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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영·김근태 “아직은…”

    정동영·김근태 “아직은…”

    4·30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열린우리당 안팎에서 정동영 통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당 조기 복귀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복귀론은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대항마’가 필요하다는 일반론일뿐 양쪽의 의중이 담긴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 장관의 측근인 정봉주 의원은 “벌써부터 진검승부에 들어갈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지금은 문희상 의장을 중심으로 단결할 때”라고 말했다. 정 장관의 측근도 “정 장관은 복귀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 측근은 “북핵문제와 6자회담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업무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조기복귀론’으로 흔들어대면 안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조기복귀의 명분과 함께 오는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의원 신분이 아닌 정 장관을 배려한 구체적인 선거구까지 거론되고 있어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영종도 570만평 개발 힘겨루기 2R

    영종도 570만평 개발 힘겨루기 2R

    공영개발이 추진중인 인천시 중구 영종지구 570만평에 대해 주민들이 다시 민간개발을 주장하고 나서 파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03년 개발방법을 놓고 한차례 마찰이 있었으나 공영개발 사업시행자인 토지공사가 최근 토지주들로부터 비축토지 매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반발, 개발방식을 둘러싼 힘겨루기‘2라운드’가 전개되고 있다. ●민간개발서 공영개발로 전환 인천시는 2001년 영종도 중산·운서·운남동 570만평에 대해 토지주들이 조합을 구성해 민간개발을 하도록 권유했다. 인천국제공항 개항에 맞춰 주로 원주민들이 거주하는 이 일대를 주거·상업중심지로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공항 배후지역과 신도시 등이 당국 주도로 개발이 추진되는 만큼 원주민 지역마저 공영개발하기에는 재원 등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3개 동 11통 800여가구 주민들이 거주하는 이 지역은 논·밭과 구가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토지주들은 지역별로 16개 조합을 구성하고 개발추진을 위한 용역을 실시하는 등 자체개발에 돌입했다. 하지만 2003년 영종도 전체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시는 돌연 기존 방침을 번복하고 공영개발로 전환했다. 민간개발시 난개발과 주민간의 갈등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고,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기에 전문기관에 의한 체계적 개발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따라서 토지공사와 시 산하인 인천도시개발공사가 9대 1의 지분으로 공영개발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조합을 결성해 인가 직전까지 절차를 밟은 주민들은 당연히 반발했지만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에 묻혀버렸다. 주민들 사이에는 불확실성이 있는 자체개발보다는 공신력있는 공공기관에 의한 개발이 차라리 낫다는 심리도 엿보였다. ●비축토지 매입으로 논란 재개 사그라든 ‘불씨’는 토지공사가 비축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되살아났다. 비축토지 매입이란 토지를 보상을 통해 정식 수용하기에 앞서 사거래 형식으로 우선매입하는 것이다. 국내 첫 사례로 토지확보의 거점을 마련하고 돈줄이 마른 토지주들을 배려한다는 차원이다. 지난달 21일부터 3월말까지 신청을 받은 결과 44건 77개 필지 16만 8000평이 응했다. 자금사정이 좋지 않거나 금리 증가를 우려한 외지인이나 법인이 주로 신청했다는 것이 토공측의 설명이다. 주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비축토지 매입가다. 토공측이 매입가격을 감정가로 적용하려 하자 주민들은 “비축토지를 헐값에 사들인 뒤 나중에 있을 보상의 기준으로 삼으려 한다.”고 의심한다. 오는 5월쯤 나올 감정가는 공시지가(평당 30만∼40만원)에 50% 정도를 더 얹어주는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주민들은 추정한다. 주민들은 내심 평당 150만원 선의 보상을 기대해 왔다.1989년 영종도가 옹진군에서 인천시로 편입된 이후 건축규제를 받아왔고, 당국이 2002년 난개발 방지를 위해 시가화조정구역으로 지정한 이래 토지거래 제한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 정도는 되어야 그동안의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민간 조합에 의해 환지(換地) 방식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운서지구(10만평)의 경우 체비지(토지구획정리사업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환지에서 제외한 땅) 공개입찰에서 주거지가 평당 300만원 선에 팔린 것도 기대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보상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도 대단하다. 박모(48·중산동)씨는 “당초 오는 10월 보상을 실시한다고 해 놓고서 내년 말로 미루더니 이제는 2007년 얘기까지 나온다.”고 불평했다. 이에 따라 토지주들로 구성된 ‘영종지구 570만평 개발주민대책위원회’는 조만간 민간개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인천시 및 관계기관에 보내기로 했다. 주민들은 지난달 21∼25일 토지공사 인천본부를 찾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오는 8월 영종도 금산으로의 이전이 예정된 송도미사일기지에 대한 반대운동도 이와 연계해 다시 부각시킬 방침이다.‘영종발전협의회’ 채기석(50) 회장은 “주민들간에 ‘더이상 속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면서 “전에 조합을 결성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민간개발도 무리없이 진행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요구는 선수치기 토공 및 인천시는 주민들의 민간개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관련법을 토대로 사업시행자까지 정해져 국가사업 차원으로 공영개발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민간개발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토공은 이번에 불거진 주민들의 불만을 일종의 ‘전략적 시위’로 보고 있다. 즉 보상을 앞둔 시점에서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보상협의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 아울러 비축토지 매입가격 논란과 관련, 보상과 비축토지 매입은 평가기준 및 시점이 다름에도 지레 보상가가 낮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은 속단이라는 것이다. 토공 관계자는 “올해 공시지가가 30% 가량 오르는 등 공시지가가 상승 추세에 있고, 정부 차원에서 토지수용가를 시세에 근접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주민들이 불이익을 입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절충점 찾겠다 하지만 토공측은 민원 해소 차원에서 부분적인 환지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즉 전체적인 개발은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하되 일부 토지에 한해 토지구획정리사업에 적용하는 환지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지 방식이란 토지주가 소유한 부지면적에서 체비지와 공공용지(도로·공원 등) 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땅을 토지주에게 돌려주는 제도. 반환율이 대략 50% 수준이나 개발로 인해 토지가치가 크게 높아져 토지주는 이익을 보게 된다. 토지공사 인천본부 관계자는 “환지 방식은 경제자유구역 사업시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의 절충점이지 민간개발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토공측은 ‘환지개발방식 관련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련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도입 여부를 올 연말까지 결정할 계획이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여담여담] 광화문을 걷는다는 것/문소영 정치부 기자

    서울 광화문 근처의 신문사를 14년째 다니고 있는 기자는 최근 광화문 주변의 변화에 유쾌해 하고 있다. 시청 앞 잔디밭이나 스케이트장 또는 청계천 복원사업을 떠올리는 독자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기자의 감동은 이순신 동상 근처의 광화문 4거리의 새로 생긴 건널목에서 비롯된다. 남대문에서 광화문까지 1㎞ 남짓한 직선 거리는 몇개의 신호등이 있는 곳을 제외하곤 오로지 자동차만 쌩쌩 달릴 수 있도록 ‘배려한’ 왕복 16차선의 차도다. 차 때문에 사람들은 수십년 동안 지상이 아닌 지하보도로만 돌아다녀야 했다. 어제 광화문 4거리에서 언제나처럼 지하보도로 향하던 중 문득 16차선으로 자동차가 아닌,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보게 됐다. 파란불이 들어오자 하이힐을 신은 여자는 종종걸음을 치고, 힙합바지를 입은 젊은이는 건들건들 천천히 차도를 건넜다. 할아버지도 임신한 부인들도 그 속에 끼어있었다. 광화문 4거리의 새 건널목은 ‘문화충격’이었다. 별일도 아닌데 유별나게 군다고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건널목에서 나는 인간적인 도시로 변모하는 서울의 미래를 봤다고 감히 자신한다. 5년 전쯤인 2000년, 기자는 자동차가 질주하는 달리는 이 16차선을 무단횡단했다. 당시 86아시안게임을 앞두고 2단 평행봉 연습 중에 목뼈를 다쳐 중중 장애인이 된 전 국가대표 체조선수 김소영씨와 함께 맞은 편으로 건너간 것이다. 기자는 휠체어를 탄 그녀를 지하보도의 계단으로 옮길 수가 없었다.30분이나 발을 동동 구르다가 우리는 ‘목숨을 걸고’ 무단횡단을 감행했다. 놀란 자동차들은 급정거를 하고 빵빵 경적을 울려댔다. 시뻘게진 얼굴로 기자는 ‘서울은 사람을 위한 도시가 아니다.’라고 되뇌었었다. 기자가 서울의 작은 변화를 반기는 것도 그런 기억의 편린과 무관치 않다. 광화문 4거리의 건널목이 시사하는,‘느림의 미학’이 통할 수 있는 서울이 탄생한다는 점에 그래서 주목한다. 문소영 정치부 기자 symun@seoul.co.kr
  • [보건소 탐방/서울 관악구] 고시준비생 ‘건강 부축’

    [보건소 탐방/서울 관악구] 고시준비생 ‘건강 부축’

