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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꽂이]

    ●대통령(재미난책보 글, 이진모 그림, 어린이아현 펴냄) ‘따뜻한 그림백과’의 41번째 책. 3~7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대통령 선거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왕과 대통령의 차이점 등을 설명했다. “번지르르한 말보다 정직한 행동이 필요해요.” “대통령은 그 나라의 거울이에요. 좋은 대통령도, 나쁜 대통령도 결국 국민이 뽑는 거니까요.”라며 쉽게 이해를 돕는다. 7700원. ●카펫 소년의 선물(페기 다이츠 셰어 글, 린 모린 그림, 김지연 옮김, 꿈터 펴냄) 노동을 착취당하는 ‘어린이 노예’ 문제를 다뤘다. 1만 3000원의 빚에 팔려 4살 때부터 6년간 카펫공장에서 노예로 살아온 파키스탄 소년 이크발 마시흐의 실화를 담았다. 하루 12시간씩 일하며 늘 배고픔에 시달렸던 이크발은 공장에서 탈출, 한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수백 곳의 공장에서 아이들을 해방시켰다. 그러나 이크발은 1995년 12세에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1만 2000원. ●아빠가 확 달라졌어요(한현주 글, 강화경 그림, 장수하늘소 펴냄) ‘행복한 가정, 행복한 학교, 행복한 사회’ 시리즈의 첫 번째 책. ‘아빠’ 때문에 고민하는 12명 어린이의 얘기를 담았다. 멸종 위기의 반달가슴곰처럼 좀처럼 얼굴을 보기 힘든 아빠, 자녀의 젓가락질까지 지적하며 숨이 턱턱 막히게 하는 잘난 아빠, 가정의 대소사는 물론 자녀의 약속까지 좌지우지하는 독불장군 아빠까지…. 아빠를 이해하고 ‘절친’이 될 수 있는 법을 소개한다. 1만원. ●파블로와 두 할아버지(해리 벤 글, 멜 실버먼 그림, 이유림 옮김, 논장 펴냄) 한갓진 산골에서 가족과 오순도순 사는 소년 파블로. 어느 날 가난뱅이 친척인 실반 할아버지가 편지 한 통을 가진 채 당나귀를 타고 나타나고, 편지의 내용을 놓고 주변 사람들은 설왕설래한다. 결국 글을 모르는 동네 사람들을 대신해 파블로가 글을 배우기 위해 읍내로 나간다. 거짓과 오해가 지배하는 복잡한 사회에 얽히며 벌어지는 얘기다. 9000원.
  • [中 시진핑시대] 부친 실각·입당 10차례 퇴짜… ‘고난’이 키운 1인자

    [中 시진핑시대] 부친 실각·입당 10차례 퇴짜… ‘고난’이 키운 1인자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은 15일 새로 출범하는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의 첫 번째 전체회의(18기 1중전회)를 통해 13억명의 중국인, 8200여만명의 중국 공산당원 가운데 서열 1위의 인물로 올라서게 된다. ‘만인지상’의 자리인 공산당 총서기에 오르기까지 시 부주석은 여러 차례 중요한 고비를 넘겨야 했다. 태자당(당·정·군 혁명원로 자제 그룹) 원로이자 시 부주석의 정치적 후원자인 쩡칭훙(曾慶紅) 전 부주석이 2007년 “모든 계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이라며 그를 5세대 지도자로 천거했을 때만 해도 시 부주석의 입지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밀었던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에 비해 넓지 않았다. 시 부주석은 평생 크게 네 차례의 중대 고비를 넘겨 중국의 1인자가 된다. 첫 번째 고비는 1962년 부친인 시중쉰(習仲勛·1913~2002) 전 부총리의 실각과 뒤이어 찾아온 문화대혁명(1966~1976년)의 광풍 속에서 시작됐다. 공산당 고위 간부들의 집단거주지인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출신의 ‘홍색 귀족’ 태생이지만 아홉살 때 아버지가 류즈단(劉志丹) 사건에 연루돼 권력투쟁에서 밀려나면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4년간은 그럭저럭 버텼으나 문혁이 시작되자 사상 비판을 받고 13세의 나이에 소년관리소라는 교화시설에 다녀온 데 이어 15세 되던 해에 ‘지식청년’으로 분류돼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시 량자허(梁家河)촌으로 하방됐다. 하지만 시 부주석은 3개월을 못 버티고 베이징으로 탈출했다. 만약 복귀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시진핑은 있을 수 없다. ‘소년 시진핑’은 백부와 백모의 설득에 따라 농촌에서 뼈를 묻는다는 각오로 량자허로 돌아갔고 이때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훗날 그는 당시 생활에 대해 오관(五關·5대 관문)을 거쳤다고 회고했다. 벼룩, 노역, 배고픔, 고된 일상, 부적응이다. 그는 2000년 잡지 중화아녀(中華兒女)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은 량자허촌에서의 체험 때문이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실사구시가 무엇인지 대중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고 나 스스로에 대해 굳은 자신감을 키웠다.”고 회상했다. 두 번째 고비는 공산당 입당 거절이다. 하방 기간 동안 그는 공산당에 입당하려 애썼지만 당국은 부친의 사상 등을 문제 삼아 열 차례 퇴짜를 놓았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행히 그의 성실성을 눈여겨본 간부의 추천으로 부친에 대한 명확한 평가가 나오기 전인 1974년에 입당을 허가받을 수 있었고, 이어 량자허 당지부 서기도 됐다. 1975년 칭화대에 입학할 수 있는 공농병 청강생 정원 두 자리가 옌안에 할당됐고, 한 자리가 그에게 돌아가면서 7년간의 하방 생활을 접고 베이징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 지식청년으로 분류되면서 중2 중퇴의 학력이 전부인 그에게 학업의 기회가 주어졌고 인생의 반전이 시작된 것이다. 시 부주석은 1985년부터 2002년까지 무려 17년 동안 남동부 푸젠(福建)성에서 근무했다. 샤먼(厦門)시 부시장부터 시작해 성장까지 역임했다. 그런 그가 ‘위안화(遠華)그룹 밀수 사건’의 폭풍 속에서 살아남은 것은 세 번째 고비를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위안화그룹은 중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530억 위안(약 9조 5400억원)의 밀수에 관여했고, 위안화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푸젠성의 주요 간부들이 줄줄이 처벌됐다. 시 부주석이 이 사건을 계기로 청렴성을 인정받았다고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1999년 푸젠성 대리성장 당시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7년 6월 25일은 시 부주석이 잊을 수 없는 날이다. 2002년 공산당 16차 전국대표대회(전대)에서 시 부주석은 가까스로 16기 중앙위원이 됐다. 반면 리 부총리는 후 주석의 총애를 받으며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국내외 언론도 리 부총리를 집중 조명했다. 하지만 17차 전대를 석 달여 앞둔 2007년 6월 25일 공산당 간부와 원로 400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차기 정치국위원 선임과 관련한 민주적 추천’ 조사에서 시 부주석은 압도적인 표차로 리 부총리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이 고비를 끝으로 시 부주석은 5세대의 1인자 ‘티켓’을 당당히 거머쥐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춥고 배고픈 시대…지금, 장발장을 만날 때다

