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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림 누항 나들이] 산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길

    [신경림 누항 나들이] 산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길

    지난가을 육로로 개성을 거쳐 평양을 가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산에 나무가 없다는 점이었다. 이미 여러 해 전 중국에 가서 압록강이나 두만강 너머로 북한의 헐벗은 산을 보았고 금강산을 가면서 평양에서 묘향산을 오가면서 산이 극도로 황폐해 있다는 사실을 알기는 했지만, 실제로 북한의 속살 깊이 들어와 그 사실을 확인할 때는 은근히 화가 나기도 했다. 식량 증산을 위해서 높은 산까지 계단식 밭으로 개간하다 보니 산사태가 나고, 달리 연료가 없어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어 때면서 더욱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 되었다는 것인데, 도대체 그동안 북한 당국은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3년 전 금강산에서 세계시인대회가 열렸을 때 돌아오는 차 안에서 동석했던 일본 시인이 남북의 산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휴전선 부근의 산을 가리키면서 저것이야말로 남북의 현실이 여과없이 표현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하던 말이 생각났다. 북한과는 달리 남쪽 산은 나무로 빼곡 들어 차 있어, 가령 조상의 산소를 산속에 썼다면 한두 해만 걸렀다가는 찾아가기가 힘들 지경이다. 온통 잡목이어서 경제성이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지만, 일단 산림녹화에 성공한 것만은 틀림없다. 하지만 30년 전만 해도 북한처럼은 아니겠지만 우리 산도 헐벗은 산의 대명사였다. 그때 일본을 다녀오던 사람은 거의 같은 말을 했다.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일본의 울창한 숲을 보다가 우리 헐벗은 산을 대하면 한없이 슬퍼진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우리와 일본의 차이가 없다. 그동안의 극성스러운 산림보호정책과 연료 혁명이 주효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한 가지 잘못된 집단기억이 있다. 일본의 침략이 있기 전에는 우리 산림이 울창했는데 강제 병합 후 그들의 남벌로 황폐해졌다는 기억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사실과는 다른 것 같다. 예컨대 19세기 말 한국을 네 차례나 여행한 영국의 이사벨라 비숍은 기행문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에서 부산에 첫발을 딛는 느낌을 “부산의 갈색 땅을 드러낸 산들은 여름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2월로서는 황량하여 가까이하기가 어려운 느낌을 주었다.”고 쓰고 있으며, 서울 근교의 모습도 “경관은 푸른 데가 적고 단조롭다. 과수와 비실비실한 소나무 외에는 나무가 없다.”고 묘사하고 있다. 또독립문이 들어 있는 옛날 사진을 보면 인왕산이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다. 나무 외에는 연료가 없으니 남벌이 성행했을 것이고 화전을 효과적으로 방지하지 못해 산이 황폐해졌던 모양이다. 어쩌면 오늘 우리는 적어도 몇 백 년 사이에는 가장 울창하고 아름다운 산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는 우리가 유사 이래 가장 번영을 누리며 자유롭게 살게 되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한데 요즘 우리 산들, 특히 도시 근교의 산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자꾸 산으로 파고 들어오는 개발이 가장 큰 범인이겠으나, 등산객이나 유산객들도 만만치 않은 산의 훼손자다. 지난해부터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입산료를 폐지하면서 산 인구가 두 배 세 배로 늘어, 가령 북한산의 경우 한해 동안 산을 찾은 사람이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단체에서는 한 달에 세 번 산에 오르던 사람은 두 번으로, 두 번은 한 번으로 줄이자는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을 정도다. 산에 오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산은 오르는 사람뿐 아니라 오르지 않는 사람에게도 즐길 권리가 있다. 여기서 이런 것을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예컨대 북한산을 두고 생각할 때 산을 오르지 않고도 즐길 수 있게끔 산을 일주할 수 있는 환(環)도로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다. 노약자를 배려한다는 점에 있어서도 이는 뜻없는 일이 아닐 것이다. 대운하 같은 거대한 계획에 묻혀 우리들의 작은 삶의 결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신경림 시인
  • 朴 전대표 ‘냉랭’… 黨 현안 언급 안해

    한나라당이 ‘공천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박근혜 전 대표, 정몽준 의원, 이상득 국회부의장, 이재오 의원 등 미·일·중·러 등에 보낼 ‘4강(强)특사’들을 면담했다. 이날 면담은 중국 특사단장인 박 전 대표가 전날 밀실공천 등을 우려하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한 직후라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공천 등 당내 현안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박 전대표 파견은 中에 대한 배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간에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 단지 당선인이 한·미·일 협력 강화를 강조하다 보니 중국을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까 중국에 그런 게 아니라는 뜻을 잘 전달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 당선인은 “중국이 이번에 (왕이 외교부 부부장을 보내는 것은) 특별히 배려하는 것 같다.”면서 “우리도 (박 전 대표를 중국특사로 보내는 것은) 중국에 크게 배려한 것이다.”고 박 전 대표를 치켜세웠다. 이어 그는 “왕이 부부장이 오는 14일 와서 오찬을 함께하도록 돼 있다.”는 보고를 듣고 박 전 대표에게 “그때 다시 뵙겠다. 점심 같이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최근 당내 상황과 ‘친박근혜’ 성향 인사들의 불만이 고조된 가운데 이뤄진 이날 회동은 시종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특사 정몽준 의원, 일본특사 이상득 부의장, 러시아특사 이재오 의원 등이 먼저 도착해 환담을 하던 중 박 전 대표가 시간에 맞춰 도착하자 접견장에 돌연 긴장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朴·이재오 의원 끝까지 악수 안 해 접견장에 도착한 박 전 대표는 이 부의장과 정 의원 등과는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지만 이재오 의원과는 가벼운 목례로 대신했다. 이 당선인과 4강 특사단장들이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할 때도 박 전 대표는 이 당선인과 조금 떨어져 다소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접견이 끝난 뒤 이재오 의원은 박 전 대표를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하며 목례를 건넸으나 두 사람은 끝까지 악수는 하지 않았다. 이 당선인측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시종 굳은 표정을 지은 것을 두고 최근 당내 공천갈등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출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접견은 무난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이용원 칼럼] 교육개혁 ‘학생’이 중심이다

    [이용원 칼럼] 교육개혁 ‘학생’이 중심이다

    올가을 이후 진행된 각급 입시에서도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지난 10월30일 치른 경기 지역의 외국어고 공동 입시를 앞두고 김포외고에서 시험문제가 사전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김포·명지·안양외고 응시생 63명이 합격을 취소당했다. 경기교육청은 해당 학생들이 시험문제를 사전에 보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 없이 문제를 빼낸 학원에 적을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단죄했다. 이어 지난 7일 2008학년도 수능 성적이 공개된 뒤로는 일선학교와 학원가가 일대 혼란에 빠졌다. 난이도를 적절히 조절했다는 교육당국의 발표와는 달리 수리 가 영역에서는 한 문제를 틀리고도 2등급을 받은 학생이 속출했다. 과목별 점수의 합계에서 10∼20점 앞섰지만 등급 합산에서는 더 낮은 평가가 나오는 역전 현상 또한 발생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1점차로 등급이 갈리는 데다, 등급이 유일한 수능 기준이기에 학생들이 점수에 더욱 목매게 됐다는 점이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물리Ⅱ 과목에서 복수정답까지 등장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측이 진즉에 제기된 수험생의 이의를 어물쩍 넘기려다 여론 압박에 못이겨 뒤늦게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그 때문에 수시 합격생 추가 선정, 정시모집 기한 연장 등 대학입시 일정은 뒤틀어졌고, 물리Ⅱ 과목의 상위 등급자가 늘어난 데 따른 상대적 불이익을 주장하는 불만의 소리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시험문제 유출, 등급제 발표 후의 대혼란, 수능 복수정답 인정 등은 모두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 ‘사건’들은 발생 원인, 처리 과정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학생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다. 김포외고 사건에서는 경기교육청이 선의의 피해자를 가려내 구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무더기로 합격 취소 처분을 내린 뒤 구제 여부는 법원 판결로 가리겠다고 결정했다. 교실에서 누군가가 물건을 잃어버리면, 학급 학생 전체를 경찰에 고발하고, 아이들이 무슨 일을 겪든 나 몰라라 하는 것과 다름없는 행태이다. 아울러 교육감을 비롯해 그 누구도 이 사태에 책임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수능 성적을 표준점수·백분위 없이 등급으로만 제시하는 단순등급제도 그동안 숱한 우려와 반대를 무시하고 교육당국이 밀어붙였다. 그 결과 학업 성취보다는 일정부분 운에 좌우된 성적표를 들고 학생·학부모·교사들이 갈피를 못 잡는데도 교육부는 그것이 새 제도의 목표라며 태연하기만 하다. 더욱이 복수정답 인정 과정에서는 수능 직후 수험생의 문제제기를 묵살하고 성적을 발표한 한참 뒤에야 재채점을 하는 바람에 혼란을 자초했다. 이 또한 처음부터 수험생 입장을 고려했더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도건 행정이건 학생보다는 교육당국자, 교육자들 위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학생은 그저 그들을 먹여살리는 들러리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다양한 교육개혁안이 나오고 있다. 자율형사립고 100곳, 기숙형공립고 150곳, 마이스터고를 50곳 설립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구체적 계획이 어떻든 가장 중요한 건 새 제도는 학생을 들러리가 아닌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학생들 입장에 서서 학생들을 십분 배려한 정책만이 곯을 대로 곯은 한국 교육을 되살릴 수 있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한강 물고기길 은어 등 33종 이용

