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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 품었던 읍성, 일상 지켜준 도성

    일상 품었던 읍성, 일상 지켜준 도성

    경기 광주시 청량산 일대에 위치한 남한산성은 본성과 외성까지 포함한 성곽의 총길이가 1만 2335m, 면적 220만 9270㎡에 달하는 국내 최대 산성이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남한산성은 안쪽은 낮고 얕으나 바깥쪽은 높고 험해서, 청나라 군사들이 처음 왔을 때 병기라고는 날도 대보지 못했고, 병자호란 때도 결코 성을 함락시키지 못했다”고 했다. ●병자호란 피란수도, 남한산성 광해군을 폐위시키는 군사 반정으로 즉위한 인조는, 이듬해인 1624년 이괄의 반란으로 한양을 뺏기고 공주로 피란하게 된다. 혹독하게 고생한 그해 임금의 입보와 조정의 파천이 가능한 남한산성을 수축하게 된다. 1636년 병자호란을 당한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옮겨 45일간 수성으로 침략을 버틴다. 화력과 기동력에서 열세였던 조선군 1만 3000여명으로 수십만의 최정예 청군을 대항할 수 있었던 것은 산성의 견고함 때문이었다. 결과는 일방적인 패전과 치욕적인 항복이지만 산성이 함락된 것이 아니라 원군과 물자의 결핍으로 스스로 무너진 것이다. (…) 용골대가 통역 정명수에게 말했다. -단단해 보인다. 산골나라에는 저런 성이 맞겠어. -조선은 성안이 허술합니다. -허나 성벽은 날카롭구나. 깨뜨리기가 쉽지는 않겠어. -바싹 조이면 깨뜨리지 않아도 안이 스스로 무너질 것입니다. -그리 보느냐. 듣기에 좋다. (김훈의 ‘남한산성’에서)산성의 위치는 절묘하다. 서울의 동쪽 흥인지문을 나와 살곶이다리로 중랑천을 건너 광진나루에 다다른다. 배로 한강을 건너 평야지대를 지나면 남한산성에 입성할 수 있다. 빨리 걸으면 대략 8시간, 한나절 거리다. 병자년 12월 9일 압록강을 넘은 청나라의 기병들은 빛의 속도로 남하해 12월 14일 개성에 도착했고, 바로 그 시간 인조는 궁궐을 떠나 당일 남한산성에 입보할 수 있었다. 남한산성은 평균 고도 450m의 고지에 떠 있는 천혜의 요새다. 봉우리와 능선을 연결해 약 10㎞의 본성을 쌓았다. 청량산 일대에는 신라시대 쌓았던 주장성이 폐허로 남아 있었다. 인조 대의 남한산성은 대략 기존 주장성의 흔적을 따라 돌로 견고하게 쌓은 것으로 추정한다. 이처럼 대규모의 산성을 2년이라는 단기간에 완성하기 위해 택한 나름 현명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때 완성한 본성은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성 밖에 있는 벌봉이나 남한봉은 안의 봉우리들보다 40여m 높아 성안을 들여다보는 고지였다. 중장거리포로 무장한 청군은 이곳에 화포를 설치해 산성 안을 무차별 공격할 수 있었다. 이 결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후대에 벌봉을 감싸는 봉암성을 쌓고, 남한봉과 연결하는 외성인 한봉성을 쌓게 된다. 또한 성 밖의 능선을 확보하기 위해 남문 근처에 3개 옹성을 덧붙여 쌓았다. 완벽한 방어용 산성으로 보완됐지만 이후에는 재래식 외침도, 재래식 수성도 없었다.●산성수축론에서 산성거주론까지 한국과 같은 산악 국가는 곳곳에 산성을 쌓고 이를 거점으로 방어망을 형성하는 것이 전통적인 군사전략이었다. 고구려는 산성의 나라라 할 정도로 수많은 견고한 산성을 경영했다. 인구 2만명의 안시성이 당나라의 수십만 대군을 물리치지 않았던가. 특히 수도 방어를 위해 국내성 인근에 환도산성을, 평양성 뒤에 대성산성을 쌓았다. 평상시에는 평지 도성에서 일상을 영위하지만, 유사시에는 배후 산성에 입보해 침략으로부터 지켜 냈다. ‘평성과 산성’이라는 2성제는 백제와 신라는 물론 후속 왕조인 고려도 채택한 전통적인 도성 방어체계였다. 조선 왕조는 군사용이 아닌 한양성만 쌓았을 뿐 도성 방어용 산성을 만들지 않았다. 대국인 명나라나 야만국인 일본이 수도를 함락할 정도로 전면 침략할 리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진왜란 발발 20일 만에 수도가 함락되고 조정은 국경인 의주로 파천했다. 전시 재상인 유성룡은 무기력한 조선의 방어체계를 개탄하며, 유사시에 대비해 튼튼한 산성을 마련하자는 산성수축론을 주장하게 된다. 남한산성은 산성수축론이 실현된 본격적인 예다. 산성은 수축과 관리에 막대한 자원이 소요된다. 또한 산성 수호에 성공한다 할지라도 성 밖의 백성과 재산을 지키지 못하니 무슨 소용이 있는가. 산성무용론을 펼친 실학자 유형원은 평소 생활 터전인 읍성의 방어 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읍성보강론을 주창했다. 이 주장은 설득력을 가져 여러 지방의 읍성을 마치 산성과 같이 방어용으로 개축하게 된다. 읍성보강론은 결국 1797년 수원화성 건설로 결실을 맺었다.그러나 아무리 튼튼해도 읍성은 지리적 한계로 인해 방어력이 떨어진다. 일본에 포로로 끌려갔던 강항은 산성에 인구를 유입하고 거주 기능을 높이자는 산성거주론을 주장했다. 군사적인 산성 안에 본격적인 생활기능을 담을 수 있다면 거주와 방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높은 곳의 산성은 지리적 접근이 어렵고 내부 토지도 좁아 인구 유입에 한계가 많다. 산성 거주를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1683년 남한산성에 광주유수부를 설치하게 된다. 유수부란 수도권의 광주, 강화, 개성, 수원에 둔 군사·행정을 통합한 특별 통치 단위였다. 광주유수부에는 6000명이 넘는 군인과 수백명의 지방 관료와 그 가족들이 이주했다. 또한 세금 감면과 경작지 제공 등 혜택을 줘 1000호, 4000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산성도시가 됐다. 남한산성의 진정한 가치는 이 높은 분지에 도시가 이뤄졌고, 유수부가 폐지된 1917년까지 2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 번성이 유지됐다는 사실에 있다.●상황 따라 기능 달라지는 이중적 도시 구조 이 산성도시는 평시에 일반적인 읍성과 같이 기능하지만, 유사시엔 임시 도성이 되는 이중적 성격을 가졌다. 도시의 뼈대 역시 이중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남문·북문을 이루는 간선도로의 중앙에 동문으로 통하는 중심도로가 접속한, 丁자형 가로를 이룬다. 그 교차점에 종각이 있고, 그 뒤에 행궁을 뒀다. 동서 관통로인 종로에 남대문로가 접속한 한양의 도로체계와 유사하다. 또한 행궁과 경복궁의 위치도 비슷하다. 지형에 따라 방위만 바뀌었을 뿐 한양 도시체계를 축소 반복한 임시 도성의 모습이다. 일반적인 읍성의 중심은 객사다. 행궁 남쪽에 객사인 인화관을, 그 뒤로 관청들을 뒀다. 동문로에는 큰 물줄기가 흐르는데, 물줄기 양쪽에 나란히 두 개의 도로가 놓였다. 한 길은 행궁으로 통하고, 다른 한 길은 객사로 통한다. 다시 말해 하나는 도성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읍성의 길이다. 두 길 사이의 공간에는 장터와 군사훈련장, 공공 정원인 지수당 연못을 둬 공공 지역으로 설정했다. 지수당 연못은 원래 3개로 경관용인 동시에 저수지 역할까지 했는데, 현재는 2개만 남아 있다. 연무관 앞의 훈련장과 장터는 세계유산센터와 주차장, 일반 음식점들이 어지럽게 들어서 흔적이 없어졌다.행궁의 규모는 비록 작지만 왕궁의 격식을 따라 외전과 내전을 중첩시켰다. 눈에 띄는 것은 행궁 뒤 북쪽 산 옆에 자리한 좌전이라는 건물군이다. 도성의 종묘에서 역대 임금들의 위패를 가져와 모시는 임시 종묘인 셈이다. 행궁의 남쪽 지역에는 우실이라는 사직단을 뒀다고 한다. 제왕이 있는 도성이 되려면 좌측에 종묘, 우측에 사직단을 설치해야 한다는 이른바 ‘좌묘우사’의 원칙을 충실히 따른 결과다. 공공 지역과 시설 주위로 자리한 1000여호의 민가에서는 수천명의 주민이 농사뿐 아니라 수공업과 상업 등에 종사하며 다양한 도시적 일상을 살았다. 한창때는 효종갱이라는 아침 죽을 한양까지 배달할 정도로 여러 특산물의 산지였다. 남한산성 400년의 역사에서 병자호란 45일은 비일상적인 특수한 기억일 뿐이다. 대부분의 시간은 산성도시로 번성했고, 천주교의 순교지이자 구한말 의병운동, 일제 독립운동과 애국계몽의 근거지였다. 해방 후 남한산성은 수도권의 중요한 관광지로 여전히 번성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국제적인 명소가 됐지만 성곽만 부각될 뿐이어서 늘 아쉽다. 특별하고 의미 있는 도시 구조가 재건된다면 명실상부한 산성도시가 될 것이다. 성곽은 이미 날카롭다. 내부의 산성도시가 건강하게 살아난다면 남한산성은 영원히 마르지도, 깨지지도 않을 것이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적에서 동지로… SKT·카카오 손잡고 ‘글로벌 경쟁력’ 키운다

