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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동맹에 새 국방 지출 기준 마련”… 美, 한일 ‘방위비 증액’ 청구서 만지작

    “모든 동맹에 새 국방 지출 기준 마련”… 美, 한일 ‘방위비 증액’ 청구서 만지작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 등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동맹국에 대해 국방비 증액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헤그세스 장관은 18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2026 회계연도 국방부 예산안 청문회’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이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 및 관련 투자에 지출하겠다는 약속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리는 지금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동맹들이 나아가야 할 국방 지출의 새로운 기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했듯이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들이 그들의 역할을 하는 것이 공정한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하는 것 이상으로 그들의 안보를 추구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은 아시아 동맹국, 특히 한국과 일본을 겨냥한 사실상의 방위비 증액 압박으로 해석된다. 아시아 국가에 대해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나토에 요구하고 있는 GDP 5% 수준의 증액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 기준은 GDP의 약 2%다.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GDP의 2.3%(59조 4244억원) 수준이었다. 일본은 1.6%, 인도는 1.9% 수준이다.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나 주한미군 감축 문제와도 연계될 수 있다. 앞서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대화(샹그릴라대화) 기조연설에서 “아시아의 주요 동맹국과 파트너들은 유럽이 겪는 안보 위협보다 더 심각한 북한, 중국발 안보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국방비 지출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 “G7, 한국·호주에 문호 넓히고 글로벌 사우스와도 협력 늘려야”[글로벌 인사이트]

    “G7, 한국·호주에 문호 넓히고 글로벌 사우스와도 협력 늘려야”[글로벌 인사이트]

    G20·WTO·안보리 제 기능 못 해민주주의 경제 대국 추가로 가입G7 위상 재정립… 영향력 확대를韓 ‘서방 반도체 우위’에 특히 중요‘지정학적 적대국’ 중러와도 공조안보 초점… 직면 과제 헤쳐나가야“美 착취한다”며 비판적인 트럼프기존 구도 변화에도 효과적 카드 올해로 창설 50주년을 맞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집권과 맞물려 체제와 역할 혁신에 대한 세계적인 요구를 맞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다른 다자 기구들의 역할이 지지부진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역시 우크라이나전, 중동 전쟁 와중에 지정학적 경쟁으로 경색된 가운데, 퇴색했던 G7의 위상 재정립은 15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개막한 올해 정상회의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최근 우크라이나·가자 전쟁, 북한·러시아와 중국, 이란 등 권위주의 국가들 간 결속, 미중 경쟁 등 지정학적 변수들이 글로벌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공급망 위기와 인공지능(AI) 발전, 기후변화 앞에서 세계 각국은 새로운 규범과 지속적 협력을 요구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G7 역량 강화를 위한 회원국 확대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 소장과 빅터 차 한국석좌,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는 지난 11일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G7에 가입하기 위한 대열 앞에 호주와 한국이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G7 대표들은 모든 새로운 회원은 국제 경제의 책임 있는 관리자 역할을 맡을 능력과 의지가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다른 G7 회원들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한국과 호주가 이 기준을 충족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이미 기술·문화 강국인 점, G7 비회원국 중 인도·브라질을 제외하고 가장 큰 경제 규모이자 민주주의 산업국인 점이 이유로 꼽혔다. 호주 역시 민주주의 국가 중 세계 12위권 경제 대국인 점을 들었다. 특히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경제 지원과 간접 군사 지원을 제공한 나라이고, 서방과 중국의 반도체 경쟁에서 서방의 우위를 지키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됐다. ‘다자 외교 기구가 미국을 착취한다’며 이에 비판적인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계기로 G7에서 배제된 것도 비판하고 있다. 연장선상에서 G7의 기존 구도 변화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 국가들로 지평 확대를 꾀하며 기존 회원국 영향력의 희석을 원할 수도 있어 한국은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G7이 기존 권력 구조를 초월해 지정학적 적대국 및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와의 협력 구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탈리아 싱크탱크인 국제문제연구소(IISS)의 리카르도 알카로 연구 코디네이터는 지난주 미외교협회(CFR)에 “G7은 더이상 세계적인 의제 설정자 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 주도 서방 진영에서 중러 등 지정학적 적대국과의 공조, 남반구와의 협력 조건에 일정한 공감대를 이룬다면 G7이 여전히 상당한 역량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글로벌 다자 간 정상회의 기구, 예컨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상하이협력기구(SCO),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협의체) 등은 내부적으로 분열돼 있거나, 회원국 수가 너무 적거나, 혹은 국소적인 지역·경제에 집중돼 있어 G7의 역할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또 유엔 안보리 역시 제왕적인 상임이사국, 제재 무력화 등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미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지난해 말 분기보고서에서 존 커튼 토론토대 정치학 명예교수는 G7의 구조 혁신에 대해 “G7이 핵심적이고 시급한 안보·군사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를 새로 개최한다면, 영향력 확대는 물론 글로벌 직면 과제들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종전, 실존적 기후안보 위협 등에 대처하기 위해 러시아와도 필요한 협력관계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을 이유로 조기 귀국하면서 2018년 집권 1기 당시 파국으로 치달았던 G7의 전례가 소환됐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밤 정상 만찬 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명분은 예기치 않게 터진 중동 사태이지만, 조기 귀국의 근저에는 다자 외교에 근본적으로 회의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당초 이번 G7 정상회의는 집권 2기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국 정상들과의 관계, 역할을 조망할 첫 시험대로 평가됐다. 앞서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캐나다에서 열렸던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쥐스탱 트뤼도 당시 캐나다 총리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보복 조치’에 거세게 항의했고, 북미 정상회담을 이유로 회의를 먼저 떠나며 “공동성명을 승인하지 않는다”는 트위터를 날렸다. 이듬해 G7 정상회의 때는 회원국들이 ‘관세 장벽과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하려 했으나, 미국이 거부하며 무산됐다. 레이철 리조 애틀랜틱카운슬 유럽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번 정상회의의 결과물이 상당 부분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국제 회의기구를 ‘미국의 권력을 제약하고 미국의 부를 빼돌리려는 수단’으로 보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이 미국과 협력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유럽 회원국들의 방위비 부담 증가, 핵심 광물 자원 등 공급망 협력, 안보·마약 밀매 단속 협력 등에서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 [특파원 칼럼] 2025년 여름, 대한민국에 건투를

