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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 시험을 치르는 자세/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시험을 치르는 자세/강의모 방송작가

    시험 보는 날 아침엔 늘 아팠다. 아니, 아프고 싶었다. 천재지변을 기다리기도 했다. 학교 과정을 끝낼 때 무엇보다 신났던 건 지긋지긋한 시험들과의 작별이었다. 교문 밖에 더욱 고된 시험이 줄줄이 대기 중이란 걸 미처 몰랐으니까. 학교 시험을 벼락치기로 버텼다면, 이후엔 무모함과 배짱으로 통과했다. 해마다 연초에 방송작가협회 회원 건강검진이 진행된다. 이 시험은 벼락치기도, 배짱도 통하지 않는 영역이다. 평소 아무리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해도 느닷없이 찾아오는 질병을 막을 길은 없다. 게다가 노화에 따른 신체기능 약화를 어쩔 것인가. 그저 고분고분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읽은 책 중에 ‘드라이빙 미스 노마’라는 여행 에세이가 있다. 아흔 살 노마 할머니가 남편을 암으로 먼저 떠나보내자마자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는다. 그녀는 암 투병 대신 여행을 선택한다. 이 책은 인생의 마지막 1년 동안 아들 부부와 함께 캠핑카를 타고 돌아다닌 미국 일주 기록이다. 마침 각별하게 지내는 지인의 아버지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 입ㆍ퇴원을 반복하는 중이어서 더욱 절실하게 읽혔다. 노마 할머니는 수술과 치료, 재활 과정을 설명하는 의사의 눈을 쳐다보면서 이렇게 외친다. “난 아흔 살이나 먹었어요. 이제 길을 떠날 참이라오. 더이상 병원 진료실에는 1분도 있고 싶지 않아요.” 아들은 어머니에게 치료 대신 여행을 제안하는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맥주나 와인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으면 그 정도의 기쁨은 얼마든지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이유로든 요양원 시설에서 나오고 싶으면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고 싶을 때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녁 식사로 아침 식사에 나올 메뉴를 먹고 싶으면 그렇게 할 수 있고, 맨발로 잔디를 걷고 싶으면 걸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웃음을 되찾을 수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현실에선 심히 이상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죽음과 대면하기 전까지 최소한의 자존감과 품위를 유지하고 싶은 건 누구나의 소망일 것이다. 그들은 여행기를 올리는 블로그에 이런 제목을 달았다. ‘위도가 변한다. 태도도 변한다.’(Changes in Latitudes, Changes in Attitudes) 최근에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를 읽고 저자 엄기호 선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통의 ‘곁’이라는 위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어쩌면 당사자보다 더 힘들고 외롭고 고단할 고통의 옆자리. ‘곁’이란 말이 새삼 애잔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고통의 당사자와 그 곁을 지키는 사람 사이에 고통을 매개하는 간극과 시야가 필요하다고, 함께 걷거나 같이 음식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그 역할을 해준다고 말한다. ‘드라이빙 미스 노마’를 처음 읽을 때는 노마의 용기에 감탄했다. 그러다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를 만난 후엔 여행이라는 완충지대를 마련해 고통의 곁을 훌륭하게 지켜 낸 아들 부부의 지혜 쪽으로 감동의 무게가 기울었다. 혹여 내가 중병에 걸린다면? 아직은 내가 겪을 고통보다 어쩔 수 없이 내 곁을 지켜야 할 사랑하는 가족의 아픔과 슬픔이 먼저 눈에 밟히니까. 어쨌든 올해도 조신한 자세로 정기고사를 치렀고, 이제 성적표를 받을 일만 남았다. 결과 메일이 올 때까지 모든 걱정과 두려움은 일시 중단. 시험 끝나자마자 책가방 던지고 놀러 나가던 그 시절처럼 잠시라도 해방감을 만끽하자.
  • 나영석·정유미 불륜설 허위 지라시 작성·유포한 방송작가 등 덜미

    나영석·정유미 불륜설 허위 지라시 작성·유포한 방송작가 등 덜미

    지난해 10월 나영석 PD와 배우 정유미씨의 불륜설 지라시(사설 정보지)를 유포한 방송작가 등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방송작가 이모(30)씨 등 3명을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지라시를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 등에 게시한 간호조무사 안모(26)씨 등 6명을 같은 혐의로, 관련 기사에 욕설 댓글을 단 김모(39)씨를 모욕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14∼15일 불륜설을 작성·유포해 나 PD와 정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나 PD와 정씨가 불륜 관계’라는 지라시는 지난해 10월 17일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대량 유포됐다. 나 PD와 정씨는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에 따르면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된 지라시 중 하나는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프리랜서 작가 정모(29)씨, IT업체 회사원인 이모(32)씨가 작성했다. 정씨는 지난해 10월 15일 방송작가들로부터 들은 소문을 지인들에게 알리고자 대화형식으로 불륜설을 만들어 전송했다. 몇 단계를 거쳐 이를 받은 회사원 이씨는 지라시 형태로 재가공해 회사 동료들에게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버전의 지라시를 작성한 방송작가 이씨는 같은달 14일 다른 방송작가로부터 들은 소문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작성해 동료 작가에게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소문을 지인에게 전달했을 뿐 이렇게 문제가 커질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의자 10명 가운데 피해자 측이 고소를 취하한 중간유포자를 제외한 9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나영석 정유미, 불륜설 유포자 검거 “지라시, 어떻게 만들어졌나”

    나영석 정유미, 불륜설 유포자 검거 “지라시, 어떻게 만들어졌나”

