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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도公직원, 감사원 자료 몰래 빼내

    철도公직원, 감사원 자료 몰래 빼내

    철도청(현 철도공사)의 유전사업 투자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홍만표)는 31일 건설교통부 전 차관 김세호(52)씨가 감사원 조사를 받기 전에 감사원 조사문건을 입수한 사실을 밝혀 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9일 김 전 차관의 자택에 대한 2차 압수수색에서 감사원의 조사문건을 찾아냈다. 조사 결과 철도공사 감사실장 최모씨의 지시를 받은 5급 직원이 지난 3월10일을 포함해 두 차례에 걸쳐 감사원의 문건을 몰래 빼낸 사실을 밝혀냈다. 감사원은 지난 3월10일 철도공사 서울사무소에서 철도공사 전 사업개발본부장 왕영용(49)씨에 대한 현장조사를 했다. 이때 철도공사가 제공한 노트북으로 왕씨에 대한 조사를 하던 감사원 직원들이 퇴근한 사이에 철도공사 측에서 잠긴 문을 열고 디스켓을 복사했다. 또 한 차례는 아예 노트북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복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 문건이 감사원의 묵인이나 협조로 철도공사측에 유출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감사원 문건을 몰래 빼돌린 철도공사 감사실장 등 2명을 공무집행 방해와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김 전 차관은 이 수십페이지의 문건을 감사원 조사를 받기 전인 지난 3월 말 넘겨 받았다. 따라서 김 전 차관은 왕씨의 유전사업 관련 답변 등을 보고 지난 4월 감사원 조사는 물론 검찰 조사도 미리 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김 전 차관뿐만 아니라 철도공사 전 사장 신광순(56·구속)씨도 지난 4월 초 이 문건을 전달 받는 등 다른 관련자들도 감사원의 조사 내용을 미리 알고 대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철도공사는 이번 문건 유출에 앞서 지난 4월에는 철도공사 기획조정본부장 팽모(50)씨가 감사원 조사를 전후해 철도공사와 철도재단의 자료 훼손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감사원 문건이 유출됨에 따라 초기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은 문건 유출과 관련, 논란이 일자 “검찰 발표와 달리 노트북을 방치한 것이 아니라 감사장 내 캐비닛 속에 넣고 열쇠까지 잠갔다.”면서 “철도공사측에서 마스터키로 이를 열고 빼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문건을 빼낸 철도공사 최 실장과 직원들은 검찰에서 책상 위에 방치된 노트북에서 문건을 빼낸 것”이라고 진술했으며 “감사원 직원도 검찰에서는 캐비닛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난지골프장 등록거부 위법”

    “난지골프장 등록거부 위법”

    운영권을 둘러싼 서울시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마찰로 다 지어놓고도 1년째 방치된 난지도대중골프장(9홀·2755m)에 대한 소송에서 법원이 다시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서울시와 마포구가 곧바로 항소할 뜻을 밝혀 내년 최종심이후에나 서민들이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민중기)는 27일 체육진흥공단이 체육시설업 등록을 허락하지 않은 서울 마포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마포구가 난지도 골프장을 공공체육시설이라고 판단해 공단이 제출한 체육시설업 등록신청을 반려한 것은 위법하다.”면서 “공사에 들어가기 전 시와 공단이 체결한 협약서에 따라 골프장 부지에 대한 사용수익권은 공단이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공단은 지난해 11월 골프장 이용요금 등을 책정하고 운영권을 서울시에 귀속키로 한 서울시 조례는 무효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이겼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골프장 조성비용 회수에 필요한 운영권ㆍ이용권을 20년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난지도 골프장은 지난해 4월 완공됐지만 운영권과 이용료 문제를 둘러싼 서울시와 공단측의 입장 차가 커 개장이 1년 넘게 지연돼 왔다. 공단 골프사업부 신용갑과장은 “먼저 골프장 문을 열어 서민들이 이용하게 한 뒤 나중에 최종심에서 1심 결과가 뒤집어지면 그에 따르겠다는 게 공단의 입장”이라면서 “시의 요구대로 1인당 이용요금 1만 5000원에 개장하겠다는 것도 받아들였는데 시가 개장 자체에 여전히 반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수 홍희경기자 sskim@seoul.co.kr
  • 시조에 녹인 ‘철새 노동자’ 아버지 恨

    “혹독한 추위를 피해/ 먹이 찾아 날아든 철새/ 우르르 내쫓으며/ 텃새들 휩쓸고 가는데/ 그들을 반겨줄 낙원은 그 어디메 있는가.” 조선족 여대생 김미월(26·우석대 국문과 4년)씨가 불법체류하며 자신을 돌보다 중국으로 강제소환된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로 쓴 시조 ‘철새들의 낙원은 어디일까’로 신인 문학상을 받았다. 계간 ‘미래문학’ 2005년 여름호에서 이 작품을 통해 문학상을 수상하며 시조시인으로 등단한 김씨는 불법체류 노동자들의 처절한 삶과 방치된 노동현장의 현실을 절절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중국 지린성에서 사범대학에 다니던 김씨는 2001년 충북 서원대로 1년간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한국문학에 흠뻑 빠져 이듬해 사범대를 중퇴하고 우석대 인문학부에 입학했다. 아버지 김명춘(54)씨는 지난 98년 밀입국, 경기도 안양의 한 플라스틱 공장에서 일하며 외동딸의 학비를 댔으나 지난 2월 체포돼 중국으로 강제송환됐다. “밤낮없이 손발이 퉁퉁 붓도록 일하던 아버지가 붙잡혀 쫓겨나던 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목이 멘다.”는 김씨는 “시조를 몰랐다면 유학을 포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조는 내 삶을 한 단계씩 높이 이어주는 끈이었다.”면서 “내가 탄생시킨 시조보다 시조가 탄생시킨 제 자신이 더 값지고 고왔기 때문”이라며 시조에 의지한 자신을 설명했다. 지도교수 정순량(우석대 화학과) 시조시인은 “자신이 처한 고통을 단순한 삶의 그늘로 만들지 않고 수준 높은 문학으로 승화시킨 역량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이젠 숲 밀도 줄여야”

    “이젠 숲 밀도 줄여야”

    “숲의 입목(立木) 밀도를 줄여라.” 봄철 산불조심기간이 15일 해제된 가운데 잇단 대형 산불 피해를 막기 위해서도 ‘숲가꾸기’ 등을 통해 숲의 밀도를 지금보다 훨씬 줄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15일 산림청에 따르면 올들어 발생한 산불은 407건(30㏊ 이상 대형산불 7건)에 피해면적이 2010.7㏊로 여의도 면적(840㏊)의 2.4배에 달했다. 대형 산불 피해가 1723.2㏊로 85.7%나 됐다. 특히 올해는 4월에 산불이 집중됐다. 낙산사가 소실되는 등 피해면적의 92.7%인 1492㏊가 탔다. 더욱이 꺼졌던 불이 재발화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강원도 양양 산불을 비롯, 전북 남원과 충북 영동의 산불도 재발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원영수 박사는 “산림이 울창해지면서 낙엽층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겉(표면)이 꺼졌더라도 낙엽을 들춰내 확인하는 잔불정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창재 산림청 산불방지과장도 “산에 연료가 많아 대형 산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산불 진화때 물을 흠뻑 뿌렸음에도 진화되지 않고 재발화하는 현상이 올들어 급격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가연성 물질인 목재와 나뭇잎 등이 썩지도, 제거되지 않은 채 쌓여 기존 산불 개념을 바꿔놓고 있다는 얘기다. 야간 산불이 점차 늘어나는 것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낙엽층에 남아 있던 불씨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강원도 강릉시의 경우 최근 5년간 발생한 산불(69건)의 64%(44건)가 밤에 일어났다. 숲가꾸기가 중장기 산불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방치된 목재 등의 수거는 엄청난 예산과 인력이 수반돼 어려움이 있지만 간벌 등을 통해 산불 발생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빽빽한 숲에 숨통을 터주고 햇빛이 들게 하는 등 생태 환경을 조성하는 작업이다. 산불 위험지역에서 집중 솎아베기 등이 실행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큐! 아름다운 노년] ⑥ 치매의 덫을 피하라