    적에서 동지로… SKT·카카오 손잡고 ‘글로벌 경쟁력’ 키운다

    통신·커머스·콘텐츠·미래ICT 전방위 제휴 ‘시너지협의체’ 신설… R&D 협력도 추진 ICT 분야선 국가·사업자 간 경계 사라져 “새 경험·가치 제공…글로벌 기업과 경쟁”“최태원 회장과 문자가 많은 이유는 최 회장이 SK 회장이라 문자를 고집스럽게 썼기 때문이다.” 2017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판에서 자신의 통신 내역을 설명하던 도중 나온 발언이다. 다른 이들과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로 연락하지만, 최 회장과는 통신사 문자로 소통했다는 토로 때문에 최 회장의 문자 습관이 드러났다. 이처럼 경쟁 관계로 분류되던 두 회사 SK텔레콤과 카카오가 지분을 맞교환하고 제휴에 나섰다. 메신저나 내비게이션 분야를 떠올리면 ‘적과의 동침’이지만, 콘텐츠·플랫폼 산업까지 시야를 넓히면 개방·협력할 영역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28일 전략적 제휴를 맺고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은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카카오에 매각하고, 카카오는 신주를 발행해 SK텔레콤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맞교환한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카카오 지분 2.5%를, 카카오는 SK텔레콤 지분 1.6%를 각각 보유한 주주가 된다. 두 회사는 통신, 커머스, 디지털 콘텐츠,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등 4대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실상 두 회사 간 겹치던 사업 전부에서 협력한다는 뜻으로, 사업과 서비스뿐 아니라 연구개발(R&D) 협력도 추진하기로 했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지속적인 협력 구조를 만들기 위해 두 회사 간 ‘시너지협의체’를 신설할 계획이다. SK텔레콤 유영상 사업부장과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가 시너지협의체의 대표 역할을 수행한다. SK텔레콤의 본업은 통신 서비스, 카카오의 본업은 스마트폰 메신저였지만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일상화되면서 곳곳에서 서비스가 겹쳐 왔다. 모빌리티 영역에서 SK텔레콤의 ‘T맵’과 ‘카카오 내비’, 또는 ‘카카오 택시’와 SK텔레콤의 ‘T택시’가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식이다. 이처럼 ICT 분야에서 국가·사업자 간 경계가 무너지는 가운데 SK텔레콤과 카카오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승적으로 손을 잡았다고 밝혔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업부장은 “카카오와의 이번 파트너십이 대한민국 ICT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두 회사가 글로벌 업체와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현대자동차그룹, 자율주행 글로벌 협업… 미래차 ‘게임 체인저’로

    현대자동차그룹, 자율주행 글로벌 협업… 미래차 ‘게임 체인저’로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2조 4000억원을 ‘베팅’하며 미래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다. 현대차그룹의 투자와 협업은 미국의 자율주행 기술 업체 앱티브와의 합작회사 설립 이외에도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현대차그룹의 과감한 도전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서 투자와 협력을 이끌어 내고자 지역별 특색을 고려한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 그랩에 2억 7500만 달러(약 3200억원)를 투자했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에서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을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인도의 1위 카헤일링 기업인 올라에 3억 달러(약 3500억원)를 투자하고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인 미국의 미고, 호주의 카넥스트도어와도 전략 투자를 통해 협업에 나섰다. 러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스콜코보 혁신센터와도 손잡고 차량 구독 서비스인 ‘현대 모빌리티’를 선보일 계획이다. 아울러 중동 지역 최대 카헤일링 업체인 카림에도 올해 연말까지 차량 5000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서울과 제주, 대전 등에서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를 활용한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플랫폼 제트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형 모빌리티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물류 업체 메쉬코리아와 마카롱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에도 전략적 투자를 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의 글로벌 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 기반 통합 제어기와 센서를 개발하고자 미국 인텔, 엔비디아와의 협력에 나섰다. 중국의 바이두가 주도하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고성능 레이더 개발 스타트업인 미국의 메타웨이브, 라이다 개발 스타트업인 이스라엘의 옵시스, 미국의 AI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 등에도 전략 투자했다. 지난 6월부터는 미국 자율주행 기술 업체 오로라와 손잡고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한 협력을 이어 오고 있다. 자동차와 통신이 결합한 ‘커넥티드카’ 서비스 분야에서도 아낌없는 투자와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스라엘의 커넥티드카용 통신 반도체 칩셋 전문기업 오토톡스, 사고 차량 탑승객의 부상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기업 엠디고, 스위스의 홀로그램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개발 업체 웨이레이에 전략투자하고 커넥티드카 서비스 고도화에 나섰다. AI 음성인식 분야에서는 국내 카카오 아이, 미국의 사운드 하우스와 뉘앙스, 중국의 바이두 등과 협업하고 있다. 전기차(EV) 부문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 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유럽 최대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업체인 아이오니티에 전략투자하고 BMW, 다임러, 폭스바겐, 포드와 똑같이 20%의 지분을 갖게 됐다.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하이퍼 전기차 업체 ‘리막’에도 1000억원을 투자하고 고성능 전기차 공동 개발에 나섰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시민사회단체, “촛불 3년, 민의 실현 지체”

    시민사회단체, “촛불 3년, 민의 실현 지체”

