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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정책 조정회의 / “선진국들은 모두 과세” “조세 저항 커 비현실적”/ ‘1주택 비과세’ 폐지 논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하던 1가구1주택 양도세 비과세 폐지가 김진표(金振杓) 부총리의 잇따른 언급으로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선진세정으로 가기 위해서는 언젠가 한번은 치러야 할 ‘홍역’이라는 찬성론과,오랜 국민 관행을 무시한 비현실적 발상이라는 반론이 뜨겁다. 찬반 양론을 떠나 1주택 비과세 폐지는 정치권의 만만치 않은 반대를 초래하고 있다.누구보다 이같은 사정을 잘 아는 ‘세제통’ 김 부총리가 왜 자꾸 ‘뜨거운 감자’를 건드리는지,그 ‘진의’를 둘러싸고도 뒷말이 무성하다.부총리 본인은 “말단 공무원 때부터 가져온 소신”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뒤늦게나마 참여정부의 개혁코드에 맞추려는 포석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다. ●1주택 비과세 폐지론 전말 김 부총리가 1가구1주택 비과세 폐지를 맨처음 거론한 것은 지난달 23일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였다.양도세제를 개편할 계획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부총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즉석에서 “1가구1주택 양도세 비과세 폐지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이튿날언론에 ‘비과세 폐지 검토’로 보도되자,재경부는 “언론이 너무 앞서갔다.”며 “부총리의 얘기는 원론적인 차원의 언급이며 현재로서는 폐지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런데 10여일 뒤인 지난 2일,김 부총리는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뜻밖에 이 얘기를 다시 꺼냈다.1주택 양도세 부과방안을 세제발전심의위원회(세발심)에 올려 이르면 내년에 법 개정까지 시도해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하지만 4일 발언에서는 “세발심 논의에 부치겠다.”는 정도의 원칙을 강조했다.당·정 협의과정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대에 부딪혀 수위를 조절했다는 후문이다. ●다시 들끓는 찬반양론 한국조세연구원 현진권 연구위원은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실거래가 파악에 달려 있다.”면서 “실거래가 파악을 위해서는 1가구1주택 양도세 비과세를 폐지하고,소득공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집 한 채를 사고팔 때도 국가에 세금을 내야 한다면 엄청난 조세저항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면서 차라리 1가구1주택이어도 세금을 내야 하는 ‘고가주택’ 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더 낮추거나 1년 거주요건을 종전처럼 3년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라고 맞섰다.참여연대 하승수 변호사는 “정확한 과세자료를 확보하고 부동산 투기세력을 걸러내는 데는 소득공제제도가 더 효율적이지만 장기 주택보유자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부작용 등이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소득공제 제도로 전환할 경우,모든 국민이 일일이 세금신고를 해야하는 번거로움과 행정력 낭비,1주택 비과세 혜택을 너무나 당연한 권리로 여기는 오랜 국민 정서 등도 극복해야 할 난관이다. 안미현기자 hyun@ ■美·日등 외국사례 정부가 ‘1가구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제도를 폐지할 경우,가장 유력한 대안은 외국의 소득공제 제도다.우리나라가 ‘일단 비과세후 일부에게 세금을 물리는 방식’이라면,외국의 소득공제 제도는 ‘일단 과세후 상당수 비과세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미국·일본 3억원까지 공제 미국·일본의 현행 소득공제폭은 각각 25만달러,3000만엔으로 우리 돈으로 3억원 수준이다.즉 양도차익 4억원에서 3억원을 뺀 1억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여러 채의 집을 팔았을 때는,주된 집 한 채에 대해서만 공제혜택을 준다. ●우리나라 2억∼3억원 될 듯 김진표(金振杓) 부총리는 “미국·일본처럼 3억원을 적용해주면 1주택 실소유자의 95%가량은 세금부담을 피하게 된다.”고 말해 소득공제폭을 2억∼3억원가량으로 책정할 방침임을 시사했다.재경부는 그러나 소득공제 적용 주기 등 여러 요인을 종합 검토해야 한다며 섣부른 예단을 경계했다. 안미현기자 ■김진표 부총리 문답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4일 “지난해말 제시된 올해 5% 경제성장 목표는 다소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면서 “올해는 4% 수준의 성장이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다음은 김 부총리와의 일문일답. 1가구1주택 비과세 폐지를 제기한 배경은. -통상 주택보급률이 110∼120%를 넘으면 어느나라나 국지적 부동산가격 상승은 있지만,전국적인 부동산값 폭등 현상은 없어지게 된다.현재 주택보급률이 100%를 웃돌기 때문에 앞으로 통과시점을 봐야 하지만 이런 추세로 가면 3∼4년,늦어도 5년안에 이런 시기는 올 것이다.이런 점에서 공론화 필요성이 제기됐고,여론 수렴 등도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시행시기는. -정치권이나 언론이 반대하면 힘들다.해결방법이 언제인지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나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논의부터 해야 하지 않겠나.(최근 사석에서는 공론화 등을 통해 법 개정은 내년부터도 가능하다고 말한 적이 있음) 법인세 인하는 어떻게 하나. -현재 법인세는 과세 형평이 무너진 상태다.대기업만 혜택을 보고 있다.다만 법인세를 1%포인트 낮추면 78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큰 문제다.기업투자활성화 효과와 국민소득 증대 효과가 있었는지 등 예전의 사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주병철 김유영기자
  • 현대유화 매각 ‘비틀’

    현대석유화학 매각작업이 안팎의 악재로 꼬이고 있다. 지난 2월 말 현대석유화학 인수 본계약을 맺은 LG화학·호남석유화학 컨소시엄은 최근 채권단에 매각시기를 한달 늦춰줄 것을 요청했다.채권단도 옛 현대계열사가 보유한 현대석유화학 채권 탕감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어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호남석유화학 컨소시엄이 매각 완료시점을 연기한 배경은 1차적으로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다. 두 회사가 지난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인수금액과 지분율 등 ‘큰 그림’만 확정한 채 서둘러 입찰에 참여했다.결국 매각 시점이 다가오면서 대표이사 선임,이사진 구성 등 경영권에 대한 세부 조율과정에서 이견이 대두됐다.컨소시엄 관계자는 “한 회사에서도 내부 갈등이 있는데 두 회사가 경영에 참여하는데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지는 것도 요인이다.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업결합 심사는 기업결합을 신고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결정한다.공정위는 늦어도 다음달 중순에는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컨소시엄측은 현대석유화학의 M&A(인수합병)이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현재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등 일부 품목에서 독과점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독과점 폐해보다 생산효과가 크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규모 경제를 달성할 수 있어 승인이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채권단과 현대중공업 등 옛 현대계열사간의 채권 탕감도 골머리다. 채권단은 현대석유화학의 담보채권 10%,무담보채권은 37.5%를 탕감하기로 두 회사 컨소시엄과 본계약을 했다.그러나 옛 현대계열사들은 더 이상의 지원은 있을 수 없다며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1990억원으로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중인 현대중공업은 지난주 채권단에 최종 공문을 보내 앞으로의 ‘빚 탕감’ 논의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따라 매각성사를 위해서는 옛 현대계열사들의 채권 872억원을 채권단이 떠안거나 컨소시엄측에 그만큼 보상해 줘야 할 처지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채권단에서 2001년 3월부터 1년간 출자전환(2165억원),신규지원(5468억원),만기연장(1조 7642억원) 등의 지원을 해줘 추가로 채무조정을 해줄 수 없다.”면서 “옛 현대계열사에서 채무 재조정을 해주지 않으면 매각작업을 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 김유영기자 golders@
  • “예술·흥행 두 토끼 잡겠다”/ 대박행진 ‘살인의 추억’ 제작 싸이더스 대표 차승재

