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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 피서지 계곡은 ‘대박’ 해변은 ‘쪽박’

    피서철 막바지, 불경기와 캠핑 문화 확산 등으로 올여름 강원 동해안 해변은 울고 산간 계곡은 웃었다. 강원도와 주민들은 8일 피서철만 되면 동해안 해변을 찾던 피서객들이 이어지는 불경기와 캠핑 문화 확산 등에 따라 산간 계곡으로 몰리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 동해안 해변은 해마다 3000만명 안팎의 피서객이 찾아 ‘여름휴가 1번지’로 각광받았다. 해변 주변 상인들은 해마다 7월 중순~8월 중순 한달 동안 벌어 일년을 살 만큼 호황을 누려 왔다. 하지만 지난해 전남 여수엑스포 등의 영향으로 1900여만명이 찾은 데 이어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면서 상인들이 울상이다. 이러한 감소세는 경포, 망상, 속초, 낙산 등 그동안 ‘빅 4 해변’으로 명성을 얻어 오던 곳에서 더 두드러진다. 한창 피서객이 찾던 2008년에는 경포해변의 피서객이 1033만명에 달했고 망상 599만명, 낙산 384만명, 속초가 241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경포해변 피서객은 458만명으로 5년 새 절반 이상 줄었고 망상도 100만명, 낙산은 126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와 반대로 정선, 화천, 인제 등 숲과 계곡을 끼고 있는 산골 마을에는 해를 거듭할수록 피서객이 넘쳐나고 있다. 정선군은 레일바이크, 집 와이어 등 주요 관광지를 찾는 피서객이 하루 15만명에 이르러 최근 운영 시간을 오후 8시까지 2시간씩 연장했다. 자정까지 운영하는 화암동굴 공포 체험도 예약 인원이 많아 새벽 시간까지 연장 운영할 계획이다. 토마토축제와 쪽배축제 등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화천군과 배꼽축제로 유명해진 양구군, 번지점프와 내린천 래프팅 등으로 널리 알려진 인제군은 가족 동반 피서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고속도로, 전철 등 교통이 좋아지고 숲과 산간 계곡에서 캠핑을 즐기려는 사람들까지 찾아 인기를 더하고 있다. 동해안 주민들은 “갈수록 단순히 해변 자체를 즐기기보다 여러 기반시설을 갖춘 리조트와 복합단지를 찾는 추세가 뚜렷해지는데 해변을 끼고 있는 지자체들도 해양레포츠 활성화 등 피서객의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해가 뜰 조짐을 보이자 두 사람은 이윽고 발걸음을 멈추고 씨라리골 깊숙한 갈대숲 속으로 숨어들었다. 위인은 가근방 지리를 손금 들여다보듯 환하게 꿰고 있었고, 몇 리 상거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여축 없이 알아맞히는 눈치였다. 오밤중에 내성에서 발행하면 여명이 밝아올 무렵에 씨라리골 갈대숲에 닿게 되고, 그곳에 숨어 한나절을 보낸다면 내왕하는 길손들 눈에 발각되지 않고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자로 잰 듯 계산하고 있었다. 녹록하게 볼 위인이 아니었다. 그러나 위인의 정체를 적실하게 밝혀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굴을 뛰쳐나온 적당이 아닐까. 그러나 적당이라고 믿기는 아직 일렀다. 포흠하다 쫓겨난 관변 부스러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관변 부스러기라면 왜 하필 상단에서 쫓겨난 하찮은 신세가 된 자신을 덮쳐 인질로 삼았다는 것인가. 갈숲 속이라지만 지척이나 진배없는 숫막에서 그때 새벽닭이 목청을 길게 빼고 울었다. 어찌된 일일까. 닭 울음소리가 그치기를 기다린 것일까. 그곳까지 길을 줄여올 동안 입에서 구린내가 나도록 말이 없던 위인이 드디어 입을 열어 곡절을 물었다. “네놈이 끼고 잤던 내성 저잣거리 논다니는 행방술이 절륜하더냐?” “그 음분(淫奔)한 계집이 감창소리가 어찌나 소란하던지…… 색사를 벌일라치면 가죽방아 한 번에 삼이웃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질러서 창피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마치 가풀막진 된비알을 오르는 멧돼지처럼 씩씩거리며 소리를 질렀지요.” “이놈 봐라 비위짱 좋게 언사가 개차반이군…… 계집의 행요가 그토록 절륜했다면, 해우채는 섭섭지 않게 대접을 했어야지 푼돈깨나 만진다는 네놈이 인색하게 푸대접을 하였더군. 의지 없이 떠돌며 풍상을 겪는 신세는 살꽃 파는 논다니 계집이나 십이령 치받이길을 쇄골이 부러지도록 용을 쓰고 오르내리며 연명하는 네놈이나 같은 처지가 아닌가. 상부상조하라는 말을 잊었더냐?” 40리 길을 올 동안 내내 입을 닥치고 있다가 불쑥 지른다는 말이 너무나 하찮아서 못 들은 척하고 딴청을 피우는데, 위인이 눈발을 날카롭게 곤두세우며 채근을 하였다. “내 말이 말 같잖나?” “가졌던 돈을 투전판에서 거덜내기는 하였습니다만, 계집에게도 틈틈이 적잖은 해우채를 안겼습지요. 계집에 주려서 눈알이 뒤집힌 사내들이라면 그깟 해우채 몇 푼 때문에 배리다는 핀잔을 듣겠습니까. 동전만 헤아리다 백발 되면 뭣하겠습니까. 체면만 깎일 뿐이지요…… 그년이 색사를 과도하게 벌여 육탈이 된 나를 끝까지 잡아먹지 못해서 몇 푼 되지도 않는 해우채를 가지고 벌벌 떠는 자린고비로 날조를 한 것이오.” “이놈 봐라? 제법 통이 큰 척하네. 그게 거짓이 아니라면 그 논다니도 고얀 년이군. 널 나한테 팔아넘길 적엔 네놈을 눕혀놓고 물먹은 걸레 짜내듯 해도 눈물 한 방울 짜낼 것이 없는 아주 똑 떨어진 자린고비여서 달포 가까이 같이 끌어안고 농탕질하고 배꼽을 맞춰주며 육허기를 채워주었는데도 떨군 것이라곤 쇳내 등천하는 동전 몇뿐이었다고 아주 이를 갈면서 궁상을 떨더군.” “그년 소행머리를 보면 매타작을 내려 어육을 만들 년입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닳고 닳은 계집들이 바로 색주가를 떠도는 논다니들 아닙니까. 밑엣품 파는 계집치고 고쟁이도 벗기 전에 손부터 내미는 버릇이 있다는 것은 이미 고려 적부터 소문난 일이 아닙니까. 그년이라고 해서 계집편성 다를 리가 있겠습니까.” “하긴…… 청루주사(靑樓酒肆) 즐비한 저잣거리를 쏘다니다보면 농염한 미술 가진 계집을 찾지 않을 수 없겠지만, 떼 꿩에 매 놓기라고 해서 투전판에까지 물색 모르고 첨벙 뛰어들면 네놈처럼 몰골 숭한 꼴을 당하느니……” 투전이란 것은 두꺼운 종이를 작은 손가락 너비만하게 만들어 그 한편에 사람이나 짐승, 새나 벌레, 물고기 같은 그림을 그려넣어 끗수를 정하고 기름으로 절인 것이자 이 종잇조각 40장이나 60장을 가지고 끗수를 겨루는 노름이다. 그런데 이 심심풀이 오락으로 시작한 노름이 여염에 널리 퍼지면서 저자의 무뢰배와 행상꾼과 악소배와 타짜꾼들이 꾀어들어 도박하여 하루이틀 사이에 그로 말미암은 부채가 수백 관에 이르렀다. 그로써 걸핏하면 칼부림이 오가고 심지어 살인까지 서슴지 않아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멋모르고 하찮은 밑천으로 노름판에 뛰어들었다가 전문(錢文)을 빚진 뒤에 노름 돈을 대지 못하면 전문을 가진 전주가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냉큼 노름 밑천을 변통해주는데, 비록 잠시라 하더라도 필경 몇 배의 이자로 문권을 작성하였다. 그것도 모자라 하룻밤 사이에 누차 작성하여 원금과 이자가 수십 수백으로 늘어나 아주 홀딱 벗기고 말았다. 문서로 작성한 것을 관아에 내고 고발하게 되면 빚진 자의 부모처자가 대신 갚아주어야 풀려날 수 있었다. 장본인은 저지른 일이 있으니 당연히 망신을 당해도 싸지만, 나머지 식솔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 불상사에 또한 패가망신하는 것이었다. “사내에게 여색이란 세상의 쇠락거리다. 그래서 서로 만나기만 하면, 기필 액운이 따르기 마련이다. 또한 음욕이 자못 방자해지면, 마치 소금물을 마시는 것과 같아서 많이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심해지고 오직 죽고 나서야 그치게 되니 어찌 만족이 있을 수 있겠나.” 훈계인지 핀잔인지 아리송한 말을 귓가로 흘려듣는 길세만의 시선은 갈밭 너머로 아득하게 바라보이는 숫막 쪽을 향해 있었다. 단칸집의 구새먹은 통나무로 새운 굴뚝에선 아침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길세만은 문득 용기를 내어 물었다. “나를 그년으로부터 넘겨받은 까닭이 무엇입니까.”
  • 개콘‘배꼽女, 18살때 비키니

    개콘‘배꼽女, 18살때 비키니

    지난 28일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아찔한 몸매를 드러낸 배우 출신 개그우먼 송인화(25)의 7년 전 모습이 화제다. 송인화는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버티고’에서 배꼽티와 빨간 핫팬츠를 입고 등장해 탄탄한 몸매를 과시했다. 이날 방송을 통해 화제가 된 송인화의 과거 배우시절 모습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송인화는 2006년 KBS 2TV 성장드라마 ‘반올림3’에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출연한 바 있다. 당시 송인화는 줄무늬 수영복을 입고 탄탄한 구릿빛 몸매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올해 KBS 28기 공채 개그맨으로 합격한 송인화는 SBS 드라마 ‘괜찮아 아빠딸’, 영화 ‘투사부일체’ 등에 출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도피 비앙카, 배꼽티 입고…