    탄력근로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 일부 정책 역주행 시민사회단체들이 2016년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했던 촛불집회 이후 3년간 적폐 청산과 사회 개혁이 지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진보연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진보진영 단체가 연대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연대회의)는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면적인 사회 개혁을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3년 동안 일부 개혁이 진행되기도 했지만, 촛불 민의의 실현이 지체됐다”며 “일부 영역에서는 역주행의 조짐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벌개혁,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 교육개혁, 국방개혁, 국정원개혁 등 전방위에 걸친 전면적 개혁만이 촛불 민의를 실현할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꼼수 정규직화, 탄력근무제 적용기간 확대, 주52시간 근무제 계도기간 부여와 처벌 유예, WTO(세계무역기구) 개도국 지위 포기 등을 민의를 거스르는 정책으로 지목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국민 소득을 올리고, 비정규직 없애겠다 했지만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책 모두 사실상 후퇴하거나 중단되고 있다”며 “거꾸로 재벌 대기업을 위한 규제완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권력 남용, 유착과 특권을 없애고, 사회불평등을 해결하는 일에 우리가 모두 초심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새달 22일 종료 앞둔 지소미아… 美 ‘연장’ 강력 압박

    새달 22일 종료 앞둔 지소미아… 美 ‘연장’ 강력 압박

    美 합참의장도 새달 중순 한일 연쇄방문 한일 문제는 외면한 채 ‘내정간섭’ 지적도다음달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미국 측이 적극적인 연장 노력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 측이 한일 간 풀어야 할 본질적 문제는 외면하고 지소미아 연장을 위한 개입만 강하게 하면서 일각에서는 ‘내정간섭’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26일 도쿄에 있는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소미아는 미국에도 일본에도 그리고 한국에도 유익하다”면서 다음달 5일 방한 때 한국 정부를 상대로 종료 결정의 재고를 요청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일 양국이 한층 폭넓은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일 공동 정책포럼 참석차 일본에 온 스틸웰 차관보는 다음달 5일 방한한다. 이때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재고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2014년 체결된 한미일 방위기밀정보공유 각서로 역할을 대체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유효하지 않다. 정보공유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없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도 다음달 중순 한일을 연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소미아 유지를 위한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교도통신은 이날 “지난달 30일 취임한 밀리 의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한일 양국 방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며 “야마자키 고지 일본 통합막료장과 회담하고 아베 신조 총리, 고노 다로 방위상을 면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한국 합참이 “11월 14일 서울에서 열리는 44차 한미군사위원회 회의(MCM)에 밀리 의장이 참석한다”고 발표한 만큼 그의 일본 방문은 그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김영철 건재 확인… 北 외무성 중심 대미협상 측면지원 나선 듯

    김영철 건재 확인… 北 외무성 중심 대미협상 측면지원 나선 듯

    김계관 이어 3일 만에 고강도 메시지 전문가 “대미 협상라인 복귀는 아닌 듯” 北 ‘연말 시한’ 조바심… 美 압박 최고조‘하노이 노딜’의 책임을 지고 권력 핵심에서 배제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27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 담화에서 강도 높은 대미 메시지를 발산하면서 건재가 확인됐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다만 그가 대미 협상라인에 복귀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이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대화 결렬 이후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뢰 속에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협상 실무를 총괄하되 과거 협상을 이끌었던 김영철·김계관(외무성 고문) 등이 ‘험한 소리’로 연말 비핵화 시한을 압박하는 등 측면 지원 방식으로 역할 분담을 한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통일부 관계자는 “담화문을 볼 때 전처럼 복귀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건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하노이 이후 북한 대미라인은 통전부 중심에서 외무성 중심으로 바뀌었다”며 “김 부위원장이 1·2차 북미 정상회담 경험을 바탕으로 활용되는 측면인지, 실질적으로 당 중앙위 차원에서 관여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파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담화에서 북미 정상의 친분을 강조하며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고 밝힌 데 이어 3일 만에 김 부위원장이 수위를 높여 ‘연말 시한’을 압박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부위원장이 북미 협상라인에 다시 들어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관계가 좋다’면서 상황 관리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조바심과 답답함이 있는 북한으로선 외무성은 험악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협상 포지션을 갖고 가야 하기 때문에 한발 떨어져 있지만 과거 협상 책임자였던 김영철·김계관이 측면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도 “대미 협상은 외무성 중심으로 움직이는 게 확실하다”며 “전방위적으로 미국을 압박해야 하니까 김 부위원장까지 등장한 것”이라고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김계관·김영철이 나서는 것은 김 위원장의 의중을 좀더 직접적으로 전하기 위한 의도일 것”이라고 했다. 반면 스톡홀름 실무대화 결렬 이후 대미 협상에 있어 김 부위원장의 영향력이 부분적으로 회복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한때 주변으로 밀려났지만 외무성 주도의 스톡홀름 회담이 결렬되면서 부분적으로 영향력을 회복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북핵 문제 갈 길 멀어…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북핵 문제 갈 길 멀어…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북한 문제는 지금 28년째다. 그간 거둔 성과도 크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먼 만큼 평화의 큰 물줄기를 만들어 간다는 비전을 갖고 임하겠다.” ●“방위비 등 한미동맹정신하에 해결 기대” 이수혁 신임 주미 한국대사는 25일(현지시간) 취임 일성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비핵화 협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가져갈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이 대사는 이날 워싱턴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취임식 후 특파원들에게 “(북핵 협상을) 전망하기 어렵고 전문가들의 전망이 맞아 본 적이 별로 없어서 난감하다”며 “북핵 문제가 무력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지 않고 ‘이 문제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소 소신과 철학을 바탕으로 해 사태가 전쟁 국면으로 치닫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게(관리가) 외교가 할 일이다. 단시간 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은 핵 외교의 역사가 말해 주고 있다”면서 “각오를 더 단단히 하겠지만 위기감을 느낄 사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사는 이날 취임사에서 “앞으로도 방위비 분담 등 이슈가 있지만 동맹정신하에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 관련 사안도 대사관 차원에서 필요한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美, 한국 방위비 분담 책임 거듭 촉구 한편 미 국무부는 이날 ‘막대한 비용’을 거론하며 한국의 ‘공평한 방위비 분담 책임’을 거듭 촉구했다.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지난 23~24일 열린 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2차 회의가 입장 차만 확인하고 마무리되자 대폭의 증액 요구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잇달아 동맹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촉구하는 압박성 발언을 내놨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방한 앞둔 스틸웰 미 차관보 “지소미아 한국에도 유익”

    방한 앞둔 스틸웰 미 차관보 “지소미아 한국에도 유익”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다음 달 22일 효력이 종료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한국에도 유익하다면서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재검토를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교도통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스틸웰 차관보가 지난 26일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소미아는 한미일에 유익하다”고 밝히고 다음 달 5일 한국을 방문할 때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재검토를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스틸웰 차관보의 발언은 ‘지소미아 효력이 유지돼야 한다’는 미 국무부의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다. 미 국무부는 청와대가 지난 8월 22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발표한 직후 논평을 통해 “미국은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또 스틸웰 차관보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을 통해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지소미아와 같은 안보협정의 가치가 다시 강조되고 있다”면서 지소미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스틸웰 차관보는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2014년 체결된 한미일 방위기밀정보공유 각서를 근거로 군사정보를 계속 공유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보 공유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라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스틸웰 차관보는 한국을 겨냥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에서 비롯된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중재할 입장이 아니다”라면서 “경제 문제가 안보 문제로 파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일본경제연구센터와 일본국제문제연구소가 미일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를 초청해 해마다 개최하는 정책포럼인 제6차 후지산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27일 일본에서 미얀마로 이동해 오는 30일까지 머물고,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뒤 태국을 거쳐 다음 달 5일 한국을 방문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예비군 정예화, 왜 늘 ‘헛구호’에 그쳤나

