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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데스리가] ‘위협적’ 손흥민, ‘있는 듯 없는 듯’ 지동원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의 손흥민이 아우크스부르크 지동원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손흥민은 22일 SGL아레나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2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전반 8분 선제골을 배달했다. 아우크스부르크와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레버쿠젠의 손흥민은 전반 8분 역습 상황에서 문전 빨랫줄 같은 전진 킬패스로 요시프 드르미치의 선제골을 도왔다. 손흥민은 공을 잡고 센터라인을 넘어선 뒤 왼쪽에서 질주하던 드르미치를 보고 면도날 패스를 내줬다. 드르미치는 왼쪽 문전에서 오른발로 날린 공을 골키퍼가 쳐내자 이를 다시 잡아 기어이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전반전 유효슈팅 수에서 6-1로 앞서는 등 경기를 지배한 레버쿠젠의 공격을 주도하다 후반 28분 교체됐다. 레버쿠젠은 그러나 골키퍼까지 득점에 가세한 아우크스부르크와 2-2로 비겼다. 상대팀 지동원은 원톱 역할에 충실했으나 위협적인 장면은 보여주지 못한 채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지난 라운드 해트트릭을 기록한 손흥민은 전반 31분과 후반 5분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으나 득점에는 실패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지동원 대신 투입된 카이우비가 후반 14분 다니엘 바이어의 도움을 받아 골망을 갈라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39분 슈테판 라이나르츠가 날린 기습적인 중거리골로 다시 앞서간 레버쿠젠은 그러나 후반 49분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한 상대 골키퍼 마빈 히츠의 오른발 동점골로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못 배운 恨, 50년 만에 풀었습니다”

    “못 배운 恨, 50년 만에 풀었습니다”

    “전쟁 때문에, 가난 때문에, 딸로 태어나서. 각자 다른 이유로 못 배운 사람들이 모여 이번에 한을 풀었지.” 50여년이나 늦게 졸업장을 딴 평균 연령 62세 어르신들의 말이다. 만학의 꿈을 이뤘지만 아직도 행복한 삶을 위한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관악구평생학습관이 운영한 ‘관악세종글방’에 참여한 13명의 노인들은 지난 16일 ‘초등학력 졸업장’을 받았다. 또 초등학교 학년별 1~3단계, 어르신 중학교예비과정을 이수한 68명은 수료증을 받았다. 초등학력 졸업자 중 김막례(69·여)씨는 졸업생 대표로 나와 배움의 과정과 졸업의 의미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씨는 “자녀들이 ‘엄마는 여태 뭐했어? 이것도 모르고’라고 말할 땐 서운한 마음도 들고 배우지 못한 한에 눈물 흘린 날도 많았다”면서 “관악세종글방 덕분에 한글을 배우며 내 인생이 달라졌고 행복해졌다. 특히 내게 용기를 준 남편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구는 가정 형편 또는 개인적인 이유로 배움의 시기를 놓친 성인을 위한 문해교육을 펼치고 있다. 한글이나 셈을 배우지 못해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노인을 위한 한글교실을 시작으로 2011년부터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초등학력인정기관으로 지정돼 초등학력 취득 강좌인 ‘관악세종글방’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까지 45명의 노인이 초등학력 졸업장을 취득했다. 2013년부터는 중학교 예비과정도 운영해 초등학력 이수자 및 중학교 문해교육 학력인정과정 진입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글심화, 중학교 사회, 영어 등을 배울 수 있는 강좌를 개설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민관이 손을 잡고 평생학습관에 직접 찾아오기 힘든 노인을 위해 경로당으로 직접 찾아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찾아가는 문해교육 배달사업’을 확대·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죽 배달하며 안전 체크… 도봉은 ‘거미줄 복지망’

    죽 배달하며 안전 체크… 도봉은 ‘거미줄 복지망’

    도봉구는 지역 내 복지 사각지대 취약계층 생활 안전망 구축을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본격 가동한다. 구는 오는 24일부터 영양죽 배달사업을 본격적으로 실시하면서 취약계층 모니터링도 함께 가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17일 밝혔다. 이 사업은 구 복지위원회가 서울시주민참여예산사업에 직접 제안해 예산을 확보한 것으로 지난해부터 실시해 왔다. 구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마을 단위의 동 복지위원회와 민간복지거점기관을 중심으로 복지 사각지대의 취약계층을 마을 안에서 돌보자는 취지다. 구 관계자는 “복지 수요는 급증하고 욕구는 다양해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만 재원 충당의 어려움 등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복지정책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양죽 배달 사업에서는 만성 질환을 앓고 치아가 부실한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도봉1동 민간복지거점기관인 ‘서원암’의 활동가들이 직접 영양죽을 만든다. 14개 동 복지위원회 243명의 복지위원들이 매주 화요일 가가호호 방문해 영양죽을 배달하고 모니터링 활동을 한다. 지난해에는 영양죽 배달 사업을 통해 멘토링 427가구, 지속적인 모니터링 활동 7602회, 위기가정 발굴 및 사례관리 369가구, 복지서비스 및 자원연계 687회를 실시하는 등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모니터링 활동을 활발히 해 왔다. 특히 노인 및 장애인 등 이동 제약자, 사회적 단절 가구 등에 대한 정기적인 방문으로 이웃과 이웃 간 관계망이 형성됐다. ‘송파 세 모녀 사건’ 같은 불행한 사례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민관 협력의 노력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동진 구청장은 “영양죽 배달사업은 지역 주민의 자발적 참여로 지역 내 생활이 힘든 이웃을 직접 찾아 그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듣고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주민참여형 복지모델’의 좋은 사례”라면서 “향후에도 구민의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따뜻하고 안전한 설, 우리가 만듭니다] 배곯는 아이들에게 ‘엄마 도시락’