    한강 잠실수중보 어도(魚道·물고기길)를 이용하는 물고기가 빙어, 은어 등 33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1년간 한강에 서식하는 물고기의 상·하류 이동용으로 만든 어도를 거슬러 오르는 어류를 포획해 모니터링한 결과 33종 3675마리가 관찰됐다고 24일 밝혔다. 분류군별로는 어류가 8과 31종, 갑각류가 2종이었다. 어도 이용비율은 애기참게(24.7%), 몰개(23.7%), 피라미(22.3%), 정망둑(14.9%)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개체수는 많지 않지만 회유성 어종인 빙어(0.3%)와 은어(0.2%)를 비롯해 모래무지(1.0%), 긴몰개(3.0%), 참게(1.9%) 등 29종도 어도를 통해 이동하는 것이 확인됐다. 채집한 33종의 길이 평균은 68.5㎜였으며 가장 큰 것은 287㎜의 누치(잉어과)였다. 우리나라 특산종은 줄납자루, 가시납지리, 참중고기, 중고기, 긴몰개, 몰개 등 7종이었다. 송인주 연구위원은 “작은 치어도 어도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아 어도 구조에 따른 문제는 없어보이지만 평수기에는 물이 5㎝밖에 흐르지 않아 수위가 내려가면 어도로 흐르지 않을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용하는 어류의 보호와 시민들의 관람 편의 등을 적절히 배려한 환경교육프로그램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2006년 10월 강남쪽 물가에 물고기가 상류로 이동할 수 있는 폭 4m, 길이 228m, 계단높이 10㎝의 계단식 어도를 만들고, 시민들이 이를 관찰할 수 있는 데크와 관찰경을 설치했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로스쿨 서울권역 ‘절반탈락’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인가를 신청한 대학 가운데 서울 권역(서울·경기·인천·강원) 대학들은 무더기 탈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서울권역 대학들은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학교육위원회는 14일 서울권역과 지방권역(대전·광주·대구·부산권)의 로스쿨 정원을 52대48로 결정했다. 총정원 2000명 가운데 서울 권역에 1040명, 지방권역에 960명이 배정되는 것이다. 이같은 배분에 따라 서울권역에서 13∼14개, 지방권역에서 11∼12개 대학이 로스쿨 인가대학으로 선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권역의 24개 신청 대학 가운데 11∼12개 정도가 탈락하고 지방권역의 17개 신청 대학 가운데 5∼6개 정도가 탈락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별로 배분되는 정원은 8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돼 150명을 신청한 서울대·고려대·연세대·한양대·성균관대·경희대·중앙대 등이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권역에서는 전남대·경북대·부산대가 150명을 신청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신청한 대학 수나 사시 합격자 수 등에 근거하면 서울과 지방간 격차가 상당히 큰 게 사실이고, 총정원 배분 비율에 비춰 보면 지방권역을 좀더 배려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원칙 아래 총정원 배분 비율에서도 지방을 배려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권역 대학과 서울의 중위권대는 ‘평등원칙 위배’ ‘지역 역차별’ 등을 내세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200개 대학협의 기구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오는 18일 이사회를 열어 로스쿨 총입학정원 배분 비율 등에 관한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수능 등급제나 로스쿨 문제를 대교협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쿨 인가 대학과 정원은 내년 1월 결정된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그림으로 본 음식의 문화사/케네스 벤디너 지음

    발상 자체가 군침이 넘어가게 만드는 책이 종종 있다. 제목이 ‘그림으로 본 음식의 문화사’(케네스 벤디너 지음, 남경태 옮김, 예담 펴냄)라면 어떤가. 그림이 버무려진 부담 없는 일품요리를 연상했다면 그 직감은 크게 틀리지 않다. 미술에 조예 깊은 한 재담가의 입담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는, 그림이 있는 풍성한 식탁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대학의 예술사 교수인 지은이는 눈 밝은 풍속연구가이기도 하다.15세기 르네상스 시대부터 포스터모더니즘 시대까지를 범위로, 음식이 등장하는 회화작품들을 빌려 음식의 문화사를 되짚었다. 이름하여 ‘음식회화’라는 장르를 독자적으로 규정한 지은이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음식이나 술, 음식을 먹는 레스토랑과 술집, 카페 등을 그린 ‘음식회화’의 역사를 더듬어보는 작업이 곧 서양음식문화사를 이해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음식의 종교·의학적 상징을 귀띔 흥미로운 책읽기를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음식과 예술의 전반적인 관계를 짧게 언급한 뒤 음식재료를 사고 팔고(1장), 요리해서(2장), 식탁에 올려 즐기는(3장) 과정을 단계적으로 추적한다. 시대를 달리한 서구의 다양한 미술작품들을 텍스트로 삼은 건 물론이다. 우선 음식이 종교·의학적으로 지니는 상징을 귀띔한다. 예컨대 그리스 신화의 영웅 파리스가 비너스에게 사과를 건네는 그림 ‘파리스의 심판’에 등장하는 과일은 에로티시즘과 이교도적 매력의 상징물이다. 그런가 하면 ‘최후의 만찬’ 같은 작품으로는 음식회화의 종교적 은유를 짚어보인다. 음식을 먹는 그림 속 행위 자체가 인류를 위한 그리스도의 희생일 뿐만 아니라 인간과 신이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회화작품들에서 음식의 문화사를 추출해내는 책의 맛깔난 작법은 2장에서부터 진면목을 보인다.19세기 말 빈센트 반 고흐의 명작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 책은 호롱불 아래에서 감자를 나눠먹는 네덜란드 농민들의 남루한 삶을 읽어낸다. 그림 속 음식으로 물질적 만족감을 드러내던 표현법은 팝아트 시대로 접어들면서 태도가 달라진다. 앤디 워홀의 캠벨 통조림 깡통 그림 ‘200개의 수프 통조림’,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만화에서 착안한 ‘주방스토브’ 등이 보여주었듯 팝아트 이후로 등장한 음식회화는 전래의 위무적 기능과는 동떨어진 것들이다. ●포크는 언제부터 사용? 대가들의 음식그림을 예술적인 차원에서만 바라보지 않았다는 점이 책의 또다른 장기이다. 그림에 나오는 잔치, 죽은 짐승, 과일, 식기 등의 근저에 놓인 무의식에 초점을 맞춘 시각이 새롭다. 들라크루아의 ‘바닷가재가 있는 정물’의 경우. 화폭 중앙에 사냥물이 날것 상태로 쌓인 그림에 생뚱맞게 조리된 바닷가재가 놓였다. 이를 책은 “시대를 역행하는 당대 보수파 정치인들의 이념을 풍자하는 의미”로 해석한다. 인문과 예술의 두 세계를 거침없이 넘나드는 저자의 지적 편력이 화려하다. 미술해설서인양 갈피갈피에 펼쳐진 천연색 도판에 미감이 자극되는 ‘덤’도 기대 이상이다. 레스토랑의 시초는? 서구 식탁에서 처음 포크가 사용된 시기는? 길거리 가게 간판이, 식당 메뉴판이 등장한 때는? 음식회화가 사회상을 투사한 시대의 창이었다는 논제를 풀어가는 사이사이로 무릎을 치게 하는 흥미로운 정보들이 풍성하다.1만8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Seoul In] 여권교부업무 2시간 연장

