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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3부) 국민의 경찰로 가는 길 ② 주민이 원하는 치안 따로 있다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3부) 국민의 경찰로 가는 길 ② 주민이 원하는 치안 따로 있다

    지난 9월 27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한 고급 주택가. 한 집의 대문이 열려 있었다. 택배 배달이 왔다간 뒤 가사도우미가 미처 잠그지 못해서다. 마침 이 집 주변을 배회하며 기회를 노리던 ‘부잣집 전문털이범’은 “이때다.” 싶었다. 집안으로 들어간 그는 가사도우미 몰래 다이아몬드, 금거북이, 시계, 반지 등 각종 귀금속을 훔쳐 호주머니에 넣고 집을 빠져나와 유유히 현장을 떠났다. 집 주변에 폐쇄회로(CC) TV들이 설치돼 있었지만, 범인이 집안으로 침입하는 모습은 찍히지 않았다. CCTV의 사각지대를 교묘히 노린 것이다. 부자 동네에는 다른 주택가보다 값비싼 귀금속 등을 가진 주민들이 많을 확률이 높다. 때문에 철저한 방범·보안장치에도 불구, 한탕을 노리는 절도범의 ”매력적인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실제 최근 3개월 사이 서울 성북동 부자동네서 10여건의 절도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곳들은 대낮에 집이 비어 있거나 문이 열려 있었던 공통점이 있다. 집이 넓다 보니 CCTV의 사각지대도 많다는 지적이다. 부유층이 사는 지역은 아니지만 집이 촘촘하게 붙은 일반 주택가도 절도범들에게는 비교적 손쉬운 범행대상이다. 물론 한몫 챙기기는 어렵지만 방범이 허술한 탓에 침입과 도주가 용이한 까닭이다. 범죄는 지역 환경에 따라 발생 종류와 빈도에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성범죄 사건은 주로 도심지로부터 떨어져 있거나 인적이 드문 지역에서 자주 발생한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곳에서는 외국인 범죄가 많기 마련이다. ●절도·성범죄 지역 CCTV·야간조명 밝게 17일 서울신문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서울지역 구별 5대범죄 발생현황’에 따르면 2007년부터 올해 9월까지 관악구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은 1049건으로 나타났다. 이어 송파구(884건), 강남구(855건), 광진구 (761건), 서초구(726건), 구로구(715건) 순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야산이 인접한 지역이거나 유흥가 주변, 좁은 골목이 있는 주택가 등에서 성폭행이 많이 일어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아동성범죄 사건은 중랑구와 영등포구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지난해 각각 16건씩 일어났다. 경찰은 “좁은 골목이 많은 지역인 데다 저소득 가구가 많아 ‘방임 아동’이 적지 않은 탓에 아동들이 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루 평균 62건씩 일어나는 ‘외국인 범죄’는 구로구와 영등포구, 경기 안산 단원구가 압도적이다. 구로구 가리봉동, 안산 단원구 원곡동 국경없는마을 등은 조선족을 비롯한 동남아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특히 원곡동에는 거주민의 68%에 이르는 약 4만명(미등록 포함)이 외국인이다. 외국인 범죄가 많을 수밖에 없다. 경찰서별로 살펴봐도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외국인 범죄 발생 건수는 서울 구로서가 234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안산 단원서(2212건), 서울 영등포서(2195건) 순이다. 지역별 범죄 발생 빈도와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의 치안 요구도 다르다. 절도나 성범죄가 잦은 지역에서는 “CCTV를 더 설치해 달라. 거리 조명을 밝게 해 달라. 방범활동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한다. 조사를 받거나 업무 목적으로 경찰서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야간이나 주말에 통역사가 즉각 오지 않아 불편함이 크다. 경찰서에 통역사가 항시 상주하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구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경찰의 치안 활동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경찰도 ‘지역경찰 활동’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중요 범죄보다 실제 주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범죄 행위에 초점을 맞추는 등 국민중심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범죄 지역 경찰서 통역사 배치 하지만 경찰의 지역별 맞춤식 치안활동은 아직 활성화돼 있지 않다. 주택가에는 아직 CCTV의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 성범죄 발생 우려가 높은 주택가 방범 활동은 형식적이라는 시민들의 불만도 높다. 특히 외국인 범죄를 수사하는 외사계 소속 경찰관의 숫자는 전체 경찰의 1.1%에 불과한 1000여명에 불과하다. 단원서, 구로서·영등포서 등에는 통역할 인력이 부족해 외국인 범죄 대응에 있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경찰이 5대 범죄 등 주요 발생 사건에 수사의 초점을 맞춰 검거 실적을 올리려는 관행을 버리지 못하다 보니 지역별 맞춤식 치안에 소홀한 것”이라면서 “국민들이 바라는 치안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지역 경찰의 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자문기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문단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행렬(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유정현(한나라당 의원), 이동희(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특별취재팀 백민경, 이영준, 윤샘이나, 김진아기자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서울신문은 ‘뉴 캅스(New Cops), 수사 버전을 올려라’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수사로 피해를 입었거나 비리 등을 목격한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사회부 경찰팀(전화 02-2000-9172~6) 또는 white@seoul.co.kr로 연락 바랍니다.
  • [커버스토리-월가의 99%시위] 자본주의 부정 아닌 승자독식 시스템 거부

    월가의 반(反)자본주의 시위는 자본주의의 부정이 아닌 따뜻한 모습의 자본주의가 탄생하길 바라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핵심은 ‘국가의 귀환’으로 요약된다. 탈규제와 시장 만능주의를 지향했던 신자유주의가 2008년 금융 위기 등 많은 부작용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경제에 양적으로 개입해 소비를 늘리는 1950~60년대 케인스학파의 논리와는 다르다. 시장의 실패를 거울삼아 정부가 공정한 분배를 위해 조율하고 개입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부(富)가 1%에 집중될 정도의 양극화를 미리 방지하고 금융 자본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갖는 것이다. 사실 자본주의는 그간 수없이 진화를 거듭해 왔다.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의 자유방임 자본주의는 1930년대 불황을 통해 국가가 민간경제에 개입해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는 케인스식 자본주의로 전환됐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1970년대 국가 개입의 실패가 가시화되면서 시장의 복권이 시작됐다. 이렇게 등장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는 복지를 강조하는 모습으로 조금씩 보완되면서 발전했다. ●“정부는 공정분배 개입하라”… 99%의 반발 하지만 장하성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자본주의는 독주 때문에 진화의 기회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본주의는 현실적이지만 모두를 품는 이상적인 면이 부족해 사회주의에서 사회보장제도 등을 배워 보완했다.”면서 “하지만 자본주의는 승자 독식(시장만능주의) 시스템 때문에 기존 20%대80%의 사회가 1%대99%의 사회로 갔다고 대중은 믿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를 하는 대중이 시장체제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왜 너희만 잘 먹고 잘사느냐고 반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 역시 현재의 상황을 기존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가 ‘포스트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로 옮겨 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금융 자본의 영향력은 커졌지만 통제 수단이 없고 사회 양극화가 커진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유승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권의 높은 임금이 비판받는 이유는 긴 시간 동안 기술 개발 등을 하면서 꾸준하게 노력한 결과로 이득을 창출한 게 아니고, 한 번의 선택에 따라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결국 상품 교환 관계나 임금 계약 형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의존도 줄이고 규제 강화해야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역할이 커지지만 예전과 같은 모습의 케인스식 수정자본주의는 아닐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금융 부문 의존도를 줄이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동의는 이미 이뤄진 것 같다.”면서 “하지만 재정이 불안해 정부가 통화정책으로 개입할 여지가 줄었기 때문에 양적완화 등의 방식보다 공정한 분배를 위한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주·임주형기자 kdlrudwn@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16) 행정용어 순화 어디까지 왔나

    [테마로 본 공직사회] (16) 행정용어 순화 어디까지 왔나

    국어학자들은 우리말 사용의 본보기가 돼야 할 행정용어가 잘못 사용돼 오히려 우리 말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어법에 맞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연석’(경계석), ‘용이하다’(쉽다) 같은 일본식 표현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법령에는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든 귀책사유(歸責事由), 분장(分掌) 등과 같은 한자어도 숱하다. 특히 최근에는 ‘바우처’, ‘테마파크’ 등 외래어 사용이 크게 늘고 있으며, ‘중소氣UP’ ‘중랑천愛놀자’ 등과 같이 정체 모를 ‘외계어’까지 등장해 흔하게 쓰이고 있다. 200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국어기본법’에 따라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표현들은 모두 규정 위반이다. 정부가 행정 용어 순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광복 이후부터 지금까지 ‘행정용어 순화정책’을 변함없이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행정용어 순화정책’ 변천과정과 향후 과제 등을 진단해 본다. ●광복~1960년대 국·한문 혼용기 1948년 ‘한글전용법’이 제정됐고 민간인을 중심으로 사회 곳곳에서 일본 잔재 털어 내기 운동이 일어났다. 1946년 6월 군정청 편수국에서도 ‘우리말 도로 찾기 운동’을 벌였고 1948년에는 국어정화위원회를 통해 선정한 938개의 안을 심의해 통과시키기도 했다. 당시 바뀐 말이 벤토(도시락), 혼다데(책꽂이), 하코(상자), 간스메(통조림), 가리누이(시침바느질), 요비링(초인종), 엔소쿠(소풍) 등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행정용어에서는 국·한문이 혼용되고 일본식 용어까지 버젓이 남아 있었다. 1970~1990년대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행정용어를 순화한 시기다.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간판·방송용어·축구 중계 해설에서 외국어가 9할”이라면서 국어정화운동을 벌이라고 지시, 같은 해 7월 치안본부(현 경찰청)는 관광지·고속도로의 외국어 간판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1978년에는 경찰이 서울 중심부인 충무로와 명동 등지에서 외국문자간판 강제 제재 권한을 발동했다. 문교부 국어심의회에 국어순화분과위원회가 설치됐고 1977년에는 국어순화 자료집이 발간됐다. 1979년에는 9년 동안 검토한 끝에 어문규범 개정안이 마련됐다. 황용주 국립국어원 연구사는 “1970년부터 1997년까지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행정용어 순화를 강력하게 추진했던 시기였다.”면서 “용어나 구성 자체가 굉장히 권위적이었던 일본어·한자표현의 행정용어를 바꾸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권위적이었다.”고 평가했다. ●1970~1990년대 정부주도 순화기 정부가 주도한 행정용어 순화운동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이어진다. 1981~1984년 4차례에 걸쳐 ‘행정용어 순화편람’이 발간됐다. 이 편람에서 객담은 ‘가래’로 , ‘누가기록하다’는 ‘보태 적다’로, 박피율은 ‘깐밤’으로, ‘신병인수’는 ‘사람 넘겨받음’으로 순화했다. 1998년부터는 이전처럼 정부가 주도적으로 각 부처나 기관으로 순화대상 용어를 모으는 일은 없어졌다. 2000년에는 총리훈령도 폐지됐다. ‘그간 추진된 성과로 행정용어 순화가 정착됐다.’는 이유에서다. 이 시기 형식적으로는 법제처가 법령을 심사하고,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행정용어 순화 업무를 맡았지만, 행정용어 순화는 대체로 부처마다 자율적으로 이뤄진다. ●2000년~현재 ‘방임기’ 남영신 국어문화운동대표는 이 시기에 어려운 한자말이나 일본어 잔재는 행정용어 순화정책의 효과로 힘을 잃었지만, 국제교류 확대로 영어 등 외래어가 물밀듯이 들어왔다.”면서 “공무원들이 외국에서 배운 영어를 그대로 써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던 시기였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부의 행정용어 순화정책도 추진력을 잃어 외래어 유입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면서 “지금의 행정 언어의 문제는 한자가 아니라, 영어 등 외국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는 정보통신기술(IT)을 접목한 행정용어 순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각 부처는 물론 광역자치단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결재 프로그램 ‘온나라’에 부적절한 행정용어를 자동으로 전환해 바로잡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인데 이르면 올 연말부터 실제로 활용된다. ●부처 총괄기구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상위 기구에서 행정용어 순화 정책을 맡아, 각 부처 용어 사용에 대한 평가점수 반영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남영신 대표는 “국민의 국가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소통을 강화하려면, 각 부처의 행정용어 순화를 총괄할 수 있는 기구를 미국 등 선진국처럼 대통령이나 국무총리실과 같은 보다 상위기관에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세중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장도 “각 부처마다 국어책임관을 두고 자율적으로 행정용어를 순화하도록 했지만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다.”면서 “행정용어 사용에 대해 평가점수를 반영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동방예의지국이 어쩌다가… 노인학대 급증

