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 교육, 희망의 5년을 기대하며/조영달 서울대 교수·사범대학장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 정부가 막을 내리고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다. 이명박 정부도 2013년 2월24일이면 막을 내릴 것이다. 등급제와 3불정책, 입시경쟁에서 교육경쟁으로 방향타를 삼았던 참여 정부의 공과를 넘어, 이명박 정부는 자율과 분권, 시장 순응적 교육정책을 중요한 화두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선거과정에서 보여주었던 대학의 자율화, 보통교육의 분권화, 다양한 고등학교 300개 설립 등의 구호가 이를 입증한다. 지금, 참여정부 5년을 생각하면 갈등과 대립,‘목소리의 교육’ 말고는 기억에 떠오르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참여정부의 무능 때문이라기보다는, 한국사회의 교육문제가 가닥잡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고, 다양한 집단이 서로 얽힌,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가치있는 것이기도 하며, 교육 정책의 실행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여러 방면에 강한 영향을 끼친다. 이미 인수위의 ‘영어교육 해법 찾기’에서 이를 충분히 경험했을 것이다. 사실, 한국의 교육에서 ‘일거에’ 모든 것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다. 만약 그랬다면 교육 문제는 논쟁거리도 아니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선거과정에서 던졌던 ‘자율의 친시장적 교육정책’은 하나의 가능성이거나 부분적 해법이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마법의 키가 아닐 수 있다. 지금부터 우리 교육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고자 한다면, 특정 집단의 ‘목소리’가 아니라, 생활인의 현실인식과 전문가의 ‘이야기’에 두루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목소리’가 아닌 ‘이야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생각은 있으되 주장하지 않고,‘이야기’를 경청하는 이명박 정부에 사람들은 함부로 목청을 돋우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생겨난 침묵과 인내의 권위는 정말 무서운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를 신뢰할 것이다. 신뢰는 오늘의 한국교육에서 문제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이자, 가장 얻기 힘든 것이다. 신뢰는 자율과 분권의 바탕이며, 실용성있는 시장의 성립조건이기도 하다. 신뢰는 사람들에게 같이 노력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게 할 것이며, 같이 어려움을 극복하게 할 것이다. 신뢰는 치자(治者)의 여민해락(與民偕樂·백성과 함께 즐긴다는 뜻)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할 것이다. 여기서 하고자 하는 제안은, 정말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일 하나를 골라,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5년 동안 제대로 풀어보자는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일이 한두 가지씩 있게 마련이다.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면서도 미래의 초석이 될 만한 하나를, 신중하고 확실하게 제대로 해결한다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나아가 역사 속에 오래 남을 것이다. 어쩌면 이 하나가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대학 문제 하나만 제대로 해결하다 보면, 보통교육의 문제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2013년 2월24일에 이명박 정부는 교육 문제를 해결한 유능한 행정부로 분명히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이제 어쩌면 우리는 5년 내내 희망을 그릴 수 있을지 모른다.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일이다. 가슴 설레며 기다려지는 2013년 2월24일이다. 이래서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에 선 지금이 좋은가 보다.
조영달 서울대 교수·사범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