확산 속도가 빠르고, 형태도 독창적”이라고 말했다. 자연휴양림의 기능 다양화를 예로 들었다. 숲 속에 조성해놓고 전기를 사용하는 등 편의성을 강화한 ‘어색한 조합’을 지적했다. 난방은 펠릿으로 공급, 차별화함으로써 목제품 활용을 촉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의 참여 및 수요자의 접근성을 고려한 생활권 산림복지 제공을 강조한다. 그는 2015년 개장을 목표로 조성 중인 국립 백두대간치유단지에 관심이 높다. 국내에서 처음 산림자원과 자연환경을 활용한 시설로 중독치유센터·산림치유수련원·치유산약초원 등 산림치유시설과 산림치유체험마을, 국립산림테라피연구센터 등이 들어선다. 산림복지단지의 미래 방향과 민간의 참여를 타진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간주하고 있다. 거점별로 치유단지를 조성할 계획인 산림청은 기업이나 개인의 투자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산림복지가 정부 부처·지역·세대 간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은 경계했다. 수목장 도입을 놓고 ‘유림’의 반대가 치열했고, 산림시설 유치를 둘러싼 갈등도 경험했다. 그는 “양반이 많은 곳에는 하인도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산림복지는 국민, 특히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의 유연성과 국민의 관심 및 참여가 산림복지를 정착시키는 데 필요한 ‘자양분’이란 점을 강조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열린세상] 약한 권력, 강한 국가/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약한 권력, 강한 국가/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곧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 민주적 격전을 뒤로 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구성되어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많은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 대통합, 경제 민주화, 민생정치를 통해 ‘국민 행복의 시대’를 열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새 정부의 공약을 곰곰이 따져보면 지난 여러 정부들과는 다른 차원의 방향성을 지닌다. 외양의 충족보다는 내실화에 방점이 주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압축적 ‘따라잡기’로 근대적 문명 표준인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했다. 이명박 정부도 국가 선진화를 내걸었다. 우리는 그동안 ‘단선적 추월전략‘에만 몰두했다. 후진국에서 중진국을 거쳐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단계적 비약전략을 구사해 ‘모범 국가’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성공적 외양에도 우리 내부의 모습은 결코 온전하지가 않다. 정치적 분열, 이념 갈등, 사회·경제적 양극화, 청년실업과 고령화, 성장 잠재력 저하 등으로 내파(內波)의 위기감까지 팽배해 있다. 우리 국민은 박근혜 정부가 대한민국을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라 단단하고 알찬 호두 같은 나라’를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영국의 국제정치학자 부잔은 ‘강한 국가론’을 주장했다. 부잔은 지구상에 수많은 주권국가들이 존재하지만 국민적 합의에 의해 이념과 제도가 유기적으로 결속된 ‘강한 국가’와, 힘에 의해 합의가 강제되거나 국민이 분열되고 제도적 활력이 낮은 ‘약한 국가’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우리는 성공한 국가지만 ‘강한 국가’는 되지 못했다.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은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안착시켰다. 수평적 권력교체까지 경험함으로써 민주적 공고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역·이념·세대의 분열과 대치가 구조화되었다. 민주화 이후 한국의 대통령들은 배제·제압·불통의 리더십으로 ‘강한 권력’만 추구하였을 뿐, 소통과 포용을 위한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설득의 정치’를 통해 대한민국이 민주적 다원성을 유지하면서 국민적 대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민주·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물론 국민 개개인도 향민(鄕民)이나 계급적 전사(戰士)가 아니라 포용적 공민(公民)으로 거듭나 하나가 된 대한민국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불균형 발전 전략, 개방적 무역국가와 적극적 세계화에 치중했다. 