    중구(구청장 정동일) 오전 9시∼오후 6시에 교부했던 여권을 오는 17일부터 오전 8시∼오후 7시로 2시간 연장한다. 직장인이 많은 지역 사정을 감안해서다. 직장인들이 출근 또는 퇴근할 때 여권을 편리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다만 여권 발급 신청은 전국 통합발급시스템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기존 오전 9시∼오후 6시에만 받는다. 자택이나 직장에서 여권 받기를 원하는 민원인을 위해 택배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여권과 2260-1037.
  • ‘향수병’ 이천수 국내서 휴가

    네덜란드 프로축구 리그 에레디비지에서 뛰고 있는 이천수(26·페예노르트)가 향수병 치유차 일시 귀국,2주간 휴식을 취한다. 에이전트인 IFA의 김민재 대표는 27일 “이천수가 최근 감기몸살로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 있다. 구단에 쉬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해 2주의 휴가를 허락받았다.”고 말했다. 컨디션 난조로 지난 25일 FC그로닝겐전 출전 명단에서 빠졌던 이천수는 이르면 28일 돌아온다. 김 대표는 “구단에서도 외국 선수들이 현지 적응하는 과정에서 흔히 겪는 일이라고 보고 배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여름 우여곡절 끝에 유럽 재진출에 성공한 그는 비자 문제로 네덜란드 입성이 지연된 데다 지난달 21일 엑셀시오르전에서 데뷔전을 치를 정도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데뷔전 사흘 뒤 2군 경기를 거쳐 11일 맞수 아약스전에 네덜란드 진출 이후 처음으로 선발 출장했다. 출전 기회가 드문드문 이어지면서 향수병을 얻은 것으로 현지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가뜩이나 치열한 주전경쟁의 와중에 2주의 공백은 이천수에게 악재임이 분명하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스키 시즌’이 돌아왔다

    ‘스키 시즌’이 돌아왔다

    겨울 레포츠의 꽃 ‘스키 시즌´이 시작됐다. 강원도 정선 하이원스키장과 평창 용평스키장, 홍천의 비발디파크스키장 등 대형 스키장들이 일제히 문을 열었다.24일 개장하는 무주리조트를 비롯, 수도권 인근 중소형 스키장들도 준비를 끝내고 개장일만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의 스키장들이 설질 개선을 위해 많은 돈을 들여 제설기를 추가 도입하는 등, 시설 보강에 주력한 것이 특징. 개장을 전후해 각종 할인혜택과 이벤트도 풍성하게 준비했다. ▲하이원스키장(high1.co.kr)은 슬로프 등 시설확충에 공을 들였다.17일 개장한 ‘아테나2´ 슬로프에 400m 벨트컨베이어를 설치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게 했고, 안전망과 제설기를 대폭 확충, 쾌적한 스키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오후 시간대 눈고르는 작업을 벌여 스키타는 재미를 반감시켰던 정설시간은 아예 없앴다. 야간 슬로프(오후 6시30분∼10시)는 헤라 1·2·3, 제우스1·2·3, 아폴로1·2·3 등 총 9개면으로 확대할 예정.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2월초 스키열차도 운행한다. 한편 여주∼단양∼영월∼정선을 잇는 38번 국도의 직선구간이 12월 초 부분개통될 예정이어서 지난해보다 30∼40분쯤 일찍 스키장과 만날 수 있게 됐다. 슬로프가 정상 운영될 때까지 리프트 무료, 장비렌털 50%할인 행사를 벌인다. 시즌권 구매자가 일본 이와테현 아피리조트에서 스키를 즐길 경우, 리프트 종일권을 제공한다. 항공·숙박을 묶은 아피리조트 스키패키지 할인특전도 있다.(033)590-7800. ▲용평리조트(yongpyong.co.kr)는 명실상부한 국내 동계스포츠의 메카. 국내 최장·최다 슬로프면에 ‘친절´까지 더했다. 어린이와 여성들을 배려한 서비스를 대폭 강화한 것. 서비스의 핵심은 ‘용평 키즈파크(가칭)´다. 옛 하프파이프가 있던 메인 슬로프 가운데에 눈썰매장뿐만 아니라 스노 봅슬레이·캐릭터 눈동산·이글루 체험장 등 다양한 어린이 놀이시설이 들어선다. 여성 스키어들을 위해 휴식공간인 ‘여성 전용 라운지´, 유아놀이방 등도 마련했다. 슬로프 추가 오픈에 맞춘 특별요금도 내놓을 예정이다. 매달 6일·16일·26일에는 어린이(12세 미만)에게 리프트권을 할인해준다.24일엔 스키장 개장 행사로 ‘더캣하우스&대니정 콘서트´,12월14일 ‘뮤지컬 그리스와 지킬&하이드 뮤지컬 공연´,12월24일 ‘크리스마스 매직 뷔페´,12월30∼31일 ‘이문세 콘서트´가 각각 개최된다.12월31일,2008년 1월1일 사이 송년행사와 신년행사가 이어진다.(033)335-5757. ▲무주리조트(mujuresort.com)는 초보자용 슬로프인 서역기행의 급경사 구간을 평평하게 정비하는 한편, 상급자 슬로프 일부를 야간 개장한다. 조명시설과 안전시설 등을 추가로 설치해 만선베이스 상단의 프리웨이 슬로프를 야간까지 연장 운영하겠다는 것. 전체 슬로프 21㎞ 중 펜스가 설치된 지역이 17㎞에 달할 만큼 안전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렌털용 카빙스키 1000세트도 추가했다. 지난해에 이어 스키 시즌권 연속 구매자에게 2년 연속 2만원,3년 2만 5000원,4년 이상 3만원 추가할인(통합권 기준, 시즌권의 총 구매 횟수와 관계없이 연속구매로 한정) 등의 혜택을 준다. 국민은행 신용카드 소지자는 리프트권(1일4매) 20%, 장비렌털 30%, 스키 강습 10% 할인 받을 수 있다. 개장 이후 일주일 정도 리프트, 렌털 등 요금의 30∼50% 할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프파이프 무료 강습 행사도 마련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하면 된다.(063)322-9000. ▲현대성우리조트(hdsungwoo.co.kr)는 20일 알파2와 델타1 등 슬로프 2면을 개장한 데 이어, 개장 첫 주말인 24일 챌린지 슬로프 등 상급자 코스도 본격 오픈한다. 세계 최장 450m 봅슬레이 썰매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공간이 마련된 ‘스노 어드벤처´는 12월15일 오픈 예정.23일까지 회원에 한해 리프트를 무료로 개방한다. 비회원은 주간권(2만1000원)을 구입해야 한다. 이 기간 중 스키와 보드를 회원 70%, 비회원 50% 할인가격으로 렌털한다. 수능생 할인행사가 12월31일까지 이어지고, 졸업생은 2월11일∼폐장일 50% 할인 혜택을 받는다.(033)340-3000. ▲비발디파크 스키월드(vivaldipark.com)는 실외 스키장 최초로 총 3대의 제빙기 시스템을 도입했다. 영상 15℃에서도 제설을 할 수 있는 첨단 장비.1대당 50t, 총 150t의 물로 인공 제설을 해,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슬로프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재즈 슬로프(중·상급) 리프트를 6인승, 발라드(초보) 슬로프 리프트를 고속형으로 교체하는 등 시설도 확충했다. 재즈 슬로프는 가로 80m, 레게 슬로프는 가로 50m로 각각 확장했다.24시간 운영하는 밤샘 슬로프는 작년 9면에서 10면으로 늘렸다.20일 초급코스 발라드와 초심코스 블루스 등 두 개의 슬로프를 오픈해 운영 중. 시즌권자와 새벽 스키어들을 위해 무료셔틀 버스를 운행한다. 오션월드와 연계한 복합시즌권을 출시하는 한편, 시즌권자들에게 별도의 시즌 보험을 제공한다. 오전권, 야간권 시간도 각각 30분씩 연장했다.1588-4888. ▲오크밸리 스노파크(oakvalley.co.kr)는 초급자 I슬로프를 전면 개선했다. 정체와 병목현상을 유발했던 슬로프 중간의 굴곡을 없애고, 하단 부분을 전면 리노베이션했다. 최신형 팬타입 제설기와 제설 펌프 등을 들여와 설질을 신속하게 복원할 수 있도록 했다. 슬로프 조명시설도 개선했다. 사각지대를 없애 사고위험을 한층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심야 스키(12월15일∼내년 2월10일 예정)는 오후 10시∼오전 3시까지 운영한다. 최신형 스키 700대와 보드 300대 등 렌털 장비도 보강했다. 심야 스키가 운영되는 새벽 3시까지 수도권 전역으로 무료 셔틀버스를 왕복 운행한다. 간단한 식음료도 제공할 예정. 확장 공사로 넓어진 광장에서는 매주 인기가수의 특별 콘서트가 펼쳐진다.12월8일,15일,21일,2008년 1월 6일 등 4차에 걸쳐 여성만을 위한 ‘스노보드 페스티벌´도 연다.(033)769-7777. ▲휘닉스파크(phoenixpark.co.kr)는 슬로프 2개면을 오픈할 때까지 개인회원 주간권 무료, 법인회원 주간권 1만 5000원, 모바일회원 반일권 1만 7000원, 주간권 2만원 등으로 할인해준다. 시즌권 구입자에게는 서울·경기 정기셔틀버스와 시즌보험을 무료로 제공한다.(02)527-9696 ▲타이거월드(tigerworld.co.kr)는 세계 12번째 실내스키장.270m 메인 슬로프(폭 40m)와 70m의 보조슬로프(폭 30m)로 나눠져 있다. 코스 구성도 다양한 편. 워터파크도 갖추고 있다. 경기도 부천.(032)220-7000. 이밖에 수도권 중소형 스키장들도 개장을 했거나 준비 중에 있다.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양지파인리조트(031-338-2001)는 22일 개장 예정이다. 개장 기념으로 22∼23일 리프트를 무료 개방한다. 이천시 마장면 지산리조트는 23일 낮 12시에 오픈할 예정. 포천시 베어스타운(031-540-5000)은 개장일자를 확정하지 못했지만, 늦어도 24일을 넘기지 않을 예정이다. 남양주 스타힐리조트는 30일 개장 예정이다. 서울리조트는 내부 사정으로 올 시즌 개장 여부가 불투명하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환상의 나래 그 끝없는 전위 오페라

