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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준표 ‘비박계 차기 대표주자’ 노리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0일 국회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의결한 동행명령을 거부하는 등 국회와 정면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야가 합심해 홍 지사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반발인 동시에 비박(비박근혜)계의 차기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얘기가 나온다. 홍 지사는 지난 9일 트위터에서 “내가 친박이었다면 나를 이렇게 핍박하겠나”라면서 “작년 도지사 경선 때도 그렇게 집요하게 방해하더니…. 일부 친박들의 주도권 다툼이 도를 넘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국정조사 특위의 동행명령을 거부함으로써 당을 장악한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당이 자신을 돕지 않고 방치해 온 것에 대한 노골적인 서운함도 묻어 있다. 하지만 당에서는 홍 지사의 태도가 도를 넘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친박 인사들은 홍 지사의 트위터 발언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친박 핵심 인사인 최경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뜬금없는 소리다. 친박과 (동행명령장 발부가)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불쾌해했다. 다른 인사도 “비겁하다. 증인으로 출석해서 당당함을 밝히면 될 것 아닌가”라며 흥분했다. 일각에서는 홍 지사의 최근 행보를 두고 당내에서 좁아지는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한다. 당 관계자는 “변방으로 밀린 홍 지사가 중앙 무대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을 고수하면서 차기를 노리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성 보수 정치인 이미지를 강화해 비박계와 기존 지지자들의 결집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박계 대항마’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전략을 통해 ‘포스트 박근혜’를 노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홍 지사의 불도저식 정면 돌파 전략이 언제까지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당내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홍 지사에게 공천을 안 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과 “이런 상황에서 홍 지사가 공천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동행명령을 거부한 홍 지사가 고발 조치되면 공천을 받기가 더 힘들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빈라덴, 사살전 수염밀고 카우보이 모자쓴채 거리 활보”

    “빈라덴, 사살전 수염밀고 카우보이 모자쓴채 거리 활보”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지도자인 오사마 빈라덴이 미국 해군특전단(네이비실)에 사살되기 직전까지 파키스탄에서 9년간 은신할 수 있었던 것은 파키스탄 정부의 무능과 태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가 입수해 8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공개한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위원회’의 보고서는 파키스탄 정부와 군대가 무능력한 탓에 빈라덴이 9년간 발각되지 않았으며 미국이 파키스탄의 영토권과 독립성을 무시한 채 빈라덴을 사살하는 ‘전쟁 행위’를 자행하도록 방치했다고 밝혔다. 빈라덴의 사살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2011년 6월 구성된 아보타바드 위원회는 빈라덴의 가족을 비롯해 당시 파키스탄의 정보당국 수장, 고위 관료 등 200여명의 증언과 정부 문서 등을 토대로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다. 총 336쪽 분량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중반 파키스탄에 입국한 빈라덴은 북서부 스와트밸리에 머무는 동안 9·11테러 기획자로 알려진 칼리드 샤이크 모하메드와 여러 번 만났으며 하리푸르에서 두 명의 아내와 자녀, 손자들과 2년간 머물렀다. 빈라덴이 2005년부터 사망하기 직전까지 6년간 거주한 아보타바드의 은신처는 주변 주택단지와 다소 떨어져 있고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지역 정부 관계자, 경찰, 정보당국의 어떤 누구도 이를 의심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가 전한 빈라덴의 파키스탄 거주 당시 일상생활도 주목할 만하다. 빈라덴은 미국의 감시 위성을 피하기 위해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말끔하게 면도를 한 채 집을 나섰으며 기운이 빠질 때는 사과와 초콜릿을 즐겨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빈라덴의 연락책인 아부 아흐마드 알 쿠웨이티의 부인인 마리암은 자신과 남편, 빈라덴이 2002년 또는 2003년에 차를 타고 바자르로 이동하던 중 속도 위반으로 경찰에 걸려 빈라덴이 적발될 뻔했다고 위원회에 증언했다. 마리암은 경찰이 빈라덴을 알아보기 전에 남편인 알 쿠웨이티가 먼저 나서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들이 빈라덴의 은신에 도움을 줬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만난 군부의 고위 관계자들이 군부 내 과격 이슬람주의자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빈라덴이 파키스탄에서 거주한 기간과 거처를 여러 번 옮긴 점을 고려할 때 그가 일부 파키스탄 정부 인사들로부터 여러 형태의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감사원 “대운하 포기한다던 MB정부 알고보니…”

    전임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공약’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이후에도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설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운하를 고려해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바람에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과 관리비용 증가, 수질관리 문제 등을 유발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건설업체들의 담합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유없이 처리를 지연하고, 담합을 주도한 회사에 과징금을 깎아준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10일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일괄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감사원이 지난 1∼3월 국토교통부와 공정위 등을 대상으로 담합 의혹과 입찰 부조리를 집중 점검한 결과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 전 대통령의 대운하 중단 선언(2008년 6월) 이후인 2009년 2월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라 운하가 재추진될 수도 있으니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대통령실의 요청에 따라 대운하 재추진에 문제가 없도록 4대강 사업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로 구성된 경부운하 컨소시엄이 그대로 4대강 사업에 참여하는 바람에 대형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통해 낙찰 예정자를 사전 협의하는 등 손쉽게 담합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건설사들의 호텔 회동 등 담합 정황이 포착됐는데도 국토부는 별다른 제재 없이 2011년 말까지 준공하기 위해 사업비 4조 1000억원 규모의 1차 턴키공사를 한꺼번에 발주해 담합을 사실상 방조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특히 대운하 추진안을 고려하느라 당초 계획보다 보(洑)의 크기와 준설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수심 유지를 위한 유지관리비 증가, 수질관리 곤란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공정위가 4대강 1차 턴키공사 담합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2011년 2월 심사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고도 1년 이상 방치하다 이듬해 5월에야 전원회의에 안건을 상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공정위는 12개 건설사에 156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6개사를 고발한다는 사무처 의견을 전원회의에서 8개사에 1115억원의 과징금만 부과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과정을 회의록에 제대로 기록하지 않아 회의 결과에 대한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게다가 담합을 주도한 건설사에는 과징금을 가중 부과(최대 30% 이내)할 수 있는데 이를 포기한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2차 턴키공사와 총인처리시설 공사에서도 ‘들러리 입찰’ 등 가격담합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공정위원장에게 위반행위를 조사하라고 통보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수염 민 빈라덴 카우보이 모자쓰고 거리 활보했다”