이를 통해 비약적인 발전도 이루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의 양극화와 갈등의 심화로 우리 공동체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화를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 대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 민주화와 복지가 최우선 의제로 등장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 민주화와 복지 증진은 단순한 정책과 제도의 개편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대기업과 승자는 배려와 책임감을 발휘하고, 서민과 약자는 희망을 잃지 않는 ‘의식’의 조화가 메아리쳐야 한다. 이를 위해 새 대통령은 희망의 제공자, 화해의 중재자인 동시에 치유의 전도사가 되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한민국의 경제는 방향성과 활력을 잃고 있다. 환란 이후 정보기술(IT) 혁명으로 정보화 경제를 이룩했지만 저고용·저성장 경제, 편중 성장의 문제에 봉착했다. 한국 경제는 ‘따라하기’를 통한 ‘따라잡기’ 수준을 넘었지만 스스로 창신(創新)하지 못하고 위기에 직면했다. 우리는 더 이상 성장과 분배, 무역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일면적 선택을 둘러싼 ‘이념경제’의 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래의 먹거리 확보, 지속가능한 성장, 고용친화적 산업의 발양을 위해 우리 모두의 에너지가 유기적으로 결집되어야 한다. 새 대통령은 ‘창조경제’ 전략을 수립·실행하여 ‘제2의 산업화’ 붐을 일으켜야 한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에서 제시한 공약들을 입체화·전략화시킴으로써 대한민국을 모래알처럼 흩어진 ‘약한 국가’가 아니라 포도송이처럼 알알이 영글어 잘 결속된 ‘강한 국가’로 변신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국민의 대통합과 조화로운 사회, 창조경제는 ‘강한 대한민국’ 만들기의 전략적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송석구 사회통합위원장, 사회갈등 완화 방안 제언하다

    송석구 사회통합위원장, 사회갈등 완화 방안 제언하다

    “날로 심화되는 양극화, 계층 갈등 완화가 박근혜 정부가 해결해야 할 발등의 불이다.” 송석구(72)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사통위) 위원장은 14일 “계층·이념·지역·세대 갈등 등이 뒤얽혀 사회 갈등을 한층 복잡하게 하고 있지만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할 부분은 계층 및 세대 갈등”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8일 임기를 마치는 송 위원장에게서 우리 사회의 갈등 현안과 차기 정부의 과제를 들어봤다. 송 위원장은 동국대와 가천의대 총장을 지냈고, 2010년 12월부터 사통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통위가 발족된 지 3년이 지났다. 성과를 든다면. -사회 통합은 오랜 시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추진해야 하는 숙원 사업이다. 사통위가 여태 한 작업은 준비 단계였다. 국민이 사회 통합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 것은 성과다. 사회 갈등 비용을 줄여야 선진국 진입과 지속 발전이 가능하다는 공감대를 갖게 됐다. 우리는 계층·지역 문제 등 이익 집단 간의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환경 문제 등 가치 갈등도 함께 확산되는 갈등 증폭 시대에 살고 있다. →위원회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다문화가정이나 북한 이탈주민 지원을 위한 행정 체계가 부처별로 나뉘어 있어 종합 대책 마련이 힘들었다. 부처 이기주의로 통합적인 컨트롤 타워 구축이 쉽지 않았다.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소통 자세의 부족도 어려움이었다. 소통을 위해 대화 기회를 제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소통 방향은 현장으로 향해야 하고, 소통의 초점은 소외된 사람들에게 맞춰야 한다. 인수위가 기초노령연금 확대, 골목상권·자영업자 보호 등을 통해 약자에 대한 배려 의지를 표명해 기대된다. →사회통합을 위해 박근혜 정부가 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양극화, 계층 갈등 극복을 우선 순위에 놓고 일자리 확대를 위한 실제 조치에 들어가야 한다. 교육제도 개혁·기술교육 확산을 통해 패자부활전을 가능케 하고, 직업훈련체제 강화로 평생교육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빈부 격차가 심화되면서 빈곤층은 꿈과 희망을 잃고 하루하루 어렵게 살고 있다. 노력하면 더 나은 상태로 갈 수 있는 사다리도 찾아볼 수 없다.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가 사회통합의 핵심이다. ‘동서’ 균형, 뒤틀어진 산업화 유산 극복, 재벌과 중소기업 간 소통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재벌들은 절제의 미덕을 보여야 하고 ‘국민의 것을 맡고 있다’는 의식 전환을 해야 한다. 기성세대가 젊은이에게 져 줘야 세대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고,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을 이기려 해선 안 된다. 사회통합을 위해 팔 걷어붙이는 대통령을 기대한다. →용산 사태,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상생과 ‘윈·윈’에서 해법을 찾자. 