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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촉법소년 13세로 하향, 교화 노력 몇 배 더 치열해져야

    [사설] 촉법소년 13세로 하향, 교화 노력 몇 배 더 치열해져야

    정부가 강력·중대·반복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에 한해 형사책임 연령을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해 촉법소년 검거 인원이 2020년 대비 120%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 살 하향으로는 부족하지 않은가”라며 추가 논의도 시사했다. 그러나 처벌 연령을 몇 살 낮춘다고 교화와 피해 회복이 저절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소년원은 과밀 수용에 시달리고 관리인력도 부족하다. 보호처분을 거친 소년이 범죄 환경으로 돌아가는 현실을 방치한다면 이번 조치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피해자 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촉법 여부에 관계없이 미성년 범죄는 소년부 판사에게 일임되며 비공개로 진행되므로 피해자의 진술권 보장에 제약이 있었고 피해 배상·치료 지원 체계도 미비했다. 가해자 처벌 연령을 낮추는 것과 별개로 피해자의 고통을 가볍게 취급하지 않도록 이참에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촉법연령 하향 조치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권고에 역행하는 만큼 부작용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 학계와 전문가 사이에서는 연령 유지 의견이 우세했고, 시민참여단도 숙의과정 이후 연령 하향에 신중한 의견이 되레 늘었다. 실제 법원 처리 결과를 보면 심리불개시·불처분(48.8%)이 보호처분(47.4%)보다 많고 보호처분 대상도 절도와 폭행이 대부분이다. 촉법소년 범죄가 양적으로는 늘었지만 질적으로 흉포해졌다고는 단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연령 하향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는 기대를 경계해야 하는 까닭이다. 관건은 강력·중대·반복이라는 적용 요건을 얼마나 명확하게 설계하는지 여부다. 기준이 모호하면 현장에서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크고, 경미한 범죄까지 형사절차에 유입돼 낙인 효과만 키울 수 있다. 촉법소년 처벌 범위를 넓히는 궁극적 목표가 처벌일 수는 없다. 청소년 교화와 재사회화, 피해자의 온전한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강력범죄 촉법소년 두 살 낮추자”… 李대통령, 한 살 축소안 제동

    “강력범죄 촉법소년 두 살 낮추자”… 李대통령, 한 살 축소안 제동

    “촉법소년 나이를 한 살 낮추는 건 미약하지 않나. 낮춘다면 최대 두 살.”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국무회의에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친 ‘촉법소년 나이 조건부 1세 하향’ 결과를 놓고 “토론을 더 해보자”라며 이렇게 밝혔다. 강력범죄에 대해서만 촉법소년 나이를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는 것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이다. 이 대통령은 “촉법소년 나이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특정 범죄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한 살 낮추는 건 너무 미약하지 않나. 전 세계적으로 12세인 나라도 꽤 많지 않나”라며 “모든 범죄에 대해 일률적으로 낮출지 중대 범죄에만 낮출지, 1년을 낮출지 2년을 낮출지 이 범위 내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해 보자. 여론조사를 해 보든지. 매우 중요하고 예민한 현안이라서”라고 말했다. 이어 “강력·중대·반복 범죄를 어떻게 정의하고 적용할 것이냐”라고 물으며 공론화 결과에 대한 사실상 재검토를 지시했다. 앞서 성평등가족부는 촉법소년 나이 기준에 관해 공론화를 진행한 끝에 ‘만 13세로 조건부 하향’이란 결론을 내렸고, 그 결과를 이날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시민참여단 2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건부 하향’ 46.7%, ‘일괄 하향’ 30.2%로 집계됐다. 온라인 공청회에서는 ‘일괄 하향’ 의견이 60~70%대로 높았고, 전문가로 구성된 사회적 대화협의체는 ‘현행 유지’ 의견을 내놨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일반 범죄는 1세, 중대 범죄는 2세를 낮추자는 등 다양한 조합의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면서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추가 의견 수렴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과 관련해 “우리나라에선 허용이 안 돼 여성들이 해외에서 직구(직접구매)해 복용하는 모양”이라면서 “정부에 조금 어려움이 있더라도 적정하게 투약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임신중지 약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약물이 필요한 여성은 구매·투약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해외는 다 허용하고 있다”면서 “법 밖에 이들을 방치하면 정부는 책임을 모면하겠지만 국민은 위험에 빠진다”고 비판했다. 이어 “실용적으로 접근하자. 낙태 허용 기간을 딱 정하고 그 안에서만 의사가 처방하게 하면 다 해결된다”면서 “어정쩡한 봉합이라도 방치보다 낫다면 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임신중지 약물 허용에 대해 “직을 걸겠다는 각오로 임기 내에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 [사설] 촉법소년 13세로 하향, 교화 노력 몇 배 더 치열해져야

    [사설] 촉법소년 13세로 하향, 교화 노력 몇 배 더 치열해져야

    정부가 강력·중대·반복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에 한해 형사책임 연령을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해 촉법소년 검거 인원이 2020년 대비 120% 증가한 데다 폭력·성범죄가 급증하는 현실에서 제도 개선은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처벌 연령을 한 살 낮춘다고 교화와 피해 회복이 저절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소년원은 과밀 수용에 시달리고 관리인력도 부족하다. 보호처분을 거친 소년이 범죄 환경으로 돌아가는 현실을 방치한다면 이번 조치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피해자 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촉법 여부에 관계없이 미성년 범죄는 소년부 판사에게 일임되며 비공개로 진행되므로 피해자의 진술권 보장에 제약이 있었고 피해 배상·치료 지원 체계도 미비했다. 가해자 처벌 연령을 낮추는 것과 별개로 피해자의 고통을 가볍게 취급하지 않도록 이참에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촉법연령 하향 조치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권고에 역행하는 만큼 부작용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 학계와 전문가 사이에서는 연령 유지 의견이 우세했고, 시민참여단도 숙의과정 이후 연령 하향에 신중한 의견이 되레 늘었다. 실제 법원 처리 결과를 보면 심리불개시·불처분(48.8%)이 보호처분(47.4%)보다 많고 보호처분 대상도 절도와 폭행이 대부분이다. 촉법소년 범죄가 양적으로는 늘었지만 질적으로 흉포해졌다고는 단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연령 하향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는 기대를 경계해야 하는 까닭이다. 관건은 강력·중대·반복이라는 적용 요건을 얼마나 명확하게 설계하는지 여부다. 기준이 모호하면 현장에서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크고, 경미한 범죄까지 형사절차에 유입돼 낙인 효과만 키울 수 있다. 촉법소년 처벌 범위를 넓히는 궁극적 목표가 처벌일 수는 없다. 청소년 교화와 재사회화, 피해자의 온전한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성북…아동 눈높이 맞춰 도시계획 세운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성북…아동 눈높이 맞춰 도시계획 세운다