    나영석 PD와 배우 정유미의 불륜설을 만들어내 유포한 방송작가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검거됐다. 12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나영석 정유미 불륜설을 최초 작성한 방송작가 이모(30) 씨 등 3명과 이를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에 게시한 간호조무사 안모(26) 씨 등 6명을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또 관련 기사에 욕설 댓글을 단 김모(39·무직) 씨를 모욕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0월 14∼15일 허위 불륜설을 작성·유포해 나영석 PD와 정유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7일 ‘나영석 PD와 배우 정유미가 불륜 관계’라는 ‘지라시’(사설 정보지)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대량 유포됐다. 이틀 뒤 나영석 PD와 정유미는 불륜설이 허위 사실이라며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이 지라시 유포 경로를 추적한 결과 불륜설과 관련한 지라시는 두 가지 버전이 있었다. 1차 버전의 최초 작성자는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프리랜서 작가 정모(29) 씨와 IT업체 회사원인 이모(32) 씨였다. 정 작가는 지난해 10월 15일 방송작가들로부터 들은 소문을 지인들에게 가십거리로 알리고자 대화형식으로 불륜설을 만들어 전송했다. 이를 몇 단계 거쳐 카카오톡으로 받은 회사원 이씨는 지라시 형태로 이를 재가공해 회사 동료들에게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이 지라시는 약 50단계를 거쳐 기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전달되며 급속히 퍼져나갔다. 또 다른 버전의 지라시를 작성한 이는 방송작가인 이씨였다. 이 작가는 14일 다른 방송작가로부터 들은 소문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작성해 동료 작가에게 전송했고 이 역시 오픈 채팅방을 통해 퍼지게 됐다. 지라시를 최초 생산한 정 작가 등은 소문을 지인에게 전했을 뿐 이렇게 문제가 커질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입건된 피의자 10명 가운데 9명을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다만 피해자의 변호인이 중간유포자에 대한 고소를 취하함에 따라 회사원 1명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정보를 재전송하는 경우 최초 유포자가 아닌 단순유포자라도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정유미·나영석 가짜 불륜설 최초 유포자는 방송작가

    정유미·나영석 가짜 불륜설 최초 유포자는 방송작가

    배우 정유미씨와 나영석 PD의 불륜설을 가짜로 만들어 유포한 방송작가와 간호사, 악플러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불륜설을 처음 작성한 방송작가 이모(30)씨 등 3명과 이를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에 게시한 간호사 안모(26)씨 등 6명을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관련 기사에 욕설 댓글을 단 김모(39)씨는 모욕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0월 14∼15일 허위 불륜설을 작성·유포해 정씨와 나 PD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7일 ‘나 PD와 배우 정유미가 불륜 관계’라는 ‘지라시’(사설 정보지)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대량 유포됐다. 이틀 뒤 나 PD와 정씨는 불륜설이 허위 사실이라며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이 지라시 유포 경로를 추적한 결과 불륜설과 관련한 지라시는 두 가지 버전이 있었다. 1차 버전의 최초 작성자는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프리랜서 작가 정모(29)씨와 IT업체 회사원인 이모(32) 씨였다. 정 작가는 지난해 10월 15일 방송작가들로부터 들은 소문을 지인들에게 가십거리로 알리고자 대화형식으로 불륜설을 만들어 전송했다. 이를 몇 단계 거쳐 카카오톡으로 받은 회사원 이씨는 지라시 형태로 이를 재가공해 회사 동료들에게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이 지라시는 약 50단계를 거쳐 기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전달되며 급속히 퍼져나갔다. 또 다른 버전의 지라시를 작성한 이는 방송작가인 이씨였다. 이 작가는 14일 다른 방송작가로부터 들은 소문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작성해 동료 작가에게 전송했고 이 역시 오픈 채팅방을 통해 퍼지게 됐다. 지라시를 최초 생산한 정 작가 등은 소문을 지인에게 전했을 뿐 이렇게 문제가 커질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입건된 피의자 10명 가운데 9명을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다만 피해자의 변호인이 중간유포자에 대한 고소를 취하함에 따라 회사원 1명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정보를 재전송하는 경우 최초 유포자가 아닌 단순유포자라도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문화마당] 반복의 슬픔과 기쁨/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반복의 슬픔과 기쁨/강의모 방송작가

    아침이면 커피 한 잔을 들고 데스크톱 컴퓨터를 켜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새해 들어 컴퓨터에 이상한 증세가 나타났다. 인터넷 연결이 자주 끊겨서 애를 먹이더니 종내 불통이 됐다. 바이러스 체크를 하고, 연결선을 뺐다 끼웠다 해봐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아는 이에게 물었더니 설정을 과거 시점으로 되돌리는 방법을 써 보라 했다.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며칠 전으로 돌려야 가장 안전한 걸까? 설정한 날짜 이후에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새 작업이 있다면? 과거와 미래의 걱정이 뒤섞여 혼란스러웠다. 일단 노트북은 살아 있으니 한숨을 돌리기로 하고 책을 들었다. 어쩌다 보니 올해 첫 독서는 작년에 읽은 얀 마텔의 소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재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불과 6개월 만에 다시 잡았는데 때때로 내용이 너무 낯설어 신기했다. 기억하고자 접어 둔 페이지와 지금 줄을 긋는 부분이 달랐고, 첫 독서 때 추측했던 인물의 감정과 다시 전해지는 그의 슬픔과 기쁨은 자주 어긋났다. 다만 같은 것은 첫 번째나 두 번째나 읽기에 몰입할 때 느끼는 행복감뿐이었다. 이 소설에는 뒤로 걷는 사람들이 나온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자들의 독특한 애도 방식이다. 뒤로 걷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지나온 시간을 복기하며 등으로 밀고 나가는 걸음이다. 그 행위가 매혹적이긴 하나 위험이 따르는 일이라 실행해 보진 못했다. 그저 이 소설을 꼭 한번 더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어쩌면 같은 책을 다시 읽는 것도 뒤로 걷는 것과 비슷한 의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고 올해 첫 영화를 보러 나갔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영화는 다도를 중심으로 느리고 지루한 시간이 펼쳐진다. 노스승인 다케타 선생은 다도를 배우기 위해 모이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같은 사람들이 여러 번 차를 마셔도 같은 날은 다시 오지 않아요. 생에 단 한번이다 생각하고 임해주세요.” 새해맞이 다도회에는 그해의 동물이 그려진 찻잔이 등장한다. 말하자면 올해 첫 다도회엔 12년 전 꺼내 쓰고 깊숙이 보관했던 돼지 문양의 찻잔이 등장했을 것이고, 모임 후 갈무리한 찻잔은 앞으로 또 12년을 살아내야 다시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다. 1년의 반복에 열두 해 터울의 반복이 겹쳐 있으니, 차를 마시는 사람은 그 찻잔 속에 담긴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된다. ‘일일시호일’과 비슷한 조합으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란 말이 있다. 중학교 때 한문 선생님이 자신의 좌우명이라며 수업 시간에 유독 강조했던 구절이다. 뒤늦게 궁금해진다. 그분의 삶에는 어떤 평화가 있었을까. ‘매일매일이 좋은 날’이라는 ‘일일시호일’이 같은 일상에서 기쁨을 건지는 지혜라면, ‘매일매일 새로워지라’는 ‘일신우일신’은 반복을 허락하지 않는 호된 채찍질일 테니….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 그렇게 한나절 이런저런 딴짓으로 마음을 정돈한 후 데스크톱 컴퓨터 문제로 돌아왔다. 해결 과정은 허무할 정도로 단순하고 쉬웠다. 본체를 열어 보니 부속들 틈틈이 먼지가 수북했다. 진공청소기를 대고 샅샅이 훑었다. 뚜껑을 닫고 전원을 켜니 모든 게 정상이 됐다. 과거와 미래의 걱정들도 먼지와 함께 날아갔다. 복구를 기념하며 ‘같은 것을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는 영화 속 대사를 포스트잇에 적어 모니터에 붙였다. 익숙한 자판과 모니터로 지루한 원고를 다시 쓰기 시작할 때, 슬픔과 기쁨이 뒤섞인 묘한 안도감이 찾아왔다.
  • ‘2018 SBS 연예대상’ 소이현, 인교진 눈물 짓게 한 수상소감

