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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 시골 이야기/공선옥 소설가

    [문화마당] 시골 이야기/공선옥 소설가

    유난히 추운 겨울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여름이 그다지도 뜨겁더니 겨울이 또 이다지도 차갑다. 한여름에 2만, 3만원 나오던 가스비가 이번 겨울 난방비까지 포함하여 무려 27만원이 나왔다. 가스요금 청구서를 들고 추위 때문이 아니라 돈 때문에 덜덜 떨면서 생각하는 것은 저 어린 시절의 나무 때던 아궁이다. 겨울이면 눈 안 오는 날은 언제나 산에 나무를 하러 다녔다. 새끼줄도 아까워 칡넝쿨로 나무를 묶어서 여자는 머리에 이고 남자는 지게에 져서 부엌 나무청이나 헛간에 나무를 부렸다. 그래서 겨울산은 인근 마을 사람들로 늘 사람 소리, 사람 냄새, 사람 훈기로 가득 차 있었다. 어찌나 갈퀴로 긁어댔는지 겨울산 바닥들은 마치 맨살처럼 반들반들했다. 물론 누군가는 반들반들한 것을 두고 ‘바닥에서 피가 나도록 긁어댔다.’고 표현했지만. 겨울산을 ‘피가 나도록’ 긁어야 했던 것은 한겨울에 얼어죽지 않으려는 몸부림에 다름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가스비 때문에 가슴이 ‘애려’ 피눈물이 날 판이다. 그 시절은 적어도 난방비용 나갈 걱정으로 가슴 쓰릴 일은 없었으니, 지금보다 속은 편했던 시절이었음에 틀림없다. 그 속 편했던 시절을 떠올리고 마침 시골 친구집에 갔더니, 웬걸, 여기는 아예 동토의 왕국이다. 왜 불을 때지 않느냐 했더니 불 땔 아궁이 없어진 지가 언제냐고, 기름값 무서워 겨울 내내 온 식구가 그나마 싼 전기장판에 의지해 산다며 돈 나가는 것보다 차라리 추위 견디는 게 낫다고 쓴웃음을 짓는다. 시골의 난방 사정 말이 나온 김에 우리나라 시골의 전반적인 삶의 기반 문제로 화제가 옮겨갔다. ‘도시가스’라는 말도 있듯이 지금 우리나라 거의 모든 시골에는 도시 주택에서 비교적 싸게 쓸 수 있는 난방용 가스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 가스가 공급될 수 있는 시설 자체가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시골 사람들은 도시 사람들보다 훨씬 비싼 난방 비용을 지불하며 살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주민의 대부분이 노인층인 시골은 그래서 겨울이면 난방비 아까워서라도 노인들이 마을회관에서 ‘합숙 아닌 합숙’을 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한다. 시골의 문제 중에 또 하나는 물 문제다. 옛날에는 사철 맑은 물이 샘솟는 마을 공동샘이 있거나 각 가정이 우물을 파거나 해서 식수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 잘 나오던 마을 공동샘도 물이 말랐거나 쓸 수 없거나 하고 우물 또한 오염됐거나 메워진 지 오래다. 마을샘과 우물을 더 쓸 수 없게 된 시점이 언제부터였을까. 내 기억으로는 마을에 상수도를 놓은 뒤부터였던 것 같다. 새마을사업의 일환으로 계곡물을 탱크로 모아서 관을 이용해 각 가정에 보내는 시설을 만든 이후부터 사람들은 공동샘에 갈 일도, 우물을 팔 일도 없어졌다. 상수도물을 쓰면서 편리한 점은 있지만 이제 가뭄이 들면 대책이 없게 되었다. 사람들이 찾지 않고 방치된 공동샘은 더러워졌고 우물을 파도 그 물을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구제역으로 살처분한 짐승의 핏물이 나올까 걱정스러운 판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 조건인 에너지와 물 문제가 작금의 우리나라 시골에서는 가장 어려운 문제로 되어 있다. 도시의 난방 문제, 외국 아프리카의 더러운 식수 문제를 거론하는 사람들은 봤어도 나는 한겨울 시골의 난방 문제, 시골의 물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을 최근에 본 적이 없다. 시골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대신에 그들은 어디에 어떻게 도로를 건설하고 어디에 어떻게 무슨 공장을 끌어오고 어디를 어떻게 개발하고…, 그런 말만 한다. 그나저나 4대강을 파고 강 주변을 개발하려는 이유가 만성적인 물 부족을 해결하려고 그런 것이라는데, 또 누구는 강을 깊이 파면 그나마 주변의 지하수도 강 쪽으로 흘러가서 지하수 고갈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정치하는 사람들이 과연 시골에 관심이나 있는지 나는 그것이나 먼저 좀 알고 싶다.
  • 부실·비리 온상 ‘입주자 대표’

    부실·비리 온상 ‘입주자 대표’

    ‘무자격 입주자 대표와 주택관리업체, 그리고 이를 방치해 온 정부와 지자체’ 감사원이 26일 공개한 아파트 관리비 부과 및 집행실태 감사결과는 그동안 주민들이 예상했던 아파트 관리의 부실 및 비리를 그대로 드러냈다. 감사는 지난해 4월 29일부터 6월 11일까지 주택법상 의무관리대상인 서울 아파트 1997개 단지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감사원이 아파트 관리문제를 감사한 것은 처음이다. 강남구 E아파트 입주민들은 관리사무소에서 전기요금 계약방식을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최근 2년간 7억여원의 전기요금을 더 부담했다. 전기계약 방식은 단일계약과 종합계약으로 나눠진다. 일반적으로 공용사용량 비율이 20%이하인 아파트의 경우 단일계약이 유리하다. 하지만 종합계약을 했다. 이런 잘못으로 서울시내의 아파트 단지 340곳에서 최근 2년간 추가 부담한 전기요금이 161억원이나 됐다. 서울시내 주택관리업체 236곳 가운데 53.4%인 126곳이 등록요건에 미달하는 부실업체로 드러났다. 최소 등록요건은 자본금 2억원이다. 중랑구 관내 D업체의 경우 자본금이 700만원에 불과했다. 아파트 관리규약상 위탁관리업체와 200만원 이상 공사를 계약할 경우 경쟁입찰로 업체를 선정해야 하는데도 마포구 S아파트의 경우 조명 교체공사(7200여만원)를, 구로구 K아파트는 정화조공사(6900여만원)를 수의계약하는 등 감사대상 아파트의 공사계약 5308건 가운데 2127건(40%)이 수의계약으로 체결돼 관리비 증가뿐만 아니라 아파트의 조기 노후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감사결과 주택법에 따라 아파트 관리주체 등을 지도·점검해야 할 정부와 지자체도 손을 놓고 있었다. 정부는 관리비 부과내역을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의무공개대상 공동주택 1만 2768개 가운데 26.9%인 3433곳은 공개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구제역 방치농가 보상금 최대60% 감액