    [밀리터리 인사이드] 예비군 정예화, 왜 늘 ‘헛구호’에 그쳤나

    내년 동원훈련비 4000원 인상 계획실비 3만 9000원 수준에도 못 미쳐내년 국방예산 대비 동원예산 0.41%‘1%대 예산 확보’ 여전히 갈 길 멀어‘예비군 정예화’는 늘 군 당국의 고민거리입니다. 특히 짧은 훈련 기간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군 내부에서는 동원훈련 기준으로 ‘2박 3일’인 훈련시간을 2배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호주(7~50일), 미국(15~39일), 이스라엘(54~84일) 등 해외 국가와 비교해 우리 예비군 훈련기간이 짧은 것은 맞습니다. 27일 한국국방연구원이 발간하는 ‘국방논단’ 중 ‘합의형성 관점에서 본 예비군 훈련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군 내부에서는 예비군 전력 강화를 위해 최소 훈련기간이 ‘4박 5일’은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2017년 기준 모 사단의 동원훈련 프로그램을 일차별로 살펴보면 1일차에 인도인접 및 부대증편, 직책 수행 훈련, 단결활동, 2일차에 전투준비태세 및 작계수행 훈련, 3일차에 병 기본훈련, 개인화기 사격, 안보교육이 포함돼 있는데 빡빡한 일정을 급하게 소화하다보니 ‘수박 겉핥기식’ 훈련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청년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한 것 같습니다. 심지어 무작정 훈련기간을 늘리는 데 대해서는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동원훈련 보상비 인상계획 첫 해부터 차질 지난 3월 육군은 경기 남양주 56사단 금곡 예비군훈련대에서 ‘예비전력 정예화 추진방향 설명회’를 갖고 예비군 동원훈련 보상비를 올해 3만 2000원에서 2022년까지 3배 수준인 9만 1000원으로 인상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보상비를 2024~2033년까지 21만원으로 높인다는 계획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시작부터 제동이 걸리는 모습입니다. 국방부가 지난 8월 발표한 내년도 국방예산안의 동원훈련 보상비는 올해 3만 2000원에서 겨우 4000원 인상된 3만 6000원에 그쳤습니다.국방부는 당초 올해 2배 수준인 7만 2500원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재원 부족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마다 보상비를 최소 2만원은 올려야 계획대로 9만원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데 첫 해부터 계획에 빨간불이 켜진 셈입니다. 국방예산에서 예비전력 예산 비중을 1%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하루이틀 나온 얘기가 아니지만 늘 ‘헛구호’라는 비판에 직면해왔습니다. 예비전력 예산은 2015년 1275억원(국방예산 대비 0.34%), 2016년 1231억원(0.32%), 2017년 1371억원(0.34%), 2018년 1325억원(0.31%), 2019년 1703억(0.36%) 등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0.3%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일부 사업장 ‘예비군 무급휴직’ 불법 횡행 국방논단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까지 4500명 가량의 ‘비상근 간부예비군’을 확보하기로 했지만 올해 현재 목표 달성률은 22.5%(1023명) 수준이고, 2023년까지 40개를 창설하기로 한 ‘과학화 예비군훈련대’ 역시 현재 5개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사업장에서 예비군 훈련을 이유로 해당자를 ‘무급’ 처리하는 불법이 횡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비군법 제10조는 ‘다른 사람을 사용하는 자가 그가 고용한 사람이 예비군대원으로 동원되거나 훈련을 받을 때에는 그 기간을 휴무로 처리하거나 그 동원이나 훈련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을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합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 등 단기 일자리를 중심으로 무급처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사업장에서는 노동자에게 ‘휴가를 내고 훈련을 다녀오라’고 종용하기도 합니다. 업주를 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불법을 꾹 참고 넘어가는 사례도 있습니다. 회사 업무에 밀려 반 강제로 보충훈련을 받게 된 노동자가 ‘취업규칙에 보충훈련은 유급처리하라는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무급처리되는 사례도 나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강력한 단속 대책이나 홍보 대책을 내놓기는 커녕 예산당국은 소속직장에서 유급휴가를 받기 때문에 예비군 보상비가 ‘이중수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또 “근로계약 관계가 아닌 ‘국방의 의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수준의 급격한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올해 기준 동원훈련 보상비 ‘3만 2000원’은 하루치가 아닌 ‘3일치’라는 점에서 청년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습니다.한국전략문제연구소는 지난해 4월 현역장병 402명, 동원훈련 예비군 653명, 일반훈련 예비군 609명, 민방위대원 189명, 입대 전 청년 176명 등 20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예비군 훈련비가 ‘적정하다’고 응답한 인원은 11.9%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부족하다’고 여기는 비율은 63.9%나 됐습니다. 예비군 일당 적정수준은 지난해 최저임금 수준인 ‘6만원’(31.4%)과 보통인부 노임단가 수준인 ‘10만원’(31.7%)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국방예산 1% 수준 예산 확보 절실 예비군만 조사했더니 동원훈련 교통비와 식비로 평균 ‘3만 8960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내년에 훈련 보상비를 3만 6000원으로 인상해도 훈련 실비에도 못 미친다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5일 ‘예비군의 날’ 기념식에서 “예비전력 예산을 국방예산의 1%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예산 확대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편성한 내년 예비전력 예산은 지난해보다 19.8% 늘어난 2041억원으로 결정됐습니다. 만약 이 예산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한다면 국방예산 대비 비중은 올해 0.36%에서 내년 0.41%로 소폭 상승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예산은 노후 장비 교체나 과학화 훈련장 마련 등에 쓰기도 빠듯한 수준입니다. 이스라엘은 마일즈 장비를 활용한 전술훈련을 실시해 예비군 훈련 강도가 매우 높은 나라로 유명합니다. 대신 훈련 참가자에게 하루 8만~14만원의 훈련비를 주고 기본급, 특별급, 보조금, 세금 공제 등 다양한 혜택을 줍니다. 예비군 정예화가 단순히 구호에만 그쳐선 안 될 겁니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정시 확대’ 속도전, 교육현장 목소리 무시하지 않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 “수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때까지 수시와 정시 비중의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교육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정시 비율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서울 주요 대학들을 정조준한 정시 확대 방침을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에 이어 다시 강조했다. 현 정부들어 대통령이 교육을 주제로 관계장관회의를 연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와 교육부가 사전 협의도 없이 엇박자를 낸다는 비판이 높은데도 이런 강수를 두는 배경은 분명하다. 조국 사태로 불거진 교육 불공정에 대한 사회적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고육책인 것이다. 실제로 부모의 재력과 지원 여부로 성패가 갈리기 십상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성적 줄세우기 등 비판의 여지가 있더라도 학생 본인의 노력 없이는 부모의 전방위적 지원이 한계가 있는 정시가 그나마 공정하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대통령의 긴급 지시로 서울의 주요 대학들의 2022학년도 정시 비중은 40~50%로 높아질 전망이다. 교육 정책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이제라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움직임은 늦었지만 다행인 측면이 있다. 문제는 교육정책의 졸속성이다. 입시의 근간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좌지우지되는 현실에 교육현장은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교육 공정성을 부각해 어떻게든 민심을 회복하려는 청와대의 절박감을 백번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하루아침에 백년지계를 흔드는 정책의 자세는 신뢰를 얻기 난망하다. 지난해 정시비율 30% 이상 권고안이 나오기까지만 해도 얼마나 진통이 컸었나. 교육부가 공론화위원회에 ‘하청에 재하청’ 논란을 빚어가며 내놓은 결과가 일년만에 대통령 한마디로 바뀌는 셈이다. 며칠 전까지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정시 확대는 없다”고 선을 그엇던 상황이어서 ‘교육부 무용론’마저 나오고 있다. 대선 공약이자 대통령 직속기구로 신설된 국가교육회의는 대체 무슨 용도인지도 따져묻지 않을 수 없다. 정책간 엇박자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고교학점제는 정시 확대와는 방향이 딴판인 정책이다. 오매불망 정시 확대를 고대했던 이들 사이에서도 “교육정책이 철학도 없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어도 되는 것인� �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총선이 끝나면 또 바뀔 지 모른다”는 의심이 쏟아진다. 대학들은 자율성이 침해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다음달 교육부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최종 발표하겠다고 한다. 속도전이 능사가 아니라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 불신과 혼란을 수습하는 작업이 반드시 병행돼야만 한다.
  • 한미 방위비 협상 2차 회의 마무리… 韓 “상호 수용가능한 합의 도출돼야”