    ‘2018 SBS 연예대상’ 소이현, 인교진 눈물 짓게 한 수상소감

    배우 소이현이 ‘2018 SBS 연예대상’에서 남편 인교진을 울렸다. 28일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18 SBS 연예대상’에서 소이현은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으로 쇼·토크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무대에 오른 소이현은 “신랑이 1년간 ‘동상이몽’ 출연하면서 좋은 모습 보여드렸다. 결혼할 때만 해도 ‘왜?’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충분히 너무 멋있고 매력있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서 출연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많이 사랑 받고 예쁨 받아서 그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상 주셔서 감사하다. 신랑한테 제일 고맙고 사랑한다. 하은이, 소은이도 너무 고맙다”고 전했다. 함께 시상식에 참석한 남편 인교진은 아내의 수상소감에 눈물을 보였다. 인교진 소이현 부부는 이날 ‘베스트 패밀리상’도 수상했다. <이하 2018 SBS 연예대상 수상 명단> ▶ 대상 : 이승기(집사부일체) ▶ 프로듀서상 : 김종국(런닝맨, 미운 우리 새끼) ▶ 최우수상(버라이어티) : 전소민(런닝맨) ▶ 최우수상(쇼·토크) : 양세형(가로채널 등) ▶ 우수상(버라이어티) : 조보아(골목식당), 육성재(집사부일체) ▶ 우수상(쇼·토크) : 소이현(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이상민(더 팬, 미운 우리 새끼, 무확행) ▶ 인기상 : 이광수(런닝맨) ▶ 신 스틸러상 : 승리(가로채널, 미운 우리 새끼) ▶ 베스트 팀워크상 : 런닝맨 ▶ 베스트 커플상 : 김종국, 홍진영 ▶ 올해의 프로그램상 : 미운 우리 새끼 ▶ 베스트 패밀리상 : 인교진, 소이현(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 베스트 챌린저상 : 전혜빈(정글의 법칙) ▶ 방송작가상 : 유현수(라디오-최화정의 파워타임), 이윤주(동물농장), 김명정(집사부일체) ▶ 올해의 핫 스타상 : 배정남(미운 우리 새끼) ▶ 베스트 MC상 : 김성주(백종원의 골목식당), 김숙(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 베스트 엔터테이너상 : 임원희(미운 우리 새끼), 구본승(불타는 청춘) ▶ 모바일 아이콘상 : 제아, 치타(모비딕 쎈마이웨이) ▶ 라디오 DJ상 : 김창열(올드스쿨), 붐(붐붐파워) ▶ 신인상 : 이상윤(집사부일체), 강경헌(불타는 청춘)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2018 SBS 연예대상’ 이승기 대상 “집사부일체 사부님들 담겨있는 상”

    ‘2018 SBS 연예대상’ 이승기 대상 “집사부일체 사부님들 담겨있는 상”

    ‘2018 SBS 연예대상’에서 가수 겸 배우 이승기(31)가 강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됐던 외식사업가 백종원(52)을 꺾고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승기는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18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무대에 오른 이승기는 “굉장히 복잡한 감정이 지나가는 것 같다. 먼저, 이 상은 제 능력으로 받는 게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다”며 “정말 제 능력이 아니라 ‘집사부일체’에 출연해주셨던 최고의 사부님들, 그분들의 연륜, 삶의 철학, 신념 등 무게감이 담겨있는 상인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군 전역 후 2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31일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로 에 복귀한 이승기는 전역 후 첫 프로그램으로 대상을 거머쥐었다. ‘집사부일체’ 멤버인 배우 이상윤(37), 그룹 비투비 육성재(23), 개그맨 양세형(33)은 이날 각각 신인상, 우수상, 최우수상을 받으며 전원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집사부일체’ 제작진과 함께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동료들, 소속사, 팬들 등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 이승기는 마지막으로 “去去去中知(거거거중지) 行行行裏覺(행행행리각)라는 말이 떠오른다. 집사부일체를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우려가 있었다. 내년 2019년에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훌륭한 예능 선배님들이 도전했던 것처럼 저도 그 길을 따라서 안전한 길을 답습하지 않고 실패하더라도 뚜벅뚜벅 제 길을 가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이하 2018 SBS 연예대상 수상 부문> ▶ 대상 : 이승기(집사부일체) ▶ 프로듀서상 : 김종국(런닝맨, 미운 우리 새끼) ▶ 최우수상(버라이어티) : 전소민(런닝맨) ▶ 최우수상(쇼·토크) : 양세형(가로채널 등) ▶ 우수상(버라이어티) : 조보아(골목식당), 육성재(집사부일체) ▶ 우수상(쇼·토크) : 소이현(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이상민(더 팬, 미운 우리 새끼, 무확행) ▶ 인기상 : 이광수(런닝맨) ▶ 신 스틸러상 : 승리(가로채널, 미운 우리 새끼) ▶ 베스트 팀워크상 : 런닝맨 ▶ 베스트 커플상 : 김종국, 홍진영 ▶ 올해의 프로그램상 : 미운 우리 새끼 ▶ 베스트 패밀리상 : 인교진, 소이현(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 베스트 챌린저상 : 전혜빈(정글의 법칙) ▶ 방송작가상 : 유현수(라디오-최화정의 파워타임), 이윤주(동물농장), 김명정(집사부일체) ▶ 올해의 핫 스타상 : 배정남(미운 우리 새끼) ▶ 베스트 MC상 : 김성주(백종원의 골목식당), 김숙(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 베스트 엔터테이너상 : 임원희(미운 우리 새끼), 구본승(불타는 청춘) ▶ 모바일 아이콘상 : 제아, 치타(모비딕 쎈마이웨이) ▶ 라디오 DJ상 : 김창열(올드스쿨), 붐(붐붐파워) ▶ 신인상 : 이상윤(집사부일체), 강경헌(불타는 청춘)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문화마당] 살아 있는 한 인생은 열린 결말/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살아 있는 한 인생은 열린 결말/강의모 방송작가