    춥고 배고픈 시대…지금, 장발장을 만날 때다

    생계형 좀도둑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장 발장’이다. 19세기 중반에 태어난 소설 속 인물인데도, 혹독한 겨울에 누이와 누이의 일곱 어린 자녀를 위해 빵 한 덩어리를 훔치다 붙잡혀 19년간 감옥살이를 한 실존인물처럼 경제가 어려워지면 불사조처럼 활활 타오른다. 달나라로 인간을 쏘아 보내는 첨단의 시대에도 처절한 빈곤과 배고픔, 법의 냉혹함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년 전 세계적으로 혹독한 경제침체가 닥칠 것이라는 경제전문가들의 암울한 진단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때 빅토르 위고(1802~1885)의 ‘레 미제라블’을 천천히 완독해 보면 어떨까 싶다. 민음사는 세계문학전집으로 레 미제라블 5권을 내놓았다. 한 권당 500쪽이 넘으니 전 권을 다 읽으려면 2500쪽이 넘어 한 번 읽어보겠다고 마음먹기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게다가 어린이용 축약본과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레 미제라블을 다양한 버전으로 읽고, 봤기 때문에 이야기 전개와 결말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책을 추진력 있게 읽어내려 갈 수도 없다. 그러나 조금만 마음을 내 맛보기를 시작하면, 프랑스의 정치인이자 대문호인 위고의 입담과 생생하게 그려놓은 인물의 성격 묘사, 인간의 구질구질하고 추악한 내면과 그런 악마적 본질 속에서 끊임없이 내면의 성스러움을 찾아가려는 인간적 몸부림 때문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된다. 위고는 프랑스 혁명기에 루이 16세를 단두대로 보낸 회기의 국민의회 의원이었으나, 그 뒤로 은둔한 늙은 혁명가 G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웅변한다. “루이 16세로 말하자면, 나는 반대했소. 나는 한 인간을 죽일 권리가 내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소. 그러나 악을 절멸시킨 의무는 있다고 생각하오. 나는 폭군의 종말에 찬성했소. 다시 말해서, 여성에게는 매음의 종말, 남성에게는 노예 상태의 종말, 아동에게는 암흑의 종말이요…(중략).”(1권 77쪽) 이 발언은 위고가 책이 나오기 직전인 1862년 1월 1일 오트빌 하우스에서 쓴 메모와 거의 같다. 이 소설을 쓴 이유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는 메모의 끝에 “…지상에 무지와 빈곤이 존재하는 한, 이 책 같은 종류의 책들도 무익하지는 않으리라.”고 했다. 생계형 매춘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서슴없이 나오는 대한민국에서 혁명가 G의 성찰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 스스로 혁명가적인 뜨거운 삶을 살았던 위고는 계몽가로서 빈곤 해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위해 독자들이 머리를 맞대기를 바랐을 것이다. 소설가는 순수하게 소설만 쓰고, 시인은 순수하게 시만 써야지 정치에 참여하면 곤란하다는 식의 한국적 편견은 차라리 벗어던지는 것이 레 미제라블 앞에선 더 환영받을 일이다. 빵 하나를 훔치고 5년 형을 받은 장 발장은 복역 3년 만에 자신의 누이와 일곱 조카의 생사가 궁금해 탈옥을 거듭 감행하게 되고, 탈옥 시도로 14년을 더 감옥살이해야 했다. 그는 19년을 감옥에 있으며 “자신의 증오심으로 사회를 처벌했다. 그는 자기가 겪는 운명을 사회의 책임으로 돌리고, 아마 언젠가는 서슴지 않고 그 책임을 물으리라 생각했다. (중략) 그는 자기가 받은 징벌은 사실 부당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불공정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고 했다.(1권 164쪽) 사회에 대한 증오심을 날카롭게 벼려 놓은 것이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묻지 마 범죄’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개인의 불만과 고통이 레 미제라블에는 이처럼 숱하게 들어 있다. 이런 항변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주장들이다. “가장 강한 자가 가장 능력있는 자요. 당신의 그 ‘서로 사랑하라.’와 같은 말은 바보 같은 소리요.”(1권 111쪽) 경쟁을 전면에 내세우고 공존하기보다 홀로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류의 사람들이 내는 강퍅한 내면의 목소리들이다. 그러나 위고는 “진실한 가치와 성공의 허울뿐인 유사성이 사람들을 속이”고 “오늘날 거의 공인된 철학이 하인의 신분으로 성공의 집에 들어와 성공의 사환복을 입고 그 응접실에서 시중을 든다. (중략) ‘영달’은 곧 ‘능력’이라고 추측된다.”(1권 100쪽)라고 분석했다. 코제트의 불쌍한 어머니이자 창녀인 아름다운 팡틴의 몰락을 보면서 우리가 ‘시커먼 행복’을 추구하며 천박하게 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섬뜩해지기도 한다. 위고는 1831년 ‘파리의 노트르담’으로 소설가의 명성을 얻었고, 수많은 정치 시를 발표해 참여시인으로도 두각을 나타냈다. 1845년 상원의원에 선출됐고, 1848년 2월 혁명으로 왕당파에서 공화주의자로 변신해 나중에 황제에 오르는 나폴레옹 3세와 대립했다. 그래서 나폴레옹 3세가 즉위하자 1851년부터 20년 동안 프랑스를 떠나 망명을 해야 했는데, 이때 아내와 자식을 잃었다. 레 미제라블은 망명 중이던 1862년 3월 발표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위고는 1870년 파리로 귀환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레 미제라블에서 위고는 정치철학의 변화를 미리엘 주교를 통해, 정치인은 어떻게 살아야 훌륭한 삶인가에 대한 내면적 갈등을 마들렌 시장으로 변신한 장 발장을 통해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평범한 사람에게도 크고 작은 선택의 순간은 늘 온다. 진실을 택할 것인지, 위선을 택할 것인지 마들렌 시장의 고민을 역지사지해 볼 수 있겠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문화마당] 2호선을 기다리는 아이들/주원규 소설가

    [문화마당] 2호선을 기다리는 아이들/주원규 소설가

    우연찮은 기회에 청소년쉼터에서 직업체험 강사 일을 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만난 몇 몇 청소년들로부터 속칭 ‘가출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가출팸’이란 가출 패밀리의 줄임말로 가출 청소년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모임을 뜻한다. 쉼터에서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게 된 친구로부터 전해 듣게 된 ‘가출팸’ 생활은 활동반경의 판이함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공통분모가 존재한다는 걸 발견했다. 그들 사이에 엄격한 규칙이 적용된다는 점이고, 그 규칙이 그들이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 상식에 준하는 방향을 지향한다는 사실이었다. 필자는 ‘가출팸’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공동체의 축소판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주목할 만한 건 비록 가출 동기나 목적, 방향타는 서로 달라도 이른바 생활에 있어 없어선 안 될 최소한의 규칙만큼은 나름대로 확고한 ‘선’을 지킨다는 거였다. 필자에게 ‘가출팸’ 이야기를 들려준 쉼터 친구는 꽤 오랜 기간 가출을 경험하고 여러 ‘가출팸’에서 지낸 적이 있다고 했다. ‘가출팸’ 일원에서부터 팸장(가출팸의 리더)까지 두루 경험한 쉼터 친구 말에 따르면 아무리 별종인 팸장이라도 스스로 수립한 규칙, 다시 말해 ‘자체 내규’는 소소한 항목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일하다고 했다. 이렇듯 ‘가출팸’의 근본적인 성격을 규정하는 가장 큰 특징이 이 ‘규칙’인데 그 규칙의 목표는 단 한 단어, ‘생존’으로 압축된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가출하게 된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도리 없이 생존이었다. 이들에게 주어진 생존의 문제엔 물론 물리적 배고픔도 포함되어 있다. 누구 하나 정기적으로 돈을 벌지 않기에 하루하루 일용할 양식이 절실한 게 현실이다. 거기에 또 하나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건 역설적이게도 무료함이다. 치안도, 안전지대도, 누군가의 위로도, 관심도 전무한 거리 한복판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자유를 견뎌내기 위해 그들이 하는 가장 손쉬운 행동이 바로 2호선을 기다리는 일이라고 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임을 하거나 반지하 원룸에 틀어박혀 있으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그 친구의 답은 확고했다. 게임을 하려면 피시방을 찾아야 하는데 항상 돈이 부족한 상태에선 오히려 의욕 자체가 없어진다고 했다. 원룸에 틀어박혀 지내는 일도 고역이라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장기간 가출한 친구들의 시간 견디기의 결정판은 결국 2호선행으로 귀결된다고 했다. 눈치껏 무임승차한 뒤 돌고 또 도는 무한궤도 같은 2호선 순환선을 타고 사람들 구경하거나 덜컹거리는 차창 밖 풍경을 보고, 그렇게 2호선에서 하루를 보내며 시간을 견딘다고 했다. 필자는 이러한 그들의 시간 견딤이 또 하나의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보였다. 분명 그랬다. 왜 그러고 사느냐, 당장 집으로 돌아가라는 식의 다그침 섞인 훈계를 늘어놓는 건 2호선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원하는 답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답을 찾으려는 시도 자체가 오늘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선택과 집중’의 논리 위에, 부당함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을 향한 폭력, 소위 왕따 문제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다. 다양한 대책들을 적극적으로 내놓는 것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모든 제도의 수혜자들은 제도권 내에서의 논의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선택과 집중’의 프레임 밖, 이른바 소외의 지점에서 생존을 고민하는 아이들을 위한 대책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도 많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또는 타의에 의해 ‘선택과 집중’의 프레임 밖으로 이탈되고 있다. 이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은 질문도, 답도 아니다. ‘선택과 집중’이란 규칙이 아이들을 2호선 대합실로 내몰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솔직한 고민이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주제넘지만 12월 대선을 앞두고 한 표가 아쉬운 이들에게도 ‘선택과 집중’ 밖에 선 이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 [프리뷰]’늑대소년’ 송중기, 그의 변신이 놀라운 이유

