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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방개혁 과제와 성공조건’ 전문가 대담

    ‘국방개혁 과제와 성공조건’ 전문가 대담

    ‘자율적으로 개혁하라.’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1일 주요 군 지휘관들에게 직접 주문한 사항이다.노 대통령은 이날 윤광웅 국방장관을 비롯해 군 지휘관 70명을 청와대로 초청,오찬을 함께 하면서 이같이 요구했다.그러면서 “국방부 문민화는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덧붙였다.노 대통령은 이날 서해 북방한계선(NLL) 교신 보고누락 여파 속에 군의 사기진작에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국방개혁의 당위성과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하며 군 수뇌부의 자발적인 동참을 촉구했다.특히 군의 자율 개혁을 강조한 이면에는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결국은 강도높은 개혁의 칼날을 외부로부터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음이 담겨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결국 국방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참여정부의 요구라는 것이 재삼 확인됐다.이에 국방개혁의 추진 과제와 성공조건 등을 두루 짚어보는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다.좌담에는 국방부 차관을 지낸 박용옥 한림대 교수와 전경만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이 참여했다. 먼저 국방개혁에 대한 참여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이처럼 국방개혁이 강력히 요구되는 배경은 무엇입니까. -박용옥 교수 국방개혁과 군사혁신은 군의 비전이요,소망이며 반드시 해야 하는 당위적인 사안입니다.어제 오늘에 제기된 문제가 아닙니다.문제는 무엇을,어떻게,왜 개혁하느냐 하는 것인데,이에 대해 군도 그간 많은 생각을 해왔습니다. -전경만 책임연구위원 우리 군이 북한 위협에 집중 대처하다 보니 육군위주의 양적인 발전에 치중해왔고,그 결과 육·해·공군의 균형발전에 지장을 초래했습니다.군수획득분야나 국방운영관리체계가 합리성이 떨어지고,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집행의 투명성에도 문제가 있음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이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군 내부에서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박 교수 국방인력의 전문화,정예화를 위한 인사관리가 미흡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민간인력의 충원을 확대해야 한다는데도 동의합니다.아울러 국방자원의 안정적인 배분이 안되고,중장기 전력발전계획도 일관성과 실효성에 문제가 있어 선진정예군으로 가는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이런 문제점들이 바로 국방개혁,군사혁신의 당위성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개혁하고 혁신해야 합니까. -박 교수 첫째 부대구조나 전력구조 개편과 관련,군사혁신의 핵심은 군을 정보화,과학화를 통해 소수 정예화하는 것입니다.둘째 국방운영관리분야에서 미국 등 선진국처럼 기업의 경영방식을 도입해 효율성과 능률을 극대화해야 할 것입니다.셋째 국방인력의 정예화와 전문화와 관련해 국방부의 문민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국방부의 주요 보직을 현역 군인들이 1∼2년씩 돌아가며 맡는 현재의 인사방식으론 전문성을 키울 수 없습니다. -전 위원 국방개혁의 핵심은 통합전투력 극대화에 기여하기 위한 의식과 행동의 합리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이를 위해 우선 무기획득체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둘째 상부구조를 경량화하는 방향으로 군구조를 개편하고,셋째 장비와 병력구성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군 인력을 정예화해야 합니다. 국방개혁이 자연스럽게 문민화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박 교수 국방부의 문민화는 국방개혁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 가야 할 길입니다.국방인력의 정예화와 전문화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미국 등 선진국 모델의 문민화가 거론되고 있습니다.제한된 예산으로 최대의 성과를 거두려면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유지되어야 하고,이를 위해 정보와 지식 축적이 가능한 장기 보직이 보장되어야 합니다.문민화는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전 위원 정치적 민주주의가 정착됨에 따라 ‘국민의 군’ 개념에 부합되도록 민·군관계가 발전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국방부문의 전문화와 이를 위한 문민화가 거론되고 있습니다.국방장관은 지휘체계상 군의 전문성을 활용하지만,동시에 국방관리를 위한 전문관료의 정책능력도 활용해야 하는 이중적 위치에 있습니다.다만 임관 이후에도 꾸준히 엘리트 전문교육을 받는 군에 비해 전문관료들은 정책분야의 전문성이 취약한 편입니다.국방부의 문민화는 군 전문성과 민간 전문성을 상승시키는 것이므로,이를 위해 관료 전문화교육을 강화하고 안보정책관리시스템(Defence Governance)을 구축해 전문인력을 순환적,단계적으로 양성해야 할 것입니다. -박 교수 문민화를 새로운 정책으로 내걸 때 오해가 생깁니다.국방부 문민화는 대세입니다.다만 점진적,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장기과제’라는 말에는 이런 의미가 함축돼 있는 것으로 봅니다.전문인력을 양성하고,충원해 나가는 과정을 거쳐 부드럽게 문민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국방부 문민화의 성공조건은 무엇입니까.언제쯤 민간 국방장관이 나올까요. -박 교수 대통령제 하에서는 필요에 따라 민간인이 국방장관에 임명될 수 있는 것으로 시간을 정해놓고 할 일이 아닙니다.남북간 군사적 대치상황이 최우선 고려 상황인 때에는 군사적 배경을 가진 사람이 국방장관에 임명됐지만,순수한 군사작전보다 국방관리운영을 비롯해 산업자원,과학기술분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물이 적합하다고 생각되면 대통령이 임명하면 됩니다. -전 위원 국방분야에서 군사 전문화와 정책 전문화에 대한 인식공유가 중요합니다.지금까지 군사능력 향상을 위해 용병분야가 강조되어 왔다면 앞으로는 양병분야,특히 자원 관리분야가 강화돼야 합니다. -박 교수 정부가 민간인을 국방장관에 임명하는 것으로 어느 날 갑자기 문민화를 이뤘다고 선전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국방업무가 고도화되고 복잡해지면서 종합적인 사고와 판단력을 갖춘 민간 전문인력의 충원을 요구하는 시대적 추세에 맞춰 자연적,점진적으로 문민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최근 합참의장의 군령권 강화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참석 정례화 등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전 위원 만시지탄이나마 잘된 일입니다.군령 지휘관이자 보좌관인 함참의장은 주요 군사사항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어야 합니다.미국의 경우 국방부 조직이 설립된 1947년 이후 중요한 국가안보정책 관련 회의에 합참의장이 반드시 배석합니다. -박 교수 국방장관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국방관리자로서 군령권과 관련해 합참의장의 충실한 보좌를 받아야 합니다.유사시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이 경우 상위기구인 NSC나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신속하게 판단하면 됩니다. 육·해·공군의 군형발전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합니까. -박 교수 선진정예 국군이 국방개혁의 목표인데 이를 위해선 3군의 균형발전이 기본 전제조건입니다.육군도 이를 이해하고 그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전 위원 미래전은 정보전,기동전,화력전입니다.미래전의 특성을 전망해서 나라마다 무기체제를 현대화,첨단화하고 있습니다.무기체제의 첨단화 과정에서 정보전,기동전의 기둥인 해·공군력이 증강될 수 밖에 없습니다.결국 국방예산의 투자비중도 이런 추세에 맞춰 조정되고,3군의 군형발전도 자연스럽게 달성될 것입니다. 국방개혁의 제1의 성공조건은 무엇입니까. -박 교수 적정 수준의 예산 뒷받침 없이는 모든 게 헛것입니다.2008년까지 병력 4만명을 감축한다고 하는데 이미 3∼4년전에 끝났어야 할 계획입니다.이를 위해 최소 국민총생산(GDP)의 3%를 10∼15년간 국방비로 투자했어야 하는데 IMF 여파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습니다.게다가 110만 북한 군에 대응해 우리 군도 일정한 병력을 유지해야 했습니다.국방개혁과 군사혁신은 소수 정예화가 기본인데 전쟁억제가 보장되지 않으면 규모 축소는 어려운 일입니다. -전 위원 국방예산이 얼마 정도면 충분한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어왔는데,이제는 어느 정도면 효율적인가에 대해 국민적 이해와 합의가 이뤄져야 합니다.국방부문에는 다른 민간부문 등에서 선뜻 알 수 없는 미지의 비효율성이 내재해 있습니다. -박 교수 국방개혁을 위해서도 굳건한 한·미동맹이 중요합니다.한·미연합방위태세가 탄탄할 때,한반도에서의 전쟁억제를 보장할 수 있었을 때 군 구조개편을 하고,정예화를 추진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 위원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87%가 미국의 지지,협력없이는 자주국방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국민들은 현명하고 영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상호보완적 관계이고,또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남북관계 진전에 대해 군 일각의 부정적 시각이 존재하는지요. -박 교수 군이 남북의 군사적 합의를 부담스러워 할 이유가 없습니다.다만 군은 남북간 다양한 교류협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군사태세에는 변화가 없다고 보고,변함없이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 위원 군은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한 긴장완화 조치에 동의하고 있습니다.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다만 최근 휴전선 일대의 선전물 철거 합의는 구속력이 있도록 한 반면,서해상 무력충돌방지 합의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데 대해 군으로서 서운한 마음을 가질 수는 있을 것입니다.이런 점은 대북협상을 위한 정부의 준비과정에서 군의 의견을 좀더 참작하는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 박용옥(朴庸玉·62) 한림대 교수 ▲육사 21기,중장 예편(1998) ▲국방부 정책실장,차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 전경만(全庚萬·53)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서울대 경영학과,미국 랜드(RAND)대학원 안보정책학 박사 ▲RAND 연구소 연구자문위원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정책실장 사회 김인철 통일안보전문기자 ickim@seoul.co.kr
  • ‘월권 시비’ 이종석 ‘失權’ 위기

    ‘월권 시비’ 이종석 ‘失權’ 위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겸직의 하이라이트는 이종석 NSC 사무차장의 실권과 NSC 개편,노무현 대통령의 정 장관을 통한 내각 ‘친정체제’ 구축에 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13일 청와대가 ‘분권형 국정운영’ 방침을 발표하자,이같은 해석을 내렸다. 노 대통령의 외교안보분야 핵심참모인 이 차장의 경질 검토 및 NSC 개편은 정동영 장관의 권한·역할 확대와 함께 외교·안보팀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NSC 개편과 함께 청와대는 NSC로 기능이 흡수된 채 8개월 동안 공석이던 청와대 외교보좌관도 곧 임명할 예정이다. ●이종석 차장 경질 얘기 나오는 까닭은 김선일 피살사건 이후 야당도 아닌 여당 의원들이 “NSC의 문제점을 파헤치겠다.”며 별렀었다.여당 내에는 이 차장의 월권과 대북전문가인 이 차장의 외교안보 전 분야로의 역할 확대에 대한 회의가 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이 차장과 NSC가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해 방향설정을 잘못했고,여러차례 실수를 했던 것이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는 “NSC문제는 이 차장만의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보수적 외교안보 라인이 정보왜곡을 하고 허위보고를 했음에도,이 차장이 그같은 상황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다.이는 국회 ‘김선일 청문회’ 기관보고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고,일부는 주이라크 대사관의 김도현 외무관의 입을 통해 공개적으로 폭로되기도 했다.노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보고받고 크게 실망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과 정 장관의 특별한 관계 노 대통령은 여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정 장관에게 특별한 ‘계급장’을 달아준 셈이다. 여권 중진들은 대통령의 권한 약화를 우려했지만,386의원들은 정 장관이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고 평가한다.충성의 배경은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권’의 든든한 배경이 된다는 점이다.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는 노 대통령과 정 장관의 ‘남다른 관계’도 작용한 것으로 읽혀진다. 노 대통령이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당내에서 많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정 장관이 적극적으로 도와줬다.또 정 장관이 ‘노인폄하 발언’으로 정치적 시련에 처했을 때에도 노 대통령의 우호적인 시선은 변함이 없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개성공단 관리기관 초대이사장 김동근 前농림차관