    [큐! 아름다운 노년] ⑥ 치매의 덫을 피하라

    현재 국내에는 65세 이상 노인의 8.3%인 34만 6000여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치매는 완치도 어렵거니와 치료기간도 길어 고질병으로 불린다. 막대한 경제적 부담은 물론 항상 밀착감시가 필요해 가족들도 지치게 만든다.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라 노인성 치매환자도 급증하고 있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리와 지원체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치매환자를 둔 가족들의 애환과 보호시설 실태, 정부의 대책 등을 밀착 취재했다. 결혼 20년째인 주부 신영순(46·경기도 광명시)씨. 혈관성 치매환자인 친정 어머니(75)를 보살피느라 자기 시간을 포기한 지 오래다.8년이란 오랜 병수발에 남편과 싸움이 잦아지고 결국 얼마 전 남남으로 돌아섰다. 딸에게 이혼이란 멍에까지 씌워준 어머니의 병세는 그럼에도 나아질 기색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증상이 심해져 요즘은 차라리 포기한 채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고 말했다. 신씨는 “잠시라도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대소변으로 온 집안을 도배질해 놓기 일쑤”라면서 “벌받을 소리 같지만 이제 그만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토로했다. 그 역시 “오랜 병간호로 골병이 들어 약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울먹였다. ●치매환자 가족,“아 울고 싶어라” 중소기업 중견간부였던 정창호(45·서울 관악구 신림동)씨. 지난해 말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섰다. 정씨가 집안에 눌러앉게 된 것은 치매환자인 아버지 때문이다.2003년 9월 어느 날, 회사에서 퇴근해 돌아와 보니 아버지가 아내와 심한 욕설을 하며 싸우고 있었다. 전에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다른 행동에 놀랐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오히려 대드는 아내를 나무랐지만 반복되는 아버지의 행동을 이상히 여겨 병원을 찾았는데 ‘치매중기’라는 판정을 받았다. 정씨의 아버지는 ‘폭언’과 ‘배회’ 등 치매환자들의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맞벌이를 하던 정씨 부부는 결국 유료 요양원에 아버지를 입소시켰다. 아내가 집에서 아버지를 보살피기엔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1년 2개월 동안 요양비로 자꾸 빚을 지게 되자, 정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아버지를 간호중이다. 하지만 지금도 며느리만 보면 욕설과 함께 얼굴에 가래침까지 뱉어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료로 운영되는 공공요양원을 알아보았으나 ‘버림받은 노인이나 기초생활 수급자라야만 자격이 있다.’는 말만 되풀이해서 들었다.”며 “앞으로 언제까지 보살펴야 될지 암담한 생각뿐”이라고 고개를 떨구었다. ●무료 요양병상 2만여개에 불과 김제시 하동 노인종합복지타운내 노양요양원에는 치매와 중풍 환자인 노인 75명이 수용돼 있다. 중증 치매환자인 김갑순(88) 할머니는 지난 2003년 4월 이곳 요양원에 들어왔다. 김 할머니는 왜 이곳에서 생활하는지 가족이 누구인지조차 기억을 못한다. 낮에는 집에 가겠다며 온갖 물건을 다 끌어내 짐을 싸놓는다. 감시가 소홀하면 차고 있던 기저귀를 빼내 갈기갈기 찢고 밤에는 옷을 다벗고 알몸으로 병동을 돌아다닌다. 요양원 책임자인 오순자(여·보건6급) 계장은 “밤만 되면 잠을 자지 않고 집에 데려다 달라고 보채는 환자들을 관리하는 게 제일 힘들다.”면서 “치매환자들은 멀쩡한 것 같다가도 주기적으로 돌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올해로 공무원생활 23년째라는 그는 두세 살 아기처럼 돼버린 치매환자들과 생활하다 보니 사고 자체가 유아상태에서 멈춰버린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자체가 직영하는 유료시설로 이용료가 비교적 저렴해 입소 대기자들이 밀려 있다. 치매 요양시설은 경제적 부담으로 선택이 쉽지 않지만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전국의 치매 요양병원은 537개, 병상수는 공공·민간을 통틀어 4만개(무료병상 2만개)가 채 안 된다. 보건복지부에서 병원치료가 필요하다고 분류한 증증 치매노인 8만 3000여명의 절반도 수용할 수 없는 규모다. ●재정부담 줄이는 정부지원 절실 전문가들은 현재 34만여명의 치매환자는 10년 후 6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유료시설의 경우 월 100만∼25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 같은 시설이용료는 치매환자 가족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벅차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월 12만원 정도를 받고 출·퇴근 식으로 운영하는 노인종합복지관은 대기자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곳 역시 재정적 부담으로 선별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치매가족협회 이성희 회장은 “치매는 완치가 불가능해 오히려 암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라며 “방치된 치매환자와 가족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2007년 공적 노인요양보장을 전면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인프라 구축 등이 안된 상황에서 걱정이 앞선다.”면서 “중간관리자나 간병인 등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교육시스템 마련 등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박하정 복지부 인구가정심의관 “안타깝게도 치매노인 살해사건이나 노인 유기사건이 자주 일어납니다. 치매와 중풍을 앓는 노인으로 단란했던 한 가정이 돌이킬 수 없는 파탄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박하정 보건복지부 인구가정심의관은 치매와 중풍 등 요양보호가 필요한 노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요양보장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앞서 이들로 인해 극단적으로 치닫는 현 세태를 상기시켰다. 박 심의관은 9일 “극빈층 노인은 현재 국가가 무료로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부유층 노인은 경제적인 능력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치매환자를 둔 중산층이 매월 100만∼250만원의 비용을 장기간 감당하기는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노인요양보장제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대상은 바로 대다수의 중산층과 서민층이라는 것이다. 그는 “건강보험처럼 보험료와 정부지원으로 재원을 마련한 뒤 요양대상 노인이 있는 가정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요양보장제를 도입하면 사회적인 안전망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면서 “올 가을 정기국회 때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입법화를 전제로 한 구체적인 마스터 플랜도 제시했다. 우선 2007년 하반기부터 중증 치매 및 중풍을 앓는 65세 이상 노인 5만명을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45∼64세 가운데도 중증 환자는 혜택을 줄 예정이다. 이들 요양대상 노인이 받을 서비스와 관련해 “요양시설에 들어가 치료와 간호를 받을 수도 있고, 집에서 방문간호나 수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중증 환자뿐만 아니라 경증 환자에게도 이같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인요양보험제 도입에 따라 가구당 매월 3000원 정도가 추가 부담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심의관은 “일본의 경우 노인요양보장제를 도입해 15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뒀다.”면서 “우리도 노인요양보장제가 도입되면 이에 따른 일자리가 생겨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사설] 현금 46조원 쌓아만 둘 건가

