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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에너지빈곤층 겨울나기 대책 시급하다

    전국을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는 강추위는 새해 1월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누구보다 힘겹게 이 겨울을 나고 있는 사람들은 에너지 빈곤층이다. 얼어죽지 않을 만큼만 난방기구를 켜는 쪽방의 홀몸노인들은 차디찬 방바닥이 그저 원망스러울 뿐이다. 민간단체의 노숙인 쉼터에서도 추위를 견디다 지친 노숙인들이 다시 거리로 나서는 형편이라고 한다. 어려워진 경제 사정에 민간 차원의 지원마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에너지 빈곤층이란 난방과 취사, 조명에 소득의 10% 이상을 지출하는 가구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빈곤층은 120만 가구로 추산된다. 하지만 에너지 복지사업의 혜택을 받는 대상은 8.3%에 불과한 10만 가구 남짓이라고 한다. 저소득층이라고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것은 아니다. 한 달 평균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가구의 에너지 소비량이 500만원 이상 가구의 82% 수준이라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조사도 있다. 에너지 빈곤층일수록 주거환경이 열악하여 기름보일러나 전기장판, 전기히터, 가스히터처럼 비싸고 에너지 효율이 낮은 난방을 하는 반면 소득상위계층은 아파트에서 값싸고 에너지 효율도 높은 도시가스나 지역난방을 이용하고 있는 것도 아이러니이다. 그간 에너지 빈곤층을 제도적으로 보살피는 논의는 무성했다. 2010년에는 지식경제부가 한전 등의 에너지 요금 인상분을 확보해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의 에너지복지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 에너지 빈곤층 대책을 본격 논의하리라고 믿는다. 하지만 당장이 문제다. 지금 닥치고 있는 혹한은 일종의 자연재난으로 보아야 한다. 홍수 이재민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하듯, 긴급지원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혹시 극빈층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지나 않은지 복지전달체계를 재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추가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 [아동성범죄 없는 세상] (하)차기정부 어떤 대책있나

    [아동성범죄 없는 세상] (하)차기정부 어떤 대책있나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1054건의 아동 성범죄가 발생했다. 13세 미만 아동 가운데 3명이 매일같이 어른들의 그릇된 성욕에 희생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중 23.8%는 친족, 이웃 등 면식범에 의해 발생했다. 내년 2월 출범할 차기 정부에서 아동 성범죄를 막기 위해 어떤 정책적 대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아동을 포함한 여성 치안에 각별히 신경을 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은 치안 사각지대에 방치된 아동들을 보호하고 성범죄 피해 아동 및 가족의 복지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우선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어린이들에 대한 ‘돌봄 시스템’을 강화할 방침이다. 대부분의 아동 성범죄가 부모가 맞벌이 등으로 자녀를 돌보지 못하는 틈을 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해 돌봄 기관을 늘리고 인력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아동 권리와 관련된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관리, 처리하는 ‘아동인권 보호국’(가칭)을 총리실 산하에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금은 아동학대 문제는 보건복지부에서, 그 외의 아동 관련 문제는 여성가족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신의진 새누리당 성폭력특위 간사는 “아동 성범죄는 가족이나 친지에 의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특히 가해자가 아버지일 경우 처벌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차기 정부에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가정 내 성범죄를 가족복지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응급 복지기금’ 설치다. 이는 현 정부의 의료비 및 무료 변론 지원보다 한층 강화된 형태다. 성범죄자의 수사 및 처벌과 관련해 ‘진술 전문가 제도’ 등이 도입된다. 법무부 소속 진술 전문가가 수사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자기 변론이 서툰 아동과 장애인의 진술을 돕고 이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성범죄자 신상 공개제도를 개선하고 성범죄자 전담 수형시설을 설치하는 한편 변태적 성향이 강하고 재발 위험이 높은 범죄자에 대해 화학적 거세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신 의원은 “이번 정권에서 주로 형량을 높이는 데에만 치중했다면 차기 정부는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관리해 범죄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동 성범죄에 대한 유형별 원인 분석과 과학적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한상훈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동 성범죄에는 정신질환적 요소가 많아 이에 대한 연구가 병행되지 않으면 처벌의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과학적 접근을 바탕으로 계획을 수립,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엄벌주의로 가더라도 여론에 편승한 선별적·잠정적 엄벌주의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엄벌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아동성범죄 없는 세상] (중)피해가족 두번 울리는 악플

    [아동성범죄 없는 세상] (중)피해가족 두번 울리는 악플

    “부모에게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이다. 그런 자녀가 성범죄를 겪은 것만도 억장이 무너지는데 너무 쉽게 잔인한 말들을 내뱉는다. 그런 글을 쓰기 전에 단 한번이라도, 자기 가족의 일이라면 어땠을지 생각해 볼 수는 없는 건가.” 한 아동 성범죄 피해 가족의 아버지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절규하듯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아버지는 자녀가 당한 성범죄 기사에 달린 악플들을 보고 몇 달 동안 밤잠을 설쳤다고 털어놨다. 그는 “떠올리기도 싫은 사건이지만 그 사건 만큼이나 끔찍했던 것은 무수한 악플들이었다.”면서 “‘나도 시켜주지’, ‘걔도 즐겼을 걸’과 같은 댓글을 봤을 때에는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그들도 어머니가 있고, 결혼해 딸을 낳을 수 있을 텐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아동 성범죄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인터넷에는 매번 혐오감과 수치심을 주는 악플들이 달린다. 여주 4세 여아 성폭행 사건과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 때도 그랬다. 해당 사건의 기사에 악플러들은 ‘좋았겠네’, ‘나도 해보고 싶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또 ‘형님(범인) 멋지십니다’, ‘애가 유혹한 것 같네’, ‘부모도 참 한심하다. 고작 이런 일로 유난이다.’ 등 가해자를 두둔하며 도리어 피해 아동과 가족들을 조롱하기도 했다. 이에 평범한 시민들이 나섰다. 아동 성폭행 추방 시민모임 ‘발자국’은 지난 9월 서울중앙지검에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등의 혐의로 악플러 74명을 고소했다. 발자국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어머니 등 1만 20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성범죄 기사 악플러에 대한 집단 고소는 처음으로 향후 수사 결과와 검찰 기소 여부에 따라 악플러 처벌의 선례를 남길 예정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관련자가 많은 데다 ID만 넘겨받아 인적 사항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를 지휘한 검찰 관계자는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되면 형사 처벌도 가능하지만 아직 처벌 수위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인적 사항 확인 후에도 각 댓글의 언어 폭력 수위, 음란성 여부 등을 종합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악플러 처벌은 익명성으로 인한 적발의 어려움, 표현의 자유 보호, 처벌 기준의 모호함 등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에서 법적인 처벌로 인터넷 공간을 위축시키는 것보다는 네티즌들이 상호 비판으로 공동체적 규율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동 성범죄가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을 불안하게 하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발자국’ 회원 김혜원씨는 “이 같은 악플을 방치할 경우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해 ‘그럴 수도 있다.’는 인식을 조장해, 잠재적 범죄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동 포르노나 음란물은 아동·청소년 보호법 등을 통해 처벌 기준이 정립돼 있지만 악성 댓글은 법제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모호한 측면이 있다.“면서 “점차 증가하는 악플 관련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처벌 기준과 범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부정맥

