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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원간부 “원세훈, 사이버 활동 지시했다”

    민병주 전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장이 2일 검찰의 증인신문에서 심리전단의 일부 사이버 활동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 선전·선동에 대한 방어적인 심리전을 벌였을 뿐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위한 정치 개입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민 전 단장은 “부서장 회의 내용을 업무에 반영했다”면서도 “선거 개입 지시는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매달 부서장 회의를 통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이외에 매일 모닝 브리핑 등을 통해 심리전단에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는지를 물었다. 민 전 단장은 이에 대해 “정확한 배경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원 전 원장이 어떻게든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겠나”라고 진술했다. 이어 “국가기관 명의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 국민인 것처럼 글을 게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유·불리한지 등 정치적 고려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심리전단은 2011년 11월쯤 인원을 20명가량 증원해 팀을 꾸리고 트위터를 전담토록 했다. 검찰은 이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원 전 원장이 이 같은 지시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민 전 단장은 “선거 때만 되면 북한의 선전·선동이 심해진다”며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원론적인 지시였을 뿐 선거에 개입하라는 지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종북의 기준이 뭐냐”는 질문에 민 전 단장은 “다른데는 있는지 몰라도 잘…”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검찰은 “종북 좌파 척결은 좋은 말이다. 하지만 기준과 범위 없이 공작부서 임의로 이뤄질 경우 100%선거 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 전 단장에 대한 증인 신문에는 신분 보호를 위해 국정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차단막이 설치됐다. 신문 자체를 비공개로 해 달라는 원 전 원장 측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판은 오는 9일 오전 10시에 속행하며,국정원 직원 이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진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수익·손익형 모기지, 2억 한도내 집값의 40~70%선 ‘20년 대출’

    수익·손익형 모기지, 2억 한도내 집값의 40~70%선 ‘20년 대출’

    28일 발표된 전·월세시장 안정대책은 전세 수요의 매매 수요 전환, 임대주택 공급 확대, 월세 세입자 지원 확대로 요약된다. 공급 확대 정책 일변도에서 수요자 중심의 금융·세제 지원을 담은 게 특징이다.국민주택기금을 적극 활용, 주택 구매 심리를 자극할 만한 대안이 담겨 있다. 특히 생애최초주택 구입자에게 1%대의 낮은 이자로 주택기금을 지원하면서 리스크까지 정부가 분담하는 상품은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가 돈을 빌려 주고 집값이 떨어질 경우 손해를 함께 나누는 상품을 내놓은 배경은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함으로써 매매 수요를 늘리기 위해서다. 수익공모형 모기지는 주택기금을 통해 2억원 한도에서 집값의 70%까지 1.5% 금리의 모기지를 공급한 뒤 20년 만기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1년 또는 3년 거치)하는 상품이다. 장기 모기지와 달리 주택 매각(또는 만기) 때 매각차익(평가차익)이 발생하면 차익의 일부를 주택기금과 공유한다. 시세차익 공유를 조건으로 금리 부담을 크게 경감하면서 주택기금에 손실이 되지 않도록 했다. 손익공유형 모기지는 주택기금이 집값의 40%까지 지분 격의 저리 모기지를 공급하고 주택 구입자와 주택 매각손익을 공유하는 상품이다. 도태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월세보다 저렴하고 전세와 유사한 비용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기에 무주택자들의 주거를 안정되게 하고 전세 수요의 매매 수요 전환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선 올해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에서 3000가구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성과를 지켜보며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시행 중인 취득세 면제 등의 혜택까지 더하면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혜택은 총망라됐다고 보면 된다. 그동안 판매 실적 부진에도 손대지 않은 근로자·서민 구입자금대출 조건도 생애최초주택 구입 대출 수준으로 조건을 완화했다. 현재는 근로자·서민 주택 구입자금을 받으려면 부부 합산 연소득 4500만원 이하, 3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가구당 1억원 한도에서 대출해 준다. 금리는 연 4%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는 소득 요건을 올해 한시적으로 6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대상 주택 가액 기준도 6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가구당 대출 한도도 2억원으로 증액하고 적용 금리도 소득·만기별로 차등화해 2.8~3.6%를 적용하기로 했다.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이 선호하는 주거용 오피스텔도 근로자·서민주택구입 대출 대상에 포함했다. 취득세 영구인하 방침을 서둘러 발표한 것도 주택거래 활성화와 전·월세 대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장기 주택모기지 소득공제 대상을 교체주택 구입자로 확대하고, 매입 임대사업자에 대출·세제 지원을 확대한 것도 집 살 여력이 있는 사람에게 걸림돌을 제거 또는 완화해준 조치로 꼽힌다. ‘깡통주택’으로 인한 세입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지원 내용도 포함됐다. 우선변제권 적용 대상 기준과 우선변제액을 상향 추진한다. 예를 들어 수도권 평균 전세보증금이 1억 5000만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 서울지역 우선변제 기준 주택을 7500만원에서 9000만~1억원으로 올리고 우선 변제액도 2500만원에서 3000만~4000만원으로 조정한다. 구체적인 금액은 이달 주택임대차위원회 의결을 거쳐 결정하고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 후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임차보증금 미반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보증 프로그램도 강화한다. 계약 종료 후 임차보증금 미반환 시, 임대인을 대신해 보증금을 상환하는 공적 보증 프로그램을 대한주택보증이 이달 초에 내놓는다. 적용 대상 보증금은 3억원(지방 2억원) 이하이다. 다만 대책들 가운데 국회를 통과해야 비로소 효력이 발생하는 정책도 많다. 취득세 영구인하, 소액임차보증금 우선변제권 개선, 월세 소득공제 확대 등은 국회 처리 여부에 따라 지연되거나 실시되지 못할 수도 있다. 야당이 전·월세난 해결 방안으로 꼽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이 제외돼 국회 처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인사]