    “수염 민 빈라덴 카우보이 모자쓰고 거리 활보했다”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지도자인 오사마 빈라덴이 미국 해군특전단(네이비실)에 사살되기 직전까지 파키스탄에서 9년간 은신할 수 있었던 것은 파키스탄 정부의 무능과 태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가 입수해 8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공개한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위원회’의 보고서는 파키스탄 정부와 군대가 무능력한 탓에 빈라덴이 9년간 발각되지 않았으며 미국이 파키스탄의 영토권과 독립성을 무시한 채 빈라덴을 사살하는 ‘전쟁 행위’를 자행하도록 방치했다고 밝혔다. 빈라덴의 사살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2011년 6월 구성된 아보타바드 위원회는 빈라덴의 가족을 비롯해 당시 파키스탄의 정보당국 수장, 고위 관료 등 200여명의 증언과 정부 문서 등을 토대로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다. 총 336쪽 분량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중반 파키스탄에 입국한 빈라덴은 북서부 스와트밸리에 머무는 동안 9·11테러 기획자로 알려진 칼리드 샤이크 모하메드와 여러 번 만났으며 하리푸르에서 두 명의 아내와 자녀, 손자들과 2년간 머물렀다. 빈라덴이 2005년부터 사망하기 직전까지 6년간 거주한 아보타바드의 은신처는 주변 주택단지와 다소 떨어져 있고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지역 정부 관계자, 경찰, 정보당국의 어떤 누구도 이를 의심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가 전한 빈라덴의 파키스탄 거주 당시 일상생활도 주목할 만하다. 빈라덴은 미국의 감시 위성을 피하기 위해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말끔하게 면도를 한 채 집을 나섰으며 기운이 빠질 때는 사과와 초콜릿을 즐겨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빈라덴의 연락책인 아부 아흐마드 알 쿠웨이티의 부인인 마리암은 자신과 남편, 빈라덴이 2002년 또는 2003년에 차를 타고 바자르로 이동하던 중 속도 위반으로 경찰에 걸려 빈라덴이 적발될 뻔했다고 위원회에 증언했다. 마리암은 경찰이 빈라덴을 알아보기 전에 남편인 알 쿠웨이티가 먼저 나서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들이 빈라덴의 은신에 도움을 줬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만난 군부의 고위 관계자들이 군부 내 과격 이슬람주의자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빈라덴이 파키스탄에서 거주한 기간과 거처를 여러 번 옮긴 점을 고려할 때 그가 일부 파키스탄 정부 인사들로부터 여러 형태의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왜 차별하냐” 中농민공들 파출소 습격·시위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외지 농민공과 현지 주민 간 갈등으로 농민공들이 현지 파출소를 습격하는 등 군중 시위 사건이 발생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8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지난 7일 광둥성 마오밍(茂名)시 정부청사 앞으로 허난(河南)성 출신 농민공 100여명이 화물차 30대를 몰고 와 건물 입구를 봉쇄한 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현지인과 외지인을 차별한 경찰의 사건 처리 태도에 불만을 터뜨리며 지난 6일 체포된 같은 고향 출신의 동료 노동자 2인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사건은 작은 다툼에서 비롯됐다. 지난 6일 마오밍시 인근에서 허난 농민공이 운전하던 경운기에 현지 주민이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치료비 문제를 둘러싼 언쟁이 현지 주민들과 노동자 간의 집단 패싸움으로 번졌다. 당시 인근 샹산(祥山) 파출소 경찰들이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 이 일대 허난성 출신 농민공 40여명이 떼지어 샹산 파출소를 습격했다. 이들은 쇠몽둥이로 파출소 내 각종 집기를 때려 부수고 경찰 2명을 납치했다. 명보는 경찰들이 분쟁을 조정하면서 현지인들이 농민공의 경운기 4대를 파손한 것을 방치하는 등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지 못해 시위를 촉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민공들의 시위는 인근 마오밍 경찰서가 인력을 투입하면서 제압됐고 이 과정에서 사건을 주도했던 농민공 2인이 체포됐다. 7일 시위는 당시 체포된 농민공들에 대한 석방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 개발 지역에는 돈벌이를 하러 온 외지인이 많은데 이들에 대한 차별이 심해 이따끔씩 군중 시위가 일어나는 등 사회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정전협정 60년] 현재진행형 비극 (상)민간인 학살 경산코발트광산 르포