    [Weekly Health Issue] 부정맥

    심장은 전기 자극에 의해 박동한다. 사람 몸에 무슨 전기 자극이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심장에는 전기를 생산하는 자극 생성 조직이 존재하며 여기에서 만들어진 전기가 심근세포에 전달돼 수축과 이완, 즉 박동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이 전기 자극이야말로 생명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전기 자극이 만들어지거나 전달되는 과정에서 부실이나 오류가 발생하는 상황을 부정맥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심장 박동이 항상성을 갖지 못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호흡 곤란은 물론 현기증과 실신, 심하면 심장마비까지 초래할 수 있는 부정맥에 대해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노태호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먼저, 부정맥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한마디로 심장 박동이 정상에서 벗어나는 현상이다. 사람의 심장은 분당 60∼100회 정도로 고르게 박동하며 환경 변화나 신체의 필요에 유연하게 반응하는데 이 범위를 벗어나면 부정맥으로 간주한다. 심장 박동이 고르지 않거나 지나치게 늦고 빠른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또 심장 박동이 신체 조건에 잘 반응하지 못해 운동할 때 심박수가 충분히 늘지 않거나 잠잘 때 낮아지지 않는 경우도 부정맥에 해당한다. ●부정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대사증후군 등의 성인병과 흡연, 과도한 스트레스는 심장과 혈관 손상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런 요인에 의해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고,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허혈성 심질환이 생기는데 이때 심실의 심장세포가 손상돼 부정맥을 만든다. 바로 심실성 부정맥으로, 방치하면 심인성 급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심방세포가 노화된 고령자에게 흔한 심방세동은 갑자기 심박수가 빨라져 응급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심실로 보내지지 않아 심방에 정체된 혈액이 응고된 상태로 혈관을 떠돌다가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을 유발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부정맥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이며 이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위한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 ●유병률과 발병 추이도 짚어 달라. 국내에서는 허혈성 심질환이 증가 추세에 있으며 여기에 수반되는 심실성 부정맥과 이로 인한 심인성 급사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특히 심방세동은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여 30년 후에는 유병률이 지금의 2배가 될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빠른 노령화를 보이는 우리에게는 중요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심박수가 적어 인지기능 저하와 호흡 곤란, 운동 제한 등을 유발하는 노인성 동기능 부전증후군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부정맥의 유형과 원인은 무엇인가. 발생 양상을 기준으로 볼 때 먼저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부정맥이 있다. 흔한 유형의 부정맥으로 심방이나 심실에서 너무 빨리 전기 자극을 보내는 심방 혹은 심실기외수축이 여기해 해당되며 가슴이 ‘덜컹’, ‘울컥’ 하는 느낌이 온다. 다음은 분당 심박수가 100회를 넘는 빈맥을 들 수 있다. 빈맥은 심방 등 심실 상부에서 생기는 상실성 빈맥, 심실에서 발생하는 심실빈맥으로 나뉘는데 심폐질환이나 갑상선기능항진증 등 전신질환이 있을 때 잘 생기며 심방세동과 발작성 상실성 빈맥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중 상실성 빈맥의 경우 두근거림 증상은 심하지만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반면 심실빈맥은 심인성 급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심실빈맥은 대부분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질환의 합병증으로 발생하지만 비후성 심근증, 심부전 등과도 관련이 있다. 또 심박수가 분당 50회 이하인 서맥도 있다. 서맥은 동기능 부전증후군으로, 심장에 전기를 공급하는 동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전기가 심실로 전달되지 못할 때 흔히 나타난다. ●유형별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부정맥은 증상이 다양할 뿐 아니라 같은 부정맥이라도 개인차가 매우 크다. 간헐적 부정맥의 경우 가슴이 ‘덜컹’, ‘울컥’ 하는 불쾌감을 느끼며 위험성이 낮은 단순 기외수축은 별 증상이 없지만 더러는 심한 공포감을 느끼기도 한다. 빈맥은 두근거림이 주요 증상으로, 심하면 혈압이 떨어지면서 어지럽거나 정신을 잃기도 하는 만큼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그러나 놀라거나 흥분할 때 심박수가 증가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부정맥과 관련이 없다. 서맥은 심장 박동수가 줄면서 뇌와 장기로 가는 혈류가 감소해 기운이 없고 숨이 차며 인지기능이 떨어지거나 만성적인 두통이 생기기도 하며 심하면 혈압이 떨어져 의식을 잃는 응급상황이 오기도 한다. 이런 부정맥은 항상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에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날 때 스스로 분당 맥박수를 측정해 의사에게 알려주면 큰 도움이 된다. ●치료는 어떻게 하며 예후는 어떤가. 허혈성 심질환, 고혈압, 호흡기질환, 흡연,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면 먼저 원인을 치료·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생명이 위험한가, 합병증이나 관련 증상을 얼마나 유발하는가 등을 따져 안전한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굳이 치료를 하지는 않는다. 심방세동 등 상실성 부정맥에는 흔히 항부정맥 약제를 사용하는데 이 약제는 기질적 심질환이 있는 경우 오히려 예후를 나쁘게 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심방세동에는 심박수를 낮추는 약물과 혈전을 억제하는 약물을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부정맥의 새로운 치료 트렌드라면…. 심인성 급사를 막는 삽입형 제세동기(ICD), 심장박동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서맥성 부정맥을 치료하는 영구형 심장박동기, 전도장애 환자의 심부전을 개선하는 심장 재동기(CRT), 발작성 상실성 빈맥 등에 적용하는 전극도자절제술 등에서 보듯 최근 치료 경향은 비약물 치료로, 치료 성적도 뛰어나다. ●부정맥은 치료에 소홀한 면이 있는데…. 부정맥은 심각성에 비해 증상이 경미한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심근경색 이후에 발생한 심실성 부정맥처럼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방세동처럼 중풍이나 심부전 등의 합병증이 예상되는 경우, 또 위험성은 크지 않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라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警 ‘여수 우체국털이’ 경찰 연루 알고도 10일간 쉬쉬

    경찰이 여수 삼일동 우체국 금고 절도 사건과 관련, 현직 경찰관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도 10여일이 넘도록 이를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전남 여수경찰서는 23일 현직 경찰관인 A씨의 사무실과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A씨가 현재 사용 중인 휴대전화 1대와 이전에 사용했던 2개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이 사건이 발생한 8~9일 직후 우체국 안팎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A씨가 11월 29일 파출소장 등과 함께 우체국 내부에 대한 방범 점검 활동을 벌이던 중 개인 휴대전화로 우체국 내부를 촬영한 모습을 발견하고도 10여일이 지난 최근에야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관할 금융기관 등 방범 취약지역의 방범진단 활동을 펼 때는 공용 카메라를 사용해 내부 위치도 등을 파악하고 이를 보안사항으로 분류, 보관하는 것이 관례다. 경찰은 또 A씨로부터 “트위터에 올리기 위해 개인적으로 우체국 내부 사진을 휴대전화로 찍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해당 트위터 계정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와중에 용의자 박모(44)씨가 지난 20일 검거된 이후에야 A씨 집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사건을 축소 또는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박씨가 “휴대전화와 산소용접 절단기 등 증거물을 여수 앞바다인 돌산대교 아래에 버렸다.”고 진술했는 데도 “찾기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 증거물과 박씨의 휴대전화 번호에 대한 압수수색 및 확인을 거치지 않는 등 초동 수사에 허점을 드러냈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 박씨와 A씨가 친분 관계가 있고, 현직 경찰관 신분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사실 관계를 철저히 확인해 의혹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용의자 박씨는 8일 밤 11시~9일 새벽 4시 여수산단 내 삼일동우체국과 인접한 식당벽을 뚫고 산소용접 절단기로 우체국 금고에 구멍을 낸 뒤 현금 5200만원을 털어 달아났다가 최근 검거됐다. 박씨는 이 사건을 자신의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 최치봉·최종필기자 cbchoi@seoul.co.kr
  • ‘부패 타파’ 개혁추진단 구성… 도청이전·제2청사 논란일 듯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가 19일 경남지사 보궐선에서 당선됨에 따라 경남도정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홍준표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경남도민들에게 “무책임한 야권도정을 심판하고 새누리당에 새로운 경남의 미래를 맡겨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김두관 전임 지사의 도정을 정리하고 차별화된 도정을 펴겠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도청 이전’과 ‘진주에 제2청사 건립’ 등의 파격적인 공약도 내놨다. ●홍준표식 파격 정책 펼 듯 홍 당선자의 이 같은 도정운영 방침과 공약 등으로 미뤄 홍 당선자는 도정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개혁과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격적인 정책과 인사 등을 통해 경남도정에 홍준표 색깔을 분명히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 당선자는 도지사에 취임하면 도정개혁을 경남도정의 첫째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부패지수가 하위에 머물러 있는 경남도정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면서 도정개혁추진단을 만들어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도지사가 되면 앉아서 인사나 챙기고 하는 그런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중요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중앙부처를 찾아다니며 해결하는 힘있는 도지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중앙정부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정치적인 도지사 역할에 무게를 두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남도와 중앙부처 사이 활발한 교류와 소통도 기대된다. 홍 당선자는 국비 확보를 비롯한 도 재정의 중요성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도지사가 되면 행정부지사는 예산 전문가를 앉히기 위해 중앙부처에 해당자 추천을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취임하면 바로 중앙부처를 방문해 국비 예산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경남도의 해외사무소는 폐쇄되거나 축소될 전망이다. 홍 당선자는 실적 없는 해외 사무소를 게속 운영하며 공무원을 파견하는 것은 예산 낭비이기 때문에 이 같은 해외 사무소는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유치는 공무원보다 기업 전문가들이 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밝혔다. ●민자사업·기업유치 변화 예고 관심이 쏠리는 도청 이전 공약은 선거용 공약(空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그는 도청 이전은 도지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도민과 창원시민, 도의회, 창원시의회 등의 의견을 들어 추진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반대 여론이 높으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서울신문 여론조사 등에 따르면 도청 이전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도청이전 공약 실천을 둘러싸고 지역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홍 당선자는 진주에 제2청사를 건립하겠다고 한 공약은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제2청사를 설치하는 게 행정 효율성 측면에서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홍 당선자는 민자사업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잘못된 민자사업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밝혀 민자사업에 대한 정책변화도 예고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목디스크