    ■산업통상자원부 △지역산업과장 진종욱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장 정영훈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임상연구과장 김정미 ■중소기업청 ◇승진△소상공인정책국장 김형영◇전보△벤처정책과장 이준희△지식서비스창업과장 성녹영 ■서울시교육청 ◇중등 교장·교감 <교감에서 교장으로 승진>△월촌중 김종화△광장중 신영대△북악중 우정옥△성산중 마희창△아현중 정은희△한울중 홍정신△가원중 양운용△강명중 최은진△방이중 박경희△석촌중 유명식△목일중 최승애△방원중 전성용△양동중 한동석△염경중 김정희△경원중 염동락△대명중 안종애△대청중 이경임△신구중 유성렬△신사중 이영숙△압구정중 서희순<공모교장>△안천중 홍덕표△구산중 차혁성△은평중 김종안△북서울중 이하교△신도봉중 천영숙△송정중 이민철△수명중 조용훈<교장중임·전보유예>△강일고 김환섭△관악고 김철규△광남고 박해영△둔촌고 박용구△서울고 장천△서울공고 이상범△여의도고 조만영△여의도여고 윤흥중△진관고 석금종△효문고 허재환△숭인중 박희식△상암중 김평배△강현중 신춘희△경수중 임희숙△불광중 김영숙△거원중 김경자△창북중 송병시△구로고 성동준△덕수고 이상원△서울금융고 황보관△연신중 서정환△노일중 천정수△문현중 주형동△염창중 최만석△사당중 김영술△장승중 강영수<교육전문직(관급)에서 교장으로 전직>△불암고 장우석△신목고 김승재△신서고 최진복△오금고 박경전△용산고 김수득△은평고 정정옥△잠신고 박문수△혜화여고 홍덕표△중랑중 박성주△여의도중 선종복△노원중 이윤식△역삼중 성계숙△영등포중 조영상<교장 전보>△경기상고 민복기△경복고 정진석△송파공고 이교식△용산공고 김광집△상신중 오정호△신천중 박재수△양천중 최성희△옥정중 김계순<교사에서 교감으로 승진>△개포고 이정숙△독산고 구자송△남부교육지원청 강진자 김정연 이기대△북부교육지원청 이미자 조경주△강동교육지원청 김해숙 류정옥 박정은 신동철 위정이△강서교육지원청 김민용 김천종 이영달 정삼목 조연△강남교육지원청 양하승△동작교육지원청 김춘수 이재우 황옥경△성북교육지원청 김은태<교육전문직에서 교감으로 전직>△경기기계공고 조용수△고척고 김재영△금천고 이의순△대영고 강흥권△서울문화고 신재순△성동글로벌경영고 이대우△양재고 고은정△오금고 이경희△북부교육지원청 최명숙△강동교육지원청 하태부△강남교육지원청 김신옥 임완옥<교감전보·전보유예>△경기상고 안광식△경기여고 최성곤△명일여고 김덕중△미양고 이완재△상계고 전용각△서울방송고 김정근△서울전자고 강희철△신서고 김종수△오금고 유종현△월계고 심상문△자양고 정덕채△진관고 김용국△태릉고 이경란△동부교육지원청 김명숙 이준자△서부교육지원청 김영훈 신현덕△남부교육지원청 박노용 박영창 백문수 한재근△북부교육지원청 김현청 심동희△강동교육지원청 김정희 정희년△강서교육지원청 황진돈 양영심 박대헌 이종대 유면옥 김기숙△강남교육지원청 정진호△동작교육지원청 김미룡 이미화 장학순△성동교육지원청 손은숙△성북교육지원청 윤신덕 박상옥 윤영단 김학규◇중등 교육전문직 <교육전문직(관급) 승진·전직>△교육연구정보원장 강성봉△학생교육원 교육기획운영부장 백해룡<교육전문직(관급) 전보>△교육과정정책과 고교교육개선담당 장학관 이호둔△중등교육과 중등교수학습담당 장학관 권혁미△진로직업교육과 진로적성교육담당 장학관 송재범<교장에서 교육전문직(관급)으로 전직>△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 이시우△중부교육지원청 교육장 이정민△중등교육과장 민병관△과학전시관 교육연수부장 김선주△강서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 이완석△동작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 황혜주△성북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 남기황△남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지원과장 김태빈△강동교육지원청 중등교육지원과장 양덕희△강남교육지원청 중등교육지원과장 이재근<교감에서 교육전문직(관급)으로 전직>△학교생활교육과 학생자치활동담당 장학관 김응길△학교생활교육과 학교폭력근절담당 장학관 김승찬△진로직업교육과 취업지원담당 장학관 양현숙△체육건강청소년과 체육·청소년·수련담당 장학관 신종현△강서교육지원청 중등교육지원과장 김원균<교사에서교육전문직(사급)으로 전직>△교육연구정보원 전국 최성희 한인수△과학전시관 한상준△교육연수원 노시현 박귀자△학생교육원 박형준 성창국△동부교육지원청 이근행△남부교육지원청 정진선△북부교육지원청 최정운△중부교육지원청 정영순△강동교육지원청 김양수△강서교육지원청 이임순△강남교육지원청 김용국<교육전문직(사급) 전보·전직>△감사관 신상열△교육과정정책과 최문수△초등교육과 강경윤 백운진△중등교육과 나태영 주소연△교원정책과 장윤선△학교생활교육과 박정란 조재현 황문주△진로직업교육과 박성희△교육연구정보원 권오채 김정숙 박정숙 황영희△교육연수원 박수봉 박숙희 이재효 이현수△학생체육관 홍애란△동부교육지원청 전혜진 주양엽△서부교육지원청 이철희 지향△남부교육지원청 김미옥△북부교육지원청 김영현 이화영△중부교육지원청 강삼구 민영혜△강동교육지원청 김완섭 엄수영 인치종 조향제△강서교육지원청 고승우 조상주△동작교육지원청 오준식 이동희△성동교육지원청 김부용 맹홍렬 손용△성북교육지원청 곽향란 김선관 윤여천<교육부 및 국립국제교육원 전출입>△서울대사범대학부설중 박란정△서울대사범대학부설여중 복완근△서울대사범대학부설고 이재엽△교육부 강성철△국립국제교육원 홍준표△창일중 유서영△휘봉고 정문호△남부교육지원청 김승철△서부교육지원청 박종은△교육과정정책과 김연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진흥본부 신기술개발단장 장철훈 ■한림성심대 △학사운영처장 현영호 ■동아대 △산업정보대학원장 이상화 ■미디어미래연구소 △정책연구실장 이종관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배경은
  • “日·中, 동북아 갈등 인식 상반… 실용적 자세로 지역발전 이끌어야”

    “日·中, 동북아 갈등 인식 상반… 실용적 자세로 지역발전 이끌어야”

    21세기 세계 질서의 중심이 될 것이란 평가 속에서 영토 분쟁, 군비 경쟁 등으로 갈등과 충돌 우려가 커가는 동아시아. 한·중·일은 어떻게 갈등과 반목을 넘어 안정과 번영을 가꿔 나갈 수 있을까. 지난 23일 이호철 한국국제정치학회장과 사카이 게이코 일본국제정치학회장의 대담을 통해 중국의 부상과 군비 경쟁, 영토 분쟁 등으로 출렁이고 있는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변화와 한·중·일의 역할을 들어봤다. 사카이 회장은 ‘21세기 국제질서 변화와 동아시아: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이란 주제로 부산 벡스코에서 23, 24일 열린 한국국제정치학회 주최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동아시아가 역동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역내 교류와 상호의존도를 키워 가고 있다. 반면 불신과 갈등도 높아지고 있다. 그 원인과 배경은. -사카이 게이코 회장(이하 사카이)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쇠퇴 등 국제질서의 변화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인식과 견해의 차이가 크다. 미국이 동아시아 패권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과 중국의 부상이 동아시아에 불안정과 위협이 될지 또는 안정의 요인으로 작용할지에 대한 판단도 다르다. 일본으로서는 미국과 동맹의 역학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도 문제다. 이런 요소들이 정책 결정의 변수가 되고, 균형을 찾아가는 모색의 과정 속에서 불안정성이 생긴다. -이호철 회장(이하 이호철) 중국의 부상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경제력, 군사력 등 어떤 측면에서나 그렇다. 그러면 미국은 정말 쇠퇴하고 있나. 미·중 간 국력 차가 좁혀지고 있지만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쇠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중이 갈등과 협력 사이에서 뭘 선택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한반도나 동아시아 입장에서 미·중은 협력 관계로 가야 한다.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에서 미·중 협력관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보였다. 중국에서 ‘신형대국 관계’로 부르는 ‘변화된 중국의 이해와 역할을 반영한 중·미 관계의 협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일정기간 나갈 가능성도 높다. →일·중 관계는 어떤가. 중국에선 동북아의 불안정을 일본 탓으로 돌린다. 일본의 재무장 및 평화헌법의 개정 시도, 정치인과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이 동북아 안정과 주변국 관계를 훼손하고 있다고 본다. -사카이 일본에서는 정반대로 이야기한다. 일본 내에서도 다르게 보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대다수는 그렇다. 인식 차이가 크다. 오히려 “중국이 위협적”이라고 본다. 세력 전이 관점에서 중국의 부상을 우려하고 중국 위협론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다. 중국이 (갈등과 문제의) 원인 제공자라는 생각이 일본에선 강하다. 중·일 관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매스미디어다. 두 나라 군대의 교류, 외무성의 네트워크, 각 전문 집단의 협력은 경쟁관계 속에서 상당히 진행 중이다. 협조적 경쟁관계다. 그런데 언론에서 부정적인 면을 확대 부각시켜 그런 인식을 확산시킨다. 그것을 정치가들이 이용하고 선거에 활용하면서 확대 재생산시킨다. 언론과 정치가 각 분야에서의 교류협력 성과를 무색하게 만들며 중·일 관계를 악화시킨다. -이호철 한·일 관계에도 중·일 관계에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중국 경제는 15억명의 인구가 생산하는 총량이다. 1인당 소득 규모로 따지면 미국과 일본의 5분의1 수준이다. 인구에 의해 경제력이 과장되는 측면이 크다. 군사력이나 첨단기술 수준도 미국을 따라가긴 아직 멀다. ‘랴오닝호’란 항공모함 하나를 진수한 수준이다. 구소련의 선체를 사다가 중국 기술을 탑재한 것이다. 중국의 부상을 지나치게 위협적으로 봐야 할 근거는 약하다. -사카이 이 회장의 지적에 대부분 (일본의) 전문가들도 동감한다. 일·중 관계는 협조적 경쟁관계다. 서로 협력해야 동북아 안정과 발전에 도움이 된다. →사카이 회장은 일본의 대표적인 중동문제 전문가다. 중동의 경험에 기반한 동북아 갈등과 분쟁의 해소 방안을 찾는다면. -사카이 중동도 영토분쟁이 많다. 갈등이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도 문화·인적 교류를 비롯해 수면 밑에서 이뤄지는 (정치가와 정책결정자 간) 소통 노력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것이 중요하다. 중동에서 동아시아를 서양 근대화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은 아시아적이고 한국과 일본은 서구화, 미국화됐다. 근대화 방식에서 갈등 요소를 지닐 수 있다. 미·중이 대립할 때 한·일은 이를 어떻게 보고 대응할까. 동북아 국가들에 아시아적 가치는 협력으로 나갈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이호철 큰 틀에서 같은 생각이다. 한·중·일이 공유하는 가치가 커지고, 함께 주도하는 국제질서도 활발해질 것이다. 2000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아세안과 한·중·일 4자가 공동기금을 만든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도 아시아적 가치가 구현된 지역협력의 한 예다.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 주도의 해결방식은 잘 작동하지 않았다. 이런 관점에서 CMI 다자화는 역내 합의와 아시아적 가치가 반영된 경제 위기에 대한 중요한 대응장치다. IMF 운영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사카이 아시아적 가치의 언급은 보완적인 차원에서 이야기했다. 아시아적 비전을 만들어 서구 근대화를 보완하는 아이디어다. 한국의 드라마, 일본의 만화 등이 중동에서도 큰 인기다. 아시아적 문화 가치가 중동에도 스며들고 있다. 문화적 접근이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이끌 수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차 대전 패전일인 지난 15일 ‘전몰자 추도식’에서 ‘아시아에 대한 가해와 반성’을 이례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주변국의 반발을 샀다. -사카이 일본 총리들은 외교보다 국내 정치에 힘을 쏟는다. 아베의 발언과 일련의 행동도 국내 정치용 성격이 강하다. 아베의 생각은 지난 2008년 펴낸 그의 책 ‘아름다운 국가’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그의 생각도 자민당의 외교구상 안에 있다. 총리의 말 한마디가 집권당의 입장을 바꾸지는 못한다. 총리가 무엇을 말해도 선린외교를 위한 집권 자민당 내의 기조가 바뀌지는 않는다. -이호철 정당의 역할과 기능이 제도화되어 있는 일본정치의 다행스러운 측면이다. 21세기 동아시아 중심의 국제질서에서의 핵심은 한·중·일 3국 협력을 제도화하는 일이다. 유럽통합과정에서 영·불·독이 보여준 협력의 리더십과 마찬가지이다. 한·중·일은 아세안(ASEAN)+3 정상회담과 더불어 3국 정상회담을 제도화해 매년 개최하고 있다. 3국 정상회담은 동북아 평화협력 구축의 핵심 기제로 진화해 나가야 한다. 미국, 러시아, 아세안, 유럽이 보조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중·일 협력이 동북아 평화협력의 핵심 기제로 발전하기 위해선 20세기 세 나라 간 불행했던 역사에 대한 결자해지의 용기 있는 리더십이 전제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15 기념사에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용기 있는 리더십”을 일본 정치인들에게 촉구한 바 있다. -사카이 어려운 문제다. (과거사와 관련) 국가에 따라 인식 차가 크고 논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의 우경화 정책에 대해 일본 지식사회에서도 위기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 특성상 민주당과 다른 강한 지지층을 갖고 있고, 아베노믹스의 활력에 대한 평가도 있다. 이런 점에서 위기감과 동시에 안정감도 있다. -이호철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문제 등 중·일 관계가 경색되고 있다. 두 나라의 ‘수면 아래 파이프라인’이 작동하고 있는가? 두 나라가 빨리 실용적인 관계로 돌아와야 한·중·일이 주도하는 질서를 빨리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사카이 그렇다. 그러기 위해선 영토 문제 등 갈등 사안과 다른 현안 및 협력사업을 분리해 진전시키는 ‘정경분리 자세’가 필요하다. 각각의 이슈에 따라 접촉을 확대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 -이호철 아베 총리는 취임 이후 동남아, 중동,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한국과 중국 방문은 언제쯤 가능한가. -사카이 외교 루트 활성화는 바람직하고 고무적이다. 민주당 때에는 외교 루트가 막혔었다. 중동의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등도 돌았는데 더 많은 나라를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중 두 나라에 대한 방문은 복합적인 문제가 쌓여 어려움이 있다. 수면 밑 ‘파이프라인의 가동’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중국 등 일부 국가의 반일 감정도 일본 혼자 노력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중국 내 요인도 있고 주변국과의 관계 등 복합적 산물이다. -이호철 한반도 통일과 통일 한국의 등장은 21세기 동아시아 중심 국제질서의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동북아의 핵심적인 불안정 요소를 해소하는 것이고, 영구 평화의 기틀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중국과 일본의 협력과 지원은 매우 중요하다. 한·중·일이 협력의 영역을 넓혀 나가야 한다. -사카이 일본도 한반도가 통일되면 북한의 위협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중동 석유에 똑같이 의존하고 있는 한·중·일은 공동의 고민을 갖고 있다. 에너지 안보에 대한 공동 관리 모색도 필요하다. -이호철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3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동감한다. 한·중·일 협력은 21세기 국제질서에서 필수불가결하다. 에너지, 비정부기구 간 협력과 함께 공동 학위 과정 등 교육 영역에서의 협력도 빼놓을 수 없다. 여성 학자로서 한국의 여성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에서도 여성 총리가 나올까. -사카이 일본 여성으로서 부럽다. 여성 총리가 나온다는 것은 현재 일본 풍토에선 상상하기 어렵다. 여성 국회의원도 매우 적다. 사회 및 정리 부산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한국국제정치학회는 국제정치학 및 관련 학자, 국제관계 사무 종사자, 전문 연구가 1500여명으로 구성된 한국 사회과학 분야의 대표적 학회다. 1956년 창설됐다. 일본국제정치학회도 1956년 창립됐으며 회원은 2000여명. 일본 국제정치학계 학자들로 구성됐다.
  • [지구촌 책세상] 인기 행진 ‘주룽지 상하이 강화실록’

