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방조
    2026-02-03
    검색기록 지우기
  • 소스
    2026-02-03
    검색기록 지우기
  • 유자
    2026-02-03
    검색기록 지우기
  • 스타
    2026-02-03
    검색기록 지우기
  • 선수
    2026-02-0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694
  • 애잡는 장난감… 무관심 사회

    서울에 사는 윤모(40)씨는 최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초등학생인 아들이 종이 부메랑을 가지고 놀다가 부메랑에 눈동자를 맞아 크게 다칠 뻔한 것이다. 다행히 시력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눈이 심하게 충혈됐다. 어린이 장난감 사고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줘야 할 장난감이 도리어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물건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하지만 피해를 보상할 장치가 없어 별도의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2002년 467건… 2005년 1285건 30일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장난감으로 인한 어린이 안전사고는 지난 한해 신고된 건수만 1285건에 이른다.2002년 467건이던 것이 3년새 3배로 증가했다.2003년과 2004년에도 각각 900건과 890건이 신고돼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어린이 안전사고의 전체 현황을 살펴봐도 장난감으로 인한 사고의 비율이 현저히 높다. 소보원이 집계한 ‘2001∼2004년 품목별 어린이 안전사고’ 통계 결과, 스포츠·레저·놀이용품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전체 27.2%로 가장 높은 사고율을 보였다. 그외 사고요인이 된 품목은 건물 및 설비가 15.5%, 가구 15.3%, 식료품 7.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장난감으로 인한 사고유형도 다양하다. 서울에 사는 네 살짜리 남자아이는 장난감 활과 화살을 가지고 놀다가 코 밑이 찢어지는 사고를 당했다.강원도 원주의 5세 남자아이는 장난감 자동차를 타다 넘어져 머리에 타박상을 입었다. 또 6세 남자아이는 콧속에 장난감 구슬이 들어가 병원을 찾아야 했다. 이밖에 완구용 나사못을 삼키고, 날카로운 장난감에 찔리는 등의 사고가 허다하다.●장난감 제조·수입업자 손해보험 의무화등 사후보상 체계 시급 이처럼 장난감으로 인한 어린이 피해는 늘고 있지만, 적절한 피해보상이나 조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해 소보원에 접수된 1285건의 사고 신고 가운데 리콜이나 사업자시정 등의 조치가 내려진 사안은 20건에 불과하다.20건 가운데서도 심층조사를 통해 리콜 권고조치를 한 것은 단 1건뿐이다. 이와 관련,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측은 어린이 안전을 위한 온라인 정보망을 구축해 피해사례를 분석하고, 소비자 참여 안전 모니터링을 연중 실시해 사고 예방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같은 사전 예방조치만으로는 어린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사후 피해보상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는 얘기다.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이 입법을 추진 중인 ‘어린이 장난감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도 어린이 장난감 제조업자와 수입업자에게 손해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어린이 장난감 관련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해 사실상 손해배상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권 의원측은 “현행 관련법은 제조사나 수입업자의 손해보험 가입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어린이 안전 관리에 한계가 있다. 사업자 보호보다는 어린이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주가 급등락… 메신저 이용 작전?

    폭락하던 주식시장이 사흘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투자심리는 여전히 불안하다.2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9.27포인트(2.27%) 오른 1326.83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한때 571.87까지 폭락하는 등 심한 등락을 반복하다 전날보다 16.85포인트(2.80%) 오른 618.18로 끝났다. 증권가에선 코스닥이 언제든 다시 폭락할 수 있다는 경계령이 울린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당국이 우회상장 등 코스닥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한동안 주식투자를 멀리 하던 회사원 김모(40)씨는 지난해 12월 친구 말을 듣고 코스닥 A주식을 1000만원어치 샀다. 주가가 뛰면서 순식간에 570만원을 벌었다는 생각이 들자 올들어 B주식 1000만원어치를 더 샀다.지난 17일 이후 급락장을 맞으면서 원금 850만원을 날렸다. 천당과 지옥을 경험한 한 ‘개미(소액투자자)’가 인터넷 주식 사이트에 올린 내용이다. 아무 이유없이 주가가 뛰다 곤두박질치는 종목이 최근 코스닥시장에 수두룩하다. 코스닥 상한가 종목은 지난해 10월 658건,11월 731건,12월 856건으로 증가했다. 최근 작전세력은 금융계·대기업 임직원, 기관투자자, 기자 등 ‘보조집단’에게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유망종목이라는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식으로 주가를 띄운다고 한다. 주가조작은 거의 코스닥시장에서 이뤄진다.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조작 징후를 포착하고 경고한 코스닥의 ‘예방조치 요구’ 건수는 지난해 총 282건.1분기에 비해 4분기에 45%나 늘었다.25% 감소한 유가증권시장과 대조를 이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메신저를 통해 거짓 정보를 급속히 확산시킬 수 있고, 인터넷으로 초단위 매매가 가능한 제2증시는 한국밖에 없다.”며 “옥석을 가려내는 정책적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Doctor & Disease] 엔제림성형외과 심형보 원장

    [Doctor & Disease] 엔제림성형외과 심형보 원장

    ‘치료(재건)성형’이라는 분야가 있다. 콧대를 높이거나 쌍꺼풀을 만드는 미용성형과는 구별되는, 이를테면 신체의 문제를 해소하고 교정하는 성형의학 분야이다. 당연히 이 분야에 대한 의학적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예전에야 기형 등 문제가 있어도 ‘팔자소관’이라며 체념하고 살았지만 요즘에 그런 생각이 가당키나 할까. 국내 유방성형 분야에서 첫 손에 꼽히는 권위자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는 엔제림 성형외과 심형보(47) 원장은 이렇게 말한다.“여성성의 상징인 유방만 해도 간단치 않습니다. 거대유방증, 함몰 유두, 선천성 기형유방, 유방암 재건 등이 있고 남자의 여성형 유방도 치료성형의 대상이니까요.” 그를 만나 가슴 부위의 치료성형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가슴 치료성형이란 어떤 치료인가. -재건성형으로도 불리는데, 비정상적인 유방을 정상으로 복원하거나 바로잡아 주는 수술이다. 정상적인 유방을 다듬는 미용성형과 달리 치료성형은 비정상적인 형태 때문에 일상적인 고통을 겪는 환자를 치료해 정상인으로 복귀시키는 것을 치료 목표로 한다. ▶어떤 환자가 주요 대상인가. -대표적인 문제는 거대유방증이며, 함몰 유두, 남성의 여성형유방증, 선천성 기형유방, 유방암 수술 후 재건 등을 들 수 있다. ▶치료성형이 필요한 상황을 설명해 달라. -유방이 비정상적으로 큰 거대유방증은 어깨, 목, 허리 통증과 사회생활 부적응, 심리적 열등감을 초래한다. 보통은 정상 여성에 비해 400g 이상 유방이 크고 무거운 경우를 말한다. 서구형 식생활 등의 영향으로 현재 가임 여성의 5%가 이 질환을 갖고 있다. 함몰 유두는 유두에 연결된 젖관이 유두를 안으로 당겨 젖꼭지가 유방조직 속에 묻히는 질환으로, 우리나라 여성 3%가 갖고 있다. 여성형 유방증이란 호르몬의 영향으로 남성의 유선조직이 발달해 여성형 유방을 가진 경우로, 사회·심리적 열등감과 부적응을 초래하는데, 청·장년기 남성 7∼30%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밖에 폴란드증후군, 발육부전, 비대칭 등 선천기형과 유방암 수술로 없어진 유방을 복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각 질환의 특정 증상은 무엇인가. -10∼60대에 걸쳐 분포하고 전체 환자의 90% 이상이 어깨와 목의 통증을 호소하며,60% 이상이 비만인 거대유방증은 심한 경우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통상 정상 여성보다 400∼600㏄가 넘으면 중등도 비대,600∼800㏄면 비대,1500㏄ 이상은 거대유방으로 분류한다. 이 경우 어깨·목·허리통증, 두통, 피로감, 운동부족으로 인한 비만, 유방 밑의 튼 살, 유방통 가운데 세 가지 이상의 증상이 확인되면 거대유방증으로 진단한다. 함몰유두는 20∼30대 미혼 여성들에게 많으며, 악취와 때가 끼고, 수유가 불가능하며, 유방확장증 등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질환의 최근 추세와 경향상의 특이점은 무엇인가. -거대유방증은 비만인구의 증가와 맞물려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가족력도 크게 작용을 한다. 우리나라 여성 3%가 가진 함몰 유두는 대부분 선천성이지만 유방암 등 종양이나 유방질환으로 생기기도 한다. 유방암 수술 후 재건의 경우 현재는 유방절제 환자의 10% 정도가 수술을 받지만 여성들의 의식이 변하면서 치료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성별 혹은 연령대별로 특이성이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가. -다른 특이성이 있다. 거대유방증은 20∼30대 환자가 60%를 차지하며, 함몰 유두는 미혼 여성이 출산 후 수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료받는 경우가 많다. 유방암재건술은 유방암이 많은 30∼40대 여성 환자가 많다. ▶수술 판정 기준은 무엇인가. -치료성형 수술은 ‘재건’과 ‘미용’의 양면성을 갖고 있어 이를 조화시킬 수 있는 객관적 판정이 필요하다. 형태를 개선해 일상적 불편이 해소되고 심리적·사회적 안정이 예상된다면 좋은 수술 대상이다. ▶질환별 수술 내용을 소개해 달라. -거대유방증은 유방축소술을, 함몰유두는 쌈지봉합술이라는 교정수술을, 여성형유방증에는 지방흡입술을 이용한 교정수술을 각각 적용한다. 선천기형이나 암 수술 후 재건에는 보형물이나 자가조직치환술을 이용한다. ▶치료성형의 현실적 한계는 무엇인가. -거대유방증의 경우 환자가 원하는 크기나 모양을 거의 완벽하게 만들지만 흉터 자국을 완전히 없애지 못하며, 함몰유두는 부분적으로 수유기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선천기형이나 유방암 재건의 경우 비슷한 형태로 만들지만 완벽한 복원이 어려울 수도 있다. ▶수술 후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나 후유증은 무엇인가. -심한 함몰의 경우 재발이나 제한적인 수유기능의 문제 등이 있을 수 있으나 개인별 특성이 다른 만큼 후유증을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특별히 수술이 어려운 경우라면. -드물지만 선천기형 중 폴란드증후군의 경우 갈비뼈와 근육이 없고 유방 발달이 미숙해 완벽한 복구가 어렵다.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상의 문제는 무엇인가. -치료성형의 경우 의료보험 등 제도적인 문제로 환자들이 곤란을 겪기도 한다. 그런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심 박사는 “치료성형과 미용성형이 어차피 형태 개선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문제는 이런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만족감과 자신감을 갖는다면 이런 정서 자체가 곧 삶의 질의 향상인 만큼 문제가 있다면 전문의와 상의해 보라.”고 권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가임여성 5%가 거대유방증 방치땐 합병증” 심형보 박사는 우리나라 가임 여성의 5%에 해당하는 여성이 가졌다는 거대유방증의 문제를 이렇게 지적했다.“평생 실컷 고생하다가 환갑이 다 돼서 유방 축소수술을 받으러 오는 환자들을 보면 안타깝지요. 일찍 수술 받았더라면 수십년을 편히 살았을 텐데….” 이렇듯 유방이 비정상적으로 큰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심 박사가 지난 93년부터 2003년까지 거대유방증으로 수술 받은 환자 317을 조사한 결과, 거대유방의 병증은 어깨통증 92%, 목·허리통증 78%, 유방 아래의 살이 허는 증상 58%, 유방통 42%, 피로감 41%, 두통 38%, 손저림 14% 등으로 나타났다. 병증의 고통이 심한 만큼 치료효과도 극명해 치료성형 후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가 ‘유방 아랫부분의 살이 허는 증상이 없어졌다.’고 답했으며, 어깨통증과 흉통 및 손저림 해소 95%, 목·허리통증 해소 91%, 두통 해소 80% 등으로 답했다. 문제는 최근의 비만인구 증가세와 맞물려 거대유방증 환자가 늘고 있지만 아직도 이를 질환으로 여기지 않고 방치하거나 쉬쉬하며 숨기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심 박사는 “거대유방증을 장기간 방치하면 척추디스크는 물론 피부질환 등 갖가지 합병증에 시달리게 된다.”면서 “일단 합병증이 나타나면 그만큼 치료가 어려운 만큼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면 서둘러 병원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심형보 박사 ▲서울대의대 및 대학원(박사)▲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유방성형 부문 패널리스트▲미국미용성형학회 유방성형 부문 연자(98,2002년)▲한·일 성형외과학회 유방성형 부문 연자(2002)▲동양성형외과학회 유방성형 부문 연자(2002)▲‘미용성형수술-어디를, 어떻게’ 등 저술▲현, 서울아산병원 외래교수, 서울대병원 자문의▲엔제림성형외과 원장
  • 올 공무원 1만5912명 증원