    서울 관악구 보건소가 특화된 의료서비스로 주민들의 신뢰를 다져 나가고 있다. 고시생들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이들의 건강 증진과 어린 학생들의 바른 자세를 위한 척추 관련 검진·상담 프로그램 등 이색적인 보건 진료를 선보이고 있다. 최연남 보건소장은 “우리 보건소는 하루 1000여명의 주민이 이용하는 ‘필수 공간’이 되고 있다.”며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의료서비스의 만족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 구민도 혜택 지난 2003년부터 매년 한 차례 실시하는 ‘고시촌 무료 이동 검진’이 갈수록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공부에 몰두하다 자칫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고시생들이 1년에 한 번이라도 자신의 건강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도록 배려한 조치다. 지난해에는 200여명이 이 서비스를 받았다. 사실 고시생들의 상당수는 관악구 주민이 아니다. 하지만 관악구는 이들이 지역에 장기간 머물고 있는 동안 각종 질환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것도 공부에 최대한 지장을 주지 않으려 이들이 주로 머물고 있는 지역인 신림9동사무소로 출장을 나가 서비스한다. 고시생들이 시간적 여유가 많다는 5월6일에 검진한다. 검진팀은 총 17명에 이른다. 기초체력 테스트에서 혈액 검사, 건강 상담, 결핵 검진, 금연·성병·피부병 진료 및 상담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김난영 간호사는 “고시생들은 3∼4년 이상 수험생활을 한 경우가 많아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상담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치매관리센터 수준 높아 보건소 4층에 자리잡은 치매관리센터는 지난 2000년 국내 보건소 중 처음 설치되어 치매 선별 순회검진, 치매 예방강좌 등을 맡고 있다. 특히 센터에는 서울대의대에서 파견된 전문의 1명과 간호사 3명이 전담 배치돼 있다. 운영은 사단법인 한국치매협회와 공동으로 하고 있는데, 경로당과 노인회관,6개 종합사회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들이 주대상자다. 현재까지 260명이 등록, 관리되고 있고 199명은 위생용품 공급 등 상시 서비스를 받는다. 환자 가족을 위한 치매 가족 모임 및 가족교실도 운영, 어려움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중학생 척추 검진에도 역점 매년 4∼6월에는 지역내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척추검진을 실시한다. 고려대의대 척추측만증연구소와 공동 진행해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사춘기 전후로 많이 발생,1∼2년 사이에 급속히 진행되는 척추의 이상징후를 조기 발견, 치료토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한 해에 4000명가량을 검진, 소홀해지기 쉬운 청소년기의 올바른 자세 유지에 큰 도움을 준다. 진료 결과는 인터넷으로 공개한다. 이밖에 ▲골다공증 검진 등 건강증진사업 ▲금연사업 ▲영양개선사업 등 각종 의료서비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아동들을 위한 영양개선사업도 주목할 만하다.6월과 11월에는 ‘이유식 시연회’를 개최, 영·유아의 부모와 가족에게 아이의 신체 및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7∼8월에는 ‘취학전 아동 영양교실’을 열어 지역내 167개 어린이집 어린이들의 식생활 습관을 바로잡아 준다. 또 오는 6월에는 ‘영양 인형극’ 공연을 통해 초등학생들에게 올바른 식습관의 중요성을 깨우쳐주고 ‘키짱, 몸짱 건강교실’을 열어 중학교 이상의 청소년들이 예쁜 체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보건소 관계자는 “고시생들을 위한 검진서비스와 상담을 실시하는 보건소는 전국에서 관악구 보건소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책꽂이]

    |경제·실용| ●준비하는 미래는 두렵지 않다(김성회 지음, 더난출판 펴냄)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에겐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다. 일간지 기자 출신인 저자가 발로 뛰어 취재한 대한민국 리더 22명의 생생한 성공 비법.1만원. ●아이안에 숨어 있는 두뇌의 힘을 키워라(이승헌 지음, 한문화 펴냄)뇌호흡 창시자인 이승헌 박사가 들려주는 두뇌개발법. 뇌호흡은 아이들 각자의 두뇌스피드를 존중하는 뇌 기반 교육의 하나로, 집중력 훈련에 따라 뇌의 잠재된 능력을 개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9800원. ●몸의 혁명(김철 지음, 백산서당 펴냄)공해와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들은 각종 병을 달고 산다. 저자는 매일 10분씩 가슴을 펴는 간단한 운동만으로도 몸의 자연치유력이 살아나 병의 90%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1만 5000원. |유아·아동| ●배고픈 달팽이와 너무 먼 채소밭(모지카 오쇼니크 지음, 김영선 옮김, 토마토하우스 펴냄) 배가 고파 상추밭으로 향하는 달팽이가 주인공. 꼼지락꼼지락 움직일 수밖에 없으니 상추밭은 멀기만 하고…. 콜라주 기법의 그림을 감상하며 인내의 가치를 알게 된다.4세 이상.9000원. ●예루살렘으로 간 작은 개미(디안느 바르바라 지음, 곽노경 옮김, 미래M&B 펴냄) 나약하면서도 오만한 인간과 하느님의 위대함을 은유한 프랑스 민담 소재의 그림동화. 잘난 척하며 예루살렘으로 향하던 개미의 여행은 뜻밖에도 스스로를 구원하는 성지순례로 이어진다.4세 이상.8000원. |초등·청소년| ●우리 역사 첫발(전2권)(김수경 지음, 문공사 펴냄) 아직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지 않는 초등생들을 배려한, 동화처럼 쉬운 역사책.1권은 석기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2권은 조선시대부터 오늘날까지의 우리역사를 각각 담았다. 배경그림은 만화처럼 재미있고, 친근한 이야기체의 해설은 귀에 절로 쏙쏙 들어온다. 초등 저학년. 각권 8800원. ●환경보고서 물(김맹수 지음, 해와나무 펴냄) 생명의 근원으로서 물의 특징, 자연생태계의 기본을 이루는 물의 생태, 필수자원으로서의 물의 가치 등이 웅변된 ‘환경 교과서’. 합성세제, 가축의 똥, 농약 등 실생활에 밀접한 이야깃감들이 동원됐다. 땅, 공기 등을 주제로 시리즈 출간 예정. 초등 고학년.9500원. ●사자왕 부루부루(후나자키 요시히코 지음, 이선아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1975년 일본에서 출간돼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 늙어서 힘이 빠진데다 틀니를 했다는 사실까지 들켜버린 사자왕 부루부루는 당초 걱정과는 달리 주변의 이해 속에 오히려 더 행복해지는데…. 인간의 허위의식이 유쾌하게 풍자됐다. 초등 2년까지.7000원.
  • 뚜껑 여는 ‘주주총회’

    뚜껑 여는 ‘주주총회’

    12월 결산법인의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왔다. 그러나 올해는 큰 쟁점이 없는 편이다.SK㈜와 현대엘리베이터 등의 경영권 다툼이 치열했던 지난해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주주 배당금 규모의 확정과 함께 4월 집단소송제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의 경영공개도 활발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별로는 SK㈜의 최고 경영진에 대한 재신임 여부와 삼성전자의 삼성카드에 대한 증자참여 여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넥센타이어 6년째 주총 1호 10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설 연휴 마지막 증시일인 7일까지 주총개최를 공시한 기업은 113개로 집계됐다.12일 가장 먼저 주총을 여는 기업은 넥센타이어로 경영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6년째 ‘1호 주총 개최’의 전통을 이어간다.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34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전년대비 62%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SK㈜ 주총은 오는 3월 말로 예정돼 있다.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2명 가운데 최태원 회장에 대한 재신임을 놓고 2대 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과 또 한차례 표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소버린은 지난해 주총에서 ▲이사임기 1년단축 및 이사 결원사유 신설 ▲이사 동시선임 때 집중투표제 도입 ▲내부거래 감독을 위한 내부거래위원회 설립 등 정관개정안을 회사측에 제안해 놓은 상태다.SK㈜측은 최 회장측 지분(15.62%)을 포함해 채권단, 거래처 등 우호지분 26.8%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버린측 보유 지분은 14.59%에 그치고 있다. 소버린측의 의사가 불분명해 이사 재신임 안건이 주총에 상정되지 않고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증권가에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은 다음달 28일 주요 계열사의 주총을 동시다발적으로 갖는다. 특히 삼성전자가 삼성카드에 대한 증자에 참여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미 “삼성카드 증자에 삼성전자가 참여해선 안 된다.”고 선제공격을 해두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측은 “삼성카드가 점차 경영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시장 변화에 따라 증자가 불가피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도 계열사 주총에서 LG카드 증자참여 여부를 놓고 주주들과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다음달 24일 열리는 LG카드 주총에선 5대의1의 감자방안이 확정 발표될 예정이다. ●경영권 분쟁은 잠잠할 듯 경영권 분쟁을 두고는 비교적 논란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동안 2대 주주(경방)와 최대 주주(아이즈비전) 사이에 공동대표체제의 유지 등을 놓고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우리홈쇼핑은 지난 3일 단일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데 합의하고 오는 24일 주총에서 이를 확정한다. 이날 주총은 주주들의 협력관계 증진과 경영권 안정을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한 LG투자증권과 우리증권도 다음달 10일 통합 주주총회를 갖는다. 양사는 이날 새 이사진을 구성하고 전국 지점수 1위(153개) 증권사의 위상에 걸맞은 신 경영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도 정상영 KCC 회장이 더이상 지분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여서 3월 말 열릴 주총에서 주주간의 마찰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 역시 오는 25일 주총에서 해외기업설명회 등 외국인주주와 소액주주에 대한 배려에 중점을 둘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환차익 등을 주주들과 나누기 위해 1주당(보통주) 250원의 배당금 지급을 예정하고 있다. ●경영진 책임추궁은 불가피 3월말로 예상되는 ㈜한화 주총에서는 최근 검찰의 대한생명 인수로비 수사와 관련, 주주들의 책임추궁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자동차 주총에서는 ‘채용비리’가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코스닥기업인 하나로텔레콤과 다음커뮤니케이션도 각각 두루넷 인수과정에 대한 의혹과 라이코스 인수에 따른 손실 등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주총은 대주주 중심의 경영권다툼보다 소액주주와 외국인을 배려한 증자참여 여부, 배당금 규모 등에 더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박은영의 DVD 레서피] DVD야 황금연휴를 구해줘~