    [프리뷰]’늑대소년’ 송중기, 그의 변신이 놀라운 이유

    꽃미남 배우 대열의 맨 앞에서 활약하는 배우 송중기가 영화 ‘늑대소년’을 촬영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정글북’에 나오는 귀여운 캐릭터의 ‘모글리’를 연상했다. 뽀얀 피부와 동그랗고 큰 눈이 애니메이션 속 늑대소년과 판박이임을 본인도 부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송중기는 그르렁 거리는 짐승 소리, 칼날보다 날카로운 눈빛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사람들의 예측을 ‘당당하게’ 비웃고 세상에 없었던 진짜 늑대소년이 되어 나타났다. 여기에 누나들의 마음을 녹일 애절함까지 여러 박자를 두루 갖추고 말이다. ‘늑대소년’은 세상과 동떨어져 철저히 홀로 살아온 늑대소년이 역시 마음의 문을 닫고 살던 순이(박보영 분)와 그녀의 가족과 만나면서 특별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병을 앓는 순이는 세상과 단절한 채 까칠한 성격으로 사람들을 대하다 거칠고 야생적이면서 한없이 순순한 늑대소년의 모습을 발견하고 서서히 마음을 연다. 언제나 외로움과 배고픔, 두려움에 사로잡혀 살던 늑대소년 역시 입는 법, 기다리는 법, 이 닦는 법, 신발 끈 매는 법 등 함께 사는 법을 알려주는 소녀 순이를 어떤 대가도 없이 지키고 기다린다. 때로는 엄마와 아들처럼, 순수한 사랑을 나누는 소녀와 소년처럼, 말이 통하지 않아도 교감할 수 있는 동물과 사람처럼 비춰지는 두 사람의 관계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울림을 전하는 것은 어떠한 관계적 정의 없이도 소통과 교감의 미학을 유쾌하게, 아름답게 그리고 애절하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뛰어난 완성도 전면에는 위에서 언급했 듯 송중기라는 배우의 남다른 연기가 있다. 대사가 고작 서너마디와 ‘그르렁’하는 짐승소리 뿐인 이 늑대소년은 오로지 눈빛과 몸짓만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교감과 사랑을 표현해냈다. 송중기는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사없이 연기하려니 전쟁터에서 총칼을 빼앗긴 느낌이었다.”고 토로했지만, 이 볼멘소리가 그저 애교로 느껴졌을 만큼 그의 눈빛과 몸짓은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한다. 여기에 늑대소년을 처음으로 가족으로 받아들인 순이 엄마 역의 장영남, 순이 동생 순자 역의 아역 김향기, ‘올드보이’ 유지태의 아역으로 데뷔한 지태 역의 유연석 등은 뛰어난 연기력과 특유의 코믹함으로 영화의 입체적인 전개를 가능케 했다. 상처받을까 두려워 피하기 일쑤인 우리에게 진심이 무엇인지, 기다림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영화 ‘늑대소년’은 31일 개봉한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인문학 들으며 자기성찰… 노숙에서 일어섰죠”

    “인문학 들으며 자기성찰… 노숙에서 일어섰죠”

    “세계 유일의 노숙인 풍물패 ‘두드림’입니다.” 무대에 오른 자신들을 소개하는 권일혁(60)씨의 표정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스스로 ‘질곡의 역사’라고 표현한 불안정한 노숙 생활을 끝마쳤기 때문인 듯했다. 권씨는 “풍물은 동료들과 함께 손을 맞춰야만 할 수 있는 예술”이라면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물놀이 가운데 가장 흥겨운 ‘별달거리’ 장단이 나오자 사람들의 손, 발, 어깨가 절로 들썩였다. 25일 권씨가 7명의 두드림 풍물패와 함께 무대에 오른 곳은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따스한 채움터’. 서울시와 백신 전문기업 ㈜사노피 파스퇴르가 노숙인 900여명에게 무료로 독감 예방주사를 놓는 자리였다. 두드림은 2008년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강좌인 ‘성프란시스 대학’ 4기 졸업생을 주축으로 만들어졌다. 장구를 맡은 문점승(53)씨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고민하게 해 주는 것이 인문학”이라고 말했다. 문씨는 “노숙인들의 삶은 성한 데가 없는 종합병원과도 같다.”면서 “몸이 무너지고 정신이 무너졌을 때 스스로의 삶을 다시 성찰하게 하는 원동력이 인문학”이라고 말했다. 징을 치는 이홍렬(58)씨도 “노숙 생활을 하며 늘 문화에 대한 배고픔이 있었다.”면서 “인문학을 통한 자기 성찰은 천지개벽할 경험이었다.”고 했다. 노숙 생활을 청산한 이들은 노숙인에게 ‘자존감’을 심어 주는 것이 노숙인 문제의 근본적 해법이라고 했다. 의식주 해결 같은 물적 지원과 동시에 인문학 강좌 등 정신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드림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박경장 명지대 교수는 “밥 한 끼 더 챙겨주는 게 노숙인 문제 해결의 전부는 아니다.”라면서 “자활의 기본 조건은 자존감”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노숙인을 한 개인의 잘못만으로 바라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문씨는 “노숙인 개인의 탓으로만 문제를 돌릴 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드림은 노숙인 행사 등에 참여하며 매년 4~5차례 공연을 갖고 있다. 연습공간이 마땅치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어렵게 여는 공연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박 교수는 “우리들 자체가 곧 메시지”라고 말했다. “우리의 모습 자체가 행복이죠. 함께 있던 동료가 이렇게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힘찬 풍물소리가 다시 건물을 가득 채웠다. 글 사진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씨줄날줄] 한·아이슬란드 수교 50주년/이도운 논설위원

    2009년 1월 15일 저녁,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 도착했다. 북극권의 한겨울이었는데, 창문이 열린 집들이 많았다. “왜?”라고 물었더니, 뜻밖의 답변이 되돌아왔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난방을 최고 온도에 맞춰놓고 더우면 창문을 연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살면, 도대체 한 달에 난방비가 얼마나 나오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3000크로나 정도”라고 한다. 시내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와 맥주 한 병을 시켰더니 3000크로나가 나왔다. 아이슬란드는 세계 최고의 지열(地熱) 개발국이다. 지열이 난방의 88%, 전력의 30%를 해결한다. 전력도 지열만으로 100% 해결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자원인 수력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과연 석유·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있지만, 분명히 가능하다는 것을 아이슬란드가 보여주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면적이 10만㎢로 남한과 비슷하고, 인구는 30만명이 조금 넘는 작은 나라다. 그러나 수산업 등을 발전시켜 한때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2위에 이를 정도로 경쟁력 있는 경제, 사회, 정치 시스템을 구축했다. 2009년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맞기도 했지만, 경제 위기를 비교적 잘 극복해 가고 있다. 지열을 통해 추위와 배고픔을 해결했다는 것도 국민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끼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인들은 아이슬란드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아이슬란드인들은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다. 세계 최고의 지열 개발 기술을 갖고 있는 아이슬란드는 자본과 건설 능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과 손잡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를 희망한다. 또 아이슬란드 전역의 풍부한 물 자원 개발에도 한국의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주기 바라고 있다. 아이슬란드 출장 중에 올라비르 라그나 그림슨 대통령을 인터뷰했다. 시위대를 관저로 불러들여 커피를 대접했다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정치학자 출신인 그림슨 대통령은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경제 상황에 대해서 경청할 만한 식견을 보여줬다. 그림슨 대통령은 인터뷰를 마친 뒤 “한국과 아이슬란드가 더 밝은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는 친필 메시지를 써주기도 했다. 지난 50년, 두 나라는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향후 50년, 그리고 그 이후에는 두 나라가 아이슬란드의 지열처럼 뜨겁고,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길 기대해 본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지금&여기] 폭력적 성폭력 보도… 케테 콜비츠를 떠올리다/이두걸 경제부 기자