    [Weekly Health Issue] 목디스크

    많은 의사들이 목디스크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컴퓨터와 함께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 되면서 목이 겪는 혹사의 강도가 적정 수준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는 위험신호다. 일찍 온 추위에 질려 몸을 잔뜩 움츠리다 보면 전신이 결리고 뻐근하기도 하다. 이런 상태에서는 당연히 목에도 상상 이상의 스트레스가 가해진다. 목 근육이 뻐근하고 어깨가 무거운 증상이 일반적인데 목디스크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런 증상을 단순히 계절 탓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자세와 습관으로 목디스크(경추 수핵탈출증)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겨울철에 목디스크가 악화돼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 이에 대해 가천대 길병원 척추센터 김우경(신경외과)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먼저, 목디스크란 어떤 질환인가. 목디스크란 목 부위의 척추 부위인 경추와 경추 사이에 있는 추간판(디스크) 속의 수핵이 밀려서 빠져나와 신경근이나 척수를 압박하는 질환이다. 7개의 경추뼈 가운데 운동이 가장 활발한 5∼6번 디스크에서 가장 많은 문제가 생기고, 이어 6∼7번, 4∼5번 순으로 발생빈도가 높다. ●발생 추이는 어떤가. 근래 환자가 지속적으로 느는 추세다.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하느라 목뼈가 소위 ‘거북목’이라는 일자목으로 변한 데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폭넓게 보급되면서 발생 추이가 한층 가팔라지고 있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는 이 때문에 향후 목디스크 환자의 폭발적인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겨울에 환자가 많은 이유가 있나. 최근 내원하는 환자들 상당수는 잘못된 자세가 원인이다. 운전을 하거나,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직장인들이 장시간 목을 거북이처럼 앞으로 빼고 앉아 일을 하다보면 인대나 근육이 긴장에 노출돼 점차 약해진다. 스마트폰 사용자들도 마찬가지다. 경추 주변 근육이나 인대가 약해지면 디스크가 쉽게 밀려 나오게 된다. 물론 겨울이라고 디스크 질환이 갑자기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겨울에 환자가 많은 이유는 추운 날씨 때문에 몸을 움츠리게 되고, 이런 자세가 반복되면 평소 좋지 않았던 부위가 과도하게 긴장해 디스크를 악화시키고,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최근에 발생하는 목디스크 특성이 과거와는 어떻게 다른가. 목디스크도 퇴행성 질환이다. 디스크는 수분과 단백질로 구성되는데, 나이가 들면서 수분이 빠져나가 탄력을 잃게 되면 작은 충격에도 디스크가 쉽게 빠져나오게 된다. 고령 환자에게서 목디스크 등 척추질환이 잘 생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목디스크 환자가 최근 들어 30∼40대는 물론 20대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경우는 디스크 퇴행보다 잘못된 습관과 자세가 문제다. 여기에다 레저활동이나 교통사고 등 외상에 의한 환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교통사고의 경우 후방 추돌로 갑자기 충격을 받으면 목이 순간적으로 앞으로 쏠렸다 뒤로 젖혀지면서 경우에 따라 심각한 디스크를 유발하는 만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디스크가 생긴 부위에 따라 증상이 약간씩 다르다. 일반적으로 목디스크는 목이 뻣뻣해지고, 어깨와 팔이 저리며, 등 뒤 날개뼈 사이에도 통증을 느끼게 된다. 가장 발생 빈도가 높은 5∼6번 디스크가 탈출한 경우 젓가락을 들지 못할 정도로 팔 근력이 약해지기도 한다. 또 디스크가 바깥쪽이 아니라 몸통 중심 부위로 밀려나 척수를 압박할 경우 배뇨 및 보행장애까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일부 환자군에서는 목디스크임에도 목에 통증이 없는 대신 어깨나 등 부위에만 통증이 나타나 오십견이라며 방치하는 사례도 흔하다. ●검사와 진단은 어떻게 하나. 가장 기본적인 진단 요소는 환자의 증상이다. 증상에 따라 신경학적 검사와 단순 X레이검사를 통해 상태를 파악하며, 목디스크가 의심되면 CT(컴퓨터 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시행한다. 일반적으로는 이런 검사로 충분히 진단이 되지만 그래도 미흡하면 근전도를 통해 확인하기도 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또 디스크는 수술치료가 어렵다는데 사실인가. 치료는 비교적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진다. 증상이 초기인 경우라면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하면서 증상의 완화를 관찰하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소염진통제로 통증을 유발하는 화학인자를 조절해 통증을 줄일 수는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다. 비수술적 치료로 호전이 없을 경우 인공디스크 삽입, 유합술 등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인공디스크 삽입은 자연스러운 관절 기능을 유지할 수 있고, 주변 척추의 퇴행성 변화를 늦춰 합병증도 줄여준다. 이 방법은 퇴행이 아직 진행되지 않은 연성 디스크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디스크가 딱딱하게 굳는 석회화가 진행된 경우라면 디스크를 제거하고 뼈를 하나로 유합하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디스크 상태에 따라 뼈를 이식하거나 인공디스크 등 대체물질을 넣지 않고 정상 디스크를 그대로 활용하도록 하는 ‘전방경유경추 추간공확장술’도 시행된다. 6∼7㎜ 정도의 작은 구멍을 통해 현미경을 삽입한 뒤 디스크의 병변 부위를 직접 보면서 원인 부위를 찾아내 치료한다. 수술후 보조기 착용이 필요 없어 일상 생활로의 복귀가 빠른 장점이 있는 수술법이다. 이 방법은 부드러운 디스크가 신경을 누르고 있거나,디스크 탈출은 아니어도 신경 구멍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협착증에 효과적이다. 이런 수술적 치료는 보존적 치료로 충분한 치료 효과를 거두지 못할 때 적용하는 마지막 치료 수단이지만 알려진 것처럼 환자들이 두려워할 만큼 어려운 치료는 아니다. ●치료에 따른 후유증 등의 문제는 없나. 목부위는 근육과 혈관, 신경조직이 밀집한 곳이어서 허리 쪽보다 치료를 위한 접근이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치료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어렵지는 않다. 당연한 말이지만 증상이 나타나면 초기에 병원을 찾아야만 보존 치료가 가능해 수술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증상 악화에 따른 후유증도 줄일 수 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경제포커스] 블랙컨슈머 사례·기업대응 알아보니