법리로만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겠나. 용산 문제에서도 경찰이 사망하는 등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지만 현상을 넘어선 동기 제공자가 누구인지 보자. 동기 유발은 공권력에서 나왔다. 절박한 상황에 처한 이들을 막다른 길로 몰진 말아야 한다. 유연성을 베푸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말이다. 그것이 통치다. 통치 행위에 “아 그렇구나” 하는 공감이 이뤄져야 국민이 따른다. 사통위는 현안에는 뛰어들지 않았다. 자문기구로서, 현안을 맡은 정부와의 불협화음을 우려해서다. 이런 고민 속에 재개발 제도 개선을 위한 ‘도시재정비 촉진 특별법’ 개정안도 사통위 노력으로 마련됐다. 지난해 시행된 이 개정안은 재개발 사업의 공공성·투명성을 강화하고 상가 영업의 적정 보상을 주요 내용으로 했다. →다문화 및 탈북가정의 증가에 따른 갈등 해법도 제시했는데. -결혼 이민자 20만명 등 국내 거주 외국인이 145만명을, 결혼이민자 자녀도 10만명을 넘었다. 북한 이탈주민도 2만 5000명이나 된다. 이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계층으로 고착될 때 사회 갈등과 불안정이 커지게 된다. 프랑스 인종 폭동을 예로 들 수 있다. 선제적인 통합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국제결혼 표준 약관’ 시행과 졸업 후 기능사 자격증도 함께 얻을 수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대안 학교인 ‘다솜학교’가 지난해 3월 서울과 충북 제천에서 문을 연 것도 이에 대한 대책의 하나다. →위원장으로서의 보람과 성과를 든다면. -16개 시·도에 지역 협의회를 구성해 각 지역 및 지방·중앙 간 소통의 틀을 만든 것이나,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해 전국 29개 도시에서 진행된 334차례의 지역 간담회와 2만여명이 참가한 소통 아카데미, 노인과 젊은이들이 역할을 바꿔 함께 참여한 ‘청춘 다방’과 ‘생활의 달인 교실’ 프로젝트들은 계속돼야 할 소통의 촉매제다. 대학시간강사 제도 개선, 근로 빈곤층에 대한 고용보험료·연금보험료 지원 사업, 사회통합지수 개발 등도 진작 이뤄져야 할 일들이었다. 공익법인 재산 출연 시 상속·증여세를 비과세로 하고 개인 기부 비과세 대상을 30%로 올린 것 등도 나눔 확대를 위해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할 사안이다. 논의가 확산된 국가공론위원회 제도는 새 정부에서 꼭 실현돼야 한다고 본다. 새 정부에서 사회통합 작업이 한 단계 더 구체화되고 더 많은 발굴을 위해 보다 많은 관심을 기대하고 주문한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자연인 퇴계’의 인성에 담긴 여성적 리더십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유학자 퇴계 이황의 삶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였을까. 대개 유학자의 삶에서 여성은 보통 조용한 배경이거나 일탈의 표상일 때가 많다. 하지만 퇴계는 달랐다. 자신과 만난 여인들을 통해 ‘섬김의 리더십’, ‘겸손과 배려’ 등을 스스로 익혔다. 따라서 퇴계의 삶을 제대로 살펴보려면 반드시 ‘여성’이라는 단어를 건너가야 한다. 그 다리 너머에 퇴계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어머니, 부인과 며느리, 손자며느리로 이어지는 여인들은 가부장적인 남존여비 사회에서 퇴계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신간 ‘퇴계처럼-조선 최고의 리더십을 만난다’(김병일 지음/글항아리 펴냄)는 지금까지 퇴계 관련 책과는 달리 위와 같은 내용을 토대로 흥미롭게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퇴계와 여성의 만남을 통해 유학자 퇴계가 아닌 자연인으로서 퇴계의 인성에 담긴 여성적 리더십을 섬세하게 찾아내는 것이다. 또한 퇴계가 아랫사람, 특히 여인들에게 어떻게 섬김과 낮춤을 보였는지 등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 퇴계의 아버지 이식은 진사시에 합격하고 이듬해 나이 40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퇴계는 태어난 지 7개월을 막 넘긴 갓난아이였고 어머니 춘천 박씨는 33세였다. 그래서 퇴계는 어머니의 가르침 속에 자랐다. 춘천 박씨는 “아이들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아야만 한다고 말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결국 퇴계는 유학을 존중하는 조선의 선비로서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자랐다. 퇴계가 어머니한테 배운 것은 남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의 삶을 직접 겪으면서 깨달은 현장의 가르침이었다. 실제로 춘천 박씨는 농사와 양잠으로 식솔을 거두는 일만으로도 고된 삶을 살았다. 그러면서 퇴계에게는 늘 편모슬하의 자식으로서 남에게 손가락질받을 짓을 하면 안 된다며 매우 엄하게 가르쳤다. 그동안 퇴계의 유년시절을 얘기할 때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빈자리’가 주로 부각됐다면 이 책은 그런 과정에서 ‘어머니의 큰 자리’, 다시 말해 모성이 확장되는 모습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퇴계의 삶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컸다는 것이다. 여성을 통해 대유학자의 삶을 되돌아보려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퇴계가 죽는 순간까지 보여 준 타인을 향한 겸양과 섬김의 자세, 그리고 귀천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아낀 평등사상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한국국학진흥원이 올해 새롭게 기획한 ‘오래된 만남에서 배운다’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발간됐다. 1만 3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저중력 시트·동급 최고 연비… 계기판엔 결빙도로 경고까지