    정부는 방역수칙을 위반해 구제역 확산을 방치한 농가에 대해 고발조치하고, 살처분 보상금을 최대 60%까지 감액하는 등 고강도 책임을 묻기로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이번 구제역은 전국적인 규모로 피해가 상상을 초월하는 만큼 농가의 귀책사유를 철저히 따져 살처분 비용을 차등 지급하도록 최근 각 시·도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르면 구제역 확산을 방치한 농가는 살처분 보상금의 60%만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지방자치단체들은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농가에 대해 살처분보상금 지급을 전면 보류하고, 방역수칙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북도는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안동시 서현양돈단지 돼지농가 5곳과 인근 한우농가 1곳 등 모두 6곳에 대한 살처분보상금 지급을 중단했다. 인천시는 구제역이 발생한 대규모 농가 19곳에 보상금 지급을 보류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시론] ‘무상복지’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시론] ‘무상복지’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을 포함한 소위 ‘무상복지’ 논쟁이 한겨울 정치권을 후끈 달구고 있다. 국민의 관심도 뜨겁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복지가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의제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최근의 무상복지 논쟁을 지켜보는 마음은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현재 진행되는 무상복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략적 차원에서만 이루어져 자칫 복지논쟁을 복지 확대와 복지 축소의 단순 이분법적인 편 가르기로 몰고 갈까 하는 우려에서다. 이러한 우려는 무상복지라는 정치적 구호에는 몇 가지 중요한 오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오해는 무상복지는 공짜라는 인식이다. 물론 복지급여를 무상으로 받는 입장에서는 공짜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절대 공짜일 수가 없다. 이는 늘어나는 복지급여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상복지가 공짜일 수 없는 것은 그곳에 쓰이는 재원은 더 시급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다른 복지욕구에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제한된 자원 내에서의 기회비용의 문제다. 무상급식의 예를 들어보자. 모든 아동들에게 가구의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데 드는 추가예산은 1조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1조원이 많은 돈이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가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상급식에 1조원을 쓰는 것은 다른 복지욕구의 충족에 1조원을 쓰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 아동 결식의 문제는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단순히 ‘밥을 굶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빈곤 결식아동의 약 60% 이상이 가정에서의 방치 혹은 방임의 문제를 중복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동 결식의 문제는 ‘밥을 굶는’ 문제의 차원이 아니라 아동 방치와 방임 등의 문제를 포함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문제로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전체 9~11세 아동들의 약 25%가 평일 방과 후에 돌봐주는 사람 없이 3시간 이상 방치 상태에 있다는 최근 통계는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추가예산 1조원을 급식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계층까지 늘리는 데 쓸 것인가 혹은 더 근본적인 문제인 아동 방임과 방치의 예방에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두 번째 오해는 복지국가의 확대는 보편적 복지의 확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어느 국가도 모든 복지욕구를 보편적 복지로 해결할 수는 없다. 또, 그런 유례도 없다. 복지국가의 확대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적절한 조합의 확대이지, 단순히 보편적 복지만의 확대 문제는 아니다. 일견 보편적 복지가 사회복지의 가치인 평등의 추구에 더 적합해 보인다.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과정적으로는 더 평등하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는 결과의 평등을 이루는 데는 별로 도움이 못 된다. 복지욕구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모두 같은 혜택을 주기 때문에 결과적인 격차를 줄여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잘 설계된 선별적 복지가 모자란 부분을 메워주는 작용을 함으로써 결과의 평등을 이루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선택이 넓고 얇은 복지를 늘려가는 것인지 혹은 필요한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무상복지’ 논쟁이 편 가르기 식의 정략적 논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우리나라 복지체제의 큰 발전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안상수 한나라 원내대표 “死卽生 각오로 4월 재보선… 리더십 평가 받겠다”

