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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이슈] “대도시 한복판에 핵폐기물 웬말”… 대전 시민들 ‘부글’

    [이슈&이슈] “대도시 한복판에 핵폐기물 웬말”… 대전 시민들 ‘부글’

    “대전에 고준위 핵폐기물을 몰래 들여와 실험한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유성핵안전시민대책본부) “비밀 반입이라니요…. 그동안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보고했고, 언론과 국회 등에 숨김없이 공개했습니다.”(한국원자력연구원) 대전에 있는 원자력연구원이 사용후핵연료를 반입해 실험해 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들끓는 여론에 연구원이 다시 반출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시민들은 원자력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등 핵 반대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이경자(50) 유성핵안전시민대책본부 집행위원장은 30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유승희·최명길 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서 원자력연구원에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가 많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대도시 한복판에서 핵 재처리 실험을 했다는 것도, 이를 주민들이 전혀 모른 상태에서 장기간 해 왔다는 것 또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원자력연구원에 있는 사용후 핵 폐연료봉은 1699개로 3.3t에 이른다. 1987년 4월부터 2013년 8월까지 21차례에 걸쳐 고리·울진·영광 등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고 난 뒤 들여온 폐핵연료다. 강한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생명체에 치명적일 만큼 위험성이 매우 커 고준위 폐기물로 불린다. 이 중에 손상된 폐연료봉이 309개나 섞여 있어 주민들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외국산 핵연료를 쓰다 국산으로 바꿔 쓰면서 안전성 검사가 필요했다 ▲원전 가동 과정에서 이물질이 끼는 등의 문제를 분석하기 위한 연구자료로 활용했다 ▲손상 핵연료가 발생하는 원인 연구를 해야 했다 등의 이유로 반입했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26년 동안 대전으로 폐연료봉이 옮겨진 사실이 드러나자 시민들은 반발했고, 시민단체와 자치단체도 들고 일어났다. 조용준 대전환경운동연합 팀장은 “폐연료봉을 옮겨 오면서 시민들과 사전에 소통이 전혀 없었고,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폐연료봉을 어떻게 옮겨 왔고 어떻게 실험해서 보관하고 있는지, 얼마나 안전한지 등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지역 40개 단체로 이뤄진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는 최근 시민과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해 원자력연구원에서 진행 중인 핵폐기물과 관련한 모든 실태를 파악하고 진단하는 ‘제3자 검증’을 시행하자고 연구원에 요구했다. 권선택 대전시장과 지역 5개 구청장은 지난 20일 시청에서 긴급 간담회를 가진 뒤 성명을 내고 사용후핵연료 재반출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권 시장은 “원자력 시설이 유성에 집중돼 있지만 사고가 나면 대전이 모두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상민·조승래·박범계·정용기 등 대전의 국회의원 7명도 같은 달 24일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불투명한 방폐물 처리로 대전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대전지역 방폐량, 보관장소, 보관실태, 위험도 등을 정확히 공개하라”며 정부의 사과와 대책을 촉구했다. 연구원 반경 1.5㎞ 이내 비상계획구역 안에는 3만 7000여명의 주민이 산다. 유성구 신성·구즉·관평동이 포함된다. 특히 신도시 테크노밸리가 있는 관평동에는 인구가 집중돼 있다. 인접한 반경 2㎞까지 확대하면 초·중·고교만 20개 가까이 돼 우려를 더한다. 비상계획구역은 가장 심각한 3단계 ‘적색비상’ 시 우선 조치를 취하는 구역이다. 이 단계가 되면 차관급 지휘 아래 현장지휘센터가 설치돼 여러 조치가 이뤄진다. 교통을 통제하고 주민들에게 방사선에 노출되는 갑상선 보호 약품이 지급된다. 구역 내 3개 아동센터 어린이 100여명을 진잠동으로 옮기고 심하면 주민을 모두 대피시키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환경영향평가도 받는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원자력연구원에서 모두 12차례의 사고가 발생했다. 2004년 중수누설 사고로 연구원 7명이 방사선 피폭 피해를 입었고, 이듬해 동위원소 생산시설의 활성탄 여과기 성능 미달로 대전시 일부 빗물에서 방사선이 검출되기도 했다. 김정집 유성구 주무관은 “그간의 사고는 연구원 안에서 끝나 적색비상이 발령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역 주민들이 특히 문제 삼는 것은 내년부터 하는 파이로 프로세싱(pyro processing)이다. 이는 사용후핵연료에 함유된 우라늄을 회수해 원자로 등에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실험연구하는 것이다. 지역 주민이나 자치단체장 모두 이를 중지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안전성과 성공 가능성에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이 집행위원장은 “방사능 유출이 많아 세계 각국이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연구원은 지난 26일 대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후핵연료를 원래 있던 원자력발전소로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정용환 단장은 “원전에는 이런 연구와 실험을 할 수 있는 시설, 인력이 없어 반입했다”며 “다음달 반환계획을 세워 5년 이내에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하겠다”고 밝혔다. “소유권 정리, 이송용기 제작, 예산확보로 시간이 걸린다. 반출 예산이 200억원쯤 필요하다”면서 “초기에 반입한 집합체와 달리 연료봉은 이르면 3년 이후에 반출을 시작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파이로 프로세싱은 연간 2㎏의 핵이 있으면 가능한 소규모 연구여서 안전하다”면서 “전문성만 확보되면 3자 검증도 찬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심의 눈길은 여전하다. 조용준 팀장은 “해체돼 더 위험해진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옮길지 등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며 “실험 중단도 밝히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중저준위 핵폐기물 반출 예산도 2019년에 바닥이 난다는데 사용후핵연료 반출 예산확보 방안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원자력연구원에는 사용후핵연료 외에도 연구원들이 쓰던 장갑과 옷 등 중·저준위 폐기물 1만 9700여 드럼이 있고, 이를 2035년까지 모두 경주방폐장으로 이송한다는 목표로 해마다 800드럼씩 옮기고 있다. 유성핵안전시민대책본부는 같은 날 ‘잘 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본부’와 대전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한국이 25기로 핵발전소 밀집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며 사용후핵연료 실험 및 원전 건설 전면 중단, 탈핵에너지전환기본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대도시 한복판에 핵폐기물 웬말” 대전 시민들 ‘부글’

    “대도시 한복판에 핵폐기물 웬말” 대전 시민들 ‘부글’

