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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킨제이 밀혼의 알파벳 추리 시리즈 작가 수 그라프톤 77세를 일기로

    킨제이 밀혼의 알파벳 추리 시리즈 작가 수 그라프톤 77세를 일기로

    각기 다른 알파벳 철자로 첫 문장을 시작하는 미스터리 소설인 킨제이 밀혼 시리즈로 이름을 날린 미국의 범죄소설 작가 수 그라프톤이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딸 제이미 클라크는 모친이 2년 동안 암과 투병하다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 자택에서 남편 스티브를 비롯한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 28일 밤(이하 현지시간) 영면했다고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을 통해 밝혔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고인은 18세 때부터 창작 활동을 시작해 4년뒤인 1962년에 장편소설 한편을 탈고하고 다음해 한꺼번에 6편의 원고를 집필해 출판사에 넘겼다. 이 중 두 편이 각각 1967년과 1969년에 출간되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자 생업을 위해 10여년 텔레비전 방송작가로 일하다 40대에 범죄소설 작가로 전업해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두 차례 이혼 경력이 있고 화초도 애완동물도 키우지 않고 외모에도 별반 관심이 없지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늘 존대하는 매력적인 여자 탐정 킨제이 밀혼을 창안해낸 그는 A부터 Y까지 각기 다른 알파벳 철자가 소설의 주제를 이루는 매력적인 시리즈로 26개국 언어로 번역될 정도의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도 1990년대 중반 큰나무 출판사가 1편 ‘여형사 K’와 2편 ‘두 얼굴의 여자’, 3편 ‘말없는 목격자’까지 번역해 냈으나 반응이 시원찮았는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첫 편 ‘A is for Alibi’는 1982년 세상에 나왔으며 마지막 ‘Y is for Yesterday’는 지난 8월 출간됐는데 출간된 지 얼마 안돼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2019년에 ‘Z is for Zero’가 출간되면 이 시리즈는 37년만에 26권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 예정이었다. 훨씬 더 유명한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같은 식의 제목을 사용하려 했는데 출판사 편집자가 그라프톤의 전매 특허나 다름 없으니 다른 제목으로 바꾸라고 해서 불만을 터뜨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딸 제이미는 성명에서 “우리 가족이 걱정했던 대로 알파벳 Y에서 막을 내리게 됐다”며 “이런 날이 올지 알았지만 예상 못할 정도로 빨리 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태가 호전됐는데 그 뒤 갑자기 안 좋아졌다. 평소에도 늘 주스를 마실 힘만 있으면 계속 집필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고인은 영국범죄작가협회와 미국 미스터리작가협회 상 등 많은 상을 수상했다. 발 맥더미드는 고인이 “놀라울 정도로 내게 관대했다”고 적었고, 사라 파레츠키는 “킨제이 시리즈가 첫 출간된 1982년에 자신의 작품 ‘VI’도 세상에 나온 뒤 둘의 작품세계가 쌍둥이처럼 연결돼 있었다”며 크나큰 손실이라고 추모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문화마당] 다가오는 것/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다가오는 것/강의모 방송작가

    길을 걷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어떤 이가 활짝 웃으며 다가온다. 순간 갈등한다. ‘누굴까. 모르는 얼굴인데….’ 몇 걸음 가까워지는 아주 짧은 순간이 매우 혼란스럽다. 잠시 미적거리는 사이, 그는 나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휙 지나가 버린다. 황망하여 돌아보니 내 뒤의 누군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당혹한 감정을 헛웃음으로 눙치며 다시 길을 걷는다. 이런 경험이 내게만 있는 것은 아니리라. 나를 향해 다가오는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버린 그 또는 그것. 집에 돌아오자마자 IPTV로 영화 ‘다가오는 것들’(Things to Come·2016)을 찾아냈다. 처음 봤을 땐 이자벨 위페르의 강퍅한 표정에 마음이 쏠려 영화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되잖게 나의 삶을 투영시키다 보니 좀 아프기도 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나 비오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 영화가 문득 생각났다. 다시 결제를 하고 텅 빈 마음으로 화면을 지켜보았다. 처음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 속엔 이자벨 위페르가 혼자 빠르고 조급하게 걷는 장면이 유독 많이 나온다. 늙음에 저항하며 딸의 삶을 훼방하는 홀어머니, 25년을 함께 살다 갑자기 다른 여인에게로 떠나버리는 남편, 철학교사로서 올곧게 지켜온 자신의 가치를 훼손하려는 출판사 등등. 잔인하게 다가오는 그 모든 것들을 빠르게 지나치고자 그녀는 그리도 걸음을 재촉했을까? 빠르게 다가온 건 금세 지나간다. 그리고 머지않아 잊힌다. 천천히 다가온 건 서서히 스미며 오래 남아 생을 지탱한다. 그녀를 절망시켰던 것들은 다가온 속도대로 사라졌다. 그녀를 지킨 건 오랫동안 마주하며 착실하게 쌓아 온 이성과 가치였다. 그녀는 수업을 하며 이런 글을 읽는다. ‘원한다면 우리는 행복 없이 지낼 수 있다. 우리는 행복을 기대한다. 만일 행복이 안 온다면 희망은 지속되며 환영의 매력은 그것을 준 열정만큼 지속된다. 이 상태는 자체로서 충족되며 그 근심에서 나온 일종의 쾌락은 현실을 보완하고 더 낫게 만들기도 한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이 영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바람 불어 오는 삶의 한 지점에서 온전히 자유와 품위를 찾아낸 한 인간의 여정을 다룬 탁월한 여성 영화이면서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다.’ 자유와 품위, 내 생각에 이 둘을 갖추는 건 모든 걸 갖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젊은 날엔 감히 욕심낼 수 없는 경지다. 늙음을 감추지 않는 위페르의 얼굴과 몸은 얼마나 당당한가. 쓸쓸하고 허탈해지기 쉬운 연말에 이 영화로 마음을 다독인 건 참 좋은 선택이었다. 박재삼의 시 ‘千年의 바람’이 생각났다. 천 년 전에 하던 장난을/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소나무 가지에 쉴 새 없이 와서는/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아, 보아라 보아라/아직도 천 년 전의 되풀이다.//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사람아 사람아/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탐을 내는 사람아. 이 시에 매료되었던 게 20대 초반인데, 여전히 좋다. 이미 그때부터 천 년의 바람 속에 내 삶을 아주 작은 점으로 보고자 노력했던 모양이다. 어쩌면 그 여전함이 그동안 내게 다가온 것들 속에서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었을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것은 지나가는 것이다. 이제 세 걸음 남은 2018년도 성급하게 마주하면 그만큼 빨리 스쳐갈 것이기에, 되도록 느긋한 맘으로 천천히 맞을 참이다. 자연에 반항하지 않는 속도로.
  • [2017 문화계 결산] 성찰 부른 女風… 위로 건넨 대화