    안상수 한나라 원내대표 “死卽生 각오로 4월 재보선… 리더십 평가 받겠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의 인터뷰는 ‘혹시 작년에 삼재(三災)가 아니었느냐’는 짓궂은 질문으로 시작했다. 보온병, 자연산…. 안 대표가 지난해 어떤 고생을 치렀는지는 세상이 다 아는 터. 그랬더니 “사주를 보지 않아 삼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너무나, 너무나 힘든 한 해를 보냈다.”고 토로했다. 그래서인지 안 대표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 내내 말을 극도로 조심하려 애썼다. 과하다 싶은 부분은 스스로 되짚으며 말을 고쳤다. 어떤 부분에는 “아예 질문을 하지 말아주기 바란다. 너무 민감하다.”며 먼저 말을 막고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곳곳에서 안 대표는 강한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기전대 요구에 대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주도권’에 대한 강한 열망을 내비친 인터뷰였다고 요약할 만했다. →한나라당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 요구에 대한 일처리를 꼭 그렇게 해야 했느냐는 지적이 있다. -사실 당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후보자의 거취 문제를 결정하려 했던 건 아니었다. 일부 최고위원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다른 최고위원들도 모두 정 후보자가 부적격하다고 답변을 했는데, 결정을 해놓고 바로 (청와대에) 통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용이 금방 외부로 알려질 수밖에 없고,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청와대에 연락한 뒤 바로 브리핑을 한 것이다. →대통령이나 청와대 입장보다는 당을 더 생각한 결단이었나. -글쎄, 전달 과정에서 좀 매끄럽지 못했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그런데 너무 지체하면 당이 결정해 놓고 대표가 머뭇거린다는 게 모양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상적인 당청 관계의 힘의 균형은 ‘몇대몇’ 정도라 보나. -숫자로 계량화하기는 힘들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지난 3년 동안 당이 많이 도와줬다고 생각한다. 집권 4년차 시점에서 당은 내년 총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민감한 문제나 정책에 대해 정부 입장 그대로 협조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민심과 직접 접하고 있는 당은 그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과연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당이 정치의 중심에 서야 되지 않겠나. 당이 총선에서 승리를 해야만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 정권이 성공하는 것이다. →정 후보자 낙마로 청와대와 대통령이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개인적으로 미안한 마음은 없나. -그동안 원내대표 두 번 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정권을 탈환하는 데 힘을 모았고, 여당이 된 뒤에는 집권당으로서 미디어법이나 4대강 사업 등 정부 정책에 큰 도움을 줬다. 청와대에 큰 충격을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중에 충격이 컸다고 들으니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간접적으로라도 사과의 뜻을 전달했나. -원희목 대표비서실장과 청와대 정무수석이 끊임없이 대화를 한다. 경위를 원 실장이 잘 설명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일로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지적도 있다.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우리는 (부적격 결정이) 당과 대통령을 모두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대통령의 뜻을 거슬러 공격하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내년 7월까지인 안 대표의 임기가 정권이 끝나는 시점과 비슷하게 간다. 레임덕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지 않고는 한나라당도 성공할 수 없다. 정권 재창출도 어렵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당·청이 항상 소통을 원할하게 하고, 협력해야 한다. 다만 우리가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민심을 항상 가까이에서 느끼고 있고, 그 민심을 따라야 하는 점에서 정부와 입장이 조금 다르다. 입장이 다를 때는 우리가 청와대를 견제할 수밖에 없다. 견제가 당과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것이 레임덕을 초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민심에 부합하지 않는 일을 대통령이 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오히려 더 레임덕을 부추긴다. →당·청 관계의 핵심은 소통인데, 당이 수렴한 민심을 어떻게 전달할 생각인가. -대통령과 정례회동이 있지만,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는 직접 면담을 신청해 대화를 하겠다. →역대 대통령이 모두 임기 말에 탈당했다. 이 정권에서는 어떻게 될까. -절대 그런 불행한 일 있어서는 안 된다. →만약 탈당 요구의 목소리가 커진다면. -민심이 그렇게 되지 않도록 사전에 당과 청와대가 잘해야 한다. 민심이 이반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당의 의무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 보수세력이 총단결해야 정권 재창출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어차피 진보와 보수가 한판 크게 혈전을 치를 수밖에 없다. 중도·보수 세력 간의 대연합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만이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 →적극 나서겠다는 뜻인가. -물론이다. 그것이 바로 승리의 길이고,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중도·보수 대통합이든 연합이든 힘을 합치는 데 기여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이해관계를 나눠야 하지 않나. 안 대표가 이회창 대표에게 개헌 협조를 위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충청권에 양보할 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과학벨트 문제를 가지고 선진당과 얘기를 나눈 것은 없다. 개헌 논의를 한 것은 사실이다. 저는 앞으로 선진당과 우리가 정책연대를 하든 통합을 하든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벨트 입지선정 문제는 어떻게 보나. -관련 법이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했다. 그 법이 정한 선정위원회에서 입지를 선정하면 된다. 선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리라고 본다. →개헌의 성사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개헌을 주도하는 주체들의 진정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국회가 항상 싸우는 것에 회의해 왔고, 제왕적 대통령제가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선거에서 이기면 모든 권력을 다 갖고, 지면 다 잃기 때문에 국회는 다음 정권을 가져오는 전쟁터가 돼 버렸다. 여건이 되지 않아서 논의가 미뤄졌지만,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다. 개헌이 18대에서 성사되든 19대에서 되든 논의는 18대 국회에서 해야 한다. →의무감인가, 아니면 정말로 절박한 시대적 요구인가. -1987년 헌법체제는 이 시대에 맞지 않다. 개헌이 꼭 필요하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청와대도 여전히 개헌을 원하고 있다고 보는가. -대통령도 몇차례 언급했다. 청와대는 지금도 개헌을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해야 한다. 치열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정치권의 의무다. 시기가 늦었다거나 과연 가능하겠냐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하튼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 공동대표인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이 ‘이재오 장관이 나서니까 일이 더 어렵게 된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각자 소신이 있을 텐데, 이 장관은 지금 정부에 몸담고 있다. 개헌의 중심에 설 위치는 아니다. 개인적인 의견은 많겠지만, 당에서 논의해야 한다. →결국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지 않나. -크게 걱정할 수준의 갈등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이전에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도 격렬하게 토론했지만 평화적으로 해결했다. 개헌 논의도 마찬가지다. →야당과 물밑 대화 오가고 있나. -지금은 우선 우리당의 입장을 정하는 게 순서다. →개헌 성사 가능성은. -가능성이나 시기 문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고 옳은 일이다. 그래서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 방향을 정해 놓고 논의하자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선입견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이 시대에 맞는 헌법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토론하고 결론을 내자는 의미다.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이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같은 수도권 의원으로 동의하는가. -선거는 다 어렵다. 특히 집권당이 수도권에서 이기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의원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 역시 수도권에서 네 번 당선됐는데 한 번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를 패배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다. 나는 한나라당이 패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선거가 쉽다고 판단할 때 오히려 패배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민은 무책임한 민주당보다는 그래도 조국의 현대화를 이끈 한나라당에 대한 믿음이 더 크다. →‘안상수 리더십’이 내년 총선을 이끌 최선인가? -재·보선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당이 나에 대한 판단을 할 것이다. 두 번의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거치면서 쌓은 경험과 경력으로 당을 원만하게 이끌어 온 것에 대해 당원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보선을 승리로 이끈 다음에는 총선까지 당을 이끌 것이라는 의지를 표출한 것인가. -물론 모든 것은 당원들의 뜻에 달려 있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2년의 임기를 부여 받았다. 재·보선에서 대승을 거둔다면 당원들이 저를 계속 지지하지 않겠나. 사즉생의 각오로 이번 재·보선에 임할 것이다. 다만 걱정하는 것은 재·보선의 규모다. 현재 분당과 김해가 확정됐는데, 김해는 민주당이 의석을 차지했던 곳이다. 여기에 강원도지사 선거까지 하게 되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서 선거를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의원들의 최대 고민과 관심은 역시 공천이다. 나경원 최고위원이 국민참여경선이라는 공천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당 대표가 개인적인 견해를 밝힐 수는 없다.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통해 결정할 것이다. →현역의원 물갈이는 얼마쯤으로 예상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박근혜 대세론’이 거세다. 친이계가 힘을 모아 박근혜 전 대표와 맞설 후보를 내세워 치열한 경선을 치르는 게 중요한가, 아니면 대세론을 인정하고 협력해 정권재창출에 힘을 모으는 게 바람직한가. -당 대표로 계파의 입장에서 일하지 않는다. 반드시 정권 재창출을 이루는 게 내 사명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경선이 좀더 치열해져야 한다. 2002년 대선 당시 대세론을 누렸던 이회창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게 막판에 뒤집어진 아픈 경험이 생생하다. 그때 우리는 다 이긴 것으로 생각했는데, 저쪽은 치열한 경선과 단일화로 세를 불렸다. 치열한 경선을 거치는 게 국민에게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다. →야권에서 가장 두려운 대권 경쟁자는 누구인가. -잘 모르겠다. →차기 대선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남북관계와 복지가 아닐까. →무상급식 반대가 당론인데, 서울시당 위원장을 지냈던 권영세 의원과 사무총장인 원희룡 의원 등이 찬성하고 있는데. -당론에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개인의 사상의 자유를 강제로 억압할 수도 없다. →대표의 지역구인 과천에서 무상급식이 가장 활발하다. -과천은 인구가 겨우 7만명이다. 정부청사가 있다보니 재정자립도도 높다. 초등학교도 몇개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무상급식이 가능했다. 그러나 전국 모든 학생을 상대로 무상급식을 하면 재원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다. 작은 도시인 과천을 예로 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려고 하는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당 차원에서 지원할 것인가. -주민투표는 서울시의 문제다. 당론으로 무상급식을 반대하지만 주민투표는 지자체 문제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 당이 지원할지 여부도 서울시당이 판단할 문제이지, 중앙당이 개입할 일은 아니다. →스스로 대권주자의 반열에 오를 생각은 없나. -나는 정권재창출에 앞장서는 임무를 맡고 있다. →정치인 안상수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원칙을 지키고 정도의 정치를 한다는 게 장점이겠다. 단점은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중성 부족한 것 잘 알고 있다. →수첩에 ‘말조심’이라고 써 놓은 게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전에도 설화 때문에 곤란을 겪은 적이 있나. -정치인은 특히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 기자들과 격의 없이 편하게 얘기한 것도 엄청나게 크게 문제가 되는 게 현실이다. →아들 로스쿨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을 상대로 낸 고소를 취하할 생각은 없나. -허위 폭로를 하는 나쁜 풍조는 사라져야 한다. 그분들이 진실로 자신의 행위에 대해 반성을 한다면 그때 판단할 문제다. 지금까지는 전혀 반성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담 이지운 정치부 차장 정리 이창구·허백윤기자 window2@seoul.co.kr
  • 사랑한다면 게으른 부모 돼라