    [박은영의 DVD 레서피] DVD야 황금연휴를 구해줘~

    풍성한 명절 음식 앞에서는 소풍 전날의 설렘마저 느껴진다. 전을 지지는 고소한 콩기름 냄새가 집안 가득 퍼지고, 여러 번 치대서 쫀득한 만두피에 돼지고기와 칼칼한 김치 소를 넣고 꼭꼭 빚어내면 이내 한상 그득 채울 음식들이 마련된다. 여기에 명치까지 시원해지는 얼음 식혜와 말캉한 곶감이 든 계피 수정과까지 갖추면 연휴 준비 끝! 명절 음식만큼 풍성하고 다채로운 DVD 컬렉션까지 준비됐다면 금상첨화다. 이번 연휴는 회사에 따라 길게는 9일 동안이나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장장 9일 간의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우선 인터넷 쇼핑몰에 나와 있는 DVD를 확인한뒤 보고 싶은 DVD 리스트를 작성해 보자. 마음에 드는 타이틀이 있다면 당장 쇼핑몰에 주문해야 한다. 그래야 토요일이나 늦어도 월요일에는 받아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구매하는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가까운 DVD 대여점을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굳이 새로운 타이틀을 사거나 빌리지 않더라도 갖고 있는 DVD를 서플먼트 중심으로 재감상하는 것도 좋다.‘반지의 제왕 확장판 트릴로지’ 박스 세트는 어떤가. 극장판보다 2시간이 늘어난 러닝타임에 24시간이 넘는 부가영상이 수록되었다. 리마스터링과 부가영상을 보강해 출시된 ‘매트릭스 얼티밋 에디션’도 이에 빠지지 않는 타이틀이다. 그냥 묻어두기에는 아까운 영화의 비밀들이 서플먼트에 속속들이 숨어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환상적인 연휴가 곧 시작된다. 시원한 식혜 한 그릇과 리모컨만 있으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자, 이번 연휴 DVD에 한번 빠져∼봅시다! ●터미널 반란군의 혁명으로 인해 국가를 잃고 입국허가를 받지 못한 난민 빅터 나보르스키의 터미널 생활기다. 시종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공짜 비스킷에 공짜 잼을 발라서 연명하는 톰 행크스의 연기는 일품이다. 스필버그 감독의 DVD답게 밝고 투명한 화질과 공항의 공간감을 살린 예민한 사운드 디자인, 유머러스한 스코어가 돋보인다. 무엇보다 스태프들의 애정이 담뿍 담긴 부가영상이 인상적이다. 이번에도 스필버그의 코멘터리를 만날 수는 없지만, 장시간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친절하고 자상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슈렉2 딸이 괴물과 결혼했다고 생각한 ‘겁나 먼 왕국’의 임금님은 슈렉을 처치하고, 프린스 차밍과 피오나 공주를 결혼시킬 계획을 세운다. 새롭게 등장한 킬러 장화 신은 고양이의 그렁그렁한 눈망울은 DVD 화면에서 진가를 발휘한다.D-to-D(Digital to Digital) 방식의 풀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잡티 하나 없는 청명한 화질을 자랑하며, 재치 있는 사운드 디자인과 본편보다 재미있는 부가영상들이 가득한 명불허전의 타이틀이다. 아직도 고양이 킬러를 만나지 못했다면 이번 설 연휴가 기회다. ●스쿨 오브 락 엽기 코미디의 주인공을 도맡았던 잭 블랙이 초등학교의 음악선생으로 변신했다. 잭 블랙의 발군의 기타 실력과 열정적인 보컬은 너무 의외라 충격적이다. 자연광을 이용한 화질은 청량한 느낌을 주며 레드 제플린을 비롯한 주옥같은 록 음악들은 스코어를 배려한 감칠맛 나는 사운드로 감상할 수 있다.“아침에 잠드니까 아침형 인간”이라는 잭 블랙의 하루일과를 담은 ‘MTV 다이어리’는 그의 캐릭터만큼이나 엉뚱하고 코믹한 부가영상이다. 감독, 잭 블랙, 아역 배우들의 3가지 트랙으로 담긴 수다스러운 코멘터리도 인상적이다. ●반지의 제왕 확장판 트릴로지 박스세트 한 마디로,‘반지의 제왕’의 신화는 이 DVD로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2개의 디스크에 웨타 디지털과 피터 잭슨 감독이 함께 만든 특수효과와 제작과정 다큐멘터리가 24시간이 넘는 분량으로 담겼다. 이 부가영상에는 영화로 제작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반지의 제왕’이 현실화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또한, 극장판에서 2시간이 늘어난 감독판 버전의 영화가 수록되어 있다.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파괴적인 사운드와 다채널 스피커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으며, 신화적 상상력이 총집결된 경이로운 영상을 만날 수 있다. ●얼티밋 매트릭스 에디션 ‘반지의 제왕’과 마찬가지로 시리즈 3편을 묶은 트릴로지로 구성되었다. 일반판에서는 볼 수 없었던 5개의 디스크가 추가되어 10개의 디스크로 구성되었으며,35시간의 부가영상이 수록되었다. 워쇼스키 형제의 코멘터리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대신 ‘매트릭스’에 대한 상이한 관점을 지닌 평론가들과 철학자들이 나와서 영화에 대한 흥미진진한 해석을 들려준다. 신화가 된 영화와 더불어 DVD 역시 신화로 남을 정도로 방대한 자료를 담고 있다.1999년에 제작된 1편을 비롯한 시리즈 모두 리마스터링되어 기존에 출시된 일반판보다 훨씬 더 선명한 화질과 강력한 사운드로 감상할 수 있다.
  • [낮은소리] 국가 기록 없어… 유공자 인정 ‘별따기’

    [낮은소리] 국가 기록 없어… 유공자 인정 ‘별따기’

    6·25 당시 참전 인원은 12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70여만명이 부상을 입었다.40여만명은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나머지 30여만명은 입증자료 부족 등으로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 유공자 신청이 연간 2만여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중 65%가량만 인정된다고 한다.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기 위해 수년, 수십년간 매달려온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국가로부터 치료와 함께 보상금을 받고 개인의 명예를 위해서다. 하지만 지금까지 유공자로 인정받은 사람 이외에 추가로 인정받기가 무척 힘들다. 정부도 이들을 최대한 배려한다는 입장이나 일정 조건을 갖춰야 하는 만큼 한계가 있다. “6·25때 경찰에서 지리산 공비토벌 작전을 하다 질병으로 제대한 뒤 숨진 부친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을 길이 없나요.” 충남 천안시에 사는 신모씨는 참전 중 지리산 공비토벌 작전 등을 벌이다 폐결핵에 걸려 제대를 한 뒤 2년 만에 사망한 부친을 국가 유공자로 인정해 달라며 지난해 말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신씨는 “해당 기관에서는 경력 증명서와 재적(在籍)등본, 사망원인을 알 수 있는 의학적인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지만 50년 전의 일이어서 아무런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처럼 젊었을 때 국가의 부름을 받고 조국을 지키다 숨졌거나 부상을 입은 노병(老兵)과 그들의 후손 가운데 관련 서류가 없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당사자들이 입증자료를 대지 못하는 데다 정부에서도 보관 중인 서류가 없어 ‘비해당처분’을 받기 때문이다. 군인 및 경찰로 복무할 때의 기록은 모두 보관돼야 한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관련 서류가 보관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6·25때의 자료 가운데 상당수가 없으며, 이 때문에 인정을 해주고 싶어도 못 해주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본인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인정해 줄 수는 없지 않으냐.”고 답답해했다. 강원도 평창에 사는 박모(75) 할아버지.50년 전 군대에 있을 때 차량 전복 사고로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그도 관련 자료가 없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며 하소연했다. 박 할아버지는 “사고로 군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았는데, 병원에 입원한 기록은 있지만 어디를 치료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전혀 보관돼 있지 않다.”면서 “국가가 기록 관리를 하지 않은 채 서류가 없다고 인정하지 않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고 흥분했다. 그는 “사고 때 등뼈 2개가 손상됐고, 복수가 차오르는 등 중상을 입었는데 당시 국가사정이 어려워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의병제대를 한 뒤 평생을 약에 의존해 생활하다 치료라도 무료로 받고 싶어 신청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전북 고창군에 사는 이모(73) 할아버지의 사정도 마찬가지. 그는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학도병으로 입대한 뒤 2차례나 부상을 입었으나 부상원인을 규명할 관련 서류가 없어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면서 “당시에는 의료시설이 제대로 없었고, 매일 수백명의 환자가 몰렸기 때문에 행정착오가 많은 때였다.”고 상황을 회고했다. 하지만 이 할아버지 역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같은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실의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을 방도가 달리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번 신청을 했다가 인정을 못 받으면 포기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또 민원인의 상당수는 노령자다. 그렇지만 일부는 수차례에 걸쳐 민원을 제기하고 행정소송까지 제기하기도 한다. 더 적극적인 사람들은 소송에서 진 뒤 관련 서류를 찾아내 끝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는 경우도 있긴 하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2년만에 인정받은 김상국씨 “기록관리의 책임은 국가에 있는데, 민원인에게 관련 자료를 찾아오라고 하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2년여의 노력 끝에 국가유공자 인정을 받은 김상국(60·인천시 남구 도화2동)씨는 국가유공자 인정 절차에 분노를 터뜨렸다. 그는 2002년 7월 유공자 인정신청을 낸 이후 두 차례나 기각결정과 행정심판 패소라는 역경을 겪어야 했다.‘3전4기’ 끝에 지난해에야 비로소 국가유공자 인정을 받았다. 김씨는 민원인이 직접 유공자임을 입증할 만한 서류를 찾아다녀야 하는 것 자체가 잘못돼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서류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뿐더러 ‘돈 타 먹으려고 사기친다.’는 ‘모욕’도 수없이 당했다고 억울해했다. 그는 지난 1968년 11월 군에서 작업 중 손가락이 절단돼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다 만기제대했다.2000년 ‘상이등급 7급’이 신설되면서 국가유공자 인정 신청을 냈지만 관련 서류가 없어 인정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후송돼 간 병원에는 자료가 남아 있는데, 언제 자대로 복귀했는지,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등의 자료가 전혀 없었다. 부인 김옥수(60)씨가 나서서 세 차례에 걸쳐 육군본부를 방문하고 이런저런 자료를 직접 찾아 제출했으나 역시 돌아온 것은 ‘인정불가’ 판정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민고충처리위원회를 찾았다. 고충위가 나서서 보충서류를 찾고, 함께 근무하다 사고를 목격했던 선임하사의 진술을 바탕으로 ‘인정권고’를 해준 바람에 결국 2년 만에야 인정을 받았다. 김씨는 “민원이 접수되면 정부가 적극 나서서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정말 독한 마음을 먹지 않으면 관련 서류가 없는 분들은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혀를 찼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정하태 보훈처 사무관 “자료가 없어 국가유공자 인정을 못 받는 억울함도 막아야 하지만,‘가짜’ 유공자 양산을 막는 것도 중요합니다.” 국가보훈처 정하태(심사정책과) 사무관은 국가유공자 인정 실태의 ‘한계’를 인정한다. 민원인이 제기한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가 보관되지 않은 것이 꽤 많기 때문이다. 접수된 민원 가운데 30% 정도는 관련 서류가 없다. 정 사무관은 그래서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도 관련 서류가 없어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류보관에 문제가 있는 만큼 개인이 보관하고 있는 당시 사진이나 엑스선 필름, 의사소견서, 사고를 목격한 동료의 인우보증 등 증거가 될 만한 것은 무엇이든지 제출할 것을 당부한다. 국방부에도 필요한 자료를 찾아달라고 계속 주문한다. 이같은 노력으로 2001년 39.8%,2002년 39.5%에 이르던 행정소송 패소율이 2003년 33%,2004년에는 28.1%까지 떨어졌다. 소송 전에 직접적인 자료가 없더라도 보충적인 자료를 적극 활용해 인정을 해주다 보니 패소율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사무관은 억울한 민원을 줄이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이 서류를 찾아주는 데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간 제출되는 민원은 2만건에 달하지만 관련 서류를 찾는 담당인력은 8명에 불과하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열심히 찾아도 누락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유공자를 위해 쓰는 예산이 연간 2조원에 달한다.”면서 “엄청난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억울한 사람도 없어야 하지만, 가짜 유공자가 진짜로 둔갑해 세금을 축내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기획 심층기사가 돋보인다/천원주 한국언론재단 언론사업팀 차장