    동방예의지국이 어쩌다가… 노인학대 급증

    인천시 계양구에 사는 정미자(가명·80·여)씨는 10여년 전 아들과 며느리를 교통사고로 잃고 사춘기에 접어든 손자와 둘이 살고 있다. 손자가 지난해 중학교 2학년이 된 뒤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난폭하게 변했다. 걸핏하면 돈을 요구하며 소리치고, 돈을 주지 않으면 정씨를 발로 차고 물건을 부쉈다. 이 때문에 올해 초 정씨는 왼쪽 집게손가락이 부러져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정씨는 손자를 경찰에 신고하라는 이웃 주민들의 권유에도 불구, “유일한 피붙이를 어떻게….”라며 손자를 감싸고 있다. 부산시 사상구 김정순(가명·68·여)씨는 직물공장에서 일하며 평생 번 돈을 아들의 사업 자금으로 줬다. 2006년 일을 그만두자 아들과는 연락이 끊겼다. 그런데도 주민등록상 등재된 아들이 근로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김씨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재 8만원 정도의 노령 연금으로 겨우 입에 풀칠만 하고 있다. 노인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김씨의 아들은 노인학대 가운데 전형적인 방임”에 해당한다며 경찰 신고를 권유했다. 그러나 김씨는 “내가 죽는 게 낫지 아들을 신고해서 뭐하겠느냐.”며 눈물지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노인학대’가 묻히고 있다.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 내팽개쳐지거나 폭행당하는 노인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신고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는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이는 실정이다. 학대 상황에 놓였어도 “내 자식인데…”라는 혈연관계의 특수성 탓에 가족이 피해를 입을까 봐 신고하지 못하거나 가족사를 남에게 알리기를 부끄러워하는 전통적인 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가족 문제에 미온적인 경찰의 태도도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때문에 노인학대의 조기 발견과 신고율을 높이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등 관계 당국 간의 협조 시스템 구축, 경찰 차원의 노인 보호활동 강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복지부에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는 2007년 4730건, 2008년 5254건, 2009년 6159건, 2010년 7503건으로 3년만에 58.6%나 증가했다. 지난해 발표한 ‘노인학대 실태조사’에서는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13.8%인 72만명이 신체적·정신적인 폭력 등 가혹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노인학대 경찰접수는 2007년 249건, 2008년 213건, 2009년 190건, 2010년 111건으로 해마다 줄었다. 복지부 집계의 1.5%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복지부의 집계가 많은 이유는 노인보호전문기관 등 노인들만 모인 공간에선 가족들에 대한 불만을 비교적 쉽게 털어놓을 수 있고, 고백해도 가족이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는 까닭에서다.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노인에 대한 폭언·폭행뿐 아니라 경제적 착취, 유기·방임도 노인학대의 범주에 해당한다. 노인학대자는 최장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낮은 경찰 신고율에서도 보듯 형사처벌은 미미한 수준이다. 유지웅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이와 관련, “신고체계에만 의존하는 관행을 바꾸고 경찰과 지역단체 간 공동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법 조문에 명시된 노인학대의 정의, 노인의 연령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희명 남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보호기관을 통한 다양한 교육·홍보활동도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복지는 현장이다] (중) 잠자는 시·도를 깨워라

    [복지는 현장이다] (중) 잠자는 시·도를 깨워라

    복지행정 집행의 최일선이 변화하고 있지만 정작 시·도의 역할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복지사업에서 광역단체는 예산 문제를 제외하면 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대부분의 복지사업은 중앙정부가 직접 시·군·구에 전달하고 일선 지자체가 이를 직접 집행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복지정책에서 시·도는 사실상 ‘보이지 않는’ 존재나 다름없는 실정이다. “중앙정부가 시·도를 정책 파트너로 바라보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충남도청 복지담당 관계자의 말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그대로 드러낸다. 하지만 경기도 ‘무한돌봄센터’처럼 시·도가 직접 지역복지를 기획하고 주도하는 모델을 만들어 가는 예도 있다. 서울신문의 기획시리즈 ‘복지현장이 움직인다, 담론을 넘어 생활로’는 일선의 사례를 통해 변화하는 광역지자체의 모습과 앞으로 과제를 점검해 봤다. ●지역별 센터 난상토론 후 지원 결정 지난 5일 경기 안산시 선부2동 무한돌봄센터 사례회의 및 솔루션 회의 시간. 안산무한돌봄센터 임난희 센터장과 시 주민생활지원과 김미옥 주무관, 지역아동센터 관계자 등 민관 위원 10명이 위기가정의 지원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회의 결과, 어머니가 우울증을 겪어 초등학생 형제를 돌볼 수 없는 가정에는 1차적인 긴급지원비를 지원하기로 하고, 월세가 40만원이 넘는 현 거주지는 부담스러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 있는지 해당 가정과 논의하기로 했다. 반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 택시기사의 사례는 “위급하지 않다.”며 지원을 보류했다. 이들 가정보다 더 위급하거나 수차례 지원에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열리는 솔루션 회의에서는 1시간 넘도록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솔루션 회의 안건은 지난해 3월부터 지원했지만 가장의 당뇨가 악화되고, 자녀 방임 문제가 나아지지 않는 등 위기가 더 심화된 한 가정이었다. “일단은 아버지부터 병원치료를 받도록 하자.”, “아이를 당분간 지역아동센터에서 보호하도록 하자.” 등 10명의 위원은 각자의 문제해결책을 수차례 내놓으며 의견을 모았다. 경기도 내에는 이 같은 무한돌봄센터가 각 시·군별로 29개소가 개소해 사례관리회의를 권역별로 진행하고 있다. 무한돌봄센터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긴급지원사업 대상자 등 정부의 복지서비스 수혜자 외에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들까지 지원하는 경기도의 광역형 복지전달서비스 체계다. 중앙정부의 지원과 별도로 광역지자체가 일선 시·군과 협력관계를 맺고, 여기에 민간의 복지자원을 함께 활용해 통합사례관리를 진행한다. 앞서 소개한 사례회의에서 보듯이 도움이 필요한 주민의 사례가 접수되면 일선 무한돌봄센터가 바로 적절한 복지서비스가 무엇인지 민관 위원의 회의를 거쳐 결정하고 곧바로 지원에 나선다. 무한돌봄센터는 같은 경기도 내에 있지만 지역별로 복지자원의 격차가 크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했다. 도는 2008년 경제위기로 차상위계층과 수급자로 전락하는 이들이 급증하자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사업을 실시했다. 사업을 추진하던 도중 일선 지자체에서 진행 중이던 복지사업들이 눈에 들어왔다. 복지자원이 부족한 대표적인 지역인 남양주시가 앞서 ‘희망케어센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비슷한 시기 안산시에서는 지역 복지관끼리 통합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었다. 도는 일선 지자체의 이 같은 흐름을 포착하고 각자의 특징을 모아 광역단위의 사업으로 묶을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무한돌봄센터’다. 무한돌봄센터는 정부지원과 달리, 수급자 개인이 아닌 가구 단위로 지원한다. 예컨대 허리를 다쳐 일을 할 수 없다며 실업지원비를 신청한 남성 가장이 있다면 센터는 먼저 그의 가족 전체가 어떤 문제를 가졌는지를 분석한다. 실직 남성에게는 의료비 지원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우울증을 앓는 아내에게는 정신치료가, 자녀에게는 교육비가 지원되는 형태다. 이중 의료비는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된다. 2008년부터 올해 6월말 현재까지 약 6만가구가 지원을 받았다. 최저생계비의 170% 이하 가구들로 전체 세대의 하위 25%가 지원대상이다. 박춘배 전 경기도 복지정책과장(현 양주시 부시장)은 “대상이나 사업별로 연계되지 않는 중앙부처나 지자체 조직과 달리 무한돌봄센터는 대상자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한다.”면서 “여기에 이미 구축된 민간의 복지자원이 곧바로 연계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모델은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의 그물망복지센터도 경기도 모델을 토대로 설립됐다. 상대적으로 복지 자원이 많은 서울시의 특성상 확산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충남도청은 현재 경기도의 사례 등을 토대로 복지거버넌스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무한돌봄센터와 그물망복지센터처럼 ‘시스템’ 차원뿐만 아니라 지자체 고유의 사업 차원에서도 중앙정부와 차별화된 움직임이 감지된다. 경상남도는 4월부터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틀니지원사업을 실시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의 주요 공약이었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예산 문제로 추진에 난색을 표하던 사업이었다. 경남도와 충남도의 ‘보호자 없는 병원’도 눈길을 끄는 사업이다. 경남 마산과 진주의료원, 충남 홍성의료원 등에 가족이나 간병인 없이 간호인력만으로 환자를 돌보는 병원을 각각 운영중이다. 또 제주특별자치도는 자체적으로 3년안에 복지직 공무원 인력을 45명 더 늘린다. 특별자치도인 제주는 이 같은 인력 운용이 단체장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지역복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복지재단은 경기, 서울, 부산에 이어 충남, 인천, 경북, 광주 등에서 설립이 진행 중이다. 또 강원처럼 단체장 옆에 복지보좌관을 따로 둬 복지정책을 책임지도록 하는 지자체도 있다. ●선거용 비판도 나와 하지만 광역단체장은 기초단체장에 비해 더욱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일련의 복지정책이 차기 선거나 이미지정치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서울, 경남, 충남처럼 단체장과 의회의 소속 정당이 다른 ‘분권 지자체’는 복지 정책 추진이 소모적인 정치논쟁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충남도의 복지재단 설립 등은 집행부와 의회가 충돌한 대표적인 예다. 강병기 경남도 정무부지사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정치적 견제 세력인 의회와 기존 정책을 유지하려는 공무원의 생각과 관행도 극복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도지사가 바뀌었다고 이들이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법적·제도적으로 광역단체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시·도에 복지정책의 자율성을 부여하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겉으로는 복지와 문화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개발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중기지방재정계획의 ‘2010~2014년 광역 시·도별 정책방향 및 투자계획’을 보면, 16개 시·도가 3순위까지 꼽은 주요 사업 가운데 복지 관련 사업은 충북도의 출산장려금 지원 사업 등 3개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국가과학산업단지 조성(대구), 한강예술섬 조성공사(서울), 신일반 산업단지 조성(울산) 등 개발 관련 사업이 주요 사업으로 꼽혔다. 백종만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치는 결국 자원과 예산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문제이고, 지방정부도 각각의 가치판단에 따라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실제 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정책인지 등을 시민들이 계속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수원·안산·대전 안석기자 ccto@seoul.co.kr
  •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부모에 대한 유명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부모에 대한 유명인사들의 회상기