    美도피 비앙카, 배꼽티 입고…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기소된 뒤 미국으로 도주한 방송인 비앙카 모블리(24·한국명 허슬기)로 추정되는 여성의 근황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됐다. 지난 28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앙카 근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떠돌았다. 공개된 사진에는 비앙카로 보이는 한 여성이 선글라스를 끼고 강가에 앉아있다. 이 여성은 핑크색 탱크탑과 수영복 하의를 입고 편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뒤에는 친구들로 보이는 남녀도 함께 앉아있다. 하지만 사진 속 여성이 비앙카인지 여부가 확실하지는 않다. 만약에 비앙카가 맞다고 해도 사진을 찍은 시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으로 도피한 뒤 찍은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비앙카는 지난 4월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아이돌그룹 멤버 다니엘(22·본명 최다니엘)과 전직 프로게이머 차모(23)씨,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모(33·여)씨, 전직 영어강사 임모(21)씨 등과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비앙카는 혐의를 자백한 뒤 곧바로 미국으로 도피했고, 법원의 3차례에 걸친 공판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비앙카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배꼽이 더 큰 저가 해외 패키지

    배꼽이 더 큰 저가 해외 패키지

    싼 해외 패키지 여행상품일수록 여행지에서 가이드 팁, 선택관광 비용 등 추가 비용을 많이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0만원 미만 저가 상품의 경우 모든 상품에 현지 추가비용이 있었고 추가비용 규모는 여행상품가격의 86%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과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6월 진행한 ‘해외 패키지여행 상품 실태와 여행사 비교’ 조사결과를 23일 발표했다. 관광공사가 36개 여행사의 중국·동남아 패키지여행 상품 200개를 조사한 결과 상품 가격에 세금, 가이드와 기사 팁, 선택 관광 비용 등 추가 비용이 전혀 없는 상품은 17%에 불과했다. 30만원 미만 여행 상품은 모두 현지 추가비용이 있었고 150만원 이상의 고급 상품도 절반(50%)이 현지 추가비용을 부담시켰다. 특히 30만원 미만 저가 상품은 추가비용이 상품가격의 86%에 달했다. 30만원 이상∼50만원 미만은 53%, 50만원 이상∼100만원 미만은 32%, 100만원 이상∼150만원 미만 13%, 150만원 이상은 9%였다. 최근 2년 이내에 해외 패키지여행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설문 조사에서 해외 패키지 여행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절반 정도(54%)에 불과했다. 여행지·일정(57%)과 숙소(57%)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지만 가이드·인솔자(48%)와 상품 정보 제공 수준(43%)은 낮았다. 또 소비자원이 고객으로 직접 국내 10개 여행사의 패키지여행에 참여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관에 쇼핑 물품의 환불을 제한하는 등 불공정 조항이 발견됐다. 항공편 시간 변경을 미리 고지하지 않거나 여행 일정의 일방적 변경, 선택 관광의 일방적 진행, 위험한 여행 코스에 대한 안전 시스템 미흡 등이었다. 이 외에 중국 베이징의 인력거 투어, 태국 방콕의 알카자쇼와 코끼리 트레킹, 베트남 하노이의 할롱베이 모터보트 등 현지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선택 관광’에 대한 추가 비용도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만 사항이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그분의 정치投, 먹먹한 감동投, 배꼽티 섹시投… 시구 속 사회

    [주말 인사이드] 그분의 정치投, 먹먹한 감동投, 배꼽티 섹시投… 시구 속 사회

    시구(始球)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경기에서 유명 인사가 던지는 공이다. 그러나 요즘은 거의 매 경기 시구를 한다. 꼭 유명 인사가 시구를 하는 것도 아니다. 이제 시구는 프로야구 경기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19일 포항서 열린 올스타전에서는 시구자로 ‘다둥이 가족’ 김경헌씨의 아홉 자녀가 동시에 9명의 포수에게 공을 던져 큰 박수를 받았다. 시구에 숨어 있는 사연을 알아봤다. 잠실을 홈으로 쓰고 있는 LG. 시구자가 유명해지는 경우가 늘면서 연예인들의 문의가 쇄도한다. 시구자 중 절반 정도는 구단이 아닌 기획사에서 먼저 연락한 경우다. LG는 한 달 전에 시구자 섭외를 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인지도와 야구 연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구자를 고른다. 시구자는 경기 시작 1시간~1시간 30분 전 도착해 실내연습장에서 간단한 교육을 받는다. 당일 선발을 제외한 투수들이 번갈아가며 투구 자세와 공 던지는 법 등을 설명한다. 시구를 마치면 유니폼 상의와 모자, 프리미엄 좌석(4석)을 선물로 받는다. 엄순홍 LG 마케팅팀 과장은 “연예인이 시구를 한다고 해서 특별히 구단 가치가 높아지거나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라며 “팬 서비스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연고 구단은 향토기업 인사나 팬들을 시구자로 초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상욱 롯데 홍보팀장은 “연예인들이 시구를 위해 부산까지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다양한 지역 인사로부터 시구 요청을 받는데, 공익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KIA는 네임데이 행사가 펼쳐지는 경기에서는 관계자들에게 시구를 맡기고 있다. 예를 들어 ‘전남대학교의 날’로 지정된 경기에서는 총장이나 학생회장이 시구를 하게 한다. 지역 단체장이 시구를 희망하면 소정의 기부금을 받은 뒤 연말 성금으로 활용한다. 허권 KIA 홍보팀 차장은 “시구자로 선정된 일반인들은 경기 전 1시간가량 구단과 함께하면서 우리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사상 첫 시구는 야구의 본고장 미국이 아닌 일본에서 있었다. 오쿠마 시게노부 전 일본 총리가 1908년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미프로야구(MLB) 연합팀과 와세다대와의 경기에서 시구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와세다대를 설립한 그를 예우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2년 뒤인 1910년 윌리엄 태프트 당시 대통령이 워싱턴 구장에서 첫 시구를 했다. 당시 시구는 마운드가 아닌 관중석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었다. 한국 프로야구 첫 시구의 주인공도 대통령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2년 3월 27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 삼성-MBC전에서 시구자로 나섰다. ‘각하’의 경호는 삼엄했다. 야구장 화장실과 더그아웃, 그라운드에도 경호원이 배치됐고, 구심의 공 주머니까지 수색을 받았다. 전 전 대통령의 ‘행차’가 너무 요란했던 탓일까. 이후 대통령의 시구는 많지 않았다.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만이 마운드에 섰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1995년 잠실 삼성-LG전 개막전에서 시구하는 등 세 차례나 야구장을 찾았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올스타전에서 한 차례 ‘깜짝’ 시구를 했다. 참고로 미국은 태프트 전 대통령 이후 지미 카터를 제외한 모든 대통령이 개막전이나 올스타전, 월드시리즈에서 시구를 했다. 개막전이 갖는 무게감 때문인지 이후에도 시구는 ‘묵직한’ 관료와 단체장이 맡았다. 1983년 개막전(잠실 OB-MBC전)은 이원경 당시 체육부장관이 시구를 했고, 이듬해부터는 체육부차관과 서울·인천·대구·부산·광주시장 등이 돌아가며 마운드에 올랐다. 대통령이나 고위 관료가 시구한 것은 ‘프로야구 정치학’을 함축한다. 하지만 1989년부터 시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탄 강수연이 4월 8일 광주 빙그레-해태 개막전에서 연예인 최초의 여성 시구자로 나선 것. 김집 당시 체육부장관과 함께 마운드에 올라와 환호를 받았다. 같은 날 잠실에서 열린 MBC-OB전에서는 OB베어스 1호 성인 회원 이국신씨가 나서 시구자의 지평을 일반인으로 넓히는 계기가 됐다. 최근에는 연예인 시구가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일반 팬이나 장애를 이긴 감동 사연을 가진 인물들도 종종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반면 축제 성격이 강한 올스타전에서는 처음부터 연예인들이 시구자로 나섰다. 1982년 7월 1일과 3~4일 열린 올스타전에서는 배우 이경진과 정애리, 정윤희 등 당대의 인기 스타들이 차례로 시구를 했다. 남성 연예인 중에서는 신성일이 1984년 올스타전에서 첫 시구자의 영예를 누렸다. 한국시리즈 시구자 중 눈에 띄는 인물은 피터 오말리 LA 다저스 전 구단주다. 그는 1982년 한국시리즈 4차전과 1989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각각 시구를 했다. 박찬호와 서재응, 최희섭, 류현진이 잇달아 입단한 다저스는 이때부터 한국 야구와 인연을 맺었던 것. 톡톡 튀는 시구자도 많다. 1984년 올스타전에는 부녀자 멀리던지기 대회 우승자인 박정일씨가 초청받았고 1989년 올스타전에는 물구나무서기 세계기록보유자 신동묵씨가 선정됐다. 2001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는 프로야구 원년 개막일 출생자 유연희, 김인재씨가 마운드에 올랐다. 2006년 개막전(문학 현대-SK전)에서는 8살에 인하대에 입학해 화제가 됐던 송유근군이 시구를 했다. 가장 심금을 울린 시구는 2001년 잠실 두산-해태 개막전의 애덤 킹(한국명 오인호)일 것이다. 킹은 뼈가 굳고 다리가 썩는 선천적 중증장애를 갖고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받고 미국으로 입양된 아홉 살 소년이었다. 그러나 티타늄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마운드에 올라온 뒤 씩씩하게 공을 뿌려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배우 홍수아, 모델 이수정 등은 선수 못지않은 멋진 폼으로 포수 미트에 정확히 공을 꽂아넣는 ‘개념 시구’로 인기를 끌었다. 손연재와 양학선, 신수지는 체조 기술을 응용한 동작으로 와인드업을 해 큰 갈채를 받았다. 특히 신수지의 ‘백일루션 시구’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될 정도로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골퍼 장하나 등 다른 종목 프로 선수들의 시구가 늘고 있다. 1992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시구를 했던 김사율 당시 감천초 야구선수는 지금 롯데에서 활약하고 있다. 여자라면, 특히 연예인이라면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게 당연한 심리. 그러나 몇몇은 노출이 너무 심한 의상으로 마운드에 섰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5월 3일 잠실 두산-LG전에서 가수 클라라는 배꼽이 보이도록 짧게 줄인 두산 유니폼과 하반신 각선미가 드러나는 타이트한 레깅스를 입고 마운드에 올라 남심을 흔들었다. 레이싱모델 윤승연도 2011년 핫팬츠에 상의가 절반가량 드러난 옷을 입었고, 중국 배우 장쯔이는 시구 도중 의도치 않게 속옷을 노출하고 말았다. 시구자가 결석한 경우도 있다. 2004년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자로 예정됐던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는 경기가 임박해서 불참을 통보했다.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위헌 결정에 따른 대책회의가 시급하다고 해명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부랴부랴 대체자를 수소문했고 전년도 한국시리즈 7차전 시구자였던 배우 박정아를 섭외했다. 덕분에 박정아는 한국시리즈 두 경기 연속으로 시구를 한 유일한 인물로 남았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누구냐 넌?…외계인 닮은 괴생명체 정체는?