    서울 성북구가 아동이 행복하고 살기 좋은 도시 조성을 위해 추진한 ‘아동 참여 간담회’를 마무리하고 현장에서 모은 이들의 의견을 이후 도시계획 수립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14일 밝혔다. 간담회는 아동의 관점에서 학교 주변 물리적 환경과 생활 여건에 대한 의견을 모아 ‘아동 친화 성북’을 구현하기 위해 마련됐다. 구는 지난달 유니세프한국위원회로부터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상위단계 재인증’을 얻어 한국 최초로 4차 인증을 받은 지자체가 됐다. 아동친화도시란 아동의 권리를 지역사회에서 실현할 수 있는 행정과 생활환경을 갖춘 도시를 뜻한다. 구는 주요 아동·청소년 참여기구 소속 아동 39명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와 숭덕초·돈암초·석관초 6학년 학생들을 찾아가는 간담회를 함께 운영했다. 설문조사와 스티커 투표를 진행해 아동들이 바라는 도시의 모습이 구체적 수치로 확인됐다는 의미가 있다. 간담회 결과 아동들이 생각하는 ‘좋은 도시’는 단순 시설이 많은 도시보다 ▲안전과 보호받는 환경 ▲관계·존중·참여 ▲배움과 성장의 환경이 보장되는 도시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범죄와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가장 중요하게 인식했다. 차별 없이 모든 의견이 존중받는 분위기와 꿈을 지원하는 교육 환경 역시 핵심 요소로 꼽았다. 구에 가장 필요한 요소로는 ‘이동과 접근성’, ‘배움과 성장의 환경’이 최우선 과제로 나타났다. 현장 스티커 투표에서는 ▲체험학습·체육대회 등 다양한 경험 제공 ▲눈·비 오는 날 등하굣길 안전 확보 ▲전동킥보드·자전거 방치로 인한 보행 위험 해소 ▲청소년 공간 및 놀이공간 확충 요구 등이 높은 관심을 받았다. ‘찾아가는 아동 참여 간담회’에서는 다수의 학교별 맞춤형 현장 의견도 제시됐다. 공통으로 보행 안전 개선 필요성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구는 ▲안전한 통학환경 조성 ▲보행환경 개선 ▲놀이 및 휴식공간 확충 ▲아동 이용시설 접근성 향상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 등 주요 의견을 검토해 향후 아동 맞춤형 도시계획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한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아이들이 현장에서 전해준 등하굣길 위험 요소나 공간에 대한 의견은 어른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소중한 정책적 힌트”라며 “도시의 주인이자 미래인 아동들의 의견이 존중받고 실제 도시 공간에 실현될 수 있도록 아동이 체감하는 ‘살기 좋은 성북’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7개월 아기가 3㎏…PC방 가느라 아들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부부

    7개월 아기가 3㎏…PC방 가느라 아들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부부

    PC방에서 게임을 하느라 생후 7개월 된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부부가 검찰에 넘겨졌다. 대전경찰청은 20대 부부 A씨와 B씨를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법률혼 관계인 이들 부부는 대전의 자택에서 생후 7개월 된 아들을 방치해 영양실조 등으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 부부의 학대 혐의는 지난 5일 “숨진 상태로 이송된 영아가 있다”는 한 병원 측 신고로 드러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영양실조와 탈수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부검 소견이 나왔다. 숨졌을 당시 이 아기의 몸무게는 신생아 수준인 3㎏대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청 표준 성장 도표에 따르면 생후 7개월 남아 표준 체중은 8㎏대다. 3㎏은 생후 0개월, 즉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신생아 수준인 것으로 나와 있다. 이들 부부는 뚜렷한 직업 없이 PC방에 드나들며 게임에 몰두하느라 어린 아들을 장시간 홀로 방치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에게 지적장애나 정신질환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숨진 아기 외 다른 자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부모가 영아의 생존에 필수적인 돌봄을 장기간 방기한 점에 비춰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작위 범행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아동학대치사가 아닌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 부부는 “아기에게 소홀한 점이 있었다”면서 방임 사실은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살해 고의성은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국민의힘, ‘보완수사권 유지법’ 발의 당론 채택…“李 대통령만 편해지는 법”

    국민의힘, ‘보완수사권 유지법’ 발의 당론 채택…“李 대통령만 편해지는 법”

    국민의힘이 13일 ‘보완수사권 유지법(형사소송법 196·255조 등 개정안)’ 등 발의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독으로 형소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등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강행하려 하자, 정면 대결을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보완수사권 폐지로 편해지는 사람은 결국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밖에 없다”며 연일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보완수사권 유지 ▲전건 송치제 등 경찰 단독 사건 종결에 대한 보완 마련 ▲공소 취소 권한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처법 시행을 1년 연기하는 법안도 당론으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 강탈하고 나서 가장 먼저 처리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민생이 직결된 사안”이라며 “국민들은 ‘광주 여고생 살인범’인 장윤기보다 더 힘 있는 ‘빽’ 가진 범죄자들은 경찰 수사망을 더 자유롭게 피해갈 것이라고 걱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민주당은 강성 지지자 스트레스 해소가 더 중요하다. 이건 나쁜 정치”라며 “민주당은 시대적 사명이자 역사적 명령인 검찰개혁 마침표를 단호히 찍겠다고 하는데, 그 말을 ‘장윤기 사건’과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앞에서 할 수 있나. 강력히 규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곽규택 의원은 이날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당론 발의로 논의한 형소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검사의 보완수사 권한을 그대로 유지하고, 경찰에서 단독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기소든 불기소 의견이든 모든 사안을 검찰에 송치하는 전건 송치제 포함해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개정안에는 작년 당론 발의한 검사의 공소 취소 권한 폐지를 없애는 것도 포함한다”며 “중대 사건은 초기부터 검사와 사법경찰관 합의하에 수사하고, 보완수사 불이행 시 실효성 있는 징계를 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중수청과 공소청법 시행 시기를 현재 예정된 올해 10월2일에서 1년 늦춘 다음해 10월2일로 하는 방안도 당론 발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의총에 앞서 4선 이상 중진 의원들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 원내대표와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21대 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4선의 김도읍 의원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보완수사권 폐지법은 ‘범죄자 보호법’이고 ‘범죄 피해자 방치법’이기 때문에, 상임위원장을 누가 가지느냐도 중요하지만 이걸 막아내는 게 국민을 위해 국회가 할 일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종일 보완수사권 폐지를 강행하는 민주당을 비판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쥐고 있던 절대 권력을 그것 못지않은 큰 권력 가지고 있던 경찰에게 몰아주면 결국 ‘경찰 괴물’이 탄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장윤기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피의자의 아버지가 제 식구라는 이유로 증거 없애고 사건을 축소하는 추악한 ‘내 식구 카르텔’이 있었다”며 “(보완수사권 폐지되면) 경찰은 권력의 하수인이 돼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나 몰라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보완수사권 폐지의) 궁극적 목적은 오직 ‘아버지’ 이 대통령 면죄부”라며 “말 잘 듣는 정치경찰을 앞세워 이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뒤집는 공작 수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상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검사가 피의자를 한 번도 직접 조사하지 못하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이렇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8월 전당대회에서 강성 당원들의 표 때문”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당권이 우선인 정당은 국민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 제주 해양보호구역의 경고… 92%가 폐어구에 ‘신음’

