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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 ‘공격형 왕실장’ 김기춘 靑 신속 장악… ‘朴 복심’ 이정현 핵심 역할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 ‘공격형 왕실장’ 김기춘 靑 신속 장악… ‘朴 복심’ 이정현 핵심 역할

    오는 25일로 출범 6개월을 맞는 박근혜 정부 ‘권부’의 지형도가 급변했다. 지난 5일 단행된 청와대 2기 참모진 인사를 통해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이 권력 핵심으로 등장했다. 허태열 전 비서실장이 ‘막후 수성형’이라면 김 실장은 ‘공격형 왕 실장’으로 통할 정도로 청와대 내부를 신속히 장악하고 있다. 김 비서실장은 외교안보의 큰 그림을 그리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통하는 이정현 홍보수석, 국정운영의 방향타를 잡는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경제 정책을 조율하는 조원동 경제수석과 함께 박 대통령을 보좌하는 핵심 그룹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김 비서실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 대통령을 도왔고, 이후에도 원로자문그룹인 ‘7인회’ 멤버로서 지난 대선 때 중요한 정치적 조언을 해왔다는 점에서 최측근으로서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각에 대한 청와대 장악력도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 의전 서열상 박 대통령 다음은 정홍원 총리이지만 파워면에서 볼 때 김 비서실장이 한 수 위라는 평가다. 1939년생인 김 비서실장은 정 총리(1944년생)보다 다섯 살이나 많고, 경남중·고 선배인데다 사법시험도 12년 빨리 합격했다. 박 대통령이 내각 장악과 국정운영 가속화를 위해 김 비서실장의 돌파력과 추진력을 적극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 홍보수석은 허 전 비서실장이 빠져나간 공백을 메울 청와대 내 유일한 친박으로 평가받는다. 현 정부 출범 시 정무수석으로 출발한 이 수석은 ‘윤창중 성추행 파문’ 이후 지금의 자리로 옮겨 국정운영과 관련된 박 대통령의 구상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알리는 가교 역할을 맡고 있는데다 외교관 출신인 박준우 전 EU(유럽연합)·벨기에 대사가 후임 정무수석으로 임명되면서 청와대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왕 실장(김기춘 비서실장)과 왕 수석(이정현 홍보수석) 체제가 안착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가안보 컨트롤타워로서의 국가안보실은 김장수 실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트로이카 체제로 라인업돼 있지만 구심점은 단연 김 실장이다.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의 거센 도발 위기를 비롯해 최근 정상화에 합의한 개성공단 문제까지 안보 현안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대북 강경파(매파)로 꼽히는 김 실장의 강경 노선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유연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각에선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 한다는 사고가 지배하면서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쳐다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 분야의 ‘키맨’은 단연 조 수석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부동산 대책과 일자리 창출, 경제활성화 등 핵심 과제를 조율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 경험을 토대로 부처 간 업무조정 과정에서 정책 주도권을 쥐었다는 평가다. 세법 개정안을 주도하면서 ‘거위털 논쟁’을 일으켜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조 수석이 굵직한 경제정책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도라는 분석이다. 경제부총리 부활과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 정부조직 개편을 주도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설계자’로 불렸던 유 수석은 청와대에서 거의 모든 회의에 참여하는 선임 수석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매우 합리적이고 정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긍정적 평가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참모”라는 정치권의 비판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박 대통령이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국정기획수석실에 총괄 권한을 맡기면서 유 수석이 한때 휘청거렸던 위상을 되찾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공기업 인사 올스톱에 금융기관까지 경영공백 직격탄

    공기업 인사 올스톱에 금융기관까지 경영공백 직격탄

    대통령이 취임하고도 한참 동안 장관 인선이 완료되지 않아 파행을 겪었던 박근혜 정부의 인사 잡음이 공공기관장 임명에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낙하산’, ‘특정지역 봐주기’, ‘내정설’ 등 잇따라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지난달 중순 이후 공공기관장 선임이 ‘올스톱’ 상태에 들어가더니 파장이 금융기관으로 확대됐다. 정부 정책을 수행해야 하는 공기업의 경영이 방향타를 잃고 헤매는 데 대한 우려는 물론이고, 아무리 공공기관이라고 해도 지나치게 정부가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임원추천위원회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활동 재개를 요구하는 건의서 제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신보 임추위는 지난달 금융위의 지시를 받고 차기 이사장 선임을 보류한 상태다. 중소기업 지원 기관으로 하반기 보증계획을 세워야 하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공백은 발등의 불이다. 신보는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를 이달에는 열지 않기로 했다. 김봉수 이사장이 지난달 그만둔 한국거래소의 이사장 선임 절차도 정부의 지시로 중단됐다. 지난달 12일 신임 이사장 지원서 접수까지 마쳤지만 면접 등 일정을 보류했다.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면 지난 3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장을 뽑았어야 하지만 불발됐다. 월말까지도 차기 이사장 선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한숨이 내부에서 나온다. 정부가 최대 주주인 우리금융지주 역시 11개 계열사의 대표 선임이 멈춰진 상태다. 이순우 회장이 취임 이후 계열사 사장 대부분에 대해 물갈이에 나선 것이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우리금융 측은 주요 계열사 대표 1, 2순위 후보자까지 정해 정부에 보고했지만 정부는 ‘인사 검증에 시간이 걸린다’는 답변만 되풀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사장 내정자는 지난달 27일 취임식과 함께 기자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다른 계열사 대표들이 선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급작스레 연기됐다. 에너지 공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4월 사임한 주강수 전 사장의 후임 인선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정부가 ‘주총을 9일로 미뤄달라’고 요청해 인선 작업을 멈췄다”면서 “인사검증 때문인지 청와대와 조율이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원자력발전소 위조부품 파문과 관련해 물러난 김균섭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후임 공모도 중단됐다. 정승일 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도 5월 사의를 표명하고 퇴직했으나 여태까지 후임이 정해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중순 정창영 전 사장이 물러난 코레일도 사장 후보를 공모조차 못한 채 직무대행 체제로 꾸려가고 있다. 기관장과 임원을 정하지 못하다 보니 해당 기관의 운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노조 차원에서 반발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노조는 내부 게시판에 “45년 역사상 초유의 사태”라면서 “(정부가) 350만 고객이 100조원 넘는 자산을 맡긴 우리투자증권을 구멍가게 취급한다”고 비난했다. 노조는 “민간 증권사의 대표이사를 뽑는 데 금융위는 대표이사 직무대행마저 금지해 도를 넘는 ‘관치금융’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기관장·감사의 전문성 자격 요건과 임추위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기업 인사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개선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체계적인 인사 시스템 없이 청와대의 한마디 말에 인사가 결정되는 게 문제”라면서 “인사가 늦어질수록 중요 사업의 결정도 더뎌지는 만큼 국민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빅3’ 국회 입성 땐 정계개편 기폭제될 듯

    ‘빅3’ 국회 입성 땐 정계개편 기폭제될 듯

    4·24 재·보궐 선거 과정은 역대 선거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지만 선거 결과가 정치권에 미칠 파장은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서울 노원병의 무소속 안철수, 부산 영도의 새누리당 김무성, 충남 부여·청양의 새누리당 이완구 국회의원 후보 등 ‘빅 3’가 원내에 진입하면 각각 정계 개편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안 후보는 당장 5·4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통합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당권 주자들 역시 안 후보와의 관계 설정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누가 당권을 쥐더라도 ‘안철수 입당론’과 ‘안철수 신당론’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안 후보 입장에서도 ▲민주당 입당 ▲신당 창당 ▲무소속 유지 등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야권의 다양한 분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김·이 후보의 행보 역시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국회에 입성할 경우 5선 의원이 되는 김 후보는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며 3선이 되는 이 후보는 충청권 대표 주자로서 ‘포스트 JP(김종필)’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다만 이들 세 후보가 당선 직후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기보다는 당분간은 낮은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10월 재·보궐 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정치적 상징성과 영향력을 감안할 때 여야 내부의 권력 재편 움직임이 이보다 훨씬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선거라는 점에서 후보 간 승패 못지않게 투표율과 후보별 득표율 등도 주요한 변수로 꼽힌다. 새 정부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이자 방향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재·보선 평균 투표율이 30%대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투표율이 40%대까지 상승할지가 일차적인 관심사다. 사전투표제 안착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부재자 신고를 하지 않아도 선거에 앞서 미리 투표할 수 있는 사전투표제가 처음 도입됐으며 국회의원 3개 선거구의 평균 사전투표율은 부재자 투표율에 비해 3~4배 높은 6.9%를 기록했다. 사전투표제가 투표율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 야권의 ‘투표 시간 연장’ 요구에 대한 유력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선거 자체가 갖는 의미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 공약에 따라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 폐지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도 있고, 반대로 무소속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이른바 ‘로또 선거’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여야 간 공방이나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인사 불통’ 상처… 이제야 ‘소통 정치’ 모색