    양천구 신월동에 사는 김모(72) 할머니는 명절 연휴가 다가오면 걱정이 하나 늘어난다. 부모 없이 지내는 손주들의 끼니 걱정이다. 보통 때는 아동 급식꿈나무 카드로 식사를 해결하면 되지만 명절 연휴에는 문을 여는 식당이 없어 끼니를 건너뛰기가 일쑤다. 본인도 몸이 불편한 탓에 아이들의 식사를 챙기기가 쉽지 않아 그저 마음만 아프다. 양천구가 김 할머니와 같은 이들의 근심을 덜어 주기 위해 사랑의 도시락 배달에 나선다. 구는 설 연휴가 시작되는 18일부터 22일까지 아동 급식꿈나무 카드 대상자 중 신청 아동들에게 점심 도시락을 배달한다고 16일 밝혔다. 구 관계자는 “명절 연휴 때마다 아동 급식카드를 사용할 수 없어 식사를 거르는 아이들이 많았다”면서 “도시락을 배달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4000원이라는 금액과 명절 연휴 도시락을 제작할 업체를 찾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드리면 문은 열리는 법. 구 관계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발품을 팔았다. 먼저 4000원짜리 도시락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민간 단체를 찾아 나섰다. 그 결과 한 대기업에서 도시락 구입비와 급식비의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양천사랑복지재단도 후원에 나서면서 4000원짜리 도시락은 8000원짜리로 업그레이드됐다. 다음은 설 명절 도시락을 만들어 줄 업체를 찾는 것이었다. 구 공무원들이 좋은 일을 위해 발품을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지역의 한 도시락업체가 실비만 받고 좋은 일에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김수영 구청장은 “엄마 도시락이 수차례 지적되었던 급식카드 이용 문제의 실마리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또 세월호 희생자 ‘어묵’ 비하… 유가족 고소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을 ‘특대 어묵’ 등으로 비하하는 등 인터넷에 모욕글을 게재한 작성자에 대해 경찰이 또 수사에 나섰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16일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의 아버지 A씨로부터 “희생 학생들을 모욕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작성자를 처벌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고소장을 접수했다. A씨에 따르면 ‘김○○’이라는 이름으로 페이스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작성자는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에 119구급대 들것 옮겨진 시신 사진과 함께 “주문하신 특대 어묵이오”라는 글을 올렸다. ‘어묵’은 일부 네티즌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다. 또 이 작성자는 사진 속에서 담요를 두르고 있는 여학생들을 가리키며 “여기 특대 어묵 3인분 배달이오”라는 글을 올렸고, 어묵탕 사진을 보고 “단원고 단체 사진”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9일 같은 종류의 게시물을 올린 김모(20)씨가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을 어묵으로 비하한 혐의(모욕)로 구속된 바 있다. 안산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드론 택배’ 날개 꺾이나

    미국 정부가 상업용 드론(무인기)에 대한 광범위한 사용을 허용하면서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다. 드론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운영 시간대 등의 제한으로 아마존을 비롯한 유통업계의 드론 배달은 한동안 불가능할 전망이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15일(현지시간) 상업용 목적으로 이용될 드론의 기준 제안서를 발표했다. 제안서에 따르면 상업용 드론의 무게는 최대 55파운드(약 25㎏)로 제한되고 드론의 비행고도와 속도는 각각 지상에서 500피트(152.4m), 시속 100마일(161㎞) 미만으로 국한된다. 이와 함께 드론 조종자는 17세 이상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항공조종시험을 통과하고 교통안전국(TSA) 심사를 거친 사람이어야 한다는 기준도 포함됐다. 특히 원격 조종자가 낮 시간에 드론 비행을 볼 수 있는 시야 내에서만 운영하도록 했다. 조종자의 시야 내에서만 운영돼야 한다는 것은 더 멀리 드론을 날리고자 장착한 카메라에 의지해 조종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기준은 아마존과 같은 유통업체가 시야에서 안 보이는 곳까지 드론으로 배달하려는 시도를 막는 것으로, 기준이 확정될 경우 유통업체의 드론 배달은 불가능해진다. 블룸버그는 “이번 기준안은 아마존과 구글, 알리바바 등이 추진해온 드론의 ‘자율적 비행’을 불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FAA는 기준 마련으로 사진, 농업, 법집행·수색·구조, 건물 조사 등 최소 4개 분야에서 드론이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FAA는 60일 동안 제안서에 대한 여론을 수렴할 예정이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정확한 기준을 세워 시행되려면 18개월~2년 이상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기준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마이클 후에르타 FAA 청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아직 최종 확정은 아니다”며 “규제당국과 관계부처들, 업계가 보다 안전하고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아마존과 같은 유통업계가 드론을 사용할 수 있는 자유를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돋보이는 경찰 둘] “범인 잡을 때 성취감이 보상”

    [돋보이는 경찰 둘] “범인 잡을 때 성취감이 보상”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정승원(49) 경위의 별명은 ‘매의 눈’이다. 2012년 8월부터 서초구가 운영하는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파견 근무 중인 정 경위는 지난달 말 오토바이 한 대가 양재동 동산로 인근 주택가를 배회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 순간 24년차 베테랑 경관의 ‘촉’이 발동했다. 행동이 수상쩍다고 여긴 그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근처 CCTV 100여대에 찍힌 한 달분 영상을 돌려 본 뒤 오토바이 운전자가 지난달 10일부터 최근까지 인근 다세대 주택에서 여자 속옷을 훔친 사실을 확인했다. 오토바이 동선을 파악한 정 경위는 피의자가 추가범행을 저지를 것이라고 보고 홀로 잠복에 나섰고, 7일 만인 9일 새벽 1시 45분 신문을 배달하던 용의자 유모(50)씨를 붙잡았다. 내근직임에도 정 경위는 지난해 검거 10여건, 사건 예방 60여건 등의 실적을 기록했다. 그에게는 아픈 사연이 있다. 6년 전까지 ‘수배왕’으로 불렸지만 사고로 현장을 떠나게 된 것. 2009년 3월 새벽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나는 범인을 뒤쫓다 빙판길에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한 정 경위는 사경을 헤매다 이틀 만에 깨어났다.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어깨 회전근개와 족관절 인대가 파열된 상태였다. 결국 2012년 CCTV 관제센터로 발령 났다. 정 경위는 “갑자기 한직으로 나간 게 괴롭고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최선을 다했다. 정 경위는 “승진과 거리가 먼 인생이었지만 범인을 잡을 때의 성취감이 보상이라고 믿는다”며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임무를 다 하겠다”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10시간 배달에 2만원 “손주 세뱃돈은 어쩌나” 택배 할아버지의 한숨