    제주 해양보호구역의 경고… 92%가 폐어구에 ‘신음’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제주도내 해양보호구역 16개소 폐어구 오염 실태 전수조사 결과 발표제주 바다를 지키기 위해 지정된 해양보호구역이 정작 폐어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구역 10곳 가운데 9곳 이상에서 버려진 어구가 발견됐고, 남방큰돌고래를 비롯한 법정보호종까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호구역 지정 확대에 앞서 실질적인 관리 체계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지난 9일 시민과학 프로젝트 ‘폐어구 탐사대’가 수행한 ‘제주 해양보호구역 폐어구 조사보고서’를 공개했다고 13일 밝혔다. 시민과학자 6명으로 구성된 탐사대는 2025년 4월부터 약 10개월간 제주 해양보호구역 16곳, 50개 지점을 대상으로 육상과 수중 폐어구 실태를 조사했다. 국내에서 해양보호구역을 대상으로 폐어구 오염을 체계적으로 조사한 첫 사례다. 조사 결과 전체 조사 지점의 92%인 46곳에서 폐어구가 확인됐다. 수거·기록된 폐어구는 37종 1661개에 달했고, 폐어구에 얽혀 죽거나 다친 해양생물은 23종 183개체로 집계됐다. 피해를 입은 생물에는 남방큰돌고래와 밤수지맨드라미, 해송 등 해양보호생물 6종도 포함됐다. 실제 지난해 8월 낚싯줄에 걸려 폐사한 새끼 남방큰돌고래가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수욕장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번 결과는 해양생물 보호를 위해 지정된 보호구역에서도 폐어구가 상시적으로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해역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목표를 세웠고, 제주 역시 관할 해역의 11.6%를 보호구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보호구역 확대만으로는 생태계 보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사에서는 육상과 바닷속 쓰레기 양상이 뚜렷하게 달랐다. 연안에서는 플라스틱 부표가 가장 많이 발견된 반면 수중에서는 낚싯줄이 전체 침적 쓰레기의 23.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확인된 생태계 피해의 99%가 낚싯줄에 얽힌 산호와 해조류였다. 실제로 조사 기간 신도리 해양생물보호구역에서는 남방큰돌고래 한 마리가 낚싯줄에 걸려 폐사했고, 대물낚시 채비가 몸에 얽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귀포 범섬·문섬·섶섬은 레저낚시 흔적이 가장 심했다. 낚싯줄과 봉돌, 바늘은 물론 의자와 음식물 포장지 등 생활쓰레기까지 다수 발견됐다. 국내 최대 연산호 군락지이지만 낚시 목적 입도가 허용되면서 훼손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산일출봉 주변에서는 연승어업에서 사용한 밧줄과 낚싯줄이 복잡한 암반 지형에 걸려 천연기념물 긴가지해송과 멸종위기 산호류를 훼손한 사례가 확인됐다. 신도리 해역에서는 레저낚시뿐 아니라 육상 양식장에서 나온 폐파이프 등 폐자재도 다수 발견됐다. 추자도와 관탈도 해역에서는 방치된 가두리 양식장 시설과 대형 어선에서 유실된 폐어망이 주요 오염원으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현행 제도의 허점도 지적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부터 어구실명제와 유실어구 신고제 등을 도입했지만 대부분 근해어선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반면 제주에서 가장 많은 연안복합어선은 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다. 2023년 기준 제주 연근해 어선 1931척 가운데 연안복합어선은 1394척으로 72.1%를 차지한다. 이들 선박은 연승과 통발, 선상낚시 등 다양한 어법을 사용하지만 유실 어구를 신고하거나 관리기록을 작성할 의무가 없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유발한 레저낚시를 관리하는 별도 지침이나 제도가 마련된 보호구역은 16곳 가운데 한 곳도 없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수중 폐어구는 발생 원인을 비교적 명확하게 추적할 수 있는 만큼 사후 수거보다 발생 단계에서부터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해양보호구역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해역 특성에 맞는 어업 관리와 이용자 교육, 폐어구 저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 PC방 전전 생후 7개월 아들 숨지게 한 20대 부부 구속

    PC방 전전 생후 7개월 아들 숨지게 한 20대 부부 구속

    게임에 빠져 PC방을 드나들다 생후 7개월 된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부부가 경찰에 구속됐다. 대전경찰청은 10일 아동학대 살해 혐의로 20대 부부 A씨와 B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법률혼 관계인 이들은 대전의 자택에서 생후 7개월 된 아들을 방치해 영양실조와 탈수 등으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일 한 병원에서 “숨진 상태로 이송된 영아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영아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영양실조와 탈수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1차 소견을 내놨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직업 없이 지내면서 PC방에 출입하는 등 게임에 몰두하느라 영아를 장시간 홀로 방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부모가 영아의 생존에 필수적인 돌봄을 장기간 제공하지 않은 점에 비춰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작위 범행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아동학대 치사가 아닌 아동학대 살해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 부부는 아기에게 소홀한 방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해 고의성은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폭염 위기경보 ‘경계’ 단계 격상…“주말 낮 최고 37도 폭염 확대”

    폭염 위기경보 ‘경계’ 단계 격상…“주말 낮 최고 37도 폭염 확대”

    당분간 무더위 지속… 열대야 기승 습도 높은 야외서 온열질환 급증 유의 무더위쉼터·폭염 저감시설 운영 연장 기상청, 주말 체감온도 35도 안팎 상승 정부가 10일 오후 3시부로 폭염 재난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했다. 정부는 당분간 폭염으로 인한 무더위와 열대야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온열질환 발생에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폭염이 전국으로 확대됨에 따라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해 김용균 자연재난실장 주재로 ‘폭염 대응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오후 3시부로 폭염 재난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 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오후 4시 경북 경산시·포항시·경주시중북부와 경남 양산시, 대구 중부와 달성군남부에 올여름 첫 폭염경보가 발령되는 등 전체 235개 육상 특보 구역의 절반을 넘는 126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폭염특보 발령지는 점차 더 늘어날 전망이다. 행안부는 “주말부터 전국적으로 폭염과 열대야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호우 이후 습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야외활동을 할 경우 온열질환 발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만큼 고령층·농업인·야외노동자 등을 위한 예찰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방치 시에는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열사병과 열탈진이 대표적이다. 노인과 심뇌혈관질환, 당뇨병, 신장질환 등 만성질환자들에게 더욱 위험하다. 행안부 등에 따르면 2011~2025년 온열질환으로 총 267명이 숨졌고 이중 60세 이상이 174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온열질환을 막으려면 샤워를 자주 하고, 헐렁하고 밝은색의 가벼운 옷을 입는 게 좋다.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술이나 카페인 음료는 체온 상승, 이뇨 작용으로 탈수를 유발하기 때문에 자제하는 게 좋다. 이에 따라 이·통장, 지역자율방재단, 생활지원사 등 지역 안전망을 총동원해 취약계층의 안부를 수시로 확인하도록 했다. 또 야외 작업장 및 논·밭 순찰을 한층 강화하고 농축산물 피해 예방 대책도 면밀히 추진하기로 했다. 무더위가 식지 않는 열대야 현상에 대비해 언제든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무더위쉼터와 폭염 저감시설의 연장 운영도 강조했다. 김 실장은 “폭염에 취약한 취약계층 보호와 현장 중심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국민들에게 폭염 행동요령을 적극 홍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상청은 이날 주말에는 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오르고,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한낮 체감온도는 35도 안팎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이중으로 우리나라를 덮고 있는 상황이 유지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고온다습한 공기가 지속해서 들어오면서 해가 진다고 더위가 가시지 않고 밤낮 없이 더울 것이라고 예보했다. 토요일인 11일 영남과 일요일인 12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는 체감온도가 35도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온에 습도를 반영해 산출하는 체감온도는 습도가 55%일 때 기온과 일치하며 습도가 10% 오르면 1도가량 상승한다.
  • ‘살림남’ 박서진, 아버지 ‘이 질환’ 진단 충격…“방치시 치매 위험 5배”

    ‘살림남’ 박서진, 아버지 ‘이 질환’ 진단 충격…“방치시 치매 위험 5배”

    가수 박서진이 아버지의 건강 이상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오는 11일 방영 예정인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이하 ‘살림남’)에서는 박서진이 아버지의 청력 문제로 병원 동행에 나서는 과정이 담길 예정이다. 이날 박서진은 고향인 삼천포 자택을 찾아 아버지를 만난다. 그는 집을 방문해 초인종을 반복해서 누르고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음에도 아버지로부터 아무런 응답이 없자 불안감을 느낀다. 과거 아버지가 홀로 지내다 위급한 상황에 처했던 기억이 떠오른 그는 급히 집 안으로 들어섰고, 다행히 무사한 아버지를 대면할 수 있었다.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박서진은 아버지의 청력에 이상이 있음을 감지한다. 평소 일상 대화에서 잦았던 엇갈린 소통이 단순한 부주의가 아니라 청력 저하에 기인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그는 가족들과 함께 아버지를 병원으로 모시고 검진을 진행했다. 병원을 찾은 아버지는 “집에 가자. 차 돌려라!”라며 진료를 강하게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청기 착용 권유에 대해서도 “아직 젊다”며 완강히 고집을 피웠다. 전문의로부터 ‘난청’을 방치할 경우 치매 발병 위험이 최대 5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의학적 설명을 듣게 된 가족들은 큰 충격에 휩싸인다. 난청이 단순한 노화 현상을 넘어 뇌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아버지는 그동안 가족들에게 숨겨왔던 귀 건강 상태를 고백하며 최근 평생 함께한 배를 정리하기로 결정한 진짜 이유까지 밝혀 현장을 숙연하게 만든다. 검진을 마친 뒤 박서진은 아버지와 함께 추억이 깃든 바닷가를 찾았다. 그는 아버지에게 “귀가 나빠진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위로한다. 두 사람은 함께 노래를 부르며 뭉클한 여운을 전한다. ‘살림남’은 11일 오후 9시 20분 방송된다.
  • 박용갑 “LH 노후 임대주택에 에어컨 조기 설치”