    사랑한다면 게으른 부모 돼라

    성공한 중국계 미국 여성의 전형으로 꼽히는 에이미 추아 미국 예일대 법대 교수가 최근 출간한 자전적 에세이 ‘호랑이 엄마의 군가’(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가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정반대 주장을 담은 책이 국내에서 출간됐다. 영국 잡지 ‘게으름뱅이’(The Idler)의 창간인이자 ‘게으른 부모들의 대변인’으로 유명한 톰 호지킨슨이 쓴 ‘즐거운 양육혁명’(문은실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이다. 추아 교수는 동·서양 교육법 논란으로 확산된 언론 기고문(전문 참조 www.seoul.co.kr)에서 아이 교육에 성공하고 싶으면 호랑이 엄마가 되라고 주장한다. 반면 호지킨슨은 게으른 엄마가 되라고 조언한다. 책의 원제도 ‘게으른 부모’(The Idle Parent)다. 무한 과잉보호의 덫에 걸린 부모들과 소비문화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자연성이 거세된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이쯤 되면 벌써 곳곳에서 항변이 터져나올 법하다. “야야, 공주님 왕자님 같은 아이들이 투정 부리면 안 받아줄 방법이 있나? 원하는 것 못 사주고, 요구 못 들어주는 내가 문제지.” 아니면, “그렇게 아이들 방치해 키우다가 나중에 우리 아이만 뒤처지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건데?”라고 핀잔할 수 있다. 좀 더 신랄한 반박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이면 영어, 수학, 논술 등 특수목적고 입시를 준비할 때지. 뭐, 그것도 많이 늦은 거지만…. 특목고 아니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가기 어려운 것 몰라?” 하지만 호지킨슨은 보모에게든, 방과 후 학원에든, 과외 선생에게든, 아이 교육을 남에게 맡기는 부모야말로 책임감이 없는 부모라고 일갈한다. 게으른 부모야말로 역설적으로 책임감 있는 부모, 이웃과 어울릴 줄 아는 사교적인 부모, 소비문화에 아이가 노출되는 것을 막는 알뜰한 부모이며 생활 주변의 모든 물건을 장난감화할 수 있는 창의적인 부모라고 정의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행복한 아이로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회사 일에, 야근에, 술자리에, 잔뜩 녹초가 돼서도 의무감으로 아이와 놀아주거나 혹은 못 놀아준 보상으로 장난감과 게임기 등을 안겨주기 바쁜 한국의 모든 부모들에게 게으름을 부리라고 선동하는, 참으로 ‘불온한’ 책이다. 머리로는 동의도 된다. 하지만 선뜻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아이 교육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라는 말은 우스갯소리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서글픈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돈의 가치가 최우선시되는 시대, 무한 경쟁의 시대, 불확실성의 시대에 자신의 아이들을 경쟁의 승리자로 만들어주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거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있는 부모의 ‘숭고한 뜻’을 마냥 폄하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는 말문이 닫힐 수밖에 없다. 설령 뜻대로 아이를 명문 대학에 입학시켰다고 치자. 그리고 그럴싸한 직장에 들어가게 됐다고 치자. 진정 아이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행복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 걸까. 과연 부모의 노고와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살까. 공치사 들으려 한 일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책은 부모와 아이 모두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삶이야말로 행복한 삶이라고 역설한다. 호지킨슨은 17세기 존 로크와 18세기 장 자크 루소의 교육관을 현재적 의미로 되살려놓았다. 로크의 ‘교육에 관한 몇 가지 생각’, 루소의 ‘에밀’은 호지킨슨을 통해 지면을 박차고 시대를 뛰어넘어 구체적인 아이 교육의 지침, 부모 삶의 지침으로 몸을 바꿨다. 아이 교육의 실천 지침을 밝히거나 철학적 계몽을 꾀하지도 않는다. 그저 게으른 부모가 있는 환경에서 행복한 아이가 나올 수 있음을 다양한 실례를 통해 ‘혁명적’이거나 ‘이상적’으로 보여준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뜨끔해지거나 무릎을 치게 된다. 그렇다고 주눅 들 이유는 없다. 호지킨슨 역시 아이들에게 밥 먹으라고, 장난감 정리하라고 호통쳤던 기억, 장난감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들 때문에 부글부글 끓어올랐던 자신의 시행착오, 실패담을 고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통해 가치를 배우고 체계화했다는 점을 빼면 보통 부모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책 앞머리에 나오는 ‘게으른 부모의 강령’ 스무 가지는 책의 내용을 요약해주며, 아이들을 기르는 데 명심해야 할 가치를 단순하지만 명쾌하게 상기시켜 준다. 게으른 양육을 통해 얻는 크나큰 장점 중 하나로는 ‘부모의 내면에서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막아준다는 점’을 꼽았다. 그리고 또 하나. 부부 간 다툼의 뇌관 하나를 미리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루소는 “아이를 비참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길은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갖게 해 주면 된다.”고 했고, 로크는 “값비싼 장난감보다 자갈 하나, 종이 한 장, 열쇠 꾸러미에 어린아이들이 즐거워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신은 실천할 수 있는가. 1만 3000원. 글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일러스트 길종만기자 kjman@seoul$co$kr
  • 오송역·옛 공장서 국제행사 추진

    충북도는 화장품 산업 선점을 위해 2013년 5월 또는 10월에 열기로 한 ‘화장품뷰티산업 세계박람회’를 청원군 강외면에 있는 KTX 오송역을 활용해 개최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기차역을 행사장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다. 도는 연면적 1만 9998㎡, 지상 3층으로 지어진 오송역사의 실내 공간과 오송역 광장 등을 박람회장으로 꾸미고 300여m 떨어진 오송 제2생명과학단지를 방문객 주차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청주시는 오는 9월 2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열리는 ‘201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도심 속 흉물로 방치돼 있는 상당구 내덕동의 옛 연초제조창 공장 부지에서 열기로 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G마켓 수백억 탈루… 169억 추징”

    감사원은 인터넷 쇼핑몰 G마켓이 할인 쿠폰을 매출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부가가치세 수백억원을 탈루했으나 국세청이 이를 방치한 사실을 적발, 169억원을 추징하도록 국세청에 요구키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감사원은 이날 감사위원회를 열고 국세청에 G마켓이 내지 않은 부가세 169억원을 우선 추징하고 449억원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를 통해 추징 여부를 결정하라고 통보키로 결정했다. 감사원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G마켓과 유사한 형태로 마케팅을 해 온 인터넷 유통업체들에도 부가세 추징 등 여파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국세청에 대한 감사에서 G마켓이 할인쿠폰을 매출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최근 5년간 부가가치세 600억여원을 탈루했으나 관할 세무서가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유흥접객원 = 부녀자”… 현행법상 남성은 규제못해