    올 공무원 1만5912명 증원

    정부는 17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10개 부처 정원을 478명 늘리는 내용의 관련 법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들을 포함, 올 한 해 교원 1만 1268명, 일반행정 3956명, 경찰 688명 등 모두 1만 5912명의 공무원을 증원할 계획이다. 이달에는 19개 부처 1280명,2월에는 14개 부처 1만 2700명의 국가직 공무원의 정원이 늘어난다. 이번에 증원된 공무원을 부처별로 보면 환경부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으로 화학물질 등의 관리에 필요한 인력 160명을 충원한다. 검찰청은 지난해말 검사정원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검사 40명이 늘어남에 따라 검사 직무대리 및 보조인력 65명, 과학수사인력 25명, 기록물관리인력 1명 등 모두 101명을 증원한다. 국방부는 국방조직 문인화 계획에 따라 올해 현역군인에서 공무원으로 전환되는 인력 32명과 국립서울현충원 관리인력 1명을 늘린다.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등에 42명,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 업무 증가로 34명, 건설교통부는 광역교통체계 관리 등에 18명, 과학기술부는 우주개발사업 추진 및 원자력 안전규제 강화에 14명을 배정받았다. 이밖에 병무청 11명, 국가보훈처 9명, 법제처 8명의 정원이 확대된다. 올해 증원계획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에서 근무하는 국가직 공무원 정원은 지난해 7월말 현재 56만 8889명에서 올 연말에는 58만 4801명으로 증가한다. 이는 ‘작은 정부’를 지향했던 ‘국민의 정부’ 당시 정원이 가장 적었던 2000년의 54만 5690명보다 7.2%인 3만 9111명, 외환위기로 공직사회에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기 이전인 1997년의 56만 1952명보다도 4.1%인 2만 2849명이 많은 수준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세계 최장 바닷길 33㎞ 뚫린다

    새만금지구가 환 황해 경제권 전진기지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최근 법원의 항소심 판결에 따라 찬반 논란이 끝나고 오는 3월부터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가 이뤄진다. 전북도는 이곳을 국제해양관광단지 등으로 개발하기 위해 세부적 계획을 수립중이다. 도민들은 이곳을 대한민국의 지도를 바꾸게 될 ‘약속과 기회의 땅’으로 여긴다. 새만금 방조제는 오는 4월이면 물막이가 마무리되고 세계 최장인 33㎞ 새 바닷길이 뚫린다. 그 자체 관광자원으로도 손색이 없다. 도는 이에 따라 토지이용계획을 확정하고 새만금종합개발특별법 제정, 연결도로 확충 등 세부 사업별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도는 국제해양관광단지를 조성을 위해 오는 2007년부터 기반시설 사업에 착수한다.2009년부터는 신항만을 건설해 관광 및 물류 전진기지를 구축한다. 내부 조성토지 1억 2000만평 가운데 8500만평은 농사와 가공·연구·유통 콤비나트로 조성한다. 관광 및 최첨단 복합영농단지가 새로 생기게 되는 것이다. 강 지사는 “‘새만금 로드맵’에 따라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이곳 일대를 환경과 개발이 조화를 이루는 지상 낙원으로 바꿔 놓겠다.”며 야심찬 포부를 내비쳤다.전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강현욱 전북도지사 “국내외 500개 기업 유치”

    강현욱 전북도지사 “국내외 500개 기업 유치”

    “새해엔 황해권 시대 동북아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는 ‘NOW Jeonbuk’ 전략 실현의 새 장을 열겠습니다.” 강현욱 전북도지사는 13일 “올 한해는 새만금과 태권도공원 등 주요 현안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 전북 발전의 초석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3대 도정 목표와 29개 중점시책을 선정했다. 강 지사는 “경제 활성화와 신 성장산업 육성을 통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발전을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지역경제 살리기에 역점 전북도는 민선 3기 동안 국가예산을 1조원 이상 확보, 각종 개발사업을 활발히 추진중이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외자유치 등 10대 시책 30개 과제를 채택, 이 분야에만 모두 3730억원을 투자한다. 지난해에는 LS전선을 비롯해 영진약품, 동양물산, 대상 등 14개 대기업을 포함, 모두 380개의 기업을 유치했다. 이에 따라 경제구조가 소비 위주에서 생산 중심의 고성장 체제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고 자평한다. 현재 3.1%에 머물고 있는 전국 대비 전북경제 구성비를 2010년 3.5%,2015년 4%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벤치마킹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Occupy 전북’을 안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국내외 500여개 타깃 기업을 선정, 단계별로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수소연료전지 핵심기술센터와 나노기술집적센터 등을 설립,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의 기반을 마련한다. 올해만 1만 5000명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1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 및 여성 취업기회를 확대한다. ●대형 국책사업 중심 개발 강 지사는 “새만금·태권도공원·무주 기업도시·혁신도시 건설 등 할 일이 태산 같다.”며 “이제는 방사성 폐기물처분장(방폐장) 유치과정에서 불거진 부안사태와 군산시 탈락의 후유증을 빨리 털어내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새만금사업 항소심 판결로 방조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며 “이 일대 갯벌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밑그림을 차분히 그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발전에서 소외될 수 있는 전북 동부권 개발도 소홀히 하지 않기로 했다. 산과 물이 수려한 무주·진안·장수 등 동부권은 웰빙시대에 맞는 테마형 관광벨트를 조성한다. 생산과 휴양이 조화된 ‘새 발전축’으로 가꿔 나갈 방침이다. 이밖에 영상벨트 등 문화관광 사업,‘행복 공동체 가꾸기’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혁신역량의 극대화를 꾀하기로 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인천시 해변따라 자전거길 만든다

    인천시는 신흥 시가지와 지하철역, 해안가 등에 171㎞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2010년까지 개설키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모두 323억원이 소요될 이번 사업이 마무리되면 자전거 전용도로는 기존 260㎞에서 431㎞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시는 우선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와 청라지구에 생활시설과 지하철역을 연계하는 자전거 전용도로 78.2㎞와 43.8㎞를 각각 설치할 방침이다. 남구와 부평, 계양구 등 도심권에는 자전거 이용자가 많은 전철역과 학교 통행로를 중심으로 86㎞를 건설한다. 또 강화도 외곽을 잇는 해안도로를 따라 42㎞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 관광객들이 레저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월미도에도 자전거를 타고 월미도와 인근 차이나타운까지 돌아볼 수 있도록 6㎞의 전용도로를 만들고, 영종도에는 섬 외곽 바닷가를 감상하며 달릴 수 있도록 해안을 끼고 54㎞를 개설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인천대공원∼시흥시∼시화방조제(길이 28㎞)를 연결하는 광역 자전거도로망을 구축, 자전거나 마라톤 동호인들의 레포츠 공간으로 활용키로 했다.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07일 TV 하이라이트]

    ●스페이스­공감(EBS 오후 10시30분) 티 스퀘어의 키보디스트 ‘히로타카 이즈미’. 히로타카 이즈미는 티 스퀘어 시절의 화려한 퓨전 재즈 키보디스트에서 섬세한 솔로 피아노 연주자로 변신하였다. 작년 공연이 그의 새로운 음악 세계를 한국에서 처음 선보였던 자리였다면, 이번 공연은 솔로 음반 중 베스트 곡들만 모아 들려주는 자리다. ●라이프 n 조이(충남 아산)(YTN 오전 8시35분) 짜릿한 겨울의 즐거움과 따뜻한 봄의 향연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곳, 충남 아산을 찾아간다. 그곳에는 해발 400m가 채 안될 만큼 낮지만 수려한 산세가 유명한 영인산이 있다. 아산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영인산은 멀리 삽교호와 아산만 방조제까지 볼 수 있는 매력 만점의 산이다. ●결혼합시다(MBC 오후 7시55분) 재원과 나영은 처가에서 오랜만에 여유를 만끽한다. 한편 처가에 머물고 있는 재원이 못마땅한 재원 엄마와, 손자를 두둔하는 재원 할머니는 서로 불만을 털어 놓는다. 급기야 재원 할머니는 집을 나가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친정으로 간 나영은 밤이 되자 심하게 앓고, 놀란 재원은 나영을 업고 응급실로 향한다. ●실제상황! 토요일(SBS 오후 5시40분) 동생이 생긴 후에 180도 바뀐 질투 보이가 첫 등장한다. 동생 물건 뺏기, 동생 때리기 등 엄마를 빼앗긴 질투보이의 서러움을 보여 준다. 엄마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못 말리는 행동, 만삭인 엄마 때리기, 엄마와 동생이 있는 순간에는 괴물로 변신하는 4살배기 질투의 화신(?)을 들여다 본다. ●고향역(KBS1 오전 8시5분) 금자는 송사장의 병 간호를 핑계로 안방까지 차지하고 선경에게 시어머니 행세를 하려고 든다. 한편 덕우는 정인에게 김철기 회장의 저녁식사 준비를 하라고 하지만 정인은 친정집에서 낮잠을 잔다. 덕우의 전화에 급히 나가던 정인은 밍크 목도리를 빠트려 다시 방으로 가려던 차에 홍철과 입분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위기탈출 넘버원(KBS2 오후 10시5분) 2001년부터 2004년 시즌까지 스키장에서 일어난 안전사고는 총 773건. 중상과 사망까지 이르는 심각한 사고 등, 스키장에는 여러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 스키장에서 일어나는 사고 유형과, 각종 안전수칙을 알아본다. 또 동상의 증상과 대처법, 동상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주의사항도 알아본다.
  • “성공한 로비 더이상 없다”

    #문제다음 예는 우리 군이 구매에 착수한 무기와 그 비용이다. 괄호 안에 공통적으로 들어갈 돈의 단위는? #예시공중조기경보통제기(E-X) 사업 2( )원,F-15K 전투기 사업 5( )원,T-A50(경공격기) 양산사업 4( )원,K-9 자주포사업 3( )원…. #보기(1)십억 (2)백억 (3)천억 (4)조 #정답(4)번 일반 국민은 무심코 넘겨버리기 쉽지만, 무기 구매에는 이처럼 ‘조’ 단위의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게 보통이다. 그러다 보니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런 ‘고질병’ 근절을 위해 지난해 신설이 결정된 방위사업청이 4일 현판식을 갖고 정식으로 업무를 개시했다.●직원 2200여명…연간 예산 8조원대방위사업청은 국방부 획득실과 국방조달본부, 국방품질관리소, 육·해·공군 등 8개 기관에 흩어져 있던 획득·조달 관련 조직을 통폐합한 기구다. 일반직 공무원 800여명과 군인 900여명 등 2200여명의 거대 조직으로 탄생했다. 연간 예산은 무려 8조원대로 추산되며, 명목상 국방부장관의 감독을 받지만 획득·조달·방산업무에서는 사실상 독점적인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획득·조달업무가 일원화됨으로써 누가 외부 인사를 만나고,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성공한 로비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사업청은 투명성 제고를 위해 국방 관련 비정부기구(NGO)나 시민단체 등에서 대형 무기사업의 감사를 청구하거나 의사결정회의에 참관하기를 희망하면 이를 수용하고, 민간전문가 3∼5명으로 구성된 옴부즈맨(행정감찰관)을 운영키로 했다. 특히 직원들에게 로비를 하거나 의심받을 만한 행위를 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에이전트 자격을 박탈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감시시스템 작동 안될 땐 부패 우려 그러나 통합조직으로 연대감이 취약한 방위사업청이 자정기능을 상실하고 내·외부 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음성적인 부패가 싹틀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해찬 국무총리는 이날 개청 기념식 치사를 통해 “획득은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소요되는 일이니만큼 국민의 알 권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달라.”고 투명성을 강조했다. 김정일 초대 방위사업청장은 “모든 무기구매 사업은 군의 작전요구 성능을 충족하면서 경제성을 따져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119, 법몰라 자살방조