    개성공단 관리기관 초대이사장 김동근 前농림차관

    지난 6월22일 개성공단 관리기관 이사장에 김동근(金東根·58) 전 농림부 차관이 선임됐다는 소식에 통일부 출입기자들은 대체로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개성공단 공동사업자인 현대아산이나 한국토지공사 관계자도 아니고,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알려진 인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잠시 뒤 166㎝의 단신인 김 이사장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몇몇 기자들이 “아,1998년 베이징 남북비료회담 대표”라며 아는 체를 했다.김 이사장도 한 기자와 구면이라며 인사를 나눴다. “북한을 아는 인물인가.”가 통일부 출입기자들이 남북관련 주요 포스트 인사의 당위성을 판단하는 하나의 척도라는 점에서 김 이사장은 기본 요건은 충족시킨 셈. 하지만 공동사업자로 이사장 선임권을 함께 가진 현대아산과 토지공사,이들 두 기관의 이견을 조율하며 적임자가 선정되도록 중재역을 했던 관련부처의 강조점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제8회 기술고시 출신으로 산림청장,농림부 차관 등을 지낸 그의 다양한 행정경험을 무엇보다 높이 산 것이다.특히 지난해 1월부터 맡아온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경력은 초유의 개성공단을 성공리에 안착시켜야 한다는 소명을 충족시킬 최상의 강점으로 작용했다. “현직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을 개성공단 관리기관 이사장으로 임명한 것은 개성공단이 우리 경제와 남북관계에서 갖는 중요성을 고려,국제적 경쟁력을 갖는 공단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현대아산과 토지공사가 관련부처가 제시한 ‘김 이사장 카드’를 받아들이면서 함께 내놓은 언론발표문은 이런 속사정을 미뤄 짐작케 한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내수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김 이사장을 만났다.지난 3∼6일 서울서 열릴 예정이던 제15차 장관급회담이 무산된 터이어서 인터뷰 일정을 늦출까 생각했지만,난국을 보는 그의 눈과 나름의 해법을 들어보기 위해 그대로 진행했다.이에 김 이사장은 “현재로선 개성공단사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장관급회담 무산이 남북 경협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아무리 ‘정치 따로,경제 따로’라지만 개성공단도 장관급회담 무산 여파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텐데. -개성공단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개성공단 관리기관이 입주할 사무소 건설과 관련,설계가 끝났고,현재 7000평의 부지정지작업도 완료단계다.오는 9월 중순이면 연건평 1100평의 건물이 완공돼 현판식과 함께 관리기관도 정식 출범한다. ●南자본·北인력 합작품 11월말 생산 올해 안에 2만 8000평의 시범단지에 15개 업체가 입주해 제품생산을 시작할 수 있나. -지난 6월말 부지 준공식 이후 오수·우수 관로 등의 자재들을 계획대로 들여가 공장건립을 위한 하부구조 공사를 본격 시행중이다.이번 주안에 4∼5개 업체는 현대아산과 설계 협의를 마치고 이달 안에 시공에 들어간다.15개 업체의 공장건물을 동시에 짓는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착공해 생산설비를 시공하고 원부자재를 들여가 공장 가동을 시작하게 된다.이르면 11월말,늦어도 12월초에는 첫 제품이 생산될 것이다. 시범단지에서 어떤 제품을 생산하게 되나. -로만손,용인전자,부천공업,신원 등의 중소기업체들이 시계나 전자·통신,금속,섬유·의류·봉제,신발 등의 부품이나 완제품 등을 생산하게 된다. 이사장직을 맡게 된 배경은. -솔직히 고민하는 과정이 있었다.당시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임기도 1년6개월 이상 남은 상태였고….하지만 남북경협의 상징적 사업인 개성공단이 성공하면,남북관계 개선에 초석이 되겠다고 생각했고,결심을 했다. 관리기관은 무슨 일을 하나. -우선 관리기관은 북한 개성공업지구법에 근거해 설립되는,공기관도 민간기구도 아닌 제3의 기구다.국내 산업단지관리공단이 하는 일은 물론 기업의 창설 승인 및 등록,건설허가 및 준공 등 각종 인허가 업무 등 정부의 역할까지 일부 맡게 된다.결국 개성공단 관리·운영과 관련해 남북 당국과 현대아산,토지공사,입주업체 등 5자간 중심에 서게 된다. 개성공단 예정지는 가보았나. -세차례 방문했다.지난해 6월 시범단지 착공식 때 산업공단 이사장으로,올 6월 준공식 때는 관리기관 이사장으로 갔다.그리고 지난 7월21일 관리사무소 부지를 답사했다.특히 세번째 방문에선 북측 당국이자,카운터파트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박창련 총국장과 만나 업무 협의를 했다. 박 총국장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관리기관 창설준비 관련 업무를 설명했다.특히 개성공단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당국간 통신·통행문제의 조기 합의를 강조했다.시범단지에서 일할 5000여명의 북측 근로자들에 대한 철저한 사전준비도 요구했다.정치적인 문제 제기는 없었으며,오히려 거듭 개성공단 추진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개성공단과 관련,또다른 ‘퍼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일방적인 지원이라니 말도 안 된다.남측에도 ‘한계기업’이 숱하게 많다.많은 기업들이 인건비 등으로 기업을 그만두느냐,아니면 중국 등지로 나가야 하느냐 고민해야 하는 순간 개성공단이 등장했다. 개성공단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나. -가격과 품질,생산성이 경쟁력의 3대 요소다.우선 비용 측면에서 토지분양가(평당 14만 9000원)가 국내의 10분의 1로 중국보다는 다소 비싸지만,임금(월 57.5달러)은 국내의 15분의 1로 중국보다도 싸다.서울과 인천공항,항만과 인접한 물류조건은 더할 나위 없다.남측 관리자나 기술자들이 언어의 장벽없이 북측 근로자들을 교육한다는 점은 품질과 생산성을 보장하다. ●자유로운 통행·통신문제 선결과제 남북간 최우선 선결과제는. -무엇보다 남북간 통행·통신문제를 조족히 마무리해야 한다.통신·통행이 자유롭지 않고선 기업을 창설할 수 없다.국제경쟁력도 없다. 국제사회의 전략물자 대북 반출규제와 원산지 문제는 어떻게 되나. -말그대로 ‘전략물자’의 타용도 전용 가능성이 핵심인데,남측기업이 최종 사용자로서 철저한 사전검증과 사후관리를 하면 문제될 게 없다.원산지 문제는 입주업체들이 수출대상국의 규정에 맞춰 생산공정을 조정하면 된다. “경제는 패스(PASS·길)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는 기자에게 김 이사장이 불쑥 던진 말이다.개성공단 사업이 현안인 북핵 해결은 물론 민족의 염원인 통일로 가는 길임을 강조하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김동근 이사장은 ▲서울대 농학과 졸업 ▲기술고시 8회 ▲상공부 농촌공업과장,농림부 농업정책국장 ▲산림청장 ▲농림부 차관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한미쇠고기협상 대표(1990년) ▲남북비료회담 대표(1998년·베이징) 김인철 통일·안보전문기자 ickim@seoul.co.kr
  • 曺국방 ‘폭탄선언’ 배경은

    24일 국회 국방위에서 느닷없이 폭탄성 발언을 한 조영길 국방부 장관의 의도에 적지않은 사람들이 ‘왜?’라는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한동안 온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보고누락 사건’이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와 청와대측의 ‘경고조치’ 희망으로 마무리돼가는 시점이어서다. 조 장관의 발언으로 논란은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서는 우선 노무현 대통령의 입지를 위한 ‘고의적인 돌출 행동’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청와대와 군의 대립 양상으로까지 비화되는 듯했던 이번 사건이 ‘근무 태만’으로 축소되고 경징계로 귀결될 경우,노 대통령이 군에 밀리는 듯한 인상을 줄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다. 하지만 정반대의 분석도 제기된다.교체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던 조 장관이 ‘말년’에 자신의 요람인 군을 위해 봉사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격 중지 명령을 우려해 보고를 누락할 만큼 정권에 대한 군의 반발심리나 불신이 뿌리 깊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는 것이다.전날 합조단의 발표대로라면 사건의 본질이 유야무야 묻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섰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단순 사고’ 가능성까지 나온다.조 장관과 합조단장,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간에 손발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란 주장이다.지난 22일 조사를 마친 합조단은 23일 오후 대언론 발표를 갖기에 앞서 권진호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노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고 한다. 조 장관은 ‘조사대상’ 가운데 한 명이었기 때문에 조사 결과만을 ‘통보’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이는 곧 청와대와 합조단의 조율 가능성과도 맥이 통한다. 군 일각에서는 조 장관이 ‘사안이 이렇게 중요한 데도 군의 사기 등을 감안,노 대통령이 관용을 베풀었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국방부는 “합조단의 발표는 ‘실수로 누락된’ 것이고,조 장관은 국회에서 모든 내용을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지 않느냐.”고 해명하고 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曺국방 ‘폭탄선언’ 배경은

    24일 국회 국방위에서 느닷없이 폭탄성 발언을 한 조영길 국방부 장관의 의도에 적지않은 사람들이 ‘왜?’라는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한동안 온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보고누락 사건’이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와 청와대측의 ‘경고조치’ 희망으로 마무리돼가는 시점이어서다. 조 장관의 발언으로 논란은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서는 우선 노무현 대통령의 입지를 위한 ‘고의적인 돌출 행동’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청와대와 군의 대립 양상으로까지 비화되는 듯했던 이번 사건이 ‘근무 태만’으로 축소되고 경징계로 귀결될 경우,노 대통령이 군에 밀리는 듯한 인상을 줄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다. 하지만 정반대의 분석도 제기된다.교체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던 조 장관이 ‘말년’에 자신의 요람인 군을 위해 봉사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격 중지 명령을 우려해 보고를 누락할 만큼 정권에 대한 군의 반발심리나 불신이 뿌리 깊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는 것이다.전날 합조단의 발표대로라면 사건의 본질이 유야무야 묻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섰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단순 사고’ 가능성까지 나온다.조 장관과 합조단장,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간에 손발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란 주장이다.지난 22일 조사를 마친 합조단은 23일 오후 대언론 발표를 갖기에 앞서 권진호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노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고 한다. 조 장관은 ‘조사대상’ 가운데 한 명이었기 때문에 조사 결과만을 ‘통보’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이는 곧 청와대와 합조단의 조율 가능성과도 맥이 통한다. 군 일각에서는 조 장관이 ‘사안이 이렇게 중요한 데도 군의 사기 등을 감안,노 대통령이 관용을 베풀었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국방부는 “합조단의 발표는 ‘실수로 누락된’ 것이고,조 장관은 국회에서 모든 내용을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지 않느냐.”고 해명하고 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이런 책 어때요]

