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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으로 인간을 얘기하는 쿨한 작품이죠”

    “과학으로 인간을 얘기하는 쿨한 작품이죠”

    원숭이를 인간으로 진화시키는 ‘프로젝트’가 대학로에서 진행된다. ‘네안데르탈 작전’ 혹은 ‘원숭이맨 작전’. 요즘 대학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성기웅(34)의 신작 ‘북방한계선과 원숭이’(8월1일∼9월7일·선돌극장)의 테마이다. 재작년부터 선보여온 일본 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과학하는 마음’의 2편으로 1편 ‘진화하는 마음’과 3편 ‘발칸동물원’을 먼저 무대에 올렸고, 이번 공연으로 3부작을 완결한다. “3부작을 다 할 줄 알았으면 순서대로 하는 건데….(웃음)관객들이 ‘2편은 왜 안 하냐.’고 하셔서 하게 됐죠. 처음엔 여건도 좋지 않아 좁은 극장에서 17명의 배우들이 계단에서 대기해가며 공연했어요.” ‘과학하는 마음’은 전형적인 일본의 ‘조용한 연극’. 강렬한 드라마나 반전 없이 일상을 그대로 비춘다. 그래서 장면전환도 효과음도 없다. 관객이 들어오기도 전에 이미 배우들이 무대에서 연기하거나 여러 인물이 동시에 다른 대화를 한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이나 끝난 후에도 그들의 일상은 계속 이어질 것만 같다. “그간 우리 연극에서는 커다란 사회적 메시지나 가족이야기 등 감성적인 주제로 눈물을 강요해왔어요. 뮤지컬도 계산된 감정으로 관객을 몰고가죠. 그러나 이 극은 과학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얘기해요. 이성적으로 접근해 관객에게 생각의 여백을 준다는 게 매력이죠.” 성 연출은 ‘북방한계선과 원숭이’를 “쿨한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전편에서는 갈등 관계가 선명했다면 이번 편은 ‘관찰하기’가 더 요구된다. “결국 과학이나 인간의 진화라는 건 500만년이라는 긴 시간을 두고 진행된 건데 이걸 길어야 70∼80년 사는 과학자들이 한 시간 반 동안 다룬다는 차이가 재미있어요.” 작품은 진화된 인간 문명의 자부심을 드러내면서도 원숭이만의 삶의 특성을 보여주며 연구의 아이러니를 조명한다. 이렇 듯 일반인들이 평소에 생각 못했던 지점을 보여준다는 게 연출가가 ‘과학하는 마음’에 빠진 이유다. 그의 작품은 ‘말맛’을 잘 살리기로도 유명하다. 언어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면 극단 이름도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일까. “요즘 넌버벌 퍼포먼스나 이미지극 등이 각광받지만 ‘언어연극이나 사실주의 연극이 충분히 성숙한 다음에 생겨난 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아요. 기존 연극은 발성이나 화술, 언어가 일상의 감각과 너무 떨어져 거부감이 들거나 희곡의 문학성이 많이 떨어져요. 번역극에서 출발해 번역투도 많고요. 일상어, 잊혀진 옛말, 방언 등 우리 말 속에 있는 재미와 아름다움을 무대에서 살리고 싶습니다.” 그는 ‘조선형사 홍윤식’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 사람들’ 등 1930년대에 주목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11월 두산아트센터에서 올릴 차기작 ‘깃븐우리절믄날’은 ‘소설가 구보씨’의 2년 뒤 이야기로 이상의 두 번째 여인 권영희를 둘러싼 사각관계를 담고 있다. 내년에는 연애를 다룬 실험극도 선보일 생각이다.“쉬고 싶다.”는 말이 먼저 나올 만큼 복이지만 차기작 아이디어는 쉴새없이 새어나왔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28) 옹기장이와 땜장이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28) 옹기장이와 땜장이