    긴급구조기관이 긴급구조 목적의 개인위치정보조회를 허용하는 법규정을 몰라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지난 1일 J(여·경남 남해)씨는 아버지의 자살시도 전화를 받고 수사기관과 소방서에 아버지의 위치추적을 의뢰했으나 양쪽 모두로부터 거부당했다.검찰은 범죄수사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소방서는 관련법상 본인이 직접 위치추적에 동의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추적을 거부했다. 결국 2일 오전 2시40분쯤 경남 남해군 창선면에서 자신의 차를 타고 바다에 뛰어든 정씨(50)는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부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직계비속인 딸이 자살을 시도한 아버지의 위치정보 조회를 요청한 것이므로 긴급구조기관이 이동통신사에 위치정보 조회를 요청했어야 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는 해당 소방서가 법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해 자살을 방조한 꼴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시행된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급박한 위험으로부터 생명·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본인 또는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요청이 있는 경우 긴급구조기관은 이통사 등에 위치조회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위치정보법 제정 이후 지난해 5월 가족의 신고로 자살 시도자의 위치정보를 파악해 구조하는 등 지금까지 긴급구조 목적의 위치조회는 17만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유령’ 작가의 진실/조연정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유령’ 작가의 진실/조연정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게 아니거든 -‘부넝숴(不能說)’ 중에서 ●편집자주:원고의 각주는 편의상 모두 본문 안에 삽입했습니다. 1. 형식에서 정서로, 혹은 인식에서 믿음으로 김연수는 똑똑하고 성실한 작가다. 이것은 물론 그의 작품이 증명해 주는 바다. 이미 첫 장편 ‘7번 국도’의 하이퍼텍스트적 글쓰기에서 그것이 예고되었고,‘굳빠이, 이상’에서는 그의 ‘좌뇌’가 승한 글쓰기가 과도하다 싶을 만치 절정을 이뤘으며, 최근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는 논픽션적 자료의 편집으로 픽션을 제작하는 방식의 글쓰기(이에 대해서는 김연수 심진경 류보선의 좌담 ‘작가-되기, 혹은 사라진 매개자 찾기’, 문학동네 2005년 가을호 참고)가 일가를 이뤘다고 할 만하다. 새로운 소재와 생생한 묘사라는 ‘발로 쓰는’ 글쓰기가 유행하는 가운데, 김연수는 그 나름 ‘읽고 쓰는’ 글쓰기의 장을 적극적으로 열고 있다고나 할까? 예컨대,‘공야장 도서관 음모 사건’의 보르헤스식 모티프에서 ‘연애인 것을 깨닫자마자’에 나오는 경성제대 이어철 박사의 ‘냉수를 마셔라’라는 자료에 이르기까지, 또 휘트먼의 시에서 한시에 이르기까지 그의 레퍼런스는 실로 화려하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비록 대중적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읽을 만하다. 읽을 만하다는 것은 그 자료적 풍부함과 형식적 공들임이 해석의 욕망을 자극한다는 말이다. 비슷한 시기에 등단한 김영하나 백민석이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라는 소재적 새로움을 문단에 던져줄 때, 김연수는 “이런 식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다”라는 형식적 새로움을 마련해 주고 있다. 그는 자칭 “현학적인 문학근본주의자”인 것이다. 더불어 김연수는 시대적 상처와 유관한 작가다. 첫 단편집 ‘스무 살’의 ‘구국의 꽃, 성승경’에서 투신하는 학생 운동가라든지,‘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첫사랑’에서 수배자의 고백이라든지,‘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의 배경이 되는 광주항쟁과 지역감정의 문제라든지, 이처럼 80년대적 상황과 사회적 투쟁의 상처는 89학번 김연수에 의해 소설 안으로 계속해서 호출된다.“세대의식과 소설가적 자의식을 맞세우며 자신의 소설적 지평을 지속적으로 갱신했다.”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물론 김연수가 등단했던 1990년도는 집단의식보다는 ‘나’가 문단의 화두였다. 한편에서는 윤대녕, 신경숙이 ‘나’를 돌아보며 내면으로 침잠할 때, 다른 한편에서는 김영하가 그 ‘나’를 파괴하겠다며 나르시스트의 ‘거울’을 부수고 있었고, 백민석의 주인공들이 엽기적인 행각을 서슴지 않았으며, 여러 문화적 코드들이 혼종된 작품들도 마구 쏟아져 나왔다. 억눌렸(렀)던 개인의 욕망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고, 왜곡된 방식으로 사회의 모순된 구조가 드러났으며, 그 와중에 대사회적인 투쟁이나 고민은 이미 유행지난 옷가지처럼 옷장 깊숙이 처박힌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김연수의 주인공들은, 학생운동의 과잉진압으로 죽은 ‘성승경’의 동생 ‘승진’이 죽은 누나의 원피스를 입고 유령처럼 밤거리를 헤매듯, 그 유행지난 옷가지들을 자꾸 꺼내서 입어본다. 그는 자칭 “80년대에 가까운 작가”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옷은 역시 유행에 걸맞지 않는 터라, 더불어 이 부채의식이라 할 만한 것에 짓눌려 있기에 작가의 상상력의 궤적이 너무나 크고 그의 지적 발랄함이 너무나 경쾌한지라 “김연수에게 문학적 글쓰기는, 자신의 진실을 고통스럽게 토로하는 것보다는 상상력을 통해 세계를 재구성하는 쪽에 훨씬 더 가까이 있다.”(서영채,‘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문학동네 2002년봄,p328)라는 지적이 폭넓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김연수 식 예의 그 경쾌한 글쓰기는 ‘사랑이라니, 선영아’라는 재치있는 연애소설에서 그 빛을 발하고, 결국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 편집자, 주석가, 번역가로서의 그의 재구성 능력이 우연과 필연, 진실과 거짓에 관한 통찰까지 얻음으로써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이렇게 본다면 김연수에게 80년대적 상황 혹은 세대 감각,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고 있는 다소 우울한 정서의 문제는 작가가 초지일관하고 있는 형식적 구성력에의 관심, 또 그에 값하는 작가의 능력에 의해 묻혀 버리게 된다. 따라서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서 징후적으로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들과 그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고독과 비애의 정서는 “이 소설만큼은 연필로 쓰기로 결심했다.”라는 작가의 고백과 함께, 김연수의 작품 목록에서 특이한 것으로서만 간주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집의 독특함 혹은 이질성에 대한 평가는 뒤이어 나온 ‘유령작가’의 형식적 강렬함에서 더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최근 장편 연재를 시작한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문학동네,2005년 겨울호)에서 김연수는 다시 80년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끌고 오면서 전후 한국 현대사를 거론하고, 그러면서 인간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그렇다면 김연수는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이쯤 되면, 김연수의 ‘변전’(김형중),‘기획력’(심진경), 혹은 ‘문턱 넘기’(김연수)는 여전히 한쪽에는 세대의식, 한쪽에는 작가의식을 놓고 그 양극 사이를 진동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수 소설에서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것은 무엇일까? 이 글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김연수는 애초에 인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작가라는 것이다. 그가 유지해 왔고 벌써 정점에 도달한 듯 보이는 포스트모던적 글쓰기나 불가지론적인 사고에는 세계에 대한 냉철한 인식의 차원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다. 그의 세계인식이 “그러므로 진실은 없다.”는 냉소나 허무주의가 되지 않고,“진실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도 바로 인간에 대한 끝없는 관심 때문일 텐데, 그것은 어떤 ‘정서’의 집약을 통해 스며 나오기도 하고,‘의지’ 혹은 ‘믿음’으로 실천되기도 한다.“아프지 말아라, 너무 아파하지 말아라”(‘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문학동네,2003,p.194. 이하 본문에서 이 책을 인용할 경우 1:페이지수)라는 식의 위로와 “나도 어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기로 했다”(‘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창작과 비평사,2005,p.28. 이하 본문에서 이 책을 인용할 경우 2:페이지수)라는 의지 같은 것들이 김연수를 해체적 허무주의자라는 평가로부터 지켜낸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그 한복판에 항상 ‘언어’에 대한 고민이 놓인다는 점이다. 소설집의 제목에 ‘작가’라는 말을 대놓고 쓸 만큼, 또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목록이 다수에 해당할 만큼 그에게 언어의 운용은 중요하다. 김연수 소설의 인물들이 흔히 무엇을 쓰거나 말하거나 읽고 있다는 사실도 그 증거가 된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언어 수행 행위를 바탕으로 해서, 김연수만의 진정성과 고민의 내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으로 이 글은 쓰여진다. 그의 형식적 기발함과 재치와 성실성에 묻혀 버린 김연수의 진정성은 무엇이고, 그가 멈추지 않는 질문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는 그 질문을 지금껏 어떻게, 어디까지 해결했나? 2. 기억으로 말할 수 없는 것, 말로 기억할 수 없는 것-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작가가 그렇듯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말하거나 쓴다. 김병익이 지적했듯,‘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작품들은 이제 무엇에 대해 쓰기 시작하겠다는 말을 먼저 밝히는 것으로 서두를 뗀다.(김병익,‘(해설)말해질 수 없는 삶을 위하여’, 위의 책)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의 ‘나’는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한 채 혼잣말을 계속하고, 그의 이혼한 아내는 꿈꾼 것을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다.‘부넝숴’와 ‘이렇게 한낮 속에 서 있다’의 화자는 아예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한편 ‘거짓된 마음의 역사’는 일방적인 편지 형식이며,‘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는 세상과 단절된 채, 여자 친구의 자살 원인을 알기 위해 ‘소설’을 쓴다. 유서에 자신에 대한 단 한 줄의 언급도 남겨 놓지 않은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존재는 도대체 무엇이었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기는 한 것일까라는 처절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는 ‘너’의 흔적을 그리고 ‘우리’의 흔적을 더듬는다. 문제는,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혼잣말이며,“사랑한다고 해서 한 인간의 꿈 속까지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며,“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며, 편지에는 답장이 없다는 것이며, 소설 속의 인과관계 안에서는 어떤 진실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들의 언어는 장애를 지니고 있다. 말은 할수록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에서처럼 단어 몇 개로밖에 소통할 수 없는 말하기가 더 단호하고 정확하게 들릴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계속해서 말을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허무한 일인가. 그래도, 여하튼, 침묵은 비겁하다. 그래서 인물들은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또 말하고 쓴다. 전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도 그랬다. 그렇지만 그들은 타인과 소통할 수 없음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다. 아니 그 점에 대해서는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왜일까? ‘첫사랑’의 ‘나’는 수배중이다. 자수할 시간이 임박한 상황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첫사랑 ‘정인’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다. 그 편지 내용이란 건 거창할 게 없다. 삶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에게 역설적으로 아주 사소한 기억들이 떠올려지듯 ‘나’는 어린 시절의 몇 가지 사건을 떠올리고 그에 대해 고해성사를 해나간다. 자신의 관심이 무시당하자 정인의 뺨을 때린 일, 혜지누나에게 화풀이하듯 “남의 잔에 술이나 따르는 더러운 년이 일식은 무슨 일식”(1:114)이냐며 결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일 등을 얘기한다. 그런 고백의 사이사이에 “판문점 도끼만행사건”,“데프콘 발동”,“직선제 개헌”과 같은 정치적 사건들을 무심히 끼워 넣는다. 그런데 그 편지는 단지 자신의 지난날을 정리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망쳐버리는 동물은 사람뿐이야.”(1:114)라는 뒤늦은 뉘우침을 고백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얘기를 남겨야만 한다는 초조한 마음”(1:98)에 사로잡혀 편지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며, 따라서 특별히 그 대상이 ‘정인’이어야 할 것도 없다는 점이다.‘정인’의 주소는 짐 정리를 하다 우연히 발견되었고, 정인에 대한 기억도 따라서 우연히 떠올려 졌을뿐이다. 결국 고백을 들어줘야 할 그 ‘누군가’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는 지난날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스스로를 용서하고 위로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뿐이다.“너를 다치게 하지도 않으면서 너를 놓치지도 않는 방법을”(1:105) 연구하던 어린 시절의 ‘나’는 이제 “나를 다치게 하지도 않으면서 너를 놓치지도 않는 방법”이 바로 자기 안에 머물기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까닭 없는 슬픔과 한없는 기쁨과 막연한 불안감이 하늘을 떠도는 먼지 알갱이처럼 내 안에서 서로 섞여서 하나의 거대한 원으로 바뀌는 동안, 조금씩 둥근 원이 태양 속으로 밀려들기 시작했지. 눈물 방울처럼 검은 유리판에 새겨진 그 아름다운 노란빛. 언젠가 보았던 너의, 또 혜지누나의 눈물 맺힌 눈동자처럼 한쪽 부분부터 흔들리는 그 둥근 빛. 그러나 결코 부서지거나 망가지지 않을 그 소중한 동그라미. 무한히 수축됐다가 다시 온 우주로 퍼져나가는 그 노란 물결.(1:118) 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이미지를 둥근 노란빛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이미지는 이 작품에서 특히 일식을 보는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아버지를 따라 나간 시위에서 처음 본 ‘펄럭거리는 노란빛’, 어린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그 노란빛,‘나’는 그게 꿈이었고,‘사랑’이었다고 정의 내리고 이제 일식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용서한다. 그렇지만 검은 유리판을 통해서만 볼 수 있고, 태양에 의해 완벽하게 가려진 그 노란빛은 꿈도 사랑도 아니다. 어쩌면 꿈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실재(real)를 가리고 있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서 예쁘던 반딧불이 실은 끔찍한 벌레에 다름 아니었듯 말이다. 이렇게 ‘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 안에서 사랑하고 내 안에서 꿈꾸고 그렇게 자신을 스스로 용서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에서 ‘게이코’는 어떤가. 이 작품에서도 편지는 중요한 모티프다.‘태식’과 ‘김씨’가 크리스마스 날 케이크 판 돈을 갖고 사라진 게이코를 찾으러 가는 데는, 게이코가 받았던 펜팔 편지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 게이코의 아버지는 월남 가서 실종됐고, 엄마는 자살을 했고, 따라서 그녀는 ‘천애고아’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엄마’라는 단어 대신 ‘모친’이라는 단어를 쓰는,“하루에 열 마디 이상을 하지 않고”,“말한다고 해도 더듬기 일쑤”(1:29)인 ‘게이코/경자’는 ‘서유진’이라는 이름으로 ‘수잔’에게 펜팔 편지를 쓴다. 답장도 받았고 게이코는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와 서로 소통하는 듯 보이지만, 그 답장은 ‘게이코/경자’에게 온 것이 아니며,‘게이코’가 만들어낸 또 다른 나인 ‘유진’에게 온 것일 뿐이다. 그런데 그녀가 편지에 털어놓는 이야기란,“펜팔 가이드”의 예문대로, 자신은 다니지 않는 학교 얘기, 자신은 가본 적 없는 캠핑 얘기일 뿐이다. 학교와 캠핑, 날씨에 대한 안부를 묻는 것 등이 ‘게이코’ 또래가 누려야 할 삶의 전형이어야 하는 것이다. 말더듬이 게이코는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수잔’에게 일지라도 자신이 그런 삶과는 거리가 먼 빵집에서 일하는 말더듬이 고아라는 것을 이야기할 리 없다. 아니 어쩌면 언어의 장벽 때문에 자기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잔’을 대화 상대로 택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녀가 말을 더듬는다는 것도 말하기 싫다는 무의식적인 의지의 표명일 수 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게이코’는 왜 편지를 쓸까. 그 편지 역시 ‘첫사랑’의 편지처럼 타인에게 자신을 이해받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녀는 빵집에서 여전히 빵처럼 둥근 그 노란 빛 아래서 편지를 쓰면서, 그렇게 자기를 원하는 방식대로 꾸며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나 그런 식으로라면 그녀가 빵집 창문에 다 못 쓰고 간 ‘New Year‘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편지를 쓰지만 여전히 자기 안에 머물러 있듯, 게이코의 행방의 단서가 되었던 편지는 당연하게도, 그녀가 간 곳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이처럼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에게 쓰는 행위는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려는 행위이며, 결국 상처를 견디는 방식이다. 그들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상처가 될 만한 것들을 차단한다. 단지 각자의 기억을 더듬고 각자의 이야기를 할 뿐이다. 이처럼 그들의 쓰기/말하기/읽기는 자기 충족적이다. ‘리기다소나무숲에 갔다가’의 삼촌과 도라꾸 아저씨가 끊임없이 ‘만담’을 하는 것도 ‘나’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치유의 과정에 가깝다. 카페 여자와 딴 살림을 차렸다가 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자살 소동으로 시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삼촌은 내 “인간 연구”의 대상이다. 나는 왜 “인간 연구”에 골몰할까? 대학 1학년 때 분신 장면을 목격한 나는 “죽을 게 뻔한 길인 줄 알면서 걸어갈 수밖에 없는 심정”(1:151)이 무엇일까 라는 숭고한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그런 질문은 삼촌에게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여하튼 삼촌에게 “물망초 여자 진짜로 사랑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즉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애초에 삼촌으로부터 나올 수 없다. 삼촌 역시 ‘나’에게 답하고 있다는 자의식 없이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든다. 그들 사이에는 질문과 답의 형식이 있기는 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없다. 삼촌은 넋두리를 늘어놓듯 자신의 로맨스를 말하기 시작하고, 도라꾸 아저씨는 옆에서 “하이고, 조카 듣는데 창피하지도 않나? 뭔 사설이 그래 기나?” 라는 식의 추임새를 넣어 준다. 가히 ‘만담’ 수준이지만, 혼잣말에 가깝다. 이 ‘만담’ 속에서 나는 삼촌을 이해했고, 삼촌은 공감을 얻었을까? 이해는 앎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앎이 이해와 치유의 첫 걸음일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해받는 것과 이해하는 것이 다 무슨 소용일까? 삼촌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그 길은 가지 않은 길이고, 여전히 삼촌은 ‘리기다소나무 숲’ 안에서만, 혹은 자신 안에서만, 지난 날 부르던 로버트 프로스트의 ‘더 로드 낫 테이큰’을 읊조리는 수밖에 없는 것을. 삼촌과 도라꾸 아저씨가 ‘만담’을 하는 동안,‘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의 ‘봉우’는 그야말로 시답지 않은 ‘농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전국낙서문학회 지역지부에서 ‘나대로’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봉우에게 삶이란 ‘만반의 준비는? 5천. 평생동지는? 12월 22일’ 따위의 말장난으로만 파악할 수 있는 것에 불과했다. 방위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주간지의 독자페이지에 이런저런 낙서를 지어서 투고하는 일에 열을 올리면서 봉우에게 삶은 더더욱 우스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봉우가 만든 최고의 낙서는 바로 ‘인생이란? 픽션에 불과하다’였다. 어두운 산길을 걸어가는 자신의 망상이 빚어낸 허상과 직면하니 그야말로 인생은 픽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1:192) 뱃 속에서 죽은 아이를 위해, 자신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절에 들어가 아이의 배냇저고리를 만드는 ‘예정’은 “시답지 않은 주간지에 아무 짝에나 소용없는 낙서 따위나 투고하는”(1:197) 봉우에게 세상을 모르는 ‘멍청이’,‘어릿광대’라고 소리친다. 봉우는 그야말로 상처와 대면하는 것이 두려워 ‘나대로’ 그 상처를 외면하고 살았던 것이며, 그 외면의 방식이 바로 ‘낙서질’이었던 것이다.“아기가 죽으면서 봉우의 마음속에서도 뭔가가 죽어나갔고” “그 자리가 아프지 않을 수 없었지만”(1:198) 봉우는 낙서질을 통해 아픔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있었다. 그러나 피하는 일이 상책일 수는 없다. 예기치 못하는 순간 자기를 보호하던 그 ‘노란 빛’은 꺼져버릴 수도 있고,‘리기다소나무 숲’에서 넋두리만 늘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봉우 역시 “자기만은 어두운 산길에 혼자 버려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산에서 길을 잃고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프로이트 식으로 말한다면 봉우의 그 두려움은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고,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괘 감정으로서의 불안(불안과 증상에 대한 논의는,S. 프로이트,‘억압, 증상, 그리고 불안’,‘정신병리학의 문제들´, 열린책들,2003)에 다름 아닐 텐데, 그 불안은 ‘나대로’의 낙서라는 증상을 극복하고 상처와 맞설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예정이 자기 안의 ‘노란빛’을 밖으로 드높이 내걸 듯, 혹은 게이코가 빵집을 나와 어디론가 첫걸음을 내딛듯 말이다. 그렇게 했을 때 “노란 꽃잎 가장자리가 흐려지면서 노란색과 초록색과 진회색이 서로 경계도 없이 뒤엉켜”(1:181) 버리듯,“꼭꼭 막아둔 마음의 가장자리도 그렇게 풀리게” 된다. 이제 자기 밖으로 나와 그렇게 풀린 ‘노란빛’은 ‘첫사랑’에서와 달리,‘사랑’도 될 수 있고,‘꿈’도 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다. 최소한 그럴 가능성은 있다. 이처럼 증상과의 타협에서, 증상에의 만족에서 나오는 첫걸음이 도달해야 하는 것은 결국에 “병에 걸리는 원인을 제거하는 일”(1:229)이며, 이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비책”이다. 그 원인을 밝히는 일이 어떤 위험을 동반하든 그 알 수 없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는 일이 필요하고, 그것이 비로소 윤리적인 행위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의 상처, 그 병의 원인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도출된다. 상처는 분명 어떤 ‘좌절’에서 기인할 텐데, 일단 우리는 각각의 서사 속에 끼워져 있는 시대적 배경들을 통해 그 상처가 밖으로부터 투사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한 경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은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이며, 이 작품은 일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물론 여기에서도 쓰기와 말하기에 값하는 ‘읽기’를 통한 상처치유의 행위가 지속된다. 전라도 출신 아버지가 시대에 무기력했던 자신을 용서하고 그 시대 자체를 용서하는 방식은 바로 ‘신문 스크랩’이다. 그리고 ‘내’가 그 초라한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방식도 아버지의 그 신문 스크랩 ‘읽기’이다. 오렌지빛 가로등 불빛에 기대 나는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천천히, 붙여 놓은 기사를 읽었다.(중략)다 읽은 뒤에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글자와 글자 사이, 문단과 문단 사이, 생각과 생각 사이를 읽었다. 아무리 읽어도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그 여름 내내 도서관 한쪽에 앉아서 도대체 무엇을 읽었던 것일까? 