    [경제포커스] 블랙컨슈머 사례·기업대응 알아보니

    #1. A백화점에서 구두를 산 30대 남성이 9개월이나 구두를 신은 뒤 “발 냄새가 난다.”며 교환을 요구했다. 제화업체는 한국소비자원에 이어 YWCA에 심의를 의뢰했지만 이상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자 이 남성은 “신발을 가위로 자르겠다.”며 소란을 피웠고, 업체는 다른 고객의 눈총을 우려해 새것으로 교환해 줬다. #2. 한 40대 남성이 B백화점에서 박스로 과일을 구매한 뒤 일주일 후 “과일 한 개가 썩었다.”며 교환을 요구했다. 매장 직원이 새 과일 박스로 교환해 주자, 이번엔 “응대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며 욕설을 하며 점장 호출을 요구했다. 이 남성은 새 과일 박스와 덤으로 상품권을 받고 돌아갔다. ‘블랙컨슈머’(악성 민원 제기 소비자)의 행동이 날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지난 12일 대기업을 상대로 206차례 생트집과 협박을 통해 2억 4000만원을 뜯어낸 이모(56)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이런 사기꾼도 문제지만, 경기가 나빠진 탓인지 때론 동종의 전과가 없는 일반 소비자도 터무니없는 난리를 피우면서 작은 이득이라도 챙기려는 ‘불량 고객’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흔히 말도 안 되는 요구인 줄 알면서도 추가적인 비용을 물며 고객을 달래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악성 민원은 연예인 스캔들과 비슷해 방치하면 자칫 그 이상의 대가를 치를 수 있어서 초기에 (돈으로) 덮는 게 상책”이라고 털어놓았다. 반면 악의가 없는 소비자들이 오해할 만한 상황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로부터 불만이 접수됐을 때 신속, 명쾌하게 해결하는 것이 선량한 소비자와 불량 고객, 악성 블랙컨슈머를 구분하는 길이라고 한다. 대전 서구 둔산2동에 위치한 식품업체 팔도·한국야쿠르트 공동고객센터에서는 상담원 30명이 친절하게 전화 응대를 하고 있다. 상담원들은 온라인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에 고객의 불만 사항을 기록하고, 그 기록은 서울 본사를 비롯한 전국 5개 영업지점의 팔도고객만족팀(CS)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팔도는 ‘이물 불만처리 시한제’와 온라인CRM시스템을 통해 시간과 다투며 불만을 해결해 간다. 가령 “라면 봉지 안에 나방이 들었다.”는 불만이 접수되면 CS본부팀은 2시간 이내에 이를 해당 영업지점에 알린다. 1차로 고객을 방문해 문제의 제품을 확인한 뒤 4시간 안에 해명을 한다. 이때 고객이 납득하지 못하거나 원인 분석이 어려울 때는 제품을 수거해 공장으로 보낸다. 곡나방의 경우 애벌레는 이빨이 있어서 라면의 비닐 포장지를 뚫고 들어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제조·유통 과정과 소비 단계 중 언제 들어갔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물질에 대한 보고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이물보고센터에도 1차 고객 방문 후 24시간 안에 이뤄져야 한다. 여기서 각종 실험과 분석을 거친다. 결과가 나오면 2일 이내 고객을 2차 방문해 해명하고 필요하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보상이 이뤄진다. 만약 고객이 식약청 조사 결과도 믿지 못하면 외부 연구기관에 재차 분석을 맡기게 된다. 김형석 팔도 CS팀장은 “소비자는 대개 이 과정에서 오해를 풀지만, 블랙컨슈머는 여기서 거액의 돈을 먼저 요구한다.”면서 “그러나 제품에 의한 상해로 일을 못하는 등 피해가 입증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물질이 나와도 현행법상 제품 교환과 구입가 환급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소비자기본법의 금전적 배상 기준에 따른다. 그럼에도 현재 고객정보라는 이유로 블랙컨슈머에 대한 회사 간 공유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반복되는 피해를 막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 일각에서는 업계가 경쟁사를 의식해 서로 쉬쉬하다 보니 블랙컨슈머를 되레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기고] 지방자치 발전과 기초의회 역할/유태철 서울 동작구 의원

    [기고] 지방자치 발전과 기초의회 역할/유태철 서울 동작구 의원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도 벌써 22년이나 지났다. 그러나 아직껏 사무 분권과 재정 분권은 40% 수준이다. 전형적인 후진적 지방자치의 좁은 틀에 갇혀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시·도가 지방정부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데다 지방자치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꼴이다. 건강한 지방정부를 위해서는 과감한 행정제도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 국세와 지방세의 세목을 합리적으로 교환하고 조율해 열악한 지방재정 자립도를 높이고 건전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지방 특성에 맞게 맞춤형 행정과 맞춤형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해 보다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자치구를 만들도록 자율성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2년 동안의 지방자치에 대한 객관적인 점수는 50점도 채 안 된다. 부끄러운 낙제 점수다. 무능한 지방자치의 책임은 비단 지방의원만이 아니라 정치와 행정의 잘못된 규제와 제도 때문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기초의원 중선거구제의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 소선거구제도로 환원하자는 얘기다. 국회의원은 인구 편차에 따라 한 구에서 갑·을·병으로 나눠 한 사람씩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도다. 가장 기초가 되는 지방의원은 2~3개동을 합해 2~3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도로서 거꾸로 가는 선거제도다. 지방자치 발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06년 5월 31일 지방선거 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지방자치 발전은 안중에도 없이 나눠먹기식의 의기투합으로 급조해 만든 잘못된 선거제도다. 잘못된 기초의원 소선거구제도를 아직까지 바로잡지 않고 방치한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한 선거구에 2~3명의 의원이 상주하는 탓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지역 숙원사업에서도 자기의 공을 내세우기 위해 서로 대립하고 방해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 더구나 한 선거구에서 2~3등까지 의원을 뽑다 보니 상대적으로 의원의 질이 떨어지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초의원은 의정비가 너무 낮고, 업무가 과중하며,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불안정한 자리다. 이 때문에 전문지식을 갖춘 유능한 인재들이 안정된 직장과 높은 수입을 버리고 기초의회로 진입하는 경우는 전무한 실정이다. 그동안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지방의원을 유급제로 전환한 것은 전문지식과 식견을 갖춘 유능한 인재들을 지방의회에 많이 진출시켜 의원의 질을 높이고 지방자치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입법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제18대 대선에서 후보들이 공약했듯 정치개혁을 통해 중앙정치에 예속돼 있는 기초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또 중선거구제인 기초의원 선거구를 소선거구제로 반드시 바꿔야 한다. 게다가 터무니없이 낮은 의정비를 현실화시켜 기초의원들의 사기와 질을 높여 주고, 중앙정부에 집중된 사무와 재정을 지방정부에 과감하게 이양하는 분권을 실현해야 한다. 잘못된 제도를 개선하고 정치와 행정이 개혁될 때 질 높은 지방의회와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선진지방자치의 실현도 앞당길 수 있다.
  • “정신이상 아들이 흉기를…” 존속범죄에 떠는 가족들