    한미 방위비 협상 2차 회의 마무리… 韓 “상호 수용가능한 합의 도출돼야”

    한국과 미국이 23~24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내년 이후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한국 측 분담금을 결정할 제11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 2차 회의를 진행했다. 한국 측 수석대표인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 대표는 임명 이후 처음 SMA 협상 회의에 참석해 미국 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한국 측 분담금의 인상 규모를 두고 본격적인 협상을 벌였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는 장원삼 전 대표가 투입돼 한미 양국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탐색전을 진행했다. 양측은 첫째 날인 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둘째 날인 2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이틀에 거쳐 총 13시간 가량 마라톤 협상을 했다.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의 직·간접적 비용 전체에 상당하는 액수를 인상 기준점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주한미군 직간접적 주둔 비용으로 주한미군의 인건 비용,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해 연간 약 50억 달러(약 6조원)가 소요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한국은 기존 SMA 틀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SMA에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군수지원비, 군사시설 건설비 등 세 가지 항목만 규정돼있다. 직전 SMA에 명시된 올해 한국 측 분담금은 1조 389억원이다. 외교부는 25일 2차 회의 결과 보도자료에서 “우리 측은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호 수용가능한 합의가 도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미국이 한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의 분담금 인상 규모를 제시했고, 양국이 인상 규모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는 다음 달 한국에서 3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구체 일정은 외교 채널을 통해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美 자동차 관세에 대응, 쌀시장·농민 보호 과제”…WTO 개도국 지위 포기 득실(종합)

    “美 자동차 관세에 대응, 쌀시장·농민 보호 과제”…WTO 개도국 지위 포기 득실(종합)

    정부가 25일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25년만에 포기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한국을 개도국이라고 주장할 명분이 떨어져서다.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 수출 세계 6위, 국민소득 3만 달러 등의 우수한 경제 성적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개도국 특혜를 계속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판단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물론 다른 개도국들까지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이 여전히 개도국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 있을 미국과의 자동차 관세 협상과 방위비 협상 등에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미국은 물론 주요 선진국들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개도국 특혜를 계속 받으려고 무리하기보다는 내줄 것은 내주고 더 많은 실익을 챙기겠다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의 자동차 관세 조치 결정 시한이 다음 달 13일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개도국 지위를 고집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 시점에서 개도국 특혜에 관한 결정을 미룬다고 하더라도 향후 WTO 협상에서 한국에 개도국 혜택을 인정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결정이 늦어질수록 대외적 명분과 협상력 모두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의 영향으로 한국이 미국의 자동차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이번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으로 자동차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주장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 정부는 현재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에서 받고 있는 개도국 특혜가 당장 사라지지 않는 점도 감안했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선언해도 바로 수입산 농산물이 국내 시장에 물밀듯 들어오진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이 받았던 농업 분야 혜택을 없애려면 다자간 협상이 먼저 타결돼야 하는데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은 2008년 결렬된 뒤 10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앞으로 언제 재개될지도 불확실하다. DDA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한국이 누리고 있는 농업 분야 혜택은 계속 유지된다. 하지만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만큼 그동안 높은 관세로 보호를 받았던 쌀을 비롯한 민감 농산물 품목의 시장을 언젠가는 추가 개방해야 한다. 국내 농업은 물론 고령층이 대부분인 농민들에게 상당한 타격이 예상돼 당장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앞으로 쌀 등 민감 품목을 최대한 보호하고 피해 보전 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농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책의 실효성이 중요하게 됐다.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미래에 WTO 협상이 전개되는 경우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내리는데 3가지 요인을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1995년 WTO 가입 이후 선진국 반열에 오를 정도로 한국 경제가 발전했다는 것이 이유다. WTO 164개 회원국 중 세계 주요 20개국(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을 모두 충족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 9개국 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경제적 위상을 감안하면 국제사회에서 개도국으로 더 이상 인정받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근 WTO 내에서 개도국 특혜에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한국과 경제 규모와 위상이 비슷하거나 낮은 싱가포르, 브라질, 대만, 아랍에미리트(UAE)가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한 점도 반영됐다. 특히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11개국을 지목하면서 90일 안에 결정하지 않으면 개도국 대우 중단이나 OECD 가입 반대 등 독자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은 G20 회원국, OECD 회원국, 세계은행이 분류한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교역의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라는 4개 요건 중 하나만 해당돼도 개도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은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유일한 국가다.정부는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도 당장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없고, 향후 협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비할 시간과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이에 정부의 이번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WTO에서 다자간 협상을 통해 농산물 관세, 보조금 감축 이슈가 있을 때 개도국에 있으면 이 부분이 유연하지만 일반 회원국에 해당하는 관세와 보조금 감축을 적용받기 때문에 특별 대우가 사라진다”면서도 “중요한 점은 WTO에서 다자간 협상으로 타결되고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당장 이번 결정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연구위원은 “만약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면 미국이 중국을 타깃으로 한 WTO 개혁에 한국이 걸림돌이 돼 (미국으로부터) 더 큰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가 앞으로 있을 미국 정부와의 자동차 관세 협상과 방위비 협상에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해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한국의 이번 결정과 별개로 향후 협상에서 통상 압박을 더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자동차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으로 미국과 패키지 딜을 하지 않았다면 미국과의 여러 협상을 앞두고 너무 쉽게 카드를 써버린 것”이라며 “미국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고 한 나라들 중에는 미국의 말을 듣지 않는 중국과 인도, 터키 등이 있다. 미국으로서는 이번 한국의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으로 이들 국가를 더 압박하는 효과도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이미 개도국 지위를 내놓은 한국에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상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예단할 수 없지만 미국과의 양자 협상에서 이와 같은 통상 압박이 있을 수 있다”며 “미국의 통상 압박이 무엇이 될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대응 방향도 발표했다. 정부는 앞으로 WTO 협상이 전개될 때 쌀 등 국내 농업의 민감 분야를 최대한 보호하고, 협상 결과 농업 분야에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 보전대책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을 국내 농업의 경쟁력을 높일 기회로 삼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농민들의 소득 안정을 위해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 공익형 직불제를 빠른 시일 안에 도입할 방침이다. 재해를 입은 농업인의 경영 안정을 위해 농업재해보험 품목도 확대한다. 지역 농산물 소비를 늘리기 위한 로컬푸드 소비 기반 확대 대책을 만들고 주요 채소류에 대한 가격안정제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청년 및 후계농 육성도 추진한다. 다만 정부가 앞으로 있을 WTO 협상에서 쌀을 비롯한 민감품목을 보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 연구위원은 “쌀 시장 보호는 말 그대로 협상력에 좌우되는 문제다. 앞으로 협상에서 각 국의 이익은 공산품과 농산품에서 갈리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농업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도의 원론적 차원에서 목표를 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WTO 개도국 지위 포기하고 美자동차 관세 협상서 우위…“쌀시장·농민 보호 과제”