    “어머니께서 불을 끄고 떡을 썰지 않았다면 나는 나의 미숙함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눈물을 감추고 나를 다시 암자로 돌려보낼 때 어머니는 분명 피눈물을 흘리셨을 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 석봉 한호(1543~1605)에게 그의 어머니 백씨 부인에 대해 묻는다면 아마도 이런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율곡 이이(1536~1584)가 조선의 대유학자가 된 배경에는 현모양처의 대명사인 어머니 사임당 신씨(1504~1551)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 분명하다. 흔히 역사에 천재로 이름을 남긴 위인들의 뒤에는 훌륭한 부모가 있다고들 한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던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1847~1931)은 어머니와 ‘홈스쿨링’을 통해 창의력을 키웠고,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1732~1799)은 자기 업적보다 벚나무를 벤 실수를 고백하자 용서하고 격려한 아버지와의 일화(실제로는 꾸며낸 일이라는 설이 유력)로 더 유명하다. 부모의 영향력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한국축구의 대들보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 피겨여왕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의 교육법과 열정은 제2의 박지성·김연아를 키우려는 부모들의 롤모델이자 벤치마킹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 여기 자녀들에게 재능만 물려줬을 뿐 사랑이나 진정한 교육은 주지 않았던 부모들이 있다.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 이번 주의 주인공은 올리버 트위스트처럼 삐뚤어진 어린 시절을 보내야만 했던 불행한 천재들이다.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리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았던 우울한 그들의 내면을 가상의 일기장을 통해 들여다봤다. 어린 시절의 불행이 이들이 남긴 업적의 원동력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인성과 성공,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모든 부모의 꿈, ‘완벽한 교육법’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프로이센 계몽군주 프리드리히 2세 “내 친구도 죽인 매정한 부왕 왕실생활이 동냥보다 비참” ●왕자 시절인 18세(17 32년) 때의 일기 왕가의 숙명을 거부하고 도망치려다 결국 내 손으로 친구를 죽인 꼴이 됐구나. 궁궐 탈출을 끝까지 말렸던 한스(한스 헤르만 폰 카테 소위)는 결국 내 고집 때문에 오늘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것 이외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아버지(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한스를 황제의 직권으로 사형시킨 것은 결국 나를 겨냥한 것일 테지. 자식에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 지난 18년은 나에게 혼란의 연속이었다. 아버지는 날 프로이센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고, 어머니(조피 도로테아·하노버 왕조를 창시한 조지 1세의 딸)는 프랑스 왕족이 최고라고 하니 난 규율과 자유 어느 쪽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아버지는 아예 내 수업을 감시하는 대령을 뒀고, 내 스승은 문학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발길질을 당한 후 쫓겨났다. 아버지는 플루트 연주도, 시도 허용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건 권력이 아니라 예술인데 말이다. 왕실에서 사느니 차라리 동냥을 해서 빌어먹고 싶을 정도로 비참하다. 난 결심했다. 다시는 내 속내를 아버지에게 드러내지 않을 테다. 아버지보다는 내가 오래 살 테니 그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이중인격으로 ‘탈주사건’으로 친구 카테 소위가 처형당한 후 프리드리히 2세는 다시는 반항하지 않았다. 철저히 자신을 숨겼고, 아버지에게 복종하는 모습만 보여 신임을 얻었다. 1740년 왕좌에 오른 프리드리히 2세는 금욕적이고 냉철한 정치를 했던 아버지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정치적·종교적 소수자를 위한 정책을 폈고 노예제 폐지에 앞장섰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이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받은 폭력과 강압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기와 뜻이 다른 사람을 잔인하게 처단했고, 다른 사람의 의견은 철저하게 무시했다. 역사학자들은 그를 ‘어떤 왕보다 더 차가운 내면을 지닌 야누스적인 왕’으로 평가한다. ■美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 “불륜 즐기고 떳떳한 아버지 어엿한 보스턴상류층 일원” ●하버드대에 다니던 2 0세(1937년) 때 이젠 언제 어디서나 여자들과 즐길 수 있게 됐다. 병원에서도 간호사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으니. 아버지가 옳았던 것 같다. 여자는 어디까지나 남자들의 성공에 대한 자만심을 충족시켜 주는 트로피에 불과하다. 위대한 남자라면 두 개의 삶 정도는 가져도 무방한 것 같다. 아버지는 출신(케네디 가문은 본인들이 아일랜드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히길 꺼렸다)을 완벽하게 바꿔놓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고, 결국 보스턴 상류사회에 진입할 수 있었다. 어머니(로즈 케네디)는 지나치게 엄격하지만, 뭐 내가 미래에 이 나라를 이끌어 가려면 예의범절과 자기규율은 엄하게 배울수록 좋겠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포장에 불과한 것 아니겠는가. 다만 최근 들어 상인 출신인 아버지와 나는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배우와 불륜을 즐기면서도 떳떳한 아버지처럼 행동했다간 분명 내 발목을 잡는 일이 생길 것 같다. 언제나 포장은 필요한 법이지. 나처럼 외견상으로는 완벽한 여성을 만나 결혼하고, 내 생활은 최대한 조용히 만끽하면 된다. 우리 부모님들조차 5년 전부터 각방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가문은 존경받는 신흥 명문가이지 않은가. ●바람기는 대를 이었다. 케네디의 아버지 조지프는 영화계에 투자하면서 여배우 글로리아 스완슨이라는 여배우와 염문을 뿌렸고 케네디가는 겉모습과는 달리 완벽하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추후 메릴린 먼로와 케네디의 스캔들로 대를 이었다. 누구에게나 선망받던 케네디와 재클린 오나시스의 결혼생활 역시 남편의 바람과 아내의 낭비벽으로 점철됐다. 케네디는 아버지처럼 여성에 집착했고 수많은 여성과 스캔들을 일으켰지만 재클린은 자기 시어머니처럼 이를 내색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엄격했던 어머니 로즈 때문에 케네디는 평생 압박감에 시달렸고, 각성제 암페타민과 진통제에 의존했다. ■佛국민가수 에디트 피아프 “사창가서 자란 내 어린시절 어머니가 여덟명이나 생겨” ●집을 떠나던 15세(19 34년) 때 내 인생을 철저히 다시 써야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서커스단의 난쟁이 곡예사와 사탕을 팔던 여인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진실을 얘기하면 사람들이 나한테 관심을 가질까. 그래 차라리 빈민촌의 가로등 아래에 버려진 것으로 하자. 경찰관들이 나를 발견했다고 얘기하면 더 극적이겠지. 난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다락방에서 어린 내 음식에 술을 타던 외할머니. 쥐떼가 우글거려서 면역력을 키우려 그랬다지. 어머니를 버렸던 아버지는 날 그곳에서 구한답시고 친할머니에게 버렸고, 난 사창가에서 자라야만 했다. 무려 여덟명의 어머니가 생긴 그 시절은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남자가 날 지켜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여자는 무조건 남자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 내가 커온 사창가의 법칙이 그랬으니까. 그러나 아버지의 무지막지한 따귀는 더 이상 참기가 힘들다. 내 부모는 나에게 목소리를 줬다. 그 덕분에 난 이제 집을 나가도 살 수 있을 테지. 언젠가 성공한다면 난 엄마보다 훌륭한 어머니가 될 것이고, 아버지보다 훌륭한 남편을 만날 것이다. 어쨌든 난 평범한 여자처럼 살고 싶다.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집을 나간 피아프는 독특한 목소리를 무기로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샹송 가수가 됐다. 하지만 사창가에서 자란 피아프는 평생 남자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자신을 지배하거나 때리는 남자들에게 매력을 느꼈고, 실제로 “사랑이란 커다란 소동이나 엄청난 거짓말, 번갈아가며 양쪽 뺨에 따귀를 맞는 것과 같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남자친구에게 따귀를 맞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공연에 오르는 일도 흔했다. 암흑 같은 과거의 그림자는 피아프를 평생 괴롭혔다. ■스페인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 “어릴적부터 맘대로 하던 나 ‘최고’ 소리 안들으면 못참아” ●산 페르난도대 신입생 시절인 18세(1922년) 때 예술이 생계수단이 될 수 없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식인종 같으니라고. 아버지(돈 살바도르)에게 굽히는 건 오로지 내가 학업을 이어갈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미술교사의 길을 걷도록 하려는 아버지의 계획에는 추호도 관심이 없다. 난 장학금을 받아 로마에 갈 것이고, 거기에서 돌아오면 난 천재가 되어 세상이 우러러볼 것이다. 입학식에 무슨 옷을 입을까. 망토? 금박 지팡이? 너무나 파격적인 내 옷차림에 교수들은 당황하겠지. 난 여섯살에는 요리사가, 일곱살에는 나폴레옹이 되고 싶었고, 그 이후 점점 더 내 야망은 뻗어갔다. 여동생의 머리를 축구공처럼 차버리든, 친구가 타고 있는 자전거를 낭떠러지로 밀어버리든 부모는 내가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그렇다. 난 천재다. 1등이었던 형을 대신하는 2등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난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뭐든 내 맘대로 해 왔는데, 이제 와서 꿈을 포기하라니 꼭 후회하게 해 줄 것이다. ●과보호 속에 커버린 최고의 이기주의자로 달리의 형을 잃은 부모는 어린 달리를 완벽한 독재자로 키웠다. 무한한 인내심과 자유방임이 유일한 교육철학이었다. 어떤 끔찍한 행동을 하고 버릇없이 굴어도 결코 야단치지 않았다. 부모가 자신을 형의 대신으로 여긴다고 생각한 달리는 오로지 유명해지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달리는 그림으로 인정받은 후에도 기행을 멈추지 않았다. 1940년부터 1965년까지 달리의 이름은 거의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신문, 라디오, TV에 언급됐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참 고 서 적 << ▲18인의 천재와 끔찍한 부모들(외르크 치틀라우·강희진/ 미래의 창) ▲살바도르 달리(살바도르 달리·이은진/ 이마고) ▲결코 사라지지 않는 로마 신성로마제국(기쿠치 요시오·이경덕/ 다른세상) ▲죽기전에 꼭 알아야 할 세계역사 1001 DAYS(마이클 우드·박누리/ 마로니에북스) ▲에디트 피아프(실뱅 레네·신이현/ 이마고) ▲케네디 평전(로버트 댈럭·정초능/ 푸른숲) ▲케네디가의 형제들(에드워드 케네디·구계원/ 현암사)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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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행과 악행, 그가 25년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에 이름 올린 이유…