    “정신이상 아들이 흉기를…” 존속범죄에 떠는 가족들

    정신질환 환자가 자신의 가족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환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절실하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1일 어머니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태에 빠뜨린 오모(29)씨를 존속살해 미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오씨는 지난 6일 오후 7시 30분쯤 영등포구 자신의 집 안방에서 어머니 A(52)씨를 흉기로 10여 차례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어머니와 둘이 살던 오씨는 정신분열증으로 최근 5년간 6차례 병원 입원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당일 아들이 이웃 미용실 문을 걷어차며 소리를 지르는 등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자 A씨는 친척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이 이상하니 빨리 와 달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도움의 손길이 미치기 전 A씨는 아들이 휘두른 흉기에 참변을 당했다. A씨는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8월에는 20여년간 정신분열증을 앓아온 권모(48)씨가 서울 강북구 미아동 집에서 잠자고 있던 아버지(78)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같은 달 세종시에 사는 서모(41)씨가 환청에 시달리는 등 정신분열증을 앓다가 아버지(81)와 큰형(56)을 흉기로 살해하기도 했다. 정신분열증 등 정신질환자는 흔히 ‘잠재적 범죄자’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 이들의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오히려 낮다.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범죄자 중 정상인은 50만 9314명인 데 반해 정신이상자는 1584명이었다. 정신질환 경험자가 전체 인구의 약 10%라고 할 때 정상인의 범죄율은 약 1%에 달하지만, 정신이상자의 범죄율은 0.03%에 불과하다. 그러나 피해대상을 환자 가족으로 한정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2009년 한국법과학회지에 발표된 ‘존속살해와 정신분열의 연관성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08년 1월~2009년 6월 발생한 존속살해 72건 중 45.8%인 33건이 정신분열증 병력이 있는 자녀에 의한 것이었다. 정성국 서울경찰청 검시관은 “존속살해를 저지른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대부분 부모를 죽이라는 환청이 들리거나 부모가 괴물 등으로 보이는 망상 증세를 겪은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최근까지 가족이 피해자가 되는 비율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를 돌보는 부담이 고스란히 가족의 몫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부가 진료비 부담을 낮추고 지역 정신보건센터를 설치해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환자들은 치료보다는 방치되는 일이 많다. 통원치료에도 한 달에 수십만원이 들고 입원하면 비용은 10배 이상이 나온다. 안석균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환자가 공격적 성향을 보일 때 가족들은 그만하라는 의사표시를 분명히 밝히고 그래도 멈추지 않으면 환자가 진정될 때까지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이 좋다.”면서 “환자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지역 정신보건센터의 전문인력 보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모든 정신질환자가 폭력적인 것은 아닌 만큼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열린세상]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에 관심을/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에 관심을/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50년 만에 찾아온 초겨울 혹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선거의 유세 열기가 뜨겁다. 골목을 누비는 유세 차량에서 흘러나오는 확성기 소음에 구세군 냄비의 종소리는 작아져만 간다. 전국이 온통 대선의 열풍에 휩싸여 있다. 이 와중에 한 달 보름 남짓 남은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이 언론과 국민의 관심에서 아직까지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새해 1월 29일부터 8일 동안 평창과 강릉에서 열리는 동계스페셜올림픽엔 120여개국에서 3300여명의 선수단과 가족 등 1만 50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파인스키, 스피드스케이트, 피겨스케이트 등 7개 종목의 59개 세부 종목 경기가 열린다. 스페셜올림픽은 지적장애인들이 참가하여 기량을 겨루는 경기대회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장애인 체육대회인 패럴림픽이 기록과 순위경쟁을 하는 엘리트스포츠인데 반해, 스페셜올림픽은 금·은·동 외에 4등부터 8등까지도 리본을 달고 시상대에 서는, 그야말로 모두가 승자가 되는 특별한 올림픽이다. 올림픽은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쿠베르탱이 꿈꾸었듯이 인간의 완성과 세계의 평화를 증진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올림픽은 단순히 스포츠행사만이 아니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스페셜올림픽 또한 스포츠 이상의 울림을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에 보여주면 좋겠다. 우선 이번 스페셜올림픽이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적장애인도 비지적장애인과 다르지 않은 동일한 이웃이요, 형제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은 어떤 모습이든 상하귀천의 평가대상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되는, 그 자체로 고귀한 존재다. 또한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누구나 자신이나 가족이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장애인 문제는 곧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인 셈이다. 둘째, 이번 기회에 지적장애인, 나아가 장애인 문제에 대해 제도적·법적 지원체계를 보강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장애인 문제는 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와 국가 전체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내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일일 뿐만 아니라 이들을 방치했을 때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 또한 훨씬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국가의 최우선 정책의제가 되다시피한 복지 논의에서도 장애인과 난치병 환우 등의 지원 과제가 주요한 정책의제로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특수교사의 충원, 대학입시에서의 장애인 특례입학, 평생교육의 지원 확대 등 장애인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셋째, 언론에서도 이번 올림픽과 지적장애인에 관한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면 좋겠다. 정치, 경제 기사나 오락 프로그램도 중요하겠지만 의미 있는 이슈에 관해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것은 언론의 직무해태요, 유기라고 할 수도 있다. 스페셜올림픽도 명색이 올림픽인데 조직위원회나 이 올림픽에 참가하는 지적장애인들이 언론에 구걸하는 일이 없도록 언론이 한 발 앞서 관심과 지원을 해주길 기대한다. 넷째, 우리 국민들도 스페셜올림픽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으면 한다. 자원봉사단이 발족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더 많은 우리의 손길이 필요할 것이다. 여력이 되는 대로 돕는 방법을 찾아보자. 지적장애인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나 자신의 기쁨 또한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 동안 경기장을 찾아 열심히 응원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아니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온 가족이 함께 목이 터져라 응원해 보자. 누가 이기고 진들 대수겠는가. 스페셜올림픽은 모두가 승자가 되는 특별한 올림픽이니까. 유독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연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 작은 사랑이라도 실천하는 우리나라, 우리사회가 되면 좋겠다. 새해가 되면 이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온 가족이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경기장을 찾아 뜨거운 응원전을 펼쳐 보자.
  • [사설] TV토론 방식 바꿔 국민 알권리 지켜라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대선 후보 2차 TV토론이 열린다. 정치외교안보 분야를 다룬 4일에 이어 경제 분야를 중점 토론하는 자리다. 4일 첫 TV토론 시청률이 전국 평균 34.9%에 이른 데서 알 수 있듯 많은 유권자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대선 때와 달리 선관위 주관을 제외한 여타 TV토론이 일절 이뤄지지 않은 탓에 각 대선 후보의 자질을 비교·평가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한데 10일 토론을 앞두고 많은 유권자들이 지금 걱정을 쏟아내고 있다. 지지율 1% 안팎의 군소 후보에 불과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때문이다. 답변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인신공격성 막말을 앞세운 그의 좌충우돌 활극으로 인해 1차토론은 유력 주자인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인내심과 존재감을 시험받는 무대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지를 호소하기는커녕 그저 자신과 자기 정당의 존재감을 내보이려는 그의 ‘원맨쇼’로 인해 TV토론의 취지인 정책과 자질 검증은 설 자리를 잃었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당했다. 지지율도 낮고 4·11 총선 때 집단 선거부정 행위로 의석을 얻은 정당의 후보인 만큼 이 후보를 배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만, 당장 공직선거법을 개정할 수는 없는 터라 3자 토론은 불가피해 보인다. 박·문 후보가 선관위 토론을 거부하고 따로 양자 토론을 하라는 주문도 있으나, 이 역시 법이 부여한 책무를 배척하는 행위인 만큼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토론 방식을 개선해 파행을 최소화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의도적으로 상대 후보의 질문을 묵살한 채 제 주장만 펴거나, 주제와 동떨어진 얘기로 상대방을 헐뜯는 등 토론을 왜곡시키는 일체의 ‘반칙’에 대해서는 토론을 주관하는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직권으로 당사자의 발언 기회를 박탈하는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 토론위 측은 “이미 토론 방식을 각 당에 통보한 데다 ‘반칙’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으나, 이런 기술적 이유로 국민의 알권리가 훼손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TV토론을 유권자들에게 돌려줄 방도를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신의 소녀들’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신의 소녀들’