    누구냐 넌?…외계인 닮은 괴생명체 정체는?

    최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발견돼 ‘외계인’ 논란을 일으켰던 괴생명체의 정체가 밝혀졌다. 남아공 현지언론은 “플레튼버그베이 인근 네이처 벨리에서 발견된 괴생명체를 부검한 결과 개코원숭이의 사체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SF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모습으로 현지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이 사체는 국립공원 관리자의 아들인 커트-레이 딕슨(17)이 발견했다. 딕슨은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려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사체의 정체를 놓고 다양한 추측이 이어졌다. 결국 현지 전문가까지 나서 부검이 이루어진 끝에야 그 정체가 밝혀진 것. 수의사 마그델레나 부라움 박사는 “이 사체의 정체는 암컷 개코원숭이 새끼”라면서 “배꼽에 탯줄까지 있는 것으로 보아 태어난 직후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개코원숭이에게 물려 죽은 것으로 보인다” 면서 “이는 원숭이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로 새로운 수컷 지도자가 등장할 때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PGA도 ‘롱퍼터’ 사용금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2016년부터 골프채의 손잡이(그립)를 몸에 댄 채 퍼트를 하는 ‘롱퍼터’의 사용을 금지한다. PGA 투어는 2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 정책위원회를 열어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의 롱퍼터 사용 금지 규정을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팀 핀첨 커미셔너는 몇몇 선수가 새 규정에 반대하고 있지만 골프를 같은 규칙에 따라 경기하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PGA 투어에서도 밸리퍼터(그립의 끝 부분이 배꼽에 위치할 정도 길이의 퍼터)나 브롬핸들 퍼터(밸리퍼터보다 더 길어 노를 젓듯이 두 손을 각각 아래위로 잡는 퍼터)처럼 긴 샤프트를 이용해 그립을 몸 일부에 붙여 퍼트할 수 없게 된다. 앞서 R&A와 USGA는 지난달 21일 이 같은 퍼트 방법을 금지하는 골프규칙 14-1b를 명문화해 2016년 1월 1일부터 발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웃겨요~” 칠레 대통령 연설 중 뒤집어진 견공

    ”대통령님이 그런 공사를 하시겠다고? 지나가던 개도 웃겠네!” 이런 말이 딱 맞는 상황이 지구 반대편 칠레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대통령이 연설하는 행사장에 무명(?)의 개가 등장했다. 어슬렁어슬렁 연단 앞을 지나던 개는 갑자기 “배꼽이 빠진다”는 듯 뒤집어졌다. 현지 언론은 “공식 행사에서 연단보다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관심을 끄는 일은 자주 일어나지만 이번은 흔하지 않은 일”이라며 사건(?)을 보도했다. 견공전복사고(?)는 최근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일어났다. 이날 칠레 정부는 콘스티투시온, 시우다다니아, 플라사 불네스 등 3개 공원을 시각적으로 연결하기로 하고 공사를 발표했다. ’산티아고 시민지구플랜’으로 명명된 사업이 발표된 행사장에는 산티아고의 시장, 중앙정부 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예상치 못한 사고는 피녜라 대통령이 한창 연설을 하고 있을 때 발생했다. 연단 주변에 검은 개 한 마리가 나타났다. 개는 슬금슬금 연단을 지나더니 갑자기 확 배를 보이며 누워버렸다. 개는 연설하는 대통령 앞에서 죽은 척 한 견공으로 불리며 단번에 화제가 됐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헤드윅? 애드윅!

    헤드윅? 애드윅!

    “많이 와주셨네요. 그것도 특별한 ‘불금’에.”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 노란 배꼽티를 입고 엉덩이를 흔들며 첫 곡 ‘티어 미 다운’을 부른 배우 손승원(23)은 이어 관객들을 향해 ‘썰’을 풀기 시작했다. 객석에서는 웃음소리와 함께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그런데 나 처음 공연하는 사람처럼 떨려. 박수 크게 쳐줄래요?” 관객들은 순간 ‘빵 터졌다’. 첫 등장 때보다도 큰 박수와 환호가 울려 퍼졌다. 손승원은 뮤지컬 ‘헤드윅’이 지난 2005년 초연된 이래 최연소 헤드윅이다. ‘쓰릴미’ ‘트레이스 유’ 등으로 이름을 알렸고 미소년 같은 얼굴로 ‘뮤지컬계 송중기’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아직 신인 딱지를 달고 있다. 지난 4월 캐스팅된 후 그의 이름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참신한 인물에 대한 기대감과 산전수전 다 겪은 퇴물 로커의 삶을 그가 어떻게 이해하겠느냐는 우려가 겹쳤다. 이미 대본이 필요 없는 경지에 이른 조승우나 송창의와는 다른, 대본에 충실한 헤드윅이었다. 헤드윅이 걸어온 다사다난한 삶을 대본 그대로 전달했다. 관객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대신 곁에서 조잘대듯 소통하는 친근함이 있었다. 노련한 척, 관록 있는 척하지도 않았다. “나 동안이지 않아?”라고 너스레를 떠는가 하면 “어머, 나 들떴나 봐. 진정 좀 할게”라며 물을 들이켜는 등 첫 공연의 떨림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그런 그가 감정을 터질 듯 분출하기 시작한 건 소년 토미와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후반부에 이르러서였다. 꾸밈없이 던지는 슬픈 대사와 울먹임은 앞에서 보여준 밝고 익살스러운 모습과 상반돼 더욱 애잔한 느낌이었다. 제작진은 백지 상태의 신인인 그가 원래의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강점을 지녔다고 자신한다. 그 역시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본에 충실하면서 내 나이에 맞는 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지난 주말 그의 첫 공연이 끝난 뒤 그가 드러낸 헤드윅의 맨 얼굴에 놀란 관객들이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연기가 세련되고 테크니컬하지는 않지만, 그가 던지는 감정들은 날것 그대로여서 더욱 아팠다”고 평가했다. 공연가에선 그를 ‘조드윅’(조승우), ‘짱드윅’(송창의)을 잇는 ‘애드윅’(애기+헤드윅)이라 애칭한다. 앳된 얼굴에 붙여진 별명이지만, 3대 헤드윅의 이름값을 해낼 것이란 기대가 담겼다. 9월 8일까지. 5만~6만 6000원. (02)1544-1555.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걸스데이 배꼽 노출하더니…

    걸스데이 배꼽 노출하더니…

    걸그룹 ‘걸스데이’의 군부대 방문에 장병들이 환호했다. 2일 방송된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서는 정신교육을 받고 있는 장병 앞에 걸스데이가 나타나 깜짝 공연을 진행했다. 앞서 걸스데이는 장병 사이에서 ‘군통령’으로 꼽히며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이에 제작진은 걸스데이 측에 위문공연을 요청했고, 걸스데이 멤버들은 인제 화룡부대까지 직접 달려와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날 위문 공연에서 걸스데이는 ‘기대해’와 ‘반짝반짝’을 불렀고 장병은 환호했다. 특히 걸스데이 공연 중 ‘너 때문에 미쳐’라는 가사가 나오자 흥분한 손진영의 모습과 함께 ‘오빠도 미치겠다’라는 자막이 삽입돼 시청자들을 폭소케 했다. 또한 김수로는 걸스데이가 인사를 하는 동안에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라고 크게 외쳤다. 류수영 역시 “아침 8시부터 심장이 빨리 뛴 적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걸스데이가 무대를 마치고 스케줄을 위해 차를 타고 돌아가자 샘 해밍턴은 “가지마. 가지 말라고”라며 소리치며 전력 질주했다. 결국 차량을 따라잡아 ‘우사인 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네티즌들은 “우사인 샘 너무 귀여워요”, “걸스데이가 군통령이라더니 정말 실감나는 듯”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혜수 “미스 김다운 철두철미 연기 기대해도 좋겠습니다만”

    김혜수 “미스 김다운 철두철미 연기 기대해도 좋겠습니다만”