    “유흥접객원 = 부녀자”… 현행법상 남성은 규제못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무허가 등 불법 호스트바가 우후죽순처럼 퍼져 나가고 있지만 이를 관리·통제할 수 있는 법적 대비책은 미비하기만 하다. 실제로 호스트바가 주부들의 성매매, 미성년자의 탈선, 세금 탈루, 성병 사각지대 등 각종 불·탈법의 온상이 되고 있지만 경찰과 지자체,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유관 기관들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며 사실상 관리를 외면하고 있다. 무허가 영업 단속은커녕 성병 감염 우려 대상자(유흥업소 종사자)의 성병 검진을 자율제로 변경하는 등 당국이 호스트바를 ‘법의 사각지대’로 키웠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호스트바 영업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가능하다. 식품위생법에서 규정한 유흥주점 영업의 한 형태일 뿐 다른 규제 법률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식품위생법상 ‘유흥접객원=술과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로 명시돼 있어 남자라고 따로 규제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호스트바를 단속할 수 있는 경우는 ▲청소년을 종업원으로 고용한 경우 ▲영업장에서 음란 행위를 한 경우 ▲종업원의 보건증 미소지 등에 한정된다. 결국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엄연히 무허가 등 불법 영업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경찰이나 지자체 등이 이를 ‘법 탓’만 하면서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서울신문 취재팀 확인 결과 강남권에서 유명한 호스트바들이 남성 접객원을 고용하고 성매매까지 하는데도 식품접객업소 명단에는 업소 이름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용표 경찰청 생활질서과장은 “일선 서에 지시를 내려 곧 단속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찰과 유관 정부부처가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디빠나 보도방, 아빠방 등의 호스트바는 가정주부, 여대생 심지어 미성년자까지 손쉽게 남성 접대부와 성매매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변질됐다. 경찰은 여성 접대부가 있는 유흥주점과 달리 호스트바 2차는 단속이 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조선학 중랑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은 “호스트바 단속이 힘든 것은 일반적으로 남자를 접대부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여성만 유흥접대부로 규정하는 미비한 법제도와 가부장적인 성(性) 고정관념, 국가기관의 무관심이 불법 호스트바 확산을 키운 셈이다. 이은희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 권익지원과 과장은 “이런 문제들 때문에 여가부는 식품위생법상 유흥접객원을 ‘부녀자’라고 한정한 조항을 없애 달라고 수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독버섯 같은 호스트바의 불법·변태 영업이 왜곡된 성의식과 가정 파괴, 성병 감염 등 2차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이다. 실제 여러 여성을 상대하는 ‘선수’들은 성병 감염 우려가 큰 위험군인데도 정부는 지난해부터 오히려 성병 감염 우려 대상자의 검진 자체를 ‘의무제’에서 ‘자율제’로 바꿨다. 법적 제재 수단이 없어진 것이다. 취재팀이 비공개 자료인 강남·서초보건소의 성병 검진 현황을 입수·확인한 결과, 강남구 보건소의 경우 2010년 성병 검진을 받은 사람 534명이 전부 여성이었고, 서초구 보건소도 468명의 성병 검진자 중 남성은 한명도 없었다. 제대로 된 영업신고를 하지 않는 호스트바 2부 영업은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개별소비세 10%, 부가가치세 10%와 소득이 8800만원 이상일 때 적용되는 소득세 33% 등 한달에 최대 수억원이나 되는 세금을 탈루하고 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주차 어디했지?”…페라리 분실 ‘슈퍼카 마니아’

    “혹시 제 슈퍼카 보셨나요?” 60대 영국 남성이 억대의 가격을 자랑하는 페라리를 여행 중에 한 마을에 주차했다가 그 사실을 잊고 경찰에 차가 도난을 당했다고 신고를 하는 황당한 해프닝이 벌어졌다.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전직 카레이서이자, 유명 F1선수 젠슨 버튼의 아버지인 A(65)씨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알라시오에 세워둔 자신의 페라리 550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도난신고를 했다. 경찰은 차주인이 도난당했다고 주장한 지점을 중심으로 수색을 펼쳤고, 이틀 만에 알라시오에서 약 2km 떨어진 라구에글리아에서 차량을 발견했다. 하지만 경찰이 찾아낸 페라리에서는 며칠동안 전혀 움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의아함을 자아냈다. A씨는 그제야 자신이 페라리를 주차했던 곳을 착각했다고 경찰에 털어놨다. 그는 “알라시오와 라구에글리아 등 두 마을이 정말 비슷해서 주차한 곳을 착각했다.”면서 “며칠 만에 차를 찾으러 와보니 페라리가 사라져서 신고를 했다.”고 난처해했다. 수억원 대의 고급자동차를 며칠이나 방치하고 주차장소를 기억도 못하는 A씨는 페라리 550 외에도 다양한 슈퍼카를 모으는 취미를 가진 대단한 자동차 마니아로 알려졌다. 그는 “많은 경찰관들을 수고롭게 해서 당황스럽고 죄송할 따름”이라고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데스크 시각] ‘신종 샌드위치’ 한국의 생존전략/오일만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신종 샌드위치’ 한국의 생존전략/오일만 경제부 차장

    2006년 4월 20일,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 하나가 중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당시 백악관 환영식장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후진타오 주석의 소매를 ‘기분 나쁘게’ 잡아당기는 모습이었다. 식전 행사가 끝난 것으로 착각한 후 주석이 단상으로 내려가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의 오만한 표정과 후 주석의 일그러진 얼굴이 오버랩됐다. 미국은 이날 타이완(Republic of China)의 호칭을 사용했고, 중국 당국이 극도로 기피하는 파룬궁 시위마저 방치했다. 미국은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중국인들은 한동안 ‘굴욕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절치부심, 5년의 세월이 흘렀다. 19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언론들은 ‘세기의 담판’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중국의 위상이 불과 5년 만에 주요 2개국(G2)으로 우뚝 섰고, 미국도 최상의 예의를 갖춰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달도 차면 기울 듯, 전후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구가하던 미국도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2극, 다극체제로의 변화는 어찌할 수 없는 대세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샌드위치’ 형국이 된 한국의 자화상이다. 샌드위치라는 말은 2007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신흥 중국과 기술력에서 앞선 일본 사이에 끼여 있는 한국의 어려움을 빚댄 말이다. 하지만 2011년의 상황은 당시보다 더욱 엄중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변수로 G2(미·중)의 글로벌 경제패권 전쟁을 꼽는다. 원하든, 원치 않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는 환율과 금리, 재정 등 모든 경제전략을 놓고 불꽃 튀는 대결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11월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의 환율 갈등은 길고 긴 경제전쟁의 서막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안보 측면에서도 한반도 냉전체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진행형’이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전략을 중국은 대중 포위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분간 한·미·일 3국과 북·중·러 3국이 대립하는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안보적 입지는 더욱 좁아들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안보의 최대 파트너(미국)와 경제의 최대 협력자(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생존 전략을 펴야 하는가. 우선 한국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소규모 개방경제’의 모순이 집약된 곳이다. 온갖 외풍이 곧바로 우리 경제에 직격탄으로 날아오는 구조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온몸으로 견뎌야 했다. 우리의 무역 의존도는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82.4%로 G20 국가 중 가장 높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규모(1168억 달러)는 이미 미국과 일본을 합쳐 놓은 액수보다 더 커졌다. 중국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우리로서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의 길목을 선점해서 역량을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바로 손자병법 36계 가운데 18계인 ‘금적금왕’(擒賊擒王)의 전략이다. 적을 제압하기 위해 가장 핵심부인 적장부터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다행히 중국은 산업재편 과정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차 5개년 경제개발 규획(規劃)을 통해 신재생 에너지와 바이오, 신소재 등 6대 분야를 핵심 전략산업으로 결정했다. 중국기업들도 일본과 한국기업의 성장 경로를 따르지 않고 곧바로 첨단 산업에서 승부를 보는, ‘도약형 성장’을 택했다. 중국이 향후 10년 동안 집중투자에 나설 6대 미래 지식기반 산업을 우리가 빨리 선점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거대중국과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지만 중국이 한국에서 기술과 지식을 사가도록 경제 지형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고래등(중국)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야 한다.”고 일갈한다. 결국 용중(用中)의 국가전략은 ‘샌드위치 한국’이 피할 수 없는 외통수인 것이다. oilman@seoul.co.kr
  • [꽁꽁 언 寒半島] 농산물 출하 ‘스톱’·어획량 30%↓

