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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옴부즈맨 칼럼] ‘진화’하는 신문의 ‘얼굴’/염희진 성균관대신문 前편집장

    신문의 1면이 ‘진화’하고 있다.1면은 으레 그 날의 ‘가장 중요한 기사’가 차지해왔다. 그러다 보니 기사가치를 결정하는 판단기준이 다를 경우를 제외하면, 신문사마다 비슷한 제목과 내용의 기사가 배치됐다. 제호를 가리면 어떤 신문인지 구별하기 힘들었던 것이 이제까지 신문의 1면이었다. 그러한 신문이 요즘 들어 1면에 자기만의 색깔을 넣기 시작했다. 정말 중요한 사건이 아니면 신문사가 자체적으로 준비한 기획기사를 전면 배치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신문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방증이다. 다매체시대에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짐에 따라 신문은 위기에 처해있다. 보도에 있어 아직까지 제한된 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방송과 달리 여러 개의 일간지와 특수지, 무가지와 경쟁해야 하는 신문의 경우는 독자의 선택권이 훨씬 더 넓다. 위기에 처한 신문이 독자의 선택을 받아야 할 필요성은 더욱 절박해진 것이다. 따라서 좀더 튀는 1면을 만들기 위한 신문사의 노력은, 어떻게 하면 독자의 눈을 사로잡아 판매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다. 또 다른 배경은 독자들이 신문에 기대하는 역할의 변화다. 이제까지 ‘신문(新聞)’은 말 그대로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매체였다. 하지만 이제 독자는 신문의 속보성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이것이 신문의 역설이다. 대신 독자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보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심층적인 정보를 신문에 요구한다. 예전에는 신문의 1면을 보고 그날의 주요 사건 사고를 알았지만 이제는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사건을 더욱 정확하고 깊이 있게 알고자 신문을 찾는다. 따라서 타매체에서 다룰 수 없는 기획기사와 사건의 추이를 상세히 다루는 심층성만이 신문이 차별적인 매체로 거듭날 수 있는 유일한 활로다. 때문에 최근 1면의 변화는 자기만의 고유한 색깔로 타매체, 타신문과 차별하려는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 그러한 면에서 서울신문의 얼굴은 확실히 진화중에 있다. 우선 다른 신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1면의 독특한 편집이 눈에 띈다. 날씨부터 오늘의 한자, 장바구니 물가, 기사 목차까지 담겨있는 1면의 우측 인덱스는 독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기사에 있어서도 김성수 기자의 마라톤 도전기(7월6일자 1면)와 한서대와 공동 기획한 ‘100년 뒤 한국인 미소남녀’(7월18일자 1면), 에너지관리공단과 함께 기획한 에너지 ‘끄자, 뽑자, 걷자’ 등은 색다른 기획과 기사로 독자의 눈길을 끌었다. 또 지금까지 굳어져 있던 ‘1면감’의 기준을 확실히 바꿔놓았던 기사도 있다.‘의사당 앞서 4년째 1인 반전시위 런던 명물 새달 퇴장할까’(7월14일자 1면)나 ‘대학중퇴 후 마이웨이 레스토랑 종업원 소믈리에 명장됐다’(7월30일자 1면)등은, 훈훈한 미담이나 인물을 다룬 기사도 1면에 배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하지만 독자들이 서울신문에 요구하는 1면의 모습은 색다른 편집과 흥미 있는 기사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신문이 독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다른 신문이 다루지 않은 새로운 사회 현상이나 기획기사를 계속해서 발굴해내지 않는다면, 이러한 노력은 독자의 이목만을 끄는 소재나 주제의 선정주의로 흐를 위험이 있다. 주가가 오르면 시황판 아래서 웃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배치하거나(7월12일 1면 사진), 정상회담 다음 날이면 악수하고 있는 각국 정상의 사진이 1면을 장식하는 이제까지의 관행 또한 탈피해야 할 것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1면의 변화 움직임이 단순한 ‘화장술’에 그치지 않으려면 서울신문만이 할 수 있는 기획기사 발굴에 힘써야 할 것이다. 편집의 혁신이 아닌 풍부하고 다양한 기획이 담겨져 있는 1면의 변화를 서울신문이 주도하기 바란다. 서울신문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바로 그때 생긴다. 염희진 성균관대신문 前편집장
  • 통신업계 재편 신호탄?

    구본무 LG회장이 최근 통신분야 주요 인사를 잇달아 만나면서 통신업계 구조조정 등 갖가지 시나리오가 양산되고 있다. 구 회장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최태원 SK 회장, 남중수 KT 사장 내정자를 잇달아 만났다. ●시장은 들썩-내용 속빈강정? 정부·업계 관계자들은 “거론된 내용도 크지 않고, 시장재편 전망 등의 주장도 너무 성급하다.”고 말했다.3번의 자리에서 나온 말들을 종합하면 LG의 발걸음 배경은 요란한 것도 복잡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업계 한 임원은 “굵직한 사업협력 카드를 지녔다기보다는 여건이 조금 좋아진 이즈음에서 업계와의 사업관계를 더 공고히 하고 정책의 분위기도 알아볼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진 장관(6월말) 이희국 LG전자 사장(CTO)이 골프장 자리를 주선했다. 이 사장과 진 장관은 경기고∼미국 스탠퍼드대∼80년초 휴렛팩커드 연구원 입사때까지 한솥밥을 먹는 등 둘도 없는 친구다. 구 회장, 이 사장, 남용 LG텔레콤 사장, 진 장관 등이 자리했다. 나중에 정홍식 데이콤 사장이 합류했다고 한다. 진 장관은 LG에 “오래전부터 ‘통신 3강’ 얘기를 해왔는데, 차세대 서비스에 투자 좀 해달라.”, 구 회장은 “파워콤 소매시장 진출과 정부의 확고한 유효경쟁체제 유지로 600만 가입자가 안착돼 고맙다.”는 말을 진 장관에게 했다고 전해진다. ●구 회장-남 사장 내정자(7월26일) 이 자리에는 김쌍수 LG전자 부회장, 이상철 전 정통부 장관도 함께 했다. LG측은 KT에 싸이언 단말기를 KTF와 KT(KTF 단말기 재판매)에서 많이 써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품질이 상당히 좋아진 고급 싸이언 단말기 계약을 늘려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반면 KT는 LG텔레콤이 집요하게 지적해 오던 단말기 재판매에 대한 이해를 부탁했다. 통신장비업체인 ‘LG노텔’ 설립과 관련,KT에서 장비 구매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최 회장(7월20일)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이 구 회장을 만난 것은 크게 볼 일은 아니다. 그간 움직이지 않다가 ‘소버린 문제’가 마무리되면서 인사 겸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전에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도 ‘인사 만남’을 가졌다. ●시장 재편은 내년 후반기에나 시장에 나온 그럴 듯한 시나리오는 업체들의 자금사정, 이해관계 등이 얽혀 있어 당분간 실현이 어려울 전망이다. SK텔레콤의 경우 데이콤, 하나로텔레콤 인수 등을 검토했지만 1조원 이상씩 들어가는 이들 기업의 인수는 지금으로선 기대 효과가 떨어진다며 일단 포기한 상태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증시 ‘유례없는 큰장’ 기대감 고조

    증시 ‘유례없는 큰장’ 기대감 고조

    종합주가지수가 1100선을 돌파함에 따라 역대 최고점 돌파가 곧 달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하반기 거시경제에 대한 기대감, 기업실적 호전 등 이른바 호재 ‘3박자’가 척척 맞아떨어기고 있다. 28일 종합주가지수는 강력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100선을 가볍게 뛰어넘어 역대 최고점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종가는 1994년 11월8일 기록한 1138.75에 불과 34.03포인트(3.0%) 낮은 수준이다. 주가지수 1100선 돌파의 의미는 최고점에 도달하기 전에 넘어야 할 가장 강력한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지수선을 별다른 무리없이 넘었다는 데 있다. 이는 이제까지 체험하지 못한 ‘큰 장’이 설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상장사들의 높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받았던 국내 증시가 비로소 제대로 대접을 받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를 낳았다. 최근 무서운 상승세의 배경은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증대 ▲거시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 ▲북핵 문제에 대한 리스크 감소 ▲미국경제 호조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음달 말 발표 예정인 부동산종합대책에 시중유동자금의 증시 유인 대책이 포함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주가상승에 도움을 주고 있다. 외국인들도 증시 낙관론에 동조하며 매수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전문가들은 “8∼9월에 1200선에 도달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또 증시가 상승세로 방향을 잡았고 조정 가능성도 낮은 만큼 ‘도전적인 매수세’를 권했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정보파트장은 “장기보유 전략이 가장 절실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주가지수가 현 기조를 유지하며 최고점을 돌파한 뒤 이후에 1000선까지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1000선 아래로 돌아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은행권 첫 ‘스카우트소송’ 배경·결과 놓고 관심집중

    신한은행이 자사 파생상품 마케팅 직원 3명을 스카우트해간 SC제일은행을 상대로 법원에 ‘경쟁영업 금지 및 영업비밀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권의 ‘스카우트 전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데다 후발은행인 신한은행도 과거 다른 은행의 인재를 대거 영입해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일반 제조업체와 달리 은행 직원의 전직이 소송으로까지 비화된 사례도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19일 시중은행의 한 법률담당 변호사는 “이번 가처분 신청의 핵심은 제일은행으로 옮겨간 신한은행 직원들이 갖고 있는 정보를 영업비밀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면서 “이를 입증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관계자는 “80년대 초반 창립 이후 경쟁은행의 인재들을 무수히 영입해간 신한은행이 초유의 소송을 낸 것과 이들이 떠난 지 두 달이 다 된 시점에서 법적 판단을 구한 것이 의문”이라면서 “직원 내부단속을 위한 조치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한은행은 “10년 이상 키워온 전문 인력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은 금융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지 다른 의도나 배경은 없다.”고 해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과거 신한은행으로 몰린 인재들은 대부분 일반 영업사원들이고,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순수한 의도였다.”면서 “이번 소송을 계기로 은행이 심혈을 기울여 육성한 우수인재를 지킬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달라진 문화지도] 영화 강남·그림 삼청동으로