    [특파원 칼럼] 2025년 여름, 대한민국에 건투를

    2023년 여름, 미국에 부임하기 전 국회와 청와대를 취재하며 3권 분립, 의회 민주주의의 본산인 미국 정치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하지만 고상한 욕구도 잠시, 부임 한 달여 만에 주된 취재 현장은 외신 프레스센터가 아닌 길거리로 바뀌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뒤집기 의혹 기소를 위한 워싱턴DC 연방 대법원 출석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이 전국에서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길 위의 취재는 끝없어 보였다. 2024년 1월 영하 40도 강추위로 시작된 공화당과 민주당 코커스·프라이머리, 양당의 7·8월 전당대회, 아이비 리그의 반이스라엘 시위, 그리고 이번 주까지 이어진 불법 이민 단속 반대 LA 시위까지. 미국 민주주의의 절반이 ‘캐피털 힐’(연방 의회)에 있었다면, 나머지 절반은 길 위의 시위대와 시민들에게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7년여 전 대선에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던 ‘레드넥’(저학력, 저소득 백인 노동자 계층)들의 분노를 발판 삼아 정치 권력을 손에 넣은 것을 계기로 미국의 이념·계층·흑백 갈등은 한층 더 격화돼 있었다.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극우 세력을 결집해 반대파와 선명성 경쟁을 시키며 지지 기반을 더 강화하고 있다. 그가 트루스소셜에 한마디 올리는 것만으로 일순간에 정책이 바뀌는 걸 보노라면, 과연 다수 민주주의가 절대 선인지, 독재 민주주의를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은 현재 진행형이다. 2025년 여름, 미국의 속내는 분열과 대립, 그 자체였고 대한민국의 상황과도 다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유일 강대국 지위를 위협하는 파고는 이미 닥쳐 왔다. 2023년 10월 발발한 중동 전쟁, 장기화된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중국의 강력한 부상까지. 인공지능(AI)과 군사력으로 무장한 중국의 추월은 시간문제일 뿐이고, 동맹이던 유럽연합(EU), 이스라엘도 미국과의 한배에서 언제 하선할지 모른다. 한국의 새 정부는 한층 엄혹해진 글로벌 정세 속에 트럼프 행정부와도 합을 맞춰야 한다. 한반도 상황은 북러 밀착으로 한층 더 불투명하고 위험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뉴클리어 파워’(핵보유국)라는 현실 상황을 인정했다. 또 언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 담판에 나설지 모른다. ‘코리아 패싱’ 우려와 ‘핵재무장론’도 교차한다. 새 정부 앞길엔 관세와 한미동맹, 주한미군 역할 변화, 방위비 증액 가능성까지 난제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글로벌 국가들 모두 사활을 걸고 싸우고 있지만, 결국 근간은 정치가, 민주주의가, 외교가 문제다. 외교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유리함’의 계산 전략이다. 전략적 선명성이든 유연성이든, 실용외교든 글로벌 중추 외교든 결국엔 같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다른 길일 뿐이다. 국제 규범은 지키되 국익을 최대화했던 우리 역사 최고의 외교관, 고려시대 서희 같은 냉철함과 혜안으로 새 정부가 대한민국 국격을 지켜 주길 바란다. 2년간 미국에서 지켜봤던 대한민국, 건투를 빈다. 이재연 워싱턴 특파원
  • 李대통령, G7서 외교무대 데뷔 ‘역대급 속도’…트럼프와 회담할까

    李대통령, G7서 외교무대 데뷔 ‘역대급 속도’…트럼프와 회담할까

    이재명 대통령이 15∼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국제 외교무대 데뷔전을 치른다. 취임 11일 만에 다자 외교무대에 등장하는 것으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취임 후 첫 외교 무대가 다자외교였던 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1998년 2월 25일 취임한 김 전 대통령은 약 한 달 열흘 뒤인 4월 3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캐나다 총리의 초청으로 G7 정상회의에 참관국(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다. G7 회원국 외에도 참관국 정상 전원이 참여할 수 있는 ‘확대정상회의’ 세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는 이 대통령이 표방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가 실제 외교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G7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등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이끄는 서방 중심의 선진국 7개국 모임이다. 최근 수년 동안 중국 견제가 중요한 의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중국·러시아·북한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 동참 압박이 더욱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G7 재무장관들은 회의에 앞서 중국을 겨냥한 무역 불균형 및 비시장 정책에 대한 감시를 지속하기로 합의했고, 외교장관들은 대만 인근 중국군의 군사훈련과 관련해 “일방적 행동에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실용주의 외교’ 기조를 지키며 미·중 사이에서 균형점을 어떻게 찾을지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중국 등과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전략적 모호성’으로 불필요한 적을 두지 않겠다는 외교 전략으로 풀이되지만 자칫 국제사회에서 원칙 없는 외교로 인식될 수 있다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G7 정상회의 참석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회동이 성사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한미 정상 회동을 비롯한 양자회담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자회의를 계기로 이뤄지는 회담은 짧은 시간 동안 열리는 만큼 만남이 성사된다면 약식회동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다만 미국 대통령의 경우 다자회의에 참석한 정상들과 돌아가며 회담을 진행해 한미 정상 간 양자 대화가 불발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앞서 지난 6일 20분가량 진행된 첫 한미 정상 통화에서 두 정상은 시급한 현안인 관세 문제에 대해 양국이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관심을 끈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나 주한미군 재조정, 북한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다뤄지지 않았다. 대면 만남이 성사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비롯해 주한미군, 방위비 등의 분야에서 각종 청구서를 내밀 수 있다.
  • EU·중동 찍고 美 정조준…K방산 영토 더 넓어진다

    EU·중동 찍고 美 정조준…K방산 영토 더 넓어진다

    유럽과 중동에서 연일 수출 호조를 이어가는 국내 방산업계가 미국으로 수출 기회를 넓히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면 한미 간 방산 협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12일 보고서에서 한국 방산업계의 미국 무기체계 수출 기회가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먼저 LIG넥스원의 유도로켓 ‘비궁’이 올해 하반기 미국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공기부양정에 대응하기 위해 2016년 개발된 비궁은 지난해 7월 미 국방부가 주관한 해외비교시험(FCT) 최종 시험 발사에서 6발 모두 표적을 명중시켰다. 소위 ‘가성비’가 높은 비궁은 개인 휴대가 가능할 정도로 가볍고 지상과 해상, 헬리콥터 등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 미 해군은 비궁 도입을 위한 예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발당 4000만원 수준의 낮은 단가와 육해공을 아우르는 적용 범위를 고려했을 때 경쟁 무기 체계가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이 자주포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수혜를 볼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은 자주포 성능 시연을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한 글로벌 업체 5곳을 선정했다. 경쟁 평가 시험을 거쳐 2027년 사업자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이 운영 중인 자주포는 약 700대로, 교체 사업 규모는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폴란드 등 유럽과 중동에 K9 자주포를 수출하고 있다. 함정 분야에서는 한화그룹이 호주 조선·방위업체 오스탈의 지분을 인수해 미 해군 함정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가 오스탈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경우, 미국의 30년 치 함정 구매 예산(TAM)의 15%까지 점유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스탈 지분 취득으로 인한 효과는 12조 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압박을 이어가면 한·미 양국 간 방산 협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표면적으로 약 100억 달러 이상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11억 3000만 달러(약 1조 5200억원)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방산업의 질적 성장과 수출 고도화, 시장 확대 등을 위해선 미국과의 방산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 “미사일에 함정까지”…美로 수출길 넓히는 K방산

    “미사일에 함정까지”…美로 수출길 넓히는 K방산

    유럽과 중동에서 연일 수출 호조를 이어가는 국내 방산업계가 미국으로 수출 기회를 넓히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면 한미 간 방산 협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12일 보고서에서 한국 방산업계의 미국 무기체계 수출 기회가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먼저 LIG넥스원의 유도로켓 ‘비궁’이 올해 하반기 미국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공기부양정에 대응하기 위해 2016년 개발된 비궁은 지난해 7월 미 국방부가 주관한 해외비교시험(FCT) 최종 시험 발사에서 6발 모두 표적을 명중시켰다. 소위 ‘가성비’가 높은 비궁은 개인 휴대가 가능할 정도로 가볍고 지상과 해상, 헬리콥터 등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 미 해군은 비궁 도입을 위한 예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발당 4000만원 수준의 낮은 단가와 육해공을 아우르는 적용 범위를 고려했을 때 경쟁 무기 체계가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이 자주포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수혜를 볼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은 자주포 성능 시연을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한 글로벌 업체 5곳을 선정했다. 경쟁 평가 시험을 거쳐 2027년 사업자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이 운영 중인 자주포는 약 700대로, 교체 사업 규모는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폴란드 등 유럽과 중동에 K9 자주포를 수출하고 있다. 함정 분야에서는 한화그룹이 호주 조선·방위업체 오스탈의 지분을 인수해 미 해군 함정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가 오스탈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경우, 미국의 30년 치 함정 구매 예산(TAM)의 15%까지 점유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스탈 지분 취득으로 인한 효과는 12조 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 3월 오스탈 지분 9.9%를 인수했고, 19.9%까지 지분율을 확대하기 위해 호주 정부의 심사를 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압박을 이어가면 한·미 양국 간 방산 협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표면적으로 약 100억 달러 이상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11억 3000만 달러(약 1조 5200억원)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방산업의 질적 성장과 수출 고도화, 시장 확대 등을 위해선 미국과의 방산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함정 MRO 등 미국의 취약한 공급망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의제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사설] 체코 원전, 폴란드 전차… ‘실용외교’ 전방위 수출 지원을