    [정전협정 60년] 현재진행형 비극 (상)민간인 학살 경산코발트광산 르포

    장맛비가 퍼붓던 지난 4일, 경북 경산시 평산동의 폐(廢)코발트광산. 일제가 군사용 코발트를 확보하려고 1930년대 채광을 시작해 1942년 폐광된 동굴 입구는 냉동 창고 문이라도 열어 놓은 듯 한기를 쏟아냈다. 안전모를 쓴 채 몸을 잔뜩 웅크리고 들어선 갱도 바닥에는 광산 내부에서 흘러나온 물이 고여 있었다.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물이 첨벙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고 침침한 전구 불빛에 언뜻언뜻 드러나는 붉은색의 갱도 옆 벽면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꼭 온도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100여m를 더 들어가자 수직으로 뚫린 또 하나의 굴과 연결됐다. 동행한 경산코발트광산유족회 박의원 대표가 말문을 열었다. “수직 동굴 저 위쪽에서 6·25전쟁 당시 군인과 경찰들이 사람들을 줄줄이 묶은 채 총으로 쏴 떨어뜨렸다고 합니다. 수직 동굴 높이가 50m 정도인데 시체로 가득 차 더는 못 떨어뜨리게 되니까 나중에는 골짜기 이곳저곳에 시체들을 묻었다고 해요. 동굴에서 기관총 탄피나 수류탄 흔적도 발견됐어요. 산 채로 떨어진 사람들을 확실하게 처리했던 모양이에요.” 1950년 7~8월, 이곳에서 민간인 3500명이 군경에 의해 집단 사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희생자들은 경산, 청도 등지의 국민보도연맹원 1000여명, 대구형무소 수감자 2500여명 등이다. 앞서 1949년 이승만 정부는 좌익에 전향 기회를 주겠다는 명분으로 보도연맹을 만들었다. 1년 만에 보도연맹원 숫자는 30만명을 웃돌았다. 지역 할당제가 떨어지자 빨치산의 짐을 날라 주고 밥을 해 주고 심부름을 해 줬던 이들까지 보도연맹원으로 엮어 넣은 탓이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자 이승만 정부는 보도연맹원이 인민군과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동시다발적으로 집단 학살에 나섰다. 1950년 여름, 남한 전역 수십여 곳에서 벌어진 학살 중 대전 산내 골령골과 더불어 가장 희생자가 많은 곳이 바로 경산이다. 1990년대부터 경산코발트광산 사건 규명에 천착해 온 최승호 경산신문 대표는 “정말 논매고 밭매다 붙들려 간 억울한 분들도 있겠지만 희생자 대부분이 보도연맹원인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살아남으려고 어쩔 수 없이 단순 부역을 했던 분들이다. 전쟁 중이라고 해도 법적 근거 없이 죽임을 당할 죄는 결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1960년 4·19혁명 이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회는 진상 규명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듬해 5·16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유족들은 군사정권의 서슬에 ‘빨갱이’로 몰릴까 봐 숨을 죽였다. 2000년대 들어 유족회와 시민단체 등이 유해 발굴에 나섰지만 정부와 경산시는 뒷짐만 졌다. 2005년 비로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이 제정되면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발굴에 나서 420여구를 수습했다. 이전까지 유족회가 발굴한 유골이 80여구다. 그동안 이곳에는 골프장과 노인요양병원이 들어섰다. 하지만 수십~수백m 떨어진 폐광과 골짜기에는 여전히 3000여구의 유골이 방치된 상황이다. 2010년 특별법 종료와 함께 발굴은 중단됐고, 그나마 유족들이 발굴한 80여구마저 임시 컨테이너에서 조금씩 부식되고 있다. 2010년 진실화해위 보고서는 ‘5·16 이후 유족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받으며 현재까지 사회적 약자로 살아오고 있으며, 특히 연좌제로 인한 사회적 차별로 정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유가족 300여명은 지난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121억여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국가의 항소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남편을 잃은 10여명의 부인들을 비롯한 유족들은 정전 60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의 비극을 겪고 있다. 나정태 유족회 부회장은 “3000여구의 유골도 수습해야겠지만 시급한 건 컨테이너에 보관된 탓에 빠르게 훼손되고 있는 80여구를 처리하는 문제”라면서 “충북대에 보관 중인 420여구도 내년까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군 유해 발굴 사업처럼 하기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우리도 똑같은 국민”이라면서 “유골을 모아 합동 화장을 하고 제사를 지낼 수 있는 장소와 작은 기념관 정도는 세울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산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길지란 어떤 곳을 가리키는 것이오?” “징세나 부역이 없고, 토호들의 발호나 관리들의 가렴주구가 없고, 양반도 없고 상것도 없는 세상 아니겠습니까.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지 않아도 열매가 열리는 그런 땅이겠지요. 마당에 노루가 뛰어들고, 솥에는 꿩이 저절로 날아드는 그런 땅이겠지요.” “가관이군. 조선 땅에는 그런 별천지란 없소. 헛것을 보지 않는 이상 그런 희한한 세상은 없을 것이오.” “지성껏 찾다 보면 있겠지요.” “말본새를 보자 하니 비슷한 곳이라도 찾은 것 같은데?” “야숙하더라도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계곡이나 들판이 있다면 그런 곳이 길지가 아니겠습니까.” “그 산채에서는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전전긍긍하였답니다.” “슬하에 소생은 두지 않았소?” 그 말에 월이는 고개를 떨구더니, 한동안 뜸들인 다음에야 겨우 말문을 열었다. “그동안 산채에서 도망할 말미도 없지는 않았습니다만, 태어나면서부터 병치레로 시난고난하던 피붙이를 잃고 말았습니다. 그 불쌍한 것을 산기슭 진흙 속에 묻어둔 채 우리 내외만 살겠다고 허둥지둥 도망한다는 게 하늘에서 날벼락이라도 떨어질까 차마 못 할 짓이었습니다. 도무지 발걸음을 떼어 놓을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기약 없이 산채에 잡혀 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돌림병으로 잃었소?” “아닙니다.” “아니면?” 월이는 말문을 닫고 밤하늘로 시선을 둔 채 묵묵부답이었다. “내가 아낙네에게 못 할 말을 했소?” “지난해 초여름의 일이었습니다. 산채 된비알 남새밭의 김을 맨다 하고 아이의 허리에 끈을 매고 다른 한끝은 나뭇등걸에 매어서 밭둑에서 혼자 놀도록 놓아둔 채, 김 매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지요. 멀리 두고 간혹 바라보면 혼자서 옹알이를 하며 잘 놀고 있었는데… 그런데… 언제부턴가 옹알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사위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습니다. 놀라서 아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보았더니….” “아뿔싸 허리에 맨 끄나풀이 아이의 목에 감겼구려…?” “쇤네가 짚검불같이 여위디여윈 어린것을 죽인 셈입니다. 그런데 명색 어미란 계집은 구차한 명줄을 달고 있으니… 이런 죄인이 도방 대처로 나간들 가위 담도 벽도 의지할 곳도 없거니와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며 살아갈 방도를 찾는다 하여도 여럿 가운데서 견모만 될 뿐 어찌 고개를 들고 살 수 있겠습니까. 수치스럽고 구차한 목숨 부지하게 된 것만 천만천행으로 생각하고 화적들의 소굴에서 사는 게 팔자려니 여겼을 뿐입니다.” 정한조가 의도한 적은 없었지만, 어쩌다 비명에 간 갓난아이의 이야기를 꺼내게 된 것이 무안하여 한동안 말없이 불당그래로 화톳불을 거두다가 슬쩍 말문을 돌려버렸다. “적당들이 십이령길 요해처 곳곳에 척후를 놓아 우리 원상들의 동정을 낱낱이 살펴서 매복하고 있다가 복물바리를 털고 살상까지 서슴지 않았소. 뿐만 아니오. 지방 수령들은 화적이 저지르는 여항간의 작폐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해서 저들의 간담만 키워 지금에 와서 거칠 것이 없게 되었소. 그것을 기화로 화적들이 도방 대처까지 내려와 무뢰배나 도부꾼으로 가장해 기한에 떨고 민들레를 뜯어 먹으며 송기죽이나 가죽나무를 삶아 연명하는 농투성이들 괴나리봇짐까지 탈취하는 분탕질을 예사로 저지르게 되었소. 그랬다면 산채에 있던 화적들은 필경 배불리 호궤시켰을 법한데 어째서 행색들이 굶어 죽은 송장들 같소?” “지금까지 눈 속을 헤치고 수리쉬나 참취 같은 산나물을 뜯어 삶아 소금에 찍어 먹고, 소나무 껍질을 벗겨 송기죽을 끓여 먹거나, 질경이를 뜯고 칡뿌리를 캐어 속을 채워 산채 식구 모두가 미주알이 빠져 죽을 고생들 하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된비알을 기어오르며 도토리를 주워 연명하였습니다. 어쩌다 조밥에 배추고갱이로 국이라도 끓이게 되면, 그걸 숭미탕(?尾湯)이라 해서 잔칫상 받은 듯 즐겨 먹곤 하였습니다.” “그게 사실이오?” “쇤네가 어찌 거짓 발고 하겠습니까.”
  • [씨줄날줄] 이사지왕/안미현 논설위원