    “‘미스 김’은 정말 완성도 높은 캐릭터였어요. 제가 그런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는 건 행운이었죠.” 지난 21일 종영된 KBS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미스 김’으로 열연한 배우 김혜수(43)는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27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직장의 신’ 스태프들과 1박 2일 MT, 영화 ‘관상’ 포스터 촬영 등이 이어져 한숨 돌릴 틈도 없었다”고 웃었다. 그런데도 신기한 건 피곤한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는 대목이었다. 역시 그는 드라마 밖에서도 여전히 ‘철두철미한’ 미스 김이었다. ‘직장의 신’은 김혜수의 독특한 말투(“그건 제 업무가 아닙니다만”)와 기상천외한 에피소드(탬버린 연주, 홈쇼핑 내복모델, 메주쇼 등)들로 방영 내내 연일 포털사이트들을 달궜다. 그를 일컬어 ‘코믹연기에 신들렸다’는 찬사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스스로는 코미디를 염두에 두고 연기한 게 아니란다.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가 어떻게 하면 미스 김다울까, 그것만 생각했어요. 자발적으로 계약직 인생을 사는 미스 김은 우리가 익히 봐왔던 모습이 아니죠. 그런데 그게 재밌어 보였나 봐요.” 실제로 시청자들을 배꼽잡게 만든 장면들도 “미스 김다운 모습”을 최대한 살리려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탬버린을 치고 청소를 하고 타자를 치는 일은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하지만 미스 김은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해 현란한 손짓으로 일을 완성하기 때문에 ‘저 정도면 수당을 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거죠.” 회식 자리에서 현란한 탬버린 연주로 수당을 받아내는 장면을 위해 그는 한국과 일본의 ‘탬버린 달인’을 참조하고 탬버린을 발목에 두드리며 연습하다 피멍이 들기도 했다. 홈쇼핑 내복모델 장면에서는 미스 김이 어떻게든 시선을 끌어 내복을 완판해야 했으므로 “독보적인 워킹과 유연성”을 보여야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무대가 좁아서 고민하다가 나온 동작이 바로 ‘내복쇼’였다. ‘직장의 신’은 엄밀히 시청률로만 따졌을 때 크게 성공한 작품은 아니었다. 방영 당시 방송 3사 월화드라마 중 시청률은 2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드라마가 그려낸 직장에서의 갑을관계, 계약직의 서러움, 사내 정치 등의 코드에 시청자들이 즉각즉각 반응하면서 연일 화제가 됐다. 때마침 ‘라면상무’ 사건,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사건 등 잇따라 터진 사회적 이슈 사건들도 드라마가 주목받는 데 한몫했다. 시청자들이 계약직이면서 ‘슈퍼갑’인 미스 김에 환호하는 한편으로 현실의 맨얼굴을 돌아보게 된 것. “좀처럼 다루기 힘든 강력하고 굵직한 메시지를 가벼운 방식으로 터치한 드라마였어요. 그러나 핵심을 비켜가지는 않았죠. 그런 드라마의 매력에 제가 이끌렸던 거였죠.” 당분간 ‘미스 김’은 배우 김혜수의 또다른 이름이 될 듯하다. 강렬한 캐릭터가 차기작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는 그다. “굳이 미스 김을 뛰어넘어야 된다는 생각이 없어요. 제 연기 인생에 있어 지금 이 순간이 전부는 아니거든요.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든 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임하면 그뿐이니까요.”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이탈리아 북부 이야기 Italy, eataly, italo③Emilia Romagna 에밀리아 로마냐주