누구를 용서했던 것일까? 파도와 파도 사이, 바람과 바람 사이, 달빛과 달빛 사이 이런저런 생각이 오갔다.(1:65∼66) 주목할 점은 이 작품에서만큼은 읽기의 방식이 자족적이고 자위적인 행위에 그치지 않고 소통을 위한 매개가 된다는 점이다. 물론 아버지는 여전히 자기 안에 머문 채로 그 상처를 짓누르고 있지만, 그 ‘신문 스크랩’은 ‘나’로 하여금 초라한 자신의 아버지에게 다가가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아버지의 신문 스크랩을 아무리 읽어도 그 아버지의 마음에 가 닿을 수는 없지만 여하튼 나는 “고작 딸이 집을 나갔다고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할 듯하고, 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게 생기고, 전화를 하기로 마음먹는 것이다.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서 전적으로 회상에 의존한 작품은 ‘뉴욕제과점’이라는 자전소설 밖에 없다고 작가가 밝혔듯, 우리는 이 소설집을 단순히 회상 형식을 통해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추억의 보고서’ 또는 ‘반성의 기록’(정선태,‘(해설)빵집 불빛에 기대 연필로 그린 기억의 풍경화’,‘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문학동네,2003,p.295)으로 읽을 수 없다. 그 속에는 분명,‘언어’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통찰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스며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언어’의 불가능성, 즉 언어 자체로는 어떤 진실에도 가 닿을 수 없고, 소통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해묵은 해체적 사고를 재확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리라. 가라타니 고진에 따르면, 언어와 비극은 반복될 수 없는 일회성의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즉 구조로 회수될 수 없는 다수성과 사건성이라는 점에서 서로 관련된다. 비극적 인식이란 바로 그러한 언어 안에 놓인 인간 조건을 발견하는 일이며, 이처럼 다시는 반복할 수 없다는 언어에 의한 고통은 인간이 결코 ‘아이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마르크스의 비유로 확인된다.(가라타니 고진,‘언어와 비극’, 조영일 역, 도서출판b,2004,pp65∼86)그런데 고진은 ‘아이’가 단지 비유가 아니며, 아이는 이미 어른 이상으로 인생을 알고 있는 존재, 어떤 순수한 비애와 부조리감을 깨닫고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런 논의에 기댄다면,‘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전편을 감도는 슬픔과 비애의 정서는 충만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혹은 잃어버린 기억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반복될 수 없는 ‘기억’, 반복될 수 없는 ‘언어’적 조건과 관련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연수는 “기억이나 회상을 기본적으로 불신”하며 “글쓰는 순간만의 진실”(김연수 외 좌담, 앞의 글,p.81)을 믿는다고 말했다. 애초에 우리가 ‘기억’해 낼 것은 없고 ‘언어’로 표현해야 할 것도 없고, 믿을 수 있는 것은 순간 순간의 진실일 뿐이라는 말인 듯싶다. 그 일회적인 언어에 의존하여 쓰고 말하고 읽음으로써 자신의 상처 안에 거주하는 방식으로는 상처가 완벽히 치유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작가는 말해주고 있다. 이는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2:61)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세계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3.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넘어서는 몇 가지 방식-‘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최근작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으로 돌아가 보자. 이 소설에서 화자인 ‘나’의 할아버지는 죽기 전 두 개의 글을 쓰고, 하나의 글만 남겨둔다. 남겨둔 글은 “世上萬事 一場春夢 돌아보매 無常ㅎ구나”로 시작되는 203행의 대서사시로서,“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태평양전쟁, 한국전쟁,4·19,5·16 등 한국 현대사의 최중심지를 관통해온” 한 남자의 생애를 담은 것이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그 한 남자의 생애는 또래의 다른 남자의 생애와 크게 다르지 않아, 그 서사시는 한 인간의 내밀한 역사를 다룬 것이라기보다는 시대의 역사를 다룬 시라고 봄이 정확하다. 할아버지는 그 역사를 증명하는 ‘한 남자’일 뿐인 것이다.“할아버지의 또 다른 글은 누구도 읽어보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죽기 전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불태우면서 그 다른 글 역시 태워버렸다. 그 글에는 서사시에서 볼 수 없는 다른 것이 들어 있을 테고, 그것은 인간의 가장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일 테니 다른 사람은 엿볼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4·4조의 정형적인 형식처럼 그 서사시가 어떤 일관되고 형식적인 구조에 속하는 추상화된 개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면, 불태워진 할아버지의 그 비망록은 여전히 ‘언어’로서도 ‘기억’으로서도 도달할 수 없는 개개인의 진실을 의미한다.“한 개인의 진실이란 깊은 밤, 잠자리에 누워 아무도 몰래 끼적이는 비망록에나 겨우 씌어질 뿐이고”,“서로 살을 비비며 살아가는 부부라고 하더라도 옆에 누운 사람의 비망록을 들여다보지는 못하는 것이니” 할아버지의 그 두 글 사이의 거리는 엄연한 것이고,‘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서 인과관계의 구조로 엮어진 ‘그’의 소설이 현실(reality)과도, 실재(the real)와도 멀어진 거리와 같다. 실재와 구성화된 그것 사이의 거리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 지도에서 비워진 행로로 상징된다. 일년 전 이혼한 아내와 우연히 재회한 ‘나’는 아내를 따라 인사동 거리를 걷는다. 아니 함께 걸었다기보다는 아내를 따라 걸었던 것인데, 그 ‘길’은 한 개인의 진실로 들어가기 위한 끝없는 여정을 뜻한다. 꿈 얘기를 좋아하는 아내는 애초에 그런 소통의 의지를 지니고 있었지만, 꿈따위는 잠에서 깬 다음 바로 잊어버리는 사람이었던 ‘나’는 그런 아내의 의지조차도 간파하지 못했던 것이다. 깨달음은 언제나 사후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라, 그는 이제 그 아내의 진실, 아니 그녀와 자신의 진실을 알아보기 위해 지적도를 사고 그날을 행로를 그려 본다. 하지만 기억의 행로는 언제나 불완전한 것이고, 지형도가 아닌 ‘지적도’일지라도 그것은 실재의 ‘유사물(le semblant)’일 뿐이므로, 그 유사물 속에서는 모방된 진실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바디우(Alain Badiou)에 따르면 진리는 언제나 특수한 상황의 진리(S. 지젝,‘진리의 정치, 혹은 성 바울의 독자로서의 알랭 바디우’,「까다로운 주체」, 이성민 역, 도서출판b,2005,pp.208∼218)이다. 하나로 이어진 선 안에서는 그 다양한 상황의 진리들은 모두 지워져 있을 수밖에 없다. 서로 연결될 수 없음에도 그어지는 그 많은 선들은 다 무슨 의미일까? 역사의 인과관계가, 혹은 지나간 일들의 진실이 도중에 사소하고 우연적이고 꾸불꾸불한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단숨에 긋는, 그런 선과 같은 것이라면, 우리가 그날 걸어간 복잡하고 우연에 가까운 행로의 의미는 무엇일까?(2:19) 따라서 ‘나’의 생각이 미치는 지점은 모든 삶의 행로는 우연이고, 그 안에서 진리는 발견될 수 없고, 나의 불행도 그저 불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삶의 우연성을 인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우연에 가까운 행로의 의미를 따져 묻는다. 그리고는, 결국엔,“오랜 시간이 흐르고 하면 지금의 우연한 일들도 모두 필연이 된다”(2:28)는 정답을 얻어낸다.“우리가 만난 것도, 헤어진 것도, 그날 길 잃은 아이들처럼 골목길을 한 없이 걸어다녔던 일들도 필연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게 거대한 ‘농담’일 수는 있지만 자신에게 일어난 우연을 필연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나’는 윤리적 행위의 첫 발을 내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디우는 ‘사건에의 충실성’이라는 말로 윤리를 설명한다.(A 바디우,‘윤리학-악에 대한 의식에 관한 에세이’, 이종영 역, 동문선,2001)그가 정의하는 ‘사건’이란 인식 범위 밖에서 발생하며,‘공식적’ 상황이 ‘억압’했던 것을 가시적이게 만드는, 언제나 어떤 특수한 상황의 진리이다. 따라서 사건에의 충실성이란 사건의 견지에서 ‘인식’의 영역을 횡단하고, 그 속으로 개입하고, 사건의 기호를 찾는 지속적 노력을 가리킨다.(이하 한 단락의 내용은 S. 지젝의 앞의 글을 참조하여 정리한 것임) 지젝의 해석에 따르면, 이러한 바디우의 논의는 “범역적 우연성이라는 조건 속에서 (보편적) 진리의 소생”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실재 사물과의 모든 열정적 조우가 환영일 뿐이라는 해체주의적 사고와 대립된다. 요컨대, 후근대적 해체주의자들이 비관주의의 한계 내에 머물러 있을 때, 바디우는 “기적은 실로 일어난다.”는 전적으로 정당한 사유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원성과 불멸성에 대한 이와 같은 바디우의 추구는 물론 개별적인 상황, 다양성의 상황의 전제로 하는 열린 개념이다. 다소 길게 인용된 바디우의 논의를 따라,‘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 결국 내가 삶의 모든 길은 우연이고 진실은 알 수 없다는 회의주의에 빠지지 않고 “결코 질문을 멈추지 않을 작정이었다. 나도 어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한번 버텨보기로 했으니까.”라고 말하는 것을 ‘진리’를 위한 행위이고,‘사건에의 충실성’을 담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자기 안에 머무는 회피나, 삶은 우연에 불과하다는 회의에 빠지지 않고 한 개인의 진실, 혹은 삶의 진실에 가 닿으려는 ‘행위(act)’를 시작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 태도는 분명, 자기 안의 둥근 노란빛에 의지하여 자폐적으로 말하고, 쓰고, 읽던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속 인물들의 태도와는 차별되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서 ‘그’가 쓴 소설의 첫 문장이 “패배는 내 안에서 온다. 여기에 패배는 없다.”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들은 패배주의자가 아니라, 고투하고 있는 인물들임에 분명하다. 그 고투의 방식을 몇 가지 단계로 분류해 보자. 첫 번째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와 같이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끝없이 질문하고 소통에의 의지를 표명하는 방식이다.‘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에서 세영과 네즈미가 지도를 보고 찾아간 길이 잘못 된 길이었지만, 세영이 “돌아갈 수 없어, 네즈미. 우린 계속 가야 해”라고 말하는 것도 이 첫 번째 방식 안에서 설명된다. 잘못 들어선 길이 “공로가 아니라 사유지”라는 것도 상징적이다. 구조화되지 않은 상황의 진리, 혹은 개개인의 사적인 비망록을 들여다 보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두 번째는 ‘말’이 아닌 ‘몸’으로 다가가는 방식이다.‘부넝숴’를 한번 보자. 지평리 전투에 투입되었던 중공군 ‘나’는 들판을 가득 메운 매화꽃잎들처럼 지평리를 가득 메우고 있던 전사자들 틈에서 한 조선인 여성 구호원에게 구조된다. 그들을 실어 나르던 트럭이 전복되고 그 둘은 외딴 농가에 고립된다. 날짜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먹을 것도 없고, 죽음을 지척에 둔 상황에서 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이 한 일은 두 가지이다. 몸을 섞거나 시를 읊거나.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 그때의 일은. 살아 있다는 건 그토록 부끄럽고도 황홀하고도, 무엇보다도 아픈 일이더군. 아프다는게. 소리를 지를 수 있다는 게.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게 그 순간만큼 기뻤던 적이 없었어. 그래서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는데도 계속하라고 채근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우리는 쉬지 않고 몸을 섞었어. 죽음이 지척이었으니까.(2:71) 그들은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죽음과도 같은 아픔을 느끼면서 몸을 섞는다. 이 장면은 그야말로 ‘고통 속의 향유(jouissance)’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만하고 그 향유의 끝장을 보는 ‘죽음충동’을 보여준다고 할 만하다. 그들은 그렇게 “몇 번이나 해가 뜨고 저물었는지, 몇 번이나 달이 둥글어졌다가 다시 여위어졌는지”(2:75)도 모른 채, 수색대가 왔다가 그들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돌아가는 것을 “죽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의식만 살아서 지켜보고 있는지”(2:75)도 모른 채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든다. 결국 ‘그녀’는 죽고 ‘‘나’는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나’는 이제 점쟁이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라캉이 ‘죽음 충동’과 관련하여 ‘두 죽음 사이의 영역’(위의 책,pp.251~265)이라고 말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라캉에 따르면 그곳은 상징적인 것과 실재적인 것 사이의 영역으로서 존재의 질서 너머에 있는 유령적 환영의 영역이다. 그곳은 ‘죽음 너머의 삶’이 갑작스레 출현한 장소이고, 상징화되지 않는 ‘불가분의 잔여’이기 때문에 기괴하고 공포스럽다. 예컨대, 그 형상은 운명을 이행한 이후의 오이디푸스, 즉 ‘과도하게 인간적’이고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자, 어떤 인간적 법칙들이나 고려 사항에도 묶여지지 않는 존재에서 찾을 수 있다.‘그녀’의 피를 1000그램이나 수혈받고 죽음의 경계를 넘은 ‘나’는 이 ‘산죽은-파괴불가능한’ 유령적 대상과도 같다. 운명을 보아버린 ‘나’는 이제,“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세상에서 믿기 어려운 얘기”(2:77) 속에 진실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산죽은’ 존재인 것이다. 이와 같은 두 번째 방식, 온몸으로 인간을 사랑하는 방식이 성공적이라면 그 순간 상징적 질서로 편입되는 어떠한 ‘언어’도 소용 없게 된다. 그렇다고 그 방식이 성공했는가. 그 둘이 함께 ‘몸’을 통해 ‘유사-죽음’을 경험했더라도, 여하튼 현재 ‘그녀’와 ‘나’ 사이에는 역설적으로 ‘죽음’이라는 경계가 놓여 있지 않는가? 여기서 굳이 라캉의 ‘성관계는 없다’는 공식을 끌어올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로 취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 그것은 타인의 행위를 아예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다. 설령 그게 죽음일지라도. 그것은 소통에의 ‘의지’를 드디어 ‘실천’으로 관철하는 일이며, 반복될 수 없는 ‘언어’의 한계,‘기억’의 한계,‘몸’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의 세영이 5년 동안 한결같이 사랑했던 남편에게 자신이 절대로 이해 못하는 다른 삶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이해하는, 아니 극복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식이냐 하면, 가장 가까운 사람을 배신하는 사람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언니의 동거남,‘네즈미’와 섹스를 하는 방식이다. 네즈미에게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드는” 세영의 방식이 “무모한 열정”으로 보이지만, 세영의 그 무모한 열정은 끝장까지 간다. 자동차 사고로 남편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2시간 동안 울기만 했던 세영, 그렇게 다른 삶이 있었던 남편의 죽음을 방조했던, 아니 어떤 행동(action)도 하지 않음으로써 적극적으로 행위(act)했던 세영은 결국 ‘자살’한다.(정신분석은 행동과 행위를 분리한다. 행위는 그것의 담지자(행위자)를 근본적으로 변형시키다는 점에서 행동과 다르다. 행위 이후에 나는 ‘전과 동일하지 않다’. 행위 속에서 주체는 무화되고 뒤어이 다시 태어난다는 점에서, 라캉은 ‘자살’을 모든 (‘성공적’) 행위의 전형으로 파악한다. 알렌카 주판치치,‘실재의 윤리’, 이성민 역, 도서출판b,2004,p.133∼134) 세영의 방식이 극단적이고 무모하다면,‘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는 어떠한가. 이 작품에는 소통 불가능성과 그 불가능을 넘어서는 시도와 그 결론이 모두 담겨 있다. 그것은 “사랑의 모든 국면을 다 경험”함으로써,“심지어 죽음까지”도 경험함으로써만 가능한 결론이다. 여자 친구가 마지막으로 읽은 ‘왕오천축국전’을 읽고 나서도,‘소설’ 쓰기를 통해서도 애인을 이해할 수 없었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첫째, 그녀와 자신의 삶에,“어떤 진실도, 상상도, 이해도 없는”(2:151) 가장 합당한 주석을 달며, 그저 “짐작을 하며”,“그 사이를 원래 그대로 틈으로 남겨두고 살아가는 일”(2:143)이거나, 둘째,“지도에서 비워진” 그 곳으로 직접 가보는 일이다.‘그’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한다. 그것이 “서로를 속이는 것도, 속는 것도 없는” “인간에게 누구나 있는 어두운 구멍”(2:43)을 들여다보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그것은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이 ‘아직 가지 않은 길’이고,‘의지’의 방식을 택한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의 ‘나’가 ‘결국 가야하는 길’이고,‘부넝숴’의 ‘나’가 ‘덜/더 가버린 길’이다. 당연히,‘그’가 낭가파르바트 정상을 향해 가는 것은, 이처럼 ‘몸’으로도 ‘언어’로도 이해 불가능한 그녀를 이해하는, 아니 자신의 진실을 이해하는 마지막 방법이다. 그는 자신과 함께 걸어가는 검은 그림자의 친구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껄껄거린다. 여기인가? 아니, 저기. 조금 더. 어디? 저기. 바로 저기.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바로 저기. 문장이 끝나는 곳에서 나타나는 모든 꿈들의 케른,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할 바가 없는 수정의 니르바나, 이로써 모든 여행이 끝나는 세계의 끝.(2:154) 그곳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많다. 현실과 꿈이 뒤섞인 공간,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 공간, 어떤 논리도 거부하는 공간, 죽음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공간 등등. 그러나 어떤 말도 소용없을지 모른다. 그곳은 가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실재’와 대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현실의 힘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용기’이다. 그 길을 가는 ‘그’에게는, 그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노트를 사면 항상 옮겨 적던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용기다. 아주 기이하고도 독특하고 불가해한 것들을 마주할 용기”(2:111)라는 릴케의 문장이 떠올랐을 것이다. 용기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진실에 도달하고자 하는 자에게 그 용기를 갖는 일은 의무이다. 낭가파르바트 등반은 원정대장이 역설한 바대로 “분명히 의의가 아니라 임무”(2:117)인 것이다.“그 꿈이 제아무리 압도적이라고 해도 원정대는 그곳을 ‘정복’해야만 한다.” 불가능한 것을 자신의 ‘의무’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오로지 ‘의무’ 때문에 ‘행위’한다는 점에서 ‘그’는 분명 윤리적 주체(‘의무’와 윤리적 행위의 관계에 대해서는, 위의 책,5장 참고)이다. 4. 진실은 어디에,“대뇌와 성기 사이”(김연수,‘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문학동네 2005년 겨울,p.158)그 어디쯤 ‘유령작가’라는 말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김연수는 그 의미가 ‘대필작가’ 쯤이 된다고 말했고, 대부분의 논자들은 그 안에서 작가적 자의식을 찾아냈다.‘유령’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어보면 어떨까? 이 글을 마무리 하면서 우리는 김연수의 최근 두 소설집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죽음을 넘어선 그 어떤 영역을 살펴보고 ‘유령’이 되어버린 작가가,‘아직’ 언어와 기억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아이’에 머물고 있는 상처받은 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고 말이다.“아프면 그 아픔을 고스란히 다 느끼라고. 아픈데도 아프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가 하면 죽기 싫어서다. 그래서 눈물은 조롱거리가 되고 아픔은 비난받고 두려움은 무시되며 믿음은 당연하다고 여긴다.”(2:117). 우울은 도덕적 쇠약함이며, 죄라고 라캉이 말했던가?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가 위와 같은 말에 의지하여 낭가파르바트로 갔듯이 우리도 각자가 넘어야 할 산 하나쯤은 마음 속에 있을 것이고, 그 산을 넘기 위한 ‘용기’를 지녀야 한다. 그것의 우리의 ‘의무’이다. 그렇지만 ‘죽음’이 윤리적 행위의 전형이라며, 그 죽음을 통해서만 우리는 타자의 진실, 나의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현실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김연수는 이런 질문을 던져준다. 현실에서 이해는 필연적으로 오해가 되고, 살 부비는 부부 사이에서조차 서로의 마음 속 비망록을 들여다 보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해결은 한 가지다. 그 “대뇌와 성기 사이” 그 어디쯤에 있을 ‘마음’으로 진실을 그저 믿는 것이다. 김연수의 세계인식과 작가의식은 이제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모아지고 있는 듯 보인다. 결국 “모든 사람은 단 한 사람”이라는 보르헤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말이다(위의 책,p.121)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제 어떻게 들려줄지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의 장편 연재가 기대된다. <끝> ■ 당선소감 “조금은 자신 갖고 내목소리 낼수 있을것” 글쓰기는 나에게 공포다. 학교에서 몇 개월째 학부생들의 리포트 상담을 하고 있지만 난 과연 내가 누군가에게 글쓰기에 관하여 조언을 해 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 항상 회의적이다. 여전히 나는 무엇을 써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안절부절 못하고, 하얀 모니터 앞에서 머릿속까지 하얗게 비워지곤 하는 걸…. 그렇지만 여하튼 읽는 일은 행복하고, 쓰는 일은 나에게 작은 희열을 맛보게 해준다. 그래서 그 일들을 멈출 수가 없다. 혼자 품고 있던 그 공포와 행복 사이에 용기를 채워 준 이번 당선이 정말 기적 같다. 여전히 막막하고 두렵지만, 이제 조금은 자신을 갖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와 온전히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턱없이 부족한 글이라 몹시 부끄럽다.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만으로도 더없이 많은 것을 일깨워 주시는 신범순 지도교수님과 국문과의 모든 은사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꽃비 내리는 자하연을 몇 번이고 함께 맞이했던 1동의 동료, 선·후배들의 자극에도 빚진 바 크다. 함께 공부하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립다. 그리고 나이 서른을 앞에 두고서도 여전히 철없고 무심한 자식을 믿어 주시는 부모님과 가족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어렸을 적부터, 성실히 읽고 쓰는 일을 너무도 당연한 일상으로 여기게끔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좋은 글로 보답하겠노라고 다짐해 본다. ●약력 ▲1977년 서울 출생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 심사평 “‘글쓰는 순간이 진실’ 작가의 본질 파헤쳐” 응모작 총 20편은 작가론이 대부분이었고, 김현론을 비롯한 문학사적인 쟁점을 다룬 게 3편 있었다. 작가론 중에는 시인·소설론이 거의 반반씩이었다. 아마 최근 신춘문예 평론의 주류가 작가론으로 정착된 느낌이다. 특히 전후문학 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4·19세대 작가론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오늘의 작가론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 시선을 끈 글은 ‘말하기와 글쓰기의 행복한 공간-김현론’(김윤정),‘몸의 형이상학, 모성적 관능과 타자없는 육체 사이-김선우론’(함돈균),‘속도에 저항하는 시의 모험-김기택론’(강영준)‘‘틈’을 바라보는 시선-배수아 소설을 중심으로’(김나영),‘고독의 의무, 소설의 의무-윤성희 소설집 ‘거기, 당신?’론’(이은주),‘‘유령’작가의 진실-김연수의 최근작을 중심으로’(조연정) 등이었다. 김현론은 정직한 글쓰기의 자세를 보여준 진솔한 비평적 자세가 돋보였으나 개인적인 체험에 너무 함몰된 점이 아쉬웠다. 김선우론은 인문학적인 거시적 시각으로 시인에 접근하면서 미세한 현대적 환상과 성담론을 분석한 점이 돋보였으나 일반론적인 해설위주에 그쳐서 아쉬웠다. 김기택론은 성실한 독법이긴 하나 해설론에 그친 한계가 있었다. 배수아론은 라캉의 틈 이론을 중심으로 작품을 분석하려 했으나 결론이 너무 조급해 보였다. 최종적으로 윤성희론과 김연수론은 우위를 다툴 정도였다. 윤성희론은 반 루카치적인 소설론을 전개한 점이 시선을 끌었지만 문장력이 치밀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김연수론은 탈구조주의적인 이론의 틀에 너무 얽매인 느낌이 있으나 기억이나 회상을 불신하고 글쓰기의 순간만이 진실이라는 이 작가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헤친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김윤식 임헌영
  • [이사람] 정한수 새만금사업단장