    15일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 50일을 맞는다. 청와대는 ‘출범 초 100일 동안 새 정부의 성패가 결정된다’는 각오로 의욕 있게 출발했지만 정부조직법 개정 지연과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 사태, 북한발(發) 안보 위기 등의 역풍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해묵은 불통(不通)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여론 지지율이 40% 초반까지 급락하는 등 악전고투의 시기로 평가된다. 특히 여당에서는 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다. 새 정부 초기 ‘당·청 간 밀월’이 중요한 마당에 정작 박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를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연이은 인사 낙마 사태를 비롯해 정부조직법 협상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여당 수뇌부, 의원들과 긴밀히 조율하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여당 소외론마저 고개를 내밀었다. 당 핵심 관계자는 14일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여의도 정치를 멀리하지 않겠노라고 했는데 막상 취임 후엔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사이에선 인사 소외에 대한 불만도 높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던 여권 인사들이 정작 청와대·내각 인사에서 제외되면서 ‘논공행상 시비’가 불거진 것이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 향후 성패의 관건은 여당과의 긴밀한 공조”라고 입을 모았다. 당 고위 관계자는 “여당이 ‘청와대바라기’라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대통령 눈치를 보지 않고 여당이 국정의 한 축으로 당당히 일할 수 있게끔 대화와 협력의 틀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당 지도부·국회 상임위별 회동이 1회성 보여주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진정성을 보이려면 정기적인 당·청 회동 채널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박 대통령은 소통에 방점을 찍으면서 청와대 수석은 물론 각 부처 장관들에게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와 수시로 접촉해 양해와 협조를 구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 인사 파문에 대해 사과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국회와의 관계 정상화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야당 지도부와의 만찬 회동에 이어 16일 국회 각 상임위원회의 야당 간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의견을 듣는다. 앞으로 박 대통령이 여론을 중시하면서 국정을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언론과 국회 등에서 제기한 사항을 과감히 수용 보완해 새 정부 국정 운영의 방향타를 재정립했다는 의미도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까지의 부처별 업무보고 과정에서 수렴된 경제 부흥 등 4대 국정 기조의 구체적 정책 접목과 올 경제 목표 및 경기 부양책 등을 통해 집권 초 국정 청사진을 도출했다. 향후 ‘박근혜 리더십’에 따라 ‘성공과 실패’의 기로가 갈릴 수 있다는 의미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안보 위기가 가닥을 잡게 되면 민생 현장 방문 등을 재개해 국정 전반을 꼼꼼하게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장관 일 손떼고 차관·차관보도 옮겨… 재정부 업무마비 ‘공황’

    장관 일 손떼고 차관·차관보도 옮겨… 재정부 업무마비 ‘공황’

    박근혜 대통령 취임 9일째를 맞은 5일까지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장관 후보자는 전체 17명 가운데 7명으로 늘어났지만 박 대통령은 이들에게 임명장을 주지 않고 있다. 이들이 취임하지 못함에 따라 행정부가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졌다. 조직개편 대상이 되는 부처의 인사도 무기한 보류됐다. 특히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3일로 예정돼 있어 ‘식물 정부’가 장기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부처 장관을 우선 임명하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리더십 공백 상태가 심각하다. 박재완 장관은 사실상 재정부 업무에서 손을 놓고 있고, 장관을 대신해 현안을 챙길 두 명의 차관도 ‘공백’ 상태이기 때문이다. 신제윤 제1차관은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됐고 김동연 제2차관은 국무총리실장으로 임명됐다. 주형환 차관보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 차관이 아직 재정부로 출근하고 있지만 청문회 준비도 해야 해 차관 업무에 전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인사 폭이 커지면서 연쇄 후속 인사에 대한 기대감으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실정이다. 한 재정부 직원은 “삼삼오오 모이면 자연스레 화제가 (인사) 하마평으로 옮겨가 일이 잘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장관 후보자들은 개인사무실이나 자택 등에서 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며 임명을 기다리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사직로 외교부 청사 인근에 있는 대우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해 업무를 보고 있다. 윤 후보자는 수시로 업무 보고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환 장관과 윤 후보자 양 측이 현안 업무를 다루는 ‘한 지붕 두 장관’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윤 후보자가 국회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이전에 현재의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취임하게 되면 개정안 통과 후 외교부로 명칭과 조직이 개편되는 상황에서 외교부 장관으로 다시 취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외교통상부는 앞서 인사청문요청서에 ‘향후 부처 명칭이 바뀌어도 기존 청문회로 갈음할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을 달아 정부조직법 통과 이후 인사청문회를 다시 열 필요가 없도록 조치했다. 앞서 지난 4일 청문보고서가 통과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청와대로부터 임명장을 받지 못해 현재까지 공식적인 업무는 하지 못하고 있다. 황 후보자는 주로 자택에 머물면서 업무 파악 및 검찰 개혁 구상에 몰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황 후보자의 임명 시기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 “통상 청문보고서가 국회에서 처리되면 바로 임명됐는데 새 장관 임명이 미뤄지고 있어 업무 공백 사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황 후보자의 임명이 늦어질수록 검찰총장 공석 사태도 길어질 가능성도 높다. 국토해양부는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 택시지원법안 제정, 철도경쟁력체제 마련 등 시급한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컨트롤 타워 부재로 처리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처리했어야 할 과제였지만 정치권이 새 정부 출범 이후 방향을 정하기로 했던 사안들이다. 때문에 현직 장·차관도 현안에서 손을 떼고 있으며, 실무자들 역시 일상 업무만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교통담당 공무원은 “현안들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여야 간 의견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빨리 정부안을 마련하고 공청회를 거쳐 확정해야 하는데 방향타를 잃고 모두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부처들이 일손을 놓은 채 개점휴업한 상태다. 새 정부 들어 부활하는 해양수산부는 조직 안정화가 시급하고 부처 밑그림 업무를 그려야 하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이 미뤄지면서 일반 업무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해양업무 공무원은 “장·차관도 없고 조직도 없으니 부처 업무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정부조직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지식경제부와 우정사업본부 등의 직원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부처 이동 등을 이유로 ‘정부구매카드’를 모두 반납했기 때문이다. 정부 구매카드는 업무에 필요한 비품 구입이나 각종 회의 때 간식과 식사 등 업무추진 비용을 쓰는 신용카드이다. 정부조직 개편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야 합의에 따라 방통위에 남을 수도 있고 미래창조과학부로 이동할 수도 있는 유료방송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들은 일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주파수 경매, 휴대전화 보조금,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 등 주요 현안엔 손도 못 대고 산적해 있다. 실제로 7일 예정돼 있던 방통위 전체회의는 취소됐다. 방통위 관계자는 “업무이관이 어디로 갈지 정해지지 않아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국회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명장을 주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연관이 없는 황 후보자와 방하남 고용노동부·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신임 장관으로 임명하더라도 문제가 없음에도 임명을 하지 않는 배경에는 ‘국정 공백’에 따른 야당 압박용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대외 알림용’이라는 시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나 “찔끔찔끔 (장관을) 임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법무부 장관 등 일부가 임명되더라도 국무회의를 열 수 있는 조건이 안 되는 만큼 야당이 통 큰 결단을 내려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처종합·안석 기자 ccto@seoul.co.kr
  • 朴의 수첩 속엔 해법 있을까?

    朴의 수첩 속엔 해법 있을까?