    10시간 배달에 2만원 “손주 세뱃돈은 어쩌나” 택배 할아버지의 한숨

    설 연휴를 닷새 앞둔 지난 13일 오전 7시, 서울 중구 을지로3가의 인쇄소 골목. ‘실버퀵 기사’(지하철 노인택배원) 심맹수(74·서울 강북구)씨는 인쇄소를 돌며 200여권의 책자를 20ℓ짜리 ‘백팩’(등가방)에 넣었다.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지만 심씨는 가벼운 기합과 함께 짊어졌다. 지난해 9월에 산 가방 줄은 이미 몇 차례나 뜯어진 흔적이 역력했다. “한 푼이라도 더 벌려면 얼른 움직여야 해. 손자들한테 줄 세뱃돈을 아직 못 벌었거든.” 심씨는 걸음을 재촉했다. 심씨는 중구 을지로4가역 골목에 있는 택배회사 ‘총알탄 택배’의 경력 2년 차 택배원이다. ‘실버퀵’은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는 만 65세 이상 노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해 비교적 가벼운 물건을 주문받은 당일에 직접 배송하는 일로 10여년 전 노인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시작됐다. 이날 심씨는 오전 11시까지 지하철 1·2호선과 분당선 등을 갈아타고 경기 수원과 성남 분당의 인쇄소 거래처를 오가며 책자를 전달했다. “이 정도면 1만 9000원어치 되는 것 같은데….”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심씨는 “최근 3~4년 동안 고향인 강릉에 성묘도 못 가서 이번에는 꼭 가려고 했는데, 차례 비용이랑 교통비를 생각하면 올해도 못 갈 것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평소 오전 9시~오후 7시까지 일하면 하루 2만원 정도를 번다. 하루 동안 벌어들인 택배요금에서 수수료 15%를 뺀 금액이 심씨 몫이다. 이렇게 한 달이면 50만원 남짓 손에 쥔다. 기초연금을 받지만, 99㎡(30평)짜리 전셋집에서 아내(69), 딸과 함께 살면서 생활비와 공과금 등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이 별로 없다고 했다. 40여년 동안의 택시·버스기사 생활을 그만둔 뒤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어쩔 수 없이 일터로 나왔다. 오후 2시쯤 일감이 들어왔다. 구로디지털단지역(2호선) 근처 봉제공장에서 청재킷 4벌을 받아 동대문 쇼핑몰 매장에 갖다줘야 했다. 심씨는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그는 “버스를 안 타고 지하철로만 갈 수 있는 장소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 했다. 점심도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때웠다. 가끔 밥을 사먹더라도 3000원을 넘기지 않는 게 원칙이다.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심씨의 여름용 운동화는 앞창이 다 닳았다. “괜히 중국산 사서 발만 아파. 돈 좀 벌면 나도 ‘메이커 운동화’ 살거야. 하하하.” 동대문 쇼핑몰로 이동 중이던 오후 3시 사무실에서 걸려온 전화가 또 울렸다. 배송을 마치는 대로 영등포구 대림동과 안산에 가서 휴대전화를 배달해야 한다는 ‘희소식’이다.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네.” 오전까지만 해도 ‘설 대목’이 없다고 울상이었던 그다. “동료가 손주들에게 줄 세뱃돈을 신권으로 바꿔왔다고 자랑을 했어. 그래서 내 지갑을 봤는데, 만원짜리 2장밖에 없더라고.” 이날 일과는 오후 7시 30분에야 끝났다. 기력이 다 빠졌지만, 안산에서 수유동 집까지 39개 역을 거슬러 귀가했다. 심씨는 지하철 안에서 연신 무릎을 매만졌다. 10년 전 의사가 연골 수술을 권했지만 “수술하려면 그것도 다 돈”이라면서 거부했다. 그래도 심씨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은퇴도 한가한 얘기야. 힘이 닿는 데까지 돈을 벌거야. 그나저나 손주들한테 세뱃돈을 줄 수 있으려나….” 글 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현장 행정] 나진구 중랑구청장의 전통시장 살리기 비법

    [현장 행정] 나진구 중랑구청장의 전통시장 살리기 비법

    “제가 좋아하는 꿀떡이 시장에서 바로 사 온 거래요. 따뜻해서 좋아요.”(B어린이집 임승균군) “불경기에 어린이집에서 떡을 정기적으로 주문하니 큰 도움이죠.”(우림시장 G떡집 황양선 사장) “어린이집과 전통시장의 먹거리 상생을 더욱 확대하겠습니다.”(나진구 중랑구청장) 12일 중랑구 망우동 우림시장에는 구청 직원들, 어린이집 교사와 아이들, 전통시장 상점 주인들이 모여 서로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느라 시끌벅적했다. 나진구 구청장의 아이디어로 지난해 11월 21일부터 어린이집들은 식자재를 전통시장에서 구매하기 시작했다. 신선한 재료를 매일 배달하니 어린이집 학부모도 반기고, 시장은 매출이 늘어나 일석이조인 셈이다. B어린이집 윤화숙 원장은 “57명의 아이에게 먹일 간식이나 건어물 등을 시장에서 주문하는데, 매일 아침 배달되면 바로 요리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가장 먼저 변화를 알더라”고 말했다. 배달 시간이나 카드 결제 등 양자 간에 필요한 조율은 구가 맡았다. 원산지, 등급, 유기농 표시 등을 하도록 하고 상해보험도 가입시켰다. 오전 8시 전에 배달을 해야 조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상인들에게 이해시키고, 카드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구 관계자는 “채소는 조리가 가능하게 가공해서 배달하도록 유도했고, 생선과 육류는 신선도가 유지되게 하고 있다”며 “지난 6일까지 3개월간 어린이집이 전통시장에서 약 4000만원어치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지난 3개월간 시범사업을 한 결과 이날 구청·어린이집·전통시장 대표들은 ‘골목시장 및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어린이집 식자재 사업에 참여하는 점포는 5개 전통시장의 28개에서 87개로 늘었고, 23개였던 어린이집도 88개가 됐다. 쌀, 떡, 정육, 채소, 제과 등 구입 물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 떡집 주인은 “어린이집 7곳에서 주일마다 한 번씩 떡을 주문하는데 아이들이 먹을 거라 국산 쌀을 고집하고 호박 등 고명도 시장에서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며 “어린이집 주문이 매출의 10%는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나 구청장은 협약식을 마치고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에서 지원받은 어린이들과 시장 체험을 하며 장을 봤다. 그는 “결국 양쪽이 모두 좋은 상생이 지역 경제를 살리는 해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린이집의 구매로 시장이 활력을 찾는다니 앞으로도 이렇게 실질적으로 골목상인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먹는 걸로 장난은 그만 합시다!

    먹는 걸로 장난은 그만 합시다!

    설 명절을 앞두고 성수기 식품 등의 원산지 거짓표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최근 인기를 끄는 인터넷 제수음식 대행업체의 경우 한 업체가 여러 가지 상호로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과는 설을 앞두고 성수기 식품 제조업소 83곳을 수사한 결과 12곳이 식품위생법 등을 위반했다고 11일 밝혔다. 민사경은 적발된 업체 관계자 7명을 형사입건하고 10개 업체에 대해선 담당 구청에 과태료 처분을 의뢰했다. 수사 결과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 영업하는 83곳 중 절반에 가까운 40개 업소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A업소는 전국에 10개가 넘는 지점이 있는 것처럼 각 지점의 전화번호를 홍보했지만 실제 운영하는 업소는 1곳에 불과했다. 시 관계자는 “전화번호를 여러 곳에 등록해 놓은 방식으로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 것”이라면서 “예전에 일부 배달식당에서 하던 행태를 따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적발된 업소 중 이 같은 방식으로 영업한 곳은 7곳이나 됐다. B업소는 홈페이지에 있는 주소로 찾아가 보니 가게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고, C업소는 홈페이지에 차례상 차림 전문점으로 소개해 영업하면서 실제로는 가정집에서 미신고 영업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사용하거나 보관한 경우(3건),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한 경우(2건)도 있었다. 경기도와 울산 등에서도 제수음식으로 장난을 치는 사례가 잇따라 적발됐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성수기 식품 제조·판매업체를 조사해 54곳을 적발했다. 유형별로는 원산지 거짓표시 및 미표시 10곳, 유통기한 허위표시 2곳, 유통기한 경과제품 진열보관 3곳, 생산 및 작업일지 등 준수사항 위반 16곳, 제품 표시기준 위반 7곳 등이다. 포천 S업체는 일본산 생태를 캐나다산으로 거짓 표시해 판매하다 단속됐고 양주 T업체는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하면서 국내산으로 표시하다가 적발됐다. 도 특별사법경찰단은 적발된 업체 가운데 36곳을 농수산물의 원산지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하고 18곳은 과태료를 부과했다. 울산에서도 8곳의 위반업소가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았다. 최규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과장은 “온라인 주문 시에는 식품영업신고를 한 업체인지, 가까운 곳에서 신선하게 유통되는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오달수 “맛깔난 코미디 비결? 철저한 계산 덕분이죠”