    [사설] 체코 원전, 폴란드 전차… ‘실용외교’ 전방위 수출 지원을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통화하며 원전을 비롯해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 4일 한국수력원자력과 체코전력공사(CEZ) 사이에 체결된 25조원 규모의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계약의 이행 의지도 거듭 분명히 했다. 미국·일본·중국 등 주변 3국 정상들과의 연쇄 통화에 이어 유럽에서는 체코 총리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첫 단추를 꿴 셈이다. 앞서 방위사업청은 그제 한국과 폴란드 정부 간 65억 달러(약 8조 9000억원) 규모의 K2 전차 2차 수출 이행계약 체결이 막판 협상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성사되는 대규모 방산수출이자 K방산 단일 수출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원전과 방위산업은 국가 대 국가 계약의 성격이 강하다. 체코 원전과 K2 전차 수출 계약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확정적 단계로 진전된 것은 비상계엄 이후 불투명했던 한국의 정국 상황이 정리된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더욱이 원전은 AI산업 확산과 공해 없는 전력수요 급증에 따라 유럽, 중동, 미국 등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방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국가들이 꾸준히 방위비를 늘리면서 수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해군력 재건을 위해 한국 조선업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 대통령도 대선 기간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찾아 “대한민국을 글로벌 방위산업 4대 강국으로 만들겠다”며 방산 수출 컨트롤타워 신설, 대통령 주재 방산수출진흥전략회의 정례화 등을 공약했다. 이 대통령은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은 확정했지만 24~25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북한·러시아 밀착 등과 관련한 안보협력은 물론 방산·원전 수출 등을 뒷받침하는 실용외교 차원에서도 나토 참석은 실익이 크다. 나토 국가 정상들과의 대면 접촉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 양안 긴장 고조, 美는 주한미군 감축 시사… 도전받는 한국 외교 [글로벌 인사이트]

    양안 긴장 고조, 美는 주한미군 감축 시사… 도전받는 한국 외교 [글로벌 인사이트]

    美, 대만 연례 군사훈련 개입 확대필리핀 “일 생기면 즉각 개입할 것”주한미군, 괌에 순환 배치 전망도“李정부, 전략적 유연성 결론 내야”북한이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밀착하고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대한민국 안보에 대한 강경 여론이 늘고 있다. 약 5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원조 협정을 맺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했다. 방위비 증대 압박과 동시에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 중인 미국은 중국 억제를 최우선 전략으로 삼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각국의 군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가운데 우리의 안보 상황을 짚어 보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대만이 중국의 침공을 받으면 도울 것이냐’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질문에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할 때 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겠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것이다. 반면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은 네 차례에 걸쳐 대만 방어를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방어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절대 대답하지 않으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좋은 관계라고만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대만의 연례 군사훈련인 ‘한광훈련’에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참석하는 등 미국의 개입은 확대되고 있다. 대만 주둔 미군 숫자도 41명에서 올해 500명으로 크게 늘었다. 필리핀과 미국이 매년 합동으로 벌이는 ‘발리카탄 훈련’에서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비하는 전략적 조치가 강화됐다. 2023년부터 대만 방어가 발리카탄 훈련에 포함됐는데, 로메오 브라우너 필리핀 군 참모총장은 “대만에 무슨 일이 생기면 필연적으로 우리가 개입하게 될 것이며, 25만명의 필리핀 근로자를 대만에서 구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 반대’ 표현을 요청했던 미국은 올해 초 국무부 홈페이지에서 ‘대만 독립 반대’ 문구를 삭제해 중국을 압박했다. 미국은 ‘임시국방전력지침서’에서 대만 방어를 핵심 임무로 설명하면서, 대만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수준의 국방비 인상을 요구했다. 한미 방위비 협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주한미군 2만 8500명 가운데 4500명을 감축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국전쟁 이후 계속 숫자가 줄고 있는 주한미군 가운데 스트라이커 전투여단 약 4500명을 괌으로 순환 배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미 국방부 전략지침의 원본으로 평가받는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방어전략 보고서에서는 한국으로 전시작전권(전작권)을 이양할 것을 촉구했다. 전작권 전환이 이뤄져야만 미국이 대만 방어에 나섰을 때 한국이 스스로 방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미 대선을 앞두고 헤리티지 보고서를 작성한 알렉산더 벨레즈 그린 연구원은 현재 국방부 수석 고문으로 근무 중이다. 인원 감축을 포함한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과 미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한국의 새 정부가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을 의미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할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를 거부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포함한 보복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 GDP 3% 수준으로 국방비 증액해야… 방위비 재협상 대비” [글로벌 인사이트]

    “한국, GDP 3% 수준으로 국방비 증액해야… 방위비 재협상 대비” [글로벌 인사이트]

    “美, 2년 내에 전작권 넘기려 할 것주한미군 대만 가면 北 도발 가능” 김홍철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객원연구원은 한국의 안보 상황에 대해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동맹으로 한미동맹의 비대칭 능력이 상쇄되고 있다”면서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 수준으로 국방비 증액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전직 F-4와 F-5 전투기 조종사로 합동군사대 총장, 전작권추진단 부단장, 합참의장 비서실장 등을 지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동맹이 현재 한국 국방비의 2배 수준인 GDP의 5%를 지출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요구했다. “트럼프 정부가 관세 협상에서 보인 전략을 고려하면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은 ‘앵커링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일단 과도한 제안을 한 뒤 이를 수정하는 협상 전략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동맹국이 국방비를 GDP의 5% 이상 지출해야 한다고 했지만, 실제 호주에는 GDP의 2%인 국방비를 가능한 한 빨리 3.5%까지 늘리라고 요구했다. 따라서 우리에게도 3% 이상 수준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국방비가 GDP 대비 3% 이상이었던 적은 1992년 이후 없었으며 2020년대에는 평균 2.55% 수준이다. 그러나 비약적인 경제성장으로 실제 국방비는 92년 대비 7배나 많아졌다. 미국의 대만 방어를 위한 전략적 유연성과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GDP 3% 이상 수준의 인상이 필요하다.” -헤그세스 장관은 2027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7년은 시 주석의 지시에 따라 중국군이 현대화를 달성하고, 대만을 중국에 복속시킬 수 있도록 능력 및 훈련을 완료해야 하는 시기다. 또 앨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담당차관 등 여러 국방 관계자의 언급을 고려할 때 미국은 2027년까지는 한국에 전시작전권(전작권)을 넘기려고 추진할 것이다. 전작권 환수는 국제 정세상 한국이 원하지 않더라도 진행될 수밖에 없으며, 지금까지 한미동맹을 조건으로 추진해 왔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다.” -주한미군이 일부 철수하거나 대만 방어가 임무에 포함된다면 북한이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은. “미국은 중국과의 전쟁이 벌어지면 러시아, 북한, 이란 등 잠재적 적성국들이 이 시기를 ‘기회의 창’으로 이용해 동맹국들에 대한 군사 도발을 감행하는 것을 우려한다. 베트남전쟁 때 한국군의 파병을 막으려고 북한은 휴전선 부근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시도했다. 미국이 대만 방어를 위해 주한미군을 파병한다면 북한은 과거와 유사한 형태의 도발이나 최악의 경우 국지전을 감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세종로의 아침] 불침항모 대한민국