    원자력硏 사용후 핵연료 반입 논란30년간 폐연료봉 3.3t 들여와대전시 등 정부에 재반출 요구 “대전에 고준위 핵폐기물을 몰래 들여와 실험한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유성핵안전시민대책본부) “비밀 반입이라니요. 그동안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보고했고, 언론과 국회 등에 숨김없이 공개했습니다.”(한국원자력연구원) 대전에 있는 원자력연구원이 사용후핵연료를 반입해 실험해 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들끓는 여론에 연구원이 다시 반출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시민들은 원자력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등 핵 반대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이경자(50) 유성핵안전시민대책본부 집행위원장은 30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유승희·최명길 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서 원자력연구원에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가 많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대도시 한복판에서 핵 재처리 실험을 했다는 것도, 이를 주민들이 전혀 모른 상태에서 장기간 해 왔다는 것 또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원자력연구원에 있는 사용후 핵 폐연료봉은 1699개로 3.3t에 이른다. 1987년 4월부터 2013년 8월까지 21차례에 걸쳐 고리·울진·영광 등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고 난 뒤 들여온 폐핵연료다. 강한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생명체에 치명적일 만큼 위험성이 매우 커 고준위 폐기물로 불린다. 이 중에 손상된 폐연료봉이 309개나 섞여 있어 주민들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외국산 핵연료를 쓰다 국산으로 바꿔 쓰면서 안전성 검사가 필요했다 원전 가동 과정에서 이물질이 끼는 등의 문제를 분석하기 위한 연구자료로 활용했다 손상 핵연료가 발생하는 원인 연구를 해야 했다 등의 이유로 반입했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26년 동안 대전으로 폐연료봉이 옮겨진 사실이 드러나자 시민들은 반발했고, 시민단체와 자치단체도 들고 일어났다. 조용준 대전환경운동연합 팀장은 “폐연료봉을 옮겨 오면서 시민들과 사전에 소통이 전혀 없었고,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폐연료봉을 어떻게 옮겨 왔고 어떻게 실험해서 보관하고 있는지, 얼마나 안전한지 등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지역 40개 단체로 이뤄진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는 최근 시민과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해 원자력연구원에서 진행 중인 핵폐기물과 관련한 모든 실태를 파악하고 진단하는 ‘제3자 검증’을 시행하자고 연구원에 요구했다. 권선택 대전시장과 지역 5개 구청장은 지난 20일 시청에서 긴급 간담회를 가진 뒤 성명을 내고 사용후핵연료 재반출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권 시장은 “원자력 시설이 유성에 집중돼 있지만 사고가 나면 대전이 모두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상민·조승래·박범계·정용기 등 대전의 국회의원 7명도 같은 달 24일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불투명한 방폐물 처리로 대전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대전지역 방폐량, 보관장소, 보관실태, 위험도 등을 정확히 공개하라”며 정부의 사과와 대책을 촉구했다. 연구원 반경 1.5㎞ 이내 비상계획구역 안에는 3만 7000여명의 주민이 산다. 유성구 신성·구즉·관평동이 포함된다. 특히 신도시 테크노밸리가 있는 관평동에는 인구가 집중돼 있다. 인접한 반경 2㎞까지 확대하면 초·중·고교만 20개 가까이 돼 우려를 더한다. 비상계획구역은 가장 심각한 3단계 ‘적색비상’ 시 우선 조치를 취하는 구역이다. 이 단계가 되면 차관급 지휘 아래 현장지휘센터가 설치돼 여러 조치가 이뤄진다. 교통을 통제하고 주민들에게 방사선에 노출되는 갑상선 보호 약품이 지급된다. 구역 내 3개 아동센터 어린이 100여명을 진잠동으로 옮기고 심하면 주민을 모두 대피시키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환경영향평가도 받는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원자력연구원에서 모두 12차례의 사고가 발생했다. 2004년 중수누설 사고로 연구원 7명이 방사선 피폭 피해를 입었고, 이듬해 동위원소 생산시설의 활성탄 여과기 성능 미달로 대전시 일부 빗물에서 방사선이 검출되기도 했다. 김정집 유성구 주무관은 “그간의 사고는 연구원 안에서 끝나 적색비상이 발령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역 주민들이 특히 문제 삼는 것은 내년부터 하는 파이로 프로세싱(pyro processing)이다. 이는 사용후핵연료에 함유된 우라늄을 회수해 원자로 등에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실험연구하는 것이다. 지역 주민이나 자치단체장 모두 이를 중지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안전성과 성공 가능성에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이 집행위원장은 “방사능 유출이 많아 세계 각국이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연구원은 지난 26일 대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후핵연료를 원래 있던 원자력발전소로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정용환 단장은 “원전에는 이런 연구와 실험을 할 수 있는 시설, 인력이 없어 반입했다”며 “다음달 반환계획을 세워 5년 이내에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하겠다”고 밝혔다. “소유권 정리, 이송용기 제작, 예산확보로 시간이 걸린다. 반출 예산이 200억원쯤 필요하다”면서 “초기에 반입한 집합체와 달리 연료봉은 이르면 3년 이후에 반출을 시작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파이로 프로세싱은 연간 2㎏의 핵이 있으면 가능한 소규모 연구여서 안전하다”면서 “전문성만 확보되면 3자 검증도 찬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심의 눈길은 여전하다. 조용준 팀장은 “해체돼 더 위험해진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옮길지 등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며 “실험 중단도 밝히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중저준위 핵폐기물 반출 예산도 2019년에 바닥이 난다는데 사용후핵연료 반출 예산확보 방안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원자력연구원에는 사용후핵연료 외에도 연구원들이 쓰던 장갑과 옷 등 중·저준위 폐기물 1만 9700여 드럼이 있고, 이를 2035년까지 모두 경주방폐장으로 이송한다는 목표로 해마다 800드럼씩 옮기고 있다. 유성핵안전시민대책본부는 같은 날 ‘잘 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본부’와 대전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한국이 25기로 핵발전소 밀집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며 사용후핵연료 실험 및 원전 건설 전면 중단, 탈핵에너지전환기본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朴 대통령, 경주 지진 현장-월성 원전 위로방문…신속한 복구 지원 약속