    오달수 “맛깔난 코미디 비결? 철저한 계산 덕분이죠”

    팔짱을 끼고 매의 눈을 한 까다로운 관객이라도 그 마음을 순식간에 무장해제시키는 배우가 있다. 누적 관객 동원 1억명 기록을 세운 오달수(47)다. 목소리 출연을 한 ‘괴물’을 포함해 그가 조연으로 출연한 천만 관객 영화만 5편. ‘천만 영화의 숨은 공신’으로 불리는 그를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배우는 연기로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하는데, 1억명을 동원했다는 사실은 가문의 영광이죠. 작품이 좋아서였기 때문이지 일부러 관객들이 저를 찾아와서 나온 결과는 아니에요. 하지만 1억명은 누적된 결과니까 분명 그 속에는 속고 보신 분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그는 최근 국내 기록 중 역대 흥행 2위에 올라선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황정민)와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로 나왔다. ‘변호인’에서는 인권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을 돕는 따뜻한 사무장, ‘7번방의 선물’에서는 7번방의 큰형님, ‘도둑들’에서는 여자 앞에서는 대범하지만 범죄 앞에서는 땀을 뻘뻘 흘리는 개성 있는 중국 도둑을 연기했다. 하나같이 존재감 있는 조연으로 박수를 받았다. 그는 소속사의 선별 과정 없이 들어오는 모든 시나리오를 직접 검토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한 번에 읽히는 작품에는 대부분 출연했던 것 같아요. 읽다가 멈추게 되는 작품은 십중팔구 출연하지 않았고요. ‘변호인’, ‘국제시장’, ‘7번방의 선물’ 등은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저를 울렸고 제 마음을 움직인 작품이었어요. 공포 영화는 좋아하지 않아요. 얼마 전에도 어떤 시나리오를 보다가 오른쪽에 여자 아이가 붙어 있다는 대목을 보고는 그냥 접어 버렸어요.” 연기 내공의 8할은 연극배우로서의 삶에 빚지고 있다. 대학 재수생 시절 인쇄소에서 극단 연희단거리패에 전단지나 포스터를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극단 단원들과 밥도 먹고 설거지도 하면서 어울리다가 연기를 시작했다. 연극 ‘오구’의 문상객 1번이 그가 처음으로 맡은 배역이었다. “한 시간 반 동안 화투를 치면서 무대에 앉아 있기만 하면 됐는데 그땐 그게 왜 그렇게 떨리던지…. 하루 공연하면 그 돈으로 소주를 마시고, 차비가 없어서 동호대교 중간에서 집이 있는 잠실까지 걸어가던 어려운 시절이었어요. 하지만 그때는 극단에 있으면 외롭지 않았고, 연기를 하는 것이 그렇게 좋았어요.” 물론 시원찮은 벌이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따라다녔다. 그래도 배우란 인간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직업이며, 관객을 설득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작업인지를 절절히 깨달았다. 전매특허인 코미디 연기에 대한 생각도 그때 정립됐다. “역설적이겠지만 코미디의 기본은 진지함이에요. 관객들은 ‘어떤 사람’이 아니라 ‘어떤 상황’ 때문에 웃는 겁니다. 따라서 철저한 계산이 필요하죠. 연극을 하다 보면 계산이 맞아 들어가야 적절한 타이밍에 관객이 웃음을 터뜨려요. 영화에서 애드리브(즉흥 연기)를 할 때도 리허설 과정에서 상대 배우나 감독과 충분히 의논을 합니다.” 화면에서와는 달리 진지한 반전 매력을 가진 배우다. 스스로 “나는 유쾌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서른일곱 살에 영화 ‘올드보이’에서 인상적인 악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뒤 감초 조연으로 사랑받은 그는 주·조연을 바라보는 생각도 남다르다. 11일 개봉하는 영화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에서 1편에 이어 찰떡 호흡을 과시한 배우 김명민은 그에 대해 “어떤 연기도 잘 받아 내는 포수 같다”고 평했다. “장면마다 보여 주고자 하는 목표가 있고 꼭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그 장면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주·조연 자체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연기의 기본은 액션이 아니라 리액션이죠. 지금까지 함께했던 배우들이 워낙 연기를 잘해서 저는 따로 할 게 없었어요. 조연의 비애를 느낄 만큼 (제가) 그렇게 속 좁은 인간도 아니고요(웃음). 언젠가 저도 주인공을 맡을 날이 오겠죠.” 얼굴에 선명한 점을 빼지 않고 두는 것도 ‘오달수라서’ 가능한 얘기다. 외모든 연기든 다른 사람, 다른 배우들과의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그다. 연기할 때만큼은 한 발짝 떨어져 스스로와 철저히 거리 두기를 한다. 연기를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해 관객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것, 그것이 그의 무대 철학이다. “연기가 인생의 전부라는 말을 신뢰하지 않아요. 연기는 그저 깨닫는 과정이고, 저 역시 뭔가를 찾아 헤매는 중이거든요. 아마 연기가 뭔지는 죽기 10분 전에라야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하하하!”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貧’] 빌딩·보석 안 부럽다… 평범한 일상이 부러울 뿐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貧’] 빌딩·보석 안 부럽다… 평범한 일상이 부러울 뿐