    최근의 국내영화 가운데 화제작은 단연 ‘살인의 추억’이다.개봉 20일째인 14일 현재 280만명의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를 몰아가고 있다.‘살인의 추억’ 덕에 지옥에서 천당으로 건너온 사람이 제작자인 싸이더스 대표 차승재(43)다. 그는 바로 직전 제작한 ‘지구를 지켜라’의 흥행 참패(전국 6만2000명)로 ‘숯 가슴’이 됐다가 효자를 만나 구름 위를 걷고 있다.극과 극을 오락가락한 그를 14일 만났다. 기획 중인 영화 ‘역도산’ 합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4박5일 일정으로 일본에 갔다가 13일 돌아왔다는 그는 소감을 묻자 “기쁘다.”며 말문을 열었다.“우리 회사의 관객 기록을 경신했다.”면서 “무엇보다 흥행 참패로 패닉 상태에 빠졌던 직원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어 좋다.”고 말을 이어 갔다. ●“오락 폭력물에 관객들 식상한듯” 직원들끼리 ‘냉탕 3주뒤 온탕 사우나’란 말을 오가게 한 ‘살인의 추억’이 뜬 배경은 무얼까.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이 잡히는 것도 아니고 화끈한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닌데,관객의 기호가 바뀌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자장면 1주일 먹다 보면 비빔밥 먹고 싶은 게 사람 심리이듯,3년 전부터 가볍고 오락성이 강한 폭력물이 흥행해 왔는데 역바람이 부는 게 아닌가 싶네요.” 또 다른 인기 비결로는 배우 송강호의 연기력과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을 꼽았다.두 사람의 환상적 호흡이 흥미 위주의 영화가 갖는 연기와 연출패턴에 식상한 관객의 기대심리를 건드렸다는 것이다.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동안 마음은 편치 않았는지,“알록달록 색넣고 달콤하게 만들어 맛을 과장하는 ‘눈깔사탕’식 영화는 안 만든다는 나름대로의 철학을 견지했지만 ‘영화로서 모양을 갖춘 작품은 경쟁력이 없는 게 아닌가.’라는 자괴감에 휩싸이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그렇다고 그가 영화에 예술성이라는 잣대만 들이댄 것은 아니다.오히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강조한다.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심리입니다.아트영화와 상업영화의 가운데에서 진정성을 갖추면서도 업계에서 ‘위치’를 가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무사’‘봄날은 간다’‘8월의 크리스마스’‘화산고’‘플란다스의 개’‘처녀들의 저녁식사’ 등 그가 제작한 20여편의 영화 리스트는 그 말이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그래서 그는 흥행도 관객도 포기하지 않는 제작자로서 ‘어려운 룰의 게임’을 하고 있다.이는 후배들에게 ‘좋은 영화로 기업화·산업화에 성공한 선배’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망과도 통한다. ●“영화제작자는 화랑주인과 같아” 그는 제작자의 역할을 “감독이 창의성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자본을 비롯한 제작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화가의 작품 가치를 알아야 하는 화랑 주인에 비유한다. 대학(한국외국어대 불어교육과)졸업후 5년 동안 의류업에 종사해 돈도 꽤 벌었지만 다 날린 뒤 일찌감치 영화에 눈을 떴던 친구들을 따라 영화판에 뛰어들었다.91년 ‘걸어서 하늘까지’를 제작해 능력을 인정받아 ‘신씨네’에 스카웃돼 본격 수업을 쌓다가,95년 우노필름을 세워 독립한 뒤 2000년 싸이더스로 확대 개편했다. “주위 사람들의 칭찬과 격려를 먹으며 살다보니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생겼다.”고 낮춰 말하지만 그는 준비된 제작자였다.끈적하게 만났던 친구들인 ‘화산고’의 김태균 감독과 김형구 촬영감독 등에게 ‘귀동냥’을 많이 했고 경영도 배웠다.“독서가 취미”라고 말할 정도로 문화인류학·사회학·여행서 등을 탐독하며 지적 호기심을 채워온 것은 관객의 ‘눈맛’을 읽는 큰 자산이다.거기에 친화력까지 타고났다.좋은 제작자가 되려면 어떤 소양이 있어야 하는가라고 묻자 쑥스러운 듯 “말을 잘해야 먹고 삽니다.”라고 너털웃음을 흘린다. 이종수기자 vielee@
  • 기고/ ‘중동자유무역권’ 참여에 힘써야

    미국·영국 연합국의 첨단 신무기에 의한 대 이라크 군사작전은 예상과 달리 단기간에 끝나 세계의 눈은 이제 북한의 핵개발에 쏠리고 있다.이 문제는 바로 한국과 직결되기 때문에 우리 관심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편 이라크 유전 확보와 아울러 전후 복구에 관한 경제적인 문제에 초점이 이루어지는 상황 아래 각국은 경제적인 고지를 선점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후세인 정권의 대량파괴 무기를 둘러싸고 유엔에서 격돌한 미·영과 프랑스·독일·러시아와의 사이에 이라크 전후복구를 둘러싼 기(氣)싸움이 재연되었으며,일본·중국도 기웃거린다. 특히 후세인 정권의 붕괴를 기회로 중동을 자유무역권으로 하려는 구상이 부상하고 있다.각국이 국제연합(UN)의 기능에 회의적인 데다 국제무역기구(WTO)의 신라운드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자유무역협정(FTA)을 선호하는 양상을 띤 것과 그 맥을 같이한다. 이라크를 잠정통치하게 될 미국의 부흥인도지원기구(ORHA)는,유엔의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3개월간 이라크의 무관세무역을 인정할 방침인 것으로알려져 있다.이라크인에 의한 잠정정권이 탄생한 뒤에는 그 방침을 이어 받아,자유무역을 지렛대로 전후 부흥을 추진할 구상이다. 이러한 구상은 미국의 라손 국무부 차관이 “중동 사람들이 자유무역 시스템의 은혜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미국의 큰 관심사이다.”라고 언명한 데서 알 수 있듯이,이라크 전후복구를 기회로 중동지역에서 자유무역 촉진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라크는 수천년 전부터 무역의 중심지로서 영광을 누린 역사가 있다.특히 쿠웨이트·요르단과의 무역이 재개되면 걸프만과 지중해로부터 전후 부흥을 위한 막대한 물자의 흐름이 예상된다.ORHA는 그 제1탄으로 이라크 국경을 3개월간 개방하여 자유로운 무관세 무역을 인정하며,또 이를 주변국과의 무역활성화 계기로 삼으려는 계획을 입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후 이라크경제가 순조로이 발전하면 언젠가 이라크의 세계무역기구(WTO)가맹이라는 과제가 제기될 것이다. 최근 중동의 역내무역은 매우 저조하다.석유만이 아니라 농업 등의 분야에서도 국제무역 체제의일원이 되는 것과 아울러 농업수출국으로서 부상할 가능성이 짙다.이라크를 축으로 한 중동 자유무역경제권의 가능성도 모색하는 자세이다.미국이 자유무역권 구상을 거론하는 배경은 유엔의 경제제재 해제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조기에 이라크의 원유수출을 유엔 관리로부터 해제하여 대외채무나 부흥자금으로 충당하는 자유무역권은 그 대의명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은 지난 수년동안 WTO에서의 자유무역화 협의와 병행하여 양국간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목표로 하는 FTA 체결에 의욕을 보이고 있으며,이미 FTA를 체결한 이스라엘·요르단에 이어,이라크와 단독으로 체결을 도모하는 것도 목표로 삼았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미국이 ‘중동 자유무역권’구상을 실현하는 데에는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먼저 크게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국제적으로는 후세인 정권과 교류해 유전개발권을 갖고 있는 프랑스와 러시아가 이라크에서 대량파괴 무기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신중한 자세를 보일 것이다.국내적으로는 미 의회가 시리아에 대한 제재법안을 가결할 움직임이다. 어떤 걸림돌이 있든 미국은 전쟁에 동참하지 않고 전후 이권만을 노리는 것은 불허할 것으로 보인다.전쟁을 수행한 미·영이 이라크 전후복구에 주도권을 갖고자 하는 그 주장은 당연할 것이다.따라서 우리나라도 이라크파병을 결의한 것을 명분으로 중동의 자유무역권 구상에 발빠르게 참여하여 전후복구에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균 홍익대 무역학과교수 명예논설위원
  • 韓國戰 정전 50년 양민학살 재조명