    박용갑 “LH 노후 임대주택에 에어컨 조기 설치”

    기후변화로 폭염의 강도가 강해져 취약계층의 여름나기가 힘겨워진 가운데 영구임대주택 거주자에 대한 에어컨 지원에 속도가 붙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은 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노후 영구임대주택에 거주하는 12만 7942가구에 대한 에어컨 설치 계획을 계획보다 1년 앞당겨 2027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LH가 공급하는 신축 영구임대주택에는 에어컨이 의무적으로 설치되나 노후 임대주택은 에어컨 설치율이 56.6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LH가 2024년 8월 수립한 노후 임대주택 에어컨 설치 계획에는 2028년까지 7만 7242가구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국무총리가 대전역 쪽방촌을 방문한 후 구성된 ‘공공임대 공실 개선 미니정책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해 노후 임대주택 에어컨 조기 설치를 추진 과제에 반영했다. LH는 2025년 3만 7548대, 2026년 1만 4094대, 2027년 1만 5421대 늘려 2027년까지 12만 7942가구에 에어컨 설치를 완료하기로 했다. 애초 사업 완료 시점을 1년 단축하고 공급 물량을 65.6%(5만 700가구) 늘린 것이다. 박 의원은 “노후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이 냉방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도록 에어컨 설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온열질환 등 피해를 보지 않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 [지방시대] BTS 부산 공연이 남긴 숙제

    [지방시대] BTS 부산 공연이 남긴 숙제

    지난 6월 12일과 13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은 보랏빛 함성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방탄소년단(BTS)의 데뷔 13주년을 기념한 이번 공연을 11만명이 직접 관람했고, 공연장 주변은 티켓 없이도 분위기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 부산의 메가 이벤트 개최 역량을 입증하는 기회였다. 부산시와 자치구군은 이번 공연을 관광객 확대의 기회로 삼으려고 도시 전역 축제화 프로젝트를 벌였다. 아미와 시민이 함께 즐기는 음악 행사로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린 러브송라운지에 10만여명이 방문했고, 부산항 제1부두에서 열린 미식 축제 ‘포트빌리지 부산’과 광안리해수욕장 드론라이팅쇼에는 각 5만여명이 다녀갔다. 몰려든 인파는 지역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주요 명소에 글로벌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부산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됐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렸지만 별다른 사고 없이 행사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런 성과 이면에 그림자도 짙었다. 일부 숙박업소의 도를 넘은 ‘바가지요금’과 일방적인 예약 취소 사태다. 평소 십여만원인 하루 숙박비가 백만원이 넘는 수준으로 치솟았고 폭리를 취하려 기존 예약을 일방 취소하고 재판매하는 숙소도 있다는 소식이 연일 전해졌다. 그 탓에 소셜미디어(SNS)에 ‘부산에서는 물 한 병도 사지 않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등 부산이 다년간 공들여 쌓아 온 관광도시로서의 신뢰와 도시 브랜드가 단숨에 깎이는 뼈아픈 결과를 낳았다. 부산시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숙박 요금 안정화를 위해 추진한 ‘공정 숙박 챌린지’에 지역 종교계, 대학, 민간이 참여해 1800여명의 외국인에게 무료 또는 저렴한 요금으로 숙소를 제공했다. 시민들도 홈스테이에 기꺼이 참여해 방을 내줬다. 하지만 이는 땜질 처방이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BTS 공연 같은 수년에 한 번 찾아오는 행사가 아니라도 매년 가을 부산불꽃축제가 열릴 때면 바가지요금 문제가 불거지는 등 숙소 바가지 논란은 매번 반복됐다. 이럴 때마다 기관과 기업, 시민에게 숙소를 내어 달라고 부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바가지 논란이 반복되는 핵심 원인은 일부 업주의 비양심을 통제할 제도적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수요가 폭발할 때 가격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제 논리라지만 갑자기 요금을 수십 배 올리는 것은 시장 교란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단속에 나서 봐야 미등록 업소거나 미리 게시한 요금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아니라면 제재 권한이 없다. 이런 제도 공백은 바가지를 방치하고, 양심적인 업주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늦었지만 다행히 정부가 ‘바가지 안심가격제도’ 도입 등 근절 대책 추진에 나섰다. 숙박업소가 시기별 요금을 신고·게시하고 신고한 요금을 초과해 받으면 영업정지 등 제재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여전히 업소가 요금을 미리 부풀려 게시하면 면죄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바가지 업소가 추후 짧은 영업정지를 받아도 이미 떠난 관광객에 대한 구제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행사가 있거나 성수기가 되면 바가지 논란은 전국 어디에서든 일어난다. 관광 강국이 되려면 찾아온 이들을 합리적으로 맞이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번 BTS 부산 공연은 당장 뜯어고쳐야 할 낡은 제도의 민낯을 확인시켜 줬다. 이 숙제를 외면한다면 다음 축제에서도 똑같은 부끄러움을 마주해야 한다. 정철욱 전국부 기자
  • 쓸모를 증명해야 하는 삶… 우리에게 여백은 있는가

    쓸모를 증명해야 하는 삶… 우리에게 여백은 있는가

    제목은 직장인 공감 에세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 읽어보니 근미래의 게임회사를 배경으로 한 ‘직장인 스릴러’로 다가온다. 기술이 발전하면 일하는 삶도 나아질까 싶지만 조직의 진화 방향은 늘 그랬듯 성과를 더 집요하게 따지고 그 수치로 환산한다. 쓸모를 증명해야 하는 직장인의 고충은 한결같다. 물리학을 전공한 박선영 작가는 수 광년의 시공간을 사이에 둔 소녀와 외계 존재의 우정을 그린 단편 ‘개인의 우주’(2024년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우수상), 데카르트의 꿈에 웜홀을 포갠 웹진 연재작 ‘멜론, 웜홀 그리고 철학자’를 통해 과학적 상상력을 보여줬다. 그 감각이 이번엔 노동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고민과 만났다. 소설 속 배경이 된 게임회사 텔루즈게임즈는 일하는 직원들은 머리에 ‘BCI’ 시스템을 씌운다. 뇌파를 실시간 분석해 집중도, 피로도, 업무 시간 초과 여부 등을 데이터로 환산한다. 처음에는 뇌파만 진단했지만 인간에게 필요한 자극을 주도록 기술력이 높아졌다. 2년 차 사원 진하는 처우 좋은 게임회사에서 ‘집중력 97퍼센트: 초록색’을 좇으며 하루를 빈틈없이 쪼개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팀이 해체되고 진하는 40여년 전 출시돼 사실상 방치된 가상 세계 게임 ‘황금의 나라’ 팀으로 밀려났다. BCI 기록조차 쓰지 않는 이 팀에서 팀장 태경과 대리 규영은 컬러링북을 칠하고 비눗방울을 불며 ‘느낌 가는 대로’ 일한다. 생산성 없이 존재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지박령’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진하는 “순간, 뒷골이 서늘해지며 등줄기가 쭈뼛”(71쪽) 서는 느낌을 받으며 생존의 길을 찾는다. ‘황금의 나라’를 다시 걷고 손익을 따지지 않는 시간을 보내며 진하는 문득 깨달았다. 열두 살에는 마을 상점을 구경하기만 해도 웃음이 터졌는데 언제부턴가 비교, 불안, 조급함 같은 불순물이 삶에 끼어들었다. 사람을 저울질하고 관계를 계산하던 자신도 되돌아본다. “아무것도 안 하고 월급 받으면 좋겠다”는 말 자체도 일이 있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부러움이지, 성과조차 낼 기회가 없는 사람에게는 사치나 다름없는 말이다. 조직 바깥에 놓인 시간이 사람을 어떻게 변하게 하는지, 진하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게 된다. IT업계에서 일했던 작가의 경험이 곳곳에 녹아 있는 ‘직장 리얼리즘’이 선뜩선뜩하다. “애초에 길을 안 정해요. 그러면 잃을 길이 없더라고요.”(238쪽) 앞날이 보이지 않아 불안하지 않으냐는 진하의 물음에 규영이 내놓는 대답은 효율로 환산되지 않는 삶의 일부를 긍정하는 소설의 태도를 압축한다. ‘그러니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다’는 게 아니라 ‘그래서 우리에겐 여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 “중국 어선이 싹쓸이” 아프리카, 中 ‘식량안보’ 위협에 골치…한국도 강경 대응 나서