    경기 화성시에 사는 빈곤층 A(45·여)씨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가는 마트에서 계산대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든다. 카트에 온갖 물건과 먹거리를 가득 담아 쇼핑을 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A씨의 카트는 각종 떨이상품 위주로 단출하기 때문이다. 한창 클 때라 무섭게 먹는 큰아들(15)과 둘째 아들(8)을 생각하면 먹는 것만큼은 남들처럼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새벽 우유 배달로 버는 40만원에 떨어져 사는 남편이 겨우 보내주는 30만원 등 한 달 수입이 80만원에 불과한 지갑 사정을 생각하면 물건을 집었다가 내려놓기 일쑤다. A씨의 가장 큰 ‘꿈’은 아이들의 건강도, 함께 모시고 사는 노모의 장수도 아니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떠안게 된 빚 1억 5000만원을 갚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빚쟁이들의 등쌀에 못 이겨 지방 공사판을 전전하는 남편과 함께 살 수 있는 것은 물론 먹는 것만이라도 아이들에게 부족함 없이 차려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부(富)는 평범한 삶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A씨는 “요즘은 ‘없어서 못 먹는 사람들은 없다’고들 하지만 진짜 가난을 경험하지 못해서 하는 말”이라면서 “TV에서 흔히 보는 부자가 되기는커녕 ‘내일은 (애들에게) 뭘 먹여야 하나’라는 고민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빈곤층의 대다수는 부유층이나 부 자체에 큰 관심이 없었다. ‘절대적 빈곤’이라는 스스로의 굴레가 워낙 압도적이다 보니 다른 이들을 신경 쓸 겨를 자체가 없기 때문으로 보였다. 부자나 부에 대한 ‘적개심’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가난으로부터의 탈출을 포기한 채 체념 상태에 빠져 있는 빈곤층도 노년층을 중심으로 종종 발견됐다. 경기 부천에 사는 빈곤층 B(65·여)씨의 15평 남짓한 집 한구석에는 온갖 종류의 책들이 1m 정도 높이로 쌓여 있다. 대부분 찢기거나 표지가 해어진 헌책들이다. B씨가 길거리를 지나다가 버려진 책들을 주워 온 것이다. 폐지로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읽기 위해서다. 내용은 큰 상관이 없다. 책이라도 읽어야 절대적인 빈곤 상태에서 좌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B씨는 “부자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뿐더러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면서 “누구나 타고난 자기 복이 있으니 아무나 부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결국 그가 빈곤층의 나락에 떨어진 것은 ‘팔자소관’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B씨는 “만일 1억원이 생겨 부자가 된다면 전세라도 멀쩡한 집에서 살고, 남는 돈으로는 지금 키우고 있는 손주들에게 배불리 고기를 먹이고 싶다”며 “더 많은 돈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빈곤층 독거노인 C(77)씨는 젊은 시절 서울에 좁게나마 자기 집도 있었지만 20여년 전 사별한 남편의 병치레 등으로 다 날렸다. 배움이 짧은 두 아들도 사정이 어렵다. C씨는 “TV 드라마에 나오는 부유층들이 좋은 데서 밥을 먹고 좋은 옷을 입고 사는 걸 보면 ‘나는 뭐 하고 사느라 자식들 건사는 고사하고 내 입 하나 챙기지 못할까’ 싶다”면서 “이런 형편이 계속되다 보니 ‘죽어야 여기(가난)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젊은 빈곤층일수록 가난과 부에 대한 고민이 깊다. 노년층의 경우 오랜 시간 궁핍한 생활에 익숙하다 보니 가난을 변하지 않는 환경으로 받아들이지만 젊은 층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꿈꾸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이 왕성하다 보니 부유한 이들을 접할 기회가 많은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스튜던트 푸어’ D(22)씨는 “돈은 사람을 걱정 없이 편안하게 해 줘서 좋지만 가난은 자신감을 떨어뜨린다”고 단언했다. 그에게 가난은 일상뿐 아니라 인간관계조차 규정짓는 ‘절대적 배경’이다. 언제부터인가 D씨는 고교 친구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모임에 나가면 자연스럽게 쇼핑이나 연애사 등이 화제로 떠오르지만 그는 할 수 있는 말이 거의 없었다. 모두 ‘돈’이 필요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D씨는 “나중에 한 달에 200만원 정도만이라도 벌 수 있는 직업을 갖는다면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부자는 열심히 살았거나 부모를 잘 만난 두 부류로 나눌 수 있겠지만 다른 무엇보다 학비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게 가장 부럽다”고 했다. 또 다른 스튜던트 푸어 E(28)씨는 고교 전까지 부유층이었다가 아버지의 사업 실패에 따라 절대빈곤층으로 전락했다. 고교 때까지만 해도 그는 부친에게서 “돈에 구애받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가난이 엄습하자 이 말이 ‘사치’였다는 걸 금세 깨달았다. 스스로 먹고 입고 자고 할 기본적인 소득도 없으니 간단한 일에도 돈에 구애받게 됐다. 그가 생각하는 가난은 ‘폭력’이다. 빈궁은 가난한 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 E씨는 “‘너는 돈이 없으니까 큰 꿈을 꾸면 안 돼’, ‘돈도 없는데 무슨 공부를 더 하려고’ 등의 생각이 고개를 쳐들곤 한다”면서 “뒤집어 말하면 부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일 것”이라고 했다. 부모의 가난은 많은 경우 자식에게 대물림된다. 빈곤층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이 대목이다. 빈곤층 싱글맘 F(40)씨는 얼마 전 집 근처 공원에서 동네의 다른 아주머니와 큰 싸움을 벌일 뻔했다. F씨의 6살 된 아들이 다른 아이가 던진 장난감에 맞아 이마를 다쳤다. 이마가 파여 지름 2㎝ 정도의 동그란 상처가 났다. F씨는 “아들을 때린 아이에게 뭐라고 하자 그애 엄마가 ‘애들 싸움에 왜 어른이 나서냐’고 되레 큰소리를 치더라”면서 “유명 상표 옷에 영어유치원을 다니는 그 아이에게 무시당하는 우리 아이가 나중에 나처럼 초라하게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억장이 무너졌다”고 했다. 빈곤층이 부를 동경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건 아니다. 가난이 아닌 부가 행복의 전제가 되는 건 부인할 수 없지만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장안평에 사는 지체장애인 빈곤층 G(44·여)씨는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너에게 1억원을 남겨주고 가야 하는데”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G씨는 “돈은 도둑만 꼬일 뿐 필요 없다”는 식으로 답했다. 돈과 부에 얽매여 사는 건 일종의 ‘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약 부자가 된다면 기부로 사회에 환원하지 제 욕심만 차리지는 않겠다고 여기는 까닭이다. G씨는 “사람 인(人)자는 두 사람이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이지만 정작 부자들은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생각에 빠져 사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람이 마음을 좁게만 만드는 돈보다도 눈에 보이지 않는 걸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빈곤층 싱글맘 H(35)씨도 돈만 많다고 부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건강도 좋을뿐더러 마음가짐이 여유로워야 한다’고 여긴다. 그녀의 일터인 옷가게에서 ‘진상’인 부유층 손님들을 수도 없이 접한 탓이다. H씨는 “지금까지 줄곧 없이 살아와서 부자들이 어떤 자부심을 갖게 되는지는 몰라도 그 사람들이 나를 업신여길 때는 분노와 함께 측은한 마음이 든다”면서 “돈이 만일 그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 거라면 그 돈이 그만한 가치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5살 된 딸이 나중에 공부를 잘해서 명문대롤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마음의 부’를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F씨도 “돈이 없다고 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부자라도 욕심에만 가득 차 있으면 누구보다 불행한 사람”이라면서 “그런 기준에서 스스로 가난하다고 여기지 않는다”고 했다. 가난이 되레 현실을 더욱 충실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동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에 재학중인 스튜던트 푸어 I(24)씨는 아르바이트로 스스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번다. 그러면서도 학업에 충실한 편이라 장학금도 꾸준히 받는다. 그는 “시험 전날에도 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새 공부해 시험을 본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까지 성적은 4.5 만점에 3.9점”이라면서 “만일 내가 가난하지 않고 여유가 있었다면 현실의 냉혹함을 직시하지 못한 채 많은 젊은 층과 마찬가지로 하루하루를 허비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두걸 유대근 송수연 기자 douzirl@seoul.co.kr
  • 기증품 빌리실분 안방서 클릭하고 도서관서 찾아요