    ●천리장성에 올라 고구려를 꿈꾼다/전성영 지음 천리장성은 고구려가 수나라의 4차 침입을 막은 뒤 당나라의 침입에 대비해 쌓은 성으로,여러 개의 성이 띠처럼 이어져 있는 요새다.사진작가인 저자는 만주지역을 가로지르는 천리장성의 거점성과 배후의 방어성들에 얽힌 이야기,고구려 특유의 축성법,고구려의 첫번째 도읍지로 추정되는 오녀산성 등을 소개한다.고구려는 ‘성의 나라’다.고구려인에게 성은 실용성과 심미성,성스러운 의미와 이념이 어우러진 예술작품이며 공동체 의식의 상징이다.성벽이 곡선을 이루며 성돌도 하나하나 둥글게 다듬어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게 고구려성의 특징이다.1만 7000원. ●살아있는 한자 교과서/정민 등 지음 우리는 무엇을 찾아 고른다는 뜻으로 ‘물색한다’라는 말을 쓴다.물색(物色)은 한자말이다.이 말은 원래 옛날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에서 나왔다.수레를 모는 사람은 무엇보다 빛깔이 같고 힘도 비슷한 말 네 마리를 찾아야만 했다.이때 빛깔이 같은 말은 색마(色馬),힘이 같은 말은 물마(物馬)라고 불렸다.그러니까 물색이란 단어는 힘도 비슷하고 빛깔도 같은 네 마리 말을 고르는 것을 말한다.이 책은 이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낱말들의 뜻과 그 속에 담긴 문화적 의미를 밝힌다.한자는 ‘문화를 읽는 힘’이다.전2권 각권 1만 5000원. ●하트셉수트/크리스티안 데로슈 노블쿠르 지음 고대 이집트 역사상 가장 비범하고 강력한 권력을 지녔던 파라오 하트셉수트의 삶을 다룬 역사서.하트셉수트는 왕자들을 제치고 여성의 몸으로 이집트의 절대권력을 쥐었지만 사후엔 자신과 관련된 모든 기록과 기념물들이 철저히 파괴돼 역사에서 지워져 버렸다.배경은 이집트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융성했던 시기인 신왕국시대(기원전 1567∼1095년).하트셉수트 통치기는 전위적이라고 할 만한 혁신의 시대였다.유명한 ‘왕들의 계곡’(절대권자들을 위한 대규모 공동묘역)을 조성한 것도 하트셉수트였다.저자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여성 이집트학자.1만 9500원. ●한국사 미스터리/조유전 등 지음 “시인은 모래 한 알에서도 우주를 본다.”고 한다.이처럼 고고학자는 부서져 나간 유물 한 조각에서도 지나간 사람살이의 흔적을 읽어내고 역사를 본다.30년간 발굴 현장을 지켜온 저자(전 국립문화재 연구소장)는 한국 고고학의 산증인.흥미로운 발굴 에피소드부터 학계의 논쟁사까지 발굴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다.일본의 ‘구석기유적 조작’사건을 낳은 연천 전곡리 유적,‘성개방의 나라’ 신라 사람들의 성풍속을 보여주는 안압지 출토 목제남근,신라 57대 왕이 될 뻔한 ‘평양기생 차릉파와 신라금관’등 다양한 발굴 현장 일화를 소개한다.1만 4500원. ●나는 CNN으로 세계를 움직인다/재닛 로 지음 24시간 뉴스채널 CNN의 설립자인 ‘미디어 제왕’ 테드 터너(타임워너 회장)의 삶과 철학을 소개.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터너야말로 ‘제3의 물결’”이라고 했다.그만큼 그는 성공적인 도박을 거듭해 왔다.타임지 등 유수 언론사에 영화사,스포츠팀까지 두루 거느린다.뉴라인 시네마,카툰 네트워크,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야구팀 등이 그것이다.“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팝콘을 먹는 것과 유사하다.팝콘으로 배를 채울 순 있지만 만족을 느끼긴 어렵다.만족을 얻기 위해선 남을 배려하는 삶을 살 필요가 있다.”는 게 터너의 말이다.1만 2000원.
  • 협력과 저항/김재용 지음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마련한 ‘친일 반민족 진상 규명법 개정안’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이런 현실에서 한 문학평론가가 일제말 문학인들의 입장을 규명한 ‘협력과 저항’(소명출판 펴냄)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친일문학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이 책은 저자 김재용 원광대 교수의 새로운 시각이 실려 빛난다. 친일문학 연구의 선구자인 임종국 선생의 연구 등 기존의 접근방식은 민족주의에 따른 것으로 친일을 외부의 강요에 의한 ‘굴종’으로 설명했다.그러나 김 교수는 친일을 철저하게 자발적으로 이뤄진 ‘협력’으로 파악한다.반대로 친일을 거부한 ‘저항’의 양상을 ‘침묵·우회적 글쓰기·망명’ 등 세가지로 세분한다.이런 분류에 대해 저자는 “친일문학을 제대로 비판하려면 민족주의와 서구 중심부의 탈식민주의 이론을 동시에 극복한 뒤 내재적 비판에 입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연구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 말인 1938년 10월부터 45년 8월 해방까지다.저자는 이 시기가 “일본의 중·일전쟁 승리와 40년 파리 함락으로 친일협력의 두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한다. 1부 ‘협력’에서 저자는 윤치호·이광수의 경우를 들어 “자발성을 띤 경우에만 친일문학”이라고 설명한 뒤 시인 서정주와 소설가 채만식·최정희 등에게서 ‘전도된 오리엔탈리즘’(서정주),‘모성과 국가주의의 결합’(최정희) 등 친일을 향한 내적 논리를 끄집어낸다.또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지향했던 송영의 경우도 왜곡된 국제주의로 인해 친일 작품을 썼다고 분석한다. 2부 ‘저항’에서는 중·일전쟁 이후 가혹해진 억압에 따른 세가지 저항방식을 고찰한다.많은 저항문인들이 선택한 ‘침묵’은 그저 글을 쓰지 않았다는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식민주의를 비판하다가 글쓰기를 중단한 경우인데, 저자는 시인 김기림을 대표적으로 꼽는다.이어 소설가 한설야의 일본어로 쓴 작품 ‘피’‘그림자’에서는 검열을 피해 우회적으로 저항하려는 노력을 읽어낸다.저자는 최후의 선택으로 ‘망명’에 주목한다.작가 김사량처럼 우회적 글쓰기를 하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망명한 경우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김보일의 영화 속 수능잡기]‘내 마음의 풍금’

    2006년의 인텔리전스 빌딩.이 건물은 모든 것이 컴퓨터 브레인에 의해서 작동된다.자동으로 온도와 습도가 조절된다. 햇볕의 강도를 창에 부착된 센서가 감지해서 조명등의 조도를 조절한다. 냉장고에는 모니터가 부착되어 냉장고 안에 어떤 식품들이 있고,그 양은 얼마인지를 보여준다.식품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인터넷으로 주문이 완료된다. 2004년 어느 일요일 오후 4시,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점심을 먹을 때 잠깐 컴퓨터 앞을 뜬 것을 빼면 종일 컴퓨터다. 온라인게임,인터넷 채팅,MP3,아바타,사이버 애완동물,인터넷 쇼핑,모든 것이 컴퓨터를 통해서 이루어진다.사이버 수족관에서 키싱구라미,레드베타 등의 열대어를 기르고,사이버머니를 주고 구입한 식물들을 온라인상에서 재배한다.하루라도 컴퓨터가 먹통이 되는 날이면 이 모든 것이 끝이다. 아버지는 인터넷으로 주식시세,신문,잡지를 보고,업무관련 이메일을 열어 본다.손목에 부착된 컴퓨터는 매일 혈압과 맥박과 당뇨수치를 무선 e메일로 주치의에게 통보한다.이상이 있을 때는 휴대폰으로 ‘병원에 한 번 들러 달라’는 연락이 온다. 자,이 모든 시스템이 멈춰섰다고 가정해보자.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냉장고 안의 음식물이 썩는 냄새도 냄새지만 50층 건물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불편이 여간이 아니다. 온도조절 시스템이 비정상이니 실내는 후덥지근하다.일체의 커뮤니케이션은 먹통이다.악몽의 나날이다.기술에 의존하면 의존할수록 그 사회의 위험도도 증가한다.산골에서 장작을 때고,호롱불을 켜고 손수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이런 위험은 없다.정화조가 막혀서 골머리를 앓을 이유도 없고,보일러가 고장났다고 투덜거릴 이유도 없으며,주문한 음식물 배달이 안 된다고 투덜거릴 이유도 없다.강아지가 자꾸 오리들을 괴롭혀서 골머리가 아프고,소가 채소밭으로 뛰어들어 밭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 좀 문제지만 그렇다고 마음까지 상할 이유는 없다.편안한 자족의 나날들이다. 영화 ‘내 마음의 풍금’의 배경은 강원도 산 속 마을 ‘산리’다.첨단 테크놀로지와는 거리가 먼 곳이다. 이곳에서 열일곱 살의 늦깎이 초등학생 홍연이 갓 부임한 스물 한 살 총각선생님을 짝사랑한다.부임하던 날 그가 길 위에서 홍연을 ‘아가씨’라 불러 세우며 학교로 가는 길을 묻던 그 순간,홍연은 피할 수 없는 첫사랑의 운명에 빠져든다.영화 ‘내 마음의 풍금’은 기술로부터 뚝 떨어진 아날로그의 세계,편리함과 효율성만이 능사가 아닌 세상,그곳에서의 사랑을 보여준다.그곳에 가고 싶다. 서울 배문고 교사 desert44@hitel.net
  • [김보일의 영화 속 수능잡기]‘내 마음의 풍금’

    [김보일의 영화 속 수능잡기]‘내 마음의 풍금’