    김준근의 ‘옹기장이’는 옹기장이가 옹기를 만드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발로 물레를 돌리며 옹기 안에다가 편편한 나무판자를 대고 바깥에서 몽둥이로 두드려 형태를 만들고 있다. 그림의 왼쪽에는 옹기를 굽는 흙 가마가 있다. 옹기가 나오는 그림은 여럿이 남아 있는데, 거개 옹기로 물을 담아 나르거나 혹은 젓갈 따위를 담아 판매하는 행상을 그린 것이다. 옹기를 만드는 것을 그린 것은 김준근의 그림이 유일한 것으로 짐작된다. 김준근의 또다른 작품 ‘땜장이’를 보자. 옹기나 사기그릇이 부수어지면 깨진 부분에 접착제를 바르고 철사로 테를 단단히 둘러서 고정시켜 준다. 옹기나 사기그릇이 귀했기 때문에 버리지 않고 땜장이를 불러 다시 보수해 썼기에 생긴 직업이다. ●물레 돌려 질그릇 만들고 유약 입혀 구워내 옹기는 불과 얼마 전까지 흔하디흔한 생활용기였다. 물을 담아두는 것은 물론이고, 간장과 된장, 고추장 등의 장류, 김치와 같은 저장식품은 모두 옹기에 담아 보관했다. 그뿐인가. 쌀이며 보리 등의 곡식도 옹기에 담았다. 전기냉장고가 보급되고, 아파트가 주거의 대세를 이루면서 맨 먼저 사라진 것은 큰 옹기들이었다. 간장·된장·고추장과 김치가 공장에서 ‘생산’되면서 더 이상 옹기가 필요치 않게 되었다. 한약을 다리는 약탕기는 한약을 일회용 파우치에 담아 먹으면서부터 사라져 버렸다. 그 외의 부엌에서 쓰이던 소소한 옹기들은 모두 플라스틱이나 비닐, 알루미늄 호일이 물리쳤다. 이제 옹기는 큰 규모로 장을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라면, 장식품이 되어 남거나 박물관에 놓여 있게 될 것이다. 아마 황순원의 ‘독 짓는 늙은이’의 송영감이 죽었을 때 시간 속으로 사라져야만 하는 옹기의 운명 역시 정해졌던 것이다. 옹기는 질그릇에 황갈색의 유약을 입혀 구운 것이다. 따라서 먼저 질그릇을 만들고 그것에 유약을 입혀 구워야 옹기가 되는 것이다. 질그릇이야 원래 토기니, 삼국시대 이전부터 있는 것이지만, 유약을 바른 옹기는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거친 뒤에야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하긴 이것은 엄격하게 구분한 것이고, 질그릇이나 옹기나 문헌을 보면 꼭 구분해서 쓰는 것은 아니다. 위의 그림에서 옹기, 곧 질그릇을 만드는 사람을 옹기장이, 한자로 옹장(甕匠)이라고 한다.‘경국대전’을 보면, 공조에 13, 봉상시 10, 상의원 10, 내자시 10, 내섬시 8, 사도시 8, 예빈시 8, 내수사 7, 소격서 4, 사온서 4, 의영고 4, 장원서 8, 사포서 10, 양현고 2명의 옹장을 두고 있다. 이런 관청은 질그릇이 절실히 필요했던 관청이다. 예컨대 사온서란 관청은 궁중에 필요한 술을 빚는 관청이니, 당연히 질그릇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 관청에 옹기장이가 각각 배치되어 있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옹기를 굽기 위해서는 가마가 필요한 법이다. 위의 관청들은 절대 다수가 궁중에 있는 관청이다. 궁중에 가마를 둘 수 없는 일이니, 아마도 어디선가 가마를 두고 옹기를 만들되, 그 옹기장이를 파견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성종 때 인물인 성현은 ‘용재총화’에서 “사람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으로서 도기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지금의 마포, 노량진 등지에서 진흙을 구워 그릇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모두 질그릇, 항아리 독 같은 종류다.”라고 말하고 있다. 곧 마포와 노량진에 질그릇을 굽는 가마가 있었던 것이다. 또 조선후기의 기록들을 보면, 서강의 ‘옹막촌’, 노량의 ‘옹막리’라는 지명이 등장하는데 아마도 같은 장소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관청에 소속되는 장인을 경공장이라 하고, 지방의 관청, 예컨대 관찰사영이라든지 군·현 등에 소속되는 장인을 외공장이라 한다.‘경국대전’을 보면 경공장과 외공장을 각각 밝히고 있다. 즉 사기장은 서울의 관청에도 있고, 지방 관청에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옹장의 경우 외공장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 이유는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지방에도 옹장이 있었던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허다한 명목으로 세금 만들어 옹기장이 쥐어짜 민유중이 1659년 경상도 암행어사로 나갔다가 돌아와 올린 보고서를 보면, 철점(鐵店)과 옹점 등이 모두 통영과 병영의 소속이 되어 폐단이 많다 하였다. 이것으로 보아 옹점 등이 국가 기관에 소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순조 때 만들어진 ‘만기요람’에 의하면, 전라도와 경상도에서는 장인들에게 세금을 거두는데, 한 사람마다 세목(稅木) 한 필이라고 하였다. 세금을 거두는 대상은 주철장(鑄鐵匠)ㆍ유철장(鍮鐵匠, 놋쇠를 만드는 장인)ㆍ수철장(水鐵匠, 무쇠를 만드는 장인)·옹점장(甕店匠)인데, 앞의 세 장인은 호조에, 옹점장은 공조에다 세금을 바쳤다. 이런 기록으로 보아 당연히 지방 각 곳에 옹기를 만드는 곳이 있었던 것이다. 아니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도시 주변에서도 옹기를 굽는 곳을 흔히 찾아볼 수 있었으니, 그런 곳은 대개 조선시대에 옹기를 굽던 곳이었다. 옹기를 만들어 파는 옹기장이는 사회에서 가장 낮은 지위의 장인들이었고, 국가로부터 심한 착취를 당했다. ‘정조실록’ 13년(1789) 윤5월22일조를 보면 장령 조성규는 균역법이 시행된 이후 지방 고을 수령들이 장인이나 상인, 혹은 사기나 옹기를 만드는 마을에서 징수하는 세금에는 모두 정해진 액수가 있는데, 허다한 명목을 새로 만들어내어 백성을 쥐어짜는 묘책으로 삼고 있다고 왕에게 말하고 있다. 그 대책으로 양심적인 수령을 뽑자는 말이지만, 그건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이야 옹기 만드는 기술도 무형문화재의 대접을 받지만, 조선조의 옹기장이는 이렇게 쥐어짜도 말 한 마디 못하는 천민이다. 역사에 이름이 남을 리 없다. 범죄에 관련되어 한두 이름이 남을 뿐이다.‘세종실록’ 15년(1433) 12월21일조를 보면, 선산의 옹기장이 대금(大金)이 남의 집 종을 모살하여 참형을 언도받은 기록이 있을 뿐이다. 또 한 사람 옹기장이는 천주교 신자로서 신유사옥 때 순교한 김귀동이다. 그는 박해를 피해 충청북도 제천 배론의 옹점으로 옮겨서 살았다 하는데, 옹점이란 것은 원래 지명이 아니라, 옹기장이인 그가 옮겨가 살면서 옹기를 구웠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김귀동은 신유사옥 때 황사영이 도망오자 숨겨 주었고, 황사영은 그의 집에서 저 유명한 ‘황사영백서’를 썼던 것이다. 황사영은 천주교회의 역사에 뚜렷한 이름을 남기고 있지만, 김귀동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김장독처럼 큰 옹기는 어떻게 팔았을까 옹기를 파는 곳은 어디인가? 육의전(입전·면포전·면주전·포전·저전·지전)을 제외한 나머지 상품들에 대해서 자유로운 상행위를 허락한 신해통공 때 이 정책의 발의자이자 추진자였던 채제공은 금난전권을 시전에 허락한 것이 결국 물가를 올린다고 말하면서 “요사이는 심지어 채소나 옹기까지도 판매하는 전(纏)이 따로 있어서 사사로이 서로 사고 팔 수가 없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백성들의 음식에 소금이 떨어지고, 가난한 선비가 조상의 제사를 지내지 못하는 일까지도 생깁니다.”(‘정조실록’ 15년 1월25일)라고 말하고 있다. 이 자료를 보건대 한때 시전에서 옹기를 독점 판매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시전에 옹기를 파는 곳이 어디인지는 알 길이 없다. 유본예의 ‘한경지략’에 의하면, 종루거리와 남대문 밖에 도자기를 파는 자기전이 있다고 하는데, 여기서 판매한 것이 아닌가 한다. 만약 지방이라면 어디서 팔았을까. 사기그릇은 지고 다니며 팔지만 김장독처럼 큰 옹기는 어떻게 팔았는지 자못 궁금하다. 작고한 소설가 이문구의 ‘관촌수필’을 보면 ‘옹점이’란 여자가 나온다. 이문구의 어렸을 때 친구다. 옹점이란 이름은 이문구의 조부가 이 여성의 어머니가 딸을 옹점에서 낳았다고 해서 옹점이라 부르라 했던 것이다. 옹점은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옹기를 굽는 곳이다. 지명을 사람의 이름이나 호로 삼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인촌 김성수가 살던 마을이 인촌이었기에 호가 인촌이 된 것이 그 예다. 하지만 옹점이란 이름은 그 사람이 옹점에서 태어난 것을 말하니, 좋게 들리지 않는다. ‘관촌수필’에서 이문구가 그리고 있는 옹점이는 얼마나 손끝이 맵고 싹싹하고 눈치 빠르고 영리한 여성인가.‘옹점’이란 이름은 그것을 지워버린다. 사족. 대학시절 ‘관촌수필’을 읽고 문체에 홀딱 반하였다. 다시 그런 문체가 있을까. 앞으로 한국문학은 이문구처럼 그렇게 리얼하고 치밀한 충청방언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아쉽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일석국어학상’에 김영배씨

    김영배 동국대 명예교수가 중세 국어자료 역주 및 남북한 방언연구에 남긴 업적을 인정받아 ‘제6회 일석국어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9일 오후 6시 서울 동숭동 함춘회관에서 열린다.
  • 하동 재첩 제철 만났다

    “하동 재첩 드시 보이소.” 25일 경남 하동군과 섬진강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요즘 섬진강의 재첩 채취가 한창이다. 섬진강 재첩은 이때가 살이 가장 많이 차고 맛이 좋아 제철로 친다. 1급수인 섬진강에 서식하는 하동재첩은 빛깔이 선명하고 육질이 연하며 맛이 담백하고 영양이 풍부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재첩은 일본인도 좋아해 1999년부터 일본으로 수출한다. 아름답고 청정한 하동포구 80리에 걸쳐 채취되는 하동재첩은 강 깊이에 따라 두 가지 방법으로 채취한다. 깊은 강에서는 재첩 채취선을 이용하고 얕은 강에서는 허리까지 오는 고무로 된 옷을 입고 호미로 강바닥을 긁어 채취한다. 하동 방언으로 ‘갱조개’(강조개·민물조개의 뜻)라고도 불리는 하동 재첩은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섬진강 하류의 염분이 적은 사질토양에 자연 서식한다. 직경 1∼2㎝의 엄지손톱만 한 작은 조개이지만 맛과 영양, 향은 최고다. 재첩은 필수 아미노산을 다량 함유해 조혈과 해독작용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숙취 해소에 좋아 시원한 하동 재첩 국맛을 본 애주가들은 맛을 잊지 못해 ‘중독’에 빠진다. 하동군은 연간 1600여t을 생산해 40여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하동 재첩을 명품으로 특화하기 위해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하동읍 신기리 일대에 가공공장·휴게실·식당·전망대 등을 갖춘 재첩 특화마을을 조성 중이다.하동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하동 재첩 제철 만났다

    “하동 재첩 드시 보이소.” 25일 경남 하동군과 섬진강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요즘 섬진강의 재첩 채취가 한창이다. 섬진강 재첩은 이때가 살이 가장 많이 차고 맛이 좋아 제철로 친다.1급수인 섬진강에 서식하는 하동재첩은 빛깔이 선명하고 육질이 연하며 맛이 담백하고 영양이 풍부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재첩은 일본인도 좋아해 1999년부터 일본으로 수출한다. 아름답고 청정한 하동포구 80리에 걸쳐 채취되는 하동재첩은 강 깊이에 따라 두 가지 방법으로 캐낸다. 깊은 강에서는 재첩 채취선을 이용하고 얕은 강에서는 허리까지 오는 고무로 된 옷을 입고 호미로 강바닥을 긁어 채취한다. 하동 방언으로 ‘갱조개’(강조개·민물조개의 뜻)라고도 불리는 하동 재첩은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섬진강 하류의 염분이 적은 사질토양에 자연 서식한다. 직경 1∼2㎝의 엄지손톱만 한 작은 조개이지만 맛과 영양, 향은 최고다. 재첩은 필수 아미노산을 다량 함유해 조혈과 해독작용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숙취 해소에 좋아 시원한 하동 재첩 국맛을 본 애주가들은 맛을 잊지 못해 ‘중독’에 빠진다. 하동군은 연간 1600여t을 생산해 40여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하동 재첩을 명품으로 특화하기 위해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하동읍 신기리 일대에 가공공장·휴게실·식당·전망대 등을 갖춘 재첩 특화마을을 조성 중이다.하동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음악은 하나의 언어… 세계에 서울 알릴래요”