    서울신문에 읽을거리가 넘쳐난다. 기사가 전반적으로 대형화 심층화됐다. 기획기사들이 늘었고 다양해졌으며 무엇보다 과감한 전진배치가 눈에 띈다. 새해 들어 연재하기 시작한 송두율칼럼이 지면에 무게감을 싣는다면 김홍신칼럼은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날로 악화되고 있는 신문 경영환경을 지면의 차별화로 뚫고 나가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 가운데서도 ‘클릭 이슈’는 다매체시대의 경쟁상품으로서 가치가 크다. 신문독자들의 눈길이 인터넷으로 옮겨가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 기획이 추구하는 것처럼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이야기의 이면을 추적”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경찰 플라스틱 총탄 사용’(1월11일자)은 논란의 여지가 많았음에도 언론에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은 이슈였다.‘외대 총학 공개-주체사상 문건’(1월18일자)도 보수 매체들이 매카시 바람으로 몰아갔던 사안이었다. 이들 이슈들에 확대경을 들이대고 진실과 경위를 추적한 노력은 평가받을 만하다. 이처럼 한 발 늦더라도 내용이 충실한 쪽이, 속보경쟁에 뛰어들어 부정확한 기사를 남발하거나 수박 겉핥기식 내용에 머무는 것보다는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클릭 이슈’는 증명하고 있다.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는 파격과 규모의 방대함에서 놀랍다.9명의 대형 취재팀 구성, 두 개면 이상을 배려한 집중화,50회로 다뤄질 방대함은 올 한해 서울신문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줄 것 같다. 삼성그룹의 가계를 다룬 1월10일자에는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부터 3세까지의 가계를 정밀하게 탐구해서 소개했다. 그들의 면면을 상세하고 입체적으로 분석한 것은 기자들의 열정과 의지가 없었으면 힘든 작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기획이 재벌들의 겉모습만 소개되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겨 아쉽다. 명문대 출신임을 강조하고 경영자적 자질, 또는 성공 비법 등 긍정적인 면들만 집중 부각되고 있는 점도 지적받을 부분이다. 삼성그룹의 성공 요인을 구조조정본부에서 찾은 1월17일자 ‘막강파워 구조조정본부’도 그렇다. 구조조정본부가 삼성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지대한 기여를 한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재벌체제의 사령탑’으로서 해체압력을 받는 이유도 동시에 거론했으면 기사의 균형과 함께 기획 취지가 더욱 살아났을 것이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연재를 마친 ‘2005 문화코드’ 또한 현대 문화의 흐름과 담론을 읽게 해준 유익한 기획물이었다.1월1일자 ‘팩션’은 팩트와 픽션이 합쳐져서 시너지효과를 만드는 문화계 현상을 소개했는데 꼼꼼한 취재가 무척 인상 깊었다. 환경 문제가 삶의 문제를 넘어 보통사람들의 정치 문화 경제적 코드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1월11일자 ‘녹색진보’ 편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의 과제를 던져주는 의미 있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현상적인 내용 소개에 치중한 나머지 문화현상의 본질을 조명하기에는 완성도에서 다소 미흡했다는 것이다. 신문의 경쟁력 확보 방안에 있어서 기획 심층기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요즘 종합 일간지들이 기획취재팀 또는 탐사보도팀을 속속 신설하는 것도 이런 현상의 반영일 것이다. 별도의 전문팀을 꾸리든 그렇지 않든 간에 중요한 것은 편집국 내에 기획심층취재 문화가 공유되고 확산돼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서울신문의 지면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연초의 기획 바람이 계속 이어져 서울신문의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천원주 한국언론재단 언론사업팀 차장
  • [이젠 사람입국이다] 3.종업원 생애 책임지는 기업