    2006년의 인텔리전스 빌딩.이 건물은 모든 것이 컴퓨터 브레인에 의해서 작동된다.자동으로 온도와 습도가 조절된다. 햇볕의 강도를 창에 부착된 센서가 감지해서 조명등의 조도를 조절한다. 냉장고에는 모니터가 부착되어 냉장고 안에 어떤 식품들이 있고,그 양은 얼마인지를 보여준다.식품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인터넷으로 주문이 완료된다. 2004년 어느 일요일 오후 4시,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점심을 먹을 때 잠깐 컴퓨터 앞을 뜬 것을 빼면 종일 컴퓨터다. 온라인게임,인터넷 채팅,MP3,아바타,사이버 애완동물,인터넷 쇼핑,모든 것이 컴퓨터를 통해서 이루어진다.사이버 수족관에서 키싱구라미,레드베타 등의 열대어를 기르고,사이버머니를 주고 구입한 식물들을 온라인상에서 재배한다.하루라도 컴퓨터가 먹통이 되는 날이면 이 모든 것이 끝이다. 아버지는 인터넷으로 주식시세,신문,잡지를 보고,업무관련 이메일을 열어 본다.손목에 부착된 컴퓨터는 매일 혈압과 맥박과 당뇨수치를 무선 e메일로 주치의에게 통보한다.이상이 있을 때는 휴대폰으로 ‘병원에 한 번 들러 달라’는 연락이 온다. 자,이 모든 시스템이 멈춰섰다고 가정해보자.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냉장고 안의 음식물이 썩는 냄새도 냄새지만 50층 건물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불편이 여간이 아니다. 온도조절 시스템이 비정상이니 실내는 후덥지근하다.일체의 커뮤니케이션은 먹통이다.악몽의 나날이다.기술에 의존하면 의존할수록 그 사회의 위험도도 증가한다.산골에서 장작을 때고,호롱불을 켜고 손수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이런 위험은 없다.정화조가 막혀서 골머리를 앓을 이유도 없고,보일러가 고장났다고 투덜거릴 이유도 없으며,주문한 음식물 배달이 안 된다고 투덜거릴 이유도 없다.강아지가 자꾸 오리들을 괴롭혀서 골머리가 아프고,소가 채소밭으로 뛰어들어 밭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 좀 문제지만 그렇다고 마음까지 상할 이유는 없다.편안한 자족의 나날들이다. 영화 ‘내 마음의 풍금’의 배경은 강원도 산 속 마을 ‘산리’다.첨단 테크놀로지와는 거리가 먼 곳이다. 이곳에서 열일곱 살의 늦깎이 초등학생 홍연이 갓 부임한 스물 한 살 총각선생님을 짝사랑한다.부임하던 날 그가 길 위에서 홍연을 ‘아가씨’라 불러 세우며 학교로 가는 길을 묻던 그 순간,홍연은 피할 수 없는 첫사랑의 운명에 빠져든다.영화 ‘내 마음의 풍금’은 기술로부터 뚝 떨어진 아날로그의 세계,편리함과 효율성만이 능사가 아닌 세상,그곳에서의 사랑을 보여준다.그곳에 가고 싶다. 서울 배문고 교사 desert44@hitel.net
  • 퓨전오페라 ‘피가로’ 우리말 대사 돋보인 무대

    성악가와 연극배우가 함께 꾸미는 퓨전오페라 ‘피가로’는 원작이 지니는 희극적인 요소를 잘 살린 대중적이고도 참신한 무대다. 원작은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정통 오페라 공연은 노래와 대사(레치타티보)가 이탈리아어로 처리돼,국내 관객들은 원작이 지닌 은유와 해학을 이해하기가 힘든 게 보통이다.자막을 보다가 극의 흐름을 놓쳐버리기 일쑤고,노래와 무대의 아름다움 이상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오페라의 두 얼굴인 노래와 극의 맛을 고루 즐길 수 있다.노래부분은 정통오페라 그대로 부르고,대사 부분은 연극배우가 우리말로 연기하기 때문.관객이 이해하기 쉬운 연극이라는 전체 틀 안에서 간간이 아름다운 노래의 선율로 감정을 고조시켜,객석에는 활기가 넘치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배경은 18세기.스페인 세빌리아에 사는 젊은 알마비바 백작이 이발사인 피가로의 도움을 받아 사랑하는 여인 로지나와 결혼하는 과정을 담았다.서민인 로지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귀족인 알마비바를 때로는 술주정뱅이로,때로는 가난한 학생으로 그리면서 절대권력층을 조롱하는 것이 원작의 의도.이번 공연은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아났다는 점에서, 그 의도만큼은 충실히 살려냈다. 그래도 아쉬운 건 노래와 극이라는 두가지 요소가 어딘지 모르게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점.우리말 대사로 연기하는 몇몇 성악가들의 연기는 책을 읽듯이 어색했고,오페라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는 배우를 보는 시간도 너무 길었다.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유일한 한국인 지휘자로 활동했던 김주현이 공연의 지휘를,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만 100회 이상 연출해온 박경일이 연출을 맡았다.31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02)3447-7778.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뜨는기업]공기청정 조명기 (주)콘트롤라이트

    [뜨는기업]공기청정 조명기 (주)콘트롤라이트

    조명기구에도 ‘웰빙’바람이 불고 있다.실내를 밝혀주는 단순 기능에서 벗어나 공기청정과 음이온 발생·방향·방범기능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 신천동 (주)콘트롤라이트(대표 김득수)는 조명기구에 웰빙바람을 불어 넣고 있는 대표 주자이다. ●10여개 발명특허 소유 1993년 설립 이래 꾸준한 연구개발로 10여개의 발명특허품과 40여개의 의장등록·실용신안등록 제품을 갖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제품은,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돼 오는 8월 출시예정인 공기청정 조명기구. IT와 나노기술이 접목된 이 제품은 플라스마 방식의 공기청정기와 살균효과가 있는 음이온 발생장치를 부착시킨 것으로 관련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또 절전과 방범기능을 고려해 조명기구에 예약 시스템을 장착,원하는 시간에 켜고 끌수 있도록 했다. 김득수 사장은 “최근 환경오염이 심해지면서 공기청정기를 구입하는 가구가 크게 늘고 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다 별도의 공간을 차지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이 제품을 구입할 경우 큰 부담없이 공기청정기까지 장만하는 셈이 된다.”고 설명했다. 우선 거실용 제품을 생산,양산 단계에 접어들면 안방용 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바이오향기 조명기’ 개발진행 개발이 한창 진행중인 ‘바이오향기 조명기구’도 김 사장이 야심을 갖고 추진하는 프로젝트. 거실 또는 안방 천장에 부착된 조명기구에서 커피·장미향 등 10여가지의 향기가 발생하도록 설계됐다.원하는 향기를 선택하면 집안이나 사무실은 천장에서 흘러나온 은은한 향기로 가득차 기분이 상쾌해 진다.이 제품에만 3억원 가량의 연구개발비가 투입됐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주)콘트롤라이트의 기술력은 업계에서 인정해주고 있다. 대학에서 전기를 전공한 김 사장은 처음에는 조명기구 부품을 생산,중소기업에 공급해주는 납품 업체로 출발했다.그러던중 지난 97년 IMF영향으로 거래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자 이때부터 완제품을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 김 사장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자금회수는 물론 재고부담 등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안정적인 판로 확보가 절실하다고 판단,제품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대형 건설업체를 뚫는데 힘을 쏟았다. ●1군 건설업체 30여곳 납품 현재 1군 건설업체 30여곳에 각종 조명기구를 납품하고 있으며 신 제품 개발서부터 설계·생산·납품에 이르기까지 조명 관련 전 과정을 취급하고 있다.매출도 크게 늘어 올해는 60억원,내년에는 1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후년에는 200억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회사의 성장 배경은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서 찾을 수 있다.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지금까지 200억원 가량을 쏟아부었다.현재 4명인 연구인력을 대폭 보강해 오는 10월쯤 별도의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다.또 서울에도 사무실을 마련해 특판 사업팀을 상주시키는 등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김 사장은 “최근 중국산 조명기구가 대거 들어오면서 국내 업체들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따라서 요즘 주택업계에 불고 있는 웰빙바람을 최대한 활용해 소비자들이 만족해 하고 차별화된 기능성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시흥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이공연 놓치면 후회]극단 오늘 ‘사랑에 관한‘

    사랑만큼 사람을 행복하게도,외롭게 하는 것도 없다.극단 오늘의 ‘사랑에 관한 다섯개의 소묘’(위성신 작·연출)는 이 알 수 없는 사랑의 수수께끼를 다섯쌍의 남녀를 통해 풀어보는 옴니버스 연극이다. 극의 배경은 여관.각각의 방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커플이 있다.삼십대 중반의 노처녀와 노총각이 벌이는 사랑 줄다리기(노총각 노처녀),서로에게 싫증을 느끼기 시작한 연인들의 권태로움(오래된 연인),해고당한 남편을 감싸안는 아내의 따뜻한 사랑(경상도 부부) 등이 등장한다.영원한 이별을 앞둔 부부의 가슴아픈 사연(버릴 수 없는 사랑)과 나이 일흔에 새 삶을 찾은 노년의 사랑(다시 만난 사랑)도 그려진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숫자만큼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보면서 ‘사랑에는 정답도,오답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극단 오늘 창단 10주년 기념 레퍼토리 공연으로 8월22일까지 대학로 축제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1만∼2만원.(02)741-393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이공연 놓치면 후회]극단 오늘 ‘사랑에 관한‘

    [이공연 놓치면 후회]극단 오늘 ‘사랑에 관한‘

    사랑만큼 사람을 행복하게도,외롭게 하는 것도 없다.극단 오늘의 ‘사랑에 관한 다섯개의 소묘’(위성신 작·연출)는 이 알 수 없는 사랑의 수수께끼를 다섯쌍의 남녀를 통해 풀어보는 옴니버스 연극이다. 극의 배경은 여관.각각의 방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커플이 있다.삼십대 중반의 노처녀와 노총각이 벌이는 사랑 줄다리기(노총각 노처녀),서로에게 싫증을 느끼기 시작한 연인들의 권태로움(오래된 연인),해고당한 남편을 감싸안는 아내의 따뜻한 사랑(경상도 부부) 등이 등장한다.영원한 이별을 앞둔 부부의 가슴아픈 사연(버릴 수 없는 사랑)과 나이 일흔에 새 삶을 찾은 노년의 사랑(다시 만난 사랑)도 그려진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숫자만큼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보면서 ‘사랑에는 정답도,오답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극단 오늘 창단 10주년 기념 레퍼토리 공연으로 8월22일까지 대학로 축제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1만∼2만원.(02)741-393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6월의 노래 ‘비목’ 작사가 한명희 교수