    기증품 빌리실분 안방서 클릭하고 도서관서 찾아요

    ‘우리 동네 도서관은 보물창고. 책은 기본이고 전동공구, 캠핑장비 등 모든 것을 빌릴 수 있어요.’ 강서구 내 도서관이 책뿐 아니라 다양한 물품을 빌릴 수 있는 거대한 공유창고로 변신해 화제다. 이는 일반 가정에서 쓰지 않는 물품에 공유 개념을 더해 서로 빌려주는 새로운 아나바다 운동의 하나다. 강서구는 12일부터 컴퓨터 클릭 하나로 물품을 신청하고 집 근처 도서관에서 쉽게 빌릴 수 있는 물품공유 서비스 ‘보물창고’를 운영한다고 10일 밝혔다. 보물창고는 지역 7개 도서관, 즉 등빛도서관과 강서영어도서관, 곰달래 도서관, 길꽃 어린이도서관, 꿈꾸는 어린이도서관, 우장산 숲속 도서관, 푸른들 청소년도서관 등이다. 구립도서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책두레(필요한 책을 원하는 도서관으로 배달해 주는 것) 서비스와 연계, 공유물품을 집 근처 도서관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원하는 물품을 보물창고 홈페이지(http://bomulshare.gangseo.seoul.kr)에 신청하고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을 수령지로 지정하면 책두레 차량을 통해 신청 물품이 지정 도서관으로 배달된다. 사용 후 다시 근처 원하는 도서관을 찾아 반납하면 된다. 빌릴 수 있는 물품도 도서는 물론 공구, 캠핑용품부터 공간, 재능까지 다양하다. 보물창고 물품을 이용하려면 보물창고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 후 최초 한 번만 물품을 기증하면 된다. 기부 물품은 직접 보관창고(곰달래문화복지센터 2층)에 가져가야 한다. 이후 보물창고 홈페이지를 통해 모든 공유물품을 신청할 수 있으며 한 번에 세 가지씩 7일간 무료로 대여 가능하다. 이용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과 일요일·공휴일은 휴관한다. 보물창고 서비스는 우선 지역 내 7개 구립도서관에서 시범 운영하고 책두레 서비스가 모든 도서관으로 확대되면 동네 22개 작은 도서관에서도 물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구 관계자는 “보물창고 공유사업은 공간, 재능, 물건 등 누구나 소유하고 있는 것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접근성이 뛰어나고 친숙한 도서관을 활용함으로써 그동안 공유를 실천하지 못했던 주민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은 가정용 공구와 캠핑용품만 공유 서비스를 하지만 앞으로 각자의 재능과 모임공간 그리고 의류까지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세계의 창] 총알 택배·공중 구급차… ‘해결사’ 드론을 띄워라

