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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99)합천 화양리 소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99)합천 화양리 소나무

    시인 황동규는 ‘휴대폰이 안 터지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살갑다’(‘탁족’에서)고 했다. 고작 10년 전에 쓰인 작품에서 이야기한 살가운 곳은 이제 더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경남 합천 묘산면 화양리 나곡 마을은 아마도 오랫동안 시인의 표현처럼 휴대전화가 안 터지는 살가운 산마을이었다. 그러나 이 한적한 산마을에도 3년 전부터 휴대전화가 연결됐다. 마을 오르는 산길이 매우 비좁고 험한 까닭에 사람 사는 마을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만한 나곡 마을은 칠순 넘은 노인들 일곱 가구가 모여 살아가는 그야말로 평화로운 산마을이다. 마을 노인들은 농사일에서부터 읍내 나들이까지 마음을 맞춰 가며 너나들이로 허물없는 공동체로 지낸다. ●한국전 참전 동네 젊은이들 지켜줘 이 정도만으로도 화양리 나곡 마을 풍경은 충분히 평화롭고 한가로우리라 짐작할 수 있다. 저절로 평화가 지켜지는 깊은 산골이다. 이쯤 되면 마을 풍경 한쪽에서 훌륭한 나무 한 그루쯤 찾을 수 있으리라 예상하게 마련이다. 그렇다. 이 깊은 산마을에 사람들처럼 평화롭게 서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나무가 있다. “우리 마을을 지켜 주는 나무예요. 한국전쟁 때 전쟁터에 나가게 된 사람들은 나무 앞에 술 한 잔 바치고 절을 올리면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했지요. 그 험한 전쟁에서 다친 사람 하나 없이 성하게 돌아온 것도 모두 나무 덕이지요.” 마을 앞 비탈에 일군 조그만 밭에서 곡식을 갈무리하던 백운기 노인의 이야기다. 올해 75세인 백 노인은 이 마을 최연소자다. 그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자신이 군대에 갈 때에도 나무 앞에서 무사 귀환을 빌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10년쯤 전에 산 아래에서 큰불이 난 적이 있었어요. 바람도 험하게 불던 날이어서 우리 마을이 꼼짝없이 불길에 포위당해 죽을 뻔했지요. 소방차가 여러 대 출동했는데, 저만치에서 바람이 거꾸로 돌면서 우리 마을은 안전하게 남았지요. 그게 다 마을을 지켜 주는 나무 덕이지요.” 하지만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은 이 마을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나무 주위로 눈에 띄게 달라진 풍경이 그 하나의 예다. 서너 해 전만 해도 나무 곁으로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다랑논이 줄지어 펼쳐 있었다. 특히 가을걷이를 앞둔 풍경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그러나 다랑논은 모두 묵정밭이 되어 허리 높이 위로 어지러이 흐트러진 이름 모를 풀들만이 무성하다. 이태 전 논 임자이던 칠순의 배용수 노인이 농기계 사고로 수명을 달리한 뒤로 버려진 탓이다. ●샘물 흐르던 나무 곁에 마을터 잡아 “산이 깊어 농사짓기도 어려워. 곡식이 익을 무렵이면 멧돼지들이 내려와서 온 밭을 휘저어 놓아서 남아나는 곡식이 없어. 그 사람 죽고 나니 저 밭에서 농사짓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거야.” 백 노인과의 이야기가 깊어질 즈음 밭일을 도우러 나온 거창댁(84)의 이야기다. 이 산골에 마을이 들어선 것은 400년쯤 전 조선 광해군 집권 초기의 일이다. 광해군은 왕위에 올랐지만, 선조가 비밀리에 세자로 지목하려 했던 영창대군을 견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광해군은 영창대군을 낳은 인목대비를 서궁으로 폐위하고, 인목대비의 아버지인 연흥부원군 김제남을 사형에 처했으며, 급기야 영창대군까지 죽음에 몰아넣었다. 이후 김제남 일족을 멸하려 하자 김제남의 육촌 형제 중 한 사람인 김규라는 사람이 조정의 피바람을 피하고자 은신처를 찾아다니다 이 깊은 산골에 들게 됐다. 김규는 이 골짜기에 이르러 큰 소나무 아래에서 다리쉼을 하다가 낮잠에 들었는데, 꿈에서 비단옷을 입은 여인이 물동이를 이고 지나가며 따라오라고 했다. 꿈에서 깨어난 김규는 나무 아래에서 샘을 찾아낸 뒤, 이곳에 터 잡고 마을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때 그 나무가 바로 지금의 화양리 소나무다. 비단옷을 입은 여인이 알려준 샘이 있는 마을이라 해서 처음엔 ‘나천(川) 마을’이라고 부르다가 샘이 없어지면서 지금은 ‘나곡 마을’로 부르게 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조정의 피바람을 피해 김규가 이곳에 찾아든 400년 전에 이미 큰 나무였다고 하는 이야기를 근거로 하면 나무는 최소한 500살은 넘는다. 땅에서 듬직하게 솟구친 중심 줄기에서 여러 개의 굵은 가지로 나뉘며 하늘로 오른 모습은 그야말로 이 강산의 모든 소나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답다 해도 전혀 무색하지 않다. 천연기념물 제289호로 지정한 이유다. 키 18m의 화양리 소나무는 6m쯤 되는 줄기가 3m쯤 높이에서 3개의 굵은 가지로 나눠서 진 뒤에 제가끔 다시 여러 개의 가지를 뻗으며 멋지게 자랐다. 사방으로 20m 이상 고르게 펼쳐진 가지는 단아한 우산 모양이다. 나뭇가지의 꿈틀거림은 마치 하늘로 오르는 용을 닮았으며, 줄기 껍질은 거북의 등껍질을 닮았다 해서 ‘구룡목’(龜龍木)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거북과 용 닮아 ‘구룡목’ 별명도 “지금 나무 옆으로 흐르는 개울은 나무에 물기가 모자란다고 해서 얼마 전에 물길을 돌려 낸 거지. 나무 아래에 샘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무는 이 산골에 사람이 들어오기 전부터 저 자리에 있던 큰 나무였다고 해.” 나무 바로 옆의 낮은 울타리 집에서 나무에서 배어 나오는 평화를 누리며 70년 넘게 살아온 거창댁은 사람의 시간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긴 세월을 살아온 나무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자랑스럽다는 이야기를 되풀이해 늘어놓는다. 세월이 더 흘러 노인들마저 떠나면 다시 들어와 살 사람이 있을지 알 수 없는 깊은 산마을이지만, 나무만큼은 그동안처럼 풍경의 중심으로 의연하게 살아남을 것이다. 스무 명이 채 안 되는 노인들의 평화로운 공동체를 지켜온 화양리 소나무의 참 평화가 마을 노인들과 함께 오래가기를 바랄 뿐이다. 글 사진 합천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경남 합천군 묘산면 화양리 835. 88올림픽고속국도의 해인사 나들목으로 나가서 좌회전해 가야천을 따라 야로면으로 간다. 야로면 소재지에서 5㎞ 남짓 직진하면 계동 마을이 나온다. 여기에서 500m쯤 더 간 뒤 고개를 넘으면 오른쪽 산마을로 들어서는 삼거리가 나온다. 우회전해 800m쯤 들어가면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2.2㎞쯤 산비탈을 오르면 나곡 마을에 이른다. 마을 가까이의 1.2㎞ 구간은 도로 폭이 좁고 굴곡이 심해 조심해야 한다. 나무는 마을 앞 다랑논 가장자리에 있다.
  • [16일 TV 하이라이트]

    ●즐거운 책 읽기(KBS1 밤 12시 40분) 방송인 이숙영은 고교 시절 한 여자만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며 순정을 바치던 개츠비에게 반해 영문학과에 진학하게 된 사연을 털어놓았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의 사회상과 무너져가는 아메리칸 드림을 섬세하게 표현한 ‘위대한 개츠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1 대 100(KBS2 밤 8시 50분) 개그계의 소문난 실물 미녀 신봉선, 샤우팅 창법의 1인자 가수 김정민이 각각 1인에 도전한다. 1인에 맞서는 막강한 100인 군단으로는 ‘연예인퀴즈군단’, ‘서울대 치과대학 조정부’, ‘광주시립광지원농악단’, 남자 네일 아티스트 ‘맨사’, ‘여의도 주식쟁이 모임’. 그리고 74인의 예심통과자들이 함께하는 불꽃 튀는 승부가 펼쳐진다. ●엄마가 뭐길래(MBC 밤 7시 45분) 명수를 좋아하는 새론은 미선을 졸라 명수에게 과외를 받고 싶어 한다. 새론은 미선이 이를 쉽게 들어주지 않자,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가출을 감행한다. 하지만 미선은 꿈쩍도 하지 않고, 새론은 화장실에서 오히려 고립되어 간다. 한편 문희는 병원비가 필요하다는 일수 손님에게 담보 없이 돈 200만원을 빌려 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20분) 한참 뛰어놀 나이의 다섯 살 소미는 아직 걸음마를 떼지도 못했다. 그 이유는 바로 다리가 휘어 걷지 못하는 양측 족부 변형을 진단 받았기 때문이다. 소미에게는 두 팔이 두 다리이다. 기어 다니면서 끌린 다리는 이미 상처투성이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그렇게 아픈 두 다리는 소미를 집안에 가둬버리고 말았는데…. ●장수가족 건강의 비밀(EBS 밤 10시 50분) 충남 서산시의 한 마을에는 유쾌한 웃음소리의 주인공 마호순 할머니와 아들 내외 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 며느리와 함께 공부하는 시간도, 밭일을 하는 시간도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갈 만큼 할머니의 하루하루는 즐겁고 바쁘게만 돌아간다. 하루 24시간 일과 공부에 푹 빠져 사는 할머니의 특별한 건강 비법을 소개한다. ●가족(OBS 밤 11시 5분) 경남 하동 화개면의 밤나무골에 찰떡부부로 소문난 김치연씨와 최봉순씨가 살고 있다. 5년 전, 키우던 벌이 전염병으로 모조리 죽으면서 2억 8000만 원의 피해를 입고 그 충격으로 아내에게 병이 찾아왔다. 그렇게 아내 돌보랴, 밤 주우랴, 벌 키우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밤나무골 김치연씨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들어본다.
  • 양구 비닐하우스에 155㎜ 자주포 파편 추락