    18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민생과 새 정부 조각 인선에 집중하며 조용한 행보를 거듭하던 박근혜 당선인이 첫 정치력 시험대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과 비리 의혹이 연일 정국을 강타하는 가운데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회, 부처 간 갈등 양상을 띠는 정부 조직 개편안, 재원 마련에 따른 대선 공약의 출구전략 등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느냐가 새 정부의 방향타로 떠오른 것이다. 박 당선인의 선택이 새 정부 출범의 첫 단추이자 향후 5년간 국정 운영의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대 기로로 여겨지는 까닭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4대강 사업은 당장 박 당선인에게 최대 딜레마다.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은 총제적 부실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고, 야권에서는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마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는 터라 박 당선인도 쉽게 ‘바통 터치’를 해 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사업은 야권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여권이 공동으로 진행한 국책사업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과 해법이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원점에서 재검토하기엔 이미 22조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가 들어가 이에 대한 정치적 책임에서 박 당선인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이 헌재소장 후보자 인선 문제도 박 당선인의 정치력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위장 전입, 증여세 탈루, 저작권법 위반, 판공비 유용 등 각종 비리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야권의 지명 철회 요구에 직면한 상황이다. 오는 21~22일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결정타를 맞을 경우 박 당선인도 이 후보자에 대한 인선 강행을 고집하지 않고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박 당선인이 지난해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함량 미달이거나 도덕성이 결여된 인물은 배제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그의 결단에 관심이 쏠린다. 박 당선인의 첫 작품인 정부 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통상과 과학, 식품 분야의 분리 등을 놓고 당장 여권 내부에서도 반발 조짐이 있다. 국회 통과 과정에서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충분한 동의를 구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사설] 동북아 안정, 한·미·중 전략공조 성패에 달렸다

    우리와 미국·중국·일본 등 주변국들이 모두 지도체제를 정비한 상황에서 맞은 올해는 오랜 동면(冬眠) 상태에 놓인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한반도 정세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남북 관계에 있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을 일성(一聲)이 향후 한반도 정세를 가늠할 방향타가 된다는 점에서 주변국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빌 리처드슨 전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가 “박 당선인의 발언에 북한이 고무돼 있다”고 밝힌 것을 보면 북한 역시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남북관계의 진전에 사뭇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박 당선인이 남북 관계의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가 그만큼 중요해진 셈이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는 분단 체제의 연원과 동북아의 지정학적 역학 관계로 인해 이미 남북 두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이해득실에 크게 좌우되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북·미 관계와 북·중 관계를 넘어 미·중 관계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우리와 미국, 중국의 다각적 공조가 한반도 문제를 푸는 열쇠라고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 당선인이 대선 전 대외정책의 핵심전략 중 하나로 내세운 한·미·중 3자 전략대화는 안정적인 정세를 바탕으로 핵·미사일 해법과 남북 간 교류 확대를 함께 도모할 최적의 전략기조로 여겨진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미·중의 아시아 패권 경쟁과 중·일 간 영토 분쟁 및 군사적 긴장 속에서 한반도 문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표류하지 않도록 할 방파제를 구축하는 차원에서도 한·미·중 3각 대화의 틀을 마련하는 일은 긴요하다. 관건은 중국이다. 그제 중국 정부 특사 자격으로 박 당선인을 예방한 장즈쥔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은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의 친서를 전달하며 한·중 관계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노력을 다짐했다. 그러나 대북 정책에 있어서 중국이 얼마나 한국 정부나 한·미 공조에 보조를 맞출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장 지난달 북 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 제재 논의에 임하는 중국의 소극적인 모습만 해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새 정부 출범까지 남은 40여일간 박 당선인은 정부 조직개편과 조각(組閣)을 통해 향후 대외정책의 뼈대와 기조·운용 방향을 정립하게 된다. 중차대한 시기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집권 3년째인 2005년 ‘동북아 균형자’를 자임하며 독자 외교를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주변국의 역학관계를 소홀히 한 설익은 접근 탓에 한·미 동맹에 부담만 안겼을 뿐 외교적 실익을 거두지 못했다. 미·중을 같은 거리에 두는 게 아니라 한·미 공조의 틀로 중국을 한 발짝 더 당겨 실질적인 3각 공조를 이루는 방향이 돼야 한다. 세심한 실천구상을 짜기 바란다.
  • 새 정부, ‘MB위원회’ 간판 내린다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 조직 개편 작업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각종 대통령·국무총리 직속 정부위원회에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신설된 위원회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 인사는 9일 “부처의 경우 조직 개편을 최소화하는 게 기본 원칙이지만 정부위원회는 새 정부 국정 철학에 맞춰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이명박 대통령 시절 신설된 국정과제위원회를 중심으로 없앨지, 조정할지 등을 한번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과제위원회는 대통령의 비전을 제시하는 등 국정 운영의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으며 통상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 형태로 꾸려져 왔다. 현 정부 들어 신설된 국가경쟁력강화위와 국가브랜드위, 미래기획위,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 녹색성장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위원회는 현 정부의 색채가 강하게 반영돼 있는 데다 대선 과정에서 박 당선인이 현 정부와의 ‘정책 차별화’를 강조했던 만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빈자리는 박 당선인이 약속한 국민대통합위와 국민감사위, 기회균등위, 청년위 등이 메우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현행 사회통합위는 국민대통합위로 확대 개편될 것으로 점쳐진다. 지방분권촉진위도 박 당선인의 공약인 지방분권균형추진위로 간판을 바꿔 달 것으로 보인다. 또 사실상 행정기관처럼 기능하는 상설 행정위원회 역시 개편 바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위 중에서는 대통령 직속 3개(방송통신위, 국가과학기술위, 원자력안전위)와 총리 직속 3개(공정거래위, 금융위, 국민권익위) 등 모두 6개가 핵심이다. 이 중 공정위를 제외한 5개는 현 정부의 조직 개편 과정에서 신설된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고에 근거해 만들어진 원자력안전위 외에는 모두 개편 영향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될 경우 국가과학기술위를 흡수할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담 조직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위의 역할과 기능을 쪼개야 한다. ICT 전담 조직이 별도 기구 형태로 꾸려질지, 미래창조과학부·지식경제부·중소기업청 등의 관련 기관과 합쳐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경제 민주화, 가계 부채 대책과 각각 연관 있는 공정위와 금융위 역시 업무 영역이 확대 또는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朴국정 핵심은 강력한 국가·원칙있는 자본주의

    朴국정 핵심은 강력한 국가·원칙있는 자본주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소신은 강력한 국가와 원칙 있는 자본주의로 요약된다. 박 당선인의 이런 철학은 미국의 저명한 정치 사회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박 당선인의 국정 철학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는 사상가라는 의미다. 저서 ‘역사의 종언’으로 유명한 후쿠야마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미국의 대표적 보수파로 통하는 인물이다. 박 당선인은 7일 첫 주재한 대통령직 인수위원 전체회의에서 후쿠야마가 제시했던 ‘신뢰가 곧 사회적 자본’이란 개념을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신뢰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는 박 당선인의 이날 발언은 ‘신뢰 수준이 높은 사회만이 결국 번영을 지속할 수 있다’고 강조한 후쿠야마의 주장을 옮겨 온 것이다. 차기 정부 5년의 밑그림을 짜는 인수위의 ‘방향타’를 설정해 주는 발언이기도 했다. 8일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평소에 신뢰 이야기를 한 것도 여기서(후쿠야마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세계적 석학이 이야기한 것이고 (당선인이) 그런 명제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 당선인이 평소에 ‘원칙과 신뢰’를 강조해 왔던 데는 후쿠야마의 영향도 일정 부분 있었을 것으로 추론된다. 박 당선인이 2009년 미국 방문 때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화두로 던진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도 후쿠야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은 당시 연설에서 “민간 부문과 정부의 역할 및 책임이 새롭게 확립되고 국가 간 협력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쿠야마가 제시했던 또 다른 이론들도 주목된다. 후쿠야마는 “자유민주주의가 성공하려면 강력하고 통일된 국가와 그 국가에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정치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근대 정치제도의 세 요소인 ‘국가’ ‘법치주의’ ‘책임정부’를 완벽하게 갖춘 사회가 정치적으로 발전한 사회”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 대변인은 “(당선인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빈자의 미학’ 20년 건축가 승효상