    “음악은 하나의 언어… 세계에 서울 알릴래요”

    “세계에 서울을 알리는 것이 저의 역할이겠지요. 유명한 분들과 같은 자리에 서게 된 것도 영광입니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진(30)씨가 한국에 왔다. 그는 서울시 홍보대사로 선정되어 방송인 이순재·박경림, 재일동포 음악인 양방언, 축구스타 홍명보,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의 박기태씨 등과 함께 21일 서울시청에서 위촉장을 받는다. 오는 28일에는 세종문화회관의 ‘천원의 행복’ 콘서트에 초청되어 금난새가 지휘하는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 그는 “음악은 하나의 언어”라면서 “관객과 소통하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 살 때 영국으로 건너가 여섯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한 그는 이듬해 퍼셀음악원에 개교 이래 최연소로 입학한 뒤 이탈리아 볼로냐 프리미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제1회 하이페츠상을 수상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알렸다. 스승인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루지에로 리치로부터는 “김민진은 내가 가르친 학생 가운데 가장 재능이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달에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에서 이번에 연주할 베토벤의 협주곡과 소나타 7번을 담은 독집 앨범을 내놓는 등 활동폭을 넓혀가고 있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여 베토벤 협주곡을 함께 녹음한 앤드루 데이비스 경을 두고는 “그는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어떻게 연주할 것인지 대화를 먼저 제안하는 등 음악적 영감을 주면서도 다정다감한 사람”이라면서 “멋진 경험이었다.”고 즐거워했다.‘레퍼토리가 너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베토벤의 협주곡은 정말 거대한 세계”라면서 “연주 경력을 쌓고 나이가 들면 한번 더 녹음하고 싶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꿈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세계를 다니며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을 넘어서 특혜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도 열심히 연습해야지 하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즐거움”이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글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사진 남상인기자 sanginn@seoul.co.kr
  • [Metro] 서울시 홍보대사 8명 추가 위촉

    서울시는 프로골퍼 최경주씨와 올림픽 축구대표팀 수석코치 홍명보씨를 비롯한 8명을 ‘민선 4기 서울시 홍보대사’로 추가 위촉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에 새로 위촉된 홍보대사는 이들 이외에 탤런트 이순재,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음악가 양방언,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박기태,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진, 방송인 박경림씨 등이다. 서울시 홍보대사는 지난해 3월 위촉된 탤런트 송일국씨 등 12명을 포함해 모두 20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위촉식은 21일 서울시청 본관 3층 태평홀에서 열린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사르코지 中 압박

    |베이징 이지운특파원|티베트에서 또 다시 중국 공안의 발포로 유혈사태가 발생한 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 압박수위를 높이고 나섰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불참도 불사하겠다는 강경어조다.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중국이 먼저 달라이 라마와 대화를 시작하지 않으면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마 야드 인권담당 국무장관이 5일 일간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공개한 사르코지 대통령의 요구사항에는 수감돼 있는 정치범의 석방, 티베트에 대한 폭력행위의 중지 등도 포함됐다. 이는 지금까지 티베트 사태와 관련한 세계 정상들의 입장 가운데 가장 강경한 것이다. 반면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같은 날 런던에서 열린 국제진보정상회의에서 “달라이 라마 자신이 올림픽 보이콧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2012년 런던 올림픽 주최국으로서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중국에서 일어나는 어떤 폭력도 규탄받아야 하며, 모든 당사자들의 자제를 촉구한다.”며 “중국과 티베트가 갈등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대화”라고 강조했다.●달라이 라마 “무력감 느끼지만 비폭력 고수해야” 이에 앞서 중국 쓰촨(四川)성 가르제(甘孜) 티베트 자치주에서 지난 4일 발생한 시위에서 중국 무장경찰이 시위 진압과정에서 발포,8명이 사살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티베트 망명정부가 6일 밝혔다. 이날 망명정부 측은 이들의 신원을 공개했으며, 이 가운데 4명이 여성이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이날 “폭동이 발생, 공안이 시위진압 과정에서 발포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정부 관계자는 “공안들이 극도로 자제하면서 법규를 준수할 것을 시위대에 당부했으나 관리와 주민들이 큰 부상을 당하자 경찰은 경고탄을 발사하고 폭동을 진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망명정부측은 무장경찰이 현지의 불교 사원에 진입, 달라이 라마의 초상화를 몰수한 뒤 2명의 승려를 체포하자 승려·주민들이 항의의 표시로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시위로 인해 희생자가 속출하는 데 대해 “무력감을 느낀다.”면서도 비폭력주의를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6일 발표한 성명에서 “현 상황이 계속되면 중국 정부의 억압도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中 `서방언론 공세´ 네티즌 서명 운동 중국은 서방 언론들이 왜곡보도하고 있다며 네티즌 서명운동을 시작하는 등 서방언론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포털사이트 시나닷컴에서 3일부터 왜곡 보도에 항의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져 114만여명이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이트는 “라싸에서 폭행·약탈·방화가 자행된 폭력 범죄가 일어났음에도 CNN,BBC 등 서방 언론은 사실과 다른 왜곡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항의하는 여러분의 서명이 필요하다.”며 네티즌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 군인의 승려 위장’ 논쟁과 관련, 문제가 됐던 사진은 2001년 영화 촬영을 위해 시짱(西藏) 무경부대에 승복을 나눠주던 사진”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한편 베이징 올림픽 성화는 6일 영국 런던에 도착했지만 반중국 시위자들이 성화봉송 대열에 끼어들어 경찰과 한바탕 몸싸움을 겪었다. 성화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런던 서부로 넘어갈 즈음 시위자 1명이 성화봉을 빼앗으려고 달려들고 이어 한 시위자는 소화기로 성화를 끄려고 덤벼들었지만 실패했다. AP통신은 런던 경찰이 성화 봉송 시작 후 2시간 만에 30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성화가 지나는 거리 곳곳에서 반중국 시위자들이 티베트 국기를 흔들면서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jj@seoul.co.kr
  • 여주 농부는 ‘벼’를 베고 나주 농부는 ‘나락’ 벤다

    여주 농부는 ‘벼’를 베고 나주 농부는 ‘나락’ 벤다

    경기 여주 농민은 ‘벼’를 베고, 전남 나주 농민은 ‘나락’을 벤다. 서울 아이는 ‘소꿉질’을 하고 놀지만, 경남 김해 아이는 ‘반두깨미’를, 전남 담양 아이는 ‘바꿈살이’를 하고 논다. 서로 다른 토박이말을 갖고 있는 낱말은 지역을 달리하며 무수한 형태로 가지를 친다. 한국학중앙연구원(국중연)이 최근 153개 단어의 토박이말 분포를 153개 지도로 만든 ‘한국언어지도’(이익섭 등 지음, 태학사)를 펴냈다. 지역별 토박이말 쓰임새를 낱말마다 특정 기호로 표시해 그 분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언어지도의 출간으로 각각의 낱말이 지역에 따라 고유한 토박이말로 변화해간 과정이 재구성됐다. 독일에선 19세기말, 프랑스에선 20세기 벽두에 일찌감치 언어지도가 제작됐지만, 국내에서 본격적인 언어지도가 만들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언어지도´는 1978년 당시 국중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10개년 장기 사업으로 ‘전국방언조사연구’를 시작한 지 30년 만에 완성됐다. 모두 1782개 단어를 조사했지만 최종적으로 토박이말 분포 양상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153개를 선별했다. 언어지도가 첫 번째로 택한 단어는 ‘벼’다. 벼의 토박이말은 ‘베’계(‘벼’ 포함)와 ‘나락’계로 나뉜다. 언어지도에서 ‘베’계와 ‘나락’계는 남북으로 나뉘어 표시됐다.‘베’계는 경기, 강원, 충남북에 분포하고,‘나락’계는 경남북과 전남북에 분포한다. 언어지도는 토박이말의 두 계통을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표기해 한 눈에 구별되도록 했다. 가장 단순한 언어분포를 보이는 ‘벼’에 비해 ‘소꿉질’은 50개가 넘은 토박이말로 복잡하게 갈린다. 연구진은 크게 일곱 계열(‘소꿉질’계-경기 및 충남 서북부,‘통굽질’계-강원 및 충북 중북부,‘반두깨미’계-경상도,‘바꿈살이’계-전북 및 전남 일부 등)로 나누고 계열별로 지역 토박이말을 배치했다. 연구진행을 맡은 황문환 국중연 한국학대학원 교수는 “언어지도는 향후 행정구역 조정, 지역 사회·문화 특성 조사, 표준어 선정 작업 등에 큰 길잡이가 될 것”이라며 “북한 지역 토박이말 조사가 불가능해 반쪽 지도가 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李대통령 “정책 ‘원맨 플레이’ 안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려운 지방 경제를 살리는 전략부터 마련하겠다고 밝혔다.대통령 혼자만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도 피할 것을 강조했다.이 대통령은 10일 “수도권보다 지방이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로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도 어려운 지방경제부터 먼저 해결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37개 지역 언론사 편집국장단 초청 오찬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경남 따로 부산 따로, 광주 전남 따로, 이렇게 행정구역 단위로 접근했는데 큰 효율이 없었다.”고 평가한 뒤 “광역적 측면에서 지방경제를 살리는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대통령의 광역화 전략은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5+2 광역발전 전략’을 언급한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정책 추진과 관련해 “혼자 ‘원맨 플레이’를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면서 “‘대통령이 소신이 있는데 국민의 뜻은 다르다’ 그런 것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이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에서 움직이는 것이지 국민이 반대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못 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 등 찬반 양론이 맞서는 주요 정책들을 충분한 국민여론 수렴후 합리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규제 완화를 유보해 달라는 건의에 대해 “수도권과 지방 가운데 어느 한 곳을 규제해서 못하게 하고 어느 한 곳은 풀어서 하게 하는 것은 시장경제에 맞지 않다.”면서 “지방과 수도권이 싸우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져 큰 낭패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오찬간담회 참석자로 지방언론사 편집국장단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지역경제가 발전해야 선진화를 앞당긴다는 것”이란 새 정부의 모토 차원을 강조했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바이칼의 게세르 신화/일리야 N 마다손 채록