    “중국 어선이 싹쓸이” 아프리카, 中 ‘식량안보’ 위협에 골치…한국도 강경 대응 나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아프리카도 몸살을 앓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서아프리카 연안 국가인 시에라리온의 어부들이 외국 어선, 특히 중국 트롤(저인망) 어선의 불법 조업에 피해를 보고 있다며 최근 그 실태를 조명했다. 취재진이 찾아간 곳은 수도 프리타운에서 남쪽으로 약 120㎞ 떨어진 셔보 섬으로, 이곳에서는 해안에서 그물을 당겨 도미, 고등어, 가오리 등 생선을 낚는 전통적인 어업 방식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 트롤어선이 서아프리카 현지 어부 그물 잘라버려그러나 주민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며 그 원인으로 한결같이 대형 외국 어선을 지목했다. 한 주민은 “공식적인 조업 금지 구역이 있는데도 연안 해역에 진입하는 외국 트롤 어선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어부 무사 가시모는 “우리가 저녁에 그물을 던지고 해안에 돌아오면 밤사이 트롤 어선들이 와서 (고의로) 그물을 잘라 버린다”고 토로했다. 트롤 어선이란 배에 매단 그물을 바닷속에서 끌면서 물고기를 잡는 대형 어선을 뜻한다. 그물을 끄는 위치에 따라 바다 밑바닥을 훑는 저인망, 수심 중간층을 훑는 중층 트롤, 해수면 가까이에 펼치는 표층 트롤 등으로 나뉜다. 한번에 대량의 어획량을 올릴 수 있어 상업적 어업에 널리 쓰인다. 그렇기에 규모가 작은 연안 어선과 달리 수십~수백톤급의 대형 선박인 경우가 많다. 특히 저인망 방식은 바다 밑바닥을 훑고 지나가기 때문에 산호초나 해저 서식지를 훼손하고, 목표로 하지 않는 어종까지 무차별적으로 잡아 올리기 때문에 혼획의 문제까지 지적된다. 게다가 종종 남획이 이뤄지면서 해당 해역 수산물의 씨를 말린다는 비판도 받는다. 가시모는 수평선 너머 대형 외국 어선을 가리키며 “그물을 새로 장만하는 데 매번 최대 250달러(약 38만원)가 든다”고 말했다. “불법조업 대부분 중국국적”…식량안보 문제로 떠올라 서아프리카는 전 세계 불법 조업의 중심지로 꼽힌다. 2024년 발표된 한 국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무허가 어획량의 약 40%가 이 지역 해역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서아프리카 국가들이 입는 손실이 총 100억 달러(약 15조원)에 이르며, 수백만명의 식량 안보를 위협한다고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보고서 발표 이후 2년 동안에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시에라리온 어민연합회의 토마스 투레이 회장은 회원들의 평균 어획량이 최근 몇 년 사이 약 40%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 책임 소재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불법 조업을 일삼는 외국 어선에 있다고 단호히 말했다. 투레이 회장은 “바다는 우리 것인데 외국 트롤 어선들은 밤에 몰래 7마일 조업 금지 구역을 침범해 해안까지 밀고 들어온다”고 말했다. 프리타운 인근 톰보 항구에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는 수평선에 떠 있는 대형 트롤 어선을 가리켰다. 그 어선들이 단속이 이뤄지는 낮에는 조업 금지 구역 밖에 정박해 있다가 밤만 되면 거의 매일 구역을 침범한다는 것이다. 어부 아부 와이시세(70)는 소형 어선들의 그물이 죄다 잘린 적이 있다고 했으며, 어부 모하메디 카마라(55)는 외국 국적의 대형 트롤 어선이 자신의 배에 부딪혀 배를 파손시켰다고 주장했다. 국제환경단체 환경정의재단(EJF)의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설립자인 스티브 트렌트는 외국 어선의 절대다수가 중국 선박이라고 말했다. 트렌트 CEO는 “과거에는 한국 선박, 대만 선박, 유럽 선박들이 불법 조업을 했는데, 현재 이 지역을 보면 압도적으로 중국 선박들이다”라고 주장했다. 현지 정부와 결탁 의혹…“국제적인 대중국 압박 필요” 지역 어민들은 시에라리온 수산부에 항의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투레이 회장은 관료들의 부패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당국이 지역 어민들을 위해 나서는 것을 두려워한다”면서 “불법 조업을 하는 자들이 관료들에게 뇌물을 주고 매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수산부 관계자는 이러한 유착관계를 강하게 부인했다. 셰쿠 세이 수산부 국장은 “불법 조업 문제가 예전엔 심각했을지 몰라도 현재는 대책이 가동돼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곳에서 조업하는 외국 선박들에 위치 추적 트랜스폰더를 의무적으로 장착케 했고, 정부 소속 감독관들이 이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제재를 피하기 위해 트랜스폰더를 꺼버리는 사례가 해운업계에서 비일비재하다고 취재진이 지적하자 세이 국장은 “시에라리온 해역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만 답했다. 그는 7마일 조업 금지 규정을 위반할 경우 벌금이 부과돼 불법 진입을 강력하게 억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실제로 벌금이 부과된 사례를 묻자 단 한건의 사례도 내놓지 못했다고 BBC는 전했다. 시에라리온 주재 중국 상공회의소는 BBC의 입장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중남미 해역에서의 중국 불법 조업 의혹에 대해 지난달 중국 외교부는 전면 부인한 바 있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책임 있는 어업 국가로서 원양어업 활동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며, 국제법에 따라 관련 국가들과 호혜적인 수산업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렌트 CEO는 중국 정부가 현실을 못 본 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계속하는 것은 결코 신뢰할 수 없다. 중국은 지금까지도 자국 어선단을 통제하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면서 “오히려 보조금 지급과 감독·통제 체계의 부재를 통해 사실상 이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 나은 선박 추적 시스템 구축, 수산물 소비자를 포함해 국제 사회가 중국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네갈도 中트롤어선에 피해…“연 3억 달러 손실” 중국 트롤 어선의 불법 조업에 피해를 입는 곳은 시에라리온뿐만이 아니다. 역시 서아프리카 연안 국가인 세네갈 역시 외국 어선, 특히 중국의 트롤 어선의 불법 조업에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 곳이다.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 사는 어부 이브라히마 마르(55)는 지난 4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어리와 전갱이 같은 작은 원양어종을 비롯한 세네갈의 어류가 우리 해역에서 사라졌다. 이제 희망이 없다”고 착잡해했다. 무허가(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 위험 지수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최대의 원양 어선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의 불법 어업 국가로 지목된다. 전 세계 불법 어업에 관여하는 상위 10개 기업 중 8개가 중국 기업이다.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외국 트롤 어선들은 규격 외 그물 사용, 조명 사용, 심지어 폭발물까지 사용하는 등 각종 규제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무차별적인 저인망 낚시는 치어의 씨를 말려 어족 자원 감소를 초래하고 해양 생태계까지 파괴한다. AFP에 따르면 불법 어업으로 세네갈은 매년 약 3억 달러(약 4570억원)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 해외개발기구(ODI)의 2020년 보고서는 전 세계에 떠도는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선 1만 6966척 중 90%가 중국 어선인 것으로 추산했다. 또 중국과 연관된 원양어선 중 927척은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 선적으로 등록돼 있는데 이 중 518척이 서아프리카 국가에 등록돼 있었다. 이 대통령도 中불법조업 지적…양국 공동대응키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중국의 100t급 어선이 서해 서격렬비열도 인근 어업협정선을 2.4㎞ 침범해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허가 없이 조업하다 해경에 적발돼 나포된 바 있다. 당시 중국 어선은 해경의 정선 명령을 무시한 채 그물까지 잘라내고 도주했다가 항공기와 경비함정을 동원한 추격 끝에 붙잡혔다. 나포된 어선은 저인망 트롤 어선이었으며 당시 배 안에서는 이미 포획한 물고기 30t이 발견됐다. 이후에도 문제가 나아지지 않자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를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연평도 평화전망대를 방문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실태를 보고 받았다. 이 대통령은 NLL 남쪽으로 중국 어선들이 내려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군이) 이렇게 보고 있는데도 넘어와 있다는 건가. 우리도 단속 선박을 상주시키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우리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NLL 선을 넘어와 있다는 것인데 그냥 방치하면 안 될 것 같다. 대낮에 너무 심하지 않나”라고 지적하며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후 우리 해양수산부와 중국 해경국은 한중 어업협정 수역 내 불법 조업 근절을 위한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양측은 최근 고도화·지능화되는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조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은 우리 정부가 제공하는 채증 정보를 바탕으로 중국 항·포구 내 자체 단속을 강화하고 결과를 신속히 회신하기로 했다. 또한 중대 위반 어선 처벌을 위한 규정 개정과 비밀어창 개조 등을 단속할 관련 규정 마련 필요성을 논의했다고 해수부는 설명했다. 관련 내용은 올해 하반기 예정된 제26차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에서 구체화할 방침이다. 오는 10월에는 한·중 잠정조치수역에서 약 10일간 한국 어업지도선과 중국 해경이 공동 순시를 진행하기로 했다.
  • 기초 연구에서 임상까지…의생명 발견 가속할 ‘AI 비서’ 등장