    양구 비닐하우스에 155㎜ 자주포 파편 추락

    강원도의 한 군부대 사격훈련장 인근 민간인 거주지역에 포탄 파편이 날아드는 사고가 잇따라 군 당국과 전문가들이 진상파악에 나선 가운데 11일 또다시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9시쯤 강원 양구군 동면 팔랑리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155㎜ 자주포탄 파편이 발견됐다. 파편은 지름 10㎝, 두께 2㎝였으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처음 포탄을 발견한 주민은 “밭일을 하고 있는데 근처 비닐하우스쪽에서 큰 소리가 나 가보니 포탄 파편이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파편 발견 당시 인근의 육군부대 사격훈련장에서는 국방부, 포탄 제조회사, 양구군의회 포사격장 특별위원회, 군청, 군부대 등 관계자와 지역 주민 등이 참관하는 가운데 155㎜ 자주포 시범사격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날 시범사격은 지난 3~4월 포탄 파편이 민간인 지역으로 날아드는 사고가 잇따르자 그 원인을 규명하고 주민에게 설명을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사격훈련장 인근 밭과 농로 등에서는 지난 3월부터 4월 사이 총 7개의 포탄 파편 추정물체가 발견됐다. 특히 4월 13일에는 밭에서 일하던 주민이 포탄 파편이 땅에 박히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뒤 신고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오늘 사격 훈련에 사용된 포탄은 모두 목표물에 명중했다.”면서 “발견된 포탄 파편이 오늘 훈련으로 인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격장과 발견장소가 1.5㎞ 이상 떨어져 있는데 지금까지의 시뮬레이션 결과로는 포탄 파편이 이렇게 멀리 날아가는 경우는 없었다.”면서 “다른 곳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데 유독 이 부대에서만 같은 일이 반복돼 전문가들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양구 비닐하우스에 155㎜ 포탄 파편 떨어져

    양구 비닐하우스에 155㎜ 포탄 파편 떨어져

    강원도의 한 군부대 사격훈련장 인근 민간인 거주지역에 포탄 파편이 날아드는 사고가 잇따라 군 당국과 전문가들이 진상파악에 나선 가운데 11일 또다시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9시쯤 강원 양구군 동면 팔랑리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155㎜ 자주포탄 파편이 발견됐다. 파편은 지름 10㎝, 두께 2㎝였으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처음 포탄을 발견한 주민은 “밭일을 하고 있는데 근처 비닐하우스쪽에서 큰 소리가 나 가보니 포탄 파편이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파편 발견 당시 인근의 육군부대 사격훈련장에서는 국방부, 포탄 제조회사, 양구군의회 포사격장 특별위원회, 군청, 군부대 등 관계자와 지역 주민 등이 참관하는 가운데 155㎜ 자주포 시범사격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날 시범사격은 지난 3~4월 포탄 파편이 민간인 지역으로 날아드는 사고가 잇따르자 그 원인을 규명하고 주민에게 설명을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사격훈련장 인근 밭과 농로 등에서는 지난 3월부터 4월 사이 총 7개의 포탄 파편 추정물체가 발견됐다. 특히 4월 13일에는 밭에서 일하던 주민이 포탄 파편이 땅에 박히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뒤 신고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오늘 사격 훈련에 사용된 포탄은 모두 목표물에 명중했다.”면서 “발견된 포탄 파편이 오늘 훈련으로 인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격장과 발견장소가 1.5㎞ 이상 떨어져 있는데 지금까지의 시뮬레이션 결과로는 포탄 파편이 이렇게 멀리 날아가는 경우는 없었다.”면서 “다른 곳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데 유독 이 부대에서만 같은 일이 반복돼 전문가들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엄포댁 흡연기’

    협심증이었을까. 아니면 역류성 식도염으로 식도에 생긴 화상이 만성화됐을 수도 있다. 그는 늘 가슴이 답답하다며 고통스러워 했다. 한번 속에서 ‘화’가 치밀면 한겨울에도 가슴을 풀어헤치고는 가쁜 숨을 몰아쉬곤 했다. 젊어서부터 그랬다. 보다 못한 시어머니가 “가슴앓이에 좋은 약”이라며 몰래 그에게 건넨 것은 궐련이었다. 처음엔 “제가 어떻게….”라며 한사코 마다했다. 그랬는데 하루는 꼭두새벽에 가슴앓이가 시작돼 혼자서 뒹굴다가 문득 생각이 났던지 장롱 속에 감춰둔 궐련을 꺼내 불을 붙였다. 그때부터 엄포댁은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젊어서 홀로 돼 가슴에 한도 많을 것”이라며 마을 사람들도 모르는 척 했다. 담배라는 게 비명횡사한 무사귀신(無祀鬼神)이라도 붙었는지, 한번 사람에게 엉겨붙으면 여간해서는 떨치기 어려운 것인데, 엄포댁도 거기 덜미가 잡혔다. 밭일을 하다가도 두둑에 퍼질러앉아 궐련을 피우거나 마땅찮으면 독한 썰거리를 말아태우기도 했다. 혼자 살자니 엔간한 독기로는 감당하지 못할 일이 많아 그는 누구보다 억척이었다. 언젠가는 해가 꼬박 저물었는데도 추수 끝난 보리밭을 누비며 보릿목 낙수를 줍고 있었는데, 그걸 본 시어머니는 그게 또 안돼 보였던지 연신 혀를 말아차며 “아이고, 저 개대가리에서 등겨 털어먹을 년, 하마 뱃가죽이 등에 붙었을텐데….”라며 안쓰러워하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며느리를 보게 된 엄포댁은 귓볼 붉은 며느리 앞에서 대뜸 담배 꺼내물기가 그랬던지 장황하게 담배를 피우게 된 사연을 풀어놓더니 “그렇게 담배를 배웠는데, 내 병에 이만한 약이 또 있을까 싶다.”라며 넌지시 며느리의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담배 얘기가 아니다. 사는 게 고해(苦海)라고, 누구나 돌이켜 보면 켜켜이 사연이 많다. 예전엔 배곯으며 살았고, 요새는 황금에 내몰리는 세상이니, 그 전에는 몰라서 병을 키웠고, 요새는 바빠서 병을 키운다. 그러나 내 몸의 병을 두고 세상만 탓할 일은 아니다. 바둑 격언인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는 그래서 삶에도 어울리는 말이다. jeshim@seoul.co.kr
  • 아라가야의 심장 함안에서 만난 낙화놀이