    [세종로의 아침] 불침항모 대한민국

    영화 ‘미션 임파서블’ 완결편을 보며 놀라웠던 점은 63세 배우 톰 크루즈의 액션 연기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충격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묘사한 것이었다. 그동안 할리우드는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적으로 설정한 영화를 꽤 만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북핵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친절한 톰 아저씨’가 세계만방에 북한이 러시아, 중국, 파키스탄 등과 함께 세계 8대 핵보유국 가운데 하나라고 공포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얘기다. ‘미션 임파서블’에는 가까운 이들뿐만 아니라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가슴 찡한 대사가 나온다. 미국 수도의 알링턴 국립묘지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에도 비슷한 문구가 있다. 미국의 아들딸들이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는 이들을 위해 나라를 지키라는 부름에 답했다는 내용이다.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라고 과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자국의 현충일을 맞아 알링턴 묘지를 찾았다. 헤그세스 장관이 판초 우의를 입고 한국에 상륙한 미군 참전용사 동상을 직접 닦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전 기념비 앞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불만은 30년 이상 된 것이다. 그는 ‘플레이보이’ 잡지와의 1990년 인터뷰에서부터 한국, 일본, 서독과 같은 동맹을 비판했다. 한국 등은 정부 보조금으로 미국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어 돈을 많이 버는데, 미국은 공짜로 이들 국가를 지켜 준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번째 재임 중에도 여러 차례 주한미군 철수 의사를 드러냈다. 그때마다 변덕스러운 대통령을 설득했던 이들은 경험 많은 장군과 같은 ‘백악관의 어른들’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신념을 앞장서서 반대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집권 2기에는 다시 기용되지 못했다. 집권 1기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세계 3차 대전을 막기 위해”, 폼페이오 장관은 “두 번째 임기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며 주한미군 철수를 막았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워싱턴DC 지도 위에 기지 지도를 겹쳐 보여 주며 그의 주한미군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800만평(약 2644만㎡)의 평택 기지는 워싱턴DC의 6분의1, 뉴욕 센트럴파크의 8배 크기다. 현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도를 거꾸로 돌려 보라고 제안했다. 야간 위성사진을 보면 전력난으로 온통 검기만 한 북한에 비해 남한은 환하게 빛나 섬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돌려 보는 지도를 통해 중국과 가장 가까우며 아시아 대륙에서 유일하게 미군기지가 있는 한국의 ‘항공모함’ 역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쟁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대만을 가리켜 중국을 견제하는 ‘불침항모’라고 했다. 중국의 패권 경쟁이 가속화함에 따라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 전략의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유럽 대륙에는 약 8만명의 미군이 있고, 특히 독일에는 3만 5000명이 주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에서 2만명의 미군 철수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지난 5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주독미군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이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방위비를 늘리겠다고 하자 미군 감축을 거둬들였지만 “맥아더 장군이 긍정적으로 볼지는 모르겠다”며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을 절대 재무장시키지 말라”고 한 맥아더 장군은 좋아하지 않겠지만 자신은 방위비 지출 증대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독일 재무장을 경고한 맥아더 장군은 한국을 두고 “위험을 무릅쓰고 공산주의와 싸운 유일한 나라”라고 말했다. ‘죽지 않는 노병’이었던 맥아더 장군은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인 대한민국의 방위 태세가 흔들리는 걸 절대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윤창수 국제부 전문기자
  • G7서 첫 대면하는 한미 정상… ‘관세·방위비’ 큰 틀 논의 가능성

    G7서 첫 대면하는 한미 정상… ‘관세·방위비’ 큰 틀 논의 가능성

    20분간 통화서 “이른 시일 내 만남”다자회의서 먼저 현안 탐색 나설 듯한미, 한미일 정상회의 성사 주목 속대통령실 “G7 참석 제대로 준비중”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5~1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처음 대면할 예정이다. 관세 협상은 물론 주한미군 역할 조정,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양 정상이 관계를 어떻게 이어 갈지 주목된다. 지난 6일 약 20분간의 첫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초청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오는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이 대통령이 초청받아 참석하기로 하면서 두 정상의 대면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게 됐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마주 앉게 되면 당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히는 관세 협상 문제를 비롯해 양국 현안을 두고 큰 틀에서 의견 교환이 이뤄질 수 있다. 다음달 8일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종료되는 만큼 두 정상은 첫 통화에서 양국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자며 이를 위해 실무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도록 독려해 나가기로 했다. 첫 통화에서는 그 외 구체적인 현안이 거론되지 않았지만 미국이 대중 견제 기조를 강화하며 한미 간에도 풀어야 할 과제들이 쌓여 있다. 최근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에 국방비 증액 등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에도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및 감축 가능성,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청구서’를 들이밀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여전히 관심을 드러내는 만큼 북한 관련 주제도 언급될 수 있다. 경제 협력 분야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도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전 대통령과 12분간 가진 첫 통화에서 한미 조선 협력에 대해 기대를 보였다. 또 지난 4월 당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가진 약 28분 통화에서 무역 불균형, 조선 산업,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투자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 전 대행과의 통화 이후 소셜미디어(SNS)에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논의했다고 소개하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시사했고, 관세 협상과 여러 주제를 함께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다자 회의에서 갖는 회담에서는 심도 있는 논의가 쉽진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관심사를 두루 탐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G7 회의에 참석하는 만큼 한미일 정상회의가 성사될지도 관심이다. 한미일 협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선언과 함께 대중 견제 메시지를 함께 내놓게 될 수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G7 회의 참석을) 제대로 준비하고 있다는 정도로만 답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 [단독] 화기애애했던 첫 상견례… ‘트럼프 청구서’는 일단 없었다

    [단독] 화기애애했던 첫 상견례… ‘트럼프 청구서’는 일단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6일 첫 통화는 화기애애하게 덕담을 주고받는 상견례로 한미 간 다소 어려운 현안들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며 “민감국가 문제나 다른 구체적인 예민한 현안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방향으로 이 대통령이 이야기를 주도하며 끌고 갔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두 대통령은 한미동맹 발전을 위한 심도 있는 협의를 위해 다자회의 또는 양자 방문 등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는 15일 예정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이 만날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이다. 일각에서 한미 정상 간 통화가 늦어지는 데 대해 한미 양국 간 이상 기류 등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첫 통화가 이뤄지면서 불안감을 불식시킨 상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부터 약 20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협의 관련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 이를 위해 실무협상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도록 독려해 나가기로도 했다. 당장 다음달 8일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종료되는 만큼 시급한 현안인 관세 협상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대를 우선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과의 통화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인 화법 때문에 첫 통화에서부터 한미 간 풀어야 할 난제들이 거론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최근 미국 측에서 대중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주한미군 역할 변경 및 감축, 국방비 대폭 증액,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어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청구서’를 건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최근 우리 정상과의 통화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관심 분야들을 직접 언급했다. 지난해 11월 5일 대선에서 승리한 뒤 일주일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과 12분간 첫 통화를 하며 한미 조선 협력을 언급했다. 이어 지난 4월 8일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의 약 28분간 통화에서는 무역 불균형, 조선산업,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투자 등 경제 협력 분야에 대해서도 논의했고, 특히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가능성을 거론하며 관세 협상 과정에서 다양한 주제들을 함께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서로의 리더십에 대해 평가하고 골프 실력, 테러 위협을 이겨낸 경험 등 친밀감을 높이는 대화가 주로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은 첫 통화가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보고 이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올해 의장국인 캐나다가 초청해 이 대통령이 참석하게 된다면 바로 이달 중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대면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통화에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초청한 만큼 이르면 다음달 또는 8월 안에 미국 방문 및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고위 관계자는 “G7이든 다자회의에서의 대면은 물론이고 양자회담 일정을 최대한 맞춰볼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이 대통령을 미국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 초청했으며 곧 만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두 대통령은 앞으로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오늘 통화는 한미 관계에 당면한 현안 논의는 물론 정상 차원의 신뢰와 우의를 쌓은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 [사설] 이재명 당선인, ‘통합·성장’ 국민 뜻 무겁게 받들길