    [달라진 문화지도] 영화 강남·그림 삼청동으로

    “충무로에는 영화가 없고, 인사동에는 그림이 없다.” 서울의 문화 지도가 바뀌고 있다.‘충무로=영화’‘인사동=그림’‘여의도=방송’으로 통하던 오랜 등식이 깨졌다.1990년대 후반부터 충무로의 영화 제작사들은 투자사들의 돈줄을 따라 하나둘 강남으로 거점을 옮기기 시작했다. 현재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영화 관련 제작·투자·배급·수입회사등 영화 관련사 500여군데가 강남에 둥지를 틀고 맹활약 중이다. 한국 미술계의 주 활동무대이던 인사동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와 주변 입지 여건이 쾌적한 종로구 사간동, 삼청동 쪽으로 ‘한국미술의 메카’ 지위를 넘기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기무사터의 이전 문제가 공식화되면서 부쩍 이곳 일대가 화랑가로 재도약, 크고 작은 화랑들이 터 잡기에 분주하다. 흔히 ‘방송가’하면 떠올리게 되던 여의도도 이곳에 몰려있던 지상파 방송사들이 점차 각지로 흩어지거나 옮길 움직임이어서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문화 장소성의 변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시대적 요구에 맞춰 ‘판’을 옮길 줄 아는 문화는,‘생물’이다! ●‘충무로’는 서울 강남에 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싶겠으나 사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영화 산실의 상징이었던 충무로에는 지금 ‘영화’가 없다. 지난 4∼5년새 영화 관련 업체들이 무더기로 빠져나갔다. 가까스로 충무로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는 제작사가 시네마서비스, 씨네2000, 씨네월드, 시네라인2 등 4∼5개사 정도. 강우석 감독이 이끄는 시네마서비스도 2003년 플레너스와 합병한 뒤 강남으로 옮겼다가 다시 분리되는 통에 지난해 충무로로 ‘복귀’했다.“최대 토종 제작사의 극적(?) 귀환으로 그나마 충무로가 덜 허전하다.”며 충무로 사람들이 씁쓸한 입맛을 다실 만도 하다. 제작·투자·배급사 등 충무로를 떠난 영화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새 둥지를 튼 곳은 서울 강남 일대. 도산대로를 중심축으로 군데군데 굴딱지처럼 붙어있다. 이처럼 강남에 포진한 크고 작은 영화 관계사들은 줄잡아 500여개. 영화사들이 너도나도 ‘강남행’을 감행한 결정적인 배경은 그곳에 ‘돈줄’이 쏠려 있기 때문. 최근 강남에 사무실을 연 한 신생 제작사 대표는 “투자사의 대부분이 몰려 있는데다 배우들의 ‘노는 물’이 이쪽인데 충무로를 고수하고 있을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녹음 편집 등 후반작업을 맡길 회사들과 접촉하기 수월한 점도 ‘강남 영화벨트’의 주요배경으로 꼽힌다. 옛 영화(榮華)를 추억하며 한국 영화사의 뒤안으로 조용히 물러앉은 충무로. 그러나 더 늦기 전에 충무로의 문화사적 가치를 찾아 역사 현장으로서의 의미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드높다. 충무로의 문화·역사적 의의를 주목하는 다수의 영화인들은 서울 중구청의 지원 아래 지난해 11월 ‘충무로 영화의 거리 추진협의회’를 결성, 충무로 부활을 위한 구체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다시 활기띠는 경복궁 일대 화랑가의 핵심 축은 최근 인사동에서 경복궁 주변 사간동과 삼청동 일대로 급격히 재이동하고 있다. 경복궁 앞 기무사의 이전 문제가 이슈화 되면서 이곳으로 화랑터를 옮기는 화랑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정부는 수도권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기무사의 이전과 함께 이곳을 광화문 일대의 역사문화 공간으로 연계해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무사터 개발 계획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개발 방침이 보다 구체화되는 분위기이다 보니 자연 이곳으로 화랑이 물려 들어 이곳은 과거보다 땅값이 많이 올랐다. 이 일대 평당 가격이 2000만∼3000만원으로 ‘부르는 게 값’일 정도라고 한다. 더구나 한국 미술의 메카 역할을 하던 인사동이 비싼 임대료와 주차공간 부족, 상업화된 거리 등으로 인해 화랑가의 장점을 잃은 것도 이곳에 화랑이 몰리는 이유다. 조용하면서도 시내 중심가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좋고, 최근 공예품점 등 개성있는 가게들이 몰려드는 것도 화랑가의 입지 여건상 장점으로 부각됐다. 인사동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종로구 사간동에는 이미 인사동 시대를 마감하고 일찍이 터를 잡은 갤러리 현대, 국제 갤러리, 학고재, 금산갤러리, 예맥화랑, 금호미술관 등이 있다. 특히 갤러리 현대는 화랑 뒤편에 전통 한옥 모양으로 지은 레스토랑인 ‘두가헌’을, 국제 갤러리는 화랑 위층에 ‘더’레스토랑을 운영한다. 이곳은 음식 맛이 좋아 유명 인사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삼청동 총리공관 주변에는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들어서고 있다.fifteen 갤러리, 스밈 갤러리, 쿡스 하임 갤러리, 가진 갤러리, 이오스 갤러리 등 이름부터 개성이 물씬 풍기는 갤러리들이 떼지어 자리를 잡았다. 이들 갤러리 중 일부는 기존 한옥을 리모델링해서 화랑으로 활용,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랑들이 이전하면서 고미술품 가게들도 함께 이동하고 있다. 경복궁앞 기무사터 앞에는 고미술품 가게 예나르가 인사동에서 이곳으로 이주해 왔다. 총리공관 앞에 있는 고미술품 가게 미감예감과 덕인제도 지난 2월 장안평에서 이곳으로 옮겨 왔다. 이들 두곳은 형제들이 운영하는 곳. 미감예감 김익준 사장은 “이곳이 문화예술 거리로 활기를 띠면서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서 가게를 옮겼다.”고 말했다. ●여의도 방송가는 옛말 과거 지상파 3사가 몰려있었기 때문에 ‘방송가’하면 떠올리는 곳은 일반적으로 여의도. 하지만 이제 그러한 통념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다. 지난해 3월 SBS가 지상파 3사 가운데 처음으로 양천구 목동에 새사옥을 지어 이전했다. MBC도 오는 2007년까지 일산에 제작센터를 만들고,2009년에는 본사를 마포구 상암동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지상파 3사가 모두 흩어질 날이 멀지 않았다. 반면 이미 SBS 제작센터가 자리잡고 있고,MBC 제작센터도 옮겨올 예정인 일산은 각종 관련 업체들이 몰려들어 새로운 거점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광숙 황수정 홍지민기자 sjh@seoul.co.kr
  • [YAHO~!DICA]떠나기전 후다닥 디카배우기

