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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민생법안 외면하는 의원들 표로써 심판해야

    혹시나 했지만 역시 2월 임시국회도 정쟁의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다. 여야가 앞다퉈 정치개혁을 주창하지만 정작 국회의원의 본업인 민생법안 처리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장에는 무더기로 불참하고 정치적 이해와 무관한 민생법안은 방치하는 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팍팍한 서민살이는 아랑곳않고 국회가 최소한의 제 할 일을 방기하고 있다니 개탄스러운 일이다. 그제 열린 2월 국회 첫 본회의는 비록 의사정족수는 충족됐지만 의원 60여명이 중국과 소치, 남극 순방 등을 이유로 자리를 비웠다. 무더기 이석과 퇴장으로 하마터면 의결정족수에도 못 미칠 뻔했다. 이날 처리된 주요 법안은 관광진흥법 개정안과 군사기밀보호법 개정안, 선행학습 금지법 등에 그쳤다. 하루 전 당·정·청 협의에서 자본시장법과 주택법, 국가재정법 개정안 등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14건을 우선 처리법안으로 꼽은 데 비하면 빈약하기 짝이 없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크루즈산업 육성·지원법, 서비스산업의 제도적 기반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담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창업·벤처기업이 온라인 소액공모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크라우드 펀딩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등 상당수의 민생법안은 외면당하고 있다. 지방선거와 재·보선을 앞두고 있어 이번 회기 내 처리되지 않으면 상반기를 넘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선거전략에만 혈안이다. 기초연금법은 선거운동 카드로 활용하거나 정치적인 공방으로 몰아가려는 여야의 속셈으로 언제 처리될지 기약할 수도 없다. 기초연금법의 국민연금 연계 여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격론이 벌어진 사안인데도 여야가 아직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략적인 의도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마이동풍이다. 한 예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하지 않는 대신 ‘65세 이상 70% 지급’ 조항을 본법에서 삭제하거나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에 넣는 방안 등을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이 지난 14일자 서울신문을 통해 고언한 바 있다. 여야의 극한 대치가 지방선거에서 서로 책임을 미루고 노인표를 더 얻어오겠다는 발상 때문이 아닌지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국회의원은 법안으로 말해야 한다. 정당 정치의 이해관계와 입법부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은 구별돼야 한다. 선출된 권력인 입법부가 민생법안 처리에서조차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유권자가 표로써 심판할 수밖에 없다. 이번 지방선거와 재·보선, 나아가 차기 총선에서 민생법안을 등한시하는 국회의원과 정당은 유권자가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 사고 전 체육관 보강공사 견적 의뢰 의혹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측이 115명이나 되는 사상자를 낸 붕괴 사고 1주일 전쯤 체육관 보강공사를 위한 견적을 의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북경찰청 수사본부는 21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리조트 측이 체육관의 구조적 결함을 사전에 알고도 부산외국어대 학생들이 사용하도록 방치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강공사 의뢰를 받았다는 울산의 한 조립식건축물업체 사장을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리조트 측은 사고 발생 6일 전 이 업체 사장을 체육관으로 불러 시설 보강공사와 관련한 공사비 산출을 의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업체 사장을 조사한 결과 리조트 측의 요청으로 체육관을 찾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사비 견적서를 제출한 사실은 없었다고 했다”며 “시설 보강공사와 관련해 공사비 견적을 의뢰받은 또 다른 사람이 있는지 등을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업체 측에서 보강공사 견적서를 제출하지 않아 어떤 결함으로 견적을 의뢰했는지는 조사를 통해 밝혀낼 계획이다. 이에 대해 리조트 관계자는 “시설 담당 13명에게 확인한 결과 업체에 견적을 의뢰한 사실은 없다”고 밝혀 진위를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경찰은 또 부산외대 총학생회의 행사 장소 변경 과정, 이벤트업체 선정 등에 불공정 거래는 없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지난 20일 경주시 문화관광과장과 관광단지 담당 공무원이 ‘붕괴 사고 전 리조트 측에 전화를 걸어 폭설에 주의하고 제설에 최대한 신경을 써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힌 뒤 해당 공무원이 왜 진술을 번복했는지 가리기 위해 전화통화 기록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수사본부는 21일 마우나오션리조트와 이벤트회사 사무실, 체육관 설계 업체, 체육관 시공 업체, 체육관에 사용한 H빔 강재 납품업체 등 5곳을 대상으로 전격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5시 20분께부터 리조트 등에 50여명을 투입해 체육관 건립 관련 서류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압수물을 정밀 분석하고 나서 리조트 측과 이벤트 회사의 업무상 과실 여부나 설계·시공 과정의 부실 여부를 규명할 방침이다. 경주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오늘의 눈] 검찰의 이상한 상고 기준/홍인기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검찰의 이상한 상고 기준/홍인기 사회부 기자

    “법무·검찰도 과거사 정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은 유서 원본까지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제공하는 등 적극 협조하고 있다.” 2007년 3월 법무부는 과거사 진상 규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여론의 지적에 이런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냈다. 법무부가 언급한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은 같은 해 11월 대필이 아니라는 결론이 났고, 위원회는 재심을 권고했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한 지 23년여 만인 지난 13일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1991년 사건 발생 당시 강씨를 ‘동료의 죽음을 방치하고 유서까지 대신 써 준 죄인’으로 낙인찍었던 수사팀원들은 이후 대법관, 민정수석, 헌법재판소장,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영전했다. 이 때문일까. 과거사 정리에 적극 협조하겠다던 검찰은 7년의 세월 동안 진상 규명으로 밝혀진 자신들의 과오는 망각했다. 머릿속에서 지워진 ‘사과’와 ‘반성’은 납득 불가능한 원칙론과 형식 논리로 채워졌다. 지난 19일 ‘어차피 상고할 것’이라는 강씨의 예상처럼 검찰은 “과거 대법원에서도 유죄 증거로 채택됐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필적감정 결과의 신빙성에 대해 다시 한번 판단받아 볼 필요가 있다”며 상고했다. 재심 제도는 증거가 위조됐거나 증언이 허위인 경우, 긴급조치 위헌 결정 등 무죄를 선고할 명백한 증거가 새롭게 발견됐을 경우 과거 확정 판결을 다시 심리하는 것이다. 군사 독재정권에서 자행됐던 수사기관의 감금, 허위자백, 증거조작 등 불법수사에 침묵하고 유죄 판결을 쏟아냈던 사법부의 자기반성이 반영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이 사실을 검찰만 모르는 걸까. 검찰은 20일 영화 변호인의 모티브가 된 ‘부림사건’ 재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는 등 과거사 사건에 대해 대법원 판단을 다시 요구하고 있다. 검찰이 상고한 과거사 사건 가운데 최근 무죄가 유죄로 번복된 경우는 없었다. 반면 과거 유죄를 받았다가 재심에서 무죄로 확정된 사건에 대해 검찰은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지난 17일 검찰은 “사실관계 확정의 문제라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며 수천억원대의 배임 혐의 등으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재상고를 포기했다. 검찰의 상고 기준이 사뭇 궁금해진다. ikik@seoul.co.kr
  • “체육관 지붕 제설 안 해” 진술 확보