    기업에 돈은 넘쳐나는데 투자는 여전히 부진하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460여개 상장기업들이 갖고 있는 현금성 자산(현금·예금과 만기 1년 미만 금융상품)은 지난해 말 현재 46조원이 넘었다고 한다. 전년보다 7조원 가까이 더 불어난 것으로, 해가 갈수록 돈이 쌓이기만 하는 것이다. 몇몇 대기업은 무려 5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의 현금보유 확대는 은행의 대출잔액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기업의 은행대출은 2월보다 9000억원 남짓 더 줄었는데, 이는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경기회복은 더디고 여기저기서 경제가 어렵다는 소리가 터져나오는 판국에 한해 국가예산(일반회계 기준)의 3분의1이 넘는 돈이 금고에서 낮잠을 자는 셈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신사업과 시설·연구개발(R&D) 투자가 활발히 일어나야 잠재성장률을 올리고 일자리를 만들 게 아닌가. 기업의 투자부진은 ‘수출호조→투자·고용확대→소비증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약화됐고, 고임금과 높은 공단분양가에 따른 경쟁력 상실, 신성장동력의 부재, 모험을 기피하는 기업가 정신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같은 진단은 국책연구기관과 재계의 전문연구소 등에서 누차 지적해 온 것들이다. 문제는 진단과 처방은 다 나왔는데 실행을 안 하는 데 있다. 정부는 우선 기업의 심리안정과 규제완화에 얼마나 신경을 써 왔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기업의 투자마인드를 유도하는 정책에 인색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정부는 연초에 기업투자환경 조성을 위해 1000여건의 규제를 완화하는 등 경기회복과 고용창출 등에 전력을 쏟기로 약속했다. 경제를 살리겠다면 방치된 기업 잉여이익을 투자로 연결시키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 “美, 94년 北 주요 군사시설 공격 검토”

    미국은 1994년 6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를 선언하고 사찰단 추방을 경고하고 나서자 영변 등 핵시설외에 북한의 반격에 대비해 주요 군사시설도 공격하는 방안을 한때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지 부시 행정부 출범후 로버트 리스카시 당시 주한 미군사령관과 도널드 그레그 주한대사 등은 한반도내 핵무기 철수를 주장했으나, 백악관이 이를 묵살해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미국의 한반도전문가 3인의 공저 ‘제1차 북핵위기:벼랑끝 북핵협상(The First North Korean Nuclear Crisis: Going Critical)’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31일 동아시아연구원 초청으로 가진 한국프레스센터 강연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언급했으며,“현재 북핵 문제의 가장 큰 문제는 무관심이며, 이 상태로 4∼5년 방치된다면 전 세계적 불안상태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저서에 따르면 조지 H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검토보고서’는 한국에 배치된 미 핵무기가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백악관내 강경파들의 목소리에 묻혀 실현되지 못했다. 또한 김영삼 대통령 시절 한승주 장관과 유종하 유엔대사가 대북 문제를 놓고 강온 대결을 벌인 비화도 소개됐다. 미 국무부는 수개월간의 작업끝에 유사시 미국 시민권자들을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거리 밖으로 소개하고, 일본 외무성의 협조를 받아 최종적으로 일본으로 이송하는 ‘민간인 소개계획’도 수립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이날 강연에서는 “2003년 베이징에서 북측 대표가 ‘생존을 위해 핵을 팔 수도 있다.’고 말했다.”면서 “2001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던 것처럼 4∼5년 뒤에 같은 방법으로 북한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한나라 이번엔 ‘책임당원制’ 논란

    한나라 이번엔 ‘책임당원制’ 논란

    한나라당의 ‘친박 그룹’과 ‘반박 그룹’이 책임당원제 도입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겉으로 보면 책임당원제를 당론으로 채택했느냐에 대한 시각 차이다. 그러나 속내는 복잡하다. 이면에는 대표나 최고위원, 대선 후보 등을 선출할 때 책임당원이 투표권을 행사하기에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이라는 열성 네티즌팬들을 지닌 박근혜 대표가 유리하다는 셈법이 얽혀 있다. 논란은 김무성 사무총장이 시도당에 당원협의회 구성을 위해 5월까지 책임당원을 확보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비롯했다. 서울시당은 “당론으로 확정되지 않았는데 왜 서두르느냐.”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에 김 총장과 권경석·이성헌 1·2부총장은 28일 오전 서울시지부와 간담회를 갖고 설득에 나섰다. 김 사무총장은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 선거에 투입해 뛸 손발이 없다.”면서 “책임당원을 바탕으로 한 당원협의회를 빨리 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논란은 이날 오전 상임운영위에서도 다시 불거졌다. 이번엔 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인 김희정 의원이 “책임당원제·당원협의회 구성이 언제 당론으로 채택됐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이성헌 사무부총장은 “총선 뒤 1년이나 조직이 방치된 상태에서 책임당원제로 당을 끌어간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박 대표도 “시도당에서 빨리 조직을 복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책임당원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책임당원제에 이의를 제기한 측은 당 선진화추진위원회에서 마련한 안을 놓고 지난 1월 의원연찬회에서 논의했지만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고 혁신위원회에서 계속 논의 중이라는 이유를 내세운다. 그러나 대권 구도와 관련지은 해석도 나온다. 책임당원에 ‘박사모’회원이 대거 가입할 것을 우려해 이명박 서울시장과 가까운 의원들이 속한 서울시당이 도입을 꺼린다는 것이다. 개혁·소장파의원 모임으로 ‘반박’성향인 수요모임도 27일 워크숍에서 “당비 부담 등 일반당원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투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책임당원과 일반당원으로 권력구조를 이원화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입장을 모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몰디브 나무 살려야 주민도 삽니다”

    “우기(雨期)인 5월까지가 고비입니다. 몰디브 국민들의 생계수단인 열대 과일나무를 살려야 합니다.” 동아시아 지진해일 피해지역의 하나인 몰디브에서 ‘나무 살리기’ 작업을 마치고 23일 귀국한 이경준 서울대 산림자원과 교수는 “몰디브의 나무를 살려야 주민도 살릴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 교수와 류순호 서울대 명예교수, 이승제 서울나무병원장 등 5명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지원으로 지난달 28일부터 몰디브의 6개 섬에서 수목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치료활동을 펼쳤다. 이 교수는 “인구가 30만명 남짓한 섬나라 몰디브는 최고 해발이 2m밖에 안 되는 저지대로 지난해 12월26일 지진해일이 일어났을 때 국토의 90%가 침수되며 84만그루의 나무가 피해를 입었다.”면서 “긴 곳은 14일 동안이나 바닷물이 차 있는 바람에 나무들이 염분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몰디브 사람들은 대부분 망고나무, 빵나무(bread fruit) 등을 재배해 생계를 꾸린다.2만개의 열매가 달린다는 망고나무 한 그루에서 나오는 연간수익이 3000달러에 이른다. 이 교수는 “침수 직후 염분이 없는 물을 준 나무들은 살아나고 있지만 방치된 나무들은 수간주사 등으로 영양을 보충하지 않으면 죽는다.”면서 “질소·인산·칼륨과 생장 호르몬, 비타민B를 함유한 수간주사를 즉석에서 처방해 나무에 주사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효과가 있을지 반신반의했지만 2주일만에 망고나무에서 새싹이 돋았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한국 주사만 맞으면 죽은 나무도 살아난다.’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 주민들이 며칠만 더 머물러 달라고 사정하기도 했다.”고 뿌듯해했다. 이들이 성과를 거두자 몰디브 정부의 카마루딘 농수산자원부 장관은 27일 방한해 추가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는 몰디브에 지진해일 복구비용으로 2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해 놓았다. 이 교수는 “약품이 부족해 450그루밖에는 치료를 하지 못했고, 해충 피해는 손도 쓰지 못했다.”면서 “지원금의 일부로 나무 전문가를 파견한다면 이 지역 복구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정부 주도 信不者대책 마지막돼야

    정부가 어제 생계형 신용불량자(신불자)와 채권추심전문회사(SPC) 설립을 통해 일반 신불자를 구제하는 내용의 신불자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지난해 말 361만명에 이르는 신불자 중 140만명가량이 신불자의 낙인에서 벗어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배드뱅크, 개인워크아웃, 개인회생제 등 각종 신불자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자활능력을 상실한 계층에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던 게 사실이다. 신불자는 줄이지 못한 채 도덕적 해이 논란만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이들에게 삶의 활로를 터주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물론 이번 대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대상자들의 자활의지, 지속적인 소득이 보장되는 안정된 일감 확보,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동참 등 선행조건도 적지 않다. 언제까지 정부가 금융기관에 부담을 떠넘기는 식의 신불자대책을 쏟아낼 것이냐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인 빈부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동반성장의 궤도에 들어서려면 절망 속에 방치된 영세 신불자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이는 정부와 금융기관이 추구해야 할 ‘공익가치’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번이 신불자를 위한 마지막 대책이 돼야 한다고 본다. 시장의 흐름과 역행하는 대책은 항상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부터 영세민들이 자활할 수 있게 국가경제 전체를 살리는 쪽으로 정책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9)근대 문화유산의 보고 군산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9)근대 문화유산의 보고 군산