    [이젠 사람입국이다] 3.종업원 생애 책임지는 기업

    |파리 함혜리특파원| ‘세계는 끊임없이 발전한다. 직업도 변화한다. 따라서 나 자신을 무장한다.’불로뉴비양쿠르에 있는 르노그룹 인적자원국 건물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문구다. 사내 직원교육제도를 소개하는 리플렛 표지에도 적혀 있는 이 문구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생산 과잉, 경기 부진까지 겹쳐 있는 것이 오늘날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다. 게다가 수만가지 첨단 기술의 복합체인 자동차를 생산하는 일은 기술의 진보에서 조금이라도 눈을 돌릴 여유를 주지 않는다. 르노그룹은 종업원 개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만이 이같은 환경에서도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판단한다. 사내 재교육제도를 꾸준히 강화시켜 나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르노 신화의 비결은 인적자원 루이 슈웨체르 르노그룹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르노가 지닌 경쟁력의 자산은 르노의 힘이며,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성장의 기본이다. 재교육은 기업에 필수적일 뿐 아니라 종업원 개인의 직업적 성숙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다. 그의 의지는 종업원들의 요구와 맞아 떨어져 1999년 프랑스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직원의 재교육권(DIF)을 인정하는 노사협약으로 결실을 맺었다. 프랑스에서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직원재교육에 관한 법’의 모델이 되기도 한 이 노사협약에 따라 르노그룹의 모든 종업원은 직종, 성별, 연령의 제한없이 자신의 직무 완성도와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받을 권리를 갖는다. 직종·직급에 따라 생산직은 연간 25∼35시간, 관리직은 6일간의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연수적립제를 도입해 주어진 교육시간을 다 사용하지 못하면 다음 해에 이월할 수 있도록 했다. 인적자원개발국 파트리시아 뮐러 재교육담당 국장은 “르노는 직원 개인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사내 재교육제도를 기업발전의 지렛대로 삼고 있다.”면서 한때 적자투성이의 국가적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던 르노가 짧은 시간에 글로벌한 생산체제를 갖춘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도 인적자원을 중시하는 경영전략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전문성 극대화시키는 맞춤식 프로그램 전략기획팀의 미셸 베르제스 부장은 “재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개인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기업의 발전”이라며 “자기 분야에서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각자 필요에 맞게 재교육 프로그램을 짠다.”고 설명했다. 종업원들은 사내 인트라넷에 올라와 있는 트레이닝 가이드를 참조하면서 기술적 숙련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글로벌한 경쟁체제에 맞게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매년 교육 프로그램을 짜기에 앞서 상사와 면담을 갖는다. 회사의 장기 전략과 세부조직의 목표, 종업원 개인의 향후 진로 및 직무능력 등을 감안해 전문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도록 하기 위해서다. 프로그램 역시 꾸준히 업데이트된다. 교육 프로그램은 3000가지에 이를 정도로 세분화돼 있는데 이 가운데 10% 정도는 매년 새로운 것들로 바뀐다. 더이상 쓸모가 없는 내용들은 버려지고, 그 자리를 최신 기술이나 정보로 채운다. ●2003년부터 ‘퍼포먼스’ 시스템 가동 르노는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퍼포먼스’ 시스템을 구축,2003년부터 가동하고 있다.5∼10년 후의 기업환경을 고려해 큰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표준화된 세부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한 뒤 교육내용에 대한 종업원들의 의견을 수렴, 이듬해 프로그램 내용에 반영하는 선순환 시스템이다. 전체 급여의 6.5%에 해당하는 1억 100만유로가 재교육에 투입된 2003년의 경우 르노자동차 직원의 80%가 사내 교육에 참가했다. 평균 참여시간은 2002년 32.2시간에서 36시간으로 늘었다. 르노는 ‘퍼포먼스’ 시스템을 2004년부터 전세계 르노그룹 계열사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춘 만큼 이제는 소프트웨어(인적자원)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경쟁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lotus@seoul.co.kr ■ 英 유통업체 테스코 재교육은 |체스헌트(영국 하트퍼드셔주) 장택동특파원|“기업은 직원을 키우고, 직원은 고객을 살핀다.” 전세계 23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유통업체 테스코는 직급별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직접 대면하는 고객이 많은 업종인 점을 감안, 고객만족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육은 매장에서 직접 이뤄지기도 하고 외부기관에 위탁하기도 한다. 일부는 인터넷을 통해 진행된다. 알렉스 트렌차드 해외협력과장은 “단계별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고, 승진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프로그램은 직급에 맞춰 6단계로 세분화된다.1단계는 평직원을 대상으로 하며, 동·은·금 단계로 나눠진다. 금 단계까지 통과하면 해당업무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증서를 수여한다.1단계 직원들 가운데 일부는 대학에서 정보통신, 영어, 수학 등을 배운다. 영국 정부가 주관하는 이 ‘실습생 제도’에 참여하면 학비는 정부에서 지원하고, 회사는 직원이 학교에서 교육받는 시간에 대해 임금을 지급한다. 테스코는 지난해 20명을 참여시킨 데 이어 올해는 500명으로 25배나 늘렸다. 매장의 부문별 관리자가 대상인 2단계에서는 점포 운영에 필요한 핵심 업무들을 교육받는다. 이어 3단계에서 매장 전체 관리자는 재정, 업무 변화, 마케팅 등 경영관련 과목을 배우면서 간부로서의 자질을 키우게 된다. 4단계 매장 총지배인은 회사의 ‘리더십 개발센터’에서 리더십 교육을 받는다. 분야별 담당 이사가 받는 5단계에서는 하버드 등 유수 대학에서 최고위 경영과정을 이수하고, 마지막 6단계인 최고 경영진까지 교육은 계속된다. 니콜라 스틸 직업훈련국장은 “나도 17년 동안 여러 상점을 돌아다니면서 훈련단계를 밟아왔다.”면서 “테스코는 평범한 직원이 오랫동안 내부교육을 통해 고위직까지 올라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taecks@seoul.co.kr ■ 네덜란드 ‘로열더치셸’에선 해외파견때 배우자 현지취업 교육 |헤이그 장택동특파원|네덜란드 헤이그의 카렐 반 바이랜틀란 거리에 위치한 다국적 석유기업 로열더치셸의 학습기관 ‘셸 러닝’ 센터.13개의 교실마다 세미나와 강의가 한창이다. 한 교실에서는 유럽 전역에서 모인 중견간부 10여명이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고, 옆 교실에서는 고객과 신뢰관계를 쌓는 요령을 강의하고 있었다. 로열더치셸은 학습과 윤리를 경영의 두 축으로 삼고 있다. 존 올드햄 교육담당 이사는 “정기적인 평가를 통해 직원들이 정확한 교육목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 준다.”면서 “직원이 새로운 업무를 찾아 나가도록 ‘도전 정신’을 강조하고 이에 필요한 지식은 교육을 통해 채워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현업기반교육을 강조한다. 일을 하면서 현장에서 배우고, 배운 것을 통해 업무를 발전시킨다는 개념이다. 이 때문에 이 회사의 중견간부들은 근무시간의 20∼30%를 직원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사내 정규교육은 셸 러닝 센터에서 주로 맡는데 리더십, 조직변화, 공정표준화 등이 주요 과목이다. 실무교육은 각 지사와 작업장별로 직급과 업종에 맞춰 실시된다. 이 회사에 27년째 근무 중인 폴 트리머 북유럽 담당 부사장의 사례는 이 회사의 학습체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학에서는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본인의 희망에 따라 시장분석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후 기획·판매 분야로 옮겼다가 브라질·볼리비아 등지에서 가스배급 책임자로 일했다. 직종을 바꾸는 데 필요한 경영, 외국어, 리더십 등은 회사에서 교육받을 수 있었다. 트리머 부사장은 “강의를 듣고, 현장에서 배우면서 원하는 분야에 도전하고 자리를 바꿔나갔다.”고 말했다. 로열더치셸은 한편으로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강조한다. 다른 교실에서는 40∼50대 여성 10여명이 강사의 설명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해외에서 직장을 구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들은 조만간 해외지사로 발령날 남편을 둔 아내들이었다. 외국에 함께 나가 있는 동안 아내들도 직업을 갖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같은 교육을 진행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직원들은 자기개발 차원의 학습도 할 수 있다. 한 예로 1998년부터 시작된 ‘더 나은 세계’라는 프로젝트는 희망하는 직원들을 40개 개발도상국으로 보내 기술자문도 하고 문화도 배우도록 배려한다. 전세계에서 11만 5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로열더치셸은 연간 160억달러 이상을 교육비로 투자하고 있다. 앞으로 교육분야를 더욱 강화할 방침을 세우고 셸 러닝 센터를 증축하고 있다. 이 센터 책임자인 감트 로 이사는 “앞으로는 셸 러닝 센터가 회사를 상징하는 심장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taecks@seoul.co.kr
  • 서울시공무원들이 꼽은 꼴사나운 상관

    서울시공무원들이 꼽은 꼴사나운 상관

    “혼자 잘난 체 말라?” 서울시 하급직원들이 간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서울시청 공무원직장협의회(직협·대표 하재호)가 5급 이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간부에 대한 바람을 쓰라는 서술형 설문을 실시한 결과, 334명 가운데 인격 모독을 꼬집은 응답이 35%인 117명으로 나타나 가장 많았다. ●‘인격 모독 없어야’ 35%로 최다 이어 ▲일방적인 상명하복 지양 24%(80명)▲동기부여 필요성 지적 15%(50명)▲아랫사람을 무시하면서 윗사람에겐 무조건 좋다고 하는 ‘예스맨’이어서 싫다는 글이 8%(27명)였다. 기타 18%(60명) 가운데에도 ‘업무과정에서 주관있게 처신했으면 한다.’와 ‘큰 틀에서 방향을 제시했으면 한다.’ 등이 많아 아랫사람을 무시하는 태도가 부하직원의 의욕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반영했다. 지난해 12월20∼23일 실시한 설문은 당초 국장급 25명을 포함해 4급 이상 간부 112명에 대해 평가를 통해 ‘베스트, 워스트 간부’를 선정했으며, 설문 마지막에 이같은 자유 의견 개진의 자리를 마련했다. 설문에는 5급 이하 2600명 중 51.3%인 1361명이 참여했다. ●“문제점 지적할 때는 대안 제시하라 ” 이들이 간부들에게 하고 싶은 말 가운데에는 ‘결재를 할 때 사소한 문구에 매달리기보다는 전체의 틀을 내다보거나 대안을 내놓고 문제점을 지적하라.’‘간부들 대부분이 고시출신으로, 나이가 많은 직원에게 반말을 한다.’‘아집과 선입견, 편견을 버려라.’‘지시 일변도에서 벗어나 공평하게 대하라.’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특히 ‘현장 순찰 등 움직이는 행정을 통한 효율적인 근무 태도를 보여라.’‘부하로 여기기보다는 동료, 협력자로 예우하라.’‘정치 공무원으로 비쳐져 안 됐다.’는 글은 간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잖았다는 평가다. 직협은 이종상 도시계획국장, 김용호 촉진지구사업반장, 권혁소 주택기획과장 등 베스트 간부 명단은 물론 총무과 김호연 서무팀장, 청사관리반 정헌종 시설관리팀장, 주택기획과 서재율 주택행정팀장, 공원과 이원영 공원관리팀장 등 ‘같이 근무하고 싶은 팀장’과 워스트 국·과장 명단, 간부에게 하고 싶은 말 내용 등 일체를 지난해 12월31일 이명박 시장에게 전달했다. 직협은 과장과 국장에 대한 평가 설문을 따로 만들었다. 실무진과 접촉이 많은 과장에 대한 설문의 경우 팀워크 평가 4개, 업무추진 평가 3개, 업무 및 직원관리 스타일 평가 3개 항목이다. 국장에 대해서는 ‘업무보고시 적절한 판단, 합리적인 방향 제시’‘직원 동기부여’ 등 5개 항목이다. 각 항목에 대해 5단계로 평가하도록 해 항목별 가중치로 점수를 매겼다. ●겸손한 국장 ‘베스트 간부’ 뽑혀 ‘베스트’에 선발된 이종상 국장은 “부하직원들을 배려한다고는 하지만 존댓말을 쓰는 등 이렇다 할 노력이 따른 게 아니라, 똑같이 다그쳐도 다행히 뒷말이 안 나올 정도”라고 겸손해했다. 그러면서도 “특히 핵가족제 아래에서 자란 젊은 직원들이라 인격적인 문제에 매우 민감하지만 근거를 제시하고 질책하는 등 합리적인 지적에 대해서는 이해해준 결과”라고 덧붙였다. 직협 하 대표는 “팀장 392명 가운데 2회 이상 베스트 포인트를 받은 경우가 53.3%인 213명에 이르고, 워스트 포인트를 받지 않은 경우가 65.1%인 255명이나 된다는 점에서 팀장들의 자질이 우수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기업도시 지자체 유치 ‘올인’ …재계 ‘시큰둥’

    기업도시 지자체 유치 ‘올인’ …재계 ‘시큰둥’