    지금부터 꼭 40년 전의 일이다.강원도 화천군 백암산의 비무장지대에 한 낭만주의자 초급장교가 배속됐다.초가을 오후 최전방 순찰에 나선 그는 잡초 우거진 양지 바른 산모퉁이에 멈춰섰다.이끼 낀 돌무더기가 군홧발에 툭 걸렸기 때문이다. 그는 무심코 돌무더기를 슬쩍 밀쳐냈다.뭔가 삐죽이 나왔다.막대기로 흙을 파헤쳤다.녹슨 철모가 손에 잡혔다.천천히 끄집어올렸다.해골 하나가 철모에 끼여 있었다.해골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또 다른 돌무더기를 밀쳐냈다.역시 비슷한 광경이 연이어 벌어졌다. ●군대서 무명용사 유골 보고 ‘비목’ 작사 아,이게 무명용사들의 주검이구나.나처럼 젊었을 나이에 6·25를 만나 싸우다 죽어간 그대들이 아닌가.그는 힘없이 풀썩 주저앉았다.가슴을 쥐어짜는 슬픔에 펑펑 소리내어 울었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달빛에 의지해 겨우 일어섰다.이때였다.바로 옆 산모퉁이에 소복 차림의 여인이 나타났다.움찔 놀랐다.눈을 여러번 비벼가며 자세히 쳐다봤다.새하얀 산목련이 달빛을 받아 슬픈 여인의 모습으로 서 있었다.그 여인은 화약냄새를 온몸으로 맡으며 무명용사의 넋을 말없이 달래고 있었다. 국민가곡 ‘비목’은 이렇게 탄생했다.그 초급장교 한명희(65)씨는 서울시립대 음악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 교수는 요즘 ‘비목’과 같이 영원히 기억될 ‘아주 특별한 일’을 준비한다.6·25전쟁을 테마로 한 ‘한국전쟁 추념 문화단지’ 조성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이 단지는 전쟁박물관·평화의 종탑·칼토피아(Cultur+Utopia) 등을 갖춘 문화와 예술적 성지(聖地)를 지향한다.워싱턴의 ‘메모리얼 파크’를 연상하면 비슷하다고 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 ‘이미시문화원’에서 그를 만났다.‘ㅇ·ㅁ·ㅅ’을 의미하는 ‘이미시’는 그가 만든 말이다.30년전 이 근처에 처음 등산왔을 때 산과 계곡,한강이 그럴 듯하게 어우러진 모습에 반해 집 한 채를 계약,곧바로 삶의 터전을 삼았다.이후 농부처럼 하루하루 벽돌 쌓으며 집을 꾸미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한국판 ‘메모리얼 파크’ 꿈꾸다 최근 그는 이곳에서 문화단지 조성을 위한 설명회를 가져 주목을 끌었다.강영훈 전 국무총리·조성태 전 국방장관·권태준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김형국 서울대 교수·김후란 시인·서경석 예비역 중장·서지문 고려대 교수·이애주 서울대 교수·최정호 전 연세대 교수·표재순 연출가 등 30여명의 인사가 참석했다.이들은 문화추념단지 건립을 위한 입법청원을 추진하는 데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추념단지 조성 규모는 남양주시가 자체적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남양주 일대의 12만여평 정도가 우선 거론된다.이를 바탕으로 6·25전쟁 60주년이 되는 2010년에 완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그는 여기에 한국을 도운 16개국뿐만 아니라 적군이던 북한·중국 등 참가국가별로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형물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가칭 ‘화해의 비(碑)’로 정했다. 추진배경은 이렇다.1996부터 강원도 화천에서 열리는 ‘비목문화제’에 꼭 참석해온 그는 해마다 여름이면 젊은 장교 시절처럼 이름없는 유골들의 넋을 기려왔다.그러면서 이들을 위한 문화예술 마당이 없다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또 학자들이 전쟁사를 연구하거나 국제적 평화회담을 언제든 개최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오랫동안 ‘추념 문화단지’를 구상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름없이 사라진 넋 기릴 문화마당 그는 1939년 충북 충주에서 가난한 농가의 외아들로 태어났다.어릴 때부터 공상하기를 좋아했다.‘인생이 뭐냐.’는 물음에 자꾸 빠져 제때의 공부시간을 놓치기가 일쑤였다.서울대 철학과에 진학하려고 시험을 봤으나 두번 고배를 마셨다.삼수 끝에 그는 친구의 권유로 서울대 국악과(2회)에 지원,합격했다. 대학 1학년때 그는 서울대 음대 학장인 현제명 박사의 장례식을 보고 장차 큰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고 다짐했다.장례식때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없어‘라는 노래가 울려퍼지는 광경에 가슴 뭉클하는 감동을 느꼈다. 64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ROTC 2기 소위로 임관,전방부대인 7사단에 배치받았다.이때 비무장지대를 순찰하면서 무명용사 수백구의 해골을 접했다.배추 심으려고 흙을 파면 해골이 무더기로 발굴되는 광경을 보고 밤잠을 설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휴가요? 울고 나왔다가 울고 들어갔지요.친구들과 술을 마실 적마다 그 해골들이 자꾸 떠올라 저를 슬프게 만들었습니다.” ●PD에서 교수까지… 가곡보급에 힘써 66년 제대후 그는 TBC 프로듀서 공채3기로 입사했다.이듬해에는 ‘가곡의 언덕’이라는 주간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았다.이때 ‘일출봉’과 ‘기다리는 마음’을 자주 내보냈다.예상 밖으로 인기를 끌었다.그러자 이번에는 ‘가곡의 오솔길’이라는 일일 프로를 맡았다.하루는 고교 교사로 있는 군대 친구한테서 새노래 ‘얼굴’을 받아 방송에 내보냈다.‘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또 한번 히트쳤다. 그러던 어느날.같은 PD이자 가곡운동을 함께 벌이던 장일남씨가 갑자기 시 한수 지어달라고 했다.그는 이날 서울 무교동 일대에서 술 마시며 돌아다니다가 밤늦게 방송국으로 발길을 돌렸다.숙직하던 동료를 집에 보내고 대신 숙직을 했다.잠깐 상념에 잠겼다.백암산 산모퉁이가 저절로 떠올랐다.펜을 들었다.느낌을 그대로 원고지에 옮겼다.‘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제목을 ‘비목’이라고 했다. 이튿날 장일남씨에게 원고를 주면서 창피하니까 본명이 아니라 일무(一無)라는 예명으로 대신해 달라고 했다.방송이 나가자 반응이 무척 좋았다.작사가 ‘한일무’에서 ‘한명희’로 바뀐 것은 5년 후였다.이 무렵 가곡 ‘산목련’을 썼지만 방송 도중 원판이 지워져 영영 미아가 돼 버렸다. 이후 성균관대에서 예술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10년 PD생활을 접고 75년부터 학자의 길로 들어섰다. 오는 8월 정년을 맞는 그는 “요즘 우리 사회는 전체적으로 피곤한 것 같다.”면서 “산업사회에 풍류문화와 선비정신을 접목시키는 진정한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엽기 or 허무 ‘기성 사고틀 깨기’ 인터넷문화 자리매김

    ‘허무’하거나 혹은 ‘엽기적’이거나? 요즘 한창 대중문화계를 강타하고 있는 유행어들이다.‘허무송’‘엽기송’‘엽기한자’ 등의 단어가 연일 인터넷 인기검색어로 떠오르고 있다. 기실 이들 코드가 문화 트렌드를 이룬 건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최불암·덩달이 시리즈류의 허무개그나,공포·화장실 유머 소재로 무장한 엽기담론은 2∼3년전 이미 인터넷을 근거지로 뜨겁게 주목받은 적이 있다. ●인터넷 원조 엽기송은 ‘올챙이송’ 기성 사고틀을 뒤틀고 전복시키려는 취향이야 인터넷의 근본속성이다.그러나 이번엔 좀 다르다.인기가요나 동요,문자 등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거부감없이 수용할 친숙한 소재를 유행통신의 요리상에 올리고 있다. 인터넷 ‘엽기송’시리즈의 간판격인 일명 ‘올챙이송’(원제 올챙이와 개구리).‘개울가에 올챙이 한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뒷다리가 쏘∼옥,앞다리가 쏘∼옥’이란 순진한 노랫말에 맞춰 팔다리를 앙증맞게 움직이는 이 동요는 두어달새 국민가요급으로 반짝 떴다.원래 이는 지난 93년 윤현진씨가 작사·작곡한 동요.지난해 한솔교육이 3D캐릭터의 입체율동과 함께 이 노래를 인터넷 사이트(재미나라)에 올렸고,올 초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버’ 코너가 이를 소개하면서 새삼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것.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한솔교육은 지난 5월 초 발빠르게 유아용 비디오(올챙이와 개구리)를 내놨다.한솔교육 전종도 과장은 “5월 한달동안 2만장이 넘게 팔렸다.”면서 “요즘 같은 불황에 어린이 비디오로는 기대 이상의 판매실적”이라고 말했다. ●유치한 가사에 단순한 멜로디 유행 CF가 이를 놓칠 리 없다.라네즈화장품은 ‘엽기적인 그녀’ 전지현이,엽기적으로 보일 만큼 짙은 화장을 하고 올챙이춤을 추게 했다.신세대 아이콘의 참여로 엽기송은 ‘붐업’의 결정적 계기를 맞은 셈이다. 인터넷 유아사이트에서 유행한 ‘라면송’‘소주송’‘성형송’‘싸가지송’‘코딱지송’ 등 인터넷 엽기송들의 특징은 생활소재를 대상으로 가사가 유치할 만큼 단순하고 솔직하다는 점.“끓는 물에 면발을 넣고 스프도 넣고…라면의 매력이 무엇이냐…뼛속까지 스며드는 국물에 빠져…밥이나 말아드시든지…”(라면송)식이다. ‘브레인 서바이버’의 작가 김성원씨는 “오랜 불황을 거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픈 대중이,동요라는 쉽고 재미있는 욕구발산 창구를 발견한 것”이라고 엽기송 유행의 배경을 짚었다. ●‘허무송’으로 현대세태에 일침 인터넷 세대의 가치전복적 특징을 더 잘 드러내는 것이 허무송.한달여전 유머사이트 ‘웃긴대학’(web.humoruniv.com)에서 시작된 허무송은 엉뚱한 결론으로 허탈하게 만들지만,패러디의 날을 바짝 세우기도 한다.동요 ‘뽀뽀뽀’.멀쩡한 노래가 “아빠가출(근하면 뽀뽀뽀) 엄마가 안와(주면 뽀뽀뽀) 만나면 (담배)반갑”이라는 가사로 둔갑해 가족해체에 일침을 날린다.MC몽의 ‘180도’,인순이의 ‘친구여’,이정현의 ‘미쳐’ 등 인기가요들까지 잡식성으로 ‘요리’한다.이처럼 패러디의 촉각을 전방위로 뻗치고 있다는 것이 허무코드의 위력.허무 CF,허무 플래시애니메이션,허무 만화,허무 퀴즈 등으로 몸집을 불린 ‘허무시리즈’는 좀체 힘을 잃지 않을 분위기다. ●한자는 몰라도 ‘엽기한자’는 능통 ‘한맹(漢盲)세대’인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엽기한자’시리즈도 모르면 간첩소리를 듣기 십상이다.멀쩡한 한자의 획을 이리저리 변형시킨,옥편에 없는 신종한자들이 속속 선보이는 중이다.엽기한자의 인기배경은,자연스럽게 학습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과 세태풍자와 패러디로 짜릿한 쾌감까지 덤으로 안긴다는 점.‘섬 도(島)’자 위에 태극기를 달면 ‘독도 독’,‘혀 설(舌)’자 밑에 작은 동그라마를 그려넣으면 ‘피어싱 싱’,‘사람 인(人)’자를 여러개 포개놓은 뒤 하나만 따로 떼면 ‘왕따 따’가 되는 식이다. ●엽기… 허무… 다음은 무엇? 냉소와 자기비판을 함의한 ‘엽기’와 ‘허무’.인터넷이 대중을 포섭하는 장치로 힘을 잃지 않는 한 이들은 변함없이 세력을 키워나갈 ‘잠복된’ 문화코드일지 모른다.문화평론가 변희재씨는 “인터넷이 ‘마이너 문화’로 치부되던 몇년전과 달리,엽기와 허무코드에 기대 기성권위를 파괴하려는 인터넷 담론은 문화혼재 상태로 갈수록 다양하게 변형해갈 것”이라고 짚었다. 그렇다면? 엽기와 허무가 자기복제의 자양분으로 노리고 있는 다음 대상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日영화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