    기행과 악행, 그가 25년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에 이름 올린 이유…

    “어머니께서 불을 끄고 떡을 썰지 않았다면 나는 나의 미숙함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눈물을 감추고 나를 다시 암자로 돌려보낼 때 어머니는 분명 피눈물을 흘리셨을 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 석봉 한호(1543~1605)에게 그의 어머니 백씨 부인에 대해 묻는다면 아마도 이런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율곡 이이(1536~1584)가 조선의 대유학자가 된 배경에는 현모양처의 대명사인 어머니 사임당 신씨(1504~1551)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 분명하다. 흔히 역사에 천재로 이름을 남긴 위인들의 뒤에는 훌륭한 부모가 있다고들 한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던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1847~1931)은 어머니와 ‘홈스쿨링’을 통해 창의력을 키웠고,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1732~1799)은 자기 업적보다 벚나무를 벤 실수를 고백하자 용서하고 격려한 아버지와의 일화(실제로는 꾸며낸 일이라는 설이 유력)로 더 유명하다. 부모의 영향력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한국축구의 대들보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 피겨여왕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의 교육법과 열정은 제2의 박지성·김연아를 키우려는 부모들의 롤모델이자 벤치마킹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 여기 자녀들에게 재능만 물려줬을 뿐 사랑이나 진정한 교육은 주지 않았던 부모들이 있다.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 이번주의 주인공은 올리버 트위스트처럼 삐뚤어진 어린시절을 보내야만 했던 불행한 천재들이다.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리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았던 우울한 그들의 내면을 가상의 일기장을 통해 들여다봤다. 어린시절의 불행이 이들이 남긴 업적의 원동력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인성과 성공,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모든 부모의 꿈, ‘완벽한 교육법’을 어디에서 찾아야할까. ●프리드리히 2세 (1712~1786/ 프로이센의 계몽전제군주) 왕자 시절인 18세(1732년) 때의 일기 왕가의 숙명을 거부하고 도망치려다 결국 내 손으로 친구를 죽인 꼴이 됐구나. 궁궐 탈출을 끝까지 말렸던 한스(한스 헤르만 폰 카테 소위)는 결국 내 고집 때문에 오늘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것 이외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아버지(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한스를 황제의 직권으로 사형시킨 것은 결국 나를 겨냥한 것일 테지. 자식에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 지난 18년은 나에게 혼란의 연속이었다. 아버지는 날 프로이센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고, 어머니(조피 도로테아·하노버 왕조를 창시한 조지 1세의 딸)는 프랑스 왕족이 최고라고 하니 난 규율과 자유 어느 쪽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아버지는 아예 내 수업을 감시하는 대령을 뒀고, 내 스승은 문학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발길질을 당한 후 쫓겨났다. 아버지는 플룻 연주도, 시도 허용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건 권력이 아니라 예술인데 말이다. 왕실에서 사느니 차라리 동냥을 해서 빌어먹고 싶을 정도로 비참하다. 난 결심했다. 다시는 내 속내를 아버지에게 드러내지 않을 테다. 아버지보다는 내가 오래 살 테니 그때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 후] 아버지에 대한 미움은 이중인격 왕을 낳았다 ‘탈주사건’으로 친구 카테 소위가 처형당한 후 프리드리히 2세는 다시는 반항하지 않았다. 철저히 자신을 숨겼고, 아버지에게 복종하는 모습만 보여 신임을 얻었다. 1740년 왕좌에 오른 프리드리히 2세는 금욕적이고 냉철한 정치를 했던 아버지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정치적, 종교적 소수자를 위한 정책을 폈고 노예제 폐지에 앞장섰다. 그러나 그의 마음 속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이는 어린시절 부모에게서 받은 폭력과 강압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기와 뜻이 다른 사람을 잔인하게 처단했고, 다른 사람의 의견은 철저하게 무시했다. 역사학자들은 그를 ‘어떤 왕보다 더 차가운 내면을 지닌 야누스적인 왕’으로 평가한다.   ●존 F. 케네디 (1917~163/ 미국의 35대 대통령) 하버드대에 다니던 20세(1937년) 때의 일기 이젠 언제 어디서나 여자들과 즐길 수 있게 됐다. 병원에서도 간호사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으니. 아버지가 옳았던 것 같다. 여자는 어디까지나 남자들의 성공에 대한 자만심을 충족시켜 주는 트로피에 불과하다. 위대한 남자라면 두 개의 삶 정도는 가져도 무방한 것 같다. 아버지는 출신(케네디 가문은 본인들이 아일랜드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히길 꺼려했다.)을 완벽하게 바꿔놓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고, 결국 보스턴 상류사회에 자리잡을 수 있었다. 어머니(로즈 케네디)는 지나치게 엄격하지만, 뭐 내가 미래에 이 나라를 이끌어가려면 예의범절과 자기규율은 엄하게 배울수록 좋겠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포장에 불과한 것 아니겠는가. 다만 최근 들어 상인 출신인 아버지와 나는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배우와 불륜을 즐기면서도 떳떳한 아버지처럼 했다간 분명 내 발목을 잡는 일이 생길 것 같다. 언제나 포장은 필요한 법이지. 나처럼 외양상으로는 완벽한 여성을 만나 결혼하고, 내 생활은 최대한 조용히 만끽하면 된다. 우리 부모님들조차 5년 전부터 각방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가문은 존경받는 신흥 명문가이지 않은가. [그 후] 바람기는 대를 물렸다 케네디의 아버지 조셉은 영화계에 투자하면서 여배우 글로리아 스완슨이라는 여배우와 염문을 뿌렸고 케네디가는 겉모습과는 달리 완벽하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추후 마릴린 먼로와 케네디의 스캔들로 대를 이었다. 누구에게나 선망받던 케네디와 재클린 오나시스의 결혼생활 역시 남편의 바람과 아내의 낭비벽으로 점철됐다. 케네디는 아버지처럼 여성에 집착했고 수많은 여성과 스캔들을 일으켰지만 재클린은 자기 시어머니처럼 이를 내색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엄격했던 어머니 로즈 때문에 케네디는 평생 압박감에 시달렸고, 각성제 암페타민과 진통제에 의존했다.   ●에디트 피아프(1915~1963/ 프랑스의 국민가수) 집을 떠나던 15세(1934년) 때의 일기 내 인생을 철저히 다시 써야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서커스의 난쟁이 곡예사와 사탕을 팔던 여인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진실을 얘기하면 사람들이 나한테 관심을 가질까. 그래 차라리 빈민촌의 가로등 아래에 버려진 것으로 하자. 경찰관들이 나를 발견했다고 얘기하면 더 극적이겠지. 난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다락방에서 어린 내 음식에 술을 타던 외할머니. 쥐떼가 우글거려서 면역력을 키우려 그랬다지. 어머니를 버렸던 아버지는 날 그곳에서 구한답시고, 친할머니에게 버렸고, 난 사창가에서 자라야만 했다. 무려 여덟명의 어머니가 생긴 그 시절은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남자가 날 지켜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여자는 무조건 남자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 내가 커온 사창가의 법칙이 그랬으니까. 그러나 아버지의 무지막지한 따귀는 더 이상 참기가 힘들다. 내 부모는 나에게 목소리를 줬다. 그 덕분에 난 이제 집을 나가도 살 수 있을 테지. 언젠가 성공한다면 난 엄마보다 훌륭한 어머니가 될 것이고, 아버지보다 훌륭한 남편을 만날 것이다. 어쨌든 난 평범한 여자처럼 살고 싶다. [그 후]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집을 나간 피아프는 독특한 목소리를 무기로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샹송 가수가 됐다. 성공한 피아프는 늙고 병든 아버지를 다시 찾아 죽을 때까지 생활비를 부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창가에서 자란 피아프는 평생 남자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자신을 지배하거나 때리는 남자들에게 매력을 느꼈고, 실제로 “사랑이란 커다란 소동이나 엄청난 거짓말, 번갈아가며 양쪽 뺨에 따귀를 맞는 것과 같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남자친구에게 따귀를 맞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공연에 오르는 일도 흔했다. 암흑 같은 과거의 그림자는 피아프를 평생 괴롭혔고, 1933년 낳은 딸은 어린시절 피아프가 그랬듯 순회공연에 데리고 다녔다. 딸 마르셀은 2살도 되기전 뇌막염으로 숨졌다. ●살바도르 달리(1904~1989/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산 페르난도대 신입생 시절인 18세(1922년) 때의 일기 예술이 생계수단이 될 수 없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식인종 같으니라고. 아버지(돈 살바도르)에게 굽히는 건 오로지 내가 학업을 이어갈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미술교사의 길을 걷도록 하려는 아버지의 계획에는 추호도 관심이 없다. 난 장학금을 받아 로마에 갈 것이고, 거기에서 돌아오면 난 천재가 되어 세상이 우러러볼 것이다. 입학식에 무슨 옷을 입을까. 망토? 금박 지팡이? 너무나 파격적인 내 옷차림에 교수들은 당황하겠지. 난 여섯살에는 요리사가, 일곱살에는 나폴레옹이 되고 싶었고, 그 이후 점점 더 내 야망은 뻗어갔다. 여동생의 머리를 축구공처럼 차버리든, 친구가 타고 있는 자전거를 낭떠러지로 밀어버리든 부모는 내가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그렇다. 난 천재다. 1등이었던 형을 대신하는 2등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난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뭐든 내 맘대로 해 왔는데, 이제 와서 꿈을 포기하라니 꼭 후회하게 해 줄 것이다. [그 후] 과보호 속에 커버린 최고의 이기주의자가 되다 달리의 형을 잃은 부모는 어린 달리를 완벽한 독재자로 키웠다. 무한한 인내심과 자유방임이 유일한 교육철학었다. 어떤 끔찍한 행동을 하고 버릇 없이 굴어도 결코 야단치지 않았다. 부모가 자신을 형의 대신으로 여긴다고 생각한 달리는 오로지 유명해지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달리는 그림으로 인정받은 후에도 기행을 멈추지 않았다. 1940년부터 1965년까지 달리의 이름은 거의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신문, 라디오, TV에 언급됐다. [참고문헌]  18인의 천재와 끔찍한 부모들(외르크 치틀라우·강희진/ 미래의 창)  살바도르 달리(살바도르 달리·이은진/ 이마고)  결코 사라지지 않는 로마 신성로마제국(기쿠치 요시오·이경덕/ 다른세상)  죽기전에 꼭 알아야 할 세계역사 1001 DAYS(마이클 우드·박누리/ 마로니에북스)  에디트 피아프(실뱅 레네·신이현/ 이마고)  케네디 평전(로버트 댈럭·정초능/ 푸른숲)  케네디가의 형제들(에드워드 케네디·구계원/ 현암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울산 노인학대 신고 늘어

    ‘젊은 도시’ 울산에서 노인학대 신고가 계속 늘고 있다. 16일 울산시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는 총 44건으로 전년 26건보다 18건(69.2%)이나 증가했다. 올 들어 5월 말 현재까지 27건이 신고돼 지난해 전체 건수의 절반(61.3%)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 신고는 정서적 학대가 26건(39%)으로 가장 많았고, 방임 16건(24%), 신체적 학대 10건(15%)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방임은 2009년 4건에서 지난해 16건으로 4배나 늘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대선? 그때 가서 결정” 출마가능성 배제 안해