    한국전쟁이 끝난지 50년이 지났는데도 몸서리쳐지는 아픔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당시의 양민학살 현장에서 최근 유골이 잇따라 발굴되면서 유가족들을 중심으로 학살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보상,명예회복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경남 산청 외공리사건 경남 산청군 시천면 외공리 소정골에서는 3년 전부터 매년 4월5일 위령제가 열린다. 소정골에서 양민들이 학살됐다는 소문은 2000년 5월 14일 사실로 확인됐다.진주와 산청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앞장서 현장에서 250여구의 유골과 유품을 발굴했다. ●통비(通匪)로 몰린 마을주민 떼죽음 당시 발굴작업을 지켜본 참석자들은 설마하다 쏟아져 나오는 유골을 보며 치를 떨었다.굴삭기가 땅을 1m쯤 파내려가자 희생자들의 유골이 무더기로 발견됐다.어린이와 부녀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도 다수 있었다.발굴단은 당초 6기의 무덤을 모두 발굴키로 했으나 1기에서 엄청난 유골이 나오자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발굴된 유골만 수습해 합장하고 작업을 중단했다. 발굴작업을 주도했던 ‘지리산 외공리 민간인학살 진상규명대책위원회’ 김영이 사무국장은 “뒤엉켜 있는 유골을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면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유골이 나와 작업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국전 당시 거창·함양에서 양민들이 빨치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학살당한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낮에는 태극기를 게양하고,밤에는 인공기를 꽂는 상황이었지만 국군들은 양민들을 통비(通匪)로 몰아 무차별 처형했다.당시 열한살이었던 강복석(63·진주시 상봉서동)씨도 “학살현장에서 2시간 정도 총소리가 들렸고,골짜기에서 나온 군인들이 삽과 곡괭이를 강물에 씻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했다.이곳에서의 학살은 사건발생 10년만에 신문보도로 드러났지만 이듬해 일어난 5·16쿠데타로 다시 어둠속에 묻혔다. ●유골 쏟아져 작업중단 외공리 대책위는 누가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지난 3월 개혁당 김원웅 의원을 통해 국회에 청원도 했다.외공리 대책위 서봉석 실행위원장은 “민간인에 대한 집단학살은 반인륜적인범죄”라며 “한국전이 끝난지 5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진상규명이 안됐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산청 이정규 기자 jeong@ ■경북 경산 코발트광산사건 경북 경산시 평산동 폐(廢)코발트광산 인근 대원골에서 최근 한국전쟁 직후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의 두개골·치아 등 25점의 유골과 신발밑창 등 다량의 유류품이 발견됐다.2000년 3월 폐쇄된 코발트광산 입구 및 갱도 속에서 한국전쟁 당시 처형된 희생자들의 유골이 무더기로 발견된 데 이은 것이다. ●70년대 초 정부가 갱도 입구 폐쇄 경산 폐 코발트광산 학살사건의 희생자는 3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들 대부분은 대구형무소 수감자와 국민보도연맹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이 사건이 터진 것은 50년 8월 중순쯤.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재소자와 보도연맹원들이 북측에 가담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전국적으로 대량 학살이 저질러질 때였다. 학살은 군경이 이들을 폐광산 위 수직갱도 주변으로 끌고가 총살하거나 산 채로 수직갱에 밀어 넣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알려졌다. 이 동네에서 평생을 살아온 김모(73)씨는 “사건 후 폐광산 주변 계곡에서 흘러 나온 물이 온통 핏빛으로 물들고 악취도 심해 농사를 짓지 못할 지경이었다.”며 “그러다 70년대 초에 와서 정부가 갱입구를 시멘트나 흙,철망으로 막아 버렸다.”고 증언했다. 이 사건은 95년 평산동청년회 등이 중장비를 동원,광산 입구를 파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그러나 이후 5년여간 방치돼오다 ‘경산시민모임 민간인학살대책위(위원장 장명수·47)’가 구성되면서 본격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2000년 첫 확인… 본격 진상조사 경산시의회도 지난해 말 ‘경산 민간인학살 특별위원회’를 구성,학살현장 확인 등 조사활동을 벌인 뒤 관련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건의했다.유족과 시민모임대책위는 2000년부터 매년 7월에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경산유족회 이태준(66·민간인 희생자 전국유족회 상임대표) 공동대표는 “군경에 의해 억울하게 죽어간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문제를 제쳐 두고라도 50여년간 구천을 헤메고 있을 원혼을 달래려면 정부 차원의인도적인 진상규명과 유골 수습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경산 김상화기자 shkim@ ■대전 산내사건 대전 ‘산내학살사건’의 희생자는 7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제주 4·3사건 관련자 300명,여순반란 및 보도연맹사건 관련자 3000여명에다 민간인들도 상당수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건이 터진 것은 1950년 7월 초에서 중순 사이.북한 인민군이 내려오고 있다는 말에 군경이 대전 동구 산내동(당시 충남 대덕군 산내면 골령골) 계곡에 이들을 모아놓고 2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학살을 저질렀다. 첫번째 학살은 7월4일부터 6일까지 사흘 동안 이뤄졌다.대전형무소 수감자 3000여명을 트럭으로 이곳에 실어온 뒤 총살했다.2차 학살은 17일 같은 곳에서 있었다.이 때 여성 등 민간인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美국립문서보관소 관련자료 나와 지난해 4월 발굴된 영국 데일리 워커지 앨런 위닝턴 기자의 증언록 ‘나는 한국에서 진실을 보았다.’는 “학살 직후 현장엔 6개 구덩이에 7000여명이 묻혀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그는 “인민군이 금강을 돌파하자 이날 새벽 남아 있던 대전형무소와 인근 교도소 정치범 등을 트럭 1대에 100명씩 모두 37대에 태워 옮긴 뒤 학살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의 관심으로 바깥에 알려졌다.충북 영동 노근리 학살사건으로 군경에 의한 학살사건이 공론화되자 이 단체는 99년 10월 ‘산내학살사건 민간조사단’을 구성하고 진상조사에 나섰다.같은 해 12월에는 이 사건과 관련된 증거가 나왔다.미국 국립문서보관소의 비밀문서가 해제된 뒤 탐라대 이도영 교수가 아버지를 잃은 4·3사건 관련자료를 뒤지다 이를 발견한 것이다. ●“최고 상층부서 지시” 기록 비밀문서에는 “사흘간 대전형무소 수감자 1800명이 산내에서 학살됐다.”며 “이는 최고 상층부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적혀 있다.그러나 위닝턴 기자는 증언록에서 “미군의 지시로 일어난 학살사건 중 하나다.”고 밝혀 누구의 지시로 학살사건이 이뤄졌는지는 아직도 불투명하다. 유가족과 대전참여연대는 2000년부터 매년 7월8일 희생자들의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 ■특별법청원 박재욱의원 제주 4·3사건의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이 추진되면서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한국전쟁 전후의 양민학살 사건에 대한 국회 차원의 관심도 탄력을 받고 있다.개혁당 김원웅 의원 등이 발의한 법률안 2건이 계류돼 있고,경북 경산 등 전국적으로 15곳에 이르는 사건의 특별법 제정 청원이 24건이나 된다. 지난 해와 올해 두 차례 입법청원을 낸 한나라당 박재욱(사진·경북 경산·청도) 의원과의 일문일답. 청원서를 내게 된 배경은. -경산에 코발트 광산이 있었는데 6·25 직후에 3500명 가량이 갱도에서 처형됐다.규모로는 전국에서 제일 클 것이다.3∼4년 전부터 유족과 지역주민들의 제기로 진상조사가 이뤄지기 시작해 경산시의회 등에서 청원이 올라왔다.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이다.피해보상까지 해주면 좋지만 현재로선 기념식과 위령탑 건립을 바라고 있다. 사실 이념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당시에는 법도 없었고 재판절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양민이 상당수 무고하게 희생됐을 것으로 본다. 최근 예결위에서도 정부의 지원을 요구했는데. -행정자치부는 당시 사정을 알 수 있는 서류나 증거물이 미비하다며 국회나 기타 신뢰성 있는 조사기관이 진상조사를 실시하면 정부 차원에서 적극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예산 문제다.조사가 시작되면 아마 전국적으로 피해 신고가 봇물처럼 올라올 것이다.일개 부처에서 손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국회 차원의 조사 활동은. -곧 시작할 것이다.공청회도 해야 한다. 박정경기자 olive@
  • 금감원 권역파괴 인사로 술렁