    朴 대통령, 경주 지진 현장-월성 원전 위로방문…신속한 복구 지원 약속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최근 잇단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현지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경북 경주시를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주시 황남동 주민자치센터를 방문해 신속한 피해조사와 함께 조속한 사고수습과 복구를 위해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진에 따른 가옥 피해, 추석 연휴에 내린 집중호우, 어젯밤 여진 등으로 불편과 불안을 겪는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박 대통령의 경주 방문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월성 원자력발전소를 찾아 원전 시설은 단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중요 국가 기간 시설로 철저한 안전조치가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지진방재 대책 재점검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지진을 거울삼아 원자력발전소, 방폐장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지진 방재 대책을 전면 재점검함으로써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더 큰 규모의 지진에도 철저히 대비해주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경주에서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인 5.8의 강진이 발생하자 다음날인 13일 경주를 방문했고, 17일에는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이 경주를 찾아 피해현장을 점검했다. 박 대통령의 경주 지진 현장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원전 건설지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열린세상] 원전 건설지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지진 발생 확률이 가장 높은 지역을 고르고 골라서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와 같은 위험시설을 건설하는 국가는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원전 사업 진흥에 목을 매는 집단이라고 하더라도 제정신으로는 그런 짓을 저지를 리가 없다. 이번 경주 지진으로 국민은 지진의 공포를 절절하게 경험했다. 또한 훗날 미래세대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비이성적인 국가, 산업통상자원부나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비정상적인 사고를 했던 집단이라는 평가를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됐다. 원전 건설과 지진 발생의 순서만 바뀌었을 뿐이지 결과적으로 가장 강력한 지진이 가장 최근에 발생한 지역을 선택해서 하나도 아닌 십여 개 이상의 원전을 건설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말썽의 원인이다. 이번 지진 발생 지역은 다수의 단층이 존재하고, 역사적 지진 기록이 다수 있어 활성단층일 가능성이 커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는 주장이 계속돼 왔다. 이런 주장을 묵살하고 원전을 잔뜩 건설한 정부나 한수원 관계자들이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굳이 편을 들자면 이들도 이 지역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원전 건설 사업자들에게 주요 기피 대상 지역인 활성단층이란 것은 3만 5000년 전 이내 1회, 또는 50만 년 전 이내 2회 활동이 있었던 단층을 말한다. 우리 생애는 물론 인류가 멸망하기 전까지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지역일 수도 있다. 원전 부지 선정의 원칙이 이런 정도이니 이번 경주 지진 가능성을 사전에 조금이나마 인지했다면 절대로 이 지역을 원전이나 방폐장 건설 지역으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경주 지진은 원전 찬반 여부와 상관없이 엄청난 사건으로 인식돼야 한다. 정부와 한수원의 일부 관계자들이 이번 지진의 규모가 5.8이었고 우리나라 원전의 내진 시설은 규모 6.5 지진에 대비한 것이어서 별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에서 규모 6 정도의 지진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6.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는 주장을 들을 때는 순간 손에 돌이 있으면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이들의 주장을 곰곰이 따져 보면 이들은 원전 건설 당시부터 이 지역이 규모 6 전후의 지진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임을 알고도 건설을 추진했다는 말이고, 규모 6.5 이상의 지진은 발생할 가능성이 없어서 내진 시설도 딱 맞게 6.5 수준으로 했다는 말로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그랬다면 이들은 온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를 담보로 도박을 한 것이다. 원전 사업을 추진한 부서라고 해서 그 정도를 구분하지 못하는 집단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더이상 숫자 놀음과 말장난을 그만두고, 자기들이 무슨 끔찍한 짓을 했는지 엄중하게 인정해야 한다. 활성단층 정도가 아니라 시퍼렇게 살아 있는 지진 지역, 즉 위험한 금기 지역을 택해 원전을 건설했다는 사실 말이다. 지진 위험 지역에 있는 원전들은 빠른 시간 안에 폐쇄하는 것이 정답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답대로 살 수는 없다고 우긴다면, 일단 가동을 중단하고 정밀한 안전점검을 실시한 후에 재가동을 결정하는 것이 최소한의 대책이 될 것이다.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지역에 대한 신규 원전 건설은 당연히 즉각 취소돼야 하고 원전 정책의 전면적 재검토도 필요하다. 근본적 대책에는 동의하지 못해도 경주 지진 사태를 계기로 원전 안전의 근본적인 진단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이미 대통령과 국무총리 지시 사항이기도 하다. 문제는 누가 무엇을 점검할 것인가인데, 한수원의 자체 점검으로는 어떤 신뢰도 얻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사태는 원전 마피아들이 원전 관련 행정과 사업을 독점한 것도 모자라 분리 원칙을 지켜야 할 안전 분야까지 모두 장악한 결과다. 원전 마피아들로부터 완벽하게 독립적인 범사회적인 기구를 통한 원전의 안전점검과 평가가 있어야 지진으로 인해 놀란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의 역할과 정부 최고위층의 결단이 필요하다.
  • 문재인 안철수 김부겸, 野잠룡들 추석 땐 숨고르기

    문재인 안철수 김부겸, 野잠룡들 추석 땐 숨고르기

    문재인, 연휴 뒤 서울 오가며 본격 대권행보 나설 듯안철수·박원순·안희정·김부겸은 동선 넓히며 목소리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들은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 직후 다가온 추석 연휴를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마음으로 맞으면서 저마다 행보를 이어간다. 최근 잇단 대권도전 의지 표명으로 야권의 대선시계가 빨라진 가운데 대부분 연휴 기간에는 공개일정을 최소화, ‘정중동 행보’ 속에 숨고르기를 하며 ‘포스트 추석 정국’에 대비해 구상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전날 경주 인근의 월성 원전과 부산 기장군의 고리 원전을 찾아 ‘탈(脫) 원전 행보’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양산 자택으로 돌아가 추석 연휴를 지낸다. 지진 추가 피해 상황 등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추석 당일인 15일에는 양산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차례를 지난 뒤 16일에는 부산지역 시민사회 인사들과 함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부였던 송기인 신부 등을 찾아 명절 인사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연휴가 지나면 서울을 자주 오가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주말 제주에서 “양극단 세력과의 단일화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배수의 진을 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연휴 첫날인 14일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센터를 찾아 지진 상황 및 정부의 예측 실태 등을 점검한다. 전날 월성 원전과 경주 방폐장, 학교 시설 등을 찾은데 이은 안전 행보이다. 그는 추석 당일인 15일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 부모님과 지낸 뒤 주말에 상경, 연휴 마지막날인 18일에는 가수 전인권이 출연하는 한 콘서트에 참석한다. 이후 국정감사 등 정기국회 활동에 충실히 하면서 틈틈히 지역 순회 등도 하며 존재감 부각에 나선다. 안 전 대표는 이후 국정감사 등 정기국회 활동에 충실히 하면서 틈틈히 지역 순회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7박9일간 미주 순방을 마치고 12일 귀국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14일 광화문의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을 찾은 뒤 이후에는 공개 일정 없이 서울에서 머물면서 정국 구상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은 미국 방문 기간 “한국 정치가 ‘민맹’(民盲) 정치에 머물러 있다”, “어지러운 나라를 구하기 위해선 정권교체가 답”이라는 고강도 발언을 쏟아내며 대권 의지를 드러냈고 외곽조직인 ‘희망 새물결’도 띄웠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연휴 기간 강원도 춘천의 처가를 찾는데 이어 부모님이 계신 서울에서 차례를 지낸 뒤 다음달 중순 발간을 목표로집필 중인 저서의 마무리 작업을 진행한다. 특히 오는 22일 관훈클럽의 토론회를 앞두고 메시지를 가다듬는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한데 이어 전날 급하게 경주의 진앙지를 찾았던 김부겸 의원은 14일에는 서문시장, 신매시장 등 대구 시내 재래시장을 돌며 민심을 탐방하고, 추석 당일인 15일 외국인노동자 위로 행사에 참석하는 등 민생행보를 이어간다. 오는 19일 정치분야 국회 대정부질문 준비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하산’의 시기만 남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연휴기간 공개 일정 없이 강진에서 상경,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정계복귀의 구체적 시간표와 이후 행보에 대해 막판 장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참모 그룹 등 가까운 주변 인사들과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현실화된 강진, 원전·주요 시설 안전한가

    경북 경주에서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원자력발전소 시설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전 당국이 어제 경주에 있는 월성 원전 1~4호기 모두를 정밀 안전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단할 정도로 충격은 컸다. 현재 원전은 지진 규모 6.5∼7.0까지 견디도록 내진 설계가 돼 있지만 이번 지진보다 강한 지진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우리의 경우 부산과 울산, 경북 경주에 원전의 4분의3가량이 밀집해 있다. 경북 경주에는 중수로인 월성 1∼4호기와 경수로인 신월성 1·2호기가,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는 6개의 원전(고리 1∼4, 신고리 1·2호기)이 있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는 지난해 완공한 신고리 3·4호기가 시운전 중이며 정부가 건설을 승인한 신고리 5·6호기까지 들어서면 이 일대에만 16개의 원전이 가동된다. 이런 상황에서 경북에서 두 차례 지진을 포함해 지진 횟수가 올해에만 9차례, 최근 10년 동안 64차례나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 원인에 대해 울산~포항~경주를 북북동 방향으로 잇는 양산단층이 움직여 지진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원전과 방폐장 주변에서 갈수록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한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원전 사고는 인근 주민 수십만 명의 생명을 위협하는 끔찍한 재앙이기 때문이다. 내진 설계도 시급하다. 우리 건축법에는 3층 이상이나 면적 500㎡를 넘는 건물은 규모 5.5에서 6.5 정도의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를 하게 돼 있다. 이것도 1988년 이후에 마련된 것이다. 앞으로 내진 규모를 넘는 지진 발생을 염두에 두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도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 지진이 발생하면 대규모 피해를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지만 서울시의 경우 내진 설계 대상 민간 건축물 중 규정을 충족한 곳은 26%에 불과하다. 공공시설물의 내진율도 50%가 안 되며, 학교는 20%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정부는 2020년까지 공공건축물 내진율을 50% 정도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을 뿐이다. 노후한 건물이나 규정 미달 건물은 지진 발생 때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내진 기준을 충족하는 보강 조치를 하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재 추진 중이거나 새롭게 준비 중인 원전이나 수력발전소 등 국가 주요 산업 시설의 재배치 문제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해 국민의 불안을 잠재워야 할 것이다.
  • 여진 278회… 경주 일상도 ‘흔들’