    [세계의 창] 총알 택배·공중 구급차… ‘해결사’ 드론을 띄워라

    ‘드론 산업을 잡아라.’ 드론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미국과 중국, 일본이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선두 주자인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중국은 100여개 업체가 ‘인해(人海)전술’로, 일본은 ‘정부의 지원사격’을 받아 맹렬히 추격하는 양상이다. 미국 온라인 유통업체인 이베이에서 지난해 3월부터 11개월 동안 12만 7000대가 판매됐을 정도로 드론의 성장 곡선은 가파르다. 특히 연말 크리스마스 등 연휴 동안 선물용 아이템으로 미니 드론이 인기를 끌었다. 불과 1~2년 전부터 드론의 상업적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세계 드론 시장의 총가치(판매액과 연구개발비, 국방비 포함) 규모는 2025년 710억 달러(약 77조 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중국 베이징시 기관지인 경화시보(京華時報)가 지난 7일 보도했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때 처음 실전 배치된 드론은 군사 분야를 넘어 방송이나 농업, 환경보호, 재난 방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우뚝 섰다. 물류·운송 분야를 중심으로 산업 현장에 투입되면서 일상의 삶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독일 DHL 등 세계 주요 운송업체와 아마존·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드론을 활용한 상품 배송과 수송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업체들도 관련 산업에 대한 드론 활용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미 방위산업 시장분석업체인 틸그룹에 따르면 세계 드론 시장 규모는 연평균 8% 성장해 2022년에는 11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군사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 드론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기업 INEA 컨설팅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상업용 드론시장 점유율은 미국 61%, 아시아태평양 국가 20%, 유럽 17%, 중동 및 아프리카 2%이다. 미국은 앞으로 격차를 더 벌려 2020년 세계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우세하다. 미 중부에 위치한 오클라호마주는 ‘드론 산업의 메카’로 불린다. 공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보잉과 록히드마틴 등 방위산업의 거점이 된 덕분이다. 군사용인 글로벌호크의 정비공장이 있고, 방산업체 종사자만도 12만명이 넘는다. 드론 개발 업체는 18개가 있으며 2000명이 넘는 기술자가 근무하고 있다. 이곳의 드론 전문 연구·개발 벤처 DII는 미 국방부의 드론에 배터리 제어와 태양전지 기술 등을 공급하고 있다. 그룸슬레이 DII 최고경영자(CEO)는 “오클라호마주에는 드론 비즈니스에 필요한 요소가 모두 갖춰져 있어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DII는 현재 미 국립기상국과 시속 300㎞로 비행하는 고속 드론의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지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토네이도 연구에 사용될 예정이다. 미국은 오는 9월 군과 정부기관에만 허용됐던 드론에 관한 규제를 풀 예정이어서 드론 산업 발전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미국에서 드론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고객이 주문하면 30분 내 상품을 배송하는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에어’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미 연방항공국(FAA)의 허가가 나는 대로 이를 곧바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아마존은 이를 위해 날개가 8개 달린 옥토콥터 드론을 개발해 시험 중이다. 반경 16㎞ 내 지역에 최대 5파운드(약 2.3㎏) 물건을 배송하는 것이 목표다. 구글은 지난해 4월 초고도 장기비행 기술을 가진 벤처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날개에 태양전지판을 달아 수년간 지상에 착륙하지 않고 비행이 가능한 드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민간용 드론은 소형 배터리가 탑재돼 비행 시간이 1시간을 넘지 못한다. 구글은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의 드론에 무선인터넷 선을 부착해 세계 어디서든 빠른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환경을 개발할 계획이다. 중국은 광둥(廣東)성 선전(深?)시가 ‘포스트 스마트폰’ 성장 분야로 드론 산업 진흥을 꾀하고 있다.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만큼 공급자, 원자재, 창의적인 젊은 인재들이 풍부하다. 유럽 에어버스의 거점인 톈진(天津)시를 비롯해 항공산업이 발달한 구이저우(貴州)성, 쓰촨(四川)성 등도 드론 산업을 중점 육성하고 있다. 2020년이면 중국 드론 시장 규모가 500억 위안(약 8조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의 대표적인 드론 제조 업체는 DJI이다. 1000달러짜리 드론을 발 빠르게 출시해 저가 드론 시장의 1인자로 떠올랐다. 2011년 420만 달러에 불과하던 회사의 매출은 2013년 1억 3000만 달러로 급증했고 직원 수도 2800명에 이른다. 중국 Eken은 1080P HD 카메라를 장착한 ‘플라이호크’를 선보이며 드론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중국 업체는 선전에 본부를 두고 있다. 중국 드론 제조업체 GDU컴퍼니의 어션 정 디자인 디렉터는 “중국에는 고성능 드론을 개발하고 경쟁 중인 업체가 100여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중국 알리바바도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드론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 아마존에 맞서기 위해서다. 알리바바의 인터넷 쇼핑몰 자회사인 타이바오(淘寶)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상품을 주문하는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광저우(廣州) 등 대도시 고객 450명에게 드론 배송 서비스를 제공했다. 배달 상품은 8달러짜리 생강차 꾸러미로 주문 완료 후 1시간 이내에 배송을 마쳤다. 알리바바의 서비스는 운송업체인 YTO익스프레스와 제휴해 드론이 배송지 근처까지 배달하면 택배 기사가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친샤오춘(覃曉春) YTO익스프레스 마케팅 담당자는 “대도시 인구 밀집 지역에서 드론 택배가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무인기를 통한 배달의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농업용 드론에 최대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일본 야마하는 20년 전부터 농업용 드론을 개발·판매하고 있다. 야마하는 일본 농림부의 의뢰로 1987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농업용 드론인 ‘R-50’을 개발했다. 지난해 말까지 2400대 이상을 팔아 시장 점유율이 77%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일본 전체 벼 재배 면적의 40%를 드론이 담당하고 있다.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는 자원에너지청의 지원을 받아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에 사용할 로봇개발 지원을 위해 드론을 개발 중이다. 일본 정부는 성장전략의 하나인 로봇 개발과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완화에 착수해 드론 사용을 허용하는 고도와 안전관리를 법률로 정해 측면 지원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드론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항공법도 정비하기로 했다. 드론의 상업적 이용은 법에 정해져 있지 않아 항공기 비행에 영향을 주지 않는 고도 150m 미만에서만 운항되고 있다. 이와 함께 드론 등을 실험할 수 있는 ‘미래 기술 특구’ 지정으로 기업을 유치해 드론 개발 거점 도시를 만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씨줄날줄] 다시 테헤란밸리/문소영 논설위원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강남대로는 ‘테헤란밸리’로 불린다. 테헤란은 이란의 수도다. 중동 건설 붐이 불던 1976년 한국 기업들이 이란에 진출한 것을 기념해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구자춘 시장은 이란 닉페이 테헤란 시장과 자매결연을 하고, 서울시에 테헤란로를, 테헤란시에 서울로를 만들었다. 애초 대상지가 여의도였다가 강남 구간으로 정리됐다. 테헤란로에는 88서울올림픽 직전부터 약 10년 동안 오피스빌딩 건설 붐이 일었다. 오피스룸 초과 공급으로 공실률이 높아지자 임대료가 싸졌고, 최첨단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옮겨 왔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뒤 전 세계적인 벤처 투자 붐이 한국 서울에서도 시작됐는데 지하철 2호선 구간인 역삼역과 선릉역에 밀집했다. 즉 테헤란로다. 안철수연구소, 두루넷, 네띠앙 등 IT 벤처기업들이 몰려들었고, 벤처캐피털 등도 유입되자 마치 미국 실리콘밸리와 비슷하다고 해 ‘테헤란벤처밸리’로 불렸다. 김대중 정부의 벤처기업 활성화 정책에 발맞춰 코스닥 시장의 등록기업 30% 이상을 차지했던 IT 기업들은 거품을 최대치로 키웠다. 당시 최고의 주식은 국제무료전화를 들고나온 새롬기술이다. 주당 2880원에 등록해 삼성그룹으로부터 3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으로 주가가 28만 2000원까지 올라갔다가 지금은 전설처럼 이름만 남았다. 2000년 34번의 상한가를 치고 올라갔던 리타워텍은 2001년 등록 폐지됐다. 코스닥지수는 2000년 이후로 다시는 그 지수에 도달하지 못했다. 닷컴 거품은 끝내 꺼졌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국정 과제로 제시한 뒤 다시금 테헤란밸리가 주목받고 있다. 최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창업)이 3만개란다. 창업 지원 기관들도 늘어나고 있다. ‘디캠프’가 2013년 3월 역삼동에 설립됐고, 지난해 4월엔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마루180’도 역시 역삼동에 설립됐다. 마루180에 입주한 번역앱 ‘플리토’의 이정수 대표는 “벤처기업들이 모여 있는 덕분에 한국의 스타트업을 소개하려는 외신들에 쉽게 노출돼 유리하다”고 했다. 해외 벤처캐피털의 스타트업의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도 지난해부터 활동한다. 다음카카오가 지난 1월 1000억원을 출자해 벤처투자전문회사 케이벤처그룹을, 네이버도 ‘스타트업 쇼케이스’를 만들었다. 코스닥지수가 2008년 10월 이래 7년 만에 최고치인 600선을 돌파했다는 기사를 보자 테헤란밸리에서 IT를 기반으로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해외에서 투자를 받은 ‘배달의 민족’ 앱과 ‘500비디오스’ 등이다. 최근 야후재팬은 스타트업 투자기금 2억 달러를 조성했다고 한다. 대기업들이 수백조원의 유보금을 쌓아 둘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해 보면 어떨까.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어린이 책꽂이]

    세상일 공짜는 없더라(윤기현 지음, 현북스 펴냄) 농촌에서 농사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그렸다. 도시에선 구경하기 어려운 양봉 등 여러 농사일과 농악, 씻김굿 등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다. 128쪽. 1만 1000원. 뽀뽀 배달 왔습니다(안영은 지음, 머스트비 펴냄) 배달 일을 하는 아빠와 초등학생 딸 사이의 사랑과 교감을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렸다. ‘은서’는 인생 최악의 날을 보내면서 늘 귀찮게만 생각하던 아빠의 아침 뽀뽀가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깨닫게 된다. 42쪽. 1만원. 반쪽 엄마(백승자 지음, 밝은 미래 펴냄) 발달장애로 아홉 살이 되도록 서너 살 지능을 지닌 ‘루미’와 엄마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루미 때문에 질투와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속 깊은 아이로 성장하는 ‘송주’의 이야기다. 더불어 사는 사회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한다. 112쪽. 9500원.
  • 브랜드 피자서 ‘죽은 바퀴벌레’ 파문...페루 전매장 무기휴업