    환상의 나래 그 끝없는 전위 오페라

    뮌헨에서 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진은숙 씨가 작곡한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 세계초연을 독일 현장에서 보고, 가슴 가득 끓어오르는 감격을 가눌 길이 없었다. 커튼 콜 때 무대를 향해서 “브라보 진은숙! 진은숙!”을 큰 소리로 연창했다. 주위 독일인들을 의식하지 않고 나도 모르게 터져나온 외침이었다. 진은숙 씨와 똑같은 한국여성임이 한없이 자랑스러운 날이었다. 이날의 커튼 콜은 독일 관객들의 열광 속에서 네 차례나 이어졌다. 독일 뮌헨에 있는 바이에른 국립극장은 유럽 오페라의 중심 무대 중 하나로 손꼽힌다. 1818년 세워진 이래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뉴른베르크의 명가수> <니벨룽의 반지> 중 1부 <라인의 황금> 2부 <발퀴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평화의 날>과 <카프리치오소>가 초연된 것으로 유명한 명문극장이다. 이 바이에른 극장에서는 해마다 6월말에서 7월말까지 한달 동안 여름 오페라 페스티발이 열리고 있는데, 올해 페스티발의 개막작품으로 진은숙 씨의 첫 오페라 작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선정된 것이다. 보수성이 강한 바이에른 극장에서 전위적인 현대 오페라, 그것도 한국여성의 작품을 개막작품으로 선정했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바이에른 극장의 200년 역사상 여성작곡가의 작품이 한번도 공연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진은숙씨의 작품이 워낙 뛰어나서 가능했으리라고 본다. 진은숙 씨는 2004년 작곡가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그라베마이어상을, 2005년 쇤베르크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베를린 필의 음악감독이며 지휘자인 사이먼 래틀은 세계 작곡계를 이끌 차세대 5명중 한사람으로 진은숙 씨를 꼽았고, 이번 공연한 작품도 바이에른 극장의 음악감독 겸 지휘자인 켄트 나가노가 로스앤젤레스 오페라 극장에 있을 때 작곡 위촉한 것으로 그가 강력히 추진해 이루어졌다고 전해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루이스 캐럴의 원작(1865년)을 바탕으로 만든 오페라이다. 루이스 캐럴은 필명이고, 실제 작가는 영국의 수학자이자 성직자인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이라고 한다. 소위 난센스 문학으로 불린 루이스 캐럴의 판타지 이야기는 실제 인물의 풍자적 암시가 곁들여졌다. 사람들이 실제 인생에서 맞닥드리게 되는 일들이 복잡하고 다면적인 텍스트로 변신해 인생에서 가장 단순하지만 복합적인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해 주는 작품이다. 극도로 단순화된 복합성의 매력과 상상력 풍부한 스토리텔링 기법 때문에 수많은 영화 제작자들, 만화가들 , 작곡가들이 꼭 다루고 싶어하는 내용이었다. 진은숙 씨의 스승인 죄르지 리게티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사로잡혀 오페라로 남기려 열망했으나 사망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것을 제자인 진은숙 씨가 작곡해서 스승에게 헌정한 것이다. 대본은 영화 <M 버터플라이>를 쓴 중국계 데이비드 헨리 황와 진은숙 씨가 함께 썼고, 지휘는 일본계인 켄트 나가노가 했다.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성격이 강한 뮌헨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세계 초연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처음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는 소문이다. 그 이유는 독일인이 좋아하는 바그너류 하고는 거리가 먼 영국식 동화적 상상력에다가 대본마저 독일어가 아닌 영어이고, 특히 한국여성의 작곡, 중국계 헨리 황의 대본, 일본계 켄트 나가노의 지휘 등 동양계가 주축이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공연결과는 상상외로 좋았다. 캐나다의 작곡가 크리스 하먼은 “2시간 30분 내내 음악적 구조를 탄탄히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진은숙은 성공했다”고 말했다. 뮌헨 게르트너플라츠 오페라 극장의 수석 객원 지휘자 아드리안 뮐러도 “대단히 역동적이고 환상적”이라고 극찬했다. 진은숙 씨의 친언니이며 음악칼럼니스트인 진희숙 씨는 뮌헨의 초연을 보고 나서 다음과 같이 평했다. “여타의 현대오페라와 확실하게 구별된다. 현대 오페라의 중요한 특징중의 하나인 난해한 현학취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루이스 캐럴의 동화처럼 시종일관 상상력이 넘치며, 텍스트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배려한 다양한 음악적 시도들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기존 음악의 다양한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 극적 리얼리티를 살리려는 노력과 작곡가 특유의 음악적 유머는 오페라를 보는 재미를 한층 배가해 주었다. 원작이 지니고 있는 기상천외한 상상의 세계를 그대로 음악으로 펼쳐 보인, 그래서 음악으로 듣는 동화의 전형을 보여준 오페라였다.” 동아일보의 객원 대기자인 최정호 교수는 뮌헨에 다녀와서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공연은 대성공이란 것이 언론의 중평이다. 나는 개막 3일전의 드레스 리허설(총연습) 날 극장 주위에 수많은 팬이 ‘표를 구함’이란 쪽지를 들고 담을 쌓고 있는 남녀노소의 인파에 놀랐다. 왕년에 카라얀 공연 때도 보지 못한 규모의 인파였다.” “앨리의 무대장치와 조명도 맡은 아힘 프라이어의 연출엔 썩 만족할 수 없었다. 음악을 살려야 할 연출이 음악을 밀어 젖히고 지나치게 까발리며 나서고 있다는 인상이다. 나는 눈을 감고 앨리스의 음악만 들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봤다.” 연출의 문제에 대해서는 필자도 동감이다. 실제로 앨리스의 음악만 들었다면 더 감동적이고 황홀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오케스트레시션 음악만을 듣고 싶은 맘이 간절했다. 근래 유럽 오페라에서는 연출의 횡포라 할까, 연출가의 전횡, 독재가 문제되고는 한다. 작품에 상관없이 연출가의 의도가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심지어 연출가가 장기자랑으로 오페라를 재창조하려는 흐름이 압도적이다. “독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는 루이스 캐럴의 원작은 물론 진은숙의 음악적 의도와는 상당히 어긋나는 나름대로 의 연출을 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무대를 45도 각도로 세워놓고 거기에 몇 개의 구멍을 뚫은 다음 그곳에서 배우들이 서서 연기를 하도록 했고, 가수들은 앨리스와 여왕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대 아래쪽에서 그것도 때로는 가면을 쓴채 노래를 했다. 말하자면 노래는 가수가, 연기는 배우들이 따로 한 셈인데, 45도로 기울어진 무대와 가수들의 고정된 위치, 가면 등이 표현의 자유를 상당히 제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화가 출신인 연출가는 무대를 45도로 기울여 놓음으로서 무대를 그림 그리기 좋은 캠버스로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무대의 그림은 마치 동화책을 펼쳐놓은 듯 환상적이었다. 연출가는 그렇게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 등장인물들을 자신의 캠버스에 가두어 놓은 것이다.”