    이탈리아 북부 이야기 Italy, eataly, italo③Emilia Romagna 에밀리아 로마냐주

    Emilia Romagna 에밀리아 로마냐주 우아한 유네스코 도시들 이탈리아처럼 많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는 없다. 그래서 그 타이틀마저 식상할 때가 있지만 막상 그 중요한 인류의 유산 앞에 서면 스스로가 얼마나 행운아인지를 알게 된다. 페라리보다 멋진 페라라에서, 손톱만한 유리조각들에 존경심을 품게 되었던 라벤나에서, 나는 무척 행운아였다. Unesco City 1 이상적인 르네상스 도시 페라라 Ferrara 포 강변에 자리한 페라라는 15~16세기에 막강한 세력을 자랑했던 에스테 공국의 보금자리로, 예술가들에 대한 활발한 후원으로 르네상스 문화의 중심지로 번성한 곳이다. 도시의 규모를 확대할 필요를 느낀 에스테 가문의 헤르쿨레스는 1492년 비아지오 로세티Biagio Rossetti에게 그 임무를 맡겼다. ‘유럽 최초의 근대 도시’의 탄생이었다. 그리고 5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 1995년 페라라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르네상스 시대의 도시계획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구불구불 휘어진 골목이 복잡하게 중첩되어 있는 중심지구와 북쪽의 확장된 주거지역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도시의 삶을 유통하고 있었다. 헤르쿨레안 에디션Herculean Addition으로 불리는 확장된 주거지역에서 로세티가 세운 랜드마크는 디아만티궁Palazzo dei Diamanti은 벽면이 8,000개가 넘는 피라미드 모양의 대리석 포석으로 이뤄져 일명 다이아몬드궁으로도 불린다. 당시 유럽의 부자들이 이주하여 살기 시작했던 이 주변은 지금도 모두 부유한 주택지구다. 넓은 해자 때문에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듯 보이는 에스텐성Castello Estense은 1385년부터 200년간 개축이 계속된 도시의 상징이었다.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이는 이 성은 원래 도시의 북쪽을 수비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에스테 가문이 주거지를 이 성으로 옮기면서는 민중의 발란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어둡고 습한 지하 감옥이 아직도 남아있다. 거친 외관에 비해 내부는 점점 귀족의 화려한 생활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나갔다. 회랑을 세우고 대리석 발코니, 정원을 만들었다. 부속 건물에는 놀이와 유희를 테마로 한 카밀로 필리피의 프레스코화가 귀족의 호사스런 취미를 보여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산 조지오 페라라 대성당 앞에는 상인들과 장을 보러 온 사람들도 빈틈이 없었다. 아랫부분의 로마네스크 양식과 윗부분의 고딕 양식이 조화를 이루는 대성당의 파사드만 겨우 볼 수 있었다. 도시 중심과 확장된 주거 지역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가장 쉽게 확인하는 방법은 자전거 여행이다. 페라라는 인구당 자전거 보유 대수가 가장 많은 도시로도 유명하다. 평평한 지형 덕분이기도 하고, 자동차보다는 자전거가 더 편리한 도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자전거를 타고 9km 성벽 외곽을 따라 도시를 한 바퀴 도는 것이 페라라 사람들의 자전거 산책이다. 성 둘레에 커다란 나무를 심고 자전거 도로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Unesco City 2 살아있는 모자이크 라벤나Ravenna 라벤나의 전성기는 페라라보다 1,000여 년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 5세기부터 8세기 사이에 3번이나 수도(서로마 제국, 동고트, 비잔틴 제국)의 지휘를 누렸던 도시다. 그 영광의 흔적이 8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남아 있고 그중에서 2개를 직접 볼 수 있었다. 초기 기독교시대의 보물로 꼽히는 바실리카 산 비탈레Basilica of San Vitale의 내부도 모자이크로 라벤나를 다시 탈환한 동로마 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안과 그의 부인 테오도라가 그려져 있다. 빛이 바래지 않은 모자이크화 속에서 황제와 여왕은 여전히 화려했고 여자들의 컬러풀한 의상도 그대로였다. 빛이 잘 드는 날이면 더욱더 찬란하게 빛난다고 했다. 이 세계문화유산에 영감을 받은 샤넬의 디자이너는 라벤나 스타일의 쥬얼리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갈라 플라치디아의 원형무덤Mauseleum of Galla Placidia을 설명하는 한 단어는 보석상자다. 평범하고 둔해 보이기까지 하는 내부와 달리 어두운 내부에는 찬란한 보석처럼 알알히 생생한 모자이크 그림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금박 위에 반짝이는 유리들은 때론 별이고, 때론 꽃이고, 때론 사람이 된다. 프랭크 시나트라가 라벤나로 신혼여행을 왔다가 이곳의 모자이크를 보고 ‘나이트 & 데이’라는 곳을 작곡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비잔틴 시대의 황실 판사들의 초상화를 비롯해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알 수 있는 모자이크들이 천장 전체를 덮고 있다. 물론 바닥도 돌 카펫, 즉 모자이크로 덮여 있었다. 라벤나 사람들이 가지는 모자이크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일주일 동안 40시간을 수료하면 되는 모자이크 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골목어귀마다 붙어 있는 도로명 표지판을 모두 모자이크로 바꾸는 작업은 안나 피에타씨Anna Fietta의 지휘아래 이루어졌다. 그녀의 공방 겸 숍에서는 다양한 모자이크 작품과 재료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라벤나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또 하나의 자부심은 중세 최고의 서사시인 <신곡>의 저자, 단테Dante Alighieri, 1265~1321다. 정치적인 이유로 고향 피렌체로 돌아가지 못하고 19년 동안 망명 생활을 했던 그는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그가 죽은 후에야 베네치아는 유골을 되찾으려 했지만 라벤나는 유골을 빼돌려 가면서 지켜냈다. ▶travie info 꼬는 것이 실력, 빠네 페라라레제 맛에 대한 선입견을 줄 수 있으므로 이 빵의 모양을 다른 동물이나 곤충에 비교하는 일은 삼가겠다. 사진에서 보이는 대로 사지가 꼬인 빵이다. 제빵사가 실력을 한껏 뽐내기 위해 만들기 시작했다는 이 빵은 1536년부터 귀족의 만찬 테이블에 오르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세계 최고의 빵’이라는 찬사를(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듣고 있다. 하지만 정말 맛있는 페라라 빵을 위해서는 이 지역의 물과 밀가루뿐 아니라 습도마저 필수라고 하니 본토에서만 그 맛을 느낄 수 있나 보다. 맛있는 빠네 페라라레제를 기본빵으로 제공하는 레스토랑 겸 식료품점 쿠시나 부테가Cusina Butega는 그릇의 소리만 듣고도 금이 간 것을 알아차리는 숙련된 종업원들만큼이나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에밀리야 로마냐 음식을 제공한다. Cusina Butega | 주소 Corso Porta Reno 26/28 Ferrara 문의 +39 0532 209174 www.cusinaebutega.com 이탈리안의 점심식사, 피아디나 이탈리안의 일상적인 점심메뉴가 된 피아디나Piadina는 라벤나의 자랑이기도 하다. 얇고 평평한 밀가루 빵 위에 재료를 넣고 말아먹는 피아디아는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샌드위치와 비슷하다. 하지만 라벤나의 카페 까데뱅Ca’ de’ Ven에서 맛본 ‘원조’ 피아디나는 샌드위치 재료가 아니라 그 자체로 맛있는 빵이었다. 밀가루에 라드돼지기름를 듬뿍 넣어 만든 반죽을 팬에 구워 만들기 때문에 적당히 기름지면서도 쫄깃했다. 라벤나 관광청 사람들이 선택한 이 레스토랑은 15세기에 세워진 유서 깊은 건물에 어울리는 앤티크 선반과 서가,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의 엄선된 와인 등으로 이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품위 있게 보여주는 곳이다. Ca’ de’ Ven | 주소 Via Corrado Ricci, 24-48100 Ravenna 문의 +39 0544 30163 www.cadeven.it ● 이탈리안 식탁의 기본 너무 흔해서 쉽게 먹는 김치가 사실은 상당한 정성의 산물이듯, 흔하게 먹었던 파스타가 사실은 상당한 인내심의 산물이었고, 빵이나 찍어 먹던 발사믹 식초에도 명품이 따로 있었다. 커피에도 역사가 있고, 치즈는 시간의 산물이다. 알고 먹으니 다른 맛. 더 진하고 고소하고 감사한 맛! Boun Giorno! Torino Caffe 토리노의 아침, 바로크 시대의 건축물이 많은 격자형 도시의 골목을 기웃거리다 110년 전부터 산 카를로 광장 귀퉁이에 자리잡은 카페 토리노에 들어갔다. 마롱 글라세Maron Glaces·설탕시럽을 입힌 밤와 잔두이야Ganduia·헤이즐넛초콜릿의 먹음직한 모양새에 넋을 잃고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천장 모서리에 이런 말이 새겨져 있었다. “a little too much is just enough for me.조금 넘치는 것이 내게는 충분한 것이다.” 그 순간 내게 든 생각은 ‘커피 한잔을 더 마셔도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래, 결핍보다는 약간의 과잉을 ‘충분’의 기준으로 삼아 보자! 단테의 희곡에 나온다는 이 문장을 나는 이번 이탈리아 여행을 위한 계시로 받아들였다. 한결 죄책감 없는 마음으로 두 번째 커피를 위해 라바짜 카페Lavazza cafe 1호점을 찾아갔다. 110여 년 전 토리노에서 시작된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이고 감각적인 커피 광고로 유명한 커피 브랜드답게 내부의 인테리어도 강렬했다. 그러나 그 현란함 속에서도 이탈리아 할머니들은 색 바랜 느낌이 아니었다. 토리노의 명물 커피라는 비체린Bicerin(에스프레소, 초콜릿, 뜨거운 우유거품을 층층이 섞은 커피)을 영접할 기회는 없었지만 충분히 족한 마음이 들었다. 내 노년의 어느 날, 아침 9시의 풍경이 저러하길. 그것은 카페인보다 진한 각성이었다. Caffe Torino | 주소 Piazza San Carlo 204 10100 Torino 문의 +39 011-5451118 슬로시티, 슬로치즈 브라 소믈리에도 만났고 바리스타도 만나 봤지만, 치즈감별사는 처음 만났다. 그 장소는 브라Bra였다. 이 도시를 설명하는 두 단어는 ‘슬로푸드’와 ‘슬로시티’다. 패스트푸드에 대항하여 일어나기 시작한 슬로푸드 운동의 세계연맹(1989년 결성) 본부가 브라에 설치됐다. 그리고 슬로푸드 운동의 연장선에서 브라는 슬로시티 1호(1999년)로 지정됐다. 대표적인 슬로푸드 치즈. 브라는 2년에 한 번씩 세계치즈축제가 개회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 도시에서 1920년부터 3대째 치즈 숙성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지오리토Gilolto 가문의 피렌조Fiorenzo씨(사진 왼쪽)도 매번 이 축제에 참가해 엄성된 브라치즈를 내놓는다. 이 지역의 200여 가구가 생산하는 치즈를 감별하고, 특별한 치즈로 숙성해 내는 것이 그의 일. 서늘한 지하 저장고는 치즈 특유의 콤콤한 냄새가 진동했다. 최소한 6개월 이상 숙성시킨 치즈를 두로Duro라고 하고 1년 이상 주기적으로 올리브 오일을 덧발라가며 숙성시키는데 지오리토에서는 보통 3년 정도 숙성시킨 치즈를 유럽, 미국, 일본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어떤 치즈들은 홍어로 치면 흑산도보다 진하다는 나주 홍어쯤 되는데, 그럴수록 마니아들은 더 환장하게 마련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지오리토만의 독창적인 치즈는 브라취크braciuk였다. 질 좋은 치즈를 네비올로Nebbiolo, 바르베라Barbera 등 피에몬테 지역 품종의 포도껍질에 파묻어 적어도 3개월 이상 숙성시킨, 말하자면 ‘취한’ 치즈다. 그래서 이름도 취한drunken을 뜻하는 지역 방언인 ‘취크ciuk’다. 와인 향기와 함께 톡 쏘는 듯한 맛은 지금도 입 안에서 맴돈다. 피오렌조 지오리토Fiorenzo Giolito | 주소 Via Monte Grappa, 6-12042-Bra(CN) 문의 +39 0172 412920 www.giolitocheese.it 내가 만든 파스타 볼로냐 요리학교 ‘요리의 수도’라고도 불리는 볼로네제를 대표하는 메뉴는 미트소스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볼로네제 소스 파스타’다. 소스의 비법까지야 배울 틈이 없었지만 파스타를 만들어 볼 기회는 있었다. 수많은 파스타 종류 중 도전할 종목은 토르텔리니Tortellini였다. 밀가루와 계란 30개만으로 치댄 반죽으로 피를 만들고 속을 채운 이 파스타는 그 생김새 때문에 비너스의 배꼽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손가락의 한마디만큼 작은 토르텔리니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렵다기보다는 흥미를 잃기 쉬운 노동집약적 요리였다. 체험자들의 얼굴에 지겨운 기색이 비치자 곧 응용코스로 대형 토르텔리니 만들기가 시작됐다. 같은 요령이지만 물만두만큼 사이즈가 커지자 다시 속도가 붙었고 그만큼 식욕도 빠르게 상승했다. 체험을 끝내고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갈증을 푸는 동안 드디어 고기 육수에 끊여 낸 토르텔리니가 냄비째 나왔다. 3가지 이상의 파스타 요리가 나온다는 말에 양을 조절하려 했으나 자제하기 어려울 만큼 토르텔리니는 맛있었다. 볼로냐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교실이자 레스토랑인 베키아Vecchia Scuola의 성공은 알레산드라 Alessandra Spisni씨의 명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생파스타 실습을 책임지는 유쾌한 남자, 알렉산드로씨(사진)는 그녀의 동생이다. 전문가 코스부터 일주일 코스, 점심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Vecchia Scuola Bolognese | 주소 via Galliera 11 40121 Bologna Italy 문의 +39 0516491576 www.lavecchiascuola.com 회장님의 식초 모데나 발사믹 모데나의 식초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 세상 모든 식초는 인스턴트다. 포도 외에 어떤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는 전통방식의 발사믹 식초를 만드는 과정은 순전히 시간의 응축이기 때문이다. 10월에 수확하여 깨끗하게 씻은 포도를 으깬 후 만 하루 동안 푹 끊여낸 포도액은 저장고로 옮겨서 배럴에 담긴다.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는 5~8개의 배럴들은 ‘가족’이라고 불린다. 그런 가족들이 한 서른 세트쯤 될까. 그리 넓지 않은 2층 저장고는 서늘하면서도 시큼한 공기로 채워져 있었다. 18세기부터 가족을 위해 만들기 시작한 식초는 이제 가문의 중요한 사업이 되었다. 같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초라고 해도 사용하는 저장통의 목재가 다르기 때문에 맛도 모두 다르다. 구멍이 뚫린 배럴에서 증발하고 숙성되면서 응축된 발사믹 식초가 한 단계씩 작은 통으로 옮겨지면서 증발을 계속하여 식탁에 오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12년, 길게는 수백년이다. 포도 원액들이 섞이므로 사실 아무도 그 정확한 연도를 알 수는 없다. 모 호텔 홍보담당자의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모데나의 식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그룹의 회장님이 먹는 식초다. 그러나 아무리 재벌이라고 해도 욕심껏 모데나의 식초를 구매할 수는 없다. 18세기부터 시작된 이 마을의 식초 담그기는 소규모의 가내 수공업으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방문했던 곳에서도 연간 생산량은 500~600병 정도라고 했다. 시간이라는 것에 맛이 있다면 모데나의 발사믹 식초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시고, 달고, 진한 감칠맛. 마지막 몇 방울만 떨어뜨려도 샐러드를, 빵을, 치즈를 완전 다른 요리로 만드는 신의 한수 같은 맛 말이다. 품질인증(P.D.D)을 받은 모데나 전통 발사믹 식초의 가격은 100ml들이 한 병에 12년산 40유로, 25년산은 70유로다. 다른 식초와 비교하자면 고가지만, 그 오랜 시간으로 나누어 생각하자면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진다. www.balsamico.it ●이방인처럼 쇼핑하고 이탈리안처럼 먹어라 할인과 세금 환급이라는 ‘이방인 쇼핑 특권’을 꼭 누려야 할 나라는 말할 것도 없이 이탈리아다. 아무래도 홈그라운드 브랜드들이 상대적으로 품목도 다양하고 사이즈 선택의 폭도 넓다. 디자이너 아웃렛 맥아더글렌의 장점이 두드러지는 곳도 이탈리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살바토레 페라가모(피렌체), 프라다(밀라노), 불가리(로마), 돌체앤가바나(밀라노), 질샌더(밀라노), 베네통(트레비조) 등은 부연이 필요없는 브랜드다. 여행가방으로 유명한 브릭스(올지아테 코마스코), 여성 핸드백으로 유명한 코치넬리coccinelle(파르마), 남성복 브리오니(펜네)와 투스카니 스타일 패션 브랜드 고뗄리Gotelli(세라발레)는 이탈리아에서 꼭 노려야 하는 쇼핑리스트다. 의류와 보석뿐 아니라 향수, 화장품, 스포츠용품, 가정용품 브랜드들도 다양하게 입점해 있다. 동일 매장에서 154.94유로 이상을 지출하면 구입 금액에서 최대 15%를 다시 환급까지 받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누려야 할 또 하나의 특권은 음식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방인처럼 말고 이탈리안처럼 먹기를 권한다. 버거킹을 대신해 선택할 수 있는 간단한 요리도 그리 비싸지 않고, 와인 한잔을 곁들이는 것도 이탈리아이기에 꼭 누려야 할 호사다. 노벤타 디 피아베 Noventa di Piave Designer Outlet 펜디Fendi, 아르마니Armani 등의 제품이 비교적 원활하게 공급된다는 소문이 있는 곳으로 뉴욕의 패션 블로거들, 베니스 비엔날레의 작가들이 놓치지 않는 매장이다. 베니스에서 30분, 파도바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여름마다 음악 페스티벌 등의 문화행사도 개최한다. 주소 Via Marco Polo 1 30020 Noventa di Piave 문의 +39 0421 5741 찾아가기 베니스 트론체토 광장 앞에서 매일 오전 10시에 셔틀버스(왕복 15유로)가 출발한다. 산 도나 디 피아베San Dona di Piave에서도 왕복 버스를 운행한다. 세라발레 디자이너 아웃렛 Serravalle Designer Outlet 이탈리아 북동쪽 리구리아 해안 지역의 건축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이 쇼핑몰은 이탈리안의 감성을 잘 전달하는 쇼핑 공간이다. 유일하게 불가리가 입점해 있다는 점에서 불가리 마니아에게는 필수방문지로 꼽히는 곳. 베네통 매장의 규모도 크다. 밀라노에서 1시간, 제노바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주소 Via Della Moda,1-15069 Serravalle Scrivia 문의 +39 0143 609000 www.mcarthurglen.it ●두 개의 시간이 만나다 일주일 동안 이탈리아 북부를 누볐다. 지도를 펼쳐 놓고 헤아려 보니 피에몬테, 베네토, 에밀리아 로마냐의 3개 주에 걸쳐 있는 11개의 도시와 마을이었다. 도시의 중심에서 중심부로, 재빠르게 우리를 이동시켜 준 이탈리아 열차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한 덕택이다. 직접 타본 이딸로에는 두 가지 속도가 존재하고 있었다. 페라리를 닮았다는 명품 초고속 열차의 경쾌한 속도감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라면, 그로 인해 한층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풍경을 즐기거나 맥주를 마시는 것이 기차 안의 풍경이다. 마치 빠르게 달리는 기차가 외부의 시간을 흡수하여 내부로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닌가 싶은, SF적 상상을 해보게 된다. 창밖을 보며 이런 공상을 펼치는 것도 기차 여행이 주는 쏠쏠한 재미일 것이다 . 시간의 경계를 넘나들 정도로 미래적이어서 그런지 이딸로의 경쟁 상대는 기차가 아니라 비행기다. 물론 종목은 속도가 아니라 서비스 경쟁이다. ‘격의 없는 매너’로 유명한 유럽 항공사 승무원이 아니라 상냥하고 또 예쁘기도 한 우리나라의 승무원이 연상되는, 그런 친절함을 위해 철저하게 서비스 교육을 한 덕택이다. 영어구사 능력도 모두 수준급이다. 그들의 서비스를 듬뿍 받을 수 있는 곳이 ‘까사 이딸로Casa Italo’다. 이딸로 전용 대기실이자 안내데스크 겸 예약센터인 이곳은 이딸로 특유의 컬러인 벨벳 레드와 실버가 어우러지는 우주적인 공간이다. 심플한 픽토그램과 벽면에 내장된 키오스크 들은 디자인, 성능,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초고속 열차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려는 진보적인 이딸로의 노력이 시각화된 결과물이다. <월페이퍼>가 주관한 2013년 디자인 어워드에서 ‘올해의 생활 향상’부분을 수상하기도 했다.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이탈리아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5-8806, 레일유럽 한국사무소 02-3789-6110, 맥아더글랜 한국사무소 02-553-0822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피에라 피지Piera Pizi 밀라노역 스페셜리스트 “여기 있는 서비스 직원들은 모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고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밀라노에 있는 2개의 역을 오가면서 총괄업무를 담당했는데 좋은 피드백을 많이 들었어요. 저는 예전에 호텔에서 일했었는데 이딸로의 서비스는 호텔에 못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의 경쟁 상태는 항공사 승무의 수준의 친절과 서비스죠. 하지만 요금은 무척 합리적인 수준입니다. 시장 조사를 통해서 더 많은 승객들이 이딸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거든요. 참! 이딸로 열차에서 제공되는 슬로푸드 스낵도 잊지 말고 맛보세요.” ●mini interview 찾아가기 밀라노(오전 10시, 오후 1시30분)와 토리노(오전 9시)에서 세라발레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 ‘은둔’ 무라카미의 생각 엿보기