    왜 유독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만 잘 팔리는 것일까. 중국 경제개혁 사령탑으로 통하는 주 전 총리가 상하이시 수장으로 재직할 때의 각종 발언을 묶은 책 ‘주룽지 상하이 강화실록’(朱鎔基上海講話實錄)이 지난 12일 출간되기 무섭게 연일 각종 인기 서적 차트 1위를 석권하고 있다. 올 들어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등 3세대 지도자들의 신간 출시가 줄을 이었지만 주 전 총리의 신간만 인기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와 같은 판매 추세라면 올해의 베스트셀러 등극은 떼 놓은 당상이란 전망이다. ‘주룽지, 기자의 질문에 답하다’(朱鎔基 答記者問), ‘주룽지 강화실록’(朱鎔基 講話實錄) 등 그의 전작들도 10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책은 그가 총리에 취임하기 전인 1987년 12월부터 1991년 4월까지 상하이시의 당서기, 시장 등을 지낼 때 각종 회의에서 행한 발언 106편과 화보 83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우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취임 이후 강조하는 관료주의 타파를 주문한 내용이 많다. ‘지도 간부들은 민중과 동떨어져선 안 된다’ 편에서 그는 당시 상하이시와 구청이 각각 자신들이 지정한 운전사를 동원해야 한다며 대립한 탓에 더위를 식히기 위한 살수차가 운행되지 못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관료주의를 비판했다. 또 선물 받지 않기 등 관료들이 하지 말아야 할 5계도 제시했다. 시 주석이 총서기 취임 이후 내놓은 8조(八條)는 5계가 발전한 버전이란 평이다. 아울러 최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추진 중인 경제개혁 및 이와 관련된 규제완화 언급도 눈에 띈다. ‘외자의 이용과 발전을 위한 의견’ 편에서 그는 외자로부터 국내 건설사가 하도급을 받는 문제와 관련, 사업성이 있는지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는 기업들 스스로 잘 아는데 내용도 모르는 정부가 간여하면 일만 망친다며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특히 사업 하나를 허가받기 위해 109개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거나, 같은 사안을 두고 담당자마다 말이 달라 사업자를 헷갈리게 만드는 점을 지적하며 인치(人治)를 비판했다. 책의 인기 배경은 그가 실행한 개혁 조치들이 중국의 발전을 가져왔다는 인식과 관련이 깊다. 신지도부가 주 전 총리를 본받아 개혁에 성공해 중국 경제를 발전시키기를 바라는 소망도 투영됐다는 평가들이다. 4세대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이 집권한 지난 10년간 중국은 개혁 없이 퇴보만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묻지마 시네마 피서’

    ‘묻지마 시네마 피서’

    입추가 지난 지 보름째인데도 한낮의 수은주가 30도를 넘어선 21일 오후. 서울의 대표적 멀티플렉스인 용산 CGV에는 평일에도 영화표를 사려는 관객들이 줄을 이었다. 대학생 이석우(21)씨는 “무더위를 피해 무조건 극장에 온 다음 볼 만한 영화를 고른다”면서 “점심식사 뒤 영화 1편을 보고 나면 서너 시간이 지난다. 한낮의 찜통더위를 피하기에는 비용 대비 효과가 아주 크다”고 말했다. 주부 홍기민(55)씨도 “휴가 중인 남편과 극장을 찾았는데, 각종 카드로 할인 혜택을 받으면 집에서 에어컨을 켜고 있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연일 계속되는 이상 고온이 한국영화의 흥행 고공 행진에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영화가에서는 “최근 개봉된 영화들이 흥행하는 일차적 배경은 작품성과 오락성이 갖춰진 데 있지만, 7~8월 선보인 영화들이 개봉되기 무섭게 수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현상은 이례적”이라며 “기록적인 폭염에 극장이 부담 없는 피서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 절약 정책에 따른 절전 스트레스 속에 더위를 피해 무조건 극장을 찾은 다음 영화를 고르는 ‘묻지마 피서 관객’이 흥행 행진의 큰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여름 한국영화의 흥행은 ‘이상 현상’으로 기록될 정도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각각 개봉한 영화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가 각각 800만명, 500만명을 돌파하며 쌍끌이 흥행 중이며 지난 14일 개봉한 ‘숨바꼭질’과 ‘감기’도 나란히 2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주말 한국영화의 좌석 점유율은 무려 90%에 달했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8월 들어 현재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2162만여명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이 추세대로라면 8월 한 달간 관객이 지난해(2423만명)보다 15~20%까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극장 피서객 특수는 정부가 지난달 18일부터 영화관을 냉방 온도 제한구역에서 제외하면서 가속이 붙었다. 대부분 멀티플렉스는 로비만 26도로 제한되고 상영관 내부는 22~23도의 냉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극장가도 이상 고온을 겨냥한 상품을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자정이 넘으면 티켓값을 5000원으로 할인해 주는 메가박스 동대문과 코엑스의 ‘심야극장’에는 열대야에 시달리는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새벽 3~5시 시작되는 마지막 영화도 인기가 높다. 금·토요일 밤 12시부터 다음 날 해 뜰 때까지 개봉 영화 3편을 연달아 상영하는 패키지도 상영 3~4일 전에 매진될 정도다. 메가박스 코엑스점의 장광훈 점장은 “올해는 긴 폭염과 열대야로 심야시간대 관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이른 아침부터 일찌감치 극장에 진을 치는 관객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단단한 숫돌처럼 난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예요” 여덟 살 이누이트 소녀의 ‘세상 도전기’