    [YAHO~!DICA]떠나기전 후다닥 디카배우기

    이제 슬슬 ‘올 여름 휴가는 어디로 가야 하나,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하나.’하는 고민에 행복해진다. 준비물도 많다.1년 동안 갈고 닦은 몸매를 자랑할 비키니와 멋진 선글라스 등 준비물을 사고 챙기느라 정신 없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디카’. 그래도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는 것 아닌가. 애인을, 아이들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진에 남겨줄 자신이 없다면 디카 사진가 배지환(30)씨를 살짝 ‘커닝’하면 어떨까. 잘 기억했다 바다에서 산에서 똑같이 찍어 본다면 당신도 ‘프로’작가 같은 작품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정리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파란 바다·하늘 파랗게 찍기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어보면 항상 하얗게 나온다. 눈으로 보면 하늘도 바다도 파란색으로 정말 아름다운데 사진에는 도저히 그렇게 나오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비결은 간단하다. 무조건 순광으로 찍어라. 파란 하늘과 바다를 나타내려면 사진을 찍는 사람이 해를 등지고 피사체(사진에 찍히는 것)가 해를 마주보고 찍어야 한다. 그리고 카메라 노출을 하늘에 맞추어야 한다. 순광에서는 아마 하늘과 피사체의 노출 차이가 거의 없어진다. 또한 해변에서는 난반사가 많아 노출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힘들다. 노출보정장치를 이용해서 1단계 정도 노출을 조금 부족하게 찍어보면 의외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사진은 강릉 안목해수욕장에서 햇빛이 강한 오후 2시쯤 찍은 사진인데 순광을 이용하고 노출을 1단계 정도 부족으로 찍어 모래사장, 바다, 하늘, 인물 등이 모두 골고루 잘 나왔다. 반드시 정면 얼굴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자. 뒷모습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가. ■가장 쉬운 방법 ‘필’로 찍기 동틀 녘이나 해질 녘에는 역광으로 사진을 찍어보자. 이런 멋진 사진의 주인공이 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을까. 이 사진은 서해 가자미해수욕장에서 역광을 이용해 인물은 실루엣으로 처리하고 구름과 하늘을 살린 사진. 가끔 친구들과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을 땐 빛의 성질을 이용해 촬영하는 것도 여행의 묘미라 할 수 있다. 만일 사진 속의 인물을 살리려 노출을 오버시킨다면 하늘과 구름은 위 사진처럼 색감이나 밝기를 살릴 수 없으며, 느낌이 없는 사진이 될 것이다. 광각으로 약간 밑에서 찍어 점프하는 높이가 과장된 것도 재미있다. 아름답게 해가 지는 해변에 긴 생머리가 아름다운 그녀를 모델로 하면 기념이 되는 멋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 ■조리개를 조일수록 선명한 인물이… 보통 사진에 들어가는 인물사진을 보면 아웃포커스(심도가 얕아 인물만 살고 배경은 뿌옇게)처리를 한 사진들을 많이 본다. 그 이유는 주제가 인물일 경우 인물을 살리기 위해 배경을 흐릿하게 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4시간에 걸쳐 힘들게 지리산 노고단 산행을 하고 아웃포커스로 피사체만 부각시킨다면 억울하게 힘든 산행을 한 흔적이 남지 않는다. 보통 휴가나 여행을 갔을 때는 피사체와 배경을 모두 선명하게 나오게 하는 팬포커스를 이용해야 한다. 보통 디카에는 촬영 모드 중에 AV모드가 있다. 조리개를 선택해서 찍는 모드인데 여행 가서 햇빛이 좋은 날에는 보통 11정도에 맞추어 놓고 찍으면 팬포커스가 된다. 주의할 점은 그늘이나 실내에 들어가면 다시 프로그램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물속에서 이렇게 찍어요 “야, 카메라에 물 튄다. 그러다 고장나. 조심해.”라는 것이 휴가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또한 계곡이나 바다에 카메라를 빠뜨려 휴가 기분을 망치는 일도 다반사. ‘카메라가 방수된다면 어떨까.’우리들의 마음을 읽고 각 업체에서 계곡, 바닷물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워터 하우징(마린팩)이 액세서리로 나온다. 가격은 10만원 내외다. 자신의 디카에 맞는 것을 하나 준비한다면 카메라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하우징을 하나 장만하면 물에 빠질 걱정도 없고 물 속에서 수영하는 아이들도 찍을 수 있어 사진 표현의 영역이 한층 넓어진다. 소니코리아에서 수심 40m까지 방수가 되는 전문가용과 수심 3m 내외까지 방수가 되는 아마추어용 두 가지 제품을 내놓았다. 대표적인 MPK-WA은 22만 9000원,SPK-LA는 12만 9000원 등 다양한 마린팩을 내놓았다. 삼성 테크윈은 #1카메라 전용 하우징인 SPH-A3를 9만 원대에 내놓았고 올림푸스한국은 수중촬영은 불가능하지만 장마철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생활방수 기능을 갖춘 ‘뮤미니S’를 내놓았다.
  • [클릭 이슈] ‘약대6년제’ 의·약 극한 대립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성을 기르겠다는데 웬 과민반응인가.” “결국 의사의 진료권을 넘보겠다는 의도다.” 약학대학 6년제 개편을 놓고 의·약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예정됐던 공청회가 대한의사협회의 실력 저지로 무산된 데 이어 지난 5일 공청회마저 파행으로 진행됐다. 의협은 교육부가 약대 6년제를 강행한다면 파업 등 대정부 투쟁도 불사하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의약분업 도입 당시 양측의 극한 대립을 기억하는 국민들은 “또다시 밥그릇 싸움이냐.”는 따가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연구팀 ‘2+4년 체제’ 2009년 시행 건의 교육부가 지난해 7월 고려대 교육학과 홍후조 교수 등 정책연구진에 의뢰, 지난달 17일 내놓은 약대 개편안은 ‘2+4년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기초과학 등 유관학과에서 기초ㆍ교양 교육 2년, 약대에서 전문지식 교육 3년, 실무실습 교육 1년으로 구성된다. 연구팀은 학제 개편이 필요한 이유로 교육과정이 외국에 비해 짧고, 실습 기간이 부족하며, 세계적 추세에 따라 전문직업인 양성에 필요한 수학 기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연구팀은 교육부에 ‘2+4 체제’를 건의했고, 교육부는 공청회 등을 거쳐 오는 26일쯤 확정 발표해 2009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美 6년제 전환”vs“英·加 등 4년제” 이같은 논리에 대해 의사와 약사들은 조목조목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기본적으로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약대 수업연한 연장의 필요성 부분. 약사회는 “약사 업무 수행을 위한 최소한의 기간이 6년”이라고 하는 반면, 의협은 “의약분업 전 간호조무사들이 하던 단순조제를 위해 6년이 필요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의협 오윤수 홍보실장은 “단순조제 업무를 하는 약사가 90% 이상인데도 외국의 사례를 들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외국처럼 제약회사로 진출하는 연구약사가 많다면 모를까, 수업연한 연장은 국민 의료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약사회는 “의약분업 뒤 취급 의약품이 배로 증가하는 등 전문성이 강조되고 있다.”면서 “의료비 상승이라는 논리라면 의대도 4년제로 줄여 의료 수가를 낮춰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국제적 흐름에 대해서도 상반된 해석이다. 약사회 최헌수 홍보팀장은 “2003년부터 미국이 4년제 졸업자의 약사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등 대부분 선진국들이 5∼6년의 학제를 가지고 있어, 개편하지 않으면 의약 개방의 여파 속에 도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의협은 자체 조사한 외국 사례를 들며 “영국·캐나다 등 선진국도 대부분 4년제인데, 교육부와 약사회가 6년제 국가의 예만 골라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약사회도 “유럽 등은 4년이라 할지라도 예과 개념으로 2년·4년의 예비과정을 요구하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반박했다. ●배경은 오랜 ‘밥그릇 싸움’ 의협은 정책 추진의 절차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행정절차법에 따라 2주 전에 해야 하는 공청회 공고를 불과 10일 전에 한 ‘졸속 공청회’였다는 것. 그러나 양측의 논리 싸움의 이면에는 오랜 갈등과 ‘밥그릇 싸움’이 깔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약대 개편이 추진된 2002년 이후 처음에는 한의사협회와 약사회의 대립 구도였지만, 양측은 지난해 6월 “한약 조제권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문화한 뒤 합의했다. 그러자 관망하던 의협이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학제 개편이 약사 권한 확대로 이어져 영역 침범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다. 의협 관계자는 “2년이라는 시간과 비용을 더 투자하면 그만한 처우를 요구할 것이 뻔하고, 결국 요구하는 것은 진료권”이라면서 “의약분업 뒤에도 일반의약품 슈퍼마켓 판매에는 반대하면서 임의조제는 계속하고 있는 약사들의 ‘질좋은 서비스를 위함’이라는 주장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고 성토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학제 개편의 필요성을 논할 단계에서 직능 범위의 침범을 들먹이는 것은 성급한 과민반응”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2년이라는 투자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영역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약대6년제 논란 일지’ ▲2002.10.18 대통령자문기구 ‘약사제도개선 및 보건산업발전 특위’ 약학교육 내실화방안 의결 ▲2003.9.8 보건복지부 ‘약대 6년제 개편’ 발표 ▲2004.4.14 의사협·한의사협 ‘약대 6년제 반대’ 공동성명 ▲2004.6.21 약사회·한의사협 ‘약대 6년제 방안’ 합의 ▲2004.6.23 의사협 “약대 6년제땐 파업도 불사” ▲2004.6.25 복지부,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요청 ▲2004.7.28 교육부, 약대 학제개편 관련 정책연구진 구성 ▲2005.6.17 교육부 약대 ‘2+4년제 도입안’ 발표, 공청회 무산 ▲2005.7.5 공청회 파행 진행 ▲2005.7.26 약대 학제 개편안 최종 확정, 발표(예정)
  • 정책공조→소연정·대연정→내각제 개헌?