    아라가야의 심장 함안에서 만난 낙화놀이

    교교한 달빛이 흐르는 연못 위로 불꽃비가 내립니다. 하늘에서 요란하게 터지는 불꽃놀이와는 양태가 사뭇 다릅니다. 아래로 아래로 잔잔하게 흘러내립니다. 한 가닥의 불꽃은 수천 개의 흐름으로 바뀌고 곧 불꽃비가 되어 연못을 적십니다. 경남 함안 무진정에서 열린 ‘함안 낙화놀이’ 풍경입니다. 꼭 낙화놀이가 아니더라도 함안을 찾아야 할 이유는 많습니다. 너른 악양뜰과 국민 가요 ‘처녀 뱃사공’을 품은 악양루,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만큼이나 넉넉한 반구정, 칼날처럼 올곧은 선비들이 살던 고려동 등 다 돌아보려면 하루해가 짧지요. 함안은 겉보기와 다른 도시입니다. 눈에 띄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지요. 빼어난 풍경들은 외려 도시의 이면에 숨죽이고 있었습니다. 오래전 함안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아라가야가 신라의 그늘에 가려졌듯 말입니다. 글 사진 함안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함안은 사실 여행 목적지로 그리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경남에서도 오지에 속한다고는 하나 오지 특유의 적요함보다는 인근 창원의 위성도시 같은 들뜬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그런데 꼭꼭 숨어있는 풍경들을 찾다 보면 느낌은 전혀 달라진다. 풍경 하나하나가 여느 곳에서 쉬 보기 어려울 만큼 빼어나다. 무진정은 그 가운데 첫손으로 꼽히는 경승지다. 조선 중종 때의 문신 조삼의 후손들이 그의 호를 따서 지은 정자다. 세월이 더께로 내려앉은 정자의 풍모도 좋지만 정작 객들의 시선을 끄는 건 무진정 앞에 펼쳐진 연못이다. 둥근 석축이 감싼 연못 주변에는 왕버드나무, 느티나무 등이 아름드리로 자라났다. 연못 가운데 영송루를 중심으로는 구름다리가 놓여 운치를 더한다. # 물오른 참나무 7일간 태워 숯 만들고 광목 얹어 심지 삼아 무진정에선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전후해 낙화놀이가 열린다. 올해 21회째다. 경북 안동, 전북 무주 등에서도 비슷한 놀이가 열리는데 문화재(시도무형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된 건 함안 낙화놀이가 유일하다. 낙화놀이는 액운을 태워 없애고 한 해의 풍농을 기원하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행사 시작 전부터 여간 정성을 쏟아야 하지 않는다. 핵심은 숯가루다. 함안군청 홍보담당 조정래씨에 따르면 음력 3월 중순께 물오른 참나무를 통째 자른 뒤 이를 넣고 7일 동안 흙구덩이에서 불을 때 숯으로 만든다. 숯이 만들어지면 들깨처럼 곱게 갈아 한지 위에 놓고 심지로 쓸 광목을 얹은 뒤 둘둘 만다. 이렇게 만든 낙화 2개를 두께 1~1.5㎝, 길이 15~20㎝로 꼰다. 광목에 녹아 있는 풀을 빼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풀을 녹이기 위해 양잿물을 넣는데 양잿물의 양을 조절하는 게 핵심 기술이다. 너무 많으면 심지가 너덜거리고 적으면 제대로 불이 붙지 않는다. 이렇게 만든 타래(전해 오는 정확한 이름은 없다) 3000개를 무진정 앞 연못에 설치한 줄에 걸고 불을 붙이면 숯가루가 거꾸로 타오르면서 바람에 날리는 장관을 연출한다. 2시간여 진행되는 낙화는 잔잔하게, 때로는 우수수 떨어지기도 한다. 일년에 단 하루 펼쳐지는 이 장면을 보기 위해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무진정 일대를 가득 메운다. 뭇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낙화놀이 횟수를 늘이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 고운 꽃비처럼 날리는 숯가루, 일년 액운 다 가져가렴 함안의 경승지들은 대개 낙동강과 남강 등 물길 주변에 몰려 있다. 그 가운데 악양루는 가장 앞줄에 세울 만하다. 진주를 거쳐 온 남강이 유장하게 흘러가는 법수면 절벽 위에 우뚝 서 있다. 악양루에 서면 악양뜨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누런 황톳길이 ‘S라인’을 그리며 휘돌아 가고 물새 오가는 남강변엔 갯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뉘라서 이 광경에 미혹되지 않을 수 있을까.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적시면’으로 시작되는 노래 ‘처녀뱃사공’도 바로 이 풍경 속에서 만들어졌다. 조정래씨는 “6·25전쟁 당시 유랑극단 단장으로 함안에서 피란 생활을 하던 윤부길(가수 윤항기, 윤복희의 선친)씨가 대산장에 가기 위해 악양나루터에서 나룻배에 올랐는데, 마침 노를 젓던 처녀가 군에 입대한 뒤 소식이 끊긴 오빠(박기준, 6·25전쟁 때 전사)의 사연을 들려줬고 훗날 이 내용을 토대로 가사를 지었다.”고 설명했다. 가사에 남강이 아닌 낙동강이 등장하게 된 건 가사의 운율을 맞추기 위해서였다는 것. 악양뜰 너머 남강변엔 악양둑방이 끝 간 데 없이 이어져 있다. 둑 양편으로는 꽃양귀비 등 꽃들이 식재돼 있다. ‘에코싱싱길’이라 불리는 꽃길의 길이는 2.5㎞에 달한다. 남강에 악양루가 있다면 낙동강변엔 반구정이 있다.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짙은 그늘을 선물하는 곳이다. 반구정에 들면 먼저 인스턴트 커피를 한 잔 타 마실 일이다. 반구정 쪽문을 열면 커피와 종이컵, 정수기 등이 준비돼 있다. 객들에게 늘 공짜 커피를 타 주시던 할머니는 올봄 타계했지만 손님을 접대하는 할머니의 뜻은 여태 이어지고 있다. 반려자를 먼저 보낸 조승도(88) 할아버지의 손님맞이 방식도 남다르다. 객들이 찾아오면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음료수를 준비하는데 느티나무 아래 정자에서 주객이 맞절로 예를 표시한 뒤에야 대화를 나눈다. 느티나무 아래 텃밭엔 ‘선화지허’(仙化之墟)라고 쓰인 비가 있다. 할머니가 숨을 거둔 장소로, 한학자 출신의 조 할아버지가 직접 작명했다. 조 할아버지에 따르면 밭일하던 할머니를 놀래주기 위해 뒤에서 몰래 끌어안았는데 호미를 손에 쥔 채 그대로 할아버지의 품으로 쓰러졌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외모만큼이나 로맨틱하고 믿기지 않을 만큼 애틋한 이야기다. # 노예 같은 벼슬길 마다하고 자연 벗 삼은 선비가 살아난 듯 함안 안쪽에서 손꼽히는 관광지는 칠원면 무기리의 무기연당이다. 조선 후기 학자 주재성의 생가이자 주씨 집안의 종가에 딸린 전통 정원이다. 정원 곳곳마다 이름을 숨기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했던 선비의 철학이 그대로 담겨 있다. 무기연당의 중심 건물은 하환정(何換亭)이다. ‘어찌 바꾸리오.’라는 뜻의 건물이다. 주재성의 학식이 높아 조정에서 세 번이나 관직을 권했지만 그는 매번 “자연과 벗 삼은 삶을 어찌 노예 같은 벼슬길과 바꾸리오.”라며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환정 앞에는 사각형의 연못이 조성돼 있다. 물 가운데엔 원형의 석가산(石假山)도 세웠다. 땅은 네모요, 하늘은 둥글다는 우주관, 천원지방(天圓地方)을 표현한 것이다. 함안 선비 특유의 날 선 기개와 마주하려면 군북면 조려의 생가 일대와 산인면의 고려동(高麗洞) 유적지를 찾아야 한다. 군북면 원북리 일대의 채미정과 고바위 등에서는 ‘백세청풍’(百世淸風)이란 글귀와 자주 만난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본다면 백세란 말 그대로 100세대, 즉 3000년을 뜻한다. 이는 곧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푸른 바람처럼 허허롭게, 또 절개를 지키며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터다. 고려동은 고려 말 성균관 진사였던 이오가 칩거했던 집이다. 전정렬 문화관광해설사는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들어서자 충절을 지키려는 이오가 산인면에 내려와 담을 높이 치고 평생을 담 안에서 살았다.”며 “후손들 또한 19대 600년 가까이 이곳을 떠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들이라면 함안박물관, 아라고분군 등도 함께 둘러보는 게 좋겠다. 함안은 아라가야의 수도였다. 559년께 신라에 복속되기 전까지 500년 넘게 지속됐던 국가다. 아라가야의 후예라는 자존심은 지금도 함안 곳곳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 대전통영 고속도로 진주분기점에서 부산 방향 남해고속도로로 바꿔 탄 뒤 함안나들목으로 나간다. 고려동유적지, 무기연당, 악양루 등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 동선을 잘 짜야 한다. 잘 곳 읍내 장미모텔(585-8823), 황실모텔(585-1515) 등이 비교적 깔끔하다. 맛집 ‘처녀뱃사공’의 조카가 운영하는 악양루가든(584-3479)은 메기매운탕을 잘한다. 산초 등이 양념처럼 들어가는데 원치 않을 경우 미리 말해야 한다. 3대를 이어져 오는 어탕도 맛있다. 악양루 초입에 있다. 함안면 북촌리에는 한우 국밥촌이 형성돼 있다.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자녀의 행복은…