    저중력 시트·동급 최고 연비… 계기판엔 결빙도로 경고까지

    닛산의 신형 알티마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고 있다. 추락한 자존심 회복을 위한 비장의 카드로 선보인 뉴알티마가 매달 200여대씩 팔리면서 닛산이 살아나고 있다. 5세대 뉴알티마를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선보인 것이나 업그레이드된 성능에도 가격을 3000만원대 초반으로 잡은 것은 한국닛산이 이 모델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의미이다. 뉴알티마는 외관 디자인부터 달랐다. 차체가 이전보다 커져 가족용 세단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였고, 스포츠카 ‘370Z’의 부메랑 모양 헤드램프를 장착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운전석에 앉자 ‘저중력 시트’가 온몸을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다. 골반에서 가슴까지 나선형으로 몸을 지지해 피로를 줄일 수 있는 ‘중립적인 자세’를 만들어 준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 이해가 된다. 2.5ℓ 휘발유 엔진과 차세대 익스트로닉 무단변속기(CVT)를 탑재해 최고 출력 180마력, 최대 토크 24.5㎏·m의 성능을 발휘하는 알티마 2.5는 복합연비 기준으로 12.8㎞/ℓ로 동급 최고를 자랑한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자 시원하고 부드럽게 나아간다. 출력과 토크가 향상돼 이전 모델보다 더 좋아진 가속력을 느낄 수 있었다. 또 CVT 특유의 답답한 가속력도 완전히는 아니지만 많이 개선됐다. 직선로에서 깊게 가속페달을 밟자 속도계의 바늘이 160~180㎞까지는 가뿐히 올라갔다. 또 채 녹지 않아 미끄러운 눈길을 여러 곳 지나는 동안 계기판 중앙의 화면에는 ‘결빙 도로 주의’ 표시가 뜬다. 운전자를 위한 배려이다. 시속 120㎞ 이상으로 달려도 소음과 진동이 거슬리지 않았다. 더욱 넉넉해진 크기와 날렵한 디자인, 뛰어난 주행성능과 연비 등 패밀리 세단으로서는 무난했다. 하지만 헤드램프를 제외하면 5세대 알티마만의 독특함이 없다는 것과 가격을 낮췄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쏘나타보다 500만~1000만원 비싼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책꽂이]

    호감의 법칙(문준연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경영학을 공부한 저자가 대인관계에서 어떻게 호감을 얻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각종 심리학 이론과 소비자행동 이론에 빗대서 설명하고 있다. 대인관계 밀당의 기술을 9가지로 정리해 뒀는데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상대에 대한 배려의 태도가 그 밑바탕에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1만 3000원. 인생학교(알랭 드 보통 등 지음, 정미나 등 옮김, 쌤앤파커스 펴냄) ‘여행의 기술’ 등 부드러운 글쓰기로 많은 여성팬을 거느리고 있는 보통이 자신의 친구들과 2008년 진행한 ‘인생학교’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섹스-섹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보는 법’, ‘일-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 ‘세상-작은 실천으로 세상을 바꾸는 법’, ‘시간-디지털 시대에 살아남는 법’, ‘돈-돈에 관해 덜 걱정하는 법’, ‘정신-온전한 정신으로 사는 법’ 등 6권으로 정리했다. 각권 1만 2000원. 아하 서양사 1·2(박경옥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초등학교 고학년생 이상부터 대학생과 일반인들에 이르기까지, 서양사 초심자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쓰인 서양서 개설서다. EBS에서 서양사 관련 글을 쓰다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의 필요성을 느껴 만들게 됐다. 그래서 문체, 구성 모두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각권 1만 6000원.
  • [금융CEO 2013을 말하다] (4) 이순우 우리은행장

    [금융CEO 2013을 말하다] (4) 이순우 우리은행장