    [2017 문화계 결산] 성찰 부른 女風… 위로 건넨 대화

    올해 문학 출판계는 ‘82년생 김지영 신드롬’을 시작으로 페미니즘 이슈를 다채롭게 한 작품들이 앞다퉈 출간되며 동시대 독자들과 교감했다. 30대 여성 작가들은 주요 문학상을 휩쓸며 문단 내 세대교체를 뚜렷이 확인시켜 줬다. 출판계는 구어체로 대표되는 읽기 문화가 자리 잡았고, 독자들에게 위로와 힐링의 메시지를 던진 책들은 베스트셀러 순위를 역주행하며 인기를 끌었다.■‘82년생 김지영’ 페미니즘 불붙여… 30대 女작가 문단 세대교체 극적인 반전이 있는 것도, 문장이 빼어나게 유려한 것도 아니었다. 작가는 거의 무명이었다. 1년에 400편 이상 쌓이는 투고작 가운데 편집자 눈에 우연히 띄어 펴 나온 작품이었다. 여기까지만 열거해도 ‘베스트셀러’의 요건과는 배치된다. 하지만 이 책은 올해 문단을 넘어 한국 사회 전체에 반성과 성찰을 불러일으킨 하나의 ‘현상’이 됐다. 조남주 작가의 장편 ‘82년생 김지영’이다. 소설은 지난해 10월 출간됐지만 올 한 해 드라마틱하게 판매 순위를 거슬러 올라갔다. 지난 3월 금태섭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책을 선물하면서, 5월 노회찬 의원이 청와대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하면서 화력이 붙었다. ●차별받는 여성 내면 세밀하게 조명 시사교양 프로그램 방송작가 출신답게 작가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여성들을 무력하고 무참하게 만드는 차별과 억압을 세밀하게 복원해 공감과 자성, 비판 등이 뒤섞인 반응을 한 몸에 받았다. 책은 지금까지 50만부가 팔려 나가며 화제성 측면에서 올해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대가들의 신작은 물론 국내 주요 작가들의 신작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82년생 김지영’이 도화선이 되며 문단에서는 강화길의 ‘다른 사람’, 김혜진의 ‘딸에 관하여’, 박민정의 ‘아내들의 학교’, 페미니즘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 등 여성 혐오, 데이트 폭력 등 페미니즘 이슈를 다루는 작품이 잇달아 출간됐다. 심진경 문학평론가는 “1990년대 여성 작가들이 여성이 겪는 폭력 문제를 미학적인 장치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면 최근의 영페미니즘 소설들은 여성들을 의식적으로 정치적 주체로 그려 내며 여성에 대한 갖가지 폭력과 싸우고자 하는 사회적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답한다”고 평가했다.30대 여성 작가들의 약진도 돋보였다. 김애란(동인문학상), 손보미(대산문학상), 김금희(현대문학상) 등 30대 여성 작가들의 잇단 주요 문학상 수상 소식은 문단의 세대교체를 확연히 실감케 했다. ‘즐거운 사라’ 필화 사건으로 우울증을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위선과 예술에 대한 몰이해, 비뚤어진 엄숙주의를 돌이켜 보게 했다. ●국립한국문학관 논의 본격화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의 과열된 유치 경쟁으로 중단됐던 국립한국문학관 논의도 본격화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 개관을 목표로 내년 상반기 문학관 조직과 인력, 예산 계획을 마련할 설립추진위원회와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학 자료 수집·보존 대책을 세울 자료수집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문학관 부지로 잠정 결정된 서울 용산공원에 대해 서울시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황이라 진통이 예상된다. 문체부는 최근 부지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를 포함한 민관 협의체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2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용산 부지를 전제로 하는 협의체라면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라틴어 수업’ 등 구어체 출판 트렌드… 감성 메시지 호응받아 “우테레 펠릭스.”(Utere Felix·읽고 행복하길) ‘라틴어 수업’(흐름출판)의 저자 한동일 서강대 교수는 지난 6월 출간한 자신의 책을 선물할 때면 옛 로마인들이 말했던 라틴어 인사를 건넨다. 가톨릭 사제로 한국인 최초(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대법원(로타 로마나) 변호사인 한 교수의 ‘라틴어 수업’은 올해 출판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구어체로 쓴 책 몰입감 높아 인기 한 교수의 서강대 교양강좌 수업인 ‘초·중급 라틴어’ 강의를 엮은 이 책은 입소문이 돌면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진입했고, 반년 만에 10만권이 넘게 팔렸다. 독자들에게 말을 건네듯 구어체로 쓴 이 책의 인기는 출판계에 확산 중인 ‘읽기 문화’의 변화를 보여 준다. 2015년 이후 최장기 베스트셀러로 기록된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와 지난해 베스트셀러인 혜민 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등 몰입감이 높은 구어체 책들이 대중화된 이래 이런 추세가 공고해지고 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딱딱한 문어체보다 감수성을 자극하는 구어체 형태를 소구하는 독자층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이를 반영하듯 촛불과 탄핵 정국으로 얼어붙은 출판 시장을 녹인 건 따뜻한 언어였다. 올해 대형 베스트셀러로 기록된 책들을 봐도 ‘읽고 행복한’ 책에 대한 대중의 갈구가 얼마나 큰지 체감할 수 있다. 70만권 넘게 팔린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말글터)와 50만권을 돌파한 정신과 전문의 윤홍균 작가의 ‘자존감 수업’(심플라이프)은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한다. 독자는 책을 통해 지식만 얻기보다는 가슴을 콕 찌르는 감성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라틴어 수업도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삶에 대한 조언과 응원을 담고 있다. ●1인 출판사 존재감 확연 아울러 ‘1인 출판사’의 존재감도 확연했다. 올해 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두 책 모두 출간 후 6개월이 지나 순위를 역주행하는 뚝심을 발휘했지만 무엇보다 1인 출판사가 기획하고 펴낸 것이어서 화제가 됐다. 이기주 작가는 저자인 동시에 출판사 대표이기도 하다. 박경란 심플라이프 대표는 “불확실성이 크고 사회적 압력과 집단 문화가 강한 우리 사회에서 상처받는 개인들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긍정하는 삶을 다룬 책에 주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라틴어 수업은 청년들의 감수성에 부응한다. 한 교수는 그의 수업에서 청춘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당신은 매일매일 충분히 사랑하며 살고 있는가, 남은 생 동안 간절하게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고. 그에 얽힌 라틴어 문구가 있다. “딜리제 에트 팍 쿼드 비스.”(Dilige et fac quod vis·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이 밖에 올해 출판계는 탄핵, 대선, 새 정부 출범 등 연이은 정치적 격동의 영향을 받아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사회 분야 도서에 대한 관심이 유독 높았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배우 임호 부친 故 임충 작가, 올해 방송작가상 ‘특별상’ 수상

    배우 임호 부친 故 임충 작가, 올해 방송작가상 ‘특별상’ 수상

    배우 임호의 부친 故 임충 작가가 2017 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임호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을 흘렸다.12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는 사단법인 한국방송작가협회(이사장 김운경)가 개최한 ‘2017 방송작가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특별상은 지난 10월 고인이 된 임충(본명 임충희) 작가가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그의 아들 배우 임호는 고인을 추모하는 영상이 공개되자 눈물을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편 故임충 작가는 우리나라 사극 드라마 1세대 작가다. 1962년 신상옥 감독이 운영하는 신필름에 입사, 연출부 소속으로 활동하다 1964년 영화 ‘종이배의 연정’으로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했다. 그는 ‘여인열전-장희빈’(1981)을 비롯해 ‘사모곡’(1987), ‘하늘아 하늘아’, ‘일출봉’(1992), ‘야망’(1994), ‘만강’(1996), ‘미망’(1996), ‘대왕의 길’(1998), ‘홍국영’(2001) 등의 각본을 맡아 사극의 지평을 넓혀왔다. 지난 2005년에는 14년 만에 다시 쓴 ‘장희빈’에서 아들 임호와 함께 작업해 화제를 낳았다. 당시 임호는 숙종 역을 맡았다. 한편 임충 작가는 지난해 4월 폐암을 진단받고 투병을 해오다 지난 10월 28일 향년 7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사진=서울신문 DB, SBS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문화마당] 돌아선다는 것/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돌아선다는 것/강의모 방송작가