    구미·울산 공장 한때 스톱 역대 최강의 지진으로 인해 경북 경주 시민들은 발생 하루가 지났는데도 공포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진앙지인 경주 내남면 부지리 주민 100명 가운데 상당수가 두통과 불면증을 호소하고 있다. 13일 오후 8시 현재까지 규모 2~5의 여진이 278회 일어났다. 최두찬(55) 이장은 “주민들이 지진 당시 큰 폭발음과 집이 무너져 내릴 듯한 상황을 겪고 난 뒤 아직도 심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45가구 60여명의 주민이 사는 인근 부지2리 마을도 상황은 비슷하다. 원전과 방폐장 인근 주민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월성원전 인근인 양남면 김호영(60)씨는 “평생 이런 큰 지진은 처음”이라며 “앞으로 또 이런 지진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원전이 정말 안전한지 불안한 마음뿐이다. 대책을 세워 달라”고 말했다. 양남면 김분이(66·여)씨는 “추석 준비를 해야 하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서 “불안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지역 공장도 생산라인이 한때 멈춰 서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산업계에 따르면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의 공장 3곳과 울산 지역 공장 2곳에서 지진의 영향으로 생산라인이 한때 멈췄다.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에서는 지진이 감지되자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이동 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하면서 가동을 멈췄다. LG실트론 공장의 ‘잉곳’ 생산라인에서도 일시 정지 현상이 발생했다. SK종합화학의 울산 폴리머공장은 12일 2차 지진 후 2개 공정의 생산라인이 오작동하면서 가동이 중단됐다. 삼성전자 구미공장은 지진 발생 후 예방 차원에서 금형정밀 생산라인의 가동을 멈추고 안전 점검에 나섰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이날 오전 두 시간 동안 제네시스 등을 만드는 생산라인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가 오전 9시부터 정상 가동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관계자는 “지진으로 인한 생산라인 가동 중단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지진이 발생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유통업체들은 내진 설계가 돼 있어 “걱정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몰과 롯데월드타워는 진도 9의 지진에도 안전하게 설계돼 있다. 경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서울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東 1.4㎝ 南 1.0㎝… 한반도 이동했다

    東 1.4㎝ 南 1.0㎝… 한반도 이동했다

    울산·군위 1.8㎝ 상승하기도 평균 2㎝, 오차범위 내 이동 정부 “지도 바꿀 정도 아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국토정보공사(LX)는 경북 경주 지진 이후 한반도 좌표가 최대 동쪽으로 1.4㎝, 남쪽으로 1.0㎝ 이동하고 지각이 1.6㎝ 상승했다고 13일 밝혔다. 특히 진앙지와 인접한 경북 군위 지역은 동쪽으로 1.4㎝, 울산은 1.3㎝, 부산 기장군은 1.2㎝ 옮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평값과 수직값을 활용한 공간분석 결과 울산과 군위의 경우 지각이 1.8㎝ 상승했다. 국토부는 그러나 평균 위치변화가 약 2㎝로 평시 허용오차 범위(±5㎝) 안에 들어 국토의 위치변화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하지현 LX 책임연구원은 “지각 변형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국토 전역에 대한 지속적이고 세밀한 관찰과 분석이 필요하다”며 “이번 지진에 따른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경주 월성원전을 방문해 “24기의 국내 원전과 방폐장의 경우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안전에 한 치의 허점도 없도록 해 달라”며 “에너지와 산업 주요시설의 내진 설계와 안전관리체계 등 지진방재 대책을 재점검하고 보강 작업을 하라”고 당부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서울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朴대통령 “원전 등 지진방재 전면 재점검”

    朴대통령 “원전 등 지진방재 전면 재점검”

    “北 핵미사일 발사 땐 정권 끝장… 사드 백지화 땐 안보 수호 의문” “한진해운 자구노력 미흡” 비판 박근혜(얼굴) 대통령은 13일 “정부와 군은 한·미 간 군사협조 체제를 더욱 긴밀하게 유지하고 북한이 우리 영토를 향해 핵을 탑재한 미사일을 한 발이라도 발사하면 그 순간 북한 정권을 끝장내겠다는 각오로 고도의 응징 태세를 유지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함께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책도 더욱 신속하게 추진하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금 북한이 연일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사드 배치를 백지화한다면 우리 대한민국의 안보는 무엇으로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한진해운 사태를 겨냥해 이례적으로 고강도 비판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한진해운의 경우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이 매우 미흡했다”면서 “해운이 마비되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도와줄 수밖에 없다는 안일한 생각이 이번에 국내 수출입 기업들에 큰 손실을 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회생 절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식의 기업 운영 방식은 결코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구조조정은 우리 경제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며 한진해운 사태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지진 발생과 관련해 “이번 지진을 거울 삼아 원자력발전소, 방폐장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지진 방재 대책을 전면 재점검함으로써 앞으로 또 발생할지 모르는 더 큰 규모의 지진에도 철저히 대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東 1.4㎝ 南 1.0㎝… 한반도 이동했다

    東 1.4㎝ 南 1.0㎝… 한반도 이동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국토정보공사(LX)는 경북 경주 지진 이후 한반도 좌표가 최대 동쪽으로 1.4㎝, 남쪽으로 1.0㎝ 이동하고 지각이 1.6㎝ 상승했다고 13일 밝혔다. 특히 진앙지와 인접한 경북 군위 지역은 동쪽으로 1.4㎝, 울산은 1.3㎝, 부산 기장군은 1.2㎝ 옮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평값과 수직값을 활용한 공간분석 결과 울산과 군위의 경우 지각이 1.8㎝ 상승했다. 국토부는 그러나 평균 위치변화가 약 2㎝로 평시 허용오차 범위(±5㎝) 안에 들어 국토의 위치변화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하지현 LX 책임연구원은 “지각 변형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국토 전역에 대한 지속적이고 세밀한 관찰과 분석이 필요하다”며 “이번 지진에 따른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정부는 이날 오전 부처별로 비상 대응체계를 점검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경주 월성원전을 방문해 “24기의 국내 원전과 방폐장의 경우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안전에 한 치의 허점도 없도록 해 달라”며 “에너지와 산업 주요시설의 내진 설계와 안전관리체계 등 지진방재 대책을 재점검하고 보강 작업을 하라”고 당부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정보통신망 및 원자력 관련 시설 비상점검대책반’을 설치하고 상황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대책반은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와 카카오,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에 시설 점검을 철저히 할 것을 요청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재난 방송에 대한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은 속보, 특보, 뉴스 보도 등을 통해 재난 상황을 알리도록 돼 있다.농림축산식품부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날 한국농어촌공사 전문안전점검반 22명을 경주 현장으로 급파해 총저수량이 100만t 이상인 저수지 18곳을 정밀 점검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재난이 발생하면 피해를 입은 지방자치단체와 국민안전처 등 소관 부처가 피해 조사를 하는데 이번 지진의 경우 전체 피해액이 30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고 지원 없이 지자체가 자체 편성한 재해 대책비를 활용해 재해 복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서울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지진 흔들린 고층 아파트 모두 안전 점검해야”…경주시민들 아직도 공포 충격