    군산은 식민 수탈의 가장 전형적인 공간이었다. 식민공간답게 전통과 근대가 공생하고, 강요된 근대의 기형적 뒤틀림이 강한 흔적으로 남아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일제시대 군산은 오쿠라, 이와사키 등 수많은 일본 토지재벌들이 지배했다. 그들은 고리대금업도 겸했으니,‘허리에 권총 차고, 손에 망원경 든’ 무장상인, 바로 약탈자였다.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 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째 얼러 좌르르 쏟아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시가지) 하나가 올라 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한국문학사의 금자탑인 채만식의 탁류는 이렇게 시작된다. 채만식 문학관은 소설 대목처럼 금강이 끝나면서 황해와 만나는 그 곳에 서있다. 문학관에서 조금만 서쪽으로 내려가면 ‘째보선창’이 나온다. 소설 속의 정주사는 서천땅을 처분한 뒤 똑딱선을 타고 째보선창으로 건너온다. 하지만 쌀 현물을 가지고 투기하는 미두장에서 돈을 다 날리고는 선창에서 자살을 기도한다. ●‘탁류’ 속 정주사 자살시도했던 ‘째보선창’ ‘째보선창’은 지정학적으로 ‘옆으로 째졌다.’고 해서 붙은 이름. 실제로 백마강과 금강이 합수하면서 바다로 흘러드는 길목에 자리잡아 Y자로 째진 곳이다. 구한말까지도 삼남의 농수산물이 이곳에 집산했다가 서울로 보내지던 중요한 선창이었다. 채만식 시절까지만 해도 제 몫을 다하던 선창이 금강하구언이 축조되면서 쌓일 대로 쌓인 퇴적물 때문에 항구 기능을 거의 상실해 문화원이 세운 입간판만이 그 역사를 말해줄 뿐이다. “탁류는 당연히 픽션이지만 역사적 전형성을 고스란히 획득하고 있지요. 두벰이산 정상에 있는 정주사 집터, 한창봉 쌀집, 콩나물고개 같은 소설 속의 역사현장을 짚어가면 식민지시대 군산의 풍경이 오롯이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군산 지킴이’ 이복웅 군산문화원장의 증언이다. 세종실록지리지 만경현조에 ‘군산은 병선을 정박시킨 곳으로, 섬이 둘 있는데 군산도와 망입도가 있다.’고 했다. 군산진은 본디 군산도(현재의 선유도)에 있었다. 그 후 군산진을 오늘의 군산시 영화동 해변의 진포로 옮기면서 이름도 따라와 군산으로 확정됐으며, 과거의 군산진은 고군산이 되었다. 그러니 고군산열도는 본디 군산의 원적지인 셈이다. 1899년 개항과 더불어 전혀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기 시작한다. 당시의 군산은 산으로 둘러싸이고, 갈대밭이 무성한 비좁은 곳이었다. 일제는 이 갈대밭을 매립하고, 시가지를 일본식 마치(町)체계로 바꾸었다. 본정통, 명치정, 강호정 따위가 그것이다. 메이지(明治), 에도(江湖) 같은 이름에서 식민지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일제는 군산을 강제로 개항시킨 뒤 대규모 항만시설을 서둘러 건설한다. 당시의 항만 흔적은 ‘뜬다리’같은 유적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수탈의 신작로’ 전주~군산가도 일제는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만경평야의 곡식을 군산항에 모았다가 일본으로 실어냈다. 전주~군산을 잇는 ‘전군가도’가 벚꽃으로 유명한 이유는 이런 역사적 연원을 지닌다. 일직선으로 뻗은 신작로는 수탈을 위한 토목공사의 증거였다. 오죽하면 당대 민중들이 ‘아깨나 낳는 년 갈보짓하고, 힘깨나 쓰는 놈은 목도질한다.’며 식민의 애환을 읊조렸을까. 일본 영사관이 설치되고 일본 거류민단이 세력을 확장해 갔다. 수탈은 금강을 거슬러서 상류인 부여 위쪽의 부강까지 미쳤다. 추수철이면 충청도와 전라도의 이 황금 곡창지대에서 개땅쇠처럼 일만 했던 소작인들은 피땀흘려 거둔 알곡을 바리바리 싣고 지주집으로 향했다. 소작 떼일 것을 걱정한 작인들은 굶주리면서도 정성껏 엿을 고와 받쳐야 했으니, 참으로 ‘엿 같은 세상’ 아니었을 것인가. 조선인 지주는 일본인 지주에 비하면 수나 양 모두 ‘별것’ 아니었다. 전국에서 전북처럼 일본인 농장이 많은 곳은 없었다. 전북은 일본의 기업형 농장이 가장 많이 진출한 일본 식량조달의 거점이었다. 금강, 동진강, 만경강 3대 강 유역에 펼쳐진 30만 정보의 대평원, 그 곡창의 문호인 군산 일대를 오쿠라, 이와사키 등 수많은 토지재벌들이 지배했다. 그들은 땅만 소유한 것이 아니라 고리대금업도 겸했으니,‘허리에 권총 차고, 손에 망원경 든’ 무장상인, 바로 약탈자였다. 폭력적 토지겸병 과정을 보노라면 사무라이 낭인집단의 건들거리는 풍경이 되살아난다. 가령,1904년에 이곳에 들어온 가와사키는 옥구군 서수면 일대를 자신의 향리인 일본 니가타현 모형으로 일본화할 계획을 가지고 온 골수 국수주의자였다. 일본 고향의 지주들을 서수면에 불러들여 농장설치를 권유했는가 하면 서수에는 신사까지 세웠다. 그리하여 가와사키농장이 모체가 된 이엽사농장이 탄생하는데, 이엽사는 전주의 삼례, 익산의 황등, 옥구의 서수면 일대에 논 1000정보, 밭 200정보, 소작인 1700여명을 거느린 대농장주로 군림하게 된다. 이들이 농장을 순찰할 때는 말을 타고, 승마복에 권총까지 찬 채 말채찍을 휘두르며 다녔다고 한다. 봉건시대의 영주와 다를 바 없었다. 그리하여 군산과 옥구·김제 등의 농민들은 대부분 소작인으로 전락했으며, 일본인 농장에 가족들까지 예속되어 노예 같은 삶을 이어나갔다. 보릿고개 때는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했으며, 그 고통을 이겨내지 못해 북간도 허허벌판으로 야반도주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아니면 소작쟁의를 벌여 죽기살기로 저항하는 수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1934년 통계를 기준으로 무려 200만섬 이상의 쌀이 군산항에서 일본으로 반출됐다.1930년대 일본 농업공황을 계기로 조선은 완전한 일본의 식량 공급기지로 전락했다. 황금쌀은 일본으로 나가고 조선사람들은 만주에서 들여온 콩 같은 잡곡, 일제 말기에는 그것도 모자라 기름 짜고 버린 깻묵으로 연명했다. 일본인들이 끊임없이 수탈을 감행하는 동안 ‘멍청한’ 조선인 지주들은 미두장에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공인 도박장 격인 미두장에서 실의에 빠진 조선인 지주들과 자본가들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유산과 토지를 탕진했다. 탁류의 정주사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한 쪽에서는 거대한 기선에 수천 섬의 쌀이 실려나가는 동안 다른 한 쪽에서는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빈 밥그릇에 멍한 눈길을 주던 곳, 바로 군산이다. ●일본인은 평지 살고 조선인은 산동네 살고 일본인들이 평지에 살고 조선인은 산동네에 얹혀 살았다.‘언덕 비탈에 의지해 오막살이가 생선비늘 같이 들어박힌 개복동 그 중에서도 산꼭대기에 올라앉은 납작한 토담집, 방이라야 안방 하나 건넌방 하나 단 두 개뿐인 것을 명임이네가 도통 5원에 집주인한테서 세를 얻어가지고 건넌방은 먹곰보네한테 2원씩 받고 세를 내주었다.’고 채만식은 묘사했다. 군산은 식민 수탈의 가장 전형적인 공간이었다. 식민공간답게 전통과 근대가 공생하고, 강요된 근대의 기형적 뒤틀림이 강한 흔적으로 남아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개항장은 제국주의의 의도가 적나라하게 관철되는 시험장이었다. 네덜란드가 건설한 바타이유 같은 해양 식민도시처럼 일본이 건설한 목포·군산·마산·원산 등이 그랬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으니, 이 곳은 숫자조차 파악할 수 없을 만큼 숱하게 징용 나간 이들의 눈물이 넘치던 항구였다는 점이다. 쌀만 수탈당한 것이 아니라 목숨까지 수탈당한 곳이다. 해방 직후 군산항에서 노무자들의 퇴직금 요구와 귀화 노무자의 착취에 대한 격렬한 보상요구 투쟁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근자에 다시금 문제가 되고 있는 한·일협정 과정에서의 반민족적인 협상으로 그만 영구 미제사건으로 덮이고 말았다. 재미있는 점은 조선에서 살다가 8·15 후 일본으로 되돌아간 일본인들은 ‘인양자(引揚者)’라며 일본에서도 차별대우를 받았다는 점이다. 실로 아이로니컬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식민지를 체계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경찰, 군대, 식민 경영기관, 거류민단, 금융기관 등이 필요하다 보니 으레 항구에는 이런 흔적이 남아 있기 마련이다. 군산도 예외는 아니어서 당시로서는 거대했을 조선은행 건물, 번듯한 세관건물이 지금도 남아있으니 가히 근대 문화유산의 보고이다. 뒷골목에는 이른바 왜정시대의 적산가옥도 즐비하다. ●방치된 수탈의 흔적들… 박물관 재활용해야 그러나 어쩌랴. 극장식 카바레로 쓰이던 조선은행 건물은 방치돼 있다. 안될 일이다. 식민지 시대를 비판하는 것과 별개로 그 시절의 흔적을 이런 식으로 방치해서야 되겠는가. 식민지의 역사적 교훈을 위해서라도 말끔히 복원하여 박물관이나 자료관 등으로 재활용할 일이다. 군산항의 역할은 일제시대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군산 수용소에는 진남포에서 LST를 타고 내려온 무려 5만여명의 피란민이 수용되었다. 이곳 미군기지와 공군비행장은 전쟁의 흔적을 고스란히 증명해 준다. 항구는 이처럼 사회변동의 축소판이다. 군산은 더 이상 화려한 곳이 아니다. 서해안시대를 부르짖지만 침체한 경기는 살아날 기미가 없다. 영화롭던 영화동에는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감돈다. 항구는 먼 외곽의 신항으로 밀려났고 토사가 쌓이는 본래의 군산항은 그저 자그마한 배들만 오갈 뿐이다. 예로부터 백제의 도읍지인 부여 길목에 자리잡아 대중국 전진기지였던 천년 역사의 군산은 그렇게 정중동의 움직임만 보이고 있다. 건너편 장항에 오래된 제철소만 남아 옛날의 영화를 증명할 뿐. 개항 100년을 기념하는 백년광장에서 우리는 과연 개항 백년의 기념비적 의미를 제대로 챙기고 있는가 자문하게 된다. 또 좋든 싫든 근대 100년의 음지와 양지를 모두 지닌 군산항의 21세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말로만 서해안시대를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군산 같은 항구에서부터 그 해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 공공기관 홈피 주민번호 샌다