    WTO 개도국 지위 포기하고 美자동차 관세 협상서 우위…“쌀시장·농민 보호 과제”

    정부가 25일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25년만에 포기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한국을 개도국이라고 주장할 명분이 떨어져서다.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 수출 세계 6위, 국민소득 3만 달러 등의 우수한 경제 성적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개도국 특혜를 계속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판단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물론 다른 개도국들까지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이 여전히 개도국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 있을 미국과의 자동차 관세 협상과 방위비 협상 등에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미국은 물론 주요 선진국들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개도국 특혜를 계속 받으려고 무리하기보다는 내줄 것은 내주고 더 많은 실익을 챙기겠다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의 자동차 관세 조치 결정 시한이 다음 달 13일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개도국 지위를 고집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 시점에서 개도국 특혜에 관한 결정을 미룬다고 하더라도 향후 WTO 협상에서 한국에 개도국 혜택을 인정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결정이 늦어질수록 대외적 명분과 협상력 모두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의 영향으로 한국이 미국의 자동차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이번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으로 자동차 관세에서 제외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주장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정부는 현재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에서 받고 있는 개도국 특혜가 당장 사라지지 않는 점도 감안했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선언해도 바로 수입산 농산물이 국내 시장에 물밀듯 들어오진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이 받았던 농업 분야 혜택을 없애려면 다자간 협상이 먼저 타결돼야 하는데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은 2008년 결렬된 뒤 10년 넘게 중단된 상태고 앞으로 재개될지도 불확실하다. DDA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한국이 누리고 있는 농업 분야 혜택은 계속 유지된다. 하지만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만큼 그동안 높은 관세로 보호를 받았던 쌀을 비롯한 민감 농산물 품목의 시장을 언젠가는 추가 개방해야 한다. 국내 농업은 물론 고령층이 대부분인 농민들에게 상당한 타격이 예상돼 당장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앞으로 쌀 등 민감 품목을 최대한 보호하고 피해 보전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농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책의 실효성이 중요하게 됐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미래에 WTO 협상이 전개되는 경우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내리는데 3가지 요인을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1995년 WTO 가입 이후 선진국 반열에 오를 정도로 한국 경제가 발전했다는 것이 이유다. WTO 164개 회원국 중 세계 주요 20개국(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을 모두 충족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 9개국 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경제적 위상을 감안하면 국제사회에서 개도국으로 더 이상 인정받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근 WTO 내에서 개도국 특혜에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한국과 경제 규모와 위상이 비슷하거나 낮은 싱가포르, 브라질, 대만, 아랍에미리트(UAE)도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한 점도 반영됐다. 특히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11개국을 지목하면서 90일 안에 결정하지 않으면 개도국 대우 중단이나 OECD 가입 반대 등 독자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은 G20 회원국, OECD 회원국, 세계은행이 분류한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교역의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라는 4개 요건 중 하나만 해당돼도 개도국이 아니라는 입장인데 한국은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유일한 국가다.정부는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도 당장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없고, 향후 협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비할 시간과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전문가들도 같은 이유로 정부의 이번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WTO에서 다자간 협상을 통해 농산물 관세, 보조금 감축 이슈가 있을 때 개도국에 있으면 이 부분이 유연하지만 일반 회원국에 해당하는 관세와 보조금 감축을 적용받기 때문에 특별 대우가 사라진다”면서도 “중요한 점은 WTO에서 다자간 협상으로 타결되고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당장 이번 결정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면 미국이 중국을 타깃으로 한 WTO 개혁에 한국이 걸림돌이 돼 (미국으로부터) 더 큰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대응 방향도 발표했다. 정부는 앞으로 WTO 협상이 전개될 때 쌀 등 국내 농업의 민감 분야를 최대한 보호하고, 협상 결과 농업 분야에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 보전대책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을 국내 농업의 경쟁력을 높일 기회로 삼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정부는 농민들의 소득 안정을 위해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 공익형 직불제를 빠른 시일 안에 도입할 방침이다. 재해를 입은 농업인의 경영 안정을 위해 농업재해보험 품목도 확대한다. 지역 농산물 소비를 늘리기 위한 로컬푸드 소비 기반 확대 대책을 만들고 주요 채소류에 대한 가격안정제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청년 및 후계농 육성도 추진한다. 다만 정부가 앞으로 WTO 협상에서 쌀을 비롯한 민감품목을 얼마나 보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 연구위원은 “쌀 시장 보호는 말 그대로 협상력에 좌우되는 문제다. 앞으로 협상에서 각 국의 이익은 농산품과 공산품에서 갈리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농업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도의 원론적 차원에서 목표를 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주한 미국대사관 월담 대진연 회원 검찰 송치

    주한 미국대사관 월담 대진연 회원 검찰 송치

    집시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 송치월담 기획·지시 배후 수사력 집중 주한 미국대사관저의 담을 넘어 난입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대진연 회원 4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18일 오후 2시 50분쯤 사다리를 이용해 서울 중구 덕수궁 옆 주한 미국대사관저 담을 넘어 마당에 진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진연 회원들은 ‘미군 지원금 5배 증액 요구하는 해리스(주한 미국 대사)는 이 땅을 떠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반대를 주장했다. 당시 대사관저를 지키던 의경들은 이들의 무단 침입을 막지 못했고, 이후 출동한 경찰들도 이들을 수십분간 저지하지 못했다. 경찰은 대사관저에 무단 침입한 17명과 침입을 시도한 2명을 체포해 이 가운데 9명에 대한 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7명에 대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경찰은 지난 22일 구속된 대진연 회원과 관련된 비영리 민간단체 ‘평화 이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월담을 기획하고 지시한 배후를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평화 이음’은 비영리 민간단체로 남북바로알기 콘텐츠 지원 등 남북 민간 교류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인사] 행정안전부, 금오공대, 법무부, 농촌진흥청