    “단단한 숫돌처럼 난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예요” 여덟 살 이누이트 소녀의 ‘세상 도전기’

    여덟 살 이누이트 소녀 올레마운은 아는 것도 많다. 아버지가 순록을 잡으러 가면 썰매 개를 지킬 줄도, 북극해가 얼음 옷을 벗으면 아버지가 바다 건너 털가죽을 팔러 간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도 궁금한 바다 건너 사람들의 책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모르겠다. 무슨 영문인지 아버지는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겨우내 매달려 승낙을 받아낸 올레마운. 꿈꾸던 학교이지만 첫날부터 올레마운은 흙탕물을 뒤집어쓴 듯 모욕감에 휩싸인다. 수녀님은 곱게 땋은 소녀의 머리칼을 싹둑 잘라낸다. ‘울루 칼을 가는 숫돌’이라는 뜻을 지닌 멋진 이름도 빼앗기고, 마거릿이라는 생경한 이름을 얻는다. 책상에는 앉아보지도 못하고 교실 청소에 설거지, 빨래에 내둘린다. 도망칠 궁리를 하던 소녀는 마음을 고쳐먹는다.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내기로. “내 이름은 올레마운입니다. 우리 이누이트 여자들이 울루 칼을 갈 때 쓰는 단단한 숫돌처럼, 나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거예요.” ‘날고기를 먹는 사람’이라는 뜻의 에스키모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이누이트들의 이야기다. 배경은 1940년대 캐나다 노스웨스트 북서부 마을 어클라빅. 이누이트들을 문명인으로 교육시킨다며 기숙학교를 세워놓고 어린이들을 학대한 곳이다. 캐나다 총리는 2008년 이를 뒤늦게 사과했다. 지은이 두 사람은 고부 사이다. 시어머니의 어린 시절 아픈 기억을 며느리가 글로 되살려 보듬어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노골적인 자국기업 보호’ 美 똘똘 뭉쳤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3일(현지시간) 애플의 구형 스마트폰 제품 등에 대해 수입을 금지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을 뒤엎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준사법적 독립기구인 ITC의 결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7년 삼성전자의 컴퓨터 메모리칩 관련 분쟁 이후 무려 26년 만의 일일 만큼 이 거부권 조항은 사실상 무덤 속에 들어가 있던 것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밀어붙이며 틈만 나면 자유무역을 설파해온 오바마 대통령이 결정적 순간에 자국 기업 보호로 비쳐지는 기업 간 분쟁에 개입한 것을 놓고 ‘자가당착’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거부권 결정 과정에 오바마 대통령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행정명령에 따라 이런 경우의 거부권 행사 결정권을 무역대표부(USTR)에 위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USTR가 백악관의 의견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이 미 시장에서 약진하면서 미 정치권의 자국 기업 보호 움직임은 범상치 않은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공화 양당 상원의원 4명은 최근 이번 사안과 관련해 마이클 프로먼 USTR 대표에게 초당적으로 서한을 보내 “공익을 신중하게 고려해 줄 것을 촉구한다”며 거부권 행사를 압박했다. 이에 백악관은 의회도 ITC의 권한을 제한해 달라고 맞장구를 쳤다. 또 최근 미 무선통신사 버라이즌의 법률 고문은 월스트리트저널에 거부권 행사를 주장하는 글을 기고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등 다른 미 기업들도 공개적으로 애플을 지지하는 등 똘똘 뭉쳐 자국 기업 편을 들었다. 앞서 지난해 8월 미 캘리포니아주 법원 배심원들도 애플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프로먼 USTR 대표는 이날 “특허 보유권자가 법원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며 삼성이 억울하면 법원에 제소하라는 식으로 말했다. 하지만 미 법원은 그동안 이런 사안에 대해 수입 금지에 반대하는 판결을 내려왔다는 점에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사설] 野 장외투쟁 국정원 개혁 도움 안 된다

    민주당이 거리로 나섰다. 어제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의원총회를 가진 데 이어 내일 저녁엔 청계광장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연다. 장외투쟁의 표면적 이유는 국정원 국정조사 파행이다. 새누리당의 비협조, 아니 노골적인 방해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의 진상을 가릴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7일 청문회에 증인으로 세워야 하며, 이를 위해 국정조사특위 이름으로 동행명령권을 발동해야 하건만 새누리당이 거부해 사실상 국정조사가 빈껍데기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는 얘기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지금껏 지지부진하게 진행된 책임은 여당인 새누리당이 더 많이 져야 한다고 본다. 국정조사 일정이나 증인 채택 논의에 있어서 새누리당이 소극적 자세로 임해온 것은 누가 봐도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일부 강경파 의원들을 앞세워 거친 말로 민주당을 자극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당도 그다지 할 말은 없을 듯하다. 검증 안 된 몇 가지 의혹을 제기한 것 말고는 뚜렷한 실적을 보여주질 못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논란의 빌미를 제공해 국정원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흐려놓은 것도 민주당이다. 일정의 대부분을 허비하고도 달랑 5일 국정원 기관보고와 7~8일 청문회 실시로 국정조사를 매듭짓기로 새누리당과 합의하기도 했다. 국민으로선 민주당 역시 소리만 요란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민주당이 거리로 나선 배경은 결국 보다 큰 틀에서 봐야 할 것이다. 국정원 국정조사의 파행을 넘어 사초(史草), 즉 2007년 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등 정국 현안 전반에 대한 주도권 확보 문제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검찰이 이미 사초 실종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마당에 뒤늦게 특검 수사를 요구하며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소환에 불응할 뜻을 밝히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게 한 증좌다. 친노·비노 진영의 갈등과 대여(對與) 강경파들의 목소리에 김한길 대표 등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은 내부적인 요인 또한 강경 투쟁의 한 요인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온당치 않다. 국정원 국정조사는 내분 수습이나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국정원 대선 개입의 실체를 밝히고 개혁안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서울광장에 친 천막을 거둬들이기 바란다. 장외투쟁은 시간이 갈수록 득보다는 실만 쌓아가는 하책(下策)임을 우리 국회사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새누리당도 원 전 원장 증인 채택에 호응하는 등 남은 기간만이라도 원활한 국정조사를 위해 적극 협조해야 한다. ‘두 지붕 두 가족’ 운운하며 민주당을 자극하는 강경파들 또한 입을 닫기 바란다.
  • 오키나와에는 상어가 산다