    “지진 흔들린 고층 아파트 모두 안전 점검해야”…경주시민들 아직도 공포 충격

    지난 12일 발생한 지진 진앙지인 경북 경주 시민들은 발생 하루가 다 되도록 엄청난 공포와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규모 5.8 지진의 진앙인 내남면 부지리 주민들은 공포에 치를 떨었다. 65가구 주민 100명 가운데 상당수는 두통과 불면증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13일 오전까지 규모 2~3의 여진이 90차례 이상 계속되자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지진 공포와 싸워야 했다. 최두찬(55) 이장은 “주민들이 아직도 지진 당시의 큰 폭발음과 집이 무너져 내릴 듯한 심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45가구 60여명의 주민이 사는 인근 부지리 2리 마을도 상황은 비슷하다. 고령의 주민이 많아 마을 중장년이 가가호호 방문해 피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경주지역 일부 고층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등은 고장 나 입주민들이 10~20층 고층까지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최재영 경주대 교수는 “지난밤 지진으로 집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경험한 고층 아파트 거주 시민들은 아직도 완전 패닉 상태”라며 “여진이 이어지면서 아직 집에 들어가지 않고 차 안에서 지내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진이 잦아들면 이번 지진으로 흔들린 고층 아파트는 모두 구조적인 안전을 철저히 점검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귀룡 경주시의원은 “지진 발생 하루가 지났지만 여진 공포 등으로 시민들이 아직 매우 놀라고 당황해 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지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도 않고 있다가 당한 것이어서 충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당장 추석 황금연휴에 관광객이 지진으로 불안한 경주에 놀러 오겠느냐, 보문 관광단지 호텔 등에서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며 “관광 도시 경주는 이번 지진 여파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인 피해가 더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전과 방폐장 인근 주민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월성원전 인근인 양남면 김호영(60)씨는 “평생 이런 큰 지진은 처음이다”며 “앞으로 또 이런 지진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원전이 정말 안전한지 불안한 마음뿐이다. 대책을 세워달라”고 말했다. 양남면 김분이(66·여)씨는 “이제부터 추석 준비를 해야 하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서 “불안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추석 대목을 앞둔 경주지역 재래시장은 지진 여파로 썰렁했다. 정동식 경북 재래시장 상인연합회 회장은 “명절 이틀 전이 최고의 대목장이어서 상인들은 놀란 가슴을 달래고 가게 문을 열었지만 지진에 놀란 시민들이 시장에 나오질 않는다”며 “가뜩이나 콜레라 등으로 재래시장 경기가 엉망인데 지진이라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경주 중앙시장 한 상인은 “추석을 앞두고 물건도 더 많이 들여 놓았는데 손님이 없다”며 “중앙시장은 지난해 추석 때는 화재로 피해를 큰 입었는데 올해는 지진 여파로 상인들 모두가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한편 13일 0시 48분쯤 경북 김천시 모암동 경부선 김천역 인근 상행선 선로에서 야간 보수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KTX 열차에 치였다. 이 사고로 장모(51)씨 등 2명이 숨지고, 김모(43)씨 등 2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경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경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환경단체 “지진 대비해 노후원전 닫고 신규건설 멈춰야”

    환경단체 “지진 대비해 노후원전 닫고 신규건설 멈춰야”

    경북 경주에서 역대 최강 규모 5.8 지진이 발생하자 환경단체들이 원자력발전소 안전점검과 종합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에 지진이 일어난 경주 인근에는 원자력발전소와 방폐장이 밀집해있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KT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진에 취약한 노후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더는 신규 건설을 하지 않아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경주 월성 1호기를 폐쇄하고 신고리 5·6호기 신규 건설을 백지화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진이 일어난 지역이 월성 원전에서 불과 27㎞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주변에 고리·울진 등 원전 밀집지역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국내 대부분 원전이 리히터 규모 6.5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이번 지진보다 더 강한 지진이 온다면 대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영남 지역에는 양산단층대, 울산단층대 등 크고 작은 활성단층이 집중돼 전문가들이 최대 규모 7.45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해왔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이들은 “한국은 지진의 안전지대이고 내진설계가 충분하다며 안일한 대처만을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후쿠시마 사고도 규모 7.9의 내진 설계를 했지만 예상을 벗어난 규모 9.0의 대지진 때문에 참사를 피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안전사회시민연대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 동해안 일대 모든 원전을 가동 중단하고 정밀 안전점검을 하라고 요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법안 입법예고…졸속 논란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를 위한 로드맵이 30여년 만에 마련됐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12년 안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부지를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해외 사례와 그동안의 전례에 비춰 볼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원전 내 사용후 핵연료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처리 문제가 시급해지자, 졸속으로 법안을 마련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담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법률안에 따르면 부지선정을 다섯 단계로 나눠 부적합지역 배제(1년)→부지공모(1년)→기본조사와 적합성 평가(5년)→주민의사 확인(1년)→부지 심층 조사 후 확정(4년)까지 2028년 안에 끝낸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연구용 URL(지하연구시설)에 대한 부지 선정 절차에도 들어가 2020년부터는 연구용 URL을 착공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1년 안에 지질조사를 거쳐 부지로 적합하지 않은 후보지를 제외한 뒤 12년 안에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까지 모두 마친다는 방침이지만, 해외 사례 등을 볼 때 일정 상 무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올해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착수한 핀란드도 수년간의 지질조사를 거쳐 부지를 확정하기까지 23년이 걸렸다. 1978년부터 4년 동안 핀란드지질조사소의 광역지질자료를 검토한 뒤 1983년 102개 광역부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고, 이후 적합한 후보지를 추려 2001년에야 최종 부지를 확정했다. 스위스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사업과 관련이 없는 지질조사 자료까지 모아 전 국토의 지질조사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 사전에 지표지질조사를 모두 끝낸 뒤에야 부지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일본도 처분 부지를 선정하기에 앞서 지질학회가 2008년부터 3년에 걸쳐 정밀조사를 통해 중요한 지질자료들을 도면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와 시민단체, 학계가 모두 참여해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해외 여러 나라에서 수년에 걸쳐 사전 지질조사에 공을 들이는 것은 차후 후보지를 선정했을 때 입지 선정의 타당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의 경우 기관별로 각 분야에 맞게 작성된 지질자료가 일부 산재돼 있지만, 전 국토의 지질 특성을 체계화한 데이터베이스는 없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채병곤 지질환경융합연구센터장은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모두 참여해 자료를 상호 검토하도록 하고, 의견을 수렴해 지질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자료에 대한 투명성이 우선돼야 시민사회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지 선정 절차에서 정당성을 갖추지 못하면, 한창 일이 진행되고 나서 처음으로 되돌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도 “미국도 1980년대부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지만, 아직도 처리 방식을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관련 기술이 충분히 개발됐는지, 지역 주민들로부터 수용성을 확보했는지 등에 대해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국내 사례를 봤을 때도 일정대로 추진이 가능할 지 불투명하다. 사용후 핵연료 정책은 1983년부터 역대 정부가 9차례에 걸쳐 추진했으나 지역 여론 악화 등에 부딪혀 무산됐다. 충남 태안과 전북 부안에서는 중·저준위 폐기물 저장 시설 부지 선정을 두고 주민 반발로 유혈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장 4년 후에 건설하기로 한 연구용 URL(지하연구시설)에 대해서도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연구용 URL은 포괄적인 고준위방폐물 R&D(연구개발)와 처분 실증 실험을 위한 연구용 시설로, 잠재적인 처분 부지에 위치하는 인허가용 URL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연구용 URL이 실질적인 고준위 방폐물 처분 부지로 전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일본의 경우 개방형 공모제를 통해 연구용 URL 부지를 선정하는 절차에 돌입했지만, 몇 차례의 실패 끝에 결국 정부가 직접 과학적으로 적합한 지역을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20년 사용 조건으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부지를 빌려 연구용 URL을 건설했지만, 만료 기한이 다가오면서 지역사회가 연구용 URL을 반환하겠다며 원상 복구해줄 것을 요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4년 SK건설이 경북 울진군에 지하연구시설 건설을 추진하려다 지역사회의 반발에 부딪혀 수포로 돌아간 바 있다. 이헌석 대표는 “정부는 과거에 경주에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시설을 유치할 때 고준위 폐기물 처리시설은 함께 짓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을 지으려 하고 있다”면서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어 지하연구시설을 짓는데 당연히 ‘그냥 그곳에 처분하자’는 논의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정부가 포화 상태에 이른 사용후 핵연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리하게 일정을 강행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 원전 내 고준위 방폐물을 처분하기 위한 임시저장시설 계획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서둘러 영구처분계획을 담은 법안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채병곤 지질환경융합연구센터장은 “고준위방폐장 부지 선정에는 사회적인 수용성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사용후핵연료를 직접 처분할 것인지 또는 동굴 방식으로 처리할 것인지 등 국내 처분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핀란드와 스위스 등 해외 선행 사례가 있는 만큼 처분까지 12년 안에 가능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 공론화 과정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며, 이전 정부 때부터 지속적으로 논의해온 것”이라면서 “처리 계획에 대한 반대 때문에 처분 부지를 정하지 못하고 계속 늘어지면서 더이상 늦춰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채병곤 센터장은 지난 10일 원자력환경공단 주최로 대전 레전드호텔에서 열린 ‘고준위폐기물 관리기술’ 전문가 토론회에서 해외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선정사례와 시사점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한국원자력연구원 김경수 부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윤정현 실장 등 원자력 관련 산학연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해 해외 고준위폐기물 처분 기술개발 현황과 연구용 URL 확보 방안 등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을 벌였다. 연합뉴스
  • [사설] 성주 사드 민심 수렴하되 갈등 조장 말아야