    1921년 9월 경주 노서리 주막집 주인 박문환은 주막을 늘리기 위해 뒤뜰을 팠다. 그런데 난데없이 유물이 나왔다. 경주경찰서의 일본인 순경 미야케 고조는 소문을 듣고 즉시 박문환의 집으로 달려갔다. 땅 파기는 중단됐고 27일부터 30일까지 유물 수습 작업이 이뤄졌다. 4일 만의 ‘뚝딱 발굴’로도 유명한 금관총이 세상과 만나는 순간이었다. 1927년 11월 10일 총독부박물관 경주분관에 도둑이 들었다. 금관만 남기고 허리띠, 귀걸이 등 순금 유물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구열이 쓴 ‘한국문화재비화’의 한 토막. “차마 금관까지는 손댈 수 없었는지 아니면 가져가기 거추장스러웠는지 금관만 무사했다. 천수백년 전에 만들어진 금세공품은 아무리 녹여도 금방 알아볼 수 있다느니, 무덤 속 물건을 갖고 있으면 변고가 생긴다느니 온갖 헛소문까지 퍼뜨렸지만 허사였다.” 심리전이 효력을 발휘한 것은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나서였다. 1928년 5월 20일, 도둑은 경주경찰서장 관사 앞에 유물 보따리를 슬그머니 놓고 갔다. 그때 다시 찾은 허리띠가 지금의 국보 88호다. 지난 3일 그 금관총 출토유물(고리자루큰칼)에서 ‘이사지왕’(?斯智王)이라는 글자가 발견되었다. 정체는 아직 미스터리다. 내물왕 등 신라시대 여섯 마립간(왕)의 다른 이름이거나, 왕이 아닌 고위 귀족일지 모른다는 등 가설만 무성하다. 일본 규슈지방 출신 왕의 이름이 이사지라는 얘기도 있다. 만약 왕이라면 서기 503년 지증왕이 ‘왕’이라는 칭호를 처음 썼다는 종전 역사는 다시 쓰여야 한다. 금관총의 주인이 여자라는 학설도 위협받고 있다. 이사지왕이 금관총 여주인의 남편일 수도 있다. 고고학자는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도 이사지왕이라는 네 글자를 앞에 두고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양상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사지왕의 칼을 발굴하고도 거기 새겨진 글자를 찾아내는 데 무려 92년이 걸렸다. 그동안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방치돼 있다가 올해 초에야 ‘조선총독부 박물관 자료 공개사업’이 시작된 탓이다. 박물관 측은 해방 이후 우리가 발굴한 문화재를 복원하는 데만도 손이 달려 일제강점기 발굴 유물에는 미처 눈을 돌리지 못했다고 해명한다. 그렇더라도 역사 앞에 부끄러운 일이다. 이왕지사, 박근혜 정부가 ‘문화융성’을 기치로 내건 만큼 이제라도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인력과 예산 배정에 앞서 문화재 전문가들의 학자적 양심과 열정이 우선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또다른 이사지왕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안미현 논설위원 hyun@seoul.co.kr
  • 한 바퀴엔 이웃사랑… 한 바퀴엔 이웃소통

    두 바퀴로 이웃 사랑과 소통에 앞장서는 마을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도봉구는 방학동 소재 대원그린아파트에서 이달 말 ‘자전거 공유 사업’을 시작한다고 3일 밝혔다. 단지 내 방치된 자전거와 기증받은 자전거를 모아 이웃 사랑 활동을 펼치며 소통을 강화하는 등 마을 공동체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이웃이 함께 떠나는 자전거 여행, 거동이 불편한 이웃에게 도시락이나 반찬을 제공하고, 장보기 등 심부름을 해주는 ‘사랑의 자전거 배달 서비스’, 올바른 자전거 타기 교육, 고장 난 자전거를 고쳐 주는 자전거 병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이 밖에도 매월 한 차례 공유 자전거 활성화 거리 캠페인을 펼치는 한편 인근 중랑천 자전거 도로 주변을 청소하는 녹색 환경 보호 운동 등도 병행한다. 자전거를 50대 이상 확보하는 게 목표다. 또 220가구의 작은 단지인 대원그린아파트뿐만 아니라 인근 아파트 단지와 일반 주택 주민들까지 참여 대상을 넓혀 갈 예정이다. 이 사업은 최근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2차 지정공모’에 선정돼 1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사업은 대원그린아파트 주민 70명으로 구성된 ‘행복나눔봉사단’의 제안으로 이뤄지게 됐다. 2011년 결성된 봉사단은 실버어르신 이미용, 김장 김치 나누기, 한방 진료, 문화 프로그램 운영 등 봉사 활동을 펼쳐왔다. 봉사단 관계자는“자전거 공유를 통해 이웃과 소통하는 행복한 아파트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강동구의 초대… 협동조합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협동조합요? 밥도 주고, 책도 주고, 집도 주는 겁니다.” 강동구는 7월 첫주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주간’을 맞아 오는 6일까지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을 널리 알리는 행사를 연다. 강동구에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이 있다. 15년째 도시에서 농사짓고 있는 농부 4명이 의기투합한 서울 최초의 농업법인회사 ‘강동도시농부’, 임대아파트 내 방치된 도서관을 활용해 아이들이 자기 얘기를 책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한 ‘아이부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드는 ‘도서출판 점자’가 대표적이다. 이들을 포함해 강동구 내에서 활동하는 것들만 해도 출판, 제과, 자원재활용 등 사회적 기업이 18개, 협동조합 10개, 마을기업이 3개에 이른다. 문제는 아직도 일반인에겐 낯설다는 것. 그래서 일반 주민들에게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알리기에 초점을 맞췄다. 2일에는 김성훈 대전민들레의료생협 부이사장을 초빙해 병원을 어떻게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지에 대해 들었다. 4일엔 마포 성미산마을의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관계자들이 공동주택을 꾸려 이웃과 함께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들려준다. 5일에는 강동구 직원들을 대상으로 협동조합 관련 문제를 풀어보는 ‘협동조합 골든벨’, 6일엔 정신장애인들의 협동조합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논첼로’ 이야기를 유쾌한 코미디로 풀어낸 영화 ‘위 캔 두 댓’을 무료로 상영한다. 이해식 구청장은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만들려면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식이 확산돼야 하기 때문에 관련 활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교육당국 방치 틈타… 외고들, 전면금지된 ‘이과반’ 편법 운영