    미세먼지로 시야가 뿌옇던 평일 점심 무렵이었다. 집 근처 한적한 4차선 길로 접어드는데, 맞은편에서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오토바이 한 대가 급정거를 했다. 중앙선 너머 길바닥엔 누군가의 따뜻한 점심이 됐을 밥주발, 국대접, 반찬그릇들이 처참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망연자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의 뒷모습이 슬펐다. 뒤따르는 차가 있었으면 큰 사고가 생길 수도 있었으니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그때 조용히 다가온 승용차에서 중년 남자 둘이 내렸다. 한 사람은 뒤따르는 차들에 신호를 보내고, 또 한 사람은 오토바이 주인의 어깨를 한번 툭 치더니 그릇들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이내 신호가 바뀌며 자리를 떴으니 다음 상황은 알지 못한다. 아마도 두 귀인의 도움으로 수습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으리라.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생각한다. 식당 주인이었을 수도 있고, 전문 배달인이었을 수도 있는 아저씨에게 그날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 억세게 운수 나쁜 날이었을까, 따뜻한 친구를 만난 행운의 날이었을까. 물론 과거는 하나의 모습이 아니다. 현실이란 거울에 따라 다르게 비춰진다. 그래서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는 말은 어느 정도 진리일 게다. 연말이면 한 해를 잘 갈무리하자는 강박이 은근히 생긴다. 오래 전 써놓은 단상 중에 이런 글을 발견했다. ‘삶은 만만해졌다 싶으면 곧 막막해지고, 막막해서 주저앉고 싶으면 다시 만만한 구석이 보인다. 그래서 계속 산다. 살아지고…, 살아 낸다.’ 8년 전 고백한 그 심정은 지금도 유효하다. 다만 그땐 내 삶에 집중했다면 이젠 다른 이들의 변화에서 보편의 삶을 읽는 쪽이다. 예를 들면 불과 1년 전만 해도 노처녀의 불안한 미래를 토로하던 한 동료는 그새 결혼을 했고, 2세 출산을 앞두고 있다. 누군가의 옆자리에서 잘나가던 지인은 그 누군가의 잘못을 떠안아 엄청난 고초를 겪었다. 건강을 자신하던 오라버니는 올해 생사를 넘나드는 대수술을 두 번이나 받고 회복 중이다. 다시 나로 돌아오면 한가한 노후 진입을 대비하던 즈음에 다시 늘어난 일거리로 정신이 혼미한 채 연말을 보내고 있다. 미래는 종종 예상하고, 계획하고, 기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새로운 시간과의 만남에 설레고 싶다. 그것이 살아 있음의 증거이므로. 한 달에 한 번 녹음을 하러 오는 한 시인이 지난가을 스태프들에게 고등학생인 아들 걱정을 털어놓으셨다. 성적은 부진한데 도통 공부에는 뜻이 없어 한심하다는 아들. 아침마다 학교 앞에 내려주고 출근을 하는데, 하루는 아들이 콧노래를 부르며 이렇게 말하더란다 “아빠, 난 하루하루가 너무 즐거워요.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생길지 설레고 기다려져요.” 듣던 우리는 입을 모아 항의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보다 더한 아들 자랑이 어디 있다고. 일에 치여 독서가 게을러진 올해 마지막 책으로 리베카 솔닛의 ‘길 잃기 안내서’를 골랐다. ‘미지를 향해 문을 열어 두는 것, 어둠으로 난 문을 열어 두는 것. 그 문은 가장 중요한 것들이 들어오는 문이고, 내가 들어 왔던 문이고, 언젠가 내가 나갈 문이다. … 우리가 삶에서 원하는 것은 우리를 변화시키는 무언가다. 그런데 우리는 변화의 건너편에서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는지 모르거나, 모르는데도 안다고 생각한다.’ - 1장 ‘열린 문’ 중에서 몇 해 전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지나 변화의 삶을 선택한 이들을 인터뷰하고 책을 엮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결론을 얻었다. ‘살아 있는 한 누구에게나 인생은 열린 결말이다.’
  • [기업 특집] CJ ENM, 신인 방송작가 성지로 뿌리내린 ‘오펜’

    [기업 특집] CJ ENM, 신인 방송작가 성지로 뿌리내린 ‘오펜’

    ‘오펜’(O’PEN)이 신인 작가들의 성지로 떠올랐다. 오펜은 작가(Pen)를 꿈꾸는 이들에게 열려 있는(Open) 창작 공간과 기회(Opportunity)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CJ ENM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200억원을 투자한 신인 드라마·영화 작가 데뷔 지원 사회공헌사업이다. 지난 8월부터는 신인 작곡가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CJ ENM은 오펜 1기 출신 신인 작가 3인이 지상파, 케이블 등에서 방영 예정인 미니시리즈의 공동집필로 드라마 업계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강이현 작가는 다음달 MBC 방영을 앞둔 범죄 스릴러 ‘나쁜형사’, 신하은 작가는 내년 tvN 방영 예정인 사극 ‘왕이 된 남자’에 각각 공동작가로 이름을 올렸고, 장아미 작가는 로맨틱 코미디 ‘절대그이’의 공동집필을 맡았다. 이번 성과는 CJ ENM이 사업 출범 2년 만에 미니시리즈 작가를 연이어 배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드라마 부문의 경우 지난해부터 공모전을 통해 매년 20명의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 프로그램과 단막극 제작 및 편성, 제작사 비즈매칭을 지원해 이들의 업계 데뷔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남궁종 CJ ENM CSV경영팀장은 “오펜 출신 작가들의 이번 미니시리즈 진출은 재능 있는 창작자들을 믿고 지원해 온 CJ상생경영의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문화콘텐츠산업계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발전을 위한 투자를 이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서울시 방송노동환경 혁신정책 중간점검 토론회’ 성료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위원장 봉양순, 노원3)는 11월 1일 오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제2대회의실에서 ‘서울시 방송노동환경 혁신정책 중간점검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국 언론노조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정부 및 서울시의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평가하고, TBS 프리랜서 비정규직의 고용모델 개선방안 등을 논의했다. 토론회는 이준형 민생실천위원회 부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김민영 TBS 기획조정실 주무관의 발제와 김동원 언론연대 정책위원, 조성주 서울시 노동협력관, 이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 이미지 언론노조 방송작가 지부장의 토론으로 이어졌다.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 봉양순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사람이 살면서 당연한 권리인 ‘임신’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열악한 방송 산업 비정규직의 고통이 사회적으로 외면을 받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새롭게 시작하는 민생실천위원회에서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마지막까지 비정규직의 고통을 함께하고 해결방법을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용석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은 “방송업계 인력 절반을 차지하는 43.3%가 프리랜서 비정규직인 비정상적인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서윤기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난 8월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프리랜서 권익 보호 및 지원을 위한 조례’가 실제로 프리랜서 비정규직의 권익보호와 지위향상의 법적 근거로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며 축사를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화마당] 모든 경계에 우정이 흐르기를/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모든 경계에 우정이 흐르기를/강의모 방송작가