    원내 제3당인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어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 배치가 예정된 경북 성주군을 방문했다. 국회 교섭단체 중 유일하게 사드 반대 당론을 확정한 국민의당 의원들이 민심이 들끓는 현장에 대거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찬반 논란이 비등하는 현안에 대해 민심 수렴은 필수이겠지만, 대안 없이 갈등만 조장해서도 곤란할 게다. 우리는 공동체의 운명을 책임진 정치인이라면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해진 측면과 지역민의 피해 의식을 균형 있게 살펴야 한다고 본다. 정당이 국가적 이슈가 된 사안에 대해 현장의 생생한 여론을 듣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정치꾼’이 아니라 ‘정치인’이라면 사회적 갈등을 대치가 아닌 대화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대의민주주의의 요체다. 그럼에도 국민의당 박 위원장은 이날 현장 방문에 앞서 “오늘을 계기로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공언했다. 마침 성주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군민들이 촛불집회를 준비하는 시기에 나온 발언이었다. 그렇다면 정부와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안전 협의체 등을 통해 대화를 통한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에 잘못된 신호를 준 형국이 아닌가. 성주 군민들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는 것은 일견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위험이 애초 우려와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지역민들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면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더라도 일종의 혐오시설을 정부가 사전에 일언반구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배치한 것 자체가 불만일 게다.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에서 그런 여론을 전달하고 정부를 견제하는 건 정당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하지만 혹여 원내 야당인 국민의당이 사드 촛불집회를 기웃거릴 요량은 꿈에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입법 독재’가 거론될 정도인 여소야대 국회에서 과거 군사정부 때와 같은 장외투쟁으로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한다고 착각하지는 말라는 뜻이다. 물론 국가 안보를 위해 사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우세하다고 하더라도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잖은 게 사실이다. 정당이 중·러와의 군사·경제적 마찰에 대한 우려나, 특히 우리 지역에는 배치할 수 없다는 주장을 마냥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예컨대 고준위 방폐장 설치 등 꼭 필요한 국가적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정당들이 결정권을 매번 지역민에게 떠넘기고 책임을 회피할 것인가. 사드 문제는 지역 민심을 최대한 수렴해 국회에서 치열하게 토론해 결론을 내고, 정히 이에 불복하는 정당은 “우리 당이 집권하면 사드 기지를 없애겠다”고 공약하고 대선에서 당당하게 국민의 심판을 구하는 게 옳다고 본다.
  • ‘골칫거리’ 핵폐기물 재활용 기술 개발 본격화

    2028년 영구처분 부지 선정 연말쯤 지원법안 국회 제출 갈수록 늘어가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8년까지 영구처분 시설이 들어설 부지를 선정하는 등 국가 차원의 기본 관리계획이 최종 확정됐다. ‘부안 사태’ 등 부지 선정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 속에 1983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정책을 추진한 지 33년 만이다. 정부는 골칫거리인 핵연료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파이로 프로세싱’(건식 재처리) 기술 개발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6차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과 미래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전략을 심의, 확정했다고 밝혔다. 국가 차원에서 부지 선정과 관리시설 구축, 기술개발 등 고준위 방폐물을 다루는 기본 계획을 수립한 것은 처음이다. 황 총리는 “이제는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는 고준위 방폐물에 대한 관리 대책을 수립해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며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소통하며 고준위 방폐물 관리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고준위 방폐물은 2019년 중수로형인 경주 월성 원전을 시작으로 2024년 한빛·고리, 2037년 한울, 2038년 신월성 순으로 내부 저장소가 가득 찰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53년 첫 가동을 목표로 12년에 걸쳐 엄밀한 지질조사 등 적합성 평가와 주민 의사 확인 절차를 거쳐 부지를 선정하기로 했다.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URL),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리시설 등 관리리설은 동일 부지에 확보한다. 다만 원전 내 보관·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외부 보관시설이 마련되기 전까지 원전 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확충해 한시적으로 보관하기로 했다. 정부는 연내 ‘고준위 방폐물 관리절차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하고 독립 실행기구인 관리시설전략위원회와 기획추진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기본 계획은 5년 단위로 수정 보완이 가능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연말쯤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에 따른 지역지원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고준위 방폐물 처분량을 감축하고 관리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미래원자력시스템 개발도 추진하기로 했다.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면 같은 연료로 더 많은 전기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폐기물의 양도 줄어들어 처분 장소 면적도 줄게 된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울산 해역서 규모 5.0 지진…전국이 ‘흔들’, 인명·재산피해 없어