    [꽁꽁 언 寒半島] 농산물 출하 ‘스톱’·어획량 30%↓

    전국이 이상 한파 탓에 농산물 출하 차질이 빚어지고 수산물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물가와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쳐 난방 및 연료비 부담도 가중되면서 농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즈음 집중 출하되는 배추, 무, 대파 등의 가격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00~250% 폭등했고, 설 수요까지 겹치면서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조사한 가격동향(대형마트 소매가 기준)을 보면 배추가 1㎏짜리 한 포기에 4500~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 올랐다. 가격은 한 달 전보다는 1000원가량 비싸졌다. 대파는 지난해 1월 1㎏당 2200원에서 4400원으로 2배가량 올랐다. 무, 토마토, 피망, 감자 등 각종 채소류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전남도 등 겨울 채소 주산지에서는 이상 한파와 잦은 눈으로 땅이 얼어붙으면서 노지에 방치된 배추 등의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 데다 그나마 출하작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남군 문내면은 600㏊의 밭에 월동배추를 재배하고 있으나 이달 들어 출하 작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농민 김문재(45·문내면 용암리)씨는 “이런 날씨가 지속되면 밭에 심은 배추가 냉해를 입으면서 녹아 없어질 수도 있다.”며 “그럴 경우 가격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광군은 모두 307㏊의 대파를 재배했으나 지난해 말을 끝으로 출하작업을 전면 중단했다. 역시 땅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대파 주산지 가운데 유일하게 얼지 않은 진도군에는 요즘 외지 상인들이 몰려와 현지에서 숙박까지 해가며 대파를 가락동농산물시장으로 출하하고 있으나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난방용 유가 인상에 따른 생산원가 상승으로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 딸기·방울토마토·풋고추 등의 가격도 덩달아 뛰어오르고 있다. 어민들도 울상이다. 전국 수협위판장에서는 한파와 저수온, 높은 파도 때문에 가자미, 오징어, 대구 등의 어획량이 20~30% 감소했다. 방어진위판장 관계자는 “날씨가 추워 선원들이 조업하기 어려워 조업시간이 크게 준 데다 강추위로 인한 저수온 현상으로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어민 고영민(54·울산 북구)씨는 “궂은 날씨로 조업을 못해 어획량이 줄어든 데다 면세유 가격까지 올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요즘은 조업을 포기하는 날도 많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울산 박정훈·서울 윤샘이나기자 jhp@seoul.co.kr
  • 인천 왕길묘지 수목장 조성 民·官 갈등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 인근 검단지역에 수목장(樹木葬)을 조성하려 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서 갈등이 일고 있다. 자칫하면 수도권매립지 개장 초기 때처럼 주민들이 물리력을 행사하는 사태가 야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17일 인천시에 따르면 2019년까지 95억 3700만원을 들여 서구 왕길동 산104-1 일대 시립 왕길묘지에 수목장을 조성하기로 하고 도시계획시설(자연장지)로 결정했다. 왕길묘지는 1973년부터 공원묘지로 조성됐으나 890여기의 분묘가 들어선 지역(1만 2099㎡)만 관리되는 등 나머지는 장기간 방치돼 왔다. 시는 5만 5000㎡ 부지에 1만 420구를 안치할 수 있는 수목장을 만들고 인근에 추모광장, 휴게공간, 관리소 등을 갖출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왕길묘지를 지역의 첫 수목장 지구로 조성할 방침”이라며 “화장률 증가와 함께 환경친화적인 장묘문화 추세에 맞춰 기존의 공설묘지를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민의 화장률은 2005년 69%에서 2008년 77.9%, 2009년 79.4%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인천시의 수목장 계획은 당초 9만 9822㎡ 부지에 2만구를 안치하려던 것에서 규모가 절반가량 축소된 것임에도 인근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가뜩이나 수도권매립지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수목장이 들어서게 되면 부동산가격 하락 등의 피해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최근 열린 수목장 주민설명회에서 “쓰레기매립지에서 불과 500여m 떨어진 지역에 수목장과 같은 혐오시설을 설치한다는 것은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감안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한 주민 반대운동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한번의 오판’ 1조2000억 날렸다

    ‘한번의 오판’ 1조2000억 날렸다

    정부가 연간 20억원가량의 육류 수출을 위해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고집하다 600배인 1조 2000억원이 넘는 재정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대응 시 정책적인 판단만 잘했더라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지자체 공무원과 중앙 부처 공무원의 판단 하나가 국가적인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17일 농림수산식품부, 행정안전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8일 구제역이 발생한 뒤 지난 15일까지 50일 동안 모두 1조 2436억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농식품부는 이미 접수된 축산농가의 매몰·살처분 보상 비용을 중심으로 1조 1147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 가운데 행안부가 방역에 관련된 약품·인력·초소 운영 비용 등으로 지자체에 지원한 특별교부세는 432억원이다. 환경부가 매몰·살처분 지역으로부터 반경 3㎞ 내에 생활용수로 쓰이는 지하수가 있을 경우 이를 상하수도로 교체하는 데 들인 비용도 857억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구제역 피해 규모는 여성가족부 예산(4232억원)의 2배를 넘었고, 해양경찰청의 올 한해 예산(1조 534억원)보다도 많다. 이처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 데는 정부의 안일한 초기 대응 탓이 크다.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최초로 신고된 것은 지난해 11월 23일이었지만, 방역 당국은 이를 29일에야 확인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조사 결과 전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구제역 바이러스와 안동 지역에서 확인한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구제역 발생 지역을 6일간 방치하면서 구제역 피해를 키운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파에 거센 바람까지 더해져 구제역 바이러스가 오래 살고 빠르게 확산되는 조건이 다 갖춰졌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려 구제역이 발생하고도 1개월 가량이나 백신 접종을 미뤄 구제역은 더욱 빠르게 확산됐다. 결국 지난해 12월 25일 정부가 백신 접종에 나섰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면 한해 20억원 규모의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수출할 수 있다. 결국 20억원의 육류를 수출하려다 1조원이 넘는 돈을 날린 셈이다. 직접 비용 1조 2000억원에다 앞으로 투입될 예산과 간접적인 피해를 감안하면 전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청정국 지위는 백신 접종을 마치고 구제역 확산이 완전히 멈춰진 뒤에도 빨라야 내년 말쯤 돼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3월 발생한 구제역으로 152만 3000마리를 백신 접종한 뒤 청정국 지위 회복까지 1년 6개월이 걸렸다. 정부 관계자는 “구제역 발생에 따른 비용은 전국 백신 접종으로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환경문제나 연구·개발(R&D)에 투입될 2차 직접 비용이 남아 있다.”면서 “피해 규모를 볼 때 정부 내부에서도 인책론이 거론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허술한 국유지 관리