    공공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개인의 주민등록번호가 무방비로 노출되는 등 개인정보 보호가 크게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문날인반대연대와 정보인권활동가모임은 주요 공공기관 100곳의 홈페이지를 조사한 결과 34곳에서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고 15일 밝혔다. 문제가 드러난 기관은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교육인적자원부, 노동부, 문화관광부, 법무부, 검찰청, 국방부, 병무청, 보건복지부, 공정거래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비상기획위원회, 재정경제부, 국세청, 국군기무사령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통령경호실 등이다. 심지어 개인정보보호 관리 책임을 맡은 행정자치부 전자정부지원센터도 포함됐다. 노출사례 중 홈페이지 이용자가 진정·고소·고발 접수, 민원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입력한 개인정보가 그대로 방치된 사례가 가장 많아 24건이나 됐고, 공개되지 말아야 할 관리자 화면이 나타나면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례가 10건이었다. 실제 웹페이지에는 보이지 않지만 웹로봇에 의해 주민등록번호가 검색되는 사례가 6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공공기관이 공지사항 등을 통해 특정인의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례가 7건이었다. 또 실명 확인 등을 목적으로 수집한 주민등록번호가 웹사이트 설계나 프로그램 오류로 노출된 사례가 4건으로 조사됐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세계3위 ‘자전거 대국’ 일본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세계3위 ‘자전거 대국’ 일본