    [김문이 만난사람] ‘빈자의 미학’ 20년 건축가 승효상

    새해는 어떤 ‘인생의 집’을 설계할까. 부자가 아니어도 좋다. 가난해도 행복해할 줄 알면 되겠다. 그렇다면 집이란 무엇일까. 사람이 집을 만들고 집이 사람을 만든다. 하이데거는 말했다. ‘인간이란 존재는 땅 위에 정주하면서 비로소 이루어진다’라고. 따라서 집은 인격이며 존재 방식이다. 그래서 건축은 진실해야 하며 그런 건축에 거주함으로써 우리의 영적 성숙이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좋은 집이란 어떤 것일까. 선함과 진실함, 아름다움이 있어야 하겠다. 가난한 집에 살더라도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감격하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아름다운 감수성에 젖으면 되겠다. ‘빈자의 미학’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그렇게 설계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시대의 대표 건축가 승효상(61)씨. 그는 평소 ‘주택이란, 그리고 건축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윤리의 공간이며 공공적 가치를 지닌다. 건축이란 돈이 아닌 절제이며 본질은 공간에 있다. 건축가는 건축주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더불어 공유하는 것이다. 따라서 건축 설계는 우리 삶을 조직하는 일이며 건축은 어디까지나 삶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답한다. 최근에 그는 책을 한 권펴냈다. 제목이 ‘오래된 것은 다 아름답다’이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발문에 “건축가 승효상은 글을 잘 쓰는 문필가로 이름 높다. 그러나 정확히 말해서 그는 글재주가 아니라 건축을 보는 안목이 높은 것이다. 승효상은 자신의 건축에 관해서나 남의 건축에 관해서 반드시 구조와 기능은 물론이고 그것의 역사성과 현재성을 모두 아우르며 말한다. 그래서 그의 건축 이야기는 언제나 인문정신의 핵심에 도달해 있고 승효상은 글을 잘 쓴다는 말을 듣는다”라고 썼다. 승효상씨의 건축학은 앞에 언급한 대로 ‘빈자의 미학’이다. 그렇게 고(故) 김수근 선생한테 15년을 배우고 홀로 그런 철학을 추구한 지 20여년이 됐다. 지난해 말 서울 종로구 동숭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중국 산시성에서 주문한 주상복합 건물을 설계하느라 바삐 보내고 있었다. 여러 설계 도면과 한 움큼의 몽당연필이 눈에 들어왔다. 불쑥 연필을 하루에 몇 자루나 소비하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이 ‘3’이라는 숫자였다. 중국과는 어떤 인연이 있느냐고 하자 “중국에 진출한 지 12년이고 현지에 법인도 있다. 베이징 장성호텔, 하이난성 리조트 타운, 칭다오(靑島) 인근의 역사도시 재개발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다”고 말한다. 완공된 것이 3개, 설계 중인 것이 5개 등 모두 20개 정도 된다. 중국 외에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말레이시아, 중동 등 많다고 했다. 이쯤 되면 국제적 건축가라고 할 수 있겠다. 국내는 현재 용산공원을 설계 중이다. 그의 건축가 인생은 크게 두 시기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김수근 선생과의 15년이고, 다른 하나는 ‘빈자의 미학’으로 걸어온 20여년이다. 먼저 김수근 선생과의 인연을 물었다. “대학교 4학년 때 김수근 선생님을 뵈었지요.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고 거만하시고(웃음). 졸업을 앞두고 존경하는 은사님의 소개로 만났습니다. 선생님이 1986년에 돌아가셨고 이후 3년 동안 김수근 선생님의 유언을 받아서 ‘공간’ 대표를 했으니까 15년을 김수근 선생 문하로 있었던 셈이지요.” 그때 건축가로서 삶이 어떤 것인지를 철저히 배웠다. 건축의 기본은 물론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김수근 선생을 극복하고 넘는 것이 목표였다. 선생이 설계도면 10장을 주문하면 20장을 그려냈다. 하지만, 매번 논리적으로, 미학적으로 실력이 달렸다. 야단맞기 일쑤였다. 선생이 세상을 떠나자 자연스럽게 홀로서기를 한다. 1990년 초 ‘승효상의 건축’은 무엇인가에 대한 방황에서 시작됐다.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 생겨났다. 어느 날 이른 아침 종묘를 찾았다. 문득 느낌이 왔다. 일그러진 서울의 중심을 회복 해주는 경건한 장소이며 우리의 전통적 공간 개념인 ‘비움의 미학’을 극대화하는 건축임을 알게 됐다. 그 비움 속에 마음을 스스로 던졌다. 탐욕을 지우고 혼돈을 걷으며 저 깊이에서 들려오는 맑은 영혼의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절대 무위였으며 궁극 공간이었고 무한 침묵이었다. ‘승효상 건축’의 방향타를 움켜쥐는 순간이었다. “사실 ‘비움’이라는 것은 현재 서양의 현대 건축에서 새로운 키워드가 돼 있지만, 우리 선조의 상용어였고 우리의 옛 도시와 건축의 바탕이었죠.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비움은 추방해야 할 구악이 됐고 채우기에 몰두한 나머지 우리 도시는 악다구니하는 한갓 조형물과 건조물로 가득 차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삶과 공동체는 그래서 서서히 붕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강조하는 얘기. 좋은 건축과 건강한 도시는 우리 삶의 선함과 진실됨, 아름다움이 끊임없이 일깨워지고 확인될 수 있는 곳이며 그것은 비움과 고독을 통해 얻어진다는 것이다. 과도한 물신의 탐욕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 잃어버렸던 우리의 고독을 다시 찾아 이를 마주하고 우리의 근원을 다시 물을 수 있도록 비워진 곳, 그런 비움의 도시가 결국 우리의 존엄성을 지킨다고 강조한다. 결국, 도시 건축의 아름다움은 채움에 있지 않고 비움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의 대표작을 잠깐 살펴보자. 그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집 ‘수졸당’(1993)과 하얀 집 ‘수백당’(1998) 등을 설계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장충동 웰콤시티, 대전대학교 혜화문화관, 파주출판단지 등을 설계하면서 2002년 미국건축가협회 명예 회원으로 추대됐다. 또 같은 해 건축가로서는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돼 ‘건축가 승효상’전을 열기도 했다. “건축물은 심성을 변화시키는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공간이 인간을 사유케 하고 그래서 좋은 공간에 살면 좋은 사람이 되고 나쁜 공간에 살면 나쁜 사람이 되겠지요. 수도하는 사람이 암자를 찾는 것도 작고 검박한 공간이 자신을 바꿔줄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거든요.” 그는 집이란 ‘배부른 돼지가 아니라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사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사무실 이름은 이로재(履露齋)이다. ‘이슬을 밟는 집’이라는 뜻이다. 소학(小學)에 보면 옛날에 가난한 선비가 연로한 부친을 모시고 살았는데, 이른 아침 이슬 내린 길을 밟으며 노부의 처소까지 문안을 드린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는 ‘승효상 건축’의 실마리이자 사고의 근간을 이룬다. 그는 한국전쟁 때 북한에서 피란 나온 일곱 가구가 깊은 마당을 두고 모여 사는 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산의 구덕산 기슭 밑에 지어진 그 마당 깊은 집의 풍경은 지금도 뚜렷한 비움의 이야기로 존재한다. 화장실과 우물이 하나씩 있는 기다란 마당. 아침은 매일 북새통이었고 해 질 녘엔 저녁밥 짙은 냄새와 웃음이 늘 마당을 메웠다. 곧잘 비워진 마당은 햇살과 빗줄기를 시시때때로 받았다. 그게 하이데거가 이야기한 거주의 아름다움이며 인간의 존재 자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우리 선조가 일군 모든 집의 마당은 아름다움을 가졌습니다. 그 마당은 대개는 비어 있지만 언제든지 삶의 이야기로 채워집니다. 어린이들이 놀든, 잔치를 하거나 제사를 지내든 그 공간은 늘 관대하게 우리 공동체의 삶을 받아들였고 그 행위가 끝나면 다시 비움이 되어 우리를 사유의 세계로 인도했습니다.” 비록 불확정 비움이라 하더라도 우리 선조의 아름다움이었다고 강조한다. 그런 아름다움을 버리고 서양의 미학을 좇으며 마당을 없애버린 것이 지금의 우리이며 오히려 서양인들은 우리의 마당을 찾으니 황망할 따름이라는 것. 그의 건축설계 철학에서 배어 나오는 얘기다. 다시 물었다. 빈자의 미학이란 무엇이냐고. “가난한 사람의 미학이 아니라 가난할 줄 아는 사람의 미학”이라고 웃으면서 답한다. 우리나라 건축의 흐름에 대한 질문에 “건축 밀도가 가장 높음에도 세계 중심에 서지 못하고 있다. 뭐든지 바쁘게 만든다. 한가해야 건축이 제대로 설계되지 않겠느냐. 그동안 마구잡이로 지었다.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슬하에 1남 2녀들 두었다. 아들이 영국 런던에서 건축 설계를 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앞으로 계획을 물었더니 “실수하지 않는 건축을 하는 것이다. 70대에는 지금보다 조금 더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대답이 돌아온다. 선임기자 km@seoul.co.kr ◆건축가 승효상은… 1952년 출생이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빈 공과대학에서 수학했다. 15년간 김수근 문하를 거쳐 1989년 이로재(履露齋)를 개설했다. 1998년 북런던대학의 객원교수를 역임하고 서울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했다. 20세기를 주도한 서구 문명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 ‘빈자의 미학’이라는 주제를 그의 건축의 중심에 두고 작업하면서 ‘김수근 문화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등 여러 건축상을 받았다. 10년 동안 파주출판도시 설계를 맡아 2002년 미국건축가협회 명예회원으로 추대됐다. 건축가로는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관하는 ‘2002 올해의 작가’로 선정돼 ‘건축가 승효상’ 전을 가졌다. 미국과 일본, 유럽 각지에서 개인전 및 단체전을 가지면서 세계적 건축가로 이름을 알렸다. 2007년 ‘대한민국 예술문화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를 거쳐 2011년 광주디자인 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선임됐다. 주요 저서로는 ‘빈자의 미학’(1996), ‘지혜의 도시’(1999), ‘건축, 사유의 기호’(2004), ‘지문’(2009), ‘오래된 것은 다 아름답다’(2012) 등이 있다.
  • [전문가 100인에게 물어본 새해 경제] 가계부채·일자리·신성장 동력 최우선 해결 과제