    10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의 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이 관련자를 소환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지붕에 쌓인 습설(濕雪·수증기를 머금은 눈)이 붕괴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리조트의 안전 책임자 등은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수사본부는 19일 경북 경주경찰서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18~19일에 걸쳐 리조트 관계자, 부산외국어대 학생 등 20~30명을 불러 조사했다”며 “이벤트 대행업체가 찍은 동영상과 체육관 설계 도면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박종화 경북경찰청 강력계장은 “리조트 관계자로부터 ‘진입도로만 제설 작업을 하고 지붕의 눈은 전혀 치우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리조트를 소유한 코오롱그룹 등에 따르면 ‘비상 대응 매뉴얼’에 시설관리 부문 직원 등에게 눈이 내릴 때 제설 작업을 맡을 도로의 담당 구역을 배정했지만 건물 지붕은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오롱 관계자는 “리조트가 산속에 있어 도로 제설이 가장 중요해 담당 구역을 배정했고 지붕은 그때그때 알아서 치웠다”고 말했다. 수사 당국은 경찰과학수사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4개 기관 29명으로 합동 감식반을 꾸려 이날 현장 정밀 감식에 나섰다. 경찰은 체육관의 인허가 자료와 시방서 등도 제출받아 부실 공사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한편 숨진 부산외대 학생 9명 중 8명의 유족은 이날 코오롱 측과 만나 보상에 최종 합의했다. 양측은 구체적 보상 금액에 대해 밝히지 않았으나 1명당 5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또 6명의 유족은 이날 부산외대와도 보상 협의를 타결했다. 경주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경주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김준의 바다 맛 기행] 바다의 귀공자 방어