    정책공조→소연정·대연정→내각제 개헌?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발언’으로 정국에 정계개편의 싹이 틀 조짐이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당정청 여권 수뇌부 모임인 11인 회의에 사전예고 없이 찾아가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과 연정(연합정부)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연정의 운을 뗐다. 노 대통령이 연정을 언급한 배경은 현재의 권력구조와 정당제도가 일치하지 않다는 데 있다.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은 4일 “내각제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강한 정당제도로 돼 있지만 권력구조는 대통령 중심제로 돼 있다.”면서 “권력구조와 정당제도가 일치하지 않으면서 국정수행의 어려움이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윤태영 부속실장의 국정일기를 통해 여소야대 정국에 대해 “연정을 이야기하면 모든 국민이 ‘야합’이라며 기분 나빠하고, 우리와 같은 당론투표 구조하에서는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정책설명을 하기도 어렵다.”면서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슬쩍 속내를 내비쳤다.1988년 이래 우리 국민은 여당에 국회의 과반수 의석을 주지 않았고, 여당은 정계개편이나 의원 빼오기, 지역연합으로 이를 극복했지만 결국 다음 총선에서는 다시 여소야대가 되는 구도의 반복에 대한 고민이 배어 있다. 노 대통령은 여소야대의 정국을 타개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첫째로는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과의 사안별 공조를 들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과정에서 사안별 공조의 가능성에 자신감을 얻은 듯 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단기적으로 가능한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둘째로 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방안은 소연정·대연정이라는 정계개편이다. 소연정은 민노당이나 민주당 등을 대상으로 과반확보를 위한 방안이고, 대연정은 한나라당까지 범주에 넣는 거국 내각수준이다. 하지만 연정을 할 경우에는 4·30 재보선에서 여소여대로 나타난 민의를 거슬린다는 비판이 불보듯 뻔하다. 노 대통령이 연초에 민주당 김효석 의원에게 교육부총리를 제의한 점도 소연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대연정의 경우에는 열린우리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정책노선을 포기해야 한다는 비판여론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한나라당이 각료추천권까지 사용하면서 대연정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은 재보선을 앞두고 과반의석 붕괴에 대한 우려가 열린우리당에 깔려 있을 당시에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한 석 많고 적음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말했던 점을 보면 정계개편의 구상을 일찌감치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노 대통령의 연정발언은 아직은 탐색전 수준이고, 현재 야당들도 회의적 반응이긴 하나, 집권 후반기에 정국운영의 승부수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조기숙 수석이 내각제 개헌 가능성까지 거론한 점을 보면 연정 논란은 야권의 호응 여부가 관건이긴 하지만, 내각제 개헌으로 이어질 소지도 안고 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혁신 공기업 탐방] (14) 송인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혁신 공기업 탐방] (14) 송인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전기사고 예방기관으로서의 공사, 대국민 서비스기관으로서의 공사, 효율적인 공기업으로서의 공사를 강조하고 있다. 전기사고 예방 기관으로서의 공사를 앞세운 것은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설립된 이유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대국민 서비스기관이라는 의미는 지금까지 검사·검증기관이 갖는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국민들에게 한발 다가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공사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 고객만족도를 아무리 높여도 비효율적인 공기업이라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효율적인 공기업으로서의 공사를 추가했다. 송인회 사장은 2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사가 공익성을 추구한다고 비효율성을 용인받을 수는 없다.”면서 “효율적이면서도 청렴한 공기업을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신문 오풍연 공공정책부장 대담으로 송 사장의 혁신방향을 들어봤다. ●정부산하기관증 지방이전 첫 노사합의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관련해 노사합의가 있었다고 들었다. -공사는 정부 산하기관 최초로 본사 지방 이전과 관련한 노사협약을 체결했다. 직원들의 본사 지방이전에 대한 의견수렴과 대책 마련을 위해 노동조합이 참여한 자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는 등 지방이전에 대해 적극 대응해 왔다. 이번 ‘본사 지방이전 노사협약’은 정부의 수도권 분산과 지방을 골고루 발전시키기 위한 책임을 서로 이해한 결과다. 공사의 자발적인 지방이전 추진은 미온적으로 대응해온 많은 공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안전관리 전문기관인 공기업으로서 처음으로 경영혁신을 선포했다고 들었다. 배경은 뭔가. -공사가 창립한 이래 변함없는 인건비 위주의 재무구조, 일하는 방식의 구태의연함, 수동적·소극적 조직문화에서는 현재와 같은 변화와 개혁의 시대에서 성장·발전은커녕 도태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고객은 높은 품질의 다양한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상식을 뛰어넘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게 됐다. 경영혁신을 선포하기 전에 과감한 인사개혁이 단행됐는데. -혁신책의 일환으로 기획관리이사를 공모해 사기업 출신의 인사를 선임했다. 본사 주요 직위와 일부 지역본부장을 사내 직위공모제를 실시하여 우수인력을 배치했다. 또 업무간소화와 적극적인 업무추진을 위해 전결권한을 하부에 대폭 이양했다. 아울러 각 계층을 대표해 유능하고 의욕이 넘치는 직원들로 이루어진 경영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경영혁신위원회가 수개월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업한 끝에 경영혁신 로드맵을 완성했고, 지난해 11월22일 경영혁신 선포식을 하게 됐다. ●직원들이 직접 ‘경영혁신 로드맵´ 만들어 공사 경영혁신의 주된 방향과 전략은 무엇인가. -2007년까지 21세기 전기안전문화를 선도하는 초일류 공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영혁신 목표를 고객가치 극대화, 미래성장기반 확충, 신바람 나는 기업문화 구축으로 정했다. 고객 중심의 경영, 핵심역량의 강화, 효율중심의 운영, 성과중심의 보상이라는 경영혁신 전략을 적극 펼쳐 나갈 것이다.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영혁신 제2기를 선언했는데 내용은 뭔가. -지난 8일 공사 31주년 기념식에서 경영혁신 제2기가 시작됐음을 선언했다. 만족(Satisfaction)경영, 시스템(System)경영, 혁신(Innovation)경영 등 3개의 전략맵을 기반으로 S1/3I-Best 경영을 시작함을 알렸다. 첫번째 S는 만족경영이다. 지난해 선포한 고객감동 경영이 외부고객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사회공헌과 내부고객인 직원만족까지를 망라한 총체적인 고객만족 경영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두번째 S는 시스템 경영의 기반구축이다. 우선 고객관리시스템(CRM) 체제를 구축해 고객업무 처리절차가 획기적으로 개선돼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할 예정이다. 조직의 성과를 여러 관점에서 균형있게 평가하고 부서 개인의 목표를 조직의 전략에 연계시켜 주는 전략적 성과관리시스템(BSC)을 도입할 예정이다. 마지막 I는 혁신경영이다. 가치혁신, 역량혁신, 효율혁신에 기반을 둔 혁신경영을 통한 미래성장동력 확충이 혁신경영의 주된 내용이다. 만족경영 내용 가운데는 사회공헌 활동도 언급돼 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공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길은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그 사회와 함께 웃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에도 공사는 경제적·환경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저소득가정, 장애시설,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등 사회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 왔다. 시설안전지원, 전기설비보수, 성금전달, 목욕봉사, 헌혈운동, 사고복구 등을 통해 세상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도 열려 있다는 것을 심어 주었다. ●전기화재 점유율 2007년 25%이하로 경영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 어떤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3000여명의 임직원이 단결하면 현재 101%대인 사업수익률은 2007년에는 116%대로, 청렴도지수는 70점대에서 90점대로, 고객만족도는 65점대에서 80점대로, 전기화재 점유율은 28%대에서 25%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또 정부 산하기관관리기본법에 따른 경영실적 평가에서 올해 전체 정부 산하기관 가운데 중위권, 내년에는 상위권,2007년에는 1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각종 공기업 평가에서 공사가 상위 점수를 얻고 있다고 들었다. -지난 1월 공사에 대한 청렴도 측정결과가 8.62점으로 2003년의 5.93점에 비해 대폭 향상됐다는 부패방지위원회의 발표가 있었다. 특히 전체 조사기관 중 개선도 부문에서 2위를 달성한 점은 공사의 저력을 다시 확인하고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청렴도 순위는 아직 중위권에 머물러 있어 올해 청렴도 상위 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자정 노력을 기울여 나갈 예정이다. 정리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전기 검사·점검 ‘리콜제’ 실시 한국전기안전공사가 펼치는 경영은 철저히 고객 중심이다. 검사·점검기관이 갖는 고압적인 자세는 찾아볼 수 없다. 검사업무 리콜제와 전기안전 스피드콜제를 실시하고 자동 사고감지시스템(KAF)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인 고객 중심 경영이다. 검사업무 리콜제는 공사가 맡고 있는 각종 검사·점검업무에 대해 고객들이 리콜을 요구하면 다시 한번 찾아가 검사가 잘못됐는지를 판단해 주는 제도다. 지난 5월부터 본격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공사는 매월 3900여건에 달하는 대형 빌딩이나 공장의 정기검사와 2800여건의 사용전 검사 업무를 맡고 있다. 또 노래방과 단란주점 등 다중이용시설의 안전점검 업무도 매월 1800여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종전에 공사가 검사·점검을 한 뒤 불합격 판정을 내리면 고객들은 잘못된 판정이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공사로부터 검사·점검을 계속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잘못 보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공사는 검사원이 판정한 검사결과에 대해 고객이 이의를 제기하면 당초의 검사원이 아닌 검사업무 책임자급이 현장을 방문, 검사의 적절성을 판단해 주도록 했다. 스피드콜제는 빌딩이나 공장이 아닌 가정 고객을 위한 제도다. 전기를 쓰는 일반 가정 고객이 집안내 전기설비의 고장으로 정전 또는 누전 사고가 발생하면 공사 스피드콜(1588-7500번)로 연락하면 공사 직원이 출동해 무료로 응급조치를 해주는 것이다.24시간 체제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전화를 해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올 초 제주도 전역을 상대로 시범실시를 하고 있지만 조만간 전국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자동사고감지시스템(KAF)은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공사가 민간업체와 함께 개발중인 전기사고 예방 시스템이다. 전기화재의 주원인인 아크, 스파크, 누전, 과부하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형 빌딩에는 자체 사고감지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주로 1000㎾ 이하의 전력을 쓰는 10층 미만의 건물이 주 대상이다. 이 시스템이 완벽하게 개발되면 전기화재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고객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송인회 사장은? 송인회 사장은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공기업 CEO로 이미 경영능력을 검증받았다. 송 사장은 1978년부터 14년 동안 범양상선㈜에서 관리 및 영업부문 책임자와 해외지사장, 본사 기획실장으로 근무했다. 조직·인사·예산업무를 총괄해본 셈이다. 이후에는 ㈜)하나로문화, 미래해운㈜을 직접 경영했다. 국내의 대표적 시스템통합(SI) 업체인 현대정보기술㈜의 경영고문을 역임하기도 했다. 송 사장은 고려대 대학원에서 안전관리, 재난관리, 위기관리론을 체계적으로 연구했다.‘재난관리에 있어 지휘체계 개선에 관한 연구’로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안전·재난·위기를 관리하는 업무인 것을 감안하면 적절히 자기 자리를 찾았다고 볼 수 있다. 송 사장은 서울시립대에서 ‘공기업 경영평가제도의 유효성에 관한 연구’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공기업 경영평가제도론’이라는 책을 내고, 공기업론에 대한 강의도 했다. 이런 경력을 들어 송 사장이 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경영혁신을 통해 한국전기안전공사를 업그레이드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북 고창(53) ▲보성고-고려대 법대 ▲범양상선 기획실장 ▲서울시의회 의원 ▲미래해운·미래창호 대표이사 ▲제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무분과위원회 자문위원 ▲열린우리당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 여풍당당 홀로 길을 떠나 볼까?

    여풍당당 홀로 길을 떠나 볼까?