라고 나는 마치 체스판 위에서 체스 말들이 툭툭 튀어나와 경쟁적으로 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런 아쉬움 속에서도 즐거운 점이 있었다면 출연한 가수들의 놀라운 가창력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앨리스역의 소프라노 샐리 매튜, 토끼역의 카운트 테너 엔듀류 왓츠의 실력이 놀라웠으며 여왕역으로 무대에 오른 왕년의 오페라 스타 소프라노 귀네스 존스는 7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한 노래실력을 보여 주었다. 연출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번 공연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관객들은 그림책을 한 페이지씩 넘기면 다른 그림이 나타나는 듯이 전개되는 무대 위의 장면들을 즐거워했으며 그런 면에서 아힘 프라이어는 명성에 걸맞는 저력을 갖고 있는 연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 아동극처럼 유치해질 수 있는 무대를 나름대로 철학적 해석을 거쳐 무언가 있는 것 같은 무대로 만들었다는 것에서 일말의 위안을 찾는다고나 할까” 연출의 문제에 대해서는 작곡가 진은숙 씨도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오페라의 마지막 장면처럼 제 의도와 부합되는 장면도 있었지만 전해 그렇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제가 의도적으로 아주 다이내믹하게 작곡한 부분에서 무대 역시 많은 움직임이 있기를 바랐는데, 연출가는 무대도 바꾸지 않고 인물들도 움직임 없이 그냥 두었다. 제일 아쉬운 부분이었다.” 진은숙 씨는 이번 앨리스의 속편격인 <거울 뒤의 앨리스>를 2013년경 뮌헨 바이에른 극장에서 초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회에 한가지 집고 넘어갈 것은 역사적인 진은숙 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계 초연에 초청받은 독일주재 한국대사가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손님 접대 만찬 때문이라고 했으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자랑스러운 세계 초연에 주재국 대사라면 만사 제치고 와서 기뻐하며 축하해 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올림픽 경기 우승이나 미스 월드 1위 우승보다 높은 가치의 예술문화외교를 경시하는 답답함에 솔직히 섭섭함이 치밀어 오르며 화가 났다. 올해의 음악계 화제 톱은 단연 진은숙 씨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계 초연임에 틀림없다. 글 신갑순 삶과꿈 발행인, 삶과꿈 챔버오케스트라 싱어즈 대표 사진제공 김용원, 바이에른 국립극장     월간 <삶과꿈> 2007.09 구독문의:02-319-3791
  •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 로스쿨 5권역 배분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 로스쿨 5권역 배분

    오는 2009년 3월 개원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지역간 균형을 고려해 전국을 5대 권역으로 나눠 배분한다<서울신문 10월19일자 1면 보도>. 로스쿨 선정의 최대 관건은 9개의 평가영역 가운데 배점이 만점의 3분의1을 웃도는 ‘교육과정’이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와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금 비율, 사회적 책무성도 로스쿨 선정의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30일 이런 내용의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인가 심사 기준’을 확정, 발표하고 다음달 30일까지 설치 인가 신청을 받는다고 공고했다. 교육부는 지역간 균형을 고려해 로스쿨 인가 대학을 선정하되, 전국을 고등법원 관할 구역 단위로 5개로 나눠 권역별로 우수한 대학을 선정하기로 했다.5개 권역은 ▲서울·경기·인천·강원 ▲대전·충남·충북 ▲대구·경북 ▲부산·경남·울산 ▲광주·전남·전북·제주 등이다. 교육부는 그러나 법학교육위원회의 심사 결과 로스쿨을 설치·운영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선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심사 기준은 9개 영역 66개 항목,132개 세부 항목으로 1000점 만점이다. 교육과정이 345점(34.5%)으로 비중이 가장 높고, 교원 195점(19.5%), 학생 125점(12.5%), 교육시설 102점(10.2%) 등의 순이다.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교육과정과 교원이 총점의 절반을 넘는 54%를 차지한다. 특히 ‘학생’ 항목에서는 법조인 배출 실적(25점)과 경제적 약자를 위한 장학 제도(55점),‘대학 경쟁력 및 사회적 책무성’ 항목에서는 연구윤리 확보 수준(10점)과 대입 관련 행·재정 제재 실적 유무(4점) 등이 포함됐다.‘입학전형’ 영역에서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배려한 특별전형 비율(10점)을 평가한다. 법학교육위원회는 로스쿨 설치 인가를 신청한 대학에 대해 내년 1월까지 서면·현지 조사를 실시, 인가 여부와 개별 로스쿨의 입학정원 심의 결과를 교육부장관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내년 1월말 예비 인가 대학을 발표하고, 이행 상황을 확인한 뒤 내년 9월 최종 인가할 계획이다. 현재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은 43곳에 이른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李 “진학·취업 빈곤층할당제 도입”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는 28일 진학과 장학금 지원, 공무원 및 공공기관 취업시 일정 비율의 빈곤층을 우선 배려하는 제도인 ‘계층할당제(affirmative action)’ 도입을 위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충북 청주의 노인요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생애 희망 디딤돌 7대 프로젝트’라는 복지 공약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계층할당제 가운데 취업 부문과 관련, 고경화 의원은 “소득 순위상 하위 10%에 한해 공무원 및 공공기관 취업시 가점을 주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진학에 있어서도 하위 10% 학생에게 일정 비율을 배정하는 ‘입학 할당제’가 검토되고 있다. 장학금 우선 배분은 ‘차차상위’ 계층 학생을 대상으로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호 의원은 “지금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고등학교까지 차차상위 계층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면서 “이를 확대해 대학교까지 차차상위 계층 학생을 우선 배려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도입을 공약한 ‘자율형 사립고’의 경우 정원 중 30% 학생에게 장학금이 지원되는데, 차차상위 계층 학생에게 우선권이 주어질 방침이다. 이 후보는 제도권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대출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사회책임연대은행’ 설립 법안을 추진하고,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근로 인센티브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년층 보호를 위해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확대 및 고령고용촉진 장려금 지원 확대로 일자리를 많이 제공해 드리겠다.”면서 “기초 노령연금을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2007 남북정상선언 이후] 이수훈”北,국책연구기완장 교류 긍정적”