    “은행에 대한 평가는 수익보다는 은행 본연의 업무를 얼마나 잘했는지로 해야 합니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만난 이순우(63) 우리은행장은 올해 경영목표 중 수익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선을 그었다. “기업 금융에 강한 우리은행만의 노하우를 살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데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명의’가 되겠다”는 것이 이 행장의 올해 목표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이달 말부터 8조 2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새 정부 출범 후 확대될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해 2조원, 사업장 임대보증금을 담보로 한 1조원,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 점포를 위한 1000억원 등의 대출이 눈에 띈다. 재원 마련과 맞춤형 지원을 위해 이 행장은 더 바쁜 일과를 보낼 전망이다. 그는 지난해 114개 중소기업을 방문, 4859억원의 대출과 외환 6억 7900만 달러(7182억원)를 지원했다. 우량 기업에는 “우리은행을 이용하면 중소기업을 더 많이 도와줄 수 있다”며 각종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그는 매일 10여개의 행사를 소화한다. 조직 구성에서도 기업 지원을 강화했다. 2011년 취임 이후 중소기업을 전담하는 직원 수를 826명에서 884명으로 60명 정도 늘렸다. 경기 안산 반월공단, 인천 남동공단 등 기업고객이 많은 곳에 5개 금융센터를 세웠다. 올해에는 이를 55개까지 늘리고, 중소기업전략부를 중소기업지원부로 바꾸며 소상인지원팀도 신설한다. 취임 이후 기업 지원을 강화한 것도 뿌듯하지만 특성화고 고졸 신입 직원 채용도 그에게는 큰 보람이다. 우리은행은 2011년 85명을 채용한 뒤 2012년에는 금융권 최대 규모인 200명을 채용했다. 이 행장은 “고졸 직원을 채용해 보니 그 집안 자체를 변화시켰다. 신입 직원들이 기뻐서 일에 미치더라”며 채용 확대 배경을 설명했다. 이 행장은 이들이 은행에 안착할 수 있도록 은행 내를 뒤져 한 사람씩 인생의 멘토를 붙여 줬다. 정식 발령을 받는 사령장 수여식에 멘토도 참석해 자신과 신입 행원, 멘토 3명씩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 행장은 “지난해 11월 말에는 사진을 200번 웃으면서 찍어야 해 근육 연습도 미리 했다”며 뿌듯해했다. 이런 세세한 배려는 ‘메모’에서 나온다. 이 행장의 스마트폰에는 500개가 넘는 메모가 빼곡히 담겨 있다. 외국 출장을 가면 눈에 띄는 은행 광고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화면을 직접 찍어 온다. ‘노력이 기회를 만나면 운이 된다’에서부터 ‘육회의 영어 이름은 식스 타임스(six times)’ 등 메모의 ‘범주’가 다양하다. 이 행장은 1977년 당시 상업은행에 입사해 영업, 인사·홍보, 기업금융, 개인금융 등 거의 모든 은행 업무를 섭렵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쉽지 않은 행장이기도 하다. 이 행장은 “나는 직원들이 마음에서 우러나 일을 할 수 있도록 요인을 제공할 뿐”이라고 말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日 아베, 교과서까지 우경화

    日 아베, 교과서까지 우경화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우경화 작업이 점입가경이다. 이번엔 우익 교과서를 양산할 태세다. 지난해 12월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내세운 교과서 검정제도 개선 등의 교육 관련 공약을 추진할 교육재생실행회의에 우익 인사를 대거 포진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총리 직속 기구로 설치되는 교육재생실행회의는 교과서 검정 기준 가운데 이웃 국가들을 배려한 ‘근린제국 조항’에 손을 대는 것은 물론 교육위원회(교육청) 개혁, ‘6-3-3-4 학제’ 개혁 등 교육 문제 전반을 다루게 된다. 11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정권은 최근 교육재생실행회의 위원 15명을 모두 내정했다. 이 중에는 일본교육재생기구 이사장인 야기 히데쓰구(왼쪽) 다카사키경제대 교수와 소노 아야코(오른쪽) 전 일본재단 회장 등 우익 성향의 보수 논객들이 포함됐다. 특히 야기 교수는 아베 총리의 ‘개헌·교육 문제 브레인’으로 꼽히는 인사여서 앞으로 교육재생실행회의를 사실상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기 교수는 개헌에 찬성하고, 일본 왕실의 여성 왕족 창설에 반대하는 보수 성향의 법학자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회장도 맡았던 인물이다. 후소샤(현 지유샤) 계열 교과서를 만드는 새역모 주류파와 주도권 다툼을 벌이다 일본교육재생기구라는 별도 단체를 설립, 이쿠호샤에서 교과서를 펴냈다. 양쪽 교과서 모두 태평양전쟁을 ‘대동아전쟁’이라고 표현하는 등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미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노 다쓰노부 위원 내정자도 대표적인 우익 성향의 인사로 분류된다. 일본교육재생기구에 우호적인 보수 성향 교직원단체 전일본교직원연맹을 이끌고 있다. 교육재생실행회의에 우익 인사들이 대거 포진함에 따라 우익 교과서가 더욱 판을 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부터 2015년까지 일본 중·고등학교에서 사용되는 우익 교과서의 채택률은 4% 정도다. 이쿠호샤의 역사 교과서는 3.8%(4만 5000권), 공민 교과서는 4.2%(4사 90교0여권)의 채택률을 기록했다. 지유샤는 역사 교과서 0.05%, 공민 교과서 0.02%로 거의 채택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새역모 계열 교과서의 채택률은 10년 전에 비해 100배, 2005년 대비 10배 늘었다. 벌써 목표치인 5%에 육박한 상태다. 아베 정부의 우경화 움직임을 감안하면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베 정부는 가마타 가오루 와세다대 총장을 오는 15일 정식으로 설치되는 교육재생실행회의 위원장으로 내정했으며, 이달 말쯤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교육도 대물림…특혜받은 인생