    25일 개봉하는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은 일본에서 800여만부가 팔린 인기 만화 ‘아즈미’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영화는 ‘소녀 검객’이라는 독특한 상황 설정으로 눈길을 끈다.또 전쟁 고아(孤兒),산속의 혹독한 훈련,자객 활동 등의 흥미로운 구성에다 상대편 무사들과의 칼싸움 등 무협 액션물로서의 볼거리를 갖추었다. 배경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내전을 거쳐 혼란스럽던 일본 전국시대를 막 통일하고 막부시대를 열 무렵.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추종하는 무리들의 반란에 대비해 그 우두머리들을 살해할 자객을 기르려는 오바타(하라다 도시오)에 의해 아즈미(우에토 아야) 등 10명의 전쟁 고아들이 산속에서 혹독한 훈련을 거쳐 자객이 된다.세상에 내려오기 직전 ‘마지막 시련’으로 피붙이처럼 지내온 파트너와 혈전을 벌인 뒤 살아남은 5명이 스승과 함께 반란을 주도하는 적장들을 제거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영화는 소녀와 자객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정체성과,‘내가 죽인 사람들이 나쁜 사람일까’ 등 자신의 행동에 대해 고민하는 아즈미의 방황을 슬쩍슬쩍 비추면서 ‘어린 자객집단’의 칼싸움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전반부의 훈련 과정과 곳곳에 등장하는 칼싸움 장면 등은 특수효과의 힘을 잘 보여준다.아즈미가 마지막에 200명의 자객과 대결하는 장면도 현실성은 낮지만 자연스러운 디지털 기법으로 속도감있게 처리됐다. 하지만 영화는 원작의 스케일을 영화로 담지는 못한 듯하다.제한된 시간에 곡예단 친구들과의 만남 등 곁가지 장면에 너무 비중을 두면서 산만해진다.비장한 분위기와 불협음을 내는 아이들의 장난기,역동적이지 못한 액션 신,피와 엽기적 살육만 난무할 뿐 그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점도 흠으로 비쳐진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재계인사이드] INI스틸 ‘파격인사’ 시선집중

    한보철강 인수 컨소시엄의 주력업체로 재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INI스틸의 잦은 인사가 재계 안팎으로부터 시선을 모으고 있다. 지난 4월초 유인균 회장이 전격적으로 퇴진한데 이어 지난 달 말에는 김무일 부사장이 사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부회장으로 건너뛰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화제가 되더니 지난 22일에는 정석수 현대캐피탈 부사장을 사장으로 임명했다.기존 김무일 부회장과 이용도 사장 체제에 정 사장이 가세,‘3두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이같은 일련의 인사에 대해 회사 안팎에서 구구한 억측이 뒤따르고 있다.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유 전 회장의 퇴진 배경은 물론 뒤이은 인사도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유 회장의 퇴진에 대해서는 세대교체라는 설명이 뒤 따랐지만 ‘실세’회장의 퇴진 이유로는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말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들이 그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어 이뤄진 김무일 부사장의 부회장 승진이나 정석수 부사장의 사장 승진은 현대모비스 출신으로 정몽구 회장 직할체제를 구축,한보철강을 인수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김무일 부회장이나 이용도 사장,이번에 승진한 정 사장은 정통 모비스 맨으로 정 회장의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특히 정 사장은 충성심이 뛰어난 ‘일벌레’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러한 관계 때문에 향후 정 사장의 역할에 업계에선 주목하고 있다.재무통으로서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정 사장은 한보철강 인수 이후를 대비한 포석으로 업계에선 전망하고 있다. 또 한편에선 구조조정의 달인이라는 ‘명성’이 말해주듯 그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한보철강 인수가 마무리된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된다는 평가가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논술 비타민] 시작이 반인데…/노병곤 문학박사·’글과 생각’ 송파캠퍼스 원장

    (가)와 (나)의 지문을 읽고 사이버 세계의 유용성에 관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이에 대해 가능한 반론을 제시해 보시오.(이화여자대학교 2004학년도 논술 모의시험 문제,인문·자연계열 공통) ●제시문(가) 인간은 새로운 우주론 덕택에 무지의 암흑에서 진리의 찬란한 빛으로 진보했다.우주의 진정한 체계가 발견됨에 따라,인간은 마침내 자신이 우주 내의 어느 곳에 서있는지 알게 되었다.태양이 지구를 대신하여 행성체계의 중심에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로,과학 역시 신학을 물리치고 인간의 지식체계의 중심을 차지했다.이제 인간의 정신이 진정한 빛의 근원을 탐구하게 되면서,진리를 향한 끝없는 도약이 미래를 가득 채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대 우주론의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서구는 철저한 물리주의의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을 또한 잃어버렸다.현대 우주론이 성공을 거두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공간의 동질화로 인해 영혼 또는 정신의 공간이 우리의 세계관에서 추방되어버린 것이다.동질적인 공간은 오직 한 종류의 실재만을 수용할 수 있었다.즉 과학적 세계관에서는 물질의 물리적 실재만이 존재했다.중세 우주론에서 육체와 영혼은 공간이 비동질적이라는 믿음 때문에 공존할 수 있었다.반면에 근대의 우주론자들은 지구 공간과 천체 공간의 중세적 구분을 폐기함으로써 실재를 고전적인 육체-영혼 이항체계의 절반으로 축소시켰다.게다가 물질 공간이 무한으로까지 일단 확장되어버린 다음에는,어떠한 형태로든 영혼 공간이 들어설 수 있는 자리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좀더 적나라하게 말해서,근대 우주론의 무한 공간에는 ‘영혼’이니 ‘정신’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할 장소가 전혀 없었다.중세의 우주에서 영혼의 장소는 항상 ‘너머’였다.중세에는 우주가 유한하다고 믿었으므로,적어도 비유적으로라도 물질세계의 바깥에 영혼의 자리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상상할 수 있었다.그러나 물질의 세계가 무한한데 영혼의 세계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물질세계의 한계가 없어짐으로써 기독교적인 영혼의 세계는 우주로부터 삭제되었다.이러한 삭제는 서구를 정신적 위기에 빠뜨렸으며,우리는 그 여파 때문에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다. ●제시문(나) 사이버공간은 빅뱅에 견줄 만한 기하급수적인 힘으로 현재 우리 눈앞에서 폭발하고 있다.우주론자들은 우주의 물질 공간이 약 150억 년 전에 무에서 폭발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하는데,사이버공간도 역시 무에서 시작되었다.현재 우리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새로운 영역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서로 연결된 전 지구적 컴퓨터 네트워크 공간은 이전과 다른 영역으로 팽창하고 있다.물질공간처럼,이 새로운 사이버공간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매일 수천 개에 달하는 새로운 노드 혹은 ‘사이트’들이 인터넷과 관련 네트워크에 추가되고 있으며,이러한 새 노드를 통해서 사이버공간의 전체 영역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모든 사이트들은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는 웹의 복잡한 미로 안에서 서로 연결된다.1998년 중반 현재,정기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의 수는 1억 명에 이르고 있다.그리고 다음 10년 동안에는 10억 명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이미 3억 페이지가 등록되어 있는 월드와이드웹은 최근 들어 하루에 백만 페이지씩 성장하고 있다.무에서 시작한 지 약 30년 만에 사이버공간은 인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토’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매우 중대한 의미에서 새로운 디지털 공간은 물리학이 탐구해온 공간 ‘너머’에 있다.왜냐하면 사이버 세계는 물질의 소립자나 힘이 아니라 비트와 바이트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데이터 패킷은 사이버공간의 존재론적 토대이며,전 지구적 현상이 ‘출현하는’ 근원이 된다.사이버공간은 물질의 소립자나 에너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좀더 명확하게 말해서,그것은 한마디로 혁명적인 공간이다.사이버공간은 존재론적으로 물리적 현상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물리학 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그러한 법칙의 한계에 의해 제한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발전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어떤 의미에서 실리콘 칩은 우리를 형이상학적 통로로 이끈다.한 웹사이트에서 다른 웹사이트로 여행하는 나의 ‘운동’은 어떠한 역학 방정식으로도 설명될 수 없고,내가 활동하는 온라인 공간은 어떠한 물리적 미터법으로도 측정할 수 없다.여기에서 ‘공간’의 개념 자체는 지금까지 거의 이해된 바 없는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된다.역설적이게도,사이버공간은 물리학적 과학기술의 부산물이다.실리콘 칩,광섬유,액정화면,원격통신위성,심지어는 인터넷에 동력을 공급하는 전기까지,이 모두가 과학의 부산물이다.하지만 사이버공간이 물리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그것은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실재관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소위 ‘과학의 시대’에 우리들은 철저히 물리적인 공간의 개념에 길들여져서,사이버공간을 진정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그러나 내가 사이버공간에 ‘들어갔을 때’,나의 몸은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지만,‘나’는 자체적인 논리와 지형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세계로 송신된다.