    무라카미 하루키(64)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만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낙서 몇 장만 끄적거려도 단박에 화제가 되는 베스트 셀러 작가의 고고한 일상과 속내가 독자들은 자못 궁금할 따름이다. 낯가림이 심해 인터뷰조차 안 하기로 유명한 무라카미는 독자와의 소통 창구를 하나 열어 놨다. 바로 에세이다. 그는 “나의 본업은 소설가요, 내가 쓰는 에세이는 ‘맥주 회사가 만드는 우롱차’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 하필 우롱차일까. 무라카미는 “‘나는 맥주를 못 마셔서 우롱차밖에 안 마셔’ 하는 사람도 많으니, 이왕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우롱차를 목표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비채 펴냄)는 전 세계 50개국에서 번역된 무라카미의 에세이집 ‘무라카미 라디오’의 마지막 세 번째 책이다. 일본 패션 주간지 ‘앙앙’에 연재됐던 에세이들을 모았다. 썰렁하고 퇴폐적인 무라카미식 농담을 이해하는 독자라면 배꼽을 잡고 웃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쿨하고 때론 감성적인 문장들이 소소한 즐거움을 전해 준다. 그는 에세이에서 자신을 못 생기고 후줄근한 아저씨 정도로 치부한다. 그리고 소탈하게 속내를 까발린다. 이를 테면 헬스장에서 바이크 머신 페달을 밟으며 에너지를 그냥 흘려보낼 게 아니라 차곡차곡 모아 사거리 신호등 전력에라도 보태자는 발칙한 상상이다. 길모퉁이에 바이크 머신을 놓고 자원봉사자가 페달을 밟아 발전하면 에너지 포인트를 제공하는 식으로 원자력 발전을 대체하자는 주장도 펼친다. 성욕이 넘치는 고교생에게 ‘헌욕(獻慾) 수첩’을 만들어 ‘헌욕 센터’에서 전력화하자는 말도 안 되는 상상도 꺼내 놓는다. 자학 개그를 연상시키는 터무니없는 수다 속에선 어니스트 헤밍웨이나 헨리 밀러, 알베르 카뮈 같은 대문호들을 만날 수도 있다. ‘진정한 남자가 되기 위해서 네 가지를 이루어야 한다’는 헤밍웨이의 말과 함께 자신이 책을 쓰는 것 외에 나무를 심거나 투우를 하고, 아들을 낳는 것은 할 수 없을 것이란 자책을 늘어놓는다. 이어 도호쿠 지방의 목장에서 만난 황소 이야기를 소개한다. 무라카미의 에세이는 “새삼스럽지만 세상은 정말 다양하다”는 작가의 말을 각인시킨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윤리는 행복한 삶을 위해 익혀야 할 기술

    반부패든 뭐든, 그러니까 좋은 일 하자는 건데 그게 왜 그리 말처럼 쉽지 않을까. 착착착 해버리면 그뿐일 것만 같은데 말이다. 철학자들이 교과목으로서의 ‘도덕’이나 ‘국민윤리’ 같은 것들을 경멸하는 이유다. 이 교과목들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복잡미묘한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유도해야 하는데, 고민은커녕 부모에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고, 형제 간에 우애 있으면 이 온 세상 우주에 평화만 가득하리라는, 척 들어도 하품 나는 고리타분한 얘기들만 늘어놓을 뿐이다. ‘윤리, 세상을 만나다’(도성달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펴냄)는 그런 면에서 참고할 법한 책이다. 저자는 윤리를 엄청 대단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익혀야 할 기술’ 정도로 정의한다. 병법 그 자체가 대단한 필승비법이 아니듯, 윤리도 그 자체가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게 아니라 행복의 기술, 즉 ‘아트 오브 해피니스’(Art of Happiness)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세심하게 써나가는 부분은 복잡한 철학적 논의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행복과 불행의 마찰지점이다. 가령, 1973년 박정희 정권의 미니스커트 단속, 항공사 상의 유니폼이 조금 짧은데서 비롯된 배꼽티 논란, 청계천에서 비키니 입고 일광욕을 즐기는 외국인 문제, 서울시가 쿨비즈를 내세워 민원 파트 이외 공무원들에게 허용한 한여름의 반바지와 샌들 차림 등의 문제가 나온다. 어느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옷차림이 적정한가, 라는 질문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윤리란 결국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마음 쓰는 것, 이 모든 행위들”이라고 정의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윤리적 삶이라는 것이 타인을 위해 목숨쯤은 가볍게 버려야 하는, 그래서 뭔가 특출 나고 대단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선입관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저자가 그 윤리적 삶의 기초를 두고 이러하다라고 정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윤리를 두고 “자신이 어떤 삶의 원리에 따라 어떤 유형의 인간으로 살겠다는 삶의 방식에 대한 선택의 문제이며, 그 결단은 이성보다는 의지의 문제”라고 해뒀다. 1만 6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노출 논란’ 클라라, 야구장에서도 속옷라인을…