     돈 많은 부모님. 빌딩. 강남 고가 아파트. 부모 재산 다 알 수가 없다. 바이올린, 클라리넷, 농구, 스키 배우며 친구 관리. 입시 부담 싫어 중 2때 유학. 고 3때 귀국. 면접만 보고 법대. 남동생은 국회의원의 딸과 여동생은 고위 공무원과 결혼. 또 다른 백. 아들 공부 시원찮다. 괜찮다. 유학 보내면 되지 뭐. 내 꿈. 그까짓 꺼 대충 돈이면 다 되는데 뭐….    서울 강남의 B법률사무소 변호사 신영진(40·가명)씨. 돈 많은 부모님 덕분에 쉽고 편하게 인생을 즐기고 있다. 경기 수원시에 여러 동의 빌딩과 서울과 부산 아파트 등 부모님의 재산이 어디어디에 있는지 자식들도 잘 모를 정도다. 신씨는 “어머니가 하라는 대로 했더니 강남의 나름 잘나가는 변호사가 됐다.”라면서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친구들 모두 유학 갔다 와서 변호사 아니면 의사, 교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위 있는 집 자식들은 상당수가 이처럼 부모가 제공한 사교육이나 조기 유학 등을 통해 좋은 직장과 부를 물려받는다. 나아가 그들만의 네트워크로 정보와 인맥을 교환하며 그 위치가 더욱 공고해지는 게 현실이다. 신씨는 동생들과 함께 고향인 수원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살았다. 1983년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강남 생활이 시작됐다고 한다. 폭넓게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부모님의 배려(?)였다. 신씨는 “강남에서 개인 과외와 클라리넷, 바이올린 등 각종 악기와 농구, 스키 등의 스포츠 레슨을 받으면서 이것들이 모두 당연한 듯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동생들과 함께 타이의 외국인 학교로 유학을 갔다. 1987년 당시는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고 인터넷도 없었지만 신씨 부모님은 어디서 들었는지 미국이 아닌 타이를 유학지로 선택했다. 국내 또래들이 느끼던 대학 입시의 부담감도 없이 영어 공부를 하며 해외 감각을 키웠다. 그리고 고3 때 다시 대치동으로 돌아왔다.  다음 해인 1992년 신씨는 명문대 법대, 동생은 공대에 입학했다.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잘 몰랐다. 다른 친구들처럼 몇 년 머리 싸매고 공부하지 않고 간단한 시험과 면접으로만 입학했다. 잘난 부모님의 능력이다. 신씨는 “당시에는 어떻게 입학했는지 어렴풋이 알았지만 법대를 다닐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다.”라고 했다. 법대 생활은 쉽지 않았지만 운동과 음악 등에 능한 김씨는 선후배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특히 마르지 않는 호주머니라는 별명처럼 항상 먼저 밥과 술을 사는 좋은 동료, 멋진 선배로 자리 잡으며 대학 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그는 대학 4학년부터 사법시험 족집게 과외를 받았다. 매일 아침 유명 강사가 신씨 집으로 와서 하루 스케줄과 진도, 숙제 등을 체크하고 오후에는 새로운 출제 경향 분석과 문제를 설명해 줬다.  하지만 사법고시의 벽은 높았다. 아무리 부모님의 전격적인 지원에도 1년 만에 통과는 무리였다.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했다. 군대 가기 전에 사시 패스를 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뜻 때문이다. 그는 선생님에서 매달 얼마를 주는지 정확하게는 모른다. 그냥 1000만원 정도라고만 알고 있다. 신씨는 “사시 준비할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 시간이었다”면서 “부모님이 미국 로스쿨로 가라고 했지만 국내에서 사시 패스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신씨는 족집게 선생님과 본인의 노력(?) 덕분에 남들은 몇 십 년이 걸려도 힘들다는 사시를 2년만 합격했다. 물론 연수원 성적 때문에 어렵기도 했지만, 검사와 판사는 체질에 맞지 않아서 변호사를 선택했다.  강남 뚜쟁이 아줌마의 소개로 국회의원의 딸과, 행정고시에 합격한 고위 공무원과 동생들이 결혼하면서 집안에 또 다른 든든한 ‘백’이 생겼다. 정치권과 고위 공무원 등 어려움이 생기면 상담할 수 있는 혈연을 얻은 것이다. 이렇게 그들은 혈연이라는 끈끈함으로 더 높은 ‘성’을 쌓으며 다른 이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부모님 친구의 로펌에서 3년 근무하고 2004년 서울 강남에 있는 부모님 빌딩에다 근사한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주변에서는 망하는 변호사도 많다고 하는데 신씨는 부모님과 주변 친구들이 몰아주는 일감에 어렵지 않았다. 생활비는 매달 부모님이 아내에게 주시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자신을 닮아서인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공부 재주가 영 시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금세 해결됐다. 주변 지인의 조언을 듣고 아들을 초등학교 6학년 때 미국으로 보냈다. 아내와 두 집 살림을 하는 것이 좀 불편했지만 애들 걱정은 덜었다. 그는 “아들은 대학까지 미국에서 마친 뒤 대학교수를 하거나 로스쿨에 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김병일 사람과 향기] 새해 벽두 훈훈한 삶의 현장 르포