    ‘언젠가는 하게 되겠지, 죽기 전엔 꼭 할 거야.’이렇게 수십 년을 미뤄 온 것 중 하나가 ‘수영 배우기’다. 강이든, 바다든, 수영장이든, 바라볼 땐 평화로워도 들어가긴 무서운 곳이었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쇠퇴하며 무모한 용기가 생긴다. 집 근처에 수영장이 생기고 1년을 뭉개다가 드디어 등록을 했다. 주 2회, 평일 오전 여성 수영반이라 다가가기가 조금은 수월했다. 시작할 땐 대여섯 동지가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젊은 그들과 발을 맞추는 건 언감생심. 조급함을 버린다 해도 3개월째 접어드니 살짝 초조해졌다. 연령 불문, 모든 사회적 배경의 사람들이 평등해지는 공간이 수영장이라지만, 실력자와 초보를 가르는 레인줄은 엄정했으므로. 어느 날 물을 잔뜩 들이켜고 캑캑거리는 내게 옆 레인의 한 여인이 말을 건넸다. “스트레스받지 말고 천천히 하세요. 나도 2년쯤 지나니까 조금 할 만해요.” 그 위로가 얼마나 따뜻하던지…. 막막한 경계 아래엔 그렇게 우정이 흐르고 있었다. 그즈음 손에 잡힌 책이 리비 페이지의 소설 ‘수영하는 여자들’이다. 주인공은 작은 지방 신문사 기자인 스물여섯 살 케이트와 여든여섯의 독거노인 로즈메리. 둘은 오랜 역사를 지닌 공공수영장 리도가 거대 부동산 회사의 개발 계획으로 없어질 위기에 처하면서 만나게 된다. 수영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로즈메리와 수영을 싫어하는 케이트. 로즈메리는 인터뷰 요청을 하는 케이트에게 리도에서 수영을 하면 응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둘은 수영장에서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는 친구가 된다. 수영장 폐쇄를 지지하는 시의원들 앞에서 로즈메리는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래된 도서관이 문을 닫았던 그때, 그것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까지도 우리는 우리가 잃어가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곳은 배움의 장소였고 우리 공동체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녀는 리도마저 잃을 수 없다는 절박함에 용기를 냈고, 그녀를 지지하는 많은 친구들이 함께했다. 서점 주인, 10대 학생, 노점상, 시장 상인들, 그리고 60년 터울을 건너뛴 친구 케이트. 이들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 공동체를 지켜 낸다. 나이, 성별, 직업 등 모든 경계를 넘어선 우정의 연대는 그토록 강하다(이 소설은 실제 사례에 기반을 두었다고 한다). 지난 주말 단체 나들이로 2박3일 제주도를 다녀왔다. 기획자만 알 뿐 참가자 면면은 전혀 모르는 채 공항에서 만나 같은 버스를 타고 함께 걸으며 같이 먹고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총인원 열여섯에 나이는 30대부터 60대까지, 직업도 광고기획자, 은행원, 주부, 교사, 의사, 출판관계자, 공무원, 서점 주인, 작가 등으로 다양했다. 끼리끼리 노는 건 종종 지루하고 때론 위험하다. 세대 간 소통을 강조하는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우정은 취향이나 기질이 아니라 절차탁마해야 하는 덕목’(저서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중)이라 했다. 일행은 만난 지 몇 시간 만에 이삼십 년 터울쯤 쉽게 넘나들며 모두 친구가 됐다. 자기 색깔은 분명하되 남과 어울릴 땐 조화와 배려를 먼저 생각하는 멋진 사람들이었다. 수영을 배우는 첫 단계는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다. 어렸을 때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경험이 발목을 잡았다. 물에 몸을 맡기고 둥실 떠오르는 기분을 처음 느꼈을 땐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세상 모든 경계 아래에 강물이 흐르고 있음을 믿는다. 누구든 힘을 빼고 뛰어들면 함께 생존수영이 가능한 우정의 강.
  • 수컷 토끼들끼리 왜 결혼 못하지?

    수컷 토끼들끼리 왜 결혼 못하지?

    사랑에 빠진 토끼/질 트위스 글·EG 켈러 그림/김지은 옮김/비룡소/32쪽/1만 8000원넓은 정원에서 혼자 외롭게 지내던 토끼 말런 분도는 우연히 갈색 토끼 웨슬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둘은 결혼을 결심하고 모든 동물 친구에게 선언하는데, ‘수컷끼리는 결혼할 수 없다’는 두목 벌레 ‘구린내 킁킁이’의 강력한 제지를 받는다. 과연 이 커플의 운명은?그림책 ‘사랑에 빠진 토끼’는 동성결혼 이슈를 다뤘다는 점에서 어린이 책치고 꽤 묵직하다. 거기에 토끼 말런이 다름 아닌 미국 부통령 마이크 펜스네 토끼라는 데서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펜스 부통령은 성소수자를 치료의 대상으로 보고 이성애자로 바꾸려는 ‘전환 치료’를 지원한 전력으로 거센 비판을 받아 온 인물이다. ‘사랑에 빠진 토끼’는 미국 유명 시사 풍자 쇼 ‘라스트 위크 투나이트’ 진행자 존 올리버와 같은 팀 방송작가 질 트위스가 펜스 부통령 가족이 낸 그림책을 패러디해 펴낸 책이다. 펜스 부통령의 아내 캐런과 딸 샬럿은 ‘미국 부통령의 토끼 말런 분도의 하루’를 그림책으로 펴낸 바 있다. 말런은 ‘미합중국의 토끼’로 불리는 ‘유명인사’다. 그 덕인지 ‘사랑에 빠진 토끼’는 지난 3월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왜 수컷 토끼들끼리는 결혼하지 못해? 그럼 그렇게 말하는 두목을 바꾸면 되잖아!”라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 “나는 너 없이는 단 한 발짝도 더 뛰고 싶지 않아”, “나도 너 없이 다시는 깡충깡충 뛰고 싶지 않아” 같은 더없이 달콤한 프러포즈의 말까지. 무거운 이야기를 경쾌하게 풀어내는 솜씨가 기막힌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선다방’ 이적, 8시남 김민석 등장에 당황 ‘무슨 일?’