    대다수 일본인들에게 자전거는 생활의 필수품이다. 출근 전용이나 보조용, 장보기용으로 애용된다. 휴일에는 온가족 나들이용으로도 사용된다.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다. 국민 3명당 2대이상의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가 많다 보니 각종 사고나 방치된 자전거가 많아 사회적 문제로도 부상하고 있다.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은 자전거 대국이다.2003년 8593만대로 중국(4억 6556만대·2002년), 미국(1억 2000만대·1998년)에 이어 세계 3위의 자전거 보유국이다(표 참조). 도쿄나 오사카, 나고야 등 대도시는 물론 작은 도시까지 자전거 이용자가 많다. 특히 집에서 전철역까지 출근보조용으로 애용하는 탓에 자전거 관련 산업도 발달했다. ●3명당 2대 보유… 의원들이 정착 앞장 7선의 중의원 의원 고스기 다카시 전 문부상은 자택에서 10㎞ 정도 떨어진 국회까지 자전거를 이용, 등원하는 일이 적지 않다. 아침 7시쯤 국회에 도착, 샤워를 한 뒤 8시쯤 자민당내의 부회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55년째 자전거를 애용하고 있다. 고스기 의원은 국회의원 회원만 107명인 ‘자전거활용추진의원연맹’ 회장이다. 연맹은 1999년 창립, 건전한 자전거문화를 만들고 문제해결을 위한 법률 정비 등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타니가키 사다카즈 재무상이 명예회장이고, 여야의 중·참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은 빠르게 늘고 있다. 회원 중 상당수는 교통난 해소 등을 위해 5㎞ 이내, 혹은 10㎞ 이내를 이동할 때 거의 자전거를 이용하고, 그 이상은 자동차를 이용하고 있다. ●자전거 통근자에 특별교통비 지급 50대인 이사카에게 자전거는 보물이다. 매일 아침 자전거로 도쿄도내 나카노구에서 직장이 있는 지요타구 사무실까지 30여분 걸려 자전거로 출근한다. 시내에서 약속이 있을 때도 자전거로 움직인다. 저녁 약속이 늦게까지 있어도 큰 문제가 없으면 자전거로 귀가한다.20년째 이런 생활이다. 최근엔 나고야, 니가타, 후쿠오카 등 자치단체들이 자전거 통근을 위한 장려정책을 실시, 콩나물 전철이나 자동차 정체를 피하려는 자전거 통근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사회경제생산성본부 주임연구원 고바야시 시게키의 설명이다. 나고야시는 통근거리 10㎞ 이내 직원 중 자전거 출근직원에게 특별교통비를 지급, 수백명의 직원이 차량출근을 포기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자전거 시민권 선언’이란 저서를 낸 고바야시 연구원은 “자전거를 이용한 통근은 상쾌하고 운동이 되기 때문에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매우 좋다.”며 “교통비도 절약하고, 환경도 지키는 일석삼조의 자전거 타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 회귀현상에 따른 직장 근처 거주자가 느는 것도 자전거 출근이 느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나고야시 등 많은 직장에서는 직원들이 출근 뒤 가벼운 샤워를 하고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샤워시설을 보강하는 등 자전거 이용 활성화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자전거택시 등장… 관련산업 번성 일본은 2003년 기준 자전거 신규수요가 1122만대나 됐다. 관련 산업도 그에 따라 발달하고 있다. 전철역에는 자전거렌털 서비스 회사(하루 300엔 정도)가 등장했고, 자전거택시인 베로택시도 운행 중이다. 베로택시는 지역차가 있지만 첫 500m는 300엔이고, 추가 100m당 50엔이 더해진다. 최근 들어서는 전동보조 자전거도 인기다.2003년 기준 1년 생산대수가 20여만대로 언덕 지형에서는 자전거 운전자의 힘을 덜어주기 위해 동력으로 움직이도록 했다. 도쿄 등 대도시에선 경찰의 순찰용 자전거와 관련설비 산업도 번창하고 있다. 유아용 자전거의자, 자전거우산꽂이, 마일리지계산기, 벨, 발전기 등의 산업도 번창하고 있으며 자전거판매점도 전국에 2만 6113개(2002년 기준)일 정도로 번성하고 있다. 도쿄도내에만 자전거 소매점이 1876개나 되고, 오사카에서도 1737개소에 이른다. 소매점의 연간 자전거 판매액이 2083억엔(약 2조 830억원)일 정도로 시장규모도 크다. ●연간 600만~700만대 방치 일본은 자동차(2003년 7739만대·총무성 자료) 보다 자전거가 많은, 자전거 대국이지만 자전거 문화는 아직 문제점 투성이다. 특히 70년대 말 자전거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자전거가 인도로도 통행할 수 있게 돼 각종 문제점이 쌓이고 있다. 차도로 달리면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위협하고 인도로 달리면 보행자가 싫어하는 상황이다. 현재 도쿄 등 상당수 지역에서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거나 시범운용 중이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값싼 수입자전거가 늘어나면서 연간 600만∼700만대가 방치되고, 안전기준도 마련되지 않아 주행 중 고장으로 인한 사고도 많다. 방치된 자전거는 수거돼 대부분 폐기처리되고 일부가 수리, 재활용된다. 일본자전거산업진흥협회에 따르면 방치 자전거 중에서 14% 정도가 소매점 등에서 고친 후 판매됐다.17% 정도는 시·구청 등지서 수거해 경매하거나 폐기처분했고, 69% 정도는 쓰레기로 수거돼 분해 재활용되거나 매립됐다. 시마노 요시조 자전거협회 이사장은 “품질이 떨어지는 자전거가 유통되면서 방치 자전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지난해 9월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자전거 안전기준 인증제도(BAA)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자전거가 차도를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하지 않은 것도 사회문제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 중고 연간 5만대 北에 수출 |도쿄 이춘규특파원|전기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에서는 일본에서 수입해간 중고자전거가 ‘가정용 발전기’로도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자전거산업진흥협회의 한 관계자는 “북한에서는 중국제와 함께 일본의 중고자동차가 인기가 높다.”면서 “가정에서는 성능이 좋은 자전거 발전기를 손이나 발로 돌려 전기를 생산,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자전거산업진흥협회 국제사업부 오에 타구지 주임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방치 자전거를 수거한 뒤, 일부를 1400엔(약 1만 4000원)에 업자들에게 경매한 뒤 업자가 이를 수리,400∼500엔의 중간이익을 붙여 북한 등에 1900엔 안팎에 수출하고 있다. 이렇게 북한에 수출되는 일본의 중고 자전거는 2003년 한해만 5만 3145대였다. 북한 외에도 캄보디아 31만 4000대, 홍콩 30만 9000대, 가나 7만 4000대, 기타 11만 6000대 등 86만 5000대가 수출됐다. 특히 북한에 대한 수출은 한차례 출렁인 뒤 증가세로 돌아섰다. 자전거산업진흥협회 통계에 따르면 1992년 대북한 자전거수출은 276대에 머물렀다. 북·일 수교협상이 시작된 직후다. 이후 급증추세에 있다.93년 395대,94년 1458대,95년 3000대였으나 96년에는 1만 492대가 된다. 이어 97년엔 2만 1000대,98년에는 4만 9000대가 수출된다. 하지만 99년 1만 9800대로,2000년에는 1만 4500대로 줄었다가 2001년 다시 2만 4000대로,2002년에는 3만 5000대로 늘어나고 있다. ■ 자전거 사고 ‘골치’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은 자전거가 많다보니 사고도 많다. 경상자, 중상자는 물론 사망자도 의외로 적지 않다는 점이 통계로 입증된다. 일본 경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도쿄 시내에서만 자전거사고 발생건수가 1만 3868건이었다. 그 중에서 사망자만 28명이었고, 중상자는 152명이었다. 일본 전국적으로도 자전거교통사고 사망자는 연간 1000명 안팎이다.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자료에 따르면 2003년의 경우 자전거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973명이었다.2002년 991명,2001년 992명,2000년 984명이었고,1999년에는 1032명이나 됐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10%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사고건수도 2003년 2만 5779건,2002년 2만 5500건이었다. 중·경상자는 매년 1만 7000명 안팎에 달한다. 이처럼 자전거로 인한 각종 사고가 많이 발생하면서 일본 정부 당국은 사고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일본자전거협회 등 자전거관련 단체들이 나서 ‘안전 캠페인’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강구 중이다. 자전거협회 이마자와 사부로 전무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미흡,“협회가 자주적으로 세계 수준의 안전기준을 마련, 계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전거 교통사고 안전교육은 민간차원에서 주로 이뤄진다. 자전거협회와 자전거산업진흥협회는 자체 ‘자전거안전기준’을 마련, 자전거 소매점과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되는 자전거의 표본을 추출, 자체적으로 안전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국산·수입품을 막론하고 결함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2003년 기준 일본의 전체 자전거수요 1122만대 중에서 국내 생산은 252만대에 그쳤고, 나머지 870만대는 수입품이었다. 그 중에서 중국산이 92.5%인 805만대이고, 타이완산이 6.8%인 59만대였다. 베트남이나 그밖의 제3국산은 극소수였다. 일본 자전거 수입량은 1992년 100만대를 돌파한 뒤 급격하게 늘고 있다. 반면 국내생산은 5년전 연산 500만대가 무너지며 계속 줄고 있다. taein@seoul.co.kr
  • [문화마당] 행복의 빈곤국가/전경린 소설가