    [김병일 사람과 향기] 새해 벽두 훈훈한 삶의 현장 르포

    올겨울은 유난히도 춥고 눈도 참 많이 내린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경북 안동에 터잡은 도산서원 근처는 위도상으로는 서울보다 아래에 있으나 내륙인 데다 안동호를 끼고 있어 기온이 더 내려가곤 한다. 지난 주말 추위가 한창 맹위를 떨치던 때 새벽운동을 나서며 보았더니 온도계는 섭씨 영하 20도를 오르내렸다. 하지만 겨울이 이처럼 모든 게 얼어붙기만 하는 계절은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희망을 잉태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해 뜰녘 새벽이 가장 깜깜하지만 그 안에 일출을 품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곳 도산에도 그런 새로운 희망을 북돋는 부지런한 발걸음들로 연초부터 분주하다.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선비문화수련원에 입소하여 조상들의 선비정신을 배우려는 수련팀들 때문이다. 벌써 국내 유수 금융기관과 기업체의 간부와 신입직원 몇 개 팀이 며칠 새 다녀갔다. 그런데 수련 성과에 대한 소감을 보면 두 가지 점에 눈길이 간다. 하나는 교육내용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만족감을 주는 요소들이 거창한 말이나 이론이 아니라 작은 실천과 그 실천의 자취가 남아 있는 현장들이라는 사실이다. 도산서원과 퇴계종택 등을 둘러보면서 책에서 만났던 철학자로서의 퇴계가 아니라 자신을 낮추고 남을 배려하는 겸손과 희생을 몸에 달고 살았던 한 선비로서의 퇴계의 인격에 많은 수련생들이 감화된다. 특히 팔순이 넘은 연세에도 하루 수십 수백 명의 방문객을 늘 온화한 미소로 맞이하는 퇴계 종손의 모습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소감이 가장 많다. 나이 어린 방문객들 앞에서도 무릎을 꿇고 앉아 조상 자랑은 한 마디 없이 사람의 도리만을 이야기하며, 또 그런 이치를 담은 글귀를 손수 붓으로 써두었다가 방문객에게 한 장씩 선물하는 노종손의 모습을 마주하면서 평생을 ‘경’(敬)의 자세로 일관했던 퇴계를 다시 떠올린다. 여기서 필자는 두 가지를 깨닫곤 한다. 하나는 당위성만을 앞세운 가르침보다는 일상의 자그마한 실천이 더 강한 감동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퇴계가 오랫동안 조선 최고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던 데에는 상대가 아무리 빈천한 사람이더라도 항상 자신을 낮추는 겸양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가장 큰 설득력은 역시 이론이 아니라 현장에 있다는 점이다. 퇴계가 아무리 겸양과 배려를 실천했더라도 그것이 책 속에만 남아 있다면 감화력은 반감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구현되던 현장이 여전히 남아 있고, 더구나 후손들의 삶 속에서 그것이 현재진행형으로 고스란히 재현되는 모습에서 사람들은 감동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는 행복 바이러스라고 한다. 퇴계의 선비정신이 스며 있는 현장에서 겸양과 배려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수련생들의 결심 역시 작지만 실천력이 강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부모와 형제 등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 대한 태도를 싹 바꾸겠다고 한다. 부모님으로부터 주로 받기만 하던 안부전화도 먼저 매일 하겠다는 것은 기본이고,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만나지 못했던 형제들과 정기적으로 식사를 하며 우애를 다지는 ‘불고기 브러더스’로 거듭나겠다는 재치가 돋보이는 결심과, 돌아가면 동생에게 TV 채널권을 양보하겠다는 ‘비장한’ 선언도 눈에 띈다. 이러한 실천을 일상 속의 소소한 변화라고 낮게 보아서는 안 된다. 예부터 ‘수신제가’를 ‘치국평천하’에 앞서 강조했다. 자신이 맨 먼저 변화하고 가족 등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져야 그 다음 원만한 사회활동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겨울이 유난히 춥듯 우리네 살림살이도 더 팍팍해질 것이라는 진단들이 많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에겐 행복한 삶이 더욱 절실하다. 겸양과 배려의 선비정신을 본받아 올 한 해는 스스로 일상 속의 조그만 것부터 바꾸어 나가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보자.