    ‘선다방’ 이적, 8시남 김민석 등장에 당황 ‘무슨 일?’

    ‘선다방’ 8시남의 등장에 이적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선다방’에서는 두 커플이 소개팅을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8시에는 방송작가인 김민석과 금융 IT 기획자인 강주란이 만나게 됐다. 이날 이적은 8시남 김민석을 보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 프로그램을 함께 했던 작가였던 것. 김민석의 등장에 앞서 이적은 그의 이름을 보고 “내가 아는 작가 중에 김민석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명이인일 것이라 지나쳤다. 자신이 아는 김민석이 등장하자 이적은 당황했다. 김민석 또한 “형님 구면입니다”라며 인사를 했다. 이날 이적은 아는 동생의 커플 성사를 위해 커피값을 내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진=tvN ‘선다방’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선다방 가을겨울편’ 새로운 막내 카페지기 등장 ‘로운과 절친?’

    ‘선다방 가을겨울편’ 새로운 막내 카페지기 등장 ‘로운과 절친?’

    ‘선다방-가을 겨울 편’에서 문과남과 공대녀의 만남이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주 tvN ‘선다방 - 가을 겨울 편’에서는 사랑을 찾아 홍콩에서 날아온 애널리스트 직업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5일 방송되는 tvN ‘선다방 - 가을 겨울 편’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청산하고픈 커플들이 등장한다. 첫 번째 맞선 남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싶은 보안회사 직원 남자와 일만큼 결혼도 중요해진 헤어 디자이너 여자. 두 번째 맞선 남녀는 형광등을 직접 갈아 끼우는 여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방송작가 남자와 형광등쯤이야 손쉽게 갈아 끼우는 금융IT 기획자 여자. 특히, 문과남과 공대녀의 만남으로 카페지기의 기대를 모은 가운데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완벽히 통했다는 후문. 맞선 남녀 둘만의 공감대가 폭발해 카페지기들을 미소짓게 만든 오늘 맞선의 결과는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오늘 방송에서는 새로운 막내 카페지기가 등장한다. 시즌1 카페지기 로운의 절친이라고 전해진 새로운 얼굴이 첫 등장을 알리는 것. 이번 ‘선다방’의 운영을 도와줄 뉴페이스가 맹활약을 예고한 가운데 허당미로 카페지기 선배들의 예쁨을 독차지했다는 후문. 과연 ‘로운 친구’로 기대감을 키운 새로운 카페지기는 누구일지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도 ‘선다방 - 가을 겨울 편’에는 맞선남녀들의 성공적 매칭을 도와줄 새로운 카페지기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한편, tvN ‘선다방 - 가을 겨울 편’은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 ‘서울시 방송노동환경 혁신정책 중간점검 토론회’ 개최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위원장 봉양순, 노원3)는 오는 11월 1일 오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제2대회의실에서 ‘서울시 방송노동환경 혁신정책 중간점검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1월 24일 서울시가 tbs 프리랜서 정규직화를 발표하며, 국내 방송사와 공공기관 가운데 프리랜서를 포함한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첫 번째 사례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나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서울시 방송노동환경 혁신정책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계획되었다. 그동안 부당해고, 장시간근로, 최저임금 위반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서도 프리랜서·비정규직이라는 미명하에 제대로 된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했던 방송 노동자들을 위한 서울시의 노력은 평가받아야 마땅하나, 방송사 비정규 노동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과 공감대 부족이라는 한계 때문에 실제 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난제와 변수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토론회는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의 사회로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김민영 tbs 기획조정실 주무관의 발제 이후에 김동원 언론연대 정책위원, 조성주 서울시 노동협력관, 이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 이미지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의 토론이 이어진다. 봉 위원장은 “토론회를 통해 방송 산업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방안이 도출되고, 더 나아가 비정규직의 고통과 관련된 한국사회 노동문제 해결의 단초를 만들어 주길 희망한다”고 토론회 개최 소회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순재 부터 방탄소년단까지…대중문화예술상 수상

    이순재 부터 방탄소년단까지…대중문화예술상 수상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한 문화예술인에게 수여하는 정부포상인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은 올해 원로 배우 이순재와 방탄소년단 등 총 36명(팀)에게 돌아갔다. 문화훈장 13명, 대통령 표창 7명, 국무총리 표창 8명, 문체부 장관 표창 8명(팀)이다. 이순재, 가수 겸 제작자 김민기, 가수 고(故) 조동진은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보관문화훈장은 배우 김영옥, 지휘자 겸 작곡가 김정택, 방송작가 김옥영이 수훈했다. 가수 심수봉, 가수 윤상, 배우 김남주, 희극인 유재석, 성우 이경자, 모델 김동수, 음향 디자이너 고(故) 김벌래 등 7명은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가수 최진희, 가수 강산에, 배우 손예진, 배우 이선균, 배우 고(故) 김주혁, 희극인 김숙, 성우 강희선, 방송인 전현무는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걸그룹 레드벨벳, 록그룹 국카스텐, 배우 김태리, 희극인 박나래, 성우 이선, 작사가 김이나, 뮤지컬 기술감독 김미경, ‘한국분장’ 대표 강대영 등 8명(팀)은 문체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화마당] 책하고 놀기/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책하고 놀기/강의모 방송작가