    “대선? 그때 가서 결정” 출마가능성 배제 안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12년 총선 및·대선 출마 의사에 대해 “2012년에 벌어질 상황과 관련해 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은 (출마) 결정을 내릴 시기가 아니다.”면서 “그 때 가서 결정하겠다.”고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문 이사장은 1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2년 총선·대선 출마 여부, 참여정부의 공과, 친노 진영 잠재적 대선 후보들의 경쟁력 등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문 이사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계승하는 정치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정치세력으로 보면 민주당이고, 개인으로 보면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부산 연제 법조타운의 ‘법무법인 부산’ 사무실에서 이도운 정치부장과의 대담 형식으로 1시간 50분 동안 진행됐다. →최근 출간한 ‘운명’이라는 저서를 통해 노무현 정부를 회고했다. 노무현 정부는 성공했나, 실패했나. -성공을 넘어선 정부다. 성공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정부다. 예를 들면 권위주의 청산이 대표적이다. 돈 안 쓰는 선거, 깨끗한 선거 같은 것이 당대에 가능할까 했지만 참여정부는 해냈다. →그러나 제도화되지는 못했다. -권위주의 해체 문제는 특별법 같은 걸 만들 수 없다. 문화의 문제다. 참여정부가 시도했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단숨에 퇴행했다. 그래도 다음에 다시 괜찮은 정부가 들어서면 참여정부가 중단했던 지점부터 새롭게 할 수 있다.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더 잘했어야 했다. 두 가지 과제를 우리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정책과제로 처음 제시했다는 의미는 있지만 더욱 많은 노력 기울여야 했고 정책적인 면에서도 우선순위에 뒀어야 했다는 후회가 있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를 계승했나. -민주주의와 복지, 남북관계 부분은 계승했다. 권위주의 해체는 김대중 정부를 넘어선 새로운 영역이다. 결과적으로는 김대중 정부를 계승하면서 한계도 벗어난 정부였다. →참여정부 공직자 가운데 업무 수행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분은. -경제 분야에서는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이다. 우리나라 정보통신 수준을 세계 최고로 높였다. 사회 분야에서는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이 훌륭했다. 개별적인 복지정책들을 패키지로 만들어냈다. 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면에서 강금실 법무장관도 큰 역할을 했다. →문성근 씨를 대북특사로 보낸 이유는 무엇인가. -북에서 신뢰하는 문익환 목사의 아들이고 해서 북쪽과 대화가 될 만 했다. →현재 정치인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인이 있다고 보나. -상황이 아주 미묘한데... 세력으로 치자면 노 전 대통령 뜻은 민주당쪽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정치인 개인으로 치자면 노 전 대통령의 이념 철학을 가장 잘 계승한 분이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라고 생각한다. 유 대표는 다른 정당에 있어서 그 부분이 착잡하고 미묘하다. 그래서 야권이 통합해야 하는 이유도 된다. →유시민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어떤 점을 계승했나. -노 전 대통령이 남긴 과제는 일종의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거다. 진보적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내용은 복지국가다, 그런 면에서 유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이 갖고 있던 지향과 이념을 가장 잘 계승하고 있다는 거다. 김두관, 안희정, 이광재 등 전·현직 지사 세 분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대중에게 드러낼 기회가 없기 때문에 잠재된 상태다. →손학규 대표도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과제를 계승할 만한가. -그렇다. 민주당 대표로서 당원들의 지지받고 있다. 또 손 대표 스스로도 노 전 대통령의 가치를 계승하겠다고 말하고 있어서 그리 평가하는데 손색이 없다. →김두관 경남지사가 내년 대선에 출마하길 기대하나. -아주 훌륭한 후보감이다. 참여정부 경력만 가지고도 아주 훌륭한데 거기에 경남도지사 경력도 갖췄으니 더 완벽한 경력을 갖췄다.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국정 의 큰 방향 중 하나가 지방화, 지방균형발전, 분권이다. 그런 면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 다만 도지사 임기 초반이라 당장 다음 대선부터 큰 뜻 품을지, 아니면 그 다음 시기를 볼지는 본인이 판단할 문제다. 나와 김 지사는 라이벌이 아니라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제휴 대상자다. →김 지사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참여정부 지분의 60%는 노 전 대통령, 나머지 40%는 이광재 전 지사와·안희정 지사가 갖고 있다’고 했다. 문 이사장과 유 대표는 지분이 없나. -한 후보를 중심으로 선거를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그룹들은 동업자, 주주 같은 의식이 있다. 하지만 주주는 아니라도 전문경영인을 영입했다면 그 전문경영인이 지분 없고 주인이 아니라 말할 수 없다. 김두관 지사와 유시민 대표, 나는 영입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그러나 참여정부에서 시기의 선후는 있겠지만 각자가 주인이라는 입장이다. →이광재 전 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갖고 있다고 보나. -두 분 다 노 전 대통령의 참모로만 알려졌지만 사실은 그 이전부터 각각 학생운동,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온 분들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정치활동 시작하면서 노 전 대통령과 만나 동지적으로 결합하게 됐다. 2002년 대선 승리만으로도 훌륭한데 도지사가 되면서 이제는 정치인으로서 홀로서기도 훌륭하게 성공한 거다.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문 이사장은 지역주의 문제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나. -노 전 대통령도 부산과 경남에 대한 애정은 대단했다. 그러나 맹목적이고, 비합리적이어선 안 된다는 거다. 그런 지역주의가 우리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도 100% 공감한다. 서울 사람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른다. 선거 때마다 균형이 갖춰지니까. 그런데, 부산을 보면 완전히 한나라당 판이다. 이게 정상적인가. 견제가 안 된다. 호남도 마찬가지다. 유권자 뜻을 받들 필요도 없다. 공천 줄 사람에게만 충성하면 된다. 지역에서 불합리한 모든 문제는 지역주의로부터 생긴다. →굳이 따지자면 영남과 호남, 어느 쪽의 책임이 크다고 보나. -책임은 영남이 져야 한다. 패권은 영남이 갖고 있었으니까. 영남이 우리 현대사에서 김대중 정부 시절 딱 한번을 빼고는 줄창 권력을 쥐고 있었다. 그런 후유증 있다. 마음을 열고 문제를 풀기 위해 더 앞장서야 하는 것이 영남쪽이어야 한다. →지역주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부산에서 한나라당 득표율 50%대밖에 안 된다. 그런데 전 의석을 석권한다. 나머지 50%는 무소속과 민주당인데, 대표를 전혀 못 낸다. 대의성도 왜곡돼 있기 때문에 비례 대표제를 생각해야 한다. 한편, 호남은 특정당의 득표율이 압도적이어서 비례대표로도 해결이 안된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은 한 정당이 특정지역에서 3분의 2 이상 당선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만 되면 지역주의는 빠르게 넘어설 수 있다. →내년 총선에 민주당 후보들이 부산에서 당선될 수 있을까? -원래 부산은 전통적인 야당 도시였다. 3당 합당 이후 20년 동안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부산 시민들이 지겨워하기 시작했다. 괜찮은 후보가 나서서 잘하면 벽을 넘어설 수 있다. 작년 6·2 지방선거에서 김정길 전 장관이 44.5%를 득표했고, 4·27 김해 재·보선에서도 이봉수 후보가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 결국 우리 쪽에서 얼마나 좋은 후보를 내느냐의 문제다. 인물만 괜찮으면 지역주의를 넘어선다.  그런 차원에서 문 이사장의 출마를 기대하거나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참 생각한 뒤) 현재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은 우선 다음 총선과 대선을 통해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쪽에도 여러 후보들이 있다. 그런데 다 훌륭하지만 한분 한분 보면 한계가 있어서 ‘박근혜 대세론’을 못 넘어선다. 따라서 누구냐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 쪽이 힘을 모을 수 있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개인별로는 박근혜 후보에게 부족하지만 야권통합 후보에 대한 지지는 더 크다. 다음 총선과 대선은 통합이 가장 중요하다. 통합이란 부분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참여가 요구되고 역할을 하라고 하면 그건 해야 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대선에서 손학규 대표와 문 이사장이 경선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 쪽의 선수들이 다들 좋지만 그분들만 갖고 ‘박근혜 대세론’을 넘어설 수 있다고 낙관하기 어렵다. 이 전 지사의 말은 선수군들이 풍부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당신도 나와서 틀을 넓혀주라고 한 말이다. 물론 그것도 필요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건 저러건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군 확보보다 통합·연합연대가 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다. 이게 안 되면 다 소용없다. →김정길 전 장관이 문 이사장과 김두관 경남지사는 대선 출마 안한다고 했다. 동의하나. -동의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그 분 나름대로 판단해 말한 것 아니겠나. 아마 김전 장관도 충분히 대선 경쟁 구도에 뛰어들 만한 분이다.(문 이사장의 첫 대답은 여기까지다. 그러나 다른 질문에 답하던 도중 다시 추가 설명을 했다.)나에 대해 김 전 장관이 그리 말한 것은 내가 쭉 (차기 대선 출마)안한다고 했기 때문에 그 말을 되풀이 한 것이다. 김두관 지사도 지금은 도지사 초기니까 아마도 이번은 아니지 않겠나라는 생각으로 한 발언이 아니겠나. →정치 참여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뭔가. -잘 못할 것 같으니까 그렇다. 내가 괜찮게 평가받고 좋은 이미지 갖고 있는 것은 고맙고 과분한 일이지만 결국 정치권 바깥에 있어서 그런거다. 막상 현실정치 들어서면 그게 아니지 않나. 그때는 착한 역할만 못한다. 현실정치에 필요한 자질과 능력이 있다. 나는 그런 것들이 여러가지로 부족하다는 생각 갖고 있다. 또하나는 정치를 한다면 원칙을 지켜나가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노 전 대통령이 절절하게 오랫동안 보여줬다. 나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출마를 안하나, 아니면 아직은 결정 안 내린 것인가. -우선 대선을 예로 들었는데, 내가 나간들 문제없이 이기나. 나도 박근혜 전 대표에게 안 된다. 다 모여야 이긴다. 우선은 그런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선수로 나서는 건 아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스스로 진보주의자인가 보수주의자인가. -본인이 대답한다고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진정한 보수가 거의 없다. 보수라고 하는 한나라당은 수구 아나면 극우 쪽이다. 이런 지형 속에서는 합리적인 보수, 진정한 보수만 추구해도 상대적으로 진보처럼 보인다. 그런 시각으로 본다면 나는 그보다는 조금 더 중간 쪽으로 한걸음 더 나간 진보일지는 모르겠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는 언젠가 정치할 것 같나. -그건 내가 말하기 적절하지 않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세론을 인정하나. -대세론뿐만 아니라 지지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도 대단하다. 원칙주의적 면모에다 복지에 대한 관심까지 표방하고 있다. 정치적 처세도 잘한다. 좋은 점이 많은 정치인이다. 문제는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 분명치 않아 보인다. 그 부분을 넘어서고 나서 진보든 보수든 있는 법인데 박 전 대표가 해왔던 언행을 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이 근본적으로 결여됐거나 부족하지 않나 싶다. →박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었다.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건 결격 사유가 아니다. 박 전 대통령도 공과가 있는 정치인이다. 딸이라 하더라도 공은 계승하고 과는 극복하면 되는 것이다. 오히려 딸이기 때문에 더 할 수도 있다. 근대화나 경제 산업화에 대한 공로 이면에 민주화 가 유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아버지 시절의 일이라 더 가슴 아파하면서 반성하고 과거사 정리해나가는 자세를 더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저서를 읽어보니 이명박 정부에 대한 원망이 많이 담겨있더라. -우리나라의 국가 리더십은 너무 대결적이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이 필요한데, 이명박 정부는 그런 점이 없어 안타깝다. 대선에서 여유있게 이겼는데도 포용하지 못하고 왜 그리 강팍하게 적대하고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똑같이 복수하는 것이 무슨 복수겠는가. 노 전 대통령의 뜻대로 상생하고 통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수가 아니겠는가. →민주당과 참여당, 민노당은 통합 대상인가 연대 대상인가 -나는 민주당, 참여당 뿐만 아니라 민노당, 진보신당까지 포함해서 통합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다음 대선과정에서 힘을 모으는데도 가장 도움이 된다. 또 집권 이후 전체가 하나의 개혁을 추동하는 세력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야권이 통합하면 당적을 가질 생각 있나. -통합으로 가게 된다면 전체적인 흐름에서 그런 양상으로 일이 추진돼야 할지도 모른다. →2012년 대선에서 진보진영이 집권해야 할 역사적 당위성이 있는가. -집권세력이 지그재그로 바뀌면서 역사가 더 튼튼하게 발전할 수 있다. 서구의 사례를 연구해보니 보통 6~7년 마다 정권을 바꾸더라. 하지만 그렇게 보기엔 지금 상황이 너무 절박하다. 이명박 정부는 그냥 못한다는 차원을 넘어서서 퇴행이다. 적어도 민주주의만큼은 확실히 지켜야 한다. 정책은 다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나 지금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다. 이런 식의 정권이 지속된다면 우리 국민이 받는 손상이 너무 크다. 그래서 한번 더 기회를 줄 여유가 없다, . →군 복무 시절 사진이 인터넷에 돌더라. 군 복무가 인생에서 큰 의미를 갖나. -젊고 감수성 예민한 시절에 3년을 보내는 것 아닌가. 공수부대라는 특수한 곳을를 다녀왔다. 난생 처음 겪어본 일들이 많다. 사격하고, 수류탄 던지고, 맨몸에 납벨트 메고 헤엄치고, 비행기에서 점프도 하고. 그런데 내가 근근히 그런걸 해내더라. 그래서 새로운 일을 맡을 때 피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부딪혀보자는 낙관적인 생각을 갖게 만든 것 같다. →요즘 어떤 책을 읽나. -요새는 책 쓰느라 못 읽은 책이 잔뜩 쌓여 있다.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문화유산답사기’, 유시민 대표의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고 있다. →TV도 보나. -‘나는 가수다’를 본 적이 있다. 임재범 씨가 아주 인상적이더라. 평소에 좋아하는 가수는 윤도현 씨다. 락 음악이 별로 대중성은 없는데, 경연을 시키니 좋더라. →자녀 교육의 원칙은 무엇인가 -아들 하나, 딸 하나 있다. 특별한 자녀교육 철학은 없다. 그저 자유방임으로 키웠다. 잘한 짓인가 잘 모르겠다.   정리 부산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票 없어서?… 어린이 외면하는 국회

    票 없어서?… 어린이 외면하는 국회

    #. 3월 4일 국회(임시회) 제2차 전체회의장 상정된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에 대해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법률의 타당성을 거듭 주장했다. 이 의원은 “대표발의는 한 사람밖에 할 수 없어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을 대표발의자로 했다.”면서 초당적 협조를 강조했다. 이 법안은 일주일 만인 11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렇게 빠른 통과는 처음 봤다.”는 말이 입법부와 행정부 안팎에서 오갔다. #. 지난달 19일 시위 장애아동 부모들이 이날 보건복지부에서 기습 점거농성을 벌였다. 부모들은 국회에서 진전이 없는 장애아동복지지원법에 항의하며 정부의 책임 있는 모습을 촉구했다. 지난해 11월 발의된 이 법안은 현재대로라면 자동 폐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동의 권리보장과 복지 증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이에 대한 법률적 뒷받침은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 관련 법안에 대한 국회의 관심은 애초부터 부족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4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18대 국회에 발의된 아동복지법 전부 또는 일부 개정안은 현재까지 모두 32건으로 이 중 처리된 법안은 1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발의한 의원이 자진 철회한 경우였다. 같은 기간 노인복지법 전부 또는 일부 개정안은 57건이 발의됐고,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26건의 법안이 처리됐다. 원안 또는 수정 가결이 4건, 대안폐기 19건, 철회 3건이었다. 대안폐기 법안은 위원회 대안으로 대체되는 형식으로 반영됐다. 대안폐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유사한 법안들을 쏟아냈다는 의미다. ‘26건 대 1건’이라는 차이는 민의를 대표하는 입법부와 우리 사회가 아동 문제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입법부가 아동 관련 법안에 소극적인 이유는 ‘표’와 직결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상정 뒤 일주일 만에 통과된 대한노인회 지원법은 정치권이 노인층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내년 총선·대선에도 정당마다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을 주된 공약으로 내놓을 태세다. 마찬가지로 보육 관련 법률이 예전에 비해 증가한 이유도 법의 혜택이 유권자인 부모에게 돌아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아동은 미래의 유권자일 뿐이다. 또 선진국과 달리 학대나 방임 등 아동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적고, 법적·제도적 토대로 미비한 사회 풍토도 배경으로 제기된다. 아동복지법이 제정된 1961년은 고아문제나 빈곤 해결 정도가 아동과 관련한 주된 과제였다. 전문가들은 현 법률이 변화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국내총생산 대비 아동가족복지지출도 0.458%(2007년)로 주요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영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영유아나 보육 등을 대표할 국회 직능대표나 이익단체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고, 이를 총괄할 범정부적인 컨트롤타워와 종합적인 계획도 없다.”면서 “성폭행, 실종사건 등 이슈 중심이 아닌 아동 전반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실종아동 대책? 5월에만 시끄럽죠”