    [김준의 바다 맛 기행] 바다의 귀공자 방어

    따르릉, 따르릉. 응답이 없다. 휴대전화 역시 받지 않았다. 관광지의 식당이 토요일에 문을 닫았을 리 없는데. 한참 후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제는 제법 귀에 익숙한 제주 말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대답도 하기 전에 질문부터 던졌다. “방어 있나요.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방어 맛을 처음 본 건 언제쯤일까. 가물가물하다. 10년, 아니 그보다 더 됐을 것 같다. 확실한 건 12월 한겨울이었다는 것. 산란을 앞둔 방어는 마라도 해역에서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옷을 껴입듯 지방으로 중무장한다. 그런데 이게 화가 될 줄이야. 고소하고 쫄깃한 맛을 즐기는 인간의 독특한 식감 때문이다. 겨울이 방어 철이 된 이유다. 그래서 ‘寒(한)방어’라고도 불렸다. 사계절 인기가 좋은 부시리와 달리 산란을 하고 난 방어는 개도 먹지 않는다. 제주에서 여름을 나기 위해서 자리를 먹어야 한다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방어 신세를 져야 한다. 요즘엔 제주사람만 아니라 뭍사람들도 방어를 찾아 제주로 식도락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방어를 ‘?’(부리)라 했다. 12월에 잡히는 방어를 가장 높게 쳐줬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은 우리나라의 방어를 많이 잡아갔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울산의 방어동이다. 조선시대 적을 막기 위한 ‘관방의 요해처’로 방어진(防禦陣)이 설치되었던 곳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울산에서 일본인이 가장 많이 거주했던 지역이었다. 지금도 일본식 주택이 많이 남아 있다. 당시 방어뿐만 아니라 멸치, 대구, 청어, 상어도 많이 잡히자 일제는 방어진에 어업전진기지를 조성하고 전기·전화·냉동시설까지 설치했다. 그 뒤로 ‘방어’의 음만 남아 ‘방어가 많이 잡히는 곳’(方魚洞)으로 지명이 둔갑했다. 봉수대 등 역사의 흔적보다는 방어가 가져다주는 경제적 가치가 더 매력적이기 때문일까. 씁쓸하지만 현실이다. 방어와 유사한 어류로 부시리와 잿방어가 있다. 부시리와 방어는 구별이 쉽지 않다. 하지만 잿방어는 색깔이 방어나 부시리와 다르다. 다 자란 잿방어나 부시리는 1.5m에서 2m에 이르지만 방어는 그에 미치지는 못한다. 하지만 1m는 족히 넘는다. 또 부시리는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에 맛이 좋다. 제주에 도착해 시내의 유명한 방어집을 찾았다. 예상대로 빈자리가 없었다. 도착한 순서대로 칠판에 이름을 써 놓고 자리가 생길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테이블과 같이 홀에서 두 사내가 대방어를 부위별로 나누어두고 회를 써느라 정신이 없다. 방어는 겨울을 제주 근해에서 생활하며 3~4월이면 산란을 한다. 그리고 봄철이면 연안을 따라 북상하여 여름에는 원산만까지 올라간다. 가을철 수온이 떨어지면 다시 남쪽으로 내려와 제주에서 월동한다. 좋아하는 먹이는 정어리, 멸치, 고등어, 전갱이, 숭어, 꽁치 등이다. 심지어 어린 방어를 잡아먹기도 한다. 방어는 수명이 8년 정도이며 큰 것은 1m에 20㎏까지 성장한다. 숭어처럼 크기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한국어도보’(1977)에 따르면 경북 영덕에서는 크기에 따라 곤지메레미(10㎝ 내외), 떡메레미(15㎝), 메레기 혹은 되미(30㎝), 방어(60㎝)라고 했다. 이북에서는 마래미, 강원도에서는 마르미, 방치마르미, 떡마르미, 졸마르미 등으로 불렸다. 경남에서는 큰 방어는 부리, 중간 크기는 야즈라고 했다. 방어는 4년 이상 돼야 80㎝ 정도 자란다. 보통 2.5~3㎏ 정도면 ‘중방어’, 4㎏이 넘으면 ‘대방어’라고 부른다. 방어는 어린 치어를 채집해서 양식을 하기도 한다.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몇 달만 잘 키우면 1㎏ 정도 자란다. 하지만 온대성 어류이기 때문에 겨울 전에 모두 출하해야 한다. 방어는 남해 일대에서는 정치망으로, 부산 일대에서는 선망으로 잡는다. 다만 제주도에서는 연안채낚기로 잡는다. 방어로 만찬을 즐긴 다음 날 이른 새벽, 모슬포로 향했다. 방어잡이에 따라나서지 못하면 배라도 만날까 싶어서였다. 제주 토박이에게 부탁해 숨어 있는 방어전문집도 소개받았다. 가파도 해녀가 직접 운영하는, 허름하지만 편안한 식당이었다. 벽에는 낚시인들이 잡은 대물 사진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그중 방어사진도 논에 띄었다. 방어는 클수록 맛이 있다. 대방어는 지느러미, 배, 몸통, 꼬리 등 부위별로 맛을 볼 수 있다. 중방어나 소방어는 이렇게 부위별로 맛을 보기가 어렵다. 안주인은 가족 수를 묻더니 중방어를 권했다. 갇혔던 수족관에서 나오는 순간 본능적으로 운명을 읽었을까. 바닥에 내려놓자 펄쩍펄쩍 뛰었다. 안주인은 익숙한 솜씨로 나무망치로 방어머리를 가격했다. 방어가 부르르 떨더니 조용해졌다. 그리고 바로 아가미 안쪽에 칼을 꽂아 피를 빼냈다. 회맛을 결정하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다음은 칼질이다. 활어회는 얇고 넓게 썰어내야 한다. 피를 빼낸 후 즉시 칼질을 해야 가능하다. 숙성이 된 후에는 두껍게 썬다. 식감을 고려해 두께를 조절하는 것이다. 안주인의 아들이 방어의 척추뼈를 경계로 양쪽으로 포를 떠서 얼음을 넉넉하게 넣고 포장을 했다. 머리와 뼈도 잘 포장해서 안에 넣었다. 그사이 성게미역국을 시켰다. 그런데 딸려 나온 밀감백김치와 방어김치가 입맛을 확 잡았다. 방어김치는 방어와 매실로 육수를 내 양념과 버무린 것이다. 막 미역국을 먹으려는 순간 옆에서 고등어회를 먹던 사내가 주인에게 선창에 방어잡이 배가 들어왔다고 알려줬다. 숟가락을 팽개치듯 놓고 뛰어나갔다. 배 두 척이 막 정박하고 있었다. 그리고 밖에는 수족관을 실은 작은 트럭이 진을 치고 배가 들어오는 대로 방어를 사고 있었다. 하지만 잡아 온 방어는 넉넉지 않았다. 배 한 척에서 대방어 한 마리와 중방어 세 마리, 다른 한 척에서는 중방어만 세 마리가 전부였다. 그래서 더 맛있다. 글 사진 전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 joonkim@jeri.re.kr
  • [이집트 폭탄테러] “버스 중간서 폭탄 터졌다면 희생자 늘었을 것”

    [이집트 폭탄테러] “버스 중간서 폭탄 터졌다면 희생자 늘었을 것”

    성지순례에 나선 신도들이 이집트 국경지대에서 폭탄 테러를 당한 충북 진천 중앙장로교회에는 17일 신도들이 새벽부터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날 오전 5시 평소와 다름없이 열린 월요 새벽기도는 침통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참석한 신도 50여명 가운데 일부는 눈물을 흘렸다. 폭탄 테러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신도들은 악몽 같았던 상황을 전화로 전해 왔다. 유재태(63)씨는 “국경지대 초소 같은 곳에 버스를 세운 뒤 여권 심사를 하기 위해 가이드 지시에 따라 가방에서 여권을 꺼내려던 순간 뻥하는 폭발음이 들렸다”면서 “몇 차례 폭발음이 이어지면서 지붕이 날아가고 버스가 불길에 휩싸이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젊은 사람이 버스에 접근하더니 폭발음이 일어난 것 같다”면서 “버스 앞쪽에서 폭탄이 터져 앞쪽에 있던 사람들이 많이 다쳤다”고 덧붙였다. 그는 “큰 폭발음 때문에 고막이 다쳤는지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차기호(57)씨는 “처음에는 인근에서 총격전 등 전쟁 상황이 발생한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승객들이 깨진 창문으로 뛰어내리고 일부는 중간에 있는 문을 통해 빠져나왔다”면서 “2∼3초만 늦었더라면 나도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부상당하지 않은 13명과 함께 이스라엘 인근 호텔에 머물며 귀국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사망 사실이 확인된 김홍렬(64)씨의 딸은 “어머니는 독실한 신자였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정신이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씨의 유족들은 인천공항을 통해 18일 새벽 이집트로 출국할 예정이다. 부상자 가족들은 정부의 적극 대처를 호소했다. 최정례(64·여)씨의 사위 윤성노(40)씨는 “부상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고 해서 안심했는데 무릎 아래쪽에 파편이 박힌 채로 방치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지혈만 해줘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지 가이드 제진수(56)씨가 신속한 조치로 희생자를 최소화하고 본인은 정작 숨진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고 현장 수습 등을 담당한 주이스라엘 대사관 박흥경 공사는 제씨가 테러범이 버스 계단에 한 발을 들이는 순간 밀쳐 냈고 바로 다음에 폭발이 있었다고 전했다. 부상을 당한 한 생존자도 “한 사람이 무언가를 배에 차고 버스에 올라타 가이드가 그게 뭐냐고 말하는 순간 폭탄이 터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생존자는 “버스 중간에서 폭탄이 터졌다면 희생자가 더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씨의 사망 소식에 카이로의 지인들은 비탄의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지인들은 “워낙 성실해 카이로 한인사회에서 존경받는 분이셨는데 이런 일을 당해 너무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22년간 이집트 여행업계에 종사한 제씨는 부인과 두 딸을 두고 있다. 이집트 정착 초기 당시에는 식품회사 책임자로 근무했던 제씨는 1990년대 초 여행업계에 뛰어들었다. 연합뉴스 진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억~’ 소리 나는 굴러가지도 않는 명차의 반란