    “인사이동을 ‘물리’에서 ‘화학’방식으로 바꿉시다!”이달초 4급 이하 인사를 눈앞에 둔 지난달 29일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겸 금융감독원장의 이같은 인사방침이 시달되면서 금융감독원이 발칵 뒤집혔다. 은행·증권·보험감독원 및 신용관리기금 등 4개권역이 통합돼 탄생한 금감원은 인사에서 ‘영역 불침범’이 불문율이었던 게 사실.예를 들어 은감원 출신들은 은행,증감원 출신들은 증권 관련 자리로만 맴돌아 왔다. 이 위원장은 “3급(과장) 이상은 관행대로 권역을 존중해 주되 4급(대리)부터는 권역의 울타리를 타파할 것”을 주문했다.이에 따라 500여명의 4급 가운데 2년 이상 같은 부서에 근무한 150여명 가량이 원칙적으로 다른 권역으로 보따리를 싸게 됐다.1600여 금감원 직원의 10%에 육박하는 인원이다. 배경은 그동안의 인사관행이 조직 융화를 방해하는 정도를 넘어 업무수행에까지 지장을 준다고 판단했기 때문.한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카드채 수습과정에서 위원장이 폐쇄적 인사의 폐해를 뼈저리게 느낀 듯하다.”고 전했다.비은행감독국·은행감독국·증권감독국·자산운용감독국 등 관련부서들이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가기는커녕 저마다 위원장을 상대로 자기부서 입장만 보고하기 바쁘더라는 것.위원장은 이래서는 복잡한 경제현안을 종합적으로 조율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당혹스러워한다.혁신적 인사방침이 갑자기 터져 나온데다 ‘4급’이라는 자리가 지니는 무게감이 녹록찮기 때문이다.한 국장급 간부는 “대략 10년차 안팎인 4급들은 각 부서의 실무 최일선에서 조직의 허리를 떠받치고 있다.”면서 “이들을 일거에 섞어 놓을 경우 상당한 업무공백이 예상된다.”고 곤혹스러워 했다. 속사정은 더 복잡하다.1999년 은행·증권·보험 등 3개 감독원 통합 이후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는 권역간 갈등이 떨떠름한 반응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은감원 출신들이 노른자위 자리를 독식하며 증권·보험감독원 출신들을 소외시켜 왔다는 피해의식이 여전하다. 지난 2000년 이용근 위원장 시절에도 ‘화학적 인사’가 시도됐던 적이 있다.국·과장급을 불문하고 총원의 60%를 권역 경계없이 뒤섞었다.그러나 몇달 못가 조직에 상처만 남긴 채 많은 주무 국·과장급들이 원위치했다.한 관계자는 “이때 다른 권역에서 텃세에 시달렸던 이들 가운데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아 아직도 승급 때마다 한숨쉬는 이들이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진정한 통합 금감원을 위해 인사통합은 언젠가는 거쳐가야 할 진통”이라면서도 “다만 이처럼 특수한 조직구조를 감안,최대한 뒷말이 나오지 않게끔 원칙에 따른 인사가 이뤄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손정숙기자 jssohn@
  • “미군 후방배치 北에 더 위협”

    주한 미 2사단의 한강 이남 이전이 북한으로서는 매우 큰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김재홍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25일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조선호텔에서 주최하는 ‘참여정부의 국방개혁 방향’ 포럼에 앞서 배포한 발제문에서 “경기도 의정부 일대에 위치한 미 2사단이 한강 이남으로 이동하면 북한의 장사포 사정권에서 벗어나 이른바 ‘볼모’ 상태를 면하게 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는 2사단 한강 이남 이전이 인계철선(trip wire) 역할을 버리는 결과가 되지만,반면에 미국이 자국병력 손실 위험이 감소되는 상황에서 훨씬 더 대담하게 북한을 공격할 수 있을 것이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또 “미 2사단 재배치 움직임의 근본적 배경은 주한미군의 구조 조정”이라면서 “새 주둔 공간과 훈련지를 확보해 주는 것이 곤란한 만큼 미 2사단은 감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김영두의 그린에세이] 오거스타의 횡포

    미프로골프(PGA) 마스터스대회가 열릴 때마다 ‘오거스타 내셔널GC에는 여성과 흑인은 회원으로 가입할 수 없다.’는 차별 규정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흑인회원 허용에 대한 논쟁은 지난 1990년대 초반에도 있었다.지난해에는 마타 버크라는 한 여성단체 임원이 타이거 우즈에게 마스터스 대회를 거부하라는 편지를 보낸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그녀는 “지금의 규정대로라면 사담 후세인은 회원이 될 수 있지만 영국 총리를 지낸 마거릿 대처는 불가능하다.”며 클럽 위원회의 횡포에 반기를 들었고,여성 회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마스터스대회가 열리는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운동을 벌이겠다며 투쟁에 돌입했다. 이런 차별화를 가능케 한 배경은 마스터스대회를 주관하는 곳이 PGA가 아니라,비즈니스에 성공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클럽 위원회이기 때문이다. 오거스타 내셔널GC에 관한 비아냥거림이 섞인 우스갯소리들이 있다. 타이거 우즈가 오거스타 내셔널GC의 클럽하우스에 들어가려니까 직원이 제지를 했다. “운전기사 대기소는 동쪽으로 5번 아이언 거리에 있습니다.” ‘골프 황제’는 화가 났지만,점잖게 항의했다.“나는 타이거 우즈입니다.” “그러십니까.제가 실례를 했습니다.타이거 우즈라면 7번 아이언 거리입니다.” 또,오거스타 내셔널GC의 회원들이 라운드를 하다가 숲속에서 램프를 주웠다.램프를 문지르자 요정이 나타나서 소원을 들어 주겠다고 했다. “세상에서 제일 갑부가 되게 해주시오.” 하늘에서 달러 뭉치가 소나기처럼 쏟아져서 그는 돈벼락맞은 사나이가 되었다. “세상에서 골프를 제일 잘하는 사람이 되게 해주시오.” 그는 홀마다 이글 아니면 홀인원을 했다. 마지막 남자가 외쳤다. “나는 골프의 신이 되고 싶어.” 그랬더니 하늘에서 배지 하나가 뚝 떨어졌다.오거스타 내셔널GC 위원회 위원장임을 증명하는 배지였다.이러한 문제를 시정할 사람은 마스터스대회를 사랑하는 골프 마니아들이다.마스터스대회를 주관하는 클럽위원회의 결정이 잘못 되었다는 항의가 끊이지 않는다면,클럽위원회도 방침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가·골프칼럼니스트 youngdoo@youngdoo.com
  • 무공해 가족영화 보리물의 여름/ 신부·스님·수녀·아이들 희망의 어깨동무