    농업기반공사 정한수(55) 새만금사업단장은 병술년 원단 새만금 방조제 4공구에 섰다. 그는 바다 한가운데 아스라이 펼쳐진 방조제를 바라보며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우여곡절 끝에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마무리하는 뜻깊은 해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간척사업으로 잔뼈가 굵은 그는 1990년대 초 배를 타고 측량을 나갔다가 높은 파도에 휩쓸려 죽을 뻔한 순간을 떠올리며 각오를 다졌다. 지난 1975년 5급(토목직)으로 입사, 간척사업(영산강·대불산단 등)만 맡은 그는 사업단 공무부장 시절 새만금사업의 설계를 담당했더 베테랑이다. 바닷모래 준설성토공법 등 신공법을 개발했으며 지난해 1월 내부 공모제를 통해 사업단장에 선출됐다. 지난 12월21일 서울고법 특별4부가 새만금 항소심 판결에서 원고(환경단체)패소 판결을 내림으로써 세계 최장의 방조제(33㎞)가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 단장은 “고법의 판결은 이 사업의 합법성과 당위성을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면서 “환경단체가 제기한 환경문제를 분명히 해결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물막이 보강공사와 신시 배수갑문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새만금 사업단은 연중 물살이 가장 약한 시기를 택해 전체 33㎞ 중 마지막 남은 2.7㎞ 구간을 연결, 방조제 공사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공사는 가물막이를 헐고 돌망태를 대량으로 바다에 투척(1∼2월)한 뒤 3월24일∼4월30일 끝물막이 공사완료 순으로 진행된다.3조 4756억원에 달하는 전체공사비 가운데 방조제 비용은 2조 1604억원으로 이중 88%인 1조 8984억원이 지난해까지 투입됐다. 방조제가 완공되면 중앙에 자리한 신시도에 세계 최고 높이의 타워를 건립,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기념하게 된다. 연간 50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해 전북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단장은 “이 사업은 비좁은 국토를 넓히는 국가 전략사업”이라며 “갈등과 논쟁을 끝내고 새로 생기게 되는 육지를 친환경적으로 가꾸는 데 온 국민이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오늘의 눈] 방위사업청은 생선가게 고양이 아니었으면…/전광삼 정치부 기자