    옛적 제가 살았던 동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젊어서 생을 마친 돝머리 아주머니가 생각납니다. 돝머리란 저두(猪頭)라는 친정 마을의 옛 이름이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한 해 보리타작이 끝날 무렵 저수지에 빠진 여섯 살 난 아들을 건져내고는 서른몇 짧은 나이에 삶을 접었지요. 그는 수영을 못 했답니다. 밭일을 하다가 얼핏 아들이 둑에서 저수지로 미끄러져 텀벙거리자 ‘몸뻬’ 바람에 장마로 물이 잔뜩 불어난 저수지에 뛰어들었지요. 그의 단말마적 비명 소리를 들일하던 다른 사람들이 들었지만 너무 멀어 어찌 해볼 도리도 없었더랍니다. 허우적거리다 둑에서 멀어져가는 아들의 멱살을 쥐어다 물 밖으로 내던지 듯 밀쳐 낸 뒤 힘이 다했는지 자맥질 몇 번 하고는 이내 가라앉더랍니다. 얼마 뒤 부리나케 모여든 마을 장정들이 어찌어찌 건져냈으나 그날 밤을 못 넘기고 절명하고 말았습니다. 장정들이 들어다 안방에 눕혔는데 몇 시간을 그렁그렁 숨소리만 내뱉더니 그만 눈을 감고 말았답니다. 뒤늦게 넋이 나간 친정어머니가 달려와 “자식 귀한 줄만 알고 제 몸 중한 줄 모르는 년”이라며 우짖었지요. 그랬더니 돝머리 아주머니가 잠깐 정신을 차리고는 “그래도 거미 새끼 같은 저거 살려놨으니….”라며 눈을 감더랍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가없는 헌신(獻身)의 진정성에 가슴이 울울합니다. 우리 부모들은 그렇게 자식을 키웠습니다. 요샛말로 자식에게 자신의 삶을 ‘몰빵’한 거지요. 그걸 행복이라 여겼으니 삶이 힘겨워도 자식들 자라는 모습에서 위안을 얻었습니다. 사는 일이 고해였던 세상에 자식 말고 다른 희망을 구하긴들 쉬웠겠습니까. 당신은 어버이에게서 받은 그런 사랑을 자녀들에게 어떻게 물려주시는지요. 공부가 답이라고요. 그건 한 개인의 삶이 취할 수 있는 많은 조건 중 하나일 뿐이지 결코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공부가 답이기도 하지만 다른 답도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지요. 어린이날 즈음에 생각해 봅니다. 마치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가 질주하듯 정말 공부만 해대면 우리 자녀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어려운 문제이지만, 제 생각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jeshim@seoul.co.kr
  • 둘이 합쳐 215세…세계 최장수 부부, 비결은?

    두 사람의 합친 나이가 215세에 달하는 중국 부부가 ‘세계 최장수 부부’ 세계기록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광저우 일간지인 양청완바오가 26일 보도했다. 구이저우성 깊은 산골에 사는 양정종·진지펀 부부는 올해 각각 109세·106세에 접어들었다. 두 사람의 나이를 합치면 무려 215세에 달한다. 19세·17세 때 결혼해 89년간 2남4녀를 낳았으며, 큰 아들은 일찍 세상을 떠났다. 둘째 아들은 올해 61세이며 손자 14명, 증손자 10명 등 대식구를 이뤘다. 남편 양씨는 현재 거동이 약간 불편하지만, 두 사람 모두 흔한 노인성 질환도 앓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양씨 부부가 말다툼을 하거나 얼굴을 찌푸린 일을 본 적이 없다.”고 ‘증언’한다. 실제로 두 사람은 넉넉지 않은 생활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으며, 함께 작은 밭을 일구고 적은 음식이라도 나눠먹으려 서로를 위해왔다.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부인 진씨는 “그저 매일 일하고, 가족 모두 화목하며, 살면서 맞닥뜨리는 많은 일에 조급해하지 않고 마음을 편히 가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부부지간의 애틋함을 언급하자 “남편은 이제 귀도 어둡고 눈도 어두운데, 싸울 일이 어디 있겠냐.”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어 “사람이 살아있을 땐 일을 해야하고,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때에는 살 수 없는 것”이라며 힘주어 말한 뒤 “지금도 아침 일찍 일어나 집안일과 밭일 등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노인학회에서는 양씨 부부를 공식적으로 ‘중국 최장수 부부’로 인정하고, 더 나아가 세계 최장수 부부의 기록에도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학회 관계자는 “최근 영국의 105세·99세 부부가 ‘현존하는 최장수 부부’ 기네스 기록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결혼한 지 90년 가까이 된 데다 이들보다 나이가 많은 양씨 부부에게도 기록에 도전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아껴둔 사랑

    70대 할머니가 날품을 팔며 힘들게 모은 1000만원을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전남 보성군은 벌교읍 마동리에서 혼자 사는 유삼순(75) 할머니가 지역인재 육성에 써달라며 1000만원을 군 장학재단에 기부했다고 2일 밝혔다. 50대에 남편을 여의고 성한 손가락 하나 없을 정도로 일밖에 모르면서 살아온 6남매의 편모였다. 유 할머니는 어려서 못 배운 자신의 처지와 가정 형편 때문에 공부를 포기했던 자녀들을 생각하면 항상 가슴이 아팠다. 돈이 없어 학업을 중단하는 아이들을 도와야겠다며 돈을 모았다. 칠순을 넘겼지만 밭일에 바닷일까지 마다않고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하루 날품을 팔아 수년간 모은 돈이 1000만원. 유 할머니는 이날 장학기금 전달식에서 “돈이 없어 못 가르친 자식들을 생각하면서 모은 정말 큰돈이다.”라고 말했다. 보성군 관계자는 “유할머니 뜻에 따라 소중한 돈을 불우학생들을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폭염 사망 올해 첫 80대 2명…20일 폭염 최고조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올 들어 처음으로 ‘더위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다. 20일 폭염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여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명의 80대 여성이 충청 지방에서 폭염으로 사망했다고 19일 밝혔다. 충남 아산에 거주하는 84세 여성은 전날 밭일을 하다가 열사병으로 쓰러져 병원에 후송됐으나 19일 새벽 숨졌다. 충남 천안에 사는 89세 여성 역시 같은 날 논일을 하다 열탈진으로 사망했다. 이날 아산의 낮 최고기온은 34도, 천안은 33.7도를 기록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달 9~15일에 16명의 폭염 질환자가 발생했다.”면서 “16건 가운데 7건이 정오부터 오후 3시에 집중됐다. 이 시간대에 노약자들은 야외 활동을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폭염으로 응급실에 이송돼 사망한 사람은 8명이었다.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진 19일 낮 최고기온은 서울 32.7도, 광주 35.3도, 대전 32.5도, 대구 33.3도, 고흥 35.6도 등 강원 동해안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이 30도를 웃돌았다. 기상청은 20일에도 낮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는 불볕 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20일 낮 최고기온은 서울 33도, 광주 35도, 대구 32도, 청주 33도로 전망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습도가 낮은 탓에 불쾌감은 덜하지만 도심에서는 지면 및 건물 복사열로 체감 온도가 더 높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폭염은 제6호 태풍 ‘망온’의 간접 영향권을 벗어나는 20일 이후에나 한풀 꺾일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20일이 이번 더위의 절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20일 이후에는 동풍으로 인한 고온 건조한 공기의 유입이 줄어들고, 곳에 따라 한두 차례 소나기도 내릴 가능성이 있어 기온이 조금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상청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올여름은 폭염과 열대야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안석기자 moses@seoul.co.kr
  • [5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조용하기만 한 시골 마을. 정적을 깨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당당히 트럭 한 대가 나타난다. 밭일하던 아낙부터 밥 짓던 할머니까지 만사 제쳐둔 마을 사람들이 트럭 주변으로 모여든다. 이 수상하기만 한 트럭은 바로 권재근·최예화 부부의 만물 이동 슈퍼다. 바쁜 동네 사람들은 물론 집 지키던 강아지들까지도 반갑게 다가온다. ●1대100(KBS2 밤 8시 50분) 최강 입담을 자랑하는 개그맨 박명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표 나민오가 각각 1인에 도전한다. 연예인 퀴즈 군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고용 노동부, 노·사 관련 단체, 안전보건 관련 협회, 안전보건 관련 단체,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안전보건 관계자, 안전보건학과 교수 및 학생, 그리고 53인의 예심 통과자들이 함께한다. ●몽땅 내 사랑(MBC 밤 7시 45분) 순덕과 옥엽은 우연히 연예기획사로부터 길거리 캐스팅 된다. 둘은 각자 장기를 내세워 오디션을 본다. 그런데 옥엽은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순덕은 합격한다. 한편 김 원장이 샛별을 과잉 보호하는 것을 보고 파파걸이라고 말하는 태풍. 샛별은 자신이 좋아하는 태풍이 놀리자 창피해하며 김 원장에게 화를 내고 만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 30분) 1년 365일, 하루도 눈물 마를 날 없는 울음 폭탄 지윤이가 떴다. 한번 울었다 하면 30분은 기본이다. 눈물, 콧물, 땀범벅이 되어도 지칠 줄 모르는 ‘눈물 에너자이저’다. 그런 지윤이와의 울음 전쟁에 엄마는 하루하루 지쳐만 간다. 그리고 전문가를 경악시킨 아이의 울음을 막기 위한 지윤 엄마의 대처법을 함께 만나본다. ●다큐프라임(EBS 밤 9시 50분) 초등학생 남매와 엄마가 일주일간 캄보디아 여행을 떠났다. 쉽고 편리하게 일정을 소화할 수 있도록 패키지 상품을 선택했다. 흔히 ‘최저가 패키지’로 고객들을 유혹하며 수많은 옵션 관광으로 후유증을 남기는 여느 상품과는 다른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현지에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확인할 수 있는 공정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인데. ●멜로다큐 가족(OBS 밤 11시) 마산에서 가장 오래됐지만 가장 돈을 못 버는 예식장이 있다. 그곳엔 45년 동안 무료 예식장을 운영해 온 백낙삼·최필순 부부가 산다. 다시 태어나도 서로를 택할 것임은 물론, 한날한시에 죽는 게 소원이다. 부부는 45년 동안 결혼식을 올리며 1만 5000쌍에게 아름다운 인연을 맺어주었다. 이렇게 50년째 신혼으로 살고 있는 부부를 만나본다.
  • 전북은 장수 고장