    바이칼의 게세르 신화/일리야 N 마다손 채록

    ‘아바이 게세르’는 게세르 신화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이다.‘아바이’는 바이칼 호수 주변에 사는 부랴트인의 구비신화에서 흔히 나타난다. 함경도 방언의 ‘아바이’와 마찬가지로 선조나 아저씨, 혹은 아버지라는 뜻을 가진 높임말이라고 한다. 바이칼 호수에서 알타이 산맥에 이르는 지역에 분포하는 알타이어계 민족들에게 아바이는 오늘날에도 남성 연장자의 이름 앞에 붙이는 일반적인 존칭으로 쓰인다. 부랴트어로 ‘뉴르가이’는 코흘리개라는 뜻이다. 부랴트인은 자식이 어렸을 때는 하찮은 이름으로 부르다가 열세 살 이상으로 성장하면 이름을 새로 짓곤 했다. 지상을 떠도는 좋지 않은 영(靈)이 아이를 해치지 못하도록 배려했는데, 우리가 아이를 개똥이 등으로 부른 것도 같은 이유이다. ‘바이칼의 게세르 신화-샤먼을 통해 만난 신들의 세계’(일리야 N 마다손 채록, 앵민족 옮김, 솔 펴냄)는 멀리 떨어진 지역을 다루고 있지만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아바이’나 ‘뉴르가이’처럼 우리와 비슷한 정서와 세계관을 갖고 있는 것도 그 이유의 하나가 될 것이다. ●바이칼에서 채록한 게세르 신화와 단군신화 비교 육당 최남선을 비롯한 선학들은 1920년대에 이미 바이칼 호수 일대를 우리 민족문화의 발상지로 주목했다. 육당은 고대사의 수수께끼를 해결할 단서로 단군신화 연구의 필요성을 들었는데, 단군신화를 해명하기 위해서는 부랴트 게세르 신화와의 비교연구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세르 신화의 도입부는 이렇다. 하늘신 가운데 가장 명망이 높았던 게세르는 악신(惡神)들이 재해와 빈곤으로 인간 세계를 도탄에 빠뜨리자 사람의 모습으로 지상에 내려온다. 게세르는 배반당하고 자신보다 강한 적 앞에서 갈등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겨내는 힘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고통 받은 인간이 안쓰러워 고민에 잠기고 감당해내기 힘든 무리한 싸움에도 나선다. 이런 얼개의 이야기는 알타이의 ‘마아다이 카라’, 칼묵의 ‘장가르’, 티베트의 ‘게세르’, 몽골의 ‘게세르’, 부랴트의 ‘게세르 신화’, 그리고 한반도의 ‘단군신화’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동아시아의 보편가치로 나타난 인간주의는 우리에게 홍익인간이라는 이념으로 친숙하다. 부산대 노어노문학과 교수인 지은이는 바이칼 호수 인근에서 채록된 판본만 해도 100개가 넘고, 티베트나 몽골 것까지 합치면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게세르 신화 가운데 채록자의 창작이 포함되지 않은 판본을 찾아 번역하고 상세하게 주석을 달았다. 그는 ‘바이칼의 게세르 신화’에서 샤머니즘이 고대인의 관념이 담긴 철학이자 종교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오늘날의 부랴트 샤먼들은 잔혹한 희생제의를 펼치거나 혹세무민의 의식을 펼치는 대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며, 전통 의료행위와 심리 상담 치료를 병행하는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전체에서 발견된 신화… 보편적 가치 찾아야 부랴트 샤먼들은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적극적으로 저술활동을 펼치고 대중교육에 나서기도 하는데, 가장 과학적인 합리성으로 무장한 계층이 당시의 시점으로는 가장 첨단을 달리는 문물을 만들어내는 텡그리(하늘의 신, 단군과 연결짓기도 함)로 활동하던 신화의 시대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게세르 신화와 같은 얼개를 가지고 있는 이야기 가운데 가장 오래된 채록본이 뜻밖에도 일연의 ‘삼국유사’에 실린 단군신화라는 데 주목한다. 우리가 북방의 신화를 본떠서 단군신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단군신화의 얼개가 게세르의 이름으로 동아시아에 퍼져 있는 모습으로 해석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게세르 신화는 단군신화와 다를 바 없는 우리의 신화일 수도 있다.”면서 “여기서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민족주의적 시각을 가질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에 걸쳐 발견되는 신화를 통하여 동아시아의 보편가치로 다가가는 다리를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2만 5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이명박대통령 취임] 해외언론 반응

    |워싱턴 김균미·도쿄 박홍기·베이징 이지운·파리 이종수특파원|AP통신과 CNN 등 미국과 서방언론들은 25일 일제히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기사를 주요 뉴스로 다뤘다. 미국 등 서방 언론들은 무엇보다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대통령에 취임함으로써 실용주의를 채택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AP통신은 이 대통령이 각종 규제 완화와 친시장적인 경제정책으로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고 북한 핵 등 북한 문제 해결에 관심을 쏟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의 주요 신문들도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뉴스를 온라인판 국제면에 주요하게 다뤘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이 대통령이 양극화로 계층 간 갈등이 야기된 한국 사회에서 철저한 실용주의를 추구할 것을 약속하고 국민들에게도 희생정신으로 재무장할 것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정부와 언론도 이 대통령의 취임에 큰 기대를 나타났다. 마치무라 노부타카 관방장관은 25일 “역사적으로 깊은 인연이 있는 만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관계를 쌓아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은 이 대통령의 취임을 미래지향의 ‘신 한·일시대’,‘대일 외교 중시’ 등의 표현을 쓰면서 주요 뉴스로 다뤘다. 첫 경제계 출신 대통령,10년만의 보수정권이라는 점도 한층 부각시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대통령이 이념에서 실용을 중시하는 실리주의로의 정치운영 전환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이 대통령이 외교정책에서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관계 강화’를 강조한 뒤 인접 아시아국과의 연대강화를 말하면서 일본·중국·러시아 순으로 나라명을 들었다.”고 순서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중국 언론들도 이날 이 대통령의 취임식을 주요 뉴스로 전하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반관영 통신인 중국신문사도 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의 역사를 긍정 평가하고 산업화와 민주화 성취가 국민 노력의 결실로 이뤄진 것을 평가했다.”고 전했다. 영국·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 언론들은 ‘경제 활성화’를 주요 코드로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 대통령이 첫 기업가 출신 대통령이라고 전하면서 “보수 성향의 한나라당 소속인 그가 취임사에서 한국 경제 회복과 북한에 대한 강경한 노선을 다짐했다.”고 보도했다. kmkim@seoul.co.kr
  • [우리말 여행] 표준어와 방언