    작년 봄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해결했다. 가장 소박한 DSLR을 마련하고 비영리단체인 바라봄 사진교실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기초수업을 받았다. 선생님이 물었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으냐고. 아직 카메라 조작도 어색한데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고 말았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꿈꿔온 주제는 사람을 포함한 사물들의 ‘뒷모습’이었다. 미셸 투르니에는 사진 에세이 ‘뒷모습’의 글을 이렇게 시작한다. ‘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자신의 얼굴로 표정을 짓고 손짓을 하고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모든 것이 다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그 이면은? 뒤쪽은? 등 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과연 그럴까? 기온이 급속히 떨어지던 어느 늦은 밤이었다. 모임에 참석했다 돌아오는 길, 환승정류장에서 매서운 찬바람에 덜덜 떨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추위는 왜 쓸쓸함을 품고 오는지…. 유독 눈에 띄는 커플의 달달한 행각에 곱지 않은 눈길이 자꾸 가닿았다. 내가 타야 할 버스는 10여분 후에나 도착 예정이었고, 모여 있는 사람들은 버스가 속속 도착할 때마다 흩어지고 사라져 갔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들의 다양한 풍경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주머니에 손을 함께 넣고 뺨을 비비며 애틋한 눈으로 서로를 더듬던 한 커플 앞에 버스가 당도했다. 승차하기 직전까지 진한 포옹을 풀지 않던 그 둘은 여자가 버스에 오르며 남자만 남았다. 버스는 출입문을 닫았지만, 곧 신호등에 멈춰 섰고 여자는 버스 안에서 창문 밖 남자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는 이미 뒤돌아서 전화기 버튼을 누르는 중이었다. 남자의 등을 바라보는 여자의 눈에 서운한 표정이 어른거렸다. 남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내게는 들렸다. “엄마, 죄송해요. 전화 온지 몰랐어요. 지금 들어가요. 편의점 들러서 사 가지고 갈게요.” 남자는 통화를 하며 길 건너 지하철역으로 뛰어갔다. 어머니가 그에게 무엇을 부탁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그는 길을 건넜고 버스는 천천히 떠났다. 그녀는 급하게 돌아선 그의 등에서 무엇을 읽었을까. 닫힘을 보았을까, 열림을 보았을까.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아마 내 아들도 저러했으리라. 방심한 뒷모습은 죄가 없다. 등에까지 의도한 표정을 담아야 한다면 삶은 또 얼마나 더 많이 힘들고 피곤하랴. 그러나 누군가에게, 특히 사랑하는 이에게 등을 보인다는 건 참으로 용감한 일이다. 때로 무모한 용기다. 투르니에는 또 이런 말도 남겼다. ‘뒷모습은 스스로를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마주한 이를 속이지도 않는다. 진실은 이 사이, 밝히지 않는 것과 속이지 않는 것 사이에 있다. 뒷모습이 요령부득으로 느껴진다면 이는 진실이 요령부득이기 때문이다.’ 2017년을 떠나보낼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것이 잘 지낸 시간인지, 오욕만 가득했던 시간인지는, 늘 그랬듯이 요령부득이다. 어쩌면 그 해독이 어려워 내가 먼저 미래의 시간 쪽으로 서둘러 돌아서 버리는지도 모른다. 나는 나의 뒷모습을 볼 수 없기에, 가끔 해를 등지고 서서 내 앞으로 길게 뻗은 그림자를 오래 지켜본다. 돌아선다는 것은, 마주 볼 때의 모든 색채와 감정을 지우고 그림자처럼 담백한 어둠을 응시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남은 한 달은 그렇게 차분한 작별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 ‘정신주의’ 詩 대부 조정권 시인 별세

    ‘정신주의’ 詩 대부 조정권 시인 별세

    1990~2000년대 ‘정신주의’ 시 사조를 이끈 조정권 시인이 8일 새벽 5시 30분 별세했다. 68세. 고인은 간 경화와 뇌출혈 등으로 수년간 투병해 오다 병세가 나빠졌다.조정권 시인은 1990년대 시단에 등장한 정신주의 계열을 이끌며 독자적인 시 세계를 이루며 우리 시문학에 뚜렷한 인장을 남겼다. 정신주의는 전통 서정시에 토대를 두고 고고한 정신성을 지향하려는 흐름이다. 그의 시 쓰기 화법이 그대로 녹아 있는 대표작 ‘산정묘지’는 제10회 김수영문학상과 제6회 소월시문학상을 동시에 받았다. 녹원문학상, 한국시협상, 현대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목월문학상, 질마재문학상, 한국서정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건축, 무용, 미술, 음악 등 다른 예술 분야에도 조예가 깊었던 고인은 1983년부터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문학·미술부장, 국제사업부장, 기획조정부장 등을 지내며 문화예술 진흥에도 힘썼다. 유족으로는 방송작가인 부인 주경희씨와 두 딸이 있다. 장례는 한국시인협회 시인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발인은 10일 오전 8시, 장지는 용인공원묘원. (02)2072-2011.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문화마당] 햇빛을 모으는 시간/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햇빛을 모으는 시간/강의모 방송작가

    기온이 뚝 떨어진 저녁 총총히 아파트 현관에 다가서는데 펼쳐 놓은 돗자리가 발에 걸렸다. 호박과 가지 조각들을 오종종 늘어놓은 모양이 정겨웠다. 마침 걷으러 나온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면서 “사람들 지나다니는 길이라 먼지가 많이 앉겠어요” 했더니 “뭐, 말리는 재미지. 옛날 생각하면서…” 하며 웃으셨다. 어렸을 적 이맘때면 어머니도 많은 것을 널어 말렸다. 커다란 무를 조각내서 들마루에 펼치고, 처마 밑엔 무청이 줄줄이 걸리고, 빨랫줄에는 호박고지가 주렁주렁. 채반에 늘어놓은 고구마 말랭이는 식구들이 오가며 집어 먹는 통에 거둘 땐 반도 안 남곤 했다. 그 시절 주부들의 부엌살림 절반은 제때 식재료의 갈무리였을 것이다. 봄이면 갓 캐낸 여린 통마늘을 식초에 절였다가 간장물을 끓여 장아찌를 담갔다. 여름이면 밥도둑 오이지를 한두 접씩 서너 번은 만들고, 풋고추 한 광주리 사다가 큰 건 소금에 삭혀서 짓고추, 중간 크기는 식초간장물에 초고추를 담갔다. 그런 저장 음식들은 일 년 내내 식구 많은 밥상의 기본 찬들이 됐다. 나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철마다 어머니 흉내를 낸다. 맘먹고 배운 게 아니다 보니 더러 실패도 하지만, 무엇보다 봄과 여름의 저장 음식 대부분은 부피를 늘린다는 게 문제다. 절임물에 푹 잠겨야 하니 커다란 유리 단지들이 필요하고, 그것들을 서늘한 곳에 두어야 하는데 베란다는 좁고, 냉장고에 넣자니 공간이 절대 부족하다. 먹어 줄 식구도 없는데, 종가 맏며느리였던 어머니 손을 기억하는 탓이다. 종내는 저장이 곧 욕심임을 깨닫고 나눠 줄 궁리만 바쁘게 된다. 그나마 가을의 저장은 부피를 줄일 수 있으니 좋다. 늦여름 친구네 농막에서 얻어 온 붉은 고추 여남은 개를 반찬 만들 때 써먹을 요량으로 베란다에서 말려 보았다. 햇살이 닿았다 말았다 하는 곳이라 꽤 오래 걸렸지만, 마른 껍질 안에서 씨앗이 달가닥거리는 소리가 경쾌했다. 내친김에 호박을 몇 개 썰고 무명실에 요령껏 꿰어 빨래 건조대에 얼기설기 걸쳐 말렸다. 삶은 고구마도 서너 개 썰어 작은 채반에 담고 곰팡이라도 생길세라 하루에도 몇 번씩 뒤적이며 공을 들였다. 친구에게 자랑 삼아 얘길 했더니 칭찬은커녕 면박이 돌아왔다. 없는 시간에 좁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그런 수고를 하냐며 비싸지도 않으니 가정용 건조기 하나 장만하라는 거였다. 잠시 솔깃하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효율이 좋다한들 전깃불에 수분을 날린다는 건 무엇보다 참 재미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쾌청한 가을 한낮 정직한 햇살 아래 내놓고 싶은 건 사실 툭하면 눅눅해지는 내 마음이기도 하니까. 곁에 두고 가끔 펼쳐 읽는 칼하인츠 A 가이슬러의 ‘시간’이란 책에 이런 글이 나온다. 레오 니오니의 동화 ‘프레데릭’을 인용한 부분이다. ?곧 겨울이 되기 때문에 작은 들쥐들은 옥수수, 호두, 밀, 짚을 모으기 시작했다. 쥐들은 모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프레데릭을 제외하고. 들쥐들이 물었다. “프레데릭, 왜 일을 안 하는 거니?” 프레데릭이 말했다. “나도 일하고 있어. 나는 춥고 어두운 겨울날을 위해 햇빛을 모으고 있는 거야.”? 이제 곧 서늘한 가을비가 들이닥쳐 계절에 경계를 세우려 할 것이다. 늦기 전에 햇생강을 얇게 저며 베란다에 펼치고, 쪼그리고 앉아 두 손으로 햇살을 모았다. 그러곤 TV에서 본 아이돌 가수의 손짓을 따라 하며 혼잣말을 해 보았다. “오늘 이 햇빛, 내 마음속에 저장!”
  • 방문진 옛 여권 이사 물갈이… 고영주 불신임 초읽기