    [지금&여기] 폭력적 성폭력 보도… 케테 콜비츠를 떠올리다/이두걸 경제부 기자

    재작년 가을, 독일 베를린 출장길에 잠시 짬을 내 케테 콜비츠 미술관을 찾았다. 콜비츠의 시선은 항상 고통받는 이들, 특히 어린이들에게 머물렀다. 그녀는 1, 2차 세계대전에서 생때같은 아들과 손자를 잃었다. 평생 반전과 평화에 천착했던 것은 자식 잃은 어미의 구곡간장이 끊어지는 고통을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날카로운 에칭 판화 대신 따뜻한 목판 소묘로 아이들을 묘사했다. 작품 속 아이들은 비록 배고픔과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그 또래만의 사랑스러움을 머금고 있다.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 콜비츠의 대표작이자 요즘 우리 사회에서 터져나오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동 성폭행 사건을 접하는 우리들에게서는 ‘살아남은 자들’에 대한 예의를 찾기 어렵다. 피해자가 몇 ㎝의 상처를 입었고, 어떤 수술을 받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피해자가 뒤바뀌었다는 뒷이야기도 친절하게 전한다. 과거에 같은 상처를 입은 당사자와 가족들을 찾아 ‘부관참시’하는 것도 예사다. 기사의 존립 근거는 무의미해 보이는 사실들 너머 숨어 있는 진실, 곧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가치를 보여주는 데 있다. 가치를 망각한 사실들은 피해자들을 두번 울리는 폭력이 될 수 있다. 성폭력 문제가 우리보다 훨씬 심각한 프랑스 등 유럽권 언론들이 성폭력 발생에 대해서는 단신으로 다루되 처벌 수위를 높일 것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미국 평론가 수전 손택의 명저 ‘타인의 고통’ 한국어판 표지에는 콜비츠가 평소 존경했던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이 배경으로 실려 있다. 연작 ‘전쟁의 참화’ 중 ‘더 이상 안돼’라는 그림이다. 나무에 목매달려 죽은 시체를 한 중년 남성이 무심히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다. 우리가 그 남성과 겹쳐지는 것 같아 순간 부끄러워진다. 손택의 다음 문장을 되새기며 반성한다.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같은 지도상에 존재한다는 것,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숙고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다.” douzirl@seoul.co.kr
  • 日 500년 전통 마지막 닌자 “더이상 닌자는 없다”

    日 500년 전통 마지막 닌자 “더이상 닌자는 없다”

    주로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나 악당으로 등장하는 ‘암살의 달인’ 닌자가 실제로도 존재할까? 최근 한 해외매체가 일본의 ‘마지막 닌자’로 알려진 카와카미 진이치(63)를 인터뷰 해 눈길을 끌고있다. 진이치는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닌자 조직의 21대 수장으로 현지에서도 ‘마지막 닌자’로 통한다. 그가 마지막 닌자가 된 것은 암살, 독살, 은신, 정보 수집등의 전통 교육을 받은 마지막 인물이기 때문이다. 진이치는 “닌자 고유의 무기를 통한 암살 등 다양한 기술은 도제자에게 구전으로만 전승된다.” 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가 처음 닌자 교육을 받게된 것은 6살 때. 진이치는 “나는 어렸을 때 부터 추위와 더위, 배고픔과 고통을 참는 법을 배웠다.” 면서 “과정이 너무나 혹독해서 왜 내가 교육을 받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내 삶의 일부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500년 닌자의 전통도 진이치를 마지막으로 종말을 고하게 됐다. 계승할 도제자를 두지 않았기 때문. 진이치는 “현대 시대에 닌자는 어울리지 않으며 존재할 필요도 없다.” 면서 “제자에게 살인과 독을 만들고 사용하는 법을 가르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진이치는 일본 미에대학의 특임교수로 닌자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닌자의 정보 수집과 분석 방법을 현대의 비즈니스에 응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인터넷뉴스팀
  • [Weekend inside-지구촌 식량위기] 이상기후만 탓할 수 없다… 인간의 탐욕이 ‘곡물파동’ 불렀다

    [Weekend inside-지구촌 식량위기] 이상기후만 탓할 수 없다… 인간의 탐욕이 ‘곡물파동’ 불렀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기 때문에 결국 전쟁이나 기아가 일어날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1766~1834)가 1798년 저서 ‘인구론’에서 예언한 전망은 다행히 맞지 않았다. 개발도상국이 2차 세계대전 후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식량문제를 겪었지만, 농업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킨 ‘녹색혁명’을 통해 위기를 해결했다. 맬서스는 배고픔을 이기려는 인간의 노력을 간과했던 것이다. 1960년대 중반까지 국제 곡물가격은 완만하게 하락했고, 생산력을 높이려는 각국의 노력은 계속됐다. ‘풍요의 시대’는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공급 감소, 곡물을 이용한 대체연료 활성화, 식량의 자원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하며 곡물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식량을 투기 대상으로 보는 거대 자본의 ‘탐욕’은 세계 인구의 7분의1을 기아의 고통에 빠뜨리는 주범으로 작용했다. ●생산이 수요 못 따라가… 곡물값 2년 주기 요동 2006년부터 국제 곡물가격은 2년 주기로 요동치고 있다. 1972년이나 1996년 이상기후에 따른 흉작으로 발생했던 곡물파동과는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2004~05년 세계 곡물 생산량은 20억 4447만t으로 전년보다 9.79%나 증가했으며, 해마다 20억t 이상 꾸준히 생산되고 있다. 생산의 문제가 아닌 수요 급증으로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곡물(애그리컬처) 가격 급등이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 것도 이전과 다른 점이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것도 이때다.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은 심각하다. 세계 곡물 생산량은 1990~91년 18억 1009만t에서 2010~11년 22억 4746만t으로 2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비는 27.1%(17억 5502만t→22억 8746만t) 늘었다. 1990년대 이후 곡물 생산량이 전년보다 줄어든 해는 10차례 있었지만, 소비가 감소한 경우는 4차례뿐이었다. 곡물 생산 차질의 주된 원인은 이상기후이지만 수요 증가는 인간이 야기했다. 우선 석유 파동에 대비해 각국이 바이오연료 생산에 열을 올리면서 곡물 소비가 크게 늘었다. 미국은 2005년부터 ‘에너지정책법’을 통해 에탄올 생산에 필요한 재원을 보조하고, 세금 우대정책으로 바이오 에너지 생산을 장려했다. 미국에서 수확된 옥수수가 에탄올 생산에 쓰인 비율은 1997~98년 5.5%에서 2007~08년 26.8%로 뛰었다. ●밀·옥수수값 최대 50% 치솟아… 일부 사재기 인간의 ‘돈 욕심’도 곡물가격 상승에 불을 지폈다. 미국과 유럽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면서 헤지펀드(단기차익을 좇아 이동하는 돈) 등 투기자본이 대거 곡물시장에 몰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곡물 관련 선물 거래에서 실제 농산물 거래는 2%에 불과하고, 나머지 98%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적 금융자본”이라고 성토했다. 투기자본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요 20개국(G20)은 지난해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의 원자재 파생상품시장 규제·감독 일반 원칙을 승인하고, 시장 왜곡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경우 매매 한도를 두는 등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은 원유와 옥수수 등 28개 상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다 업계의 반발로 연기했고, 영국은 규제 자체를 지금까지 반대하고 있다. 주요 곡물 수출국이 식량을 무기화하며 이용하는 것도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2008년 식량 수급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자 아르헨티나와 우크라이나,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은 수출제한 조치를 단행했고, 이는 국제 곡물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러시아는 2010년에도 밀 생산량이 급감하자 수출 중단을 선언했다. 2012년 세계 곳곳에 이상기후가 나타나면서 인류는 다시 한번 애그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다. 밀과 콩, 옥수수 가격이 최근 두 달 사이 30~50% 치솟았다. 애그플레이션으로 가는 마지막 단계인 ‘패닉 바잉’(panic buying), 즉 사재기 현상이 일어날 조짐도 있다. 멕시코에서는 옥수수로 만든 주식인 토르티야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고, 중국은 역대 최대 규모인 콩 6100만t을 2013년까지 수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7~2008년 식량 파동 당시 방글라데시 등 12개국에서 폭동이 발생한 것처럼 지구촌 전체가 다시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바이오연료 수요 감소… 희망적 전망도 그러나 과거의 파동과 지금은 여러 측면에서 달라 식량 위기로까진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있다. 일단 핵심 곡물인 쌀의 공급이 원활하다는 점을 든다. 미 농무부가 최근 발표한 ‘8월 세계 곡물 수급 동향과 전망’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4억 6322만t으로 전년 대비 0.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밀과 옥수수가 각각 4.7%, 3.2% 줄어드는 것에 비하면 작황이 양호하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쌀은 t당 338달러에 거래됐다. 400달러를 훌쩍 넘겼던 2008년과 비교하면 안정적이다. 바이오연료 수요가 감소한 점도 애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2008년 국제유가(서부텍사스중질유)가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세계 주요국은 앞다퉈 석유를 바이오연료로 대체했다. 그러나 지금은 국제유가가 95달러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어서 바이오연료가 절실하지 않다. 중국 등 거대 곡물 소비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것도 곡물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생산 부진은 이미 시장에 반영된 만큼 조만간 파종에 들어가는 남미의 수확량이 중요하다.”면서 “남미마저 생산이 저조할 경우 투기자본이 활개를 치며 곡물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G20은 곡물 파동에 대비하기 위해 오는 27일(현지시간) 긴급 화상회의를 갖는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인간·물고기 관계로 짚어본 문명사