    전북은 장수 고장

    ‘전북에 100세 이상 무병장수하는 노인들이 많이 사는 까닭은 뭘까.’ 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다양한 먹을거리를 즐기며 여유 있게 일하는 것이 노인들의 장수비결로 보인다. 전북도는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고령자 조사 결과’에 따라 지역의 100세 이상 고령자가 총 14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경기 360명, 서울 270명, 전남 163명에 이어 네 번째지만 전북의 전체 인구가 186만 9000여명으로 다른 시·도보다 훨씬 적은 점을 감안하면 고령자 비율이 전국 최고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북의 동부 산간지역은 고령자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장수촌이다. 예부터 산세가 수려하고 물맛이 좋은 곳으로 알려진 장수군은 인구 1만 9293명 가운데 100세 이상이 7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인구 10만명으로 환산할 때 고령자가 36명에 이르는 것이어서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단연 1위이다. 그러니 장수(長水)군의 한자 지명을 ‘장수’(長壽)로 바꿔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수군과 인접한 임실군도 100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29.6명으로 집계되면서 전국 2위의 영예를 안았다. 조선시대 기록에도 장수촌으로 전해지는 순창군은 100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15명에 이른다. 순창은 노인들이 오래 살면서도 건강한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순창군 구림면에 사는 박금순(101세) 할머니는 아직도 들에 나가 밭일을 할 정도로 건강을 자랑하고 있다. 장수군은 100세 이상 노인들에게 생일잔치를 성대하게 열어 주고, 노인을 건강하게 모신 자녀들의 금전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올해부터 장제비(100세 이상 200만원 등)도 지원하고 있다. 전북 동부 산간지역에 고령자가 많은 것은 주거 환경이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이 많고 공기와 물 등 환경적 요인이 좋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장수군은 대부분 해발 400m 이상인 고랭지로 일교차가 크고 청정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또한 이들 지역의 주민들은 음식을 소박하게 차려 적게 먹고 활동을 많이 한다.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군의 주민들은 발효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을 장수의 비결로 꼽는다. 이와 함께 100세 이상 고령자가 많은 시·군도 제주시 58명, 고양시 38명에 이어 전주시가 37명으로 3위를 차지했다. 전북은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지역도 장수하는 고장인 셈이다. 장수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씨줄날줄] 아나기/최광숙 논설위원

    목욕 후 아가씨와 아줌마의 차이가 확연히 난다고 한다. 수건을 몸에 감고 나오면 아가씨, 머리에 감고 나오면 영락없는 아줌마라고 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한국의 아줌마를 두고 여성도, 남성도 아닌 제3의 성(性)이라고 부른다 하지 않는가. 아줌마를 주제로 한 유머가 생각보다 많은 것은 그만큼 아줌마의 힘이 세다는 방증일 터. 윗사람을 형님이라 부르고, 떼 지어다니고, 씹히면 죽는다고 해 조폭과도 닮았다고 한다. 이런 극성스러운 아줌마들은 코미디의 딱 좋은 소재거리가 돼 희화되기 일쑤다. 하지만 그냥 한바탕 웃고 넘어가기에는 한국 아줌마의 저력이 간단치 않다. 미용실에서 아가씨들이 “김태희처럼 무조건 예쁘게 해달라.”고 할 때, “뽀글뽀글 무조건 오래 가게 해달라.”는 아줌마들의 화끈한 주문 속에 한국의 초고속 압축 성장의 숨은 비결이 담겨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렵게 살던 시절 시부모 모시며 살림살이 도맡아 하면서도 갓난아기를 들쳐업고 밭일을 하던 이들이 우리 아줌마들이다. 가난의 대물림을 끝내고자 논 팔고 소 팔아 자식들 억척스레 공부시킨 이도 다 아줌마들이다. 한국의 아줌마들이 유별난 것은 이처럼 역경을 뚫고 나온 역사에서 비롯된다. 힘들수록 아가씨는 소심해지지만 아줌마는 강해지는 법이다. 요즘 아줌마 부대들은 일찌감치 가정부터 ‘장악’했다. 경제권, 자녀교육권, 남편 관리권(?) 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잡고, 가정사를 좌지우지한다. 똑똑하고 말발 센 아줌마들이 여기 만족할 리 없다. 인터넷을 통해 각종 정보를 공유한 ‘신지식인’으로 거듭나 뭉쳐 다니기 시작한 이후 어느새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막강 파워 집단으로 떠올랐다. 아줌마들의 높은 안목과 앞뒤 재지 않는 직설적인 성격이 세계 다국적기업들에 한국 소비자의 뜨거운 맛을 보여줬다. 월마트 같은 세계적 할인점을 퇴출시키고, 각종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에 아줌마들의 입김이 반영됐다.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아나기)이라는 시민단체 회원 4명이 한 방송사 퀴즈쇼에서 첫 우승을 했다고 한다. 상금 3000만원을 ‘아나기’에 기부해 아줌마들의 사회참여를 돕는 데 쓴단다. ‘아나기’는 지난해 10월 ‘한·중·일 아줌마 지구 살리기’ 모임을 발족해 지구 온난화 문제에 앞장서기로 했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등 생활 속에서 나라를 위한, 인류를 위한 생활운동을 벌이는 것이 ‘아나기’가 하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의 아저씨들은 다 어디서, 뭘 하는 걸까?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할머니傳 다룬 MBC스페셜 호평…“우리 엄마 모습” 안방감동

    할머니傳 다룬 MBC스페셜 호평…“우리 엄마 모습” 안방감동

    “할머니傳 보셨어요?” 17일 방송된 MBC스페셜 ‘할머니傳’에 시청자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할머니傳’은 한국 근, 현대사 속에서 희생하며 한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들의 사연을 소개한 다큐멘터리. 4명의 할머니가 등장, 기구한 인생사를 들려줘 눈길을 끌었다. 방송이 전한 첫 번째 사연은 한 남자의 정실과 후실로 만난 최막이 할머니와 김춘희 할머니 이야기였다. 최막이 할머니는 16살 나이에 시집와 고된 시집살이를 시작,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김춘이 할머니를 후실로 들였다. 부지런한 최막이 할머니에게는 느긋하고 태평한 성격의 둘째부인이 첫눈에도 탐탁치 않았다. 김 할머니가 집안에 들어온 지 10년 후. 남편은 덜컥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후 남편 없는 집에서 두 여자가 40년간 아웅다웅 살아왔다. 두 번째 사연은 백남한 할머니 편. 19살에 강원도 영월 산골 가난한 집에 시집와 투전에 빠져 툭하면 밥상을 엎고, 외박을 일삼는 남편과 보낸 지난 세월을 들려줬다. 현재는 전세가 역전돼 할머니가 밭일을 하고 할아버지가 집안일을 하는 모양새다. 순둥이가 된 할아버지의 모습이 할머니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기세등등한 할아버지가 맞는지 의아할 정도.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아웅다웅 삶을 정감있게 그려졌다. 마지막 이야기는 더욱 애틋했다. 이산가족 상봉 현장에서 52년 만에 남편을 만난 정귀엽 할머니 사연. 이산가족 상봉 현장서 만난 남편과의 눈물어린 재회와 이별 후 8년이 지난 현재. 치매 판정을 받고선 끼니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할아버지와의 재회를 기다리는 모습이 공개돼 보는 이들의 가슴 뭉클함을 자아냈다. 방송이 나간후 시청자들은 “한 많은 우리 할머니, 어머니 상을 들여다보면서 한참을 울었다”, “남자들 시대로 이어져 온 한국 근현대사를 여성 위치에서 들여다 본 제작진의 시각이 좋았다” 등의 호평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쏟아내며 ‘할머니傳’을 찾아 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한편 MBC ‘스페셜’ 할머니 전(傳)은 전국기준 10.4%(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 인기프로그램인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9.5%)와 KBS 2TV ‘청춘불패’(5.2%)를 제치고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진=MBC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유재석과 싱크로율 100%…영화속 여성앵커 ‘깜놀’ ▶ 남규리 vs 아라…인형미모 비교해보니 여왕은 역시▶ 이서진 “유인나는 예쁘고 신봉선은 재밌고” 결혼은 유인나?▶ ’슈퍼스타K’ 김소정, 김그림, 이보람 본선무대 탈락 왜?▶ 유이 맞나? 길어진 얼굴…핼쓱한 스모키화장▶ 크리스마스 D-100 ‘고백 데이’…성공률 100%?
  • 오지 절경 경북 봉화