    ‘억~’ 소리 나는 굴러가지도 않는 명차의 반란

    명차가 괜히 명차는 아닌 것 같다. 굴러가지도 않는 구닥다리 자동차가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있다. 최근 영국언론 데일리메일은 녹슬어 차고나 헛간에 방치된 명차들이 경매에 나와 놀라운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첫 ‘레전드’의 시동은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경매에서 걸렸다. 1967년산 페라리 330 GTS 컨버터블이 무려 206만 2500달러(약 22억원)에 낙찰된 것. 수십년 동안 창고에 보관돼 있던 이 차는 명색이 페라리지만 사실상 폐차장에나 어울릴 만큼 보존 상태가 엉망이다. 엔진 구동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이곳저곳 녹슬었고 내부에 화재까지 입어 흉측할 정도. 그러나 이 차는 예상을 뒤집고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한 수집가에게 곧바로 팔렸다. 지난해에도 형체만 알아볼 만한 60년 ‘묵은’ 재규어(Jaguar XK120 Competition Roadster)가 무려 8만 5000파운드(약 1억 5000만원)에 팔렸으며 먼지만 잔뜩쌓인 1996년산 애스톤마틴(Aston Martin DB6)도 10만 7000파운드(약 1억 9000만원)에 낙찰되는 기염을 토했다.   사실상 수리가 불가능한 이 차들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은 희귀함과 출고 당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7년산 페라리를 경매한 구딩 앤 컴패니 측은 “이 차는 공장 출고 당시 그대로의 모습” 이라면서 “원형에 손을 대지 않은 것은 물론 페인트칠 조차 하지않아 가치가 더 높다”고 밝혔다. 사진설명=사진 위 부터 재규어, 애스톤마틴, 페라리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나누리병원, 겨울스포츠 후유증 ‘십자인대파열’

    나누리병원, 겨울스포츠 후유증 ‘십자인대파열’

    추운 날씨에 제대로 된 준비운동 없이 무리한 운동을 하게 되면 무릎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스키나 스노보드 등 겨울스포츠를 신나게 즐기고 난 뒤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십자인대란 무릎 내에서 대퇴골과 경골로 교차하는 십자형태를 취하고 있는 구조물인데 앞쪽이 전방십자인대, 뒤쪽이 후방십자인대라고 불린다. 전방십자인대 손상의 경우 80%가 다른 사람이나 물체에 부딪쳐 생기며, 특히 농구나, 축구, 스키나 보드를 탈 때 점프 뒤에 이어지는 잘못된 착지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누리병원 관절센터 정용갑 소장은 “평소 운동을 즐겨 하지 않던 사람이 무리하게 야외 스포츠를 즐기게 되면 관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도와주는 십자인대가 손상되거나 심한 경우 파열이 발생하면서 운동에 제한을 주고 통증이 생길 수 있다”며, “십자인대 손상의 경우 초기에 무릎에 피가 차기 때문에 심한 부종이 생기게 되고 무릎의 불안정성이 있는 상태에서 오래 방치하게 되면 이차적인 관절구조물의 손상이나 외상성 관절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방십자인대 손상 시 무릎에서 무엇인가 찢어지는 느낌이나 ‘탁’ 소리를 본인이 느낄 수 있으며, 무릎이 어긋나는 느낌이 든다. 또한 뻐근한 통증이 있고 쉽게 삐끗하며, 손상 후 통증과 붓기가 심해진다. 정 소장은 “십자인대파열은 치료를 빨리 하지 않으면 이차적인 반월상 연골 파열이나 퇴행성 관절염이 조기에 나타날 수 있다”며, “무릎 관절에 손상을 입으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전문가와 상담한 후에 치료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십자인대파열은 관절 내시경 수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관절내시경 수술이란 환부를 절개하지 않고, 관절질환이 의심되는 부위에 약 1cm 미만의 조그만 구멍을 낸 다음 특수소형카메라가 달린 관절경을 삽입한 후 모니터를 통해 관절상태를 진단하고 치료, 수술까지 가능한 시술방법이다. 때문에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회복기간이 짧으며 작은 절개를 통한 시술이기 때문에 출혈이 적고, 수술 후 감염이나 수술 부작용의 위험도 떨어진다. 정 소장은 “파열된 십자인대파열은 자연치유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손상이 심한 경우 반드시 수술을 통해 치료해야 한다”며, “하지만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평소 스트레칭과 유산소 운동, 근력운동을 실시하여 무릎 관절 주변의 근육 및 인대, 연골 등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예방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귀화한 안현수 영향, 정치권까지

     러시아로 귀화, 2014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딴 ‘빅토르 안(안현수)’ 선수가 정치권까지 흔드는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체육분야 업무보고에서 안 선수의 귀화를 언급하면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 빙상계의 파벌과 부정, 부조리에 의한 것이 아닌 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한층 관심이 뜨거워졌다.  새누리당은 16일 당내 회의와 대변인 논평 등을 통해 ‘제2의 안현수’를 막기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겠다고 발빠르게 치고 나왔다.  탁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선수와 빙상연맹 간 갈등에 대해 “눈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일이 그렇게 있었구나하고 심증이 가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체육계 전반의 규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면서 “체육계를 객관적으로 교육·조사하고 문제 발생 시 형사고발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갖춘 ‘스포츠 공정위원회’를 설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지난 14일 ‘제2의 안현수·추성훈 선수를 막아야 한다’ 제목의 논평을 내고 “체육계의 파벌과 특권 쌓기 등의 부조리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상태”면서 “무엇이 안 선수로부터 태극기를 빼앗아 외국으로 내몰았는지 자성하라”며 체육계를 겨냥했다. 또 “정부는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체육계 부조리와의 전쟁을 선포하라”고 주문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부조리나 구조적 난맥상 때문은 아닌지 돌아보고 잘못된 부분은 과감히 개혁하는 자구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과 꿈을 펼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친 이벤트 하려다” 모텔 불 지른 30대 불구속 입건