    인간·물고기 관계로 짚어본 문명사

    해마다 5월이면 지중해의 짙푸른 바다는 핏빛으로 물든다. 대서양에서부터 산란을 위해 수천㎞를 헤엄쳐 온 참치떼의 길목을 지키던 어부들이 긴 함정 그물을 치고 ‘죽음의 방’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참치를 도살하는 것. 죽음을 직감한 참치들이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뿌려 놓은 희뿌연 정액과 붉은 피로 바다는 눈물을 흘린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전해져 온 이 사냥 방식을 일컬어 ‘마탄차’라고 한다. 학살이란 뜻이다. ‘차마고도’ ‘누들로드’ 등 참신한 다큐멘터리 소재를 발굴하는 데 강점이 있는 KBS가 5부작 다큐 ‘슈퍼 피쉬’를 내놓는다. 문명의 발전을 인류와 물고기의 관계로 풀어낸 이 작품을 위해 2년의 제작 기간과 19억 6000만원의 제작비를 투입했다. 송웅달 PD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의 물고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물고기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생태에 초점을 맞춘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슈퍼 피쉬’는 물고기와 인간과의 관계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오는 18일 오후 9시 40분에 처음 방송되는 1편 ‘10만년의 여정’에서는 지중해에서 벌어지는 ‘마탄차’, 사하라 사막 남단 말리의 안토고 호수에서 1년에 한 번 벌어지는 도곤족의 고기잡이 축제, 세계에서 가장 수량이 많은 급류인 라오스 콘파펭에서 이어지는 목숨을 건 물고기잡이를 소개한다. 2부 ‘위대한 비린내’(19일)에서는 바람과 햇빛, 연기와 소금을 이용해 물고기를 저장해 온 인류의 지혜가 밝혀진다. 청어를 소금에 절인 채로 두 달간 발효시켜 공중 화장실보다 더한 악취를 풍긴다는 수르스트뢰밍(스웨덴), 50도까지 치솟는 사막의 더위에도 물고기를 썩지 않게 저장하는 니제르강 유역의 훈제법에 담긴 수수께끼를 풀어본다. 3부 ‘스시 오디세이’(25일)에서는 세계인에게 주목받는 물고기 요리인 스시의 기원과 전파 과정, 슬로푸드에서 시작해 패스트푸드로 바뀌게 된 비밀을 다뤘다. 4부 ‘금요일의 물고기’(26일)에서는 중세 기독교의 육식을 금하는 풍습에서 기인한 생선 수요가 유럽인이 일찍부터 대양으로 진출할 수 있게 만든 역사를 돌이켜 본다. 5부 ‘슈퍼 피쉬 다이어리’(9월 1일)에는 인류의 배고픔을 달래준 물고기들이 사라져 가는 안타까운 풍경도 담았다. ‘슈퍼 피쉬’는 일본 NHK, 미국 PBS, 호주 ABC, 중국 CITVC 등 해외 방송사에 먼저 팔렸다. 판매 수익은 15만 달러(1억 6935만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음악은 영화 ‘적벽대전’ ‘일본침몰’ ‘살인의 추억’에 참여했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와시로 다로가 맡았고 체코 국립교향악단이 연주했다. 내레이션은 배우이자 DJ로도 활약 중인 김석훈이 맡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열린세상] 사회적 기품과 유약겸하(柔弱謙下) /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열린세상] 사회적 기품과 유약겸하(柔弱謙下) /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기품(氣品)이란 사람이 사회라는 집단화된 울타리 속에서 자기의 능력을 역할에 맞게 다듬고 키우기를 일생 동안 반복하면서 얻게 되는 기운의 크기라고 말할 수 있다. 사회적 기품은 삶의 반복과정에서 개인들의 가치관 등이 일관된 방향성을 띠고 시간을 거치면서 반영된 시대적 의지이기 때문에 강제되지는 않지만 공동체를 유지·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가치이다. 사람들의 조화로운 합의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사회적 기품은 개인들의 기품보다 우선하는 상위개념으로 사회의 건강 정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일종의 사회적 품격이다. 과거 “잘살아 보자.”는 사회적 기품을 살펴보면, 배고픔을 해결하여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스스로를 삭막한 무한경쟁의 늪에 가두어 버림으로써 인심이 고갈된 척박한 사회로 변질시켰다. 물질은 넉넉해졌는지 모르지만 마음은 팍팍해졌다. 이제라도 닫힌 마음을 곧추세워 다시 멋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려면 개인이든 조직이든 구성원들의 현실적 자기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현실과 이상 사이의 커다란 간극을 메우기 위한 살인적인 경쟁만을 고집한다면, 그리고 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집착과 강박에 연연한다면 어떤 경우에도 이웃을 배려할 마음이 없게 된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내면의 상태를 세심히 살펴 당당하게 현실적 조건을 긍정적 태도로 수용할 때, 여유와 함께 아름다운 겸손과 배려가 사회적 기품으로 돋아날 수 있다. 오늘날 자기의 사사로운 이익만을 위하여 남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위기의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수천년 동안 외부침략에도 굴종하지 않았던 강인한 혼과 불굴의 기개가 핏속에 흐르고 있다. 이웃이 어려우면 언제든지 달려가 유·불리를 떠나 거들어주던 따뜻한 기품들이 있다. 유연한 사고와 열린 사회로 가기 위해서 우리의 우월적 DNA를 언제든지 사회적 기품에 장착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말이다. 지혜로운 사람들의 역할은 상대방을 이해의 거울로 삼아 자기를 반추하고 더불어 이롭게 사는 품격 있는 사회를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약겸하(柔弱謙下)란 부드럽고 유연하며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것이 강한 것을 누른다는 의미로, 부드러움과 낮춤을 통해 세상을 슬기롭게 열어가자는 지혜가 함축된 노자의 말이다. 노자가 스승 상용(商容)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마지막 가르침을 구하자, “너는 혀(舌)가 있느냐?”고 물었고 노자가 “있다.”고 대답하자 다시 “이(齒)도 있느냐?”는 물음에 “이는 다 빠져서 없다.”고 답변한 데서 연유한다. 강한 것은 깨지고 부서져 없어지지만 부드러운 것은 오래간다는 뜻이다. 천하를 얻기 위한 삶의 태도는 타인에게 베풀되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마음을 다스려 나가라는 깨달음의 글이다. 오직 치열한 경쟁만이 살길이요, 강한 것만 최고의 덕목인 것처럼 여기는 오늘날의 세태에서 되새겨 볼 만한 말이다. 최근 언론은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인구가 5000만명을 넘는 ‘20-50클럽’에 가입했다고 발표하면서 우리의 경제력이 외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에 이어 7번째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저출산과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이 ‘20-50클럽’ 안착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어 이를 극복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유사 이래 가장 높은 경제적 기초체력과 구매력을 배경으로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나라의 경제규모를 감안해 볼 때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임은 실종된 지 오래다. 심각한 사실은 서민들은 늘어가는 빚과 사라지는 자기 몫을 바라보며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소수 가진 자들의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면서 사분오열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다. 시급히 선진사회에 어울리는 행동규범과 사회기품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단결된 하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서로를 아끼고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사회기품으로 나라 전부를 채운다면 미래의 어떤 걱정도 풀어나갈 수 있음을 잊지 말자.
  • 암컷이 낳은 알, 입에 넣어 보호하는 ‘부성애 물고기’