    알리나와 보이치타는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사이다. 독일에서 일하다 루마니아로 돌아온 알리나는 보이치타에게 동행을 요구한다. 잠시 독일로 떠나 친구를 다독여 주려던 보이치타는 뜻밖의 계획을 내놓는 알리나가 불편하다. 힘겹게 살아온 알리나는 보이치타에게 맹목적으로 집착할 뿐만 아니라 그녀가 수녀의 길마저 포기하기를 원한다. 수도원에서 지내며 이미 신과 약속을 맺은 보이치타는 불안정한 친구의 모습 앞에서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보이치타가 품에서 멀어진다고 생각한 알리나는 이상증세를 보인다. 알리나는 병원의 권고로 언덕 너머 수도원에 더 머물게 되지만 증세가 점점 심각해지자 엄격한 신부는 악령을 쫓는 의식을 치르기로 한다. ‘신의 소녀들’은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영화계를 놀라게 했던 크리스티안 문주의 신작이다. 루마니아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데, 종교와 젊은 여성의 밀접한 관계를 다룬 서구영화의 오랜 전통 아래 놓인 작품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서구사회에서 종교는 거부할 수 없는 절대 권력을 상징하며, 젊은 여성은 강압적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존재를 대표한다. 멀리 ‘잔 다르크의 수난’에서 가까이 ‘막달레나 시스터스’에 이르는 영화들은 그런 관계를 영화 언어로 표현해 왔다. 그렇다고 해서 ‘신의 소녀들’이 종교 자체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판단하면 곤란하다. 문주가 문제시하는 것은 순진한 표정의 무지를 무기로 해 인간을 폭압하는 시스템이다. 문주는 전편에 이어 길게 찍기와 들고 찍기를 즐겨 사용한다. 그의 영화는 대상 가까이에서 움직임을 소상하게 기록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150분의 상영 시간 동안 영화가 긴밀하게 기록하는 대상은 두 주인공이 아니다. 두 주인공의 관계에 집중하는 만큼의 시선을 바깥 인물에게 기울인다. 예를 들어, 여러 수난을 통과하는 사이에 알리나가 겪는 심경 변화는 수도원 여성들의 야단법석으로 표현된다. 사경을 헤매는 알리나의 모습 대신 병명을 구체적으로 말하기를 꺼리는 늙은 의사를 오랫동안 응시한다. 알리나가 시체로 누워 있을 때에도 불평을 길게 늘어놓는 여의사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심지어 알리나가 영화 내내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그녀의 표정은 카메라에 거의 노출되지 않는다. ‘신의 소녀들’은 고통받는 인물이 아니라 고통의 원인인 체제에 관한 영화다. 극중 카메라가 그러하듯 고통을 주는 시스템은 고통받는 자의 표정과 심경에 무관심하다. 시스템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고통을 호소하는 인간을 잠자코 머물게 하느냐.’에 있다. 시스템은 마음에 다가서지 못하고 인간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그런 사회는 한 인간을 죽음에 다다르게 한다. 희망을 포기당하면 곧 죽는 것이다. 사회로 막 발을 떼려는 세대를 근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문주는 결말에서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밝힌다. 차에 앉아 “사회가 엉망이다.”라고 시큰둥하게 내뱉는 경찰 앞으로 어린아이들이 줄을 지어 길을 건넌다. 아이들이 지나가자마자 경찰차의 창은 난데없는 흙탕물로 더럽혀진다. 그것은 곧 어린 세대의 야유이자 무언의 항변이다. 문주는 다음 세대를 억누르고 욕하기에 바쁜 기성세대가 수치심을 느끼기를 바란다. 더불어 방치된 청춘에 대한 속죄의 마음을 두 번의 자장가로 고백한다. 6일 개봉. 영화평론가
  • [데스크 시각] 대선 교육공약 유감/박현갑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대선 교육공약 유감/박현갑 사회부장

    201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이 곧 시작된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시모집에서 뽑는 인원이 역대 가장 적은 37%에 불과하다. 나머지 63%는 수시모집에서 선발한다. 내년부터 수능이 A·B 두 가지 유형으로 바뀌게 돼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조바심은 최고조다. 시험이란 경쟁이다. 누군가는 웃고 또 다른 누군가는 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하지 않아도 될 에너지를 소모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대선 후보들의 교육공약은 아쉽다. 현상에 대한 보완책 중심이면서도 진정성이 부족하고 미래지향적인 비전 제시는 찾기 어렵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모두 대입전형 단순화를 지향한다. 찬성한다. 현 대입전형은 너무 복잡하다. 수험생의 63%를 선발하는 수시 전형의 뼈대가 되는 입학사정관 전형이 특히 그렇다. 사교육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주범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수험생의 교과성적뿐만 아니라 적성과 재능 등 장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제도다. 방향은 옳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공부도 잘하고 장래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함을 ‘서류’로 입학사정관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1차 합격의 관문이라도 통과할 수 있다. 그런데 학교는 이 서류 작성에 필요한 개개 학생의 성장과정을 객관적으로 추적하고 평가할 여건을 갖추지 않고 있다. 게다가 대학마다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은 천차만별이다. 특출나게 공부를 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수험생으로서는 진학하려는 대학군을 최대 6개 대학까지 고른 뒤, 이 대학들이 요구하는 인재상에 자신을 맞추거나 맞춘 것처럼 포장을 해야 한다. 이런 ‘스펙’쌓기는 학교에서는 해주기 어렵다. 사교육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교육 시장은 부모의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진입하기 어렵다. 결론은 입학사정관 전형 축소다. 1920년대 입학사정관 전형을 도입한 미국에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주관적 평가가 될 수밖에 없는 사정관 전형의 한계를 고려,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각 대학마다 수천명씩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하는 현실에서 입학사정관제 확대는 사회적 갈등만 조장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수시와 정시 비중은 절반씩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수시 전형 확대는 정부방침과 달리 사교육 시장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평범한 학부모와 평범한 학생이라면 수시는 그림의 떡이다. 특히 용어 재정립도 필요하다. 정시모집은 추가모집으로 용어를 바꿔야 한다. 새내기 10명 중 4명도 채 선발하지 않는데 정시모집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수험생을 우롱하는 처사다. 두 후보가 고교 무상교육 실시를 주장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아쉽다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정이 수반되는 교육복지정책은 유치원-초·중·고-대학 순으로 가야 한다. 대학의 반값 등록금 문제를 방치하라는 게 아니다. 유년기, 청소년기에 대한 균등한 교육기회 제공 없이 성인을 대상으로 한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은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 고교 수업료는 대학생이 부담하는 등록금의 10분의 1선이다. 그런데도 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반값등록금 문제에 열을 올리는지 모르겠다. 국가 지도자가 되려면 한정된 재원과 넘치는 정책 수요 사이에서 냉철한 판단과 과감한 거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용기가 있어야만 상대편을 설득할 수 있다. 이공계가 무너진다는 소리가 나온 지 오래지만 이공계 육성을 위한 비전은 눈에 띄지 않는다. 대입전형 손질이라는 단기과제도 중요하지만 미래 인재 육성을 뒷받침할 교육과정 개편 등 중장기적 비전도 그에 못지않게 필요하다. 잇단 나로호 발사 실패 및 연기는 이공계 인재 육성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eagleduo@seoul.co.kr
  • 강원 지방의료원 매각 딜레마