    뭐가 맞는 말이냐고 묻는다. 이 말은 곧 표준어로는 무엇이라고 하느냐는 의미다. 이처럼 표준어는 어느새 맞는 말이 돼 버렸다. 방언은 옆이 아니라 반대쪽에 있는 말로 여겨졌다. 틀린 말로 치부됐다. 방언은 각 지역의 특색을 정감 있고 섬세하게 표현한다. 표준어는 공적인 영역에서 기준이 된다. 한국어를 구성하는 여러 방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 [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한국의 허브

    [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한국의 허브

    웰빙 바람을 타고 허브에 대한 세인의 관심이 높다. 세상의 어떤 향수보다 더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허브가 있고, 향기를 맡으면 심신의 피로를 풀어준다는 것도 있다. 허브는 맛도 다양하다. 새콤한 것이 있는가 하면 매콤한 것도 있고 설탕보다 더 달콤한 것도 있으며 쌉싸래한 맛을 내는 것도 있다. 허브(herb)는 풀이나 녹색식물을 뜻하는 라틴어 ‘헤르바(herba)’에서 온 말이다. 식물표본을 반영구적으로 보관해 두는 식물표본관을 허바리움(herbarium)이라고 하는데, 이때의 허바도 허브와 어원이 같다. 이처럼 허브의 원래 뜻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다. 풀이나 식물을 통칭하는 말이, 건강에 좋아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이라는 뜻으로 그 의미가 좁아진 셈이다. 허브가 풀을 뜻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에도 지천이고, 좁은 의미의 허브, 즉 몸에 좋은 풀과 나뭇잎을 지칭한다 하더라도 그런 것은 한반도에 많기만 하다. 다양한 맛을 내는 식물들을 꼽아보면, 괭이밥이나 소리쟁이 잎은 새큼새큼하고, 고추냉이 뿌리줄기는 매옴하며, 인동덩굴 꽃은 달착지근하고, 씀바귀 뿌리는 쌉쌀하다. 백리향은 이름 자체에 향을 품고 있다. 백리나 간다는 그 향은 참으로 강하다. 백리향의 잎과 어린 줄기를 덖어서 차를 끓여 마시기도 하는데, 서양의 어떤 허브 차에도 뒤지지 않는 향과 맛을 가졌다. 이밖에도 둥굴레, 목련, 쑥, 민들레, 구절초, 산국 등 차를 끓여 마시기에 좋은 자생식물이 많다. 배초향은 또 어떤가? 줄기 높이가 1m 남짓한 꿀풀과의 이 풀은 예부터 ‘방아풀’이라고 부르며 추어탕 등에 넣어 비린내를 가시게 하고 음식의 맛을 돋우는 향초로 이용해 왔다. 산초나무나 초피나무의 잎도 독특한 맛을 내는 향신료의 한 가지다. 왜우산풀은 강원도 사람들이 ‘누리대’라고 부르며 즐겨 먹는다. 잎이나 뿌리가 아니라 줄기를 먹는 것이 독특하다. 밭일을 할 때는 이 나물이 새참에 껴서 나오는 게 보통이다. 누리대 맛은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는 별 호감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강원도 사람들처럼 한번 인이 박이고 나면 최고의 나물로 친다. 맛은 서양의 샐러리와 비슷하다. 뿌리에는 독이 있지만 줄기에는 독이 없어 먹을 수 있는 것도 신비감을 더하는 일이므로, 고급 나물로 개발할 여지가 많다. 강원도 음식으로 서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곤드레밥은 ‘곤드레’라는 나물을 넣어서 지은 밥이다. 곤드레는 고려엉겅퀴의 강원도 방언으로 잎과 줄기에 가시가 조금 돋쳐서 엉겅퀴와 비슷하다. 말린 잎을 넣어 밥을 만든 후에 양념을 버무려 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토종 ‘맹이’의 인기는 서양 허브 열풍에 못지 않다. 맹이는 잎에서 마늘 냄새가 약하게 나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식물학에서는 산나물이라 한다. 어린 잎은 쌈을 싸서 먹고 조금 쇤 잎은 장아찌를 담가 먹는데,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맛도 최고다. 과거에는 울릉도 산지에서 산채를 했지만 보호를 위해 산채가 제한되면서, 전국에서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시장에서 참나물이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나물이 있다. 자생식물 가운데도 진짜 나물이라는 뜻으로 참나물이라 부르는 맛 좋은 나물이 있지만, 시장의 참나물은 이것과는 다른 종류다. 일본 사람들이 파드득나물을 개량해 만든 것으로 하우스에서 재배되어 사시사철 시장에 나온다. 원종인 파드득나물은 우리나라에도 자생하고 있다. 허브에 견줄 만한 우리 식물들이 많다. 우리 산과 들에 저절로 자라는 자생식물 가운데는 차, 산나물, 약초 등으로 이용하기에 좋은 것들이 무궁무진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것일 뿐이다. 일본이 참나물을 인기 높은 나물로 개량한 것처럼 자생식물을 가치 높은 자원으로 인식하고,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게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언제까지나 좋은 원종을 가졌다고 노래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국악 오케스트라’ 대중 곁으로

    ‘국악 오케스트라’ 대중 곁으로

    서양음악 분야에서 전국의 교향악단이 기량을 겨루는 ‘교향악축제’는 내년이면 20주년을 맞을 만큼 연륜이 쌓여간다. 하지만 국악관현악단은 전국적으로 20개 남짓에 이를 만큼 늘어났음에도 각 단체의 개성을 한 자리에서 살필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나라음악큰잔치추진위원회(위원장 권오성)가 11일부터 15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옛 리틀엔젤스예술회관)에서 갖는 ‘국악관현악축제’는 ‘국악관현악의 교향악축제’를 지향한다. 그 첫걸음에 해당하는 올해는 전국의 5개 국악관현악단이 21세기 세계음악을 지향하는 한국음악의 깊이와 넓이의 일단을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내년부터 참가 국악관현악단을 늘려가 명실상부한 전국 국악관현악단, 나아가 전국 국악인의 축제로 만들겠다는 것이 주최측의 계획이다. 일정은 11일 전주시립국악단의 개막 공연에 이어 12일은 대구시립국악단,13일은 경기도립국악단,14일은 부산시립관현악단,15일은 KBS국악관현악단이다. 전주시립국악단은 김삼곤 작곡의 국악칸타타 ‘어머니’로 프로그램을 짰다. 판소리의 고장답게 소리꾼의 도창(導唱)으로 줄거리를 이어간다. 신용문이 지휘하고 소리꾼 김흥업·김민영·최진희와 소프라노 고은영이 나선다. 구천이 지휘하는 전주시립합창단도 출연한다. 주영위가 지휘하는 대구시립국악단은 ‘한국음악의 생활화’와 ‘국학(國學)으로의 국악(國樂)’이라는 두 개의 목표를 갖고 있다. 이번에도 이유라가 협연하는 해금협주곡 ‘방아타령’과 테너 최덕술이 나서는 ‘거문도 뱃노래’ 등 민요, 그리고 백성기의 국악관현악 ‘백두대간’이 조화를 이룬다. 예술감독 김영동이 이끄는 경기도립국악단은 국악관현악과 경기민요 ‘대수풀노래’와 경기도당굿을 주제로 한 모듬북협주곡 ‘산치성(山致誠)’에서 보듯 경기지역의 음악유산을 조명한다. 박호성이 지휘하는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은 6곡의 창작관현악으로 프로그램을 짰다. 피리의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인간문화재) 정재국이 협연하는 백대웅의 ‘가산(山)을 위한 피리협주곡’이 전통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면, 베이스 유형광이 솔로이스트로 나서는 진규영의 ‘문열어라’는 현대음악을 바탕으로 한다.‘상쇠’에는 부산의 풍물패 버슴새가 가세한다. 피날레를 장식할 KBS국악관현악단의 프로그램은 마치 청중들에게 줄 수 있는 즐거움의 한계가 어딘지 도전해보려는 듯 화려하다. 이준호 지휘로 스타 해금연주자 강은일의 해금협주곡 ‘추상’과 스타작곡가인 양방언의 ‘프린스 오브 제주’, 인간문화재 판소리명창 안숙선의 ‘심봉사 눈뜨는 대목’, 비보이팀 드리프터즈와 재즈보컬리스트 웅산의 ‘판놀음’ 등이 펼쳐진다. 티켓은 무료이지만, 나라음악큰잔치 인터넷 홈페이지(www.gugakfestival.or.kr)에서 예약해야 한다. 대입 수학능력시험 수험표를 가진 수험생에게는 기념품도 준다. 공연시간은 11∼14일은 오후 7시30분,15일은 오후 5시이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주말탐방] 외교부 통역전문가들의 세상