    기초 연구에서 임상까지…의생명 발견 가속할 ‘AI 비서’ 등장

    많은 사람이 실험실과 과학자라고 하면 피펫과 시약이 오가는 장면을 떠올린다. 전형적인 생명과학 실험실 풍경을 바꿀 혁신적 인공지능이 등장했다. 연구자가 지시만 내리면 AI가 스스로 유전자 가위 클로닝 프로토콜을 짜고, 액체 취급 로봇을 구동할 자동화 코드를 작성해 낼 수 있게 한다. 연구자들이 반복적 노동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가설 생성에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과, 스탠퍼드대 의대 병리학과, 암 생물학 연구실, 소아과, 워싱턴대 컴퓨터과학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전기전자컴퓨터과학과, 프린스턴대 전기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 에이전틱 AI 개발사 사일로, 생명공학 기업 제넨텍, 아크 연구소,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 타마린드바이오 공동 연구팀은 다양한 의생명 연구를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범용 의생명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비옴니’(BIomni)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사이언스’ 7월 10일 자에 실렸다. 현대 의생명 연구는 질병 기전, 진단, 치료제 개발을 이끌고 있지만 파편화되고 복잡한 작업 흐름 때문에 새로운 발견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실험, 데이터, 도구는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다룰 연구자 수는 턱없이 부족해 수많은 데이터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이 개발한 비옴니는 의생명과학 분야 25개 하위 분야의 논문 2500여 편을 분석해 ‘행동 공간’을 통합적으로 구축했다. 행동 공간은 AI 에이전트가 의생명과학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는 가용한 모든 연구 도구와 자원의 총체를 뜻한다. 대형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에이전틱 AI인 비옴니는 105개 소프트웨어 패키지, 150개 전문도구, 59개 데이터베이스가 통합돼 있다. 사전에 설정된 템플릿 없이도 검색 증강 계획과 코드 기반 실행을 통해 작업 흐름을 동적으로 구성한다. 성능 평가 결과 비옴니는 전문가 수준의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작업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얻은 수만 개의 이름 모를 세포 데이터에 생물학적 이름표를 붙여주는 단일 세포 RNA 시퀀싱 주석 달기는 의생명과학 연구에서 필수적이지만 노동집약적 과정이기도 하다. 인간 전문가가 약 230분 걸리던 작업을 비옴니는 75분 만에 마쳤다. 희귀질환 진단은 약 3분, 전장유전체 연관분석(GWAS) 원인 유전자 탐지에서는 단 4분 만에 작업을 완료해 인간 전문가와 대등한 정확도를 입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비옴니의 범용성은 웨어러블 센서 데이터를 활용한 코로나19 생리적 지표 및 생체리듬 분석, 다중 오믹스 데이터를 통한 인간 배아 골격계 세포의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 분석, 단백질 열안정성 최적화, 액체 취급 로봇 구동을 위한 자동화 코드 생성까지 광범위한 임무를 자율적으로 완수함으로써 입증했다. 연구를 이끈 유레 레스코베츠 스탠퍼드대 교수는 “비옴니가 복잡하고 노동 집약적인 분석을 자동화함으로써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가설 생성, 학제 간 협력에 노력을 집중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이 인간 과학자와 협력해 기초 연구부터 중개 연구까지 의생명 분야의 발견을 가속하는 연구 환경 변화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임수종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언어지능연구실장은 “이번 연구는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AI 과학자’(AI Scientist) 흐름을 대표하는 사례로 새로운 생명과학 전용 모델을 개발했다기보다, 대규모 언어모델이 문헌 검색, 데이터베이스 활용, 생명정보학 도구 실행, 코드 작성, 실험 프로토콜 생성까지 연구 전 과정을 하나의 워크플로우로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임 실장은 “비옴니는 연구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는 연구 보조 플랫폼일 뿐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나 창의적인 가설 생성 능력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도 “연구팀에서 밝힌 것처럼 전문가 수준이라고 하는 것은 과장이다”라며 “AI 과학자가 좀 더 발전한다면 미래에는 AI는 반복 계산과 도구 조립을 맡고, 인간은 연구 개발의 방향·가치·철학 판단을 맡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윤종영 경기도의원 “방치된 적치물부터 학교 전기안전까지”...연천 현장민원 해결 나서

    윤종영 경기도의원 “방치된 적치물부터 학교 전기안전까지”...연천 현장민원 해결 나서

    경기도의회 윤종영 의원(국민의힘, 연천)이 연천상담소에 접수된 주민 생활 불편 사항과 교육환경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 의원은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 연천군, 경기도교육청 학교안전과 등 유관 기관과 잇따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는 지난 8일 경기도의회 연천상담소에서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 연천군청 환경보호과, 미산면 관계자, 미산면 유촌리 이장 및 지역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산면 장기 적치물 민원 해결을 위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이번 회의는 가전제품과 고철, 생활용품 등이 오랜 기간 방치되면서 인도까지 침범해 주민들의 보행 안전을 위협하고 주거 환경을 해친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도 특별사법경찰단이 현장을 조사한 결과, 적치물들이 건물 내부를 넘어 외부 도로까지 삐져나온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포털 사이트의 거리뷰 기록 등을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 해당 적치물은 2018년 무렵부터 쌓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연천군 미산면 행정복지센터는 도로 무단 점용 부문에 대해 「도로법」 제61조에 의거해 오는 15일까지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계고장을 발송했으며, 기한 내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고발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도 특별사법경찰단은 수집된 물품 중 가정집 등에서 나온 방치물은 「폐기물관리법」상 생활에 필요하지 않게 된 물질로 분류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에 따라 폐기물로 확정될 경우 관련 법령과 연천군 조례를 근거로 청결조치명령을 내리거나 방치폐기물 처리 절차를 적용할 수 있다는 법적 의견을 덧붙였다. 연천군 환경보호과는 가전제품 등에 대해 오는 9월까지 자진 처리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강제 후속 조치에 착수할 예정이다. 윤 의원은 “오랫동안 반복 제기된 생활민원일수록 단순 중재에 그쳐서는 안 되고, 현장 사실관계와 법적 근거를 함께 확인해야 실질적인 해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민 불편을 해소하되, 고령의 민원 상대방이 적치물을 자진 정리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 연계 등 행정적 지원 방안도 함께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그는 화진초등학교의 노후 수배전반 교체 건의를 접수하고, 도교육청 학교안전과와 긴급 협의를 거쳐 현안 수요조사와 연계한 국비 및 지방비 지원 방안을 점검했다. 도교육청 학교안전과의 보고 자료에 따르면, 화진초의 수배전반은 2005년에 설치된 300kW 용량의 고압 설비로 전체 교체 예산은 약 8000만원으로 파악됐다. 그간 정기검사에서는 지적 사항이 없었으나, 지난 6월 17일 실시된 변압기 절연유 측정에서 불량 판정을 받았으며 큐비클 외함 부식과 내부 누수 위험성 등이 발견되어 한국전기안전공사로부터 전면 교체 권고를 받은 상태다. 도교육청은 이달 중 예정된 현안 수요조사 일정에 맞춰 학교 측에 사업비 신청 절차를 안내했으며, 연천교육지원청 등과 협의해 신속하게 교체 공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후속 행정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윤 의원은 “학교 전기설비는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 안정적인 교육활동과 직결되는 핵심 시설”이라며 “정기검사에서 전체 교체 권고가 나온 만큼 예산 수요조사 단계부터 빠짐없이 반영될 수 있도록 경기도교육청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도의회 연천상담소는 주민과 현장을 연결하는 중요한 창구”라며 “앞으로도 연천군민의 생활 불편 해소와 학생들의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작은 민원도 소홀히 하지 않고, 관계기관과 끝까지 협의해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 중국에서 서비스하지도 않는데…넷플릭스 ‘참교육’ 별점 14만개 받았다