    기막힌 부성애? 수정된 알을 입에 넣은 뒤 부화할 때까지 입에서 꺼내지 않고 보호하는 특이한 번식을 하는 물고기가 소개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1일자 보도에 소개된 이 물고기는 말레이시아 연안에 사는 농어목 동갈돔과의 카디날피시(cardinalfish)로 ‘마우스브리더’(mouth breeder)라 부르는 독특한 번식방법을 가졌다. . 마우스브리더란 암컷이 산란을 한 뒤 그 알을 자신의 입에 물고 있으면 수컷이 다가와 알들을 수정시키고, 암컷은 수정된 알들이 부화해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입에 계속 물고 보살피는 방식이다. 부화해 새끼가 된 후에도 위험이 닥칠 경우 어미의 입안으로 한꺼번에 도망치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카디날피시는 일반 마우스브리더 물고기들과 달리 수정된 알들을 수컷이 입에 넣어 보관한다는 특징이 있다. 수컷이 알을 입에 물고 있는 몇 주의 시간동안은 먹이를 섭취할 수도 없지만,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배고픔을 인내하는 ‘부성애’를 보인다. 카디날피시 수컷이 알을 물고 있는 장면을 포착한 말레이시아 출신의 한 전문 다이버는 “일반적으로 암컷이 알을 낳은 뒤 수컷이 수정시키면 암컷이 이 알들을 입에 물고 있지만, 카디날피시는 반대”라면서 “이는 알을 포식자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일리메일은 “기존 연구결과에 따르면 성체 물고기가 마우스브루더 번식 방법으로 입에 넣은 알 중 30%는 어쩔 수 없이 삼키게 되거나, 먹이를 먹지 못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스스로 이를 먹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문화마당] 분단이 고맙다/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분단이 고맙다/신동호 시인

    그라운드의 시인들이 쓴 창의력의 향연을 만끽했다. 새벽 1시의 바르샤바 유로2012, 스페인의 축구는 상식을 조롱했고 이탈리아의 축구는 주류를 거부했다. 다비드 비야가 없다지만 미드필더만 6명을 둔 4-6-0 포메이션이라니. 시작하기도 전에 짜릿한 전율이 일게 한 스페인의 축구는 바르셀로나의 파밀리아 성당처럼 예측할 수 없는 자연스러움을 그렸다. 그러고 보니 그들은 건축가 가우디의 후예들이 아니었던가. 중앙미드필더 데 로시가 후방 배치된 이탈리아의 3-5-2 포메이션은 한국 축구에서도 수시로 비판받던 전술이었다. 바이올린의 지판을 잡아야 할 왼손으로 줄을 튕겼다면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는 당장 스승에게 쫓겨났을 것. 피치카토 기법으로 낯선 소리를 만들어낸 파가니니의 후예들이 또 낯선 테크닉으로 그라운드를 매료시켰다. 솔직히 그들의 창의력이 부럽다. 창의력을 실현하는 용기가 부럽고 풋볼리스트 서형욱의 말마따나 “훗날 축구사가 당대 축구의 경계선으로 지목할 중대한 역사적 현장”을 보여준 그들의 진화하는 자세가 부럽다. 그들의 역사라고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던 건 아니다. 16~17세기 해가 지지 않는 대제국을 이뤘지만, 스페인은 8세기부터 이슬람의 통치시기를 거쳐 15세기에야 완전한 독립국을 이뤘다. 1936년엔 내전으로 수많은 학살을 경험했다. 바르셀로나는 이때 사회주의와 무정부주의 운동의 중심지였다. 레알마드리드로 유명한 마드리드 또한 종교재판의 광기로 가득 찬 피의 도시였다. 그러나 내전은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미로의 ‘추수’를 낳았고, 광기의 현장이었던 플라사 마요르 광장은 ‘돈키호테’의 고향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탈리아의 분열 시기는 길었다. 16세기에는 외국세력의 싸움터였다. 르네상스의 나라라는 것이 무색하게도 오스트리아와 스페인, 오스만튀르크 세력의 각축장이 되었다. 프랑스의 혁명 정신이 이탈리아의 공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1861년이 되어서야 왕정으로 통일국가를 이뤘다. 통일 이후에도 20년간 남부 이탈리아는 북부의 식민지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분열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신은 고양되었다. 베르디와 푸치니는 그 역사를 함께했다. 지난한 역사를 역전시켜 서양 지성을 이끄는 ‘장미의 이름으로’의 에코나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창시자 로셀리니 또한 이탈리아가 낳은 창의력의 자손들이다. 치고받는 오늘의 한반도 역시 참으로 생동하는 역사의 현장일 수 있다. 배고픔을 피해 탈북하고, 남의 돈을 떼먹고 탈남한다. 친일, 종북, 변절이 거침없이 오간다. 국민은 자연스럽게 사상투쟁을 학습하고 분쟁 극복 과정을 익힌다. 사람들을 긴장하게 한다. 긴장은 창의력의 본산이다. 민주주의란 제도도, 자본주의 체제도 우리는 빌려왔다. 산업화의 과정도 서양의 길을 따랐고 법체계와 의료체계, 교육의 방법 또한 서양의 성과에 기댄 바가 크다. 한류를 자랑하지만 영화와 방송의 기술발전, 배급체계가 발달하는 동안 우리는 식민지에서 허덕였다. 한마디로 인류사 전체를 본다면 빚쟁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다행이게도 인류사가 아직 풀지 못한 숙제, ‘평화’가 있다. 21세기 분쟁을 상징하는 한반도에서 평화가 완성된다면 이 평화는 인류의 교과서에 수록될 확률이 높다. 강대국의 각축장이며 온갖 사상이 난무하는 현장이고 상대방의 마음에 갖은 비수를 다 겨누어 보았으니, 이곳에서 이뤄진 평화는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평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상과 예술이 미래 지구사회의 지성을 이끌어갈 수 있음은 자명하다. 그때라면 우리도 인류사에 진 빚을 갚고도 남는다. 분단은 찬란한 선물이다. 평화를 실험하고 완성할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평화가 오면 한국의 동네축구가 창의력을 발휘하여 배흘림기둥 같은 아름다운 패스를 날릴 것이다. 우리 축구를 보고자 세계가 잠을 설치는 건, 분단을 평화로 극복한 민족에게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선물이 아닐 수 없다.
  • [열린세상] 매운 음식, 더 매운 세상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열린세상] 매운 음식, 더 매운 세상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갓 태어난 아이에게 세상은 어떤 맛일까? 인간의 혀가 느낄 수 있는 맛은 단맛, 짠맛, 쓴맛, 신맛 이렇게 네 가지로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아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구별할 수 있는 맛이 단맛이라는 것이다. 조금 더 자라면 짠맛을 구별하게 되고, 쓴맛과 신맛까지 구분하기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왜 이런 순서로 맛을 구별하는 것일까. 그것은 그 맛의 특징이 생존과 직결되는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아이가 첫 숨을 쉬는 데 성공한 이후, 최고의 과제는 먹는 것이다. 엄마의 자궁 속에서는 탯줄이 끊임없이 영양분을 공급해 주었기에 배고픔을 느껴 본 적이 없었지만, 자궁 밖 세상은 다르다. 먹는 것을 놓친다면 비축해 둔 에너지가 별로 없는 아기들에겐 치명적일 수 있기에 배냇머리가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며 젖빨기에 여념이 없다. 엄마의 젖은 달고, 단맛은 당분의 맛이다. 당분, 즉 탄수화물은 가장 주요한 에너지원이기에 아기는 단맛을 처음으로 느끼고, 또 좋아하는 것이다. 아이가 그 다음으로 구별할 수 있는 맛은 짠맛이다. 인체는 60% 이상이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 12~15% 정도를 잃는 경우 탈수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체내 수분을 잃어버리지 않게 잡아두는 것이 중요한데, 염분은 물을 체내에 머물 수 있게 하는 데 중요한 물질이다. 짠맛을 느끼는 것은 체내 수분을 유지해 탈수를 방지하기 위한 본능적 욕구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쓴맛과 신맛을 구별하는 능력이 조금 더딘 것도 이해된다. 먹는 것은 생존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지만, 아무거나 먹어서는 안 되기에 어느 정도 자라 젖 이외의 것을 먹게 되면 먹어도 될 것과 먹지 말아야 될 것을 구별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신맛은 덜 익은 열매의 맛이고, 쓴맛은 알칼로이드와 금속의 맛이다. 덜 익은 열매를 먹으면 배탈이 날 수도 있고, 식물이 지닌 천연 독성 성분인 알칼로이드나 흙 속에 섞인 금속 성분을 먹으면 중독되어 치명적인 결과를 가질 수 있다. 아이들이 이러한 맛을 구별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생존을 위해 피해야 될 것을 가려내는 기본 장치인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아이들이 매운맛을 싫어하는 것도 진화적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매운맛은 미뢰가 느끼는 감각이 아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맛이라 할 수는 없다. 매운맛은 통각이 느끼는 감각으로 매운 고추를 맨손으로 만졌을 때 피부가 얼얼하고 덴 것처럼 뜨거운 느낌이 나는 것이 바로 매운맛의 근원이다. 그렇기에 매운맛은 맛이라기보다는 통증에 가깝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콤하고 얼큰하고 알싸한 그 맛에 홀린 듯 빠져들고 있다. 최근 들어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외식비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빈약해져 가는 가계부를 살리고자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정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간에 오히려 매운 음식의 인기는 늘었다는 보고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매운맛은 고통이다. 그런데 이 고통은 잘만 이용하면 오히려 쾌감을 느낄 수 있다. 통증은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갉아먹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악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인체는 통증이 몸과 마음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고자 통증 반응에 대응해 엔도르핀과 같은 천연 오피오이드를 분출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천연 오피오이드의 분비는 인체를 쾌감과 황홀함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가벼운 통증을 즐기게 된다. 당장에는 괴롭지만, 이 통증이 지나간 뒤에는 쾌감이 찾아오며 그 느낌이 통증의 강도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불경기에 매운 음식이 더 잘 팔리는 것은 시민들의 간절한 생존 욕구의 반영일 수 있다. 사는 게 팍팍하고 괴로우니 매운 음식이 주는 고통 뒤에 오는 쾌락 같은 작은 즐거움에라도 매달리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고통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은 채 통증만을 제거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없듯이 삶의 고단함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의 매운 음식은 잠깐의 위안이 될 뿐 남는 것은 속쓰림과 위장병밖에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 씁쓸하다.
  • [박재범 칼럼] 박근혜 비대위원장 뜯어보기