    [전문가 100인에게 물어본 새해 경제] 가계부채·일자리·신성장 동력 최우선 해결 과제

    아직까지 우리 경제는 장기 침체를 경험한 적이 없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두 번의 큰 파도를 만났지만 곧바로 수출을 방향타 삼아 순항했다. 하지만 최근의 위기는 과거에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수준이다. 미국의 재정절벽(갑작스러운 재정지출 감소)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라는 두 개의 거대한 충격이 만나 경제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퍼펙트 스톰’ 상황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31일 서울신문 설문조사를 통해 올해 우리 경제가 2%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201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3% 성장률도 전문가들은 버겁게 느끼고 있다. 설문 결과 전문가 중 절반 가까운 49명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2% 후반대(2.5~2.9%)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20명은 2% 초반(2.0~2.4%)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27명이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3% 초반(3.0~3.4%)을 골랐다.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응답도 4명 나왔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인 3% 후반대를 예상한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경기는 ‘다소 낫겠지만 정도는 미미하다’는 응답이 51명, ‘비슷할 것’이라는 대답이 31명이었다. ‘올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응답도 15명이다. 확실히 나을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는 극소수(3명)였다. 특히 금융권 수장 중 전직 경제관료들은 올해 경기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강만수(전 재정부 장관) KDB금융그룹 회장과 박병원(전 청와대 경제수석) 은행연합회장, 김규복(전 재경부 기획관리실장) 생명보험협회장, 이두형(전 금융감독위원회 기획행정실장) 여신금융협회장 등은 모두 2% 초반대 성장률을 예측했다. 다만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순우 우리은행장, 조준희 기업은행장, 최흥식 하나금융지주 사장 등 민간 금융권 수장들은 2% 후반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바라봤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3% 초반대를 선택했다. 이들이 관료 출신들보다 우리 경제의 점진적 회복 가능성을 높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이 선택한 새 정부의 역점 과제는 ▲가계부채 연착륙 72명(중복 응답) ▲일자리 창출 64명 ▲신성장동력 창출 32명 ▲잠재성장률 제고 29명 ▲기업 기살리기 23명 등의 순이었다. 우리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 역시 가계부채 문제를 선택한 전문가들이 74명으로 가장 많았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현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합의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유럽 재정위기(47명), 일자리 부족(38명), 미국 재정절벽(32명) 등도 중요한 대내외 위험 요인으로 손꼽혔다. 다만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중심으로 거론되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필요하다(44명)는 의견이 필요없다(37명)는 응답보다 조금 높았다. 추경 폭으로는 “공약 수행에 필요한 6조원 정도”(윤석헌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부터 “대통령 취임 직후 20조~30조원”(오석태 SC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으로 다양했다.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은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 규모”를 주문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총수요가 부족한 상황인 만큼 재정건전성은 잠시 접어두더라도 적극적 적자재정 정책 등 일자리를 창출할 경기부양책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경제·산업부 종합 ■ 설문에 참여해 주신 분 (가나다순) ●유영창 전문건설협회 부회장 ●유 원 LG그룹 전무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유진성 한경연 연구위원 ●임상혁 전경련 산업본부장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윤용로 외환은행장 ●이근태 LG연 연구위원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 ●이명활 금융연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 ●이부형 현대연 연구위원 ●이보성 현대차 산업연구소 부장 ●이 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순우 우리은행장 ●이승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이승호 자본시장연 연구위원 ●이승훈 CJ경제연구소장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 ●이재우 메릴린치증권 상무 ●이재준 KDI 동향전망팀장 ●이종우 IM투자증권 센터장 ●이준협 현대연 연구위원 ●이지평 LG연 수석연구위원 ●이항수 SK텔레콤 홍보실장 ●이화석 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장 ●임도빈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 ●임수길 SK그룹 상무 ●임지원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 ●임희정 현대연 연구위원 ●장성지 금호아시아나그룹 고문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 ●정병욱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 ●정영식 삼성연 수석연구원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조동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센터장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부 교수 ●조준희 기업은행장 ●조호정 현대연 선임연구위원 ●최공필 금융연 수석자문위원 ●최복희 중기중앙회 정책총괄실장 ●최영조 한화그룹 상무 ●최진호 동부그룹 상무 ●최흥식 하나금융지주 사장 ●최희갑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추성엽 ㈜STX 사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한무영 부영그룹 상무
  • [박근혜 정부시대 정책 분석] (4)정치혁신 공약·로드맵

    [박근혜 정부시대 정책 분석] (4)정치혁신 공약·로드맵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제시한 정치 쇄신안의 핵심은 ‘기득권 포기’라고 할 수 있다. 쇄신 대상을 정치로 뭉뚱그려 표현했지만, 그 안에는 입법·사법·행정부가 총망라돼 있다. 목표는 국민들의 신뢰 회복에 맞춰져 있다. 박 당선인이 지난 11월 6일 발표한 ‘정당·국회·정부·국정운영 개혁안’은 쇄신의 밑그림에 해당한다. 이러한 네 갈래 쇄신안 중 박 당선인 입장에서는 행정부 수반이라는 위치상 정부와 국정운영 개혁에 가장 먼저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책임총리·책임장관제 운영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고, 이는 대통령 인사 권한의 분산을 뜻한다. 이를 통해 국무총리에게 국무위원 제청권을, 장관에게는 해당 부처와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권을 각각 보장해 주는 것이다. 신설 예정인 기회균등위원회는 탕평인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국정운영 개혁 ‘맑음’ 또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국회가 추천해 조사권을 부여하는 특별감찰관제를,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위해서는 상설특별검사제를 각각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이 지난 9일 발표한 ‘국정쇄신정책회의’ 구성안은 이러한 쇄신안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액션 플랜’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쇄신의 청사진이자 ‘마스터 플랜’을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다. 쇄신 추진 기구로 대통령 직속 국정쇄신정책회의를 만들고, 여·야·정은 물론 일반 시민과 전문가 그룹까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는 통합을 쇄신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쇄신 대상도 대통합 탕평인사와 민주적 국정운영 등 정부에 맞춰져 있다. 사실상 ‘정부·국정운영 개혁’이 쇄신의 첫 단추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국정쇄신정책회의는 박근혜식 정치 쇄신을 담아낼 그릇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부터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관심사는 개헌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집권 후 4년 중임제와 국민의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춘 ‘원포인트 개헌’이 아니라 바뀐 시대상을 반영할 수 있는 ‘포괄적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통령은 헌법상 개헌 발의권자인 만큼 박 당선인이 취임 직후 개헌 논의를 주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당선인이 약속한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과 불체포특권 폐지를 추진하기 위해서도 개헌은 필요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4일 “정치·정권에 대한 신뢰부터 회복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 쇄신’이 중요하다.”면서 “대통령의 권력 분산을 위한 개헌 등 정치 개혁이 임기 초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치·정당 개혁 ‘흐림’ 정치·정당 개혁을 박 당선인이 계속 주도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정치인 박근혜’에서 ‘대통령 박근혜’로 신분 자체가 바뀌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취임 이후 정치권을 향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월권으로 비칠 수 있다. 여야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여야가 대선 과정에서 내놓은 정치 쇄신이라는 ‘염불’보다 선거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잿밥’에도 관심이 적지 않았던 만큼 추진 여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국회의원 정수 축소 문제가 대표적이다. 선거 과정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의원 정수를 여야 합의로 합리적 수준으로 감축하자.”고 제안했고, 민주당도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당시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간 회담도 한 차례 성사됐지만,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박 당선인이 의원 정수 축소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히지 않았고, 공약집에도 관련 내용이 없는 만큼 동력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여야가 한목소리를 낸 쇄신안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지난달 ‘정치쇄신실천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할 때 각 후보 진영이 제시한 쇄신안 중 ‘공통분모’로 평가한 ▲국회의원 연금 폐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강화 ▲국회의원 겸직 제한 ▲게리멘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 방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역시 쇄신 수위나 방식 등을 놓고 여야 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뤄질 수 있다. 공천 비리 연루자에 대한 공무담임권 제한 기간을 현행 5~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고, 재·보궐 선거비용을 원인 제공자에게 부담시키는 등의 쇄신안도 이해 당사자인 기성 정치권의 벽에 부딪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초단체장·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 폐지는 정당 개혁의 흐름을 살필 수 있는 ‘방향타’가 될 수 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만큼 그 전에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새누리당은 대선과 함께 치러진 경북 경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정당 공천 폐지 공약에 따라 무공천한 바 있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기초단체장·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이 사라지려면 여야의 합의가 필요하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여러 좋은 제도를 도입하면서 청와대 주도가 아니라 시민이 함께 참여하고 주도할 수 있도록 틀을 짜는 게 중요하다.”면서 “시민 대타협을 통한 정치 개혁의 정당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대선 이후 정국] (상)여야 새판짜기