    ■ 행정안전부 ◇ 서기관(행정) 승진 △ 기획재정담당관실 이형재 △ 법무담당관실 조성덕 △ 혁신기획과 유지영 △ 조직진단과 최영호 △ 사회통합지원과 김갑용 △ 지방인사제도과 채영주 △ 지역공동체과 엄동현 △ 생활공간정책과 김영길 △ 재정정책과 이보람 △ 교부세과 김상영 △ 교부세과 정송이 △ 지방세특례제도과 손병하 △ 지역금융지원과 윤희정 △ 공기업지원과 최영묵 △ 의정담당관실 양현우 △ 상훈담당관실 김성림 △ 운영지원과 임종필 △ 안전사업조정과 정종율 △ 재난관리정책과 이정훈 ◇ 기술서기관(전산) 승진 △ 협업정책과 곽병관 △ 공공서비스혁신과 박경주 △ 전자정부정책과 정준우 △ 정보지원정책과 김경직 △ 차세대지방세입정보화추진단 총괄기획과 김정훈 △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 허무송 ◇ 기술서기관(시설) 승진 △ 지역균형발전과 민경조 △ 자연재난대응과 김형석 △ 서울청사관리소 시설과 박현석 ◇ 기술서기관(공업) 승진 △ 정부청사관리본부 시설관리과 이종화 ◇ 기술서기관(방송통신) 승진 △ 서울청사관리소 시설과 안종훈 ■ 금오공대 △ 산업대학원장 최이준 ■ 법무부 ◇고위공무원 승진 △ 춘천지검 사무국장 양우덕 △ 대전지검 사무국장 김묵진 △ 전주지검 사무국장 윤권호 ◇고위공무원 전보 △ 서울고검 사무국장 강진구 △ 부산고검 사무국장 김정옥 △ 광주고검 사무국장 이성범 △ 수원고검 사무국장 이정범 △ 서울남부지검 사무국장 이갑수 △ 서욱북부지검 사무국장 전병렬 △ 서울서부지검 사무국장 윤득영 △ 인천지검 사무국장 박천흥 △ 광주지검 사무국장 김정호 △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영호 ◇검찰부이사관 승진 △ 대검찰청 집행과장 장병인 △ 부산고검 총무과장 윤성진 △ 광주고검 총무과장 신범수 △ 부천지청 사무국장 이영철 ◇검찰부이사관 전보 △ 성남지청 사무국장 이연성 △ 대구서부지청 사무국장 박원길 ■ 농촌진흥청 ◇ 고위공무원 승진 △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장 조남준 △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장 김지강 △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생명환경부장 문홍길 ◇ 과장급 승진 △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 잠사양봉소재과장 이만영 △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저장유통과장 홍윤표 △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장 이충근 △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양돈과장 조규호 △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장 조용민 ◇ 과장급 전보 △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 스마트팜개발과장 이강진 △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초지사료과장 천동원
  • 한미 이틀째 방위비 협상…미 대폭인상 요구에 난항 관측

    한미 이틀째 방위비 협상…미 대폭인상 요구에 난항 관측

    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을 놓고 이틀째 협상 중이지만 미국 측의 대폭 인상 요구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연간 주한미군 운용비용이 약 6조원(50억 달러)에 이른다며 한국 측 분담금을 올해 1조 389억원에서 대폭 올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24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내년 이후 적용할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2차 회의 이틀째 일정에 들어갔다. 한국 측 수석대표인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 대사와 미국 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협상대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한국이 부담할 방위비 분담금 규모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구체적인 협의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의 대폭 인상 요구로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한국에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계산한 주한미군 운용비용 50억 달러는 주한미군 인건비와 전략자산(무기) 전개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액수다. 한국이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내려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해 새로 항목을 추가해야 한다. 현행 SOFA 규정으로는 방위비 분담금을 ▲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 군사건설비(미군기지 내 시설 건설) ▲ 군수지원비(용역 및 물자지원) 등 3가지 항목으로만 쓸 수 있다. 우리 정부는 SOFA 개정까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방위비 협상은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10차에 걸쳐서 우리가 유지해 온 SMA 틀 안에서 해야 된다”고 말해 항목 추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올해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1조389억원이다. 제10차 SMA 협정문의 유효기간은 올해까지로, 원칙적으로 연내에 협상이 마무리돼야 내년부터 11차 협정문을 적용할 수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인천상륙작전 공로에도… 잊혀진 영웅 ‘켈로부대’

    인천상륙작전 공로에도… 잊혀진 영웅 ‘켈로부대’

    인천에서 직선거리로 9㎞가량 떨어진 작은 섬 ‘팔미도’. 면적이 0.23㎢에 불과한 이 섬에는 국내 최초의 등대인 ‘팔미도 등대’가 있습니다. 팔미도 등대는 문화재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북한군의 기습 침공으로 일방적으로 밀리던 6·25 전쟁의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1950년 9월 15일 등대 불빛이 인천 앞바다로 온 연합군의 길잡이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 중심엔 미군이 조직한 첩보부대 ‘켈로(KLO)부대’가 있었습니다. ‘KLO’는 ‘주한첩보연락처’(Korea Liaison Office)를 줄인 것으로, 미 극동군사령부가 운용한 한국인 특수부대 ‘8240부대’를 의미합니다. 6·25 전쟁 당시 ‘팔미도 등대 점등 작전’, ‘강원 화천발전소 탈환작전’ 등에서 큰 공을 세웠지만 비정규군에다 기록이 많지 않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슬픈 역사이기도 합니다. 전후 대원 상당수가 정규군이 됐지만 6·25 전쟁 당시의 활약상은 대부분 미군의 기밀로 취급돼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24일 켈로부대 규명을 주도한 남광규 고려대 교수가 올해 한국보훈학회에 제출한 ‘6·25 참전 KLO한국유격군 보상법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켈로부대는 6·25 전쟁 발발 직후부터 본격적인 임무를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미 8군에 소속됐다가 1950년 11월 중공군 개입 이후 미 극동군사령부에 배속됐습니다.●생환 가능성 희박한 적지에 투입… 전원 전사 켈로부대는 주로 북한군 점령지역 항만을 봉쇄해 북한군과 중공군의 남하를 저지하는 특수임무를 맡았다고 합니다. 북한군으로 위장해 적지로 침투하는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에 대부분 북한 출신으로 구성됐고 군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일부는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이 지휘한 인천상륙작전 당시 팔미도 등대를 탈환하는 임무를 맡았고 나머지는 서해 백령도에 주둔한 ‘동키부대’, 강화도 교동의 ‘월팩부대’ 등에서 활약했습니다. 켈로부대와 비슷한 임무를 수행하던 ‘백골병단’은 미군이 아닌 우리 군에 배속돼 북한 침투 작전을 벌였습니다. 2013~2014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전문가가 미 특수전사령부를 직접 방문해 자료를 수집한 결과 미군 조종사 구출작전, 이른바 ‘블루 드래곤 작전’의 활약상도 밝혀졌습니다. 대외비로 60년 넘게 공개되지 않았던 이 작전은 1952년 1월 시작됐습니다. 평양 북쪽에 불시착한 미군 조종사 5명을 찾는 임무였습니다. 생환 가능성이 희박했던 작전에 5월까지 켈로부대원 170여명이 투입됐고 안타깝게도 북한군, 중공군과의 교전 끝에 대원 전원이 전사했습니다. 켈로부대는 ‘화천발전소 탈환작전’에도 투입됐습니다. 유엔군은 우리 정부의 요청을 받아 화천발전소를 탈환하려 했지만 중공군 진지와 포병부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습이 쉽지 않았습니다.●진지 위장술 밝혀내 중공군 공습, 발전소 탈환 이때 켈로부대원이 투입돼 중공군의 대포와 전차가 실은 유엔군 정찰기를 속이기 위해 만든 가짜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곧바로 유엔군이 중공군 진지를 공습했고 화천발전소를 탈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수많은 활약에도 불구하고 전후 ‘굴곡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1953년 7월 휴전 당시 켈로부대는 30여개 소부대로 늘었습니다. 부대원 중 전사상자를 제외한 일부는 1958년 ‘특전사 제1전투단’ 창설에 투입됐습니다. 간부 700여명은 장교로 임관했습니다. 그러나 일반 병사 1만 2000명은 한국군에 재입대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해산됐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이등병, 일병 등으로 재입대해 명예를 인정받지 못한 것은 물론 ‘이중복무’를 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유격대원은 아무런 복무 기록이 없어 새 군번과 계급이 제공됐습니다. 간부들은 부대 내 계급에 따라 부사관이나 ‘대위’ 등 위관급 계급을 받았지만 병사 역할을 맡았던 대원들은 병역법에 따라 ‘신병’으로 재징집되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남 교수는 “미 8군이 1954년 1월 뒤늦게 유격대원이 한국군에 배속된 사실을 알고 국방부에 항의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며 “이후 그들이 미군에 배속돼 수행한 활동에 대한 보상은 일절 논의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보상법안 19대 국회서 법사위 못 넘고 폐기돼 남 교수에 따르면 현재 켈로부대원으로 활동한 참전용사에게 지급하는 보상은 매달 12만원을 주는 ‘6·25 전쟁 참전 명예수당’이 전부라고 합니다. 전공에 따른 무공훈장이나 참전수당은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군에 배속됐던 ‘백골병단’과 ‘특수임무자’들은 이들과 달리 각각 관련법에 따라 보상을 받았습니다. 국회는 2004년 3월 ‘6·25 전쟁 중 적 후방 지역 작전수행 공로자에 대한 군복무 인정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을 마련해 백골병단에 대한 보상을 진행했습니다. 특수임무자들도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상을 받게 됐습니다. 남 교수는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켈로부대원에 대한 보상은 당연한 일”이라며 “미군에 배속돼 활동한 3년여 기간도 군 복무 기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남 교수에 따르면 국방부는 ▲과거부터 켈로부대원을 한국군에 배속시키면서 이미 급여를 지급했고 6·25 참전수당과 현충행사를 지원하고 있는 점 ▲개인 기록이 없어 보상과 서훈이 불가능한 점 ▲국가가 소집한 것이 아닌 자생적 미군 산하 단체로 국가가 보상할 책임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추가 지원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막대한 예산도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2016년 국회예산정책처 추산자료에 따르면 켈로부대원과 유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데 5년간 68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보상법안이 어렵게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사위 문턱은 넘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20대 국회에서도 보상법안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남 교수는 “6·25 전쟁 직후 시대적 환경과 당시 제도적 여건 미비로 이들의 희생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현재 생존자 대부분이 80세 이상 고령자임을 감안할 때 더 늦기 전에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 유격대 단체가 절충점을 찾아 좀더 진전된 논의가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ESS 배터리에 강제로 불붙여도 안 타…삼성SDI ‘특수 소화시스템’ 직접 시연