    중국에서 서비스하지도 않는데…넷플릭스 ‘참교육’ 별점 14만개 받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이 중국에서 불법 시청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9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일부 중국 누리꾼들이 또 훔쳐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중국 SNS 플랫폼 더우반에서 현재 참교육의 평점은 8.7점(10점 만점)이며, 별점 평가에 약 14만명이 참여했다. 리뷰 개수는 5만여개다. 중국에서 넷플릭스가 정식으로 서비스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법으로 시청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중국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징어 게임’, ‘흑백요리사’, ‘더 글로리’ 등 다수의 한국 흥행 콘텐츠들이 불법 유통돼 국내외에서 큰 논란이 됐다. 서 교수는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 ‘참교육’을 검색하면 무료 시청 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며 “이제 중국 내에서 불법 시청은 일상이 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때”라며 “불법 시청이 일상화된 상황을 방치하지 말고, 자국 내 불법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과 재발 방지 조치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 “청년 개인회생은 도덕적 해이 아닌 사회적 투자” [박상숙의 호모픽투스]

    “청년 개인회생은 도덕적 해이 아닌 사회적 투자” [박상숙의 호모픽투스]

    회생법정 앞에 선 청년 부채의 현실낭비와 절제 부족 보다 사회구조 탓자산 격차가 키운 청년 빚의 악순환생활비 대출 몰리다 범죄 유혹까지은행 수익 뒤에 가려진 채무자 위험개인 회생은 시혜 아닌 재기의 권리‘클린 바우처’로 회생절차 개선해야희망 잃은 청년들 일어설 기회 절실수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청년 고용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 5월 청년층 고용률은 43.8%로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았다. 고용 불안은 빚 문제로도 번진다. 개인회생을 신청한 만 29세 이하 청년의 평균 채무액이 7000만원에 육박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월급을 모아 집을 사고 중산층으로 올라선다는 경로도 희미해졌다. 자산 격차가 커지면서 청년들 사이에는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중간’에도 가기 어렵다는 좌절감이 번지고 있다. 문제는 이 좌절이 빚과 쉽게 만난다는 점이다. 생활비와 주거비를 메우기 위한 대출이 쌓이고, 격차를 따라잡으려는 투자와 도박성 선택도 빚을 키운다. ‘청년파산’의 저자 박기태 변호사는 청년 부채를 개인의 낭비나 절제 부족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가 책에서 주목한 것은 빚의 규모보다 빚에 이르는 과정이다. 학자금 대출과 주거비 부담, 생활비 부족으로 시작된 빚은 카드 돌려막기와 고금리 소액대출로 이어진다. 전세사기 피해, 불법 금융, 범죄조직의 유혹이 겹치면 청년은 더 깊은 수렁으로 밀려난다. 그를 만나 청년 부채의 현실과 회생의 해법을 물었다. -요즘 청년 문제가 부각되는 와중에 책이 나온 시점이 공교롭다. “처음에는 빚과 이자 문제를 거시적 관점에서 풀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난 청년 채무자들의 사례가 워낙 강렬했다. 기성세대나 언론은 청년 부채를 낭비나 투자 실패, 도박으로 쉽게 단정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고 참혹한 현실이 있었다.” -15년간 노숙인 지원 활동을 해 왔다. 회생·파산 분야에 관심을 쏟은 계기였나. “노숙인센터와 로스쿨 시절 법률 상담을 하며 만난 이들의 사정은 제각각이었다. 실직, 질병, 주거 상실 등 벼랑 끝에 몰린 이유는 달랐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남는 문제는 하나, 결국 빚이었다. 빚은 이미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지 못하게 붙드는 마지막 족쇄처럼 작용했다.” 박 변호사에게 회생·파산은 빚 정리를 넘어 사람이 다시 사회 안으로 돌아오게 하는 최소한의 통로다. -과거 중장년층의 문제로 여겨졌던 상담실에 왜 청년들이 늘었나. “2021년 무렵부터 20대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사회에 막 들어섰거나 아직 자리잡기도 전인 이들이 학자금 대출, 월세, 카드값, 소액대출을 감당하지 못해 찾아왔다.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계급 이동이 어려워진 사회 구조를 이유로 본다. 노동소득만으로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약해지면서 일부 청년은 영끌, 공격적 투자, 불법 도박, 사채 같은 위험한 선택으로 빠져든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자력 감당이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첫 경계선은 어디인가.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이 소득을 넘어서는 순간이다. 학자금 대출, 월세, 카드값, 소액대출 이자가 한꺼번에 돌아오면 처음에는 카드 돌려막기로 버틴다. 그러나 연체가 시작되고 독촉이 이어지면 일상적인 노동도 흔들린다. 일을 해도 머릿속은 빚 생각뿐이다. 가족 안전망이 있는 청년은 그 전에 멈출 여지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청년은 악순환으로 곧장 밀려난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청년들은 어떤 상황까지 내몰리나. “빚이 일정 선을 넘으면 돈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력의 문제가 된다. 당장 갚을 돈이 없으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흔들린다.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명의나 통장을 넘기고, 보이스피싱 수거책이나 불법 도박, 해외 범죄조직의 유혹에 노출되는 식이다. 위험을 알아도 멈출 힘이 별로 없다.” 박 변호사는 캄보디아 범죄조직 문제도 언급했다. 관련 보도가 나오기 전부터 상담 현장에서 위험 신호를 보고 있었다. 사채에 시달리다 자살 시도까지 했던 한 청년은 ‘600만원을 준다’는 말에 캄보디아로 갔다가 범죄조직에 구금됐다. 그 청년은 나중에 박 변호사에게 “바닥 밑에 지하, 지하 밑에 지옥이 있었다”고 했다. -청년 부채 문제에서 금융회사의 책임을 강하게 따져야 한다고 했다. “금융회사는 못 받을 위험까지 계산해 이자를 받는다. 그런데 채무자가 무너지거나 금융사기를 당하면 책임은 개인에게만 돌아간다. 은행의 보안이나 본인 확인 절차가 허술했는지는 제대로 따지지 않고, 결국 ‘왜 속았느냐’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은행은 정부가 허용한 이자사업을 독과점 체제 안에서 해 왔다. 국내 은행권 이자이익은 연간 60조원을 넘었다.” 박 변호사는 “꿀은 은행이 빨고, 위험은 소비자가 떠안는 구조”라고 했다. 미국처럼 금융기관에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은행도 보안과 대출 관리에 신경 쓴다는 것이다. -청년 부채와 좌절이 정치적 극단화로도 이어진다고 보나. “청년들의 정치적 선택을 단순히 극단화됐다고만 여기는 것은 위험하다. 2000년대생들은 정보도 많고 자기 처지도 잘 안다. 문제는 자기 자리가 없다고 느낀다는 데 있다. 기성세대가 자산과 자리를 선점한 상황에서 청년들은 ‘내 몫은 어디에 있나’라고 묻는다.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다는 인식이 분노로 이어진다.” 그 분노는 냉소, 혐오, 정치적 극단 선택으로 나타날 수 있다. 도덕적으로 꾸짖기보다 그 배경을 읽어야 한다는 게 박 변호사의 생각이다. -개인회생 제도가 있어도 쉽게 이용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다고 했다. “우선 제도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인생의 낙인처럼 여기고 끝까지 사채로 버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회생을 고민할 때쯤에는 이미 주머니에 돈 한 푼 없는 상태가 대다수다. 그런데 신청하려면 변호사 비용 등으로 200만~300만원이 필요하다. 돈이 없어 제도가 필요한 사람에게 제도는 다시 돈을 요구하는 셈이다.” 그는 책에서 ‘클린바우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클린바우처는 개인회생·파산 절차 비용을 공공이 먼저 지원하고, 이후 회생 절차 안에서 채무자가 갚아 나가게 하는 방식이다. 무상 지원이 아니라 재기 비용을 먼저 빌려주는 구조에 가깝다. -채무조정이나 탕감 논의에는 늘 ‘도덕적 해이’ 비판이 따라온다. “개인회생은 빚을 없던 일로 해 주는 제도가 아니다. 신청 단계부터 비용이 들고, 절차에 들어간 뒤에도 채무자는 3년 동안 최저생계비만 남기고 자기 소득으로 갚을 수 있는 만큼 갚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 원금의 70~80%까지 갚는 사례도 있다. 결코 쉬운 절차가 아니다.” -그렇다면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진 청년들이 개인회생을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보나. “당연하다. 많은 청년이 공포 때문에 파산이나 회생 신청을 미루다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사채나 돌려막기로 버티는 건 고통의 기간만 늘릴 뿐이다. 법이 정한 회생 제도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합법적인 권리다. 국가 입장에서도 청년이 경제 활동을 포기하는 것보다 회생을 통해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 복귀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회생·파산 업무를 하면서 보람을 느낀 경우도 있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무급 휴직을 하다가 카드 돌려막기로 빚이 수천만 원까지 불어난 30대 직장인이 있었다. 회생을 신청하자 반복되던 독촉 전화가 끊겼다. 그 소음이 멈추니 마음이 회복되고 다시 일할 수 있었다. 회생은 빚을 탕감받는 절차가 아니라 다시 사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쓰고, 정해진 생계비 안에서 생활하면서 소비를 통제하고 규모 있게 사는 법을 익히는 효과도 있다. 노숙인 상담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봤다. 파산 면책을 받고 공공근로로 한 달 60만~70만원이라도 벌게 된 사람이 그 돈을 자녀에게 보내고 싶어 했다. 중요한 것은 돈의 액수보다 삶의 의미다. 내가 번 돈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청년 채무 위기를 방치하면 어떤 비용을 치르게 되나. “가장 무서운 대가는 희망의 상실이다. 청년들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며, 범죄조직의 말단으로 흘러 들어가는 비용은 초기에 이들을 구제하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 청년 부채는 금융 문제이지만 금융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용, 주거, 자산 격차, 가족 안전망, 범죄, 정치 불안이 모두 연결돼 있다.” 청년에게 ‘각자도생하라’고만 말하는 사회에는 미래가 남기 어렵다. 박 변호사가 말하는 청년파산은 단순히 빚을 갚느냐 못 갚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내일을 잃어가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과연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최소한의 출발선을 보장할 책임과 의지가 있는지를 재는 바로미터인 것이다. ■박기태 변호사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와 같은 대학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도산·손해배상·경제범죄 분야에서 활동하며 회생·파산 사건을 12년째 다뤄왔다. 대학 시절부터 서울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에서 노숙인 지원 활동을 이어왔고 현재 센터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장에서 청년 채무자 증가를 목격한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파산’을 썼다. 개인회생과 파산을 낙인이 아니라 재기의 권리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박상숙 논설위원
  • 사라진 장윤기의 ‘케이블 타이’… 현직 경찰 부친 집에서 찾았다