    [사설] 이재명 당선인, ‘통합·성장’ 국민 뜻 무겁게 받들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번 대선의 최종투표율은 79.4%로 28년 만에 가장 높았다. 극심한 혼돈과 위기의 대한민국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는 국민의 열망이 투표 열기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로 6개월 만에 실시된 21대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명령한 국민의 뜻은 분명하다. 국민은 군경을 동원해 민주헌정 질서를 문란시킨 군사독재 시절로의 퇴행에 좌절했고 분노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시대착오적 계엄으로 국가를 비정상의 수렁으로 빠뜨린 윤석열 정권의 낡은 정치에 철퇴를 내린 준엄한 민심이다. 이로써 반년 만에야 국가 정상화의 기틀은 다시 마련됐다. 추락했던 국격과 민주주의를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국민 손으로 반듯하게 복원하는 저력을 확인시켰다. 당선이 확실시된 오늘 새벽 이 당선인은 “국민의 위대한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제게 주어진 큰 책임과 사명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다짐, 이 약속대로 하루하루 국정을 채워 나가길 국민은 기대한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당선인 앞에는 우리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크고도 복잡한 난제들이 가로놓여 있다. 이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빨강·파랑이 섞인 넥타이와 신발을 착용하고 “대통령이 된다면 저를 지지한 사람이든 아니든 똑같이 존중하고 동일한 기회를 부여하겠다. 반(半)통령이 아니라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이 당선인이 내놓은 숱한 공약 중에서도 많은 국민은 그 약속을 기억에 깊이 새기고 있다. 대통령은 특정 진영의 대표가 아니다. 국민 모두의 대표자다. 깊어질 대로 깊어진 사회 갈등을 풀어 나가려면 통합의 대통령이 될 각오를 날마다 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임기 내내 소통·협치를 거부하고 배우자의 비리 의혹을 감싸며 독선·불통으로 고립을 자초하다 자멸의 길을 걸었다. 새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대화·소통의 협치를 복원하는 ‘진짜 국민통합’에 나서야 한다. 이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다수 국민의 걱정 또한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입법부에 이어 행정부를 장악한 이 당선인이 사법권까지 손에 넣고 독주할지도 모른다는 시중의 우려가 매우 크다. 기우에 그쳐야 할 일이다. 이런 우려까지 말끔히 털어낼 수 있어야 이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까지 모두 진정으로 끌어안을 수 있다. 이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내란동조 세력 심판’을 호소했다. 민주헌정을 유린한 범법행위에는 법치주의에 입각한 엄정 수사와 응분의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그것이 자칫 비판세력에 대한 제압이나 정치보복 논란으로 이어진다면 국론은 분열되고 말 것이다. 산적한 국정과제 수행에 되레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다시 당부하지만 지금처럼 분열된 사회로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국민을 가르지 말고 통합하는 통큰 정치를 펼쳐야 한다. 그 시작은 오늘부터 시작될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의 인선에서부터 가시화돼야 할 것이다. 이번 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출범한다. 검증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이나 의욕과잉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다가는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탕평 인사로 국민을 안심시켰으면 한다. 출신과 대선 기여도가 아니라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통해 경제·안보의 복합위기를 돌파해 나가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상황도 이념·정권을 떠나 초정파적 지혜와 국론을 모아 대응하지 않으면 헤쳐나가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단순히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그치지 않고 주한미군의 감축·재조정 등 한미동맹의 성격까지 바꾸려 하고 있다. 막연한 실용주의나 균형외교가 아니라 국론 결집을 통해 동맹을 강화하고 국익을 관철할 수 있도록 좌표설정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승자·패자의 구별이 아니라 통합과 승복을 통한 재건과 도약에 함께 나서야 할 시간이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은 지지자들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성공을 위해 국민 모두에게도 절실한 일이다. 20여년의 정치 인생 곳곳에 가로놓였던 고비를 숱하게 넘기며 이 당선인은 ‘삼수’ 끝에 대권을 잡았다. 대한민국을 어떤 모습으로 다듬을 것인지 오래 고민한 만큼 큰 그림을 국민 앞에 펼치기를 바란다. 새로 태어난다는 각오로 ‘통합·성장의 대한민국‘ 설계도를 내놓고 대한민국 재도약의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서울광장] 6·3 대선 이후, 유토피아는 없다

    [서울광장] 6·3 대선 이후, 유토피아는 없다

    지난달 21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골프를 화제로 화기애애한 대화를 이어 가던 중 트럼프는 갑자기 불을 끄게 하더니 “백인 농장주들이 학살당하는 장면”이라는 영상을 틀어 대며 라마포사를 추궁했다. 지난 2월 백악관을 찾아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종전 해법을 두고 트럼프와 이견을 보이다 면박당하고 사실상 쫓겨났던 것과 오버랩되는 장면이었다. 오늘 6·3 대선에서 당선되는 한국의 새 대통령은 당장 변칙과 변덕의 트럼프를 상대해야 하는 대미(對美) 외교에서 ‘진실의 순간’을 맞게 될 것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운 트럼프는 계엄과 탄핵, 대선으로 미뤄 뒀던 한국에 대한 엄혹한 전략 재편 청구서를 내밀 것이다. 미국의 전방위적 관세·비관세 공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경제동맹의 기둥조차 무너뜨릴 기세다. 여기에 주한미군 감축·재조정론, 최대 10배까지 거론됐던 방위비 증액 요구가 줄줄이 본격화될 것이다. 모호한 균형자론이나 실용외교론으로, 반대로 전통적인 한미동맹관만 믿고 접근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미군감축론을 대북평화론과 연계시키려는 시도도, 미군조정론에 대안 없이 버티기만 하는 것도 위험한 도박이다. 국내 사정도 산 넘어 산이다. 경제는 ‘성장 절벽’에 부딪힌 가운데 나랏빚은 1175조원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 5년간 407조원에 이어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100조원 넘게 늘었다. 지난해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는 105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약이행에 210조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공약에는 150조원이 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재원 마련 대책은 제대로 내놓은 게 없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최근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를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한국은 정부부채 증가 속도가 미국보다 빠르다. 후보들에게 돈 쓰는 공약들을 부디 지키지 말라고 사정해야 할 판이다. 짧은 선거기간에 제대로 된 정책검증 없이 선거를 치르는 바람에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예상되는 정책들도 부지기수다. 당선자가 발표되고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순간 거품 낀 공약들은 걷어 내고 싹 잊어버릴 필요가 있다. 대선 이후 이 나라에 유토피아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권 초기 야당이나 언론의 비판이 일정 기간 자제되는 ‘허니문 기간’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내란종식’을 내건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국회 다수 의석에 행정권력, 사법부 영향력까지 한 손에 쥔 절대권력의 ‘제2 적폐청산’을 둘러싸고 정치보복 논란이 예상된다. ‘독재 저지’를 내건 김 후보가 이긴다면 윤석열 정부 시절 벌어졌던 국회 다수파와 소수 의석의 정부·여당 간 서로를 거부하는 ‘비토크라시’가 재연될 수 있다.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놓고 벌어질 사법권 무력화 논란으로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에서 기술한 ‘선출된 권력에 의한 민주주의 형해화’ 우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에서 ‘삶은 모든 선택의 결과’라고 했다. 6·3 대선 이후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는 우리들 각자가 선택한 투표 결과의 총합에 달려 있다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유권자들에게 유용한 선택의 잣대는 후보들이 쏟아 놓은 달콤한 공약이나 말의 성찬보다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궤적과 실적을 근거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피와 땀으로 일궈낸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헌법정신을 누가 제대로 지키고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어느 한쪽의 이념과 정책만을 절대시해 대한민국호를 불가역의 누란지경에 빠뜨리지 않도록 복원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그것이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 때마다 1년이 지나기가 무섭게 “잘못 찍었다”며 손가락을 탓하는 탄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부작위’에 의한 민주주의 후퇴 가능성,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사태라는 생각이 든다. 박성원 논설위원
  • K증시 돌아온 외국인, 조선·방산·원전 사들였다