    브랜드 피자서 ‘죽은 바퀴벌레’ 파문...페루 전매장 무기휴업

    죽은 바퀴벌레가 세계적인 피자브랜드를 잡았다. 바퀴벌레 파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페루 도미노피자가 셔터를 내리고 전 매장 무기한 임시휴업에 돌입했다고 현지 언론이 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페루 도미노피자는 "임시휴업기간 중 외부 기관에 의뢰해 위생관리의 문제점을 밝혀내고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피자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회사에 대한 사회적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태는 바퀴벌레 한 마리에서 발단됐다. 리마에 살고 있는 한 기자에게 배달된 피자에서 죽은 바퀴벌레가 나왔다. 피자를 먹다가 죽은 바퀴벌레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 기자는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매장 측은 "공짜로 다시 피자를 보내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화가 치민 기자는 그길로 바퀴벌레가 모짜렐라 치즈에 파묻혀 죽어 있는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도미노피자에서 죽은 바퀴벌레가 나왔다"고 고발한 사진이 순식간에 SNS을 타고 퍼지면서 여론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언론이 나서서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급기야 페루 보건부가 현장 확인에 나섰다. 문제의 피자를 배달한 리마 카마초 지역의 매장을 방문한 보건부 단속반은 눈을 의심했다. 도미노피자의 위생관리는 엉망이었다. 조리실엔 바퀴벌레가 들끓고 있었다. 심각성을 감지한 보건부가 단속을 다른 도미노피자 매장으로 확대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또 다른 매장의 조리실에는 바퀴벌레뿐 아니라 쥐의 배설물까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단속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일부 도미노피자 매장이 위생당국의 단속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도미노피자, 바퀴벌레피자 새로 개발했나?" "브랜드피자도 믿을 게 못되네" "도미노피자 사죄하고 문닫아라"는 등 인터넷엔 비판이 쇄도했다. 궁지에 몰린 회사는 2일 밤 임시휴업을 발표했다. 페루 도미노피자는 "다시 영업을 재개할 때는 제품과 서비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지만 휴업기간은 밝히지 않았다. 페루 도미노피자는 종업원 5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연간 피자 100만 판을 구어내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사설] 유통업계가 도와야 도로명주소 정착한다

    도로명주소제가 본격 시행된 지 1년을 맞았다. 시행 초기보다 이용률은 높아졌지만 현장 체감도가 낮아 만족스럽지 못하다. 새 주소를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공공기관 외에 우편 부문에서 68.9%를 보일 뿐 민간 부문인 택배(18.9%)와 온라인쇼핑(17.8%)에서는 바닥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새 주소와 옛 지번(地番) 주소를 함께 사용하고 있어 새 주소만 이용한 수치는 이보다 더 낮을 것이다. 주무 부처인 행정자치부는 그제 이러한 여건을 감안해 택배와 쇼핑, 내비게이션 업체와 함께한 자리에서 새 주소 이용을 높이는 방안들을 모색했다. 새 주소 제도를 도입한 배경은 보다 선진화한 주소 체계를 갖추기 위한 것이었다. 그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우리와 일본만이 지번 주소를 써 왔다고 한다. 주요 도로에 세종대로 등의 이름을 붙이고, 그 도로가에 있는 주택과 건물에 순차적으로 번호를 표기해 도로만 따라가면 목적지를 쉽게 찾게 된다는 게 도입의 취지였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과 달리 오랜 관습 때문에 아직도 새 주소를 낯설어하는 게 현실이다. 집이나 직장의 도로명주소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택배기사들도 찾기 쉬운 동(洞)과 아파트 이름, 지번 주소로 물품을 배달하는 실정이다. 다만 제도 도입 초기의 혼란과 논란이 다소 잦아들었다는 점은 발전된 모습이다. 새 주소 체계는 이왕에 시작한 것이다. 되돌리지 못할 거라면 정착을 서두르고 걸림돌을 줄여 가야 한다. 그동안 다소 느슨해진 캠페인 등 홍보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시행 초기보다 새 주소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져 있어 홍보 효과가 나아질 것으로 짐작된다. 일부 부촌 아파트에서는 배송업체가 새 주소를 적어 배송하면 “허락도 없이 주소를 바꿨느냐”며 항의한다고 한다. 협조는 못할망정 이기적인 행태를 보여선 안 될 일이다. 정부는 시행 1년 동안 드러난 문제점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현재 지번만을 사용 중인 토지대장 등 부동산 문서에 새 주소 체계를 도입하는 데도 속도를 내야 한다. 무엇보다 행자부가 유통업계에 도움을 요청한 데는 이들의 참여 없이는 이용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중이 담겨 있다. 하지만 상당수 유통업체에서 새 주소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다고 한다. 유통업계는 제도의 빠른 정착을 위해 적극적인 협조를 하기 바란다.
  • [프로배구] 풀세트 승률 쑥! 한국전력 세졌네

    [프로배구] 풀세트 승률 쑥! 한국전력 세졌네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이 6연승 신기록에 도전한다. 한국전력은 4일 안방인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리그 최하위 우리카드와 맞붙는다. 한국전력은 지난 1일 리그 최강 삼성화재를 잡으며 팀 최다 연승 기록을 5연승으로 갈아 치웠다. 이번에는 리그 최하위 우리카드를 제물로 6연승을 질주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우리카드전에서 이기면 한국전력은 대한항공을 제치고 리그 3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2011~12시즌 이후 3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한국전력은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던 지난 시즌과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 특히 승부처에서 집중력이 돋보였다. 28%에서 75%로 크게 뛰어오른 풀세트 승률이 증거다. 지난 시즌 한국전력은 총 14차례 풀세트 접전에서 4승을 거두는 데 만족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8차례 풀세트 경기에서 벌써 6번이나 이겼다. 전광인-쥬리치 쌍포의 안정적인 활약도 한국전력의 반등을 기대하게 한다. 최근 5경기 평균 전광인이 61%, 쥬리치가 51%가 넘는 높은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다소 불안했던 세터 권준형도 5경기 평균 11.38개의 토스를 정확하게 배달해 승리에 기여했다. 한편 삼성은 3일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LIG손해보험에 3-2(25-20 22-25 28-26 17-25 15-12)로 승리했다. 삼성은 승점 59(20승6패)를 쌓아 2위 OK저축은행(승점 55·20승6패)과의 격차를 승점 4로 벌렸다. 삼성 외국인 선수 레오가 54득점, 공격 성공률 66.67%로 승리를 이끌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드론, 워싱턴DC 출입을 금지합니다

    앞으로 미국 수도 워싱턴DC 상공에서 드론 사용이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상업용 소형 무인기(드론)가 백악관 건물에 충돌하면서 드론을 둘러싼 안전 논란이 가열되자 드론 제조업체가 워싱턴DC 상공에서 드론 비행을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드론 판매는 해마다 급증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드론 사용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 충돌’ 드론을 제작한 회사 DJI테크놀로지의 마이클 페리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드론 동아리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상황을 고려하면 애호가들이 드론을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날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앞으로 워싱턴DC 인근을 비롯해 미 연방항공청(FAA)이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한 상공에서는 드론을 아예 날릴 수 없도록 내부 소프트웨어를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DJI테크놀로지 측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을 활용해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에서 뜨거나 들어가는 것 자체를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FAA 규정은 워싱턴DC에서 상업용 드론 사용을 불법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미 국방부 산하 국립지리정보국(NGA) 소속 한 직원이 지난 26일 새벽 날린 드론이 조종 실수로 백악관 건물에 부딪혀 떨어지면서 안전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상업용·오락용 무인기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드론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상당히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드론이 단순한 오락용을 넘어 물건 배달, 농작물 관리, 환경 보호 등 사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관련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규제는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특히 사생활 보호를 위해 드론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돼 왔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드론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11개월 동안 미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에서만 12만 7000대, 1660만 달러(약 179억 7000만원)어치가 팔렸다. 특히 최대 쇼핑시즌인 지난해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사이에는 매주 평균 7600대가 팔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포브스는 “드론 시장은 당국이 마련 중인 규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 규모가 향후 10년 동안 82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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