    방문진 옛 여권 이사 물갈이… 고영주 불신임 초읽기

    야권 “새로운 적폐”… 진통 예상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구(舊) 여권 이사들이 물갈이되면서 MBC 파업 사태가 조만간 매듭지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6일 김경환(왼쪽)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와 이진순(오른쪽)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을 방문진 보궐이사로 선임했다. 앞서 구 여권 추천 이사였던 유의선·김원배 이사가 자진 사퇴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의 후임으로, 임기는 내년 8월 12일까지다. 김 교수는 방송 정책 분야 전문가로 MBC 전문연구위원과 시청자평가원, KBS 뉴스옴부즈맨위원 등을 거쳤다. 이 위원은 MBC에서 TV와 라디오 방송작가로 활동했으며 대학에서 시민저널리즘·뉴미디어 등을 가르쳤다. 방문진 이사진의 재편으로 MBC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보궐이사가 현 여권 추천 이사들로 채워지면서 구 여권과 구 야권 비율이 6대3에서 4대5로 역전됐다. 당장 다음달 2일 열리는 방문진 정기 이사회에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과반수가 찬성하면 고 이사장은 이사장직을 내려놓고 평이사 신분이 된다. 고 이사장은 앞서 자진해서 물러나는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 여권 추천 이사가 다수가 되면서 조만간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해임 안건 상정도 가능해졌다. 역시 과반이 찬성하면 해임된다. 고 이사장이나 김 사장이 이에 불복하면 사태가 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소지도 있다. 53일째 총파업을 진행 중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김장겸 사장의 해임은 MBC 재건의 출발점”이라며 “방문진은 언론자유 회복과 공영방송 독립이라는 시대적 사명이자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등 야권의 반대가 심해 한동안 강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당은 방통위가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을 강행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국감과 국회 본회의 일정 보이콧 여부를 논의했다. 한국당에서 추천한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은 성명을 내고 “적폐 청산을 외치면서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성을 갖추지 못하고 오히려 새로운 적폐를 쌓게 됐다”며 보궐이사 선임을 강행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 교체와 방송 파행으로 이어지는 사태가 반복되면서 방송법 개정을 통한 제도 보완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재의 방송법은 다수결을 악용할 수 있는 법적 맹점이 있기 때문에 야당의 비율을 높이고 사장 선임 등에는 특별다수제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면서 “방송법 개정을 위해서는 당대 정치권력의 양보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女 주민번호 2·4로 시작, 당연한 일인가요”

    “女 주민번호 2·4로 시작, 당연한 일인가요”

    “100년간 男이 1번 했는데…우리 사회 모든 건 남자 기준” “우리 사회의 모든 건 남자 기준입니다. 여성들은 그런 걸 은연중에 체득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자랍니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다들 잘 안다고 생각할 텐데, 우리가 정말 어떤 삶을 살아 왔고 살고 있는지, 제대로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김지영 신드롬’을 일으킨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는 여성들이 자각하지 못하는 남성 중심 사회를 날카롭게 파헤쳤다. 24일 서울 양천구 양천문화회관 해바라기홀에서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사는 일’이라는 주제로 열린 특강에서다. 이날 특강은 김수영 양천구청장이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크게 공감해 마련됐다. 조 작가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첫 번째 숫자부터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딸을 낳고 출생신고한 뒤 여성 주민번호는 2번, 남자는 1번이라는 걸 알게 됐다. 딸 출생신고를 했는데 4로 시작했다. 100년이나 남자가 1번을 했는데, 왜 또 남자가 3번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차량 관련 안전 테스트를 할 때 사람을 대신해 사용되는 인체 모형을 ‘더미’라 하는데, 여성 더미로 테스트한 지 얼마 안 됐다. 그동안 에어백 등 차량 장비가 모두 남성들 기준으로 제작됐다. 의약품 복용량도 성인 남성 기준”이라며 “우리는 불안전한 차를 타고, 아프면 약을 과다복용하면서 살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도 비판했다. “성인이 되면 여성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위협은 크고 작은 성폭력입니다.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하면 옷차림이나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것을 탓합니다. 이런 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성범죄 원인은 피해자에게 있지 않습니다. 성범죄자들을 인터뷰한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성범죄자 대부분이 노출이 심하고 화장도 진한 여성보다 화장을 하지 않은 평범한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지목했습니다. 반항하지 않고 신고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피해자에게 원인을 돌려선 안 됩니다.” 조 작가는 1978년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고 방송작가로 10년간 일했다. 2009년 딸을 낳으면서 전업주부가 됐다. 그는 딸을 둔 엄마로서, 딸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도 언급했다. “호주의 여성폭력 캠페인 광고를 보면 남자아이가 문을 꽝 닫고 나가 여자아이가 넘어지자 여자아이의 엄마는 ‘너를 좋아해서 그래’라고 합니다. 그 여자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남자친구가 차 안에서 자기를 때리고 문을 꽝 닫고 나가자 ‘괜찮아, 그가 나를 사랑해서 그래’라고 합니다. 너를 좋아해서 너를 때린다는 말은 가해자를 정당화시키고 피해자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문화마당] 어른의 무게/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어른의 무게/강의모 방송작가

    가끔 생각한다. ‘나는 언제부터 어른이었을까.’ 아이와 어른. 분명 상대적인 말이지만, 그 경계는 늘 모호하다. ‘애어른’, ‘어른아이’, ‘어쩌다 어른’ 같은 말이 공감을 얻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하여 설과 추석 즈음 원고에 자주 올리던 말이 있다. ‘명절이 더이상 즐겁지 않으면 어른이 된 것이다.’내 기억에도 어린 날의 명절은 들뜸이었고, 차차 따분하고 성가신 느낌으로 변하다가, 폭력처럼 다가오는 두려움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방송작가로 일하며 덧붙은 명절의 정서는 ‘특집의 압박’이다. 오래전 라디오 다큐멘터리 작업에 집중했던 시절이 있었다. 늘 시사적인 주제를 앞세우던 PD가 따뜻하고 포근한 특집 다큐를 하나 만들어 보자고 했다. 2005년 추석을 앞둔 때였다. 두루 검색을 하고 회의를 한 끝에 젊은 PD 둘을 대동하고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 발구덕 마을이란 곳을 찾아갔다. 억새밭으로 유명한 민둥산 아래 멀찍이 자리 잡은 외딴집 두 채에 70대 중반의 할머니가 한 분씩 살고 계셨다. 밥보다 커피가 좋고 담배를 안주로 술을 드신다는 자칭 ‘과부깡패’ 용 할머니, 민둥산 산지기라 자처하시는 옥 할머니. 두 분의 신산한 삶과 민둥산의 무심한 바람을 잘 버무려 보기로 했다. 옥 할머니가 내어주신 방에 짐을 풀고 마이크를 품은 채 두 분을 졸졸 따라다녔다. 옥 할머니는 9월 초인데도 밤엔 춥다며 뜨끈하게 군불을 지펴 주셨고, 밥상은 된장 한 뚝배기에 싱싱한 배추쌈과 풋고추만 곁들여도 어찌나 달고 맛나던지, 끼니마다 머슴밥을 해치웠다. 밤에는 작은 술상에 다섯이 둘러앉아 두 분의 인생을 안주 삼아 막걸리와 소주잔을 기울였다. 서너 잔이 돌아 거나해지면 음전한 옥 할머니가 먼저 젓가락 장단에 소리 한 자락을 뽑아내셨다. ‘비가 올라나 눈이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드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 주소.’ 이어서 용 할머니가 목청을 돋우셨다. ‘청천에 참매미 소리는 듣기나 좋지 청천과부 한숨 소리는 정말 못 듣겠네. 아리랑 아리랑….’ 옥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정선아리랑이란 것이 가사가 딱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각자의 한을 뽑아내면 되는 거라고, 기억하는 것만 서른 가지쯤 되는데 가사가 다들 끝도 없이 청승스럽다고. 처자식 팽개치고 밖으로만 돌다 세상 떠버린 남편에 대한 원망도, 죽어라 일해 돈 좀 모았더니 부도난 딸네가 다 퍼가고 빚까지 떠안긴 뼈아픈 사연도 아리랑 가락에 다 녹여 버린 지 오래. 이제 와 자식들은 홀어머니의 독거 생활을 걱정하지만 다 비워 낸 삶에 혼자만의 자유와 둘의 우정이 채워지니 세상에 더 바랄 게 없다 하셨다. 노래가 몇 차례 돌고 나자 두 분은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셨다. 얕은 천장에 촉수 낮은 알전구가 매달려 그림자가 출렁이는데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슬펐다. 두 어르신의 깊은 삶으로 들어가 함께 노닐었던 그 시간은 내게 너무나 벅찬 선물이었다. 이제 그만 어른아이에서 벗어나 진짜 어른으로 조금 더 깊어지라는 인생의 충고 같기도 했다. 그렇게 할머니들과 이박삼일 듬뿍 정이 들어 돌아올 땐 눈물로 재회를 기약했건만, 원고 쓰면서 전화 몇 번 드린 게 고작. 이후로 안부를 여쭙지 못했다. 그때 동행했던 어린 PD들도 어느새 중년인데, 나는 아직도 어른으로 다 자라지 못했다. 민둥산 억새밭에서 인 바람이 코끝에 느껴진다. 분발해야겠다.
  • ‘정우성에 사기’ 방송작가, 항소심서 징역 7년