    울산 해역서 규모 5.0 지진…전국이 ‘흔들’, 인명·재산피해 없어

    기상관측 이래 역대 5위 규모, 여진 이어져 5일 오후 8시 33분쯤 울산 동구 동쪽 52㎞ 해상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진은 우리나라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역대 5위 규모 지진이다. 지진이 난 지 약 1시간 뒤인 오후 9시 24분쯤 울산 동구 동쪽 41km 해역에서 여진이 또 한차례 발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해역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지진으로 일부 수도권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지진동이 감지됐고, 일부 주민이 놀라 대피하기도 했다. 울산 북구 양정동 18층 아파트 12층에 사는 김모(56·여)씨는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는데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흔들려서 옆 기둥을 잡고 버텼다”며 “찬장에서 그릇이 쏟아졌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음식점과 주점 등이 밀집한 남구 삼산동과 달동 건물에선 손님들이 깜짝 놀라 거리로 나오기도 했다. 한 영화관에서는 영화상영이 중단되고 관객들이 대피했다. 경남 양산 제일고등학교와 물금고등학교 학생들은 야간 자율학습을 하던 중 놀라 대피했다. 경남 양산 신도시의 한 아파트도 지진으로 크게 흔들리자 입주민이 대피하는 일이 발생했다. 80층짜리 아파트 등 고층건물이 몰려 있는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서는 “건물이 크게 휘청거렸다”, “지진을 느꼈는데 맞느냐”는 신고가 잇따랐다. 해운대 신도시에서는 진동으로 창틀이 어긋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북 경주와 대구 수성구의 사는 시민도 “집 안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 흔들렸다”, “큰 천둥소리 같은 소리가 들리고 10초 동안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광주와 대구 지역에서도 “누워 있다가 침대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는 등 진동을 느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수도권 지역에서도 지진으로 진동을 느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경남,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계속되고 있다”며 “수도권 등에서는 거리가 멀어 느끼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안전처는 이날 오후 9시 현재 접수된 신고는 모두 6679건이라고 밝혔다. 지역별로 보면 경북 1650건, 울산 1365건, 부산 1210건 등의 순이다. 국민안전처는 현재까지 접수된 신고 가운데 인명피해나 재산피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원전과 방폐장, 울산 석유화학단지와 공단 등지에서는 피해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경주에 있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은 재난 대응 상황 4단계 중 2번째인 ‘주의’ 단계를 발령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리원자력본부는 본부 산하에 가동 중이던 원전 5기는 지진 영향 없이 정상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영남 지역紙도 신공항 백지화 반발···매일신문 1면 ‘백지’ 발행 충격

    영남 지역紙도 신공항 백지화 반발···매일신문 1면 ‘백지’ 발행 충격

    동남권(영남권) 신공항 사업 백지화에 따른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난 21일 영남권 신공항 건설 사업을 백지화하고 기존의 김해국제공항을 확장하는 ‘제3의 방안’을 내놓자 지난 10년 동안 신공항 후보로 꼽혔던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급기야 영남 지방 일부를 대표하는 지역지는 정부의 백지화 결정에 신문 1면 전면 백지화로 맞서 강력한 항의의 뜻을 드러냈다. 대구와 경북을 대표하는 유력 지역지인 매일신문은 22일자 신문 1면을 기사나 광고를 아무것도 싣지 않은 백지로 발행했다. 지면 중간엔 ‘신공항 백지화, 정부는 지방을 버렸다’는 문구 하나만 쓰여 있다. 1면을 백지 발행한 이유를 매일신문은 2면에 ‘신공항 白紙化(백지화) 규탄, 본지 1면 白紙(백지) 발행’이라는 제목의 글로 밝혔다. 매일신문은 “2000만 남부권 시도민들이 그토록 간절히 염원하는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21일 정부 발표로 백지화됐다”면서 “신공항 건설 백지화로 가슴이 무너지고 통분에 떠는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1면에 기사·광고를 싣지 않은 채 백지(白紙)로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공항 건설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정부에 대한 시도민의 강력한 항의·규탄 뜻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라면서 “신공항 유치 실패에 대한 매일신문의 깊은 책임 의식과 사과·반성도 같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매일신문은 2면과 3~10면(7면 전면광고 제외)에 걸쳐 정부의 결정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2면에는 ‘대선마다 단골 공약···정부가 저지른 대국민 사기’라는 제목의 글을 머릿기사로 실었고 4면에는 ‘방폐장·원전, 혐오시설 다 맡겨놓고 “쭉정이 취급하다니···”라는 제목의 머릿기사를 게재했다.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부산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침묵의 박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글로 다뤘다. 오피니언면인 31면에는 이동관 편집부국장이 ‘신공항방성대곡’이라는 기명 칼럼을 통해 “10년 동안 신공항에 목을 맨 영남권 5개 시도를, 순진하게 기다렸던 남부권 2000만 국민들을 잠 못들게 한 건 누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라면서 “그동안 신공항에 쏟아부은 국민적 에너지가 얼마나 되는지 고민이나 해보았나”고 쏘아붙였다. 매일신문처럼 1면 백지 발행까지는 아니지만 부산일보 역시 이날자 지면 1~9면에 걸쳐 정부의 백지화 결정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신공항 입지 중 한 곳이 부산 가덕도였던 만큼 부산일보는 3면에 ‘‘밀양 짜맞추기 평가기준’ 애초 가덕은 없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신공항 입지 연구용역을 진행한) 파리공항공단(ADPi)이 진행한 용역은 곳곳에서 부실과 불공정의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1면 머릿기사의 제목에는 ‘기만당한 20년 염원’이라는 글귀가 들어 있었다.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시장직을 내걸겠다고 선언한 서병수 부산시장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사퇴해야”, “그 정도는 아니다” 의견 분분···여론 향배 촉각’이라는 제목의 8면 머릿기사를 통해 서 시장의 거취를 둘러싼 찬·반 의견을 전달했다. 부산일보는 심지어 여당인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부산 민심이 새누리당에 등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제기한 머릿기사를 9면에 게재했다. 이 글은 “수년 동안 기대해왔던 가덕 신공항이 무산됐다는 점에서 부산 민심의 실망과 허탈감, 분노는 누구도 누그러뜨릴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단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부산 민심은 싸늘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부산을 텃밭 삼아 지역 정치권을 장기 독점해온 새누리당에 대한 민심 이반 가능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청와대의 김연국 대변인은 이런 비판에 대해 “김해공항 확장은 사실상 신공항으로, 동남권 신공항이 김해공항 신공항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폭력만 남기고 끝난 방폐장 공청회

    폭력만 남기고 끝난 방폐장 공청회

    원자력 발전 핵폐기물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보관시설(방폐장) 기본 계획을 놓고 정부가 진행한 공청회에서 폭력사태가 빚어졌다. 공청회 개최에 반대했던 원전 인근 주민들과 반핵단체 회원 등 일부 참석자들이 물품을 집어던지고 공무원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더케이호텔에서 고준위 방폐장 기본계획안 공청회를 열었다. 그러나 공청회가 시작되고 얼마 후 원전 주변 지역인 영광, 영덕, 경주, 고창, 부산 등에서 올라온 시민 160여명과 환경운동연합 등이 단상을 점거하고 나섰다. 공청회에는 지역주민, 학계, 시민단체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반핵 지지자들은 행사장에 쌓여 있던 자료집을 집어던지며 행사 중단을 요구했다. 일부 경주 주민들은 ‘사용후핵연료 관계 시설을 경주에 건설할 수 없다는 특별법 규정을 준수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중간저장시설 신축 등에 대한 철회를 촉구했다. 경찰이 출동한 가운데 폭력 사태도 빚어졌다. 반핵단체 회원들은 인사말을 하던 정동희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관의 등에 올라타는 등 진행 중지를 시도했다. 정 정책관은 마이크와 준비했던 발표 서류들을 빼앗겼다. 경호원들의 제지로 별다른 부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정책관을 대신해 기본계획을 발표했던 박동일 산업부 원전환경과장은 공청회 중단을 요구하며 몰려든 반핵단체 회원들에 의해 팔에 찰과상을 입었다. 소동으로 인해 패널 토의는 무산됐으나 산업부는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공청회 종료를 선언했다. 정 정책관은 “지난달 발표 이후 지역을 돌면서 사전에 설명을 드렸고 원하면 지역에 다시 가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12년에 걸쳐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 부지를 선정하고 중간저장시설은 2035년, 영구처분시설은 2053년부터 가동하는 내용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안을 지난달 말 발표했다. 정부는 지역설명회를 마친 뒤 다음달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의 원자력진흥위원회를 통해 정부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서울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기고] 고준위 방폐물 관리, 투명성이 생명이다/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