    가을 햇살이 쨍한 주말 아침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중학생 딸이 직업의 세계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시간을 내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이었다.홍대 입구 예쁜 와플 가게에서 중1 여학생 셋과 인사를 나눴다. 초롱초롱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수첩을 꺼낸 그들은 휴대전화 녹음 버튼부터 눌렀다. 첫 질문은 “왜 방송작가가 되고 싶었는가”였다. “왜?”라는 질문은 늘 어렵다. ‘어렸을 때 책 읽기를 좋아했는데…’까지 얘기하고 말문이 막혔다. 대답을 궁리하다 차라리 되묻기로 했다. “너희들이 아는 방송작가의 세계는 어떤 걸까?”, “방송작가에겐 즐거운 일만 있을까?” 등등. 이야기가 술술 풀려 준비한 질문이 모두 끝났을 때 넌지시 물었다. “혹시 시간 있으면 너희들 인터뷰를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책하고 놀자’ 프로그램을 10년 넘게 맡고 있는 작가로서, 전직 국어 교사로서 요즘 학생들의 독서가 궁금했다. 먼저 “책 읽는 것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셋은 모두 과거형으로 응답했다. “좋아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책 볼래, 스마트폰 볼래’ 하면 주저 없이 스마트폰을 먼저 잡을 거예요.” 그럼 언제까지 좋았던 걸까? 한 친구가 꿈꾸는 표정으로 말했다. “자기 전에 엄마 아빠랑 같이 책 읽을 때요. 음…. 그런데 지금은 부모님도 집에서 각자 전화기만 봐요.” 까르르 폭소가 터졌다. 하나 더 물었다. “요즘도 독후감 숙제가 있는지?” 물론 있다 했다. 다만, 감상을 글로만 쓰는 게 아니라 만화로 그리거나, UCC로 만들어도 된다는 게 달랐다. 이들은 얼마 전 독후감 과제 발표 시간에 셋이 한 팀으로 멋진 영상을 만들어 큰 박수를 받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잘 모르는 내용이긴 했지만, 친구들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작업을 했는지는 충분히 납득이 됐다. 그들은 또 서로를 칭찬했다. “얘는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어서 이해력이 좋아요.” “너는 자막을 정말 잘 뽑잖아.” “이 친구는 영상편집 기술이 최고예요.” 그야말로 어리고 순수한 우정과 지성의 네트워크다. 독서량이 한 학기에 한 권이면 어떻고, 1년에 한 권이면 어떠랴. 내용을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해 그들은 열심히 토론을 했을 것이고, 스토리를 요약해 각본을 짰을 것이고, 좋은 구절을 찾아 자막을 뽑았을 것이니. 책장 하나하나를 씹고 뜯고 맛본 즐거움을 쉽게 잊진 못할 것이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저명한 뇌과학자가 말했다. “독서는 쾌락이 돼야 평생 독서하는 어른이 된다”고. 어린 친구들과 어른스럽게 악수를 나누고 헤어지며 당부했다. “너희들이 어떤 책을 읽든, 무엇을 공부하든,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지금처럼 늘 즐거움이 우선이 되면 좋겠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노는 만큼 성공한다’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잘 노는 사람은 타인의 마음을 잘 헤아려 읽는다. 따라서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 그리고 잘 노는 사람은 가상 상황에 익숙하다. 놀이는 항상 가상 상황에 대한 상상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잘 노는 사람은 자신을 돌이켜 보는 데도 매우 능숙하다. 나를 객관화시켜 바라보는 능력은 또 하나의 가상 상황에 나를 세워 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잘 노는 사람이 행복하고 잘살게 돼 있다. 그래서 우린 잘 놀아야 한다. 놀이의 본질은 상상력이기 때문이다.’ 살아오는 동안 내게 가장 큰 결핍은 상상력과 창의력이었다. 노는 법을 배우고 익히지 못했으니 당연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하여 남은 공부로 ‘잘 놀기’를 선택했다. 마침 바다 건너 멀리서 오랜 벗이 찾아왔다. 난 오늘도 신나게 놀러 나간다.
  • 심재철 “총리 연설문 작성 때 민간인 도움받아”…총리실 “규정대로 했다”

    심재철 “총리 연설문 작성 때 민간인 도움받아”…총리실 “규정대로 했다”