    국유지 관리가 매우 허술하다. 16일 조달청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 등 36개 부처가 보유한 유휴 행정재산 5205필지를 조사한 결과 약 25%인 1296필지가 목적 외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464필지는 무단방치 등 용도폐지된 상태였다. 취득 후 5년이 경과한 재산 또는 행정용으로 활용하지 않는데다 활용계획도 없는 땅이다. 조달청은 용도폐지 후 기재부에 이관, 필요한 기관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A 지자체의 경우 국유지를 출연 기관의 직원 숙소 및 주차장 등으로 무단 사용하다 적발돼 변상금 및 사용허가 조치가 내려졌다. 전북의 B리조트는 국유지를 주차장 등으로 무단 점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339필지는 도로·하천이 교과부 소관이거나 서류에는 임야로 등재됐지만 실제 전답 등으로 확인돼 관리전환 또는 대장정리 등이 필요했다. 국유부동산은 전국적으로 537만 2000필지(2만 3891㎢)로 남한 면적의 24%, 공시지가 기준 108조 9900억원에 달한다. 국유지 관리가 부실한 것은 인력 부족과 미흡한 제도적 장치 때문이다. 조달청에서 국유재산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국유재산과)은 총 13명에 불과하다. 특별조사는 지자체와 관리청, 관계 기관 등의 협조를 받지만 평소에는 조달 공무원들이 현장을 누빈다. 이들은 일주일에 평균 4일 출장에 나서고 있다. 그나마 국유재산관리시스템이 구축돼 지적도와 지도, 소유주 등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 이 덕분에 다소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현장에서 관리 잘못 등 명백한 오류를 확인해도 즉시 시정은 힘든 실정이다. 권한이 없다 보니 기획재정부에 건의를 거쳐 기재부가 해당 관리청에 시정, 통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유재산과 관계자는 “조달청은 확인·점검만 수행하고,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기획재정부가 귀속금을 차등 지급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면서 “국유지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 및 전문 교육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글로벌 시대] 베이징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위기/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글로벌 시대] 베이징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위기/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지난 한해 한반도는 긴장의 악순환을 겪었다. 남북 경제공동체를 향해 순항하는 듯 보였던 한반도가 왜 긴장과 위기 속에 빠져들게 됐을까. 남북한 및 주변 주요국가들의 돌출 행동을 순화시키고 제약할 수 있었던 6자회담 같은 다자 틀이 사라진 탓도 있을 것이다. 2008년 말 6자회담이 표류하자 북한은 선군정치로 더 매진하면서 핵 개발을 가속화했다. 한반도 문제가 미국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미국이 이를 방치한 탓도 있다. 전임 정부와 달라진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과 이에 대한 북한의 모험적인 대응이 상황을 더 나쁘게 했다. 남북한의 정책과 실제 행동의 상호작용은 한반도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원동력이다. 한반도가 불안정해지고, 갈등이 깊어지면 가장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남북한이다. 한반도가 긴장되면 어김없이 외세의 개입 강화가 따라온다. 미국의 개입이 심화되고, 일본도 이에 호응하면서 입지 강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은 이래저래 미국에 더 기대게 된다.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기존 세력 구도에 변화를 가져온다. 그렇게 되면 중국도 새로운 전략 조합과 변화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에서 전략적인 균형 변화를 중국은 바라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새로운 적대적 대치 관계 형성은 남북한이나 중국 모두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반도가 불안정해지면 중국도 남북한 못지않은 피해자가 된다. 한반도 상황 악화로 손해는 누가 보고, 이득은 누가 챙겼을까. 한반도의 긴장은 미국에는 득이다. 동북아에서 전략적 존재와 패권적 지위를 더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긴장을 통해 실제로 미국은 한·미, 미·일 군사동맹이라는 미국의 ‘동북아 패권의 발판’을 더 굳건하게 할 수 있었다. 미국의 군사적 힘과 결의를 과시하고 강화할 수도 있었다. 한반도 불안정은 중국을 견제하고 누르는 유용한 구실로 이용된다. 한반도의 불안정은 중국의 지속 발전에 필요한 평화로운 외부 환경을 훼방 놓는다. 중국에 심리적, 군사적, 외교적인 부담이다. 중국의 발전과 영향력 확대를 도전으로 여기는 미국은 긴장과 갈등을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놓고 한반도 상황을 쥐락펴락하려 한다. 미국의 국익에 따라, 정책적 목적을 위해 상황을 주도하려고 한다. 이달 초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한·중·일 동북아 3개국 순방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6자회담이 표류하고 북한 비핵화과정이 중단되자,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중국에 “책임을 다하라.”고 압박했고, “왜 북한을 굴복시키지 않느냐.”며 중국의 대북 경협과 지원을 비난했다. 중국은 2002년 시작된 2차 북핵 위기 과정에서 미국과 북한, 남북한 사이에서 중재·조정 역할을 시도했지만 그 어느 편에 서서 특정 입장을 옹호하지 않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참여했지만 북한에 대한 채찍과 당근(유인책 및 인도적 지원)의 병행과 균형을 주장해왔다. 안정이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서 최우선 순위를 차지한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이런 선택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북한의 모험주의 행동을 겪으면서 한국 정부는 새로운 장애를 만났다. 화해정책에 대한 반감과 격앙된 여론은 대북 화해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한반도 상황은 긴장과 대결에서 협상 국면으로 옮겨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평화적인 문제 해결을 주장하면서 공을 한국과 미국 측으로 던졌다. 그동안의 과정과 배경이 어떠했는지에 관계없이, 북한의 평화 공세는 국제무대에서 정치적 호소력과 영향력을 갖는다. 한국 정부가 이를 한 차원 높은 고차원 외교로 다뤄야 할 이유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해 신년사에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지구촌 선진·중심국가로 발돋움하는 한국이 ‘북한 리스크’에 발목을 잡혀서야 되겠나. 한국 정부가 2011년을 동북아 평화 국가의 명실상부한 이미지를 선점하고, 북한 리스크를 국가 도약의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
  • 16년간 단 한번도 외출하지 않은 70대 노인 충격

    16년 동안 집 밖 출입을 하지 않았다는 70대 노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고 중국 징화스바오가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73세인 왕씨는 남들이 자신을 해할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16년 간 단 한 번도 외출을 하지 않았다. 베이징에 사는 그는 매일 자신을 찾아오는 두 딸과 창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거나 생필품을 전달받을 뿐, 어느 누구도 집안에 들이지 않는다. 현지 기자가 직접 그를 찾아갔을 때에도 끝끝내 문을 열지 않았으며, 기자에게 “사람들이 총으로 날 죽이려 하고, 돌로 날 내려치려 해서 나갈 수 없다.”고 완강한 자세를 보였다. 왕씨와 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막내아들이 실종되고 아내가 사망한 즈음인 1995년부터 단 한번도 집 밖을 나선적이 없으며,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한 채 패쇄적인 삶을 살았다. 그의 상태를 염려한 가족들이 경찰을 대동하고 나서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그의 두 딸은 10여 년 간 타인의 손에 키워졌고, 이들이 사다주는 생필품과 약 등으로 생활해 왔다. 왕씨의 첫째 딸은 “남동생이 실종되면서 아버지가 큰 충격을 받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는 이러한 상태가 지속됐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심리학자들은 그가 심각한 망상증을 겪고 있으며, 이미 완치가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춘산(宗春山) 베이징시 법률심리자문위원회 대표는 “왕씨의 상태가 지나치게 오랫동안 방치됐고, 현재는 망상증을 넘어 다중인격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며 “대인공포증을 먼저 해소해야 약물이나 심리치료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별·이혼 女베이비부머 ‘빈곤이 괴로워’

    사별·이혼 女베이비부머 ‘빈곤이 괴로워’