    지자체 ‘후끈’, 기업 ‘주저’, 정부 ‘기대’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제안으로 시작된 기업도시가 올해 가시화된다.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오는 3월20일 2∼4개의 시범사업이 선정되고,8월말 기업도시가 공식 지정될 전망이다. 기업도시는 크게 산업교역과 지식기반, 관광레저, 혁신거점형으로 나뉜다. 그러나 기업도시를 둘러싼 주체간의 반응은 엇갈린다. 지자체는 지역개발의 계기가 될 기업도시 유치에 ‘올인’하는 반면 기업들은 ‘이 정도의 인센티브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정부는 정책 배려를 약속하며 ‘첫 술에 배부르랴.’로 기업들을 다독거리고 있다. ●지자체 유치 경쟁 달아오른다 기업도시 유치에 나선 지자체는 현재 강원도 춘천과 원주, 전남 무안과 해남, 경남 진주와 창원, 제주도 서귀포시 등 40여곳에 달한다. 이들 지자체는 세금 감면과 인프라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약속하며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낙후 정도가 심한 지역에 기업도시 선정시 우선 배려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강원 양양, 전북 부안, 전남 해남·영암, 무안·나주, 함평 등이 유력한 유보지로 꼽히고 있다. ●기업들 “글쎄요” 재계는 기업도시가 이대로 추진된다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우려를 나타냈다. 투자 여력이 충분한 삼성은 최근 기업도시 건설에 참여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은 “일부에서 삼성을 자꾸 거론하지만 기업도시 건설을 계획하거나 검토한 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화와 금호아시아나, 현대건설 등은 현재 기업도시 건설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대기업 10여곳은 향후 마련될 기업도시특별법 시행규칙 등을 지켜보며 참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도시 성공의 전제조건 기업도시를 바라보는 정부와 재계의 시각차를 좁히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는 낙후지역 개발을 통한 국토의 균형 발전을 꾀하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기업들은 경쟁력 확보와 이윤 창출이 우선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도시를 낙후지역으로 한정해서 사업을 할 경우 개발 손실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진한 교육·의료시설에 대한 보완책도 필수적이다.1990년대 건설된 산업단지가 실패한 배경에는 교육·의료·문화·체육 등 정주시설의 부족을 꼽고 있다. 또 출자총액제한제도 기업의 투자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기반시설 조성에서 예외를 두고 있지만 전체 투자액에서 기반시설이 차지하는 비율은 10∼20%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중앙대 허재완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교수는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출자총액제한제의 적용분야를 보다 세분화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에서 규제를 얼마나 풀지가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경제 효과는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 기업도시 건설이 본격화되면 투자 활성화와 실업난 해소, 건축경기의 회복 등으로 이어지면서 지금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다는 진단이다. 또 국토의 균형 발전과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는 덤으로 챙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도시기반시설의 자연스러운 확충과 교육, 문화 등의 생활 여건도 개선될 전망이다. 건설교통부는 2007년에 기업도시 부지 조성에 착수해 2015년 완료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기업도시 1곳을 건설할 경우 10조∼20조원의 건설투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300만평 규모와 500만평 규모의 산업교역형 기업도시를 각각 건설하면 투자 효과는 총 27조 9000억원(300만평 10조 4000억원·500만평 17조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300만평 규모의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의 투자 효과도 7조 3000억원,1000만평인 경우 22조 2000억원의 건설투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고용효과는 500만평 규모의 기업도시를 기준으로 20만명 가량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업도시 건설에 따른 간접 효과도 적지 않다. 산업집적화와 네트워크화로 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되며, 기업의 ‘탈(脫) 한국’도 진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도시 건설을 위해 초기 3년간 28조원의 투자가 이뤄진다면 경제성장률은 연간 1∼2%포인트, 고용도 1∼2%포인트(45만명)가량 증대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해외에선 이렇게 지난해 9월 미국의 ‘기업도시’를 탐방하고 돌아온 국회, 건설교통부, 전국경제인연합회, 각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부지 걱정없고 주정부 의지대로 입주기업에 파격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미국의 환경을 부러워했다. 진통 끝에 기업도시법이 통과됐지만 턱없이 좁은 땅에 노사관계, 교육, 의료, 주택 등 관련 규제가 끊이지 않는 국내 현실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대부분 해외 기업도시가 주요 대학을 끼고 있는 것도 서울과 수도권에 대학이 집중된 국내 상황과 대조된다. 대표적인 기업도시로 꼽히는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땅이 부족해 초기 토지수용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 이때 도요타 시장이 적극적으로 주민들을 설득해 거대한 부지를 매입할 수 있었다. 대신 도요타는 학교, 병원, 문화시설 등을 설립·운영함으로써 시의 생활환경 개선에 기여했다. 직원들을 위해 사원 주택을 건설, 임대해주고 계열 건설회사를 통해 고급주택을 지어서 직원이나 일반인에게 분양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가 충남 아산시 탕정면 LCD단지에 이와 비슷한 사업계획을 수립했지만 관련 법규 미비로 포기해야 했다. 특정기업이 대규모 땅을 불하받아 ‘아파트 장사’를 한다는 비난도 기업들의 투자를 움츠러들게 한다. 노키아의 도시로 유명한 핀란드의 울루시는 기업이 요구하는 부지를 시가 매입하고 빌딩을 지어 분양했다.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파크는 인근 4개 시가 토지를 소유하되 개발계획에 따라 입주기업에 50∼100년간 리스형태로 나눠줬다.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랄리에 있는 기업도시 ‘RTP’는 비영리재단(RTF)이 주정부의 협조를 받아 840만평의 부지를 매입, 입주기업에 분양하고 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새해부터 행정고시도 PSAT 도입

    새해부터 행정고시도 PSAT 도입

    올해 치러지는 주요 국가시험에 변화가 뚜렷하다. 행정고시에 PSAT(공직적성평가)가 도입되고 변리사 시험의 영어과목이 영어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되는 등 시험내용이 바뀌는 것부터 주목해야 한다. 군법무관 1차 시험은 올해 치러지지 않는다. 지난해 수학능력시험 부정사태에 따른 부정행위 대책도 한층 강화됐다. 수험생 편의를 위한 시험정책도 눈에 띈다. ●PSAT 확대 등 과목 변경 다음달 25일 치러지는 행시(행정·공안·기술직)에 PSAT가 도입된다.PSAT는 지난해 외무고시에 처음 도입됐다.PSAT 도입에 따라 1차 시험과목이 변경된다. 행정·공안직은 언어논리영역, 자료해석영역, 한국사, 헌법 등 4과목으로 치러진다. 기술직은 언어논리영역, 자료해석영역, 한국사와 선택과목(물리학·화학·생물학개론) 등 4과목이다.1차 영어는 영어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된다.1차 합격자에 한해 일정 기준을 넘는 성적표를 제출하면 된다. 기준은 토플(CBT기준 197점 이상), 토익(700점 이상), 텝스(625점 이상),G-텔프(65점 이상), 플렉스(625점 이상) 등이다. 오는 3월6일 치러지는 변리사 시험도 영어과목이 없어지고 영어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된다. 원서접수 때부터 기준점수(행시 기준과 동일)를 넘는 성적표를 제출해야 한다. 군법무관 1차 시험은 올해 치러지지 않는다. 지난해 1차 합격자에 한해서만 올해 2차 시험이 치러진다. 법무부와 국방부는 앞으로 군법무관 시험을 별도로 치르지 않고, 사법시험 합격자 가운데 군법무관을 뽑을 예정이다. ●부정행위 방지대책 대폭 강화 수능부정 사태를 계기로 주요 국가시험 관리당국이 엄격한 부정행위 방지대책을 내놨다. 금융감독원은 회계사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이 시험 당일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가 적발되면 성적을 무효화하기로 했다. 특히 1차가 두꺼운 옷을 입는 2월 말이나 3월 초에 치러지기 때문에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예정이다. 특허청은 3월6일 치러지는 변리사 시험때 각 시험장에 민간 경비요원을 배치, 부정행위를 적발하기로 했다. 휴대전화 시험부정에 대비, 전파차단기나 전파탐지기 동원도 검토하고 있다. 2∼4월에 1차 시험이 치러지는 다른 국가시험 주관부서도 휴대전화 부정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 예정이다. ●수험생을 배려한 시험정책 수험생들의 불만 가운데 하나가 답안지 작성이 틀렸을 경우 새로운 답안지에 다시 옮겨써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싸움이 당락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답안지 작성은 치명적이다. 하지만 앞으로 회계사 시험에서는 이같은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답안작성이 잘못됐더라도 수정액으로 고치면 그만이다. 올해부터 수정액으로 고친 답안지도 판독기가 읽어낼 수 있도록 바꿨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편의 때문인지 응시료가 종전 1만원에서 5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특허청은 답안지 마킹 방법을 ●에서 |로 바꿨다. 동그라미보다 직사각형에 마킹하는 것이 더 편하고 시간도 적게 걸리기 때문이다. 또 원서접수도 100% 온라인으로 가능하게 했다. 지난해까지는 서류를 온라인으로 제출해도 사진은 시험당일 따로 내야 하는 불편이 따랐었다. 강충식 강혜승기자 chungsik@seoul.co.kr
  • [씨줄날줄] 빈봉투/육철수 논설위원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 장왕에 얽인 ‘절영지회(絶纓之會)’라는 유명한 고사(故事)가 있다. 직역하면 ‘갓끈을 끊은 연회’란 뜻으로, 장왕이 실수를 저지른 신하를 깊이 배려한 일화에서 연유한다. 장왕이 신하들을 불러 밤에 주연을 베풀었는데, 흥이 무르익었을 때 갑자기 바람이 불어 촛불이 꺼졌다. 그 순간 한 신하가 장왕이 총애하는 여인을 희롱했다. 그 여인은 상대의 갓끈을 끊어 움켜쥐고는 촛불을 밝혀 범인을 잡아달라고 했다. 장왕은 그러나 촛불을 켜지 말라고 한 뒤 모두 갓끈을 끊고 술을 마시라고 엄명했다. 신하들은 모두 갓끈을 끊었고, 촛불이 켜진 후엔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었다. 훗날 장왕이 전장에서 죽을 고비를 맞았을 때 왕의 여인을 희롱했던 그 신하는 목숨을 걸고 장왕을 구해주었다…. 대입수능 부정행위로 교육계는 물론이고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경찰수사가 마무리되고 그제 60만 수험생들에게 성적표가 전달됐지만 여진은 그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광주시교육청이 60개 고교의 진학부장 회의를 열어 성적표를 봉투에 담아 나눠주기로 결정했고, 일선 학교에서는 모두 그렇게 했다는 소식이다. 부정행위자로 밝혀져 성적이 무효처리된 학생 130명을 주변에서 누가 관련자인지를 모르도록 배려한 것이다. 부정행위 학생들은 봉투를 받긴 했지만 성적표가 없는 ‘빈봉투’였다. 하지만 이들이 받은 봉투에는 교장선생님이나 담임선생님이 “좌절하지 말고 용기를 가지라.”고 격려하는 편지가 들어있었다고 한다.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는 심정으로, 교육적인 배려를 아끼지 않은 스승들을 보면서 ‘절영지회’를 떠올려 본다. 우리 교육에 한 줄기 빛이 살아있음도 느낀다. 한 차례의 시험이 인생을 가르다시피 하는 사회풍조 속에서, 일순간의 잘못으로 ‘빈봉투’를 받아든 학생들이 느낄 참담함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적표가 없다고 ‘빈봉투’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봉투 안에는 성적표보다 더 소중한, 평생의 길잡이가 되어줄 스승의 가르침이 담긴 편지가 들어있지 않은가. 상처받은 이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다시 일어서도록 애정과 아량으로 감싸안는 것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보다 더 큰 교육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사설] 국가유공자 가산점제 보완해야