    [박재범 칼럼] 박근혜 비대위원장 뜯어보기

    19대 국회의원 공식선거운동이 29일부터 시작된다. 이번 선거에서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활동상이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닉네임에 걸맞은 표몰이를 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박 위원장은 수년째 대권 주자 가운데 가장 앞서는 지지율을 자랑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박근혜라는 인물을 되짚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선 개인적 품성을 볼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서 1974년 모친 피격 사망 이후 영부인으로서 행동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 중 대표적인 것은 1979년 10·26 직후 부친의 피격 사망소식에 ‘휴전선은요?’라고 물었다는 대목이다. 엉엉 울어야 할 어린 나이임에도 국가의 안위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개인과 국가의 삶을 동일시하는 독특한 캐릭터를 지니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그러나 일반적인 정치인과 출발선이 다르다는 점에서 ‘공주’라는 폄하도 있다. 다음으로 정치인 박 위원장을 해독하려면 정치적 주장과 결정, 행동에 담긴 지향점을 읽어봐야 한다. 개인적 품성보다 훨씬 중요한 부분이다. 그가 자신을 드러낸 사건은 크게 두 차례다. 하나는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이 재벌로부터 차떼기로 수백억원을 받은 게 들통나 몰락 직전에 놓인 것을 회생시킨 일이다. 두번째는 2009년 현 정권이 세종시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리려 하자 대립각을 세운 점이다. 우호적으로 보는 이들은 한나라당을 천막당사로 옮겨 국면을 돌파한 점을 들어 위기관리에 강한 수완가라고 평가한다. 또 세종시 때를 보면 국가와 국민 간의 ‘약속’과 ‘원칙’을 중시하는 인물임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편에서는 그의 지지자들은 고령자가 많아 세월이 갈수록 영향력이 급감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표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세종시에 대해서는 생각을 쉽게 고치지 않는 고집을 드러낸 것이라는 반론이 있다. 현 정권과 사사건건 부딪친 데 대해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참고해야 할 사례는 대처 전 영국 총리이다. 대처는 고집불통의 성격으로 경원시됐지만, 공적 평가에서는 불타협의 정신으로 만성적인 영국병을 치유한 인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인의 고집은 결과에 따라 공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박 위원장의 이 같은 인생 역정과 중요한 모멘텀에서 내린 결정에 비춰볼 때 나라를 이끌 리더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국민들은 앞으로 어떤 측면에 눈길을 둬야 할까. 첫째, 온 국민을 갈기갈기 찢은 분열과 갈등을 줄일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보아야 할 것이다. 심각해지는 양극화, 즉 지니계수의 악화를 완화시키기 위해 박 위원장으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들어봐야 한다. 다시 말해 국민의 자존심을 살리되 배고픔과 배아픔을 동시에 달램으로써 한국의 내적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지 대안을 들어야 할 것이다. 박 위원장은 또 북한에 대해 명료한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아태시대의 본격적인 전개를 맞아 국제관계의 복잡한 함수를 읽으며 변화를 선점하는 역량을 보여 줘야 한다. 이미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어 버렸지만, 세종시 역시 친환경 등의 대안을 강구해 온전한 자족도시로 정착시키는 일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현재처럼 공무원만 모여 사는 곳이라면 음식점이나 술집밖에 생겨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새로운 정치환경에 맞게 소통을 중시함으로써 국민에게 매력을 발산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행정부나 공공기관의 장으로서 일해본 적이 없어 국정의 실행능력이 미지수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답을 들어봐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은 쉽게 말해 빨간 사인펜을 들고 까만 볼펜이 한 것을 이리저리 그어대는 일이므로 실무적 집행능력을 갖췄는지를 간파하기 어렵다. 이런 점을 종합할 때 박근혜 인물론은 아직 완결에 이른 것이 아니다. 앞으로 밟아 나갈 궤적이 궁금하다. jaebum@seoul.co.kr
  • “아이 IQ 높이려면 울 때마다 젖 줘야”

    보챌 때마다 젖을 먹은 아이가 IQ가 높은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20일 영국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영국 에섹스-옥스포드대학 공동연구팀은 1990년대 영국 브리스톨에서 태어난 1만 명 이상의 아이들(생후 4주 기준)을 대상으로 부모의 학력과 소득, 육아 방법, 아이의 성별과 건강 상태 등 다양한 요인과 아동 발달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대규모 장기 조사에서 수유 방식에 따라 규칙적인 시간을 지킨 그룹, 그렇지 못한 그룹, 보챌 때마다 수유한 그룹인 세 부류로 나눴고 8세 때 치른 IQ 테스트와 5세, 7세, 11세, 14세 때 치른 학력 테스트 성적과 비교했다. 조사 결과, 아이가 보챌 때마다 수유한 그룹의 아이들이 타그룹 아이들보다 IQ가 약 4~5점 정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평균 30명의 학급에 비교하면 반에서 15~16등 정도 하는 아이와 11~12등 정도 하는 아이의 차이에 해당해 적지 않은 수치라고 한다. 아이가 스스로 배고픔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 뇌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지만 자세한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수유 시간의 간격과 뇌 발달에 어떠한 인과 관계가 인정되는 것은 심각한 결과지만 분명한 연관이나 이유의 설명은 더욱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시간표에 맞춰 수유한 엄마들은 잠을 더 자고 아이를 덜 챙기는 경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유럽공중보건저널(the European Journal of Public Health) 최신호에 게재됐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사설] 한·중 탈북자문제 해결 더 적극성 띨 때다