    [주말탐방] 외교부 통역전문가들의 세상

    지난 9월7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후 언론 설명회. 노무현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회담 내용을 보다 상세하게 설명해 달라고 두차례나 요청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부시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한반도 안보체제’나 ‘한국전 종결을 위한 평화조약 서명’에 대해 미국측 통역이 한국어로 번역,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옮기지 않고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등 추상적 표현으로 축약하는 바람에 오해를 산 것이다. 이는 정상회담이나 장관회담 등 주요 외교행사에서 통역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전세계를 누비며 외교활동을 벌이는 대통령과 외교통상부 장관 옆에는 그들의 말을 가장 정확하게 통역, 전달하고자 구슬땀을 흘리는 외교관들이 있다. 바로 외교부 통역전문가다. 통역외교관들을 통해 외교가에서 벌어지는 통역의 보람과 애환 등을 들어봤다. ●언어별 2∼3명씩 국내외 포진 현재 대통령 통역을 맡는 외교부 통역전문가들은 10여명 정도다. 일반적으로 언어별 본부에 2명, 재외공관에 1명 등 3명씩 두는데, 이들 중 본부 베테랑 1명이 대통령 통역을 담당한다. 1990년대까지는 언어·국제관계 특채 외무관들이 주로 통역을 맡았으나 2000년대 들어 통역의 전문·분업화에 맞춰 언어별로 통역 전문 계약직을 뽑고 있다. 이들은 3년쯤 후 외무공무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외대 등 통번역전문대학원이나 해외 석·박사 출신으로, 대통령 및 외교장관 통역뿐 아니라 대통령부인·국무총리 등 고위인사 통역과 북핵 6자회담 등 주요 회담·협상 등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대통령 통역의 최고참은 추원훈(43·스페인어) 정책총괄과 1등 서기관. 한국외대 서반어과, 마드리드국립대 박사 출신으로 1998년1월 국제관계전문 특채로 입부했다. 지난 2월 중남미국에서 정책기획국으로 옮겼지만 대통령 통역은 여전히 그의 몫이다. 대통령 통역은 물론,6자회담 통역을 담당하는 서명진(36·일본어) 일본과 2등 서기관과 신희경(36·중국어) 중국몽골과 2등 서기관은 2003년 입부한 동갑내기 베테랑.2004년 2월 2차 6자회담때부터 최근까지 6자회담만 10여차례 참여, 북핵 전문가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어는 정수영(31) 러시아·CIS과 3등 서기관과 배선경(30) 3등 서기관이 책임지고 있다. 이들과 함께 6자회담에서 영어 통역을 맡고 있는 김종민(30) 북핵협상과 2등 서기관은 해외파 통역장교 출신으로,6자회담 통역 중 ‘청일점’이다. 외교부 인사기획관실 관계자는 “영어는 기본이기 때문에 따로 통역을 두지 않고 담당 과에서 통역 수준의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정연(28) 서유럽과 3등 서기관이 불어 통역을, 한수진(32) 중유럽과 3등 서기관이 독일어 통역을 맡고 있다. 아랍어 통역은 정선미(31) 걸프지역과 3등 서기관이, 스페인어 통역은 임재금(27) 중미과 3등 서기관이 각각 담당하고 있다. ●“매순간 긴장 늦출 수 없어” 이들은 외교 관련 통역이 일반 통역과 달리 민감한 내용이 많아 “정확성과 함께 보안 유지가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매끄러운 통역으로 일본측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서명진 서기관은 “한·일 관계는 사연이 많고 감정적 현안도 많아 항상 조심스럽다.”며 “통역은 일반 직원들보다 회담 등 관련 내용에 대해 더 조심해야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과의 양자협의 통역 등으로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신희경 서기관은 “대외 보안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대통령·장관 등 고위 인사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옮길 때마다 조심스럽게 단어를 선택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신 서기관은 6자회담 ‘2·13합의’때 합의문 작성 과정이 새벽까지 이어져 이를 기다리며 애를 태웠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귀뜀했다. 정수영 서기관은 “일반 통역과 달리 의전이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며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뿐 아니라 대통령의 우회적 표현도 제대로 파악,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중요하다.”고 말했다. 6자회담 통역은 정확한 단어 선택과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한다. 정 서기관은 “회담 성격상 단어 하나에 모두 민감해 정확한 단어 선택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다.”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전문 용어도 많아 공부를 하며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6자회담 통역들은 전문 용어의 혼동을 막기 위해 사전에 상의하고 외국어에 없는 것을 어떻게 표현, 일관성을 유지할 것인지 고민한다고 한다. 회담이 성공한 뒤 오는 보람과 기쁨도 크지만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 통역의 운명이다. 한 서기관은 “통역은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호된 질책을 받게 돼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그러나 통역이 외교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후배들을 맞았다. 지난달 특채된 실무인력 90여명 중 5명이 통역 전문으로 뽑혔다. 외교부 이원익 인사운용팀장은 “해마다 본부 및 재외공관 수요에 따라 언어별 통역을 충원한다.”며 “최근 일본어 1명, 러시아어 2명, 독일어 1명, 스페인어 1명 등 총 5명을 뽑았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젊어진 청와대 영어통역 대통령의 영어 통역은 다른 언어와 달리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에서 담당한다. 영어는 그만큼 쓸 일이 많기 때문에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는 셈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영어 통역을 살펴보면 많은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박 전 대통령 시절에는 지난 8월 별세한 조상호 전 체육부 장관이 의전수석을 맡아 10여년간 영어 통역을 했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 때는 고(故) 김병훈 의전수석이 영어 통역을 맡았다. 이때만 해도 차관급인 의전수석이 영어 통역과 의전을 같이 하던 시절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 때부터는 외교부 출신들이 청와대 비서관실로 옮기거나 파견을 나가 영어 통역을 담당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영어 통역을 맡았던 노창희 당시 의전수석은 주영국대사, 외무부 차관 등을 지낸 뒤 청와대로 옮겼다. 노 수석과 함께 곽중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도 노 전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으로 영어 통역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는 외시 11회인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외교부를 떠나 영국으로 유학한 뒤 귀국, 청와대 공보비서관을 맡아 영어 통역을 했다. 박 의원은 하루종일 통역을 한 뒤 지쳤을 때 김 전 대통령이 “밥 먹었느냐.”며 챙겨줬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회고한다. 김 전 대통령 후반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초반까지는 최종현(51·외시 19회) 외교부 정책기획협력관이 의전비서실로 파견, 영어 통역을 했다. 이어 당시 외교장관 보좌관이던 강경화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부판무관이 탁월한 영어 실력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그를 의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30대 젊은 서기관들을 영어 통역으로 받아들였다. 김일범(34·외시 33회) 정책개발과 서기관을 시작으로 이여진(33·외시 31회) 서기관, 이태식 주미대사 아들인 이성환(31·외시 33회) 서기관에 이어 정의혜(32·외시 31회) 서기관이 바통을 이어받아 실무형 영어 통역과 의전을 함께 하고 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여소영 주중국대사관 서기관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어 통역의 가장 큰 적은, 방언(方言)과 고어(古語)’. 대통령 중국어 통역 출신인 주중 대사관 여소영 서기관이 겪은 일.2003년 중국 지방 고위인사들이 단체로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했다. 갑자기 한 인사가 벌떡 일어나더니 시를 한 수 읊겠다며 예정에 없는 발언을 했다. 문제는 ‘고어투’로 된 ‘자작시’인데다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지방의 ‘사투리’. 중국 사극에서나 들을 수 있는 옛 표현들이 쏟아졌다. 앞뒤 문맥과 분위기에 맞춰 무리없이 통역을 마쳤지만, 아찔했던 순간. 특히 중국 사투리는 다른 지방 중국인들에게도 ‘외국어’인지라, 중국인들도 두려워하는 최악의 상황이라 할 만 했다. 여 서기관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외교부의 외국어 능력 시험 1급 획득자다. 영어·일어 등 모든 외국어를 통틀어 유일한 기록이다. 초·중·고교를 한국에서 화교학교를 다니고 국립타이완대학교에서 학사·석사를 마친 것이 경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지금도 라디오를 들으며 아나운서의 발음대로 따라해보고 한시(漢詩)를 외우며, 들어보지 못한 사투리를 접하려 노력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의 일이다. 한 주요 인사가 서예 작품을 선물하면서 띄엄띄엄 광둥(廣東)어를 섞기 시작했다. 중국측 통역이 쩔쩔 매며 당황할 때 그의 통역을 도와줬던 적도 있다. 과거 유학 시절에 광둥 친구를 룸메이트로 만나 광둥말을 익힌 덕분이다. 그가 꼽는 중국어만의 공부 포인트.“중국어는 대화 가운데 고전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문학작품을 많이 읽고 외우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고전을 다 외울 수는 없잖아요. 외운 것도 또 잊게 돼있기 때문에 계속 반복하는 수 밖에 없지요.” 과거 리펑(李鵬)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부인이 방한했을 때, 중국 대사관 직원인 줄 알고 이것저것 부탁하다가 한국 외교관임을 알고 뒤늦게 그에게 사과를 했던 일도 있었다고 한다. jj@seoul.co.kr
  • [최태환칼럼] 親盧 죽어야 산다