    오키나와에는 상어가 산다

    island okinawa 수족관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바닷속을 유영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8m 길이의 고래상어와 가오리가 헤엄치는 대형 수조는 단일 수조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4층 건물 높이다. 고래상어도 물론 최대급이다 가족의 복수를 위해 사랑하는 여인에게조차 칼끝을 겨누는 남자와 치명적 사랑 앞에 흔들리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김남길과 손예진, 하석진, 이하늬 등이 주연을 맡았다 오키나와에는 상어가 산다 드라마 <상어>에 등장하는 이국적인 바다풍경과 리조트. 그 배경은 청정한 해양환경과 독특한 문화로 유명한 오키나와다. 찍으면 그림이 되는 그곳 5월 말부터 방영되고 있는 김남길, 손예진 주연의 KBS2 드라마 <상어>는 오키나와 현지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극 중에서 주인공 김남길(한이수 역)과 하석진(오준영 역), 손예진(조해우 역)의 집안은 호텔과 리조트 사업을 하는 설정. 제작사는 이에 알맞은 장소를 물색하다가 일본에서 리조트와 관광산업으로 가장 발달한 곳이 오키나와라는 점에 착안하여 오키나와 현지 로케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촬영은 지난 5월11일에서 16일까지 5박6일간 오키나와 현지에서 진행됐으며 4회분부터 8m 길이의 대형 고래상어가 살고 있는 추라우미수족관, 슈리성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이하늬(장영희 역)가 김남길을 만나게 되는 장면, 요미탄 아리비라 호텔 수영장 장면 등이 방영됐다. 하반기에도 오키나와의 풍경을 담은 또 한 편의 영화가 기다리고 있다. 7월 이후 개봉 예정인 한국영화 <프라이빗 섬>도 지난 4월 오키나와의 이시가키섬 등에서 현지 촬영을 진행했다. 배우 손은서, 신소율이 주연을 맡았으며 20대 여성들의 비밀스런 여행기를 수려한 영상미로 그려냈다는 평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영화를 맡은 한상희 감독은 2007년 이준기와 미야자키 아오이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한일 합작영화 <첫눈>으로 데뷔했으며 2011년에도 이시가키섬을 배경으로 영화를 촬영했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일본이 아닌 일본의 섬 일본 최남단에 자리한 오키나와현은 일본 사람들도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휴양지다. 40여 개의 유인도와 수많은 무인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규모가 제일 큰 것이 오키나와 본섬으로, 현청 소재지인 나하시도 이 섬에 자리한다. 도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키나와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여. 서울에서 가는 시간(2시간 30분)보다 길다. 오키나와는 나하시 기준, 연평균 기온이 섭씨 22.3도에 달하는 ‘남국’이다. 청정한 자연환경 때문에 최근에는 일본내 이주민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에서는 신혼여행지의 이미지가 강했던 오키나와는 최근 들어 가족여행지, 휴양지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2012년 오키나와를 찾은 한국인 방문객 수는 역대 최고인 4만5,000명이었다. 숨은 공신은 역시 항공편의 증가다. 21년 동안 가교 역할을 해온 아시아나항공과 더불어 진에어가 나하로 신규 취항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를 여행할 수 있는 길이 하나에서 두 개로 확장된 셈이다. 항공료나 여행상품의 가격도 당연히 저렴해졌다. 부속섬을 사랑하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올해 3월7일에는 부속섬인 이시가키섬에 신공항이 문을 열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나란히 임시로 비행기를 띄우기도 했다. 이시가키섬에는 클럽메드 카비라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인 여행자들이 늘어나면서 현지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 이시가키섬 나카야마 요시타카Nakayama Yoshitaka 시장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이 한국인을 환대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으며 한국어 가이드북도 자체 제작했다. 작은 섬들의 합창 오키나와 여행은 이시가키섬을 기점으로 이리오모테섬, 다케도미섬 등 점점이 박힌 보석 같은 섬을 두루 즐겨야 완성된다. 이리오모테섬은 이시가키섬에서 뱃길(타이완 방향)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다. 이리오모테섬의 중요한 방문지는 광활한 맹그로브 숲과 커다란 물소가 있는 유부섬인데, 특히 이곳의 맹그로브는 지구상 가장 서쪽에 있는 맹그로브숲 중 하나여서 생물학, 지리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다. 유부섬은 이리오모테섬에 달린 작은 육계도로 섬 사이는 1km도 안 되는 거리인데, 그 사이를 검은 물소가 끄는 커다란 달구지가 오간다. 발걸음이 느려 둔해 보이지만 힘이 좋고 성실해 이 지역 사람들에게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 이 물소들이다. 이시가키섬에서 배로 20분 거리에 있는 다케도미섬에서는 낮에도 별을 볼 수 있다. 별모래 해변이라고 불리는 섬 북쪽의 백사장에는 별 모양의 산호가 산재해 있다. 얼핏 보면 좁쌀 크기의 모래 같지만 자세히 보면 반짝이는 별 모양을 하고 있다. 슈리성은 류큐왕국 최초로 통일 왕조를 수립한 쇼하시가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로 삼았던 곳. 1429년에 등장한 통일 왕국인 류큐왕국은 작고 약했지만 일본도 중국도 아닌 하나의 독립된 나라였다. 1879년에 오키나와현이 될 때까지는 그랬다. 독립왕국인 류큐왕국은 무역을 통해 일본, 중국, 우리나라의 영향을 받게 된다. 해서 슈리성을 보면 독특하게 이국적이다. 중국의 색채가 강렬하면서도 일본이 오묘하게 꿈틀거린다. 성 안에는 국왕의 집무실인 슈리성 정전, 성의 정문인 슈레이문, 안전을 기원하며 제를 지낸 소노햐안우타키 석문 등 볼거리가 많다. 오키나와 전쟁 당시 소실된 슈리성은 1992년에 복원됐으며, 지난 2000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시가키섬은 오키나와의 부속섬으로 본섬인 나하보다 한적한 편이다. 클럽메드 카비라가 이곳에 있다. 리조트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시가키섬을 추천한다. 올해 3월7일에는 이시가키 신공항이 문을 열기도 했다 글 트래비 사진제공 에넥스텔레콤 annextele.com
  • 상실·부재·망각…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어느 가난한 농부가 악마에게 아이를 빼앗긴다. 몇 년 뒤 아이를 잊지 못한 농부는 악마를 찾아가 결투를 요구한다. 악마는 농부에게 아이를 보여준다. 예상과 달리 아이는 악마의 정원에서 더없이 행복하게 자라고 있다. 악마는 제안한다. 아이를 데리고 가도 좋지만 아이는 두 번 다시 이곳에 돌아올 수 없다. 아이가 가난한 삶을 물려 받게 될 거라 생각한 농부는 절망스럽게 울면서 악마를 떠난다. 농부는 악마에게 망각의 약을 건네받는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그리고 산이 울렸다’는 아버지가 어린 남매에게 들려주는 우화로 시작한다. 1952년, 아버지는 세 살 난 딸 파리를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 있는 부잣집에 입양시키러 떠날 참이다. 동생을 끔찍이 아끼는 오빠 압둘라는 아버지를 따라 나선다. 파리는 카불에 남고 압둘라는 아버지를 따라 가난한 시골 마을로 돌아온다. 두 사람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아버지의 우화는 환영처럼 평생 남매의 삶을 따라다닌다. ‘연을 쫓는 아이’와 ‘천 개의 찬란한 태양’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른 호세이니는 ‘그리고 산이 울렸다’에서 남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전작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머물렀던 배경은 미국과 그리스, 프랑스로 폭을 넓혔다. 독자를 빨아들이는 이야기꾼의 재능은 더욱 깊어졌다. 작품은 9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952년 가을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3세대를 거치며 1949년과 2010년, 1974년을 오간다. 궁극적인 중심 인물은 파리와 압둘라이지만 9개 장의 주인공은 모두 다르다. 파리를 입양하는 진보적인 여성 시인 닐라, 닐라를 사랑하는 운전사 나비, 카불에서 전쟁 피해자들을 치료하는 그리스 의사 마르코스 등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작품은 아프가니스탄 현대사의 60년을 훑는다. 각 장은 독립적인 단편이라 해도 좋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 각각의 이야기를 엮어 가면서 호세이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비밀과 상처가 있고, 세계의 뒷면은 고통과 연민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그 바탕에 있는 것은 그것들을 지금 당장 이해하거나 아물게 할 수 없다고 해도 어떤 식으로든 위로할 수는 있다는 낙관이다. 작품은 상실과 부재, 망각의 정서로 가득 차 있다. 9개 장 중 어떤 조각을 떼어놓아도 슬프고 아름답다. 호세이니는 인물의 심리를 매우 섬세하고 정교하게 묘사한다. 이야기의 부피가 커지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밀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쉽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일본 참의원 선거 현장을 가다] (상)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인터뷰

    [일본 참의원 선거 현장을 가다] (상)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인터뷰

    오는 21일 치러지는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연립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달성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미 중의원(하원)에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민당이 참의원까지 장악할 경우 달라질 일본의 정국을 세 차례에 나눠 조망해 본다. 2009년 참패를 당해 야당으로 전락했던 자민당이 돌풍을 일으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선거를 사흘 앞둔 18일 일본 도쿄대 코마바 캠퍼스에서 한·일관계 전문가인 기미야 다다시(53) 도쿄대 정치학 교수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그는 자민당의 압승 전망의 이유로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중국이나 한국의 상승세로 일본 국민들이 자신감을 잃어버린 시기에 아베 내각이 아베노믹스를 통해 일본을 다시 회복시키겠다고 공언하니 일단 믿어볼까 하는 국민들이 많아진 것”이라는 게 기미야 교수의 분석이다. 전통적으로 노·장년층의 지지가 많은 자민당이 최근 20~30대에게서 지지를 얻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년에 비해 높아진 청년실업률과 물가 상승 등으로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청년층이 ‘경제를 살려 강한 일본을 만들겠다’는 아베 총리의 정책에 표를 던진다는 것이다. 이날 보도된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54%, 30대의 55%가 자민당에 투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아베 내각의 앞길이 탄탄대로를 달리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는 “일본의 심각한 문제인 재정 적자나 소비세 인상 등 여러 장애 요인이 남아 있다. 최근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전에 비해 떨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국민들이 아베노믹스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자민당이 추진하고 있는 평화헌법 개헌 등도 쉽지 않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기미야 교수는 “공명당이 개헌을 반대하고 있기도 하지만 개헌은 절차도 복잡하고 다른 당과의 합의를 이뤄내는 것도 어렵다. 아베 총리의 임기 내 개헌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참의원 선거 이후 더욱 강력해질 자민당에 대해 한국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기미야 교수는 “한국은 아베 내각이 무조건 우경화됐다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사안마다 분리된 전략을 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열어 실리적으로 취할 것은 취하고 아베 총리의 역사관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지적하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안보 불안에 보수 달래기… 국방부, 전작권 ‘연기’ 대신 ‘점검’ 표현