    [2007 남북정상선언 이후] 이수훈”北,국책연구기완장 교류 긍정적”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은 나빠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얼굴 윗부분이 조금 붉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3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남측 수행원들과 악수하며 배우 문성근씨가 ‘제가 문성근입니다.’라며 인사하자 김 위원장은 발길을 멈추고 ‘반갑습니다.’라고 친근함을 표시하는 등 소탈하고 자상한 모습도 보여주더군요.” 남북 정상회담에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했던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이수훈(53) 위원장은 “전력사정이 눈에 띄게 좋아진 점 등 북한 경제형편은 많이 나아지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고 5일 말했다.2004년에 이어 세번째 방북한 그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특히 2001년 8월 민족대축전을 맞아 평양을 방문했을 때와 견줘 이같이 강조했다. ●“늦은밤 평양 환해 전력사정 좋아진 듯” 이번에 찾은 평양 거리에는 우리의 성탄절 분위기와 비슷하게 트리 장식이 돼 있었으며 아파트 등 주택가에도 밤 11시 넘어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 등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고 한다.2004년엔 사흘이라는 짧은 체류기간 때문에 자세히 살피지 못했지만 2001년에는 일찍 전등이 꺼지는 등 적막강산이었다고 회고했다. 낮에도 아파트 창문에 비닐 같은 것으로 덮어 씌워 놓는 등 비교적 어두운 느낌을 받았으나 이번엔 도로나 주택가가 말끔히 단장됐다는 느낌을 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북측 인사들은 “우리는 늘 이렇게 하고 있다.”고 뽐냈다고 전했다. 전력 공급이 어떻게 좋아졌느냐는 물음에는 “수년에 걸쳐 소형 수력발전소를 많이 지은 결과”라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시내 건물도 깨끗하게 도색해 6년 전과 달리 황폐한 느낌이 아니라 ‘사람 사는 냄새’가 풍기는 인상이 짙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2000년 1차 정상회담이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것이었다면,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이번 회담은 화해와 협력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 큰 의의”라고 강조했다. 경제적 협력과 제반 협의의 틀을 마련한 기회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사적으로 요충지인 황해도 해주를 정보기술(IT) 경제특구로 개방하는 문제에 대해 곧바로 수락한 점을 사례로 손꼽았다. 북 해군전력의 60%를 차지하는 이 지역을 놓고 ‘통 큰 결단’을 내렸다는 사실이 한반도의 바뀐 분위기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그는 “해주 경제특구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는 사실은 개성공단에서 엿보인다.”면서 “당시 군사시설을 수㎞ 밖으로 물리면서까지 공단을 조성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또 정상회담 준비과정에 우여곡절이 숱하게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북측이 매우 협조적이었다는 점도 들었다. 방북단 규모를 당초 200여명에서 300여명으로 늘린 점, 노 대통령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갈 계획을 통보한 것만 해도 엄청난 준비가 뒤따라야 하는 등 갖가지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끝까지 남측을 배려해 줬다는 이야기다. 마지막날 발표된 ‘2007 남북 정상선언’ 합의문도 남측이 80∼90%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했다. ●‘인민은 위대하다´는 외교 의전상 배려 노 대통령이 4일 서해갑문을 방문해 방명록에 ‘인민은 위대하다.’라는 글을 쓴 점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잘라 말했다. 그는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 말로, 외교 의전상 상대방을 배려한 것”이라면서 “북녘에서 북한이라는 말 쓰면 안 되듯 우리 표현으로 하면 결례”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방명록 서명을 놓고 네티즌들은 “그래서 영혼을 팔아 먹었다는 말까지 듣는 것”“남측으로 치면 국민이라는 뜻으로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니 문제 아니다.”라는 등 입씨름이 한창이다. 한편으로는 “오히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겐 (주민인권 등 탓에) 따끔한 얘기로 들릴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남북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공유하기 위해서라도 국책연구기관장들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제안해 북측으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었으며 다음달 방북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리종혁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 겸 조선통일연구원장과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 고위 관계자들이 초청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귀띔했다. 그는 정상회담에 따른 미국과 일본 전문가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8일 출국한다.16일까지 머물며 빌 클린턴 정부부터 조지 부시 정부 초기까지 미국의 대북 특사를 맡았던 찰스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한인으로 미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조지타운대 빅터 차 교수, 릿쿄대 이종원 교수 등을 만난다. 이 위원장은 “이들은 한반도 전문가들이기는 하지만 비핵화 문제 등 핫이슈에 대해 피부로 느끼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직접 회담에 참석한 입장에서 자세한 설명을 통해 이해를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당당한 지도자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당당한 지도자

    총 10개항의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도출해낸 2007 남북정상회담은 내용면에서 알차다. 보다 구체성을 띠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 무엇보다 남북 공동번영의 길을 튼 경제협력 부문은 상호 신뢰구축에도 큰 역할을 하리라 본다. 이번의 경협 합의는 ‘대북 마셜플랜’이라 붙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물론 실천 여부가 난제일 수 있지만 최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면 ‘남남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도 ‘김정일 신드롬’은 존재했다.2000년과는 강도에서 차이가 나지만 이번에도 분명 그런 현상은 있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파격’이 자리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2박3일간 평양 체류 일정이 생방송 중계되다시피 한 TV 특별방송을 통해 많은 국민들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적지않은 관심을 표명했다. 절대권력자답게 거칠 것 없는 말투에다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과연 김 위원장이 이번에는 또 어떤 파격을 보여줄 것인지 은근히 즐기고 기대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필자는 이틀째 오후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느닷없이 하루 더 평양에 머물라고 제의한 게 대표적이지 않나 싶다. 그는 노 대통령이 즉답을 못하자 “대통령이 그것도 결정 못하십니까.”라고까지 했다. 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기습 제의에 당황한 표정이었다.TV 중계를 보면 쪽지를 건네받고서야 “경호, 의전 쪽과 상의해야 한다.”고 유보적 답변을 내놨다. 만약 그 때 “뜻은 고맙지만, 내려가서 할 일이 많아 (일정 연장을)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라고 즉답했다면 어땠을까. 이 모습은 아직도 뇌리에 박혀 있다. 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부딪친 다른 행사에서도 국내에서와는 다르게 ‘신중 모드’를 유지했다.‘거침 없고 당당한’ 평소 스타일과는 달랐다. 상대방을 너무 배려한 탓일까. 성과물을 많이 얻어와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던 것일까. 동국대 박명호 교수(정치학)는 “노 대통령이 2000년 1차 정상회담보다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물을 얻어내야 한다는 의무감이 강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비해 왜소해 보였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무소불위 절대권력자와 5년 단임 대통령, 그것도 퇴임을 앞둔 대통령의 차이라고 분석한다. 노 대통령이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당당함을 유지했으면,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노 대통령은 5000만 국민을 대표해서 평양에 간 것이고, 특히 우리가 많은 대북 지원을 하고 있는 마당에 그쪽 눈치를 지나치게 보는 모양새는 그리 달갑지 않은 것 같다. 상대에 대한 배려는 좋다. 하지만 과공비례(過恭非禮)라고 하지 않던가. 김장수 국방부 장관의 꼿꼿한 자세가 화제가 되는 것도 그런 당당함을 원하는 국민정서가 아닐까. 노 대통령이 상당한 성과를 얻었지만 당당함을 유지했다면 금상첨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남북정상회담은 수시로 열리게 돼 있다. 차기 대통령도 김 위원장과 한번은 만날 것이다. 남북정상간 만남의 상징성에 집착하지 않고 합의 도출의 의무감 같은 것을 버리고 편안하면서도 차분하게 당당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김 위원장의 파격에 여유있게 응수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보고 싶은 것이다.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들은 이 점을 깊이 생각했으면 한다. jthan@seoul.co.kr
  • [업계소식-CF] 신동아 ‘파밀리에’ 론칭광고 눈길