    [최태환칼럼] 親盧 죽어야 산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12월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얼마 전 AP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재선 대통령이다. 내년 3월이 임기만료다. 더 이상 대선출마는 불가능하다. 헌법의 3선 금지 조항 때문이다. 국가두마는 하원 의회격이다. 정치를 계속하기 위한 우회통로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국가두마 입성을 통해 총리직을 노릴 것이라는 게 서방언론의 분석이다. 얼굴 마담을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국정을 장악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럴듯한 시나리오다. 푸틴의 대중적 인기와 정권장악 능력을 근거로 내세운다. 노무현 대통령이 보도를 봤다면 어떤 느낌이었을지 궁금하다. 그 역시 푸틴만큼이나 젊고, 활력이 넘친다. 퇴임 후 어떤 형태로든 정치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심심찮게 제기된다. 내년 총선에서 국회진출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대규모 공사 중인 고향 봉하마을이 주목을 받는다. 노무현 정치의 베이스캠프가 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그는 “나는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고 박수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 보고를 갖는 자리였다. 천성적으로 정치와 같은 이벤트에 익숙하고, 앞으로도 하고 싶다는 표현처럼 들린다. 퇴임 후 그의 행보를 점치기는 어렵다. 현재의 의지와 행보를 가늠하며 추측할 따름이다. 그는 며칠 전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시도는 자만심이 만든 오류”라고 했다. 지지자들을 힘들게 해 미안하다는 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다. 정치인 노무현의 소회다. 그는 “진정한 권력은 시민사회에서 나온다.”고도 했다. 퇴임하면 진정한 권력인 시민사회 속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정치와의 인연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친노 결집을 다시 호소할 수 있다는 여운을 남긴다. 그는 참여정부의 이념과 가치를 함께 할 정치집단을 만들고 싶은 의지만은 확고한 듯하다. 한 정치인은 “강철 같다.”고 했다. 대선후보 만들기에 집착하는 모습에서도 확인된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의 노심개입 논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친노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비토 세력을 배척하는 데 발군의 소질을 보였던 노 대통령의 전력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궁극에는 친노 정치집단의 출범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강철 같은 의지만으론 부족하다. 노무현 지지자들끼리 목청을 높여 봤자 자신의 울타리를 넘을 수 없다. 카타르시스는 될지 몰라도 메아리 없는 외침이다.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주목받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참여정부의 해는 저물고 있다. 참여정부의 가치는 싸움닭과 같은 전투 의지로 지켜지지 않는다. 친노 386 의원들이 다음 총선에서 전멸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그룹 내부에서도 나온다고 한다. 대선이든, 내년 총선이든 외연을 넓혀야 미래가 있다. 봉하마을에서 사랑방 좌담회나 가질 요량이 아니면 ‘끼리끼리’의 벽을 넘어야 한다. 민심을 수렴하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정치집단의 탄생은 과욕일 뿐이다. 자칫 가당찮은 꿈을 꾼 몽상가들로 폄하될 수 있다. 노무현의 실험이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궁금하고, 한편으론 걱정스럽다. 온갖 실험과 시도를 할 잔여 임기가 아직도 ‘창창’하기 때문이다.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 [씨줄날줄] 언어의 생로병사/구본영 논설위원

    몇년전 중국 현장 취재 때 만주족 여성을 만난 적이 있다.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그녀는 한족보다 한국인과 더 닮아 보여 의외라는 느낌이었다. 더욱 놀라운 건 그녀가 만주어를 단 한마디도 못 한다는 사실이었다. 만주족은 이제 중국의 소수민족이지만, 역사상 강성한 적이 수차례 있었다. 한때 중원을 장악해 대제국인 청(淸)을 건설하지 않았는가. 그때만 해도 만주어는 국제어였다. 하지만 청이 멸망한 지 100년도 안 된 지금 만주어를 능숙하게 쓰는 인구는 100명도 안 된다고 한다. 아직 혈통상의 만주족은 중국 전역에 1000만명 정도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들은 말갈·여진 등으로 불리며 만주와 한반도 북부를 무대로 우리와 은원이 얽힌 민족이었다. 아오지나 주을 등 만주어에서 유래한 함경도 지명이 그런 흔적이다. 만주어가 절명 직전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 쉬는 단계라면 만주족의 운명도 풍전등화일 게다. 언어엔 종족의 문화뿐만 아니라 온갖 생존의 지혜가 녹아있다는 점에서다. 사라져 가는 언어가 만주어뿐이랴. 최근 외신이 전하는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100년 안에 세계 언어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전세계 언어 7000여개 중 2주에 한개꼴로 사멸한다는 것이다. 문자가 없는 소수민족의 언어는 대부분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한국어가 국제특허협력조약(PCT)의 국제공개어로 채택됐다는 소식이 그래서 반갑다. 엊그제 유엔 산하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총회에서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한다. 언어는 끊임없이 생성돼 진화하거나 소멸된다고 한다. 스팽글리시(영어+스페인어)처럼 지역에 따라 새로운 방언이 탄생하기도 하지만, 사멸하는 언어가 더 많다는 게 문제다. 세계화와 정보화로 영어 등 유력 언어의 패권이 강해진 게 주원인이다. 세계화의 거친 물결과 영어 패권주의의 드센 바람 앞에서 한국어가 꿋꿋이 버티는 것만도 대견한데 특허 분야의 공용어로 공인받았다니 낭보가 아닐 수 없다. 근대화와 산업화에 뒤졌지만, 정보화에선 한발 앞서 나간 결과일 게다. 지식기반사회에 걸맞게 국어를 더 갈고 다듬어야 할 때인 듯싶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최종찬기자의 시드니 뒤집어보기] (1) 영원한 이방인 애버리진