    대선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여야 모두 대선 결과를 토대로 새 판을 짜야 하는 상황이다. 벌써부터 ‘포스트 대선’ 정국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국회와 어떤 역학관계를 만들어 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 단임제의 특성상 집권 초기 국정운용 능력에 따라 정권의 성패가 갈린다. 박 당선인 스스로도 ‘의회·정당정치 회복’을 ‘새 정치’의 방법론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박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앞세웠던 정치 쇄신과 민생 공약 등을 실천하려면 국회의 협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따라서 박 당선인이 이명박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국회와 거리를 두는 이른바 ‘탈여의도 정치’를 시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박 당선인과 여의도 사이의 거리감은 상당 부분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이 가신·측근 등을 매개로 여의도를 장악하려 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박 당선인을 배출한 새누리당의 권력 구도가 어떻게 재편될지도 관심거리다. 국회 과반 의석(154석)을 추진력으로 삼아 정국 주도권을 쥐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실탄’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예산안 처리를 위해 20일부터 시작된 12월 임시국회가 향후 정국 향배를 가늠할 일차적인 방향타가 될 수 있다. 여권 지도부는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2월 말 이전까지는 현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등의 대선 승리에 대한 기여도가 높아 교체 압력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선 과정에서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 등 계파에 상관없이 박 당선인을 구심점 삼아 공고하게 결집한 상태여서 당장 세력 간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적다. 문제는 박 당선인 취임 이후다. 친박계 핵심 인사 중 일부는 여의도를 떠나 청와대나 정부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수위는 물론 박 당선인의 선택에 달렸다. 이는 곧 당내 권력 지형을 바꾸는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집권 초기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 조기 전당대회 개최론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에도 새 정권 출범과 당 지도부 교체가 동시에 이뤄지곤 했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5월 원내대표 선거 등 정치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는 것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도부 교체 바람이 불 경우 당내 주류인 친박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는 정반대로 소장파 등을 중심으로 ‘주류 퇴진론’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자리 경쟁’ 과정에서 그동안 한 묶음처럼 움직여 왔던 친박계가 몇 갈래로 분화할 것으로도 점쳐진다. 이는 차기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과 맞물려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대선 주자들이 당내 기반을 넓혀 나갈 경우 당내 이합집산이 가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에서 패한 민주통합당은 당장 ‘시계 제로(0)’인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11 총선 이후 대선까지 당내 주류를 형성했던 친노(친노무현), 반대로 당 주변을 맴돌았던 비노 간 주도권 다툼이 첨예화될 수밖에 없다. 당의 체질 개선을 위해 중도 성향의 외부 세력을 받아들이는 영입 작업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당내 세력 구도가 재편된다고 해도 민주당의 ‘시련’은 끝이 아니다. 이른바 ‘안철수 발(發)’ 정계 개편 바람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재창당 수준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양극화된 정치권, ‘타협·협조·합의의 리더십’으로 풀어야

    양극화된 정치권, ‘타협·협조·합의의 리더십’으로 풀어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8대 대선에서 승리하며 보수의 재집권이 이뤄졌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살펴보고 향후 5년간 박근혜 정부가 가야 할 길을 전문가 좌담을 통해 짚어봤다. 20일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열린 좌담에는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김형준 명지대 교수,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득표율에서 나타난 51.6%대 48%란 팽팽한 힘의 균형을 갈등이 아닌 협력체제로 만들 수 있느냐에 박근혜 정부의 성패가 달렸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이 박 당선인을 승리로 이끌었나. -김형준:첫째, 야권이 승리하려면 후보가 중심이 돼 바람을 일으켜야 하는데 문재인 민주통합당 전 후보는 그러지 못했다. 마지막 2%를 극복하지 못했던 것은 자기 브랜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후보가 되자마자 했던 게 노무현 정신의 계승이었고, 패착도 있었다.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데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역은 빼고 가니 많은 국민들, 특히 50~60대는 또다시 이념 대결이 오는 게 아니냐고 생각했을 것이다. 두번째 승인은 보수대연합이다. 유권자 진영에도 굉장한 변화가 왔다. 2030세대가 줄고 보수 성향이 강한 5060세대의 비율이 늘었다. 문 전 후보가 승리하려면 치열한 경선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며 안철수 전 후보를 이겼어야 했다. 후보단일화 실패로 박 당선인이 반사이익을 봤다. -김윤철:민주당은 호남 지역 기반 외에 별다른 사회 기반이 없었다. 안 전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가 기대한 것은 비전 제시 능력이었는데 여기에도 실패했다. 예를 들어 북방한계선(NLL) 논란 당시 단순히 ‘포기한 게 아니다.’며 부인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파고 들어가 대북·대중국 정책의 비전을 제시했어야 했다. 결국은 새누리당 프레임에 말려들어간 것이다. 정당 쇄신도 못했고 단일화에 의존하니 민심이 등을 돌렸다. -윤희웅:민주당이 현 정권 심판론과 박 당선인의 공동책임론을 주장했지만, 심판의 대상은 이명박 대통령, 싸움의 대상은 박근혜 당선인이다 보니 심판과 경쟁의 대상이 불일치했다. 심판론 자체가 작동하기 힘들었다. 시대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 민주화, 복지 확대, 정치 쇄신은 야당이 오랫동안 주장해 왔던 것인데, 새누리당이 이를 적극 수용하면서 쟁점화·전선화되지 못했다. 민주당은 세밀한 부분까지 거론하며 목소리를 키웠어야 했는데 차별화에 실패했다. →문재인 전 후보의 패인은 무엇이었나. -김형준:안 전 후보와의 단일화 싸움에서 이기면 승리한다고 맹신했다. 단일화에 치중하다 보니 박 당선인이 민생대통령,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얘기하는 동안 ‘사람이 먼저다’라는 추상적 선거구호로 끌고 갔다. 새 정치가 이뤄지면 나의 삶이 어떻게 좋아진다는 연결 고리도 만들지 못했다. 외연을 확대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이념적 문제를 강화시키는 패착을 범했다. -김윤철:친노와 386의 ‘인질정치’ 때문이다. 중도를 끌어들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했어야 했는데, 손학규·정동영 등 잠재적 경쟁력이 있는 사람들을 배제했다. 친노 위주의 조직 구도, 그들이 주도하는 선거 캠페인이 가장 큰 패인이다. -윤희웅:대중의 욕구, 실용적 정서에 대한 고려도 미진했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과 세대별 대립구도가 두드러졌는데. -김윤철:예전의 지역구도는 약해지는 상황이지만 세대는 더욱 분화됐다. 20대에서도 박 당선인을 지지했다. 2030세대는 진보적, 5060세대는 보수적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이 맞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형준:난 다르게 본다. 세대갈등뿐만 아니라 지역갈등이 오히려 강화됐다. 박 당선인의 대구 득표율은 80.1%이고 문 전 후보의 광주 득표율은 92%다. 어떻게 지역주의를 빼놓고 얘기할 수 있겠나. 지역주의 강화 DNA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새 대통령은 이 부분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전에는 40대가 방향타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20~40대가 하나로 묶이고 50~60대는 따로 가고 있다. 이게 바로 세대 갈등이다. 이념·세대·지역 갈등까지 겹쳐진 복합 갈등의 시대가 왔다. →박근혜 시대의 과제는. -김윤철:양극화된 정치적 지형의 화합이 필요하다. 경제 민주화를 하려고 해도 조세정책의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치세력 간 타협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팽팽한 힘의 균형을 갈등으로 가져가는 게 아니라 협력체제로 끌고 가는 리더십이 중요해졌다. -김형준:한국의 정치는 ‘극단·파워·포퓰리즘’으로 요약된다. 앞으로 ‘타협·협조·합의’의 정치로 바꿔야 한다. 정치권이 극단으로 가면서 나타난 게 ‘안철수 현상’이다. ‘안철수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박 당선인은 깊이 성찰해야 한다. 자신도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식의 대전환이 전제되지 않으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윤희웅:수평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경제위기 극복과 악화된 환경 개선이 절실하다. 민생을 강조해 대통령이 됐는데 개선되지 않는다면 대중들은 참여정부 때처럼 빠르게 등을 돌릴 것이다. 50대 이상 유권자까지도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것이다. →박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김윤철:사상 첫 과반 대통령의 탄생은 별 의미가 없다. 다수의 절대 지지를 받았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면 큰일 난다. 민주당도 안철수로 대표되는 제3세력을 반정부 에너지로만 이용하려고 한다면 큰코다친다. 과반 대통령이란 사실을 빨리 잊고 시민 참여 주도형으로 정치 전반을 바꿔야 한다. -김형준:청와대, 새누리당, 국회가 모두 박 당선인 추종세력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일사불란한 체제가 만들어지면 상호 균형이 깨진다. 이명박 대통령도 과반을 믿고 단독으로 밀어붙이다가 실패했다. 통치연합, 선거연합의 불일치가 왔을 때 그 대통령은 100% 실패한다. 선거 때 도움을 받았다가도 통치하면서 잘라내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노무현 정부다. 박 당선인의 딜레마라는 것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보수대연합을 이뤘는데 새 정치를 하려면 그걸 깨야 한다는 것이다. 겉으로 봐선 안정적이지만 실제로는 불안정 요소를 갖고 있다. -윤희웅:선거 과정에서 경제 민주화, 검찰 개혁에 대한 합의가 여야 간에 이뤄졌다. 회피하지 말고 하나씩 국민적 지지를 유지하며 5년간 국정관리를 해낼 가능성이 높다. →박 당선인을 둘러싼 외부 환경도 만만치 않은데. -김형준:앞으로 경제 위기가 심화되는데도 경제 민주화를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기대치는 상승했는데 외부적 환경이 어렵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외생적 변수에 의해 위축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내년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폭풍이 올 수 있다.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 말고 하나의 성공을 위해 집중해야 한다. -윤희웅:박 당선인은 대북정책과 관련해 전향적인 발언을 했다.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대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의 로켓 발사 등으로 대북감정이 악화된 상태다. 남북 협력으로 가겠다고 하면 핵심 지지층인 강경 보수는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도 핵심 과제다. -김윤철:박 당선인이 시민 참여 구조로 대북정책을 잘해 낸다면 반대층이 지지층으로 갈 수 있다. 보수성향의 5060세대도 남북관계는 이념적 문제를 떠나 전략적으로 잘해 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김형준:좀 걱정되는 게 박 당선인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표현을 썼다. 곧 신뢰가 한반도 평화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도 비핵·개방이 조건이 돼 멈춰선 것이다. 이미 북한에서 로켓을 쐈고 신뢰는 깨졌다. 그런데도 이를 무시하고 간다면 5060세대의 반감을 살 수 있다. →향후 정계개편 등 정국을 진단하면. -윤희웅:새누리당은 박 후보의 당선으로 당장 보수의 재구성이 이뤄지긴 쉽지 않다. 반면 민주당은 해체 수준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진보만 강조해서는 큰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려워 야권도 변화될 수밖에 없다. 안 전 후보가 민주당의 새로운 리더로 나타날 수도 있다. 1차 민심 위기가 언제 도래하느냐에 따라 정계개편과 안철수의 등장이 맞물릴 것이다. -김형준:아무리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가 있다고 해도 2월에 새 정부가 들어서는데 임팩트가 얼마나 있겠는가. 안 전 후보도 내년 4월로 시점을 잡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계 개편은 서서히 진행될 것이다. 1년간 박근혜 정부의 통치 형태를 보며 엄밀히 따질 것이다. 사회 오일만차장 oilman@seoul.co.kr 정리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독자의 소리] 수능 후 마음가짐/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최성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정시모집, 논술 및 면접 등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1차 관문은 지난 셈이다. 수능은 처음으로 성공과 실패를 알게 해주고 인생의 방향타가 되기도 하지만 당겼다 놓은 화살의 시위가 되기 전에 우선 심신을 가다듬었으면 한다. 수험생들은 해방감을 가장 만끽하고 싶을 것이다. 카페에서 삼삼오오 모여 어른 노릇도 해보고, 여행을 떠나거나 , 읽고 싶었던 책을 읽거나, 밤샘 게임도 해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에는 법과 도덕률이라는 게 있다. 모처럼의 일탈과 해방감이 기존의 틀과 질서에 대한 도전이 아니었으면 한다. 이제 강물로 이어지는 조그만 실개울에 들어섰다. 성취 결과와 관계없이 대하(大河)는 유유히 흐르는 것이다. 곧 홀로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인생은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고 회항할 수 없는 항해임을 깊이 인식하고 대해로 떠날 각오를 다지기 바란다. 다시 한 번 열심히 공부하고 애쓴 지난날에 뜨거운 갈채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최성오
  • [문화마당] 2호선을 기다리는 아이들/주원규 소설가