    2007년 10월부터 자연계열 운영이 전면 금지된 외국어 고등학교가 수년째 공공연하게 이과반을 편법 운영하고 있지만, 교육 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이를 방치하고 있다. 당시 교육부는 이과반을 운영하는 외고에 대해 ‘설립 취소’까지 거론하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외고는 의대 진학률을 담은 이과반 홍보 자료까지 만들어 뿌릴 정도로 교육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있다. 최근 국제중 입시비리 사건 이후 교육부가 전국의 외고, 국제고 등을 대상으로 교육과정 운영과 입시 등을 전면 조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외고의 기형적인 이과반 운영 행태가 이번에는 걸러질지 주목된다. 2일 서울신문 확인 결과 전국 31개 외고 가운데 상당수가 자연계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2학년부터 최소 1~2개의 이과반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안양시의 안양외고는 2학년부터 영어·중국어·일어 등 전공 언어별로 이과반을 1개씩 개설해 정규 수업시간에 화학Ⅱ 등 자연계열 심화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고양외고는 1학기 방과후 프로그램에 이과 학생들을 위한 심화반을 개설해 일주일에 6시간씩 수학Ⅱ 과목과 물리Ⅱ, 화학Ⅱ, 생물Ⅱ 수업을 운영했다. 이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군(18)은 “방과후 수업은 원래 희망자만 듣지만 이과반 학생들은 평소 수업시간에 포함돼 있지 않은 심화 과목을 듣기 위해 대부분 신청한다”고 말했다. 부산외고도 2학년에 이과 2개반을 운영하면서 수학Ⅱ 등 이과 과목을 정규 수업시간에 편성했다. 다른 외고들도 해마다 신입생 모집 철이 되면 ‘이과수업 강화’를 적극적으로 내세워 신입생을 유치한다. 서울 명덕외고는 지난 4월 입시 설명회에서 “자연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수리 영역에서만 10여개의 방과후 수업을 개설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명문대 진학률에 따라 외고의 순위와 평판이 결정되다 보니 이과반 학생들의 의대, 한의대 진학률도 중요한 홍보 수단으로 이용된다. 올해 전국의 의대, 치대, 한의대 합격생을 가장 많이 배출한 상위 15개 고교에 포함된 안양외고와 고양외고 등 외고 6곳은 “이과반 특화 운영으로 의대 합격생을 많이 배출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당초 설립 취지에 어긋난 외고의 이과반 운영은 교육 당국의 허술한 감독 아래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외고가 방과후 프로그램에서 이과 수업을 운영하는 것까지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는 상황”이라면서 “매 학기 교육과정을 구성할 때 과학탐구Ⅱ 과목이나 수학Ⅱ 등을 편성하지 못하도록 컨설팅을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달 각 시·도 교육청이 실시하는 외고·자사고에 대한 감사를 통해 이런 편법 운영을 밝혀내고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영윤 교육부 학교지원국장은 “특수목적고가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교육 과정을 운영할 수 없다는 고시는 반드시 모든 학교가 지켜야 하는 법령 중 하나”라면서 “교육청 감사를 통해 외고 이과반 등 편법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걸러 낼 것”이라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1억 6700만명 노인대국 中 “부모 자주 찾지 않으면 위법”

    중국 당국이 노부모를 오랫동안 찾아뵙지 않는 ‘불효’를 위법으로 간주하는 법을 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1일부터 시행된 ‘노인권익보장법’에 따르면 노부모와 분가한 자식들은 반드시 부모에게 자주 문안 인사를 드리거나 찾아뵐 것을 규정했다고 관영 통신인 중국신문망이 이날 보도했다. 자녀가 부모를 찾아야 하는 횟수나 이를 어겼을 경우 받는 처벌은 명시하지 않았지만 효도 의무화를 법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당국은 법 규정에서 고령자 부모를 냉대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며 정신적으로 고립감을 줘서도 안 된다는 점을 명문화했다. 특히 분가한 젊은 자식 근로자가 부모를 만나기 위해 신청하는 휴가에 대해서는 각 사업장들이 반드시 보장하도록 규정했다. 법을 마련한 민정부(행정자치부에 해당) 관계자는 “과거에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 고령 노인이 자신을 외롭게 방치하는 불효자들을 고소해도 손을 쓸 도리가 없었다”면서 “이제는 노인들이 ‘보살핌’을 문제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원이 반드시 심리에 들어가도록 근거가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인권익보장법이 제정된 것은 중국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중국은 지난해 13억여명 인구 가운데 60세 이상이 10%를 넘는 1억 6700만여명에 달하는 등 1999년부터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그러나 독거노인이 사망한 지 수개월이 지난 뒤에서야 발견되는 등 노인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가 미비해 노인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국방위 소위 “연예병사 폐지 포함 개선책 마련할 것”

    국방위 소위 “연예병사 폐지 포함 개선책 마련할 것”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운영개선소위원회가 ‘연예병사’ 제도의 폐지를 포함한 제도적 개선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소위원장인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방부로부터 ‘홍보지원병사 복무규율 위반’, 이른바 ‘연예병사 군기문란 사건’에 대한 현안 보고를 받은 뒤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연예병사에 대한 국방부의 관리·감독이 총체적 부실에 빠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특히 지난 1월 유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홍보지원대 특별관리 지침이 제정됐음에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민간인 조직인 국방홍보원이 연예병사들을 관리·운영함으로써 연예병사들이 군인이기보다는 사실상 민간 연예인에 가깝게 방치돼, 연예사병 관리에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허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소위는 이날 회의를 거쳐 국방부에 연예병사 개인들의 군기문란 뿐 아니라 이들을 지휘·감독하는 책임이 있는 국방부 및 국방홍보원 관계자들의 직무유기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뒤 재발을 막기 위해 징계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킨 연예병사 제도를 페지시킬 것인가를 포함해 원점에서부터 제도적 보완책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위는 또 이번 사건에 대한 국방부의 특별감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추후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소위 위원들은 연예병사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이뤄져 제도 자체를 폐지하든지, 만약 제도를 존치시킨다 하더라도 신성한 국방 의무의 형평성을 해치지 않게 군에 의한 확실한 통제 속에서 연예병사 제도가 운영․관리되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일치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반갑잖은 갑상선 기능항진증