    “해마다 수십억원 적자 내는 지방의료원을 매각 또는 폐쇄해야 한다.”(강원도·도의회) “취약계층 의료서비스 지원과 공공보건의료 정책 확대 위해 존치해야 마땅하다.”(시민단체) 강원도가 수백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강릉·원주·속초·삼척·영월 등 5개 지방의료원 일부 매각과 폐쇄를 추진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강원도는 4일 수백억원의 부채를 안고 해마다 80억~90억원씩의 적자를 내는 지방의료원의 고질적인 경영악화를 더 두고 볼 수 없어 지방의료원 1∼2곳을 매각하거나 폐쇄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이 같은 계획은 지난달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권고를 거쳐 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가부가 결정된다. 강원지역 지방의료원은 지난 10월까지 부채가 784억원에 이르고 적자도 해마다 늘어 2010년 88억원, 지난해 91억원에 이어 50억원의 도비가 지원된 올 들어서도 지난 9월까지 27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이유는 의사 등 고급 인력의 인건비와 열악한 지역 환경으로 인한 경영악화 등이 복합적인 것으로 도는 보고 있다. 도는 이 같은 적자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사설 의료환경이 좋은 일부 지역 1~2곳의 지방의료원을 매각 또는 폐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강원지역 의료기관은 지역의 공공의료실천을 통해 도민의 건강증진을 돕고 서민·사회적 약자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왔다.”면서 “의료원 매각·폐쇄는 강원도민의 사회안전망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척시 번영회도 성명을 내고 “다른 시·도에 비해 의료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의료원의 폐쇄나 매각은 지역 정서에 맞지 않다.”며 “적자가 나더라도 농어촌 지역 주민들이 겪는 의료 환경과 지역 정서를 먼저 고려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음악 흐르는 두 바퀴 여행… 400년 산전샘서 갈증 싹~

    동천강변에서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음악이 흐른다. 지난 5월 중구가 주민과 동천강 둔치 이용객을 위해 설치한 음향 시설에서 클래식과 댄스, 발라드,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지난 4월에는 이곳에서 국악과 무용, 재즈, 오케스트라의 향연이 열렸다. 한국예총 울산시연합회가 이틀 동안 중구보건소 맞은편 동천강 둔치에서 울산예술 연합 공연을 개최했다. 첫날에는 국악협회와 연예협회 회원들이 차례로 나와 모둠북과 재즈음악 등을 선보였고, 둘째 날에는 음악협회와 무용협회 회원들이 출연해 체임버오케스트라 연주와 밸리댄스 공연 등을 했다. 또 2010년 10월에는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전거 연습장이 들어섰다. 자전거 연습장은 탄성 포장으로 만들어졌다. 연습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중구 관계자는 “동천 자전거 연습장은 태화강과 동천강변에 조성된 자전거 전용도로와 연계돼 생활 속 복합 휴양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산전샘은 400여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병영성 안팎 주민들과 병사들에게 식수로 제공될 만큼 물맛이 좋았을 뿐 아니라 여름에는 차고, 겨울에는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따뜻했다고 한다. 또 석양이 지는 산전에는 머리를 땋은 처녀들이 물동이를 이고 줄지어 성내로 오갔고, 해방 뒤에는 이 샘의 수질을 안 미군부대에서 식수로 사용했다. 멀리 부산과 대구에서도 샘물을 실어 갔다고 전한다. 산전샘은 1967년 병영산전 양수장 개발 이후 물줄기가 고갈돼 방치되다 1985년 땅에 묻혀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2002년 5월 복원됐다. 또 외솔큰길 주변에는 조선시대에 쌓은 병영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경상좌도의 병마절도사가 머물던 병영성은 조선 태종 17년(1417년)에 쌓은 해발 45m 이하의 낮은 구릉을 이용해 골짜기를 두른 타원형 성이다. 초기에는 여장(성벽 위에 낮게 쌓은 담)을 비롯한 기본적인 시설을 갖췄지만, 세종 때 국방력 강화를 위해 성을 보호하고 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해 옹성(성문 방어용 성)·적대(옹성과 성문 방어용 돌출 시설)·해자(성벽을 둘러싼 못) 등 다양한 방어시설을 설치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당시 성의 둘레는 3723척(약 1.2㎞)이고 높이는 12척(약 3.7m)이었으며, 성 안에는 우물·도랑·창고 등이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울산시와 중구는 병영성 복원 사업도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외솔큰길 주변의 병영은 예로부터 호국 정신이 뿌리 깊은 곳으로 유명하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기고] ‘무용’의 쓰레기를 ‘유용’의 에너지로/조춘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기고] ‘무용’의 쓰레기를 ‘유용’의 에너지로/조춘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장자편에 이런 우화가 실려 있다. 남백자기라는 사람이 상구라는 지역에서 아주 큰 나무를 보았다.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나무에 수레 수천 대를 묶어 놓아도 그 나무 그늘 안에 들어갈 정도였다. 그런데 그 나무의 가지는 구불구불하여 집 짓는 재목으로 쓸 수도 없고, 밑둥은 속이 텅 비어 관이나 널로도 쓸 수가 없었다. 이렇게 쓸모없는 나무를 보며 남백자기는 “이 나무는 좋지 못함 때문에 그 타고난 수명을 다하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유래한 말이 아무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실상보다 쓸모 있는 것이 된다는 뜻의 ‘무용지용’(無用之用)이다. 이러한 ‘무용지용’의 뜻에 가장 부합하는 현대의 발견이 폐기물 에너지가 아닌가 싶다. 본래 쓸모 있음이 자명한 것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은 쉬우나 쓸모없는 것에서 유용함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발상의 전환과 창의적 사고를 가지고 사물을 바라볼 때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폐기물 에너지는 쓰레기에 대한 발상의 전환으로 쓸모없는 쓰레기의 발생을 줄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쓸모 있게 재탄생시키고자 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석유, 가스 등 부존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는 에너지 빈국이면서 동시에 에너지 다소비국이기에 폐기물 에너지는 유용한 대체에너지로 주목받으며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서울·인천·경기지역 2400만 시민이 배출하는 폐기물을 위생매립하는 수도권매립지에서는 폐기물 매립 후 발생되는 매립가스와 침출수 등을 에너지로 바꾸는 폐자원에너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폐기물 매립 시 발생하는 매립가스(Landfill Gas:LFG)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연간 3억 6000만㎾의 전력을 생산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 창출과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지구온난화 방지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공사는 음폐수처리 사업을 활발히 진행, 국내와 인도에서 음폐수 육상처리 기술 등의 특허를 취득한 바 있다. 이를 통한 음폐수 바이오가스 생산으로 연 40억원 이상의 LNG(액화천연가스) 대체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뿐만 아니라 음폐수 처리과정에서 발생되는 슬러지를 처리하는 비용도 연간 15억원 이상 절감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다 매립 완료지역은 생태공원 등의 부지로 활용돼 대상지의 자연성 회복과 생태 기능 강화는 물론 세계적인 환경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즉, 쓸모없던 매립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이른바 ‘무용’한 매립지를 ‘유용’한 환경명소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러한 폐기물 처리 및 공원화 기술은 중국·페루·스리랑카를 비롯, 15개국에 수출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가 경쟁력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폐기물에너지화는 버리고 방치하면 해(害)밖에 되지 않는 쓰레기를 에너지라는 혜(惠)로 반전시킴으로써 에너지 창출과 쓰레기의 적정한 처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사업이다. 정부 및 수도권매립지공사의 지속적인 노력에다 ‘무용지용’을 믿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보태져 폐기물자원화기술의 유용성이 한층 더 빛을 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지방시대] 전국의 폐선철도를 푸른길로/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지방시대] 전국의 폐선철도를 푸른길로/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광주광역시에 독특한 도시공원이 있다. 과거 철도가 있던 곳을 그대로 활용해 조성한 ‘푸른길 공원’이다. 이 공원은 광주역에서 옛 남광주역을 거쳐 효천역에 이르는 8㎞, 약 10만㎡의 부지에 만들어진 선형 공원이다. 지금 옛 남광주역 부지의 푸른길 공사가 마지막으로 진행되고 있다. 2000년 폐선된 이후 10여년 동안에 도심철도가 도시의 훌륭한 공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 공원은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다. 시민들이 이 공원을 통해 출퇴근하거나 학생들이 통학하고, 지역민들이 휴식하거나 조깅이나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탄다. 사실 이 공원은 지역민들에게 보석 같은 존재다. 광주시에서도 자랑스럽게 여긴다. 시민들의 만족도도 크고, 도시 재생의 수범적인 사례이며 또한 독특하게 주민, 시민환경단체와 협치(Governance) 과정을 거쳐서 조성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푸른길은 폐선 철도를 재활용한 모범적 사례일 것이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철도의 폐선이 계속되고 있다. 경부선, 호남선, 경원선, 중앙선, 장항선, 전라선 등 국가 주요철도망에서 약 370㎞가 폐선이 됐거나 폐선이 예정돼 있다. 자동차 교통량의 증가, 도시의 확장, 철도의 복선화 추진 등의 요인 때문에 이설하거나 신설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폐선이 발생한다. 이런 철도 폐선 부지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도시지역이나 목 좋은 곳은 개발용지로 매각하고 도시 외곽은 방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광주 푸른길의 사례를 토대로 도시에는 공원으로, 도시 외곽은 제주도의 올레길처럼 오솔길을 만들어야 한다. 폐선이 발생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푸른길 조성 방침을 정하더라도 막대한 예산으로 부지를 매입해야 하고, 조성비를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을 것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폐선 부지 활용에 대한 정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이다. 전국적 차원에서 철도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듯이 이제 폐선 부지 활용정책도 가져야 한다. 지방정부에 푸른길 공원 추진을 유도하고, 적극적인 정책적·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 철도도 중요하지만 폐선 부지도 그만큼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해야 한다. 광활한 국토를 가진 미국은 지금 ‘폐선 철도를 이용한 오솔길’(Rail to Trail) 혹은 푸른길(Greenway)을 2만 마일(3만 2000㎞) 이상 가지고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건설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건설 중이다. 이 길을 따라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출퇴근·통학을 하며, 보행과 자전거를 타고 있고, 특히 도시 외곽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나 승마 등 여가를 즐기고 있다. 주정부나 지방정부가 조성에 축이 되고 민간조직들이 적극 참여했으며, 연방정부가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해 왔다. 미국의 오솔길, 광주의 푸른길처럼 이 공간을 가꿔야 한다. 이곳은 환경 생태의 공간으로서 시민들의 건강을 함양해 주고, 여가를 즐길 수 있게 해주며, 도시교통의 통로로서 또한 문화와 역사의 공간이기도 하다. 총체적으로 지역공동체의 공간이다. 전남 여수와 순천, 광양에서 나아가 전국적으로 철도의 폐선 부지가 이런 공간으로 재탄생해야 되지 않겠는가.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생명의 공간으로 다시 탄생하기를 기원해 본다.
  • “취약층 인터넷 중독 치료해 드립니다”