    안보 불안에 보수 달래기… 국방부, 전작권 ‘연기’ 대신 ‘점검’ 표현

    정부가 2015년 말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다시 협의하자고 미국에 제의한 배경이 주목된다. 정부가 전작권 전환 문제를 꺼내든 시점은 지난 3월 북한이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며 위협 수위를 급격히 높인 직후로 알려졌다. 지난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단행한 북한은 3월 5일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겠다고 위협한 데 이어 같은 달 26일 전략로켓군과 장거리포병 부대에 ‘1호 전투근무태세’ 명령을 내리는 등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런 상황은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전작권 전환 시기를 처음 늦출 때의 명분과 과정, 모두 비슷하다. 참여정부 당시인 2007년 2월 양국은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2년 4월 17일로 못 박았다. 하지만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연기 주장이 불거졌고,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 이후 안보 위협이 고조되면서 연기론이 급물살을 탔다. 결국, 2010년 6월 26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2015년 12월 1일로 전환 시기를 미뤘다. 노무현 정부에서 합의한 전작권 전환 일정에 대해 보수정권에서 처음부터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미 정치적 논란 끝에 한 차례 연기했던 데다 2015년 전작권 전환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란 점을 의식한 듯 국방부는 ‘재연기’란 표현을 극도로 꺼렸다.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 재연기 소식이 알려진 17일 보도자료에도 ‘연기’ 대신 ‘점검’으로 에둘러 표현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김관진 장관은 헤이글 장관에게 연기란 표현을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미 국방부 관료가 실수로 언론에 ‘재연기’ 얘기를 꺼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전작권 전환 시점를 늦추려는 배경에는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등 안보 불안이 커지고 있는 데다 보수층에 대한 고려가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이 행사하는 전작권이 한국군 합참의장에게 전환될 경우 연합사령부는 해체된다. 물론, 전작권 전환 뒤에도 연합사가 가칭 ‘연합전구(戰區)사령부’로 대체되면서 연합방위체제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새누리당 일각과 성우회·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연합사가 해체되면 양국 안보관계의 틀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된다”며 전작권 전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랑스 혁명은 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랑스 혁명은 없었다”

    “모든 혁명은 배반당한 혁명이다.” 1960년대 서구 학생운동의 정신적 지주이자 프랑크푸르트학파의 거두인 철학자 허버트 마르쿠제. 그는 지배계급으로부터 승리를 쟁취해야 할 모든 혁명이 숙명적으로 패배의 요인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모순이지만, 일면 시행착오를 통한 역사발전이란 긍정적 요소도 갖고 있다. 그렇다면 혁명의 불임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한때 인기를 끌던 학부 교양과목인 ‘시민사회와 혁명’은 강단에서 썰물처럼 밀려났고, ‘철 지난 혁명’의 기억은 겨울바다처럼 쓸쓸한 추억으로 남았다. ‘원조혁명’으로 불리는 프랑스 대혁명의 원죄는 아닐까.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우리 아버지 세대가 숨 가쁘게 달음박질쳤던 4·19혁명과 그 아들딸들이 계승했던 1987년 6월 항쟁의 기억은 정녕 사라졌는가”란 물음의 화두를 던진다. 역사학계에선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감옥 탈취 사건으로 불거진 200년도 더 된 혁명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혁명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마르크스주의적 시선과 감춰진 이면을 짚어낸 수정주의가 충돌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더욱 풍부한 역사적 해석을 낳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저자는 수정주의적 해석에 힘을 싣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랑스 혁명은 없다”고 단언한다. 프랑스 혁명은 지적 모험가들이 탐험을 멈추지 말아야 할 미지의 세계라는 이야기도 서슴지 않는다. 예컨대 프랑스 혁명은 식민지 유색 인종과 여성을 배반했다.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생도맹그(현 아이티공화국)에서 18세기 말 해방운동이 일어났을 때 혁명정부는 노예 해방보다 국가 이익을 우선시한다. 1791년 봉기 때 처형된 흑인 노예의 소지품에선 인권선언문이 발견됐다. 그만큼 카리브해의 흑인 노예들에게 자유와 평등은 신분제 철폐로 이해됐다. 하지만 프랑스 공화주의자들은 달랐다. ‘제3신분이란 무엇인가’의 저자로 프랑스 혁명의 이데올로그였던 E J 시에예스는 “흑인과 원숭이를 교배시켜 노동전문계급을 만들어 프랑스 노동계층을 노동의 굴레로부터 해방시키자”고 주장했다. 프랑스 혁명사에서 아이티 혁명과 흑인 노예제가 오랫동안 의도적으로 은폐된 이유다. 흑인 반란군의 힘이 세지고 백인 농장주들이 영국, 스페인과 동맹을 맺자 혁명정부는 아이티에서 노예 해방과 노예제 폐지를 조건부로 허락한다. 인권선언의 결과라기보다 식민지를 지키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프랑스 혁명 이후 여성들의 영역도 가사, 육아와 같은 영역으로 축소된다. 혁명 이후 나폴레옹 1세가 등장하자 여성 관련 법률은 약화되거나 폐지됐다 나폴레옹 민법은 가장이 원하면 아내와 자녀를 교정원에 감금할 수 있도록 했다. ‘성격 차이에 의한 이혼’이 불허되고, 아내가 간음할 때 남편이 살해할 수 있는 권리도 주어졌다. 초기에 당당하고 주체적인 대접을 받던 프랑스 여성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반동분자로 전락했다. 참정권도 주변국보다 30여년 늦은 1940년대에야 얻을 수 있었다. 프랑스 혁명이 오히려 여성운동을 억압하는 못된 산파 노릇을 한 셈이다. 그렇다면 혁명이 외친 자유·평등·우애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1789~1795년 세 차례에 걸쳐 발표된 인권선언은 ‘인간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를 말하지 않았다. 보편주의는 남성, 백인, 유산계층에만 적용됐다. 저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프랑스 혁명은 세계 인권 발전에 오히려 나쁜 기억과 유산을 남겼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물음 하나.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국내에서 60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영화 ‘레 미제라블’의 배경은 과연 프랑스 혁명일까. 엄밀히 따지면 영화의 배경은 프랑스 혁명이 아니다. 영화 도입부에 장발장이 석방되던 해는 왕정복고기(1814~1848)의 초입인 1815년이다. 영화 후반부의 파리 시가전도 1832년의 일이다. 저자는 레 미제라블에 등장하는 민중은 프랑스 대혁명의 후손들이라고 말한다. 1789년 혁명과 1848년 혁명 사이에 낀 소위 ‘1820년 세대’라는 것이다. 이들은 1792~1803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이다. 원조혁명을 마중물 삼아 부르봉 왕가 타도를 사명으로 삼았다. 저자는 나폴레옹 키드인 ‘1820년 세대’와 박정희 키드인 우리나라의 ‘386세대’를 비교한다. 독재타도에 젊음을 바쳤지만 공통점은 딱 여기까지라고 했다. 박제화된 혁명의 기억, 혁명의 퇴보가 ‘386세대’의 특징이란 이야기다. 혁명은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과거완료형 사건이 아니라 장기지속적이며 진행형인 미완의 프로젝트일지도 모른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아베크롬비, 검은옷 사라진다…괴짜 CEO 때문?