    국가유공자 10% 가산점제도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내달 초 치러지는 중등교원 임용시험에 응시한 국가유공자가 모집정원의 절반을 넘기 때문이다. 일부 과목의 경우 국가유공자가 모집예정 인원을 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일반 응시자들은 1점 이내의 점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10점이나 얹어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과잉 특혜’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 결과, 관련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가산점제의 부당성을 공박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선진국 그룹중에서 후손들에게 이런 식의 취업가산점을 주는 나라는 없다. 우리는 이번 논란이 자칫 국가유공자의 공훈을 폄하하는 방향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본다. 논란의 범위를 가산점제로 국한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행 보훈규정에는 국가유공자에 대한 금전적 지원 외에 교육, 의료, 대부, 취업 지원내용 등이 담겨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이 본인과 유족,(손)자녀(35세)에 대한 취업알선과 가점(10%) 조항이다. 국가유공자를 배려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이번 중등교원 임용시험처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국가유공자에 대해 교육과 직업훈련은 지원하되 가산점 같은 취업 지원은 배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우리는 국가유공자들이 자력으로 경쟁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끔 교육과 직업훈련, 취업알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규정을 개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국가유공자들의 반발 때문에 개정이 어렵다면 가점 대신 정원 외 일정 비율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갈등 소지를 없애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고이즈미 신사참배는 직무수행”

    |도쿄 이춘규특파원|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공적 행위’라는 일본 법원의 판결이 25일 또다시 나왔다. 지난 4월 후쿠오카 지방법원에 이어 두번째이다. 지바현 지방법원은 이날 전몰자 유족과 종교인 등 63명이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가 정교분리와 신앙의 자유를 정한 헌법에 위반되며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총리와 국가를 상대로 630만엔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한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법원은 그러나 “정교분리 규정은 사인(私人)의 법적이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 만큼 배상할 이유는 없다.”며 손해배상 청구요청은 기각했다. 법원은 “구체적 권리나 법적 이익에 대한 침해는 없고, 참배의 객관적 위법성을 판단할 필요는 없다.”며 헌법 판단은 피했다. 원고측은 즉각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이날 고이즈미 총리가 공용차로 비서관을 대동하고 참배·헌화했으며 방명록에 ‘내각총리대신’이라는 직함을 기재한 것 등을 들어 “객관적 또는 외형적으로 총리대신의 직무수행에 해당되지 않음을 배려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며 “총리의 참배는 직무수행”이라고 판단했다. 일본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A급 전범의 위패가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를 둘러싼 소송은 6건으로 이번 지바현 지방법원 판결은 5번째이나, 판결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 4월 후쿠오카 지방법원의 판결은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가 공식 행위로 위헌적 소지가 있다고 판결했으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됐다. 항소가 제기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반면 5월 오사카 지방법원은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를 ‘사적 행위’로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나머지 3개의 재판에서도 손해배상 청구는 모두 기각됐다. taein@seoul.co.kr
  • 왕십리뉴타운 주상복합 ‘첫삽’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286의 139 일대 ‘왕십리 뉴타운’의 첫 사업인 주상복합건물 착공식이 12일 열렸다. 뉴타운 부지 가운데 주상복합 재개발에 들어간 곳은 있지만 신축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계천변에 위치한 이곳은 청계천 복원과 맞물려 건축물의 디자인 및 상징성 차원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건물 저층부(3층 이하)에는 물품 판매점과 휴게시설 등 800여평의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서고, 각 방의 배치를 기존개념과는 달리해 정북(正北), 정남(正南) 등 한쪽 방향으로 하지 않고 다양한 방향에서 바깥을 바라볼 수 있도록 각도를 틀어서 구성한 점이 이채롭다. 청계천 조망과 일조권 확보를 함께 배려한 것이다. 고층부 중간중간에 공중 휴게공원을 설치해 어디서나 녹지를 가까이 즐기도록 했다. 최상부층 실내공간에는 도심 야경을 조망할 수 있도록 인터넷 카페도 조성된다. 고층부엔 임대주택 69가구와 오피스텔 28가구도 들어선다. 시는 대지 534평에 지하 4층, 지상 25층, 연면적 1만 4104㎡(4274평) 규모로 2007년 11월까지 공사를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뉴타운사업반 박내규 팀장은 “청계천변에 건설되는 최초의 건물로 지역적 랜드마크와 향후 건설될 주상복합건물의 모델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십리뉴타운내 주거지역은 3개 구역으로 나뉘어 주택 재개발을 추진하게 되며 지난 8월 3개 구역의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성동구의 승인을 받아 현재 구역지정 절차를 밟고 있다. 내년부터 재개발에 들어가 2008년 입주가 시작될 전망이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그랜드마트 신촌점 생활용품 전문매장

    그랜드마트 신촌점 생활용품 전문매장

    “살림살이에 필요한 소소한 생활용품을 한자리에 모아 리빙용품의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식품·의류 확충 백화점등과 차별화 백화점·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식품·패션의류 매장을 집중적으로 확충, 총력전을 펼치는 것과 달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리빙용품 코너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차별화를 이룬 생활용품 전문매장이 등장했다. 도심형 전문 아웃렛을 표방하는 ‘그랜드마트 서울 신촌점’이 그곳이다. 그랜드마트 신촌점은 최근 리뉴얼 공사를 실시해 주변의 전문점과 할인점들과 차별화된 전문숍 형태의 대규모 리빙 전문매장을 열어 ‘생활용품 전문 아웃렛’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영업 면적을 300평 규모로 넓혀 침구·수예·가구·애완동물·컴퓨터·음향가전·원목 인테리어 등의 매장을 새로 오픈해 다양화하는 한편, 홈인테리어상품과 란제리·내의제품, 웰빙용품, 게임기상품, 문구·완구제품,DIY용품 등을 각기 전문숍 형태로 묶은 것이 특징이다. 정진헌 그랜드마트 영업차장은 “지금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매출이 많은 패션의류 및 식품 매장을 확대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과 달리 우리는 역발상을 통해 매장 구성을 실용적으로 하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리빙 전문매장의 제품을 다양화해 선택의 폭을 넓히고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도록 했다.”며 “제품 가격도 백화점보다 최고 50%까지 낮춰 판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빙 전문매장은 홈인테리어상품과 란제리·내의제품, 웰빙용품, 게임기제품, 문구·완구용품,DIY상품 등을 한데 모은 각종 전문숍 형태로 꾸며져 있다. 홈인테리어 전문숍은 가격은 할인점, 품질은 백화점 수준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가구·수예·침구·커튼·블라인드·가구 등 모두 20여개 브랜드에서 100여개 품목을 선보였다. 특히 할인점 등에서 잘 취급하지 않는 이탈리아 직수입 브랜드인 미켈란젤로와 밸루콜렉션 등 앤티크 종합가구를 입점시켜 매장의 품격을 높였다. 홈데코·내추럴하모니·앤티크인테리어 등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도록 멀티숍(편집매장)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결혼시즌에는 전문 상담원을 배치해 혼수 패키지상품 판매와 각종 상담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20∼50% 상시 할인 판매’라는 가격파괴를 무기로 내세운 란제리·내의 전문숍은 발렌시아가·인터크루와 보디가드,BYC, 트라이 등 10여개 유명 속옷 브랜드의 제품을 내놓았다. ●리뉴얼통해 매장 밝고 깔끔하게 꾸며 기능성 속옷 전문 브랜드인 댑은 임산부와 체형 보존을 위한 맞춤복을 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가격대는 9000∼10만원까지 다양하다. 아동 내의가 9000원선, 겨울 내복이 2만 5000원선, 양말이 1000원선이다. 이곳에서 만난 주부 염성진(47·여·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씨는 “새로 리뉴얼한 덕분인지, 매장이 밝고 깔끔하게 정리된 것 같다.”며 “상품의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품질이나 구색은 괜찮은 편이지만 매장이 다소 협소해 답답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혈압·비만도등 무료 체크 건강과 직결되는 상품들을 한데 모은 웰빙용품 전문숍은 안마기·혈압기·체중계·비만체크기·찜질기·아로마용품 등 다양한 관련상품으로 꾸몄다. 방문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혈압과 비만도 등을 무료로 체크해 주고 건강 관련상담 서비스도 해준다. 참숯 매트 7만 8000원, 체중계 1만 5000원, 안마기 3만 5000원이다. 문구·완구 전문숍은 할인점과 아웃렛으로는 유일하게 문구·완구의 주요 브랜드를 모두 입점시켜 상품 구색이나 브랜드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최고로 꼽힌다.30여개 브랜드의 2만여 품목을 판매하고 있으며, 할인율은 10∼50%이다. 특히 문구코너의 모나미·동아·모닝글로리 등의 브랜드에서 노트·팬시용품·미술용품·포장·가방 등 연관상품을 한데 모아 판매하고 있다. 게임기 전문숍은 신촌이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거리인 만큼 이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닌텐도·소니핸드게임·위저드 컴퓨터박스게임·영화CD·핸드디지털게임·비디오게임 등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게임만을 엄선해 판매하고 있다. 실험 판매대를 설치해 직접 체험한 뒤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가격대는 1000원 이상이며, 젊은이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꾸몄다. 주얼 게임CD가 900원 이상,P/S2 게임 1만 9500원이다. 디지털 게임기는 20% 할인해 판매한다. 친구들과 함께 찾은 성인혜(21·여·대학생)씨는 “문구·완구 전문숍 등 매장마다 상품 주문카드 등을 비치해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메모해 놓도록 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한 점이 돋보인다.”며 “그러나 매장이 그리 넓지 않은데 전문숍이 많다 보니 상품 구색이 생각만큼 갖춰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주문카드 비치등 세심한 배려 알뜰형 소비패턴을 추구하는 DIY숍은 한푼이라도 아끼면서 직접 만드는 재미도 느끼려는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경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주 2일 휴일제가 확산되면서 시간 여유가 많은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욕실·생활 플라스틱·박스용품·공구세트 등이 총망라돼 있다. 할인율도 20∼30%이다. 애완용품 전문숍은 애완동물 기르기가 어린이들에게 생명의 신비를 가르치는 등 자연 교육의 장이 되는 만큼 어린이 놀이공간으로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열대어·도마뱀·토끼뿐 아니라 사슴벌레 등 곤충류 등 15종의 애완동물과 애견용품을 판매한다. 함근영 그랜드마트 신촌점장은 “도심에 위치한 지역적인 특성을 최대한 살려 선택과 집중으로 리빙 전문매장에 전력투구하고 있다.”며 “특히 매장들을 세분화해 구입의 편리성과 가격비교를 통한 선택의 폭 확대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사설] 피해 여성 배려한 강간죄 판결