    ‘노출 논란’ 클라라, 야구장에서도 속옷라인을…

    최근 과도한 노출로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방송인 클라라가 야구장에서 민망한 의상을 입고 시구해 눈총을 샀다. 클라라는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의 경기에 시구자로 나섰다. 그 동안 노출 의상으로 논란을 빚어온 클라라는 이날도 줄무늬 레깅스에 배꼽이 보이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그는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 채 섹시한 포즈를 취하며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내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의상이 문제였다. 복부 외에는 노출이 많지 않았지만 몸에 꽉끼는 레깅스 때문에 속옷 라인이 그대로 보여 민망한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패셔니스타’라고 불리는 여자 연예인들도 야구장에서 시구할 때만은 그라운드에 어울리는 편안한 복장을 입는 것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클라라가 몸매를 과시하기 위해 야구장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또 가족들이 많이 시청하는 야구 경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민망한 모습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소금과 미역은 궂은 날씨와는 상극이었다. 습기 먹은 짐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워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해동머리라 질척질척해진 길턱 때문에 발길을 재촉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는 노릇, 누가 일러준 대로 들메끈을 단단히 고쳐 매고 샛재 숫막거리를 나섰다. 고개를 들면 안개 발 같은 진눈깨비가 얼굴에 척척 감기어 모두 목을 쇄골 속으로 감추었다. 그러나 발행한 지 반식경이 지나고부터 휘감기던 눈발이 성기기 시작하여 두런두런 수작들 나눌 만하였다. 뒤따라 걷던 배고령이 입에서 구린내가 났던지 자별하게 지내는 선머리의 길세만에게 바싹 따라붙으면서 불쑥 한마디 던졌다. “임자 보게.” 선머리에 선 길세만은 허리가 끊어질 듯 우려와서 줄곧 끙끙 앓는 소리를 하며 발부리만 내려다보고 걷다가 신둥머리지게 되받았다. “왜 또 그러나?” “말래 숫막거리에 그 암팡진 년 말일세.” “말래 도방 숫막거리에 암팡지다는 평판을 듣는 갈보들이 어디 한둘인가?” “아니… 그 연지골(燕脂溪)* 출신 새침데기 영월댁 말일세.” 시답잖은 농인 줄 알았더니 숫막거리 갈보 얘기가 나오자, 구미가 당겼던 길세만은 비로소 턱만 비틀어 뒤따라오는 배고령을 힐끗 일별했다. 길세만이 구미에 당겨하는 것을 눈치챈 배고령이 가래침을 긁어 계곡 아래 멀리로 내뱉고 나서, “도방이 있는 말래 숫막거리에는 오가는 원상이나 부구 염막 소금꾼 들의 염낭쌈지를 바라고 문을 연 숫막이 열 손가락을 헤아리고 들병이며 떠돌이 논다니 들도 섞여 있지만, 그중에서도 영월댁이 살신도 포르족족한 게 색깨나 쓰게 생겼지. 그 여자 거웃에 손이라도 한 번 넣어보려고 군침을 흘리는 축들이 한둘 아니라더군. 그런데 꼴에 밤똥 싸더라고 그 계집사람이 초면이고 구면이고 가릴 것 없이 사내를 할끔할끔 간색해서 골라가며 살보시를 하는데, 제 눈에 차지 않으면 아예 코대답도 않고 안면을 싹 바꾸고 만다는구먼…. 사내놈을 멧돌치기로 배 위에 올려놓고 한바탕 어진 혼이 나가도록 요분질로 조리를 쳐서 칵 뱉어놓으면, 어지간한 사내는 사흘 동안 자리보전으로 운신을 못 하고 누워 있어야 겨우 기동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도방 대처에 짜하게 퍼져 있다네.” “말 같잖은 소리, 밑절미 없는 소리 그만 하게.” “나도 귀동냥으로 들은 소리지만, 그 계집사람하고 한번 붙으면, 뻣뻣한 사내들도 뼛골이 녹아나서 잠시 동안 저승 구경까지 할 수 있다더군.” “양기가 입으로 오르자면 아직 한참 기다려야 할 나이인데… 음탕한 소리 그만하게.” “헌 갓 쓰고 똥 누기 예사지…. 일 년 열두 달 한둔으로 지내는 우리네가 그런 일도 없다면 명치끝까지 차오른 육허기는 어디다 풀고, 가슴에 쌓인 울화는 어디다 쏟아내겠나.“ “심통이 놀부군.” “왜? 들병이하고 놀아났다는 소문나면, 체면 깎일까 봐 그러나?” “어허, 봉패로세. 자다가 얻은 병이라더니 불각시에 왜 나를 물고 늘어지나.” “임자도 그중 하나가 아닌가?” “예끼 고얀 사람, 넘겨짚지 말게. 내가 매달고 다니는 고기 방망이는 구색으로만 달고 다니는 게야. 임자도 알다시피 물색에는 뜻이 없다네.” “잡아떼지 말고 내 말 귀여겨듣게. 그 여자 창병이라는 소문 있다네.” 굳이 보지 않아도 새파랗게 질린 길세만의 안색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점입가경이군. 창병이라는 말, 그게 정말인가?”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는 것 보았나? 내가 괜한 말 지절거리는 게 아닐세. 내가 임자 앞에 있어서 보이지는 않지만, 보지 않아도 시방 임자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 있을 것이야.” “글쎄….” “임자 왜 대꾸가 없나?” “글쎄…. 내가 언제 그 염불 빠진 년과 상종한 일이 있었는지. 생각이 올지갈지해서 그러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더니, 임자 알고 보니 말래 숫막거리에 있다는 논다니들 중에 가죽방아 찧어보지 않은 계집이 없구먼. 우리가 봉놋방에 둘러앉아 투전 놀음에 술추렴이나 하고 시시덕거리는 사이, 술 안 마시는 임자는 계집사람들 거처하는 퇴창 밑에 숨어 기회를 엿보아 계집들과 배꼽 맞출 궁리만 트고 있었군. 술추렴할 때마다, 임자는 딴청을 피운 까닭이 거기 있었군.” *연짓골:삼패 기생들이 모여 사는 마을.
  • ‘1m확장에 2억’ 성남 공원로 월요일 개통

    ‘1m확장에 2억’ 성남 공원로 월요일 개통

    1m 확장에 2억원가량 들어가 예산낭비 논란이 일었던 경기 성남시 공원로가 확장 공사를 시작한 지 6년 만에 개통됐다. 막대한 예산투입으로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황금도로’라는 별명까지 붙은 길이다. 성남시는 26일 공원로(중앙동 공원터널∼태평동 현충탑) 1.56㎞ 구간을 왕복 2차로에서 6∼8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를 마무리하고 29일 오후 2시 개통식을 연다고 밝혔다. 2007년 7월 시작, 3093억원을 투입한 끝에 5년 10개월 만에 끝났다. 1m 확장에 1억 9830만원을 쏟아부은 셈이다. 사업비 중 88% 2727억원이 보상비로 나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공사가 됐다. 전체 보상면적은 3만 7000㎡, 보상받은 건물은 270채 1446가구였다. 단순 계산하면 3.3㎡(1평)에 2300만원의 보상비가 들어갔다. 도로 확장 부지에 편입된 주민들이 보상비 인상과 이주·생계대책을 요구하며 시청사를 점거 농성하자 2006년 보상금 이외에 토지·건물주에게 판교신도시 아파트를, 세입자에게 공공임대아파트를 특별공급했다. 도로확장 사업에 신도시 아파트 입주권을 제공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이러고도 이주민들이 “아파트 분양대금 중 기반시설 비용을 돌려달라”고 시를 상대로 12건의 채무부존재 소송까지 제기해 장기간 법정다툼까지 벌여야 했다. 사업은 전임 민선 4기 이대엽 시장 때 시행했으며 이재명 현 시장은 2010년 7월 판교 특별회계 모라토리엄을 발표할 당시 공원로 공사를 대표적인 재정난 원인으로 지목했다. 공원로 확장 개통으로 분당구 야탑동∼중원구 도촌동∼수정·중원 본시가지∼위례신도시로 이어지는 남북 간선교통망이 연결됐다. 앞서 시는 지난해 4월 이 도로와 연결되는 태평동 영장산터널~복정동 창곡교차로 1.63㎞ 공원로 구간 확장 공사를 끝냈다. 시 관계자는 “도로 개통으로 성남에서 서울로 가는 차량 통행시간이 기존 20분에서 10분으로 단축되고 도시의 균형적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기계전사 109’의 김준범, 힐링 만화로 돌아오다