    중국 내 탈북자들의 운명이 갈림길에 섰다. 어제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국 양제츠 외교부장에게 탈북자 강제 북송 중지를 요청했다. 중국은 굶주림과 폭정을 피해 사선(死線)을 넘은 탈북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제대로 헤아려야 한다. 양 부장의 방한이 중국이 보편적 국제 규범에 맞게 이 문제를 다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금까지 중국은 탈북자는 난민이 아니라 경제적 이유로 국경을 넘은 ‘불법 월경자’라는 인식을 보여 왔다. 이에 따라 양 부장은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탈북자들을 적법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측의 인식 자체가 국제적 표준에 어긋나고 있다는 게 우리의 시각이다. 도대체 탈북자들이 중국을 향하는 까닭이 뭔가. 북한의 세습체제 하에서 차별 대우와 극심한 배고픔에 시달리다 못해 목숨을 걸고 강을 건너고 있는 게 아닌가. 탈북자들을 국제법상의 난민으로 보고 해법을 찾아야 할 이유다. 그런데도 중국은 최근에도 탈북자 30여명 중 일부를 가혹한 처벌과 강제수용소가 기다리는 북으로 되돌려 보냈다. 그러면서 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라 적절히 처리하고 있다며 “탈북자 문제의 국제화·정치화를 반대한다.”고도 했다. 본말이 전도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중국도 가입한 유엔난민협약·고문방지협약을 위반하는 탈북자 송환을 강행하면서 국제여론에 호소하려는 우리 정부를 겨냥했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얼마 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북자 강제 북송의 반인권성을 거론하면서 ‘조용한 외교’를 탈피하기 시작했다. 쉬쉬하면서 커튼 뒤에서 조율하는 방식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우리로선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어제 양 부장을 통해 공을 넘겨받은 중국 측이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할 때인 셈이다. 물론 중국 측은 탈북자 문제로 북한 김정은 체제가 흔들리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소리에 연연해 보편적 인권 문제라는 대의를 덮는 것은 주요 2개국(G2)이라는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갉아먹는 일일 게다. 이를 인식시키는 것은 이제 우리 외교의 당면 과제다. 한·중이 북핵은 물론 탈북자 문제에도 국제적 표준에 맞게 협력하면 중국의 장기적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
  • [커버스토리-위기의 탈북자] 랴오닝 사회과학硏 뤼차오 소장 “中정부, 北에 강제북송 탈북자 선처 강력 요청해야”

    [커버스토리-위기의 탈북자] 랴오닝 사회과학硏 뤼차오 소장 “中정부, 北에 강제북송 탈북자 선처 강력 요청해야”

    중국의 대표적인 관변학자인 랴오닝(遼寧) 사회과학연구원 남북한연구센터 뤼차오(呂超) 소장은 24일 “중국 정부는 한국인의 감정을 고려해 향후 탈북자들을 북송할 때 북한 정부에 탈북자들에 대한 선처를 보다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뤼 소장은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및 전화 인터뷰에서 그러나 “한국 정부가 탈북자 문제에 대해 지금처럼 중국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중국 입장에서 탈북자는. -중국에선 ‘조선 불법 입경자(入境者)’라고 부른다. 10여년간 탈북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배고픔 때문에 중국으로 넘어온 사람들이다. 한국이 주장하는 정치적 박해로 탈출한 난민이 아니다. 탈북자 수는 북한의 기아 정도와 직결된다. 1990년대 말 북한의 ‘고난의 행군’ 당시 탈북자가 가장 많았고, 이후 기아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며 탈북자 수도 줄었다. 지금이 가장 적은 수준이다. →탈북자를 정치적 난민과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입경자로 구분하는 근거는. -뚜렷한 기준은 없다. 그들이 스스로 입경 동기를 밝히면 그것으로 인정된다. →강제 북송 탈북자들은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는데 중국이 인도주의 원칙을 운운할 수 있나. -북송 탈북자들에 대한 처리는 북한 내정 문제다. 한국 언론들이 한국 내 탈북자들의 말을 인용해 북송 탈북자들의 처벌 문제를 지나치게 확대 보도한다. (이들 주장은) 완전히 믿을 만하다고 보기 어렵다. →탈북자 문제는 북·중을 넘어 인권 문제인데. -인접국 간 불법 입국 사건은 흔하다. 미국도 멕시코에서 넘어오는 불법 입국자들을 강제 송환하고,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탈북자 문제는 북한과 중국 양국이 처리해야 할 문제이다. 중국은 탈북자 문제를 처리할 때 북·중 관계, 국경질서, 인도주의, 국내법과 국제법, 한국인의 감정을 모두 고려한다. 한국인의 감정이 중국 정부가 고려해야 할 유일한 기준이 아니란 점을 인지하기 바란다. →탈북자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강경한데. -한·중 양국은 오래전부터 탈북자 문제를 협의해 왔고, 지금은 탈북자가 많은 시기도 아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돌연 이 일을 확대시키며 중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국민들을 설득하는 책임을 저버리고 중국에 어려운 문제를 떠넘기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 →탈북자 문제 해결 방안은. -중국은 탈북자가 넘어오지 못하도록 국경 경비를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경제발전을 돕고 북한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높여 그들이 국경을 넘지 않도록 돕는 게 문제 해결의 첩경이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열린세상] 비만을 위한 변호/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열린세상] 비만을 위한 변호/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얼마 전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1300만명의 비만 아동을 포함한 7800만명의 비만 인구가 있다고 한다. 국가적으로 비만 퇴치를 위하여 꾸준히 노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구의 3분의1에 해당하는 비만 비율은 2003년과 차이가 없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에서는 맛있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신뢰성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방송에서 맛집 소개가 계속되고 요리의 고수들을 모셔다가 경쟁을 붙인다. 유명 셰프가 요리사가 되려는 사람들을 훈련시키고 탈락시키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런 요리사들은 큰 존경을 받고 그에 합당한 권위를 보여준다. 신문에서도 앞다퉈 특정 음식의 유명 맛집을 선정해 소개한다. 음식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높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러한 음식 사랑은 비만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상한 것은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비만에 대해서는 냉정하다는 점이다. 비만한 사람들을 무절제의 표본처럼 생각하고 욕망을 다스리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도 비만아는 우리 식의 왕따, 즉 불링을 당하는 대표 선수다. 방송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보자.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은 의지가 굳은 사람으로, 실패한 사람은 절제를 모르는 의지 박약자로 묘사된다. 심지어 중세시대에는 탐식이 7대 죄악으로 분류되었다. 오만과 나태, 그리고 성적인 문란으로 연결됨을 경계한 것이다. 그러나 비만한 사람들이 탐욕스럽거나 의지가 약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비만은 개인의 의지 부족 때문이 아니라 우리 뇌가 계속 먹도록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뇌 중간 아랫부분에 시상하부라는 자리가 있고 여기에 포만감 중추와 배고픔을 느끼는 중추가 있다. 우리가 식사를 하면 위, 장관에서 신경 호르몬이 분비되어 포만감 중추를 자극하게 되고 이에 따라 먹는 것을 멈추게 된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렙틴이라고 하는 물질이다. 반대로 배 속이 비면 다른 신경호르몬이 분비되어 배고픔 중추를 자극하게 되는데 여기의 대표 주자는 그렐린이다. 이 두 물질들은 각기 뇌를 자극하면서 서로 억제하는 성질이 있다. 문제는 사람은 원래부터 지속적으로 배고픔 중추가 활성화되어 있고 배가 차는 경우에만 포만감 중추가 작동한다. 다시 말하면 원래부터 틈만 나면 먹고 살이 찌려는 쪽으로 회로가 구성되어 있는 셈이다. 이는 수만년 전부터 인간이 생존을 위해서 음식이 있을 때 먹어 줘야 살아남을 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아직도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체적으로 음식 걱정을 별로 하지 않게 된 것은 불과 최근의 일이다. 한술 더 떠서 포만감 중추가 다른 사람에 비하여 덜 예민한, 즉 포만감 중추를 자극하기 위해서 더 큰 자극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은 먹어도 포만감이 잘 안 느껴지고 또 금방 배가 고파지게 되므로 결국 살이 찌게 된다. 그러니까 사람의 의지 때문이 아니라 뇌 자체의 회로 차이로 살이 찌는 것이다. 또 이렇게 과식하려는 뇌는 유전적 경향도 있어서 대를 잇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렙틴으로 약을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 음식을 먹지 않아도 포만감 중추가 자극된다면 음식을 적게 먹게 될 것이고 살이 빠질 것이다. 이런 생각에 따라 렙틴을 실제로 비만치료에 시도해 보려는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비만인 사람은 렙틴이 이미 지나치게 많을 정도로 분비되어 있다. 불행히도 이런 사람에게서는 포만감 중추가 렙틴에 잘 반응을 하지 않고 또 렙틴이 뇌에 도달하는 정도도 떨어진다. 그래서 립틴을 직접 비만 치료에 적용하려는 노력은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비만에 대하여 더 많은 것이 알려지고 있으므로 언젠가는 기적의 약물이 출현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때까지 뇌만 탓하면서 넋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필자가 제안하는 것은 10% 덜먹기다. 우선 밥을 받으면 10%는 항상 다시 덜어 놓는다. 음식이 남으면 곤란하니까 식당에서도 양이 10% 적은 메뉴를 선택할 수 있게 하면 된다. 당연하지만 적게 먹어야 살이 빠진다. 필자도 이 방법으로 체중을 10%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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