    오하이오에서 2년 동안 살고온 지인을 만났다. 인사차 돌아온 소감을 물었더니 그녀는 한숨을 폭 쉰 뒤 대답했다. “여긴 정말, 전쟁통 맞아요.” 그 말을 듣자 신문에서 보았던 사진 두 장이 불쑥 떠올랐다. 야윈 겨울 햇빛이 비치는 한낮에 녹슨 철로를 베고 침목 위에 웅크려 누운 어린 소녀와 평양 공원 바닥에 쓰러져 방치된 소년의 사진이었는데 둘다 11살 전후로 보였다. 언제부터 떠돌았는지 색깔을 알 수 없게 옷은 해지고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작은 뺨과 헝클어진 머리카락엔 흙더께가 앉았다. 북한의 꽃제비라는 제목이었다. “여기서 40년을 살고 그곳에 갔을 때, 적응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겨우 2년 살고 돌아왔는데, 이곳에선 6개월이 지나도록 심각한 부적응증을 겪고 있답니다. 하루하루가 아귀다툼이고 감시라도 당하듯 매사에 눈치를 봐야 해요. 그리고 빈틈없이 시야를 막고 선 시멘트 건물들, 온갖 구조물들이 너무 공격적이에요. 여기 비하면 오하이오는 초록의 천국이죠. 길을 나서도, 말하는 거나 옷 입은 거며 행동하는 데에 긴장이나 얽매임이 없어요. 더구나 이탈리아로 넘어가면,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애정을 나누는 연인들의 티없는 모습에서 존재적 열등감마저 느끼게 되죠. 우린 야유하고 눈살 찌푸리고 심지어 떼어놓고 훈계까지 하잖아요. 매사 너무 많은 감정을 안 보는데서 폐쇄적으로 억눌린 채 처리해야 하니, 행동과 욕망과 인격이 다중화되고 돈 자랑만 하게 되고…. 국민소득과 상관없이 우린 행복지수 극빈곤국일 거예요.” 그러자 나의 일상적인 감정이 혐오에 가까운 불안감인 것도 납득이 되었다. “실제로 세계 유일의 휴전국이잖아요.” “곧 없어진다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호주제를 가져온 나라이기도 하죠. 아마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혼외정사를 개인프라이버시가 아니라 공공의 범죄로 규정하는 나라일걸요.” “그런 것들이 우리 일상생활을 엄청나게 왜곡하고 있는데도 근본 이유는 망각되고, 결코 습관이 될 수 없는 불안과 부자유와 기만과 혼란만 심화되죠.” 우리 두 사람은 잠시 말이 없다가 동시에 내뱉었다. “우리 아이들은 더 안됐어요!” “당장 청년 실업도 큰 문제지만, 지금 10대들이 자라면 경제 인구 1인당 노인 4∼5명을 세금으로 부양해야 하는 노령국가가 된다잖아요. 한 국가가 그런 착취구조를 가지다니…. 엄마들이 아이들 피난시키듯 외국 보내고 가능하면 돌아오지 않고 정착해 살기를 비는 마음이 이해도 되고 밉기도 해요.” “아이 못 내보내는 우리는 그 아이들이 늙은 엄마 아빠 잊지 않고 모셔가기만을 바랄 수밖에요.” 농담 반 진담 반 끝에 다시 한번 절망적인 북한 사진 두 장이 떠올랐다. 휴전이 임시방편이니 그 위에서는 무슨 방법을 써도, 어떻게 살아도, 임시적이고 불구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불행한 현실에 너무 오래 휘둘리느라 불행의 근본 원인인 자기고통을 다들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공통으로 가진 문제와 고통들을 정직하게 수긍하고 합리적인 해결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갖게 되면 바르게 발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막연한 불행 의식도 한결 덜할 것 같다. 물론 가장 중요한 점은 휴전국에서도 우리 모두의 삶은 소중하다는 진실이다. 전경린 소설가
  • ‘부실도시락’ 통해본 아동복지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은 25일 오후 11시5분부터 방송되는 ‘2005년 겨울, 굶주리는 아이들’(가제) 편에서 최근 일어난 도시락 파문과 관련, 한국의 아동복지 정책을 고발한다. 제작진은 서귀포시와 군산시의 ‘부실 도시락’ 현장과, 가난 속에 방치된 빈곤 아동들의 모습을 통해 후진적인 아동복지의 현주소를 고발한다.
  • [길섶에서] 가로변 까치집/우득정 논설위원

    출근길 버스에 쪼그리고 앉아 졸린 시선을 창밖으로 던지는 순간, 가로수 한가운데 둥지 튼 까치집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가로수마다 하나씩 까치집을 이고 있다. 지난봄 눈이 맞은 암수 한쌍이 가로수마다 주소록을 새기며 부지런히 보금자리를 만들었으리라. 그래서 시인은 앙상한 가지 사이를 헤집고 내리던 눈이 까치집마저 온통 눈덩이로 단장하던 날 까치집에 나뭇잎 몇장을 덮어주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올랐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시인은 ‘저 까치집에 날아들어 밀리고 밀린 잠을 자고 싶다. 그리고 인간으로 깨어나 다시 인간에게 미래의 말을 걸고 싶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시인은 도심 빌딩 숲 가로수에 자리잡은 까치집에 희뿌연 겨울석양이 비치자 소름돋을 정도의 외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도심 재개발지역에 미처 철거되지 않고 방치된 판잣집을 연상한 것일까. 추위가 몰아닥치기 전까지 까치집을 머리에 인 가로수 밑에서 까치가족과 함께 소음을 견디며 끈질기게 자리를 지키던 중년의 노숙자를 떠올린 것일까. 예전에는 늦가을 가지치기를 할 때 까치집도 수난을 당했던 것 같다. 가로수마다 온전히 남아있는 까치집에서 새봄을 그려본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日人명의 방치된 땅 여의도 면적의 26배

    일제 강점기 이후 국고에 귀속되지 못하고 일본인 명의로 방치돼 있는 부동산이 여의도 면적의 26.2배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19일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에 따르면 지난 1945년 8·15 광복 이후 정당한 소유자를 찾지 못한 채 일본 명의로 방치돼 있는 부동산은 2334만 6000평(5만 4532필지,7717만 8000㎡)으로 집계됐다. 자산관리공사는 지난해 2월부터 일본 명의 재산에 대한 권리보전 조치 업무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해오고 있다. 소유자별로 보면 일본법인 명의 재산은 436만 9000평(7402필지,1444만 3000㎡), 일본인 개인 명의는 1897만 7000평(4만 7130필지,6273만 5000㎡)이다. 자산관리공사는 “이 가운데 법인 명의 부동산은 지난해 12월말 모두 ‘국가재산’으로 분류,‘권리보전’을 끝냈으며, 개인 명의 부동산은 오는 2006년까지 국가재산으로 분류, 권리보전을 마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산관리공사는 일본인 개인 명의의 부동산 중에는 창씨개명한 친일파의 재산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 정부의 과거사 진상규명 등 일련의 보완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재산 존재 여부 등을 명의자에게 통보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외압에 의해 강제로 창씨개명한 한국인 소유 부동산에 대해선 ‘정당한 사인(私人)’ 앞으로 소유권 등기를 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흩어진 가족 아물지 않은 상처