    ‘보리울의 여름’(제작 MP엔터테인먼트·25일 개봉)은 요즘 보기 드문 무공해표 영화다.폭력·섹스는 물론이고,애들 빼고는 악역조차 안 나온다.어지러운 도시 풍경도 일절 없다. 배경은 시골마을의 성당,절,학교를 오간다.주인공은 보리울 성당의 주임신부로 성직을 시작하는 김신부(차인표)와,겉으로는 ‘땡추’ 같지만 나름대로 심오한 철학을 가진 우남스님(박영규).그리고 이들 사이에,깐깐하기 이를 데 없지만 TV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릴 만큼 속마음은 여린 원장수녀(장미희)가 가세한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보다 캐릭터끼리의 부딪힘 속에서 재미를 찾고 싶었다.”는 이민용 감독의 말처럼,영화는 인물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에 공을 들였다.축구시합을 제의하는 김신부에게 우남스님이 불교 운운하며 ‘자신을 알라.’고 말하자,김신부가 ‘교만하지 말라.’는 십계명을 언급하는 식.철 없어 보이는 김신부와 그에게 딴죽을 거는 원장수녀의 갈등도 자잘한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축구경기가 끼어든다.읍내 축구팀에 참패한 보리울팀은 우남스님에게 감독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고,김신부가 이끄는 성당팀과 힘을 합쳐 읍내팀과 맞선다.이 과정에서 서로 티격태격하던 이들은 희망과 화해의 정신으로 하나가 된다. 시사회가 끝난뒤 차인표는 “아이와 아이 친구들,집사람,어머니,외할머니까지 모시고 영화를 보러 가겠다.”고 말했다.그의 말대로 ‘보리울…’은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다.애들에게 보여줄 만한 영화가 없다고 한탄하는 부모라면 주저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마지막 경기에선 지난 한·일 월드컵 때 한국팀이 보여준 골 장면을 재연해 축구팬들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이 무공해 영화가 엽기코미디에 길든 일반관객에게 얼마나 먹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자극적인 소재와 박장대소할 장면이 거의 없어 영화가 다소 지루하기 때문이다.게다가 차승원의 과장된 연기만 뺀다면 선수를 친 ‘선생 김봉두’와 분위기가 비슷하고,절과 아이들의 등장은 ‘동승’과도 닮았다.그다지 새롭지 않다는 얘기다. 그래도 상업적인 코드를 버린 채 우직하리만큼 순수하고 따뜻한소재를 밀어붙인 영화는 잃어버린 푸근한 감성을 되찾기에 맞춤이다.영화를 다 보고나면 비에 흠뻑 젖은 정겨운 시골 집에서 막걸리 한 잔을 들이켜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길 듯싶다.‘개같은 날의 오후’‘인샬라’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이민용 감독의 야심작이다. 김소연기자 purple@
  • 기고/ 철도 구조개혁 안전확보돼야 성공

    철도구조개혁이 현정부의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다.철도구조개혁의 방법론에 관해서는 갈등과 진통의 여지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현재 관련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지난 2월 대통령직인수위는 ‘철도민영화’ 대신 ‘철도공사화’를 철도구조개혁의 기본원칙으로 제시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철도구조개혁의 골자는 소위 ‘상하분리’원칙이다.지금까지 철도청이 담당하던 업무분야를 하부구조인 시설투자부문과 상부구조인 운영부문으로 분리하여,전자는 ‘시설공단’으로 이관하고,후자는 공사 형태로 전환된 ‘철도운영회사’가 담당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상하분리형 철도구조개혁’은 지난 87년 스웨덴에서 처음 도입된 이래 지난 91년에는 유럽연합이 회원국 철도구조개혁의 기본원칙으로 채택하면서 유럽 각국에서 추진되어 왔다.이는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특히 열차운행과 선로,신호,제어 및 차량간 인터페이스가 매우 강해서 시스템산업으로 일컬어지는 철도를 상하분리할 경우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배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따라서상하분리를 채택할 때는 시설공단과 운영회사의 업무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안전담보 등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유럽이 상하분리원칙을 채택한 배경은 유럽 단일시장의 형성에 있다.통합된 역내 철도수송시장에서 회원국 철도운영회사들 모두가 서로의 선로를 공정한 조건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인 것이다.그러나 유럽연합은 기능적 차원의 상하 분리만을 요구할 뿐 상하분리의 구체적 추진방법이나 시설공단과 운영회사의 업무범위 설정은 회원국들 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예컨대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외형상 상하분리는 되었지만 선로의 건설,유지 보수 일체를 사실상 운영회사에 위탁하는 방법으로 철도의 시스템적 특성을 살리고 있다.반면 영국은 보수당 정부의 급진적인 구조개혁으로 철도를 100여개의 회사로 분할 민영화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이래 철도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다 보니,지난 30년 동안 철도영업 연장은 오히려 감소하였고,수송분담률도 10%대로 떨어졌다.따라서,상하분리형 구조개혁은 철도시설에 대한 국가의 책임 강화,철도에 대한 투자 확대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다만 상하분리 때 제기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사전에 꼼꼼히 따져봐야 하며,특히 철도 안전확보는 다른 어떤 것에도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철도는 설비의 현대화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지는 반면,열차 운행빈도는 스웨덴의 5배,독일 프랑스의 3배 등 세계 최고 수준으로,서울∼천안간에는 편도당 5분 간격으로 열차가 운행된다.또한 최근에는 수원∼천안 2복선 전철화,호남선 전철화 등 수많은 기존선 개량사업들이 시행 중인데,이런 공사들은 열차가 운행되는 선로 상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열차운행선로를 수시로 변경해야 하는 등 시설과 운영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내년 4월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경부고속철도는 2008년 완공될 때까지 기존선의 46%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선 진출입 구간 등에서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철도청이 통합운영주체인 상황에서도,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 93년 구포 사고나 최근의 호남선 열차사고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열차사고들이 선로 주변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것을 모르고 열차가 운행하다가 발생했다. 고속철 시대를 맞아 한국 철도의 상하분리형 구조개혁의 성공여부는 수송효율성과 안전확보에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 연 혜 한국철도대 교수 운수경영학
  • [사설] 언론에서 ‘오보’가 없어지려면

    오늘은 제47회 신문의 날.올해 신문의 날은 정부의 ‘오보와의 전쟁’ 선포로 긴장감이 감돈다.청와대는 지난 5일 대통령직인수위 가동기간 중 발생한 오보 사례를 모았다는 ‘인수위 언론오보백서’를 내놓았다.과장·왜곡 보도,작문성 보도 사례 등을 담았다고 한다.오보는 최종적으로 언론의 책임이며 없어져야만 한다.하지만 오보 발생의 배경은 기자의 개인적인 차원에서부터 국가적인 차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것이 정설이며,오보 근절대책은 이런 맥락에서 강구돼야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자들은 오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사실관계 미확인 61.7%,기자의 실수나 부주의 22.0%,구조상 제약 11.7%,취재원의 실수 4.6%를 들고 있다.가장 많은 ‘사실관계 미확인’은 언론사간 과당경쟁 등에도 원인이 있지만 기자가 현장에 접근할 수 없는 데도 큰 원인이 있다.또한 취재원의 거짓정보,언론악용,일시적으로는 오보이지만 최종적으로는 진실로 입증되는 보도 등 기술적인 함정도 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오보가 없어지려면 언론사나 기자의 업무관행 개선과 윤리의식 확립이 급선무지만 정보공개,정확한 브리핑 등 정보환경 개선도 필수적이다.그러나 최근 정부의 ‘취재지침’은 취재원과의 접촉과 정보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정확한 보도를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또한 서둘러 도입한 브리핑 제도는 오히려 오보의 한 요인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정부 행정은 ‘유리창식’ 개방을 통해 국민에게 알려져야 한다.‘오보와의 전쟁’을 선언한 정부는 오보가 발붙일 틈 없는 투명한 정보환경부터 조성할 일이다.이를 위해서는 문제의 ‘취재지침’을 개선하고 브리핑 제도를 내실있게 정착시키며 허울뿐인 정보공개법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할 것이다.
  • [발언대] 위험천만한 ‘무면허 모터보트’