    K증시 돌아온 외국인, 조선·방산·원전 사들였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수혜 주목조선·방산·원전 종목 20위 내 13개SK하이닉스·삼성전자 ‘희비’ 갈려 10개월 만에 국내 증시로 유턴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조선과 방산, 원자력발전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수혜주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를 이끌어 온 반도체 업종에선 삼성전자가 전체 순매도 1위, SK하이닉스가 전체 순매수 1위를 기록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위 5개 종목 중 4개가 원전·조선 업종에 집중됐다. 2위와 3위는 원전 관련주인 두산에너빌리티와 효성중공업으로 각각 4621억원과 3884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HD현대일렉트릭도 다섯 번째로 많은 239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4위는 조선업종 수혜 기대감을 등에 업은 삼성중공업(2730억원)이 차지했다.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하이닉스로 1조 475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상위 20개 종목으로 범위를 넓혀도 조선·방산·원전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절반 이상인 13개 종목이 해당 업종에 집중됐다. HD현대미포,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이상 조선) 등이 20위 안에 이름을 올렸고 현대로템, LIG넥스원(이상 방산), 한국전력, 현대건설, 두산(이상 원전) 등도 수위권에 포진했다. 이들 업종은 모두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수혜업종으로 분류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원전 행보, 중국 제재에 따른 국내 조선 수혜 가능성, 방위비 분담금 확대 기조에 따른 글로벌 군비 증액 등이 각각 영향을 미쳤다. 이들 종목의 선전 아래 코스피는 지난달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세를 기록하며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진 ‘팔자’ 행진에 종지부를 찍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5월 한 달 코스피 시장에서 1조 165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9개월 연속 순매도는 국제 금융위기가 엄습했던 2008년(11개월 연속 순매도) 이후 최장기간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줄곧 글로벌 증시를 짓눌렀던 관세전쟁 우려가 완화됐고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앉으면서 환차익을 노린 자금까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전통의 강자 반도체 업종의 외국인 수급은 희비가 엇갈렸다.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 종목들 중 SK하이닉스를 가장 많이 사들인 반면 삼성전자(1조 2778억원 순매도)를 가장 많이 팔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에도 외국인 순매도 규모 1위(2조 7762억원 순매도)를 기록한 바 있다. 방산·조선 등 업종에 대한 외국인 자금 유입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과 방산은 올해 외국인 선호 분야인데 전 세계적인 구조적 호황까지 맞물려 있다”며 “대선 수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외국인들의 추가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 美국방, 호주 국방비 GDP의 3.5% 증액 요구… 새 출범 한국 정부도 압박 커질 듯

    美국방, 호주 국방비 GDP의 3.5% 증액 요구… 새 출범 한국 정부도 압박 커질 듯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인도·태평양 지역 핵심 동맹인 호주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까지 늘릴 것을 요구했다. 앞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은 GDP의 5%를 국방비로 내기로 약속했다”며 증액을 압박한 데 이어 구체적인 요구안이 나온 것이다. 4일 새로 출범하는 한국 정부에도 조만간 구체적인 국방비 증액안 및 주한미군 역할 조정안이 제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1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등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지난달 30일 가진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가능한 한 빨리 국방비를 GDP의 3.5%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말스 장관은 “이미 전시가 아닌 평시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방위비 증액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자체적으로 국방 지출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호주는 올해 2.05% 수준인 GDP 대비 국방비를 2034년까지 2.4% 수준으로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요구 수준에는 못 미친다. 미국 본토 방어와 함께 대중국 견제를 국방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는 트럼프 정부는 동맹국가들이 자국 방어 능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나토를 중심으로 유럽에 가했던 국방비 증액 압박도 이제 호주에 이어 아시아 동맹국을 향하는 수순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아시아 동맹국과 우호국은 북한뿐 아니라 공산주의 중국의 만만치 않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을 국방비의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며 일본을 향해 “(중국이 가하는) 위협의 위험성을 반영한 국방비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대로라면 한국도 새 정부가 출범하는 직후 더 빠르고 거세게 미국의 안보비 부담 압박에 마주할 수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방비는 올해 GDP의 2.3%인 61조 6000억원으로 지난 5년간 2.5%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호주처럼 3.5%의 국방비 증액 요구를 받는다면 총 93조 7000억원이 소요돼 약 32조원 이상을 추가 지출해야 한다. 국방비 증액 요구는 최근 나온 ‘주한미군 4500명 감축 검토’ 보도 등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한미군 감축을 요구하면 외부 분쟁에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는 대신 동맹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국방비 증액 압박에는 반대급부를 얻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 [최석영 칼럼] 미중 제네바 무역합의, 그 빛과 그림자

    [최석영 칼럼] 미중 제네바 무역합의, 그 빛과 그림자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중순 제네바에서 관세전쟁의 갈등을 봉합하는 잠정 합의를 했다. 상대국에 부과했던 관세를 115% 포인트씩 인하하고 희토류 수출 통제 등 일부 비관세 조치 취소를 발표함으로써 최악의 충돌 국면을 피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중 관세율은 145%에서 30%로, 중국의 대미 관세율은 125%에서 10%로 낮아지게 됐다. 다만 상호관세 24%에 대해서는 90일간 유예하고 협상이 결렬되면 다시 부과한다는 배수진을 쳤다. 기한 내 타결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양국이 상호 보복으로 기싸움을 이어 왔지만 서둘러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은 국내 정치·경제 상황이 다급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플레 압박, 시장 불안, 경기침체 우려가 팽배했고 중국은 제조업 도산과 대량 실업의 공포에 직면했다. 이번 합의는 관세와 비관세 분야의 거품을 거둬 냄으로써 신뢰 구축을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겨우 협상을 위한 첫 단추를 끼운 것에 불과하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금언처럼 합의 문안 작성과 이행 검증 전에는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미국은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모델로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500억 달러 상당의 대중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즉각 맞대응했다. 미국이 재차 약 2000억 달러의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보복했으나 600억 달러 정도에 그쳤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이 중국의 대미 수출보다 훨씬 적어 추가 보복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 후 중국이 향후 6년간 1조 2000억 달러의 미국 상품 및 서비스 구매를 약속하며 양국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국영기업, 투자 규제, 지식재산권, 강제 기술이전 및 환율 등 구조적 문제의 해결을 주문했고 중국은 마지못해 응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한 미국의 무역 적자 확대와 트럼프의 재선 실패로 중국의 구매 약속도 흐지부지됐다. 합의문에 이행강제 조항이 결여된 것도 문제였다. 이번에도 미국은 징벌적 관세 압박을 가하면서 무역수지, 보조금, 불공정 무역, 우회덤핑, 펜타닐과 환율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대미 흑자 해소를 위한 상품 구매와 일부 시장 개방에는 협조하는 제스처를 취하겠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다. 가용한 지렛대를 동원해 수출 통제와 무역·투자장벽 해소 같은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한편 국가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근본을 변경시키는 압박에는 단호하게 대응할 태세다. 트럼프 1기 경험을 교훈으로 기술 자립, 산업 경쟁력 강화, 희토류 수출 통제, 무역·투자 다변화와 반미연대 구축을 통해 대항 능력을 키워 온 것이다. 갈등이 장기화되면 중국의 피해도 크겠지만 트럼프의 변덕과 조급증을 역이용하며 버티겠다는 결기를 내비친다. 협상이 표류하거나 속 빈 강정으로 귀결될 개연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미중 간 제네바 합의는 우리에게 복합적 함의를 던진다. 추후 협상이 졸속으로 봉합되면 시장의 공포가 재연되면서 우회수출 확대, 공급망 교란 및 무역장벽 강화 등이 나타나고 무엇보다 미국의 신뢰 추락이 불가피하다. 제한적 성공의 경우 중국시장 개방으로 우리에게 부수적 이익도 기대되지만 세계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양국의 협상 추이를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은 영국 및 중국과의 합의 골격을 기반으로 한국과의 협상도 밀어붙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미 간 특별한 경협 구조와 동맹 관계를 기반으로 독자적 협상 전략으로 상대해야 한다. 한국은 영국과 달리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서 양방향 교역과 핵심 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으며 중국과 달리 미국의 안보 동맹국이다. 한국에 무차별적 관세·비관세 압박을 하는 것은 극히 비상식적이다. 대미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자동차, 철강 등에 부과된 품목관세는 물론 기본관세도 FTA 및 다자협정 위반이다. 이미 합의한 방위비를 다시 주무르는 것도 불편한 현실이다. 미국이 정한 협상 시한은 신성불가침이 아니다. 새 정부가 한미 안보 및 경제 동맹의 위상에 걸맞게 협상하고 마무리해야 한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주제네바 대사
  • 美 “亞동맹, 국방비 늘려라”… 안미경중 경고