    [문화마당] 2호선을 기다리는 아이들/주원규 소설가

    우연찮은 기회에 청소년쉼터에서 직업체험 강사 일을 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만난 몇 몇 청소년들로부터 속칭 ‘가출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가출팸’이란 가출 패밀리의 줄임말로 가출 청소년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모임을 뜻한다. 쉼터에서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게 된 친구로부터 전해 듣게 된 ‘가출팸’ 생활은 활동반경의 판이함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공통분모가 존재한다는 걸 발견했다. 그들 사이에 엄격한 규칙이 적용된다는 점이고, 그 규칙이 그들이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 상식에 준하는 방향을 지향한다는 사실이었다. 필자는 ‘가출팸’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공동체의 축소판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주목할 만한 건 비록 가출 동기나 목적, 방향타는 서로 달라도 이른바 생활에 있어 없어선 안 될 최소한의 규칙만큼은 나름대로 확고한 ‘선’을 지킨다는 거였다. 필자에게 ‘가출팸’ 이야기를 들려준 쉼터 친구는 꽤 오랜 기간 가출을 경험하고 여러 ‘가출팸’에서 지낸 적이 있다고 했다. ‘가출팸’ 일원에서부터 팸장(가출팸의 리더)까지 두루 경험한 쉼터 친구 말에 따르면 아무리 별종인 팸장이라도 스스로 수립한 규칙, 다시 말해 ‘자체 내규’는 소소한 항목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일하다고 했다. 이렇듯 ‘가출팸’의 근본적인 성격을 규정하는 가장 큰 특징이 이 ‘규칙’인데 그 규칙의 목표는 단 한 단어, ‘생존’으로 압축된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가출하게 된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도리 없이 생존이었다. 이들에게 주어진 생존의 문제엔 물론 물리적 배고픔도 포함되어 있다. 누구 하나 정기적으로 돈을 벌지 않기에 하루하루 일용할 양식이 절실한 게 현실이다. 거기에 또 하나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건 역설적이게도 무료함이다. 치안도, 안전지대도, 누군가의 위로도, 관심도 전무한 거리 한복판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자유를 견뎌내기 위해 그들이 하는 가장 손쉬운 행동이 바로 2호선을 기다리는 일이라고 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임을 하거나 반지하 원룸에 틀어박혀 있으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그 친구의 답은 확고했다. 게임을 하려면 피시방을 찾아야 하는데 항상 돈이 부족한 상태에선 오히려 의욕 자체가 없어진다고 했다. 원룸에 틀어박혀 지내는 일도 고역이라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장기간 가출한 친구들의 시간 견디기의 결정판은 결국 2호선행으로 귀결된다고 했다. 눈치껏 무임승차한 뒤 돌고 또 도는 무한궤도 같은 2호선 순환선을 타고 사람들 구경하거나 덜컹거리는 차창 밖 풍경을 보고, 그렇게 2호선에서 하루를 보내며 시간을 견딘다고 했다. 필자는 이러한 그들의 시간 견딤이 또 하나의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보였다. 분명 그랬다. 왜 그러고 사느냐, 당장 집으로 돌아가라는 식의 다그침 섞인 훈계를 늘어놓는 건 2호선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원하는 답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답을 찾으려는 시도 자체가 오늘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선택과 집중’의 논리 위에, 부당함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을 향한 폭력, 소위 왕따 문제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다. 다양한 대책들을 적극적으로 내놓는 것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모든 제도의 수혜자들은 제도권 내에서의 논의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선택과 집중’의 프레임 밖, 이른바 소외의 지점에서 생존을 고민하는 아이들을 위한 대책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도 많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또는 타의에 의해 ‘선택과 집중’의 프레임 밖으로 이탈되고 있다. 이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은 질문도, 답도 아니다. ‘선택과 집중’이란 규칙이 아이들을 2호선 대합실로 내몰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솔직한 고민이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주제넘지만 12월 대선을 앞두고 한 표가 아쉬운 이들에게도 ‘선택과 집중’ 밖에 선 이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 朴 미래지향적 통합, 文 아름다운 단일화, 安 안정적 이미지