    [업계소식-CF] 신동아 ‘파밀리에’ 론칭광고 눈길

    신동아건설의 ‘파밀리에´ TV광고가 독특한 형태로 제작돼 눈길을 끈다. ‘가족처럼 소중한 아파트´를 컨셉트로 탤런트 이요원을 모델로 한 이 CF는 5초 길이의 론칭광고 3편과 15초 길이의 본편광고가 동시에 선보인다. 론칭광고 3편은 파밀리에의 의미인 ‘가족 사랑´을 ‘아기를 품에 안은 어머니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본편광고는 파밀리에 아파트 내에서 보이는 다양한 가족들의 모습을 이요원이 따뜻하게 배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회견서 드러난 전략

    회견서 드러난 전략

    당내 경선에서는 지지층의 표심을 겨냥해 좌우로 치우치는 노선을 걷다가도 후보로 뽑힌 뒤에는 전체 국민을 향해 중도로 이동하는 게 대통령 선거의 속성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도 이런 전형(典型)을 따르기로 했음을 9일 기자회견에서 드러냈다. 이 후보는 영남·보수층이라는 한나라당의 ‘집토끼’에 만족하지 않고 ‘산토끼’를 잡으러 과감히 집을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념적으로는 중도·실용, 지역적으로는 호남, 연령적으로는 젊은층이 표적이다. 이 후보가 이날 언급한 “지역주의 의존 세력을 국민통합 세력으로 바꿔야 한다.”는 표현은 범여권 쪽에서 주로 해 온 말이다.“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복지체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언급 역시 썩 한나라당다운 것은 아니다. 이 후보 스스로 “이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실사구시를 앞세우는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는 말로 궁금증을 해소시켰다. 그는 아예 “반테러, 휴머니즘, 빈곤 퇴치, 평화, 공동안보가 세계의 보편적 원칙으로 자리잡았다.”고 선언, 진보와 보수의 어젠다를 한 데 묶어 버렸다. 이 후보는 이것을 가리켜 ‘제3의 길’ 운운하는 대신 “문명사적 전환”이라고 언명했다.“더 많은 자유, 더 많은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제3의 길이란 샛길 대신 진보와 보수를 모두 싣고 가는 고속도로를 뚫겠다는 의미에 가깝다.‘잡탕’을 우려하는 한나라당내 강경 보수파로서는 달갑지 않은 노선일 수도 있다. 이 후보가 이날 새로 내놓은 ‘2008년 체제’라는 용어도 ‘이념 파괴형’이다.6·10민주항쟁 이후 올해까지를 민주화시대로 규정하면서 2008년부터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정신, 즉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8년 체제는 선진국 진입을 가져올 신(新)발전체제”라는 이 후보 자신의 말에서 어쩔 수 없이 ‘산업화’ 쪽에 가깝다는 냄새가 난다. 흥미로운 것은 이 후보가 ‘국민통합’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전매특허’를 시대정신으로 언급했다는 점이다. 중도층 유인용으로 해석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2008년 체제란 민주화체제인 1987년 체제와의 단절을 의미하나. -세대 단절은 없다.63년 이후의 산업화와 87년 이후의 민주화를 뛰어넘어 동시에 이루겠다는 것이다.2008년엔 새로운 발전으로 그 성과가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구체적인 화합 방안은. -정권교체라는 데 강한 합의를 했다. 그렇기에 특별한 비율로 배려한다는 게 아니고 유능한 사람은 언제라도 함께할 것이다. ▶청와대 고소에 대해 검찰이 실제 수사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검찰이 조사가 필요하다고 하면 응하겠다. 이런 개인의 생각을 갖고 있지만 당과 필요하다면 의논해 조치를 취하겠다. ▶범여권 후보가 정해져도 호남에서의 지지도가 유지되리라 보나. -호남 분들도 실용적 사고를 하고 있기에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2차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입장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떠나는 대통령이 차기 정부와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합의를 할까봐 걱정된다. 평화협정 문제엔 동의한다. 김상연 한상우기자 carlos@seoul.co.kr
  • [열린세상] 정치인의 눈물과 벤처기업/ 문인철 정치경제 평론가

    [열린세상] 정치인의 눈물과 벤처기업/ 문인철 정치경제 평론가

    지난주 한나라당은 대통령 후보 경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박근혜 전 대표를 1.5%포인트, 간발의 차로 이겼다. 이젠 명칭도 이명박 전 시장이 아니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이다. 먼저 1년2개월의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끝낸 한나라당에 치하의 말을 건넨다. 우리나라 정당사에 한 획을 긋는 큰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여러번의 검증 국면에선 아슬아슬한 고비도 있었지만 무난하게 넘어갔다. 일각에선 진흙탕 싸움이라는 평도 있었지만, 본선에 가서는 이보다 훨씬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치열하게 하니까 흥행도 된 것이다. 경선 초기에 성공을 전망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우리나라 정당 경선의 역사가 아름답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1992년 대선 민자당의 경선에서는 한 후보가 경선 직전 경선을 포기하고 탈당했다.1997년 신한국당 경선 때는 패한 자가 새로 당을 만들어 독자출마하였다.2002년 민주당 대선경선 때도 중도 포기 후 탈당한 사례가 있다. 이와 같이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불복과 탈당, 그리고 독자출마로 점철되었다. 그래서 박 전 대표의 깨끗한 승복은 아름다운 경선으로 거듭난 것이다. 한나라당 경선 다음날 박 전 대표의 집을 국회의원 수십명이 위로차 방문했다. 몇 의원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고 한다. 최선을 다했고 승리를 자신했건만 결과가 좋지 않은 안타까움에 눈물이 났을 것이다. ‘그렇다고 국회의원이 울기까지야.’하면서 혀를 차는 분도 있겠지만 그 이유가 충분한 것이 정치이다. 정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high return 고위험, 고수익)이기 때문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은 원래 벤처기업의 대표적인 특성이다. 성공하면 단번에 거대한 부를 얻는 반면 실패 확률이 너무 높다. 벤처기업 육성 10년째인 현재 1만 3000여 벤처기업 중 성공한 몇개의 기업은 돈방석에 앉았다. 나머지 대부분의 벤처기업은 미래를 기약하며 밤새워 일하고 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면서 말이다. 정치도 벤처기업과 유사하다. 이번 한나라당 경선 결과를 예로 들어 보자. 이긴 쪽이 당내 모든 권력을 독점하게 된다. 패자에게 배려해 준다 해도 거의 생색 수준이다. 어떻게 얻은 권력인데 나눠 가진단 말인가. 크게 배려한다 해도 여전히 주도권은 승자 몫이다. 그 어느 때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승자를 벤처 식으로 표현하면 한방에 고수익자가 된 것이다. 반면 패자는 하이 리스크를 알면서도 뛰어 들었기 때문에 백수 신세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총선 공천부터 불확실해졌다. 그렇다고 중립지대가 안전한가. 그렇지 않다. 여차하면 기회주의자로 찍히게 된다. 양쪽에서 모두 배제해 버릴 가능성이 있다. 정치인은 벤처기업인과 마찬가지로 위험을 피해 가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험을 선호한다. 위험이 따를 때 비로소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기회를 잘 잡으면 단 한번에 권력의 정점에 오를 수 있으나, 진다면 바로 짐을 싸야 한다. 상황이 이러니 패했을 때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안정을 추구하고 위험을 기피하는 인물이라면 정치판에 아예 얼굴을 내밀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러한 패배의 눈물을 흘릴 각오가 돼 있지 않다면 정치하기가 힘들다. 승리한 캠프는 잔치판이고 패배한 캠프는 곡소리와 함께 짐을 싼다. 그야 말로 벤처기업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몇 년의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보게 되는 정치인의 눈물, 이것이 정치권의 생리이다. 곧 있을 여권의 경선과 올해 말 대선에도 또 그 눈물이 예약되어 있다. 문인철 정치경제 평론가
  • [누드 브리핑] 공동재산세 육탄저지