    [최종찬기자의 시드니 뒤집어보기] (1) 영원한 이방인 애버리진

    ‘호주댁’과 ‘쌕쌕이’를 아시나요. 전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인인 프란체스카 여사를 가리키는 말이고 후자는 한국 전쟁 때 혁혁한 전공을 세운 호주전투기를 말한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이민국의 하나로, 캥거루와 코알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등의 아이콘으로 대표되는 호주의 실체를 양파 껍질 벗기듯 하나 둘 벗겨본다. 호주 시드니는 세계 3대 미항으로 불릴 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이곳에서 연중 관광객들로 북적되는 서큘러 키 페리선착장 바로 옆에서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흰 물감으로 보디 페인팅한 건장한 체구의 흑인 남자들이 통나무 피리(디주리두)를 불면서 전통음악이 담긴 음악 CD를 판다. 독특한 악기소리에 관광객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구경하다 호주 돈 10달러(7360원)를 주고 CD 한 개를 사고 그들과 기념사진을 찍는다. 관광객 김영수(41)씨는 “호주 주류사회의 문화자원은 아니지만 잘 다듬고 발전시키면 새로운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非)호주적인 거리의 악사는 시드니 도심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호주의 그랜드캐니언 블루마운틴에서도 등장한다. 슬픈 전설이 새겨진 세 자매 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에코 포인트 한 구석에서 전통 돗자리를 깔고 디주리두를 불어댄다. 관광객들이 호주 돈 2달러를 내면 환한 얼굴로 기념사진을 찍게 해준다. 이들이 바로 호주가 자랑하고 싶지 않은 애버리진(이하 원주민)이다. 이들은 호주대륙에 백인들이 몰려오기 전 높은 수준의 문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살았던 원주민들이다.4만여년 전인 제4빙하기 중반 인도네시아에서 호주대륙으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된다. 백인이 오기 전 원주민 인구는 최대 100만명이었고 200개의 언어와 600개의 방언을 사용했다. 하지만 백인들이 오면서 호주 대륙은 원주민에게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 되었다. 백인들은 총과 칼을 앞세워 원주민의 땅을 빼앗고 노예처럼 부려 먹었다. 원주민들은 보금자리에서 쫓겨나 떠돌거나 척박한 아웃백(호주의 오지)으로 강제 이주되기도 했다. 호주판 굴락(옛소련의 노동수용소)에서 원주민들은 백인들이 보낸 보호관의 감시를 받아야 했다. 보호관의 비위를 거스르면 추방이나 재산 압수는 물론 정신병원에 갇히는 벌을 받았다. 100여년간에 걸친 백인들의 차별정책으로 원주민 수는 크게 줄었다. 한때 90% 가까이 줄었다가 지금은 조금 늘어 45만명선. 호주 총인구 2100여만명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동화정책으로 최대 희생양된 ‘도둑맞은 세대´ 호주에 남아공과 함께 대표적인 인종차별국가란 오명을 안겨준 차별정책의 하나가 동화정책이다. 원주민 아이들을 강제로 빼앗아 교회나 고아원 등 강제수용시설에서 기르며 영어를 가르치고 동화가 됐다고 믿으면 시민권을 주는 정책이다. 최대 10만명의 아이들이 희생양이 되었다. 이들이 바로 ‘도둑맞은 세대(Stolen Generation)´로 1900년부터 72년 동안 계속된 동화정책의 최대 피해자다. 지금은 차별정책이 폐지됐지만 원주민들은 여전히 차별정책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어른 4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고 류머티즘열 발병률은 세계 최고. 여성 사망률은 백인여성의 무려 6배나 된다. 가난과 차별의 이중고 속에서 원주민들은 어른이 돼도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 놀면서 술과 마약에 찌든 어른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절망에 빠져 목숨을 버리기도 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4학년때 학교를 그만두고 길거리로 나선다. 파란만장한 생을 자살로 마감한 원주민 지도자 톱 라일리는 생전에 “백인들이 우리의 주권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당신들도 주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잘나가는 원주민들도 있다.2000년 시드니올림픽 육상에서 2관왕에 오른 캐시 프리만과 호주 럭비리그 대표선수로 활동했던 앤서니 먼딘, 포트 아델레이드 축구팀의 선수로 뛰었던 찰스 퍼킨스 등이 대표적이다. ●레드펀 블록 재개발땐 원주민에 토지 소유권을 하지만 이들처럼 개천에서 용난 사람은 드물다. 미국의 인디언처럼 처량한 신세가 돼버린 이들이 불평등의 멍에에 구부러진 등을 맞대며 살아가는 곳이 ‘레드펀 블록’이다.1973년 역근처 1에이커에 조성된 이 블록은 백인들에게 마약과 음주, 폭력이 만연한 곳이지만 애버리진에게 고향과 같은 곳. 대도시의 유일한 집단거주지로 원주민 젊은이들이 꼭 찾는 아지트다.3년전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던 이곳 주민의 대부분은 도둑맞은 세대 출신이다. 기자가 한때 하숙했던 집주인의 큰딸은 “레드펀은 무서운 곳”이라며 “밤엔 절대 가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아름다운 중세풍의 건물과 현대식 고층빌딩들이 하모니를 이뤄 작은 뉴욕을 연상시키는 도심지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레드펀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날선 풍경’에 적잖이 놀란다. 역사엔 경찰과 철도보안요원들이 경계의 눈초리를 연방 흘리고 있어 승객들은 절로 긴장하게 된다. 역사를 나오면 아침부터 깡마른 검은 피부의 여인이 말없이 종이컵을 들이댄다. 동정을 담은 동전이 종이컵에 들어가도 담배만 피워댈 뿐 고맙다는 말도 없다. 이 여인의 이름은 신디 프랜치(52). 나홀로 살며 교도소도 몇 차례 들락거려온 그녀는 마약중독에 따른 합병증으로 최근 병원에 실려갔다. 레드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임순영(51)씨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이곳 주민 일부는 아직도 가난과 백인에 대한 증오로 술과 마약에 젖어 살아간다.”고 말했다. 원주민 지도자 믹 먼딘(58)은 “레드펀 블록을 재개발할 때 원주민에게 도움되는 방향으로 했으면 좋겠다.”며 “주정부가 원주민의 토지 소유권을 인정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호주가 경치만큼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면 이런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씻김굿이 중요하다. 과거사에 대한 정부차원의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이 먼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타스마니아 주정부가 주정부로는 처음으로 공식사과와 보상을 약속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로 평가된다. 하지만 다른 5개주와 연방정부는 동참에 미적거리고 있다. 그렇게 돼야 레드펀 역사 담장에 대자보처럼 휘갈겨 쓴 ‘4만년 세월은 길고도 길다.4만년 세월은 내 가슴에 아직도 남아 있다.’ 라는 원주민의 절규가 봄날 눈 녹듯이 사라질 수 있다. 원주민이 진정으로 대접받는 날이 와야 호주가 자랑하는 다문화주의가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다. 원주민과 백인이 어깨춤을 덩실덩실 함께 추는, 진정한 호주로 거듭날 수 있다. siinjc@seoul.co.kr ■ “슬픈 과거 청산하고 미래 향해 나아가길…” 레드펀 자원봉사 임순영 선교사 “슬픈 과거에 더이상 머물지 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 호주 시드니 ‘레드펀 블록’에서 8년 동안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선교사 임순영씨가 30일 원주민들에게 들려주는 말이다. 백인들과의 적대적인 관계를 청산하자는 뜻이다.1988년 호주로 이민온 임씨는 “어려운 이웃들을 늘 돕고 싶었다. 해서 1999년 새순교회 선교팀의 일원으로 레드펀 블록에 들어왔다.”며 봉사를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임 선교사에 따르면 그가 봉사를 시작하던 당시엔 레드펀 블록은 무서운 곳이었다. 주민 90%가 마약중독자였고 무장 강도, 살인 등 강력범죄가 잦았다. 교도소를 밥먹듯이 드나드는 주민들은 오랫동안 실업자 신세였고 아이들은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며 범죄를 저질렀다. 뉴욕의 할렘가보다 위험했던 이 지역에 경찰들도 경찰차가 아니면 순찰하지 않을 정도였다. 길가에는 마약주사기가 널려 있고 구급차 사이렌이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며 가난과 백인들에 대한 증오로 주민들이 술과 마약에 절어 살다 죽어가는 절망뿐인 곳이었다. 하지만 임 선교사는 누구도 들어오길 겁내는 이곳에 들어왔다. 아내 최경섭(50)씨와 밤마다 원주민들을 찾았다. 샌드위치와 커피 등을 대접하며 그들의 아픈 마음을 달랬다. 처음엔 어려움도 많았다. 원주민들에게 두들겨 맞고 칼로 협박당하기도 했으며 아내는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 그럼에도 임 선교사 부부는 물러서지 않았다. 봉사하러 왔다가 금방 떠나던 이전 사람들과 달리 한결같이 지극한 이들의 정성에 원주민들은 마침내 2003년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곳에 들어온 지 4년 만의 일이었다. 이때부터 원주민들은 임 선교사를 따랐고 임 선교사와 함께 레드펀의 어둡고 습한 분위기를 털어내기 시작했다.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05년부터 이 지역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약을 끊고 일자리를 구한 주민들이 하나 둘 생기고 범죄도 많이 줄었다. 임 선교사는 “기본 환경은 변하지 않았지만 주민들 사고가 긍정적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소득” 이라고 강조했다. 원주민 사이에 스탠리 리베카로 통하는 임 선교사는 “호주 내륙의 원주민들도 찾아가 아픈 과거를 보듬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Local] 성산포 내수면 투자 유치 나서

    제주특별자치도는 성산포 내수면 친환경개발 모델을 제시하고 본격 투자유치 활동에 들어갔다. 성산포항과 갑문으로 구분된 성산포 내수면 개발은 자연친화지구, 예술문화지구, 휴양오락지구 등 3개 권역으로 나눠 개발될 방침이다. 내수면 철새도래지 부근에 계획된 자연친화지구에는 조화원과 습지원, 버드클리닉 등이 조성돼 조류 관찰 등 생태교육 공간으로 활용된다. 오조리쪽 내수면은 수상 정원 및 조각공원, 방언 테마파크, 무속박물관, 공방, 숙박시설 등을 갖춘 예술문화지구로 조성된다. 오조리 반대쪽인 성산리쪽 내수면은 수상호텔, 수상레스토랑, 상가, 전통뗏목 체험장 등을 갖춘 휴양오락지구로 개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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