    30일이면 18대 대선이 50일을 남겨놓게 된다. 세 명의 유력 대선 후보들은 각각 중간전략을 점검하고 필승을 향한 방향타를 수정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은 11월을 과거사 프레임에서 벗어나 재도약할 수 있는 고비로 보고 있다. 박 후보는 유력 후보 가운데 가장 먼저 출마 선언을 하고도 9월 이후 과거사 틀에 갇혀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인혁당 관련 ‘두 개의 판결’ 발언과 정수장학회 논란에 휘말리면서 역사관과 자질론도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박 후보는 10·26 33주기 추도식을 계기로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로 가겠다.’는 전환의 메시지를 부각시켰다. 지난 27일 ‘대한민국, 여성혁명시대 선포식’에서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역설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보육정책·비정규직·샐러리맨 구애 행보를 꾸준히 펴는 것도 미래지향적인 ‘국민대통합’의 맥락이라고 후보 측은 밝히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28일 “야권 주도 논쟁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로 나가고 ‘박근혜표 공약’으로 이를 뒷받침해 야권단일화 국면에서 연착륙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지난달 16일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컨벤션 효과를 바탕으로 한 정책행보’에 초점을 맞췄다. 국민을 향한 진정성을 보여 주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선 50일을 남겨 둔 시점에서 문 후보는 전략의 축을 ‘단일화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다. 문 후보 측은 “정당쇄신, 정치혁신의 화두 속에서 안 후보를 겨냥한 행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별 당조직을 공고화하는 등 정당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도 안 후보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단일화’를 통해 안 후보 지지자들을 오롯이 흡수하는 게 제1의 과제다. 문 후보는 단일화 승부수가 ‘야권의 심장’인 호남의 민심에 있다고 보고 광주·전라지역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호남 민심을 달래지 않으면 ‘대선도 필패’라는 관측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기성 정당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안정감 있는 이미지를 강조해 무소속 후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안 후보가 정치혁신 구상을 직접 밝히고 세부 정책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도 자신이 주도권을 쥔 이슈를 띄워 단일화 경쟁에서 필승하겠다는 시도로 읽힌다. 그는 정치권으로부터 포퓰리즘 공세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 수 감축, 정당보조금 축소, 중앙당 폐지’ 등 3개 정치개혁안의 취약점을 보완할 세부 공약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안 후보는 7일 경제민주화 7대 비전 발표부터 28일 자영업자 정책 발표까지 정책 발표회만 모두 5차례 가졌다.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은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보여 주며 전통적 야권 지지층은 물론 전 계층에 안 후보에 대한 확신을 심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29일 예술의전당서 서울신문 ‘가을밤 콘서트’

    29일 예술의전당서 서울신문 ‘가을밤 콘서트’

    시벨리우스 콩쿠르(1995년) 파가니니 콩쿠르(1996년)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1998년) 입상, 뉴욕 영콘서트 아티스트 국제 오디션(2000년) 우승,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2001년) 입상, 2005년 서울대 음대 최연소(만 29살) 교수 부임 등 그의 이름에는 화려한 콩쿠르 수상경력과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보통은 교수가 되면 엉덩이가 무거워지기 마련. 하지만 2007년 세계 최초로 바흐와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곡 12곡 전곡을 하루에 완주하는 등 왕성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백주영 교수의 얘기다. 백 교수가 이번에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 e단조를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여자경)와 함께 들려준다. 오는 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12 서울신문 가을밤 콘서트’가 무대다. 이 곡은 1838년부터 1844년 완성까지 6년 세월이 걸릴 만큼 멘델스존이 심혈을 기울인 역작이다. 음악적으로 세 개의 악장이 이어진다. 시작하자마자 독주 바이올린이 음악적 방향타를 제시하는 새로운 방식은 당시 청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845년 3월 13일 닐스 가데가 지휘하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오케스트라와 페르디난드 다비트의 협연으로 초연이 이뤄졌다. 낭만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바이올린협주곡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차이콥스키의 작품과 더불어 멘델스존의 곡은 지금껏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클래식에 문외한이라도 이 협주곡의 1악장만큼은 들어봤을 터다. 가을밤 콘서트에서는 줄리아니의 기타협주곡 A장조도 들을 수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음악원 출신으로 세고비아, 폰세, 일 드 프랑스 등 국제 콩쿠르를 휩쓴 실력파 클래식 기타리스트 장승호가 협연한다. 세계 3대 기타리스트인 데이비드 러셀과 리히텐슈타인 페스티벌에서 나란히 연주와 마스터클래스를 열 만큼 무게 있는 연주자다. 귀에 익은 오페라 아리아도 이어진다. 케이블채널 tvN ‘오페라스타’의 멘토 및 심사위원으로 유명해진 소프라노 김수연이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박쥐’ 중 ‘나의 주인 마르퀴스’, 베르디의 ‘리골레토’ 중 ‘그리운 그 이름’,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중 ‘인형의 노래’,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 ‘꿈속에 살고 싶어라’를 들려준다. 테너 나승서는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흘린 눈물’, 비제의 ‘카르멘’ 중 ‘꽃의 노래’, ‘리골레토’ 중 ‘여자의 마음’을 부른다. 3만~20만원. (02)2000-9752~4.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대선 전초전’ 19대 국회 3일 개회

    ‘대선 전초전’ 19대 국회 3일 개회

    19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가 3일 본회의를 시작으로 100일간의 회기에 들어간다.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정기국회는 여야 간 치열한 충돌과 정쟁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여야 대선 후보 및 주자에 대한 전방위 검증 공세와 내곡동 사저 특검 특별법,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자격심사안 등이 정기국회의 순항 여부를 가늠하는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대선후보 검증 공세 펼 듯 국회는 13일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3명의 선출안을 처리한 뒤 추석 직후인 다음 달 5일부터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대선 공식선거운동이 11월 27일 시작되기 때문에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그 이전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은 물론 정수장학회, 10월 유신 등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관련된 검증에 나설 태세다. 새누리당도 이달 중순 확정될 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공세와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여야 원내 관계자들은 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이나 대정부질문 등이 그 첫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이 여야 간 대치의 첫 번째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민주당이 특검 2명을 추천하도록 합의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 등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이에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자 민주당은 지난달 말 특검법안을 단독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여야는 3일 본회의에서 내곡동 특검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지만, 여야 합의로 법사위에 상정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석기·김재연 자격심사도 ‘지뢰’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도 원만한 정기국회 운영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양당 의원 15명씩 서명을 받아 심사안을 공동 발의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점을 못 박지는 못했다. 새누리당은 심사안의 조기발의 및 처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두 의원에 대한 통진당 내 결의 등이 없이는 심사안 발의에 협조하기 어렵다고 버티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에 접수된 현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3일 본회의에 보고된 뒤 4∼6일 중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지난 7월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정치인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했던 여야 모두 역풍을 맞은 바 있어 현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세계경제 ‘운명의 한주’ 시작됐다

    세계경제 ‘운명의 한주’ 시작됐다

    유럽과 세계 경제의 분수령이 될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첫 관문이었던 17일 그리스 2차 총선은 출구조사 결과 긴축이행을 약속한 신민당이 27.5~30.5%를 득표할 것으로 예측돼 27~30% 득표가 점쳐진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와 초박빙 승부를 벌인 것으로 분석됐다. 선거 뒤에도 연정 구성을 둘러싼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선거는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잔류 여부와 강도 높은 긴축안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이 강했다. 그리스 선거 이후 이번 주 연쇄적으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를 넘어 미국과 중국·인도·한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남유럽발 금융위기의 차단 여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스 총선 결과는 유로존 잔류 여부와 함께 경제위기가 심화된 유로존의 결속력 강화 여부에 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는 18일 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정부과천청사에서 그리스 재총선 결과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다. 정부는 필요시 적기 시행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 및 기관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이후 세계 경제의 방향타 역할을 할 주요 회의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18~19일 멕시코 G20 정상회의, 22일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1000억 유로의 금융지원 이후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로존 위기 대응책과 세계 경제 회복방안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성장을 자극할 재원으로 1200억 유로 규모의 유로본드를 EU에 제안한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어 19~20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경기부양책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출구조사 결과 그리스 국민들이 유로존 탈퇴라는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2차 총선 이후 불확실성은 다소 걷히겠지만 험로가 예고된다. 시리자 대표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그동안 “유로존에 남기를 희망한다.”고 밝혀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희박하다. 중도 우파인 신민당(NDP)이 승리할 경우 긴축 프로그램 이행에 대한 ‘당근’을 요구하며 긴축조건 재협상에 나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당 대표 안토니스 사마라스는 “국민들에게 안도감을 주기 위해 긴축 조치들을 포함한 정책들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명확한 승자가 없어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면 다음 달 3차 총선을 치러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멕시코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이 그리스 선거 이후 특단의 조치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 주요 국가 중앙은행은 유동성 공급 등을 포함한 정책 공조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장국 멕시코의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관리 재원을 최소한 4300억 달러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하기 위해 17일 출국하면서 그리스 총선에 대비한 집중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고, 멕시코 현지 출장단과 비상연락망을 구축하도록 했다. 재정부 국제금융 라인과 국제금융센터는 이날부터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이기철·전경하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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