    강남구의회가 공동재산세 도입 후폭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성동구가 지난주 단행한 인사를 두고 해석이 분분합니다. ●경찰이 너무 하는 것 같네요 지난 6월25일 국회에서 공동세 저지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던 강남구의회 의원들이 최근 경찰로부터 줄소환을 당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강남구 의원들은 당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공동재산세 결사반대를 외치며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경찰이 6명의 의원을 소환통보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이학기 의장은 “당시 시위가 사전에 계획된 것도 아니라 돌발적으로 이뤄진데다 법안까지 통과가 된 마당에 의원들을 소환통보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경찰을 강력히 성토했습니다. 소환 통보를 받은 오완진 부의장을 비롯, 이석주·박남순·채수영·우창수·권철규 의원은 소환 통보에도 불구하고 공동세 반대를 지속하겠다는 결의를 다졌습니다. ●“하늘이 안 도와 주네요.” 강동구가 모처럼 대규모 야외 음악공연을 준비했는데요. 최근의 궂은 날씨에도 무대 세트까지 완성시켜 강행할 뜻을 버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공연 장소인 일자산 잔디 광장이 쏟아지는 비 때문에 질퍽해지면서 신동우 구청장이 결국 공연 당일 날(14일)에 취소를 했습니다.“공연으로 주민들 기분이 좋아지기보다 관람 불편이 더 클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고 합니다. 취소 소식을 모르고 찾아온 일부 주민과 관련 공무원들은 ‘하늘이 안 도와 준다.’고 푸념했답니다. 더 아쉬운 것은 취소된 이번 행사가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강동선사축제 등 대규모 행사가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에 날짜 잡기가 쉽지 않다고 하네요. ●실제는 문화공보체육과 배려인데… 성동구가 지난주 5급 28명,6급이하 30명 등 무려 58명의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인사에서 문화공보체육과의 과장과 팀장이 모두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겼는데요. 이를 두고 다른 자치구에서 제각각으로 분석을 한다고 합니다.“그동안 공보를 제대로 못해 과·팀장을 교체한 것 아니냐.”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요. 하지만 사실은 그 정반대였습니다. 실제로 최근 문화공보체육과는 공보담당 주임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7급으로 승진하고, 팀장은 총무팀장으로, 과장은 재무과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공보라인을 배려한 인사였습니다. 이와 관련 성동구의 한 공무원은 “이호조 구청장이 열심히 일하면 보상을 받는다는 차원에서 이번 인사에서 공보팀을 과감하게 배려한 것으로 아는데 다른 구청에서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헛짚었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시청팀
  • [佛 사르코지 개혁실험 3개월] (상) 확 달라진 정치문화

    [佛 사르코지 개혁실험 3개월] (상) 확 달라진 정치문화

    |파리 이종수특파원|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16일로 취임 석달을 맞는다. 당선 확정 직후 일성은 ‘변해야 산다.’였다. 그에 걸맞게 사르코지 대통령은 ‘개혁 전도사’를 자처하며 3개월 동안 정치·사회·경제·교육 등 전방위에서 숨가쁘게 바람을 일으켰다. 대학 개혁, 공무원 정원 축소, 대중교통 최소서비스제 등의 이름으로 진행 중인 그의 개혁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고 어떤 산을 넘어야 할지 짚어본다. ●국정운영 방식 등 대대적 변화 시도 사르코지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크게 바뀐 것은 프랑스의 정치문화다. 그는 국정운영 방식, 제도·관행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대통령 당선 전부터 전형적인 프랑스 정치인과는 달리 튀는 행보를 보였던 사르코지 대통령은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튀는’ 행보로 주목받았다.‘조깅 대통령’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의 파격적 발상은 좌파인 사회당 고위 인사를 내각에 임명하면서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1기 내각 구성에서 이전의 부처를 통폐합한 뒤 장관 수를 16명에서 15명으로 줄였다. 장관급인 담당장관직 13개는 아예 없앴다. 사르코지의 잇단 돌출 행동에 사회당은 물론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 소속 의원들마저 볼멘소리를 했다. 특히 ‘개방’이라 불리는 좌파 인사 기용 정책은 좌우 진영 모두 충격을 주었다. ●대통령 친정체제 구축 사르코지 대통령의 ‘파격’ 이면에는 실용주의와 제왕적 리더십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샤를 드골 대통령처럼 제왕적 리더십을 추구한다. 프랑스를 위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다. 그래서 좌·우파를 가리지 않고 내각에 중용했다. 아울러 장관들의 위상을 실무 위주로 전환시키면서 ‘대통령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도 다른 특징이다. 이는 내각 구성에서 두드러졌다. 많은 수의 사회당 인사들이 ‘개방’의 우산 아래 들어왔다. 사회당의 상징적 인물인 베르나르 쿠슈네르가 외무장관에 임명된 것을 필두로 6명의 인사가 장관급에 합류했다. 정점은 사회당 대선후보였던 중진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재무장관을 국제통화기금(IMF) 신임 총재로 추천한 것. 여당 일각에서도 반발했지만 사르코지는 스트로스-칸을 후보로 밀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수양 아들’로 통하는 자크 랑 전 문화부장관을 기구현대화위원회로 끌어들였다. ●장관 15명 중 7명이 여성 사르코지 대통령이 꺼낸 다른 회심의 카드는 여성 중용이었다. 장관 15명 가운데 여성은 절반에 가까운 7명이다. 사르코지는 원래 페미니스트가 아니었다. 그러나 ‘표심’을 잘 읽기로 유명하다. 자신의 어떤 행동도 51% 이상의 지지만 있다고 판단하면 강행한다. 여성 장관 중용도 그런 케이스다. 당시 인선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라시다 다티 법무장관. 북아프리카 이민자 2세인 그녀를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주요 장관에 임명, 소수 인종을 배려한다는 ‘상징조작’ 효과도 거뒀다. 이어 총선에 패배한 알랭 쥐페 환경장관의 사임으로 인한 부분 개각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를 첫 여성 재무장관에 임명했다. vielee@seoul.co.kr
  • [길섶에서] 뒷모습/최태환 수석논설위원

    해가 나는가 싶더니, 이내 빗발이다. 하늘이 종일 변덕이다. 흰구름이 비쳤다간 사라지곤 한다. 길을 걸으며 ‘몰도바’를 듣는다. 집시 바이올린 곡이다. 애잔하지만, 달뜨게 한다. 가슴 벅찬 경쾌함을 준다. 달빛 내려앉은 푸른 몰도바의 들판이 아른댄다. 밤이슬을 피하려는 집시 캠프가 다가온다. 모닥불 가에서 바이올린을 들어올리는 집시 처녀가 떠오른다. 지난해 내한 공연을 가진 몰도바 출신 연주자 세르게이 트로파노프와 오버랩된다. 집시 음악의 정수를 선사했다. 기분이 환해진다. 눅눅한 기분을 잠시 멀리하게 한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더 크게 와 닿는다. 앞모습은 우산에 가렸다. 그럼에도 몸매를 추스른다. 그러나 뒷모습은 꾸밈이 없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모델, 농약 기구를 둘러멘 농부, 조심스레 단장하고 무대에 나서는 오페라 가수…. 뒷모습까지 신경쓰고 배려한 이가 있을까. 누군가가 그랬다. 뒷모습은 솔직하다고. 숨길 것도, 가릴 이유도 없다고 했다. 뒷모습만큼 진솔한 앞모습을 드러내는 이를 만나고 싶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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