    오지 절경 경북 봉화

    봉화라고 합니다. 경북의 대표적인 오지를 일컫는 이른바 ‘BYC’(봉화·영양·청송) 중 한 곳이지요. 그런데 봉화, 참 두고두고 곱씹을 만한 풍경을 숨겨둔 곳입니다. 그리 넓지 않은 고을인데도 살피면 살필수록 빼어난 풍경을 내줍니다. 요즘 봉화에서 가장 앞줄에 서는 볼거리는 메밀꽃입니다. 두음리에서 임기리에 이르기까지, ‘꽃멀미’가 날 만큼 메밀꽃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뿐일까요. 기차 여행자들에겐 ‘로망’과도 같은 승부역이 있고, 영화 ‘워낭소리’ 촬영지로 알려진 산정마을도 새로운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지요. 봉화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입니다. 요즘에야 중앙고속도로가 뚫리는 등 예전처럼 궁벽하지 않다고는 하나, 물리적 거리 못지않게 심리적 거리 또한 여전히 먼 게 사실입니다. 들고 나는 게 불편한 만큼 봉화를 여행하기 위해선 느긋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서둘러서는 봉화의 참맛을 알기 어렵지요. ●산 넘어 산 숨겨진 꽃축제 가을이 되면 전국 이곳저곳에서 꽃축제를 연다. 잘 가꿔진 꽃축제장이 아름다운 것은 당연한 노릇. 그런데 예쁘긴 하나 어딘가 허전함을 지울 수 없다. 사람 냄새, 날것과 부딪치고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농부들의 냄새가 없기 때문이다. 봉화의 메밀꽃밭은 다르다.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날것 그대로의 메밀꽃밭과 만날 수 있다. 외형을 가꾸는 데 공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빼어난 조형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애면글면 노고를 마다하지 않은 농부의 손길 덕일 터다. ‘억지춘양’이란 말을 낳은 춘양면 소재지를 지나 31번 국도를 타고 영양 방면으로 달리다 보면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임기교와 만난다. 다리 초입에서 소천면 임기리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 들어가면 두음리다. 산자락을 한 굽이 돌면 탄성부터 터져 나온다. 누가 이처럼 어여쁜 마을을 세상의 끝자락에 숨겨 놓았을까. 온 산에 소금을 뿌려놓은 듯 메밀꽃이 한창이다. 멀리서 보는 것도 좋지만,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만나는 풍경 또한 더없이 아름답다. 대추나무·감나무와 어우러진 모습이며, 다랑논에서 누렇게 익은 벼와 층층이 어깨를 맛댄 자태가 소박하고 서정적이다. 성미 급한 녀석은 어느새 농가 담장 위까지 웃자랐다. 이런 곳에서 사진 한 장 찍는다면 누군들 ‘작가’ 소리 듣지 않을까. 메밀꽃의 향연은 임기리 감전마을에서 절정에 달한다. 산골마을 언덕배기를 잇고 있는 메밀꽃밭이 15리(약 6㎞)에 걸쳐 펼쳐져 있다. 찌르르한 전율이 온몸을 훑고 지나간다. 필경 메밀꽃들의 빛나는 아우성에 ‘감전’된 것일 게다.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 육지 속 섬마을 봉화에는 왜 이런 곳에까지 사람이 들어와 살게 됐을까 싶을 만큼 오지가 많다.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석포면 일대. 특히 영동선 승부역(承富驛) 가는 길에서는 오지 여행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승부역은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란 표현처럼 옹색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다. 그러나 풍경만큼은 거대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낙동강 원류길’ 중 백미로 꼽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승부역에서 인적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관광지로 알려지고부터는 오가는 사람이 제법 늘었다. 번듯한 펜션도 생겼다. 승부역 가는 길은 석포역에서 시작된다. 강을 사이에 두고 줄곧 철길과 나란히 달린다. 강 위로는 백로와 왜가리가 날고, 이따금 화물열차가 거친 숨을 내쉬며 험준한 산자락을 타고 달린다. 그야말로 원시의 풍경이다. 좁은 협곡 사이로 이어지던 길은 승부리에서 처음으로 마을을 만난다. 주민이라고 해봐야 채 20가구도 못 되는 한적한 마을. 태백산 자락인 비룡산과 오미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에 둘러싸인 자태가 꼭 육지 속 섬마을을 연상케 한다. 여기서 팁 하나. ‘오렌지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란 이름의 찻집에 꼭 들러 보시길. 명호면 만리산 자락에 걸개그림처럼 매달려 있는데, 봉화의 자랑인 청량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차 한 잔 마시며 보기엔 사치스럽다고 느낄 만큼 풍광이 빼어나다. 대구에서 귀농한 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펜션을 겸하고 있다. 솔순차와 잡초밥 등 메뉴도 독특하다. 청량산도립공원 못 미쳐 오마교를 건넌 뒤 산자락을 에둘러 돌아가야 만날 수 있다. (070)4193-6857. ●워낭소리 울리는 산골마을 상운면 하눌2리 산정마을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 독립영화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영화 ‘워낭소리’ 촬영지. 영화의 인기를 등에 업고 지난해 무려 7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다녀갔다. 영화에 출연했던 최원균(83), 이삼순(80) 노부부의 사생활이 철저하게 파괴된 것은 필연적인 수순. 어쨌거나 그 덕(?)에 노부부의 주변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집앞에 번듯한 공원이 생겼고, 최 할아버지와 암소 ‘누렁이’를 묘사한 조각상도 세워졌다. 집까지 가는 언덕길 또한 말끔하게 포장됐다. 평소 일 나가는 밭에는 그럴싸한 원두막에 냉장고까지 마련됐다. 30년간 할아버지와 동행했던 누렁이도 생전 풀 깨나 뜯어 먹었을 야산 자락에 묻혔다. 비록 활개를 치지는 않았으나 사람의 무덤처럼 봉분도 조성됐고, 그 앞에 큼직한 조형물도 세워졌다. 하지만 노부부의 실제 생활은 그리 바뀌지 않은 듯하다. 누군가 선물했을 등산용 스틱 대신 여전히 나무지팡이를 쓰고, 누렁이가 끌던 수레도 그대로다. 밤에는 끙끙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새벽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노부부는 수레를 타고 함께 밭일을 나간다. 수십년 전 어느날의 아침이 그랬듯 말이다. 글 사진 봉화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앙고속도로 영주 나들목으로 나와 봉화·울진 방면 36번 국도를 따라 내처 달리면 된다. 풍기 나들목으로 나올 경우, 5번 국도→영주→36번 국도→봉화 순으로 간다. 봉화군청 문화관광과 679-6341. ▲맛집 봉성면 봉성리에 봉화 토속음식인 돼지숯불구이단지가 조성돼 있다.1만 4000원(2인분). 용두식당은 송이돌솥밥으로 소문난 집. 1만 5000∼2만원. 능이돌솥밥은 1만원. 동양리에 있다. 673-3144. ▲잘 곳 청옥산자연휴양림 내에 콘도형 산림문화휴양관과 산막형 숲속의 집이 조성돼 있다. 4인실 기준 비수기 3만 2000원, 주말 5만 5000원. 입장료 300∼1000원. 주차료 1500∼3000원. www.huyang.go.kr, 672-1051. 낙원장여관(673-2351) 등 읍내 숙박업소는 3만원. ▲주변 볼거리 닭실마을은 500여년 동안 한과를 만들어 온 안동 권씨 집성촌. 충재 권벌 종택과 청암정 등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많다. 마을 뒤편 석천계곡도 둘러볼 것. 유곡리에 있다. 청옥산자연휴양림과 백천계곡, 태백산사고지와 각화사, 춘양면 서벽마을 등도 볼 만하다.
  • 폭염속 벌떼 조심하세요

    여름철 야생 벌 번식기를 맞아 벌떼 안전사고가 잇따라 주의가 요구된다. 6일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양평에서 밭일을 하던 50대 여성이 벌에 수차례 쏘여 의식이 떨어지고 호흡이 곤란해지는 증세를 겪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10일과 9일에도 40대 남자와 50대 집배원이 각각 소나무 가지치기 작업과 우편물 배달 중 벌떼에 얼굴과 목 등을 수차례 쏘여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도내에서 발생한 벌떼 관련 안전사고는 2403건으로, 이 가운데 1714건이 지난달에 발생했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2~4시 햇볕이 강할 때 가장 많이 일어났다. 도 소방본부는 폭염 기간이 지속되는 매년 7~9월이 본격적인 야생벌 번식기인데다 이 시기 벌초·피서 등으로 주민들의 야외활동이 많아 벌 관련 안전사고가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도 소방본부는 추석을 전후해 벌떼 안전사고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달부터 다음 달 말까지 벌떼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체중144㎏ ‘상상초월 비만’ 13세 소년의 비극

    몸무게가 무려 144㎏에 달하는 초고도비만 13세 소년의 안타까운 사연이 공개됐다. 중국 청두에 사는 리하오(李浩·13)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리 군은 5살 때 이미 또래 아이들 몸집의 2배에 가까운 빠른 성장을 보였다. 13세가 된 리군의 현재 키는140㎝, 몸무게는 144㎏에 이르러 초고도비만 판정을 받았다. 걷는 것 조차 힘든 리 군이 병원에 입원했지만 간호사들은 두텁게 쌓인 지방 때문에 혈관을 찾을 수 없어 애를 먹어야 했다. 또 매 끼니마다 0.5㎏이 넘는 밥과 비슷한 양의 반찬을 먹어치우는 식습관도 난관 중 하나였다. 리군이 이처럼 초고도비만 어린이가 된 데에는 결손가정이라는 사연이 있다. 출산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난 엄마와 집을 떠난 아빠 대신, 리 군은 할머니의 손에 자라야 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허덕이던 할머니는 매일 밭일 등 농사일에 매진하느라 아이의 이상증세를 눈치채지 못했다. 심지어 선천적인 뇌성마비 증상이 있어 기억력에 문제가 있었지만 그 마저도 빠른 치료를 받지 못해 상태가 심각해졌다. 할머니는 “손자의 먹성이 좋은 편이라고만 생각했지,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마른 눈물을 삼켰다. 청두 군사구종합병원 내분비과의 여우즈칭 박사는 현재 리군의 상태가 매우 심각하며,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몸이 불어나기만 하는 악순환 때문에 심리적인 치료도 시급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네티즌들은 “불우한 가정환경이 리하오를 결국 환자로 만들었다.”, “사회가 나서서 책임져야 한다.”등의 의견을 남기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모자가 함께 올레길 걸으며… 아들은 사진찍고 엄마는 글쓰고