분명히 그것은 내가 물질세계에서 경험하는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종류의 지형이지만,그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즉,어떤 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물질성의 결여에도 불구하고,사이버공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이다.나는 거기에 있다.우리는 사이버공간을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세계상에서 거부당한 인간의 비물질적 측면을 부분적으로나마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사이버공간은 정신을 위한,특히 상상력을 위한,새로운 영역이 되었다. 1.사오정 고민하다 오늘은 저팔계가 사오정에게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주기로 한 날.‘얼른 공부하고 놀아야지.’ 둘은 마음이 들떠 있었지만 대입 논술시험이 가까워진 터라 열심히 문제를 풀었다. 자리에서 먼저 일어난 사오정의 답안지를 읽어 내려가던 삼장 선생의 얼굴색이 변했다.“사오정! 너 정신이 딴 데 가 있구나.그러고보니 잔뜩 멋을 부리고 왔구나.무슨 일이냐.” 사오정은 소개팅을 하는 날이라 좀 멋을 부렸다고 했다.“허허! 이 녀석이….” 이어 저팔계의 답안을 받아 본 삼장 선생은 “사오정아,밖에 나가서 저팔계의 답안을 자세히 읽어 보고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아라.” 2.저팔계,함께 고민하다 밖으로 나간 둘은 풀이 죽어 있었다.‘빨리 끝내고 가야 하는데….’ 저팔계가 한숨을 쉬었다.“삼장 선생님이 왜 화를 내셨는지 좀 보자.” 둘은 답안을 비교해 보기 시작했다.‘전체 방향이나 내용은 별로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저팔계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아! 알 것 같다.서론 때문에 화가 나셨나 봐.왜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썼니? 본론에서 다룰 내용을 제시했네.” “왜? 할 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어차피 그 얘기를 하려는 거잖아.급한 마음에 할 얘기만 쓰자고 생각하기는 했지만,그게 그렇게 잘못한 건가? 어차피 서론이나 결론은 형식적인 거잖아.” 사오정은 고개를 갸우뚱했다.“이러지 말고 삼장 선생님께 가서 여쭤 보자.” 팔을 잡아끄는 저팔계를 따라 사오정은 삼장 선생에게 갔다. 3.논달선생 삼장 꾸짖다 “그래 뭐가 문제인지를 알아냈느냐?” 사오정과 저팔계는 서론 때문인 것 같기는 한데,정확히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제대로 찾기는 했구나.사오정아! 네가 오늘 이렇게 멋을 낸 이유가 뭐지?” “여자친구에게 첫인상을 좋게 보이려고….” “왜 첫인상을 좋게 보이려고 하지?” “그야 첫인상이 좋아야 호감도 생기고,나중에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도 들고….” 사오정은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삼장 선생은 갑자기 껄껄 웃으면서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고 있느냐? 사오정아! 네가 오늘 쓴 답안은 첫인상이 나쁜 답안이다.여자 친구에게 좋은 첫인상을 주는 것만큼이나 논술 답안도 첫인상이 중요하다.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논술의 첫인상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글씨를 잘 써야 하나요?” 다소 엉뚱한 사오정의 물음에 삼장 선생은 껄껄 웃으시면서 “이 녀석이 옷차림에 신경을 쓰더니 외적인 형식만 생각을 하는구나.하긴 네 말도 일리가 있구나.글씨도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하지만 역시 논술 답안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부분은 서론이다.그런데 오늘 너의 서론은 좋은 인상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나쁜 인상을 주고 있으니 없느니만 못하다.서론은 눈에 가장 잘 띄는 답안의 첫 부분에 위치하고 있고 누구나 가장 먼저 읽어보는 부분이기 때문에 읽는 사람의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참신하고 매력적으로 작성해야 한다.네가 여자 친구에게 호감을 사고 나중에라도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려는 것처럼,서론도 네가 작성한 본론을 호감을 갖고 읽고 싶게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듣고 여자친구만 신경 쓰지 말고 네 논술의 첫인상을 좋게 하도록 해라.” 4.삼장 핵심을 찌르다 일반적으로 글의 서두는 독자의 주의를 끌어들이고,그 글의 내용을 예견하게 하며,주제의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이다.특히 논술 답안에 국한시켜서 말하면 서론은 읽는 이의 관심이나 호기심을 논제로 모을 수 있도록 하고 글쓴이의 문제 의식을 잘 나타낼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논술의 서론은 일반적으로 관심 유발,문제 설정,문제 제기의 3부분으로 구성하면 무난하다.서론의 첫 부분에서는 읽는 사람의 관심과 주의를 끌 수 있는 내용을 제시하고,둘째 부분에서는 앞에 서술한 내용의 요점과 핵심을 추출하여 문제의 범위나 방향을 한정하고,셋째 부분에서는 앞 부분의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논제나 쟁점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면 무난한 서론 구성이라 할 수 있다.물론 형식적으로 꼭 구분돼 제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용적으로는 세 가지 면에서 모자란 점이 없는 것이 바람직하다.아래의 예를 보자. 사이버캐릭터,사이버머니,이른바 사이버 공간이 만들어낸 신조어들이다.현대인들은 이러한 공간 속에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과학기술 발달의 절정 속에 컴퓨터가 개발되고 인터넷의 보급 등을 비롯해 새로운 공간으로 사이버 세계가 등장하였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새로운 영토에 집을 짓고 이웃과 교류하며 최대한 이용하게 됨으로써 기하급수적인 성장과 거대한 영토확장을 이루어냈다.그렇다면 사이버공간이 형성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렇듯 유례없는 빠른 성장을 이루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그에 따르는 문제점은 없는지,사이버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한 때이다. 이 글은 이화여대 논술 모의고사에서 우수 답안으로 예시한 답안의 서론이다.앞 부분에서 사이버 공간이 만들어낸 신조어를 소개하면서 글을 시작해 사이버 공간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현상을 제시하여 읽는 이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려 하였고,그 배경이 무엇인지,문제점은 없는지 등에 관한 문제의 설정 및 논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첫 부분의 최근 사이버 공간의 확대 양상이 다른 부분에 비해 길게 서술되고 있고,둘째와 셋째의 문제 설정과 방향 제시가 아우러져 제시되고 있는 경우이다.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만 서론이 갖춰야 할 성격을 어느 정도는 충족시킨 예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좀더 나은 논술 답안이 되려면 위의 것보다도 더욱 매력적이고 참신하면서도 적절한 서론을 작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위의 서론의 경우 첫 부분에서 좀더 흥미로우면서도 참신한 내용으로 작성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이버 세계나 사이버 공간이라고 하면 인터넷만을 떠올리기 때문에 그와는 다소 다른 관점인 사이버머니,사이버캐릭터 등을 제시한 것이 참신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문제의 설정 및 논제의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에서 ‘사이버 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한 때이다.’와 같은 서술에서 볼 수 있듯이 논지가 모호하게 제시되고 있는 부분도 서론의 적절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서론 작성시 특히 유의해야 할 사항은 상투적이고 진부한 느낌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서론이 ‘관심 유발-문제 한정-문제 제기’의 성격을 지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다 보니 수험생들은 이런 이론적인 내용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문제를 보고 금방 떠올리게 되는 내용들은 남들도 다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답변을 작성한다면 내용이 남들과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따라서 예화나 속담 하나를 들더라도 남들이 잘 생각해 내지 못하는 참신한 예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저기에 서론을 쓰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는데,중요한 것은 다양한 방법이 있음을 이론적으로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실제 서론 작성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든지 결과적으로 앞서 얘기했던 서론이 담당해야 할 기능을 수행하는 데에 충분한 것인가 하는 점이 관건임을 명심하도록 하려무나.알겠느냐? 5.사오정 깨닫다 “말씀을 듣고 보니 어떤 의미에서는 서론이 본론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제가 크게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삼장 선생은 “사오정이 오늘 잔뜩 멋을 부리고 왔으니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을 거야.그렇다고 논술 답안의 첫인상이 지닌 중요성을 잊어먹으면 안 된다.” 다음주에는 ‘뚝배기보다 장맛이다.’라는 주제로 강의가 이어집니다.논술과 심층면접 지상강의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http:///cafe.daum.net/seoulinseoul로 문의하면 선생님들의 조언과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 [논술 비타민] 시작이 반인데…/노병곤 문학박사·’글과 생각’ 송파캠퍼스 원장