    모터보트·요트·수상스키 등 이른바 수상레저의 계절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특히 주5일 근무제 등의 영향으로 수상레저를 즐기는 동호인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해경은 4년 전부터 동력 수상레저기구에 대한 조종면허증제를 실시하고 있다.지금까지 면허증을 취득한 사람은 전국적으로 3만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아직 이 제도를 모르거나,알면서도 무면허로 수상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지난날 아무런 제약없이 모터보트나 요트를 즐기던 사람들에게는 면허제가 매우 불편할 것이다.조종면허제로 수상레저 동호인을 옭아매 해양경찰의 활동영역을 넓히려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도 없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수상레저기구를 타는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한다.기계 오작동 및 설마하는 안전 불감증 등으로 강과 호수 등 내수면에서 매년 어이없는 사고가 수백건씩 발생하고 있다.섬지방 등은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발생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수상레저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같은 추세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해경이 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증제를 실시하게 된 배경은 이 때문이다. 없던 제도를 만든 만큼 동호인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험을 간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필기 및 실기시험 때 관련 분야 경험자에게 혜택을 주고 있어 시험 통과가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니다. 조종면허제는 무엇보다 수상레저인 자신을 위한 것인 만큼 모두가 면허를 따 ‘수면위의 모범운전자’가 되기를 바란다. 김 태 호 인천 해양경찰서 해상안전과장
  • Book소리/ 청소년책 주목하는 출판계

    책읽기의 중요성은 새삼 언급하는 것조차 객쩍다.그러나 시중 서가에서 읽을 만한 청소년책을 고르다 보면 독서의 가치를 받쳐주지 못하는 현실에 혀를 찰 때가 많다.참고서가 아닌,청소년 정서를 배려한 양서는 ‘실종’된 지 이미 오래다. 최근 출판계에 반가운 움직임이 있다.역량 있는 출판사들이 앞다퉈 순수독서 목적의 청소년 출판물을 기획 중이다.푸른숲에서는 청소년 교양팀을 따로 두고 다음달부터 다양한 국내외 출판물을 줄줄이 펴낼 계획이다.아프리카 탐험으로 세계 탐험역사의 물꼬를 연 포르투갈 헨리왕자에서 마젤란까지 15∼16세기 탐험가 10명의 이야기를 묶은 탐험전기가 첫 단행본. 지난해부터 ‘1318 교양문고’ 출판을 먼저 시작한 사계절에서는 내친 김에 고전 쪽으로 눈을 돌렸다.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국가’,다윈의 ‘종의 기원’,‘논어’ 등 동서양 고전을 강독형식으로 소개할 예정이다.청소년물 기획에 새롭게 승부수를 띄우고 있기는 김영사주니어 휴머니스트 뜨인돌 다다 등의 출판사들도 마찬가지. 청소년 책시장에출판사들이 가능성을 타진하는 가장 큰 배경은 개편된 제7차 교육과정 때문.2005년에 처음 적용될 입시체제를 겨냥한 ‘맞춤형 독서’ 마케팅인 셈이다.거기에 또 하나.푸른숲의 박창희 청소년 교양팀장은 “지금의 어린이책 시장을 활성화시킨 주역은 386세대의 부모들이며,그들이 이제는 청소년 학부모가 되고 있다.”고 덧붙인다. 물론 현실적인 걸림돌은 적지 않다.전문필자가 없다는 것은 당장의 난제다.몇몇 인기 저자들의 ‘겹치기’ 기획에 다양성 결여가 우려되는 건 그래서다.하긴 첫술에 배부를 수야 없는 법이다.공들인 책이 서가를 새로 장식할 거란 기대는 어떻든 즐겁다.청소년 도서 코너가 서점마다 따로 마련되는,뿌듯한 상상을 해본다. 황수정기자
  • “북한을 지탱하는건 여성의 힘”/고려대 북한학연구소 박현선교수 北 가족문제 첫 본격연구서 펴내

    북한 체제가 경제난과 핵문제에 따른 국제적 고립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명맥을 유지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박현선(朴炫宣·사진·40) 고려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는 뜻밖에 “북한을 지켜준 것은 여성의 힘”이라고 말한다.체제를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낙후한 경제를 가정이 뒷받침하고 있는 한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북한 가족을 다룬 최초의 본격 연구서 ‘현대 북한사회와 가족’(한울 아카데미)을 펴내 주목받는 그를 만났다. 박 교수는 “북한은 경제난으로 임금지급과 복지제도 등 분배시스템이 거의 작동불능 상태에 빠졌으면서도,무력지배는 더욱 강화되어 갔다.”면서 “그럼에도 조직적인 저항과 폭동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극도의 사회적 긴장을 가족이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가족의 가족성원에 대한 부양의무를 강화함으로써 가족부양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가족에게 전가시킨 케이스”라면서 “그 결과 북한가족들은 기본생계까지 위협받는 절대빈곤의 상태에서도 전략적 대응으로 가족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가장 보편적인 ‘전략적 대응’은 곧 비사회주의적 경제활동,쉽게 말해 장사를 해서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인데,그 핵심적 주체가 여성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가족단위의 생계보장을 강조하여 가족주의를 강화한 결과,여성들은 가사노동과 가족경제의 책임이라는 이중부담을 지게 됐다.”면서 “사회주의 사회에서 가부장적 가족의 특성이 강화되고,이로써 사회주의 북한이 건재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그가 1992년부터 1998년까지 탈북한 52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가족생계 책임자’로 남편을 든 사람은 5명에 불과한 반면 부인이라는 사람은 30명이나 됐다.여성이 생활비와 식량을 마련하는 가족경제의 실질적인 책임자라는 것이다. 그의 연구는 사회주의 북한의 가족문제를 정치학적 측면까지 확대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정치·경제적인 제도통합은 정치적 합의를 통하여 단시간에 이룰 수 있지만,사회·문화적 통합은 장기간에 걸쳐 해결해야 할 과제”라면서 “이 연구가 생소할수 있는 북한가족의 모습을 알려주어 남북한 가족의 통합에 한 몫을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글 서동철기자 dcsuh@ 사진 이종원 기자 jongwon@
  • 새영화/ ‘러브 인 맨하탄’ - 호텔 女청소원과 의원후보의 사랑

    가정환경과 직업이 도통 안 어울리는 두 사람을 ‘짝짓기’하는 것이 할리우드식 로맨틱코미디라고 정의할 때,‘러브 인 맨하탄’(Maid in Manhattan·21일 개봉)은 바로 그 정의에 딱 들어맞는 영화다. 하지만 뻔한 사랑 타령에 자잘한 에피소드와 낭만이 얼마나 적절히 뒤섞였는가에 따라 로맨틱코미디의 질이 결정된다면,이 영화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 것 같다. 배경은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대도시 맨해튼.호텔에서 객실을 청소하는 직원 마리사는 손님의 고급 옷을 입어보다가 유력한 상원의원 후보 크리스토퍼와 마주친다. 크리스토퍼는 마리사를 객실에 묵고 있는 손님으로 착각하고 데이트를 신청한다.진실을 말할 기회를 놓친 채 꼼짝없이 끌려가게 된 마리사는 점차 그에게 사랑을 느끼는데…. ‘또 신데렐라 얘기군.’하고 관객이 불평해도,영화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그래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하층 계급에 관한 애정은 남다르다. ‘조이럭 클럽’‘스모크’등에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면서도 위트있게 그려낸 중국계 웨인 왕 감독은,긍지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호텔 직원들의 삶에 오래도록 초점을 맞춘다. 그래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을 수상한 노라 존스의 노래는 감미롭고도 쓸쓸한 정서를 잘 살렸다. 나름대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을 연기한 배우는,가수이기도 한 제니퍼 로페즈와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랠프 파인즈. 김소연기자 purple@
  • 국방부 일반직 국장급 예우 현역군인 신분 국장과 같게