    “엄마, 내 발자국이 말 같은지 한 번 봐.” 제주도 올레 길의 2코스에 있는 광치기 해변에서 아들은 말처럼 뛰었다. 몸을 구부린 채 겅중겅중. 뒤따르는 엄마는 아이의 보폭을 따라잡기 어렵다. 엄마와 아들이 제주 올레 길을 함께 걷고 책 ‘아들과 길을 걷다 제주올레’(생각을 담는 집 펴냄)를 냈다. 엄마 임후남씨는 글을 썼고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이재영군은 사진을 찍었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엄마 임씨는 방과후학교와 학원으로 혼자 있을 틈을 주지 않고 아들의 시간표를 꽉꽉 채우는 ‘워킹맘’이었다. 학원으로 내몰리던 아들은 “학원을 폭파시키고 싶어!”라고 폭탄선언을 한다. 엄마와 아들 모두에게 올레 길은 마음을 치유하는 길이었다. 5학년 1학기 때 학교 특별활동 시간에 배운 것이 전부인 이군의 사진 실력은 서툴지만 신선하다. 그는 “제주 올레 길의 마음을 찍고 싶었다. 올레 길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길을 만들고, 길은 사람을 움직인다.”고 자신의 사진에 대해 설명했다. 소년은 올레 길을 걷고 사진만 찍은 게 아니다. 바다를 만나면 카메라를 내팽개치고 바다로 뛰어가 모래 장난을 하고 물 수제비를 뜬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만나면 꼭 한 번씩 쓰다듬어 주거나 한바탕 논다. 꾸밈 없이 노는 소년의 모습은 엄마가 찍었다. 올레 길에 대한 책은 많다. ‘아들과’는 길에 대한 역사와 정보 그리고 감동적인 감상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올레 길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온 서명숙 제주 올레 이사장이 고향인 제주도에 만든 길이다. 임씨는 사단법인 제주 올레 사람들과 선후배 관계로 각별한 사이다. 눈앞에 있는 수영장도 차를 몰고 다니던 저자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걷기에 중독됐다. 책에는 이 땅의 학부모라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가득하다. 아이는 집에서와 달리 밭일하던 할머니가 콩나물을 넣고 비벼준 밥을 맛있게 먹을 줄 알고, 길에서 처음 만난 어른과도 쉽게 친구가 되는 등 엄마보다 앞장서서 길을 걷는다. 올레 길을 걷고 왔지만 현실이 쉽게 뒤바뀌진 않는다. 제주도에서 돌아와 최악의 시험성적을 받은 아이에게 엄마는 훈계하고 아들은 “나도 다 안다. 나도 충격”이라며 엉엉 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부모는 대부분 우리도 언젠가 올레 길을 아이와 함께 걸어 보리라는 목표를 세우게 될 것이다. 책에는 제주 올레 길을 걸을 수 있는 자세한 길 정보와 아이와 함께 가면 좋은 곳이 소개돼 있다. 카페 미루나무와 빛그리미갤러리에서 차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초대권도 들어 있다. 1만 3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세대공감] 당신의 여름방학은 어떻습니까

    [세대공감] 당신의 여름방학은 어떻습니까

    7월 3~4째 주가 되면 전국 대부분의 초·중·고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방학이 다가온다는 사실만으로도 배시시 웃음을 띨 수 있던 때가 있었다. 산으로 바다로 물놀이를 갈 수 있어 행복했고, 마루에 돗자리 펴고 누워 늘어지게 낮잠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학생들만의 특권이었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에게 방학은 다음 학기 선행학습을 위해 ‘뼈빠지게 공부를 해야 하는’ 기간이 되어버렸다. 학원·과외·독서실…. 학생들은 방학하면 이런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심지어 한 출판사가 2008년 전국 초등학생 102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1.3%가 방학계획으로 ‘공부에 올인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방학마저도 공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각 세대가 경험한 서로 다른 방학 이야기를 들어본다. ●“60명이 교복입고 단체로 기차 여행” 1977년 8월 15일. 당시 춘천에서 여고를 다니던 최국화(51·서울 당산동)씨는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당시, 방학이지만 쉬는 것도 사치였던 고3 수험생 최씨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온몸이 짜릿짜릿하다.”며 입가에 엷은 웃음을 지은 채 추억에 잠겼다. 방학 보충수업이 한창이던 8월 어느 날, 최씨의 반 친구 중 하나가 급우들의 기차여행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반대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학생의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 교실 밖에서 망까지 봐가며 ‘비밀회의’를 한 끝에 결국 기차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목적지는 경기 남양주 금곡리의 홍유릉. 긴장된 마음에 밤잠까지 설쳐가며 여고생 60여 명은 경춘선 완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멀리 영월에서 유학을 와 혼자 자취하던 최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 손수 김밥도 쌌다. 재미난 것은 휴일에 놀러 가면서도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교복을 입고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최씨는 “학생이면 당연히 교복을 입는다고 생각했었다. 감시와 간섭에 억눌려 학창 시절을 보냈고, 억눌린 만큼 작은 일탈에도 더 없이 행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굵은 빗줄기가 차창을 때리기 시작하더니 온종일 비가 그치지 않았다. 여고생들은 교복까지 홀랑 젖어가며 여간해서는 경험할 수 없는 ‘그들만의 일탈’을 즐겼다. 그는 “생각해보면 홍유릉 처마밑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온 것뿐인데도 동창들끼리 만나면 30년도 더 지난 그 이야기가 끝없이 회자된다.”고 했다. 나중에 다른 반 친구들 사이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러움을 샀고, 소문은 결국 담임선생님 귀에까지 들어갔다. 하지만, 선생님은 잠시 꾸짖는 듯하더니 “모두 무사하니 없었던 일로 하자.”며 더는 문제 삼지 않았다. 최씨는 “우리 딸애들한테 이런 얘기를 했더니 반응이 “엄마 그게 무슨 일탈이야.”라며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였다.”면서 “우리 세대에는 우리 세대만이 이해할 수 있는 낭만이 있다.”고 강조했다. ●“방학은 좀 늦게 일어나는 기간일 뿐” “방학은 조금 늦게 일어날 수 있는 기간일 뿐 특별한 거 없어요.” 서울 구로본동에 사는 양은지(16·여) 양은 지금껏 그래 왔듯 방학에 대해 별다른 기대를 안 한다. ‘방학이라 설레지 않느냐.’는 물음에 양양은 “공부할 게 많아서….”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공부계획을 묻자 양양은 자기 방으로 뽀르르 달려가 노트를 가져와 펴보였다. 노트에는 공부계획이 빼곡했다. 날짜별, 시간별 계획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이번 방학공부의 목표는 2학기 중간고사 대비 선행학습이다. 이를 위해 과목별로 문제집을 선정해 하루하루 학습 분량을 정해놨다. 절친한 친구 일곱 명과는 당분간 떨어져 있을 예정이다. 효율적으로 공부하려고 서로 다른 독서실에서 떨어져 공부하고, 가끔 전화로만 응원하기로 했다. 다만, 시간을 정해놓고 일주일에 단 한번 노래방에 같이 가기로 했다. 그는 “스트레스 해소는 해야죠.”라고 설명했다. 본인 결정으로 다니던 학원도 그만뒀다. “학원에 가면 친구들이랑 놀게 돼 공부할 의지가 없어진다는 것”이 이유다. 선행학습 이외에 양 양에게는 방학 중 목표가 하나 더 있다. 다이어트다. 약간 통통한 편인 그는 5㎏ 감량을 목표로, 친구 두 명과 함께 독서실에서 공부를 마친 뒤 학교 운동장을 달리기로 했다. 휘트니트센터에도 다닐 계획이다. “운동 열심히 해서 건강해지고 예뻐질 거에요. 그러면 공부도 잘할 수 있겠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방학 재미없어요.” 경기 일산에서 만난 여중 1학년생 홍주현(14) 양은 여름방학 얘기에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학교에만 안 갈 뿐이지 오히려 할 일이 더 늘었다.”고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초등학생이었던 홍양에게 방학은 일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기간이었다. 늦게까지 잘 수 있었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다닐 수도 있었다. 수영장이나 놀이동산에 가도 부담이라는 게 없었다. 중학교에 들어오니 상황이 달라졌다. 홍 양의 어머니 이정희(43)씨는 아이를 매일 보습학원에 보내는 것은 물론 학기 중에 보내던 수영장도 그만두게 하고 그 시간에 영어 회화학원에 보내기로 했다. 이씨는 “방학이라 다른 집 애들은 국외로 어학연수도 다녀오는데, 우리 애만 한가하게 수영장에 보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홍 양은 이미 입이 삐쭉하게 나와 “방학 때까지 학원에 다녀야 하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벌에 쏘였다가 할머니 덕분에 살아나 경기 광명에 사는 이윤호(55)씨는 방학하면 돌아가신 외조모의 굽었던 등을 추억한다. 이씨는 학창시절, 방학 때면 어김없이 외가로 달려갔다. 광명에서 조그만 국밥집을 하던 이씨의 양친이 방학이면 그를 파주 외가로 보내 한 달씩 맡겨두었기 때문이다. 광명에서 파주까지 지금은 승용차로 금방 가지만, 당시에는 여러 번 버스를 갈아타야 갈 수 있었다. 그는 외가에서 짓던 논농사며 밭일도 거들고, 외조모가 재배한 수박이며 참외를 배불리 먹었다. “무농약·유기농·웰빙방학이었죠.” 이씨는 하하 웃으며 무릎을 ‘탁’하고 쳤다. 더우면 옷을 휙 벗어 던지고는 근처 개울로 뛰어들었다. 첨벙첨벙 마을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잊었다. 그러다 개울가 나무그늘에 누워 잠이 들었고, 어느 새 외조모가 다가와 그를 업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흔들흔들 외조모의 등에 엎드린 이씨는 잠이 깨도 편안한 할머니 등을 벗어나기 싫어 잠든 척 끝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는 “특별할 것 없었던, 우리 세대의 방학이 이제는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진풍경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강원 삼척에 사는 이춘성(가명·59)씨에게 방학 얘기를 꺼내자 바로 “벌떼”라는 말을 내뱉었다. 1962년 8월 강원도 삼척 미로면.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이씨는 취사용 땔감으로 쓸 잔가지를 줍기 위해 뒷산에 올랐다. 또래에 비해서도 덩치가 작았던 그가 꺽다리 할아버지의 지게를 짊어지면,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울 정도였다. 방학이건 아니건 농사일이 바쁘면 학교에 빠지기 일쑤였고, 특히 방학에는 허드렛일을 도맡아야 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 때문에 부모는 5남4녀의 형제 중 일부를 친지들 댁에 맡겼다. 그래서 그는 할아버지·할머니와 셋이 한 식구를 이루고 살고 있었다. 그날도 이씨는 능숙한 솜씨로 키를 훌쩍 넘겨 지게 한가득 잔가지를 주워담아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다 벌집을 하나 발견했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지게작대기로 가볍게 툭툭 치니, 벌집이 바닥에 뚝 떨어졌고 수백 마리의 벌들이 일제히 이씨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씨는 벌에 쏘여 지게고 지팡이고 다 집어던지고 필사적으로 도망치다 산밑 논두렁에 처박혀 정신을 잃었다. 눈을 뜨니 할머니가 뜨거운 물에 고추장을 풀어 온몸이 ‘벌집’이 된 그의 입에 들이밀었다. 그걸 후루룩 들이킨 이씨는 역겨운 냄새가 진동해 뭐냐고 물었더니 할머니는 “오줌”이라고 했다. 그는 “그땐 기겁을 했다.”면서도 “그때 할머니가 그렇게 치료를 안 했으면 아마 죽었을 지도 모를 것”이라고 말하며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에 이야기하다 말고 코끝이 찡한 듯 먼 산만 쳐다봤다. ●“입시 코앞이지만 댄스대회 포기 못해요” “Push Push Baby, Oh Push Baby” 서울 개봉동의 한 중학교 탁구연습장 밖으로 경쾌한 힙합음악인 시스타(Sistar)의 푸시푸시(Push Push)가 흘러나왔다. 김솔이(15·여)양과 친구 네 명이 비트에 맞춰 격렬하게 몸을 흔들었다. 학교 댄스동아리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요즘 댄스대회 준비로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방학에 맞춰 대회가 많이 열리기 때문에 김양은 이번 방학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최대한 많은 대회에 출전해서 그동안 연습했던 실력을 마음껏 쏟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연습을 할 때는 연습장면을 비디오카메라 담는 것도 잊지 않는다. 걸스힙합을 주종목으로 연습 중인 이들은 방학을 앞두고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제작에도 한창이다. 대부분 댄스대회들이 UCC를 통해 본선진출자를 뽑기 때문이다. 물론 공부계획도 세웠다.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기를 바라는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성악 레슨을 받는다. 학과를 보충하려고 매일매일 학원도 다닐 계획이다. 김양은 “고교 입시가 막상 코앞에 다가오니 부담감이 느껴진다.”면서도 “댄스대회만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어 갈등도 있다.”고 털어놨다. 김양진·윤샘이나기자 ky0295@seoul.co.kr
  • [푸른농촌 희망찾기]② 시범마을 현장을 찾아