    흩어진 가족 아물지 않은 상처

    19일 오후 대구시 동구 파티마병원의 한 병실. 지난해 12월18일 장롱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모(4)군의 여동생(2)이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발견 당시 김군과 함께 영양실조 등으로 탈진상태에서 발견된 김양은 그동안 소아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은 뒤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제대로 먹지 못해 5.2㎏(또래 정상아 12㎏)에 불과하던 몸무게가 7.3㎏으로 늘어나는 등 하루가 다르게 건강을 되찾고 있다. 간호사들은 김군의 아버지(38)가 매일 병실을 지키고 있고 어머니(38)가 가끔씩 들른다고 전했다. 지난해 세밑 온 나라를 충격 속으로 몰아넣은 ‘대구 어린이 아사(餓死)사건’이 발생한 지 19일로 한달이 지났다. 그동안 이들 가족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死因은 아사로 결론… 26일만에 화장 ‘굶어 죽었다.’,‘선천성 희귀난치병을 앓았다.’는 등 그동안 논란을 벌여왔던 김군의 사인은 결국 ‘아사’로 결론이 났다. 김군의 시체를 부검하고 근육조직검사 등을 맡았던 경북대 법의학교실은 지난 11일 “김군이 근육질환으로 사망했다기보다는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하고 방치된 채 생활해 오다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사인 논란 등으로 그동안 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던 김군의 시체는 지난 14일에야 화장됐다. 이날 장례식에는 김군의 아버지와 동사무소 직원 등 10여명이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입힐 옷을 사오겠다고 나간 어머니(38)가 끝내 나타나지 않아 김씨가 옷을 급히 구해오는 등 장례식마저 우여곡절을 겪었다. ●여동생 입원치료중… 누나는 아동시설에 김군 사망 이후 이들 가족에게는 2500여만원의 성금이 답지했고 월 99만원의 생활비와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기초생활수급자(2종)로 지정돼 생활고는 덜게 됐다. 또 대구의 한 기업이 김군 아버지를 직원으로 채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아직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김군 가족이 살고 있는 불로동사무소는 ‘동네 애가 굶어 죽을 때까지 뭘 했느냐.’는 비난이 쏟아지는 바람에 한동안 혼쭐이 났다. 동사무소 관계자는 “그동안 집에서 살림을 한 흔적이 별로 없는 등 생활고를 떠나 정상적인 가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자식을 굶기는 절박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군의 누나(8·초등학교 1년)는 요즘 아동학대예방센터의 도움으로 대구의 한 아동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어머니가 자주 집을 비우는 등 결식우려가 있어 동사무소측이 보호시설에 보낼것을 권유해 이루어졌다. 김군의 아버지는 동의했지만 어머니는 자신이 돌보겠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가끔씩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김군의 어머니는 요즘도 행방이 묘연하다. 동네 주민들은 “낮에는 밖에서 문이 잠겨 있고 밤에도 불이 자주 꺼져 있는 등 김군의 어머니가 집을 자주 비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 행방 묘연… 기초생활수급자 지정 김씨 부부는 요즘 경찰 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사인이 ‘아사’로 결론남에 따라 다음주 중 김씨 부부를 불러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경찰은 이들 부부의 형사처벌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현재로선 부부 중 1명을 불구속입건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구 동구청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 지정과 성금 등으로 당분간 생활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김씨 부부에 대한 경찰 조사를 지켜보고 자녀들의 보호대책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지진 해일 대재앙] 일부지역 콜레라 발병 전염병 공포 급속확산

    |반다 아체·방콕 외신|쓰나미(지진 해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5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염병 등으로 인한 ‘2차 재앙’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등 피해 국가의 보건당국은 생존자가 더 없을 것으로 보고 서둘러 구조작업을 중단하려 하지만 완전한 복구에는 적어도 5∼10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완전복구까진 5~10년 더 걸릴 것” 참사 9일째인 3일 현재 인도네시아 보건당국은 확인된 시신이 9만 4000여구에 이른다고 밝혀 동남아·서남아 지역에서 공식 확인된 사망자 수는 13만 7000여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현지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는 국제요원들은 사망자 수를 15만여명으로 추산했으며, 피해가 가장 컸던 아체주 주민들은 실종자 수까지 합치면 인도네시아에서만 20만명이 죽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리랑카에서는 이날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인도에서는 설사환자가 잇따르는 등 피해지역에서 수인성 전염병의 발발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유엔 특사인 마가리타 월스트롬은 스리랑카에서 아직 전염병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으나 다른 의료진들은 현지의 취약한 위생상태를 심각히 우려했다. ●WHO “질병으로 5만여명 더 희생될수도” 세계보건기구(WHO)의 데이비드 나바로 위기 담당관은 “국제적인 구호작업을 서두르고 있어 성급히 판단할 수 없으나 질병으로 추후 5만여명이 희생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반군과의 전투로 인한 접근제한과 장비 부족 등으로 구호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체주에서는 구토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이 목격된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3일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보건당국은 하루 3500∼4000명의 시신을 매장하고 있으나 전염병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하루 6000명씩 매장,5일내에 방치된 시신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태국의 수윗 쿤키티 환경부 장관은 최대 피해지역인 팡아주에서의 시신 수색작업을 5일 끝내고 반 남 켐과 타쿠아 파 등 일부 지역에서만 집중 수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팡아주에서는 4700여구의 시신이 발견됐으나 사찰과 병원 등에 미확인 시신들이 방치돼 있어 보건당국은 골치를 썩이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와 관련 WHO의 그레고리 하틀 박사는 피해 지역 대부분에서 깨끗한 식수가 부족한데다 이재민 수십만명이 열악한 수용소에서 생활하는 탓에, 이질이나 장티푸스 등과 같은 전염병이나 폐렴 등의 호흡기 질환에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에서 열대성 폭우와 홍수가 닥쳐 일부 피해 지역이 침수돼 구호품과 의약품 전달에 큰 애를 먹고 있다. ●일부지역 홍수로 구호활동 차질 유엔의 한 구호요원은 “일부 지역은 홍수로 2주간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현지 위생상태는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또 파괴된 건물더미에선 아직도 수천구의 시신이 썩어가고 있다고 구호요원들은 전했다.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중인 미 해병대가 오는 9일 스리랑카에 도착, 베트남 전쟁 이래 대규모의 구호활동에 나설 예정이며 인도네시아도 해군 함정 4척을 아체주에 파견했다. 한편 태국의 보건장관은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는 생존자가 적어도 8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으며,WHO 동남아지역사무소의 하사란 팬디 대변인은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하나 그럴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각 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 [지진 해일 대재앙] 적도의 생지옥엔 주인없는 시신들만

    |반다아체(인도네시아) 연합|이번 지진해일로 가장 피해가 컸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쪽 아체주(州)의 참상은 한마디로 ‘생지옥’ 그 자체였다. 해변에 위치한 아체주의 수도 반다아체의 도심은 대부분의 건물이 무너져 내린 채 진흙을 뒤집어 쓰고 있었고 거리마다 남녀노소를 구별할 수 없는 시신이 뒤엉켜 나뒹굴고 있었다. ●도심엔 건물형체마저 사라져 주정부 청사 건물은 쓰레기더미에 뒤덮여 있었고 인구 밀집지역인 해변에는 건물의 형체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해안으로 흐르는 크루엥아체강 다리 밑에는 수백구의 시신이 둥둥 떠있다. 길바닥에 짐승의 주검처럼 방치돼 파리와 벌레들의 공격을 받는 시신들은 적도의 찌는 듯한 무더위로 급속하게 부패하고 있어 참혹했다. 누렇게 변색한 아기의 시신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고, 한 청년의 시신은 결혼반지를 낀 손가락을 하늘을 향해 치켜들고 있어 원망의 손짓을 하는 듯했다. 다리 앞에서 만난 말레이시아 구조대원 오마르(29)는 ‘시신들을 왜 빨리 수거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리도 정신이 없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우선 무너진 건물이나 강물 속 등을 수색하면서 혹시나 아직 생존자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대원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계엄령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던 희생자 가족들은 고향을 지키던 부모형제를 애타게 찾고 있으나 며칠을 둘러봐도 시신조차 찾을 수 없어 절망에 빠져 있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피해현장 곳곳에 가족들의 인상착의와 자신의 연락처를 적은 메모지를 붙이고 있었다. 어둠이 내리고 거리를 오가는 군인들과 희생자 가족들마저 자취를 감추자 반다아체는 주인없는 시체들만 모여있는 유령의 도시로 변해 버렸다. 태국 등 다른 피해국과는 달리 인도네시아의 사망자들은 신원 확인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짐승처럼 무참하게 땅에 파묻히고 있다. 반다아체의 도심 곳곳에 널려 있던 시신을 수거해온 군용 트럭들은 도로변에 차를 멈추고 비닐 등에 싼 시신들을 끌어내려 거대한 구덩이에 아무렇게나 내던지고 있다. 그러나 오열하는 가족들이나 항의하는 외부 감시인들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주민들은 “계엄령 치하에서 정부군이 하는 일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거나 항의를 한다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눈치를 보고 있다. ●대탈출 서두르는 생존자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방치된 시신들은 대부분 일가족이 몰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찾아올 가족도 없는 시신들을 무작정 길바닥에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전염병이 퍼질 가능성이 커 하루빨리 묻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많은 주민들은 죽음의 도시를 벗어나기 위한 대탈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교통수단 부족과 기름 공급난 등으로 이마저 거의 불가능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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