    자주국방의 산실인 국방조달본부가 35년만에 간판을 내리고, 새해 첫날 출범할 방위사업청에 임무와 역할을 넘긴다. 국방조달본부는 지난 1971년 1월 국방부 건설본부와 각 군 조달기구, 육군 연구발전사령부의 시험분석실 등을 통폐합해 국방부 직할부대로 창설된 이래 연평균 2700여건의 크고 작은 계약을 체결해 왔다. 그동안 방산업무의 투명성·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13차례 개편과정을 거쳤다. 과학적 제조원가 산정을 위해선 공인회계사와 원가회계전공자를 채용하고,209만 품목 384만건의 가격정보 자료도 데이터베이스화했다. 특히 전자입찰제도 도입으로 올해 조달품목의 98% 가량을 계약했으며, 대금 청구·결제방식을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등 조달체계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요 군사시설 및 무기 도입을 둘러싼 크고 작은 잡음과 의혹은 국방부와 군 고위 간부출신들이 좌지우지해 온 조달본부를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시키곤 했다. 특히 지난 1993년 ‘율곡비리사건’에 이어 1996년 ‘린다김 로비사건’ 등이 터지면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라는 국민들의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이후 국방조달본부는 각고의 노력을 해왔으나 끝내 그 결실을 보여주지 못하고 방사청에 모든 것을 넘긴 채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게 됐다. 군인 중심의 국방조달본부가 군·민 공동의 방사청으로 바뀐다고 해서 군납 비리가 근절될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없다. 오히려 지금까지는 검은고양이(군 출신)만 먹던 생선을 앞으로는 검은고양이와 흰고양이(민간인)가 나눠 먹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심지어 신설될 방사청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독립된 기관으로서 방산업무를 전담할 경우, 비리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도 있다. 모든 것은 새로 출발할 방사청의 의지와 노력에 달렸다. 방사청에 근무할 직원들 역시 무수한 유혹에 시달릴 것이다. 그럴 때마다 국방조달본부가 왜 간판을 내리고, 방사청이 왜 설립됐는지를 되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광삼 정치부 기자 hisam@seoul.co.kr
  • 조달청 차장 박혁진씨