    젊은 여성들이 혼자 훌쩍 떠난다. 낯선 이국땅으로 지도 한 장에 수트케이스 하나 끌고 간다. 불과 1∼2년 사이에 부쩍 많아진 여행 풍속도다. 혼자 갔다온 이들은 말한다. 여행의 참맛을 느꼈노라고. 색다른 재미가 쏠쏠하다고. 여성들이 혼자 여행을 가는 이유도 갖가지다. 친구들과의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워서, 여행 동반자와 사소한 말다툼이 싫어서…. 나홀로 여행은 더 이상 한낮의 꿈이 아니다. 올 여름 똑같이 되풀이되는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여성들이여, 떠나라. 서울신문 주말매거진 We는 최근 일본과 홍콩을 갔다온 김지은·정지수씨의 과감한 나홀로 여행 도전기를 싣는다. 2003년 3월 실습과 동시에 취직을 했다. 그동안 비용이나 시간적 여유가 없어 여행은 남의 일로 치부해 왔다. 내 주변 사람들이 여름휴가나 해외여행을 갈 때면 그저 부러움의 눈길을 보냈을 뿐. 그러기를 2년이 훌쩍 지났다. 업무상 알게 된 홍콩, 이국적이면서도 동질감이 느껴지는 홍콩, 사진으로 본 현란한 거리 조명이 나를 부르는 듯했다. 내겐 꿈의 여행지로 다가왔다. 지난 4월30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해서 책상에 앉았다.‘이렇게 꿈만 꾸다가는 여행은 평생 단 한번도 못할 거야.’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곧바로 인터넷으로 비행기표를 알아보자 나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할인티켓이 나와 있었다. 망설임도 없이 ‘구매하기’ 버튼을 클릭했다. 드디어 ‘사고’를 친 것이다.5월13일자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사는 데까지는 단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고는 호텔 예약 완료. 무엇에 홀렸는지 그냥 밀어붙였다. 나 혼자 여행을 결정한 이유는 스케줄을 맞출 친구를 찾기가 어려웠다. 또 혼자만의 자유도 만끽하고 싶었다. 또 매일 되풀이되는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욕구도 적잖았다. 프랑스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 친구들과 여행을 갔을 때, 화장실 사용과 같은 사소한 일로 친구와 신경전을 벌였던 적도 있었다. 서로 보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 먹고 싶은 것으로 인한 말다툼도 있었다. 누구에게도, 그 어떤 것에도 구속받고 싶지 않았던 것이 나홀로 여행의 가장 큰 이유다. 회사에 혼자 여행을 간다고 하니 “왜 혼자가냐?”는 질문이 가장 많았다.“청승맞다.”,“혼자 가면 심심할 텐데….”,“쇼핑하러 가요?”,“5일씩이나 뭐해요?”…. 시샘어린 동료들의 질문이었다. 5월13일 드디어 출발. 홍콩에 도착하는 순간 조금 두려웠다. 학창시절 이후 처음 맞는 해외여행이었기에…. 하지만 입국 심사통로의 책상에는 한국말로 된 홍콩 여행 가이드 책자와 지도가 비치되어 있었다. 안내 표지들이 잘 되어 있어 첫 방문자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배려가 고마웠다. 여행 첫날밤, 투숙한 셰라톤홍콩의 스카이 라운지로 올라갔다. 칵테일 한잔을 마시면서 그 유명하다는 홍콩 야경을 감상하려고. 내가 굉장히 멋져보인다는 상상의 날개를 펴면서 분위기를 잡았다. 그런데 잡념을 떨치려 했는데 오히려 생각이 많아졌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싶어졌다. 메모지를 꺼내 엄마에게 편지를 썼다.“나중에 꼭 같이 오고 싶다고….” 5월이 여행하기 좋은 날이라고 하지만 홍콩의 날씨는 거의 살인적이었다.‘끈적끈적’이라는 말이 정말 어울렸다. 평소 아무리 운동을 해도 땀을 흘리지 않는 체질인데 그냥 걷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 흘렀다. 소매 없는 옷을 준비한 것이 그래도 다행이었다. 빅토리아 피크·소호 등 홍콩의 관광명소를 둘러봤다. 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었다. 전철도 노선이 복잡하지 않고 택시 요금은 우리보다 비싸지 않았다. 친구를 만나 저녁 먹고 수다 떤 하루를 제외하고는 내내 혼자였다. 자고 싶으면 자고, 가고 싶으면 가고, 자유가 넘치는 시간, 휴식을 만끽했다. 혼자 여행에서 불편한 점. 디카를 완벽하게 충전했지만 혼자 사진 찍는 게 한계가 있었다. 셀카라고 찍어봤지만 내 얼굴은 대문짝만하게 나오고 배경은 보이지도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찍어달라고 하기엔 너무 쑥스럽고, 사진 찍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또 하나. 정말 맛있는 음식을 그냥 두고 지나칠 때 혼자 온 게 후회스러웠다. 아무리 내가 얼굴이 두껍다고 해도 혼자 그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겠는가? 연인이랑 올 수 있다면 더 좋겠지?  혼자 여행을 하면 생각이 넓어지는 듯했다.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작은 부분까지 미치는 것 같았다. 가장 큰 소득은 미지의 세계에서 생긴 두려움을 이겨낸 자신감 아닐까 생각한다. ●홍콩 여행을 하기 전에… 여행 가이드 책자:사지 않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수집해도 충분하다. 현지에 도착하면 여행 가이드 책자와 지도가 곳곳에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날씨:습도가 높고 더운 열기가 우리나라 열대야는 저리가라다. 휴대용 선풍기를 가지고 가도 좋으며, 땀 흡수가 잘 되는 옷을 택할 것. 그러나 실내는 에어컨이 엄청 세게 나오므로 위에 걸칠 수 있는 옷 하나 정도는 준비하는 센스를 갖출 것! 정지수(26·웨스틴조선호텔 마케팅 담당) ■ 길치女, 도쿄거리 접수하다 모든 길은 통한다. 서울에서도 길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악명높은 ‘길치’인 내가 혼자여행을 떠난다? 지도 한장 달랑 들고.‘농담하냐?’‘국제미아 나오는군.’‘다시 만날 수 있을까?’ 주위 사람들의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5월 초 그냥 일본을 가기로 맘먹었다. 휴식과 재충전의 5월 황금연휴, 친구들은 이미 수첩에 스케줄이 꽉 찼다. 몇몇은 도쿄를 몇차례 갔다온 터여서 같이 가려는 자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발동이 걸리면 무조건 밀어붙이는 막무가내. 저렴한 가격으로 다녀올 수 있는 에어텔 예약을 마쳤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귀차니스트’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계획을 세우고 정보도 모으고…. 일단 서점에서 ‘아이 러브 도쿄’라는 가이드북을 샀다. 이 책에는 테마별, 하루씩 여정을 소개해 놓아 관심있는 코스를 선택해 따라다니기만 해도 좋았다. 또한 중간에 길을 잃었는지 여부를 체크할 수 있는 리스트이자 나침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실 여행의 주 목적지 중 한 곳은 지브리 스튜디오. 미리 입장권을 사야 하는 인기있는 장소였다. 일본도 연휴 기간이라 도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매진된 상태였고 친구들이 백방으로 알아보았지만 정문을 넘을 순 없었다. 좌절에 빠진 나를 위로해준다고 친구들은 ‘짝퉁 지브리’라고 놀리며 들르는 장난감 가게마다 셔터를 눌러줬다. 또 야경으로 유명한 오다이바로 갔다. 오다이바까지 운행하는 유리카모메(모노레일)를 타고가면서 빌딩 사이의 일몰이 서울과는 또 다른 향수를 자아낸다. 단, 맨 뒤 차량을 타야 한다. 이틀째는 혼자서 움직여봤다. 전철타는 법 등을 알려주면서 친구는 못내 불안한지 휴대전화 번호도 알려준다. 하지만 신주쿠에서 이미 ‘호텔 찾아 삼만리’를 찍었으므로 배짱도 두둑해졌다. 도쿄의 전철역은 어찌나 출입구가 많은지 친구가 알려준 대로 나온 것 같은데 있어야 할 광고 간판이 보이지 않았을 때의 낭패감이란…. 몇군데 더 들락거리다가 포기하고 전단지를 돌리던 여자에게 더듬거리며 물어보니 모르겠단다. 혼자 여행이 여기서 마침표를 찍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건물 경비원 아저씨에게 손짓 발짓을 하니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살았다. 다음날부터는 전철역 개찰구의 할아버지, 아저씨들에게 지도를 들고 다니며 이것 저것 물어보았다.‘남자는 말을 듣지 않고, 여자들은 지도를 읽지 못한다.’고 했던가? 그럼 지도를 대신 읽어줄 사람을 찾으면 된다. 공항, 전철, 도쿄 거리로 이어지는 질문은 이젠 머뭇거림도 없었다. 어차피 언어란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일 따름. 굳이 완벽한 문장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키워드만 알고 있으면 된다. 그리고 풍부한 표현력! 살인적인 물가의 도쿄는 택시비가 너무 비싸서 현지인들도 큰 마음을 먹어야 탈 수 있다. 주머니 사정이 뻔한 여행객은 튼튼한 다리가 무기다. 가이드 북과 지도를 펼쳐 들고 일정에 따라 걸어다녔다. 특히 에도성에 갔을 때는 거리 계산을 잘못해서 성벽을 따라 하루종일 걸었다. 비까지 맞아 생쥐 꼴을 하고 친구를 만났더니 불쌍해 보였던지 양말도 사주고 따뜻한 국물이 있는 ‘찬코’라는 음식도 소개해 주었다.3박4일간 열심히 걸었던 여파로 서울에 돌아와 한방 병원을 들락거려야 했다. 여전히 나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길치이지만 도쿄의 거리를 혼자 찾아 다녔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친구들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어차피 지구는 둥글고, 모든 길은 통하는 것 아닌가? 혼자 떠나는 여행은 꼼꼼한 사전 준비가 없으면 넘치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거나 엉뚱한 곳에서 시간 낭비하기 일쑤이다. 스스로 공부하고 결정하고 계획하게 되므로 살아있는 지식을 챙기게 되고 현지인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느끼는 교감도 무시할 수 없는 재미다. 김지은(34·JW메리어트서울 마케팅 실장)
  • [김우중씨 귀국] 수감 각오하고 귀국 왜?

    김우중 전 대우회장이 구속 수감을 예상하고도 귀국을 결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진실 해명 △건강 악화 △정치권과의 교감 △대우 재평가·경제인 사면 등 우호적인 분위기 등을 고려, 귀국을 결정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고 있다. 측근들은 우선 대우 사태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에 자극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했다. 대법원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파렴치범으로 몰아붙인 데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더이상 귀국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분식회계는 인정하지만 재산 도피나 사기 행각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법정을 통해 밝히려는 의도로 보인다. 귀국을 타진한 시기가 지난 4월29일 대우 사태와 관련,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온 직후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대우 사태와 관련, 전직 임원들에 대한 ‘마음의 부담’도 귀국을 결정케 한 요인으로 보인다. 전직 임원들이 실형을 받은 것을 비롯, 모든 대우 직원과 계열사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는데도 자신만 해외에서 떠돌아서는 안 된다는 기업가 정신이 늦게나마 마음을 움직였을 것으로 보는 견해다. 피폐해진 심신도 귀국을 서두르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여러 차례 수술과 치료를 받은 데다 칠순의 나이에 건강이 악화돼 떳떳하게 치료를 받기 위해 귀국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정치권 교감도 그럴듯하다. 그가 밝혔듯이 국민의 정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출국했다면 새 정부 출범 이후 사법 처리 수순과 수위가 어느 정도 조율됐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도 가능하다. 대우 사태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도 그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으로 보인다.옛 대우인들의 모임과 386세대 가운데 대우에 입사했던 운동권 출신들이 주축이 된 세계경영포럼 등의 ‘김우중 재평가’ 작업도 귀국 결정에 보탬을 주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최근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과 정세용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타계와 경제인 사면 등 우호적인 분위기도 김 전 회장으로 하여금 귀국을 결정케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獨프리뷰 기립박수 이어질까?