    광주 동부경찰서는 15일 여자친구의 생일 이벤트를 위해 모텔 객실에서 촛불을 켜놓고 외출해 불이 나게 한 혐의로 최모(3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 14일 오후 8시 37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모텔 5층 객실 바닥과 침대에 양초 150개를 켜놓고 자리를 비워 화재가 나도록 방치해 1900만원 상당의 피해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불로 6층짜리 이 모텔 건물에 투숙하던 숙박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으며 이 중 2명은 연기를 흡입하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최씨가 여자친구를 데리러 가려고 20여분간 외출한 사이 양초 일부가 넘어지면서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론] 한국의 임금제도는 걸레와 같다/김동원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시론] 한국의 임금제도는 걸레와 같다/김동원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통상임금문제는 2014년 한국 노사관계의 가장 첨예한 이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말 한 달마다 지급하지 않는 상여금이라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렸고,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이를 반영한 통상임금지침을 발표했다. 이러한 법원과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을 둘러싼 현장의 혼란과 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추가임금청구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명확하지 않은 점과 정부지침에 대한 노동계의 이견이 혼란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사실 통상임금은 우리나라 임금제도의 후진성과 복잡성에 기인한 문제다. 서구의 경우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은 기본급과 초과근로수당으로만 구성돼 있다. 즉,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은 대부분의 경우 (1)일한 시간에 비례한 시간급과 (2)초과근로시간에 대해 시급의 1.5배 정도인 초과근로수당의 합으로 구성된다. 임금 계산도 쉽고 기업 간 비교도 수월하며, 임금정책을 펴기도 용이하다. 반면 한국의 임금제도는 기본급과 극히 복잡한 수당들로 구성돼 있다. 기업에서 사용되는 수당의 예를 들면 효도수당, 월동수당, 체력단련수당, 피복비, 위험수당, 벽지수당 등으로 수당의 명칭을 모두 헤아리면 250개가 넘는 기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이렇게 복잡한 수당이 발생한 것은 그간 수당 신설에 대한 노사 간 묵시적인 담합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퇴직금이나 초과근로수당에 따르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조의 동의하에 임금인상 요인이 있을 때 기본급보다는 수당을 계속 신설해 왔다. 그 결과 기업마다 기본급과 10여개의 수당으로 구성된 복잡한 임금체계를 갖게 된 것이다. 결국 우리의 임금 구조는 금액으로 봐도 기본급은 적고 수당은 많아서 본봉의 비중이 전체 임금의 40%에 불과해 세계에서 예를 찾기 힘든 비정상적인 구조를 가지게 된 것이다. 학자들은 10여년 전부터 이 문제를 거론해 왔고 일부 학자들은 “한국의 임금제도는 걸레와 같다”라고 까지 언급한 바 있다. 임금체계가 이렇게 복잡하다 보니 기업에서는 초과근로수당이나 휴업수당, 퇴직금을 지급할 때 어느 수당까지를 포함해 계산해야 할지를 판단할 기준이 필요했다. 그 결과 고용부는 행정지침으로 초과근로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과 퇴직금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이 각각 어느 수당까지를 포함하는 것인지를 정해 주게 됐다. 한편 법원에서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수당이 계속 늘어나서 기본급성 임금이 지나치게 줄어드는 경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지난 수년간 고용부 행정지침보다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는 판결을 내려왔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도 기존의 판결 경향을 재확인한 것이다. 지금 한국의 노사는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과거임금을 얼마나 추가로 청구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대법원 판결과 고용부 지침에도 불구하고 노사 간 혼란이 지속되는 이유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거보다는 미래에 있다. 한국의 임금제도를 지금의 기형적인 모습에서 서구의 선진국처럼 명쾌하고 단순한 형태로 바꿔 계산과 비교가 쉽고 정책의 효율성이 담보되도록 임금체제를 개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진작 이런 식으로 임금제도가 개편됐다면 이번 통상임금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임금체계를 개혁하지 않고 이대로 방치해 둔다면 수년 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통상임금의 문제는 우리 임금제도가 선진화돼 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불거져야 할 문제가 이번에 대두한 셈이고, 언젠가는 해결돼야 할 문제다. 이번에 대법원 판결로 이슈가 된 문제만을 거론하기보다는 이참에 우리의 임금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노사정은 머리를 맞대고 한국 노사관계의 백년대계를 마련하는 심정으로 임금제도 혁신 방안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 지자체 학술연구용역 투명성 높인다

    A광역단체는 모 사단법인 위원회와 수의계약을 통해 5건의 학술연구용역을 추진, 16억 7300만원의 예산을 투자했다가 정부합동감사에서 특정인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B기초단체는 학술용역 심의를 맡고 있는 위원회의 12명 위원 중 외부인이 사실상 3명뿐이다. 그마저도 어머니회 회장, 전직 군의원 등 관련 전문성이나 기술성과는 무관한 것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실태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같은 문제로 예산만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아 온 지방자치단체 학술연구용역의 투명성 제고 방안이 추진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3일 연구용역의 공개경쟁 방식을 확대하고 ‘용역실명제’를 도입하는 등의 개선안을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 등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지자체에서는 A광역단체의 사례처럼 학술연구용역에 대해 특정기관 위주의 수의계약을 맺는 빈도가 매년 80%를 상회하고 있다. 권익위는 광역자치단체의 학술용역 수의계약이 2010년 85.5%, 2011년 84.1%, 2012년 87.1% 등 높은 빈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공개경쟁을 계약자 선정 방식의 기본원칙으로 하고, 유사·연관 용역 과제는 통합 발주하도록 권고했다. 용역 결과 공개의 불투명성도 지적됐다. 대다수 지자체가 자체 학술용역관리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용역 결과를 공개하는 곳도 소관 시스템(홈페이지)에 한정해 실명 공개 없이 소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권익위는 연구과제 수행자의 실명과 상세정보를 포함한 용역 결과를 외부 시스템인 정책연구정보서비스 포털(프리즘)을 통해 의무 공개토록 권고했다. 또 B기초단체와 같은 학술용역 심의회의 형식적 운영에 대해서는 외부위원 참여의 확대와 이들에 대한 ‘이해충돌 방치 장치’를 마련토록 했다. 연구용역 과제 선정의 사전 검증이 미흡해 짜깁기나 표절로 이어지는 실정과 관련, 유사·중복 과제를 쉽게 검증할 수 있도록 과제등록 활용 공간을 일원화하고, 세부 기준과 사용자 매뉴얼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여의도 블로그] ‘한 지붕 세 노조’ 국민銀 속사정