    실종이란 말을 듣는 순간 김철상(49)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금세 표정이 굳어졌고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을 건드렸나….’ 아차 싶었다. 김씨는 “제 입장이 돼 보지 않는 한 그 심정 이해 못 할 겁니다.”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인터뷰 내내 얼굴엔 고통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2001년 6월 1일 오후 전남 강진군 강진읍 남포리에서 김씨의 딸 하은(당시 7살)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아버지 김씨는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을 비롯해 관련 정부기관을 찾아가 하은이를 찾아 달라고 울부짖었지만 헛수고였다. 생사조차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김씨 가슴에 응어리진 아픔은 그대로다. 5~6월이 되면 더욱 쓰라린다. 하은이가 어딘가에 살아 있다면, 벌써 고교 2학년이 됐을 터. 이제 그는 ‘사회 안전망 구축’을 외치는 정부를 믿지 않는다. 그는 “학교 인근 문구점, 편의점 등에 지정돼 있는 ‘아동안전지킴이집’은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면서 “그런 아동안전지킴이집이 있는지, 그 역할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학생과 학부모가 거의 없고, 집 주인조차도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자식을 잃어버린 아버지의 지독한 불신이다. 김씨는 “실종아동은 매월 발생하고 있는데, 왜 5월에만 유독 부산을 떠는지 모르겠다.”면서 “앞으로 ‘제2의 김하은’이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하은이처럼 실종아동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집 근처에서 없어지거나, 사람이 많은 놀이공원, 터미널 등에서 실종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생계형 방임’으로 인해 자녀 보호체계가 약화된 것이 실종아동이 늘어나는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방과후 보호체계 마련, 가족 친화적 노동분위기 조성 등 실종아동 예방을 위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접수된 실종아동 신고건수는 4만 5205건에 이르고, 매년 증가 추세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6년 7064건, 2007년 8602건, 2008년 9470건으로 해마다 10% 안팎 늘고 있다. 2009년 9240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1만 829건으로 처음으로 1만건을 넘어섰다. 박혜숙(39·여) 실종아동지킴연대 대표는 실종아동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박 대표는 “최근 일어나는 아동 실종은 대부분 유괴·납치와 관련돼 있거나 온라인 채팅 등 ‘사이버유인’을 통해 성범죄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교육 현장에서 관련 예방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혜미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부모가 일터에 나가 있는 동안 아이를 보호하면서 식사를 제공하고, 학습지원을 해 줄 수 있는 지역사회의 아동보호체계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스웨덴, 세계 첫 학대금지법… 美 ‘아동법’ 20개 넘어

    스웨덴, 세계 첫 학대금지법… 美 ‘아동법’ 20개 넘어

    유럽과 미국·일본 등 다른 나라는 아동에 대한 권익을 보장하고 학대나 방임을 방지할 장치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부모의 책임과 후견인, 법원의 각종 보호명령 권한, 긴급보호 조치, 보육교사의 의무 등을 아동법으로 정하고 있다. 특히 2000년 친척의 학대로 죽은 9세 소녀 ‘빅토리아 클림비 사건’을 계기로 아동권리를 수시로 모니터링하도록 했다. 지방 사회복지국이 학대 아동에 대한 실무행정을 담당하고 보호대상으로 등록된 아동은 보호계획에 따라 보호를 받는다. 아동빈곤법은 2020년까지 달성해야 할 아동 빈곤율을 법으로 규정했다. 스웨덴은 1966년 세계 최초로 아동학대를 금지했고, 1993년부터는 아동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 아동의 모든 분야에 걸쳐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준수하도록 했다. 미국은 아동 관련 연방정부 법률이 20개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각종 정책을 법적 근거가 아닌 예산사업으로 집행하지만 미국은 이를 법률로 제정해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 대한 신고의무, 보호조치, 친권제한 등을 법률로 정하고 있다. 또 아버지가 없거나 장애가 있는 아동에 대한 수당을 법률에 근거에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동학대 발생시 법원의 임시조치나 보호처분 등에 대한 조항이 없다. 예컨대 부모에게 학대 당한 아동을 보호하려고 해도 부모가 친권을 주장하면 이를 막을 장치가 없다. 친권상실 청구를 요청하거나 학대신고를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대상도 지방자치단체장 정도로 한정돼 있다. 1961년 제정된 아동복지법은 20년 전인 1981년 전문개정이 이뤄진 후 전반적인 개정은 답보상태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영화제작사 “무료초대권 남발 31억 피해”

    영화사 ‘봄’을 비롯한 23개 영화제작사가 멀티플렉스에서 무단으로 무료초대권을 발급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CJ CGV와 롯데쇼핑, 프리머스, 메가박스 등 4개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이들은 소장에서 “CGV 등은 제작자 및 투자자들과 상의 없이 개점초대권, 마일리지초대권 등의 명목으로 부금이 정산되지 않는 무료초대권을 남발해 손해를 입혔다.”면서 “피해금 약 31억 4000만원을 보상하라.”고 주장했다. 부금이란 상영관이 영화요금 중 약속된 비율에 따라 배급업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을 말한다. 국내영화는 배급사와 상영관이 5대5, 외국영화는 서울 6대4, 지방 5대5의 비율로 나눈다.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무료초대권과 관련해 CJ CGV 등 대기업이 부당행위를 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영화제작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국내배급사는 영화제작자와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들과 같은 대기업 계열사로 수직계열화돼 있어 피고들과의 공모나 방임으로 이 같은 행위를 막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관계자는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대기업의 전횡을 고쳐야만 영화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성남 ‘학교사회복지사업’ 좌초위기

    경기 성남시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시행한 학교사회복지사업이 1년도 안 돼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18일 시에 따르면 2009년 학생들의 학교적응력 향상과 정신건강 증진, 안정적인 정서발달을 위해 ‘학교사회복지활성화 지원사업에 관한 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했다. 이후 지난해 5월부터 약 9억원의 예산을 책정, 성남지역 초등학교 10개교, 중학교 11개교 등 21개 학교를 중심으로 학교 사회복지사업을 진행했다. 학교사회복지사업은 부모의 이혼이나 방임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위기가정 아이들에 대한 상담과 담배·폭력·술과 같은 유해환경 속 학생들을 전문적으로 관리·지원하는 사업으로 사업 초기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시행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 시의회가 올해 책정된 7억 7700만원의 예산 중 5억 7540만원을 삭감했다. 이후 시는 지난 3월 1차 추경을 통해 예산배정을 재요구했지만 여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사회복지사업은 오는 5월이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사업 초기 수 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학교 시설이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고용된 사회복지사들이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특히 이들이 관리하고 있던 위기 가정 학생이나 비행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이 중단되면서, 아이들은 또다시 큰 혼란에 빠지게 됐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관계자는 “전국 최초로 조례를 제정할 때와 달리 반짝 관심으로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아이들의 복지가 정치적인 논리로 흔들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는 새달 2차 추경을 통해 예산 배분을 요구할 방침이지만 시의회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결과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한성심 문화복지위원회 위원장은 “2차 추경에 앞서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시의원들 사이에서 사회복지사 대신 학교 상담교사를 활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性맹수에 노출된 아이들] 우리아이 어떻게 지키나

    [性맹수에 노출된 아이들] 우리아이 어떻게 지키나

    스위스에서는 지난 2004년 아동 성폭행범에게 예외 없이 종신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는 2005년 4월 어린이 성폭행 전과자에게 살해된 아홉살 소녀의 이름을 딴 ‘제시카 런스퍼드법’에 따라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하한 형기를 징역 25년으로 높이고, 출소 뒤에도 평생 전자팔찌를 채워 집중 감시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적지 않은 숫자의 아동 성범죄자들이 집행유예형으로 풀려난다. 실제로 이웃집에 아동·청소년 성범죄자들이 살고 있는 현실에서, 1차적인 예방 책임은 주민 스스로에게 있다. 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는 지난 8일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 주최로 열린 ‘아동 성폭력 없는 그날까지’ 간담회에서 아동성범죄 예방을 위한 제언을 내놨다. 아동센터는 우선 우리나라의 예방정책이 ‘모르는 가해자’에 대한 방어와 안전망 구축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이 70%에 이르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아동센터는 또 아동성범죄의 가장 큰 선행요인으로 불건전한 가족의 문제를 꼽았다. 학교 폭력이나 아동 방임, 신체·정서적 학대 등이 성폭력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아동센터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성폭력 예방교육에 대한 대폭적인 수정이 필요한데, 인권 보호나 강화에 대한 정신교육 및 치료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의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사이트(www.sexoffender.go.kr)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성범죄자 신상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수시로 업데이트되고, 공개기간이 끝난 성범죄자의 신상은 예고 없이 삭제된다. 학교 관계자나 미성년자 보호자 등은 주기적으로 사이트를 확인해 주변에 사는 성범죄자의 신상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보다 구체적이고 강경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주문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성범죄자의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등급을 나누고 이에 따라 정보 공개 수위를 조정한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공개한다는 것 자체만 정해져 있는데, 범행의 고위험성·재범 가능성·가족과의 동거 여부 등 세부적인 기준을 정해서 신상정보 공개 제도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아이를 24시간 따라다닐 수 없는 만큼 정보만 공개하는 것은 다소 미흡한 시스템”이라면서 “경찰에게 성범죄자들을 사후적으로 관리할 권한을 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현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어린이에 대한 성범죄는 ‘솔 머더’(soul murder·정신적 살인자)로 인생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는 범죄”라면서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한다면 화학적 거세 등을 넘어선 훨씬 더 강경한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초등학교나 어린이집 등에서 일정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만 살도록 거주지를 제한하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지혜·오이석기자 wisepen@seoul.co.kr
  • [독거노인 사랑잇기] (1부) 벼랑끝에 선 노인들 ①고령화의 그늘 ‘독거노인’

    [독거노인 사랑잇기] (1부) 벼랑끝에 선 노인들 ①고령화의 그늘 ‘독거노인’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를 보이면서 ‘독거노인’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65세 이상 노인 단독가구는 102만 1000가구에 이른다. 전체 가구의 6%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에 따른 문제가 점차 우리 사회의 시한폭탄처럼 되어가고 있다. 인구 고령화 못지않게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년 뒤에는 독거노인이 지금의 2배로 늘어나면서 10가구당 1가구가 노인 단독가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가 독거노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돌볼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들이 독거노인이 돼 단절되고 고독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 ●20년 뒤엔 독거노인 두배 늘어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 분석자료를 살펴보면 독거노인 수는 2010년 102만 1000가구에서 2020년 151만 2000가구로, 2030년에는 233만 8000가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가구 가운데 노인 단독가구 비율도 2010년 6%이던 것이 2020년 8%, 2030년에는 11.8%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혼자 사는 노인 비율은 1994년 13.6%에서 2009년 20.1%로 16년 만에 7%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다. 혼자 사는 노인이 급증한 데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인구고령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고령인구 비율이 14%에 도달해 ‘고령사회’가 되고 2028년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20%로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는 데 불과 8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프랑스는 39년, 미국은 21년, 이탈리아는 18년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심지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일본조차 12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심화된 핵가족화 현상도 독거노인의 증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이 중년층이 선호하는 거주 형태를 조사한 결과 베이비붐세대(46~55세)와 전후세대(56~59세)는 각각 93.2%, 92.8%가 ‘부부끼리 혹은 혼자 살고 싶다.’고 답했다. ‘자녀와 함께 살고 싶다.’고 답한 비율은 6%에 불과했다. 정경희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년기에 부부끼리 생활하다가 배우자의 사망에 따라 독거의 형태로 전환되는 유형이 노년기의 주요 거주형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절대 다수의 중년층이 부부끼리 혹은 혼자서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실제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독거노인의 삶은 그리 안락하거나 안정돼 있지 않다. 2009년 11~12월 전국 65세 이상 노인 6745명에 대해 조사한 ‘2009년도 전국 노인학대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독거노인 가운데 ‘친구가 없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조사 대상자의 41%에 달했다. ‘친구가 1명’이라는 응답자도 16.9%나 된 데 비해 ‘6명 이상’이라는 응답자 비율은 3.7%에 그쳤다. 독거노인 가운데 36%는 주2회 이상 단체활동에 참가하고 있었지만 전혀 참가하지 않는 비율도 25.8%에 달했다. 독거노인이 자녀와 접촉하는 빈도는 ‘주 1회 이상’이 69.5%로 가장 많았지만 8.6%는 3개월에 1회 이하로 접촉해 노인에 따라 편차가 매우 컸다. 독거노인들이 전체 노인에 비해 주변 인물이나 가족들로부터 제대로 부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 독거노인 가운데 정서적 부양을 받는 비율은 75.2%로 전체 노인의 79.7%에 비해 낮았다.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있는 비율도 84.2%로 전체노인의 91.4%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독거노인 사랑잇기 TF’ 팀장은 “독거노인은 사회적인 관계가 취약해 정서적으로 고립될 수 있고, ‘고독사’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면서 “전 사회적으로 돌봄문화를 확산시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노인들 독거노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9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독거노인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인 어려움’(43.6%)으로 나타났다. 독거노인 4명 가운데 3명은 전혀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미래에 자녀나 친지에게 의탁하는 것 외에는 대책이 없는 상태다. 독거노인 가운데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비율은 33.6%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자녀·친척(43.5%), 정부·사회단체(22.9%) 등에 의존하고 있다. 독거노인이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문제는 ‘건강’이다. 독거노인은 스스로 건강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일반 노인보다 높다. 주변의 돌봄을 받지 못해 몸 건강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실제로 그렇다. 2008년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주관적인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독거노인의 61.8%가 “건강이 나쁘다.”고 답했다. 전체 노인 가운데 같은 응답 비율은 48.7%로 10%포인트 이상의 격차가 있었다. 반면 독거노인 가운데 “건강하다.”고 답한 비율은 12.8%로 전체노인(19.6%)보다 낮았다. 하지만 경제·건강문제는 일반 노인도 모두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독거노인과 일반 노인의 가장 큰 차이는 ‘외로움’이다. 2009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일반 노인의 4.4%가 외로움을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반면 독거노인은 9.5%가 외로움을 꼽았다. 외로움은 노인들의 만성적인 우울증과 직결될 수 있으며, 방치하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복지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독거노인 돌봄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심지어 독거노인들은 식사를 하지 않거나 약을 챙겨 먹지 않아 몸이 좋지 않은데도 남의 도움을 거부하기도 한다. 자포자기의 상태에서 나타나는 ‘자기 방임’이다. 실제로 2009년 노인학대 실태조사에서 전체 노인의 자기 방임 경험률은 1.8%였지만 독거노인은 이의 2배에 가까운 3.2%로 집계됐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엄마! 스마트한 책가방 자랑하고 싶어요