    獨프리뷰 기립박수 이어질까?

    몸짓 무대에서 표현되는 한국의 이미지는 어떨까. 독일의 세계적인 안무가 피나 바우슈(65)가 우리나라를 소재로 연출해 화제를 모아온 무용작품 ‘러프 컷’(Rough Cut)이 22,24∼26일 LG아트센터에서 공개된다.LG아트센터 개관 5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이 작품은 이번에 세계 초연된다. 무용과 연극을 통합한 새로운 장르 ‘탄츠테아터’(Tanztheater)를 개척해온 피나 바우슈는 그동안 도시나 국가의 이미지를 무대화한 ‘도시/국가 시리즈’를 꾸준히 만들어왔다.1986년 이탈리아 로마를 소재로 한 ‘빅토르’를 첫 작품으로 이번이 13번째. 홍콩(1997년), 일본(2004년)에 이어 아시아 국가로는 세번째이다. 그의 눈에 우리나라는 산의 이미지로 가장 먼저 다가갔던 것 같다.‘러프 컷’의 무대 배경은 거대한 암벽산. 실제 산악인들이 무대 산을 오르내리는가 하면, 수려한 자연과 대형 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모습이 그 위를 번갈아 비추기도 한다. 더러 일상적인 이미지도 묘사된다. 여자 무용수가 남자 무용수에게 등목을 해주거나 김장을 담그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한다. 피나 바우슈는 “한국인들에게서 느껴지는 포용력과 잠재력, 빠르게 판단하고 신속하게 실행하는 사람들의 모습, 한국사회가 지닌 다양성과 가능성을 작품 제목에 담았다.”고 설명했다.“‘러프 컷’은 작품무대인 암벽산에서 느껴지듯 한국 자연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피나 바우슈는 ‘한국체험’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 무용단원들과 2주일 동안 한국을 찾아 경복궁·인사동 등을 둘러보고 전남 곡성의 김장독굿, 경남 통영의 별신굿 등도 직접 챙겨봤다. 이번 공연을 맡을 그의 무용단원은 세계 16개국 출신의 2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국적만큼이나 단원들의 느낌이나 감정도 다양할 것이고, 피나 바우슈는 그들의 아이디어를 안무에 적극 수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용단 소속의 유일한 한국인 무용수 김나영(41)이 직접 자장가(김대현 작곡)를 부른다. 또 김민기의 ‘가을 편지’, 사물놀이, 거문고 소리 등 다양한 음악이 섞일 예정이다. ‘러프 컷’은 작품 제목이 결정되지 않았던 지난 4월 독일 부퍼탈에서 프리뷰 무대를 갖고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피나 바우슈는 1979년,2000년,2003년 등 세차례 내한공연한데다 2001년에는 무용가 안은미와 국립무용단을 독일로 초청해 무대를 열어주는 등 한국과는 인연이 두텁다. 신작은 내년 파리시립극장, 일본 도쿄 국립극장을 시작으로 세계 순회공연에 나선다.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6시.3만∼10만원.(02)2005-0114.www.lgart.com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펠트 ‘딥 스로트’ 고백 배경은

    워터게이트 사건 제보자인 ‘딥 스로트’ 마크 펠트 전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의 정보제공 행위로 촉발된 내부 고발 논쟁이 미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주요 언론들은 그의 행동을 용기있는 결정으로 여긴다고 치켜세웠다. 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집권층에선 “판단이 어렵다.”며 직답을 피하며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평소 정보 유출에 엄격한 태도를 보여왔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펠트 전 부국장의 행위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나는 판단할 만큼 잘 알지 못한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이는 내부 고발을 혹여 고무할 경우 장래에 있을지 모를 후폭풍을 경계하는 까닭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워터게이트 특별검사실의 수석변호사였던 리처드 벤 베니스테는 “정부의 월권 행위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내부고발자의 중요성이 과소평가돼선 안된다.”면서 “그는 내부 고발로 범법자가 될 위험을 무릅쓰고 정보를 알린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펠트의 딸이 주도 펠트가 33년 동안의 침묵을 깬 것은 딸을 비롯한 식구들의 등쌀 때문. 딥 스로트의 정체를 처음 보도한 잡지 ‘배니티 페어’는 펠트 가족이 그에게 ‘고백’을 설득한 주요 이유의 하나는 돈이었다고 밝혔다. 펠트의 딸인 조앤은 “밥 우드워드는 이것으로 모든 영예를 다 얻었지만 (펠트가 정보제공 사실을 밝힌다면)우리도 최소한 애들 교육을 위해 진 빚을 갚는 데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다고 아버지를 설득했다.”고 털어놨다. 올해 91세인 펠트는 뇌졸중 전력에다 노환까지 겹쳐 가족들이 발표를 서둘렀다는 후문이다. 당초 펠트 가족은 워터게이트 기사를 작성했던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와 함께 발표를 준비했으나 조앤의 주도로 ‘배니티 페어’에 정보를 줬다는 것이다. ●저작권으로 수백만달러 받을 수 있어 저작권 대리업자들은 펠트의 회고록은 직접 쓰지 않고 대필하더라도 100만달러 이상의 선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 소재 저작권대리업체 잉크웰 매니지먼트측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역사의 중요한 한 조각”이라면서 그의 책은 미국 내 저작권으로 수백만달러를 받을 수 있고 외국 시장에서도 국가별로 수십만달러씩 벌어들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펠트가 지난 1979년 펴낸 회고록 ‘FBI 피라미드’는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이베이에서 지난달 31일 10달러에 불과했지만 1일 오후에는 730달러까지 치솟았다. 펠트는 당시 이 책에서 “나는 우드워드와 번스타인 또는 누구에게도 정보를 결코 흘리지 않았다.”고 완강하게 부인했었다. ●정보제공 이유는 ‘인사불만’ 때문”? 우드워드는 2일 워싱턴포스트에 쓴 ‘마크 펠트는 어떻게 딥 스로트가 됐나.’라는 장문의 기사에서 자신이 해군 장교로 근무하던 1970년 백악관에서 처음 펠트를 만난 뒤 교분을 맺게 된 과정과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의 만남 등을 자세히 밝혔다. 우드워드는 펠트가 정보를 왜 흘렸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라며 몇가지 추론을 내놓았다. 우드워드는 “펠트는 백악관이 FBI를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려 한다며 경멸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펠트는 자신이 에드거 후버 FBI국장의 후계자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고 밝혀 인사에 대한 불만도 정보누설 동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들에게 물어봐]올여름 공포영화 트렌드