    지난 11일 KB국민은행에 세 번째 노조가 탄생했습니다. 단일노조가 대부분인 금융권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입니다. 2011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 뒤 몇몇 시중은행에서도 노조 추가 설립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좌절됐습니다. 새 노조가 밝힌 설립 취지는 이렇습니다. 윤영대 초대 노조위원장은 “낙하산 인사들이 회장, 행장으로 선임된 이후 초단기 성과 지상주의가 만연해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도쿄 지점 부당대출, 국민주택채권 위조, KB국민카드 개인정보 유출까지 잇따른 KB금융의 위기는 결국 주인의식 없는 낙하산 인사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입니다. 회장과 행장에 대한 퇴진운동을 벌일 뜻도 밝혔습니다. 한 꺼풀을 더 들어가서 보면 국민은행 새 노조 출범 배경에는 국민은행이 내부적으로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기존 노조에 대한 불신이 그중 하나입니다. 새 노조는 금융노조 국민은행지부가 낙하산 인사를 방치한 ‘공범’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황영기·어윤대 전 회장, 임 회장 등이 선임될 때마다 기존 노조가 ‘관치 금융·낙하산 인사 반대’를 외치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지만 결국 기득권에 안주해 적당한 선에서 투쟁을 멈췄다는 것입니다. 인사제도도 한몫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실적 평가 하위 5~10%에 해당하는 지점장급 행원들을 업무추진역으로 배치해 개인별 영업 실적을 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의 좌천 인사 제도에 회의를 느낀 관리자급 직원 가운데 다수가 새 노조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새 노조는 임금피크직원, 기능직원, 부지점장 이상 비조합원 등 은행 내 소외계층을 통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지붕 세 노조’ 체제가 됐지만 규모면에서는 선발과 후발주자 간 격차가 큽니다. 1만 7255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에 비해 2011년 출범한 KB노동조합은 171명, 갓 탄생한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300여명 규모입니다. 새 노조의 출범이 침체된 국민은행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기회가 될지, ‘찻잔 속 태풍’이 될지 안팎의 관심이 큽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서울 행복주택 활기 지자체 설득이 열쇠

    서울시가 행복주택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시범사업지구와는 다른 양상이다. 12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행복주택 후보지 8곳, 2500여가구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5~6곳 1900여가구는 사업 실현성이 높을 것으로 국토부는 내다봤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자체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6월 지방선거 이후 후보지를 공개할 방침이다. 서울시가 행복주택사업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시의 임대주택공급 확대 방침이 정부의 행복주택사업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 자금 부담을 덜면서 임대주택공급 확대라는 시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행복주택은 국가 재정(30%)과 국민주택기금(40%), 사업 시행자(30%)가 사업비를 분담하기 때문에 서울시로선 사업 인허가 등 행정 지원만 해 주고 임대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다. 오랫동안 개발이 안 된 상태로 방치돼 있거나 불량주거지역으로 남아 있던 곳이라서 낙후지역 개발 효과와 민원 해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서울시가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는 곳의 상당수는 도심재생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지자체들이 앞다퉈 행복주택사업을 제안한 것도 자극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행복주택사업이 결실을 맺는 것은 지자체와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다. 서울시가 사업지구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자칫 주민들이 반발할 경우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자체와 주민, 국토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후보지를 제안하고 새로운 사업지구를 계속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인천시가 행복주택사업을 제안한 5곳 가운데 연수역 주차장부지·주안역 철도부지·동인천 유휴지·용마루 도심재생지구 등 4곳의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업은 인천도시공사가 맡을 예정이다. 4곳은 수인선과 경인선철도 주변의 땅으로 역과 버스 환승주차장, 대규모 공장, 대학 등이 가까운 곳에 있어 행복주택 수요가 충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일부 지역은 인천시와 구청이 도시 인프라를 깔아 줄 계획이라서 사업성도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행복주택사업 후보지 결정 방식을 바꿔 지자체 제안을 받기로 한 이후 협의가 완료된 후보지만 전국적으로 10곳, 7000여가구에 이른다. 국토부는 또 2017년까지 전국 산업단지에 행복주택 1만가구를 짓기로 했다. 국토부는 현재 조성 중인 국가산단 또는 일반산단 주거시설용지에 5000가구 이상의 행복주택을 공급하고, 추가 지정되는 산단에도 5000가구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씨줄날줄] ‘K클래식’/서동철 논설위원