  • 10일 세종청사 첫 차관회의

    정부세종청사에서 10일 오전 10시 30분 첫 차관회의가 열린다. 차관회의 의장을 맡은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6개 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지난주로 완료됐다. 세종시로 이사가 진행되는 동안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던 차관회의는 목요일에서 금요일 오후 2시로 변경됐다. 세종시로 이사한 차관들이 금요일 서울에서 차관회의를 마치고, 세종시로 내려가지 않고 자택으로 퇴근할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였다. 차관회의에 앞서 각 부처 국무회의 담당자들은 지난 8일 영상 모의회의를 개최했다. 10일 열리는 차관회의는 영상회의가 아니라 서울에서 근무하는 차관들이 세종시로 내려가 청사건설 현장 등을 방문하게 된다. 주 1회 열리는 차관회의는 부처 간 원활한 협조를 통해 국정 운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미 영상회의 시스템이 구축된 만큼 앞으로 차관회의를 비롯한 각종 부처 간 협의를 위한 회의는 영상회의를 이용하게 된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한국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세종시 시대가 가능해진 만큼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부터 영상회의와 같은 스마트워크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영상회의는 인터넷이 아니라 내부 전용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보안에도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국무총리실에 이어 세종청사로 이전한 기획재정부도 국회의 예산안 처리 때문에 서울에서 일해야 했던 예산실 공무원까지 모두 세종시로 갔다. 행안부는 세종시 공무원들의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국회와 서울역에 출장형 스마트워크센터를 마련한다. 서울역에 회의 공간이 있으나 출장이 잦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로 항상 만원이어서 예약하기가 어렵다. 행안부는 서울역에 붙어 있는 코레일 건물에 100평 정도의 스마트워크센터를 구축해 세종시 공무원들이 회의 및 사무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도 200~300평 규모로 스마트워크센터가 마련된다. 제2 의원회관이 완공되면서 기존 의원회관의 비어 있는 공간을 활용할 예정이다. 올해 국회에서 예산안을 심의하는 동안 옛 공정거래위원회 청사에서 비상 대기해야만 했던 기획재정부 예산실 공무원에게 요긴한 공간이 될 전망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공직 파워우먼] (19) 국토해양부

    [공직 파워우먼] (19) 국토해양부

    국토해양부는 건설·교통·해양 업무를 다루는 매머드 부처지만 다른 부처에 비해 여성 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특히 4급 이상 여성 간부는 14명으로 전체 4급 이상 공무원(452명)의 3%에 불과하다. 여성 공무원이 적은 것은 부처 색깔이 딱딱한 데다 기술직이 많아 여성 공무원들이 기피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성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으로 풀어야 할 정책도 많다는 점에서 여성 공무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여성 공무원 중 고위 공무원단에 속한 이는 김진숙 항만정책관과 이화순 기술안전정책관뿐이다. 이 국장은 경기도와의 인사 교류 차원에서 국토부에 진입했기 때문에 국토부 출신 고위 공무원은 김 국장이 유일하다. 김 국장은 국토부는 물론 전 부처 기술직 여성 공무원들의 대모(代母) 역할을 하고 있다. 김 국장 인사에는 늘 ‘최초’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국토부 최초 여성 고시(기술고시 23회) 합격자, 최초 여성 서기관·과장·국장 승진 타이틀을 달고 있다. 전공(인하대 건축학과)을 살려 주로 건설 기술·안전 분야를 다뤘다. 김 국장의 능력은 국토부 직원 모두가 인정한다. 권도엽 장관도 “건설교통 업무와 해양 업무의 유기적 화합을 위해 유능한 공무원을 골라 항만정책관에 앉힌 것”이라고 치켜세울 정도다. 그의 능력은 부임하자마자 발휘됐다. 기획·조정 능력을 발휘해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던 부산 북항 재개발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세대 우먼 파워 주자로는 김효정(행시 44회) 주거복지기획과장과 미국 교육 훈련 중인 김혜정(행시 42회) 서기관, 이정희(행시 44회) 부동산산업과 서기관 등이 꼽힌다. 김 과장은 각 국장이 탐내는 ‘똑순이’ 과장. 주택정책과 사무관 시절 수시로 쏟아진 부동산 투기 대책 브리핑이 끝나고 나면 기자들이 단골로 찾았던 실무자 가운데 한 명이다. 복잡한 각종 대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문답으로 정리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이때 주택업무 전반에 걸쳐 발휘했던 전문성을 인정받아 주거복지기획과장에 올랐다. 김 서기관은 주로 해양수산 업무를 다뤘다. 국외 훈련 직전 부산항만청에서 선원해사안전과장 보직을 맡았다. 국토부에 ‘여풍’(女風)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03년 행시 45회 출신이 들어오면서부터다. 이소영 총리실 세종시지원단 이주지원과장(파견) 등 6명이 그들이다. 김인경 해운정책과 서기관은 46회 선발 주자로 꼽힌다. 국토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신입 사무관의 절반 정도가 여성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 행정도시 이전 확정 이후 세종시 근무를 기피하면서 인기가 사그라졌다. 최근에는 신입 여성 사무관 4~5명이 들어와 전체 신입 사무관의 20% 안팎을 차지한다. 비고시 출신으로는 김옥희 고객만족센터장, 라영순 수도권정책과 서기관, 김월선 정보화통계담당관실 서기관이 있다. 김 과장은 운영지원과와 홍보담당관실을 거쳤다. 세종시에 새로 마련된 고객만족센터를 편안하고 아늑하게 꾸민 주인공이다. 라 서기관은 빈틈없는 업무 처리와 부드러운 대인 관계로 여성 공무원의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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