    ‘국가기밀 유출’ 우려에 총리실 “공개된 자료···기밀 아냐”국무총리실은 4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연설문 작성 과정에 민간인이 참여했다는 지적에 대해 “규정에 따른 것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자격 없는 민간인이 주도적으로 연설문작성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박모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12차례에 걸쳐 980여만원을 수령했다”고 주장했다. 박모씨는 방송작가 출신으로, 2012년 문재인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후보 멘토단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연설문 작성 참여자에게 자문료를 지급할 수 있게 한 규정이 있다”며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총리 연설 업무를 담당하는 소통메시지 비서관이 있고, 아래에는 직원 5명이 배치돼 있다.직원 5명 가운데 3명은 행정 업무를 담당해 실제 글을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은 2명이고 지난 1일자로 소통메시지 비서관이 임용되기 전까지 약 5개월간 해당 자리는 공석이었다. 여기에 이 총리가 한달에 15건 안팎의 연설을 소화할 때도 있는 만큼 추가 인력 보충이 불가피하지만, 정식 채용보다 자문 형식이 더 경제적이라는 것이 총리실의 설명이다. ‘민간인의 참여로 국가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심재철 의원에 지적에 총리실은 “이미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연설문을 작성하기 때문에 기밀이나 보안사항이 담길 수가 없다”고 밝혔다고 뉴스1은 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문화마당] 사색은 멀고 검색은 가깝다/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사색은 멀고 검색은 가깝다/강의모 방송작가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 전원을 켠다. 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리는 동안 부팅이 된다. 머그잔을 들고 모니터 앞에 앉아 인터넷 창을 연다. 메일을 확인하고 카페를 살피고 밤새 이슈가 된 뉴스들을 훑는다. 그리고 마침내 한글을 연다.긴한 원고를 써야 하는 날일수록 이 과정은 길어진다. 자신 없는 일은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자꾸 미루게 되는 법이니까. 멈칫거리며 몇 줄을 쓰다가 검색 창을 연다. 모호한 단어 뜻을 찾아보려고, 혹은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어쨌든 이 단계가 특히 위험하다. 포털에 떠 있는 다양한 화제를 따라 무심코 이 창 저 창을 열다 보면, 애초에 무엇을 찾으려고 했는지를 잊게 된다. 종내는 급하지 않았던 원고조차 마감에 쫓기게 되고, 늘 바쁘다는 거짓말을 입에 달며, 부끄러운 글을 쓴다. 원인과 처방을 알면서도 못 고치는, 참 나쁜 병이다. 바쁘지 않은 시간을 쪼개 영화 ‘서치’(Searching)를 보았다. 영화 장면의 대부분이 모니터로 펼쳐진다는 말에 호기심이 동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하나의 문이 열린다’고 한다. 아빠와 대화가 단절되고 온라인에서 위로를 찾은 딸. 딸이 실종된 후 아빠는 딸이 드나든 문들을 끈질기게 추적하며 단서를 찾는다. 모니터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커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계음. 이 두 가지로도 엄청난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 감독의 능력이 대단했다. 자식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는 다른 영화에도 많이 등장한다. 그들은 대개 우람한 체구에 총과 주먹으로 악당을 응징하는 막강 캐릭터다. 그런데 이 아빠는 주로 스마트폰과 모니터, 키보드를 도구로 쓴다. 웹캠 앞에서 인상을 구기고 있는 그의 모습은 신경질적이고 나약해 보인다. 하지만 점점이 떨어져 있는 흔적을 모아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그의 활약은 어떤 액션보다 화끈하다. 자칫하면 영화의 메시지를 ‘험난한 세상에서 가족을 지키려면 디지털 천재가 되어야 한다’로 이해할 뻔했다. 하나 자식의 위기 앞에선 평범한 부모도 슈퍼맨으로 변신한다. 아이가 차에 깔린 것을 본 엄마가 순간의 괴력으로 차바퀴를 들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엔딩 크레디트를 보다가 한 사람이 생각났다. 취미도 특기도 검색, 음모론에 종종 심취하는 젊은 친구. 하나의 이슈를 붙잡는 순간 꼬리를 무는 검색으로 밤을 새우기 일쑤이다. 수면 부족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안과 질환까지 얻었다. 얼마 전 그 친구가 여름휴가를 떠났다. 눈 건강을 고려해 조용한 휴양지에서 무조건 쉬며 책을 읽겠노라 했다. 독서 준비도 철저한 검색으로 시작했다. 성향과 취향에 맞는 주제, 몰입도, 적당한 길이 등등을 조건으로 자신이 원하는 소설을 기어이 찾아 가방에 넣었다. 돌아온 그는 안타깝게도 실패를 고백했다. “책을 한 페이지라도 봤으면 계속 읽었을 텐데, 더 가까이 있고 더 가벼운 스마트폰을 먼저 잡은 게 패착이었어요. 뉴스 한 줄에서 시작된 검색을 절대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4박 5일 동안 책장은 열어보지도 못했어요.” 그에게도 어린 아들이 있다. 그는 영화 ‘서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어쨌든 가장으로서 그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검색의 왕’이 아니라 ‘건강’이다. 잔소리를 대신해 그에게 이 글을 읽어주기로 했다. ‘끊임없이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는 삶에서는 가상적인 관계들이 현실적인 관계의 가장 실질적인 부분을 마구 휘저어 버린다.’ - 지그문트 바우만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중에서.
  • 출협, 저작권 논란에 복전협 탈퇴…낙하산 이사장 불만도

    출판계 대표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가 출판 저작권 신탁 단체를 새로 설립한다. 그동안 저작권을 신탁했던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복전협)에 출협이 더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데다가, 문체부 전직 관료 출신이 복전협 이사장으로 ‘낙하산’ 인사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새 신탁 단체 설립까지 6개월 이상 소요될 예정이어서 잡음도 불가피하게 됐다. 출협은 7일 보도자료를 내 그동안 저작권을 신탁했던 복전협에 회원 탈퇴서를 제출하고 새로 저작권신탁단체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출협이 탈퇴를 신청하면서 소속 출판사 모두가 동시에 복전협을 자동 탈퇴한다.현재 전국에는 5만 6000여개 출판사가 있으며, 1년에 1종 이상 도서를 내는 출판사는 7700곳 정도다. 특히 이 가운데 10종 이상 책을 내는 출판사 690곳이 모두 출협에 속해 있다. 이들 출판사는 복전협 회원을 탈퇴하지만, 정부에서 정한 교과용 도서보상금, 수업목적보상금, 수업지원보상금, 도서관 보상금의 4개 보상금은 원래대로 받는다. 그러나 복사업체가 책을 복사하면서 내는 ‘복사사용료’와 학점은행제에서 교재로 사용하면서 내는 ‘전송사용료’는 받기 어려워졌다. 저작권법을 위반했을 때 출판사가 일일이 업체를 찾아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이 일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출협이 권리를 포기하면서까지 복전협을 탈퇴하는 이유는 복전협 이사 구성이 바뀌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는 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복전협 정회원은 그동안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와 대한출판문화협회의 모두 6개 단체였다. 그러나 5월 총회에서 준회원 단체였던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사진작가협회, 한국미술협회가 정회원으로 승격됐다. 정회원이 많아진 데다가 기존 출판계 몫이던 4명의 이사도 5월에 ‘1단체 1이사’ 체제로 바뀌면서 출협 목소리가 더 줄어들게 됐다. 복전협은 앞서 2000년 저작권침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자 출협이 주도적으로 만든 한국복사전송권관리센터를 모태로 한다. 복전협이 출범한 곳도 출협 건물이었으며, 출협이 운영비를 내주기도 했다. 출협은 특히 복전협 신임 이사장에 관한 문제도 제기했다. 7월 복전협 이사회는 문체부 전직 관료였던 김종률씨를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전 이사장이었던 정운택 씨는 부이사장을 맡는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이런 상황을 두고 “복전협은 출판인의 권리보장은커녕 오히려 해를 가하는 상황”이라며 “출판인의 정당한 권리를 찾고자 복전협을 탈퇴하고, 신탁단체를 설립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출협은 앞으로 신탁 단체를 설립해 복전협과 개별적으로 맺은 신탁계약을 해지하고, 복제와 전송 등 각종 출판 관련 권리를 새로 만드는 출판 저작권신탁단체에 위탁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가 허가를 내주기까지 적어도 6개월 이상 소요되는 데다가, 허가 여부도 확신하기 어려워 출협의 ‘홀로서기’가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키 어렵다. 그동안 업무를 맡겼던 복전협과의 마찰도 불가피하다. 복전협은 저작권 이용료의 15%를 수수료로 받는다. 복전협 관계자는 이와 관련 “출협 소속 출판사 저작물 이용 사례가 그다지 많지 않아 복전협 운영에 차질을 빚을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앞으로 출협의 행보를 보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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