    국방부의 일반직 국장급 공무원에 대한 예우가 20여년만에 군 장성(소장)이 보임되는 현역 국장과 동등하게 조정된다. 국방부 당국자는 14일 “효율적인 조직관리를 위해 앞으로는 일반직 국장에 대한 예우를 현역 군인 신분 국장과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면서 “일선 예하부대에도 지침을 하달했다.”고 밝혔다.국방부의 이런 방침은 일반직과 현역간에는 계급을 맞비교하기 어려운 만큼 ‘직책’을 중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국방부에서는 현역·일반직 국장간 의전 및 예우 때문에 두 직종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쳐져 왔다. 두 직종간 갈등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1980년 신군부 등장과 함께 제정된 ‘현역 군인에 대한 의전 예우 지침’이다.군 출신이었던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현역 군인의 사기 진작을 이유로 제정한 이 지침은 준장 1급을 시작으로 영관급 장교는 계급에 따라 2급∼4급,대위 5급 예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중령=3급 예우’ 배경은 10·26사태 때 일선 시·군에 ‘중령’이 계엄 책임자로 나가면서 군수(4급)보다 군쪽 직급이 높아야 한다는 군 내부의 주장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지침은 현역 군인에 대한 예우는 보장해 줬지만,현역 소장이나 2급 공무원이 맡게 되는 국방부 국장급 인사에서는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의 의전이 뒤집히는 일도 벌어졌다. 예컨대,일반직 국장이 국장 아래 직급인 차장·처장(현역 준장 보임)보다 오히려 낮은 예우를 받게 돼 각종 회의장 좌석 배치 등에서 뒤로 밀리는 등 ‘홀대’를 받아왔다. 이로 인해 일반직 국장이 주관하는 회의에 차장·처장급 간부가 불참하거나,합참이나 각군 회의에 일반직 국장이 참석을 꺼리는 일도 잦아 조직관리의 문제점으로도 지적돼 왔다. 한편 이번 일반직·현역 국장간 의전 조정안은 15일로 예정된 국방부 대통령 업무보고 석상의 좌석 배치 때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김진표 부총리 일문일답“SK글로벌 추가분식 없을것”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3일 “SK글로벌 분식회계사건에 대해 외국투자자들이 일단은 기업투명성에 실망할 수 있겠지만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정부가 숨기지 않고 있는 대로 처리하면 기업의 신뢰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SK글로벌에 대한 검찰 조사는 2001년도분만 해당됐다.추가적인 분식회계는 없겠나. 이번 분식회계는 SK글로벌이 자체적으로 정리해 가는 과정에서 노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 통상 회계분식은 해를 거듭하면서 누적되기 때문에 이번 것 말고는 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에버랜드도 같은 사안이 될 수 있지 않나. 삼성그룹은 그동안 긁을 대로 긁어 국세청이 과징금을 매기지 않았나.더 이상 문제될 것은 없을 것으로 본다. ●SK글로벌의 회생 여부는. 채권단이 공동관리를 한다고 하는 것은 ‘죽이겠다.’는 측면보다는 ‘살리겠다.’는 측면이 강한 것 아니냐.채권단이 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처리하고 있으니 두고 보자. ●무디스가 신용등급 전망치를 유지한다고 했는데. 무디스의 발표는 시장의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특히 무디스의 발표 내용 가운데 “북핵문제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신용 펀더멘털이 건실하며,상황이 악화되는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디스에 정부측 대표를 파견한 배경은. 신용평가기관과 월가 등에서 북핵사태 등에 우려를 보이고 있다는 정보가 있어 전격 파견했다.월가와 외교가 등을 돌며 한국담당자들을 만나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설명했다. 이들이 다소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있어 적절한 대처였다고 본다.오는 4월 한국기업설명회(IR)를 위해 미국을 방문할 때도 이들을 만날 것이다. ●SK사태와 관련해 청와대와 경제부처간의 업무협조는. 나와 금융감독위원장이 주도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청와대 정책실은 크게 개입하지 않고 있다.물론 종전의 경제수석이 없어 업무협조체계가 달라지긴 했지만,수시로 대통령께 보고하고,또 전화를 받는다.직접적인 대화채널이 더 강화됐다고 본다. 주병철기자 bcjoo@
  • 민주개혁 급물살 타나...한대표 사퇴와 黨앞날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23일 자진 용퇴함에 따라 지도부 일괄사퇴와 지구당위원장 폐지를 핵으로 한 당 개혁안이 27일 당무회의서 확정된 뒤 실행에 들어갈지 주목된다. 그동안 개혁안은 한 대표가 사퇴를 거부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한치도 진전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취임 전 임시 지도부를 구성하려는 신주류측의 강경한 기류에 한 대표가 개혁독재라고 반발하며 분당사태 우려를 낳기도 했다. 결국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출신으로 구주류의 상징성이 강한 한 대표는 김 대통령의 퇴임에 맞추어 대표직을 용퇴,노 당선자 취임 전 사퇴 약속을 지키고 후일을 도모할 명분을 쌓았다. 한 대표는 2000년과 지난해 치러진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거푸 1등을 할 정도로 당내기반이 탄탄했고,독자적인 정치영역도 구축했다. 하지만 한 대표는 지난 대선기간 중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의 모호한 처신 등으로 대선 뒤 신주류측으로부터 지속적인 사퇴압력을 받아왔다. 한 대표가 10개월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민주당 신주류는 비로소 집권 주체세력으로 능력을 검증받을 시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그 첫번째는 특검제 등 대북송금 해법과 고건 총리 지명자 인준안 통과 여부다. 두번째는 당개혁안을 통과시키고 원만하게 임시지도부를 구성,구주류의 협조와 노 당선자의 신임을 얻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다른 고비도 산적해 있다.특히 25일 최고위원회의서 동반퇴진을 이끌어내느냐 여부,27일 당무회의 사회권자 선임과 임시지도부의 잡음 없는 구성,이후의 개혁안 실행 등이 과제다. 신주류가 주도권 다툼을 극복,교통정리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이춘규기자 taein@kdaily.com ◆사퇴 한화갑대표 문답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23일 “대표로서의 소임을 다할 수 없는 환경에서의 대표직 고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사퇴배경은. 이미 오래 전에 밝혔듯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취임전에 사퇴한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사퇴를 결정하고 (사퇴날짜를)여러번 연기했다.주위 분들과 많이 상의했다.당내 사정도 중요하지만 국민과 약속한 것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 ●앞으로의 일정은. 노무현 당선자 취임식과 국회일정이 끝나면 어디가서 쉬고 싶다. ●국회에서 특검제 관철을 위한 투표가 있게 되면 참가하나. 투표에 참가한 뒤 3월 중 해외여행을 할 계획이다. ●사퇴발표와 관련,노 당선자와 통화했나. 통화한 적 없다. ●다른 당을 만드나. (웃으며)그런 건 전혀 생각해본 적 없다. ●다음 총선에 출마하나. 다음 일은 다음에…. ●최근 김원기 고문을 만났나. 안 만났다. 박현갑기자
  • 청와대 장·차관급 인선 의미/정책실장 학자출신 내정 초기 개혁드라이브 예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23일 장관급인 청와대 정책실장과 국가안보보좌관,차관급인 정책수석과 외교·국방·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각각 내정했다.사정비서관과 제2부속실장도 내정하면서 비서관 진용도 마무리했다.청와대 라인업이 짜여진 셈이다.아직 발표되지 않은 자리는 경제보좌관과 정책수석실 정책관리비서관뿐이다. ●청와대는 개혁을 확실히 노 당선자가 장고(長考)끝에 정책실장에 이정우(경북대 교수) 경제1분과 간사를 내정한 것은 정부 초기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그동안 정책실장에는 관료출신인 김진표 인수위 부위원장과 학자출신인 이 간사와 김병준 정무분과 간사가 유력하다는 말들이 나돌았다. 노 당선자가 개혁·진보성향인 이 간사를 정책실장으로 낙점한 것은 정권 초기에 개혁을 하려면 학자출신이 바람직하다는 인수위원들의 뜻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 당선자가 지난주말 대구참사 현장을 방문할 당시 예정에 없이 대구·경북(TK) 출신인 이 간사를 데리고 가 그의 중용은 어느 정도 예정된 측면도 있었다.이 정책실장 내정자는 개혁적이지만 합리적인 편이라 경제관료들의 평도 좋은 편이다. 정책수석에 정통 경제관료인 권오규 조달청장을 내정한 것은 학자출신인 이 실장과 관료출신과의 조화를 위해서다. 정책실장에 학자출신이 내정됨에 따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에는 안정적인 관료출신이 발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국방팀은 안정적 노 당선자가 내정한 청와대 외교·국방팀 보좌관들의 면면을 보면 실무를 갖춘 안정적인 인사로 평가할 수 있다.노 당선자측이 그동안 외교팀 구성을 놓고 고심한 흔적도 읽혀진다.무엇보다도 미국과의 관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도 풀이된다.정순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은 “현장감이 있는 안정적인 인사로 외교팀을 구성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나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관련이 없지 않지만 임동원 현 외교안보통일특보와 비교할 때에는 보수적인 인사로 분류된다.반기문 외교보좌관 내정자도 실용적인 인사다.주미 공사를 지내는 등 미국측 인사들과 가까운 외교관으로 분류된다.김희상 국방보좌관 내정자도 햇볕정책을 지지하지만,다소 보수적이라는 평도 나온다.현 정부의 햇볕정책 기조는 유지하면서도,보다 안정적인 인사로 외교·국방팀을 꾸려 국내외를 안심시키겠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노 당선자가 이날 외교·국방 보좌관 인선을 발표한 것은 취임식을 앞두고도 새 정부의 국가안보 라인이 공식 발표되지 않아 ‘노무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될 한·일 정상회담을 비롯해 ‘취임식 외교’에 차질이 빚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감안한 점도 있다. ●청와대 고위직은 영남,비서관은 호남 지금까지 발표된 차관급 이상인 실장과 수석,보좌관 등 고위직 12명과 1∼3급 비서관 38명의 출신과 성향은 다소 차이가 있다. 경제보좌관을 제외한 12명의 고위직 가운데 서울대 출신은 문희상 비서실장 내정자를 포함해 10명으로 압도적이다.비서울대 출신은 문재인 민정수석 내정자와 김희상 국방보좌관 내정자 등 2명에 불과하다. 고위직의 경우 출신지역은 비교적 고루 분포된 편이지만 영남 출신이많다.부산과 경남·충북 출신은 각각 2명씩이고,서울·경기·강원·대구·전북·전남 출신이 한명씩이다.영남 출신은 5명,호남 출신은 2명인 셈이다. 비서관 38명의 배경은 고위직과는 다소 다르다.우선 출신지역은 호남출신이 11명으로 가장 많고,영남 출신은 9명,충청 출신은 6명이다.출신대학도 연세대 출신이 9명으로 가장 많고,서울대(7명),고려대(6명)의 순이다.비서관 중 눈에 띄는 대목은 제2부속실장에 내정된 김경륜 숙명여대 강사를 포함,30대가 모두 7명이나 된다는 점이다.이지현 외신대변인은 만 34세로 최연소 비서관이다.김 제2부속실장 내정자를 포함하면 여성 비서관은 6명으로 늘어났다.사상 최대다. 곽태헌 문소영기자
  • Q&A로 보는 호제작 ‘갱스 오브 뉴욕’ / 19세기 뉴욕 혼돈과 폭력