    美 “亞동맹, 국방비 늘려라”… 안미경중 경고

    “美, 새 정부에 ‘中 견제’ 동참 물을 것”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을 경고하며 “동맹국들이 방위에 있어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과는 안보, 중국과는 경제를 협력하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도 강조했다. 오는 4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중 사이 외교적 부담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을 통해 “중국은 아시아에서 패권국이 되려 한다.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중국은 지역을 지배하고 통제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대규모 군사력을 증강하고 무력 사용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은 지역의 현 상태를 바꾸려 한다”고도 했다. 특히 “중국의 위협이 실제적이고 즉각적”이라며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들이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떠나지 않겠지만 이 지역 동맹국들이 부담을 더 나눠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그는 독일 등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지출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며 “아시아 핵심 동맹국들이 북한은 물론이고 더 강력한 위협에 직면하면서도 국방비를 덜 지출한다”고도 말했다. 현재 한국의 국방비는 GDP의 약 2.6%로 약 65조원 수준이다. 미국이 제시한 기준에 맞추려면 국방비를 두 배 가까이로 늘려야 한다. 헤그세스 장관은 “우리는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의 침략을 저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재설정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정부 핵심 관계자들은 잇따라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감축 발언 등으로 미국의 초점이 동맹 방위에서 대중 압박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 헤그세스 장관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그들의 해로운 영향력을 심화시킬 뿐”이라며 “긴장된 시기에 우리의 국방 관련 결정의 공간을 복잡하게 만든다”고도 말했다.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이 택했던 균형외교 기조를 직접 겨냥한 발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은 새 정부에 가장 먼저 ‘중국 견제에 어느 수준으로 동참할지’ 물을 것”이라며 “그에 따라 방위비, 관세 협상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새 정부가 부응하지 못하면 동맹이 형해화하거나 한국이 원치 않는 상황으로 끌려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는 지난달 30일 CSIS 유튜브 영상에서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 검토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우리는 미 국방부와 군에서 심각하게 검토 중인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문제보다 대만 위기 대응으로 대부분 군사력의 초점을 맞추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전환은 북한에 좀더 자신감을 갖게 할 수 있고 오판을 이끌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미필 vs 미필…군 면제 이재명·김문수의 안보 공약은 [FM리포트]

    미필 vs 미필…군 면제 이재명·김문수의 안보 공약은 [FM리포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둘 다 미필이라는 점이다. 지난 대선에도 2강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 둘 다 미필인 ‘미필 대선’이었는데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 상황이 됐다. 정치인 등의 정당하지 못한 군 면제는 많은 사람의 질타를 받지만 두 사람은 일반적인 ‘꼼수 면제’ 사례와 다르다. 소년공 출신의 이 후보는 1978년 그가 일하던 공장에서 사고를 당해 왼팔을 다쳤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해 1985년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 사고 후유증으로 이 후보는 주로 왼손으로 마이크를 쥐고 연단에 선다. 김 후보는 1971년 중이근치술후유증으로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 당시 국군보안대에 강제 징집된 상태에서 장티푸스에 걸렸고 그 후유증으로 중3 때 걸렸던 중이염이 악화해 면제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택적 모병제·군 가산점제 화제 후보들은 저마다 다양한 국방 공약을 쏟아냈다. 징병제를 유지하는 국가로서 원래도 예민한 군대 관련 공약은 이번 대선이 12·3 비상계엄의 여파로 열리게 됐다는 점에서 더 예민한 소재가 됐다. 후보들의 군 관련 공약을 살펴보면 우선 이 후보는 병역 제도 개편이 가장 눈에 띈다. 지난 26일 그는 “국민개병제는 유지하면서 병역대상자가 ‘징집병’과 ‘기술집약형 전투부사관’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군 인력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높이고 확대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는 앞서 ‘선택적 모병제’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바 있다. 병사는 10개월, 부사관은 36개월 복무를 골자로 한다. 이 후보는 이 밖에 군 복무경력의 공공기관 호봉 반영과 함께 군 복무 국민연금 크레디트 확대, 해병대를 독립적인 ‘준4군 체제’로 개편, 민간인 국방부 장관 임명, 간부 야근수당 정상화, 초급간부 급여 현실화 등을 내걸었다. 김 후보는 군 가산점제를 다시 들고나와 화제가 됐다. 26년 전 위헌결정이 나왔지만 김 후보는 “남녀 불문하고 군 가산점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남성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성별 상관없이 군인을 위한 정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김 후보 역시 병영생활관·급식 등 여건 개선 및 예비군 수당 현실화를 꺼냈다. 이 밖에 화이트해커 1만명 양성을 통한 사이버전 역량 강화, 부사관의 장교진출 기회 확대, 군 내부 폭력·인권침해 피해 보호를 위한 법무관 증원, 복무 중 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제 시행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갈등 첨예…전투력 개선 필요 처우 개선은 후보들 간에 크게 이견이 없는 사안이지만 다른 공약들은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다. 우리 안보 현실에 맞는 정책이 나와야 하지만 이념과 표심에 기댄 정책들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후보가 내세운 민간인 장관이 대표 사례다. 비상계엄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개혁하겠다는 것인데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방위원장)은 “표를 얻기 위해 민간인을 쓰겠다는 얄팍한 생각”이라며 “(국방부 장관은) 현역이든 민간이든, 당대 최고의 전문가를 기용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성 의원은 “현역이 국방장관으로 발탁되면 민간인이 되는데 이런 인사 기본 원칙도 모르는 이 후보에게 국민 생명과 재산을 맡길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에 민주당은 “비군인 국방부장관 기용은 안보 공백이 아닌 안보 혁신의 시작”이라며 “단순한 인사 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라 12·3 내란 사태로 드러난 군의 정치개입 문제와 폐쇄적 조직 문화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 개혁 방향이자 국방 문민화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반박했다. 참고로 역대 50명의 국방 장관 중 이승만·장면 정권 때 5명이 민간인 국방 장관을 맡은 바 있다. 선택적 모병제 역시 뜨거운 감자다. 군 내부에서는 “10개월은 너무하다”는 불평이 나온다. 안 그래도 인구가 급감해 병력 확보가 어려운 마당에 전투기술이 숙련된 병사를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내보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사관 모집이 지금도 어려운 상황에서 병사로 의무 복무하는 기간을 10개월로 줄이면 누가 부사관으로 가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군, 해병대는 부사관 필기시험을 지난해 폐지했고 공군도 지난 3월 부사관 필기시험 합격선을 폐지하는 등 모집이 어려워 갈수록 문턱을 낮추는 실정이다. 김 후보가 내세운 군 가산점제를 두고 이 후보는 대선 2차 토론회 당시 “위헌 판결이 나와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쉽지 않은 것을 도입하겠다고 하는 건 결국 또 여성들을 상대로 갈라치기를 하거나 아니면 쉽게 말하면 여성들을 우롱하는 것 아니냐”라고 질타한 바 있다. 김 후보가 주장하는 핵 관련 능력 보유 역시 민주당에서는 부정적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후보들이 표심을 위해 처우 개선을 내걸고 전략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전투력 개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개개인의 전투력 개선을 위한 훈련체계 개발, 헬기 유류비·사격장 확충·비싼 포탄의 무제한 훈련 등 훈련비용 지원, 비상계엄으로 땅에 떨어진 군인에 대한 사기 진작 문제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실질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중하고도 신속한 정책 이행돼야 군 관련 정책은 대외 안보 환경과 직결된 만큼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 상황만 보고 섣불리 추진했다가 외부 위협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으로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 낀 데다 핵미사일로 위협하는 북한을 상대하는 한국으로서는 섣불리 정책 방향을 틀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군 병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거나 병력이 줄어드는 현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책이 나오면 안보가 급격히 불안정해질 수 있다. 단순히 문민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명분으로 군대를 전혀 모르는 장관이 임명됐다가는 더 큰 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 의무 복무 기간을 줄인 것처럼 한번 시행하면 다시 되돌리기 쉽지 않은 점도 신중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 정부가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고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가 예고되는 점도 국방 정책에서 기민하게 살피고 고려해야 할 요소다. 중국 스파이들이 갈수록 활개치고 다닌다는 점도 기존과는 다른 위협 요소라 이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민주당 일각에서 방첩사 폐지론을 주장하지만 “방첩사 없으면 중국 간첩은 누가 잡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처럼 섣불리 이념에 따라 추진하기보다는 대내외적 안보 환경을 두루 살필 필요가 있다. 군 관련 정책 대부분이 예산 등의 문제로 ‘추진 중’이라는 명분으로 사실상 진행되지 않는 것도 여럿인 만큼 신속한 집행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처우 개선이나 전투력 개선 문제는 군 통수권자의 의지만 있으면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일선 장병들은 국방정책이 아무리 나와도 ‘추진 중’이라 믿지 않는 문화가 정착됐는데 이번 정권에서는 이른 시일 내에 정책이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FM리포트’는 우리 군이 지켜야 할 규범(Field Manual), 우리 군이 나아갈 미래(Future of Military)에 대해 씁니다. 잘못을 비판하고 나은 대안을 고민하며 정예 선진강군 육성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 제주에 울려 퍼진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한 희망의 목소리