    [기고] 고준위 방폐물 관리, 투명성이 생명이다/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

    기나긴 논의 끝에 우리나라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이 나왔다. 지난 2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행정예고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그것이다. 1983년부터 정부가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건설을 추진하다, 2004년 중저준위와 고준위 방폐물을 구분해서 관리하기로 결정한 이후 십여년 만의 일이다. 기본계획의 면면을 살펴보니 오랜 시간 축적된 정책적 고민과 교훈이 잘 담겨 있다. 국민 의견을 수렴한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전폭 수용하면서도, 건설기간·기술확보·부지선정 방안 등 핵심절차에 대해 보다 실현 가능한 안으로 발전시킨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계획은 계획일 뿐이라는 점도 명심하고, 앞으로 이를 실행하기 위한 지난한 절차와 산적한 과제를 헤쳐나가야 한다. 본격적인 기본계획 실행을 위해서는 고도화된 기술과 전문 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투명성이 핵심이다. 원자력은 국민의 불신과 우려가 큰 산업인 만큼, 고준위 방폐물을 관리하는 과제도 국민의 걱정을 덜고 신뢰와 국민수용성의 기반 위에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3가지 투명성을 주문하고 싶다. 우선 정보의 투명성이다. 세상에 완벽한 기술은 없다는 전제하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가져야 한다. 원자력의 특성상 초기 단계에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하다가 더 큰 문제로 불거졌던 경우가 있었다. 일을 추진하다 보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적기에 계획을 변경해야 할 경우도 있겠지만, 사업변경이나 추진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하더라도 지체 없이 공개하고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다음으로 절차의 투명성이다. 현재 경주에 마련된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선정 과정에서의 교훈을 깊이 새기기 바란다. 안면도, 굴업도, 부안 사태의 가장 큰 교훈은 정부와 일부 관계자에 의한 일방적 사업추진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고준위 방폐물인 사용후핵연료 관리의 위험성과 어려움을 고려할 때 갈등과 논란 또한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민의 공감대를 이루고 사업추진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질조사부터 유치신청, 주민투표에 이르기까지 기본계획에 마련된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이 진행과정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의 투명성이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은 정부나 일부 관계자만의 해법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안전이 달린 의제이다. 기본계획의 토대를 이룬 공론화 과정에는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 국내외 원자력 전문가의 신중한 판단, 각계의 소중한 제언 등이 담겨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동일한 사안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고 숙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향후 추진과정에서 정부는 이 과정이 지니는 의미를 깊이 새기고 난제를 해결해 나가기 바란다.
  • 월성 등 3년 뒤부터 임시저장소 포화… 정부 “더 늦출 수 없다”

    월성 등 3년 뒤부터 임시저장소 포화… 정부 “더 늦출 수 없다”

    의견 수렴 거쳐 선정기간 12년으로 호주 등 해외 대체지역도 추진 정부는 25일 ‘사용후핵연료’ 처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부지 선정 기간을 12년으로 잡았다. 이렇게 길게 설정한 데는 앞으로 심각한 갈등이 불거지고 주민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돼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갈등 요인을 최대한 줄여 나가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기간만 놓고 보면 공론화위원회 권고안(4년)보다 8년이나 길다. 이에 비해 영구처분시설 건설 기간은 권고안(31년)보다 7년 빠르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이날 세종청사 브리핑에서 “부지 선정은 안전성과 주민 소통을 감안해 여유를 갖고 진행하고, 건설은 가능한 한 시간을 단축해 전체 기간으로는 권고안(35년)과 차이가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부지 선정 방식은 부적합 지역을 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공모 형식으로 진행된다. 정부가 특정 지역을 직접 후보지로 지정하거나 당장 부지를 선정하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고준위보다 덜 위험한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면서도 극심한 갈등을 경험했던 것이 감안됐다. 2005년 경북 경주가 공모를 통해 중·저준위 방폐장으로 선정되기 전까지 정부가 앞서 선정한 충남 안면도와 인천 굴업도, 전북 부안에서는 대규모 주민 소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공모 외에도 신청한 지역의 주민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단, 방식은 주민투표를 포함해 지자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부지를 선정한 스웨덴은 여론조사로, 핀란드는 지방의회 동의로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고준위 방폐장 유치에 따른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정동희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관은 “이번 기본계획안에는 담겨 있지 않지만 부지 선정 절차에 들어가면 ‘지역 니즈’를 반영한 지원책을 내놓을 계획”이라면서 “기본적으로 공론화위원회 권고안에 제시된 ‘주민 참여 환경감시센터’ 설치와 유관 기관 유치, 처분 지원 수수료, 도시 개발 계획 등이 대거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 부지 선정에 난항을 겪거나 해외 대체지(호주) 추진이 여의치 않을 경우 강제 조정에 나설 수 있는 길도 열어 놓았다. 원전별로 임시로 수용하고 있는 고준위 방폐물이 3년 후부터 포화 상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이미 포화율 80%를 넘은 월성원전은 2019년부터 임시 저장이 불가능해진다. 한빛과 고리원전은 2024년, 한울원전은 2037년, 신월성원전은 2038년부터 포화율 100% 상태에 이른다. 사실상 부지가 순조롭게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임시(건식)저장시설 확대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채 실장은 “공모 방식이 불가능해졌을 때 정부 직권으로 처리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그런 방식을 최대한 피해 지자체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당장 급한 원전별 임시저장시설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고 주민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겠다는 언급 없이 20~30년 걸리는 부지 선정 일정만을 제시한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암반 종류별로 진행하는 지질 조사에만 수십년이 걸리는 해외 사례를 감안할 때 부지 안전성을 도외시하겠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면서 “특히 해외로 핵폐기물을 처분하겠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맞지 않고, 이동 과정에서 그린피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균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포화 상태에 직면한 국내 원전 현실을 고민한 방안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집행 과정에서 상황 변화가 생길 수 있고, 추가해야 할 부분도 있는 만큼 최종 확정은 하지 말고 추가로 보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박군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고준위 방폐물의 해외 처분과 관련해 “그린피스의 반대도 있겠지만 핵폐기물은 쓰레기가 아니라 다시 재활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 외국에 보내는 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용어 클릭]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원자로 연료로 사용된 뒤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다. 원전에서 사용한 장갑과 옷 등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과 구별된다. 우라늄과 제논, 세슘, 플루토늄 등과 같은 맹독성 방사성물질을 포함한다. 강한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사람이 접근할 수 없고 영구적으로 폐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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