    사라진 장윤기의 ‘케이블 타이’… 현직 경찰 부친 집에서 찾았다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결박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케이블 타이’를 인멸한 혐의로 경찰 수사팀장이 구속됐다. 광주지방법원 최윤영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A경감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이날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등 구속 필요성을 인정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장윤기 부친은 지난 5월 사건 발생 이튿날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으로부터 범행에 쓰인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을 넘겨받은 뒤 조수석에 있던 케이블 타이를 집으로 챙겨간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이 증거는 경찰 압수수색 당시 수사팀원들이 발견했으나, 수사팀장이던 A경감이 “그냥 두라”며 고의로 방치하도록 지시하고 관련 채증 영상까지 삭제하려던 정황이 뒤늦게 확인됐다. A경감에게는 장윤기의 자취방에서 발견된 성범죄 연관 증거물인 리얼돌을 압수하지 않고 그의 부친에게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폐기하도록 방조한 혐의도 더해졌다. A경감은 이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출석했다. 그는 “증거인멸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심사를 마치고 나온 후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호송차에 올랐다. 같은 시간 피해자 이채원양의 유족과 시민단체는 광주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수사관이 아니라 가해자와 한 몸이 되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공범”이라며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파문이 커지자 경찰은 전날 광산경찰서장 등 책임자 6명을 대기발령하고 박 경감을 직위해제했다.
  • [사설] ‘오징어 게임’ 된 한국 증시… 변동성 대책 서둘러야

    [사설] ‘오징어 게임’ 된 한국 증시… 변동성 대책 서둘러야

    한국 증시의 변동성에 대해 해외에서조차 경고음을 높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징어 게임이 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극심한 변동성 탓에 결국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1년간 코스피는 165% 급등하며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불안은 커진다. 상반기 코스피는 하루에도 급등락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반복했다. 장중 변동폭은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면 가장 컸고, 변동성완화장치(VI) 발동 건수도 2만 9357건으로 반기 사상 최대였다. 그제 삼성전자의 역대급 2분기 실적이 나왔는데도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며 증시는 속절없이 추락했다. 어제도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5.4%, 5.6% 급락 마감하며 ‘검은 수요일’을 기록했다. 호재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하고 악재에는 더 크게 흔들리는 시장을 건전한 투자처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변동성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반도체 ‘투톱’ 쏠림, 그리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과열이 있다. 두 종목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다 보니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다. 반도체 고점 논란과 중동 리스크가 겹쳤다지만, 일본·대만보다 유독 코스피 낙폭이 컸던 것은 한국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초 단 4거래일 동안 두 종목 레버리지 ETF를 1조 60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올 상반기 1000억 달러 넘게 한국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지난달 신용융자 잔액은 37조 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급락장에서는 빚투가 반대매매로 이어져 주가 하락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 특히 걱정스럽다. 여기까지 온 데에는 당국의 안이한 레버리지 상품 출시 허용과 사후 관리 책임이 크다. 해외로 향하던 투기적 수요를 국내로 돌리려다 시장 전체의 변동성만 키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당국은 연일 관계기관 점검회의를 열고 보완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후회가 나온 지 보름이 지났다. 그런데도 당국의 구체적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스피 1만 시대’ 기대가 나오던 시장이 이제는 7000선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한국 증시가 세계시장의 눈에 오징어 게임과 카지노처럼 비치고 있다면 더는 방치할 일이 아니다. 투기판이 아니라 건전한 시장으로 되돌릴 안전장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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