    ‘정우성에 사기’ 방송작가, 항소심서 징역 7년

    배우 정우성 등으로부터 총 154억원의 투자금액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방송작가 박모씨에 대해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됐다.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홍동기)는 1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씨에게 1심이 선고한 징역 5년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존재하지도 않는 사모펀드와 주식투자 명목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해 차용증도 작성하지 않고 154억원의 금원을 차용했다”며 “미필적인 편취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았음에도 피해자들에게 사업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하며 장기간에 걸쳐 다수 피해자들에게 합계 154억원을 편취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피해자 상당수가 자신은 물론 가족 재산까지 투자했고 일부는 그로 인해 가족 해체의 위기까지 처해졌다”며 “범행에 따른 피해액이 아직 65억원에 달했고 범행 후 상당시간이 지난 걸 고려하면 피해자들의 경제적 피해는 이보다 더 크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부터 인기 드라마와 영화 대본을 써 유명세를 떨친 박씨는 지인 등으로부터 투자금 및 사업자금 명목으로 154억원을 받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구속기소됐다. 박씨는 배우 정우성씨에게 재벌가 등이 참여하는 사모펀드에 투자하라며 투자금 명목으로 46억26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또 정씨를 통해 알게 된 김모씨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14차례 총 23억 8000만원을 받아낸 혐의도 있다. 그러나 속옷 판매회사를 운영하며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다 지인들에게서 빌린 돈 갚아야 할 처지에 놓이자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영방송 정상화 파업의 ‘숨은 지지자’ 방송사 프리랜서들의 고통

    비정규직 파업 땐 퇴사 각오해야제작 필수 인력이지만 신분 불안 정상화 과정에 처우개선 목소리 지난달 말 MBC ‘시사매거진2580’ 작가 6명은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었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촉구하며 소속 기자와 PD들이 제작 거부에 들어가자 파견업체는 이들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작가들이 비정규 계약직이긴 하나 MBC의 요청 없이 파견업체가 마음대로 사직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부당 행위임에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이들이 ‘잘린’ 건 제작 거부에 동참했다는 이유에서였다. ●MBC ‘2580’ 작가 6명 권고 사직 받아 지난 11일 MBC 보도국에서 뉴스자막 진행을 담당하던 AD 5명은 당당히(!) 퇴사를 감행했다. 파견계약직 신분인 이들이 파업에 참여하려면 회사를 관두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불공정 뉴스를 만드는 일에 부역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선언하며 현장을 떠났다. KBS, MBC 두 공영방송의 총파업이 3주째에 접어든 가운데 고용 신분이 불안한 방송작가, 리포터, AD·FD(연출보조)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대개 프리랜서나 파견계약을 맺고 있는 이들은 파업 등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희생되는 불안한 위치에 있다. 노조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간주되고 노조 차원에서 보호를 받을 수도 있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다. 손쉬운 해고는 물론 자칫하면 사측에서 계약 파기를 문제 삼아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업무가 중단되고 임금을 받지 못하는 데 대해서는 항의할 곳조차 마땅찮은 현실이다. 프리랜서 계약직들은 주로 방송 회당 보수를 지급받는데, 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고 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계약서 없는 고용’은 방송가에서는 관행이다. 법적인 보호장치가 약하다 보니 고용 불안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MBC 시사제작국의 한 메인 작가는 “상당수 막내 작가들은 언제 방송이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매일 출근해 대기하며 회사의 조치만을 기다리는 중”이라면서 “반대로 작가들이 파업을 지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해고 통보하는데, 이는 갑의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로자 인정 표준 계약서 의무화를 파업이나 방송 중단 등의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만 프리랜서를 근로자로 인식하지 않는 관행 때문에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방송작가들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서면 계약서를 의무화했지만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승균 노무사는 “방송사 프리랜서들의 근로 환경이 열악한 주된 이유는 프리랜서가 자영업자로 간주돼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실질적으로는 이들이 회사의 지휘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근로자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파업으로 업무가 중단됐다 하더라도 자발적으로 제작 거부를 하지 않은 이상 임금도 보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송작가유니온은 “방송작가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고 이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문화마당] 이름이 뭐라고/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이름이 뭐라고/강의모 방송작가

    박완서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을 읽다가 이름에 반한 꽃이 있다. ‘능소화.’ 배경의 농염한 분위기도 한몫했겠지만, 도발적이되 천박하진 않은 느낌이랄까. 검색을 해 보니 옛날엔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다 하여 ‘양반꽃’이라고도 불린다 했다.그리고 한두 해쯤 지난 늦여름 단독주택이 많은 골목길에서 돌담 위로 흐드러진 능소화를 드디어 만났다.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그때만 해도 흔하지 않았기에 집에 와서도 눈에 어른거렸다. 생각날 때마다 입에서 이름을 살살 굴려 보았다. ‘능소화.’ 지금은 동네 개천에만 내려가도 줄줄이 피어 있어서 별 감흥은 없지만, 이름은 여전히 지극히 사랑스럽다. 나는 가끔 이름에 끌려 과소비를 한다. 얼마 전에는 SNS에서 판매글을 보다 ‘풋귤’이란 이름이 예뻐 충동적으로 주문을 하고 풋귤청을 만들었다. 씻고 칼질하느라 팔이 아팠지만, ‘ㅍ’을 소리 낼 때 상큼하게 터지는 느낌이 간지러워 고생 따윈 쉽게 잊었다. 풀잎을 부를 때는 입속에서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난다고 했던 시인(박성룡 ‘풀잎’)의 마음도 이랬을 거야 하면서…. 며칠 전 계약 건으로 한 사무실을 찾았다. 서류를 내미니 담당자는 얼핏 이름만 보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본인 아니시죠? 위임장 가져오셔야 합니다.” 자주 겪는 일이라 대수롭잖게 신분증을 내밀며 ‘접니다’ 했다. 접수대 한편에 붙은 위임장 견본을 보니 위임인 칸에 ‘홍길동’, 대리인 칸은 ‘전지현’이 적혀 있었다. ‘그래, 여자 이름이 저 정도는 돼야 인정을 받지’ 하며 혼자 피식 웃었다. 작명에도 유행이 있다. 우리 땐 ‘숙’ 자, ‘희’ 자로 끝나는 이름이 흔했고 은주나 영주 정도면 매우 세련돼 보였다. 한때는 한글 이름이 성행한 적도 있는데, 요즘은 서윤, 하은 같은 이름이 대세란다. 개명 절차가 쉬워진 탓인지 40, 50대 심지어 60대 지인이 그런 발랄한 이름을 바꿔 달고 나타나기도 한다. 별난 이름 때문에 울고 웃은 에피소드는 차고도 넘친다. 초보 운전자 시절 겁 없이 과속을 하다가 교통경찰에게 딱 걸렸다. 아주 신기한 걸 발견했다는 듯이 면허증을 살피던 경찰이 물었다. “이 이름은 어떤 한자를 씁니까?” 나는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대답했다. “마땅할 ‘의’에 모범 ‘모’. 마땅히 모범을 보이는 사람이 되라고 할아버지께서 지어 주신 이름인데 그 뜻을 거슬렀네요. 죄송합니다.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사람 좋아 보이던 그 경찰 아저씨는 한바탕 웃고 나서 “좋은 이름이네요” 하고는 그냥 보내 주었다. 그래도 되는 시절이었다. 발음이 어려운 탓에 수많은 사람들의 이모가 되고, 성별이 남(男)으로 분류되는 건 다반사였다. 라디오 작가로 원고를 쓰게 됐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말을 한다는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입니다’로 시작하는 오프닝을 쓰려면, 그 ○○○의 마음을 읽고 나의 생각과 잘 버무려야 한다. 그동안 꽤 많은 그와 그녀의 이름으로 글을 쓰고 돈을 벌면서 나름 그 시간을 즐겼다. 여럿의 이름 뒤에 숨어 그들의 말을 같이 만들다 보니 보이는 세상은 조금씩 넓어지고, 내 이름이 새삼 소중해졌다. 어느 날 시 제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대필작가로 잠깐 생활비를 벌어 본 적도 있는지라 첫 행을 읽기도 전에 시큰해졌다. 그리고 작년에는 기어코 내 이름을 저자로 하여 책을 냈다. 다 이름 탓이다. 아니, 이름 덕분이다.
  • 대니얼 대 김 “자폐증 앓는 의사 캐릭터 독특하고 감동”