    반갑잖은 갑상선 기능항진증

    주부 윤미영(30)씨는 1년 전부터 몸에 열이 많아졌다. 여름에는 땀을 주체하기 어려웠고, 겨울에도 이불 없이 잠을 자곤 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가볍게 움직이기만 해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숨이 찼다. 맥박이 분당 120회나 됐고 눈두덩이 자주 부어올랐다. 그러면서도 식욕은 좋아 음식을 평소의 2배나 먹었지만 반년 사이에 체중은 4㎏이나 줄었고, 신경이 예민해져 숙면을 취하기 어려웠다. 이상하게 여겨 병원을 찾아 검사한 결과 갑상선 기능항진증으로 진단됐다. ●갑상선 기능항진증이란 목 앞부분의 후두와 아래쪽 기관 사이에 자리한 갑상선은 갑상선호르몬을 합성해 저장·분비하는 기관이다. 갑상선호르몬은 인체 대사를 촉진하고, 세포 속에서 에너지와 열을 생산하게 하며, 체온 조절에도 관여한다. 기능항진증이 생기면 갑상선호르몬이 과잉 생산돼 땀을 많이 흘리고, 유난히 더위를 못 견딘다. 이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병을 발견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여성에게 많아 갑상선호르몬 분비 체계에 문제가 생기는 갑상선질환은 연령이나 성별을 가리지 않지만 특히 여성에게 많다. 기능항진증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3~8배나 많다. 그 이유는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일부에서는 면역조절 유전자의 문제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런 갑상선 기능장애를 방치하면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하기 쉽지만 조기에 잘 치료하면 예후는 좋은 편이다. ●그레이브스병이 주요 원인 기능항진증의 주요 원인은 그레이브스병이다. 이 병이 발생하면 갑상선호르몬의 분비량이 증가하고 갑상선이 전체적으로 커지면서 부드러워진다. 뇌하수체호르몬의 일종인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의 수용체에 대한 자가항체가 갑상선을 자극함으로써 호르몬 분비량이 증가하는 것. 그레이브스병은 환자의 약 85%가 20~60대이고, 가족력이 뚜렷하며, 스트레스가 주요 유발 요인으로 꼽힌다. ●증상 기능항진증은 더위에 약해 많은 땀을 흘리고, 식욕이 느는데도 체중이 주는 것 말고도 많은 증상이 나타난다. 가슴이 뛰고 맥박이 빨라져 쉽게 숨이 차는가 하면 미세하게 손발이 떨리고, 갑상선이 커지면서 목 부위가 점차 부풀어 오른다. 쉬 피로하고 기운이 없으며, 신경이 예민해지고 짜증·불안·초조감이 늘어난다. 또 눈 주위가 붓고 눈이 돌출되며, 대변이 묽어지거나, 배변 횟수가 증가한다. 더러는 월경량이 줄고 월경주기가 길어지거나 불규칙해지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나타나지만 별 증상 없이 갑자기 체중이 줄기도 한다. 일부 환자는 피부가 가렵기도 하고, 설사 때문에 소화기내과를 찾기도 한다. 특히 노인에게서 갑상선 기능항진증이 생기면 이런 전형적인 증상 대신 심부전이나 부정맥이 발생하는 예도 많다. ●치료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만성화하는 그레이브스병은 주로 항갑상선제를 투여하거나 수술 또는 방사성 요오드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그러나 치료법마다 장단점이 다르므로 치료 전에 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항갑상선제를 12~24개월 투여해 갑상선 기능을 회복시키는 게 일반적인 치료법이나 반복적으로 재발하거나 약물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는 수술이나 방사성 요오드요법을 고려하게 된다. 홍은경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내분비당뇨·갑상선센터 교수는 “기능항진증 환자는 많이 먹어도 체중이 줄기 때문에 단백질·당질·무기질·비타민B 복합체 등 영양분을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한다”면서 “배변 횟수가 잦아질 수도 있으므로 장운동을 늘려 설사를 유발하거나 섬유소가 많은 음식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복제카드 피해액 작년 100억 샜다

    복제카드 피해액 작년 100억 샜다

    국내 고객들의 신용카드 정보가 전국 카드 가맹점의 ‘포스(POS·Point of Sale)단말기 해킹’을 통해 해외로 유출돼 불법으로 사용되는 사례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4년 전 처음 기사화<서울신문 2009년 11월 4일자 1면>된 뒤 금융감독원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피해 사례는 오히려 늘고 있다. 30일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외 신용카드 부정(위·변조) 사용 건수와 피해액은 2009년 2486건, 45억원에서 지난해 1만 5819건, 101억원으로 급증했다. 불법 복제된 카드는 대부분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 사용되고 있다. 2009~2012년 카드사별 피해는 B카드가 매년 전체 피해액의 20% 이상을 차지해 가장 많았고 K카드가 13% 안팎으로 2위를 기록했다. 또 W카드는 카드 시장 점유율이 7%에 불과하지만 피해 규모는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포스단말기 해킹에 정통한 한 경찰 관계자는 “신용카드 부정 사용의 80% 이상이 포스단말기 해킹을 통해 빼낸 카드 정보를 이용해 복제카드를 만들어 불법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카드사들이 금감원에 자발적으로 신고한 피해액이 지난해 기준 100억원”이라면서 “카드사들이 대외 이미지를 고려해 쉬쉬하는 것까지 감안할 경우 연간 피해액은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부실한 대책과 책임 떠넘기기가 해킹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금감원 관계자는 “포스단말기 해킹 방지를 위한 보안 강화는 여신금융협회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금감원이 포스단말기 해킹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선 우리가 답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금감원의 눈치만 보고 있다. 포스단말기는 백화점·할인점·편의점·식당·주유소 등 대부분의 업소에 설치돼 있는 단말기로 여기에 카드번호·유효기간 등 모든 신용정보가 저장돼 있어 카드 불법복제를 노린 해커들의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휴가 떠나기 전 챙겨야 할 게 선블록만은 아니다, A형간염 체크 필수!