    전 세계 한류팬이 지난해 928만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아시아·대양주에 680만명, 아메리카 대륙에 125만명, 유럽에 117만명, 아프리카·중동에 6만명이 분포한다는 것이다. 의문도 없지 않았다. 지난해 세계 인구는 모두 72억 명이다. 소수의 한류팬을 제외한 나머지는 한국문화에 어떤 감정을 갖고 있을까. 일본 한류팬의 상당수는 중년 여성이다. 집에서는 TV의 한국 드라마나 가요에 빠져든다. 한류스타의 현지 공연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은 물론 한국으로 직접 달려오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고맙기만 한 열성 한류팬이지만, 그의 가족은 이미 열성 안티(反) 한류팬이 돼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도 1970~1980년대 청소년들이 특정국의 대중문화에 빠져드는 현상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경우 해당 문화 수출국의 이미지는 현지인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근 유럽의 청소년들이 한류에 열광하는 모습에 프랑스의 르몽드 같은 유력지들이 잇따라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한다.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열성적 소수 한류팬의 존재에 매몰돼 안티 한류팬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도록 방치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민이 깊은 만큼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도 이미 제시되어 있다. 한류가 맹위를 떨치는 국가일수록 전통문화와 이른바 고급문화를 포함해 다양한 우리 문화를 적극 동반수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중심의 한류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때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높아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서초구청이 제시한 ‘K클래식’이라는 개념이 매우 신선했다. 국립국악원과 예술의전당,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이 몰려 있는 서초동 일대를 ‘K클래식 거리’로 조성하고,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잠원동 일대는 ‘K팝 거리’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에도 K클래식은 있었지만, 국악과 양악이 만난 ‘한국형 클래식’을 뜻하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K팝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국립국악원의 전통 음악과 무용, 예술의전당의 서양 음악과 발레, 연극, 미술을 K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을 수 있다. 범위를 나라 전체로 넓혀 해외로 나가는 예술가나 단체에는 ‘K클래식 인증제’를 실시하는 방법도 있다. 한국 정부가 ‘품질’을 인정하는 수준 높은 문화상품이라는 뜻의 ‘보증서’가 될 것이다. K클래식과 K팝이 우리 문화의 양 날개를 이루어 높이, 멀리 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남편 안 죽었어” 시신과 7년 동거

    “남편 안 죽었어” 시신과 7년 동거

    남편이 숨졌는데도 장례를 치르지 않은 채 시신과 수년간 함께 산 4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남편 신모(2007년 당시 44세)씨의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시신을 7년여간 집안에 보관해 온 조모(47)씨를 사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발견 당시 신씨의 시신은 거실에 반듯하게 누워 얇은 이불을 덮고 있었으며 입고 있던 옷도 깨끗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옷은 최근에 새로 입힌 것처럼 보였고, 7년간 방치된 시신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부패도 심하지 않았다”면서 “방부 처리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갔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씨는 2006년 말 간암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부검 결과와 의사 소견서 등으로 미뤄 2007년 상반기쯤 신씨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약사인 조씨는 남편이 숨진 뒤에도 평소처럼 약국을 운영했으나 외부와 교류는 거의 하지 않은 채 지내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집안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현관에 두꺼운 커튼을 치고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사는 10~20대 자녀 3명과 시누이도 그동안 시신에 인사를 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남편 신씨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간암 투병 사실도 알던 약국 동업자가 조씨의 행동을 미심쩍게 여겨 지난해 12월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은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면서 “남편이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으로 믿는다”고 진술했다. 조씨의 친척들도 “부부가 유난히 금실이 좋았으며 뒤늦게 사망 소식을 알았지만 (조씨가) 남편이 살아 있다고 믿고 있어 어떻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정신병을 앓은 전력은 없고 이웃주민들에게 사망 사실을 모르게 한 정황이 있어 방치가 아니라 ‘유기’라 판단하고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학교·건물 빈 주차장 인근 주민에도 개방

    학교·건물 빈 주차장 인근 주민에도 개방

    광진구가 이달부터 학교나 대형건물 등의 주차장이 비어 있는 시간에 인근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방치된 공간에 주차장을 만드는 ‘공유주차장 사업’을 벌인다고 11일 밝혔다. 만성적인 주택가 주차난 해소를 위해 한정된 자원을 함께 나누자는 것이다. 먼저 학교, 공동주택, 대형건물 등 주간 또는 야간에 빈 주차장을 활용하는 ‘건축물 부설주차장 개방’ 사업을 추진한다. 대상은 최소 3면 이상 개방 가능한 부설주차장을 갖춘 건물로, 건물주 면담을 통해 2년 이상 개방 의무협약을 맺는다. 참여하는 건물주에게는 1면당 월 2만~5만원의 주차 수익금을 준다. 또 시설 개선 공사비를 최고 2000만원 지원한다. 유휴지나 자투리땅을 주차장으로 만들어 인근 주민에게 개방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대상은 주택가 인근에 사용하지 않는 유휴지나 자투리땅 중 주차면 1면당 200만원 이하로 주차장 조성이 가능한 부지이고 최소 1년 이상 주차장으로 개방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토지 소유주에게는 주차장 공사비 전액을 지원한다. 협약 체결 때 주차장 수익금을 전액 지급받거나 지방세법 109조 2항을 적용해 재산세를 100% 감면받는 인센티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김기동 구청장은 “저비용으로 주차 공간을 확보해 예산 절감과 주차난 해소, 도시 미관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씨줄날줄] 빅토르 안 또는 안현수/문소영 논설위원