    엄마! 스마트한 책가방 자랑하고 싶어요

    설 전 대다수의 학교들이 개학을 한다. 새학기를 맞는 아이들에게 설 선물로 책가방이 제격이겠다. 스포츠브랜드들은 앞다퉈 한층 ‘스마트’해진 책가방들을 쏟아냈다. 성장기 어린이의 체형에 무리가 가지 않는 인체공학적 설계에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예쁜 색상과 디자인도 갖췄다. 체형은 물론 안에 담긴 내용물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형되는 소재를 사용했다. Y자형 등판에 U자형 어깨끈을 적용, 가방이 몸에 잘 밀착돼 무게감을 덜 느끼게 해준다. 어두운 곳에서 빛을 발하는 소재를 덧대 어린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 기능도 기본이다. 무엇보다 가벼워야 좋다. 올해도 업체마다 무게줄이기 전쟁을 벌였다. 대부분의 책가방이 500~700g 사이로 예년에 비해 가벼워졌다. 엄마들이 제품을 고를 때 아이들의 성장에 무리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우선 고려하기 때문이다. 휠라코리아에서 나온 ‘아라’는 481g 초경량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어깨끈에 말랑말랑한 라텍스를 사용해 땀 배출이 뛰어나고 통풍이 잘되도록 했다. 자동차를 바퀴 모양까지 달아 그대로 형상화한 ‘볼리오’는 남자아이들의 입을 벌어지게 할 듯하다. 여야용은 광택나는 에나멜 소재에 나비, 꽃문양을 활용해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헤드도 레이싱카를 형상화한 가방을 내놨다. 급식이 일반화됐지만 물은 직접 싸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 물 주머니를 가방 안에 달아 넣어 유용하다. 케이스위스 여아용 책가방은 금세 싫증을 느끼는 여자아이들을 겨냥해 하나의 가방으로 두 가지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투웨이백’ 시리즈를 선보였다. 가방 앞판의 덮개를 지퍼로 떼었다 붙였다 하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이 제품도 가방 안에 보온·보냉·방수 기능을 갖춘 물병 전용 주머니가 달렸다. 등판이 양쪽으로 분리된 의자로 유명한 듀오백은 자사의 제품이 자세교정에 탁월한 가방임을 강조한다. 가방 밑판보다 윗부분이 넓은 거꾸로 된 물방울 모양으로 내용물을 많이 넣더라도 무게 중심을 위쪽에서 잡아줘 걸을 때 곧은 자세를 유지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등판 역시 척추의 곡선에 밀착되도록 제작됐다. 휴대용 레인커버가 들어 있어 비오는 날도 걱정 없다. 르까프는 신학기 가방 출시를 기념해 해외 어학연수 기회 제공 등 경품 행사를 진행한다. 새달 25일까지 르까프 트위터(http://twitter.com/lecaf)에 가방을 예쁘게 메고 있는 초등학생 이상 남녀 아이의 뒷모습을 촬영해 올리면 한 명을 선정해 필리핀 단기 어학연수 기회를 준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시론] ‘무상복지’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시론] ‘무상복지’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을 포함한 소위 ‘무상복지’ 논쟁이 한겨울 정치권을 후끈 달구고 있다. 국민의 관심도 뜨겁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복지가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의제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최근의 무상복지 논쟁을 지켜보는 마음은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현재 진행되는 무상복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략적 차원에서만 이루어져 자칫 복지논쟁을 복지 확대와 복지 축소의 단순 이분법적인 편 가르기로 몰고 갈까 하는 우려에서다. 이러한 우려는 무상복지라는 정치적 구호에는 몇 가지 중요한 오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오해는 무상복지는 공짜라는 인식이다. 물론 복지급여를 무상으로 받는 입장에서는 공짜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절대 공짜일 수가 없다. 이는 늘어나는 복지급여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상복지가 공짜일 수 없는 것은 그곳에 쓰이는 재원은 더 시급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다른 복지욕구에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제한된 자원 내에서의 기회비용의 문제다. 무상급식의 예를 들어보자. 모든 아동들에게 가구의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데 드는 추가예산은 1조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1조원이 많은 돈이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가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상급식에 1조원을 쓰는 것은 다른 복지욕구의 충족에 1조원을 쓰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 아동 결식의 문제는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단순히 ‘밥을 굶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빈곤 결식아동의 약 60% 이상이 가정에서의 방치 혹은 방임의 문제를 중복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동 결식의 문제는 ‘밥을 굶는’ 문제의 차원이 아니라 아동 방치와 방임 등의 문제를 포함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문제로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전체 9~11세 아동들의 약 25%가 평일 방과 후에 돌봐주는 사람 없이 3시간 이상 방치 상태에 있다는 최근 통계는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추가예산 1조원을 급식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계층까지 늘리는 데 쓸 것인가 혹은 더 근본적인 문제인 아동 방임과 방치의 예방에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두 번째 오해는 복지국가의 확대는 보편적 복지의 확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어느 국가도 모든 복지욕구를 보편적 복지로 해결할 수는 없다. 또, 그런 유례도 없다. 복지국가의 확대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적절한 조합의 확대이지, 단순히 보편적 복지만의 확대 문제는 아니다. 일견 보편적 복지가 사회복지의 가치인 평등의 추구에 더 적합해 보인다.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과정적으로는 더 평등하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는 결과의 평등을 이루는 데는 별로 도움이 못 된다. 복지욕구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모두 같은 혜택을 주기 때문에 결과적인 격차를 줄여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잘 설계된 선별적 복지가 모자란 부분을 메워주는 작용을 함으로써 결과의 평등을 이루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선택이 넓고 얇은 복지를 늘려가는 것인지 혹은 필요한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무상복지’ 논쟁이 편 가르기 식의 정략적 논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우리나라 복지체제의 큰 발전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참여정부 지분 안희정·이광재 40%… 나는 2%정도”

    “참여정부 지분 안희정·이광재 40%… 나는 2%정도”