    대니얼 대 김 “자폐증 앓는 의사 캐릭터 독특하고 감동”

    국내 인기 드라마 ‘굿닥터’가 미드(미국 드라마)로 리메이크돼 다음달 25일 미국 ABC를 통해 전파를 탄다. 한국 드라마가 미드로 제작된 것은 두 번째로, 현재 ‘신의 선물’의 미국판 ‘썸웨어 비트윈’이 안방극장을 찾아가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주요 방송사 프라임 시간대(오후 8~11시)를 꿰차 상당히 고무적이다.미드 굿닥터의 총괄제작자는 ‘로스트’ 출연으로 유명한 한국계 미국 배우 대니얼 대 김(한국 이름 김대현·48)이다. 그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방송·영상콘텐츠 마켓 ‘국제방송영상견본시’(BCWW)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30일 서울 강남구 인터콘티넨탈 서울코엑스에서 만난 대니얼 김은 “미국 의학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대개 전문적이고 초인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라며 “그런데 굿닥터의 주인공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언더독’(이길 확률이 적거나 불리한 선수)이다. 이 점이 매우 독특했고, 이런 다양성을 가진 캐릭터가 태생적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시청자들과 함께 공감하고 응원하고 싶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굿닥터는 지난 5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호응을 얻은 뒤 이번 가을 개편 때 정식 편성됐다. 당시 작가로 참여했던 래리 안드리스는 “미국은 드라마를 선택할 때 20초 안에 설명이 되느냐를 보는데, 굿닥터는 그 정도 ‘임팩트’가 있는 드라마였다”고 말했다. 2013년 KBS2 TV에서 방영됐던 굿닥터는 자폐증을 앓는 외과의사 박시온(주원)을 주인공으로 한 의학드라마로, 시청률 20%에 육박하는 화제작이었다. 미국판 굿닥터는 원작의 내용을 최대한 살렸다. 주인공의 이름도 원작에서 나온 ‘시온’과 유사한 발음의 ‘숀 머피’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공장’의 아역배우 출신 프레디 하이모어가 이 역할을 맡았다. 다만 선후배 간 수직 관계나 조직 문화, 음주 등은 문화적 차이 때문에 다소 바뀌었다. 대니얼 김은 “한국에서는 술을 많이 마시는 장면이 나오면 업무 스트레스가 많은 것으로 이해되지만, 미국에서는 알코올중독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어 다른 방식으로 풀었다”면서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기 위해 때리는 장면도 뺐다”고 설명했다. 우선 13편으로 제작했는데 반응이 좋으면 5편을 추가로 방송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20부작으로 끝났지만 미국에서는 시즌제 방영도 고려 중이다. 대니얼 김은 “시즌제로 하려면 오랜 기간에 걸쳐 캐릭터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면서 “이 때문에 걸출한 방송작가 데이비드 쇼어를 모셔왔다”고 전했다. 쇼어는 미국 의학드라마 ‘하우스’를 시즌 1~8까지 만든 작가 겸 프로듀서다. 한국 드라마의 특징과 변화를 짚어낼 정도로 마니아인 그가 최근 인상 깊게 본 작품은 ‘미생’이다. 미국에서 ‘인컴플리티드 라이프’(Incompleted Life)로 번역돼 소개됐는데 “한국과 미국 회사원의 생활이 너무 달라 옮기기는 어렵겠더라”며 웃었다. 대니얼 김은 미국 내 아시아인들의 권리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최근 그는 2010년부터 주연으로 출연해 온 ‘하와이 파이브 오’ 시즌 8에서 출연료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며 하차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미국 내에서 배우나 제작자로 성공한 내가 말할 수 없다면 누가 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냐”면서 “이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 가족, 내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사회를 바꾸는 일이다. 미국 내 한국계 배우, 아시아계 배우들이 공평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싸워 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문화마당] 그 흔한 취미/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그 흔한 취미/강의모 방송작가

    “취미가 뭐예요?” 미팅이나 소개팅, 혹은 어색한 만남에서 상투적으로 나오는 질문이다. 묻기는 쉬워도 답은 늘 어려웠다. 하나의 취미로 나의 정체성을 규정짓는다는 게 부담도 되고, 딱히 내세울 게 없어서 부끄럽기도 했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취미 칸을 채우는 것도 고민이었는데, 그나마 가장 무난한 건 독서와 음악감상이었다. 20대에 접어들기 전 대학입시가 끝나자마자 작은 전파상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손님이 적어 준 목록대로 LP에서 노래를 골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 주는 일이었다. 송창식, 김정호, 양희은, 존 덴버, 킹 크림슨, 이글스 등의 음반을 찾아 한 곡 한 곡 고르고 듣는 건 물론 나름 신경을 써서 A, B면의 노래 순서를 정하는 것도 꽤나 즐거운 일이었다. 그런데 일주일도 안 되어 다리가 퉁퉁 붓기 시작했다. 공부 외에는 처음 해보는 일인 데다 주로 서서 하는 작업이다 보니 보통 힘이 든 게 아니었다. 그때 한 친구가 위로랍시고 이렇게 말했다. “취미가 일이 되면 원래 힘든 거야.” 결국 한 달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됐는데, 그래도 사장님은 열심히 일한 게 기특하다며 월급을 후하게 쳐주셨다. 거기에 용돈을 조금 더 보태어 그 사장님께 조립 전축을 맞췄다. 내 생애 첫 오디오를 장만한 것이다. 취미를 살려 일을 하고, 그 일로 돈을 벌어 취미를 고양했달까. 인생은 돌고 돈다더니 우여곡절 끝에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작가로 뒤늦게 입문했다. 선곡표를 들고 음반실에 가서 CD를 고를 때면 가슴이 마구 뛰었다. 생방송 중에 즉시 선곡된 노래를 찾으려고 계단을 뛰어오르는 나를 보고 지나가던 피디가 그랬다. ‘나이는 많은데 행동은 제일 빠른 것 같다’고. 그만큼 신나는 작업이었다. 지금은 그런 시절도 다 추억에 묻혔지만, 노래 한 곡에 젊은 날의 한 장면이 오버랩될 때마다 짜릿한 흥분을 즐기는 건 여전한 나만의 행복이다. 그러고 보면 나이 들수록 가장 매혹적인 취미가 바로 ‘추억의 되새김’인지도 모르겠다.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 흔히 하는 덕담 중 하나가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취미생활이나 즐기시지요”다. 곧 퇴직하게 될 선배 하나는 그런 얘기 들을 때가 가장 곤혹스럽다 했다. 이제까지는 취미 생각할 틈이 없다고 핑계를 댈 수 있었지만, 앞으론 그게 통할 리 없으니 슬프다는 말도 했다. 프리랜서인 나의 은퇴는 비교적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일이 하나씩 빠지며 시간은 늘어나고 수입은 줄어든다. 커지는 것과 작아지는 것, 어느 쪽에 시선을 두느냐는 오직 내 맘에 달렸다. 은퇴 후 시골로 낙향한 지인은 노후를 행복하게 하는 세 가지 취미로 원예, 여행, 자원봉사를 꼽았다. 내게 적용하자면 집안에서 화분 서너 개 돌보는 것도 원예고, 멀지 않은 곳에 가서 트레킹을 즐기는 것도 소소한 여행의 행복이니 크게 돈 들 일이 없다. 자원봉사 역시 여생의 숙제로 삼아 계속 탐색 중이다. 무라카미 류는 ‘무취미의 권유’라는 책에 이렇게 썼다. “취미의 세계에서 자신을 위협하는 것은 없지만 삶을 요동치게 만들 무언가를 맞닥뜨리거나 발견하게 해 주는 것도 없다. 가슴이 무너지는 실망도, 정신이 번쩍 나게 하는 환희나 흥분도 없다는 말이다.” 이제껏 나는 삶을 요동치게 할 즐거움 따윈 결코 기대해본 적이 없다. 느닷없이 업어치기 메치기를 당하는 게 인생이기에 지루하더라도 잔잔한 평화가 좋다. 그래서 여전히 나의 취미는 그 흔한 독서와 음악감상이다.
  • [이영미의 노래하기 좋은 계절] 힘든 여름을 몸으로 버티며 - 정태춘의 ‘한여름 밤’