    정부는 27일 조달청 차장에 박혁진(51·행시17회) 구매사업본부장을 승진 임명했다. 박 차장은 공직 입문 30년 동안 줄곧 조달청에서 근무했으며 뉴욕구매관과 총무과장, 기획관리관, 서울지방조달청장 등을 거쳤다.
  • 현금결제·비보험치료 ‘집중탈세’

    현금결제·비보험치료 ‘집중탈세’

    국세청은 22일 의사, 변호사, 웨딩관련업자, 유흥업소 업주 등 고소득 전문·자영업자 422명에 대해 이날부터 한달간 세무조사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422명중에는 의사, 변호사, 한의사, 세무사 등 고소득 전문직 149명이 들어있다. 조사대상자를 업종별로 보면 현금거래를 유도해 수입금액을 탈루한 웨딩관련업자가 43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성형, 지방흡입, 부인과 성형 등 미용 목적의 수술과 라식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성형외과·피부과·산부인과·안과의사가 42명으로 두번째로 많았다. 고액의 착수금과 성공보수금을 받으면서도 소득을 적게 신고한 변호사 38명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자영업자의 탈세를 방조 또는 부추기거나 세금탈루 혐의가 있는 세무대리인(세무사) 25명과 보약·한방다이어트 등 고가의 비보험진료 수입금액이 많은 한의사 17명도 세무조사를 받는다. 한상률 조사국장은 “세무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년 1∼2월 탈루 혐의가 큰 고소득 자영업자를 다시 선정, 세무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와 전면 전쟁 ‘현금으로 결제하면 10∼20%정도 깎아주고, 비보험 진료는 소득을 대폭 줄여서 신고하고, 세무대리인(세무사, 회계사)이 나서서 허위장부를 작성해주고’ 세금 탈루 혐의로 국세청의 조사를 받게 된 의사, 변호사, 한의사 등은 과거부터 계속된 전형적인 탈세수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국세청은 ‘많이 벌고,(세금은)적게 내는’ 고소득 전문·자영업자의 세금탈루 혐의에 대해 내년에는 더욱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하기로 했다. 조사 대상에 오른 사람들 중 일부는 빼돌린 세금으로 부동산투기를 일삼는 등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해왔다. 성실하게 세금을 내온 대다수 봉급생활자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겨줬다는 점에서 내년에는 조사 강도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탈루 사례 서울에서 골프연습장과 사우나를 운영하는 박모(52)씨는 매출을 낮춰 신고해 25억원의 소득을 탈루했다. 또 간이골프장 부지를 부동산업자에게 양도하면서 매매가액을 조정해 43억원을 편법으로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이렇게 얻은 소득으로 서울 강남의 90평대 아파트(30억원대), 서초동의 상가, 경기도에 주유소 2개 등 87억원대의 부동산을 샀다. 경기도에서 2002년 세무대리인으로 개업한 김모(45)씨는 유통과정이 문란하고 자료상 혐의마저 있어 세무대리계약이 금지된 화물사업자들을 골라 세무대리를 해주면서 탈세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화물업자들이 발행한 세금계산서가 허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들의 약점을 이용,2∼3배 높은 수임료를 받고 가짜 세금계산서 발행을 눈 감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서 피부·비만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는 의사 이모(48)씨는 대부분의 진료비가 비보험 항목임을 악용, 현금계산시 10∼20% 할인해주겠다며 현금결제를 유도,8억여원을 탈세했다. 예식장을 하는 김모(53)씨는 결혼식장을 부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위장, 예식장 수입금액 74억원을 누락한 뒤 탈루한 소득으로 서울 강남에 시가 30억원짜리 93평형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등 부동산투기로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축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변호사 박모(41)씨는 인터넷법률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성공수수료 등 수입금액을 누락했다. 또 인터넷법률서비스업체를 설립, 수입금액이 늘자 다른 소득이 없는 타인 명의로 대표자를 등록한 뒤 가공경비를 계상하는 방법 등으로 27억원의 기업자금을 변칙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새만금 ‘계속’판결] 정부·전북도 등 각계 반응

    ●소송 당사자들 새만금 소송에서 1심을 깨고 농림부측의 손을 들어준 판결에 대해 원고측은 ‘환경권을 무시한 70·80년대 개발 독재시대의 판결’이라고 비판한 반면 피고측은 ‘순수한 법리와 상식에 의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원고측 김호철 변호사는 “재판부는 신중하고 신속하게 판결을 내렸다고 했지만 국가의 중요한 갈등을 풀기 위해 충분하게 심리했는지 의문”이라면서 “헌법은 물론 수십개의 법률을 만들어 보장하고 있는 환경권을 무시한 말도 안되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피고측 보조참가인인 전라북도측의 이석연 변호사는 “재판부가 환경보존과 개발의 논리가 아니라 순수하게 법리적 판단으로 정곡을 찔렀다.”면서 “국토의 균형발전과 대형 개발사업 좌절로 인한 국민적 실망을 해소하는 획기적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원고측의 상고 계획에 대해서도 법리판단에서 승소한 만큼 대법원에서도 승소할 것으로 본다면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전북·환경단체 21일 법원의 ‘새만금사업 계속 추진’ 판결에 대해 정부와 전북도는 두손을 들어 환영했고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이날 낮 법원 판결이 전해지자 전북도 새만금사업 추진협의회, 전북애향운동본부 등 도내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전북도청 앞에 몰려와 풍물놀이 등 환영 행사를 가졌다. 강현욱 전북지사와 도청 간부들은 이날 도청 로비에서 TV를 초조하게 지켜보다 재판부가 새만금 사업 재개 판정을 내리자 일제히 환호했다. 강 지사는 “14년간 끌어온 새만금 사업이 이번 재판으로 탄력을 받게 돼 다행”이라면서 “국토확장과 용수확보 등 애초 사업의 취지를 인정해 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새만금 사업이 다시 정상궤도에 들어서 탄력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며 환영했다. 김달중 정책홍보관리실장은 “당초 매립목적인 농지조성 등 취지를 유지하면서 국익이나 지역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다각적인 토지이용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갈등과 논쟁이 종식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재판부를 비난했다. 새만금 화해와 상생을 위한 국민회의는 “합리적 해결을 위해 판결 유보를 요청했으나 서울 고등법원 제4특별부가 기각 결정을 급하게 진행한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면서 “아무도 사업 목적과 방향이 무엇인지 모르는 대국민 사기극과 같은 잘못된 국가정책에 대해 단지 법리적 절차의 문제만으로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것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국민소득 5000달러 시대의 사고방식으로 새만금 사업에 대한 심리와 판결을 진행한 재판부에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법원 판결을 크게 반겼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홍진표 정책실장은 “중요한 대규모 국책사업인 만큼 타당성 검토가 충분히 이뤄졌을 텐데 환경단체들이 일종의 ‘발목잡기’를 시도한 것에 대해 법원이 올바르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새만금사업의 합법성과 당위성을 인정한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하며, 환영한다.”면서 “새만금사업에 대한 갈등과 논쟁을 종식하고, 이 사업이 환경과 개발이 동시에 이뤄지는 세계적인 모범사례가 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번 판결은 사필귀정”이라면서 “남은 사업을 추진하고 또 완공 이후 관리에 있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데 정부는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 역시 “15년간 이어져 온 사업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면서 “새만금사업은 서해안시대를 열고 새 전북을 건설하겠다는 200만 전북 도민들의 염원”이라고 환영 논평을 냈다. 그러나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새만금 방조제의 완공이 급격한 수질악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정부측 보고서마저도 무시한 것으로 환경우선 인식이 결여된 아쉬운 판결로서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서울 구혜영 김효섭기자 shlim@seoul.co.kr
  • 고법 “새만금 계속 추진”

    고법 “새만금 계속 추진”

    새만금 사업이 정부 계획대로 마무리된다. 서울고법 특별4부(부장 구욱서)는 21일 전라북도 주민과 환경단체가 농림부 등을 상대로 낸 새만금 사업계획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원고측이 판결에 불복, 상고할 뜻을 밝혀 새만금 사업에 대한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내려지게 됐다. 대법원은 끝물막이 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4월 전에 확정 판결을 내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새만금 사업의 경제성과 환경영향 분석 결과에 일부 하자가 있지만 사업계획을 취소할 만큼 중대한 흠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적법한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았다는 원고의 주장 역시 사업을 계속하지 못할 만큼 위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새만금 간척지 안에 들어가게 될 담수호의 수질기준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원고측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측 주장을 명확하게 입증할 증명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새만금 지구 국토 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현행 법률상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면서 “준공인가로부터 5년 이내에 매립목적을 변경할 수 없도록 하는 법취지상 준공인가 전에는 면허관청의 인가를 받아 매립목적을 변경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새만금 간척지를 농지가 아닌 공업단지 등 다른 용도로 만들 수 있는 길을 터준 셈이다. 이날 농림부 역시 새만금사업 지역의 토지이용과 관련해 “농지 이외의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농림부는 배포한 자료를 통해 “구체적인 이용계획은 내년 6월 국토연구원의 용역이 나오면 결정하겠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경제성 확보와 실현이 가능한 방향에서 다른 용도로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농림부는 환경단체가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과 관계없이 방조제 33㎞ 가운데 아직 연결하지 않은 구간을 내년 4월에 끝내겠다고 덧붙였다. 환경단체가 냈던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이 지난해 1월 기각돼 새만금 공사진행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 또한 수질 등 환경문제는 범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고 환경단체가 새만금사업에 동참하도록 적극 권유하기로 했다. 새만금사업은 전북 군산시와 부안군 앞바다를 막아 갯벌과 연근해를 토지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로 1991년 시작됐다. 백문일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새만금 ‘계속’판결] 새만금 공사 일정·토지이용 어떻게