    충남 당진의 김진숙(52·여)씨는 뉴스 등에서 베이비부머(1955~1965년생) 문제를 접할 때마다 남의 일로만 여겨진다. 공무원이었던 남편 통장으로 매달 200만원이 넘는 퇴직연금이 들어오고, 모아 둔 노후자금도 넉넉한 편이다. 남편은 소일거리로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큰 부담은 없다. 하지만 경기도 검단에 사는 김씨의 초등학교 친구윤민희(여·가명)의 사정은 사뭇 다르다. 3년 전 위암으로 남편을 잃은 뒤 윤씨의 삶은 더욱 힘들어졌다. 식당에서 주 6일 하루 12시간을 일하고 받는 돈은 140만원 가량. 윤씨는 “건강검진이라도 한번 받아 봤으면 좋겠지만 그럴 사정이 안 된다.”면서 “당장 대학생 딸의 학자금이 걱정인데 언제쯤 은퇴라는 말을 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안정이 국가적 난제로 부각된 가운데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배우자를 잃은 여성 베이비부머의 빈곤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나지나 연구팀의 ‘결혼 해체를 경험한 베이비부머 여성의 경제적 노후 준비 여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 베이비부머 여성의 가구총소득은 연평균 588만원에 불과했다. 평균 연령 48.63세의 여성 23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연구는 무배우자 베이비부머 여성에 대한 실측 연구로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됐다. 이들 중 취업한 여성은 65.5%(156명)로 미취업 여성보다 많았지만 대부분 공적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고, 식당 등 비정규 직종에 고용돼 있었다. 또 경제적 노후 준비를 못 한다고 밝힌 여성의 미성년 자녀는 평균 0.50명인 반면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여성의 미성년 자녀 수는 0.28명에 불과했다. 이는 노후 준비가 안 된 여성이 자녀의 교육비 문제에서 곤란을 겪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거형태도 이들 3명 중 1명이 월세에 의존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결혼 해체를 경험한 여성 은퇴자 문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이들의 수적 규모를 꼽았다. 2009년 기준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포함된 45~54세 인구 중 사별 및 이혼여성 인구는 약 43만명으로 나타나 같은 연령대 무배우자 남성인구 27만명보다 월등히 많았다. 연령별로도 35~44세 여성의 사별인구가 2만 7000여명, 이혼 14만 2000여명인데 비해 베이비부머 여성의 사별인구는 15만 8000여명, 이혼인구는 27만 4000여명이나 됐다. 전체 연령대에 비해 사별은 5.7배, 이혼은 2배가량 더 높은 수치다. 김미혜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는 베이비부머 관련 정책이 남성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가장 빈곤한 계층이 바로 혼자 사는 노인 여성인데, 베이비부머 여성 문제를 방치한다면 결국 지금의 빈곤 문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아이티 대지진 참사 1년] 아이티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아이티 대지진 참사 1년] 아이티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똑같은 비극이 되풀이되는 땅.’ 12일로 대지진 참사 1년을 맞는 아이티는 아직도 재앙의 땅으로 머물러 있다. 그동안 21억달러의 구호금이 전달됐고, 1만 2000개의 구호단체에서 앞다퉈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이 구슬땀을 흘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티의 고통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끝 없는 빈곤, 폭동, 약탈, 콜레라, 여기에 무정부 상태나 다름 없는 정국 혼란…. 희망이 싹을 틔울 때도 됐건만 아이티에서는 여전히 신음과 절규가 끊이질 않는다. 여전히 150만명이 노숙자로 떠돌고 있고 35만채의 집이 산산조각난 채 방치돼 있다. 생존자의 87%는 매일 수십건의 강간과 약탈이 일어나는 위험천만한 난민촌에서 하루살이를 하고 있다. ●아이티 정부 컨트롤타워 부재 1년 전 지진이 23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면, 최근에는 콜레라가 주민들을 덮치고 있다. 현재 확인된 콜레라 감염자는 17만명, 사망자는 3600여명이다. 하지만 권기정 굿네이버스 아이티 지부장은 “실제 숨진 사람은 정부가 발표한 것보다 2~3배 많을 것”이라면서 “콜레라는 증상이 심할 때는 15분마다 한번씩 링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질병인데 의료진이 적어 제때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유엔총회 보고에서 아이티의 콜레라 감염환자가 앞으로 6개월간 65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살 집도 턱없이 부족하다. 인디펜던트는 난민촌에서 변변한 집으로 옮긴 사람은 3만명도 채 안 된다고 보도했다. 아이티를 뒤덮은 2000만㎡의 잔해 가운데 치워진 분량은 5%도 채 안 된다. 인도네시아가 2004년 쓰나미로 파괴된 13만 9000가구를 재건하는 데 5년이 걸렸고, 일본 고베시에서도 1995년 지진 이후 수 년 뒤까지 소유권 문제로 여전히 시민들이 임시 거처를 떠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아이티의 재건은 아직도 요원하다. 가장 큰 비극은 ‘정부의 실종’ ‘정치의 파탄’이다. 컨트롤타워가 없는 정국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다. 지난해 11월 부정선거 논란 끝에 가까스로 오는 16일 실시하기로 합의했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는 또다시 2월 말로 연기됐다. 정부의 무능과 우유부단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국제구호단체인 ‘액션에이드(Action Aid)’의 제인 모요는 “지진 이전에도 기본적인 사회복지의 80%를 비정부기구가 공급했는데 지금은 아예 전무하다.”면서 “아이티 정부는 이제 다 포기하고 국제사회가 자신의 일을 대신 해주길 바란다. 이것이 사회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호금 42%밖에 배분 안돼 정부가 무너지면서 구호금 전달도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그나마 구호금의 일부라도 만져보는 난민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아이티 유엔 특사에 따르면 구호금 21억달러 가운데 쓰인 돈은 42%에 불과하다. 무너진 땅 위에서 아이티 사람들이 이제 기댈 곳은 신뿐이다. AFP는 10일 지진 1주년을 앞둔 아이티 전역이 종파를 막론하고 기도 열풍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정서린·유대근기자 rin@seoul.co.kr
  • 보령 ‘청산가리 살인사건’ 진실은?

    보령 ‘청산가리 살인사건’ 진실은?

    충남 보령의 이른바 ‘청산가리 살인 사건’의 진범은 과연 누굴까. 대법원은 자신의 아내와 이웃 주민 등 3명에게 청산가리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의문스럽거나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파기해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모(73)씨는 1966년 정모(사망 당시 71세)씨와 결혼해 1남 2녀를 낳았지만, 다른 여성과 동거하면서 정씨와는 40여년간 별거해 왔다. 아내 정씨는 시장에서 일을 하며 세 자녀를 키웠고, 모두 결혼까지 시켰다. 이씨와 정씨가 다시 만난 것은 2008년. 정씨가 교통사고를 당하자 이씨는 “아내를 간호하겠다.”며 충남 보령의 정씨 집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씨가 다방을 운영하는 여성과 내연 관계에 빠지자 두 사람 사이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 같은 마을 주민으로부터 이씨의 행실을 전해 들은 정씨는 이혼을 결심했다. 이씨는 이혼당하면 집에서 내쫓길 판이었다. 사건이 터진 것은 이듬해였다. 2009년 4월, 정씨는 자신의 집에서 물을 마신 직후 숨지고 말았다. 사인은 청산가리 중독이었다. 이어 다음 날 이씨의 내연 행각을 정씨에게 알려줬던 주민 2명도 청산가리 중독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은 ‘충남 보령 청산가리 살인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졌고, 경찰은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해 구속했다. 법정에서 이씨는 범행을 부인했다. 이씨에게 청산가리를 구해줬다는 사람들이 나타났지만, 이씨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수사기관과 제보자에 대한 현상금을 노린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이씨에 대한 3차례의 공판을 진행한 끝에 ▲이씨가 아내 등을 살해할 충분한 동기가 있으며 ▲아내 시신을 목격했을 당시의 행동이 의심스럽고 ▲청산가리를 건넸다고 진술한 사람들이 이씨와 특별한 원한관계가 없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씨를 유죄로 인정하고, 오히려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최근 이 같은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살인죄 등과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도 직접 증거가 아닌 간접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지만, 이 경우 합리적인 의심이 없어야 한다.”면서 “원심 판단에는 몇 가지 의문스럽거나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가 청산가리를 입수한 경위가 명확하지 않고, 설사 이씨가 청산가리를 구했더라도 짧게는 16년, 길게는 20~30년 방치돼 있었던 것이어서 독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파기한 이 사건은 현재 대전고법 형사2부에 배당돼 다시 심리가 진행 중이며, 오는 18일 두 번째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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