    우리나라 성인의 A형 간염에 대한 경각심이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염력이 강해 예전부터 유행성 간염으로 불렸던 A형 간염은 해마다 5~6월에 기승을 부린다. 이 무렵에는 야외활동이 많아 감염자의 배설물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 어패류와 접촉할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A형 간염도 미리 예방백신을 접종하면 95% 이상에서 항체가 생겨 예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화기 질환 특화병원인 비에비스 나무병원 서동진 박사팀이 올 4~5월에 병원을 찾은 성인남녀 4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의 A형 간염 항체 보유 여부를 모른다는 사람이 4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 의지도 낮아 ‘항체가 없다’고 답한 143명 가운데 ‘예방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응답자가 63%나 됐다. 그 이유로는 41%가 ‘필요성을 못 느껴서’, 40%는 ‘귀찮아서’라고 답해 A형 간염에 대한 경각심이 매우 희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A형 간염은 어릴 때 감염되면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지만 성인이 감염되면 증상이 훨씬 심해진다.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평균 4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나는데 초기에는 열과 전신피로감, 근육통과 함께 식욕이 떨어지고 구역질이 나 감기몸살이나 위염 등으로 오인하기 쉽다. 이어 소변색이 콜라처럼 변하면서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한다. 심한 증상을 방치하면 간부전으로 발전해 사망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서동진 병원장은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하지만 감기 증상에다 식욕저하·피로감·권태감이 심하고 속이 울렁거리면 A형 간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식사 전이나 음식을 조리하기 전, 화장실을 이용한 뒤에는 깨끗하게 손을 씻고 상한 음식이나 날음식을 먹지 않아야 한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섭씨 85도 이상이면 죽기 때문에 물은 반드시 끓여 마셔야 한다. 서 병원장은 “A형 간염은 특별한 치료제가 없는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면서 “항체가 없는 사람은 예방접종이 필요한데, 특히 후진국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간질환이 있는 사람은 미리 예방백신을 맞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朴대통령 訪中] 해결 가능한 역사 걸림돌부터 제거… 류옌둥 “한·중 한단계 더 발전”

    [朴대통령 訪中] 해결 가능한 역사 걸림돌부터 제거… 류옌둥 “한·중 한단계 더 발전”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국빈 방문 중에 중국과의 역사 공조에도 역점을 뒀다. 6·25전쟁 당시 사망한 중국군 유해 송환 및 중국 내 항일 유적지 보존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한·중 간에 체제가 다르다는 이유로 난항을 겪었던 역사 문제 중 해결 가능한 것부터 걸림돌을 제거하며 양국 간 신뢰를 쌓아 가자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경기 파주시 공동묘지에 안장돼 있는 중국군 유해 360구를 유족들에게 송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역사 공조의 손을 내밀었다. 지난 29일 베이징의 칭화대(淸華大) 연설 직전 칭화대 출신 류옌둥(劉延東) 부총리와 환담하는 자리에서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의 슬로건을 ‘심신지려’(心信之旅)라고 정했는데 그만큼 취지에 맞게 신뢰를 갖고 두 나라 간에 우의를 다진 것에 대해 굉장히 감명받았다. 그런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께 말씀드리려 했는데 빠진 게 좀 있다”며 중국군 유해 송환 입장을 전격적으로 전했다. 이에 류 부총리는 “대통령께 너무 감사하다”면서 “한국 정부의 특별한 배려와 대통령의 우의의 감정이 그대로 전달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류 부총리는 이어 “중국에는 ‘비가 떨어지는 것처럼 멀리 가더라도 반드시 조국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며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시 주석께 보고드리겠다. 한·중 관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뜻깊은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파주의 공동묘지 내 적군 묘에는 6·25전쟁 당시 사망한 중국군과 북한군 묘가 있다. 우리 정부는 망자들에 대한 예우로 묘를 관리해 왔으며, 중국 측은 그동안 일부 중국군의 유해를 북한을 거쳐 가져갔다. 1997년 이후 북한이 인수를 거부해 송환이 중단되면서 현재 360구가 남아 있다. 청와대 김행 대변인은 “중국인이나 한국인이나 모두 동양인이고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아 가족과 조상을 중시하는데 이들의 유해가 계속 이국 땅에 묻혀 있도록 방치하는 건 유족이나 후손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유해 송환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또 같은 날 산시(陝西)성 성도 시안(西安)에서 자오정융(趙正永) 산시성 당서기와 면담 및 만찬을 가진 자리에서 1940년대 대한민국 임시정부 산하 광복군이 시안의 창안(長安)구 두취(杜曲)진에 주둔한 바 있고, 우리 정부가 2009년부터 그곳에 광복군 유적지 표지석 설치 사업을 추진한다고 소개하면서 사업 허가를 요청해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28일 시 주석과의 특별 오찬 자리에서는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역의 안중근 의사 의거 현장에 기념 표지석을 설치하는 것과 과거사 관련, 중국 정부의 정부기록보존소 기록 열람 협조를 요청했고, 시 주석은 유관기관에 이를 잘 검토하도록 지시하겠다고 화답했다. 베이징·시안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명품 꿈꾼 수원 광교 베드타운 전락하나