    최근 외모 차별 논란에 휩싸였던 아베크롬비 앤 피치(이하 아베크롬비)가 앞으로 검은 옷을 판매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매체 비지니스 인사이더는 8일(현지시간) “아베크롬비의 검은 옷 판매 금지 이유가 마이크 제프리스 CEO 때문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는 제프리스 사장이 검은 색을 경멸할 정도로 싫어한다는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의 증언 때문이다. 검은 색을 싫어하게 된 배경은 최근 경쟁사인 아메리칸 이글에서 검은 옷 판매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오하이오주(州) 콜럼버스에 있는 아베크롬비 본사는 물론 다른 지역 매장에 속한 직원들 역시 최근 사측으로부터 검은 옷을 입지 말라는 지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아베크롬비 측은 “우리는 캐주얼 스타일 브랜드”라고 밝히면서 “검은 색을 싫어하지 않으며 단지 검은 색은 턱시도와 같은 격식을 차린 옷에 더 어울리기 때문”이라면서 CEO의 개인적인 취향이 아님을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앞으로 아베크롬비의 고객들은 검은 색 대신 다크 네이비와 같은 색상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베크롬비 CEO인 마이크 제프리스는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외모차별주의적인 발언이 퍼져 나가면서 불매운동으로 확산된 바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마음을 쉬게하는 독서가 학교폭력 줄이죠”

    “마음을 쉬게하는 독서가 학교폭력 줄이죠”

    “꽤 오래전부터 학교를 무대로 10대가 주인공인 작품을 쓰고 싶었어요. 소년과 소녀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작품은 많이 썼지만, 그들의 사생활을 통해 학교 생활을 정면으로 그린 작품은 써본 적이 없었거든요.”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대가 미야베 미유키(53)는 9일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5년 만에 내놓은 신작 ‘솔로몬의 위증’에 대해 이렇게 입을 열었다. 소설은 중학교와 중학생에 관한 이야기다. 크리스마스 아침 교정에서 2학년 남학생 가시와기 다쿠야가 시신으로 발견되고, 경찰은 그가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내린다. 끝난 줄 알았던 사태는 다쿠야가 불량 학생들에게 살해 당했다는 고발장이 학교로 날아들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전작 ‘화차’가 다중채무에 빠진 여자의 실종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서늘한 이면을 파헤쳤 듯 이번 작품 역시 학교 안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솔로몬의 위증’은 학교에서 교육으로, 교육에서 다시 일본 사회로 외연을 확장해 간다. 소설의 배경은 버블 붕괴 이후 1990년대의 도쿄지만, 학교와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놀라울 만큼 지금의 한국과 닮았다. 공교육은 흔들리고, 가족은 무너진다. 관계가 표피화되면서 개인은 한없이 내면으로 침잠한다. 죽은 다쿠야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부모와 형제조차 명확히 알지 못한다. “언제부터 일본 사회에 이런 일이 생겼는지는 저도 뭐라고 답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어떤 명확한 선 하나가 있어서 그것을 전후로 사회의 무엇인가가 결정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명확한 선’을 긋는 것만이 문제의 원인을 찾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 듯 소설도 범인을 찾는 것에만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 그보다 작가가 집중하는 부분은 무너진 교육 체계의 세밀한 층층과 일본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 전반적 과정이다. 학생과 교사, 가족, 경찰, 이웃의 시점으로 번갈아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솔로몬의 위증’은 미야베가 처음으로 쓴 법정 추리극이다. 학교도, 경찰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학생들은 직접 진실을 알아내기로 하고 교내 재판을 연다. 여기에는 1990년 지각해서 뛰어오던 여학생이 교사가 갑자기 닫아버린 교문 틈에 끼여 사망한 사건이 영감이 됐다. 이 학생의 불행한 죽음을 두고 고베의 한 고등학교에서 실제 모의 재판이 열린 것이다. 이번 작품은 2002년부터 9년여에 걸쳐 연재한 대작이다. 원고지 분량만 8500매에 이른다. 작가는 “세부적인 인물 설정이나 등장 시점 등은 처음과 비교해 꽤 달라졌다”면서 “구상 단계에서는 조연이었던 인물이 작품을 쓰면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법률 사무소에서 일한 경험과 함께 “무엇 하나 잘하는 것 없이 눈에 띄지 않았던” 학생 시절의 기억도 녹여냈다. “학교 폭력 같은 문제가 왜 이렇게 심각해졌는지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하지만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아침마다 시간을 정해놓고 학생들에게 독서를 시켰더니 상황이 나아졌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어요. 독서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마음을 쉬게 하고 고독과 친해지는 행위잖아요. 학교를 비롯한 현실에서 독서와 반대되는 현상들만 넘쳐나는 것이 원인의 하나는 아닐까요.”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女대통령’ 걸스데이, 수영장에서…

    ‘女대통령’ 걸스데이, 수영장에서…

    요즘 가요계에는 ‘잘 나가는 여자’가 대세다. 이효리는 치열한 사회에서 ‘배드 걸’이 되기로 선언했고 씨엘은 자신을 ‘나쁜 기집애’라 부른다. 달샤벳은 다리를 훤히 드러내면서 여성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주문하고, 걸스데이는 여자 대통령 시대에 여자가 먼저 키스하라고 외친다. 이런 노래들에 대한 여성팬들의 환호는 뜨겁다. 하지만 고개가 갸우뚱거려지기도 한다. 왜 굳이 남자 앞에서의 당당함이어야 할까? 당당한 여자는 왜 하나같이 섹시하고 매력적이어야만 할까?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상은 2000년대 초반부터 여가수들의 노래를 통해 속속 등장했다.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여성상을 담은 대표적 노래로는 보아의 ‘걸스 온 탑’(2005)이 첫손에 꼽힌다. 당시 갓 스무살이었던 보아는 “섹시한, 차분한, 영원히 한 남자만 아는” 여성이기를 바라는 시선을 거부하고 “이 세상을 모두 바꿔버릴 꿈”을 외쳤다. ‘내 것이 되는 시간은 10분’이라던 이효리의 ‘텐 미닛’(2004), ‘난 콧대높은 여자, 자신있음 이리 와 봐’라고 호기를 부렸던 렉시의 ‘애송이’(2003) 등도 그 즈음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한 노래들이다. 2000년대 후반 걸그룹 전성기가 도래하면서 이 같은 노래들은 아예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후 유형들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린 것들로 이효리의 ‘배드 걸스’, 씨엘의 ‘나쁜 기집애’ 등이다. 두 번째는 ‘적극적 남성-소극적 여성’이라는 기존 관념을 뒤집은 노래로 포미닛의 ‘이름이 뭐예요’, 걸스데이의 ‘여자 대통령’ 등이 해당된다. 남자에게 매달리지 않는, 독립적이거나 쿨한 여성(미스에이 ‘남자없이 잘살아’, 투애니원 ‘고 어웨이’), 자아도취형 여성(투애니원 ‘내가 제일 잘 나가’, 포미닛 ‘핫이슈’)도 여성 가수들의 단골 소재다. 가요계 ‘위풍당당 여성’ 노랫말 붐은 사회 전반에서의 여권 신장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해설이 주류를 이룬다. 거기다 최근 ‘짐승돌’(몸매 좋은 남성 아이돌)의 위력이 약화된 반면 걸그룹이 대거 약진한 것도 큰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앞에 놓이는 배경은 전례없는 걸그룹 과포화 시대에 빚어진 치열한 생존전략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유명 걸그룹을 배출한 한 연예기획사의 관계자는 “여성 가수들도 여성 팬들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당당한 여성’ 콘셉트는 여성 팬들에게 ‘워너비’가 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요계를 뒤덮은 섹시 코드에서 파생된 흐름이기도 하다. 이 관계자는 “섹시함을 부각하는 추세가 대세를 이룬 현실인 만큼 그저 자극적인 섹시함보다는 당당함을 앞세운 섹시함이 훨씬 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때로는 관습적인 섹시 콘셉트가 당당한 여성 콘셉트와 혼동되기도 한다. ‘Be Embitious’라는 부제가 달린 달샤벳의 ‘내 다리를 봐’와 걸스데이의 ‘여자 대통령’이 선정성 논란을 일으킨 것이 그런 사례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이윤소 활동가는 “사랑에 주체적인 여성을 노래한 가사라도 어떤 퍼포먼스와 결합했는지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치마를 접었다 펴는 안무(달샤벳)나 수영장에 빠지는 퍼포먼스(걸스데이)는 남성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당당한 여성상=매력적인 외모’라는 공식이 노랫말에서 강조되는 상황도 한번쯤 고민해볼 대목이다. 이효리의 신곡 ‘배드 걸스’에서는 (여자들에게) 화장을 치열하게 하고 허리를 더 바짝 졸라매며 화려하고 빈틈 없는 외모를 가꾸라고 주문한다. 노래가사 속 ‘위풍당당녀’는 기존 가요 속 청순가련형이나 귀여운 여성상의 틀을 깨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더 큰 틀에 갇혀 있다. 남성을 유혹하든, 매몰차게 내치든 이들 여성이 주체성을 발휘하는 영역은 십중팔구 사랑과 연애의 울타리 안에만 머문다. 최지선 대중음악평론가는 “대중가요의 중요한 주제가 사랑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사 속 여성들의 당당함은 지나치게 남녀관계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클럽에서 적극적인 여성이 클럽 밖 사회에서의 자아가 어떤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안 뜰 것 같은 영화 ‘흥행 미스터리’… 말랑말랑한 10대들을 자극하라!