    [이영미의 노래하기 좋은 계절] 힘든 여름을 몸으로 버티며 - 정태춘의 ‘한여름 밤’

    대중가요를 통해 세상을 읽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나는 가끔 ‘그 동네’ 상상력의 한계가 답답할 때가 많다. 이해는 된다. 넓디넓은 시장판에 내놓는 대중가요란 상품이 한계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것 말이다. 좌판에 깔려 있는 수많은 노래 중에서 선택돼야 하니 적절한 자극과 매끈한 질감을 갖추면서도 대중의 상식적 상상력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안전한 일이다. 이런 관행의 오랜 반복이 창작자들의 상상력을 가두었다. 특히 계절에 관한 노래는 더욱 그렇다. 12월이면 크리스마스 캐럴을 쉽게 떠올리듯 봄이면 꽃놀이, 여름이면 피서 같은 소재 안에서 뱅뱅 돌게 되는 것이다. 방송 일정에 떠밀려 빨리 무언가를 쓰고 만들어야 하는 연예 프로그램 방송작가와 연출자도 이 테두리 안에서 뱅뱅 돌기는 마찬가지다. 대중가요에서 대표적인 여름 노래는 수십 년 동안 리메이크되는 ‘해변으로 가요’나 ‘여행을 떠나요’ 같은 노래들이다. 그러나 현실 속의 여름은 어떤가. 휴가는 잠깐이며 그나마 해변에 앉아 있을 시간은 더 잠깐이다. 그나마 그 ‘잠깐’도 누려 보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태반의 서민은 폭염과 폭우, 습한 열기를 버티며 집과 일터에서 버텨야 한다. 정태춘의 ‘한여름 밤’은 이런 서민들의 일상을 포착한 꽤 드문 노래다. 1. 한여름 밤의 서늘한 바람은 참 좋아라 / 한낮의 태양빛에 뜨거워진 내 머릴 식혀 주누나 / 빳빳한 내 머리카락 그 속에 늘어져 쉬는 잡념들 / 이제 모두 깨워 어서 깨끗이 쫓아 버려라 / 한여름 밤의 고요한 정적은 참 좋아라 / 그 작은 몸이 아픈 나의 갓난아기도 잠시 쉬게 하누나 / 그의 곁에서 깊이 잠든 피곤한 그의 젊은 어미도 / 이제 편안한 휴식의 세계로 어서 데려 가거라 / 아무도 문을 닫지 않는 이 바람 속에서 / 아무도 창을 닫지 않는 이 정적 속에서 / 어린 아기도 잠이 들고 / 그 꿈속으로 바람은 부는데 2. 한여름 밤의 시원한 소나기 참 좋아라 / 온갖 이기와 탐욕에 거칠어진 세상 적셔 주누나 / 아직 더운 열기 식히지 못한 치기 어린 이 젊은 가슴도 / 이제 사랑과 연민의 비로 후드득 적셔 주어라 / (하략) 정태춘 ‘한여름 밤’(1990?정태춘 작사·작곡) 음반 발표는 1990년 비합법 음반 ‘아, 대한민국’을 통해 이루어졌지만, 노래를 만든 것은 1981년이다. 노래로 만난 정태춘과 박은옥이 일찍 결혼하지 말라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과감하게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아이까지 낳았는데 상황이 어려워졌다. 가요계의 인기 판도가 변하고 인기를 잃은 그는 음반사에서조차 버려졌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재롱 떠는 일’은 도저히 못 하겠다 싶은 가수에게 길은 보이지 않았다. 생계 막막한 가장이 된 것이다. 이 노래에는 그런 젊은 가장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져 있다. 병치레하는 갓난아기는 온종일 보챘을 것이고 아기 돌보던 아내도 지쳤을 것이다. 견딜 수 없게 푹푹 찌는 여름날 젊은 남편은 무력하게 이를 바라보며 머릿속 ‘잡념’과 가슴속 ‘치기 어린 열기’를 견디느라 더 지쳤을 것이다. 해가 지고 밤이 되어 쏟아지는 소낙비와 한 줄기 서늘한 바람에 남편은 드디어 편한 숨을 잠깐 내쉬어 본다. 정말 ‘잠시’겠지만 그래도 바람과 소나기 덕에 갓난아기와 아내는 잠이 들었고 뜨겁고 복잡했던 남편의 머리와 가슴도 조금 가라앉았다. 자연이 주는 이 위안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정태춘과 박은옥은 이렇게 바닥을 치고 몇 년 만에 겨우 재기에 성공했다. 새로운 음반사와 만나 아주 불리한 계약을 감수하고서 낸 1984년 음반에서 신곡 ‘떠나가는 배’가 히트한 것이다. 그는 더이상 포장마차를 해서 먹고사나, 시골로 내려가 버릴까 하는 고민은 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그가 남긴 이 노래는 여전히 힘든 여름을 몸으로 버티며 그저 시원한 바람 한 줄기 불어오기만을 고대하는 서민들의 마음을 울려 준다.
  • [문화마당] 읽기는 맛있는 기억이다/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읽기는 맛있는 기억이다/강의모 방송작가