    지난해 9월 초, 한나라당의 최고위관계자가 언론사 정치부장들과 만찬을 함께했다. 이 관계자는 “차기 대선에서 가장 두려운 야당 후보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자 서슴없이 “김두관 경남지사”라고 답변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국무총리에 발탁하려 한 것도 김 지사를 견제하기 위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같은 질문을 받은 한나라당의 또 다른 고위관계자도 김 지사를 지목했다. 그때부터 정치권에서 김 지사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빈도가 부쩍 높아졌다. 그렇다면 정작 김 지사 본인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서울신문은 지난 14일 김 지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 지사는 오후 3시 30분부터 1시간 40분 동안 서울신문사 19층 기자클럽에서 가진 이도운 정치부장과의 인터뷰에서 정치 역정과 경남지사로서의 업무,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물론 정치현안 및 2012년 대선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입장을 밝혔다. 김 지사가 취임 이후 서울에서 가진 첫 인터뷰였다. 대담 이도운 정치부장 ●경남지사 →한나라당에서 김 지사를 강적으로 지목한다. -(빙그레 웃으며) 사람 잡는 소리다. 당선이 어려운 지역에서 승리해서 그런지 역량보다 3, 4배 더 쳐주는 것 같다. 하지만 도정을 맡은 지 7개월밖에 안 됐고, 글을 잘 쓰거나 이슈 파이팅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다. 4년 동안 도정에만 전념할 생각을 갖고 있다. →취임 7개월째다. 업적을 논하기는 이르지만, 경남도에 어떤 변화가 왔나. -경남 자치 16년 역사에 시민사회와 야 4당이 지지하는 무소속 도지사가 탄생된 것 자체가 첫 변화다. 함께 출마했던 민주노동당 강병기 후보를 정무부지사로 임명하고 민주도정협의회를 만들었다. 촘촘한 복지도 시도했다. 이제 겨우 자리를 잡을까 말까 한 느낌이 든다. 나의 리더십 부족도 있고 경남의 정치 지형이 만만치 않은 이유도 있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너무 바빴다. 농담이지만 그래서 올해를 ‘노는 해’로 정했다. →촘촘한 서민복지는 어떤 의미인가. -의료개혁연대가 제안한 ‘간병인 없는 병원’ 공약을 지방선거 때 내놓았다. 사회적 기업을 통해 간병인을 하루 3교대하면 보호자 없이 24시간 환자를 간병할 수 있다. 또 영농법인과 농협이 참여하는 급식지원센터를 통해 친환경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있다. 또 틀니가 필요한 노인 5만여명 중 2만명 정도에게 무상으로 혜택을 줄 계획이다. →경남도 재정자립도가 35%인데, 전체 예산의 26%를 복지에 쓴다. 도 재정운용에 부담되지 않나. -도 예산 가운데 복지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복지·교육·환경·문화 부분에 예산과 행정력을 좀더 투입해서 삶의 질을 높이자는 거다. 복지를 강화하지 않으면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없다. →전임 김태호 지사의 정책 가운데 승계한 것이 있나. -전임 지사나 대통령이 했던 중요한 정책은 승계해서 마무리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김 전 지사의 업적 중 ‘남해안 프로젝트’는 눈에 띄는 사업이다. 84개 사업 중 올해 8개 사업부터 시작하려 한다. 김 전 지사가 특별히 잘못한 건 없는 것 같다. →김태호 전 지사의 낙마는 지방 정치인에 대한 중앙 정치인들의 텃세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동의하나. -그런 인식이 좀 있었다. 김 전 지사의 정치력과 대중친화력이 우리 정치에 도움되길 바랐는데 안타까웠다. →인사청문회 당시 경남도에서 청문 위원들에게 자료가 많이 갔다고 하는데. -국회에서 요청한 자료는 줬다. 한나라당이 143건, 야 4당이 145건이었다. 야당에 자료를 많이 줘서 그렇게 됐다는 것은 오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시의회와 대치 중이다. 동병상련을 느끼나. -의회의 견제를 받는 면에서 양상은 비슷하지만 내용은 정반대다. 나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확대하겠다고 했고 도의회는 예산을 깎았다. 그러나 서울시의 경우 의회는 하려고 하고 시장은 안 하려고 한다.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는 아직 합의의 틀을 찾지 못했다. 경남은 어떤가. -무상급식비 235억원, 노인 틀니 20억원 예산을 짰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노인 틀니 예산 전액 삭감, 무상급식 예산 118억을 삭감했다. 의회 예결위에서 노인 틀니 예산은 모두 복원됐고 무상급식 예산은 35억 복원됐다. 지난해 연말, 경남도의회와 대의적 차원에서 합의했기 때문에 무난하게 결론냈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는다. 김 지사는 몇 점을 주겠나. -나를 만난 사람들은 야박해서 그런지 30점 정도밖에 안 주는 거 같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결여돼 있다. 공권력을 남용한다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특히 현 정권 들어 경제적 민주주의는커녕 정치적 민주주의도 후퇴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정희 모델을 복원하려 했고 국민들도 삶의 질이 나아질 걸로 기대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선택에 참담한 후회를 하고 있다. 더 이상 박정희 모델이 대한민국 발전 모델이 아니란 게 증명된 것이다. ●지역 선거와 전 대통령 →6·2 지방선거에서 김 지사가 53.5%를 얻어 당선됐고, 부산에서도 민주당 김정길 후보가 45% 지지를 얻었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선거 당시 변화와 혁신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를 느낄 수 있었다. 1995년 지방선거 이후 16년 동안 한나라당이 단체장을 독점한 데 대한 비판이다. 나와 김 후보의 선전은 지역주의가 허물어졌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 흐름이 4·27 김해을 재·보선에서도 이어질까. -내가 야 4당과 시민사회의 야권 단일화 후보였다. 또 지역에서 5번 깨져도 도망 안 갔기 때문에 도지사가 됐다. 4·27 김해 선거에서도 야권 후보 단일화가 되고 후보가 경쟁력이 있으면 팽팽할 거 같다. →김태호 전 지사는 출마할 것으로 보나. -정치를 아시는 분이 김해 재·보선의 판을 키울지 의문이다. 본인이 정치 재개를 위한 시기를 언제 잡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출마한다면 야권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다. →2012 대선에서는 지역구도가 사라질까. -내가 당선된 자체가 지역주의를 넘은 거다. 노 대통령이 지역주의라는 큰 나무둥치를 8번 찍고 내가 2번 찍어 쓰러뜨렸다. 영남에서 제2, 제3의 김두관이 나와 시장, 군수도 하고, 한나라당이 호남에서도 지지 받아야 의미가 있다. 다만 2012년 총선에서 영남 유권자들이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 승리를 위해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바람이 불면 장담할 수 없다. 같은 경상도라도 경북과 경남은 많이 다른 것 같다. 결국 지역구도를 무력화시킬 카드를 제시해야 야권에 승산이 있을 거다. 특별한 변화 없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기타 진보정당이 기존 구도대로 선거를 치른다면 지역구도를 흔들기 어려울 것 같다. →6·2 선거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광재 강원지사 당선도 주목받을 만하다. 두 사람의 장점은 뭐라고 보나. -‘주식회사 참여정부’의 지분을 따지면 노무현 대표가 60%, 안희정·이광재 지사가 각각 20%를 갖고 있다. 나는 노 대통령으로부터 2% 정도 주식을 얻었다고 본다. 안·이 지사는 성골이지만 나는 진골도 아니고, 6두품쯤 되나. 그러나 성골보다 왕에게 더 사랑받은 것은 맞다. 안·이 지사는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기획자이자 동지들이다. 노 대통령은 동업자라고 했다. 정권 탄생을 공동 작품이라고 말한 지도자는 노 대통령이 유일하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분이 없다는 뜻도 되는 것 같다. 친노 정치인 가운데 누가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잇고 있다고 보나. -노 전 대통령은 한 사람이 승계하기에는 너무 큰 인물이 됐다. 노 대통령의 가치를 따르겠다고 한 사람들이 집단지성 형태로 승계해야 하지 않을까.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은 김두관이 승계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정치개혁은 유시민이, 안희정·이광재는 양극화 극복이나 경제 비전을 맡는 것이 좋지 않을까. 지금까지 노 대통령의 정치를 뒷받침했다면 이젠 자기 정치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광재·안희정 지사도 국가를 이끌만 한 재목이 된다고 보나. -검증을 받아야겠지. 지금까지는 노 전 대통령을 뒷받침한 역할이었으니까. 나도 마찬가지다. 4년 하는 걸 봐서 도지사 이상으로 할 만한 사람이다, 도지사 맡기기도 아깝다, 유권자들이 그런 판단들을 하겠지.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는 어떻게 구별되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민주개혁정부 1기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대통령만 바뀌었지 대외정책 기조는 같았다. 2012년 민주개혁 2기 정부를 수립하면 여당 소속 도지사가 돼서 예산도 많이 따겠다.(웃음) →언제까지 무소속으로 정치할 수는 없지 않나. -정치는 당이 하는 것이 맞다. 솔직히 당선되고 싶어서 당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래서 색깔 있는 무소속이라고도 하고 4당 대표 야권 도지사라고도 한다. 도지사로 있는 동안 정당 가입을 안 한다고 약속했다. 4년 끝나고 나면 뜻이 같고 괜찮은 당을 선택할 것이다. ●2012년 대선 →현재 대한민국에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보나. -애국심, 통찰력, 정책 역량이다. 거기에다 국민과 소통하고, 전문가들 의견을 잘 수용한다면 누구나 국가를 경영할 수 있다고 본다. →2012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무엇일까. -복지가 아닐까 싶다.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제대로 못 간다. ‘줄푸세’를 주장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까지 생애주기별 복지를 이야기할 정도 아닌가. →2012년 대선 때는 여야 후보 중 누가 유리할까. -2007년처럼 500만표 싸움으로 가진 않을 것이다. 야권 단일후보가 결정되면 40% 지지율이 될 거고, 여권 후보도 비슷한 지지율이 될 거다. 나머지 20% 놓고 11%를 차지하려는 싸움 아닐까. 이회창·김대중 후보와 노무현·이회창 후보 당시 격차 정도 날 것 같다. →박근혜 대세론이 강하다. 인정하나. -현재 흐름은 인정하지만 아직 대선이 2년 남아 있고 야권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시간이 좀더 가야 대세론의 실체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정치인 박근혜’는 잘 몰라서 평가하기 어렵다. 옛날엔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평가가 강했는데 이제는 ‘박근혜’라는 독자적 이미지를 굳힌 느낌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 등 국민들이 찬반으로 갈린 정책에 대해 국정을 책임지겠다고 하는 분이 입장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가 싶다. →민주당은 수권 능력이 있다고 보나. -민주정부 10년의 국정운영 경험을 갖고 있는 분이 많고 야권의 대표 정당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민주당만으로는 집권이 어렵다. 그렇다고 민주당을 빼고 집권할 수 있겠나. 그래서 손학규 대표도 야권 연대를 말하는 것 아니겠나. →2012년 야권 대선후보를 꼽는다면.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 국민참여당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 박원순 변호사 정도 아닐까 싶다. →일부에서 김 지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합하면 완벽한 후보라고 한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하다. 두 분 가운데 누가 낫다고 생각하나. -유 전 장관이 월등하게 경쟁력 있다. 확실한 지지층을 갖고 있고 젊은층에 인기가 많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도 강하고 지적 능력도 뛰어나다. →김 지사 본인의 차별적인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시민들과 소통이 가장 잘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바닥에서 커서 그런지 주민들과 유대감이 강하다. 새 역사는 변방으로부터 온다는 말이 있다. 기존 우리 사회를 주도했던 쪽에 많은 경험이 없는 게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지 않을까. ●정치 역정 →1986년 구속됐는데 이재오 특임장관은 본인 탓이라고 미안해하더라. -이 장관 때문에 구속된 건 아니다. 1986년 당시 이 장관이 서울 민통련 부의장이었고 내가 사회팀 간사였다. 직선제 개헌투쟁을 할 때 청주로 내려갔다가 잡혀서 바로 구속됐다. 100일 감옥살이하는 동안 고향으로 가서 농민운동하면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겠다 생각했다. 오늘의 김두관을 만든 계기다. →1989~95년 남해신문을 발행했다. 언론관이 무엇인가. -언론이 도정이나 정치 비판하는 건 좋다. 다만 침소봉대하는 것은 곤란하고, 섭섭하다. 특히 정치적 왜곡과 편향이 너무 심하다. 그렇게 되면 영향력은 있을지 몰라도 좋은 신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참여정부 시절에 기득권적 입장에서 과도한 비판을 한 것은 섭섭했다. →최연소 군수를 거쳐 최연소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다. 최연소라는 데 의미를 두나. -노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시골 군수를 행자부 장관으로 앉히지 않았을 거다. 고건 총리와 몇분이 굉장히 반대했는데, 노 전 대통령이 나를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적임자로 밀었다고 했다더라. 주민투표제 도입을 발표한 날, 고 총리가 전화를 걸어 ‘협의도 안 하고 왜 한건주의로 했느냐.’고 질책했다. 다음날 아침 노 대통령도 전화해 ‘너무 빠른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쯤 되면 장관이 꼬리 내리는데 내가 밀어붙이는 기질이 있다. 그 법이 통과돼 제주특별자치도가 탄생했다. →행자부 장관을 거치며 공무원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게 됐나. -공무원은 행정개혁 주체이자 대상이다. 공무원을 혁신의 동력으로 써야 한다. 확정된 정책을 실행하는 면에선 공무원만 한 조직이 없다. →신고된 재산이 3800만원이다. 청빈도 좋지만 돈이 너무 없어 걱정은 안 되나. -1998년 남해군수 선거 당시 재산은 2000만원이었다. 당시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가 ‘자기 가정 살림도 못하면서 남해군 살림을 어떻게 맡느냐.’고 몰아세웠다. 남해신문 운영하느라 물려받았던 논밭도 다 팔아치웠다. 군수 7년 동안 연봉을 5000만원씩 받았지만, 군수 마치고 나니 빚만 1억 5000만원 남았다. 선출직 나서는 사람은 돈을 모을 수가 없다. 노 전 대통령 유서 중에 ‘너무 많은 사람에게 신세졌다.’는 말이 있는데 가슴 깊이 와닿는다. →자녀 교육은 어떻게 했나. -자유방임이었다. 딸은 중국 인민대 4학년이고, 아들은 군대 갔다 와서 올해 경남대에 입학한다. 공부를 썩 잘하진 못해도 착하게 커줘 고맙게 생각한다. →군 복무는 어떻게 마쳤나. -경기도 의정부에서 육군 병참병으로 30개월간 복무했다. 군 생활 속에서 우리 사회의 모순을 많이 느꼈다. 보직과 계급에 따른 불평등 같은 것들이다. 군 생활하면서 한번도 졸병들에게 구타나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군 동지들과 지금도 만난다. 이 친구들이 후원금도 모아준다. 정리 구혜영·유지혜기자 koohy@seoul.co.kr
  • 美·中 ‘무역불균형 해소’ 동상이몽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이 다가오면서 미국과 중국 간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후 주석 간 정상회담에서 심도 있게 논의될 위안화 절상, 통상 등 경제 분야가 특히 그렇다. 공격 주도권을 잡은 미국은 연일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게리 로크 미 상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미국의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를 거론하며 중국을 상대로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실질적 행동을 취하라고 촉구했다. 로크 장관은 미·중 전국무역위원회 연설을 통해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대중 수출은 12배가 증가한 반면 대중 수입은 30배 이상 늘었다.”면서 “10년 동안 중국은 대규모 무역흑자를 거뒀으며 중국의 증가하는 경제력과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난을 감안할 때 현 상태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520억 달러로 이 같은 추세라면 지난 일년간 무역적자는 2008년의 268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전날 위안화 문제를 꺼내 중국을 압박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존스홉킨스대 연설에서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6월 이후 6개월간 3%, 연간 명목상승률이 6% 상승하는 데 그쳤다.”면서 “위안화 가치가 연간 10%는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안화의 빠른 가치 상승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국은 물가 상승 압박과 자산가격 상승이라는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며 이는 중국의 미래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중국은 ‘위안화 절상으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다.’며 방어막을 쳤다. 중국 외교부의 추이톈카이(崔天凱) 부부장은 14일 “위안화 환율 시스템 개혁은 중국의 국익 등에 바탕을 두는 것”이라며 미국 등의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훙레이(洪磊)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양국의 무역 불균형은 국제적인 산업 분업화가 초래한 것으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상품의 수출 제한도 하나의 원인”이라며 협상을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위안화 환율과 관련해서도 “시장 수급의 변화에 따라 환율에 탄력성을 더욱 부여하는 가운데 위안화 환율을 합리적이고 균형 있는 수준으로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후 주석의 이번 방미를 ‘석우지려’(釋憂之旅·우려를 푸는 여행)로 명명하는 등 방미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중국 입장에서 위안화 절상과 미국 제품 수입 확대 등 어느 정도의 ‘성의’를 보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위안화는 지난 13일 드디어 1달러당 6.5위안대까지 절상됐다. 후 주석 방미를 앞둔 ‘방임’ 성격이 짙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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