    “취약층 인터넷 중독 치료해 드립니다”

    “사회 취약계층의 인터넷 중독률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예방 및 치료 기구가 마땅히 없어 사실상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전국 처음으로 부산에서 인터넷과 스마트 미디어 등에 중독된 사회 취약계층을 돌보는 ‘스마트힐링봉사단’이 4일 발족돼 운영에 들어간다. 스마트힐링봉사단의 운영 등을 실질적으로 책임진 부산정보문화센터 윤선욱(52) 센터장에게 봉사단의 운영 방안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 봤다. →봉사단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나. -인터넷 게임 등에 중독된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치료를 돕게 된다. 이와 함께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상담봉사 및 멘토 활동, 정보문화의 달 및 지역행사, 국제행사 등의 자원봉사 활동과 건전 정보문화 조성,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홍보활동을 하게 된다. 앞으로 부산시 정보문화센터와 업무협약을 맺은 대학 및 기관 등을 중심으로 점차 규모를 넓혀 나갈 예정이다. 이들과 1대1 자매결연 등의 맺어 멘토 역할을 하게 된다. →봉사단 발족 취지는. -지난해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인터넷 중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및 스마트 미디어 중독률이 일반인은 7.7%이지만 사회 취약계층에 속하는 저소득층은 13%, 다문화 가정은 14.2%, 한 부모 가정은 10.5%로 각각 조사돼 중독성이 일반 가정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이들을 도울 마땅한 기구가 없어 사실상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비단 이들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다가 봉사단을 만들게 됐다. →동명대 학생들로 봉사단을 구성한 이유는. -동명대와는 오래전부터 산학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다. 우선 재능 기부가 가능한 이 학교 보건복지교육대학 학생 200여명 등으로 봉사단을 꾸렸다. 이 학생들은 상담심리학과, 사회복지학과, 간호학과, 유아교육학과, 체육학과 등에서 다양한 학문을 전공해 멘토로 참여하기에 안성맞춤이며 컴퓨터 사용에 능숙하다. 이들은 다문화가정 자녀 등에 대해서는 언어치료 등의 역할도 수행한다. →기대 효과는 . -스마트힐링봉사단 발대식을 계기로 대학생 봉사단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단체의 재능나눔 기부와 봉사가 이뤄지고 인터넷 중독 예방 해소 사업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산학, 민관 네트워크 운영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장애시설 원장이 상습 성폭행”… 전북판 도가니?

    전북 전주시의 대형 사회복지법인에서 7명의 지적장애여성을 대상으로 성추행과 성폭행이 장기간 자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성폭력예방치료센터 등 전북지역 66개 시민·사회단체들은 3일 전북도청 광장에서 성폭력대책위 출범식을 갖고 A복지재단의 성폭력 사건 수사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A복지재단 설립자 친인척인 J(44)씨와 K(54)씨가 1992~2009년 지적장애 2·3급인 여성 7명을 원내 강당방, 창고, 교실, 화장실 등에서 지속적으로 성폭행하고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A복지재단 성폭행 주장은 ‘도가니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시행된 ‘장애인 생활시설 인권실태 조사’에서 피해자들의 진술을 통해 제기됐다. 대책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연말까지 성폭력피해자 상담과 인권실태를 조사,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지난 7월과 10월 경찰에 고발했고 피해자들은 성폭력예방치료센터에서 상담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 상담 결과 설립자의 처조카인 J씨는 1992~2001년 복지재단 특수교사로 재직하면서 당시 17~25세였던 피해 여성 4명을 협박과 회유를 해가며 성폭행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은 대책위와 상담에서 “안 할려고 했는데 끝내 무섭게 하면서….”, “귀찮게 하고 속상하게 하고 아프게 했다.”고 피해사실을 진술했다. 피해자들은 또 “자꾸 무서운 꿈을 꾸며 겁이나 죽겠다.”고 호소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J씨가 다른 선생님들한테 말하지 마라.”고 협박까지 했다고 말했다. J씨는 고교시절부터 재단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와 함께 시설 안에서 생활했고 고교 졸업 후 특수교사 자격증을 따 피해여성들을 돌보는 교사로 재직했다. 이후 J씨는 미국으로 유학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2009년부터 재단 산하 복지시설 원장으로 재직하다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자 올 1월 사직했다.또다른 재단 산하기관 원장인 K씨(설립자의 조카)는 2009년 11월 지적장애여성 3명을 화장실로 끌고가 성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지난 10월 고발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전주덕진경찰서는 “현재까지 피해를 주장하는 7명 중 6명의 피해자 진술 조사를 마쳤다.”며 “피해 시기나 장소 등이 명확하지 않아 조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지능이 4∼5세 수준이어서 피해 진술을 받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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