    [★들에게 물어봐]올여름 공포영화 트렌드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데는 공포영화가 제격. 올해는 일찍 찾아온 더위만큼이나 호러물들도 서둘러 개봉돼 공포 영화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특히 올 여름 극장가는 할리우드와 국산 영화 간의 한판 승부가 볼 만할 듯. 각각 일본 원작 등 고전을 ‘리메이크’하고,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을 ‘소재’로 한 호러물을 내세워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할리우드,“구관이 명관” 할리우드산 공포물의 핵심 키워드는 ‘리메이크’. 최근 들어 창작 시나리오의 기근 현상이 심화되면서 고전을 현대적 느낌으로 재가공한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눈에 띄는 특징은 ‘동양의 신비감’을 무기로 할리우드를 급습하고 있는 ‘일본 바람’.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할리우드식으로 다시 만든 작품이 국내에서도 3편이나 선보인다. 26일과 새달 3일 개봉하는 ‘그루지’와 ‘링2’는 각각 일본 작품 ‘주온’과 ‘링2’를 미국식으로 ‘리모델링’한 작품.‘그루지’는 ‘주온’의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연출을 맡고 스토리도 다를 게 없지만, 일본 냄새를 최대한 없앴다. 작품속 배경은 일본이지만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두 할리우드 배우들이다. 다만 원작에서 모호하게 그려졌던 남편이 아내와 아이를 살해한 이유를 할리우드 식으로 간결하고 명쾌하게 제시했다. ‘링2’도 ‘링’ 시리즈를 연출했던 나카타 히데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러나 스토리만 차용했을 뿐 작품의 배경은 미국이고, 출연진도 제니퍼 코넬리 등 모두 할리우드 베우들이다. 교환 학생으로 일본으로 건너 온 미국인들이 원혼의 저주를 겪는다는 이야기다.8월 5일 개봉하는 ‘다크 워터’도 나카타 히데오 감독의 일본 영화 ‘검은 물밑에서’를 리메이크한 작품.‘뷰티플 마인드’의 제니퍼 코넬리가 주연을 맡았다. 지난 20일 개봉한 ‘하우스 오브 왁스’와 새달 23일 선보일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은 할리우드 공포 영화의 주류를 이뤄 온 ‘슬래셔 무비’의 원칙을 충실히 따르는 영화. 각각 53년과 74년작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정신이상자가 등장해 스크린을 온통 피로 물들게 한다.7월1일 개봉하는 ‘아미티빌호러’도 79년 귀신들린 집 이야기를 다룬 원작을 다시 제작한 것. ●한국 영화,“낯익은 물건이 더 무서워” 폭염이 내리쬐기 시작하는 7월 초에는 한국 공포물들의 반격이 시작된다. 특징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발·신발 등 소품을 공포 소재로 삼았다는 점. ‘와니와 준하’의 김용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혜수·김성수가 주연한 ‘분홍신’은 분홍빛 구두가 공포를 만들어내는 주범. 분홍신이 이끄는 대로 춤을 추다가 발목을 잘리게 되는 소녀의 이야기인 안데르센 동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인간의 숨은 욕망을 상징하는 분홍신을 신으면 발목이 잘리면서 죽게 된다는 이야기. 원신연 감독의 ‘가발’은 죽은 사람의 기억이 담긴 ‘가발’이 공포의 매개체다. 언니가 항암 치료로 머리가 모두 빠져버린 여동생에게 가발을 선물한 뒤 벌어지는 섬뜩한 사건이 스토리 전개의 중심축. 기존 한국 공포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머리카락이라는 새로운 ‘살인 도구’로 인해 밀려오는 오싹함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공포감을 선사한다. 채민서와 유선이 자매로 출연한다. 이밖에 대표적인 학원 공포물인 ‘여고괴담’시리즈의 제4탄 ‘여고괴담4-목소리’(감독 최익환)는 ‘목소리’가 공포의 근원. 어느날 여고생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뒤 그 목소리만 남아 학교를 떠돌게 되고, 그 목소리를 듣게 된 친구가 죽음의 비밀에 다가서면서 끔찍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는 내용. 신인 배우 차예련, 서지혜, 김옥빈이 출연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붉은수수밭’의 中작가 모옌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붉은수수밭’의 中작가 모옌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로 유명한 중국 작가 모옌(50)은 25일 인터뷰에서 “한국 방문은 처음이지만 기후나 사람들의 기질이 내 고향 산둥성과 비슷해 이웃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북경사범대학을 졸업한 모옌은 1981년 단편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로 등단 이후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일련의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떠올랐다.86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붉은 수수밭’을 비롯해 ‘술의 나라’‘탄샹싱’‘풍유비둔’ 등이 대표작. 그는 “예전엔 중국이 한국문화에 영향을 미쳤는데 요즘은 다양한 한국문화가 중국 전역에 퍼지고 있다. 특히 한국 드라마는 하루 한편 이상 방영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은 영토는 작지만 정신력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풍부한 것 같다.1997년 IMF사태때 한국민이 한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산둥성 민담에서 모티프를 얻은 ‘붉은 수수밭’을 포함해 그의 작품속 배경은 늘 고향이다. 그는 “소설가에게 유년기를 보낸 고향은 창작의 모태”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 마을과 소설속 마을은 차이가 있다. 소설에 그려진 고향은 작가의 사상과 이념, 상상력이 부가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술의 나라’등 주요 작품에는 신비하고 신화적인 요소가 많다. 이에 대해 그는 “중국 고대 ‘산해경’처럼 아귀가 딱딱 맞는 이야기보다는 황당한 이야기로 새로운 환상을 나열하는 구조에 끌린다.”고 말했다. 본인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는 ‘술의 나라’는 술에 관한 세가지 이야기를 통해 인간 욕망의 이면을 날카롭게 분석한 책. 부패관리로 인해 선량한 시민들이 겪는 고난을 묘사, 술에 취한 것처럼 혼미한 중국사회를 우화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의 작품을 규정짓는 또다른 특징은 선악의 불분명한 경계.“인간은 절반은 동물이고, 절반은 신의 경지를 추구하는 존재”라는 그는 “소설가라면 절대기아에 허덕이는 상태에서 인간 본성이 어떻게 변질되는가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 중국의 동북공정 등 한국, 중국, 일본 3국을 둘러싼 외교적 갈등을 바라보는 그의 심정은 어떨까. 먼저 고구려사 문제과 관련,“개인적으로 많이 알지 못한다.”고 전제한 뒤 “내 생각에 고구려의 문화는 한국 문화가 분명하고, 차후 자연스럽게 한국의 역사로 기록될 것으로 본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일본은 중국과 한국을 침략한 과거가 있기 때문에 신사참배, 교과서 왜곡 등 일본 정부의 행위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하지만 일본 정부가 갖고 있는 군국적 태도와 선량한 시민들의 태도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고 덧붙엿다. 최근에야 한국 문학작품을 접하기 시작했다는 그는 드라마·가요 등 대중문화뿐 아니라 문학 장르에서도 본격적인 한·중 교류가 이뤄지길 희망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영화속 수능잡기] 나무를 심는 사람

    [영화속 수능잡기] 나무를 심는 사람

    최재서는 ‘교양의 정신’이란 에세이에서 “문화는 사회적일지는 모르나 그것을 개성 내부에서 개발시키고 배양하는 데는 오랫동안 고독의 시기가 필요하다. 따라서 교양은 집단적 생활과는 양립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사회적 성격으로서 집단적 생활에 참가하지 않을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집단적 생활 속에서 교양을 얻을 수 없다. 교양은 혼자 물러앉아서 독서하고 사색하고 심적으로 분투하는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라며 교양이 철저하게 고독의 산물임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혼자의 시간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 반드시 누군가와 어울려야 하는 사람은 교양인의 자격을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혼자의 시간을 온전하게 감당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각해 보자. 과연 나는 혼자 남았을 때 어떠했는가. 혹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가동하여 채팅을 하지는 않았는가.TV를 켜지는 않았는가.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자는 않았는가.MP3를 틀지는 않았는가. 우린 어떤 식으로든 혼자의 시간을 피하기 마련이다. 혼자의 시간은 자기 자신과의 대면의 시간이다. 자신과의 대면이란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성찰의 시간이다. 내가 선택한 삶은 정당한가. 만약 내가 선택한 삶이 정당한 것이 아니라면 나는 또 어떤 삶을 선택해야 마땅한가. 끊임없이 자신의 삶과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이 바로 성찰의 시간이다. 그 성찰의 시간이 요구하는 것이 침묵이요 고독이다. 침묵이나 고독과 마주한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다. 인터넷과 MP3와 휴대전화라는 문명의 이기(利器)는 침묵의 시간, 나 자신과 마주하는 고독의 시간을 앗아간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장 지오노의 동명의 소설을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이다. 배경은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 알프스 산맥 위의 고원지대다. 샘이 있긴 하지만 바싹 말라붙었고, 살아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그곳에 한 양치기가 살고 있었다. 그가 이 영화의 주인공인 엘제아르 부피에다. 아내와 외아들을 잃은 부피에에게 동반자가 있다면 오직 그가 키우는 개와 30여 마리의 양들뿐이다. 모두들 떠날 것만을 생각하는 이 땅에서 부피에는 고독하게 일을 한다. 그가 하는 일이란 척박한 땅에 쇠막대기를 박아 구멍을 내고 그 안에 도토리를 넣은 뒤 다시 구멍을 덮는 작업. 나무를 심고 있는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나무를 심는 데만 정성을 기울인다. 아무도 그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그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자신의 작업에 묵묵히 몰두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황무지는 녹색의 낙원으로 변한다. 황무지를 옥토로 바꾼 부피에의 위대함은 매일매일의 지루한 노동을 감당할 수 있는 인내에 있었다. 인내란 고독과 침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연구실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학자, 체육관에서 땀흘리고 있는 운동선수, 묵묵히 밭을 갈고 있는 농부, 침묵 속에서 고독함을 이겨내는 그들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닐까. 프레데릭 벡 감독.1987년작.
  • 35년만에 다시보는 ‘임영웅 산불’

    35년만에 다시보는 ‘임영웅 산불’

    극작가 차범석의 ‘산불’은 한국 사실주의 연극에서 첫 손 꼽히는 명작이다.1962년 명동 국립극장에서 이진순의 연출로 초연된 이래 40년 넘는 세월동안 영화와 드라마, 오페라로 숱하게 옷을 갈아입으며 끊임없는 생명력을 자랑해왔다. 칠레 저항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각색을 거쳐 내년에는 창작뮤지컬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 연극사의 대표작을 시대별로 선별해 재조명중인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윤택)이 이 작품을 놓칠 리 없다.28일부터 새달 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산불’은 사실주의 연극의 대가 임영웅이 35년만에 다시 연출을 맡았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산불’의 시공간적 배경은 한국전이 한창이던 1951년, 소백산맥 줄기의 한 촌락. 남자들은 모두 전쟁터에 끌려가거나 죽고, 여자들만 남아 과부촌이 된 마을에 한 남자가 흘러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국전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들 가운데서도 ‘산불’이 유독 빛을 발하는 것은 민족의 비극이라는 측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 자체를 사정없이 짓밟는 야만적이고, 비문명적인 전쟁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1970년 명동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이후 두번째로 ‘산불’의 연출을 맡은 임영웅 연출가는 “이 작품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35년만에 다시 보니 놓쳤던 게 많았다는 반성이 든다.”고 회고했다. 당시 생략했던 부분을 모두 되살려 원작 그대로 공연할 예정이다. ‘산불’은 쟁쟁한 출연진으로도 유명하다.62년 초연땐 박상익, 백성희, 나옥주, 김금지 등이 출연했고,70년 공연에선 백성희, 손숙, 박정자, 윤소정 등이 열연했다. 이번 무대에는 이미 두 차례 ‘산불’에 출연한 적이 있는 탤런트 강부자가 마을이장 양씨역으로 등장하고, 권복순, 곽명화, 양말복 등 국립극단 배우들이 출연한다. 남자 주인공 규복역은 ‘떼도적’의 카알로 분했던 주진모가 맡는다.1만2000∼3만원.(02)2280-411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씨줄날줄] 한반도 우범지대론/이목희 논설위원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한반도 주변을 ‘우범지대’에 비유했다. 최근까지 주한대사를 지낸 힐 차관보는 한국을 이해하는 온건파로 분류된다. 힐 차관보 스스로 ‘한국산(made in Korea)’이라고 부르는 둘째딸 클라라는 서울에서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가 한반도를 비하하려고 그런 용어를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힐 차관보의 뉴욕타임스 인터뷰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한국을 자극하려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 우범지대라고 번역된 원문은 ‘high-crime neighborhood’. 전후 맥락을 살펴볼 때 ‘침략다발지역’이라고 풀이하는 게 낫겠다. 그는 또 “과거에, 아마도 지금은 아니겠지만”이란 전제를 달았다. 지난 수세기 동안 침략과 전쟁이 많았다는 부연설명을 했다.19세기말에서 20세기초에 걸친 일본과 청, 러시아의 한반도 각축전을 염두에 두고 그런 언급을 한 듯싶다. 힐 차관보의 선의(善意)를 인정하는 한편으로 논리상 모순을 지적해야겠다. 그는 동북아균형자론에 대한 물음에 우범지대론으로 답했다. 한국 정부는 멀리 위치해 있으며, 우범자가 아닌 미국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뒤집어말하면 중국·러시아·일본 등 인근국은 우범자군(群)에 속하게 된다. 힐 차관보가 ‘과거 사실’을 강조한 배경은 이들 나라의 눈치를 본 때문이다. 현재가 그렇다고 하지 않으려면 어설픈 비유를 자제해야 했다. 미국은 한 세기 전 일본의 한반도 침탈에 도움을 줬다.1905년 태프트·가쓰라 밀약을 통해 미국은 필리핀, 일본은 한반도를 각각 식민지로 삼는 것을 양해했다. 앞서 1871년에는 미국 아시아함대가 강화도를 침략했다. 동북아 근세사에서 미국도 광의의 우범자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멀리 있는 강대국’이 침략의사가 약하다는 시사도 문제가 있다.2300년전 중국 전국시대에 설파된 ‘원교근공(遠交近攻)’ 외교정책이 현대까지 이어져온 것은 사실이다. 영국의 세력균형정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경이 무너지고, 물리적 거리의 의미가 없어지는 미래상황에 맞지 않는 외교정책이다. 한국 정부가 동북아균형자라는 모호한 개념을 제시해 당황스럽긴 하겠으나 이런 식의 대응은 설득력이 없다. 한·미동맹 약화를 막으려면 양국 외교당국자의 발언 하나하나에 정교함이 필요하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역사물 스크린 점령할까