    [푸른농촌 희망찾기]② 시범마을 현장을 찾아

    농촌의 홀로서기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농민 스스로의 변화 의지다. 농촌진흥청의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에 참여 중인 농가들도 자립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깨끗한 농산물 재배, 건강한 농촌사회 만들기 등 각 마을의 목표를 위해 노력 중인 농촌 현장을 찾았다. ●유기농 곡물 맞춤생산 “생산만 해서는 미래가 없어요. 가공·유통까지 겸해야 부농(富農)의 꿈이 영글 수 있습니다.” 13일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평리 식품가공단지. 마을 주민 서너명이 대형 정선 선별기계 앞에서 제품포장에 열심이다. 잡곡마을로 유명한 사평리는 재배한 곡류를 보리차와 엿기름, 찹쌀가루 등 다양한 제품으로 가공, 판매한다. 이 지역 잡곡 농가의 밭 100㎡당 수익은 150여만원. 타 지역 잡곡 농가의 평균소득(100㎡당 60만~70만원)보다 2배 이상 높다. 사평리 농민들이 잡곡 경작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린 것은 10여년 전부터다. 주로 벼농사를 짓던 주민들은 쌀 과잉생산 등으로 농가소득이 줄자 다른 수익원을 찾아나섰다. 이때 주목한 것이 잡곡이었다. 건강식이어서 품질 보장만 되면 미래가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유기농 잡곡재배에 뜻을 같이한 10여농가는 2000년 도시지역 생활협동조합과 공급계약을 맺고 맞춤형 곡물생산을 시작했다. 인공비료를 쓰지 않아 정부로부터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은 덕에 2004년 이후 ‘참살이(웰빙)’ 바람이 불면서 주문이 크게 늘었다. 문제는 품질관리와 유통체계였다. 낮은 인지도 탓에 판로개척이 어려웠고 원곡(元穀) 판매만으로는 수익창출에 한계가 있었다. 한 단계 도약을 위한 기술 및 자금력이 절실했다. 농촌진흥청이 지역 특성화를 위한 도우미로 나섰다. 농진청은 공모절차를 거쳐 이 지역을 잡곡 특성화마을로 선정했다. 덕분에 사평리 웰빙잡곡사업단지는 농기계 구입비용 등으로 지난해부터 2년에 걸쳐 9억 3000여만원을 지원받았다. 농진청은 또 우수 잡곡 종자를 우선 보급하는 한편 포장 및 상품개발 노하우도 전수했다. 또 컨설팅 지원을 통해 판매 홈페이지 구축 등 판로 확보도 돕는다. 경종호(54) 괴산잡곡영농조합 대표는 “농진청의 도움으로 수익이 크게 늘었다.”면서 “팝콘용 옥수수 생산 등 가공품을 다양화해 수익원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강 컨설팅으로 ‘농부증’ 극복 ‘딸기마을’로 유명한 충남 논산시 노성면 화곡리 주민들은 2년 전까지만 해도 몸이 성할 날이 없었다. 모두 서른여섯 가구가 모여 사는 이 마을의 딸기농가는 12곳. 대부분 50대 이상의 장·노년층으로 하루 10시간씩 쪼그려 앉아 딸기밭에서 일하다 보니 마을 주민 72명 중 37명이 ‘농부증’(근골격계질환)에 시달렸다고 한다. 박종필(48) 화곡리 이장은 “온종일 밭일에 시달리다 보면 귀가 뒤 식사만 마치고 잠을 청하기 바빴다.”면서 “몸이 아프니 작업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던 화곡리 주민들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2008년 공모를 통해 농진청의 농작업 안전모델마을로 지정된 것이다. 농민들은 농진청의 도움으로 건강검진과 재활치료 등을 받았고 육묘상자 이송기와 전동차 등 고된 작업을 대신해줄 농기구도 지원받았다. 과학적 영농법을 도입한 것도 건강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 논산시와 농진청 등의 도움으로 허리 높이의 딸기 재배상(작물을 기르는 작업대)을 도입한 것이다. 무릎이나 허리 등을 굽힐 일이 줄어들자 농민들을 괴롭혔던 통증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농작업 도구 정리 운동 등을 통해 작업환경도 개선했다. 습관의 작은 변화를 통해 거둔 효과는 컸다. 박 이장은 “농민 건강이 회복되면서 작업능률이 올랐고 덕분에 생산성도 크게 향상됐다.”고 전했다. 충북 괴산·충남 논산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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