    “말만 명품이지 자족 기능은 사라지고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입주민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경기도와 경기도시공사가 명품도시로 만들겠다고 한 광교신도시가 누더기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도청 이전 계획은 재정난으로 지지부진한 데다 핵심사업인 에콘힐 조성사업은 무산되고 수원컨벤션시티21사업 역시 수년째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에 광교신도시입주자총연합회는 주민 1만명이 참여하는 ‘광교신도시 명품 훼손 규탄 집회’를 열기로 해 향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28일 오전 수원 광교신도시 내 경기도청 신청사 부지. 11만 7500여㎡에 이르는 넓은 부지는 나대지로 방치된 채 군데군데 잡초만 우거져 있었다. 신청사 건립 계획은 두 차례 사업이 중단된 뒤 지난해 11월 재추진되고 있으나 아직 설계작업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재정난이 가속화되고 있어 당초 계획대로 2016년 말 완공이 가능할지도 불투명하다. 도는 최근 회의를 갖고 신청사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간사업자 공모방식으로 추진해 온 에콘힐 사업(11만 7511㎡)도 2조 10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해 지난 25일 좌초됐다. 수원시가 2000년 2월부터 현대건설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수원컨벤션시티21사업(19만 5037㎡)도 경기도와 수원시 간 땅 싸움으로 사업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 여기에 내년 완공하겠다던 신분당선 연장선 1단계 구간은 2년 이상 지연되고 있고 북수원과 상현IC를 잇는 도로 7.9㎞(4차선)와 광교신도시와 동수원사거리(3.4㎞) 사업은 착수조차 못 하고 있다. 더구나 2008년 이후 불어닥친 금융위기와 국내 부동산경기 침체로 각종 개발계획이 줄줄이 축소 또는 변경되면서 백화점, 호텔, 문화시설, 글로벌기업 유치도 모두 무산됐다. 또 업무시설에는 주상복합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입주민이 크게 늘어 ‘에듀타운’이란 명성과 달리 오히려 심각한 교실 부족 사태를 빚고 있다. 입주민 강모(50)씨는 “최고의 명품 신도시로 개발한다고 해서 높은 분양가를 주고 입주했지만 핵심시설들이 줄줄이 중단되고 생활 편의시설조차 없는 누더기 도시가 됐다. 광교의 미래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광교신도시 입주자총연합회는 “정상화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민형사 소송은 물론 옥외 집회를 여는 등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연합회는 이르면 다음 주중 경기도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이는 한편 서명운동도 병행하기로 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도심 흉물 빈집 행복둥지 변신

    도심의 흉물인 빈집이 희망의 집으로 다시 태어났다. 대구 동구가 추진한 행복둥지사업의 결과다. 동구는 최근 서호동의 행복둥지 1호에 대한 리모델링을 마치고 이번 주말 모자 가정 2가구가 입주한다고 26일 밝혔다. 2년 전 이혼한 뒤 간호사로 일하며 3형제를 키우는 A(35·여)씨가 시외조모(83)와 함께 입주한다. 식당에서 일하며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사는 모자 가정도 들어간다. 행복둥지 1호는 5년 동안 방치된 폐가였다. 집 내부 곳곳이 허물어졌고 지붕도 무너졌다. 집주인은 살지 못하고 세입자는 외면하는 흉물이었다. 동구는 행복둥지사업을 추진하면서 이같이 거주하지 않거나 거주가 불가능한 집을 신청받았다. 모두 8가구가 신청했으며 이 중 1호 가구가 3개월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이번에 입주자를 받게 됐다. 집주인은 대신 3년간 무상으로 내놓는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각지의 기부가 이어졌다. 한국해비타트 대구경북지회가 자재 500만원어치를 지원했다. K2 공군기지와 이마트 등 군부대와 기업체에서도 200여명의 인력을 지원했다. A씨는 “아이들 학교도 가깝고 집에 햇볕이 들어와 마음에 든다. 앞으로 여유가 생기면 지금 받은 것 이상으로 베풀며 살겠다”고 말했다. 동구는 입주자들의 자립 의지를 높이기 위해 월세를 받지 않는 대신 매달 5만~15만원씩 저축하게 했다. 이 돈은 입주자들이 3년 뒤 다른 집으로 옮길 때 여유 자금으로 사용하게 된다. 2, 3호도 8월 중 입주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재만 동구청장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저소득층 가구가 새로운 희망터를 마련하게 됐다”면서 “범죄의 온상으로 이용되거나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도심의 버려진 빈집을 재생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창동역, 100년의 역사·신뢰의 역사

    창동역, 100년의 역사·신뢰의 역사

    도봉구 창동역은 생긴 지 100년을 넘겼다. 지하철 1, 4호선이 맞물리며 현재 모습을 갖춘 것도 30년 가까이 됐다. 그만큼 유서 깊은 곳이자 서울 동북권 교통의 중심이지만 주변 환경 탓에 주민들이 숱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역사 아래 공간이 낡고 지저분한 채로 방치된 지 오래다. 어둡고 칙칙해 흉물스러운 느낌도 자아냈다. 게다가 주변부에 가득 들어선 포장마차가 통행에 불편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젠 민관이 쌓아올린 신뢰 속에 지역 명소로 탈바꿈했다. 도봉구는 26일 창동역사 하부 경관개선 사업 완공식 및 개장 행사를 열어 이 소식을 널리 알렸다. 오랫동안 민원이 끊이지 않았으나 예산 문제로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창동역 환경개선 사업이 급물살을 탄 것은 2011년 9월 서울시 사업 공모에 단독 선정되면서부터. 그렇다고 문제가 순식간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창동역이 도봉구 최대 노점 밀집지역이라는 게 걸림돌이었다. 22차례 회의를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월 노점상 70여명과 첫 회의를 갖는 등 대화에 나섰다. 처음에는 불신과 반감이 컸다. 노점 쪽 입장을 하나로 모으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반년이 흐른 뒤에야 지역발전이라는 목표에 공감대를 이뤄 조금씩 의견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김성빈 디자인정책팀장은 “구청 직원들이 연합회 사무실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신뢰를 쌓은 끝에 얻은 결과”라며 웃었다. 동쪽 지역(1번 출구 방향) 노점들은 영업이 끝나면 포장마차를 공영주차장 쪽으로 이동해 보관하는 방식, 서쪽 지역(2번 출구) 노점들은 영업이 끝나면 제자리에서 마차를 접어 보관하는 방식으로 개선 작업을 벌였다. 밤길 오가기가 무서울 정도로 어둡고 낡았던 역사 밑 통로 등은 콘크리트 구조물의 색깔을 밝게 바꾸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대거 설치해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을 뒷받침했다. 동쪽 지역에는 주민이 책도 읽고 만남의 장소로도 쓸 수 있는 북 카페 ‘행복한 이야기’가 들어섰다. 자율방범대의 낡은 초소 등이 있었던 자리다. 헌옷을 모아 판매하는 행복나눔 매장과 저소득층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푸드마켓·뱅크는 더욱 업그레이드돼 이웃했다. 동쪽에는 차 없는 문화 거리도 조성됐다. 4100㎡ 규모의 녹지에 예술전시 공간, 바닥분수, 야외무대, 농구장 등을 마련했다. 서쪽은 창동역 변천사와 도봉의 역사인물을 살펴볼 수 있는 실외 갤러리로 꾸며졌다. 새 시설 관리는 주민들이 도맡는다. 결과물이 동쪽에 몰린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와 관련, 도봉구 관계자는 “당초 서쪽 지역은 주민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거나 LED 조명을 활용한 식물 공장으로 꾸미려다 아쉽게 무산됐다”며 “다시 여론을 수렴해 주민들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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