    새달 4일 동서양 역사물이 나란히 간판을 건다.100여년 전 조선시대가 배경인 국산 액션사극 ‘혈의 누’와,12세기 십자군 원정길로 카메라를 옮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서사액션 ‘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 미스터리 스릴러의 현대적 감각을 버무린 국산 퓨전사극, 장중한 사실액션이 화면을 압도하는 스콧 감독의 신작 사이에서 관객은 어느 쪽 손을 들어줄까. ●혈의 누 사극과 스릴러.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어감의 조합이다. 영화 ‘혈의 누’(감독 김대승, 제작 좋은영화)의 파격은 이뿐만이 아니다. 근대와 현대, 이성과 광기, 과학과 무속, 양반과 상민 등 격변의 시대를 배경삼아 다층적인 충돌구조가 일으키는 스파크가 기존 어느 영화보다 강렬하다. 여기에 작정하고 덤벼든 잔혹한 연쇄 살인장면 묘사는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다. 조선 후기인 1808년, 제지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외딴 섬 동화도. 조정에 바칠 제지를 실은 수송선이 원인 모를 화재로 불에 타는 사건이 발생하자 뭍에서 수사관 원규(차승원) 일행이 파견된다. 그런데 이들이 섬에 도착한 첫 날부터 참혹한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범상치 않은 살인 행각을 목도한 마을 주민들은 7년 전 ‘천주쟁이’로 몰려 온가족이 참형을 당한 강객주(천호진)의 원혼이 저주를 내린 것이라며 술렁거린다. 냉철한 이성과 과학수사를 표방하는 원규와 사사건건 대립하며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인물은 제지소 주인의 아들 인권(박용우).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대립구도일뿐 극이 진행되면서 섬에 얽힌 비밀이 하나씩 베일을 벗을수록 원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적을 직감하고, 무력감에 시달린다. 그건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남의 목숨까지 거침없이 해하는 인간의 탐욕에 대한 처절한 확인이다. 영화가 내포하는 상징이나 감독이 의도한 다층적인 의미구조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에게 ‘혈의 누’는 논리적으로 쉽게 이해되거나 감성적으로 충분히 설득당할 만한 작품은 아니다. 중반 이후 극적 긴장감이 급격히 떨어지는 건 스릴러 장르로서의 이 영화가 지닌 치명적인 결함. 촘촘하게 덫을 놓아 관객의 두뇌게임을 부추기던 영화는 갑자기 클라이맥스에서 원규의 입을 빌려 범인을 드러내는 게으른 방법을 택했다. 중요한 건 누가 범인이냐가 아니라 스스로 지옥을 만들어낸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라는 감독의 설명은 이 지점에서 구차한 변명처럼 들린다. 비주얼한 화면과 끊임없이 뇌를 자극하는 청각적인 효과는 기존에 보아온 여느 사극과 비교해 월등히 낫다. 흥행 코미디배우로 각인된 차승원은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기대 이상의 밀도있는 연기를 펼쳤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햄릿형 인간’ 원규를 100% 표현하기에는 아직 힘이 달려 보인다. 캐릭터를 충분히 체현하지 못하기는 두호역의 지성도 마찬가지. 다만 인권역의 박용우는 모처럼 제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18세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킹덤 오브 헤븐 ‘글래디에이터’로 아카데미 5개 부문상을 휩쓸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역사에 스케일의 외피를 입히는 주특기를 또 한번 화면에 구현했다. ‘킹덤 오브 헤븐’의 시간적 배경은 십자군 원정대가 활약했던 12세기 초. 스펙터클 서사액션을 다시 보여주고 싶었던 감독은 성지 예루살렘을 놓고 기독교와 이슬람이 세력다툼하는 중세전쟁의 소용돌이 깊숙한 곳으로 앵글을 돌렸다. 결론부터 귀띔하자면,‘글래디에이터’‘트로이’류의 장중한 서사액션을 챙겨보는 관객에겐 기본적 흥미요건을 무리없이 갖춘 영화로 다가갈 듯하다. 예루살렘을 차지한 기독교도들이 급속히 세력을 키운 이슬람 군대에 압박당하자 영주 출신의 십자군 노장 기사 고프리(리암 니슨)가 젊은 대장장이 발리안(올랜도 블룸)을 찾아온다.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발리안 앞에 갑자기 나타난 고프리는 자신이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밝히고, 함께 성지를 수호하러 떠나자고 제안한다. 이야기 아귀를 맞추려 느닷없이 돌출된 가족사의 비밀에 실소가 터진다. 하지만 이후 착실히 서사액션의 강도를 높여가는 영화의 공력에 그쯤은 눈감아 줄만하다. 고프리 영주에게서 기사 작위를 받은 발리안이 예루살렘 사수에 나서고, 일관되게 그 영웅담을 쫓아가는 것이 줄거리 얼개. 서사액션물에서 빠질 수 없는 멜로 요소도 물론 끼어있다. 예루살렘의 국왕 볼드윈 4세에게 충성을 맹세한 발리안은, 교회 기사단의 우두머리 루지앵과 정략결혼한 국왕의 여동생 시빌라(에바 그린) 공주와 금지된 사랑에 빠진다. 이 영화의 특기는 속도감이다. 시대물(상영시간 2시간17분)은 장황한 서사 때문에 빠른 진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통념을 깨부순다. 사실적인 대규모 전투를 잇달아 펼쳐 놓으면서도 영화의 몸놀림은 대단히 재빠르다.‘글래디에이터’‘반지의 제왕’‘트로이’ 등 서사액션 블록버스터들의 스펙터클을 압축해 놓은 듯한 전투장면들은 그 자체가 톡톡한 감상포인트다. 할리우드의 많은 감독들이 엄두를 못 내고 밀쳐온 시나리오를 선뜻 스크린에 옮긴 감독의 용기는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전투의 엄청난 규모 말고 ‘리들리 스콧의 것’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 서구 기독교적 세계관을 벗어나지 못한 편향된 시각으로 십자군 전쟁을 묘사한 것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 예컨대 당시 이슬람의 대영웅이었던 살라딘(살라흐 앗딘)의 존재는, 주인공 발리안을 영웅으로 띄워올리는 부속장치로 볼품없이 주저앉아 있다.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 레골라스로 나와 여성팬들을 사로잡은 빅스타 올랜도 블룸의 또 다른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은 영화의 소득이다. 강인함과 비애를 함께 지닌 그의 캐릭터는 ‘트로이’의 브래드 피트와 견줄 만하다. 나병으로 죽어가는 가면 속의 볼드윈 국왕은 에드워드 노턴이 연기했다.15세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새달5일 개봉 ‘밀리언즈’

    하늘에서 돈벼락이 떨어진다면? ‘밀리언즈’(Millions·새달 5일 개봉)는 누구나 한번쯤 꿈꿔 봤음직한 행복한 상상을 파스텔톤의 동화로 풀어낸 영화다. 하지만 알록달록한 색감에 속아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새털처럼 가벼운 영화로 치부하면 곤란하다. 아이들 수중에 거액을 던져놓은 뒤 이로 인해 벌어지는 각종 해프닝을 통해 돈에 대한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조롱하는 손끝이 제법 매섭다. ‘프랑스는 프랑화와 작별하고, 독일은 마르크화와 작별했다. 우리도 파운드화와 작별한다.” 7살 소년 데미안(알렉스 에텔)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영화의 배경은 유로화 통합을 열흘 앞둔 영국의 소도시. 기찻길옆 아지트에서 평소처럼 공상에 빠져있던 데미안의 눈앞에 난데없이 돈가방이 떨어진다. 가방안에 든 돈은 현찰 백만 파운드. 돌아가신 엄마가 하늘나라에서 성녀가 됐을 거라고 믿는 데미안은 당연히 이 돈도 하늘이 내려준 선물로 여긴다. 하지만 곤란한 상황마다 ‘울 엄만 죽었어요.’라는 말로 동정심을 유발하는 능청스러운 형 앤서니(루이스 맥거본)는 “신고하면 세금이 40%”라며 입단속을 시킨다. 유로화로 바꾸지 않으면 열흘 뒤 휴지조각이 되는 파운드의 기막힌 운명. 이때부터 두 형제의 기상천외한 돈쓰기 작전이 펼쳐진다. 만나는 사람마다 ‘가난하세요.’라고 물으며 자선활동에 나서는 데미안과 이와 반대로 부동산 매입과 재테크에 관심을 쏟는 앤서니의 상반된 캐릭터는 어른들 세계의 축소판 같다. 여기에 돈의 존재를 알게 된 아빠(제임스 너스빗)가 예상과 달리 경찰에 알리지 않고 앞장서 유로화 환전에 나서는 대목은 돈앞에 쉽게 무너지는 인간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해 씁쓸하다. ‘셸로 그레이브’‘트레인스포팅’에서 신선하고 감각적인 연출력을 뽐냈던 대니 보일 감독은 자본주의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돈을 화두삼아 아이와 어른,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재치있는 영화 한 편을 만들어냈다. 전체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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