    ‘기계전사 109’의 김준범, 힐링 만화로 돌아오다

    늘 옛 작품으로만 기억되는 것은 현재진행형인 작가에게 그리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20여년 전 장편 데뷔작을 먼저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작품이 한국 만화사의 한 페이지를 아로새긴 까닭이다. 1989년 12월 청소년 만화 잡지 ‘아이큐점프’를 통해 처음 선보인 한 편의 SF 만화에 국내 만화 팬들은 열광했다. 인간과 사이보그의 전쟁을 다룬 디스토피아적인 작품이었다. 할리우드 영화나 일본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였으나 민주화 물결과 계급 투쟁 등 당시 국내 사회상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한국형 사이버펑크로 각광 받았다. ‘드래곤볼’을 시작으로 일본 만화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던 그 시기. ‘망가 쓰나미’에 맞서 한국 만화의 자존심을 살렸던 작품으로도 기억된다. 바로 ‘기계전사 109’다. ‘기계전사 109’의 김준범(46) 작가가 힐링 만화로 돌아왔다. 최근 ‘네모가 동산으로 간 까닭은?’(북극곰 펴냄)이라는 명상 만화를 출간했다. 법륜 스님의 정토회 홈페이지와 정목 스님의 유나방송 홈페이지에서 ‘코스모스 로드’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연재했던 것을 단행본으로 엮었다. 구도의 길을 가고 있는 동글선사와 그의 제자인 네모, 동글이와 그 친구들, 외계인과 견공들이 주고 받는 문답을 그렸다. 1990년대 국내 출판계에 명상 에세이 바람을 일으켰던 오쇼 라즈니쉬의 ‘배꼽’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단어를 사용하면 힐링 만화다. “우리 나라가 어느 정도 경제적 부유함을 갖추긴 했어도 강국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문화적으로 척박하기 때문이에요. 요즘 세상을 보면 아이들에게 마음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치기 보다는 경제적인 동물로 만드는 데 관심이 있죠. 쉬엄 쉬엄 마음 편하게 살아도 나쁠 게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결코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예수, 부처, 노자, 장자가 했던 이야기들을 21세기 현재 우리 식으로 바꿔 만화로 옮긴 것 뿐이죠.” ’기계전사 109’를 생각하면 언뜻 연결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가 힐링 만화를 그리게 되기까지 어떤 사연이 깃들어 있을까. 2000년 대 들어 별자리와 인연을 맺은 게 큰 영향을 끼쳤다. 사실 그는 2002년 천문 해석 공부를 시작한 뒤 만화 보다는 천문 해설 활동에 매진했다. 천문선원이라는 작은 오프라인 공간과 코스모스로드(www.cosmosroad.com)라는 온라인 공간을 근거지 삼아 별자리 강좌와 상담을 갖고 별자리 입문서 ‘별이 전하는 말’을 집필하기도 했다. “10년 정도 천문 공부를 했어요. 어스트랄로지(astrology)하면 대개 점성술이겠거니 무시하는 경우가 있는 데 그것만은 아니에요. 마음 공부의 하나죠. 물리학, 생물학, 인류학부터 성경, 불경까지 공부해야 해요.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내면을 들여다 보게 되죠. 그래서 힐링을 키워드로 만화를 그리게 됐죠.” 그가 새로 단행본을 낸 것은 거의 10여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만화로는 소식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사실 1990년대 중반부터 대중의 뇌리에서 김준범이라는 이름 석 자가 서서히 잊혀져 갔다. 한국 만화의 미래를 짊어질 천재 작가로 손꼽히던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주무대였던 만화 잡지 시장에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이 찾아왔어요. 만화 대여점이 생기며 더욱 부채질했죠. 서른 즈음에는 2년가량 투병 생활을 하며 펜을 놓기도 했습니다. 창작 환경이 원고 작업에서 컴퓨터 작업으로 옮겨갔지만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까닭도 있어요.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그림체가 바뀌고 스토리가 달라졌습니다. 인기를 쫓는 쪽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게 대중에게는 활동을 안하는 것처럼 보였나 봐요. 그렇게 대중과 점점 멀어진 것 같아요.” 마냥 세상의 변화를 탓하며 방황만 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흐름 속에서 1인 만화 웹진이나 선주문 출판 등을 통해 기존 만화 유통시스템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실험적인 시도를 거듭했다. 하지만 시대를 앞섰다는 평가만 남았을 뿐 큰 성과는 얻지 못했다. 지금은 스포트라이트에서 한 발 비껴 선 처지. 시대의 파고를 넘어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는 비슷한 연배의 작가들을 지켜보면 부럽지 않을까. 그러나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몇몇 작가라도 살아남은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윤태호 작가 등 가진 실력에 견줘 조명을 받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상태는 너무 기쁘죠. 저도 언젠가 살아날 수 있는데, 그 무대를 지켜주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김 작가는 2013년을 만화 복귀 원년으로 삼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비상업 만화를 그렸다면, 앞으로는 상업 만화에도 적극적으로 도전한다는 것이다. 우선은 작화 보다는 스토리 작가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조만간 스마트폰을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별자리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랑에 대한 청춘들의 고민을 다루는 아이돌판 ‘섹스 앤 더 시티’ 느낌의 작품이라고 김 작가는 귀띔했다. 원소스멀티유즈(OSMU)를 꿈꾸며 2500년 전 인도를 배경으로 한 부처 제자의 삶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다고도 했다. “오랫 동안 천문 공부, 마음 공부를 하며 수 천 년 내려온 좋은 말씀들을 만화로 옮기다보니 언젠가부터 스토리 창작에 대한 욕구가 사라졌어요. 그런데 지난해부터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올해엔 만화와 관련한 여러가지 시도를 하려고 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우리 만화 팬이라면 ‘기계전사 109’ 같은 작품을 기대할 게 분명할 터. 하지만 그는 아쉽게도 다른 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만화 팬들이 20년 전 ‘기계전사 109’ 같은 그림만 떠올리는 게 아쉬워요. 그 같은 작품을 소설이라고 한다면 언젠가부터 한 편의 시 같은 그림체로 옮겨갔지요. 소설 같은 그림체는 저보다 훨씬 잘 그리는 후배들이 많아 굳이 직접 그릴 필요가 있겠나 싶어요. 그래서 서사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는 후배에게 그림을 맡기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는 직접 그려 보려 합니다. 다만 우리나라 고승들의 삶을 그릴 기회가 주어진다면 소설 같은 그림체로 한 번 쯤은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준범 작가는 원래 만화가가 아니라 화가를 꿈꿨다. 그런데 화가는 미대를 나와야 할 수 있다고 철썩 같이 믿을 만큼 고지식 했다. 공부에 자신이 없었다. 미술 외에 국영수까지 잘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던 그는 1985년 허영만 화실의 문들 두드리며 만화가의 길을 걷게 됐다. ‘2시간 10분’ ‘아스팔트 위의 사나이’ 등의 스토리를 써 이름을 날리던 노진수 작가와 의기투합해 내놓은 첫 장편이 바로 ‘기계전사 109’다. 이후 ‘따로 따로 형제’(1991) ‘ ‘부전자전’ ‘필승아 놀자’(이상 1998) 등을 가족과 따뜻함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다. 글·사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식물도 보고 듣고 느끼고 기억한다…그들의 어깨춤이 보이지 않을뿐

    식물도 보고 듣고 느끼고 기억한다…그들의 어깨춤이 보이지 않을뿐

    흔히들 하는 얘기다. ‘식물은 알고 있다’(대니얼 샤모비츠 지음, 이지윤 옮김, 다른 펴냄). 그런데 저자 약력을 보니 주말 아침 클래식 틀어놓고 베란다에 앉아 난 한 촉씩 정성들여 닦으며 대화를 나눌 만한 사람도 아니고, 환경문제를 다룬 신문기사를 읽고 상처받은 가이아의 영혼을 위해 울어줄 만한 사람도 아니다. 이스라엘 출신 유전학 박사로 미국과 이스라엘 등지를 오가며 강의하는 과학자다. 그러니까 여기서 ‘안다’란 심미적인, 영적인, 시적인 표현이 아니다. 엄격한 과학적 표현이다. 과학의 외피를 쓴 고등 사기는 또 얼마나 많던가. 그 의심을 피하기 위해 가지 치기 한번 더 한다면, 엄청난 연구비용이 괜찮게 쓰이고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한 선전, 내용이야 어찌 됐건 그날그날 섹시한 리드와 헤드라인에 집중하는 신문쟁이들의 타는 목마름, 과학을 빙자한 정치적 구호와도 궤를 달리한다. 이런 특성은 4장 ‘식물은 어떻게 듣는가’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이 장에서 저자의 타깃은 1973년 출간된 도로시 리탈렉의 ‘음악과 식물의 소리’, 같은 해에 나온 피터 톰킨스와 크리스토퍼 버드의 ‘식물의 정신세계’다. 클래식, 그것도 모차르트를 틀어줬더니 식물이 잘 자라더라는 류의, 그래서 사람들 태교에까지 영향을 끼친, 오늘날 식물 좀 키운다는 사람들이 식물의 신비 운운할 때마다 늘 그 근거로 제시하는 그 책들이다. 저자는 이 책들이 대중적으로 성공했는지는 몰라도, 과학적으로는 ‘꽝’이라 명백히 못 박아뒀다. 그러니까 신문에 나고 대중들은 아주 중요한 연구결과라고 알고 있지만, 과학학술지에서는 외면당하고 ‘과학’이 아니라 ‘뉴에이지 문학’으로 분류되고서야 책 출간이 이뤄졌다는 점을 콕 집어 지적한다. 아니, 식물은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책을 내는 입장이라면 거기에 걸맞은 소재들이나 모아 쓸 일이지 왜 굳이 듣지 못한다는 말을 해놓느냐고? 없는 사실 그럴 듯하니 듣기 좋게 포장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더 재미있는 건 관련 실험에 대한 설명이다. 아, 과학 얘기라고 긴장하기보다 음악 얘기니까 일단 어깨를 가볍게 털자. 음악이니까 그 음악가나 밴드의 대표곡을 속으로 흥얼대면서 읽어 나가면 배꼽 빠질는지 모른다. 리탈렉이 클래식 음악과 ‘대조’한 것은 레드 제플린과 지미 헨드릭스의 음악이다. 톰킨스와 버드가 클래식 음악과 ‘비교’한 것은 인도의 시타음악이다. ‘대조’와 ‘비교’가 키워드다. 당연히 록 음악은 식물들에게 해를 끼쳤다. 반면, 영적인 느낌이 충만한 인도의 시타는 클래식과 비슷한 효과를 냈다. “시끄러운 록 음악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반사회적 행동과 연관 있다고 보는 사회적 보수주의자”와 “음악과 물리와 모든 자연이 성스러운 조화를 이룬다는 영성주의자”의 기묘한 만남이다. 이들 만남의 키워드는 과학이나 실험이란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엉성함이다. 1960~1970년대 시대 영향에다, 앞서 언급한 두 책의 대중적 성공 때문에 이후에 이런 종류의 책들은 쏟아져 나온다. 저자는 여기에 대해 딱 꼬집어 지적해 뒀다. “이런 유형의 실험들이 실험자들이 가진 음악적 취향을 말해준다는 것이 참 놀랍기 그지없다.” 그럼 진짜 과학적인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 모차르트, 데이브 브루벡, 데이비드 로즈 오케스트라, 비틀스의 음악을 틀어주고 식물을 키웠다. “더 스트리퍼(데이비드 로즈 오케스트라의 연주곡)의 영향으로 추적할 수 있는 잎의 절단이나 비틀스에 노출되어 야기된 가지의 회전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다른 실험에서는 모차르트와 미트 로프를 틀어줬다. 안 틀어준 것보단 나은 결과가 나왔지만, 모차르트와 미트 로프 간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모차르트 팬으로서는 실망스러운 결과겠지만, 그래도 이 실험은 어쨌거나 음악이 영향을 끼친다는 뜻 아닌가? “음악을 틀어준 스피커가 공교롭게도 열기를 발산해” 따뜻하게 데워 주는 바람에 식물이 더 잘 자랐다는 게 최종 결론이었다. 이렇게 엄격한 저자이건만 1980년대 초반 일련의 실험을 통해 식물들이 ‘대화한다’는 추론이 등장하고 그걸 각급 언론들이 대서특필한 데 대해서는, 그 이후에 진행된 여러 실험 결과를 봐서도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본다. 물론 과학자답게 ‘식물 간 대화’라는 표현이 의인화 기법이라는 지적을 빼놓진 않지만.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식물이 보고, 듣고, 느끼고, 알고, 기억한다는 주장들을 둘러싼 수많은 실험과 검증은 책에서 재밌게 읽으면 된다. 읽고 나면 감수를 맡은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식물인간’, ‘식물국회’라는 표현은 식물에 대한 모독이라 주장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거실 구석 화분 속 식물이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건 아니다. 식물의 활동은 식물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식물 얘기다 보니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과일, 채소 얘기도 등장하고 덕분에 어릴 적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서 전해 들은 소소한 삶의 지혜가 어떻게 과학적 사실과 연결되는지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만 3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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