    ESS 배터리에 강제로 불붙여도 안 타…삼성SDI ‘특수 소화시스템’ 직접 시연

    삼성SDI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 근절을 위해 2000억원대 안전대책을 발표한데 이어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안전대책 신뢰 높이기에 나섰다. 지난 23일 삼성SDI 울산사업장에서 열린 특수 소화시스템 시연회에 이 회사 전영현 사장이 직접 참석해 “ESS 배터리에 특수 소화시스템을 적용해 이제 만에 하나 불이 나도 완전히 제어할 수 있다고 거의 100%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정부 조사 등에서 삼성SDI 배터리가 화재 원인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잇따른 화재로 인한 불안을 근절하고 산업 생태계 복원을 위해 전방위 노력을 펴는 것이다. 시연회에서 이 회사는 특수 소화시스템이 적용된 배터리 셀을 못으로 찔러 강제 발화를 시키고, 배터리 셀에 장착할 첨단약품 소화 부품을 직접 가스버너에 올렸다. 순간적으로 연기와 함께 불꽃이 발생하자 소화시스템이 작동해 불꽃을 끄며 화재 확산을 막는 결과가 눈으로 확인됐다. 전 사장은 “시스템 문제이든, 배터리 문제이든 담당하는 사업에서 문제가 야기돼 사업을 맡은 사람으로서 죄송하다”고 유감을 표한 뒤 “인위적·외부적 어떤 충격이 오거나 시스템 설치 과정에서 오류가 있어도 잡아내는 안전장치에 특수 소화시스템까지 더해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자신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김정은이 언급한 ‘선임자’… 아버지 김정일 아냐”

    일각 “당시 정책 부정은 선대 비판” 반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금강산 관광지구를 방문해 남측 시설의 철거를 지시하며 “선임자들의 정책이 잘못됐다”고 표현한 것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판했다기보다는 당시 정책 당국자들을 비판한 것이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24일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을 지칭할 때는 선대(先代)라는 표현을 쓰지 선임자라고 지칭하지는 않는다”며 “선임자라는 표현은 그 정책을 실질적으로 맡았던 당국자나 실무자를 의미한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선임자’라는 단수형이 아니라 ‘선임자들’이라는 복수형 표현을 썼다. 선대인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명성을 바탕으로 통치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선대를 비판하는 것은 스스로 선대의 후광을 부정하는 것인 만큼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시각도 곁들여진다. 이런 분석대로라면 김 위원장이 비판한 대상은 남측과 금강산관광협력사업을 시작한 고 김용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등 당시 대북라인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선대의 정책을 부정한 것은 궁극적으로 그 정책을 최종 결정한 선대에 대한 비판이나 다름없다는 시각도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위원은 “아버지를 직접 부정하기는 어려우니 당시의 통일전선부 등 대북 라인을 비판한 것”이라며 “선대의 정책에 묶이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당 중앙위에서 주요 정책 결정을 하기 때문에 결정자는 김정일 위원장이고 참모들은 정책을 이행한다”며 “선임자들이라는 표현은 김정일 위원장을 포함해 통일전선부 등을 모두 지칭한 것”이라고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주 아세안 대사 “김정은 부산 방문, 완전히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아”

    주 아세안 대사 “김정은 부산 방문, 완전히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아”

    자카르타 외신기자클럽서 ‘신남방 정책’ 강연 후 질의응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달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부산을 방문할 가능성에 대해 임성난 주 아세안 대사가 “기회의 창이 완전히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임 대사는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신기자클럽에서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주제로 강연한 뒤 질의응답에서 이같이 답했다. 임 대사는 “아직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다음 달 25∼26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할지에 대해 평양에서 발표가 없었다”면서 “아직 한 달이 더 남아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에 진전이 없었지만,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신뢰가 있다고 했고, 켄트 해슈테트 스웨덴 한반도 담당 특사도 조심스럽게 낙관적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임 대사는 “아세안은 한반도의 평화 프로세스를 일관되게 지지해주는 원천”이라며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아세안의 싱가포르와 하노이는 2018년 6월과 올해 2월 각각 북미 정상회담 장소였고, 아세안은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지역 안보 플랫폼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한-아세안의 양방향 교역액이 1600억 달러이고, 양국을 오간 여행객이 1100만명에 달했다”면서 “이러한 통계는 아세안이 한국에 훨씬 가까이 다가왔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임 대사는 “한국은 오랫동안 미국·중국·일본·러시아를 ‘4대 강국’으로 부르며 외교력을 집중했기에 외교 지평을 넓힐 필요성이 있었다”며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가지는 의미를 설명했다. 또, 지난 5월 외교부에 ‘아세안국’을 신설한 점, 주 아세안 한국대표부를 확대해 현재 16명을 상주시키는 점, 한-아세안협력기금을 두 배로 늘린 점 등 일련의 변화를 소개했다. 임 대사는 질의 응답에서 “아세안 국가들의 경제 발전을 위해 한국이 아세안 국가별로 특화된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은 ‘인적자원 개발’에 강점이 있기에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차세대 전투기(KF-X/IF-X) 공동 개발과 관련한 질문에는 “이 사업을 포함한 방위산업은 한국에 있어서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아세안 국가들과도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 밖에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한·일 관계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남중국해 문제는 국제법에 따라 한국을 포함해 주변 국가들의 이익을 반영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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