    러시아 역사상 쇼트트랙에서 첫 메달을 안긴 선수가 화제다. 2014년 소치 올림픽의 주최국인 러시아에 다섯 번째 매달을 안겨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선수는 올해 29살인 빅토르 안. 한국 국가대표선수로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 참가해 3관왕과 세계선수권대회 5연패를 달성했지만, 3년 전 국적을 러시아로 바꾼 안현수가 그 주인공이다. 안현수 또는 빅토르 안은 10일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선에서 동메달을 딴 뒤 러시아 국기를 어깨 뒤로 펄럭이며 빙판을 돌았다. 한국 시청자들은 그 장면에 기쁘면서 씁쓸했을 것이다.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캐나다 선수 샤를 아믈랭은 이날 “레전드 안현수와 함께해서 영광”이라는 소감도 남겼다. 빅토르 안은 인터뷰에서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또 올림픽에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는데 (중략), 오늘의 동메달이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소감을 밝혔다. 8년 만에 딴 올림픽 메달이다. 이날 한국 남자대표선수들은 쇼트트랙에서 노메달에 그쳤는데, 그는 “후배들에게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해보자. 안현수는 왜 빅토르 안이 될 수밖에 없었는가. 또한, 스포츠경기에서 철저하게 민족주의·애국주의를 내세우는 한국의 시청자들은 왜 빅토르 안에게는 열렬한 응원과 박수를 보내는 것일까. ‘실력도 정신력도 최고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왜 이런 선수를 버렸나’라는 인터넷 댓글은 대체 왜 올라오는 것일까. 쇼트트랙은 스키와 스피드스케이팅 등의 동계스포츠에 취약한 한국에 ‘황금알을 낳은 거위’ 같은 종목이었다. 대표 선발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잡음이 폭로됐다. 지도자나 출신대학을 중심으로 파벌을 형성해 ‘팔이 안으로 굽는’ 식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경기출전이 이뤄진다는 것이었다. 2010년에 결국 일부 선수는 6개월 자격정지, 코치는 영구 제명됐다. 이런 비리에 무지했거나 양산되도록 방치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무능과 관리감독 부실도 문제가 됐다. 2008년 무릎 부상으로 2010년 밴쿠버 국가대표선수 자격을 놓친 안현수는 2011년 러시아 귀화를 선택했다. 파벌 제로에서 선수로 열중하고 싶었다고 했다. 빅토르 안의 소치 올림픽 동메달은 그의 결정이 최선이었음을 웅변하고 있다. 인재를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한 시대다. 근대에 국가와 개인은 계약관계이다. 이민이 대표적이다. 유능한 인재는 스스로 국가를 선택할 더 많은 기회가 있다. 국가가 인재를 키우고 키운 인재를 잘 관리하고 있는지 ‘빅토르 안의 사례’를 통해 고민해볼 문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자녀 이중국적도 고위직 검증 잣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재외공관장 임명에서 공직자 자녀의 복수국적(이중국적)과 병역이행 문제를 연계한 건 ‘비정상화의 정상화’ 정책 기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직업 특성상 자녀가 복수국적을 갖게 된 외교관뿐만 아니라 타 부처 공직자, 국회 동의를 요구하는 정무직 인사에서 자녀의 복수국적과 이를 악용해 병역을 회피하는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대사와 총영사 등 재외공관장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복수국적 및 병역이행 문제를 검증한 것 자체가 앞으로 자녀의 외국국적 취득 논란이 제기되거나 병역 회피 문제가 불거지는 인사는 원천 배제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아울러 외국 국적의 자녀를 둔 경우 공관장 임무 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될 때는 불이익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9일 “국회와 국민 여론으로도 지적된 외교관 자녀들의 국적 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기조가 재외공관장뿐 아니라 총리와 장관 등 정무직 인사와 타 부처 인선에도 확대될지 관심이다. 공관장 인사에만 불이익을 주는 건 타 부처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 국회 동의 과정을 거치는 총리 및 장관 등 정무직 발탁에서 자녀의 복수국적과 병역이행 문제가 검증 요인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인사청문회에서 총리와 장관 직계비속의 복수국적 문제는 늘 도마에 오를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고위 공직자 아들들이 국적 이탈을 통해 병역을 회피하는 건 국민 정서상 용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핵심 검증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재외동포의 복수국적 문제와 복수국적을 가진 공직자 아들의 병역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정부는 자녀의 복수국적 문제를 제도화해 고위직 인사에 적용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적으로 복수국적 취득 상황이 다양하고, 자녀 문제로 부모에게 책임을 묻는 건 연좌제 논란에다 위헌적 요소도 있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별도 규정으로 제도화하기보다는 대통령 재량으로 검증 과정에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1년 국적법 개정으로, 해외 우수 인재의 국내 유입을 위해 복수국적의 허용 범위를 확대한 것처럼 지속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현재 만 65세 이상 재외동포에게는 복수국적이 허용되며, 연령을 더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야단보다 관심… 교사와 상담도 큰 도움

    새 학기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아이를 향한 부모의 관심이다. 아이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행동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게 모든 치료의 첫 단계다.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요’라고 말하면 10명 중 7명의 부모들은 “학교에 안 간다는 게 말이 되니, 남들은 1등도 하고 100점도 맞는다는데 너는 학교에 가는 것도 못하니”라고 반응한다. 부모 입장에선 아이의 등교 거부가 짜증스럽고 두려운 것이다. 이럴 때는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왜 학교에 가기가 싫어? 무슨 힘든 일 있니”라고 먼저 물어야 한다. 아이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스트레스를 방치하면 병을 키우게 되는 것은 물론 부모에 대한 아이의 신뢰감이 무너지게 된다. 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을 두려워할 정도로 불안 증세를 보이면 새 학기 전 교사와 사전 상담이 필요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들은 대부분 학교라는 공간 자체를 낯설어 하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 손을 잡고 입학 전 학교를 방문해보라고 전문가들은 권유한다. 운동장, 교실을 차례로 둘러보고 운동장 놀이터에서도 놀아보게 하면 아이가 학교생활을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생활습관을 되찾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방학 기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던 습관부터 고쳐줘야 한다. 정신건강 전문의들이 상담하러 온 청소년들에게 왜 학교에 가기 싫으냐고 물으면 “아침 일찍 일어나기 힘들어서요”라고 답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돌아오는 봄 방학 때 적어도 새 학기 시작 일주일 전부터 등교하는 시간에 맞춰 깨우고 일찍 재우면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 그렇다고 수면 시간을 갑자기 줄이는 것은 좋지 않다. 기상 시간을 조금씩 앞당겨 몸을 서서히 적응시켜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하면 발바닥의 혈을 누르며 마사지를 해서 부드럽게 깨워주자. 생활리듬을 어느 정도 되찾았다면 하루에 30분씩이라도 책상에 앉아있는 연습을 시키는 게 좋다. 그래야 등교 이후 적응이 빠르다. 오늘은 30분, 내일은 40분 등의 방식으로 차츰 시간을 늘려나가면 된다. 그 시간 동안 꼭 공부를 시킬 필요는 없다. 좋아하는 책을 읽게 하든, 일기를 쓰게 하든 책상을 마주하는 게 거북하지 않도록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예습을 시킨다며 국어·영어·수학 학원을 보내는 부모들이 많은데 아이에게는 굉장한 부담이다. 적어도 3월에는 학교생활에 마음 편하게 온전히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 사교육을 하더라도 3월에는 예체능 위주의 ‘힐링’ 교육을 하고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한 것 같으면 4월이나 5월부터 조금씩 교과목 위주의 공부를 시키는 게 좋다. 무조건 문제집부터 들이대는 것은 금물이다. 내 아이가 현재 어떤 상태이고 어느 정도 수준의 학업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간파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도움말 김의정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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