    지난해 6월 영화 ‘연가시’의 시사회 직후 언론과 평단의 반응은 싸늘했다. 영화에 대한 혹평은 물론 “휴가철을 코앞에 두고 기생충을 소재로 한 영화는 무리수”라며 요령부득의 마케팅까지 지적됐다. 하지만 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가볍게 제압하고 전국 450만 관객을 동원했다. 1년 뒤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영화 전문가들에게 ‘연가시’보다 더 낮은 평점을 받았지만 670여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이는 배급, 홍보 등 관계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이 ‘미스터리 흥행’의 배경은 과연 뭘까. 무서운 10대들이다. 이들이 영화 관객 구성에서 압도적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들이 흥행 주도 세력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맹목적인 ‘충성도’와 입소문을 전파시키는 위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10대는 40~50대 부모 관객의 영화 관람 패턴까지 좌지우지한다. ‘연가시’는 어른들에게는 생소했지만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크게 유행했던 꼽등이, 연가시 괴담을 기초로 만들어져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은밀하게’는 원작 웹툰이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면서 일찌감치 이들 사이에서 필수 관람 영화가 돼 있었다. 주연배우 김수현, 이현우 등 미소년 스타들도 흥행에 불을 질렀다. 한 영화 관계자는 “김수현을 보러 왔던 10대 관객이 이현우의 팬이 되어 나왔고 10대들은 같은 영화를 두세 번 다시 볼 정도로 열정적”이라고 말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들은 좀비, 귀신, 로봇 등 특이한 소재에 열광한다. 지난봄 사랑에 빠진 로맨틱 좀비를 앞세운 ‘웜 바디스’가 150만명을 동원하며 깜짝 흥행을 한 것이나 좀비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 ‘월드워Z’가 거뜬히 400만명 기록을 돌파한 데도 10대가 큰 몫을 했다.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 2’도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더 웹툰:예고살인’도 순항하고 있다. 로봇 군단이 총출동하는 ‘아이언맨 3’가 900만명을 동원한 데는 12세 관람가로 연령대가 낮았던 것이 흥행의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쯤 되니 요즘 영화사들은 10대 관객 잡기 전략에 사활을 걸었다. 로봇과 괴물의 대결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퍼시픽 림’은 중·고교 시사회를 계획 중이고 최근 개봉한 윌 스미스 부자 주연의 ‘애프터 어스’는 홍보대사로 10대 아역배우 여진구와 김유정을 내세웠다. 10대 시청자가 높아 이광수를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으로 만든 SBS 예능프로 ‘런닝맨’은 영화 홍보를 앞둔 배우들이 자주 찾는다. 요즘 20대보다 10대들의 연애 판타지를 더 자극한다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 중인 2AM의 정진운도 애니메이션 ‘에픽:숲속의 전설’의 한국어 더빙을 맡았다. 10대 관객이 ‘큰손’으로 떠오른 것은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주 5일제 수업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거기에 최근 12세, 15세 관람가 영화가 급증한 것도 한몫했다. 영화마케팅 담당자들은 “시간과 돈에 제약을 받는 10대들은 영화 정보 수집에 훨씬 더 적극적이고 입소문에 민감하며, 반응도 즉각적”이라고 말했다. 지금 한국영화의 흥행 지표는 말랑말랑한 10대들의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는 얘기다. erin@seoul.co.kr
  • [열린세상] 정부 혁신하려면 부처간 담장부터 허물어야 한다/정정화 강원대 공공행정학 교수

    [열린세상] 정부 혁신하려면 부처간 담장부터 허물어야 한다/정정화 강원대 공공행정학 교수

    박근혜 정부의 행정개혁 키워드는 ‘정부 3.0’이다. 정부가 생산하는 공공정보를 일반에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어 소통과 협력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정부 3.0’의 요체이다. 이를 통해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구현하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우선, 공공정보에 대해서는 국가안보나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 등을 제외하고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해당사자나 일반 국민이 청구하지 않아도 원칙적으로 원문을 전면 공개하고, 공개 건수도 현재 31만건에서 1억건으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1996년 정보공개법이 제정되었지만, 공개대상의 제한과 행정기관의 자의적인 공개 여부 판단 등 때문에 시민단체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아 왔던 현실에 비춰보면 가히 혁명적인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공직사회의 업무 행태를 보면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창조경제를 구현하려면 공공자료의 민간 활용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지만은 절절해 보인다. ‘정부 3.0’의 또 다른 숙제인 부처 이기주의 혁파는 역대 정부도 핵심적으로 추진해온 개혁과제이자 고질적인 병폐이다. 노무현 정부는 부처 이기주의와 칸막이 문화를 없애고 경쟁을 통해 관료조직을 개혁하고자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도입했다. 소속과 서열에 관계없이 3급 이상 중앙부처 고위공무원들을 풀(pool)로 묶어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는 실적주의 인사의 전형이었지만, 계서 중심의 공직체계를 바꾸지는 못했다. 이명박 정부도 조직 세분화로 인한 낭비 요소를 줄이고 부처 할거주의 폐해를 막고자 대부처주의로 정부조직을 개편했다. 조직 통합을 통해 융합행정을 구현하자는 전략이었지만, 오히려 힘 있는 부처의 장벽만 높이 쌓는 꼴이 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의 협업행정도 등장 배경은 유사하지만, 구체적인 전략은 다소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역대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고자 인력과 예산을 묶는 통합적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사교류 측면에서는 매년 전 부처의 정원 1%(5년간 총 5%)를 통합정원으로 지정하여 부처 간 협업과제에 우선 배정하는 범정부 ‘통합정원제’를 발표했다. 유관 부처의 핵심 보직 간 인사교류를 확대하고, 협업분야의 정원은 10% 이상을 교류 정원으로 지정하여 타 부처 공무원을 의무적으로 임용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여기에다 부처 간 협업이 절실한 과제에 대해서는 부처별 예산이 아닌 공동예산을 편성해 할거주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방안도 제시되었다. 기관별·사업별로 예산을 편성하게 되어 있는 국가재정법의 제약이 있지만, 협업 태스크포스(TF)에 관련 예산 조정권한을 부여하고 협업 우수기관에 예산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집권 초기에는 어느 정부든 공직사회의 기강을 확립하고 국정과제의 추동력을 확보하고자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그러나 개혁과 변화가 정치적 수사나 의례적인 통과절차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실천 가능한 로드맵을 짜서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관료조직은 전문화와 분업화가 기본 틀이기 때문에 부처 간 경쟁과 갈등은 필연적이라는 전제를 도외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책지향이 다른 조직특성상 부처 간 협업이 어려운 태생적 한계도 고려해야 한다. 참여정부가 지방에 난립한 각 부처 특별지방행정기관의 통폐합을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된 것도 부처 간 높은 장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수질과 수량으로 나누어진 물 관리도 해묵은 과제인데 아직도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관련부처는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선정한 중앙부처 간 협업과제만도 170개에 이른다. 이 중에서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명분과 형식을 중시하고 위계질서에 익숙한 행정문화와 관할권 다툼으로 점철된 공직사회의 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정부 3.0’도 한때의 흐름으로 흐지부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판문점 실무회담’ 역제의 배경은?…北, 어떻게 나올까

    ‘판문점 실무회담’ 역제의 배경은?…北, 어떻게 나올까

    북한의 개성공단 방문 허용 입장에 대해 우리 정부가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을 역제안한 가운데 그 배경과 북측의 반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4일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을 오는 6일 판문점에서 개최하자고 공식 제의했다. 앞서 3일 오후 북한은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개성공단 기업인과 관리위원회 관계자의 방북 허용 입장을 남측에 전달했다. 같은 날 오전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계·전자부품 업체들이 공단에 남아 있는 설비 장비를 국내·외 지역으로 이전하겠다는 뜻을 전격 밝힌 데 대한 조치였다. 정부가 북측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역제안한 것은 당국 간 회담으로만 개성공단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정부의 기존 원칙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북한이 진정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풀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려는 포석도 함께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제안대로 기업인과 관리위 관계자들의 방북을 허용할 경우 개성공단이 4월 파행 상태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식의 정상화를 이룰 수는 있지만 이런 해결 방식은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북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가운데 개성공단 문제를 정상화할 경우 앞으로 언제든 북한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 인식이다. 정부가 이날 판문점 실무회담을 제의하면서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의제로 예시한 데에는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재발 방지책을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정부의 개성공단 문제 논의를 위한 회담 제의를 북한이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북한이 다시 역제안을 해올 가능성도 있지만 일단 정부의 제의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남북 당국이 실무적으로 풀어야 할 상황이어서 북한도 실무회담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남북경협의 마지막 끈이라고 할 수 있는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해 북한은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지난달 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특별담화문을 통해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의하고 이를 통해 개성공단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5·24조치 해제 등 남북관계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려 한 점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위해 경제난 해소와 각지에 외자 유치를 통해 조성하려는 경제개발구의 성공을 위해 남북 문제를 풀어갈 필요성이 북측에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북한으로서는 중국과 러시아, 미국 등 유관국과 관계 개선 및 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들 국가의 남북대화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처지다. 또 이번 제의를 거부하면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다시 잡기 요원하고 실무회담은 수석대표의 격 문제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그러나 실무회담에 북한이 응한다고 해도 개성공단 문제의 해결이나 추후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리 정부가 남북대화를 일종의 ‘북한 길들이기’와 북한의 변화를 위한 장으로 활용하면서 북한에 대한 요구 수위를 높여가면 남북 간 실무회담은 한두 차례로 끝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달 남북 당국회담이 불발된 이후 조평통 등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과 행보를 ‘북한에 대한 무장해제와 체제 변화’를 노린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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