    제주에 울려 퍼진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한 희망의 목소리

    - 제20회 제주포럼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의미와 미래협력방향’ 세션 -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한일관계 주요 성과 및 향후 과제 모색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 전문가들이 제주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5월 29일(목)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오션뷰에서는 「제20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의 일환으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의미와 미래협력방향’을 주제로 한 세션에서 이뤄진 일이다. 제주평화연구원이 주관한 이번 세션은 1965년 체결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이하 한일기본조약)’ 이후 발전해 온 한일 관계를 되짚어보고, 그 과정에서 나타난 주요 성과와 한계를 살펴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한일기본조약은 일제강점기로부터 비롯된 양국 간 역사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첫걸음이자, 양국 관계 정상화의 중요한 이정표였다. 이후 양국 정부는 관계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여전히 함께 극복해야 할 과제들도 남아 있다. 이 자리에서 미즈시마 코이치 주한 일본 대사는 축사를 통해 “60년 전 한일기본조약 이후 양국 간 교류는 양적·질적 비약적 발전이 있었고 미국과의 동맹은 전 세계 평화 안정에 기여했다”며, “지난해 한일 양국 간 왕래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는 등 교류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현재 국제 정세는 특히 군사·안보 분야에서 엄혹한 상황에 처한 가운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웃 국가 간 간 파트너십이 중요하고 한일 양국이 더 이상 대립한 이유가 없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이런 평화와 번영은 인도태평양지역과 글로벌 사우스(개도국과 제3세계 국가들) 지역과의 동반성장과 무관하지 않기에 양국이 앞으로 파트너로서 양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은 이원덕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한국 측에서는 신각수 NEAR 재단 부이사장이, 일본 측에서는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이 패널로 참석해 양국의 건설적인 미래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제언을 제시했다. 사회를 본 이원덕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한일 관계의 가장 큰 변화로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진화한 점, 정치·사회·경제적 민주화, 선진화에 따라 양국이 공유하는 규범이 확대된 점을 꼽으며, 결국 양국이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며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신각수 NEAR 재단 부이사장은 “60년 전 한일국교정상화 교섭은 7번의 회담을 14년에 걸쳐 이루어냈다”며 “한국과 일본이 전쟁과 해방, 군정을 경험하고 경제 회복을 이룩한 비슷한 역사적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던 배경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앞으로의 한일 관계 발전은 “당시 조약이 위로부터의 수교, 정부주도였다면 앞으로는 대대적인 인적 문화교류로 나아가야 한다”고 방향성을 제시하고 “한일 양국은 OECD 가입국이며 미국과의 동맹국이라는 공통분모가 뚜렷한 가운데 아직 불씨가 남아 있는 역사문제가 약점이지만, 포스트 탈냉전 시대 불확실성 큰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고 중국, 북한, 러시아의 군사위협을 억제할 수 있다면 기회 될 수 있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곧 탄생할 새 정부에서는 한일 관계에서 확실하게 역사와 그 외 분야를 이원화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전략적 파트너십이 관계 발전의 해답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 역시 1965년 한일기본조약 이래 가장 획기적인 한일공동선언으로 꼽히는 1998년‘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파트너쉽’을 한일 관계 발전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제시하고, 양국을 둘러싼 가장 첨예한 문제에 대한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식민지화 역사에서 초래된 과거사 문제, 양국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 따라 변화한 협력·경제 관계, 북한에 대응하는 한일 공조문제 등 3가지 이슈는 상호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그동안 이 문제들은 1998년 한일공동선언을 거치며 미래지향적 관계로 문제 자체와 비중이 줄어들었고, 문제를 극복해온 역사”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1998년 한일 파트너십의 정신에 따라 젊은 세대가 아팠던 기억에 종속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한미일 교류에서 한일 각국이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만큼, 방위문제와 방위비 부담 문제에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고 협력관계를 유지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핵 위협에서는 한국, 일본이 각자 무엇을 해야할 지 결정하고 그 기준 위에서 미국이 하는 일이 우리의 이익과 부합하는지 점검한 후 방위상 협력을 진척할 수 있는” 중요한 국면을 맞이했음을 강조했다. 한편,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개최된 이번 세션은 한일 양국 정치 외교 분야 전문가들의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심도 깊은 토론이 진행되어 향후 한일 양국의 관계 개선 및 다방면의 협력 증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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