    라디오 독서 프로그램(SBS 러브FM ‘최영아의 책하고 놀자’) 구성을 오래 맡고 있다 보니 책 추천 부탁을 종종 받는다. ‘인생 최고의 책’, ‘최근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등등. 질문은 쉽지만 답하긴 참으로 곤혹스럽다. 분명 짜릿한 감동과 깊은 울림을 준 수많은 책이 있는데, 내용이며 제목이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난 책에서 무엇을 얻기보다 읽는 행위 자체를 즐긴 것 같다. 어렸을 때 내게 책은 결핍이었다. 원하는 책을 척척 사줄 만큼 부잣집도 아니었던 데다 나이 차 많은 언니 오빠들 교육에 힘을 다 뺀 엄마는 늦둥이 막내딸에게 적당히 무관심했다. 어른들 틈에서 어찌어찌 한글을 깨치고 신문을 보는 아버지 옆에 붙어 앉아 떠듬떠듬 글자를 읽었다. 그땐 한자를 많이 섞어 쓸 때라 내용 파악은 어려웠지만, 아침이면 종이신문을 기다리는 게 지금까지의 습관이 됐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책에 굶주린 시절 읽을거리는 무엇보다 맛있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때 방학은 늘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지냈다. 사촌 오촌들이 열심히 들고 나던 사랑방엔 항상 책이 널려 있었다. 일본 역사소설 ‘대망’이니 월탄 박종화의 소설 ‘자고 가는 저 구름아’ 같은 대하소설들을 줄줄이 읽어 냈다. 고모가 남긴 5권짜리 ‘빨간머리 앤’을 단숨에 읽고 감동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때 읽은 것들 중 19금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해가 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나름 상상의 쾌락을 즐겼으니, 그 부작용으로 생뚱맞은 고민을 하며 잠을 못 이룰 때도 가끔 있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인생행로가 다 결정돼 있는데, 나도 어떤 거대한 이야기의 한 부분이 아닐까?’, ‘스스로 내 삶을 만들고 바꿔 나가는 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중학교 1학년 때 첫 중간고사를 앞두고 친구가 자기 집에서 같이 공부를 하자고 했다. 혼자만의 공부방을 가진 친구에 대한 부러움으로 선택한 외박이었는데, 그 집에 들어선 순간 내 시선을 붙잡은 건 거실에 있는 커다란 책장이었다. 졸음을 쫓는다며 귀한 커피를 타 준 친구가 곤히 잠들어 버린 후 살금살금 책장으로 다가가 책 몇 권을 빼들었다. 그렇게 잡은 황순원의 소설을 해가 뜰 때까지 읽었다. 학교 시험이 코앞이었지만, 어떤 두려움도 이 맛있는 시간을 방해할 수 없었다. 그때 시험을 어떻게 망쳤는지, 그 선택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같은 건 생각나지 않는다. 오직 책장을 넘기는 데만 열중하다가 아침을 맞았을 때의 신비한 느낌과 감동만이 강렬하게 남아 있다. 책 프로그램을 맡은 이후로 참 많은 책을 모았다. 그만하면 어린 날의 결핍이 해소됐을 만도 한데, 욕심을 멈추기는 쉽지 않다. 잠자리에 들기 전 머리맡 스탠드를 켜고 책을 펼친다. 비루했던 하루, 쓸데없이 분주했던 하루의 번뇌를 지우는 시간. 비록 돋보기를 챙기고 인공눈물로 건조한 눈을 적시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해도 소박한 쾌락을 위한 작은 의식으로 기꺼이 받아들인다. 어떤 책은 그대로 수면제가 되고 어떤 책은 잠을 통째로 날려 버리기도 한다. 전자는 어지러운 불면의 밤을 예방하니 좋고, 후자는 책장을 덮고 새벽 창밖을 보며 희열에 들뜨던 열세 살 소녀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 기쁘다. 무더위에 여름 나기가 걱정이지만, 나는 이독치열(以讀治熱·읽음으로 더위를 이김)을 믿는다. 지금 머리맡엔 여름밤을 삼킬 몇 권의 추리소설이 대기 중이다.
  • [그때의 사회면] 사건(1) 강진 갈갈이 사건/손성진 논설주간

    [그때의 사회면] 사건(1) 강진 갈갈이 사건/손성진 논설주간

    전남 강진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게 ‘강진 갈갈이 사건’이다. 1974년 4월부터 MBC 라디오가 방송한 ‘법창야화’의 첫 소재가 된 사건이다. 당시 이 드라마를 들으려고 밤 10시가 되면 사람들은 라디오 앞에 모여 앉았다. 이 방송 때문에 50대 이상에게 아직도 강진은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곳이라는 선입견이 자리잡고 있다.그런데 이 사건은 방송 당시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발생일은 1939년 10월 30일로 일제강점기 때인데 마치 당시 사건처럼 방송한 것이다. 이 사건은 동아일보가 짤막하게 보도했는데 사건 발생 후 7개월 가까이 지난 이듬해 5월 23일자였다. 기사 앞부분에 ‘작일 해금’이라고 쓴 것을 보면 보도가 통제됐던 사건인 듯하다. 기사에 나와 있는 사건 내용은 이렇다. 강진군 군동면의 어느 마을에 사는 오모(당시 26세)씨가 채모(당시 43세)씨의 첩인 ‘술장수’ 정모(당시 31세)씨와 정을 통하다 채씨에게 여러 차례 발각됐다. 이에 앙심을 품은 오씨가 도박을 하자고 꾀어 채씨를 뒷산으로 데려간 뒤 흉기로 목을 잘라 죽였다. 오씨는 사건을 사교(邪敎) 신자의 범행으로 위장하려고 얼굴 피부를 벗기고 가짜 증거품을 남겨 놓았다. 경찰은 처음에 사교도들의 짓인 줄 알고 여러 혐의자들을 조사하다 1940년 2월 28일에야 범인을 검거했다. 범인은 대구고법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이 사건은 드라마에서는 훨씬 더 끔찍하게 그려졌다. 방송작가 최풍(1979년 사망)씨는 이 사건을 공소장이나 판결문을 보고 각색한 게 아니라 발생지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의 이장에게서 듣고 줄거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 사건 내용과 드라마는 차이가 있을 것이고 과장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밤중에 방송한 사건 드라마 ‘법창야화’는 1980년 10월 30일 47화 ‘17년 만의 외출’을 끝으로 막을 내렸는데 요즘 같으면 드라마 ‘모래시계’와 같은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TV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었지만 라디오 드라마로서는 대단한 인기였다. 방송사 측은 방송이 끝나면 청취자들에게 퀴즈를 내 엽서로 정답을 받아 추첨을 통해 상품을 주었는데 수백만통의 엽서가 쏟아졌다고 하니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실감할 수 있다. 또 첫회의 드라마가 엄청난 인기를 끌자 이 사건을 소설로 꾸며 ‘문화방송 연속실화극 제1화 강진 갈갈이 사건’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당시에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한다. 아무튼 강력 사건은 어느 지역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법인데 강진 하면 갈갈이 사건부터 떠오르니 이 방송으로 강진의 이미지가 나빠진 데 대해 강진군민이라면 유감이 있을 것이다. 사진은 법창야화 방송 3돌 사은 퀴즈에 응모한 엽서가 200만통을 넘어섰다는 경향신문 1977년 3월 5일자 기사. 손성진 논설주간 sonsj@seoul.co.kr
  • <새영화> ‘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 메인 예고편 공개

    <새영화> ‘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 메인 예고편 공개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극중 주인공 ‘슈지’는 화목한 가정의 가장이자 경력 20년 차 베테랑 방송작가다. 어느 날 그는 췌장암 말기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받은 그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질 가족 걱정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슈지는 우연히 결혼업체 광고를 접한다. 그리고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영화 ‘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슈지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새 남편을 찾아주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유쾌하고 감동적인 가족 드라마다. 공개된 예고편은 베테랑 예능 작가이자 화목한 가정의 가장 ‘미무라 슈지’의 엉뚱한 모습으로 시작한다. 아내에게 새로운 남편감을 찾아주겠다는 기상천외한 그의 기획은 이후 벌어질 사건을 궁금케 한다.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는 스타 예능작가 출신 히구치 타쿠지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매력적인 스토리와 드라마 ‘결혼하지 못하는 남자’로 국내에서 두꺼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미야케 요시시게 감독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다. 미야케 요시시게 감독은 “단순한 재미에 그치지 않고 관객들에게 여운을 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며 “죽음을 앞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스스로 무엇이 소중한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지를 돌아봤으면 한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영화는 오는 5월 18일 개봉 예정이다. 전체 관람가. 114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박해일, 지난 1월 둘째 득녀..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박해일, 지난 1월 둘째 득녀..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배우 박해일이 지난 1월 둘째 딸을 얻었다. 11일 오후 소속사 H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박해일의 아내가 지난 1월 건강히 둘째 딸을 낳았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박해일이 둘째 딸을 만나 매우 기뻐했다”며 “그간 밝히지 않은 것은 배우가 나서서 사생활을 밝히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박해일은 지난 2006년 방송작가 서유선 씨와 결혼했다. 이후 2010년 첫째 아들을 얻었다. 한편 박해일은 이병헌, 김윤석, 고수 등이 출연하는 영화 ‘남한산성’ 촬영 중이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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