    올해 아카데미상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화제작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이 28일 국내 개봉된다.영화는 제작에 들어간 3년 전부터 큰 주목거리였다.무엇보다,이름만으로도 팬을 몰고 다니는 감독 마틴 스코시즈가 30년을 별러 내놓은 서사액션이라는 점.덧붙여 결정적인 이유.리어나도 디캐프리오,대니얼 데이 루이스,캐머룬 디아스 등 캐스팅이 초호화판이다. Q: 뉴욕의 갱?마피아 영화”” A:사전정보가 없다면 제목에서 오는 오해부터 털어야겠다.영화는 마피아 세계와는 전혀 관련없다.그도 그럴 것이 극의 배경은 150여년 전,모든 게 혼란스러운 뉴욕의 생성 초기.극적인 얼개로 드라마를 곱씹는 재미,비감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폼’을 낸 마피아 영화의 익숙한 정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뉴욕의 슬럼가였던 파이브 포인츠를 무대로 토착세력과 이민자,상류층과 빈민층의 갈등과 대립이 극사실주의 폭력으로 일관되게 그려진다. Q:스코시즈의 서사액션이라… 스케일이 보통 아니겠네? A:‘택시 드라이버’ ‘뉴욕뉴욕’ ‘분노의 주먹’ 등으로 뉴욕 기층민의 정서를 대변하는 데 탁월한 감독이다.하물며 한번도 영화화되지 않은 19세기 뉴욕을 담는 욕심이 어지간했을까.세트장의 위용부터 그렇다.1860년대 뉴욕을 세트로 재현하는 데 1억 3000만달러가 들었다.컴퓨터그래픽을 일절 쓰지 않은 덕에 액션의 생동감도 몇 배로 강화됐다.도입부와 후반부에서 칼과 도끼가 난무하는 군중 살육전 등은 선굵은 남성취향의 액션물임을 그대로 웅변한다.그런데…. Q:이색소재에 스타군단,뭐가 문제? A:어렸을 적 아일랜드 이주민 집단의 대표자인 아버지(리암 니슨)가 원주민 우두머리인 부처(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손에 처참히 살해되는 광경을 목격한 그날 이후 발론(디캐프리오)은 복수만을 노려왔다.이야기의 뼈대는 청년이 된 발론의 복수와 사랑이다.부처의 심복으로 위장접근해 결전의 기회를 노리는 와중에 부처의 여자인 소매치기 애버딘(캐머룬 디아스)을 만난다. 감독의 의도를 읽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역사비판적 시각을 담되 철저히 흥행요소에 기대자는 계산.시시각각 날을 세워가는 부처와 발론의 심리전,발론과 애버딘의 삐걱대는 로맨스가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운율을 빚는다. 그런데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려는 감독의 욕심이 부담스럽다.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의 분노와 신념은 몇 점 먼지일 뿐이라고 웅변하고 싶었던 걸까.발론과 부처의 대립이 아일랜드 이주민과 그들의 존재를 뿌리째 부정하려는 토착세력의 갈등을 일관되게 상징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하지만 남북전쟁의 긴장이 양측의 대립에 맥락없이 끼어든다 싶더니 나중엔 ‘뒷수습’까지 맡는다.결전의 날,살육의 아비규환을 잠재운 건 징집반대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정부가 쏘아올린 포탄이다.잔뜩 긴장한 관객들은 감독이 던진 예상외의 ‘카드’에 갑자기 허탈해지고 말 듯. Q: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연기가 압권이라는데? A: 디캐프리오 팬이 섭섭할 만큼,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살인광 연기가 돋보인다.절대악이라기보다는 명분과 신념을 가진 인물로 객관화된 캐릭터를 얼마나 실감나게 구사하는지,한참동안 그를 몰라볼 정도.올 아카데미에서 가장 강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다. 황수정기자 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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