    서울북부지법이 때릴 듯한 태도로 단지 겁을 줘 여성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피고인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폭행·협박의 정도가 가벼웠다 해도 심리적으로 피해자를 위협해 반항하지 못하게 한 점을 인정한 전향적인 판결이다. 강간죄가 성립하는 전제 조건인 ‘항거 불능’을 넓게 해석한 것이다. 여성계에서는 이 판결이 성폭력 피해의 현실을 반영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최근 강간범에 대한 무죄 판결이 논란을 부르고 있던 참이다. 법원은 범죄의 조건을 엄격하게 요구한다.‘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폭행·협박은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례에 너무 얽매여 있다는 인상이다. 대법원도 성행위를 거부했지만 탈출하거나 구조를 요청하는 등 적극 반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죄를 인정하지 않은 적도 있다. 가해자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강간당하는 여성은 위세에 눌려 저항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서울북부지법의 지적은 귀를 기울일 만하다. 법과 국가가 성폭력에 직면한 여성들에게 목숨을 건 저항을 요구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대목이다. 가벼운 성추행도 처벌을 받는데 그보다 더한 행위를 하고도 강간죄의 요건에 맞지 않다고 무죄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개방적인 사회 풍조 속에 성범죄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치안 활동을 강화해서 범죄를 미리 막아야 하겠지만 엄한 판결을 내려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를 거두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게 하려면 강간죄의 조건을 엄격히 해석하는 대법원 판례부터 바꿔야 한다. 법과 법원은 사회를 위해 존재하고 판례는 시대의 조류에 따라 변경될 수 있어야 한다.
  • 히포크라테스/자크 주아나 지음

    히포크라테스/자크 주아나 지음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가 작성했다는 의사의 윤리강령, 즉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일부다. 그러나 정작 히포크라테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적이 없다.‘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사 집안인 히포크라테스 가문에서 다른 집안의 의사 지망생을 받아들일 때 요구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의학을 ‘인간의 과학’으로 끌어올린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그 이름은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히포크라테스의 삶과 업적이 워낙 안개에 싸여 있고, 국내에서는 그에 관한 독립된 책 한 권 나온 게 없기 때문이다. ●새롭게 조명하는 히포크라테스의 삶 그런 점에서 최근 국내에 소개된 평전 ‘히포크라테스’(자크 주아나 지음, 서홍관 옮김, 아침이슬 펴냄)는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단순한 의학자 전기는 아니다. 히포크라테스와 그가 남긴 저술을 바탕으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과학, 사회 분위기, 풍속까지 아우르는 종합교양서라 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대학의 그리스 역사학 교수인 저자는 각종 역사서와 연설문, 서사시, 희곡 등 방대한 그리스 문헌과 역사 유물들을 살펴보고 히포크라테스 총서를 꼼꼼히 검토하며 히포크라테스의 생애를 오롯이 복원해냈다. 우리는 왜 히포크라테스를 위대한 의사로 칭송하는가. 왜 그를 서양의학의 시조라고 부르는가. 이를 알려면 먼저 그가 살았던 시대를 이해해야 한다.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460년경 그리스 코스 섬에서 태어나 기원전 377년 무렵 테살리아 지방의 라리사에서 죽었다고 한다.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 가문의 후예인 그는 의술을 익힌 뒤 고향을 떠나 한 평생 그리스 반도와 소아시아를 여행하며 의술을 실천하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당시 그리스에서는 ‘질병은 신이 내리는 벌’이라며 질병 치료를 초자연적인 의술에 의존했다. 아스클레피오스 신이 질병을 고쳐준다고 믿어 곳곳에 그의 신전이 세워졌다. 병든 사람들은 아스클레피오스 신전에 제물을 바친 뒤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신의 치유 손길을 기다렸다. 히포크라테스는 이런 ‘미신’을 과감히 물리쳤다. 그리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신에게 빌거나 주문을 외우는 대신 음식과 운동을 처방하고, 약물을 사용하고, 칼로 절개하고, 불로 지지는 치료를 베풀었다. 지금은 당연해 보이는 치료법이지만 당시로선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히포크라테스를 기점으로 합리적 의술은 마침내 주술적 의술과 결별했다. ●환자 분비물 맛 볼 정도로 치료에 열성 히포크라테스학파는 환자에 대한 관찰을 중시했다. 히포크라테스학파의 의사들은 땀, 대변, 토사, 가래, 고름, 질 분비물의 냄새를 직접 맡았고 맛까지 보았다. 환자를 관찰하고 만져보고 소리를 듣는 데 누구보다 열성적이었던 히포크라테스는 죽음이 임박한 사람의 얼굴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해 ‘자격증’ 없는 떠돌이 의사들이 참고로 삼게 했다. 이것이 바로 ‘히포크라테스 안색’이라 불리는 것이다. 히포크라테스의 의학사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합리주의적 사고와 인간존중 정신이다. 히포크라테스 당시는 간질환자가 몸을 떨면서 정신을 잃었다가 한참 뒤에 정신을 차리는 모습을 신과 만나는 접신(接神)과정으로 여겼다. 때문에 간질은 ‘신성한 병’으로 간주됐다. 이런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히포크라테스는 합리적인 정신을 잃지 않았다. 한 예로 스키타이인들이 성 불구가 많은 현상에 대해 히포크라테스와 동시대 인물인 헤로도토스는 신의 노여움을 샀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지만, 히포크라테스학파 의사들은 스키타이인들의 잦은 승마가 정자의 통로를 손상시켰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히포크라테스학파 의사들은 또한 신분에 따라 환자들을 차별하지 않았다. 마케도니아 왕가와 대대로 친분이 있었던 히포크라테스는 평범한 하층민들의 진료도 꺼리지 않았다. 심지어 노예를 진료할 때도 질병의 경과를 열심히 관찰하고 치료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는 곳에 의술에 대한 사랑도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3년간의 각고 끝에 번역을 끝낸 서홍관(국립암센터 의사) 박사는 “히포크라테스에 관한 책은 한국은 물론 외국에도 별로 없다.”며 “히포크라테스학파 의사들이 환자를 세심하게 배려한 대목은 지금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히포크라테스로 돌아가자” 이 책은 자신의 가문에 독점적으로 전승돼 오던 의술을 외부에 개방해 널리 보급하고 인체를 처음으로 자연과학의 탐구대상으로 삼은 ‘의술의 혁명가’ 히포크라테스의 업적에 초점을 맞춘다. 아울러 우리가 흔히 접하는 히포크라테스에 관한 그릇된 상식도 지적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은 보통 예술을 창조한 사람은 죽더라도 그들의 그림이나 음악 등은 영원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히포크라테스가 원래 의도한 뜻은 예술이 아니라 의술이 후대까지 길이 전승된다는 것이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생전에 명의로서 명성을 얻었고, 죽은 뒤에는 더욱 추앙받아 의술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사람들은 ‘히포크라테스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지금이야말로 히포크라테스로 돌아가야 할 때가 아닐까.3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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