    [새만금 ‘계속’판결] 새만금 공사 일정·토지이용 어떻게

    서울고법이 21일 새만금사업 취소청구 소송에서 피고측인 정부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새만금 사업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정부는 예정대로 내년 3∼4월 물막이 공사를 끝내고 오는 2007년 하반기부터는 간척사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토지이용계획은 내년 6월 용역이 나오면 구체화하겠지만 일단 우량농지 확보가 최우선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수질오염 등을 우려하는 환경단체들의 반발에다 토지의 경제적 활용이라는 측면을 감안할 때 농지만 고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물막이 이후 사업 일정 유동적 정부는 환경단체가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번 판결로 승패는 가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방조제 33㎞ 가운데 아직 바닷물을 막지 못한 2.7㎞ 구간을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적은 내년 3월24일부터 한달에 걸쳐 끝낼 예정이다. 농림부는 당초 2012년까지 간척사업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환경 및 토지이용 문제로 향후 일정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내년까지 방조제와 배수갑문 건설을 끝내고 2007년에 염분제거와 도로포장 등 마무리 공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르면 2007년, 늦어도 2008년부터는 부안쪽 동진지역(1만 3000㏊)의 간척사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군산쪽 만경지역(1만 5000㏊)은 농지에 적합한 수질을 확보한 뒤 개발한다는 방침이어서 새만금사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김달중 농림부 정책홍보관리실장도 “2008년 이후의 일정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다만 총 1조 4000억원의 예산으로 추진중인 만경·동진강 유역 수질개선 대책으로 동진강 수질은 농지에 적합한 3급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만경강 수질도 96년보다 개선되고 있어 사업이 크게 지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측 주장이다. ●산업·관광 등의 다른 수요도 감안 농림부는 농지를 우선으로 삼아 쌀을 위한 논뿐 아니라 화훼·축산단지 등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산업·관광 등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문제는 내년 6월 국토연구원의 토지이용계획수립과 관련한 용역 결과를 본 뒤에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농림부 고위관계자는 “토지이용에 대한 환경이 바뀌고 새로운 수요가 생긴다면 농지 이외의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금으로서는 당초 사업 목적인 농지 확보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새만금의 용도 결정은 정부의 몫이고 전라북도는 토지보상만 관여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전라북도가 구체적인 토지이용계획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농림부는 환경단체들이 다른 소송을 제기하거나 물막이 공사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수도 있기 때문에 환경단체의 의견도 적극 수렴할 방침이다. 농림부 장관과 환경단체 대표와의 면담과 환경단체의 사업참여 등도 권유할 예정이다. ●새만금사업이란 1970년대 식량안보 차원에서 서남해안에 간척지를 조성하자는 방안이 논의되다가 1980년 냉해로 인한 쌀 흉작 이후 본격화됐다.1986년 타당성 검사를 거쳐 1991년부터 전북 군산과 부안 앞 바다를 잇는 방조제 33㎞ 공사에 들어갔다. 사업이 끝나면 여의도 면적의 94배에 이르는 토지와 담수호가 생기게 된다. 그러나 96년 시화호 오염 사건으로 방조제 안쪽의 담수호 수질문제가 불거지자 99년부터 2년간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민관공동조사를 거쳐 2001년 5월부터 공사가 재개돼 배수갑문이 설치되는 2.7㎞ 두 구간만 남겨뒀으나 환경단체가 소송을 내면서 사업 자체가 생존의 갈림길에 섰었다.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되는 배수갑문에는 아파트 5층짜리만 한 철문짝 36개가 동원됐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대필아닌 본인 필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을 재조사한 경찰청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는 16일 유서는 대필이 아닌 고(故)김기설씨의 필체로 보인다고 밝혔다. 비록 유서 원본에 대한 필적감정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전제에서 나온 발표이지만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서대필 사건에 대한 당시 검찰조사 등의 조작의혹을 제기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진상규명위는 이날 중간발표를 통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감정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정이 아니었고, 검찰도 미리 유서대필 쪽으로 무리한 수사를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경찰은 유서가 자필로 쓰인 것이라는 방증자료로 위원회가 입수한 김기설씨의 ‘전대협 노트’를 제시했다. 위원회는 “최근 발견된 김씨의 노트 속 글씨체가 사건 당시 국과수가 유서와 비교하며 강기훈씨 필체라고 판정한 글씨체와 육안으로 봐도 너무 유사하다.”면서 “결국 유서는 김씨의 필적 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위원회는 “이 과정에서 정확한 감정을 위해 검찰에 유서원본 등의 공개를 2차례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면서 국과수와 대검 문서분석실,FBI 등에서는 복사본만으로는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만을 받았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 당시 감정을 의뢰했던 검사와 필적 감정을 맡았던 국과수 직원이 ‘어떤 감정 결과를 원하느냐.’는 등의 전화통화를 했고 검사와 검찰 직원이 직접 국과수를 방문했던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이는 필적감정에서 요구되는 중립성, 객관성을 심하게 훼손하는 행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91년 5월8일 김씨가 서강대 옥상에서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하자 검찰이 강씨를 유서 대필 등 자살방조 혐의로 구속한 사건이다. 재야단체는 그동안 검·경의 조작사건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대법원에서 강씨는 실형을 선고받고 3년2개월만인 94년 만기 출소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진상규명위가 수사기록이나 재판기록도 열람하지 못한 상황에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 가능성을 지적한 것은 믿을 만한 결과발표도 아닐 뿐더러 사실도 아니다.”고 주장했다.이 관계자는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은 사건에 대해 임의로 조작의혹이 있는 것처럼 잠정결론을 내고 언론에 공표하는 것은 사법부와 재판의 독립성과 권위를 해칠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이별이 머무는 곳 안면도

    이별이 머무는 곳 안면도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이맘때면 사람들은 아름다운 석양을 찾아 떠난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고 풍요로운 새해를 맞이하고픈 소망 때문이다. 일몰은 새해맞이에 앞서 이뤄지는 마무리 의식과도 같은 것. 연말이면 으레 떠오르는 여행 테마이기도 하다. 묵은 것들을 떠나보낸다고 아쉬워하거나 안타까워할 것은 없다. 우리의 삶은 다가오는 새해가 있어 여전히 가슴 벅차다. 서해안 일대에 내리는 하얀 눈을 맞으며 충남 태안군 안면도를 찾았다. 글 사진 안면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개펄 위의 황토빛 장관 하얀 눈꽃이 날리던 날. 검붉은 겨울 바다 위로 떨어지는 황홀한 낙조를 보기 위해 안면도로 향했다. 일대에 내린 폭설로 가는 길이 온통 새하얗다. 서해안 고속도로 홍성 IC를 빠져나와 안면도로 가는 서산 A·B방조제 길은 하얀 눈길. 조금 미끄럽지만 가슴을 활짝 열어준다. 겨울 철새가 쉬었다 가는 천수만을 지나 A방조제를 넘어서자 저 멀리 간월암이 눈에 들어온다. 여름과는 달리 흰눈에 덮인 간월암은 고즈넉한 모습이다. 물이 빠지면 육지가 됐다가 물이 차면 섬이 되는 간월암은 속세의 번뇌를 떨치고 그렇게 고요히 서 있다. 77번 국도에 접어들어 10여분쯤 더 달리자 안면대교를 건너 안면도로 접어들었다. 안면도에는 초입의 백사장 해수욕장에서 바람아래 해수욕장까지 모두 12개의 해수욕장을 가진 아름다운 섬. 여름철 해수욕 인파로 북적이던 해수욕장은 한적하기 이를 데 없다. 오후 4시. 서둘러 방포항과 꽃지 해수욕장 사이에 있는 꽃다리로 향했다. 안면도를 대표하는 낙조인 할미·할아비 바위의 낙조를 보기 위해서다. 매년 12월 31일 태안반도 청년연합회 주최로 열리는 ‘저녁놀 축제’를 개최할 정도로 황홀한 붉은 노을을 볼 수 있다. 올해는 오후 3∼7시 풍물놀이와 소원기원 소지 쓰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일찌감치 할미·할아비 바위가 한눈에 굽어보이는 꽃다리에 자리를 잡았다. 꽃다리는 일몰 무렵이면 사진 작가와 사진 애호가 등이 다리 난간을 빼곡히 채울 정도로 최고의 낙조 포인트다. 해가 수평선으로 기울어 갈수록 붉은 빛이 할미·할아비 바위를 진홍빛으로 물들인다. 넓게 펼쳐진 개펄 사이로 난 조그만 물길 사이에는 붉은 빛으로 커다란 불기둥이 생겨 그 속으로 빨려들어갈 듯한 느낌을 준다. ‘와∼.’탄성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아름다운 낙조의 모습에 주위가 술렁인다. 다리 위에서는 연신 카메라 셔터 소리가 이어진다. 그것도 잠시, 붉은 노을의 장관을 연출하던 해는 진한 여운을 남기며 곧바로 서해 바다속으로 떨어진다. 60대 중반의 한 아마추어 사진작가는 “연말이 되면 할미바위와 할아비 바위 중간으로 떨어지는 낙조가 일품”이라면서 “구름이 낀 날은 구름이 낀 대로,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아름다움이 있다.”며 여운을 떨치지 못했다. 안면도 최고의 일몰 포인트로는 꽃지 해수욕장을 꼽지만 한적한 일몰을 감상하고 싶다면 방포해수욕장이나 두여·삼봉·안면·샛별·장삼·바람아래 해수욕장 등도 좋다. 꽃지에 비해 사람이 북적거리지 않는다. 노천탕에 몸을 담근채 낭만적인 일몰을 즐기고 싶다면 오션캐슬(041-671-7060)의 노천 선셋스파를 찾으면 된다. 꽃지 바다에 떨어지는 일몰을 감상하며 온천욕을 즐길수 있다. 유황해수 바데풀과 지압탕, 홍송탕, 폭포탕, 녹차탕 등이 마련돼 있어 피로를 풀기에 적합하다. 이 곳의 사우나는 지하 420m 암반에서 솟아난 온천수를 이용하는데 다른 온천수와 달리 바닷가라서 소금기가 있어 짭짤하다. 사우나는 어른 8000원, 어린이 5000원이며 사우나와 노천 선셋스파는 4시간에 어른 2만원, 어린이 1만 4000원이다. 대표적인 먹을거리는 싱싱한 해산물로 해수욕장 주변에 횟집들이 즐비하다. 방포해수욕장에 있는 바닷가회타운(041-673-9907)에서는 일몰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눈덮인 숲속마을에서의 하룻밤 안면도 겨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안면도 자연휴양림(www.anmyonhuyang.go.kr·041-674-5019). 아침 일찍 눈꽃이 아름답게 핀 자연휴양림을 찾았다. 주차료는 승용차 3000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눈꽃 속에 폭 파묻혀 예쁘게 빛나는 빨간 ‘피라칸사스’가 반겼다. 그 위에는 이 지역 출신 시인인 채광석(1948∼1987)의 시비 ‘기다림’이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이름모를 산새들이 떼지어 날고/계곡의 물소리 감미롭게 적셔오는/여기 이 외진 산골에서/맺힌 사연들을 새기고/구겨진 뜻을 다리면서/기다림을 익히리라…” 휴양림 속으로 들어섰다. 솔가지마다 눈꽃을 담고 서 있는 소나무 숲은 지난 2001년 제 2회 아름다운 숲대회에서 ‘22세기를 위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됐을 만큼 아름답다. ‘숲속의 집’으로 불리는 휴양림은 5∼19평형 통나무 집과 15∼18평형 한옥집 등 17동이 있어 한적한 겨울 휴가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가격은 통나무 집 5평형(3명)이 2만원,19평형(10명)이 7만원, 한옥(8∼9명) 7만원이다. 연인이나 가족단위 여행객들이라면 한적한 휴양림에서의 겨울 밤도 좋은 추억거리로 남을 듯싶다. 휴양림에는 15∼60분 정도 걸리는 5개의 산책로가 있으며, 휴양림 맞은 편에는 예쁜 수목원이 반긴다. 수목원에는 금강초롱과 관목, 교목 등 1012종이 전시돼 있다. 입구에서 전망대까지 산책로는 2.1㎞로 40분 정도 걸린다. 안면도 닷컴(www.anmyondo.com)에는 교통, 숙박, 음식, 주변관광 등에 대한 정보가 망라돼 있다.(041)673-4052. ■ 일몰 일출 여기서 한번쯤… ‘해는 지고, 해는 뜨고’ 을유년(2005년) 일몰은 31일 오후 5시25분 강화도를 시작으로 충청 당진(5시26분)을 거쳐 전남 해남 땅끝마을(5시33분)에서 끝을 맺는다. 개의 해인 병술년(2006년)의 일출은 1일 오전 7시26분 우리나라 최동단 독도를 시작으로 부산 태종대(7시31분)와 포항 호미곶(7시32분), 강릉 정동진(7시39분), 제주 성산 일출봉(7시36분)을 서서히 밝힌 뒤 우리나라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에서 막을 내린다. ●일몰은 여기에서 서해안에서 일몰과 일출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은 충남 당진군 석문면 교로리의 작은 포구인 왜목마을. 석문산(79m)에 오르면 해넘이와 해돋이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또 충남 서천군 마량리 마량포구에서도 31일 일몰 감상과 달집태우기행사에 이어 새해 1일에는 화려한 불꽃쇼와 함께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은 강화도. 화도면 장화리에서 동막리에 이르는 해안도로가 포인트다. 마니산(470m)에 올라 일몰을 보는 것도 좋다. 남해에서는 완도의 화흥포항에서의 일몰을 볼 수 있다. 다도해 사이로 떨어지는 일몰이 장관이다. ●일출은 여기에서 동해안 등 일출명소에서는 가족, 연인, 친구 등을 위한 다양한 해맞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가장 해가 먼저 떠오른다는 포항의 호미곶에서는 새해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전야제로 화려한 불꽃놀이와 콘서트가 열린다. 강원도 강릉시의 정동진에서는 12월31일 밤부터 1월1일 아침까지 해돋이 축제가 열린다. 모래시계 회전식과 신년 카운트다운, 불꽃놀이 등이 펼쳐진다. 우리나라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군의 통일전망대 해맞이는 북한과 가장 가까운 지역이면서 금강산 관광 길목에 있어 통일을 기원하는 실향민들의 단골 해맞이 명소로 통일기원 범종 타종식이 열린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