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한제 폐지 3년간 총수일가 간접 지배 더 확대”
정부 부처들과 재계 사이에 출자총액제한제도 존폐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출총제를 폐지할 경우 재벌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된다는 연구 결과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았다. 과거 출총제 폐지 기간에 대규모 기업집단들이 총수일가의 지분을 늘리고 소수 중핵기업을 통한 간접 출자 등을 통해 간접 지배력을 더욱 확대했다는 지적이다.KDI는 앞으로 출총제 개편 논의에서 출자구조의 변화가 재벌 그룹의 지배력 확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재벌 지배권 소수기업 집중 심화 KDI 임경묵, 조성빈 연구위원은 13일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 및 재도입과 기업집단의 지배권 기여지수 변화’ 보고서에서 “출총제가 일시 폐지됐던 1998년부터 2001년 3월까지 재벌그룹의 지배권이 소수 기업에 집중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7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료가 있는 삼성,LG,SK, 현대, 롯데, 금호, 대림, 동국제강, 동부, 동양, 두산, 코오롱, 한솔, 한진, 한화 등 15개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큰 지배력을 갖는 계열사가 바뀐 그룹은 10개로 전체의 67%에 달했다. 특히 이 가운데 9개 그룹은 출총제 폐지 기간에 1위 계열사가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2000년까지 통제권 지수가 0이었고 통제권 기준 순위로 17위에 불과하던 SKC&C는 출총제 폐지 이후 SK그룹에서 지배권 기여 지수 기준으로 가장 중요한 기업으로 떠올랐다.●계열사 순위 변화 폐지기간에 집중 보고서는 “각 기업집단에서 97년 평균 4∼5위였던 계열사들이 2005년에는 기업지배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계열사로 바뀌었다.”면서 “특히 순위 변화가 출총제 폐지 기간에 집중됐다는 점이 재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총수 지배력이 특정 계열사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파악한 ‘지배권 기여지수’라는 지표 변화를 근거로 이같이 밝혔다. 예컨대 삼성에버랜드의 지배권 기여지수가 41%인 경우 출자를 하지 못하거나 의결권이 제한된다면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통제권 가운데 41%를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 분석 결과 공기업을 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지배권 기여지수 1위 기업들의 평균값은 97년 17.5%,98년 17.6%,99년 20.2%,2000년 21.2%,2001년 26.8%,2002년 26.3%,2003년 28.5%,2004년 32.9%,2005년 35.3% 등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2위 기업들의 지배권 기여지수 평균값도 97년 6.5%에서 지난해 10.9%로 확대됐다.●총수일가 사익 추구 견제장치 작동 안돼 한편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는 출총제 개편 논의와 관련,13일 논평을 내고 “소유지배구조의 괴리도나 대내외 견제시스템 작동 정도, 재벌 경제력 집중 등 각종 지표들을 보면 총수일가의 사익추구 행위를 견제할 내부규율과 시장규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출총제가 폐지돼 단기적으로 몇몇 재벌그룹의 투자가 증가한다 해도 산업별·기업규모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현 상황에서 실익이 국민 대다수에게 확산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