    [논술 비타민] 시작이 반인데…/노병곤 문학박사·’글과 생각’ 송파캠퍼스 원장

    (가)와 (나)의 지문을 읽고 사이버 세계의 유용성에 관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이에 대해 가능한 반론을 제시해 보시오.(이화여자대학교 2004학년도 논술 모의시험 문제,인문·자연계열 공통) ●제시문(가) 인간은 새로운 우주론 덕택에 무지의 암흑에서 진리의 찬란한 빛으로 진보했다.우주의 진정한 체계가 발견됨에 따라,인간은 마침내 자신이 우주 내의 어느 곳에 서있는지 알게 되었다.태양이 지구를 대신하여 행성체계의 중심에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로,과학 역시 신학을 물리치고 인간의 지식체계의 중심을 차지했다.이제 인간의 정신이 진정한 빛의 근원을 탐구하게 되면서,진리를 향한 끝없는 도약이 미래를 가득 채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대 우주론의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서구는 철저한 물리주의의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을 또한 잃어버렸다.현대 우주론이 성공을 거두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공간의 동질화로 인해 영혼 또는 정신의 공간이 우리의 세계관에서 추방되어버린 것이다.동질적인 공간은 오직 한 종류의 실재만을 수용할 수 있었다.즉 과학적 세계관에서는 물질의 물리적 실재만이 존재했다.중세 우주론에서 육체와 영혼은 공간이 비동질적이라는 믿음 때문에 공존할 수 있었다.반면에 근대의 우주론자들은 지구 공간과 천체 공간의 중세적 구분을 폐기함으로써 실재를 고전적인 육체-영혼 이항체계의 절반으로 축소시켰다.게다가 물질 공간이 무한으로까지 일단 확장되어버린 다음에는,어떠한 형태로든 영혼 공간이 들어설 수 있는 자리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좀더 적나라하게 말해서,근대 우주론의 무한 공간에는 ‘영혼’이니 ‘정신’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할 장소가 전혀 없었다.중세의 우주에서 영혼의 장소는 항상 ‘너머’였다.중세에는 우주가 유한하다고 믿었으므로,적어도 비유적으로라도 물질세계의 바깥에 영혼의 자리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상상할 수 있었다.그러나 물질의 세계가 무한한데 영혼의 세계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물질세계의 한계가 없어짐으로써 기독교적인 영혼의 세계는 우주로부터 삭제되었다.이러한 삭제는 서구를 정신적 위기에 빠뜨렸으며,우리는 그 여파 때문에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다. ●제시문(나) 사이버공간은 빅뱅에 견줄 만한 기하급수적인 힘으로 현재 우리 눈앞에서 폭발하고 있다.우주론자들은 우주의 물질 공간이 약 150억 년 전에 무에서 폭발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하는데,사이버공간도 역시 무에서 시작되었다.현재 우리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새로운 영역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서로 연결된 전 지구적 컴퓨터 네트워크 공간은 이전과 다른 영역으로 팽창하고 있다.물질공간처럼,이 새로운 사이버공간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매일 수천 개에 달하는 새로운 노드 혹은 ‘사이트’들이 인터넷과 관련 네트워크에 추가되고 있으며,이러한 새 노드를 통해서 사이버공간의 전체 영역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모든 사이트들은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는 웹의 복잡한 미로 안에서 서로 연결된다.1998년 중반 현재,정기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의 수는 1억 명에 이르고 있다.그리고 다음 10년 동안에는 10억 명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이미 3억 페이지가 등록되어 있는 월드와이드웹은 최근 들어 하루에 백만 페이지씩 성장하고 있다.무에서 시작한 지 약 30년 만에 사이버공간은 인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토’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매우 중대한 의미에서 새로운 디지털 공간은 물리학이 탐구해온 공간 ‘너머’에 있다.왜냐하면 사이버 세계는 물질의 소립자나 힘이 아니라 비트와 바이트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데이터 패킷은 사이버공간의 존재론적 토대이며,전 지구적 현상이 ‘출현하는’ 근원이 된다.사이버공간은 물질의 소립자나 에너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좀더 명확하게 말해서,그것은 한마디로 혁명적인 공간이다.사이버공간은 존재론적으로 물리적 현상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물리학 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그러한 법칙의 한계에 의해 제한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발전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어떤 의미에서 실리콘 칩은 우리를 형이상학적 통로로 이끈다.한 웹사이트에서 다른 웹사이트로 여행하는 나의 ‘운동’은 어떠한 역학 방정식으로도 설명될 수 없고,내가 활동하는 온라인 공간은 어떠한 물리적 미터법으로도 측정할 수 없다.여기에서 ‘공간’의 개념 자체는 지금까지 거의 이해된 바 없는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된다.역설적이게도,사이버공간은 물리학적 과학기술의 부산물이다.실리콘 칩,광섬유,액정화면,원격통신위성,심지어는 인터넷에 동력을 공급하는 전기까지,이 모두가 과학의 부산물이다.하지만 사이버공간이 물리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그것은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실재관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소위 ‘과학의 시대’에 우리들은 철저히 물리적인 공간의 개념에 길들여져서,사이버공간을 진정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그러나 내가 사이버공간에 ‘들어갔을 때’,나의 몸은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지만,‘나’는 자체적인 논리와 지형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세계로 송신된다.분명히 그것은 내가 물질세계에서 경험하는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종류의 지형이지만,그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즉,어떤 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물질성의 결여에도 불구하고,사이버공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이다.나는 거기에 있다.우리는 사이버공간을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세계상에서 거부당한 인간의 비물질적 측면을 부분적으로나마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사이버공간은 정신을 위한,특히 상상력을 위한,새로운 영역이 되었다. 1.사오정 고민하다 오늘은 저팔계가 사오정에게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주기로 한 날.‘얼른 공부하고 놀아야지.’ 둘은 마음이 들떠 있었지만 대입 논술시험이 가까워진 터라 열심히 문제를 풀었다. 자리에서 먼저 일어난 사오정의 답안지를 읽어 내려가던 삼장 선생의 얼굴색이 변했다.“사오정! 너 정신이 딴 데 가 있구나.그러고보니 잔뜩 멋을 부리고 왔구나.무슨 일이냐.” 사오정은 소개팅을 하는 날이라 좀 멋을 부렸다고 했다.“허허! 이 녀석이….” 이어 저팔계의 답안을 받아 본 삼장 선생은 “사오정아,밖에 나가서 저팔계의 답안을 자세히 읽어 보고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아라.” 2.저팔계,함께 고민하다 밖으로 나간 둘은 풀이 죽어 있었다.‘빨리 끝내고 가야 하는데….’ 저팔계가 한숨을 쉬었다.“삼장 선생님이 왜 화를 내셨는지 좀 보자.” 둘은 답안을 비교해 보기 시작했다.‘전체 방향이나 내용은 별로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저팔계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아! 알 것 같다.서론 때문에 화가 나셨나 봐.왜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썼니? 본론에서 다룰 내용을 제시했네.” “왜? 할 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어차피 그 얘기를 하려는 거잖아.급한 마음에 할 얘기만 쓰자고 생각하기는 했지만,그게 그렇게 잘못한 건가? 어차피 서론이나 결론은 형식적인 거잖아.” 사오정은 고개를 갸우뚱했다.“이러지 말고 삼장 선생님께 가서 여쭤 보자.” 팔을 잡아끄는 저팔계를 따라 사오정은 삼장 선생에게 갔다. 3.논달선생 삼장 꾸짖다 “그래 뭐가 문제인지를 알아냈느냐?” 사오정과 저팔계는 서론 때문인 것 같기는 한데,정확히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제대로 찾기는 했구나.사오정아! 네가 오늘 이렇게 멋을 낸 이유가 뭐지?” “여자친구에게 첫인상을 좋게 보이려고….” “왜 첫인상을 좋게 보이려고 하지?” “그야 첫인상이 좋아야 호감도 생기고,나중에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도 들고….” 사오정은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삼장 선생은 갑자기 껄껄 웃으면서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고 있느냐? 사오정아! 네가 오늘 쓴 답안은 첫인상이 나쁜 답안이다.여자 친구에게 좋은 첫인상을 주는 것만큼이나 논술 답안도 첫인상이 중요하다.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논술의 첫인상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글씨를 잘 써야 하나요?” 다소 엉뚱한 사오정의 물음에 삼장 선생은 껄껄 웃으시면서 “이 녀석이 옷차림에 신경을 쓰더니 외적인 형식만 생각을 하는구나.하긴 네 말도 일리가 있구나.글씨도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하지만 역시 논술 답안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부분은 서론이다.그런데 오늘 너의 서론은 좋은 인상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나쁜 인상을 주고 있으니 없느니만 못하다.서론은 눈에 가장 잘 띄는 답안의 첫 부분에 위치하고 있고 누구나 가장 먼저 읽어보는 부분이기 때문에 읽는 사람의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참신하고 매력적으로 작성해야 한다.네가 여자 친구에게 호감을 사고 나중에라도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려는 것처럼,서론도 네가 작성한 본론을 호감을 갖고 읽고 싶게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듣고 여자친구만 신경 쓰지 말고 네 논술의 첫인상을 좋게 하도록 해라.” 4.삼장 핵심을 찌르다 일반적으로 글의 서두는 독자의 주의를 끌어들이고,그 글의 내용을 예견하게 하며,주제의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이다.특히 논술 답안에 국한시켜서 말하면 서론은 읽는 이의 관심이나 호기심을 논제로 모을 수 있도록 하고 글쓴이의 문제 의식을 잘 나타낼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논술의 서론은 일반적으로 관심 유발,문제 설정,문제 제기의 3부분으로 구성하면 무난하다.서론의 첫 부분에서는 읽는 사람의 관심과 주의를 끌 수 있는 내용을 제시하고,둘째 부분에서는 앞에 서술한 내용의 요점과 핵심을 추출하여 문제의 범위나 방향을 한정하고,셋째 부분에서는 앞 부분의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논제나 쟁점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면 무난한 서론 구성이라 할 수 있다.물론 형식적으로 꼭 구분돼 제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용적으로는 세 가지 면에서 모자란 점이 없는 것이 바람직하다.아래의 예를 보자. 사이버캐릭터,사이버머니,이른바 사이버 공간이 만들어낸 신조어들이다.현대인들은 이러한 공간 속에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과학기술 발달의 절정 속에 컴퓨터가 개발되고 인터넷의 보급 등을 비롯해 새로운 공간으로 사이버 세계가 등장하였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새로운 영토에 집을 짓고 이웃과 교류하며 최대한 이용하게 됨으로써 기하급수적인 성장과 거대한 영토확장을 이루어냈다.그렇다면 사이버공간이 형성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렇듯 유례없는 빠른 성장을 이루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그에 따르는 문제점은 없는지,사이버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한 때이다. 이 글은 이화여대 논술 모의고사에서 우수 답안으로 예시한 답안의 서론이다.앞 부분에서 사이버 공간이 만들어낸 신조어를 소개하면서 글을 시작해 사이버 공간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현상을 제시하여 읽는 이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려 하였고,그 배경이 무엇인지,문제점은 없는지 등에 관한 문제의 설정 및 논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첫 부분의 최근 사이버 공간의 확대 양상이 다른 부분에 비해 길게 서술되고 있고,둘째와 셋째의 문제 설정과 방향 제시가 아우러져 제시되고 있는 경우이다.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만 서론이 갖춰야 할 성격을 어느 정도는 충족시킨 예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좀더 나은 논술 답안이 되려면 위의 것보다도 더욱 매력적이고 참신하면서도 적절한 서론을 작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위의 서론의 경우 첫 부분에서 좀더 흥미로우면서도 참신한 내용으로 작성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이버 세계나 사이버 공간이라고 하면 인터넷만을 떠올리기 때문에 그와는 다소 다른 관점인 사이버머니,사이버캐릭터 등을 제시한 것이 참신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문제의 설정 및 논제의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에서 ‘사이버 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한 때이다.’와 같은 서술에서 볼 수 있듯이 논지가 모호하게 제시되고 있는 부분도 서론의 적절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서론 작성시 특히 유의해야 할 사항은 상투적이고 진부한 느낌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서론이 ‘관심 유발-문제 한정-문제 제기’의 성격을 지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다 보니 수험생들은 이런 이론적인 내용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문제를 보고 금방 떠올리게 되는 내용들은 남들도 다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답변을 작성한다면 내용이 남들과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따라서 예화나 속담 하나를 들더라도 남들이 잘 생각해 내지 못하는 참신한 예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저기에 서론을 쓰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는데,중요한 것은 다양한 방법이 있음을 이론적으로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실제 서론 작성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든지 결과적으로 앞서 얘기했던 서론이 담당해야 할 기능을 수행하는 데에 충분한 것인가 하는 점이 관건임을 명심하도록 하려무나.알겠느냐? 5.사오정 깨닫다 “말씀을 듣고 보니 어떤 의미에서는 서론이 본론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제가 크게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삼장 선생은 “사오정이 오늘 잔뜩 멋을 부리고 왔으니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을 거야.그렇다고 논술 답안의 첫인상이 지닌 중요성을 잊어먹으면 안 된다.” 다음주에는 ‘뚝배기보다 장맛이다.’라는 주제로 강의가 이어집니다.논술과 심층면접 지상강의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http:///cafe.daum.net/seoulinseoul로 문의하면 선생님들의 조언과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 예산 ‘톱다운제’의 위력

    올해보다 불과 5% 증액된 각 부처의 내년도 예산 요구안이 나오게 된 배경은 뭘까.올해부터 부처별 자율성이 강화된 ‘톱다운제’(예산총액배분·자율편성제도)가 도입됐다고 하더라도 해마다 전년대비 20∼30%대의 인상안을 요구하던 과거와 비교해 현저히 낮아 의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일부에서는 부처들이 감사 강화 등으로 골치아픈 사업을 아예 배제시켰다거나,예산 편성·집행의 투명성을 유난히 강조하는 참여정부의 ‘서슬’에 눌려 공무원들이 납작 엎드렸다거나,알아서 투명하게 요청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돈다. 14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53개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국방부 등 일부 부처를 제외한 대부분이 예산처가 지정한 한도를 조금 넘거나 밑돌았다.이는 톱다운제의 도입으로 예산처가 각 부처의 잠정 지출한도를 미리 지정해 통보했기 때문이다. ●부처별로 예산한도 사전 협의 이로 인해 올해 예산안의 부처별 최대 관심은 예산처로부터 얼마나 많은 ‘실링(Ceiling·한도)’을 부여받느냐가 최대 관건이었다.각 부처는 예산 요구안 제출에 앞서 예산처와 미리 실링확보 전쟁을 치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예산 요구는 과거와 달리 부처별 실링이 얼마로 정해지느냐가 관건이었다.”면서 “부처들도 예산처로부터 최대한의 실링을 따내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예산한도가 없었기 때문에 예산을 많이 확보하려고 최대한 많이 요구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예산처에서 한도를 정해줘 예산요구액이 크게 줄어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부처 관계자는 “예산 한도내에서 부처 특색에 맞는 주력 사업에 대부분의 예산을 배정했다.”면서 “부처 입장에서 큰 실익이 없거나 민원이 많은 골치아픈 사업의 예산을 없애거나 많이 줄인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인상 효과는 5% 이상 올해 예산요구액은 25.5%가 증가한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일부 분야 예산의 경우 예산요구액이 10%대를 웃돌았다. 실제로 14개 분야 중 예산요구가 줄어든 것은 사회간접자본(SOC)과 기타행정 예산 두 분야에 불과했다.이는 예산규모가 큰 SOC(16조 5818억원)와 기타 행정분야(14조 4167억원)의 요구액이 전년대비 각각 1%와 1.8% 감소하면서 전체 평균치가 뚝 떨어진 것이다. 실제로 통일·외교분야가 17.3%로 늘어난 것을 비롯,국방 12.9%,환경 11.9%,연구개발(R&D) 11.8%,사회복지 10.4% 등으로 높았다. 예산총괄과 한훈 서기관은 “국회 제출에 앞서 부처 이기주의적인 성격이 강한 예산 요구안이라든지,대규모 신규사업 추진을 위해 올해 소액의 타당성 조사 용역비를 끼워 넣은 것 등은 심사를 통해 다시 걸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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